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SPRING

Page 1

2013 vol.83 Spring


Contents 2013 vol.83 + Spring

여는 글

6

Photo Essay

8

Money, Sex but LOVE

24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44

Mind Virus

60

함께해서 즐거운, to gather

76

상큼해서 반가운, Freshman 새내기

90

기획

virus

만나다 편집장

김준영 정보시스템학과 11학번 HYgyoji@gmail.com

부편집장

박보성 철학과 11학번 bosung7000@nate.com

편집위원

이준건 국어국문학과 12학번 seawhale93@naver.com

수습위원

서기환 경제금융학부 12학번 happylock93@naver.com 구현소 의상 12학번 kooooohs@naver.com

펴낸이

김준영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8989-1774

디자인

디자인Fine 02-2276-1106

펴낸날

2013년 3월


나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

102

인물에게 길을 묻다

114

맥쿼리 사회기만 시설

124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136

우리의 봄, 안녕 하십니까?

146

★ Re:View - 기형도, 빈 집

158

일상

163

날적이

170

독자엽서 간추리기

172

퍼즐

179

virus ★ 한양 학우 外 외부 필진들이 써주신 글입니다. 이번 호 <다시보는 한양교지>는 없습니다.

※ 『한양』 교지는 100%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 여 는 글

2013년 봄. 매서운 추위 속에서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

이 다가왔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가득하던 캠퍼스는 봄 내 음과 함께 새내기를 맞이하겠죠. 새내기의 새 바람이 침체된 대 학 문화를 살려주기를 바라봅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곳은 비단 학교만이

아닙니다. 새 주인을 맞게 된 푸른색의 기와집 또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위해 새 단장을 했지요. 이미 취임식이 치러진 이후임 에도 지지자와 반대자의 대립이 어느 때보다 첨예합니다.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해결하길 바라봅니다.

6

Hanyang University


『한양』 교지도 변화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편집

장과 함께, 무리하게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천천히 변 화해가겠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이번 83호에 기획 기사를 실었 습니다. 아직 기획이라기엔 부족함이 많습니다. 질타해 주십시 오. 한양인 여러분의 관심과 평가가 교지를 더 알차게 만듭니다. 『한양』 교지편집위원회도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83호에는 Virus 기획기사를 통해 불편한 현실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불편한 현실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됩 니다. 하지만 불편한 만큼 본질을 보지 못하고 편협하게 생각하 곤 하지요. 『한양』 83호는 불편한 현실에 대해서 정답을 제시하 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다만, 학우 분들의 관심을 환 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 준 영

2013 SPRING

7


Photo EsSay 글 부편집장 박보성 bosung7000@nate.com 사진 편집장 김준영 HYgyoji@gmail.com

역사에

서울의 중심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마을 북촌 청계천과 종로의 북쪽 마을이라서 북촌이라고 하네요 푸른 하늘 아래에 서 있는 우리의 위치를 하늘색 글씨가 알려주고 있어요


역사를 쌓다

북촌 한옥마을

언덕을 오르다 녹슨 체인이 눈에 띕니다 체인에 슬어있는 녹과 대문의 나무색이 묘하게 어울리는군요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듯하여 기분도 함께 묘해집니다


북촌 마을 어느 구석에 한국국제봉사기구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그려진 한옥마을의 8경이 갈 길을 알려주고 있네요

방문객이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씨가 느껴집니다


북촌이 조선 제일의 지역이었다는 말이라도 하려는 듯, 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은 추운 겨울에도 당당합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싶은 어떤 방문객이 핸드폰에 사진을 담고 있네요


경복궁과 창덕궁을 책임졌을 궁중음식 요리사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했을까요?

음식을 맛볼 수 없어 조금 아쉬운 산책길이었습니다


3경 가회동 11번지


쉿!

5경 가회동 골목길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현재도 시간이 지나면 곧 역사의 한 층이 되겠죠?


6경 가회동 골목길


여기는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데가 아닙니다

여기는 차근차근 역사를 쌓아 가는 곳입니다


북촌 8경에도 역시 PHOTO SPOT이 새겨져 있습니다


7경 가회동 31번지


저 좁은 골목 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길가에 놓인 화분의 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저 골목은 들려줄 것 같습니다

8경 돌계단 길


북촌과 삼청동 거리가 연결되는 계단입니다 저 길을 지나면 환상의 세계가 끝날 것만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북촌이 아름답다는 의미이겠지요?


Money, Sex, but LOVE

진화

잠복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

VIRUS 바이러스

마인드 바이러스

감염


virus H A N YA N G 2 0 1 3 v o l . 8 3 S p r i n g

● Money, Sex but LOVE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Mind Virus


부편집장 박보성 bosung7000@nate.com

desire 24

Hanyang University


순수한 사람은 읽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 양상이 심해지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싫은, 적응하고 싶 지 않은 현상으로 ‘물질만능 주의’와 ‘외모지상주의’가 있 다. 이 두 현상에 대해 사람들

2012년 총선 기간, 낸시랭의 투표 독려 퍼포먼스

은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 한다. 일부 예술가들이나 대중매체는 위와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 각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팝 아티스트 낸시랭의 경우 퍼포먼스를 할 때,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Cutie, Sexy, Kitty, Nancy! 앙!” 이외에도 늘 잊지 않고 외치는 표어가 있다. “I love dollars!” 그녀는 자본주의 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표어를 외친다 말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 남자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 소재는 딱 세가지 뿐이다. 게임, 스포츠. 여 자. 물론 여자, 그것도 예쁜 여자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항상 묻는 것. 예쁘냐? 이런 남성들의 요구에 맞춰 성형수술을 하는 여성의 비율은 날로 높아지고 있 다. 심지어 예쁘면 뭐든 다 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예쁜애

들이 착하고,성격도좋잖아. 쟤 예쁘네, 저 애로뽑자. 예쁜 얼굴 하나면 만사형통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쌓여만 간다. 왜 점점 여자들은 돈 많은 남자만을 좋아하게 되고, 남자들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만을 원하게 되는 걸까?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제는 누구도 순수한 시선으로 서로를 보려하지 않는것 같다. 끊임없이 욕망만

2013 SPRING

25


진화시켜가는 이성(異性)을 언제까지고 비난하는 것도 지친다. 현대사회에 만 연하고 있는 이 현상들을 우리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자 돈보고 만나는게 나빠? 결론부터 말하자. 남자 돈보고 만나는 거? 나쁘지 않다. 성 선택sexual selection1 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인터넷 커뮤니 티에서의 비난에 굴하지 말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리고 돈 보고 남자 만난다며 여자를 비난하는 남자들이여, 이쯤에서 그만 키보드에 서 손을 떼고 입을 다물자.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 여성들을 폄하하고 비난 하는 내용의 글이 하루에도 몇십 건씩 올라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비난 의 목소리는 몇 년 전에 비할 수도 없을 만큼 거칠어져서 ‘된장녀’와 같은 표 현은 이제 낡아빠진 것이 되었다. 그들은 이제 ‘김치년’이나 ‘보슬아치’와 같 은 더욱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용어들을 사용해가며 한국 여성들을 비하한 다. 비하발언들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한국 여자들은 여자로 태어난 것을 벼슬로 아는 경향이 강하다. 여자의 강점을 이용해서 순 진한 남자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그녀들 스스로는 데이트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1 성 선택(Sexual Selection): 생존상의 이득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득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어떤 형질이 선택 되어 진화하는 현상

26

Hanyang University


허영심은 얼마나 심한지 무슨 이벤트 날만 되면 명품을 사달라고 조른다. 게다가 그녀들은 자신 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온몸에 둘러진 장신구나 옷가지들 중 일부가 남자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아무런 감사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은 한국 여자의 못된 습성 이다. 그런 한국 여자에게 신물이 난다.

그들은 그녀들을 비난하는 근거로 데이트 시 외국 여성들이 보이는 태도 와 한국 여성이 보이는 태도가 판이하다는 점을 든다. ‘얻어먹는 것’을 당연 하게 생각하는 한국 여성들과는 달리 외국 여성들은 더치페이 개념이 명확 하게 잡혀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뜯어먹는’ 형태의 관 계는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이런 관계를 당연시 여기는 한국 여성들 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의 도움을 받아 미국 여대생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그들 중 대다수가 남성의 데이트 비용부담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다 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미국 여성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더치페 이를 근거로 한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한국 여성 비하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반화라는 생각만 든다. 그들의 일반화는 과장된 면이 분명 있지만, 그렇다 해서 정신적 피해 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말이 완전한 거짓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그러 니 백 보 양보해서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대다수의 한국 여성들이 그렇다 고 해도, (그들의 표현에 따라)그렇게 허영스럽고 속물적인 성향이 한국 여 성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질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런 속물적인 심리는 전세계 여성들의 마음 속에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

2013 SPRING

27


는 심리라는 것이다. 속물적(?)인 성향이 전 세계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유를 알아가 기에 앞서, 성 선택이 번식에 있어 보다 나은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성(性)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의식적으로 이 루어지지 않는다. 성 선택은 더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자신의 후손과, 얻어 진 후손을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는 환경을 획득하기 위해 무의식적이고 본 능적으로 행해진다. 그러면 여성의 성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 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수십 년에 걸쳐 총 37개의 각기 다른 문화2의 여성들을 설문한 자료를 모은 결과, 여성 의 성 선택은 10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다음 제시된 10가지의 기준 중, 한

1) 경제적 능력

6) 지능

국 남성들이 극도로 꺼려하며 이해하

2) 사회적 지위

7) 적합성

기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본능적 성 선

3) 나이

8) 몸집과 힘

택 몇 가지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4) 야망과 근면성

9) 건강

5) 신뢰성과 안정성

10) 사랑과 헌신

남성은 ‘속물적이지 않고, 나의 조건이

아닌 나 자체를 봐주는 여성’을 만나고 싶어한다. 다시 말해 남성들은 자신 의 1)경제적 능력이나 2)사회적 지위를 상관하지 않는 여성을 원함과 동시 에 순정적인, 즉 5)신뢰할 수 있으며 자신을 10)사랑해주고 헌신할 수 있는 여성을 원한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따지고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두 조건을 밝히는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속

2 배 우자 선택에 대한 국제 연구에서 조사된 37개 문화에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국가, 흑인과 동양계, 가톨 릭과 유대교, 열대와 북방 모두가 포함되어 있어 편파적인 연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28

Hanyang University


물이라 비난 받는다. 하지만 앞서 결 론부터 말했듯 속물적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비난 받을 필요는 없다. 그 녀들의 선호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진 부의 상징이 된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 빈 분)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 한 심리의 결과물로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속물로 만드는 각각의 자질들이 성 선 택에 있어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아봄으로써 여성들에게 향하고 있는 비난 의 화살을 막아보고자 한다.

①경제적 능력 여성들이 남성의 경제력을 보고 그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속물적인 것이 아니라 본 능적인 것이다. 남성의 경제력, 즉 자원에 매력을 느끼는 여성의 심리는 간단하다. 인간 여 성은 체내 수정, 9개월이라는 긴 임신 기간, 그리고 수유라는 엄청난 짐을 짊어지고 있다. 이 렇게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데 배우자 남성이 여성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줄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배우자 남성뿐만 아니라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까지도 노 동에 참여해야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는 뱃속의 태아에게 무리를 줄 것이고 극단의 경우 에는 사산(死産)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즉, 충분한 경제력을 지니지 못한 남성을 배우자로 맞 이하였을 경우 여성의 입장에서는 여성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까지도 열등한 환경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종족 번식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 그 중 여성은 배우자로 맞 이할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게된다. 이처럼 종족 번식을 위해 여성 안에 내재 된 심리에 따른 본능적 행위를 어떻게 감히 '속물적'이라는 표현으로 매도할 수 있겠는가?

2013 SPRING

29


②사회적 지위 전 하버드 대학 정치학 교수 헨리 키신저는 "권력은 가장 강력한 최음제"라고 말했다. 그 만큼 여성들이 남성의 사회적 지위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 회적 지위가 조금 전에 짚고 넘어온 경제적 능력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 다시말해 큰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은 그 권력에 따른 특권인 ' 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보편적인 단서이기 때문이다. 데이비 드 버스가 연구한 186개 사회 전체에서 높은 지위의 남성은 예외 없이 더 부유하고, 아이 들에게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며, 더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경향이 있다고 도출된 결론도 이 주장에 힘을 보태준다. 지위가 높은 남성은 자신의 배우자와 후손에게 훌륭한 음식, 넓은 토지, 의료 혜택 등을 힘들이지 않고도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사회적 지위의 아버지는 낮은 사회적 지위의 아버지가 자식에게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기회나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높은 사회적 계층의 집안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들은 더 많은 수의 더 좋은 배우자 를 얻기 쉽다. 이는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사회적 지위에 대 한 여성들의 욕망 역시도 자손에게 더 좋은 유전자와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본능적인 성 선택임을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녀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가?

③신뢰성과 안정성 지금부터 제시되는 두 가지 요소는 성경에도 쓰여있는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 은 사랑이라.」라는 구절과 관계가 깊다. 남성들의 시각으로나 보편적인 통념 모두에서 이 구절은 “참된 사랑”을 표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서로 믿을 수 있고,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고, 헌신해 주는 것. 아름답다. 남성은 자신의 사랑하는 여성에게 이런 감정 적 나눔을 아끼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그런 것이다. 사랑하니까 다

30

Hanyang University

해주고싶어. 그런데


여성들이 이런 것들을 바란다는 의미가 많은 남성들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순수하고 무조 건적인 사랑과 같은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신뢰성과 안정성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원인은 자원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공급되리라는 것을 알려 주는 믿을 만한 표시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버스의 설문에 따르면 신뢰성이 떨어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남성은 이상적인 배우자와 는 굉장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3. 이처럼 믿을 수 없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남성이 배우 자라면,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자원의 누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이 변덕스럽게 공 급되면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생존과 번식’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꾸준 하고 충분한 영양분 공급과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신뢰할 수 있 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남성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④사랑과 헌신 위의 문단을 읽은 독자라면 여성들이 어떤 목적으로 남성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바라는 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도 일단 사랑과 헌신을 바라는 여성들의 심 리를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어떤 여성이 완벽에 가까운 남자, 다시 말해 처음 제시했던 열 가지 요소들 중 외적 요소

3 무 작위적으로 104쌍의 신혼부부를 추출해 이들을 연구 조사하였다. (중략) 이 설문 조사에는 연구 참여자 들에게 147개의 있을 법한 여러 손실 유형들을 제시하고 배우자로부터 그동안 실제로 당한 손실을 열거하 라는 설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기 자신, 배우자, 면담자 모두에 의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판정된 남성은 여성에게 심한 손실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들은 자기중심적이며 부부가 공유해 야 할 자원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유욕이 강해서 아내에게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으려 했다. (중략)그들은 또 평균 이상으로 바람을 피웠는데 이는 곧 시간과 자원이 그만큼 새어 나감을 뜻했다. (중략)신뢰성과 안전성은 여성이 차지해야 할 자원이 남성에 의해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갈 가능성이 낮음 을 뜻하는 자질인 것이다. - 「The Evolution of Desires」, David Buss

2013 SPRING

31


인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나이, 야망과 근면성, 지능, 적합성, 몸집과 힘, 건강을 모두 갖 춘 남자를 만났다고 가정하자. 이 여성은 지금 자신의 후손에게 뛰어난 유전자와 함께 우수 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런 조건들은 부인에게 남편의 자원을 평생 제공받으리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하며,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게 된다. 여기서 필 요한 것이 사랑과 헌신이다. 일반적으로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방법은 헌신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헌신한다는 것은 개인적 목표를 포기하고서라도 시간이나 에너지, 노력 등을 연인이 원하는 대로 바친다는 뜻이다. 여성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번식 자원 가운데 하나인 성 관계를 남성에게 제공 하고 나면 그 이후,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 여성들은 이 런 비용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과 후손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꾸준하게 제공받 을 수 있는 남성의 사랑과 헌신을 원하게 된다. 결국 친절하고 배려심 깊으며, 배우자와 후 손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남자를 원하는 여성의 심리는 원활한 자원 공급에 대한 여성들 의 본능적 욕망에 지나지 않다.

너 안 예뻐서 싫다고! 이 글의 서론에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외모 지상주의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여 성들이 짊어진다. 예쁜 여성만을 좋 아하는 남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서 많은 여성들은 극심한 다이어트

성형 수술한 여자를 풍자한 그림 (출처: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한 장면)

를 하고, 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성형수술을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예뻐질 수

32

Hanyang University


있다면 예뻐져서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 성괴4라니! 성형한 여자는싫다고? 만나도

가벼운 연애상대로 생각하지를 않나, 괜히 쉬운 여자로보일 때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 결혼은 참하고 조신한 여자랑 한 다고……? 남자들 참 이중적인 것 같다. 그렇게 욕하 는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이중적이 지 않다. 단순하다. 남성들도 그저 자신들의 본능적

라이징 스타 "조보아"

심리에 충실할 뿐이다.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자.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성은 딱 세가지로 분류할수있다. 예 쁘거나, 많이 예쁘거나, 혹은 정말 많이 예쁜 여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만 같은 남성들의 미인 선호 역시 번식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이 진화한 결과물 이다. 여성들이 성 선택을 하듯 남성들도 성 선택을 한다. 다만 성 선택의 기 준이 여성과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여성들의 성 선택은 주로 자원을 획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남성들의 성 선택은 주로 높은 번식 가치 를 지니는 여성을 찾아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성들에

reproductive value

게 있어 번식 가치가 높은가, 낮은가에 대한 판단기준은 지금 눈 앞에 있는 여자가 낳을 수 있는 자식 수가 많은가, 적은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자신의 번식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마당에, 그 어떤 남성이 오늘 처음 만난 여성의 번식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여 성들이 남성을 살펴보듯, 그녀의 경제력이나 집안을 본다고 해결되는 문제

4 성형 괴물의 줄인 말. 성형 수술을 많이 해서 자연스러운 얼굴이 아닌 여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은어.

2013 SPRING

33


도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들은 여성과는 다르게 성 선택 방식을 진화시켜왔다. 진화의 결과물이 바로 젊음과 미(美)에 대한 추구이다. 아줌 마들의 표현을 빌려보면 젊고탱탱한여자!어리고예쁜여자!를 밝히는 남성들의 심리를 알아보자. 미리 말해두지만 옆에 있는 남성이 어리고 예쁜 여자를 좋 아한다 해서 변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변태가 아니라 번식에 관 해서는 우성 유전자를 지닌 튼실한 수컷이다.

① 젊음 젊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로망이 커질수록 그들에 대한 질타도 커진다. 다시 한번 그녀 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들은 젊고탱탱한여자라면 사족을 못쓴다. 나이가 들면서 보일 수 있는 세월의 깊이가 담긴 여성들의 우아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왜 젊은 여성에 대한 선호가 이토록 강한 것일까? 앞서 말했듯 여성의 번식 가치를 물질적인 기준으로 가 늠할 수는 없다. 때문에 남성들은 절대적이지는 않더라도 번식 가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 할 수 있는 특수한 기준을 마련해야 했는데 이것이 바로 젊음이다. 젊다는 것은 실제로 나 이가 젊은 것은 물론이고, 생기 넘치고 경쾌한 모습들도 포함한다. 젊음, 에너지의 충만함은 곧 그 여성이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건강한 여성은 성기능에서도 건강할 확률이 상당히 높고, 이는 그녀가 번식에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표시가 된다. 여성의 가임 기간은 길어야 50세 까지다. 이는 여성이 지닌 신체적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짧은 여성의 번식 가치는 심지어 나이에 반비례 하며 50대가 되면 번식 가 치가 0에 가까워 진다. 아니, 내 잘난유전자를물려줄후손이 필요한데 옆에 있는여성의

나이가 많다고? 이여성과 관계를가져도 내자식을 못볼가능성이 큰데? 남성이라면 본능 적으로 이런 걱정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여성은 남성들의 성 선택에서 자연스럽게 후 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본능적 거부 반응인 만큼 나이 많은 여자

34

Hanyang University


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들을 비난하지 말기 바란다.

② 신체적 아름다움 신체적 아름다움은 단순하게 몸매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쁜 얼굴과 키스를 부 르는 입술, 하얗고 깨끗한 피부, 매력적인 머리카락, 투명하고 맑은 눈, 부드러운 살결, 비율 좋은 몸매. 신체적 아름다움이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뜻한다. 남성들이 여 성들의 이런 신체적 특징을 왜 아름답다 말하고 매력적이라 느낄까? 좋은게 좋은거라서? 단순히 보기 좋으니까? 이것은 물음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한 가 지씩 간단하게 합리화(?)시켜보자.

남성들의 성적 욕망에는 통일된 한 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위에서 설명했던 젊음에도 적 용되는 원리인 ‘건강’이다. 우선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남성의 선호는 심리학자 스티브 갱 지스태드Steven W. Gangestad와 생물학자 랜디 손힐Randy Thornhill의 「얼굴 및 신체의 대칭성과 매력도 사이의 연관 관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들의 조사에 따르면 아름다운 얼굴, 혹은 매 력적으로 여겨지는 얼굴은 대부분 평균적이거나 대칭적인 얼굴이었다. 여성의 비대칭적인 얼굴은 안 예쁜 얼굴이라는 뜻이다. 이런 신체적 비대칭은 인간 신체에 기생하는 특정 기 생체에 의해 야기되는데 이는 비대칭적 신체를 가진 사람에게 기생체가 있음, 즉 그 사람이 건강하지 못함을 알려주는 증표로 작용하게 된다. 정리하면 얼굴이 예쁜 여자는 건강할 확 률이 상당히 높고, 못생긴 여자는 건강하지 못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때문에 우수 한 후손을 위한 남성들의 미인 선호는 아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겠다. 여성의 섹시한 몸매에 대한 남성의 선호는 어떤 이유에서인가? 요즘은 베이글녀가 대 세지만 고대에는 D라인의 여성이 남성들의 사랑 받았던 것 같다. 이런 증거는 남성들의 몸 매에 대한 선호가 일관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대 남

2013 SPRING

35


성이 추구하는 여성의 섹시한 몸매는 외모

지상주의

의 결과물로서 여성을 옭아매는 올가미일

뿐인가?

아니다. 남성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과

같은 체형

의 여성을 좋아해왔다. 빌렌도르프의 비너

스도 현대

여성의 체형과 똑같다. 고대의 빌렌도르프

의 비너스

상의 어디가 밀로의 비너스와 같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포인트는 비율이다.

(좌)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우)밀로의 비너스

심리학자 데벤드라 싱Devendra Singh은 자신 의 연구를 통해 여성의 몸집에 대한 남성의 선호는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여성의 특 정한 신체 형태에 대한 선호는 불변함을 발견했다. 「여성의 엉덩이 치수 대 허리 치수의 일 정한 비율」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가 바로 데벤드라 싱이 밝힌 불변의 법칙이다. 남성이 선 호하는 여성의 허리 대 엉덩이 비율waist-to-hip ratio은 시간과 공간, 문화권을 초월해서 정확히 0.70을 유지해왔다. 이 비율이 여성의 번식 상태를 신빙성 있게 알려 주는 지표임을 증명하 는 증거들은 많다5. 싱의 또 다른 조사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엉덩이 치수 대 허리 치수의 일정한 비율」이 존재한다는 것을 더욱 확고하게 해준다.

5 이 비율이 낮은 여성들은 내분비 활동이 빨리 시작되어 일찍 사춘기에 접어든다. 이 비율이 높은 기혼 여 성들은 임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임신에 성공한다.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은 미래의 건강 상태를 잘 알려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발작, 담낭 기능 장애와 같은 질병들은 전체 몸에서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보다는 허리 대 엉덩이 비율 같은 체지방의 분포와 관련이 있음이 밝 혀졌다. 이처럼 허리 때 엉덩이 비율은 건강 및 번식 상태를 잘 나타내 주기 때문에 우리의 조상 남성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데 하나의 강력한 단서로 기능했을 것이다. - 「The Evolution of Desires」, David Buss

36

Hanyang University


“싱은 과거 30년 동안 <플레이보이>에 게재된 누드모델과 미인 대회 입상자들 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모델이나 미인 대회 입상자들 모두 몸집은 점점 날씬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은 정확히 0.70에서 미동도 하 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 「The Evolution of Desires」, David Buss

아직도 외모지상주의가 남성들의 육체적 탐닉을 위한 수단으로 보이는가? 육체적 탐 닉 자체에 대한 욕망도 물론 있겠지만, 탐닉의 궁극적 원인에는 후손에게 우월한 유전자 를 남기고 싶어하는 번식적 욕망이 내재되어있다. 여성들이 풍부한 자원을 지닌 남성을 만 나고자 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심리인 것이다. 절대 속물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 에 대한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수하게 진화했다는 증거이다. 그런 그들에게 보내야 마 땅한 것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경멸의 시선이 아니라, 가지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한 뜨 거운 눈빛이다.

③ 순결과 정절 남성은 자신의 후손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어하는 본 능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여성에 대한 욕망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여성과 관계 맺고 싶어하는 욕망에 순결한 여성을 바라는 욕망까지 더 하는 것은 욕심이 지나친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불만하 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남자는 청순하고 참한 여자하

고결혼하더라. 글쎄, 이것도 어떻게 보면 본능적으로 당 연한 것이 아닐까?

출처: http://myrivierawedding.com/page/3/

2013 SPRING

37


다른 동물들을 생각해보자.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에게는 발정기가 존재한다. 때문에 암컷의 발정기 동안 수컷이 암컷을 확실하게 독점하면 후손에 대한 부성(父性)은 확고해진 다. 반면 인간은 사시사철 발정기인 유일한 동물이다. 바꿔 말하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옆집 총각과 닮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남성에게 부성에 대 한 불안감을 조장하기 때문에 인간 남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한 심리를 진화시켰다. 이 심리가 바로 여성에게 순결과 정절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부인이 순결하다는 것, 성 경험이 한번도 없다는 것은 자신의 부성을 확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 다. 번식적 측면에서 다른 사람의 후손에게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손해다. 연애short-term mate할 때는 몰라도 결혼long-term mate할 때 남성들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후손에게만 자원을 투자하고 싶어하는 본능적 욕망 때문이다. 그러니 나이트 클럽에 열심히 다니면서 문란한 생활을 즐기던 여성들은 청 순한 여성을 결혼 상대로 선호하는 남성에게 뭐라 따져서는 안 된다. 여성의 문란한 모습을 알아챈 남성이 부성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에게 바침 이런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크게 반발하는 경향이 있 다. 진화심리학자들의 논리는 남녀의 불평등을 암시하고, 남성과 여성이 맡 을 수 있는 역할에 제한을 가하고,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여성 을 권력과 자원으로부터 영원히 배제시키려 하고, 현 상태를 타파하기가 어 렵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진화심리 학적 모형이 여성의 구조적 권력 결핍을 전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을 데이비드 버스가 자신

38

Hanyang University


의 저서인 「The Evolution of Desire」에 제시한 한 가지 사례를 인용함으로 써 반박하고자 한다.

서아프리카의 카메룬에 위치한 바퀘리 사회는 여성들이 실제로 권력을 쥐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바퀘리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많은 권력 과 경제력을 쥐고 있는데, 이는 남성들보다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 라 수도 상대적으로 더 적기 때문이다. ……즉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돈도 많으며 선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배우자 숫자도 더 많다. 그래도 바퀘리 여성들은 자원을 가진 남자를 끈덕지게 선호한다. ……바퀘리 여성들은 (기존의 남편보다)더 많은 돈을 벌어 올 수 있고 더 많은 지참금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를 찾으면 바로 남편 을 갈아 치운다. ……(여성이)경제적 자원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해서 이 처럼 강력한 배우자 선호를 막지는 못한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에게 사회적, 경제적 주도권이 넘어간다면 그녀들도 젊고, 잘 생기고, 건강한 남성들을 원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사실 바퀘 리 사회는 남녀의 사회적 지위가 역전되어 있는 거의 유일한 사회이기 때문 에 페미니스트의 주장에 완벽한 반박을 가하지 못한다. 대신 데이비드 버스 가 조사한 미국의 고소득층 여성들의 취향을 살펴보면 페미니스트의 주장 에 대한 반박이 성립할 것 같다. 연봉이 50,000$ 이상인 여성은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때문에 자신이 원하 는 남성을 선택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의 주장처럼 마음만 먹으면 우성 유전 자를 위해 젊고, 잘 생기고, 건강한 남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

2013 SPRING

39


나 대부분의 고소득층 여성은 자신보다 더 높은 소득층의 남성을 선호하지, 잘 생기고 젊은 남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진출 이 용이한 대부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소득층의 여성은 이런 경향을 보 인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소득층 여성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통계적 근거로 작용한다. 결국,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래, 아직 내 가슴은 믿는다 사랑 진화심리학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논리적으로는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너무나도 강력한 경험적 증거들을 들이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본능적 목소리도 이에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 정적으로는 매우 불편하다. 맞는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지 않고, 분명 저런 식으로 남녀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사랑도 있는 것 같고. 이 런 우리들의 심정을 반영하듯 진화심리학을 무시한 채 순수한 사랑을 그리 는 드라마나 소설도 적지 않다. MBC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대기업 대 표의 딸 나공주(오연서 분)가 백수 오자룡(이장우 분)과 사랑하고 있는 것도 진화심리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고,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남자주인공이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 만큼 말도 안되 게 못생긴 여자주인공과 진지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진화심리학적으 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남녀 관계의 불편한 진리 명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 야 할까?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수긍한 뒤, 남자는 재력을 쌓고 여자는 외모나

40

Hanyang University


가꾸며 살아야 하나? 식욕, 수면욕과 같은 본능적 외침은 순순히 수긍하는 우 리가 유독 성욕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워한다. 필자 역시 진화심리학을 거부할 논리적 정합성은 갖추고 있지 못한 채 감정 적으로만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아마 오래도록 진화심리학을 부정할 논리적 정합성은 갖추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진화심리학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본능 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욕망의 노예, 즉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은 교양인이다. 교양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유창한 영어실력과 높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인간정 신을 개발하여 풍부한 것으로 만들고 완전한 인격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교 양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교양인이라면 세상을 따듯하게 볼 수 있는 감 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운 것들을 알아보고 그에 감동할 수 있는 지 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가치들을 바라보지 않고 지금처럼 모든 욕망을 본 능적 이끌림이라 정의하고 합리화하면서 돈, 명예, 성공, 미인, 색(色)에 순 순히 끌려 다닌다면 세상이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지성과 감성을 공부할 때나 업무에 종사할 때만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동물과 똑같이 욕망에 이 끌려 살아간다면, 우리가 수많은 문학과 영화 등에서 꿈꾸던 이상적인 꿈들 과 로맨틱한 사랑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욕망에 따라 사는 것이 공리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라면 그러한 삶 또한 좋다. 그런 인생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본능의 수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한 다. 오후 네 시에 오기로 약속한 그 사람을 세시부터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2013 SPRING

41


것. 이런 행복감은 분명 진화심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진화가 덜 된 인간이면 어떤가. 감상에 젖어 스스로가 진화적으로 열등한 인간임을 증명해 보이면 또 어떤가.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기 위해 본능적인 욕망의 외침을 한 번쯤 저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 문헌 「The Evolution of Desire - Strategies of Human Mating」, David M. Buss, Basic Books 「인간은 야하다 -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더글러스 T.켄릭, 21세기북스 「연애 - 생존기계가 아닌 연애기계로서의 인간」, 제프리 밀러, 동녘사이언스

42

Hanyang University


사소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13학번 새내기 여러분!

포근한 소파와 함께

『한양』교지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문의 : 편집장 김준영

HYgyoji@gmail.com 2013 SPRING 43 010-8989-1774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 바이러스가 잠복 기간인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병적 징후가 나타나지 않지 만 민감한 사람은 두중(頭重)·식욕부진·현기증·불쾌감 등 전구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잠복기의 모습은 언젠가는 불거질 잠재적 사회문제들 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직 잠복기이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가시화 되지는 않 지만, 민감한 사람은 잠재적 사회문제에 전구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부편집장 박보성 bosung7000@nate.com

44

Hanyang University


2013년 1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오원찬 판사가 자발적 성 매매 여성 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 다. 강요되지 않은 성 매매는 성적 자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라고 시위하고 있는 성노동자들

기결정권에 해당되는 만큼 국가가 간 섭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 판사가 제청한 위헌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위 헌판결 5표, 합헌판결 4표를 받으며 결과적으로 합헌판정을 받았다. 합헌판 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과반수의 재판관이 위헌판결을 내린 만큼 사실상 성 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위헌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각종 언론과 사회단체들 사이에서 성 매매 합법 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성매매 행위가 이 미 잠복기를 지나 발병기에 접어든 가시화된 사회문제라는 의미이다. 그러 나 몇몇 인권 운동가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드러 나지는 않았지만, ‘성 노동자 인권 문제’에 전구증세를 느끼고 있다. 기존의 성 노동자들을 어떻게 사회로 돌려보낼 것이며, 앞으로 성 노동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성 노동자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소 수 인권 운동가들의 우려가 그것이다. 그들은 ‘성 노동자들에게 연민을 느 끼며 공감하려 애쓴다. 이는 진심 어린 교류를 바탕으로 성 노동자들을 구 원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 노동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하대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사회로부터 이 정도로 외면받을 만큼 성 노동 자들의 죄는 무거울까?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따듯함이란 고작 동 정에 불과한 것일까?

2013 SPRING

45


나를‘바라보지’않는 그대에게 SBS의 교양 방송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아동심리학자들이 심 리 분석에 기반해서 아이들이 지닌 문제를 풀어나간다. 최근에는 이처럼 문 제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문제의 대상에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문제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유독 성 매 매 문제에 있어서는 문제의 대상인 성 노동자들의 심리를 분석한다거나, 문 제의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가 드물다. 성 노동자들은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는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는 은밀한 ‘거리 두기’에서 비롯된 현상인 듯하다. 최근 들어 성 매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성 노동자들의 심정 은 어떤 식으로 배제되고 있는지 짧게 살펴보고자 한다.

① 자의적 정의, 그리고 회피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성 매매 특별법(이하 성특법)의 기본적 입장은 성을 매수 한 남성을 가해자로, 성을 매도한 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시선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 에 단속을 하더라도 주로 성 매수 남성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매도한 여성들은 인 도적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 이는 명백한 자의적 정의다. 성 노 동자가 정말 피해자라면, 2007년 39곳에 불과했던 집창촌 수가 2010년 45곳으로 늘 어난 사실과 2010년의 성 노동자 수가 2007년에 비해 훨씬 많아진 사실2 은 설명이 불

1 「성노동에 관한 이름 붙이기와 그 정치성」, 김경미 2 출처: [취재일기] 성매매금지법이성매매 줄이고 있나, 2012.12.06, 중앙일보 3 출처: [성매매특별법 위헌 제청] “내 노동력 파는 엄연한 노동… 이 일도 못하면 당장 노숙자”, 2013.01.13, 경향신문 4 출처: [사설] 성매매특별법 8년, 진지하게 재론해볼 때 됐다, 2013.01.11, 동아일보 5 출처: [논쟁] 성매매, 자기결정권인가, 2013.01.19, 중앙일보

46

Hanyang University


가능하다. 성특법의 시행 이후, 많은 수의 ‘가해자’를 단속했음에도 ‘피해자’의 수는 늘 어난 꼴이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과거와 같이 가게에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 노동을 하는 사람 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성 노동자들은 주체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으며, 성특법을 위헌 제청한 김정미씨와 같이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3. 왜인지 모르겠 지만 사회는 성 노동자들의 성질을 자의적으로 정의하고, 그들이 왜 그 일을 하고 있 고 어떤 심정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성 노동자를 직시하지 않 는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일이다. 결국, 성 매매의 또 다른 주체인 성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지금 국가가 내놓 고 있는 해결책은 피상적 판단에 그치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성 노동자들의 심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② 무관심, 그리고 위선 참 역설적인 부분이다. 성특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 다시 말해 성 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국가가 개입하는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4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 노동자의 현실에 무관심하다. 성 매매는 “신체를 사 고파는 행위”이기 때문에 장기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5하며 성 노동자들을 비난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얼핏 듣기에는 성 노동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그들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너희들이 뭘 하든 알 바 없다. 먹고 살려고 그 러는 모양인데, 나한테 피해주는 건 없으니까 몸을 팔든 장기를 팔든 알아서 살아라’ 는 심정으로 성특법이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선이다. 정말 그들의 생계 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성 매매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그들이 앞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논리적으 로는 위헌이다. 그러니 내버려둬라.’는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

2013 SPRING

47


로 성특법을 위헌이라 주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성 노동자들의 생계를 유지시키 는 듯해도 그들의 피폐해질 개인적 삶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 다. 성 노동자들을 성 산업 현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그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줄 수 있는 진심 어린 연민에서부터 시작된다.

19세, 그녀는 창녀다 그나마 사람들에게 많은 ‘동정’을 받으며 일하는 성 노동자들은 보통 생계형으로 구 분되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되 니까 눈감아주자는 것이 동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인데 이런 동정마저 아까워하는 사람들 도 있다. 생계가 아무리 힘들고 일자리가 귀 하다 할지라도 성을 팔 수 있을 정도의 나이 청량리의 홍등가 풍경

에다 성을 팔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 면, 먹고 살만한 일터는 널렸다는 것6이다. 똑같이 힘들지만 파출부나 식당 일을 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사람도 있는데, 편하게 몸 팔아 돈을 버 는 성노동자들에게 동정까지 해줄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일단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는 “당신들의 발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의 역치가 모두 같을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해주 고 싶다. 객관적으로는 동일한 아픔이고 역경일 수 있다. 하지만 강인한 정

6 출처: [분수대] 성매매를 합법화? 얼굴 가리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라, 2013.01.13, 중앙일보 7 출처: 성매매女 절반이 “성폭력 경험”, 2012.11.12, 동아일보

48

Hanyang University


신력을 지녀 그 역경을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순간의 잘못된 선 택으로 성노동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가 2009년 ~ 2012 년 센터에서 상담받은 성매매 여성 3,869명 중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은 413명을 분석한 결 과, 19세 이하에 성매매에 유입하게 된 사람 이 39%(163명)에 해당됐다7. 뿐만 아니라 센터 측은 “성매매 여성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가 74%였다. 이 중 중학교 때 가출한 경우가 42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또 “성매매 여성 3명 중 1명은 청소년기에 학업 중단, 가출 등을 경험하며 성매매를 시작했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에도 심각하게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DNA 에 나약함이 새겨져 있는 그들은 태생적으로 창녀가 될 운명(!?)이었다. 2008년 4월 6일 방영되었던 tvN 다큐멘터리 「리얼스토리 묘」가 인터뷰 한 전직미성년자 창녀 김수지(가명, 19세)양과 3년차주부창녀 A씨(36세), 2012 년 11월 30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5년차 현직창녀 김연희(25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김연희: 어머니는 외동딸인 저를 키운다고 교사를 그만두셨고,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이세요. 저는 학원도 안 다니고 어머니께 공부를 배워 고등학교 2학년 때까 지는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별로 없어요. 한 번 2등 했다가 엄청 맞은 기억이 있을 정도로요. 고3이 되니까 그런 생활에 질리더라고요. 엄마는 제가 뭐든지 잘하기를 바라셨고, 그런 엄마 때문에 부담감이 컸어요.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2013 SPRING

49


못하는 분위기가 싫었고 갑갑하기도 하고 그래서 고3때 가출을 했어요. 감정을 나 누는 대화가 없는 집이었거든요. 가출을 하고 고시원에 방을 구해서 아르바이트 를 시작했어요. 빵집 종업원, 병원 사무보조, 편의점 알바 등 1년 동안 온갖 일을 다 했는데, 천식 때문에 아파서 쉰다고 하면 영영 쉬라고 잘라버리고, 말도 함부로 하고, 시간당 3000원, 5000원 주면서 사람을 막 대하는 거예요. 사장님들이 너무 싫었어요. 다른 일자리를 찾다가 2008년에 인터넷에서 단란주점 종업원 모집 광 고를 봤어요. 면접할 때는 ‘손님과 연애하고 술 한잔 마셔주면 된다’고 하는데 무 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출퇴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빨간 유리창에 아가씨들이 앉아 있는 미아리 텍사스였어요. 인신매매 당하는구나 싶어서 깜짝 놀라고 무서워서 울고 있는데, 가게 언니들이 화장시키고 옷을 갈아 입혀 주더군요. 시작은 정신 없었지만 첫날 20만원을 벌었어요. 아침에 방에 돌아 와 잠 못 자고 계속 생각했어요. 사장들이랑 맨날 신경전 벌이고 추가임금도 못 받 는 알바보다 여기가 더 좋구나! 아침에 다 보는 데서 얼마 벌었나 확인하고, 일한 만큼 돈을 나누고, 이모들도 다 착했어요. 그래서 다음날도 나갔어요.

Q. 생리 때 2차(성매매)는 어떻게 해요? 김수지: 실장이, 다 씻고 솜을 끼워서 하라고 말해요. 니가 안 나가면 이 테이 블 다 취소된다, 너 안 나가면 안 된다, 그렇게 겁주고 협박을 해요. 가게에서는 아 가씨들 내보내면 장땡이에요. 한 번은 예전에 같이 일했던 언니가 임신하게 돼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한지 이틀 만에 나와서 일하라고 하더라구요. 삼일 쉬고 나 갔는데 2차까지 보내고.

50

Hanyang University


Q. 앞으로 결혼도 할 텐데. 김수지: 안 할건데요. 사람들 보면 유부남들도 자기 애기가 오늘 옹알이를 했다, 그러면서 제 가슴 만지고… 나는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는데 지금 여기서는 니가 내 와이프야,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을 못 믿게 되죠. 우리 아빠 도 이런데 다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러다 보면…….

Q.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생이세요? A씨: 올해는 그만 둔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올해까지는 하고 내년쯤에는 (그만 둬야죠). 마음속으로 쉽지가 않아요. 빚 다 갚으면 그만두고, 평범한 일 하고 싶어요. 아이 보는 눈도 있고…….

김수지 양, A 씨, 그리고 김연희 씨. 다들 조금씩 성 노동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만 다들 평범한 가정사를 가지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겪기 어 려울 아픔들을 겪었던 사람이고, 현재도 생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들의 삶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들이 꾸 는 꿈은 참 소박하다. “보통만큼만 아프고, 보통만큼만 기쁘고” 그런 평범 한 삶이 그들의 꿈이다. 사람들은 쉽게 돈을 벌기위해 그 일을 선택했다고 비난하지만, 성 노동을 선택하기 전에 그들은 이미 다른 일들을 모두 찾아 봤던 사람들이다. 극단의 극단까지 가서 결국 성 매매를 시작했고, 아르바 이트를 할 때보다 많은 돈을 벌긴 하지만 그 돈으로 사치를 부리며 살 수 있 는 사람들이 아니다. 생계형 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마음을 크게 다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자신의 의지로 성 노동에 종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다들 성 노

2013 SPRING

51


동을 그만두고 싶어한다.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는 말은 일부 맞는 말 이지만, 그들이 큰돈을 벌고자 성 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열심히 일 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직업이 있다면, 더 힘이 들더라 도 그들은 주저 없이 그 직업을 택하고 성 노동 현장을 벗어나려 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창녀인 사람이 있을까. ‘창녀’는 그 사람이 태생적으로 처해 있는 부족한 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들은 가장 험한 일을 해왔기 때 문에 열심히 살 각오가 되어있다. 구원해줄 생각도 없이 그들을 쳐내고 비 난하는 사회와, 철이 완전히 들기도 전에 이미 나락까지 떨어진 나약한 정 신력의 그들이 있다. 정말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이며, 누구의 잘못이 더 큰 걸까?

밤이 아름다운 나의 마음은 황무지 용돈벌이형 성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생계형 성 노동자들과는 완 전히 다른 목적으로 술을 따르거나 성 노동을 한다. 일반적으로 텐프로, 쩜 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용돈벌이형 성 노동자로 구분된다. ‘용돈벌이’라

인터넷에 떠도는 룸살롱의 내부모습 사진. 가게 사정상 강남 P룸살롱의 내부모습은 촬영하지 못했다.

는 단어만 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듯, 그들은 명품백을 들거나 호화롭고 사 치스러운 생활을 위해 일한다.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화류계에 종사하는 그 들을 옹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 하는 사람들도 그들을 보호대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들조차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업소의 시스템 아래에서 충

52

Hanyang University


분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은 돈’을 위해 일하며 실제로도 많은 돈을 번다. 강남 P 룸살롱 에서 일하는 텐프로 아가씨 혜진(가명, 24세) 씨 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보 통 텐프로라면 “최소 월 2000만원 이상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자신들의 수 입액을 귀띔해줬다. 또 “텐프로 아가씨들은 가끔 방송이나 영화로 진출하는 콜을 받기도 하는데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지금도 잘 벌고 지내는 데 뭐하러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계로 가겠어요? 화류계에 있 다가 연예계로 직업을 바꾸는 아가씨도 가끔 있긴 있어요. 그런데 연예계에 서 성공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행운이 따라야 하는 법이잖아요. 한마디로 모험을 해야하는거죠. 명예를 얻겠다는 야심이 없는 이상 화류계에서 연예 계로의 이적은 어려운 일이예요. 차라리 연예계에서 크게 뜨지 못한 사람이 화류계로 들어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구요.”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의 성(性)을 이용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돈을 번다. 윤리적 비난을 면 할 길은 아무래도 찾기 힘들 것 같다. 혜진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 였지만, 일반상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잘 와닿지 않았다. 돈과 화려함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늘어놓 는 궤변들. 그리고 그 궤변이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라고 믿는 그녀의 확고 한 눈동자. 그렇지만 일반 상식으로는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 들이 그녀에게는 ‘힘든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들 이 안타까웠다.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 직업에 종사하나요? A: 다양해요. 프로게이머도 있고, 기자도 봤고, 간호사도 봤고, 유치원 교사도

2013 SPRING

53


봤어요. 멀쩡한 직업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대학교 강사 같은 분도 일주일에 세 번 씩 나오세요. 외국인 바이어를 접대하는 팀도 따로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명문대 출 신의 외국어가 가능한 아가씨들도 많고요. 이 경우는 보통 외국어 전공을 하고 아 르바이트를 하는 아가씨들인데, 그러다가 아예 눌러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가씨 들의 장기를 앞세워 공연식의 접대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대마담이 음악을 전 공한 아가씨를 찾기도 하더라구요.

Q. 사람들이 화류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A: 사람들이 저희가 뭔가 대단히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긴 하죠.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불법행위로 적발돼서 뉴스에 나 오는 업소는 극소수일 뿐이에요. 어느 계통에나 소수의 탈법자는 있으니까요. 그 런 정도에서 생각해야지 화류계 사람들은 모두 탈세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모르긴 몰라도 월급생활자를 뺀 어느 계통의 산업 못지않게 저희도 착실히 세금 을 낸다고 보면 돼요. 아, 그리고 텐프로는 기본적으로 2차를 나가지 않아요. 업소 에서 금지하거든요. 업소 밖에서 손님과 따로 만나는 것도 자제하라고 마담이 말 하기도 하구요. 그럴 필요가 없죠 사실.

Q. 그러면 쉽게 돈 벌고 싶어서 이런 일을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 각하세요? A: 그건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여기서 버는 돈은 밖에 서 버는 돈보다 순도가 높아요. 저는 한 번도 제가 공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고 생 각해요. 다 그만한 대가를 받을 만하니까 받는 거죠.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그도

54

Hanyang University


그럴게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가장 꽃다운 시절을 투자 하고 있는 거잖아요. 아무런 보장도 없고, 정해진 미래도 없는 하루하루. 여기서 살아남는 길은 노력밖에 없어요.

Q.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쓰시려구요? A: 일단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하고 현실을 말씀드릴게요. 사람마다 씀씀이나 취향은 다 다른거예요. 씀씀이가 커서 많은 수입이 필요한 사람도 있는거고 일반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거죠. 남자 들 커피 심부름이나 하면서 차별을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화려하게 살면서 남자들 의 기분을 맞춰주고 수입을 올리는 일이 더 좋은 사람도 있는거 아니겠어요? 그리 고 현실을 말씀드리면 화류계 사람들은 버는 만큼 쓸 데도 많아요. 전 강남에 위치 한 40 평 정도의 집에서 혼자 살아요. 전 집이 크고 조용해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집에서 생활하는 생활비만 해도 보통이 아니고, 일을 할 때 필요 한 홀복도 빌려야하고, 헤어스타일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만 해도 한 달에 1~200 씩은 들어요. 또 명품으로 저를 꾸며야 손님들에게 지명받는데도 유리하거든요. 버는 만큼 써야 그 수준의 벌이가 유지되니까 정작 남는 돈은 별로 없어요.

Q.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A: 팁을 많이 주기로 유명했던 사람들 중에 만 원짜리 지폐다발을 가져와서 큰 선풍기 앞에서 뿌리던 사장님이 기억나요. 만 원짜리가 룸을 날아다니는 가운데 한 장이라도 더 주우려고 몸을 쓰는 아가씨들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그 손님은 한 마디로 기분 좋게 쓰자는 주의였어요. 그럴 땐 아무 생각 말고 룸에 있는 아가씨 들이 모두 열심히 그 지폐들을 주워야 되는 거예요. 만에 하나 ‘난 이런 게 모욕적

2013 SPRING

55


이야’ 하는 표정으로 시큰둥해하면 손님 기분을 망치는 셈이거든요. 그저 고개를 처박고 돈을 주워주는 것, 그게 접대고, 서비스죠.

Q. 그래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괜찮아요? A: 아가씨들이 룸 들어가기 전에 대마담이 항상 주의 사항을 전달해줘요. 오 늘 오는 고객은 어떤 고객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아라. 이런 식으로요. 물론 손 버릇 나쁜 손님들도 있긴 해요. 거칠게 주물러대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어쩌겠 어요 참아야죠. 그런게 괴로우면 이 일을 안 하는게 나아요. 그래서 전 일하러 나 올 때마다 자신을 버리고 나온다는 생각을 해요.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할 수 있 는 일이예요 이게.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성 노동자들에 대한 비난의 근본적 원인을 따지다 보면 ‘선악의 개념을 그 렇게 설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다다를 수 있다.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이 대답할 것이다. “사회의 합의된 규칙이기 때문에 이를 어겼을 때 윤리적 비난을 받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당 신들이 말하는 사회적 합의는 절대적으로 옳은가? 단지 그 합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매장시킬 만큼?’이라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의 윤리관에 대한 반박이 아니며, 사회의 안 정성을 고려했을 때 합의된 윤리관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선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겠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성 노동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56

Hanyang University


글을 읽기 전보다는 조금 껄끄러워졌을 것이라 믿고 싶다. 생계형 성 노동자 들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일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 진 삶 자체도 열악하다. 사람들은 그들을 착실하게 살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만, 그들은 착실하게 산다면 느낄 수 없는 인생의 바닥을 맛보며 살아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착실하게 살 수 있는 평범한 삶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평범하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이가 들어서 도 죗값을 치르며 살고 있다. 이미 힘든 삶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지 않고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은 충분히 장하다. 그런 그들 에게 ‘힘들죠?’ 라고 한마디 따듯한 말을 건네지는 못할망정, 손가락질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용돈벌이형 성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하다. 그들은 많은 남성들 이 선호하는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여성들보다 더 행 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특혜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 서인지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누리 지 못하게 됐다. 물질이 넘쳐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알지 못하 며, 사랑하는 사람과 잠이 들고 평범하게 아침을 맞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남성들의 추한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본 그들은 보통 사 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랑에 늘 의구심을 가진다. 뿐만 아 니라 항상 자신의 직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언제나 불안한 마음과 공허한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갈 것이다. 돈의 유혹에 잠깐 흔들렸던 어린 마음이, 이제는 평생을 짊어져야 할 어리 석은 마음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나 갈구하던 화려함과 돈과 안락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한 인생을 잃었고, 소소한 행복을 놓쳤으며, 순수한 사랑을 빼앗겼다. 그리고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평생 경험하지 못할 세상의 어두운 면들이 일

2013 SPRING

57


상이 되어버린 삶을 살아간다. 너무 어리석은 질문이라 차마 혜진 씨에게 묻지 못한 것이 있다. 당신이 화

류계로 들어오고자 마음먹었을 때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신 옆에서 함께 힘내자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 다면 이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생계형 성 노동자들을 직접 인터뷰하 지는 못했지만 혹시 인터뷰할 수 있었다면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그렇 지만 역시나 너무 어리석어서 묻지 못했을 질문이 있다. 만약, 학창시절에 학교

선생님 중 한분이라도 진심 어린 목소리와 걱정 가득하지만 자상한 표정으로 ‘요즘무슨 힘든일있니? 선생님이 도와줄까?’라고물어봐 주었다면, 힘겨웠던 당신을 따듯하게 안 아주던 누군가의 품이 있었다면 당신의 인생은 달라졌을까요? 마음 속에서 이런 질 문들이 떠오를 때마다 난, 그 사람이 미안하고, 그 사람이 아프다.

58

Hanyang University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주제 : 자유 •형식 :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 자유 •문의 : 편집장 김준영 010-8989-1774 •접수 : HYgyoji@gmail.com으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

2013 SPRING

59


MindVirus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가치관은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똑같은 가치관이 사회에 만연 하게 되었고, 내 가치관이 정말 내가 세운 가치관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획일화되어버렸다. 혹시 누군가의 가치관이 바이러스처 럼 나한테 퍼져서, 이제는 더 이상 인 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면역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한 번쯤 의심해보도록 하자.

60

Hanyang University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EBS 스페이스 공감》 2008년 09월 16일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아마 적잖 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처음으로 그들을 본 사람은 일종의 ‘문화충격(!)’ 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들’은 바로, 이제 인디밴드들 사이에서도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특유의 정적인 표정과 코믹한 춤 동작, 기발한 가사를 들고 나타난 그들은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 었으니, 가히 인디밴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를 들어보면 이게 도대체 무 슨 장르의 노래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일단은 포크송 같은데 중간에 독백인지 랩인지 모를 무언가도 있고, 노래와 함께 흐르는 모호한 그의 자세 와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즐거움 과 감상적인 느낌이 공존한다. 그러나 노래의 특징적인 요소들보다도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그들의 실 험적인 정신이 아닐까. 똑같은 음률과 리듬을 반복하는 아이돌의 범람으로 몰개성화되어 있던 음악계 중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낸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은 음악계를 꽉 잡고 있던 음악적 가치관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고, 대한민국에

웃긴 사진으로도 유명한 ‘나를 받아주오’의 가사 출처: EBS 스페이스 공감

모두를 충격과 공포로 밀어 넣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의 안무 출처: EBS 스페이스 공감

2013 SPRING

61


인디밴드의 유쾌함을 널리 알리는 촉발제가 되었다. 그렇다, 이제부터 하려 는 이야기도 가치관에 관련된 이야기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일지도 모르지 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슬프고도 유쾌한 노래인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를 들 으며 한 번쯤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해보도록 하자.

가치관 바이러스, 무시무시한 전염력 1. 가치관이 뭔데?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치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가치관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생활의 여러 국면(局面)과 과정(過程) 에서 가치판단이나 가치선택을 행사할 때 일관되게 작용하는 가치기준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근거, 혹은 신념의 체계적 형태. 인간 생활의 여러 국면과 과정에 따라서 세계관·인간관·사회(국가)관·역사관·예술관·교육관· 직업관 등의 어느 하나 혹은, 전체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1 좀 더 쉽게 풀어쓰자면,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어디에 가치 를 두는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가치관에 대한 해석이 이렇다면, 모든 사람의 가치관이 거의 일치할 수는 없겠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성 격, 심리, 이성 등이 모두 다르게 형성되어 왔을 테니 말이다. 이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심리학적 증거가 하나 있다. 고등학교 시절, 도 덕 교과서에서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의 ‘욕구의 단계’를 머리 아 프게 외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에 의하면,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1 출처: 교육학 용어사전.

62

Hanyang University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의 욕구, 자기실현의 욕구의 5단계로 분류된 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한 욕구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마다 항상 똑같은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안전의 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사람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생각을 할까? 그는 당장 안전의 욕구부터 해결하려 들 것이다. 또한, 안전의 욕구에도 종 류가 여러 가지다. 전쟁터에 있는 군인이 느끼는 안전의 욕구가 가정에서 학 대받는 어린이의 그것과 같을까? 이처럼 사람마다 느끼는 욕구는 천차만별 이고, 그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다시 말하면 가치관 ―은 달라 지기 마련이다. 5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가는 과정의 끝, 자기실현의 욕구 가 남들과는 확연하게 다를 것은 너무도 당연할 일일 테다.

2. 남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 지고 있다. 모두의 가치관이 같 아지고 있다.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 다양한 환경에 서 살아온 우리들의 가치관이 서서히 같아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물론 사람이라는 공통분모에 의해 어느 정도 비슷해질 수는 있다. 그런데 가 치관이 같아도 이렇게 같아질 수는 없다. 이건 뭔가 이상한 현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물질만능주의가 아닐까 싶다. 물질만능주의는 흔히 알 고들 있듯이 물질, 특히 돈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일컫는다. 그래, 돈 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을 절감한 성인들이 물질을 숭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직 가 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중학생까지도 일률적으로 돈을 숭배하는 현상, 이건

2013 SPRING

63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기도 시흥의 함현중학교 손혜진 교사(36)는 지난해 행복수업 시간에 이철우 군(15·가명)이 그린 ‘나의 뇌 구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컴퓨터와 공부 등 몇 개의 단어를 빼곤 온통 ‘돈’이라는 글자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이렇게 돈에 집착하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손 교사는 이군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군은 “여자친구와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과 선물도 사줘 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돈돈돈” 하는 어른들의 돈타령이 어린 자녀들에게 까지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2

글쎄, 이 글이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논의하는 글은 아니니 더는 시시비비 를 가리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런 행동은 곤란한 게 틀림없다. 이걸 단지 소 속의 욕구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분명히 가치관이란 내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을 토대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일 터인데, 여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 채워졌다. ‘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이렇다.’라는 가치 판 단에 나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끼어들 뿐만 아니 라, 아예 내 생각을 지배한다. 사실 여부와 관 계없이, 가치의 우선순위와는 관계없이, 오로지 옆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뭔가 이상 「인셉션」에서도 그랬다. 가장 강력한 전

하지 않은가?

2 경향신문, 아이들도 “돈 돈 돈”… 불행을 낳는 물질만능, 2013.02.15

64

Hanyang University

염력을 가지는 건 ‘생각’이라고.


이 정도쯤 되면 가치관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바이러스에 가까운 것 같다. 가치관이 아직 확립되기도 전에 어떤 가치관이 주입되었는데, 그 가치관이 천파만파 퍼지는 현상이 생기니 말이다. 게다가 그 전염력은 그 무엇보다 강 력하고, 파괴적이며,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일단 가치관 바이러스의 덫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걸 자기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버린다. 말 그대로, 가치관이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천 편일률화’라는 전염병에 걸리는 것이다. 아아, 무서운 가치관이여. 이제부터, 그 무서운 가치관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발병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가치관 바이러스,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1. 이성 : 무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탐색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그저 흡수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가치관이라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그 첫째 원인은 ‘무지’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은 절대자가 아니므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 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무지가 가진 의미 중에서 ‘모르는 것’ 자체는 원인 이 되지 않는다. 무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 중에서 제일 핵심적인 의미,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그 원인이다. 즉, 어떤 정보나 사실에 대해 자신의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흡수하기만 할 때, 그럴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지’ 상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상황 에서, 가치관의 전염은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 2008년에 광우병 촛불 시위를 기억하는가? 당시에 중·고등학생이었다 면 한 번쯤 참여했거나, 혹은 적어도 친구가 참여했다고 들어봤을 것이다.

2013 SPRING

65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에 그 많은 학생이 참가한 것일까? 미친 소를 먹고 미 쳐서 죽기 싫어서? 그래, 그 이유는 매슬로의 ‘안전의 욕구’에도 속하는 단계 니 칭찬할만하다. 그런데 그곳에 나간 모든 중고생이 안전의 욕구를 위해 나 간 걸까?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위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유요? 그냥요, 인터넷에서도 그러잖아요. 대통령 미쳤다고.”

핵심은 이렇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 혹은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 사고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주워 먹듯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 이 것이 진정한 무지요, 가치관 바이러스의 주원인 중 하나다.

2. 심리 - 두려움

두려움은 주로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문화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 다. 어떤 사회이건 간에 사회 안에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게 되어 있다. 그 리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주류에 속한 사 람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우월하고, 더없이 완벽하며, 아름답고 고결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

66

Hanyang University


멸의 눈빛을 보내기 마련이며, 그게 심화되면 자신들의 무리에서 배제하고자 노력한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문제가 되어버린, 오타쿠를 곱지 않은 시선 으로 바라보는 문제를 떠올려보자. 학창시절에 ‘오타쿠’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봤거나, 적어도 왕따로 취급되는 학우를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 다. 가해자들은 “왕따 당하는 애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왕따 행위의 근본적인 이유는 ‘또래 압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또래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은 그 집단의 특징을 드러내는 외모, 가치관 등 을 공유하고 집단이 하는 행동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라 하며, (…) 자신들이 속한 집단 구성원 간의 유사성 과 동질감을 확인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특성이나 활동이 없을 경우 취하 기 쉬운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 중 하나가 자신들과 특성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을 하나 골라 ‘재수 없다.’(아이들 말로 ‘밥맛’과 ‘왕재수’)는 낙인을 찍고 그 대상을 괴 롭히는 집단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것은 그들 집단의 취향이나 행동의 유사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악행을 함께 한 공범의식이라는 유대감까지 제공하므로 그들의 내부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하는 아주 손쉬운 방식 중 하나일 수 있다.3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비주류 선을 그으려는 성인들을 보고 있으면, 또래 압력이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주류가 되지 않기 위해 주류의 생각을 비판적 사고없이 받아먹는 것, 이것 또한 가치관 바이러스의 주원인 중 하나이다.

3 김원중, 왕따 : 의미, 실태, 원인에 관한 종합적 관찰, 「상담학연구」, 『한국상담학회』, 2004

2013 SPRING

67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무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는 존재, 그리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 어쩌면 가치관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일은 아주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문제냐고 반 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치관 바이러스는 분명히 문제다. 모순된 현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를 수밖에 없는 인간이 같아지는 이 현상, 이 모순된 현상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잠시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앤디 앤 드루스의 신작인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를 살펴보자. 과연 1,100만 명을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사람 한 명을 죽이는 일조차 무척이나 벅 찰 터인데, 가늠조차 잘 안 되는 1,100만 명을 어떻 게 죽일 수 있을까? 앤드루스는 여기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답한다. Lie to them, 그들에게 거짓말하 라. 1,100만 명을 죽이는 방법은 명쾌하다. 죽음의 위협이 분명한데도 온갖 달콤한 말로 위장하여 ‘이것이 당신에게 이익입니다.’ 라고 했을 때, 그들이 그 말을 믿고 그대로 따른다면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죽는다. 겨우 그런 걸 로 1,100만 명이 죽는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는가? 그러나 사실이다. 1,100 만 명은 나치가 죽인 사람들의 공식적인 숫자이다. 히틀러는 마법사가 아니 다. 그가 한 말은 오직 ‘이 일들은 당신에게 이익입니다.’ 한 마디에 불과했 다. 그걸로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상지역으로 옮겼고, 수천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단 한 명의 정신병자 정치인이 위험을 초래하는 게 아 니다. 설령 그들이 떼로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위협하는 최고의

68

Hanyang University


위험은 바로 ‘그들 거짓말쟁이들이 우리를 제대로 리드해줄 것’이라고 시민 들이 믿기 시작하는 순간, 시작된다.”4 맞다. 어떠한 고찰도 없이 남의 가치 관에 따라 그대로 살아가게 될 때, 그때부터 위험은 시작된다. 그건 본인에 게나 타인에게, 심지어는 사회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쟁이다. 프랑스의 전략가 보프르는 전략을 ‘두 개의 상반된 의지가 힘을 사용, 분쟁을 해소코자 하는 변증법적인 술이다.’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해,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들은 각각의 의지를 갖추고 상 대방의 행동에 반응한다는 것. 그렇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는 어떤 명분 을 가지고 일으키는가? 바로, 군중의 공통된 가치관이다. 그런데 이 가치관 이라는 게, 정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의지적으로 확립한 것 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히틀러가 총독이었을 당시, 독일 국민 중 나치 의 비율은 10%도 되지 않았다. 단 몇 퍼센트의 사람이 가진 가치관이 독일 의 전 국민에게 확산하여, 홀로코스트라는 무시무시한 대참사와 2차 세계대 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이렇게 생각해 보자. 무분별한 사고의 흡입과 외적 압박에 대한 두 려움 때문에 몇백만, 몇천만 명의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면? 상상만 해도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앞에서 이야기한 나치 의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아서 도무지 꺼낼 엄 두조차 나질 않는다. 그렇다. 먼 옛날의 이야기도 아니고, 남의 일도 아니 다. 이제야 지금껏 줄곧 이야기해온 논의의 결과가 확실해졌다. 가치관 바 이러스, 분명히 문제다.

4 앤디 앤드루스, 이은정 역,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에이미팩토리

2013 SPRING

69


굳게 다문 입술에 품은 배짱 하나로 오늘도 내일도 간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 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中 -

‘장기하와 얼굴들’, 이제는 그들이 등장할 때 관중은 큰 소리를 외치며 환 영한다. 그들의 노래가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글쎄, 그런 노래라면 지금까지 수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예정이다. 그런 데도 유난히 장기하와 얼굴들에 관심을 두고 소리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건, 아마도 그들이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들의 음악적 가치관에 따라 신기한 음악을 생산해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결국, 이 바이러스에 게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해독 제는 의지다. 이 글에서는 가치관 바이러스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 기했고 마치 빠져나올 수 없다는 듯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모두 가 그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은 아니다. 90년대에는 서태지와

그래, 중요한 건 의지다.

아이들이 고정된 음악적 가치관 을 깨고자 노력했고, 이제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 노력을 계승하고 있다. 분명 가치관이라는 바이러스는 무척이나 강력하고 헤어 나오기 어려운 바 이러스지만, 헤어 나오기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동물과는 다르게

70

Hanyang University


우리에게는 가치관이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의지라는 강력한 해독제도 갖고 있다. 중요한 건 의지다. 비판하려는 의지. 자신이 가진 잠재 적인 면역력, 비판하려는 의지를 일깨워보는 게 어떨까.

자유 의지는 도적의 손이 미칠 수 없는 재보다. - 에픽테토스 -

2013 SPRING

71


개 동아리소

갈무리

예 ♥ 24반 무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1. 동아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저희는 ‘24반 무예’라 불리는 전통무예를 수련하는 순수 체육 동아리입니다. 24반 무예 란 조선시대 때 실제 전쟁에 쓰여진 군사무술로, 18가지의 보병무예와 6가지의 마상무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갈무리에서는 주로 검법 위주로 수련하며, 부수적으로 창, 봉, 월도, 활 등 다양한 병기들을 익힐 수 있습니다. 2. 전통무예를 배운다고 했는데, 전통무예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는 무(武)의 중요성을 깨닫 고, 200년에 걸쳐 한. 중. 일의 무예를 한데 모아 재정립 하였습니다. 그걸 조선 정조 때 이덕무, 박제가, 백동수 가 책으로 엮어낸 것이 <무예도보통지>이며, 24반 무예 란 이 교본에 수록된 24가지의 무예를 일컫는 말입니 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의 탄압으로 전통 계승자의 맥이 끊기게 되었고, 사실상 조선시대 때 있었던 그대로의 무예를 실연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소실되지 않 고 남아있는 <무예도보통지>를 중심으로 24반 무예를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현 재는 ‘경당’이라는 24반 무예협회가 만들어져 13개 광역시도에 지역협회가 조직되어 있고 미국, 프랑스, 캐나다, 노르웨이, 엘살바도르 등 해외 지역에서도 지부를 운영 중입니다. 갈 무리는 24반 무예 동아리로서는 최초로 창립되었으며, 이대, 숭실대, 산기대 등 타 대학 24 반 무예 동아리들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3. 연습은 주로 어디서 하고, 얼마나 하나요? 연습은 주로 대운동장에서 하며, 바깥에서 운동하기 힘든 경우엔 실내 연습실에서 하기 도 합니다. 운동은 일주일에 일요일,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하고 있으며 5시부터 1시간 30 분 수련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련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고 각자 스케쥴에 맞춰서 아

72

Hanyang University


무 때나 오셔서 수련하시면 됩니다. 사범 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항상 무연부장과 함 께 번갈아 가며 운동을 도와줍니다. 일반 적으로 많이 하는 학생들은 주 5회를 다 채우기도 하고 심지어 주말 수련도 진행합니 다. 일반적으로는 2~3회 정도 입니다. 4. 기본적으로 무예를 배웠던 사람들도 많이 오나요? 네. 태권도나 택견, 검도 등 무예를 이미 배웠던 사람도 많이 옵니다. 하지만, 그보 다는 무예를 배우지 않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찾아옵니다. 다른 운동들 과 엄청나게 다른 운동신경등을 필요로 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어서 걱정하기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더라도 부담 갖 지 않고 오셔도 됩니다. 5. 대회나 무예 시범공연 등을 하나요? 정기적으로 대동제(학교 축제) 및 하반기 해몰이제(동아리 행사)때 시연을 하 고, 동아리 창립제나 타대 행사때 가서 같이 시연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장소 는 한마당 혹은 노천극장에서 진행됩니다. 축제시기에는 한마당에서 하는 행사 이기 때문에 많은 학우들이 구경해주시곤 합니다. 이번 3월 신입생 환영회 때에 도 시연을 할 예정입니다.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요즘 신입생들이 대학교에 와서 스펙 쌓는데만 너무 열중하는 것 같습니다. 스펙 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다양한 동아리를 겪어봄으로써 인생의 경험과 추억도 쌓 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으면 합니다. 물론 취업난에 걱정이 있지만, 운동도 하고 여유 있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운동하는 동아리의 특성인 끈끈함으로 안정감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13 SPRING

73


만나다

H A N YA N G 2 0 1 3 v o l . 8 3 S p r i n g

● 함께해서 즐거운, to gather 상큼해서 반가운, Freshman 새내기



만 나 다 , 41대 총학생회

2013년의 한양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총학생 회가 출범했다. ‘to gather’는 전 총학생회 ‘리 얼 플랜H’와 노선을 같이하던 선본 ‘人SIDE’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새로운 얼굴들인 만큼 낯 설고, 어떤 공약을 어떻게 시행할 지도 궁금하 다. 인터뷰를 통해 1만 5천 한양인을 대표하게 된 총학생회에 대해 알아보자.

함께해서 즐거운,

수습위원 구현소 kooooohs@naver.com

to gather

76

Hanyang University


겨울비가 내리는 2월의 첫날, 쌀쌀한 날씨였지만 방학에도 분주한 총학생 회실에서는 신생 총학생회의 열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총학생회장은 바 쁜 일정 때문인지 입가도 부르터있었다. 그렇게 2013년 41대 총학생회 ‘to gather’와의 인터뷰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하게 된 계기와 당선 후 각오는 무엇인가요? 손주형(총학생회장) : 기존 총학생회들을 보면 잘 한 점도 있지만 아쉬운 부

분들도 많았어요. 정보통신계열 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그런 점들을 가까 이에서 느끼다보니, 제가 직접 총학생회장이 되어서 개선해보고 싶었어요. 또,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대화가 통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소통’을 기조로 삼아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김웅(부총학생회장) : 처음에 총학생회장이 출마를 제안했을 때는 학생회

경험이 없는 점이 불안해 망설였어요. 하지만 평소에 총학생회에 대해 불편 했던 점을 느꼈던 것을 떠올리고 이번 기회에 함께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to gather : 저희는 기존의 총학생회가 학우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

2013 SPRING

77


었다는 것에 공통된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학우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 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총학생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많은 학우가 총 학생회장이나 부총학생회장이라고 하면 대하기 어려운 사람, 정장입고 돌아 다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것은 학우들의 시각이 잘못된 게 아니라 기존의 총학들이 얼마나 딱딱해 보였는지를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꼭 필요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가급적 정장도 입 지 않고, 학생다운 차림으로 학생 여러분과 편안하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부총학생회장은 학생회 경험이 없다고 하셨는데, 총학생회를 이끌어 가기에 부족한 부분은 없을까요? 김웅 : 처음부터 프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회 경험은 분명 총학생회

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요. 일의 분담 방법이나 효율적인 일 처리 방식, 상 황 대처 능력 등은 학생회 경험이 있는 총학생회장이 더 뛰어난 게 사실이에 요. 그러나 경험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선입견이나 편견 에 갇힐 수 있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맘때는 뭘 해야 하고, 학생회 는 원래 이런 것을 해왔기 때문에 해야 해, 이런 생각들 말이죠. 특히 경험자 들끼리만 모이면 어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서 생각하기 어려워요. 저희는 학생회 경험 이 있는 총학생회장과 그렇지 않은 부총학 생회장이 함께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 서 함께 바라볼 수 있어요. 총학생회의 국 장이나 차장 중에서도 학생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지만 여러 가지 시야로 같이 바

78

Hanyang University

부총학생회장 김웅


라보면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학생회가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고, 이에 따라 이번 총학이 연계할 부분과 개선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to gather : 2012년 40대 총학생회 ‘리얼

플랜 H’는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시도 를 했던 학생회라고 생각합니다. 벤치 바 리스타1 나 원탁 총회2 와 같이, 기존의 틀 을 벗어난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점에서 영감을 많 이 받았고요. 하지만 방식의 개선은 필요

총학생회장 손주형

하다고 생각해요. 벤치 바리스타는 일정 장 소가 정해지지 않고 무작위로 장소를 채택했는데, 이 경우 학우들의 꾸준한 접근이 힘들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것은 고정된 장소, 고정된 시 각, 고정된 멤버를 통해 학우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었고, 그와 관련된 공약 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 총회는 1500명 이상이 모여야 인정되는 데, 원탁 총회가 열린 한마당은 그 인원이 다 모일 수 없는 곳이었어요. 기존 의 노천극장이 상징적인 총회의 장소임에도 그곳을 선택한 것에 약간 의아 했죠. 새롭고 다양한 시도는 좋았지만 집행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미진함이

1 리얼 플랜H에서 진행했던 소통 관련 공약으로, 매주 목요일 장소를 옮겨가며 시행되었다. 커피를 500원에 제공하면서 학우들과 담소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 2012년 4월 5일에 한마당에서 열린 서울캠퍼스 전체학생총회로, 리얼 플랜H의 제안으로 기존의 방식과 달 리 차려진 원탁에 앉아서 진행되었으나 성사 인원에 못 미쳐 무산되었다.

2013 SPRING

79


있었지 않나 합니다. 저희는 그런 진행상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개선해서 학우들과 소통하려고 해요. 리얼플랜H의 부족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보궐 선거로 당선되어 임기가 3 월부터 시작하다 보니, 기간상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진하려 했 던 몇몇 사업들이 미완성 상태로 끝났더라고요. 예를 들어 해피 하우스의 추 가 확충 방안이나 16주 수업 환원에 관련한 사안 등이 있죠. 특히 16주 수업 환원은 적극적인 행보를 하려 했으나 기간 상 상견례와 회의가 각각 한 차 례씩 밖에 열리지 못해 그 실효성이 부족했어요. 저희가 의견을 들어보았는 데, 리얼 플랜 H 측에서는 총학생회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학내 행사들 이 많다 보니 회의가 밀렸다고 하고, 학교 측에서는 왜 총학생회가 이 회의 를 만들어놓고 더 이어가지 않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리 얼 플랜 H가 총학생회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지 않았나 합니다. 16주 수 업 환원보다 다른 학내 사안에 치중했던 것 같은데, 보다 급하고 중요한 사 안에 중점을 두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제 기간에 임기를 시작한 만 큼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처리함으로써 단절된 학교와의 대화도 이 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한마당에서 진행되는 TOP

80

Hanyang University


소통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to gather에서 학우들과의 소통의 창 3 구로 내세우고 있는‘TOP(to gather opinion)’ 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이 야기는 어떤 것이었으면 하시나요? to gather : 학우들이 저마다 가지는 모든 문제를 알고 싶습니다. 이 자리

는 1만 5천 명 개개인이 가지는 불편함과 요구사항을 모으고 그 다양성을 인 정하려는 목적에서 기획했어요. 특정 학과의 커리큘럼 문제, 입대 문제처럼 개인적으로 밀접한 사항들은 총학생회가 아무리 소통을 강조하며 활동해도 다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서 학우들과 직접 대화가 가능한 창구를 만 들었어요. 단지 소통의 창구만 연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합니 다. 저희가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학우 여러분을 기다리지 않고 한마당을 돌아 다니면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요. 와서 커피 한잔 하시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해달라고 말이죠. 학우들이 오시면 처음엔 큰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해요. 요즘 같은 경우는 등록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보고, 등록 금심의위원회 진행 과정에 대해서 설명도 드리고, 또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시는지 의견을 나눕니다. 그다음에는 더 내려가서 소속 학과에 대한 불 편함이나 심지어 연애 문제 같은 소소한 것들도 이야기를 나누죠. 이런 대화 가 총학생회장과 학우라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편한 선 배와 후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3 to gather의 소통 관련 공약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마당에서 총학생회 임원과 직 접 대화가 가능하다.

2013 SPRING

81


지난 몇 년간 총학생회 선본의 공통 공약이었던 16주 수업 환원 / HELP 제도 개선 / 등록금 인상 저지와 관련해서 to gather에서는 구체적으로 어 떤 계획이 있나요? to gather : 16주 수업 환원 같은 경우 작년에 상견례 포함 두 차례 회의가

있었는데, 기존 체제를 물려받아서 2월 중으로 개회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회의를 수차례 여는 것과 동시에 거기서 나온 내용을 가지고 전체학생총회 를 개최해서 많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모은 학생의 여 론을 위원회에 다시 적극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 으로 16주 수업 환원을 이뤄낼 생각입니다. 그러나 학사 제도라는 것이 급하 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총장님께서 신년사 때 15주 수업을 일단 1년만 더 해보자고 하셨기 때문에 당장은 바꾸기는 어렵지만, 저희가 그 1년 동안의 여론 수렴을 통해 2014년도에는 16주 수업으로 환원될 수 있게끔 하 려고 합니다. 지금은 전체학생총회를 무조건 성사시켜서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해요. HELP 제도는 상당히 난감한 것이, 저희 공약은 단대별 상대평가였는데 학교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실시하기로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또 HELP1 을 인문학을 중점적으로 맞춰 개선한다고 해요.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공약 을 세우기 전 시점부터 학교가 마련하고 있었던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 시 16주 수업 환원처럼 저희가 급진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 는 당장에 다시 상대평가로 바꾸자고 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이 역시 지속적인 여론 수렴을 통해 학우들의 뜻을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개 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면 시험 장소와 관련한 공약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하려고 합니다. 등록금 관련 공약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해드릴게요. 우선 네 차례 등록금

82

Hanyang University


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저희가 추가로 한 번 더 요청해서 1월 동안 총 다섯 번 의 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3차부터 학교는 등록금을 동결할 것 같다는 주장을 했고, 저희는 계속 등록금을 인하하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4차와 5차 심의위원회 사이에 사상 최초로 방학 중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서 저희가 전학대회에서 작성한 성명서를 총장님께 전달해드렸습니다. 또 총장님께 보내는 편지나, 단대별 대표자들이 모여 찍은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어요. 부처별 총장님들과의 간담회도 열어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미흡 하지만 만들어졌고요.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자리와 수단을 마련하는데 힘썼습니다. 그러나 학교 입장은 재정 상황과 4년간 동 결된 교직원 임금 때문에 등록금 인하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의 의견은 기존에 너무 높았던 등록금의 수준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나, 학 교는 등록금의 현실화를 주장하고 0.16%의 인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는 전체 단과대학의 명목 등록금 인하가 아니라 평균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과대학(공대, 인문대, 자연대)에서 소폭인하 하는 것으로, 현재 조정 중입니다. 학교는 등록금의 현실화를 통해 교육의 질, 교육 환경의 개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의실 여건, 낙후된 건물, 화장실 등 학내 교육 환경 전 반적인 것들의 향상과 더불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교육의 수준 또한 뒤 처지거나 따라잡히지 않도록 하려는 것들이지요. 그런 부분은 저희도 고려 중에 있고, 앞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하려 합니다.

캠퍼스 안에 흡연 부스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to gather : 기존처럼 흡연 가능 장소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연을 권

2013 SPRING

83


장하는 것은 불만 사항이 생길 수도 있어요. 흡연할 수 있는 장소, 즉 대안 을 마련해 놓고 흡연자들을 유도한다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불만사 항 없이 좀 더 쾌적한 캠퍼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겨울 방 학에 설치를 완료해서 3월에 개강함과 동시에 학우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 려 했지만, 설치장소나 시설의 타당성에 대해 학우들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 같아서 여름 방학에 설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스의 가격이 상당히 고가에요. 한 부스당 16인 정도 수용 가능 한데,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에요. 일단 시범적으로 2개 부스를 운영 할 계획이고, 그 개수가 적다 보니 단과대 소속이 아닌, 중앙 도서관 앞이나 애지문 근처, 한마당 같은 중립적인 장소에 먼저 설치가 되어야 할 것 같아 요. 흡연 부스의 유지비는 태양광발전을 달아서 전기를 자체 공급하는 방법 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학교와 비용 부분 을 좀 더 협의한 뒤에 결정하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의 입시 배치표 문제 해결과 학교 위상 제고를 위해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to gather : 사실 배치표 문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서도 굉장히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일례로 입학처에서는 업체에 입시 결과가 정확히 나 와 있는데 배치표가 왜 이러느냐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항의하고 있고, 홍보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도 그런 부분에서 여러 방면으로 홍 보 하려고 하는데, 일단 입학처에서 하는 항의 방문처럼 총학생회 차원에서 도 항의 방문을 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입시 문제가 마무리된 시점이라 좀 장기적으로 보고 수시 원서 작성이 시작되는 여름방학이나 그 전에 항의 방

84

Hanyang University


문을 해서 업체 의견을 듣고 타진할 생각입니다. 사실 이런 활동은 ‘배치표’ 라는 종이 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학생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학교 측에서 확실히 대처하고, 소송 또한 불사하겠다는 태도 로 밀어줘야 해요. 총학생회로서는 배치표도 배치표지만 학교 위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 생각해요. 고등학생 대상 공모전 개최 공약 또한 학교를 알림으로써 위상 을 높여서, 자연히 배치표 상 문제도 해결할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총장님 타이틀을 걸고 입학에 도움이 되는 공 모전을 여는 것이 어떨까 해요. 공모전을 정착시키는 것은 올 한해에 이루 어 내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고 생각해요. 또 모교 홍보단을 총학생회 차원에서 모집하고, 적극적인 지 원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기능을 강화하려고 해요. 사랑한대나 전공 알 림단과의 연계를 통해 여러 가지 홍보 루트를 찾고 학교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왕십리에 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었는데, 구체적인 방향 과 그 의의는 어떻게 되나요? to gather : 대학로에 가보셨나요? 대학로나 홍대를 가면 느끼는 기분, 그

게 바로 대학생의 문화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 곳에 가보면 왕십리와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현재 왕십리 상황을 보면 술집, 커피숍, 밥집, 당구장, 피시방, 이게 다에요. 너무 제한적이잖아요. 대학생의 문화라고 한다면 대단히 많은 컨텐츠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시각들이 교차 해야 하는 것임에도, 왕십리는 기능적인 면에서 제약이 많아서 그에 따른 한

2013 SPRING

85


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홍대에 가면 콘서트홀이 많이 있고 대학 로에는 소극장이 많이 있잖아요. 거리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들이 있기도 하 고요. 공연 예술가들이 그런 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그곳에 대학생의 자유롭 고 젊은 분위기의 문화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 분들을 성동구청과 협조해서 광장이나 다양한 문화 장소들을 마련하고 여러 행사를 열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충무로에 있는 영화의 거리나 대학로의 마로니에처럼 거리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고요. 저희는 이렇게 왕십리 부가가치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이 우리 한양대학 교 학생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왕십리를 이용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문 화적 소양을 함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1년 안에 다 바꾼다는 것은 솔직하게 자신이 없지만, 저희부터 기틀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성동구 청에 보여주기 위한 초안을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현재 기획안 제작을 위 해 응용미술교육과와 함께하기로 했고, 응용미술교육과뿐만 아니라 도시공 학과나 건축학과와도 연계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정부의 어떤 계획이나 주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끔 학생 자치 단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과 왕십리가 대학생 문화의 한 축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해피하우스 문제 해결과 같은 자취생 주거 부담 해결을 위한 공약은 어떻게 시행되나요? to gather : 선거를 준비하면서 성동구청에 한번 찾아갔습니다. 해피하우

스의 취지는 참 좋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제도적인 모순점이 굉장

86

Hanyang University


히 많아요. 정작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전체의 반도 되지 않 는 4개 동뿐이고 나머지는 성동구민 중에서 가정 여건이 어려운 분들에게 배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성동구청에서는 구민의 편의를 더 신경 써야 한다 는 원칙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양대학교 학생 대다수가 성동구민이 아니라 는 이유로 한양대 학생을 위한 해피하우스의 확충은 어렵다고 해요. 이 부분 에서는 저희도 이렇다 할 명분이 없어요. 또 한 달에 15만 원인 월세집이라 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6달 치 월세인 90만 원을 일시불로 내야 합 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이유로 해피하우스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 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100만 원에 가까운 목돈을 일시불로 납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사담이지만 저(손주형)도 해피하우스에 당첨됐었는 데 90만 원이 없어서 못 들어갔고요. 이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성 동구청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공약의 초점은 학우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어서 다른 방 면으로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일단 제5 학생생활관이 2014년 말에 완공 예 정 중이고 이에 더해서 현재 총학생회에서는 고려대학교와 함께 연합기숙사 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숙사 유치를 위해 경희대학교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등과도 함께할 수 있고요. 기존에 사학재단에서 설립한 연합기숙사가 서대문 쪽에 한곳 있는데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서울 서쪽 지 역에 있는 학교가 혜택을 많이 보고 있어요. 저희는 주로 서울 동쪽 지역에 있 는 학교들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고,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연합기숙 사의 부지가 우리 학교와 더 가깝게 유치될 수 있게끔 노력할 것입니다.

2013 SPRING

87


마지막으로 이 다양한 공약들 가운데 우선하여 진행할 공약은 무엇 인가요? to gather : 가장 우선적이고 근간이 되는 공약은 TOP(to gather opinion)

에요. 이미 방학인 1월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통해 저희 공약은 노선이 바뀔 수도 있어요. 저희들이 공약을 만들기는 했지 만,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주실 수도 있기 때문 이에요. 그 외에 기존의 공약 중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은 학내 상황을 고려 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을 하려고 해요. 학내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은 공 약 진행을 학사를 꾸리는 학교 시스템과 맞물리게 하려는 것이에요. 학교 시 스템이 바뀌는 중에 개입을 해야 좀 더 효과적으로 저희 의견이 반영될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지금까지 1월 한 달 동안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집중 을 했습니다. 2월 현재 이지허브가 대폭 개발되고 있는데, 저희는 거기에 맞 춰서 저희가 외국인 유학생 공약으로 제시했던 외국어 풀 버전 홈페이지 제 공, 이지허브 분실물 관리 서비스 추가와 함께 총학생회 공지를 학교 홈페이 지의 대학생활 탭에 추가하는 걸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시류에 따라 학사에 관련한 공약은 학사 변동이 많은 방학 중에 해결하고, 그다음부터는 그런 시류와 연관이 없는 장기적인 공약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to gather : 저희는 주거문제 등 꼭 필요한 사항에 있어서만 성동구청까지

로 선을 그어 도움을 요청하고, 나머지 문제는 저희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동구청에서 더 나아가면 정부에 의존해야 되

88

Hanyang University


고 그러려면 총학생회가 어떤 연대단체에 가입해야 각 대학의 목소리가 한 곳으로 규합이 돼서 더 큰 위력을 발휘 할 수 있죠. 그런 단체에 소속됨으로 써 등록금이든 주거 문제든 강하게 이야기하면서 한양대 학우를 위해, 한양 대에 이득이 될 수 있게 하는 행보들이 기존의 총학생회였어요. 하지만 저 희는 특정 단체나 정당 가입을 전혀 하지 않기로 선언했습니다. 정당 가입을 하지 않고 협의를 할 수 있는 곳은 성동구청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일개 총학생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일이 많을 수도 있지만, 학우 들의 기대와 지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는 1시간 남짓 동안 이루어졌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 아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to gather의 행보는 그들이 가진 포부에 비하 면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많은 고비가 있겠지 만, 그들은 아마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 함께 소통하는 힘을 통해 이 겨내지 않을까? 한양대의 1년이 그들이 뜻하는 대로 ‘함께해서 즐거운’ 학교 로 자리 잡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2013 SPRING

89


만 나 다 , 13학번 새내기

그들이 온다! 바야흐로 봄, 캠퍼스에서는 새로 운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웃고 있다. 갑 갑하기만 했던 입시생활에서 갓 벗어나 우리 학교의 일원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 상큼하고 풋풋한 새내기의 기운을 받아보 는 것은 어떨까? 수습위원 구현소 kooooohs@naver.com

상큼해서 반가운,

Freshman 새내기

HI!

90

Hanyang University

WEL COME ♥


개강 전,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각 학과는 새내기를 맞을 준비 에 분주하다. 오가며 얼굴을 익힌 새내기들에게 인터뷰를 청했고, 의욕 배터 리 100퍼센트 새내기들은 모두 흔쾌히 응해주었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만 난 새내기들은 역시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안녕하세요! 새내기들 보니까 참 감회가 새롭네요. 이제 곧 대학생이 될 생각에 설렘이 가득하시겠어요. 대학생은 고등학생과 달리 자신의 전 공학문에 대해 깊이 배우는데, 어떤 이유로 본인의 학과/전공을 지원하 게 되었나요? 조유진(간호13) : 어렸을 때부터 과학 중에서 생물이 재밌었어요.

생물 공부를 하는 중 특히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많아서 인체를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간호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특히 간호학과는 일반 적인 생물학과보다 인체에 대해 실용적이고 자세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정성은(연영13) :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

었어요. 그 때부터 연극 무대도 서보면서 꿈을 키웠고, 그래서 자 연스럽게 대학교도 연극영화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연영과로 유명한 다른 학교에도 합격했지만, 한양대에는 꼭 가까이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교 수님이 계셔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선택했어요. 김민석(정책13) :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를 여행하는 중에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그곳의 아이들을 보고 따뜻한 집에서 좋은 책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게 되었어요, 가정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도 이것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정책학과에 진학했어요. 열

2013 SPRING

91


심히 공부해서 국가적인 규모의 정책을 통해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개강하고 나면“이번 역은‘한양대’ ‘한양대’ , 역입니다.”라는 지하 철 방송을 들으면서 학교 다니실 텐데요, 우리 학교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나요? 조유진(간호13) : 다른 학교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특히 IT 기술이

좋은 이미지요. 원래는 그냥 공대이미지가 강했는데, 입시를 준비 하는 과정에서 한양대 입학처 홈페이지를 봤더니 다른 대학보다 모의 지원시 스템이나 홈페이지 자체가 체계적으로 되어있어서 새롭게 보였어요. 신상훈(기계13) : 어렸을 때부터 한양대 근처에 살았고, 초등학

교도 한양초등학교를 다녀서 한양대 학생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저에게 한양대 이미지는 놀 때는 놀 줄 알고 공부할 땐 공부할 줄 아는 학생 들이 많은 학교에요. 그리고 학교 역사도 깊을뿐더러 사회에 진출하신 선배 들이 중요한 자리에 많은 것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자부심이나 애교심이 많 은 것 같아요. 정성은(연영13) :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학교요. 왕십리역은 서

울에서 유일하게 전철 노선이 4개나 되고, 한양대역은 애지문으 로 나오면 바로 캠퍼스 안이잖아요. 캠퍼스 안도 경사가 좀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건물과 건물을 이동하는 길도 가까운 것 같아요. 저도 개강하고 학 교 생활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까요(웃음)?

92

Hanyang University


그 이름만으로도 상큼한 새내기 타이틀을 달고 1년 동안 생활하실 여 러분,‘새내기’ 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뭐가 있을까요? 조유진(간호13) : 선배들께는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도

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제 로망이에요! 입학하자마자 막 엄청 열심 히 공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CF나 영화 같은 데서 보니까 도서관에서 책 여러 권 쌓아놓고 공부하는 게 멋져 보여서요. 신상훈(기계13) :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많아요. 선택의 폭이 좁

고 입시에 도움이 되는 활동 위주인 고등학교 동아리와는 느낌이 다르게, 본인이 진짜 관심 있는 것을 찾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흥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정성은(연영13) : 교수님과 함께 밥 한 끼 하는 거요. 대학교는 수

업 시간이나 그 밖의 시간에 교수님과 터놓고 토론도 할 수 있고 전공이나 진로에 대해 진지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멋있어 보여요. 교 수님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밥도 먹으면서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네이버 웹툰‘치즈 인더 트랩’ 을 보면 친절하고, 밥 잘 사주고, 잘생기 고 공부 잘하는 완벽한 선배 유정이 나오죠. 현실의 대학교에는 유정 같 은 선배 없다고들 많이 그러는데, 그래도 우리 학교에 있었으면 하는 선 배 상은 어떤 것인가요? 신상훈(기계13) : 선배 입장에서는 저처럼 먼저 다가와 주는 새내

기가 더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대학 생활을 처음 해보고 이런 문 화가 처음인 새내기 입장에서는 그게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2013 SPRING

93


챙겨주는 느낌이 드는 선배가 많아서 다들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정성은(연영13) :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선배요. 깊은 관계라

니까 좀 이상한데……. 그런 이상한 관계가 아니라 형제자매처 럼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로 친해지는 사이를 말하는 거예요. 대학 오 면 깊은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도 저는 진지한 인간관계를 만 들어보고 싶어요. 김민석(정책13) : 함께 이야기하면서 제가 부족한 점을 배울 수

있고, 지적인 면에서나 인생 경험 면에서나 저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선배를 만나고 싶어요. 물론 저도 선배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후 배가 되도록 노력할 거에요. 그렇게 소통하면서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선 후배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다들 처음 대학 생활을 해보는 거죠? 지금까지 보냈던 학창 생활과 는 많이 다를 텐데, 대학 생활에서 제일 궁금한 점은 뭐가 있나요? 『한양』 에서 답해줄게요.

조유진(간호13) : 동아리는 보통 몇 개해요? 한양

각 동아리를 어느 정도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도 있

지만, 보통 한두 개쯤 하는 것 같네요. 여러 동아리에 많이 들어서 활동에 미 흡하게 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한 두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신상훈(기계13) : 호칭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리고 족보

꼬임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94

Hanyang University


한양

선배든 동기든 후배든, 처음 보는 사람에겐 예의를 지킵시다! 서

로 친해진 뒤에 호칭을 정하면 되겠죠? 정성은(연영13) : 다른 학과와 같이 놀거나 친해질 기회를 가지려

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요? 한양

학과끼리 여럿이 친해지는 방법은 서로 과 미팅을 하는 방법도 있

고, 개인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연합동아리나 중앙동아리 활 동, 학생회 활동을 통하는 방법이 있겠네요. 교양 수업을 통해서도 다른 학과 학생을 만날 수 있답니다. 교지편집위원회에 들어오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웃음)? 김민석(정책13) : 선배님께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기간은 언제

까지일까요? 한양

학과 풍습과 각 선배님의 지갑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1학기 중

간고사 전후까지가 적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배님들과 밥 한 끼 하면서 친 해지는 것도 좋지만, 너무 부담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부탁해봅시다.

아직 학교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무 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새내기 입장에서 우리 학교에 바라는 점 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유진(간호13) : 고등학교 때 이야기지만, 한양대가 ‘서성한’이라

고 많이 불리니까 실제 입시 결과보다 급간이 많이 낮아 보이는 것 같아요. 막상 이과계열은 연고대 다음이거나 맞먹는 학과도 많은데 말이 에요. 학교 이미지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2013 SPRING

95


정성은(연영13) : 학교에 실기 시험을 보러 처음 왔을 때, 건물 안

내 표지판을 찾기 힘들어서 곤란했어요. 작은 표지판이 곳곳에 있긴 하지만 건물이 하도 많고 뒤죽박죽인데다 길도 복잡해서 처음 길을 다 니는 사람은 대체 어느 건물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요. 크고 잘 보이는 표 지판이나 작은 것이라도 지도가 표시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민석(정책13) : 공대이미지가 강한 한양대지만, 공대 외의 다른

계열도 훌륭하다는 점을 많이 알렸으면 좋겠어요. 한양대 이미지 를 종합적으로 성장시켜서 우수한 학생들이 우리 학교 문을 두드리게 하고, 학생들이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또 그 원동력으로 학교가 발전하 는 선순환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막 대학 생활의 출발선 위에 섰는데, 앞 으로 달려 나갈 포부와 구체적인 계획은 뭔가요? 신상훈(기계13) :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과 학생들은 친해

질 기회가 많은데 다른 학과 학생들과는 알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다양한 사람과 넓게 친해지고 싶어요. 좋은 선배들이 많 으셔서 선배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느낀 것을 후배에게 물려주는 선배도 되 고 싶어요. 또 다른 것으로는 교환학생을 통해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문화 나 학문도 더 배워보고 싶어요. 정성은(연영13) : 연극 전공과 관련된 이론을 많이 배우고 싶어요.

학원에서 연기 기초를 배웠는데, 학원에서는 걷는 법 같은 실기는 가르쳐주는데 이론은 잘 안 가르쳐줘요. 대학에서 이론과 실기를 확실하게 배우고 전문적으로 대학로 같은 곳에서 많은 경험을 기르고 싶어요.

96

Hanyang University


김민석(정책13) : 한양대학교의 좋은 사람들과 넓은 교류를 하고

싶고 후퇴하는 관계가 아닌 함께 발전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 습니다. 할 수 있다면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학과 학우들을 만나고, 관 심 있는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어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까지도 새내기들의 활기찬 모습이 계속되었다. 역 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새내기들에게 이런 기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캠퍼스에도 그 기운 이 전해지기를!

2013 SPRING

97


개 동아리소

검우회

아리 ♥ 검도동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1. 검우회의 어원이 궁금한데요, 검우회의 뜻이 뭔가요? 검도(劍)를 사랑하는 친구(友)들의 모임(會)입니다. 검우회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실 것 은 없어요. 검우회는 전부터 검도에 관심이 있어 검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 검도를 하다 와 서 학우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위한 동아리입니다. 2. 훈련의 강도는 어떤가요? 훈련의 빈도, 강도 등을 알려주세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운동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정규 운동 시간은 6시부터 8시 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그 이외 시간에 자신의 필요에 의해 연습을 하고 싶으면 언제 든지 도장에 올라가 연습하실 수 있습니다. 강의 시간에 겹치거나 중요한 일 이 있을 경우 나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나, 훈련에 빠지게 되면 동기 들과 실력차이가 벌어지고 동기, 선 배님들과 친해질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동아리 적응이 다소 힘들어 지므로 기본을 익히는 초기에는 자 주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검도대회에도 참여하나요? 수상 실적이나 참여여부 등이 궁금합니다. 한양대 검우회는 2007년 단체전 3위, 2008년 개인전 우승과 3위, 단체전 2위, 2009년 단 체전 3위, 개인전 2위, 2010년 개인전 준우승, 3위 2011년 단체전 3위, 2012년 단체전 준우 승, 개인전 준우승과 3위 등 꾸준히 대회에서 입상하고 있습니다.

98

Hanyang University


4. 동아리를 하는 학우 분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요? 검도를 처음 배우 는 초보자들도 많이 있나요? 대부분 검도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검도를 하고 온 사 람은 10명 중 1~2명 꼴이에요. 위에 입상하신 분들 대다수도 처음엔 검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셨던 분들이지요. 노력한다면 여러분도 충분히 검도를 잘 하게 될 수 있답니다.

5. 학우 분들께 하고 싶은 말? 검우회는 매년 정기적인 MT는 물론이고 합숙훈련, 다른 대학과의 교류전, 졸업하신 선배님들과의 OB-YB전, 졸업생환송회 등 여러 행사를 치르고 있 고 또한 각종 검도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여러분도 실력이 쌓이면 출전하 게 되겠지요(웃음). 검우회는 신입생 재학생 모두에게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검 도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신 분, 검도를 하고 싶으신 분은 주저하지 마시고 검우 회로 오시면 됩니다!

2013 SPRING

99


H A N YA N G 2 0 1 3 v o l . 8 3 S p r i n g

● 나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 인물에게 길을 묻다 맥쿼리, 사회기만 시설



나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102

Hanyang University


고요한 안개가 건물로부터 조금씩 피 어나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어울리게 거 대한 나무 아래에 작은 우물이 있다. 거 기서 누나와 나는 물을 조금 떠서 마셨 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 처음에는 조금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도시에서 마시던 물과는 비교도 안 되게 차 고 상쾌한 물이었다. 가끔씩 스님이 돌아다니는 대웅전을 바라보면, 이 거 대한 궁전 같은 사찰이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하나의 건축물에 불과한 사찰이 온갖 세계와 삼라만상을 품고 있는 양 그 안에는 사람이 있고, 귀신 이 있으며, 부처와 사천왕이 있다. 아무렴, 현진건도 불국사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지 않았겠는가.

뒤로 토함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울창한 송림을 끌며, 앞으로 광활한 평야를 내다보 는 절의 위치부터 풍수장이 아닌 나의 눈에도 벌써 범상치 아니했다. 더구나 돌층층 대를 쳐다볼 때에 그 굉장한 규모와 섬세한 솜씨에 눈이 어렸다. 초창 당시엔 낭떠 러지로 있던 곳을 돌로 쌓아 올리고, 그리고 돌층층대를 지었음이리라. 동쪽과 서쪽 으로 갈리어 위아래로 각각 둘씩이니 전부 네 개인데, 한 개의 층층대가 대개 열일 곱 여덟 계단이요, 길이는 오십칠 팔 척으로 양 가에 놓인 것과 가운데 뻗친 놈은 돌 한 개로 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인력을 들인 것을 짐작할 것이요. - 현진건, <불국사에서>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이처럼 훌륭한 불국사가, 마치 1000년 전부 터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 같았던 불국사가, 사실 20세기에 들어서 완성된 작품이라면? 그마저도 정확한 원형에 따라 건축된 게 아니라 건축가의 상상

2013 SPRING

103


과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면? 아마 여행자들은 천년 불국사에 그리 큰 의미 를 갖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정말 놀 랍게도, 불국사의 역사가 실은 100년도 안됐다는 의혹은 사실이다. 그렇다. 불 불국사의 대웅전.

국사는 1970년대에 불과 3년 만에 지어

진 ‘훌륭한(!)’ 복원보존 건축물이다. 그렇다면 건축문화재의 복원은 무엇이 며, 이에 대한 보존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건축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시각 건축문화재 보존에 대해 논할 때에는 으레 예산과 인력을 중심으로 비교 하기 쉽다. “선진국은 문화재 보존 및 관리에 이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이 정도를 사용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예산이나 인력의 숫 자를 따지는 일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예산을 많이 들이더라도 관리가 제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존상태가 좋지 않을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중요 한 것은 그러한 예산을 적절하게 운용했느냐를 따지는 일이다. 따라서 이 글 에서는 보존의 예산이나 관리, 책임문제를 따지기보다는 건축문화재의 보 존에 대한 시각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문제점 1 : 개발식 보존 건축문화재 보존의 방법은 2가지로, 종래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현상 보존과 손실을 입거나 개조가 행해진 건물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여 보 존하는 복원보존이 있다. 일단 현상보존의 문제는 잠시 넘어가고, 먼저 복원

104

Hanyang University


보존에 대해 살펴보자. 복원보존의 가장 큰 문제는, 건축문화재의 ‘보존’을 ‘개발’처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은 보존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위 적인 투자를 통해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의미한다. 반면에 보존은 어떤 시기의 현존하는 상태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행위를 말한다.1 따라서 변화가 최소화되어야 할 영역에 개발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니, 그러한 행위를 과연 문화재 보존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건축문화재를 복원할 때 고려해야할 점은 3가지가 있다. 어떤 식으로 건축물들이 배치되어 있었는가에 대한 정보인 ‘배치계획’과 어떤 방식으 로 지어졌는가에 대한 정보인 ‘가구법’, 그리고 사 용된 재료의 대한 정보인 ‘부재’가 그것이다. 사실 세 번째 원칙인 ‘부재’의 원형은 중요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특징 상 부재가 달라지는 데에는 크게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배치계획과 가구법이다. 건 축문화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은 옛날에 사용되었던 배치 계획이나 가구법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요즈음 건축문화재 를 복원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복원·보수하기 때 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원은 결국 모형에 가깝지 않을까. 앞에서 언급한 불국사의 예도 충분치 못한 복원보존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진행했던 ‘복원과 창조의 경계’에서 밝힌 바에 의하 면, 불국사는 1970년대 초 대규모 복원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 으며 원형은 15%에 불과하다.

1 박근수, 한국근대건축물의 보전관리지침 구성방안 연구, 〈명지대학교〉, 박사논문, 2003. p.22

2013 SPRING

105


신라 시대에 세워진 경북 경주의 불국사는 1970년대 초 대규모 복원 사업을 통 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당시 불국사 수리 복원의 총괄 책임자였던 김정기 전 국 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신라 목조 건축에 대해 아는 정도가 15% 남짓이었고, 나머 지는 모두 추정에 따라 작업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설전은 조선 초기 이익공(二翼工) 양식으로 했고, 비로전은 주변 건물보다 이전 양식이었지만 당시 우리가 조선 중기 이후 양식 밖에 몰랐기 때문에 그 양식 으로 결정했다. 관음전은 조선 초기 다포(多包) 양식으로 만들었다. 불국사를 창건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불국사를 복원하면서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의 양식을 모두 모았다고 봐야 한다.”2

복원보존의 불충분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복원 후 보존의 문제이다. 복원이 끝난 후에 건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는 불국사처럼 건물 전체가 지 정되기도 하고, 어떤 하나의 건축물로 지정 되기도 한다. 아무튼, 그때부터는 모든 건축 문화재의 ‘현상보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러다보니 보존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는 비 불국사 배치도

교적 잘 보존되는데, 건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건축물들은 쉽게 훼손된다. 이렇게 현상보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문 제의 원인은, 건축문화재가 지금 흘러가는 역사와는 동떨어졌다고 인식하 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 동아일보, 불가능한 100%를 향한 도전… 문화재의 진정한 복원은 무엇인가, 2012.10.24

106

Hanyang University


활용현황

용도

계속형

전용형

미활용

공공

10

37%

-

-

17

63%

27

교육

18

75%

2

8.3%

4

16.7%

24

문화집회

4

40%

6

60%

-

-

10

산업

2

25%

2

25%

4

50%

8

업무

21

61.8%

7

20.6%

6

17.6%

34

의료

3

33.3%

-

-

6

66.7%

9

인물기념

9

69.2%

2

15.4%

2

15.4%

13

종교

22

78.6%

3

10.7%

3

10.7%

28

주거숙박

10

76.9%

3

23.1%

-

-

13

기타

1

20%

-

-

4

80%

100

25

46

5

171

표2. 등록문화재 용도별 활용 현황을 나타낸 표이다. (출처: 이주형, 한국근대건축물 보존 및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 〈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계획계〉, 《대한건축학회》, 2006, 113p)

문제점 2 : 역사와 동떨어진 건축문화재 잠시 위의 표에 대해 설명하자면, ‘계속형’은 사용되어 왔던 용도 그대로 사용하는 건축문화재를 뜻하고, ‘전용형’은 용도를 바꿔 활용하는 건축문화 재를 뜻하며 ‘미활용’은 활용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표를 대략 훑 어보면, 전체적으로 계속형의 활용도가 높고 전용형은 문화집회를 제외하 고는 저조한 편이다. 그런데 계속형의 활용도가 높은 업무 부분이나 교육 부 분, 인물기념 부분은 사실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업무 부분이 활용된 예시를 살펴보자. 여러 신문에서 발표되어 유명 해진 건축문화재인 ‘우정총국’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총국은 1884 년에 갑신정변으로 폐쇄되었는데, 이제 128년 만에 우체국 업무를 다시 시 작하게 된 것이다.3 3 한겨레, 갑신정변으로 문 닫은 우정총국 128년만에 부활, 2012.08.28

2013 SPRING

107


그러나 정작 복원·보존을 통해 문 화재로써 이용해야 할 ‘공공’ 부분이나 ‘산업’, ‘의료’ 등의 부분은 대부분 사용 되지 않거나 활용도가 높지 않다. 게 다가 인물기념이나 종교 부분도 몇몇 계속형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우정총국

문화재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요약컨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대, 건축문화재의 활용도가 여전히 충 분하지 않고 다양성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활용성이 떨어지는 이유 를 추측해보면, 문화재에 대한 시각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마치 신주 단지 모시듯이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문화재에 관리도 그 런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을 대하듯이 유리 속에 문화재 를 모셔놓기만 하는 게 능사일까. 역사 속에서 문화재가 문화재로써 인정받 았듯이, 복원된 건축물을 비롯하여 현존하는 모든 건축물들도 하나의 건축 문화재가 될 수 있다. 즉, 건축문화재가 역사 속에서 계속 흘러가야지, 어느 한 시대에 국한해서 보호하는 일은 별로 좋은 처사가 아닌 듯싶다.

해외의 건축문화재 보존 방법 (1) 이탈리아의 복원보존 문제점들을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자. 잊어버렸을 법하니 다시 짚어보자면, 처음의 ‘개발식 보존’의 문제점은 건축문화재 원형 에 대한 충분한 고증 없이 복원·보수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는 어떤 방식으로 건축문화재를 복원하고 있을까? 이와 대비되는 사례가 이 탈리아의 3대 극장 중 하나인 <불사조 극장 : Tearto la Fenice in Venezia>

108

Hanyang University


이다. 불사조 극장은 총 2번의 화재가 있었는데, 1836년 12월 13일에 일어난 화재가 첫 번째고, 1996년 1월 29일에 일어난 화재가 두 번째이다. 두 번째 화재는 그 규모가 무척 커서 불사조 극장이 붕괴될 정도였는데, 이에 대한 이탈리아 시 당국의 대처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1998년 5월 27일 지방정부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전담위원회의 구성과 ‘현 상설계’ 공모는 <불사조 극장> 복원사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관련된 모 든 과정은 건축문화재복원가인 Aldo Rossi에 의하여 총괄되었다. 2001년 1월 29일 복원공사가 수립되기 전까지 5년 동안 수차례의 복원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복원 에 관한 기본전략을 체계화하였고(Rossi, 2002: 7-11), 이와 동시에 화재현장에 대 한 보존작업과 잔존하고 있는 건축 구조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 분석이 이루어졌 다. (중략) <불사조 극장> 복원의 기본원칙은 ‘원형보존, 그리고 역사적인 고증을 통한 복원’이였으며, 이러한 원칙에 의하여 총 5개 훼손부분에 대한 복원계획이 수 립되었고, 이들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총 19번의 컨퍼런스와 전문위원회의 의 사결정을 통하여 최종의 ‘조정(Intervention)작업’이 이루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4

요약하자면, 복원 공사를 하기 전부터 5년 간 복원 심포니엄이 열렸고, 계 획을 수립하기까지 19번이나 회의를 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그 리고 자세하게 했을까? 이는 복원보존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 문이다. 그들은 복원의 원형을 매우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후대에게 과제로 물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이 과 정에는 철저한 고증의 단계가 필요하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

4 안진성, 이탈리아 건축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한국위기관리논집〉, 《위기관리 이론과 실천》, 2008, 5051p

2013 SPRING

109


한 일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정부에서 철저한 원칙에 따라 복원하기 위한 노 력에 Soprintendente(문화재 전문감독관)이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이 감독관의 역할은 우리나라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리부서에서 담당하고 있기 는 하지만 대응할 만한 직위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Soprintendente의 자 격은 무척 엄격한데, ‘건축, 문화재보존, 고고학 분야에 대한 5년 이상의 전 문교육과정에 대한 이수와 5년 이상의 현장경험 없이는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건축문화재 최고의 전문가집단’이다.5 그러나 이탈리아의 사례와는 반 대로, 우리나라의 복원보존은 아 주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복 원의 원형을 확인하기도 전에 건 축가들의 상상력과 조합을 통해 복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써 든 게 불국사였고, 또 다른 예

이제 복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숭례문의 모습 (출처: 뉴시스, 숭 례문 방화 5년, 오는 4월 완공 예정, 2013.02.11.)

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숭례문의 복원을 들 수 있다. 숭례문은 기억하다시피 2008년에 2월 10일 화재로 전소 되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벌써 복원이 완료되어 개방을 눈앞에 두 고 있다. 피닉스 극장의 붕괴 이후 5년 동안 계획만 수립했던 것과 비교해보 면, 우리나라의 복원 건축술이 굉장히 뛰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 연 이러한 건축술을 ‘창조적 복원’인지, ‘상징적 모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 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복원보존을 할 때는 오랫동안 철저한 계획을 세 우고 고증을 끝낸 뒤에 보존에 착수해야 원형에 가까운, 복원다운 복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5 같은 논문, 45p

110

Hanyang University


(2) 일본의 ‘경관 창조’ 개념 일본에서는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관련하여 현대 건축물, 자연 지리 등과 의 어울림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경관창조(창출, 형성)’가 바로 그것이다. 경관은 독일어 landschatt를 일본에서 해석한 단어로, 우리 나라에 그대로 들어와 ‘경관’이 되었다. 이 때 경관의 사전적 의미는 ‘눈으로 보았을 때(특히 회화적 견지에서) 한 번의 조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든 사 물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요소가 있다.’’6로,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풍경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에서도 경관창출의 예시가 몇 개 있는데,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경주의 역사 지구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관창 출은 일본의 그것에 비하면 초보적인 단계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시가현 오우미하치안시의 사례 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문화재보존운동을 통해 경관창출이 훌륭하게 이루 어진 사례다. 시에서 70년대에 시내를 흐르는 ‘하치만보리’의 비위생화를 해 결하기 위해 수로를 메우고자 계획했는데, 이에 반하여 ‘다시 읽는 오우미하 치안 모임’이 설립되어 수로 경관의 보존을 위한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결 과 시가현은 1984년에 ‘고향 시가의 풍경을 보전하고 육성하는 조례(풍경조 례)’를 제정했는데, 이것은 지방자치단체 등 주민끼리 건물이나 공작물의 형 태, 의장, 색채, 그리고 녹화 등에 관한 협정을 맺으면 지사가 ‘근린경관형 성협정’으로 인정, 공표, 지원하는 것이다.7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해 경관의 어우러짐을 위해 주민이 건물의 색깔, 모양, 휘장 등을 맞 추는 것이다. 오우미하치안시는 메이지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주

6 출처: 두산백과 7 신병흔·이창호·이영환, 일본의 경관협정에 의한 경관관리 수법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 《도시 설계(한국도시설계학회지)》, 2009, 40p

2013 SPRING

111


민들의 경관창출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해 내 는 데에 성공했다.

오우미하치안 수로 1 (출처: doopedia.co.kr)

오우미하치안 수로 2 (출처: doopedia.co.kr)

오우미하치안 상인의 거리(출처: doopedia.co.kr)

결론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사실 창조적 복원이든 철저한 고증에 의한 복원이 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이 글에서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바는 어느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게 아니다. 오직 100%의 원형복원을 목표로 하거 나, 그렇다고 원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직 상상에만 의존하는 복원보 존법을 목표로 하라는 게 아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어느 건축 문화재든, 혹은 건축물이든 간에 어쨌든 지금은 역사의 한 축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는 사실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역사에 우리의 역사를 쌓는 중이라는 인식을

112

Hanyang University


한다면, 현존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은 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안동은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하회마을이 유명하긴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법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만 한다. 그래서 일단, 누나와 찜 닭으로 배를 채우고 벽화마을이라는 곳에 들르기로 했다. 날씨는 겨울, 하얀 입김이 벌거벗은 나무와 전봇대들을 감싸 안는다. 하아, 작은 구름이 흘러가 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기에는 그 흔한 안내판 없는 벽화마을이 존재하 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벽화마을은, 하나의 유적지나 건축 문화재의가 아 니라 그저 생활의 터다. 불국사에 봤던 삼라만상 속의 예쁜 안개 숲은 없지 만,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미지의 탑이 있고, 엄마를 닮은 파마머리가 있고, 예쁜 꽃들과 이름 모를 화려한 나비가 있었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 고 볼품없지는 않은 알록달록 무늬들과 가짜 자연풍경이, 21세기라는 역사와 차가운 벽제 건물과 함께 안동의 작은 마을에서 흘러가고 있다.

2013 SPRING

113


묵자 & 임영신

인물에게 길을 묻다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과거는 현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돌아봐도 비슷한 일들이 번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건들의 중심, 즉 사람들의 행적은 어떠한가? 고대의 인물들에 대한 탐구는 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명경이 될 것이다.

114

Hanyang University


혼란스러운 중국 춘추전국시대. 남방에서 위세를 떨치던 초나라에는 공수반이 있었 다. 그는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창의적인 기술과 남다른 노력을 바탕으로 대부의 자리까 지 올랐다. 그는 송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아주 높은 사다리를 개발하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훗날 묵자라고 불리는 묵적이 멀리서 찾아와 공수반을 대면하였다. “선생께서는 무슨 일로 초나라까지 오셨습니까?” “제가 사는 지방의 어떤 사람이 자꾸 저를 귀찮게 합니다. 당신이 그 사람을 죽여주 십시오.” “오자마자 제게 살해를 부탁하시는 겁니까? 심히 불쾌하군요.” “천금을 드린다면 들어 주시겠습니까?” “저는 의로운 사람이라 함부로 남을 죽이지 않습니다.” 묵자는 감복했다는 듯이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아주 훌륭하군요. 듣자하니 당신이 사다리를 개발하여 송나라를 공략한다고 들었습 니다. 그런데 송나라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초나라는 강국으로서 땅도 백성도 많지만 송나라는 땅도 좁고 백성도 적습니다. 그렇다고 송나라가 특별한 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송나라를 공격하는 일은 어질지 못한 일입니다. 당신은 함부로 사람을 살해하지 않는다면서, 아무런 죄도 없는 수많은 송나라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묵수墨守로 세상을 바꾸다 (1) 피지배층을 위한 이론

묵자에 대한 공식 기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 지, 또 언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단지 공자보다는 후대, 맹자보다는 선 대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는 그의 비천한 출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 으로 그의 사상은 오로지 소외계층, 약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

2013 SPRING

115


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매우 파격적이라 고 할 수 있는데, 제자백가 시대의 이론들 은 대부분 지배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 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가의 사상도 결국은 군자를 대상으로 한, 즉 지배층을 위한 이론이었고 한비자의 법가도 법제를 따른 ‘통치’의 이론이었다. 따라서 피지배 층이 다수였던 춘추전국시대에 그의 영향 력은 가히 시대를 뒤흔들었다. 맹자가 유 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을 한탄하며 “ 세상이 묵가의 사상으로 가득찼다”고 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여 이목을 끌었던 영화 로, ‘묵수’를 잘 보여준 영화다. (출처: http:// blog.daum.net/local-world/12832441)

할 정도였으니, 당시 묵가 사상의 영향력을 얼추 짐작케 한다. 현재 공식적 인 문헌으로 묵가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지는 않지만, 역사책 곳곳에서 그 흔 적은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온갖 사상이 전국에 만연했던 제자백가 시대에 묵가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바로 그의 사상, 즉 ‘겸애교리’ 때문이다. 겸애는 ‘서로 사랑하자.’는 뜻이고 교리는 ‘서로 나누자.’라는 뜻이다. 이는 묵자와 공 수반의 대화에 잘 나타나 있다. 어느 날 공수반은 묵자의 겸애교리 사상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상대방의 배를 잡아당길 수 있는 갈고리와 상대방의 배를 밀어내는 밀대를 개발했습니다. 해전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지요. 당신은 툭 하면 사랑이니 인이니 의를 주장하는데, 그런 사상에도 내가 만든 도구 같 은 게 있소?” “내가 만든 갈고리와 밀대는 당신의 그것들보다 훨씬 훌륭하오. 나는 사랑

116

Hanyang University


으로 남을 끌어당기고, 겸손으로 남을 밀어냅니다. 사랑이 없다면 남들은 당 신을 멀리할 것이고, 겸손이 없다면 남들은 당신에게 대들 것입니다.”

(2) 묵자와 묵가 집단

이처럼 묵자는 겸애교리 사상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 말기 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또한, 그는 여느 제자백가 사상가들처럼 이 론만 펼친 게 아니라 매우 실천적인 행동을 했는데, 바로 수성 무기들이 그 것이다. 묵자의 정체는 노동자·천민·죄인·피지배층 등으로 추정되고 있 는데, 동시에 훌륭한 발명가였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앞에서 언급했 던 묵자와 공수반의 일화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묵자는 결국 초나라 왕 을 설득하기 위해서 모형전쟁을 시행했는데, 공수반의 모형 공성 무기에 맞 서 자신의 수성 무기들을 펼쳐 방어한다. 공수반은 9가지 방법을 다 이용하 고도 묵자의 방어를 뚫지 못했으나 묵자는 방어할 방법이 여전히 몇 가지나 더 남아있었다고 한다. 한편, 묵자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형성한 집단을 묵가라고 하는데, 이들의 규율은 매우 엄격하고 청빈했으며, 그들의 삶은 묵가의 이론을 그대 로 보여 준다. 먼저 묵가는 의식주 생활을 매우 검소하게 했으며 춤과 음악 을 절제했고, 운명론을 비판했다. 이러한 생활은 묵가 집단에 하급 무사와 천민 출신이 많았다는 점에서 기인하는데, 화려한 장례의식과 춤, 노래 등 은 피지배층이 즐기기에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의 생활 규약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게 아니라, 당시 피지배층의 상황에 맞게 짜 인 실천적 규약이었다.

2013 SPRING

117


여행으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다 (1) 공정여행?

대부분의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꾸었 을, 혹은 이미 경험했을 법한 대표적인 취 미활동을 꼽자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싶 다. 먹고 자고 노는 일에 초점을 맞춘 ‘동 남아 황제 여행’부터 조금은 배고프더라 도 더 많은 건축물을 보고 더 많은 사람 을 만나는 ‘유럽 배낭여행’까지, 이제 여행 은 이 시대 대학생의 필수코스가 되어버 린 지 오래다. 그런데 이상한 여행이 있다. 그 이름은 바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사진 출처: http:// blog.naver.com/ssf_1999?Redirect=Log&log No=167584687)

로 ‘공정여행’. 사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공정무역으로도 충분히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단어에 여행이 붙는다면 조금 이상해진다. 여행이란 무릇 자기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즐기는 행위가 아니던가. 거기에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공정여행을 주창하는 평화활동가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가 있다.

1 히말라야산맥 에베레스트산 남쪽 기슭의 소로쿰푸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3,000m 이상의 고산에 사는 티 베트계 네팔인들의 총칭.(출처: 두산백과)

118

Hanyang University


(2) 여행을 통한 사랑의 실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면, 혹은 히말라야와 초몰룽마(에 베레스트 산)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셰르파 족1 에 대해 들 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대

고산지대를 등반하는 포터 족과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대 조적인 옷차림 (출처: 구글 이미지)

개 산악등정을 위해 동반하는 경 우가 많다. 그런데 셰르파 족과는 별개로 포터 족이 있는데, 저지대에 거주 하면서 농한기에 잠시 산악등정에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3~5달러 의 적은 보수를 받고, 비닐 한 장을 걸친 채로 등산한다. 여행하면서, 혹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내 가 머무는 숙소의 근로자들은 적절한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을까?’, ‘여기서 쓰는 물은 어디서 끌어다 쓰는 것일까?’, ‘여행지 원주민들은 어디서 살아가 고 있으며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 걸까?’ 등. 대부분의 여행에서는 ‘여행=취 미’라는 한정된 공식에 얽매여, 여행지의 사는 사람도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을 하든 간에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그 땅의 공

2013 SPRING

119


기를 마신 사람이다. 여행자의 처지에서는 여행지지만, 그들의 처지에서는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나만의 취미를 위해서만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마음으로 여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완성 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을 깨달아 행동한 사람이 임영신 대표이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희망을 여행하라」에서 공정여행의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지침은 결코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며, 여행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여행지의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일종의 비법인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운다. (1) 고대 중국에서 현대 한국으로

묵자와 임영신, 두 인물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 이다. 일단 시대적 차이가 2000년 이상 나며 직업, 환경, 심지어 성별까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묵자는 당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 전 대륙을 뒤흔들었던 사상가였던 반면, 임영신 대표는 뚜렷한 사상이나 이 론체계를 주장한 사람이 아니므로 아직은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럼에도 둘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어떤 연구가는 묵자의 겸애교리에 대 해 ‘기독교의 모태’라고 할 정도로 기독교와 흡사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 적했는데, 임영신 대표도 교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나눔의 삶을 살 기로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NGO 활동을 하여 공정여행이라는 활동까지 기 획하게 된 것이다. 비록 사상과 종교는 다를지언정 두 활동가는 사랑이라는 한 가지 이념을 목표로 삼았다. 약자를 위한 활동을 주로 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약자를

120

Hanyang University


위한 활동’이라는 어구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즉,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서 이론이나 사상에만 얽매이기보다는 ‘실천적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묵자 는 피지배층과 약소국을 위해서 겸애교리 사상을 주장하고 다양한 수성 무 기를 발명했다는 점이, 임영신 대표는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공정여 행을 주장했다는 점이 그러하다.

(2) 이미 이루어진 결말, 이루어질 결말?

‘반전론’을 주장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던 묵가 집단은, 진시황의 통일 과 더불어 그 세력이 빠르게 약화하여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유가와 더불어 고대 중국을 온통 뒤덮었던 묵가의 세력이 갑자기 전멸한 이유는 무 엇 때문일까? 그것은 묵자 사상이 지닌 가장 큰 특징에 있었다. 다시 말해, 묵자의 사상은 지극히 ‘약자의, 약자에 의한, 약자를 위한’ 사상이었기 때문 이다. 이러한 묵자의 사상은 당연히 지배층에게 반가울 리가 없었고, 지배 층과 강대국들은 묵자의 사상을 거부했다. 심지어 약소국마저도 묵자의 사 상은 빼고 강력한 수성 무기들만 원했다. 이렇게 지배층, 피지배층 양쪽에 게 거부당한 묵자의 사상은 결국 통일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 린 것이다. 이제 현대로 돌아와 보자. 현대는 지극히 ‘춘추전국시대’스럽다. 물리적 전 쟁은 물론이고, 이전에는 없던 화폐전쟁이나 자원분쟁도 곳곳에서 일어나 고 있다. 비단 전쟁에만 문제를 국한하지 않더라도, 경제·정치라는 굴레 속 에서 이미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영역이 정해지고 있다. 이런 세계의 흐름은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유전무죄’라는 공식이 깨져 재벌들이 실형을 받는 일이 기사화되기까지 했다.2 ‘죄가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결과에 대해 놀라는 사회, 그만큼 이제 이 사회에도 계급제

2013 SPRING

121


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약자끼리의 연합은 더욱더 소중하다. 묵자의 결말이 말해주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토록 실천적 행동을 중요시하고 피지배층을 위한 사상을 펼쳤음에도 묵자의 사상이 역사책에 기록되지 못한 까닭은 무 엇일까? 그 이유는 약자끼리의 연합과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 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배층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묵자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지배층들은 어떻게든 강자가 되기 위해 묵자가 가지 고 있는 기술력을 얻는 데에만 매달렸다. 즉, 묵자가 가진 사상의 본질을 추 구하지 않았기에 약자끼리의 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 고 사실 묵가 집단의 규율은 너무나 엄격했다.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 의 외아들을 죽인 묵가 집단의 한 일화는, 그렇지 않아도 항상 피해를 당하 고 살아가는 약자들이 지키기엔 너무 어려운 규율이었다. 그러나 공정여행 은 묵가 집단의 엄격한 규율이나 행동과는 사뭇 다르다. 실천하기에 너무 간 단해서, 도무지 이것이 ‘약자끼리의 연합’에 해당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 러나 공정여행에 해당하는 이런 작은 행동들이야말로 묵자가 꿈꾸던 겸애 교리와 일치한다. 노동에 대해 정당한 값을 지급하고, 자기의 풍족한 부분을 나누어주는 행위, 이것이 사랑과 나눔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국, 2000 년 전 묵자가 꿈꾸던 세상을, 공정여행과 같은 작은 봉사를 통해서도 충분 히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봉사하기 위해 사비를 써가며 국외로, 혹은 국내로 이동 한다. 20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묵자라는 한 명의 사람이 주장하고 했던

2 데일리안, <재벌 때려잡기 ‘유전유죄’ 판결도 문제다>, 2013.02.11

122

Hanyang University


활동들이,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겸애교 리라는, 어찌 보면 아주 낡은 사상으로 무장하고 혼란의 전쟁터로 뛰어들고 있다. 비록 묵가 집단의 결말은 아쉽게 끝나버렸지만, 이 시대의 ‘묵자’들의 결말은 분명 다를 것이다. 2000년 전에 묵자가 꿈꿨던, 현재 임영신 대표가 꿈꾸는 ‘사랑의 실천’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2013 SPRING

123


맥쿼리,

사회기만 시설 우리의 기반은 기만당하고 있다. 맥쿼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리를 기만하는 당신은 정말로 누구십니까? 수습위원 서기환 happylock93@naver.com

124

Hanyang University


어서 와 SOC 투자는 처음이지?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이란 생산활동에 직접 사용되 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 려면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을 말한다.1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넓어서 과거에는 정부나 공공기 관이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국가가 건설과 운영을 모두 맡았기 때문에 예산문제가 발생하여 사회기반시설의 건설이 늦어지는 문제가 나타 났다. 이런 재정적 문제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 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였는데, 이것이 민간투자의 시작이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서 얻을 수 있 는 혜택을 미리 얻고, SOC 분야의 효율성 개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 한 기대는 정부가 초기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내건 인센티브조항인 MRG(Minimum Revenue Guarantee, 최소운영수입보장제)2 조항과 자금재 조달3 허용 조항을 민간투자자들이 악용하면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이 조항을 악용한 대표적인 민간투자자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다.

1 시사용어사전(2005) 2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는 수요예측을 통해 예측된 수입을 국가에게 보장받는 제도이다. 처음 계약 당 시 설정한 예상수입의 일정 퍼센트만큼 국가가 보전을 약속해 주는 제도로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리 스크를 줄여줘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인센티브조항이다. 3 자금재조달은 민간사업에 있는 기존의 대출금을 민간사업에 투자한 투자단체가 모두 변제한 뒤 그보다 고 리의 이자를 매겨 다시 민자사업체에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2013 SPRING

125


Who is the Macquarie?

우리나라 민간투자에서 큰 영향을 보이고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MKIF, 이하 맥쿼리)는 어떤 회사일까? 맥쿼리는 집합투자업자로 맥쿼리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합작회 사다. 맥쿼리의 수익창출은 우리나라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외면적으로 드러난 정보로만 판단해보면 맥쿼리가 문제라는 생각이 쉽사 리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점은 맥쿼리가 한 국가의 사회기반시설에 투 자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 한다는 것이다. 맥쿼리의 투자처를 확인해보면(2012년 12월 31일 기준) 13개 의 투자처 중 한 곳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MRG가 적용된 곳이다. 이는 맥쿼 리가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MRG가 적용되지 않은 부산 신항만은 협약을 체결할 당시 국가 가 MRG조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지하였기에 MRG조항이 적용되지 않 은 것이지, 맥쿼리가 원해서 MRG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기만

국가가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조항으로 내건 MRG. 과연 어 떻게 악용될 수 있을까? 먼저 수요예측에서 오류가 있을 때 혹은 일부러 오 류를 만들 때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요예측의 오차가 커질수록 국가에서 부담해야 하는 보전액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126

Hanyang University


MRG는 최소수입에 대한 보장을 약속함과 동시에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수 입에 대해서는 국고 환수를 보장된다. 하지만 이해타산에 능한 기업이 자신 들에게 불리한 수요예측은 수용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국고환수 조건은 명목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요예측의 실패 원인은 두 가 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국책연구기관의 배임행위이다. 공익 을 위해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연구기 관의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상대 협상자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 면 당연히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수요 예측은 많은 부분에서 연구자의 주관이 섞일 수 있고, 인간이 진행하는 조 사라는 상황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실수에 관대한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어 오차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음은 MRG조항에서 갑과 을의 관계적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다. 국가기 관이 자금 대부분을 지원하고, 민간투자 기관을 선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 목상으로는 국가기관이 갑의 입장에 서게 된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 투자

실제 통행료수입

수입

수입환수 관련 주무관청이 수입초과분을 환수

추정통행료수입 최소수입보장

관련 주무관청이 수입부족분을 지원

통행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도로를 예로 들어 설명한 그래프다.

2013 SPRING

127


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적은 공급자 수’ 라는 현상이 국가를 실질적 협상 상황에서는 을의 입장으로 격하시킨다. 맥 쿼리는 이 부분을 악용해온 것이다.

두 번째 기만

자금재조달은 MRG의 부당함이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정부가 MRG의 유 인 효과를 대체하고, MRG로 보전해주는 금액의 양을 줄이기 위한 미끼로써 만든 규정이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주주의 이익을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을 담 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를 안고 있으나 그 자체로는 MRG보다 큰 영향을 미치 기 어려워 별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존의 MRG조항 과 합쳐지며 엄청난 부정적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맥쿼리 또한 자금재조달 조항으로 짭잘한 수익을 얻었다. MRG조항 덕분 에 부도 위험이 거의 0%에 수렴하는 민자사업체의 자본금 대출을 모두 맥쿼 리 측에서 변제해 주고, 같은 금액의 자본금을 후순위 대출4 로 바꾸어 다시 빌려주는 형식으로 엄청난 이자수입을 얻어냈다. MRG조항과 자금재조달을 이용한 맥쿼리의 대표적인 투자사례는 서울 서 초구와 과천을 직접 연결하는 우면산 터널과 광주광역시 제2순환도로가 있 다. 우면산 터널은 2011년 맥쿼리를 위시한 기업들이 우면산인프라웨이의

4 자본금 대출은 대표적으로 선순위 대출과 후순위 대출로 나누어진다. 선순위 대출은 회사가 부도와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대출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대출로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 은 만큼 이자 수준 역시 낮은 대출이다. 반대로 후순위 대출은 부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선순위 대출 의 대출금이 모두 상환된 다음에야 빌려준 대출금을 상환 받을 권리를 가지는 대출로 상대적으로 리스크 가 커 고리를 받는 대출이다.

128

Hanyang University


지분을 인수하며 대주주가 됨과 동시에 자금재조달을 실시했다. 기존에 우 면산인프라웨이가 가지고 있던 자본금 532억 원을 새로운 대주주가 가져간 다음 그 절반인 266억 원은 대주주들끼리 분배하고, 남은 266억 원은 다시 우면산인프라웨이에게 후순위 대출로 고리에 대출해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 중 우면산 터널은 기존에 이미 수익성이 있는 곳이었지만 자금재조달로 인해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광주광역시 제2순환도로는 우면산 터널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본수익을 만들어냈다. 우면산 터널(36%)와 달리 광주광역시 제2순환도로는 1구간과 3-1구간에 맥쿼리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대담하게 자금 재조달을 시행했다. 1구간에서만 연이율 7.25%에 1,420억 원을 대출했던 기 존의 대출금을 맥쿼리가 모두 변제하고 10%의 금리로 다시 1,420억 원을 대 출해주었다. 거기에 추가로 320억 원을 후순위 대출로 빌려줘 엄청난 이자 수입을 챙겼다. 그 때문에 광주순환도로투자(주)는 현재 자본금이 130억 원 인데 이자비용으로 발생하는 적자가 1,000억 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완전 자본잠식상태5 에 빠져버렸다.6 게다가 맥쿼리는 이렇게 얻은 수익을 90% 넘게 배당하는 수법7 으로 감세 혜택까지 받고 있다. 때문에 맥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수 익을 창출하고는 적은 법인세만을 낸다. 나머지 대부분의 수익은 배당과 자 금재조달 조항으로 대주주들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

5 사내에 남겨두는 금액을 의미한다. 그런데 회사가 적자상태에 빠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기자본금에서 그 적자를 메꾸는데 이 상태를 자본잠식 상태라고 한다. 또한 자본잠식상태를 넘어서 자기자본금이 마이너스 4 상태에 2012~13년에는 한국이자본전액감식 정권변동기에혹은 접어들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빠지는 경우를 완전자본잠식이라고 한다.상대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되 어 기관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가 줄어들었기에 맥쿼리에 대한22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점유율이 대 6 시사IN LIVE 「맥쿼리와 광주시, 그 고통스러운 파경」 2012년 6월 폭 줄어들었다. 7 법인세법 제51조의2(유동화전문회사 등에 대한 소득공제)에 의거하여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3 SPRING

129


미래로 나아가며

정부는 MRG조항의 부당함을 인 지하고 2009년 말에 와서 MRG조 항을 폐지하였다. 하지만 이는 새 로운 계약에서 MRG조항을 넣는 것에 대한 폐지이지, 기존에 맺었 던 계약의 MRG조항의 폐지가 아

우리가 쓴 돈이 세금이야? 왜에? (출처: 갑을컴퍼니)

니므로 안타깝게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는 10~30년 정도의 긴 기간에 걸친 협정이기에 지금 MRG조항을 폐지한 것이 앞으로의 손실을 전부 막을 수 없다. 이제는 MRG조항으로 인한 새로운 피해사례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 만 자금재조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는 여전할 것이다. 특히 과거의 사 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맥쿼리의 목표가 민자사업체의 완벽한 기업으로의 정착과 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비록 MRG조항의 폐 지로 맥쿼리와 같은 단체가 정부의 보조로 부도를 막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 었으나 이 단체들은 거대자본을 이용하는 꼼수로 이윤을 창출하려고 할 것 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정부도 타당성 검사와 같은 사업의 기초단계부터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구두쇠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손쉽게 사용하는 돈의 출처는 국민 의 혈세이며, 그러한 혈세를 마구잡이로 집행하는 것은 국가의 소중한 유전 을 헐값에 중동석유부자에게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임을 자각해야 한 다.

130

Hanyang University


사소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13학번 새내기 여러분!

포근한 소파와 함께

『한양』교지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문의 : 편집장 김준영

HYgyoji@gmail.com 010-8989-1774


개 동아리소

GLEE

아리 ♥ 합창 동

수습위원 구현소 kooooohs@naver.com

1.GLEE라는 이름의 어원이 뭔가요? ‘글리 클럽(Glee Club)’에서 따왔어요. ‘글리 클럽’이란 주로 미국의 대학이나 고등학교에 서 활동하는 합창단을 말해요. 또, 글리(glee)라는 말에는 ‘즐거운, 신나는’의 뜻도 있어서 즐 거운 동아리 생활을 나타내기도 해요. 2. 간단한 동아리 소개 저희 동아리는 위 질문에서도 말했듯이 합창 동아리입니다. 글리 동문 선배님이신 지휘 자님께서 지휘뿐만 아니라 합창 교육도 맡고 계세요. 또, 우리 학교 피아노과 학생이 직접 반주도 합니다. 그리고 2010년도부터 현재까지는 한양대-한양여대 연합 동아리로 운영하 면서 좀 더 풍부한 음역으로 노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남자는 테너/베이스, 여자는 소프라 노/알토 이렇게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서 합창곡을 부릅니다. 3. 합창 동아리면 연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한 가요? 우선 저희 동아리에 들어올 때 필요한 특별한 자격요건은 전혀 없어요. 실력을 떠나서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해요. 합창 연습은 매주 수요 일 6시 동아리 집회 시간에 해요. 그때 지휘자님이 선곡하신 곡으로 합창 연습을 하고, 또 연주회가 다가오면 파트별로 따로 모여서 연습을 하기도 해요. 4. 공연은 주로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매년 정기연주회는 하나의 주제와 관련해서 선정된 곡으로 이루어져요. 작년 공연은 백 남음악관에서 열렸는데, 아카펠라부터 시작해서 합창, 첫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 그리고 글리 선배님들의 무대까지 총 4부로 구성되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추억(memory)’ 을 주제

132

Hanyang University


로 ‘떠나가는 배’, ‘축제의 노래’, ‘Cotten Fields’, ‘정경’, ‘만화주제곡 메들리’, ‘남 촌’ 등과 같이 부모님 세대 그리고 우리 20대 역시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노래들 로 구성된 곡을 불렀어요. 5.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대학에서 즐거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실력을 떠나 음악에 관심 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양플라자 5층 GLEE 동아리 방에 들러주세요. 좋은 선 배들, 지휘자님과 함께 열심히 연습해서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봐요.

2013 SPRING

133


H A N YA N G 2 0 1 3 v o l . 8 3 S p r i n g

●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우리의 봄, 안녕 하십니까?



가벼운발걸 음 닿 는대로

수습위원 서기환 happylock93@naver.com 부편집장 박보성 bosung7000@nate.com

언제부턴지 캠퍼스 밖에서 특별함을 찾아 돌아다니는 대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하릴없이 시 간을 흘려보내거나,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로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사람들만 늘어났다. 집-학교의 정형화된 패턴 그 리고 PC방, 당구장, 노래방, 술집……. 이런 일상이 지겹다 면 떠나보자,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136

Hanyang University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인가요?

우리의 일상을 가둔 쇠창살. 그 너머 세상을 바라보다. 출처: WIKIPEDIA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녀 봅니다. 로망 속에만 있던 대학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공강 시간에 카페 에 앉아 별다른 의미도 없는 수다를 떨거나, 제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 심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농구를 하거나,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독서를 즐기는 사람 들은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와 같은 매일임에는 별 차이가 없네 요. 이제 이런 평범한 일상을 탈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 요. 캠퍼스 주변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고, 귀찮은 마음을 떨쳐보는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20대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엔 아깝잖아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상에 당당히 태클을 걸어봅시다!

2013 SPRING

137


문화를 향해 걸어가기 한양대생의 홈그라운드 왕십리! 왕십리를 넘어가 본 적이 있나요? 우리의 젊음을 너무 캠퍼스에 가둬두지만은 말자고요. 친구들과 함께, 아니면 혼자 서라도 캠퍼스의 울타리를 넘어봐요.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겠죠. 공강 시간을 잠깐 투자해서 학교 주변을 둘러보는 데서부터 시작해요. 연극 이나 공연,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대학로나 홍대처럼 먼 지역부터 떠올 리지 마세요. 뻔한 레퍼토리도 질리니까요. 뻔할 수도 있지만, 우리 새내기 들에게는 웬만해선 뻔하지 않을 공간들이 학교 주변에도 많거든요!

아직은 낯선 왕십리! 왕 십리 민자역사를 넘어가기 가 힘든가요? 넘어가야죠. 민자역사를 넘어 9번 출구 근처에만 가도 소월아트홀 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아 요. 대학로의 북적거림과 다양함, 홍대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소월 아트홀은 한적함과 낯섦이라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거에요. 캠퍼스의 울 타리를 넘어서지 않았더라면 소월아트홀이라는 곳도 찾을 수 없었겠죠? 아 마 이곳에서 만든 친구들과의 추억은 캠퍼스 안에서의 추억과는 또 다른 즐 거움으로 기억될 거에요.

소월아트홀에서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과 같은 들으면서 즐길 수 있는 공 연을 만나봤어요. 듣는 것만으로 끝낼 수는 없죠. 우리는 눈으로 즐길 권리도 있으니까요! 연극을 보고 싶은 새내기들은 성수아트홀을 찾아가 봐요. 성수

138

Hanyang University


아트홀은 2012년 9월에 개관했어 요. 새로 지은 건물에서 본 ‘버블 J의 아쿠아 버블쇼’는 정말 환상 적이었어요. 이 공연은 2월로 끝 이 났지만, 더 좋은 공연이 우리 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쉬워할 시간에 기분전환 삼아 성수아트 홀로, 뚝섬으로 떠나 봐요!

이미 학교 근처 공연장은 모두 출처: 성동구청 홈페이지

가보았다고요? 그러면 신당역으 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콘서트나 뮤지컬로 이미 유명한 곳이어서 아는 친구 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학교와의 거리가 멀지도 않고 가까운 것도 아니어서 어쩌면 그냥 지나칠 일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콘서트나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신당역 9번 출구를 나와 도심 속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충무아트홀을 찾아보아요. 작년에 무대에 올랐던 “ 두 도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나요. 마담 드파르지의 열창은 아직도 잊 혀지질 않네요. 오! 마담 드파르지! 공 연을 보고 나서 신 당동 떡볶이 마을에도 들러봐요! 저기요, 혹시 시간 있으시면 저랑 떡볶이 한 컵 안 할래요?

2013 SPRING

139


신선한 공기 한 모금! 대캠퍼스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목이 뻐근해지거 나 괜스레 답답해지기도 할 거에요. 100명이 넘는 대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의 갑갑함이란….! 학교 밖 산책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공부도 좋지만, 숨 좀 돌리면서 살자고요 우리.

캠퍼스에 자신을 구속하지 말자. 캠퍼스가 세상 전부는 아니니! 출처: doopedia Photo Community

중랑천에 가봤나요? 겨울에는 앙상한 나무들 때문에 쓸쓸한 느낌이 들지 도 모르지만, 그래도 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어 절대 쓸쓸하지 않은 곳이 랍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싱그러운 매력과 멋스러움을 지닌 곳이기도 해요. 물론 셀 수도 없이 많은 하루살이는 여름의 산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뭐 어때요?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거나 조깅을 하는 일. 그렇게 쉬엄 쉬엄 운동하다가 지칠 때쯤이면 조금 전 슈퍼에서 산 맥주를 꺼내 봐요! 쉼 터에 걸터앉아 중랑천을 보며 마시는 맥주 한 캔이란…... 크으. 생각만 해 도 시원하네요!

140

Hanyang University


아이 잠깐, 언제까지 중랑천에서만 놀 생각이에요? 이젠 서울숲에도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중랑천이 집 앞으로 산책하러 가는 느낌이라면 서울숲은 소풍 가는 정도의 기분이 드는 곳이에요. 대성리나 가평처럼 유명 한 MT촌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숲에 놀러 가보는 것 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MT에 갈 때처럼 거창한 느낌은 아니지만 준비할 것이 없는 만큼 부담도 없고, 좋잖아요?

출처: cos2.tistory.com

출처: anyx.tistory.com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 있는 뚝섬한강공원은 가봤나요? 개강파티나 신입생 환영회는 술집에서 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러면 이번에는 술집같이 뻔한 곳이 아닌 뚝섬한강공원에서 개강파티를 즐겨봐요. 그곳에 있는 체육시설을 이용해 간단한 게임도 하고, 해질녘부터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 주 가무를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오글거린다고요? 뚝섬한강공원 에서 오글거리게 놀다가 cc라도 되면 저한테 감사부터 하셔야 할걸요?

2013 SPRING

141


아! 뚝섬유원지역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면서 놀 수 도 있답니다.

142

Hanyang University


편리함보다 여유를, 익숙함보다 낯섦을 MT를 갈 때 우리의 목적은 어디에 있죠? 술이죠! 그럼 술이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것은? 고기죠! 고기. 그런데 우리네들 주머니 사정이 거기서 거기잖아요. 우리 같은 새내기가 무슨 돈이 있어서 소고기를 꿈꾸겠 어요. 왕십리 이마트에서 돼지고기만 사갈 수 있어도 그저 감사해야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왕십리 바로 옆에 마장축산물시장이 있다는 거. 수 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도맡고 있고, 엄청난 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해요. 단일 육류시장으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 고 하니 얼마나 큰 시장인지 알 만하죠? 이런 큰 시장의 장점이 뭘까요? 고 기가 싸다는 거? 맞습니다! 돼지기름 질리지도 않아요? 펜션에 준비된 그릴 아래로 돼지 기름 떨어질 때 솟아오르는 불기둥이란, 으으…… 가끔은 소고 기로 깔끔하고 맛있게 MT를 즐기고 싶잖아요. 그럴 때 조금의 낯섦을 감수 하고 익숙지 않은 마장축산물시장을 가보는 거에요! 잘 익은 소고기 살 위로 올라온 육즙이 당신의 MT를 입안 가득 채워줄 테니까요. 어떻게 가느냐고요? 왕십리역에서 걸어가면 약 2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 데 제가 걸었을 때는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아니면 2222번 버스를 타 고 막히지만 않는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도착한답니다.

출처: blog.naver.com/mercury0419

출처: blog.naver.com/mercury0419

2013 SPRING

143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귀중한 대학생활의 시작을 남들과 똑같이 캠퍼스 안에서만 보내는 것, 억 울하지도 않나요? 약간의 귀찮음과 낯섦만 이겨낸다면 캠퍼스 주변에는 놀 만한 곳도, 구경할 만한 곳도, 먹을 만한 곳도 얼마든지 많아요. 늘 가던 당 구장에서 맛세이 연마나 하지 말고, 여기저기 좀 나다녀봐요. 제가 보장할게 요! 한 번의 발걸음이 10년 뒤면 어느새 추억이 되어있을 거에요. 그런 기회 를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조금 서글픈 일이잖아요.

144

Hanyang University


사소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13학번 새내기 여러분!

포근한 소파와 함께

『한양』교지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문의 : 편집장 김준영

HYgyoji@gmail.com 010-8989-1774


우리의

안녕

수습위원 서기환 happylock93@naver.com

1909년, 당시 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1945년, 봄은 우리를 찾아왔다. 이인직: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질 않는 모양입니다. 이완용: 여태 조선의 꼴이 딱 그 짝이었잖은가. 미 래엔 그럼, 어찌 되겠는가? 이인직: 좋게 변했을 테죠. 이완용: 어찌 장담하는가? 이인직: 그 믿음으로 살아가는 건데, 어쩌겠습니 까? 그리 믿어야지요. 「봄이 사라진 계절」 중

2013년, 과거 우리가 찾은 봄이 현재 진정한 봄으로써 존재하는가?

하십니까?


그들의 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 언제든지 연락하고 오세요.”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우연히 ‘극단작은신화’를 만났고, 취재를 요청했다. ‘극단작은신화’는 개막을 앞둔 시대극 ‘봄이 사라진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극배우들의 뜨거운 땀과 거친 숨결이 가득 찬 연습실을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대학로에 있는 연습실에 방문했을 때 처음 받은 인상은 ‘역동’이었다. 약 속시간보다 3분여 늦게 갔을 뿐인데 벌써 연습실은 배우들의 목소리로 가 득 차 있었다. 연습이 시작된 듯 하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런 필자를 반겨주는 이는 조연출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연습은 한창 진 행 중에 있었다.

봄이 사라진 계절에서 이인직은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벌어진 캐릭터 설정에 대한 토론. 연습 중이었음에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2013 SPRING

147


연습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히 자리를 잡고 배우들의 연습장면을 지켜보 았다. 첫 연습은 극의 중반 부분인 이완용과 이인직이 대화를 나누는 파트였 다. 그런데 이 부분의 연습 중간에 갑자기 배우가 연습을 중단했다. 연출자 가 생각하는 이인직의 캐릭터적 특성과 상황에 대한 해석이 배우가 생각하 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크게 중요한 부분인가’라는 의문 이 들 정도로 사소한 차이였음에도, 배우 장용철(이인직 역) 씨는 진지한 표 정으로 열변을 토하며 자신의 해석을 설명했다. 장용철 씨에게 직접 그 이 유를 물어보았다.

한양

사소한 부분에서도 연출자분과 열심히 토론하시던데 그렇게 세세한 부

분을 가지고 일일이 의견을 조율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용철

토론을 하는 부분은 사실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

었습니다. 아무래도 시대극은 코믹연극이나, 리얼리티를 살린 연극보다 관객의 선 호도에서 밀리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려면 작은 논리적 오류도 무시하면 안 되거든요.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연극 전체의 논리적 흐름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이인직의 캐릭터로 토론하던 그들은 어떠한 합의점에 도달한 듯, 다시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긴장된 분위기의 연속 이던 배우와 연출자, 스텝 입장에서는 피곤할 만도 한데 연습실에서는 활기 와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148

Hanyang University


문의 형태와 배우의 배치 문제. 어쩌면 다소 사소한 주제. 하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처럼 보였다.

힘겨운 한 파트의 연습이 끝나고 바로 다음 파트의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 장면에서 또다시 배우와 연출자의 의견이 충돌했다. 문이라는 무대장치 요 소 하나 때문이었다. 연습실 내부에는 그 문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지만, 배우와 연출자의 눈에는 그 보이지 않는 문이 큰 걸림돌이었나 보다. 문 상 단부에 구멍이 뚫려있어야 하는지, 쇠창살이 달려있어야 하는지가 하나의 고민거리였다. 또 문에서 노크소리는 들리는데 거기에 이재명이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지, 아니면 노크소리만 들리고 이재명은 보이지 않아 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관객에게 이재명의 모습은 보이되 이인직은 밖에 아무도 없다고 인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진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임에도 이들은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듯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신경 쓰는 이들에게 프로다운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연출자에게는 이런 잦은 의견충돌이 부담으로 다가 올 것 같아 질문해보았다.

2013 SPRING

149


한양

사소한 부분에서 잦은 의견충돌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러한 의견충돌이

심해지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신동인 연출자

당연히 대화죠(웃음). 아마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는 일

이 있을 때 술을 마시면서 풀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질문하신 것 같은데, 사실 술 마시면서 그런 의견충돌 해결 못 해요. 오히려 지금처럼 즉석에서의 대화를 통 해 그 의견충돌을 해소하죠. 그 다음에 술을 마시며 서로의 감정을 풀어가는 거죠. 또 만약 의견충돌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그때는 서로 충돌 한 의견에 관해 얘기하지 않아요. 멀쩡한 정신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술을 마 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일반적으로 연극인들에게 가지는 선입관인 ‘털털함, 깊은 정 그리고 술’을 필자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연극인의 입 을 통해 들은 답변은 그와는 상반됐다. 이는 한편으로 당연한 이야기기도 했 다. 제정신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술을 마신다고 해결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완용의 경호원역의 김준태씨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완용의 딸역의 주재희씨 역시 자신 파트의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150

Hanyang University


배우들이 연습실의 중앙에서 연출자와 의사소통하며 연습을 진행하고 있 었다. 같은 시간 연습실 한쪽에서는 자신의 파트에 집중하고 있는 배우들도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연습은 해당 장의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것인 듯 해당되지 않는 배우들은 자기파트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 중 손동작까지 하며 연기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배우 주재희(소화 역) 씨를 인터뷰해 보았다.

한양

옛사람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주재희

대본을 통한 인물분석을 열심히 해요. 그러면 비록 그 시대에 살지는 않

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그 극 중의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지만요(웃음). 한양

연극 배역을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실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시

나요? 주재희

주로 영화나 연극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한 배역과 연관된

배역이 나오는 영화나 연극이요. 그러한 간접경험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한양

연기 생활하시면서 가장 기쁜 때가 있으시다면 말해주세요.

주재희

배역을 잘 모르겠었는데 어느 순간 뭔가 팟하고 떠오르면서 막혔던 부

분들이 뻥 뚫어질 때, 혹은 공연 무대에 올라갔을 때에 기뻐요.

연기 연습 중 인터뷰를 요청했음에도 주재희 씨는 활기차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연출자가 다른 배우들에게 집중하고 있는 시간조차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샘솟는 열정과 기운이 느껴졌다. ‘봄이 사라진 계절’을 연기하고 있는 그들은 열정은 봄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2013 SPRING

151


봄이 사라진 계절 두 시간여의 부분 연습이 끝나고 총연습에 들어갔다. 사전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부분연습을 보았을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던 내용이 1장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총연습을 보며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글의 목적은 연극을 소개 하고자함이 아니기 때문에 짧게 설명하자면 ‘봄이 사라진 계절’은 이재명이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이완용을 관 찰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은 연 극이다. 이완용 딸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완용의 집에 같이 살게 된 이재명은 미래의 지식을 바탕 으로 과거를 바꿔보려고 노력한 다. 하지만 미래인인 이재명의 과 거 개입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변 함없이 흘러간다.

이인직역의 장용철씨가 들고 있는 손수건은 소화가 만든 일본에서 유래한 건승을 기원하는 부적이다. 이러한 장치 를 통해 작가는 일본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 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내용 전체에서 표면적으로는 미래 인물이 과거를 변화시키려 하 는데 운명이라는 굴레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 지만 조금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판타지적인 내용이 주요 주제가 아님 을 알 수 있다. 현대 인물인 이재명을 일제강점기로 보내 대표적인 매국노

152 152

Hanyang University Hanyang University


인 이완용과 만나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현대에는 매국노가 존재하지 않는 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정하기 싫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 이재명.

2013 SPRING

153


이처럼 「봄이 사라진 계절」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희망이 없는 암울한 미래 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현대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사라진 봄’이라 는 상징적인 의미로 비판하고 있다.

당신은 과거를 추억하십니까? 기억하십니까? 「봄이 사라진 계절」은 관객들에게 일제강점기 과거의 청산과 관객 개인이 가진 스스로 묻어버린 과거의 청산, 이 두 가지 화두를 던진다. 이 둘 중 일 제강점기의 과거 청산이 각종 무대장치와 배역의 특성을 통해 이 연극이 가 장 직접적으로 건드는 부분이다. 간접적으로 건드는 부분은 관객 개인이 스스로 묻어버린 과거의 청산이다. 이 연극은 묻어버린 역사의 과거를 꼬집으며 기득권층이 과거를 추억하는 것 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개인들이 스스로 용서한, 혹은 암묵적으로 미화한 과거를 청산하라고 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추억하다’와 ‘기억하다’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추억하다’가 한 사람 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라면, 기억은 객관적인 입장에 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과거를 추억하는가? 기억하 는가?

154

Hanyang University


한양포커스

왕십리 사범대 국어교육과 성영정

2013 SPRING

155


개 동아리소

들꽃

아리 ♥ 연극 동

수습위원 구현소 kooooohs@naver.com

1. 왜 동아리 이름이 ‘들꽃’인가요? 들판에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처럼 동아리 안에서 연극이라는 꽃을 피워내자는 의미에 서 ‘들꽃’입니다. 2. 간단한 동아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들꽃의 다른 이름은 한양극예술연구회(HUDA)에요. 75년 이광일 선배님께서 창립 하셨고, 현재 매해 두 번의 정기공연과 한 번의 워크숍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희 동아 리는 연극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뭉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무대 위에서 표현합니다. 동아리에서 단순히 친목 이상의 의미를 찾으려면 들꽃으로 오세요. 연극을 통 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3. 연극 동아리의 연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연출의 스타일에 따라 연습과정은 달라지겠지만, 보통 작품을 선택하면 공연팀 전체가 모여 그 작품을 분석합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주제의식을 보여줄 것인가부터, 한 장면 한 장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등장인물들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등 가능한 자세하 게 이야기하죠. 분석이 끝나면 배역을 캐스팅하고 장면 연습을 합니다. 배우들은 매일 아 침 신체훈련, 발성 발음 훈련, 상황극 등을 하며 기본기를 다지고 맡은 인물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요. 그러한 분석을 토대로 무대 위에서 표현해 보고 인물을 만들어 갑니다. 스텝들 은 무대를 디자인하고 소품, 의상들을 구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을 생각합니다. 연극이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믿음과 배려를 바탕으로 대화를 많 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4. 혹시 연극영화과 동아리원이 많이 있나요? 아니라면 어느 정도 다양한 학과가 분포되 어 있나요?

156

Hanyang University


연극영화과는 학과활동으로 바쁜 건지 아니면 전통적으로 연극영화과 학생을 받지 않아 왔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연극영화과 학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학과는 인문대에서부터 공대까지 연극과 전혀 상관없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5. 연극 공연은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그리고 주로 하는 연극 공연의 내용은 뭔 가요? 이번 정기공연은 3월 4~9일 평일 7시 주말 3, 6시에 한양플라자 1층 소극장에서 합 니다. 보통 정기공연은 개강 후 두 번째 주부터 하는데 이번에는 소극장 대여사정이 마 땅치 않아서 한 주 앞당겨 졌네요. 요즘 대학로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공연들을 보면 라 이어나, 보잉보잉 같은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코믹극인데요. 저희는 그런 작품보다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택합니다. 6.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전 대학 문화가 우리 선배들 때와 비교해서 너무나 초라해졌다고 생각합니 다. 지금의 대학 문화는 술이나 진탕 마시고 취하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잖아요. 대학 축제는 그저 다양한 연예인들이 나오는 콘서트가 되었고요. 전 대학 문화는 대학생들이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 대학생들 이 주축인 동아리 문화는 점차 학생들과 학교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흐름일까요?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13 SPRING

157


Re: View 기형도, 빈 집

국어교육학과 08학번 유재형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화자는 사랑을 잃었다. 주목할 단어는 ‘사랑’이 아니라 ‘잃고’이다. 주체적인 의지로 헤어 진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지, 혹은 개인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사건으로 헤어 졌다. 그러므로 이 시는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나, ‘가난한 사랑 노래’와는 맥이 다른 것이 다. 스스로의 마음으로 말미암은 이별이 아니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선택권의 박탈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사랑은 다른 대상을 사랑하는 것과는 달리, 그 주체가 곧바로 객체가 된 다. 선택권이 박탈되었다는 것은 주체가 아닌 객체의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 한다. 주체인 자신이 없으니, 빈 집처럼 공허하다. 유명한 시이니만큼, 독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만의 독법으로 이 시를 읽어보려 한 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라는 구절에서는 묘한 에로티시즘을 느꼈다. 화자는 사랑을 잃으며 익숙했던 ‘짧았던 밤’과의 결별을 말한다. 많고 많은 추억 속의 밤, 그중에서 왜 짧 았던 밤일까? 흔히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벌을 받는다. 정말 힘들다. 시간이 멈춘다. 드 래곤 볼이라는 만화책에 나온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1분이 1년처럼 더디다. 반면, 즐거운 시 간, 연인과 있는 달달한 시간을 떠올려 보자. 그런 시간이 없다면 유감이다. 어쨌든 그런 시 간은 정말 빨리 간다. 그래서 밤이 짧았으리라. 일찍이 황진이도 말했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 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 다. 밤의 허리, 한밤중이리라. 인간이 가장 감상에 빠지기 쉬운 때, 이때라면 부재한 님을 아

158

Hanyang University


무리 그리워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님이 있다면 그 밤은 정열적인 에로티시즘, 옥보단 (서금강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영화의 정사 장면은 어마어마하다.) 영화 급의 밤이 되겠 지만, 님이 없으므로 그 밤의 시간을, 외로운 시간을 덜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을 님이 오는 날에 더하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는 24시간 이니 바꿀 수 없다는 논리는 들이대지 말아주시길. 마지막 구절, 어론 님의 어원은 어루다, ‘성교를 나누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가까운 님이라. 그 님과 만난다면 영원토록 함께 하고 싶지만, 밤이 너무 짧다. 그렇기 때문에 기나긴 동짓달의 밤이라도 그 시간에 더 하고 싶은 심리적인 일치감이 돋보이는 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짧았던 밤들아’라는 구절 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늦은 밤, 사랑했던 이와 손을 잡고 눈이 마주친다. 잠시의 정 적이 흐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영원의 시간과도 같다. 그다음 이뤄지는 정열적인 사랑, 이 사랑을 이루기엔, 지속하기엔 이 밤은 너무 짧다. 다음은,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라는 구절, 아침에 운동하다 운무에 뒤덮인 적이 있는가. 뭔가 묘한 기분이다. 허나 겨울 안개는 그렇지 않다. 습하다. 게다가 차갑다. 하지만 이 안개는 창 밖을 떠돌 뿐이다. 창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한다. 창 안에는 열렬한 사랑이 있 기에 안개가 들어올 틈이 없다. 사랑으로 가득 찼는데 안개가 어찌 감히 들어가겠는가. 차 디찬 겨울 안개는 그들의 사랑을 창 밖에서 맴돌며 지켜보는 관객이다. 마치, 옛 결혼식 첫 날밤, 문풍지에 구멍을 뚫고 안을 쳐다보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허나 이제 사랑을 잃었으 니, 선수는 관객과 이별을 고해야 하는 법. 촛불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은 촛불을 쓰지 않는다. 쓴다면 하트 모양으로 만들 어 연인에게 고백하는 이벤트 때에나 쓰려나. 지금은 전등이 이를 대신하리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촛불이 쓰였으리라. 촛불은 무엇을 비추던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연애편지를 쓸 때 그 편지지를 비추었을까? 아니면 아름다운 사랑을 하던 그들을 비추었을까? 촛불 역 시 자신이 무엇을 비출지 알고 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이라 하지 않 았을까? 허나 적어도 그 연인들을 비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연애도, 사랑하 는 연인도 없다. 그러니 촛불도 필요 없을 수밖에.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 역시 열애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주목할 것은흰 종이이다. 그 냥 종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흰 종이다. 흰 종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을 잃 는 것, 무엇인가가 자신의 위에 덧씌워지는 것이다. 위에 무언가가 덮인 흰 종이는 더 이상 흰 종이가 아니기에 이를 두려워한다. 연애하는 사람에게 흰 종이가 어떤 용도로 쓰일까? 여기서 다른 말을 하면 반칙이다. 연애편지다. 어떤 글이 쓰이든 흰 종이 입장에서는 자신

2013 SPRING

159


Re: View 이 더럽혀지는 것이기에 흰 종이는 공포를 기다리는 것이다. 흰 종이에게는 공포이다. 물론 화자에게도 공포였을 수도 있다. 독자(연인)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미지의 것을 기다리는 것 역시 공포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것은 희열에 가까운 공포다. 물론, 사랑을 잃었으니 더 는 연애편지를 쓸 종이 따위는 필요 없으리라. 망설임을 대신하는 눈물, 무엇을 망설인 것일까? 자기 마음을 연인에게 말하는 것을 망 설인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차마 말로 하기 어렵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만큼 재미없는 일이 또 어디 있나. 이상은 말했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가 또 절망을 낳는다.’, 연인에게 내 마음을 어떻게 말할까 망설이다가 끝내 말하지 못 하고 속으로 타는 마음, 그것 눈물로 형상화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화자는 이제 이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한다.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당신을 보낸 것이 아니므로 그 열망은 지금도 타오르지만, 그 대상은 이제 없다. 더 이상 그 열망은 내 것이 아니다. 허공에 맴돌 뿐, 그 대상을 찾지 못한다. 대상 을 찾지 못하니 장님처럼 더듬거릴 수밖에. 장님은 시각을 통해 사물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 무언가가 드나드는 통로, 문(감각)을 잠그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나는 방 안에 갇혔다. 그리고 드나들지 못한다. 내 마음과 열망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없이 침잠하고 또 침잠한다. 마지막 구절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가엾다. 스스로의 의도가 아 닌 모든 것은 가엾다. 자신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다. 허나, 이를 버리지 않으면 어지러운 난 세를 살아갈 수 없는 법. 화자는 스스로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버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다. 화자의 이별은 우리에게 하나의 예술이 된다. 당사자의 이별 이 하나의 예술이 된다면, 나는 그를 위해 슬퍼해야 하는가, 아니면 예술의 탄생을 기뻐 해야 하는가. 아이러니다. 사실 인생 자체가 아이러니이니 이에 하나쯤 더한다 해서 무엇 이 달라지랴.

160

Hanyang University


Re : View

등 다양한 시각의 평 극 연 , 평 화 영 , 평 서 도 요. 문화 비평 글을 보내주세 료를 드립니다. 고 원 의 정 소 께 분 신 되 채택 분량 : A4 1~2장 편집장 김준영 문의 : 010-8989-1774 om 접수 : HYgyoji@gmail.c


정정보도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본지는 지난 82호 일상 인터뷰 중 ‘레몬’ 인터뷰이를 최지영 학우로 보도하였 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인터뷰이가 최영진 학우로 확인되어 기사를 바로잡 습니다.

최영진 학우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없 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日 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이번 일상의 주제는

초성 ㅇㅎ입니다


日 常

사소한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도 오해하고 상처받는 우리들. 당신에게도 그런 오해를 받은, 혹은 오해한 경험이 있나요? ‘ 교양수업에서 만난 학우’의 LAST Interviewee, 11학번 전다 빈 누나와의 인터뷰 시작! 편집위원 이준건 seawhale93@hanyang.ac.kr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오해를 사서 곤란한 경험이 있었나요?

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취재원 섭외를 할 때 진짜 기자로 오해하는 경우 가 있어요. 분명 대학생 기자라고 밝혔는데도 전화상으로 연락할 땐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취재원께서 저를 진짜 기자로 오해하시고 해 당 기관에 아는 기자님께 연락을 하셨고, 그 기자님이 제게 연락을 하셨죠. 그 때 상황이 얼마나 민망했는지…. 그 뒤로는 일부러 '대학생 기자입니다.'를 여러 번 강조해서 말해요!

반대로 어떤 사람을 오해해서 미워했던 경험은 없으신가요?

미워한 것까진 아니었지만 오해해서 피해 다닌 경험이 있어요. 어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명령조의 말투를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첫 인상이 좀 좋지 않았죠. 그래서 초반에는 은근히 그 친구를 피해 다녔는데, 알고 보니 그런 친구 가 아니였더라고요. 그렇게 오해를 풀고 난 뒤에는 제일 친해졌죠. 그 뒤로, ‘사 람은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많이 오해하고 있는 점! 이런 게 있다?

딱히 오해하고 있는 건 없는 것 같은데…(웃음) ‘조용할 것 같다, 여성스러운 스타일일 것 같다’라고 오해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하지만 실제 성격은 그렇 지 않아서 몇 마디의 말만 나누고 나면 “확 깬다.”라는 소리를 듣곤 해요!

164

Hanyang University


사람들 간에 오해나 편견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그 이유도 같이 알려주세요!

상황에 따라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그 상대와 계속해서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있는 상황이라면 오해나 편견이 있는 게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 게 아니라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인상이 그대로 남을 수 있으니 난감하겠죠.

최근에, 오해했었는데 진실을 알게 된 경험이 있다면?

최근에 중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 곳에서 도움을 주시던 분을 오해했었어요. 길을 물어봤는데, 같이 가주겠다고 하시며 갑자기 자신의 라이터를 꺼내더라고 요. 그리고 뭔가를 달라는 손짓을 하시고는, 함께 여행하는 언니의 가방을 가르 켰어요. 저는 물건을 팔거나 가방과 라이터를 교환하자는 뜻인 줄 알고, 언니와 함께 엄청 손사래를 쳤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저희가 가는 곳이 골동시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엄청 친절하신 분이었는데, 언어가 안 통하 다보니 나중에 깨닫고는 엄청 죄송했어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11학번 전다빈

2013 SPRING

165


日 常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차올라 고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음이 답답하여 생기는 화’라는 울화, 동 아리에서 만난 사회학과 12학번 안희주 언니와 함께 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수습위원 구현소 kooooohs@naver.com

‘울화’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혼자 분해서 우는 장면이 떠올라요. 남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끙끙 앓는 모습 같은 거? 제 성격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네요.

본인이 울화가 치미는 상황은 주로 어떤 경우인가요?

사람과의 관계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 때요. 제가 그렇 게 잘못하거나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 대해주고 신경 써줬다고 생각 했는데 상대는 저를 함부로 대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정서적인 피해를 줄 때 울 화가 치밀죠.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울화 말고 본인 스스로 때문에 느끼는 적은 없나요?

억울하고 분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답답함 정도는 또래 학우들도 느낄 것 같아요. 바라는 이상은 큰데 정작 자신은 그것에 대해 노력도 하지 않고 갈팡 질팡하면서 늘어져 있을 때 좀 답답함을 느끼는 편이에요.

그런 울화가 표출될 때가 있나요?

저는 웬만하면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라서 평소에 노여운 감정이 잘 드러 나지 않아요. 그래서 전 그냥 제가 화를 못 내는 성격인 줄 알고 있었는데, 성인 이 되어서 술을 마셔보니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울화가 술을 통해 풀어지는 상황

166

Hanyang University


이 여러 번 생기더라고요. 평소엔 잘 느끼지 않지만 술을 마시고 자제력이 풀어 지면 술자리에서 부끄러운 일이 생기기도 해요.

어떤 방법으로 울화를 해소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울화가 타인과의 관계에 관련된 거라면 대화를 통해 짚고 넘어가는 것 이 울화 해소에도 좋고 그 사람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앙금 이 남아있으면 두고두고 생각나니까 제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죠.

울화를 삭이지 못하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힘든 일이 있으면 너무 속에만 담아두기보다는 표출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요.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푸념만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주위의 소중한 사람 들에게 사연을 적당히 하소연하고 위로받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울화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게 좋겠죠?

사회학과 12학번 안희주

2013 SPRING

167


日 常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많은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유승 호. 그런 유승호를 좋아할 것만 같은 정치외교학과 이해원 학 우를 만나보았다. 연하남을 좋아하는 발랄한 그녀와의 담백 한 대화를 나눠보자. 부편집장 박보성 bosung7000@nate.com

최근 들어 연하남에 대한 누나들의 로망이 커졌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최근 들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남녀 누구나 젊음(?), 나보다 어 린 것에 대한 동경이 있어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남성들은 그걸 예전부터 표현해 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런 면에 있어서 상당히 제약을 받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연하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되어온 연상연 하 커플의 유행이 한몫했던 것 같아요. 2008년 정도부터 아이돌 같은 대중가수 들이 ‘누나’라는 소재를 노래하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연상의 여성을 마케팅의 타 겟으로 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그동안 감춰왔던 나보다 어 린 남성에 대한 동경을 좀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본인은 오빠, 친구, 동생 중에서 누구를 제일 선호해요?

제 개인적으로는 친구가 제일 좋구요, 그리고 동생이 좋습니다.

연하의 어떤 면이 좋으세요?

저는 아직 저보다 어린 남자들을 만날 일이 잘 없어서 모르겠는데요, 일단 저 보다 어린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 겁 없이 저돌적인 면 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절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겁이 없고, 즐겁다는 느낌을 받아요.

168

Hanyang University


오빠는 별로예요?

일단 남자를 만날 때 나이를 보는 편이 아니라서 상관없어요. 그런데 나이 차 이가 너무 많이 나면 좀……. 대화도 잘 안 통하고 꺼려지는 면이 있어요.

연하남의 어떤 행동이 본인에게 어필이 되나요?

‘누나’라고 부르는 단어 하나하나가 좋을 것 같아요. 왜 남자들도 자신보다 연 하의 여성이 ‘오빠’라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듯이요. 단순하지만 ‘누나’라는 단 어가 주는 간질거림? 아 그리고 아까도 썼듯이 연하가 주는 생기 넘침이나 겁 없 음도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구요. 또 서툴러 보이는 면이 오히려 더 보듬어주고 싶은 느낌이 들 것 같네요.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연애보다는 즐겁고, 유쾌 한 느낌의 연애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러면, 한양대의 연하남들에게 본인을 한 번 어필 해주세요!

부담노노해. 연하 같은 누나임(웃음).

마지막으로.. 연하는 아니지만.. 전 어때요?

……. 야, 가라.

정치외교학과 11학번 이해원

2013 SPRING

169


날적이;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첫사랑을 어디서 기억할 수 있을까 편집위원 이준건

g.ac.kr seawhale98@hanyan

겨울이 지나간다. 이번 겨울은 특히 길었다. 무엇을 했나 기억해보면 온통 깜깜한 정전상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노천극장에 가보니 눈이 푹신하게 쌓 이고 길은 꽁꽁 얼어붙어서, 얇은 운동화를 신고 걸어가기엔 조금 버겁다. 작 년 4월쯤 무수하게 꽃피웠던 첫사랑 이야기는 모두 눈 속에 파묻히고 얼어붙 었을 테니, 이제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겠지. 그렇지만 첫사랑의 추억은 눈 속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기억이 쌓이 고 쌓이면 이제 잊어버렸을까, 하지만 그 속에 손을 넣어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잡히는 그 추억. 그때의 향기와 바람과 추위와 햇빛이, 한꺼번에 딸 려 나온다. 화사하게 피고 나면 금방 지는 개나리처럼, 즐거움을 동반한 첫사 랑의 추억은 또 금방 기억 속에 파묻힌다. 왕십리의 거리가 기억이 난다. 그녀는 겨울날 입기에 살짝 추워 보이는, 하 얀 코트를 입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 함께 들어갔던 식당은 뜻밖에 허름한 한식집. “이런 데라도 맛있어.”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를 따라 들어간 그 식 당에서부터, 노르스름한 불빛이 인상적인 카페로 갈 때까지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매일 밤 꿈꾸던 이상형이 내 눈앞에 앉아 있었다. 순식간 에 시간은 흘러갔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이러한 행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후로 몇 번이나 만났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친누나에게 수줍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170

Hanyang University


고백하고 조언받던 기억, 함께 걸어갔던 대학로 거리, 같이 먹었던 빵 한 쪽, 커피 한 잔―기억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떠오른다. 지금은 그 사람, 어디서 무 얼 하고 있을지. 그렇지만, 그 사람의 소식이 참 궁금하지만, 그래도 나는 찾 지 않으련다. 기억이란 으레 미화되기 마련이니,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이 느낌, 이 감정을 그대로 간직해야지. 그래, 이렇듯 아련하게 추억되는 첫사랑의 추억, 그건 아마도 갓 성인이 된 이들에 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지. 그게 실제로 이루어져 큐피드의 사랑으로 거듭 나든, 혹은 긴 겨울―눈 내리는 노천극장의 풀들 안으로 숨겨지든, 그건 중요 한 게 아닐 테다. 작은 가슴 속에 새겨지는 아련함, 그리고 그리움, 그렇지만 다시 만나고는 싶지 않은 이 모순된 감정. 아마 이런 감정은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참으로 모순적인 감정일 것 같다. 보고 싶은데, 정말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는 않은 이러한 느낌, 이러한 감정! 아, 참으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보 석같이 소중한 경험일 테다. 그 사람이 정말로 내 인생의 첫사랑이었는지, 다시 그 사람을 만나면 사랑 의 기운이 샘솟을지는 잘 모르겠다. 도무지 20살의 나는, 이 사랑을 이렇게 끝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서툴 수밖에 없는 20 살. 첫사랑의 기억은 앞으로도 쭉 이어져 나갈 것 같다. 다른 꽃이 필 때까지, 어쩌면 피고 나서까지도, 쭉…….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김소월, <그리움> 中

2013 SPRING

171


독자엽서 간추리기 : 82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선물로 5천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

1 이번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융합전공/다중전공

- 인문대생의 고충을 드러내줌

상: 72% , 중 : 28%

(김혜민 10)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상: 72%, 중 : 28% - 다중전공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었는데 잘 정리되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레이아웃들

어 있었던 것 같아요.

상: 82%, 중 : 18%

(조민지 독어독문학과 10) • 다독왕

개별 기사 평가

- 별로 흥미롭지 않다. 참신하지도 않다. (김혜민 10)

• 캠퍼스에 내려진 금주령 - 학생들과 관련이 깊은 주제에 대해 장단점 등이 잘 설명

- 일반인의 개인적 취미와 인터뷰를 담아서 관심이 생기 지 않는다.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찬우 건설환경공학과 09)

(배지은 의예과 12)

- 인터뷰 등은 좋았지만, 독서 권장을 위해 백남학술정보

- 내년 축제가 걱정 되요. (조찬우 건설환경공학과 09)

관에 소장되어 있는 도서들에 대한 소개, 이용 tip 등도 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임경택 물리학과 09)

- 내가 바라던 바여서 (박민규 건설환경공학과 09)

- 이 기사를 쓴 요지를 잘 모르겠어요. ㅠ_ㅠ (이주연 경영학과 09) • 리얼플랜H 되돌아보기 - 총학에 대한 기사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지루한 느낌 • 안녕이란 말 한마디(날적이)

이 있었습니다. (배지은 의예과 12)

- 공감가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강혜승 영어교육과 08)

- 가장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기사라서. (이승혜 건설환경공학과 10)

172

Hanyang University


『한양』 82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거친 상업주의 파도 위의 한양호 - Best! (전병관 경제금융학부 12)

- 앙케이트라던가 만화같은 ‘재미’를 위한 페이지나 기 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타학교 교지에서 ‘롤러코

- 재학생들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기사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심각성을 알게 된 듯하다.

스터-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 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경택 물리학과 09)

(배지은 의예과 12) - 표지디자인이 시선을 끌지 못한다. 교지인 줄 모르고 안

• 다큐 24시

가져갈 뻔함. 차별화된 디자인 필요.

- 사람들이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등산’에 대한 상쾌한

(김혜민 10)

기사 (안우석 융합전자공학과 08)

- 많은 내용을(사진 포함) 한 권에다가 담으려고 하니까 조 금은 부담(조잡?)스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알찼어요!

-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다.

(조민지 독어독문학과 10)

(이승혜 건설환경공학과 10) -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좋은 정보들(공연, 미용, 맛집, 여 -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따분하다.

가생활)이 더 수록되었으면 합니다.

(박민규 건설환경공학과 09)

(강혜승 영어교육과 08)

- 설악산 갔었던 추억도 생각나고 여러모로 공감이 된

- 한양대역 애지문이 책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모습을 자

기사였습니다.

주 봅니다. 학생들이 더 많이 교지를 읽을 수 있도록 많 (이주연 경영학과 09)

이 홍보해주세요!! (전병관 경제금융학부 12)

• 클래식,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닐 사치 - 20대는 오히려 ‘클래식 혐오가’가 더 많을 것 같은데, 클 래식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였다면 더 좋았을 듯.

- 새로 당선된 총학생회의 공약을 싣고 각오를 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안우석 융합전자공학과 08)

(안우석 융합전자공학과 08) - 책 전체가 칼라다. 분명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 갔을텐 데, 대부분 50%는 훨씬 넘는 책이 각 과의 과방, 중앙도 서관 등에서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아무도 안 봄)학생회 비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그 중 얼마나 사용되는지 확 실히 밝히고 발행부수를 줄여 돈낭비를 막았으면. (이승혜 건설환경공학과 10)

2013 SPRING

173


독자엽서 간추리기 : 82호

- 교지가 너무 많이 발행되는 것 같다. 학생들은 몇 권

- 재밌는 영화 하나를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D (강혜승 영어교육과 08)

으로도 돌려보는데 이에 해당하는 예산을 좀 줄였으 면 좋겠다. (박민규 건설환경공학과 09)

-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다들 방학 때 스펙이다 뭐 다 쌓기 바쁜데 바람직한 방학생활이요! (전병관 경제금융학부 12)

- 읽는데 크게 지장은 없지만, 기사를 읽다보면 간혹 오 탈자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보다 나은 『한양』을 위 해, 배부 전 검토가 조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편집위

- 스키장 (조찬우 건설환경공학과 09)

원회 파이팅! (임경택 물리학과 09) - 취업비법

(안우석 융합전자공학과 08)

- 대학평가에 관한 부분은 전에도 한번 본 것 같은데 그때 와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아요ㅜ (이주연 경영학과 09)

- 교내 흡연에 대해, 관련규정과 학생들 의견 (이승혜 건설환경공학과 10)

- 없음 (조찬우 건설환경공학과 09)

- 흡연장소 관련된 내용. 담배 피는 곳을 따로 만들고 비 흡연자를 좀 배려했으면. (박민규 건설환경공학과 09)

한양 83호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를 알려주 세요.

- 18대 대선이 끝났다. 자세한 내용과, 박 당선인의 공약, 전망 등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대선관련 기사를 실 었으면 좋겠다. (임경택 물리학과 09)

- 새내기들을 위한 tip(공부, 선후배관계, 대학생활 즐기기 등)을 알려주는 기사. (배지은 의예과 12)

- 아이폰 5 vs 갤럭시 (이주연 경영학과 09)

- 다중전공에 대해 좀 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ex. 성 적제한으로 하고싶은 공부를 하지 못한다, 선택기회가 1 학기에만 주어진다.) (김혜민 10) - 한양대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언덕이 높은데 눈이 왔 을 때나 그럴땐 올라가거나 내려가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런 것을 좀 보완하는 길을 모색하는 글을 원해요. (조민지 독어독문학과 10)

174

Hanyang University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11·12·1·2월) 1. 82호 내부 원고료 : 1,130,000원 2. 82호 외부 원고료 : 50,000원 3. 비품 구입비 : 35,410원 4. 구독료 : 180,000원 5. 기타 : 326,960원 6. 합계 : 1,722,370원

금액 사용 기준 1.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2.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및 수리비 3. 구독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내셔널 지오그래픽, 주간조선, 한겨레21 등 4.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지 발송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교통비 등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2012년 11월 16일부터 2013년 2월 15일까지의 사용내역입니다. ※ 본 83호 교지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84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3 SPRING

175


편집후기 「한양」 83호

그곳에는 ‘어떻게 하면 교지가 더 많은 학우를 만족하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교지의 궁극적 목표부터 ‘교지 가족의 행복’과 같은 사소한, 어 쩌면 가장 중요한 목표까지 담겨있습니다. 그 메모의 리스트 중 몇 개나 이룰 수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오래전부터 해온 생각이라 부편 집장 시절을 거치며 지쳐 열정이 식어버렸을까 두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야겠습니다.

-

김준영

이 봄 호에도 제가 가져왔던 목표가 정말 어렴풋 하게 담겨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부끄

수습위원 2, 편집위원 1,

러울 만큼 미흡한 게 아쉽지만요.

부편집장 4 그리고 편집장 1. 제가 참여한 교지의 개수입니다.

-

멋모르고 교지에 들어와 하나하나 배워가던 수 습이 시절이 엊그저께 같은데 이젠 제가 편집

저에게 남은 시간은 약 9개월, 교지 3권일 겁니

장이네요.

다.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만드신 한양교지의 색

부족함이 많았고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후회는

에 제 색을 입혀보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

없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히 한 걸음씩 발전해가겠습니다.

-

-

작년 한 해, 편집장에 가장 가까운 부편집장으로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지내면서 편집장의 고충을 거의 모두 이해한다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편집장이 되어보니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제가 모신 은수누나, 동주를 비롯한 선배 편집장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님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집니다.

…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수습위원 시절부터 교지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

은 일을 작성했던 메모가 있습니다.

- 김동률 <출발> 中.

176

Hanyang University


박보성

하다는 얘기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中

내가 볼 땐 그래, 그래서 경제력이 좋은 남자를 만난다거나 그런 일들... 그러니까 일단은 그래 서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지. 직업을 본다거나 집 안을 따진다거나... 말하자면 그런 배경이 있어 야 오우,케이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에 맞는

이준건

결혼을 한다거나 그에 따른 윤택한 출발을 하는 일은 사랑이 아니라 영리활동이란 얘기지. 그것 이 좋고 나쁘고의 얘기가 아니라... 뭐랄까, 그런 활동을 통해 어쨌거나 그만큼의 이익을 얻은 거 잖아. 그럼 된거 아닌가? 사랑해 주지 않는다거 나, 생일인데도 그냥 넘어갔다거나... 그런 일들 말이야. 그런 건 그야말로 욕심인 셈이지. 즉 이 윤을 추구해 놓고

-

자기최면이라도 하듯 이건 연애야, 그래서 우 린 결혼할 거야 라고 다들 믿는게 아닐까 싶어. 그러고는 사랑이 식었다는 둥, 환상이 깨졌다는 둥... 애당초 동기가 된 영리활동에 대해선 끝까 지 부정하면서 말이야. 즉 세월이 흐를수록 남자

1.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 해/ 2012년은 너무나 짧았고 이번 겨울은 너무 도 길었다. 시간은 늘 12월에 머물러 있었고 기 억이 쌓이기보다는 그저 살아가는 데에 급급했 다. 그렇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교지의 83 호의 작업까지 마치게 되었으니, 이제야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

2.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그렇 기에 모두들 고맙다. 텅 빈 가슴을 위로해 준 사 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면이 부족해서 일일이 적기에 부족할 정도다. 도움받을 수 있어서 다행 이다. 그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입장에선 돈만 벌어다주면 되는 거잖아, 난 돈 버는 기계인가...의 자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거

-

잖아. 그런 당연한 일을 왜 서운하게 생각하냐는 거지. 즉 매우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3. /저 천국문을 열고 나를 부르네 나는 이 세상 에 정들 수 없도다/ 다만 이번 겨울 동안 나는 내

-

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 모습을 깨닫는 데에만 세 달이 걸렸다. 마침

그런 착각이나 포장을 버리지 않는 습성이 인간 에겐 있다는 생각이야. 즉 투명하게 생각한다면

내 나는 자유로워졌고 영원한 샘으로 돌아갈 날 을 기약하게 되었다. 평온해졌다.

대부분의 결혼생활에 사랑이 없는 건 매우 당연 한 일이 아닐 수 없어. 그러니까 정말 서로가 서 로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도 실은 지극히 희귀

2013 SPRING

177


서기환

Good Luck~!.

수습으로 쓰는 마지막 교지.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지만, 여름 호부터는 달라지리니!

구현소 1. 내 봄날에 다가온 계절이 무색하게 난 다시

-

봄을 그린다. 이번 호는 유난히 힘들었다. ㅠㅠ 시간 약속 잘 지키지 못해서 죄송해요. ㅠㅠ

-

한양 교지가 왜 이렇게 힘든 …… 교지? 2. 해야 할 일이 많은 한 학기가 되리란 것을 알 고 있습니다.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를, 그래

-

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수강신청 대박대박!

입니다.

전공하나 놓치긴 했지만 교양에 이런 풍년이~! 이젠 성적이 잘 나와 주기만을 바랄뿐……. :)

-

(해부학아... 기대했던 만큼 재밌어야 한단 다...^^;;;)

3. 12월에 뜬금없이 편집실 막내로 들어와서 꽤 나 민폐가 많습니다. 같이 쓰기로 한 글을 혼자 쓰게 된 준건이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하

-

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 보는 것은 5명이 쓴 봄호. 다음 여름 호는 교지에도 파릇파 릇한 새내기 기운이 가득하길~ 왁자지껄 잘 돌아가는 경금신문사, 올해도 인원 대풍을 기원함돠~ 올해 다 같이 사격장 놀러 가는 한량학파...언 제나 파이팅!

-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

178

Hanyang University

재밌는 일이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양교지 낱말퍼즐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해서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1

2 2

5

3 3

4 6

지난 호 낱말퍼즐 당첨자 5

7

김영진 박민규 엄지성 김석균 윤용 고성민 김대경 박찬경 안태민 전병관

8 6

가로

세로

1. 생존상의 이득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득을 제공해주기 때문 에 어떤 형실이 ○○되어 진화하는 현상. <Money, Sex but Love>

1. 회사가 부도와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대출금을 상 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대출로, 리스크가 적고 이자 수준도 낮다. <맥쿼리 사회기만시설>

2. 서울특별시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축산물전문 재래시장. 수 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 산물전문 도·소매 시장이다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2. 한양플라자와 학생회관 사이의 공간. 수요일마다 이곳에 서 TOP(to gather opinion)가 진행된다. <함께 해서 즐거운, to gather>

3.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가 사거리에서 혜화동 로터리에 이 르는 문화예술의 거리. 극단작은신화의 연습장소가 있는 곳. <우리의 봄, 안녕하십니까?>

3.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대표 적인 가치관 바이러스의 예가 된다. <Mind virus>

4. 왕십리역 9번 출구 부근에 있는 공연장. 클래식, 오페라, 뮤 지컬 등 음악에 관련한 공연이 자주 이루어진다. <가벼운 발 걸음 닿는 대로> 5.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자는 묵자의 사상. <인물에게 길을 묻다> 6. 손실을 입거나 개조가 행해진 건물을 원래의 모습대로 ○○ 하여 ○○하는 것. <나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

4. 묵자 사상의 초점이 맞춰진 계층. ○○○○과 약자. <인물 에게 길을 묻다> 5.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지만 적응하고 싶지 않은 현상으로 ‘○○○○○○’와 ‘외모지상주의’가 있다. <Money, Sex but Love> 6. 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동 일대의 로터리 부근을 일컫는 말 로 to gather가 이곳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려 한다. <함께해 서 즐거운, to gather> 7. 한양대역 2번 출구. 나오면 바로 본관과 한양플라자가 보인 다. <상큼해서 반가운, freshman> 8. 증상이 거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간이나, 민감한 사람은 전구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이름

학과/학번

연락처


H

A 캠퍼스 안내

Map

N

Y A

한양대 앞 왕십리역(6번 출구)

서울캠퍼스

한양대역(2번 출구)

『한양』 교지 배포 표시 부분에 배포되어 있습니다.

N

G U

N

I

V

E

R

S

I

T

Y


2

0

1

3

위와 같이 2013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3년

★ 수습위원 지원서를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보관함에 넣어주시거나 010-8989-1774로 연락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주제 : 자유 •형식 :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 자유 •문의 : 편집장 김준영 010-8989-1774 •접수 : hygyoji@gmail.com으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