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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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vol.94 Winter

점검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목차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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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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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촌 : 자취촌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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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노후화&리모델링 : 어느 60대 건물들의 이야기

30

캠퍼스 안전 : 지금 우리 학교는

학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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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 Solution 돌아보기

58

한양대 어디까지 가봤니 : 박물관편


사회

문화 일상

68

청년에게 180시간을

82

우리 작은 결혼했어요

98

이 교육을 아시나요?

114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8

왜 무한도전인가

140

SOOL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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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적이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3호



여는글 <안전한 한양대학교를 바라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요즘입니다. 영국의 수상을 지냈고 대처리즘의 창시자라 불리는 마거 릿 대처는 1987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사회는 없다. 개인만 있다. 국가의 것은 모두 개인에게 팔아넘긴다. 정 부는 국민에게 해줄 것이 없다. 국가에게 무엇을 바라지 말라.” 연설문을 읽는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가 않더군요. 이번 기획에서는 각자도생의 의미를 살리고자 편집위원들이 직접 한양 공동체의 안전을 점검해보았습니다. 기획 의 제목 또한 ‘점검’이지요. 1부는 한양대학교 주변 자취촌의 안전, 2부는 노후화된 한양대 건물들의 안전, 3부는 캠 퍼스 내에서 불안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안전 문제를 다뤘습니다. 기말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확인하면, 예상과 다른 성적이 나와 의아해할 때가 있습니다. 미리 고백하자면, 이번 기획 또한 그러했습니다. 불량주거지역처럼 여겨졌던 사근동 주변 자취촌은 생각보다 안전한 밤길을 약속하고 있었 고, 한양대의 건물들도 낡은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튼실한 편이었습니다. 학교의 경사로나 차량통제는 여전히 비판 할 것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시될 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애써 학교를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할 부분 은 칭찬하고 보완할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물론 비판할 부분에 대해선 여지없이 비판을 가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이번 기획을 통해서 학우 여러분들도 함께 한양대의 안전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에서 다소 딱딱한 안전 문제를 다루었다면 사회와 문화 파트에서는 흥미롭지만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 는 주제로 잡았습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결혼 문화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방송윤리, 만남에 대한 고찰 등 올해가 지나가기 전 한번쯤 짚고 넘어갈 만한 생각거리들을 제시했으니 독자분들 또한 가볍고 즐겁게, 그러 나 한편으론 진지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학내에서는 매년 겨울마다 교지에서 집중적으로 탐구보도하는 총학생 회 결산이 있으니, 학생자치와 학내문제에 관심 있으신 학우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3권의 교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양』에서 일하며 몇 번이나 교지의 정체성을 되물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진 지해서도 안 되고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된다는 고민 끝에 나온 답은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교지가 되어 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점검’ 기획에서는 학우 여러분의 안전과 그것을 개선할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 여러분들 또한 한번이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면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군요. 부디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한양교지’의 목표 달성에, 여러분도 동참 해주시기를. 언제나 비판과 성원을 아낌없이 주시는 한양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들 또한 남 은 2015년을 안전하게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편집장 이준건


점검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자취촌 : 자취촌을 지켜라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건물노후화&리모델링 : 어느 60대 건물들의 이야기 편집장 이준건 HYgyoji@gmail.com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캠퍼스 안전 : 지금 우리 학교는 부편집장 주소현 zxzz0408@naver.com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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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촌 : 자취촌을 지켜라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혼자 먹긴 양이 너무 많고 누굴 부르자니 시간이 안맞고 외로움은 나의 적, 고독은 내 친구다 자주 연락해줘, 나는 자취 9단

야비한순한양의 노래 「자취9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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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통학러’1인가, ‘자취러’인가? 만약 당신이 통학러라면 아침마다 학교에 늦지 않기 위한 전쟁을 치루며, 한 번쯤은 학교 근처 어딘가에서 자취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특히 장거리를 통학하는 ‘프로통학러’일 경우,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면 날마다 자취에 대한 은밀한 열망을 키 워왔으리라. 혹 당신이 자취러라면 아침의 여유를 얻은 대가로 삶의 다른 부분에서 그 여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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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명사 뒤에 ‘er‘을 붙여 그 명사를 행하는 사람을 한글에 그대 로 적용한 인터넷 용어이다. ‘통학러‘ 는 통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큼의 질적 하락을 겪었을 테다. 밥을 잘 챙겨먹지 않게 되는 것, 청소를 귀찮아하는 것 등 여러 질적 하락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늦은 밤에 돌아온 아무도 없는 깜깜한 자취방은 당신 마음 을 쓸쓸하게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의 꿈이 자취라면 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계약에 이상 은 없는지, 끼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은 방음이 잘 되고 샤워기 수압은 충분히 높은지 등등 따져볼 사항이 많다. 그리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진짜 ‘위험’도 걱정해야 한다. 자취촌 은 주로 오래된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 형성된다. 그런 지역의 골목골목은 어둡고 인적도 드 물기 마련이다. 주택지구 환경이 노후할수록 우범지역이 되기 쉽다. 한양대학교 근처에도 물론 자취촌이 있다. 할렘·슬럼이라 불리는 학교 정문 앞 골목들, 비 버리힐즈라 불리는 왕십리역 인근과 사근동 일대가 그곳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취촌은 어떨 까? 혹시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을까? 『한양』은 사근동 일대를 중심으로 자취촌의 방범 상태 가 어떠한지 알아보았다. 70년대 말 사근동 뚝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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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자취촌 탄생비화

자취촌 안전을 더 잘 진단하기 위해, 먼저 자취촌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대학교 근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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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촌은 낡고 허름한 곳이 많은지 사근동 자취촌2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한국전쟁 이후 되

이 글에서는 자취·하숙·원룸 등

돌아온 피난민들은 청계천을 따라 판자촌을 이뤄 살았고 사근동 또한 그렇게 생겨났다. 70년

모두 자취라고 하겠다.

대 중반까지 사근동은 판자촌으로 유명했으나 이후 도시개발 계획에 따라 판자촌은 철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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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판자촌을 밀어버렸지만 사근동은 여전히 달동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당시 비가 많 이 오면 물이 넘쳐 언덕길을 따라 방죽3을 설치했는데, 이 길을 ‘뚝방4길’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대신 학생들은 그곳에서 낮은 주거 수준만큼 싼 값에 자취를 할 수 있었고, 많은 학생들이 사 근동에 모이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자취촌을 이루었다. 자취를 원하는 학생이 우선적으로 고 려하는 바는 ‘학교에서 가깝고’ ‘집값이 싸야’ 한다는 것인데, 그 시절 학생들의 고려사항도 이 와 다르지 않았다. 노후한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 자취촌이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 조건 때문이다. 슬럼은 어쩔 수 없이 범죄에 취약한, 범죄자를 불러 모으는 곳이다. 한국의 슬럼은 슬럼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 뉴욕시에 있는 할렘가(Harlem)처럼 완전한 무법지대로 치닫지는 않았으 나 낡고 허름한 달동네의 치안 상태는 매우 불안했으며 범죄에 노출되기 십상이었다. 앞의 두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슬럼을 선택한 혼자 사는 대학생들은 어쩌면 범죄자의 눈에는 먹잇 감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낮에는 대학생 대부분이 수업을 들어 자취방에 없기 때문에 절도 가 주로 일어나고, 밤에는 좁고 어두운 골목을 이용한 강도와 성범죄 등에 쉽게 노출되었다.

혼자(또는 둘이)사는 주거 형태를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 하여 쌓은 둑 4

<방죽>의 충청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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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근동이 달라졌어요 앞에서 과거에 자취촌이 하필이면 슬럼가에 형성된 이유를 보았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사근동에 직접 찾아가본 바,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은 여전했지만 방범을 위한 장치들이 많 이 설치되어 있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CCTV와 비상벨, 가로등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담장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은 동네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고 있었다. 사근동은 사진과 같이 과거에 비해 범죄로부터 상당히 안전한 지역이 됐고 앞으로도 더 안 전해질 예정이다. 지난 1월,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사근동 대학생 원룸 및 다세대, 주택밀집 지에 CPTED5(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한 ‘안심골목 만들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안심골목 으로 지정된 곳과 주변 지역은 자율방범대와 지구대의 순찰을 강화하고 CCTV와 가로등 등 각 종 방범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그런데 성동구가 적용한다는 CPTED란 무엇일까? CPTED는 적절한 디자인과 주어진 환경 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범죄발생 및 범죄 두려움을 감소시켜 종국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 키는 전략으로 정의된다.6 CPTED는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그 지역 일대가 우범지역으로 변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기반으로, 범죄 발생원인들 중 환경적인 요 인에 초점을 맞춘다. 건물이나 시설물 배치 시에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을 없애 일반인에 의해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지게 한다던가, 낡고 허름한 담장을 보수하고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밝게 하는 등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범죄유발요인(범행의 기회)을 제거하는 방향으 로 도시를 설계한다. 도시 설계 단계부터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사전

한양여대 실용디자인과 학생들이 재능기부로 사근동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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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6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의 제도 화 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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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에 범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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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영국7, 미국8 등이 CPTED를 도입하여 범죄율을 크게 줄인 사례가 있다. 한국

1980년대 후반 런던의 에드먼턴, 햄

은 비교적 최근에 CPTED를 도입했는데, 마포구 염리동이 CPTED로 큰 효과를 보았다. 과거

가로 조명을 평균 5럭스(lux) 이하

소금길이 있는 염리동은 골목이 좁고 어두워 밤이 되면 주민들이 집 밖에 나오길 꺼릴 정도로 ‘우범지역’이었다. 어두운 조명, 낮은 담벼락, 계속된 도시 개발 지연으로 ‘슬럼화’되는 거리, 그 리고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까지, 이 모든 것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범죄를 저지를 기 회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작은 시도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조경은 마 을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감을 높이는 동시에 응집력을 키웠다. 또 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무섭고 불안한 좁은 골목을 걷고 싶은 산책로로 변하게 했다. 주민들이 범죄를 단속하는 ‘공공의 눈’이 되는 동시에 소금길은 범죄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되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9 CPTED지역은 계속해서 확대 지정되고 있다.

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세 지역에서 에서 10럭스로 높이자 세 곳 모두 에서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 이 줄어들고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 도 5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8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는 1996년 부터 범인들이 마이애미 북부 주 거지역으로 연결되는 78개의 도로 를 막는 ‘접근통제’ CPTED를 도입 했다. 또한 게인즈빌 시에서는 의점 유리창을 가리는 게시물 부착을 금 지시켰다. 계산대도 외부에서 잘 보 이는 위치에 설치하도록 하고 주차 장엔 감시카메라(CCTV)와 밝은 조 명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 력으로 인구 10만명당 6441건의 재산범죄가 2005년 인구 10만명

염리동 소금길의 모습. 벽화를 그리는 페인트는 손이나 옷에 묻으면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지만, 자외선 특수장비를 사용 하면 흔적이 나타나 범죄검거에 도움을 주는 도료다. 범죄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

당 3974건으로 39%가 감소하였다. 9

이성락, 「염리동 '소금길', 그림만 으로 범죄율 '뚝'」, THE FACT,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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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범죄율과 범죄 두려움이 항상 비례관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율의 지역 별 분석에서는 중소도시가 범죄율이 높고 대도시와 농어촌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나, 이 와는 대조적으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서울주민들이 가장 높고 광역시나 중소도시의 주민들 이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 ‘범죄의 실질적인 발생가능성’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서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범죄율이 가장 낮은 곳에서 두려움이 가장 크게 나타났 다.10 필자는 실제 범죄율과는 관계없이 서울주민들의 범죄 두려움이 가장 높은 이유를 ‘고도 의 도시화’로 보았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은 서울에서는 그야말로 옛 말이 되었다. ‘나의 집 주변에 내가 모르는 사람밖에 없다’라는 사실이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것은 아닐까? 내 이웃들이 누군지 알고 그들과 유대감을 만들면, 범죄자는 그 동네에서 범죄를 벌 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 간의 유대’ 또한 CPTED의 범죄 억지책 중 하나이다. 자취생의 안전을 위해서 환경을 정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주변 거주자 들과의 유대감이 아닐까. 자취생은 보통 자신의 거주지에 아무런 연고도 없다. 그 지역 범죄율 이 아무리 낮아도, 당장 내 옆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밤길을 걸을 때 엄습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다. 오늘도 밤늦게 문을 쾅 닫으며 들어오는 옆 집 사 람이 누구인지, 주말이면 항상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는 앞 집 이웃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자취생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안정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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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의 제도 화 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양 94호

자취하는 토끼들? 자토 팩토리!

CPTED는 주로 국가 기관 주도로 실행한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영국과 미국의 사례가 그러 하다. 그러다 보니 범죄 예방은 가능했어도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까지 증진시키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자취생들이 자발적으로 CPTED를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까지 노린 사례가 있다. 바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자취하는 토끼들’이다. 낯설면서도 가깝게 느껴지는 에리카 캠퍼스의 ‘자취하는 토끼들(이하 자토)’은 CPTED 효과 에서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끼리 뿐만 아니 라 학생과 건물주들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스타팅 멤버로 시작하여 현재는 대장토끼로서 자토를 이끌고 있는 김규식 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양』 :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자토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대장토끼 :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이어오는 것으로는 벽화사업이 있어요. 자토가 시작된 계기가 되어준 활동인데요. 담벼락을 칠하고 싶은 집주인 분들이 바탕색을 칠하시면 저희 자토가 밑그림과 채색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취생들 끼리는 물론이고 집 주인분들과도 유대감이 형성 되더라구요. 저는 사람들이 가장 빨리 친해지게 하는 방법은 같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 과정에서 자취촌의 안전도가 상당히 제고되었다고 봅니다. 부모님들이 흔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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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는 자취의 위험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내 주변 사람들을 대부분 알고 지내는 지금의 자취촌은 굉장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거지요. 그 밖에도 벽화를 그 리면서 방범 페인트를 사용하기도 했어요. 특수한 감광 물질로 만들어진 이 페인트는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양』 : 최근 들어 자토에서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장토끼 : 요즘 재미있게 진행하는 집밥 프로젝트가 있어요. 자취생들이 모여서 피자나 치킨 이 런거 말고 건강한 밥좀 만들어 먹자는 취지에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애나 자취에 대한 고 민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친밀감이 형성 되지요. 같이 일을 하는 것 만큼이나 유 대감을 쌓을 수 있는 것은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아닐까요. 다만 지금은 장소를 섭외하는데 어려움 을 겪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영리단체이다보니 예산이 넉넉치 못하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는 주 민 분들과의 연계를 강화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그 밖에 최근에 했던 흥미로운 일은 분리수거통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 있 어요. 미관상 예쁘기도 하고, 아무래도 자취생들이 직접 만들어보니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효과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이웃과 알고 지내온 시골 동네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직접 거닐어본 에리카 캠퍼스 옆 자취촌의 분위기가 마냥 부럽게 느껴진다. 자취생과 지역 주민들의 친근한 분위기는 자취생에게는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욕을 위축시킬 것이다. 자취하는 토 끼들은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한양 94호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위해서

혹시나 싶어 두들겨 본 사근동 자취촌의 돌다리는 생각보다 튼튼했다. 이처럼 사근동의 변 화는 극찬할 만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동구청에 신청을 한 집에 한해서만 벽화 가 그려진다는 점이다. 벽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취생과 사근동 주민이 공동체화 되는 모습 은 찾기 힘들다. 단순한 범죄예방의 차원을 넘어서 지역주민들끼리 협력하고, 이를 통해 범죄 에 대한 두려움까지 낮추고 있는 자토의 모습은, 사근동의 CPTED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물론 훌륭한 돌다리지만, 단순히 튼튼한 돌다리를 넘어 오래 머물고 싶은 돌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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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노후화 &리모델링 : 어느 60대 건물들의 이야기 편집장 이준건 HYgyoji@gmail.com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아유, 요즘 온 몸이 좀이 쑤셔서 죽겠어. 피부도 다 갈라지고 주름도 짜글짜글! 아니, 근데 언니는 어쩜 그렇게 젊어?“ (학생회관, 55세)

“얘, 나라고 안 아프고, 안 늙었는 줄 아니? 보기에만 젊은거야, 보기에만! 이게 다 비법이 따로 있어요.” (한양플라자, 6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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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한양 플라자 여름방학 동안 학교에 들렀던 사람이라면 한양플라자(이하 한플)의 텅 비어버린 내부를 보 고 놀랐을 테고, 개학한 뒤 처음으로 학교에 온 사람은 한플의 새로운 모습에 놀랐을 테다. 파 파이스와 뜌레주르가 있던 한플은 그렇게 사라졌고 투썸플레이스를 비롯해 각종 점포로 가득 메운 한플이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뜌레주르에서 사먹던 샌드위치를 그리워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플의 바뀐 모습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탁 트인 내부며, 밝아진 조명까지 한플의 변신, 즉 리모 델링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문도 든다. 왜 굳이 한플을 리모델링 했을까? 혹시 한플이 많이 낡았기 때문이 아닐까? 리모델링은 낡은 건물을 중심으로 하는 것 같은데 그럼 ‘낡았다’의 기준은 뭘까?

최근 새롭게 단장한 국제관의 외부(좌)와 한플의 내부(우)


한양 94호

건물의 나이를 알고 싶은데요 다시 학생회관과 한플의 대화로 돌아가보자. 학생회관처럼 척 보기에도 낡은 건물이 존재하 는가 하면, 한플처럼 건설한지 꽤 되었는데 새 건물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마 제1공학관도 학생회관과 같은 처지일 것이고, 국제관(구 대학원 건물)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렇다면 건물의 노후화 수준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각 건물의 얼마나 낡았는지 알 수 있을 거 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관재팀에 문의해봤지만, 기대와는 달리 현재 한양대학교 건물의 노 후화에 관한 공식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양』 : 한양대 개별 건물의 노후화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관재팀 : 각 개별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정리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습니다.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단순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노후화를 판단하는 평가분야는 평가기준과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건물의 구조적인 안정성(경과연수, 내구성, 기울기, 침하, 처짐 등), 건축노후화(창호, 외벽, 단열, 방수, 내장재 등), 설비노후화(장비, 배관 등), 전기노후화(전 력, 조명 등), 사용 및 기능성(승강기, 환경성능, 사용자필요성) 등이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판단하 는 평가기준이 됩니다. 그러므로 건물 노후화는 건물을 구성하는 구조와 건축, 설비, 전기, 사용 및 기능성 등을 통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개별 건물들의 노후화 정도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양』 : 그렇다면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판단하는 방법은 현재로썬 없는 건가요? 관재팀 : 앞서 말씀드렸듯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건물의 경과 연수(준공 후 연수)와 육안 점검을 통한 시설물 상태평가 기준에 따라 노후화 정도를 평가할 수 있 습니다. 다만 상태평가 기준은 건물의 상태를 개략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 개별 건물의 노후화 정 도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교내 대부분 건물이 신축과 증축, 개보수공사를 할 때 외장 을 석재나 유리 또는 금속패널로 마감하여 육안으로 노후화 정도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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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 22 24 단위 : 명

제1공학관

학교 내 가장 낡은 건물

94 94

한양플라자 인문대 학생회관 올림픽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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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회대, 제2공학관, 까치골 등)

이처럼 건물의 노후화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란 아주 복잡하다는 것이 관재팀의 답변이 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건물의 노후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건물이 만들어진지 얼마나 되었는 가’와 ‘눈으로 보았을 때 건물이 얼마나 낡았는가’라고 했으니 『한양』 또한 이 두 가지 기준에 비 추어 한양대학교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어림짐작해보기로 했다. 정확한 수치로 노후화 정도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현재로선 건물 노후화를 검사할 방법이 그 두 가지 방법밖 에 없으니 별 도리가 없다. 건물 노후화 조사에 앞서 『한양』은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먼저 듣기로 했다. 한양대학 교 학생 322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학교에서 가장 낡은 건물을 물었다. 그 결과 제1 공학관, 인문대 그리고 한양플라자 순서로 ‘가장 낡은 건물’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양』은 답변이 많았던 순서대로 ‘육안조사’를 하기로 했다. 다수 학생들의 눈으로 확인한 낡 은 건물들을 직접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제1공학관, 공대생들에게 익숙한 이 공간 은 이름에 걸맞게 지금 사용 중인 공학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 1960년 3월에 준공했을 당시 만 해도 제2교육관이었던 그 건물은 제1공학관이라는 이름으로도 벌써 수년을 견뎌왔다. 조사 결과 제1공학관에서 ‘낡음’이 가장 잘 느껴진 부분은 바로 외관이었다. 한플이나 국제관처럼 외 관을 리모델링하지 않은지 꽤 시간이 흐른 듯 했는데, 입구에 벗겨진 페인트칠이나 회색빛의 외 관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예상 외로 내부는 낡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벽면에 갈라짐은 어 김없이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강의실이나 복도는 타건물들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1공학관의 벗겨진 페인트칠(왼)과 벽면에 보이는 갈라짐(우)


한양 94호

그다음 ‘가장 낡은 건물’로 응답률이 높았던 인문과학대학은 1961년 5월에 준공된 건물이 다. 과거 예술관이었던 그 건물 앞에선 한 때 배우 설경구(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 학사)가 뛰 어다녔다고 한다. ‘내가 그 배우랑 족구를 했어.’라며 영웅담처럼 들려주시던 교수님들의 이야 기들만 들어봐도 인문과학대의 찬란한 역사는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육안조사 결과 약 55년 의 나이에 무색하게도 건물의 디자인이 좀 촌스럽다는 것 말고는 외견상의 낡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 확인을 해보아도 페인트칠과 강의실 몇 년 전 이뤄진 내부 리모델링으 로 낡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석구석 감출 수 없는 벽의 갈라짐과 풍화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한플은 1956년 11월 준공으로 약 60년 된 건물이다. 마침 사진을 찍으러 방문했 을 때에 건물 겉면과 내부의 도색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각층의 포인트색을 달리하는 등 변신을 준비 중이었다. 과거 제1공학관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학생들의 동아리 방과 식당들이 입점해 있는 만큼 이용하는 학생 수도 많다. 육안조사 결과 한플의 정면에는 철제구조물이 씌워져 있 어 오히려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도색작업이 한창인 정면 외 외벽이나 우체국 쪽 외벽 은 인문대의 외벽과 마찬가지로 풍파가 느껴졌다. 여름방학에 리모델링을 한 1층을 제외하고 위층들을 둘러보니 페인트칠하기 전 벽의 낡음도 보였고, 게다가 미처 벽 안으로 정리하지 못 한 각종 배관이 천정을 지나고 있었다. 배관들이 전부 드러나 보이는 것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 겠지만, 다른 건물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건물이 지어지고 한참 후에 배관 공사가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인문과학대학 벽의 갈라진 부분(좌)와 외벽의 풍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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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점검으로 직접 확인에 나선 결과, 낡은 건물의 외관과 달리 내부는 비교적 튼튼한 편이 였다. 하지만 대상 건물들의 경과연수는 최소 60년이고 ‘건물들이 낡았다’는 다수 학생의 증언 도 있으니 일단 이 건물들이 ‘낡았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학교는 이 건 물들의 노후화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혹시 최근에 내부를 개조했던 한플이나 외 벽을 새롭게 바꾼 국제관이 노후화에 대비한 사례가 아닐까? 이에 『한양』 은 다시금 관재팀으 로 향했다.

한플 정면 모습(왼쪽 위), 우체국 쪽 외벽의 모습(오른쪽 위), 낡은 내부 벽면(왼쪽 아래), 그리고 천정에 드러난 각종 배관들(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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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리모델링, 건물에도 안티에이징을

앞서 ‘건물 노후화 정도는 평가기준이 상이해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답했던 관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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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리모델링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쉬이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건물의 노후화 때

이하 이정수·오재훈, <대학캠퍼스

문에 리모델링을 하기도 하지만, 교육환경이나 사용여건의 변화에 따라서도 리모델링을 실시

한 조사 연구>, 2004 및 윤종균·이

하기 때문이란다.

시설의 리모델링 경향과 수법에 관 해욱, <대학시설 리모델링 계획체크 리스트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 자인학회 논문집>, 2002 참고

관재팀 :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과연수에 따라 건물이 노후화되어 개 선이 필요할 때, 사용자들의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변화하여 사용공간의 재배치 및 조정이 필요할 때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항들이 결합하여 구성원들의 리모델링 요구가 이 루어지고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면 리모델링을 정책적으로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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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믹 플랜은 개설교과목, 강 의/실험시간구성, 교수와 대학원 생, 대학생의 비율, 교육방법 등 각 대학의 교육목표에 따라 상이하게 구성된다. Christopher Alexander 외, 김종인 역, 캠퍼스 계획연구, 대

흔히 알고 있듯이 리모델링은 단순히 건물이 낡은 경우에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조건들 때 문에 실시하기도 한다. 여러 문헌을 조사한 결과1 건물에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원인에는 크게 5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물리적 열화가 리모델링의 원인이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인위적 혹 은 자연적인 이유로 건축물이나 그 부분의 성능이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뜻하며 보통 노후화 라 칭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캠퍼스의 리모델링-외벽의 교체, 철근 구조물 보강 등-은 대개 여기에 속한다. 둘째, 진부화라 칭하는 시대적 열화다. 시대적 열화는 사회나 기술의 변화 로 물건의 기능이나 성능 등의 상대적 가치가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계단으로만 이 루어진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안전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피난계단을 설 치하는 경우가 시대적 열화를 반영한 경우라 하겠다. 셋째, 학사계획 변화다. 아카데믹 플랜2 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리모델링을 해야할 때가 있다. 학과 또는 학부의 인원이 증가하여 건물을 증축하거나 확장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네 번째로 역사적 보존이 리모델링의 원 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대학의 랜드마크 건설을 위해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부기능을 전환하거나 시설 현대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학교에서는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

광서림,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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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기념품샵으로 이용하는 구본관이 역사적 보존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원인은 지역적 연계다. 지역사회와 대학이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잦아짐에 따라 리모델링 또한 지역 의 요구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한양대에서는 실례가 없지만, 이화여대의 캠퍼스 밸리나 고려대의 운동장 공원화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다.

한양대 국제관

오랜 시간에 걸쳐 인위적 혹은 자연적인 이유로 건축물이나 그 부분의 성능이나 기능이 저하

물리적 열화 (노후화)

한양대 인문대 멀티미디어실

동경대 공학부 1호관

한양대 구본관

사회나 기술의 변화로

아카데믹

물건의 기능이나

플랜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상징이 되는

성능 등의

캠퍼스 시설의

건물을 보존

상대적 가치가 저하

계획이 변화

시대적 열화 (진부화)

학사계획 변경

역사적 보존

따라서 최근에 내부 공사를 했던 한플이나 외벽을 새로 세운 국제관은 노후화에 따른 리모 델링, 즉 물리적 열화가 원인인 리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관재팀의 답변처럼 그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이유로 공사를 결정했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한플의 사례만 생각해봐도 그러하 다. 한플에 리모델링을 결정한 이유는 물리적 열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시대 적 요구에 따른 진부화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화여대 캠퍼스벨리

지역과의 연계

지역적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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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캠퍼스 희망사항

관재팀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여러 교수님께도 문의해본 결과 학내 건물의 리모델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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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복잡한 문제라 쉽게 접근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리모델링과 건물의 노후화

신입생들은 한양대학교에 ‘입학금’

문제는, 학생이 손대선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구축되어 있던 교육 인프라 사

앞서 첫 번째 기획에서는 안전 문제를 장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CPTED를 언급했다. 장소 가 범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범죄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장소가 가진 잠재적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게 CPTED 사업의 목적이다. 이처럼 공간은 사용자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용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학교 건물 에 가장 많은 이용자층이라 할 수 있는 학생에게도, 리모델링의 권한은 없을지언정 권리는 있 다고 주장하고 싶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연간 몇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입학 초에는 기존 인 프라에 대한 사용료3까지 냈으니, 학생에게도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 학생 권리의 미지의 영 역인 ‘공간’에 대해서 꿈꾸어 본다. 특별히 이번 기획에서 제기하고 싶은 것은 학교가 리모델링을 계획할 때 주요 이용자인 학생 의 안전을 거듭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원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리모델링을 결정한다지만, 관재팀과의 인터뷰에서도 ‘학생의 안전을 고려하여’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으로 보였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언급된 가장 낡은 건물 삼총사는 모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 용하는 건물이기도 하므로, 한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 또한 막심할 것이다. 따라서 앞 으로 얼마나 더 많은 리모델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는 리모델링을 실시할 때 학생의 안 전을 특히 고려하여 계획을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문대의 대피로.

을 지불하는데, 입학금의 목적은 ‘ 용에 대한 분담금과 이후에 발생하 는 교육시설 투자비의 일부에 대한 분담금’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양』 87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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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발생 수

학교 시설물의 화재 발생 빈도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화재에 대비한 리모델링이 그러하다. 뜬금없이 무슨 화재 때문에 리모델링이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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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교육시설물은 그 특성상 구조가 단순해 한정된 계단으로 학생들이

윤유혁·신이철·권영진, 「학교시설

몰릴 경우 병목현상으로 피난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4 앞서 ‘낡은 건물’로 지목된 인문대는 대

풍수해의 피해에 대한 사례 조사

피로가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계단 은 그 폭이 매우 좁아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피로의 존재를 모르는 학생들이 위험에 빠질 5

가능성이 높다. 교육시설의 화재발생빈도는 2003년부터 꾸준히 점점 높아지고 있으므로 , 비 단 인문대만이 아니더라도 화재에 대비한 피난로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소화전·소화기를 눈에 띄게 배치하는 등 안전을 고려한 공간 배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할 터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안전 문제로 많은 사람이 비극을 겪었다. 안전 문제의 가장 큰 비극은, 그것 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지만, 공간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점에서 캠퍼스 건물의 안전을 고려하는 것은 기우가 결코 아니다. 벌 써 한양대 몇몇 건물들의 나이는 60대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 기다. 아무리 한양대학교 건물을 튼튼하게 지었다곤 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 또한 수명이 있는 법.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단 돌다리를 먼저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게 나을 것이다.

물의 노후화 현상 및 지진·화재· 연구」,『한국화재소방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08, 25p 5

같은 논문,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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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 이니 중 고민

수습위원 모집 대

15학번 새내기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161p 수습지원서를 작성하셔서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로 제출 후,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이준건 010.2206.3626 /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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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안전 : 지금 우리 학교는

부편집장 주소현 zxzz0408@naver.com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우리 주변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멀쩡하던 다리가 끊어지기도 하고, 백화점이 무너지기도 하고, 배가 가라앉기도 한다. 수많은 더운 생 명이 꺼져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일상은 계속된다. 위험이 일상까지 침 투해서야 우리는 알아보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위험이 미처 일 상을 삼키기 전에 미리 우리의 환경을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양』은 우리의 안위를 위해 캠퍼스 곳곳을 두드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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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대 통로개방 '좋아요'

지난 9월 18일 한양플라자 3층과 신본관 사잇길에서 차량 사고가 발생했다. 한양플라자(또 는 학생복지관 이하 ‘한플’) 3층에 있는 학생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들어온 차량이 경 사로에서 미끄러져 학생 한 명이 치이고 차량에 타고 있던 두 사람도 다쳤다. 사고지점은 학 생식당으로 수많은 학생이 드나들던 통로였고, 또한 애지문에서 나와 제2캠퍼스와 제3캠퍼스 로 가는 학생들이 사회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중요한 길목이었 다. 캠퍼스 내에서 가장 번잡한 통로에서 차량사고가 난 그 자체로도 크나큰 충격이기도 했거 니와 사고 직후 그 통로가 폐쇄되어 많은 학우가 통행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총학생회는 곧바 로 이를 알리고 학교 측에 사과와 후속조치를 요구했고, 학교 측에서도 캠퍼스 내의 차랑 통제 를 강화하고 보행로를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차량사고는 끊임없이 회자되 었으며 마침내 10월 14일 사회대 앞 통로가 다시 개방되었다는 소식에 학우들은 수백 개의 좋 아요와 댓글로 이를 반겼다. 시간이 흐르고 불편이 해결되자 사고는 잊히고 우후죽순으로 제기되던 안전에 대한 불안 과 의문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를 일으킨 위험 요소들은 해결되지 않았거나 그 과 정에 있다. 원체 산으로 불리는 캠퍼스인 터라 경사로는 불편과 위험을 주는 고질적인 문제였 다. 기존에도 제기되었던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일까. 학교에서 내놓 은 방안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그 외의 캠퍼스에 도사리는 위험은 무엇이며 미연에 방 지할 수는 없을까. 『한양』은 캠퍼스 곳곳의 안전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크게 차량 통행과 통 제, 건물 보안관리, 그리고 소방안전 세 가지로 나누어 그 위험성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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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안전과 편의의 사이

한양플라자 차량 사고는 캠퍼스의 가파른 경사가 그 정도를 더하기는 했으나 근본적으로 차 량 통행에서 비롯되었다는 방향으로 잠정적 결론이 지어졌다. 사고가 난 지점은 앞서 말했듯 한플과 신본관 사이로 원래 차량 통행이 금지된 곳이었다. 하지만 차량 사고가 있기 전까지 캠 퍼스 내의 ‘차량용 도로’는 유명무실했다. 2013년에 제작된 캠퍼스 맵에도 나와 있듯이 차량은 신정문과 의료원 정문, 올림픽 체육관 쪽의 동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으며 캠퍼스 외곽 위주로 통행하게 되어있었다. 보행자와 동선이 겹치는 곳은 인문대와 자연대 앞, 노천극장과 신소재 공 학관 사이, 그리고 대학원 옆에 마련된 주차장 정도였다. 학생들이 주로 통행하는 진사로에서 한마당을 거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 역사관(구 본관)에서 제1 공학관을 지나 백남학술정 보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모두 보행자만의 전유물이었다.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 안내된 2013년 3월 기준의 캠퍼스맵이다. 주황색 선은 차량용 도로,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사고가 난 한양플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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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4년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여름 한마당과 사자상 앞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 에 주차선이 그어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학생들의 공간이자 광장에 동의는커녕 아무런 언질도 없이 멋대로 흰 얼룩을 그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징적 의미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캠퍼스 내의 보행자들이 더욱 위험해졌다. 학교에서는 명목상 만들어진 주차장이라고 했으나, 주차장이 있는 곳에는 차가 따르기 마련이고, 차량들은 대학원 옆의 주차장에서 슬 금슬금 사자상 앞으로, 그리고 한마당 앞까지 잠식해버렸다. 다시 말뚝을 세워 이제는 한마 당 안으로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지만, 한번 그어진 주차선이 바로 지워지지 못했듯이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대와 한플, 신본관으 로 둘러싸인 통로는 차량용 도로가 아닐뿐더러 평소 차가 드나들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스 러울 정도로 비좁고 가팔랐지만 그곳에서 차량사고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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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외양간은 고쳤는데….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했다. 학교 측은 9월 22일 사고 재발 방지와 차량 통제 강 화를 약속했고, 이를 증명하듯이 백남학술정보관과 의학관, 진사로 등 캠퍼스 곳곳에서 차 량 통제를 안내하는 커다란 입간판이 들어섰다. 캠퍼스 내의 차량 통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 식을 알아보기 위해 『한양』은 11월 초 33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중 231 명(약 69%)이 ‘학교 측에서 사고 재발 방지와 차량 통제 강화를 약속’한 것을 모른다고 대답 했다. 하지만 차량 통행금지 지역에서 ‘차량이 거의 통행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약 37%, ‘ 차량이 종종 통행하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약 48%를 차지하며 학교의 차량 통행 제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였다. 학교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학생 이 애용하는 배달 음식 오토바이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방침까지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학내 안전을 위해서 학생들의 편의를 제한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차량이 거의 통행하지 않는다

38 %

차량이 종종 통행하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48 %

차량이 빈번히 통행하여 불편하다

8%

차량 통제가 거의 되지 않는다

6%

0

5

10

15

20

25

30

35

40

45

50

학교 측에서 한양플라자 차량사고 이후 차량통제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차량통행 제한을 체감하시나요? 제1 의학관 옆에 세워진 차량 통제 안내 입간판과 그 뒤로 말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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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한번 올라오면 쉽사리 내려가기 힘들다는 제2캠퍼스, 점심을 위해 산을 넘을 수는 없 다는 제3캠퍼스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새로운 총학생회를 준비하던 ‘솔루션’ 선거운동 본부도 우려를 표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전을 위해 학내에 차량을 통제를 강화하기로 하였으니 배달 오토바이만 예외가 될 수는 없을 터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학생들이 차량 통제가 잘 되고 있다고 여긴 것과는 달리 배달 오토바이는 여전히 별 지장 없이 캠퍼스를 누비지 않았던가. 하지만 배달 오토바이 출 입이 제한되자 배달원이 당장 통제지역에 오토바이를 대고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오거나 학 생들이 오토바이가 출입 가능한 구역까지 마중 가야 하는 불편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배달’ 해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이 크게 떨어져 학생과 상인 양쪽 모두 울상이다. 많은 사람이 한플 차량사고의 원인으로 ‘차량 통행’을 지목한 결과 학내의 차량 통제는 강 화되었다. 학교 본부 측도 경사도가 가파른 우리 학교의 지형적인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 고 학생식당 납품이라는 업무적 편의성을 위해 차량 통제 지역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 납 품 편의를 위해 무리하게 차량을 식당 현관 앞까지 진입시킨 점을 사고의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학내 안전과 미관의 대척점에 편의성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우리 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편의성은 결코 안전을 위해서 소거될 수 없을 듯하다. 차량 통제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진 이후로 캠퍼스를 다니던 것은 배달오토바이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차량 역시 무거운 짐을 나 르기 위해서는 차량통제 구역을 불가피하게 다닐 수밖에 없다. 편의와 안전의 중간 어딘가에 적절한 타협점은 없는 것일까. 비록 배달 오토바이가 통제되고서야 최소한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차량이 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학교 본부와 학생 사이에서 이에 대한 고민과 긴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11월 5일 사회대와 학생회관 사이의 통로에 짐을 실으려고 트럭이 세워 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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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안전과 효율 사이

캠퍼스 내의 차량 통행로와 보행로가 교차하는 지점, 그곳의 안전을 점검해보았다. 길을 두 드려 보았으니 이제 학교를 구성하는 건물과 사람에 미치는 위험은 없는지 살펴보자. 독자들 은 캠퍼스에 속속 들어선 파란 조형물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내의 거점에 12군 데나 들어섰다고 하니 말이다. 파란 바탕에 흰 글씨로 커다랗게 ‘Emergency’라고 쓰여 있듯 이 그 조형물의 정체는 바로 비상벨이다. 대부분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그 사용빈도 가 높은 편은 아니나 캠퍼스의 외곽에 가로등 역할을 하며 위험한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 해 쓰인다고 한다. 비상벨이 울리면 통합 보안 상황실에 신호가 가고, 조형물에 설치된 CCTV 와 인터폰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호출자와 대화하여 인근의 안전근무자가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비상벨의 용도를 묻는 『한양』의 질문에 학교 측은 간혹 길을 잃은 외국인 들이나 만취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형태의 비상벨들도 있다. 백남 학술정보관 화장실에 비상벨이 62개, 그 외의 건물 42개 관의 여자 화장실 및 휴게실에도 295 개 설치되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건물 곳곳에 비상벨이 설치되었다니 참으로 반길 일이다.

인문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에 설치된 비상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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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상벨 여러 개가 캠퍼스 내에 생긴 것은 ‘통합보안시스템’의 일환이다. 통합보안 시스템은 기존의 인력 중심의 경비시스템에서 기계 경비와 중앙관제 위주로 보안과 서비스 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기계장비의 보충이 눈에 띈다. 곳곳에 들어선 비상벨 외에 도 CCTV가 300여 대가 학내 모든 건물의 모든 외부 연결 출입문 앞과 엘리베이터 내에 설 치되어 경비원의 눈과 손이 닿지 않은 곳을 감시한다. 또한, 건물에 출입하는 방식도 새롭 게 단장되었다. 학생증과 교직원들의 카드키로 출입할 수 있어져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야간 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가의 컴퓨터와 빔프로젝터 등의 기 자재가 도난당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백남학술정보관 1층에는 통합보안 상황실 도 만들어져 365일 24시간 학교 보안에 대응하며 기계 경비와 중앙관제의 정점을 찍는다.

통합 보안 시스템의 변화 1 : CCTV 확충

통합 보안 시스템의 변화 2 : 경비인력 감축 단위 : 개

단위 :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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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이렇게 잘 갖춰진 보안 시스템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한정된 예산에서 이렇게 나 기계장비가 보충되었으니 어딘가 다른 데서 쓰일 비용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2013년 초 351개이던 CCTV 개수는 현재(2015년 11월 기준) 970개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경비인력은 2013년 초 56명에서 현재는 40명으로 줄었다. 건물의 수는 유지되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는 데, 경비원의 수는 줄고 있으니 경비원 1명이 맡아야 할 건물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 비에는 허술해지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경비 인원 감축에 대해 학교 측은 ‘경비 분야의 운 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당분간 이러한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율성은 값비싼 기계장비와 인력 모두를 끌고 가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 된다. 학교 측은 통합보안시스템의 취지 중 첫 번째로 점점 규모가 커지는 학교 환경을 단순 인력만으로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계 장치 운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하 지만 기계 장치와 인력 모두 보안에 중요한 축으로 학교 환경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면 어느 한쪽의 역할도 빠져서는 안 될 터이다.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예산 절감을 위해 인 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게 학교 측의 의견이지만, 보안에서 예산과 효율을 최우선에 둔다면 우리의 안전은 언제 또 수몰될지 모를 일이다.

통합 보안 시스템의 변화 3 : 세콤 기기 확충 단위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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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안락의 사이

그렇다면 소방안전은 어떠할까? 소방안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방시설이 필요하지만 소

1

방시설이 있다고 해서 소방안전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소방안전에는 소방훈련이 필수적이

RC(Responsibility Center, 자율책

다. 한양대의 경우 올해 각 단과대RC1별로 총 21번의 소방훈련이 시행되었으며 전체 재학생 중

의 학사조직으로 구성된 자율책임

40%가 소속된 공과대학RC에서 다섯 번의 소방훈련을 주관하였다. 한편 나머지 단과대RC에 서는 각각 한번씩 소방훈련을 하였다. 공과대학을 제외해도 단과대별로 재학생 수가 10배 가까 이 차이가 나기에 획일적으로 소방훈련을 한 번 해서는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소방훈 련 이수 인원이 2316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전체 재학생 다섯 명 중 한 명도 소방훈련을 이 수하지 않은 인원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 ‘학교를 다 니면서 소방훈련을 받아본 적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13%의 학생들만이 ‘예’라고 답했다. 이 러한 상황에서 ‘소방안전 이상 없음’이라 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방안전을 위해 우리는 소방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각 단과대별 재학생수에 맞추어 소방훈 련의 빈도를 조정해야 한다. 공대 이외의 단과대에서 재학생수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연 1회의 소방훈련을 하는 것은 전시행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방훈련 시행빈도 조정은 학 생플라자나 학생회관에서의 소방훈련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소방훈련이 목적으로 하 는 소방안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늘어나야 한다. 『한양』의 설문결과 초기 화재진압이나 대 피를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소화기, 소화전의 위치와 대피로에 대해 아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소화기가 위치한 곳을 아는 학생은 전체의 36%였으며, 소화전의 위치는 23%의 학 생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피로에 대해서는 가장 적은 22%의 학생들만이 알고 있었다. 화 재 시 대부분의 선택지가 대피로 귀결되기에 학생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수업, 과제, 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귀찮음으로 소방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당신, 적어 도 불이 났을 때 목숨을 걸고 달려갈 만한 대피로는 알아두도록!”

임경영단위): RC는 단일 또는 복수 경영 단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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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두들기면 알 수 있다

『한양』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기조 아래 캠퍼스 안팎의 위험 요소들을 미리 점

2

검해보았다. 위험이라는 물살이 만만치는 않았으나 우리가 디디는 돌다리는 비교적 튼튼한 편

서울 캠퍼스 자동화재탐지설비 설

이었다. 먼저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왕십리의 큰 축을 이루는 자취촌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 소화전 929개소, 분말 소화기

만들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았고, 다음으로 리모델링과 신축의 다양한 예를 통해 우리의 오래 된 건물들을 살펴보았다. 끝으로 이 글에서는 캠퍼스 내의 전반적인 위험을 차량통행과 보안 관리, 소방안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차량통행은 사고를 계기로 문제점을 확인하고 재정비할 수 있었다. 무분별한 차량통행도 문 제이지만 무조건적이고 근시안적인 차량통제 역시 학생들과 캠퍼스에 드나드는 여러 배달원과 운전기사들의 편의를 해하였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단순히 통제와 금지만을 할 것이 아니라 안전과 편의의 타협책을 찾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보안관리 시스템도 기계 화와 중앙화를 통하여 탄탄하게 정비되고 있었으나 안전과 효율 사이의 허점이 발견되었다. 예 산‘만’을 위한 인력 감축은 언젠가 큰 위험이 되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또 다른 사고가 터지 기 전, 돌다리를 두들겨보는 단계에서 보완해 나간다면 좋을 터이다. 소방안전에서는 시설뿐만 아니라 훈련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소방시설은 제법 규모와 시설을 갖추었으나2, 소방훈련이 미약한 편이었다.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고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 아무리 갖은 노력 을 한다 한들 학우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방에서뿐만 아니라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더라도 사용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한양』이 채 짚지 않은 어느 지점 에서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캠퍼스는 학우들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 나가 야 한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사뿐사뿐 건넌다면 위험하지 않을 터이다.

치 건물(총 49개동) 기준으로 옥 3,642개, 스프링쿨러 헤드 18,793 개, 피난구유도등 2,209개 설치됨


학내

총학생회 : Solution 돌아보기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한양대 어디까지 가봤니 : 박물관 편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한양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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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 Solution 돌아보기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치솟는 등록금과 내리꽂는 취업률, 우리 한양대생이 마주해야 할 2015년도에 “한양을 위한 준비된 해법”으로 나선 43대 총 학생회‘Solution’! 그들이 준비한 해법은 과연 잘 들어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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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올해 새내기였던 필자는 총학생회와 등록금고지서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등록금고지서 모퉁이에서 만난 총학생 회가 선사한 첫인상은 ‘총학생회비: 일만원’이었다. 조금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시 절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성격도 좋은 학생들의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한 학생회를 봐왔기 때문일까, 학생들이 자발적 으로 낸 회비로 운영되는 총학생회라는 그 첫인상은 충분히 강렬했다. 이제 낙엽이 지고 선거철이 돌아왔다. 첫인상 이 강렬했던 총학생회의 마지막 인상은 어떨까, 첫인상처럼 강렬할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 등록금 공 약

내 용

이 행 여 부*

등록금 인하

X

*이행여부 : 총학이 공약이나 활동을 기존 계획대로 이행했다면 ○, 이행하였으나 기존계획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면 △,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면 X로 표시하였다.

작년 클래스업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학교를 다니면

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또한 대학본부 측이 학생대

서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라는 설문조사에서 39%

표 측에 제때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등심위 회의가 적

의 학생들은 등록금과 장학금이라 답하였다. 이에 응하

절히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였다. 이러한 마찰 속에서 총

여 15년도 솔루션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는 등록금심

학생회는 학부등록금을 0.2% 인하하는 안건을 제시하

의원회(이하 등심위)를 개최하여 등록금인하를 위해 활

였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대학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줄

동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닷새

것을 요구하며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동결

만인 1월 5일, 1차 등심위가 개최되었으며 1월 30일까지

하는 안건을 제시하였다. 8번 회의가 끝난 뒤 서울학생

총 8번의 회의를 하였다. 등록금심의과정 중에 대학본

대표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대학본부 측

부는 학생대표 측에 등록금 산정 관련 자료로 15년도가

과 ERICA학생대표 측, 대학원대표의 찬성으로 대학본

아닌 14년도 자료를 제공하였다. 이에 대한 학생대표 측

부가 제시한 등록금동결안이 통과되었다.

의 자료제출 재요청에 15년도 예산안이 조정중이라 제


46

이에 대하여 총학생회는 ‘6대5라는 비민주적인 구성’

계속될 것이다. 등심위 또한 계속될 것이다. 만약 재단

과 ‘학교운영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재단으로 인하여’ 등

이 총학생회가 보고하였듯이 학교운영의 책임을 다하지

록금인하를 이루어 내지 못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등심위

않는다면, 등심위는 결렬과 파행의 다른 이름이 될 것

는 총 11명으로, 대학본부 측 인사 5명과 학생대표 측 인

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총학생회도 지적한 등심위의

사 5명, 그리고 회계나 법률관련 전문가인 외부인사 1명

‘비민주적인’ 구성을 바로잡아서 등록금책정과 학교운영

으로 구성된다. 표면상으로는 5대 5에 중립이 1이다. 하

에 있어서 재단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그렇기 위

지만 외부인사는 선임과정에서 학교 측의 입김이 작용할

해서는 정치권만을 마냥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인

학의 자율성을 위해 도입된 등심위인 만큼, 총학생회의

사는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학교는 운영비용을 감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등록금 액수보다는 등록금

축하고 학생은 수업료를 양보하는 등 학교와 학생 양측

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비중을 두어보는 것은 어떨까

모두 고통 분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1이라는 입장을 밝

싶다. 또한 등록금에 관련된 논의가 연 초 등심위에서

혔다. 외부인사의 이러한 입장은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

연례행사처럼 다루어지지 않도록, 분기별 회의를 개최하

렵기에 등록금 인하는 어렵다는 대학본부 측 입장과 굉

거나 등록금관련 위원회를 따로 조직하는 등의 노력도

장히 유사하다. 이들의 입장은 ‘재정적 어려움’의 책임소

필요하다. 물론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대표한다는 본분

재를 분명히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5년도등심위에 ERICA캠퍼

고통분담을 요구한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하여 ‘학교운영

스는 총학생회장과 학생복지위원장이 참여하였지만 서

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재단’의 행동이라 비판한 것이다.

울캠퍼스는 총학생회장과 뜬금없는 공대학생회장이 참

등록금문제는 대학이 학생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한 1

15년도 등심위 1차 회의록

여하였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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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또다시 한걸음, 장학금 공 약

내 용

이행여부

장학금 인상

반값등록금열풍 이래로 대한민국의 대학등록금이 비

금Ⅱ유형 금액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이행되었지만, 이행

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되어있다는 비판은 날이 멀다하

과정에서 총학생회의 시도는 있었으나 직접적인 기여는

고 이어진다. 정부도 국가장학금Ⅰ,Ⅱ유형을 통해 반값

전무한 것이다.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정책과 발

어쨌거나 국가장학금Ⅱ유형은 작년에 비해 늘어

맞추어 총학생회는 한양대 자체장학금을 확충하여 국

났다. 총 금액은 15년도 2,434,355,000원으로 14년도

가장학금Ⅱ유형 금액을 늘리겠다고 공약하였다. 총학생

2,434,142,000원보다 213,000원 늘어난 금액이다. 고

회는 당선 이후 대학본부 측과 협의를 했지만 장학금은

작 21만원이라고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대

동결되었고 등록금인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

학본부와의 협의에서 학생들에게 약속한 어떤 성과도

2

라 국가장학금Ⅱ유형 금액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

거두지 못하고, 15년도 등록금과 장학금이 동결된 점

다. 하지만 국가장학금Ⅱ유형은 소폭이지만 늘어났다.

을 고려해 볼 때 21만원이나 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

학교 측이 정부의 대학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동문들의 후원으로 장학복지기금이 확충된 것 이 그 이유로 꼽힌다. 즉 총학생회가 내세운, 국가장학

2

국가장학금Ⅱ유형: 학생들의 학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등록금 인하·동결 및 장학금 확충 등의 대학 자체노력을 고려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학유형. 15년도 국가장학 금Ⅱ유형의 경우 작년도까지 학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유지하면 작 년 지원 금액의 70%를 지원해주고, 금년도 새롭게 노력한 부분의 130%~150%정도 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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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분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총 금액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지급되는지에 집중해보자. 국가장학금Ⅱ유 형의 경우 지급기준이나 방식은 국가가 아닌 학교에서 정한다. 그렇다면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 중 몇 명이 혜택을 보고 있을까? 국가장학금의 경우 소득분위 0등 급에서 8등급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신청을 하 지 않을 경우, 0~8등급에 속한다 하더라도 국가장학금 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미

70%

학생 소득분위

신청자가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정말 돈 걱정 안하고 학교를 다니는 햑생들이 많은 것일까, 아니면 국가장학 금에 대한 홍보가 부실하거나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같 은 이유로 국가장학금신청률이 저조한 것일까. 만약 이 유가 후자에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그 대책 에 대해서는 대학본부뿐만 아니라 학생 장학금 규모를 늘려 학생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언한 총학생회인 만큼 총학생회도 일부분 책임져야 한다.

0분위

5분위

1분위

6분위

2분위

7분위

3분위

8분위

4분위

9~10분위 및 미신청

국가장학금신청을 바탕으로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나타낸 것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피라미드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소득분 위의 개념을 고려해볼 때, 0~8분위보다 9~10분위에 속하는 사람이 더 많을 확률은 매우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0분위 및 미신청 항목이 전체에서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미신청자인 것이다.


49

한양 94호

문제는 수업이야, 바보야!

공 약

활 동

내 용

이행여부

기필수업 인터넷다시보기 제공

영어강의 개선

X

팀플관련 강의 제공

강의계획서 의무화

내 용

비 고

상대평가 전환 철회운동

부분철회

한양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

한편 총학생회는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리

는 것은 등록금과 장학금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하게

는 영어강의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영어강의신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험, 알바, 교우관계, 취업 등

제도를 운영하여 영어강의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제시

등. 대학생활을 하면서 우리에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

하였다. 하지만 영어강의신고제도 조차 운영되지 않음에

재한다.’라는 글귀를 곱씹게 하는 것은 참 많지만, 그 중

따라 영어강의 개선은 2년째 공약公約4이 아닌 공약空約

에서 대학교 ‘학생’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

5

으로 남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아닐까 싶다. 총학생회는 작년도 클래스업 학생회가 추진

수업관련 공약이행에 연이어 허점을 드러낸 총학생회

했던 사업들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

이지만 이행한 공약도 있다. 팀플관련강의와 강의계획서

께 수업관련 공약을 발표하였다.

의무화 공약이다. 팀플관련강의는 5월 초 ppt제작, 발표

총학생회는 기필수업을 인터넷다시보기로 제공하겠다

관련 강의를 추진하여 이행하였다. ppt제작과 발표의 경

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상이 되는 기필수업은

우 팀플 이외에의 영역에서도 필요한 자질이어서 의미가

이공계 5과목에 국한되었으며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더해졌다. 강의계획서의무화는 강의계획서신고제로 수

3

않았다. 인터넷 다시보기 공약은 기존의 OCW 시스템 에

정이행되어 184개의 강의계획서를 추가하는 성과를 냈

편입되어 수정이행되었다는 총학생회의 발표와는 달리

다. 강의계획서가 전부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강의계획서

기존의 OCW사이트인 HOWL(Hanyang Open World

신고제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꾸준한 성과를 기대해

for Learning)에 기필수업은 추가되지 않고 있다. 2015

도 좋을 것이다.

년도 1학기부터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였지만 기필수업이

위의 공약 이외에 총학생회의 수업관련 활동 중 향후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몇 년간 회자될 듯싶은 활동이 있었다. 바로 상대평가 전

3

4

OCW 시스템이란 오픈코스웨어 즉 강의계획서, 학습자료, 강의내용 등을 무료로 공

공약公約: 공적인 단체나 인물이 어떤 일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한 것

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픈코스웨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다시 볼 수 있 는 것이다. 한양대는 2009년도부터 오픈코스웨어를 도입했다. 이후 한국형 무크 시범 운영대학에 선정 15년도부터 4개 과목을 선정하게 되었는데 기필수업은 포함되지 않 았다. 강의내용을 제공하게 되었다.

5

공약空約: 헛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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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철회운동이다. 올해 초 전공과목을 기존의 절대평가

사실이며, 그 경쟁이 보다 높은 결과를 낸다는 것 자체

에서 상대평가로 평가방식을 변경하겠다는, 학교의 전격

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자.

적인 발표에 대해 한양대 학생들이 단결하여 부분저지

총학생회가 주도했던 운동은 상대평가 ‘전환’ 철회운동이

를 이루어낸 사건이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의 일방적인

다. 상대평가 철회운동이 아니다. 상대평가가 잘못되었

통보와 상대평가로 인한 학생 간 경쟁과열에 대하여 비

다면 전공과목 평가방식이 상대평가로 전환되는 것만이

판을 제기했다. 상대평가 전환 철회를 위한 릴레이 피케

아닌 기존의 상대평가 또한 반대해야 한다. 상대평가 자

팅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할 권리

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상대평가로 전환되는 것을 반

가 있습니다.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평가방식 전

대한 것부터 이 운동의 한계를 명시한 것이며, 후에 있

환에 반대합니다.”, “의견은 묵살하는 평가방식 전환, 경

을 평가담론 논쟁에 대해서 스스로 한계를 세워버렸다.

쟁을 부추기고 낙오자를 만드는 새로운 평가방식”, “비교

물론 전공과목 평가방식이 상대평가로 급작스럽게 전환

육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가요.”라고 일방적인 행정

됨으로써 당장의 일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일 수

과 경쟁을 부추기는 평가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도 있다. 하지만 전공과목 상대평가 전환 반대라는 선택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행태는 단언컨대 비민주적인 처 사였다. 상대평가방식이 학생 간 경쟁을 과열하는 것도

이후 또 다른 선택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익 히 알고 있을 것이다.


51

한양 94호

행복한 삶, 복지 공 약

활 동

내 용

이행여부

미생장학금 신설

기숙사비 분납제도 시행

내 용

비 고

학내물가 안정화

내년총학에게 이양

복지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를 달아오르게 하는 것도

다. 매 학기마다 등록금과 함께 기숙사비로 남학생이라

많지 않다. 복지라는 화두를 던지면, 어느새 한쪽은 빨

면 70만원을, 여학생이라면 98만원을 내는 것은 기숙사

갱이가 되고, 다른 한쪽은 친일파가 되는 식이다. 이런

생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러한 부담을 덜고자 총

아수라장을 바라보는 대신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적였

학생회는 기숙사비 분납제도를 신규 기숙사부터 시행,

다. 복지란 ‘행복한 삶’이었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기존 기숙사로 확대할 것을 본부와 협의하였다. 하지만

것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일단은 자

신규 기숙사 공사가 2016년 말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

고 먹는 것이 첫째가 아닐까 싶다.

에서 기존 기숙사생들에게 혜택이 가기에는 꽤 시간이

올 2학기 초 학생회관을 들른 사람들은 사람들의 긴

필요해 보인다.

행렬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 미생장학금 신청을

올해 2학기 한양플라자가 리모델링된 뒤에 새로운 업

위해 학생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얼마나 많은 학생

체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양플라자 물가

들에게 미생장학금을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생

가 전보다 올랐는데, 이는 한양대생들에게 경제적 부담

장학금은 지원방식, 선정기준 등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

이 되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물가를 모니터링한 뒤

을 반영하여 신설된 ‘학생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첫 장

에 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물가

학금’이었다. 장학금은 주거비항목으로 100만원씩 50명

를 안정화하는 문제는 한 학기동안 해결되지 못했다. 설

에게, 교통비항목으로 25만원씩 200명에게 지급되었다.

상가상으로 2학기 말 총학생회 구성원의 사퇴가 줄을

금액의 크기를 떠나 학생 스스로가 만들었으며, 학생들

이음에 따라 총학생회는 동력을 상실하고, 관련 문제를

의 삶에 밀착된 장학금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다음년도 총학생회에 이양할 수밖에 없었다.

미생장학금에 굳이 맹점을 찾자면 기숙사생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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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공약. 현재 진로 방해 거의 없음

공 약

활 동

내 용

이행여부

셔츠무료교환권 제공

증명발급기 수수료 면제 / 추가설치

무료자소서 첨삭

TOEIC 시험 등의 시험응시비 환급

내 용

비 고

헤어와 메이크업 비용 지원

추가이행

총학생회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셔츠

플러스 라이센스를 총학생회에서 구매, 배포하였으며, 7

무료교환권 배포와 자소서 무료첨삭, 증명발급기 추가

만원 상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5만원에 제공하였다. 물

설치, 증명발급기수수료 면제 그리고 TOEIC과 OPlc 시

론 증명발급수수료의 경우 당초 공약과 달리 면제되지

험비를 환급해주는 청일점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웠

않았다. 청일점프로젝트가 ‘약속드린 그대로 찾아’오지는

다. 이 중 셔츠무료교환과 증명발급기 추가설치는 이행

않았더라도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위해 노

되었으며 시험비환급의 경우 50% 할인의 형태로 수정이

력한 것은 분명하다.

행되었다. 공약 외에도 425종의 폰트가 담긴 산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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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우문현답에 대한 답은 어디로? 소통 공 약

활 동

내 용

이행여부

현장총학생회실 설치

내 용

비 고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활성화

-

Solution 총학생회는 작년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페이스북와 비교했을 때 게시물 수와 좋아요 횟수에

답이 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기존에 소통에 수동적

굉장한 증가를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통을 적극

으로 행동하던 총학생회를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소통

적인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총학생회의 페이스북 페

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공언하였다. 총학생회는 적

이지는 총학생회가 정보를 게시한 뒤에 학생들이 이에

극적인 소통의 실천방법으로 월 2회 각 단과대에 현장

댓글을 다는 식으로 운영된다. 소통의 시발점은 대부

총학생회실을 설치할 것을 공약으로 밝혔다. 하지만

분 총학생회이다. 현장총학생회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현장총학생회 설치는 3,4월 오직 두 달만 시행됐으며,

것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총학생회 사업에

이후 더 이상 설치되지 않았다. 물론 3,4월 이후 대동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한 소

제나 기말고사. 2학기에는 미생장학금, 청일점프로젝

통에서는 총학생회의 홍보와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트 등 다른 활동이나 공약이행으로 총학생회가 바빠

이 있을 뿐이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건의나 건설적

서 3,4월밖에 시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

인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으로 다가가서 소통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한 포 부가 3,4월 이후 퇴색되었으며, 단 두 달동안만 시행한 것으로 공약을 이행했다고 홍보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현장총학생회 설치 공약은 학기 초에 반짝 이루어 지고 끝나버렸다. 하지만 총학생회에게는 최종병기 페 이스북이 있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 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총학생회는 작년도 총학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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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얹기와 밥상 차리기, 안전 공 약

활 동

내 용

이행여부

사근동 LED등 설치

내 용

비 고

안전한 한양대 만들기 프로젝트(가칭)

내년총학에게 이양

총학생회의 공약 중 가장 쉬웠던 공약은 무엇이었을

피해학생에 대한 책임, 학내 통행차량에 대한 통제, 경

까? 꽤 불경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짧은 식견으

비인력 확충 그리고 인도와 차도 분리 계획을 본부에 요

로는 사근동 LED등 설치 공약이 그것이지 않을까 싶

구하였다. 본부는 즉각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하

다. 사실 사근동 LED등 설치는 작년도 클래스업 학생

였지만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노력을 다하겠습니

회 제안한 사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 한마당 총회

다’, ‘개선점을 모색하겠습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을

사업’이라는 서울시가 집행하는 사업에 클래스업 학생회

하면서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본부 측

가 방안을 제시하여 당선, 안전한 귀갓길 정책으로 시행

의 답변이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총학생회는 요구사항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LED등 설치가 완료

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며 인

되었다. LED등 설치 사업에서 올해 총학생회는 골목길

수인계 또한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답사를 하거나 설치장소 선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하였지만 작년도 학생회가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 은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2학기 초 신본관 건물과 한양플라자 사이에서 차량 이 추락하고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LED등 설치사업에서는 단지 숟가락을 얹는 역에 불과했던 총 학생회는 밥상을 차려야할 상황에 직면하였다. 전채요 리는 곧바로 나왔다. 총학생회는 ‘이번 안전사고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선언하면서, 이번 안전사고에 대한 사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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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남에게 빼앗길 수 없는, 남들과 똑같이 부여된 권리 활 동

내 용

비 고

노동권 보장활동

-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는 무엇일 까? 필자의 대답은 노동권이다. 노동권의 노동이라는 말 만 찾아봐도 한국사회에서 노동권의 처지가 얼마나 어 려운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동자의 날 대신에 근로자 의 날이 있으며, 노동에 관심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거나 노동운동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면 어느새 ‘빨 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여 주위의 눈총을 받을 것이 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동만큼 우리들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것도 많지 않다. 당신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지 않았다면 당신은 하루하루 노동하고 임금을 받아 생 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에서 한양대생의 권 리를 지키고자 총학생회에서 축제기간동안 알바흥신소 를 운영하였다. 물풍선 던지기나 송판 깨기와 같은 스트 레스 풀기용 이벤트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상담도 진행되었다. 우리에게 가장 밀접하지만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노동권에 대한 총학생회의 이와 같은 관심과 실천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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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

공 약

내 용

이행여부

음향장비 대여사업 지속

소모임/동아리 지원

총학생회실에 팀플공간 마련

노천극장 프로젝트

X

이 같은 공약 외에도 총학생회는 밴드 소모임에 음향

양의 휴식과 낭만 그리고 개교 100년의 역사를 모두 담

장비 대여, 소모임/동아리 지원, 총학생회실에 팀플 공

을 수 있는 한양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을 호언장담하며

간 마련, 노천극장 프로젝트를 공약하였다. 밴드 소모임

구체적인 계획도 명시했다. 총학생회에서 노천극장 랜

에 음향장비를 대여하는 사업은 작년도 클래스업 총학

드마크 계획을 수립한 뒤에, 본부의 노천극장 개발 계

생회가 약 200만원을 들여 엠프를 구비하고 대여한 사

획과 학생투표를 붙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

업을 지속한 것이다. 소모임/동아리지원은 작년도에 이

획은 현실이 되지 못했고, 노천극장은 여전히 노천극장

루어진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사업으로 밴

일 뿐이다.

드 소모임에 음향장비를 대여하는 사업처럼 지속성에 그 의의가 있다. 다만 올해 지원금은 작년도 약 1000만 원보다는 줄어든 300만원에 불과하였다. 당초 공약대 로 30개 소모임/동아리에 지원하게 되었지만 지원금액 이 약속했던 5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어든 점은 아쉬 움을 남긴다. 총학생회 팀플공간의 경우 리모델링을 거 쳐 마련되었는데, 구경할 기회가 있었던 필자의 의견으 로는 추천할만한 곳이다. 학생들의 많은 이용 바라며 총 학생회차원의 홍보도 기대해본다. 작년도 클래스업 총학생회가 학교의 일방적인 노천극 장 개발을 저지한 이후 올해 총학생회는 노천극장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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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평가라는 몫

일을 잘한다라고 말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결과

분은 확실히 줄어든다. 물론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는, 그

론적 기준이면 될까, 아니면 과정까지 들여 봐야할까?

들을 선출하고 지지해준 학생들의 몫이다. 그래서 총학

올해 총학생회의 공약이행 정도나 활동결과는 좋았고,

에 대한 평가는 이 글을 보고 있을 독자들에게 맡기고

이것을 정말 잘 홍보해서 학생들의 대부분이 총학생회

싶다. 2015년 솔루션 총학생회가 제안한 해결법이 제대

가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약이 이행

로 적중했는가? 아니면 솔루션 총학생회가 지목한 문제

되는 과정을 들어보자면 총학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부

가 해결되었을 뿐인가?


한양대, 어디까지 가봤니 : 박물관 편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아, 지금 도착하셨다고요? 어떻게 오시냐면, 애지문으로 올라오셨죠? 애지문에서 올라와서 바로 보이는 사자상이 있고, 그 뒤를 넘어 노천극장 쪽으로 올라가시면 벤치가 보이실 거예요. 보이세요? 거기가 뮤지엄 카페라고 불리는 곳이고요, 바로 그 옆, 거기가 한양대학교 박물관이에요. 쉽게 찾으셨죠?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양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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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극장에서 바로 보이는 타일과 벽돌로 된 건물, 한 양대학교 박물관은 지난 1979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준공 이래 끊임없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수집, 보존하고 연구했으며 상설전시와 함께 특별전시를 항상 선사하고 있다. 2003년 박물관 리모델링 이후에는 전시실 개관을 계기로, 특별전 외에 각종 문화체험 및 박 물관 교육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물관이 있어 서 학교의 문화를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한양 대학교 박물관은 한양대학교의 편안하고 친근한 문화공 간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최근 한양대학교 개교 76주년을 맞아 <응답하라 한양: 1939-2015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양라이프> 특별전을 마련했다. 교지편집실 에 날아온 초대장에 의하면, ‘개교 이래 쌓여온 76년의 세월에는 대학생활의 낭만과 패기부터 근현대사의 아픔 에 이르기까지 한양인들의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의 한양을 만나볼 수 있는 전 시라니. 응답하라는 초대장에 미리 응답해보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보낸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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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춥죠? 준비는 덜 됐지만 들어오세요.

지난 10월 28일 수요일, 필자를 포함한 6명의 기자는 박물관을 찾았다. 그 날은 특별전 개막식이 이틀이 남 았던 날이었다. 황나영 학예연구사(이하 학예사)를 따라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공개하 지 않은 선물을 미리 뜯어보는 기분이었을까. 아직 남들 이 보지 못한 전시물을 미리 만난다니 설렜다. 전시는 크게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뮤지 엄 카페에서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보이는 파란색 문 모

전시 준비가 한창인 1부 입구

양의 구조물에서부터 시작되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 양라이프>이다. 3층에서 1부 관람을 마치고 한 층 내려 가면 2층에서 한양대의 상징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는 문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2부 <한양 부티크: 과 잠과 동아리>가 열리는 곳이다.

2부 전시가 열릴 입구 앞에서

전시 준비로 바쁜 학예사들


한양 94호

전시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라 그런지, 전시장 곳곳 에서 준비가 한창인 학예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예사 들은 전시품들을 하나하나 닦고 배치하며 이리저리 분 주해 보였고, 입구 쪽에서는 구조물 설치에 여념이 없었 다. 어느 곳 하나 정성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게다 가 이번 특별전시가 한양대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전시 인 만큼, 전시품들은 기증을 받아 준비된 것이 많다고 했다. 대학기록실 소장의 사료와 유물부터 동문 빛 교직 원들이 기증한 자료, 그리고 학생들이 기증한 과잠까지. 이번 전시회는 그야말로 ‘학교사 곳곳에 묻어있는 한양 인의 자취를 더듬’는 전시였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기증 한 것은 아니겠느냐는 상상 때문인지 보통 박물관 유물 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1

<응답하라 한양> 전시도록 4쪽 인사말 중

61


62

도록이 완성됐어요. 보여드릴까요?

층과 2층을 다 둘러본 후,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

들도 수록되었다. 이전 전시들에서는 보통 두껍게 도

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취재를 위해 박물관에 처음 연

록을 만들어서 3만 원 정도에 판매를 했지만, 이번만

락했을 때부터 도록에 대해 궁금해했던 필자에게 황

큼은 무료 배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록 2000부가

나영 학예사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도록의 최종

전시회를 구경 오는 관람객들은 물론 교수님들이나 학

교정본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한대신문에 실렸던 그

생대표들에도 무료로 전달된다는 말이다. 주제가 한

림을 표지로 살린 도록은 힐끗 보기에도 들춰보고 싶

양라이프, 즉 학교생활인 만큼 학생들에게 좀 더 쉽게

은 마음을 들게 했다.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자랑스러운 학교를 홍

<응답하라 한양 : 1939-2015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

보하는 것은 물론 자료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도

양라이프> 도록은 총 108페이지에 달하며 전시된 유

록이라고 하니, 전시회를 구경했다면 꼭 한 권씩 챙기

물들의 사진과 설명, 그리고 일부 전시하지 않은 유물

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시회 도록(좌) 팜플렛(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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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환영합니다.

10월 30일 금요일, 개막식은 박물관 3층 입구에서 2

현관에서 보이는 파란색의 문은 입학식이나 축제 때

시에 성대하게 열렸다. 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던 도착

꾸며지던 애지문을 본떠서 만들었다.2 잘 보면 한양의

했을 무렵엔 이미 많은 사람이 개막식을 함께하고 있

H와 Y가 보일 것이다. 그 문을 넘어가면 오래된 사자

었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 샤르만트가 축하공연을 하

가 우리를 반기고, 뒤에 신본관을 본뜬 벽면에는 미디

고, 한양대학교 응원단 루터스에서는 응원가에 맞춰

어커뮤니케이션학과 창조영상음향에서 제작한 전시 영

응원을 선보였다. 필자를 제외하고도 곳곳에서 플래

상이 나온다. 그 뒤로는 1939년도 한양인들의 생활상

시 세례가 끊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물론 한양대학교

부터 2015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

이영무 총장과 다른 교수진들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

시되어 있다. 한양인의 입학부터 축제, 학생회, 언론사

다. 커팅식까지 끝난 후에는 학예사들의 안내에 따라

등 학생문화들을 예전 사진들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전시회를 구경했다.

2층에선 현재의 다양한 과잠들과 한양대학교의 오래된

샤르만트의 공연(좌) 전시실을 안내중인 이재은 학예사(우) 2

지금은 한양대역 출구를 애지문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의 정문을 애지문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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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아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현재는 클래식 기타

만 가지고도 전시할 수 있는 자료들이 무궁무진한데 말

동아리 ‘샤르만트’와 검도 동아리 ‘검우회’가 전시되어있

이에요. 그게 아쉬워서 박물관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

다. 그곳은 일정 단위로 다른 동아리들도 소개될 예정

로 학생들의 이야기, 살아있는 그들의 캠퍼스를 다루고

인데, 다양한 동아리들이 자신들의 유서깊은 물건들

자 이렇게 준비했답니다.”

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막식 전 황나영 학예연구사(박물관 학예연구실) 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박물관에는 76년간 한양대학교를 거 쳐 간 학생들이 숨 쉬는 것처럼 캠퍼스 라이프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11월 12일에 구본관에 역사관이 개관하는데, <응답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라 한양: 1939-2015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양라이프> 특별전은 역사관과 함께 기획된 전시에요. 2009년 신본

“이전 전시들은 학생들이나 동문 보다는 그 주제에

관이 새로 문을 열면서 구본관을 역사관으로 사용하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관람했었어요. 이번은 오롯이

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인데, 역사관에서는 한양대

한양대학교의 학생들, 혹은 학생이었던 분들을 위한 전

의 역사를 소개하고 학교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

시가 될 겁니다.”

는 자료들을 전시합니다. 한양대학교가 1939년부터 어 떻게 발전해 왔는지, 학교의 예전 모습이나 도면, 혹은

바쁘게 이뤄진 개막식과 학예사분들의 설명을 듣고

설립자 김연준 박사에 대한 내용까지 포괄하죠. 하지만

나니 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있었다. <응답하라 한양>

역사관에서 학생들의 활동을 다룬 부분이 생각보다 너

특별전은 내년 3월 31일 미래의 한양대학교 학생들까

무 적더라고요. 그곳에서 다루지 못한 자료들, 학생활동

지 관람할 수 있도록 계속된다고 한다.


한양 94호

또 구경 오세요.

개막식이 끝나고 다시 찾은 박물관, 그때보다 더욱 추워져서 그런지 노천에서 짜장면을 먹는 학생들도 더 는 보이지 않는다. 개막식 이후 완연하게 찾아온 겨울 덕에 학교 안은 바람이 세차게 불고, 뮤지엄 카페 앞 벤치들도 휑하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박 물관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가 1학년 시 절 박물관 현관 앞에서 무언가 엄숙해 보여 들어가기 꺼렸던 것처럼 건물에 발 들여놓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 보길 바란다. 혹시 모른다. 바람 을 피해 들어간 그곳에서 과거 여행을 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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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180시간을

우리 작은 결혼했어요

부편집장 주소현

부편집장 주소현

zxzz0408@naver.com

zxzz0408@naver.com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이 교육을 아시나요?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사회


청년에게 180시간을

& TIME

부편집장 주소현 / zxzz0408@naver.com


&

INCOME 3달에 25만 원, 1년에 100만 원을 당신에게 아무런 조건 도 없이 준다면 어떨까요? 너무 큰 돈인가요, 아니면 푼 돈인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당 신에게 석 달에 마흔다섯 시간, 일 년에 백팔십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청년들에게 백팔 십 시간의 젊음을 선사하는 것에 당신은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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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젊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교수님의 말

로라면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30만 원 안팎.

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의실을 박차고 나간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높

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빠듯해 시계를 연거푸

은 시급으로 모집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자리

보며 애지문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수업시간

를 따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교환

에 걸쳐진 아르바이트지만 소위 ‘꿀알바’로 불

학생이나 여행비용을 모으기 위해서 혹은 용

리는 학원 아르바이트인데다가 시급도 높아 포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기할 수 없다. 주말이면 하루종일 에스프레소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보람되지만

머신 앞에 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샷을 내린다.

힘들고, 뿌듯하지만 고단하다. 젊어서는 사서

“그린티 프라푸치노 나오셨어요~” 경어체를 손

도 하는 고생이라지만 약간의 도움의 손길을

님뿐만 아니라 음료에도 붙인다. 시급보다 비

내밀어 준다면 그 누가 뿌리칠 수 있을까. 일

싼 음료이니 올려 부르는 게 맞다는 친구의 우

년에 100만 원, 누군가에게는 푼돈일 수도 있

스갯소리가 떠올라 실소가 터진다.

겠지만, 최저 시급을 받는 누군가에게는 180시 간, 그 이상의 가치이다.

아르바이트나 과외 두어 개쯤 하는 모습, 어 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기도 하고 독자들 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소위 ‘금수저’가 아 니라면 주말이든 방학이든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학 기 중에 평일의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아르바 이트한다고 해도 최저 시급(2015년 5580원)대


71

한양 94호

그런데 성남시에서 최근 만19~24세의 청년

시행하는 첫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아무런 조

에게 분기별 25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정

건도 없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돈을 준다니, 피

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

로와 고단함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

려왔다. 청년배당정책은 소득이나 일자리에 상

웬 떡이냐’ 싶다가도 미심쩍어진다. 어떤 원리

관없이 성남시에서 만 3년 이상 거주한 청년이

로 돈을 주는 것이 ‘정책’이 되며 거기서 얻어

라면 누구에게나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

지는 효과는 무엇일까? 기본소득은 정말 ‘가시

례안으로, 기본소득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재

없는’ 장미일까.

명 성남시장은 조례안 통과와 예산 확보에 모 두 자신을 보여 이르면 2016년 청년배당정책이 시행된다면, 성남시는 전국에서 기본소득제를

성남시청의 모습


72

받아도 되는 돈인가요?

1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한

기본소득은 기존의 경제 체제의 변화를 전

소득을 보장하자는 제도로 무조건성, 보편성,

제로 하는 데에서 또한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

기존의 임금노동형 완전고용 패

개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한마디로 ‘묻지도 따

을 하면 기존의 ‘임금노동형 완전고용 패러다

인 목표와 임금노동이라는 자본

지지도 않고’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모

임’에서 ‘사회적 필요노동 패러다임’으로 변화

든 대상에게 일정 금액을 무조건 지급해도 되

할 수 있다.1 기존에는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해

는지 의아스러울 수 있지만, 기본소득은 단순

서 얻어지는 ‘노동소득’만을 소득으로 취급했

한 시혜나 기부가 아니다. 기본소득은 구성원

다. 그런 이유로 경기 침체기에 정부는 고용

모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을 창출하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취업과 창업

러다임은 완전고용이라는 이상적 과 노동의 공모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임금노동의 경우, 생 산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자본가 와 노동자가 대립을 하는 것이기 에 생산의 성격을 묻지 않고 상품 화 및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 반면 사 회적 필요노동 패러다임은 사회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 모든 국민이 국가 공

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청년 고용률 은 2013년

적 필요에 따라 협동과 자율에 의

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39.7%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14년엔 40.7%

의 성장이나 이윤, 생산 등에 관

사회경제적 조건이다.

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을 크

2

해 조직되는 노동이다. 이는 기존 한 관점을 완전히 뒤바꾼다. 2

청소년(15~29세) 인구 중 취업자 가 차지하는 비율

2000~2014년 청년(15~29세) 고용률 변화추이 45.1 43.4

45.1 43.4

41.6

40.3

40.4

40.7

출처 : 통계청


73

한양 94호

게 밑돈다. 성장은 점점 더뎌지며, 더 이상 성

또한, 기본소득을 통해 기존의 ‘선별적 복지

장은 고용과 함께 가지 않는다. 소득을 무조

프레임’에서 ‘보편적 복지 프레임’으로 변화할

건 임금노동에 따른 ‘노동소득’으로만 전제한다

수 있다. 기본소득은 흔히 말하는 ‘보편적 복

면, 이러한 임금노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지 프레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두에게 일정

적절한 소득을 아예 혹은 거의 얻을 수 없는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경제

사람들은 시혜나 자선에 의존하지 않고는 도

적 모순들에 대한 시급한 과제이며 쉽고 유일

저히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제는 노동의 중심

한 방안이라는 것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

에 고용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두어야 한다.

람들의 의견이다.

주요국 청년층(15~29세) 고용률(2012년 기준) 63.2%

60.2%

57.7%

55.7%

53.7%

50.9%

40.4%

캐나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한국

OECD평균

출처 : OECD, 한국은행


74

기본소득으로 가는 험난한 길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고용에 의존적인 지금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우려하는 의견 가운

의 행태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

데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은 기본복지와 기본소

을 주장한다. 하지만 임금노동형 완전고용 패

득의 상충하는 지점이다. 그들이 우려하는 지

러다임을 사회적 필요노동 패러다임으로 전환

점은 의료, 교육, 주거, 등의 기본복지도 제대

하는 것은 진보 및 개혁 진영과 보수 진영 모

로 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기본소득

두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진보 및 개혁 진영

을 도입하자는 것은 기존의 부족한 기본복지마

은 케인스주의 복지국가 시절에 가능했던 완전

저도 훼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이

고용에 대한 향수 혹은 생산 및 임금노동 중심

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제 지지자들은 기본소

적 사고 때문에 임금노동형 완전고용 패러다임

득에 필요한 재원은 기본소득에 비해 적으며

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반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확보하

면, 보수 진영에서는 노동과 소득의 연계 자체

면 된다고 말한다. 또한 기존의 고용보험이나

를 끊어내는 것은커녕 노동과 소득, 노동과 복

건강보험과 같은 기본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앰

지의 연계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으로써 보편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면 기본소득과 기본복지가 결합할 수 있

이처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

으리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람들은 복지가 보편적인 자격이 아니라 개별적 인 사회 구성원의 특수한 처지와 관련된 문제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본소득 지지 자들은 복지를 민주주의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특수한 자격’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자격’의 문 제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광은,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박종철출판사, 2011 및 박석삼,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과 비판」, 노동사회과학, 2010 참고


75

한양 94호

현실에 발을 딛다

이처럼 기본소득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9세~24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해 분기별 25

골칫덩이 정책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성남시

만 원, 연간 100만 원 정도 지급하려는 정책입

의 이재명은 과감히 ‘청년배당제’를 도입했다.

니다. 성남시 조례상으로는 19세부터 24세, 6개

과연 그 저의는 무엇일까. 『한양』이 직접 인터

의 연령이기 때문에 대상은 약 6만에서 7만 명

뷰 해보았다.

정도가 됩니다. 당장 전 연령을 일시에 시작하 기 어려우므로 24세부터 하고 순차적으로 확대 해 나가려고 합니다. 청년배당은 일종의 기본소 득의 개념으로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 는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은 구성원이 공평하게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는 개념입니다.

『한양』 : 청년배당 정책은 일종의 기본소득이라 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 엇인가요? 이재명 시장 : 기본소득이란 한 사회의 공유재 로부터 나오는 수입의 일부를 공평하게 시민 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한양』 : 청년배당 조례안이 정확하게 무엇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균등하게

인가요?

배당됩니다. 불완전하지만 노인들에게 지급하

이재명 시장 : 성남시에 3년 이상 주민등록을 한

는 기초연금도 일종의 기본소득제도라고 할 수


76

있습니다. 못 살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들의 역량을 강화해 우리 다음 미래 세대들에게

특별히 채워주는 선별적 복지시책이 아니라 우

투자해서 우리 세대들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는

리 사회의 공유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그

역량을 키워주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노인들은

구성원들이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도록 그

지원해 주면서 왜 청년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

권리를 인정해 주자는 것입니다. 국민이 그 사

에 처한 청년세대에게는 지원해 주지 않느냐는

회의 공유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공평하

반성적인 고려에서 시작한 정책입니다.

게 나눠가지는 것은 기본적 권리입니다. 우리 사회에 지금 청년 세대는 그야말로 절벽과

『한양』 : 성남시에서 청년배당 정책이 시작되었

같은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청년세대를 일러 5

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포, 7포를 넘어 더는 포기할 게 없다는 N포세대

이재명 시장 : 청년배당 정책은 사실 청년에게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헬조선’

혜택을 주는 것과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두 가지

이라며 대한민국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거의 같은 무게로 포함돼 있습니다. 우선

청년세대가 결국은 우리 기성세대들의 미래이기

적으로는 청년세대를 지원해 자기 역량을 개발

때문에 청년 계층을 특별히 지원해 줘야 할 현실

하도록 도와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려

적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65세 이상

고 합니다. 그래서 청년세대가 버림받았다고 느

노년들에게는 기초연금이라고 해서 기여와 관

끼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

계없이 월 20만 원씩, 연간 240 만 원씩 지급하

지기를 기대합니다. 또 한 가지는 요즘 어려움을

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사회의 기여에 대한

겪고 있는 지역 골목상권들을 활성화하는 데 도

후배당이라는 개념이라면, 청년배당은 청년들이

움을 주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중

지금 현재 매우 위험한 비정상 상황들을 이겨낼

앙집중적, 대기업 중심의 사회여서 골목상권들

수 있도록 선투자를 해 주자는 개념입니다. 선배

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다 망가지


77

한양 94호

고 있어서 지역에서 돈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그

민이 위임한 권한과 세금으로 이를 실현함으로

래서 지역 내에 돈이 돌 수 있게 이런 복지지출

써 시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시장에게 맡겨진

은 우리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로 지급

의무이며,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입니다.

하려고 합니다. 청년배당을 지역 화폐 형태로 지

이런 민주주의의 자연스런 과정을 유권자 매수

급하고 성남시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라고 한다면 대통령 공약인 기초노령연금도 어

서 지역 내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르신들 표를 매수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봅니 다. 청년 배당은 분기별 25만 원, 대략 월 8만 원

『한양』 : 청년배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

정도 지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

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월 8만 원에 매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재명 시장 : 성남시의 경우 노인복지 예산은

이야말로 국민을 비하하는 시각은 아닐는지요.

전체 복지예산의 30%로 1,571억 원인데 비해, 청년예산은 0.6%, 청년배당 113억 원을 포함한

『한양』 : 성남시는 구시가지와 신도시 사이의 소

다 하더라도 2% 정도에 불과합니다. 다른 지역

득 격차가 큰 편인데, 기본소득제보다는 소득에

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이 성남시에

문제를 대해왔던 실체가 이러한 데, 청년들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게 작은 관심을 보여 주는 것을 포퓰리즘이라

이재명 시장: 기본소득에 바탕을 둔 정책을 도

한다면 황당할 뿐이죠.

입할 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나는 과

또한, 저는 100만 성남시민의 선택을 받아 선

연 청년들 중에서 재벌 자식들까지 지원을 해

출된 시장이고 성남시에는 감시견제 기구인 의

줘야 하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력이 있

회가 있으며,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한 제도

어서 재벌 아들이라고 얘기되는 사람이 성남시

입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

의 청년 중에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제가


78

보기에는 전체 청년에서 1%도 안 됩니다. 1%

었습니다. 제가 그걸 한꺼번에 다 갚을 수 없으

를 골라내려면 공무원들이 조사를 다 해야 하

니까 순차로 나눠갚겠다고 해서 모라토리엄 선

는 데, 그 비용이 더 듭니다. 더구나 소득에 여

언을 했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2013년 말

유가 있다는 분당, 판교 같은 신도시에도 엄연

까지 5700억을 다 갚았고 지금은 다 정리가 된

히 여러 층의 소득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 계층

상태입니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성남시가 1

을 또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두

년에 천 몇 백 억씩 현금으로 아끼고도 살림이

번째는 부자이거나 소득이 많았다면 이미 그만

다 됐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큼 세금을 더 냈을 터인데, 예산을 집행하는 과

는 빚을 안 갚아도 되니까 그걸로 지금 복지 시

정에서 이중으로 차별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책을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빚을 내거나 세금

격차를 둬야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세입영

을 더 걷는 것도 아니고 중앙정부 지원을 요청하

역에서 이미 격차를 뒀기 때문에 세출에서까지

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성남시 예산을 아끼고 새

반드시 격차를 둘 필요는 없다고 봤습니다. 이

는 부분 막으면 충분히 마련 가능한 예산입니다.

것은 사실 극소수 사례를 가지고 정책 전체를 비판하는 그야말로 비판을 위한 비판입니다.

『한양』 : 청년배당이 시장님에게서 시작되어, 박 원순 시장, 문재인 대표에게 꾸준히 언급되고

『한양』 : 청년배당 정책의 예산은 어떻게 마련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장되는 것

되는 건가요?

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재명 시장 : 누군가는 ‘성남시는 돈이 많지 않

이재명 시장 : 지방자치제를 하는 본래의 목적

느냐. 분당, 판교 있고 하니까’ 라고 합니다. 그런

은 자치단체간의 선의의 경쟁입니다. 이를 통

데 이 ‘분당, 판교’를 끼고 있는 성남이 제가 취임

해 만들어지는 좋은 정책, 전 국민이 혜택을 받

전에 비공식 부채로 무려 7,285억이나 가지고 있

을 수 있는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받아들여 전


79

한양 94호

국으로 확대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성남시가

성남시에서 성공하면 정부가 막아도 전국적으

청년배당을 발표하면서 정부에서 이 정책을 받

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여 주기를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하지 마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재명 시장은 청년배당 정책에 확고한 철학

의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 추진력을 보여 절차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

하겠다고 했더니, 중앙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복

는 한 무난하게 국내 최초의 기본소득이 시작

지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강행하면 그 액수만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정책이 진행된다면

큼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지방교부세법 시

기본소득도 전국적인 의제가 될 수 있을뿐더러

행령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위법,

기본소득에 대한 분분한 의견도 어느 정도 가

위헌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

닥을 잡지 않을까.

의 산하기관이 아니고 헌법에 정한 독립적인 자

기본소득을 논할 때 지지자들과 비판자들 모

치기구입니다. 주민복리에 관한 사업은 지방자

두에게 가장 크게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실현

치단체의 권한으로 하고 있고 중앙정부가 관여

가능성이다. 기본소득이 다수에게 이익이 되고

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세금 더 걷는 것도, 중앙

지지를 받더라도, 실현될 수 있다는 추상적 가

정부에 지원을 달라는 것도, 빚내는 것도 아니고

능성일 뿐, 구체적 가능성이나 현실성을 담보하

아끼고 아껴서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하는 걸

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이해할

대한 회의를 이유로 자꾸 머뭇거리면 실현가능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100만 성남시민을 대표

성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하는 시장으로서 지금의 복지정책에 더해 이 시

시장의 과감한 청년배당 도입이 더욱 반갑다. 지

대의 가장 고통 받는 세대인 청년들에게 실질적

자체 차원에서 시작되어 차근차근 전국적으로

지원이 되는 청년복지를 추진하려는 것입니다.

확대되기를 바라본다.


너나할 것 없이

경쟁을 미덕으로 알고 자라온 우리, 적어도

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한 표의 권리를 행사

필자에게 ‘모두에게, 조건 없이’라는 구호는 너

할 수 있다는 상식도 백여년 전에는 상상도 할

무나 낯선 것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두

수 없는 일이었을 터이다. 기본소득도 지금은

에게, 조건 없이’ 주는 기본소득은 구호나 시혜

누군가에겐 몰상식한 이야기일 테지만 언젠가

가 아니라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점철된 지금

당연한 권리의 영역으로 들어오길 바라본다.

여기에서 고를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였다. 누

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위해서 복지와 노동의 패

구나 쾌적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기

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일정 소득을 보장받

에 기본소득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쉬

아야 한다는 것은 필자의 상상 밖 영역이었다.

운 일은 아닐 테지만 긴 천릿길을 위해 한 걸음

정치학자인 캐롤 페이트만은 기본소득이 누구

씩 떼어보자.

에게나 주어지는 보통선거권과 마찬가지로 누 구나 누릴 수 있는 민주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한양 94호

081

한양 89호

81

? 이니 중 고민

수습위원 모집 대

15학번 새내기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이준건 010.2206.3626 / HYgyoji@gmail.com


우리 작은 결혼 했어요 부편집장 주소현 / zxzz0408@naver.com 편집위원 김보령 / tjddnstjdeks@naver.com

Wedding


ceremony 신랑! 평생토록 결혼 서약을 지키며 신부를 한결같이 사랑하겠습니까?

신부! 앞으로 긴 일생 동안 지금 마음 변치 않고 신랑을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이로써 신랑 000과 신부 000은 친척분들과 소중한 지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평생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사람이 함께 두 사람의 혼인이 이루어졌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84

신랑, 신부 입장!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대학 생활

도 연애 혹은 사랑을 하고, 미래의 결혼을 그려보

도 한 해 두 해하다 보니 그사이에 어쩌다 알게 된

게 된다. ‘나의 결혼은 어떨까?’하는 질문 앞에 절

지인들의 결혼식에 갈 일이 다들 한두 번은 있었을

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친구가 있

테다. 친구네 오빠, 동아리 선배, 친척 누나 등의

는가 하면, 35살에 연상의 사업가와 호텔에서 결

결혼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때면 멀게만 느껴졌

혼식을 올리겠다는 친구부터 지금의 애인과 바닷

던 결혼이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것을 실감할 수 있

가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친구까지 다양한 형

었다. 굳이 결혼식에 직접 가보지 않았더라도 SNS

태의 결혼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그린 결

를 통해 종종 들려오는 중고등학교 동창들의 결혼

혼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 글을 읽고 나면 그 그림

소식을 접하기도 했으리라.

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까. 함께 미래의 결혼을 그

우리는 주변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누구의 결혼 앞에서 우리의 결혼을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취업에 바쁘고 삶이 퍽퍽하다지만 우리는 그럼에

려보도록 하자.


85

한양 94호

결혼은 현실이야

흔히 유부남·유부녀들은 결혼은 현실이라

다. 인륜지대사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고 말하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잠들고

사에서 가장 보편적이었던 결혼이, 가정의 시

눈을 뜨는 것만이 결혼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

작이 어느덧 우리 청년들에게는 사치가 된 것

이다. 결혼생활은 차치하고 당장 결혼식을 올

이다. 그래서 『한양』은 결혼의 단꿈에만 빠져있

린다고 생각해보자. 드레스며 턱시도는 어떤 것

지 말고 한 번 현실을 직시해보기로 했다. 우리

을 입을지, 하객은 얼마나 불러야 할지, 식은 어

는 몇 살에야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지, 결혼하

디서 올려야 할지 등 결정해야할 것투성이다.

는 데에 비용은 얼마나 들며 어떤 결혼식을 해

결정해야 할 것뿐인가. 하나하나가 돈으로 직

야 할지. 아니 굳이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있는

결된다. 조금은 지난 유행어일지 모르지만 한

것일지 결혼의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

때 청년들은 자신을 ‘삼포세대’, ‘오포세대’라고

는지 알아보았다.

칭하곤 했었다. 취업과 밥벌이가 안 되자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 것은 연애와 결혼, 출산이었

결혼은 꼭 해야하는것이다

결혼 적정 연령

27.8

29.3

31.8

32.5

30.8 26.5

28.9

24.8

출처: 서울신문(2015.1.28)

출처: 이코노믹리뷰(2015.3.30)


86

14% 14%

미혼 남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비용

28.1%

32.5%

3천만원 미만 3천만원 이상 6천만원 미만 6천만원 이상 8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1억원 이상 1억 5천만원 미만

11.4%

출처 : 유계숙, 청년층 대학생의 소 비욕구와 기대 결혼비용이 기대 결 혼연령에 미치는 영향, 2014. 참고

앞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설문조

만’과 1억 원 이상~1억 5천만 원 미만,’이라

1

사1에 따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라고 생각

고 대답한 미혼남성도 각각 14%였다. 반면,

(주)마크로밀엠브레인(구 엠브레

하는 미혼남녀는 전체의 27.1%에 불과했다.

미혼여성의 경우에는 과반수를 넘는 51.9%

2014권3호 (2014), pp.181-211 참

남성은 30.4%인 것에 비해 여성은 23.8%로,

가 ‘3천만 원 미만’을 이상적 결혼비용으로 응

요즘의 청년들은 대체로 결혼을 꼭 해야 한다

답하였으며, 31.1% 는 ‘6천만 원 이상~8천만

로 온라인 조사하였다.

고 생각하지 않으나, 여성의 경우 더 심한 것

원 미만’으로 응답함으로써 미혼남성이 미혼

2

으로 나타났다.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

여성보다 결혼비용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는 청년들이 많아지다 보니 결혼적정연령도

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이다. 1990년에는 남성

결혼비용 중에서 상승 폭이 가장 큰 항목

은 27.8세, 여성은 24.8세가 결혼하기에 적

은 단연 결혼식 비용이었다. 2003년 1천만 원

정한 나이라고 생각했으나, 2014년에는 각각

대에 진입한 결혼식 비용은 2011년 1천722만

32.5세, 30.8세라고 응답하여 결혼 적정연령

원으로 상승하였는데, 이와 같은 지속적인 결

이 약 15년 사이에 6세 정도 많아졌다.

혼식 비용 증가 역시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느 정도의 결혼비용

피하는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3 특히 결

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까? 25~35세 미혼

혼비용과 결혼연령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자,

남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2를 실시

결혼비용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성의 32.5%가 이

치솟으면서 젊은 층 미혼남녀들은 무력감과

상적인 결혼비용이 ‘3천만 원 미만’이라고 응

박탈감을 느끼고, 혼주인 부모들은 자녀의 결

답했다. 이어 ‘3천만 원이상~6천만 원 미만’

혼을 위해 노후 대비를 포기하고 빚까지 지는

은 11.4%, ‘6천만 원 이상~8천만 원 미만’은

경우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4

28.1%를 차지했으며, ‘8천만 원 이상 1억원 미

인트렌드모니터), <리서치보고서> 고. 전국의 만19~38세의 미혼남 녀를 목적적 할당표본 추출법으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2) 3

여성가족부, 2012 4

유계숙 (2014). 청년층 대학생의 소비욕구와 기대결혼비용이 기 대결혼연령에 미치는 영향. 보건 사회연구, 34(2), 367-392. 참고


87

한양 94호

결혼식에 부는 새로운 바람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것은 결혼하고 싶

다. 또한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원한다

은 나이 그리고 결혼비용이었다. 결혼은 ‘꼭’

는 응답은 2009년 16.6%에서 2015년 5.7%까

해야 하는 것의 자격은 잃은 모양새지만, 우리

지 5~6년 사이에 10%나 줄어들었다. 반면에

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백년해로를 꿈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은

꾼다. 비용과 생활고가 우리의 목을 죄어오자

2009년 21.4%에서 35.1%로 괄목할 만한 성

청년들은 영리하게 방향을 틀었다. 최근 5년

장을 보여주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결혼식의

사이 선호하는 결혼의 방식에 눈에 띄는 변화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허례허식은 털어내고

가 생긴 것이 그 증거이다. 아래 자료에서 알

가까운 사람들만을 불러 모아 사랑을 맹세하

수 있듯이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을 원한

고 축복을 받는 이른바 ‘작은 결혼’들이 속속

다는 응답이 50%를 웃돌며 증가하는 추세이

등장하고 있다.

결혼식 선호 방식

2009

51.3

52.2

2010

2011

2014

2015

53.4 50.4 51.2

21.4

경제적이고 실속있는 결혼식

25.1

32.5

35.1

24.3

16.6

11.8

11.9

7.7

5.7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

소규모 결혼식

(예 : 유명 호텔 결혼식 등)

출처 : (주)마크로밀엠브레인, <리서치보고서> 2014년 3호


88

결혼방식의 새로운 바람이 연예계에 먼저

인 채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어 세간

불어온 것인지 아니면 방송과 SNS 등 각종 매

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사랑받고 있는 셰프

체에 노출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은 결

이찬오와 방송인 김새롬도 작은 결혼식의 유

혼’을 올리는 연예인들이 눈에 띈다. 유명 가수

행에 합류했다. 이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

이효리는 그 부와 명성과는 다르게 제주도에

서 종아리 길이에서 댕강 잘린 하얀 드레스를

서 친지들만 불러 소박하게 ‘하우스웨딩’을 올

입은 신부와 손을 꼭 맞잡은 신랑의 환한 미소

려 작은 결혼식의 서막을 열었다. 뒤이어 올해

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화려한 호텔에서 수

도 미모의 배우 원빈-이나영 부부도 강원도

백명의 하객과 축의금이 따르지 않더라도 신

정선의 한 산골 메밀밭에서 일가친척들만 모

랑신부는 그 자체로 빛이 났다.

하우스웨딩을 하는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셰프 이찬오와 방송인 김새롬.

강원도 정선에서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셰프 이찬오와 방송인 김새롬.


89

한양 94호

작은 결혼, 큰 생각

비가 오던 저녁, 『한양』은 작은 결혼에 대한

『한양』 : 최근 들어서 유독 연예인들의 ‘작은 결

궁금증을 안고 동국대로 향했다. 동국대 장

혼식’ 기사가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호

재숙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함이

텔에서 비공개 호화 결혼식을 했다고 많이 나왔

었다. 장재숙 교수는 ‘결혼과 가족’이라는 교

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게다가 SNS에는 혼인신

양수업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있

고만 했다거나, 어디가서 웨딩촬영을 스스로 했

었는데, 수업 내용은 물론이고 ‘대학판 우리

다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결혼했어요’로 불리는 가상 결혼 체험을 할 수

요. 이런 작은 결혼, 혹은 스몰 웨딩의 부상을 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떻게 보시나요?

SBS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 대학교육협의

장재숙 교수(이하 장 교수) : 연예인들의 결혼 소

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2012년 상반기 대학

식이 당장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들

100대 명강의에 선정되기도 했으니 그 진가

이 이런 작은 결혼식을 선도한 건 아닐까, 하고

는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그런 장재숙 교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작은 결혼’은

수에게 작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었을 거 예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요. 그럼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우리 사회 자체가 남의 시선을 중요 시하기 때문이에요. ‘남들이 우리 결혼식을 어떻 게 볼까’, ‘이 정도면 부모님 지위에 걸맞을까’, ‘하 객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등등 외부의 시선에 갇혀서 자꾸만 결혼식을 크게 해왔기 때문이죠. 이전엔 작은 결혼이 있었어도 묻혀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다시 표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은


90

그만큼 젊은 친구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

이 왜곡되어 있더라고요. 어떤 커플이 ‘작은 결혼’을

이라고 봐요. 과거에 작은 결혼식이 있었든, 없었든

하겠다고 해서 조사해 온 것을 봤더니, 혼수비용이

상당히 반가운 변화죠.

총 4억이었어요. 작은 결혼이라고 하면 조용한 곳,

도시 외곽에서 사람을 조금만 불러서 식을 올리는

『한양』 : 그럼, 작은 결혼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

것으로 생각했대요. 이렇게 ‘작은 결혼식’과 ‘작은 결

을까요? 익숙하게 사용하지만 정작 그 정의는 확실

혼’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혼동하는 경우를 많이

하게 내려지지 않아요.

봤어요. 얼마 전에는 작은 결혼을 한 대서 초대받아

장 교수 : 아직은 과도기라서 더 그럴 수 있어요. 전

서 갔었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작은 결혼’의 형식만

통적이고 만연해 있는 과정과 절차의 비중이 큰 결

을 빌려주는 예식장이더라고요. 소규모이지만 최고

혼식에서 작은 결혼식으로 넘어갈까 하는 단계이거

급의 내부와 비싼 식대, 거기에 비싼 웨딩드레스를

든요. 제가 진행하는 “결혼과 가족”이라는 교양수업

대여하고, 수백만 원짜리 야외촬영을 하고, 수천만

에서 학생들에게 가상이긴 하지만 커플끼리 시장조

원짜리 보석을 예물로 주고받았다면, 진정한 작은

사를 거쳐서 혼수 예산을 작성하는 시간을 갖는데

결혼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요, 학생들의 사례를 보니 작은 결혼식의 인식이 많


91

한양 94호

『한양』 : 작은 결혼‘식’과 작은 결혼을 구분해야 한다

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겠다는 친구들이 적지만

는 점이 진짜 중요한 것 같네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장 교수 : 그럼요. 정말 중요해요. 식장 규모만 ‘작은

결혼식’이 아닌 결혼 절차상에 발생하는 전반적인 거품까지 없앤 ‘작은 결혼’이어야 지금의 유행처럼 부는 바람이 호화로운 결혼식을 대체할만한 문화 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작은 결혼식’이 아닌, ‘작은 결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한 조건들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가 바로 ‘거품 빼기’ 즉,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은 전부 덜어내고 필요한 것만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스스로 필요 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생략할 수 있어야하 죠.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결혼이 가진 ‘허례허식’적 인 측면이 상당 부분 줄여질 수도 있겠네요. 또, ‘결 혼당사자인 두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준 비한다’라는 조건도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부모님에게 기대지 않고 부 부가 벌어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작해야 하죠. 그래도 요즘 친구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하는 데, 수업시간에 불어보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부모


92

왜 하는 걸까요?

『한양』 : 그럼 작은 결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

근 젊은 세대들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 자신만의 스

까요? 조사하면서 고민하다가, 당장 살기가 너무 힘

타일을 담아내려는 시도 또한 꾸준히 하고 있는데

들고 사랑해도 결혼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그런 건

요, 그러한 시도가 결혼식에까지 반영된 것으로도

아닐까, 하는 비용적인 측면과 남들과는 다른, 자신

보여요. 이제 더 이상 똑같은 예식장에서 똑같은 예

만의 결혼식을 하고 싶어서 작은 결혼을 한다는 개

식을 치루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담아 자신만의 방

성적인 측면으로 정리해봤어요. 그 교수님은 어떻

식으로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반

게 생각하세요?

영된 결과겠죠.

장 교수 : 물론 두 가지 측면 모두 원인이라고 생각

하나 더, 결혼에 대한 의식이 정말 많이 변화했다

해요. 그 중 결혼을 포기하는 대표적인 원인이 높은

는 점을 이유로 들고 싶어요. 젊은 세대들이 결혼에

결혼비용 때문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꼭 큰 비용을

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원하는 결혼식을 할 수 있

이루어낸 결과가 작은 결혼 아닐까요? 형식이나 절

다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고도

차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의식, 그리고 남들보

볼 수 있겠어요. 물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젊

다 부족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소소하게 즐겼다면

은 세대지만, ‘왜 우리세대는 모든 걸 포기해야만 하

그걸로 괜찮다는 마인드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결

는 걸까’로 생각이 끝난 게 아니라 거기서부터 출발

혼생활에서 중요한 건 1시간이면 끝이 날 결혼식이

인 거죠. ‘이젠 더는 수동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

아니라 결혼식 이후의 결혼생활이라는 사실을 조금

기만 하는 존재로 살지 않겠다’, ‘여전히 능력은 많이

씩 깨닫기 시작한 거죠.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부족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도 무엇인가 해낼 수 있

후회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결혼식을 준비한 만큼

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는 작은 외침에서 만들어

결혼생활도 준비했더라면….’이라는 점을 볼 때 이런

낸 결혼문화라고도 볼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개성적

생각의 변화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인 측면도 작은 결혼식에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최


한양 94호

『한양』 : 시간이 흘러 작은 결혼‘식’을 넘어 진정한 의 미의 작은 결혼이 자리를 잡는다면 결혼 절차는 분 명 더욱더 간소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 사실혼’이라고 혼인신고 없이 사실상 결혼생활을 하 여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도 많잖아요. 우리 나라도 그런 커플들이 많이 생길까요? 장 교수 : 아마 곧 그런 관계를 맺은 부부들이 많아 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훨씬 먼저 사실 혼 관계를 인정했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면으로는 안 정적이에요. 핀란드는 결혼보다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아졌는데, 법적인 부부가 아닌 동거인 상태에서도 그만큼 메리트가 많다는 것을 의미해요. 게다가 우 리나라에도 법률로 인간관계를 묶어놓는 것이 불편 하다는 인식이 일부지만 분명 존재해요. 이 때문에 결혼을 거부하기도 하고, 법률로 속박되거나 그 틀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 죠. 만약 작은 결혼의 정착이 사실혼의 확산으로 이 어진다면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고), 아마 우리 나라에서는 혼인해서 낳은 아이만을 법적으로 인정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결혼문화가 변화할수록 정책 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변화할 필요가 있어요.

93


94

작은 결혼을 위해서

『한양』 : 이야기를 나눌수록 작은 결혼을 하고 싶

싸여 사진을 찍는 것도 기억에 남았겠지만, 여행하

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웨딩드레

면서 느낀 감정들, 화면들이 정말 오래 기억에 남더

스는 꼭 입어보고 싶다’, ‘할머니 앞에서 입장은 꼭

라고요. 당시에도 왜 그런 결혼을 하느냐고 묻는 사

해보고 싶다’와 같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충돌하는

람들이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번 결

것 같아요.

혼기념일엔 아이들과 함께 그 장소를 여행갈 계획

장 교수 : 작은 결혼의 포인트는 본인이 생각하는 불

을 세울 수 있어서 좋아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

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원하는 것만 최소한으로 포

나 저희가 원하는 결혼식을 고민하니까 좋은 결과

함하는 것이에요. 원하는 결혼식의 면면 중에서 정

가 생기더라고요.

말로 하고 싶은 것들만 모은다면 저는 그게 작은 결 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작은 결혼이 유행처럼

작은 결혼이 최근 몇몇 연예인의 작은 결혼이

번질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본인이 원하는 결혼이, 결

화제가 되어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형태의 결혼

혼식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식으로 인식되기는 했으나 사실 이전부터 존재해

제가 이런 ‘작은 결혼’에 대한 인터뷰를 하게 될 것

왔다고 한다. 장 교수의 결혼식도 일면 작은 결혼

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도 나름대

의 면면을 띄고 있었으니 말이다. 장 교수는 최근

로 약 20년 전에 ‘작은 결혼’을 한 사람이에요. 사람

변화해가는 결혼식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

들이 쉬어야 하는 주말에 초대하고 싶지 않아서 금

다. 『한양』이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작은 결혼

요일에 예식을 했고, 평일이라서 진짜 오지 않아도

은 청년들이 제한된 경제적 상황에 굴하지 않고

될 하객들을 한 번 거를 수 있었고, 소규모의 하객

개성을 꽃피워 만들어가는 새로운 결혼문화라는

과 함께 조촐하게 했었어요. 야외촬영도 안 하고 저

것이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의식이

희끼리 돈을 아껴서 신혼여행으로 8일 동안 유럽배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기존의 틀에서

낭여행을 했어요. 결혼식장에서 많은 사람에 둘러

벗어나 자신만의 결혼식을 만들어가는 젊은 세


한양 94호

대를 칭찬했을 때는 괜히 어깨가 들썩여지기도 했다. 개념이 정립되어가는 과정이라서 작은 결 혼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결혼식들이 혼재하 고 있었지만 작은 결혼에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 다.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것이라도 허례허식이라 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혼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더 나아가 유행을 좇지 않고 두 사람이 진정 꿈꾸던 결혼식을 올리는 것 을 보탤 수도 있겠다. 한 시간가량 인터뷰가 끝나고 장재숙 교수님은 유쾌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자문을 얻기 위해 찾아간 자리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작은 이모를 만나서 결혼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듯 후 련해졌다. 커피는 차게 식어갔지만 카페를 나서던 필자들의 발걸음이 든든하던 것은 그 때문일까.

95


96

우리 결혼할까요

작은 결혼식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의 결혼

생활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결혼식을 준비

식을 그려보던 『한양』에게 장재숙 교수는 마지

하는 데 있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색을

막 말을 전했다.

담아내었던 것처럼, 결혼생활 역시 결국 두 사 람의 부부가 주체적으로 나름의 방식을 꾸려

“어떤 결혼식이든 중요한 것은 형식이나 절

나가야 한다고 장재숙 교수는 덧붙였다.

차가 아니라 그 결혼의 의미에요. 결혼식이란

당신의 결혼은 어떠한가. 당신은 당신의 미

순간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배우자와 오랜 시간

래 결혼에 대해서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는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서로의 약속이자 결혼생

당신의 그림 속에 결혼식만 있었다면 이제는

활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에요. 이 점을 명

결혼에 대한 그림을 넣어보길 바란다. 언제 어

심한다면 어떤 형태의 결혼식을 하더라도 진

디서 어떻게 결혼식을 하느냐 보다 중요한 것

심으로 즐기며 행복한 마음으로 결혼할 수 있

은 누구와 어떤 약속을 하는지, 어떤 미래를

지 않을까요?”

그려가는 것이다.

결혼식의 형태만 고민하다 보면 진짜 결혼 의 의미는 간과하기 마련이다. ‘식'을 어떻게 올 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혼’이 가진 의미 이다. 결혼의 과정에서 결혼‘식’은 ‘결혼’의 일부 분일 테니 말이다. 이렇듯 결혼식에 불어온 새 로운 바람은 청년들이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였다. 결혼‘식’에 대한 고민은 결국엔 결 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며, 다시 결혼

‘우리 어떤 결혼할까요?’


97

한양 94호

당 신 의

이 야 기 를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들 려 주 세 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이준건 010.2206.3626 접수: HYgyoji@gmail.com


이 교육을 아시나요? 수습위원 이상권 / docghtmare@daum.net

동네 근처 공원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저 멀리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흘겨본 아이들 무리에

M

서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멀리서도 구분되는 곱슬머

EDUCA 리와 꽤 까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높은 콧대와 부리부리한 눈까지. 영락없는 ….


MULTIPLE CULTURES

ATION


100

슬픈 이야기

9월 2일 터키 남서쪽, 지중해와 맞닿은 보

해안가까지 떠밀려온 채 죽어있는 아일란의

드룸의 해안가에서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

사진이 보도된 이후, 국민의 이익과 인간애라

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아일란의 가족들은 쿠

는 큰 틀로 다투던 세계인들은 이 비극적인 상

르드민병대와 IS의 격렬한 전투가 매일매일 이

황에 애도를 보내며 함께 슬퍼하였다. 또한 정

어지는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터키로 탈출하여,

부에게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대책을 촉구하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최종적으로는 친척

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난민

이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로 이동하여 그곳에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유럽 각국 정부의 태도

서 거주하려 하였다. 하지만 지중해를 건너 그

를 적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리스로 넘어가려는 그날, 바다는 거칠었고, 높

그 당시 유럽국가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은 파도에 보트는 전복되었다. 아일란의 아버

보여준 나라는 독일이었다. 아일란의 비극적인

지는 필사적으로 가족들을 붙잡으려 했지만,

사건이 있고 나서, 독일정부는 특별열차 편을

역부족이었고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

동원하여 헝가리에서 발이 묶인 시리아난민들

은 익사하였다. 아일란은 사망한 채 파도에 실

을 독일영내로 직접 이송하는 적극적인 수용

려 터키 해안가로 밀려왔다.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독일국민들의 반응은


101

한양 94호

어떠했을까? 난민이송열차가 정차하는 각 역

당장 필요할 식료품과 옷가지들, 그리고 따뜻

의 광장에는 독일국민들이 운집해있었다.

한 미소로 동참했다. 독일정부와 국민들은 국

특별열차까지 동원한 적극적인 난민수용 정

경개방과 같은 물리적인 경계를 허물었을 뿐만

책에 독일국민들 대다수는 종이상자 한 면이나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

역대합실 바닥에 적은 환영메시지와 난민들이

할 결심을 한 것이다.

잘펠트역에서는 난민들을 태운 특별열차가 들어 오는 밤까지 주민들이 기다리고 서서 시리아난 민들을 환영했다. 한 남성은 종이상자 밑면에 영 어와 독일어로 “환영합니다”를 적고 미소와 함께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했다.

프랑크푸르트역에서는 주민들이 난민들이 당장 필 요할 식료품들을 모아두고 그들을 맞을 준비에 분 주했다. 바닥에는 WELCOME이라는 환영메시지 가 적혀있다. 실수로 L을 하나 더 썼는지 어렴풋 이 지워져있다.


102

우리는?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국제결혼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

독일국민들처럼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

만 국제결혼으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에서 태

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결심을

어난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그들을 포용함으로써 늘어날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들이 공존하는

사회적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다문화사회에서 갈등과 충돌은 빈번하였다.

물론 난민들이 주로 발생하는 중동이나 아프

미국의 경우 건국 초기부터 존재했던 흑인집

가니스탄, 북아프리카지역과 거리가 먼 대한

단과 백인집단의 갈등은 19세기에 링컨 대통

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난민문제가 그렇게 와

령이 노예를 해방하고, 20세기에 흑인권리운

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동이 활발했던 역사를 거친 후에도 남아있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사는

다. 오히려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의 등장으

것도 아니다. 2007년,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로 미국사회의 갈등은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외국인의 숫자가 1,000만 명을 넘었으며 체

18세기 프랑스대혁명 이래 박애정신에 따라

류외국인 증가 추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량의 이민자를 수용함으로써 다문화사회

체류외국인 현황 180만

단위 : 10명

160만

2007년 1000만 명을 넘은 체류외 국인 수는 2014년 두 배에 육박하 고 있다.

140만 120만 100만 80만 60만 40만 20만 0

출처 :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 2010

2011

2012

2013

2014

책 통계연보」


103

한양 94호

로의 진입이 빨랐던 프랑스에서조차 갈등은

돌은 어쩌면 다문화사회에 당연히 주어지는,

1

꾸준히 있었다. 올해 초 일어난 샤를리 에브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일지도 모른

IS 사태와 같이 과격화되

도 테러사건1으로 프랑스 국내에서 서로 다른

다. 우리는 서둘러 이 과제의 답을 찾아 우리

는 만평을 실은 언론사, 샤

종교와 문화를 가진 집단 간의 갈등이 격화

보다 먼저 다문화사회가 된 국가들의 전철을

되기도 했었다.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다

밟지 말아야 한다.

는 이슬람 사회를 풍자하 를리 에브도에 무장괴한이 침입, 총격으로 샤를리 에 브도의 편집진들과 시민들 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건

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집단 간의 갈등과 충

다문화가정 학생 수, 전체 학생 수 7만

단위 : 명

다문화학생 수는 10년도 이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절대적인 수치는

6만

작은 편이지만 그 증가추세는 전체

5만

학생 수의 감소추세와 대비된다.

4만 3만 2만 1만 0 2010

2011

2012

2013

2014

800만

단위 : 명

700만 600만 500만 400만 300만 200만 100만 0

2010

2011

2012

2013

2014

출처 : 교육부, 「다문화가정 학생 현황」


104

지금 만나러 갑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국제결혼 이 시작되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농촌총 각 장가보내기의 일환으로 국가가 나서서 국 제결혼을 장려했다. 그에 따라 다문화정책은 국제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다수였 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결혼은 감소추세에 접어들었고, 반대로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다 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 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 인 만큼, 이제는 그들에게 주목해야 할 때이 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2011년 3월에 강남 YMCA건물 3층에서 문을 연 다애다문화학 교를 방문했다. 다애다문화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수업시 간이라 복도는 비어있었고, 학생들은 각자의

『한양』 : 안녕하세요, 먼저 선생님 소개 부탁합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몇 년 전 필자

니다.

가 다녔던 중학교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희용 교장선생님(이하 이) : 저는 지리교사로

교무실에 들어가 신분을 밝히고 다애다문

26년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학생들을 대학

화학교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이희용

에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다가 허

교장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리를 다치게 되고 하반신마비가 될 뻔했습니다. 그렇게 다치고 나니까 ‘지금까지는 학생들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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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학 입학을 위주로 가르쳤는데 이제부터는 교육

육부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가

2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

르치다보면 다문화학생들이 한국어를 기계처럼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

더라고요. 당시 외국인등록수가 이미 1000만 명

배우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넘어선 시점이어서 다애다문화학교를 위탁형

대한민국이 마음에 들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후

육의 학습자가 되는 학생

대안학교2로 설립인가를 받은 뒤 다문화학생들

에야 한국어를 배우려고 합니다. 한편 직업과 관

상태에서 그 학생을 위탁

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련된 체험활동도 진행합니다. 관광산업에 대해 서는 호텔을, 경제생활과 관련해서는 은행을 체

『한양』 : 다애다문화학교에서 시행하는 다문화교

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

육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아야지’ 같은 생각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 뒤에

이 :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을 기존의 한국학생

한국어와 같은 대안교과나 일반중학교와 같은

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학생이 자신의

보통교과를 가르칩니다.

정체성을 찾도록 돕자’, ‘다문화학생들이 자신의 직업을 찾게 해서 세금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아

『한양』 : 방금 말씀하셨던 대안교과는 한국어 외

니라 세금을 내면서 살게 하자.’입니다.

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편성되나요? 이 : 한식을 만들기도 하고요, 미술 시간도 있는

『한양』 : 다애다문화학교에서 시행하는 다문화교

데 만들기나 그리기 같은 창작활동을 통해 학

육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생들의 심리상태를 알아봅니다. 또 음악 시간에

이 : 저희 다애다문화학교는 한국문화체험을 우

는 오카리나연주를 하는데요, 개별연주가 아니

선적으로 시행해서 다문화학생들이 한국에 대

라 합주 위주로 진행함으로써 협동성을 기르고

해 알 수 있도록 합니다. KSL(Korean as a Sec-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학생들도 굉장히 즐거

ond Language: 제2언어로서 한국어)이라는, 교

워합니다. 저희 학교가 위탁형 대안학교이기 때

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학 교와는 다른 학교. 대안교 의 학적을 기존학교에 둔 만 받아 교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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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교과편성이 일반중학교보다 자유로워 대

『한양』 : 그렇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다애

부분의 대안교과는 학생 흥미를 고려해서 편성

다문화학교에서의 다문화교육이 다문화사회의

합니다. 물론 다문화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요?

인 한국어 과목의 경우는 한 주 총33시수 중에

이 :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문화에 대

서 반이 넘는 17시수를 편성했습니다.

해 반감을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문화 를 가진 사람이 우리에게 피해를 줬을 때에요.

『한양』 : 방금 교무실을 살펴보던 중에 멘토링에

특히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이 경제적 이익

관하여 적혀있던데요, 멘토링 활동에 관한 설명

을 가져갈 때, 반감이 격렬하게 표출되죠. 그래

부탁합니다.

서 저는 다문화사회에서의 갈등이 단순히 문

이 : 다애다문화학교에서는 멘토링을 학생들의

화 간 차이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과 진로탐색을 위해 실시하고 있습

도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문화교육

니다. 다문화학생중에서 가정불화나 낯선 사회

은 다문화복지와는 다름을 상기해야 합니다.

에서의 적응으로 인해 정서적 불안을 보이는 학

다문화복지는 여성가족부를 통해 시혜적으로

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학생들과 동일문화권

이루어졌어요. 물론 이제 막 정착하는 사람에

의 사람을 연결해줘서, 그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게 당장 혜택이 필요하기는 하죠. 하지만 그러

안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후

한 복지는 세금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

에 진로탐색관련 멘토링을 실시하는데요, 각종

존 국민들의 불만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불만

직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많은 도움

을 야기할 수 있는 복지와 달리 교육은 학생들

을 주십니다. 물론 담임선생님들이 주기적으로

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우고, 경제적 활동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을 하고 세금을 내는 제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즉 다문화교육이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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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을 경제적 원인단계에서 차단함으로써 갈등을 줄

응하면서 겪을 심리적 문제도 놓치지 않았다. 초

이는 것입니다.

기 적응시기에 필수적인, 한국에 대한 이해를 돕 고자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애다문화교육의 경우 다문화교육의 상당 부

또한 한국생활을 하면서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분을 경제적 자립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적 자립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 외에도, 지역사회와 연

을 위해 다문화학생이 직접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현장기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실제로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진로 를 찾도록 한다. 물론 다문화학생들이 한국에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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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

다애다문화학교와 같은 방식의 다문화교육

아가야 한다. 그 다문화사회를 대비한 교육

은 학교에 재학하는 다문화학생들에게 한국

이 다문화교육임을 고려해 볼 때, 다문화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하

정 출신 학생들만이 아닌 한국학생들도 대

고 있다.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은

첫 번째 한계는 다문화가정 출신이지만 이

분명하다.

같은 다문화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이 있다는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의 경우 적응이 강

것이다. 한국의 다문화교육의 경우 정규교육과

조되었다면 기존 한국가정 출신 학생들의 경

정이 아닌 대안학교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에

우 포용이 강조된다. 다문화가정출신 학생들

일반학교에 재학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

을 생김새나 말투 등을 먼저 고려하는 민족

은 다문화교육을 받지 못한다. 일반학교에 재

개념에 따라 이방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학 중인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모두 적응

그들을 동등한 주권을 행사하고 의무를 부여

을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은 기존 한국

받는 국민개념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기존 한

학생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

국가정 출신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

한 다문화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

들을 이방인으로 인식하고 배척하고 거부한

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다면 다문화학생들의 학교적응은 어려워지고

두 번째로는 기존 한국가정 출신 학생들

그들은 소외된다. 또한 이러한 배척과 거부

이 다문화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

는 다문화사회에서 필연적인 다양한 문화집

론 한국학생들이 다문화교육이 왜 필요하냐

단의 공존에도 두고두고 걸림돌이 되며 사회

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에서

적 갈등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기존 한국가정

태어났든 기존 한국가정에서 태어났든, 우리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을 지향

대부분은 앞으로 도래할 다문화사회에서 살

하는 다문화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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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물론 다문화교육이 이질적 집단을 융화하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연구원은 다문화교육의

4

는 데 효과가 있는가하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

효과를 검증한 최근 연구논문 36편을 분석하

이정민, 전경남, 「일반가

다. 한국의 경우, 다문화교육이 공교육의 필

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4 그 결과는 ‘다문화교

수과정이 아니기에 일반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육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한 국내 연구의 결

이루어지지 않아 다문화교육의 효과가 실제

과를 종합했을 때 다문화교육프로그램이 전

학교에서 어떤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반적으로 효과적이었음’이었다.

인종, 피부색, 민족에 의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인종, 피부색, 출신국가(민족)에 의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9%의 사람들이 ‘있다’고 답하였다. 미미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50명 중에 한 명이며 6년 전보다 큰 폭으로 늘었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출처 : 국민인권위원회 「국민인권의식실태조사」 표본 추출 : 다단계 지역 집략 확률 표집방법 조사대상 인원 : 1,500 명

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2013,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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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간, 사회, 성공적 다문화교육이라면 적응과 포용, 두 마리

회에 진출하여 영향을 주기까지, 그동안 일

5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학교교육단계에서

어날 갈등에 대해서는 다문화교육이 해결책

유아에서 시작하여 노년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갈 한

이 될 수 없다. 또한 정치적이고 법적인 제도

친 교육을 일컫는다.

국에서의 삶을 설계해보고 자신의 특성을 충

의 변화는 사회 전체의 인식이 변화해야하기

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업들을 체험할 수 있

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즉 다문화

다면 이전보다 수월하게 사회에 진출하여 ‘세

교육이 한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시

금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면

간이, 그것도 한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여 영

서’ 살아갈 터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사

향을 끼칠 수 있는 꽤 긴 시간이 필수적인 것

회에 적응한 그들을 기존 한국인들의 부담을

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다문화교육이

늘렸다는 죄명으로 거부하고 비난하는 일은,

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문화교육이 다문화사

억지로 하지만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다

회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른 한편 기존 한국인들은 평생교육5을 통해

다문화사회에서 마주할 갈등을 해결할 수 있

사회 안에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와 그 문화

는 것을 ‘다문화사회의 답’이라 한다면, 다문

를 가진 구성원들을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포

화교육이 ‘다문화사회의 답’이 되는 것은 시간

용에 한걸음 다가갈 것이다.

문제일 뿐이다.

배척과 거부가 존재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자 하는 다문화교육이 지금 당장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다문화사회를 앞둔 상황 에서 야기되는 갈등들이 지금 당장 해결되지 는 않을 는다. 한국가정 출신이든 다문화가 정 출신이든, 그들이 다문화교육을 받고 사

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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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9호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15학번 새내기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이준건 010.2206.3626 /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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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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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왜 무한도전인가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SOOL 좋아하세요?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집위원 김보령 tjddnstjdeks@naver.com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휴대전화 너머로 짓고 있을 너의 표정을 나는 몰라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말문이 막혔을 때 네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당장 만나 - 우리 지금 만나,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수록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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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나 카톡을 남기고, 카톡과 문자로 연락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페이스북에 들어가 메시 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 만나고 싶은 마음은 실제 만남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 오늘 과제 때문에 바빠’, ‘아르바이트 있는거 알잖아’, ‘아직 일이 많이 남았어’ 등의 이유로 당신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에 남기는 말은 ‘카톡해’다. 우리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어느 시대보다 많은 사람과 동시다발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친 구의 소식을 어느때 보다 빠르게 접하고 있고, 일상생활 속에 카톡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하 지만 어쩌면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직접 얼굴을 보는 ‘만남’을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연락과 만남의 경계가 흐려져서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끊 임없이 연락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한번 보자’라는 말을 ‘카톡해’라는 말과 비슷하게 자주 쓰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서로 만나고 싶었다. 이제는 ‘카톡해’라는 말 뒤에 얼굴을 보고 말을 나누고 싶은 그 마음에 주목해보자. ‘만남’의 가치를 알고, 수많은 ‘카톡해’와 ‘한 번 보자’라는 사이에서 ‘ 우리 직접 만나’를 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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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 학교 안에서 만나기 ; 하이트와 규다방

애지문을 올라오면 보이는 거대한 학교, 그리고 그곳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 어쩌면 우리 가 학교에서 하루 동안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정말 적을지도 모른다. 순간적으로 지나 치는 많지만, 핸드폰 속에 얼굴을 파묻은 사람들과 정말로 얼굴을 맞대고 마주보기는 힘들다. 핸 드폰 너머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 힘든 한양대에서 몇몇 단과대 학생회들은 직접 그런 만남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사회과학대학 31대 하움학생회 정학생회장 김하 은 학우(미컴 12)와 인문과학대학 31대 솔루션학생회 前 학생회장 오규민 학우(사학 12)의 이야기 를 들어보자.

『한양』 :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활동을 기획하고 2015년 한 해 동안 실행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 떤 활동들이었나요? 김하은 학우(이하 김) : 제 이름에서 따온 ‘하은이와의 데이트’, 줄여서 ‘하이트’라는 활동이에요. 사회 대 학생회에서 사회대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 기획한 만남 사업입니다. 오규민 학우(이하 오) : ‘규다방’은 학우만남사업으로 제 이름의 ‘규’자와 한인규 부학생회장님의 ‘규’ 자를 따서 만들었어요. 학우들과 직접 일대일로 만나기 위해서 저희가 만든 드립 커피를 마시며 진 행했습니다.

『한양』 : 어떤 계기로,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 사회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800명이 넘는 사회대학우분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 어요. 회의, 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직접 1:1로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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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한마디로 하자면, 인문대 학우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각종 사업 (예를 들어 새 터, 야식 사업 등)에서 학우분들을 만나긴 하지만 학교생활이나 각종 이야기 거리를 깊이있게 진행하 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직접 한 분 한 분씩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 했던거죠.

『한양』 : 그동안 많은 만남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다면 무엇이 있 을까요? 김 : 여러 새내기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제가 이제는 4학년이 되어 새내기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것이 조금은 힘들지만, 하이트를 통해서 새내기 친구들과 밥도 먹고 같이 차도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오 : 1학기에 진행을 할 때 만난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직접 페이스북에 보고했기 때문에 다들 기억에 남아요. 그중에서 뽑으라면, 아무래도 처음 만남을 진행했던 중문과 송기찬 친구와의 규다방 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친구의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당황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지만, 중국에 서 산 이야기와 인문대 학생회에 바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한양』 : 학생회로서 학생들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 : 학생들과의 만남은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학생회가 학우 여러분들 과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늘 가까이서 소통하고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나 누는 것이 학생회의 출발 지점이 아닐까요? 오 :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음으로써 저희가 해야 하는 것들을 알 수도 있고, 저희가 할 것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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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대해서 직접 해설하는 시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우분들이 가진 고민도 들으면서 더욱 열심 히 학생회에 임해 그 고민을 풀어드려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이트 진행 사진,

학생회로서 학우들과의 만남을 이어가자던 두 학우들의 고민이 꼭 닮아있었다. 그들은 활동을 소통의 시작이자, 기본이라고 생각했다지만 그들이 얼굴을 맞대고 만난 학생들은 그 만남 자체가 소중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들에게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였을 수도 있겠 지만,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번엔 ‘만남’으로 다 양한 가치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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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만나기 ; Humans of Seoul

우연히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내리다가 마주친 귀여운 아이 사진과 짤막한 인터뷰. (오른쪽 사진) 그것이 필자가 Humans of Seoul(이하 HOS)를 처음 알게 된 계기였다. ‘나도 엄마 사랑 많이 받았 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그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구나,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많은 생각 이 몰려왔다. 그 뒤로 가끔 올라오는 긴 인터뷰들을 읽을 때면, 사진 속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 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오랫동안 알아왔던 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HOS는 하나로 서울 사람들의 모습과 삶을 담아내는 프로젝트이다. 원조격인 Humans of New York는 벌써 200만이 넘는 독자들을 확보했고, Humans of Seoul 역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8 만 2천여 명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작정 거리에 나가 낯선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그 분이 살 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는 프로젝트의 핵심이 매력적이다. HOS의 목적은 “보통의 미디어가 보여주 는 극단적인 상황의 모습보다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들여다보자는”1것이라고 정 성균 편집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행복이나 슬픔, 두려움 등 살아가는데 중요 한 가치들 다루면서 삶을 느껴보자는 것인데, 기본적인 인터뷰 질문도 이런 정신을 기반으로 구성 한다고 한다. 평범하지만 스스로 쉽사리 묻지 못하는 질문들을 HOS는 담담하고 꾸준하게 던지고 있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혹은 이런 만남을 기획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Humans of Seoul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말이다.

『한양』 : 가장 먼저, Humans of Seoul에 속하신 분들이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성균 : 2013년 여름에 Humans of New York(이하 HONY)를 한 미국 친구한테 소개받았었어요. HONY 페이지에서 보는 다양한 독자들의 긍정적인 코멘트가 놀랍고 부럽기도 했어요. 대부분 인터 1

‘삶이 있는 삶을 꿈꿉니다’ Humans of seoul 정성균 편집장 & 박기 훈 아트디렉터, Platum, 2014,2,14일자 인터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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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4호

넷에서 사람들이 익명의 탈을 쓰고 불만과 질시를 늘어놓곤 했거든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우 리한테 이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에 가까운 친구이면서 실제로 사진 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기훈에게 같이 하자고 연락했어요. 기훈 : 어느 날 친구인 성균에게 HONY란 프로젝트가 있는데 어떠냐고 전화가 왔어요. 보자마자 하 고 싶었어요. 개인의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냈더라고요. 사진가란 직업을 가지면서 다양한 매체를 접 하고 지냈는데 그 한쪽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었어요. 주변의 보통의 사람들의 누구보다도 와 닿 는 이야기를 세련되게 보기 쉽게 담백하게 담아냈거든요. 규빈 : 원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끔 가치 있는 대화가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 아깝기도 하거든요. HOS를 한다면 그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잖아요. 사실 그냥 무작정 지원할 생각이었어요.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리나 :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2015년에 공고문을 보게 되었어요. ‘아... 한번 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죠. 공고는 모르는 사람 5명을 인터뷰하라는 거였는데 그 기한 내에 제가 사람을 찾 아서 인터뷰를 끝마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게 연습 인터뷰라고 알려드렸는데도 다들 열성적으로 도와주시더라고요. 한번은 바로바로 질문이 생각 안 나서 버벅거렸 는데 인터뷰이셨던 어떤 어머님께서는 절 기다려주시면서 격려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그 연습인 터뷰 덕분에 지금 이렇게 HOS 멤버가 되었답니다.

가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할 것만 같다던 마음, 그리고 누군 가에게 받은 응원에 힘입어서 지금의 HOS 멤버들은 함께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사람 들과 그들이 나눈 만남의 기억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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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HOS 멤버들의 단체사진

『한양』 : SNS를 통한 만남이 쉽고 가벼운 느낌이 있는데 이런 SNS 속의 만남과 사람들의 진짜 만남 을 연결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서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 왜 SNS라는 방식 으로 실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기훈 : SNS는 현재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에요. 사 람들이 개인의 감정들을 SNS를 통해서 소통하려 하는데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Humans of Seoul의 이야기도 바로 그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umans of Seoul이 매력적 인 부분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일 듯해요. 온라인에서 해소되지 않은 깊은 감정적인 교류의 부재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성균 : 사실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먼저 내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SNS를 활용한 건 아무래도 독 자 간의 커뮤니티 형성 때문이에요. 그냥 콘텐츠를 읽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의 코멘트를 보면 서 스토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거든요. 사람들이 거기서 서로 걱정하고 복 돋아 주더라 고요. 그리고 독자가 얻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인터뷰이도 마찬가지로 코멘트를 읽으면서 소통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한양』 : 서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요? 성균 : 우리 스스로 집단이 아니라 각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Humans of Seoul이 그런 부분에서 기여했으면 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희로애락 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다루고 있어요. 언제 제일 행복했는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들게 하는지, 언제 가 장 슬펐는지 같은 질문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추가로 물어요. 이런 질 문들을 통해서 인간 본연이 가지는 개성들을 다루려고 해요. 인터뷰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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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감춰져 있더라고요. 그런 작은 스토리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사람의 가치 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각자 다 생각이 있고 지나온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규빈 : 조금만 덧붙이자면 이런 개인의 소소한 경험과 생각도 공유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혼혈인 미국인을 인터뷰하면서 정체성 혼란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로 어떤 사람들은 ‘나도 한국 출생 ‘한국인’ 외모 아니면 다른 친구들과 왠지 다르게 느꼈다’고 생각할 수도 있 고, 그런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은 공감하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거죠. 한 편의 게시글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가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에요?

『한양』 :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리나 : 처음 만난 사람들이 무려 길거리에서 저희에게 다양한 얘기를 들려주는 걸 보면, 우리가 의외 로 주변 사람들의 얘기나 생각을 시간을 내서 잘 듣질 않는 것은 아닌가, 란 생각이 들어요. 서로를 향해 아주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물어보고 들어주면 모두가 더 친밀감을 느끼고 덜 외롭지 않을까 요. 그리고 하나 더 드는 생각은, 모두에게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는 거에요. 모두 자신만의 경험이 있 고 생각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겪거나 생각한 것들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 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내보내는 인터뷰는 항상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연예인이나 공 인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인데 말이죠. 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게도 저희가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내가 아 닌 다른 사람이라 특별한 게 아니고 개개인 모두가 특별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규빈 : 재밌어요.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걸 그냥 ‘아는’ 게 아니라 ‘체득’하는 중이니까요. 다들 재밌 는 얘기를 해줘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을 잘 못 하는 게 안타까워요. 항상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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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나오는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나랑 같은 나이인데도 저런 경험이 없네’라고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페이지에 올라오는 걸 보면 나름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하나, 하나가 걸어 다니는 현재진행형 역사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기훈 : 많은 사람이 외로웠구나, 이야기하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깊은 이야기 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합니다. 집에서, 사회에서 각자 위치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점점 이야기 할 곳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중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제 공해주는 것이 저희 의무라는 생각을 합니다. 태종 : 사실 사람들이 행동하는, 생각하는, 느끼는 방식은 다들 다르지만 비슷한 공간을 공유하기 때 문인지 대체로 처한 상황은 비슷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사람들에게 하는 질문은 때때로 저 자신 에게 하는 질문이 되어버린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 가 되는 거죠.

그들은 서울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특별함을 보고, 그들의 희로 애락을 공유하면서 조금이라도 덜 외로운 서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도 소 중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인데, 단지 만나지 못해서, 서로 들어주지 못해서 자 신을 초라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만날 수만 있었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었 다면 SNS 속의 우리는 서로 잘살고 있음을 홍보하지는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이 이 런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또 그들의 사진에 댓글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도 외로움을 조금씩 덜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이야기를 공유하 는 것만으로도, 혹은 내가 누른 좋아요로 다른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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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 우리는 또 다른 의미에서 ‘만남’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만남’의 형태는 아마 지금도 시시각 각으로 변하고 있을지도.

“삶이 있는 삶, 저희는 그것을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Humans of Seoul이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쉽게 묻히곤 했던 삶의 가치와 이유를 한쪽에서 조금이나마 조명할 수 있길 소망 합니다. 혹시 길거리에서 저희를 만나더라도 피하지 말아 주세요. 해치지 않아요.” 2 그들이 기획하는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삶이 있는 삶’. HOS는 쉽게 잊힌 삶의 가치들과 개인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한 장의 사진 속 언어들로 담아내고 있다. 그들은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삶의 향기를 전하고 있으리라. 그 향기를 같이 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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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삶을 꿈꿉니다’ Humans of seoul 정성균 편집장 & 박기훈 아트디렉터, Platum, 2014,2,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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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금 만나요

“사람들은 다들 오랫동안 자주 지나친 길거리가 한두 개씩은 있잖아요. 어느 날은 몇 년 동안 이 거리 를 지나가면서 한 번도 못 본 가로수가 갑자기 눈에 딱 들어올 때가 있어요. ‘새로 심었나?’ 하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나무를 둘러싼 주위 보도블럭만 살짝 솟아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탄탄하게 그 자리에서 성장 한 티가 나요. 알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저 가로수는 저기 있었던 거죠. 제가 정말 그 가로수를 그때 처음 봤을까요? 아뇨. 한 번만이 아니라 몇십, 몇백 번은 봤을 거예요. 근데 여태껏 그냥 지나친 거죠. 그러다 가 몇십, 몇백 번 만에 전 그 가로수를 처음 만난 거예요. 서로 이름과 얼굴을 알고, 심지어 말까지 섞었 지만 돌아서서 제가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만난 게 아니죠. 만남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 Humans of Seoul의 인터뷰이 태종

만남을 주제로 글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만남’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었다. 마침 글을 마무리할 때쯤 좋은 답변을 받아 결론으로 장식하고자 한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특별하지 않았고, 하지만 어느 순간 내 기억 속에 들어와 앉았다면 우리는 그 사 람과 ‘만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만남’을 통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은 설렘과 기 억 속에 남은 그 사람의 잔상을 느낀다. 시시각각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이 변하고 다양한 ‘만남’은 구현되지만 그럼에도 얼굴을 보고 앉아 이야기를 꺼내 듣는 만남의 소중함은 잊히지 않기를. 그리 고 이런 ‘만남’은 ‘카톡해’나 ‘전화해’ 혹은 SNS 속 ‘얼굴 한 번 보자’는 말뿐인 말에서 끝난 그 사람 들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 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서 지울 수 없는 삶의 향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만나면 된다. 무작정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들도 당신을 만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지금 만나’는 어렵지 않다.

“당신이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나 장황하게 늘어놓았네요. 우리 지금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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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민 중이니?

수습모집 대

15학번 새내기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161p 수습지원서를 작성하셔서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로 제출 후,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이준건 010.2206.3626 / HYgyoji@gmail.com


왜 무한도전인가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것들이 곳곳에 있다. 그만큼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국민 예능의 자리를 지켜 온 무한도전. 꺼지지 않는 그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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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은… 무한~도전! 스타들을 위한 짝 짓기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던 2006년.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 방하며 황소와의 줄다리기로 시작된 무한도전은 어느새 10주년을 맞이하며 명실상부 국민 예능 이 되었다. 지난 제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는 이를 축하하기라도 하듯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무한 도전을 대상에 선정하였다. 무한도전의 이번 수상은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예능이 대상을 차지 하였다는 점에서 각종 언론을 통해 크게 조명된 바 있다. 심사위원 측이 시상식을 통해 밝힌 대 상 선정 이유는 ‘예능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 10년간 창의적 아이템을 통해 지속적인 반향 을 일으킨 공로’였다. 무한도전의 매력은 매주 다른 특집이 방영된다는 다양성에 있다. ‘무형식이 형식’이라는 말에 가 장 잘 부합하는 무한도전은 정해진 포맷이 없기에 매번 다른 내용을 보여줄 수 있다. 멤버들은 농 부가 되어 벼농사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선거의 입후보자로서 경합을 펼치기도 한다. 특히 올해 는 멤버들이 직접 ‘토토가 특집’을 성공적으로 기획하며 제작진과 멤버들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무한도전방송의 횟수와 거의 맞먹는 개수의 다양한 특 집들이 기획되어 왔다. 한편 다양성을 차치하더라도 무한도전만이 갖는 진한 색채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익을 추구 한다는 것이다.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공익을 추구한다니 이에 실소를 보내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에만 그치려 하지 않는다. 수없이 다양한 특 집만큼이나 다채로운 방법으로 국민 예능으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웃 을 보살피는 따뜻한 면모를, 때로는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 차가운 면모를 보여주 는 무한도전. 그들의 구체적 모습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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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류를 위한 무한도전

‘평균 이하 여섯 남자의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성공보다는 도전 그 자체를 즐겨 왔고, 도전의 대 상은 언제나 비주류였다.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되는 스포츠의 종류만 보아도 그렇다. 에어로빅, 봅 슬레이, 레슬링, 여자 복싱, 조정 등 비인기 스포츠에만 도전하는 무모함을 보여온 것이다. 아울러 관심 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재조명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무한도전 최초의 장기 프로젝트는 2007년 댄스 스포츠 특집이었다. 여섯 멤버는 각자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기적을 바라며 맹렬히 연습에 매진했다. 대한체육회 댄스 스포츠 선수 로까지 등록하며 고군분투한 이들은 결과적으로 전원 예선 탈락하고 말았지만, 3개월 간의 준비 과정만으로도 댄스 스포츠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방송 초기만 해 도 댄스 스포츠에 생소했던 2,30대들이 방송 말미에는 ‘중년들의 사교 댄스’라는 부정적 인식을 넘 어 엄연한 스포츠로서 스포츠 댄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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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공단의 후원 이후 최현미 선수는 7차 까지 타이틀을 방어했다. 그리고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 한 뒤 상위 체급으로 의 새로운 도전을 하였고, 현재는 슈퍼 페더급 세계 챔피언이다.

후원자를 찾지 못해 국내 유일의 세계 타이틀(WBA 페더급)을 강제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 했던 최현미 선수는 방송 출연 이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든든한 후원을 받게 되었고, 선수 생 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2009년 방영된 봅슬레이 특집에서는 무한도전 팀이 직접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 이 과 정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일본에서 열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그대로 방영되었다. 당 시 우리나라에는 봅슬레이 트랙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훈련 역시 엉성한 자체 제작 봅슬레 이로 잔디 썰매장에서 진행되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우리나라의 열악한 동계 스포츠 여건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연거푸 실패하고 있던 당시, 우리 스스로의 개최 역량을 다시 한 번 돌 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봅슬레이 훈련장이 없는 우리나라에서의 훈련은 잔디 썰매장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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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이외에도 소외된, 관심받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무한도전의 관심은 계속되었 다. 최근에는 ‘소중한 이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먹여주자’며 기획된 배달의 무도 특집이 있었다. 수만 건의 시청자 사연 중 채택된 것들은 모두 타지에서 외로움을 겪고 있을 이들을 위한 것이 었다. 그 중 하하와 유재석이 방문한 일본의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 섬의 이야기는, 노동을 착 취당하고도 수십 년 째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재조명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일으켰다. 방송 이후 네티즌들의 모금을 통해 조성된 1,800만 원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양탑 과 우토로 마을을 정비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후에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단체의 도움이 잇따르고 있다.

1938년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농촌에서는 취업알선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별로 할당된 인원 을 강제로 모집하는 일이 벌어졌다. 말이 취업알선이지 그 당시 흔하게 행해졌던 협박과 위협 의 하나였다. 모집에 응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 배급을 끊는다든가 하는 식이었으니 가족을 위해서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끌려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쯔비시 중공업 소유의 하시마섬으로 배치되었고 허리를 펼 수도 없는 갱도에서 옆으로 누워 12시간씩 석탄을 채굴해야 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갱도를 나갈 수도 없었으며, 하루 치로 배급된 식량은 한 끼에 먹기에도 부족한 양이었다. 메탄가스 폭발이나 천장 붕괴로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 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다. 강제동원된 1,000여 명 중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망자만 134명에 이른다. 이와 같은 일본의 비인도적 행위는 철저히 숨겨졌고, 하시마 섬은 현재 일본 의 산업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관광객 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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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의 목소리

정규 방송시간 이외에도 종종 무한도전이 전파를 타는 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9시 뉴스에 서이다. 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 때문인데, 지난 7 월에 받은 징계가 가장 최근의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방송 대상을 받은 것과 같은 달에 내려진 방심위의 징계는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 거리게 했다. 문 제가 된 대목은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비현실적 대응을 풍자한 장면이었다(아래 그림). 이를 두 고 방심위는 “’중동의’ 낙타와 염소라는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국내 염소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 다”며 무한도전에 대한 행정지도를 행사하였고 제작진은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이 밖에도 무한도전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들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 고 풍자의 중요한 수단인 자막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은 방송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되 었다. 비록 이런 오지랖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징계를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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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방송? 자선 방송?

무한도전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방송마다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다. 마치 추격 영화와 같이 기획된 특집들은 제작진의 함의를 품고 있었으며 이것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다 양한 교육적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이하 소개 될 스피드 특집은 독도 분쟁과 관련된 정보를 세 련되게 녹여내며 2012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은상을 받기도 하였다.

한일 수교가 이루어진 1964년식 마이크로버스로 시작된 추격전. 멤버들을 뒤쫓던 두 외제차는 일본 내에서도 극우 단체를 후원하기로 유명한 도요타와 닛산의 모델이었다. 닛산은 우토로 마을 에 거주하던 한인들의 퇴거를 강요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후 이후 추격을 피하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은 자연스레 국회도서관의 한국사 섹션으로 향했고, 다음 지령이 끼워져 있던 페이지에는 고은 시인의 ‘독도’가 실려 있었다.( 뒷 페이지 사진) 이 밖에도 독도의 우편번호인 ‘799-805’와 동해를 ‘Sea of japan’이라 오기한 마 르코폴로의 여행지도가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제공되었으며,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독도 와 관련한 상식을 쌓고 독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교육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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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구성의 참신함으로 국제적 상을 수상한 본 편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심위의 징계를 받게 되 었고, 이는 당시 정부가 독도문제에 대해 미온한 대처를 하여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던 상황과 전 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한도전 앞으로의 10년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리더를 뽑자’며 기획된 선택 2014 특집도 공익 적 성격을 띠었다. 여섯 명의 멤버들은 실제 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갔다. 선거법 제정부터 후보자 토론회, 공약발표, 후보자검증까지 진행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이 다. 심지어 선거 중간 미미한 지지율을 보인 후보자들이 단일화를 결심하는 모습도 방송되며 실 제 선거에서 벌어질 법한 여러 시나리오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이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이 없었다. 여섯 멤버들은 어린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공 약도 발표하며 소중한 한 표를 호소했고, 덕분에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직접 선거를 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투표소는 전국 주요 10개 도시에 설치되었으며 선거 당일에 투표하 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위해서는 올해 6.4지방선거 때 처음 시행된 제도인 사전투표를 한 발 앞서 시행하였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선택2014 특집을 통해 6.4 지방선거와 사전선거제도를 알렸고, 젊 은 세대들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피력하여 투표를 독려하는데 일조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이에 대


한 공로를 인정받은 김태호PD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여섯 멤버들 또한 훈장을 수여 받았다. 자막을 통한 풍자나 교육적인 특집 방영 이외에도 무한도전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회 공헌에 힘쓰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달력 사업이나 2년마다 열리는 가요제에서 얻은 수익 등 시청자들에 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이 2010년부터 5년간 기부한 27 억 3577만원은 같은 기간 MBC 전체가 기부한 45억 8830만원의 60%에 달한다.(방송문화진흥회 ,MBC 기부금 현황). 이 밖에도 태안 사랑의 도서관 건립, 불우 이웃에 ‘뭥미’ 100가마 기부 등 프 로그램 내의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이나 생산물은 어김없이 전액 기부된다. 이번에 방송된 재능 경매나 멤버들의 비공식적 개인 기부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무한도전이 마치 자선 단체인 듯한 착 각이 들기도 한다.

무한도전 기부금 기타 프로그램 및 방송국 자체 기부금

40%

2010~2014 MBC 전체 기부금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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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무한도전인가

한편 최근 일부 시청자들과 언론 사이에서 무한도전을 향해 쓴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과거와는 달리 점점 더 안정적인 결과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냐 하 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단적인 예로 2015 무한도전 가요제에서는, 멤버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는 음악 보다는 성공적으로 음원 순위 상단에 올라갈 수 있는 곡들이 주를 이루었다. 가요제의 축제적 성격을 최대한 고려한다 하더라도 각 멤버들의 색깔을 십분 활용한 이전의 가요제들과 비교한다면 과하게 획일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실제로 가요제 음원 중 가장 멤버의 개성을 살린 ‘my life’는 음원 순위에서 홀로 가장 먼저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한 편에는 이미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무한도전이 더 이상 도박을 감행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방송들과는 대비되는 유난히 날카로운 잣대에 무한도전이 방어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조금만 재미가 없어도,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언론과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게 되는 무한도전에 10년 전과 같은 도전정신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온당 하며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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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ain, 무한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무한 도전을 해야 무한도전이다.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던 클래 식한 의미의 도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겠지만 지금의 무한도전을 있게 해준 본연의 ‘도전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당분간은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을 떠나보낸 것도 모자라 5인 체제로 가야 하는 위태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 으로 또 어떤 소재와 방식으로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인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청 포인트가 되겠다. 이미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필자는 무한도전 애청자다. 재미가 있어도 보고 없어도 보고, 노 홍철이 안나와도 보고 광희가 식스맨이어도 본다. 이렇게 오랜 팬임에도 그간 쌓인 무한도전의 족 적을 단지 몇 페이지에 담아 내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서술된 내용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독자 중에는 최근의 방송 흐름이나 본래 무한도전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도 있을 것이기 에 글을 쓰며 매우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서술된 내용 외에도 지난 10년 간의 방송 에는 크고 작은 성공, 실패가 연속되었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가치 를 매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한도전의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앞으로 전개될 또 다른 10년을 기대하며. 무한~도전!


SOOL 좋아하세요?

편집의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전통주를 ‘Korean traditional drink’이라 쓰지 않고 ‘SOOL’이라고 썼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한국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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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과 뗄 수 없는 것

대학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과제, 연애, C와 F, 등록금, 불투명한 미래 등등…. 15학번이라면 이제 저것들이 낯선 단어가 아닐 것이고 2, 3학년들은 이미 저들과 깊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대학생에게 좋은 친구가 된 존재가 있다. 또는 원수이거나. 그것 은 다름 아닌 바로 ‘술’이다. 새내기라면 나이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점원 에게 손대면 잉크가 번질 것 같은 주민등록증을 당당히 제시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물론 술집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지 않아 괜스레 슬픈 경험도 있으리라. 소주·맥주·막걸리.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언제든지 접근 가능한 술계의 삼대장이 라 할 수 있다. 술이야 종류와 가격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소주·맥주·막걸리는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에서 싼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 소주와 막걸리가 우리 전통주 라는 걸 혹시 알고 있는지? 약주와 과실주(Korean wine)도 우리 전통주의 한 분파이다. 평소 우리가 잘 마시는 이슬로 된 소주와 오래 사는 막걸리 외에도 많은 종류의 전통주가 있다. 당신 의 풍파에 시달린 마음을 달래고, 한 가지 맛에 길든 미각에 새 지평을 열어줄 많은 전통주가 있는 곳을 소개한다. 전통주 갤러리가 바로 그곳이다.

전통주 갤러리 입구 모습. ‘THE SOOL GALLERY’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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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를 파헤쳐 보자. 팍팍

필자는 전통주 체험에 앞서, 전통주 갤러리가 정확히 무엇을 위한 장소일지 알아보았다. 인 사동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업하여 운영한다. 갤러리 에는 다양한 전통주가 진열돼 있고, 전통주 체험을 위한 바(bar)도 있다. 이메일로 신청한 사람 들만을 대상으로 ‘전통주 소믈리에’가 하루 세 차례 전통주에 대한 간략한 강의와 시음행사를 진행한다. 물론, 이 체험 행사는 무료이다. 그렇다면 전통주 갤러리가 전통주 체험행사만 진행하느냐? 그렇지 않다. 전통주 갤러리는 한국에서 우리 전통주에 관한 소식과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외국인 관광객과 귀빈까지도 전통주를 알고 싶으면 전통주 갤러리를 찾는다. 해외 기자들도 한국 술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전통주 갤러리에 방문하고 있다. 갤러리는 단순히 전통주 소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주 문화 사업 발전을 위해 외식 및 유통전문가들에게 주류 판매 현장에 필요한 전통주 정보를 모아 실무 세미나도 진행한다. 주류 관계자들에게 전통주 활용 방안에 관한 전략도 상담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주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는 전통주를 논하기가 힘들다.

전통주 갤러리를 방문한 스웨덴 기자들

출처 - 전통주 갤러리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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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통주를 무려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지 인터넷을 통해 전통주 갤러리의 활약 상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이 갤러리를 찾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평소에 먹는 술이라곤 소주와 맥주 가 전부였고, 전통주란 말을 들어도 ‘막걸리 또는 백화수복 같은 건가?’라고 잠깐 생각하고 말뿐이 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전통주 갤러리로 이끌고 있을까? 필자는 일단 전통주 체험이 무료 라는 사실에 혹해 인사동으로 향했다. 11월 어느 날, 체험 시작 시각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해 갤러리 내부를 둘러보았다. 내부 공간은 의외로 작았으나 알차게 꾸려져 있어 오히려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되자 전통주 소믈리에 가 전통주 소개를 시작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갤러리 내부

먼저, ‘술’이란 말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과거에는 액체가 끓는 일은 불을 땔 때만 볼 수 있었는데, 술은 발효과정에서 거품이 올라오니 선조들은 이 현상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자연적으로 거품이 발생한 액체를 ‘수불(水火)’이라고 불렀는데 수불, 수불 부르다보니까 말 이 변해 술이 되었다고 한다.1 1

‘술술 잘 들어가서 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수불(水火)유래설’ 보단 근거가 없는 설이라고 전통주 소믈리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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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는 크게 ‘탁주’, ‘약주’, ‘소주’, ‘과실주’로 나뉘는데 앞의 세 종류의 술은 숙성시키는 과 정에서 외국 술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누룩’2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우리 가 흔히 마시는 맥주 또한 전통주처럼 곡물을 주재료로 하나, 맥주는 주조할 때 곡물을 당분을 만드는 과정과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이 따로 있다. 반면에 누룩 속에는 곡물을 당분으 로 만드는 효소와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효모가 모두 들어있어 주조 과정이 한결 간단하다.

누룩의 모습이다.

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곡물’, ‘누룩’, ‘물’ 세 가지 재료가 만나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술이 탁주(대표적으로 막걸리)다3. 과거에는 쌀이 귀해서 쌀로 술을 만 들기가 어려웠고, 서민들은 양반이 먹다 남은 술에 물을 부어 탁주를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 은 막걸리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고 한다. 막걸리는 담근 술을 막 걸러 내어서 막걸리라 부르 게 되었다는데, 전통주 소믈리에는 막걸리를 ‘막 걸러낸 술’보다는 ‘굉장히 신선한 술’이라고 부 르고 싶다고 말했다. 2

누룩은 술을 만드는 효소를 갖는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이다. 3

그래서 그 어원도 ‘막 걸러낸 술’, 즉 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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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를 가만히 놔두어 밑에 가라앉는 침전물을 빼고 위에 맑은 부분을 옮겨서 만드는 술이 바로 ‘약주’이다. 약주는 양반들이 마시는 술이었다. 왜 그런가 하니, 술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전 체 재료(쌀)를 따져봤을 때 막걸리보다 훨씬 적은 양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쌀을 많이 넣을 수록 단맛이 강해지고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그래서 쌀이 귀한 시기에 서민은 약주를 먹기 힘 들었다는 사실. 또한 막걸리는 멥쌀4로 만들어지는데 약주는 조금 더 귀한 햅쌀5로 만들었고, 인삼이나 구기자 또는 오미자같은 약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약주라고 하였다.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했을 때 많은 문물이 교류되었다. 그때 ‘소줏고리’란 증류 장치도 들어 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소주(증류주)가 만들어졌다. 소주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만든다. 먼저 솥에 약주 또는 막걸리를 넣고 솥뚜껑을 뒤집어 덮는다. 솥에 불을 때면서 솥뚜껑에 찬물을 자주 갈아 붓는다. 그러면 기화된 술이 위에 찬물과 만 나 다시 액화되어 솥뚜껑 겉면을 따라 흘러내리 는데 그것이 소주다. 이때 소줏고리를 이용하면 흘러내리는 소주를 더 쉽게 모을 수 있다. 이어서 소믈리에는 우리가 잘 아는 초록색 병의 소주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소주’가 아니라고 말했다. 저 렴한 외국산 원료에 인공 조미료를 첨가하여 대 량 생산할 수 있게 한 술이기 때문이다. 아마 외 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처음 접하는 술이 이 초록색 병의 소주일 텐데, 전통 소주를 알 기회 소줏고리를 이용하여 양조주를 증류시키면 소주가 만 들어진다. 4

메벼에서 나온 찰기가 적은 쌀. 5

그해에 새로 난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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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이 저 초록색 소주만이 소주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실이 아쉽단다. 이때 한 참가자가 질문했다. “그럼 청주는 어떤 아이인가요? 일본 술인가요?” 이에 전통주 소믈리에 왈. “청주는 원래 약주와 똑같은 아이입니다. 전통주이죠. 그런데 일 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양조장을 짓고 그곳에서 일본 술, 곧 사케6인 청주를 주조했어요. 한국 식 청주와 일본식 청주는 주조 방식에 큰 차이가 없고 어떤 누룩을 사용하느냐로 구분 지어져 요. 앞서 말한 대로 우리 청주에 들어가는 누룩에는 효소와 효모 둘 다 있지만 일본 청주는 에 탄올 발효에 효모를 따로 사용합니다. 그 둘이 헷갈리게 섞이면서 점점 청주가 일본 술처럼 여 겨졌습니다. 제사상에 ‘백화수복’을 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 술을 만드는 누룩을 따져보면 사 케에 더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실주를 살펴보자. 과실주는 Korean Wine이라고 할 수 있다. 과일에 효모를 넣으면 과실주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꿀, 다래, 오미자, 감, 사과, 머루 등으로 과실주를 만들 곤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옛날부터 와인을 즐겨먹은 셈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 전통주 소믈리에의 다음 말은 필자 마음속에 설렘을 불어넣었다. “자 이제 시음하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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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주(酒)의 훈독 발음이다. 술을 총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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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 제가 한번 마셔보겠습니다 시음 할 수 있는 전통주는 매 달 바뀐다. 11월에는 강원도의 술 다섯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출처 : 전통주 갤러리 블로그

왼쪽의 두 막걸리는 곤드레를 넣어 빚은 막걸리와 메밀을 사용한 막걸리이다. 필자는 곤드레 는 곤드레만드레 밖에 몰랐었다. 곤드레가 식물이란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기 때문에 곤드레 막 걸리에서 곤드레 향을 알아채지 못했다. 반면 메밀 막걸리는 미세한 메밀 느낌을 감지할 수 있 었다. 탄산이 적어 마시기 좋았다. 둘 다 맛있는 막걸리였다. 가운데 술은 지장수 호박 막걸리이 다. 호박 맛과 향이 강하게 났다.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너무 달아 많이 마시지는 못할 것 같았다. 약주로는 왼쪽에서 네 번째에 있는 감자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술은 만들 때 찐 감자를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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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고 한다. 마셔본바 정말 찐 감자의 맛이 났다. 감자는 좋아하지만 술에서 나는 감자 맛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과실주인 머루와인은 뭐랄까, 마치 강원도 천혜의 자 연 품속에 파묻힌 과수원에서 가장 잘 익은 머루 한 알이 액화하여 그것이 입에서 넘실거리는 느낌이었다. 머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셔보기를 권한다. 시음이 끝나고 난 뒤 전통주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생겼다. 전통주 소믈리에님에게 간 단히 물어보았다.

『한양』 : 먼저 전통주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전통음 식, 전통의복, 전통춤과는 달리 술이 가지는 의미가 무 언지 궁금합니다. 소믈리에 : 다른 나라에선 전통음식만 소개 한다든 가 술만 따로 소개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음식과 술 은 함께 소개됩니다. 반면에 한국은 한식 따로, 한복 따로, 문화 따로 설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 곳은 ‘전통주 갤러리’지만 저희는 한복을 입고 체험 자들에게 술 마실 때의 예절이나, 시음하는 술이 어 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 설명을 해드리고 있습니 다. 저희는 이처럼 우리 문화를 한데 묶어서 복합적 으로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 한테 초록 병의 희석 소주를 주면서 ‘이게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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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야’ 하는 걸 바꾸고 싶어요. 문화는 하나로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 우리 전통주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요? 먼저 한국인의 반응은 어떤가요? 소믈리에 : 일단 신기해 하세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20~30대분들은 전통주가 맛 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어요. 한국인들은 전통주를 접할 기회가 아주 적어서 그 종류가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 몇 가지 접한 경험으로 전통주 전체를 맛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전통주 갤러리에 와서 시음해보고 입맛에 맞는 술을 마셔본 뒤에는 생각이 바뀌어요. 처음 온 사람은 그 뒤로도 두세 번 오기도 하고 친구를 데리고 함께 오기도 합니다. 부모님하고 오는 친구도 많아요.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르신들도 ‘나는 전통주 그런 거 다 알아.’하지만 사실은 많이 모르 는 편이에요. ‘전통주 한 100가지 있는 거 아냐?’라고 하시는데 막걸리 종류만도 1000가지가 넘어요. 그래서 몰랐던 걸 알아가는 재미도 있어 오신 분들 모두가 굉장히 즐거워하십니다.

『한양』 : 외국인들은 어떤가요? 소믈리에 : 외국 분들은 ‘다양한 술이 있더라’, ‘한국에도 와인이 있더라’, ‘소주, 막걸리 말고도 많이 있네?’ 등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시음해보고 시음주가 아닌 다른 술도 맛있어 보여 대량으로 사 는 외국인이 많아요. 한국을 자주 왔던 사람도 재밌어하는데요, 한국에는 자주 왔어도 한국 술에 대 해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또, 외국에서 한식을 연구하는 분들도 많이 오세요.

『한양』 : 마지막으로, 한양대 학생들에게 전통주 홍보 차원에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소믈리에 : 맥주랑 소주도 물론 좋지만, 전통주가 그만큼 저렴하지 않더라도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 어요. ‘전통주 비싸서 못 먹겠다’ 하시면 ‘술 갤러리’에 단체로 오셔서 체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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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외국인이 많이 오시는데, ‘Cheers’가 한국말로 뭐냐고 물어보세요. ‘건배’라고 알려드리면 다 같이 건배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기시곤 해요. 그분들에겐 전통주가 따분한 무언가가 아니지요. 전 통주를 폭탄주로 먹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옛날에도 ‘혼돈주’라고 해서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 고는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재미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전통주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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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는 포세이돈보다 더 많은 사람을 빠트렸다고 한다. 서양에는 축제와 술의 신 바커스(디오니소스)가 있다. 그러나 동양에 주신(酒神)은 일본의 인 번(仁番)이 있지만 인지도가 바커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잘 알려졌으면서 바커스와 비슷한 존 재로 신선이 있다. 둘의 차이라면 바커스의 축제는 오로지 향락만을 추구하여 파괴적이지만 신 선은 절제와 만족을 안다는 것이다. 술이 아무리 좋은 당신의 친구라도 너무 심취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오늘 밤, 전통주와 함께 신선이 되어보자.


일상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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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양대에 안전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때로 안전에 대한 생각 은 하늘이 꺼질까 땅이 무너질까 하는 걱정까지 치닫기도 한다. 2학기

기계공학부 15학번 이대혁

초에 있었던 트럭 추락사고 이후 학교본부의 대응은 여러 가지가 있었 다. 그 대응을 한명의 대학생이 어느 정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술 공학부 15학번 이대혁 학우와 이야기 해보았다.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1. 혹시 이번에 있었던 사고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들지는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제1공에서 종종 배

저는 학생회관 쪽으로 많이 안가는 편이라 직접 목격하

달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왕십리까지 나가는데 시간이

지는 못했고요, 동기들하고 주고받는 카톡이나 페이스

나 거리가 상당해서 점심을 먹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할

북과 같은 SNS를 통해 사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때는 특히 부담이 되니까요. 물론 학식을 먹으면 왕십 리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는 부담이 덜 하겠지만

2. 그 사고 이후에 학교본부 측의 대처는 무엇이 있었는

학식이 아닌 다른 메뉴가 끌릴 때가 있죠. 오토바이 배

지 아시나요?

달금지는 소 잡는데 닭 잡는 칼을 쓴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했다고 들었는데 다는 모르겠습니다. 차로랑 인도 분리하겠다는 것과 오토바이 배달 금지한 것 정도 가 기억나네요. 3. 한양대의 경우 차로랑 인도가 분리가 안 되어서 보 행자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많은데요, 혹시 그 점 을 실감하시나요?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는 것까지는 잘 실감이 안 나지만 차로랑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서 몇 번 놀란 경우는 있 었어요. 자연대에서 수업을 듣고 내려올 때 차도랑 인 도랑 구분이 안 되어있는 곳이 있는데요. 그곳을 동기 들이랑 지나가다 뒤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놀란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4. 차로와 인도 분리 이외에도 오토바이 배달금지도 안 전 관련하여 본부 측에서 시행한 대책인대요, 오토바이 배달금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전이나 다른 이유를 들어서 시행한다지만 썩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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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하루의 일과를 하며 큰 위험을 느끼는 학우들은 잘 없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

독어독문학과 15학번 성유현

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가끔 있는 사건 사고가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 혹은 안 정에 대한 다른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독어독문학과 15학번 성 유현 학우를 만나보았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1. 안전 문제에 대해 민감한 편이신가요?

4. 조금 다른 질문을 할게요. 심리적 안정을 가장

올해 1월에 미국에서 큰 차 사고가 났었어요. 정말 눈 깜

많이 느끼는 것은 어디에서죠?

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고 자칫하면 가족들 모두 크

남자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적 안정을 많이 느껴요.

게 다칠 뻔했었죠. 그 이후로는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그래서 더 자주 가게 되는 것 같고요. 친구들이랑 만나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안전에 대해 민감

서 수다를 떨고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시간적 여

한 편인 것 같아요.

유가 잘 없어서 남자친구랑 만나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2. 뒷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띠를 메고 계셨다

5. 다시 어두운 이야기요. 군인 남자친구의 안전

고요?

은 걱정 안 되세요?

저도 원래 뒷좌석에는 벨트를 안 하고 앉곤 했어요. 그러

걱정되죠. 주변에서 군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

던 중 고3 때 독일에서 놀러 온 친구가 아주 자연스럽게

서 더 그래요. 특히 요즘 상당히 추워지고 있는데, 군대

뒷좌석에 앉으며 벨트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당시

는 워낙에 눈도 많이 오고 추운 곳이다 보니까 많이 걱

에는 그 친구가 민망하지 않도록 같이 벨트를 맸는데 그

정됩니다.

이후로 저도 습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미국에서 났던 사고에서 크게 다치지 않았고, 지금도 그 친구에게 고맙

6. 남자친구가 추운 강원도 쪽에서 복무하고 있

게 생각하고 있어요.

는가 봐요? 국군 양주병원이요.

3. 얼마 전 우리 학교에 있었던 트럭 사고를 아시 나요?

그곳은 따뜻한 곳이에요.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네, 그날 들었습니다. 제가 사고의 위험을 뼈저리게 경 험을 하고 나니까 심장이 덜컥 내려 앉더라고요. 사람 이 다치지는 않았나 다른 피해는 더 없었나 많이 걱정 했습니다.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 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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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마지막은 마지막대로

편집위원 김보령 / tjddnstjdeks@naver.com

마지막.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마지막 순간을 마주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이 된 순간이 있는가 하면 스스

다. 하다못해 누군가와의 이별도 그 사람과의 마지막이

로가 원했던 ‘마지막’도 있을 것이다. 학교생활이 너무

며, 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그렇고 학원선생님과의 마지

힘들고 지칠 때, 더는 과제에 치여 밤을 새고 무거운 몸

막 수업 등등 끝도 없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

으로 158계단을 올라가고 싶지 않을 때, 그렇게 지쳤을

은 마지막이라고 명명했기에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사는

때 보이는 것이라곤 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뿐일 때, 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전까지는 그저 그랬던 상황도 ‘이

자는 잠시 ‘마지막’ 학기를 다니기로 했다. 언제쯤 복학

게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돌연 다르게 느껴지는

하겠다는 어느 정도의 계획은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이게 끝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

일이라고 그대로 직장을 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어쨌

지 않다면,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마지막’이라고 명명

든 임시적인 마지막 학기다. 하지만 내가 끝내버릴 일상

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일까.

적인 순간들을 느껴가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필자의 동생을

니다. 적어도 1년 동안은 동고동락했던 동기들과 왁자지

생각해, 필자의 고등학교 마지막을 떠올려 보았다. 졸업

껄 수업을 듣지도 못할 것이고, 당연하게 하루의 일과라

하기 직전 고등학교 3학년 필자는 수많은 마지막 순간

고 생각했던 편집실에서의 생활 역시 당연해지지 않는

들을 마주했다. 마지막 급식, 마지막 교복, 마지막 운동

다. 그 ‘마지막’을 향해가는 시간들은 불쾌하다. 오늘이

장 산책, 마지막 종례 등등. 그때는 뭐가 그렇게 아쉬웠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는 말은 이렇게 잔인한 것이다.

는지 졸업하는 날 마지막 종례시간엔 담임선생님, 학생

당연한 순간들이 곧 마지막이 된다는 사실은 그저 사

들, 학부모님들까지 전부 눈물바다였다. 그 고등학교 시

람을 우울하게 만들 뿐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상황

절은 언제나 ‘마지막’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올 수 없

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일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고

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고 명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등학교 졸업처럼 어쩔 수 없이 끝나버린 것과 필자가 마

이게 마지막이라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 그렇게 생각

지막 학기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끝이 나버린 순간들이

그럼에도 끝이 보이는 편집실에서의 2년간의 생활을

다. 하루하루 일상이었던 공간이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마무리하자면, (어떻게든 돌아오려고 노력하겠지만) 이

없는 ‘마지막’ 순간들이 될 때, 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당

든 부여했든, 어떻게든 우리는 끝을 맞이한다.

연하고 너무 뻔하며, 다시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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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적 이


로운 말이지만, 편집실을 떠나는 것이 필자를 비롯한 내 년에 나올 더 멋진 교지를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이라고 칭하지 않는 편이 의미를 전달하 기에 더 적합하겠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누군가의 마지막이 필요한 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손 으로 만든 ‘마지막’을 다시 ‘시작’으로 만드는 것 역시 스 스로가 해야 할 일임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 걱정 말아요 그대, 이적

지나간 꿈을 같이 꿔준 그대들에게,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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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음악을 해야 한다.

편집위원 김동빈 / oellukd6@naver.com

내가 군인이었을 때다. 군인들은 자대에 배치될 때 노

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말을 했다. 그러나 후임들 중

래가 무엇이었느냐로 시간의 경과-즉 군생활을 얼마나

누구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강압적

했나-를 확인하곤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자대배치 받

인 선임이여서가 아니라 그 때 후임들도 모두 나와 같은

았을 때는 에프엑스의 ‘Electric shock’와 원더걸스의

심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이를 보이지

‘Like this’가 한창 각종 음악프로에 나오고 있었다. 그

않고 밥을 먹으려고 노력하면서 나에게 무언으로 동의

러면 나의 자대배치 노래는 일렉트릭 쇼크와 라익 디스

를 표하고 있었다.

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그 노래들을 들으면, 막

행복하게 잘 사귀고 있는 설리 최자 커플에게 이 무

자대배치 받은 이등병의 불안함 같은 감정이 꿈꾸듯이

슨 실례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당시 국군 장병의 마

떠오른다. 하여튼 자대배치 노래는 군인에겐 조금 더 각

음이 그와 같은걸 어쩌랴. 사실 그때 최자님 욕을 많이

별하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하긴 했지만, 모든 남자는 사실 마음속으로는 최자님

걸그룹은 말 할 것도 없이 숨 막히는 군생활에 산소

을 존경하고 있다. 그의 RAP과 그의 SWAG, 그리고 그

호흡기가 된다. 그렇게 수많은 걸그룹을 거치며 짬을 채

어떤 무한한 자신감의 근원까지…. 최자님을 욕한 사람

우고 있을 무렵 정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북한의 포

누구라도 길 가다가 그와 마주치면 경의의 표시로 고개

격도발 소식과 맞먹을 정도의 뉴스였다. 그것은 바로 자

를 숙일 것이다.

대배치 노래일 만큼 애착이 있는 에프엑스의 설리가 최 자가 사귄다는 소식이었다…. 나와 내 동기, 선·후임들은 갑자기 데프콘2가 발령 이라도 난 것처럼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상상할 수 없

얼마 전에는 가수 아이유가 장기하와 사귄다는 소식 을 들었다. 좀 의외였을 뿐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장기하님이 내 롤 모델 NO.2가 되었다. 사람은 음악을 해야 하나 보다.

는 일이었다. 적어도 군인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꿈처럼 느껴지는 그 상황은 명백한 현실이 었다. 나는 그 비보를 점심을 먹던 중에 들었다. 비탄스 러운 마음에 밥맛을 느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저기압 이 된 나는 같이 밥을 먹는 후임들에게-당시 나는 짬 찬 상병쯤이었을 것이다- ‘이빨 보이지 말고 밥 먹으라’

158

날 적 이


십구 분의 일

수습위원 이상권 / docghtmare@daum.net

2학기가 개강했을 때이다. 시기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일들도 많았다. 1학기에 감투를

지만, 아직 여름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던 계절에 교지

써보고 나니, 감투를 쓴다 해도 내 시선은 발밑과 주변이

편집위원회 수습지원서를 냈다. 지금 돌이키자면 떨어

아닌 저 멀리 서방정토 같은 곳을 향한다는 것을 새삼스

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며칠간 연락

럽게 느끼게 되었다. 교훈을 얻은 것이니 좋은 일로 치겠

이 안 오자 내심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보기

다. 한편 사범대에서 함께 반년 넘게 프로젝트를 구상하

좋게 합격했고, 지금 날적이까지 쓰고 있다. 교지 선배

고 운영할 사람들을 만나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마무리

들처럼 심오하기도, 수려하기도, 따뜻하기도 한 날적이

하였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로 돌아가 빠질 기회를

는 내공이 부족해 당치도 않기에 대학 초년생의 일 년을

주겠다하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겠다. 물론 내년

결산해보고자 한다.

에 또 그 프로젝트를 하라면 많은 숙고가 필요하겠지만

‘올해 3월 입학한 대학교는 고등학교와 완전히 달랐

말이다. 그리고 학과선배들에게 술을 얻어 마시며, 여러

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다. 풋풋한 신입생의 마음으

가지 문제로 심란했던 나에게 큰 힘이 된 조언들을 얻을

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딱히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조언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

수 없는 노릇이다. 고등학생 때도 추위가 사그라질 무렵

는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동기들 중 죽이 맞는 사람들

늘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고등학교에서 국영수가

을 몇이나마 만났고, 고교동창들과 여전히 연락을 하니

있었다면 대학교에서는 기필수업이 있었다. 수업을 내가

밑진 장사만 했던 일 년은 아님이 확실하다.

선택해서 듣는 것은 방법과 정도의 차이일 뿐 고등학교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달라진 것이라면 늦게 자는

어느 날 찰리 채플린이 “당신의 최고 걸작은 무엇인가

이유가 자습이 아닌 음주 때문인 것 정도겠다. 아, 교지

요?” 라는 질문을 받자 “다음 작품입니다.”라고 답했다

를 깜빡하면 안 되지. 고등학교에서 부조리를 볼 때마

는 일화가 있다. 그 일화처럼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최

다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도 그러하고 있다. 난 근시라 안

고 해는 언제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이

경을 쓰지 않으면 가까이 있는 것들 밖에 못 보는 데,

따분하기 짝이 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의 답이

안경을 벗어도 유달리 몇 가지가 눈에 보이는 것은 기

궁금하다만 들을 수 없으니 넘어가고, 나라면….

분 탓일 테다. 조금만 더 생각해봐야겠다.

한양 94호

159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 (9, 10, 11월)

1. 93호 내부 원고료 : 1,473,500 원 2. 93호 외부 원고료 : 200,000 원 3. 비품 구입비 : 0 4. 기타 : 213,680 원 합계 : 2,539,060 원

금액 사용 기준

•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지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교통비, 홍보비 등

※ 2015년 9, 10, 11월의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94호 교지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95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60


2015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교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5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5년 지원자

한양 94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일 (인) 161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3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

학교 내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울 드립

학교의 기업화. 수익‘을’ 좇던 학교가 수익‘만’ 좇는 곳이 된 것 같아 대

니다! ^-^

학에 대한 회의가 큽니다. 학과 통폐합, 소수정원 과목 폐강 등. (11 자연환경공학과 이지수)

『한양』 93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대인 관계. 새내기로서 반년을 지내며 이런저런 동아리 활동과 교양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86.7

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니 좋은 점도 많지만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지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 90

고 있다.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85 사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함께 적 『한양』 93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벼랑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학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에 대

요즘 너무 돈에 학교가 집착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플 임대 계약, 최

한 이야기도 다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1 기계공학과 서창석)

대 학점 조정 등 학생과 의논은 않고 학생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한 정

92호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졸업 전 마지막 교지만 남겨두었다는 점

책뿐입니다.(11 기계공학과 서창석)

이 아쉽습니다. 때로는 팍팍하던 대학 생활에 기다림을 준 「한양」에

돈, 과외, 알바 등 요즘 들어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여유에 관한 것

정이 들었습니다. (11 자연환경공학과 이지수)

이다.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전체적으로 사회적 이슈와도 관련 있는 기사와 학내 정보에 관한 내 용 등이 적절했지만 이 시기만의 특정적인 내용이 없는 것 같아 아쉬

당신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집필 시

웠다.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참고하겠습니다. 대학 언론의 위기 속에서도 오로지 글로 승부를 보는 「한양」이 자

『한양』 93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가장 아쉬운 기사는?

랑스럽습니다. 멋진 글과 열정에 감동하며 읽고 있습니다. (11 기계

Best

공학과 서창석)

벼랑 끝에 내몰리다, 슈퍼을 : 학내 대학생뿐만 아니라 20대의 그

때가 때인 만큼 대학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그에 따른 결

것도 약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11 기계공학과 서창석)

과는 무엇인가 등. (11 자연환경공학과 이지수)

다큐 24시, 모란시장 :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와 기분 좋은 미

한양대 내 여러 공모전이나 행사, 중앙동아리들과 사랑한대 등의 단

소를 짓게 합니다. 마음을 훔쳐버린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 (11 자

체에 대해 쉽게 알고 싶다.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연환경공학과 이지수) 불륜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경제학도의 비애 : 예측 불가능한 사회주 의 불륜의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11 자연환경공학과 이지수) 초록을 주세요 : 평소 다니던 주변 길에 대한 이야기들로 길을 걸 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5 생명과 학과 노희완) Worst 인문학 계속해보겠습니다 : 너무 자조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문 학은 취업도 산업을 위한 학문도 아닙니다. (11 기계공학과 서창석) 다큐 24시, 모란시장 : 모란시장에 대해 가볍게 알고 무언가 긍정 적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렇다 할 감동이 없었다. (15 생명 과학과 노희완)

162


이름

학번

연락처

한양교지 낱말퍼즐 1

2

3

5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 해서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 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 권을 드립니다.

3

1

2

4 5 지난호 낱말퍼즐 당첨자

6

노희완 김효순 홍용은 방보현 선우문기

4 가로

세로

1. 나이 60세에 낡아 보이는 건물 2위를 차지한, 최근 리모델링이

1.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한양대학교 개교 76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전

있었던 이 건물은?

<○○○○ ○○: 1939-2015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양라이프>! ‘개교 이래 쌓 여온 76년의 세월에는 대학생활의 낭만과 패기부터 근현대사의 아픔에 이

2. 노동에서 한양대생의 권리를 지키고자 총학생회에서 축제기간

르기까지 한양인들의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시의 이름.

동안 운영한 것. 이것에서는 스트레스 풀기용 이벤트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상담도 진행되었다.

2. 할렘·슬럼이라 불리는 학교 정문 앞 골목들, 왕십리역 인근과 사근 동 일대에 퍼져있으며, 프로통학러들이 오전 수업이 있는 날마다 느끼

3. 결혼 절차상에 발생하는 전반적인 거품을 없앤 결혼문화로 최근

는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

각광받는 작은 결혼식에서 조금 더 나아간 형태. 3, ‘학교를 다니면서 ○○○○을 받아본 적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4. 인문관을 제치고 낡아 보이는 건물 1위 타이틀을 획득한 건물.

약 13%의 학생들만이 ‘예’라고 답했다. 올해 한양대에서 각 단과대RC

한양대생의 반 이상이 이곳에서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별로 총 21번 실시된 것.

5. 2006년.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황소와의 줄다

4, 2016년 청년배당정책이 시행된다면, 성남시는 전국에서 ○○○○○

리기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에만 그치려 하

를 시행하는 첫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

지 않고 다채로운 방법으로 국민 예능으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는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은 구성원이 공평하게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

있다.

는 개념을 제도화한 것.

6.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한국은 ○이다. 대학생에게

5. 경비인력 감축 이후 본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의 인력 중

좋은 친구이자 원수인 존재.

심의 경비시스템에서 기계경비와 중앙관제 위주로 보안과 서비스를 전 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비상벨 여러 개가 캠퍼스 내에 생긴 것도 이것 의 일환이다.

한양 94호

163


편집후기 이준건 진주훈련소로 또 편지를 써야겠다 편지를 쓰기까지 두어 달 남겠지만 만 - 4년 동안 쉬지않고 대학에 드나들며 만난 인연들을 손꼽아본다. 그래도

년필로 편지를 써서 한양대 우체국으로 달려가야겠다 우체국이 애지문

두 손에 다 담을 수 없는 걸 보아 제법 성공한 대학생활인 것 같다. 나에게

과 158사이에 있는 건 참 다행이다 부치는 일이 어려웠더라면 때를 놓친

소중한 그들에게, 나 또한 소중한 사람일까? 다소 의문은 들지만 굳이 확

편지는 우체국이 아니라 내 편지상자에 쳐박혔을 테니 말이다 구원투수

인은 않으련다. 좋으면 좋은 거구 아니면 아닌 거니까.

의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 “그들 가운데 한 사람도 잃지 않았습니다.”(요한복음 17:12) 반면에 내가

꽃의 나라로 떠나는 그에게 나는 시를 써주지 못한다 트렁크를 하나하나

잃은 무수한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것도 두 손에 담

채우는 그의 분주한 손길에 내 부러움이 묻는다 시작할 때도 마무리할

을 수 없다. 슬프지만 기억하려고 또 잡으려고 애쓰지도 않으련다. 잡힐 거

때도 공교롭게도 둘뿐이다 그런 우리가 같이 걸어온 이년의 끝에서 갈림

면 벌써 울타리에 있을 거구 아니면 아닌 거니까.

길을 만났다 떠나는 사람도 머무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길 특별하다 우리 가 밤을 지새우고 얼굴을 붉히며 나눈 글들 고민들 이야기들

- 내년에 교지를 이끌 소현이. 고생이 많을 거야. 그래도 너니까 믿음이 간 다. 뒤를 부탁할게. 언제나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보령이. 덕분에 한결 고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지, 이제 나는 글이 아니라 책을 봐야지 9할의

생을 덜한 것 같다. 고마워. 든든하게 옆에서 지원해준 오준이 형. 형이 있

두려움과 막막함 1할의 두근거림과 설렘 1할의 비중을 키워보자 내년

어 내년이 걱정되지 않네요. 맏형 노릇을 맡길게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꽃 필 때 9할의 무엇과 1할의 무엇이 남는다던데/남는다지만/남더라도

을 보여주는 동빈이 형. 교지의 지박령을 기대합니다. 그거, 생각보다 진짜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내가 뽑은 수습, 상권이.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해. 그래도 널 보니 교지의 희망이 보인다.

김보령

- 부족했지만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은 제 대학시절을 감

1.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성으로 수놓아준 故김광석의 말로 끝맺도록 하죠. “물러가겠습니다, 행복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하십시오. 아쉬워 마세요. 또 모르죠!”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주소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날 만나기로 한 친구는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친구는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늘 그랬다. 늘 그런 줄 알면서도 그는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나타난다. 사

정호승 -첫 눈 中

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쾌하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 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적어도 그

우리가 같이 맞는 눈이 첫눈이 되겠지. 첫눈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내년

시간만큼은 어떤 부채의식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뭔가를 해야 한

첫눈 오는 날도 만나자. 돼지야.

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불쾌하다. 그 시간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비굴하게 만든다. -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中

164

2. 이젠 진짜 마지막. 교지에 남기는 마지막 제 흔적입니다. 처음 편집후 기를 쓸 때도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몰랐는데, 마지막이 되어서도 잘 모르

편집후기


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서툴렀던 것 같아요. 용두사미보다는 일관성

권오준

있는 뱀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저 괜찮았나요. 뒤를 돌아볼수록 아쉬 움만 남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참 많이 배우고 가요. 글을 써야겠다고

무엇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교지에서 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떤 선택이 후회를 덜 남길지를 생각한다.

잘 쓰인 글을 읽었던 그 울림을 저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제가 부족하

어떤 선택을 하든 잘 풀린 올해도 끝나가는구나

기만 했던 것 같아서 자꾸만 속상해지는 마지막입니다. 교지에서 배우고

내년엔 더 잘 될 것이야 :)

가는 것들, 잊지 않고 언젠가는 울림을 만들어보일게요. 2년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교지가 제 대학생활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전 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클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있던 자리인 만큼 떠나

사진 좋아하는 보령아, 네덜란드에서 사진 많이 찍어와~

는 것도 오래 걸리네요. 똑 떨어지는 인연 없듯이 제가 더는 교지에 글을 싣지 않는다고 해도, 걸리적거리며 편집실에 자주 들릴테니 귀찮아하지

P.S. 학점을 적게 듣는다고 삶이 여유로워지는건 아니었다.

않기를. 그 동안 봐온 선배님들처럼, 마음은 가볍게 손은 무겁게 해서 놀 러올게요. 제가 교지 식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지 모르겠지 만, 편집실은 정말 따뜻했어요. 여름부터 일곱 번의 계절이 지났네요. 일곱 번째 계절을 함께해준 돌아

이상권

온 황태자 준건선배(항상 감사해요), 자주 올게 소현아, 씩씩한 바른생활 사나이 오준이형, 사색과 발전의 남자 동빈이형, 앞으로 수고가 많을 상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첫 교지를 만들었다. 교지를 만들고자 한 선택은, 모

권이까지 모두 고마워요. 일일이 선배님들의 이름까지 언급하지는 못하

든 선택이 그렇듯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동반되었다. 야근과 오전수업

지만, 그동안 교지에서 만난 인연들이 하나씩 떠올라서 행복한 8번째 계

에 지각,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간다고 하고 빠지는 바쁜 나날을 얻었다.

절을 맞을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꾼 꿈들이 앞으로 더 멋진 꿈을 위한

하지만 얻은 만큼 잃었기에, 그리고 선택이란 얻고 잃는 것으로 좋다, 나

발받침이 되기를. 사랑이 넘치는 한양교지. 많이 사랑합니다!

쁘다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해보고자 한다.

김동빈 겨울호 작업에서도 업보를 많이 쌓았다. 준건이는 이제 진짜 마지막인데 좋은 기억만 남았어야 했거늘 미안해요 말 잘 듣는 편집이가 되겠어요 보령아 좋은 나라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다 와

한양 94호

165


한양교지 배포장소

ITBT 1층

사이버대학교(카페)

인문대

중앙도서관

제1공학관

사회대 1층/4층 애지문

한양교지 페이스북

대학원


위치 : 한양대점 영업시간 : am11:00~pm11:00 카드결제 가능 (미리 말씀 해 주세요) 단체예약 가능 모바일 주소 http://www.09pizza.com

466-0909 466-3348 http://www.09pizza.com





겨울 호가 만들어지기까지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한양대학교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한양』교지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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