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제작실기
포트폴리오 제작실기 2017.11.26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본다는 것 혹은 패러독스의 올가미를 벗어난다는 것 플랫랜드(Flat land)는 말 그대로 ‘평지’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에드윈 A. 애보트(Edwin A.
거기에는 오류 가능성이 늘 잠재해 있음을 작가는 보여주는 것이다. 작업에서 확인되듯이 시
Abbott)의 소설에서는 플랫랜드(Flatland)란 주인공 스퀘어(square)가 사는 세계를 말한
각에서도 감각적 오류와 이로부터의 판단 상의 오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인간 자
다. 여기서 주인공은 여러 차원에서 경험한 것을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기하도형들에게 그들
체는 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 아래 있어 왔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존재하고
의 세계인 ‘2차원’의 나라에 돌아와 다른 차원들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사실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경험은 다른 이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종신형에 처해지게 되
는 말이 된다. 그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어쩌면 인간의 시각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회
는데 정은희 작가가 그의 전시 주제에 이 소설의 제목을 인용하고 있는 것은 이 소설에서처럼
화 혹은 예술이라는 것 역시 이처럼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보이는 것과 보이
차원이나 맥락이 다른 상황에서 경험한 것은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이에게 제대로 이해시키
지 않는 것 사이에서 부유하며 그 영역을 늘 탐색하고 모색해 나가는 인간의 행위에 불과하다
기 어려우며 각자 다른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자신의 작업과 상당한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 지점들을 갖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정은희 작가는 이처럼 플랫랜드(Flatland)이자 눈 안으로 수렴되는 세계를 매 작가가 공유 지점으로 느끼는 데에는 먼저 그가 회화를 전공했던바 그의 경험을 평면의 캔버
우 정성스럽게, 그러나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되도록, 그리고 보았던 것이 오류임을 관객이
스나 패널에 옮겨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점이 한 가지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러
경험적 차원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아주 명료하게 그려내고 또 그 상황을 진지하게 만들어내
나 사실 그가 경험하고 있는 3차원 개념의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공간의 지속적인 변
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때 작업을 보는 이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이가 이처럼 일부
화와 같은 범주도 그의 눈에 있는 망막이라는 2차원의 평면에 수렴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를 노출시켜 강력하게 드러내고자 할 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드러내는 이의 의도는 노출시
에 본질적으로는 시공간의 체계 내에 있는 대상에 대해 그것을 눈의 망막을 통해 정보를 받
켜 눈앞에 보여주는 것, 그 자체에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은희 작가가
아 인식하게 되는 인간의 신체는 세계와 2차원의 범주 안에서만 상호 관계할 수 밖에 없다는
작업에서 이와 같이 시각적 감각과 인식적 차원의 오류가 눈에 드러나 보이도록 한 것은 사실
생물학적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측면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
상 그가 자주 전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명제, 즉 ‘눈에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
이다. 정육면체의 예를 들어보면 인간이 살고 있는 현재의 일반적 환경에서는 여섯 면을 한꺼
니다’라는 문장은 그 문자적 의미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게 아닐 수 있음을 직
번에 볼 수는 가능성은 없다. 단지 평면으로 수렴될 수 있는 한 면 혹은 두 면 많으면 세 면까
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그의 작업을 신중하게 뒤집어서 다른 측면들을 읽어 볼 필
지만 볼 수 있다. 또한 무한한 공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무한히 긴 터널 안을 바
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이 실체 혹은 실질이 아닐 수 있다는 작업의 표피적 의
라보게 된다고 하였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인간의 눈이 무한의 세계 모두 다를 볼 수 없음은 자
미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혹은 감각되는 것으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눈에 보이
명하다. 터널 내에서 인간 눈에서의 감각은 무한이 아니라 한 점에서 끝나버린다. 관념적으로
는 것 이상의 것들에 대해 그의 작업을 근거로 하여 찾아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는 그것은 한 점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 인간의 눈에서 해상도는 그것을 포 착해낼 수가 없다. 투시법에서는 이 한 점을 소실점이라 하였는데 여기서의 점이라는 것은 눈
그러한 맥락에서 다시 그의 작업을 보게 되면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의미 이면에 감춰져 있는
의 위치임을 설명해주는 투시법을 근거로 하여 생각해 본다면 이 소실점은 세계 그 자체가 아
다양한 측면과 의미들을 음미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굳이 관객에게 전달하
니라 인간의 망막에 반영된 가상적 세계이자 실체가 아닌 허상일 수 밖에 없음을 각성하게
고자 하는 어떤 한정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누구나 삶의 경험에서 느끼게 되는 상
만들 뿐이다.
황들 즉 외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 대한 감각적 오류와 그 너머의 내적 실질 혹은 관련된 메타적 시각들일 수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정은희 작가의 작업은 일차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같은 맥락으로 정은희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망막이라는 2차원에 수렴하는 세계에 대해 계
것들에 대한 시각적 환각에 대한 작업으로 읽혀질 것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의 형
속해서 여러 가지 시각적 문제를 의도적으로 발생시킨다. 회화에서 다루게 되는 전통적인 투
식으로 만들어낸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시각적 환각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 ‘시각에 대
시법 명암법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각적 장치를 활용하여 다양한 혼란을 야기한다. 그 예를
한 것’ 이상의 ‘잘못 보게 되는 것들’, 그리고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것들’과 함께 그 관련된 ‘나
들어보면 몇 가지 색으로 된 안경을 바꿔가며 그의 작업을 보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안경의 색
와 세계에 대한 근원적 통찰’, 그 자체를 지시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 바뀔 때마다 관객은 서로 다른 형태의 공간과 작업을 경험하게 된다. 가장 신뢰하였던 감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가까이 있는 그 무엇’이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각기관인 눈에 대한 신뢰를 일부 내려놓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
와 같은 좀 더 깊은 문제에 의문을 품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읽어가야 할 작업이라
에 존재하는 대상에서 그 물질에 부딪힌 빛 입자나 파동은 세계에 대한 시각 정보 혹은 세계
할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영역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작업에서 명
를 가리키는 지표가 되어 인간의 감각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 인간은 시간적
료한 설명이나 묘사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을 수행해내는 것은 작가의 작업을 읽어내고
으로 혹은 공간적으로 차이가 나는 두 가지 이상의 정보들을 비교하면서 그 차이로부터 세계
음미해가는 이들의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기에 부
에 대해 순차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시각적 오류를 줄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판단하도록 만드
정할 수 없지만 하나의 프레임에 가둬진 가시화된 의미들로 인해 그 이면의 세계를 놓쳐버리
는 것이다. 그런데 정은희 작가의 작업은 그러한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들을 파고든다.
게 만드는 패러독스(paradox)의 이상한 올가미에서 온전히 벗어나고자 하였기 때문일 것이
그리고는 인간의 감각과 인식에는 한계가 분명이 존재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확한 실질을
다. 그러므로 바로 이 지점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그의 작업읽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포착하고 판단하기에는 인간의 시각적 감각 및 시각적 인식은 완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시각 은 인간에게 있어서 외부세계에 대해 상당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boxes 35 x 68 cm oil on 3D pane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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