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YANG 2021 vol.115
SUMMER
사각지대
조셉 교수 폐강
개농장 알박기
장애인이동권
Summer
미얀마 민주화운동
2021 vol.115
LH 사태
탈시설 학교폭력
스포츠계의 귀화 언어 습관
사 각 지 대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최유진
이에스더
황성주
두 번째, 첫 호
필터가 필요해
밤이 깊었네
조유민
이보미
김가연
내새꾸들
한양대 5학년
♬ Paul - 혁오(HYUKOH)
임현진
최지원
Insta: http_xyunxin.ac.kr
개굴
편집장_ 최유진 생명공학과 18학번 userid789@hanyang.ac.kr 부편집장_ 이에스더 사학과 20학번 esther015@hanyang.ac.kr 편집위원 황성주 신소재공학부 16학번 saint95@hanyang.ac.kr 조유민 교육학과 18학번 opjum@hanyang.ac.kr 이보미 사학과 17학번 onew524u@hanyang.ac.kr 수습위원 김가연 국어교육학과 21학번 kayeon0428@hanyang.ac.kr
임현진 국어국문학과 21학번 film4m@hanyang.ac.kr 최지원 의류학과 19학번 bereno6@hanyang.ac.kr 펴낸이
최유진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7688-8151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펴낸날
2021 여름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21 vol.115
SUMMER
목차
004 여는 글
학
내
008 조셉 멈춰! 024 폐강의 육하원칙
사
회
040 LH가 쏘아올린 거대한 공 054 인간 실격(失格) : 신종 개농장 알박기 070 빼앗긴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 086 모두의 선진국 099 이제 세상으로 110 폭로게임: 학교폭력 폭로에 관한 단상
문
화
124 귀화, YES or NO 134 언어의 무게, 한 마디의 책임
책 추천
142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
일
148 자원환경공학과 20학번 김예슬
상
149 산업공학과 19학번 유재원
날적이
151 이별의 의연함에 대해 154 158계단 앞 한마당에서 살고 있는 유르 이야기
162 편집후기
여는 글
어느덧 2021년의 절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각자의 다짐을 갖고 시작한 한 학기가 마 무리되어가는 이맘때 즈음, 우리 학교 캠퍼스는 1년 중 가장 싱그러운 빛을 띠고 있습 니다. 푸른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 초록 잎을 가득 피운 나무가 캠퍼스의 생기를 더하 는 듯합니다. 그러나 햇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짙어지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한양』은 눈부신 여름 햇살 아래, 미처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못한 그늘, ‘사각지대’에 주목했습 니다.
『사각지대』는 학교가 또다시 묵살해버린 학생과의 약속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며 시 작합니다. 이번 봄, 우리는 학교의 말뿐인 소통에 세 차례의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수를 다시 강단에서 맞이해야 했습니다. 교수 개인의 역사관보다도 학생들을 실망케 한 것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학교의 일방적인 재임용 통보였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언제쯤 학생이 될 수 있을까요. 수강 신청 시즌마다 반복되는 폐강 이슈도 들여다보았습니다. 인기 강좌를 두고 치 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폐강으로 인해 학습의 사각지대가 드리 워졌습니다. 신청 인원이 소수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사라진 수업의 저 너머를 살펴보았습니다. 여름의 찬란한 색채를 띠는 캠퍼스와는 대비되게, 배움의 터 인 대학의 학습권은 회색빛의 그림자로 얼룩져있었습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정의’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회인을 한 발자국 앞둔 대학생의 시 선으로 돈을 앞에 둔 채 일말의 순수마저 퇴색되어 버린 현재 우리 사회를 엿보았습니 다. 편법이 관습이 되고, 정직은 미련함으로 치부되는 ‘LH 사태’와 생명을 오로지 보상 금 수단으로 여기는 개 농장 주인을 통해 돈이 모든 미덕에 앞서는 사회의 민낯을 마주 할 수 있었습니다.
004
여는 글
자본과 경쟁의 사회에서, 시선 밖으로 밀려나 한평생을 조그마한 시설에 머물며 움 직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장애인과 누구에게나 찬란해야 할 학창 시절이 폭력으로 얼룩져있는 피해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조금 더 시선을 넓혀 불과 30여 년 전 우리 사회 모습과 닮아 있는 상처 가득한 미얀마 현장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았던 사각지대는, 누군가의 세상이었습니다. 이들이 사각지대 를 벗어나 더 따스하고 넓은 세계로 발을 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빛을 비춰 주어야 할 때입니다.
점점 좁아지는 개인의 반경 속, 무관심이라는 가면을 쓴 채 우리의 시선은 더욱 제한 되어갑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더욱 짙어지는 그림자는 같은 공간에서 다 른 세계를 거니는 듯한 우리 사회의 명암과 닮았습니다. 그러나 그늘 속에서도 한 줄기 의 빛이 새 새싹을 돋우듯, 한 사람의 조그마한 관심과 응원은 작지만 뜨거운 불꽃이 되어 사각지대를 밝힙니다. 『한양』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여러분 시선의 이정표가 되길, 그 시선의 끝이 가닿는 곳에서 한양인이 만들어낸 불꽃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길 희망 합니다.
『한양』 편집장 최유진 드림
한양 115호
005
01 조셉 교수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02 폐강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Part
1
학내
참된 스승은 제자들이 자신의 개인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어한다. -에이모스 브론슨 올코트
008
학내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 조셉교수 #역사왜곡
조셉 멈춰!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한양 115호
009
조셉은 거들 뿐
▲ 조셉 교수, 램지어 교수 옹호 글 기고 (출처: 디플로맷)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 로스쿨 교수(이하 램지어 교수)는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논문을 발표해 국내외적으로 빈축을 샀다. 많은 사 람들이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와중에 그를 옹호하고 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이하 정외과) 조셉 이 부교수(이하 조셉 교수)이다. 그는 연세대 언더우 드국제학부 조 필립스 부교수(이하 필립스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어디까 지나 ‘표현의 자유’라며 그를 옹호하는 글을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공동 기고했 다. 이러한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조셉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해 학생들 의 반발을 샀다. 조셉 교수의 망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안부 관련 망언을 일삼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에도 학교는 미미한 대책만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반복된 조셉 교수 논란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한양대 정외과 학생들은 역사 왜곡을 일삼는 조셉 교수를 재임용한 학교에 대응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한양』은 올바르지 못한 역사 의식을 지닌 조셉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 을 반영하지 않아 이 사태를 빚은 학교의 잘못을 짚어보고자 한다.
010
학내
램지어 교수와 조셉 교수의 콜라보 (Feat. 학교)
▲ 램지어 교수와 램지어 교수의 논문 리스트 (출처: 연합뉴스, MBC)
우선 문제가 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살펴보자. 램지어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 3 월호에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 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prostitute)’로 규정해 전세계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서 램지어 교수의 핵심 주장 은 ‘위안부’가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은 ‘매춘부’였다는 것이다. 그는 논문을 통해 태평양 전쟁 당시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가 상호 이해관계를 충족 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의하면 이 계약에 따라 매춘 여성은 통상 매춘 계약 기간보다 짧은 1~2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지급금을 받았으며, 수익을 올리면 계약 만료 전에 자발적으로 떠날 수 있었 다고 한다.
▲ 램지어 교수의 논문 (출처: 국제법경제리뷰)
한양 115호
011
# 주장에 대한 근거/증거 부재 먼저 해당 논문은 여타 논문과는 다르게 필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나 증거가 없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로서 일본과 계약을 맺었다는 계약서 나 구체적인 증언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논문의 일부 출처가 신빙성 없는 블로그 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가중시켰다. 심지어 램지어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일본 은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모집을 업자에게 요청하 는 등 위안소 설치와 운영에 관여했음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 선행 연구 무시 및 자의적인 자료 해석 램지어 교수는 해당 의제에 대한 선행 연구 결과를 모두 무시했다. 논문은 으레 선 행 연구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된다. 특히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연구는 오 랜 기간 여러 학계에서 진행되어 왔기에 그러한 절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연구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밝혀낸 진상, 각각의 연구 성 과를 무시했다. 오히려 피해자의 증언을 본인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여 인용하고 게 임이론1)을 오용했다.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학 기업법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 문에서 위안부 계약에 적용한 게임이론은 "통상 합리적인 참여자와 동의, 협상력을 전제로 한다"며 "아이들이 연루됐다는 건 제외하더라도 한쪽이 협상력이 전혀 없는 비대칭적 관계에 게임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UN의 권고사항과 배치 1996년 UN은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에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2017년 UN 고문방지위원회(CAT) 보고서에도 “위안부 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성노예 제도의 희생자”라며 개정을 권고했다. 국내 역사학계 와 시민단체의 공동 성명서에서 서술했듯 ‘일본 정부의 책임 불이행을 문제시하며 여성의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확립하고자 했던’ UN의 권고 사항을 모두 무 시한 램지어 교수의 행태는 ‘반인권적 처사’라고 할 수 있다. 1) 경제 상태가 과점을 이루고 있을 때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경제행위가 상대방의 경 제행위와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는 이론
012
학내
이처럼 램지어 교수는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했고 이 는 곧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비롯한 역사학자 5명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증거가 불충분한 논문’이라며 비판했고 북한 매 체도 램지어 교수를 두고 ‘전범기업의 후원을 받은 친일분자’라고 지적했다. 일본 역사 학계 마저 램지어 교수에 대한 반박 논문을 게재했고 램지어 교수가 소속된 하버드대 학생들도 학내 언론사를 통해 램지어 교수를 규탄하는 등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조셉 교수는 필립스 교수와 디플로맷에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라는 글을 영문으로 공동 기고하여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를 향한 비판에 대해 “일본과의 사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증처럼 들린다”며 “그의 글에 한국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적인 ‘한국’ 시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셉 교수는 기고문에서 우리나라가 피해자 중심적이라 위안부에 대한 토론이 제한 적이므로 이 사태에는 비난보다 토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은 사실을 두 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행위가 아니다. 이것 은 엄연한 역사 왜곡이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다. 표현과 학문의 자유는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것이 모든 인권에 우선하는 성역은 아니다.
한양 115호
013
# 조셉 교수에 대한 학교의 입장 표명
Joseph Yi 교수 문제 관련, 정외과 학생회 질의에 대한 입장 한양대학교는 본교 조셉 교수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이 일반적인 국제 사회의 인권 의식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고, 거듭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음을 엄중 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음. ▲ 학교의 미온적인 대응 (출처: 한양대 정외과 인스타그램)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심각한 사태임에도 조셉 교수에 대한 학교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학교는 재발 방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고작 몇 줄짜리 입장문을 냈다.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약속 을 저버리고 올해 조셉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해 학생들의 분노를 야기했다. 특히나 조 셉 교수의 만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학생들은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014
학내
막말의 역사 조셉 교수는 과거에도 비슷한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셉 교수의 논란에 대처하는 학교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결국 현재의 논란까지 이르게 했다. 그렇다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2016년과 2019년에 논란이 된 조셉 교수의 발언과 이에 대한 학교의 대처를 살펴보자. 2016년도 위안부 피해자 왜곡 발언 조셉 교수는 2016년 당시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등의 수업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피해자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고 당시 의 일본 정부의 책임만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정외과 학생회는 해당 발언에 대한 교수의 책임감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 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조셉 교수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공식 사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고, 학교 측 마저도 구두경고 조치라는 일시적인 대처를 보였다. 결국 학생들이 요구했던 교수 본인의 사과도, 교수 임용에 책임을 가진 학교 측의 징계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2019년도 조셉 교수의 위안부와 한국 역사학계 왜곡 발언 2019년에는 조셉 교수는 또다시 전공 과목에서 “위안부를 연구하는 한국 역사 학자들은 최악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민족주의 거짓말쟁이”라는 왜곡 발언을 해 논 란을 일으켰다. 정외과 학생회는 조사대책위원회(이하 조대위)를 구성하고 왜곡 발 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그러나 조셉 교수 는 2016년 때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듯한 태도 를 보였고 이에 정외과 학생회는 3차 입장문을 발표하며 추가적인 대응에 이르렀 다. 그제서야 입을 연 조셉 교수는 “위안부 연구를 비판한 것은 일부 과학적인 방 법을 사용하지 않은 학자들을 향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결국 조셉 교수의 징계 여부가 결정되는 인권심의위원회2)가 소집되었고 정외과 학생회 측은 학교로부터 재임용 시 강의평가, 학생 의견, 재발 사건 등을 반영해 교수의 징계를 처리할 것을 2) 대학 내 인권 관련 중요한 사안이나 인권침해 사건을 심의·의결하는 인권센터 소속 기관
한양 115호
015
약속 받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인권심의위원회가 본 사안을 교원인사위원회3)에 회부시키지 않기로 결정하여 조셉 교수의 교원 자격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권심의위원회에서는 그저 “교수 결정권이 있는 단과대학 인사위원회에 서 해당 교수에 대한 사안을 처리하여야 한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할 뿐이었다. 결국 학교는 말로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일을 해결하겠다고 했을 뿐, 돌아온 것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2021년, 현재 2021년 1월, 사회과학대학 인사위원회(이하 사과대 인사위원회)는 학생들과의 약 속은 없었다는 듯 조셉 교수의 부교수 임용 사실을 정외과 학생회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덧붙여 ‘교수의 발언과 관련 태도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지만, 그것이 교수 재임용을 거부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재임용한 이유를 설명하 였다. 정외과 학생회는 약속한 사안을 지키지 않은 사과대 인사위원회에게 재임용 에 대한 이유와 학생 의견 반영 방식을 물어보는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 나 ‘재임용 철회는 불가능하며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는 무성의한 답변밖에 듣지 못 했다. 결국 학생들과 약속했던 어떤 대책도 들어주지 않았기에 조셉 교수가 또다시 역사 왜곡 물의를 빚는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세 번이나 반복된 것은 교수의 태도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의 소 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이야기 했지만, 학생들의 지속적인 항의를 무시하는 듯 조셉 교수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 하지 않았다. 올해 초, 학교는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을 때조차 침묵하는 태도를 보 이더니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학생들의 의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 고 있다’는 뻔한 대답만 내놓았다. 현재 교수가 수업을 배정받았기에 지금으로서는 대처를 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관련된 논의를 미루는 학교의 모습은 ‘이미 결정된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3) 총장에게 보고하기 전에 교원인사를 최종 심의하는 기구
016
학내
행동하는 한양인 조셉 교수의 거듭된 만행에도 재임용을 강행한 학교에 분노한 학생들은 직접 나서서 조셉 교수를 거부하고 재임용 철회를 요구하여 온라인을 중심으로 챌린지를 이어갔다.
# SNS를 중심으로 이어진 조셉 교수 거부 챌린지
▲ 조셉 교수 거부 챌린지 (출처: 한양대 정외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조셉 교수가 소속된 정외과는 학생회를 주축으로 학생들에게 연서명을 요청하며 ‘조 셉 교수 거부 챌린지’를 시작했다. 해당 챌린지는 구글 폼 링크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이를 통해 한양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포함해 약 1,600여 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위 오른쪽 이미지처럼 해당 챌린지에 서명을 하고 이를 SNS에 업로드하여 인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한양 115호
017
# 본관 앞 기자회견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왜곡과 폄훼를 반복하는 조셉 교수 거부 대학생 기자회견
2021년 3월 정외과 학생회는 한양대 민주청년동문회와 함께 신본관 앞에서 기자회 견을 열었다. 정외과를 비롯한 여러 학과의 한양대 재학생과 졸업생 대표는 순차적인 발언을 통해 조셉 교수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며 학교 측에는 이 교수의 재임용 취소를 촉구했다. 학생회는 해당 회견 이후 재학생과 졸업생 1,628명의 연서명을 교무처에 전달했다.
# 기자회견 그 이후
<0303 Joseph 부교수 관련 면담 결과 보고> 안녕하세요. 정외과 제36대 학생회입니다. 3월 3일 있었던 기자회견에 정외과 학생 분들, 졸업생분들의 관심과 응원, 많은 언론사의 기자분들이 와 주신 덕에 성공리에 기자회견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 학생회 대응에 힘을 불어넣 어 주신 한양정외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018
학내
기자회견 당일 18시에 우리 학과 정·부학생회장은 교무처장님, 학생처장님과 면담 을 진행했습니다.
면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학교 본부는 Joseph 부교수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드리고 있고 학생들의 반발을 생각하며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다. 2. 다만, 해당 교수가 <비교정치경제론> 수업을 배정받아 이미 학기가 시작된 만큼 당장의 어떠한 조치를 행하는 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의 문제, 조치에 대한 절차 복잡 등의 이유로 학교 내부의 입장 정리 후, 4월 말 다시 한번 학생대표와 의 미팅을 가지기로 한다.
학생회 측도 이 사안은 당장 징계 등으로 처리하기에는 절차 상의 문제로 어렵다는 것을 인지함에 따라 이번 학기 해당 교수에게 배정된 수업이라도 단기적으로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Joseph 교수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는 대로 사회대 차원의 면담(학생대표, Joseph 교수, 정외과 학과장님, 사회대 학과장님 등)을 진행하여 1학기 개설된 수업 <비교정치경제론>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거론 금지’ 등 ‘해당 교수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특정 언급’에 대 해 강의하지 않는다’ 등의 단기적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정외과 학생분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정외과 학생회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도 해당 문제를 꼭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리며, 그동안 힘을 불 어넣어 주신 정외과 학생분들께 다시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조셉 교수 부교수 관련 면담 결과 보고 (출처: 한양대 정외과 인스타그램)
한양 115호
019
기자회견 당일 정외과 학생회와 교무처장과의 면담이 진행되었으나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고 이에 2차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양』은 이러한 대응을 주도한 정외과 전 정학생회장이자 현 사회대 정학생회장인 송현정 학우(이하 송현정)를 만나 보았다.
▲ 송현정 학우와의 인터뷰
『한양』: 기자회견 이후 학교 대처 진행 상황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송현정: 면담 결과 보고에서 언급했듯이 학기 중 재임용 철회는 학교 행정상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정외과에서 한일관계 수업 시 일본군 위안부는 빼놓을 수 없는 의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 개설된 조셉 교수의 수업에 한해서라도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조셉 교수가 강조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학과장님께 일본 군 위안부 관련 올바르지 않은 예시를 들지 않도록 권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생회 내부에서는 조셉 교수의 역사관이 문제가 되었던 만큼 학교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 련 전문가와 학생대표, 학과장, 조셉 교수 등이 모여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논 의 중에 있습니다. 또한 다음 주중으로 정외과 현 정학생회장, 사회대 정학생회장, 정치외교 학과장 그리 고 조셉 교수가 면담을 진행해 이번 학기 개설된 수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합니 다. 조셉 건은 학교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는 사안입니다. 조셉 교수의 발언을 법적으로
020
학내
조치할 수도 없고 학내 징계 조항에도 딱 들어맞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장 취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에 4월 말 교무처장님과의 재면담을 계획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인사권이 있는 교무처장과 면담하는 것 그리고 정외과 내부에서 대안을 정리하는 것, 이렇게 두 방안으로 향후 대응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양』: 현 시점에서 학교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현정: 사회대 학생의 40%가 중국인 유학생이며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조셉 교수는 영어전용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습니다. 사 전 지식이 없는 유학생이 조셉 교수의 잘못된 역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습니 다. 이는 한국인 학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님의 행동과 역사관이 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자보를 만들 고 서명을 받는 것도 이러한 목표 하에 학생회가 맡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게 매국은 아닙니다. 다양한 사상과 관점을 제시 하고 토론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왜곡된 자료 하나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 은 교수 개인의 편향적인 시각을 주입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2016년부터 5년째 지속되 고 있는 문제입니다. 21학번 후배들에게 이런 교육을 받게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끊어 내야 합니다.
『한양』: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송현정: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에브리타임 내 익명의 학우분들 모두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부터 계속된 정외과 교수의 잘못된 발언과 이를 한국말이 서 툴러 생긴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있는 학교에 대해 정외과를 넘어 한양대 학생분들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사회대와 정 외과 학생회에서 이끌어나갈 테니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한양 115호
021
정외과 학생회는 SNS 챌린지와 기자회견 이외에도 추후 면담4)을 기획하고 추진하 며 이번 사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조셉 교수는 정외과 소속이지만 이 사 태는 비단 정외과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학과와 단과대 차원을 넘어 한양대의 일 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해 보인다.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양대인으로서 적극적 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학교의 불통행 정에 대응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4월 말 예정되었던 면담이 학교 행정상의 이유로 연기되었다.
022
학내
어디까지 회피할 건데? 교수 개인의 잘못된 역사관에서 비롯한 역사 왜곡 발언이 무려 3번이나 반복되었다. 학생들은 조셉 교수에게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잘못된 발 언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가 옹호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증거 부재, 선행 연구 무시 및 자의적인 자료 해석, UN의 권고사항과 배치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선행 연구조차 검토하지 않은 교수를 옹호한 조셉 교수가 과연 교수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 을까? 교수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기도 하다. 강단에 선 교수가 강의를 통해 자 기의 생각, 사상,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때는 발언에 대한 정당성과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발언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의지로 말한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도 못하는 조셉 교수의 태도는 연구자로서도, 교육자로서도 매우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3번의 사건이 벌어진 것을 교수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학교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두 차례의 논란 동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회피했 던 학교 당국은 결국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경고, 재발방지책 등 말뿐인 대처는 일시적이었고 예방책이 되지 못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묵살되었으며, 우리는 교수로서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여준 그를 다시 강단에서 목격해야 한다. 한양대 사회과학대학 홈페이지에 ‘세상을 읽는 눈! 사회를 주도하는 힘!’이라는 슬로건 이 있다.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 항의를 하는 학생들에게서 세상을 읽는 눈과 사회를 주도하는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는 세상을 읽지 못하게 눈을 가려버리고 사회를 주도하지 못하게 힘을 통제하는 듯하다. 또다시 반복된 사건에 학생들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가 마음의 거리를 좁 히고 싶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줘야 할 때이다. 학습권을 보장해 주기는커녕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막고 임시방편식의 대처를 내놓는 학교에게 애교심 을 갖기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 는 학교의 모습, 학생을 위한 학교의 대처를 기대하고 싶다.
한양 115호
023
024
학내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 폐강기준
폐강의 육하원칙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전공수업 폐강은 거의 매 학기 문제가 되어왔다. 개강 시즌만 되면 ‘○○수업에 함께해 주세요’, ‘△△수업 같이 들을래?’등 학생들이 방어적으로 폐강을 막기 위해 하는 행동 외에는 딱히 학교에서 실행 하는 대응책이나 예비 사안이 전혀 없었다. - 폐강으로 인한 피해를 목격한 학우(사학 15 김지문) 인터뷰 중
한양 115호
025
언제 강의가 사라지는가
▲ 정원미달로 수업이 폐강된 학생의 분노 (출처: 에브리타임)
한 학기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간, 10시 59분 57.5초. 당연한 말이지만 원하는 수업 을 듣기 위해서는 수강 제한인원 안에 선착순으로 들어가야한다. 특히 모두가 듣고 싶 어 하는 전공수업의 경우에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 못잖은 치열한 마우스들의 경쟁이 벌어진다. 수강신청이 언제나 긴장되는 이유다. 그러나 캠퍼스 어딘가엔 앞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수강신청이 긴장되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수강 최소 인 원 미달로 인해 신청한 수업이 폐강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이다.
026
학내
수강신청 및 정정 기간 즈음에는, 학과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수업을 듣자며 자신이 신청한 과목을 폐강 위기에서 구해 줄 수강생을 찾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신청했던 수업이 폐강될 경우, 각자의 학사 사정에 따라 미치는 영향의 정 도가 다르겠지만 학생의 한 학기 계획과 학교 생활에 차질이 생길 것임은 자명한 일이 다. 특히 한 학년의 정원이 스무 명 남짓한 소수과에서 전공 과목이 폐강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애초에 개설되는 강좌 수가 적기에 신청했던 수업이 폐강되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 어렵다. 때문에 학생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폐강위기 과목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폐강이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불편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해결을 오로지 학생 개인이 추가 인원을 데려오게끔 하는 것에만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다. 학사문제가 결과 적으로 교무처 소관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엔 학교 차원에서 폐강문제의 근본적 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양』은 특히 소수과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전 공 폐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고 앞으로 이러한 문 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하여 고민해보고자 한다.
▲ 폐강 위기의 전공수업 수강생을 모집하는 학생 (출처: 에브리타임)
한양 115호
027
폐강, 무엇이 문제인가 폐강(閉講)은 이미 예정되어있던 강좌나 강의를 폐지하는 것이다. 폐지를 하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정원미달’이다. 수강신청자의 수가 학사 규정에서 정해둔 기준보다 적을 경우 그 학기에 해당 강좌는 열리지 않는다. 물론 수요자가 적어 강의가 폐지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이해될 수 있다. 듣고자 하는 학생이 없는데 수업을 유지한다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대 단히 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의 폐강은 학생에게 간 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겨주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소수과에서 전공 폐강을 겪은 학 생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 문제들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자 『한양』은 사학과 16 학번 홍근솔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양』: 정원미달로 인한 전공수업 폐강으로 인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홍근솔: 사학과 21년도 1학기 전공핵심 수업인 ‘역사학위논문지도’가 폐강되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는 4월 9일, 수강정정기간에 이 수업을 신청하였고, 신청인원이 8명인 상 태에서 저와 다른 한 분만 더 들어오면 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설강기준을 충족할 것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정기간이 끝난 지 이틀 뒤인 4월 13일 오후 3시 14분 경 ‘역사학위논문지도’가 10명 미만인 9명이기 때문에 수강인원 미달로 인해 폐강되었음을 문자로 안내받았습니다. 저의 경우 부전공을 하고 있어 시간표가 겹치는 이유로 본 전 공의 전공핵심이 6학점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번 1학기에 들을 수 있는 전공핵심은 3 개 뿐이었으나, 이 수업이 폐강됨으로써 제게 선택권은 2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2개 중 한 수업이 학업 외 일정과 겹쳤으나, 이번 학기에 전공학점을 모두 채워야 한다 는 기존의 계획을 유지하기 위해 저는 결국 제 개인일정을 포기하고, 겹치던 수업을 들 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양』: 특히나 소수과에서 전공수업 폐강이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근솔: 소수과에서는 한 학년이 30명 이하인 경우가 많고, 고학년이 될수록 한 수업에 10명 이상 모이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폐강을 면
028
학내
해야 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일일이 수업을 신청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입니다. 이는 제가 1학년이었던 2016년에도 자주 볼 수 있었던 소수과의 학기 초 풍경입 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수강신청하기 전에 폐강기준을 체크하며 시간표를 짜는 경 우는 매우 드뭅니다. 자신의 학업 외 스케줄에 따라서도 시간표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 입니다. 또한 수강신청 당일부터 수강정정기간 전까지 인원 변동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 하기에 단순히 10명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수업으로 미리 옮겨가는 것 또 한 쉽지 않습니다.
『한양』: 전공핵심과 심화 중 어디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여기시는지 궁금합니다. 홍근솔: 전공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역사학위논문지도’ 수업 폐강으로 인해 행정 팀에 연락해본 결과, 전공핵심의 경우 교수의 재량에 상관없이 자동폐강이며, 전공심화 의 경우 교수의 재량에 따라 수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사학 과의 경우, 전공핵심과 전공심화의 수업 난이도, 수업 진행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이 학생들의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핵심과 전공심화 간에 폐강 기준이 다 른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양』: 소수과 폐강문제에 대한 학우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홍근솔: 소수과의 폐강은 단순히 마지막 학기까지 전공수업을 미뤄서 채우지 않은’ 개인 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소수과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절대적 수치 하나 만을 기준으로 폐강을 결정하는 ‘폐강기준’의 문제이며, 한 학기에 열리는 수업이 많지 않아 점차 학년이 올라갈수록 들을 수 있는 수업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학교 측의 학 과 지원 부족’의 문제입니다. 소수과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폐강은 빈번히 이뤄지고, 이 로 인해 학생들이 졸업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와 부담은 오롯이 학생들의 몫입니다. 폐강문제는 분명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는 것을 강조하 고 싶습니다.
한양 115호
029
폐강이 1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생 개인의 학사 계획에 차질을 주기 때문이 다. 수강신청 첫날부터 수강정정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인원의 변동이 지속적으로 이 루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학생도 해당 수업의 폐강 여부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미 수강신청과 정정마저 끝난 상황에서 폐강으로 인해 듣는 과목이 줄어들게 된다면 작게는 그 학기의 시간표가, 크게는 졸업과 연관한 학사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이 발생 하게 된다. 특히 해당 학기가 막학기인 학생의 경우, 폐강으로 인해 졸업이수요건을 충 족하지 못하게 되면 강제로 추가학기를 다녀야 한다. 애초에 강의의 수요와 공급 규모 자체가 작은 소수과에서는 폐강이 쉬운 축에 속한 다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앞선 인터뷰의 홍근솔 학우가 재학 중인 사학과1)의 경우 전공필수, 전공핵심, 전공심화를 모두 합쳐 81학점2)이 개설된다. 이는 졸업이수요건 인 66학점의 123%에 해당한다. 반면 한양대학교에서 정원 내 입학정원이 213명으로 가장 많은 경영학부의 경우, 개설강좌의 총학점이 251학점으로 졸업필수이수학점의 380%에 달한다. 물론 학과 개개의 사정이 다르기에 단순히 수치만 두고 비교하긴 어 렵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숫자들은 소수과에서의 전공 폐강이 자칫 졸업이수학점 을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를 발생시킬지도 모른다는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준다. 이 처럼 전공수업에서의 폐강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가운데, 폐강을 결정하는 기준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우리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 2022년 기준 정원 내 입학정원이 22명이다. 2) 2020~2023 교육과정 기준이며, 학기마다의 사정에 따라 교육과정에 나온 과목 중 일부는 개설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이하 경영학부에서 동일하다. 3) 경영학부에서는 오히려 강의 수요자에 비해 한 개의 전공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원수가 적어 학생들 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대부분의 수업이 정정기간에 증원이 이루어진다. 주 전공생들도 자리가 없어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수업 당 3명으로 제한되는 다중·부전공생 들 역시도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030
학내
폐강, 누가 하는가 적용구분
대상수업
적용 폐강기준
4)
학년별 재학인원 25명 이상인 학과의 일반교과목 전체 수강신청인원 10명 미만 시 폐강 학년별 재학인원 15~24명인 학과의 일반교과목 일반기준
별도기준
전체 수강신청인원이 학년별 재학인원의 40%미만 시 폐강 (24명일 경우 9.6명 미만)
• 학년별 재학인원이 14명 이하인 학과, • 재학인원에 관계없이 전공심화 과목이면서 스마트교과목( E-러닝, Smart-F ) 전체 수강신청인원 6명 미만 시 폐강 • 재학인원에 관계없이 영어전용, 제2외국어전용, IC-PBL 과목 커리어개발,ⅠⅡ
전체 수강신청인원 8명 미만 시 폐강
종합설계, 1학점 캡스톤디자인
전체 수강신청인원 8명 미만 시 폐강
실용공학연구, 교직, 사회봉사, 가상대학영역, 연구실현장실습
폐강기준 없음
▲ 2021-1 서울캠퍼스 학사안내집에서 제공한 폐강 기준
한양대학교의 폐강기준은 기본적으로 수강신청 페이지, 더 자세히는 학사안내집에 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폐강기준은 누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정하는 것일까? 한양 대학교는 과목의 종류와 인원 수에 따른 폐강기준을 학사안내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지 만 이러한 행정처리의 근거가 되는 학칙에서는 관련 내용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 다. 그나마 비슷한 것으로 ‘원격수업운영에 관한 시행세칙’ 제3조 4항에 ‘원격 수업의 분반 및 폐강은 수업운영에 대한 내규를 따른다’라는 조항이 있지만 끝내 ‘수업운영에 대한 내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학사와 관련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학교 교무처 의 소관이다. 『한양』은 교무처 학사팀과의 연락을 통해 폐강과 그 기준에 대한 여러 의 문을 해소하고자 했다.
4) 복학생, 다중·부전공생을 포함한다.
한양 115호
031
학사팀에서는 먼저 교내의 소수과 전공 폐강 실태에 대해, 폐강 강좌의 비율이 0.02% 미만으로, 실제 폐강 강좌가 생기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하였다. 폐강기준을 정 하는 주체와 방식은 학교 내규로 정해져 있고, 내규인만큼 외부로 공개할 수 있는 사안 은 아니라고 하였다. 현재 본교의 폐강기준을 바꿀 계획은 없는 상태지만, 좋은수업만 들기 T/F5) 등을 통해 충분히 학생들과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타교와 비교했을 때 한양대학교의 폐강기준은 특별히 엄격하지 않은 편이며, 폐강 처리 시점이 타교보다 늦다는 점에서 오히려 관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학교의 폐강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업은 최소 수강인원이 10명이다. 재학 인원이 간신히 스물 네 명을 넘는 학과에서는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10명’은 부담스러 운 기준이다. 학년별 재학인원이 24명 이하가 될 경우 폐강기준이 재학인원의 40%미 만, 14명 이하일 경우 6명 미만으로 기준이 완화되지만 애초에 재적인원이 적기 때문 에 폐강의 부담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실제 다른 대학교의 사정은 어떨까. 서강대학교는 전공과목 5명 미만, 성 균관대학교는 학과별 모집정원이 30명 미만일 때 5명 이하로 비교적 관대한 기준을 갖 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본교와 마찬가지로 전공과목 강좌당 수강인원이 10명 미만일 경우 폐강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경우 동일한 소수전공에서 경희대의 입학정원이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경희대에서 소수라고 할 수 있는 전공에서도 대부분 서른 명 을 넘겨 평균적으로는 40~50명에 이른다. 이는 한양대 소수과 인원이 대부분 스무 명 대에서 머무는 것과 비교된다. 애초에 분모의 크기가 다른 상황에서 타교와 폐강기준 이 비슷하거나 혹은 타교에서 더 완화된 측면이 있기에 한양대의 기준이 다른 학교보 다 관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5)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설치된 수업 전반에 관한 논의를 하는 학교-학생 간 상설협의기구
032
학내
폐강,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한양대학교 안에서 일률적이고 엄격한 폐강기준으로 인해, 특히 소수과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은 과거부터 문제로 제기되었다. 14년도에는 전 단과대를 대상으로 ‘수강신 청 시 10명 미만이 신청한 강좌를 폐강’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6)에 대해 당시 사범대학 학생회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폐강기준 인원 조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적 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학년별 재학인원이 22~26명인 사범대 학과들에 대해 서도 다른 단과대와 마찬가지로 ‘10명 미만’이라는 폐강기준을 적용하여, 당시 서울캠 퍼스에서 폐강되었던 15과목 중 13개가 사범대학의 전공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정 촉구 안을 받아들인 결과인지 이후 학년별 재학인원이 24명 이하인 경우 ‘40% 미만’으 로 기준이 세분화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2014학년도 사범대학 폐강기준 인원 조정을 촉구하는 글 (출처: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6) 2014년 이전의 폐강기준은 기초필수, 전공과목의 경우 12명 미만이었다.
한양 115호
033
그럼에도 여전히 소수과 내에서 정원미달로 인한 폐강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폐강기준은 지금보다도 더 완화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폐강기준이 모든 재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만큼 학생회 차원에서 문제가 공론화되어야 학교 측과의 협의를 통해 대 안이 마련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양』은 현재 학생회 차원에서의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문대 학생회 ‘여명’의 김태현 정학생회장(이하 김태현)을 만나보았다.
『한양』: 21학년도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시면서 소수과 폐강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개진을 공약으로 제시하셨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명’에서는 어떤 준 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태현: 우선은 인문대 학생회 차원에서 폐강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충분히 수집하고자 합니다. 그다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폐강 문제를 거론하여 보다 중앙차원에서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당장 2학기에 폐강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 록 1학기와 여름방학 중 좋은수업만들기 T/F에서 수집한 사례를 바탕으로 폐강기준 완 화를 건의하려는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인문대 학생회는 소수과 폐강문제를 단지 소수과 내에서의 이슈로 그치는 것이 아니 라 한양대학교 전체로 공론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문제 파악의 범위를 인 문대에서 학교 전체로 확장하여 다양한 사례와 의견을 모으고, 보다 많은 학생의 지지 를 받고자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인터뷰 당시까지는 인문대 학생회 내에서도 이 문제 해결에 있어 대강의 계획안만 존재할 뿐 구체적으로 확보한 과거 사례나, 어떤 방 식으로 사례를 모으고 공론화를 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 중 인 것으로 보였다.
034
학내
폐강으로 인한 문제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 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 사안에 대해 아무리 의견을 내고 모종의 제스처를 취한다 한들 가장 확실하고 결정적인 열쇠는 역시 학교의 손에 있다. 실상 현재까지 보여주기식 소 통만으로 일관했던 학교에서 좋은수업만들기 T/F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 영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물론 폐강이란 제도를 아예 없애는 것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무리이다. 다만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듣고 싶은 수업을 사람이 모자라 듣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폐강기준에 더 여유를 달라는 것이다. 비록 인원이 설강 기준에 미치지 못 했더라도, 개설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강좌라면 이를 구제해 학생들의 학업 에 도움을 주는 선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한양 115호
035
폐강, 왜 하는가 폐강에 있어 학교가 운영의 효율성과 재정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어 려울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폐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혹은 폐강의 위협으로부터 안 전하지 못한 학생들의 입장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학 생들이 매학기 300~500사이의 비싼 등록금을 내며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내가 원하 는, 듣고싶은 수업을 듣는 것’에 있고, 전공수업의 폐강은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와 정 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이미 강의계획서와 담당 교강사까지 정해진 수업이라면 해당 강의를 개설할 수 있는 물리적인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태였던 것 아니었을까? 단지 수강인원이 기준에 살짝 미치치 못했다고 폐강을 단행한다면 그 강의를 듣고자 했던 학생은 물론, 강의를 계획했던 교강사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일일 것이다.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학문 역시도 보호되어야 한다. 대형강의든 소형강의든 저 마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물론 오늘날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학의 역할은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자’는 목적성보다 수단적인 측면에 더 많이 기울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은 결국 ‘가르침과 탐구’이다. 비록 소수정예 의 강의가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수요와 공급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논리에 위배 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를 감내하는 것 역시 대학의 역할이다. 최후에 단 한 명의 학 생만 남았더라도, 대학은 그 학생이 원하고 바라는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야 하지 않을까.
036
학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기고를 받습니다.
분량: 자유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문의: 편집장 최유진 010-7688-8151 접수: HYgyoji@gmail.com
한양 115호
037
01
04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수습위원 임현진 film4m@hanyang.ac.kr
LH 사태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02
개농장 알박기 편집위원 조유민 opjum@hanyang.ac.kr
03
장애인이동권
05
탈시설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06
학교폭력
미얀마 민주화운동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Part
2
사회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LH 사태
LH가 쏘아올린 거대한 공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040
사회
임직원은 자신의 직위를 직접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아니 된다. - LH 임직원 행동강령 제23조(이권개입 등의 금지)
한양 115호
041
일부 LH 직원들의 부당거래. 폭발해버린 민심 따뜻한 봄날이 시작될 무렵 우리 사회는 다시 부동산 문제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명 LH 사태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은 첫 폭로 이후에 관련 제보와 언론 보도가 쏟아졌 고, LH 직원들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직자들, 정치인들의 투기 의혹이 전 방위로 확산되었다. 이 와중에 익명성을 보장하는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 서 LH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들이 퍼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 져만 갔다. 이번 사태가 국민의 공분을 산 이유는 무엇보다 LH 직원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 각하고 사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노를 쏟아내는 민심과는 다르게 LH 직원들 을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무상 얻은 내부 비밀정보를 활용해 재 산상의 이득을 취하면 처벌을 받게 되지만 과연 LH 직원들의 행위가 ‘업무와의 연관성’ 이 있는지, 그리고 ‘활용한 정보가 과연 비밀이 맞는지’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LH 사태를 계기로 백일하에 대한민국 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개정을 하든 입법 을 하든 법이 고쳐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042
사회
한편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많은 청년들이 공기업 취직 내지는 공무원 시험 합격 을 꿈꾼다. 물론 그 이유가 ‘나라의 일을 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라기보다는 정년이 보장되고 근무 환경 및 복지가 마음에 들어서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럼에도 ‘당당 한 사회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LH 직원들이 보여준 투기행위는 그 당당함을 꿈꾸는 일말의 순수마저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렸 다.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결국 어떠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넘어간다면 미래세대가 기성세대로부터 배울 점은 ‘편법을 저질러야 잘 먹고 잘 산다’라 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우선 LH 사태가 전반적인 개요와 투기행위를 살펴본 다음, 이 사건 과 관련한 수사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알아볼 예정이다. 또한, 알게 모르게 사회에 만연해있던 편법에 대하여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고찰해 볼 것이다.
▲ LH 직원이 올려 논란이 된 블라인드 게시물 (출처: 중앙일보)
한양 115호
043
LH 돈 LH 산 #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행위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익명의 제보자로 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LH 직원과 배우자 등 10여 명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 월까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내의 무지내동, 과림동의 10개 필지(2만 3,028㎡, 약 7,000평) 지분을 나누어 100억 원대에 이르는 가격으로 매입한 정 황을 포착한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변은 해당 부동산 거래가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투기목적 거래라 판단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 또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 한 사전투기행위 전수조사를 요구하면서 LH 사태의 서막이 올랐다. 실제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곳곳에서 투기로 의심할만한 사례들이 포착되었다. MBC PD수첩의 3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중 하나인 광명 신 도시의 경우, 신도시 지정 발표 10개월 전인 2020년부터 거래량이 급등했으며 고양 창 릉지구도 발표 1년 전인 2018년에 거래가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3월 11일 정부 차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합동 조사’ 결과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의혹을 제기 한 LH 직원들을 포함하여 20명의 투기의심자를 찾아내면서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행위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 처음 투기목적 거래가 이루어진 지역인 과림동과 무지내동 (출처: 문화일보)
044
사회
▲ 실제 급등한 신도시 지정지구 내 거래량 (출처: MBC PD수첩)
# LH 직원들이 얻고자하는 이익 그렇다면 LH 직원들은 어떤 이윤을 얻으려고 한 것일까? 크게 보상금과 아파트 분양 권, 2가지 형태의 부당이득을 취하고자 이 같은 비윤리적인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 다.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현하고자 했는지 살펴보자.
신도시 지정에 따른 보상금 취득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신도시 지구가 지정되면, 정부에서 해당 지구의 토지를 가진 소유주들에게 토지 보상을 해준다. LH 직원들은 이 토지보상금을 얻기 위해 신도 시로 지정되기 이전에 해당 지역의 토지를 매수했다고 여겨진다. 지정된 토지 내에 묘목 이 있을 경우 더 높은 보상비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땅에 나무를 심어 토지보 상액을 높이고자 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처음 의혹이 제기된 필지에는 묘목이 1㎡당 25그루씩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것으로 확 인되었다. 또한 어떤 지역에는 에메랄드그린이라는 희귀한 품종이 심어져 있었다. 통상 묘목에 대한 보상비는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는 묘목 단가를 기준으로 책정하는데, 에메 랄드그린은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감정평가사의 감정을 받아서 보상가를 결정한 다. 이 때문에 토지소유주와 감정평가사가 짜고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 그만큼 의 보상금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메랄드그린의 가격은 2천 그루를
한양 115호
045
구입할 시 1주당 2,000원 정도이며, 운반비와 작업비 등을 모두 합해도 어린나무 한 주 당 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4~5년 뒤에 2미터 이상 자라고 나면 나무를 뽑는 데(굴취) 4만원, 나무를 다시 심는데 4만 5,000원이 든다고 한다. 대체로 신도시가 발표 되고 최하 3~5년 후에 보상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한 그루당 수익률은 만원에 서 9만 5,000원으로 900%가 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조경전문업체들은 이 같은 행 위가 보상금을 노린 수법 중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1)
▲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에메랄드그린 (출처: JTBC)
지분쪼개기를 통한 아파트분양권 확보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의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그 지역에 들어설 아파트의 분 양권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7월 25일 국토부에서는 신도시 보상 규정을 개정 했다. 원래는 LH의 보상 제안을 받아들이면 땅을 살 수 있는 권리만을 부여하던 것을 아 파트 분양권을 주겠다는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이때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는 크 기가 1,000㎡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상 규정이 개정되기 2일전 LH 직원 5명은 시흥에 있는 5,000㎡의 토지를 구입한 후 한 사람당 1,000㎡ 정도로 지분 을 쪼갰다. 개정된 보상 규정에 따라 LH 직원들은 원래는 1개였던 아파트 분양권을 4개 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즉 LH 직원들은 국토부에서 보상 규정이 개정된다는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하여 분양권을 얻기 위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1) 안태훈, [단독] LH 직원 땅에 '수익률 900%' 마법의 나무…"조달청 단가 기준 없는 품종 골랐다", JTBC, 2021.03.08
046
사회
LH 사태,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나자, LH에 대한 여론은 급격 하게 악화되었고, 이에 정부는 3월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 수사단을 편성하고, LH 투기의혹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770명 규모의 정부합동 특별수 사본부(이하 합수본)를 구성했다.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합수본은 LH 본사, 국토부 등 3기 신도시와 관련된 기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함과 동시에 투기의혹을 받고 있 는 직원들의 주거지에서 휴대전화와 개인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이후 4월 12일 부패방 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한 직원과 지인 한 명에 대한 구속영 장이 발부되고2), 이어 구속된 피의자 등이 매수한 240여억 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한 몰 수보전3) 신청이 인용되는 등 수사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수본의 수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었다.
# 반쪽짜리 수사? 우선 합수본의 수사 대상에는 3기 신도시 지역 내의 부동산 거래만 포함되었는데 이 는 반쪽짜리 수사라는 지적이 있다. 3월 24일 MBC PD수첩의 보도에 의하면 신도시로 지정될 경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내의 토지보다 그 주변 지역을 소유하고 있을 때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신도시가 지정됨에 따라 그 주변 지역의 토지 가격이 역시 급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은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그 가격대로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보상금으로 큰 이득 을 얻기는 어렵다. 실제 2018년 공공주택 공급지구로 지정된 대구 연호지구의 경우 개발 지구 내에 있는 공시가가 평당 385,000원인 토지에 대해서 보상비로 2,409,000원이 책 정된 반면 공시가가 330,000원으로 더 낮은 인접 지역은 시세가 평당 4,490,000원으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완전한 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도시 지역 내 뿐 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어야 한다. 2) 함정선,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LH직원 결국 구속...‘내부 정보 이용’, 이데일리, 2021.04.12 3) 몰수보전: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 도록 하는 것 (출처: 연합뉴스) 4) 김승욱, 특수본 “부동산 투기 746명 수사...240억원 상당 몰수보전”, 연합뉴스, 2021.04.12
한양 115호
047
▲ 개발지구 내 토지와 개발지구 주변 공시지가 및 보상금 비교 (출처: MBC PD수첩)
# 실질적인 처벌에 관한 문제 LH 사태에서 조명되었던 문제점 중 하나는 관련자의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부분 이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법규는 부패방지권익위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총 네 가지이다. 부배방지권익위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 법 모두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이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 을 취득했을 경우에 대한 처벌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서 는 공사의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경우에 대한 정관 또는 내부규정에 따른 징계 처분을 내린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업무 연관성과 미공개 정보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변에서 의혹을 제기한 10여 명의 직원이 맡았던 업무는 ‘신도시 지정 업무’가 아닌 ‘수도권 지역에서의 보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만일 업무 관련성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광명·시흥 신도시 입지가 위의 법들이 인정하는 업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반 박이 들어올 여지도 충분하다.
048
사회
LH 사태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으며 본격적으로 재판에 들어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금액 의 규모와 사람들이 쏟아낸 분노의 크기에 비해, 막상 수사에서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모습은 국민의 실망감을 더했다. 또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질 때면 당연한 수순처럼 드러나는 법의 미비함이 예외 없이 강조되자, 우리는 또 한 번 치 를 떨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분노를 교훈 삼아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변화는 반 드시 필요하다.
한양 115호
049
공사(工事) 그리고 공사(公社)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빠르게 관련 법의 개정을 시도했다. 지난 3월 11일 더 불어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이하 LH 5법)’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부동산 거래법 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 법안들은 전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행법으로써 적용되고 있 다. LH 5법의 주요 과제는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형량을 늘리 는 동시에 제2의 LH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부동산거래 감시의 강화 그리고 공직자의 사 익 추구를 철저히 막는 법의 개정 및 제정이다. 개정 전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한국토지주택 공사법 개정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부동산거래법 제정안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개정 후 • 업무 관령성 없어도 미공개정보 이용한 업무 처리 중에 알게 된 정보를 종사자, 이를 받은 외부인도 법적 제재 사용할 경우에 한해 5년 이하 대상 포함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형량은 최대 무기징역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부당이익 3~5배 벌금으로 환수, 자기 또는 제3자가 공급받을 경 해당 부동산 몰수 우 내부징계 (몰수 규정 X)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포함해 부동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산 관련 업무를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 공기업의 장·부기관장·상임이사 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들은 모두 재산 등 등에 한해 재산 등록을 의무화 록 의무화 토지 투기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 x 동산거래분석원 설치하여 부동산 거래의 투 명화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법 제정 •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 는 일을 막는 새로운 법 제정 •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경우 징계 조치와 형사처벌에 처하 고, 해당 정보를 이용한 제3자도 처벌 x • 토지와 부동산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 임 직원은 관련 토지나 부동산을 거래할 때 14일 안에 미리 신고 • 적용대상은 국회의원, 공공기관 임원·정 무직, 지방의회 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포 함한 190만명 ▲ LH 5법의 개정·제정안 전후 비교
050
사회
LH 사태가 도화선이 되어 지금까지 마치 관례라도 되는 양 불법·편법적으로 부동산 에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 것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은 나름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부조리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가 가득한 와중에 어떠한 개선이 없는 것보다는 확 실히 나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너무 뒤늦게 외양간을 고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 에 연루된 LH 직원의 친인척이나 지인, 이 사태 이전에 있었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로 인 해 LH라는 조직에 대한 신뢰의 추락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적힌 LH의 설립목적은 ‘토지의 취득,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 및 국토의 효 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이다. 이를 위한 자본금은 전액 정 부에서 출자되고, 사장 등의 임원은 정부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며 직원들도 공무원은 아 니지만 일부 법률에 의해 신분상의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LH는 준국가기관이다. LH 뿐 아니라 공사(公社)의 대부분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존재한다. 공적인 운영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혜택 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공기업에서 몇 년에 걸쳐 현 사태와 같은 파렴치한 행 동을 행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그리고 분노하게 한다. 작게는 LH라는 조직 부터 크게는 정부 전체에 불신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가를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저들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인 만큼 이번 사태 는 단지 LH 직원 몇의 일탈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한 중대한 범 죄다. 국민을 기만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때까지, 지금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 릴 때까지, LH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한양 115호
051
우리 미래에 정의란 존재할 수 있나요 한국토지주택공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LH의 비전이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라며 당당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LH의 목표가 실상 든든한 직원생활 파트너 였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에 빠져들게 했다. LH 사태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공 익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된 내부정보가 사적인 이익 취득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불법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강력한 정황이 포착되는 가운데서도 법의 미비함으로 인해 관련자 모두가 처벌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에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투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편법이 도 처에 존재한다. 편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처벌을 회피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 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악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부의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정 보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규제를 교묘히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의와 도덕이란 무엇 인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탁월한 인성’은 오직 자소서에만 필요한 단어인지,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인재는 공익이 아닌 사익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었는 지 회의하게 된다. 이제 막 사회로 발 디디려고 하는 대학생들이 기성세대의 저러한 모 습을 보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며 타산지석으로 삼을지, 아니면 롤모델 삼아 또 다른 편법의 세계를 구축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 지만 앞으로의 사회를 주도할 미래인재들이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가르쳐왔다면 기성세대는 마땅히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더는 편법이 판을 치 는 세상이 아니라, 정직이 곧 최고의 효율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052
사회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냉장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최유진 010-7688-8151/HYgyoji@gmail.com 한양 115호
053
#개농장 알박기
인간 실격(失格): 신종 개농장 알박기 편집위원 조유민 opjum@hanyang.ac.kr
“내가 정을 주면 안되죠. 정을 주면 어떻게 팔아먹어요, 못 팔지. 그러니까 정을 안 주는 거예요.” - 왕숙지구 개농장주 왈
054
사회
한양 115호
055
돈 바람이 분다 엄청난 후풍을 불러오는 신도시 지정 및 개발. 균등한 도시 발전이라는 신도시 개 발의 본래 목적을 뒤로하고 신도시 개발은 곧 금전적 호재라는 삐뚤어진 인식이 퍼지 고 있는 가운데, 부당 이익을 취하기 위해 편법을 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그들의 갖가지 ‘알박기’ 꼼수가 화두에 오른 일이 있었다. 해당 사례에서 인간에게 더 큰 보상금을 선사해주기 위해 이용된 것은 온갖 희귀 묘목들이었지만, 이보다 더 비인간적인 알박기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칸트는 정언명령에서 인격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 것을 언명한 바 있다. 이는 대상 을 대할 때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공유하 고 있는 가치이지만 이러한 도덕 법칙에 크게 벗어난 행위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는 바로 명백한 생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개농장 알박기’이다. 알박기란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을 일컫는 속칭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꾼들은 보상금 액수를 조금이라도 늘 리기 위해 희귀 작물을 심는 등 토지의 재산 가치를 불리는데, 개농장 알박기의 사례 에서는 보상금을 높이는 수단으로 어엿한 생명인 개가 동원된 것이다. 개농장은 원래부터 비윤리적 환경과 학대적 행태로 인해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아 오던 문제였다. 그런데 기존 개농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대책도 서지 않은 상 황에서 그 잔혹함에 도만 더하는 개농장 알박기가 생겨난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 기에 이 글은 개농장 및 개농장 알박기의 양상을 조명함으로써 이 두 현상이 갖는 문 제가 무엇인지 이해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감하다는 이 유로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개농장의 그 원론적인 존폐 여부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고자 한다.
056
사회
돈의 가치 VS 생명의 가치 요즘 흥하는 곳이 있다. 바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되어 대규모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남양주 왕숙지구이다. 서울과의 거리 오직 3.5km,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이 곳 에서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2018년, 왕숙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이후부터 개 짖는 소음과 악취가 심해졌다 는 신고가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보호단체 ‘세이브코리안독스’는 왕숙지구 조 사에 착수했고, 최악의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 개농장을 발견하였다. 개농장이라 함은 식용견을 사육, 도축하는 업장을 일컫는다. 비위생적이고 비윤리 적인 환경으로 인해 사회의 골칫거리로 자리매김한 개농장은 개식용 문화가 위축됨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발견된 개농장에서는 자그마치 400마리가 넘 는 개들이 그저 목숨만을 부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 남양주 왕숙지구에 불법 건축된 개농장의 모습 (출처: 세이브코리안독스, 중앙일보)
한양 115호
057
# 수상한 개농장 해당 개농장이 발견된 것은 혹한의 추위가 세상을 애워싸던 1월이었다. 하지만 개 들이 갇힌 뜬장에는 바람 한 점 막아줄 비닐막조차 없었고, 개들은 말라붙은 음식물 쓰레기로 목숨을 전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의 뜬장에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눈 도 뜨기 전에 얼어 죽은 강아지 사체도 있었다. 해당 개농장을 발견한 목격자의 진술 은 더욱 충격이었다. 농장주가 새끼 강아지들을 삶아 다른 개들의 먹이로 주고 있었 다는 것이다. 추후 취재에 나선 방송국 기자가 이를 추궁하자 농장주는 개가 너무 커 서 반으로 잘랐다고 말하며 불에 탄 강아지 사체를 자랑인냥 선보였다. 그의 말과 행 동에는 죄책감이라고는 일절 묻어있지 않았다. 왕숙지구와 마찬가지로 재개발을 앞둔 김포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개농 장이 발견되었다. 김포시의 개농장에는 부패한 개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 고, 망치와 토치 등의 도축 장비와 더불어 수십 구의 냉동된 개사체가 발견되었다. 그 런데 해당 개농장에서는 일반 개농장과는 다른, 조금 수상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대 개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진돗개와 같은 대형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해당 개농장 에는 대형견들 뿐 아니라 소형견 및 품종견들도 다수 발견되었고, 이를 미심쩍게 여 긴 조사팀이 끈질기게 캐물은 결과 그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바로 무고한 생명 을 오로지 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개농장 알박기’였다. 두 곳의 개농장 모두 지자체 사업 예정부지에 지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재산으로 인정되는 개가 많을수록 보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이와 같은 짓을 벌인 것이었다. 인간의 흑심으로 인 해 너무나 많은 생명이 처참한 환경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058
사회
▲ 김포시 개농장에서 발견된 처참한 상태의 개들 (출처: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
“올 12월 달에 (왕숙지구) 수용이 된다 하길래 보상을 좀 받아볼까 해가지고 지금까지 버텨왔던 거예요. (보상금이) 1억 5천 정도는 나오지 않겠는가...” - 왕숙 개농장주의 말 (출처: MBC뉴스)
“솔직하게 말할게요. 여기가 보상과 관계가 돼 있잖아요.” - 김포 개농장주의 말 (출처: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
한양 115호
059
# 돈의 볼모가 된 생명 현행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사용함에 따라 토지소유자나 관계인 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1) 보상의 대상으로는 토지, 건축물, 수목, 분묘, 영업, 축산업, 농업,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이 있는데, 개농장주들이 노리고 있 는 것이 바로 축산업에 대한 보상, 축산손실보상이다.
축산손실보상 축산업은 아래에 해당되는 경우에 영업손실의 보상 방법을 준용하여 평가한 금액으로 보상한다. •축산법 제22조에 따라 등록한 부화업·계란집하업·종축업 또는 가축사육업 (사업인정고시일 이전부터 축산업을 한 경우에 해당됨) •가축별 기준 마릿수 이상의 가축을 기르는 경우2) (닭200/토끼150/오리150/돼지20/소5/사슴15/염소·양20마리.꿀벌20군) •축산업 손실보상 대상이 아닌 가축에 대하여는 이전비로 평가하여 보상
위 규정에서 볼 수 있듯 축산손실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동물의 종류에 따라 규정 된 개체수 이상 사육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개의 경우에 는 어떻게 보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 (SH)에 따르면 위 규정에 없는 동물은 가장 유사한 가축이나 가금에 준해 기준 마릿 수가 결정되고 있다. 특히 개는 덩치가 비슷한 돼지에 준해 사육 중인 개체가 20마리 이상이면 축산손실보상 대상이 된다.
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1조 2)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9조 2항 2호
060
사회
실은 축산손실보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합법 적인 시설에 대해서만 보상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개농장 의 경우에는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그렇기에 명확히는 축산손실보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지만 관례적으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LH측의 설 명이다. 실제로 개농장에 대한 축산손실보상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적지 않은 금액 이 지급되고 있었다.
개농장 보상 사례 2016 고덕강일공공주택사업 • 개 31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이전비로 113만원 지급. • 개 25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이전비로 172만원 지급. 2010 내곡공공주택사업 • 개와 염소 110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보상금 1058만원 지급. • 개 62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보상금 902만원 지급. (출처: 조선일보)
이러한 호재 속에서 개농장주들에게 개는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원래부터 농장을 지키고 있던 큼지막한 개들은 고기가 되어 돈을 쥐여줬고, 또 크든 작든 머릿수만 잘 늘리면 더 큰 보상금을 가져다주는 게 개였다. 그렇기에 개농장주들은 농장에 있는 개들을 강제로 번식시켰고, 인근 반려견 번식농장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새끼개 들을 공짜로 얻어왔다. 인근 지역의 유기견이나 마당견들을 억지로 포획해오는 것은 대수도 아니었다. 그 개들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고사하고, 그들은 머릿수 늘리기 에 혈안이었다.
한양 115호
061
관망의 이유 개농장 알박기는 말 그대로 호황이다. 왕숙과 김포의 경우처럼 기존의 개농장이 몸 집을 불리는 경우도 있지만 보상을 노리고 새로 개농장을 설치하는 경우까지 생겨나 고 있다. 고의적 정황이 분명하고 생명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러한 행위를 우 리 사회는 왜 그저 손놓고 보고만 있는 것일까.
# 유명무실한 알박기 처벌 개농장 알박기를 뿌리 뽑지 못하는 데에는 우선 알박기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무실한 법의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알박기 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 일반 적으로 알박기 행위에 대해 적용 가능한 법으로 ‘부당이득죄’가 있다. 형법 제349조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 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범죄의 성 립에 대해 법원이 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적용은 거의 어 려운 형편이다. 법원은 피해자가 궁박한 상황에 이르는 데에 적극적인 원인을 제공했 거나 개발사업을 알고 의도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이득을 얻은 자가 상당한 책 임이 있어야만 부당이득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 부당이득죄를 적용하여 실제적인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 합법과 불법, 그 흐릿한 경계 개농장 알박기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못하는 데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알박 기’라는 투기 행위에 대한 처벌의 어려움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개농장 그 자 체에 있다. 알박기 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면 개농장 그 자체에 대한 제재를 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개농장은 합법과 불법의 여부가 명확하게 합의되어 있지 않기에 개농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062
사회
개농장은 현재 일부 합법, 일부 불법이다. 개농장의 합·불법 여부는 개를 가축으 로 인정하느냐에 따른다. 그런데 동물의 사육과 관련한 두 법이 개를 각각 달리 정 의하고 있어 이러한 모호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통상 동물의 사육과 관련된 법 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가축의 대규모 이용과 번식의 허용과 관련된 축 산법이고, 둘째는 가축의 도살과 관련한 규정을 정리해놓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이다. 즉, 축산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한 ‘사육’에,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이의 ‘도축’에 관련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개는 현재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는 가축의 범주에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위에서 이해한 각 법의 해석을 적용 하자면 개를 식용을 목적으로 기르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이를 도살하여 유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구분 가축의 정의 개의 가축 여부
축산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이란 사육하는 소, 말, 양, 돼지, 사 가축이란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그 슴, 닭, 오리, 거위, 칠면조, 메추리, 타 밖에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로서 대 조, 꿩,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 정하는 동물 등을 말한다. 개를 가축으로 인정 O
개를 가축으로 인정 X
이러한 법의 맹점은 개농장을 관리의 사각지대로 밀어 넣었다. 개의 사육 및 도살 에 관한 개사육업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그 이해가 쉽다. 이들은 우선 개사육이 법 에 따라 적합하다고 말한다. 축산법에 따라 시설을 지어 개를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법대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의 도축에 있어서는 규제하는 법이 없기 때 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개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저촉되는 가축의 대상 이 아니기에 그들의 도축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불성설에 가까운 입맛에 맞춘 해석이지만 실제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농장에 대한 지자체의 적 극적인 대처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양 115호
063
# 뻥 뚫린 사후 처리 우리는 왕숙과 김포의 사례를 통해 개농장의 비윤리적 양태를 확인한 바 있다. 개 농장의 잔인함은 날로 높아져 가지만 그에 대한 법적 제재는 불가능한 현 상황을 보자 면 농장 안의 개들이라도 구할 방법은 없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명백한 생명 가치 훼손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물건이라는 동물의 법적 지위가 발 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농장의 개들은 개농장주의 소유물이며, 이로 인해 개를 적극적으로 구조하 거나 개농장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만일 개농장의 불법성이 인정 되어 그곳이 철거된다고 하더라도 개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개농장주가 갖기에 그 저 개농장주의 ‘소유권 포기’만을 설득해야 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남양주 왕숙지구의 개농장의 경우, 사회적 이슈가 됨에 따라 이례적으로 지 자체의 적극적인 결단이 내려졌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관계부서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강력한 행정조치를 지시하였고, 그 결과 해당 개농장에는 철거 명령이 내려졌 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러한 조치는 그저 반쪽짜리에 불과한 채 마무리되었다. 농 장의 철거는 예정대로 단행되었지만 더욱 중요한 생명에 대한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 지 않았다.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는 사유재산으로 취급되는 개를 구조하기 위해 소 유권 포기를 설득했지만 개농장주는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돈을 요 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에는 이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 없었고, 끝내 개들을 구조해 낼 수 없었다. 철거 명령 이후 다시 해당 개농장을 찾아가 봤을 때는 이미 개들은 도 축장에 싼값으로 팔아 넘겨진 이후였다.
▲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왕숙지구 불법 개농장 원상복구에 기여한 직원을 격려하며 찍은 사진. 격려의 내용은 개 400여 마리에 대한 ‘자진 처리’를 잘 이끌어냈다는 말이었다.
064
사회
이제는 직시해야할 때 인간의 사리사욕 충족에 생명이 무분별하게 동원되는 현재의 문제를 끊어내기 위 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선 표면적인 ‘알박기’에 대해 접근해 볼 필요가 있 다. 보상을 목적으로 개의 개체수를 무분별하게 늘리는 등의 고의적 투기 행위에 대 한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개농장 문제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알박기’에 대한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다. 알박기에 대한 법적 규제 및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고질적인 개농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뜬장에 갇혀 삶의 최저선을 전전하는 개들의 생명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서는 결국 개농장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 개농장, 그 끝없는 논쟁에 온점을 개농장 철폐 논쟁. 이는 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장장 30 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논쟁이다. 개농장에 대한 입장 간 대립은 매우 팽팽하다. 일각에서는 개농장의 비인도주의적 행태를 지적하며 개농장 철폐를 주장하 며 나서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생업 보장을 이유로 개농장의 존속을 외치고 있다. 누 구 하나 쉽게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임은 맞지만 사람들이 실랑이 벌이는 이 순간에도 관리의 손길 밖에 놓인 무고한 생명들은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어가고 있기 에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 개 도살의 합·불법화를 여부를 두고 집회중인 동물보호단체(좌)와 육견협회(우) (출처: 한국일보/파이낸셜 뉴스)
한양 115호
065
곪을 대로 곪은 개농장 존폐 논쟁을 끝맺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도 개를 가축으로 포함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축산법상에도 개를 가축에서 제외 하여 아예 개농장을 철폐하는 것이다. 우선 개를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한 다면 개농장이 법의 관리 영역 내로 포함됨에 따라 개농장의 비인도주의적 양태를 일 정 수준 견제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개농장이 법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 남에 따라 그 구조물이나 사육 및 도축 방법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에 따라 개농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도축 방식은 개를 나무에 매달아 죽을 때 까지 때리고 망치 등의 도구로 머리를 타격하거나, 산 채로 물에 삶고 불로 태우는 등 잔인함이 도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농장을 명백한 법적 관리 대상으로 두게 된다면 다른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시설에 적용되는 것과 같이 관련 세부 규정이 마련됨으로써 최소한의 인도적 대우는 보장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동물도축세부규정> 동물의 도축과 관련하여 차량의 적재공간으로부터 일정장소로 동물을 옮기는 과정 하차
•동물의 이동을 위하여 큰 소리를 내거나 폭력 및 전기몰이 도구를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 하차 시 동물이 정상적인 걸음걸이 속도로 계류시설로 이동하도록 하면서, 동물의 부상이나 상해 여부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도축 전 도축장 내 및 인근에서 동물을 대기시키는 것 계류
보정
기절
• 계류장은 마리 당 적정 사육밀도에 따라 적절한 수의 동물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동물이 자유롭게 서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직사광선과 악천후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동물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계류장 내부는 적절한 밝기의 조명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동물을 기절시키기 전에 동물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고정하여 움직이지 못 하도록 하는 것 •의식이 있는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시킬 수 있는 보정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물리적, 전기적, 화학적, 혹은 기타 방식으로 동물의 의식을 상실케 하는 것 •기절은 가축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동물도축세부규정에 따른 도축의 과정 및 규정 (출처:농림축산검역본부)
066
사회
하지만 이와 같은 방안은 우리나라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한국 정부 는 개 도축과 관련하여 국제 사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1984년,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빗발치는 외신의 비난을 의식하여 서 울 지역 개 식용 판매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도 ‘외국인 반 정서 음식점 간판 및 시설 개선’ 사업을 단행하여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의 보신탕집 간판을 갈아엎기도 했다. 특히 대만과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까지 개를 가축 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개 식용을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가 된 상 황에서 국제적인 요구와 기대에 반하여 개를 가축으로 인정해버린다고 하는 것은 거 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합법화 법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인데, 개 식육 문화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것이 진행되기란 더욱이 어려워 보인 다. 그렇기에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일 수 도 있다. 축산법상 가축의 범위에서 개를 제외한다면 개의 사육과 도축은 완전한 불 법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개농장 발견 시 바로 불법 시설로 고발하고 철거하는 등 더 욱 강력하고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개농장과 개 식육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므로 이와 관련한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업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렇기에 개농장의 불법화 과정을 걸을 때면 관련 업자 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충분한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개농장 철폐 논의에 있어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인 대화의 장 마련이다. 정부가 식용견 농장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면 민관이 협력하여 식용견 농 장의 폐쇄와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폐 쇄를 위한 점진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개농장 폐쇄는 개농장주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 된다. 그렇기에 사회적 합의와 지원을 바탕으로 개농장의 단계적 폐지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한양 115호
067
느린 발걸음 엄연한 생명을 돈의 볼모로 삼아 생명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개농장 알박기. 우리 는 개농장 알박기 문제를 통해 그 기저에 있는 개농장 문제부터 동물을 보호하지 못하 는 미약한 법과 제도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원인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 는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가의 태도였다. 개농장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것 을 요구하는 국내의 목소리와 개 식용을 금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눈초리 틈에 서 눈과 귀를 막고 서있는 국가의 태도는 개농장 알박기라는 현상의 탄생에 한몫했다. 실제로 개농장 논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국가가 보여온 태도는 회피와 무마의 기 제뿐이었다. 2018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1만이 넘는 동의를 얻은 일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음’을 공언한 바 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어떠한 소식도 들려 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희생되는 생명의 수만 더할 뿐이기에 이제는 생명 보호를 위해 팔 걷고 나서야만 한다. 초복을 앞둔 매년 7월만 되면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앞에서는 치열한 맞불 시위가 펼쳐진다. 개농장 철폐를 외치는 동물보호단체와 개농장 합법화를 요구하는 육견협회 의 대립은 수십 년째 이어져 온 논쟁답게 익숙할 따름이지만 생명을 둘러싼 이해관계 의 대립이 어색하게 느껴질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개농장을 둘러싼 제대 로 된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요구이다. 늦은 만큼, 그리고 늦었기에 하루빨리 생명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뤄지길 바란다.
068
사회
116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21년 9월 29일까지 한양 115호
069
070
사회
#미얀마 민주화운동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빼앗긴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를 좀 도와주십시오. 제발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 미얀마 양곤대학교 국제정치학과 4학년 쉐야민애의 외침
한양 115호
071
왜 우리나라 대사관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
▲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앞에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쉐야민애를 비롯한 미얀마 학생들 (출처: TBS, 트위터)
2021년 2월 22일 오후.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 데 어눌한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바로 해당 날짜로부터 20여 일 전에 벌어진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한 양곤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미얀마 학생 들이 한국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였다. 어색하면서도 뚜렷한 한국어 외침 속 에는 절박함과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서려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우리나라 대사관 앞에 모여서 도움을 청했던 것일까? 아마도 미얀마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치열한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룩했기에, 미 얀마의 민주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정부나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 한사람의 행동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 움이 될 수 있을까? 군사독재 시절 같은 아픔을 겪은 국가로서 다른 나라의 관심과 연대의 목소리가 얼 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낀 만큼, 『한양』은 언론으로서 지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 어지고 있는지 전하며 하루하루 민주화를 이루고자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072
사회
2021년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작년 11월 8일. 미얀마에서 총선이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집권여당이었던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진영정당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이하 NLD)가 전체 선출의석의 83.2%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 자마자 군부에서 860만 명가량의 유권자명부가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 을 제기하면서 군부와 NLD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후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NLD 지도부에서 군부가 가진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군부는 크게 반 발했고, 두 세력 간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결국 올해 1월 2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서 NLD와 군부 사이의 선거 관련 담판이 결렬되자, 4일 뒤 미얀마군은 쿠데타를 일 으켰다. 2021년 2월 1일 새벽 미얀마군이 수도 네피도에 진입하여 아웅산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한 NLD 고위인사들을 구금하고 최대 도시인 양곤 등 주요 도시를 장악했다. 이어 미 얀마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에게 모든 권한이 이양되었으며, 1년간 비상사태 를 유지한 후 다시 공정하게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선포했다.
2021년 2월 2일~6일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민들이 차량 경적과 냄비 를 두드리면서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를 했다. 이어 대학교수 및 정부 부처의 공 무원들이 파업에 들어가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였으며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들 역시 군부에 저항하는 표시로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놀란 군부는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든 SNS를 차단 하고, 인터넷 접속차단 조치를 취했다.
2021년 2월 8일 군부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시의 7개 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5 명 이상이 모이거나 집회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
한양 115호
073
금지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더욱 커져, 미얀마 전국 16개 도시에서 시 위가 이어졌고, 대도시 교통이 사실상 마비되었다. 교사, 승려, 의사, 간호사들에 이 어 변호사 단체와 노동자들이 시위 참여 및 총파업을 선언했으며 만달레이에서는 소방관들이 정복을 입고 시위에 동참했다.
2021년 2월 15일 미얀마 군인과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포했다. 발포는 무차별적으로 진행되어 시위와 관련되지 않은 무고한 시민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또한 군정 최 고 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형법 124조를 개정하여 정부는 물론 군과 군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개 인의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 보호법’을 무력화해 언제든지 법원의 허가 없이 시 민을 체포·구금하거나 압수 수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후 군부는 시민들을 더욱 강경하게 진압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22일 수도 네피도, 최대 도시 양곤, 제2의 도시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남녀노소 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군부를 규탄했다. 이는 쿠데타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모인 것으로, 시민 불복종 운동 측은 2021년 2월 22일에 들어가는 5번의 2를 따서 Five 2(22222) 혁명으로 명명했다. 또한 각국 대사 관에 시민들이 몰려가 도움을 요청했으며, 우리 대사관 앞에서는 한국어학과 학생 들이 한국어로 도움을 호소하였다.
2021년 2월 28일 2차 총궐기를 맞아 미얀마 전국에서 수만 여 명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 에 나섰다. 그러나 군부의 강경 진압은 계속되어 양곤과 다웨이에서 총격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유엔 인권사무소는 군부의 무력사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 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은 ‘피의 월요일’이라 불리게 되었다.
074
사회
2021년 3월 27일 군부는 전날 국영방송 MRTV에서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실제 군인들과 경찰은 무 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여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 다. 이날 5~15세 어린이들마저 고무탄을 맞고 크게 다치거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 아들의 죽음에 울부짖는 아버지 (출처: 연합뉴스)
▲ 군경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어린이를 보고 울부짖는 유족들 (출처: 뉴시스)
한양 115호
075
이처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향해 조준사격을 하고 마을을 불태우는 등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잔혹하게 진압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NLD 인사뿐만 아니라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체포하여 잔혹한 고문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 군부에서 공개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체포전후 모습 (출처: 트위터)
미얀마 전역에서 유혈 참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정권을 잡은 군부는 마치 평화 가 가득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3월 27일, 미얀마 창 군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군부는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 또한, 이날 저녁 에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군부 요인들이 참석하는 성대한 파티를 열 었다. 군부는 이러한 모습을 세상에 내보이며 자신들의 힘을 여과 없이 과시하고 자 국민을 기만했다.
076
사회
▲ 대규모 군사열병식을 진행한 미얀마 군부 (출처: 뉴시스)
▲ 미얀마창군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한 파티에 참석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출처: BBC)
심지어 군부는 천인공노할 일들도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지난 3월 3일 시위 현장 에서 군경의 총알에 의해 한 소녀가 사망했다. 이 소녀의 이름은 19살 태권소녀로 알 려진 치알 쉰. 시위 현장에서 돌아온 그의 싸늘한 시신에는 본인의 혈액형과 희생된 다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그가 입은 검은색 티셔츠 에 쓰인 ‘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는 마치 군부에 맞선 시민들을 위로하는 유언처럼 미얀마 시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그의 장례식을 치른 후, 군부는 그 의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부검한 후, 다시 매장하면서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버리 는 만행을 저질렀다. 뻔뻔하게도 군부는 소녀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합법적으로 주검을 검사했고, 검사 결과 주검에서 나온 총알은 미얀마 군경이 사용하는 총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양 115호
077
▲ 치알 쉰의 생전 모습 (출처: 중앙일보)
▲ 파헤쳐진 치알 쉰의 무덤 (출처: 한국경제)
078
사회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 앞서 살펴본 대로 미얀마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요구 하는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얀마 군인들은 왜 쿠데타를 일으켰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얀마의 현대사와 정치체계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 미얀마 현대사 미얀마는 19세기 말부터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른 여러 식민지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지배를 벗어나 1948년 1월 4일 인구 대부분이 버마족으 로 구성된 버마 연방 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버마족과 다른 소수민족간 의 갈등이 커지면서 국내는 거의 내전 상태가 되었고, 정부 내의 권력다툼이 심해지는 등 정치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자 1962년 3월 2일 네 윈 장군이 군을 동원하여 쿠데타 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어 국호를 버마사회주의연방으로 바꾸었고, 군부의 주 도로 설립된 버마사회주의계획당만이 정부를 운영하는 일당독재체제를 완성했다. 네 윈 정권하에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고, 결 국 1988년 8월 8일, 군부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여 미얀마 전역에서 정부 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일명 8888 항쟁이라 불리는 이 시위는 미얀마 최초의 민주화 항쟁이다. 군부는 시민들을 향해 실탄을 발포하여 3,000여 명이 사망 할 정도로 강경하게 진압했으나 시위는 더욱더 확산되었다. 결국 1988년 8월 24일, 군부정권은 개헌을 통해 다당제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문 으로 미얀마는 드디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군부정권의 태도에 불만을 품은 군부 내 세력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키 면서 상황은 바뀌게 된다. 그 해 9월 18일 쏘마웅 장군이 이끄는 신군부 세력은 기존 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를 세워 권력을 장악했다. 또한 국호를 미얀마연방으로 바꾸고, 기존의 헌법을 일방적으로 폐지하였다. 다만 국제사회의 압 력이 심해 1990년에 예정된 총선은 그대로 진행했고, 선거 결과 아웅산 수치가 이끄 는 민주진영 정당 NLD가 전체 492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신군부는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 했고, 선거무효를 선언하여 의회소집을 막아버렸다.
한양 115호
079
이어 자신들의 주장대로 국민회의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고 NLD의 참여를 배제 한 채 헌법을 작성하여 2008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시켰다. 그리고 2010년 다시 선거를 실시하여 신군부가 후원하는 정당인 미얀마통합단결발전당이 승리하도록 만 들어 권력을 유지했다. 2015년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의 정치참여가 허용되면서 처음으 로 미얀마에서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선거에서 NLD가 압승을 거 두면서 미얀마 민주세력이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를 보면 1990년 이후 25년 만 에 민주주의가 미얀마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08년에 제정된 미얀 마 헌법을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2008 미얀마 헌법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아이러니하게도 미얀마에서는 쿠데타가 합법적인 행동이 다. 이는 2008년 당시 신군부에서 헌법을 개정할 때 군부를 절대 권력자로 만들어놓 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얀마 헌법 제20조 (C)항, 제232조 (b)항 (ii)를 살펴보자.
제20조 (C)항: 미얀마군 통수권자는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다.
제232조 (b)항 (ⅱ):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국방부, 내무부, 국경업무부의 장관을 지명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다르게 미얀마군은 민간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제232조에 따라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경찰력을 총괄하는 내무 부 장관을 임명할 수 있어 미얀마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모두 군부의 손 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080
사회
다음으로 미얀마 헌법 제210조와 제410조는 군부의 허락 없이는 대통령이 직접 국 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제417조와 제418조에 따라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대통령 없이 독자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이 조항들 때문에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는 합법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헌법 조항들을 개정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얀마 헌법 제436 조에서는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명시되 어있다. 하지만 미얀마 헌법 제14조에 따르면 연방의회, 상원, 하원, 지역 의회 등 모 든 미얀마 의회에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하는 군부대표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 어있다. 이에 따라 각 의회에는 최소 25%의 군부대표가 존재한다. 사실상 군부의 허 락 없이는 헌법 개정도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미얀마 헌법은 군부의 권력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으며, 사실상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군부이다. 물론 NLD는 지속적으로 헌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군부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었다. 결국 2020년 12월 총선에서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내건 NLD가 다시 압승을 거두자,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군부는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NLD 정부를 무너뜨리고 지금의 유혈사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양 115호
081
세계의 반응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일 #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세계의 반응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5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총에 맞고 사망할 정 도로 유혈사태가 심각해지자, 세계 여러 국가들은 경악하며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영국 등 서방세계는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즉시 규탄 성명을 발표 하고, 민 아웅 흘라잇 최고사령관 등 군부의 최고위층 10여 명과 군부 관련 기업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여 국회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 며,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례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비 판하며 아웅산 수치 등의 석방을 촉구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미얀마와의 군사, 치안 협력을 중단할 예정임을 밝히고, 최루탄 등의 군용물자 수출도 금지했으며, 개발협력 (ODA) 사업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타국의 인권, 민주화 문제로 독자 제재를 가한 일이다. 이외에도 여러 시민단체, 종교단체에서 미 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쳐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규탄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 정책1)에 따라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나 인도 등은 미얀마가 안정되기 바란다는 원론적 인 수준의 논평을 냈으며, 미얀마 이웃인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1) 중국 주도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지칭한다. 고대 동서 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 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082
사회
들2)도 미얀마 국내 문제라는 이유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이러 한 상황에서 유엔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하여 비공개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었지만, 중 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의 적극적인 개입은 불발되었다. 그나마 만장일치로 미얀 마 군부의 시위대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채택되었지만 쿠데타라는 단어나 유 엔 제재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삭제되어 있어 사실상 무의미했다. 이렇듯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만행에 대해 세계 각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우리나라나 서방세계가 가한 경제 제재 역시 이 미 1990년대부터 미얀마가 겪어본 제재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미얀마 군 부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가기는 어렵다. 즉 애석하게도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미얀마 국민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미얀마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두산백과에서 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 를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미얀마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 고 어떠한 견제 없이 마음대로 통치하는 군부를 거부하고, 빼앗긴 자유와 권리를 되찾 고자 민주주의를 위해 오늘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얀마 국민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명하고 미얀마 군부를 규탄해야 한다. 물론 우리의 행동이 실질적으 로 미얀마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 자체만으로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줄 수 있고, 조금 이나마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들을 응원하고, 미얀마의 상황을 널리 알리며 지속적으로 이 사안에 관심 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한양대학교가 언제나 강조하는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2) 4월 24일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되자, 아세안에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 회담에서 미얀마에서의 폭력 즉각 중단, 군부와 민주진영 사이의 대화 시작,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대화 중재와 미얀마 방문, 인도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5개 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회담에 참석한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범 석방에 대한 내용이 합의문에 빠 지게 되면서 이 합의문으로 군부를 제어하는데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양 115호
083
다시 평화롭고 민주적인 미얀마로 돌아가길 시간을 되돌려 1980년 5월의 광주로 돌아가 보자. 전두환과 노태우가 이끄는 신군 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잔혹하게 학살을 벌였다. 하 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에 잠입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많은 외신 기자들,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시민들이 신군부의 만행과 이에 맞선 광 주 시민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알리고자 노력했고, 이는 1987년 6월 항쟁의 원동력이 되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우리들도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알려야 한다. 1980년대 당시 아시아에 위치한 분단된 작은 국가를 향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내준 것처럼. 우리 도 미얀마 시민들에게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 게도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끝으로 미얀마 군부에게 전한다. ‘세월이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는 노랫말처럼, 지금 그들이 행하고 있는 만행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오늘도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언젠가는 그대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니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5·18광주민주화 운동당시 계엄군에게 진압당하는 광주시민사진(좌),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경진압 사진(우) (출처: 뉴스1, 시사저널)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들에게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 를 바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084
사회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꽃잎처럼 흘러 흘러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그대 잘 가라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잘 가라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눈물의 작은 새여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뒤돌아보지 말고
산을 입에 물고 나는
그대 잘 가라
눈물의 작은 새여
그대 잘 가라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그대 잘 가라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photo by 편집위원 황성주
「한양」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합니다
한양 115호
085
“현재 장애인단체의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2021년 2월 10일 오후 3시경 4호선 노원역에서 울린 안내방송
086
사회
#대중교통 #장애인 이동권
모두의 선진국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동권 수습위원 임현진 film4m@hanyang.ac.kr
한양 115호
087
누구를 위한 선진국인가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준은 ‘선진국’답게 우수하다. 한국의 대중교통은 높은 접근 성과 다양한 시설, 그리고 쾌적한 환경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오고 있다. 여러 버스 정류장에 도입된 ‘스마트 쉼터’나 불연재로 제작된 열차 내부 및 자전거 경사로 등 역시 세계적으로 우수한 시설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중교통 강국이라 할지라도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진정한 교통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수용 과 반영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되려 이러한 책임을 다해야 할 공기관이 이런 비판을 회 피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정말 대중교통 강국이자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2019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등록장애 인은 총 261만 8천 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 대비 5.1%를 차지하는 수로, 100명 중 5명 은 장애인인 셈이다. 하지만 수도권 평균, 하루 7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서 장애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교통약자에게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은 불 편이 많다. 앞서 언급된 편리한 시설들은 장애인에겐 누려보지도 못한 사치다. 장애인 들은 공공시설의 편리함을 경험하기도 전에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왔다. 2021년 1월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를 추모하며 장애인단체의 시위가 시 작됐다.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란 2001년 1월, 한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수직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추락하여 아내는 즉사, 남편은 중태에 빠진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년간 장애인단체는 이 동권을 위해 운동해왔고, 이는 올해 보 궐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3차 시위로 이 어졌다. 『한양』은 그들이 왜 시위에 나 섰는지, 대한민국 대중교통의 허점과 부족한 시민의식을 중심으로 그들의 목 ▲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0주기 추모식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088
사회
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대신해 전달하 고자 한다.
이들이 나선 이유 -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지난 2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호선 당고개역을 시작으로 오후 2시부터 이 동권 보장을 촉구하라는 요구와 함께 2차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중 장애인이 보인 행 동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30분에서 두 시간 가량의 열차 지연을 초래했다. 이처럼 현 재 대중교통 구조는 장애인의 당연한 일상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전개
‘1월 22일’, 오이도역 참사 20주기를 맞이해 서울역에서 1차 시위를 시작했다. ‘2월 10일’,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4호선에서 2차 시위 및 집회가 진행됐다. ‘3월 12일’, 보궐선거 앞두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이동하며 3차 시위를 했다. 그들의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동권’이다. 하지만 단순히 어떻게든 A에서 B까지 갈 수 있으면 된다는 의미의 이동이 아닌, 장애인 스스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하철역이 장애인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는 하지만, 비장애인만큼의 편리함이 충족되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장애인이 이 용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지하철 시설 개선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단체의 요구 중 지하철과 관련된 의견부터 살펴보자. 현재 서울 지하철 91% 의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상태지만, 아직 23개의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한 창 공사 중인 6개의 역과 승강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4개의 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13개의 역사에선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기 때 문에, 장애인단체는 2022년까지 모든 역에 1역 1동선1)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하나의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양 115호
089
리프트 철거 더불어 장애인단체는 지하철역 내부 리프트 철거 역시 요구한다. 앞서 언급한 ‘오이 도역 리프트 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 수직 리프트는 시설 노후화로 인한 잦은 고장 등 으로 추락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장애인들은 두려움을 느껴 한두 정거장 더 가 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들은 공공시설을 이용하며 생존의 위협 을 받아야 할까.
▲ 당고개역에서 막 2차 시위를 시작한 장애인단체
# 버스 시설 개선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결함이 많다. 우선 장애인을 위 해 도입된 저상버스는 전체 버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비율로, 그 수가 굉장히 부 족한 상황이다. 서울의 저상버스 배차간격은 약 30분이고, 서울 외 수도권의 배차간 격은 60분이다. 심지어 저상버스조차 단순히 번거롭다는 이유로 장애인 탑승을 거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편을 경험해보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시설 을 구축해왔다. 실질적으로 장애인에게 편리한 대중교통이나 시설 등은 보완할 길이 아득하다. 교통약자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시설이 구축되어야 한다.
090
사회
저상버스 승차 거부 이유 무정차 통과 (34.5%) 다른 승객의 불만 (14.5%) 기사의 작동법 미숙지 및 작동불량(69.1%) 승객이 많거나 만차 (38.2%) 0
20
40
60
80
▲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2020, 복수응답)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에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의 48%가 ‘저상버스 승차 거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승차 거부 이유는 ‘기사가 버스 경사판 작동법을 모르거나 작동 불량’이었다. 혼자 서 작동법을 배울 순 없는 노릇이므로 기사 개인을 탓할 수 없는 문제다. ‘승객이 많거 나 만차’ 역시 38.2%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승객이 많으면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 면 된다고는 하지만 서울시 저상버스의 평균 배차간격은 30분이다. 모든 버스가 저상 버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무정차 통과’, ‘다른 승객의 불만’ 등을 보면, 시민의 식의 결여 역시 장애인 이동권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증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8.4%이다. 이 중 서 울은 56.4%, 울산 13.0%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컸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2025 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및 도입 계획 수립, 장애인 단체이동 버스인 ‘장애 인 버스’ 10대, 특별교통수단 운영 수도권 전역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양 115호
091
지하철
버스
2022년까지 지하철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 단체이동 버스 10대
수직 리프트 철거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계획 수립 특별교통수단 (=장애인 콜택시) 운영 수도권 전역 확대
▲ 장애인단체의 주요 요구사항 요약
이 외에도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제약이 많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 휠체어가 이용하기에 좁은 시설 내 공간, 버스 정류장 탑승 위치에 있는 나무 및 높은 인도 턱과 같은 도로 시설 개선 미비, 저상버스 관리 부족 등. 성인의 체구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대중교통을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대중 교통의 ‘대중’은 교통 약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092
사회
사회가 장애인을 인식하는 방법 이렇듯 장애인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것들이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몇몇 비장애인들과 언론은 그 들의 권리와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왜곡한다.
위의 세 사진은 4호선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다룬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 사들은 교통약자의 시위 목적과 의미보다 비장애인의 불편함에 초점을 두었다. 기사 본문 역시 열차의 지연과 이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사 중 몇 몇은 ‘한편 장애인단체는 이동권을 요구하며 이날 시위를 벌였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되었다. 기사 끝의 두 줄 정도만을 장애인에게 할애해주어 마지막 남은 양심을 선심 쓰듯 포장했다. 한편 ‘지하철을 타고자 했을 뿐인데’, ‘장애인단체, 4호선 지하철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 등 시위의 취지에 더욱 주안점을 둔 기사들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검 색창에서 4페이지 정도 넘겨야 보인다거나, 소규모 지역신문사의 기사였다. 언론이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하고 싶다. 하 지만 적어도 ‘지하철 지연 운행’이라는 단어로 제목을 장식하고 싶다면, 그 운행 지연 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정도는 명확하게 밝혀야 했다. 정말 여러 언론의 보도처럼 장애인단체의 시위만이 지하철 지연 운행을 야기했을까? 이 문제의 원인을 온전히 장 애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지하철은 비장애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 두의 공공재이다. 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지하철 운행에 불편이 된다 면 이것은 지하철 구조 자체의 문제이다.
한양 115호
093
아래 글귀들은 앞서 언급한 기사 중 연합뉴스의 <장애인단체 시위로 지하철 4호선 지연 운행(종합)> 2월 10일 자 뉴스 댓글 창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용자1
2021.02.22 09:01
답답한 심정은 알겠으나, 수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은 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답글 21
댓글 작성자는 이 시위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잘못된 접근방식이라며 시위 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시위의 목적은 장애인의 이동이 누구에게도 불편이 되지 않기 위한 시설 구축을 요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 은 이 일시적인 불편이 누군가의 삶이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모두를 수용해 야 하는 공공시설이 그렇지 못함을 지적하며 벌인 평화적인 시위가 더 적절해지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을까?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고 했는데, 장애인은 시민이 아닌가?
이용자2
2021.02.10 18:26
장애 가진 게 뭐 자랑이냐. 장애 가진 걸로 빌미로 시위라는 핑계로 남한테 피해까지 주는 건 저건 시위가 아니라 지들 사지 불편하니까 정상인들 너네도 한번 피해받아 봐라, 그냥 보복 시위에 불가한 거다 저건 형사처벌 감임 답글 2
이 댓글 이용자는 장애를 특권처럼 묘사하며 시위가 장애인의 피해의식에 기반한 불법 행위라며 비난한다. 4호선에서 벌인 2차 시위는 사전에 지하철 측과 협의 후 벌 인 합법적 시위다. 열차를 지연시킨 것이 교통약자의 지하철 이용이라면 그 책임은 개인이 아닌 공공재인 지하철에게 있다.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에게 피해 끼쳐온 것이 된다.
094
사회
장애인들의 시위 목적과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시민들의 불편만 강조한 기사는 결 국 또 다른 혐오만 양산했다. 한 번 더 언급하지만, 장애인들은 지하철에 화염병을 던 진 것도, 비장애인을 향해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지하철을 이용했고, 그 것이 시위 내용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었을 뿐이다.
한양 115호
095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장애인이거나 잠재적 장애인이거나. 2019년 국립재활원의 조 사에 따르면, 선천적 장애인과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은 1:9이다. 후천적 장애인이 전 체 장애인의 약 90%인 셈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된다면, 국민 모두의 권리 보 장이 이룩됨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당연한 논리를 매번 설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장 애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평범한 일상을 얻기 위해 싸워왔다. 어쩌면 장애인들의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사람들 틈에 끼어 후덥지근한 공기 속, 아픈 다리를 견디기 힘들 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하루, 당신이 겪은 순간의 불편이 누군가에겐 평생 함께 했던 것이라면 감히 이 가치를 투정으로 저울질할 수 있을까? 흔히 매체에서 나타나는 장애인은 소극적이고, 마음 약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하 지만, 물비누가 물이 아닌 비누고, 솜사탕이 솜이 아닌 사탕인 것처럼, 장애인 역시 장애가 아닌 인(人), 즉 사람이다. 사람마다 개성과 가치가 다른 것처럼, 그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장애인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욕망할 때, 비 장애인보다도 엄격한 잣대로 그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권리를 위한 행위가 민폐라고 연출한다. 이번 시위도 마찬가지다. 소극적이고 마음 약해야 할 그들이 거리로 나서 지하철을 타며 일부 비장애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겐 존재 자체가 불편 한 그들이 매체에 등장해 자신들의 요구를 당당히 밝히고 있으며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들을 외면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들에게 불편함을 떠맡기 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한 걸음마저 검열할 것인가? 이제 모두를 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에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기이다.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시위를 비난 하기 이전에 그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들어달라.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치지만 힘이 없는 그 목소리를 지지해달라. 이제 대한민국도 인종, 나이, 장애 여부 등을 떠나 모 두에게 선진국이 될 때가 왔다.
096
사회
『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15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16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한양 115호
097
098
사회
#탈시설
이제 세상으로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시설은 안전하게 죽음에 이르는 곳” - 탈시설한 중증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양 115호
099
안전하게 죽음으로
▲ 미신고시설 장애인 사망사건 기자회견 (출처: 비마이너)
작년 봄, 경기도 평택의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활동지원사가 지적장애인을 때려 숨 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경 제적 착취와 방임 등의 학대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시설에 거주 하는 장애인들은 인권침해 위험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 제로 환원된다. 장애인 자녀를 부양하다 자살한 부모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발달장애인 자녀 곁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사건이 화제가 되 었다. 이는 언뜻 개인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장애인 부양을 가족과 시설에만 떠맡기 는 사회 구조의 문제다. 인권 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에도 장애인들의 삶과 그들을 향한 편견은 좀처럼 나 아지지 않고 있다. 『한양』은 이러한 우리들의 안일한 시각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경 각심을 환기하고 시설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 장애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100
사회
우리나라 장애인 거주시설의 현실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장애인 거주시설 상황에 우 려를 표하며 ‘장애 인권 모델 기반 탈시설화 전략 개발’을 촉구했다. 그 이후로 우리나 라 장애인 거주시설의 상황은 호전되었을까?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 주시설은 1,517개이며 시설에 입소 중인 장애인은 30,693명이다. 시설에 입소한 장애 인은 여전히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 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획일화된 집단생활을 강요 받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중증장애인 거주시 설 생활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시설에 입소한 비율은 14.3%였고 ‘스스로 입소를 결정했다’고 응답한 이들도 가족에게 주어지는 부담과 가 족 내 여러 갈등으로 인해 시설로 떠밀려온 경우였다. 결국 스스로 입소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온전한 의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을 접한 이후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의 한계와 인권 침 해 요소를 지적하며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서 탈시설화 (脫施設化)란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지역사회에 거주하게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원래 수용시설은 장애인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질 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 기본 취 지이다. 하지만 수용시설의 대부분이 지역사회인과 접촉이 거의 없는 외곽지역에 위 치하여 사회적으로 폐쇄적인 물리적 환경이 장애인들의 재활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상화의 원리1)가 강조되면서 탈시설화 운동이 전개되었다.2)
1) 장애나 기타 불이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불평등하지 않은 환경 및 생활 방식을 제공해 주기 위한 원리 2) 네이버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한양 115호
101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설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대대 적인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탈시설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법률인 시설해 체법, 특수병원 및 거주시설 폐쇄법 등을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탈시설화 를 추진하려 했으나 아직까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실정이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 닥행동’ 행동가는 “누군가는 법이 없어도 탈시설을 지원하면 되지 않냐고 묻겠지만, 그렇지 않다. 법이 없으니까 정부와 예산이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탈시설화 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인프라나 인식 차원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102
사회
탈시설지원법이란?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제안이유 2017년 기준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은 1,517개소이고,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 중인 장애인은 30,693명에 달하였음.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채 획일화되고 집단적인 생활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고, 상당수의 장애인 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추진하여 왔으나,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임. 이에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고, 장애인거주시설 등을 축소·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하여 제재하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려는 것임. 주요내용 가.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생활시설의 인권침해 실태 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를 발견하며, 인권침해가 발생한 장애인 생활시설과 그 운영법인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제 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이바지함을 이 법의 목적 으로 함(안 제1조). 나. 탈시설을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 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정의함(안 제2조). 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를 둠(안 제 8조 및 제9조). 라.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을 위하여 중앙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와 지역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함(안 제13조 및 제14조). 마. 장애인 등은 탈시설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시ㆍ도지사는 탈시설에 대한 욕구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탈시설 대상자를 선정하고, 개인별 탈시설지원계획의 수립을 지역탈시설지원센터의 장에게 의뢰함(안 제17조, 제20조 및 제22조). 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하여 초기정착 지원, 공공임대주택의 우선제공 및 주거유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함(안 제25조 및 제26조). 사.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10년 이내에 폐쇄하고, 입소정원을 축소하는 시설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함(안 제32조). 아. 시설조사소위원회의 장애인 생활시설 내 인권침해 조사,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조치 및 인권침해 시설 거주 장애인의 보호에 대하여 규정함(안 제33조부터 제50조까지).
▲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출처: 국회입법예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되었다. 탈시설지원법은 전체 4장 총 5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장애인 탈시설을 10년 안에 완료하기 위한 한시 법안이다. 법안은 독립된 주체로서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장애인의 개인별 탈시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탈 시설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초기 정착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한양 115호
103
주거와 그에 따른 서비스 지원,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명시, 탈시설지원센터 설치 및 자립 지원금 지원, 지역사회 자립 생활 지원, 시설의 단계적 축소와 폐쇄, 인권침해시설 조사 등 이 있다. 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폐쇄한다는 것은 모든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 라 기존에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탈시설을 지원하는 형태의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 을 의미한다. 인권 침해의 문제가 있는 시설을 조사해서 폐쇄 조치하겠다는 것이므로 피 치 못할 사정으로 입소한 경우에는 철저한 관리 속에 운영되는 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내용 일부 (출처: 국회입법예고)
이러한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된다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게 되므로 관련 정책, 제도, 지원 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오랜 기간 ‘보 호’라는 핑계로 시설 속 장애인의 삶을 묵인해온 우리 사회를 비판했다. 탈시설은 선 택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 그 자체이다. 이를 위해서는 탈시설에 따른 지역사회 내 서 비스와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와 행정이 뒷받침되어 야 한다. 탈시설에 따른 지역사회 내 서비스 지원과 인프라 마련을 위해 예산이 마련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설 관련 주체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되어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었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각각 ‘시설해체법’, ‘특수병원 및 거주시설 폐쇄법’에 따라 장애인시설을 모두 폐쇄했다. 장애인 시설에는 대부분 발달장애인이 거주하는데 1985년 노르웨이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의 발달장애인이 처한 생활 여건은 여러 측면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며 시설 내의 처우 개선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에 따라 노르웨이는 1988년 6월 시설 체제 전면 개혁을 위한 입법 조처인 일명 ‘시설해체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시설 생활인들 역시 1995년 12월 31일까지 모두 지역사회 내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거주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비용은 모두 중앙정부가 지원했다.
104
사회
물론 시설해체법 시행 초기에는 이에 대해 주민들의 항의와 시위가 많았다. 심지어 는 장애인들도 원래 살던 시설에서 떠난다는 두려움에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탈시설을 시작해보니 주민과 장애인들이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사 람들의 반대는 금방 사그라들 수 있었다. 탈시설을 추진하면서 노르웨이의 장애인들 은 자립 능력을 갖출 수 있었고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로써 이들의 삶의 질은 탈시설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 스웨덴에서도 1990년부터 탈시설 작 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7년 제정된 ‘특수병원 및 거주시설 폐쇄법’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까지 스웨덴의 모든 장애인 시설이 폐쇄되었다. 이로 인해 시설에 격리되었던 모든 장애인들은 지역사회로 돌아갔다. 당시 스웨덴 보건복지부 한 직원 이 시설 내 학대와 인권 침해를 폭로하며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고 시 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한양 115호
105
탈시설이 필요한 이유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결의현장 (출처: 비마이너)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가 없고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지 않는 다. 그 어떤 자기 선택권도 행사할 수 없다. 시설 입소 장애인들은 대형 기숙사와 같 은 공간에서 집단 생활을 평생 동안 해야 한다. 모두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 고 잠에 든다. 이러한 집단 생활의 불합리함를 지적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학대 사건 역시 문제가 된다. 2019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발생은 이미 비일비재하며 장애인 학대 사건의 23.5%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 한다고 한다. 폭력, 경제적 착취, 방임 등 여러 방식의 학대가 시설에서 일어나고 있 는 실정이다.
106
사회
특히 장애인의 대다수는 가정과 시설 외의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비장애인은 비장애인 끼리 모여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또한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장애인도 스 스로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비자발적으로 시설에서 살게 된다.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 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어우러져 사는 방안을 찾아야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 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회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약 자의 부양 부담을 가정과 시설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가정과 시설에서 일어나는 자살, 살인, 폭행 사건은 개인의 탓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장애인권 운동가들은 이러한 장애인 부모 자살 사건을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이 라고 표현하곤 한다. 탈시설화를 통해 그 책임을 지역사회로까지 분산시키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이처럼 탈시설은 장애인권과 비장애인의 인식적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 며 사회구조적으로 개인과 시설에 부과된 의무를 분산시킨다. 때문에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미국 탈시설 연구 권위자 제임스 콘로이 박사의 연구 결과, 탈시설 초기에는 가족의 72%가 반발했으나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정착이 이루어진 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가족의 절대다수인 75%가 탈시설에 만족했으며 시설 수용 때보다 나빠졌다고 말한 가족은 없었다.
▲ 장애인 학대 유형별 비중 (출처: 2019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
한양 115호
107
지역사회는 비장애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장애인 시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존재까지도 부정하는 어 른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자란다. 장애인 시설이 만들어진다고 시위를 하고 특수학급 아이들을 꺼리는 등 의도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해왔다. 이런 경험이 내 재화되어 주변의 장애인들을 소외시켜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주위, 평범한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누구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소외되 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장애인 역시도 사회적 존재로서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배 제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장애인과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탈시 설지원법 제정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최소한의 장치 인 것이다. 장애인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온다 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장소만 바뀌었을 뿐 또다른 소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모두가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격리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와 지역 이웃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 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의 제4조 1항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장애인은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
108
사회
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과 함께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16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되시면 소정의 상품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한양 115호
109
#학교폭력 폭로
폭로게임: 학교폭력 폭로에 관한 단상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사적인 복수와 공적인 복수가 원칙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지만 사회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즉 공적인 복수의 복수는 더 이상 복수 당 하지 않으므로 연속적인 복수도 끝나 확대의 위험을 피하게 된다.” - 르네 지라르《폭력과 성스러움》中
110
사회
한양 115호
111
Round 1 배구 쌍둥이가 던진 공 지난 겨울, ‘배구 쌍둥이’의 학교폭력 폭로 사건을 계기로 유명인사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며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배구 쌍둥이’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선수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했고 이들의 국가대표 자격은 무기한 박탈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 선수 등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학 교폭력 폭로가 이어졌다. 학교폭력 폭로는 비단 스포츠계에서 그치지 않고 연예계로 확장되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거론된 여러 연예인들 중에서 배우 지수(이하 지수)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자 이를 일부 인정하고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이외에도 지면이 부족 할 정도로 많은 연예인이 학교폭력 가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지목된 연 예인의 대다수는 사실무근이라며 폭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폭로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양』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학교폭력 폭로 현황과 폭로가 활발해진 배경,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피해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학교폭력 폭로전이 갖는 의의를 추적하고자 한다.
112
사회
Round 2 MVP는 누구인가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시작으로 한 학교폭력 폭로는 어떻게 우리 사회 전체에 퍼지 게 된 것일까? 그 전에도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있었지만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 이후 분야를 넘어서 사회 전반으로 폭로가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눈길 을 끈다. 『한양』은 먼저 폭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부터 접근해보았 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 가운데 자료들을 통해 판단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원인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 학생인권의식
일벌백계
지나친
18~29세
77.3
18.6
30대
82.3
8.9
50대
68.5
28.7
70대 이상
54.8
34.9
조
그 외 박탈 관련 여론 (출처: 리얼미터) ▲ 학교폭력 가해필요 선수 국가대표 자격 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올해 2월 40대 70.9 25.5 16일 학교폭력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60대 따르면,63.1응답자의 27.3 70.1%가 “학교폭력 가해 선수는 일벌백계로 처 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폭 선수 국가대표차트 자격 제목 박탈 관련 여론(%)] 일벌백계 필요 지나친 조치 일벌백계 필요 지나친 조치 그 외 그 외 77.3
18~29세
25.5
68.5
50대
70대 이상
8.9
70.9
40대
60대
18.6
82.3
30대
63.1 54.8
28.7
27.3 34.9
▲ 연령대별 학교폭력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관련 여론 (출처: 리얼미터)
한양 115호
113
구체적으로 연령대별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았을 때, 대체적으로 낮은 연령대일수록 학교폭력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지지했다. 연령대별 인식이 다 른 이유는 인권의식의 변화에 있다. 최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학교폭 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처벌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이러한 의식의 변화 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권리를 명시하 는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부터 시행되었다는 사실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제 2절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제 6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①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 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학생은 특정 집단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정보를 의도적으 로 누설하는 행위나 모욕,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③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 적 및 언어적 폭력을 방지하여야 한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中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여러 부분의 인권 문제들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하 면서 청소년의 인권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에 따라 학교폭력 문제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여러 방안 중 하나가 이 학생 인권조례 제정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 보장의 출발을 의미하고 이후 시간 이 흐름에 따라 학교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14
사회
# 대표적인 소통 창구, SNS 학교폭력 폭로가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SNS다. SNS는 실시간 소통 이 가능하고 손쉽게 교류를 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접할 수 있다는 특징 이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비유명인인 피해자가 유명인에 의한 학교폭력 피해를 쉽 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발판으로, 폭로글은 하루 만에 공론화가 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 연예인의 일벌백계를 주장하는 데 앞장섰던 MZ세대1)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학교폭력 폭로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모바일 문화에 가장 익숙한 세대인 만큼, 다른 SNS 이용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경험을 바탕 으로 학교폭력 폭로에 대한 여론을 빠르고 크게 형성한 주체가 될 수 있었다.
1)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 난 ‘Z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단어
한양 115호
115
Round 3 여론 VS 여론 1. 최근 유명 연예인·스포츠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2. 연예인·스포츠 선수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확인 전까지는 활동을 해도 괜찮다
거짓인 것 같다
15%
19%
사실인 것 같다
81%
활동을 중단하고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74%
▲ 유명인의 학교폭력 의혹 관련 여론 (출처: 리얼미터)
위 자료에서 보다시피 여론은 학교폭력 폭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학교폭 력 가해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라고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게 대다 수다. 또한 여론은 이 폭로전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 한다. 어떤 이들은 과거에 저지른 폭력이라도 훗날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부정적인 시선 역시 존재했다. 이들은 먼저 온라인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진위 파악이 어려워 익명성을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폭력 폭로가 연이어 터지고, 피해자를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분위기 가 형성되면서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제 보만 나와도 별다른 검증없이 여러 커뮤니티로 공유되면서 빠르게 이슈화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또한 사실이 아닐지라도 의혹이 제 기된 것만으로도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근거 없 는 소문이 양산되는 것에 대해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6
사회
Hidden Stage: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우리는 폭로전에 대한 여론을 떠나서 폭로 현상 자체가 갖는 의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중들이 우려하는 지점이 있음에도 분명한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 태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한 지수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수의 동창생들은 네 이트판에 글을 게재하고 졸업사진을 인증하며 지수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렸다. 그들은 지수가 대리시험 강요는 물론이고 성폭행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 폭로자가 주장한 지수의 학교폭력 행적
- ‘빵셔틀’ 및 갈취 중학교 시절 지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MBC 실화탐사대 인터뷰에서 “지 수의 빵셔틀이었는데 대부분 내 돈으로 샀다. 매일 ‘1분 안에 갔다 와, 2분 안에 갔 다 와’ 시간도 정해줘서 시간 안에 못 가져오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 로 연락이 와 ‘내일 돈 가져와야 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 5000원으로 시작해서 갈수록 만원 단위로 올랐다.”고 증언했다.
- 대리시험 강요 “쪽지시험이나 중간고사가 있으면 ‘나 대신 문제를 풀라’고 했다.”며 “지수는 덩치 가 정말 컸다. 당시 180cm가 넘는 정말 덩치가 큰 친구였다. 저희 반에서는 왕이었 다. 왕으로 군림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폭군, 연산군이었다.”고 말했다.
- 성폭행 지수의 초등학교 동창은 “수련회 때 같은 반 남학생들끼리 숙소를 쓰는데 거기서 성적행위가 있었다.”며 “같은 반이라 숙소에 있던 친구들은 다 봤다.”고 밝혔다. 지 수의 또다른 초등학교 동창은 “처음엔 단순 성희롱이나 언어폭력 정도만 하더니 수위가 점점 세졌다.”고 폭로했다.
한양 115호
117
▲ 사과문 및 실화탐사대 인터뷰 (출처: 지수 인스타그램, MBC 실화탐사대)
이에 대해 지수는 “학창시절 일진 무리와 어울리게 되면서 어리석게도 대단한 권력 을 가졌다는 착각 속에 살았다”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따돌림, 강매, 대리시험 요구, 성희롱 및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118
사회
#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폭로 현상의 의의
▲ 배우 지수의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 인터뷰 (출처: MBC)
앞서 지수의 사례에서 보았듯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언뜻 ‘학 교폭력’이라는 명칭은 그 잔혹함의 정도를 온전히 담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학교폭력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는 피해자가 폭력을 당한 이후 어떤 고통을 겪는지 말해주고 있 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인권에 관한 그릇된 가치관을 지니게 한다. 즉, 청소년기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최소한의 사회화조차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집단적으로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폭력 행위는 그 대상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우울, 불안 등의 심한 후 유증으로 등교에 공포를 느끼게 되고 이는 피해자들을 자살로 내몰기도 한다.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폭력 행위는 비교적 일시적이지만 그 폭력으로 인해 받는 정 신적인 고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며 피해 자는 학창 시절 악몽과도 같은 기억을 소환한다. 그들이 호의호식하며 수많은 팬들에 게 사랑받는 모습은 그 자체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에게 또다른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괴롭혔던 이가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모순으 로 느껴진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 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한양 115호
119
때문에 미디어와 대중들로부터 ‘손절’ 당하는 사회적 처벌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추방되는 가해자의 모습은 다른 가해자 발생을 예방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학교폭력이 단순히 학창시절 일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미디어 수용자에게 각인시킨다.
“그대들의 찬란한 봄은 나에게 시린 겨울이었고 혹독하게 긴 밤이었다”
스스로 학교폭력 피해자라 고백한 배우 서신애는 자신의 SNS 계정에 위와 같은 글 을 게시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 동창들이 서로 다른 과거에 사는 것. 피해자들이 겪 은 상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결국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수면 위로 드러 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이 학교폭력 폭로전 의 의의일 것이다. 한편 대중들은 이러한 폭로전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가해자 편에 드는 것이 아니라 폭로전을 악용하여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 이다. 이처럼 악용을 우려하는 것은 일견 이해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폭로가 없었다 면 지수와 같은 가해자가 일말의 반성도 없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편안한 삶을 영 위했을 것이다. 따라서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면 서도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며 진정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0
사회
Final Round 프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을 시작으로 스포츠계-연예 계에서 퍼 진 학교폭력 폭로 사건은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었다. 대중들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여겼던 여러 유명인사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크게 동요했다. 이에 대응하듯 스포츠계는 학교폭력 가해자 선수 선발 및 대회 참가 제한, 연예계는 광고 계약 해지, 출연 정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논란이 잠잠해진 뒤에 처벌 내용을 취소하거나 다시 방송 출연을 가능하게 하는 허점이 존재한다. 학교폭력 가해 자들에게는 일생 중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피해자들에겐 삶의 전부에 영향을 준다. 피 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잘못에 대해 정확 히 처벌하고 그 효력이 유효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폭력 폭로의 과정에서 마녀사냥이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실제로 그런 피해가 존재했다. 그렇게 일련의 폭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수면 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으로도 학교폭력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피해자 지지 여론이 쉽게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연속된 폭로 사건을 통해 과거 에 학교폭력을 저질렀더라도 현재에 그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원하는 여론이 대 다수였기에 피해자들은 학교폭력의 상처를 용기 내어 밝힐 수 있었다. 학교폭력은 내가 겪었을 수도 있고 나의 친구들이 겪었을 수도 있는 현실에 만연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번 학교폭력 폭로 사건을 계기로 대책 개선과 모두가 피해자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이해해주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물론 자라나는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좋은 본보기이자 인생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더 이상 가해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학교가 더 이상의 가 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는 건강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한양 115호
121
01
스포츠계의 귀화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02
언어 습관 수습위원 임현진 film4m@hanyang.ac.kr
122
사회
Part
3
문화
한양 115호
123
# 스포츠계의 귀화
귀화
YES or NO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124
사회
“니들이 볼펜 한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니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 하는 데도 대접받는 것은 다 팬들 덕분이다. 팬들한테 잘해야한다.” – 전 연세대 농구팀 최희암 감독
한양 115호
125
빛이 바래버린 금메달리스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우리나라를 더없이 빛내준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 선 수를 기억하는가? 그를 향한 뜨거운 응원과 환호는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맹렬한 비난 으로 바뀌었다. 지난 3월, 임효준 선수의 중국 귀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었다. 빛나는 금메달리스트로 칭송받던 그는 ‘기만자’, ‘겁쟁이’로 불리게 되었고, 이전의 반 짝이던 선수 생활로 돌아가는 길은 난항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효준 선수를 향한 비난 은 배신감에서 시작해 그의 부족한 애국심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실망 하는 이유는 임효준 선수가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 다는 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우리나라 국적을 버렸다는 배신감도 함께였다. 이처럼 임효준 선수의 귀화 문제는 단순히 그가 국적을 저버렸다 는 문제를 떠나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는 민족주의1)와 애국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따라서 『한양』은 임효준 선수의 귀화로부터 국가대표가 지닌 태극마크의 책임감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스포츠계 선수 들에게 강요되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대한 시각을 확장해보았다.
1) 민족주의: 민족에 기반한 국가 형성을 당위적인 것으로 사고하는 신념 (출처: 두산백과)
126
문화
임효준 선수의 갑작스러운 귀화 소식 임효준 선수가 귀화를 선택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2019년 6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날 진천선수촌에서 쇼트트랙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이 암벽 등반 훈 련을 하던 도중, 임효준 선수가 2m가량 높이에 매달려 있던 후배 황대헌 선수의 하의 를 벗겨 황대헌 선수의 하반신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모멸감을 느낀 황대 헌 선수는 코칭스태프에게 성희롱 당한 사실을 알렸고, 장권옥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 맹(이하 빙상연맹)에 이를 보고했다. 이후 8월 8일, 빙상연맹은 임효준 선수에게 스포츠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1년간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키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임효준 선수는 2019-2020 시즌 국가대표 활동과 2020-2021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참 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그는 징계를 받고 3개월 후 빙상연맹을 상대로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2019년 12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 아들여 1년 자격정지 징계는 정지되었다. 하지만 그는 작년 5월 7일에 이루어진 1심 판 결에서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이후 11월 27 일에 이루어진 2심에서는 이전에 있었던 황대헌 선수와 여성선수의 사건2)처럼 임효준 선수의 행동 역시 장난이었으며, 추행고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1심 판결을 뒤집 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검사 측은 상고했지만 올해 6월 1일, 대법원은 2심 판결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2) 황대헌 선수가 한 여성 선수가 암벽을 오르니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려 떨어뜨렸고, 여성선수 또한 장 난에 응수하는 행태를 보임. 그리고, 황대헌 선수와 그 여성 선수의 일은 여성선수가 있을 수 있는 행 동이라 진술해 무혐의로 종료됨.
한양 115호
127
Q. 중국 진출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현재 연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징계가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무조건 한국에서 뛰고 싶 다. 우리나라가 정말 좋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다시 느꼈다. 운동을 하면서 가 장 기뻤고 보람됐던 일이다. 그런데 더 이상 정상적으로 운동하지 못한다면 지푸라 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 1월 임효준 선수의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 中 일부 (출처: OSEN)
… …귀화한 상태였지만 임효준은 지난 1월 OSEN과 인터뷰서는 자신은 중국 귀화 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귀화했다는 첩보가 있어 중국 귀화 여부 를 묻는 질문에도 임효준은 한사코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무조건 한국대 표로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으로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그의 이야기는 거짓 이었다. 비난을 피하기 위한 얄팍한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올림픽 금메달 획 득으로 병역혜택까지 받고 있는 신분이었지만 자존심은 없었다. 한국에서는 더이 상 운동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로 변명을 내놓았지만 그는 이미 뒤에서 몰래 중국 인으로 변신한 상태였다. ▲ 3월 임효준 선수의 귀화 사실을 알린 언론 기사 中 일부 (출처: OSEN)
128
문화
한편, 임효준 선수는 작년 6월 3일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올해 3월 6일 임효준의 에 이전트사인 브리온 컴퍼니는 입장문을 통해 “임효준이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라며 “중 국 귀화는 아직 한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어려움과 아쉬움에 기 인한 바가 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중국 국적을 취득했던 임효준 선수는 올해 1 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귀화 여부에 대해 부인하였고, 한국 대표로 뛰고 싶다 고 거짓 발언을 하였다. 그는 굳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중국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한 국대표로 뛸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선수 자격정지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사실 상 선수로 활동할 수도, 이에 따라 올해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효준 선수는 중국으로의 귀화를 선택했다. 최종 판결도 나지 않 은 상태에서 도망가듯 귀화를 한 선수에게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이적 동의3)라는 긍정 적인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그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국적을 포기하고 거짓된 인터뷰까지 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이 에 그의 귀화를 두고 새로운 출발으로서의 응원이 아닌, 맹렬한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임효준 선수의 귀화 과정요약 19.06.17
진천선수촌, 쇼트트랙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 암벽 등반 훈련 임효준 선수가 후배 황대헌 선수의 하의를 벗김. 모멸감을 느낀 황대헌 선수가 임효준 선수 고소
19.08.08
임효준 선수 1년 자격정지
20.05.07
황대헌 선수의 고소로 1심 판결은 벌금 300만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20.06.03
임효준 선수, 중국 국적 취득
20.11.27
황대헌 선수의 고소로 2심 판결은 무죄 선고
21.03.05
임효준 선수, 중국으로 출국
21.03.06
임효준 선수, 중국 귀화 사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힘.
21.06.01
대법원 최종 판결, 무죄 선고
3) 2022 중국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IOC 올림픽 헌장(41조 2항)에 따라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후 최소 3년이 지나야 하는데 대한올림픽위원회에서 이적 동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출전은 가능하다.
한양 115호
129
귀화와 그 시선에 대해 임효준 선수의 귀화 소식을 전해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비단 임효 준 선수뿐만 아니라 귀화를 선택한 선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우 리는 임효준 선수의 귀화 사건을 통해 ‘귀화’ 그 자체와 이에 따른 시선에 대해 다시 고 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귀화는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 을 말한다. 귀화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때로는 귀화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축구선수 이충성과 유도선수 추성훈의 경우가 있다. 이충성 선수는 한국에서 축구 청소년 대표팀으로 발탁되었고, 이후 합숙훈련을 하면서 소외감과 차 별, 욕설 등을 이유로 2007년 일본으로의 귀화를 선택했다. 추성훈 선수는 1998년 부 산광역시청에 입단해 활동을 하다가 한국 유도계의 파벌과 편파 판정, 차별 등으로 일 본으로 귀화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 귀화한 사유가 차별과 파벌문제라는 점이다. 그들이 귀화한 후에 언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충성 선수가 일 본 대표팀으로 출전했을 때는 ‘쪽발이, 배신자’라고 불리었다. 추성훈 선수는 귀화 이 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장기를 들고 ‘아키야마’라는 이름으로 출전했고 한 국인 안동진 선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언론은 이 경기를 ‘조국을 메쳤다’라는 타이 틀을 걸고 보도하였다. 이충성과 추성훈 두 선수는 재일교포 출신이지만, 한국인이었 기에 조국에서 선수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 그들을 조국이 아닌 타국으로 이끌게 한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었다. 우리는 이들을 비판할 자격이 되는가?
▲ 추성훈 선수의 승리를 보도한 기사 (출처: Gobalnews)
130
문화
반대로 우리나라로 귀화한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외국인 및 혼혈선수 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귀화가 오로지 경기 성 적만을 위해 선수들을 ‘용병’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며 비판한다. 민족의 끈끈함을 무뎌 지게 하는 행위이자,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키우는 재능 있는 자국민의 인재를 낭비하 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국가대항전인데 외국인을 응원하는 것 그 자체에 서부터 이질감을 느낀다는 등 우리나라 국민들 중 일부는 ‘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 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스포츠계에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편 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피만이 흐르는 순혈을 강조하고 귀화한 선수들에게는 더 욱더 냉대하다. 하지만 정작 냉대하는 본인은 과연 투철한 애국심을 지니는가? 개인주 의 사회로 치달은 현 사회에 우리는 남에게 애국심을 강요할 만한 자격을 지녔는지 스 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귀화를 다르게 바라볼 수 없을까? 다문화 사회, 세계화 를 추구하는 현 시대는 국제적 교류가 활발하다. 이에 따라 인적 자원이 포함된 문화교 류는 그 중요성을 높인다. 우리는 문화의 포용성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귀화 는 단순히 국적을 바꾸는 것을 넘어 재능 있고 유능한 선수를 영입해 온다는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양 115호
131
국가대표의 책임감에 대해 대중이 귀화를 한 선수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국가대표라 면 그 위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한 나라의 대 표로서 태극무늬를 가슴에 달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한다. 그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비를 지원받고 군면제 및 메달 연금 수령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국가의 지원을 받 으며 국가의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 나가는 선수들은 이러한 혜택 및 기대에 부응할 의 무가 있다. 다만 우리는 오직 나라의 명성과 위상만을 위해 메달과 순위에만 연연해하 는 것이 아닌, 선수의 성장과 성취 그 자체에도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아야 한다. 요지 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무리한 강요로써 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 또 한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있기에 이를 오직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명목으로 그들의 노 력과 고민들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태도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즉, 국가대표를 바라보 는 시민들 또한 터무니없는 근거로 애국심을 운운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시각으로 바라 보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떠나 서 그들도 결국 국가대표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우 리는 그들에게 거대하고 무조건적인 애국심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찬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132
문화
당신의 애국심은 안녕하십니까? 현 시대의 맥락에서 국내로 귀화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보며 우리는 귀화를 더 이상 편협적인 시각만으로는 바라볼 수 없다. 귀화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사례를 통해 귀화 가 모두 ‘배신’이라는 단어로 통용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민족의 다양성 및 세계화를 지향하는 현 시대에서 귀화는 그 자체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슈 가 되었던 임효준 선수는 태극 마크를 단 선수이니만큼 이에 대한 책임감과 모범을 보 여야 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사건에 대한 판결이 끝나기도 전에 중국으로 도망 간 것은 이례적이고 부끄러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국적을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 국민 에게 거짓말을 하며, 자신의 조국을 욕보였다고 볼 수 있다. 책임감 없고 이기적인 그 는 중국 국적을 달고 빙판 위에 다시 선다 한들 그를 향한 시선은 빙판과 그 어떤 겨울 보다도 차가울 것이다. 애국심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단편적인 해석을 넘어 애국심은 각 개인의 다양한 해석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오직 소속의 개념으로만 비추어 애국심을 판단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의 애국심은 무엇이며, 이는 어디로 향하는지 스스로 고찰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신의 애국심은 안녕하십니까?
한양 115호
133
# 언어습관
언어의 무게, 한 마디의 책임 수습위원 임현진 film4m@hanyang.ac.kr
134
문화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 리타 메이 브라운
한양 115호
135
혜지 씨의 일상 #1 새내기 혜지의 롤 입문기 혜지는 승급전 한 번 못해본 리그오브레전드 입문자다. 게임용어조차 미숙한 혜지는 탱커를 잡는다. 겁 많은 혜지는 채팅을 안 보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팀원 분위기가 좋다. 좋은 사람들과 만난 것 같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zzz 근데 혜02지님, 탱커 좀 안 맞으시는 거 같은데 다음엔 유틸서폿 해 주세요ㅋㅋㅋ’ ‘혜지 닉값 하노 ㅋㅋ’ ‘아, 제가 롤린이라ㅠㅠ ㅋㅋㅋ’
닉네임 값을 하라는 팀원 중 한 사람의 말에 혜지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고민하다가 팀원 분위기도 좋겠다, 결국 어렵사리 물어본다. ‘저기 혹시 제 닉네임이 왜요? 제 이름인데...’ ‘누가 요즘 본명을 겜닉으로 함?ㅋㅋㅋ 골 때리네’ ‘롤린이 특) 달려있으면서 여자인 척함’ ‘ㄹㅇ 전판 탱커 혜지 맞지. 이름이 혜지면 혜지서폿 ㄱㄱ’ ‘롤린이에 혜지면 혜지답게 유틸서폿 한 번 해보세요.’
급하게 나무위키에 접속해 혜지라는 이름의 롤 챔프가 있나 검색하던 혜지는 일단 눈치껏 서포터 챔프를 잡는다. 서포터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입문자이 기 때문에 뭘 해도 못 한다는 생각으로 위안하면서. 탱커는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 만 재밌었던 반면, 서포터는 그나마 쉬웠지만 재미가 없다. 혜지의 취향이 아니 다. 팀원들 눈치만 보다가 결국 게임을 끄고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준비한다.
136
문화
#2 음식점에 간 혜지 파스타 식당에 도착한 혜지와 혜지의 친구는 메뉴판을 펼친다. 세상에, 무슨 메 뉴가 이렇게 많담. 신중한 혜지는 멍하니 메뉴판을 읽어내려가다 친구에게 뭘 먹 을 거냐고 먼저 묻는다. “나? 아, 뭐 먹지. 다 맛있을 거 같은데. 선택장애 올 거 같아.”
친구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혜지도 웃는다. 둘은 한참 고민하다가 가장 인기 많은 대표 메뉴부터 먹어보기로 한다. 음식이 금방 나왔다. 음식을 맛본 친구가 신이 나서 말한다. “진짜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요즘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큰일이야. 작년부터 어디 나가지도 못해서 살 엄청 쪘거든. 진짜 내가 이 코시국의 확찐 자다.”
혜지는 웃으면서도 친구에게 여전히 보기 좋다고 말해준다. 혜지의 친구는 말 하는 게 시원시원해서 만나면 유쾌하다. 둘은 즐겁게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한양 115호
137
생각하고 말했나요? 대중문화의 발달과 수많은 매체의 범람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짐 에 따라 무수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언어의 창의성에 의해 매일 아침마다 기 존의 단어들이 변주되고, 새로운 단어들이 태어난다. 한편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재미'를 이유로 사람에게 상처입 히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앞에 제시된 혜지 씨의 이야기는 감상을 묻기조차 거창할 정도로 평범한 이야기처 럼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글은 그 불편함을 의도했다. 불편한 유행어를 무조건 쓰지 말라는 의미 가 아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혜지 씨의 일상에서 언급된 ‘-린이’, ‘혜 지’, ‘결정장애’, ‘확찐자’의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 언어가 갖는 힘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를 가져 보고자 한다.
138
문화
당신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 어린이. -린이 초심자, 입문자를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 급의 단어. 용례로는 헬스 입문자 ‘헬린 이’, 주식 입문자 ‘주린이’ 등이 있다. 앞서 용례에서 언급한 헬스나 주식 모두 대다수의 향유자는 성인이다. 왜 성인의 미숙함을 어린이의 뒤에 숨겨서 말하는가. 나이가 어리면 모든 게 미숙할까? ‘-린이’ 는 초심자 및 입문자로 대체해서 쓸 수 있는 말을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어린 사람들 에 빗대어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린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매 일매일 성장하는 미래의 시민들이다. 물론 고의로 어린이를 무시하고자 사용하는 단 어는 아닐지라도, 단어 자체에 어린이의 미숙함이 전제로 깔려 있다. 그들을 동등한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자신의 미숙함은 자신의 또래 선에서 정리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우리는 그냥 미숙한 어른이다.
김 여사가 언제 적 얘기야 혜지 ‘김 여사’를 기억하는가? 운전 초보를 나타내는 대명사였다. 지금 누가 그런 말을 쓸까. 김 여사라는 단어는 현재 그 사용을 찾아보기 어려우나, 이 ‘김 여사’는 게임계 에서 혜지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거기에 의미가 더 확장되어 비단 ‘게임에 미숙해 보조적 역할만 하는 여성 서포터’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여자임을 밝히고 실력 좋 은 남성 팀원들에게 편승해 승점을 취하는 여성 게이머’를 지칭하는 은어로도 사용된 다. 이용자의 실제 성별이 어떻든 미숙하면 ‘혜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5인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진행되는 게임 속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바로 ‘혜지’다. 이는 여성 게이머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는 단어다. 보통 게임 내에선 ‘혜지’라는 표현에서 그치 지 않는다. 혜지라는 명칭 뒤에는 종종 성희롱이나 모욕적인 조롱이 따라온다.
한양 115호
139
우리는 불편한 존재가 아닙니다. -장애 ‘-장애’는 어떤 작업을 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지칭하는 접미사 역할의 단어 다. 보통 자조적인 의미로 쓰인다. 대표적인 용례로는 선택장애, 결정장애 등이 있다. 둘 다 선택이나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사용한다. 또한 ‘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욕설로 쓰일 때가 많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배 포한 ‘혐오표현 대응 안내서’에선 해당 표현의 사용을 멈춰달라 권고한 바 있다. 이 권 고에서 짚었듯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해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여 깎아내려선 안 된 다. 역시나 이 단어를 사용하고, 실제로 선택하는 주체는 비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 들은 ‘우유부단’ 등의 단어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다른 집단에 빗 대어 숨긴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맥락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집단 사이, 보 이지 않는 우열이 숨어있다. 앞의 ‘-린이’와 같은 맥락이다.
확진자도, 살찐 것도 웃기지 않아요 확찐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은 감소하고 배달 음식의 수요가 증가했다. ‘확찐자’ 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의 명칭인 ‘확진자’와 ‘살이 찐 사람’을 합친 말이다. 우선 코로나19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질병이다.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으로 고 통받는다. 치료받아야 할 확진자를 희화화하는 것은 사회적 결속을 저해할 수도 있 다. 우린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 이 단어의 문제는 비단 실존하는 질병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확찐자는 질병 으로 여겨야 마땅한 비만에 대한 외적 비하도 섞여 있다. 비만도 엄연한 질병이기에, 우리는 비만인 사람들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해선 안 될 것이다.
140
문화
돌다리도, 언어습관도, 두드려보고 나아간다면 앞서 소개한 단어들의 공통점은 특정 집단을 일반화시켜 조롱한다는 것이다. 상대적 으로 자신보다 저열하다고 생각하는 집단 전체를 비하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계급을 높인다.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우월감도 성찰 없는 언어습관에 한몫한 다. ‘혜지’가 바로 그 예시이다. 물론 ‘-린이’와 ‘-장애’, ‘확찐자’를 사용했던 많은 사람 은 이런 나쁜 의도를 가지고서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위의 세 개는 보통 자신을 낮 추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상화하는 집단에 대한 편견과 열등의식 이 전제되어 있다.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린이, 여성, 장애인, 비만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본인의 세상이 아니기 때 문에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누구나 그렇다.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배경 과 의미를 고찰해보고 함께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면 된다. ‘실수한 건데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이런 생각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우연히 획득한 ‘정상 성’에서 특권의식을 배제하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우린 나 쁜 사람이었고 앞으로 더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갑자기 세상을 평등하게 바꿀 수 없다 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바꿔나가 보면 어떨까. 성찰 없는 언어습관은 결국 혐오를 불 러오고, 그 혐오는 우리 사회 한구석에서 곰팡이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무심코 쓰던 단어들이 특정 집단에 대한 조롱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그럴 의도가 없 었을지라도 그 의미에 대해 성찰하고 정정함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이 종이 밖엔 여 기서 다루지 않은 수많은 단어가 있다. 이런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이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한양 115호
141
# 책 추천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 책읽기, 이제는 실천할 시간!
142
책 추천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삶이 끝나가는 순간, 그 마지막 순간마저 혼자 다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수 청소부’인 작가는 고립사로 인해 고인이 된 자들의 공간을 청소하며 죽음의 공간에서 삶의 흔 적을 발견합니다. 주인을 잃은 빈 공간은 그들이 고립된 상 태에서 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럼에도 다시 사 회에 녹아들고자 노력했던 흔적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 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죽음, 남겨진 공간이 대신 전하는 그 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최유진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라헐 판 코에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아시나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 는 인물은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 그리고 두 시녀이지만, 고개 를 조금 돌려 아래를 바라보면 난쟁이의 발아래 묵묵히 앉아 있는 ‘개’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개는 사실 ‘공주님의 인간개’ 였던 난쟁이 꼽추 소년 바르톨로메입니다. 중세 시대, 장애인 으로 태어나 가족과 이웃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결국 공주 의 유희를 위해 사람이지만 개처럼 기고 짖어야 했던 바로톨 로메. 그러나 이 소년은 이러한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 만의 빛나는 꿈과 열정을 찾아갑니다. 주어진 현실은 막막하 고 꿈은 너무도 멀리에 있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바르 톨로메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떤가요! -이에스더
한양 115호
143
『나의 한국 현대사 1959-2020』
– 유시민
세계 어느 나라든지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 현대사는 어렵고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입니 다. 그러다보니 현대사와 관련된 내용은 다소 무겁게 다 가오곤 합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 현대사 1959-2020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읽혔습니다. 작가 본인이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2020년까지의 일들을 서술하여 보다 편안하게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생각해볼 수 있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 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입 니다. -황성주
지금, 파리
– 정태관, 전분홍 외 2명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춰있는 현 상황에서, 상상 속 에서나마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창구 같은 책입니다. 다가오는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가지 못하는 답답 함으로 인해 여행 서적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한편으로 애 석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자유로운 여행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읽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내 마음의 위안이 될 것입니다. 특히 무겁고 투박한 여타 여행책과는 달리 한 편의 수필집같 이 컴팩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책이기에 붐비고 답답한 지하철 에서 꺼내 읽으며 소소한 자유로움을 느껴보기를 추천합니다. -조유민
144
책 추천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젊은 느티 나무>는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입니다. 주 인공 ‘숙희’의 '그'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과 싱그 러운 봄·여름의 계절감을 강신재 작가는 유려한 문장으로 담아냅니다. 1960년대 배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 격적인 소재를 아련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풀어낸 연애소설 입니다. 첫 문장만큼이나 인상적인 여러 문장들을 만나며 여 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이보미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인간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일지, 책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 해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고 통받고 있는 코로나19시대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아수라 장인 지옥으로 변해버린 세상을 보느니 차라리 눈먼 자가 되 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었더라면 어떻 게 행동했을지 상상하고 몰입하며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가연
한양 115호
145
『마르타의 일』
- 박서련
가끔 무거운 책 말고 가볍게 읽고 싶은 책들이 있습니다. 하 루나 이틀 사이에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접해보고 싶 을 때가 있다면, 혹은 오랜만에 책을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 은 책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엄청난 몰 입력으로 소설책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저조차 손에서 책 을 놓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다 해치웠습니다. 언니의 죽음 의 전말을 파헤쳐 가면서 서서히 동생의 삶을 이해하게 되 는 스토리는 몰입할 수 밖에 없고, 내용을 풀어나가는 솜씨 또한 매우 매력적인 책입니다. -최지원
The missing piece meets the Big O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Shel Silverstein (쉘 실버스타인) 우리는 관계에 집착하곤 합니다. 맞지 않는 사람끼리 억 지로 끼워 맞춰 위태롭게 굴러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 연 이런 관계에 대한 집착이 정상일까요? 현대사회는 관 계가 적은, 혹은 타인과 관계 맺지 않는 사람을 오히려 비정상으로 정의하곤 합니다. 정상적인 관계가 정해져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고 찰을 담은 동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을 추천합 니다. -임현진
146
책 추천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일상日常
한양 115호
147
학교폭력은 어떤 양상의 괴롭힘이든 피해자에게 영구적인 상처를 입히 는 폭력 행위이다. 특히 학교폭력이라는 키워드는 연예계의 학교폭력 폭 로가 연이어 일어나며 2021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에 관하여 『한 양』은 해당 사안에 대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자원 환경공학과 20학번 김예슬 학우를 만나보았다. 수습위원 임현진 film4m@hanyang.ac.kr
자원환경공학과 20학번 김예슬
1. 최근 유명인사들의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어
분리인데,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그 특성상
떠신가요?
이러한 분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재
저는 최근 사태를 보며, 학교폭력은 경중을
발과 2차 가해의 위험성이 있기에 피해자
따지지 않고 본인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분리가 철저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청소
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년 시기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고, 청 소년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반짝거립
3. 국가와 학교, 그리고 개인이 이번 사태에
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시기에 학교폭
서 각각 어떤 입장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력을 당해 피해자의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
까요?
리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았고, 들었습니다.
국가는 학교폭력에 관해 과거가 아닌 현재
심지어는 저 역시도 겪어봤기에 이 사안에
에 맞추어 체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예를
대한 생각이 복잡합니다. 이번 학교폭력 폭
들자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소년법의 폐
로의 영향력을 통해 가해자는 성찰하고 피해
지’ 등이 있습니다. 탁상행정이 아닌 앞으
자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변화를 바라고
로 이 나라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위하는 바
있습니다.
람직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 교는 학교폭력에 대해 덮고 숨기려는 것에
2. 학교폭력은 폭력 발생 당시 어린 학생이
급급한 나머지 피해자들을 등지는 태도를
었다는 이유로 많이 용인되어 왔습니다. 피
타파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피해자를 보
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형식만 남
있을까요?
은 교육보다도 실질적인 교육을 학생과 교
학교폭력 가해자가 어렸다는 이유로 이를
사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옹호하는 이들은 어째서 피해자 역시 똑같
마지막으로 개인은 사실관계 확인 이전에
이 어린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할까요.
선행되는 무차별적 비난은 주의하고, 가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 중에서도 피
자가 뉘우칠 수 있도록 잘못 그 자체에 대
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 비판을 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
생각합니다. 사회에서도 사건이 발생하면
합니다.
148
일상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 표현이 묻어있는 경우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면서도 누군가를 비하하는 표현을 지양해야 하는 것. 언어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울 수도 있다. 『한양』은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언어의 무게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산업공학과 19학번 유재원 학우를 만났다.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산업공학과 19학번 유재원
1. 우리는 혐오표현들이 묻어있는 말들을
2. 혐오표현과 관련된 논의의 시작은 그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이것에
단어가 혐오의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의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부일텐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혐오의 의도가 담겨 있다면 당연히 문제
하시나요?
가 있고,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
‘틀딱’, ‘김치녀’ 등 태생부터 혐오표현인
나 혐오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으면 괜찮
단어들이 분명 있지만 ‘깜깜이’, ‘-린이’
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등 원래는 혐오의 의도가 담겨져 있지 않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
은 단어들도 있습니다. 또 혐오 표현이 아
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을 할
니지만 혐오 표현처럼 사용되는 단어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단어마다 사소한 뉘
있습니다. 단어 그 자체만 계속 보는 것은
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고, 어디
논의를 붕 뜨게 합니다. 혐오 표현은 단어
까지 쓰지 않아야 하는지 정하기 어렵기
의 의도가 아니라 발화자의 의도에 달려
때문입니다.
있습니다. ‘A는 게이다.’ 라는 말은 비하
예를 들어 ‘주린이’, ‘헬린이’ 같은 ‘-린이’
가 아니지만 ‘쟤 게이같게 왜 저래’ 라는
의 경우 어린이를 비하하는 뜻으로 고려
말은 동성애자 비하인 것처럼 말입니다.
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 되기 전, 전문가
언어에는 맥락이 있고, 사회적으로 정해
가 되기 전 단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진 선이 있습니다. 단어만 보는 좁은 논의
일 수도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혐
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의 의도를 담아 말한다면 조심해야 하 지만, 혐오의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그런 단어를 쓰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115호
149
날적이
150
날적이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이별의 의연함에 대해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어느 순간이든, 이별은 익숙지 않다. 2014년 4월 16일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 다.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보다는 외할아버지의 말기암 선고를 받은 날이었고, 내게 이별에 대해 처음 알려준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별도 있지만, 과정이 있는 이별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이를 고 통스럽게 했다. 이별의 시작은 눈물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너무 어렸고, 세 상에서 제일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엄마가 그렇게까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이 우셨다. 학교에서 이미 세월호 참사로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울며 전화로 전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의 울음보 역시 터져 많이 울었다. 곧장, 기차 표를 예매해 우리는 할아버지에게 갔다. 당시에는 차로 가면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 으리라 생각했지만 떨리는 손으로 운전할 수 없음은 내가 조금 더 커서야 알 수 있었 다. 늘 옆에서 나의 성장을 바라봐 주실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약해보였다. 어렸을 적, 바다에 발이 안 닿아 나의 튜브를 이끌어 주던 우리 할아버지가 병원에 누 워있는 모습을 보자니 눈물부터 나왔다. 바다에서의 추억은 나에게 할아버지가 큰 존 재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발은 땅에 닿지 않았고 오직 튜브와 할아버지에게만 의지해 멀리 나가본 바다는 처음으로 맛본 광활함이었고, 바닷속에는 해파리 몇 마리 가 둥둥 떠다녀 무서우면서도 할아버지가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물리쳐 줄 거니까. 할아버지가 옆에 있으니 그 큰 바다도 무섭지 않았다. 그런 할아버지가 내 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 짧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었다.
한양 115호
151
그렇게 할아버지의 투병생활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할 아버지 곁으로 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왔다.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사계절을 열심히 뛰셨다. 매번은 아니지만 나도 몇 번은 함께 가서 할아버지를 뵈었다. 갈때마 다 야위어 가는 할아버지는 영락없는 암 환자였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을 밀 은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에이듯 아팠다. 암 선고를 받은 지 일 년도 채 안 돼서 그렇 게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암 투병 생활이 비교적 짧았으니, 고통이 빨리 끝난 것에 대해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싶다. 새 벽에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총알같이 튀어나가 기차를 타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중 환자실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이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 였다. 마치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삐-‘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숨은 멎었다. 내 앞에서 웃어만 보이던 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자글자글한 눈 주름 사이로 눈물을 흘리더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은, 2014년 12월 31일 오전 11시 42분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고, 신년을 하루 앞두고 새해맞이도 못하시고 떠나셨다. 그렇게 이별의 끝도 눈물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함께 기뻐해 주실 수 없다 는 사실에 늘 아쉬웠다. 할아버지께 막 자랑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슬펐다. 어렸 을 때 나는 걸어 다니는 병원이었던지라 사람 구실이나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 하시던 할아버지에게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빈 하늘에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사 실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할아버지를 통해 배웠다.
152
날적이
이별에 있어서 의연해지려 노력하지만 의연한 이별이란 없는 듯하다. ‘운다고 해 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눈물이 날 것 같을 때에는 속으로 항상 나 자신에게 외 치며 안간힘을 다해 참는다. 이처럼 평소 눈물이 없는 나지만 글을 쓰는 와중에 눈물 이 흐르는 이유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서 인 것 같다. 할아 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공부한다는 한심한 핑계를 대며 많이 못 찾아뵈었다. 실패를 딛고 올해 드디어 운 좋게 한양대학교에 합격하고 나서야 가볍고 뿌듯한 마음으로 합격증을 들고 할아버지 앞에 당당히 섰다.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 할 거라더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수고했 다고 한 번만 따뜻하게 안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원했다. 할아버지 가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더욱더 사람 구실하며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그러니까 지금껏 지켜봐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옆에 있어달라고, 응원해달라고 말이다. 안녕은 영원 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나는 늘 할아버지가 곁에 계시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이별 에 의연해져 보려 한다.
내게 큰 바다와 같았던 할아버지에게, 그리움을 전할 길이 없어 이 글로 대신해요. 손녀딸 어떻게 크는지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한양 115호
153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158계단 앞 한마당에서 살고 있는 유르 이야기*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한양대역 2번 출구로 나와 학생회관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화단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날적이에서는 이 작은 녀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한양대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돌보는 동아리 십시일냥에 의하면 녀석의 이름은 ‘유르’라고 한다. 유르를 처음 마주친 건 작년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그날도 교지실에 서 집필과 과제를 하다가 밤늦게 하숙방에 돌아가고 있었는데, 웬 작은 고양이 한마 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던 녀석이었기에, 나는 그저 지나가는 길 고양이인 줄 알았다. 녀석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인지, 그날 이후 유르를 자주 목격했던 것 같다. 가끔은 산책하던 중 158계단에서, 한마당 앞에서 편안하게 누워 쉬고 있는 녀석을 볼 수 있었 다. 다른 길고양이들과 비슷하게 유르 역시 겁이 엄청 많은 녀석이었다. 조금만 가까 이 다가가기만 해도 도망가곤 해서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조금 친해지기 위해서 츄 르를 줘 보기도 했지만, 호기심을 조금 보이거나 몇 입 먹어보다가 그대로 도망가기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들은 모두 필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154
날적이
▲ 2020년 11월 어느날 밤 처음 만난 유르
일쑤여서 정말 겁 많고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르와 친해지는 건 포기 하고, 그저 가끔 만나면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만 했을 뿐이었다.
▲ 밤에 마주친 유르
한양 115호
155
그렇게 지낸 지 대략 5개월 후 중간고사 기간의 어느날 밤. 그날도 유르를 마주쳤 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녀석은 도망가지 않았 다. 오히려 내 옆에 다가와 가만히 앉아 편안하게 쉬면서 내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이날 이후 나는 가끔 유르를 만나면 머리를 쓰다듬고 궁디팡팡을 해주면서 놀아주 곤 한다. 녀석도 놀아주면 기분이 좋은 지 쓰윽 몸을 비비기도 하고, 배를 보이며 애 교를 부리곤 한다. 물론 아직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서 겁이 많지만, 녀석은 조금은 나 를 알아보는 것 같다.
그렇게 유르는 학교를 다니는 어느 4학년 공대생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유르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156
날적이
한양 115호
157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14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상품을 드립니다! ^_^
『한양』 114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5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90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100 『한양』 114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무엇인가요? BEST • 코로나 백신. 생명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내용도 알찼다.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 채식 A to Z. 기자님의 체헐리즘이 재밌었고, 기사 본문 또한 알찼다.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WORST • 학내 섹션이 진부한 내용이었지만 비대면 구조라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함.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학내에서 불편한 것 • 교내 근로 장학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 채용하는지 궁금함.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사회에서 불편한 것 • 개발자 채용의 진실. 과연 코딩학원으로 달려가는 상황이 정상적일까? (융합전자공학부 16 윤석현)
158
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3,4,5월) 1. 114호 내부원고료 1,897,000원 2. 114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897,0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21년 3,4,5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15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1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 115호
159
2021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21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2 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160
월
일 (인)
편집후기
한양 115호
161
편집후기 최유진
니다. 그런 다짐이 부끄럽게도 저는 참 많은 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냈던 것 같습니다. 한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6번
동안 코로나를 핑계로 반 은둔생활을 하였는
째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교
데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그 자리에 머무는
지에서도, 사회에서도 더는 새내기가 아니지
것이 아니라, 나를 가라앉히는 중력이 있다
만, 여전히 어린이인 것 같은 기분에 누군가
는 걸 깨달았습니다. 강의와 과제와 유튜브
길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투정 같은 생각
밖에 남지 않은 일상에서 그나마 ‘사람 구실’
이 계속 듭니다. 1년 반 전 수습위원으로서
을 할 수 있게 해준 존재가 교지라고 생각합
처음 편집후기를 쓸 때가 생각납니다. 교지
니다. 아무 생각 없는 저를 항상 생각하는 존
에 처음 글을 쓰며 제 글을 돌아봤을 때 아쉬
재로 바꿔주는 교지에 감사를 전합니다ㅎㅎ.
운 점만 생각난다는 편집후기에 이어서, 편
편집장님부터 수습위원분들까지, 맡은 자리
집장의 자리에서 처음 펴내는 이번 호에서도
가 새로웠을 분들이 많았습니다. 뭐든 처음
계속해서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
은 설레면서도 익숙하지 않아 어렵기 마련인
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첫 출발은
데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무사히 발간이라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그렇기에 서로 도와주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
어서 무사히 ‘첫 호’를 발간했다는 것에서 더
진짜 정말 짱 대박 수고 많으셨습니다..♡ 뜨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세 분의 수습위원분
거울 여름에 뜨거운 열정으로(^^)우리 다시
들과 수습 편집장이 우리들의 첫 번째 호를
만나요!
무사히 집필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편 집위원 네 분에게 특히 정말 감사드립니다!
황성주
이에스더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호 역시 거의 모든 과 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익숙하지만,
항상 구구절절 말이 많았는데, 이번 편집후
그래도 여전히 대면으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기는 담백하게 적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힘들게 편집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려
(과연 그럴까…….) 대학이라는 낯선 세상에
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우리 교지 식
도착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구들 모두 고생했고 수고하셨습니다.
싶었다던 1년 전의 제 모습을 문득 떠올려 봅
162
편집후기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고
다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LH사태를 집필
나은 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면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교수임용을 강 행한 학교의 태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그
조유민
리고 생명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행태를 보면
저의 4학년 1학기가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서 분노의 감정을 느꼈고, 20년 이상 해결하
교육실습부터 중간고사, 교지 집필 기간까지
지 못한 장애인 이동권과 탈시설 문제를 바
모두 한 시기에 겹쳐 정신없을 법도 했지만
라보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게 되
교지 위원님들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잘 버
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
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115
하는 단어에 대해 한번 되돌아보면서 고민
호는 교지의 새로운 수습위원님들과 처음으
을 해보기도 했고, 임효준 선수 논란과 학교
로 같이 한 호였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폭력 폭로를 읽어보며 과연 합리적인 비판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대면 회의가 제한되어
이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만나 뵐 기회는 적었지만 이렇게 교지라는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제
공간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고, 앞으로도 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미얀마 시민
부탁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ㅎㅎ 저는
들이었습니다. 벌써 군부에 대항한 지 100
112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동물과 관련된
일이 넘었지만, 점점 어둠이 내리고 있는 미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만
얀마. 언젠가는 미얀마에 희망이 찾아올 수
봐도 누가 적었는지 알 수 있겠다는 전 편집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1980년
장님의 말씀 듣고 한바탕 웃기도 했는데, 특
5월의 광주가 생각났습니다. 냉혹하고 무서
히 이번 기사 만큼은 많은 분께서 읽어주시
운 그 시절. 지금의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희
고, 공감해주시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생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하는 마음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몰아치는
싶습니다.
일정에 혼란스러워하던 저를 잘 붙잡아주신
벌써 4번째 교지입니다. 교지편집위원회에
유진 편집장님, 스더, 성주 오빠, 보미 언니,
들어온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네요. 교지
그리고 세 분의 수습위원님께 감사하다는 말
의 고인물(혹은 고참급 레벨)이 되었다니...
씀을 전합니다. 모두 다음 호에서 뵈어요!
믿기지 않네요. 이제 졸업이 점점 다가오고, 대학 생활의 마무리를 위해 더 바쁘게 지내 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더 좋은 글, 더
한양 115호
163
이보미
구린 글을 읽고도 제 기분 상할까봐 좋은 말 만 해주는 친구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글은 참 어렵고 싫은데 끝내고 나면 다른 것
마지막으로 교지 여러분 마감하느라 고생 많
보다 100배는 더 뿌듯해서 시간이 지나도
으셨어요. 앞으로도 함께 힘내요!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글은 마감이 쓴다는 말이 있듯이 마감이 없다면 글 쓰려
김가연
는 노력도 않는 게으른 제가, 교지에 들어와 꾸준히 마감을 거듭한다는 건 무척 다행인
안녕하세요. 이번 『한양』115호에 수습위원
일이에요. 벌써 추가학기와 졸업을 앞둔, 20
으로 참여하게 된 김가연입니다. 글을 쓸 때
보다 30이 가까운 나이에 교지에서 활동할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퇴고 과정을 거친 적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없었는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고 생각합
나이는 헛으로 먹은 것 같을 때 쌓여 있는 교
니다. 문장에서 단어로, 단어에서 조사로, 조
지 세 권을 보면서 위안을 삼아요. 해보지도
사에서 문장 부호로 하나하나 신경 쓰며 이
않고 지레 겁먹는 게 싫어서 아무 생각 없이
리저리 고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편인데, 일단 일을 벌리
부원분들 덕분에 갈피를 못 잡았던 글이 점
면 어떻게든 뭐라도 하더라고요. 다른 성실
차 완성되어가는 것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해내는 그런 수준에는
이게 교지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분명 못 미치지만,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정
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과연
신승리하고 있어요. 안 하면 0이지만, 하면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매 회의 때마다
1이거나 그 이상이잖아요. 가끔 마이너스도
진심 어린 피드백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있지만 그 마이너스는 언젠가 더 큰 플러스
들 수고하셨습니다. 교지 최공~~^0^
를 가져와서 상쇄해주는 것 같아요. ㅎㅎ 편집후기에 빠질 수 없는 가족과 친구들. 저
임현진
교지 회의한다고 속닥속닥 말하던 엄마와 여 동생,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저를 위해 저녁
<모두의 선진국>과 <언어의 무게>를 집필한
을 챙겨준 남동생 그리고 용돈 필요할 때만
수습국원 임현진입니다. 사실 하룻강아지
연락하는 저에게 잔소리 한 번 안 하는 아빠
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대뜸 저 두 주제
까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로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요, 첫 줄을 적는 순
164
편집후기
간 느꼈습니다. ‘난 뭣도 모르고 손부터 댔구
비대면인 만큼 교지 위원들과 교류가 적어
나…….’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갈 때마다 자
아쉬웠지만 앞으로 만날 기간이 많을 거니까
신의 무지를 자각했습니다. 막연한 분노로
오히려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는 아무 일도 해결할 수 없음을 체감하곤 더
아무것도 모르는 수습위원 서포트해 준 보미
조사하고, 알아보고, 고민했습니다. 사실 저
언니 감사드리고, 모든 위원들 역시 너무 수
두 글은 기획만 제가 했지, 저희 『한양』 편집
고하셨습니다.
부원분들의 작품입니다. 처음 적었던 조악한 글을 생각하면 아찔해지네요. 중학생 일기장 수준의 글을 진짜 글로 이끌어주신 부원 여 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한양』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 광이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최지원 제가 글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생 각하기 전에 행동했네요. 1학년 때부터 모아 놓은 교지들을 읽다가 문득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교지 위원이 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 안 글 읽는 법만 알았지 쓰는 법은 몰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감이 정말… 어려웠습니 다. 중간고사 기간이 겹쳐 더 압박감이 심했 던 거 같네요. 교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갈아 넣어 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갈린 만큼 보람이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도 재밌었습니 다. 다들 그 매력에 계속 교지를 한건가요?
한양 115호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