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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푸른 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Editor 서한영교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어디로 놀러가기 좋은 시간이다. 해변, 계곡과 같이 물이 있는 곳 이라면 여름은 더욱 좋다. 수많은 여행 후보지 중에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낯선

풍경과 깨끗한 바다, 따뜻한 기온과 바람은 제주도로 달려가게 한다. 어느 시인은 제주도를 두고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라며 제주에 대한 애정 을 드러냈다. 제주도 푸른 밤이 넘실거리는 그 곳.


깊고 먼 바다의 섬나라

주로 바뀌었다. 13세기 몽골이 일본정벌은 준 비하면서 제주도에서 약 130년간 탐라총관부

제주라는 이름 이전에 '탐라'라는 말을 사용했

를 설치하여 몽골인의 지배를 받기도 하였다.

다. 이 말 뜻은 '깊고 먼 바다의 섬나라'라는 뜻

이 시기동안 몽골의 다양한 문화가 제주에 전

이다. 예쁜 이름이다. 예전부터 제주는 바다 건

파되면서 섬나라 특유의 문화와 뒤 섞였다. 문

너 '먼 곳'에 위치해있었다고 전해졌다. 12세

화란 뒤 섞이면서 발전한다고 그랬던가. 제주

기 초반에 고려에 복속되면서 '탐라국'에서 제

도는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


깊고 먼 바다'에 있는 섬이었다. 그러니 문화

보고 싶은 신혼여행지로 '제주도'가 꼽혔다. 이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낙후되

후 제주도는 점차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국

어 있었다. 특히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도민

제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어갔다. 이렇게 제

출육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제주도는 더욱 고

주도는 관광과 여행을 중심으로 성장하였고

립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교류가 적고 폐쇄적인

세계 유수의 호텔들과 리조트, 관광단지가 구

공동체를 이어나가면서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축되면서 관광지로서의 양적 팽창을 제대로

의복, 주거형태, 사투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

이루었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최근 5~6년 사

한 것이다.

이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의

이후 제주도는 1946년 '전라남도' 소속에서 제

포문을 연 것인 제주도 올레길이다. 관광으로

주도로 승격한다. 이후 박정희가 1960년 군사

서의 제주에서 여행으로서의 제주로 조금씩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제주도에 개발

모습을 바꿔나갔다. 제주도 구석구석을 걷는

의 바람이 분다. 한라산 중턱을 뚫어 5.16도로

올레길 위를 걷던 사람들은 제주도에 빠져들

를 뚫었다. 당시 제주도에 차량의 숫자는 300

기 시작했다. 대도시에서의 삶만으로는 답답

대에 불과했다. 아직도 이 이름이 쓰이고 있다.

해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주가 늘어나고 새로

이후 1970년대부터는 제주도에 관광 바람이

운 라이트 스타일, 조금은 다른 삶의 형식을 찾

불었고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하였다. 이 무렵

아 제주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제주

부터 항공기가 다니기 시작했다. 중문 관광단

도에서 자신의 삶을 가꾸면서 동시에 여행자

지가 들어서고 신제주가 개발되었다. 1980년

들을 위한 여행자문화를 또 만들어 나가고 있

대 제주는 신혼여행 코스로 각광받았다. 1982

다. 양적 증가(관광)에서 질적 변화(여행)로 변

년 한국갤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며 가장 가

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 이주자들의 제주 배낭 하나 메고 제주를 어슬렁거리는 무리들

나면서 재미있는 젊은 이주자들의 제주도 판

이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이야기다. 제주도의

이 짜여져 가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해외

길을 걷고 또 걷고 낯선 풍경들 속에서 부는

이민비율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다. 이렇게 자

바람만큼 흔들리며 걷는 이들에게 제주도의

꾸 떠나게 만드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답

길은 상상 이상으로 좋다. 이런 제주도의 아름

답한 모양새에서 제주는 또 하나의 돌파구가

다운 풍경들 속에서 단단한 추억들을 뭉쳐가

되고 있다. 여행문화와 함께 문화 이주자들의

며 여행을 다녀도 좋다. 혼자가도 좋고, 연인가

등장은 제주 여행자 문화가 보다 안정적으로

가도 좋고, 친구들 무리들과 함께 가도 좋다.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여행의 문화

관광지에서 여행지로의 질적 변화를 거치면서

가 서서히 자리 잡으면서 제주도에도 호텔과

제주는 힐링과 휴식의 키워드를 얻게 되었다.

리조트가 아닌 게스트하우스가 줄지어 오픈하

특히 지리적으로 육지와 떨어져 있다 보니 심

였고, 제주도 특유의 식당, 까페들이 바닷가를

리적인 해방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그러다 보

끼고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

니 육지에 살던 문화 이주자들이 늘어나고 있

어 가고 있는 판에서 조금은 독특한 곳들을 모

다. 이들은 다른 식의 삶의 모양을 잡아가기 위

아보았다.

해 제주를 선택했다. 이들의 인구가 점점 늘어


1

고래가 될 까페 제주 공항 근처 달이 머무는 곳이라는 월정리

매년 여름에 월정리블루스라는 공연을 하기도

에 위치한 고래가 될 까페. 400년 역사의 세계

한다. 고래가 될 까페를 사랑하는 레게, 스카

자연유산 마을에 위치한 '고래가 될' 까페는 입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틈틈이 벼룩시

소문만으로 월정리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어버

장과 전시, 공연도 열린다. 우리가 아는 매끈하

린 곳이다. 제주가 좋아 내려온 여자 셋이 '아

고, 새끈하게 가꿔진 공간이라기 보다 주변 바

일랜드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까페를 시작하

람, 햇빛, 바다소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진짜

여 지금은 '고래가 될' 까페로 이름을 바꾸어

제주도 까페다.

이 곳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이 곳이 유명해지 면서 커피 한잔이 나오기까지 30분이 걸린다 고. "유명해져서 미안해요. 그러 길래 블로그 엔 왜들 그렇게 올려가지고!" 라며 액자에 문 구를 걸어두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 곳에서는


2

강정평화책방

곳곳에 '해군기지 반대' 깃발들이 날리는 강정

가득하다. 허수경, 이시영 ,함민복, 이재무와

마을 해군기지 건설부지 근처에 '강정 평화책

같은 작가들이 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이뿐만이

마을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강정평화책방

아니라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이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4월에 문을 연 강

있다. 제주의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쓰이기도

정평화책방은 강정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많

한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보물과 같은 제주

은 작가들이 '문화와 예술로 폭력과 전쟁에 맞

의 풍경이 무너져가는 현장을 둘러보며 한 번

서자'라는 슬로건으로 뭉쳐 만든 곳이다. 이 곳

씩 생각을 가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

의 많은 책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책들로

다. 맛있는 차와 커피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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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맨

무한도전에 나오면서 알려지게 된 놀맨. 해물 라면을 주로 한다. 주인장은 원래 조소를 전공 하였는데, 원래는 작업공방을 만들려고 하였 다고 한다. 혼자서 몇 개월을 옛집을 개조하여 꾸린 이 아담하고 멋스러운 이 곳의 라면에 들 어가는 해물은 그 때 그때 잡는 것에 따라서 달라진다. 바로 놀맨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오 기 때문. 바다에서 수영하고 술안주를 만들어 먹던 곳이 이제는 성수기에는 주차대란이 일 어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손님이 너무 많 아져서 이제 가게 문 닫으면 어떻할까 걱정스 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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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풍경 게스트하우스 한국 배낭여행계의 전설과도 같은 지건 선생 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이 전설적인 인물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게스트하우스 의 외양부터가 심상치 않다. 온통 티벳의 느낌 으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이런 곳을 만나게 될 줄이야.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들이라면 이 곳 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배낭여행계의 전설 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곳을 럭키하게 만 들어 준다. 게스트하우스 곳곳에 깃들어 있는 소품들과 티벳의 문양들은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제주의 민가를 직접 개조하여 운영하는 티벳풍경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해 있는 곳 주 변으로 문화 이주자들로 가득하다. 이 근처에 영화감독 감독 장선우가 운영하는 물고기 까 페가 근처에 있기도 하다. 티벳풍경 게스트하 우스에 지내다가 그 주변에 자리 잡은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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