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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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지평을 바라보면서

셋째, 자원고갈과 인구폭발이다.

체제이고 본질적으로 반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반생태적인 문명이

끝없는 성장과 확대의 추구는 인간생존에 불가결한 금속과 광

다. 동시에 산업문명은 모든 것을 뒤집은 혼돈(混沌)의 세계이다. 산

물, 산림과 어류, 산소와 오존을 소진시키며, 한정된 채 재생시킬 수

업문명은 생명을 기계로, 존재를 소유로, 주체를 객체로, 주인을 노

없는 화석에너지원을 고갈시켜 나갈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어 가면

예로, 지식을 기술로, 자유를 동조로, 노동을 상품으로, 낭비를 필요

서 동시에 세계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인류미래에 중대

로, 파괴를 생산으로, 가격을 가치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전도된 세

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선진자본주의 열강의 식민지였던 제3세계

계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문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는 과거 식민지시대 이래 창출된 부가 외부로 유출되어서 아직도

인간과 자연을 분열시킴으로써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게 하는 갈등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제3세계에 유출된 부가 선진 공업국

아 독재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발전의 전

의 세계이다. 오늘날 국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들의 인구평형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제3세계의 인구증가를 폭발

제가 되었던 과학과 기술을 계승하여 경제성장과 근대화의 추진력

선진공업국과 제3세계 국가가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적으로 가속시키고 있다.

인류가 자유, 평등, 진보의 깃발 아래 피와 땀을 흘리면서 이룩

으로 삼았다. 혁명 초기에 사회주의 생산양식은 과학기술을 활용하

노동과 자본이 투쟁하고 있고 인간정신 안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갈

해 온 오늘날의 문명세계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반면 인간을

고 노동의 기계화, 합리화, 집단화를 단행함으로써 생산력의 증대에

등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적으로는 인류가 자연에 적대하고 있다.

억압하고 소외시키고 나아가서 인류의 생존기반이 되는 지구의 생

적지않은 성과를 올렸다.

사실 산업문명은 우리 민족과 한반도를 분단시켜 놓았고 같은 민족

환경오염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심리적 긴장은 한편으로는 인

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와 체제를 가지고 적대하도록 하는 문명사

체의 면역과 자기치유의 기능을 약화시켜 암, 에이즈(AIDS), 심장병,

적 전제이기도 한 것이다.

뇌일혈,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적 퇴행성 질환을 만연시켰고, 다른

한살림 선언 1. 산업문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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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을 강요 당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문명은 생명소외(生命疎外)의

넷째, 문명병의 만연과 정신분열적 사회현상이다.

태적 질서를 훼손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일찍이 자연의 주인임을 자

한편 공산주의는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

처하고 자연을 지배해 왔던 인간이 자연지배의 도구로 사용했던 기

급의 독재를 주장하고 확립하였다. 혁명의 완성단계에서는 적대계

계와 기술에 사로잡혀 하나의 부품이나 계량적 단위로 전락해 버렸

급이 소멸하고 우호적인 노동자와 농민계급만이 있기 때문에 복수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산업문명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사

한편으로 사회문화적 환경을 악화시켜 우울증, 분열증, 자폐증(自閉

다. 오늘날 인간은 삶의 진정한 주체라 할 수 없고 다만 기계의 지

정당제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노동자계급의 독재란

회, 경제, 정치의 영역에서, 전지구적인 생태계의 영역에서 위기에

症)과 같은 정신질병과 폭력, 범죄, 마약중독, 사고, 자살 등의 사회

배에 조종되는 대상일 뿐이다.

모든 권력이 혁명을 주도하는 당에 집중되고 다시 당 관료와 지도

직면해 있다. 이것은 물질적, 제도적인 위기일 뿐만 아니라 지적, 윤

분열증 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자연의 지배를 확대∙강화하고 인간의 노동을

자의 손에 집중되는 것을 뜻한다. 당과 지도자는 인민들에게 자발성

리적, 정신적 위기이며 인류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긴박성을 지닌 위

합리화∙기계화함으로써 놀라운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하여 대량생

과 자율성보다는 체제에 대한 동조와 순응을 요구하고 기계에 대한

기, 바로 전인류와 지구상의 전생명의 파멸을 의미할 수도 있는 위

다섯째,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악순환이다.

산의 길을 열어 놓았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낭비적 소비가 권장되고

종속적 태도를 강요하고 있다. 인민들은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빼앗

기인 것이다.

시장원리를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낭비적 소비를 조장하는 과잉

미덕이 될 정도로 물질적 성장과 풍요를 성취했다.

기고 자신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리하

오늘날 산업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다음과 같은 증후(症

생산의 체제로서 그것은 경기순환 과정에 주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그러나 풍요로운 산업사회에서 물질적 안락을 누리고 있는 많

여 그들은 노동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잃어버린 채 자기

은 사람들은 넘쳐 흐르는 상품의 홍수 속에서 넋을 잃고 상품의 소

능력 이하의 노동을 마지못해 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공산주의현

유와 소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자신

실은 마르크스주의의 궁극 목표인 인간해방이 아니라 인간의 재노

첫째, 핵위협과 공포이다.

장경제를 거부하고 사회적 통제와 계획이 생산과 공급을 결정하는

의 생각, 느낌, 활동의 주체’ 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소

예화인 것이다. 결국 공산주의는 권력을 당과 국가의 관료에게 집중

이차세계대전 후 미소간의 이데올로기적 냉전체제는 전략적 우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필수적인 수요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며 공

유하고 소비하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과 육체, 지식과 노동을 상품으

시킴으로써 관료의 무책임, 부패, 나태만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

위의 선점을 위한 핵무기의 경쟁적 개발과 비축을 유발하여 지구와

로 파는 소외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물질, 에너지, 정보에 대한

니라 인민들의 노동의욕을 약화시킴으로써 경제를 무기력하게 만들

인류 자체의 파괴를 의미하는 핵전쟁의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한

지배권을 장악하고 있는 기술관료체제는 인간의식을 조작하고 통제

었고 자연자원을 무분별하게 개발함으로써 자연을 황폐화하였다.

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구호 아래 개발된 핵발전소가 또 다

候)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 실업을 발생시키는 악순환의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주의 의 모순에 대한 대안으로서 확립된 사회주의는 악순환의 고리인 시

급부족과 생산의 비능률을 유발하는 또 다른 모순을 낳고 있다.

여섯째, 중앙집권화된 기술관료체제에 의한 통제와 지배이다.

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매체를 통하여 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소련은 초강대국이면서도 자국민을 먹여 살릴 식량을 자급하지

른 핵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부터

자원, 에너지, 인간노동을 지배∙관리하는 기술관료체제 특히

대중매체는 사회적 의식, 태도뿐만 아니라 개인적 욕구, 희망, 기호

못하고 전자제품에서 일용식량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용품을 수입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정부와 당과 대기업은 합리성, 능률, 성장을 내세워 더욱더 전문화,

(嗜好)까지도 결정하는 지배문화가 되었다. 결국 자본주의는 일찍이

하고 자연자원과 무기(武器)만을 수출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사

나가고 있다.

거대화되어 가고 있고 중앙집권화를 강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중앙

자연의 정복에 활용하였던 과학과 기술을 가지고 인간심리를 조

회주의 소련경제의 치욕적인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공산주의세계

작∙지배하여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써 사회의 원심력을 정복

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낡

하였다. 그리하여 산업기술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제와 지배의 형

은 스탈린주의에 대한 혁신적 비관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의 모순

태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산업사회 초기에 그렇게 소중한 가치

과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에 대한 용기있는 인정이라 할 수 있다.

집권화로 비대해진 기술관료체제는 에너지의 낭비와 관리비의 증대 둘째, 자연환경의 파괴이다.

로 인해 생산∙관리의 사회적 비용과 생태적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과도한 물질적 성장의 추구는 과잉생산, 낭비적 소비, 인플레이

인플레이션과 실업,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촉진하고 있으며 인간

션, 불황, 실업 등과 같은 경제적 재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동시

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하면서 비능률과 부조리, 부패와 나태만 유발하고 있다.

였던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 생산과 능률을 앞세우는 기술의 이데올

오늘날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 서로 대립하고

에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자연의 생태적 균형을 파괴시키고

로기 앞에 굴복하게 되었고 인간은 기계, 기술, 체제에 예속되어 종

갈등하고 있으나 기술적 산업주의라는 동일한 문명적 기반 위에 서

있다. 특히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 때문에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은

속적 위치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선진자본주의 사회

있다. 이것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문명은 기술과 기

대기, 바다 그리고 강, 들과 산을 오염시켜 가공스러운 오존층의 파

는 물질적인 성장과 풍요를 성취하였으나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의

계로써 인간과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세계이다. 전

괴와 기상이변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

우리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매일 산업문명이 유발시키고 있는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이다.

체주의적 억압이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사회를 사회답지 않게, 자

그리고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은 토양의 유기적 순환질서

수많은 위기의 현상과 맞부딪치게 된다. 인플레이션과 실업, 에너지

자본의 지배, 절대적 빈곤, 노동의 소외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연을 자연답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인간은 본성을 잃어 버린 채 참된

를 파괴하였고 식수, 식품의 오염은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의 위기, 건강의 위기, 환경재해, 폭력과 범죄의 증가를 우리들은 일

선언하였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 지배질서에 대항하면서 오늘날 세

‘자기’ 로부터 소외되고 있으며 공동체를 상실한 채‘이웃사람’ 으로

되고 있다.

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

계의 절반에 가까운 넓은 지역에 사회주의 생산양식과 프롤레타리

부터 고립되어 있고 그 생존의 모태인‘자연’ 으로부터 단절되어‘죽

한살림 20년│햇살과 바람, 정직한 땀의 기록

일곱째, 낡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위기이다.

이션과 불황의 진정한 의미와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병리학자나

한살림 자료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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