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toyou Culture Magazine
2014 .08 .30 .Saturday
Editor 서한영교
인물
굿바이, 마이 캡틴
오바마 대통령은 캡틴을 위한 글을 띄웠다. “그는 우리의 인생에 외계인처럼 다가왔지만 우 리 감성의 모든 부분을 자극해주었습니다. 우리를 웃겨주었으며, 우리를 울려주었습니다. 그는 그의 끝없는 재능을 해외에 파병된 미군으로부터 길거리의 노숙자까지, 기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펼쳐줬습니다.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로빈의 가족, 친구, 그리고 로빈을 사랑한 모든 이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이 말을 압축하면 이 말이 나온다. ‘굿바이 마이 캡틴!’
로빈 윌리엄스는 ‘뜨근함’이다. 따스함이 아
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닌 뜨끈함. 아마 7080세대들은 로빈 윌리엄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비워진 두 마음이
스의 뜨끈함에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것이
서로 부딪힐 때" 피어오르는 향기에 취하는
다. “너희들의 인생의 선장이 되어라!” 인생
일은 제법 괜찮은 일이다. 스승과 제자, 서로
의 새로운 항로로 이끌어주던 로빈 윌리엄
서로가 스승이면서 친구가 되어주는 이들의
스를 우리는 ‘캡틴’이라고 불렀다. 로빈 윌리
'찌잉'하는 이야기들. 마음과 마음이 부딪히
엄스 영화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는 진한 이야기들. 로빈 윌리엄스는 정말 뜨
남아있는 영화는 그가 선생(스승)으로 나왔
끈한 스승으로 다가온다. 진짜 좋다.
던 <죽은 시인들의 사회>와 <굿 윌 헌팅>이 그것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웬만하면 잘 울지 않는 편인데 꼭 스승과 제자에 관한 '찌 잉'하는 영화들을 보면 괜스레 발끝에서 부 터 울컥 저 아래서 부터 뜨끈한 뭔가가 차오 르곤 한다. 로빈 윌리엄스를 뜨끈한 사람이
사춘기 괴물들의 학교
<죽은 시인들의 사회>의 배경은 전통적인
로 올려놓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어떻게든
명문 고등학교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비리그
수학 귀신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다.
에 진출 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기르는
왜 자꾸 무언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자
명문학교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비리그를 갈
꾸 뭔가가 되라고 하고, 성공하라고 하고, 위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 각종 시
대한 인물이 되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이 정
험과 스터디그룹들이 난무한다. 명문대 입
말 '좋은' 것일까? 무언가가 되려고 하고, 성
학할 수 있는 시험 머신으로 만들기 위해 "
공하려고 하는 이들은 누구인 것일까? 영화
사춘기 괴물"들은 책상에 앉아 고개 쳐 박고
초반에 늘 길들여져 있는 학생, 억압하고 강
공부해야 한다.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은
요하는 교사, 전통성과 도덕적 올바름을 바
날고 기는 수학과 교수들이 풀지 못하는 방
탕으로 하는 학교가 배치되어있는 모습이
정식을 순식간에 풀어버리는 천재이다. 엄
등장한다. 이곳이 학교다. 이곳에서는 늘 올
청난 수학적 재능을 타고 났다. 그런 그의 재
바른 '학생'의 모습이 기준! 을 외치며 줄 세
능을 알아본 수학과 교수는 그를 "우리가 올
우기 바쁘다. 학교는 올바른 가치를 습득하
바른 길로 인도해 줘야"한다며 온갖 난해한
는 공장의 모습과 흡사하다. 뭐, 이런 이야
수학문제 증명과 각종 수학과 관련된 회사
기 길게 줄줄이 써봤자 이제 입이 아플 정도
로 그를 밀어 넣으려 한다. 성공한 삶의 궤도
로 많은 곳들에게 기존의 학교에 대한 악담
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줄 알아야 했고, 가문의 영광을 위해 과거시
하나같이 00만들기가 그들이 주력하는 프로
험을 패스해야했고, 아비를 위해서라면 인
젝트이다. 어디쯤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여
당수에 몸이라도 던져야 했고, 적군의 장수
자 만들기, 모범 학생 만들기, 성공한 학생
를 껴안고 강물에 다이빙 정도는 해줘야 "
만들기의 대국민 단결, 통합의 프로젝트. '
바로 저거야!"의 손짓을 받을 수 있다. 하지
필요needs'에 의해서 이미지는 만들어진다.
만 오늘 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지아
그러한 이미지들은 추켜세워지기 시작한다.
비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이미지는 '극단적'
1,000년 전에도 있었고, 500년 전에도 있었
이라고 여겨진다. "왜 꼭 그렇게까지 해야
다. 국가의 등장 이후로 본격적으로 바람직
해?"로 손쉽게 이어지지만 착하고 올바르고
한 모델은 부추겨지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마땅하며 당연한 이미지의 정치는 아직까지
했다. 국가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내 놓을
도 유효하다.
넌 아직 어려서 잘 몰라. 그러니 내 말 들어.
흔히 교사들은 '권위'를 바탕으로 자신의 '
않다는 것이다. 애석한데 이를 어쩌나. 이 영
뜻'을 교실에서 세우려고 한다. 착한 학생과
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관점은 완전 다르
나쁜 학생으로 나눠지고, 게으른 학생, 부지
다.
런한 학생으로 나눠진다. '권위'의 이름으로
<굿 윌 헌팅>에서는 주인공 숀교수는 "자신
널 용서하지 않겠다. 다 내 말 들어. 안 들으
의 미래는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며 수
면 혼낼 거야! 말을 듣게 하기 위해 온갖 방
학천재인 윌에게 "세상엔 빌어먹을 수학 수
법과 도구들을 활용하여 기선제압에 들어간
훈상보다 값진 게 많"다며 수학의 길로 억지
다. 위협, 협박 방법도 다양하다. 일단 쫄아
로 끌고 가려는 램보교수를 만류하며 "윌에
있게 만들어야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시
<굿윌 헌팅>에서도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간을 주"자고 말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절대 틈을 보이지 말라고."라며 상담받기
의 키팅교수는 "너희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전에 충고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들>에서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한다. 명령과 협박
는 "사람들 있는데서 나한테 반항하지" 말
으로 둘러싸인 세계에 구멍을 내 놓는다. 스
라며 아예 협박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대학
승이 뚫어놓은 구멍 밖으로 보이는 세계를
사춘기 괴물들의 학교 입시에만 전념"하라며 그 외의 것은 전통과
보기 위해 슬금슬금 학생들은 기어온다. 결
규율의 이름 아래로 무릎 꿇기를 강요한다.
혼한 여자의 바른 모습에 구멍 하나, 성공적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명령과 복종이다.
인 삶의 모습에 구멍 하나, 명문대학 담벼락
일단 "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너의 생각
에 구멍 하나를 뚫은 채 그들 스스로 볼 수
은 대학 간 뒤, 성공한 뒤로 미루어도 늦지
있도록 한다.
인간적 따스함
영화 속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들 모두가 인
게 드러내 보여준다. "자, 보라고. 너희들의
간적 따스함 Human Warmth을 가지고 있
생각을 따라가 보면 결국 이거야."
다. 쟈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인간
<굿 윌 헌팅>"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
적인 것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하는 것
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른애
만으로도 선물이 될 수 있는 '길'이 인간적
로 보"인다며 극단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말
따스함에 불을 지펴준다고 한다. 이 얼마나
하는 것을 꺼려하는 천재 청년 윌의 기반을
고상한 말이더냐. 여기서 따스함은 무조건
부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삶을 어루어
안아주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만진다는 것은 '힐링'을 통해서 이기보다 상
들은 그 누구보다 따끔한 말을 잘하는 이들
대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들을 '무너뜨'리
이다. 갑갑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
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스스로 그것을 깰 수
들의 세계에 개구멍 하나를 뚫어주는 이들
있도록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준다. 도무
이다. 인간적 따스함을 통해서 이들은 소통
지 누군가에게 배우려하지 않는 윌이 또 다
을 매개한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보
시 어린아이처럼 질문에 말도 되지 않는 대
다 영화 속 선생들은 학생들이 발 딛고 있는
답을 하자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려면 당장
굳어있는 바닥을 깨트릴 수 있도록 하는 것
돌아가"라며 쫓아낸다. 끝임 없이 자신을 들
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것을 깨트리지 않고
여다보는 것을 피해 다니는 수학천재 윌에
서는 그 어떤 말도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것
게 따끔하게 몰아세운다. 영화의 스승들은
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친구이면서 스승이고, 스승이면서 친구이
전제하고 있는 그 생각의 도달점을 명확하
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스승은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은
생을 다 안다는 듯이 내 아픈 삶을 난도질했
기존의 교육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업
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을 이끌어 나간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이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애지 '올리버 트위스트'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키팅 선
만을 읽어보면 다 알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생은 '시의 이해'라는 수업에서 문학작품을
수 있어? 책 따위에 뭐라든지 필요 없어." 라
그래프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 '시의 이해'
며 활자들의 세계 밖으로 탈주한다.
라는 교과서 내용을 "쓰레기"라며 "당장 그
학생들은 서서히 깨우치고, 깨뜨리고, 깨지
장의 교과서를 찢어버"리라 한다. 교과서 밖
면서 앞으로 나간다. 스승들은 제자들이 스
으로 나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하나 둘씩 모
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
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밤마다 학교 기숙사
와준다. 그것은 스스로 알아나가게끔 한다.
를 벗어나 있는 동굴로 향한다. 왜? 서로의
내가 하는 생각은 나의 생각인가? 라는 질
이야기와 시를 나누기 위해. 키팅교수는 "틀
문에서 시작된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리고 바보 같은 일일 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라."라고 할 때 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나
한다며 명문대를 향하는 학생들에게 "과감
의 생각일까. 이들은 그들의 생각을 지배하
하게 부딪쳐 새로운 세계를 찾"으라 한다.
고 있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스스로 생
키팅교수의 교수법은 명문 고교에 작은 파
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란을 일으킨다.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 한다. 그 돌이
<굿 윌 헌팅>에서는 "하지만 넌 천재야. 누
킴의 과정에서 비워진 마음과 정성을 다하
구도 부정 못해. 자네의 깊이를 이해할 사람
는 마음이 만날 때 번지는 울림은 생각보다
은 없지. 그런데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
크다.
나의 첫 번째 스승이었던 로빈 윌리엄스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영 무겁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탁자에 마주 앉아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지만 그는 내 가슴 한편에서 늘 걸어 다니 고 있었다. 그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내게 많이 없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보 여준 대사와 눈빛 그리고 뜨끈한 품만큼은 잊을 수 없다. 반가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부디 안녕히 잘 가시길. 굿바이 마이 캡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