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vol.95 spring
목소리
목차
05
여는 글
08
한양아, 우리 목소리 들리니?
20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30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학내
42
총학생회 : 이번에는 파란색
52
대나무 숲에 사자가 있다
사회
62
나눔을 통해 채우다
70
크라우드펀딩 기획서
80
받을 수도 있는 돈에 대하여
목소리
문화
90
광화문 앞에서 갈 곳을
102
신촌을 밝히다 교육을 밝히다
기고
116
김훈의 '흑산'에서 배우는 말과 글
일상
119
인터뷰 날적이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3호
여는글 <목소리>
사전에 ‘목소리’의 뜻을 찾아보면 두 번째 의미로 ‘의견이나 주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지난겨 울 대학가는 저마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했습니다. 등록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학교 본부와 학생들은 목소리를 곤 두세웠습니다. 프라임·코어 사업이라는 거액의 지원금이 오가는 대대적인 학과 개편 사업에 유수의 대학이 지원했고 대학생들은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겨우내 한산했던 행당 동산에서 오고갔던 목소리들을 학우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한양』은 95호의 기획을 목소리로 잡아보았습니다. 시베리아의 공기가 가득하던 날에도 핫팩 한두 개와 입김으로 추위를 달래며 100여명의 학생들이 마로니에 공원 에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역사관과 본관으로 둘러싸인 사자상 앞, 캠퍼스를 두리번거리는 새내기들과 정든 캠퍼스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한편에서 파란 천막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한양』도 언제나 목소리 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양』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학교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소 통’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더욱 목소리를 내기를, 학교는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 습니다. 그 끝에 우리의 목소리가 힘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의 위력을 믿고 더욱 목소리 내 기를 원합니다. 옳고 그른 것의 경계가 갈수록 흐려짐을 느낍니다. 당연히 옳고 그름의 영역의 것이라 여겼던 것도 그저 다른 것이 며 이해하고 존중해야하는 것인지 자꾸만 헷갈려 집니다. 딱 1년 전 『한양』은 대학과 대학생의 본분을 이야기했었습 니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목적과 기능을 넘어서 지역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봉사하는 것까지 대학의 본분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한양』의 어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1년이라는 시간만큼 세 상 물정을 알아버린 것일까요. 재고 취급 받고 분개하던 작년의 모습은 어디 가고 사상최대의 실업난에 취업이 대학 이 해야 할 기능 중 하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숱한 고민과 토론 끝에 시대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결 론에 다다랐습니다. 학우 여러분의 생각과 비교하며 이번 95호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지리한 긴 겨울이 지나고 캠퍼스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학우 여러분 새로운 학기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시길 그 리고 거기에 『한양』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편집장 주소현
목소리 한양아, 우리 목소리 들리니? 부편집장 방원경 gogh1994@hanmail.net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01 한양아, 우리 목소리 들리니? 부편집장 방원경 gogh1994@hanmail.net
지난 2월 26일, 이제 막 피어날 16학번이 처음 학교를 방문하던 날, 총 학생회 페이스북에 새 게시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좋아요’ 와 수십 개의 댓글을 기록한 그 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32일, 768 시간의 농성을 마칩니다”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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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파란천막
지난 겨울방학 동안 학교에 발걸음을 한 적이 있는 독자라면 본관 앞의 파란 천막을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국가장학금 삭감분 7억 복구하라!’ ‘재단은 법정부담금 미납액 78억 납부하라’ 등 다소 공격적인 문구의 현수막은 한가한 캠퍼스에 묘한 치열함을 자아냈다. 이 파란 천막이 철수된 것은 지난 2월 26일, 총학생회가 32일간의 농성 끝에 국가장학금 삭감을 막아냈음이 발표되면서부터였다. 대다수 학우들이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로, 혹은 영어공부와 여행준비로 분주했을 겨울방학, 파란 천막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1월 19일 : 4차 등심위 ·학부 등록금 0.3% 인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1월 13일 : 2차 등심위
현실적으로 어려움 ·대학에서 법인에 전입금 확충을 지속해서 요청할 계획
·국가장학금Ⅱ유형 확보를 위한 교내장학금
이지만 확답 불가
확대편성 요구
·등록금 동결로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내장학금을 확충하기 어려우며, 외부재원을 통한 장학금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음 ·인도와 차도 분리를 위한 안전예산 2억 원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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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 1차 등심위 ·학생 측 간사 3명 요청했으나 거절 ·참관인 자격으로 서울캠, 에리카캠, 대학원 각 1인 참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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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3차 등심위
1월 21일 1차 공동행동
·법인전입금 확충, 교내장학금 증액,
·'국가 장학금 복구 및 재단전입금
학생지원예산 증액, 등록금 인하 요구
확충을 위한 재단 본부 규탄'항의 집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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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천막 너머의 이야기
지난 1월 한 달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진행됐다. 학교 측 인사와 학생들이 함께 모여 등록금을 책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총학생회는 본부와의 협상에서 등록 금 0.3% 인하, 교내장학금 확충, 재단의 법인전입금 확충 세 가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이 여의치 않자 4차 등심위 이후 100여 명의 학우가 신본관과 총장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진행했 다. 5차 등심위에서는 “학생 요구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는 등록금 책정에 반대한 다”는 의사를 밝히며 퇴장을 감행하기도 했다.
1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참조 2
등심위는 학생대표 5명(서울캠 2 에 리카 2 대학원 1)과 교직원 5명, 외 부전문가 1명으로 이루어진다. 하지 만 이 외부전문가가 ‘총장 위촉’인 까닭에 사실상 5:6의 비민주적인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7차에 걸친 등심위는 1월 28일 ‘학부동결’로 마무리되었다.
구성을 취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급되는 국가장학금Ⅱ가 최소 7억 원 이상 삭감됐고, 시간 강사비와 학생지원비 역시 각각 7억, 4억씩 줄어들었다. 작년 9월에 안전사고가 일어났음 에도 경비 인력이 감축되는 피해마저 감수해야 했다. 반면, 본부의 적립예정액은 95억에서 114 억으로 올라갔다.1 학생대표의 비율이 더 낮은 등심위의 비민주적 구성2이 예고한 패배였고 형 식적인 합의에만 급급한 본부와의 불통이 불러온 결과였다.
1월 22일 : 5차 등심위
1월 28일 : 7차 등심위
·생활비장학금 1억, 교육환경개선금 1억 원 편성 가능
·2016학년도 등록금 책정 관련 합의사항
·등록금 책정 및 학생회 요청사항에 대해 총장면담
서울캠퍼스 학부 '내용 없음'
요청 ·학교 측의 등록금 책정 결정 강행, 서울 학생위원
2월 26일
회의장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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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장학금 삭감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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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월 25일 : 농성선포식 6차 등심위 ·학부 동결, 대학원 1.5% 인상 학생 측 전원 반대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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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월 3일 : 2차 공동행동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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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상 앞의 권리
끝난 것은 등심위뿐이었다. 총학생회는 기나긴 싸움을 예고하며 지난 1월 25일 사자상 앞 에서 농성 선포식을 진행했다. 농성을 시작하며 총학생회 측에서 요구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장학금Ⅱ유형 삭감분을 복구할 것. 둘째, 학생교육예산 삭감분을 복구할 것. 셋째, 재단-본부의 책임을 다할 것. 그중 학우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첫 번째 요구안, 국가장 학금Ⅱ를 작년 수준으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5억3천만 여 원 정도에 해당하는 교내 장학금 확 충 혹은 등록금 인하가 이뤄져야 했다. 설을 목전에 둔 겨울 아침, 파란 천막의 문을 슬며시 들춰보았다. 오규민 총학생회장을 포함 해 서너 명이 모여있던 농성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경쾌했지만, 전기난로와 이불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기운을 감출 수 없었다.
학우들의 응원 메세지로 꾸며진 농성장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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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한양』 :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에 농성하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7차에 걸친 등심위부터 현재 농 성을 진행하기까지 학교 측의 태도가 어땠는지,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오규민 총학생회장(이하 오) : 교수와 제자가 아닌, 학교 대표와 학생 대표로 만나야 할 자리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등심위 과정 중 학교 측 대표로부터 ‘실적 하나 쌓아보려 고 노력한다’, ‘땡깡부린다’, ‘학교가 어려운 것을 알면서 이러는 거냐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냐’는 말 까지 들었습니다. 논리적인 반박 대신 ‘돈 없다’는 말로 일관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낍 니다. 몇 년간 학교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생지원과 관련된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해왔습 니다. 이제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 : 3월에 본부와의 논의가 진행된다면 행정적으로 등록금이나 장학금을 재조정할 수 있나요? 오 : 예산안 자체는 통과되었지만 추가변경예 산안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 다. 2년 전에 경희대에 비슷한 선례가 있었습 니다. 경희대의 경우,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국 가장학금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 만 경희대 학우 분들이 농성을 지속한 결과 3 월에 등록금 동결을 이뤄냈고 국가장학금을 재신청해 받아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규민 총학생회장이 농성장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한양』 : 학우들의 참여와 호응은 어떤가요? 오 : 방학 동안 단과대 회장단과 집행부 분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대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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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상황을 설명해드리고 공동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 사안과 관련한 총학생회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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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게시물이 최소 100개부터 많게는 8~900개의 ‘좋아요’ 개수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고, 오다가
등록금 0.3% 인하, 국가장학금 10
다 농성장에 들러 응원해주시는 학우 분들도 하루에 한 분씩은 있습니다. 학우 분들이 국가장학 금 삭감에 그만큼 분노하고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이나 역할을 저희에게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 7차 등심위에서 학생대표 5명 중 3명이 학교 측과의 타협에 찬성했습니다. 비민주적인 등심 위 구조를 탓하지 않더라도 총학생회에서 원하는 합의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오 : 대학원 학생대표 한 분과 에리카 학생대표 두 분이 합의에 동의했습니다. 처음에는 에리카 학 생회와 공통요구안3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현재 저희가 요구하는 5.3억 중에 교내 장학금 2억과 교육환경개선금 1억만을 추가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는 이런 세부요구 사항 에 앞서 국가장학금 복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에리카 학생회의 경우 각 단위와의 협의가 진행되어 예산안 편성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양』 :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해나갈 계획인가요? 오 : 아무래도 방학 중에는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힘들어 조금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 다. 농성장 운영과 더불어, 온라인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새터 홍보영상에 등록금 농성과 관련 한 내용을 담는 등 여론을 형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학우들의 참여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본 사안을 해결하는 데 조금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캠퍼스와는 달리, 에리카 캠퍼스에서 본부와의 합의를 결심한 까닭이 궁금해 에리카 총 학생회 측에 문의를 해보았다. 에리카 총학생회장 전용기(생활스포츠학부 10)군은 “에리카와 서울의 회계는 분리된 까닭에 등심위에서 예산편성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가 물거 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등심위 과정에서 미래설계장학금이 1억 원, 교육환경개 선금이 1.5억 원 상향조정 됐습니다. 에리카 회계 안에서 학생지원금의 최대치를 확보했다고 판 단했고, 등록금이 동결된 마당에 학생예산이나마 지키기 위해 예산편성안에 동의했습니다. 작
억 원 삭감분의 복구를 위한 교내장 학금 확충, 법인전입금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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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년에 인센티브의 형식으로 국가장학금Ⅱ를 받았듯이,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받을 수 있으리 라 예상합니다.”라고 답했다. 에리카 총학생회장의 답변을 듣고 나니, 혼자만의 싸움이나마 걸어볼 수 있는 현실이 다행 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부 학우들은 비현실적인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학 우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복지에 힘써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2차 공동행동에서 본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학우들이 각자의 응원 문구가 적힌 리본을 천막 앞에 매달고 있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학우들의 불안한 시선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농성장 운영과 함께 학우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공동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월 3일 공동행동에서는 학 교의 태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와 응원 문구를 쓴 리본 달기 행사를 함께 진행하는 등 1차 공 동행동에서 더 나아가 학우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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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의 무게
등록금은 한양대학교 학우 모두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보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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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면 2015년 신입생을 기준으로 입학에서 졸업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총 8150만 원에 달한
대학알리미, ‘일반상환 학자금 대
다. 이 비용 가운데 압도적인 액수를 차지하는 항목은 단연 등록금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
출’ 합계 결과
록금은 OECD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 생활비와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까지 더해지면 대학생의 어깨는 더더욱 무겁다. 그 때문에 장학금을 제외하면, 등록 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학우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대출 혹은 아르바이트 두 가지로 좁 혀진다. 전자를 선택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지만, 취업의 기쁨을 채 만끽하 기도 전에 빚더미가 발목을 잡는다. 후자를 선택하면 훗날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겠지 만 6030원의 적은 시급으로 등록금을 충당하며 학업에도 충실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양대학교 학우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4년 2학기에는 15.1%, 2015년 1학기에는 12.8%4 에 해당하는 한양대학교 학우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대출’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총 학생회 측에 따르면, 선본 자체 설문조사에서 역시 2016학년도 총학생회 공약 중 가장 우선돼 야 하는 것 1위로 ‘등록금 인상 저지’가 꼽혔다고 한다. 한양대학교 학우들도 과도하게 비싼 등 록금 문제를 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등록금 ‘동결’은 국가장학금Ⅱ가 최소 7억 이상 삭 감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상’이나 다름없었다. 표면적으로는 ‘등록금 인상 저지’에 성공한 것 처럼 보였지만 총학생회가 학교와의 싸움을 시작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2015년 등 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Ⅱ가 추가로 지급됐다는 것을 빌미로 학우들의 타협을 요 구했다.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학생들과 달리, 본부는 국가장학금을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의 ‘보너스’로 취급한 것이다.
출’과 ‘취업후상환(든든) 학자금 대
한양 95호
목소리 앞의 목소리
본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은 어땠을까. 지난 1월 26일, 전학대회 말미에 본 사안에 대한 개요설명과 단과대 회장단의 토의가 진행됐다. 모든 단과대 회장이 순서대로 입장을 표했으며, 대다수의 단과대에서 총학생회의 대응에 응원과 지지를 표했다. 농성 현장을 찾아와 간식이나 방한용품 전달하는 미담 역시 빈번히 전해졌다. 미리배움터 일정 중 신입생들과 함께 농성장 을 방문한 단과대, 노란 편지지 두 장을 꽉 메운 격려의 말과 함께 현금을 전달한 대학원생, 개 인적으로 찾아와 잠시나마 자리를 함께하는 이들까지, 크게 두드러지진 않아도 학우들의 성원 은 간간이 이어졌던 모양이다. 총학생회장이 개인 페이스북에 직접 올리는 농성일기 역시 평균 40개 이상의 ‘좋아요’를 꾸준히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국가장학금 삭감을 저지하기까지 긍정적인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나 학우들의 다양한 여론이 모이는 대나무숲에 총학생회의 경솔한 행보를 비판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온 바 있으며, 댓글을 단 학우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그 가운데, 농성장에서 큰 소리로 랜덤게임을 하는 총학생회의 태도를 비판한 제보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오규민 총학생회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농성장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던 학우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라며 사죄의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위 사 진 속의 제보들처럼 총학생회의 행보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에 대해서는 총학생회 측 또한 이렇다 할 피드백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대나무 숲에 총학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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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야 할 길
총학생회가 등록금 삭감 저지에 성공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마자 모든 학우들이 그 성 공에 열광했다. 그 열광에는 얼마간의 장학금을 더 받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도, 소통의 여지가 남아있는 학교 측의 태도, 죽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한 학생사회에 대한 안도감이 뒤섞여있 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는데 빼앗긴 권리를 되찾으려는 노력이야 오죽할까. 우리의 목소리로 생존권을 쟁취한 기억은 앞으로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줄 테다. 그간의 고생과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목소리가 통하는 곳에 살고 있다. 그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 길이 바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아닐까.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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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 이니 중 고민
수습위원 모집 대
상
15학번, 16학번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수습지원서를 작성하셔서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로 제출 후,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주소현 010.2240.4425 / HYgyoji@gmail.com
02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우리 과 정원이 다섯 명 줄어든대. 가뜩이나 전공 수업도 적게 열리는데…. 이러다라 이러다가 더 적어지는 거 아닌지 몰라.
좋겠다! 우리 과는 내년부터 없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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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모인 이유
지난 1월 20일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영하 14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라는 주제로 성토대회가 열렸다. 이날 주로 다루어진 현안은 올해 막대한 지원금과 함께 시작 될 프라임·코어 사업이었다. 학생 측과의 합의 과정 없이 자행된 본 사업에 대해 10개 대학의 학우들이 입을 모아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하지만 최소 3년간 진행될 정부의 대대적인 대학 구 조조정 정책은 사실상 시작되었다. 흔히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으로 불리운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은 일찍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산업 역군을 키워내는 역할도 수행해왔다. 따라서 대학은 연구·교육의 중심 지이자 전문 직업인 양성 기관으로서 두 가지 역할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전자에만 집중하면 현실 감각이 없다고 비판받아야 하며 후자에 치우치면 대학의 본질을 잃었다는 질타를 받아 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발표한 프라임·코어 사업 계획은 대학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기대 를 상당 부분 접은 것으로 보인다. 기초학문을 고사시킬 가능성이 다분한 본 사업은 정말 불 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프라임·코어 사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목 소 리
한양 95호
일자리가 없는데, 일자리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대졸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대졸 인력 배출 구조가 개선되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8년 안에 고용 시장에서 인문·사회 계열 대졸자는 약 44만 명 초과 공급, 공학·의약 대졸자는 21만 8천 명이 초과 수요일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수준에 이르러서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5년 교육 부에서 발표한 취업률 통계를 보면, 인문계에서 가장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경영학과(58.9%) 는 이공계에서 가장 취업률이 낮은 재료공학과(64.6%)보다도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문계 학과 중 상경계열 정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의 정원 조정 이 시급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인력 시장에서의 수요가 이공계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생들도 알고 있다는 듯, 점 점 더 많은 학생이 이과를 택하고 있다. 교육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양천구의 목 동 여자고등학교는 2016년 들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과 반이 문과 반보다 많아졌다. 오래간 학교에 몸담아 온 교사들도 놀랄 정도로 변화를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과반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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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고 해서 곧 이공계 인력이 충원되는 것은 아니다. 대졸자가 된 후 사회로 나가는 것이 일반 적이기 때문에, 대학의 이공계 정원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한다면 결국 똑같은 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될 것이다. 즉 인력시장 공급의 대부분을 대졸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학 입학정원 이동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학구조를 조정하기에 앞서 인력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인문계 출신 인력들이 충분히 고용될 수 있도록 노동 시 장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도체, 자동차, 유무선 기기 등 제조업 기반의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산업 환경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수요를 인문계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문과의 텃밭이 던 영업·마케팅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2014년에는 한 포털에 ‘대기업 인사팀 18년 차의 조언’이라는 제목의 게시 물이 올라와 대학생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 가 되기도 했다. 이는 ‘단언컨대 연대 경영 학과 출신보다 충남대 공대생의 취업이 수 월하다’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 때문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의 반응은 ‘그래도 연세대인 데…’였지만, 단순히 취업률을 놓고 보았을 때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임이 분명했 다. 게다가 그나마 문과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직군에서는 너도나도 경력직을 채용하 기에 바쁘다. 전문 자격증 없이 취업시장에 나오는 경우엔 인턴 자리 하나 구하기도 쉽 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력직만 채용하려는 기업을 풍자하고 있는 방송인 유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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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프라임 사업이 뭔가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책이 프라임 사업이다. 간단히 말 해 취업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의 정원을 늘리면,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과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하였 는데 결국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정원을 취업이 용이한 학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 공통된 골 자이다. 그렇다 보니 본 사업 계획 발표 이후 다수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정원이 작은 기초학문 학과가 고사될 수 있다’며 거센 항의를 했다. 하지만 지원금의 규모가 워낙 큰 탓인지, 대부분 학교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유형 유형별 내용
특징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사회 변화와 산업수요 중심으로 대학 전반의
창조경제, 미래 유망산업 등 측정 분야 중심의
학사조직과 정원 조정 선도
인력 양성을 위한 개편
■ 진로·취업 중심의 학과 개편과 학생 중심
■ 신기술·직종, 융합전공 등 창조 경제와 미
의 학사구조 개선
래 유망 산업 인재양성
■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도입과 학생의
■ 창업학과, 사회 맞춤형 학과 등 선도적 교
진로·경력 관리 강화
육모델 도입
입학정원 10% (최소 100명 이상) or 200명
입학정원 5%(최소 50명 이상) or 100명
이상 이동
이상 이동
참여 조건
동일 계열 내 이동은 50%만 인정 (계열 기준은 대교협 표준분류체계) 지원규모 권역구분
■ 총 1,500억원 (9개교 내외)
■ 총 500억원 (10개교 내외)
■ 대학별 평균 150억원, 최대 300억원
■ 대학별 평균 50억원
■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구분
■ 5개 권역으로 구분, 균형지원
PRIME 사업 유형별 주요 내용(안)
▲ 교육부 보도자료,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기본계획 시안 발표」2015.10.22
한편 프라임 사업에 찬성하는 이들은 ‘학과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 곧 학문의 위기로 이어지지 는 않는다’라며 반대 측의 입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오히려 소수의 학생에 게 집중하여 정예의 순수인문학도를 육성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운영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도를 따져보면 정원 감축이 곧 해당 학과의 존폐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함을 알 수 있다. 서울 시내 사립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낮게는 60%에서 높게는 80%에 이른다.1 즉 학
1
송보배, <한국대학신문>, <<고등교 육 재정지원 확충하라>>, 2016.1.28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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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2/3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
2
원 감축은 곧 해당 학과의 운영비 축소로 이어져 학습 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로 대
예를 들어 기계공학부의 정원이 20
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본교 인문과학대학의 정원은 수년째 줄어들고 있었으며, 정원 감소에 맞
금액이 최소 4억원이다.
추어 전공 수업도 줄어들었다. 애초에 소규모의 인문계열 학과는 전임 교원의 수가 적고, 교수들 의 안식년이 겹치는 해에는 한 학년을 대상으로 개설되는 강의의 종류가 4개를 밑돌기도 한다. 정부에서도 기초학문이 맞닥뜨릴 일련의 위기를 예상하기는 한 모양이다. 프라임 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하면서 ‘정원감소 학과에 대한 지원 계획’ 항목을 평가하기로 한 점이 그렇다. 그러 나 배점은 100점 만점에 3점으로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정원 감축에 배정된 약 40점을 고려하 면, 결국 순수 학문에 대한 지원계획이 튼실한 학교보다는 대규모 정원 이동을 실시한 학교가 사업에 선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제시한 ‘지원금의 10% 내외를 정원 감축 학과의 역량 강화에 투입할 것’이라는 내용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10%에 준하는 사업비가 학 과의 인프라를 유지·강화 하기에 충분한 액수인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정원이 늘어난 학 과에 지원될 금액이 ‘이동 정원(N) x 2000만 원(1인당 교육비x1.5배)’ 인 데에 비하면2 정원이 감축된 학과에 돌아올 금액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인다. 영역
대형
소형
42
37
32
37
10
10
4.1 정원 감소 분야에 대한 대책
3
3
4.2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유도 방안
3
3
10
10
1. 대학 여건과 학과개편·
1.1 대학의 현재 여건 및 개선 효과
정원조정 계획
1.2 학과개편 및 조정계획의 타당성
2. 교육과정 혁신 및 진로교 육 내실화 3. 교원·인프라·학사제도 등 대학의 지원 체계 4. 정원감소 분야 대책 및 대학 구성원간 합의 5. 재정집행계획 적정성과 사업계획의 지속가능성
2.1 정원조정계획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혁신 2.2 학생 사회 진출을 위한 진로 개발 및 취업·창업 지원계획 3.1 우수교원 확보 및 인사운영 계획 3.2 정원조정과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육 인프라 지원 3.3 학생 중심, 사회수요 맞춤형 교육을 위한 학사제도 개편
5.1 재정집행계획의 적정성 5.2 대학 사업계획의 지속성 및 자체지원 투자 방안 총계
PRIME 사업 선정평가 지표
배점
항목
100 ※ 가산점 : 대학구성원참여제 운영(3점), 정원감축 이행(3점)
명 증가했다면 해당 과에 지원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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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본교도 참여한, 코어 사업
정부는 인문학 부흥을 위해 ‘코어 사업’ 또한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인문 역량 강화를 목표
3
로, 프라임 사업 시행 후 축소될 순수학문에 대한 재정적 지원3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원
지원금의 규모가 워낙 커서였을까,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일정의 기준이 있으며, 정부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고 코어 사업 참여를 선언하였다.
예컨대 ‘글로벌지역학 모델(A)’은 인문학과 경영학, 사회과학 등을 융합하여 언어권별 지역학 위 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 그리고 경영학을 융 합하여 ‘동아시아 통상학과’ 등의 신설 학과를 만들 수 있다.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B)’도 이 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문학과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유도하는 본 모델의 극단적인 예로 한 균태 경희대 부총장이 제시했던 국어국문학과와 전파공학과를 융합한 웹툰창작학과가 있다. 구분
특징
A. 글로벌 지역학
언어권별 교육·연구거점 구축 및 특화된 글로벌 지역전문가 양성
B, 인문기반 융합전공
인문학과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융합전공 개발을 통해 창의인문인재 양성
C, 기초학문심화
학술적 역량을 갖춘 인문계열 학과를 지원하여 우수한 인문 전공자 양성
D. 기초교양대학
전 계열 학생 인문소양 증진
E. 대학자체 모델
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인문학 전공자 양성
1)
1) 기초교양대학 모델은 타 모델과 결합 불가하며, 독립 모델로 참여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모델을 고려해볼 때 코어 사업은 인문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융합이라는 미명 하에 학과 폐합을 불러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 모 대 학은 인문·예술 대학의 소수 학과를 전면 폐과하고 그만큼의 공대 인원을 증원하며 스스로 전 문 직업인 양성소의 기능만을 남겨두었다. 한양대학교도 코어 사업 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총 학생회 측에 본교의 사업 계획에 대한 문의를 해보았지만 ‘학교 측이 코어 관련 정보 공개를 거 부하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당장 3월에 대상 학교 선정 여부가 결 정 나는 상황에서 사업 방식에 대해 학생들과 아무런 협의 시도도 하지 않는 학교 본부의 행태
일명 SKY도 본래의 입장을 번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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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 물론 학교가 합리적인 방향의 사업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학교의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은 내가 속한 학과가 어떤 변화 를 겪게 될지 알 권리가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사안에 대해서는 그 의 사결정 과정에도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은 결과를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총학생회 측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코어 사업에 대해 전면 거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합 리적인 사업 유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이 우려했던 것은 인문과학대 소속 학과의 무 리한 통폐합이었다. 그러나 코어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학과를 통폐합하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기존의 중국경제통상학과와 같은 융합전공을 다양화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폐과 없이도 얼마든지 학문 간 융합을 유도할 수 있다. 대신 총학생회는 코어 사업에 선정될 경우 주어질 지원금의 사용처와 방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현재는 학교 측이 사업 내용 공개를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의 용도에 관해 소문 만 무성한 상황이다. ‘중어중문학과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칭화대 교환학생 파견을 무료 로 보내준다더라’, ‘인문대 학생이라면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닌 다더라‘하는 식의 출처 모 를 루머만 돌고 있다. 하지만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는 교 과목 증설이다. 올해 신입생들부터 새로 적용된 교육과정에서는 기초필수에 해당하는 전공기초수업이 대 폭 축소되었다. 이대로라면 본격적인 전공 공부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로 2학년 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학년부터 시작될 전공 수업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3 월 2일 인문대 학생회 솔루션에서 발간한 소식지에 따르면 코어사업과 교육과정개편으로 인해 총 90개의 인문대 주관 교과목이 축소되었다. 학생들에게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볼 기회 를 박탈한 채 장학금만 실컷 뿌리는 것이, 진정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한 길은 아닐 것이다.
목 소 리
한양 95호
하나된 목소리로
만 32일간 이어진 총학생회의 농성으로 우리는 작년과 동일한 규모의 장학금을 보장받게 되 었다. 방학 기간임에도 농성장을 지키며 학교 측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 결과였다. 비록 법 정 부담금 약 70억 원의 납부를 약속받지는 못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사회의 목소리 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학생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학우들의 관심 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벌어질 여러 문제 상황에서도, 하나로 뭉친 학생사회의 목소리가 학내 에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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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더 자두 - ‘대화가 필요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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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소통의 부재는 끔찍한 결과를 낳고는 한다. 친구 사이,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국민과 정 부 등등 모든 관계는 소통으로 시작해 불통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군사 작전에서 소통의 단절은 단순히 작전 실패를 넘어 죽음으로까지 치닫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가? 부모님과 형제자매로 시작해 친구, 애인, 교수님까지 수많은 이들이 떠오를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소통도 있을 테고. 자기 자신과의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껏 ‘소통이 없으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겁을 준 것 같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 모든 관계에서 상대를 그리고 자신을 속이려 하지 않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면 관계는 더욱 아름다워지리라. ‘드러내야만 마음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대학생인 당신에게는 앞서 말한 관계들 외에도, 소통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있다. 이 대상은 ‘대학생으로서의’ 당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막대한 영향을 끼칠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관계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환멸과 욕지기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무엇일까? 바로 ‘대학 본부(학교 측)’이다. 앞의 두 글에서 우리는 학생과 학교 측의 소통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을 보았다. 학생과 대 학 본부는 ‘대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두 주체로서 서로 합심하고 협력해야 한 다. 그러나 소통은 요원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 듯하다. 이 둘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 일까? 학생과 학교의 관계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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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말할 수 없는 비밀
기획 첫 번째 글인 ‘한양아, 우리 목소리 들리니?’ 글에서 우리는 ‘재단은 법정부담금을 내고
1
책임을 다하라’라는 총학생회의 주장을 보았다. 교내 장학금을 삭감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학
학교회계 운영계산서상의 수익총
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하는 총학생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재단은 어떤 사정이 있길래 그런 매
합이다.
정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까?
2
재단의 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재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정부담금’이 어떻게 책정되는 지 알 필요가 있다. 교육부 법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및 동 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립대학 법인(이하 재단)은 대학의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1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수익용 기본재 산’을 확보해야 한다. 수익용 기본재산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법정부담전입금2 등 대학에 필요한 경비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재단은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해 야 한다’는 법을 지키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단은 재단이 일정 수준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할 자금, 즉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소득을 내야 한다. 법정 기준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의 3.5% 이상의 연간소득이 있어야 하며, 이 소득의 80% 이상을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의 3.5%에 서 다시 80%가 최소한의 ‘법정부담금’이다.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2015년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현황’을 보면, 학교법인 한양학원의 수익 용 기본재산 기준액은 4418억 8990만 4500원이고 실제 보유액은 4106억2312만 5,000원으로, 그 확보율은 92.9%이다. 확보율은 90% 이상으로 타 재단 평균 56.9%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나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률3은 0.6%로 법정 기준 3.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재단은
계. 쉽게 말해 학교가 번 돈의 총
전입금(轉入金)이란 국공립단체, 종 교시설 또는 법인시설이 그 운영주 체로부터 받는 운영지원금을 말한 다. 법정부담전입금이란 법으로 정 한 전입금이다. 한양대학교는 ‘학교 법인 한양학원(재단)’으로부터 법정 부담전입금을 받는다. 3
수익액 / 수익용 기본재산 * 100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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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용 기본재산의 0.6%인 20억 원의 수익을 내고 그 전액을 학교운영경비로 부담했다. 재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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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의 전부를 학교운영경비로 부담했다고는 하지만, ‘재정 상황 나쁜 와중에 그래도 잘했네’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고 말할 수 없다. 재단이 확보했어야 할 소득용 기본재산을 ‘100’이라 하면, 원래 부담해야 할 학
운영 상황 및 교육ㆍ연구여건에 관
교운영경비는 ‘28’이다. 재단이 부담한 20억 원은 ‘5.57’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위 사실은 ‘대학 알리미’ 등의 사이트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고등교육기관은 「공공기관 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주요 정보를 공시4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아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쓴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그 비밀은 재단을 두둔하는 대 학 본부로부터 비롯된다. 필자는 총학생회에, ‘등심위에서 학교 측 대표가 재단이 처한 상황을 공시된 정보 이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던가요?’라고 물었다. 총학생회의 신하섭 중앙집행위원장 (준)은 ‘학교 측 대표는 학교와 재단은 엄밀하게 궤가 다른 단체이기에, 대학 본부가 재단 상황 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 고 본부가 재단에 요구하여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는 그럴 수 없다고 반복하지요’라 고 대답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재단의 부실함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 측 대표 입 장에서 그 사실을 터놓고 말하는 것은 재단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를 바 없 는 일이다. 김연우가 복면가왕이란 사실을 모두 알지만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바로 그것이다. 재단의 수익용 기본재산과 그 수익률 그리고 미납한 법정부담금은 이미 만천하에 공시되어있 다. 수익을 낼 수 없었고 그래서 법정 전입금을 내지 못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왜 그랬느냐 고 물어봐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면 남은 일은 부족한 수익과 법정 전입금을 어떻게 채울지 궁 리하는 것이 아닐까? 모종의 이유로 상황이 나쁘게 됐지만, 앞으로의 개선 가능성까지 모두 차 단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나 신하섭 중집위원장은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서 학교 측 대 표는 구체적인 재단의 상환이나 추후 복구 계획에 대한 설명 또한 거부하였습니다.’고 말했다. 만일 학생과 대학 본부가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대등한 주체가 아니라, 학생이 ‘등록금’을 내 고 학교에서 교육이란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는 자본주의적 관계라고 봐도 학교 측 행태는 문제
은 ‘공시’를 ‘고등교육기관의 기본 한 주요정보를 정보공개에 대한 열 람ㆍ교부 및 청구와 관계없이 미리 정보통신망 탑재 등의 방법으로 적 극적으로 알리거나 제공하는 공개 의 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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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다.(오히려 더 심각하다!) 학생은 ‘자본주의’적으로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벌레를 퇴치 하려고 세스코를 불러도, ‘업체가 다 알아서 잘할까’란 의문이 들면, 업체 직원에게 어디에 어떤 벌레가 많으며 어떤 방식을 써서 퇴치할 것인지 물어볼 수 있다. 직원은 대답할 의무가 있다. 고 객이 ‘비용’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 본부에게 ‘자본주의 고객’으로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은 명 백히 대학 공동체의 일원이고, 우리 공동체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에 성토하는 것이다. 대학 본 부 역시 자신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긴다면, 대학 공동체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학생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따위를 간직해서는 안 된다. 재단이 부실하다면 그 사실을 밝히고 향후 계획을 논 의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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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1.2
소통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원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 상대 를 존중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나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 다. 그러나 지난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서 학교 측 대표는 예·결산 항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 는 학생 대표에게 ‘이번에는 공부 많이 했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학생대표를 등록금 심의 위 원회에 참가한, 자격을 가진 ‘의원’으로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우받으려고 떼쓰는 어린아이 쯤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최근에 인문대 학생회는 학교에 2월 4일 제출한 코어사업 계획과 진행 상황에 관한 정보 공 개를 청구했다. 인문대학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정보 공개할 수 없다’, ‘정보를 공개하면 분란이 생긴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뒤이어 인문대 학생회에 도착한 ‘정보 비공개 결정 통지서’에 따르면, 교육부에서 코어사업 계획서가 심사 중이므로 미리 공개될 경우 공정한 진행이 어렵다 고 판단되어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한다. 등록금 또는 프라임·코어사업 등 학생에게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이 있을 때마다 대학 본부는 신비주의를 표방해왔다. 그 사안들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학 생들에게 제때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학생들 모르게 추진된 사업이 학생들을 ‘이 롭게만’ 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자신의 향방을 결정지을 사업들에 관해 잘 알기를 원한다. 학생 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대학 본부는 학생들이 무서운지 혹은 우스운지, 학생들 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통의 대표적인 예로 ‘성적평가방식 전환’ 논란을 들 수 있다. 2015년 1월, 대학 본 부는 성적평가방식을 상대평가로 전환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에 학생사회의 반발이 거세자 학교는 일부 수업을 다시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이때도 학교는 학생 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하지 않았다. 조금 더 먼 과거로 돌아가 보자. 2007년 한양대학교는 서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의 독문 과를 통폐합했다. 이때 노일선<인문대·교학과> 부장은 ‘학과 정원 문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 수와 교직원들에게도 굉장히 복잡 미묘한 사안이라 학생들과 함께 논의할 수는 없었다’며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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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통폐합과 독문과 정원 문제는 지난해 12월 인문대 전체교수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
5
다’고 말했다.5 미리 알아도 다치고 몰라도 다치니, 학생들 처지가 안쓰럽다.
김현수. “학생의견 수렴과정 부재 되풀이”. 「한대신문」, 2007.09.16
학생들은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다. 우리 향방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들에 관해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대학 본부는 학생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학생들은 우리가 대학 본부와 동등 한 대화 상대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또 요구한다. 이번에도 역시 ‘자본주의 고객’으로서가 아니 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대평가 공동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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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어린애가 아니야?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정보를 감추고 학생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대학 본부를 보았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마치 ‘권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부당하고 강압적인 학교에 휘둘리는 인권 운동가’로 부각한 듯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만약 대학 본부가 프라임사업 학교에 선정되기 위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 으로 몇 개 학과를 통·폐합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일차적인 피해는 통·폐합된 학과의 학 생들이다. 프라임사업이 해당 학과 학생들을 이롭게만 할지라도(물론 그럴 리는 없다) 그들 은 ‘소통 없는 운영’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비판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당 학 과가 아닌 학생들은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라고 안도하고 하던 일이나 계속하면 될까? 그렇 지 않다. ‘소통 없는 운영’을 비판하지 않으면 본부는 그 같은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학 생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안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게 된다. 그것이 1차 피해를 보지 않은 학생들도 목소리 높여 대학 본부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대학 본부의 불통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소수의 학생대표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 다. ‘그런 일을 하라고 학생대표를 뽑은 건데 왜?’라는 의문이 생길 것 같다. 그러나 대학 본 부가 학생대표를 어엿한 ‘대표’로 봐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본부가 학생대표의 말을 소수 학생의 의견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았다면, 과거로부터 이어진 ‘불통의 역사’도 없 었으리라. 따라서 일반 학생들도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우리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어 떤 결정들이 우리 몰래 이루어졌을 때, 안일하게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 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성적평가방식 전환’ 논란이 있었을 때, 총학생회는 그에 반대하며 적극적인 서명운동과 함께 공동행동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8,035명의 학우가 서 명했고, 공동행동이 있었던 15년 3월 25일 신본관 앞에 1,000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이는 학생사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음을 증명한 날이다. 우리는 어린애 취급 받는 것을 불평하기 이전에 우리 행동이 어른스러웠는지 반추해봐야 한다.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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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소통으로
지금까지의 논의는 모두 소통을 위한 이야기였다. 대학 본부에게는 ‘기꺼이 정보를 학생과 공유하고 학생을 동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고, 학생인 우리는 과연 무시 받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반성해보았다. 이 같은 주장과 자성의 목소리가 하나의 물 줄기가 되어 ‘소통’이라는 바다로 무사히 흘러들어 가기를 바란다. 학생과 학교와 대학 공동체 를 위해서.
디자인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들어갈 자료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학내
총학생회 : 이번에는 파란색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대나무 숲에 사자가 있다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총학생회 : 이번에는 파란색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2호선을 타고 한양대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걸어 올 라갔다. 애지문 계단을 반쯤 올랐을까, 산에 지어진 학교를 탓하 길 시작할 무렵 계단 중간에 비치된 『2016 총학생회 선거 공동 정책자료집』이 나를 반기었다. 흘겨본 두께는 작년과 비슷했고, 펼쳐본 이름도 작년과 비슷했다. 준비된 해법에서 변화의 해법으 로 변신한 솔루션, 올해도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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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겠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선거가 열린다. 한양대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 들의 왕래가 잦은 애지문과 사회대, 제3캠퍼스 등에 선 거홍보물이 게시되었다. 작년 11월 중순, 사회대 1층 엘 리베이터 부근에서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무려 네 개의 각기 다른 솔루션이 한데 모인 것이다. 사회대 학생 회 후보 솔루션과 프라임·코어 사업 규탄 대자보를 붙 인 인문대 학생회 솔루션, 예산지출내용을 공고한 43 대 총학생회 솔루션, 44대 총학생회 후보로 나온 솔루 션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중에서 현 총학생회와 총학생 회 후보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 개의 솔루션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제는 전 총학생회가 된 43대 솔루션을 뒤로하고 44대 솔루션이 임기를 시작했다. 여느 겨울처럼 기온이 영하 로 내려가는 날, 총학생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자 찾아갔다. 애지문에서 올라오면 보이던 파란 천막, 안쪽 에 비닐 한 겹을 덧대는 것으로는 외풍을 막을 수 없었 던 그곳. 등록금·장학금 농성 천막에서 총학생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한양』 : 안녕하세요, 솔루션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올해 총학생회에게 질문할 것이 많은데요, 우선 입후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규민 총학생회장(이하 오) : 학생회 활동을 계속해오면 서1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러 던 중 작년에 있었던 상대평가전환 반대 캠페인을 통해서 그 고민이 심화하였습니다. 이후 일방적이고 비교육적인 행정을 이어가는 학교를 보며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 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출마를 결심하였습니다. 1
13년도 사학과 학생회장, 14년도 인문대 부학생회장, 15년도 인문대 학생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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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올해 총학생회와 작년 총학생회의 이름이 같아서
만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편 학생자치에 대
투표 초기에 의문을 갖던 학우들도 있었는데요, 총학생회
한 학생들의 관심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한양대를 만들어
이름을 똑같이 이어가면서까지 작년 총학생회를 계승하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됩니다.
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 : 작년 총학생회는 대학의 가치를 지키고 생활에 밀접
『한양』 : 지속해서 학생회비 납부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한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측면을 그대로 계
있습니다. 작년 학생회비 납부율은 어떤지, 그리고 학생회
승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
비 납부율을 늘리는 방안으로 어떤 방식을 구상하고 계
습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 문제나 안전한 캠퍼스 만들기,
시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말입니다.
오 : 작년 2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이 29%로 역대 최저였
작년의 총학생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솔루션이라는 이
습니다. 학생회비 납부율 감소추세에 대한 대책으로서 단
름으로 계승하고,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구호와
기적으로는 학생회비가 어떻게 사용이 되고, 왜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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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프레이즈 로 표현했습니다.
알리려고 합니다.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카드뉴스 도 올리고, 신입생에게 가는 소식지에 학생회비 관련 내
『한양』 : 이번 총학 투표에서 투표참가인원이 작년에 비하 3
용을 담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학생회비 회계를 지속해
여 10% 나 늘었습니다. 총학생회나 학내자치에 관한 관심
서 공개하고 등록금·장학금 농성과 같은 학생권익을 위
이 날이 갈수록 준다는 목소리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 있
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학생회 자체의 신뢰를 높이고
어서 매우 기쁜데요, 이번 총학생회선거 투표율에 대해서
자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 투표율이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학생자치에 관한 관
『한양』 : 요즘 프라임·코어사업으로 대학가가 시끄럽습니
심이 올라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늘어난 투표율
다. 한양대 내에서도 프라임·코어사업에 대해서는 찬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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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대 총학생회는 ‘한양을 위한 준비된 해법’ 솔루션이었고 44대 총학생회 는 ‘틀을 바꾸는 변화의 해법’ 솔루션이다. 3
43대 총학생회선거 투표율은 51.35%이었으며 44대 총학생회선거 투표율 은 56.4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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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프라임·코어사업에 대한 총학생
와 같은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지
회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금 등록금 관련 문제에 대해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 : 원칙적으로 프라임·코어사업은 비교육적이므로 반
요, 쉽지 않은 학교와의 싸움을 두고 많은 학우가 보내주
대합니다. 이 사업은 명분과 실리 둘 다 놓치고 있습니다.
신 응원과 지지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서 배움보다 취업에 치중하는 것
고 선거 때 말한 것처럼 틀을 바꾸는 변화의 해법이 되기
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대학생에게 취업이 중요하긴 합니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 하지만 프라임·코어사업으로 취업이 확실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프라임·코어사업은 취업난의 책임을 대학 과 학생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이공계 학과 비중 을 적게 두어서, 학생은 이공계 기술과 지식을 배우지 못 해서 취업이 안 된다는 식이죠. 프라임·코어 사업은 대학 공급인력과 시장수요인력의 미스매치를 그때그때 해소하 는 식으로 취업난을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 적인 정책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일자리의 증 가라고 생각합니다.
『한양』 : 마지막으로, 남은 2016년을 임하는 포부를 한마 디 해주세요. 오 : 지금도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 희가 약속드렸던 등록금인상 저지나 대학구조조정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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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은 이어지기도
44대 총학생회 솔루션 선거운동본부는 43 대 총학생회 솔루션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같 은 이름으로 출마하였다. 솔루션 선거운동분
신규
왕십리 배달앱 개발, 근로장학 권리찾기
부는 선거홍보물에서 “2015년 솔루션 공약이 행률 89%”라고 강조하는 한편 “이제는 1년의 임기를 넘어”, “바꿔본 사람이 바꿀 수 있습니
강의계획서 신고제 정착
다”라고 밝히면서 43대 총학생회 솔루션을 계
힉내 물가 모니터링
승할 의지를 내비쳤다. 11월 26일, 솔루션 선
경비인력 및 안전예산 확충
대학구조조정 대응
계승
거운동본부가 44대 총학생회에 당선됨에 따라 총학생회 솔루션은 2년 연속 총학생회의 주인
확대
공이 되었다. 2년 연속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44대 솔루 션 총학생회의 공약과 정책을 살펴보는 데에서 전 총학생회와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44대 솔
등록금 인상 저지
루션의 공약을 43대 솔루션의 공약이나 정책
총학생회 Zone 설치
과 비교하여 신규, 계승, 확대, 후퇴라는 항목 으로 분류했다.
후퇴
미생장학금, 청일점프로젝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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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 왕십리 배달앱 개발, 근로장학 권리찾기 신규 공약으로는 왕십리 배달앱 개발과 근로장학 권리
계승 : 강의계획서 신고제 정착, 대학구조조정 대응, 학내 물가 모니터링, 경비인력 및 안전예산 확충
찾기가 있다. 왕십리 배달앱 개발의 경우 전단지문제 해
작년도 총학생회는 강의계획서 의무화 공약을 강의계
결과 지역상권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공
획서 신고제로 수정이행하였다. 강의계획서 신고제는 작
약이다. 전단지는 처리가 힘들 정도로 많이 뿌려져 과방
년에 운영되어, 강의계획서 미등재 강의 비율을 12.4%에
이나 동아리방의 골칫거리였다. 또한 노천극장이나 행원
서 6.8%로 줄였다. 이 사업은 학생들의 참여를 필요로
파크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굴러다니는 전단
하는 사업이기에 이후에도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과 총
지는 캠퍼스의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었다. 왕십리 배달
학생회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겠다.
앱 개발 공약을 통해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었던 전단지
대학구조조정 대응은 교육부의 대학관련 정책 일반
문제에 총학생회가 본격적으로 나선 점에는 박수를 보
이나 본부의 학사개편 등에 대응하겠다는 공약이다. 작
낼 만하다.
년에는 상대평가전환 반대운동과 16-19 교육과정 개편
다음으로 근로장학 권리찾기는 기존 근로장학에 대한
대응을 하였다. 올해는 16-19 교육과정개편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약
한편 프라임·코어사업으로 예상되는 피해로부터 학생들
이다. 다른 장학제도와 달리 근로장학은 각 부서에서 심
의 권익을 지키고자 동분서주하고는 있다.
사와 선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근로장학 정
작년 하반기에 한양플라자가 리모델링되고 새로운 점
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근
포들이 입점하였다. 그러한 변화와 더불어 물가도 변하
로장학 정보를 일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
였다. 임대료가 기존 4.8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인상됨에
편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할
따라 물가도 상승한 것이다. 신규 점포의 경우 정가의
것이라고 밝혔다.
10~30% 이상을 인하하겠다고 했으나 리모델링 전보다 물가는 상승했다. 이에 대응하여 총학생회는 정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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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인하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
확대 : 미생장학금, 청일점 프로젝트 시즌2
링을 통해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하였다.
작년 총학생회의 생활밀착형 공약 중 가장 많은 관심을
경비인력 및 안전예산 확충 공약은 작년 가을 신본관
끈 공약을 꼽으라면 단연 미생장학금이 1위로 뽑힐 것이
과 한양 플라자 사이로 트럭이 떨어지고 학생이 다치는
다. 학생들의 자취비와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미생장학금
사건이 발생하며 추진되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경비인력
은 보다 개선되어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청년취업난 속
및 안전예산 확충을 사업으로 선정하였으며 본부에 사과
에 마련된 청일점프로젝트(청년일자리점프 프로젝트)도
와 학내 차량통행 제한, 경비인력 확충, 인도-차도 분리
미생장학금과 더불어 시즌2가 계획되었다. 두 공약 모두
를 요구하였다. 본부는 즉각 사과하였고 나머지 요구사항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으며, 그 성원에 보답
에 대해서는 수용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본부는 학내
한 공약이니만큼 올해도 기대해본다.
차량통행 제한을 시행하고 한양대 둘레길을 인도와 차도
이러한 개선에서 나아가 미생장학금과 청일점프로젝
를 분리하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였다. 하지만 본부
트는 44대 솔루션의 비전2020를 통해 확대될 예정이다.
는 경비인력을 감축하였고 관련 예산도 삭감하였다. 다른
미생장학금의 경우 대학생 사회보장 제도로, 청일점프
요구사항들은 수용되었지만 경비인력 및 안전예산 확충
로젝트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도 차원으로 도입하겠다고
은 제외된 상황에서 총학생회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이 총학생회 차원에서 제시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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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 : 등록금 인상 저지, 총학생회 Zone 설치
어디서든 인터넷이나 SNS에 접속할 수 있는 지금, 오
44대 총학생회는 상대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바탕으로
프라인이 온라인보다 접근성의 우위를 가진다는 사실
전 총학생회의 공약을 계승하고 확대하는 한편 자칫 매
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한편 작년 총학생회의
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요구를 반
소통공약이었던 현장총학생회 공약과 비교했을 때 후
영하여 공약을 쇄신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퇴한 점이 눈에 띈다. 현장총학생회가 지니는 쌍방향소
하지만 총학생회 공약 중에서 몇 가지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다. 첫 번째로 등록금 인상 저지 공약이다. 등록금 인상을 막는 것은 학생들의 권익을 위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가 아니라 등록금 인상 저지이다. 등록금이 동결될 경우 등록금 인상 저지 공 약은 이행공약이 된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 공약은 미 이행공약이 된다. 물론 총학생회는 등록금이 동결되었 음에도 장학금 축소 등을 이유로 농성을 진행하고 있 다. 등록금 인하 대신에 제시된 등록금 인상 저지 공 약이 공약이행도를 올리려는 의도에 따른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필자의 기우이길 바란다. 두 번째로 의아스러운 공약은 총학생회 Zone 설치 이다. 온라인에서 활발히 홍보활동을 하는 총학생회가 오프라인 게시판 설치로 홍보활동을 확장하는 것은 반 길 일이다. 하지만 이 공약이 영양가가 있는 공약인지, 이름뿐인 공약인지는 다른 문제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통이라는 장점은 사라진 채, 페이스북 페이지와 다를 바 없는 단방향소통으로 후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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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겠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양대에 숱한 사건, 사고가 있었
번이 계속되는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행정까지. 긍정적이
으며 그곳에는 늘 총학생회가 있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
지만은 않은 현실 속에서 44대 총학생회 솔루션은 2016
의 권익을 지키는 학생사회의 선봉대였다. 2년이라는 길
년의 약속과 2020년까지의 비전을 제시하며 당선되었다.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솔루션 총학생회는 크
44대 총학생회 솔루션은 안 좋은 상황만큼 많은 기대를
게 변하지 않고 꾸준히 관록을 쌓아왔다. 하지만 총학생
안고 출발했다. 그들이 학생사회와 끝까지 함께해주기를,
회가 넘어야 할 산은 관록을 우습게 만들 정도로 높아지
학생사회의 미래가 봄날처럼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고 있다. 아직은 동결된 상태이지만 언제 인상될지 모르 는 등록금과 프라임사업의 여파로 다시 떠오른 학과개편 문제, 작년도 트럭추락사고로 불거진 학내안전 그리고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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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니 중 고민
수습위원 모집 대
상
15학번, 16학번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수습지원서를 작성하셔서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로 제출 후,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주소현 010.2240.4425 /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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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에 사자가 있다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투명사자가 울부짖었다. 크앙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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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귀는 당나귀 귀
대학언론이라 불리는 교지·학보사 등은 예전에는 학
SNS에 익숙한 사자들은 ‘대나무 숲’을 어느 정도 알
생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운동이 뜨겁던
고 또 잘 이용하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하
1970~80년대에 학생들은 대학언론을 통해 의견을 주고
필 페이지 이름이 ○○대학교 ‘대나무 숲’이 되었을까요?
받았어요. 이곳에서 각종 사회 문제와 교내 논쟁거리들
옛날이야기 속에 대나무 숲이 나오지요. 왕을 섬기는 동
을 이야기했지요. 군사정권이 신문과 방송을 통제하던
안 그의 비밀을 감히 발설하지 못했던 신하는 죽을 때가
시절에는 대자보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습니다.
다가오자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 불황과 취업전쟁으로 학
고 소리칩니다. 그 뒤로부터 바람이 불면 대밭으로부터 ‘
생사회가 약화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하지요.
발달로 종이 매체가 설 곳이 줄어 대학언론도 힘을 잃어
이후 대나무 숲은 ‘어떤 사정으로 인해 할 수 없던 이
갔습니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논쟁거리에 대한 학생들의
야기를 속 시원하게 외치는 공간’을 뜻하는 말로 쓰여 왔
관심도 줄어들었습니다.
습니다. 그렇다면 사이버 세상에서의 대나무 숲은 어떻
‘공론장’의 축소는 대학생들로 하여금 마땅히 학생들
게 만들어졌을까요? ‘0’과 ‘1’로만 이루어진 공간인데 말
의 여론이 형성되어야 할 여러 안건에 무방비하게 만들
입니다. 공간을 ‘1’로만 채우면 대나무 숲이 완성될까요?
었습니다.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
농담입니다. 온라인 대나무 숲은 ‘출판사X’라는 트위터
지 않고 학사 과정을 바꾸거나 등록금을 조정해도, 학생
계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2년 09월 12일 익명의 한
들이 목소리를 한데 모으기는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그
출판사 직원이 사장의 차명 재산을 비롯한 회사의 부조
러나 최근, 이 목소리를 모을 장소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
리를 공개하는 글을 이 계정에 올렸습니다. 출판업계를
니다. 고리타분한 펜과 잉크 없이, 글을 잘 쓸 필요도 없
중심으로 소문이 퍼지자 출판사는 직원 단속에 나섰어
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요. 결국 '사장이 직원들을 소집했다'는 글을 끝으로 '출
접근 가능한 곳인데요. 바로 ‘대나무 숲’입니다.
판사X' 계정은 사라졌습니다. 이후 '출판사X'를 애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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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만들어진 계정이 최초의 대나무 숲인 '출판사 옆 대
학생들은 대나무 숲에 들어가 연애·취업 등의 개인
나무 숲(@bamboo97889)'입니다. 계정이 만들어진 지 5
적인 고민부터 등록금·장학금 등의 학내 문제, 역사 교
시간 만에 400여 개의 글이 올라왔고 1주일도 되지 않아
과서·일본군‘위안부’ 같은 사회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로
3,400명이 넘는 팔로워가 모이고, 2천 개 이상의 트윗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재 대나무 숲에 관한 관심이 점점
익명의 사용자들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이후 방송사 옆
늘어나는 추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보입니다. 사
대나무·숲 시댁 옆 대나무 숲·촬영장 옆 대나무 숲·광
람이 모여 목소리가 커지면 그 파급력 또한 커지기 마련
고회사 옆 대나무 숲 등 유사한 계정들이 속속 등장했다
입니다. 따라서 대나무 숲은 단순히 자유게시판 기능을
1
고 합니다. 이러한 대나무 숲은 동종 업계에 있거나 공
하는 지금보다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불만이나 애환을 토로하
대나무 숲에서 형성된 여론이 실제 공동행동으로 이어
며 공감을 나누는 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는 것이지요.
페이스북에도 여러 대나무 숲이 출현했는데요. 그중 에서도 ‘○○대학교 대나무 숲’은 학생들이 자유롭고 편하 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학교 자유게시판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처음으로 대나무 숲을 만든 후 다른 대학들로 퍼져 나갔어요. 현재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6만 개를 넘습니다. 이 렇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대나무 숲은 다양한 제보가 끊이지 않고 올라오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제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요, 왜 그런지는 다들 잘 아시죠?
1
출처 : 위키백과 [대나무 숲]
55
한양 95호
대숲지기들의 대나무 숲
지금까지 대나무 숲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
여러 이유로 말하기 어려운 속내 하나쯤 있다고 생각했습
다. 그런데 한 가지 빠트린 것이 있어요. 대나무 숲과는
니다. 또한 학생들만의 소통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데요. 바로 대나무 숲을 지키
니다. 혼자만의 작은 생각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부족한
는 ‘대숲지기’는 입니다. ‘제보하기’ 기능을 통해 익명으
점은 감싸주고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 주는 따뜻한 공간
로 제보된 사연은 곧장 대나무 숲에 게시되지는 않습니
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 ‘대숲지기’는 그 사연이 여러 사람에게 보여도 괜찮
둘째로는 자유롭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
은 내용인지 판단하고, 때로는 재치있는 댓글로 사연을
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실 학생 개인이 공개적으로
꾸는 일을 합니다.
학교 내부의 문제나 여러 정치·사회적 의견을 제기하는
필자는 문득, 대숲지기가 ‘제보’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대숲의 익명성은 제보
생기는 고충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자가 위험부담 없이 자유롭게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며 의
야 못다 한 말은 대나무 숲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털어버
견을 나누는 통로가 되어줍니다.
리면 되지만, 대숲지기 자신이 대나무 숲에 제보하고 또 직접 게시하는 모습은 왠지 웃겨 보입니다. 대숲지기들
『한양』 : ‘대나무 숲’은 어떤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의 솔직한 말을 들어보고 싶었던 필자는, 베일에 싸인
또, ‘대나무 숲’이 지닌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은밀하게 말입니다.
#아이구김사자 : 대나무 숲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일상 속 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인 거 같아요! 말
『한양』 : 한양대 대나무 숲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하기 어려운 생각들이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
#대숲지기일동 : 한양대 대나무 숲은 비교적 초장기에 생
만 꺼내기 어려운 것들을 말하고 위로도 받고.. 그런 게 대
긴 대숲 중 하나인데요. 아는 사람 중에 타 대학 대숲지
숲의 의의 아닐까요?! 자신의 말 못 할 고민을 시원하게 털
기가 있었고 그분과 뜻이 통했습니다. 첫째로는 누구든지
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 같아요. 단점이라면..
56
학
내
너무 재밌어서 사람들의 배꼽을 가져가요. 는 장난이고 가
#아름사자 :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참 많구나’ 느끼
끔 너무 감정적인 다툼을 유도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는 한편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하기도 해요. 모
아닌가 싶어요. 그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두 올려드리고 싶은데 다 못 올려드리는 게 죄송하기도
항상 100% 옳은 것은 없더라고요..ㅠㅠ
하고요ㅜㅜ
『한양』 : 제보는 많은가요? 또 어떤 주제들의 제보가 있나
『한양』 : 대나무 숲을 관리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
요? 제보를 볼 때 드는 기분은?
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투명사자 : 제보는 하루 평균 20~30개씩 들어와요! 생
#밥한번사자 :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만 비밀로 알려드
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대부분은 연애제보에요.
리는 건데(속닥속닥) 대나무 숲을 관리하면서 최근 가장
사랑의 실천을 온몸으로 행하는 우리 한양 학우님들...(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제보함으로 지기를 향한 비난 글이
도 좀 껴주세ㅇ..) 그다음으로 새내기 관련 글이 압도적으
들어올 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더라고
로 많고, 가정사나 친구관계 같이 인간관계에 관한 글이
요. 저도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대학생인지라, 그런 글
랑 가정형편에 관한 글이 그다음으로 많아요!! 그 후부터
을 보고 멘탈이 와장창 깨져버려서... 한동안 지기 일을 그
는 매우 소수의 제보로 학업 진로에 관한 글, 학생회나 학
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봤답니다. ㅠㅠ 댓글에 가계정
교에 관한 글, 정치 관련 글들이 있네요! 제보 종류의 균형
으로 비난과 욕설을 쓰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댓글이 보
유지를 위해 연애 제보를 상당히 많이 걸러내서 정말 죄송
일 때마다 바로 차단과 삭제를 하는데, 금방 새로운 가계
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ㅠㅠㅠ 특히 헤어진 연인에 관한
정을 만들어서 다시 욕설·비방을 해요... 최대한 신속하게
글..ㅠㅠㅠ 그래도 지기들만큼은 하나하나 전부 꼼꼼히 읽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부분이 대숲지기들
고 있으니 용서해주세요.
을 힘내게 하죠.
#이제내꺼사자 : 외롭고... 배고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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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한양』 : 다른 대나무 숲과는 달리 한양대 대나무 숲은 익
대숲은 가장 편하고 대중적인 소통공간이기에 한양대학
명 댓글 기능이 없잖아요. 익명 댓글 기능을 만드실 계획
교 학생들에게 시나브로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이 있나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한번사자 : 제가 알기로는 예전에 대숲지기가 4명이었 어요. 그래서 익명 댓글을 허용하면 지기 업무가 늘어나
『한양』 : 대숲지기를 하는 데에 사명감이나 포부가 있다
서 막아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 활동하는 지기들이 많
면요?
아졌으니 조만간 익명 댓글 규칙과 함께 익명 댓글을 허
#투명사자 : 저는 너무 힘든 데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
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에요!!
으로 괴로웠을 때, 대숲에 저의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 으면서 정말 큰 위로를 받았었거든요. 그리고 제 또래의
『한양』 : 현재 대숲이 지닌 한계가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
다른 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큰 역경을 겪으면서도 절망
로의 대숲이 지닌 가능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지 않고, 절망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감동받았
#저승사자 : 대숲지기들이 24시간 감시와 필터링을 하는
어요. 그래서 제가 대숲에서 많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었
게 아닌데다가 가계정으로 비방, 욕설, 모욕을 하는 사람
던 것만큼 다른 한양대 학우님들에게도 돌려 드리고 싶
들이 있기에 대나무 숲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지실 수도
어요!! 너무 거창한 꿈이려나!!! 헤헿. 그래서 맘 아프고 힘
있는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
든 우리 학우님들ㅠㅠㅠ 모두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어요!!
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홀로 외치던 ‘옛 이야기의 대나 무 숲’과는 달리 ‘페이스북 대나무 숲’은 익명으로 외친 뒤
『한양』 : 듣기에 대숲지기가 되는 일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여러 사람들의 빠르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 좋은 시스템
하던데요. 외모와 지혜를 겸비한 사람을 엄선해서 뽑는다
입니다. 대나무 숲의 글들은 같은 내용의 고민이라도 같은
던데... 본인 자랑 좀 해주세요.
학교, 학생들의 고민이라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58
학
내
#이제내꺼사자 : 어.... 일단.... 뭔가.... 죄송해여 저 같은 게...
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하고 싶으시겠어요? 내 제보를
ㅋㅋㅋㅋㅋㅋ 이건 근데 기존 지기들이 더 잘 대답해주실
올려달라고 말한다거나 익명 제보자의 정보를 물어본다거
것 같아여! 전 이번에 새로 뽑힌 지기인데…. ‘외모와 지혜’
나 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메세지를 받지 않아서 덜하지
보단 ‘잉여력과 잉여력’인 것 같아여^^ 제가 자랑할 수 있
만 메세지로 제보를 받을 때는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었어
는 것은 이거밖에 없네여^^
요. 그리고 아무리 지금 익명 제보라고 해도 지인이 대숲
#밥한번사자 : 맞아요! 저는 외모와!! 지혜를 겸비한!! 사람
지기라는 것을 알면 제보하기 조금 꺼려질 거에요. 이런저
입니다 여러분!!!!^^ 저는 훌륭한 외모와 뛰어난 지혜를 가
런 이유로 대숲지기는 베일 속에 있습니다.ㅎㅎ!!
지고 있기에 대숲지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안 보인다고 일
#아이구김사자 : 비밀이에요. 이거 진짜 1급 비밀이에요.
단 막 던지고 보는 밥사자..ㅎㅎ)
그래서 저한테까지 비밀..ㅎ(나 왕따인가 봐요)
#아이구김사자 : 후…만약 외모가 기준이었으면 저는 예 선 탈락일지도 몰라요.. 아마 대숲지기 선발은 모두 따뜻
『한양』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양대 학우님들께 ‘대나
한 마음이 기준인거 같아요.
무 숲’ 홍보 한 말씀 해주세요.
따뜻한 마음 10스푼 +신박한 드립력 2스푼 = 대숲지기
#투명사자 : 꺄핳하핳 안녕하세여 여러분!! 우리 한양대 대
다른 대숲지기들 모두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요. 전기장판
나무 숲은 그야말로 우리 한양의 아이덴티티라고나 할까
같은 사자들이에요.
요? (껄껄껄껄껄) 이 시대 청춘들의 진솔한 연애! 공부! 생 각! 을 담고 있는 진정한 대학생 삶의 현장이라 할 수 있습
『한양』 : 대숲지기가 베일에 둘러싸여 있는 이유는 무엇
니다. 게다가 대숲을 통해 이뤄진 커플이 벌써 몇인지...!!(
인가요?
흥 지들끼리만 연애하고!ㅠ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많이
#아름사자 : 쉿. 알려고 하지 마세요. 다쳐요. 농담이고 익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저희두 많이 많이 사랑합니
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사실 뻔해요. 주변에 대숲지기가 있
다아앙♥ 감사합니다.
59
한양 95호
대숲은 사랑을 싣고
지금까지 넘치는 대숲지기들의 진솔한 마음을 들어보
대나무 숲에는 사자가 있습니다. ‘백수(百獸)의 왕(王)’
았습니다. 대나무 숲은 광고 제의가 들어와도 본래 취지
처럼 위엄있고 용맹한 모습은 아닙니다. 쉽게 웃고 쉽게
와 목적을 위해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숲지기도 어떠
눈물 흘리며, 별것 아닌 일에 쉽게 상처받지만 별것 아
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않는다고 해요. 대숲지기는 사자
닌 말에도 쉽게 위로받고 다시 힘내는 사자들이죠. 여러
이지만 쉽게 상처받는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 대숲을 이
분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면 대나무 숲에 들어가 힘차게
용할 때는 에티켓을 지켜보아요.
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학우들이 선물해준 대나무 숲 마스코트
사회
나눔을 통해 채우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크라우드펀딩 기획서
받을 수도 있는 돈에 대하여
부편집장 방원경
수습위원 이상권
gogh1994@hanmail.net
docghtmare@daum.net
나눔을 통해 채우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소유하고 있는 것이란 잃을 수 있는 것이므로, 나는 응당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언제이고 잃을세라 줄곧 조바심내기 마련이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한양 95호
공유의 서막
어느덧 4살 아이의 부모가 된 A 부부. 맞벌
의 시대이다. 2008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본격
이하면서도 쉽지 않은 결혼 생활이지만 하루가
적으로 부각된 공유 경제의 개념은, 나눔을 통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오늘도 행복한 미
한 편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소를 짓는다. 특히 저 멀리서 물 건너 왔다는 독일제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를 볼 때면 마 치 유명 외제 차를 사준 듯한 생각이 들어 웃 음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넉넉지 못한 살림에 도 아이를 위한 옷, 유모차, 장난감 따위는 가 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바 람이다. 그렇다면 A 부부는 아이를 위해 무리 한 지출을 해온 것일까? 아니, 오히려 이들은 기존에 저가 제품을 구매하던 금액보다 적은 비용으로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을 구매했다. 육아용품을 공유하는 서비스인 ‘키플’이 있었 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키플은 아이들이 다 커 서 못 입게 된 옷이나 장난감, 유모차 등을 필 요에 따라 저렴한 값에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 여 부모님들의 육아 부담을 한껏 덜어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이 접혀 벽장 깊숙한 곳에 쌓 여 있을 옷들이 본 서비스를 통해 마치 화폐와 같은 개념으로 변용된 것이다. 바야흐로 공유
64
사
소유 너머로
‘2015 대한민국마케팅대상’에서 공유경제 1
‘이전 사용자의 매너 평가’를 도입하고 이를 ‘금
부문 최우수상은 나눔카 업체인 쏘카 에게
전적 보상’과 연결시켜 문제를 해결하였다. 청
돌아갔다. 차량을 공유하는 본 서비스는 현재
결하게 차를 사용하는 만큼의 보상을 쿠폰의
1,600여 거점에서 약 3,500 대의 차량을 공유
형태로 제공한다. 게다가 이용자는 일반적으
하고 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
로 집 근처의 쏘카존을 이용하며 자주 사용하
서 허비하는 자동차를 모두의 소유로 꺼내어,
는 차량이 생기게 마련이다. 즉 나눔카를 이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용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자차의식을 가질 수
매출이 500억으로 2년 만에 무려 20배 성장했
있었다.
지만, 초창기 쏘카의 성공을 예견한 이들은 많 지 않았다. 내 집 마련과 함께 ‘자차 업그레이 드’가 마치 인생 과제인 양 인식되어 온 국민 정 서로 볼 때, 차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유를 통 해 주차료, 보험료, 소모품 유지비에 대한 부담 이 제로에 수렴하자 소비자들은 반응할 수밖 에 없었다. 소유가 수반하는 비효율을 공유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소유욕만큼 우려되었던 변수는 자차가 아니 기에 발생하는 관리 소홀이었다. 온전히 본인 소유의 차량이 아니기에 애지중지 다룰 가능 성이 작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에 쏘카는 1
10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대여 단위가 기본 하루인 렌트카 업체에 비해 유동적인 대여가 가능하며, 차량의 인 수/반납 과정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서울시내 곳곳에 분포해 있는 나눔카.
회
65
한양 95호
공짜라고? 진짜? 왜?
이 밖에 전면 무료로 유지되는 서비스도 있
『한양』 : 처음부터 호스트가 되어 나의 공간을
다. 집에 자리만 차지하고 읽히지 않는 책을 나
공유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마 여행객의
누어 보거나 재능 기부를 하는 등 완전한 의미
입장에서 먼저 서비스를 이용해보셨겠죠?
의 공유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익을 누리면
권희진 : 네 맞아요. 2010년에 유럽 여행을 가면
서도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마냥 반
서 여행 경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용
가운 일은 아니다. 재화를 얻기 위해서 대가를
을 해보았습니다.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현대 사회에서 공짜의 개념은 무언가 꺼림칙함을 안겨줄 수밖에 없
『한양』 : 모르는 이가 무료로 방을 제공한다는
다.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숙박 공유 서비스인
사실이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2
‘카우치 서핑 ’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숙박비 부
권희진 :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 호스트
담이 사라진다 해도 전혀 모르는 이의 집에서
인증 제도가 있어서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잠을 잔다는 것은 상당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요. 게다가 페이스북을 활발히 이용하는 호스트
전혀 연고가 없는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더욱
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자체 사전조사를 통해
그러하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안착한 서비스
더욱 신뢰를 가지고 방문할 수도 있었죠.
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느낄 모종 의 불안감을 해소하였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인터뷰 후 직접 카우치 서핑을 이용해보니
위해 카우치 서핑을 통한 내 집 공유 서비스를
권희진 씨의 답변이 이해가 되었다. 2중, 3중으
5년째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는 권희진 씨를 만
로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
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럼 신뢰의 문제는 서비스 내부 시스템을 통해 극복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숙박 업체 와 대비한 숙박 비용이 1/3 수준인 것을 고려
2
내 집의 빈 방을 여행객에게 내어주는 서비스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 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 호스트가 되며 여행 경비가 부족한 배낭여 행객들이 게스트가 된다.
66
사
한다면 굳이 값비싼 업소에서 묵을 이유가 없
에도 미국에서 온 게스트가 집에 머물고 있다
어 보였다. 특히 지역 주민과 함께 머무는 과
는 권희진 씨는 ‘동네 주민이기에 알 수 있는 맛
정에서 여행지나 먹거리에 관한 귀중한 정보
집들을 추천하면 하나같이 반응이 좋다’며 즐
를 얻는 이점도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당시
거워 했다.
1번은 호스트의 참조글의 개수, 3번은 호스트의 응답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믿음직한 호스트로 평가 받는다. 5번은 인증 표시로 일정 금액을 들여 신상정보를 인증한 호스트에게 주어진다. 또한 4번의 검색 기능을 통해 성별이 나 나이, 취미 등을 고려한 호스트 선택도 가능하다.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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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이용자는 즐거운데… 사업자는?
이처럼 공유 기반의 서비스 덕에 소비자는
해 앞서 인터뷰한 권희진 씨는 ‘공유 경제 서비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스도 결국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 아닌가.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
더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객을 빼앗길뿐더러
당연한 권리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할 이
공유 모델이 낮춰놓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유가 없다’는 의견을 표했다. 시장 경쟁의 자유
이 전체 상권의 축소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
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반
다. 카우치 서핑을 통해 획기적으로 저렴한 숙
영한 듯, 올 초 정부는 부산·강원·제주 지역에
박이 가능해지자, 게스트 하우스나 호텔과 같
서의 숙박 공유를 합법화했다. 따라서 세 지역
은 숙박업소의 매출이 급감해 관련 종사자들
의 주민들은 누구나 손쉽게 숙박 업체를 운영
이 본격적으로 반발한 것이 그 예이다. 이에 대
할 수 있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 전경
68
사
반면 정부로부터 서비스 금지를 당한 예로 3
으로 경쟁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불만 섞
‘우버’ 가 있다. 가장 성공한 공유 경제 모델로
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자유와 정부 개입
꼽히는 우버는 세계 각국의 규제로 인해 운영
의 줄다리기가 팽팽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상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 ‘택시 기사의 생계를
시장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야 할지, 국가 개
위협한다’는 우려 때문에 법적으로 우버를 금지
입을 통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인지는 조금 더
4
한 국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택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시 기사들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중산층 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영역을 법적으로 보장하 는 것이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 수의 소비자는 여전히 ‘정부가 개입하여 인위적
우버택시 반대 시위중인 영국 런던의 블랙캡 택시. 3
4
택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기존 택시 업계 매출의
한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었으며
50% 이상을 잠식하며 전세계 택시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중이다. 심지어 우버의 모 국인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 금지령을 내렸다.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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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공유의 바람
공유의 개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다. 하지만 필자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여전
도 만날 수 있다. 농촌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
히 공유의 개념이 시장 전반에서 확고한 자리
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던 두레가 좋은 예다.
를 점하리라 생각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편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시기에 서로의 노동력을
익을 취하고자 하는 이용자로서는 이것이 여전
공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히 매력적인 소비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
흘러 1인당 농업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
유가 지속 가능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위해
자 사라졌다. 공유할 필요성이 없어지자 두레
서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공유의 폐해를 인식하
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데에도 힘써야만 한
비슷한 원리로, 누군가는 근래의 공유 열풍 도 경기 침체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지 금은 경제가 어려워 소유할 여력이 없으니 나누 어 쓰고 있지만,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면 굳이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
다.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할 때 비로소 공유 의 의미가 빛을 발할 것이다. 나눔의 축복을 누려보고 싶지 않은가? 앞서 살펴보았듯, 나눔은 곧 채움이 된다.
크라우드펀딩 기획서 부편집장 방원경 gogh1994@hanmail.net
“우리 저번에 맥주 마시면서 말한 사업 말이야, 진짜 해볼래? 마케팅 강의 듣다가 기발한 아이 디어 스친 적 있지? 저번에 실습하고 남은 천 쪼 가리로 만든 에코백 보는 사람마다 어디서 샀느 냐고 난리잖아. 엄마가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분 집에만 두기에는 아깝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다 사업 아이템이라니까. 어때, 궁금하지? 내 이 야기 좀 더 들어볼래?”
71
한양 95호
알리고 만들고 모으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화를
근 몇 년간,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이 연일
모으는(Funding) 행위를 뜻하는 크라우드 펀
화제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적은 상영관
딩은, 어느덧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목적과 방
과 대형 배급사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큰 호
식에 따라 지분투자1, 대출2, 보상3, 후원4 등
응을 얻고 있다. 영화 ‘귀향’이 관객들과 만날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영화산업을
수 있었던 건, 대형 투자자가 아닌 크라우드
제외하고도 공연, 전시, 창업, 기부 등 여러 분
펀딩 덕분이었다. 7만 명의 바람으로 모인 12
야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디어
억여의 후원금은 14년간 잠들어 있던 시나리
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신생기업 및 문화 예
오를 세상으로 불러들였다. 이외에도, ‘26년’, ‘
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
또 하나의 약속’, ‘천안함 프로젝트’, ‘연평해전’
상을 스치는 아쉬움이 꽃피울 자리, 우리 안
과같이 정치적인 외압이나 사회적 문제를 다
에 숨은 ‘잉여력’이 번뜩일 기회가 이곳, 크라우
룬 많은 영화가 크라우드 펀딩의 손끝에서 태
드 펀딩에 있다.
어났다.
1
2
유망한 초기 단계의 기업을 미리 발굴해 소액을 투자하는 방식
P2P 대출업체들이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
3
4
일정 금액의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소정의 상품 혹은 대가를 지
후원자의 기부금으로 음반을 제작하거나 책을 출판하고 전시회를
급하는 방식
여는 방식
72
사
꿈 봉오리가 꽃피는 곳
발행인
온라인중계업자
투자자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발행인, 발행인과 투자자를 이어주는 온라인중개업자, 마음에 드는 사업에 자 금을 투자하는 투자자에 의해 이뤄진다.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egogo)
예측하는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을 다지는 성과까
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기업이다. 크
지 얻었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홍보에 필요
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아직 문화 산
한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한다는 점
업을 위주로 펀딩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산
에서,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에 최고의 마케팅
업 전반에 걸쳐 펀딩이 진행된다. 펀딩에 성공할 경
수단이 된다. 자금 모금을 넘어 수백만 명의 해외
우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
사용자에게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
어 후발주자로 나선 우리나라 크라우드 펀딩 시장
기 때문이다.
의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국내 고유의 크라우드
지난 2월 14일에는 해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펀딩 시장도 착실히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다음의
메이크스타에서 진행한 걸그룹 스텔라의 미니앨
스토리 펀딩과 네이버의 공감펀딩은 우리 주변에
범 제작프로젝트가 400%를 넘는 후원율을 기록
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다. 네이버
했다. 해외 팬덤을 발굴하고 국외 시장의 수요를
해피빈에서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플리’는 213%의
5
해피빈 공감펀딩 ‘웨딩플라워를 다시 꽃 피우는 따뜻한 재발견’ 참조
회
73
한양 95호
후원율을 달성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5
쁘게 재포장하는 역할까지 모두 일반인 자원
꽃이 낭비되는 곳과 꽃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
봉사와 플로리스트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두
결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플리는, 꽃 기부를
어 시간의 화려함을 끝으로 버려지던 꽃들은,
신청한 예비부부의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노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새롭게 꽃피고, 기
인 복지 시설이나 미혼모 시설에 배달하는 프
부자와 수혜자, 봉사자와 후원자의 얼굴에는
로젝트다. 결혼식 당일 꽃을 수거하고 이를 예
또 다른 꽃이 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메이크스타에서 진행된 ‘스텔라 미니앨범 제작’ 프로젝트
네이버 공감펀딩에서 진행된 비영리 펀딩 프로
ⓒ메이크스타
젝트 ‘플리’ ⓒ네이버 해피빈
74
사
생각보다 가까이
개인 직거래 금융서비스인 P2P(Person to
여러 이유로 실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
Person) 대출은 크라우드 펀딩 대출 분야의
다. 그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겨 HIT 지하의 사
대표적인 사례다. P2P 대출에는 사연이 흐른
무실로 그를 찾아가 보았다.
다. 얼마의 금액이 필요하며 어떻게 갚아나갈 계획인지를 보여주는 것, 대출자의 이야기가 곧 담보가 된다. 대출 절차가 까다로운 제도 권 금융기관에서 소외당한 이들에게는 또 다 른 희망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프로스 퍼(Prosper)’나 ‘조파(Zopa)’와 같은 P2P 대 출 업체가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머니옥션’과 ‘팝펀딩’ 같은 업체가 있다. 하지만 현 금융업법은 P2P 대출중개를 금융업무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
P2P 대출서비스 킹메이커를 운영 중인 서현석 씨(중어중문학과 12학번)
며, P2P 대출에 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한양』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킹메이커가 어
않아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서현석 씨는
서현석 : 킹메이커는 졸업한 선배와 4학년 2학기
2~3개월 전 P2P 대출 사업인 킹메이커를 시
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을 P2P로 매칭해 취업
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
준비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인·적성평
현한 대학생들이 많다는 소식을 익히 들어온
가 문제집 비용, 이력서 사진 비용, 학원비용 등
만큼 궁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서현석 씨가
취업준비에 필요한 자잘한 비용을 빌려주는 것이
운영하는 킹메이커 역시 법적인 제재를 비롯한
죠. 단순한 채무 관계를 넘어 선후배 네트워크까
회
75
한양 95호
지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3건의 대
한 데이터를 모아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출이 진행 중이며, 취업 이후 90일 안에 상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현재는 시범 단계에서 자
『한양』 : 국내에서 P2P 대출 사업을 하는 데 어떤
율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있으므로 부가적인 수입
법적 제재가 있나요?
은 없습니다. 대출 사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화
서현석 : 현행법상 대출중개업무가 허가된 업종
되고 사업이 정착되면 이자를 받을 계획입니다.
은 대부업뿐입니다. 하지만 대부업으로 등록할 경우 이익의 30%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
『한양』 : 어떤 계기로 킹메이커라는 사업을 구상
에 작은 스타트업들에게는 타격이 큽니다. 그래
하게 되었나요?
서 많은 기업이 적절한 신용평가제도가 있고 추
서현석 : 대학교에서 형성된 인맥은 출발선이나
심관리7가 가능한 은행을 매개로 p2p 대출사업
활동분야가 비슷한 만큼, 나이가 들고 사회에 진
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은행에 일부 수
출해서도 의미 있는 네트워크로 지속할 수 있다
익을 제공해야 하고 대출활동 역시 자유롭지 못
고 생각합니다. 그 유대감을 활용하고 극대화하
합니다. 더군다나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은행에
6
기 위해 만든 단체가 킹메이커입니다. SOFI 라는
접근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에 자유롭게 대출사업
단체가 모티브가 되었는데, 이런 단체가 우리나
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라에도 있으면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 다. 인력문제, 법적인 규제, 자금 규모 등 여의치
『한양』 : 사업을 진행하며 겪는 어려움이나 한계
않은 부분이 있어서 현재는 실험적으로 운영하
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 있습니다. 사업의 진행과정과 상환 여부에 대
서현석 : 자금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서비스를
6
7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
은행이 수취인의 위탁을 받고 어음, 수표, 배당금 따위의 대금을 받아
가 설립한 업체. 대학교 동문 커뮤니티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내는 일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을 빌려주는 대출 서비스이다
76
사
제공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을 텐데 하는 아
상환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학생들을
쉬움이 있습니다. 도와주시는 선배들이 아직 많
위한 단체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용평가의 기준
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신청한 학생 모두에게 서
을 까다롭게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
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현재는 대출
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담, 대체봉사 등 대
신청서를 선배들한테 바로 전달해 승인을 받고
출금을 갚지 못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상환할
있어서 선배들이 부재중일 경우 신속한 대출이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제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힘듭니다. 자금이 넉넉할 경우 저희가 먼저 대출 금을 지급하고 차후에 선배의 승인을 받는 방식
『한양』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킹메이커를 운영
으로 운영할 수 있겠죠.
할 계획인가요? 서현석 : 실적이 쌓이고 공신력이 높아지면 중금
『한양』 : 킹메이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리 이자로 대학 등록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운
서현석 : 신용평가가 까다로운 은행, 이자율이
영할 계획입니다. 대출사업이 신용을 기반으로
너무 높은 제3금융권, 위험이 큰 저축은행의 단
하는 만큼 4학년 1학기에 이미 취업이 된 학생들
점을 보완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킹메
을 대상으로 4학년 2학기 등록금을 대출해 주
이커는 한양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
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데이터를
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합
모아 상환율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도움을 받은
니다. 단점은 대출자의 신용도를 완벽하게 평가
이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선순환 네트워크가 형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P2P 대출 업체의
성된다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업임을 보여주
경우 소비자신용심리평가원 같은 곳에서 데이
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터를 추출하거나 대출심사 도중 특정 단어가 나 오면 대출을 금지하는 등의 노하우가 있어 높은
회
77
한양 95호
예쁜 독버섯
앞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못했다.8 출시일에 맞춰 제품을 출시했지만 애
사례와 그 과도기에 있는 사업을 살펴보았다.
초 약속했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투자자들의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에 이처럼 긍정적인 면
원성을 사는 일도 있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악
크라우드 펀딩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넓
용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크라우드펀딩
어지고 있는 탓에, 보상제품의 배송이 지나
에 참여하는 이들 대다수가 자금이 없는 신
치게 오래 걸리거나 중개업자와 발행인 사이
생기업과 개인인 탓에 프로젝트 진행이 지지
에 금전 거래가 오가는 등 예상치 못한 잡음
부진하거나 제품 출시가 미뤄지는 일이 종종
이 끊이지 않는다.
발생하는 것이다.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생존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최근 크라우드 펀딩
게임 ‘더 스톰핑 랜드’는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을 중개하는 기업들은 발행업체의 심사기준
시작해 약 11만4천 달러를 모았다. 하지만 펀
을 높이고 프로젝트의 완성단계를 표기하는
딩이 끝난 후 제작자가 잠적해버려 크라우드
등 크라우드 펀딩의 위험을 사전방지하고 투
펀딩에 참여한 사람은 물론 같이 일했던 모델
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링 담당자와 일러스트레이터도 월급을 받지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진행한 공룡게임 '더 스톰핑 랜드' 8
장이슬, ‘크라우드 펀딩? 그거 사기 아니에요?’, THIS IS GAME, 2016.02.12
78
사
열려라 활짝
크라우드 펀딩이 갖는 악용 가능성에도 불
기준)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 창업자 중 65% 이
구하고, 크라우드 펀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이 자금 조달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
발굴해 국내 시장을 활기차게 할 가능성이 크
한다고 한다. JD,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
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나, 지
는 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시장에 뛰어들
9
난 1월 25일 ‘자본시장법(크라우드 펀딩법)’ 이
며 그 열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금 늦은
시행되며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박차를 가하
감이 있지만, 국내에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뜨
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
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건, 젊은이들에
드 펀딩이 시행된 1월 25일부터 2월 23일까지,
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투자 유치에 나선 30개의 기업 중 8개 기업이
관심 있는 분야 어디든, 크라우드 펀딩이 있
목표 금액의 80% 이상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
다. 그곳에서 당신의 새로운 인생이 열릴지 모
다고 한다.
를 일이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크라우드 펀딩은 절호 의 디딤돌이다. 코트라 해외시장정보(1월 18일
9
일반인도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할 수 있는 증권형(투자형) 크라우 드펀딩을 허용하는 법적 제도
회
당 신 의
이 야 기 를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들 려 주 세 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주소현 010.2240.4425 접수: HYgyoji@gmail.com
80
사
받을 수도 있는 돈에 대하여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젊었을 때는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 각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 오스카 와일드
회
81
한양 95호
대학생에게 돈이란
대학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특히 나이가 어
있다. 대학생들은 학업에 투자할 시간을 보장
릴수록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조언과 충고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르바이트보다 장
를 받는다. 예를 들면 “1학년 때는 교양을 최
학금을 선호한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이 장학
대한 많이 넣어야 해”, “과 CC 한번 해보는 것
금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사건의 시작은 고
도 좋아”, “아르바이트도 여러 가지 해보고”, “9
려대였다.
시 수업은 웬만하면 넣지 마라”, “여행 많이 다 녀봐”, 와 같은 말들이다. 이러한 조언과 충고 중 일부는 “젊었을 때는 고생도 사서 한다”라 는 격언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생 의 지갑은 고생을 사기에는 너무나도 얇다. 학 비에 어느 정도라도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과외를 구하거나, 장학금신청이란 신 청은 다 해보는 것이 원래의 대학생활인 양 자 리를 잡았다. 비교적 풋풋한 대학생 시절마저 돈 걱정이 일상다반사가 된 것이다. 물론 젊었 을 때는 돈이 다가 아니라고들 한다. 체력과 패 기가 넘칠 때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 다. 하지만 대학졸업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돈 이 필수적이다. 대학생활에 필요한 학비를 대학생이 충당하 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이
82
사
고려대에서 한양대까지
작년 10월 14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기자
학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서강대는 2014년
간담회에서 입을 열었다. 출석제도 폐지, 절대
1학기부터 등록금의 1/3에서 2/3를 지급하던
평가 확대 등으로 대학가에 새로운 충격을 주
성적장학금을 1/6 규모로 축소했다. 한편 성적
었던 염 총장은 “고려대 오는 학생은 최소한 돈
장학금을 축소한 만큼 다른 장학금의 지급액
이 없어서 학업을 못 잇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를 늘렸다. 이화여대는 성적장학금 유형 중
는 말과 함께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하나인 ‘우수2’ 장학금을 폐지하고 가계 곤란
우선 장학금 규모는 2015학년도 333억 원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2016학년도 359억 원으로 26억 원이 증액되었
장학제도를 개편하였다.
다. 장학금은 학생자치활동과 교내근로에 따라
그렇다면 한양대는 어떨까? 한양대는 2012
지급하는 자유장학금과 가계곤란 학생을 지원
년을 기점으로 가계곤란장학금이 성적장학금
하는 정의장학금, 그리고 해외연수나 외국어
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성적장학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학생이 직접
금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성적장학금은 2012
기획하고 제안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진리장
년 41.7억 원에서 2014년 49.9억 원으로 19.5%
학금으로 배분되었다. 성적장학금의 경우 신입
증가하였다. 한양대 장학복지팀 관계자는 “복
생 대상으로 24억 원만이 편성되었으며, 올해
지장학금을 늘리는 추세는 좋지만, 대학이 교
를 끝으로 폐지된다.
육기관이기 때문에 성적으로도 장학을 유지하
고려대에서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하면서
는 게 맞다”며 “이를 없애면 성적이 우수한 학
성적장학금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였다.
생들은 어디에서 지원을 받는가”라고 밝혔다.1
하지만 성적장학금을 축소 또는 부분폐지하고 가계곤란 학생을 지원하는 움직임은 다른 대
1
한국대학신문. <대학가 성적장학금 축소되나>. 15,10,21
회
83
한양 95호
<한양대 교내장학금 항목별 비중> 단위 : 천원
4,992,921
성적기반 장학금 필요기반 장학금 근로장학금
10,480,424
교직원 장학금 기타
6,173,000
성적기반 장학금에는 한양브레인장학금이 속한다. 필요기반 장학금에는 실용인재장학금과 사랑의실천장학금이 속한다. 한양대의 성적기반 장학금은 총 교내장학금의 22.10%을 차 지한다. 필요기반 장학금은 27.33%이다. - 대학알리미 대학별 장학금 수혜 현황
151,230 786,770
<대학별 성적장학금 변동추이>
<한양대, 성적우수장학금과 가계곤란장학금의 금액변동>
단위 : 천원
8백만
단위: 천원
7백만
7백만
6백만
6백만
5백만
5백만 4백만
4백만
3백만
3백만
2백만
2백만
백만
백만
0
2012 한양대
2013 고려대
2014 서강대
가계곤란장학금
중앙대
성적우수장학금
고려대와 서강대의 경우 성적장학금을 감축하고 있다. 이와 반
2012년 이래로 가계곤란장학금은 답보상태에 빠진 것과
대로 한양대와 중앙대는 성적장학금을 늘리고 있다.
달리 성적우수장학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 대학알리미 대학별 장학금 수혜 현황
- 대학알리미 대학별 장학금 수혜 현황
84
사
나아갈 방향은
복지장학금 확대와 성적장학금 축소, 더 나
업이나 연구가 예정된 대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아가 성적장학금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대학가
장학금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성적기반 장학금
에서는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과연 성적
과 필요기반 장학금이 대표적인 장학유형이다.
장학금은 축소되어야 할까? 확대되어야 할까?
이 두 유형 중 성적기반 장학금은 금전적 보
성적장학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장학금에 대
상의 일종이다. 금전적 보상은 과제에 대한 동
한 분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업성취를 높
장학금은 지급자격에 따라 성적기반(Merit-
인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개념이 사회 전반
based)과 필요기반(Need-based), 학생특정
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 무렵
(Student-specific), 그리고 분야특정(Career-
이다. 당시 심리학의 주류로 부상하던 행동주
specific)으로 나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성적
의는 사람을 자극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존
장학금이 성적기반 장학금에 속한다. 성적이
재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라 긍정요인으로 분
우수한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는 성적
류된 금전적 보상을 통해 원하는 행동을 유인
기반 장학금과 달리 필요기반 장학금은 가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노동시간
가 곤란한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된다.
에 비례해 급여를 지급하던 기업으로 하여금
성적기반 장학금이 우리가 흔히 아는 장학금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를
scholarship에 해당한다면 필요기반 장학금
도입하게 하였다.
은 지원금grant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 그
지금도 많은 회사에서 영업사원들을 대상으
외 학생특정 장학금은 학생의 성별, 인종, 종
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
교, 가족, 의과 기록(장애 여부)에 따라 지급되
구하고 모든 영업사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
는 장학금을 말한다. 분야특정 장학금은 한양
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 보상이 모든 구성원
대의 다이아몬드 장학금처럼 특정 분야의 학
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요인이 아니라는 뜻이
회
85
한양 95호
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인지주의는 동기
성적을 올리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하는
개념을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구분하였
지 아니면 학업에 대한 학생의 흥미도를 올려
다. 내재적 동기는 과제 자체가 촉발하는 동기
야 하는지, 답은 분명하다.
를, 외재적 동기는 과제 이외의 사물이 촉발하
학업성과를 향상시키는 것 이외에도 성적기
는 동기를 의미한다. 학업을 예로 들자면 내재
반 장학금은 우수한 신규입학생을 유인하기 위
적 동기는 배움 자체에 흥미를 가지거나 학문
해 사용된다. 하지만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에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외재
서 장학금은 후순위에 불과하다. 대학 선택 기
적 동기는 시험 성적이 높으면 선물을 받는다거
준의 상당수는 대학의 인지도나 특정 전공분
나 높은 성적으로 주위의 관심을 받는 등 학업
야에 대한 전문성이다.3 대학의 인지도에서 밀
이외의 것을 가리킨다.
리거나 특정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
자극과 반응에 천착한 행동주의와 달리 인 지주의는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간의 영
된다면 성적장학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할지라 도 우수한 신입생 유인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향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금전적 보상은 2
위와 같이 성적장학금의 목적달성가능성과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
필요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성적장학금의 축소나
이를 학업에 대입하면 성적장학금이 학업흥미
폐지가 추진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
도를 감소시킨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에 대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어디에서
성적장학금이 외재적 동기로 기능하여 성적을
지원을 받는가”라는 걱정도 제기된다. 이 걱정에
올릴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효과적이라 말할 수
서 우리가 곰곰이 따져 봐야할 대목이 있다. 대
도 있다. 하지만 한양대 장학복지팀 관계자가
관절 왜 성적우수자들에게 돈을 지원해야
말했듯이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대학이 학생의
2
3
「보상이 내재적 동기 및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 장재윤, 구자숙, <한
한국대학신문, <대학 선택 최우선 조건은 여전히 ‘인지도’> 12.3.12
국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제12권 제2호, 1998. p.52
86
사
하는가? ‘지원하다’란 ‘지지하여 돕다’를 의미
하며 대학에서의 저소득층 지원 자체를 부정
한다. ‘돕다’란 ‘남이 하는 일이 잘되도록 거들
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성적기반
거나 힘을 보태다’와 ‘위험한 처지나 어려운 상
장학금 폐지와 필요기반 장학금 확충을 역차
황에서 벗어나게 한다’라는 뜻을 갖는다. 성적
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업과 평가가 대
우수자라는 학생의 일, 즉 학업이 잘되도록 거
학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교육은 단순암기
들거나 힘을 보태는 일은 장학금지원이 아니라
나 기계적인 활용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의
교육활동으로 해야 한다. 등록금 부담에 아르
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완수되어야 한다.
바이트를 전전하고 바쁜 시간에 치여 끼니를
이를 위해 학생 개인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
굶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사람, 장학
하다. 학비를 위해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시간
금을 지원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을 소모하는 학생에게 공부에 필요한 시간을
하지만 성적장학금 폐지는 수많은 이들의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기반 장학금이다. 이는
반대에 직면해있다. 성적 장학금 폐지를 반대
결코 역차별이 아니다.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하며 “성적 장학금이 기존 국가장학금의 사각
이들에게 지원을 다 하지 않은 채, 금전적 지
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원이 시급하지 않은 이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제
주는 것이 바로 역차별이다.
도의 사각지대는 성적장학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장학금제도의 사각지대는 국가장학금제도 자체의 보완이나 제도 취지의 개편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 성적장학금 축소 및 폐지 바람에 맞 서, 저소득층 지원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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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답은 이처럼 단순합니다
한양대는 성적장학금 예산을 늘리고 있다.
한편 우리는 성적장학금을 어떻게 폐지해야
하지만 살펴보았듯이 성적기반 장학금의 본래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자리에 있다. 성적장학
목적인 동기부여를 통한 ‘학업성취 향상’과 ‘우
금 폐지에 대하여 학우들의 의견을 묻고, 폐
수한 신입생 유인’을 달성하는 것은 요원해 보
지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충분한 설명과 정보
인다. 게다가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
제공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 뒤에 성적장학금
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지해야 할 필요성
을 당장 다음 연도부터 폐지할지, 몇 년의 시
도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학생들의 동기를 고
간을 가지고 축소해나갈지, 현 상태를 몇 년
취하는 데에 금전적 보상보다 언어적 보상이나
간 유지하다가 폐지할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
4
5
피드백 이 더 효과적이다. 우수한 신입생 유
해야 한다. 단언컨대 고려대처럼 본부가 일방
인에 대해서는 장학제도 중 성적기반 장학금
적으로 성적장학금 폐지를 발표하는 것은 지
이 아닌 분야특정 장학금을 통해 특정 전공분
양해야 한다.
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신입생 유인 에 더 효과적이다. 앞서 ‘성적장학금은 축소되어야 하는가? 확 대되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의 답 은 축소도 확대도 아니다. 답은 ‘폐지’이다. 앞 으로의 장학금제도에서 성적장학금의 자리는 없다.
4
5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는 일. 학생이 특정
「보상이 내재적 동기 및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 장재윤, 구자숙, <한
이론에 대해 학습을 했을 때 선생님이 “이 이론에 대해 완전히 이해
국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제12권 제2호, 1998. p.52
했구나, 그렇다면 이 이론을 실제 사건을 분석하는 데 사용해보자” 라고 말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문화
광화문 앞에서 갈 곳을
신촌을 밝히다 교육을 밝히다
수습위원 이상권
편집위원 김동빈
docghtmare@daum.net
oellukd6@naver.com
광화문 앞에서 갈 곳을
수습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성스러운 기억의 요체이자 수호자로서, 건축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진지하게 생각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건축 없이 살 수도 있고 기도도 할 수 있지만, 건축 없이 기억을 할 수는 없다. - 존 러스킨 『건축의 일곱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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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광화문 앞에 얽힌 것들
광화문 하면 생각나는 것이 참 많다. 광화문은 이제 막 상경한 사람들에게는 묘한 동경심을 불 러일으키는 서울의 상징이기도, 민주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이 는 집회의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경복궁 답사나 연인 간의 데이트 코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외에 도 광화문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광화문을 찾아온 사람들 수만큼 의미가 하나씩 더해진다. 광화문 앞에는 관공서부터 외국대사관, 기업 본사까지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각각 의 건물은 광화문처럼 그마다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사실 광화문 앞이라고 하면 건물보다는 광장이 먼저 떠오른다. 도로 한가운데 위치한 광장 말이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인간상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데이트 나온 연인, 광장에 놀러 나온 가족까지. 아, 근처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는 경찰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광장 안에는 여러 가지 건축물이 있다. 세종 대왕동상이 대표적이다. 광장 안의 다양한 인간상과 건축물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광화문 앞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내 볼까 한다. 물론 광화문 앞에 숨겨진 의미들은 수 능 문제의 답처럼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들은 아니다. 의미를 찾아낸다 해서 누군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길을 걷다 마주치는 풍광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을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아직 봄의 나날 이 멀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 광화문이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광화문 앞에 숨겨진 의미를 일부 나마 만나보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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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광화문 앞으로 광화문으로 가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필자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으로 오는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내린 후 9번 출구로 나가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역에서 지하통로를 지나 광장으로 나오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약간의 설렘을 품에 안고 계단을 올라가면 금방이리 라. 낮이라면 햇빛이 비치는 지상을, 밤이라면 드문드문 반짝이는 야경을 마주할 수 있다.
9번 출구로 밖에 나오면 광장 저 멀리 광화문이 보이고 가까이에 세종대왕상이 보인다. 광화문 광장 하면 늘 그렇듯이 생각나는 그 세종대왕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세종대왕동상은 이곳에 없었 다. 세종대왕상은 광화문광장이 조성되던 2009년에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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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동상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자리를 지키던 이순신장군상도 있다. 1968 년부터 지금까지 세종로에 서있는 이순신장군상은 사실 철거될 운명이었다. 세워진지 10년을 간신 히 넘긴 1979년, 서울시가 문화공보부에 이순신장군상을 철거하고 새로운 이순신장군상을 세우 는 사업의 허가를 요청했다. 이는 당시 잘못된 고증에 관한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적과 서울시민들
▶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은 신하 들에게 ‘훈민정음을 온 백성에게 널리 알리고 쓰게 하라’고 장려하 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여러 기념 물이 설치되어 있다. 동상 앞에는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가, 동상 뒤 에는 6개의 열주가 있다. 열주를 가 까이에서 보면 부조가 조각되어 있 는데 집현전 학사도, 주자소도, 6진 개척도, 대마도정벌도, 지음도, 서 운관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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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불만에 따른 결정이었다. 문화공보부는 이 요청을 허가했고, 이순신장군상은 1980년에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뒤에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광화문광장 남쪽을 바라보는 이순신장군상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순 신장군이 지켜냈던 이 나라를 한번 뒤돌아보면서 말이다. ◀ 광화문 이순신장군상에 대한 지적 중 하나는 이순신 장군상이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순신장 군상 얼굴(좌)과 이순신장군 표준 영정(우)를 보면 얼굴이 다름을 쉽 게 알 수 있다
▶ 칼집을 오른손으로 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순신장군은 왼손으로 칼을 뽑는 왼손잡이가 되 는데, 이순신장순은 당시 통념에 따라 오른손잡 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장수가 항복의 의 미로 칼을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들기도 한 다. 이순신장군상은 이순신장군을 오른손잡이 가 아닌 왼손잡이로, 왜적을 물리친 장군이 아 닌 항복을 하는 장수로 만들어 버렸다. 이상이 광화문의 이순신장군상이 졸작이라 불리는 이 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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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엇갈린다
세종대왕상을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며 ‘생각보다 크다’라고 하던 중에 왼편에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건물이 있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이다. 세종문화회관의 벽에 새겨진 문양이나 계단 과 결합한 기단, 열주(列柱)에 얹어진 처마 모양 지붕 모두 전통을 현대화시키는 취지의 디자 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시 설계안이 당선되면서 ‘한국의 미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다’ 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한옥의 구조 요소인 지붕, 기둥, 기단을 적당히 단순화해 변용한 것이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양쪽의 의견 중에 어떤 의견에 동의하는가. 한 번쯤 세종문화회관 앞에 서서 건물을 바라보며 자신은 어느 쪽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 지 않으리라.
서울의 중심지로 젠체하는 고층빌딩과 건물들이 들어서있는 곳에 홀 로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건물, 세종문화회관이다.
남자는 머리빨, 여자는 화장빨이라고 하는데 건물은 조명빨인가 보 다. 밤 시간의 조명으로 벽의 부조나 처마가 두드러져 보인다. 물론 조명으로 원판까지 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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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기록
세종문화회관 안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이고 밖으로 나와 광화문 쪽으로 향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경복궁 창건 때 지어져 오문(午門)으로 불리다가 정도전에 의해 정문(正門)으 로 바뀌었다. 그 뒤에 집현전에서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라는 의미로 광화문 (光化門)이란 이름을 지어 세종에게 올림으로써 지금의 광화문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화문의 이름만큼 광화문의 자리도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차이가 있다면 자리가 바뀐 사연은 한국 근 현대사의 굴곡이라는 점이다. 광화문의 고난은 국권침탈로 일본제국에 이 땅을 빼앗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철거되어 없어진 조선총독부청사가 지어지면서 광화문은 경복궁 남쪽에서 동북쪽으로 옮기게 되 었다. 해방 이후 광화문은 본래 위치로 오지 못한 채 한국전쟁을 맞았고, 전란 속에서 상당 부분 이 훼손되었다. 이후 박정희 정권에 이르러서야 광화문은 경복궁 남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 지만 당시 재건된 광화문은 겉은 화강암으로 속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게다가 당시 중앙 청으로 쓰이던 조선총독부청사의 위치를 고려하여 원래 자리에서 약 15m 물러나 지금의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낸 것도 모자라 제자리로 돌아온 돌을 쫓 아낸 꼴이다. 이렇게 수난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 복 원, 아니 창조된 광화문은 2006년부터 제대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15일 광복절, 광화문 복원공사가 완료되 었다. 우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보는 광화문이 바로 이때 복원된 광화문이다. 현재의 광화문은 집현전 학자들이 이름 붙인 그때의 광화문과 다르 다. 지금까지 원래 자리를 찾지 못한 광화문은 일제강점기의 고난과 급격한 산업화시대의 폐해를 건물의 역사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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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람들이 모이면
광장의 최북단에 있는 광화문에서 다시 남으로 진로를 돌렸다. 축구장 5배 규모에 달하는 길이 탓에 한참을 걸어서야 광장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장은 100년 전만 해도 이 땅에 없던 개념이었다. 광화문광장이 있는 세종로에도 7년 전까지는 광장이 아닌 차로의 중앙 분리대가 있었을 뿐이다. 광화문광장을 조성할 당시 서울시는 광장조성의 주요이슈 중 하나로 국가 상징 가로1의 역사 성 회복을 선정하였다. 이에 따라 세종대왕동상과 세종시대를 상징하는 역사유물들이 배치되 었다. 광장조성의 주요이슈 중 다른 하나는 광장 및 보행 네트워크였다. 세종로는 왕복 16차선 도로였는데 차도 중앙이나 양옆, 혹은 한편에 광장을 만들어 세종로 일대를 시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계획이다. 세종로는 광장이 되어 시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후 광화문광장에서는 집회가 자주 열렸는데, 이를 두고 광장을 정치적인 장소로 이용한 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광장은 일상생활의 통행과 회합, 교환의 장소일 뿐만 아니 라 동시에 권력과 그 의지가 실현되는 장이며 이에 저항하는 자들의 연대와 소통의 장이다.2 광장은 박물관의 전시함이나 백화점의 쇼윈도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의지로 채워지는 공간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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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의 세종로는 조선 시대 육조의 관아가 위치한 거리였다. 2
유럽의 도시와 광장 문화를 연구한 프랑코 만쿠조의 『 Squares of Europe, Squares for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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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세종로의 과거와 광화문 앞 현재 16차선 도로가 보행자 중심의 광장이 되었다지만 상행-하행 편도 4차선 사이에 있는 광장은 도로라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중앙분리대에 가까워 보인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광장이 가지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볼 때 그날의 집회는 정치적으로 광장 을 사용했다고 비난받을 짓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광장을 사용한, 정말이지 당연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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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하나, 둘, 셋
우리가 건축물 앞에 서는 순간 하나의 의미가 생겨난다. 건축물은 함께한 시간만큼 많은 의미 를 담는다. 그렇기에 이사를 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세상만사 귀찮 고 성가신 것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사를 자주 다녀 눈시울이 붉어지기 는커녕 마냥 귀찮기만 하고, 지긋지긋한 과거사가 얽매인 고향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 만 그런 이들에게조차 자신만의 의미가 깃든 건축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 겨울 광화문 앞을 기웃거리며 광화문과 그 주변 건축물들에 켜켜이 쌓인 의미를 조금이나마 들춰보았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는 통로에서, 누군가는 눈길도 주지 않는 건축물에서, 누군가는 단지 밟고 서 있는 광장에서 말이다. 광화문 앞에는 이 글에서 소개한 것보다 많은 건축물이 있다. 소개한 건축물에서 더 읽어내지 못한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 광화문 앞에 선 필자에게 그 공간은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꽃샘추위 가 물러나고 봄날이 찾아왔을 때, 광화문 앞을 기웃거리며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광화문이 아니어도 좋다. 수천 번은 족히 지나쳤을 집 앞 길가에서, 지친 몸을 뉘일 정도 의 작은 방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봄,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공간이 새 로운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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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민 중이니?
수습모집 대
상
15학번, 16학번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수습지원서를 작성하셔서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로 제출 후,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주소현 010.2240.4425 / HYgyoji@gmail.com
신촌을 밝히다 교육을 밝히다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대학생 대부분이 수업을 마친 후인 저녁 7시 신촌대학교의 수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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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know SinchonDae?
‘신촌대학교’를 들어 봤는가? 이대, 연대, 서강대를 하나로 묶어서 표현하는 말이 아니다. ‘문턱 없는 대안대학’을 모토로 삼은 신촌대학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대학’이다. 적어도 신촌대학교 운영 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이 대학, 이상하다. 한 학기 등록금은 12만5천 원이고 시험도 없으 며 학점도 학위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신촌대학교를 ‘대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대학교인지 진위 가리기는 잠시 제쳐놓고, 신촌대학교의 강의 목록을 보자. 목록을 보 고 있노라면 묘한 흥미가 동한다. 강의 이름이 색다르기 때문이다. ‘나뭐할과’, ‘불만없는아동요리 학과`’, ‘오! 아나처럼 말해볼과’ 등 이색적인 강의 이름들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학기 등록금으로 총 세 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강의 내용이 그 이름처럼 재미있고 또 유익하 다면 충분히 수강을 고려해봄 직하다. 무엇보다 신촌대학교 설립 취지가 이 시대 대학생들의 고민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대학 등록 금은 진정 낼 가치가 있는가?’, ‘대학은 진정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가?’ 등 기존 대학이 제 역 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신촌대학교. ‘대안학교’라는 단어는 결국 기 존 대학 교육이 ‘대안’이 필요할 만큼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이며 그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어쩌면 발칙한 말일 수도 있는데. 신촌대학교가 교육의 판도를 뒤집을 유쾌한 혁명가들일까? 아니면 단순히 기존 교육을 받다 지 쳐 낙오한 아웃사이더 무리일까? 그들이 제시한 ‘대안’이 유효타를 칠만큼의 힘과 속도를 가졌는 지 확인하기 위해, 『한양』이 신촌대로 향했다. ‘대학 등록금은 진정 낼 가치가 있는가?’, ‘대학은 진 정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입속에 되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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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학기는 한 달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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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5호
제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신촌대학교는 당연히 신촌에 있다. 그러나 신촌대학교를 생각할 때 한양대학교처럼 대학 본부 와 강의동, 연구센터 등이 한곳에 모인 일종의 캠퍼스를 떠올려서는 안 된다. 신촌대학교의 강의 는 신촌 일대에 있는 여러 스터디 카페에서 이루어진다. 번듯한 건물 없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것 같아 왠지 짠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감상은 유보해야 한다. 현재 신촌대학교가 영세한 규모라 고 할지라도, 스스로 확고한 목표를 지니고 열정을 불태워가며 자기 일에 임하고 있다면 ‘짠해 보 인다’는 말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16년 겨울학기 강의 목록을 확인한 필자를 사로잡는 이름이 있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지만 키울 여건이 안 되어 짝사랑만 계속 해오던 필자에게 ‘반려동물과 세계사’라는 강의 제목은 분명 매력적인 것이었다. 신촌대학교의 강의는 독특하고 재밌기로 유명하다고 하니, 신촌대학교의 근 원과 향방을 묻기 전에 먼저 강의부터 들어보자. 신촌대학교의 철학을 증명하는 것은 결국 강의 내용이니 말이다. 2월 17일 저녁, ‘반려동물과 세계사’ 강의를 듣기 위해 신촌 근처의 한 스터디 카페를 찾았다. 처 음 들어갔을 때 앉아있는 학생은 한 명이었다. 잠시 후 마지막으로 들어온 학생을 포함하여 학생 수는 사람 일곱에 견공 하나였다. ‘신촌대학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의 수 업에 단 한 번 들어간 필자가 내리기에는 성급한 판단일까?
만남을 기념하며 찰칵
수업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얌전히 있던 골 든리트리버 ‘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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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사람이 다 오자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려동물의 세계사 수업을 맡은 배기성 학과장은 “도대 체 인간에게 개라는 동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 사회에서 반 려동물은 인간의 친구 혹은 가족처럼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 인간과 개의 관계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도로가 잘 닦이지도, 가로등이 밤길을 비추지도 못하던 그 옛날에 인간이 두려워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야생동물의 습격이었다. 현대인들은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을 일이 없다. 그러나 옛날을 떠올려보자. 기본적으로 밤은 어둠과 적막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산지에 사는 인간에게 밤 은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밤을 틈타 인간을 습격하는 야생동물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한 층 깊게 만들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그렇다면 인간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언제 어디서 맹수의 습 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을 경계에 망꾼을 배치하기에는 그 비용이 크다. 더욱이 인간의 지 각 능력으로 어둠 속에서 접근하는 야생동물의 존재를 간파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때 인간보다 100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과 4배 이 상 뛰어난 청각을 이용해 맹수의 접근을 경고 하던 동물이 바로 ‘개’라고 한다. 시각은 인간 이 더 낫지만 밤에는 어차피 무용지물이다. 개는 ‘짖는 행위’로써 문명과 야생의 경계선을 긋는 존재였다. 냄새와 소리에 민감한 자신의 능 력을 십분 발휘하여 망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인간은 그 대가로 개에게 먹이를 제공했다. 남아프리카 로디지아 지역(현재 짐바브웨)에 사는
로디지아 리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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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지아 리즈백’이란 종의 개에게는 정말 중요한 임무가 있다. 로디지아를 흐르는 오카방고 강에 배를 타고 나갈 때 리즈백 종을 태우고 나간다고 한다. 리즈백이 짖으면 악어 떼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그럴 땐 배의 경로를 돌려야 한다. 고양이는 인간과 어떤 ‘계약’을 맺었을까? 빙하시대에 동굴에서 살던 인간의 선조는 주거지에서 분뇨를 해결했기 때문에 쥐와 바퀴, 파리와 모기 등과 함께 살았다. ‘함께 산다’는 말은, 인간의 분 뇨를 먹은 쥐와 바퀴를 다시 인간이 잡아먹는 ‘먹이 사슬’ 관계였다는 뜻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동굴에서 나온 인간이 주거 공간을 세우고 집의 형태가 발달함에 따라, 분뇨 는 주거지에서 분리되었으며 말 그대로 ‘똥오줌’처럼 더러운 것이 되었다. 쥐와 해충이 혐오스런 존 재라는 의식이 생기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한다. 고양이는 질병을 퍼뜨리고 혐오감을 주는 쥐 와 바퀴를 처리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고양이는 주거지의 위생과 미관을 지 키는 대가로 인간에게 먹이를 받게 되었다. 장기간 항해를 나서는 배에 개가 아니라 고양이를 태 우는 것도 바로 배에 사는 쥐와 바퀴를 잡기 위함이다. 90분 동안의 열혈강의 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인간과 개와 고양이의 생태학적 발전을 보았다면 앞으로 볼 내용은 식민사관 극복과 자주성 회복을 위한 반려동물과 세계사이다. 칼 마르크스는 그의 저서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생산 양식이 변함에 사회도 변한다’고 말했다.2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받은 일본의 경제사학자 후쿠다 도쿠조3는 1903년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조직과 경제단위’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서 그는 한국이 근대화 에 늦은 원인을 한국에 봉건제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 국의 사회경제적 발전 단계는 일본의 봉건제가 성립한 가마쿠라시대보다 뒤진 10세기경의 후지와 라 시대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른바 한국 사회의 정체성론을 개진하였다. 이후 후쿠다 도쿠조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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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 양식에 따라 사회는 원시 공동체, 고대 노예
네이버 지식백과 : 후쿠다 도쿠조
제, 봉건제, 자본주의, 공산주의 순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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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는 논리로 활용됐다. 정말 한국 역사에는 봉건국가가 없었을까? 배기성 학과장은 그 반례로 고대국가 ‘부여’를 든다. 부여의 정치 체제는 방위 기호 ‘4’의 가운데에 왕이 있고, 동서남북 차례로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가 통치하는 지방 분권 체제였다. 이같이 나눈 관할구획을 사출도(四出道) 라고 한다. 부여의 왕을 중세유럽의 전제군주에, 각 부족장을 영주에 비한다면 부여는 충분히 봉건제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후쿠다 도쿠조는 틀렸다고 배기성 학과장은 말했다. 위 이야기가 반려동물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부여를 이뤘던 네 부족의 토템이 각각 말, 소, 돼 지, 개였다. 그중에서도 구가 부족의 구(狗)는 개에서부터 호랑이까지 사나운 짐승을 일컫는다. 구가 부족이 길들여 그들의 양 떼를 노리는 맹수와 싸움을 벌였던 견종이 바로 ‘코카시안 오브 차카(Caucasian Ovtcharka)’이다. 코카시안 오브차카는 몹시 사납고 독립심이 강하지만 주인 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다. 코카시안 오브차카 혼자서 호랑이를 당해낼 수는 없지만, 두
코카시안 오브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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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가 모이면 호랑이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현재 주류 역사학계에서 부여는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다. 부여의 역사를 한 국의 역사라고 한다면, 한국 토종견은 더 크고 용맹하고 당당한 풍채를 지닌 코카시안 오브차카 가 될 것이다. ‘혁명과 민란의 드라마틱 동아시아사’, ‘가라오케 근현대사’, ‘반려동물의 세계사’까지. 배기성 학 과장의 역사 강의를 관통하는 하나의 명제가 있다. ‘인간은 역사를 배워야 주체성을 잃지 않는다’ 는 것이다. 올바른 역사의식은 어떤 사회 현상을 파악할 때 더 주체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도록 돕 는다. 그가 이제는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한 존재가 된 역사를 최대한 즐겁게 가르치려고 노력하 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는 수업을 마치며 ‘저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 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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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수업이 끝난 후 배기성 학과장(이하 배)과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필자의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 을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드디어 신촌대학교의 근원과 향방을 물을 차례다.
『한양』 : 생각보다 학생이 얼마 없는 데 힘 빠지 지는 않으세요? 배 : 예상은 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두 분의 아름 다운 여자 학과장님이 진행하는 강의가 개설됐 어요. 제 강의를 선택했으나 한 번도 듣기 전에 강의를 바꾼 사람도 많습니다. 아쉽기는 합니다 만 어쩔 수 없어요. ‘반려동물의 세계사’는 인문 학인데, 사람들이 ‘논작학과’나 ‘아나운서처럼말 해볼과’ 같은 강의를 더 필요로 하는 시대니까 요. 제가 강의 실력이 뒤진다든가 하는 건 아니 거든요.
수업중인 배기성 학과장
『한양』 : 신촌대학교는 ‘대학 등록금은 낼 가치 가 있는가?’, ‘대학 교육은 진정한 전문가를 양성
하는가?’ 같은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본인은 어떻 게 생각하시나요? 배 : 전적으로 그렇습니다.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이 자본주의에 잠식되기 시작하면서 대학의 역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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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퇴색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사학재단 때문이에요. 재단이 등록금을 막 올리고 유보금을 쌓아놓고 그 돈으로 저축은행을 만들어서 금리 장사를 합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하진 않 아요. 금리 장사가 더 많이 남기 때문이죠. 교수들은 자기가 속한 재단의 만행들을 보면서도 입을 다 물어 버릴 수밖에 없어요. 월급이 나오니까. 그때부터 창조적인 면학 분위기는 다 죽어버리고 혁신적 강의 방법이 다 엎어졌다고 봅니다.
『한양』 : 신촌대학교가 제시한 대안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고해질 수 있을까요? 배 : 네, 저는 그렇게 봐요. 아직은 시작 단계라 허접하지만, 이 허접한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신촌대학교는 소수가 열심히 끌어가는 시스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 이 모여들고 하나의 과정을 이루어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양』 : 그렇게 소수에 의해 끌려가는 시스템은 금방 지치고 중도 포기가 빈번히 일어나잖아요. 그 런 걱정은 하지 않으시는지? 배 : 그런 걱정을 당연히 합니다. 그런 걱정 속에서 더욱 힘을 내는 거죠. 개미굴 한 군락을 이루는 게 70:1의 경쟁률이라고 해요. 그리고 살아남은 군락도 수시로 병정개미들이 침입해서 언제든지 끝 장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역사상의 많은 시도가 다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신촌대학교는 살아남는 군락이 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계속 시도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한양』 : 신촌대학교의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배 :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1980년에 쓴 ‘노마디즘(nomadism)’이라는 책이 있어요. 요약하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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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까지 서양의 사유는 위계적이고 중심적이었지만 앞으로의 사유는 주체도 객체도 없고, 정해져 있 는 길도 없는 유목민적 성격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현대 서구 철학의 이정표를 세운 명저로 널 리 알려졌어요. 그 책을 ‘천 개의 고원’이란 제목으로 번역한 사람이 논술학원장 김재인 씨입니다. 이 분이 일개 학원장이지만 ‘노마디즘’4을 번역할 정도로 스칼라쉽을 가지고 있어요. 주류 학자가 아닌 어느 논술강사가 ‘노마디즘’을 번역해서 학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형태, 그런 형태를 저는 믿어요. 외부 가 중앙을 침범해 들어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신촌대학교 강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의 눈은 빛났고 목 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위에 쓴 ‘짠해 보인다’라는 말은 예의에 어긋난 경우임이 밝혀졌다. 그렇 다면 신촌대학교를 선택한 학생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수업을 같이 들었던 대학생과 이야기 를 나누었다. 그는 필자에게 익명을 요구했다.
『한양』 : 어떻게 신촌대학교 수업을 듣게 되었나요? 학생 : 예전에 효녀연합이란 이름으로 12.28 한일 합의에 반대 시위하는 사람의 기사를 보았습니 다. 그때 사진에 실린 사람이 홍승희 씨였고 그분 이 저와 같은 또래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홍 승희 씨가 팟캐스트에서 인터뷰하는 걸 듣게 되 었는데, 자기가 신촌대학교란 대안학교에서 수업 신촌대 페이스북 이미지 2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 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 노마드 (nomad)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한다. (참조-네이버 지식백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홍승희 씨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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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동기에 동감하고 있었는데 신촌대학교에 가면 홍승희 씨처럼,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을 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수업 신청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수업 이름도 재밌는 것이 많더 군요. 마음이 동해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한양』 : 어떤 수업을 들으시나요? 그 수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 : 사회예술학과’, ‘반려동물의 세계사’, ‘1인 출판의 모든 것’이요. 세 가지 수업 모두 평소에 관심 있는 주제라 골랐습니다. 개를 특히 좋아해요.
『한양』 : 신촌대학교는 ‘대학 등록금은 낼 가치가 있는가?’, ‘대학 교육은 진정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가?’ 같은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본인은 어떻게 생 각하시나요? 학생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받는 대학교육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 수 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신촌대학교는 저의 의견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곳이잖아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저 자 신도 동참해보고 싶었어요.
『한양』 : 기존 대학 교육의 어떤 점에 불만족하십니까? 학생 : 학생들은 대학에서 획일화된 방식으로 취업하기를 강요받는 것 같아요.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경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취업’이라는 관문 하나만을 보고 살아가게끔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양』 : 신촌대학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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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난 사람 중 일부는 교양 수업을 고를 때 팀플 안 하고 학 점 잘 주는 수업, 3시간 수업이지만 1시간처럼 일찍 끝나는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저는 그들이 그 저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등록금으로 얼추 따져보면 한 수업에 몇십만 원 정도 하는데, 지적 호기심도 배움도 없이 학점만 따기에는 너무 크고 아까운 비용이잖아요? 개개인 의 태도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학점만을 따내야 하는 대학 교육의 병폐일 수도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이지요. 대안학교인 신촌대학교가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한 방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한양』 : 신촌대학교가 제시한 대안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고해질 수 있을까요? 학생 :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요. 너무 이상만을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설립 취지에 전적 으로 동감했기 때문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장되지 않으려면 신촌대학교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을 더 끌어들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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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가 등판할 시간
필자가 들은 단 한 번의 수업과 인터뷰로는 ‘신촌대학교가 어떻다’고 섣불리 판결을 내릴 수 없 다. 단지 신촌대학교의 철학이 어떤지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살짝 엿본 결과, 신촌대학교는 아 직은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유쾌하고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기존 대학 교육의 건강상태가 적신호 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신촌대학교의 색다른 수업을 한 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신촌대학교가 자신 있게 휘두른 방망이가 홈런을 칠지, 헛스윙이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헛스윙을 두려워하는 타자는 홈런도 칠 수 없다. 부디 신촌대학교가 대학 교육의 새로운 4번 타자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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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흑산'에서 배우는 말과 글
경제금융학과 10 정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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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말과 글은 무엇을 위함인가에 대한 소고
권석천의 시각을 종합했을 때, 그 대단한 권력은 분명
- 권력으로서의 말
말과 글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 시대는, 우 리 사회는 정치 경제적 권력에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말
‘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이 권세를 향한 욕망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 -김훈, 흑산
과 글을 중요시하고 강조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지식인들의 이런 생각을 듣고 있자면, 되려 말과 글을 잘하는 것보다 말과 글을 잘하는 이들을 경계해야겠다 는 생각이 든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너무 아름
우리는 말과 글의 세계에 산다. 하루에도 수만 장의
다워서 제 모습만 보다가 굶어 죽었다는 나르키소스의
종이를 메우는 신문 활자들, 매시간 텔레비전에서 쏟아
모습처럼, 말과 글에 능한 지식인들이 잘 뱉어진 말과 잘
져 나오는 뉴스 브리핑들. 수업 발표를 위해 읽는 수백
쓰인 글을 실상은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일치시키는 경
장의 서적과 써내는 수십 장의 레포트, 학점을 받기 위
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비단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빌
해 수업시간에 열심히 읊어대는 발표 대본들. 신문과 텔
리지 않더라도, 얼마 전에 흥행했던 영화 ‘내부자들’의 한
레비전, 그리고 수업을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대학생으
논설주필의 모습처럼 말과 글은 그럴싸하지만 행동은 영
로서의 우리는 이런 이유로 말과 글의 수용자이면서 동
초라하기 그지없는 언행 불일치의 사례가 우리 사회에는
시에 활용자다. 그렇기에 ‘말과 글은 무엇을 위함인가’라
아직도 곳곳에 널려있기도 하다.
는 질문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너무나 많은 말을 이미 해버린 것
말과 글이 이론의 토대라면, 이 질문에 답한 한 혁명
이 아닌지를 돌이켜보면 수치감 때문에 등에서 식은땀이
가의 답변은 들어봄 직하다. 하이게이트에 잠든 한 혁명
난다.’라고 고백한 글쟁이 김훈의 고백과 고뇌를 되뇔 필
가는 그의 저서 「헤겔법철학 비판 서설」에서 말과 글의
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결체인 이론이 ‘대중을 사로잡을 때야말로 비로소 물 질적 힘’이 된다고 답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무엄하게도 선전과 선동을 통한 대중혁명을 주장했던 셈이다. 그가 말한 말과 글의 힘이 혁명에 필요한 대중의 에너지이건 아니면 사랑하는 이를 꾀어낼 수 있는 인간의 향긋한 속 삭임이건, 이 말은 용처와 관계없이 옳은 것 같다. 언론 보도와 대중강연이 보여주듯, 말과 글은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누군가의 행동을 규정하는 물질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에 관한 규정은 혁명가건 보수논객이건, 산업 혁명기건 현대사회건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정의를 부 탁’한다던 중앙일보의 한 논객은 ‘권력은 총구가 아닌 말 에서 나온다.’고 규정했다. 말과 글에 대한 마르크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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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어떻게 말하고 써야 하는가에 대한 소고
번까지에 놓인 고전들에 널려있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 두려움과 절제
저마다 독창적이고 유의미한 답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저 자들의 대답만으로도 정보관 5층을 채울법했다. 아리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
스토텔레스는 「수사학」(ARS RHETORICA)에서 설득
를 향해 피 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
과 변론에 유용한 말과 글의 필요조건으로 ‘화자의 인
로워한다.’
격’(ethos), ‘청중의 마음’(pathos), ‘논리’(logos)를 말했
‘나는, 겨우, 조금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조지 오웰은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는 에세이, 「나는
-김훈, 흑산
왜 쓰는가」에서 가장 ‘따를만한 글쓰기’로 ‘정치적 글쓰 기’를 꼽았다.
권력이 말과 글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말과 글의 사용
말과 글에 대한 위인들의 고견은 워낙 다양해서인지
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일 수 있다. 2000년을 지나온 인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늘 ‘두려워하고 괴로워
류의 역사를 끝에서부터 스무 페이지만 넘겨보더라도 말
하며’, 혹은 ‘나는, 겨우, 조금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
과 글의 위험성을 지적한 숱한 사료들이 속출한다. 나치
라는 김훈의 독백은 울림이 크다. 말과 글의 과잉, 자기
즘은 말과 글을 통한 민주적 선전과 선동으로 득세했으
호소(appeal)가 중요한 시대에 역으로 내 말이 향하는
며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듯, 600만에 가까운 유대
대상과 그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아는 것에 대해서 말하
인 학살과 2차 세계대전이었다. 유럽이 너무 멀다면 멀
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함구하겠다는 절제의 미학이
리 갈 필요도 없이 연좌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우리나라
다가와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를 살펴봐도 그렇다. 2000년에 든 역사책 초입에 대통령
요컨대, 필자는 어떻게 말하고 써야 하는가에 대한 질
후보가 장인의 좌익경력을 이유로 언론의 화살을 맞아
문에 태도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는데, 특히 ‘두려움’과
낙마할 뻔했던 기록도 있다. 우리가 겪었고 겪어왔던 말
‘절제’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말과 글이 향하
과 글의 몸살이다.
는 대상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쓸 수밖에 없는
그러나 ‘인간은 말의 포로다. 세상에 나와 배우고 익
스스로의 입과 손에 대한 ‘두려움’이, 또 아주 조금밖에
힌 말로 생각하고, 대화하고, 글을 쓴다.’는 권석천의 시
는 말할 수 없을 것임을 인정하는 ‘절제’가 말과 글이 과
각에 모두가 동의한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말과 글
잉인 시대에 덕목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의 포로라면 언어의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는 노릇
그것이 끊임없이 권력을 지향하는 말과 글을 제어할 수
이다. 이제 우리가 제기해야 할 질문은 말과 글을 어떻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기에.
게 써야 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필자의 역 량은 너무나 보잘것없어서 소감을 정리하기 전에 선배 들과 글쟁이들의 목소리를 찾았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 게 써야 하는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 은 아니나다를까 백남학술정보관 5층 800번부터 820
일상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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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없이는 관계도 원활할 수 없다. 친구·연인 사이와 같이 개인적인 관계에서부터 개인과 정부, 국가와 국가에까지 소통을 빼놓고는 이야기
건축학부 12 학번 우윤지
가 성립되지 않는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소통에 대하여, 우 윤지 학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1.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소통’이 잘 안되어 힘들었던 적 이 있나요? 부모님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많아요. 서 로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다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이 생길 때 주로 부딪히는데 이럴 때 답답해요. 부모님 은 무조건 의견을 밀고 나가시고 저는 벽에다가 이야기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가족이지만 결국엔 사람 이고 그래서 성향이 다른 부분일 뿐인데 이해를 못해주 고 싸우게 되죠. 2.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듣는 것 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린 귀와 마음만 있다면 반은 먹고 들어가죠. 결국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3. 최근 불거진 ‘등록금 책정’이나 ‘프라임·코어사업’같 은 문제에서,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 본부와 학생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와 다를 바 없 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상호간에 소통이 되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경청하는 태도가 필 요하겠죠. 대학 공동체의 경우, 결국 학생이 없으면 대 학도 없는 거니까, 대학 본부가 학생의 말에 조금 더 귀 를 기울여서 신중히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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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언제나 막대한 지원금을 이용해 대학교의 행정을 떡 주무르듯 한 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논란이 이는 것은 정부가 2,000억
경제금융학과 14학번 김유나
원 이상을 투입하며 야심 차게 시작한 프라임·코어 사업이다. 지원금의 규모를 차치하고도 사업내용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가 운데, 경제금융학과 14학번 김유나 학우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위원 권오준 posinate91@naver.com
1. 프라임코어 사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
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싶어 슬픈 마음이 들었
기해주세요.
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일단 화가 났어요. 지원금의 규모가 아무리 크다지만 그
면 의사 전달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것 때문에 전적으로 학생들을 위해야 할 커리큘럼이 이
굳이 또 천막을 쳐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이런 강경한
리저리 바뀌는 모습을 보면, 심지어 공대생들도 불쾌감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인력 불균형이 심각하 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학과의 커리큘
4.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었는데, 알
럼을 마구잡이로 조작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향
고 계셨나요?
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SNS를 안 해서 직접 보지는 못했고 친구를 통해 전해 들 었어요. 물론 좀 더 진지한 태도로 농성에 임했으면 어땠
2. 학과 고유의 커리큘럼은 유지하되, 다중전공을
을까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그들이 이해되는 마음이 더
다양화하는 방향으로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
큽니다. 정작 그렇게 손가락질하시던 분들은 당장 장학금
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삭감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결과를 떠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이번 농성은 학생 사회의 용기와 행동력을 보여주었다는
생각해요.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지금도 수강신청을 할 때 다중전공생들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데, 충분히 다양한 교과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 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형식상 참여하더라 도 효력이 있는지는 의문이고요. 어떤 식으로 대 응해야 학교 측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번 천막 농성을 지켜보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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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꺼내 먹어요
편집위원 권오준 / posinate91@naver.com
1. 생각은 말과 글로, 말과 글은 행동으로, 행동은 결과
근데 역시 사람 욕심이라는게 끝이 없더라. ‘돌아보니
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R=VD
아름다운건 내가 잘 하니까, 이제 매 순간이 소중함도
라고 있어 보이는 공식까지 만들었던데 나도 경험을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 옆에 있는 사
느끼고 있던 바다. 근데 사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필연 대
람, 지금 몰두하고 있는 일, 지금 하는 고민들 까지도 소
신에 개연이라는 단어가 붙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간절히
중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건 생각보다 쉬운 일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아
이 아니었다. 어쩌면 ‘반추하며 느끼는 아름다움’과 ‘현
그럼, 위 공식도 R≒VD 쯤으로 바뀌면 되겠다.
재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반비례 함수의 각 축을 맡고
다른 누군가는 인지부조화를 통해 위 공식을 설명, 아 니 비판한다. 스스로 알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고 기억 하
있나보다. 만약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모르겠다 둘 다 할란다.
며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비판할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억. 그것은 기억과 관련된다.
3. 가끔 무언가가 신기할 정도로 아름답게 다가올 때 가 있다. 주택가의 어느 노을이거나, 웹툰 속 특별할 것 도 없는 장면이거나, 여느때와 같이 떠들던 친구와의 대
2. 잊을만 하면 복고 열풍이 분다. 지난 겨울 응답하라
화 내용이거나. 아, 지난 1년간은 편집실에서의 기억도 빼
시리즈도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도 어김없는 대성공을
놓을 수 없겠다. 편집실 창 밖을 바라보며 듣던 빗소리와,
거두었다. 복고가 필승 아이템일 수 있는 것도, 시간이 지
영화에서나 보던 기름 난로가 주는 분위기. 밤새 작업하
남에 따라 기억이 미화되기 때문일까. 오랜 사진첩을 뒤
며 함께 듣던 음악이나 왁자지껄 우리들이 떠들던 소리.
적거릴 때 찾아오는 아련함은 딱 좋은 소일거리가 된다.
그 밖에 인터뷰를 통해 만난 다양한 이들과 변함없는 애
나는 또 유난히 좋은 일들만 기억하는 편이다. 분명 언
정을 보여준 선배들까지 모두. 초콜릿처럼 꺼내먹을 추억
젠가는 불만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고 했을건데, 수채화처
의 조각들이 생겼기에 나의 1년은 충만하다.
럼 예쁜 기억의 조각들만 가지고 나머지는 버린다. 심지어 화천 쪽으로는 소변도 안보겠다던 다짐도 잊어버리고 벌써
그들의 추억에도 나의 조각들이 자리하고 있기를.
세 번째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바
나 역시 그들의 기억에 선물이 될 수 있었기를.
람에서 비롯된 방어 기제인가. 여튼 나는 이런 내가 좋다.
122
날 적 이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나비가 날면
편집위원 김동빈 / oellukd6@naver.com
1997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스무 살이 되었다.
희를 떠올리겠다. 그날은 강의실에서, 한마당에서, 학생
내 동생도 스무 살이 되었다. 그들은 설레고 두려운 마
식당에서 분주히 집중하고, 재잘거리고, 점심을 먹는 너
음으로 스무 살을 살아갈 것이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희를 그려보겠다.
있을 테다. 내 동생이 자신의 스무 살을, 나중에 돌아봤
나비가 날면 살아있는 사람 모두가 잠시 가던 길을 멈
을 때 소중한 추억으로 떠올릴 만큼 즐겁게 살기를 바
추고 너희를 기억하겠다. 원래대로라면 이 땅 곳곳에서
란다. 기쁜 일과 슬픈 일 모두를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
너희가 발했어야 할 빛을 생각하겠다. 그 빛이 얼마나
다. 모든 내 동생 친구들도 그러기를.
눈 부시고 따뜻하고 감미로웠을지를 상상해보겠다.
똑같이 1997년에 태어났지만 스무 살이 되지 못한 친 구들이 있다. 그들의 시간은 열여덟에서 멈추었다. 원래 대로였다면 그들도 열아홉을 살고 스물을 살고 스물하 나를 살아야 했다. 아름답고 더러운 삶이 그들을 기다 리고 있었다. 꽃밭을 걸으며 향기에 취해보고, 똥밭을 구르며 상욕도 해보아야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원 망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또 원망받아야 했다. 그 들도 그들 나름대로 ‘인생’을 정의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들은 그러지 못했다. 나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 그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내 동생과 함께 웃고 떠들었겠 지. 내 동생은 대학생이 되었는데 너희는 왜 나비가 되 었니. 물어봐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못다 핀 꽃봉오리 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 봄이 온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로 꽉 채워질 것이다. 올해에는 학교에 나비가 많이 날았으면 좋겠다. 나는 어느 날 꽃가루를 옮기는 나비를 보고 너
한양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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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 (12, 1, 2월)
1. 94호 내부 원고료 : 1,694,000원 2. 94호 외부 원고료 : 0원 3. 비품구입비 : 92,900원 4. 기타 : 82,990원 합계 : 1,869,890원
금액 사용 기준
*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 비품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지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교통비, 홍보비 등
※ 2015년 12월, 2016년 1, 2월의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95호 교지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9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24
일
상
2016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교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6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6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월
일 (인)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3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
사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함께
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울 드
적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립니다! ^-^
사회에 만연한 분노입니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던 규범이 무너져가 는 게 두렵습니다. 여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하고
『한양』 94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도 자신의 볼 권리를 내세우기 바쁘던 사이트 회원들, ‘-수저’, ‘-충’
1. 이번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93
이라는 단어가 ‘사람’이라는 말보다 익숙해진 현실 이런 것들을 보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 95
면 먹고사는 일이 너무 큰 목표가 되어버려 우리 사회가 인간적인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92.7
존중을 등한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이라 그게 괴롭습니 다. (14 경제금융학과 김유나)
『한양』 94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학 졸업후 겪게 될 조직사회의 처세, 알바를 통해 조금 느꼈는데
×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도 힘들더군요.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94호보다는 한양교지 자체의 접근성이 아쉽다. 좀더 다양한 곳
길거리흡연 (15 간호학부 유준호)
에 배포하거나 SNS로 접할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15 간 호학부 유준호)
당신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한양』 94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가장 아쉬운 기사는?
‘한양’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계신가요? 제가 너무 괴
Best
롭다는 말을 많이 썼네요. 가장 학생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는 학내
총학생회: Solution 돌아보기 : 2015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총학
언론 (14 경제금융학과 김유나)
생회의 활동을 돌아볼 수 있어 유익한 기사였습니다. (15 생명과
‘한양대’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한양만의 시설이나 강의, 단체,
학과 노희완)
제도 등등. 너무 광범위할지도 모르지만 1년간 생활하면서 아직 모
관심이 없다면 아무도 모를, 어려운 소재들로 글을 써냈다. (15 간
르는 것이 많은 것 같아서요. 한양만의 특징적인 것은 알고 싶어요!
호학부 유준호)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Worst
교내 편의점 매출액, 중도 앞 편의점 이름 ‘사자가 군것질할 때’의 유
우리 작은 결혼했어요 :저에게는 아직 결혼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래 (15 간호학부유준호)
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15 간호학부 유준호) 없다. (15 생명과학과 노희완)
학교 내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함 께 적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동의는 일절 없이 강행되는 학사개편입니다. 대학구조개 혁평가를 명목으로 특히 강사수업이 유익함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사라지도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정부지원금을 위해, 학생들의 경 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정작 ‘학교’에서 ‘수업권’ 이 묵살당하고 있는 본말전도의상황이 저를 괴로이 만듭니다. (14 경제금융학과 김유나) 길거리흡연 (15 간호학부 유준호)
126
이름
학번
연락처
한양교지 낱말퍼즐 1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해서
2
학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2
3
지난호 낱말퍼즐 당첨자 권혁규 문지영 유준호 이제희
3
4
가로
4 5
1. 이 책은 서두에 “당신의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그리고 당신이
5
6
당신의 생명을 적게 표현하면 표현할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소유하게 되고, 당신의 생명은 그만큼 더 소외된다."라는 칼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 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함께 E.프롬의 역작 중 하나로 꼽히는 책.
6 6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2. 자금이 없는 사업가나 예술가 등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한 뒤
8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 <크라우드 펀딩 기획서>
세로 3. 불량 강의계획서나 강의계획서 미등재 건수를 줄이기 위해 작년 총학 1.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뜻하는 단어. ○○이 부족한 예로 학교
생회가 시작한 사업으로 올해 총학생회은 이 사업을 정착시키겠다는 공
의 일방적인 행정을 들 수 있다.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약을 내걸었다. <총학생회 : 이번에는 파란색>
2. 내 집의 빈 방을 여행객에게 내어주는 서비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
4. 매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되는 보고서. 작년, 고용노동부가 국무
하고 싶은 이들은 호스트, 여행 경비가 부족한 배낭여행객들은 게스트가
회의에 제출함에 따라 프라임·코어사업의 시행근거가 되었다. <이것은
된다.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대학이 아니다>
3. ‘문턱 없는 대안대학’을 모토로 삼은 ○○○○○에서는 ‘나뭐할과’, ‘불만
5. 대학이라는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대학의 구성원이 주체인
없는아동요리학과’, ‘오! 아나처럼 말해볼과’ 등 이색적인 강의들이 열리고
문화,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등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있다. <신촌을 밝히다 교육을 밝히다>
<신촌을 밝히다 교육을 밝히다>
4.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준말. 1년에 4번 개회되며 총학생회 예결산과 중
6. 아이고김사자, 투명사자, 이제내꺼사자, 아름사자, 밥한번사자, 저승사
앙특별위원회 인준이 진행된다. <한양아, 우리 목소리 들리니?>
자 모두 한양대 ○○○○에 있는 사자들이다. <대나무 숲에 사자가 있다>
5. 이름의 의미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인 건축물. 이
7. 일상생활의 통행과 회합, 교환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권력과 그
건축물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이 담겨 있다. <광화문 앞에서 갈 곳을>
의지가 실현되는 장이며 이에 저항하는 자들의 연대와 소통의 장이다. <광화문 앞에서 갈 곳을>
6. 작년 10월 고려대는 ○○○○○ 폐지를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반면에 한양대는 이것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받을 수도 있는 돈에 대하여>
8. 국공립단체나 종교시설 또는 법인시설이 그 운영주체로부터 받는 운 영지원금 중 법적으로 정해진 자금을 ○○○○○○○이라 일컫는다.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한양 95호
127
편집후기 주소현
온다. 분명 배차 간격은 10여 분인데 아침부터 횡재한 기분이다. 지나 간 버스는 잡지 말라던데 아쉬움 끝에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러나 보다.
편집후기는 편집후기일 뿐인데 이걸 써야만 또 한 호를 보내게 됩니다. 늘
이번 호 교지는 꼭 놓친 버스를 다시 탄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예상치
써왔던 것인데도 역시 익숙한 듯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95호가 각별하
못한 선물에 기뻤지만, 종종 더 일찍 서두르지 못한 나를 탓하곤 했다.
기 때문일까요. 수습위원에서 편집위원, 부편집장에서 편집장으로 내 이
그래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월요일 수요일이
름과 사진이 위로 위로 올라오더니 이 자리에 왔습니다. 지워진 책임과
면 편집실로 발이 먼저 향할 것 같고, 마감도 채 안 끝났는데 새로운 아
역할을 다하였는지 의뭉스럽지만 이렇게 또 95호가 봄 호가 나옵니다. 누
이템이 눈에 들어온다.
군가 나를 두고 소녀가장 같다고 하더군요. ‘믿고 보는’ ... 이라는 수식어
동고동락한 교지 동기이자 든든하고 자비로운(!!) 편집장 주소, 도와주지
가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는 못할망정 속만 썩이고 말았네ㅠㅠ 그래도 네 덕분에 이번 호도 정말
철없고 불안한 내 배에 타서 겨우내 고군분투해준 내 기자들에게 가장 먼
즐거웠어. 여러모로 아끼고 고맙고 좋아해 헿ㅎㅎ 앞으로도 한양교지 잘
저 감사함을 전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각자의 책에 적을래요. 시시콜
부탁합니다 꾸벅. 몇 살이나 어린 제가 까불어도 착하게 받아주던 동빈
콜한 속내도 삼천부로 뽑기에는 내가 아직 수줍음이 많아서요.
오빠 오준오빠, 이번 호에 많이 도와주고 갔어야 하는데 늑장만 잔뜩 부
그리고 88호부터 ―제 첫 호부터― 95호까지 『한양』에 아름다운 색을 입
리고 가서 미안해요ㅠ 교지하면서 두 분한테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갑니
혀준 펍앤혜람 유아현 디자이너에게도 이번에는 더욱더 감사하다고 전
다ㅎㅎ 처음 같이 작업한 상권이 편집이 된 걸 축하해! 새로운 물이 들어
하고 싶습니다. 우리 책에 눈길이 가도록 손이 가도록 읽는 내내 지루하
올 편집실은 또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저는 이제 마음
지는 않도록 이해가 쉽도록 기자들 못지않게 고생해주셔서 항상 고맙
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찾아오는 OB가 될게요, 마음만은 영원한 YB;)
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책장을 넘겨와 편집후기까지 읽고 지금 편집후 기를 읽고 있을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키를 넘겨받은 초짜 선
김동빈
장은 이제 먼 바다에 나왔습니다. 오랜 독자 여러분, 『한양』이 제 항로 를 찾을 수 있게 아낌없는 비판과 성원을 주세요. 교지의 방향성을 잃
16 봄 호 작업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지 않게, 그러면서도 새로운 타성에 젖지 않는 교지가 되려고 머리를 맞
편집실 식구들에게 말로 다 못할 만큼 고맙다.
대고 있습니다.
교지에 들어오길 정말 잘했어.
요즘 나란 사람이 꽤 의존적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학 기 혼자 떼는 발걸음이 두려운 한편 홀가분합니다. 괜히 무언가를 더 하 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다리면 괜찮아 질 겁니다. 걸음을 뗄수록 무거운
권오준
걸음도 가벼워지리라고 아니 익숙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해지리라 고, 어느새 적응이 되리라고, 편안해지리라고.
'밥 한번 먹자.' 처음보는 사람과, 혹은 어색한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서 밥을 먹기도 한다. 그만큼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이 의미를 갖는다 는 이야기이다. 또 그만큼 친해지는데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같이
방원경
고생 하는 것이다. 같이 일을 꾸려 나가다보면 미운정 고운정이 켜켜이 쌓이게 마련이고, 당신은 어느새 나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있다. 편집실
약속 시간에 늦어 허둥지둥 나가는데 타야 할 버스가 눈앞에서 지나간
은 내게 그런 공간이었다. 같이 밥을 먹고, 함께 머리를 맞대며 정을 나
다. 기사 아저씨를 향해 두어 차례 흔들어 본 손짓에 힘이 빠진다. 약속
누는 곳. 사랑합니다.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초조하던 찰나 같은 번호의 버스가 연달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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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이상권 우선 주집장님 만세 방병장님 구원투수 고마워요! 봄호 4명이서 작업했으면 휑했을텐데 참 다행이지 말입니다. 오준이형 불타는치킨 꼭 먹으러 가요~ 돌이켜보면 번번이 제가 파투를 냈네요. 또 다시 파투를 냈다간 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김상병님 그런거 하지말라 하셨지만 ‘그런거’가 아니라 착한 마음씀씀이 나 넓은 오지랖으로 해둘래요. 더 많은 사람들이 편집실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겠지요.
교지에서 같이 작업한 선배, 학과에서 만난 동기, 고등학교 때 함께 자습 을 째던 친구, 중학교때부터 같이 논 친구,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때부터 알았을 친구까지 2학년이 되니 소속들이 군대를 갔네요. 잘 갔다오라고 할말하냐고 건네는 말이 미래의 나에게 하는 말 같지 말입니다.
이번호 마감기간에는 철야를 두 번이나 했습니다. 다 같이 말이죠. 괜히 글을 4개나 쓴다고 한 것 같네요. 물론 글 하나는 폭파되었지만.. 결과적 으로 욕심과 철야가 몸에 해로운 것은 확실합니다.
이번호 제 기사들을 살펴보니 봄봄거리면서 바라는 것이 많아진 것 같습 니다. 봄을 타는 것인지, 한 살 더 늙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바라는 무언 가가 있는 사람으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겨울에 난롯불이 좋아졌습니다. 2월 말의 눈구경도 좋았구요. 눈구 경은 혼자보다는 둘이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난롯불 쬐는 것도요.
한양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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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배포장소
ITBT 1층
사이버대학교(카페)
인문대
중앙도서관
제1공학관
사회대 1층/4층 애지문
한양교지 페이스북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