부재중
창업중심대학 키오스크
교통비 인상 성인용품 퍼스널 모빌리티
Winter
인스타 공구
2019 vol.109
한양대 학식
통일 교육 불평등 방송의 변화
부재중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김경모
박준영
김혜선
건강한 삶
이 정도면 괜찮았지
Freedom!!
이채움
이지원
김도현
치즈폼 초코밀크티
The Masterplan
컴퓨터 못 고쳐요
곽서연 열심히 살자 @_@
편집장_ 김경모 교육학과 18학번 kgm0822@naver.com
수습위원 곽서연 영어영문학과 19학번 angela8752@naver.com
부편집장_ 박준영 경제금융학부 18학번 junyoung1204@hanyang.ac.kr
펴낸이
김경모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위원 김혜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tjs9907@naver.com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이채움 사학과 18학번 lcu2400@naver.com
전화
010-8916-0834
이지원 사회학과 18학번 ljiwon_1212@naver.com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김도현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18학번 k.dohvis@gmail.com
펴낸날
2019 겨울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1,95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19 vol.109
Winter
부재중
목차
004 여는 글
학
내
008 창업의 실천, 한양대학교 024 만인에 대한 만인의 키오스크 040 한양인, 온전한 食의 시간을 위하여 052 팩트체크
사
회
058 당신의 버스, 안녕하십니까? 072 가벼운 무게감, 인스타gram 마켓 089 대학가는 성(性)스러워지는 중 110 ‘퍼스널’ 모빌리티, ‘개인’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124 남북통일 : 현실적인 과제와 문제 136 흔들리는 공정속에서 정시 향이 느껴진 거야
문
화
150 TV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
기
고
162 세상을 보는 한양인의 창
일
상
168 실내건축디자인 18학번 최지인
날적이
170 자아성찰기 172 시간에 대하여
177 편집후기
여는 글
한양대학교 학우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일 년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지 금,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요. 아마 곧 있으면 다가올 종강에 설레기도 할 것이고, 그 전 에 딸려오는 게 달갑지 않은 기말고사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분도 있을 것 같 습니다. 무거운 계절입니다. 새해 때 거창한 다짐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때의 포부 는 어느새 현실과 망각이라는 틈바구니에 짓눌려 바스러져 버린 듯합니다. 무언가 제 대로 이룬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괜스레 초조해집니다. 가슴 한쪽이 허전하고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더 춥고 외로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호는 우리를 허전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부재중’ 이라고 지었습니다. 현재 학내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총학생회의 부재가 아닐까 싶 습니다. 비록 본 호에서는 시간 관계상 다루지 못했지만, 선본이 두 개나 출마했는데도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원인을 선본 공 약과 홍보의 부재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투표자 관심의 부재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재 한양대학교는 비대위 3년 차가 될지, 새로운 총학생회가 생 길지 그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창업은 취업이 잘 안 되는 요즘 따라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그동안 한양대학교는 창업에 대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 가 놓치고 지나간 것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양』에서는 창업 프로그램과 관련된 학우의 말을 귀기울이며 그동안 부재했던 논의들에 대해서 되살리고자 하였습 니다.
004
여는 글
학내에서는 점점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무인계산대도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사람도 많았지만, 어느덧 적응하여 능수 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의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자연스럽 게 배제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양』 은 그런 그들에게 주목하며 그동안 부재해왔던 고민에 대해서 뜯어보고자 합니다.
한양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식을 먹어본 기억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학식 위생 논란은 우리로 하여금 과연 믿고 먹어도 되는 것인지 불신감을 생기게 합니다. 『한양』에서는 학식이 어떤 절차를 걸쳐 우리의 밥상 위로 올라오는지, 그리고 부재하고 있는 소통의 창구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사회에서 여전히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보이는 통일과 성인용품 문제를 다루어보았습니다.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법에 대하여 퍼스널 모빌리티와 인스타 마켓을 통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겨울은 부재의 계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겨울은 늘 계절의 마지막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한 해의 시작도 겨울에서부터입니다. 그처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 재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품고 있습니다. 부재가 부재로만 기억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의 싹으로 이어지는 일에, 『한양』의 글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양』 편집장 김경모 드림
한양 109호
005
01 창업중심대학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02 키오스크 편집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03 한양대 학식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Part
1
학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들을 찾는 것이다. - 피터 틸
008
학내
# 창업중심대학
창업의 실천, 한양대학교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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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창업 열풍과 한양대 요즘 심심치 않게 창업, 벤처라는 말을 일상에서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주위에 창업하 겠다는 사람들도 보이고 언론 매체에서도 ‘창업 열풍’을 주제로 다루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창업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20년 전에도 벤처 열풍이 존재 했다가 사그라든 일이 있었다. 90년대 무렵, 대한민국의 경제는 급속도의 성장을 하면 서 중화학 공업에서 IT와 같은 첨단 산업으로의 이행을 겪고 있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에 따른 산업계의 새로운 바람은 1995년 벤처기업협회 창립과 코스닥(KOSDAQ)1) 개설 로 이어졌다. 당시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침체되었던 다른 산업군에 비해, 오히려 벤 처는 이를 기점으로 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외환위기로 사회 내에서 기존 산업구조 로는 앞으로의 성장도 힘들뿐더러 당장의 위기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 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9년에 대한민국의 제1 벤처 열풍이 왔다. 하지만 당시 코 스닥 시장과 벤처 산업에서는 주가의 데이트레이딩2)과 주가조작이 비일비재하게 일어 나는 등 폐단이 많았다. 또한 당시 시장에서는 IT의 기술 수준과 현실 구현 가능성에 비 해, 지나친 기대와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벤처에 대한 열풍이 사그라지 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IT 붐이 꺼졌고 동시에 한국 벤처 시장도 붕괴하였다. 이 를 계기로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 벤처라는 용어 대신 ‘스 타트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산업구조와는 다른 혁신이 요구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벤처 및 창업이라는 해법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과거의 일명 ‘묻지마 벤처 열풍’을 교훈 삼아 조심스럽 게 제2의 벤처 열풍을 맞이하고 있다.
1) 전자거래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장외 주식거래시장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증권시장. 두산 백과 2) 초단기간 내에 주가나 거래량 등의 기술적 지표에 의해 시세차익을 얻는 초단타매매 기법. 두산백과
010
학내
이러한 움직임에 한양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먼저 움직였고 현재는 선두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기업가센터3)를 설립하면 서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후 창업지원단을 설치해, 창업에 대한 훈련과 지원 그리고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교육을 실시했다. 실제로 다양한 창업경진대회를 열 고 동문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었다. 또한 학부 과정에서는 창업융합전공을 신설하 여 기업가 정신 학습과 더불어 실습을 하게끔 한다. 이런 움직임은 한양대의 실용학풍 과 결합하며 학생 창업자 배출 전국대학 1위4)의 타이틀과 선정 창업교육 최우수 대학 선정5)이라는 결과를 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양대는 이런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일까. 그 배경과 현황을 살 펴보고 보완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논해보자.
3) 재학생 및 창업 초기의 기업가에게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함양시키고, 선배 기업가들의 살아 숨쉬는 현 장경험과 실전지혜를 전수하여 “준비된 기술창업인“ 양성하는 기관. 4) 한국경제매거진, [2018 한경 대학 취업·창업 역량 평가] 5)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브로슈어, 교육부장관상 수상
한양 109호
011
한양대의 창업 프로그램 먼저 한양대는 어떤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중심으 로 살펴보자.
창업융합전공
창업융합전공은 창업지원단 글로벌기업가센터가 관장하는 전공으로, 학부 과정에 서 창업을 접해보고 지식과 실전경험을 동시에 갖춘 창업 인재를 양성하고자는 목표 를 지니고 있다. 신청 기간은 제2 전공 신청 기간과 동일한 매년 5월과 11월이다. 전공 개설과목은 크게 창업기초, 창업 심화, 창업 실습의 분류로 개설되어 있으며, 일부 전 공과목을 제외하고는 일반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다.
수여 학위 : 창업학사 모집인원 : 연 30명 이내 이수학점 기준 : 36학점 이상 (전공 핵심 21학점, 전공 심화 15학점, 단 2016년도 이후 입학생 기준), 부전공 - 전공 21학점 이상 신청자격 : 1학년 2학기(1학기 이상 성적 유효) 이상의 학적 학부성적 제한 없음. 신청절차 : 서류평가(모집인원 2배수) - 면접 평가 - 최종합격 전공혜택 : - 성적 우수자 해외 창업 인턴십 항공료 및 체재비 지원 - 성적 우수자 글로벌챌린지(해외 탐방) 기회 부여 - 재학 중 창업 시 시제품 제작비, 특허 출원비, 법인설립비 등 지원 - 전공생 간 Networking Day 운영 -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통해 창업과 학업 병행 지원 (학생창업자는 전공학점 최대 15학점 인정)
012
학내
창업휴학제 & 창업경진대회
한양대학교는 학생들의 창업을 휴학사유로서 인정해주고 있다. 재학 중에 창업 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창업 초기의 바쁜 일정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청방식은 우선 일반휴학을 신청한 상태에서 창업사유 인정이 될 경우, 기타 휴학 1년을 더 할 수 있다. 이때 1회 연장이 가능하며 총 2년에 걸친 창업 휴학을 할 수 있다. 더불어 교내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경진대회가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의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양대 학우들은 이와 같은 경진대회를 통해 창업하기 이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문가들에게 평가받아보고 그것을 토대로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언 컵 경진대 회(Lion Cup Competition)’에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한 팀을 이루어 공동의 창 업 아이디어를 계발시키는 대회로, 동문연계 실습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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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스타트업 돔, 창업기숙사
교내의 창업 지원 시설을 대표하는 ‘247 스타트업 돔’은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 을 한 학생들(재학생, 휴학생 상관없이 3인 이상의 팀)에게 제공되는 기숙형 창업 공간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설로 식당과 각종 편 의시설, 프로젝트 룸 그리고 호실 내에 토의할 수 있게 회의용 탁자가 배치되어 있 다. 입사생 특전으로 창업장학금(기숙사 무료입사)과 창업 선배 전담 멘토링 및 교 육을 받을 수 있다.
▲ 스타트업 돔 (출처: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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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 스타트업 돔 내 스터디룸 (출처: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한양대의 창업지원단과 인터뷰 현재 한양대학교의 창업 육성 전략은 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창업지 원단은 총장 직속 기관으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산업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 자 문단,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기업가센터’, ‘학생창업보육센터’ 그리고 ‘글로 벌창업지원센터’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의 창업 육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지원단은 창업 교육, 창업 훈련, 네트워킹, 창업보육, 기업가정신 연구 및 협력의 총 5가지의 핵심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창업에 관련한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서 실제 기업 창업 이후 성장까지의 전주기적 지원6)을 담당하고 있다. 『한양』은 한양대학교 창업 전략의 선정 배경과 현재 동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구태용 창업지원단 글로벌기업가센터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한양대학교가 창업 육성 전략을 택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구태용 센터장(이하 구태용) : 지난 2009년 한양대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한양대학 교의 미래 전략과 발전 모델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동 시에 우리만의 강점을 찾는 것이 화두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동문 기업들이 모교에 청년 CEO 육성과 글로벌기업가센터 설립을 발의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실용학풍 전통과 변 화하는 산업구조에 적응할 필요성 그리고 기술 중심의 동문 기업 네트워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창업을 한양대의 장기적 전략으로 택했습니다.
6) 창업준비단계, 창업실행단계, 창업성장단계 그리고 EXIT(M&A등과 같은 컨설팅)의 창업기업의 생애 전 체를 조력하는 프로그램.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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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수많은 미래 전략들 중에서 왜 ‘창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구태용 : 창업은 시대적 흐름에 적합하면서도 한양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학 간의 생존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가 남들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찾아 특화해야 합니다. 이때 창업이 우리에게 그러했습니다. 기존의 학술과 연구에 서도 우리 대학은 우수한 성과를 지니고 있지만, 타 대학들도 우리만큼 혹은 더 우수한 성 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로서는 기존의 학술과 연구를 투자하되 새로운 길을 찾을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창업은 장기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역 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학생 창업가를 많이 배출하고 동문 기업들의 수가 많아지면, 자연 스럽게 그 재원의 일부가 다시 학교 발전 기금으로 기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미래 우리 대학의 재원의 규모가 커지며 이는 다시 다른 분야의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 성되게 됩니다.
『한양』: 창업에 있어서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한양대가 지닌 특장점은 무엇이라고 생 각하시나요? 구태용 : 한양대가 지니고 있는 장점 중 가장 큰 것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수많은 동문 과 그것을 이어주는 동문 네트워크입니다. 전반적인 창업 교육과 프로그램에 있어서 동 문의 도움이 큽니다. 창업 교육에 있어서 대학 내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살아있 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동문이 운영하는 기업들이 먼저 인턴쉽과 관련 실습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이 밖에도 창업하고 난 다음, 신생 회사로서 사회라는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에도 동문으로부터 다양 한 도움을 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우리 대학은 훌륭한 창업 인프라를 지니고 있습니다. 창업융합전공, 창업휴학제를 운 영하고 있고 창업 전용 기숙사 ‘247스타트업 돔’, ‘코맥스 스타트업타운’과 같은 창업활동 공간을 마련해 유망 학생 창업자를 집중 육성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하는 데 있어서 협업할 동료를 모집할 수 있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한양대 학생들 간의 네트 워크 구축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016
학내
『한양』: 타 대학이나 기관에서 한양대의 창업 전략에 대해 관심을 보인 사례가 있나 요? 구태용 : 실제로 외부에서 우리 대학의 창업 전략을 벤치마킹하고자 도움을 구하는 경우 가 있었습니다. 서울 내 주요 대학들 몇몇이 우리 대학의 창업 프로그램과 대학 본부 차원 에서의 지원 현황에 대해 직접 방문해 문의했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한양대 창업지원단 의 홈페이지와 브로슈어와 운영 조직도를 그대로 참고해서 해당 대학에 관련 기관을 설치 한 사례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전의 한밭대학교가 한양대 ‘247스타트업 돔’을 참고하 고 직접 본인들의 대학에 창업 기숙사를 건립했습니다. 이처럼 한양대학교의 창업 프로그 램은 타 대학들에 귀감이 되고 있으며, 타 대학과의 협력과 원조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습 니다.
『한양』: 그렇다면 최근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된 성과에는 무엇이 있나요? 구태용 : 우리 대학이 창업 육성을 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을 시 작한 지 6년간은 다양한 인프라 투자와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등 기초를 다졌습니다. 7년 차부터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학생창업자 배출 국내대학 1위>, <벤처기업 배출 국내대학 1위>, <창업 교육 최우수 대학 선정> 등 다양한 지표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었습니다.
최근 3년간 한양대 창업 지표 구분
학생 창업 기업
창업동아리
2016년
43개
128개팀
2017년
53개
185개팀
2018년
54개
171개팀 자료: 한양대 창업지원단
▲ 한양대학교 창업동아리 현황 (출처: 문화일보)
한양 109호
017
2018년 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한양대에서 150개의 학생 창업기업이 출범했고 이들의 연간 매출이 193.6억이며 투자유치도 138억을 받는 등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 다. 재학생 창업자 외에도, 동문 CEO 기업이 국내 총생산의 33.1%를 달성하는 등 한양대 의 동문 파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양 동문 CEO 기업 수
1.8배
10,213개
약 573조원
2.0배
5,691개 주요대학 평균
국내 대학 1위
약 286조원 주요대학 평균
매출 합계
국내총생산(GDP)의
33.1% 2.3배 고용인원 수
717,855명
316,362명 주요대학 평균
*주요대학: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KAIST 출처: 한국기업데이터(KED), 2018
▲ 한양대 출신 CEO 기업 현황 (출처: 한양대 창업지원단)
018
학내
창업중심대학, 학우들의 말을 들어보다 그렇다면 직접 창업 프로그램을 직접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학우들 의 생각은 어떠할까. 『한양』은 한양대학교 창업 프로그램을 참여해본 학우들을 대상으 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학우들의 경험담과 의견을 들어보았다.
한양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좋은 점. 창업을 준비하거나 실전에서 창업한 재학생들은 타 대학과 비교해서 한양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내실이 있으며 규모에서도 우수하다고 한다. 우선 재정의 경우, 타 대 학에 비해 많은 재원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창업지원단 내의 창업 담당 매니저 및 직원들의 적극성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며, 업무 추진에 있어서 우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만족한다고 한다. 교내 에 있는 HIT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창업 기관들과 거의 동일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장의 실용성과 적응성을 미리 경험할 수 있고 창업 관련 공간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양대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점. 시간이 지날수록 교내 창업동아리의 창업팀과 구성원들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하 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지원 대상자보다 지원 인력의 충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 창업 동아리원들은 창업지원단의 개별인원에 대한 지원이 전 년도보다 감소하는 것 같다고 한다. 또한 더불어 창업 교육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존재 한다고 한다. 창업지원단은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세미나·외 부 초청 강연 등을 주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 활동 중 대부분은 창업을 처음 접 하는 초심자들에게 집중되어있다고 한다. 창업 초심자들을 위한 교육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창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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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 다는 지적이 있다.
창업에 있어서 대학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창업을 준비하거나 혹은 일선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학우들은 창업을 준비하 는 젊은이들에게 대학의 지원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당 학우들은 당장 주 변을 살피더라도 대학에 소속되어 지원을 받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는 크다고 말했다. 창업하기 위해서는 창업을 위한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벤 처캐피탈7)·엑셀러레이터8)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 이러한 지원을 어떻게 받는지 아는 것도 힘들고 설령 방법을 안다고 하여도 선발에 있어서 많 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그리고 이외의 다른 기관 및 개인에게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도움이 아니라 투자 다. 결국 이들도 영리적인 이윤을 얻고자 일종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 정 부분의 성과를 창출해야 지속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초기에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은 영리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학생 창업자들의 사업에 대한 지원에 더욱 충 실하다. 그렇기에 초기에 확고한 수익 모델을 얻지 못하여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그 러한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양대가 창업 준비 학생 들에게 주는 도움은 크다고 한다.
7)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본 8) 초기창업자를 선발 및 투자, 전문보육을 하는 창업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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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한양대의 창업 프로그램에 바라는 점과 개선해야 할 점. 그렇다면 한양대의 창업 프로그램을 참여해본 학우들이 바라는 점과 한양대가 개선 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학우들은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한양대의 창 업동아리 수준과 관련 매니저 및 직원분들의 열정과 수준이 높으며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양대가 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고 답했다. 창업은 시대의 흐름에 민 감하고 빨리 변화하기에 창업 전략을 주도하는 담당자들의 시야와 생각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 창업자들이 느끼기에는 이런 부족한 점들이 한양대에도 있다고 한 다. 한 가지 사례로, 창업 관련 대회에서는 참여자들의 사업 아이템을 방향성, 성공 가 능성 등의 영역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런 대회에 많이 참여해보고 관련 사례를 많이 접하는 학생들은 심사위원들의 평가 기준과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대해 실망하 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아무리 변화하는 트렌드에 부응한다고는 하지만, 기성세대가 현 세대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은 한양대만의 문제라기보다 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다. 그렇기에 재학생들은 한양대만큼은 이런 점들에 대해서 보 다 신중하고 효과 있는 창업 지도부의 자체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이미 창업을 한 학우들의 경우, 창업 3년 차 미만의 회사에 대한 대학 측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는 창업 후 3년까지의 기간이 ‘데스벨리’ 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 3년이라는 기간 안에 무수히 많은 신생 회사가 무너지고 와해되 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데스벨리를 거치면 더욱 안정된 회사로 발전하고 이후 10 년을 더 견디면, 그 회사는 확실한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한양대는 초기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들에 대한 지원은 강하지만, 창업 이후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 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창업 중인 재학생들은 이에 대한 창업지원단의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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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의 미래와 창업 한양대는 앞으로의 수 십년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서 창업을 택했다. 4차 산업혁 명의 바람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바라보면, 10년 전 결정했던 창업 육성은 시대 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 따른 괄목할 만한 성과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각종 학내의 창업 프로그램이 그 증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밝은 미래만큼 걱정되는 부 분도 있다. 앞서 언급한 창업 관련 담당자와 대학 내 창업 지도부의 자체적인 변화의 노력, 예비 창업자에 집중된 교육 체계 그리고 창업 기업의 사후 관리. 이런 재학생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창업 교육 현장에 반영되고 개선될지도 신경이 쓰인다. 또한 내부적으로 창업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로 인한 재원투입 에 따른 타 분야의 불만도 있다. 한정된 재화로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된 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분야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창 업 육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 더 나아가 우리 대학의 전 체적인 이익에 기여할지라도, 현재의 소외당하는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불만과 소외를 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면서 나아갈 건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더불어 학생들도 변화하는 흐름에 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창업 육 성에 있어서, 타 부문이 소홀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창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만약 타 부문이 소홀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대 한 의견을 대학에 피력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트렌드를 비춰 보았을 때 창업이 지니고 있는 시대적 가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세 운 사고의 장벽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한양대의 창업 육성 전략은 지 금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공을 장담하기 위해 서는 학생들과 대학이 서로 화합하고 바람직한 논의의 장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디 우리 학우들과 대학이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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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기고를 받습니다.
분량: 자유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문의: 편집장 김경모 010-8916-0834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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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오스크
만인에 대한 만인의 키오스크 편집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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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메뉴를 선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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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그게 뭔데? ‘키오스크1)’ 는 이미 우리 학교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아마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한 학우는 원 하는 상품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자재로 담고 뺄 수 있어 편리하다고 얘기한다. 반면 어떤 학우는 몇 대 없는 키오스크 때문에 계산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현재 한양대학교 내에 키오스크는 주로 카페, 식당, 편의점 등에 설 치되어 있어 계산 위주로 사용되고 있다.
▲ 한양 플라자 식당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 ▲ 한양 플라자 카페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
이렇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학내에 하나둘씩 기계가 설치되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식당과 카페가 키오스크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키오스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계 에 해당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점에서 학내에 지속적으로 키오스크가 도입 되고 있는 것일까? 과연 키오스크는 반드시 편리함과 이점만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본 지는 학내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키오스크의 설치 배경과 그 기대효과를 알아보고, 한양대학교 학우들은 실질적으로 키오스크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나 아가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키오스크 이면에 존재하는 단점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일반적으로 키오스크는 무인 정보단말기로 동적 교통정보 및 대중교통 정보, 경로 안내, 요금 카드 배 포, 예약 업무, 각종 전화번호 및 주소 안내 정보제공, 행정절차나 상품정보, 시설물의 이용방법 등을 제공하는 기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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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 키오스크의 도입은 한양대학교뿐만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키오스크는 관공서나 대학 등에서 정보제공을 위해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권, 구매까지 분야가 확장되었고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일반 상점까지 빠르게 보급되는 추세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카페, 음 식점, 편의점, 영화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또한 키오스크 하면 일반적 으로 세로로 길고 큰 스탠다드 형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 는 키오스크의 유형이나 형태2)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 컨벤시아3)용 키오스크
▲ 병원 무인 정산용 키오스크
▲ 카페용 멀티 무인 키오스크
▲ 크기가 작은 키오스크
2) 사진 (출처 (K-KIOSK) / 머니투데이 ‘아임유, 멀티 무인 키오스크 출시’) 3)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정당 등의 대규모) 대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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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의 종류에는 스터디카페용, 컨벤시아용, 병원무인정산용이 있으며, 키오스 크를 도입하는 업주는 매장의 운영 방식, 메뉴, 동선 등과 같은 제반 환경을 고려해 키 오스크의 크기와 스펙을 선택한다. 필요에 따라 터치패널의 크기, 5만 원 지폐인식, NFC, 교통카드, 페이코4) 등 다양한 결제수단 기능 추가할 수 있고, 키오스크 구입하 지 않아도 렌트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키오스크의 월 임대사용료는 약 10~20 만원 정도이다. 그렇다면 학내에 도입된 키오스크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양』이 직접 찾아가 봤다.
1. 한양 플라자(편의점) CU
한양 플라자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일반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큰 키오스크 대신 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구입하고 싶은 상품을 가지고 매대 대신
상품을 올려 놓고
‘셀프계산대’라고 쓰여 있는 키오스크 앞으로 가서 계산을 한다.
4) 미리 결제수단을 등록해두고 등록한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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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 부착되어 있는 바코드를
키오스크 화면에 상품의 가격이 기재되고
스캐너로 찍으면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신용 카드 투입구에 카드를 넣고 기다리면 결제가 완료된다.
사용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점심이나 저녁 시간 즈음에 방문하게 되면 키 오스크가 네 대 뿐이어서 계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다. 또한 때에 따라 현금밖에 없는 경우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 경우 직접 매대에 가서 계산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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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문대 카페 팬도로시
주문하기 위해서 사진의 ‘ORDER NOW’를
음료의 종류가 나오고
누르면
원하는 커피를 선택하고 추가 주문사항 신용 카드 결제를 이용하거나 페이코를
또한 선택할 수 있는 식이었다.
통해 결제할 수 있었다.
팬도로시 또한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로로 긴 형태의 키오스크 두 대를 사 용 중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몰리지 않고 인문대생이 주로 이용하므로 키오스크가 부 족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마시고 싶은 커피를 선택하고 카드결제를 하면 영수증이 나 오는 형식이었다. 역시 전혀 어렵지 않은 방식이었고 현금 결제를 하고 싶으면 키오스 크를 이용하는 대신에 매대로 이동하여 계산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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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생회관 카페 드림
학생회관에 위치한 카페 드림은 카페 내에
카페 밖 키오스크의 모습이다.
키오스크가 한 대 설치 되어 있고, 카페 밖에 키오스크가 한 대 설치되어 있다.
음료 선택 이후 추가 주문사항을 선택할 수 있었다.
마시고 싶은 커피를 선택하고 카드를 넣고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카페드림 또 한 현금 결제를 하려면 직접 매대로 가서 결제해야 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불편 한 점이 있었다면, 키오스크에 기재되어 있는 추가적인 주문사항 외에 다른 사항을 추 가 주문하려면 일하시는 분께 직접 말씀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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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학내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와 그 사용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실질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는 키오스크를 어떻게 생 각하고 있을까? 업주의 입장에서 키오스크의 장점이 잘 실현되고 있는지, 키오스크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한양』은 키오스크 가 설치된 한양내학교 입점 매장 중 한 지점을 선정한 후, 해당 지점을 총괄적으로 관 리하고 있는 관계자를 만나보았다.5)
『한양』: 언제 키오스크를 설치하셨나요? 관계자: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한양』: 키오스크를 왜 설치하셨나요? 관계자: 키오스크 도입은 본사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장이 운영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본사의 지침을 따르게 됩니다. 키오스크는 저희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 모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습 니다.
『한양』: 도입 이후 매출, 인건비, 이용 고객 수 등의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관계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키오스크가 없었을 때는 아르바이트생이 한자리에 서 있으면서 계산만 해야 했습니다. 하 지만 키오스크가 도입됨으로써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고 계산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르바 이트생 입장에서는 재고 확인, 청소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깁니다. 또 그만 큼 인력 충원을 안 해도 되니까 고용해야 하는 인원도 줄어들어 결국 인건비 절감으로 이 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 내 매장은 방문하는 학생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이용 고객에 큰 차이는 없었고, 젊은 학생들이라 키오스크를 딱히 어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도입 이후 이용 고객 수의 변화는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5) 불이익이 생길 시를 대비하여 해당 매장 파악과 관계자 신원 확인이 불가하도록 인터뷰를 구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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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키오스크 도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관계자: 크게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많은 학생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 다. 하지만 이용을 못하시는 분들도 꽤 있기는 합니다. 한양대학교 입점 매장 외 다른 매장 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키오스크를 잘 못 다루는 경우가 다소 많습니다. 왜냐하면 한양 대학교는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지만 다른 곳들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이용하시기 때문 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양』: 키오스크 설치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셨나요? 관계자: 크게 불만족스러운 점은 없습니다. 손님이 몰리는 점심, 저녁 시간대에는 아르바 이트생 한 명이 고정적으로 계산을 담당하고 동시에 키오스크도 이용하게 하는 방식을 취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체된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한양』: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한 장점과 단점(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관계자: 사용자 차원의 장점이라면, 구매에 있어서 자유로움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계산 도중 어떤 물건을 안 사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계산을 하고 있는 경우에 는 중간에 취소하기가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키오스크가 더 편리하다고 생 각합니다. 단점으로는 재고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품 선택부 터 결제까지 고객분들이 직접 하시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재고 확인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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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관계자는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건비가 감축되었고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향 상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본 매장은 학교 외 매장과 다르게 학생이 주 고객층이기 때문 에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덧붙여 키오스 크 설치로 관리자 입장에서는 재고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지만, 구매자 입장 에서는 직원이 결제를 담당하는 이전 시스템에 비해 구매 자유도를 증진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키오스크는 실질적으로 인건비 감축이라는 도입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었으며, 한양대학교 내 위치한 매장에 한해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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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사용에 관한 모든 것! 최저임금의 계속된 상승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 속에서 키오스 크는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줄을 길게 안 서도 되니까 계산시간이 더 빨라져 좋은 것 같다”, “말 몇 마디면 됐는데 일일이 눌러야 하니까 더 불편하다” 등 다소 엇갈린 평을 내놓는다. 키오스크 사용에는 어떤 편리한 점이 있고 어떤 불편한 점이 있는지, 키오스크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자. 업주의 입장에서 키오스크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 감축이다. 그렇다면 소비 자 입장에서는 키오스크가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을까? 첫 번째, 비대면적 주문이 가 능해져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무인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주문·계 산·결제의 업무를 맡을 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대면 주문에 불편함 을 느꼈던 소비자라면 키오스크를 선호할 확률이 높다. 두 번째, 키오스크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는 매장이라면 대기시간이 필요 없어 빠른 주문이 가능하다. 그리고 복잡 한 주문 과정을 터치만으로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6) 사람이 몰리는 점심·저녁시 간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이 점은 매력적으로 다 가올 수밖에 없다. 세 번째, 계산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주문에 대한 압박감이 감소하는 것이다. 네 번째, 주문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주문이 잘못 들어가 원하지 않는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구매자가 담은 상품과 결제 내역을 터치스크린에 다시 띄워주기 때 문에 주문이 잘못 전달되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식기업에 설치된 키 오스크의 경우, 소비자는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이는 키오스크 도입의 주요 장점 중 하나로 주문·계산·결제의 업무와 조리 업무가 분리되 었기 때문이다.
6) 박은영 (2018),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의 GUI 디자인에 관한 연구. 한국디 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 19(6), 1043-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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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해 겪는 불편한 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키오스크의 단점은 사용자 경험7)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로서 관리자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에서 에러가 발생할 시, 사용자· 관리자의 빠른 대처가 불가하다. 카드 인식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는 꽤 자주 볼 수 있 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여 사용자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키오스크에 입 력되어 있지 않은 추가사항을 원하는 경우 세부적인 요청이 불가능할 수 있다.8) 결과적 으로 주문을 두 번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내에 도입된 키오스크의 경우, 대부분 현금결제가 불가하다는 것도 큰 불편사항이다. 앞서 살펴본 단점들은 키오스크 사용 시 발생하는 문제상황이었다. 키오스크의 사용 자 경험을 논할 때 이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경험의 사 용자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은 물론 교수, 학교 관계자 등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키오스크의 장점으로 주문의 편리성이 언급되었지만 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화면에 대한 이해도, 습득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9) 학내 대부분의 편의점, 카페는 키 오스크가 주문·계산 담당 인력을 대체했기 때문에 높은 연령대의 소비자는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키오스크 설치 매장 이용을 꺼리게 된다. 또 학내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의 시스템 박스는 불 특정다수 사용자의 신체 조건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 키오스크는 높이와 위치가 고 정적이기 때문에 키가 작거나 팔·다리 등 신체에 불편함이 있는 사용자, 휠체어를 탄 사용자는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노년층과 마찬가지로 시설 이용에 있어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 있다. 사회에서 비교적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약자만을 7)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란 특정한 제품, 시스템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을 말하는 것으 로 사용 전이나 사용 중 그리고 사용 후에 일어나는 사용자의 감정, 신념, 선호도, 지각, 신체적·정신 적 반응이나 행동을 포함하는 매우 넓은 개념이다. 8) 커피를 예로 들자면 얼음의 양, 뜨거움의 정도, 에스프레소 샷의 양 등 키오스크에 입력되어 있지 않은 주문사항을 추가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직접 관리자를 불러 요청해야 한다. 9) 황성원, 김현석 (2019),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결제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 한국디지털콘텐츠 학회 논문지, 20(8), 149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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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정보기기가 설계되는 것은 이익보다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공공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에 제시되어 있는 사진처럼 일부 패스트푸드점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학내 에도 이른 시일 내에 모든 사용자를 고려한 키오스크가 도입되어야 한다.
▲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노인 (출처: 아시아타임즈)
▲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키오스크
앞서 제시된 사안들을 살펴봤을 때 키오스크의 장점들이 잘 실현되고 있는지는 의문 이다. 주문 대기자가 많은 경우 주문 시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며, 주문 단계가 많을 경 우에는 주문 시간이 길어진다. 학우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주문·결제를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모든 상황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키 오스크 자체는 효율성 증진을 보장하지 못한다. 키오스크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서 는 여러 대가 설치되어야 하며, 추가 설치가 불가하다면 주문 담당 인력을 유동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는 업주에게는 인건비 절약이라는 커다란 이익을 안겨주 지만, 현재까지 그 장단점을 따져보았을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불편함을 감수 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에 대한 개선이 요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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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한 한양대학교를 위하여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부분의 학내 카페, 편의점은 키오스크가 도입되어 있다. 학 내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키오스크 도입률은 상승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롯데리 아·맥도날드·버거킹·KFC 등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평균 60%에 달했 다.10) 이것은 비단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술 발달과 상용화에 따른 무인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무인기기는 우리 주변에서 더욱 쉽게 볼 수 있 을 것이다. 키오스크와 더불어 무인 택배함·무인 편의점 등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데 우리는 점차 그것에 적응해가고 있다. 기기에 적혀진 사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원 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람을 대면할 필요 없는 키오스크의 주문 방식이 편하게 느 껴질 때도 많다. 이처럼 앞으로는 무인 서비스에 익숙한 세대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기술의 진보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그것이 가져다줄 편리함에서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을 주목해야 한다.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 더욱 공론화하고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 잠에서 깨어나 집 밖을 나서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셀 수도 없이 많 은 기술을 이용한다. 스마트폰·스마트워치·무선이어폰 등 새로운 기술에 순식간에 적응했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일상 이 되어버린, 당연해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불편함에 관 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양대학교, 나아가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조금은 더 관대하고 친절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10) 황성원, 김현성 (2019).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결제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 한국디지털콘텐츠 학회 논문지, 20(8), 149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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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20년 2월 29일까지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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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학식
한양인, 온전한 의 시간을 위하여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맛도 없고, 영양도 없고... 굳이 학식을 먹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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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학식이?! 한국인의 삶에서 식(食)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심지어는 특정 기관에서 제공 하는 식단이 각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로 등장했다. 초·중·고등학생을 일컫는 ‘급식이’, 대학생을 일컫는 ‘학식이’, 직장인을 일컫는 ‘회식이’가 그것이다. 즉 학생 식당(이하 학 식)1)은 우리 대학생을 상징하는 단어인 동시에, 그만큼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도 학식이 종종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마냥 좋 은 일은 아닌 듯하다. 학내 커뮤니티에 올리오는 학식 관련 게시글의 대부분은 우리 학 교 학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다. 영양·위생 등 식품을 제공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요소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한양플라자 3층 학생 식당에서 음식에 벌레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게시글과 사진이 게시되어 큰 충격을 전 하기도 했다. 이를 본 학생들은 학식 위생 점검이 이뤄지고는 있는지에 대해 의아함을 표했다.
▲ 학식에 벌레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게시글 (출처: 에브리타임)
▲ 학식의 영양 문제를 지적하는 게시글 (출처: 에브리타임)
이에 『한양』은 한양대학교 학식의 여러 문제에 대하여, 나아가 한양인의 식판에 음식 이 담기기까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1) 학식은 학생 식당의 줄임말이다. 본 기사에선 편의상 학내 학생 식당은 ‘학생 식당’으로, 학생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학식’으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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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한양인의 공간 학생식당 먼저 한양대학교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알아보자.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엔 학생복지 관 학생식당, 사랑방, 교직원식당, 신교직원식당, 신학생식당, 제1생활관식당, 제2생활 관식당, 행원파크 총 8곳이 명시되어 있다. 행원파크의 경우 한양대학교가 아닌 한양여 자대학교 관할이므로 논외로 한다. 제2생활관식당
제1생활관식당
행원파크
교직원식당
사랑방
학생복지관 학생식당
신교직원식당 신학생식당
▲ 한양대학교 학생식당 위치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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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학생 식당을 이용해보지 않은, 혹은 이용해보고 싶어하는 한양인을 위해 기본적 인 정보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의 위치·운영시간·가격대에 대한 정보는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해당 내용을 도표로 재구성한 것이다.
위치
학생복지관 학생 식당
사랑방
교직원식당
한양플라자 3층
학생회관 3층
생활과학관 7층
신교직원 제1생활관 제2생활관 신학생식당 식당 식당 식당 신소재공학관 신소재공학관 제1학생생활 7층 지하 1층 관 1층
제2생활관
7:30~9:00
7:30~9:00
평일 9:30~18:30 조식
평일 9:30~18:30 11:00~15:00 11:30~14:00 11:30~13:30 11:30~13:30 12:00~13:30 12:00~13:30 중식 운영 평일 시간 석식
16:30~19:00 17:00~18:30 17:00~18:30 17:00~18:30 17:30~19:00 17:30~19:00
주말 토요일 운영 11:30~13:30
가격
분식류 2000~2500 중식/석식 2000~3600
주말 운영 조식 시간 변경 8:00~9:00
토요일 토요일 11:30~13:30 11:30~13:30
3800~4500 원대
5000원대
5000원대
3600~3900 원대
▲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 운영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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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중식/ 석식 운영
한양대학교 복지회2)에 따르면 하루 약 900에서 1,000명 정도3)가 학생 식당을 이용 한다고 한다. 아마도 저렴한 가격과 가까운 위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하다. 학생 식 당엔 식단 제공 외에도 여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십시일밥’은 학생 자치로 시작한 봉 사 프로그램으로 현재 「한양사회봉사」 과목과 연계하여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또 한 사랑방의 ‘할랄푸드’4) 운영도 있다. 학교는 6년 전부터 이슬람교도인 학생들을 위해 할랄푸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종교와 별개로, 건강식을 선호하는 한국 학생들 도 먹기 시작해서 일일 50~60그릇이 판매되는 등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한양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져 전국 대학으로 확산된 사례이다. 이처 럼 학생 식당은 많은 한양인이 이용하는 공간이자 한양인에 의한, 한양인을 위한 갖가 지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이다.
▲ ‘십시일밥’ 홈페이지
2) 학내 편의점, 카페, 학생식당 등 점포 및 기업 입찰과 운영,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3) 캠퍼스 내 모든 학생식당을 포괄하며, 중식과 석식 이용 인원을 포함할 결과이다. 4) 할랄은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 품·의약품·화장품 등에 붙여지는 인증이다. [한경경제용어사전] 한양대학교 사랑방 할랄은 금요일 을 제외하고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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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식당이 궁금해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이 학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많은 학생이 이와 관련하 여 여러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특히 학식이 우리의 식판에 담기기까지 과연 어떤 과정 을 거쳐올지 궁금하다. 학생 식당의 관리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업체 선정, 식당 운영 등 학생 식당의 전반을 다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양』은 한양대학교 복지회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 선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한양대학교 복지회(이하 복지회): 우리 복지회에서 입찰하여 업체선정을 합니다. 업체 공 고를 학교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외부 업체가 신청을 하는데, 먼저 그 업체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학내 식당의 경우 운용 실정·운용 투자·시설 투자5) 80점에 입찰가 20점을 매겨 최고 점수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합니다. 우선협상 대상업체와 먼 저 협상을 한 후에 승인이 난다면 낙찰업체로 선정하게 됩니다. 대부분 우선협상 대상업 체가 낙찰업체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체공고
외부 업체 신청
평가
우선협상 대상 업체선정
낙찰업체선정
80점 (운용 실정·운용투자·시설투자)
+ 20점(입찰가)
『한양』: 현재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엔 어떤 업체가, 언제부터 계약되어 있나요? 복지회: 사랑방의 경우 ‘한화’에서 운영하다가 약 2년 전부터 식당 급식소 운영업체인 ‘정 오 아카데미’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소재공학관 학생 식당은 마찬가지로 ‘한화’에서 운
5) 업체에서 시설의 건축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체로 규격·구입처·수량·단가·금액이 평가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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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다가 4~5개월 전에 ‘웰스프레시’ 업체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양플라자 3층 학생 식당의 경우 학교 직영 식당입니다.
『한양』: 학생 식당의 고용과 가격책정은 어디서 담당하게 되나요? 복지회: 영양사와 식당 직원분들은 해당 업체에서 담당하여 고용합니다. 학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요. 가격 책정은 인건비 상승과 부가적인 비용을 따져서 책정하게 됩니다. 보 통 총학생회와 어느 정도 선에서 책정할 건지 협의하는데, 이번엔 총학생회가 없었기 때 문에 학생인권복지위원회와 협의하여 가격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양』: 학생 식당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관리 체계가 있나요? 복지회: 내부 관리는 영양사 책임하에 일일 점검과 주간 점검이 이뤄집니다. 외부에선 1년 에 3, 4번 정도 성동구청·식약청·서울시에서 위생점검이 이뤄집니다. 이 점검에서 문제 가 발생하게 되면 과태료가 떨어지게 되고 심하면 15일 정도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집니다. 또 식품 위생과 관련해선 방역 업체 세스코를 불러, 한 달에 한두 번씩 방역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양 플라자 3층 학생 식당의 경우 1층에 여러 먹거리가 자리 잡고 있고, 하수구로 연결이 되어 있다 보니 종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한양』: 현재 학생 식당의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계시나요? 복지회: 매년 모든 학생에게 메일을 보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몇백 명 정 도 답신이 오는데, 그 평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작년엔 학생인권복지위원회와 연결하여 모 니터링 활동6)을 진행했습니다. 학생인권복지위원회에서 자발적으로 모집한 활동이었고 복지회는 비용을 지원했었죠. 약 40~50명의 학생이 모집되어 2018년 10월부터 한 달간
6) 2018년 2학기 한양대학교 학생인권복지위원회에서 추진한 사업으로, 캠퍼스 내 학생식당의 개선을 목 표로 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학생식당을 방문하여 메뉴별, 식당별로 별점을 매기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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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학생인권복지위 원회와 다시 한번 협의해 볼 계획입니다.
복지회와 인터뷰를 통해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의 계약 과정과 고용, 관리 체계에 대 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학생 식당 업체는 운용 실정·운용 투자·시설 투자 등 일련 의 심사기준을 통해 입찰되며, 현재 한양대학교 학생 식당엔 각기 다른 업체가 계약되 어 있다고 한다. 학생 식당 관리의 경우 내부적으론 주간 점검·일일 점검, 전체적으론 정기적인 방역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설문조사·학식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학생 식 당에 대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양대학교 복지회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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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아가야 앞선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학생 식당은 구체적인 운영 체계가 존재하며, 위생 관리 또한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 식당의 위생 관리 문제가 꾸준히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은 왜일까. 『한양』은 현재 한양대학교 학식을 둘러싼 문제의 원인을 지적하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체계가 갖춰져 있음에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곧 기존 체계만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위생 관리 문제도 그러 하다. 학생 식당 관리는 내부의 주간·일일 점검과 학교의 정기적인 방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간 점검과 일일 점검의 기준은 식자재·안전·배식·식중독 등으로, 모두 식당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요소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학교 전체에 정기적 인 방역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학생 식당 방역 또한 개선방안이라 보 기 어렵다 다시말해 이는 식품을 다루는 곳이자 학생의 복지를 위한 공간으로써 당연한 조 치일 뿐, 문제 최소화와 개선을 위한 방안은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 해선 학교 차원의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물론 방역 횟수 확대 등 광범위한 조치 가 취해지면 더욱 좋겠지만 학생 식당 내부의 사소한 변화로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외부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샐러드바 용기를 열고 닫기가 가능한 용기로 변경하여 외부의 먼지와 벌레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나아가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한양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하다. 특히 학식 모니터링의 경우 복지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바 있고, 무엇보다 다양 한 학우들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총학생회 차원에서 추진할만한 가치 가 있다고 본다. 매년 시행하고 있는 학생 식당 관련 설문조사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 실상, 이 설문조사가 현재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인 셈인데 메일 로만 발송되기 때문에 많은 학우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앞서 몇백 명 정도의 답 신이 온다고 했는데, 한양대학교 학부생이 15,000명 남짓인 것을 고려해 본다면 충분한 표본이라 보기 어렵다. 설문조사를 문자 메시지로도 안내한다면 더욱 많은 학생의 참여 와 적극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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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학식이들에게 왕십리 대학가엔 종류별로, 가격별로 다양한 식당이 차고 넘친다. 학식에 몇천 원만 보태면 훨씬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교적 단조로운 메뉴와 평범한 맛을 지닌 학식은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위생과 관리 문 제가 겹치면서 자연스레 학식에 대한 한양인의 기대와 관심은 멀어져 가고 있다. 학식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학생 식당은 한양인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이는 학생들 간에 학식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학생들의 의견이 학생 식당 운 영에 탄력적으로 반영될 때 실현될 수 있다. 학생은 학식의 개선에 대하여 영양가 있는 논의와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교는 학생의 논의를 공식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경 로를 마련해야 한다. 불쾌함과 불만을 혼자 품고 있다면 개인의 감정에 불과하지만, 공 식적인 절차를 거쳐 논의한다면 그것은 공동의 문제가 된다. 결국 건강하고 질 좋은 학 식을 위해선 학교와 한양인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제 식(食)은 ‘먹는’ 범주를 넘어 ‘즐기는’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바쁜 삶 속에서, 먹 는 시간 동안은 함께 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기호에 맞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하 나의 취미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양인을 위해 존재하는 학식에서 우리는 우려와 불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마음껏 식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양』은 학식 을 믿고 먹을 수 있는 그 날까지 학교의 변화를 지켜보고자 한다. 한양대학교 학식이들 이 만족스럽고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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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2월 29일까지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함께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10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된 작품 당 오천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기고)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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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인문대 레넌 월 설치로 비롯된 학내 충돌 편집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레넌 월(Lennon wall)은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 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존 레넌은 정치 및 평화 운동으로도 유명했는데, 그가 1980년 괴한에 의해 피살되자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는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한 벽에 노래 가사와 그 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다 당시 체코에 집권하던 공산당 정부를 비판하는 문구 또한 적히게 되며 ‘레넌 월’ 은 저항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홍콩 시민들은 이 에 영감을 받아 간이 벽을 만들어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고 관련 시위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 시위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타국에서도 레넌 월을 부착해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출하는 장이 형성 되는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 지난 11월 13일, 우리 학교 인문과학관에도 레넌 월이 부착되어 한·중 학생 간 의 마찰을 빚었다. 해당 레넌 월을 부착한 사학과 김지문 학우를 만나 관련 이야기 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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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대에 부착된 레넌 월
『한양』: 인문대 '레넌 월' 사건을 계기로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반적인 사건의 경위와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월 13일 12시에 인문관에 '레넌 월' 을 부착했습니다. 원래 사회과학관이 유동인구 가 많아 제일 먼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시 비가 와 훼손의 우려가 있었고, 이미 붙어있는 대자보가 있기도 해서 교양수업이 많이 열리는 인문관에 부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후 3~4시 경부터 중국인 유학생 분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대치는 약 7시까지 진행되었습니 다. 욕설이나 폭력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몇 몇 커뮤니티에선 누군가가 저에게 동전을 투척했던 사건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중국 쪽 커뮤니티에 제 개인정보가 유포되어서 그런 듯 합니다. 심지어는 (중국분이 던지신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왕십리 거리를 지나가다가 동전을 맞기도 했네요. 다시 레넌 월 얘기로 돌아오자면, 레넌 월을 부착해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다 논술고사 직 전인 11월 21일에 철거했습니다. 관련 안내문도 붙여야하고, 고사장 안내도 해야 할 텐데 레넌 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방해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중국 학우들이 붙인 대 자보도 합의하에 그 날 철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문대 행정처와 중국인 유학생회의 대처가 성숙한 태도로 이루어졌습니다. 행정처 측은 양쪽의 의견을 잘 조율해 학교 행사 또한 차질없이 이루었고, 중국인 유학생회도 대자보 훼손 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등 사 태의 확장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봅니다. 학우들의 의논이 담긴 레넌 월은 한양대 박물 관 측에서 기증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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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이와 관련한 간담회를 준비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가 충돌이 길어져 간담회 자체가 좀 늦어진 부분이 있긴 합니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 타 대학의 경우 이미 진행된 곳도 있습니다. 약 2~300명이 참가했다고 하네요. 만약 간담회가 열리면 실제로 홍콩 유학 생들이 어떤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존중받길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될 듯합니다.
『한양』: 홍콩시위가 한국 대학생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대학생들이 국제적 영향력을 미친 하나의 사례입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 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사건에 있어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연대하는 모습이 그들이 가진 외교적, 문화적 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는 국가만 하는게 아 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홍콩 시위를 지지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진다 며 자중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정부는 이런 사건을 외교적 기회로서 쓸 수도 있습니 다. ‘국내에서 이러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과 친교를 유지할 의지가 있다’라 는 입장 표명을 할 여지가 생기는거죠.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면 외교적 카드 를 잃는 셈 입니다. 시위를 진행하면서 외신들도 굉장히 많이 왔어요. 한국은 예전부터 많 은 희생을 거쳐 민주화를 쟁취한 경험이 있습니다. 3·1 운동, 6월 항쟁 등의 사건은 동북
이에 『한양』 은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 민주주의가 형성되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가인 만큼 주목을 하는거죠.
소속 단과대여도 출입이 제한될 수 있나요? 단과대 출입 권한이 자동으로 다만, 그 출입문 ->우리학교의 거짓. 해당경우 특히 다른학생에게는 학교에 비해 참가가 활발했던 편 부여된다. 입니다. 저와 안면이 없었던 이 원초적으로 출입에 제한된 경우나 카드 단말기의 문제일 수 있다.
분들께서도 정책대에 레넌 월을 부착하시기도 했고요. 이러한 사례가 쌓여갈수록 우리학 교를 더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중국을 혐오해서 그런 행동이 아니라, 홍콩 자치와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상 황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 홍콩 지방선거를 통해 보여준 민심 을 보고 중국도 자성한다면 홍콩 자치정부의 시민들과 중국 정부간의 관계도 진전될 것이 라 봅니다. 홍콩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충돌이 멈추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 니다.
『한양』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한양대학생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문 앞, 갈색 봉 투에 여러분의 궁금증을 넣어주세요. 또한 한양교지 페이스북으로도 제보하실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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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9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10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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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혜선 lcu2400@naver.com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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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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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편집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교통비 인상
인스타 공구
성인용품
퍼스널 모빌리티
통일
교육 불평등
Part
2
사회
# 교통비 인상
당신의 버스, 안녕하십니까?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매년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쏟아 붓는 버스 준공영제가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 체계로 인해 버스회사 사주일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 송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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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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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태산, 200원 올해 9월 경기버스는 인건비 충당을 위해 버스를 탈 때 내는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50원으로 ‘2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계속 민영제로 간다면 결국은 대규모 감차 운행과 배차 축소로 경기도민의 교통 불편이 극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불가피하게 버스요금을 인상하게 된 데 대 해 도민들께 죄송하다.”1)라고 말하며 버스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몇몇 경기도민은 경기버스의 기본요금 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청와대 국 민청원에는 경기버스 요금 인상의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9,602명의 경기도민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요금인상에 동의하지 못하 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본 경기버스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16 년 1월~2018년 2월까지 경기도의 시내·광역버스의 운행을 살펴보면,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이른바 ‘무정차 통과’에 대한 민원이 총 4만407건 들어왔다. 이 외에도 버스 기사 불친절(1만654건), 난폭 운전(6723건)으로 경기버스 민원은 다른 지 역의 버스 민원보다 훨씬 많았다.2) 이 상황에서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을 올려 버스 서비 스를 개선한다고 하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1) 『업다운 뉴스』, 2019, 「경기도, 시내버스 200원·직행버스 400원 인상…당정 합의, 광역버스 준공영제」 2) 『조선일보』, 2019, 「"경기도 노선버스, 정류장 안서고 통과" 2년여간 민원 4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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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경기버스 기본요금 인상과 관련된 청원
그렇다면 경기버스는 도민들의 반대에도 왜 기본요금을 인상하려 한 걸까. 과연 경기 버스는 도민들의 반대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한양대학교는 서울에 있지만 경기도에서 통학하는 학생에게 경기버스의 기본요금 인상은 크게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기본요 금 인상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버스요금 인상은 이제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 라서 『한양』에서는 경기버스의 기본요금 인상의 원인을 짚어보고, 기본요금 인상의 과 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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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요금은 왜 인상되었는가 경기버스는 기본요금 인상과 동시에 조조요금제와 소아 요금면제라는 버스 서비스 를 확대했다. 이러한 버스 서비스는 기본요금 인상에 대한 경기도민의 반대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버스 서비스의 자세한 도입내용은 ‘시내버스 요금조정 안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내버스 요금조정 안내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이 2019년 9월 28일(토) 첫차부터 다음과 같이 조정됩니다.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도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변경 전
구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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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기 환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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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1,300
1,450
1,500
◆ 금번 달라지는 시내버스 요금제도
청소년
870
900
1,010
1,100
- 조조요금제 확대
어린이
630
700
730
800
반
2,050
2,100
2,450
2,500
청소년
1,520
1,600
1,820
1,900
어린이
1,370
1,400
1,640
1,700
일 좌석형 버 스
카드
(단위: 원)
비고
반
일 일반형 버 스
변경 후
첫차~6:30 승차, 카드사용시 일반형 200원, 좌석형 400원 직행좌석형 400원, 순환형 450원 할인
- 소아 요금면제 확대 보호자 동반 만 6세 미만 소아 3인까지 좌석이용 무료
반
2,400
2,500
2,800
2,900
청소년
1,680
1,800
1,960
2,000
- 일반: 만19세이상 - 청소년: 만13세~만18세
어린이
1,680
1,700
1,960
2,000
- 어린이: 만6세~만12세
일
반
2,600
2,700
3,050
3,100
청소년
1,820
1,900
2,140
2,200
어린이
1,820
1,900
2,140
2,200
일
청소년용 카드 이용시 카드요금 적용 어린이용 카드 이용시 카드요금 적용
- 소아: 만6세 미만 ▣ 애국지사, 국가유공자(1~7급): 일반형 버스 무료
2019. 9. 28.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 시내버스 요금조정 안내 (출처: 경기도청)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까? 시내버스 요금조정 안내를 보 면 첫차부터 6:30분 승차 고객, 그 중에서도 카드사용자 한해서만 조조할인이 적용된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할인 가격은 기본요금이 인상되기 전 요금과 같다. 정확 히는 기존에 내던 요금을 ‘그대로’ 내라는 셈이다. 과연 이렇게 진행되는 할인이 진정 으로 할인혜택을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기버스 대부분의 첫차는 5시 30분이며, 6 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만 조조요금제가 적용된다.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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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는 조조요금제의 시간대 확대는 필수적이다. 또한 모든 지역에 조조할인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일부 버스의 경우 첫차가 7시인데, 첫차를 타더 라도 이미 조조할인 시간인 6시 30분이 지나 할인혜택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소아의 요 금면제 확대 역시 이전에는 ‘보호자 동반 만 5세 이하 소아는 3인까지 무료승차’란 혜택 이 존재했으며, 이번 조정안으로 만 5세 이하 소아가 ‘만 6세 이하 소아’로 해당 나이가 상승했다. 소아에게 1살 더 관대해진 경기버스지만 혜택과 서비스는 기본요금 인상액에 비해 미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런 미비한 서비스에 반해 경기버스 기본요금은 인상되었다. 그렇다면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을 올리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요금 결정과 관련하여 자세한 이야기 를 들어보고자 경기도청 버스정책과 정진혁 주무관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 경기버스 기본요금 인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정진혁 주무관(이하 정진혁): 과거 노선 버스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3)으로 인정되어 무제 한 근로가 허용되었지만 2018년 7월부터 노선 버스업이 특례에서 제외되어서 근로시간(68 시간) 제한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근로시간 제한이 금년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업 체를 대상으로 다시 52시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운수종사자의 충원이 필 요했고, 이에 따른 인건비 충당을 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습니다. 또한 재원 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 버스운행후이 감축되어 일부 노선이 폐지되거나 운행횟수가 줄 어들게 됩니다. 그러한 불편이 고스란히 도민의 피해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고 승객의 안 전과 버스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하여 요금인상을 시행한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서울시·인천시는 이미 준공영제4)를 도입하면서 52시간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인상요인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3) 사업자가 노동자와 합의만 하면 근로 기존법의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초과근무가 가능한 업종을 의미한다. 4) 버스 운영비용이 버스회사에서 전부 부담하지 않고, 국가 세금으로 운영비용이 일부 충당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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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내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 을 단축하게 되면 인력충원에 따른 비용을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므로 요금 인상 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양』: 기본요금은 버스회사 간의 협의로 결정되는 것인가요? 일반형 버스 기본요금 을 200원 인상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정진혁: 경기도는 요금인상을 결정하기 전, 요금조정 검증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했습니 다. 이 연구 용역을 통해 기존 수준의 버스노선과 노선별 운행횟수 등을 유지하면서 주 52 시간 근로제를 준수할 방안, 즉 충원하여야 할 운수종사자 수와 그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 규모를 산출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공청회·버스정책위원회·도의회 의견청 취·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요금인상(안)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한양』: 기본요금 상승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진혁: 주민공청회나 문의전화 등을 통해 접하는 도민들의 반응은 서민들의 생활비 규모 에 큰 영향이 있는 만큼 인상 폭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요금인상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계십니다.
정진혁 주무관은 내년 하반기부터 만13세~만23세까지 청소년들에게 연간 청소년 교 통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경기도청은 경기버스 개 선과 추가되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버스의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 았다. 그 과정에서 인건비 충당과 버스 기사의 처우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하였고, 그렇 게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이 인상되었다. 그중에서도 정진혁 주무관은 기본요금 인상의 원인으로 민영제 운영방식을 꼽았다. 그렇다면 준공영제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민영제 운영의 해결방안으로 대두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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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선택은 준공영제 ‘버스 준공영제’란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유지한 채 노선 입찰제, 수입금 공동관리제 및 재정 지원 등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를 말 한다. 민영으로 운영하던 경기버스는 2018년부터 준공영제를 서서히 도입하기 시작했 다. 현재 경기도에서의 일부 광역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는 서울의 준공영제를 따온 수입금 공동관리 형태(이하 수공방식)를 띠고 있으며, 경기도에 맞는 준공영제를 시행 하기 위해 노선입찰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버스운영체계는 다음 표와 같다.
운영체계 순수민영 민영제 재정지원형
개
념
민간 사업자가 노선을 계획·운영하는 방식 민간운영 기반에 공공에서 적자노선에 부분적으로 보조금 지급하는 방식
노선 및 운영권을 공공에서 소유하고, 입찰을 노선 입찰제 통해 일정 기간 운영권을 민간에 위임하여 운영하 는 방식 준공영제 (공영+민영)
수입금 공동관리
대표 시행사례 ‘90년대 우리나라 경기도
런던(영국) 외 유럽 등
공공이 수입금을 관리하고, 운송실적 및 원가 정산 서울, 인천, 부산 대구, 해 적자노선에 원가만큼 배분하는 운영 방식 대전, 광주, 제주
공공이 조합, 법인, 민간사업자에게 특정 노선에 위탁관리형 대해 차량구입, 손실보상 등 재정지원과 함께 위탁 운영하는 방식(공영버스 운영)
경기도 (용인 등 16개 시군)
▲ 버스운영체계 비교 (출처: 경기도청)
우선 서울과 경기 일부 버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공방식은 각 사업자의 운송 수입금 인 운송수입·이자수입·광고수입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버스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입금을 운송 사업자의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과 정에서 버스회사는 흑자나 적자가 나는데 그중 적자가 난 회사만 국가가 손해를 메워준 다. 이와 달리 경기도에서 새로 제시되고 있는 노선 입찰제 준공영제란 버스 노선을 공 공에서 소유하고, 공정한 경쟁 입찰을 통해 버스회사에 일정 기간 동안 노선 운영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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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공방식과 달리 노선 운영권을 계약을 통해 부여하기 때 문에 노선 운영권이 한정적으로 적용되며, 버스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버스 업체의 자발적인 경영 효율화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경기버스가 준공영제를 실시하게 된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버스서비스와 큰 연관 성이 있다. 기존 경기버스는 민간사업자가 관리하였기에 운송수익금을 사업주가 독점 하는 형태였다. 큰 이익을 쫓는 사업주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버스 기사는 적게 고 용했고, 배차시간의 간격은 촘촘했다. 때문에 버스 기사는 본인의 쉬는 시간을 가지려 고 과속할 수밖에 없었다. 배차시간은 정속으로 운전할 때보다 촉박하게 짜여있어 사실 상 정속 운전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경기버스는 격일제로 운영되었고 그보다 심한 복격 일제·복복격일제5)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경기버스 운전자들의 졸음운전 등 안전사고의 문제가 다분히 발생했고, 여기에 심각성을 인식한 경기도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공영제를 제한적으로 실시한 것이다.6) 그렇다면 노선 입찰제는 언제 시행되며,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노선 입찰제 진 행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청 준공영제개선팀의 박재완 주무관과 인 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노선 입찰제 진행 상황과 버스 운행 시기는 언제인가요? 박재완 주무관(이하 박재완): ‘노선 입찰제 기반의 경기도형 준공영제’ 도입을 위하여 올해 6월까지 7개월 간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시행방안을 마련하였고, 제도의 시행착오 최 소화를 위해 시범사업 대상노선 16개 노선7)을 확정하였습니다. 또한 제도 시행의 근거 마 련을 위하여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해당 시·군의 경기도시공사와 3자 협약을 체결하여
5) 복격일제란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근무 형태를 복복격일제란 사흘을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 형태 를 의미한다. 6) 『한겨레』, 2019, 「경기도 10월부터 전국 첫 ‘노선입찰제’ 시행」 7) 16개 노선은 반납 및 폐선 4개, 소외지역 3개, 2기 신도시 3개, 중소형 택지개발지구 6개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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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준공영제 추진을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향후 선정된 시범사업 노선 은 입찰공고와 사업자 선정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노선 운행이 가 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양』: 기존의 서울버스에서 시행된 준공영제인 수공방식과 무엇이 다른가요? 박재완: 노선 입찰제는 서울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공방식 준공영제와 비교해보자면 공공 에서 노선권을 확보하여 보다 주체적인 행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또한 수공방식은 노선의 민간 소유로 감차 등 노선 조정이 어렵지만, 노선 입찰제는 이용 수요에 따른 탄력적 노선 조정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운송원가를 관할관청과 버스 업계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수공방식과 달리, 노선 입찰제는 공공이 정한 운송원가 내 에서 가격경쟁으로 운송원가가 결정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공방식은 운송사업자가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퇴출이 불가능하나, 노선 입찰제는 운송실적 평가 등 을 통해 부적격 업체의 퇴출이 가능하여 더욱 좋은 서비스를 버스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양』: 노선 입찰제에 따른 기대효과는 무엇인가요? 박재완: 경기도형 준공영제는 버스 노선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로 이용수요에 탄력적 대응 이 가능하고, 대중교통 소외지역까지 도민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버스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효율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서비스평가를 통한 면허 기간 갱신과 성과이윤 지급으로 운송업체의 자발적 서비스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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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노선 입찰제가 효과가 있다면 이를 경기버스 전체로 확대할 계획인가요? 박재완: 경기도는 광역버스(직행좌석형)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노선을 중 심으로 노선 입찰제를 매년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경기도의 시내버스 업무는 시·군 위임이기 때문에 광역 기능을 담당하는 성격의 버스는 도에서 시·군만 운영되는 일반 노 선은 시·군이 관리합니다. 그리고 도가 재정적·행정적 지원하는 방향으로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선 입찰제 확대를 위해 경기도에서는 경기교통공사를 통한 장기적 인 차고지, 충전시설 등 기반시설 확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습니다. 현재는 초기 신도 시 지역이나 대중교통 소외지역, 버스회사가 반납을 희망하는 광역버스 노선을 우선으로 운영하고 있지요.
박재완 주무관은 수공방식과 노선 입찰제를 모두 실시해보고, 둘 중 경기도에 더 적 합한 준공영제만을 시행하여 경기도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시 도된 적 없는 노선 입찰제는 넘어가더라도 서울의 수공방식 준공영제는 잘 운영되고 있 을까. 사실 서울버스도 재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골치 아프다. 버스회사의 사주가 국가에서 지급하는 배당금을 사적으로 챙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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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버스, 수공방식 준공영제 손본다 준공영제 방식 자체가 버스회사가 껴안을 손해를 국가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많은 세금 이 지출된다. 2004년 이후 13년간 버스업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한 도시에 투입한 국민 세금이 총 5조7806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도 도 입이 가장 오래됐고 65개 업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의 경우 가장 많은 2조8359 억 원의 지원금이 버스업체들에 지급됐다. 이 중 한 회사는 지난해 229억 원의 비용을 들 여 버스를 운행했는데 버스요금 등으로 거둬들인 이익이 208억 원에 그쳐, 21억 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서울시가 메꿔주어 적자 폭이 1천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8) 여기서 문제는 이 회사 사주가 배당금으로 5억 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버스 회사에 투입된 한해 서울시 예산이 한 회사당 평균 42억 원씩 지원됐지만 엉뚱한 곳으로 세금 이 새나갔다. 송언석 국회의원은 “매년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쏟아 붓는 버스 준공영제 가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 체계로 인해 버스회사 사주일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 락하고 있습니다.”라며 버스회사의 비리를 비판했다. 즉, 서울시의 수공방식 준공영제 는 임원 인건비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과 무관한 데 쓰일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 다. 실제로 사회공공연구원이 펴낸 ‘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와 공공성 방향’을 보면 44 곳 버스업체에서 정비직 인건비를 덜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44억1000만 원을 챙긴 사 실이 드러났다. 이런 수공방식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표준원가 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표준원가제란 버스운영으로 인해 필수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이 중 80%를 차지하는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에 대해 표준원가를 정해서 그만큼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동 안 버스회사의 지출만큼 서울시가 실비정산 방식으로 지급해왔다면 앞으로는 부족한 부 분에 대해서는 버스회사가 경영 경쟁력을 높여서 자체 충당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가 이익을 도모하고 비리를 저지른 버스회사를 경계할 수 있으며, 버스회사를 자급자족하 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비리·사고 발생 한 업체를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역시 도입할 예정이다. 8) 『중앙일보』, 2019, 「[기획] 버스 준공영제는 세금 먹는 하마? 6개 대도시 버스적자에 13년간 5조7806억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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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가 나아갈 길 결국 경기버스가 도민들의 불만을 샀던 원인은 버스회사를 사기업이 운영하면서 이 윤을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경기버스를 무리하게 운영했기 때문이었다. 경기버스를 효 율적이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버스운영을 장려해 야 한다. 그렇기에 경기도는 오랜 기간 공들여 준공영제 도입을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 서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을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던 것 이다. 런던이나 프랑스 등 대도시 지역을 살펴보더라도 이미 우리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산하의 공공기관을 설립하여 버스를 종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즉, 준공영제는 버스이용자를 위해서도 버스 기사를 위해서도 도입되어야 할 행정정책 인 것이다. 하지만 준공영제 시행과 관련해 모든 버스회사에서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경 기도나 서울 등에서 실시하는 준공영제는 결국 버스운영에서 버스회사의 권한이 줄어드 는 제도이며, 자신들의 권위를 위협하는 듯 보이는 준공영제를 버스회사에서 두 팔 벌 려 환영할 리 없다. 특히 경기버스는 얼마 전까지 버스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됐기에 일부 버스회사에서 준공영제를 반대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버스회사의 반응이 경기 도 준공영제 시행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준공영제를 관리할 수 있 도록 감독자 권한이 확보되어야 하며, 감사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눈여겨볼 또 다른 문제점은 경기버스 모두가 준공영제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다. 현재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버스 중 ‘일부’의 광역버스는 경기도 내 대도 시인 용인시·광주시·남양주시9) 등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은 경기도 지역 전체가 올랐다. 즉, 자신이 현재 누리지도 못하는 경기버스의 제도 도입 때 문에 200원을 더 내고서 버스를 이용하는 경기도민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도청이 준공영제를 더 확대할 의중을 보이지만, 이를 위해선 현재 시행되는 준공영제의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준공영제는 만약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내더라 9) 용인시는 약 105만, 광주시는 약 145만, 남양주시는 약 70만의 인구규모를 가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 에서 진행되는 준공영제는 인구가 많은 지역을 위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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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지사가 바뀐다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제도다. 오히려 준공영제를 확실히 정립한 후에 경기버스의 기본요금을 올렸어야 순서가 맞는 행동이었다. 때문에 경기도민은 준공 영제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기본요금 인상에는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버 스회사의 강경한 태도, 도민들의 냉담한 반응 그리고 경기도청의 미흡한 행정처리로 인 해 준공영제가 도입되어야 하더라도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안에 충남·충북·세종·경남 등 시내버스 요 금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경기버스 요금인상의 여파가 더욱 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의 적정요금을 도출하여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요금으 로 인상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요금인상이 확대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교통운영 과 변화에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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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SNS를 통한 쇼핑이 증가함에 따라 그에 대한 피해도 늘고 있는 것 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인스타그램 쇼핑관련 피해는 총 144건으로 피해금액은 약 2700만원에 달한다. - 한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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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 공구
가벼운 무게감, 인스타gram 마켓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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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공구1)와 마켓의 현주소 “믿고 사는 00 마켓” “초특가 할인 단독 공구 진행 중”, 최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을 들어가면 이런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 공구와 마 켓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조사에 응한 3456명 중 51.6%가 SNS를 통한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고 그중 인스 타그램은 39.5%를 차지했다. 이러한 마켓이나 공구진행은 소위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흔히 인스타 내 인플루언서는 팔로워가 많은 사람을 일컫는 다. 판매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특정 제조업체와 협업해 기존 제품이나 직접 제작한 제품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한다. 인플루언서가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 고 주문을 받으면 제조업체가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을 하는 방식이다. 운동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업체와 협업해 마사지 크림, 닭가슴살 등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팔고, 육 아와 관련해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홍삼, 유산균 등을 판다. 판 매자가 특정 업체를 거치지 않고 도매시장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골라서 판 매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 공구와 마켓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임블리 사태’가 있 었다. SNS 상에서 임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임 씨는 6년 전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며 ‘스타일 좋은 언니’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인스타 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SNS 팔로워를 80만 명까지 늘렸다. 그 덕에 인스타 공 구와 마켓 등을 진행해왔고 쇼핑몰로까지 입지를 확장해 연 매출 1700억 원 대의 성공 한 사업가가 되었다. 하지만 임블리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하나둘씩 하자가 발견되기 시 작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임 씨의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호박즙에서 곰팡이 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식품 문제는 민감하게 다뤄지기에 더욱 논란의 반열에 오 르게 되었고 이에 대한 미흡한 대응과 임 씨의 악플 고소 예고는 논란을 키웠다. 이로써 임블리 사태는 인스타 공구와 마켓이 지닌 부작용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1) 공동구매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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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를 하는 주요 연령대가 20대임을 고려했을 때, 한양대학교 학 우들도 언제든지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소비에 있어서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도 혹은 피 해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양』에서는 인스타 공구와 마켓이 활발히 진행되는 이유 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보고, 인스타 공구와 마켓의 부작용과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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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이란 사진과 동영상을 매개로 일상과 관심 주제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스타를 통한 공구와 마켓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비즈니스 플랫폼2)으 로서의 기능 역시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플랫폼들 중에서도 유독 인스타그램 이 소셜커머스3)로서의 입지가 강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상호 유대감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비교하여 보자. 페이스북이 인스타 그램보다 상업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한 원인으로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페이 스북의 유저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이탈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인스 타그램으로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이탈하면서 결국 소통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목적도 바래지고 유저간의 상호 유대감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페이스북은 개인 대 개인의 소통으로 시작했으나 이후에는 페이지와 그룹을 기반으로 한 정보 공유의 성격 이 강해졌다. 반면, 인스타는 단순광고나 정보성 콘텐츠 대신 받아보고 싶은 일상과 관 심 주제를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해나갔다. 즉, 인스타 공구나 마켓은 공유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유저 간 유대감과 친근함을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써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 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광고나 홍보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광고보다 친근하고 마음이 열린다. 또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유저 간의 상호 유대감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우리 끼리만 아는 잇템4)을 소개하고 소비하기에 적합했다. 둘째로 인스타는 해시태그를 통한 차별화된 소통에 성공했다. 유저들은 인스타그램 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때 특정 단어나 문구 앞에 해시(#)를 붙인다. 처음에는 관 련 정보를 묶는 정도의 기능이었지만 지금은 검색에서 게시물을 노출하기 위한 용도로 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는 비슷한 게시물을 모아서 한 번에 보여주는 역할을 하며, 특히 인플루언서들이 패션 관련 항목이나 잇템들을 태깅하면서 2)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기에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참여할 수 있 도록 하는 사업형태를 말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3)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와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여 상업활동(commerce)을 한다는 의미. 4) 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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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잠재 고객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해 시태그를 통해서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 문이다. 페이스북이 해시태그 기능을 먼저 도입하기는 했지만, 해당 기능을 확장하고 발전시킨 것은 인스타그램이다. 2018년에는 쇼핑 태그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아웃링크5) 를 통해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즉각적으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점은 인스타그램에서의 쇼핑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인앱 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차별 화된 특징으로 소셜커머스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스타 공구나 마켓을 통한 판매가 기존의 쇼핑몰, 즉 이전까지 이루어졌던 전자상거래와는 어떠한 차이점을 지닐까? 핵심은 인스타그램 내 패션, 뷰티 카테고리 관련 판매자들의 패러다임이 ‘무엇을 파느냐’에서 ‘누가 파느냐’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팔로워를 지니며 인플루언서로서 인정받았고, 이는 그들이 팔로워들에 게 1차 검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선택지가 무수 히 많은 전자상거래와 달리, 이미 소통을 통해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이 가져오는 제품은 희소하고 특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든다. 또한, 기존 전자상거래는 제품의 자세한 정보를 얻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기존에는 상품의 정보가 텍스트나 사진 위주였지만, 인스타 공구나 마켓은 영상·음성 등이 추가되면서 상호 소통을 바탕으로 상품의 문의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즉시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직접 눈으로 보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제품의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5)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정보를 클릭하면 해당 정보를 제공한 본래 사이트로 이동해 검색 결과를 보여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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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로서의 인스타그램에 판매자와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구와 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각각에게 판매와 소비에 있어 이 점을 가져다준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다. 과 거 제조업은 제조시설과 판매유통망, 마케팅 능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 의 기업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독특한 아이디어나 기획력만 있으면 자신만의 제 품과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1인 메이커’ 시대가 됐다. 제조는 제품 생산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OEM6)이나 제품 개발과 생산을 같이 해주는 ODM7) 업체에 맡기고 판매와 홍보 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은 영향력이 큰 인플루 언서일수록 더 쉽게 이루어진다. 또한 판매자 입장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켓이나 공 구는 기존에 비해 투자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10 만 명 이상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한 번 공구에 나서면 5~8000만 원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8) 이 매출액 중 절반이 인플루언서 몫이다. 물론 매출액만 가져가는 게 아니다. 인스타그램 2~3회, 유튜브 1회를 올려주는 조건으로 받는 수익이 약 3000 만 원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중소 업체에게 꽤 부담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홈쇼핑이나 헬스앤 뷰티스토어 등과 비교해보면 금세 인플루언서 공구가 제조업체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큰 경쟁력은 매출이다. 홈쇼핑도 방송 한번 나가는데 3~5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무명 중소기업 제품이 단번에 5000만 원 이상 팔리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매출 효과가 확실한 인플루언서 공구 쪽에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명제품이지만 효과가 좋다는 사용후기가 나오고, 지인에게 추천하고, 이것이 재구매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6)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자기상표가 아니라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명으로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무역 용어사전) 7)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설계·개발 능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유통망을 확보한 판매업체에 상품이나 재화를 공급하는 생산 방 식. (지식경제용어사전) 8) 통계 출처 (이뉴스투데이 “중소업체, 공구에 목매는 현실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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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뿐만 아니라 판매자 입장에서 팔로워·댓글 등으로 수요 예측이 쉬워서 재고를 쌓아 둘 필요가 없다. 초창기에는 인스타그램을 단순 히 또 하나의 ‘쇼룸9)’으로서만 활용 되었지만, 갈수록 콘텐츠는 효과적 인 판매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 해 갔다. 특히 화장이나 패션 분야 에서는 소비재의 외형과 기능보다 내 몸과 만났을 때의 ‘사용감’이 중 요하다. 기존에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판매자의 관점에서 기술된 스펙과 정 보나 판매자와의 Q&A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여 기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화장품 제형의 발림성, 매트함이나 윤광 표현, 옷의 실제 착 용감, 움직임에 따른 옷의 핏 변화 등 섬세한 부분들을 알려준다.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마르거나 어두운 피부톤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며 나름의 팁을 던져주기도 한다. 또 한 인플루언서들은 기존 쇼핑몰 고객센터에서 느꼈던 딱딱한 형식과 거리감을 없앴다. 댓글 한 줄과 DM 하나로 공개적·비공개적 소통이 모두 가능하며 마켓 특성상 고객 응 대의 주체 또한 ‘판매자 본인’인 경우가 많았기에, 단순히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을 넘 어 제품 구매 단계까지 고객이 경험하는 친근함과 신뢰도는 더 견고해졌다. 마지막으로 인스타 공구나 마켓은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회원가입 등 번거로운 절차를 요구하지 않 아 쇼핑에 서툰 초보 구매자들도 쉽게 선호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 리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9) 각종 제품을 전시 공개하는 장소의 뜻, 인테리어 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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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공구와 마켓의 이면 그렇다면 인스타그램 공구나 마켓에는 장점만 존재할까? 그렇지는 않다.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 현재 어떠한 부작용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사례1 인스타 공구, 실제로 저렴한가?
실제로 공구를 진행하려고 했던 한 유튜버에 따르면 공구 업체들은 상품 가격을 시 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한다. 공구 업체에 따르면 이는 인스타 인플 루언서들이 판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잘 찾아보면 시중에서 공구 업 체와 같은 재질의 상품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들은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별다른 검색을 하지 않고 인스타 공 구나 마켓을 통해 비싼 값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출처 (유튜브 “제가 알고있는 충격적인 ‛인스타그램 공동구매의 실체’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위 유튜버의 사례는, 인스타그램 공구의 적나라한 실체를 잘 보여준다. 실제 인플루 언서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정상가보다 훨씬 저렴하고 앞으로 더이상 없을 “단 독 공구 진행” 혹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품 구성”의 기회라고 광고하면서 소 비자로 하여금 구입을 적극 유도한다. 하지만,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공구하는 물품과 같은 품질이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인 다른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인스타그램 을 통한 공동구매는 올바른 판매 과정이라기보다 업체와 인플루언서의 합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상품을 가지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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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사라진 소비자의 권리 : 반품·환불 거부
“한국소비자원이 이같은 6개 플랫폼의 SNS 마켓 400여 군데를 조사해보니, 계약 철회, 즉 환불 관련 전자상거래법을 지키는 곳은 단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 다. 나머지 SNS 마켓들은 ‘주문제작’과 ‘공동구매’ 등을 이유로 “환불을 해줄 수 없 다”고 둘러댔습니다. 아예 환불을 거부하거나 환불 가능한 기간을 줄이는 SNS 마 켓도 있었습니다.”
[최재희 /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 : 청약 철회를 불인정하거나 법정청약 처리 기간인 7일을 1~3일로 축소하는 등 소비자의 환불 신청과 관련된 정당한 청약철회 행동에 방해하는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네이버 뉴스,“411곳 중 1곳만 환불 ‘SNS 마켓’소비자 피해 급증”)
여전히 인스타 마켓이나 공구 진행의 환불 관련 공지사항에는 “제품의 불량으로 교환 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24시간 안에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SNS 마켓 특성상 반품, 환 불이 불가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구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소비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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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법) Ⅱ. 청약철회에 관한 특칙 1. 청약철회의 기간 청약철회의 기간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특칙이 적용된다. 1)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다음의 기간(거래 당사자가 다음의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전상 17조 1항). ①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교부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교부받은 때보 다 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②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 통신판매업자의 주소 등이 적 혀 있지 아니한 서면을 교부받은 경우 또는 통신 판매업자의 주소 변경 등의 사 유로 ①의 기간에 청약철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7일. ③ 청약철회에 대한 방해 행위(전상 21조 1항 1호 또는 2호)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방 해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7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자신이 체결한 전자상거래 계약에 대해 청약철회 및 계약해제의 기간(통상 7일 이내)내에는 청약철회 등을 자유롭 게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만약 반품금지 등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미리 알 렸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도 가능하고 7일 안에 만 환불을 요청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마켓이 설령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 판매업자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품 거래에서 이러한 청약 철회 규정 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인스타 공구나 마켓에서 환불이나 반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엄연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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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3 사업자등록 회피를 통한 탈세, 카드 결제 거부
“SNS 쇼핑몰 '00마켓' 20조원 규모…사업자 등록도 안 돼 있어” A와 B씨도 '00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피해를 봤다. 문제는 개인 간 거래로 운영 되는 세포마켓이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SNS에서 물건을 판매 하더라도 사업자 등록을 필수로 해야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판매자는 드물다. 통신판매업자 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주로 현금으로 거래를 해 세 금도 내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 구제절차에서 자유롭 다. 법인과 소비자 간 정식 판매-구매가 아닌 개인 간 거래 성격이라서다. 출처 (한국경제, “SNS쇼핑몰 '00마켓' 20조 원 규모… 사업자등록도 안 돼있어”)
인스타 마켓은 인터넷을 활용한 일종의 통신 판매업이다. 부가가치세법 제 8조에 따 르면 통신판매업자는 물건을 판매하기 전에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초창기 때에는 통신판매업 신고는 물론 사업자등록조차 하지 않는 마켓들이 많았 다. 판매 소득을 숨기고 탈세를 하기 위함이었다.10) 이러한 이유로 인스타를 통한 공구
10) 출처 한국소비자원-일부 SNS 마켓은 신용카드 등을 거절하고 아예 현금만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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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켓은 정확한 매출을 추정하기조차 어려웠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업자는 매출세액 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지불한다. 부가가치세법은 연 매출 4800만 원 미만의 사업자에 대해서는 업종별 부과가치율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0.5~3%의 세율을 부담하게 하는 데, 이를 ‘간이과세자 ’라고 한다. 일부 마켓 운영자들은 부가가치세를 덜 내기 위해 연 매출이 4800만 원을 훨씬 넘어도 간이과세자로 신고한다. 이는 엄연한 탈세 행위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을 알려면 비밀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달라고 하는 이유는 바 로 연 매출이 4800만 원이 넘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가격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하면 매출액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스타 마켓에서 탈세를 목적으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 현금 결제 시 할인을 해준다며 소비자에게 현금 결제를 유 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종종 현금 결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카드 결제 수수료를 소 비자에게 부담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11) 제19조와 70조에 따르면 이 또한 엄연히 불법 행위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70조 1.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행위 2. 신용카드 거래를 한다는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3. 카드 결제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하는 행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11) 여신전문금융업이란 대출, 할부,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 다. (출처 금융감독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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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4 떨어진 상품의 품질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옷을 샀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5만 여명의 구독자 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B씨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상품을 구매했다 낭패를 본 것이다. B씨는 해외에서 공수해온 원피스라며 수량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 달라는 설명을 덧 붙였다. 그러나 막상 원피스를 받아보니 사진과 너무 달랐고, 미세한 오염까지 있었 다. A씨는 당일 판매자에게 환불 의사를 밝혔으나 대답은 수입 제품은 교환,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씨는 평소 믿고 보던 인플루언서의 상품을 주문한 거라 배 신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환불불가·연락두절”…SNS 마켓의 배신”)
인스타그램 마켓이나 공구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 품들이 마치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 가격인 듯 그럴듯한 과장 광고를 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가 실제로 상품을 입어보고 먹어보고 발라보는 행위를 했고 효과가 좋았다는 사례를 자세하게 열거하면서 그럴듯한 허위 혹은 과장 광고를 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인스타 마켓이나 공구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고 인스타그램 속의 영상과 는 품질이 확연히 다른 상품들을 받아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 또한 소비자를 기 만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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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결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나 많은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스타 마켓 이나 공구의 부작용들을 규제할 만한 분명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할까? 인스타그램은 SNS 특성상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결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가입자의 전자 적 통신 기능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따라서 계정 주인이 자신의 게시물이나 팔로워를 활용하여 판매에 나서는 것을 제재하기 모호하다는 부분이 있다. 섣부른 규제 는 자칫 이커머스12)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기관에서 전담팀을 꾸려 소비자에게 폐를 끼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직접 단속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1인 마켓의 거래가 신용카드가 아닌 계좌 이체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인스타그램 공구나 마켓의 존재와 규모를 정 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소비자피해 역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 터넷에 흘러다니는 피해 사례들을 언뜻 보기만 해도 실제 접수되지 않은 피해 사례 는 단순 구제 신청의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인스타 공 구나 마켓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 받기 위해 필요한 중요 한 정보 중 하나인 연락처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메신저나 비밀 댓글을 통해 거래하며 피해 접수에 필요한 정보들을 숨겨 놓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제 보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물건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 교환 및 환불 의무가 판매자에게 있다. 그러나 판매자가 통신판매업을 하기 위한 사업자 등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경우라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자상 거래 보호법이나 소비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힘들어 규제가 어렵다. 따라서 소비 자가 피해를 입어도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구제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태의 심각 성을 파악하고 이미 18년도에는 전재수 더불어 민주당의원이 기존 통신판매업자와
12) 이커머스: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전자 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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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중개업자13)를 모두 전자상거래사업자로 통합하는 내용의 개정안14)을 발의하기도 했다.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한 인스타 마켓의 경우 기존의 환불 불가 공지는 법적 효력 이 없지만 사업자 및 통신판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인스타 마켓의 경우 전자상거 래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기존에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법 적인 책임을 빠져나갔던 인스타 마켓 등과 같은 통신판매업자와 중개업자들에게 모두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다. 이재규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SNS 마켓의 문제점들에 주목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SNS 마켓 혹은 거래의 경우 기존 통신판매업자와 동일한 규제 를 부과해 SNS 마켓의 통신판매업자의 등록을 강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인스타 공구나 마켓으로 파생되는 부작용들이 점점 많아지자,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 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이른바 ‘클린 SNS 마켓법’(전기통신사업법,전자 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자상거 래업자가 주문제작 상품의 범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환불을 거부하는 행태를 막고, 탈 세가 의심되는 SNS 마켓 판매자들에게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 심이다. 현행법상 ‘주문제작 상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근거조항이 없는 탓에 판 매자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법률지식이 적은 소비자들은 판매 자들의 말만 믿고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또 발의된 법 안을 통해 국세청은 탈세가 의심되는 SNS 마켓 판매자의 정보를 넘겨받아 세금을 부과 할 수 있도록 하며, 미등록 사업자가 SNS 마켓에서 비밀댓글 등으로 주문을 받고 현금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서울 전자상거래센터 역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과 소비자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유관기관들 과 협력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되도록 대 책을 강구하고 있다. 13) 통신판 입점판매자에게 판매할 공간을 제공하고 상품 등록해서 판매를 하면 판매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아가는 사람이나 공간. 인스타그램과 같이 판매자와구매자간 거래를 중재하여 도움을 주는 곳. 14) 현재 계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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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스타 마켓을 위해서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이 지니는 SNS의 특징과 인스타그램의 비즈 니스 플랫폼의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인스타그램 공구와 마켓은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켓이나 공구의 부작용을 확실히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제 방안이 필요한데, 우선 법적인 규제 이전에 사업의 규모 등과 같은 인스 타 마켓과 공구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정확한 정보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그동안은 통 신이라는 인스타그램의 본래의 목적상 인스타그램으로 이루어지는 공구나 마켓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조사해오지 못했지만, 이미 수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이상 가 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관련 전담팀을 꾸려 인스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 업적인 거래의 규모를 예측하고 관련 피해 사례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피해 사례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피해 사례를 세분화하여 그에 알맞은 대책을 세워 현실적으로 피해 소비자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 다. 나아가 피해 사례들의 발생을 막고 이미 발생된 피해 사례의 실질적인 구제를 위해 서는 전자상거래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통신판매중개업자 등 인스타를 통한 마켓이나 공구 운영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해야 하고 청약철회 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인스타 공구와 마켓의 부작용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필수적이지만, 소비자도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테면, 거래에 앞서 사업자 신원을 정확 히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이 안된 개인 간 거래는 피해가 발생해도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15) 또한 취소 및 환불 금지를 공지하고 있는 판매자는 주의해야 하고 가격을 고시하지 않고 비밀 메시지나 개인적으로 전달하겠다고 하는 경우에도 피 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에 유의해야 한 다. 마지막으로, 인스타 마켓이나 공구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제보’가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마켓을 제보하 고 피해가 발생했다면 전자상거래 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제보하여 소비자의 권리를 스스로 챙길 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15) 사업자 등록 번호는 국세청을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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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11월 30일까지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함께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10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된 작품 당 오천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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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용품
대학가는 성(性)스러워지는 중 편집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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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은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적이기보다는 현실의 만족을 더 중시하는 쾌락주의적인 성향도 갖는다. “그래서 성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더 거리낌이 없다”는 게 김 교수가 보는 요즘의 젊은 사람들이다. - 중앙시사매거진, ‘핫(Hot)하고, 힙(Hip)한 홍대 밤거리 재발견’ 기사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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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중심에 선 성인용품점 언제부터였을까. 건대·홍대·대학로 등 젊은층이 모이는 번화가 곳곳에 성인용품점 이 줄지어 생겨나고 있다. 친구와 혹은 연인과 거리를 걷던 중 한 번쯤은 성인용품점을 지나쳐봤을 것이다. 누군가는 호기심에 들어가 구경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민 망해하며 못 본 척 지나가기도 한다. 일반 상점과 다를 바 없는 외관을 보고 성인용품점 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느닷없는 성인용품점의 출현에 우리는 이처 럼 가지각색의 반응을 한다. 언제부터 성인용품점이 우리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일까? 불 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용품점은 인적이 드문 곳에 개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음 침하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띤 채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았다. 이와는 상반되게 요즘 성인용품점은 번화가 중심에 위치하며 그 내부도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심 지어는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존재 자체가 비밀스럽고 은밀해야 했던 성인용품점은 현재 시끌벅적한 거리의 중심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홍익대 근처 번화가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출처: 뉴스워커)
▲ 건국대 근처 번화가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출처: 뉴스통신)
성인용품점의 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다른 성적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성을 주제 로 고민상담을 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도 등장했다. 과거와 비교해보았을 때 이것은 아주 획기적인 변 화이다. 성문화를 향유하는 젊은 세대의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이 변화가 어떤 논쟁을 초래했으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한양』과 함께 성인용품점의 증가부터 성적 콘텐츠의 다양화 그 리고 뜨거운 감자인 리얼돌 논란까지 성과 관련된 변화를 샅샅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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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성인용품점
▲ 마산시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출처: 네이버 블로그)
▲ 건국대 근처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출처: 공감신문)
이전까지 성인용품점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내부를 볼 수 없는 어둡고 폐쇄적인 구 조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요즘 성인용품점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보이며 그 안도 세련되고 개방적인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간판 또한 다른 상점과 같이 사람들 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화려하게 연출되어 있다. 이렇듯 외관만 보아도 과거와 오늘날 의 성인용품점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어떠할까? 시 중에 유통되고 있는 성인용품으로는 기능성 피임기구1), 각종 자위 기구가 있으며 요즘 에는 입욕제·향수·향초 등 기존 화장품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제품에 성적 연출이 더해져 판매되고 있다. 성인용품만을 제조하고 취급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그 컨셉과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더불어 성인용품은 하나의 창업아이템으로서 유행하며 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 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성인용품점 ‘레드컨테이너’의 경우에는 2017년 1호점을 개업한 이후 현재 건대·신촌·홍대 등 15개의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여 성용 성인용품 전문점 ‘플래져랩’은 2015년에 개업한 이후 2018년 기준 연 매출 20억 원을 달성했다.2) 대기업도 성인용품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마트 산하의 드럭스 1) 일반적 피임기구는 성인용품이 아니지만, 피임과 더불어 성적 쾌감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초박형 콘 돔·돌기형 콘돔 등 기능성 피임기구는 청소년 구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성인용품으로 취급한다. 2) [한경비즈니스], 2018.10.08. “화장품 가게요? 성인용품점입니다”…핵심 상권까지 진출한 성인용품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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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인 ‘삐에로쑈핑’에는 성인용품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는 기사화되며 큰 주 목을 받았다. 이처럼 많은 성인용품점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인용품점의 증가는 통계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는 한국 시장이 전년에 비해 무려 185%의 시장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성인용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중이며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은 그 외관뿐만이 아니라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까지 바뀌었 다. 이전에는 남성용 성인용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면 오늘날에는 여성용 성인용 품이 큰 공간을 차지하며 비치되어 있다. 크기·색상 등 디자인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 라 다양해졌다. 성인용품을 직접 만져보고 테스트해 보는 고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교적 성에 대해 보수적인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도 신선하게 혹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급격하게 바뀐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까. 시장규모·수익성·규제 등 한국 성인용품 시장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는 아직까 지 부재하다. 따라서 성인용품 시장과 그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양』은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피우다’의 강혜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한양』: 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강혜영 대표(이하 강혜영): 결정적인 계기는 현 재 같이 일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의 권유였습니 다. 10년 전에 한국 성인용품점은 굉장히 음지 에 있었지만 미국은 제품 설명, 워크숍까지 운 영하며 개방적이고 여성 친화적인 곳이 많았습 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그런 곳이 없었고 이 상황을 경험한 그 친구는 저에게 성인용품점 개 업을 제안했습니다. ▲ 성인용품점 ‘피우다’ 강혜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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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도 저는 성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오며 성적인 것과 마주하는 순간에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책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피임방법, 자위 방법 등에 대한 성교육은 부재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의 위험성이나 월경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나마 교육이 제공되지만, 어떤 성적 반응에 대 해서는 교육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적인 반응을 인지했을 때 수치 스럽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 같은 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섹슈 얼리티3)가 존재하고 그것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이런 지향점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양』: 성인용품점 방문 고객의 성별이나 연령대는 어떠한가요? 강혜영: 처음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았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남녀커플들의 방문율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남자분들만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령대를 보았을 때는 20대·30 대가 개업 초기부터 아직까지 많지만, 현재는 40대·50대 부부, 70대분들까지 방문하시는 손님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한양』: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나요? 강혜영: 개업 후 1년 동안은 폭발적인 매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수익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지인의 소개, SNS 등을 통해 알고 찾아오시는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 했고 매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을 작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80% 증가세 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3) 인간의 성 행동뿐만 아니라 인간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 사고, 감정, 가치관, 이해심, 환상, 성 의 존재 의미 등의 모든 것을 포함. [문화콘텐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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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피우다’에서는 여성용 성인용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으신데 그 이유는 무엇인 가요? 강혜영: 저희 매장은 여성만 오는 곳이 아니라 여성 친화적인 매장입니다. 기존에 여성들 은 본인보다 상대방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성인용품을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에 있어 남녀 모두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지만, 여성이 적극적으로 어떤 성적인 행위를 원하는 경우에 ‘쉬운 여자’, ‘걸레’ 등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던 서사가 있습니다. 이 것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남성을 비난하거나 여성에게만 주체성을 강요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녀 모두 오래된 섹스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몸에 대해 공부하고 배려하며 함께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저는 여 성 친화적인 성인용품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양』: 그렇다면 현재 여성용 성인용품이 어떻게 다양해지고 있나요? 그리고 여성용 성인용품 시장의 추세는 어떠한가요? 강혜영: 여성용 성인용품의 기술적인 부분과 소재, 디자인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 의 경우에는 기술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섹스토이를 썼을 때 더 만족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술적 발전4)이 크게 이루어졌고 현재도 어플 연동 등 최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여성용 성인용품의 경우 생식기 건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저가 브랜드라도 최대한 몸에 해롭지 않은 소재를 쓰려고 합니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기술력, 소재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거죠. 그럼에도 안 좋은 소재를 고집하는 몇몇 제품이 있기 때문에 성인용품을 사용할 때는 세심하게 따져보 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에서도 여성용 성인용품시장이 활 성화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남성용보다 여성용 성인용품 시장이 더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안전한 소재는 물론 자극 방법 등에 있어서 단순 진동이 아니라 공기압력, 모터의 움직임과 같은 여러 기술력이 동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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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성인용품점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차이가 있나요? 강혜영: 성인용품점에 대한 진입장벽은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성인용품점에 대해 부정 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한양』: 성인용품 생산·수입·판매 등에 대한 법적 절차는 어떻게 마련되어 있나요? 강혜영: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관세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풍속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수입을 규제할 수도 있고, 리얼돌 판례와 같이 개인의 성생활에 대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지가 강해지면 규제를 완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 매와 관련해서는 성인이라는 확인절차가 요구되며, 청소년은 입장부터 제품 구매까지 배 제되어있습니다.
『한양』: 성인용품사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혜영: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인용품사업은 계속해서 발전될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만, 성에 대한 관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 니다. 비혼주의자·딩크족5)들이 늘어나는 여러 사회 양상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성인 용품은 더 가시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 독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강혜영: 자신의 몸에 대한 성적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섹슈얼 리티는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이를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꿈과 동시에 타인의 몸에 개입하는 시각 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런 점은 성생활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성인용품은 친구 따라 강남 가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어떤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호기 심이 있다면 민망하더라도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매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제3자가 아닌 스스로와 상대방을 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5)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를 일컫는 용어.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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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영 대표는 여성 친화적인 성인용품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성용 성인용품 시 장이 남성용보다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인용품에 대한 표 준화되고 구체적인 법적 규제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인용품 자체의 사용법이나 안전성에 관한 부분은 미흡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덧붙여 성인용품은 개인의 성적 욕구를 실용적으로 충족시켜주는 도구이며 건강한 성은 본인과 타인에 대한 존중 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언급했다. 성인용품과 그 시장의 확대는 성인용품 내에만 머무르 는 것이 아닌 성과 그에 함축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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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性)’을 향유하는 방식 성을 향유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은 성인용품뿐만이 아니다. 앞 서 언급했듯이 유튜브 채널·박물관·전시회 등 성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급격하게 증 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성은 진지하고 엄숙한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혹은 콘텐츠로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즐기고 있는 성적 콘텐츠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유튜브 채널 유튜브는 최근 몇 년 동안 대중이 정보를 획득하고 소비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 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본인의 관심 분야에 따라 구독을 설정하여 영상을 시청하 는데 이 중에서도 성을 다루는 채널은 높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성적 지식을 제공하는 채널, 패널들이 출연하여 본인들의 성적 경험을 공유하는 채널, 시청자의 성적 고민을 주제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채널 등 채널마다 성을 다루는 방식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각 채널이 공유하는 공 통적인 소재는 ‘성’이다. 대중은 성적 지식, 성적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하는 영상 들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과정은 성에 대한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출처: TPL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출처: 빨간생각 유튜브 채널)
(출처: 스푸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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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애플리케이션 2016년 소개팅·썸·결혼·섹스까지 연애에 대한 고민을 총체적으로 해결해준다는 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등장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기반으로 심리를 분석해 준 다는 이 앱은 성적 콘텐츠를 다룸으로써 처음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성과 관련된 해외 논문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고 최초 공개 당시 다운로드수와 매출이 폭발적으 로 증가했다고 한다.6) 이 앱은 성·연애 등 사용자들 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의학·심리학 논문에 근거하 여 분석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들은 이를 통해 성적 정보를 획득하고 의견을 공유한 다. 단순한 즐거움의 수단을 넘어 성적인 정보나 경 험을 공유하는 담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 는 것이다.
▲ 해당 어플 로고 (출처: google play 연애의 과학)
③ 박물관·전시관 성에 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전시회도 등장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박물관은 성건강·성문화·성교육을 중심 테마로 작품을 전시하고 교육하 고 있다. 성문화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사랑과 성 역사’ 전시관부터 우리나라의 성 풍 속을 경험할 수 있는 ‘삶과 성’ 체험관, 전 생애 기간 동안의 성적인 변화를 알 수 있는 ‘생애주기와 성’ 체험관까지 성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7) 제주도뿐만 아니 라, 젊은층이 모이는 홍대에도 사랑과 성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이 전시 관은 조선 시대 명화부터 현대 미술 작품 및 조각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6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되어 있다.8) 친구·연인 등 함께 방문한 사람과 사진을
6) [네이버 포스트] 공감채용 더팀스, 2019, 더 행복한 연애,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곳, 연 애의 과학 7) 사랑과 성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8) 러브 뮤지엄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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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체험형 관람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중의 성적 호기심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는 평을 받고 있다.
▲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출처: 건강과성박물관) ▲ 홍대 러브 뮤지엄 전시물 (출처: 러브뮤지엄)
위에서 제시된 사례들 외에도 젠가·주사위 등 기존의 게임에 성적인 규칙이 추가 된 성인용 보드게임, 성인 콘텐츠를 더 입체적·실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VR 기기 등 이 증가하며 대중화되고 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은 성인용품점만이 아니다. 성 적 콘텐츠와 그것을 포함할 수 있는 플랫폼의 범주는 다양해지고 있다. 성적인 것이 가 장 개인적인 것이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타인과 공유하고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소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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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성문화 짚고 가기 앞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많은 성적 콘텐츠를 접하며 성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그 중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그로 인한 정보 접근성 향상은 대중으로 하여금 성적인 것을 친숙하게 만들었다. 과거, 성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은 서적, TV 매체 등으로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다방면의 정보가 개방되며 성적정보가 대중적으로 유통되었다. 가상의 플랫폼은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 어 신빙성 있는 성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국내에서 성을 연구한 논문, 통 계자료는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국내의 성적 콘텐츠는 해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다. 경험적 자료에 근거한 해외 연구결과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한 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유입되었다. 이것이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대중 친화적인 형태 로 재정리되어 콘텐츠로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방안 은 셀 수 없지만, 2030세대에게 가장 핵심적인 매체는 인터넷이며 그것이 공식적인 성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성문화의 변화에 있어서 주목할 점은 ‘여성의 성’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성인용품은 현재 여성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용 성 인용품 시장의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주요 소비자층으로 여성을 상정하고 있 다. 성을 다루고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콘텐츠 또한 여성의 성에 집중한다. 이러한 변 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에서는 2015년에서 2016년,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의 대중화, 수많은 젠더 이슈의 공론화와 함께 1020세대가 페미니즘 의제화에 참여하며 페미니즘이 대두되고 대중적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9) 페미니즘은 교육·정 치·경제 등 영역에서의 성 불평등과 더불어 섹스를 포함한 성 자체에 대해서도 주목 한다. 수동적 여성상이 부각되었던 시기를 벗어나 성은 모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 이라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성에 대한 욕구를 당당히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표출 할 수 있다는 관념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성 소비자들의 성인용품 구매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관계 시 9) 김애라 (2019). ‘탈코르셋’, 겟레디위드미(#getreadywithme) : 디지털경제의 대중화된 페미니즘. 한국 여성학, 35(3), 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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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수동의 관계가 성립되어 오다가 이런 시장이 오픈되면서 주체적인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여성의 성 해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10)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 에서 남성 위주의 성문화가 당연시되었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관계에 있어 성적 우위 는 지양되어야 하며 상호소통이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변화하는 성문화의 사회적 배 경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성에 대한 대중의 기본적 진입장 벽이 낮아졌으며 페미니즘을 필두로 한 여성의 성 해방적 인식과 맞물려 현재의 성문 화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10) [한경 비즈니스], 김영은, 2018, “화장품 가게요? 성인용품점입니다”…핵심 상권까지 진출한 성인용 품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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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은 아직 ‘검토 중’ 지난 10월 18일, 한 국회의원이 사람의 형상을 한 성인용품과 함께 국회의 국감장 에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다. 해당 의원이 가지고 나온 성인용품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 는 리얼돌이었다. 리얼돌은 사람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인형으로, 한국 사 회에서 화두된 것은 성행위를 목적으로 제작된 리얼돌이다. 성인용품 시장이 확대되고 대중화됨에 따라 많은 종류의 성인용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왜 리얼돌에 대해서는 끝 없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7년 7월, 인천세관 리얼돌을 수입하려는 업체에 대해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통관보 류 처분을 내림.11) 이에 해당 리얼돌 수입 업체는 인천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수입통 관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함 2018년 9월, 1심 판결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 도로 사람의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며 인천 세관의 수입통관보류 처 분이 적법했다고 판결 2019년 1월, 2심 판결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며 수입 업 체에 승소 판결을 내림 2019년 6월, 대법원 판결 “(리얼돌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 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채택함
11) 현행 관세법 제234조와 제237조는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 출·수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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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리얼돌 세관의 수입통관보류 처분에 대해 위와 같은 판결을 내리자 여러 인권단체,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이미지를 정당 화하는 것이라며 비판을 제기했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리얼 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에 26만 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여 리얼돌 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심화되어 갔다.
▲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원하는 국민 청원 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리얼돌 논란은 ‘여성의 존엄성 훼손’과 ‘개인의 자유 보장’이라는 가치 대립의 문제로 갈등이 시작되었다. 전자는 “대 부분의 리얼돌이 여성의 형상을 띠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도 구라는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후자 즉, 리얼돌 수입·판매를 지 지하는 입장에서는 “리얼돌은 다른 성인용품과 같이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 일 뿐이며, 일반적인 성생활을 영위하기에 무리가 있는 장애인, 혼자 사는 중·장년 층에게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리얼돌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 유라고 주장했다. 이런 대립 구도는 전 사회적으로 범위가 확대되며 현재 젠더 갈등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하지만 리얼돌 논란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은 리얼돌 판매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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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아동 형상화 그리고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커스터마이징12)이다. 리얼돌 수입 및 유통 업체에서 리얼돌을 광고하는 방식은 ‘옆집에 사는 ***’ 등과 같이 자극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얼굴·키·가슴 크기 등 신체 부위를 고객이 주문 하여 제작하는 방식이다.13) 따라서 제품 설명에 아동이라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아동 의 형상으로 볼 수 있는 리얼돌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리얼돌의 얼굴도 3D 프린팅 등 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더욱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 한 해외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아동 형상의 리얼돌 (해당 홈페이지 캡처)
12)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 [매일경제] 13) 현재 한국에서 리얼돌은 직접 제작하는 4~5개의 국내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입을 통해 유입되 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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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및 제작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광고 방식, 아동 형상화, 초상권 문제에 한해서는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위에서 제시된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판결을 따르고 존중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리얼돌 수입의 전면적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아동 형상 리얼돌, 당사자의 동의 없는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유통에 대해서는 엄 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14)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서 알 수 있듯이 리얼돌의 수입 및 제작 자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에 대한 사법·행정·입법기관의 판단은 법적 근거를 가지기 어려우며, 직접적인 법적 규제는 특정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개인의 자유 실현을 위해 또 다른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얼 돌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도 광고 문구, 아동 형상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커스 터마이징은 규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15)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성인용품점 ‘피우다’의 강혜정 대표는 리얼돌에 대한 『한양』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한양』: 리얼돌과 그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혜영: 리얼돌에 대해서 언급하기 부담스러웠던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 리얼돌 자체 를 보았을 때 조금의 불쾌함, 혐오감, 두려움 등의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이 일지만 이것이 과연 당위성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징그럽 기 때문에 싫다”라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은 될 수 있지만 당위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성인용품 즉, 섹스토이는 항상 사람의 대체품일 필요는 없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인 간의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취향, 섹슈얼리 티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섹스토이가 사람의 형태로만 요구되고 바뀌어간다면 이 것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14) 출처: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 원고 15) 영국, 미국 플로리다주 등 리얼돌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 국가에서도 아동·청소년 형상 리얼돌은 금지하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이하늬, 2019.08.10, 리얼돌 논란, 판매자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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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 단순한 성인용품일 뿐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가볍지 않습니다. 성적 대상화되는 연령은 어려지고 있으며 리벤지 포르노라고 일컬 어지는 불법 촬영물은 만연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 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이 리얼돌로 제작될 것이라는 불안감 을 떨칠 수 없는 거죠. 왜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지, 왜 리얼돌과 관련된 부정적 여론 이 확산되고 있는지, 사고 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배경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 습니다. 리얼돌 논란에는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 사회적인 묵인, 원인 제공자가 피해자 여성이라는 사회적 시선 등 언어적으로 표현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얽혀 있 습니다. 단순히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을 향유하 는 방식에 있어 담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며 더 공론화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도 필요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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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성도덕이 필요한 때 성인용품은 앞으로도 더욱 대중화되고 친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성인용 품의 생산·수입·판매에 대한 표준화된 법적 규범이 부재하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 이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보건복지부 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고 답했다. 리얼돌 관련 청원 답변에서 청와대는 리 얼돌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리얼돌을 포함한 성 인용품의 생산·수입·판매·사용과 관련된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국가 부처는 없는 상태이다. 시장은 커지고 수요와 소비는 나날이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관 리 체계도, 그를 담당할 기관도, 법적 근거를 마련할 조항도 없다. 성인용품 시장의 규 모와 경제적 가치가 제대로 추산되지 않는 것도 관리 체제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건강 한 성문화가 조성되고, 성인용품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방침이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이며 더 논쟁되고 공론화되어야 한 다. 더불어 공식적인 교육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왔던 성은 이른 시일 내에 적극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섹슈얼리티의 다양성과는 별개로 성에 있어서 기본적인 인식과 태 도, 성적 행위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근간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내에서 개인의 섹슈얼리티는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 성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는 것은 더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음을 뜻한 다. 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성에 대해 더 민감하고 주의해야 한다. 성 의 양지화는 성적 감수성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과 성적 가치관이 존중되 어야 하듯 타인의 성과 성적 가치관도 존중되어야 한다. 건강한 성문화란 타인에 대한 성도덕을 지키며 우리의 섹슈얼리티를 지향하는 것이다. 양지로 나온 성이 더 건강하 고 안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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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널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 '개인'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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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는 주행도로, 운전면허에 있어 법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막상 법으로부터 안전은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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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교통도 ‘혼자’ 이용해요 혼밥, 혼영, 혼술. 바야흐로 ‘혼자’가 주목받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혼자 이용할 수 있는 1인 이동수단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자전거서비스1) 와 같은 국가 차원의 서비스 사업도 1인 이동수단 시장의 성장에 한 몫 했다. 이제 조금 만 고개를 돌려보면 1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이하 PM)’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PM은 전기를 동력원으로 쓰는 1인 이동수단으로 전동휠·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가 대표적이다.2)
▲ 전동 킥보드
▲ 전동 휠
PM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여타 이동수단과 다른 PM만의 실용성과 가성비 덕분이 었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먼 거리를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으며, 가격과 유 지비도 승용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공유 전동킥보드와 같은 서비스 사업이 보태 지면서 대중성을 겸비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현재 PM은 차세대 이동수 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다.3)
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를 빌려주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대중교통이다. 2008년 창원 에서 시작되었으며 서울시 ‘따릉이’, 대전시 ‘타슈’, 영천시 ‘별타고’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 출처 : 한국전기안전공사, 도로교통법에 따른 공식적인 정의는 마련되지 않았다. 3)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M 시장은 2016년 6만대 수준에서 2022년 20만대 규모로 급격히 증 가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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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히 PM은 우리 20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기기와 대여 서 비스 앱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PM을 이용함으로써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이 동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등하굣길의 교통지옥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대학가 내 단거리 이동에 유용하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하여 전동킥보드 대 여 서비스 업체 ‘스윙’의 김형산 대표는 “실제 운영한 초기 데이터에서 사용자의 80%가 량이 20대였다”4)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최근 기그 이코노미5)라 하여 PM을 이용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활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본다면, 캠퍼스 내 1인 1PM이 당연하게 여겨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4) 전자신문, ‘김형산 스윙모빌리티 대표, “모빌리티 비즈니스, 지금이 기회”’ 5) IT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개념이다. 대학생들은 앱을 이용하 여 가능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일을 하고 용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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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PM 이용, 한양인의 목소리를 듣다 한양대학교의 상황은 어떠할까. 캠퍼스 곳곳에서 PM을 타고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학우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힘들게 언덕을 걸어 오르던 중 전동킥보드로 빠르게 올 라가는 학우를 보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학내에 PM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장소를 불문하고 아 무 데나 방치되어 있는 PM이 그것이다. 통행이 잦은 길목에 주차된 PM의 경우, 기기에 걸려 넘어지는 자잘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론 바로 옆을 쌩쌩 달리는 PM을 보며 혹여나 부딪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학내 PM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PM이 대학생에게 적극적으로 이용되 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캠퍼스 내에서 경험하는 여러 불편함 이 있을 것이다. 이에 『한양』은 PM을 이용하고 있는 김동규 학우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 를 들어 보았다.
『한양』: 현재 어떤 PM을 이용하고 있으며, 해당 PM을 이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동규 학우(이하 김동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즈음 알바를 했었 는데 도보로 15분이고 버스를 타기에도 매우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역 근처 출 구에 전동킥보드 여러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걸 보았고, 원래 흥미도 있던 터라 처음 이 용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해서 등교하게 된 것은 2학기부터였습니다. 대여 서비스 업체가 성동구에 들어선 게 올해 8월쯤이었거든요.
『한양』: PM을 이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동규: 등교를 쾌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제가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인데 전동 킥보드로 등교를 하다 보니 땀도 안 나고, 학교에 갈 때 걸리는 시간도 줄어 아침에 좀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또 전동킥보드는 공공 자전거와는 달리 정해진 대여소가 없기 때문에 건물 앞에 주차하고 바로 수업을 들으러 올라갈 수 있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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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학내에서 PM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이 있나요? 김동규: 학내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언덕인 것 같습니다. PM은 전기 배터리를 이용하는 데다 출력이 낮다 보니 경사진 학교 언덕을 오르기 힘듭니다. 또한 PM 특성상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는 점이 불편합니다. 차들이 쌩쌩 달려오는데 전동킥보드 최대 출력은 20km 밖에 안 되니까 가드레일에 붙어서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부딪히진 않을지 주 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양』: PM을 이용하면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김동규: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 이용자로서 이와 관련하여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습 니다. 기존 대여 방식은 각 전동 킥보드마다 GPS가 달려 있고 앱으로 그걸 찾아가 대여하 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GPS에 오차가 꽤 있는 편이고, 공용 전동 킥보드를 개인 주차장 이나 건물 안에 숨겨놓는 경우가 있어서 허탕을 치곤 합니다. 또 대여 업체에서 공용 전동 킥보드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 핸들과 바퀴가 틀어져 있거나 벨이 부러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전과 관련된 것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이처럼 학내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PM과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선 PM 이용자들을 위한 안전시설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조치 를 취할 이유가 없다. 인터뷰에서 지적한 학교 언덕의 경우, 한양대학교 지형의 문제이 기 때문에 땅을 갈아엎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PM으로 빚어진 여러 문 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국가의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PM을 이용하는 학우들과,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을 위한 학내의 변화 를 끌어내기 위해선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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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가 되어버린 PM PM 이용에 따른 문제는 비단 한양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PM 안전 문제는 현재 사 회적 문제로서 대두되고 있다. 2017년부터 2018년 경찰청에 정식 접수된 PM 관련 인명 사고는 289건에 달했다.6) 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인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등 장할 정도이니, PM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입증하는 셈이다. 한편, PM 인명사고의 양상 은 다음과 같다.
구분
2017년
2018년
계
PM 대 사람
PM 대 차
PM 단독
사고(건)
117
33
58
26
사망(명)
4
0
1
3
부상(명)
124
38
63
23
사고(건)
225
61
141
23
사망(명)
4
1
1
2
부상(명)
124
38
63
21
▲ 2017~2018년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중상 사고 정식 접수건(출처: 경찰청)
1년 사이에 인명사고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PM 사고율 이 다른 교통사고보다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PM 단독사고 비율은 14.3%로, 이륜차· 원동기장치자전거7)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의 3배에 달한다.8) 또한 PM 단독사 고 비율은 PM 대 사람·PM 대 차보다 사망자 수도 많다. 아래는 2017년부터 2018년 중상 사고 중 PM 단독사고의 유형을 발췌한 것이다.9)
6) 사망 8건, 중상 110건, 경상 171건이다. 7) 소형 모터사이클. 「자동차관리법」 제 3조에 따르면 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또는 배기량 500cc 미만,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한다. 8) 출처 : 경찰청, 단독사고 비율은 개인형 이동수단 14.3%, 이륜차 10.5%, 원동기장치자전거 11.6%, 자 전거 4.9%로 나타났다. 여기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오토바이류를, 개인형 이동수단은 PM을 의미한다. 9) 출처 : 경찰청, 여기서 중상은 전치 3주 이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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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유형
건수
사고유형 10)
① 전동 킥보드 운행 중 전도(顚倒)
: 15건
② 공작물, 주정차 차량 등 충격 : 2건 PM 단독
21(19.1%)
③ 과속 방지턱에서 전도 : 1건 ④ 노면 불량 구간에서 전도 : 1건 ⑤ 킥보드 운전자의 음주운전 : 1건 ⑥ 배수로에 빠짐 : 1건
10)
단독 사고의 원인은 노면이 고르지 못해 전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도는 개인 과실이 아니더라도 노면 불량구간 등 우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에 적절 한 조치가 시급하다. 이와 관련하여 경찰청은 국토부에 “고르지 않은 노면을 고려한 주 행 안전기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PM 안전사고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PM의 제도적 기준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이다. PM이란 용어조차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붙여진 별칭일 뿐, 현 도로교통법상 공식적 인 정의는 부재하다. 이러니 PM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도 손쓸 수 없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10) 엎어져 넘어지거나 넘어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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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법률 논의는 여전히 ‘회색지대’ 그렇다면 무엇이 PM 관련 법률의 제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걸까. 주행도로·운전면 허·보험 문제를 통해 그 논란의 지점을 짚어보자.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에 의거하여 논외로 한다.11)
[1] 주행도로 문제 먼저 PM이 과연 어느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 떠올려보자. 차도를 이용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인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정체성이 모호한 채로 아무 도로나 주행하고 있는 PM은, 현행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어 차도로 주행해야 한다. 그러나 평균 출력 20km로 상대적으로 저속의 이동수단인 PM을 막상 차도에서 주행하 자니 현실적인 위험이 뒤따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스마트모빌리티 브리프’에 따르면, PM은 자전거와 15~20km로 충돌하더라도 목·다리·머리의 상해치가 높다고 한다. 차도를 주행하다가 사고를 당한다면 그 상해치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도 이런 위험 때문에 가드레일에 가까이 붙어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PM 이용자 는 인도와 차도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도로는 어떨까? 지난 3월 4차산업혁명위원회12)는 시속 25km 이하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촉구했다. 이미 해외의 많은 국가에선 PM의 자전거도 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독일은 폭·최대속도·길이·무게 등 기준을 마련하여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고, 일본은 PM 주행 가능 구역을 별도로 지정 하는 등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조건부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 상황에 맞 는 한국식 모델의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동탄시·시흥시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 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이에 따라 PM 주행도로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듯하다.
11) 전기자전거의 경우, 2018년 3월 22일부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 2조 1항에 의거해 자전거로 분류된다. 12)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017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 전략과 정책을 점검하고 정부 부 처 간 정책을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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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M 운전면허 문제 “PM도 면허가 필요한가요?” PM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 중 하나 이다. 당연하다. 현행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인 PM은 반드시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즉, 만 16세 이상이 되어야만 PM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만일 음주 후에 PM을 이용한 다면 불법으로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13) 그러나 친근한 비주얼과 드문 단속으로 인 해 꽤 많은 사람이 PM 이용에 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에 눈앞에 다른 사람의 면허를 빌린 청소년이 PM을 이용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괴리 속에서 PM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 다. 최근 3년간 전동킥보드에서만 16세 미만 운전자가 최소 12명 집계되었다14)고 하니 말 다 했다. PM 공유서비스 업체에서 면허 인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공유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 16개 업체 중 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춘 곳은 6곳에 불과 하며, 면허 인증 절차가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만일 인증 절차가 있더라도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사이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선 대처가 어렵다. PM 공유 서비스 앱의 면허 인증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면허 인증은 대개 공유서비스 앱에 서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이뤄진다. 그러나 이때 꼼꼼한 인증 절차가 이뤄지 지 않아, 본인의 면허증이 아니거나 면허증 사진이 아닌데도 인증이 되는 일이 발생하 곤 한다. 심지어 비둘기 사진을 첨부했는데 잠금이 해제되어 버리는 웃픈 헤프닝이 벌 어지기도 했다.15) 물론 퍼스트 라이드 행사16) 등 공유서비스업체 차원의 안전교육을 시 행하고 있지만, 이용자의 면허 소지조차 제대로 점검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13) 도로교통법 제 44조 음주 운행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14) 출처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15) SBS 뉴스, ‘비둘기 사진에 ’잠금 해제‘…전동 킥보드 대여 관리 구멍’ 16) PM 공유서비스업체 ‘라임 코리아’에서 첫 이용자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안전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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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 사진으로 인증이 가능한 전동킥보드 공유 앱(출처: SBS 포토뉴스)
공유서비스 앱의 면허 인증 문제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어느정도 해결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PM 운전면허 단속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의 출력기준은 0.59kW이고, 대부분의 PM은 출력 0.59kW 이상이므로 원동기장 치자전거에 포함되기 때문에 면허 단속 대상이다. 그런데 PM 기기 중 출력이 0.59kW 에 못미치는 몇몇 기종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구분하기도 면허 단속을 하기도 애매해 진다. 경찰 입장에선 기기의 출력량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확인한다 하 더라도 PM 외부에 출력량이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기기의 다양함 으로 인해 단속에 어려움을 빚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11월 PM 안 전기준을 고시17)함으로써 PM 생산에 제한을 두고자 했다. 다만 이 법률은 내년 4월부 터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공백 기간 동안은 면허 단속뿐만 아니라 안전장비 미착용 도, 또 증가하는 안전사고에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다.
17) 자전거도로 통행 허용에 대비해 최대 무게를 30kg으로 제한했고, 등화장치와 경음기 장착을 의무화 했다. 최고속도, 제동 성능, 주행 안정성, 방수 성능, 배터리 안전성 등 세세한 내용도 추가로 규정했 다. ZDnet Korea, “전동킥보드·건전지 제품안전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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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M 보험 문제 앞선 논의를 통해 수 있듯, PM 이용자에겐 법률의 허술함으로 인한 여러 위험이 도사 리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은 어떨까. 주행도로·운전면허 등 이 용자에게 부여된 법적 제재에 상응하는 안전을 보장받고 있을까. 현재 PM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지만, 관련 법령은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상 태이다. 시속 25km 이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와 자동차의 경우, 구매 및 사용을 하려 면 사용 신고를 해야 한다. 이로써 자동차의 안전기준이 적용되고 의무적으로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18)에 따른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PM은 시속 25km 미만이다. 그러므로 사용 신고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안전기준 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그저 전기용품에 해당하는 안전기준을 적용할 뿐이다. 이와 같 은 법률의 모호함으로 인해 운행 중 사고를 당하더라도 보험 적용이 어렵다. 국내 보험 업계에서 PM 이용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소극적인 이유이다. 이 에 황현아 보험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특히 사고 책임 및 보험에 대한 신속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PM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공유서비스 업체와 제휴한 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긴 하다. 지난 8월 한화손해 보험은 PM 공유서비스 제공업체 ‘지바이크’와 협약을 맺고 보험상품 공동개발에 나선 바 있다.19) 반면 개별 가입 보험은 턱없이 부족하다. 높은 문턱을 넘어 보험 적용을 받 더라도 자기신체손해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는 배상책임보험20)에 불과하다. 이러니 개 인 이용자만 억울할 따름이다.
18)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손해배상을 보장 하는 제도, 출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1조(목적) 19) 출처: 한국보험신문, ‘한화손해보험, ’퍼스널모빌리티 공유기업‘과 사업 협력’ 20) 일상생활이나 사업활동에서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손해를 끼침으로 인해서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 을 졌을 때 손해를 메우는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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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이용자는 주행도로·운전면허에 있어 법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막상 법으로부터 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도로 안팎에서 PM 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주행도로·운전 면허·보험과 같은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PM 자체의 정의가 부재한 데서 출발한다. 따 라서 도로교통법상 PM의 정의를 정립하고 다음 단계의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 야 한다. 어찌 되었든 제도가 확립되기 전까지 PM 안전사고는 회색지대에 그치며 위험 을 감수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 PM 안전 이용을 촉구하는 HIT 앞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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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PM은 이미 우리 곁에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현대차·기아차에선 2021년 출시될 신차에 전동 스쿠터를 선택 사양으로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 다.21) 현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PM 시장의 성장이 우리나라 교통 체계에 새로운 변화 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PM 안전사고는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PM 법률 제정에 필요한 주행도로·운전면허·보험 등의 요소들이 기존의 법률과 충돌하면서, 논의는 더욱 더 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PM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마 냥 지켜보기엔 시간이 없다. PM 이용자를 보행자와 동일선상에 두었던 프랑스의 경우, 겉보기엔 PM이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로운 제재는 공공장소에서의 무분별한 이용을 낳았고 결국 교통사고의 급증 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졌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부랴부랴 규제 법안을 마 련했고, 지난 8월엔 프랑스 시민단체에서 강력한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즉 제도와 기술의 괴리가 벌어져갈수록 관련 문제들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 타날 것이며, 나아가 1인 이동수단의 발전을 저해하는 수단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다. 막상 PM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겐 PM 이용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받는 것은 PM 이용 자 몇몇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바로 옆을 지나가던 나의 이야기이자, PM을 이용하고 있을 아주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이다. PM을 둘러싼 ‘우리’의 문제에 한양인의 관심이 필 요하다.
21) 차량과 일체형인 빌트인(built-in) 타입으로, 차 안에서 충전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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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남북통일 : 현실적인 과제와 문제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굳이 생각을 해야 한다면,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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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론적인 통일에서 벗어나며 분단이라는 아픔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어서일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서 일까. 어느덧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분단의 현실이 이전부터 당연하게 이어오던 일상이 되어버렸다. 악화하는 경제 상황, 다양한 사회 갈등들 때문에도 통일 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다. 자주 번복되는 대북 정책과 통일관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의 태도도 관심이 떨어지는 데 한몫을 했다. 몇 년을 주기로 바뀌는 정부의 성향에 따라, 어느 해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어느 해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대북 정책이나 통일 전략은 국민들이 관련 문제에 대한 혼란과 피로를 축 적하고, 어느새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런 일련의 원인 때문인지, 우리들 사이 에서는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이나 객관적인 분석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그나마 현재 진행되는 논의도 다소 맹목적인 찬반의 전개가 많다. 하물며 이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으로 통일과 관련된 문제를 항상 내재하고 있기에 통일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필요하다. 지금과는 관련이 없는 듯하지 만, 언제가 대한민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농후하다. 논의에 대한 필요성이 곧 통일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대한민국이 직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 생, 특히 우리 한양인들은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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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앞서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전에, 논의가 이뤄질 틀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먼 저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이 서로 지향하는 통일의 방식은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 우, 노태우 정부 시기에 발표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골자로, 이후 김영삼 대통령 이 보완하여 발전시킨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하 민족공동체방안)을 공식 통일방안으 로 삼고 있다. 민족공동체방안은 통일의 기본철학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으 며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1)을 지니고 있다.2) 또한 궁극적으로 화해 협력, 남북 연합, 통일 국가의 3가지 단계를 거친 하나의 통일국가를 최종적으로 지향한다. 하지만 북한 의 경우에는 이와 상당히 다른 모델을 제시한다. 이른바 <고려연방제>이다. 하나의 정 부, 하나의 체제를 담는 민족공동체방안과는 달리, 고려연방제는 남북의 사상과 제도를 유지하는 일종의 연방제이며 외교권·군사권 등의 권리도 남북이 각자 갖는다. 이렇게 통일에 접근하는 틀부터 대한민국과 북한의 괴리는 크다. 그렇기 때문에 현 재로선 이 둘을 절충할 방안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위 두 가지 방안을 포함 한 통일에 대한 다양한 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민족공동체방안과 가까운 대 한민국 주도의 흡수 통일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고 접근하고자 한다. 실제로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제적 수준, 외교 등의 사안에서 대한민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북 한 입장에서 이를 극복할 수단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그리고 해외 분단국가의 통일 사례에서도 거의 대부분 흡수통일의 양상을 보이기에,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가 정하고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남북 통일방안 비교 남측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자주·평화·민주 화해협력→남북연합→1민족1국가 남북연합(남북정상회의·남북각료회의 상설화) 통일헌법에 의한 남북 민주총선
북측 명칭 통일원칙 통일과정 과도체제 통일국가 실현절차
1민족·1국가·1체제·1정부의 단일국가
통일국가 형태
통일정부·통일국회(양원제)
통일국가기구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연방국가로의 점차적 완성 없음 연석회의 방식에 의한 정치협상 1민족·1국가·2제도·2정부의 연방국가 (남북 각 현정부가 정치·군사·외교권 보유) 최고민족연방회의·연방상설위원회
▲ 민족공동체방안과 고려연방제의 비교 (출처: 세계일보)
1) 자주 - 우리 민족 스스로의 뜻과 힘, 평화 - 전쟁이나 상대방에 대한 전복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 민주 - 민족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권리를 바탕 2) 통일부 공식 홈페이지 - 통일방안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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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 바라보는 남북통일 흔히 통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면, 경제적인 문제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도 통일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이며 남북 간의 격차가 가장 심한 부분이다. 2019년 기준 대 한민국의 1인당 명목 GDP3)는 32,000달러 수준이지만 북한은 800달러 정도로 추정하 고 있다. 이는 국가 전반적인 경제 수준 뿐만 아니라 남북 주민들 간의 경제력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는 통일비용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먼저 통일 시 후의 경 제 문제는 북한의 경제를 대한민국의 경제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 에는 화폐 제도의 통일, 인프라의 통일, 교육 및 인식의 통일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먼저 화폐 제도를 먼저 살펴보면, 대한민국과 북한은 명칭상으로는 동일한 원화를 사용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개념의 화폐이다. 2017년 공식 환율(대한민국은 변동환율4), 북한의 경우는 고정환율5))에 의하면, 대한민국 1,071원당 북한 109원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 정부의 고정환율에 대한 발표에 따른 것으로 실제 북한 내 암시장, 일 명 장마당에서는 더 낮은 환율을 보인다고 한다.6) 북한 민간 경제는 그 실질적인 축을 담당하는 장마당이라는 지하경제로 지탱되고 있다. 현재 일명 장마당과 같은 민간경제 에서는 북한 자국 화폐를 통용하지 않고 달러·위안화·엔화·원화 등의 화폐를 암암리 에 사용하고 있다.7) 이러한 점들은 통일 시의 화폐 통일에 보다 용이한 상황일 수 있다. 북한의 원화는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에 명확한 가치를 매기기가 힘들뿐더러, 이에 대한 교환비율도 정하기 힘들다. 반면 외국 화폐 및 대한민국 원화의 경우,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통일 직후의 혼란스러운 북한 지역 내의 경제에 최대한 무리를 적 게 줄 수 있다.
3) 국내총생산 4) 평가를 정하지 않고 변동폭도 전혀 규제하지 않는 환율제도. 네이버 경제학사전. 5) 평가를 고정하여 변동폭을 극히 협소한 범위내로 한정하는 환율제도. 네이버 경제학사전 6) 통일부 - 북한정보포탈 7) 북한 경제에 대한 이해, 주성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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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화폐에 관한 문제는 낙관보다는 어려움이 많다. 남한의 물가와 북한의 물가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북한 주민들의 화폐(외국화폐·대한민국 원화·북한 원화) 를 대한민국의 환율대로 교환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 게 대한민국의 물가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대량의 빈민을 양산하여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 통일을 직면하기 이전에, 이런 화폐 제도와 더불어 기존의 북한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교환비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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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Infrastructure)8)로 바라본 통일 또한, 통일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한반도를 실질적인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것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할 것인가이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체제의 통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 만 통일 직후의 후유증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통일이 이뤄 지기 이전부터 도로, 상하수도·철도·전기·항만·지하철 등의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통일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 재원이나 민간 투자가 북한 지역에 대 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롭게 정해지는 국경을 경비하기 위한 군대의 이 동이나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인 지원도 이루어질 것이다. 통일 초기, 이 런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속하게 행해지냐에 따라 통일 직후의 행정 공백과 혼 돈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통일 직후의 민간·정부의 움직임이 신속하게 행해지려면 사 전 대비와 계획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에 살고 있는 우리의 경우, 전국 각지로 연결된 국도·고속도로·철도·지하철·항만시 설·공항 등 인적·물적 자원의 움직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의 경우, 도로에서 시속 50km 이상 주행할 수 없을뿐더러 도로 포장률도 10% 이하로 매 우 열악하다.9) 철도 부분도 마찬가지로, 북한 철도는 대한민국 기차의 주행속도 수준으 로 운행할 수 없으며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프라 의 기준 규격이 상이할 경우 사용하지 남북한의 인프라를 서로 연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철도의 경우, 철도의 규격이 맞아야 하는데, 북한지역의 철도 규격은 남한의 철도 규격과 다르다. 국내 기차나 수송 수단이 북한 지역 철도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즉 북한 의 낙후된 인프라가 북한 지역 재건 계획을 뒷받침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8)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시설·제도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동력·에너지 관계시설, 도로·수로· 공항·항만·전신·전화 등의 교통·통신시설, 상하수도·관개·배수시설 등을 포함한다. 두산백과 9) 신승우. (2019). ‘북한 인프라 현실과 통일한반도 국가인프라 선결과제’. 대한토목학회지, 67(7), 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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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최근 사례가 바로 ‘2018년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이 다. 실제로 대한민국 철도를 북한 지역으로 보내, 현지의 철도 규격과 시범 운영을 하는 등의 현지 조사를 했다. 또한, 한국 토목 및 유관 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논의와 대책에 대해서 꾸준히 토론하고 관련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은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과 같은 남북협력 및 현지 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 며 북한 당국의 인프라 관리 소홀 때문에 몇몇 부문에 대해서는 개선이 힘든 상황이다. 도시 내의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만만치 않다. 북한 지역의 도시는 총 27개가 존재한 다. 사실 평양을 선두로 한 북한의 도시는 이미 자체적인 인프라를 갖춰 놓고 있다. 일 각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계획경제 체제로 인해 초기 도시 계획이 생각보다 잘 갖춰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반대로 논의를 해보면, 기존의 인프라가 새로운 인프라 설치의 방 해요소가 될 수 있다. 북한 지역 내에서 최상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평양시의 경우에도 상하수도·전기·도로·지하철 시설은 1970년대 수준에 머무른 경우가 많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해 이런 인프라에 대한 개선 및 보수 실시에 대한 여부도 불확실하다. 현 재로서는 북한 도시의 인프라에 대한 평가가 제한적이고 추측의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이후 실태 조사를 통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의 진단이 나온다면 문제는 악화될 가능성 이 높다. 오히려 기존의 인프라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보다 새로운 인프라를 처음부터 설치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쉽다. 현실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북한 내부 인프라 실정을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도 문 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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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남북통일 통일 이후, 한국의 수도는 어떻게 될까.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이 현행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선 법률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의 관습법상으 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을 밝혔고10) 북한 역시 1972년 제6차 개정 이전까 지만 해도 헌법에 서울을 수도로 명시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이 모두 묵시적·명시 적으로 서울을 실질적인 수도로 간주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인프라와 정치적 측면 에서도 서울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현재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수도로서의 입지가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인 구로 다수인 기존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서울을 수도로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다. 통일 직후, 남북한 주민들 의 화합과 해당 주민들의 소외감을 방지하기 위해 ‘제 3의 장소’를 통일수도로 선정하자 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개성시가 있다. 실제로 통일 시 수도 이전의 후보지로 개성시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다. 1994년 대통령자문기구에서 공식적으로 통일수도로서 개성시를 선정하기도 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11) 이 와 같이 개성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상징성과 인프라 그리고 민족 통합의 메시지가 있다. 개성에는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위치함과 동시에 남북이 중간지대 및 완충지대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따라서 통일 시 남북 주민들 간의 화합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대결 구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 개성시는 지리적 으로 서울과 가까우며 기존의 수도권 권역에 포함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인천에 위치한 공항, 항만 등의 인프라와의 연결이 용이하다.
10) 2004헌마554 외 (병합)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11)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 (2013).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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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성이 수도의 역할을 하기에는 면적이 너무 협소하다는 단점도 있다. 지리적 으로도 휴전선 인근에 있기에, 휴전선 인근의 지뢰 문제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전부 터 존재했던 기존의 수도권 인구 과밀화 심화를 새롭게 촉발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기 에, 개성으로의 수도 이전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한반도의 통일 수도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다음 의 문제가 가장 어렵고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 바로 북한의 과거사 청산 문제이다. 여 기서 언급하는 과거사 청산 문제는 기존의 북한 정권 내에서 자행되었던 인권탄압과 각 종 범죄에 대한 것이다. 현재 북한의 인권 문제는 UN과 서구 국가들에 의해 그 심각성 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되고 있다. 또한 새터민들의 증언과 UN 인권위원회 보고서, 미국 상원의 북한 인권실태 보고서 등에 의해서도 그 심각성이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 일 후의 해당 문제에 대한 처벌과 대책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법적 기준과 처 벌의 수위를 정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된다. 따라서 해당 문제를 고려하는 데 있어서 현재 남북문제와 유사점을 가졌던 과거 서독 과 동독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 동독의 경우에도 40년의 통치 시기 동안 반인 도적 불법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 서독으로의 흡수통일 이후, 동독 주민들을 중 심으로 과거 동독 정부의 범죄 행위를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 지듯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 서독 정부는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선포한 당일에 과거사 청산을 위한 특별수사부를 설치하여, 동독 정부의 범죄 행위 조사에 대한 의지 를 보여주었다.12) 하지만 이런 수사는 법치주의 원칙에 의해 해당 범죄에 대한 사법처 리가 제한되었다. 대표적으로 공소시효의 문제, 형사 불소급의 원칙 그리고 개인의 범 죄 몫 등이 있다. 동독 정부에 의해 자행된 인권탄압과 같은 범죄 행위들은 대부분 공소 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동독 치하에서 개인(주로 동독 지도층 및 공무원)들이 저지른 죄의 몫이 측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독 체제는 체제 자체적
12) 고상두. (2019). 구 동독의 과거청산과 통일한국에 대한 시사점. 정치정보연구, 22(2),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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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거대한 억압 구조를 이루었고 국민 개개인에게 국가 조직의 압력이 작용하는 구조 였다. 그렇기에 설령 인권 범죄의 표면적 가해자가 개인일지라도 이들을 완벽한 가해자 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하물며 동독 정부 자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할 수도 없는 상황 이기에 이들의 처벌에 대한 대상은 모호했다. 설령 이런 문제들이 극복된 이후에 공식 적으로 처벌된 대상을 살펴보아도 상당수가 슈타지(동독 비밀경찰)였고 정작 동독 공산 당의 통치행위에 대한 처벌은 어려웠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독일의 문제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현 북한 체제를 보면, 동 독의 체제를 능가하는 대규모 억압 체제이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점을 통일 이후, 한국 사회가 고스란히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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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논의’에 대한 ‘논의’ 분단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그간 통일에 대한 추상적인 인상만이 존재할 뿐, 그 실체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을 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과거에는 통일에 대해 논하기 전 에 이념과 정치적 문제가 선행되었더라면, 요즘 들어서는 통일에 대한 관심의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통일에 대해서 어느 순간, 분석과 관찰의 자리에 맹목적인 찬반논리가 대신 자리 잡았다. 통일에 대한 고민 속에서 ‘한민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한다’, ‘당장 현실 가능성이 없고 이미 시간도 많이 지났다’라는 논쟁은 우리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펴 본 단편적인 문제만 하더라도 어느 한 부문이 수월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 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극복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다. 정치적 논의와 이데올로기적 접근도 현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필요한 논의이다. 하지만 그간 우 리 사회는 이데올로기적 접근만 추구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살펴보면 통일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생각될 수 있 다. 하물며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을 볼 때, 통일이 현재로서는 가망이 없는 미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이런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이 하고 있더라도, 적어도 국가를 운영하 고 이끌어나갈 사람들과 훗날 그 역할을 할 누군가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고찰을 해야 한 다. 만일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국가적 위기 혹은 중대한 사안으로 다가올 때가 되 어서야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적어 도 누군가는 다양한 방면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서 고심해야 한 다. 이런 관점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 그 자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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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불평등 # 능력주의
흔들리는 공정속에서 정시 향이 느껴진 거야 편집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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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께선 설령 정시가 확대돼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을 더 많이 진학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학생 부종합전형으로 야기되는 불공정성보다는 더 공정하다고 판단하 시는 것 같다” - 교육부 김혜영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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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10대 후반의 우리들을 짓눌렀던 단어 우리에게 대학 입시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에 입학한 지 어느 정도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고생했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미화되기도 하고, ‘그래도 한 번쯤은 할 만했어' 하고 넘길 수 있었겠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 입시란 결코 웃어넘기기 힘든 주제였다. 입시가 그토록 힘들게 느껴졌던 원인엔 혹여나 실패한다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까 하는 마음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내가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지 않아도, 가족 구성원, 친구들이 입시라는 부담에서 한결 벗어나 있다 해도 우리는 여전 히 ‘대학 입시’ 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하다. 이런 민감성은 사회적 사건을 통해 드러나 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특별 전형을 신설할 때에도, ‘최순실 게이트' 의 일부 였던 정유라 입학 특혜논란 때에도, 조국으로 시작해 나경원까지 번진 자녀 입학 특례 의혹 때도 온갖 언론을 비롯한 주변에서 그토록 ‘공정'을 요구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가 히 ‘입시에 대한 공정은 전국민적인 관심사’ 라 칭하는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일련의 사건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입시가, 대학이 앞으로의 삶에 미 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준생의 88%는 출신 대학이 취업 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1) 정말 대학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든 간에 ‘내가 대학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이 만연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 다. 그런 공포심 때문이었을까. 입시에 대한 공정은 전국민적인 관심사였고, 그중에서 도 학생을 모집하는 방식인 수시와 정시에 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22 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선언했다. 김해영 교육부 최고위 원은 “많은 국민들께선 설령 정시가 확대돼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을 더 많이 진 학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야기되는 불공정성보다 는 더 공정하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 라며 정시 확대에 대한 교육부 측의 의도를 밝 혔다. 1) 취준생 88% '출신 대학 취업에 영향', 기업에서 사원 채용 때 중요시하는 항목?,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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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의 키워드: 공정성 사실 정시 확대 기조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공약에서부터 내포되어 있 었다. ‘정시 확대’라는 명시적 표현은 없지만, ‘대학 입시 단순화’, ‘사교육 유발하는 수 시 전형 대폭 개선’ 등 현재의 방향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들어가 있다. 지금껏 실행 이 되고 있지 않던 것은 교육부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교육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했고, 정시가 확대되었을 때 안 그래도 위협받고 있는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학생 선발 비율 교과 학종 33.1%
21.9% 수능 25.6%
서울 내 10개 사립 대학에서의 중도탈락률 (제적, 자퇴 등)
2.5%
학생부종합
3.1%
교과
6%
수능
정시가 확대되면 고등학교 교실 내 수업 분위기는 점점 악화된다. 학교 수업을 충실 히 따라가는 것보다 수능 공부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정서가 팽배해지기 때문이 다. 각종 행정 업무에 둘러쌓여있고,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까지 신경 써가 며 학생들의 입시를 책임지기는 어려웠고, 이는 ‘수능 공부는 학원에서 해야 돼’라는 정 서를 부추겼다. 공교육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과 입시의 연계성을 높여 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시의 방향 자체는 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 확대를 주장 하는 여론이 확대된 것은 공정성이라는 키워드가 화두였다. 수시가 비판받는 가장 큰 쟁점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것이다. 합격자가 탈락자보다 무엇을, 얼마나 잘했기에 합 격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핵심으 로 작용한다는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를 학부모나 사교육 기관 등이 대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행위를 지원하려는 학교의 입학처가 제대로 변별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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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것 같다는 불신까지 더해졌으니 ‘학종’에 대한 불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신뢰 를 보내기엔 사회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부정행위도 있었고,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 기엔 한국에서 대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모의 소득수준과 자녀의 수능성적2)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을 더 많이 진학하는 현상 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를 감안하면서까지 교육부가 정시를 확대한 것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주로 받았던 것 을 떠올려보면 한국 사회는 입시의 ‘부익부 빈익빈’을 거부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정시 를 확대하는 건 일견 모순적이다. 사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입시제도의 선호에 소득 자체가 결정적인 원인으로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다수의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은 것일까?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이 모두 고소득층인 듯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2) 최필선, 민인식. (2015).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사회 과학연구, 22(3),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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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시는 어떻게 동의를 얻었나 한국사회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사회학’ 최신 호에 등재된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 시제도>에 따르면 정시전형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첫째 로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 둘째는 주관적 계층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시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사회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게 측정되고 주관적 계 층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 이러한 주관적 계층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 치는 요인 중 하나는 정치적 성향이다.3) 정치적 성향이 우파에 가까울수록 자신이 위 치한 계층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우파는 부층의 이익 또는 가치를 대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존의 방식에 적응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 한으로 사람들은 기존 방식에 순응하는 보수주의 성향을 보인다.4) 결국 정시가 확대된 배경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신뢰가 붕괴했고, 실제로 처한 상황보다 각자의 상황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주관적 계층의식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이게 결국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이 입시를 마주할 때 정시전형을 선호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 을 해볼 수 있다. “수시가 금수저 전형이냐 vs 정시가 고소득층의 대학진학을 유리하게 만드냐”라는 명제 간의 대립은 비슷한 소득 수준에서 선호하는 입시제도가 다르게 나 타나는 경우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주관적 계층 의식과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정 도라는 변수를 고려한다면 이해가 간다.
인과관계 측면에서 보자면 정시를 지지하는 측은 “정시는 그래도 시험장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 일정 부분 능력을 인정받지 않느냐. 어쨌든 최소한의 능력은 갖춘게 아니 냐. 설령 고교 내신이 좋지 않았다 해도, 내가 ‘능력’을 키우면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정 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능력주의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더 능력 있는 사 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능력주의, 한국에서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 고 우리는 능력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3) 송한나, 이명진, 최샛별. (2013). 한국 사회의 객관적 계급위치와 주관적 계층의식간 격차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인구학, 36(3), 97-119. 4) 유한 계급론 - 소스타인 베블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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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능력주의”라는 단어는 1958년 마이클 영의 능력주의의 출현 (The Rise of the Meritocracy) 이라는 소설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직후 영국에서 IQ를 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시도를 보고 이를 우려한 풍자물이다. 소설 내에선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당엔 모두 남들에게 내세울 업적을 세운 사람들뿐이라 그들의 욕심을 제어할 방도가 사라지는 사회를 묘사한다. 결국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상위, 하위를 가리지 않고 계급은 세대를 이어 재생산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현실에서 기능하려면 사회구성원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야 한 다. 능력주의에 동의하는 기저엔 ‘노력해 실력을 쌓으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 다. 실제로 그렇게 사회가 기능하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보다도 그런 믿음, 혹은 사실 자체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어떤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피지배자가 해당 이념에 동의하 고 순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로부터 비롯된 시스템이 유지된다. 한국에서는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인 86세대가 능력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경향을 마주할 수 있 다. 그들이 금수저가 아닌 경우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곧 학력 자본이었다. 고성장기엔 특출난 성과를 내지 않아도,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공부하고 일하더라도 소득의 증가 율이 가파르다. 자신의 경제적 성공에 작용한 수많은 우연적 요인, 예를 들어 운보다는 자신이 통제 가능한 주체적 요인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주체적 요인이라 해도 실상 은 엄밀한 의미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휘된 능력이나 노력이 아닌 경우도 많다.
능력주의는 세습된 중산층에게 자신의 등장을 설명하기 가장 적합한 개념이다. 부모 가 취업을 알선해 주지도 않고, 집 따위의 재산을 물려받지는 않아 ‘금수저’ 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암묵적인 지원은 간과 한 채 현재 자신의 지위는 ‘노력’으로 얻었다고 믿는다. 이는 세습으로 얻은 지위보다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원인으로써 작용한다.5) 5) 류동민. (2016).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위기. 황해문화, 90호,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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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능력주의는 양극화를 부추겼다. 소득의 차이를 정당화할 수단으로써 능력주 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교육과 기술 수준에 따라 소득이 차등분배 되어 야 한다는 전제에는 이견을 가지기 힘들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점은 그 정도가 과하다 는 것이다. 상위 n% 가 전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뉴스가 대수롭지 않게 되어버 린 요즘이다. 더불어 수능 한두 문제의 맞고 틀림, 내신 등급의 소수점 오차에 따라 진 학할 수 있는 대학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수능을 설계하고 시행을 주도했던 고려대 교 육학과 박도순 교수는 “여러 차례의 실험 과정을 거쳐 설계한 지능검사의 측정 오차가 ±5점이다. 수능은 정교함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두 배 정도의 오차가 있다고 봐야 한다. 통계적으로는 수능 380점과 390점은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러나 대학 입시에서는 충분히 당락을 결정할만한 점수다. 표준 점수 10점에 따라 달라 지는 대학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는 수 치를 통해 설명할 필요 없이 다들 경험적으로도 느끼고 있을 듯하다.
그런데 다시 원론적인 얘기로 돌아가 보자. 언제부터 교육이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게 되었을까. 교육의 목적이 단지 성취를 기준으로 국민을 줄 세우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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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사회적 기능 교육 사회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정의한 교육의 사회적 기능은 크게 다음 두 가지다. 기능주의에 속하는 평등화론과 갈등론적 관점에 입각한 불평등 재생산론이다. 먼저 평 등화론의 경우 프랑스 혁명과 함께 등장했던 진보주의자 & 자유주의자들이 제시한 관 점이다. 당시에는 신분 사회를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고, 그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라고 보았다. 평등화론에 따르 면 교육을 충실히 이수했을 경우 부모 등의 출신과 관계없이 사회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곧 계층 역전의 발판이라 보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이 교육이라고 보는 입장이 평등화론이다. 불평등 재생산론의 경우 이 와 대비되는 관점이다. 교육이 계층 역전의 수단이 아니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 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불평등 재생산론의 요지다. 교육은 권력자, 혹은 상류층들의 이 익을 위해 설계된다는 얘기다. 불평등 재생산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교육과정을 우수 하게 이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보수를 받는 것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등 지배층 의 생각을 답습하게 되는 과정이 존재하며, 이러한 현상에 교육이 큰 역할을 한다고 주 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교육의 사회적 기능은 기능주의, 혹은 갈등주의로 명확히 구 분 짓기 어렵다. 예를 들면 과학계의 발견이 그 당시 지배층, 또는 부유층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해도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인구가 학자나 기업가가 아닌 근로자가 되는 현실에서 고교과정에 노동법이 도외시되는 현상은 분명 교육이 순수하게 기능주의적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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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재 교과서의 노동 관련 교육 분량 초등학교 사회 : 노동 문제 없음
2015 교육과정 개정 노동교육 관련 쟁점
중학교
고등학교
사회 : 170시간 중 2시간 분량
고1 사회(선택) : 1.8시간 분량 법과 사회(선택) : 1시간 분량 사회문과(선택) : 1시간 분량
•중학교 사회, 신설 고교 필수과목 ‘통합사회’에 노동권 문제 포함 (중학 사회 2.2시간, 고교 통합사회 2.3시간 분량 불과) •노동·금융시장에도 시장원리 적용 •초·중·고 공통, 선택과목 모두에 ‘기업가 정신’ 교육 포함
▲ 노동교육, 초·중·고 수업 1만 시간 중 고작 5시간뿐, 경향신문
앞서 언급한 능력주의는 교육을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 에서 언급했듯 기능주의의 반대관점인 갈등주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쌓여왔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공통적으 로 결과의 격차를 줄이고 교육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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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상의 공정대신 효율을 해치지 않는 선의 공평을 향해 결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은 종종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 를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범 전 교육부 차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쟁을 완화하려면 ‘결과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 금메달은 10만 원, 은메달은 3만 원, 동메달은 1만 원을 받게 된다면 경쟁이 격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금메달은 10만 원, 은메달은 8만 원, 동메달은 6만 원을 받게 된다면 경쟁의 강도가 완화되고 사회적 비용과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보상 체계라면 제법 합리적이지 않은가? 맹목적인 서열화를 지양하고 대학교 전반의 교육 수준과 인식을 끌어올려 대학간의 격차를 조금씩 좁히자는 의견은 설득력 이 있어 보인다. 시장경쟁과 달리, 교육에 대한 경쟁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가계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정성적 평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정량적 기준으로는 과도한 경쟁을 통해 낭비되는 비용을 개선할 수 없다.
“명문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에도 실력만이 아니라 사회 발전, 나아가 보다 공평 한 세상이 되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왔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부모 그리고 교육이 나서서 사회와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에 대한 분노와 비판에서 벗어나게 하는 근본 대책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삶에 대한 평가”의 첫 시작은 교육 에 대한 정성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고성장시대가 지나고 발전 자체와 더불 어 불평등, 빈부격차 또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시대이다. 더 이상 경쟁이란 명목하에 불평등과 양극화를 외면할 수 없다. 정시라는 정량평가로 명목상의 공정을 추구하는 대신, 효율을 해치지 않는 선의 공평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으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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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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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경모 010-8916-0834/HYgyoji@gmail.com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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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송의 변화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Part
3
문화
“누가 일반인 영상을 찾아봤겠어요. 그때 조회 수는 2~3백 정도였어요.” - 유튜버 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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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방송의 변화
TV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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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낮아졌어요 10%의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 도 20%의 시청률은 기본으로 넘었다. 당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은 평균 63.7%를, <태조왕건>은 평균 60.2% 시청률이 나오는 등 프로그램 시청률은 대체로 높았 다. 심지어 시청률이 10% 정도면 소위 ‘애국가 시청률1)’이라 불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평균 시청률 10%만 넘어도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프로그램이 잘 됐다고 얘기한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최종화에서 평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2019년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 외에도 지상파인 SBS·KBS·MBC 역시 예전 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낮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는 TV의 채널이 증가하면서 시청자가 시청채널을 선택할 폭 이 넓어진 점이다. tvN·OCN 등 케이블 채널과 JTBC·채널A·MBN·TV조선의 종합 편성채널2)(이하 종편)이 추가로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시청률은 급속도로 하락 하기 시작했다. SBS·KBS·MBC 역시 다양한 채널을 운영해 예능·스포츠·드라마 등 전문채널3)이 따로 만들어졌고 기존 프로그램을 재방송할 수 있는 채널이 증가했다. 즉, 재방송 활용을 많이 하면서 프로그램 제작비는 새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절감한 채 새로 운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과거보다 늘어난 채널의 수는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에 따라 시청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채널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 게 되었고, 그만큼 한 채널이 잡을 수 있는 시청자는 감소했다.
1) 과거 정규방송의 시작과 끝에 애국가를 넣었기 때문에 애국가 시청률과 같다는 의미는 그만큼 시청률 이 나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2) 보도·오락(예능)·교양 등의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채널을 의미한다. 3) 특정 내용이나 대상을 정하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채널을 의미한다. SBS의 경우 예능 채널 ‘SBS Plus’, 스포츠 채널 ‘SBS Sports’, 골프채널 ‘SBS Golf’ 등의 전문채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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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령대별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전체 응답자)
(N=7,234명, 단위: %)
■스마트폰 ■TV ■PC/노트북 ■신문 ■라디오 ■서적 ■잡지 ■태블릿PC
82.5
7.6 7.1 0.5 0.0 1.4 0.0 0.7
10대 81.5
11.4
6.6 0.0 0.1 0.2 0.0 0.0
20대 76.0
16.6 6.2 0.0 0.4 0.2 0.0 0.6
30대 71.7
23.8
2.9 0.2 0.3 0.0 0.4 0.3
40대 46.3
50.2
1.7 0.6 0.7 0.0 0.2 0.0
50대 22.8
72.8
1.0 1.6 1.5 0.0 0.0 0.0
60대 6.2
90.7
0.1 0.7 0.7 0.1 0.0 0.1
70세 이상
▲ 2018년 조사된 일상생활 필수 매체 인식조사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뿐만이 아니다. TV 방송에게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했는데 바로 통신을 통해 이뤄 지는 뉴미디어4)다. 도대체 뉴미디어는 무엇이기에 기존 방송과 경쟁까지 할 위치에 섰을 까. 그중 예능 프로그램은 유행과 시청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뉴미디어에 따른 변화 가 확연하게 보인다. 그래서 뉴미디어가 TV 방송을 위협하게 된 원인을 우선 살펴보고 뉴미디어의 성장이 TV 방송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지 전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 고 뉴미디어에 따른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 역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4) 기존 미디어와 차별되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통신수단을 활용한 미디어를 의미한다. 유튜브·넷플 릭스·왓챠플레이 등 인터넷을 이용하는 매체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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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매력을 흘리는 뉴미디어 TV 방송을 위협하는 뉴미디어 중 으뜸은 유튜브다. 드라마·예능·교양을 넘어 보도 까지 유튜브에서 다루는 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졌고, 방송의 대체물로 여겨지기 시작했 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사회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그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렇다면 어떤 장점이 있기에 사람들은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일까. 우선 기존 매체와 차별화된 ‘짧은 영상 시간’이 있다. 대중은 유튜브 덕분에 TV 프로그 램의 절반도 안 되는 10분 남짓의 시간만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유 튜브는 바쁜 사회인의 삶 틈틈이 소비되기에 적당한 영상 길이를 가졌다. 무엇보다 본인 이 원하는 장면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스킵기능’은 혁신과도 같았다. 화면을 두 번 연 속으로 터치만 해도 10초 스킵이 가능한 이 기능은 유튜브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왓 챠플레이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등장해 스킵기능은 뉴미디어의 대표적인 특성이 되었다. 이제 흥미없는 부분은 쉽게 넘기고, 원한다면 해당 장면을 반복해서 볼 수 있게 됐다. AI 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 추천 서비스’ 역시 뉴미디어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 외 에도 유튜브가 도입한 유튜브 프리미엄의 ‘자동결제’ 방식은 소비자의 플랫폼 장기적 이 용을 유도했다. 이처럼 기존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움은 뉴미디어의 대표적인 특성이자 경쟁력이 다. 현재 뉴미디어는 방송법상 아직까지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덕분에 뉴미디어는 TV 방송과 비교했을 때 법적인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색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었 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판 웹 예능의 시초인 tvN go의 <신서유기1>과 유튜브의 <워크맨> 이다. <신서유기1>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플랫폼인 네이버캐스트에서 독점 방송했다. 당시 엔 호흡이 긴 TV형 예능 프로그램이 뉴미디어로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TV와 뉴미디어 의 경계가 높았다. 때문에 신서유기가 네이버캐스트를 선택한 것은 도박과도 같았다. 하 지만 TV 방송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B급 개그코드로 자신의 존재성을 보여줬고, 시청자 를 유혹했다. 첫 회에서부터 이수근을 ‘상암동 배팅남’이라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 부르는 등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입담으로 신서유기는 웹 예능의 도화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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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되었다. <워크맨> 역시 TV 방송에서 보지 못할 독특한 구성과 편집을 지닌다. <워크맨> 은 장성규가 사회에 존재하는 일자리를 체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장성규는 “키즈카페 라 그런지 시급도 아기만큼 주네?”나 “내가 1년 동안의 건설노동 일당을 한 푼도 쓰지 않 고 모아도 래미안 아파트 1평도 못 사”와 같은 거침없는 드립으로 사회 불합리를 집어낸 다. 하지만 <워크맨>이 TV 방송으로 나왔다면 방송 제제로 인해 그의 드립은 대부분 편 집됐을 것이다. 그렇게 <워크맨>은 채널 개설한 지 4개월 만에 구독자 수 300만 명을 넘 겼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유튜브 워크맨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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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빼앗긴 방송 프로그램 이처럼 뉴미디어는 점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뉴미디어의 상승세 로 드라마·뉴스보도·교양 등 기존의 TV 방송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우선 방송의 광고 의존도는 이전보다 극심하게 높아졌다. 이미 뉴미디어에 시청률을 빼앗긴 기존 TV 방송 국은 재정 확충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프로그램 제작운영에 있어 제작비 확충 여부는 전체적인 방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며, 방송국 자체적으로 재정확충이 가능하다 면 방송국은 광고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 수신료를 받는 KBS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는 정기적으로 유입되는 재원이 없어 상당수의 제작비를 광고로 충당하고 있다. 특히 시청자를 잃은 방송사는 화제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 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높은 단가의 광고가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모든 광 고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방송사는 일부가 짧게 편집된 영상인 일명 ‘짤’ 역시 활 용하고 있다. 짤은 기본적으로 방송 중 사람들의 이목이 높았던 구간에서 만들어지고, 그 렇게 유입된 시청자가 프로그램 안에 녹아든 광고를 보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문제점은 과도한 광고사용이다. 특히 중간광고5)는 종편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혜택으로 지상파에서는 중간광고가 방송법으로 금지된다. 그러다 오늘날 제작비 마련이 어려워진 지상파는 한 회 분량을 반으로 나누어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법적 으로 중간광고는 아니나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넣는다는 점에서 중간광고와 별다른 차 이가 없었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인위적이게 나뉘면서 이야기 전개과정 중에 끊기는 경 우가 생겼고,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5) 중간광고는 한 회차 분량의 방송 사이에 나오는 광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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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처럼 과다한 광고는 시청자의 반감을 사기 쉬워 광고를 삽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에 대한 방송사의 대책은 프로그램 화제성을 최대한 확보해 광고단가를 높이는 것이었 다. 방송사는 적게 투자하고도 광고단가를 높일 방안을 고민했고, 그 결과 성공한 프로그 램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프로그램으로부터 하나의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어 새 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였고,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을 활용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청률 은 보장됐다. 즉, 방송사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특정 포맷 유형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의도한 바와 다르게 일정한 포맷이 반복이란 문제가 발생했다.6) 대표적으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억상실’과 그 여파로 범인으로 몰리는 등의 전 개방식이 있다. 그 전형적인 구도를 성립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7)부터 최근 드라마 <싸 이코패스 다이어리>까지 기억상실은 한국드라마에 꾸준히 등장했다. 그래서 ‘한국인은 유독 기억상실에 잘 걸리냐’라는 외국인의 반응이 유머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방송 사조차 성공한 프로그램의 소재를 그대로 복제하는 ‘자기복제’도 활발하다. 그 예로 tvN 은 직장상사와의 연애란 점과 배우 박민영이 주인공이란 점이 같은 두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그녀의 사생활>을 방송했다. 두 드라마는 서사구조마저 비슷해 비판받기 도 했다. SBS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별에서 온 그대>를 선보였는데, 두 드라마 모 두 여자가 나이가 많은 연상연하 커플이 주인공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외계인이란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한다.
6) 채널 증가에 따른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다양성 변화 연구, 2016, 표시영&유세경 7) <천국의 계단>은 2003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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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예능, 같아지는 예능 뉴미디어로 인해 방송은 광고 및 포맷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예능은 어떤 변 화가 있을까. 우선 오늘날 광고는 예능에서는 오히려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전통적으 로 간접광고(이하 PPL)8) 노출은 드라마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예능에서도 PPL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웃기 위해 본 예능에서조차 광고가 나오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과거와 달 리 여행·소개·가족 등 한 소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예능은 드라마와 차별성을 지 녔고, 특정 부분의 광고대상으로 적합했다. 그렇게 기대 수익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 서 예능 프로그램도 PPL을 시작했다. 실제로 여행 예능에서는 <배틀트립>이 하나투어와 <런닝맨> 두바이 편은 두바이관광청과 연계했었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PPL이 중요한 드 라마와 다르게 예능 PPL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능의 PPL은 제품을 화면 내에 의도적 으로 두드러지면서 PPL이 하나의 재미로 소비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에서 하하 캐릭터 였던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하이브리드 소나타의 PPL이었다.
▲ 현대차 하이브리드 소나타의 PPL (출처: 무한도전)
8) PPL은 직접 제품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반 광고가 아닌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광고 유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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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능 역시 포맷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상파나 종편에서는 안정적 시청률 확보가 가능한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 집중했다. 각본 없이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중 <무한도전>·<1박 2일>·<런닝맨>은 한때 예능 3대장으로 불렸었다. 매 회차에서 주요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버라이어티 포맷은 다양한 구성을 시도할 수 있어 지상파가 버라이 어티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반면에 종편에서는 TV조선의 <강적들>,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JTBC의 <마녀사냥> 등 토크쇼의 비중이 많이 차지했다. 토크쇼는 세트 장 내에서 출연진이나 소재에 손쉽게 변화를 줄 수 있어서 재정상태가 비교적 나쁜 종편 에게는 유일한 선택인 셈이다. 자기복제는 예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BS는 남성의 집 안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살림하는 남자들>을, SBS는 가족 관찰이란 공통분모를 지닌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과 <미운 우리 새끼>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프로그램 안에서 비슷한 형식이나 소재가 반복되기도 한다. 특히 <정글의 법 칙>이나 <신서유기> 등 시즌제로 진행되고 있는 예능의 경우 그 안에서 변화를 주더라도 전체적인 프로그램 진행이 비슷하다. 그래서 시청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그램이 변화 가 없다고 인식하고 더 나아가 진부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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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겐 TV는 無매력 사람들의 선택은 TV보다 뉴미디어를 향하고 있다. 실제로 TV는 20대의 삶에서 조금 씩 밀리기 시작했다. 20대의 TV 보유 비율인 81.6%에서 2015년에는 37.9%로 꾸준히 감 소했다.9) 20대에게 TV가 냉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TV가 주는 만족도가 가격보다 떨 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20대는 규칙적인 TV 시청보다는 시청 욕구에 따라 TV를 시청한 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20대 연구 대상자 중 60.5%가 TV 콘텐츠를 소비할 때 ‘나중에 한 번에 몰아서 본다’고 답했다고 밝혔다.10) 결말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심리나 시간의 규 약 등으로 인해 단시간에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이른바 ‘콘텐츠 편식증’이 나타난 것이다. 콘텐츠 편식증이 나타나는 20대에게 TV는 매일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높은 TV 가격은 부담스럽다. 또한, 사회초년생이면서 자취하는 청년들에게 TV를 혼자 사용하는 것 역시 부담스러워 굳이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뉴미디어는 아이들에게 기본 매 체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이미 뉴미디어는 젊은 층에게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어 간 것이다. 만약 앞으로 시간이 지나 현재의 젊은 층이 노년층 위치에 자리한다면 TV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TV를 선호하고 즐기던 계층이 사라진다면 TV의 존재 자체가 잊히지 않을 까? 혹은 기분전환을 위해 가끔 즐기는 영화관처럼 TV 역시 평범한 일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TV와 시청률에 의존하는 방송국은 대다수가 사라져 일부의 방송국 만 생존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했는지 KBS는 이미 지역 방송국 기능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11) 즉, 책·라디오·영화관 등이 TV에 밀렸듯 TV도 뉴미디어에 밀릴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9) 『연합뉴스』, 2016, 「20대, TV ‘본방사수’는 옛말…60.5% '몰아보기' 시청」 10)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진행한 이 연구는 2015년 10월에서 11월까지 전국 20대 남녀 954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11) 『충청일보』, 2019, 「충주시의회 “KBS는 충주방송국 축소계획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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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국은 두 손을 놓고 이런 암울한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환영할 리 없다. 어떻게 든 방송에 변화를 주고 프로그램을 뉴미디어에 진출시켜 회사경영을 이어가도록 노력 하고 있다. 이미 지상파인 SBS·KBS·MBC를 비롯한 많은 방송사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wavve 앱이나 tvN과 JTBC 프로그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TVING 앱도 등장했다. 방송은 이에 그치지 않 고 뉴미디어로의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 프로그램은 많은 변화의 시도가 이뤄 질 것이다. TV 매체가 그리고 방송이 사회와 밀접한 만큼 사회도 변화의 흐름 안에 있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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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한양인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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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밤하늘 / 기계공학부 12 심주석 作
플레이아데스 성단 / 기계공학부 12 심주석 作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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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교육학과 18 안채원 作
가을이 오면 / 신소재공학부 16 황성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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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신소재공학부 16 황성주 作
自由 / 신소재공학부 16 황성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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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교육학과 18 신민상 作
소망 / 교육학과 18 신민상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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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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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캠퍼스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 가 직접 주문 및 계산을 하는 시스템인 키오스크는 인건비 감소, 빠 른 주문 시간 등 여러 방면에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소 외 계층이 발생한다는 점, 만약의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학내 키오스크 도 입 확대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양』은 실내건축디자 실내건축디자인 18학번 최지인
인학과 18학번 최지인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1. 학내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한 경험이 있으
4. 학내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어떤 불편
신가요?
함을 겪으셨나요?
네,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적 변수가 많다 보니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쿠
2. 주로 언제, 어디서 이용하시나요?
폰 사용과 적립 면에서도 바코드가 제대로
등교 중 혹은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오히려 시
이용하며, 한양플라자 공차나 CU 편의점
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을 주로 방문합니다. 5. 학내 키오스크 확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 3. 학내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편리한 점
각하시나요?
이 무엇인가요?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
등교 시간, 점심시간 등 사람이 많이 몰리
도입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
는 시간대에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
다. 계산대에 줄이 너무 길어 시간이 오래
좋았습니다. 또한 직접 선택하고 계산하는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현재 키오스크가
방식이기 때문에, 구매 내용을 별도로 확
설치되어있지 않은 미니스톱에도 도입되었
인할 필요 없다는 점이 편리했습니다.
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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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자아성찰기 편집장 김경모(HYgyoji@gmail.com)
요즘에 나는 상담이론과 상담실습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둘을 합쳐 총 6학점을 듣고 있는데, 이쯤 되면 ‘교육학과’보다는 ‘심리상담교육학과’라고 불러야 마땅해 보인다. 물 론 이 사실에 대해서 불만은 없다. 21학점에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게는 항상 사막의 오아 시스와 같은 수업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에 대해서 상담이론이나 기법을 접목해서 한 번쯤 살펴보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직면하고 나니 뼈아픈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 여전히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 바쁘다는 핑계로 무의식 속에 묻어버리는 것도 있다. 여기서는 그 과정 중에 알게 된 나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난잡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건강에 대한 강박이다. 그 예시로 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늘 마스크 를 쓴다. 주변에서 실내에서까지 마스크를 쓰냐고 핍박해도 꿋꿋하게 쓰고 있다. 나를 일종의 ‘미세먼지 판별기’로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런 건강에 대한 문제는 비단 몸 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는 정신 건강에 관해서도 일종의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적 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명상이나 자존감과 관련된 책도 몇 차례 보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현재 나의 모습인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았 다.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도, ‘나는 자존감이 높아야 해’라는 생각 때문에 그 사실을 무 시하기 일쑤였다. 심리검사 결과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게 나오면 검사지의 타당성 부터 의심하고 봤다. 건강하지 않다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랬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건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그리고 나도 그렇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누구나 병적으로 취약해지는 약점 하나쯤은 갖고 있다. 두 번째로 내 연애관이다. 앞서 언급했던 내가 취약해지는 지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스스로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고 여겼는데, 낮을 때가 있기도 하다는 점을 깨달았 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은 호감 있는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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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문제였지만, 상담에 대 해서 배운 김에 조금 더 직면해보기로 했다.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우선 내가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늘 외모에 별 관심 없는 것처럼 행 동했지만, 그것이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더불어 나는 ‘다른 사 람들에게 최소한 미움을 받으면 안 된다’라는 신념이 기저에 있다는 걸 알았다. 즉, 내 마음을 표현했다가 거절당하는 건 곧 그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과 같다고 여겼고, 나로 서는 차라리 현상 유지가 미움을 안 받을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나에 대해 알고 나면 무엇이 바뀔까? 사실 나를 자각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행동패턴을 바꾸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안다고 하더라도 바뀌지 말아야 할 온갖 이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행동패턴은 마치 갑옷과 같다. 내 어깨를 무 겁게 짓누르며 항상 힘들게 하지만, 언제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 문에 갑옷을 벗지 못하고 붙들게 된다. 심지어 갑옷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더 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나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 럴 때일수록 움츠리지 말고 더욱 담대하게 나올 필요가 있다. 화살에만 집중하면 없던 화살도 스스로 만들어 상처받기 마련이다. 화살보다는 내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에 더 욱 집중해야 한다. 물론 때로는 정말 화살에 맞을 때도 있겠지만, 망각의 힘을 믿어보고 자 한다. 사람은 물론 잘 안 변한다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우리가 조그만 변화를 눈 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한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민감해질수록 우리가 바뀌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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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시간에 대하여 수습위원 곽서연(angela8752@naver.com)
계획한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는 다음을 계획하는 것 같다. 오늘을 살고, 지금을 살고 있으면서도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장 몇 시간 후에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미래를 계획하고 주어진 시간을 현명하게 쓰려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참 예쁜 마음 가짐이면서도 종종 시간에 쫓겨 사는 기분이 들곤 해서 버거울 때가 있다. 그리고 종강 을 앞둔 지금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드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버렸고, 빠르게 가고 있고, 빠른 시간의 속력 속에서 시간을 잡지 못해 허투루 보낸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고, 아 아닌가, 나 오늘도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시간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현명하게 쪼개어 쓰면서도 가끔은 여유도 부릴 줄 알 아야 하는데, 적당히를 생각해 내는 게 참 어렵다.
또 시간은 여러 면에서 마법 같다. 빠르게 가는 것 같으면서도 느리게 가고, 때로는 시간에 맡기면 술술 해결되는 일들도 많고. 요새는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내 하루를 지 배하고, 내 생각을 지배하는 시간에 대한 잡념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연말이라 그런가 ㅠㅠ 너나 할 거 없이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나이도 들어가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라우리만큼 시간은 약이다. 당시에 그렇게 힘들었던 일은 시간 이 지날수록 고요해졌고, 시간은 또 그렇게 너와 내가 공유한 것들도 아무 일도 없었다 는 듯이 기억 속에 바래지게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런가하면 시간 은 모든 것을 바래지게 하는 데만 특출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여운과 메 시지를 남기는 것들도 있었다. 참, 언제쯤 이 시간의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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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08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상품을 드립니다! ^_^ 『한양』 108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WORST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6
• 홍콩은 지금 빨간 불. 단순히 외부 정치 상황만이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96
아니라 교내의 중국인과 홍콩 유학생들 간의 갈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93
등이나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활용했으면 더 좋았 을 것 같습니다. (기계공학과 12 심주석)
『한양』 108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에브리타임이 한양대학생들의 주된 커뮤니티이
학내에서 불편한 것
긴 하지만, 교지에서 근거자료로 싣기에는 다소
• 헬프과목이 P/F로 변해서 학업부담은 줄었지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국어교육과
만 기업 취직이 목적이 아닌 사람에게는 여전
17 성예원)
히 실효성 없는 수업입니다. (국어교육과 17 성
• 교내 이슈의 경우 쟁점 사항에 대해서 양측 의 견을 넣어주면 좀 더 객관적인 글이 될 것 같습 니다.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예원) • 교내 컴퓨터실에 오래 방치되어 있는 고장난 컴퓨터들. (기계공학과 12 심주석) • 타 대학에 비해 교내 장학금 수혜자가 별로 없
『한양』 108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 는 무엇인가요?
는 것 같습니다.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 편 가르기 (구연수)
BEST • 홍콩은 지금 빨간 불. 타임라인을 깔끔하게 정
사회에서 불편한 것
리해주고 한양대와 관련있는 전문가 인터뷰도
• 길 가는 사람을 무리하게 붙잡거나 따라가면
넣어서 짜임새가 좋았습니다. (국어교육과 17
서 선교하는 사람들. (기계공학과 12 심주석)
성예원) • 소신소비. 몰랐던 신조어들과 사회현상에 대
•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한 것 같습니다. (구 연수)
해 알게 되어 상식이 쌓이는 기분이었습니다. (국어교육과 17 성예원) • 한양의 비정에 대하여.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계공학과 12 심주석) • 최저임금.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데 읽기가
당신이 궁금한 것 • 택시와 타다 간의 갈등이 궁금합니다. (융합전 자공학부 16 윤석현) • 교내 근로 장학생을 뽑는 기준이 뭔지 궁금합 니다. (국어교육과 17 성예원)
쉬워 좋았습니다.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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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10,11,12월) 1. 108호 내부원고료
1,897,000원
2. 108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897,0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19년 10,11,12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09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10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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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20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2 년 지원자
월
일 (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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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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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김경모
지하게 하는 말임) 준영, 혜선, 채움, 도현, 지원, 서연. 모두 못난 편집장 만나서 이번
맨날 관습적으로 ‘이번 호가 제일 힘들었다
학기 고생 많았습니다.
~’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긴 했지만, 이번 호는 정말로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
박준영
마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 거라고 조심 스레 짐작해봅니다. 정말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제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
2학년 2학기였습니다. 마감은 왜 이리 길어
습니다.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
지고, 시험과 과제는 끝이 없는지요. 머피의
지만, 실제로 올 것 같다고는 느끼지는 못했
법칙이 실존한다는 걸 몸소 배운 한 학기였
습니다. 문득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니 그
습니다. 종강하고 나면 빨리 어디로 요양을
간 달려온 거리와 지나온 추억이 생각납니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다. 모든 시기가 좋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
부끄럽게도 이번 학기는 주변에 힘들다고 찡
만, 적어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래
찡거린 기억밖에 없습니다. 제가 힘들 때 옆
도 아쉬움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더 큰 감정
에 있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씀
이 저에게 휘몰아칩니다. 의도치 않게 흘러
드리고 싶네요.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갔던 일도 그리고 우연히 일어난 일들, 모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 사람으로서도,
를 일종의 소중한 경험이고 성장통이라고 생
편집장으로서도 부족하구나 하는 걸 정말 많
각하지만, 그래도 몇몇은 아직도 아쉬운 감
이 느꼈습니다.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면서
정이 있네요. 그간 유의미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처럼 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고여
지난 추억과 기억을 쉽게 잊어버리지는 못할
있는 물웅덩이가 된 기분입니다. 깨달음-망
것 같네요. 그동안 좋았습니다.
각을 밥 먹듯이 하는 저로서는, 다음에는 좀 달라져 있기를 미래의 나에게 간절히 기도해
김혜선
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여기서 하지 못한 얘
이미 지각했지만 편집후기를 써봅니다,, 팀
기는 술자리 가서 회포를 풀도록 합시다. 언
플도 망쳐서 기분 나쁜 와중에 교지가 끝나
제든지 밥이든 술이든 사드릴 테니, 연락만
간다는 사실을 편집후기를 통해 깨달았습니
해주세요. 제 지갑은 늘 대기 중입니다. (진
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루 빨리 집에 가서
한양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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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잔소리 안 듣는 평화로운
니다.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교지가
슬슬 제 글 실력에 대한 한계가 보이기 시작
무사히 끝나야겠지요. 학교도 종강이 찾아와
하다 보니, 스스로 성장의 시간이 필요하다
야 하네요. 올 것 같지 않았던 종강이지만 그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첫 사회
래도 저는 종강을 기다립니다. 종강을 이렇
기사를 써보면서 뼈져리게 느꼈답니다ㅠ 방
게 기다려본 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하핳 휴
학을 알차게 활용해봐야겠네요. 다음 호에선
학을 안 하리라 다짐했건만 내년 이맘때 휴
보다 재미있고 새로운 기사를 써 내려갈 수
학신청서를 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죽도
있는 기자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록 빨리 떠나고 싶은 학교여서 그런지 그만 큼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지원
휴학을 해 학교를 1년 더 다니거나 휴학없이 고생할 나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느새 편집위원이 되었습니다. 지난 107호와
쓰다 보니 학교를 탈출하겠다는 편집후기만
108호를 발간하며 주위로부터 많은 응원과 격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글 쓰느라 우리 편집
려를 받았습니다. 10월 초에는 교지편집실에
장 경모와 부편집장 준영이 수고 많으셨습니
들어가려는 저를 불러 “항상 교지 잘 챙겨보고
다. 학식 쓰느라 고생한 채움이도 어느새 편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해 주신 분도
집위원을 단 지원이와 도현오빠도 수고 많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교지를 벗어날 수 없나
어요. 혼자 수습위원이라 여러모로 어렵고
봅니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 마디, 한 마디에
힘들었을 서연이도 고생 많았어요. 다음에는
잊혀져가고 뿌듯함, 감사함 등 사랑스러운 감
더 많은 수습위원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만이 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벌써 첫눈이 내렸네요. 일 년에 한두 번 눈을
이채움
봐왔던 저로선 11월에 내리는 눈이 정말 신 기했습니다. 또 온다면 그때는 소중한 사람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았던 한 학기, 그
과 함께 맞고 싶네요.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리고 2019년이 끝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제
눈, 귤, 이불 속, 크리스마스 그리고 종강까지
스물한 살을 온전히 교지와 함께 했네요. 교
저를 들뜨게 하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사실 지
지를 만나고 약 일 년 동안, 이십년 인생 겪
금은 종강만을 바라지만요ㅎ. 학기 중 교지까
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한 것 같습
지 병행하느라 고생한 기자분들! 너무 수고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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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으셨어요. 긴 말 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마음일
곽서연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두 번째 교지네요 ㅎㅎ
김도현
학기 중에 교지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 런지 너무 힘들었지만,,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다 해도 남에게 잘 전달
그래도 함께여서 겨울호 잘 마무리 지을 수 있
하는 건 또 다른 얘기네요. 주로 경험적인 근거
었던 것 같습니다..!
에 기반해 얘기를 많이 나눠왔었는데 겪어왔던
여러모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경험을 생생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면 주
저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하는 바가 설득력을 얻기가 힘든 것 같습니 다. 그렇다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명목으 로 제시되는 숫자는 경험만큼 힘이 있진 않은 듯 하고요. 뻔뻔한 말이지만 남들보다 더 해야만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흥미가 가지 않았습니다. 단 지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 면 언젠가 시간이 없어지는 때엔 뒤처지는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생각만 하다 보니 노력 의 절대량을 너무 간과했다는 걸 문득 깨달았 습니다. 내 시간이 남들과 다른 밀도로 작용하 려면 그 바탕이 될 만한 것이 있어야 했는데 효 율만 좇다 보니 결국 하나 둘 씩 문제가 생겨갑 니다.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여 기까지구나’ 싶을 때는 있네요. 일단 군 문제부 터 시작해 하나씩 해결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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