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3호-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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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명사 에세이

위기 때에도 꿈을 꾸면 미래가 보입니다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역사산책

지역연구 특집 2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추진 현황과 진단

김홍희의 포토 에세이

나의 버킷 리스트 ‘루트 777/택리지’

부산 스토리텔링

부산 사상구 강선대(降仙臺)

부산정신, 부산기질 CEO 포커스 전문가의 눈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인터뷰

예술의 풍경, 예술가의 초상 제갈삼 교수(피아니스트) 인터뷰 어떻게 지내십니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터뷰

지역사회

2021년 여름호

부산의 도시 디자인 地域社會–3호–발행일 2021년 7월 1일–등록번호 사상, 사00004–등록일자 2020년 6월 2일


01

COVER STORY :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01

연결과 공유 미래와 기억 사이에서 도시를 디자인하라

02

이코 밀리오레

‘휴먼시티디자인 서울’ 스토리 일상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 휴먼시티

03

공간과 감성 도시 고유의 장소성 살려 시민에게 감성적 힐링 주길

04

지역사회

김동식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부산·한국·아시아 문화 가치에 기반한 디자인 연구의 거점

006

박부미

환경디자인 사용자와 보행환경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10

강동진

해양 스마트도시 부산과 가로환경 사람 중심의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도시 지향을

09

윤지영

원론적 지향점 미래 생존 위한 지역 밀착적인 도시디자인, 이 시대의 유일한 지향

08

한영숙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 감천문화마을·F1963, 근현대 역사문화자원 바탕 지속가능한 개발 추진

07

우신구

부산 근린 재생 시민 만족감 극대화 위해 보행 중심 도시로 진화시켜야 할 때

06

우동주

역대 시 계획 검토와 향후 방향 일찍부터 여러 계획 세웠지만 공원녹지 부족 등 과제 산적

05

최경란

장주영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연결과 공유

미래와 기억 사이에서 도시를 디자인하라

이코 밀리오레(Ico Migliore)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교 디자인과 교수, 동서대학교 석좌 교수

도시의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은 매우 광범위하고 복

로시는—최초의 이탈리아 프리츠커상 수상자

잡한 디자인의 관점 안에서 무엇보다 도시의 기억을

(1990)—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문화를 보여주는 자

재발견하고 그 정체성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신의 에세이집 『도시의 건축물』(1996)에서, 이 콘셉

이는 수많은 도전적인 문제들로 점철되어 있다.

트를 반영하며 도시를 살아 있는 건축의 유기체로

“도시는 인공적인 것 중 탁월하다.”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건축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알도 로시 (Aldo Rossi, 밀라노 1981-1997)는 이렇게 말한다. 위 대한 건축 이론가로서 그는 도시의 주제와 1960년 대 역사적 상황의 맥락 속에서 도시 관계를 연구했

해석한다. “건축은 감정, 세대, 공적 사건들, 개인의 비극, 새롭거나 오래된 사실들을 담고 있는 인간사 의 고정된 장면이다.” 따라서 로시는 건물의 강력한 집단 비전의 개요를 제시하면서 도시 및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러한 분야가 갖는 역할을 탐구한다.

다. 그는 모데나 묘지 확장,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

도시는 건축적 사실의 유기체, 건축물의 형태로서

해 축조된 세계 극장, 라코니카 모카 포트 등 20세기

로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건축에 대해 말하자

의 많은 중요한 건축 및 디자인 작품을 설계했다.

면, 나는 눈에 보이는 도시의 이미지와 그 안의 모

도시는 탁월한 인위적 가공품이다. 한편으로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체성의 표현이 며 과거와 미래의 지속적인 상호 참조를 통한 새로

든 건물의 집합보다는 오히려 건설로서의 건축을 의미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의 축조를 의미 하는 것이다.”

운 행동을 조절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외형(facies)

사실, 어느 정도는 질서 정연한 마그마의 시스템 같

의 발전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이 맥락에서 디자인

은 것처럼, “페인팅, 책, [도시]는 모두가 해석할 수

은 삶의 질에 깊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는

있는 집단의 작품”이 된다. 도시는 발전하고, 스스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의 집단적 집으로서 도

로 재고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층위를 형성한다.

시가 정리될 것을 요구하면서, 도시를 기억의 표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시공간(chronotope)으로 만 들어 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

이 부분은 도시의 경제적 정치적 측면의 분석에서 공간과 시간에서 도시에 의해 형성되는 모양에 따 른 고유한 건축적인 측면으로 초점이 완전히 다른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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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연결과 공유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러한 초점의

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포용이라

이동은 형태라는 주요 주제를 다시 논의의 중심으

는 새로운 콘셉트로 이동해 가면서 도시는 반드시

로 불러오며 그 결과로 건축가의 역할의 변화를 가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고 이러한 과정 전체를 통해

져온다.

오랫동안 버려졌다고 해도 큰 잠재력을 제시하는 경계 공간을 강화하는 것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카를로 아르간(Giulio Carlo Argan)과 주변 환경으로서 인테리어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밀라노 1981-2002)가 늘 이야기했듯, 필자는 인간 행동이 디자인 접근법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카 스틸리오니는 “디자이너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 이 아니라 행동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 붙여 “모든 것이 인테리어”라고 했던 줄리오 칼를로 아르간(토리노 1909–로마 1992)의 주장을 다시 말 하면, ‘인테리어’와 ‘인토르노(intorno, 주변 환경)’의 해석과 의미의 겹쳐진 층위는 우리가 디자이너의 시각을 넓혀 모든 공유된 도시 공간을 포괄하도록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13 미포 블루라인 정거장

강요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어려움들은 이러한 주변 환경을

부산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

향하고 있다. 이 도전적인 문제들은 특별히 현재의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부산의 철도 폐선 구간이 있

팬데믹 위기 속에서 가시화되는데, 더욱더 사적인

는 약 5km의 도시 지역을 선형 보행자 전용 공원으

실내공간의 형태학과 대등하게 도시의 형태학을

로 바꾸는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작업을 했다. 목적

재정의하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공공

은 환영의 장소로 만들어, 한편으로는 위대한 자연

의 공간은 따라서 우리 개인 공간의 확장이자 우리

스러운 아름다움을 내포한 대지의 광범위한 부분

의 집들에서 파생된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오늘

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를

날만큼 공공의 공간의 한계가 더 했던 적은 없었던

구축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안

것 같다.

전한 장소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접경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모든 인간 사

2020년 10월에 처음 개장한 블루라인 파크는 해운

회에 적절한 자연과 연관된 충동을 표현할 수 있는

대에서 송정 해변 리조트 근처로 연결되는 폐기된

도시 내에서 안전한 장소를 짓고자 하는 욕구는 현

철도 재개발의 일부로 조성된 공원으로 보행자 경

대 도시 설계의 진화에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이는

로의 측면에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열차가 설치되

도시(cité)의 수직적 기질과 함께 더욱 학제적 성향 008

지역사회

어 있다.


철 벤치는 철도를 따라 뻗어 있어 휴식의 시간을 제 공하고, 강철 아치는 부드럽고 간헐적인 곡선과 어 우러져 새로운 사각형의 윤곽을 만든다. 마지막으 로 다양한 설치물 중에는 오래된 콘크리트 터널의 아치 모양의 틈새에 단계별로 투명 크로마틱 필드 와 함께 채색되어 열차가 지날 때 열차의 안쪽 혹은 밖으로부터 스트로보스코프(물체의 회전 진동을 관찰하는 장치) 같은 역동적인 풍광을 만들어내는 무지개 터널이 포함되어 만화경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방문객들은 이 장소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와 자연 의 장관이 상호 연결된 길을 밟고 가면서 선형 구조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13 미포정거장 앞 미포 블루 라인 광장

공원의 총예술감독으로, 보행자 길의 설계, 휴지부 의 설치물들, 시각적 정체성과 표지판의 설계에 책 임을 갖는 우리는 주민들과 버려진 해안 지역 사이 에 관계 회복을 위한 몇 가지 단계에 착수했다. 바 다의 관측소와 두 개의 새로운 역을 위한 계획—이 계획의 첫 번째 부분은 파노라마식의 케이블카를

물을 가진 공원을 통과하여 걷게 된다. 이 여정은 방문객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변하는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는 이야기 속 뼈대를 이룬다. 이 선이 따라가는 것은 단지 오래된 철도 선로로 되 찾아 가는 것일 뿐 아니라 또한 이 장소의 과거와 현재의 형태 사이에서 그리고 현재의 공원 그 자체 와 공원이 가능한 장소, 즉 경험에 의해 되살아나는 장소 사이에 통합된다.

길을 따라 운행하는 것이다—은 한국 스튜디오 무

따라서 본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포용과 지역 강화

영에 의해서 진행된다.

의 예를 통합 가능한 도시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특히 관계적, 자연주의적, 유희적, 스 포티하거나 관광을 위한 등등의 몇 가지 수준에서

관점에서 도시를 집단적 집으로서 바라보는 디자 인 접근법을 근거로 진행된다.

상호 공간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목적 의 특성을 갖는 버려진 기반 시설 (이전 철도, 전차

디자인 포용력

로, 고가 선로 등) 같은 잉여 도시 영역을 재생시키 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포용력이라는 개념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려움 이다. 이는 사람을 중심에 두려는 요구와 필연적으

우리는 몇 가지 주기적인 설치물을 설계하여 그 길 에 휴지(休止)를 둔다. 잔디의 거대한 풀잎을 닮은 높은 노란색 기둥은 인간과 자연의 풍경 사이에 전 환점으로 공원의 입구를 의미하며, 넓은 코르텐 강

로 연관된다. 유럽대륙의 맥락에서 종종 아름다움 의 쇠퇴와 거부가 나타나는 우리 도시 주변부의 장 소를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인식과 계획 을 영토의 관점으로부터 요구한다. 이러한 거부는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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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연결과 공유

형태에서 본질로 전이되면서 여러 가지 고난과 범

티안 노르베르크 슐츠(Christian Norberg-Schulz, 오

죄에 의해서 특징지어진 어려운 사회적 맥락의 개

슬로 1926-2000)는 자신의 에세이집 『지니어스 로사

요를 보여 준다.

이, 건축의 현상학에 대하여』에서 쓰고 있다.

도시의 변방에서 제외되는 느낌은 사회와 공동체

건축가가 새로운 공간의 설계에 접근할 때, 그들은

의 주변부로 주제를 이끈다. 이 맥락에서 디자이너

이러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어 주어진 장소와 그 장

는 이러한 소외를 해소하고 공간을 분해하는 임무

소의 정체성 사이에 상호작용에 대해 초점을 맞추

를 갖게 되어 시민들이 도시공간의 중심에 있다고

고, 특정한 환경을 구분 짓는 사회 문화적 그리고

느끼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새로운 포용력을 염

행동적 특징을 살핀다.

원하는 삶의 다양한 질을 제공할 수 있는 조화롭고 마음을 끄는 공간을 재창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 우리의 주변 환경(‘intorno’) 이 가치를 갖게 된다면, 우리 역시 자존감을 느끼게 되고 중요한 것 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고 깨닫게 된다.

노르베르크 슐츠의 회상에 의하면 모든 인간의 행 동은 “반드시 필연적으로 행동이 일어나기 위한 올 바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장소는 따라서 행동의 불 가결한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장소와 관 련하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장소는 따라서 상관

디자인 실례에서, 이는 르네상스 건축가의 비전을 희

관계에 있으며,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역사적인 공

미하게 회상하는 다성부(polyphonic) 도시의 건설 그

간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용자들은

리고 강력한 미학적 윤리적 가치로 구조화된 조정된

그들 스스로를 인식하고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는

도시의 건설로 해석된다. “도시의 역동적인 과정은

반드시 장소의 변형(morphing) 과정의 촉발을 시작

보존보다는 변화를 향하는 경향이 강하다.”(알도 로

해야만 한다. 나는 같은 이름의 책(『Space morphing.

시). 그렇다면 이것이 거주지역의 문제와 함께 도시

Temporary architecture, 공간 변형; 일시적인 건축』

를 정의하는 특성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파이브컨티넌트에디션, 밀라노 2007)에서 이렇게 이론화했고 따라서 전시 분야에 적용했다.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장소의 혼)

지역의 정체성과 집단의 기억은 살아 있는 독립체 로서 이는 인간 공간의 건설을 위해 장소의 정신적

그렇다면 모든 불가피한 변화가 가져오는 격변을 극복하기 위한 유용한 디자인의 열쇠는 무엇이 될 까? 이 시점에서 나는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개념을

인 것을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정신적인 것에 의해 생성된 변형의 지속적인 절차에서 지속적으로 소 환된다.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라틴어 표현으로 ‘장소의 정령’을 나타낸다-장 소가 되고 있는 혹은 되기를 원하는 모든 것-“고대인

토리노의 예 : 사건과 정체성

들은 이것을 인간이 반드시 어떤 장소에 거주할 수

마라 세르베토와 이탈로 루피와 함께, 필자는 이 주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해해야만 하는 반대자로

제와 관련하여 두 건의 고무적인 프로젝트의 경험

인식했다”고 노르웨이의 건축가이자 비평가 크리스

으로 토리노 시(이탈리아 북부)를 위한 설치물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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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들었다. 첫 번째는 2006년 제20회 토리노 동계 올림

선홍색으로 된 11,500개가 넘는 요소에 의해, 우리는

픽이었으며, 두 번째는 그 후 2011년 이탈리아 통일

토리노 시내의 격자무늬 위에 일종의 도시 휴지부를

150주년 행사였다.

건설했다. 이는 교외를 향해 뻗어나간다. 이것은 리

첫 번째 경우, 우리는 「도시의 모습」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도시에서 지금까 지 있었던 행사 중 가장 크고 광범위한 대중을 위해 조직된 영상 프로젝트였다. 여기에는 토리노 중심

브랜딩(re-branding) 절차였으며 이 절차를 통해 도 시는 전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고 스스로와 지역 문 화 유산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한 기억할 만한 개인 적인 도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데 성공했다.

부와 그 지역에 고정된 역동적인 250개 이상의 설

이 강력한 기준에서, 향후 몇 년 그리고 심지어 올

치물의 그룹이 포함되었다.

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 설치물들을 계속해서 보관 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마을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되 었다. 로마의 토리노, 과리니, 주바라, 비토네의 바 로크 시대의 토리노, 아토넬리, 메테 트루코, 렌초 피아노의 근대 토리노, 강력한 산업 도시는 화려하 게 채색된 진부한 광고들로부터 소통을 막기 위한 간섭을 형성하고 있다. 2차원적인 그래픽과 3차원 적인 간섭물들은 스스로를 복잡한 도시 영상 프로 그램에서 간결하게 간단명료하게 표현하였다. 포 스터, 간행물, 안내 책자, 플래카드, 베지 등 이탈리 아의 다른 도시에서는 없었던 것들에 의해 편성되 었다. 혁신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올림픽 위원회의 요구 를 면밀하게 고수해야 하는 많은 가변적인 것들에

이탈리아 토리노시 곳곳에 설치한 조형물 - 이코 밀리오레 作

우리는 도시의 역사에 의존하여 도시환경 장식, 식 별 표지를 개발했다. 이곳은 기념비적 건축물이 풍

의존하는 복잡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것은 열 정을 가진 시민들이 마주하게 된 큰 성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했으며 과거에는 사보이아 왕가의 권력의 중심

이 프로젝트들은 도시의 문화적으로 다양한 부분

으로 유명했다. 이는 하나의 사건이 그저 시민들의

을 포괄하는 전체 지역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매

일상적인 삶에 대한 지장을 촉발할 뿐 아니라 또한

우 오랫동안 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

집단의 기억 깊은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

시의 모습」이라는 작품이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했

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일시적인 사건을 알릴

던 토리노 올림픽에 대한 전반적인 열정의 분위기

기회로서 작용할 뿐 아니라 도시의 정신 그리고 도

에서 이 프로젝트들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전달할 기회였다.

있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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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연결과 공유

우리는 2011년 토리노 시에 작업을 위해 돌아왔다.

도시 구조를 넘어서서 두드러지고 밤의 스카이라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의 행사로 우리는 토리노와

인에서 더욱 기억되도록 만들어진 이 설치물은 토

로열 베나린 성을 위한 설치 경쟁에서 우승했다. 이

리노와 과거 토리노의 시민들이 했던 선도적 역할

집단 기억의 주요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

을 상기시켰고, 통일의 길고 어려운 과정으로 향하

아 국가의 첫 번째 수도로서 이탈리아 공화국의 역

는 길을 비추었다.

사에서 토리노의 주요한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피에몬테의 토리노를 위한 새로운 도시 장식과 소 통을 위한 그래픽을 디자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색인, 인디고와 라벤더 사 이에 중간쯤에 독특한 색인 ‘리소그리멘토 블루 (Risorgimento Blue)’를 특징으로 한다. 이 색은 집단 의 상상에서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 색은 삼색기-이탈리아의 백, 적, 녹색의 국기-의 사용에

Via Montebello, 20, 10124 Torino TO, Italy 몰레 안토넬리아나

도 부합한다. 즉 여전히 널리 사용된다. 특징적 방 법에서 해석된, 삼색 이탈리아의 상징은 깃발을 광 학적으로 재창조한 모자이크 패치워크의 조합에서 변화하고 해체되었다. 몰레 안토넬리아나에 조명 설치-역사적인 건축물 이며 토리노의 주요 상징-는 이탈리아 깃발에 바치 는 특별한 헌사이다. 이는 또한 문화적 식별을 위한 지형지물로 여겨진다.

적을수록 지루하다 토리노 프로젝트를 특징지어온 의미와 표지의 층 위의 겹침은 건축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또 다른 문 제에 강세를 둔다. 바로 복잡함이라는 개념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면서 복잡함은 매끈하게 바꾸고 거부해야 할 부정적인 것이었다. 반대로, 필 자는 복잡함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그

이 인상적인 조명 설치 때에 이탈리아의 깃발은 돔

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디자이너에게 그 잠재력

의 꼭대기를 감싸는 것처럼 보이는 세 개의 밝은 정

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사각형 모양의 매달려 있는 조명 프레임들로 요약 된다. 백, 적, 녹색의 LED 조명으로 이루어진 이 우 아한 밝은 목걸이는 9개월 동안 기념의 강력한 반 복적인 상징이 되었고 시간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소통 그리고 전시 간섭물들은 영토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이것은 2011년 3월에 설치되었으며 이 도 시의 시민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면서 이 설치 기간 은 2012년까지 연장되었다.

로버트 벤추리(Robert Venturi, 필라델피아 1925~2018)-주요 포스트 모던 이론가 중 한 명인 미 국 건축가-의 주장에 의하면 그의 선언이라고 여겨 질 수 있는 ‘건축에서의 복잡함과 모순’(1966)에서 건물의 복잡함과 모순적인 활력은 항상 부정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생각을 도시의 기구 로 옮기면, 우리는 인간이 만든 것으로서, 이것 역 시 일정한 수의 모순과 일관성 없음의 벗어날 수 없 다고 말할 수 있다.

012

지역사회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만 하고, 복잡하고

수영구 내에서, 사실 40명의 예술가가 해안가를 따

비이상적인 결과에 도달하여 도시의 공간의 잠재

라 500m 길이의 좁은 길을 정의하기 위해 필자가

적인 저변의 불규칙성들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디

대규모로 디자인한 패턴에 색을 칠하여 민락수변

자이너이다.

공원을 사람들이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변

사실, 복잡함은 현실을 표현한다. 삶의 한 부분이

화시켰다.

다. 그리고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실질적인 사실인

그림 그 자체로 해변을 따라 길을 표시하고 여기에

영토가 모양을 갖추어 가는 것에 의해 복잡함은 현

서 멈추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거리를 제안

실에서 나올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이론

한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미시적인 수준으로 발전

가가 주장한 것처럼 ‘적을수록 지겹다’는 것 때문에

하는 다른 지역의 디자인은 파도 표지와 해상요소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이렇게 덧붙여야 할 것이다.

들에 의해 주어진 지속성에서 조화를 이룬다. 따라 서 이야기의 리듬은 주제와 관련된 사각형들로 구 성된 4x4m인 더 넓은 지역과 2x2m의 더 작은 지역

팬데믹이 디자인에 끼치는 영향

에서 전개된다. 각각의 지역은 길의 휴지부를 위한 특정 색상과 그림으로 특징지어지며 오리엔테이션 을 위한 유용한 기준점을 제공하게 된다.

결론 “도시는 시간의 모양을 형성한다. 그 안에 살고 있 는 사람들의 욕구와 두려움에 의해 도시가 형성되 이코 밀리오레 교수가 설계한 패턴에 따라 500m 해안 길에 40명의 예술가가 색을 칠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기 때문이다”라고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이

어쩌면 벤추리는 지난 2년간 삶을 편안하게 느꼈을

산티아고 1923~이탈리아 시에나 1985)-『보이지 않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디자이너뿐

는 도시』에서 말한다. 그리고 필자는 두 번째 프로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기

젝트는 인간사에 따라 조절되는 도시의 능력을 가

때문이다.

장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결코 이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논리에 따라

위에 언급한 모든 프로젝트는 같은 매트릭스를 공유

도시 지역을 디자인하라는 요청이 있을 거라고는

한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보전하는 동안 도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예를 들면 그것이 바로 부산시

그 안에 살고 있으며 여전히 현재의 그들의 모습에서

에 의해서 받아들여진 프로그램의 틀에서 필자가

달라질 것이라 상상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자국에

요구받은 것이다. 그 틀에서 필자의 스튜디오는 아

의해서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탈리아의 위대한 지식인이자 20세기 작가(하바나

트소향 갤러리와 몇몇 한국 예술가와의 파트너십 에 참여하게 되었다. 2021년 3 호

013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연결과 공유

특정 기억은 또한 칼비노의 비전에서 근본적인 역

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억의 회복에 의해 가

할을 하고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도시』를 우연히

능하다. “도시는 외형적인 것으로만 만들어지지 않

상상해 낸 것이 아니다. 그 또한 미래를 위한 모델

았다. 하지만 공간의 측정과 과거의 사건 사이에 관

로서 작용하는 과거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도시의

계로 만들어졌다.” 이 과거는 도시에 담겨 있다. “마

미래는-말할 필요도 없이-최초에 지어져야 하고, 그

치 손금처럼 길거리의 한편에, 창문의 격자에, 계단

리고 디자인되지만 우선 상상되어야 한다.

의 난간에, 안테나의 피뢰침에, 깃대에, 긁힌 자국,

칼비노의 책을 읽는 것은 상상의 정신적 과정을 활 성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칼비노의

톱니, 절개, 저밈에 의해서 자국이 남은 모든 조각 에 쓰여 졌다.”(칼비노)

작품 『독자의 추론』에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

그러므로 디자이너의 임무는 그 도시에서 배어나

르트 에코(알레산드리아 1932~밀라노 2016)가 이론

오는 정체성, 그 기억을 탐색하는 것이며, 근대성의

화했듯이, 독자의 추론은 무형적이며 이론적인 수

수단으로 그것을 심하게 부정하는 위험성을 피하

준에서 작가가 상상하는 것을 디자인의 사물과 대

고자, 대신 끊임없이 검증되기를 요구하는 지속적

상에 기초한 수준에서 재생산하도록 고무된 건축

인 긴장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포괄할 수 있는 관점

가의 추론이 된다.

안에서, 그것을 포함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칼비노는 건축가에게 도시의 상상을 본질적으로 우리의 도시들이 동경하는 물질의 쇄신 과정을 시

이코 밀리오레 프로필

작하는데 필요한 도시적 상상을 제공한다. 만약 그

건축가로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상을 3회 수상하고 레

의 책에 나타난 시각적 이미지들이 유명한 작가가

드 닷 디자인상을 11회, 독일 디자인상을 2회 수상했다. 밀라 노의 폴리테크닉대학교 디자인과 교수이자 동서대학교의 석

어딘가 다른 곳을 상상해낸 세상을 번역해 낸 것이

좌 교수이다. 1997년 마라 세르비토와 함께 밀라노에 본사를

라면 이는 건축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두고 있는 밀리오레+세르베토 스튜디오(Migliore+Servetto Architects)를 설립하여 중요한 국제 브랜드 및 박물관 연구소,

사실, 마치 현대의 폴리치노1)처럼 보이지 않는 실

그리고 도시들과 협업하고 있다.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에 이르

을 다시 구성해야만 한다. 도시 구성 전반의 관계,

기까지 그들의 작품은 공간 디자인과 정체성 사이에 관계에 관

이는 그저 물질로 구성된 것이 아니며 또한 도시의

한 지속적인 연구와 또한 문화적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형태를 목적으로 하는 빛과 새로운 기술의 표현이 특징이다.

이미지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개 의 기둥 사이에 관계이다. 진짜 건축가와 도시계획가의 어려움은 수직적인 유혹 혹은 단순히 피상적인 포용을 목적으로 환경 적으로 평준화에 이끌려가지 않고 한 쌍으로 이루 어진 것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보존되어야만 하는 것이 도시의 외형적인 면뿐만

1) 부 모가 산 속에 버린 어린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의 동화 속 어린 주인공의 이름-역주

014

지역사회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휴먼시티디자인 서울’ 스토리

일상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 휴먼시티

최 경 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인간적인 도시(Human City), 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서 길을 찾는가? 오늘날 약 77억 명의 인구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로

받게 되었다. 이 같은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공공의 안전, 지속가능성의 미래,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적인 가치가 더욱 큰 역할을 하 게 될 것이다.

의 이주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

이제 디자인을 통해서 도시의 일상은 얼마나 더 행

황 속에서 인간중심,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 생태

복해 질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

기후 변화, 경제적 격변, 도시화를 향한 범지구적

이 디자이너만의 고민이던 시대는 지났다. 도시의

현상은 인류 삶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삶의 주체인 사용자인 시민, 즉 거주민들에 의한 능

조엘 코트킨(Joel Kotkin)은 그의 저서, ‘The Human City: Urbanism for the Rest of Us’에서 ‘휴먼시티 (Human City)’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여기서 코 트킨은 도시민 가족 일상의 필요와 삶이 지속가능 한 환경을 이루는 것에 중점을 둔 ‘인간 중심의 도

동적인 문제 제기와 해결과제로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구체적인 실천들이 우리들의 도시 미래에 비전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다. 팬데믹 이후의 행복한 일상 회복에 디자인이 어 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모색해본다.

시’ 형성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는 찰스 랜 드리(Charles Landry)가 주장하는 ‘인간 중심의 혁신 도시’와도 맥을 같이하는데, 이제껏 도시를 디자인

일상이 행복한 도시, 지속 가능한 ‘휴먼시티 디자인’ 가치를 실현하다

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물리적 인프라, 차량, 기술에 집중하느라 간과해온 사람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개념이다.

여기서 서울시가 2018년 이래로 ‘휴먼시티 디자인’ 과 관련하여 노력해온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휴먼시티 디자인’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인류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평화롭던 일상과 활기찬 도시의 삶이 불안, 격리, 단절이란 제약을

를 지향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일상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휴먼시티 디자인’은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도시를 위하여 2021년 3 호

015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휴먼시티디자인 서울’ 스토리

도시, 삶, 사람, 사회, 환경, 자연 등의 디자인 문제를

하는 미래지향적인 세계의 문화와 문명의 미래 비

다루었는지 즉, 도시 일상에서 삶의 문제 해결에 기

전 제시에 기여하는가’, 이 두 가지가 바로 ‘휴먼시티

여했는가를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참

디자인‘의 정신이다.

여와 민·관·학·지역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래야 그 지역의 커뮤니티가 변화되고, 그 속의 일상 이 행복해진다.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어, 도시 일상을 스스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2010년도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네트워크 (WDO)로 서울시가 선정되었고, 서울시는 2010 WDO 세계디자인 수도 선정을 기념하는 서울디자 인 한마당을 주최하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디자인 단일 행사로는 국내 최대 콘텐츠와 규모의 축제를 통해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의 대중화에 힘썼다. 또한 2015~2030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선언 이후 서울시는 유엔 SDGs 연계 ‘지속가능 발전 도시’ 서울의 미래 청사진에 해당하는 ‘서울 지속발 전 가능 목표 2030’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아젠다 속에서 서울시와 서울 디자인재단이 주최하여 세계적인 디자인 패러다임 의 변화 속에서 제창한 ‘휴먼시티 디자인 선언’은 중 요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휴먼시티디자인 서울'은 사회적 디자인 개념과 아 시아적 유기체적 세계관이 조화된 ‘휴먼시티 디자 인 어워드(Human City Design Award)’를 2019년 제 정하였다. ‘휴먼시티 디자인 선언’으로 탄생한 휴먼 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공존, 환경, 협력이라는 희망 의 출구를 창의적 도시 디자인을 통해 모색하고자 한다. 이 어워드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복합적 인 도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 하여 사람, 사회, 환경, 자연과의 조화롭고 지속 가 능한 관계 형성에 기여한 디자이너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시상식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 관한다. 지난 2019년 제1회 시상식에는 총 25개국 75개 작품 이 출품되었고, 최종 대상에는 남아공 빈민촌의 아 름다운 혁신을 이룬 '두눈(Dunoon) 학습 혁신 프로 젝트'가 선정됐다. 2020년 2회에서부터는 '사람, 사 회, 환경,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지속가 능한 도시생태계 창조'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에 기

[사진1] 서울 DDP에서 열린 2019 HumanCity Design Award 시상식

여하는 국제 디자인상으로 자리매김되어 가고 있 다. 이 상은 사람중심 도시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2018년에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들을 중심 으로 디자인계가 함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만들지, 어떻게 함께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지 함께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DDP)에 모여 ‘휴먼시티 디자인’의 정신을 선언하 였다. 첫째, ‘디자인 문제해결의 관점이 창의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확장될 수 있도록 파급효 과가 있는가?’, 둘째, ‘디자인이 인류와 환경이 공존 016

지역사회

제2회의 공모전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에도 불구 하고 30개국 99개 프로젝트의 참여로 휴먼시티 디 자인 어워드 인기가 확산된 가운데, 2021년 3월 8일


DDP에서 시상식 및 일부 주제발표 행사가 온라인

류한다. 일본의 쇠락했던 도시는 호텔로 변신해 손

화상중계 방식을 병행하여 개최되었다. 제2회 휴먼

님맞이에 분주하다. 브라질 빈민가에선 그 지역의

시티 디자인 어워드 대상에는 이탈리아의 '카운트리

브랜드가 줄을 이어 탄생하고 있다. 빈부 격차, 갈

스 시티즈(Countless Cities)'가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

등과 좌절, 낙후와 불평등을 몰아내는 것은 결국 사

에는 국내외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서울시 관계자,

람. 사람이 중심에 서는 순간 협력과 소통이, 변화

수상 국가의 대사 및 외교관, 디자인 관련 단체장 등

와 용기가 그 자리를 채운다. 디자인은 사람과 사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번 행사에 대

람, 자연과 환경, 변화와 긍정을 릴레이하게 한다.

한 관심과 기대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그 릴레이를 잇는 연대 와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가고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 써 그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글로벌창의도시 부산의 도시디자인에 또 다 른 새로운 시사점과 생각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진2-2] 서울 DDP에서 열린 2020 Human City Design Award 시상식

1) 도서관과 운동센터의 디자인을 통해 어린이에게 미래의 희망을 심어주다

행복한 일상의 회복,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별보다 빛나는 디자인이 피어나다 -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수상 사례들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두눈 (Dunoon) 학습혁신프로젝트

사람이 디자인의 중심에 있을 때 비로소 협력과 소 통, 변화와 용기가 채워진다. 세네갈의 소녀가 새 로운 분수정원에서 교과서를 손에 잡게 되었다. 브 라질의 쓰레기 더미에선 새로운 희망을 담은 희망 의 타일이 만들어진다. 이탈리아의 마피아가 휩쓸 던 마을에선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화의 향기가 다 시 피어난다. 태국의 이방을 떠돌던 쿠이족과 코끼 리는 고향의 안식처를 되찾았다. 한국의 추모공원 에선 기억과 휴식, 그리고 모임과 세미나가 함께 한 다. 인도네시아의 빈민가에선 벽화와 문화공간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중국에선 공중 산책로가 도시 를 이어줘 자연을 그대로 즐기게 한다. 콜롬비아의 강으로 나뉘었던 마을은 식물공원으로 이어져 교

[사진3] 제1회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은 두눈(Dunoon) 프로젝트

제1회 어워드 대상을 받은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 트. 두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위 치한 가난한 동네로 지난 몇 년간 빠른 도시화와 그 로 인한 인구 유입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슬럼에 사는 아이들은 정식으로 교육을 받을 방법

2021년 3 호

017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휴먼시티디자인 서울’ 스토리

이 없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 없이 혼자서 보내

파바라는 역사적으로 과거에 아름다운 마을이었으

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마약 거래나 기

나 오랜 세월 쇠퇴하면서 도시는 마피아에게 공간

타 범죄 행위의 유혹에 빠지게 되었다. 2013년, 리

을 내주고 쇠락했다. 2010년 마을 최초로 팜 컬처

제 크루거-파운틴은 지자체 및 지역민과 함께 대형

럴 파크(Farm Cultural Park)라는 민간 문화센터가

컨테이너를 활용해 버려진 필지에 지역 도서관을

예술, 문화, 교육을 도입해 버려진 역사 지구를 주

세웠다. 이어서 분수와 체육관이 지어졌고, 아이들

요 관광명소이자 문화 명소로 탈바꿈하게 만들었

이 모이고, 놀고, 책을 읽고, 손과 얼굴을 닦을 수 있

다. 순식간에 자신감과 열정이 지역에 확산되며 파

는 공간이 되었다.

바라를 젊은이들을 위한 도시로 변모시켰다. 문화 예술의 도시, 실험의 도시, 그리고 지금은 디자인 적 창의적인 생각의 실천으로 작은 세계 디자인 창

2)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버려진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바꾸다 - 이탈리아의 파바라 도시의 카운트리스 시티즈 (Countless Cities) 프로젝트

의도시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실천에는 다음 세 가 지의 핵심이 있었다. 거버넌스, 회생과 탄력적 도시 민, 그리고 깨어난 청년들의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전시와 파빌리온은 파바라 시 곳곳에서 펼쳐지고, 이러한 것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와 자기 자신 을 계발하도록 이끈다. 사회적 기업에서 시작한 프로세스의 주안점은 도 시의 개선에 있어 각 시민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시민들이 직접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방 법으로 10년 안에 파바라의 모든 시민이 주차장, 임 대주택, 문화센터, 어린이집의 일부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 파바라 협회는 도시의 경제 엘

[사진4] 제2회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카운트리스 시티즈(Countless Cities)'

리트층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경제적인 참여 의 기회를 열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 훈련과

제2회 어워드 대상을 받은 '카운트리스 시티즈 (Countless Cities)'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황폐한 시골마을 파바라에 열린 커뮤니티, 예 술 중심지 공간으로 바꾼 비엔날레 개최 프로젝트 이다. 지역민, 예술가, 건축가 및 세계 도시들의 참 여로 버려진 농촌 도시 전체를 활성화시켜 도시, 국 경과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넓혔다. 거의 버려지고 폐허화 되었던 파바라 중심지를 현대 예술을 전시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야심찬 도시 재생 프로젝트이다. 018

지역사회

직장에 젊은 피를 수혈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 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 려 다른 사람들이 파바라에 와서 살고 싶도록 만들 고자 한다. 그들은 도시에서 좋은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파바라 지역에서 세 가지 우선순위에 집중할 예정이다. 풍부하고 다양하면서도 저렴한 거주지 의 제공, 교육 및 직업의 제공, 그리고 시민들의 삶 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전략 및 행동의 채택 등이 그것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시골 마을 파바라 중심부 에 위치한 낡고 반쯤 버려진 집을 현대 미술 전시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창조한 이 프로젝트는 우 리 삶에서 도시를 스스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는 방 법을 제시한다. 심사위원장 찰스 랜드리는 “예술의 영감을 받은 도시디자인을 통해 도시 전체를 재 활 성화한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팀 디자이너 안드레아 바르톨리 (Andrea Bartoli)는 “예술가나 전시회가 유목민이 되 어 육체적, 정신적 국경을 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 리는 믿고 있으며, 이는 국경을 초월하여 언어와 문 화를 모든 방향으로 전파하고 확산시켜 나가게 한 다. 이를 위해 올해 세계 도시 비엔날레인 ‘카운트리

[사진5] 반둥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작품

스 시티’의 최초 에디션을 개최하였으며, 우리의 사 명은 사람들이 자신과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개 선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모두 나타내는 것으로 2008년에 만들어졌다. 로고/ 브랜딩은 또한 ‘dot com’ 시대, 연결의 정신, 그리고 사회 혁신을 위한 기술의 역동성을 부각시키고자 함이다. Airborne.bdg이 적용된 위치인 링가와스는

3) 비 행기 교차로 옆 슬럼을 문화적 명소로 일으키다

반둥이 ‘디자인’을 어떻게 인지하고 구현하는지를

- 인도네시아의 에어본 닷 반둥(Airborne.bdg)

대표하는 곳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프로젝트

사회가 실천하는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다.

인도네시아 반둥시 비행장 옆 슬럼 지역 ‘링가와스

에어본 닷 반둥, ‘Airborne.bdg’의 뜻은 지상 40m

(Linggawastu)’ 주민의 복지향상과 사회적 소속감,

에서 반둥 브랜드인 ‘.bdg’가 완전한 형태로 볼 수

창의성 증진을 위한 옥상 벽화 프로젝트로써 반둥

있는 최종 결과를 나타내며, 공기를 통해 창의력을

창조도시포럼 (BCCF)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옥

전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옥상 벽화 그 자

상벽화를 통해 공동체 문화와 도시 환경을 개선하

체는 링가와스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는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은 유네스코 창

노력의 일환으로 수년간 지역사회와 지역 주민들,

의도시 네트워크(UCCN)에 대한 반둥의 약속의 일

시민들과 지방 자치 단체들, 그리고 다른 모든 이

부이며, 반둥의 브랜드인 ‘.bdg’의 도시 규모의 물리

해당사자들 간의 협력으로부터 나온 해결책이다.

적 외관을 구축하여 UCCN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의

Airborne.bdg 옥상 벽화는 또한 디자인과 창의성을

도시로서의 가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bdg’는 (‘점’

계속 실험하고, 도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혁신적

앞에 언급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개별적 특성과 반둥

인 해결책을 찾는 전략적인 방법이 입증된, 그 지역

시를 향한 집단적 소속감(‘점’ 뒤에 ‘bdg’로 약칭)을

의 거대한 ‘스탬프’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3 호

019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휴먼시티디자인 서울’ 스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저소득 커뮤니티의 기업가적, 기술 적, 혁신적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조직이다. 홍합 껍데기 재료로 건축 타일을 만드는 작업이 대 학연구소, 기업 등과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디자인 밋츠 더 코히(Design Meets The Corre : 디자인 일상 을 만나다)’ 프로젝트는 2016년 낙후된 ‘파.벨라’ 지 역의 기업을 위한 시각적 아이덴티티 프로젝트 창 출을 목표로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촉진을 지원하 [사진6] 에어 본 닷 반둥(Airborne.bdg)의 스템프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반둥시 슬럼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 주민 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디자인, 창의성, 공원 녹지, 하 천, 공공예술, 집합적 도시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향식 시범사업으로 2013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서 BCCF는 지역 폐기물 은행과 협력하여 재활용 제 품을 개발하고, 인근 사회적 및 창조적 산업의 가능 성을 연구하였다. 또한 수년간 지역민들과 긴밀히 협력한 결과 계획이 단계별로 잘 실행되어 드론의 도 움으로 투영된 .bdg 패턴에 따라 약 150개의 옥상이 도색 되었다. 심사위원 스테파노 미셸리는 “공예와 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상향식 개발 지역 브랜드와 사 회적 정의를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였다. 프로 보노(pro bono publico)에서 일하는 도 시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힘을 모아 미용실, 음악학 교, 커피숍 등 90여 개 사업체의 새로운 브랜드와 로 고를 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성과 는 새로운 기회의 개발을 위해 불가능하다고 보여 지는 환경에서 사업체들을 참여시켜 수천 명의 일 자리를 창출해 낸 것이다. 90개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고 167개의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598개의 새 직업이 만들어졌다. 디자인의 본질은 디자인을 통 해 그 주변 삶을 행복한 일상으로 변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잘 보여준 사례이다. “디자 인과 마케팅이 결합해 창의적인 제품개발로 빈민 가를 실제로 변화시킨 활기찬 프로젝트”라는 심사 위원 찰스 랜드리의 평을 통해서 이 사례의 특별함 과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4) 마케팅 기획과 디자인으로 어려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환경을 가져오다 - 브라질의 벨로오리존치 도시 ‘Design Meets The Corre, Fa.vela’ 프로젝트

미래 행복한 도시 일상을 위한 디자인을 꿈꾸며

브라질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이자 도시의 빈민촌

이상과 같이 디자인을 통한 도시 일상의 변화를

중 3번째로 큰 벨로오리존치(Belo Horizonte)에서 저

가져온 사례들의 공통된 특성들이 있다면 그것은

소득층을 위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작

도시민들의 공감과 지속적인 실천이 긍정적인 도

된 프로젝트이다. ‘Fa.vela’는 브라질 최초의 빈민층

시의 에너지들을 만들고, 그 도시의 거주민들만이

기반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터로, 사회 환경 및 경제

아닌 방문자들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

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가속화 프로그램과

고 그 중심에는 지속 가능한 소통의 참여 의지가 있

020

지역사회


[사진7-1] 홍합 껍데기가 가져온 신화

[사진7-2] 지역산업 이끈 디자인 커뮤니티

[사진8] 사회변화로 경제활성화 사례

[사진9] 홍합껍질의 산업 제품으로의 변신

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

해나가는 ‘인간 중심의 도시디자인’의 관점으로 전

이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공감하고 실천하는 좋은

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커뮤니티

사례들을 발굴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격려하기 위

의 창의적 노력으로 큰 변화를 이룬 글로벌 사례들

한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상의 의미를

이 보여준 가치지향적 도시디자인의 접근법을 우

넘어 우리 도시민의 미래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

리에게 맞게 새롭게 해석하여 적용해보면 어떨까?

고, 디자이너들에게는 인간 중심의 도시의 가치를

지속가능한 인류 발전에 기여할 ‘휴먼시티 부산’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새롭게 그려보며, 그 속에서 행복한 부산시민의 일

이상의 성공사례를 통하여 도시의 디자인이 이제

상을 상상해본다.

산업·경제적 수단을 넘어서서, 도시민의 일상 삶과 소통하고, 환경과 같은 공공의 문제에 더욱 집중하

최경란 프로필

여 그 가치를 탐색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2001년부터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교수로

러한 관점에서 여러 해외사례는 부산을 비롯한 한

재직 중이며, 2015 생테티엔 디자인 비엔날레(Sain-Etienne

국의 도시디자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

Design Biennale) 한국관 초청 감독, 서울디자인한마당 총감 독(2010),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Triennalle Di Milano)에서 열

다.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와 행복한 일상을

린 〈바이탈리티 : 코리안 영 디자이너 Vitality : Korean Young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Designers〉전 기획 총괄 및 초청 큐레이터(2011~2012),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2015) 등을 맡았다. 2020년 12월 이탈리아로

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디자

부터 기사(Cavaliere) 작위 및 친선 훈장을 수훈했다. 서울디자

인의 창의적 방법으로 해결하고 치유기능을 확대

인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2018.04~2021.04).

2021년 3 호

021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공간과 감성

도시 고유의 장소성 살려 시민에게 감성적 힐링 주길

우 동 주 (주)상지건축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처음 수채화를 배울 때 일이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

보다는 익숙한 장소가 보다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어를 타고 오시는 팔순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이

오래전의 익숙한 장소란 젊은 날 생명력 넘치던 그

제 막 배우기 시작한 솜씨였지만, 그림선생님의 칭

시간 속의 기억을 포함하고 있으며, 노인이 된 현재

찬 한마디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시며 얼마나 행

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해 하시는지! 그 순간 나는 ‘몸은 늙어도 사람은

심지어 그 공간 속에서 단 7일 동안의 생활만으로

감성이 살아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도 건강이 훨씬 나아지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감성의 힘을 깨닫게 해준

공간에서의 감성은 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는 것이다. 때로는 편리한 새 아파트보다 낡았지

인간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좋은 음악과 그 림, 아름다운 풍경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평소 벗

만 오래 살았던 집을 노인네가 고집하는 이유를 일 견 이해하게 된다.

어날 수 없지만 인식하고 있지도 않아 소홀하기 쉬

미국의 로저 울리히(Roger S. Ulrich, Ph.D., EDAC)

운 것이 공간에 대한 감성이 아닐까? 실제로 현대인

박사는 수술환자들이 병실 공간에 따라 회복 기간

들은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 달라짐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표했다(1984년). 자연풍광이 바라다 보이는 병실에

편안함과 행복감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시간과 돈

서 지낸 환자가 벽체만 보이는 환자보다 회복이 빨

을 지불한다. 하지만 매일 살아가는 집과 사무실 그

라 일찍 퇴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창문의 조망

리고 도시와 같은 공간이 주는 감성에 대해서는 깊

이 면역체계의 치유과정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공간과 감성

것이다.

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드물다.

영국의 해밀턴(Dr. David R. Hamilton) 박사는 2012

TV에서 ‘7일간의 기적’이란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노

년 ‘How your mind can your body’라는 책을 통하여

인을 대상으로 한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실험과정

힐링된 마음은 몸까지 치유한다는 논리를 제시하

으로써 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새로운 공간

고 있다.

022

지역사회


미국에서는 신경건축학회(2002)가 발족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신경건축연구회’ (2010)가 발족하 여, 공간에서의 감성 변화가 뇌와 면역체계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라는 책에서 저자 오자와 료스케는 공간에 있어서 의자 와 같은 소품이 가지는 공간감성에 관한 영향을 강 조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덴마크 사람들

아파트 방을 한옥으로 변경

은 의자를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시간과 돈을 들여 서 갖추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여기기 때 문이란다. 첫 월급 타면 주로 옷을 산다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말하자면 행복한 삶의 원천은 곧 ‘공 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위를 넓혀서 도시 스케일에서 한번 살펴보자. 우리는 그동안 광범위한 도시 개발과 재개발을 진 행해왔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 개발이 획일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특성 있는 도시공간이

야노 케이죠는 『부자의 방』에서 ‘좋은 집이란 구입

훼손되거나 고유한 장소성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파

수없이 해왔다.

트를 경제적 투자가치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감성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가꾸는 노력 도 필요하지 않을까?

입지적 특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재개 발 재건축을 전제로 한 도시개발과정에서 기존의 장소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효율성

이래 사진은 획일적인 아파트 공간을 편안하고 쾌

과 경제성을 최우선시해온 개발패턴으로 인하여

적한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한옥 분위기로 바꾼 경

디자인은 점점 단순화되었다.

우이다.

정육면체 건물과 똑같은 도로 계획이 수도 없이 반복되면서 도심에 있는 대부분의 장소와 공간이 서로 비슷해져서 이제는 구분조차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현대인들이 이렇게 획일화되어 가는 일상의 답답 한 공간을 벗어나 감성에 맞는 다른 공간을 찾는 일 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 들이 경관이 좋은 곳을 찾아가거나 산책로를 개발

아파트 방을 다실로 꾸민 경우

하는 등 자신만의 힐링 스페이스를 찾기도 한다. ‘슈필라움’ (spielraum) 용어는 나만의 여유 공간, 나 만의 놀이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2021년 3 호

023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공간과 감성

감천문화마을 골목

영도구 흰여울 마을

장소성을 구현한 가로형 단지 개발(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얼마 전부터 기장 해변의 카페가 인기다. 최근에는

주택개발의 경우 기존 가로와의 맥락 관계를 살펴

낙동강 샛강이 바라다 보이는 장소를 많은 사람들

보고, 대단지의 경우는 소규모 블록으로 나누어 조

이 찾고 있다. 이러한 곳이 현대인들에게는 힐링할

닝계획을 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변의 환경적 요소

수 있는 감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를 섬세하게 고려하여 장소적 특성을 강화하는 계 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역 환경을 무 시한 획일적 탑상형 주거 단지를 만드는 디자인은

획일적 개발패턴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서 디자인 영감 이끌어내야

흔해 빠진 장소로 귀결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서구 사례를 보더라도 근대화과정의 산물인 도시

그렇다면 공간은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이제는 확 밀어버리고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탈바 꿈하는 개발패턴을 지양하고 그 지역이 지니고 있 던 장소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 사업의 개념도 지역 고유의 특성으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공간의 효율적 재편과정을 벗어나 그 도시 고유의 장소성을 복원하는 방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시대적으로 근대화 이전 양식의 감 성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서울의 청계천이나 부산의 동천 복원은 그 지역 고유의 장소가 지니고 있던 공간적 감성의 복 원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 디자인교육은 여전히 단일 건물에 관심을 두 고 있다.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그 주변 공간을 형성 한다는 사실을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우리 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간에 공간을 규정하는 행위 는 공적 공간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건축디자인의 공적 공간에 대한 기여를 어 렵게 만드는 것은 도로와 교통 같은 기능적 사안을

확 밀어버린 양정2지구 재개발 지역

024

지역사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계획과정에 원인이 있다. 이


러한 계획과정이 끝난 후에 남겨진 공간으로 장소

우리의 일상이란 바꿔 말하면 시간이고 그 시간을

적 특성을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

보내는 공간이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

연히 그 결과는 무미건조하게 마무리되기 십상이

다. 공간이 달라지면 생활의 질과 만족도가 당연히

다. 하나의 건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감성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풍요로운 장소를 만드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산에는 이러한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장소

나를 둘러싼 작은 공간에서부터 도시공간까지 감 성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가 적지 않다. 감성적 힐링이 될법한 장소들이 곳곳 에 널려 있다. 이것은 도심에 산이 많아 경관이 매

우동주 프로필

력적인 곳이 많고, 강과 바다가 가까이 있는 천혜의

대한건축학회 부·울·경 지회장(전), 동의대 명예교수, (주)상지

조건을 갖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해운대 미포 길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계류장

2021년 3 호

025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역대 시 계획 검토와 향후 방향

일찍부터 여러 계획 세웠지만 공원녹지 부족 등 과제 산적

우 신 구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디자인, 왜 중요해졌는가? 2000년대를 전후하여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심화 되면서 국가 사이의 경쟁보다는 도시 사이의 경쟁

인 중의 하나가 매력적인 도시디자인이다. 도시디 자인을 통해 잘 디자인된 장소는 사회적, 환경적 그 리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1)

이 더 주목받았다.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 일하고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국의 지자체

싶은 도시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기업들도 모여

들이 도시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자체

든다. 세계의 많은 연구소, 국제기구, 신문사와 잡

들은 도시디자인을 담당하는 조직을 앞다퉈 설치

지 등의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도시 사이의 순위를

하였다. 부산시에서도 2008년 행정부시장 직속의

매겨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순위의 상위권에 랭크

도시경관기획단을 신설하여 경관정책, 경관조정,

된 이른바 글로벌시티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이

공공디자인, 디자인지원 등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도시들은 글로벌시티

도시디자인을 주요정책으로 도입하였다.

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도시정책을 집중시켰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지원하는 주요 제도를

도시는 시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정비하였다. 2007년에는 도시디자인과 관련한 두

끌기 위해 마케팅해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사람들

개의 법이 제정되었다. 바로 경관법과 건축기본법

이 많이 모이는 주요한 교통 터미널이나 광장에는

이었다. 건축기본법에서 다루는 대상은 ‘건축물’과

각 도시의 광고판이 주요 자리를 잡았고, KTX 객실

‘공간환경’이며, 공간환경은 “건축물이 이루는 공간

모니터에서도 도시의 광고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

구조·공공공간 및 경관”을 포괄한다.2) 따라서 건축

되었다. 도시를 마케팅할 때 관광객, 기업 혹은 새

기본법의 적용 대상도 개별 건축물 뿐만 아니라, 가

로운 주민들에게 도시가 가지고 있는 시설, 제도, 세

로와 광장을 비롯한 공공공간 까지 포함하는 도시

제, 물류, 교통, 서비스 등이 다른 도시에 비해 얼마

디자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경쟁력이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

1) E nglish Partnerships & Housing Corporation, Urban Design Compendium 2 : Delivering Quality Places, p.3 2) 건축기본법 제3조

026

지역사회


경관법에서는 ‘경관’을 “자연, 인공 요소 및 주민의

고 할 수 있다. 영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어메니

생활상 등으로 이루어진 일단의 지역환경적 특징

티(amenity)’라는 용어가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을 나타내는 것” 3)으로 정의하고 있다. 경관법에 따

학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어메니티란 “총체

른 경관계획에는 “자연경관, 시가지 경관 및 농산어

적으로 쾌적한 물리적 환경의 상태로서 환경의 질”

촌 경관 등 특정한 경관 유형 또는 건축물, 가로, 공

이며, 어메니티플랜은 “현대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원 및 녹지 등 특정한 경관 요소의 관리에 관한 사

가치관으로 가장 기분 좋다고 느끼는 쾌적한 물리

항” 4)을 규정함으로써 도시디자인과 내용이 거의 비

적 환경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도시생활공간 전

슷하다고 볼 수 있다.

체를 쾌적한 환경으로 정비하고 창출하는 물적 계

도시디자인과 관련한 또 하나의 법률은 2016년 제 정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며, 약칭으 로 공공디자인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공공디자인 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이 사용되었 으나, 법은 꽤 늦게 제정된 편이다. 이 법에서 공공

획과 프로그램적 계획”을 의미하며, “지역의 환경 적·사회적·문화적 특성 등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기능과 성격을 파악·분석하고 그것에 적합 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구상, 구체적 시책 등 을 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6)

디자인을 “일반 공중을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

<부산 어메니티플랜>은 주거환경 어메니티, 도시가

체,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공공기관

로환경 어메니티, 역사문화환경 어메니티, 자연환경

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이 조

어메니티 등 분야별로 도시의 어메니티가 지향해야

성ㆍ제작ㆍ설치ㆍ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

할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본방

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

침을 설정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가로경관 개선,

5)

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 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부산의 도시디자인과 관련한 대표적인

스카이라인과 야경의 보전과 개선, 워터프런트의 활 용과 관련한 계획방향과 시범사업을 제안하였다.

계획들이 수립된 과정과 내용을 검토하고, 계획의

이 계획에 따라 1995년 부산시는 도시계획과에 도

결과물로 나타난 부산의 현재 도시디자인을 반성함

시미관계를 신설하고, 1999년에는 부산의 볼거리

으로써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자연자원, 공원녹지, 역 사자원, 문화자원, 생활자원을 모아 ‘부산 어메니티 100경’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부산

부산 어메니티플랜 (1994)

어메니티 100경’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자 ‘관공서의

부산이 경관이나 미관과 같은 도시환경의 질에 관

폐쇄적 형태’, ‘무질서한 간판’ 등 부산 어메니티를

심을 가지고 도시디자인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

저해하는 10대 요소를 선정하여 개선운동에 나서

것은 1994년에 수립된 <부산 어메니티플랜>이라

기도 했다는 점이다.7)

3) 경관법 제2조 4) 경관법 제9조 5)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6) 김세용 외, ‘어메니티플랜의 제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계획계, 19권1호, 2003.01, p.176 7) 연합뉴스, 1999.11.20.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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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역대 시 계획 검토와 향후 방향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사용되던 어메니티

진” 등으로 나타나며, 부산성 가꾸기 기법은 “장소

라는 용어가 도시어메니티보다는 농촌어메니티라

별, 건축물별, 경관별로 차별화된 보전, 육성, 창출”

는 용어로 자주 사용되고, 개별 시설물이나 공원 녹

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하였다.8) 이러한 정의에도 불

지 등의 구체적 장소의 쾌적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구하고 ‘부산다운 건축’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사용되면서 도시디자인의 영역에서는 점점 사라져

계속 이어졌다. 많은 건축물들이 ‘부산다움’을 바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파도, 바람, 갈매기 등의 피상적인 형태의 건축화로 이해하여 갈매기를 형상화한 지붕이 있는 자갈치 시장과 같은 건축물이 2006년도 부산다운 건축상

부산다운건축 마스터플랜(2003)과

의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매년 ‘부산다운 건축

부산건축기본계획(2012, 2018)

상’의 심사위원회에서도 ‘부산다움’을 어떻게 어떻

부산에서는 매우 특이한 건축적 정책 목표를 수립

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다. 소모

하여 추진하였다. 2003년 부산에서는 <부산다운건

적인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건축전문가들은 ‘부

축 마스터플랜>이라는 계획을 수립하여 부산에서

산다운 건축’에 대한 논란을 그만두자는 주장을 하

건설되는 건축의 목표를 정립하였다. 이 마스터플

기도 하였고, 2019년에는 결국 ‘부산다운 건축상’의

랜에는 ‘도시경관·가로환경 및 건축물 높이에 관한

명칭을 ‘부산건축상’으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글

기본계획’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이 계획이 단순

로벌시대에 건축의 ‘지역성’에 집착하기보다는 건

히 건축물에 관한 계획이 아니라 도시환경 전반을

축의 보다 보편적 가치에 주목하여 세계적 수준의

아우르고 있는 도시디자인의 마스터플랜임을 알

건축을 지향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한때 유행했

수 있다. 이후 이 계획에 따라 2003년부터 매년 부

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캐

산에서 지어지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선정하여 수

치프레이즈가 요즘 잘 들리지 않는 것도 비슷한 변

상하는 건축상의 이름도 ‘부산다운 건축상’이라는

화가 아닐까?

이름을 붙였다. 다른 도시에서는 대부분 그 도시의 이름만을 붙여 ‘00시 건축상’ 혹은 ‘00시 건축문화상’ 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향과 비교하면 매우 특이 한 시도였다.

비법정계획이었던 <부산다운 건축 마스터플랜> 은 2007년 건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부산건축기 본계획>이라는 법정계획으로 대체되었다. 건축기 본법에서 다루는 대상은 ‘건축물’과 ‘공간환경’이며,

<부산다운건축 마스터플랜>에는 ‘부산다운 건축’

공간환경은 “건축물이 이루는 공간구조·공공공간

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다. “부산다운 건축은 부산

및 경관”을 포괄한다.9) 따라서 <부산건축기본계획

성을 살린 건축”이며, “부산성은 개방성, 민중성, 해

>에서 다루는 대상도 개별 건축물뿐만 아니라, 가

양성”을 바탕으로 하며, 부산성의 건축적 이미지

로와 광장을 비롯한 공공공간 까지 포함하는 도시

는 “다양한, 열린, 투박한, 역동적인, 끈질긴, 어우러

디자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부산광역시, 『부산다운건축 마스터플랜』, 2003, p.31 9) 건축기본법 제3조

028

지역사회


이 계획에서는 ‘부산다운 건축’이라는 부산의 건축

공원과 녹지에 대한 계획은 2005년 ‘도시공원 및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부산의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정계획인

건축이 지향해야 할 9가지의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2030년 부산광역시 공원녹지기본계획>이 2011

형태의 논란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하였다.

년 수립되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부산 전역을

2012년에 수립된 제1차 <부산건축기본계획>은 공공성, 심미성, 역사성, 사회성, 지속성, 환경성, 안정성, 문화성, 경제성 등 9개의 가치를 설정하였 고, 2018년에 수립된 제2차 <부산광역시 건축기

6대 산림축, 5대 하천축으로 잇고, 서부산권·중부산 권·동부산권의 3개 권역에 상징공원 6개소를 조성 하는 한편, 도심 내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것을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다.11)

본계획>에서는 수준 높은 도시 이미지에 대한 요

흥미로운 점은 총 4조4천억 이상이 소요되는

구,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

<2030년 부산광역시 공원녹지기본계획>에는 장

화, 기후변화와 재난에 대한 대응 등 시대와 사회

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대책 수립을 2015년까

의 변화를 반영하여 심미성, 역사성, 사회성, 안정

지 하도록 계획되어 있었으나, 결국 해결되지 못한

성 대신 경관성, 혁신성, 생활성, 안전성을 새로운

채 일몰제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치로 설정하였다.

부산도시경관 기본계획(2005) 부산 녹화마스터플랜 (2003)

부산시가 도시경관을 도시의 중요한 정책으로 고려

2003년에 수립된 <부산 녹화마스터플랜>은 ‘삼포

하여 처음으로 <부산광역시 도시경관기본계획>

지향을 이루고 있는 녹지골격을 보전하고 정비한

을 수립한 것이 2005년이었다. 2007년 경관법이 제

다’, ‘다양한 생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풍요로운 녹

정되기도 전에 2020년의 부산 도시경관의 미래상

지기반을 만든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시환경을

을 ‘자연과 소통하는 Dynamic Metropolis’로 설정하

복원한다’, ‘시민과 기업과 행정이 서로 협력하여 부

고 ‘보전·육성 : 자연지형을 기본골격으로 한 산과

산포의 기적을 일구어 낸다’ 등의 기본방침을 제시

바다로 열린 경관’, ‘체험·참여 : 일상 속으로 경관을

하였다. 시가화구역 내의 공원녹지의 면적을 7.3%

끌어들여 삶의 질 향상을 체감’, ‘조정·관리 : 개선, 회

에서 15%로 확충하여, 시민 1인당 실제 공원면적을

복, 제거, 복원 등 수법을 동원한 도시경관 혁신’ 등

1.07㎡에서 3㎡로 늘리고,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의 3대 경관관리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수 있는 소규모 공원형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시가지공원 조성, 가로 및 공공시 설 녹화 등 신규 녹지자원을 창출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와 녹화협정 등의 프로그램도 제안하였다.10)

부산시의 경관기본계획은 사실 국가에서 ‘경관법’ 을 제정한 2007년 이전에 수립된 비법정계획으로 상당히 선진적인 행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관 법이 제정된 이후 2009년에는 법정계획인 <경관

10)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도시경관기본계획』, 2005, pp.159-162 11)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https://www.busan.go.kr/nbtnews/166816)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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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역대 시 계획 검토와 향후 방향

공공디자인이라는 두 가지 분야를 동시에 계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경관 기본계획 내에는 경관현황조사 및 자원 조사, 도시경관 미래상 설정, 경관계획, 실행계획, 도시경관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었다. 도시공간디 자인 기본계획은 도시공간디자인 현황조사 및 자 원조사, 도시공간디자인 미래상과 추진전략 설정, 도시공간디자인 계획단위 정립, 도시공간디자인 실행계획, 시공간디자인 가이드라인, 도시구조물 부산광역시 경관기본계획도

및 가로시설물 매뉴얼을 포함하였다.

상세계획>을 수립하여 중점경관관리지역에 대한

이 계획의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은 이듬 해 2011년

보다 세부적인 경관 정책을 추진하였다. 특히 부

부터 시행되었다. 내용상으로 보면 그 이전의 도시

산의 경관을 산지경관, 수변경관, 시가지경관으로

경관 기본계획과 상당 부분 중복되었기 때문에 기

경관유형을 나누고 각 유형별로 일반적인 지침을

존의 도시경관 가이드라인과 공공디자인 가이드라

수립하고, 경관개선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인은 폐지되었다.

지역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제시하여 경관 개선을 유도하였다.

색채계획과 야간경관계획 이 계획에서 제시한 테라스형, 지구형, 회랑형 등 세 가지 유형의 경관역과 녹지축, 수변축, 도심축 의 세 가지 경관축, 랜드마크형과 결절점의 두 가 지 경관핵은 이후 경관 관련 계획에서 자주 참조 됨으로써 부산의 도시디자인의 중요한 레퍼런스 가 되었다.

2009년에 수립된 <부산광역시 도시색채계획>은 경관법에 따른 특정 경관계획의 하나로 효율적이 고 체계적인 도시경관 관리의 필요성에 의해 부산 의 경관색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정체성 있는 도시 경관색채의 유도를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계획 기 준년도인 2008년 현재 부산의 현황색채를 바탕으 로 부산의 지역색을 추출하고 부산을 대표하는 이

도시디자인 기본계획 부산시 도시경관상세계획이 수립된 이듬해인 2010년에는 도시디자인 조례에 의해 5년마다 수

미지에서 연상되는 부산의 이미지색을 도출하여 부산의 경관색을 설정한 것이 핵심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립되는 법정계획으로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이

부산지역색은 부산을 대표하는 20개 지역을 대상

수립되었다. 이 계획은 경관을 다루는 도시경관기

으로 블록별, 지역별 색을 추출하였다. 부산이미지

본계획과 공공디자인을 다루는 도시공간디자인

색은 해운대, 갈매기, 누리마루 APEC하우스, 광안

기본계획으로 구성되었다. 즉 이 계획은 경관과

대교, 자갈치시장, 불꽃축제, 금정산, 부산항야경 등

030

지역사회


부산색채계획의 수변권-해안권 경관색

16가지의 경관, 장소, 건축물, 구조물, 축제 등 부산

이처럼 <부산광역시 도시색채계획>은 부산의 도

을 대표하는 경관자원에서 연상되는 색을 시민설

시디자인 관련 계획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계

문조사를 통해 선정하였다.

획의 하나이지만, 과연 특정한 색채군을 특정한 지

이렇게 분석하고 선정한 부산지역색과 부산이미지 색으로부터 주조색 12색, 보조색 12색, 강조색 12색 등 모두 36가지의 도시경관색을 설정하였고, 권역

역에 인위적으로 집중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 문이 남는다.

별로 경관색을 구분하였다. 부산을 크게 수변권(해

야간경관계획은 2004년에 1차적으로 수립되었고,

안권, 하천권), 내륙권(주거지권, 가로권), 산지권

2007년 경관법의 제정에 따라 색채기본계획과 마

(해안산지권, 내륙산지권)으로 나누어 각 권역별로

찬가지로 특정경관계획의 하나로 “부산의 정체성

권장하는 경관색을 팔레트로 구성하여 건축물, 가

강화 및 글로벌 미항으로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제

로시설물, 교통시설물 등에 활용함으로써 ‘부산다

문화·관광 도시로서 야간경관조성”을 위해 2015년

운 색채’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부산광역시 야간경관계획>이 수립되었고, 2020

본 색채계획은 부산경관색을 부산시나 자치구·군 의 건축위원회, 도시디자인위원회 또는 경관위원 회의 심의 대상인 도시구조물, 건축물, 공공시설물 의 색채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경관색의 사용

년 이 계획을 보완한 2차 <부산광역시 야간경관계 획>이 재수립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1, 2차 계획 모 두 야간경관을 통해 도시의 ‘활기’를 강조하고 있다 는 점이다.

을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 에 대부분의 심의대상은 부산의 경관색을 활용하

부산의 도시디자인의 현황과 과제

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건축물의 사업 성을 좌우하는 높이나 스카이라인 등은 경관계획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센티브를 적용 받아 더 높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색채의 경우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 문에 심의를 신청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이해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산시는 일찍부터 도시경 관, 공공디자인, 공원녹지, 도시디자인에 대한 많 은 관심을 가지고, 도시경관기획단 같은 조직도 비 교적 일찍 설치하였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도 시어메니티와 관련한 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건축, 공원, 경관, 공공디자인 등

2021년 3 호

031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역대 시 계획 검토와 향후 방향

도시디자인 관련 계획들을 활발하게 수립하였다. 이러한 부산시의 노력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부산이 산업도시에서 탈산업도시로 본 격적으로 전환하는 시대적 변화와 겹친다. 부산의 경제를 지탱했던 제조업들이 역외나 해외로 이전 하면서, 부산은 관광, 금융, 영상, 물류 등 서비스 산 업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아름답고 매 력 있는 도시를 통해 시민을 위한 쾌적한 도시환경 을 만들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도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도시디자인 현황은 부산시의 이런 오랜 노력에 합당한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일 까? 과거 도심 근처에 자리한 공장 굴뚝이 매연을 뿜

동구 수정동 산복도로지역의 조망

어대고, 하천이 오염되어 악취로 진동하고, 불법 건 축물과 간판들이 난무하던 산업시대와 비교하면 부 산의 도시환경은 천지개벽이라고 할 정도로 개선된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높이는 여전히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것은 사실이다. 하야리아부대를 반환받아 시민공원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녹지의 부족은 부

으로 조성하고, 수영강이나 온천천, 낙공강 등의 수

산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이다. 오히려 공원 일

변공간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광

몰제로 인하여 그나마 있던 도시공원조차 개발될지

복로와 서면 문화의거리, 해운대 구남로 등은 자동

모르는 위기의 순간에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예상되

차를 위한 도로에서 시민을 위한 보행자 가로로 변

어 왔고 많은 계획을 수립했지만 일몰제를 막지도 못

한 대표적 거리들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

했고, 부지를 매입하여 공원을 조성하지도 못했다.

한 건축물들이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에 들어서면서 지역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지금도 부산의 도로와 공원 등 공공공간에 설치되 고 있는 각종 공공시설물 역시 아직도 많이 개선되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숙제로 남아 있다. 고

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설치 주체가 만든 각종 형

층 아파트의 난개발로 인한 경관의 문제는 어제오

태와 색상의 시설물이 각자 자리를 잡아 사람들의

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바다 조망이나 시민공원 조

통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 혼란을 야기하

망을 위한 아파트들 사이의 높이 경쟁으로 시민들

고 있다. 도시의 이면도로는 불법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의 조망권 갈등은 최근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

이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잠식하고, 어린이의 안전

다. 북항재개발 지역과 원도심 중앙로 주변 상업지

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응급환자나 화재 발생 시 빠

역의 고층 개발로 산복도로지역에서의 조망이 최근

른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 갈맷길을 비롯한 수많은

크게 훼손되었다. 산복도로인 망양로(望洋路)에서

탐방로들이 조성되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부산을

더이상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걷고 싶은 도시’로 인정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

032

지역사회


이다. 산지가 많은 부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부

동으로 충분한 것도 아니다. 보다 지속적인 협치가

산의 길에서는 보행뿐만 아니라 자전거나 유모차,

가능하려면 실천력을 갖춘 추진체계와 지원조직이

전동휠체어 등도 이동이 쉽지 않다.

정비되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의 민관 협력 및 지

그렇다면 앞으로 부산의 도시디자인을 위해 우리

원체계가 좋은 참고점이 될 것이다.

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셋째,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의 지향이다. 첫째, 부산 도시디자인의 장기적인 비전의 설정과

지난 5월 우리나라는 P4G 정상회의를 주최하였다.

공유가 필요하다.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유치하여 기후변화 대응과

도시디자인은 작은 시설물에서 대형 건물에 이르기 까지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형성하는 결과물이기 에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형성된다. 부산에서 수 립된 도시디자인 관련 계획들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비전에 있어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 계획이 수 립된 시점에서 도시 관련 이슈의 영향을 받았거나, 당시 시정의 목표를 추수하는 경향도 볼 수 있었다. 도시디자인의 장기적 비전은 시장이 누가 되든지 흔들리지 않는 목표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향한 우리나라의 국제 적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세부적으 로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를 늘리고, 공공건축 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용과 제로에너지 건축 물이 의무화되고 있다. 민간건축물에서도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단열기준 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하 지만, 여전히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도시는 에 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구조이다. 자동차의 사용을 전제한 도시구조는 여전하다. 실내는 쾌적한데, 외 부공간은 불쾌한 도시는 결코 지속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둘째, 도시디자인을 위한 행정과 시민의 협치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속가능성이 높은

필요하다.

도시가 회복탄력성도 높은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시

도시디자인의 장기적 비전이 바뀌지 않으려면 시

민들이 팬데믹 상황을 견뎌내게 하는 것은 수천 킬

민들이 이 장기적 비전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참여

로미터 떨어진 무인도가 아니라 우리 집 주변의 작

해야 한다. 시장이 바꾸려고 해도 시민들이 장기적

은 공원이기 때문이다.

인 비전을 지켜야 한다. 최근 부산시는 <2040년 부 산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계획단이 제

우신구 프로필

안한 도시의 분야별 미래상과 추진전략을 반영한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 아시아도

바 있다. 평양과 같은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도시는

시경관상 한국대표 심사위원,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관문심사

국가나 지자체가 단독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매력 적인 도시디자인은 시민들의 협조 없이 행정이 단 독으로 만들 수 없다. 도시디자인 협치는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시민계획단 활

위원 및 평가위원, 국무총리 직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민간 위원을 맡고 있다. 부산광역시 도시재생위원회 위원장(20192020)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아미동 이야기 : 포개진 삶, 겹쳐 진 공간』, 『도시재생 실천하라 : 부산의 경험과 교훈』(공저), 『유 엔기념공원과 부산 : 국제평화도시의 환상을 넘어』(공저), 『일 상과 주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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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부산 근린 재생

시민 만족감 극대화 위해 보행 중심 도시로 진화시켜야 할 때

한 영 숙 싸이트플래닝 대표

일상 깊숙이 들어온 4차 산업혁명과 도시민의 삶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다. 다양한 사람이 도시 에 모여들면서 생각의 교류가 많아졌고 그로 인한 시너지효과로 혁신적인 발명과 발전이 가능했다. 창조는 다른 생각들이 만났을 때 스파크처럼 일어 난다. 도시는 그런 우연한 만남을 가능케 하는 공간 을 제공한다. 도시는 다양한 생각의 융합을 만들어 내는 용광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학 경 제학과 교수

그렇다면, 변화된 도시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신인 류(디지털네이티브)의 삶을 들여다보자. 첨단산업 에 종사하거나, 다양한 플랫폼노동을 제공하며 이 동시간을 최소화한 직주여가가 결합된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확보한 잉여시간은 요리, 홈트, 산책, 가드닝, 서핑, 동호회 활동 등으로 일상을 충만하게 보낼 수 있고, 효율적 으로 개인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거나 사람들을 만 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특히 MZ세대라고 불리 는 지금의 20대들은 개인의 만족감만큼이나 최근 의 이상기후와 COVID-19로 에콜로지라이프에 대

2021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도시변화의 방향 도 정해졌고, 속도도 내고 있는 중이다. ‘라이프스타 일(일상의 행복), 스마트(똑똑하고 현명한), 그린(탄 소제로)’라는 새로운 사회인프라 위에 다양한 주제 로 연대하는 플랫폼 공동체가 결합되어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요구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 인식이 높다. 이런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 시는 어떤 도시일까? 이들에게 부산은 어떤 모습으 로 인식되고 있을까? 시민의 행복을 높이고, 창조적 기회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서 도시는 존재해야 한다. 지금은 자연과 삶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 자체의 매력을 어필하고 일상에서의 도시 만 족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보행 중심으로 도시 를 진화시켜야 할 때이다. 부산의 매력을 살펴보자. 부산은 산, 강, 바다가 공 간적으로 밀도 높게 응축된 다이나믹한 지형을 지 녔다. 자연의 경계에서 시가지까지의 거리가 800m 내외여서 집을 나와서 10분 정도 걸으면 갈맷길이

034

지역사회


나 해안이나 수변산책로, 동네 뒷산을 만날 수 있

정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보수천, 초량천, 부

는 매력적인 도시다. 자연과 일상의 공생이 너무나

산천이 부산항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서면도심’은

도 쉬운 도시가 부산이다. 최근에 다양한 테마가 있

엄광산, 백양산, 황령산의 지천들이 도심에 모여 큰

는 카페와 함께 국민체육센터, 도서관, 미술관, 생활

줄기의 하천인 ‘동천’을 만들고 북항이라는 바다와

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면서 걷고, 책 읽고,

만난다. 부산은 자연스러운 산수(山水) 생태계 속

쉴 수 있는 일상이 풍요로운 도시가 부산이다. 가는

에 있다. 이러한 자연의 공간과 기존의 시가지와 산

곳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공간에서 다른 상상이 가

업공간, 새로운 도시공간이 결합되어 유니크한 부

능한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을 키워

산다움의 공간으로 가꾸어 갈 때 경쟁력 높은 장소

낼 수 있는 도시가 부산인 셈이다.

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일상에서 도시혁신을 실천하는 시민들 부산의 산복지대와 도심부 하천, 항구와 바다가 이 어지는 결절부에 위치한 곳이 동천이다. 그러다 보 니 최근 10여 년 간 추진되었던 북항재개발, 부산시 민공원, 문현금융단지, 산복도로 르네상스 등 기존 에 원도심에서 추진되었던 부산시의 정책사업들이 산/바다/강이 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부산

종합되는 곳이기도 하다.

훌륭한 자연환경의 틀이 있지만, 압축적인 개발과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담당하게 된 부

정에서 부산의 삶터는 국가 재건을 위한 도구로 전

산은 급격한 산업화를 비교적 평지였던 동천 주변

락되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계획을 만

의 서면도심에서 맞닥뜨리게 되었다. 동천변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런 반성으로 출발한 북항재

공산품을 제조하는 공장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개발 사업이기에 시민 중심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

급성장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평

하는 마음이 크고, 준공(2022년)에 대한 기대가 높

지에는 공장, 배후산지는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면

다. 그 이후의 스마트시티를 준비하고 있는 에코델

서 동천은 오염되었고, 냄새나는 골치덩이가 되었

타시티, 하나씩 채워져 가고 있는 동부산관광단지

고, 덮어버리고 싶은 하수도가 되었다. 그리고 1978

등도 특별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

년부터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부전천은 땅 속으

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부산원도심’

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다. 북항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이제 항구를 품

2013년 겨울, ‘동천재생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과

은 도시, 즉 ‘부산항도심’으로 바뀔 예정이다. ‘부산

정에서 ‘동천 시민참여단’을 지원운영하는 기회를

항도심’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통해 도시경쟁력

갖게 되면서 동천을 다시 만났다. ‘동천 시민참여단’

을 갖추는 변화의 계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부산항

은 동천 기본구상 활동에 참여할 만 20세 이상 시

도심’의 지형골격을 들여다보면, 보수산, 구봉산, 수

민들을 모집하여 생태환경팀·도시설계팀·유역공동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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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부산 근린 재생

체팀으로 운영하였다.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전문

있지만 호계천과 당감천처럼 일부 구간은 열려 있

가들로부터 동천과 관련된 교육을 듣고, 동천과 동

는 곳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 공간들의 관리가 우선

천유역을 함께 걸으며 바꾸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이

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지천에 오

야기하고, 행정과 토론을 통해 동천재생의 가능성

물이나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일, 쓰레기

을 도출하는 과정을 이어나갔다. 특히, 맨홀 뚜껑을

가 있다면 꺼내는 일, 소하천 주변을 관리하는 일,

열고 영광도서에서 시민공원까지 도로 밑으로 들

우수를 관리하는 방법 등 소하천의 재생은 그곳에

어가본 풍경은 잊을 수 없다. 깜깜한 수로였지만,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비교적 부유물이 없는 깨끗하게 흐르는 동천을 만 날 수 있었고, 맨홀 뚜껑 구멍 사이로 들어온 햇빛 에 작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물이 공기와 햇빛을 만나면 썩어가지 않고, 다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단체 이 름을 ‘숨쉬는 동천’으로 짓고, ‘동천탐사 트레일개발’, ‘어린이 동천탐사단 운영’, ‘숨쉬는 동천학교 운영’, ‘호계천 현황과 수질개선연구’, ‘동천 아카이브’ 등을 통해 동천에 대해서 배우면서 작은 실천을 위해 노 력 중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도 부산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 성급한 정비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생 태적으로 건강한 부산만의 방식을 찾자’가 ‘숨쉬는 동천’ 회원들과 시민들이 함께했던 워크숍에서 가 장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호계천, 가 야천, 당감천, 부전천, 전포천 등의 지천들이 살아서

동천과 동천유역(지천)의 현황

동천(광무교~55보급창/북항)으로 흐를 수 있을 때, 산수가 연결되는 생태도시가 가능하지 않을까? 분 류식 하수관거의 설치, 비점오염원의 관리, 대규모 저류시설 설치 등 산적한 해결 과제가 많지만, 우선 지천과 지천마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지천과 지천마을 주변으로 주민들을 대상으

도심산업 융합과 걷는 도시, 부산 ‘부산항도심’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도심의 산업을 재편하는 일이다. 물류가 나간 곳에 도심부 신산업 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로 한 생태적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과 실천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 기업의 유무로 도시의 운명

서, 쇠퇴한 지역에서 ‘친환경 주거지에서 생태적 삶

을 결정짓는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

을 행복하게 누리는 곳’으로 가꾸어 갈 필요가 있다.

다. 데이터로 보면 부산은 지식기반서비스업의 육

현재 지천마을의 지천은 콘크리트로 복개한 곳도

성이 대구보다 떨어지고, 지식제조업만이 일부 들

036

지역사회


부산항도심의 복합생활권

어서고 있다. 지식기반서비스업은 내발적인 노력

그런데 현실은 기존 산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도 필요하지만, 확실한 기업 유치를 통해 달성될

혁신을 만들기에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산업

수 있다고 본다. 동남권 메가시티플랜의 주변도시

고도화가 어렵고, 신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와의 컴펙트-네트워크 도시공간 연계전략을 바탕

신산업 관련 기업들과 인재들이 지역에서 활동을

으로 국제해양중심지(IMC, Inrenational Maritime

해야 하는데, 대학졸업 후 서울/수도권으로 취직이

Center)로의 리-포지셔닝이 필요하고, 해양 관련 산

공식화되어 가고 있어서 좋은 인력을 유치하는 것

업들이 클러스터를 이루어 상호작용하여 발전한

도 한계가 있다. 그래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개

도시, 물리적 활동인 인프라 중심 IMC에서 전문서

성이 강한 MZ세대가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특별한

비스 중심 IMC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경험, 유일한 장소,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요구가 높

특히, 인프라(항만, 공항, 철도, 수변 및 친수공간 등 사회기반 공간인프라), 해양산업(조선·물류 등 전 통산업과 과학·금융·바이오 등 신산업), 중추기능 (R&D·금융·법률 등), 항구에서 보수산/구봉산/수정 산이 보행으로 연결되면서, 북항은 콤플렉스 센트 럴, 상업지는 비즈니스 벨트, 주거지는 창의주거, 산 지일원은 도시여가문화벨트로 만들어 생활권 내에 서 글로벌 교통을 중심으로 일, 여가, 주거 용도가 공존하는 도심지로 성장시킬 수 있다.

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미래산업을 견인할 혁신 인재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열려 있 는 해양도시가 가진 개방적인 DNA가 부산에 있기 때문이다.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잘 자리잡을 수 있 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일자리를 찾아서 사 람들이 부산으로 오게 되고, 산, 바다, 강이 어우러 진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며 계속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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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부산 근린 재생

‘부산항도심’은 걷는 도시로 계획되어야 한다. 걷기

작용하는 활력있는 길 위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감

로 산업이 활성화되기는 어렵지만, 바다부터 배후

정과 감성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나와 너, 그리

산지까지 위요(圍繞) 된 시가지 안에서 걸어서 일하

고 우리, 우리집, 우리이웃, 우리동네를 애착을 가지

고, 만나고, 놀고, 살면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 혁신

며 볼 때, 같이 살아가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킬

적인 일들을 만들어 가기에 적합한 도시다. 그러기

수 있다. 배우고, 경험하고, 즐기고, 공유하는 다양

에는 배후 주거지를 개선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함

한 삶의 패턴이 있는 생태자족도시 부산으로 거듭

께 살아가는 동네로 바꾸는 일이 시급한 일이다.

날 수 있도록 도시의 변화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

항구와 상업지역, 주거지, 배후산지까지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관되고 상호

과 응원, 기회가 닿으면 시민으로서 소소한 실천도 잊지 말자.

‘걷기도시 부산’이 만들어 낼 도시의 진화

한영숙 프로필 부산을 멋지게 가꾸고 싶은 대한민국 건축사로 건축공학, 디자인학,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2006년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를 개 소한 이후 경관계획, 도시설계, 도시재생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감천문화마을 보전관리형 지구단 위계획 수립, 김해 봉하마을 마스터플랜, 북항 역사문화자원 발굴 및 활용 용역, 산복도로 아카이브센터 계획, 우암소막마을 주거환경 관리계획 등을 수립했다. 계획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소프트전략(교육, 포럼, 문화행사 등)을 제시하 고 있으며, 세상은 정답은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의지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믿으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행복한 동네살 이를 위한 33가지 이야기』(국토연구원), 『감천문화마을, 풍경이 된 공동체』, 『보수동의 공간과 시간』 등이 있으며, 부산광역시 공공건축 가, 공원위원회 위원, 해양수산부 중앙항만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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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

감천문화마을·F1963, 근현대 역사문화자원 바탕 지속가능한 개발 추진 윤 지 영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1. 시작하는 글 도시재생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할 수밖

2. 부 산의 도시재생 디자인 :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에 없는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조건을 지

1) 감천문화마을 : 문화예술로부터 커뮤니티의

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통합적인 비전과 방안’이

재생까지

1)

라고 그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도시재생은 21세 기 도시디자인에 있어 핵심 주제로 부산에서도 매 우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도시재생 디 자인 측면에서 부산의 대규모 사업으로는 2011년 시작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2014년 개장 한 부산시민공원, 2020년 개장한 동해남부선 블루 라인 파크, 2008년~2022년까지 진행되는 북항재개 발(BPA와 부산시 공동)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 진 키스와이어센터(고려제강 기념관, 2014년)도 부 산을 대표하는 지역재생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시는 2010년 창조도시본부를 만들어 민간전문 가를 본부장으로 하여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 트를 중심으로 지역재생을 추진하였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장기간 손대지 못한 채 방치 되어 있던 산복도로 지역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 가와 관련하여 그 성공 여부가 전국적 관심을 모았 을 정도로 부산시의 역점 재생 사업이었다. 2021년 현재까지 10여 년에 걸쳐 역사문화가 담겨있는 낙 후된 산복도로 일대를 중심으로 환경적, 사회적, 경 제적, 문화적 재생을 추진하였다. 과거에는 정부나 지자체 중심의 탑다운 방식의 개발이 대부분이었

본 고에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가운데

던 것과는 달리, 지자체, 전문가, 마을활동가, 주민

문화예술 및 커뮤니티디자인 측면에서 국내외적으

들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역 커뮤니티

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주거재생 사례인

형성과 발전을 이루어 나갔다는 점에서 지속가능

감천문화마을, 방치된 옛 공장건물을 새롭게 복합

한 개발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한 키스와이어센터 사례를 중심으로 부산의 도시재생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에

동구의 경우 이바구길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 이 추진됐으며, 특히 ‘초량 이바구길’은 사하구 감천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Peter Roberts & Hugh Sykes, URBAN REGENERATION, SAGE Publications Ltd,, 2016

2021년 3 호

039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

문화마을과 더불어 산복도로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 ‘문화마을 만들기’ 작업으로 출발하여 점차 지자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중구와 서구에 걸친

체, 설계사무소(사이트플래닝), 많은 전문가와 예술

망양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주민공동체 활

가,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공간적 재생뿐

성화 측면에서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아니라 문화콘텐츠가 담긴 장소로 재탄생하면서

‘거리갤러리미술제’ 등 공간재생을 매개로 문화 재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공스토리

생과 생활 재생이 연결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

를 만들었다.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아미동 비석마을, 감천동 태극도 마을이 ‘문화마을’로 재탄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2)

감천문화마을은 형형색색의 파스텔톤 계단식 집들 과 하나로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길, 마을 곳곳의 예술작품과 갤러리, 문화창작공간들이 한데 어우 러진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린다.3)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목욕탕을 개 조한 커뮤니티센터, 폐가를 활용한 기념품 샵, 바다 전망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등 물리적, 경제적 측 면에서 성공적인 재생 디자인 사례들이 실현되었 다. 물리적 환경은 예술가와 주민들, 마을활동가의 참여로 아름다운 벽화와 예술적 장치로 새 옷을 입 게 되었으며(그림1, 2), 승효상, 김인철과 같은 유명 건축가의 전망 파빌리온이 설치되었고 공동화장실 과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도 점차 개선되었다. 또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카페나 게스트하우 스(민박)를 운영하거나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는 일 부 주민들의 경제적 여건도 향상되었다, 관광과 연 계하여 지역 내에서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

<그림 1, 2> 감천문화마을 작은 박물관http://www.gamcheon. or.kr/?CE=about_02, 벽화와 녹화로 흥미롭게 재탄생한 마을 박물관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가장 대표적인 감천문화마을은 전쟁 이후 태극도 신도들이 집단 거주하게 된 감천동 산복도로 지역

게 되었으며,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전시, 세미 나를 포함한 문화 활동, 사회적 모임, 교육 등도 활 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 었다.

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변화시키고자 처음에는

또한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감천

공간 중심의 재생이 이루어졌다. 뜻 있는 예술가들

문화마을 홈페이지와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2020

2)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key=20200107.22009002200 국제신문 3) https://m.gamcheon.or.kr/?doc=sub_05_03&act=view&skin=&tbl=news_01&stx=&sco_opt=&sco=&sort_field=&p=&idx=630&a_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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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년 11월 감내 행복나눔센터가 개소식을 했고 감천

여전하다. 또한 이익을 보는 주민과 그렇지 못한 주

문화마을신문 100호 발간을 축하하며 ‘감천집 등 밝

민들 간의 갈등, 방문객들에 의한 주거 프라이버시

히기’ 행사를 개최하였다. 주민협의회는 2014년 사

침해 역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고 2020년에는 ‘부산시 우 수 사회적 경제 기업’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 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도자기·목공예 체험 프로 그램, 마을신문 발행 등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가 이 루어지고 있어 감천문화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담당 했던 한영숙 소장의 이야기처럼, 공동체 건축이나 공동의 공간에서 건축적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공 동체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다각적 모색이 필요하다.4)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기본적인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구성원 간 의 사회적 합의,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여건이 가능할 때 비로소 주민의 자발적 참 여에 의한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 된다.

2) 키스와이어센터 : 산업유산건물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그림 3> 감천문화마을 커뮤니티센터. 오래된 목욕탕은 커뮤니 티센터로 변신했다. 목욕탕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 둔 상태로 탕 안에는 어르신 모형이 진짜인 듯 놓여 있다.

‘키스와이어센터 f1963’ 조성사업은 폐산업시설인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8925㎡)을 민관이 함께 사회 문화적 가치와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재창조해 전 시, 공연, 교육, 상업, 휴식 기능이 합쳐진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F’는 factory(공장)를, ‘1963’은 수영공장이 만들어진 해를 의미한다. 기업 이 주도해 시민을 위해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 메세나 활동 의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5)

<그림 4, 5> 벽화로 꾸며진 한평공원과 마을 전경. jyyoonⓒ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좁고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곳을 떠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고달픈 주민들의 한숨 소리는

키스와이어 센터는 부산의 향토기업이자 세계적 와이어 생산 기업인 고려제강의 철학과 문화를 담 은 공간이다. 와이어의 의미를 상징하기 위해, 와이 어가 핵심적으로 쓰이는 현수교의 원리를 적용하

4) 김형균 외, 『도시재생 실천하라』, 미세움, p199-200 5) https://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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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

였다. 와이어의 장점과 특성을 건축의 구조에 작용

고려제강을 대표하는 와이어는 상징성 있는 건축

하여 28개의 와이어만으로 지붕을 지탱해 729㎡(약

구조재이자 디자인 아이콘으로 여기저기 등장하여

220평)의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콘크리트의 누르

심미성과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역시 낡은 공장

는 힘과 와이어의 당기는 힘의 공학적 계산을 통해

을 재활용한 카페 테라로사는 천장을 와이어로 엮

기둥 없이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하였다. 지형에 순

고 공장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을 업싸이클링하여

응하면서 와이어를 건축적으로 풀어낸 센터는 획

독창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기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2014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 를 안았다.6)

키스와이어센터의 경제적 재생은 감천문화마을과 는 다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주 거재생의 사례로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낙후된 주

키스와이어센터의 물리적 재생은 방치된 공장의

거 환경과 커뮤니티의 사회적 회복을 주요 목표로

재사용, 버려진 폐자재의 업사이클링, 대나무 숲길,

진행되었다면, 키스와이어센터는 기업의 철학과

옥상 정원(텃밭), 수공간과의 조화 등 생태적 요소

가치를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폐공장을 활용하여

들로 가득하다. 1963년부터 와이어를 생산하던 이

부산 다른 지역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하이컬쳐의

공장은 2008년 멈춘 채 버려져 있었다. 2014년 부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키스와이어센터는 문화적,

비엔날레 전시로 재탄생을 시작하였고, 조병수 건

예술적 특성으로 가득한 공간들로 구성되어 부산

축가는 낡은 공장을 f1963 전시장으로, 방치되었던

시민들의 문화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명

중정 공간은 야생의 풀과 꽃들이 자라나는 야외 공

소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연장으로 디자인하였다. f1963 전시장을 들어오는 입구는 대나무 숲길과 이어져 산책과 휴게를 하는 이의 눈과 마음을 힐링한다.

카페 테라로사 입구에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를 활 용한 조형물은 공간 정체성을 보여주는 멋진 포토 존이다. 또 하나의 명물인 ‘YES24’ 플래그쉽 스토어

경사진 지면을 따라 올라가면 예기치 않았던 수공

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가족의 책놀이 공간이자

간과 와이어로 연결된 광안대교의 모형을 만나고,

아기자기한 예술작품 관람공간이자 디자인 문구샵

수공간 앞 기념관으로 들어가면 고려제강의 와이

이자 커피를 마시는 새로운 유형의 복합문화공간

어 관련 기업역사 전시를 무인 피아노 연주를 들으

이다. 여기에 복순도가, 프라하 993, 국제갤러리 등

며 관람할 수 있다. 기념관 한쪽 벽은 전면 유리로

의 전통 주점, 해외 유명 맥주, 그리고 저명한 갤러

처리되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외부 수공간의 차경이

리가 어우러져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

펼쳐진다. 와이어로 설치된 실내 경사로(오름길)를

산 공간으로 탈바꿈한 재생 사례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 올라가면 빨간색 쪽문을 통해 옥상정원(텃밭) 과 연결된다. 옥상정원에서 보는 탁 트인 전망도 놓 칠 수 없는 이색적 즐거움이다. 광안대교를 비롯해

키스와이어센터의 사회적 재생에 관련해서는 지역 커뮤니티의 부활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 나 키스와이어센터의 홈페이지 첫 장면에 ‘와이어

많은 국내외 대교에서 사용된 와이어를 생산해 온

6) http://cms1.ks.ac.kr/webzine/WebzinePage/view.do?hosu_sqlNum=91&ton_seq=190(경성투게더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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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그림 6> 고려제강의 상징인 와이어를 활용한 외관 디자인 http://kiswiremuseum.com/php/index.php

<그림 7> 와이어를 감는 도구를 활용한 기업 전시공간 jyyoonⓒ

<그림 8> 기업 정체성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문화공간 카페 테라로사

<그림 9> 야외무대로 변신한 중정 jyyoonⓒ

<그림 10> 공장을 개조한 f1963 전시장

<그림 11> 거실과 같이 편안한 분위기의 YES24 서점 jyyoonⓒ

<그림 12> 무인피아노 연주가 있는 기념전시관. 와이어구조의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의 옥상정원(텃밭)을 만난다

<그림 13> 기념전시관 앞 수공간. 와이어로 광안대교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jyyoonⓒ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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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

에 대한 대중적 이해의 폭을 넓히고 기업의 철학과

방향으로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가 하는 과

문화를 담은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업에 대

제를 안고 있으나, 현재까지 두 사례 모두 부산의

한 사회적 이해를 기반으로 산업유산건물을 활용

근현대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과거의 역사를

하여 기업과 예술문화의 공유를 추구한 것으로 볼

존중하고 미래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수 있다. 버려져 있던 공장 건물은 부산시민에게 자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긍심을 주는 심미성과 생태성과 상징성을 갖춘 복 합문화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수영강을 축으로 동쪽은 영화의 전당, 대형백화점, 벡스코, 고급 주 상복합건물 등이 집중되어 있는데에 비해, 맞은 편 서쪽 수영 지역은 문화적 자원이 거의 없었다. 키스 와이어센터는 이런 지역에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 여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건축문화제(현 부산건 축제) 등 부산의 대표적 문화 행사를 개최하여 기업 메세나의 정신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성공적인 지역재생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토 대로 앞으로 부산의 도시재생 디자인이 나가야 할 방향을 그 유형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 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크게는 2 단계 사업을 진행 중인 북항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작게는 덕천, 반송 지역의 커뮤니티디자인 프로젝 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재생 사업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시민, 전문가, 지자체, 업계가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함께 해결책을

f1963 전시장과 야외 공연장, 카페, 서점, 식당, 갤러

모색하고 실천함으로써 살고 싶은 문화도시 부산,

리는 각각의 공간이 디자인적 완성도가 매우 높으

어린 자녀들을 키우고 싶은 도시 부산이 되기를 기

면서 동시에 전체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기념관

대한다.

은 경사진 지형을 활용하여 수공간, 옥상정원 등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와이어 구조의 미학을 실현하

윤지영 프로필

고 있어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관

동서대학교 디자인학부 환경디자인전공 교수. (주)미래공간 디

련 전공 학생들은 누구나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

자인연구소 소장,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부울경지회 회장, 부산

다. 또한 ‘한번에 완성’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새 로운 문화공간을 덧붙여가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3. 마치는 글 본 고에서는 서로 다른 유형의 부산 도시재생 사례 를 소개하였다. 감천문화마을이 환경적, 경제적, 사 회적 재생을 추진하며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커뮤 니티 구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키스와이어센터 는 기업의 산업유산건물을 중심으로 환경적 재생 과 문화예술공간 구축을 추구하였다. 앞으로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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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 위원, 부산국 제건축문화제 집행위원, 부산창조도시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 다. 현재 수영구 경관디자인 자문위원과 부산 북항재개발 자문 위원 및 서구, 해운대구, 동래구, 중구 도시디자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원론적 지향점1)

미래 생존 위한 지역 밀착적인 도시디자인, 이 시대의 유일한 지향

강 동 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1. 도시디자인에 대한 오해 풀기 ‘환경적 설계(environmental design)’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주어진 도시환경의 부분 적정화를 도모하

로운 도시 실험과 도전’의 등식으로 연결되며, 그 실 험과 도전의 본체가 본 글의 주제인 ‘도시디자인’이 라 할 수 있다.

는 ‘환경의 설계(design of environment)’에 대응되

도시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폭이 매우

는 말이다. 환경적 설계는 환경에 적응하는 접근,

넓지만, ‘공공성에 기반한 도시의 바탕과 요소들에

즉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단위 간의 관계 조정

집중’하는 점은 모든 관점의 공통점이 될 것이다. 도

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

시디자인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파괴된 도시 질서

제와 후유증을 품어 해결하고, 시민 활력이 도시의

와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태동된

근원이 되며, 개발 행위가 환경 파괴가 아닌 공생의

도시공공정책, 토목, 건축, 도시계획, 조경, 환경디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런 설계를 말한다.

자인 등 제 분야들의 질적인 총합’으로 정의된다. 그

20여 년 전부터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용어가 있 다. ‘ESSD(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이미 흔해 빠진 개념으로 전락한 지

총합의 시스템을 어떻게 짜고 구축하느냐에 따라 세계 도시(지역)의 공간과 환경의 성패와 운명이 결 정되곤 했다.

오래다. 그래서 우린 이 용어 속의 깊은 의미를 잊

케빈 린치(Kevin Lynch)는 이런 말을 했다. “도시디

은 채 살고 있다. ‘환경적으로 충분히 건강하고 지속

자인은 독자적인 분야가 아니다. 물리적인 도시건

가능한 개발을 추구하자’로 번역되는 ESSD의 속뜻

설과 관계되는 건축, 조경, 토목, 도시계획 등이 서

은 미래의 후손들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여지

로 간의 학문 분야가 가질 수 있는 기득권을 타파

의 것(땅)을 최대한으로 남겨두기 위해 스스로 자제

해야 형성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것을 내

하자는 의미다. 여기서의 개발 자제는 해야 하거나

어놓지 않으면 좋은 도시를 만나거나 가질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대를

는 것이다. 현대도시에 있어 도시디자인의 추구는

위해 개발 욕구를 참으며 개발 후유증이 적은 더 나

선택이 아닌 시대적 숙명이다. 하고 싶다고 택하거

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개발 자제 = 새

나 싫다고 버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러

1) 본 글은 부산에 대한 지난 필자의 글들을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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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원론적 지향점

한 정의는 다음의 2가지 방향 모색으로 연결될 수

여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부산의 이미지를 ‘각각이

있다. 첫째는 ‘개체로서의 특성 살리기’로서, 전체의

두드러지지 않으며 무리지어 군집(群集)을 이루어

획일적인 가치 지향을 넘어 개체의 차별적인 특성

표출되는 집합미’라 정의하곤 한다.

발견과 적용이 핵심이 된다. 둘째는 ‘전체로서의 조 화 이루기’이며, 도시(부분)가 잘 짜여진 하나의 전 체로서 보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짜임새 즉 관계를

강과 바다와 잇닿은 다양한 높낮이의 산과 구릉들, 온갖 물자와 사람의 소통구로서 기능했던 항구들 과 철도, 교량, 터널 등의 인프라, 급작스러웠던

가지고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방향의 성취 를 위해서는 기존 생각(고정관념)의 폭을 넓히고 그 생각이 작동하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의 폭 확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각 분야의 고집과 좁은 시야를 떨 쳐내고, 분야 간의 벌어져 있는 틈새에 새로운 생각 이 스며들도록 틈새를 더 크게 벌리고 다시 그 틈새 를 꼼꼼히 메워가야 한다. 21세기에서 도시디자인의 역할은 또 하나의 디자 인 분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처 나고 조각난

무리진 군집의 대표 풍경(2005년의 감천문화마을)

우리 도시의 참모습을 꿰매어 연결시켜가는 ‘아름 다운 다리’이자, 각자의 길만 주장하는 흩어진 생각 들을 하나로 모으는 ‘매력적인 광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도시디자인은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한 ‘융합적 노력의 장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2. 부산 그리고 부산 도시디자인에 대한 생각 부산은 19세기 중후반 이후 150여 년 동안 개항기, 일제강점기, 해방기, 한국전쟁과 피란수도기, 국가 재건기 등의 흐름 가운데 다소 복잡하면서도 독특 한 성장과정을 거쳐 왔다. 이런 연유로 2021년 5월 현재, 부산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정확히 표현하기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뭔지 모를 ‘맥락(context)’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맥 락이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으려면 걸출한 랜드마 크가 없고 비슷한 것들이 어울려 있거나, 모든 것들 이 서로 얽혀 있되 혼재의 선을 넘어서지 않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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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곁의 높고 강하고 빛나는 건물들

전쟁과 1023일 간의 피란수도 기간 중에 탄생된 좁 고 긴 지형 위의 낡은 주택군, 연안 곳곳에서 발견 되는 원산업(물류업, 조선업, 수산업, 제조업)의 현 장들, 부산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온 다양한 주제 를 가진 오래된 시장들과 스토리가 담긴 길 등. 이 들이 어우러져 표출하는 총체적인 이미지는 땅의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가 누적된 ‘부산의 문화풍경 (cultural landscape)’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편, 약 2년 전 수백 미터가 넘는 세 동의 건물이 해 운대 모래사장 곁에 불쑥 솟아올랐다. 쓱 보면 대단 해 보이기도 하지만 바다와 파도, 구름과 모래로 대 변되는 해운대와는 그리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이 런 건물은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즉 동시대의 (현대)건축물로 정의된다. 이런 유사한 건물들에서 인지되는 키워드를 찾자면 ‘높은’, ‘강한’, ‘빛나는’ 정 도이지 아닐까 싶다. 현대 사회에서 추구되고 있는 키워드들은 넘치고 넘치는데 왜 지역에서 지어지 는 건물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일까. 높은, 강한, 빛 나는 것만이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듯, 철골 에 유리로 뒤덮은 수직 건축물들 역시 우리가 살아

3. 지역 밀착적인 도시디자인, 부산의 지향 지역 밀착적인 도시디 자인은 지역의 처지가 잘 고려되고 반영된 디 자인을 말한다. 여기서 의 ‘지역’이란 부산의 땅 과 환경을, ‘처지’는 과 거의 역사와 현재의 여 건, 그리고 미래의 상황 까지를 포괄한다. 이런 측면에서 4가지의 지향 을 선택해 본다.

가는 현대사회를 대변할 수 없고 또한 현대도시 부 산을 상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부산의 문 화풍경을 지키려 발버둥 쳐야 하고 개발 행위에 의

3.1 ‘지형 순응적인’ 도시디자인

한 부산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지형 순응적이다’라 함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린 수단

은 해당 도시의 지형지

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세와 어울리고 굴곡있

한다. 그것도 건강하게 산 채로. 그렇다면 논제는 토

는 지형 분위기에 조화

끼몰이의 방법이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나서냐는

되는 도시디자인의 추

것이다. 필자는 그 주체를 ‘부산의 도시디자인’이라

구를 말한다. 부산이 가진 땅의 높낮이와 모양새는

정의하려 한다. 전술한 것처럼 부산의 도시디자인

매우 자유롭다. 특히 305km로 이어지는 해안선 일

은 또 다른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라 행정, 시민, 전

대는 더욱 그러하다.

문가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공유하고 성취시켜 가

베 짜기에 있어 씨줄과 날줄처럼 길과 길, 길과 필

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자 방법론이기에, 고착되

지, 필자와 필지가 만나 도시의 바탕을 형성한다.

고 관습화된 우리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

이를 ‘도시조직(urban fabric)’이라 한다. 부산의 도

한 장치이자 의식체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조직은 장방형의 격자 패턴, 세장한 평지를 따라

모든 것을 짧고 부족한 글에 담을 순 없다. 본 글에

발달한 길쭉한 블록 패턴, 높고 낮은 지형을 따라

서는 도시디자인의 원론적인 지향점인 자연, 역사,

미로같이 펼쳐져 있는 골목 패턴, 연안을 따라 연

그리고 시민의 삶이 잘 섞이고 조화를 이루는 디자

이어 있는 교통과 산업인프라에 의해 형성된 대형

인, 즉 ‘지역 밀착적인 도시디자인’에 국한하여 부산

필지의 패턴 등 매우 자유로운 구성을 하고 있다.

의 도시디자인을 바라보려 한다.

길게는 수천 년 전부터, 짧게는 150여 년 전부터 시

켜를 달리하며 발달한 부산의 지형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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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원론적 지향점

간이 만들어 낸 산물들이라 할 수 있다. 높이를 달리하며 선형으로 따라 도는 지형 패턴은 부산사람들에게 다층적인 삶의 켜를 제공했다. 연 안의 거친 지형에 사람들은 순응했다. 산복도로의 지형을 따라 잘게 조각나 있는 필지들과 이를 연결 하는 크고 작은 길들은 모두 도심과 강, 그리고 바 다와 한올 한올 정확히 이어져 있다. 이들이 연결되 어 만들어 낸 구불한 선들은 부산사람들의 ‘생존 체

최고고도지구로 인해 보존된 산록

계’이고 ‘애환의 패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체계와 패턴에 대한 섬세한 배려의 방 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수십 년 간 마치 난개발 같 은 개발에 의해 훼손된 지형의 틀을 회복시키고, 또 한 마천루와 같은 아파트들로 채워짐에 따라 발생 하는 후유증들에 대한 혁신의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을 밀어내어 바탕을 지워버 리는 (재)개발이 아닌, 도시조직의 패턴을 존중할 수 있는 ‘소단위 (재)개발’과 ‘중저층 고밀개발’에 대 한 도전은 어떨까.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경관역전의 현상

윤곽선이 드러나려면 도시의 능선부가 장애물에 의해 가려지지 말아야 하고 독불장군식의 건물이 능선에 자리 잡지 않아야 한다. 부산 연안의 산록들

3.2 ‘윤곽선을 배려하는’ 도시디자인 사람의 얼굴에 있어 이목구비가 뚜렷하거나 얼굴의 측면에서 느껴지는 볼륨감이 강할 때 ‘윤곽이 뚜렷하 다’라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 윤곽선이 살 아있다는 말은 도시의 입체감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도시에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 다. 첫째는 높은 건축물을 집단으로 지어 다른 지역 과 높낮이를 완전히 달리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도 시가 보유했던 원래의 지형지세를 훼손하지 않고 이에 조화되도록 도시를 개발하여 높낮이를 지켜 가는 방법이다. 지형이 발달한 부산의 경우 추구해 야 하는 입체감은 후자에 가깝다.

048

지역사회

은 특이하게도 산정부가 모두 보존되어 있다. 7부 능선을 위치한 산복도로 위로 올라오는 건물을 짓 지 못하도록 한 ‘최고고도지구’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에 정해진 이 제도 덕에 연안의 산록들이 보존 될 수 있었고, 항구에서 바라보면 균일한 초록색 스 카이라인이 인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 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산복도로 아래 중앙로변 곳곳에서 대형 재개발들 의 추진과 북항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바다 풍경 을 독식하고 바다를 가로막는 병풍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며 경관역전 현상, 즉 산복도로에서 항구 쪽 으로 높이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 작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제 최고고도지구의 의


미가 없어졌으니 해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포기할

권의 물류업과 1조원이 넘는 위판고를 가진 수산업

순 없다. 최고고도지구를 해제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의 발달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겨

무너져 내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집중과 선택

진 산업의 흔적과 기억들의 대부분이 연안에 입지

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재산권 침해의 최소화와 함

하여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께 항구와 연결된 도시감성과 바다 풍경을 지켜내

차원에서 북항의 산업유산들(제1부두, 자성대부두

는 창의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일로, 창고군, 크레인 등), 관공선부두(안벽과 물 양장 등))과 남항의 수산시장들과 수리조선소 일원 (깡깡이마을), 그리고 봉래동 창고군과 한진중공업

3.3 ‘기억을 존중하는’ 도시디자인 최근, 문화를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사람들이

영도조선소 등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판단과 섬세 한 배려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공통으로 보유하고 있는 ‘삶의 방식(pattern of life)’ 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하여 지역의 장소성과 다양성, 지역공동체의 유대 감을 형성할 수 있는 문화와 이의 전달매개체를 지 역자산으로 인식하는 일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산이 보유한 지역자산의 폭은 매우 넓다. 간략히 두 가지를 짚어 본다. 첫째는 ‘부산의 원산업(수산업, 물류업, 조선업, 제

문화접변의 현장이 된 영도 봉래동 창고군

조업)과 관련된 산업유산’이다. 부산은 수산업과 물 류업이 기간기능으로 연속되는 도시다. 조선업과 제조업의 위상은 거제, 양산 등 다른 도시로 넘겨졌 지만, 물류업과 수산업만큼은 국가의 중심산업으 로 명맥을 충실히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원산업이 남겨놓은 공간과 시설, 장소와 풍 경의 상당수는 산업유산으로 분류된다. 산업유산 의 대부분은 옛 도심부나 항구에 존재하고, 공장이 나 창고 등 튼튼한 메가스트럭처(mega-structure)인 경우가 많아 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시기 능을 부여하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재생의 노력들 이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다.

최고의 미래 잠재력을 가진 사일로

두 번째는 ‘생활유산에 대한 관점’이다. 부산은 생활 유산의 보고다. 하지만 생활유산은 현대인의 삶과 는 다소 유리된 대상들이 대부분이며, 불편함과 낡 고 좁음의 대명사이다. 시에서 수년간 노력을 하고

부산의 근대기는 조선업의 발상지, 1950~60년대 국

있지만 그동안 살아온 방식이 너무 경직되어서 그

가재건을 위한 제조업 집중지대, 그리고 세계 5위

런지 또 여전히 성과주의에 매달리고 있어 그런지

2021년 3 호

049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원론적 지향점

그 과정과 결과가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

없이 지어진 건물들은 바다에서 구릉을 넘어 들어

럼에도 소망을 가져본다. 생활유산의 보전과 시민

오는 바람,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 강에서 계

삶의 개선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 이것이 전술했던

곡을 따라 불어 들어오는 바람들을 겨울에는 추운

소단위(미니) 재개발 그리고 ‘함께 살자’를 지향해야

골바람과 건물풍으로, 여름에는 도시에 갇힌 오염

하는 ‘진정한 재생’으로 연결되고, 일상에서 당연하

된 뜨거운 바람으로 바꾸어 버리고 있다. 볼썽사나

게 실천될 수는 없을까.

운 구릉 위 건물들은 바다에서 도시로 넘어가는 구 름들마저 정체시켜 쾌청했던 지역을 제습기가 필 수품이 되어야 하는 습하고 눅눅한 곳으로 만들어

3.4 ‘기후 적응적인’ 도시디자인

버리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건설은 부산의 강점을

자연환경이 발달한 부산에서의 도시디자인은 지역

죽이는 행위이고, 다음 세대들에게는 부산을 평범

에 대한 부담은 적고(low impact) 자연과의 빈번한

한 도시, 아니 환경문제로 가득한 평범 이하의 도시

접촉(high contact)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일조와 바

로 몰아가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람, 습도 등 미기후를 고려하여, 개발로 인해 발생하 는 악영향을 줄이려 노력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기후변화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지형이 발달 한 항구도시인 부산의 경우 태풍, 수면상승, 집중호

바람을 예로 들어 본다. 부산에서의 바람은 무서운

우, 해일, 침수, 공기오염 등 여러 영역의 재난에 적

태풍도 있지만, 산들산들 불어 드는 미풍과 훈풍으

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도시디자인 방안을 찾아야 한

로 대변된다. 그래서 부산은 여느 도시보다 바람의

다. 가장 우선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

혜택이 큰 도시이고, 시원하고 쾌적한 날씨는 부산

난들에 대비한 다양한 재난 맵을 만드는 일이다. 재

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그런데 우리는 자리를 가

난 발생 후에 대응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 발

리지 않고 높은 아파트를 마구 짓고 있다. 바람이

생 자체를 막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

지나는 자리를 그런 건물들이 차지해 버린다. 배려

어 바람이 통과하는 언덕이나 골에 대한 철저한 분석

기후 적응적인 도시디자인이 절실히 요청되는 부산(부분)

050

지역사회


을 통해 ‘바람길 맵’을 제작하여 이곳들만큼은 개발을

생겨난 속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부산은 다소 거칠

자제할 수 있는 시민공감의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

었지만 진취적이었던 저항과 도전의 정신이 크게 무

두 번째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출하는 창의적인 도시 실험의 시행이다. 그 실험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뎌져 버린 듯하다. 시민들의 참여나 협치의 수준도 여 느 도시들에 비해 다를 바 없게 되고 말았다.

을 방지함과 동시에 부산이 보유한 기후 자체의 강점

‘인간 중심의 도시기능과 인간성의 회복’은 도시디

을 활용하는, 결과적으로 부산의 풍경과 어울리고 부

자인이 추구해야 하는 일관된 궁극의 목표점이다.

산의 자연환경을 지켜가는 그런 도시디자인의 추구

이는 무엇보다 먼저 지역민, 즉 시민에 대한 배려와

를 말한다. 실험을 위한 재원이 문제라면 이런 역발

고민을 요구한다. 이런 관점에서의 도시디자인은

상은 어떨까. 지역에서 건설사업으로 돈을 벌었거나

공익과 개인 이익 간의 상충을 조정하는 매개자의

벌고 있는 공기업들과 건설사들과 함께 도시실험을

역할을 하며,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시민

하는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행위들이 기후변화

이익을 대변하는 임무를 가진다. 그래서 좋은 도시

에 따른 지역문제 해소를 위한 도시실험으로 인정받

디자인은 ‘다독거림’과 ‘치유’를 근간으로 한 사회적

을 수만 있다면 어느 누가 동참하지 않겠는가.

가치를 보호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의 사 회적 가치란 지역이 추구하는 역사적, 문화적, 생태 적 가치 등을 포괄하는 공통의 것이기에, 이의 달성

4. 마치며 부산은 국토의 끝단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은 남 쪽으로 뻗어 내린 산맥줄기들 사이로 연결된 도로 망과 철도망의 끝점들이 모이는 종점이자 넓은 바 다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 다. 이러한 양수겸장의 입지 여건은 부산을 우리나 라의 ‘변방(on the edge)’이 아닌 ‘첨단(on the cutting edge)’이 되게 했다. 이 때문인지 부산은 맨 끝에 있 어 앞의 상황이 두렵거나 뒤가 없어 느끼는 허전함 을 알지 못한다. 첩첩이 산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을 위해서는 우리가 취해온 기존 도시디자인의 영 역을 훌쩍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21세기의 초반을 지나고 지금, 부산은 국토 끝이라는 첨단의 입지적 강점과 진취적인 도전을 서슴지 않았 던 부산사람들의 특성을 크게 드러낼 수 있는 지형 순응적인, 윤곽선을 배려하는, 기억을 존중하는, 그 리고 기후 적응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 밀 착적인 도시디자인’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부 산의 진정한 미래 생존을 결정짓는 일이기에, 그 어 떤 일들보다 심각히 준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

앞은 도전 의지를 낳게 했고, 바다로 채워져 비어있 는 뒤는 무한한 꿈을 품게 했다. 그러나 부산은 국토의 끝에 있다 보니 자기 안주에 빠 져 수동적으로 변해버렸고,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기

강동진 프로필 역사환경 보전에 중심을 둔 도시설계를 배웠고, 현재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재직 중이다. 근대유산, 산업유산, 세계유산, 지역

회를 자주 갖지 못해 자율성에 기반한 자기 발전에 소

유산 등을 키워드로 하는 각종 보전방법론과 재생 방안을 연구하

홀해져 버렸다. 부산은 원래 야성의 도시였다. 정치적

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영도다리, 산복도로, 캠프하야리아,

인 이유도 있었지만, 외세와 끊임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수차례 국난 극복의 첨단에 섰던 도시였기에

북항, 동천, 동해남부선폐선부지, 피란수도부산유산 등의 보전운 동에 참여하였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이코모스 한국위원 회 이사, 용산공원 조성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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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해양 스마트도시 부산과 가로환경

사람 중심의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도시 지향을

박 부 미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 환경디자인 교수

세계적 메가트랜드로 자리 잡은 4차 산업혁명

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정의하고

은 2016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포럼(WEF; World

있다.

Economic Forum)에서 제4의 물결 후보군으로 바이 오산업, 3D 프린터, 로봇, 인공지능, 스마트폰들이 선정되며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오늘날 인구증 가율은 지역마다 그 양상이 다르지만, 고령화와 함 께 꾸준하게 상승하며 2050년 세계인구는 약 100억 명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도시인구 집중화는 4차 산업기술과 스마트도시의 진화를 가속화하며,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SF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시 속에서 살 것으로 예측하게 한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어려운 상황에도 ‘XR/eXtended Reality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포괄하는 기술’ 을 스마트도시의 기반 사업전 략으로 수립하고 서울시와 협의하여 S-Net 구축 및 공공 Wifi 까치온 확대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중점 사업으로 스마트도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S-Map 시민서비스 확대와 안전한 골목길 및 관광명소 VR 서비스, 시민이 3D건물을 올려볼 수 있는 가상공간 라이브러리 구축, 골목길 재생지역을 보여주는 파

해외국가들의 스마트도시개념과 표준화는 미국

노라마 뷰 공개, 그리고 ‘Visit in S-Map’을 통한 문화

의 2015년 ‘Smart Cities Initiative 발표’, 중국의 2015

재 및 관광콘텐츠 서비스 등이 있다. 또한 강동구

년 ‘신형도시화 계획발표’, 싱가포르의 ‘2014년 Smart

스마트도시 추진단이 진행하는 서비스전략으로 도

Nation 프로젝트 발표’ 등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

시미관이나 보행여건 개선을 위한 스마트 폴 기본

라는 기존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도시 및 도시

모델 수립이 있고, 미세먼지 정화, 냉난방, 스마트

계획의 방향성과 연계한 2014년 U-City 활성화 지원

안전시스템 등을 갖춘 가로변 스마트 쉼터 설치, 서

계획 발표에서 본격적인 스마트도시 정책이 시행

비스 앱을 통한 스마트 주차서비스, 가로등 지주기

되었다.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반 스마트 폴 설치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법률」에서 스마트도시란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 하여 건설된 도시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

052

지역사회

동아시아의 관문 항구로서 143년 간의 근대화와 산 업화의 역사를 가진 부산은 글로벌 해양 스마트도 시의 비전을 내세우고 북항·영도지구의 국제해양


관광거점 및 친환경 위터프런트 개발, 해양 빅 데이

입과 PM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

터 센터, 해양 수퍼컴퓨팅 전문센터 등을 진행하고

동차와 구분되는 ‘개인교통수단(Personal Mobility :

있다. 부산의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의 경우 부

PM)’이란 공기 오염과 주차 공간 문제를 일시에 해

산만의 도시디자인 전략으로 ‘스마트 하버시티(The

결해 주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도시교통정비

Busan Harbor City)’를 위한 연결(Link), 개방(Open),

촉진법’에 의하면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

플랫폼(Platform)을 강조하고 사람 중심의 열린 도

동 보조기구를 칭하고 있다. 현재는 「자전거이용 활

시공간 조성을 위한 오픈 플랫폼형의 전시홍보공

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기자전거와 「도로교통

간 구축과 스마트대중교통, 스마트주차장, 스마트

법」에 의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하는데, 「자동

모빌리티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차관리법 제3조」에 따라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최근 한 정치인이 제시하는 ‘어반 루프 Urban Loop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도 해당된다.

: 초음속 진공을 활용해 도시와 국가를 이동하는

타 지자체에 비해 PM 도입이 늦은 부산의 경우,

하이퍼 루프(Hyper-Loop) 기술을 이동 여건에 맞

2020년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전동킥보드 공유업

게 적용한 것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1280km(마하

체를 진출시키고, ‘카카오 T 바이크’, ‘일레클’(http://

1.06)’는 매스컴에서 찬반 논란이 화제다. 하지만 이

elecle.bike/), ‘킥고잉’(http://kickgoing.io/) 등의 연

러한 내용을 먼 미래의 구상으로 넘기기에는 첨단

계 서비스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차도에

기술의 진화가 일반인들의 예상을 초월한다. 최근

서 30km 이상을 달리는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들의

부산은 기장에서 가덕도를 잇는 수상교통시스템과

질주는 보행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은 물론 이

워터프런트 지역들의 트램(Tram) 구축을 비롯하여

용자 모두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매스컴

이들과 연계되는 통합 환승시스템을 타진하고 있

이나 지상파에서 거론하는 PM 이용자들의 안전 불

으며, 이러한 계획들은 가까운 시기 안에 워터프런

감증과 관리 소홀 등은 인명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트형 어반 루프가 구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구

일깨운다. 사실 부산은 지리적으로 대부분 해안과

나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들이 앞다투어 서두르는

산지로 이루어져 경사가 가파르고, 건물들 대부분

전기차 상용화와 AI를 활용한 자율제어시스템은 스

이 역사적인 맥락과 지형적 여건에 따라 경사진 곳

마트정보 탑재와 교통정보 공유의 가능성을 확장

에 있어 타 지자체의 도로 상황보다 열악하다. 일부

하여 도시의 스마트교통시스템과 스마트서비스를

도로들은 협소하거나 가파르며, 보·차도 분리가 이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예감하게 한다.

루어지지 않은 곳은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되고, 기

현재 스마트교통기술은 연결(Connected), 자율주 행(Autonomous), 통합교통(Shared Mobility), 전기 (Electric) 등 4가지 기술로 요약되며, 점차 공유의 관 점으로 변화되고 있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교통 시스템으로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적극 권장 하고 친환경적 차원의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 도

존 자전거도로들도 연결되지 않거나 갑자기 없어 져 이용자들이 당황하거나 사고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부산의 지역적 실정이나 이 용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 은 상황에서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과 PM대중화 를 서두르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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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해양 스마트도시 부산과 가로환경

해양 스마트도시의 트램 및 수변 가로환경 (출처: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

『도시의 이미지(The Image of City), 1960』를 통하여

을 도시기반 사업전략으로 차도·보도·건물을 일체

캐빈 린치(Kelvin Lynch)는 거리(Paths), 가장자리

화한 면적 접근의 ‘통합형 가로환경 마스터플랜’을

(Edges), 단위(Districts), 랜드마크(Landmarks), 교차

추진하고, ‘B-Net구축’과 공공 Wifi 확대를 진행하여

점(Nodes) 등의 5가지 도시요소들로 이루어진 가로

야 한다.

환경이 곧 도시공간이라고 했다. 도시공간에서 가 장 근원적인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동선, 거 리의 주된 사용 목적, 공공의 소망과 즐거움, 사람 들의 감성과 행위 등이 결합되어 도시이미지를 형 성한다. 도시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경험을 공유하 는 장소이며, 경험된 추억들은 도시이미지로 기억

스마트교통 측면으로는 수륙대중교통·트램·PM 등의 연결되는 통합형 순환교통체계를 권역별·사 업별로 우선적 순위에 따른 차별적 진행을 서두르 고 보행자와 PM이용자를 위한 도로확보와 통행 및 노선정보를 알 수 있는 ‘B-Map’ 시민 서비스가 필요하다.

되고, 그 기억은 도시의 정체성이 된다. 해양 스마 트도시 부산이 지향하는 도시이미지는 첨단기술을 통한 편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 사회·도시의 기능적 특성이나 부산만의 장소성으

안전한 가로환경 측면은 PM면허제, 안전장비서비 스, 도로법규 등 PM 이용에 대한 규제강화와 함께 이용자 안전교육 및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

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 중심의 친환경적

도시이미지 마케팅 측면은 워터프론트를 중심으

이고 안전한 도시이다.

로 하는 글로벌 해양도시 홍보마케팅을 위한 부산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이미지 방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관 및 부산홍보전시관 건립 등을 추진하여 ‘2030 WORLD EXPO’ 유치를 준비하고, 부산 시민을 비 롯한 외지인 그리고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Visit in

우선 스마트시스템 측면으로는 정부가 시도하는 사업들과 연계하여 추진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 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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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B-Map’을 통한 문화재 및 관광콘텐츠에 관한 스마 트서비스가 필요하다.


경험의 장소적 측면은 지리적·지형적 특성을 살린 경사면과 해안면의 차별화 된 스토리와 추억 만들 기를 위하여 다양한 PM 노선 개발과 이를 위한 보 행자와 PM 이용자 중심의 복합 환승센터 및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적 측면은 부산의 대학들과 협업을 통한 ‘3차원 XR 공간지도’와 컨텐츠 개발, 도 시미관을 저해하지 않는 ‘PM스테이션 구축’, ‘스마트 가로 환경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을 추진하여, 부산 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기억을 제공 함으로써, 살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해양 스마트도 시의 이미지를 조성해야 한다. 참고자료 『복합 환승 센터 기반시설 정비를 통한 도시재생 활성화 전략』, 서민호, 국토책임연구원, 2014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 최종 보고서』, 해양수산부, 2020 『스마트도시 마스터플랜 및 디지털 뉴딜』, 2021 『스마트서울 도시추진전략 보고서』, 2021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박부미 프로필 현: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 환경디자인 교수. 한국과학기술정 보 건설·교통 분야 기술수준 평가 전문위원. 부산광역시 경관심 의위원. 경상남도 지방건설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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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환경디자인

사용자와 보행환경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김 동 식 부산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

도시의 길을 들여다 보며

1. 장소성과 보행환경

도시 부산은 찬란한 바다, 푸르른 산, 그리고 현대

물리적 혹은 비물리적이든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

적인 발전이 물씬 느껴지는 거대한 건축물들이 사

는 모든 자리를 환경이라 칭하고, 사용자의 행위 자

이에서 어우러진 경관과 공간을 내포하는 도시 이

체에서 중요한 배경장치는 공간으로 정의된다. 이

미지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수많은 역사적

러한 공간은 건축물의 입면을 중심으로 외부공간

인 사건들이 숨 쉬고 있다. 이 모든 변화와 오랫동

과 내부공간으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는 크게 생물

안 함께 한 소중한 도시의 길은 공간을 다루는 관

적 자연계인 자연적 환경, 비생물적 조형계인 조형

점에 있어서 건축과 비교해 볼 때, 체계적인 발전이

적 환경, 그리고 사회계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지각

부족하여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길

하고 이동하며 거주해 나간다. 이 속에서 수많은 체

은 공공공간으로서 단지 인도에서만 국한되는 것

험을 하며 외부공간과 내부공간 사이에서 지속적

이 아니라, 다양한 공공건축물의 내외부 공간을 아

으로 왕래하면서 삶의 생활을 음미해 나간다. 이러

우르는 사용자의 섬세한 이동과정에 대한 전반적

한 과정에서 우리는 ‘시간적 의미’를 인식하고 공간

인 보행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 결속된 느낌을 소유한 채,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

우리는 지역적 문화나 공간적 특성의 반영이 미흡하 여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인도, 가로수, 가 로등, 육교, 지하철, 공공건축물의 외부공간, 내부연 결복도 등의 보행환경과 늘 접하면서 도시에서 바쁘 게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보행환경의 질적 향상을

는 공간과의 ‘공존적 의미’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대적인 발전상에 비해 자연적 환경과 조형적 환경들 사이에서 감성적으로 이어주는 사 회적인 환경에 관련된 보행환경의 체계적인 보존 과 발전은 왠지 인색하게 느껴진다.

효과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요소와 표현

기능적으로 가치 있게 표현하기 위한 조형적인 계

요소를 중심으로 장소성, 관계성, 맥락성, 확장성, 이

획을 담당하는 조형계는 자연계와 사회계를 이어

동성, 그리고 지속성을 고려한 환경디자인적 접근방

주고 시지각적 도시환경의 체계를 지원하는 역할

법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및 디자인에 실질적으

일 것이다. 만약 도심 속의 여러 가지 조형적인 시

로 참여한 프로젝트들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설물들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행

056

지역사회


위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복잡한 시각

적용하여 공간적으로 쾌적하도록 조절 및 조합하

적 충돌이 유발되고 혼잡한 도시 이미지를 자아내

는 것이 환경디자인의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도심 속의 보행이 일어 나는 모든 환경에 있어서 복잡하게 유발되는 이동 공간의 연결에 대한 통합적인 시지각적 일체화가 담긴 ‘장소성의 개념’을 적용해 보고자 한다. 즉, 보 행환경의 조형계를 중심으로 ‘조형적인 구성방식의 해결유형’을 고려하면서 사용자의 수용성을 적극적 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도시환 경의 디자인적 개념이 시대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 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2. 도시와 환경디자인

그림 1. BMW 박물관, 뮌헨 환경디자인의 구성요소인 인도와 연계된 건축물의 외부공간, 입면, 그리고 내부공간의 연결이 반영된 사진

이는 환경을 기능적인 면과 표현적인 면을 디자인 적으로 결합해서 시지각적인 즐거움을 유도하면서

환경디자인은 인간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환경에 있어서 여러 구성 및 표현요소들의 관계를 조화롭 고 시지각적으로 쾌적하게 계획하는 전체적인 행 위라고 할 수 있다. 도시는 시각적으로 중경과 원경 에서 바라보는 건축적 스케일로 구성된 도시경관 과 도심 시가지를 걸을 때 근경에서 직접적으로 향

조형적으로 가치 있게 실체화하는 작업을 일컫는 다. 즉, 도심 속의 인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외부공 간과 내부공간의 관계성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면 서, 여러 구성 및 표현요소들과 짜임새가 있는 세부 적 연결을 환경디자인에 의해 세심하게 계획하여 야 할 것이다.

유할 수 있는 휴먼스케일의 도시공간으로 크게 구 분되며, 도시경관과 도시공간이 복합적으로 작용 해서 재방문의 유도가 가능한 심상적 도시 이미지 를 창출하게 된다. 도시에 있어서 환경디자인의 구 성요소는 인도와 연계된 건축들의 외부공간, 외부 공간과 내부공간을 연결하는 건축물의 입면, 그리 고 건축물의 투명성에 의해 연출되는 다양한 내부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도시공간에서 사람, 사 물, 그리고 자연과의 상호적 관계를 긴밀하게 연결 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 조경적 요소, 시각디자인 적 요소, 제품환경디자인적 요소, 조명적 요소, 그리

3. 관 계성 결정원리에 의한 입체적인 도시공간 우리는 보행하는 길에서 다양한 구성 및 표현요소 들과 함께 영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근접하 게 접하는 구성요소는 첫인상의 각인을 주는 건축 물의 외부공간과 건축물의 입면일 것이다. 그리고 건축물의 개구부를 통해 전달되는 내부공간의 연 출은 사용자의 유입을 위한 매력적인 요소와 함께 기대감을 선사한다.

고 그 외 이벤트적 요소 등이 환경디자인에 있어서 주요한 표현요소에 해당된다. 이러한 구성 및 표현 요소를 바탕으로 인간이 요구하는 기능을 생활에

건축물의 외부공간에서 내부공간으로 유입할 만 한 매력적인 요소를 창출하기 위해, 건축물 입면에 2021년 3 호

057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환경디자인

서 저층부 로비, 아트리움, 내부 연결계단 등과 같

법으로써 ‘조형적인 구성방식의 해결유형’을 들 수

은 다양한 실내건축적 구성요소 및 표현요소의 조

있을 것이다. 이는 세부적으로 집합, 결합, 조합 그

화로운 연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호기심을 유발하

리고 융합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으며 단순히 하나

여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내부로 연결되는 적절한

의 해결유형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도시의 각 지역

요소를 도입하면서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아야

특색에 맞는 맥락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할 것이다. 다양한 환경디자인의 구성요소 및 표현 요소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내부 활동과 함께 시각 적, 청각적, 후각적, 촉각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구분 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이 되어야 한다.

형태 심리학자 베르트하이머의 ‘관계적 결정원리’ 에 있어서 ‘전체’는 단순한 모자이크적 집합이 아닌 ‘부분’의 구조화에 의해 규명되듯이, 도시를 무조건 적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도시 각 지역의 희소성과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맴도는 공간은 주로

주목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세부적인 차별성을 부

어디에서 존재할까? 보통 내부공간보다 외부공간

여할 수 있는 면밀한 재고가 되어야 한다.

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체류 시 간은 내부공간이 외부공간보다 월등하게 더 길어 서 오히려 체험도는 더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개

4. 맥락주의를 추구하는 환경디자인

구부의 확장을 통하여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원

세월감이 배어있는 유행이 지난 옷은 촌스럽게 느

활한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내부공간은 외부를

껴질 수 있으나 리폼을 통해 마침내 새로운 듯한 옷

구분 짓는 개념이 아닌 연결의 의미로써, 각 구성요

으로 재탄생되듯이, 과거 잔존적 공간의 가치를 살

소들 간의 관계를 고려한 이동과정에서의 시지각

리면서 새로운 듯한 느낌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은

적 일체화를 고찰해야 한다.

‘생명력 있는 공간’을 위한 의미 있는 디자인일 것이 다. 공간에 있어서 흔히 ‘맥락주의’는 건축물에만 국 한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환경디자인의 영역에서 ‘맥락주의’는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림 2. G-클럽하우스, AECOM Shanghai 수렴적인 외부공간과 발산적인 내부공간의 다양한 표현요소들 이 건축물 입면에 조화롭게 반영된 디자인

외부공간에서 바라본 내부공간이나 내부공간에서 바라본 외부공간이 다 도시 이미지를 충분히 창출 할 수 있으며 다소 산만하게 보일 수 있는 여러 구성 요소 및 표현요소들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 058

지역사회

그림 3. 폴해스팅 워싱턴 D.C. 오피스, Rottet Studio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랜드마크 보웬 빌딩의 건축물 입면이 내부공간으로 연계되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경향 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무조건적으로 좋다 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새로운 것은 겉보기 엔 당장 신선해 보이지만, 익숙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적응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마침내 새 로운 것에 적응되면 어느덧 이전의 것을 뒤늦게 그 리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익숙지 않은 물건을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 에서 파생되는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을 부담하는 것보다 기존에 사용해오던 것을 기능적으로 다듬 고 심미적으로 새롭게 개선하여 사용하는 것이 추 억이 깃든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5. 배 경적 역할에 충실한 보행환경의 수평과 수직적 확장 우리는 운전하거나 걸어가면서 수평적인 보행환경 의 다양한 환경디자인의 구성요소와 표현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현재 도시의 보행환경은 과거와 비교해서 큰 변화 없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보행환경과 긴밀하게 연계된 다 양한 공공영역의 기관 및 각 학교의 외부공간, 그리 고 각 실을 연결하는 복도들은 이동과정에 있어서 가치 있는 여정을 고려하기보다는 지극히 기능적 이거나 안전성의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접근하 면서 머물게 만드는 볼거리는 매우 부족해 보이며

부산은 기존의 오래된 환경과 새로운 환경이 함께

새로운 시도들은 지극히 일시적이어서 효과적으로

존재하는 도시이다. 지자체는 보편적으로 도시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획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적 위치를 확보

반적으로 대규모의 건축물들이나 구조, 그 외 다

하면서 사용자가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처럼 쾌

양한 시설물들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에 많은 초점

적한 보행환경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시 속의

을 두고 있는 나머지, 기존의 오랫동안 간직한 것

보행환경은 배경적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세심한 개선적인 방향 에 대해서 소홀함이 항상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지역적 상황이나 주변환경과 전혀 동떨어진 새로 운 구성 및 표현요소들을 추가한 것이 정말 이로 울지 의문이 들며, 하물며 새롭게 추가한 것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흉물스럽게 방치된다면 한층 더 복잡하게 느껴져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오히려 실추시키게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공공공간의 보행환경에 있어서 특히 맥락주의를 기반한 환경 디자인의 다양한 구성 및 표현요소들은 주변환경 과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을 고려하면서 조형적인 구성방식의 적절한 해결유형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4. 부산예술중학교 음악연습실, 부산교육청 학교공간혁신사업 기능적으로 단지 이동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복도의 공간을 접근 및 체류가 가능한 여정이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

특히 보행환경의 페이빙, 조경과 조명적 요소, 그리 고 어린이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길게 드리워진 펜 스와 안전 및 정보를 위한 여러 표식장치들은 지속 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시지각적으로 차지하 는 비율이 꽤 부담감이 있을 정도로 크게 인식된다. 2021년 3 호

059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환경디자인

더불어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연결된 육교와 지

‘이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보행환경은 다양한 볼거

하철역의 수직적 보행환경의 확장에 있어서는 결

리를 제공하면서 ‘접근’하게 되고 사용자들이 잠시

절점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보행환경의 연계성

라도 멈추는 ‘머묾’이 일어나게 될 경우, 마침내 ‘장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행환경은 어느 각도에

소로서의 보행환경’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현대

서나 시지각적으로 매우 노출된 위치로 인해 사용

인의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심리적으로 여유를 주

자의 복합적인 이동과정을 고려하여 쾌적한 수평

면서 체류가 일어나게 되고 비로소 거주하고 싶을

및 수직적 확장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구성 및 표현

정도로 자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요소들의 합리적인 연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러한 ‘장소로서의 보행환경’이 한 곳에 치우치지 않 고 다양한 곳에서 관계성을 가진다면 사용자들은 도시공간의 주요한 거점으로 인식하게 되고 흥미

6. 이동과정 속에서 보행공원

로운 목적지로써 거점 간에 건강한 이동과정을 거

아무리 아름다운 벽화나 조각 등도 관리가 소홀하

치게 될 것이다.

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어 고유의 빛을 잃기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 면 결국 탈이 나는 것과 같이 아무리 좋은 요소들일 지라도 보행환경에 계속 추가하면 결국 복잡하게 될 것이다. ‘비움의 미학’에 의한 ‘배경화법’의 관점 으로 전체적인 구성 및 표현요소들의 접근성, 연계 성, 체류성, 그리고 거주성의 향상을 종합적으로 검

특별한 시즌의 조명이나 불꽃과 같은 일시적인 이 벤트성 연출에 무게를 두는 것보다 건축물의 저층 부에 있어서 개방감을 극대화하면서 다양한 내외 부 공간의 구성 및 표현요소의 합리적인 수직 체계 를 통해 사용자와 보행환경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역이나 어린이보호 구역과 같이 안전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보행

토하여야 한다.

그림 5. 사상~하단선 공통디자인 가이드라인 학술연구, 부산교통공사 통일적이면서 특색있는 다양한 거점의 공간을 확보하여 이동과정에 있어서 균형감 있는 정체성을 구현한 디자인

060

지역사회


환경은 비움의 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합리

아닌, 각 차별화된 장소성이 내재된 다양한 거점

적인 웨이파인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들의 보행환경이 지속적으로 서로 결합되면서 환

표식장치들을 통해 강조해야 한다. 이는 전체적으

경디자인의 미적 요소와 원리에 의해 융합적으로

로 복잡함을 방지하면서 강력한 호소력을 내포하

체계화를 이룬다면 조병수 건축가가 언급한 새생

는 시지각적 연출이 될 것이다.

건축처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새생도시 부산

즉, 전체적인 통일 속에 부분적 변화를 두면서 지역

이 되지 않을까?

의 특색에 맞게 정체성을 구현하고 여러 구성 및 표

아름다운 우리의 여정이 가득한 도시 부산의 이미

현요소들 사이에서 균형감 있게 보행환경을 계획

지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하여야 한다. 특히 조경적 요소들의 지나친 반복보 다 조명적 요소, 펜스, 쉘터, 그리고 스트리트 퍼니

참고문헌

쳐의 첨가로 인한 조합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사

『건축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리차드웨스턴, 시드포스트

용자들의 실질적인 가치와 경험을 강조해야 한다.

『건축디자인론』, 허병이, 기문당 『건축의 외부공간』, 아시하라 요시노부 저 * 김정동 역, 기문당

또한, 밤과 낮의 변화를 함께 도모하는 감성적인 도

『건축의 형태와 디자인』, 가시다 쇼고 저 * 백용운 역, 기문당

시 공간을 구축하면 좋을 듯하다. 도시에서 대규모

『공간디자인과 조형연습』, 함정도·손유찬 저, 기문당

의 공원을 어렵게 계획하는 것보다 관리가 용이하

『보행도시 좋은 보행환경의 12가지 조건』, 오성훈·남궁지희 저, auri

면서 쉽게 접근하고 머물며 체류가 가능한 보행환 경의 계획이 사용자를 위한 추억을 제공하는 ‘보행 공원’이 된다면 도시에서 멋진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인간중심의 도시환경디자인』, 나카노 츠네아키 저 * 곽동화·이 정미 역, 싸이이알 『현대 도시환경 디자인』, 한영호, 안진근 공저, 기문당

김동식 프로필

사용자를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부산의 새생도시를 꿈꾸며

부산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 학교공간혁신 촉진자

재생적 가치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 즉,

역임했다. 건축학 박사이며, 미국 공인 실내디자인 자격인증

타임리스적인 도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

(부산교육청)이며, AECOM 미국 로스앤제레스 본사 ‘수석디 자이너’ 및 AECOM 상하이 지사 ‘Senior Interior Architect’를 (NCIDQ),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인 실내디자인 자격인증(CID), 국제 공인 친환경설계 자격인증(LEED AP)을 받았다.

의 실질적인 혜택과 배려를 깊게 고민해야 할 것 이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공간은 익히 들어왔지 만, 사용자를 배려하는 도시 공간은 다소 생소한 말처럼 느껴진다. 환경디자인의 개념을 도시 부산 의 보행환경에 좀 더 세심하게 적용하여 사용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쾌적한 도시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행복감을 주 는 혜택적인 공간으로 가득 찬 도시가 될 것이다. 단지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구성된 집합적 개념이

2021년 3 호

061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부산·한국·아시아 문화 가치에 기반한 디자인 연구의 거점

장 주 영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소장, 동서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과 지역문화, 그리고 부산 국가나 지역이 담고 있

도시에 이어 지금은 물류와 관광레저, 영상콘텐츠 도시로, 또한 유라시아 태평양시대의 관문도시로 도약 중이다.

는 그 장소만의 독특한

유승훈(2013)은 해양성, 개방성, 민중성을 부산의

역사적 경험과 축적된

인문정신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부산은

문화는 영감의 원천이자 인류의 귀중한 자원이다.

항구라는 지리적·개방적·공간적 특성과 역사·환경

특히 디자인은 실용적 기능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의

적 특성으로 인해 '문화의 용광로(melting pot)'로 불

미, 미학적 가치와 정서적 측면을 다양하게 포함하

리기에 충분한 곳이다. 이질적인 여러 요소가 뒤섞

고 있으므로 이러한 지역의 맥락을 연구하고 이를

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혼종성(hybridity)은 글로

기반으로 디자인 실행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벌 창조미래도시 부산의 중요한 자양분이자 '다이

디자인은 언제나 맥락 안에서 일어난다. 맥락은 장 소와 연관된 자연적, 인공적 속성들의 혼합이며, 역 사와 문화, 지리, 기후, 기타 요소들을 포함할 수 있 다. 이러한 문화 맥락적 특색들이 디자인 결과물에

내믹 부산'을 이루는 원천적인 힘이라 할 것이다. 현대 부산의 문화는 이들 외래문화와의 지속적인 접촉 속에서 충격과 파괴, 적응과 변용의 과정을 통 해 새롭게 창조해온 우리의 문화로 해석된다.

구체화됨으로써, 디자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개별 소비자의 경험을 확장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in 부산

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제 ‘지역화’는 디자 인의 가치를 높이고 디자인의 차별성을 강화시켜 주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려된다.

2017년에 설립된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이하 아미연)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디자인교육 현 장에서 부족한 ‘한국문화에 기반을 둔 디자인 지

부산은 개항과 일제 강점기에 도시가 형성되었고, 광복 이후 재외동포들의 귀국이 이어진 곳이며, 한 국전쟁 시에는 피란민이 유입된 곳이다. 근대 산업

062

지역사회

식과 방법론’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에서 시작되었 다. 지역문화 맥락에 기반한 디자인 연구와 이의 교육에 적용, 그리고 디자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지식의 생성과 사용의 순환’을 지향하는 일련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와 한국, 부 산’이라는 ‘지역성’에 바탕을 둔 디자인 연구와 교 육, 그리고 실행을 추구하며, 인류문화 보편성으 로서 부산·한국·아시아 문화가 가진 가치를 탐색

동서대 = 디자인 특성화 대학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은 1992년 설립 당시부터 도전적인 실험과 혁신을 거듭하며 디자인학부와 패션디자인학과로 이루어진 단과대학으로 성장하 였다.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 40개국의 200여 개 대학 및 연구소와 학 이를 통해 연구의 생산과 교육, 저장과 확산의 역할 을 해나가며, 한국과 아시아디자인 연구의 글로벌허 브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술교류협정을 맺고 활발한 국제교류를 하고 있어 국제화 부분에서는 선도적인 대학으로 알려졌다. 재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 중 디자인

또한, 점차 늘어가는 외국 유학생들과 한국문화에

대학의 GDS(Global Design Society)는 ‘1인 1글로벌’

대한 해외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형 디자

을 목표로, 미국, 이태리, 호주, 일본, 중국, 인도네시

인교육콘텐츠의 개발도 연구소가 감당해야 할 작

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디자인분야의 심화학습, 워

업으로 생각된다. 이들 외국인 엘리트들을 지한파

크숍, 전시회, 문화체험, 봉사활동 등의 경험을 제공

인재로 양성하여 미래에도 교류가 지속될 인적 자

하고 있다.

원으로 길러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저명 공간디자이너인 이

대학의 연구소로서 일차적으로는 지역문화 기반

코 밀리오레 석좌교수와의 ‘밀라노 프로그램’은 좋

의 디자인 기초연구 생산과 이의 적용 및 교육을

은 성공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은 본교에서의 하계

통하여 문화정체성을 가진 글로벌 디자이너의 양

집중워크숍과 밀라노 현장에서의 동계집중워크숍

성을 주요 목표로 하나, 장기적으로 외국유학생

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특유의 창의적 프로젝트 방

을 비롯한 세계문화와 소통을 통하여 한국과 아

식의 디자인 훈련에 이어 현장체험과 문화탐방의

시아 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지향점을

기회가 주어져서 학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두고 있다.

그중 선정된 2~3명에게는 밀라노에 있는 디자인회 사에서 인턴을 할 기회도 주어진다. 그뿐만 아니 라 K-MOVE 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2021년 3 호

063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해마다 40여 명의 디자인 대학 졸업생들이 미국에 서의 인턴 기회를 얻고 있다.

아미연의 역할 : 디자인 지식의 생산, 교육, 저장, 확산 이처럼 부산에 위치한 특성화대학의 부설 디자인 연구소로서 아미연은 부산지역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디자인 연구와 활동을 통하여 지역사 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본 연구소의 첫 번째 역할로서는 디자인 지식의 ‘생 산’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디자인인문연구회> 와 <지역문화연구회>를 구성하여 부산의 지역문 화와 한국 미학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성 한 연구결과물로 국내외 학회에 논문발표와 학술 지 게재를 하고, 봄과 가을의 학술대회에서 지속적 으로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 석·박 사과정 학생들 간의 자발적인 연구 활성화를 도모 하기 위해 <SIG(Special Interest Group) 연구회>를 공모하여 매 학기 연구를 지원하고 학술대회에 연 구결과를 발표하게 하고 연구집을 발간하고 있다.

2019년 여름 Milano_M+S studio 워크숍 Busan : “Numbers”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모전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독일 IF 디자인어워드, 미국 IDEA 디자인어 워드 등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디자인공모전에 서 수상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디자인 역량을 대내 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064

지역사회


두 번째, ‘교육’의 역할로서는, 연구한 내용을 교육에

세 번째 ‘저장’의 역할로서 <동서대학교 디자인대

적용하기 위해 신규 교과과정과 교수학습법을 개

학 25년 아카이브_hi25 historymaker>라는 방대한

발하고 교재를 편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

역사자료집 편찬을 시작으로 다양한 학술연구 및

다. 이를 인정받아 2019년에 한국연구재단의 인문

디자인교육과 활동상을 기록한 저작물을 발간하고

사회연구소사업에서 ‘교육연계형’으로 선정되어 6

있다. <hi25 historymaker>는 동서대학교 디자인

년간 12억 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

대학 25년간의 역사자료집이지만 부산지역 디자인

고 있다. 현재 3개 교과목과 MOOC의 신규개설 및

교육의 역사를 다룬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료로 여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한

겨진다.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

국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디자인교육’을 게

는 우리나라에서 한국디자인사는 서울디자인사와

이미피케이션 방법으로 교육하는 독창적인 디자인

다름없다. 하지만 본서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교육 콘텐츠와 교수학습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지역의 디자인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

그리하여 연구와 교육의 연계 모델을 제시하고, 한

한 기록인 것이다.

국문화 정체성을 가진 글로컬 디자이너 양성에 기

또한 겨울과 여름, 연 2회 <뉴스레터>를 발행하여

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에 교사와 청소년

연구소와 디자인 대학원의 활동을 소상히 기록 정

을 위한 교육 기부 등 연구성과의 지역공유와 확산

리하고 있다. 그 외 봄·가을 학술대회에서의 학술연

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개발국

구 내용을 엮은 <연구집> 발행과 대학원에서 생

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온라인디자인교육콘텐츠의

산한 논문들을 엮은 <아시아디자인아카이브> 및

지원과 기여로 글로벌 사회에도 공헌하고자 한다.

<아시아디자인저널>, 그리고 각종 워크숍 자료집 과 교재 등을 지속해서 편찬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 석박사 논문의 데이터베이스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유학생들의 학위논문은 다양 한 연구주제와 함께 국내에서 얻기 힘든 자국의 참 고자료들을 수록하고 있어 향후 자료적 가치가 높 을 것으로 생각된다.

D-MOOC <예술학개론> 강의영상자료 부분

<동서대학교 디자인 대학 25년 아카이브_ hi25 historymaker> 자료집

2021년 3 호

065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부산 북구 도시재생을 위한 구포 지역맥주 브랜드 개발 프로젝 트 결과물, 2020(김수화교수 지도, 링크사업단 지원)

2019년 9월에는 해외석학 석좌·객원교수님들을 모시고 <2019 동서국제디자인위크 : Design as Changemaker>를 주관하여 특강과 대담, 전시회 등을 이끌며 국내외 디자인 담론을 확산하였다. 네 번째, ‘확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국내외 학술대 회와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먼저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 활동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DSU-DESIS Lab>을 오픈하여 활동 중이다. DESIS 는 ‘Design for Social Innovation and Sustainability’ 의 약자로 사회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활 동을 하는 세계 유수의 디자인대학 네트워크다.

그 외 전시회 기획 및 도서 출판 등을 하고 있다. 부 산지역의 음식문화를 디자인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일러스터레이션과 서술로 다채로 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한국의 일상 문화1_식 : 부산의 맛과 멋>, 그리고 디자인 석학들 의 논설을 엮은 편저, <Design as Changemaker, 한 국과 아시아의 지혁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단행본 출판과 각종 전시회가 그것이다.

DESIS Network 홈페이지 메인에 실린 DSU-DESIS Lab 관련 기사, 2019

066

지역사회

<한국의 일상문화1_식: 부산의 맛과 멋>

<Design as Changemaker>


하고 흥미로운 디자인 각 분야의 강의를 온라인 형 태로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대학 체험 디 자인워크숍도 기획하여 예비 디자이너들의 전공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소외계층의 청소년들에게까지도 양질의 교육 기회를 확장해나 한중디자인교류전 티저 동영상, 2020

가고자 한다. 기타 아세안문화원과의 협약 등 지역 의 다양한 기관과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임팩트디자인 : 로컬임팩트와 글로벌임팩트 전통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소비자·사용자

에 기반한 디자인 문제의 발굴과 해결의 작업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 를 공급하고 주로 시각적인 형태로 기능하는 사회 적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디자이너 의 사회적 역할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디자이너들 에게 이미지, 사물, 공간,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본주 의적이고 공감적 디자인 방법으로 다양한 사회의 난제까지 다루는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 이제는 디 자이너의 창의성 발휘로 사회문화의 변화를 추동

지역 예비 대학생을 위한 대학디자인 교육 체험 워크숍, 2021

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글로벌 활동으로서는 세계적인 디자인대학의 협

감당하기 위해 본 연구소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의체인 큐물러스(Cumulus)의 공식회원으로 다양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한 학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봄 학술대

지난 4월에는 부산의 랜드마크인 영화의전당과 협 약을 맺고 본교 디자인대학에서 제작한 디자인영 상콘텐츠를 영화의전당 시설에서 상영하는 등의 다양한 상호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디자인, 영화· 영상 분야 산학 협동 연구를 통해 지역 시민에게 감 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개발할 계 획이다. 또한, 5월에 맺은 동래학춤보존회와의 협 약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

회에서 DESIS Network의 창설자이자 세계적 석학 인 에치오만지니(Ezio Manzini) 밀라노공과대학 명 예교수를 기조강연자로 초빙하고, 아시아 6개국의 8개 DESIS 회원교의 패널토론과 포럼을 주관하며, ASIA DESIS Lab Network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앞 으로 아시아의 회원교들과 연합하여 아시아의 밝 은 미래와 지역혁신을 위해 디자인 활동과 연구로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을 위한 디자인 전략을 지원하고, 현대적 재창조를

또한 UN이 주도하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통한 지역문화유산의 활성화 작업을 학생들과 진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동참하며 이를

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역민들을 위한 시민디자인

실천하고자 하는 SDSN(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

강좌 시리즈를 제작하여, 비전공자들을 위한 다양

크,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의

2021년 3 호

067


지역연구 특집 1 부산의 도시 디자인: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정식회원기관으로서 국제사회의 세계시민으로서

본 연구소는 디자인 접근방법으로 다양한 지역의

의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동서대학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실천 가능한 방안

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을 모색하는 연구와 교육, 그리고 디자인실천을 통

가기 위한 SDGs 17개의 주제에 대해 고민하며 적극

해 지역과 세계와 소통하며 임팩트를 만드는 데 앞

적인 활동으로 동참해나갈 것이다.

장서나가고자 한다.

참고문헌 유승훈, 『부산은 넓다』, 글항아리, 2013 장주영, 장소성의 맥락에서 지역디자인의 특성 연구- 부산성(釜 山性)의 관점에서 부산지역 디자인의 해석, 한국디자인포럼, 54,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17 54,123-32 Buchanan, R.,(2001), Design Research and the New Learni ng, Design Issues: Volume 17, Number 4 Chon, H., (2018). Social Innovation through Design. A Model for Design Education Manzini, E. (2010), “Small, Local, Open and Connected: Desi gn Research Topics in the Age of Networks and Sustainabili ty,” in Journal of Design Strategies, Volume 4, No. 1, Spring. Margolin, V. & Margolin, S. (2002). A “Social Model” of De sign: Issues of Practice and Research. Design Issues, 18(4), 24-30). Souleles, N.(2017). Design for social change and design edu cation: Social challenges versus teacher-centred pedagogi es. Design for Next 12th EAD Conference Sapienza Universi ty of Rome 12-14

장주영 프로필 동서대학교 부설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소장과 일반대학원 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자인역사·문화·이론 전문가 로서 지역문화 기반의 디자인 실천을 위한 문화 해석의 방법론 연구와 이를 디자인교육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 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이해와 교차문화(Cross-Cultural) 에 관한 고찰을 통하여 글로컬시대 디자이너와 연구자에게 사 회문화를 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한 봄학술대회 포스터, 2021.06

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사업(교육연계형, 2019~2025) 에 “한국문화기반의 창의적 디자인교육 콘텐츠 개발 및 게이미 피케이션 연구”로 선정되어 책임연구자로서 디자인교육혁신을 위한 연구를 고민 중이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 회원 로고

068

지역사회


2021년 「지역사회」 여름호에 게재된 '지역연구 특집1 : 부산의 도시디자인'은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에서 기획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디자인관련 연구자와 실무자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승인을 받아 본 연구소에서 기록물을 보관하고 공유합니다.

동서대학교

47011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로 47 동서대학교 뉴밀레니엄관 228호 228 NMbdg., Dongseo University 47, Jurye-ro, Sasang-gu, Busan, 47011, Korea

051-320-4833

adcfdsu@g.dongseo.ac.kr

http://uni.dongseo.ac.kr/adcf

https://bit.ly/2SoKXEW

Asia.Design.Center.for.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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