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Jonanthan Hyams/Save the Children
김 동 훈 (KIM DONG HUN) 국제구호NGO 더프라미스 The Promise / 국제사업국 국장
한 장의 사진이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주검이 되어 터키의 한 해변에 밀려 온 시리아 난민 아이 ‘쿠르디’의 사진은, 수년간 지속되어오던
시리아 내전에 대한 경각심을, 그리고 유럽을 몸살 앓게 하고 있는 난민위기의 실상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아마 그 사진은 세상을 바꾼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되어 역사에 남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사진을 본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더불어 가만히 있어서는 시리아 꼬마 난민 쿠르디의 추모 그림
안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의 아이는 내 아이의 모습과 겹쳐지고, 내 아이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음에 안도하고, 내 가족이 현재 저런 일을 당하지 않는 환경에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가슴 한 켠에 그 아이가
당했을 고통과 그 부모가 겪게 될 괴로움의 깊이가 감히 짐작이 안되기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마음 아파하면서 지켜만 보는 것은 세월호 하나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프 시리아’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한국에서 시리아 내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헬프 시리아’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는 시리아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헬프 시리아 외에 별로 많지 않다. 그나마 헬프 시리아가 조금 활동을 하는 편이지만 이마저 고정된 사무실이나 정규직원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시리아를 돕고 싶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일 뿐이다.
나름 생업을 가지며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시리아 문제를 한국에 알리는
헬프 시리아의 자원봉사자들이지만, 이들의 활동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반응은 여타의 자원봉사활동단체들을 대하는 것과는 달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된다.
헬프 시리아의 캠페인 활동 (http://www.helpsyria.kr)
인터넷 댓글로만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한 거리 모금이라도 할라치면, 기꺼이 도와주시는 수많은 시민들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시리아 문제에 무관심한 시민들을 만나는 것을 넘어, 인터넷 댓글에서 만났던 반응을 면전에서 듣는 상황이 나타나 우리의 헬프시리아 자원봉사자들을 힘들게 했다고 한다.
“우리 주위 춥고 배고픈 우리 국민부터 도우십시오. 어떻게 국민들 피 같은 돈으로 이슬람 독종들을 도와줍니까. 정신차리세요. 이 땅은 우리 후손에게 아름답게 물려줘야 할 나라입니다. 저런 개잡종들과 섞이면 우리나라는 몇 십 년 지나서 없어집니다.” 위 내용은 얼마 전 서울 명동에서 헬프시리아의 자원봉사자들과 이름없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진행했던 ‘쿠르디’ 추모모임이 신문기사로 나간 이후, 우리 멤버들 에게 시리아 난민을 도우면 안된다고 점잖게 핸드폰 문자로 가르쳐 주신 분의 말씀이다. 이것 하나뿐만은 아니며, SNS로도, 문자로도, 전화로도, 난민들로부터 왜 우리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말씀주시는 분들이 어떤 맥락에서 말씀하시는 줄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나, 우리 자원봉사자들도 수년간 시리아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사람이 어떠 해야 하고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느끼는 삶의 무게가 결코 작지 않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이제 사망자 25만명에 해외난민 400만, 시리아 국내난민 600만의 초거대 규모의 인적재해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난민의 1/4을 시리아 난민들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난민신청자
숫자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쿠르디 사건은 매일 같이 죽어나가는 시리아 난민들의 상황에서 어쩌다 드러난 일부분일 뿐이고, 매일같이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곧 21세기의 최악의 재해 기록을 세울 예정이다. 쓰나미도, 대지진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의 난민 아이들 (http://www.helpsyria.kr)
시리아에 대한 구호활동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는 현지 사정이 급하기도 하지만, 시리아 내부에서 우리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언제 어떻게 폭격에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결되었던 자원봉사자들은 이미 사망했으며, 새로운 사람이 있지만 그 자원봉사자들이 살아있을때 조금이라도 도와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와 뜻을 같이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서울 명동에서의 쿠르디 추모행사 후에 헬프시리아로 국내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대구, 홍천, 제주 등지에
사는 시민들이 지역에서 시리아를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고, 제조업을 하는 한 소셜벤처는 시리아로 구호품 보내는 활동을 돕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요청하지 않았어도 소정의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여전히 이슬람, 중동, 난민 등과 연관된 주제로 한국 사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험한 얘기를 하시는 분들의 어감이 강렬하여 가슴에 힘들게 와 닿을 뿐, 우리 주위에는 시리아의 이야기를 조용히 공유해주시고, 정성껏 기부해주시고, 틈나는 대로 자원봉사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리고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대한민국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면 그런 분들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출처 – 헬프 시리아(http://www.helpsyria.kr) 픽사베이(http://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