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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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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0. 서울은 강박관념의 도시다. 이곳은 파괴에 관용적이다. 단지 그 파괴에 수반되는 과거와 미래를 향한 현란한 퍼포먼스가 요구될 뿐이 다. 파괴 후에는 채우는 행위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유무형의 개념들로 가득 채우는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운명적으로 지워진 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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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1. 전통적 예술작품들을 포함한 규정짓기 힘든 현대 미술품들의 안식처로 구 기무사 부지와 같은 역사 깊은 대지가 선정된 것은 필연적으로 모순을 내포한다. 이곳에 세워지는 건축은 극히 제약적인 법규와 일부 건축물들의 문화재적 가치, 경복궁에 면한 입지, 그리 고 역사성에 의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현대 미술관의 가치덕목 중 하나인 'white cube'라는 개념과 대체로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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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2. 대지의 역사성은 프로젝트로 하여금 현재-미래의 연결고리를 완성할 과거의 한 시점에 대한 선택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지에는 치열했던 서울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위적 선택을 배제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을 담는 방법으로서 ‘여백의 건축’을 제안한다. 옛 그림에서 보이듯 여백의 공간이 지니는 가능성은 채움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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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3. ‘여백의 건축’이란 ‘비움’이 아닌 ‘채우지 않음’이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오히려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음을 의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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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안하는 미술관의 형태요소라고는 보존의 법령에 의해 남겨질 옛 기무사 본관과 보호수 한 그루, 그리고 지하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단순화된 진입로뿐이다. 나머지 공간은 여백의 형상으로서 넓고 잔잔한 수면이 차지한다. 물의 유연성은 많은 복합적 요소들을 개념적으로 담고, 수면의 광학적 성능은 도시의 경관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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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5. 19,000m2의 넓은 수면이 이뤄내는 여백은 서울의 과밀함에 대한 균형자가 되는 한편, 대지가 품은 지난 한 역사에 대한 오마주, 역사도시에 마련된 캔버스, 그리고 그 자체로 서울을 상징하는 무형의 오브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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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술관의 구체적인 기능들은 수면 아래에 위치한다. 덕분에 채워져 있지 않은 지상공간은 현대 미술관이 이 도시에 선사하는 여백이 되는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시장으로 삼은 침묵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공공성의 영역인 국립 미술관 건축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강렬한 의 미부여가 되는 것을 의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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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술관의 하부는 균질한 직육면체 덩어리들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육중한 형태의 가로세로 12m, 높이 18m의 구조체들은 공간을 구분하는 파티션이자 거대한 지하공간을 떠받드는 기둥이 된다. 그리고 주춧돌의 형상으로서 사라져버린 다양한 흔적들에 대한 은유적인 상징이 되 길 의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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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의 건축建築 The Architecture without building
8. 지하 공간 속에 또 하나의 외피가 존재하게 되면서 안과 밖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군집된 박스들의 시각적, 공간적 체험의 다양함을 위해 배치에 변화를 준다. 많은 통로와 광장이 형성되면서 외부 공간은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이 된다. 박스의 외부가 전시장의 내부가 되는 동시에 박스의 내부는 개념적으로 내부이자 외부가 될 수 있다. 박스의 내부는 그 박스들의 집합이 상징하는 지난 흔적들의 영역으로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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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방으로 출입구가 놓인 균질한 박스들은 동선을 자유롭게 변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전시 기획에 따 라 의도적인 선형동선도 가능하고, 마치 도시를 헤매듯 자유로운 동선의 제공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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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하 영역은 크게 네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지상과 가장 가까운 관리, 교육, 사무 영역이다. 중간층은 로비를 비롯한 공공의 영역이 되며, 그 아래로 전시 영역이 된다. 주차는 지하로 놓이고, 수장구역은 독립된 영역을 차지한다. 미디어 영역은 진입로 주변으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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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구 기무사 건물은 지하 미술관으로 진입하기 위한 또 하나의 통로가 되는 동시에 그 자체로 미술관의 본 관의 임무를 띤다. 구조체인 기둥을 제외한 벽들을 제거하고 넓게 비워진 공간은 전통적 공간 구성을 갖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부지 내에서 포기하기 힘든 경관을 위해 옥상을 공공에게 개방함을 제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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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백의 가치는 여백을 제외한 자리를 채우고 있는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 구 기무사 건물과 지하의 은유적 형태들, 그리고 그 안에 삽입될 다양한 형식의 예술품들이 ‘여백의 건축’ 의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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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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