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toyou_column '한판붙자, 마크제이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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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toyou Culture Magazine

2014 .09 .04 .Thursday Editor 서한영교

한판 붙자, 마크 제이콥스

문화


뉴욕 소호 새벽이 자욱이 내린 거리. 한 남자가 옆 가방을 메고 어슬렁 걷고 있 다. 검은 지퍼 후드를 푹 눌러 썼고 얼굴 에 복면을 쓰고 있다. 남자는 기이하게 생긴 옆 가방을 열고 소화기 같은 스프레 이를 쏜다. 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거 대한 알파벳이 새겨진다. ART. 10초 정 도면 충분했다. 거대한 알파벳은 화려한 쇼윈도를 가득 덮었다. 그 곳은 소호에 위치한 마크 제이콥스 스토어였다. 그리 고 다음날 트위터에 거대한 그래피티로 덮혀진 마크 제이콥스 스토어 사진이 올 라왔다. “I did some ART?"라는 트윗과 함께. 그의 이름은 키덜트Kidult 였다. 메이져 언론, 잡지들이 앞장섰다. 감히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예술적 패션디자이너를 건들다니. 이 건방진 자식. 예술이 뭔지는 알긴 아 는거야? 저마다 이 불온한 그래피티를 그린 녀석을 잡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마 크 제이콥스는 이 불온한 자식을 위한 한 방을 준비한다. 마크는 자신의 스토어 에 휘갈긴 벽면을 사진으로 찍은 뒤 그것 을 티셔츠로 만들어서 무려 689달러에 판매하였다. 흰색과 핑크색 티셔츠에 딸 랑 사진 한 장 프린트 한 뒤 ART BY ART JACOBS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아, 이 얼마나 영리한 발상인가. 마크는 티셔츠 를 공개하면서 트위터에 “LET'S PLAY, but we don't play the same ruels"라 고 비아냥 거렸다. 같이 놀자는 마크는 불온한 개자식 키덜트와는 다른 식으로 놀겠단다.


키덜트 뿔났다. 이런 마크 제이콥스. 키 덜트는 또 다른 반격을 준비한다. 키덜 트는 마크가 새겨 넣은 사진아래에 ‘Not Art by Kidult’라고 프린팅 한 티셔츠를 6.89유로에 배포하였다. 689달러가 아 닌 6.89유로라는 가격으로 딱 50장 한정 으로 판매하였다. 이 또한 얼마나 영리한 발상인가. 키덜트와 마크 제이콥스 사이 에서 벌어졌던 싸움은 이렇게 일단락 마 무리된다. 서로가 한발짝 더 가면 별 좋 지 못한 그림이 나올 줄 알고 있었던 것 이다. 이 정도면 제법 볼만한 싸움이다. 1년뒤 키덜트는 파리에 있는 마크 제이 콥스 스토어에 또 다시 테러를 아니 아트 일격을 가하였다. 이번에는 ‘686’이라는 거대한 아라비안 숫자를 적어 놓았다. 그 는 다시금 트위터에 사진을 트윗하였다. “680? 689?…686?! How much are you going to sell this for?” 이번에는 얼마 에 팔 거냐며 잠자는 마크의 똥꼬털을 건 드린 것이다. 통쾌하다. 마크는 이 게임에 다시금 참여한다. 그는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린다. 하얀색 모자에 ‘686’이라는 숫자가 적혀진 모자 와 파리의 스토어를 거대하게 장신한 그 래피티 사진을 다시금 티셔츠에 옮긴 것 이다. 이쯤 되면 “장난가지고 뭘 그래”해 도 장난이 아닌 셈이다. 이 재미난 싸움 은 당분간 더 벌어질 것 같으니 기다려봐 야겠다.


그래피티 테러리스트 키덜트는 일명 하이패션의 성지라

럭셔리 하우스들은 “이미지 뒤에 숨어 있

고 불리는 온갖 매장들에 그래피티 테

는 돼지”들인데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러를 가하였다. Louis Vuitton, Marc

를 착취하고 소외시키고”있다고 한다. 예

Jacobs, Maison Martin Margiela,

술과 문화적 요소들을 “단지 마케팅의 효

Celine, Hermes, Agnes B., Christian

과”에 대해서만 그것을 이용하지 “예술과

Louboutin, Kenzo 등등. 오늘도 계속해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것을 양성하

서 이어지고 있다. 인상적인 그의 그래피

고 있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라는 말

티 테러 중 하나는 키덜트의 샤넬 테러

을 놓치지 않는다. 키덜트가 테러를 하고

이다. 그는 파리패션 위크가 한참인 어

자 했던 것은 부티끄 하우스들의 오만함

느 날 “Crisis day Sale"이라는 문구와

이 아니었을까.

”50%“ 문구를 갈겨 놓았다. 이건 거의 신 의 한수다. 키덜트가 보여줄 수 있는 카 운터펀치 중에 가장 강력한 한방이 아닐 까. 그는 브랜드화, 자본주의와의 전쟁을 선 포했다. 특히 그는 부티크 패션이라고 불 리는 럭셔리 컴퍼니들을 향한 날선 눈빛 을 감추지 않는다. 럭셔리라는 이름 아 래 보이지 않는 패션의 부분을 보려는 키 덜트의 스프레이는 멈추지 않는다. “Our luxury is our misery, destroy what destroys you.” 패션계의 뱅크시라고도 불리는 키덜트는 프랑스에 태어나 뉴욕에서 살고 있는 그 는 럭셔리 하우스들이 “그래피티를 자신 들의 마케팅 이미지로 착취”하는 것일 뿐 이라고 한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그래피티를 직접 “그들이 좋아 하는 것을 준 것일 뿐”이라며 자신의 거 대한 그래피티를 설명한다. 이 막돼먹은 그래피티 테러리스트는 제법 영리하다.


얼굴이 없는 것들 전 세계는 더 많은 키덜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의 크루를 만들 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 남 미, 아시아 지역에 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더 많은 키덜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제 키덜트라는 말은 특정한 그래피티 아 티스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면을 쓰 고(얼굴을 도려낸) 자본주의의 오만함을 그래피티로 지적하는 이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제 키덜트가 누구인지는 그다 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 는 흐름이 키덜트를 만들고,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은 혁명적인 것을 원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까부는 청년으로 보일지 모르지 만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숨겨진 것 을 폭로하고 오만한 눈빛을 엉망으로 만 들어 버리는 영웅일지도 모른다. 키덜트 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그래피티는 아직 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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