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vol.98 Winter
목차
기획
학내
사회
05
여는 글
08
일방통행, 그 중에 하나
20
일방통행, 시작과 지금
32
일방통행, 그 끝을 향해
44
솔루션 그들이 만든 변화는?
58
HELP에 HELP가 필요하다
68
300원의 작은 기부, 세상을 따뜻하게
78
군대, 꼭 가야할까?
92
"왜 안 만나줘?" 사랑과 범죄 사이
문화
106
어서오세요, 소월아트홀입니다
118
왕십리, 어디까지 가봤니
130
한국에도 모스크가?
기고· 독자평*
138
시
일상
147
독자평
인터뷰 날적이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7호
*는 학우 및 교수님의 기고로 이루어진 글입ㄴ다.
여는 글
거리에는 벌써 캐롤과 구세군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양대학교 학우 여러분 그리고 『한양』의 독자 여러분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종강을 목전에 둔 요즘 『한양』도 2016년의 마지막, 겨울 호로 찾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하게 보내야할 시기인데, 거대한 블랙홀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버려 어쩐지 이번 연 말은 이전 같지 않군요. 이번 겨울 호의 기획은 일방통행입니다. ACE사업, CORE사업, PRIME사업, LINC사업단, CK사업 등 수 많은 대학재정지원사업들에 한양대학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무엇이며 왜 하는 걸까요? 각종 사업에 신청·선정될 때마다 찬반 또한 팽팽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각각의 사업을 넘어서 재정지원사업 전반과 교육부 와 대학의 관계를 조명해보았습니다. 학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년 동안의 총학생회 활동을 평가하는 기사로 시작합니다. 또 애지문에 설치되었 던 대트리스, 많은 분들이 궁금하셨을 텐데 『한양』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외에도 줄곧 논란이 되었던 HELP 를 취재해봤는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HELP4가 기초필수에서 해제되었는지 그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은 어떤 지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모병제와 스토킹을 다루었습니다. 학우 여러분의 대부분이 징병의 대 상인 20대 초중반이기 때문에 모병제에 대한 관심이 높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토킹 역시 20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스토킹에 대한 학우 여러분들의 인식과 해결 방안, 관련 법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문화에서는 캠퍼스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았습니다. 미처 가보지 못했던 성동문화회관 소월 아트홀과 왕십 리 역사 너머 곳곳 그리고 모스크까지 취재해보았습니다. 다채로운 사진으로 많이 채웠으니 가볍게 그리고 즐 겁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호의 기사들이 여성주의 색채를 띤 탓인지, 독자평과 기고를 받는 내지광고 덕인지 그간 독자엽서와 독 자평이 여느 때보다 늘어났습니다. 많은 의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기사를 반박해주신 분도, 시의성이 있어 좋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로 독자평 하나를 실었습니다. 앞으로도 학우 여러분께 더 와닿는, 논박할 수 있는 기사 많이 싣도록 하겠습니다. 독자엽서와 독자평 많이 보내주세요. 자유기고 역시 환영합니다. 과제와 기말고사로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이겠지만, 종강을 기다리며 조금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오가는 길에 『한양』 98호도 한 부 챙기시어 힘에 부칠 때 머리 식힐 겸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11권의 교지를 뒤로 하고 『한양』을 떠납니다. 그동안 독자 여러분들이 주신 성원과 비판이 저에게도 『한양』에게 도 성장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양』의 애독자가 되어주시길 청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 주소현
01. 일방통행, 그 중에 하나 : 산학협력과 현장실습 부편집장 김동빈 oellukd6@naver.com
02. 일방통행, 시작과 지금 : 대학재정지원사업 편집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03. 일방통행, 그 끝을 향해
: 수입다각화와 일반재정지원 편집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기획
일방통행, 그 중에 하나 : 산학협력과 현장실습
부편집장 김동빈 oellukd6@naver.com
기획재정부의 2017년 예산안 표어는 ‘일자리 우선! 경제활력 우선!’이다. 교육부 대학교육정책의 핵심은 산업수요에 기반한 대학 체질 변모이다.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을 위함이며 사립대학 다수가 적극적으로 저 정책을 따르고 있다.
만약 당신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이라면 당신도 모르는 새에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의 선봉대가 된다.
당신의 전공이 현장실습과는 거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정부는 당신의 학문을 육성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
일 방 통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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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학교에서 온 메시지 ‘[현장실습]2학기 장기현장실습 HY-WEP 바로가기 http://hywep.hanyang.ac.kr’
1
독자들은 이 같은 메시지를 받아 본 적이 있는가? 혹은 독자 자신이나 주변 친구 중 현장
김민아, 「한양대, 현장실
실습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필자는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학
가 선도한다」, 『천지일보』,
기 말과 여름방학 전부에 걸쳐 위 메시지를 여러 번 받았다. OB맥주, 한국일보 등 특정 기 업과 월 급여까지 명기한 메시지도 있었다. 이는 현장실습을 활성화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이 라 볼 수 있다. 한양대학교는 현장실습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1 올해부터 단기·장기실습 모두 기업과 대학 이 실습생에게 지원금 월 127만원을 지급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대학생 열 정페이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노력을 방증하듯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현장실 습생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된 교육부 주도의 산학협력 사업(LINC사업)은 매년 그 예산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2,435억 원대) 교육부가 산학협력을 잘 계획하고 시행한 대학을 선정하여 국고를 지원하기에, 현재 많은 대학이 산학협력 성과를 높이려고 서로 경합하며 달려가는 모 양새이다. 산학협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자연히 현장실습에 대한 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고, 산학협력 모범생 한양대도 현장실습 관련 메시지를 더 자주 보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정부와 대학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는 ‘산학협력’나무와 ‘현장실습’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현재 교육부와 각 대학은 LINC사업의 성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 는데, 그 실태는 어떨까? 현장실습 운영규정2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산학협력’나무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 필요가 있다.
습의
모범사례로
대학
2016.09.28 2
교육부는 현장실습 운영 내실화 및 표준 마련을 위 하여 「대학생 현장실습 운 영규정」을 제정·시행하였 다. (16.3)
한 양 98호
11
당신의 현장실습이란 산학협력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학계와 산업계가 교육의 성과를 높임과 동시에 산업경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는 활동.’ 이는 단편적으로 ‘대학과 기업의 상 부상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대학의 연구와 이론을 도입하여 생산성과 기술을 혁신하고, 대학은 기업현장에서의 문제점과 그 해결능력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과 기업에 게는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므로, 산학협력은 현대산업사회에서 비중 있는 의 제 중 하나이다. 구체적인 산학협력의 방법으로는 상호 인적·물적 교류, 기술이전, 산업인력 교육 등이 있다. 학부생들은 주로 캡스톤디자인과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현장실습이란 무엇인가? 실습생이 실제 직무를 수행하면서 선임자로부터 직무 수행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훈련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업무와 대학교육 사이에 있는 격차를 현장실습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소 할 수 있다. 현장실습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장실습은 주로 산업기술인력 및 그 인력 이 될 사람이 주로 참여한다. 학계와 산업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발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산학협력의 성패가 갈린 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정부 주도하에서 산학협력의 기반이 다져지고 그 중요성이 대두됐 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는 바람직한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못하였다. 장기적인 협력과 상호 이익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었다. 산학협력이 본격적인 가속도를 얻기 시작한 때는 경제 환경이 세계적으로 변하고 지식정보화시대가 도래한 1990년대이다. 이때부터 학계와 산업계 는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다.3 산학협력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역거점 연구 단 육성사업(2004~2011), 광역 경제권 선도 산업 인재양성 사업(2009~2011), 산학협력 중 심대학 육성사업(2009~2011)을 거쳐 2012년에 시작된 LINC사업4이 올해 종료되고 2017년 부터 LINC 후속사업이 시행된다.
3
행정학사전 [현장훈련] 4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사업. 산학 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12
정부, 산업계와 교육계가 손에 손잡고 ‘잘 살아보세’하는 것이 산학협력이다. 국가적 필요 에 의해 이뤄지는 산학협력은 현대사회의 큰 흐름 중 하나이다. 특히 교육부는 ‘현장중심교 육 강화’와 산업수요에 맞는 ‘대학 체질 변모’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현 정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자연히 산학협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 다. 우리의 현장실습은 저 큰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실습생 또한 창조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일 방 통 행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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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권리장전 앞에서 현장실습이 어떤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았다. 국가 차원의 관심 속에 ‘산
5
학협력’나무와 ‘현장실습’가지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현장실습 이수
대학알리미
학생 수는 LINC사업 기간 동안 매년 증가해, 사업 시작 전인 2012년 2월 11,630명에서 2016
영현황’에 따름.
년 2월 39,675명으로 약 3.4배가 늘었다. 반면 한양대 현장실습 이수학생 수는 13년 1,016
6
각 연도 1학기와 여름학기,
명, 14년 1,026명에서 15년 983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한양대 이수학생
공시자료인
‘2014, 15, 16현장실습운
2학기와 겨울학기 참가신 청 수의 합계.
5
39,675 전체 이수학생
35,757
한양대 신청학생 6 27,618
한양대 참여기업 7 19,616 11,630 1,016
1,026 742
735
1181 987
983 736
702
이수학생은 현장실습에 참가하여 실습을 완료한 학생을, 신청학생은 참가 신청을 한 학 생을 뜻한다. 신청학생 수는 한양대 현장실습지원센터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인 HY-WEP 에서만 집계된 수이다. HY-WEP을 포함하여 학과별 전공현장실습, 특성화사업단, 국제팀 등에서 주관하는 현장실습 이수학생을 모두 합친 수치가 이수학생 수이다. 그래프에 2013 년과 2014년 신청학생보다 이수학생이 많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참여기업 수 또한 각 부처의 현장실습 참여기업의 합계이다. 그래프엔 없지만 2016년도 1학기와 여름학기 참가 신청학생 수는 774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이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7
위 자료를 따름.
14
2013년과 2014년에 현장실습 이수학생과 참여기업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지표 모두 2015년에 소폭 감소한다. 이는 ‘실습지원비 최저임금 수준 지급’이 명 문화되어 현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허수기업이 빠지고 나타 난 현상이다. 한양대가 현장실습 양적 성장에 아주 작은 제동을 걸어 질적 상승을 이뤄냈 다고 생각한다. 현장실습생에게 가장 필요한 학교 측의 보호는 ‘실습지원비 보장’과 ‘상해보험 지원’이다. ‘현 장실습이 실질적인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자로서 보호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 부는 2015년부터 상해보험가입학생수와 실습지원비수령학생수를 공시사항에 포함했다. 그해 한양대의 8주 이상 현장실습생은 680명인데, 상해보험가입학생은 553명(81%)이고 실습지원 비수령학생수는 486명(65%)이다. 이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대학이 많다는 걸 고려한다면 훌륭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반면 4주 이상 현장실습생 303명 중 보험가입은 116명(38%), 실 습지원비수령은 37명(12%)이다.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한 대학본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다행히, 현장실습지원센터는 참여기업이 줄 것을 감안하고 실습생 보호 방안을 시행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현장실습생이 오롯이 현장실습의 취지를 살리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노력 중이 라고 하니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장실습생 또한 권리장전이 필요하다.
일 방 통 행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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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맞추다
단과대학별 현장실습 현황은 어떨까? 2014년 통계를 보자. (휴학생도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 으나 그 표본이 미미하여 표에서 제외했다.) 앞서 현장실습은 주로 산업기술인력 및 그 인력이 될 사람이 주로 참여한다고 했다. 표에서 공 대, 경영대, 예체대, 경금대가 이수학생 상위 랭크에 있는 것을 보자. 현장실습이 중요한 전공과 큰 필요가 없는 전공이 벌써 나뉜다. 이는 산업기술과 멀어 보이는 단과대를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 다. 법대, 사범대, 음대, 의대, 인문대, 자연대 등은 단과대학 이름에서부터 산업기술과의 거리를 느 2014
재학생
이수학생
공과대학
6,036
424
경영대학
1,711
130
인문과학대학
1,100
68
사회과학대학
878
74
자연과학대학
868
36
경제금융대학
714
73
예술체육대학
686
86
정책과학대학
623
43
음악대학
616
0
사범대학
598
13
생활과학대학
583
49
의과대학
375
0
국제학부
261
23
법과대학
162
6
<표> 단과대별 현장실습 이수학생 수
낄 수 있는 만큼 현장실습 이수학생이 적다. 학과별 차이도 있다. 공대를 제외한 이수 학생 수가 5명 이하인 학과로는 인문대 독어 독문학과·사학과, 자연대 물리학전공, 사범 대 모든 과, 음대 및 의대의 모든 과가 있다. 이수학생이 6~15명인 학과는 인문대 국문 과(11) 및 철학과(6), 사회대 사회학과(12) 및 정외과(11), 자연대 화학전공(9) 및 수학전공 (10), 법대 법학과(6), 생과대 의류학과(15) 및 식품영양학과(10), 예체대 무용학과(8) 및 체 육학과(9)가 있다. 산업기술과 특히 멀어 보이 는 학과가 몇 개 보인다. 이수학생 16~30명인 학과는 인문대 영문 과(23) 및 중문과(18), 사회대 관광학부(26) 및 미컴과(25), 자연대 생명과학전공(16), 정 책대 정책학과(20) 및 행정학과(23), 생과대 실디과(24), 예채대 연영과(25), 국제학부(23)
16
이다. 30명 이상으로는 경금대 경금학부(73), 경영대 경영학부(92) 및 파경과(38), 예채대 스포츠 산업학과(44)가 있다. 학과정원이 많을수록, 실습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학과일수록 이수학생이 증가했다. 당신의 학과가 무엇이든, 그 과 학생들도 앞으로 점점 더 많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이 LINC사업 추진 필요성 중 하나로 ‘공과대학 중심의 산학협력 지원사업 성과를 비이공계로 확대하고 산학협력 친화형 대학체제 개편’을 꼽았기 때문이다. 한양대 현장실습 지원센터도 비이공계 학생을 위한 산업체 발굴에 힘쓰고 있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이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의 지상 과제인 만큼, 될 수 있는 한 모든 학 과가 그것에 맞게 변모 중이다. 최근 대학가를 들썩였던 코어(CORE)사업도 그 일환이었다. 코어사 업의 목표는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 역량·위상 강화’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 육성’이다. 정 부 정책에 따르면, 비이공계 학생도 현장실습이나 코어사업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여 취업문 을 넓힐 수 있다.
LINC 종합성과 관리 시스템 사이트 내의 사업 추진 필요성.
일 방 통 행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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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정원
앞에서 한양대 현장실습 현황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현장실습생의 권익은 향상되어가고 있고, 차기 산학협력 사업도 기대해볼 만하다. 반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습생도 있다. 현장실습생에 권익이 향상된다고 했는데, 이때 현장실습생은 ‘산학협력 안에서의’ 실습생에 한해서이다. 산학협 력 밖의 실습생들은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는 상황 이다. 교육부는 ‘전문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실습’의 경우8 운영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다고 했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실습들은 학위과정에 꼭 포함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선박실습에 관하여, 선박실습생이 강도 높은 선박업무를 함에 도 근로자도 선원도 아닌 법적 신분의 한계로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산 학협력 밖의 실습생 대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대법원이 이미 30년 전에 판결한 것처럼, 현 장실습이 ‘실질적인 근로’에 해당하는 모든 현장실습에 대해 그 실습생들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 현장실습생 거취 문제는 교육부와 노동부가 서로에게 일을 떠넘기고 있어 더욱 심각해진다. 현 장실습이 실질적인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를 따져서 근로자로 대우해야 할 때, 교육부는 ‘근로성’에 관해서는 노동부에 폭탄을 넘기고 노동부는 그것이 ‘현장실습. 즉, 교육’이란 이유로 교육부에 폭탄 을 돌린다. 이 문제에 관해서 자신은 주무부처가 아니라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산학협력사업 이 주로 양적 성장에 치우쳐 있어 내실을 잘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디 각 부처가 각성하여 조 속히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합의가 늦어질수록 실습생들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실 습’이란 용어를 전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군데에 각기 다른 현장실습을 통합하여 실습 생을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부작용도 있다. 교수가 보고서를 위조하여 국고지원 금을 빼돌리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서울대 조모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의 뢰받은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유리하게 작성한 사건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조모 교수는 항소심에서 “옥시에서 연구결과를 빨리 달라고 하니 불완전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자기 나 름의 의견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학협력을 할 때 연구자는 연구윤리를, 기업은 기업윤리를
8
선박실습, 영양사 현장실 습, 보육실습, 간호사와 의 사 실습 등
18
반석으로 삼고 나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위 문제들과 더불어, 필자는 고등교육 전체가 산학협력만을 쫓는 실태를 우려한다. 일자리와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정부는 고등교육정책도 기업친화형 모델로만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업수요에 맞게 대학 체질 개선’이란 목표를 따라 비 이공계에도 현장실습이 확대되고 산학협력이 침투해 들어온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현장실습 이 필요하지 않은 학문, 산학협력이 없어도 되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 인문사회학 대부분이 그렇 고 순수·이론과학이 그렇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저 학문들은 일자리 및 경제에 공헌하는 바가 없 어 보이기 때문에 정부의 육성정책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기업도 투자하지 않는다. 자연히 그 학 문에 매진하려는 사람도 소외되고 그 학문 자체가 점점 죽어간다. 미래의 국가경쟁력도 약해지는 것이다. 기초과학의 사멸은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창조경제를 절대 불가능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교육을 하나의 '정원'으로 보자. 산학협력, 평생교육, 공교육 등 잘 돌봐야 할 여러 나무가 있다.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 빠지는 곳 없이 볕이 들고 물을 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원은 기업적이 지 않은 나무는 말라죽고 있다. 이를 건강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적자생존의 법칙 아 래,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지 않는 나무는 내버려 두는 것이 마땅한가? 아직 늦지 않았다. 대학· 정부·기업이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면 인적 자원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못을 스패너로, 나사를 망치로 쳐도 들어가긴 하겠지만 올바른 쓰임이 아니다.
일 방 통 행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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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있는 나무에게 다시 빛과 H2O를 지금까지 산학협력과 현장실습에 관해 살펴보았다. 산학협력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는 각자 작은 몫을 해내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 산학협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창조경제의 한 축을 맡 고 있는 현장실습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교육부와 노동부, 산 학협력 참여기업, 대학본부 모두에게 말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바는 대학 및 대학교육이, 교육부 정책이 오로지 기업친화형 모델로만 발전하 려는 데에 있다. 몇 주 전 뜨거웠던 학내 HELP 논란도 모든 학생에게 기업가형 리더십을 의무로 듣게 하는 것이 큰 문제였지 않은가. 기업가만을 양성하는 대학교육은 심히 우려되는 행태이다. 여 러 분야의 다양한 인재가 민주사회를 잘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국가 교육정책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본다. 모든 대학의 체질을 일방적으로 산업 수요에만 맞 게 바꾸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지금은 교육이란 정원에서 방치되었던 나무들에게 다 시 볕을 쪼이고 물을 줄 때이다.
일방통행, 시작과 지금 : 대학재정지원사업
편집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S# 97 H대학 신본관 앞 학생A, 상대평가 전환 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구호를 외친 뒤 옆에서 생각에 빠진 학생B를 보고.
학생A: (핀잔을 주듯이)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학생B: (팔짱을 끼며) 학교도 학생들이 반발할 것을 알았을 텐데 왜 상대평가로 바꾸었을까? 그것이 교육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나? 학생A: 교육부 눈치보고 따라가는거지. 학생B: (고개를 들며)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눈치를 보는거야? 뭐가 모자라서 눈치를 보고 따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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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생소한 접근
대한민국만큼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흔치 않다. 대한민국 정부는 교육에 수많 은 재정과 시간을 투입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평소에는 교육부의 정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교육부의 정책이 대학을 겨냥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학교 관련 제도 나 정책들의 변화는 이제껏 받아오던 장학금을 못 받게 된다거나, 어느 날 자신의 학과가 사라 지는 등 대학생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앞서 한양대가 모범으로 꼽히는, 지금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산학협력과 현장실습을 살 펴보았다. 이번 기사는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정책 각각의 목적이나 사례보다는 대학이 교육부의 정책 속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 상황에서 대학이 어떤 행동을 요구 받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되었던 본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행정에 대한 이해 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 방 통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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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책부터 짚어보자 현재 교육부의 대학 관련 정책은 대학재정지원사업1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퍼주기’나 대 학교 대상의 ‘저소득층 지원’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6년도 대학재정 지원사업 매뉴얼」에 따르면, 대학재정지원사업이란 ‘정부가 고유의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하 여 대학(기관) 및 사업단을 대상으로 모집·선정절차를 통해 국고를 지급하는 재정적 지원 사 업’을 일컫는다. 즉, 대학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동의하고, 따라가야만 국가가 거둬들인 세금 일 부를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속하는 사업들이 성공하려면 많은 대학의 참여가 필요하다. 사업의 취 지가 좋고, 실현가능성이 높으며, 필요성에 많은 대학이 공감한다면 참여는 자연스레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참여하는 이유가 그것이 다일까?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들고 본다”라고 말한다. 이는 한양대의 산학협력 사 업에서 관련 제도나 준비의 미흡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대학으로 하여금 (때 론 조급해 보일 정도로)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학재정지원사업’이라는 말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에이스 사업’, ‘링크 사업’, ‘프라임 사업’, ‘코어 사업’ 이라는 말은 몇 번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사업들은 모두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속한다.
1
사업事業, 어떤 일을 일정 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함, 또는 그 일. 예문 : 회사의 사업事業을 사업社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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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왈, 돈을 더 벌 데가 없어 대학재정지원사업은 1999년 두뇌한국21사업2을 출발점으로 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었다. 이후 대학재정지원사업에는 ‘대학 경쟁력 강화’말고도 새로운 사업 목적이 하 나 추가되었다. 바로 ‘대학재정 압박 문제를 타개’3하는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대학의 재정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 한 시점, 달리 말해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출발한 시점은 2010년이다. 당시 「고등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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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BK(Brain Korea)21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3
교육부 보도자료. 「고등교 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 획(안)」. 2010. 11.
이 개정되면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4(이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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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할 때 등록금 상한제를 어긴다면 대학은 그에 상응하는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등록금의 인상률을 직전 세
혹 떼려다 혹 붙이기 싫으면 등록금 상한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반값등록금5을 필두로 대학교육에 공적 투자가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목소리에 화 답하듯 「고등교육법」에는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조항과 함께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개 년도 물가 인상률 평균 을 상한으로 하여 제한하 는 제도. 한국에서 시행되 는 등록금 상한제는 이를 지칭한다. 5
요즘은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부 개인이 부담하지 않고 국가가 일정 부분을 부담
반값등록금이 시행되면 학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공연하다. 이와 달리 과거 사립대들이 설립되고 성장하던 시기에는 이
을 누군가가 메워야만 대학
생들이 내던 등록금의 반
용자부담의 원칙6이 일반적이었다. 그에 따라 사립대의 재정은 상당 부분 등록금으로 조달되었
은 운영될 수 있다. 반값등
다. 재정의 절반 정도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받는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들은 2004년 일반재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부 장
정지원 이 사라진 이후 수입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사립대는 2008년 7
도 기준 평균적으로 재정수입의 66%8를 등록금에 의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자 많은 사립대는 재정수입의 다각화9를 위해 민 간 연구자금을 유치하고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사립대의 등
록금을 제안한 이주호 교수 관 재직)는 그 반을 메워주 는 누군가가 국가여야 한다 고 주장했다. 6
교육 비용을 교육 서비스의 이용자, 즉 학생들이 부담
록금 수입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도 기준 평균 54.7%10로 여전히 수입의 절반
해야 한다는 원칙
을 넘는다. 물론 과거부터 설립자부담의 원칙11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재단전입금은 2008년
7
대학별 규모에 따라 국고 에서 지급되던 재정지원금. 1990년대까지는 국가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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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2 이래 지금까지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더해 국고보조금이 재정수입에서 차 지하는 비율이 2014년 평균 19.7%인 것을 보면, 수입다각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 당장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돈이 들어올 데’를 다양하게 하여 재정적 여유를 갖고자 했던 시도 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지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 지만 2004년 참여정부 시 절 폐지되었다. 이후 국가 의 대학재정지원은 선별적 인 지원이 주가 되었다. 8
‘어떤 상황에서 더 많은 대학이 사업에 참여할까?’라는 질문은 ‘왜 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 에 신청해서 국가로부터 돈을 받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 다. 대학이 돈을 더 받아낼 데가 없어서, 바로 위에서 설명한 상황이다.
교육부 보도자료. 「고등교 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 획(안)」. 2010. 11. 9
수입다각화란 대학이 단 일 수입원에 지나치게 의 존하기보다 주 수입원 이외
9.8%
의 다른 분야로 수입 범위
3.2%
를 확장, 총수입 대비 주 수 입원의 수입 비율을 낮추는 운영방안을 의미한다.
등록금
8.4% 2.9% 16.9%
정부지원금
미국 4년제 사립대학 재정수입구조 (2010~2011)
33.3%
10
대학교육연구소 통계 2015 년-16년 3호 (통권 40호).
기부금
2016.01.18
투자수익
11
교육활동 수입
교육비를 설립자에게 부담
보조사업 병원수입 기타
시켜야 한다는 원칙. 사립 학교의 경우 학교재단법인 이 재단전입금을 통해 교육 비를 부담해야 한다. 12
교육부 보도자료. 「고등교
10.7%
14.9%
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 획(안)」. 2010. 11.
재정수입다각화의 예시로 뽑히는 미국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수입 총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줄였다고 해도 절반이 넘는 등록금 의존율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보여준다. (출처 : 강영혜. 통계로 본 한국과 세계 교육.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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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4년 평균 등록금 의존율 현황> 등록금 상한제가 적용된 뒤 수입 총액 대비 등록금 비율은 줄고 있 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사립대들은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출처 : 대학 교육연구소 통계)
<2010~2014년 평균 법인전입금 현황> 법인전입금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위 그래프에서 제시되는 등록금의 총수입 대비 비율과 비교해보면 법인전입금의 비율이 정말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대학교육연구소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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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성과를 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왜 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신청해서 국가로부터 돈을 받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 째 해답을 찾아보았다. 물론 대학이 예상되는 수입에 맞추어 지출을 짜면 재정이 좀처럼 부족 할 일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에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학이 지출을 줄이지 못할 이 유가 있다면, 더 나아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 어떨까. 만약 대학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면 대학은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지출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일정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 대학은 일정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대학구조개혁 사업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 1단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지 못한 학교는 의무적으로 인원을 감축하여야 한 다. 이에 더해 1단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교는 2단계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2단계 평 가에서 상위 10%에 들지 못하면 재정지원사업이나 학자금대출이 제한되고 끝내 퇴출당할 수 도 있다. 각 대학은 대학정원을 줄여야 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대 학구조개혁 사업의 평가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 면, 대학구조개혁의 평가지표가 대학의 운명을 가른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음페이지의 평가지표를 살펴보자. 먼저 1단계 평가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신입생, 재학생 충원율로 대표되는 대학정원 관련 항목과 함께 교원 확보율, 평가, 상담, 장학, 취업지 원 등 교육활동 전반을 평가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는 대학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성 적을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원만을 줄여서는 안 되고, 교육활동 전반에서 성과를 내야 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조금 더 자세히 평가지표의 하위항목인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금방 눈에 띄는 단 어가 있다. 바로 ‘개선’이다. 개선은 12개의 평가지표 중 10개에서 평가요소로 등장한다. 개선이 평가요소에 있다는 것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실적을 유지 하는 선에 머물러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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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지표> 항목
평가 지표 전임교원 확보율(8)
교육 여건 (18)
교사 확보율(5)
교육비 환원율(5)
- 교사 확보율을 정량적으로 평가 - 최근 3년간 교사 확보율의 개선 정도 고려 - 교육비 환원율을 정량적으로 평가(국공립/사립 구분 평가) - 최근 3년간 교육비 환원율의 개선 정도 고려
수업 관리(8)
학생 평가(4)
- 성적분포의 적절성 -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
학생 학습역량 지원(5)
- 지원 프로그램 구축·운영 여부 - 관련 규정, 자원 확보 등 지원 - 지원을 통한 정량적, 정성적 실적 - 성과분석을 통한 프로그램 개선 실적
진로 및 심리 상담 지 원(3)
- 지원 프로그램 구축·운영 여부 - 관련 규정 운영, 자원 확보 등 지원 - 지원을 통한 정량적, 정성적 실적 - 성과분석을 통한 프로그램 개선 실적
장학금 지원(5)
취·창업 지원(2)
학생 충원율(8)
교육 성과 (15)
- 전임교원 확보율을 정량적으로 평가(국공립/사립 구분 평가) - 최근 3년간 전임교원 확보율의 개선 정도 고려 - 전임교원의 보수수준(정량평가(2차 공청회 안)에서 정성평가로 변경)
-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 강의 규모의 적절성 - 시간강사의 보수수준(국립/공사립 구분 평가) - 수업관리의 엄정성
학사 관리 (12)
학생 지원 (15)
평가 요소
졸업생 취업률(5)
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2)
- 장학금 지원율을 정량적으로 평가 - 최근 3년간 장학금 지원율의 개선 정도 고려 - 지원 프로그램 구축·운영 여부 - 관련 규정 운영, 자원 확보 등 지원 - 지원을 통한 정량적, 정성적 실적 - 성과분석을 통한 프로그램 개선 실적 - 신입생 충원율을 정량적으로 평가(수도권/지방 구분 평가) - 재학생 충원율을 정량적으로 평가(수도권/지방 구분 평가) - 최근 3년간 학생 충원율의 개선 정도 고려 - 졸업생 취업률을 정량적으로 평가(계열별·성비 고려 / 권역별 구분 평가) - 최근 3년간 졸업생 취업률의 개선 정도 고려 - 시스템 구축·운영 여부 - 만족도 조사의 체계성 - 만족도 조사 결과 분석의 합리성, 결과에 따른 교육 서비스 개선 노력의 구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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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지속되는 한, 각 대학은 교육활동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물론 과정을 효율화하여 전체 지출을 줄일 수도 있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창조적으로 실적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실적을 유지하면서 개선을 위한 업무를 추가한다면 지출내용이 늘어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개선과정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함께 계속될 것이다. 등록금 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설령 인하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은 점을 미루어 볼 때, 대학 자체 의 지출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학이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도는 재정지출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이 재정수입을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하는 상황과 긴장관계에 놓 인다. 돈을 써야 할 일은 계속 있는데 돈이 들어오던 데에서 돈을 더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생 긴 것이다. 이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다. 선별적일지라도 사업 자금을 대학재정이 아닌 국고에서 확보할 수 있을뿐더러 교육부의 정책목표에 의해 공인된 사 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돈과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안은 그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어쩌면 잡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일 테다. 물론 시 쳇말로 ‘쿨하게’ 둘 다 포기하고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대학 구조개혁 사업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 다. 하지만 어느 날 대학이 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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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신청할 수밖에 없는 대학재정지원사업, 나쁜거야? 수입을 쉽사리 늘릴 수 없는데 지출항목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대학은 대학재정 지원사업에 연연하게 되고, 몇몇 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과정에서, 또는 선정된 이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종 무리수를 던진다. 올해 여름 무리수가 던져진 곳은 이 화여대였다. 올해 여름, 이화여대는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단과대 사태’(이하 이대 사태)로 시끄러웠다. 이 대 사태는 7월 15일 이화여대가 성인 전담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추가 선정되면서 시 작되었다. 선정 뒤에 이화여대 본부에서는 미래라이프 단과대를 설립하기 위한 교칙 개정을 추 진하였고, 학생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첫 충돌 이후 학생들의 농성과 집회는 계속되 었고 끝내 미래라이프 단과대 사업은 철회되었다. 이대 사태의 원인으로 학벌순혈주의나 학교의 학위장사, 경찰병력의 투입 등이 거론된다. 이 를 종합해보면 이대 사태는 학생과 학교 사이의 대립이 공권력 동원으로까지 번진 사건이 된 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이대 사태의 본 질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문제 삼은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은 대학재 정지원사업을 그 원인으로 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곧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이어지는 이유 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추진대학을 학생이 아니라 교육부가 평가해서 선정하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어야 하는 본부 입장에서는 평가자인 교육부가 정한 목표와 평가기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평가에서 어떤 영향력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 의견을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교육부의 입맛에 맞추기도 급급한 본부 입장 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이수연 연구원의 말마따나 “특수목적지원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일반재정지원이 2004년에 사라진 뒤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맞물 려 대학에 대한 통제수단으로까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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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인식의 지평을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을 둘러싸고 있으며, 대학은 참여를 부추김당하는 상황을 살펴보 았다. 정책목적에 따라야만 재정지원을 하는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초창기까지 유인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입에 생긴 한계와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단순한 유인책 이 아닌 대학교육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만들어냈다. 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매게 되었고, 교육부의 말에 따르게 되었다. 그동안에 학생 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는 정책목적 설정과 추진대학공고, 신청, 선정, 추진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일방적인 행정과 조급한 실행에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대 사태가 그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행정은 표면적으로 본부가 학생들을 낮잡아보거나, 학생들의 반응을 지나치게 낙관할 때 발생한다. 본부는 학생들이 반발할 것을 알고도 일방적인 행정을 하는 것 이다. 그 이유는 본부가 희대의 악당이어서가 아니다. 대학이 놓여있는 상황이 일방적인 행정 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목적은 교육부가 정해서 대학에 하달하며, 대학 은 교육부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끼어들 틈은 없다. 만약 당신이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행정을 멈추고 싶다면 학교본부만 주시해서는 안 된다. 본 부가, 대학이 놓인 상황도 보아야 한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행위나 현상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상황과 관계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상황 개선을 모색하지 않고 본부의 일방적인 행정만 을 문제 삼는다면, 유감스럽게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지라도, 그 문제를 촉발시킨 거대한 체제, 진짜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방통행, 그 끝을 향해 : 수입다각화와 일반재정지원
편집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촉발된 일방통행, 그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 한양대는 어떤 처지에 놓여있을까?
한편, 이 일방통행에 맞설 수는 없는 것일까? 일방통행을 거스를 방법이나 일방통행을 멈출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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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학교는?
대부분의 대학, 특히 사립대는 재정수입과 성과창출을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순간 대학은 교육부에서 정한 정책목표에 따르게 되 고, 이를 대학교육에 반영한다. 교육부에서 대학으로, 본부에서 학생으로 내려가는 하향적인 체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향하는 대학들의 일방통행과 교육부에서 학교 본부를 거쳐서 학생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일방통행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이 두 가지 일방통행이 한양대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앞 질문 의 답을 확인할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 향하는 일방통행을 확인하기 위해 한양대의 재정수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나아가 일방통행 이 만연한 상황을 역전시킬 대안을 점검할 것이다. 우선은 한양대의 재정수입 성적표를 들 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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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안타까울 따름 한양대의 2016년도 교비회계 운영(손익)계산서를 보면, 교비회계 수익에서 등록금 및 수강
1
료1는 71%, 전입금은 2.8%, 국고보조금은 11.1% 그 외 항목2은 15.1%를 차지하였다. 한양대
계절학기 때 내는 등록금
의 등록금 의존율은 2014년도 사립대학 등록금 의존율 평균인 54.7%보다 상당히 높다. 전입
등록금을 수업료라고 한다.
금의 경우, 14년도까지는 6.1%로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기부금 약 162억 원이 교 비회계의 수익항목으로 추가된 2015년, 전입금은 그와 비슷한 액수인 약 164억 원이 줄어 교 육 외 수입 다음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수입다각화는 수입내역과 수입액 두 가지 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우선 수입내역은 예금이자, 임·농산물 매각, 산학협력연구수익 등으 로 다양하다. 하지만 수입액의 경우, 등록금의 4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등록금보다 턱없
을 수강료, 정규학기 때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수업 료 이외의 납부금’을 등록 금이라고 부르는데 수강료 는 ‘이외의 납부금’에 포함 되지 않아 따로 기재한다. 엄밀히 말하면 계절학기 등 록금은 등록금이 아닌 것 이다. 하지만 수강료도 이 용자(학생)가 내는 돈이기
이 모자란 수준이다.
에 등록금과 진배없다. 2
산학협력단 및 학교기업전 입금, 교육 부대수입(증명 서 수수료, 수험료, 논문심 사비 등), 교육 외 수입(예 금이자, 임대료, 주차료 등),
15.1%
기부금.
2.8% 11.1%
등록금 및 수강료 국고보조금
교비회계 수익 항목별 비율
재단전 입금 기타
71% 출처 : 한양대 2016년도 교비회계 운영(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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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와 대학구조개혁 사업 사이의 관계는 학교본부의 상대평가 전환에서 드러난다. 당시 본부는 상대평가 전환 이유 중 하나로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학생 평가’ 항목을 들었다. 본부는 한양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의무적인 정원감축이 없는 A등급을 받기 위해서 ‘학생 평가’ 항목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14년 12월 발표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맞추어 2015년 1학기를 앞둔 2월, 급작스럽게 학사제도를 바꾼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라 는 불이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불 보듯이 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전공수업 평가방식을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즉 학생들의 반발이라 는 불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라는 불이 대학에게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불이었던 것이다. 한양대는 수입 증가 폭이 제한되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해 상대평가 전환, 전공학점 축소와 같이 지출이 적 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지표에 따르면 ‘수업관리’와 ‘진로 및 심리 상담’, ‘장학금’, ‘교육수요자 만족도 관리’ 등의 항목에서는 재원마련이나 시스템, 프로그램의 구축과 운영, 개 선 실적이 필수적이다. 대학개혁교육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출이 불가피한 것이다.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한양대는 대학특성화 사업(CK), 학부 교육 선도대학 사업(ACE), 대 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CORE) 등의 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된 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한양대가 참여하고 있는 재정지원사업은 2015년 기준 건수로는 1,259개, 지원액 으로는 약 1,570억 원에 이른다. 이 액수는 재단전입금의 14배에 달한다. 한양대는 재정 면에 서 재단보다 정부에 더 의존하는 것이다. 한편 재정지원사업의 수혜 금액은 한양대 2015년도 결산의 30%에 해당하는 액수이기도 하다. 이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한양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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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막은 이러하다
한양대는 결과적으로 수입다각화에 실패한 상태이다. 대학 자체 재정수입보다는 학생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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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과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될 동안 대관절 한양대 본부는 무엇을 했는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
지 궁금해진다. ‘포기하면 편해’ 정신에 따라 자체 재정조달은 일찍이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노
기준액 × 100
력은 했지만 뜻대로 안 된 것인지.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양』이 기획처 예산팀에 직접 질 문을 해보았다.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액 / *기준액 = 학교회계 운영수 익총액 - (전입금수입 + 국 고보조금 수입 + 기부금수 입 + 산학협력단 및 학교기 업전입금)
『한양』 : 한양대는 재정수입다각화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일단 재정수입다각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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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의지는 있나요?
학교법인은 매년 수익용기
예산팀 : 한양대는 등록금의존율을 낮추기 위하여 재정수입을 다각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재산에서 생긴 소득액의 80% 이상을 대학운영 경비 로 내야 한다.
최근 3년간 한양대의 교비회계 운영(손익)계산서를 보면서 ‘한양대는 수입다각화에 대한 의 지가 있는 것인가, 포기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수입다각화에 노력하 고 있다고 한다.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수입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에, 결과는 나쁘지만, 안도하며 질문을 이어간다.
『한양』 : 그렇다면 수익용기본재산을 비롯한 전입금, 즉 학교법인이 기여하는 수입은 어느 정도 인가요? 예산팀 : 수익용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의 책무성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2015년도 학교 법인 의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3은 92.92%로 미달이었습니다. 이에 학교 법인에서는 수익용기본재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2016학년도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이 103.3%에 도달하였습니 다. 또한 학교법인에서는 수익용기본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전액 학교로 전출4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부속병원의 수익성 개선을 통해 부속병원전입금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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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이 100%가 넘었다는 소식은 분명 기쁜 소식이다. 다만 수익용기본재 산에 관하여 「대학설립·운영규정」에는 확보율뿐만이 아니라 수익률 또한 규정되어 있다. 학교 법인이 충족해야 할 수익률은 3.5%이다. 한양대의 수익률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0.6%이다. 한양대는 법적으로 규정된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했지만 수익률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수익 용기본재산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를 생각해보면 이는 한 쪽 날개가 꺾인 것과 다름없다. 한 쪽 날개가 꺾인 새는 날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수익용기본재산은 확보했지만 수익률이 법적 최소치 에 한참 모자라다면 자체 수익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어서 수익용기본재산 외의 다른 수입프로그램에 대하여 질문했다.
『한양』 : 현재 한양대가 추진하고 있는 다른 수입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나요? 예산팀 : 학교 자체적으로 다양한 기부상품을 통한 기부금 확대, 산학협력을 통한 간접비 수입 확대와 글로벌 기술이전 활성화 추진, 국제교육원 및 사회교육원 등 비학위과정 활성화를 통한 수익프로그램 다변화 등을 통해 등록금 외 수입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양』 : 기부금이 15년도 교비회계 수익내역에 포함되자 전입금에서 추가된 기부금 액수와 비슷 한 액수가 감액되었는데요, 혹시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나요? 예산팀 : 기부금과 전입금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전입금은 법인전입금, 부속병원전입금, 산학 협력단전입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부금은 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기부금수입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대급부로 전입금이 감액되지 않는 것이며 감액시키지도 않습니다.
『한양』 : 기부금의 경우 2015년이 되어서야 교비회계 수익내역에 추가되었는데요, 그 이전에도 기부금은 있었는데 어떻게 사용된 것이죠? 예산팀 : 기부금수입은 대부분 기부자들이 지정한 용도에 따라 장학금, 학생지원비, 교육환경 개 선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교비회계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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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방통행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한양대가 노력했음에도 수입을 다각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지 노오력이 부족했던 것일 까? 아니다. 교육부에서 수입다각화를 대학재정문제의 해법인 것처럼 홍보한 것과 달리, 수입 다각화는 대학재정수입에서 보조적인 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학 자체 의 노력 부족이 아닌 다른 현실상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수입다각화가 보조적인 수단인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든다. 첫째, 충 분하지 않은 기본 자본금, 둘째, 자본금을 쌓기에 필요한 시간, 셋째, 대학의 수익사업을 달가워 하지 않는 시선, 넷째, 정착되지 않은 기부문화이다. 많은 사립대학이 재단 자체 수입보다는 등록 금에 의존하는 탓에 기부금이나 여타 수입들로 꾸려지는 기본 자본금이 축적되어 있을 리가 만무 했고, 본격적으로 기본 자본금을 쌓고자 한 지 8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사립대와 같은 펀 드운용을 통한 재정 조달은 머나먼 일인 것이다. 한편 대학이 수익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긍정적이 지 않은 대중의 인식도 중요한 요인이다. 교육기관인 대학이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 에 대중이 얼마나 큰 반감을 보이는지는 기여입학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 부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것도 수입다각화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만드는 데에 한 몫 한다. 물론 긴 시간이 지나면 한양대도 미국의 사립대학과 같이 수입다각화를 이루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재정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의 수입다각화 성적은 낙제에 가까운 지경이며,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떠밀려 발생하는 일방통행은 바로 지금의 문제이다.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미래만을 기약할 수는 없다. 다시 문제의 원인으로 돌아가 보자. 대학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필사적인 이유는 수입제한 과 성과압박이었다. 두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원인 하나만 해결해도 대학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덮어두고 참여하는 작금의 행태는 줄일 수 있다. 이제 둘 중 무엇을 해결 할지 고를 차례이다. 여기서 필자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본래 목적을 고려하고자 한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대학교육에 정부가 나서서 투자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고, 학생들이 질적 으로나 양적으로나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않은가. 이에 따라 수입제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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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수입제한을 풀고 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하도록 말이다. 수입제한을 푸는 방법으로는 지금 노력하는 방안과 시간을 되돌리는 방안이 있다. 전자의 경우 수입다각화를 말하는 것인데 한양대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당장 효과를 보 기는 어렵다. 재단의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꼭 해야 할 사안이지만 당장은 다른 대안 이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 2004년으로 시간을 돌려 일반재정지원을 부활시키는 방안이다. 대 학정원을 기준으로 국가가 대학에게 지원금을 주고, 대학은 그 돈을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재정지원을 없앤 데에는 그렇게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 일반재정지원은 자금사용 내역을 세부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탓에 사립대학의 부정부패와 방만한 운영의 재료가 되었 다. 한편 금액산정기준이 대학정원인 까닭에 지원금을 많이 받고자 하는 대학은 입학정원을 늘리는 꼼수를 썼다. 이때 입학정원만을 늘린 결과, 지원금은 늘었으나 교원 일인당 학생비율 이 높아져 도리어 교육의 질은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자 정부는 일반재정지원 을 폐지하고 특수목적재정지원을 대학재정지원의 골자로 삼게 된 것이다. 일반재정지원이 사립대의 비리나 방만한 운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벼룩을 잡자고 초 가삼간을 태우는 것은 썩 좋은 행동이 아니다. 벌써 한 번 초가삼간을 태운 결과 사립대학의 재 단들은 적립금을 쌓기 시작하였고, 이 경향은 등록금 상한제가 적용되자 더 가속되었다. 사립 대들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적립금을 쌓는 이유는 재정이, 특히 수입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입이 불안한 사립대학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정책, 대학재정지원사업 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사구조를 정부 기준에 맞추어 변경하는 등, 대학의 자율 성이 위축된다. 자율성의 위축은 일방적인 행정으로 이어지고, 일방적인 행정은 학생들의 저항 을 부르고 대학 내 갈등을 증폭시킨다. 결국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돈이 대학교육을 개선하기 위 해서가 아니라 갈등을 키우는 비용으로 쓰이는 셈이다. 일반재정지원은 사립대가 정책목적에 따라갈 필요를 덜어준다. 일반재정지원으로 재정에 여 유가 생겼으니 학생과의 마찰을 감내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들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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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 것이다. 일반재정지원은 사립대별로는 특색 있는 교육도 가능하게 한다. 교육기본법 제25 조의 내용인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가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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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 Peters(2000)에 의 하면, 거버넌스란 정책 결정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편 2004년 일반재정지원이 사라지던 때보다 지금은 벼룩을 잡기 쉬워졌
에 있어 정부 주도의 통제
다.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기관의 회계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이래, 사립대학의 비리는 그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인 행
어느 때보다 숨기기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지원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학내 거버넌스5를 마련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와 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위자로 협의와 합의 과정 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나가는 사회적 통치 시스템을 이른다. 대학의 경 우 이해당사자는 학생, 교직 원, 재단이사회 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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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이라는 표시를 바꿀 차례 수입제한과 성과압박이라는 일방통행의 두 원인을 한양대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한양대는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따라 학사구조를 일방 적으로 바꾸는 수준이다. 또한 한양대는 많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신청·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갈등이 커질 때마다 총학을 선두로 한 학생 측은 등록금 책정에 대해서 법정전입금을 다 내 지 않는 학교가 책임지라며 법정전입금을 내라고 압박할 뿐이고, 상대평가 전환에 대해서 그것 이, 비록 일방적이고 급작스러웠지만, 대학정원감축을 막기 위한 노력임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았다. 프라임·코어사업의 경우에는 일부 단과대에서 자신들의 인원이 가장 많이 줄 것이라 며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 우리는 이제까지 가까이에 있는 대학본부의 행정에 관심의 대부분 을 기울였을 뿐, 대학 본부의 등을 떠미는 ‘보이지 않는 손’까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한 것이다. 이번 기사는 ‘보이지 않는 손’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그것을 해결할 두 가지 대안을 소개 하였다. 수익다각화의 경우 현재 성적은 참담할 정도이며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법정부담금을 학생에게 떠넘기는 재단이 재정수입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점 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교재단이 그 정도의 노력도 안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다음으로 일반재정지원은 대학교육에서 공공성을 제고하는 한 편 경쟁력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다만 과거 문제가 되어 사라진 만큼 더 신중하게 검 토하고 시행·관리해야 할 것이다. 마침내 문제의 원인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역설적이게 도 표면에서 심층으로 내려가는 실천 말이다. 이후 도래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 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일방통행이라는 표시를 보는 마지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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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솔루션 그들이 만든 변화는? 편집위원 조민경 mk0219@hanyang.ac.kr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02. HELP에 HELP가 필요하다 편집위원 최동현 ydj99456@naver.com
03. 300원의 작은 기부, 세상을 따뜻하게 편집위원 최동현 ydj99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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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그들이 만든 변화는?
편집위원 조민경 mk0219@hanyang.ac.kr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학우 분들에게 약속드렸던 틀을 바꾸는 변화 는 이러한 우리의 삶을 바꾸는 변화입니다. 학문 공동체가 살아있는 학교, 등록금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학교 그리고 안전한 학교. 이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분들과 함 께 이 틀을 바꾸고 싶습니다. 틀을 바꾸는 변 화에 함께 참여해주세요. 우리의 작은 힘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44대 총학생회 <솔루션> 2016년 신년 인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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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이 가져온 나비효과 ‘총학생회비’ 만 원. 학기 초 납부할 때에는 개개인이 내기에 그리 크지 않은 돈이었다. 그러나 전체 학 생 대표자회의에서 그 액수와 의의는 학생자치를 위한, 만 오천명의 복지를 위한 수천만 원으로 커져 있 었다. 그리고 지금 그 44대 총학생회 ‘솔루션’의 임기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그들의 일 년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년간 열심히 달려온 44대 총학생회 <솔루션>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우들의 편의를 위해 10가지가 넘 는 공약을 걸고 본부와도 맞서 싸우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총학생회는 공약을 장·단기적으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 장기적 공약에 해당하는 비전 2020에서는 근본적인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기간을 1년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좀 더 긴 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이루어 나갈 공약들을 제시했다. 또한 2016 솔루션에 서는 다양한 문제점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학생들에게 즉각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 다. 이는 헬프 논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등 예상치 못한 사건에도 유효하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솔루션에도 분명한 한계와 논쟁 거리는 존재한다. 새로운 총학생회를 맞이하기에 앞서 솔루션을 마지막 으로 곱씹어보자.
학생회관 4층 총학생회실에서 오규민 총학생회장과 인터뷰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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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이 쏘아올린 17개의 희망 <솔루션>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공약은 크게 비전 2020과 2016 솔루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 양』에서는 이를 ▲수업(교육) ▲복지 ▲돈 ▲일자리 ▲안전 ▲기타로 분류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약 중 이행된 공약은 O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약속된 과정과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진 공약은 △, 이루어지 지 않은 공약은 X로 표기했다. 총점 O: 10개 세모: 4개 X: 3개
수업(교육)
복지
돈
일자리
안전
기타
내 용
이행여부
강의계획서 신고제
○
대학 구조조정 대응
○
학내 물가 모니터링
○
행복 기숙사 확대
○
대학생 사회보장 제도
△
학내 식당 외주화 문제
○
청년 의무 고용 할당제
△
등록금 인상 저지
○
미생장학금
○
법정부담금 미납분 납부 요구
○
청일점 프로젝트2
○
근로장학 권리 찾기
△
경비 인력 및 안전예산 증대
X
인도-차도 분리
△
위험지역 리모델링
X
왕십리 배달앱
○
총학생회 zone 설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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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 공(空)약 당연한 말이지만 대학생은 ‘학생’이다. 따라서 수업권은 대학생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는 중요한 사 안이다. 총학은 이러한 권리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여 왔을까? 공 약
이행여부
강의 계획서 신고제
○
대학 구조조정 대응
○
강의계획서 신고제란 수강 신청 시에 교직원이 강의계획서를 업로드하지 않았을 때 벌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2017년도 1학기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한데 총학의 2학기 개강신문에 따르면 해당 공약은 기존에 제시했던 벌점 부과에서 ‘교수 평가에 반영’으로 수정 이행되었다. 하지만 벌점 부과와 교수 평가에 반영 하는 것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총학 측에 수정 이행의 이유를 묻자 “벌점 부과가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년 1학기부터 시행되는 제도이므로 실질적으로 교수 평가에 강의계획서 미등록 여부가 영향을 주는지는 지켜보아야 할 사안이다. 강의 계획서 신고제 공약은 이행되기는 했지만 수정 이행의 당위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다. 또한 총학은 학교 본부가 정부의 교육 정책을 수용하느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채 학교 운영 에 일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에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총학은 올해 초 16-19 교육과정 개편 에 대응함과 더불어 순수 학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코어 사업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본부와 맞섰다. 그러 나 코어 사업은 결국 시행되었고, 긍정적인 반응도 존재했으나 일부 학과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대응’은 이루어졌으나 대응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총학 은 이후로도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굳이 공약으로 지정 할 필요 없이 당연히 행해야 할 그들의 본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구체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에만 이루어질 수 있는 행동인 만큼, 공약으로 걸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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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 갈 길이 멀다 복지는 항목을 따로 분류하기 애매할 만큼, 전반적으로 학생 생활을 아우르고 있다. 복지 공약이 잘 되어 있는 총학이야말로 일반 학생들의 고충을 잘 공감하는 총학이 아닌가. 공 약
이행여부
학내 물가 모니터링
X
행복 기숙사 확대
△
대학생 사회보장 제도
△
학내 식당 외주화 문제
○
청년 의무 고용 할당제
△
총학은 한양플라자 내 상업 시설 물가 모니터링을 통해 전품목 10%인하 계약 사항 준수를 요구하고 학내 물가를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확인한 결과 한양플라자 1층에 입점한 상점 중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은 코페아와 커피베이, 더 컵 세 곳뿐이었다. 청년떡볶이와 롯데리아, 신의주 찹쌀순대, 김밥나라, 마앤라 등 외식업체와 모닝글로리, 세계과자 할인점 등 상점은 전부 시중가와 동일 한 가격이었다. 또한 총학은 올해 초 팩트체크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된 정책들을 선정하고 이를 2030 유권자 행동 당시 정치계에 전달하였다. 해당 정책들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5% 확대 및 민 간기업 도입, 대학생 사회보장제도 도입, 행복기숙사 확대’가 있다. 하지만 전달 후 구체적으로 진행 된 것은 없다. 학내 상업 시설 물가 모니터링의 연장선에서, 총학은 학내 식당 물가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학생식당(한 양플라자 3층)의 외주화를 반대하였다. 한양플라자 3층 식당은 학내 유일의 직영 식당인 만큼 학생들이 비 교적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외주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가 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학은 학교 본부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보류’ 상태를 넘어 외주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고, 올 겨울 방학동안 학교 자체 리모델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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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 빚 좋은 개살구 대다수 대학생에게는 돈은 그들의 생활 반경을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더 많은 학우들이 경 제적 압박 없이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총학은 열심히 달려왔다. 다른 항목들과는 달리 모두 이 행되었기도 한 만큼, 그들의 활동을 꼼꼼히 짚어보자. 공 약
이행여부
등록금 인상 저지
○
미생장학금
○
법정부담금 미납분 납부 요구
○
등록금 인상 저지 공약은 지켜졌지만, 작년 공약이었던 ‘등록금 인하’와 비교했을 때 목표가 작아졌다 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요행으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 1월 한 달간 7번에 걸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진행되었다. 당시 총학은 본부와의 협상 에서 다른 사안과 함께 등록금 0.3% 인하를 요구했다. 결과는 ‘동결’로 마무리되었으나 국가장학금Ⅱ 유 형은 7억, 시간 강사비, 학생지원비는 각각 7억과 4억씩 삭감되는 등 실질적인 등록금 인상으로도 간주될 수 있는 ‘눈 가리고 아웅’식 동결이었다. 이에 총학은 1월 25일부터 장학금 복구를 위한 천막 농성에 나섰 고, 농성 32일차인 2월 25일에 본부와의 면담에서 장학금 총액이 전년도에 비해 삭감되지 않도록 교내 장학금을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생활비장학금(미생장학금)의 규모를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리고, 추가로 교육환경 개선비용을 1억 원으로 책정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전체 장학금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투구한 총학생회에게 박수를 보낸다. 미생장학금이란 자취방 월세와 교통비를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주거비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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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에게 100만 원, 교통비는 199명에게 25만 원이 지급된다. 주거비는 소득분위만 보지만, 교통비는 소득 분위와 통학 거리를 모두 감안하며 모든 지원자에게 기본 점수 10점이 지급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직선 거리가 아닌 대중교통상의 거리로 계산하는 등 더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비롯해 사회과학대학 앞, 애지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도 이를 공지하는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내년도 총학생회 선본 <한마디> 또한 미생장학금제도를 지속하겠다는 공약 을 내세운 만큼 미생장학금이 한양대만의 좋은 전통이자 정책으로 남길 바란다. 법정부담금이란 대학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교직원 퇴직금과 4대 보험금으로, 교직원 연금부담금 (60%)과 건강보험부담금(30%), 재해보상부담금(2%), 비정규직에 대한 4대 보험료(8%) 등으로 구성된다. 사립대 법인의 법정부담금 미납은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정 의당 정진후 의원은 “법인의 법정부담금 미납은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불 합리한 구조”라고 밝혔다.1 대학 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전부 납부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허가 하에 이를 교비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학교 수입의 6할을 넘게 차지하는 상황에서 법인에서 법 정부담금 납부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가며, 등록금과 장학금, 학 생지원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15년 기준 한양대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30%에 그친다. 총학은 지난 1월 장학금 농성 시기에 법정 부담금 미납분을 전부 납부할 것을 학교 본부에 요구했으나 “재단 문제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후에도 재단과 본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진전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1
동아대 법정부담금 미납 부울경 사립대 중 최다, 부산일보, 2013.09.16. http://news20.busan. 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91600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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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 Cheer up! 취준생 대학은 학문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졸업 후 학생들의 미래도 신경 써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학우들이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절하게 느끼는 만큼, 총학도 그들의 불 안에 공감하여 몇 개의 공약들을 내놓았다. 공 약
이행여부
청일점 프로젝트2
○
근로장학 권리 찾기
○
청일점 프로젝트는 ‘청년 일자리 점프’를 줄인 말로 취업을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시험들의 응시비를 지 원해주는 프로젝트이다. 방학 때 토익 스피킹 시험은 물론 학우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오픽 역시 일 찌감치 마감되었다. 또 다른 인기 시험인 토스는 12월 말까지 지원을 받고 있다. 3,4만 원을 훌쩍 넘기는 시험 응시비 지원은 취업 준비생에게 꿀같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학내 근로장학은 비교적 익숙한 환경과 쾌적한 근무 여건 하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이점 덕에 수요가 높 다. 하지만 근로장학 선발 공고가 활성화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선발 공지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학교 본부에게 요청하였고, 현재는 한양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공 지사항 메뉴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장학 자체의 선발 기준이 불투명한 관계로 공정한 선발 방식 도입을 위해 총학생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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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 몇 년째 두드리는 돌다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항목이 안전이다. 최근 몇 년간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의 중요성은 대 두되어 왔는데 총학은 이러한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을까? 2016 솔루션
이행여부
경비 인력 및 안전예산 확충
X
인도-차도 분리
△
위험지역 리모델링
X
현재 학내 경비원이 1인당 관리하는 건물은 서너개에 달한다. 이전에 한 단과대당 한명씩 배치되던 것 과 비교하면 환경이 많이 열악해진 셈이다. 학교 본부는 인력을 감축시킨 대안으로 CCTV 설치를 늘리겠 다고 했으나 이는 학내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경우 사후 조치로밖에 작용하지 않는다. 이로써 사후 대처 및 처방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칠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총학생회는 경비 인력 및 안전 예산을 확충을 학교에 요구하였으나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한편 45대 총학생회 <한마 디>가 같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약인데 내년에는 꼭 이행되기를 바란다. 학내 교통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도-차도 분리와 위험 지역 리모델링은 진행 상태에 놓여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1월 19일 4차 등심위에서 인도와 차도 분리를 위한 예산 2억 원을 확충했다. 애지문을 통해 등교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 애지문과 국제관 사잇길에 펜스가 둘러진 채 공사가 진행되던 것을 보았 을 것이다.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데도 불구하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없던 애지문과 국제관 사이에 블럭 을 깔아 인도를 설치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사고 위험 지역으로 지적받은 생활과학대학과 학군단 건물 사이에는 인도 설치 공사 진행 여부가 미정이다. 총학생회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구역으로 노천 극장을 예로 들었다. 노천 극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의 배수부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구역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 시설을 보수하고 있는 곳은 지붕 누수로 문제가 된 올림픽체육관뿐이다. 학생들이 캠퍼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 장받아야 할 권리가 안전인 만큼 안전에 관한 공약 중 완벽하게 이행된 항목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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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필요하지만... ‘기타’ 항목은 앞서 살펴보았던 항목들과 달리 공약이 이행되지 않아도 직접적인 권리 침해가 발생하 지 않는다. 오히려 학우들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학교생활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배려한 총학의 관찰력 을 엿볼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하다. 2016 솔루션
이행여부
왕십리 배달 앱
○
총학생회 zone 섪치
X
왕십리 배달앱은 기존 배달앱들과 달리 범위를 왕십리로 좁혀 놓은 앱이다. 단순 음식점뿐만 아니라 자취하는 친구들을 위해 세탁소, 편의점, 약국, 문구점 등 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 어 유용했다. 『한양』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찾아보니 딜라이온(Delion)이라는 왕십리 배달앱이 존재 하였고 그 평점도 4.8로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다운로드 수가 500명에 지나지 않는 등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앱을 홍보시킨다면 좋은 평가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총학생회 존은 단순히 총학생회 활동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학내에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대자보를 붙일 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공약이다. 학교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학생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표현할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학교 본부랑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총학생회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에게도 총학생회가 그들의 학생회비로 어떤 일을 하는지 효 과적으로 공지하려면 이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아쉽지만 다음 총학 때는 꼭 설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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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 나아가기 위해서 지난 3월 대학생 공동 행동이 진행되었으나 대학은 여전히 입학금 사용 내역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 다. 입학금 산정 기준도 대학별로 천차만별인데, 한양대 본부는 “입학금은 등록금과 합쳐서 학생 복지와 지원을 위해 쓰인다”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입학금이 명확한 목적과 기능 없이 등록금과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는 것은 등록금 이중 납부로 판단된다. 대학이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에 선 점을 이용해 학생 들에게 입학금을 납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입학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입학을 취소하는 사례가 청주대학교에서도 있었다. 이에 총학은 장기적으론 입학금 폐지, 단기적으 로는 환수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장기전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말에 소장이 접수된 상태 이며 그 결과가 나오려면 2~3년을 대기해야 한다. 문제가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총학에서 할 수 있는 절차는 이미 다 진행되었다. 공약에는 없었지만 총학이 이룬 또 하나의 성과가 있다. 한양대생이라면 모두 알고있는 HELP(Hanyang Enterpreneur Leadership Program)는 획일적인 기업가 정신이 주를 이루는 교육 목적과 적절치 않은 수업 내용 및 커리큘럼으로 끊임없이 비판받아왔다. 한데 지난 학기 HELP4에 등장한 물질만능주의와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강의 자료 논란이 기폭제가 되어 총학은 HELP 기필 해제 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 과 HELP4의 기필 해제를 이루어냈다. 5000인 서명운동을 비롯, 좋은 수업 만들기 Task/Force 회의 개 최, 공동행동 진행 등 활동을 통해 학교 본부에 요구한 결과였다. 아직 HELP 1,2,3의 기필 해제 혹은 강 의 내용 전면 수정의 과제가 남아있지만, 훌륭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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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조금 더 노력해 보아요 이상으로 44대 총학생회의 1년을 되돌아보았다. 44대 솔루션은 2015년 43대 총학과 똑같은 이름하에 그들을 계승하듯 기존의 공약과 비슷하거나 조금 수정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혹자는 총 학의 얕은 꼼수들이라고 공약을 평가할 수 있겠다. 실제로 공약이 하나하나 이행되는 과정을 면밀히 따져 보면 지금의 공약 이행률을 현 총학이 오로지 기여하여 이루어낸 결과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 전 학생회 에서 계승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44대 총학생회만의 노력을 보여주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라 사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총학생회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점이라면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공약들 로 상대적으로 많은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다. 헬프와 시국선언 등 학교와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에 빠르 게 대응하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학우들을 위해 노력한 44대에게 참 잘 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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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에 HELP가 필요하다
편집위원 최동현 ydj99456@naver.com
오늘은 수요일 12시. 오늘도 나는 HELP를 튼다. HELP 출석 해결. 과 단톡방에 들어가 퀴즈의 답을 찾는다. 찾았다. 이렇게 퀴즈도 해결. 토론은 지난 주 써놓았던 거 복사해서 붙여넣자. 이로써 토론 도 해결. 오늘도 2시안에 끝냈다. 역시 난 성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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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그 존재에 의문점을 던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총장실에 저희가 요구한 바와 서명을 전달하였습니다. 학교 전체 교육을 책임지는 교무처장님과 리더십센터장, 교무부처장, 학생부처 장 등 많은 학교의 일을 책임지시는 분들과 논의하였습니다. 총장님은 어디 가신지 모르겠지만, 교무처 장님부터 많은 이야기를 진행하였는데요. 10월 10일 월요일 오후에 기초필수 여부, 내용수정 등을 포함 해 HELP를 어떠한 방향으로 바꿔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모여주셨 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교무처장님께서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학교가 충 분히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계신 분 들뿐만 아니라 5,000인 서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응원과 서명 을, 모여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오늘처럼 모이면 된다는 것 을 알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016년 10월 6일 6시. 한양대학교 본관 앞에서 일어난 HELP 성토대회에 대한 총학생회장의 결과 보 고이다. HELP 과목 하나에 대한 성토대회가 열렸던 만큼 HELP 기초필수 과목 해제에 대한 학우들의 요구가 거셌다. 그리고 11월 15일 HELP 4가 기초필수과목에서 해제되었다. 한편 HELP가 기초필수과목 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과연 남은 HELP도 기초필수과목에서 해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 유지가 될까? 먼저 성토대회가 열린 배경부터 알아보면서 시작하자.
성토대회를 알리는 풍물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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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성토대회의 취지를 묻다. 9월 21일 이후부터 10월 6일까지. 매일 아침 학교를 등교하면서 빨간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 었을 것이다. 그들은 HELP의 기초필수 해제에 대한 5,000인의 서명을 받기 위해 모여든 캠페인 단이었다. 총학생회는 성토대회 이전에 3,443명을 대상으로 HELP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HELP의 리더십 교 육, 교육 내용, 내용의 공정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73.8%가 필수과목에서 해제하거나 아예 폐 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캠페인 단을 만들었고, 그들은 애지문에서뿐만 아니라 각 단과 대학의 과방에 직접 찾아가며 목표 인원의 서명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캠페인 단 서명운동의 취지도, 추진력도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강요가 있었다는 제보가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에 잇따라 게시되었다. 1:1의 대면이라든가, 과방에서의 단체 서명의 경우, 서명하고 싶지 않아도 선배의 강요로, 혹은 거절하기 부담스러운 분위기에 떠밀려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서명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인배 취급을 받아야 해서 서명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물론 이는 강요한 선배의 잘못,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사람들을 소시민으로 취급한 일부 사람 들의 잘못이다. 캠페인의 목적을 설명하고 서명을 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것을 넘어 서명을 강권하는 캠페인 진행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는 HELP 캠페인 운동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운동에 불과했다 고까지 치부한다. 하지만 캠페인 단은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 데 성공했고 총학생회는 HELP의 기 초필수 해제에 대한 성토대회를 열게 된다. 이제 성토대회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10월 6일 5시. 성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신본관 앞으로 학생들이 하나하나 모여들기 시 작하였다. 한양대 풍물패 동아리의 공연이 성토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공연이 끝나고 학생들은 총학생회 의 진행 하에 “HELP 1~4 필수 과목 제외하라, 총장이 결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했다. 총학생회장과 공대 학생회장이 본관 안으로 들어가 5,000인 서명을 전달하고 학교 관계자와 접촉하는 동안에도 구호는 이어졌다. 하교하던 학우들도 지나가다가 멈춰서 동참할 정도로, 심지어는 교 수들도 멀리서 지켜볼 정도로 학우들의 기세는 강렬했다. 구호를 외치는 사이사이에 캠페인 단의 연설이 계속되었다. 캠페인 단 각자가 겪었던 HELP에 대한 불만, 잘못된 점, HELP의 부적절한 예시들을 언급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한양』은 캠페인 단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성토대회에 참가한 학우 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기 위해 석진혁(사학과 12) 학우와 짧게 인터뷰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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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주신 석진혁 학우
『한양』 : HELP 성토대회에 나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석진혁 : 학교의 변화에 조금 보탬이 되기 위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양』 : HELP가 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석진혁 : 먼저, 학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기업가적인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업의 질이 굉장히 낮더라고요. 그런데 이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한다 니 어처구니가 없고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 HELP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필수 과목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석진혁 : 저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과 다른 학우 분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학우분들 을 위해서 자유시장 경쟁에 의해서 선택할 사람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끔 필수과목에서 해제 해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총학생회장이 신본관에서 나왔고 앞에서 언급한 결과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성 토대회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각자 가지고 있던 피켓으로 종이 비행기를 접어서 날 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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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의 본질적 문제? 한양대학교의 HELP는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그 당시에는 기업과 학교에서 학습 능력 외에 리더십 을 평가요소로 중요하게 반영하는 추세였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 최고경영자나 간부들 사이에서 불던 리 더십교육 열풍이 고스란히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이에 한양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HELP이다. 그 당시 HELP에 대한 한양리더십센터 의 커리큘럼과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양대의 대표적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인 HELP는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사 전에 육성하기 위하여 1학년에서 4학년에 이르는 체계적 리더십 개발 로드맵에 따라 개인 의 리더십을 개발하도록 하는 한양대의 삼위일체형 리더십 프로그램입니다. HELP 프로그 램은 한양의 역사, 비전 및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개인의 인생계획을 수립하는 1학년 단계, 글로벌 패러다임과 매너, 시장경제 원리 등 글로벌 역량 함양과 경 영 철학을 확립하는 2, 3학년 단계를 거쳐, 로드맵을 완성하여 사회인으로서의 준비를 마 치는 4학년 단계로 구성됩니다.’
HELP - Pride in Hanyang : 한양인의 역사, 현재, 비전, 인재상, 사회봉사의 실천 - Humanities : 인문학적 감성과 소양을 강화하여 인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 - Reader=Leader : 폭넓은 인문고전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리더십 함양 - Core value : 사회의 기업이 요구하는 공통의 핵심가치 이해 및 사례 연구 - Life Planning : 개인의 비전 및 미션 선언문 작성, 대학생활 계획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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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리더십센터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한양대학교의 교훈에 맞추어 모든 학우가 리더십을 갖추고 실천 할 수 있도록 HELP를 기초필수 과목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강제성이 바로 HELP의 문제점이다. 모든 학 생이 경영 논리를 배우고 ‘기업가적 마인드(HELP의 Entrepreneurial 부분)’를 가져야 할 의무는 없다. 특 히나 HELP 3, 4에는 1, 2와는 다르게 재무제표와 같은 경영학적인 교육들이 많이 포함되어있다. 예체능 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사가 되고 싶은 사범대 학생이 기업가적 정신을 탑재할 필요성은 없다. HELP 기 초필수과목 지정은 한양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과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결정이었다. 기업가적 정신에 대해서도 반발이 많다. 모든 사안에 기업가적 마인드를 적용하다 보니 이윤만을 최고 의 가치로 판단하게 돼 기업윤리, 성평등적 가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등한시하게 된다. 이는 지 난 5월에 적절치 않은 강의 내용으로 논란이 되 었던 ‘반지를 주면 여성이 다리를 벌린다’라거나 ‘ 물에 빠진 아이를 비용을 고려해서 구할지 판단 해야 한다’와 같은 예시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 다. 이 예시는 총학생회가 즉각 대응하여 삭제 되었다. 하지만 이 이후에도 ‘아름다운 여성 피 의자는 호감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라든가 ‘갚을 능력을 초월하는 빚 은 인생을 망친다’처럼 또다시 외모지상주의적 이며 성을 상품화하는 예시와 기업가적 마인드 에 입각한 대목들이 HELP 강의 곳곳에서 발견 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HELP의 존재에 대한 의문점을 던졌다. HELP의 문제점은 한양 공감 BEST라는 한 양대학교의 공식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도 확 한양대 공식 페이지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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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할 수 있었다. 1차, 2차, 중간, 기말대비 과제의 핵심이 ‘진로 찾기’였으나 기업 취직 이외 다양한 진로에 대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HELP가 기업가적 정신과 리더십을 중시하다 보니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취업만을 위한 교육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한양』은 기업가적 마인드를 앞세운 HELP를 중심 교육으로 선정한 학교 본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HELP를 만든 송 영수 한양 리더십센터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으나 인터뷰의 질문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고 문제를 재 조명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몇 차례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는 무산되었다. 기업가적 정신을 제외하고도 HELP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근거는 숱하게 존재한다. HELP의 교육 은 모두 사이버 강의의 형태로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학생은 강의를 틀고 출석만 할 뿐, 실질적으로 강의 를 듣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 강의 대부분의 특성일 수 있지만, 듣지 않는다는 것은 강의를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과제의 평가 기준, 채점자도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토론과 중간, 기말 평가 과제에 과제와 무관한 내용을 글자 수만 채워 제출해 도 높은 점수를 얻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양대 전교생이 하는 과제이다 보니 매주 모든 과제를 검사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체계적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HELP의 기초 필수 해제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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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HELP는.. 이러한 주장과는 반대로 HELP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여럿 존재한다. 이에 『한양』 은 한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양』 : HELP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 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학우 : HELP의 몇몇 강의가 시간 낭비인 측면도 있고 부적 절한 예시들도 존재하지만 대체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토론의 경우는 평소에 생각해보 지 못한 주제들을 논의하면서 정보도 많이 수집하고 배울 수 있었고요. HELP 4까지 수료하면 리더십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것도 나중에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 다. 성실히만 임하면 학점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고요. HELP를 통해서 제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HELP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한양』: HELP에 논란이 많이 있는데 그렇다면 HELP 기 초필수를 해제해서 원하는 학생들만 HELP를 듣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학우 : 저는 HELP 기초필수 해제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동의합니다. 만약 지속해서 부적절한 예시들이 발견되고 기업가적 마인드를 중심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기초필수를 해제해야 하겠지만, 학교 측에서 시민교육이나 인문학적 교양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면 개정한다면 굳이 기초필수 에서 해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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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우에게서도 HELP 내용의 전면적인 개정이 없다면 기초필수 해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11월 15일,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HELP 4, 이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더십인증서를 취득하고 싶은 학생은 HELP 4를 선택하여 들으면 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전적으로 학생의 선택에 따라 수업을 운영 하겠다는 학교의 의사를 알 수 있다. 또한, 18학년도 1학기부터 HELP의 과목명부터 내용까지 전면적으로 개정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내용 구성에 외부전문가와 학생의 참여를 약속하였다.
HELP에 대한 학교의 공식적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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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길을 위해 아직 HELP1, 2, 3은 기초필수 지정이 해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 개정에 학생 참여를 약속한 학교 측의 입장 표명은 학생들이 직접 주도하는 교육에 한 걸음 다가간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의 목소리와 직접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학교는 이러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 었다. 10년 동안 멈추었던 HELP의 물결이 한순간에 흐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흐르든 물결은 점 점 커져 올바른 길로 향할 수 있다. HELP도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 모두가 불평 없이 수강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HELP의 변화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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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원의 작은 기부, 세상을 따뜻하게
편집위원 최동현 ydj99456@naver.com
테트리스 : 각기 다른 모양의 7가지 블록을 가로줄에 채 워 넣으면 해당 줄이 사라지면서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
대트리스 : 매주 각기 다른 주제로 후불 교통카드를 대 면 그림이 하나씩 떨어지면서 기부금액이 쌓이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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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트리스, 과연 무엇인가. 9월 18일, 한양대학교의 애지문에 ‘대트리스‘라고 적힌 신비한 기둥 하나가 생겼다. 기둥의 네 면에는 스크린이 있었고 스크린에는 ‘목표달성까지 986번 남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트리스가 달 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이고, 이 거대한 기둥은 또 어디서 온 것일까. 대트리스가 무엇을 하는 기둥인지 알 아보기 위해 멀리서 지켜보았다. 한 학생이 대트리스에 자신의 카드를 갖다 대니 스크린에 귀여운 아이 콘이 기둥의 바닥으로 떨어졌고 숫자는 986에서 985가 되었다. 대트리스는 교통카드를 통한 새로운 형 태의 기부였다. 대트리스에 있는 단말기에 후불 교통카드를 갖다 대면 한 번에 300원씩 결제가 된다. 대트리스는 300 원의 기부를 10,000번 달성하여 총 300만 원의 금액을 매주 다른 기부 대상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부 대상은 UN이 선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가지 목표1아래 지역 사회적 문제로 정하고 이 를 해결하는 것이다. 1주차에는 행복한 홈스쿨2의 놀 이영어교육 지원, 2주차에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아 동들을 위한 교복 지원, 3주차에는 미숙아들의 의료 지원, 4주차에는 행복한 홈스쿨의 화장실 등의 환경 개선에 기부된다. 이렇게 4주가 끝나면 새로운 주제 를 찾아 기부를 이어나가는데 최근에는 교내 청소노 동자분들께 따뜻한 설렁탕을 대접하고 아리랑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한 행사의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이러 한 뜻깊은 일들을 진행하는 신비한 기둥은 과연 누구 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트리스에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1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성 평등,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등 다소 모호한 개발 이념을 가시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전환해주는 정책 수 단, 구조다. 2
기아 대책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로 보호, 교육, 문화, 정서 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 종합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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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기부 현황을 살펴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얼마나 기부, 봉사에 임하고 있을까? 통계청 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자원봉사 활 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3~24세 청소년은 54.7%였다. 이 중 중학생은 93.7%가, 고등학생은 95.4%가 지난해 봉사활동 경험이 있 다고 응답해 대부분 학생이 학교나 동아리에서 단체나 종교활동을 통 해 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학생은 29.6%에 불과해 중·고등학생에 비해 참여율이 매우 낮았다. 기부경험 역시 대학생이 중·고등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13~24세 청소년은 25.9%이었다. 중학생은 35.8%, 고등학생은 32.2% 가 기부경험이 있던 반면 대학생은 21.0%에 그쳤다. 유독 중고등학생보다 대학생이 기부 참여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에 대해서는 팍팍한 사회현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3 취업을 위한 학점관 리나 자격증 취득,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비싼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아르 바이트를 하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 학생은 기부를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부가 좋은 것도, 사회에 꼭 필요 하다는 것도 공감하지만 다른 곳을 돌아볼 여력이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만 한다는 인식과 기부의 방법을 모르는 것이 기 부 활성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대트리스는 이러한 편견을 300원이라는 소액기부로 깨부순다. 또한 현금으로 진행되는 예전의 기 부 방법과는 다르게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참신한 방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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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대학생들의 개인적 특성과 돈 태도 유형이 기부에 대한 소비자 태도 에 미치는 영향」, 『한국생활과학회지』, 제20권 제4호, 2011, 819~8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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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에는 일괄적으로 학교를 매개하여 기부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STATION 2084은 유동인구가 많고 주 이용객이 대학생인 지하철역을 기부의 장소로 정했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테트리스라는 콘텐츠를 접목해 대트리스를 만들었다. 대트리스는 기부를 할 때마다 무언가가 쌓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즉각적인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대트리스가 기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한양』은 대트리스가 실제로 기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트리 스 이용자와 인터뷰해 보았다.
『한양』 : 일반적인 기부와 다른 대트리스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용자 : 일단 교통카드로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기부들은 현금을 직접 넣 는 것에 비해 카드로 기부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쉽게 기부할 수 있어요. 그리고 기부할 때마다 그림들이 떨 어져서 재미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한양』 : 대트리스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용자 : 선불 교통카드로는 기부가 안 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가끔 그림들이 안 나올 때 서운해요. 조금 더 작동이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포츈 쿠키도 기부할 때마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대트리스가 기존의 다른 기부 플랫폼과는 달리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인터뷰이에게 재미를 주었다 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시스템상의 오류는 오히려 아쉬움과 실망을 안겨 주기도 했 다. 앞으로는 시스템상의 오류를 줄여나가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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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트리스 제작자들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208은 왕십리의 역 번호로, 여 러 노선들이 지나가는 왕십리역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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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의 개발자는 알렉세이 파지노프, 대트리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대트리스를 만들고 기부의 관점을 바꾸고자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대트리스 를 만든 그들의 정체는 한양대의 최규선(경제금융학부 4학년), 김나연(응용미술교육과 3학년), 여다은(경영 학부 1학년) 학우와 국민대 임경훈 학우이다. 이들의 만남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란 교양 수업에서 시작됐 다. 수업에서 ‘사회적기업 만들기’란 주제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평소 기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끼 리 팀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STATION 208’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고, ‘STATION 208’의 프로젝트 로 대트리스는 기획, 시행됐다. 『한양』은 네 명의 대트리스 제작자 중 한 명을 만나 짧게 인터뷰를 해보았다.
『한양』 : 대트리스는 후불 교통카드로 기부할 수 있는데, 선불 교통카드로는 불가능한가요? 제작자 : 선불 교통카드로는 기부할 수 없다는 점이 대트리스의 큰 단점인데요. 현재는 교통수단 단말기 외 에 선불과 후불 교통카드를 모두 사용하게끔 단말기를 설치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제도적 보 완을 진행하는 상태이고 앞으로 프로젝트에 수정해나갈 예정입니다. 『한양』 : 앞으로 대트리스를 증설할 계획이 있나요? 제작자 : 한양대 애지문에 더불어서 신촌역이나 홍대입구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대트리스를 증설할 계획이에요. 앞으로 저희는 대트리스를 전국에 100개 이상 설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양』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작자 : 저희는 2차 대트리스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는 기부하면 화면을 클릭해서 직접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형식을 도입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서 더 즉각적인 반응으로 재미있는 기부가 가능하게끔 할 예정입니다. 기부 주제도 학교의 발전이나 구성원을 돕는 등 학생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선 택하고 쉽게 많은 학우가 기부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 기부 설문조사의 수치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현재 전체 인구대비 기부자 비율이 5% 정도인데, 대트리스 를 통해서 기부자 비율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기부의 실태를 환기할 수 있었고 대트리스의 계획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선불, 후불 교통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끔 대트리스의 단점이 개선되어 대트리스의 좋은 취 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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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트리스가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애지문의 신비한 기둥은 무엇인지, 왜 만들어진 것인지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후불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것만으로 300원의 금액이 기부될 수 있는 걸까? 대트리스 제작과정과 작동원리를 국민대 임경 훈 학우에게 물어보았다.
『한양』 : 대트리스 제작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임경훈 : 먼저 교통카드로 쉽게 결제하는 기부 콘텐츠라는 아이디어를 팀원들이 모여서 구체화하기 시작했 습니다. 구체화 과정에는 ‘결제를 했을 때 어떤 순서로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 같이 콘텐츠 자체적인 내용부터 ‘프로젝트를 통해 누구에게 기부하면 좋을까?’처럼 기부 관련 부분까지 많은 내용이 있었습니 다. 구체화가 끝나고 다수의 디자인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실제 크기로 인쇄를 하여 설치될 콘텐츠를 시뮬레이션해보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이 과정과 동시에 디스플레이와 결제기를 감쌀 프레임을 설계하 고 소프트웨어에서 UI5의 크기 등을 최적화했습니다. 그 후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 된 이미지를 물리 엔진을 통해 움직이고, 결제 단말기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지막 으로 완성된 대트리스를 하루 정도 테스트 과정을 통해 버그를 확인하고 콘텐츠의 반응속도, 이펙트 등 섬세한 수정을 했습니다.
『한양』 : 대트리스가 작동, 구현되는 원리가 무엇인가요? 임경훈 : 시중의 일반 후불 교통카드 결제 시스템의 원리와 같습니다. 대트리스 구현은 시중의 결제시스템과 PC의 콘텐츠를 어떻게 연결하여 상호작용하게 하는가이었습니다. 저희는 단말기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프 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연결방식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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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컴퓨터, 내비게이션 등 디지털 기기를 작동시키는 명령어나 기법을 포함하는 사용자 환경을 뜻한다. 이용자들이 IT기기를 구동하기 위해서 접촉 하는 매개체로 컴퓨터를 조작할 때 나타나는 이른바 ‘아이콘’이나 텍스트 형 태 구동화면도 포함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형태 및 화 면 구성을 가리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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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대트리스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 힘들었던 점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임경훈 : 물리적인 결제기와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팀원들 모두 이런 경험이 처 음이라서 제작한 프레임에 결제기가 잘 안 들어가고 준비한 선이 짧아서 화면까지 안 닿는 등 사소한 문제 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수들을 몇 차례 겪고 나니 다음 프로젝트를 더욱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 었습니다.
『한양』 : 대트리스와 관련하여 추가로 더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임경훈 : 대학생들의 기부 의지는 많지만 아쉽게도 실제 기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트리스처럼 쉽게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많이 이루어져서 새로운 대학생들의 기부 문화가 정착되 길 기대해 봅니다.
대트리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했다. 대트리스의 제작은 LINC사업 단, 산학협력단, 사회봉사단, 아트테크놀로지학과와 기술경영학의 도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INC사 업단과 산학협력단은 STATION 208에 연구비용과 구조물 설치비용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사회봉사단은 한양대역사 장소 협조 및 랜선 설치 등 행정적인 절차를, 아트테크놀로지학과와 기술경영학은 각각 대트리 스가 제작되는 데에 필요한 교통카드 기능과 같은 기술 지원을 해주었다. 대트리스는 기부의 인식에 변화를 준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양대 학생의 아이디어 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학교의 적절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과 아트테크놀로지학과의 기술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대트리스처럼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학교의 지원으로 빛을 발할 수 있 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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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한뜻으로 한 시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식권을 기부하는 ‘십시일밥’과 한 번의 터치로 300원을 기부하는 ‘대트리스’.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 로 작은 물결로 큰 흐름을 만든다는 것이다. 공강때 한 시간. 300원이 라는 금액은 일상생활에서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것들이 모이고 쌓인다면 그 형체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대트리스의 등장 이래로 기부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이 이미 변화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트리스들이 설치되어 모든 사람이 기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사회
01. 군대, 꼭 가야할까?
02. "왜 안 만나줘?" 사랑과 범죄 사이
편집위원 박지우
편집위원 조민경
trump25bd@naver.com
mk0219@hanyang.ac.kr
모병제 : 군대, 꼭 가야하나?
편집위원 박지우 / trump25bd@naver.com
세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현역은 평민의 아 들, 공익은 장군의 아들, 면제는 신의 아들. 분명 우스 갯소리이지만, 웃김을 넘어 가슴 한켠이 씁쓸한 까닭은 특별한 사정인 없는 한 대부분의 남학생이 본인의 의지 와 상관없이 군대에 꼭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척 박한 현실에 봄비 같은 제안이 있다. ‘모병제’가 바로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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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면…
최근 남경필 도지사의 ‘모병제’ 제안으로 장
리당) 경기도지사가 “모병제는 인류의 보편적
안이 떠들썩했다. 그러나 모병제는 이번에 처
가치인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를 실현할 수
음 등장한 이야기 소재가 아니다. 모병제에 관
있는 제도”라며 ‘모병제’를 공식적으로 찬성하
한 이야기는 90년대 말부터 이루어졌으며, 모
는 의견을 내비쳤다.
호하게나마 긍정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지
그러나 201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모병제에
10년이 넘었다. 2005년과 2006년 윤관웅 전
대한 논의가 뜨거워진 이유는 그동안 야당 측
국방부 장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징병제도의
에서 가끔 나오던 주장을 차기 대선 주자로 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었으나 큰 쟁점이
급되는 보수 진영의 정치인이 공식적인 자리에
되지 못했다. 그동안 모병제에 관한 논의는 현
서 꺼냈기 때문이다. 이는 ‘모병제’에 관한 논의
야당이 제시하였으며 그 언급 빈도도 높지 않
가 더는 비주류의 의견이 아니라 한 번쯤 고려
았다. 이후 보다 직접적인 모병제 전환 언급으
해볼 만한 사안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우
로는 2012년에 이르러서 김두관(더불어 민주
리 주변 동기, 선후배, 형제들이 군 징병의 직
당) 전 경상남도지사의 “자기가 가고 싶은 군
접적 영향을 받는 만큼, ‘모병제’는 고민해 봐야
대,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키울 수
할 논의 거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모병제에 대
있는 군대” 발언이 있었다. 그리고 2016년 현
한 학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각각의 입장
재, 여당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남경필(새누
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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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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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장비를 담당할 군대 혹은 간부만 평시 지원병으로 확보하고 나머 지 대다수 국민은 단기 군대교육
의무병제 민병제 병역
을 통해 유사시 동원할 수 있도록 대비한 제도이다. 2
군인을 직업으로 삼는 제도로서,
직업군인제
장교나 부사관 등 장기복무를 희 망하는 지원자들이 복무하게 되 고 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한 보수 가 지급된다.
지원병제
모병제
3
계약에 의해 급여와 복무 기간을 정하는 제도로서, 순전히 금전획 득만을 목적으로 한 고용제도이
용병제
다. 외국인도 받아들여지며 프랑 스의 용병제가 대표적이다.
우선 모병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병역
로 복무하게 한 후, 교육훈련 및 전투기술을
유형은 대체로 병력의 충원수단에 있어 법적인
습득시켜 예비역으로 확보하여 전쟁 또는 국가
강제성의 유무에 따라서 의무병제와 지원병제
비상사태를 포함한 유사시에 소집하여 충원하
로 나뉘고, 다시 의무병제는 징병제와 민병제 ,
는 제도이다. 냉전 종식 이후 직접적인 영토 위
지원병제는 직업군인제 , 모병제, 용병제 로 구
협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많은 국가들이 포
분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의무병 제도와 지
기한 제도지만, 한국을 비롯한 이스라엘, 브라
원병 제도를 융합한 혼합형 제도를 따로 구분
질, 터키,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 채택하고 있
하기도 한다.
는 가장 근본적인 병역 유형이다. 지원병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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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징병제란 평시에 국가방위에 필요한 자원을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국가와 계약을 체결
징집하여 법률이 정한 일정한 기간을 현역으
해 직업으로서 병역에 복무하는 제도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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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모병제는 개인이 자유로이 지원함에 따라
시 징병제이다. 지금도 미국 정부는 18세가 되
<한국군의 모병제 전환 가
국가와의 계약으로 군별, 신분별, 병과별로 군
는 시민권자, 영주권자에게 선택적 징병 대상
에 지원하여 복무하는 제도이다. 모병제는 대
자 목록에 등록할 것을 권장하며 미등록자에
부분의 징병제 국가에서도 간부나 익히기 쉽지
게는 많은 불이익을 주고 있다.
능성에 관한 연구 : 병역유 형의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 2015 이태우
않은 특수 기술을 갖춘 병사를 모집하기 위하 여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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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모병제를 시행하는 또 다른 나라 중국의 경우 모집단이 크기 때문에 군 병력이
모병제를 시행하는 국가로는 북미, 서유럽,
220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의 한국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오세아니아
군 현역 50만 명보다 많은 숫자이다. 이웃 나
국가, 중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있다. 징병제
라 일본역시 모병제로 22만 명을 운용하지만,
를 실시하는 국가는 러시아와 예전 소비에트
섬나라인 만큼 육군보다 공·해군이 주력이라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유럽국가, 한국과 북한,
국토방위를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 북부 아프리카국가,
이렇듯 모병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를 살
남미국가 등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징병제
펴보면 모병제만으로 대한민국 현역 육군보다
는 가장 근본적이 병역 유형이고 모병제 역시
많은 수가 모집되거나,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기존에 징병제를 시행하였다가 부분적으로 전
의 경우 완전 모병제가 아닌 전시 상황에는 언
환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제든지 소집할 수 있는 부분 모병제를 시행하
가장 대표적인 모병제 시행 국가는 미국이 다. 미국은 1783년 첫 징병제 시행 당시부터 1, 2차 세계대전까지 18~35세의 독신 백인 남성 만 징병했다. 1973년 베트남에서의 철군 직후 미국은 마침내 모병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완 전한 모병제는 아니었고 평시라도 18세 이상은 병적에 등록되며, 전시상태라고 판단될 경우에 는 언제든지 징병 가능한 부분 모병제, 즉 전
고 있다. 이러한 점을 참고하여 한국에서 모병 제를 도입할 때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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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가 도입되면?
현대전은 머릿수가 승패를 절대적으로 결정
비용이 절감된다.
하는 노동집약적 전쟁이 아니라 ‘첨단기술, 무기
자원자 수가 예상보다 적을까 우려하는 목
집약적’ 전쟁이다. 모병제를 시행하는 일본의 군
소리도 있는데, 이는 모병제 군인에게 각종 인
병력은 적지만, 그들의 군사력도 약하다고 평가
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그동
받진 않는다. 반면 북한은 병력은 많으나 경제력
안 전체에게 돌아가는 돈을 소수에게 집중적
의 차이가 현저히 벌어지면서 전쟁 수행능력이
으로 투자하는 형태이므로 복지는 현재보다
저하되었다. 전면적인 장기전 수행을 위한 전쟁
나아질 것이고 동시에 군에 대한 인식도 제고
수행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 군 병력
할 수 있다. 군인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기만 한
이 줄어든다고 해도 북한군의 낮은 질의 재래식
다면 자원입대는 자연히 뒤따라 올 것이다. 현
무기와 병력은 감당할 수 있다. 사실상 위협이
재 지원병제의 일종인 부사관제의 경우도, 평
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정도인데, 이 역시 군
균 경쟁률 3:1 병과에 따라 최고 경쟁률 7:1을
병력의 숫자와는 무관한 사항이다.
기록할 정도로 자원이 넘치고 있다.
무엇보다 모병제가 시행되면 국방 예산이 줄
당장 모병제로 전환하더라도 징집제 하에서
어들 것이다. 현재와 같은 병력 수준을 유지한
입대한 병력이 의무 복무하는 기간이 존재하기
채로 모병제로 전환하면 약 7조 원의 추가 부담
때문에 매우 급격한 병력 감축과 혼란이 곧바로
이 발생하지만, 병력을 일본과 비슷하게 20~25
닥치진 않는다. 모병제 시행 국가들 대부분이
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면 추가 부담은 약 2~3
제한적 모병제인 만큼, 설사 병력이 충원되지 못
조 원에 그친다. 모병제 전환에 따른 경제적 효
해 병력 수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
율성 증대를 통해 추가 비용 부담을 충분히 상
이 발생할 경우, 미국처럼 병역대상자 중 합의를
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징병제보다 상대
통해 부족한 병력을 충원하면 된다. 자원입대하
적으로 높은 임금으로 군내 생산성 향상을 이뤄
지 않는 병역 대상자도 일정 기간(2~4개월) 기
인력감소와 경비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본군사훈련을 받도록 한 뒤 일정 기간 상근예비
군 인력의 장기복무 및 직업화로 인해 징병제에
역으로 편성함으로써 유연하게 모병제를 유지
서 반복되는 신병훈련의 감소와 그에 수반되던
해 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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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병제 도입이 어불성설이라는 반박
상대로도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도 있다. 모병제 논의는 남북 분단 상황이라는
나마 내세울 만한 유일한 한 가지는 육군의 사
특수성을 망각한 주장이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
병 숫자이다. 모병제를 통해 군을 감축하고 정예
인 우리는 북한이라는 큰 변수가 있다. 북한이
화한다는 것은 현 우리군의 가장 큰 장점을 포
비대칭 전략 무기인 핵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군 전력이 우위라고 섣불리 재단하기 어렵다는
또한, 부유층은 합법적으로 병역을 피할 수
것이다. 북핵 문제가 여전한 안보위기 상황 속
있게 되고 필연적으로 계층 갈등이 벌어질 것이
에서 모병제 논란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다. 실제로 유승민(새누리당) 의원은 “부잣집 자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병력을 충당하기 위해
식들은 군대 가는 아이가 거의 없을 것이고, 가
서 지원자를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를 가게 될 것이다.”라며,
서는 군에서 지급하는 돈이 현 사회초년생들이
한국일보의 조재우 논설위원은 “부유층 자제는
원하는 기대치에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계급
합법적으로 병역을 피할 수 있어 계층 갈등 유
에 따라서 월급이 추가로 지급되어야 한다. 물론
발이 필연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군 병력 규모와 편제, 운용 장비에 따라 계산한
지금 현역군이 약 50만 명인데 모병제를 시행
돈은 달라지겠지만, 예산이 징병제보다 몇 배가
하면 약 15만 명으로 전 국토를 수호하고 수도
넘게 들어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를 방어하고 북한의 현역병 100만 명과 싸워야
모병제를 지지하는 일부는 ‘이라크전에서 미
한다. 만약 북한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육해공
군 18만 명이 이라크군 130만 명이 대결해서 미
을 제외한 육군 5만 명이 북한 육군 100만 명을
군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지지 근거로 내세우지
상대해야 하는데, 제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했
만, 실제 전쟁에서는 미군뿐만 아니라 영국, 폴
다고 한들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최소 적정 인
란드 등 다국적군 총 23만 명이 동원되었다. 다
원에 못 미쳐 패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
국적군이 이라크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라는 국가적인 위협이 상존하고 있으며 첨단
건 압도적인 공군 전력과 첨단 무기 덕인 것은
무기를 미처 다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애서 모병
모두 맞지만, 한국은 동북아시아 어느 나라를
제를 시행하기는 적절치 못하다.
85
한 양 98호
아임 파인, 앤유?
학생들의 모병제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스
선 후보 ‘트럼프’가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티커 판을 가지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공약한 만큼 병력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상황
설문지를 돌리며 학우 175명의 의견을 들어보았
이라 섣불리 모병제를 추진하면 안 된다는 의
다. 대체로 모병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하는
견과 한 여학우 분의 현재 병역법으로는 사병
의견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모병제를 찬성하
지원이 불가능하므로 모병제를 원한다는 의견
는 학우는 114명, 반대하는 학우는 61명이었다.
이 있었다.
이색적인 답변으로는 최근 당선된 미국의 대
1. 모병제 찬성 의견 모병제를 찬성하는 주요 근거로는 크게 5가지가 있었다. -1. 소수 정예 군대를 만듦으로써 인력의 효율적 운용과 군대의 질이 올라간다. -2. 현대 전쟁에서 군인 병력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 -3. 군인이 하나의 직업군이 되면서 일자리가 창출된다. -4.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기타 사정으로 2년을 군대에 바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5. 나의 군대가 가기 싫은 의사는 존중받아야 한다.
2. 모병제 반대 의견 모병제를 반대하는 의견도 더러 있었는데, 그 근거 역시 4가지로 다양했다. -1. 대한민국이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2. 현재 제도 내에서 군대 비리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모병제를 시행하면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병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4. 아직 무기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아 대한민국에서 모병제를 시행하기엔 시기상조이다.
86
사
회
제안자의 의견을 듣다
앞서 살펴보았을 때, 모병제를 반대하는 주요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군대를 강하게 유지해야
근거는 북한과 대립하는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하는데 2023년이면 대한민국이 인구 절벽에 직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6.25 전쟁이 끝
면하게 됩니다. 모병제는 인구 절벽의 위기와 4
나고 한 번도 전시상황이 아닌 적이 없었다. 이
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 제도의 근본적 변
처럼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안보를 중요시하던
화와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여당 측에서 왜 갑자기 지금 모병제 논의를 시
만드는 대안입니다.
작한 것일까? 이에 『한양』은 남경필 도지사(이하
여기서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 상
남)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황을 고려하여 모병제를 시행하되, 이 모병제는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를 지고 8주가량의 기본 군사 훈련을 받은 뒤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는 방 안이 되겠습니다. 입대를 택한 사람은 월급 200 만 원 정도를 받는 9급 공무원 대우로 복무하고 원하면 장기 복무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 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에게 그에 걸 맞은 혜택을 줘야 하며, 군 복무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미래 인생을 위한 준비 기간은 되어야 하 지 않겠습니까.
『한양』 : 그동안 ‘안보’ 문제로 모병제 논의가 여 『한양』 : 당시 여당 소속으로서는 상당히 파격
러 번 불발되었는데,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는
적인 행보인데요, 모병제 논의를 촉발시킨 계기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모병제는 시기
는 무엇입니까?
상조라는 반론이 있는데요, 이러한 반론에 대해
남 : 모병제에 대한 고민은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시작
남 : 모병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증가 추세에 있
87
한 양 98호
습니다. 최근 모병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대한민
시간 축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2년 전 조사보
국 미래를 위한 근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다 모병제 도입 찬성 수치가 2배 증가하는 등 인
국민적 공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병제 논의
권문제나 병사 처우 등에 대해 인식이 점차 바뀌
는 단순히 찬반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병제 도입 여론조사> 2014년
2016년
증감
징병제
60.0
61.6
1.6
모병제
15.5
27.0
11.5
잘 모름
24.5
11.4
▲13.1
9월 7일 REALMETER, 전국 성인 538명 대상> ◦징병제(61.6%), 모병제(27.%), 잘모름(11.4%)
< 정당 지지별 현황>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징병제
77.4
49.7
70.4
41.1
모병제
16.1
41.5
22.1
50.8
< 정당 지지별 현황> 남자
여자
징병제
63.3
59.8
모병제
31.4
22.8 미디어리서치 모병제 여론조사 - 머니투데이 (9. 12)
88
사
회
찬성한다 반대한다 모름/무응답
『
5.1%
한양』 : 모병제는 결국 경제적 징병제로 변질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시나요? 남 :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43.9%
모병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1.1%
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선출직이 나 고위공무원에 임용되고자 하는 사람은 군에 갔다 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소위 흙수저만 군대에 갈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현행 징병제는 인류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인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매우 공감한다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행 대한민
대체로 공감한다
모름/무응답
국 징병제도 내에서도 경제적 차별은 존재합니 다. 소위 흙수저들이 군대에 거의 다 가고, 군대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에 가서도 힘든 보직을 많이 맡는 것이 현실입니
12.7%
22%
2.6%
다. 반면, 금수저들은 군대에 많이 면제되고 가더 라도 편한 보직을 많이 맡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
25.5%
모병제 도입이 현재징병제보다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하십니까?
37.1%
황이 결코 모병제보다 평등한 제도라고 볼 수 없 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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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한양』 : 모병제를 시행하면 병력 자원이 기대
『한양』 : 모병제를 추진하면 사병들의 월급이
하는 만큼 충원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을 군대
올라가며 무기 고도화로 인해 현재보다 더 많
로 이끌만한 동기나 장치로는 무엇을 생각하
은 국방비가 드는 것은 아닌가요? 모병제를 유
고 계신가요?
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
남 : 독일의 경우를 보면, 독일은 국방비 절감 요
나요? 생각해두신 예산 확보 방법이 있나요?
구가 계속되면서 모병제를 논의하게 되었고 구인
남 : 예산은 사회적 합의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
난도 마찬가지로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군
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모병제 하 전체 군대 규
대 내 학위 공부와 직업교육, 장기근무 군인도 계
모를 30만으로 가정할 경우, 간부급 12만 명 제
속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외하고, 사병급 18만 명에게 월 200만원 지급시
처우를 개선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도 군에
약 3조 9천억 원 추가 소요가 예상됩니다. 현재
갔다 오면 100% 취업이 되도록 국가가 디자인해
63만 군대 유지를 위한 전력운용비가 16조4천억
주어야 합니다. 군 생활이 경찰, 소방관 등 국가
원이므로, 규모를 절반으로 감축하면 그에 상응
공무원 교육과 연계되어 제대 후 편하게 지원할
하여 운용비도 절감되는데, 이렇게 절감되는 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제대 후 대
산으로 모병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학자금을
병력이 줄어들면 신병 훈련도 감소하고 군 소유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를 군 생활 동안 지
의 불필요한 토지도 매각할 수 있어 재원 마련이
급해야 합니다. 월급 현실화로 병사들 스스로 국
가능하게 됩니다. 방산 비리만 없도록 막아도 충
방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더 키우고, 장기적
분한 재원 조달은 이룰 수 있습니다.
으로 직업군인 확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중간 결과(15.7.15) : 비리사업 규모 9,809억 원 > ◦적 발 : 12건(해군 통영함 납품비리 등 6건, 육군 특전사 다기능방탄복 납품비리 등 3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대금 편취 등 3건) ◦규 모 : 9,809억 원(해군 8,402억 원, 공군 1,344억 원, 육군 45억 원 등)
90
사
회
이번만큼은,
당신은 위의 어느 의견에 공감하는가? 앞서
참작한 부분 모병제는 오히려 근거가 탄탄하여
다른 나라의 병역 유형과 모병제의 장단점을 살
고려해볼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번만큼은 이
펴보았는데, 적어도 군대와 영영 연을 끊을 수
모병제 논의를 단순히 잠깐 지나가는 화젯거리
있는 모병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병제 시행 대
인 정치 소재 중 하나로 치부하지 말자. 언제 군
표국가인 미국조차도 완전 모병제가 아닌 부분
대를 갈까 고민하는 모습이 당장은 익숙할지 몰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 징병이라
라도, 모병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려하고 목소리
는 제한적 조건이 있기에 대한민국에서의 모병
를 낸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군대를 가고 싶지
제 실현 가능성은 커진다.
않은 자유의사가 보장 될지 모른다.
남경필 도지사가 ‘한국형 모병제’를 제시한 것 처럼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대한민국의 상황 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적 합의를 모두
91
한 양 98호
고 민 중이니?
수습모집 대
상
16학번 새내기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주소현 010.2240.4425 /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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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만나줘?" 사랑과 범죄 사이
편집위원 조민경 / mk0219@hanyang.ac.kr
어느 날 아폴론과 다투게 된 에로스는 아폴론에게는 황금 화살을, 다프네에게는 납 화살을 쐈다. 황금 화살 에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첫눈에 반했고, 반대로 납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론을 끔찍이 싫어하게 되었 다. 아폴론은 다프네가 그의 사랑 고백을 거절하며 도망 치자 그녀를 쫓았다. 아폴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 한 다프네는 자신의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부탁해 월계 수 나무로 변했고, 아폴론은 월계수 나무를 끌어안고 그 나뭇가지로 관을 만들어 쓰며 그녀를 추억했다.
회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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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21세기의 아폴론과 다프네
1
2016년 4월 피해 여성은 헤어진 전 연인에게 3주간 끔찍한 스토 킹과 협박에 시달린 끝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해당했다. 2
[2016국감] 꾸준히 증가하는 스토 킹…범칙금은 고작 8만원, 포커스 뉴스, 2016-09-28 10:26, http:// www.focus.kr/view.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설이 있다. 바로
락동 살인사건1을 비롯하여 2013년 10월 25일
처음에는 자신을 완곡히 거절하던 이성이 끈질
인천시에서, 2015년 7월 27일 대구시에서도 스
기고 열정적인 구애에 감명받아 결국 사랑을 받
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아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순정’ ‘순애보’
스토킹이 살인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치닫기
등 숱하게 많은 문학적 표현을 낳았다. “열 번 찍
전에 분명한 예고가 존재했다. 바로 피해자에게
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쉬워 보이지 않으려
비정상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구애 행위를 펼쳤
고 처음에는 좀 튕기는 것이다.” 등, 포기를 모르
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조 현상 단계에서 아무
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행위를 은연중에 부추
런 조처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기고는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서 스토킹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모호하기 때문
않다. 당사자에게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
이다. 적극적 구애와 스토킹의 구분도 불분명한
는 행위일 수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끔찍한
데다 처벌법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스토킹’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단
최근 스토킹은 단순히 피해자를 끈질기게 쫓
속 현황’에 따르면 스토킹 건수는 2014년 297
아다니고, 전화를 걸고 선물 공세를 펼치며 괴
건, 2015년 363건, 2016년 8월까지 385건으로,
롭히는 것을 넘어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2 스토킹 범
2016년 10월 6일 전주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
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A씨는 그 전부터 줄곧
이렇다 할 해결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스토킹을 감행하다 기소된 후 반성문을 작성하
에 스토킹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을 환기하고 이
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가
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95
한 양 98호
10분의 1, 10분의 3의 확률
한양대학교 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스토킹
표했다. 학생들은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근거로
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약
‘스토킹은 당하는 사람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
10.4%)의 학생들이 스토킹을 직접 경험해 본 것
한다’ ‘더 큰 범죄로 번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으로, 36명(약 34%)의 학생들이 주위에서 일어
‘처벌 강화를 통해 경각심을 조성해야 한다’ ‘경
난 스토킹 사례를 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범죄로 처벌하고 비교적 약한 벌금을 물리니 문
10명 중 1명은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으며, 10명
제 의식이 낮은 것 같다’등을 들었다. 또 직접 스
중 3명은 간접적으로 스토킹 피해를 접한 것이
토킹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적정한
다. 스토킹은 다른 범죄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벌금 수준을 논하기보다는 접근 금지 처분이 필
결코 소수, 혹은 일부가 겪는 드문 경험이 아니
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며 대학가에서도 그 양상이 드러나고 있었다.
현재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1항 41번
다시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스토커는 그 행
지속적 괴롭힘 항목에 의거, 8만 원의 벌금, 구
위에 대한 책임으로 8만 원의 범칙금을 납부하
류 또는 과료형이 부과된다. 장난 전화와 광고
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약 73%
물 무단 부착도 스토킹과 동일하게 8만 원의 벌
에 해당하는 76명의 학생은 현행법상의 스토킹
금을 물게 된다. 이 두 행위를 경시하는 것은 아
처벌이 약하다고 답변했고, 적절한 처벌 방식을
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피해자의 안전에 크나큰
묻는 항목에 76명의 학생이 징역형도 적용되어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스토킹과 동일 선상에 놓
야 한다를, 19명의 학생들이 벌금 액수가 더 커
고 비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104명 중
져야 한다를 선택했다. 한편 지금과 비슷한 수
95명(약 91%)의 학생들 또한 더욱 강력한 처벌
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와 벌금 액수가 더 작아
을 원하고 있었다.
져야 한다에는 각각 7명과 1명의 학생이 동의를
96
사
문제인 줄은 아는데, 문제인 줄 몰라
다음 ①~⑥번 중 잘못된 행위 혹은 언사를 모두 고르시오.
# 다음은 배우 조재현이 감독을 맡은 영화 <나홀로 휴가>의 줄거리 소개 중 일부분이다. 오늘도 강재는 홀로 제주도로 떠나왔다. 꽃, 바다, 해녀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잠시, 그의 카메라 렌즈가 단란해 보이 는 한 가족을 좇고 있다. 불쑥, 클로즈업되는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강재가 10년 전 에 놓친 사랑 ‘시연’이다. 강재는 그녀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쭉 그녀 주위를 맴돌며 몰래 바라보고 있었던 것. 10년을 하루처럼 옛사랑을 맴돈 한 남자의 지긋지긋한 사랑 혹은 지고지순한 집착의 시작과 끝. ① 그 찬란하고 애틋한 기억을 만난다! 영화의 장르는 ‘스토킹 멜로’이다. 주인공 강재는 시연의 가족여행 스케줄까지 알아내 뒤를 따르고, 요가 학원 너머에서 시연을 염탐한다. 그간 강재가 부인에게 “사진 찍으러 다녀오겠다”며 떠난 곳은 늘 시연이 있는 곳이 다. 심지어 도촬까지 한다. 영화의 주된 전개는 10년간 첫사랑을 잊지 못한 남자가 그녀를 뒤를 밟아 그의 사 랑을 표출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 동서식품이 최근 발매한 음료의 CF 제목은 ‘사랑은 언제나 맑음’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광고에서는 한 남성이 음료를 들고 있는 ② 여성의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여성의 ③ SNS 계정을 뒤 져 대화를 시도한다. ④ 남녀가 만나 함께 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광고는 끝난다.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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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답 : ①, ②, ③, ④ 해설 : ① 10년간 지속해온 스토킹을 ‘찬란하고 애틋한 기억’으로 포장한다. ②③④ 도촬하고 SNS를 추적해 신상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온라인 스토킹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구애에 성공한 결과를 제시하며 이를 미화한다. 또 이와 같은 연출 방식에서 대중 매체가 스토킹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3
구성요건이라는 말은 주로 형법 에서 사용되는 용어로서 형벌을 과하기 위한 전제요건이 되는 행 위를 의미한다. 범죄가 성립하려 면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책임성의 3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구성요건은 그 첫째 기본이 되는 요건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스토킹이라는 단어에 거 부감을 가지고, 뉴스에 등장하는 극단적인 스
으로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김상학 교수는 다 음과 같이 말했다.
토킹 사례들을 보며 혀를 찬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을 살펴보건대, 가장 큰 문제는 현실에
“무언가를 사회적 일탈로 규정하고 합의하려
서 스토킹과 적극적 구애를 가르는 명확한 선
면 그 일탈을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행위
필요한데, 그중에서 가장 최소한의 것이 법입니
들은 스토킹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재
다. 하지만 그 일탈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법으
미있는 남녀 간 에피소드로 둔갑한다. 대중이
로 다스리려면 실질적인 범죄 구성 요건3이 갖
스토킹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기보다 스토킹
추어져야 합니다. 인위적인 경계선을 지정해 스
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그에 대한 올바른 가
토킹과 적극적 구애를 구분 짓고, 스토킹으로
치판단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스토킹
규정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 적극적 구애를 혼동하는 인식은 대중 매체
물론 이 경계선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를 통해 재생산되고, 결국 구체적으로 ‘어디까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마땅하겠지요. 인식
지를’ ‘어떻게’ 스토킹으로 판단하고 처벌할 것
이 개선되어 제도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제
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
도를 생성함으로써 인식 개선이 이루어집니다.”
98
한 양 98호
입법의 현실화를 위하여
그렇다면 제도의 정립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
『한양』 : 1999년도부터 이미 수차례 스토킹 처
지고 있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의당
벌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한 번도 통과되지
김삼화 의원을 찾아갔다. 김삼화 의원이 2016년
못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10월경 대표로 발의한 「지속적 괴롭힘범죄의 처
김삼화 의원 : 그 이유는 이게 입법으로 되느
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지속적 괴롭힘에 대
냐 하는 것은 정책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해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자가 많고 그 피해가 상
을 물리고 별도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을
당하다는 점이 드러나야 입법이 성사될 것입니
두도록 명시하였다.
다. 가정폭력 같은 경우도 본래는 사적인 일로 치부해 공권력의 개입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심 한 폭행과 살인까지 발생하자 특별법이 제정되 었고, 남성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제정이 무 산되던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집창촌 화재사건으 로 수많은 성매매 종사자들이 사망한 사건 이 후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입법이 성사되었습니 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4월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일명 가락 동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사회적 분위기라 면 스토킹 법이 통과되었을 수도 있는데, 그 시 기가 하필 총선 직후라서 전부 관심이 선거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19대 국회가 끝나는 시기라서 입법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스토킹이 심각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709호 김삼화 의원실에서 「지 속적 괴롭힘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에 관하여 김 삼화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 범죄이고,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스토킹 처벌법도 통과 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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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회
4
『한양』 : 그런데 인식의 전환이 제도를 만드는 것
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합니다. 하지만 이번 법안
법원이 지속적 괴롭힘범죄 사건
이 아니라 제도가 인식을 바꾸기 때문에 처벌법
에서는 법의 명칭을 우리말에서 찾아 쓰려는 생
도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 점에
각에, 경범죄처벌법에서 스토킹을 ‘지속적 괴롭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힘’이라고 표현한 것을 가져와서 스토킹을 ‘지속
김삼화 의원 : 사실 그 의견이 맞습니다. 법이 선
적 괴롭힘범죄’로 정의를 했습니다. 또 잠정조치4
도해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아직
라는 항목을 좀 더 구체화 시켰습니다. 제6조(잠
사회에서는 법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우선이기
정조치) 항목에서, 법원은 지속적 괴롭힘범죄 사
때문에 여론이 형성되면 “아, 이제 해야겠구나”
건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
하고 뒤따라가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김
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영란법이 시행된 후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검사의 청구에 의한 결정으로 행위자에게 다음
김영란법에 저촉되는가에 대하여 논란이 많지만,
과 같은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지속적 괴
시간이 지나고 사례가 축적되면 일반적인 ‘기준’
롭힘 행위 금지, 피해자 주거 등에서 100m 이내
이 생성될 것입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제정됨
접근 금지, 피해자에게 우편·전화·모사 송신기·
으로써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접대 등과 관련하
컴퓨터 통신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여 경각심을 일깨운 것처럼 이 법안이 제정되는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 제1호의 정보통
것 자체로 스토킹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 예
신망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수단을 이용한 접근
상합니다.
금지, 의료기관이나 그 외 요양소에의 위탁, 경
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 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 정하는 경우에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행위자 에게 내리는 조치.
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입니 『한양』 : 그동안 발의되었던 스토킹 처벌 관련 법
다. 또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조서에 기재하지 않
안과 「지속적 괴롭힘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
도록 하는 조항을 두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
례법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게 했습니다.
김삼화 의원 : 기존에 발의되었던 법안도 피해의 발생과 처리에 대한 특례 절차가 나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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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질서의 존엄성을 기초로 한 국민일반의 건전한 도의감 또는 공정하게 사유하는 일반인의 건 전한 윤리감정.
『한양』 :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로부터 피해자의
『한양』 : 잠정조치 중 접근 금지 처분 같은 경우
주소나 연락처 등을 알아내어 합의를 요청해 오
피해자의 권익 보호와 행위자의 자유 제한 사
는 경우가 있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시키
이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타협
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법안의 경우 제3장
점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제19조(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사생활 비밀 누설
김삼화 의원 : 이 법안 자체가 피해자의 권익 보
금지)에 따르면, 굉장히 세부적으로 명문화하여
호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스토킹의 경우 이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네요?
미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자에 대하여
김삼화 의원 : 네. 말씀하신 성폭력의 경우 현
자유권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입니다. 스토
재는 피해자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않게 되어
킹 피해를 경험한 당사자는 전화 노이로제부터
있습니다만, 이렇게 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
시작해서 초인종 소리에마저도 극도의 스트레
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지속적 괴롭힘범죄
스에 시달리고, 외출도 두려워하게 됩니다. 따라
법안 같은 경우 처음 법 도입할 때부터 피해자
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및 전화 금지 처분
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입니
은 당연히 내려져야 합니다.
다. 제3장 제19조(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항목에 따라, 범죄의 수사 또는
『한양』 : 그렇다면 잠정조치를 허가하는 명확한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신원이나 개인
김삼화 의원 : 반복성과 지속성을 어떻게 볼 것
정보를 유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안 됩니다. 또
인가가 관건입니다. 예컨대 전화를 하루에 몰
한, 누구든지 앞서 언급된 피해자의 정보를 동
아서 몇 시간씩 계속 거는 것과 몇 년에 걸쳐
의 없이 신문 등 인쇄물이나 「방송법」 제2조 1호
띄엄띄엄 하는 것은 피해자가 받아들이는 고
에 따른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
통과 피해 정도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반복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과 지속성의 기준은 사회상규5에 따라 확립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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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한양』 : 제23조(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에 따르면 법원은 유죄판결을 받은 행위자에게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 명령 또는 지속적 괴롭힘 치료프로그램의 이수 명령을 아울러 매길 수 있다고 하는데, 해당 치 료 프로그램엔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시 나요? 김삼화 의원 :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예컨대 가정폭력 같은 경우 화를 절제하는 교 육을 받습니다. 스토킹 법안이 입법이 되고 그 에 따라 치료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스토킹 행 위가 범죄라는 인식도 제고되고, 집착이나 화 를 절제하는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면 100%의 개선 효과는 아니더라도 그런 프로그 램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 합니다.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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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멀리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제도
김삼화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지
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인식도 바뀌기 힘들고,
속적 괴롭힘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가 만들어지기 힘들
통과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디 입법을 통
다.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해 질서를 다지고 더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
모순에 빠져든다. 하지만 스토킹 피해자는 날
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소를 몇 마리 잃고도
로 늘어나고 있으며 캠퍼스 내에서도 그 피해자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결국엔 한 마리도 남
가 적지 않다. 또 스토킹은 마치 통아저씨 게임
지 않을 테니까.
처럼 언제, 어떻게 피해자 및 사회 안전에 심각 한 해악을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 실정이 이 러한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사건이나 피해자가 등장해 여론이 모이기까지 수수방관 할 수는 없다.
? 이니 중 고민
수습위원 모집 대
상 16학번 새내기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ㆍ동기ㆍ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주소현 010.2240.4425 /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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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서오세요, 소월아트홀입니다
02. 왕십리, 어디까지 가봤니
편집위원 곽소영
편집위원 곽소영
ruby1996@naver.com
ruby1996@naver.com
문화
한양 93호
03. 한국에도 모스크가?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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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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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소월아트홀입니다 편집위원 곽소영 ruby1996@naver.com
왕십리 김소월
조선이 건국된 뒤에 태조 이성계의비가 명으로 천도할 곳을 찾 온다 오누나 으러 다니던 무학대사는 뚝섬 나루에서 배를 타고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한강을 건넌 뒤 넓은 들판을 보고는 새온다고 도읍지가 될 만하 여드레 그곳이 스무날엔 하고 다고 여겼다. 그런데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무학대사의 했지 어리석음을 꾸짖으며 그곳에서 북서쪽으로 십리를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더 가 라고 알려주어 한양 도성을 세울 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 뒤 무학대사가 노인을 만난 곳을 ‘십 리를 가다’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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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금 여기서, 10분.
영화를 보기엔 지겹고, 연극을 보기엔 대학로가 너무 멀다면? 왕십리의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영화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여기,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한다. 학교에서 나와 10 여 분만 걸으면 나타나는 ‘소월아트홀’이 그곳이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는 금시초문인 기관이겠 지만 소월아트홀은 사실 공연장으로서 연주회나 연극뿐만 아니라 문예 전시나 심지어 구민 대학으 로서의 교양 강좌들까지 개설된 종합 문화센터이다. 원래는 ‘성동구민회관’이었지만 지난 2005년, 성동문화재단의 추진으로 소월아트홀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현재는 왕십리의 편리한 교통에 힘입 어 전국 단위의 고객을 맞이하는 대표적인 문화센터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월아 트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기관이며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지금부 터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소월아트홀 외관.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단풍에 둘러 쌓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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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한 낙엽 냄새, 그리고 소월아트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진사로를 따라 내려오면 더샾 건물이 높다랗게 솟아있다. 아파트를 좌측 에 두고 왕십리로 난 길을 따라 그저 직진만 하면 된다. 철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커 다란 플레이 그라운드 카페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삼부아파트 단지가 보일 무렵, 눈앞에 성동 구 민공원이 나타난다. 주거니 받거니 빼곡히 모여 바둑을 두시는 할아버지들을 뒤로 한 채 횡단보 도를 등지면 가로수 사이에 유난히 세련되어 보이는 3층 건물이 눈에 띈다. 오른쪽 귀퉁이에 ‘소 월아트홀’이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이름에서부터 낭만적인 느낌이 확 풍긴다. 왜 하필 ‘ 소월’ 아트홀이 된 것일까? 그 탄생 비화를 나진억 문화복지 팀장님(이하 나 팀장)께 여쭤보았다.
나 팀장 : 예전에는 서울의 행정단위가 다섯 개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서초, 강남, 강동구 등 말 그 대로 성의 동쪽은 모두 성동구로 묶였습니다. 이때 김소월 시인이 지금의 신당동에서 1년 정도 머 무르시면서 시를 쓰셨습니다. 2005년에 리모델링이 되면서 문학가의 이름을 딴 전국 유일한 공연 장이 되었습니다.
소월아트홀 내 3층에 걸려있는 김소월 시인의 ‘왕십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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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소월아트홀 내 1층 문화전시관 모습
이러한 소월아트홀은 성동구 내 성수 아트홀과 함께 왕십리 내의 문화예술 공연을 전담하고 있 다. 취재를 갔을 시기, 1층에서 ‘교남연서회 서예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시는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서예 작품들의 전시가 무료로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개인 전시회에 온 듯한 눈이 휘 둥그레지는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이와 별개로, 3층에서는 한창 오케스트라 악단이 리허설 중이었 다. 극장 외부에 달려있는 스크린으로 열정 넘치는 연주자들의 몸짓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소월아트홀은 거시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나진억 문화복지사업 총괄 팀장, 조혜린 성동문화회관 관장(이하 조 관장)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한양』 : 소월아트홀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 행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싶어요. 나 팀장 : 소월아트홀이 많이 성숙해지고 자리 잡은 이후 주로 공연을 합니다. 사실 공연장 가동률 로만 따지면 소월아트홀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공연장 내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 으로 무대 감독님들도 만족하시고, 왕십리의 좋은 교통 덕분에 사람들이 모이기도 좋습니다. 소월 아트홀의 공연장은 브라스 시스템1으로 설계되어 소리의 잔향을 증폭시켜주는 음향설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별도의 음향장비 없이도 뒷자리까지 소리가 전달되는 이러한 시설의 중극장은 서울에서 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음향 효과가 중요한 클래식과 국악 공연이 많이 열리곤 합니다. 1, 2층에 성동 구민대학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평생학습관 중 제일 잘 되는 몇 대학 중 하나입 니다. 250개 강좌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 이용 인원이 분기별로 3,000~3,500명 정도 되는 점을 보 1
뉴질랜드의 Mark Poletti 박사가 개발한 음향 가변 시스템으로 4개 혹은 8개의 전지향성 마이크가 서로 교대되며 음의 경로를 바꿔 잔향 시간 을 증가시키고 잔향 효과를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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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알 수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은 평 생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공공 구민 대학 사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유아부터 70대 어르 신들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강좌가 있다고 생 각하시면 됩니다.
『한양』 : 어떤 가치를 목적으로 공연을 여시나요? 나 팀장 : 문화예술회관으로서 종합적인 공연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상업 공연장들에 비해 공익적인 공연과 행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 거든요. 예를 들어 얼마 전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 전을 열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 해 공연에 올리는 전시로 문화의 토대, 문화생태 계를 보호하고 양성하려는 목적 또한 염두에 두 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익성 공연 도 합니다만, 체제 유지를 위해 예술성뿐만 아니 라 수익성까지 다 같이 복합적으로 고려하곤 합 니다.
『한양』 : 왕십리 주민 이외에도 다양한 이용객들 이 있나요? 나 팀장 :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긴 하지만, 분 당선 끝에 있는 수원에서까지 오시기도 하는 것을 보면 교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내년 에는 노원구 쪽에 경전철이 청량리로 연결되어서 왕십리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질 예정입니다.
교남연서회의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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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성동구 내의 성수아트홀, 또는 성동구청 3층 대강당 등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 가요? 나 팀장 : 일단 소월아트홀은 성동구의 중심이 되는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클래식 등의 음악 예술 공연이나 가족공연들이 주를 이룹니다. 같은 성동문화재단에서 운영되는 성수아트홀의 경우, 뮤지컬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월아트홀은 소리 중심의 공연에 적합하도록 처음부터 설계해서 건설했습니다. 뮤지컬을 전문으로 공연할 성수아트홀과 중복되지 않도록 반사판, 음향 등 설비 자체를 다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성동구청의 대강당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시설은 성동구청의 평생 교육팀에서 운영하 는 곳으로, 공연보다는 강연을 하며 대부분 행사 위주입니다. 즉, 교육적인 목적의 특강을 더 많 이 여는 편입니다. 소월아트홀, 성수아트홀, 성동구청 내 강당들은 다양한 장르의 역할 분담을 통 해 문화를 많이 퍼뜨리려 노력하지만, 공공예술의 수호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모두의 목적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양』 : 그렇다면 공연 이외에 구민 강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조 관장 : 현재 성동 구민대학을 운영 중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월아트홀은 3층 공연장의 명 칭이고 1, 2층은 성동 구민 대학입니다. 2006년 성동구에서 막 설치했을 때는 성동구민만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구나 시에 상관없이 다양한 이용원들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250개 정도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우수한 강사님들 덕분에 성동구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오십니다.
소월아트홀의 공연장 내부. 경동오케스트라단이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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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강좌는 어떤 기준으로 섭외되고 운영되나요? 조 관장 : 강좌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계속 유지되는 스테디셀러 강좌도 있지만 캘리그라피와 같이 유행을 타는 강좌도 있습니다. 이러한 강좌들을 발굴하기 위해 다른 곳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사 회현상을 보고 기획하기도 합니다. 나 팀장 : 성동 구민대학도 일반 대학교에 단과대가 있듯이 여성대학, 노인대학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여성대학만 있었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입학하고 일정 기간 이수를 하면, 성동구민 대학의 학장인 구 청장님이 졸업장을 직접 수여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점점 성숙해지다 보니 문화면에서 수 요가 많아져, 여성강좌에 대한 집중도가 내려가고 문화강좌, 인문강좌 등 취미생활로서의 강좌 가 증가했습니다.
『한양』 : 실제로 정말 다양하고 유익한 강좌들이 열리는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학생들이 들을 만 한 강좌는 무엇이 있나요? 조 관장 : 공연장 덕분에 구민대학 내의 문화예술 강좌의 수준 역시 높습니다. 기타와 같은 악기 강 좌, 음악 강좌들의 잘 발달되어 있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또한 4년 전, 한양대학교의 아태지역 연구 센터와 관계를 맺고 유라시아 지역 인문학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주제가 생소한데도 매우 많은 사 람들이 와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높은 인기에 유라시아 강좌를 지속하다가 그 강좌를 통해 인문학 에 대한 수요를 절감했고, 그때부터 인문학 강좌를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 미술사, 서양사 등 재밌는 인문학 강좌를 많이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와 서 이곳 분위기도 젊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나 팀장 : 뿐만 아니라 아침에 요가강좌나 요리강좌도 있어서, 특히 근처에 사는 자취생에게 효과적 일 것 같습니다. 공공재단의 지원으로 가격 또한 사설강좌보다 저렴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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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혜린 성동문화회관 관장, 나진억 문화복지사업 총괄 팀장.
『한양』 : 2~30대, 특히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소월아트홀을 접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 팀장 : 성동구의 문화생활을 조금 더 다양화하기 위해 성동문화재단이 주관이 되어 성동구의 대표 브랜드 축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보령의 머드축제처럼 어느 자치구를 떠올리면 대표적으 로 떠오르는 축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성동구의 경우, 꽃 축제와 이성계 축제 2가지를 생각하고 있 습니다. 응봉산이 원래 민둥산이었다가 매년 개나리를 심어 봄이 되면 온통 개나리로 덮였습니다. 응봉산 개나리를 기점으로 송종도의 뚝방길까지 꽃 축제를 열 예정입니다. 성동구는 서울시의 자치구 중 수면과 가장 많이 맞닿아있는 구입니다. 따라서 중랑천, 청계천, 한강 등지까지 벚꽃과 개나리뿐만 아니라 수련까지 꽃 축제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성계의 역사 축제입니다. 살곶이 다리에는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전해 내려옵니다. 어느 날 사냥에 나갔다 돌아오는 이방원에게 이성계가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이방원을 맞히지 못 하고 돌다리에 꽂혔다 하여 그 다리가 지금의 살곶이 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옛날 고려 시대 때 몽골인들이 고려에 사냥용 매 훈련전담 기관인 응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응방이 많이 모여 있던 산이 지금의 응봉산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 우리나라가 국가적 전쟁 상황이 발생하면 뚝섬에서 치우제2를 드리고 전쟁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러한 호방한 기상이 있는 뚝섬, 매 사냥의 훈련터 응봉산, 이성계의 살곶이, 그리고 무학대사 이야기 등을 테마로 현재 이성계 사냥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시에서 진행하는 정조 능행차 축제처럼, 지역의 대표 브 랜드 행사를 만들려면 우선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여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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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쟁의 신에게 승전을 위해 드리는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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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와 관련된 역사가 전해내려오는 살곶이 다리
어 내는 것이 지역 축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소규모로 몇 차례 했었지만,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듯하여 내년에는 태조 이성계를 선발하는 행사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성동구 내에 전시장을 운영 중입니다. 한 곳은 소월아트홀 내의 1층이고, 다른 한 곳은 왕 십리역 비트플렉스의 푸드코트 옆에 소규모로 개장하였습니다. 푸드코트 옆의 전시관은 모든 사람 에게 개방된 상황인데요, 좋은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사진, 그림, 조각 등 예 술의 장르를 불문하고 무료로 전시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의 전시는 불가하지만, 공공 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단체 차원에서 제안을 주시면 전시 기회를 드립니다.
『한양』 :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소월 아트홀을 많이 찾아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나 팀장 : 한양대학교는 성동구 관내의 유일한 종합대학교입니다. 사실 한양대 음악대학 졸업생분들 과도 함께 공연하거나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와 공동기획을 하는 등 다양한 교류사업을 해왔습니 다. 이러한 공동 기획공연을 할 때 학교 측과 합의하는 양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대체가 되 거나 봉사활동 인증이 되는 참여형 수업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중입니다. 학생들 역시 좋은 경 험을 쌓을 수 있으니 문화 쪽으로의 견문이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 성수동에 예술인들의 네트워크가 계속 형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분들과 성동문화 재단이 연계해서 70, 80년대 인쇄소, 시장, 공장 등이 남아있는 성수동의 풍경을 문화공간으로 보 존하여 개발할 계획입니다. 서울문화재단과 성동문화재단 그리고 성수동의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사업을 구상하기도 하면서 성동구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들에 관심이 있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있다면 함께 협업하는 것도 일종의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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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문화를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그 리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다. 학교와 이토록 가 까운 곳에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 공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점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독자가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공간에 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루한 일상 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문화공간이 있다. 운동 을 배우기 위해 헬스장을 이용하고, 전시회나 공 연을 관람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먼 곳까지 찾 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큰 공을 들이지 않 고도 가볍고 다채로운 문화생활로 일상을 꾸며 가는 것은 어떨까. 헬스장 이외에 요가, 필라테 스, 춤강좌가 종류별로 있고, 연극 ‘파리대왕’, 공 예작품전 등 전문 공연과 전시회를 만날 수 있으 니 말이다. 심심한 공강시간에, 또는 수업이 끝 난 뒤 데이트 장소로, 그리고 여러 예술전을 찾 아 더 이상 먼 곳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따라 가면, 소월아트홀이 당 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월아트홀 내의 연극 '파리대왕' 포스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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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당 신 의
이 야 기 를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들 려 주 세 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주소현 010.2240.4425 접수: HYgyoji@gmail.com
왕십리, 어디까지 가봤니? 편집위원 곽소영 ruby1996@naver.com
조선이 건국된 뒤에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천도할 곳을 찾으러 다니던 무학대사는 뚝섬 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 을 건넌 뒤 넓은 들판을 보고는 그곳이 새 도읍지가 될 만 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무학대사의 어리석음을 꾸짖으며 그곳에서 북서쪽으로 십리를 더 가 라고 알려주어 한양 도성을 세울 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 뒤 무학대사가 노인을 만난 곳을 ‘십 리를 가다’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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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곳, 왕십리...?
코끝이 찡해지는 바람에 목도리를 여며야 할 계절이 돌아왔다. 이제 곧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기말고사도 다가오는데,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놀아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생각나 는 것은 역시 왕십리에서의 술 한 잔이다. 12월이나 되었으니 선배들은 물론 새내기들 역시 어느 정도 왕십리 지리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왕십리에 단골집 두어 개를 두고 들어갈 때마다 사장님과 눈빛을 주고받을 정도는 되어야, 왕십리를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 하다고 하겠다. 독자들에게 왕십리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대부분 위의 ‘단골집’들을 떠올리면서, 캠퍼스와 왕십리역 일대의 술 집들을 생각할 것이다. 또는 온갖 체인점 가게들이 즐비한 높은 회색빛 건물들을 떠올릴지도 모르 겠다. 필자가 들었던 평가 중에는 ‘술집밖에 없는 곳’, ‘놀 거리가 없는 곳’ 등의 예가 있다. 그도 그 럴 것이, 한창 뛰어놀 청춘에 왕십리는 너무 좁지 않은가.
우리가 아는 왕십리 풍경. 이제 왕십리역 너머로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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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 10번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위의 골목길
그런데, 왕십리는 정말 좁을까? 혹은 우리가 왕십리를 ‘좁게’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흔히 왕십 리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는 왕십리역이 사실은 왕십리의 초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 서 『한양』은 아직 독자들에게 개발되지 않은 왕십리역 너머의 ‘비밀의 화원’을 소개하려 한다. 왕십 리의 풍경이 더는 새롭지 않고 진부하다면, 역 너머의 왕십리로 나아갈 동기는 충분하다. 한양대 학교에서 출발해 상왕십리까지, 지금부터 『한양』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 보자.
그럼 사거리로 갈라지는 왼편에 행당시장 골목이 보인다. 골목 초입 왼편에 삼맛호오떡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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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손 호호 불며 호오떡
삼맛호오떡 외관. 3가지 맛이라서 삼맛호오떡이 아닐까. 현재는 총 6가지 호떡메뉴가 있다.
달콤한 호떡 냄새와 판자문이 내는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사진들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사장님의 원래 고향인 행당 시장 골목의 끝에서 삼맛호오떡이 탄생하였 다. 소소하게 만들어 팔던 호떡은 리어카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많아져 어엿한 가게로 성 장했다. 행당 시장에 들어서는 초입에 있는 만큼 이곳 호떡은 지나가던 주민들의 가벼운 간식거리 가 된다. 호떡은 부업일 뿐 본업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예상치 못한 스펙을 가진 사장님과 따뜻한 호 떡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양』 : 본업은 가수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호떡집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브라운 : 동생은 미술, 저는 음악을 전공해 예술 쪽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가수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명은 브라운 팟입니다. 처음에는 동생 아이디어로 시작한 리어카 사업이었습 니다. 리어카를 사와서 눈에 잘 띄도록 예쁘게 꾸미고, 골목 아래에서 호떡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따지면 3년 정도 되었네요. 원래 경험 삼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가게까지 하게 되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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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아직 귓전에 남아있다. 삼맛호 오떡은 호떡뿐만 아니라 커피 등의 음료나 떡볶이 등의 분식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양』 : 행당 시장에 어떤 매력이 있어 왕십리에 터를 잡으신지 궁금합니다. 브라운 : 사실 왕십리가 고향이라서 편하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왕십리에 애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행당 시장은 옛날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기존의 상점들도 있지만, 저희와 같이 색깔 있는 먹거리나 개성 있는 가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과 트렌드를 동시에 가지고 있 는 모습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 : 가게 안에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사진들이 눈에 띄네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브라운 : 저는 손님들이 호떡만 드시러 온다기보다는 가게의 복합적인 분위기들을 구매하러 온다고 생각합 니다. 호떡뿐만 아니라 공간도 팔고 컨텐츠나 스토리도 판다는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어카 때부터 저희와 함께 성장하신, 지금도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과도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왕십리에 살면서 한양대학교 친구들도 많고 한양대 운동장에서 공도 많이 차 본 동네 사람으로서 대학생 친구들이 이웃사촌 같거든요.
싱어송라이터 ‘브라운팟’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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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돌아 왕십리 골목 따라
사장님의 따스한 정이 담긴 호떡과 아메리카노를 양손에 쥐고 삼맛호오떡을 나섰다. 행당 시장에 들 어서는 길을 따라 내려가며 아메리카노가 마주한 풍경은 꽤나 이질적이었다. 떡집이나 화장품 가게들 중 에서도 가장 화려한 가게는 이불 집이었다. 이불에 수놓인 자수 무늬가 옛 상점 중 가장 눈에 띄는 색채 였기 때문이다. 걷다보면 이곳이 필자가 알고 있던 왕십리가 맞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도로 너머의 아 랫동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흐른다. 그중에는 대대로 50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왕십리 기름집 도 있다. 온갖 곡식들이 가루가 되어 쌓여있고, 그 옆에는 말린 고추가 가득 든 포대가 기름집 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빨간색과 파란색 이발통이 뒤섞여 돌아가는 ‘행당미용타운’, 플라 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그릇들이 촌스러운 앞치마들 사이에서 윤이 나는 ‘행당 그릇도소매’ 등의 가게들과 이웃해 있다. 고소한 깨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면, 들깨를 볶고 참깨를 쥐어짜는 기름집 안의 기계들이 ‘ 위잉’보다는 ‘돌돌’ 소리를 내며 손님을 반긴다.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볶으신 할머니들이 나란히 평상 위 에 앉아 손주들 자랑을 하고 있노라면, 한쪽에서는 패딩 조끼를 입으신 주인아저씨가 똑똑 떨어지는 참 기름 방울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계의 몸통을 매만지신다. 이 모든 풍경이 우리가 무인기계로 예매해 놓은 표를 뽑고 최첨단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곳에서 불과 20분가량 떨어진, 2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모습이다.
왕십리 방앗간과 기름집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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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물레를 돌리는 그 아저씨
그 아저씨 공방으로 들어가는 길, 작은 간판이 눈에 띈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꽤 차가워질 때까지 골목을 따라 마냥 걷다 보면 어느새 상왕십리역과 가까워 지게 된다. 저 앞에 큰 길이 나타난다 싶을 무렵, 왼편에 자칫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아주 작은 ‘그 아저 씨 공방’의 간판이 보인다. 왕십리에 공방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아저씨 공방은 술집 이 즐비한 한양대학교 근처와도, 높은 건물과 차들로 북적이는 왕십리역과도, 왕십리의 옛 정취가 남은 행당 시장과도 낯설게 보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흙냄새가 나고 반들반들한 도자기들이 줄지어 서 있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흙투성이 손으로 모든 도자기를 일일이 어루만지는 ‘그 아저씨’와 흙냄 새 나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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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쪼개 인터뷰를 해주신 ‘그 아저씨’ 김학영 사장님
『한양』 : 왕십리에 공방을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 아저씨 : 원래 연남동 쪽에서 작업실을 했는데, 작업만 하니 수입이 불특정해서 공방을 같이하기로 마 음 먹었어요. 제 집이 이 근처인 것도 한 몫했지만 저는 공방이 모여 있지 않은 곳에 공방을 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그 아저씨 공방’이 생긴 지 2년이 되었는데, 주로 디자인과 식기 쪽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한양』 : 보통 이 공방에는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연령대나 특징이 있나요? 그 아저씨 : 보통 기존의 공방에는 주부님들이 많습니다. 근데 이곳은 찾아오시는 고객님의 90% 이상이 다 젊은 20~30대 사이의 분들입니다. 원래 다른 곳에서는 40~5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 정말 특이하다고 생 각했습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왕십리역과 가깝다는 것 같아요. 왕십리에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 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다가 잠깐 내려 공방에 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멀 리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꽤 되고요.
『한양』 : 정규 수업도 하나요? 그 아저씨 : 정기 수업과 일일 수업 모두 합니다. 단순히 수업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팩트와 같은 온라인 강 연 사이트와도 제휴해 강의를 합니다. 1대1로 수업하는 시간을 따로 두곤 하지만, 대부분 수강생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대를 맞추어 수업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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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만드는 순서가 쓰여 있는 벽면. 붓통이나 화분 등 공방 내의 모든 소품들은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한양』 : 공방을 짓고 느낀 왕십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 아저씨 : 옛날에는 왕십리가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최근 왕십리 민자역사와 지하철 노선의 연장 등으로 완전히 변화했습니다. 현재에도 조금씩 개발이 진행되는 중인데, 변화하는 과정이 보이니까 재미있습니다.
공방을 둘러보면 흙먼지에 둘러쌓인 여러 작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가마가 도자기를 딱딱하게 굽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흙덩어리가 말랑거리고 있다. 마침 한양대학교 의학 전문대학원생인 김현기 학우가 작업 중이었다.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양』 : 어떻게 그 아저씨 공방을 알게 되셨나요? 김현기 : 원래 고등학교 때까지 미대에 관심이 많 았는데, 그 당시 미대 입시를 시작하기에는 늦어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미술에 대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근처로 이사를 오게되면서 도자기 공방을 찾아보았는데, 이곳이 제일 가까 워 체험을 오게 되었습니다. 일일체험을 했는데 마음에 들어 현재까지 꾸준히 다니는 중입니다.
김현기 학우가 작품을 만들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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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솜씨가 상당하네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김현기 : 이것은 전등입니다. 이 강아지가 입에 전선을 물고 있는 형식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 아저씨 공방의 수강생들과 인터뷰를 길게 할 수 없는 이유는 말랑거리는 찰흙이 점점 굳어가기 때 문이었다. 모래시계도 아닌 찰흙시계라니.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수강생들의 여러 작품을 둘러보고 있자 니 당장에라도 필자의 손으로 직접 찰흙을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무엇보다 얼굴 에 흙먼지가 묻은 것도 모르는 듯 도예에 열중한 수강생들의 행복한 표정 때문이었으리라.
공방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수강생들의 작품이 가마에 들어가기 전 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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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새로운 그곳, 왕십리.
한양의 독자들이 알고 있던 왕십리와 사뭇 다른 풍경이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왕십리는 시 끌벅적하고 화려한 불빛들로 정신없고 바쁜 곳이었다. 그러나 왕십리역을 넘어 조금만 걸어가면 발전되기 전 모습의 옛 왕십리가 곳곳에 남아있다. 왕십리라는 동네가 흥미로운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옛 모습과 젊은 층의 요구에 맞춘 세련된 가게들의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왕십리는 생각보다 느린 속 도로, 천천히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그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왕십 리의 매력 중 하나이다. 늘 보아왔던 술집과 카페들의 풍경이 지겨워졌다면, 조금만 더 걸어 나와 왕십리 의 또 다른 이면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 아저씨 공방
삼맛호오떡 새마을금고
행당119 안전센터 왕십리 역
행당떡방앗간
성동우체국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왕십리역과 행당시장 일대의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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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모스크가?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편집위원 방원경 gogh1994@hanmail.net
따사로운 햇살이 지중해명으로 근처의천도할 곳을 찾 조선이 건국된 뒤에내리쬐는 태조 이성계의 국가일까? 으러 다니던 아라비아 무학대사는 뚝섬 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아니다 건넌 뒤 넓은 들판을 보고는 그곳이 새 도읍지가 될 만하 서울용산구 다고 여겼다. 그런데 우사단로 소를 몰고31-1 가던 노인이 무학대사의 모스크로그곳에서 떠납니다북서쪽으로 십리를 더 가 어리석음을 꾸짖으며 라고 알려주어 한양 도성을 세울 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 뒤 무학대사가 노인을 만난 곳을 ‘십 리를 가다’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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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국적인 모습을 지닌 곳은 어딜까? 안산 외국인 특화 거리, 인천 차이나타 운, 서울 서래마을 등이 있겠지만, 한양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따지자면 이태원이 독보적이 다. 이태원 내에서도 아랍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모스크로 가보았다. 국내에 현존하는 모스크 는 5개나 되지만, 아직 모스크는 한국인들과 친하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다수 아 랍인, 무슬림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기독교 등 여러 종교가 존재하고 그 세력 또한 비 슷비슷한 한국과 달리, 이슬람교는 대부분 국교인 나라가 많다. 그만큼 종교적 공간인 모스크는 그들에게 머나먼 타국에서 자국의 문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근원’일 것이리라. 때문에 모스크에 가는 것은 단순히 특이한 건물을 구경하는 관광의 의미를 넘어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 가는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한국적인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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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모스크를 만나다
모스크, 즉 이슬람 성원은 이태원의 서울 중앙성원, 부산 알 파티흐 성원, 경기도의 광주성원, 안양성원, 마지막으로 전주성원까지 총 전국에 5개 존재한다. 국내 최초의 모스크는 서울중앙성 원로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려로 부지를 얻어 1976년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올해로 30 주년을 맞는 서울 중앙성원을 지금부터 찾아가보자. 이태원역에 내려서 이슬람중앙회라고 적힌 3번 출구로 나와 쭉 걸었다. 옛 오스만 제국의 후예 인 터키의 명물,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파는 데가 많았다. 모스크까지는 오르막길이 한참 남아 하나를 사서 물고 다시 올랐다. 이 한국적인 현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이국적인 모습 이 나타난다. 골목 하나에 서너 개씩 즐비해있는 트랜스젠더 바를 10개 정도 지나면 그제서야 주 택가 벽에 모스크가 보인다. 여자인 필자는 반팔, 반바지 등을 입지 않았는지, 나의 맨살이 보이지 않는지 옷차림을 확인하고 드디어 모스크에 입성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미나레트에 올라가 목소리로 기도시간을 알리는데 쓰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들어갈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돔과 함께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모스크의 간판 상징 으로 쓰일 뿐, 예배실은 물론이고 신도가 아닌 필자는 더더욱 안을 살펴볼 순 없었다. 예배실을 못 들어간다는 아쉬움에 주변을 자꾸 서성이자 한 외국인 분이 다가왔다.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주택가 벽에 그려져 있는 모스크
‘미나레트’라 불리는 기도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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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를 만나다 머나먼 발치에서 바라본 예배실
무슬림 : 안녕하세요, 모스크 구경 오신 건가요? 『한양』 : 네, 모스크 구경 왔습니다. 신도 분이신가요? 무슬림 : 네, 맞아요. 구경 오신 거라면 여기 팜플렛 가져가서 읽어 보세요.
『한양』 : 감사합니다, 여기 얼마나 자주 오시나요? 무슬림 : 거의 매일 옵니다. 여기 오면 마음에 위안이 되거든요.
『한양』 : 타국에서 종교 생활하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무슬림 : 종교 생활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그냥 다 힘들죠. 난민이라고 아세요? 제가 시리아 출신이 거든요. 종교생활은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어줘요. 지금처럼 모스크에 구경 오신 분들에 게 이슬람을 소개하는 것도 보람차고요.
사전을 찾아가면서 더듬더듬 이야기를 나누는데,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도 이슬람에 대해 소개 해주고 싶으신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새기 일쑤였다. 신이 존재함을 믿느냐는 질문에서 시작 해 신은 한분뿐이며, 가족도 혈육도 없으며 일상의 모든 곳에서 그분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는 말 까지. 비록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타국에서 난민생활을 하는데도 웃음을 머금고 다른 사람들 에게 이 은혜와 기쁨을 전파하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가 준 팜플렛을 가방에 챙겨 뒤돌아서는데 언제 오셨는지 한 사람이 뒤에 서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 으신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한국인 관리인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얼른 말을 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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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안내원을 만나다
『한양』 : 안녕하세요. 여기 관리자이신 건가요? 안내원 : 관리자는 무슨. 여긴 그런 거 없어. 나는 그냥 좋아서 안내해주는 거야.
『한양』 : 한국인이신 거 같은데 이슬람을 믿으시나요? 안내원 : 그럼! 여기에 일하는 사람 다 무슬림이야. 오늘이 수요일이라 그러지, 우리는 금요일이 기독 교의 안식일 같은 거야. 금요일 날 와보라고.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사람들 꽤 많아.
『한양』 : 그러면 예배할 때 신도가 몇 명 정도 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중에 한국인 신도 비율도 궁금한데요. 안내원 : 우리는 그런 거 안 따져. 오면 오고 말면 마는 거지. 현재 신도 수 현황 같은 거 센 적 한 번 도 없고 그런 자료도 당연히 없지. 뭐 국내 신도 다 합하면 10만 명은 넘는다고 하는데 난 몰라. 아 까 학생이 만난 사람들처럼 난민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개인 생활이니까 굳이 궁금 해 하지는 않지.
『한양』 : 혹시 이슬람이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힘든데 어떻게 ‘믿어야지’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안내원 :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도 그렇고 여기 다른 한국인 신도도 그렇고 다들 한번에 ‘믿어야지’하 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대부분 중동 쪽에서 일하고 왔거나 아니면 일하러 가기 전 그쪽 문화 좀 배워보려고 오는 거지. 거기는 종교가 곧 생활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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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밑에 숨겨진 복도
이슬람 경전 쿠란과 기타 교구들
『한양』 : 그러면 이슬람에 익숙지 않은 한국 문화를 먼저 접하신 거잖아요. 이슬람을 알고 나서 전도 의 필요성을 느낀 적은 없나요? 제 주변 사람들만 봐도 한국에 모스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 더라고요. 전체적으로 홍보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안내원 : 아까부터 말했잖아. 전도니 뭐니 그런 거는 이슬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야. 우리는 학 생처럼 오며가며 지나가다 호기심에 모스크 구경 오는 사람들한테 간단하게 이슬람에 대해 설명해 주고 흥미 보이면 더 자세하게 알려주는 거지.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학생도 금요일 1시에 여기 오면 이 슬람교 교리부터 이슬람의 모든것에 대해 자세하게 강연 들을 수 있어. 그렇지, 예배실은 못 보여주 지만 다른 데 원하면 들여보내줄게. 거기서 이야기도 자세하게 들을 겸.
어쩐지 이슬람에 관한 좁은 시야만 들켜서 잔뜩 꾸중만 들은 기분이었다. 머쓱함을 느끼고 안 내원 아저씨 뒤를 따라가니, 시선을 사로잡던 거대한 계단 뒤편에 또다른 공간이 있었다. 책상과 의자가 가득한 이곳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슬람에 대한 강의가 이뤄진다고 한다. 뒤에 위치한 장식장에는 여러 화려하고 이색적인 교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슬람의 교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모스크 탐방은 마침내 끝을 내렸다. 처음 느낀 모 스크의 거대한 위용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적어 보였지만, 그래도 색다른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이슬람 험하다고요? 아곳애 와서 교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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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 98호
새로움을 만납니다
안내원 분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전국에는 수많은 이슬람 신도가 있지만 주변인의 시선에 ‘믿 는다고’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한양대에서 30분 내로 갈 수 있는 모스크처럼 이슬람 역시 멀리 있 는 문화가 아니다. 이태원의 색다른 골목과 다양한 나라의 음식 탐방하는 김에 한 번쯤 방문해보 고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지리를 잘 몰랐던 필자는 모스크의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 왔는데, 정문 앞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모스크에 들어가 보라고 닦달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 고 열려 있는 모스크를 방문하면 여러분 앞에 낯설고도 새로운 이슬람 문화가 펼쳐질 것이다.
모스크에서 내려다 본 이태원.
기
기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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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기생체공학부 16 이성민
독자평 사회학과 15 유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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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기
:
시
시
전기생체공학부 16 이성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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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가루 이성민 기억의 열기구에 가득 실은 시간들은 어느 샌가 내 옆을 떠나 저 멀리 하얀 구름 뒤로 두둥실 떠오른다 서서히 멀어지더니 그 거대한 모습도 하나의 점이 되어버리다 사라졌다 하염없이 푸른 하늘 아래 새롭게 부칠 시간의 화물들에 뭉개져 무력과 회의의 가지가 뻗어나기 시작할 때 외로움은 태양 위로 어둠을 덮는다
후― 시간은 잠시 내려두고 소년은 열기구에 오른다 막연함에 고개를 걸고 올려다본 밤하늘엔 그동안 밝아 보이지 않던 수많은 순간들이 별이 되어 나를 내리비추고 있었다
비로소 소년은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다 순수는 별똥별이 되어 꼬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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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이성민
당신은 그 말 한마디로 저의 마음 살갗 위에 날카로운 칼 같이 선을 그었습니다 날카로운 칼 날이 선을 그었습니다 살갗 위로 퍼져 올라오는 새빨간 피가 다시금 칼 날이 지나간 선을 덧그립니다 아물지 못해 괴로운 상처를 덧그립니다 잠이 들기 전 오고 가는 발걸음으로 그렇게 마음 한 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해갑니다 홀로 되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이러한 제 작은 이기심마저 당신에겐 부담이겠죠 알면서도 이 밤 깊이 방황하는 그림자는 부단하겠죠
고
143
한 양 98호
미련한 밤 이성민
이마 위로 소나기구름을 띄운다 잠 못 이루는 마지막 밤 잠 못 이루는 밤, 오늘로 마지막 오늘까지만
미련하다
눈감은 베개가 내어주는 포근한 위로 갈 곳 잃은 말 조각들을 흩뿌려 놓은 채―
독 자 평
‘여성으로 살아남다’ 독자평 사회학과 15 유호선
144
일
상
소통과 설득을 생각해야 할 때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성차별적 행동을 일부러 하
또 다른 아쉬움은 기자가 쓴 퀴어 문화 기사가 여성
는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해서 성차별적인 행동을 한
차별 기사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따로 적혀있다는 점이
다는 주장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겼다. 차
다. 퀴어 문화는 이분법적인 성의 경계를 흐리는 대표적
별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남녀 차이라고
인 사례이며, 여성차별의 극복을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차별이라고 인지하게 할 것
는 이러한 사례를 잘 활용하면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
이냐는 것이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퀴어 문화가 활발해지는 것과 최
지금 나오고 있는 주장들의 대부분은 여성이 남성에
근 사이버 상에서 대두되고 있는 여성혐오와는 어떤 관
비해 권력적 열위에 있고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개선해
계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들어갔으면 더 좋은 기사가
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러한 주장은 여성혐오
나왔을 것 같다.
라는 틀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에 대 한 반대로서 ‘그게 어떻게 여성혐오냐’, ‘이런 건 남성혐 오 아니냐.’라는 식의 목소리가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목소리를 단순히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 속 에서 나타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파악하고, 극 복 대상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적어도 사 이버 내에서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의 대결이 고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더욱 분명해 지고 여성과 남성 간의 대결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 여성차별을 극복하자는 사람들이 원했던 바는 아닐 것 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이처럼 설득이 안 되 는 상황 그 자체의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 다는 것이다. 본인이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 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으며, 좀 더 큰 이성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문제 해결에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 해당 기사는 그런 부분이 부재했다는 측면에 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한 양 98호
145
당 신 의
이 야 기 를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들 려 주 세 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주소현 010.2240.4425 접수: HYgyoji@gmail.com
일상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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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양은 대트리스라는 소액 기부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았다. 통통 튀는 소액기부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은 대트리스를 통해 기부를 바라보
정보시스템학과 12학번 김재국
는 한양인의 시선은 어떠한지, 정보시스템학과 12학번 김재국 학우와 기 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편집위원 곽소영 ruby1996@naver.com
1. 안녕하세요! 대트리스 해보셨나요?
자신의 길만을 가기도 바쁜 요즘, 다른 사람들을
마장동에 살다보니 직접 해볼 기회가 없었네요.
돕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김재국 학우의 모습 이 아름답습니다. 학우의 말대로 귀찮아서 또는 부
2. 평소에 기부는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담스러워서 안 하게 되는 기부는 300원씩 혹은 재
네. 교육기부와 현금기부를 합니다. 교육기부는 평소 교
능기부 등의 작고 사소한 실천부터 시작하는 듯 합
육에 관심이 많아 편부모 가정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금 기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산발적으로 하는 편입니 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면 제 스스로가 가치있 는 기분이 들어서 즐겨 합니다.
3. 대트리스에 개선되어야할 점이 있을까요? 간편하고 부담없이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바람직 하지만 좀 더 많은 인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홍 보도 하고 시설도 늘렸으면 좋겠어요.
4. 대트리스의 기부 형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귀찮거나 부담스러워서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되게 바람직 한 기부형태인 것 같아요.
5. 본인에게 기부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도움을 제 공해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148
일
상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왕십리 개 3년이면 무엇이 가능 할까? 가능한 것 중에 왕십리역 건너로 가는 것도 있을 테다. 왕십리에서
간호학과 15학번 유준호
10분도 채 안 되는 한양대 기숙사에서 꼬박 2년을 지냈고, 내년을 지내 고 나면 3년을 채우게 되는 간호학과 15학번 유준호 학우를 만나보았다.
편집위원 이상권 docghtmare@daum.net
1. 왕십리에는 얼마나 자주 내려가시나요?
5. 왕십리역 건너편에 극장이랑 시장이 있는데
네. 일주일에 여덟, 아홉 번은 갑니다. 기숙사에 사는지
요, 시장에는 맛있는 호떡집이랑 데이트하기 좋
라 주말에도 종종 내려가고요.
은 카페가 있답니다. 가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겨울에는 추워서 밖을 잘 안 나가지만 추울 때 먹는 호떡
2. 보통 뭐 하러 왕십리에 가시나요?
을 생각하니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종종 교
주중에 갈 경우에는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저
지를 보는데, 일상 인터뷰를 하시는 것을 보니 곧 나올 교
녁은 보통 술 마시러 가고요. 주말에는 이마트나 다이소
지에 그 이야기(왕십리역 건너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나
에 살 것이 있어서 가끔씩 내려가요. 가끔 가다 영화를
보네요. 꼭 읽어볼게요.
보러 가기도 합니다. 요즘은 날도 추워져서 가는 것이 뜸 해지긴 했습니다.
일상 인터뷰이의 왕십리에 왕십리역 건너편도 추 가하고, 겸사겸사 교지 애독자도 추가하면서, 인
3. 왕십리에는 자주 가시는군요. 그렇다면 왕십리
터뷰 마치겠습니다.
역 건너편으로 넘어가신 적이 있나요? 많이 가도 왕십리역의 이마트나 엔터식스에 옷을 사러 가는 정도라 그 건너로는 좀처럼 가지는 않아요. 아, 기 숙사 결핵 검사 확인서를 받기 위해 성동구 보건소에 간 적이 있네요. 그래봐야 한 학기에 한 번 갈까 말까 입니다.
4. 혹시 왕십리역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들어 보셨나요? 왕십리역 건너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해서 들어본 적 은 없습니다. 다만 보건소를 가면서 성동구청이랑 경찰서, 소방서 정도는 본 적이 있습니다. 또 모텔이 많은 것으로 도 알고 있습니다. 한 양 98호
149
앞서 산학협력과 현장실습에 관해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현장실습 운영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실습’을 하는 한 학우를 만나보았다. 실습 중
간호학과 14학번 전은혜
에 어떤 업무를 맡고 애로사항은 어떤 게 있을까?
편집위원 김동빈 oellukd6@naver.com
1. 실습 시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4. 실습생을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
간호사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찰을 주로 합니
인가요?
다. 7시 30분까지 병원 해당 부서를 가 인계를 받고 담
병원 직원이 아닌 배우는 학생 입장이라 눈치 보이는
당선생님을 따라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웁니다.
것이 있어요. 과제를 위해서 얻어야하는 정보가 있는
업무 구체적으로는 환자 상태 인계 후에 각각의 환자에
데 간호사선생님들이 바쁘다 보니 실습생에게 가르침
게 맞는 투약을 진행하구요. 간호기록지를 적고, 환자
을 주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호사
의 컴플레인을 반영하여 처리합니다. 자격증 소지 시에
추가 고용 등의 방법을 통해 학생들이 더 많은 내용을
할 수 있는 업무를 제외하고 가능한 업무도 했었습니다.
배워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외에 담당 간호사가 아닌 이상 보거나 경험할 수 없는 검사 등도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장 직무를 미리 배워보자는 목적의 현장실습은 현장실습, 인턴십, 전공현장실습, 임상실습, 선박실
2. 업무 강도와 피로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습 등 많은 용어로 불리고 있다. 어떤 실습은 최저
관찰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힘든 편
임금을 받지만 어떤 실습은 외려 실습비를 내고 임
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7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금 없이 해야 한다.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적용을
출근해서 조금 피곤하지만, 그 이외에 크게 힘든 점은
받지 않는 현장실습이라도, 실습 중의 업무가 ‘실질
없습니다.
적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안 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이는 교육부와 노동부가 할
3. 실습비는 얼마를 내셨나요? 실습지원비는 받으
일이다.
셨나요? 실습지원비는 따로 받지 않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등 록금에 포함되어 병원에 실습비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50
일
상
98호 일방통행을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99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분량에 따른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광장 ― 합법, 비폭력, 그리고 성공적?
주소현
연일 사람들이 광장으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국
바로 작년만 해도 아니, 광화문 앞에 사람들이 이
가권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느 정권
렇게 많이 모여들기 전까지만 해도 시위에 대한 인식은
에서나 있었던 비리가 아니다. 단순히 권력을 남용하여
이렇지 않았다.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들의 안녕을 해치
부를 축적한 것도 아니다.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
고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올해의 민중총궐
사하여 이임한 권력을 농락하고 기만했다. 과거 피땀 흘
기는 6차를 넘어가고 있는데, 첫 번째에는 조금의 물리
려 쟁취해낸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시민
적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부터 경찰
들은 경악했고 절망했고 분노했다. 그리고 그 권력이 본
과 실갱이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시민들이 소속이 어디
래 누구의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한 달이 넘도록 매주
냐고 묻는 등 자정해나갔다고 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어
말마다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서울
떤 정치적 목적도 선동도 없는 ‘순수한’ 시위를 만들어
의 도심을 헤집어 놓는다. 알려주기 위하여 그리고 과
간다는 것이다.
시하기 위하여.
이에 ‘232만 명이 모였지만 연행자 0’, ‘성숙한 시민
대통령 지지율은 4%까지 곤두박질쳤고, 특정 연령
의식’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외신들도 감탄하고 있다.
과 지역에서는 0%라는 통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치
그런데 내 의문은 ‘이런’ 시위가 시위의 본질에, 목적에
가 등장했다. 그만큼 이 시위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이고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교과서에 실렸던 그 모든 시위들
범국민적이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부부가, 두 손을 마
―3·1운동,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그 당
주잡은 젊은 연인이,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곳곳에
시에도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것이었냐는 것이다.
서 보일 정도로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었다. 허
시위의 합법성과 폭력성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었
나 본래 이 시위는 민중총궐기이다. 작년 민중총궐기 때
다.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부터, 토론 학회, 그리고
에는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
TV 토론 프로그램에까지 다뤄지는 소재이며 찬반 그 어
졌고, 시위대는 경찰버스 유리창을 사다리로 깨부쉈다.
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요즘 많이 회자
작년 이맘때에 우비를 입고 온몸에 물을 뚝뚝 흘린 누
되는 JTBC의 썰전의 논거들을 조금 참고해보자.
군가를, 유리창이 깨진 경찰버스 안에서 식어빠진 빵과
폭력성을 먼저 따지자면, 전원책 변호사는 사람들
우유를 먹던 의경을 청계천과 광화문 사이의 어딘가에
이 공권력의 폭력에는 엄격하면서, 시민들의 폭력에는
서 본 기억이 있다.
관대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폭력은 그 어느 때에도
152
날 적 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유시민 작가는 ‘공권
과거의 우리의 훌륭한 혁명들이 폭력을 수반했고, 불
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
법적으로 자행되었다고 해서 지금의 시위까지 그럴 필
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
요는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제부터 평화적이고 성숙
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한 시위 문화를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시위의 본질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
따위는 없다면, 아니 변화하는 거라면 목적을 보자. 시
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을 인용했다.
위는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이번엔 합법성을 따져보자. 유시민 작가는 현행 집회
전부인가,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서 원하는 바를 관철해
시위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하며 협소하기 때
내어야 시위를 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문에 불법 시위가 되기 매우 쉽다고 했다. 반면 전원책
미동도 않는다. 첫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에 이백만 명에
변호사는 불법 시위를 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
육박하는 시민이 덜덜 떨며 한 데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
가 구축한 체계를 신뢰하여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
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그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목이
자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폭력·불법 시위를 하
쉬어라 소리만 질러야 하는 것인가. 나는, 세상을 바꾸
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는 건 고상이 아니라 지랄이라고 믿는다.
한 양 98호
날 153 적 이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국민께서 원하신다.”에 관한 기록
이상권
오늘 이 곳, 이 날부터 대한민국 역사의 새 시대가
각을 했었다. 영화가 너무 사회를 극단적으로 몰고가려
열린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자신이 그 탄생의
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지금 현실
순간에 있었다고 말하실 수 있습니다. 1
이 내부자들을 뛰어넘었다”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영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실현된다면, 광화문 광장 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화를 뛰어넘은 현실, 박근혜와 최순실이 합작한 그 현 실을 기록하고자 한다. 2012년부터 현실은 영화를 뛰어넘고 있었다. 어쩌면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처음 만난 날 현실은 도움닫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 다. 어쨌거나 현실이 영화를 뛰어넘은 사실은 10월 19일 JTBC에서 청화대의 핵심 기밀문서가 최순실에게 새어 나갔다는 사실을 보도함에 따라 드러났다. JTBC의 보도가 있기 전부터 최순실에 대한 언론의 의혹제기는 있어왔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관련 한 그 의혹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이었다. 이때까
국정농단 보도 이후 영화 ‘내부자들’ 평점란. 평점으로 최저점수인 1 점을 주는 이른바 ‘별점테러’가 발생하였다. (사진/네이버)
결국 일이 터졌다. 영화 ‘내부자들’ 평점란에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내부자들’은 개봉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의 현실 아닌 현실을 묘사하여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작금에 와서는 ‘현실보다 떨어지는’, ‘영화적 상 상력이 필요한’ 영화로 재평가되었다. 영화의 주연을 맡 은 이병헌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내 부자들을 촬영하면서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
지만 해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비공개’ 단식을 하 며, 최순실의 국감 증인 채택을 저지함으로써 최순실에 대한 의혹을 덮을 수 있었다. 하지만 JTBC가 언론사에 길이 남을 보도를 하자 의혹은 권력형 비리 의혹에서 국 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전환되었다. 이 전환점이 최순실 게이트(이제는 명백히 박근혜-최 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어쩌면 분노해야 할 이유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까지 는 이전부터 있었던 ‘비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
1
이 말은 발미전투에 참관자로 와있던 괴테가 전투 후 한 말을 변용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면 nasica님의 블로그를 참고하길 바란다.
154
날 적 이
을 가질 이유가 없는, 더 자세히는 국정 전반에 결정력
이런 참혹한 현실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을 행사할만한 어떤 근거도 없는 개인이 국정을 좌지우
민주주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광장에 모였다. 민주주
지했다는 것은 단순히 비리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민주
의를 파괴한, 폭력적인 대통령과 최순실 무리와 달리 민
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대한민국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
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나갔다.
위이다. 최순실은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나 다른 선
탄핵되어야 할 사람과 구속되어야 할 사람들에게 평화
출직 공무원도 아니고, 임명직 공무원이 거치는 국회 청
적으로 대해줘야 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문회도 거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에게는 그렇게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대한민국
것도 아니다. 단지 박근혜가 최순실을 옆에 두고 그녀의
에는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믿음과 그 민주주의를 지
이야기에 따랐을 뿐이다.
키고자 하는 의지 말이다.
광화문집회. 작년 겨울, 광장을 ‘수많은 사람의 의지로 채워지는 공간’
광장에는 ‘하야(탄핵)요구와 집회로 인해 국정운영이 엉망이 되었다’
이라고 하였다. 올해 10월, 11월의 광화문 광장도 수많은 사람들의 의
라고 하소연하며 박근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하
지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 간호학과 15 유준호)
소연은 자신들이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 무리들이 ‘이렇게 해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일조했다는 자수에 불과하다. 그렇다, 저 런 국민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한 양 98호
155
사필귀정이라 하였다. 물론 무엇이 바른 것인지 혼란 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바른 것이 너무나도 분 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버릇 남 못준다고 하 느니만 못한 사과를 몇 번 하고 나서, 또 다시 불통 행 정을 시작한 대통령이다. 이에 정국을 예의 주시하던 국 회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야하지 않고 버티는 대통 령을 탄핵하고자 야3당이 뭉쳤고, 여당에서도 이 사태 의 심각성을 아는 의원들이 호응한 것이다. 아직 탄핵안은 발의되지 않았지만(기사 작성 시점인 12월 4일 기준) 김칫국을 마셔보자. 만약 탄핵안이 가결 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그 탄핵서 맨 위에 는 무엇이라고 적혀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서? 그 런 제목 위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께서 원하신다. 영국 선거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이른바 ‘썩은 선거구’문제를 해 결한 개혁안. 이 법안 윗부분에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노르망디 프 랑스어로 “Le Roy le veult”(The King wills it, 왕께서 원하신다)라 고 적혀 있다. (출처/ nasica님의 블로그. http://m.blog.daum.net/ nasica/686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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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적 이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조민경
왕이시여! 이 때문에 울지 마소서.
에 끼어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나는 그 사람이 아니
저들이나 또 다른 이들 가운데 그토록 짧은 삶에서
다. 설령 내가 그 사람과 아주 오랫동안 함께했고 숱한
삶보다 죽음을 한 번 이상 원치 않은 이가 없나이다.
대화를 했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절대로 그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것 무엇 하나 꺼내 볼 수 없다.
-헤로도투스 <역사> 중
내가 그에게 빙의해 살아보지 않는 이상 절대 그가 사는 세상을 느껴 볼 수도 없다. 그렇기에 그가 심사숙고해서
자살은 대단히 이성적인 행위이다. 이 한마디를 듣고
내린 결정 또한 비판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것에 동의해서인지, 듣
“사람마다 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야. 그 사정을 다
고 무슨 생각이 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자살이라
알기 전까진 이렇다저렇다 말하면 안 되는 거고. 너만 해
는 단어에 마음이 흔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도 그런 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남들은 도저히 이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께
못 해도 너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떤 것.” 드라마 <청춘
질문했다. “왜 자살이 대단히 이성적인 행위인가요?” 그
시대> 속 이 대사처럼, 나로서는 아니어도, 그에게 있어
이유는 자살 사례 중 계획적인 자살이 충동적인 자살보
서는 또 다르다. 사람들은 이런 너무 당연하고 뻔한 말
다 훨씬 많기 때문이란다. 흔히들 자살이 순간의 욱하는
을 때때로 간과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감정에 휘둘려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가 자살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가 아니라, 잘은 모
사회에는 일반적으로 자살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
르지만, 그가 자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다. 특히 종교가 개입하면 더더욱이나. 생명의 가치나 존
그는 삶에 극단적인 환멸을 느껴서 행동으로 옮기기 절
엄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삶을 원하지 않음이
대 쉽지 않은 자살을 결정할 정도였구나, 라고 여겨야
죄가 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다시, 첫 문장으
하지 않을까, 한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고 그 사람이니
로 돌아가서, 나는 대단히 이성적인 자살을 저지하고 싶
까 그럴 수 있었겠다고. 물론 자살은 권유할 것도 아니
지 않다. 아니, 저지할 자격도 없다. 사람이 어떠한 결정
고 권유해서도 안되지만, 이미 택한 사람을 벼랑으로 몰
을 내리기 전에는 보통 아주 다방면적인 번뇌와 또 내리
기보다는 그가 자살을 하기까지 걸어온 길을 헤아리고
려는 결정이 옳은가를 검증하기 위한 시간을 거치게 된
싶다. 그리고 힘든 삶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다시는 고통
다. 그리고 기나긴 사유를 거쳐 정립한 그 사람의 판단
받지 않기를.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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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97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
여성으로 살아남다 : 평소 생각하던 문제에 대하여 적절하게 지적해
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울 드립
주어서 좋았다. (15 철학과 손승운)
니다! ^-^
세상은 지금 ‘어른이’ 전성시대 : 20대로서 주위를 둘러보면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이다. (12 기계공학부 심주석)
『한양』 97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누구에게도 더는 안전한 곳이 없다 : 소문만 무성했는데 잘 정리해 주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89.6
었다. (14 에너지공학과 이수현)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89.6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14 교육학과 김동철)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77.9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 다른 학교 교지의 상황도 알 수 있었다. (16 중어중문학과 윤유석)
『한양』 97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 몇 년 전 타 대학의 사례를 들며 학생회비가
사회적 문제와의 연관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14 교육학과
부족해 교지 및 학생신문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글을 교지에
김동철)
서 본 적이 있다. 자치언론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는 것 같아
표지가 아쉽다. 앞표지, 뒷표지를 펼쳐야 전체가 나오는 디자인이라
의미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에 있는 글은 다 좋았다. 내가 ‘알
별로 안 예쁘다. (15 이해빈)
바 하고 있는 여성’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주 공감 가는 내용이 많
제목과 달리 표지가 ‘생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같다. (12 경영학
았다. (13 건축공학과 김민진)
부 임채현, 12 융합전자공합부 권준호)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 잘 알지 못했던 교지편집부에 대해 알게 되
‘생존’에 관하여 희망적이거나 감사한 점 등 긍정적인 면도 다뤄줬으면
었고, 모아놓고 읽지 않던 교지를 읽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12 융합
더 좋았을 듯하다. (12 기계공학부 정형준)
전자공학부 권준호)
좋은 내용인데 홍보가 덜 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14 에너지공학과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 학내 자치언론의 운영과 그 역할의 중요성에
이수현)
대해 새로 인식하게 되었다. (12 기계공학부 정형준)
‘학내’기사에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소개가 부족했다. (12 기
자치언론은 살아있다 : 생생한 인터뷰로 꽉 채워져 있어서 좋았다.
계공학부 심주석)
(12 경영학부 임채현)
학내가 하나뿐이라는 게 아쉽다. (12 경영학부 임채현, 15 교육학 과 조영준)
Worst
퍼즐 완성도가 떨어진다. (15 파이낸스경영학과 변하영, 15 철학과
골목은 다 부수어졌다 : 특성을 살린 다른 재개발 사례도 다루어주
송승운)
었으면 좋겠다. (15 파이낸스경영학과 변하영)
뒤쪽에 뮤지컬에서 ‘여자’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이건 앞쪽의 ‘여성
골목은 다 부수어졌다 : 자료조사에 대한 노고는 깊었을 것이라고
으로 살아남다’에 더 알맞은 이야기 인 것 같다. 차라리 뒤에서 지적
느끼지만, 학생이 생각하기에는 연관성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12
했던 뮤지컬 등급에 관한 글이 이어졌다면 문화라는 주제에 더 적합
기계공학부 심주석)
했을 듯하다. (13 건축공학과 김민진)
골목은 다 부수어졌다 :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 (16 중어중 문학과 윤유석)
『한양』 97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가장 아쉬운 기사는?
골목은 다 부수어졌다 : 내용이 낯설어서 어려웠지만 좋은 글이었다.
Best
(12 기계공학부 정형준)
골목은 다 부수어졌다. (15 교육학과 조영준)
세상은 지금 ‘어른이’ 전성시대 : 키덜트에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
한 편의 부조리극 (15 이해빈)
운 사진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15 철학과 손승운)
여성으로 살아남다 : 최근 사회이슈에 대해 잘 풀어나갔다는 생각이
정성을 다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천국으로요, 아니면 지옥으로... : 앞
든다. (15 파이낸스경영학과 변하영)
의 내용이 너무 많았다. (15 교육학과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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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천국으로요, 아니면 지옥으로... (15
교지 집필위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의식 (16 중어중문
이해빈)
학과 윤유석)
정성을 다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천국으로요, 아니면 지옥으로... : 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사들의 목적이나 취지 (12 기계공학부 심주
지컬이 좋아서 소개하는 것인지, 비판하고자 소개한 것인지 기사의
석)
도를 모르겠다. (12 경영학부 임채현)
이대 농성 어디까지 갔는지 (15 교육학과 조영준)
여성으로 살아남다 (14 교육학과 김동철)
대선의 예상 화두, 제3 생활관 현관 트럭돌진사건과 같은 안전불감
여성으로 살아남다 : 글에서 감정에 격해서 표현을 썼다는 느낌이 많
증 (12 경영학부 임채현)
이 든다. 2013년 봄호 교지에 있는 ‘Money, Sex but love’랑 대조된 다. (12 융합전자공학부 권준호) 하태핫해 #퀴어 축제 :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입장, 참여하는 입 장에서 모두 글을 적어 주었는데, 어느 쪽도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 (13 건축공학과 김민진)
학교 내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함께 적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경영대 전공수업이 2학기에도 여전히 많이 열리지 않습니다. (15 파 이낸스경영학과 변하영) 상대평가, 치열한 학점 경쟁 (14 교육학과 김동철) 개인 일을 방해하는 종교 전도활동 (12 융합전자공학부 권준호) 미래자동차공학과 출입문을 왜 일부만 개방하는지. (12 기계공학부 정형준) 제1 생활관 식당 밥은 왜 그 값어치를 못하는지 장학 복지회에서 운 영하는 것이 이유인지 궁금하다. (12 경영학부 임채현)
사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함께 적 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대기업의 소비자 우롱 (15 파이낸스경영학과 변하영) 사회가 공격적이게 되는 것, 남성과 여성을 경쟁관계나 지배/피지배 관계로만 치환시키려고 하는 것 (15 철학과 손승운) 전반적인 비리, 군대 비리, 사회적 불평등 및 부조리 (15 이해빈) 취업난, 금수저 논란 (14 교육학과 김동철, 12 기계공학부 정형준) 정치인이나 흉악범들에게 내려진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 SNS의 폐 해, 취업압박을 주는 사회 (13 건축공학과 김민진) 사이비 전도활동 (12 융합전자공학부 권준호)
당신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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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 (9, 10, 11월)
11. 97호 내부원고료: 1,396,500원 2. 97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109,520원 4. 기타: 184,000원 합계: 1,690,020원
금액 사용 기준
* 외부 원고료: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 비품 구입비: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 기타: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지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교통비, 홍보비 등
※ 2016년 9,10,11월의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본 98호의 교지 원고료 책정 내역은 98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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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상
이름
학번
연락처
한양교지 낱말퍼즐 1
3
4
5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
6
해서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 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 권을 드립니다.
2 1
3
4
5
지난호 낱말퍼즐 당첨자 변하영 심주석 이해빈
6 가로
세로
1. 이곳은 왕십리에 있는 연주회나 연극뿐만 아니라 교양 강좌도 개
1. 한국에 있는 모스크, 즉 이슬람 성원 중 최초로 문을 연 성원은 이태
설되는 종합 문화센터이다. 소월아트홀과 구민대학으로 이루어져
원의 ○○○○○○이다. 〈한국에도 모스크가?〉
있다. 〈어서오세요, 소월아트홀입니다〉 2. 대학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동의하고, 따라가야만 국고를 지원받을 2. 9월 18일, 한양대학교의 애지문에 생긴 신비한 기둥에는 ○○○
수 있는 사업을 일컫는다. ACE, CK-II, CORE 사업이 이에 속한다. 〈일
○라고 적혀있었다. 테트리스 게임을 응용한 기부 플랫폼〈300원의
방통행, 시작과 지금〉
작은 기부, 세상을 따뜻하게〉 3, 대학이 주 수입원 이외의 다른 분야로 수입 범위를 확장하는 운영방 3. HELP는 ○○○○○○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는
안을 의미한다. 기획 3번째 기사에서 제시한 대안 중 하나. 〈일방통행,
다. 기업가적 마인드라고도 하며, HELP의 E에 해당하는 이것은?
그 끝을 향해〉
〈HELP에 HELP가 필요하다〉 4,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교제 요구를 하거나 접근함으 4. 5년도 솔루션은 ‘준비된 해법’, 16년도 솔루션은 ‘틀을 바꾸는 ○
로써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일컫는 말. ‘지속적 괴롭힘’이라고도 한다.
○의 해법’이다. 〈솔루션 그들이 만든 변화는?〉
〈"왜 안 만나줘?" 사랑과 범죄 사이〉
5.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국가와 계약을 체결해 직업으로서 병역
5, 모스크의 건축물 중 하나. 이 건물에 사람이 올라가 목소리로 기도시
에 복무하는 제도. 직업군인제, 모병제, 용병제로 구분할 수 있다.
간을 알린다. 〈한국에도 모스크가?〉
〈군대, 꼭 가야할까?〉 6, 모병제가 경제적 징병제가 될 것이라는 반론에 남경필 도지사는 ○ 6. 기획 첫 번째 기사에서는 ‘산학협력’나무와 ‘○○○○’ 가지를 살펴
○○○ ○○○○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귀
보았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을 의미하는 이것은? 〈일방통
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군대, 꼭 가야할까?〉
행, 그 중에 하나〉 7, 왕십리역 너머의 ‘비밀의 화원’이라 소개한 곳. 왕십리역 10번 출구로 나가 1분가량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왕십리, 어디까지 가봤니〉
한 양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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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교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6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6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월
일 (인)
편집후기 주소현
한 고민과 생각은 없었는데, 육감이 먼저 저를 교지로 이끌었나 봅니다.
제 마지막 호의, 교지 3년의 끝이 보입니다. 지난 3년간 제 기사를 봐주
힘들어요. 하나는 공부는 안 하는데 전공은 어려워지는 탓이고, 또 하나는
시고 『한양』을 계속 찾아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번 호도 빚
6학기를 연속으로 다니다보니 피로가 누적된 탓이고, 마지막 하나는 뛰어
을 지고 빚을 갚아가는 연속입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편집위
놀고 싶은데 못 놀아서 좀이 쑤신 탓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생활 전반
원들 편집후기를 관음하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져서 Alt+N을
전을 끝내고 자체적으로 하프타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3년 동안 성실히,
꾹 누릅니다.
아니 꾸준히 학교 다녔으니까 이제 왕십리 벗어나서 세상 공부, 인생 공
중학교도 3년, 고등학교도 3년이어서 관성일까요? 사망년은 명불허전
‘OO월 OO일 OO시까지 편집후기 올려주세요! 저에 대한 애정을 듬뿍
부하고 오겠습니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담아서―’라고 했더니 낯간지러운 말들이 곳곳에 눈에 띄네요. 편집장 시
요. 그 중에서도 가장 모르겠는 건 접니다. 제 자신을 이제 좀 알아봐야겠
작할 때도 끝날 때도 놀라운 ... 만장일치입니다. 옆구리 찔러서 절 받기라
습니다. 뚜룬뚠, 암 투에니쓰리, 난 수수께끼. 꿰스쳔? 뭐게요. 맞춰봐요.
도 좋고,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이곳에서 전체주의이고, 자체검열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제가 올해 여러분을 가장 사랑했고 여러분에게 가장 오랜
김동빈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요구하고 받아 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ㅎㅅㅎ 마지막 호답게 역대급 강행군이었습니다. 거의 한 달을 매주 철야한 것
소현 쥬 동현 민경 상곤 루비 이러려고 교지를 들어왔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같아요. 자꾸 편집실 가장 안쪽 쇼파가 몸에 맞아가고, 깔깔이, 담요, 수
고맙고 미안하네
건, 슬리퍼가 늘어가더라고요. 종이뭉치랑 펜이랑 노트북, 과자 부스러기
같이 글 쓰고 웃고 떠들고 밤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가 범벅이 된 테이블에서 꾸벅꾸벅 졸던 모습,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배달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음식 랩을 까던 모습, 새벽 서너 시에 하나둘 쇼파랑 라꾸라꾸에 쓰러지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해주길
던 모습까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릅니다. 여러분에게 짐 지우고, 짜증내고, 히스테리 부렸던 것 같아서 미안합니
이상권
다. 그런데도 똑똑하고 심성도 고운 여러분들이 나한테 와서 제가 해오라 는 것도 뚝딱, 아니 그 이상을 가져오니 저는 역시 인복이 살아있어요. 즐
주소현 누-나, 장기휴가 허락해줘서 감사하고, 미러링한거 용서해주셔
거웠어요. 가로등 켜진 한마당에서 배드민턴 치던 것도, 왕십리 모르는 골
서 감사하고, 편집장 해주셔서 감사해요.
목에서 떡볶이 사먹던 것도, 어느 이끼 가득 낀 계곡에서 물장구치던 것
동빈이형, 1년 넘게 이상한 동생 하나 데리고 있어줘서 고마워요. 형한
도, 한강 바람 맞으면서 마피아 하던 것도!!! 다들 수고했어요. 고맙습니다.
테 한 에어컨 하나 해주겠다던 약속 꼭 지킬게요.
다음에는 독촉하는 사람, 괴롭히는 사람 안 하고 왕십리에서 술 사줄게요.
곽 the루비 소영, 소주 까자. 오른쪽에서 눈치 보고, 사이에서 치이느
98호는 저를 갈아 넣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아쉬움보다
라 수고했으니까.
는 해방감이 큰 것 같아요.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지우야. 글 쓰는 성향이 비슷해서(분명 좋은 말이야, 아마) 보정되는 것
저녁에 이른 귀가를 할 때, 방학 때에 일주일을 통으로 넣어서 일정 잡아
같기도 한데, 너 기사를 보면 때때로 뿌듯해. 17지우 기대할게.
도 될 때가 와야 알 것 같아요. 마감이 한참 힘들 때 그런 농담 많이 했습
동현아, 1년 전 이맘때쯤 ‘남자후배가 하나 들어오면 내가 받는 것만큼
니다. 2014년 3월 21일 23시 55분으로 돌아가서 교지에 지원한다고 문자
잘해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언행일치 된 부분이 별로 없네. 미안, 그
를 보낸 주소현의 양 뺨을 때려줘야 한다― 아니에요 아주 잘한 것 같습
래도 잘해줘서 고맙고 혼자서 하느라 욕봤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술
니다. 그 순간의 선택이 저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안겨주었는지요. 대단
도 한 잔 하고.
한 양 98호
163
모두들 서투른 마지막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남은 겨울, 종종 같이 난
글이 유난히 더디고 힘들던 호였습니다. 제일 편하게 쓰던 문화 기사를
롯불이나 쬐어요. 1년 전 이맘때쯤에는 혼자 쬐는 것이 좋았지만, 이젠
이제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여느 때보다 잘 쓰고 싶
혼자 쬐는 것보다 여럿이서 쬐는 것이 좋아져 버렸네요.
던 글들을 여느 때보다 부족하게 끝맺었습니다. 그 죄책감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 저와 나란히 이름을 올릴 다른 기자들이라는 점에, 교편위
여름동안 떠났다가 젊음의 샘도 못 찾고 돌아는왔네요. 하지만 정신머
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리는 제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시에 돌아갈 정신머리가 저
작년, 반수를 한다는 동기의 말에 치킨을 먹다 말고 엉엉 울었던 기억
에겐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이 하드만 뒷감당
이 납니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작은 이별도 제겐 아직 어렵습니다. 그
은 제대로 못하고, 공감능력은 개한테나 줘버리고, 싫은 티낸다고 회의
래서 유난히 이번 호의 편집후기는 바탕체가 아닌 소영체로 쓰고 싶습
시간에 빈정거리질 않나, 편집실에 남았다가 사근동까지 판을 키우지
니다. 그러니 노트북은 이만 덮겠습니다. 소현언니, 동빈오빠, 상권이,
않나, 고압적인 태도와 거만은 패시브로 켜놓고. 이런걸 보고 듣고 있었
민경이, 지우, 동현이. 정말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을 교지 식구들에게 정말이지 미안해요. 덜 그렇게 하다가 안 그렇게 할 게요. 혹시 그렇게 하거든 부지깽이로 찔러주세요.
박지우
‘교지에서 기자하고 있어’라고 말하면 그러려니 하던 사람들을 놀라게
0. 새내기가 끝났어요. 편집위원으로서는 첫 글인데, 다중전공 생각에
할 수 있는 일을 교지에서 겪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왔
겸사겸사 제 진로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생기면서 마음이 여러 모로 싱
던 방식에 회의가 들더군요. ‘내가 그렇게 물로 보이나?’라는 생각도 들
숭생숭했습니다. 때문에 회의 때도 집중을 잘 못했네요. 핑계일지도 모
었고요. 그래도 그 일 덕분에 직,간접적으로나마 제 정신이 조금은 성
르고 실력이 발전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흑역사가 생긴 건 분
장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조금은 한 발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
명한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얼굴 모르는 독자 분들
요. 아직 미숙하지만요. 그런 정신적인 것 외에도 진술서 쓰는 것 하나
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는 숙련자가 되었고요. 성장을 위해서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작든 크
1. 앞머리 없애면서 얼굴이 커 보이는 듯해요. 본래 얼굴이겠지만 사
든 시련이 필요한가봅니다.
진 찍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프로필 사진 허겁지겁 정하느 라 힘들었습니다.
척하면 척이던 친구들과 함께 4차까지 달리던 동기들이 다들 군대로
2. 편집실이 추워졌어요.........다시는 총학과 문화 글을 쓰지 않으리.......
떠나고 친없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만나던 사람
언제쯤 감성감성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ㅎㅎ
들 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3. 혼란한 시국입니다. 혼란하다, 혼란해............
제가 생각했던 것이랑 세상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훨씬 더 어둡고, 훨
4. 편집장님 이제 같이 작업하는 것은 안녕이네요. 새로운 편집장님 앞
씬 더 미쳐있고, 훨씬 더 막막하고. 그래도,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으로 잘 부탁해요. 마지막이니- 주소현 언니!! 1년간 부족한 저희들 끌 고 가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누가 돈 떼어먹는 일도 생기고, 기타 등등
곽소영
다사다난했네요. 그동안 교지에 파묻혀있었던 만큼 이젠 네덜란드 가 셔서 새로운 일상을 많이 만나시길 바라요. 덕분에 대학 입학하고 나서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던 겨울호가 기어이 다사다난하더니, 이제 그 끄
정말 즐거웠어요. 안녕!!
트머리에 서 있습니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뿌듯한지, 섭섭한지, 또는 어
5. 다른 분들은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지는 제가 겨울호 작업에 어떻게 임했느냐에 따 라 달라지겠지요. 그건 아마 제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입니다.
164
편집후기
조민경
최동현
꽃들이 피면 향기에 취한 나는 잠든 틈을 타 너는 온갖 화판(花瓣)을 따
가을 호 편집후기에서 겨울 호 편집후기 쓸 때를 예측해보았었는데, 순
서 날개를 붙이고 그만 어데로 날아갔더냐.
탄할 거라는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험난했던 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놀이 나려 선창(船窓)이 고향의 하늘보다 둥글거늘 검은 망토를 두
편집일 외에도 어깨에 짊어져야 할 짐들은 산처럼 쌓여있는데 제 어깨
르기는 지나간 세기(世紀)의 상장(喪章) 같애 슬프지 않은가.
는 한없이 좁아서 많이 얹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꾸역꾸역 여러
차라리 그 고운 손에 흰 수건을 날리렴 허무의 분수령(分水嶺)에 앞날의
번 반복해서 오가며 모든 짐들을 옮기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이렇게 옮
기(旗)빨을 걸고 너와 나와는 또 흐르자 부끄럽게 흐르자.
겨서 좋습니다. 철야에 두 번밖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매주 한 번씩은 있
- 이육사 「해후」 중
었던 철야. 철야하느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특히나 매주 마지막까지 편집실에 남아서 모든 글들을 데스킹해주었던 편집장님의 수고와 노력
이제, 그만, 2016년을 보내야 합니다. 원래 무엇이든 지나간 후에는 의
잊지않을게요. (눈물눈물) 편집장님의 데스킹이 없었다면 최소한 제 글
미를 안 두고 당시의 제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후회를 안 하
들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을 거에욧... 정말 편집장님의 독촉은 천사
려고 하는 편이라, 지난 2016년에 아무런 미련도 없다고 감히 말하겠습
의 빚 독촉이라는 말에 걸맞는 것 같아요. 독촉이지만 항상 애정이 묻어
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기억이 안 나서 하나하나 따져가며 결산하기
있는 독촉이라 더 열심히 일하게끔 독려해 주는 것 같아요. 물론 그래서
도 어렵군요. 다만 올 하반기에 폭풍처럼 몰아친 지치고 혼란스럽고 우
아무도 글을 제 때에 안낸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앞으로 소현누나같은
울했던 나날들에 조의를 표합니다.
편집장은 만나기 힘들거에욧.. 드디어 교지실에서 탈출하시네요. 축하
사람도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왔군요. 저를 뽑아주시고 첫 교지, 두번째,
드려요. 이제는 월, 수에도 마음 편히 약속을 잡을 수 있으시겠어요. 부
그리고 편집위원으로서 낸 세번째 교지까지 함께한 편집장님, 감사했습
러워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니다. 정말 누구보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얌전하고 성실하게 일하긴
편집부에서 내는 세 번째 호여서 그런지 자꾸 뺀질뺀질해지고 빠져나
커녕 편집장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록 썩인지라 부끄럽습니다. 부디
가는 노하우만 생겼던 것 같아요. 부지런히 글 쓰지도 않았고 어짜피 될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선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모두모두 이
적시타를 치는 건 참 어렵습니다. 애초에 주자를 출루시키는 것도 쉬운
번 겨울호 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집장님의 마지막 호 축하드립
일이 아니지만 득점을 이끌어내기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군
니당. 다들 고마워요. 편집위원님들 다들 고생했어요. 겨울 호 편집후기
요. 기회에 다가서는 것과 잡는 것은 언제나 서로 너무 다른 이야기네
에서는 내년 봄호 편집후기 예측 안할래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요. 음, 그리고 또, 세상은 제 뜻대로, 예상대로 돌아가지도 않지만 그렇
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이런 말이 있어요. 인생에서 예측 가능한
다고 제가 바라는 걸 아예 안 들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이렇게, 되
건 바로 예측불가능함이라고요. 미래는 미래의 나에게 맡길래요. 그리
는 대로, 물 흘러가는 대로 있으면 알아서 해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 마지막으로 옆에서 응원해준 나의 독백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단순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앞으로 이 세
어요. 이번에 여행같이 못가서 빙수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할래
가지와는 연을 끊을거야’라고 말한 게 있는데, 그게 실제로 될 지는 모
요. 곧 크리스마스네요. 본관앞에 사자도 크리스마스 기분 느끼는데 저
르겠지만, 아무튼 결론은 복잡하지 않게, 그냥 신경 안쓰고 살고싶네요.
는 혼자가 아니길 빌어야 겠어요. 그럼 저는 이만.
일희일비 하지도 말고. 내년 편집장님, 내년 편집위원들, 내년 수습위원들에게 미리 만나서 반 갑다고, 잘 해보자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넵니다. 얼마 안 남은 올해도 요. 올해 편집장님, 올해 YB들, 올해 만나고 알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 만나서 행운이었습니다. 안녕,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