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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vol.78 Winter


『한양』 편집장

2011 vol.78 Winter

유은수 철학과 09학번 jyjk2327@gmail.com

부편집장

김선주 행정학과 10학번 yamijanggun@nate.com

편집위원

박혜미 철학과 10학번 oliveraja@naver.com 유수빈 국어국문학과 10학번 hellosoop@nate.com 이동주 경제금융학부 10학번 sentiment22@naver.com 김준영 정보시스템학과 11학번 etmanman@hanmail.net 박태연 컴퓨터공학부 11학번 shawoo30@naver.com

수습위원

권수진 철학과 11학번 shine-ksj7@hanmail.net

펴낸이

유은수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성동구 행당1동 산17번지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5층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전화

02-2220-0105

디자인

디자인여백 02-2279-9631

펴낸날

2011년 12월

※ 『한양』 교지는 100%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Contents 여는글

10

PHOTO ESSAY 한양대 안의 이야기

한양대 밖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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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특집 터미네이터 (2011)

24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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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간의 사건일지

48

새로운 총여학생회 New Wave 전상서

54

해치지 않아요, 해치지 말아요

60

한양대가 덜컹덜컹

74

사회 나도, 하고 싶어

88

통계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100

99%의 외침★

110

2011년 건대에서는 무슨 일이?

124

문화 가난해도 괜찮아, 젊으니까 괜찮아!

136

앤디 워홀과 소비사회★

146

한양포커스

161

Re:view

162

일상

166

날적이

172

독자엽서 간추리기

180

퍼즐

187

★ 한양 학우 外 외부 필진들이 써주신 글입니다. 이번 호 <다시보는 한양교지>는 없습니다.


여는글

★ 얼마 전, 수업 필기를 들춰보다 어느 날의 날짜를 ‘2009. 11. 29’라고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헛웃음을 지으며 수정 테이프로 2009를 지 우고 2011이라고 고쳐 쓰는데, 순간 미래에 온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 만큼의 의미를 찾을 새도 없이 시간은 내 맘도 모르고 스쳐 왔다 스쳐가 네요. 2011이란 숫자가 익숙해질 만하니 곧 2012입니다. 다들 새로운 시 간에 올라탈 준비가 되셨나요?

★ 한미 FTA, 종편 채널, 그리고 총학생회 선거, LGBT인권위원회, 배 치표…… 학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논란과 문제들이 머리를 꽝꽝 울려 대는데 어쩐지 마음은 점점 공허해져 가는 것 같지 않나요. 그 끝을 찾을 수 없는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이런저런 일들을 지켜보며 ‘내가 뭔 상관이 야’ 싶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연히 영어 단어 idiot의 어원에 대한 글을 접 했습니다. 바보 천치를 뜻하는 idiot은 무지렁이 천민을 뜻하는 그리스어 idiotes에서 나왔다. 그리스어 idios란 ‘사적인 용무’를 뜻한다. 즉 idiotes는 원래 나라와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이나 관심 없이 그저 제 앞가림에만 정신이 없는 자를 일컫는 것이다.1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쨌든 ‘입장’은 의미 있습니다. 사적인 필요나 취향 이 아니라 소신과 책임감에서 출발한 입장 말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헤 매고 돌아가도, 결국은 나의 입장을 찾기 위한 소중한 여정이 아닐까요.

1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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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권째, 마지막 연애편지를 바칩니다. 힘겨웠지만 가슴 뛰었던 사랑이여, 안녕.”

한겨레21의 박용현 전 편집장이 자신의 마지막 호 ‘만리재에서’에 기재 한 단 한 문장입니다. 무척 따라하고 싶지만 이 종이 한 장 한 장에 학우 여러분의 소중한 교지대금 2000원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그만큼 과감해 질 수는 없네요. 사실 저만큼 강렬하고 매력 있는 문장을 생각해낼 역량 도 없고요. 아무튼 열한 권, 『한양』 교지 일원으로서 발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 을 발간하고 이제 저는 물러납니다. 모쪼록 안녕히.

편집장 유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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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박혜미(oliveraja@naver.com)

Y

Mynameis

너는 오늘 계단을 오르면서 나를 만났어, 너는 바짝 짧아진 호흡을 뱉으며 네 시선을 잠시 내 위에 떨어트렸어. 나는 네게 아침인사를 건네었는데 바쁜 네가 내 미소를 읽었던가는 잘 모르겠어. 좋은 아침. 나는 오늘 매점에서 너를 만났어, 나는 너를 기다렸어 나와 눈이 마주친 네게 달콤한 순간으로 다가가려고 애를 썼어. 나는 언제나 달아서 나를 입은 열매들은 언제나 향기로워 그래서 네게도 전하고 싶어, 단 향기는 행복이니까.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네 옆에 배를 깔고 기댄 채 화사하게 빛나는 나를 네가 바라보길 기다려. 손때 묻은 나도, 네게 여전히 정겨운 빛깔이길 바라


나는 너의 주변이야, 앞서가는 네 친구의 어깨에도, 네가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즐거운 네모에도 나는 몸을 뉘고 있어.


혹 꽃집 앞에서 누구보다 밝게 핀 나를 보았니? 횡단보도 앞의 나는 어땠어? 나는 시들어가는 순간까지 다정한 시선이고 싶어.


어둠이 서늘한 표정으로 내려앉은 지금, 나는 집에 돌아갈 너의 발걸음이 즐거웁길 바라는 마음으로 거칠고 단단한 시멘트 위에 내려앉아 상냥한 길이 되었어. 빛이 닿는 곳 어디에나 정다운 웃음으로 네 귀가를 반기고 있는 내게 너의 소소한 즐거움이 닿았다 사라진다.



나는 세상을 밝히는 땅 위와 하늘 아래의 별.


나는 누구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경고도, 알림도 모두 내 거야. 나는 단호하고 선명한 모양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어.

좀 더 자상하지 못해 미안해.


집에 갈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치지 않게 잠시 앉아 봐. 네 몸을 데울 수는 없지만 마음만이라도 덥히는 빛으로 너를 잠시나마 업고 있게 해 줘.


귀가하는 골목이야. 괜찮아, 혼자 걷는 길이라도 괜찮아. 네가 현관문을 열고 하루에서 벗어나 발끝의 먼지를 떨어내는 순간까지 내가 길을 밝힐게, 무서워하지 마. 내가 너의 길과 너의 콧잔등 위에서 마지막 시간까지 덥혀줄 테니까. 잘 가. 내일 다시 만나. 내 이름은

노랑.



안 한양대 의 이야기 터미네이터 (2011)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16일간의 사건일지 새로운 총여학생회 New Wave 전상서 해치지 않아요, 해치지 말아요 한양대가 덜컹덜컹


학생회 특집

01

2011 총학생회 되돌아보기

2011 2010년 겨울, 한양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주역이 선출된다. 그 주인공은 지지기반 없이 출사표를 내던졌던 경영대 정현호(학생회장 역)와 전통대 백승홍(부학생회장 역)! 학우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이들이지만 그 앞날은 그리 밝 지만은 않았으니…….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맞닥뜨린 등록금 문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터미네이터가 쏜다’, 그리고 배치표 문제까지. 순탄치 않은 이들은 과연 무 사히 성공적인 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부편집장 김선주 yamijanggun@nate.com 편집위원 이동주 sentiment22@naver.com


한양왕조, 신흥세력의 대두!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고 회고한다면, 그것은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하 지만 2011년 터미네이터의 당선은 딱 그랬다. ‘의외’라는 반응이 ‘수긍’으로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무려 4개의 선본이 한꺼번에 출마하여 화제가 되었던 2011년 총학생회 선거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러 후보가 각축을 벌인 만큼 그 열기도 대단했다. 그곳에는 2010년 SAY를 뒤이은 새로운 SAY의 출현과 인문대 및 각 단과대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을 얻고 출범한 하이라이트, 공 대 학생회에서 시작하여 과감히 운동권의 색깔을 내비쳤던 샤우팅한양, 그리고 터미네이터가 있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터미네이터는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 요, 그렇다고 뒤를 잇는다는 명분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학우들 에게는 생소한 느낌도 강했다. 하지만 당선 전 미리 공약을 이행하는 적 극성을 보였고, 체계적인 공약과 분석으로 학우들에게 다가섰다. 또한, 기 존의 SAY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운동적 색채를 거의 띠지 않았지만, 등록 금 문제와 같은 이슈에 수수방관했던 SAY와는 달랐다. 비운동권이지만 소극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올 한 해를 되돌아보았을 때 그들이 남긴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훌륭한 수식어가 줄줄이 이어짐에도 불 구, 딱히 손에 꼽을 성과가 없었다. 포퓰리즘이니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유난히 많이 받았던 총학이기도 했다. 보여주기 식의 뻔한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굳이 그들의 성과를 떠올린 다면 고작해야 축제의 소녀시대? 시험기간의 야식배부 정도랄까?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공허한 느낌이 맴돌았다. 확실한 인상을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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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인 것은 분명했지만 매년 이맘때면 드는 특유의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들은 터미네이터의 색깔로 채워진 한 양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을 만나보았다.

학생회장과의 인터뷰 이른 아침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총학생회실의 문을 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 안 이곳의 불을 밝히며 지켜온 터미네이터 총학생회, 그중에서도 학생회장과의 인 터뷰를 위해서였다.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라서인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 도는 그곳에서 만난 학생회장은 얼굴 가득 피곤함이 베여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배치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밤을 꼬박 샜다고 했다.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 에서도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총학생회 그 한쪽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인터 뷰를 시작했다. 첫 질문은, ‘1년 동안 가장 주력한 것은 무엇이며 얼마나 이루어졌 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것.

학생회장 1학기 때는 공약 이행보다는 확장시켜 나가는 부분이 많았

어요. 당선되고 나니 공약을 준비할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이 보 이더라고요. 그래서 당선되고 나서는 총학생회로서 할 수 있는 것들, 미 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것들, 그리고 타 선본의 공약 중에 좋았던 것들 을 포용해서 해야 하는 목록을 작성했죠. 그리고 2학기에는 공약을 이행 하는 데 집중했어요. 학사 제도 같은 것들에 대한 개정 협의가 대부분 2 학기에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1학기 때에는 사실 공약 이행이라고 하기에는 미이행 단계들이 많았고, 2학기에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요. 가장 주력한 부분은 역시 등록금과 축제에요. 우선 등록금 문제에 대 해 말하자면, 저희는 등록금이 높기 때문에 낮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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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 등록금이 높으면 낮추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낮추는 제도 자체를 만들라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지난 5 월부터 10월까지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세 당을 만나고 교육과학기술 부 장관님도 2차례 뵈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여야가 명목동록금 인하까 지 합의했었고요. 그런데 한나라당 대표가 홍준표 대표로 바뀌는 순간, 이 모든 이야기들이 엎어졌어요. 그 사람은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아닌 장학금을 통한 지원이 옳다고 주장했거든요. 결국에는 장학금 방향으로 가게 되었죠. 조만간 12월에 간담회를 다시 한 번 할 것 같고, 저희는 등 록금의 단계적 인하가 안 된다면 장학금 지원이라도 지속적으로 해 달라 고 요구할 생각이에요. 지금 분위기가 1번으로 끝나게 생겼거든요. 교지 그렇다면 축제는요? 학생회장 축제에 주력한 이유는, 애교심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양대에 편입해 들어오면서 한양대 이름을 가지고 못할 게 없다 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이전 학교 이름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한 양대 이름을 다니까 가능했죠. 그래서 한양대라는 이름으로 이룰 수 있 는 게 많다는 걸 직접 경험했는데, 한양대 학우들을 그에 비해 자긍심이 나 애교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자격지심이라던 가, 자기가 속하고 싶었던 준거집단에 속하지 못했다는 좌절감 같은 것들 이 느껴지더라고요. 밑에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감격스러운 저로 서는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애교심 고취가 필요하다.’라고 생각 했죠. 애교심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에 4년 동안 있으면서 즐거워야 한다 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초점을 맞춘 게 우리가 한 데 모였 을 때 우리는 하나이고,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게 언제일까 생각하다 보니 그게 축제이더라고요. 그래서 성공적인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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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을 가득메운 한양인과 흥겨운 분위기의 축제 [출처 http://blog.naver.com/rien0467?Redirect=Log&logNo=128466406]

제를 만들고자 했어요. 그것도 1, 2학기 축제 모두가 성공적인 학교로 만 들고 싶었던 게 제 욕심이었어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쳐졌던 분위기가 축제 이야기와 함께 활 기를 띠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명 포탈 검색어에 ‘한양대첩’이 뜰 정도로 이번 1학 기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연예인도 한몫했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온통 파랗게 물든 학교를 보며 자랑스러워했던 학우들 역시 적지 않았기에 축제 를 통해 애교심을 고취하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제법 효과를 본 것 같았다. 하지 만 그것이 총학생회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그들의 공약에 대 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다시 등록금 문제로 돌아가, 협상을 통해 얻은 지원금 에 대해 질문했다. 분명히 지원금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학생회장 저희가 지원받은 금액은 25억이에요. 그 중 15억이 장학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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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0억이 교육환경 개선금이죠. 이 금액이 또 서울과 안산으로 6 : 4로 나뉘었어요. 장학금은 서울이 9억, 안산이 6억, 교육환경 개선금은 서울 6 억, 안산이 4억. 서울에 지원된 9억의 장학금은 대학원에 들어간 2000만 원을 제외하고 또 1, 2학기로 나누어졌어요. 그러니까 8억 800천만 원이 한 학기당 4억 4천만 원으로 나누어진 거죠. 거기에다가 1학기 때 장학복 지처에 더 요청해서 1억을 추가로 받았어요. 그래서 장학금이 총 5억 4천 만 원이 되었죠. 수혜 대상 학생들이 거의 600명이고 학생들의 장학금 단 계를 한 단계씩 올려 줄 수 있었어요. 또, e장학금이라고 총학생회 장학 금으로 제일 낮은 단계를 신설해서 학과에서 2명까지 더 장학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6억으로 주어진 교육환경 개선금 같은 경우에는 총학생회, 동아리 연 합회, 애문연, 단대에서 다 모아서 진행을 했고요, 돈은 학생처에서 관리 하고 저희는 필요한 금액을 요청해서 실행하는 형식으로 했어요. 집행은 아무래도 시급한 데가 우선으로 이루어지죠. 그래서 실제로 정통대 로비 가 싹 다 바뀌고 많이 설치되었죠. 현재는 4억 정도 쓰고 2억 정도가 남 았을 거에요. 아마 그 금액이 라이트 설치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단대별로 지급된 내용은 공개가 되지 않아서 뭐라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 네요.

중요 공약 중 하나인, 그리고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한 배치표 문제 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입시생들에게는 지원서 넣을 곳을 선택하는 기준 이 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학교의 위상을 대번에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 로 배치표가 아니던가. 하지만 매년 등장하는 말 도 안 되는 배치표는 한양인들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올해는 이 배치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한양대가 제대로 평가된 배치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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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배치표 문제가 지금 심각하죠. 올해 같은 경우에는, 모든 배치

표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8게 배치표 중 2개, 비상에듀랑 종로에서 문제가 생긴 거에요. 이 두 곳에서 우리 한양대학교는 그대로인데 중앙 대가 말도 안 되게 올라온 거죠. 여기에는 로비 관련 문제도 있지만, 우리 학교의 대응 방식도 문제가 커요. 사실 데이터대로 환산하면 전혀 문제가 없어요. 전략적으로 밀리고 있는 거거든요. 데이터대로 환산하면 걔네가 치고 나가는 게 맞는데 이게 어떤 트릭을 쓴거냐 하면, 성대 같은 경우에 는 수시를 엄청 받고 정시를 4명, 5명 조금 받아요. 그러면 입결 점수가 엄 청 높아지잖아요, 수가 적으니까. 반면에 한양대는 정시를 많이 받아요, 40명 정도로요. 그런데 그 결과를 기반으로 배치표가 형성되잖아요. 그러 니까 성대는 매번 높아지고 한양대는 매번 그대로인 거죠. 그렇다고 학교 당국이 딱히 다른 전략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는 다른 대학과 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output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세인데…… 사실 사회적 output은 우리가 세다고 해도, 학교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인식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잖아요. 어제도 이와 관련해서 간담회를 하고 왔어요. 학생들을 모아서 의견을 모아서 모인 학생들 모두와 함께 항의 방문을 할 까라는 방향으로 어제 회의는 정리되었고요, 이번에는 시위라도 해야 하 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정시 원서를 쓸 때 쯤 최종 배치표가 나오잖아요, 거기에는 수정된 결과가 반영이 될 거에요. 당연히 중앙대는 떨어지겠지만, 성대가 올라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학교 자체와 관련된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꽤 많은 시 간이 흘러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학교 내부에 관련된 공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의 일상이 만들어지는 캠퍼스, 그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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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관 공사가 끝났던데, 무엇으로 쓰이고 있는 걸까? 정말 터미네이터의 공약 내 용대로 스터디룸으로 사용되는 걸까?

학생회장 구본관을 스터디실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저희 자체적으로 학

교 내 스터디실을 조사해서 분석한 게 있어요. 굉장히 부족하더라고요. 그런데 상징성이 매우 큰 구본관을 스터디실로 사용하고 그 3, 4층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에 학교 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저희 가 낸 안건에 대해 공간조정위원회에서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안에 들어 오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등학생들이 학교 투 어를 오면 우리 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박물관으로 1층이 쓰이는 걸로 됐어요. 교지 하지만 그런 용도라면, 박물관이 있지 않나요? 학생회장 그래서 저희도 박물관을 구본관으로 다 옮기고 그 자리에 학

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밖에 임대해서 있는 한양재단 같은 것들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자리가 부족 하다고 하더군요. 이거는 주장을 잘 못 한 저희 잘못이기도 합니다. 교지 그럼 스터디실 관련 공약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학생회장 단대별로 여휴가 있는 곳도 있고, 휴게실과 같은 공간이 잘 활

용되지 않는 단대가 있어요. 그런 장소를 잘 사용하지 않을 때 팻말을 스 터디실로 바꾸는 식으로 이야기 중이에요. 근데 그게 단대 학장님들의 동 의를 받아야 하는데, 저희가 요청은 했는데 합의를 끌어내는데 시간이 오 래 걸리더라고요. 그리고 여휴도 그렇고 학생들 반대도 심할 것 같아요.

결국 구본관이 스터디룸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렇다면 학사 부분에서는 어떨까. 필수 과목이면서도 과목 자체에 대한 불만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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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학생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헬프

장 많은 HELP 제도에 대해서 우선 질문하기로 했다(09학번부터는 HELP 전 과목 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므로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하다). HELP 제도 재개정 역 시 터미네이터의 공약 중 하나.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놈의 HELP를, 우리 는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되는 걸까?

학생회장 헬프 재개정 문제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불가에요. 학교에

서 모든 학생에게 글로벌리더십 수료증을 다 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더 불어 이게 우리 학교에서 전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형식을 판매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를 통해 올리는 판매수익 때문 이라도 재개정은 힘들 것 같아요. 교지 그렇다고 해도 내용상 문제가 많잖아요. 적어도 선택제도로라도

전환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요? 학생회장 선택과목으로 가는 게 맞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좀

더 강하게 주장을 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쉬움이 남네요.

개강 후 우리에게 주어진 수강정정 기간은 일주일이다. 그런데 그 일주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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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과목을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사실상 오리엔테이션만 듣고 평가하는 것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래서 정정기간이 끝나고 난 후, 수업 신청을 후회해도 달리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동안 듣는 학우들이 많 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 달 후 수업철회 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 중 하나이다. 총학 생회가 내세웠던 한 달 후 수업철회 제도 도입은 어떻게 되었을까?

학생회장 이건 학교 측과 합의되어서 완충 작용 협의만 끝나면 바로 될

거에요. 이게 한 달 후 철회를 하면 학사관리 업무가 과중 되나 봐요. 예 를 들어 소수가 듣는 수업인데 학생이 많이 빠져서 폐지되는 그런 문제 때문에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가 끝나면 바로 실행이 될 거에요. 이르면 내년부터 바로 될 거에요.

총학생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이맘때 선거 공약을 공개 했을 때부터 임기 말이 된 지금까지, 터미네이터를 평가할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 되었던 ‘전시행정’과 ‘포퓰리즘’. 특히 올 한 해 터미네이터가 개최했던 다양한 이벤 트와 강연회들은 일회성으로 그치기 쉽다는 점에서 이번 총학생회의 대표적 전시 행정 사례로 꼽힌다. 이런 비판에 대한 학생회장의 의견은 어떨까?

학생회장 이벤트 같은 경우에는 지속이 가능해요. 업무 가이드라인을

남겨서 다음 총학이 누가 되든 다 연결해 줄 예정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다음 총학생회가 이 자료들을 토대로 손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제안서나 왕십리 상점, 기업 제휴도 다 남겨 둘 겁니다. 그래서 웬만한 강연회라던 가 이벤트들은 아주 쉽게 가져올 수 있을 거에요. 학우 분들이 원하는 학사 부분에서의 변화가 적었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런데 이것도 작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많아서 1년 동안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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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합의 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실질적 복 지는 금방 나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그쪽에 더 신경을 썼고, 그러 다 보니까 학우 분들은 “얘네는 뭐 이렇게 하나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 셨던 것 같아요. 결국, 실질 혜택이 몸에 제대로 닿아야 하는데 실제로 혜 택이 닿았던 건 장학금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준비해 온 질문이 모두 끝나고,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 으로 너무 뻔해서 지겨운,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임기를 끝내면 서 아쉽게 느껴진 점은 무엇인가?”라는.

학생회장 올 한 해 저희는 기틀을 잡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일은 잘 돌아갔지만 행정력, 성과 문제로 위주로 진행하다 보 니 포퓰리즘이다, 전시행정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비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임기가 끝나니 너무 행정력에 치중을 한 건 아 닌가, 교육과 교육 환경 부분을 많이 놓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이 들고 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우리가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축약해 놓을 생각 이에요. 이를 토대로 다음 총학생회가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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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2시간 남짓의 긴 인터뷰였다. 그 만큼 나눌 말이 많았다는 뜻이기 도 했다. 학생회장은 아직도 열의 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학교에 대 한 애정과 학우들에 대한 신뢰는 여전했다.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 지도 말이다. 실제 공약 이행률도 80%를 웃돈다. 역대 총학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신생이라 기반이 없 다는 악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열 정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냈 다. 결국, 공약을 소홀히 하지는 않 은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은 여전히 많은 학우의 반응이 인터뷰 전 필자가 가졌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는 것이었다. 모두 ‘그들은 많은 것을 했지만, 무엇을 했는지 콕 집어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어째서 이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일까. 올 한 해 총학의 플레이는 제법 똑똑했다. 겉만 슬쩍 바꾸는 것이 아닌 그 틀을 바로잡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근본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터미네이터는 발목을 잡혀버린 것 같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그릇된 일을 바로잡기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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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안도 존재했다. 주어진 임기 내에 근본을 뜯어고치는 것이 무 리라면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서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학생회장의 아쉬움처럼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기틀을 닦고 근본을 고치고자 하는데 전력을 쏟은 이번 총학의 행보가 ‘실질적으로 이루어 낸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치열한 과정 중 그 어느 것 도 학우들은 볼 수 없었고 와 닿은 것도 많지 않았다. 임기 말에야 들려오 는 그들의 ‘이유’가 일종의 ‘변명’으로 비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렇다면 유달리 올 한 해가 공허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그 무게감의 차이가 아닐까. 터미네이터의 공약이나 사업을 보면 확실히 흥한 것들이 많다. 분명히 성공한 사업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 무게감과 의미는 현저히 가벼운 모습이다. 신나게 즐겼지만 끝난 후 돌아보면 텅 비 어버린 콘서트장을 연상케 한달까. 끊이지 않는 포퓰리즘에 관한 얘기도 이런 이유일 테다. ‘인기’있지만 공허한 사업들의 연속이었으므로. 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12년 총학 선거가 재선거로 넘어갔다 는 소식이 들려왔다. 터미네이터를 이을 새로운 총학을 기대했던 학우들 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이겠지만,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아 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보다 준비된, 더 나은 총학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니까 말이다. 내년 3월이면 한양대는 새로운 총학과 만나게 된다. 비권이든 운동권 이든 그 여부를 떠나 오롯이 한양대만을 위해 땀 흘릴 수 있는 총학을 고 대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모쪼록 올해보다 많은 학우들 이 만족할 수 있는 총학이 당선되길 바라며 영화 <터미네이터>(2011)의 감 상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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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한양교지를 평가해 주세요! 학우 여러분의 평가가 『한양』을 살찌웁니다. 교지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거침없이 말해주세요!

jkjk2327@gmail.com으로 의견을 보내주세요. <다시 보는 한양교지>에 선정된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2011 W 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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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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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AY 총여학생회 되돌아보기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매년 3월 한양대 여학우들에게 주어진 조그맣고 예쁜 상자 하나. 이번엔 또 무엇 이 들었을까?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본다. 잉? 이게 뭐람. 그럴듯한 포장을 뜯었더니 텅비어있는 상자 안. 그렇다. 우리는 받았지만 받 은 것이 아니다. 왠지 기분 나쁜 이 감정은 매년 반복된다. 그리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편집위원 유수빈 hellosoop@nate.com 편집위원 이동주 sentiment22@naver.com


캠퍼스는 매년 다가오는 선거철마다 떠들썩하다. 여러 후보들은 다양 한 공약을 내걸고 학우들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분주하고, 이에 걸맞게 캠 퍼스도 한껏 고조된 모양새다. 그런데 여기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이 들이 있다. 총학이 가는 곳엔 언제나 그들이 있고, 넓게 즐비한 입간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 이름을 발견해낸다. 투표용지 한 칸에 당당히 자리매김한 그들! 바로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이하 총여)다. ‘교내 여학생들의 권리 향상 및 보호를 위해 힘쓰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총여라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이는 비교적 소수인 여학생을 위한 교내의 유일무이한 기구가 총여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나 거창한 존재 이유를 우리학교 총여에게도 적용한다면 글쎄,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한양대는 여학생 비 율이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그 존재가 더욱 강조될 법도 한데, 이상 하게 매년 그들의 행보는 조용할 따름이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우 리는 잘 모르는 실정이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자리가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총여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학우들도 꽤 많은 상 황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으레 겨울 호라면 등장하는 ‘○ ○○ 되돌아보기!’ 같은 뻔한 아이템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 다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총여의 방향은 무엇이며 1년 동안 이루어낸 것은 무엇인지. 외부에서 바라보는 총여에 대한 시선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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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9대 총여학생회로 뽑힌 SAY의 올 한 해 활동과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선거에 출마하면서 생각했던 목표는 ‘남성, 여성이 공감하는 여학생회 를 만들자!’였어요. 왜냐면 보통의 남학우분들은 총여의 존재에 대해 의 구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도 많거든요. 매번 제기되어왔던 문제이고, 저희도 불안했었기 때문에 남성도 공감할 수 있는 여성주의를 만드려고 했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여성과 관련된 사 업보다 대동제 남학우 김밥말기대회, 성지식 OX퀴즈, 가상 임신체험 같 이 남학우가 체험할 수 있는 그런 행사들을 많이 기획했던 것이고요. 총 여가 단지 여학우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양성 모두를 위해 노력하는 단 체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행사에 참여하신 많은 남학 우분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내려 주시기도 했고요.

SAY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공감할 수 있는 여성주의를 모토로 삼았 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들의 사업 중 반 이상이 그런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소감은 어떨까.

물론 그렇다 해도 다시 되돌아보면 아직 인식이 많이 변화된 것 같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소기 의 목적은 이루지 않았나 생각해요.

한양대에서 총여의 존재 이유는 30% 남짓한 여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 표하는 것이라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 평가한 1년 동안의 SAY 는 어떨까? 그들의 대답을 들어보았다.

우선 총여에 대한 평가는 저희가 아닌 학생들의 몫인 것 같아요. 학내 에서는 많은 성적 불평등의 구조가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부 딪히는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고, 그런 사회에 떳떳하게 맞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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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게 능동적인 여성 상을 구축할 수 있도 록 총여가 도와주는 역 할을 해요. 그런데 아 직 잠재적인 성폭력, 성 차별의 문제가 표면적 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총여학생회의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19대 SAY 총여의 총여학생

총여는 권리보호 측면

회장(우)과 부총여학생회장(좌).

에서 무감하다고 받아들이는 학우 분들도 많을 것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그러한 경우가 생기면 언제든지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비록 권리보 호적인 측면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복지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요.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SAY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올 한 해 복지 측면에서 주력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스타킹 공구나 DIY가 이루어졌지만, 이것이 과연 여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복지’라는 것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요. 복지라는 것은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 많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복지는 가장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삶 의 질 전반을 향상시키는 총체라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스타킹&생리 대 공동구매, DIY도 추진된 것이고요. 필요성 면에서도 그래요. 생리대는 여성들이 매달 일정비용을 지출해 야하는 것이잖아요? 그 가격이 자취생에게 상당한 부담이기도 하고, 가 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학생들의 비용부담을 줄이자는 필 요성에 의해 생리대 공동구매를 시작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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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학우들은 축구, 농구와 같이 운동을 하면서 어울릴 수 있는 반면, 여학우들은 비교적 그런 모임들이 침체되어 있어요. DIY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에요. 함 께 모여 소소하고 재미있게 무언가를 만들어보면서 담화를 나누는 시간 을 가지는 거죠. 어제는 빼빼로 DIY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었고 많은 학우분들이 오셨어요. 심지어 남학우분들도 오셔서 남자도 참여할 수 있 냐고 물어보셨어요. 여학우 뿐만 아니라 남학우들도 함께하는 자리를 만 들려 항상 노력합니다.

또 하나 총여에게 궁금했던 점은, 바로 학기 초에 터진 <성의 이해>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가을 호 교지 인터뷰에 따르면 성의 이해 사건에서 문제를 제기한 여학 생이 총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자 ‘남학우들의 반발도 심할 것 같고, 처음 시작 하는 시기라 학교 측의 지원도 끊길 수 있다, 또 총여는 페미니스트가 강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으므로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관 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는 총여의 무력함과 책임회피가 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아닐까?

‘같이 할 수 없다’라는 건 국지적인 면에서 좀 와전된 것 같아요. 솔직히 그런 말이 나오긴 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저희의 입장이 따로 있는 것 이고요. 일단 <성의 이해>라는 게 기본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어요. 10여 년 동안 한양대 대표 인기강의로 군림해오기도 했고. 그런 강의를 아무런 대책 없이 바로 폐강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성에 대한 깊은 담론을 나누는 강의가 우리학교에 하나 밖에 없었 고, 다른 학교와 비교해 봤을 때도 유일무이한 강의였거든요.

그런데 <성의 이해> 말고도 성을 다루는 과목은 <성의 문화> 이외에 꽤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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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적인 성과 생물학적인 성이 있는데, 생물학적 성에 대해 깊은 담론 을 나눈 것은 <성의 이해>였던 것 같아요. 유일한 강의가 아무런 대책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강좌에서 생물학적인 오 류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저희도 인정을 했지만 저희 입장에서 절차적인 문제를 져버릴 수는 없었죠. 그 분이 찾아오신 것이 1월이었는데, 총여실에 찾아오셔서 다짜고짜 이 강의를 폐강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선 근거자료를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는데 한 A4 3~4쪽 밖에 안되는 불충분한 자료여서 ‘이 정도의 자료로 폐강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책도 없 는 상태에서 막연히 폐강을 주장하시면서 운동을 하자고 하신 거죠. 그 때가 새 학기 였는데, 저희는 학기가 시작된 다음에 여러 학우들의 여론 을 조성해서 점진적으로 해결해야지, 위에서 바로 잘라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위에서 자른다는 건 외부의 언론플레이로 교수님을 불명예 스럽게 사퇴시키는 거잖아요. 또 총여는 4천 5백명의 총 여학우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에 <성의 이해> 를 들은 다른 여학우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었어요. 그 강의를 듣고 긍 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여학우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학우들의 여론 을 들어보고 강의 평가까지 조합한 다음에 폐강을 논하는 것도 늦지 않 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분께 ‘교수님께 이의제기를 해보았느냐’ 물으니 이의제기는 신원이 밝 혀지는 일이기에 하지 않을 것이라 하셨어요. 또 강의 평가 자료도 아예 신 뢰하지 않는다며 거부하셔서 그 부분에서도 저희랑 마찰이 있었고요. 결국 근거자료가 확보되고 새 학기가 시작되어 여론화되면 기꺼이 이 름을 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분은 저희가 폐강에 대한 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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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판단하셨는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폐강 절차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지 몰랐고, 여름방학때 폐강 사건이 터 지면서 알게 되었어요. 일이 터지고 폐강 관련 토론회에서 총여의 공식적 인 입장을 밝히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종흡 교수님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왜 그런 동영상을 과제 용으로 제출하게 했나, 그에 대해 제지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물으니 교 수님도 그 부분에서는 시인을 하시면서 시정할 의사를 보이셨고요. 하지 만 그런 것을 밝힐 겨를도 없이 토론회는 무산되었어요. 이쪽에서 그 분 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연락처를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논란이 터졌을 때 저희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기회가 없었던거죠.

물론 총여의 입장을 이해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한양대에서 여학생이 혼자 문 제에 부딪혔을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할 때 총여의 행 동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학생의 입장에서는 총여와 양성평등센터의 반응 은 거절아닌 거절이었을 것이다. 총여의 역할이 좀 그런 부분에서는 미흡하지 않 았나 싶다. 또 이의제기를 권했는데 당사자가 교수님에게 신원이 밝혀지길 꺼려했 던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는 신원을 밝히고 이의제기를 할 필요없고 익명으로라도 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이의제기 자체를 바로 공론화 시키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좀 곤란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죠.

그게 곤란한 이유는 다른 남학생들의 시선같은 것?

아니요, 문제는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학우들도 존중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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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실을 개방하거나 스타킹 공구, DIY 사업을 해왔는데, 이런 총여 활동을 두 고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혹은 사업 내용을 모르거나 심지어는 총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총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저희의 역량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기본 적으로 저희에게 주어진 홍보수단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홈페이 지, 자유게시판, 입간판 정도? 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도 허가를 받아 야 하고요. 그렇게 나름대로 홍보에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여가 있긴 하냐, 뭐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반응은 한편으로 학생회 자체에 대 한 무관심이 작용한 결과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입 간판을 한번이라도 보면 총여가 뭘 하는 지는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학교도 마찬가지로 대대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서비스, 행사가 있 지만 그것을 다 누리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어떤 혜택을 누리려면 먼저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한 거거든요.

생각보다 홍보의 수단이 적다는 그들의 입장이었다.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관심이 없는 학우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곤란함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 렇다면 이제 올해 말까지 남은 활동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그래서 아 쉽기도 하고요. 홍보 면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아직 남은 임기가 있으 니 그때까지 막판 스퍼트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우선 강연 초청이 남았고, 자궁경부암 백신 3차 접종, 공모전도 있어요. 당장 다음주에는 외 국인 여학우와 함께 ‘따끈 우정촌’이라고 해서 외국인 여학우와 한국인 여학우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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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총여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 궁금한 것이나 조언, 건의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서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휴대전화로 연락주시면 즉각 적으로 답변을 해드리거든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총여가 되겠습 니다.

나쁘진 않지만, 조금은 아쉬운! 그리 길지 않은 인터뷰동안 총여는 준비해간 질문에 꼼꼼히 그리고 성 실히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대답을 다 듣고 나서도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흐려진 총여의 존재 이유 때문이 아닐까. 총여의 존재 이유는 우선 누가 뭐래도 한양대 학내에서 30% 남짓한 여학 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을 대표하기 위함이다. 사회적 약자이자 학 내의 소수자인 여성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단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SAY 총여는 시종일관 남성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총여학 생회가 되는 데에만 치중한 듯 했다. 물론 남학우들도 만족하고 이해할 수 있는 총여, 좋다. 그러나 남학우들의 공감대를 얻으려 노력하기 전에 총여가 이미 ‘얻었다고’ 자신하는 여학우의 공감대는 과연 존재했나. 총 여의 존재 목적자체인 상대적 소수자인 여성을 위한다는 것 보다 ‘우리는 무서운(!) 페미니스트들이 아니에요. 그러니 총여를 탐탁지 않게 보지 말 아주세요. 뿌잉뿌잉.’ 하는 자기 변명, 이른바 ‘총여 지키기’에만 충실한 것 은 아니었는지. 남학우를 비롯한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해 결국 본 목적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성의 이해> 폐강과 같은 큰 사건이 있었던 올 해, 복지를 중심으로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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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 19대 SAY 총여가 보여준 행보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총여가 여학우들을 위한 학내 환경 개선이나 복지 혜택 마련에 힘쓰는 단체라면, 총여는 학생인권복지위원회나 장애학생인권위 원회와 같은 총학 산하의 학내 소수자 권익을 보호하는 집단으로써 활동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 우리는 절감한다. 총여는 매년 총학생회선거에 붙어서 어영부영 만들어지고 어영부영 흘러갈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그 본 목적에 충실 해야 함을 말이다. 교내에는 남학우, 여학우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센터가 존재한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총여가 존재하는 데에는 그만의 존재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19대 SAY 총여에서는 그를 완전히 이루지 못 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기대해본다. 본 목적을 잃어버리고 주 위의 시선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총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여성주의를 실 천할 수 있는, 여학우에게 좀 더 가까운 총여가 출현하기를 말이다. 총학 투표용지와 함께 여학우들에게 한 장 더 주어지는 투표용지의 무게는 전 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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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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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간의 사건일지 2012 총학생회 선거 전개과정

편집위원 김준영 etmanman@hanmail.net

2011년 11월 17일

제40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후보자 등록 완료 두 선거본부(이하 선본)가 후보자 등록을 완료. 리얼플랜H에서는 전 인문대 학생회장 강경루 학우(인문대 국어국문학과 09)와 전 기계 공학부 부학생회장 박정애 학우(공대 기계공학부 10)가 후보 등록. 터 미네이터[re;meet]는 전 경금대 학생회장 정진수 학우(경금대 경제금 융학부 07)와 전 39대 터미네이터 총학생회 사무차장 강래원 학우 (정책대 정책학과 10)가 후보 등록.

총학생회 후보자 공고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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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징계, 반대, 문제, 파면, 사퇴, 폭행. 무협지나 액션영화에서나 볼 법한 단어들 이다. 하지만 최근 교내에서 이런 단어 들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학 생의 대표자를 뽑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일어났다. 대체 어째서 왜 이런 일이 벌어 졌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여기 비판의 시선은 잠시 걷어두고 최대한 객관적인 입 장에서 사실만을 나열해봤다. 비판적인 기사를 기대했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비판 은 다음 호의 몫이다. 새내기들이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자, 이제 더럽게 복 잡한 16일간의 사건일지를 들여다보자.

2011년 11월 24일 오전

안준호 학우 양 선본에 단과대 학생 회장시절 회계공개요구 안준호 학우(인문대 사학과 05)는 양 선본에 단과대 학생 회장시 절 회계공개와 39대 터미네이터 총학생회의 회계공개를 요구. 이후 양 선본은 경제금융대 학생회, 기계공학부 학생회, 인문대 학생회 회계자료를 공개했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안 학우의 요청에 따라 39대 터미네이터 총학생회는 더 자세한 회계자료 재차 공개.

안준호 학우의 회계공개 요구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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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공개를 한 뒤 허위사실유포를 중단해 달라는 39대 터미네이터의 게시물

2011년 11월 24일 오후

언론사 주최 후보자 공청회 자정까지 계속된 공청회는 정책이 아닌 비난이 난무하는 네거티 브 선거전의 전형을 보여줌. 리얼플랜H와 그 지지자들은 39대 터미 네이터와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의 회계에 의혹을 제기하며 터미네이터[Re:meet]에 네거티브 공격. 그 과정을 인터넷 생중계로 공청회를 시청하던 학복위원장이 공청회장에 난입해 회계자료를 들고 큰소리를 치기도. 한편 터미네이터[Re;meet]과 그 지지자들은 리얼플랜H의 강경루 후보가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에 가입 여부를 물으며 네거티브 공격. 전 39대 터미네이터 총학생회 IT국장 김동우 학우(법대 법학과 08)는 현장에서 관련 기사 자료를 제시하 며 강경루 후보의 한대련 가입 여부를 끈질기게 추궁. 한편, 이날 각 선본은 LGBT 인권위원회(준)를 중앙특별위원회 로 만드는 주제로 토론. 터미네이터[Re:meet]의 정진수 후보는 반대 의 견해, 리얼플랜H의 강경루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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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 뜻 따르겠다는 태 도 밝혀. 이 과정에서 정 진수 후보가 LGBT 인권 위원회(준)에 대해 반사 회적이라고 하는 등 인 권에 대한 몰지각한 발 언을 몇 차례 반복하여

후보자공청회(한대방송국 중계화면 캡쳐)

현장에서 사과. 이후 월 담(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과 LGBT 인권위원회(준)는 터미네이터 [Re:meet]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강하게 비판. 일각에서 는 이런 LGBT 인권위원회(준)의 행보에 리얼플랜H가 타 후보를 비 방하기 위해 LGBT 인권위원회(준)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 불 거짐. 이 의혹은 LGBT 인권위원회(준) 부위원장이었던 김기환 학우 (법대 법학과 07)가 리얼플랜H라는 선본 명으로 법대 학생회장에 당

선되며 확대.

총학생회 선거 징계 ● 리얼플랜H - 주의 1회 선거운동복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 - 주의 1회 선거운동원이 투표용지 배부 ● 터미네이터[Re:meet] - 경고 1회 대자보 부착 위반 - 경고 1회 유인물 사전 검인 위반 ※ 주의 3회는 경고 1회와 같은 효력을 지님. 경고 3회 시 후보자격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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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0일

투표율 41.72%, 연장선거 결정. 사회대·사범대·공대 투표과정에서 문제발생.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50%를 훨씬 못 미침. 따라서 12월 1일에 연장투표 시행이 결정됨. 그뿐만 아니라 투표과정에 여러 단대에서 문제 발생. 사회대에서는 선관위원이 일손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리 얼플랜H 선거 운동원에게 투표용지 배부를 요청. 당시 터미네이터 [Re:meet] 참관인은 이에 동의했으나, 투표용지는 선관위원 이외의 사람이 만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사회대 선관위원 파면. 사범대에서 투표인이 직접 선거인명부에 사인하지 않고 선관위원 이 체크를 하여 직접선거 원칙이 위반됨에 따라 사범대 선관위원 파 면. 공대에서 세 곳의 기표소를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 했으나 역시 직접선거 원칙 위반 의혹으로 공대 선관위원도 파면. 또 한, 건축대와 예술대의 선관위원들이 무단 불참으로 파면. 총 23명의 중선관위원 중 5명이 파면. 사범대와 공대에서 서명 없는 표의 처리 를 놓고 중선관위의 긴 회의 끝에 12월 1일에 사후서명 받기로 결정.

2011년 12월 1일

투표율 49%. 하루 더 사후서명 받기로 결정. 중선관위원장 및 선관위원 대거 사퇴. 연장 선거에도 불구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으나 공대와 사범 대의 비서명 표들을 유효표로 계산한다면 51%로 개표할 수 있어지 는 상황. 중선관위원들 격한 논쟁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표결 한 결과 하루 더 사후서명을 받는 안 가결, 공지. 직후 사후서명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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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연장을 반대하던 중선관위원장과 부위원장, 집행부가 모두 사퇴. 중선관위 회의가 끝난 새벽 의대 선관위원 대리인으로 회의에 참석 한 11년 의대 회장 박지원 학우(의과대학 08)가 학생회관 사랑방에 서 음주하던 리얼플랜H 관계자에게 의자를 던져 경찰이 출동하는 불상사도. 또한, 위한1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후서명 연장 반대 의 목소리 커짐.

2011년 12월 2일

사후서명을 반대하는 학우들의 대자보 부착. 대부분의 선관위원 사퇴. 사후서명 중단 및 재선거 결정 위한 주축의 사후서명 반대하는 학우들이 학교 곳곳에 사후서명 연장을 주장한 리얼플랜H와 사후 서명 연장을 의결한 중선관위를 비 판하는 내용의 대자보 부착. 이처 럼 학우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선 관위원들 대거 사퇴. 결국, 파면·사 퇴하지 않은 자연대, 생활대, 총여 학생회 세 중선관위원들이 비상중 선관위를 소집하여 3월 재선거 의 선거 논란에 해명하고 대응하는 리얼플랜H

결, 시행 결정. 같은 날 리얼플랜H

의 대자보

선본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전면 부정하는 대자보 부착.

1 한양대 커뮤니티 위한 http://www.wee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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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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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총여학생회

New Wave 전상서 편집장 유은수 jyjk2327@gmail.com

우선 축하 인사로 글의 시작을 갈음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2년 총학생 회 선거가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결국 3월 재선거로 결론지어진 가운데, 투표율 55%, 찬성률 80.1%로 총여학생회 단일 후보였던 터미네이터 New Wave(이하 뉴웨이브) 선본이 당선되었으니까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파 행으로 치달은 총학생회 선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뉴웨이브가 부디 2012년에 성공적으로 총여학생회를 꾸려나가길 바라는 마음과 약간의 노 파심에 지면을 빌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해 드리려 합니다. 미리 밝혀 두건대 비단 뉴웨이브뿐만 아니라 총여학생회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 던 학우들께 전하는 글이기도 하니 부디 잘 읽어주시길(아, 물론 “총여는 왜 있어?”라는 의문 또한 매우 의미 있는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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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의 여성주의, 안녕합니까?

총여학생회의 사업 내용이 여성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거나, 어떤 총여 학생회를 평가할 때 여성주의를 논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여성주의를 통해 학내, 나아가 사회의 양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단체가 바로 총여 학생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총여학생회의 정체성과 필요성의 가장 근본적인 곳에 여성주의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성주의’의 동의어 는 ‘여성우월주의’가 아닙니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여성, 더 나아 가서는 성적 소수자들의 사회적 위치를 끌어올려 모두 한데 어우러져 잘 살아보자는 것이 여성주의의 요지이지요. 또한 남성, 여성, 성 소수자 모 두를 억압하는 젠더(gender) 불평등에 관심이 있기에, ‘여성’주의는 역설 적이게도 ‘남성’이 겪는 성적 불평등에도 많은 관심을 할애합니다. 여성과 아이와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지 않은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상기 해 볼 때, 그리고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볼 때 여성주의는 아직 존재할 필요가 있 습니다.1 그런데 뉴웨이브의 정책 자료집을 살펴보고 총(여)학생회 후보 공청회 에 참여해 기조 발표와 질의응답을 지켜본 결과, 뉴웨이브 선본의 기조는 총여학생회 후보임에도 여성주의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이더군요. 멀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공약과 발언들이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테면 달마다 열겠다는 특강 목록에서 성 의 식과 관련된 주제는 그 내용도 잘 모르겠는 ‘성교육’ 한 단어밖에 없고, 그 외에 남녀 속마음 탐구, 메이크업, 피부 관리 등이 더 주되게 다뤄지고 있 1 여성주의의 정의와 관련하여 본지 68호에 편집위원 윤다정이 총여학생회와 여성주의에 대해 쓴 글 「같은 공기 마시기」에서 차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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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또 패션잡지를 더 많이 갖추겠다는 공약까지 읽고 있자면, 뉴웨 이브에서 여학우의 주된 관심사로 연애나 외모 치장 등을 상정하고 공약 을 작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연애나 외모에 관심이 있다거나 실은 그것 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시선이 얼마나 고리타분 한 고정관념입니까. 여성주의와는 멀어도 한참 멀지요. 설사 남자보다 여 자가, 한양대 남학우보다 여학우들이 외모를 꾸미는 것에 그 수나 정도에 서 ‘더’ 관심을 보이는 게 통계적으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성 평 등 혹은 성 의식 개선에 어떤 기능이나 수단을 하는 건가요? 총여학생회의 존재 의의가 바로 현존하는 젠더 불평등과 그 해결에 있 음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한참 부족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아쉬 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매월 특강에서도 ‘성교육’이라는 주제로 뭉 뚱그려져 있을 뿐이고요. 고정된 성 역할의 문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의식 등 총여학생회가 나서야 할 의식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음에도 말입니다. 이를테면 여성의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생각이 여성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또한 남성에게 얼마나 모욕 적인지를 주제로 강연이나 토론회를 열 수도 있고, 모텔비는 남자가 내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에 딴죽을 거는 캠페인을 열 수도 있죠.2 이외에 우리 에게 필요한 수많은 캠페인과 강연과 논의들을 단 한 번의 ‘성교육’ 특강 에서 논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바람은 과욕일까요

이번 후보 공청회에서 총학생회 선본 두 팀이 LGBT인권위원회(준) 논

2 연인 관계에서 어떤 혜택과 책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성애주의에서 남성과 여성을 보호자–피보호자 혹은 섹슈얼리티의 주체–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성 역할이 일상 속에 파 고든 예를 든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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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었죠. 제가 꿈꾸는 제대로 여성주의에 근간을 두는 총여학생회라면 당시에 ‘수업 듣고 수강신청 하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으며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성 소수자의 기 본권이 왜 침해된다는 것이냐’는 공방이 이어졌을 때 카리스마 있게 한마 디 던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권은 물질의 이용 여부가 아니라 의식적 이고 사회적인 권력과 차별의 문제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라고 말이죠. 총여학생회가 그랬으면 하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성 소수자보다 몇 배 는 되는 여학생들 또한 수업 듣고 수강신청 하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으 면서 자신이 여성인 것을 숨겨야 하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낙인찍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여학우들의 인권을 위한 기구가 존재해야 한다–고 총여 학생회 후보로 나온 뉴웨이브 선본이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 다. 아쉽게도 육성으로 주장하진 못하셨지만, 단지 후보 시절 공청회 얘 기일 뿐이라면 임기 시작인 봄까지 긴 겨울이 남아 있으니 목소리를 가다 듬을 시간은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55%라는 투표율이 비록 명예로운 숫자는 아니지만, 반수를 넘네 안 넘 네 시비를 걸 만한 숫자도 분명히 아닙니다. 뉴웨이브 선본은 의심의 여 지 없이 당선되었으며 2012년 한 해 동안 한양대의 성 평등을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의식의 개선은 곧 기존 의식의 파괴와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훌륭한 총여학생회라면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통해 학내에 끊임없이 파 문을 일으키는 것이 당연하겠죠. 부디 2012년 뉴웨이브 총여학생회의 걸 음걸음마다 ‘발칙한’ 논란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P.S. ‘알파걸 선발대회’ 공약은 정말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재고해 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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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소개

Show.C 수습위원 권수진 shine-ksj7@hanmail.net

광고동아리 Show.C는 한양대학교 유일의 비공식 광고집단으로 실패를 재미나게 하는, 창의력 대 장이 되기 위한 동아리다. 2006년부터 Show Creative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것을 곧바로 활동으로, 공부로 습작하고 있다. 광고도 공모전도 기똥차게 낭중지추 하고자 다 함께 분투 중!

1.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저희 동아리는 창의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스펙 위주의 공모전 응시를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는 아닙니다. ‘포헤드’라는 연합동아리에는 속해 있지만, 동아리 내실을 다 지기 위해 연합동아리활동은 하고 있지 않아요.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올해부터 ‘모둠습작’이라는 스터 디 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면 공모전에 붙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카피를 쓰고 생 각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누는 활동입니다. 학기 중에는 공모전은 하지 않고 방학 중에 응모 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 의지에 따라 학기 중에도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2. 신입생이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강습하나요? 저희는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광고 스킬 도 물론 필요하지만, 소재라던지 발상 같은 부분은 객관적으로 평가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유 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식으로 이끌어주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동아리 내에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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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고 제작에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광고 제작은 팀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한 작품에 녹아들게 하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이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을 잘 하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원이 많아지면 많 아질수록 많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것이잖아요. 광고라는 것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이 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녹아들수록 좋은 거니까 소통 과정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4. 광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생각을 가득 담아서 개성을 맘껏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수업 같은 데서는 요즘 대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맘껏 표현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광고가 그 분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5.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한 자질은 뭐가 있을까요? 창의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것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고는 모든 사람에게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것을 캐치하되 그걸 조금 비틀 수 있는 능력이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 게 하죠.

6. ‘쇼크’ 동아리방이 없어서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동아리방이 없더라도 크게 불편한 건 없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학교 안에 학생들이 자유로이 창의 성을 발산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강의실을 빌리더라도 단대동아리가 아니면 쉽게 빌리기도 힘든 실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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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안의 이야기 01

, 요 아 않 지 치 해 해치지 말아요

) 인터뷰 LGBT인권위원회(준 편집장 유은수 jyjk2327@gmail.com 편집위원 박태연 shawoo30@naver.com

몇 달 전부터 교내에서 ‘LGBT’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성소수자 인권위원 회를 중앙특별위원회로 만들고자 하는 LGBT준비위원회와 관련된 논란 때문이다. 마침 이뤄 진 총학생회 선거와도 맞물려 여기저기서 LGBT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정작 그들이 어떤 사람 들인지, 왜 LGBT위원회를 만들려 하는지는 논란 속에 묻혀버렸다. 그렇다면 직접 그들의 목소 리로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을 시작하며 먼저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고 넘어가자.

LGBT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를 집합적 으로 지칭하는 축약어이다. queer나 lesbigay보다는 논쟁이 덜한 용어이고, 호모섹슈 얼(homosexual)이나 단순히 gay라고 하는 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다. LGBTAIQ라 는 용어도 있는데, A는 무성애자(Asexual), I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지닌 인터섹슈얼 (Intersexual), Q는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퀘스쳐닝(Questioning)을 의미한다.

커밍아웃 Coming-out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영 어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말로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회 소외 계층이었던 동성애자들이 더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나와 사회 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가족이나 직장, 학교 등의 일반 사회 조직에서 자신이 동성 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성애자 스스로 자신이 동 성애자임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동성애자 집단에서 자신의 성 취향을 드 러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커밍아웃으로 이해한다.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자신들 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 내는 의도를 지닌 행위이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아웃팅(outing)과는 다르다. 국내의 경우 연예인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한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웃팅 Outing 커밍아웃과 반대로 스스로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알려지는 일. 대 부분의 사회에서 동성애자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원하지 않는 커밍아웃이 이뤄지는 것은 해당 본인에게 큰 고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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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왕자 팬돌이

안녕하세요. 저는 위원장을 준비하고 있는 왕자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별다른 직책은 없지만 활동중인 팬돌이라고 합니다.

언제, 어떠한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위원회를 만들려고 결심하셨나요?

왕자

먼저 밝혀두자면 저는 게이입니다. 그런데 저는 중고등학교 때

부터 동성애에 대한 성교육을 받아 왔었기 때문에 제 성정체성에 대해 자 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혼란이나 걱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주위를 보니까 한두 명씩 성정체성 때문에 자살하는 친구들이 생기더라고요. 저 는 비교적 밝게 성장한 편이라 잘 몰랐었는데, 동성애에 대해서 부정적으 로 배워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안 타까웠죠. 그러다 대학교를 오니 ‘하이퀴어’라는 성소수자 동아리가 있었 고 가입해서 활동했어요. 하지만 하이퀴어는 아무래도 비공식 동아리다 보니까 친목 위주로 숨어 활동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하 이퀴어를 중앙동아리로 만 들자는 말이 나왔었어요. 그러다 위원회로 만들어 인 권 운동 쪽으로 활동하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들 그 필요성에 공감해서 LGBT 인권위원회를 만들고자 합 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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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한양대 곳곳에 등장한 무지개색 대자보들.


팬돌이

처음에 논의된 건 올해 여름방학 때였어요. 사실 처음엔 저는

친한 형이 하는 일이니까 옆에서 도와만 주다가, 이 일 자체에 대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로 글쓰기나 레포트 를 발표를 하다 보니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활 동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성정체성이 아웃팅되는 건 민감한 문제인데요.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사 람들의 아웃팅 위험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왕자

저희 단체에서는 모두 실명이 아니라 닉네임을 사용하고 자

신의 성적지향을 밝히지 않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법 으로 개인의 성정체성과 신변을 보호할 수 있죠. 아무래도 저처럼 위원 장이나 직책을 맡고 있는 소수의 성정체성과 실명은 드러날 수밖에 없 기는 하지만, 성소수자 대상 혐오범죄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팬돌이

실제로 다른 학교에서는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인 척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해서 동아리 내의 성소수자들의 신상정보를 까발린 사건 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닉네임으로 서로를 소개하는데, 학교생활 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명 정도는 알게 되겠지만 따로 언급하지는 않 습니다. 또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이성애자들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면 자연스럽게 나머지는 성소수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성애자와 성소수자를 구 분 짓지 않고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서도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성적지향 을 밝히지 않는 것을 기본적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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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성원의 성적 지향은 다양하다고 해도, ‘성소수자 위원회’라고 하면 제 삼자가 보기에는 다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팬돌이

그런 오해를 많이 받긴 합니다. 아니면 아닌 거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지만, 분명히 자신은 이성애자인데 동성애자라고 오해하는 시선이 당연히 유쾌하지는 않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일반 사회에 서 성소수자들은 당연히 이성애자라고 인식되며 살고 있잖아요. 그 사람 들은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단지 저는 지금 이 일을 도우면 서 잠깐 게이로 오해받아서 약간 기분이 나쁘고 불편할 뿐이지, 실제 성 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평생 숨기고 살아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 겠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 었죠. 왕자

그런 오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

는 것도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친구는 이쪽 문화를 동경해서, 이성애자인 데도 게이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아하더라고요. 동성애자로 보는 시선 이 모두한테 욕인 건 아니에요.

한양대에 ‘하이퀴어’라는 성소수자 모임이 있는데 LGBT인권위원회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왕자

‘하이퀴어’가 가장 큰 교내 성소수자 모임이기 때문에, 구성원

이 겹치지 않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하이퀴어는 그대로 온전히 친목모임 으로, LGBT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하는 위원회로 서로 성 격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단체로 둘 생각입니다. 하지만 만약 LGBT인권위 원회에서 행사 같은 걸 하면 참여 인원 중에 하이퀴어에서 오신 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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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계가 깊긴 하겠죠. 하지만 하이퀴어 내에서도 아웃팅 때문에 위원회 활동이나 행사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 문에 서로 독립된 단체일 수밖에 없어요. 팬돌이

저희는 하이퀴어에 가입된 성소수자 학우뿐만 아니라 이성애자

학우들도 포섭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들도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지만, 학우 자신이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관련된 고민이 생길 수 있거 든요. 예를 들면 주변의 친구나 심지어 가족이 자신에게 커밍아웃을 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물어보고 상 담해야 할지 막막하고 잘 모르고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죠. 그런 이성애자 학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얘기할 수 있는 창구 역할 또한 맡고자 합니다. 그런 일은 하이퀴어 같은 동아리에서는 담당하기 힘든 부분이죠. 따라서 하이퀴어와 LGBT위원회는 역할과 활동의 내용, 대상에서 모두 차이가 있 기 때문에 분리될 수밖에 없고 할 수 있는 한 분리시키고자 합니다.

현재 위원회에서 몇 명 정도가 모여서 활동하고 계신가요?

왕자

딱 몇 명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 게, 중심인물들 외에 도

와주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팬돌이

각자 자기가 도와주기 쉬운 영역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맡아서

하는 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몇 명이 일을 한다고 얘기하긴 좀 힘 들어요.

한양대학교는 ‘남초’로 유명하고 인터뷰 오신 두 분도 남학우시잖아요. ‘게이’ 위 주의 활동이 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되는데, 여학우들의 참여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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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위원회 활동하는 구성원의 남녀 비율도 우리학교 남녀 비율이

랑 거의 똑같은 것 같아요. 학교 성비 자체가 여자 비율이 워낙 낮으니까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중심인물 중에 레즈비언도 계세요.

LGBT위원회의 활동에는 교내 성소수자들의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웃팅’을 원치 않는 학우들도 있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가요?

왕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서로

성적 지향을 물어보지도 얘기하지도 않는 식으로 보호하려고 합니다. 이 번 김조광수 감독 강연에서도 학내 성소수자들이 많이 왔는데, 사실 거 의 대부분 아는 사이인데도 서로 모르는 척 했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 존 중해주는 거죠. 성소수자들의 참여가 필수인 건 당연한 건데, 오히려 이 성애자들의 참여가 더 필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식 개선을 위한 활동 이니까요. 한마디 덧붙이자면 성소수자 학우분들이 아웃팅 걱정 안 하고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학교마다 성소수자 동아리는 거의 하나씩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회 소속의 기 구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 학교에서 처음 시도되었는데요. LGBT인권위원 회가 중앙특별위원회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왕자

지금 저희는 준비위원회인데, 이 상태로는 활동할 때 제약이

많습니다. 총학생회나 학우들이 학생회비에 대해 걱정하는데, 정식으로 중특위가 되면 얼마든지 예산을 외부에서 후원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겨 요. 동아리로서는 외부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고요. 정식 기구가 되면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아직 준비위원회에 불과해서 닫혀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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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돌이

동아리는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친목을

다지는 식으로 운영되잖아요. 그런데 중특위로서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 권 문제로서 생각해봄직한 것들을 다루자는 거죠. 성소수자 문제가 인권 문제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거예요.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그게 인 권 문제조차 아니라는 사람도 많아요. 예를 들어 동성애가 후천적인 선택 이라거나 단순히 취향의 문제, 아니면 아예 병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 자체가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인 겁니다. 왕자

처음 총여학생회가 생겼을 때, 여학우들이 성적인 농담 들으면

우스갯소리로 “총여에 이를 거다”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총여의 존재 자 체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 상황이나 범죄까지도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우리학교 학생이 동성애자라서 자 살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는 그런 일 외에도 다른 문제가 없게 끔 성소수자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저희 역할이 있 다고 생각해요. 팬돌이

솔직히 우리 학교 중앙동아리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아무래도 중특위가 되면 파급력과 공신력이 있게 되죠. 저 같은 경우엔 이성애자인데, 솔직히 주변에 성소수자가 이 렇게 많았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걸 생각해볼 기회가 아예 없었으니까요. 처음엔 신기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 분명히 있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람들 시선 때문에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거예요. 게이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묻는 거 자체가 어떤 문 화적인 폭력인 거고요. 그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가 필요한 거죠. 장 애인권위원회에서는 장애인이 타자화(他者化)되는 걸 막기 위해 누구든지 어떤 이유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해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우리 주변 어디에나 성소수자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일반 학우들이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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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주려구요. 왕자

심지어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

다. 과거에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고 결혼한 분들도 있거든요. 반대로 자식이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거나, 형제가 그럴 수도 있는 거고요. 우리 학교에서 어떤 학우가 부모님께 아웃팅 당해서 허벅지를 칼에 찔린 사건 도 있었고요.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학교 내의 성 소수자 뿐만 아니라 이성애자 학우들의 가족이 성소수자일 수 있는 건데, 그럴 때 저희가 상담해줄 수도 있죠. ‘왜 게이들만을 위한 기구가 필요하 냐’는 오해가 많아요. 그런데 LGBT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들만을 위한 게 아니고, 그런 사람들을 포함하여 구성원 모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까지는 준비위원회로 활동중이신데,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할 것 인가요?

팬돌이

중운위에서 LGBT준비위원회로 인준 받은 후에 교내에 입간판

을 세워 저희 단체의 존재를 알리고, LGBT가 뭔지 우리의 목적이 뭔지 홍보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김조광수 감독 초청 강연이 있었구요. 왕자

겨울방학에는 우리학교 성소수자 친구들이랑 다른 학교 학생

들까지 200명 정도 모아서 자긍심 고취 캠프를 갈 계획이에요. 각자 참가 비를 받고, 저희는 주최자로서 프로그램과 홍보를 맡을 예정입니다. 그리 고 1월에 학교에서 ‘무지개 행동’ 인권 포럼을 열 계획이고, 1학기에 다른 여러 가지 행사들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팬돌이

‘무지개 행동’은 성소수자 운동 연대 단체고요. 무지개 행동에

서 매해 1월에 인권 포럼을 개최하는데 굉장히 큰 행사고요, 이번에 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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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법대에서 김조광수감독을 초청하여 강연을 하는 모습

대에서 유치하려 하는 겁니다. 학교 측에서 장소 협조만 해주면 되는데, 저희가 아직 정식 위원회가 아니라 쉽진 않을 것 같아요. 무지개 행동 쪽 과는 얘기가 됐고, 학교 협조가 관건이죠. 왕자

LGBT위원회가 중특위여야 하는 이유로 이런 문제도 있어요.

김조광수 감독초청 강연에 학생들의 참여는 많았었나요?

왕자

호응이 되게 좋았어요. 80명 정도의 학우가 참여했는데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열린 가장 성공적인 강연회 중 하나였다고 해요. 팬돌이

일전에 유명 앵커도 오셨었는데, 홍보 부족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땐 30명이 채 안 왔었어요. 그런데 이번 행사에는 학우들 80명 정도가 참여하셔서, 법대 모의 법정 충분히 보기 좋게 앉을 정도로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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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내에서 LGBT위원회에 대한 반대여론도 존재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도 모 여대에서는 공개적인 행사에서 학생들과의 마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왕자 팬돌이

당연히 거쳐 가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 지향이 병도 아니고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요. 또 다름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 른 거니까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고, 저희의 활동을 통해서 그런 존중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거예요. 김조광수 감독의 강연을 듣고나서 원래는 거 리감을 느끼던 분들도 성소수자들이 매우 당연한 거고 이상한 존재가 절 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 르다는 생각에 성소수자들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경계하고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걸 호모포비아라고 하는데, 반유대주의, 반공산주의와 함께 호모포비아가 3대 혐오증으로 꼽히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그런 태도를 저 희가 준비하는 캠페인이나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와 직접 접할 기회를 제 공하면서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왕자

실제로 말씀해주신 다른 학교에서 동성애자 퍼레이드를 진행

하면서 기독교 동아리에서 무지개 걸개를 훔쳐가거나 동방에 성유를 뿌 리는 등 마찰이 있었는데, 결국 그 기독교 동아리가 중앙동아리에서 제명 되면서 문제가 해결됐어요. 오히려 호모포비아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결 과를 낳은 거죠. 저희도 그런 마찰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헤쳐 나갈 각오 는 돼있어요. 또 그 대학에서처럼 결과적으로는 좋게 해결된 걸 봐왔으니 까, 걱정보다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학생들이 LGBT인권위원회 가 중특위가 되면 ‘한양대 게이 많다’ 얘기가 나올 거고, 그럼 학부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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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에 애들을 안 보낼 거다, 이런 우려도 하시는데요. 그런데 사실상 대학생 성소수자 모임이 1995년에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생겼거든요. 그때 아무도 서울대 게이 많아서 안 보낸다, 그런 말 안 했어요. 오히려 역시 서 울대는 다르다, 깨어있다, 이런 말 들었죠. 학교 이미지는 학교 노력에 달 린 거지 이 문제와는 별로 상관 없는 것 같아요. 팬돌이

한양대 로스쿨에서 인권변호사 쪽으로 특화한다는데, 그거랑

연관시켜서 오히려 대학 최초로 성소수자 기구가 생기는 걸 선구자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있고요. 처음 서울대에 성소수자 모임 생겼을 때랑 마 찬가지로, 한양대도 오히려 LGBT위원회가 중특위가 됨으로써 학교 이름 을 높일 수도 있어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마지막으로 한양대 학우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왕자

하이퀴어에 가입된 회원들도 많지만, 은둔형으로 숨어있는 성

소수자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은 아웃팅 걱정하지 말고 저희 활동에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트위터나 메일을 통해 익명으로 고민상 담도 해주고 있거든요. 생각보다 요청이 많이 오더라고요. 언제든지 도움 이 필요하거나 상담할 게 있는 학우들은 저희에게 연락줬으면 좋겠어요. 팬돌이

그런 얘기가 있어요. “난 게이도 아닌데 내가 낸 학생회비 게이

들 위해서 쓰는 게 아깝다.” 그런데 이게 작년 총여학생회에서 자궁경부 암 백신 활동했을 때 “내 돈이 왜 여자들 자궁경부암 백신 맞는 데 쓰여 야 돼? 총여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던 얘기랑 똑같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생각해요. 난 서울 사는데 부산에 길 놓는 데 내 세금 들어가는 게 싫다는 거랑 똑같죠. 그리고 LGBT 위원회 생긴다는 입간판이 세워졌 을 때, 아는 형이 수업 시간에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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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 “그런 애들이 많아? 몇 명이나 될까?” “2명? 3명?” 그러더래요. 제 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만 10명이 넘어가는데(웃음). 이 대화가 일반 학 우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요. 다시 말씀드리는데 사람들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듯이, 성소수 자도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김조광수 감독님이 이번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하셨어요. 다들 주변 사람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으면 좋겠다고.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커밍아웃 했을 때 “미안, 못 들은 걸로 할게” 이러면서 도망가면 사람들이 정말 상처 받거든요. 왕자

사실 커밍아웃을 아무한테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정말 믿고 신

뢰하는 친구한테 하는 건데, 감독님 말마따나 성소수자가 커밍아웃을 한 다는 건 그 사람을 믿고 존중한다는 뜻이라서 사실 고마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대부분 놀라서 도망가거나 못들은 걸로 하는 등, 더 친해 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절교하고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팬돌이

그러니까 그런 결과를 방지하려면 내 주위 누군가가 성소수자

일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죠.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준비라는 게 이성애자들이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 라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는 납득이 힘들더라도 적어도 정중하고 예의 있 게 “너의 성적 지향에 대해서 존중하지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시 간을 줬으면 좋겠다, 힘들다는 거 알지 않냐”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김조광수 감독님이 이야기하셨거든요. 저도 처음 아는 형이 저한테 커밍아웃했을 때 많이 놀랐어요. 솔직히 중고등학교 땐 그런 생각도 전혀 못했으니까요. 저 또한 그런 과정을 겪어오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저희 운동을 통해서라도 일단 먼저 사람들이 자기 주위에 성 소수자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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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인권위원회(준)의 등장과 함께 학내에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고,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2년 총학생회 선거 기간과 맞물려 몇 명의 학생 회 간부나 후보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막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2012년 총학생회 선거가 더욱 시끌시끌해지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한편 LGBT인 권위원회(준)가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학생 들이 회칙에 따라 500인의 서명을 받아 총투표를 발의한 것에 대해, 총투 표 발의에 반대하는 500인의 서명이 담긴 발의가 잇따르는 촌극이 벌어 지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결국, 12월 5일 열린 38차 중앙운영위원회 에서 애초 12월 6일로 예정되어 있던 총투표를 중단하고 학생총회로 안건 을 이관하면서 총투표 논란은 우선 일단락되었다. 문제의 쟁점은 다양하다. 애석하지만 “학교에 동성애자가 몇 명이나 있 기에”, “성 소수자 문제가 왜 인권의 영역이냐”처럼 무지렁이 같은 목소리 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문 제의식이 일반적이고1 정합적이라 할지라도, 한양대학교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학생회 기구가 생겨야 하는가에 대하여 학우들을 설득시키 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회비 예산 문제나 총여학생회, 학생인권복지위 원회 등 다른 중특위의 성격과도 연관되는 다른 쟁점들이 혼재해있기 때 문이다. LGBT인권위원회(준)가 (준) 자를 떼고 중특위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은 아무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 자체가 성 소 수자의 인권에 대한 학내의 관심과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분명히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1 다수의 의견이라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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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안의 이야기 02

한양대가

덜컹덜컹

편집위원 박혜미 (oliveraja@naver.com) 편집위원 박태연 (shawoo30@naver.com)

한양대에선 수시로 덜컹이는 소리가 난다. 구본관이 한창 시끄럽다가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의대가 난리다. 뼈대를 드러내는 건물 안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덜컹덜컹 한양대, 지금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 건지 어디 한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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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시작되고 지난 봄 부터 한참 시끄럽게 진행되었던 구본관 공 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의대 부근이 부산스러워졌다. 앞뒤 계단이 몽땅 막히고 빈 과자상자마냥 건물이 까맣게 비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지금 의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인다. 덧붙여 한참 전에 공사가 끝난 것만 같은 구본관은 왜 감감 무소식인지, 실컷 한 공사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 다. 필자와 같이 덜컹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소란스러운 학교가 궁금한 학우들을 위해 시설팀의 권영진 팀장님께 인터뷰를 부탁했다.

구본관 구본관 공사가 얼마 전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본관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 되어 언제 종료되었나요?

구본관 공사는 1차, 2차 로 나누어서 진행될 계획입 1차 공사가 완료된 구본관의 모습

니다. 얼마 전에 종료된 것

은 1차 공사기 때문에 아직 공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에요. 우선 1 차 공사는 4월 21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되었고 2차 공사는 내년 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구본관 공사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일단 구본관의 측면에서 본다면 역사관의 설립, 교내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습 및 연구공간의 확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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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본관에 어떤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나요?

생활과학대학이 내년쯤에 개보수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요. 예 전부터 공간의 부족, 건물의 노후 문제 탓에 공사가 요구되는 건 물이었지요. 그런데 생활과학대학에 한양대학교 재단 사무실이 있어요. 해서 그 재단이 있던 공간을 생활과학대학에 반납하고 재단은 구본관으로 내려오게 될 겁니다. 그러면 생활과학대학에 실질적으로 교육공간이 더 확보되는 거지요. 그리고 구본관에는 역사관이 들어올 계획입니다. 한양대학교의 역사를 개교부터 지 금까지 전시하고 학습하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기념품관이 들어올 거예요. 학교의 상징이 들어간 기념품을 판매해서 이제 학 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이 선물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알고 있어요.

구본관 공사가 큰 거액이 들여 진행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 게는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공사라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이 공사는 돈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는 공사에요. 오래 된 건물이다 보니 지붕, 외벽, 기둥 등을 다 복원해야 하기 때문입 니다. 우리 학교의 상징적인 건물이니만큼 복원은 필수적인데 오래 된 건물이라 이 작업이 매우 어렵고 위험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것 들에 대해 전부 복원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 도록 용도를 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시설팀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 에 무어라 함부로 답변을 드리기 어렵네요.


구본관을 스터디 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는 2011 터미네이 터 학생회의 공약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학우가 있다면 시설팀과의 인터 뷰 내용에 아쉬움을 표할 수도 있겠다. 터미네이터 측에서 말하길, 스터 디 룸 부족 실태 보고서를 학교 측에 제시하였으나 학교 측에서는 구본 관이 상징성이 짙은 건물이다 보니 스터디 룸으로 사용하게 하기는 어렵 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대신 ‘상징성 있는 건물’에 들어오기 적 합한 재단 사무실이나 역사관 등을 들일 거라는데 대강 필자가 얻은 답 변과 비슷하다.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답변이지만 어쨌든 학교 측은 생활 과학대학의 재단 사무실이 구본관으로 오는 만큼 교육 공간, 학습 공간 이 확충되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글쎄, 학교 측 의 입장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필자의 생각뿐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의대 의대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 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또 언제 종료될 예정인가요?

의대공사는 2월 말까지 예정이 되어 있어요. 공사 의대 공사때문에 막혀 있는 길

가 학교 내부의 문제 탓에

예정된 시기보다 시작이 많이 늦어졌어요. 하지만 공사의 시작이 늦어졌어도 종료되는 시간은 제 날짜에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 이고 있습니다. 일단 공사가 시작된 것은 10월 8일인데 2월 29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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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사 중인 의대 현장

지는 공사를 종료하고 개강인 3월 2일부터는 건물을 사용 가능하 도록 할 계획입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뀌게 되나요?

일단은 공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한 개 층이 증축이 되기 때문 에 교육 연구 공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공간이 재배치되게 되고, 또 덩달아 환경개선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창문 부터 시작해서 모든 시설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공간 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도서관이나, 교수 연구실, 실험실 모두 개선될 예정입니다. 또 의 대는 건물 덩치는 큰 데 비해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었어요. 기존 한 대를 보수하고, 또 한 대를 더 설치할 예정입니다. 냉난방 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도 개선할 예정이고요. 쉽게 말해서 낙후되 었던 시설 전반을 모두 현대적으로 바꾼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육 공간도 확충하고요.

의대에서 인문대로 올라오는 계단의 경우도 평소 학우들에게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요, 계단에 대한 공사 역시 이루어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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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이야기가 많았 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원칙적으로 개·보수 공사와 환경 개 선 공사는 분리해서 하도 록 되어 있어요. 계단의 경 우는 환경개선 공사에 들

의대 공사로 인해 차단된 통로

어가는데, 환경개선 공사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계속 하고 있습니 다. 인문대 옆으로 통하는 계단의 (정력계단) 경우는 저희가 공사 를 또 한 바가 있고요. 그런데 인문대 뒤편으로 의대와 통하는 계 단의 경우는 공동구를 통해서 통로를 만든 거예요. 공동구 위로 계단을 만든 거지요. 공동구라 함은 학교의 기관 시설물, 즉 배선, 배관, 수도, 전기선 등이 들어있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공 사를 하려면 그 공동구도 함께 공사를 해야 해요. 그 위의 계단을 공사하려면 아래의 공동구도 다 벗겨내고 새로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도 의대 본관 공사를 하면서 계단을 함께 공사 하고자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따랐어요. 그 래도 계단이 너무 어둡다는 건의에 대해서는 저희가 가로등을 설 치함으로서 개선을 시켜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까 지는 그 계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공사 계획이 없습니다. 인문 대 옆으로 통하는 계단(정력계단)의 경우에는 저희가 판단하기에 아직 공사가 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되고요. 지금 함께 공사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제 2의학관 앞입니다. 정문 부터 제 2의학관 앞까지 인도를 만들었었는데 좀 덜 된 부분을 공 사하고 있어요. 우리학교는 인도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좀 더


예전에는 차도뿐이었어요. 때문에 학교 곳곳에 지속적으로 인도 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구조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은 어 쩔 수 없이 제외하고라도 인도를 만드는 공사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제 2의학관 건물이 낙후되었다는 것은 한 번이라도 의대 건물에 드나 들어 본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알 법한 일이었지만 냉난방조차 원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작년에 공사를 마친 사회대가 공사 전에 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건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내년 학 기가 시작된 후 변화된 제 2의학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내년에는 제 2 의학관 화장실에서 조우했던 곱등이를 다시는 만나볼 수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타 학생회관, 까치골, 한양플 라자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공 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는 데요. 이에 대해서는 공사 계 획이 없나요?

물론 장기적으로는 저희 가 공사 계획을 갖고 있어

노후된 시설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학생회관

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것이 한꺼번에 모두 이루어지기는 힘듭 니다. 예산문제도 문제지만 일단 개보수 공사가 이루어진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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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그 내부 시설들이 모두 빠져나와야 해요. 단과대학의 경우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2~3개월 동안에 공사를 진행하는데 그러다보 니 굉장히 급한 공사가 되죠. 굉장히 힘들게 공사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학생회관 같은 경우는 공사를 진행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 다. 그렇다보니 학생회관 공사는 좀 더 장기적인 계획으로 진행되 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까치골 같은 경우는 사실 공식적으로 이야기가 안 되었으면 하 는 부분인데, 사실 까치골이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물이 아 닙니다. 게다가 까치골은 땅 속에 있는 건물이다 보니 그걸 보수 하려면 몽땅 부수는 수밖에 없어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요. 그 래도 물이 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막아 보고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한양 플라자는 한 때 없애 버 린다는 소문도 돌았었는데요.

물론 예전에는 그런 계획 이 있었어요. 한양플라자의 일부를 없애고 그 자리에 광 장을 만들자는 계획이었습 니다. 그곳에서 공연도 하고 야외활동도 하고… 우리 학 교에 그럴만한 공간이 많이 없는데다 지하철과 바로 연 결된 장소니 굉장히 좋을 것

역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한양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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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겠어요. 하지만 대체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지 요. 해서 일단 한양 플라자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도 큰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또 근시일 내에 공사가 예정된 건물이 있나요?

일단 올해는 의대 건물 공사 외에는 없습니다. 올해 이후에 대 해서는 저희 시설팀에서 함부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 같네요.

리모델링이나 개보수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아무래도 안전, 노후 정도가 최우선 순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생회관도 한양플라자도 까치골도 지금 공사 중인 의대 건물 못지않 게 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사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매우 아쉬운 것 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화장실 조명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검게 뚫린 구멍 만 남아 있는 학생회관의 화장실과 자주 조우하는 필자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야간에 학생회관의 복도를 걸어갈 때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덕에 괜히 걸음이 빨라지는 게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동아리 방이 밀집되어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 뿐 아니라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 푸드점 때문에 학생들을 포함한 학교 외부 손님들까지 드나드는 한양 플 라자에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새삼스레 생각난다. 장기적으로는 공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답변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발견해 보지만 슬 프게도 그게 언제쯤일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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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학우들이 궁금했던 점을 많이 해소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구본관에 학생들이 요구했던 시설들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우리학교 고유의 마스코트, 뱃지등을 판매하는 기념품점이 들어 온다는 것은 한양대 학생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앞서 인터뷰에서 말 했듯 내년에는 교내에서 가장 노후된 건물 중 하나인 생활과학관을 리모 델링하면서 그곳에 있던 재단이 내려오게 되므로 생활과학대 내부에 연 구시설이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내 곳곳에는 개·보수를 필요로 하는 건물들이 많다. 항상 논란거리가 되는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고도 정작 학생들은 학습에 필요한 시설조차 부족함을 겪고 있는 지금, 학생들과 관련이 적은 구본관 의 리모델링은 여전히 아쉬움만 남긴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편한 부분들 이 하나둘씩 고쳐지고 있다. 물론 교내의 모든 건물들이 새로워지기까지 는 더 많은 학생들의 요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하나 씩 바뀌어 가서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한양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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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소개

아이섹 편집위원 유수빈 hellosoop@nate.com

아이섹이란 AIESEC(Association Internationale des Etudiants Sciences Economiques et Commerciales)은 ‘국제학생리더십협회’라고도 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가 간의 교류와 이해가 곧 세계 평화라는 믿음 하에 유럽 학생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렇게 뻗어나가 지금은 약 110개국 1,700여 대학교에 그 지부가 있다. 한국에는 15개 지부가 있으며, AIESEC HYU(한양대학교 지부) 역시 이들 중 하나다.

1. 아이섹만의 특별한 동아리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이섹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은 바로 ‘인턴십 중개’예요. 외국인이나 기업과 직접 접촉해야 하기에 자 연스레 경영·경제·국제적인 안목을 기르게 된답니다. 또 성공적으로 중개를 마치려면 책임감 있게 각 자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리더십을 기르게 되는 거죠. 또 환경이나 공정무역, 다문화를 주제로 행사를 열기도 해요. 주제나 방식이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짤 수 있어요! 현재 우리학교 아이 섹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꿈과 비전 찾기’ 강연회를 해마다 열고 있고,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헌 청바 지를 팔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우리 학교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15개 지 부가 한 자리에 모여 많은 것을 공유하며 친목을 다지는 전국행사도 한 해에 약 세 번 열린답니다. 인맥 쌓는 데에도 역할을 톡톡히 해요. 아이섹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도 있고, 다른 나라에 서도 행사가 있어서 활발한 국제 교류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이 참가해요.

2. 처음 아이섹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처음엔 아이섹이 도대체 뭐하는 단체인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뭔가 글로벌하고 진취적이 긴 한데 너무 어려운 단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인의 추천으로 아이섹에 들어오는 사람이 대 부분이에요. 앞서 들어와서 본 아이섹은 ‘좋은 일을 내가 내 아이디어로 해낼 수 있게 하는 곳’이에요. 앞서 말했듯 아이섹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나 행사는 수없이 많아요. 얼만큼 열정을 가지고 참여 하느냐에 따라 내가 가진 많은 것을 발휘할 수 있고, 반대로 또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어요.

3. 아이섹이 지향하는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앞으로도 좋은 리더십 학생 단체가 되기 위해 우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주 요 업무인 인턴십 중개, 또 그 외의 활동을 우리의 인생 목표와도 연결시킬 수 있도록 각자가 고민하고 노력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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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활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나요? 현재 저희는 동아리방이 없어요. 이건 아이섹이 인턴십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영리 단체로 비춰지 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는 비영리 단체랍니다. 좋은 취지라고 해서 무조건 무료로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 하나는 우리 학교 특성상 아이섹에도 남학생이 많아 1년간 동거동락하며 지낸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때 동아리가 휑- 해져요. 좋은 생각, 좋은 일을 접해보고 싶은 한양대 여학 우 분들! 아이섹에 눈길을 주세요~

5. 리더십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리더십이란 우두머리가 되는 능력이 아니라, 좋은 일들을 내 손으로 해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 같아 요. 그리고 아이섹은 그런 능력을 기르게 해주는 곳이 맞고요.

6.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아이섹,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미스테리한 단체일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용기내서 들어가 보니 좋은 사람들과 항상 ‘더 나은 방향’을 논의해야 하는 이 동아리가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매력을 느껴보고 싶으신가요? 얼었던 세상이 녹는 3월까지, 저희도 여러분을 기다릴게요!

● 아이섹 블로그 (blog.naver.com/aiesechyu) ● 아이섹 페이스북 (아이섹코리아 한양대학교 해외인턴십 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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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 한양대 의 이야기 나도, 하고 싶어 통계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99%의 외침 2011년 건대에서는 무슨 일이? 가난해도 괜찮아, 젊으니까 괜찮아! 앤디 워홀과 소비사회


나도,

하고싶어 우리는 한다. 표현하고 느끼며 갈망하고 원한다. 그들은 아니다. 말할 수 없고 솔직할 수 없다. 숨겨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생활하는 우리. 같은 마음, 하지만 다른 몸. 그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도 고통 받는 사람들과 이를 묵인하는 사회. 적나라하지만 그래서 더욱 밝혀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부편집장 김선주 yamijanggun@nate.com 편집위원 이동주 sentiment22@naver.com


안녕하세요 저는 23살 여자구요 2년 사귄 남자친구는 21살 이예요 제 남친 친구 중에 거동이 불편한 친구가 있어요 근데 그 친구때문에 너무 짜증나 미치겠어요 (중략) 뭐 그 친구랑 같이 쇼핑하고 놀러다니고 집안에서 같이 놀고 이런게 싫은게 아니에요 몸 불편한 친구일뿐이지 같은 사람이잖아요 근데 중요한건 제 남친이 그 친구분 성욕까지 해결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올 1월인가 2월에 알게 된 사실이었어요 그 전에는 그냥 몸 불편한 친한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집에 놀러간다 이런식으로만 말했었거든요 뭐 친구집에서 놀러가서 자고오는거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별일 아닌게 아니더라구요 그 친구를 자주 찾아가는 이유는 친구랑 놀기 위해서가 아니고 친구분 자위를 돕기위해서 였던거 같아요 그 사실 알고 저 난리 났었어요 엄청 크게 화냈었는데 남친 말로는 다 큰 성인 남자가 혼자 그것도 못하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걔 소원이 여자랑 한 번 해보고 죽는 거래드라 이런 말을 하면서 절 이해시키려고 하는데 제 상식 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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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가씨 불러서 하던지, 아니면 그런 곳을 가던지 했으면 기분이 차라리 덜 이상할텐데 남자가 남자 성욕 풀어준다고 분기별로 한 번 씩 친구집에가서 먹고 자면서 같이 놀면서 그런거까지 해줘야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중략) 굳이 그걸 제 남친한테 꼭 시켜야하는지 이해가 안되요 거기만 갔다왔다그러면 남친 얼굴도 보고싶지않아요 남친도, 그 친구분도, 그 친구분 어머니도 다 혐오스럽고 더럽게 느껴져요 제가 못되먹어서 이해를 못하는건지, 이번주에 그 친구네 가는것도 가지말라고 하고싶은데, 이러면 또 싸움만 커질 것 같고, 진짜 짜증나네요

요쏘 2011.07.11 10:26

일단 미안해. 제목이랑 글 초반부만 보고 욕해주려고 했는데…….역시 한국사람 말 은 끝까지 들어봐야 돼. 진짜 진짜 미안해. 나 같아도 남친 친구가 싫을 것 같아. 그 걸 누가 이해해. 친구 성욕 풀어주러 가는 게 말이 돼? 도대체 어떻게 풀어주는 건 지 잘 모르겠지만.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일단 듣는 나도 기분 더러운데 당사 자는 어떻겠어. 친구가 얼마나 몸이 불편하길래 남친이 그걸 도와야 돼? 그 친구분 손이 있을 거 아니야. 남자들 손친구 어쩌고 하자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쫌 부끄 럽다 내가 이야기 해놓고……. 근데 뭘 그걸 직접 가서 일주일에서 이주일동안 같이 있으면서 풀어줘?? 혹시…….둘이 하는 건 아니게찌;;;;;; 아 진짜 톡 까놓고 물어볼 게. 남친 많이 사랑해? 없으면 죽을 거 같어? 그런 거 아니면 헤어져. 난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 남친이 좀 착하고 정이 많은 타입 같은데……. 그런 거 쉽게 안 고 쳐진다구. 괜히 머리 싸매지 말고 생각 정리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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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2011.07.11 10:12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여친분 심정 이해감. 어느 여자가 남친의 동성친구 성욕을 해결해주는 남친을 이해할 수 있겠음…….

NOON 2011.07.11 10:43

아..진심 글쓴이 개불쌍 나같으면 장거리연애에 남자 성욕 풀어주는 남자친구 절대 못 참는다. 출처: http://pann.nate.com/talk/312021280

위는 네이트 판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글 일부입니다. 글쓴이의 말을 요약하자면 ‘내 남자친구에게는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는 가끔 그 친구 집에 찾아가 거동을 도와주고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성 욕까지 풀어준다, 남자친구가 그 집에 있을 때면 연락도 눈치가 보여 마음 껏 할 수 없고, 성적인 문제까지 남자친구가 나서서 풀어준다는 것이 이 해가 안 되고 솔직히 혐오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본 네이트 판의 이야기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글쓴이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다수의 네티즌 또한 댓글을 통해 ‘글쓴이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라 며, 자신들 또한 친구의 성욕을 풀어주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평소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문제를 담은 이 글은 인터넷상에서 큰 논란을 가져오게 되었고 결국 글쓴이가 글을 삭제함에 따라 논란도 점차 사그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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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에게 이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혹은 본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한낱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평소 자신이 그려온 장애인의 이미지는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 그들에게도 성 욕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성욕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니, 그 자체로도 상상하기 어렵고 더욱 거부감이 앞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거부감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을 만큼 가벼운 문 제일까요? 자신의 고통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동안 소수의 말 못할 문제를 등한시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남자, 여자, 그리고 장애인 사람들은 식욕, 수면욕, 성욕을 인간의 3대 욕구라 칭합니다. 이 세 가 지를 한데 묶어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단순히 먹고 자는 것뿐만 아니 라 성적인 것에 대한 만족감 또한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욕구이기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우리는 나름의 방법대로 성욕을 해소합니다. 보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위를 하면서 순간의 만족 을 즐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 이 욕망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신체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며 신체적으로 부자유적인 장애인들이 주로 해당되게 되 지요. 이들 중 두 팔이 없는 장애, 두 팔을 쓸 수 없는 장애, 기타의 다양 한 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실제로도 장애인들은 많 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들도 보통 사람처럼 성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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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음에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 이 를 허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앨프리드 킨제이가 1953 년 펴낸 킨제이보고서(원제 : 여성의 성적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보

고 싶군요. 이 보고서는 그 당시까 지만 해도 언급이 금기시되던 인간 의 성생활에 대한 원초적이고 적나 라한 모습과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 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사람들의 관 심을 끌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세 계 언론의 화제가 되었던 것은 두

장애인 성 봉사에 대해 서서히 다루기 시작한 사회

말할 나위 없겠지요. 킨제이 보고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 의 성적 자율성, 동성애자의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사회 적 진보에 일조했고 △성을 학문의 주제로 격상시켰으며 △정치, 가족@사 회제도, 성 차별 및 성(性)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1 그리고 작년, 이 킨제이 보고서의 양식을 빌려 한겨레에서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장애인의 성적 욕구에 대해 다룬 이 짧은 보고서 를 통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장애인의 성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됩 니다.

1 출처 : 네이버 지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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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주체라는 인식, 그 녀석의 그림자 킨제이 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장애를 가진 사람들 역시 인간이기에 성욕을 갖습니다. 조 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들과 다른 점은, 신체의 특정 부 분이 불편하다는 점(신체장애인)과 똑같은 일을 해내는 데에 조금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점 (지적장애인)뿐이니까요. 그럼에도

사회가 장애인의 성적 욕구에 대 장애인 간의 사랑을 다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오아

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앞

시스’.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랑하고 반응하는 영화 속

서 언급한 다른 점들 때문에 장애

로 이들을 ‘객체’로 한정 지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인을 항상 ‘돌보아야’ 하는, ‘도움

주인공들의 모습은, 단지 도움이 필요하단 이유만으 보게 만듭니다.

을 주어야’ 하는 존재로 여겨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장애인이 다수인 사 회에서 그들은 행위의 주체이기보다는 객체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비 장애인은 장애인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점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자 체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을 찾아서 합니다. 때로는 장애 인이 도움을 요청한 부분을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 요. 장애인–비장애인의 관계에서 능동성을 가지는 것은 대부분 후자이 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판단도, 요청을 해석하는 것도 모두 비장 애인의 몫인 겁니다. 사실, 이런 인식이 평소에 크게 문제시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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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이 필요한 장애인들도 많고, 그중에는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객체인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때, ‘비장애인은 주체다’라는 인식의 치명적인 맹점이 드러납니다. 소수인 데다 행위의 객체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권리 요구는 한 번에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드물고, 받아들여지더라도 매우 느리게 수용된다는 것이죠. 선택권은 전적으로 비장애인에게 있으니까요. 쉬운 예로 휠체어를 사용 하는 장애인이 공공시설에 비탈길 설치를 요구하는 것,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네 요. 이 사례들은 비장애인이 비교적 생각하기 쉬운 장애인들의 고충임에 도 전면적으로 수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비탈길 없는 공공시설 이 많고, 지적 장애를 가졌다고 하면 학생의 상태를 보지도 않고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들도 허다하지요. 그래서 이런 마당에 세상에 던져진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가 사회적으 로 큰 이슈를 만들지 못한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 상 황은 오히려 선택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의 권리 요 구를 외면한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 같군요. 행위 객체의 권리 주장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얘기하길 꺼리는 ‘성욕’에 대한 문제 니까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의 성적 욕구’라는 문제와 비장애인 이 문제를 접했을 때 느낀 당혹스러움, 불쾌감 사이에서 비장애인이 다수 를 이루는 사회는 당연하듯 후자를 더 크게 평가했던 것이죠.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문제다.” 라고 말이에요. 그렇다면 앞에 언급된 글쓴이의 남자친구처럼 돕 고자 하는 사람이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건 어떨 까요? 이를테면 ‘성 자원봉사 제도’ 같은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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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함을 알아도 선뜻 나설 수 없는 마음 우리나라 영화로, 지난 2010년 봄에 개봉했던 “Sex Volunteer” 는 ‘성 봉사자’를 주제로 하고 있습 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성 봉사 자의 활동, 즉 성 자원봉사 활동 은 자위행위를 도와주는 것, 제삼 자로 성행위를 보조하는 것, 기구 를 대신 사다 주는 것, 직접 성관 계를 맺는 것 등이죠. 장애인의 성 적 욕구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자원봉사를 통해 그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한다는

영화 ‘Sex Volunteer’의 포스터. 가운데 적힌 문구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기는 힘들 겁니다. 물론 이 내용 들을 매개로 감독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장애인과 비장 애인의 진정한 소통’이에요. 영화 속에서 성 봉사를 하는 주인공도 처음 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거든요. 시간이 흘러 장애인과 교감하게 되고 진정 으로 그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 대학생은 자연스럽게 성 봉사자의 길로 들 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다소 꺼림칙하고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 에요. ‘성 봉사’는 윤리@도덕적인 면에서 분명 비판의 여지를 가지고 있습 니다. 성매매 행위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느냐 하는 비판 역시 있을 수 있 을 거에요. 그럼에도 현재 많은 나라가 성 자원봉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비정부기구 섹시 빌리티즈 베를린(Sexybilities Berlin)이 장애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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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적합한 매춘업소 혹은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플렉조그(Flecks Zorg) 역시 일정 금액 을 받고 성 파트너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성 도우미가 존재합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장애인의 성 문제를 윤리·도 덕적 측면에서 보다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 문에 성 자원봉사가 가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윤리·도덕이라는 인위적인 규범은 잠시 접어두고 장애인 역시 똑같은 사람이기에 욕구를 충족시킬 권리가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는 이야기겠지요.

더 시끄럽게, 더 부딪히면서! 사실, 인권과 사회적 윤리@도덕을 정확히 나눠 중요성을 재는 것은 불 가능할 뿐더러 사회마다 가치를 부여하는 정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인권 이 더 중요하니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성 자원봉사를 도입해 야 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비공식적인 성 자원봉 사 활동은 지금도 있다고 해요). 다만, 우리 사회가 더는 장애인의 성적 욕구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대다수의 장애인은 생활 하는 데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거기에 대해 주체–객체를 따져 가며 생각하기 전에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이는 ‘인권’에 대한 문제니까 요. 이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장애인의 성 욕 해결에 대해 사회적으로 좀 더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시끄럽게, 더 갈등하고 번뇌하면서 말입니다. 그 옛날 장애인은 존재 자체가 저주로 여겨지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 으로 버려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 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왔어요. 그래서 비록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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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끝에는 장애인이 성욕을 느낀다는 사실에 우리가 당혹스러워하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은 너무 잔인하세요. 몸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정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주시잖아요. - 영화 ‘Sex Volunteer’ 中

<참고 사이트> http://blog.daum.net/poorun21/24 http://theest.tistory.com/34 http://iskra90.tistory.com/83 http://cafe.naver.com/almondblossom.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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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교지에서 기고글을 받습니다. •주제 : 자유 •형식 : 비평, 소설, 시 등 모든 형식의 글 •분량 : 자유 jyjk2327@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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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하지 말 을 진실 다 는 않

s ruth istic l t h e t l Stat e ’t t don

편집위원 김준영 etmanman@hanmail.net 수습위원 권수진 shine-ksj7@hanmail.net

여러 매체를 통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통계자료들. 현란한 수사도 없고 거 추장스러운 미사여구도 없이 숫자 그 자체만으로 사실을 전달한다는 점이 무척이 나 믿음직해 보인다. 학창시절 수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우리는 통계를 접할 때 숫자에 대해 의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속일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되어버렸다. 빤히 두 눈 뜨고도 당하는 통계의 속임수 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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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도 속고 있다 최근 한 보도에 의하면 암의 5년 생존율이 60%를 넘어섰다. 이 통계를 접하면 사람들은 암이 60%나 나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것은 단순히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다. 이는 과학기술이 발전하 고 암 검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조기암이 많이 발견되 었기 때문이다. 조기암은 대부분 5년 이상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통계상 으로는 60%를 기록할 수 있었다. 즉 치료 성공률은 그대로지만 조기암의 발견이 늘어났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주어진 통계 자료를 가진 것만으로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 럼에도 우리는 해석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는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숫자를 접한다. 신문에서든 뉴스에서든 숫자를 통해 설명되는 것들은 많다. 통계를 제시한 권위 있는 단체의 이 름에 대한 믿음인지, 숫자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 들은 통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보이는 그대로 그 숫자 를 받아들였을 때 생겨나는 왜곡은 생각보다 많다. 앞서 언급한 예가 아 니더라도 주위 곳곳에서 이러한 속임수는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맹신, 즉 통계적으로 정확히 수량화된 자료는 절대 적으로 믿음직하다는 통념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수치를 내세워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세력은 가능한 한 자신들 이 유리하게끔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또 그렇게 제공된 정보를 비판 없 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대담하게 그들의 의도에 맞게 정보를 생산해낸다. 이러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언론 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용했을 때 우리는 특정 사안에 대해 왜곡된 이미 지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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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입맛에 따라 통계를 이용해 사람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고도 쉽다. 숫자를 가지 고 조금만 조작하면 자신이 원하는 값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사회의 최고 이슈였던 광우병 촛불집회 때를 되돌아보자. 촛 불집회가 몇 달을 거쳐 계속되는 동안 경찰과 주최 측의 인원 추산은 5~10 배의 차이를 보였다.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인 6월 10일, 경찰은 8만 명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70만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 위를 두고도 추측 참가인원이 다른 이유는 그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1평에 3명의 시위인원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여 넓이를 구해 계산한 반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0여 명의 집계 요원을 풀어 시위대 주위를 둘러싼 지형지물을 분석한 뒤 종전 집회와 비교하여 인원을 집계했다. 아무리 추산이라지만 양 측의 입장 차이는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크 다. 시위의 참가인원이 여론을 조성하는 중요한 하나의 변수이자 시위의 성공여부의 척도가 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양측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 한 쪽으로 추산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의 추 산에 의문을 품었다. 박성현 교수(서울대 통계학과)와 박유성 교수(고려대 통계학과)는 촛불시위의 인원이 최소한 30만 명은 될 것이라며 경찰의 추

산이 지나치게 축소 지향적이라고 지적한다. 1평은 가로세로 1.8m의 넓이 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보다 넓은 넓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1 평보다 작지만 10명의 사람도 너끈히 태운다. 그런데 사람이 빼곡한 시위 현장에 1평당 3명만이 있다고 추산하는 경찰의 셈법은 의문이 일기 충분 하게 느껴진다. 언론을 통해 발표된 주최측과 경찰의 인원추산이 대립하 자 한 네티즌은 광원의 수를 세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현장 사진을 분석 한 결과 촛불 숫자가 21만 4,000개로 나타났다고 추산했다. 공중에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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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하는 전역의 사진에서 건물의 불빛이나 여타 촛불 이 아닌 다른 불빛들을 지 우고 순전히 촛불의 불빛 만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개수를 센 방법인 데 이용환 교수(중앙대학교 최대규모였던 6·10 촛불집회의 모습.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학과)는 이 추산을 보

고 “상당히 신빙성 있는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촛불을 들지 않은 시 위인원이 세어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는 데이터겠지만, 추산치에 근접해 갈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데이터이기도 하다.1 퍼센트, 즉 비율을 조작해 속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100만 원인 물건이 150만 원이 되면 가격이 50% 인상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변화량인 50만 원을 변화 전 양인 100으로 나눠 50%가 된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셈을 조작하는 예도 있다. 실제로 1991년 고속도로의 통행 료가 대폭 인상되었을 때 정부의 조작이 있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고 속도로 통행료가 6,300원에서 8,400원으로 올랐는데 계산해보면 약 33% 의 인상률을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 뉴스에서 발표한 인상률은 달랐다. 변화량 2,100원을 변화 전 양인 6,300이 아닌 8,400으로 나누어서 25%라 는 인상률을 발표했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확한 계산 을 따져보지 않고 낮게 측정된 인상률을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미국의 시 사 주간지인 <뉴스위크>에서도 1967년 마오쩌둥이 중국 정부 관리의 임금 을 300%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위의 속임수를 본 우리는 이 계산 1 참고 국민일보 쿠키뉴스 08.06.11 「‘6·10 참가자’ 경찰 8만명 對 주최측 70만명… 전문가 “경찰 의도적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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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토당토않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임금이 모두 삭감되었다 하더 라도 삭감률은 100%이고 100%이상의 숫자는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2 이 글을 읽는 학우는 고등학교 시절 사회문화를 택하지 않았더라도 설문조 사에서 표본 추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 로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다. 공화당의 앨프레드 랜들과 민주당의 프 랭클린 루스벨트의 이파전이었던 선거 의 여론조사는 여러 매체에서 행해졌다. 당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신뢰도 높 정상의 위치에 있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았던 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는 주로 전화를 이용하거나 구독

한 번의 잘못된 여론조사로 결국 1년 뒤인 1938년 폐간 되었다.

자들에게 우편을 돌리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14퍼센트의 차이로 앨프레드 랜들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별로 유명하지도 않던 갤럽(현재 최고의 설문조사기관 ‘갤럽리서치’를 만든 그 갤럽이다)은 루스벨트 의 압승을 예상했다. 갤럽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1/50밖에 되지 않는 5만 명의 표본을 조사했지만 결국 루스벨트의 당선은 갤럽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이 결과가 당시 전화는 미국의 중산층 이상만 가지고 있었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독자 또한 중산층이 대부분이라 표본이 편향적이 었기 때문이란 것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갤럽은 이 조사에서 성 (性), 수입, 정치적 견해, 지역색 등을 범주화해 표본을 골고루 뽑아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상해냈다.

2 김진호, 『괴짜 통계학』, 한국경제신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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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론조사에서 표본추출의 어 려움은 종종 속임수의 방법으로 쓰이 기도 한다. 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예가 실수에 서 비롯된 여론조작이라면, 표본왜곡 을 통한 의도적인 여론 조작도 가능하 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우리 사회에 서 가장 큰 이슈로 한미 FTA 체결 논 란을 들 수 있다. 정치적 견해에서 대 립각을 세우는 대표적인 언론사 조선 FTA에 대한 여론조사 리얼미터(위)와 YTN(아래)

일보, 한겨레를 살펴보자. 두 신문사 모두 FTA에 대한 찬반여론을 조사하고자 한다. 당연하게도 여러분 모두가 알고 있듯이 조선일보는 FTA에 대한 찬성의견은 조사 결과를 원할 것이 고, 한겨레는 반대의견이 높은 조사 결과를 원할 것이다. 이 두 언론사는 각각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고, 물론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고객의 입맛에 맞는 조사를 해주려 한다. 그래야 다음번에도 의뢰가 들어오기 때 문이다. 조선일보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어떻게 표본을 추출해야 찬성이 높게 집계될까? 방법은 간단하다. 낮에 집 전화로 전화를 걸면 비 교적 연령대가 높은 분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에 가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높은 경상도의 지 역번호로 전화를 많이 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찬성률이 높은 집단에 집중 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된다. 한겨레에게 의뢰받은 여론조사기관은 더욱 간단하다. 메일이나 문자, 메신저 등 젊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젊은 사람들로부터 더 응답률이 높은 매체를 이용하여 조사하면 FTA 반대율 을 높일 수 있다. 여러 신문을 보거나 사회현안에 관심이 보다 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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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면 신문사의 정치적 색깔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여론조 사결과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통계를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그래프를 조작하는 방법도 비일비재하다. 그래프를 이용한 속임수는 자신의 입맛대로 조작하기가 아주 쉬운데다 시각효과로 말미암아 더 극적인 효과를 준다. 특히 시간 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는 선 그래프에서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 어 다음 대통령 선거 후보 간의 지지율 추이를 조사하고자 한다. 약 1년 이 남은 다음 대선에서 후보자 지지율 추이는 아주 중요하므로 그 결과 는 모두의 관심사가 된다. 실제 최근(11월 28일) 조사결과를 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29.6%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 26.0%를 3.7%p3 가량 앞서고 있다(그래프 ①참고). 이를 그 래프로 나타낼 때 안 원장과 박 전 대표의 차이를 부각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새로 축의 가장 작은 값을 24%로 하고 가장 큰 값을 31%로 해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윗부분에 그리고 박 전 대 표의 지지율은 바닥에 그리면 시각적으로는 차이가 몇 배 이상 나는 것 처럼 보여 지지율이 매우 차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그래프 ②참고). 반대로 축소하기 위해서는 세로축의 범위를 0%에서 100%로 하여 그리면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그래프 ③참고). 추이를 강조하거나 축소할 때도 그래프는 큰 힘을 발휘한다. 박 전 대 표는 조사기간 동안 지지율이 일정한 데 비해 안 원장의 지지율은 비교 적 변화가 크다. 특히 11월 2주에서 3주의 기간 동안에는 꽤 큰 변화가 생 겼다. 이 변화를 극대화 시키고 싶다면 세로축의 범위를 24%~31%로 하고 가로축을 더 촘촘하게 만들면 된다(그래프 ④참고). 이 변화에 의미 부여

3 %p는 두 백분율과의 산술적 차이를 나타낼 때 쓰는 단위이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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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고 축소하길 원하면 세로축의 범위를 0%~100%로 하고 가로 축을 듬성듬성하게 만들면 된다(그

그래프 ①

래프 ⑤참고).

어떤가? 같은 값들을 나타내는 그래프들이 보기에 너무나 달라 보 이지 않는가? 그래프 ②

그래프 ④

그래프 ③

그래프 ⑤

믿는 평균에 발등 찍히다 또 우리가 숫자를 판단할 때 착각하기 쉬운 것이 평균이다. 평균은 우리 가 흔히 알고 있는 산술평균, 기하평균, 조화평균뿐만 아니라 목적과 필요 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며, 전혀 새로운 종류의 평균을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이 평균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는 경우도 많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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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이나 증가율과 같은 %의 개념은 평소에 우리가 가장 속기 쉽다. 주식을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주식에 처음 투자했다. 1년 뒤 주식이 2배가 올랐 지만, 다시 1년 뒤 주식이 반값이 되었다면 증가율은 어떻게 된 것 같은가. 첫해 2배가 되었으니 증가율은 100%가 되고 두 번째 해에 반 토막이 되었 으니 –50%가 된다. 이를 그냥 2배와 1/2배의 산술평균을 구하면 1.25배가 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다. 왜냐하면, 결국 처음 투자한 금액과 2년이 지난 지금 가지고 있는 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산술평균이 아 닌 기하평균을 써야 한다. 2×½=1 라는 기하평균으로 계산하면 제대로 된 계산 값이 나온다. 백화점 할인판매에서 30% DC 이후 20%를 추가로 DC 해주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0%를 깎아주는 것 같 지만, 차분히 계산을 해보면 우리는 물건을 0.7×0.8 즉 정가의 56%의 값으 로 물건을 산다. 할인율은 44%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렇게 쉬 운 속임수에 속는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이 속임수 는 잘 먹혀든다. 은행에서 이자율의 변동을 보여주면서 실제보다 높게 측정 된 혹은 낮게 측정된 이자율로 저금 혹은 대출을 유도하는 경우에 써먹어 서 고객으로 하여금 잘못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기하평균말고도 중앙값과 최빈값, 사분 평균 등도 있다. 이것들은 모두 극단적인 값들 때문에 평균이 왜곡될 때 사용하는 것들이다. 모르는 지구 반대편 두 사람도 여섯 명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가설은 사회심리학 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의 우편물 전달 실험으로 유명 해졌다. 이 실험에서 밀그램은 전혀 다른 지역에 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우 편물을 전달하려면 5.5명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때 밀그램 은 산술평균이 아닌 중앙값으로 결과를 도출해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 들이 모두 5번에서 6번 만에 전달되었지만, 만약 한 사람이 20번 만에 전 달되면 산술평균이 너무 큰 값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앙값,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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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값, 사분 평균은 빈부격차가 큰 나라의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상위 5%의 국민소득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높아 나라의 평균 국 민소득이 너무 높아질 수 있을 때 중앙값, 가장 빈도가 높은 값인 최빈값, 상·하위 자료의 1/4을 제외하고 산술평균을 구하는 사분 평균 등을 쓰게 된다. 중앙값, 최빈값, 사분 평균이 산술평균보다 오히려 실제의 빈부격차 를 잘 나타내 줄 수 있지만, 빈부격차 수치를 줄이고 싶은 정치인이나 경제 학자는 중앙값, 최빈값, 사분 평균이 아닌 산술 평균값을 쓰는 예도 있다. 현실의 심한 빈부격차를 숫자를 사용해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복 지를 강조하는 정치인과 경제학자 같은 경우에는 중앙값, 최빈값, 사분 평 균 등을 이용해 더 극적인 빈부격차를 강조할 수도 있다.4

매서운 시선으로 통계자료는 한눈에 간단히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읽 는 이로 하여금 더 이상의 분석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보를 수용하는데 있어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유독 수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수’라는 것은 누가 어디서 산출해 내더라도 언제나 똑같은 하나의 값을 가지는 객관적인 자 료라고 생각하는 통념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수를 좀 더 똑똑하게, 좀 더 날카롭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의 집필을 하고 있던 나는 모 대학 통계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친구가 던진 한마디.

“통계의 속임수? 속는 게 바보야.”

4 참고 네이버캐스트 09.06.23 “평균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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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 9 9

외침 110 H anyang University

나는 오늘 1%를 위한 자본주의를 거부한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국장


월가 점령운동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운동-금융자본을 공격하는 운동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점령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스스로 밝 혔듯이 가난한 아랍 청년들이 시작한 민주화 시위에서 영감을 받아 월 가 점령운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점령운동의 영향으로 지난 10월 15일 국 제공동행동에 나선 도시가 1,500개에 이른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지금 전 세계는 금융자본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전 세계적인 점령운동이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유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상황은 표어의 표현대 로 ‘금융자본으로 대표되는 1%에게 수탈당하는 99%의 고통이 너무도 절 박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현 재 소득기준으로 상위 0.1%에 해 당하는 15만 2000명의 평균소득 은 연간 560만 달러(60억 6000만원) 로, 지난 1970년에 견줘 385% 늘어 났다. 이들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 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1975년 의 2.6%에서 10.4%로 크게 올랐다. 반면, 미국 국민 대다수가 포함된 하위 90%의 평균소득은 한해 3만 1244달러(3400만 원)로, 1970년에 비 해 오히려 1% 줄어들었다. 미 중앙 정보국(CIA) 자료를 보면, 미국의 빈 부격차는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우 뉴욕 맨해튼의 월가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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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자메이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사회안전망도 무너졌다. 또 2009년 당시 총인구의 6분의 1(16.7%)에 달하는 5천7십만 명 의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이다. 실업률도 2차 대전 이후 최대치로 증가해서 10%에 이른다. 이처럼, 미국 사회 다수 99%는 고통의 지옥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더욱 고약한 것은 1%의 탐욕이다.

냉전과 호황기가 끝난 미국은 새로 운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이른바 신 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다. 이로써 ‘1% 대 99%’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 다. 1980년대 초에 등장한 레이건 정권 과 당시 자본가였던 미국의 지배계급은 미국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과잉 생산 과 이윤율 저하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 를 찾아야만 했다. 더욱이 민간의 금융 2011년 8월 15일 발행된 주간 TIME의 표지. 신

자본가에게 화폐 발행권과 중앙은행의

용등급이 하락된 미국을 시사하기 위해 1달러

기능을 개국 이래 넘겨 준 미국은 필연

들어있다.

지폐의 주인공인 조지 워싱턴의 얼굴에 멍이

적으로 재정적자 증가를 막을 길이 없었다. 소련과의 전쟁이 아니라면, 미 국 자본주의의 위기 해소 방향을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생산과 고용, 납세 같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 는 기업이 아닌 월가의 금융·투기자본가들이 불안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맡게 되었고, 그들의 정책 방향을 정식화한 것이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이다. 이는 강력한 민영화와 탈규제를 추진한 보수정권의 정제

관료, IMF와 세계은행의 관료들과 그들의 정책으로 수혜를 입은(을) 월스 트리트의 금융·투기자본가들이 합의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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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정 건전화 :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재정적자를 최소화하라. 2. 정부보조금 축소 : 보조금의 우선순위는 교육, 보건, 사회간접자본 순으 로 하라. 3. 조세제도 개혁 : 조세 기반을 넓히고 부가세율은 낮춰라. 4. 금리 : 금리는 시장에 맡겨라. 5. 환율 :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환율을 택하라. 6. 무역 자유화 : 관세는 최소화되어야 하며 수출품 생산을 위한 중간재에 는 부과하지 말라. 7. 외국인 직접 투자 :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공급하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라. 8. 민영화 :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라. 9. 탈규제 : 지나친 규제는 부패를 조장한다. 경제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라. 10. 재산권 : 투자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하라.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동유럽과 소련이라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 이 연이어 붕괴하면서 민영화와 세계화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다. 주 로, IMF와 세계은행(또는 유럽은행)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 에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상의 내용을 전제로 강력한 민영화와 정리 해고 등이 포함된 구조조정을 강요하였다. 또 차관도 대외채무(금융·투기 자본에 진)상환에 우선 사용되도록 강제한다.

생산과 고용, 납세의무 같은 책무가 없는 금융·투기자본은 더 많은 수 익을 위해 복지와 공적 서비스를 사냥해 덩치를 더욱 키워갔다.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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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국가는 더 많은 공기업과 노동자와 민중들을 사냥감으로 제공하는 각종 법과 제도를 도입했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사법적으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을 배제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리고 방송과 교육은 이러한 현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바빴다.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 서 일어난 ‘맨큐의 경제학’ 수업거부 사태는 신자유주의 하의 교육 실상 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이것이 1%의 상황이라면 99%는 전혀 다른 상황에 부닥쳤다. 위에서 밝 혔듯이 고용이 없으니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금융·투기자본에 채무를 져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이같이 ‘빚 권하는 사회’에서 개인 채무 와 가계부채로 전체 사회는 더욱 불안해져 갔다. 그나마도 개인 빚을 낼 처지인 사람들은 나은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처지의 약자들–신용 불량자들은 복지와 공적 서비스–사회안전망의 축소와 붕괴로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권과 함께 1% 대 99%의 세상을 열었던 영국의 대처 정권의 경제정책을 두 개의 국 민정책이라고 한다.

실상은 거품이었지만 경제는 호황처럼 보였다. 그 거품은 언젠가 붕괴 될 것이다. 실제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주 자본주의라는 말의 의미를 짧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의 주인 은 주주이고, 기업의 목적은 주주를 위한 경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 지만 문제는 주주 이외의 노동자나 소비자, 지역 주민 등 다른 이해관계 자 즉 여타의 시장 참여자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는 19세기 지배계급만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불평등선거 수준으로 후퇴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주주만을 위한 경영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를 고가로 유지해야 하는 것과 기업의 자산은 모두 현금화해서라도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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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으로 빼내 먹는 것이다. 이것의 본질은 투기일 뿐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양산, 외주화와 국외 이전, 노동 유연화, 구조조정, 죽음을 부르는 정리해 고도 꼭 필요한데 그래야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를 주도하는 주주는 누구일까? 그들이 바로 금융·투기자본 이다. 어이가 없는 것은 이 고수익을 탐하여 투기에 동참하는 자들이 소 수 1%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계급 중 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참한다. 자본가들만큼이나 세금을 적게 낼수록 이른바, 가처분 소득이 높다. 여기 에 금융·투기자본의 대리인들이 이들에게 대박의 환상을 불어넣어 투기 장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라는 것이다. 금융·투기 자본의 대리인들은 대가로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챙긴다. 자신의 노동소득 으로 노후가 불안하다면, 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더 벌고 싶다면, 아파트 평수 늘리려면… 아무튼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자면 투기는 확실히 인생목표가 될 것이다. 결국, 대중이, 개미들의 작은 자본들이 모여 투기 자본에 투자되고 모두가 두 손을 모아 그들의 투기 성공을 빈다. 이것이 천만 펀드 시대에 대박 열풍에 놀아나는 대중의 불안이고, 신앙이며, 몰 염치다. 이런 자본주의가 천년만년 지 속될 것인가? 생각해보자. 조금 만 생각해보면 2008년 금융위 기를 예언한 루비니 교수가 아 니더라도, 누구든 이런 자본주 의가 곧 붕괴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아니 이미 망하고 있다. 지

로마의 격한 월가시위, 유럽의 경제위기로 인해 월가시위 가 격해졌다.

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금융 허브정책의 모델인 유럽 국가들은 생산, 고 용, 납세 없는 기업과 은행들 대부분을 외국계 금융·투기자본에게 운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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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하다가 국가부도에 처했다. 과도한 금융화로 인해 껍데기만 남은 경제 를 차입(수십 년을 세금감면으로 세수가 부족)으로 운용하다가 국가가 부도상 태에 이른 것이다. 거기에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원리로 구성된 유럽연합, 유로존, 유럽은행이 국민국가의 예산 편성 권리를 박탈하여 위기가 가중되 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결국 붕괴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붕괴는 하겠지만 금융–재정위기를 불러온 자들은 책임지지도 처벌받 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보면 그들은 국고를 털어 사익을 챙겼다. 당시 그들이 저지른 범죄 중에는 직접적인 금융 피 해자를 양산했다는 점도 있다. 그것이 바로 파생금융상품의 남발이다. 이 러한 상황에 분노한 대중들이 월가를 점령한 것이다. 이 분노한 99%가 신자유주의와 금융 세계화를 끝장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리라는 것은 분 명해 보인다.

한국 상황 그렇다면, 한국은 상황이 어떤가? 분명히 같은 금융·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고 같은 수준의 폐해를 낳고 있다. 외국인들은 전체 주식시장의 약 40%를 매집하고 있고, 선물과 옵션이라는 파생상품 등을 이용하여 주가 변동 폭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6조 원 이 상을 순매도했지만, 채권시장에선 9조 원 이상의 자금을 순투자 했다. 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그들의 부동산 보유는 계속 늘 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약 400만 평에 육박하고 있고, 강남, 서초, 송파 등 투기과열지구에서의 보유는 이미 10% 정도다. 문제의 심각성은 외국인들이 자본시장을 넘어 주요 기업과 은행에서 대주주로 있어 책임 있는 경영이나 사회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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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외국인 보유비중 및 주가추이(2006~2010)

다. 그 반대로 단기적이고 투기적 수익 소위 먹튀에 몰두하고 있어 반사회 적이고 반노동자적인 경영의 위험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 상장 기업의 외 국인 소유 지분(대부분 정체불명의 사모펀드나 투자은행 즉 투기자본인 경우 가 많다.)은 평균 30%고,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외국인 지분은 절

반을 넘긴 51% 수준이다. 금융기관은 더 심하다. 4대 금융지주사 가운 데 정부가 1대 주주인 우리금융(21.7%)을 빼고, KB금융(63.4%), 신한금융 (61.1%), 하나금융(65.7%)의 외국인 지분이 모두 60%를 넘는다. 이미 금

융·투기자본은 한국자본시장 일반적인 진입을 넘어 한국경제의 대부분 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중간 배당으로 외 환은행에서 5,000억 원을 챙겼고, 장기파업 사태가 있었던 제일은행에서 도 스탠다드차타드가 9월 말로 1,000억 원의 고배당을 챙겼다. 한국은행 은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소득액이 83억 3천270만 달러(약 9조 5천5백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마다 상승하는 추

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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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이 한국 자본시장을 떠나는 모습은 어떠한가? 이 또한 아주 쉽다. 이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15%인데 정부는 이들 을 동원해서 늘 주가부양이라는 이름으로 금융·투기자본이 내놓은 주 식을 제값에 사주고 있다. 주가가 곤두박질이라도 치면 그 비중을 늘리라 고 소위 민간전문가(대개가 투기자본의 대리인)라는 자들은 아우성을 친다. 이렇게 현금화해서 달러로 교환할 때도 정부는 언제나 외환보유액을 풀 어서 달러를 내준다. 지난주에도 정부는 환율방어라는 이름으로 20억 달 러(약 2조 2천9백억 원)를 금융·투기자본에 내주었다. 특히 유럽계 금융· 투기자본은 지난여름 한두 달 동안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1조 7000억 원 넘게 빼 나갔다. 이렇듯이 한국은 금융·투기자본의 천국이다. 아주 쉽게 한국 자본시장에 진입해서 고배당을 통해 고수익을 챙겨 떠날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 환율시장과 자본시장 혼란의 주원인이다. 그 럼에도 정부정책은 금융·투기자본의 모든 편의를 봐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99%도 미국의 99%처럼 금융·투기자본에 분노할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도 금융·투기자본 의 문제는 아주 특수한 비주류 쟁점이거나 미국 월가에서나 일어나는 일 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위에서 거론한 주주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소액주 주운동 같은 것이 주류이니 참으로 한심하다. 하지만 우리 일상의 문제와 금융·투기자본의 문제를 연관지어 보면 분노할 일은 많다. 누구나 쓰는 개인 휴대통신기기의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점은 다 알 것이다. 심지어 KT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이익을 위해 요즘 2G기기에 대한 서비스를 강제 종료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왜 그럴까? KT는 원래 한국 통신 그 이전에 우체국의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기업이란 뜻이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야금야금 민영화를 시도하다가 1998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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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에 직상장했고 1999년 5월 26일 뉴욕증 권시장에 상장했다. 그리 고 이러한 국내외 증권시 장 상장을 통해 2002년 5 월까지 단계적으로 정부 보유 한국통신의 주식을 KT민영화는 아직도 많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전량 매각하는 급진적인 민영화를 강행했다. 그 결과, 정보통신법 등 관련법이 허용하는 외국인 최대 지분 49%가 외국계 금융·투기자본이 소유(템플턴 글로벌 어드바이저 리미티드 등 5개의 사모펀드와 일본 통신회사 NTT 도코모의 분할 지배)하게 되

었다. 완전 민영화 이후 주주이익 극대화는 KT 경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 았다. 이는 국가신경망의 차질 없는 관리를 핵심 가치로 했던 공기업 시 절의 경영목표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주가 관리의 가장 유력한 수단은 주식소각과 고율의 배당이다. KT 경영진은 주가관리를 위해 2003년 한 해에만 자사주 소각에 무려 1조 1천981억 원(1839만 주)을 쏟아 부었다. 고 율의 배당도 변화된 KT 경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KT의 2003년도 배당 성향은 무려 50.8%였다. 이는 KT의 이익금 중 절반 이상이 배당금으로 지출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고배당의 성과는 위에서 거론한 외 국계 금융·투기자본들의 몫이어서, 2003년도에 가져간 돈은 무려 2,580 억 원이었다. 이러한 고배당은 2004년도에 더욱 심화되었고, 두 차례에 걸 쳐 배당금으로 무려 6,312억 원을 챙겼다. 이는 2003년도 당기순이익이 8,300억 원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매우 고율의 배당이다. 이러한 주가관리 위주의 경영, 구체적으로는 주식소각과 고배당 중심의 경영은 KT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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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 감소를 가져왔는데, 2000년에 전체 매출액의 33%를 설비투자 했 지만, 이후부터 그 비중은 23%로 떨어졌고 2003년에는 18%로 떨어졌다. 한편, 민영화 이후 2003년부터 이사의 보수 한도가 급격히 상승(민영화 다음 해인 2003년에 61.3% 증가)하기 시작하여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이석채 사장이 취임한 해인 2009년 말에 결정된 2010년 이사의 보수가 45 억에서 65억으로 44.4% 인상되었으며 경영진 보수는 2009년 181억에서 2010년 405억으로 무려 123.7%가 인상되었다. 그렇다면 금융·투기자본과 그들을 대리하는 경영진, 즉 1%를 위한 고 배당, 고액연봉은 어디서 나오는가? 대통령 공약으로도 잡을 수 없어 소 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고가의 통신요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또한, 수만 명의 정리해고와 비슷한 수의 비정규직 남발로 고용불안과 인권탄압을 당하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생긴 이익은 어디로 가는가? 답은 99% 금 융·투기자본이다. 2010년 이후 무려 20명의 노동자가 자살, 돌연사, 과로 사 등으로 사망하였다. 이들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자명한 일 이다. 현명한 KT 소비자라면 KT를 소유지배하는 금융·투기자본과 싸워야 한다.

이번에는 사회적 관심 사인 대학생 등록금 문 제를 거론해 보자. 구조 는 단순하다. 금융·투기 자본이 장악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소득 없는 대 학생과 가난한 그들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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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을 위한 대학 간의 동맹휴업이 있었다.


모를 복리로 금융수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쪽 수탈의 빨대 는 탐욕스러운 대학재단이 빨고 있다. 재단은 등록금으로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투기해서 배를 불리고 있다. 그러면서 대학 재단은 국고보조를 늘 리고 대학 운영에서는 더 많은 자유(학생 선발권이나 기부입학)를 달라고 한다. 솔직히 이자들을 그대로 두고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으로 반값 등 록금을 주장하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들 때문에 발생한 재 정위기에서도 국채를 움켜쥐고 빚 갚으라고 떼쓰는 금융·투기자본을 그 대로 두고 어떻게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인가! 답은 명백하다. 1%의 대학 생들이 99%의 금융·투기자본인 은행과 재단과 싸워야 한다. 미국의 월 가 점령운동처럼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한국에서 월가 점령은 아직 멀어 보인다.

여의도 점령운동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15 일, 한국 금융 1번지 여의도 점령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 지 여섯 차례의 여의도 점령 행동을 했다. 매주 목요일마 다 매번 다양한 주제를 가지 고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

여의도의 월가시위

고 있다. 그 시작이었던 10월 15일에는 빗속에서도 300여 명의 금융 피해 자들이 모여, “금융자본 규제!”, “부패한 금융관료 처벌!”, “금융 피해자 구 제!”를 외쳤다. 그날 채택된 메시지도 있었다. 이 글의 마지막을 채택된 메 시지로 갈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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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한 국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여의 도를 점령한 한국의 99%입니 다. 월스트리트를 완전히 장 악한 미국의 99% 서민 여러 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연대의 인사말을올립니다.

여의도의 월가시위

지금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인구의 1%에 불과한 금융 부자들의 불룩한 배 를 더 불려주기 위해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직장을 잃고, 은행의 터 무니없는 횡포로 갈수록 빚더미에 앉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의 보 통사람들도전혀다르지않습니다.이곳에서도지금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대학생들, 금융 기관의 범죄 때문에 일생 모은 저축을 한꺼번에 날린 노인들, 기업을 장난감처럼 사고팔아 버리는 투기 자본 때문에 직장을 잃어버린 노동 자들이 사방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감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 기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되레 들과 한배를 타고 이들을 옹호하고 있습 니다. 오늘 우리는 함께 모여서 금융 정의를 외쳤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금융가 들은 감옥으로 가야 합니다. 부정한 이익을 거둔 금융가들은 세금을 내야 합 니다.이들의횡포로일자리를잃은이들은일하던작업장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 미국의 친구들에게 뜨거 운감사를드립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원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지구 위 어디에 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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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이러한 소망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우리의 소중한 형제자매입니다. 우리 이제 힘을 합쳐서 한목소리로 외쳐봅시다. 자기들 욕심으로 온 지구를 망쳐버 린 저 범죄 금융 집단에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99%다!

2011. 10. 15.(토)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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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에서는 무슨 일이? 2011년 10월 11일, 건국대 서울캠퍼스학보 <건대신문> 신문 발행중단. 그리고 11월 28일, <건대신문>복간. 한 달하고도 열흘이란 시간동안 숨죽였지만 결코 멈추진 않았던 ‘그들’의 목소리.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볼 ‘우리’의 목소리. 부편집장 김선주 yamijanggun@nate.com 편집위원 유수빈 hellosoop@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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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1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보 <건대신문> 신문 발행 중단.” 건대신 문이 발행 중단된 이유는 학생 기자측과 학교(교수)측의 편집권 마찰 때문이었다. 이 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지만 학교의 재정지 원을 받는 학보의 특성상 벌어지게 된 것이 다. 학생회비로 만들어지는 교지와는 달리 교비로 만들어지는 학보는 아무래도 학교 (주간교수)의 시각을 한 번은 거치기 마련이기에 편집권 마찰은 어찌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생길만한 일이다. 곰곰이 떠올려보면 뭔가 예전에 다른 대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 었던 것만 같다. 찾아보니 지난 5월 9일 성균관대 학보 <성대신문>도 1504 호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으며, 2010년 1월에는 중앙대가 재단 비판 기사 를 실었던 교지 <중앙문화>의 당해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잊혀 질만하면 등장하는 대학언론의 삐걱거림, 대학언론에서의 잡음 아 닌 잡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건대로 찾아가 보 기로 했다. 그들은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인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제대로 알기 위해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사태를 그리고 사실을, 그 속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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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신문 이동찬 편집국장과의 인터뷰 언제 11월 10일 어디서 건대의 한 커피숍

교 : 건대신문 발행 중지 사건의 이유와 그 전개 과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건대신문

처음 발행 중지는 3월 말 등록금 관련 기사를 쓸 때 일어났

다. 그때가 선거철이긴 했지만 우리는 1면 탑으로 등록금 관련 기사를 실 을 생각이었다. 기사 내용이 정확히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의 움직임은 활발한데 건대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점에 대 한 학우들의 의견 설문조사 결과였다. 그런데 기사를 실으려고 하니까 주 간교수님께서 이 기사는 학생들의 등록금 운동을 선동하는 거라시며 뒤쪽 으로 옮기라고 하시더라. 그 대신 공청회나 공약 분석을 1면으로 실으라고 말씀하시면서. 하지만 공청 회 기사를 1면으로 내는 건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신 문 발행이 중지 되었다가 교 수님과의 이야기 끝에 신문 을 다시 발행하게 됐다.

2011년 10월 11일, <건대신문>은 발행이 중단되었다.

사실 이와 같은 기사 수정에 대한 충돌이 쭉 있어 왔다는 점이 발행 중단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발행 중단 사건에 는 ‘자치권’이라는 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원래 건대신문은 기획부터 취 재, 기사를 쓰는 것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자들 자치적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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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들의 서명을 받는 건대신문 기자들.

주간교수의 역할은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 정도. 그런데 주간 교수님께서 이번에는 ‘미디어 실장’이라는 교직원을 투입할 테니 처음 기 획 단계부터 끝까지 함께 하라고 하시더라. 교수님의 명분은 학생 지도 차원이라는 건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과정이 언론 검열이며 말도 안 된 다고 여겨졌다. 그런 신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해서 지금 두 번째로 신문 발행이 중지되었다.

교 : 이번 사건이 발생함과 거의 동시에, 건대신문의 편집국장이 해임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편집국장의 해임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건대신문

신문 발행이 중지되고 10월 11일에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 당

시에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SNS에 기사를 올리면서 내가 건대 교수가 관 련되어 있다는 오보를 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3일, 편집국장에서 해임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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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 원래 주간교수가 중간에 검열을 위해 누군가를 투입하거나 편집국장을 해 임할 권한이 있는 건가? 건대신문

규정에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다.

일례로, 규정에는 ‘운영위원회’라는 게 있는데 이건 열린 적이 없다. 대부 분의 규정을 아예 따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규정에 따르면 주 간 교수가 기자 면접을 통한 선발·부장기자 임명·편집국장 임명·해임· 편집권 모두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규정대로 하자고 하신 거다. 교수님께서는 원래 사문화 된 규정이 아니라 단지 학생들이 지켜오지 않은 것뿐이라 하시더 라.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선발된 기자들은 주관교수님의 면접에 의해 선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기자 자격이 없는 거다. 그런데 도 규정대로 하자시면서 일부 자신에게 유리한 규정만 적용시키면서 편집 권을 억압하고 있다.

교 : 그래서 편집국장과 기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신문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인가? 건대신문

지금까지 건대신문은 안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4페이지로

조그맣게 호외발행을 하고 있다. 또 서명운동을 벌여서 학우들의 10%의 서명을 받았다. 이제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처에 이 서명서를 제출해서 총 장 면담을 요구 할 생각이다.

교 : 학우들의 반응은 어떤가? 서명은 많이 받았나? 건대신문

1593명의 서명을 받아 10%를 달성했다. 아무래도 힘내라고

하시는 학우들이 많다. 그런데 학내 언론에 관심이 적은 학우들이 많다 보니 대부분 이번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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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 건대신문의 주간 교수가 다른 언론사도 주관하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언 론사에도 미디어실장을 투입하겠노라 하셨나? 건대신문

학생 자치기구인 교지 빼고 건대신문, 영자신문, 그리고 방

송국 세 개 모두 같은 교수가 주간교수로 활동한다. 영자신문 같은 경우 에도 미디어국장을 투입하려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영자신문에서 반대를 하여 교수님과 얘기 끝에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에겐 미디어실장 투입을 통보하신 거다.

교 : 그렇다면 교지처럼 자치기구로 독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 는가? 건대신문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도 몇 번 나오긴 했다. 그러나 학교 소

속이라 주간교수가 있다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일반 언론 사 같은 경우도 편집인이 따로 있긴 하니 말이다. 문제는 일반 언론사 같 은 경우는 편집권이랑 경영권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 다. 그러니까 발행인이 금전적 지원만 해주는 형식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 라 학교 편집권이랑 경영권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발행인인 총장이 주 간교수를 임명하고, 주간교수가 편집권을 가지고 있고. 두 권한이 독립이 안 되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간교수 유무의 여부가 아니 고 총장이 임명하는 사람이 주간교수가 된다는 것이 말이다.

교 :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건대신문

대학 신문은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신문이라고는 하지만 학

생들만의 것이 아니라 학생, 동문, 학교 모두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의 공신력이 있어야 하고 무조건 학생을 대변하는 신문이 될 수는 없다. 우리도 그걸 인지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주간교수가 필요하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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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 사실 이는 모든 대학 신문이 지닌 문제점인데 그 과정에서 노 골적으로 총장이 고른 사람이 주간교수가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가 장 바람직한 방법은 역시 교수들 중에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주간교수를 추천해서 초빙해 오는 형식으로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독립성 도 보장될 테니까.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중앙대의 사례 가 가장 현실적이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같은 경우에는 학 교에서 주간교수 후보를 주고 학생들이 주간교수를 그 중에서 고를 수 있 다더라.

교 : 교수님/학교와 타협을 볼 수 있다고 보는가? 건대신문

지금 우리가 애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발행 중지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 교수님과 어떻게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 다. 만약 그래도 얘기가 잘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의견에 귀를 기울이 지 않겠다는 것이니 다른 방법을 쓸 생각이다.

교 : 이야기가 잘 풀리면 어떤 걸 요구할 생각인가? 건대신문

가장 대표적인 요구사항은 편집국장 복직과 규정 개정이다.

특히 규정을 개정할 때 세부 사항을 어떻게 조율하느냐 하는 문제가 관건 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협상을 하려면 우리 역시 학교 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점이 없다. 지금 그게 가장 큰 문제다.

교 :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건대신문

천막농성, 단식투쟁, 그리고 1인 시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할 거다. 아니면 일감호(건대 호수)에 배를 띄워 선상시위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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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호수 위에 애드벌룬을 띄워서 배와 함께 알리는 방법도 효과적이라 생각해 고려 중이다.

교 : 마지막으로, 대학 언론은 왜 필요하다 생각하는가? 건대신문

신문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 하겠다. 아무래도 신문사가 다른

언론사보다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조금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다. 그래서 학내 언론의 가장 큰 필요성은 학우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점이 아닐까. 학사구조조정이라던가 교수업적 평가와 같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결정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학우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하나 밖에 없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중요한 것이다.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11월 28일, 인터넷 건대신문을 통해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 반 가운 소식은 발행을 중단했던 건대신문의 복간이다. 사실 인터뷰를 읽은 독자라면 느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쉬이 해결하기에는 조금 벅찬 문제 였다는 것을 말이다.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듯 건대신문의 편집국장 해임 사태는 학생측과 학교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 려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 거의 두 달동안의 발 행 중단을 마무리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건대신문의 상황은 어 쨌든 잘된 일이다. 하지만 복간되었다는 사실을 무턱대고 좋게만 기억하 고 넘기기엔 무언가 찝찝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 한다. ‘건대 신문 발행 중단 사건’이 대학언론에 시사해주는 점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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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에는 건대신문처럼 그리고 우리학교의 한대신문과 같이 학내 학보사가 있다. 이들은 지도 교수를 두고 학생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편집 장이 발행하는 형식을 지닌다. 이처럼 학교 산하의 언론사들이 있고, 그와 함께 한양교지처럼 지도 교수 없이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스스로의 목소리 를 담는 자치언론이 있다. 대학언론은 발행하는 형식에 따라서 위와 같이 구분되지만 사실 그 목적은 ‘대학의 사건과 소식을 전달하면서 대학생사 회에서 소통을 이뤄내는 것’으로 비슷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히는 것이 대학언론의 현실이다. 건대신문 의 경우처럼 학생이 직접 만들지만 학교의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최종 권 한을 두고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고 동시에 독자 감소와 학생들의 기자(편 집위원)지원이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람 잘날

없는 대학언론은 존재해야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우리가 교 지를 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에 언론이 존재하기에 사람들이 소 통할 수 있는 것처럼 대학사회에서도 소통은 필요하고, 대학언론도 이처럼 소통을 하는데 하나의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번 바람 잘날 없고 위기라고 불리는 대학언론이 앞으로 지속 되려면 그에 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이번 ‘건대신문 발행 중단 사건’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자치권’ 또한 지켜낼 수 있을 것이기 때 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대학언론 자체의 변화 역시 필요하 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한 가지 역할만 고수하는 것 역시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자치권이 보장된 환경에서 대학언론이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 고, 보다 소통할 수 있기를. 너무 뻔한 말이지만,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 바람을 가지며 ‘건대신문 발행 중단 사건’ 되돌아보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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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

2012년도 1학기 수 습 위원 모집 한양교지를 불태울 열정의 소유자 11학번 새내기라면 누구나!

NEW MEMBERS ★ 편집장:유은수 ☎ 010.9175.2320 ◈ jkjk2327@gmail.net 133 2011 W inter


동아리 소개

한토막 편집위원 유수빈 hellosoop@nate.com

한토막이란 한양, 토론의 막을 올리다! 라는 정식 명칭을 지니며 이름 그대로 ‘토론’이 중심이 된 동 아리이다. 2009년 국회의장배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동아리로써 현재 4기까 지 받아 열심히 하고 있다.

1. 한토막 만의 특별한 동아리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리 한토막 만의 특별한 활동이라면 일주일에 한번 있는 정기모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이 정기 모임에서는 한 주 전에 선발된 패널들이 일주일 동안 준비한 주제에 대해서 2:2 혹은 3:3의 팀을 이루어 정식 토론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경기 후에는 청중으로 참여했던 모든 회원들 이 토론 내용에 대해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토론 전반에 대한 살벌한 피드백을 진행하기도 해요. 이 피 드백은 단순히 토론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논리의 문제, 말을 할 때의 버릇이나 토론 자세, 청중과의 눈맞춤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피드백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말 긴장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처음 한토막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남들보다 늦은 군생활을 마치고 한 학기를 보내면서 의지에 불타올라 열심히 공부도 하고 이런저 런 곳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던 중 화장실 앞에서 본 생선한 토막이 크게 그려진 ‘한토막’ 포스터가 제 대학생활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시 ‘토론’이라 는 것에 대해 막연히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기도 했고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매력을 좋아했 기 때문에 지원했는데 정신없이 활동하다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1년간을 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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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 돌아보았을 때, 정말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말을 많이 하긴 했어도 어떻게 전달 될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한 토막 활동을 통해 ‘말’이 갖는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말하기 이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도 생겼고, 살벌한 피드백을 겪고 나면서 어떤 자리든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언제든 돌아 갈 곳이 생겼다는 것도 한토막을 통해 얻은 것이죠.

3. 얼마 전 TV에서 하는 ‘대학토론배틀’프로그램에서 한토막을 보면서 학교 밖의 대회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아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외적으로 어떤 활동들에 참여하고 있나요? 최근 사회적으로 토론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대회가 더욱더 많이 늘어났는데요. 우리 한 토막 또한 올해 많은 대회에 참가해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토막은 대회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 라 다른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토론동아리들과 함께 교류하는 ‘4개 대학 토론교류’모임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것이죠. 이는 각 학교를 방문하여 공개세션 및 대학생들 스스로 주최하고 참가하는 대회를 여는 것인데 지난 9월에는 우리 한양대학교에서 공개세 션이 있었고, 오는 12월에는 성균관대에서 제 4회 4개 대학 토론교류모임 주최 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물론 대회 자체보다는 친목과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웃음).

4. 토론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로를 이해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토론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제 경우에는 평소 제 소신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토론을 많이 진행했는데, 준비하면서 편협했던 제 생각을 발견할 기 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나아가 본 토론을 진행할 때도 서로 상반된 의견이 부딪칠 때, 무작정 이기려 하 기보다 상대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이해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점이 실생활에도 연결되어 여자 친구와 싸우게 되어도 먼저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덜 싸우게 되었고, 친구나 부모 님과 대화를 할 때도 상대를 배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정말 해볼만한 일이기 도 합니다. 토론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부모님과 나누었던 대화, 점심시간에 친구와 했던 이야 기들 모두가 토론입니다. 토론은 싸움이 아니라 사람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일입니다. 우리 한토막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지켜봐주세요(웃음).

● 한토막 blog.naver.com/hyb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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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학 생 가난해도 괜찮아, 젊으니까 괜찮아! 늘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다. 수업이 끝나고 어제도, 그제도 같았던 길을 그대로 밟고 집에 돌아가려면 괜히 어딘지 모르게 섭섭하다. 술을 또 마시자니 속도 쓰리고 비어가는 지갑도 아쉽다. 영화를 볼까? 볼 만한 영화가 없다. 겨우 보고 싶은 게 생겨 같이 볼 사람을 구해 보지만 친구들은 이미 봤단다. 늘 다니 던 왕십리 길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딛고 신선한 사건 위로 걸어가고 싶다. 그 때 눈에 띄는 광고 판, 연극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서 여러 번 본 듯한 광고다. 연극이나 볼까? 반쯤 설렌 마음으로 선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검색한다. 유명 아이돌도 출연한다는 문구, 하지만 제일 싼 자리가 4~5만원이 다. 좋은 자리는? 가격이 뒤통수를 후려친다. 12만원이라고? 옷이 몇 벌이고 밥이 몇 끼야. 마음이 상해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는다. 그냥 얌전히 집에나 들어가야겠다. 편집위원 박혜미 (oliveraja@naver.com)

문 화 공 연


대학생이 되면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공연이나 전 시도 보러 다니고 보고 나서는 글도 몇 줄 끼적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은 묵혀두면 묵혀둘수록 더 막연해진다. 비싸서, 몰라서, 귀찮아서 묻어두었던 막연한 생각을 오늘은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연, 이 가격에 이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으면 소개하지 않으려 한다.

10,000원이요? 아뇨,‘0’하나 빼도 좋아요! KT올레 스퀘어의 Jazz in the city 매주 목, 금, 토, 일요일까지! 일주일의 반절이 넘는 4일이나 내내 공연 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가격도 겨우 천 원이다. 재즈, 아카펠라, 뉴에이 지, 어쿠스틱 등의 라이브 공연이 저녁마다 펼쳐진다. 광화문 2번 출구로 나오면 곧장 올레 스퀘어를 발견할 수 있다. 조금 이르게 길을 나서서 광 화문 근처를 조금 걷다가 저녁을 먹고 올레 스퀘어의 카페 라운지에서 커 피 한잔을 마시며 공연을 기다리면 좋다. 예매한 티켓을 받아 입구에 마 련된 상자에 1,000원을 넣으면 된다. 심지어 이 천 원은 청각 장애 아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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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지원하는 사업에 쓰인다고 하니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본 공연은 홍대 뮤지션 ‘시와’의 공연이었다. 다정하고, 때로는 조 금 슬픈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소하고 평범한 것이었 다. 퍽 감동이 있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조용한 이야기에 잠시 가 벼운 위로를 얻었다고는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공연 중에는 식사권이 나 책 몇 권이 걸린 문자 이벤트도 있는데 이것 또한 잠시나마 가슴 설레 는 즐거움이다. 뽑혔으면 훨씬 오랫동안 즐거울 수 있었겠지만 끝난 이야 기는 접어두자. 하지만 이후에 공연을 찾을 사람을 위해 내가 배워온 팁 을 주자면, 주제가 뭐가 나오든 간에 당일에 공연한 뮤지션의 이름을 넣 어 문자를 보내 보자. 알고 있겠지만 혹 음악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무 조건 칭찬해야 한다. 광화문 주위는 걸을 곳도, 먹을 곳도, 마실 곳도 아주 많다. 천 원의 저 렴하고 착한 공연을 즐긴 후에는 함께 공연을 본 사람과 혹은 홀로라도 가만가만 산책을 즐기고 맥주 한 잔이나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여유를 부 려 보자. 구태여 한 마디 사족을 붙이자면, 참 좋다. ⊙ KT올레 스퀘어 http://ollehsquare.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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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1,000원의 행복 광화문은 즐길 거리가 많다. 의외지만 유난히 그렇다. 아까 위에서 말 한 올레 스퀘어와 마주 보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도 똑같이 1,000원 에 공연을 제공한다. 공연에 감히 수준을 운운할 수는 없겠지만 올레 스 퀘어보다 훨씬 비싼 공연을 1,000원에 제공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여기에 1,000원짜리 공연은 한 달에 단 한 번뿐이라는 조건까지 붙으니 경쟁률은 훨씬 치열해진다. 일반적으로 공연 신청은 월초에서 중반쯤이 고 공연 날짜는 월말이다. 오페라, 뮤지컬, 연극, 재즈, 클래식, 록까지 다 달이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신선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공연이 으 레 값비싼 것을 생각한다면 도전할 만하다. 천 명 이상이 당첨되니 한 번 쯤 운을 믿어 보기에는 그래도 넉넉한 편이다. 나 역시 이 글을 준비하며 도전해 보았다.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을 검색창에 쳐 보자, 그 정도 수고는 투자할 만한 즐거운 문화 복권이다. 만약 당첨된다면 저렴하게 좋 은 공연을 즐긴 기념으로 광화문에서 평소엔 가격이 조금 겁이 났던, 하 지만 맛있는 걸 사 먹고 세종대왕님, 이순신 장군님과 함께 저녁 공기를 즐겨보자.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 천원의 행복 http://happy1000.sejongpac.or.kr/

삼성역 섬유센터의 ‘재즈파크’ 삼성역에서 문화공연이라면 응당 코엑스를 떠올리겠지만 일반적으로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코엑스에 플래카드가 걸리는 공연은 부담스 럽기 일쑤다. 그렇다면 코엑스 방향 말고 삼성역 4번 출구로 나와 큰 길을 따라 직진해 보자. 섬유센터가 금방 눈에 띌 것이다. 삼성역 섬유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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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 달에 딱 한번, 1,000원에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은 일반적 으로 매월 중순경이고 신청은 매월 말경이다. ‘재즈파크’ 카페에 가입하고 댓글로 신청하면 된다. 경쟁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데 다 재즈에 국한된 장르 탓인지 400석 내외를 갖추고 있는데 반해 일반적 으로 신청하는 인원은 그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재즈 뮤 지션들 중에서도 쟁쟁한 뮤지션들이 매번 공연을 펼친다고 하니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가도 좋을 듯하다. 공연 수 준이 높아 재즈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음악을 즐길 줄만 안다면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116회째의 공연이 11월 8일에 있었다고 하니 무시 못 할 만큼의 역사(?) 역시 갖춘 공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번쯤은 늘 틀에 박힌 ‘삼성역 코스’에서 벗어나 4번 출 구로 나와 재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떨까. ⊙ 재즈파크 http://cafe.naver.com/jazzpark

캠퍼스 바깥의 그대, 대학생의 이름을 즐겨라! 24세 이하라면 일 년에 열 번! 마음껏 할인하는 ‘사랑티켓’ 이미 여기저기서 유명세를 탄 바 있어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 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티켓은 24세 이하, 65세 이상의 사랑티켓 회원에게 연 10회의 공연, 전시 할인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공연은 7,000원이 할 인되고 전시는 5,000원이 할인된다. 더군다나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을 ‘관객의 날’로 지정, 그 날의 공연은 1,000원에 예매할 수도 있다. 물론 예매일은 보통 매달 1일로 정해져있고 인기 있는 공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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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경쟁률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스, 캣츠 등 유명하고 가격이 부담스러 운 공연들도 1,000원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니 선착순 경쟁에 뛰어들어보 는 것도 괜찮겠다. 물론 공연이 아무리 훌륭하고 저렴한들 혼자 보면 무 슨 재미가 나겠느냐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까지 섬세하게 고려 해 준 사랑티켓은 한번에 2매도 아닌, 3매를 예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동반자가 24세 이하나 65세 이상이 아니라고 쫓아내지도 않는다. 상냥한 서비스를 등에 업고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을 보러 가도 좋겠다. 눈치가 있다면 공연 관람 후에는 일찌감치 혼자 집에 갈 것을 권한다. 내가 가장 최근에 사랑티켓으로 본 공연은 ‘내가 장롱롱메롱문 열었을 때’라는 작품이다. 관람료는 20,000원인데 대학생 할인을 받아 14,000원, 여기에 사랑티켓 할인까지 더하니 7,000원이 되었다. 요즘의 영화 한 편보 다 저렴한 가격이니 이만하면 부담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감사하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관람했는데 보기 드문 연출력을 엿볼 수 있었다. 관객 석 뒤편의 벽이 열리더니 배우가 튀어 나왔고 하늘에선 내장이 쏟아졌다. 배 우가 옷 하나를 벗었다 입었다 하면서 이 야기와 주변부를 활보하고 배우가 관객석으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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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말을 건다(물론 아쉽게도 여기엔 대답하면 안 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 면 너무 어려운 연극을 선택했었던 것 같다.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배 우들이 나란히 서기에 나는 그것도 연극의 일부인 줄 알았다. 인사를 하 고 누구 하나가 박수를 치기 전까지도 그랬다. 연극이 끝나고 박수를 치 는데 드는 생각은 ‘뭐지, 나만 이해 못했나’. 같이 간 친구들 덕분에 연극 이 어려웠던 것임을 깨닫고 안심했다. ‘난해함’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혹여 이 연극을 선택할 사람에게 꼭 한 가지 충고하자면, 국립극단으로 찾아가 려면 지하철을 타는 서울역 3번 출구가 아닌 기차를 타는 서울역 3번 출 구로 나가야 한다. ⊙ 사랑티켓 http://www.sati.or.kr/

명동예술극장, 만원의 행복을 전하는 ‘푸른 티켓’ 우리가 명동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일반적으로는 쇼핑을 즐 기거나 데이트를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명동에서 연극을 즐긴다면 어 떨까? 명동에 몇 번 다녀본 사람이라면 ‘명동예술극장’을 스쳐 지난 기억 이 없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건물이 보기 드물게 예뻐서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명동예술극장에서는 푸른 티켓이라 해서 24세 이하 청소년에 게 공연 티켓을 10,000원에 제공한다. 고객지원실로 전화예약을 해야 하 고 공연 당일 티켓을 수령할 때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 을 지참하지 않으면 차액을 내야 한다하니 꼭 기억하자. 명동에서 낮 시 간을 즐기고 저녁을 먹은 후 영화와 비슷한 가격에 연극 한 편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특별한 일이다. 더군다나 명동예술극장의 관 람석은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푹신푹신하기까지 하다. 예쁜 언니들의 안내 를 받아 좌석을 찾아가는 것도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명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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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연극에선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와 훌륭한 연기력의 배우들을 만 날 수 있다. 9월 3일에서 10월 3일까지 했던 ‘우어 파우스트’엔 주얼리 정, 배우 정보석이 출현했다. 흔치 않은 기회다. 나는 명동예술극장에서 두 번 정도 연극을 관람한 바 있는데 개인적 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다. 연극도 좋을뿐더러 일단 명동이다. 하루를 실 컷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은 극장에서 저녁에 마지막으로 연극을 관 람하고 집에 돌아가는 일은 뿌듯하기까지 하다. 편안한 좌석에 앉아 종소 리로 시작하는 연극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떠들썩 하게 웃고 즐기는 연극은 아니었지만 멋있었다. 멋있다는 표현이 맞는지 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명동예술극장 1644-2003

대학생이 아니라도 괜찮아, 아가페적인 공연할인 당일 공연은 50% 할인! 티켓링크 깜짝세일&인터파크 핫세일 혹 대학생 신분이 아니라면 또 당장 급하게 공연 티켓이 필요하다면 티 켓링크의 깜짝세일, 인터파크의 핫세일 코너를 이용해도 좋겠다. 당일 공 연을 예매함에 한해서 50%, 혹은 그 이상을 할인해준다. 좌석 지정, 취 소, 환불이 불가능한데다 신용카드로만 구매할 수 있는 등의 쉬이 넘기 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그러한 단점이 있기에 50% 할인이라는 파격적 인 조건이 따르는 것 아니겠는가? 좌석지정 없는 공연을 택한다면 어느 날 불현 듯 공연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나 급하게 데이트 코스를 짜야 하 는 날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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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의 구매 혜택, 할인에만 쓸 텐가? 인터파크 하트, 11번가 칩 요즘은 누구도 필요한 것을 찾아 집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일단 인터넷 을 켜는 것이 먼저고 혹 인터넷에서 괜찮은 걸 발견하면 구태여 바깥걸음 을 할 것 없이 인터넷 쇼핑을 한다. 그런데 구매 시마다, 혹은 리뷰를 쓸 때마다, 메일을 오픈할 때마다 쌓이는 ‘그것’은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묻고 싶다. 인터파크의 경우는 ‘하트’, 11번가의 경우는 ‘칩’이다. 분명 확인해보 면 어찌어찌 쌓여는 있을 텐데 사용해 본 일은 없다. 물론 1,000원 남짓한 할인을 위해 현명하게 이를 먼저 사용해 버린 이도 있겠지만 아직 남겨져 있다면 할인 쿠폰을 얻기 전에 잠깐만 기다려보길 바란다. 인터파크의 경 우 하트 두 장, 11번가의 경우 블루칩(옐로칩 10개당 블루칩 1개로 교환 가능) 두 개면 문화 공연 응모가 가능하다. 인터파크는 몰라도 11번가의 경우 네 번에 한 번쯤은 너끈히 당첨이 된다. 이건 물건은 안사고 오로지 메일 오 픈으로만 모아 왔던 옐로칩으로 11번가 문화 공연에 수도 없이 응모해 벌 써 여섯 번은 당첨이 되어 본 바가 있는 내 경험담이니 믿어도 좋겠다. 나 쁘지 않은 당첨 확률에 올라오는 공연도 괜찮다. 하지만 여기에 작은 팁을 하나 곁들이고 싶다. 기왕 걸어 보는 것 정말 괜찮은 공연이었으면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이 지루해진 사람이라면 꼭 ‘국립 극단’의 공연에 응모해보길 바란다. 난해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공짜로 보 는 것이 조금은 미안해지는 공연이라는 것 까지만 귀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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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생은 너무너무 바쁘다. 과제도 많고 동아리도 나가야 하는데 스펙도 쌓아야 한다. 빈번한 술자리에 쫓기다가 겨우 숨을 돌릴라치면 내 앉은 자리 앞엔 덩그러니 노트북 한 대가 전부다. 비슷비슷한 일상이나 아니면 아예 숨 돌릴 새 없는 폭풍 같은 시간들에 지치는 날 잠시 나 있 던 자리에서 느리게 걸어 나와 공연 하나쯤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 면 좋겠다. 대학생에겐 너무 과격한 티켓 값, 구태여 찾아보기엔 귀찮았던 정도의 관심 등 여러모로 공연을 즐기기엔 어려웠던 학우들에게 잠시나 마 이 기사가 눈요기가 되어 힘들고 지친 어느 날 기분전환 삼아 발걸음 을 옮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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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과 소비사회 한양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 석사과정 홍주영

대형 마트를 가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아마도 거대한 진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 들이 보일 것이다. 현대인에게 대형마트라는 공간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예술가 들은 이곳에서 다른 것을 본다. 특히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면 앤디 워홀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글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바라보았던 현대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세 개의 콜라병(1962) & 달러기호(1981) 워홀의 <세 개의 콜라병>이란 작 품에는 그저 콜라병 세 개가 무심하 게 그려져 있다. 왜 콜라병일까? 누구 나 500원만 내면 사 먹을 수 있는 검 은 탄산 설탕물을 담는 병을 왜 비싼 캔버스에 옮겼을까? 의문이 들지 않 는가. 실제 콜라병에다 페인트를 칠해 전시해 놓은 워홀의 다른 작품도 있 다. 이런 일상적인 레디메이드(ready<세 개의 콜라병, 1962>

made)를 가지고도 그가 팝아트의 거

장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 마음을 가 다듬고 다시 한 번 콜라병을 바라보자. 예술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 면, 코카콜라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몇 년 전 신문에서 보았던 한 기사를 떠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에 대한 기사였다. 내 기억으로는 코카콜라가 다른 모든 브랜드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 었다. 코카콜라는 그저 검은 설탕물보다 더 큰 의미와 힘을 갖고 있는 것 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나는 아침에 일어나 “Dove” 비누로 세수하고 “엘라스틴” 샴푸로 머리를 감고 등교한다. 그리고 “맥도날드”에 가서 맥모닝 세트와 “코카콜라”를 시켜 허기진 배 를 채우고, 강의실로 들어와 “모나미” 펜으로 “모닝글로리” 노트에 강의내용을 담 는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난 뒤, “Hite” 맥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와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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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물건들에 휩싸여 살고 있다. 대량 생산되었다는 것은 원본이 없음을 의미한다. 공산품은 동어반복, 즉 동일 한 것의 반복일 뿐이다. 그런데 워홀은 그것조차 복사해서 캔버스에 담는 다. 그는 가장 익숙한 것들을 캔버스에 그린다. 그것이 현대 사회를 단적 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과거 사람들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나의 할머니는 집안에 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셨다. 장롱이나 조그만 수저까지도 잘 보관하셨던 기억이 난 다. 아마도, 옛날의 사물은 대부분 ‘유일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인이 손수 만들던 호미는 전 세계에서 단 하나의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대량생산품은 생산시스템에 의해 복제된 산물이다. 만약 쓰던 볼펜을 잃 어버려도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문방구에 가면 똑같은 볼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이란 무엇인가? 워홀의 <달러 기호>라는 그림을 보자. 워홀 은 여러 색의 달러 기호를 캔버스에 옮겨놓았다.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지 폐들을 생각해보자. 지폐공사에서 대 량생산된 이 종이는 물질적으로는 그 냥 성분이 특수한 종이에 불과하다 (사실 지폐는 섬유의 일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달러라는 사회적·경제적 가치 가 부여되면 그것은 사회적 기호가 되

<달러 기호>

어버린다. 돈(지폐)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 이렇게 무한 복제되고 유통되는 달러는 현대사회를 극명히 보여주는 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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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conda>

르네 마그리트 & 앤디 워홀, 캠벨 수프(1969) 몇 년 전, 명동을 지나며 신세계 백화점이 이상한 그림으로 덮여있 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양복을 입은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 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르네 마그리트였다.

신세계 백화점 전경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마그리트의 작업이 워홀의 작업과 유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작가의 작품에는 사물이 반복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반복에는 근 본적인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이 서로 각각 다른 목표를 지향하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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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수프, 1969>

다. 마그리트 작품에서 반복되는 것은 나뭇잎을 닮은 새, 중절모를 쓴 신 사와 같은 자연물이나 유일물이다. 반면 워홀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이미 지는 캠벨수프나 브릴로 박스와 같은 대량생산품들이다. 반복의 대상뿐 아니라 방식 또한 다르다. 마그리트의 이미지는 반복될 때마다 일상적 사 물의 ‘낯설게 보기’를 수행하지만, 워홀의 이미지는 아무리 반복되어도 결 국 획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그리트는 사물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에 보이는 실재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더 진정한 현실을 지향한다. 반면 워홀은 실재의 껍데기에 머물면서 철저한 피상성을 긍정 한다. <캠벨 수프>에서 깡통 캔이 반복되는 이미지(통조림 제목만 바뀐다)는 슈 퍼마켓에 진열된 캠벨 수프의 모습과 매한가지다. 여기서 그림의 생산양 식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캠벨 수프>는 실크스크린 작품이다. 실크스크 린은 자기가 원하는 상(像)대로 스텐실을 만든 후, 그 위에 실크를 올려놓 고 실크의 망사로 잉크가 새어나가도록 하면 구멍이 난 스텐실 부분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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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가 묻어나는 원리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누가 작품을 완성했는지 알 수 없어진다. 실제로 앤디 워홀 대신 그의 조수들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워홀에게 그림을 ‘누가’ 그렸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작업실에서 익명적으로 만들어 진 작품은 앤디 워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찍혀 나오고, 사람들은 그 작 품(상품)을 소비(관람 또는 구입)한다. 예술도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예술이 ‘유일물’을 생산하는 장인의 영역으 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앤디 워홀은 그것을 거부했고, 예술영역 에까지 산업주의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캠벨 수프 의 건조하고 획일적인 이미지는 어떤 섬뜩함까지도 느끼게 한다. 앤디워 홀은 스스로 기계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현대에서는 필연 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인간도 결국 특정 시스템 속에서 생산되는 산물 중 하나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양대학교 외의 많은 대학들에서는 “ABEEK(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라는 공학

인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 램을 이행한 학생들은 ABEEK 인증을 받 게 된다. 어떤 것이 연상되지 않는가? 학 생을 어떤 재료나 자원이라면 ABEEK 프로그램은 생산라인에 비유할 수 있 다. 이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어떤 능력(성능)이 보장된 학생이 된다. 마치 공산품에 찍혀 나오는 KS 마크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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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1967) “I want to be a star.” 스타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다. 신비하고 빛나는. 현대인들은 스타 에 열광하고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앤디 워홀 역시 그러했다. 현대사회 는 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매스 미디 어다. 단언컨대 매스 미디어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라는 개념은 존재하 지 않았을 것이다. 대량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TV나 인터넷 같 은 매체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효리나 비 같은 스타가 있겠는가? 스타는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의 총체일 뿐이다. ‘이찬–이민영 커플’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이 결혼을 발표했을 때 매스컴은 둘의 사랑을 영화처 럼 아름답게 포장했다. 하지만 두 스타의 실제 모습은 구타와 유산 그리 고 이혼으로 얼룩진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TV 속 ‘이효리’와 실제 이효리 는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없다. 실제 이효리가 섹시한 여성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이효리’는 확실히 털털하기도 하고 섹시

<마릴린 먼로,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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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도 한 여성이다. 후자는 하나의 기호이며, 그것을 만드는 것은 이미지 다. 이미지는 현대인의 의식을 지배한다. 30초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상업 광고도 이미지의 집합이고 그렇게 각인된 이미지는 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코카콜라와 나이키의 예를 보아도 우리가 나이키를 신거나 코카콜라를 사먹는 것은 물건의 성능을 구매함에 앞서 상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에게 코카콜라는 설탕물이 아니라 즐 거움과 젊음을 의미하고, 나이키는 좋은 신발이 아니라 조던의 이미지나 열정을 의미하듯이. <마릴린 먼로>는 마릴린 먼로의 실물이 아닌 그녀의 사진(복제된 이미 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또다시 복제한 결과물이다. 그는 한발 더 나

아가 아웃라인만 남겨두고 그녀의 얼굴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혀 다양 한 이미지를 재생산해냈다. <마릴린 먼로>는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아 니다. 그는 삭제할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강조할 부분(눈, 입술, 머리스타 일)은 원색적인 색체로 표현했으며 강렬한 색감으로 성적매력을 나타냈

다. 그리고 이미지들을 반복시켰다. 결국 마릴린 먼로의 실재는 이미지 속으로 사라지고 이미 지만 남게 되었다. 워홀이 관심 두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가 만들어낸 이미지인 것 이다. 명성을 가진 한 인물이 죽는다는 것은 육신을 가진 한 사람의 소멸이면서 동시에 그 가 이미지로만 살아남게 됨을 의미한다. 이미 지로만 남은 스타는 변형·조작되고 상품화되 어 대중에게 제시된다. 워홀이 주목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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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 앤디 워홀, 자화상(1967) 앙드레 김과 앤디 워홀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스타 를 좋아한다는 것이 다. 워홀은 마릴린 먼 로, 무하마드 알리, 리 즈 등 수많은 스타들

(좌) 앙드레 김, (우) <자화상, 1986>

을 그렸다. 그리고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선다는 것은 그 사람이 스타로 인정받았음을 뜻했다. 워홀과 앙드레 김은 또한 스스로 스타가 되었다는 점도 닮았다. 워홀은 자신이 그린 스타들만큼의 명성을 얻고 나서부터는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강렬한 색을 입히거나 여장을 하기도 했다. 앙드레 김은 몇 십 년 동안 새하얀 옷과 하얗게 칠한 얼굴, 같은 헤 어스타일을 고수하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만들었고, 그의 말투나 제 스처는 널리 패러디 되엇다. 워홀과 앙드레 김은 매스컴을 이용할 줄 알았다.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 을 끄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타가 되었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예술도 비즈니스의 시대라고 한다. 워홀은 “돈 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고, 비즈니스야 말로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현대사회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 었고, 수 십 년을 앞서간 예술가 겸 사업가였다. 앙드레 김 또한 몇 십 년 동안 자신만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들어온 예술가 겸 사업가다. 예술을 상업적 가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두 사람은 현대 예술가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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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 앤디 워홀, 최후의 만찬, 5명의 죽음 키치(kitsch)의 어원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진흙을 문대며 논다’는 의 미의 독일어 동사 kithcen, 혹은 ‘값싸게 만들다’라는 메클렌부르크 방언 verkitschen, 아니면 ‘건방지고 우쭐대는 것’을 의미하는 러시아어 동사 keetcheetsya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들이 있다. 이런 단어들에서 우리는 ‘키치’가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가볍고 부정적인 단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키치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예술과 원색 화보가 실린 문학지, 잡지 의 표지, 광고, 호화판 잡지나 선정적인 싸구려 잡지, 만화, 유행가, 탭댄 스 할리우드의 영화를 칭한다. 키치는 저속하고 자극적이고 유치한 것이 다. 넓은 의미로 키치란 유의미한 존재를 생산하지 못하고 이미 만들어진 신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키치와 예술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 까? 키치는 복제과정의 즉각적이며 자동적인 결과물이 아니 다. 어떤 물건이 키치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는 항상 그것의 목적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뒤샹은 전시회에 변기통을 출품한 적이 있다. 그것도 작가 서명을 제조회사 Mutt로 당당히 적은 채로 말이다. 제목은 <샘>이었다. 당 시 평론가들은 정신 나간 사람의 장 난이라 생각하고 변기통에 커튼을 씌웠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뒤샹의 <샘>은 현대예술을 대표하 는 작품이 되었다. 공장에서 생산 된(ready-made) 변기가 말이다. 앤디 마르셀 뒤샹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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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도 뒤샹처럼 레디메이드 작품을 생산해왔고, 그의 작품 역시 현대 예 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런 워홀의 작품과 키치는 매우 비슷한데, 둘 사 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키치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인간과 사물과의 관계방식에 따라 정의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예술이 그러하다. 예술이란 본질에 의해서 규정된다 기보다 외부적인 힘의 변화에 의해 상대적으로 정의되는 열린 체계다. 한 마디로, 예술의 영역은 계속 바뀐다. 예전에는 사진이나 영화는 예술로 취 급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어떤 것을 예술로 인정하는 주체로 ‘예술계’라는 것이 있다. 워홀은 처음엔 순수예술가로 인정받지 못 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작품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트렌드’를 만들 었다. 예술계가 예술을 낳고, 예술이 예술계를 낳는 반복인 것이다. 그런데 워홀은 예술에 아우라를 씌우는 대신 아우라를 없애는 반대 작업을 시도한다. 그는 과거 유명한 예술 작품도 캔버스에 복제해냈다. 레 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중 하나인 <최후의 만찬>이 워홀에 의해 원작의 아우라를 상실한 것이다. 워홀의 <최후의 만찬>에는 원작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거칠고 삭막한 이미지만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워홀의 작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너무 많이 반복되는 일이다. 포털 사이트에 ‘최후의 만찬’을 검색해보자. 수십 장의 똑같은 그림이 뜰 것이다. 그것들에 원작의 아우라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최후의 만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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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은 죽음조차도 이미지 화 했다. <5명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보고 무엇이 느껴지는 가? 안타까움이나 비통함? 아 니다, 그저 누워있는 차와 쓰 러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초 <5명의 죽음, 1963>

록색 색깔만이 눈에 보인다. 상황의 처절함과 죽음의 공포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무섭지만, 이 역 시 우리 주위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들이다. 뉴스를 봐도 하루에 몇 명 씩 사고로 죽어가지만 제3자인 시청자에게 그것은 그저 수치, 그리고 이 미지로서 다가온다. 따라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이미지 는 상황의 진실을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점점 이미지에는 익숙 해지고 실재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무섭지 않은가.

에필로그, 보드리야르 & 앤디 워홀, 워홀을 넘어서 “Neo, 너는 지금까지 꿈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어.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말이야. 너의 전 생애가 땅위가 아니라 지도 위에 있었던 거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 1편의 대사다. 사람들이 <매트릭스> 에 열광한 것은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우리가 보는 현실이 컴퓨터에 의해 시뮬레이션 된 가상현실이라는 영화의 신선한 설정 때문이다. 눈에 보이 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던 대중들에게 영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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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워쇼스키 형제의 독창적 상상의 결과물은 아니다. ‘어디까 지가 진실이고 진리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철학자들의 고민들을 가시적 으로 풀어냈을 뿐이다. 특히 <매트릭스>의 모태가 된 사상가는 프랑스의 급진적 사상가 보드 리야르다. 앤디 워홀 역시 보드리야르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 다. 현대에서는 존재한다고 사실이 아니고, 일어난다고 사건이 아니다. 사 실이기 위해선 보도되어야 하고, 사건이기 위해선 카메라에 찍혀야 한다. 사실과 사건을 있게 하는 것이 미디어에 의한 복제다. 하지만 그것이 더 욱 심화되고 강화되면, 그때는 복제가 현실을 베끼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이 복제를 베끼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기숙사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창밖을 보게 되었다. 도로 위로 수많은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광고와 뉴스속 보들이 띄워져 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보는 세상이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옆의 사진은 사진이 아 니다. 아크릴 물감으 로 그 린 그림이다. 극사 실주 의 (Hyperrealism) 작품은 실재를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실재 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마크 클로스,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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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우리의 현대성이 낳은 부산물인 기호와 이미지로 넘쳐나 고 있다. 하나의 기호. 이미지는 또 다른 기호, 이미지를 산출하고, 그것 은 또 새로운 기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실재와 기호. 이미지를 구 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 점점 더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초과 실 재가 생겨나게 된다.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것들, 예를 들면 영화 속의 수많은 이미지들 그리고 미국이라는 이 미지,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스타들의 이미지…. 그 중 어떤 것이 실재인 가? 우리는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이처럼 기호와 이미지만 넘치는 곳 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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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포커스 귀가 길에 보는 노을, 기분 전환으로 찾아간 공원의 나무숲… 당신이 보는 세상은 어떤 색인가요? 여러분의 시선을 한양 교지에 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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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포커스

바람, 바람. 신소재공학부 10 최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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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달콤한 여가를 위한 완벽한 영화

연극영화학과 08학번 한동균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영화가 있다. 단순히 흥미만을 위해 제작된 일회용 영화부터, 세월이 흘 러도 그 중요성을 잃지 않는 대신 다소 지루한 감이 있는 예술 영화까지. 그렇기에 볼 영화를 골라야 하는 우리는 언제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저 흥미 위주의 영화를 보자니 시간이 아깝고, 어려운 영화를 보자니 우리의 여가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화를 볼 수 없다.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모 를까,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이상 우리는 이 난제를 풀어야만 한다. 아, 그렇다고 영화로 향하던 발걸음을 옮기지는 마라! 다른 여가 생활이라고 뭐 다를 거 같 은가? 당신이 뽑아든 만화책이 재미없을 확률이라든가, 당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의 선발투수가 컨디션 난조를 보일 확률은 어떤 영화가 재미없을 확률보다 높으면 높았지, 그리 낮지는 않다. 뭐라고? 만약 영화가 지루하거나, 그저 킬링타임용이면 당신의 황금 같은 휴일을 누가 보상하 느냐고? 걱정 마라. 여기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당신이 여가를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모르는 사람인 네 말을 어떻게 믿겠냐고? 좋다, 내게 남은 지면 을 다 바쳐 당신을 한 번 설득해 보겠다. 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1960)」의 진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굳이 이 영화가 제33 회 아카데미에서 5개의 상(작품, 각본, 감독, 미술, 편집 부문)을 거머쥐었다는 사실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을 거 같진 않다. 어쩌면 당신이 영화제 수상작이라면 학을 떼는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우리에겐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함께했던 감독 빌리 와일더와 배우 잭 레몬. 거기다가 히치콕의 「해리의 소동(1955)」의 매력적인 여배우 셜리 매클레인까지 이 영화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면 이제 좀 혹하겠는가? 뭐? 아직은 아니라고? 좋다,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 우리의 주인공 벡스터(잭 레몬)는 독신의 보험 회사 직원이다. 그는 퇴근 시간 후에도 사무 실에 혼자 앉아 일하는 날이 많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오직 그만 홀로 사무실에 남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성실한 일벌레라서? 아니다, 그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무 실에 남는다. 그의 아파트가 직장 상사들의 혼외정사를 위한 공간으로 변질하여버렸기 때문이 다.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멋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그가 얻는 것은 빠른 승진을 위한 상 사들의 협조다. 그런데 상사들의 밀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뒤,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의 삶이 나 아지는 것도 아니다. 벡스터는 거의 습관적으로 밀회의 흔적들을 정리한 뒤 냉동식품으로 끼 니를 때운다. 설상가상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켜놓은 TV마저도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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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 보기만 해도 팍팍한 벡스터의 삶 속에서 유일한 낭만적 요소가 바로 회사의 엘리베이터 걸 프랜(셜리 매클레인)이다. 벡스터는 그녀를 짝사랑한다. 그녀 또한 벡스터에게 호감을 느끼 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일이 제법 잘 풀려가는 듯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주인공 벡스터 가, 비록 집에는 일찍 들어가지 못하지만, 나이에 비해 빠른 승진을 하고 매력적인 아가씨와 데 이트 약속을 잡는 데까지 성공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벡스터가 승진을 위해 아파트를 제공하는 인사 담당자 쉘드레이크의 정부라 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벡스터가 아무리 그녀만을 바라보아도 프랜 은 쉘드레이크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 그런데 쉘드레이크는 프랜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곁에 있어야 하는 순간엔 항상 그녀를 외면한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부인 과의 이혼을 약속하지만, 그것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동서고금을 막 론하고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리는 것을…. 영화 속의 일련의 사건에 의해 쉘드레이크가 본의 아니게 부인과의 이혼까지 쟁취하자 벡스터는 이 삼각관계에서 완전히 밀려버린다. 결국, 벡스터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프랜을 포기하고 승진을 택한다. 거대하지만 삭막한 도시 뉴욕. 본사 직원만 31,295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 사랑을 포기하고 승진을 택한 남자. 여가에까지 이런 씁쓸한 것들을 보게 해서 미안하다. 이런 것들은 당신에겐 잊고 싶은 현실이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으레 많은 주인공이 그렇듯이, 우리의 주 인공 벡스터도 절대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으니 말이다. 영화의 말미에서 벡스터는 쉘드레이 크의 권위로 대변되던 자본주의 사회의 질서와 출세에 과감하게 맞선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게 된 프랜은 쉘드레이크를 떠나 벡스터에게 간다. 어떤가? 이제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좀 드는가? 당신의 여가가 이 영화로 장식된다면, 당신 은 아주 달콤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자본주의 사회에 과감히 맞선 벡스터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천부적인 코미디 배우 잭 레몬과 그의 벡 스터가 영화 속에서 계속 주변인들의 오해를 사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당시 헐리웃 영화들의 특징인 시적인 대사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도 쏠쏠할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끝나는 동안 당신이 많은 것을 얻었듯, 우리의 주인공 벡스터 또한 얻은 것 이 있다. 자신의 아파트, 그러니까 자신의 공간에 대한 주권과 프랜의 사랑이 바로 그것들이다. 아파트와 배우자,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나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는 것은 그 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가정이다. 프랜이 그에게 달려간 시간은 새해 전날 밤이다. 그들은 이제 새해를 살아갈 것이고,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부디 그들이 행복과 안정을 누릴 수 있 길 바란다. 직장도 잃은 마당에 행복해질 수 있겠냐고? 만약 당신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 영 화의 매력적인 마지막 대사로 대답해주겠다.

“Shut up, and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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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 ew 도서평, 영화평, 연극평 등 다양한 시각의 다양한 문화 비평 글을 보내주세요. 채택 되신 분께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분량 : A4 1~2장 접수 : jyjk2327@gmail.com 편집장 유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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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일상 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이번 일상의 주제는

초성 ‘ㄴ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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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상 인터뷰의 키워드는 ‘낭만’. 자칫하면 한껏 오그라들지도 모르는 주제를 고르는 바람에 누구를 인터뷰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혜성처럼 나타난 정윤모 학우! 당황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성심 성의껏 대답해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veryday

편집장 유은수 jyjk2327@gmail.com

낭만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낭만적이라는 말 흔히들 하는데, 사실 낭만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잘 모 르겠어요. 어떤 좋은 것, 좋은 일? 사전 찾아보면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 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라고 나 오는데… 별로 공감은 안 가네요. 사전에 적힌 뜻은 오히려 전혀 낭만적이지 않 은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자신은 낭만적인 남자인가요?

낭만적으로 타고난 건 아니지만, 낭만적이려 노력하는 남자라고는 생각해 요. 그런데 낭만을 위해서는 일단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탈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일상이 메말랐다 싶을 때 제가 하는 작은 일탈은 혼자 서 점에 가는 거예요. 거기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구경하죠. 혼자 책을 보고 있거나 같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연인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 전환이 되는 느낌이에요.

여행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기억을 꼽는다면?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으려면, 일단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사 람,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과 같이 가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기 억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낭만적인 여행이 아닐까 요?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을 꼽는다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서 봤 던 광경이에요. 제주도를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높은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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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에 올라 낮은 봉우리들을 보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연인과 이런 낭만적인 걸 해보고 싶다?

평소에 그런 걸 생각해보지 않아서 대답하기가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어떻게 보면 흔한 건데, 아직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그래 서 여자친구가 생기면 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그걸 낭만, 로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소박한 것 같기도 해요. 낭만은 더 환상적이어야 하는데(웃음). 그리고 제 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여자친구와 버스에서든 어디에서든 이어폰을 한쪽 씩 나눠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아요. 사실 사랑하 는 연인과는 무엇을 해도 다 낭만적이지 않을까요.

스포츠산업학과 07학번 정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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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ㄴㅁ’을 듣고 떠오른 많은 단어 중 가장 진지한 얘기를 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단어 ‘내면’을 인터뷰 주제로 잡았다. 자칫 심오할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최대한 가벼운 느낌으로 컴퓨터 공학부 임민 기 군과 인터뷰를 해 보았다.

everyday

수습위원 권수진 shine-ksj7@hanmail.net

평소 속마음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인가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남는 시간은 많지만, 속마음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많 이 갖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남으면 컴퓨터를 하거나 때때로 독서를 하 면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어쩌다가 한 번씩 속마음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일상 속에서 내세우지 못하고 맘속에 숨겨두어야 했던 생각들이나 과 거에 행복했던 일들, 잘못했던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서 저는 저 자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요.

어릴 때와 지금의 내면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나이가 들면서 많이 성숙해졌죠. 성숙해지면서 어떤 일에 관해서 깊게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말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느 정 도 철도 들었고, 여러 가지 일 들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게 되었고요. 그리고 어렸을 때에 비해서 뚜렷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어릴 적의 막연한 목표에서 지 금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 나가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겉모습만 어른이고 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종종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게 돼요. 상대방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분 들이요. 물론 자신의 생각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진정으로 내면이 성숙한 사람이라면 대하는 상대방의 내면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 까 생각해요.

168 H anyang University


본인이 스스로 성숙해졌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였나요?

대학에 들어와서 한 달 여쯤 지났을 때, 혼자 사는데 익숙해진 저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성숙해진 것을 느꼈어요.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저는 서투른 것 투성이였죠. 요리에서부터 빨래, 설거지, 관리비를 내는 것에서부터 가끔씩 하는 집안 청소까지…. 안 하던 것을 하려니 어색하고 실수투성이였어요. 하지 만 한 달쯤 지나고 이런 일들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많은 세상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장자의 말을 들으라는 옛말 도 있듯이 세상경험을 통해서 많은 일의 대처법을 익히게 되고, 세상을 살아가 는 데 있어 능숙함이 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으로, 많은 실패도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사람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하지만, 과거의 자신의 잘못된 점을 되돌아보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잖아요. 자신의 잘못된 점들 을 고쳐나가면서 성숙함이 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면에 대해서 2행시를 지어주세요

내 : 내 맘속에 꽁꽁 숨겨진 진실된 면 : 면모를 알 수 있다면…. 내면이란 게 알기 쉬운 것 같지만, 실제 나의 진실 된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상 시 지내면서 느끼는 나 자신의 내면은 진정한 나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 아니라 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내면의 2행시를 이렇게 지었습니다.

컴퓨터공학부 11학번 임민기

2011 W 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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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에 쫓겨 일상 인터뷰이를 찾아나섰는데 단번에 눈에 띈 사람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 구세군 모금원이셨다. 인터뷰를 부탁하려 할 때 먼저 알아봐주시고 교지를 입학 후 계속 모으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오재석 학 우께 정말 너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veryday

편집위원 김준영 etmanman@hanmail.net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들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1학년 때 너무 많이 먹는 편이었어요. 술이든 밥이든. 원래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밥을 국그릇에 먹다 보니까 식사량이 많아졌어요. 그 습관이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남아있어서 1학년 때는 밥을 많이 먹었어요. 뭐 술도 그렇고(웃 음). 그래서 속이 안 좋아지고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 다 보니까 저절로 식사량이 줄어서 적당히 먹게 됐어요.

어떤 물건을 너무 좋아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릴 때 그런 게 많았어요.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아놓았는데 부모님이 몰 래 갖다 버리시기도 하고(웃음). 어릴 때 좋아하던 인형이 베개 정도 크기였는 데, 아빠가 태워버리셔서 정말 충격이었죠. 신문 모아놓은 것을 버리시기도 했 고요.

살아오면서 여태까지의 난관 중에 ‘아! 이건 너무 어렵다!’라고 느끼신 것은 무엇이 있나요?

지금까지 난관이 많기는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다 별거 아니었어요. 지금 잘 지내고 있잖아요(웃음). 그때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좌절했었지만 시간 이 지나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앞으로도 난관은 많겠죠. 하지만 더 먼 미 래에서 보면 별일 아닐거라 생각해요. 물론 난관이 닥쳤을 때는 힘들어하겠지 만요.

170 H anyang University


‘나는 정말 이 때 남이 너무했다고 느꼈다’ 언제가 있을까요?

총학선거요. 제가 8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참관했어요. 어떤 선본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중선관위의 잘못이 크겠죠. 선거 가 아주 정말……. 너무했어요, 말 그대로. 그리고 또 정말 너무했다고 느꼈던 건 올해 축제 때 한마당과 노천극장에 자동차회사 스폰을 위해 자동차를 전시 해둔 일이에요. 한양대가 만드는 축제의 중심에 자동차 전시가 들어선 게 제일 너무했다고 생각해요.

남동생이 있으신데, 너무 철이 없다고 느끼실 때는 언제에요?

형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항상 철이 없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 가 너무한 경우가 많아요. 동생이 철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몇 년 더 살았다 고 제 기준에 맞추니까 그런 거잖아요. 너무한 것은 항상 형인 저인 것 같아요.

물리학과 07 오재석

2011 W 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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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편집위원 이동주 sentiment22@naver.com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이름 석 자 정도는 문과를 택해 고등학교 를 졸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나 사회에서 평가하는 그에 대한 부정 적인 시각 또한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요. 실제로 우리 머릿속에 박힌 그의 이미 지들 또한 그렇습니다. 무능한 대통령, 미국의 꼭두각시, 한강 다리 폭파, 친일 파 채용, 부정선거,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 쭉 나열해 놓고 보니 왜 사학 계를 비롯한 국민들이 이승만에게 그토록 분노하는지 알 것도 같군요.

국사와 근현대사를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 저에게 각인되었던 그의 이미 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버린 채 한강 다리를 폭파한 대통 령이라니…. 그렇게 점차 이승만은 제 속에서 어둡고 더러운 파편으로 가득 채 워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저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 습니다. 바로 이승만의 재평가에 관한 이야기였죠.

“그는 독재를 위해 국민 우민화를 추진한 북한과는 달랐다. 국민 교육을 장 려하여 한글 문맹률을 78%에서 약 10~20%로 낮추었다. 또한, 민주주의 사상 을 지켜내어 한국에 정착시킨 것도 바로 그였다. 이승만이 공산주의에 강경한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아마 남한 또한 소련의 수중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 다….”

172 H anyang University


벌써 2년 전의 일이라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마치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무능한 대통령 에게도 ‘업적’이 있었다니.

나는 왜 한 번도 그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을까요. 그 누구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들, 아니 어쩌면 알 수 있었지만 놓쳐버린 것들이 이 제까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냥 남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다고 하니까, 무 리지어 있으니까 자연스레 그 안에 녹아들었던 것입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나’는 사라져버리고, 한 무더기의 사상과 선입견만이 덩그러니 남게 된 것이죠.

‘이승만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니 우리 모두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자!’ 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재평가 되었다고 해서 그간의 행동들이 용납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승만에 대한 제 부정적인 생각이 변한 것은 더더욱 아니 고요. 그냥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우리가 놓쳤던 것들 혹은 간과해왔던 것들을.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믿어왔던 사실들이 때로 는 진실이 아니기도 하지요.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있고, 모든 사물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요.

여야의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반값등록금의 논란 폭풍이 휘몰아 친 후 요 즘은 FTA 비준안 통과을 두고 나라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네요. 모두 믿고 싶 은 것만 보려고 하고, 알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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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 꿀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부편집장 김선주 yamijanggun@nate.com

정말 어렸을 때에는,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는 동화를 들으며 잠을 자곤 했습 니다. 눈을 꼭 감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저는 그 이야기 속의 한 등장인물이 되곤 했었죠. 버섯 모양 집이 가득한 마을에 사는 난쟁이 가 되기도 했었고, 물 위를 떠다니는 새끼 오리가 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비 록 어둠은 무서웠어도 잠자는 시간을 늘 기다리고는 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세 상을 만나게 될까?’ 두근거리면서 말이에요.

조금 더 나이를 먹어 혼자 자는 데 익숙해져야 했을 때에는,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이때부터 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항상 저 자신이었어요. 중학생이 된 내 모습, 고등학생이 된 내 모습, 그리고 너무나 멀 게만 느껴지던 대학생이 된 내 모습…….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던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제 이야기 속 자신도 반짝반짝 거리고 마냥 자랑스러운 모습이 어서 매일 행복해하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게 있어 잠자는 시간 은, 미래의 자신을 꿈꾸는 시간이 되었던 거에요.

그렇지만 막상 중학생이 된 제 모습은 초등학교 때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 았습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된 제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죠. 제가 현실을 너무 몰라서였던 걸까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들을 맞이하고 어릴 적 꿈 꾸던 모습과 비교해보니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슬펐음에도 습관처럼 밤마다 꿈꾸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멋진 어른이 된 스스로에 대한 꿈

174 H anyang University


들이 이어졌죠.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언제나 남들을 도우며, 정의를 몸소 실 현해 보이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그 주된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더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매일 밤(사실 밤도 아닌 새벽이죠) 늦게 침대에 누우면 다음 날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잠을 청할 뿐이에요. 허황된 상상을 하며 잘 수 있는 시간을 깎아 먹는 짓은 어리 석잖습니까 – 아니요, 사실 이건 핑계일 뿐입니다. 어느 날 문득, 이미 스스로 꿈꾸던 ‘멋진 어른’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제 모습을 지난날 꿈에 비춰보려 시도할 때마다 가슴이 콕콕 쑤시고 어깨가 쳐졌 거든요. 때로는 슬퍼서 눈물짓기도 하고, 또 때로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기를 반 복하다 보니 어느새 꿈을 꾸지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더라구요.

꿈꾸지 않는 인간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던데, 그래서였을까요? 요즘 저는 사는 게 참 재미가 없었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또 내일도 오늘 같을 것 같아 무의미하다고만 여겨졌거든요. 그제야 마음이 불편하단 이유로 꿈꾸기를 접어버린 것이, 어쩌면 스스로의 성장도 막아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꿈을 꿔 보려고 해요. 물론 그 옛날, 매일 밤 두근거리며 내일을 기대하던 아이의 그것처럼 마냥 행복한 꿈은 될 수 없겠지만, 지난날 꿈들과 지금을 비교하면 여전히 가슴이 쿡쿡 쑤시겠지만 말입니다. 아직 성장을 멈추 고 틀 안에 갖혀버리기엔 충분히 어리다고 믿고 싶어요. 오늘 밤, 10년 전 그때 처럼 꿈꾸며 잠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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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뚱뚱함은 죄가 되었나요? 편집위원 박혜미 oliveraja@naver.com

‘회사에서 상사가 뚱뚱하다고 괴롭혀요.’,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성추 행범이 저더러 자기가 왜 뚱뚱한 여자 엉덩이를 만지겠냐고 오히려 화내더라고 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옆 사람에게 살쪘다고 욕먹었어요.’ 네이트 판 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즐겨 읽는 저는 종종 이런 글을 보곤 합니다. 몸무 게가 많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는 현실이 슬프다고 생각하면서 마우스 휠을 굴려 댓글을 확인하면 댓글은 더 가관입니다. 대부분이 ‘안됐네요, 하지 만 살찐 당신 잘못이 크니까 살을 빼세요.’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가장 현실적 이고 통쾌한 방법이지요. 하지만 왜 아무도 가해자를 향해 먼저, 더 크게 분노 하지 않는 걸까요. 왜 가해자가 반성해야 하는 사건이 분명함에도 사람들은 피 해자에게 먼저 요구하는 걸까요. 뚱뚱한 게 죄인 사회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몸무게는 날이 갈수록 정상 몸무게에서 멀어 지고 미디어 매체들에선 늘 다이어트를 소리칩니다. 다이어트 식품시장이 2000 억 원에 달하는 현대사회는 살찐 사람을 경멸합니다. 다이어트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예쁜 몸매를 위해서도 다이어트는 종종 꼭 필요하 지요. 하지만 다이어트 강권하는 사회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뚱뚱한 것 은 개인의 문제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뚱 뚱한 사람을 사회악과 같이 취급합니다. 뚱뚱한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안 구테러라고 분노하고 길에서 뭘 먹으면 저러니까 살이 찌지, 다 들리도록 쉽게 말합니다. 뚱뚱한 사람에겐 마음이 없는 듯이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겐 점점 이런 일들이 당연해집니다. 살찐 사람 의 인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176 H anyang University


현대사회에서 몸은 몸으로서의 기능을 상당부분 무시당합니다. 몸은 날이 갈수록 상품화됩니다. 뚱뚱한 사람의 몸은 상품으로서는 탈락입니다. 여성은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날씬한 것과 또 뚱뚱한 몸이 날씬해지는 것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살찐 채로 자기 몸을 내버려두는 것은 죄악 입니다. 뚱뚱한 여자는 게으르고, 자기 관리 안하고, 더럽다고 인식됩니다. 텔 레비전에서도 뚱뚱한 것은 악당의 몫이고 개그맨의 몫입니다. 마른 것의 아름 다움을 찬양하고 ‘날씬함’을 강요합니다. 우리는 상품화 된 몸에 길들여지고 자 신의 몸을 더 상품답게 가꾸기를 선망합니다. 그 와중에서 뚱뚱한 사람의 인 권은 우리에게 점점 무심한, 더 나아가서는 아무 상관없는 주제가 됩니다. PPPO라는 단체를 아시나요? ‘매우 뚱뚱하고 짜증난’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 는 뚱뚱한 사람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열량의 식품 과 다이어트를 함께 권하는 사회에게 분노하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원들이 운 동의 일환으로 멋진 의상을 입고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저 뚱뚱하지요?’ 사람들은 매우 당황했다고 합니다. 뚱뚱한 여자가 이 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찐 자신을 유쾌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얼마나 낯선 것 인지는 더 덧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 하는 뚱뚱한 여자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하니까요. 자신 있게 거리로 나서서 자신의 인권을 외치고 뚱뚱한 자신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사회 어디서도 예고하지 않던 것입니다. 매일같 이 텔레비전에 나오던 것과는 상이하지요. 이 글을 쓰는 제 자신이 날씬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기가 사실 무서웠습 니다. 자기변명처럼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날 씬함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뚱뚱함이 좋다고 찬양하려는 것도 아니지요. 다 만 마른 몸을 강요하는 사회, 기름지고 단 것으로 끊임없이 유혹하면서도 정작 뚱뚱한 사람은 못난 존재로 만드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살찐 사람의 인권을 위해 묻고 싶습니다. 언제부터 뚱뚱함은 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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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이루기 위해 챙겨두어야 할 것 편집위원 유수빈 hellosoop@nate.com

한 알의 작은 씨앗은 이듬해 싹이 나고 그 싹은 자라서 열매를 맺으며 튼튼 한 나무가 된다. 그리고 이 나무들은 모여서 숲을 이룬다. 이처럼 이듬해의 풍 요로운 숲을 보고 싶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중요한 씨앗을 잘 남겨 두어야 한다. 이를 이야기하는 네 글자. 석과불식(碩果不食).

11월 어느 늦은 날 밤, ‘생각이 차오르는 인문학 카페 시즌3’ <신영복 교수님 과 더 숲트리오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들었던 ‘석과불식의 인문학.’ 교 수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잊지 말고 지니고 있어야 하는 씨앗과 같은 것이 인 문학이라고, 우리는 그것을 잘 거두어 숲이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한 명의 인 문학도로서 괜스레 뿌듯한 그런 말이었다.

하지만 인상 깊었던 그 말과는 달리 현실에서 인문학은 항상 위기다. 우리 부모님이 대학생이셨던 시절에도 국문과는 ‘굶는 과’로 불리기 일쑤였고, 그리 고 그 때와 더불어 내가 대학생으로서 공부하는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사람들 은 인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인문학의 위기.’ 하도 들어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 는 요즘은 인문학이라는 단어 뒤에 저절로 ‘위기’라는 단어가 따라붙고야 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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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갑한 현실에서 ‘생각이 차오르는 인문학 카페 시즌3’는 이번 학기 나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나 름의 위안을 얻고, 나름의 생각을 펼쳐볼 수 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 간 속에서 철학자와 함께, 다큐멘터리 PD와 함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 께, 언론인과 함께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왠지 모르게 느꼈던 안도감은 다만 그 당시 분위기에 휩쓸린 기분 탓만은 아니었기를. 전공 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왠지 모를 불안감을 스스로 녹이며 느낀 나름의 진실한 감정이었기를.

이쯤에서 되돌아보았을 때, 내가 이번 학기에 들었던 인문학 카페의 강연 그 리고 내가 듣는 전공수업에서는 인문학을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배우는 학문 이라고. 그럼 여기서 다시 한 번 되물어보자. 그런데 이렇듯 사람을 배우는 학문 이 경시되는 이 사회는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대학마저 더 이상 학 문의 전당이기를 포기하고 어느새 취업사관학교로 변해버린 지금에 와서 인문 학의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효율’적이지 못하고 미련한 일이기만 한 것일까.

나는 여기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신영복 교수님의 ‘석과불식의 인문학’이라 는 말 속에서 찾고 싶다. 우리의 다음을 위해 챙겨두어야 하는 그 중요한 것이 인문학이라고. 뭐,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본보다 인간(인문학)을 이야기 하는 나에게 누군가는 ‘네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 네가 생각하는 것처 럼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단다.’라고 걱정 어린 충고를 건넬지도 모른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게 있어 인문학은 놓쳐버리기엔 너무나도 값진 그런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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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77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주세요! 선물로 5천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1 이번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기사만 보았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어려웠었

상 71.4% 중 28.6%

다. 하지만 한양교지에서 이 논란에 대해 다루어 주었고 여

2 학내 및 사회이슈와의 연관성

러 입장과 인터뷰 하여 기사화해주어 사건을 객관적으로

상 85.7% 중 14.3%

볼 수 있게 되어 유익했다. 역사의식. 케로로.. 귀여운 얼굴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레이아웃들

에 속지 말아야 겠다고 느꼇다. 무의식적으로 세뇌 당하지

상 71.4% 중 14.3% 하 14.3%

않기 위해서 비판의식 지식등 중요하단걸 깨달았다. (생명과학 08 정지혜) ‘강의는 끝났고 논란은 남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 지 의견들이 있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읽을 수 있어서

Best 기사

좋았다. (기계공학부 08 박성모)

‘해피하우스.’ 학교 주변 주거 문제에 요즘 말이 많은데 해 피하우스도 알리고, 이런 글이 기고되어 지속적인 문제 제 기도 되어 좋았습니다. (기계공학부 09 임충호)

Worst 기사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인터넷을 통해 페미니스트에

‘성의이해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강의자이신 김종흡 교수

대한 부정적인 글로 안 좋은 인식이었는데, 전문가의 쉽게

님의 의견이 조금더 자세히 기고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쓴 글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의식을 바로 할 수 있던 기회

있습니다. (기계공학부 09 임충호)

였다. (국악 09 성스레)

‘의식해봅시다 역사의식’ 꼭 필요한 주제라 생각된다. 하지 ‘등록금 문제.’ 너무나 당연한 문제에 앞장서서 헌신하는

만 마무리가 두루뭉술하고, 누구나 다 의식하고 있는 보편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적 사실을 적어 좀더 전문적인 내용이 실렸으면 하는 아쉬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6 조익한)

움이 있다. (국악 09 성스레)

‘의식해봅시다 역사의식.’ 본인이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맺음말을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여 맺음으로써 뭔가

‘강의는 끝났고 논란은 남았다’ 한겨레 등 폐강을 주장했던

를 더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훗날 이 시대의

타매체의 관계자 인터뷰가 부족했다.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6 조익한)

평가를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융합전자공학부 07 최승규)

모든 기사가 Worst 일 것 까지는 아닌데 내용이 인문쪽으 ‘강의는 끝났고 논란은 남았다’ 와 ‘성의이해에 문제를 제기

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편집장,

합니다’ 성의이해 강좌가 폐강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다루

부편집장, 수습위원이 거의 다 인문계열 쪽이라 조금 아쉽

어서 좋았습니다.

다. 자연대나 공과대학의 협조를 받는다면 더 멋진 교지가 (영어교육 09 황경미)

될 것 같다. (융합전자공학부 07 최승규)

‘강의는 끝났고 논란은 남았다’ 한참 논란이 됐었던 이슈 였는데 수업을 직접 들어보지도 못했고 가십에만 치우친

180 H anyang University

‘그들이 있기에 학교가 빛난다.’ 인터뷰 내용이 조금 부실한


것 같다. (생명공학 08 정지혜)

진로고민이 많은 3학년의 겨울방학을 잘 보낼 수 있게 선 배들의 조언, 도움말 같은걸 실어줬으면 좋겠어요. (국악 09 성스레)

‘Impression In USA.’ 전체적으로 사실적인 내용이 많이 있는데 개인의 솔직한 감정을 더 많이 담았더라면 더 좋았

이공계 기피현상. Law school, 의전원, 치전원, PEET 등

을 것 같다. (기계공학부 09 박성모)

등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6 조익한)

한양 77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 정권의 가장 큰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해 최대한

이번호는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기사의 다양성과 현 사

인데 그래서인지 현 정권의 과업들에 대해 관심이 많이 올

객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내년이 대선

회이슈가 적절히 배합되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기계공학부 09 임충호)

라가네요. TV토론에도 나왔는데 목소리가 커져서 보는 도 중에 TV를 껐네요. (융합전자공학부 07 최승규)

목차에서 학내, 사회, 방문이란 제목이 하위 글들을 묶어 1. 서울시장이 다시 뽑혔습니다. 앞으로 서울시에 어떤 변

내기엔 포괄적이며 딱딱한 느낌이다. (국악 09 성스레)

화가 찾아올지 알고 싶습니다. 2.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딱히 아쉬울 점이 없다. 같은 학생으로써 글쓰는 능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복지정책에 대해 짚어보면 좋

뛰어난 편집 학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밖에...

겠습니다.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6 조익한)

3. 가을호 이후의 해피하우스 진행 사항에 대해 알려주세 요.

우리학교에는 공대학우가 가장 많은데 교지에 과학에 관

(영어교육 09 황경미)

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드네요. 한양공대신문에는 과학에 관련된 내용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공대생들이 공대신문을 봐도 교지는 잘 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용이 어

새롭게 당선된 서울시장과 대학생 정책과 관련하여 대화. (기계공학부 08 박성모)

디서들 한번쯤은 본 내용이라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할 것 같다. (융합전자공학부 07 최승규)

한양 78호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를 알려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78호가 나올때 쯤이면 학기가 마쳐갈 시기인데 치열한 경 쟁을 뚫고 당선된 39대 터미네이터 총학생회에 대한 리뷰 나 회장단 인터뷰같은 기사가 있었으면 합니다. (기계공학부 09 임충호)

2011 W inter

181


김준영

편 집 후 기

첫 편집위원 교지. 오히려 수습보다 더 어렵고 힘들더라. 책임감 때문인지, 어려운 글을 맡아서인지. 하지만 난 발전하겟지. 그래야만해. 은수누나 정말정말 고마워요. 교지YB에서 유일한 손윗사람이어서 많이 의 지했어요. 마지막 교지에서 누나 정말 많이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제가 제일 많이 속썩였네요. 정말 죄송하고 고맙고……. 누난 이제 제 친누나에요. 해줘요ㅋ_ㅋ

유은수

아, 누나 말 놔도 되죠?ㅎ_ㅎ -

2009년 여름 호부터 2011년 겨울 호까지

수빈어린이

삼년, 여섯 학기, 다섯 번의 방학,

열심히 할 일 다해나가는 모습 대견하고 존

셀 수 없는 밤샘과 넘쳐났던 게으름들,

경스러워.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내 글 질

이제는 안녕-

타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고. 혜미와 함께 개드

-

립을 난무하며 이상한 분위기 만들어준 것도

회의가 없는 방학은 처음이라

고맙고. 진짜 많은걸 배웠어. 고마워^^.

그 해방감이 아직 어색하다 흐앙 -

혜미취재동료

내 콘텐츠는 바닥을 드러내는데

처음 들어와서도 같이 취재나갔던 사람이 너

글을 계속 쓸 수 밖에 없으니

고, 이번호에도 같이 취재나갔고. 축제부터

자연스럽게 이빨 까는 법을 배웠고

연극, 콘서트까지. 같이 무언가를 관람하고

자긍보다는 수치를 더 많이 느낀 적이 훨씬

취재하고 얘기하고. 항상 네이트온에서도 별

많았지만,

쓰잘대기 없는 얘기 나누면서 내 심심함 풀

어쨌든 나는 많이 알고 경험하고 배웠다

어주는 것도 너무 고마워. 항상 양보하고 배

그리고 더 많이 알고 경험하고 배울 것이다

려하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아^^.

고맙고 고맙습니다 모든 것들이여. -

동주불꽃여자

whenever you find that you are on the

조용하다가도 한마디를 딱! 불꽃여자도 이제

side of the majority, it is time to reform.

마지막이구나. 그래도 듬직한 후임수습이를

/Mark Twain

두고 가서 마음은 덜 불편하겠어?ㅋㅋ 내 읽 기힘든 글 읽어주고 잘 고쳐주고. 너한테도 피드백에서 배운게 많아. 함께해서 좋았어^^.

182 H anyang University


선주엄마여자

김선주

너의 그 붙임성과 넉살과 배려. 너무 좋았어.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리

사실은 언제나 이 순간을 준비해왔습니다.

액션도 교과서적이고, 친해지기도 정말 쉽고.

그래서 멋진, 후회 남지 않는 마지막을 만들

넌 정말 매력이 많은 여자야. 내가 교지와서

고 싶었는데.......

잘 적응한 것에 너 공도 커!ㅋㅋ 힘든 일 금방

가장 부끄러운 마지막이 되고 말았네요.

이겨내고 곧 행복한 일만 가득할거야^^. -

교지는 저에게 ‘꿈’ 같은 곳이었어요.

소중한 사람이 이만큼이나 많이 생긴거 진심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 같은 이곳에서

으로 행복합니다. 다들 너무나 그리울거 같으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고 또 그래서 괴롭

니까 자주 함께 만나요.

기도 했습니다. 그 괴리감으로 인해서요.

진짜 진짜로 다들 사랑해요♥ 하지만,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성장할

박혜미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도 많이 만났구 요. 충분히 흔들리며 절 자라게 해준 『한양』

마지막 교지입니다. 겨우 네 권을 쓰고 YB의

교지! 고맙습니다.

이름을 벗는 것이 섭섭하면서도 또 나름대로 태연한 것은 마지막이라는 말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격려해준 내 가시고기 H 처음부터 지켜봐 준 고맙고 그리운 P

교지가입은 제 인생의 대박사건! 좋은 동기들

함께 고생한 먼 곳의 H

과 함께 글을 쓰고 좋은 선배님들과 알아갈

그리고 부족한 글 읽어주신 많은 학우 분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무관

격하게 아낍니다. 늘 행복하세요.

심으로부터, 또 자석 같은 침대의 마력에서 날 꺼내어준 한양교지, 잊으래도 잊지 못할

유수빈

시간을 선물해준 한양교지에게 진심으로!!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_*!!!! #1. 함께 YB에서 명예퇴직당한 수빈동주선주자

막연히 이맘때쯤이면 단단해져 있을 거라 생

민편집장은수언니!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각하며 달려왔는데 막상 그 가까이쯤에 다가 가는 지금, 단단해지지 못한 아쉬움.

교지를 정독하는 우리 엄마아빠와 10동기들, 철학과 모두 사랑합니다. 흥흥힝흐힝히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준 모두 덕에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다들♡

마지막 교지 집필과 함께해준 BGM: 슈퍼주 니어의 안단테, 버벌진트의 우울한 편지, 소

‘같이’ 생각하고, 얘기하고, 듣고, 웃었던 모-

녀시대 3집, 김연우의 이별택시.

든 편집실 식구들.

2011 W inter

183


특히 혜미, 동주, 선주, 자민이, 길수오빠 이렇

3캠에도 한양대역 출구 만들어주세요ㅠㅠ

게 10식구들 격하게 아낍니다♡ 그리고 진-

-by LJS

짜 고생한 은수언니 고생하셨어요! 후기에 한양인의 목소리(?)를 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교지를 손에 잡고 읽어주신 모

내년에도 좀더 많은 학우들의 이야기를 싣기

든 분들 복 받으실 거에요. 고맙습니다:- )

위해 더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교지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2.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해.

이동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교지의 문을 두드릴 당시의 나는 뭐랄까,

너무나 절박했어요

박태연

도망치고 싶었고, 벗어나고 싶었죠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올해의 마지막이니까 본격 오골오골

나를 속박하던 모든 것이 싫었기 때문이겠죠

어느새 2011년이 한달도 채남지 않았네요 1학기와는 다르게 조금 색다른 2학기 였어요

하지만 전 결국 달아날 수 없었어요

조금은 더 바쁘게 돌아다녔던것 같군요

결국 버린것보다 뿌린게 더 많아서(ㅋㅋㅋㅋ)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그것을 거두기에 급급했던 2011년을 보내야

더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만 했죠

그리고 더 많은 과제에 시달렸지요 이제 헌내기가 되어간다는 사실도요

그래서 늘 생각했어요

벌써 새내기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지금 이맘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가 않네요

막막해서 눈물이 나던 순간마다

2012년에는 더많은 일들이 벌어지겠죠?

힘든 하루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

조금은 진부한말인데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

아오던 순간마다

려지네요

그리고, 너무 외로웠던 순간마다

올해보다는 더 재미있는 2012년이길

‘2011년이 지나면 모두 끝나겠지, 조금만 더

-

버티면 될거야’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하곤

이제 잡설 투척합니다ㅋㅋㅋ

했죠

이준기 사랑해요 -by JYJ 한양대-상봉 셔틀버스좀 -by KDH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도 후련하지 않아요

아 배불러 -by KJH

오히려 아쉬움만 가득가득, 눈물은 자꾸 글

차비좀 대줘요 -by KHH

썽글썽

군대같이가요좀 -by HYG

2012년의 나는 더 행복해질수 있을까요?

IT관 너무 머니까 떡고물 하나만 -by CYJ

-

Let’s MDBB -by 잉여회장

‘나도 그 정도 실수는 하고 살아’ 아무리 이해

뿌리깊은나무와 현실풍자에대해 -by PSC

하려 해봐도

184 H anyang University


생각할수록 날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

것 같은데 다시 막내로, 새내기로 대학 생활

좀 생각한 다음에 행동하고 말하길

을 시작하게 되면서 엄살도 많이 부렸어요.

뭐 그 사람들에겐 실수 아니고 일상이겠지만

어리광 들어주느라 힘들었을 철학과 선배님

-

들, 동기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어쨌든 모두 고맙습니다

‘선배’,’동기’라는 한 이름으로 묶어 이야기할

가까이서 날 항상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

수 밖에 없는 이 쑥쓰러움을 다 알아주길 바

그리고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

래요.

만나면 쑥쓰러워서 말 못해요☞☜..제 성격

제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을 것

아시면서

같아서 굳이 밝히기가 부끄럽네요.+_+

2011년 한 해 동안 교지식구들 모두 수고했

때늦은 성장통.

어요

어쩌면 후회로 얼룩졌을지도 모를 올해를 나

은수언니, 선주, 혜미, 수빈이, 준영오빠, 태연

에게 있어 값진 한 해로 기억할 수 있게 탈바

이 그리고 자민이 길수오빠까지!!

꿈시켜준 나의 멘토, 현지언니.

귀요미 수습들은 멀리서 응원할게요 홧팅홧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귀찮은 날에 쳐들어온

팅* *_

염치없는 하숙범 재워주고 먹여준 평생친구, 혜림아

그리고 드뎌 2012년^ㅠ^

가까운 사람에게는 오히려 고맙다는 말에 인

3학년이다 랄랄라랄ㄹㄹ라라라라라ㅏㅏ..라..

색한 것 같아.

라...라ㅏㅠㅠㅠㅠ..ㅠㅠㅠㅠ

아마도 고맙다는 말로 다 하기에는 너무 벅차 서겠지?

ps. 마지막 내 동기들 마재 차우 승윤이 모두 안녕 잘가ㅠㅠ

그리고 무엇보다도 ‘얘가 뭐하고 다니나’싶게

멀리있어도 모두 건강하길! 화이팅화이팅

허술했던 저를 믿고 지켜봐준 엄마,아빠. 사 랑해요. 저 그래도 이렇게 알차게 보냈어요. 이게 증거품입니다.

권수진

교지 낸거는 자랑. 학점은 안자랑 -

다사다난했던 2011년.

올 한해 감사할 사람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

교지와 함께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랍네요. 참 여기 저기 신세 많이도 졌습니다.

늘 ‘시작은 내일부터, 다음주 월요일부터, 내

위태위태했던 한 해 였기에 더욱 그랬던 것

년 1월부터’ 하면서 미루고 미루던 습관을 청

같아요.

산하고 이렇게 한 해의 막바지에서 또다른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2011년, 20살의 기억

시작을 할 수 있음에 새롭습니다.

은 더욱 선명하게 남겠죠

힘들었던 시기를 정신없이 지나가보고자 도 피하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던 일이 뜻밖에도

p.s 잊은 줄 알았지? 부산 정모 친구들아, 못

너무나 큰 위안이 되었어요. 교지 식구들 많

본지 너무 오래 됐어. 보고싶다.

이많이 감사합니다. 원래 그렇게 많이 투정부리는 애는 아니었던

2011 W inter

185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10·11·12월) 1. 77호 내부 집필료(원고료 및 취재비) : 1,245,000원 2. 77호 외부 원고료 : 186,000원 3. 비품 구입비 : 128,000원 4. 구독료 : 90,000원 5. 기타 : 53,990원 6. 합계 : 1,702,990원

금액 사용 기준 1.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및 노후 비품 교체 및 수리비 2. 구독료 :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씨네21, 한겨레21, 기타 서적 3. 기타 : 공모전 문화상품권 지급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편집장 지원비, 배송비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루 PDF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78호 교지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79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86 H anyang University


한양교지 낱말퍼즐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해서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 함에 넣어주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4

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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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지난 호 낱말퍼즐 당첨자 4

최진윤, 정현영, 강지희, 이경현, 임충호, 조익한, 정지혜, 황성주

가로

세로

1. <통계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던 갤

1. <나도, 하고 싶다> - 앨프리드 킨제이가 1953년 펴낸

럽(현재 최고의 설문조사기관 ‘ ’를 만든 그 갤럽

(원제 : 여성의 성적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이다)은 루스벨트의 압승을 예상했다.

보고 싶군요.

2. <해치지않아요, 해치지말아요> 또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들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2. < 2011총학 되돌아보기> 실제로 유명 포탈 검색어에 ‘ ’이 뜰 정도로 이번 1학기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3. <가난해도 괜찮아 젊으니까 괜찮아> 의 경우는 하

3. <해치지않아요, 해치지말아요> 한양대 로스쿨에서

트, 11번가의 경우는 ‘칩’이다. 분명 확인해보면 어찌어찌

쪽으로 특화한다는데, 그거랑 연관시켜서 오히려 대학 최

쌓여는 있을 텐데 사용해 본 일은 없다.

초로 성소수자 기구가 생기는 걸 선구자적인 행동으로 볼

4. <한양대가 덜컹덜컹> 이 내년쯤에 개보수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요.

수도 있고요. 4. < 2011년 건대에서는 무슨일이?> - 이처럼 학교 산하 의 언론사들이 있고, 그와 함께 한양교지처럼 지도 교 수 없이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담는 이 있다. 5. <99%의 외침> 나는 오늘 1%를 위한 를 거부한다.

이름

학과/학번

연락처

2011 W inter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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