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홍기대 우당 홍기대 조선백자와 80년 조선백자와 80년 홍기대 지음 백자는 청자가 주는 화려함이나 정교함은 없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것 같고 소박하다. 청화나 철사로 그려 낸 문양 그림도 무심하기 이를 데 없다. 백자의 이런 모습은 내 인생과도 닮았다. 그저 늘 걷는 길을 가듯 컬렉터와 미술관, 박물관을 대하며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수십 년을 애용해 온 작고 소박한 백자 술잔처럼 그저 안분지족하며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술잔의 문양에 정이 간다. 철사로 들풀의 꽃잎 한둘을 눌러 찍어 놓은, 어찌 보면 어설퍼 보이는 문양이지만 수십 년 애지중지하며 친한 벗처럼 함께 나이를 먹어 왔다. 이 술잔에는 대포 한 잔 부어 놓고 하루 일의 고단함을 씻어 내거나 또 어느 때에는 작은 만족이나 행복감에 젖기도 했던 내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