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친구에게 글.양수련, 윤세정 그림.윤세정
윤세정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 아카데미에서 그림책 작가 과정을 수료한 후 그림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갑을 여는 그림보다 마음을 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양수련 북한에서 군인으로 활동하다 4년 전에 남한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생으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Yoon Sejung Yoon Sejung is an illustrator who wants to open people’s mind, rather than their wallets. She majored in graphic design at the university and studied in a picture book course at the illustration academy. Yang Sooryeon Yang Sooryeon used to serve in the North Korean Army before she came to South Korea. She is now studying nursing science at the university and trying not to loose a warm heart and smile.
To My Dear Friend Text.Yang Sooryeon, Yoon Sejung Illustration.Yoon Sejung
수련아, 안녕.
Hello, Sooryeon.
반복되던 생활, 힘든 훈련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라는 건 큰 힘이 되었지.
Our friendship helps me to endure the repetitive lifestyle and intensive training.
훈련은 여전히 힘들어. 그럴 때마다 네가 많이 보고 싶다.
Training is still difficult. Every time it gets tough, I miss you.
오늘도 평양 하늘엔 별이 밝게 빛나고 있어.
The stars shine bright tonight, lighting up the Pyongyang sky.
여기 서울은 참 빠르고 바빠.
Here in Seoul, everything is so fast-paced and busy.
모두 다른 사람들, 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가.
Everyone is different, living their own lives with different dreams.
서울 하늘엔 아쉽게도 별이 잘 보이질 않아. 하지만 서울의 밤은 참 밝아. 넌 어떻게 지내니. 보고 싶다.
Unfortunately, I can’t see as many stars in the Seoul sky, but the nights in Seoul remain pretty bright. How are you? I miss you.
수련이와 숙이는 북한 군대에서 훈련생으로 만났다. 힘든 훈련 기간 동안 둘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현재 수련이는 탈북하여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고 숙이는 평양에서 장교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Sooryeon and Sook met each other at the North Korean military base as trainees. Through the difficult training period, the two became best of friends. Sooryeon has defected from North Korea and currently resides in Seoul, and Sook lives in Pyongyang, working to become a military officer.
탈북 청소년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는 서울에 산다-친구에게>의 한 장을 맡게 된 나는 난생처음 만나게 될 탈북자와의 만남에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카페에 들어선 소녀는, 웬걸. 남한의 그 어떤 소녀들보다도 예쁜 얼굴에 한 번 놀라고, 밝은 미소와 통통 튀는 엉뚱한 매력에 두 번 놀랐다. 난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여러 언론 매체에서 봐왔던 남한 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북한에서의 고되고 궁핍한 삶에 찌든 어두운 얼굴이 나도 모르게 각인되어 있었다. 수련이는 이것저것 배우고 여행하고 먹고 즐기는 서울 생활이 생동감 넘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서울에 온 지 반년이 지난 수련이에게 서울은 친절했다. 서울에서 수년간 지내 온 탈북 청소년들이 느끼는 도시의 차가움과 고독은 수련이의 것이 아닌 듯했다. 밝은 수련이에게도 마음 아프게 그리운 친구가 있다. 수련이의 가장 친한 친구 숙이는 북한에서 4년간의 군 생활을 하며 만났던 친구다. 북한의 소녀들은 4년간 군 생활을 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소녀들은 장교가 된다. 후에 당원이 되어 평양에 사는 것은 마치 남한의 소녀들이 명문대 타이틀과 안정된 직장,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 노른자위의 땅에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것만큼의 보편적인 꿈이다. 작업 구상을 위해 북한에 있는 친구인 숙이에게 가상으로 쓴 편지와 상상으로 쓴 통일일기엔 그래서인지 북한을 향한 그리움과 애잔함보다 서울에서의 꿈,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벅찬 꿈의 도시를, 그 자유와 풍요로움을 친구와 함께하고 싶고, 보여주고픈 마음만이 가득했다. 남한, 그리고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사람이 도구로 사용되는 모순. 행복이 아닌 성공한 삶을 위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만 소모되어 버리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북한과 서울이 똑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수련양은 북한에서의 삶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적 행복감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많은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가. 이 책은 수련이의 북한에서의 생활 이야기와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글을 토대로 서울 사람으로서의 내 생각을 더 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림과 글을 지어서 만들어 낸 책이다. 수련과 숙.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라는 구분이 아니라 단지 멀리 떨어져 꿈을 품고 살아가는, 어쩌면 똑같은 모습의 친구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대칭적으로 구성했다. 서로의 손에 영영 닿지 않을 듯 평행선을 그리는 편지. 그러나 결국 서로에게 읽힐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고대하며.
윤세정.
After being assigned a chapter from the book, <We Live in Seoul-To My Friend>, which features stories of North Korean teenage refugees, I was especially excited to meet a North Korean refugee for the first time. To my surprise, the girl that had entered the café was prettier than the average South Korean, wore a bright smile, and had a quirky sense of humor. What had I been expecting? The image of the many dark faces, oppressed under exhausting and poverty-stricken lifestyles of North Korea had been embedded into my subconscious. Sooryeon had been living a vibrant life, learning many different things, travelling, eating and enjoying her life. Seoul had been kind to Soo Ryeon, who had been in Seoul for more than six months; the city’s cold loneliness that many refugee teens experience had not been hers to face. But even bright–spirited Sooryeon is troubled–by a friend that she longs for. Sooryeon’s best friend, Sook, was a friend that she had met during the 4years of military training in North Korea. In North Korea, the girls live in the military for 4years, and whoever stands out the most becomes a military officer. Becoming a member of the Communist Party and living in Pyeongyang is just as much of a practical dream as it is for a South Korean girl to dream of attending an Ivy League school, having a stable job, meeting a wealthy spouse, and living in a rich neighborhood. Perhaps it was for this reason that I found myself filling these fictional letters with concepts of dreams and happiness rather than sorrow and longing. I wanted her to share this overwhelming city of dreams, freedom, and abundance with her friend. Having lived in South Korea and in Seoul all my life, I felt that Seoul and North Korea were very much alike, in that people are used as tools to achieve a life not that of happiness, but rather that of success; and so many lives are wasted acting as a channel rather than achieving the ultimate goal. Sooryeon might live a relatively happy, abundant life here compared to her life in North Korea, but how many people in Seoul live unfortunate lives in relative deprivation? This book is based on Sooryeon’s stories of her life in North Korea and the messages she wishes to send to her friend, elaborated with pictures and words representing my own opinions and thoughts as a person from Seoul. The pages are intended to reflect Sooryeon and Sook, two characters who are not represented as North Korean and South Korean, but are merely two very similar friends who have been separated and are now living different lives while embracing different dreams. The letters draw a parallel to each other’s hands that will never meet. Nevertheless, wishing that day may come when they will finally be read to each other.
Yoon S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