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 279 280(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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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Vol.279 3/4 2016 Vol.280 5/6 2016

Inauguration Address

02 취임사

배병길_한국건축가협회 회장

Editorial

04 지금, 다시 북을 치고 춤을 추자

임종엽_편찬·출판위원장

10

Special Report

06 변 용 명예회장 영면 Critique

10 현대카드 3관

최욱((주)건축사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

신건수 / 이경창 / 박민수

Young Architect

18 젊은 건축가

18

이의중

Review

24 파사드 스케이프

권태훈

28 친화적인 '서울 속 건축'의 조건

이주연

KIA Project

30 Reborn 동산 162

노성식_(주)도시와 풍경

KIA News

24

32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과 진료 지정병원 협약 소식 외 35 신간 소개 38 신입회원, 회원동정, 주소변경회원

30 발행인 배병길 편찬위원장 임종엽 부위원장 박민수, 김영철, 정귀원 자문위원 손기찬, 정만영, 이관직 상임위원 이경창, 신건수, 이병기, 김호경, 우영선, 김명식, 이수열, 김윤겸 기자 정현수 buddyjhs@kia.or.kr 등록번호 (서)라-388 등록년월일 1981년 3월 10일 통권 279호, 280호 발행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225 (사)한국건축가협회 전화 02-744-8050 팩스 02-743-5363 홈페이지 www.kia.or.kr 이메일 kia@kia.or.kr 발행일 2016년 7월 15일(금) Publisher BAE Byung Kil Chief of Publication Committee LIM Jong Yup Vice-Chief PARK Min-Su, KIM Young-Cheol, CHUNG Kwiweon Publication Committee Advisor Member SHON Kee Chan, JEONG Man Yeong, LEE Kwan Jick Standing Member of a Committee LEE Kyoung Chang, SHIN Gunsoo, LEE Byungki, KIM Ho Gyeong, WOO Young Sun, KIM Myungshig, LEE Soo Yuol, KIM Yun Kyeom Journalist JEONG Hyonsu, buddyjhs@kia.or.kr License No. (Seo)Ra-388 Since 10th, Mar. 1981 279th, 280th Publication 225, Mokdongseo-ro, Yangcheon-gu, Seoul Korean Institute of Architects Tel. 02-744-8050 Fax. 02-743-5363 Homepage www.kia.or.kr E-mail kia@kia.or.kr Dated 15th Jul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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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uguration Address

취임사

2016년은 한국건축가협회가 59주년을 맞게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입니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흔적을 남깁니다. 또한 국가 의 품격과 사회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시대 한국건축문 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우리 건축가협회 가 그 중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여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우리 건축에 대한 깊은 애 정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60주년이 되는 2017년에는 UIA 서 울 세계건축대회가 개최되는 해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이라 는 막중한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부족함 밖에 보이지 않는 저에게 이 같은 중책을 맡겨주신 4,000여 회원 분들 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60년이라는 역사적 시간의 길이와 무게를 여러분들과 함께 감당 하고자 합니다. 저는 회원 여러 분들께 건축 문화적 가치 공유와 애정 어린 격려와 적극 적인 참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건축은 한 국가의 품격을 형성하고 결 정하는 문화적 자본입니다. 지난 시간 국 가의 압축 성장은 외형적으로 경제적 풍요 는 이루었으나 우리들 내적 삶의 기반이 되 한국건축가협회 제 30대 회장

는 정신문화적 발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면

배 병 길

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전반은 다양성 이라는 미명하에 분열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 아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계 층 간 소통 부재, 집단이기, 사회적 자본 손 실, 도시 환경 열악, 환경오염을 초래하였습 니다. 문화융성국가란 국민들의 문화적 삶 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이에 건축가협회 는 문화적 자본인 창의적 건축디자인을 통하 여 “문화가 곧 삶의 본질이라는 인식과 문화


Inauguration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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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곧 경제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노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대국민 건축문화

창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력 할 것입니다.

인식 공유 캠페인을 하고, 초·중고등학교 교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우리 건축가들은 과연

과서수록 등을 위하여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둘째, 저는 2017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를

를 할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건축교육원을

이제는 건축가들이 사회를 향하여 답하여야

국제사회에서 한국건축의 위상을 새롭게 재

통한 건축가 실무 전문교육과 아울러 국내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립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며, 한국건축문화

및 해외건축교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의 독창성을 알리고 건축계가 하나 되는 중

국내외 건축가를 초빙하여 건축 심포지움,

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데 있어

요한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서울 세계건축

세미나 등을 통한 건축담론을 형성하여 토론

건축만큼 중요하고 삶과 연계되어 이해, 해

대회는 한국건축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의 장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석되는 영역도 드물 것입니다. 건축은 그 국

있을 것이며, 세계 건축가들과 새로운 건축

가와 국민의 삶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측

이론 및 지식정보 교류의 장이 되는 중요한

다섯째, 건축가 복지와 건축가 교육을 위하

정계와 같습니다.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에 FIKA를 중심으로

여 생활편의, 의료, 경조사에 구체적인 계획

드러내는 이 땅의 건축과 도시를 위하여 건

하나 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을 세워 건축가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

축가협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그 중심에 있

며 한국 건축계의 도약을 위하여 관계부처와

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건축문

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에 새로

긴밀히 협조하여 대회를 잘 치러낼 것입니

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내 훌륭한

운 과제와 도전과 해결을 기다리는 사회를

다.

건축물을 현장 답사하여 우리 건축에 대한

향하여 한국건축가협회는 이 땅의 올바른 건

올바른 이해를 돕고, 아울러 해외 건축 탐방

축문화 확립을 위하여 어떠한 도전에 직면하

셋째, 한국 건축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계획을 통하여 얻은 지식과 정보를 한국건축

더라도 결코 그 본분을 잊지 않고 감당하여

위하여 국립건축원 설립 추진을 시작할 것입

이 나아갈 올바른 향방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야 할 역할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니다. 우리나라 국가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

되도록 할 것입니다.

건축가협회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

상이면 백년대계의 국가 건축문화를 기획하

다. 감사합니다.

고, 그 방향성을 조정하며, 실천적 과제를 도

“건축이란 자연과 인간이 서로 관계성을 형

출하여 국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위한 국가

성하면서 공존하는 삶의 본질입니다.”

적 차원의 조직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이를 위하여 저는 정부 유관기관들과 소

그리고 건축행위를 하는 건축가란 어떠한 사

통을 통한 공감과 논의를 할 것입니다. 이와

람들입니까?

더불어 향후 협회 지회장님들과 협의하여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 환경이 잘 반영된 지역

건축가란 부재하는 감각을 불러내는 사람이

건축문화원 설립을 위하여 지자체장과도 협

고, 그 감각은 기존의 세계와 서서히 이별하

력하도록 할 것입니다.

며 새로운 세계를 불러들이는 이들입니다. 또한 건축가란 부재하는 공간을 만들고, 부

넷째, “건축은 문화다” 라는 인식 공유를 위

재하는 삶의 형태를 창안하며, 그것으로 새

하여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하도록 노력하

로운 세계를 만들려는 공간적 혁명을 추동하

겠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소통과 가치공유

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 삶의 지진계

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역할과 일반인들의 삶을 새로운 문화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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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지금, 다시 북을 치고 춤을 추자. 1957년에 출범한 한국건축가협회는 이제 곧

그에 따라서 <건축가>지의 연혁도 적지 않

60년이라는 시간을 지니게 되었다. 삶의 나

은 나이를 지니게 되었다. 한국건축가협회

이를 ‘육순’과 ‘환갑’이라 표현하는 것은 이

에서 나온 첫 기록물은 1961년 4월로, 1957

미 B.C. 1700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견고한

년부터 있었던 9차례의 이사회 내용과 회원

문화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와 음양오

들의 동정을 전달하기 위한 소식지 형식으

행(陰陽五行)을 따르는 것이다. 인간은 살아

로 시작되었다. 다루었던 내용에서 가장 눈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상징과 은유를 부여해

에 들어오는 것은 “건축사법 통의를 위한 삼

야 하는 연약한 존재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

회 연석회의”였다. 이것은 당시 건축계가 건

한 집약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10간은 십진

축사법조차 완전한 형식을 띠고 있지 못하고

법으로 열 개의 방패를 말하고, 12지는 십이

있었던 상황임을 전달한다. 대한민국 건축

진법으로 열두 개의 지지대를 의미한다. 건

의 시작은 그렇게 한 단계씩, 하나의 요소가

축의 입장에서 보면 열두 개의 기둥과 열 개

순서대로 세워(建) 쌓아지고(築) 있었다. 제

의 벽체는 각각, 생명의 피조물들과 순서라

호(題號)도 미완성으로 시작하였던 건축가

는 형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요소들을

협회의 첫 소식지, “한국건축가협회 뉴-스”

재분류하게 만든다. 이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를 다시 열람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

그러나 운명적이어서 마치 상상적인 레고의

나 있다. ‘잡보’란 내용 중에 들어있던 제목

변화무쌍함을 떠오르게 한다. 벽과 기둥이

으로 ‘UIA 제6회 대회에 보내는 레포-트’였

다양하게 조합하여 구성되는 공간에서 시간

다. 제6회 대회는 1961년 런던에서 열렸던

과 방향은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가게 된다.

대회를 말한다. 당시 UIA 세계대회의 주제

사물은 물론이고 온갖 만물의 좋고 나쁨을

는 "New techniques and Materials - Their

판단하게 하며, 성질과 기운을 예측하기도

impact on Architecture"이었고, 이에 대해

하고 궁극적으로는 방위를 선택할 수 있게도

건축가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지면을 통해 교

한다. 여기서도 삶을 알아가는 방식은 다시

류되었다. 한국건축가협회의 첫 소식지에서

건축 방법론에 매우 닮아 있다. 십간과 십이

다룬 내용은 비록 일본건축가협회지 77호의

지를 결합하면 60개의 간지(干支)를 얻게 되

내용을 번역하여 전달한 것이었지만, 그 발

는데, 이것을 육십갑자라 부른다. 60은 날로

췌 내용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치면 두 달이고, 시간과 분 등, 순환 원리의

이탈리아의 천재적인 건축가이면서 구조 디

기초 단위가 된다. 육순(六旬)이란 곧 열(旬)

자이너였던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Pier Luigi

이 여섯(六)이란 말이고, 그 시점은 육십갑자

Nervi)의 의견으로부터 필립 존슨과 함께 국

(干支六甲)를 모두 누리는 가장 최고의 나이

제주의 양식을 소개해 주었던 헨리 러셀 히

를 말한다. 한국건축가협회의 나이다.

치콕(H.R. Hitchcock)의 생각들이 차례대로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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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내용이었다. 이것은 동시대의 건축적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더구나 건축을 움직

(Architecture)은 역시 건축뿐이었다. 우리

흐름과 문제의식에 대하여 우리의 오랜 선배

이는 조직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일 수 없었

의 기록들이 그러했었다고 확인한다. 대한민

건축가들이 세계 건축가들의 생각과 비교해

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하고 객관적

국 건축계에서 금년과 2017년은 가장 어려

조금도 뒤처져 있거나 소외되어 있지 않았음

인 내용들의 탐색은 우리의 선배 건축가들

운 시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또 가장 큰 기

을 증명하는 것이다. 올해의 베니스 비엔날

이 세계의 건축가들과 동일한 문제를 고민

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건축가협회의 나이

레의 주제는 ‘Reporting from the Front(전

하고 다루었다는 점에서 놀랍기까지 하다.

는 정확히 육십이 되고, UIA 세계건축대회가

선에 알리는 레포-트)’였다. 건축의 전선에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풀어내야 하는 지역

제26회로 대한민국에서 열리게 되는, 진정

서 날아온 레포-트. 우리의 협회지는 지금

성과 장소성의 문제, 아직 세상을 떠나기 전

한 건축가들의 잔치가 이루어지는 가슴 뜨거

얼마나 건축의 최전선에 서 있는가? 현학적

인 거장 그로피우스(1883~1969)와의 인터

운 해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운명이 맺어준

이고 추상적인 담론을 버리고 정말 좋은 건

뷰, 세계적인 추세였던 산업화와 기술주의,

뜻깊은 해가 될 수 있다. 육순(六旬)의 다른

축 사례와 정확한 건축 방법론을 진심으로

도시계획을 통한 건축과 도시의 연계성 등

표현은 이순(耳順)이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

공유하고 있는가? 상황과 현실을 돌아보면

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흥미

표현은 논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생각하는

지금 우리 건축가들은 무엇을 제안하고자 하

로운 것은 1963년이라는 시점은 루이스 칸

모든 것이 원만하고 무슨 일이든 듣게 되면

며, 어느 것을 두고 치열하게 실천하고 있는

(1901~1974)이 유니테리언 교회와 솔크 연

곧 이해가 됨을 말한다.

가? 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소의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다카의 국회의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가들을 대표하는 건축

본격적인 한국건축가협회 협회지의 탄생은

사당과 필립 엑세터 도서관 등을 설계하기

가협회의 정기 간행물인 <건축가>의 1963

1963년에야 이루어진다. 제1호는 이문조, 박

바로 직전이었다. 즉 20세기 최고 걸작들을

년이라는 봄에서 꾸었던 꿈을 이제 다시 부

태성, 윤정섭, 성익환, 이해성을 편집위원으

앞두고 이루어진 칸의 사상과 철학의 번역

활시켜 추수하는 시점으로 이어가자. 우리의

로 만들어졌다. 기본적인 뉴스 외에도, 실렸

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창간호의

이상과 현실이 발휘되도록 큰 북을 울리고

던 글들은 지금 보아도 무척이나 고무적(鼓

중심 내용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가로서,

그에 맞추어 신명 나는 춤을 추어보자!

舞的)이어서 우리를 자성하게 만들기도 하

보편적인 이상과 정제된 실천이라는 균형잡

고, 다시 힘을 내게도 해준다. 첫 창간호인

힌 자세를 유지하였고, 상업적인 코드보다는

<건축가> 1호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다음과

학구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치열한 노력과 순

같다. “건축에 있어서의 Locality(정인국),

수한 열망도 숨겨져 있었다.

Walter Gropius의 회견기(이동진), 산업이라 는 건축(서승구), 도시계획과 건축(한정섭),

지금 다시,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

Louis I. Khan의 사상과 철학(윤정섭 역)”...

려 보아야 한다. 상습적인 현실 부정과 변명

1963년, 당시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으로 인

으로 지쳐 있어서도 안 된다. 건축계를 위

임 종 엽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편찬위원장

한 후유증으로 피해복구와 경제적인 생존의

해 다시 북을 치고 행복한 춤을 추어보아야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체르니코프를, 밀라노 국립건축대학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모든 사회조직은 어

한다. 다시 힘을 내도록 서로 격려하고, 함

렵고도 척박했으며, 험난한 현실은 바로 눈

께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인간 최고의 기술

에서 도시에서 광장과 극장을 연구하였다. 인천 아트 플랫폼,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관, 세빛둥둥섬 등을 디자인하였다. 현재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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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대한민국의 건축문화 개척자, 영면하다. 卞 鎔 한국건축가협회 명예회장 지난 4월 4일 영원히 잠들다

땅 위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들이 있다 하나 이미 오래 전에 존재했던 과거의 것들이며, 이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고 또 장래 후 세대는 기억치 못할 것들이다. 시간 안의 존재들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없는 변화의 노예인 것 같다. 변치 않는 그 무엇을 찾으려, 혹 만들 수 있을까 하며, 오늘도 고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새로 했고 무슨, 남이 없는 능력을 가지려는 것 보다 어떤 존재가 되는가가 삶의 시간인 것 같다. 모든 것이 헛것이고 가짜라는 것을 깨닫기는 아직 먼 것 같다. 그래도 좋은 미래가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또 다른 시간을 기대해 본다

- <한국건축가협회 50년>, 2008

대한민국 건축계의 영원한 스승이자 선배,

아트센터 등 우리 곁에 수많은 작품을 남기

건축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였으며 선

큰 힘이 되어주셨던 변 용 한국건축가협회

셨다. 1981년에는 대통령으로부터 평화통일

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등 대한민국 건축

명예회장이 지난 4월 4일(월) 갑작스럽게 우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10여 년 간 활

계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셨다. 임기동안 미

리 모두의 곁을 떠났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동하셨으며, 이후 대광학원 이사, 신망애복

국건축가협회 및 일본건축가협회의 명예회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그를 조문하기 위해 많

지단 이사, 남포교회 장로 등의 사회활동에

원으로 추대되셨으며, 2009년에는 대한민국

은 건축계 인사들을 비롯하여 각 계 각 층의

도 앞장섰다. 2006년 한국건축가협회 제25

문화훈장화관을 서훈하셨다. 그리고 2013년

발걸음이 이어졌다. 영결식은 유족의 뜻에

대 회장으로 취임하여, 이 사회 도시・건축

부터 2년의 기간동안에는 건축인 모두의 염

따라 발인예배로 진행되었다.

이 올바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역할의 중심

원으로 유치하여 준비중인 UIA 2017 서울

에 본 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사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장으로서 활동하시며

고 변 용 명예회장은 지난 1942년 출생하여

회적 역할을 중요시하였다. 본 회의 창립 50

원활한 대회 준비와 한국 건축의 세계화를

1966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 지

주년 즈음하여서는 건축의 기초 확립을 위

위해 헌신하셨다. 오랜 시간동안 한결같이

금의 원도시건축을 설립하여 이끌어 오셨으

해 한국건축개념사전 편찬에 많은 노력과 기

올곧은 철학으로 끊임없이 펼쳐 온 고 변 용

며, 대법원 청사, 한일은행 본점, 한국종합무

여를 하셨으며 건축가의 위상제고와 자기계

명예회장님의 많은 활동은 후배 건축가들에

역센터, 조선일보 사옥, 청주국제공항, 기상

발을 위해 건축실무를 위한 각종 연구와 세

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

청 청사, 사법연수원, 여의도 태영빌딩, 강동

미나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무엇보다

이다.


Special Report

경력사항 1966

서울대학교 졸업

1968

삼주건축연구소(1973까지)

1973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회원번호 185)

대한건축학회 정회원

(주)원도시건축 설립

1975

명지대학교 출강(1995까지)

1979

건축사 면허취득

1980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1996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2001까지)

2002

한국건축가협회 사업부회장(2004.2까지)

2004

한국건축가협회 연구부회장(2006.2까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사(2008까지)

2006

한국건축가협회 회장(2008.2까지)

미국건축가협회, 일본건축가협회 명예회원

2007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이사

2008

한국건축단체연합 대표회장

2013

국제건축가연맹(UIA) 2017 서울 세계

건축대회 조직위원장(2015까지) 2014

한국건축가협회 명예건축가회 의장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장

한일은행 종합연수원

태평양건설 본사_캐미칼빌딩

수상경력 1979

한국건축가협회상(케미칼빌딩)

1980

한국건축가협회상(한일은행 연수원)

1981

한국건축가협회상(대한화재해상보험(주)

본사사옥 1982

한국건축가협회상(한일은행 본점)

1983

서울특별시건축상

한일은행본점

(삼천리산업 주식회사 본사) 1986

한국건축문화대상(성균관대학교 체육관)

1989

한국건축가협회상(숭실대 과학관)

한국건축문화대상(신도리코본사 사옥) 1990

한국건축가협회상(포항공과대학 실내체육관)

한국건축문화대상(조선일보사 장동신사옥)

1992

한국건축가협회상(일신방직(주) 여의도사옥)

1993

서울시조경상(한국종합무역센터)

1994

한국건축가협회상(태영컨트리클럽 하우스)

1995

한국건축가협회상(조선일보 평촌사옥)

1996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특별시건축상

대한화재해상보험 본사

포항공과대학 실내체육관

(대법원청사) 1998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엄덕문건축상

(대법원청사)

청주국제공항(한국강구조학회상)

1999

서울특별시건축상, 대한민국환경문화상

숭실대학교 과학관

(기상청청사) 2002

경기도건축상(사법연수원 및 법원공무원교육원)

2003

안양시건축문화상

조선일보 평촌사옥

(조선일보 평촌사옥, 국토개발연구원)

광주광역시건축상(광주성림침례교회)

2004

한국건축가협회상(대구학생문화센터)

2007

한국건축문화대상(여의도 태영사옥)

2008

서울특별시건축상(여의도 태영사옥)

2009

대한민국 화관 문화훈장

2011

서울특별시건축상(강동문화예술회관)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

일신방직 사옥

대구학생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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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卞 鎔 명예회장님 弔詞

대한민국 건축계의 산증인이시자 본 협회가

와 동시에 추진했던 국내외의 관련 전문가들

정신과 멋을 잊지 않으셨고, 건축은 조형의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어

과 함께 논의했던 각 종 전시회와 세미나 등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도시의 한부분으로서

주신 변용 명예회장님께서 영면하셨습니다.

은 우리 건축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인간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무엇보다도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

되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한국 건축의 정체

는 회장님의 건축철학은 매일 마주하는 우리

다.

성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자기반성을 통해

의 일상의 생활공간 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궁극적인 건축계의

있으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따끔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는

화합과 미래를 위한 비전제시는 인류를 위한

한 가르침으로 남아 있습니다.

것처럼 회장님께서는 평생 동안 건축 활동을

더 나은 환경조성이라는 건축가 본연의 역할

해 오시면서 건축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을 보다 공고히 하였고, 지금의 대한민국 건

회장님의 길이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였습니

이 땅에, 건축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인간 삶

축이 이 만큼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결정적

다. 그 길의 역사와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의 영위를 위해 기여해주셨습니다.

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건축의 기초를

이제는 저 높은 곳에서 마음 편히 쉬실 수 있

견고히 하기 위한 한국건축개념사전 발간은

기를 기원드립니다.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

본 회의 제25대 회장으로 역임하시면서, 당

회장님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시 시장개방과 맞물린 대외환경을 인식하여,

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오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

건축의 기초를 다지고, 국제화와 대중화, 전

늘의 이 자리가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을 빕니다.

문성을 갖춰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거 듭 말씀하시며, 본 회가 그 일에 앞장서야 한

국가와 이 사회에 대한 회장님의 공적을 저

2016년 4월 7일

다고도 강조하셨습니다. 건축인들만의 잔치

의 짧은 말로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배 병 길

였던 건축제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

법원 청사, 한국종합무역센터, 한일은행 본

한민국건축문화제란 이름으로 건축의 문화

점, 청주국제공한, 삼성플라자 등 헤아릴 수

임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없이 많은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도 우리의


Special Report

追 慕 辭

고 변용 명예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화와, 201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건축 대회를 세계인들 앞에 알리는데 앞장서 주셨

하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습니다. 2017 서울 대회를 회장님과 함께 볼

얼마 전 전화통화를 할때만 해도 이렇게 황

수 없음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남아

망히 떠나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늘

있는 후배들과 함께 못 다하신 일들을 다할

굳게 닫은 입에 인자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변용 명예회장님께서는 누구

회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유가족은 물

보다도 대한민국 건축계를 사랑하시고 걱정

론이요, 우리 건축계 모두가 큰 어른을 잃은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건축

비통한 마음 억누를 길 없지만 이제 회장님

가협회에 대한 사랑은 특히 각별하셨습니다 .

을 눈물로 이별하려고 합니다. 남아 있는 저

25대 회장을 하실 때의 협회는 그 어느 때보

희들, 이곳에 모인 저희들은 회장님의 인자

다 활발하고 미래의 후배들을 위한 의미있

한 미소와 가르침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

는 일들을 수행하셨습니다. 건축단체간의 교

갈 것을 영전에 머리숙여 조아립니다.

류와 통합을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회장님, 그토록 그리시던 영원한 나라 천국 에서 하나님의 축복아래 편히 지내시길 기도

회장님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2017서울 세계

드립니다.

건축대회를 유치하게 되었으며, 2014년에는

2016년 4월 7일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조직위원장으로써 멀

UIA 2017 서울 세계 건축대회

리 남아공까지 직접 방문하셔서 우리 건축문

조직위원장 한 종 률

9


10

Critique

비평 | 현대카드 3관

최욱(ONE O ONE Architects)

건축개요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지면적: 2,522㎡ 연면적: 24,680.8 ㎡ 규모: 지하6층, 지상10층 구조: SRC 용도: 업무시설

ⓒ Namgoong Sun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3관은 오피스

건축물의 파사드는 현대카드 본사의 격자형 이

카드팩토리는 돈의 의미를 환기 시키는 동시

기능과 함께 직원 편의시설 중 하나인 어린이

미지를 연장하였으나 미장 재료 사용으로 아날

에 호기심과 욕망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돈이

집 그리고 카드를 생산하는 공장이 최상층에

로그적인 감성을 구현했고 최상층으로 올라갈

만들어 지는 공장의 소음과 기계장치의 움직

설치되어 있는 복합용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

수록 창호의 그림자가 깊어지는 효과를 만들어

임 위에 건물 최상층이라 가능했던 천창의 빛

트다. 북쪽 출입구를 가진 기존 건축물의 어

고층건물의 시각적인 안정감을 우선했다.

을 끌어들이는 자연 빛의 만남 자체는 오래된

두운 로비는 남측의 빛을 적극 끌어들여 밝은 실내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공장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미래의 이미지도 어린이집은 공간에서 배우는 교육을 실현하고

가진다. 새로움은 산업혁명 이후 모더니즘의

싶었고 오피스 빌딩에 들어가 있는 한계를 가

가치다. 자본의 급격한 팽창은 그 미래를 알

지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건축

수 없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래를 보여

물이 될 수 있도록 성격을 부여하고 싶었다.

주고 싶었다.


Critique

11

화면(畫面) 구성 - 현대 카드 3관 하는 장소라기보다 공상과학 영화의 우주선에 들어 온 듯한 비현실성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구축성을 감추거나 혹은 반구축적 특징을 드 러내는 화면(畫面)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 다. 이런 면들의 구성은 외부에서 그리고 내부 에서 크고 작게 곳곳에서 나타난다. 우선, 근 처 다른 2개의 현대 카드 사옥이 주는 이미지 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새하얀 격자 파사드는, 후퇴된 1층과 분리되어 공중에 떠 있는 면으 로 다가온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도드라지 는 창호의 음영은 허공에 떠 있는 그림자처럼 생겨 비중력적이며 거꾸로 매달린 듯한 효과 를 만들어 낸다. 그 아래 입구에 다가가면 중 앙부 유리와 좌우의 석재로 된 다른 면이 다 시 눈 앞에 나타난다. 작은 이질감에 눈을 왼 쪽으로 돌리면 거대한 입면에 붙은 조그만 입 구가 아이들의 세계, 즉 유치원을 표현하고 있 다. 이런 회화적인 입면들은 과거 귀족들의 고 급취향이나 근대 초기 대중화된 회화의 감상 법을 요청한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화면을 가만이 보는 행위는, 영화와 TV 등 빠르게 움직이며 자극적인 화면전환을 수동적으로 보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의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정지 한 화면은 움직이고 지나다니는 직원이나 방 문객의 움직임과 분리된다. 그래서 소수 감상 자의 눈에 나타날 미묘함은 다수 행인에 보일 단순하고 깨끗한 기업 이미지에 잠식된다. 화면은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입구에 들어서 면 기존 건물에 건축가의 개입이 가장 두드러 진, 후면 개방이 눈에 들어온다. 두터운 건물 에 북쪽에서 유입된 빛 덩어리가 좌우의 흰 벽 면에 반사되고 계단식 관람석의 검은 색과 대 ⓒ 101 factory

비되어 드러난다. 그래서 외부 파사드가 그랬 던 것처럼 이 자연 빛도 착지하지 못하고 공중 에 매달린 면으로 다가온다. 한편 지하 직원식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의 본사 건물에서 건축

잘 구축하는 건축가의 장면 연출과 돈의 흐

당으로 내려가는, 두꺼운 철로 가볍게 만든 커

가의 운신 폭은 작다.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기한 화폐인 카드

다란 계단은 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해서 조

의 경우도 개입할 영역이 좁다. 건축가 최욱의

를 만드는 기업의 이미지(Corporate

형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조금물러

최근작 현대카드 3관은 이 둘 모두에 해당된

Identity) 구축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전

서면 서예가가 커다란 한지에 그린 굵은 선처

다. 이 건물은 시공간이 액화된 회화적 공간을

반적으로 이곳에서는 중력의 물리법칙이 작동

럼 평면적이기도 하다. 흰 벽과 검은 철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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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JEONG hyonsu

ⓒ Namgoong Sun 들어 지는 면은 시각적으로 균형 잡혀있다.

마치 잘 짜인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폭력 행위과 대비된 세련된 실내 공간으로 보

사실 이런 균형은 균열을 제거하고 이차원으

담는 공간들이 리듬감이 있게 구성됐다. 어른

인다. 결국 현대 카드 사옥은 화면 구성의 엄

로 보이게 하는 것으로 매우 정교한 디테일로

의 큰 세계와 분리된 작게 만들어진 공간이 아

격함으로 현실을 감추는 동화와 정적인 감각

가능해졌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전경을 도드

이들의 동화를 만든다면, 이 건물의 마지막 층

을 끄집어 내는 회화 사이의 긴장에 자리하고

라지게 배경을 그리지만 드러나지 않도록 세

에는 어른의 동화가 있다. 카드를 만드는 공

자 하지만 결국 상업 판타지와 결합된 이미지

심하게 한 것처럼. 이 정적 공간에 약간의 역

장이 자리한 이곳은 여러 복잡한 기계장치를

로 축소될 운명에 처해있다.

동적 장치는 직원 식당에 있다. 지하로 내려

드러내, 맛있는 초콜릿을 만드는 꿈의 공장처

가는 주차통로 옆에 자리한 식당에서 지나가

럼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공장에 삽입된 동화

는 차량은 지붕만 보이게 가려져 마치 바람

의 세계. 이 곳을 방문하는 카드 수령자들에

에 조용히 흔들거리는 칼더(Alexander

게 공장은 어느새 디즈니랜드로 변했고, 그들

Calder)의 모빌 조각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은 이 이상한 나라의 공장을 관람한다. 곳곳에

물체로 지각된다. 아니, 내부 정적인 공간에

몽환적인 장치가 나타난다. 재료의 속성을 없

빠져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최면술사의 시계

앤 흰 면과 검은 철의 조합이 연결지점에서 굴

신 건 수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강사

추처럼 움직이는 듯하다.

절 없이 연속되어 평면의 표피를 생산한다. 그

경기대(학부)와 한양대(석사)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에서 건축

이 건물에는 두 개의 동화가 숨겨져 있다. 우

래서 거친 현실 세계가 있는 밖과 별개로 가

선 지하에 자리한 아이들의 세상으로, 다른 곳

상의 세계로만들어진 이곳은 스탠리 큐브릭

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유치원

(Stanley Kubrick)의 영화 “시계태엽 오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양대 건축학부(에리카) 강사로

공간은 바로 위의 계단 관람석의 경사를 받아

렌지Clockwork Orange” 속 배우들의

있으며 근대 건축의 생성 조건들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다.

가 디플롬(ADE)을 마치고 프랑스 정부 연구 장학금으로 국립 파리 말라케 건축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했고 파리 에스트 대학 에서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과 미셸 푸코의 파놉티즘〉으로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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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자

ⓒ Namgoong Sun 현대카드 3관은 강렬한 시각적 인상으로 자신

몸체를 삭제하고 지붕과 기단만으로 동양 전

에서 뚜렷한 높이 차이를 만들지는 않지만, 동

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돌출된 상부층은 밝은

통 건축을 표현한 웃존의 스케치, 건물이 소

일 높이에서 바닥 재료의 차이를 통해 주변 대

백색으로 매스감을 뽐내고 있으며, 수직과 수

멸되고 기단만 남은 옛 절터, 흐릿한 바다 위

지와의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재료

평으로 엄격한 대칭으로 배치된 8개의 창문과

에 또렷이 떠 있는 섬의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는 1층 로비까지 연속되고 비슷한 톤으로 로

꼭대기의 가는 몰딩은 고전적인 느낌마저 풍

다면, 기단이라는 요소와 그 위에 부유하는 매

비의 계단까지 확장되는데, 이를 전부 기단이

긴다. 위로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창문의 음영

스를 떠올릴 수 있다. 부유하는 매스는 땅과의

라 연상할 수 있다. 이 기단이라는 요소는 다

은 시각적 정면성을 강화한다. 반면 하부 2개

이탈을 의미하는 반면, 기단이라는 요소는 땅

른 대지와의 차별성을 만드는 요소인 동시에,

층은 어두운 색조와 투명한 유리를 사용하여

과의 결속을 의미한다. 부유하는 매스를 만들

이 건물이 차지하는 장소의 통일성을 담보하

볼륨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하

되, 기단에 해당하는 부분의 재료를 무겁게 써

는 요소이기도 하다. 통일성의 확보를 위해 1

부 출입구 부분은 어린이집의 출입구와 사옥

서 한편으로는 이 대립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

층 로비의 안과 밖은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연

의 주 출입구, 지하 주차장 출입구가 존재하는

소와의 연속성은 유지하려는 것이다. 모순적

속되게 표현된다. 그리고 기단과 상부 매스의

탓에 미묘하게 대칭에서 어긋나게 되는데, 이

으로 보이는 이런 목표설정은 분명 지속적인

분리는 로비 반대편 남쪽 창으로 들어오는 빛

를 미묘하게 조정하며 대칭성을 해치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며, 원오원아키텍스의 건축을

에 의해 강화된다. 건축가는 기존의 건물 남측

것이 눈에 띈다. 상부층과 하부층의 대비는 건

매력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의 벽체와 슬래브 일부를 도려내었는데, 이로

축가의 지속적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요른 웃

써 1층 유치원에 풍부한 자연광이 유입되고,

존의 동양 전통 건축 스케치’나 ‘고려 시대 절

부유하는 이미지로 파악할 때, 현대카드 사옥

로비 쪽으로 부드러운 빛의 유입을 만들어냈

터의 기단’, ‘섬이 있는 바다 풍경’에 대한 연상

은 도시라는 바다 위에 부유하는 섬이라 할 수

다. 이 기단은 주변 맥락과의 단절 즉 균질화

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운데

있다. 현대카드 3관은 기단이라고 할 만큼 외부

된 도시 공간에 파열을 만들며, 특이성을 부여


14

Critique

지털 시대에 카드 팩토리를 만든 이유는 이런 아날로그적 공간이 신용카드에 관한 오마주이 자 기록이기 때문”이라며 “카드 팩토리는 공 장이자 금융자본의 역사이고 동시에 하나의 설치미술이라 할 수 있다”2)고 말한 바 있다. 카드 팩토리 천장에는 공장의 상징인 ‘굴뚝’을 형상화 한 대형 조명시설 9개를 설치하고, 엘 리베이터와 가구 등도 공장답게 메탈 소재의 느낌이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여기에다 건축 가의 정교한 디테일이 맞물려 공장이라는 거 대한 기계장치를 전시하고 있는 듯하다. 밝은 공간과 하나의 오브제로 격상된 조명시설은 과거 공장에 대한 어둡고 부정적인 인상을 효 과적으로 걷어내고 있으며, 지난날 비인간성 의 상징이었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는 스펙터 클한 구경거리로 탈바꿈된다. 신용카드는 주지하다시피 디지털화된 숫자로 만 매겨지는 화폐의 위상을 대표하는 전자금 융의 첨단이다. 그런데, 아무리 화폐가 디지털 ⓒ Namgoong Sun

화되고 비-물질화되더라도 카드라는 플라스 틱으로 된 최소한의 물질적 매개를 필요로 한 다. 그러다 보니 이 카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란 문제가 중요하게 된다. 즉, 카드는 단지 물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미적 대상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대카드 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건축은 한발 더 나 아가 스스로 설치 미술품이자, 미술관이 되고 자 한다. 다시 말해, 현대카드 3관의 카드 팩토 리는 카드를 만드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카 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전시품으로 드러내고 보여주고, 구경하게 만드는 공간으 로 계획되었다. 비-물질화된 전자화폐의 물질 화에 정점을 찍는 일을 건축이 담당하게 된 셈 이다. 이런 임무를 건축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건축이 미술관이나

ⓒ Namgoong Sun

갤러리 같은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하려 한다. 이처럼 기단이라는 요소는 미스의

일관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실내 빛의 퀄리티,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최

건축이 보여준 도시에 대한 비판성을 연상시

어렵다.

소한의 디테일”3)이 중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키지만1), 미스의 건축에 비해 이를 강렬하고

2015년 8월 현대카드는 보도 자료를 통해 “디

빛을 유입시키되, 그림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Critique

15

한다고 말한다.4) 그 결과 부드러운 빛이 만들

이 가져야할 미적 거리를 소멸시킬 우려가 있

간에서 곧바로 폐쇄적인 답답함을 느끼게 되

어지며, 전체적인 공간의 느낌은 차분해진다.

다는 지적이 있다. 한병철에 따르면, 시각은

며, 그 공간이 추구하는 편안함은 쉽게 자본의

이런 부드러운 빛으로 부각되는 것은 3차원적

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촉각은 거리를 제거하

편안함으로 전이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입체가 아니라 2차원적인 면이다. 건축 요소

는데, 거리를 매개하지 않는 촉각은 매끄러움

사라진 그림자가 우려스럽다.

로는 기둥보다는 벽이라는 요소가 중요해지는

으로 변하고, 쉽게 즐기고 소비할 수 있는 것

것이다. 게다가 바닥의 논리가 중심이 되기 때

이 된다는 것이다.6) 다시 말하자면, 감각적 직

1) 비토리오 아우렐리는 미스의 시그램 빌딩에서 기단과 기둥이

문에 하층부 내부의 기둥은 최대한 삭제되고

접성에 맞물리는 현대 예술은 관조적 거리를

라는 요소가 편재하는 도시 공간에 대해 단절을 만들며, “도시

모든 것은 벽의 요소로 치환되어 있다. 건축가

없애고 매끄러움의 긍정성을 불러일으킨다.

는 걸레받이 디테일을 조절하거나 천장과 닿

여기서 긍정성이란 자본에 대한 긍정이며, 예

Architecture, MIT Press, 2011, p.37

는 부분에 메지를 없애기 위해 디테일을 세밀

술과 삶을 박제시켜 버린다. 아도르노가 말하

2)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CARD FACTORY)’ 오픈”, 매일경

하게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다

듯, “독—사실상의 삶의 부정—을 섞지 않고서

제, 2015년 8월 31일 기사. http://news.mk.co.kr/newsRead.

양한 재료의 사용으로 벽은 자립하고 독립된

는 문명의 억압에 대한 예술의 저항은 무기력

요소가 되며, 육중함 대신 가벼운 면의 요소가

한 위안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7) 반면, 진

2014년 3, 4월호, 63쪽.

된다. 자립적 요소로서의 벽은 그림이 걸릴 수

정한 예술은 현실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지

4) 최욱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공간에 빛을 도입할 때 가급

있는 배경이 되거나, 스스로 하나의 그림처럼

않는다. 예술작품은 현실의 부정적 측면과 대

적이면 세 방향에서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림자를

인지된다.

면하는 철저히 부정적인 것에 머물러야 한다.

에서 정치적인 것에 대한 가장 강렬한 선언처럼 만든다”라고 평 한 바 있다. Pier Vittorio Aurelli, The Possibility of An Absolute

php?year=2015&no=836429 3) 최욱, 「인터뷰: 정인하, 최욱, 최진석」, 『와이드 AR』 38,

사실 없애버리는 거죠. 그림자를 없애면 그 공간이 형태로 잘 안 읽혀요. 그림자가 형태를 만드는데 그림자가 없어지면 공간이 해

예술작품이 견지해야 할 부정성이야말로 삶을

체되는 거죠.” 「인터뷰: 정인하, 최욱, 최진석」, 같은 책, 62쪽.

앞서 말한 것처럼, 건축가는 뚜렷한 형태가 아

활성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건축이 다루

5) 최욱은 한옥에 대한 작업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니라 감각으로 인지되는 공간을 추구함으로

는 빛이 삶의 긍정성을 대변하고, 그림자는 부

글을 남긴 바 있다. “울퉁불퉁, 비스듬한 기둥이나 서까래를 보고

써 가시적 형태가 아니라 한지처럼 빛을 흡수

정성을 대변한다고 볼 때, 유하니 팔라스마가

하고 균질하게 만드는 공간을 주요 목표로 삼

건축이 표현해야 하는 것은 빛보다 그림자라

욱, 「나의 한옥 이야기」,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발표대회논

고 있다. 빛의 강렬함을 억제함으로써 시각을

고 말한 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림자는

문집』. 제9권 2호 통권14호, 2007년 6월, 16쪽.(밑줄의 강조는 필

억제하고, 재료가 주는 촉각적 성격이 이를 보

빛 속에 있는 대상에 형체와 생명력을 부여하

자가 한 것이다)

완하게 하는 것이다. 강렬한 빛이 아닌 희미한

며, 그림자로 인해 공상과 꿈이 일어날 수 있

빛과 그림자 속에서 감각과 상상력이 활성화

다는 것이다.8) 다시 말해, 빛과 그림자의 대비

7) 아도르노, 『미학이론』,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4년,

된다. 안개와 황혼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유

가 만들어내는 생명력이 없다면, 그 공간은 박

214쪽.

는 시각적 이미지를 명료하지 않고 모호하게

제화된 편안함만 만들 뿐이다. 그림자의 부정

8) 유하니 팔라스마, 같은 책, 70쪽.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각을 억제할수록

성이 매개되지 않고 균질한 빛 속에 드러나는

다른 몸의 감각이 살아나게 되는 걸 느끼게 되

재료의 촉각성은 평면적인 시각 이미지로 고

지 않는가. 분명 최욱과 최진석의 건축에는 이

착화된다. 이런 점에서, 부드러운 빛을 추구함

와 같은 현대건축에 대한 비판, 특정하게는 시

으로써 그림자를 지워낸 최욱과 최진석의 건

각 중심적 주체가 만드는 원근법적 공간에 대

축은 감각을 되살리는 길이라기보다는 이미지

한 반발이 담겨 있다. 최욱이 “강한 철학에서

화된 공간, 균질한 빛이 만드는 균질한 공간이

5)의

전환을 주장한 바 있듯이,

될 우려가 있다. 유하니 팔라스마는 현대건축

그의 건축은 “강한” 건축이 추구해온 시각 중

특히 상업건축에서 볼 수 있는 “균질하게 밝은

심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모색으로 보인

빛은 상상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나아가 “존

다.

재의 경험을 약화시키고 장소성을 지워낸다”9)

약한 철학으로”

있으면 확고한 관념의 세계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라는 개념이 이해가 된다. 강한 철학에서 약한 철학(weak philosophy)으로.” 최

6)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년, 15쪽.

9) 유하니 팔라스마, 『건축과 감각(The Eye of The Skin)』, 김훈 옮김, 시공문화사, 2013년, 69쪽.

고 비판한 바 있다. 카드 팩토리의 경우 이에 그러나 시각을 약화시키고 감각적 직접성에

대한 확연한 예가 된다. 자연광을 배제하고 인

만 매달리게 될 때, 역설적으로 시각성의 강

공조명만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그 속에 예술

화 즉 건축이 이미지화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

작품처럼 진열되는 자본의 매력적인 파편들은

드 AR 건축비평상을 받았다. <건축평단>과 <토요건축강독>에

는 것은 왜일까? 시각을 억제하는 것은 예술

일순간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공

서 활동 중이다.

이 경 창 건축비평가.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차운기 건축에 나타나는 고향의 의미”로 2014년 제5회 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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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중성적인 공간 ⓒ 101 factory

ⓒ 101 factory

ⓒ Namgoong Sun

최욱 건축가의 안내로 여의도에 있는 그의 작업

어 있어서 평탄한 면들이 만들어내는 로비공간

그에 어울리는 높이가 적절한 볼륨들을 공간과

을 답사하고 난 후 필자는, 그가 건축 작업을 통

의 윤곽 한 쪽에서 수직이동에 대응하는 볼륨감

기능의 스토리에 따라 배치하였다. 로비의 한쪽

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

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가는 선택된 재료

벽면에 확대되어 설치된 설계자의 개념스케치와

하게 알고 있으며, 더하여 스스로 하고자 하는 목

들을 평탄함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이

그것을 형상화한 굴뚝 모양의 조형물은 로비의

표가 잘 드러나기 위해 재료를 어떻게 선택하고

런 평탄한 면들에 재료가 가진 본래의 색을 더하

중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형태의 관람석과 더불

또 조절해서 어떻게 마감되어야 하는 지도 정확

여 바닥, 벽, 천정이라는 경계면을 구성하고 있

어 이 공간이 상층부의 전시공간으로 변모된 공

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다. 더하여 각 경계면들의 접합부 디테일도 하

장에 대한 사전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

그저 평범한 바닥이었을 수도 있었던 로비의 바

나의 면으로 단순화된, 각 방면의 경계를 구성하

었음을 잘 보여준다. 공장이 있는 상층부는 공장

닥은 건축가의 의지에 따라 시공줄눈(재료의 수

는 요소로서의 성격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이

의 내부를 위에서 조망하기 위해 공중에 별도로

축 및 팽창에 대응하는)이 제거된 하나의 바닥으

지 않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각 방면

설치된 공간이나 중앙통제실의 원형 볼륨을 한

로 마감됨으로써 단순한 바닥마감 이상의 어떤

의 평탄한 면이 만드는 경계와 그 속으로 침투하

바퀴 도는 동선 등은 관람객의 시각적 호기심에

개념적 의미를 가지는 상태가 되었다. 동일한 레

고 있는 볼륨을 재료가 가지는 색의 대비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승강

벨인 외부와 구별되는 하나의 바닥으로 조성됨

구성함으로써 면과 볼륨으로 구성되는 윤곽을 가

기 홀과 지하에 있는 카페의 진입로를 구분하기

으로써 그가 건축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했던

지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공간감을 만들고 있

위해 설치된 라이트 박스, 그리고 1층에서 지하

기단(공간을 한정하면서 동시에 건축의 출발점

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는가? 라는 다른 필

의 까페로 이어지는 계단 등도 건물사용자들의

이 되는)을 표현하고 있다. 로비의 입면은 모르

자의 질문에 자신의 건축에는 오로지 최소함만이

이동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

타르를 이용한 미장마감의 방법이 사용되어 시

중요하다고 했던 건축가의 대답은 아마 단순하면

징적인 것은 이용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이

공줄눈들이 제거됨으로써 입면 전체가 하나의

서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공간감을 만드는 위와

러한 요소들이 모두 볼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크고 평탄한 면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면의 평탄

같은 방법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 싶었다.

1층에서 지하의 카페로 이어지는 계단은 상당한

한 성격은 수직의 경계면들이 만드는 공간의 윤

그렇다면, 세부가 억제되어 그 평탄함만이 강조

두께를 가지는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

곽을 쉽게 인지되도록 한다. 로비와 중층을 연결

되고 있는 이 공간은 무엇에 대응하고 있는 것일

구하고 측판이 곡면으로 가공되어 있으며, 벽에

하는 돌로 마감된 폭넓은 관람석은 챌판위에 바

까? 계속된 답사에서 알 수 있었듯이 그것은 아

서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어 볼륨으로서의 느

닥판이 놓이는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라 챌판이

마 우리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그런 개념에

낌이 강하다. 더하여 진행하는 방향을 따라 그 폭

바닥판을 가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로비의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

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모양의 디딤판

바닥에서 중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평탄한 느

는, 복도와 실들로 구분되었을 것임이 분명한 오

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이동장치라기 보다는 평

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승강기 홀을 감싸는 검은

피스에(변경전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확인은

탄한 면으로 만들어진 윤곽을, 이동에 따라 변화

색 돌들 역시도 줄눈이 인지되지 않도록 시공되

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제안하고

되는 거리감을 통해 인지하는 공간인지 통로로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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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인해 만들어지는 강렬한 그림자효과에서 잘 드러난다. 그가 한옥을 대하는 태도를 안다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한옥의 기와골이나 처마 아래 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 은, 건축공간을 이미지로 사고하고 그것을 실현 하려는 그의 생각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다. 사실 빛과 구조 그리고 재료들의 생생한 저항감이 살 아있는 공간은 그것에 도전하는 건축가들뿐만이 아니라 그것들로 만들어진 공간을 대면하는 사 람들에게는 더더욱 만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저항감으로 가득 차 있는 공 간을 유연함과 다양함에 대응하려는 목적을 추 구하는 곳에서 실현하는 일은 정말로 지난한 숙 ⓒ 101 factory

고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단단한 윤곽은 스 스로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이 와서 들

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

하는 이러한 방식은 재료들의 시공줄눈을 소거

러붙는 것을 정말로 쉽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한 표현들은 폭의 변화를 갖지 않는 상층부 공장

시켜 경계면의 윤곽을 평탄하게 하는 방법과 동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생의 작업에서, 우리

에서 사용된 계단에서 그리고 유치원의 계단(자

일하다. 이처럼 평탄함이 최고의 가치가 되다보

가 건축공간에서 발견하는 강렬함을 담고 있는

작 합판이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계단의 아래 부

니, 리노베이션이라는 작업의 한계 때문이기도

단단한 윤곽이 포기되고, 그 단단함이 프로그램

분을 굴곡된 면으로 감싸버린)에서도 동일하다.

하겠지만, 단단함이 강조되는 구조는 가려지거

에 대응하는 것으로서의 공간이라는 스토리텔링

주어진 혹은 건축가 스스로가 제안한 프로그램

나 혹은 시각적 대상(상층부의 공장에서)으로서

속에서만 확인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만족

에 대응하는 적당한 윤곽을 만들고 그 속에 볼륨

만 나타난다. 결국 그는 윤곽을 형성하는 경계면

스럽지 않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프로그

감이 있는 이동장치를 위치시키고, 이 이동장치

의 요소적인 성격을 강조함으로써, 역설적이게

램에 적절한 윤곽을 부여하고 그것에 적확한 재

를 통해 그 윤곽(윤곽의 내용물은 기능과 볼륨이

도 공간의 윤곽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료를 부여하여 그것들이 공간으로 발전될 가능

만드는 공간의 스토리)을 인지하게 하는 방식이

인 구조를 침묵하게 만들고, 이어 재료와 빛 그리

성을 여는 선생의 역량은 정말 뛰어나다. 그렇기

이 건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 그것들로 인해 성격을 가지게 되는 공간을 침

때문에 프로그램에의 대응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묵하게 만든다. 구조와 재료 그리고 빛이라는, 건

시점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선생은, 우리를

이처럼 평평한 윤곽과 인지 장치로서의 볼륨으

축가들이 도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것들의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상태로 이끄는 그 힘을 가

로 구성되는 공간을 위해 그는 빛 역시도 상당히

저항을, 그 저항의 원초적인 힘을 무력화시키고

진 건축공간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

조절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향이어서 어

있다. 강요된 침묵의 결과가 중성적인 성격을 가

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선생이 건축에 대해 가지고

두웠던 로비는 남쪽에 있는 경계면 전체가 개방

진 공간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있는 생각은 더 많은 도전에 대면해야 한다.

됨으로써 밝은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일이 가능한 것일까?

외벽에서 건물의 안쪽으로 많이 이동된 지점에

건축가는 답사 전의 간략한 미팅에서 자신은 한

설치되어 빛이 건물 내부를 직접적으로 비추게

옥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었다. 바닥

하지는 않는다. 상층부의 공장에서도 지붕을 뚫

과 지붕 그리고 그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을 언급

어 만든 자연광 유입 장치는 스크린으로 막혀있

하는 선생의 설명에서 필자는 그가 한옥을 추상

어서 빛이 계단이나 중층을 형성하는 구조를 비

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고

춤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그림자가 윤곽의 평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공간을 그것의 구축

함을 해치는 계기를 철저하게 차단한다. 이처럼

에 동원된 요소들 각각의 생생함이 배제된 상태

주로 성북동의 엑토건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건

건축가는 자신이 원하는 공간의 효과를 연출하

에서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추상적

축역사 관련 과목을 강의하기도 하였으며, 지금은 인하대에서

기 위해 재료와 빛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있는 것

인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그의 이런 생각은 건물

로가 속한 세계는 어떤 맥락에서 생성되는지, 그리고 그 세계를

이다. 빛을 사용하되 그림자는 생기지 않게 사용

의 북측면에서 층을 달리하면서 더 깊어진 창으

대하는 개인의 규칙성은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관심이 많다.

박 민 수 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와 이론과목에서 학생들의 대화를 이끌고 있다.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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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chitect

젊은 건축가 | 이의중 본의 古都, 쿄토로 마을답사를 떠나게 되었 다. 오래된 공간 속에서 젊은 시도들의 꿈틀 거림과 활력적인 에너지에 매료되어 일본으 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고베예술공과대학 대학원에서 건축역사 전공으로 전통건축을 연구하게 된다. 연구하는 동안 건축역사 학자이며 그의 담당 교수였던 야마노우치 마코토의 아낌없는 지 원으로 실제 일본의 50개 이상의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재생건축의 현장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특히 일본의 건 축만이 아닌 중국, 타이완, 한국 등의 유네스 코 건축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조사 프로젝트 는 그에게 있어 동아시아의 건축에서 한국의 위치를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들 이었다. 졸업 후 그는 쿠라시키 지방을 베이스로 30 년이상 건축재생작업을 지속하던 쿠라시키 건축공방 나라무라 토오루 설계실에 들어가 면서 본격적인 건축재생의 경험을 쌓았고, 그렇게 일본에서 古민가재생의 1세대인 나 라무라 토오루의 마지막 제자가 된다. 나라무라 토오루와는 건축자산 보전의 한계 에 대해 연구하던 그에게 고베예술공과대학 建築再生工房

건축가 이의중

교의 학장 사이키 타카히토의 권유로 고향

건축재생공방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

건축가 이의중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창이면서 당시 히로시마대학에서 강의하

만 우리생활에 밀접한 건축자산을 무분별한

저층아파트 단지의 1세대인 주공아파트의

던 나라무라 토오루의 수업을 청강하게 되면

개발욕망으로부터 지키고 가꾸어 매력적인

잠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

서 시작된다.

공간으로 다음세대에 이어지게 하는 건축활

의 아파트 단지가 그렇듯 콘크리트의 노후화

도제식의 아틀리에 사무실은 적게는 200년

동을 목적으로 2015년 1월 건축가 이의중에

와 부동산개발논리로 전면철거의 재개발을

된 민가부터 문화재, 쿠라시키시 마스터플랜

의해 인천의 구도심에서 시작하게 된다.

피해갈 수 없었고 유년시절을 추억할 장소가

및 재생프로젝트, 30여건 이상의 다양하고

없어진 것에 대해 큰 상실감은 그에게 “고쳐

심도 깊은 실전경험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쓰는 건축”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돌아왔다.

되었고 지역주민과 건축가 등 민간주도의 쿠

남서울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그는

라시키 중심시가지 활성화사업을 성공적으

2004년 서울에서는 부촌으로 알려진 한남동

로 진행하며 2013년 JIA건축대상 특별상, 일

유엔빌리지에 소재한 인테리어사무실에서

본건축학회 업적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古민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가재생” 이라는 키워드를 정립시킨다.

의 것들을 소모품처럼 다 뜯어내고 트랜드를 쫓아 새로운 공간만을 지향하는 당시의 건축

한국에서의 새로운 시작

문화에 대한 회의감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3년동안 나라무라 토오루의 밑에서 꿈을 펼

만에 사무실을 나오게 한다. 진로고민에 빠

치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

져 있던 그는 일본에 사는 후배의 권유로 일

고 연이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터졌


Young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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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아내가

이라는 도시는 과거의 도시와 현재의 시기가

치로 재생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배려해야 한

임신 중이었고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 고

공존하면서 건축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

다. 결국 다음 세대에서 재생의 가치가 없다

심 끝에 2012년 5월 귀국하게 된다. 그러나

들이 광범위하게 남아있고 예전보다는 많이

면 의미가 없기에 시간이 지난 후에도 건물

막상 돌아온 한국의 건축현실은 재생건축이

쇠퇴하였지만 주민들이 아직도 이곳을 생업

이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디자

라는 개념조차도 생소했던 당시, 반년 가까

의 기반을 두고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도시이

인에 대한 고민은 거듭되어야 하고 까다롭더

이 실업 가장으로 대형설계사무소에 다니는

기에 과감하게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건축작

라고 시간을 반영하며 오래도록 지속될 수

선배들과 동기들의 위로를 받으며 지내기도

업을 시작한다.

있는 재료와 구조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건축설계가

또한 역사가 없는 거리만큼 매력이 없는 거

아닌 일본 중앙정부의 도시재생사업 경험으

건축재생에 대해

리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인 것은 한번 부수

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수행하던

건축재생은 문화재 개보수 공사와 같이 시간

게 되면 다시는 만회되지 않기에 가능한 역

LH와 AURI에서 도시재생사업 담당연구원

을 멈춘 보존이나 복원이 아니다 기존의 건

사의 흔적을 소중히 남기면서 큰 규모의 개

으로 2년간 일하게 되면서 전국 도시지역의

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장점을 충분히

발은 피하고 지금이 가지는 분위기나 스케일

재생 및 활성화 사업을 경험하게 된다.

살리면서 새로운 기능이나 현대적 감각을 더

을 부수지 않는 방법으로 나이테와 같이 세

자연스럽게 전국을 돌아보며, 구도심 속에서

하는 것으로 제 기능을 잃고 버려진 공간들

세한 활성화를 거듭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개발의 바람에서 소외되어

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다시 사용되어지게

매력적인 거리는 역사적인 것들이 소중히 지

방치된 오래된 건축물들을 발견하고 건축재

하고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 이어지게 하는

켜지고 거기에 양질의 현대적 노력이 쌓여가

생에 가능성을 보게 된다. 특히, 그에게 인천

것이다. 건축재생은 다음 세대가 다음의 가

는 거리일 것이다.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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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chitect

氷庫 재생공사 / 2015 인천 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중앙동4가 8-8 (건축연도: 1920년 추정) 설계: 2015.01~2015.03, 공사: 2015.04~2015.07 구조: 석조 및 연와조 + 목조트러스

빙고의 역사는 인천의 개항과 역사를 같이한

함한 재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근대역사경

용하기에는 작았기에 본래의 모습을 해치지

다. 1883년 개항 이후 치외법권 지역인 조계

관의 회복은 물론 내부공간은 지역주민과 인

않는 선에서 높이를 약간 수정하였으며 작은

지가 생겨나면서 유럽인들이 조계를 이루었

근 직장인, 관광객이 소통할 수 있는 거점공

규모지만 창고의 높은 천정고를 활용하여 주

던 각국조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연고로

간으로 도시이야기의 아카이브 역할과 문화

방 위에는 다락을 만들어 건축작업실 공간을

빙고의 첫 토지주는 독일인이었고 1914년

활동을 위한 공간 지원으로 주민참여 프로젝

조성했다. 또한 내부의 공간도 건물의 내용

각국조폐의 폐지 후 일본인에 의해 1920년

트 및 상인연계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과 시간의 레이어가 반영될 수 있게 기존의

대에 氷庫로 지어져 1960년대 후반까지 인

재생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14평의

모습을 이용한 디자인을 하였고 갤러리월 또

근시장의 얼음창고로 쓰여졌다. 해방 후 미

작은 얼음창고의 슬레이트 지붕은 군데군데

한 회벽마감은 전시에도 대응할 수 있게 계

군 및 외국인 선원들이 주로 찾던 파라다이

하늘이 보였고 오랜 누수로 인해 지붕 트러

획되었고 홀에 위치한 원목 테이블은 빙고의

스 클럽 등 외국인클럽의 주류창고로 이용되

스의 단부가 썩어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

재생의도대로 여러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

다가 시청의 이전과 신도시의 개발로 지역이

였기에 구조적 보강이 시급한 상태였다. 먼

도록 원 테이블로 계획 하였다.

쇠퇴하면서 노상방뇨와 쓰레기 불법투기의

저 건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에 기

장소로 골목길의 초라한 빈 창고로 10년 이

초를 신설하고 그 위에 전통의 구조인 중목

상 방치된다. 빙고의 재생은 버려진 근대건

구조를 추가하여 건물의 안정성을 더했다.

축자산을 활용한 건축작업으로 골목길을 포

출입구는 얼음창고의 특성상 일상적으로 이


Young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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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chitect

송학동 주택 재생공사/ 2015 인천

위치: 인천 중구 송학동3가 7-10, 7-11 (건축연도: 1936년 추정) 설계: 2015.06~2015.08, 공사: 2015.09~2015.12

ⓒ 윤성원

구조: 목조 + 와즙

송학동 주택은 전형적 일본의 나가야 형태로

송학동 주택의 핵심은 주변과 조화를 이룬

또한 구색맞추기 식으로 진행될 뻔한 내부마

3채가 합벽으로 이루어진 목조구조이다. 공

경관을 유지하면서 노후된 건물 구조물의 안

감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신 임대료를 낮추

사과정에서 벽지 밑에서 1936년 오사카 아

전성 확보, 그리고 용도의 변경에 대응하는

고 세입자의 업종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사히 일보가 발견될 정도로 당시의 상황을

설비에 있었다. 그리하여 외관은 기존의 파

있도록 지원하여 조금 더 다양함이 돋보이도

반영하고 있었으며, 이 지역에서도 일본식

사드를 디자인적으로 정리하고 시간의 흐름

록 계획하였다.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인식

이 쌓이도록 나무소재의 창호로 계획하였고

되어진 건물이였다. 하지만 실제 생활하시던

구조적 보강으로 기초를 신설하고 기둥의 교

분들은 생활에 불편함으로 이사를 결정할 수

체 및 보수가 중점적으로 진행되었다.

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 재생공사는 3채의 주

더불어 기본적인 설비에 집중하여 다양한 용

택 가운데 그나마 원형보전 상태가 좋았던 2

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후의 공정

채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은 실제로 사용하게 될 세입자들의 몫으로

송학동 주택의 재생은 근대건축자산의 보전

남겨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및 다양한 방법으로의 활용과 건물의 지속가

예산의 한계극복을 위해 건축주의 동의 하에

능성을 중심으로 계획하였으며, 쇠퇴된 구도

관심 있는 주민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할 수

심의 특성 상 제한된 예산 속에서 공사를 진

있게 하여 코스트다운의 효과를 거둘 수 있

행해야 했기에 이에 필요한 공사진행 방법을

었고 더불어 참여한 주민들은 오래된 건축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 1석 2조의 효과를 얻 을 수 있었다.


Young Architect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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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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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파사드 스케이프 2009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나 어른

졌다. 그곳에는 거대한 시간의 간극으로 인해

슷한 입면 구성을 가진 건물들이 나란히 줄 서

이 되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부

결코 이어질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던 고건축

있기도 하고, 저기서 보았던 입면 패턴이 여기

끄러운 추억 하나쯤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

과 현대건축 사이에 또 다른 시대의 건축이 있

에서도 보이는 식이었다. 출퇴근길 매일 만나

듯, 얼굴을 붉혔던 그날의 사건은 내게 선명

었다. 어렴풋하게나마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

는 건물들의 사진을 찍으며 리서치는 서서히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초기 컨셉 디자

는 순간이었다.

시작되었다.

인 단계에 있었던 프로젝트는 과열과 탈진이

간단한 답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

리서치 초기에는 다양한 보통 건축 사이에 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제안으

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

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인지하

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머리도 식힐 겸 함께 가

았다. 한국 근현대건축에 대해서 철저하게 무

긴 했지만, 그보다 개별 건물의 파사드를 그려

벼운 답사를 나가게 되었다. 말이 좋아 답사지

지했던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

나가는 데 집중했다. 정확한 도면 자료를 구

실은 점심시간을 핑계로 놀러 나간 것이나 다

시에 무언가 다른 희망도 얼핏 보았기 때문이

할 수 없는 건물들이었기에 찍어온 사진을 확

름없었다. 우리가 보러 간 건물은 건축가 김중

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내 건축 작업의 전부

대한 다음 타일 개수를 일일이 세어가며 파사

업이 설계한 서강대학교 본관이었다. 진행하

였던, 아니 그것도 제대로 하기에는 너무나 시

드를 그려나갔다. 그리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

고 있던 프로젝트의 파사드 콘셉트와도 유사

간이 모자라던 시절이었지만 과거의 우리 건

면 또 현장에 가서 관찰하고 업데이트하는 과

했기에, 모니터 속 가상 이미지를 벗어나 실제

축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이 생겼다는 것만으

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한 건물에 대한 드로

스케일의 건물을 보면서 더 나아갈 부분들에

로도 가슴 뿌듯한 날이었다. 그 날 이후 우리

잉을 완성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대해서 찾아보자는 의미였던 것 같다.

나라의 근현대건축을 알아가기 위한 몇 번의

거치며 여러 번의 증, 개축 혹은 보수가 이루

대한민국에서 건축과를 졸업했다면 분명 수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밤

어진 건물들은 그 원형을 파악하기가 힘들었

업으로든 과제로든 여러 차례 전통건축을 답

낮없이 바쁜 설계사무실 생활 속에 어느덧 그

다. 특히나 1층 상가들과 간판으로 가려진 부

사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 땅에

런 열정도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분들은 그 정도가 심했다. 애매한 추측과 상상

태어나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

몇 년 뒤 나는 회사를 옮겼다. 새 직장은 걸어

으로 원형에 근접해 보고자 여러 번 시도했었

야 하는 전통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관심

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내가 살고

지만 그때마다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고 말았

이었다. 하지만 그 여정은 나에게 진정한 답사

있는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구경하

다. 결국 나는 파사드의 원형을 애써 복구하는

가 아니었다. 그저 시시콜콜한 단체관광일 뿐

지도 못한 채 집 앞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회사

방식보다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

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앞 지하철역으로 나오던 단조로운 출퇴근길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단순한 원형의 재현보

에 들어가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고

이 바뀐 것이다. 서소문공원과 숭례문을 거쳐

다는 오랜 시간을 통해 변화된 지금의 모습을

건축답사가 의례 포함된 회사 내 야유회는 답

세종대로를 지나 서울시청 광장까지 매일 걸

그대로 담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사 후에 스케치를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

었다. 그러면서 사계절의 풍경을 온 몸으로 느

목격한 건물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 이를 계기로 나는 함께 답사를 다니며 평

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함께 덕

작업에 착수한 지 두 번째 해가 지나면서 분

소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동료들의 고건축에

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길을 걷는 것이 일상

석하는 건물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

대한 엄청난 식견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들

이 되었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일대의 근

리고 어느 시점이 되자 여러 건물들 사이에 어

과 대화를 나눌 때면 ‘나도 뭔가 알고 있다’는

대건축물들을 구경하고 사무실로 들어오기도

떠한 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인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했다. 강북 도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호사로

하고 있었지만 계속 뒤로 미루어 두었던 유형

제와 고백하자면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나의

운 일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들이 펼

화 작업은 리서치가 파편적인 개별 파사드의

관념 속에서 ‘현재의 건축’과 ‘과거의 건축’은

쳐지는 강북 도심의 복잡한 길이 익숙해질 무

집합에 머무르지 않게끔 연구의 방향을 또 다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으며, 나는 언제나 서양

렵 주변의 건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

른 길로 이끌었다. 개별 파사드의 특징뿐만 아

건축의 최신 경향에 대해서만 촉각을 세우고

작했다. 커튼월의 화려하고 빛나는 건물들 사

니라 그 건물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으로까지

있었다.

이로 빼곡히 들어찬, 낡고 볼품없지만 우리 도

관심이 확장된 것이다. 이 건물은 언제 지어졌

하지만 서강대학교 본관을 처음 본 그 날은 달

시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보통 건축’이 보

는지? 왜 이런 형태가 반복되어 나타나는지?

랐다. 둘러보는 내내 흥미를 자극하는 긴장감

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매일 매일 반복해

이 유형과 저 유형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성이

이 있었고,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

서 보다보니 어느 순간 이 건물들 사이에 어떤

있는지?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도 점점 빨라

공통점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비

생겨났다. 결국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


Review

25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89 정우빌딩, 이광노, 1966 ⓒ 권태훈


26

Review

â“’ HWANG hyochel


Review

27

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고 드로잉하는 작업뿐

이 정확한 치수로 기입된 문화재 실측 자료보

내·외부 요소들의 레벨관계 등 가장 궁금하던

만이 아니라 그간 학계에서 선행되었던 연구

다는 여행지에서 노트에 끼적이는 스케치에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

논문들과 관련서적들도 꼼꼼히 확인해야 했

더 가깝다. 정확한 치수와 스케일, 도면의 형

러나 이 순간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안타

다. 지극히 단순한 관심으로 시작된 소소한 일

식 등에 구속받지 않고 내 눈을 통해 본 한 건

까운 상황이기도 하다. 버스를 타고가다 “언

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이 서서히 깊고 넓게

물을 머릿속으로 자유롭게 분해하며 그려나

젠가 저 건물도 사진을 찍고 리서치에 포함시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 갖고 들여다봐

가기 때문이다.

켜야지”라고 맘먹은 건물들을 다시 찾아가면,

주지 않을 드로잉에 혼자 빠져들어 타일 한 장

이러한 드로잉 리서치는 시각적 분석을 위

그때마다 어김없이 푸른 공사용 가림막이 쳐

부터 창틀의 그림자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나

해 기존 도면체계에서 보지 못하던 새로운 형

진 채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을 적잖이 경험했

가기 시작했다. 또한 오래도록 미루어두었던

식을 제안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건축인들이

기 때문이다. 연로하신 할아버님, 할머님을 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놓은 책과 쌓아놓

늘 익숙하게 보아오던 여러 가지 도면형식, 즉

고 ‘언젠가 한번 꼭 찾아뵈어야지’라고 생각만

은 논문들 때문에 책상은 빈틈없이 어지러워

입면과 단면, 다이어그램과 분해도를 적극 활

하면서 바쁜 일상에 차일피일 미루다, 정작 그

졌다.

용한다. 그것은 너무 익숙해 무감각해져버린

만남이 장례식장의 영정사진을 마주하게 되

근현대 건축물, 그 중에서도 보통 건축의 파사

우리의 눈을 자극하고 다시 새롭게 바라볼 수

는 상황처럼 말이다.

드를 연구한 사례는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꾸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 이 드로잉 리서치가 바

결국 나는, 우리 도시 서울에서 흔적도 없이

준히 있어 왔다. 개별적인 건물 입면의 의장

라보는 목표는 하나다. “이것이 정말 그 건물

사라져 버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가치하

적 분류에 주력하는가 하면, 특정 가로 전체

이 맞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이

다고 생각하는 건물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이

를 연구 대상으로 살펴본 경우도 있었다. 또

는 곧 ‘건물’을 ‘건축’으로, ‘보통 건축’을 ‘의미

작업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

한 한 건축가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술

있는 건축’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틀과 계기를

에 닿았다. 지금 당장 이 작업의 경제적 효용

과 표현을 깊이 있게 다룬 경우도 있었다. 그

마련하는 것이다.

을 따지거나 건축적 가치를 논하는 것과는 별

러나 이 리서치 작업은 학계에서 이루어진 여

이러한 개인적인 리서치 작업은 형식이 자유

개로, 사라져 버린 역사의 흔적은 훗날 누군가

러 연구 논문들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롭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한계

에게 꼭 필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

그 이유는 대학 졸업 후 줄곧 건축설계 사무실

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답사 도중 가장 많

서 이 작업을 대하는 지금의 나는, 죽음을 앞

에서 실무만을 해 왔던 나의 이력과 결코 떼어

이 들었던 말이 그 한계의 정확한 지점을 대변

둔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드리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건축을 학문으로 배웠

하고 있다.

는 사진작가의 마음처럼 간절하고, 감사하다.

던 시간보다는 도면으로 배운 시간이 더 많았

“어디서 나오셨습니까?”

던 관계로 비슷한 주제를 놓고서도 전혀 다른

우리 사회에서 리서치라는 일은 대학원 혹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건

전문 연구 기관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축설계 종사자 특유의 ‘도면을 통한 정보의 시

듯하다. 그 덕분에 아무런 소속과 직함 없이

각화’라는 장점이 십분 활용되었다. 일련의 작

그저 궁금해서 살펴보러 왔다는 말은 관계자

업에 그냥 리서치가 아닌 ‘드로잉 리서치’라는

혹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다. 사진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

촬영은 바라지도 않고 내부를 한번 훑어보기

드로잉 리서치가 조금 특별한 까닭은 눈에 보

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들 중 대부분은 당장 경

이는 것을 잘 ‘재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

찰을 부르기라도 할 듯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는 부분과 관계를 ‘상상함’에 있다. 눈에 드러

반응을 보였다. 결국 직접 확인하지 못한 부분

권태훈은 2003년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였고,

나 보이는 일부분의 표면을 통해 눈에 보이지

들은 비슷한 유형의 건물 내부를 살피며 상상

2006년 김태수 건축장학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매사건

않는 전체의 단면과 디테일을 생각한다. 또 아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권태훈

축, 진아도시건축, 비컨 아키텍츠, 디자인 캠프 문박 등의 사무 실을 거치며 실무자로써 경력을 쌓았다.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무런 연관이 없는 이 건물과 저 건물의 관계를

가장 확실하고 도움이 되는 자료는 바로 철거

자리잡은 '보통 건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으며, 독

이어 하나의 유형으로 파악하며 그 진화의 가

중인 건물이다. 건물의 밖과 안을 왔다갔다 살

립적 건축 작업의 첫 단계로 서울 소재의 1950~70년대 건물

상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기도 한다. 한편으로

피며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파사드의 단면은

들에 대한 파사드 리서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건축 사진작가

는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만을 보고 그려낸

이 운명의 상황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

황효철과 함께하고 있는 이 작업은 2016년 봄 서울문화재단의

다는 점에서 이 드로잉 리서치는 평, 입, 단면

기 때문이다. 외부장식과 내부구조와의 관계,

예술연구서적 지원사업에 당선, 올 겨울 아키트윈스를 통해 출 간될 예정이다.


28

Review

친화적인 ‘서울 속 건축’의 조건 서울은 거대하고 역동적인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에 주목했다. 나는 이 단어를 ‘친화적’이라고 ‘의

몇 해 전 어느 세계적인 여행 전문잡지가 발표한

역’했다. 나도 이 단어가 지닌 여러 의미를 좋아한

‘올해 가서 볼만한 도시들’ 순위에서 서울이 2위

다. 나 역시 건축에서 이 개념이 매우 중요한 자리

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런데 선정 배경을 보니, “서

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

울은 음식과 야간생활이 매우 매력적이며, 아시아

에서 다룬 건축물들이, 쉽게 노출돼 있는 공공적

에서 가장 생기 넘치고 혁신적인 도시”라고 토를

대중적 시설도 있지만, 가로풍경이나 골목길에

달았다. 설명대로라면, 외국인들은 서울을 세계적

서 흥미롭게 만나는 일상적 공간을 다양하게 포

인 관광-소비문화 도시쯤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함하고 있는 것도 그런 개념을 담으려는 선택으

지금 서울의 도시 풍경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로 보인다. 이 번역서를 펴낸 (주)안그라픽스에서

싶다. 그러나 서울의 진정한 매력은 이처럼 현대

는 출판을 기념하여 저자를 초대해 서울역사박물

화된 도시 풍경뿐 아니라 다양한 시간층의 문화

관에서 ‘서울의 건축’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유산을 지니고 있는 역사도시라는 데에 있다. 이

이를 위해 한국에 다시 온 이 책의 저자 울프 마이

같은 역사적 자산을 품고 있는 서울의 건축문화

어와는 방한한 날 저녁, 도심의 작은 호텔(공간연

를 유럽 ‘이방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책

구소 김수근 설계의 ‘목욕탕 겸 여관’을 헐고 새

이 출간되어 관심을 모았다.

로 지은)에 여장을 풀자마자 만나 오랜 시간 다양

‘서울 속 건축’(안그라픽스 펴냄)이란 이름을 단

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와의 대

이 책은 독일의 건축 전문 작가이자 비평가이며

화는 그가 자신의 ‘전공분야’라고 말한 ‘친화적

교육자인 울프 마이어(Ulf Meyer)가 2012년에 쓴

(communicating)’이란 개념이 주요 화두가 되었

영문판(독일 Antaeus 출판사)을 우리말로 옮긴 것

다. 안그라픽스 문지숙 주간의 주선으로 만난 그

으로, 서울과 인근의 공공과 일상의 다양한 건축

날의 대화에는 ‘독일통’인 배재대 김영철 교수도

의 길과 집이 갖는 합리적 체계를 강조한다. 그러

물 21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건축 도시

함께 해 ‘친화적인’ 길과 터와 건축과 도시에 대한

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익숙지 않은 ‘길 주소’가 갖

비평서나 건축 작품집이 아니라 간단한 글과 사

이야기와 더불어 독일 현대건축의 산실이라 해도

는 생소함이 여전하다. 이는 단순히 길 주소-땅

진을 위주로 가볍게 구성한 ‘가이드북’ 형식을 취

틀리지 않을 ‘바우하우스’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주소의 형식 문제가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 도시

하고 있지만, 저자가 주변 맥락과 건축의 간결성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특히 몇 차례 한국을 방문

의 가로 체계, 길과 필지의 연결체계 등은 대개 ‘공

을 기준삼아 ‘이방인’의 시선으로 ‘편견 없이’ 선정

해 직접 체험하며 느낀 서울의 도시 공간 구조를

공적’인 길보다 ‘개인적’인 땅을 중심으로 인식하

한 건축물들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디자인 어휘

유럽(독일)과 비교하며 예의 자신의 관심분야인

고 있음으로 해서 심리적으로 도시 공간 환경에

와 상징성을 들춰내어 ‘서울 속 건축’ 문화의 한 단

‘친화적’ 도시 공간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고, 이에

대한 생각이 공공성에 앞서 사적인 개별성에 경

면을 들여다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나눴다. 나는 터에 앉혀지는

도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아무리 우

저자가 그 단면을 통해 서울과 그 인근의 건축문

집의 무늬가 서로 다른데서 오는 도시구조의 차

리가 도시 공동체를 주창한다 해도 그에 대한 사

화를 집대성하거나 우수한 대표작들을 가려 뽑아

이와 도시 공동체의 친소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에

회적 공유와 일상적 삶의 체험이 일천해 이른바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독자들은 말 그대로 서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말하는 ‘무늬의 차이’는 집

‘친화적’ 도시 공간 환경을 더불어 함께 누린다는

구의 이방인인 저자의 ‘편견 없는 시선’이 무언지

의 형태나 양식의 차이가 아니라, 집터와 그 안에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

를 이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하나의 재밋거리가

앉혀진 집의 공간적 질서들이 모여 이루는 도시

적인 체제에도 그대로 반영돼 정치적, 사회적 소

될 수 있겠다.

가로 풍경의 차이다. 말하자면 길과 담장(땅)과 집

통과 공유가 미숙하고 저급한 현실을 그대로 드

저자와 내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이 책의 원

(건축)이 서로 느슨하게 관계하고 있는 우리네 도

러내고 있음을 최근의 주요 사회적 이슈들이 확

전도 구경해 보지 못한 가운데, 저자가 한국어판

시의 보편적 가로 풍경과 길에서 집안으로 접근

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

‘서문’ 필자로 나를 의뢰했다며 출판사가 연락을

하는 시퀀스가 짧고 적극적인 유럽의 도시 가로

체 환경 안에서 길은 단순히 통과나 연결의 물리

해온 ‘이상한 시추에이션’을 빌미로 순전히 내 관

풍경의 차이를 이른다. 이는 어쩌면 ‘길 주소-땅

적인 성격을 넘어서는 인문학, 사회학, 문화인류

심사에 따라 번역본 편집안을 보고 글감을 찾다

주소’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학적인 중심 언어라고 감히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가 편찬 감수까지 하게 된 인연으로, 책을 통해 저

와 관련, 마이어에게 최근에 달라진 우리네 주소

이다. 길이 지닌 성격은 인간 생장과 진화에 매우

자의 ‘시선’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우선 저

형식의 혼돈을 얘기하니 역시 도시의 가로와 건

중요한 공간 환경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길 자

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communicating'이란 언어

축의 소통 체계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유럽(독일)

체만으로는 그 같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무기력


Review

29

의 도시는 기존 풍경과 질서가 쉽게 지워지고 사

늘 움직이게 마련이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갖는

라져 조화와 균형을 잃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

이런 움직임을 우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

다. 이런 도시 풍경 역시 그가 주목하는 ‘친화적인’

대적 현상으로 특징지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축과 도시 질서의 인식에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것은 기존 질서에 이질적 정신문화나 물질문명이

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근대화 개발시대를

다가왔을 때 이 둘이 충돌하고 절충하고 융화되고

지나면서 이 같은 도시사회학적, 인문사회학적 시

확장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양상이 기존의 질서

각으로 도시를 생각해오지 못했다. 게다가 근대화

와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것이다.

와 개발의 이념이 인공적 환경에만 주목했지 그 안

앞서 언급한 과거의 태도나 선진 사회의 첨단과학

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행태를 고려하지 않

을 받아들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 시대 우

았다. 그러니 마이어가 서울 도시 풍경을 획일화된

리 사회의 문명에 대한 시각도 같은 맥락으로 읽

고층 밀집 도시구조라고 설명한 것은 어쩌면 당연

어야 한다. 문제는 근대시기이든 개발만능시기이

한 접근일 것이다.

든 정보기술시기이든 그동안 이를 주도하는 우리

우리네 사회는 특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된 이른

사회 주체 집단들이 갖는 이념의 중심에 국민이나

바 근대시기의 새 시대 기운, 즉 서구 문명을 접하

사회 대중의 공동체 의식이 자리하기보다 전근대

는 과정이 주체적이지 못한 데서 오는 폐해를 떠안

적 특권의식과 맹목적 이기주의와 사대주의적 피

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어도 우리 사회의 현 주소

해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던 탓은 아닐까 의문해 보

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19세기말 20세기 초의 근

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건축이 도시가 ‘친화적’인

대성, 특히 일제강점기가 가져다 준 영향을 깊게

삶의 공동체로 성숙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유럽의

짚었다. 이런 생각은 강연에서도 드러났다. ‘서울

한 건축저널리스트의 ‘편견 없는’ 시선이 빚은 ‘서

해질 수도 있다.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제반 요소

건축 100년’을 주제로 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의

울 속 건축’의 단편적 이해로부터 출발한 ‘가벼운

들, 이른바 자연 환경과 인공 환경 그리고 그것을

강연은 건축물 소개 중심인 책에서 언급하지 못한

대화’의 ‘뒷생각’이 이런 논의로 비약하게 된 것은

넘나드는 시민(사람)들이 서로 친근한 소통 관계

우리네 건축문화의 저변을 그가 관심 있게 지켜봤

나의 ‘편견 있는’ 세상 생각을 드러내는 것일 지도

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양식의 건축이론을

던 서울과 인근의 근현대건축이 지닌 시대적 문화

모른다. 나는 또 다른 편견들이 여러 경로에서 다

빌어 들여다보자면 ‘물리적인 환경과 인간 행동

적 양상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드러낸 자리였다.

양하게 들춰져서 소통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태)의 관계’를 가늠하는 공공 환경에 대한 인식과

그 편견은 잘못된 판단이나 오류의 의미이기보다

통한다는 것은 획일적으로 모두 같아지는 것을 이

도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도심 속 공공 공간

제한된 정보와 자료 안에서 갖게 된 그의 주관적

르는 말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질이 만나서 충돌

환경을 피폐하게 하고 있는 광화문 앞 큰길과 그

‘시선’이다. 그는 강연에서 한국 근현대건축의 변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

큰길로 둘러싸여 섬처럼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는

화와 성장 과정에 일본을 통한 간접적 서구문화 경

중하면서 조화를 이뤄 비로소 통한다. 이 역시 다

‘광장 아닌 공터’가 만들어내는 불편한 풍경도 길

험을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날 마침

른 둘 이상의 성질이 서로 통하는 ‘친화적인’ 공동

하나 잘못 다스려 빚어진 것이니, 친화적인 도시

강연장을 찾은 원로건축가 김종성 선생은 근대 초

체, ‘친화적인’ 건축으로 가는 길이겠기 때문이다.

를 꾸민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짐작케

기 신문화 유입과 관련하여 선진문화를 모두 서구

한다. 울프 마이어와의 대화는 이 같이 미시적인

(유럽)로 인식하고 그것이 일본을 통해서 강제적

개념으로 서울이 구축하고 있는 도시 구조의 친

으로 수용된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동쪽(미국)

화적 공간환경의 조건을 바라본 것으로부터 거시

에서 온 문화의 유입도 함께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적인 관점으로 옮겨갔다.

나는 이와 더불어 19세기말 20세기초에 우리 스스

마이어는 서울의 도시구조가 지닌 특징으로, 도시

로가 주도적으로 서구문화를 직접 받아들여 이른

전체에 적용되고 있는 고층화된 밀집 단지 일색과

바 문화적 소통과 절충을 이루려 했던 흔적에 대해

이주연

획일화된 가로 풍경 등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개

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근대시기’

건축평론가인 그는 전시 강연 세미나 등 건축 관련 다양한 문화

발 위주의 도시계획과 그로 인한 기존 도시 질서의

문화는 곧 ‘일제강점기’ 문화라는 인식에 대한 재

활동을 꾸리고 실행하는 건축문화기획가다. 월간 [SPACE] 편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도시는 생동하는 것이어서

고의 여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명의 진화에 따라 변하게

식(사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련이지만, 바로 앞서 지적한 사정들로 인해 우리

인류의 문화 문명은 일반적으로 정지해 있지 않고

집주간 등 오랜동안 건축매체에 몸 담아온 저널리스트로, [와이 드AR]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과 문화, 건축과 사회 등을 주제로 한 ‘건축학’ 강의를 통한 건축의 사회성과 공공성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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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Project

KIA PROJECT Reborn 동산 162

노성식 (주)도시와 풍경

사랑채 2층 설계사무소에서는 동산 한옥보존

서 가장 핫한 근대골목투어 코스로 변모한다.

지구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에 있는

하지만 이곳 동산동의 구암 서원과 60여개 한

한옥들은 대다수 구한말에서 6.25이전에 지

옥들은 도심 안에 섬처럼 존재해 왔다.

어졌다. 과거에는 꽤 괜찮았을 법한 한옥 가

만남

옥들이 잘못된 증·개축 등으로 원형이 훼손되

이곳은 대구에서 성장한 나 자신도 몰랐던 장

어 가치를 잃어가거나 허물어지고, 도시화에

소였다. 발견한 순간 몇 년 전 방문한 봉정사

의해 양옥 주택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동산

영산암이 떠올랐다.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지

동은 슬럼화 되었고, 마을의 원형이 훼손되어

못하는 감추어진 보물같은 장소이다.

부조화스러운 풍경을 보여준다. ‘REBORN

시작

동산 162’ 시작으로 마을이 되살아나기를 바

동산동에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생겨나고 있

라며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한다.

다. 2층 한옥이 공사 중이고 옛 한옥을 리모 델링한 카페도 생겨났으며, 잊혀진 장소였던

장소의 복원

이곳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처음 그렸던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은 1718년(숙종44

장소의 복원은 시작된 듯하다.

년) 구암서원이 이전된 마을이며, 1900년대

배치 계획

에는 구한말 미국 선교사들이 들어와 학교,

지형 때문에 다양한 level의 마당을 가진 봉정

선교사 주택, 교회를 지은 장소이다. 이곳은

사 영산암이 동산 162의 모티브가 되었다. 대

오랜 시간을 대구 원도심에 자리하고 시대의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채와 진입마당, 돌담을

변화를 지켜보았던 장소이다. 2015년 대구시

마주하게 된다. 비탈진 진입 마당을 돌담을

는 이곳 동산동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한다.

따라 걷다 사랑채 모퉁이 부분을 지나치면 볼

도시의 섬

수 없었던 안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

도시화에 의한 원도심 개발로 주변 일대는 서

채와 사랑채는 안마당을 공유하면서 서로 마

문시장, 동산병원, 계산 성당 등으로 대구에

주보게 배치되었다.


KIA Project

건축개요 대지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162번지 대지면적: 211.32 ㎡ 건축면적: 123.84 ㎡ 연 면 적: 163.71 ㎡ 건폐율: 58.60% 용적률: 77.47% 규모: 지상2층 용도: 설계사무실 및 단독주택 구조: 목구조 마감: 외벽_회벽 마감, 목재마감 지붕_한식기와 내부_회벽 마감 바닥_강마루 및 우물마루 설계 및 감리: (주)도시와풍경 노성식 시공 : 일오삼 고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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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News

KIA NEWS 본 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과

축가회장 등 지역건축가회 회장 및 회원 약

추진하여 건축의 위상을 보다 공고이하고 문

진료지정병원 협약

20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먼저 이성

화적 의미로서의 건축의 역할과 가치를 높여

호 지역위원장으로부터 본 회・지역건축가

UIA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를 준비하고,

회간 원활한 사업추진과 소통을 위해 지역건

건축계의 화합과 국민들의 인식제고에 힘써

축가위원회 상임위원 소개가 있었고 위원회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위한 보다 나은 공간환

가 추진하고자 하는 2016년도 주요 사업계

경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둘째

획 보고가 이어졌다. 또한 각 지역건축가회

날은 충북건축가회 이상훈 수석부회장(충북

에서 기부금 영수증 발행에 관련하여 업무에

대학교 교수)의 인솔로 충주 및 수안보권 건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법 내용과 발급방법,

축답사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남북

부가세 신고 등에 대해 보고가 이어졌다. 각

으로 가장 먼저 열린 계립령 인근, 고려시대

본 회는 지난 4월 6일(수), 회원들의 복지증

지역건축가회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

에 만들어진 인공 석굴법당으로 유서가 깊

진 및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제

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아직 지역건축

은 충주미륵대원지(사적 제317호)를 살펴보

대학교 서울백병원(원장 염호기)과 업무협약

가회가 설립되어 있지 않은 인천광역시와 강

았고, 삼국시대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데

식을 진행하였다. 이날 협약식에는 본 회 배

원도의 지역건축가회의 설립에 관한 논의가

서 유래한,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신립장군

병길 회장을 비롯하여, 인제대 건축학과 김

주를 이루었다. 지역건축가회의 활성화를 위

이 왜군에 맞서 싸운 곳인 탄금대(명승 제42

기연 교수, 서울백병원 염호기 원장, 황태연

해 지역위원회에서는 지역별 선임된 상임위

호)를 둘러보았다. 이어 답사 일행은 통일신

책임부서장, 박진희 간호부장 등 관계자들이

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여

라시기 우리나라의 중앙에 세워져 중앙탑이

참석한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서울백병원에서

중지를 모으기로 하였으며, 무엇보다 소셜네

라고도 불리는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

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본 회 정회원과 임

크워크나 블로그 등을 활용하여 지역의 우수

으로 향했다. 탑평리 칠층석탑은 통일신라시

직원, 그 가족의 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의

한 인재들과 젊은 건축가들을 체계적으로 홍

대 석탑 가운데 유일한 칠층석탑이며 높이

료 서비스와 이용편의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보하고 지원하여 회원들의 실질적 수익창출

도 14.5m로 가장 높다. 인근에서 점심을 해

을 도모하고, 국민들에게 전문적 통합 서비

결하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만주부터 남한

상반기 지역건축가회장 간담회 및

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

강 유역까지 세력을 확장한 고구려의 존재를

제2회 이사회, 임원워크숍 성료

어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회원확충 및 복리증

살펴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당시의 석

진, 협회 활성화를 위한 논의와 각 지역건축

비로서는 유일한 고구려비전시관을 답사하

가회 및 위원회 활동 보고 사항이 발표되었

였다. 국보 제205호인 충주 고구려비는 전시

다. 신재억 대한민국건축문화제 공동위원장

관 끝자락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이

으로부터 이번 건축제가 울산에서 개최되는

144cm, 너비 55cm의 4면 비석으로 광개토

만큼, ‘사업도시의 미래’라는 주제 기획전을

대왕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계획중이며 5월중 건축문화제의 전체 주제

완연한 봄,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온천이 있

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사회 후 저

는 수안보 일대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

지난 4월 29일(금), 30일(토) 양일간 본 회

녁식사를 하고 계속하여 진행된 임원워크숍

는 서울과 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는 공무원연금공단 수안보 상록호텔 및 충주

에서는 확대 구성된 조직구성에 따라 각 위

본 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건축서비스산업의

권역에서상반기 지역건축가회장 간담회, 제

원회의 2016년도 사업계획과 협회 신규 사

발전과 건축문화진흥을 위해 소통의 부재를

2회 이사회 및 임원워크숍을 개최하였고, 건

업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다. 공공에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고, 올 한

축답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일정 중 제일 먼

대한 건축가들의 사회적 역할이 보다 증대되

해 ‘건축은 문화다’ 라는 큰 뜻 아래 본 회가

저 개최된 지역건축가회장 간담회에는 배병

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하였으며, 정

계획중인 사업들이 보다 원활히 추진될 수

길 회장을 비롯하여, 강철희 수석부회장, 박

부의 파트너로서 때로는 감시자로서 국가의

있도록 회원간 교류의 장이 되었으며 삼국시

제유 부회장 등 회장단과 김동영 대구경북

건축, 도시, 공간환경 관련 정책들이 올바르

대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1,500년간에 걸쳐

지역건축가회장, 손숙희 부산건축가회장, 윤

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덧붙

이룩한 찬란한 우리의 건축문화자산을 살펴

덕원 울산건축가회장, 문창호 전북건축가회

였다. 또한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장, 송태문 제주건축가회장, 반상철 충북건

‘건축은 문화다’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KIA News

본 회 배병길 회장 AIA Convention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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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생활속의 건축과 함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행복을 담는 건축학교 <서울, 부산, 울산> 개강

2016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은 한옥계획, 한 옥준공, 한옥사진 등 3개 부문으로 나위어 실 시되며 한옥계획 부문의 주제는 '도심 속 한 옥'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 이를 구현하는 것 이며, 이외 준공 및 사진 부문은 주제에 제한 이 없다. 공모를 통해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 어와 참신한 작품들이 우리 한옥 문화가 나 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되기를 기대한 다.

지난 5월 19일(목)부터 21일(토)기간동안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컨벤션센터에 서는 2016 AIA Convention & Exhibition 이 개최되었다. 본 회 배병길 회장을 비롯하 여 한영근 국제위원장, 조충기 FIKA 대표회 장 등이 참석하였다. 18일(수),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19일(목)에는 AIA 국제위원회 리 셉션, 20일(금) 국제 회장단 포럼 및 초청 오

한국건축가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

찬, AIA 명예건축가 수여식 및 만찬 등에 참

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지난 5월 21일

석하였고 마지막 21일(토)에는 Russel A.

(토), 서울, 부산, 울산에서 2016 꿈다락토요

Davidson 회장이 주최하는 리센션 등 모든

문화학교 '행복을 담는 건축학교' 의 입학식

공식일정에 참석하였다.

을 갖고 '생활속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1기

공식 일정 내내 본 회 배병길 회장을 비롯

수업을 시작했다. 나와 함께 하는 집은 어떤

참가등록 및 작품접수 7.25(월) ~ 7.29(금)

한 대표단은 전문 단체간 활발한 교류 협력

지, 주변 자연과 함께 하는 집이란 어떠한 집

수상작 발표 8월말

을 위한 논의, 1년 여 앞으로 다가 온 UIA

인지, 지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건축이

시상식 및 전시회 9월말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 및 변화하는 국제

란 무엇인지 등 주변 환경과 우리 동네의 모

홈페이지 http://competition.hanokdb.kr

적 흐름에 대한 건축계의 대응방안 등에서

습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답사

논의하였다. 또한 이를 더욱 더 공고히 하기

와 체험을 통해 건축을 배우고 익혀 나아갈

위해 Russel A. Davidson AIA 현 회장, Esa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2016 행

Mohamed UIA 회장, Thomas Vonior AIA

복을 담는 건축학교는 총 2기가 진행이 되며,

차기 회장 및 Karen Plunkett Muenster AIA

오는 9월에는 경기 및 신규지역을 추가해 진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이사, Kaisi Kalam-

행될 예정이다.

bo AUA 회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한 본 회 정회원

2016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으로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Jim Atkins

2011년부터 시작한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은

와도 환담을 나누었다. 2017 AIA Conven-

국토교통부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

tion & Exhibition은 내년 4월 27일(목)부터

센터와 함께 우리 건축자산인 한옥이 유산적

29(토)까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될

가치를 뛰어넘어 현대 건축도시문화모서 자

예정이다.

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조적 계승 및

2016 제34회 서울시건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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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News

서울특별시에서는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

김수근 30주기 추모 특별전

스튜디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전을 개

현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지금 다시 김수근"

최한다. 지난 21년간 세계 곳곳에서 선보인

건축물을 장려하고자 서울의 건축문화와 건

수많은 작품 중 엄선한 26개의 주요 프로젝

축기술 발전에 기여한 건축가 및 시민에게

트 전 과정을 보여준다. 드로잉, 테스트 모형,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시상하고자 한다.

1:1 사이즈 구조물, 사진과 영상 등이 전시될

접수 5.12(목) ~ 8.1(월)

예정이다.

모집부문: 신축, 리모델링, 녹색건축

일시 6.16(목) ~ 10.23(일)

시상: 대상1,최우수상4, 우수상21 총 26명 외

장소 디 뮤지엄

올해의 건축가 1명, 시민공감특별상 3명

문의 070-5097-0020

홈페이지 http://www.saf.kr 2016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김중업박물관 기획전시

행정자치부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단독주택 : 나의 삶을 짓다

2016년도 제11회 공중화장실 설계공모전을 고 김수근 선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

개최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

가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창동계올림픽을 소재로 개최지역의 공중화

건축을 설계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

장실에 사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예술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후원자였다. 국립

된다. 공중화장실에 대한 이용상의 불편함을

청주박물관과 김수근문화재단은 선생의 30

개선하고, 국민의 위생편의 및 복지증진에

주기를 추모하는 특별전을 개최하여 선생께

부합하며,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다목적 다기

서 남기신 공간 미학과 예술혼을 조명할 예

능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개발, 보급, 확산시

정이다.

키는 것이 목적이다.

일시 6.9(목) ~ 8.21(월)

공모분야_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단독주택이라는 주제를 통해 아파트로 대변

문의 043-229-6300

되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넘어서 집이라는 근 원적 장소를 되돌아보고자, 김중업박물관이

대회를 소재로 한 공중화장실 설계안 응모자격_건축설계 및 관련 디자인을 전공 하는 전국의 대학(원)생(졸업자 포

헤더윅 스튜디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

(사)한국건축설계교수회와 공동주최하는 기

함), 공동응모 가능하며, 공동응모 자의 인원수는 제한 없음

획전시다. 1부는 건축가 그룹 9팀의 작업이

등록기간 6.1(수) ~ 8.31(수)

누가, 어디서, 어떻게 라는 소주제로 구성되

작품제출 6.1(수) ~ 10.7(금)

어 건축가의 역할 및 건축주와의 소통의 과

접수처_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정, 집이 놓이는 장소에 대한 고민, 그리고

문의_02.703.1665, bkmorkr@naver.com

나의 삶에 맞는 집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관 람객과 함께 고민하며 대안적 방안을 모색한

해방촌오거리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

다. 2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라는 소주제로

공모주제_해방촌 오거리 및 남산 소월로

한국건축설계교수회 소속 건축가들의 다양

연결가로의 보행친화적 디자인

한 단독주택 프로젝트를 전시하여 오늘날의

헤더윅 스튜디오는 가구와 제품 디자인에서

모집대상_대학원생 및 졸업한지 3년 이내인 자,

주택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주거

부터 도시 설계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에서

개인 또는 3인 이내의 팀,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론과 담론, 개

융합적인 접근방식으로 혁신적인 프로젝트

팀별로 1점만 제출가능

념과 연구 데이터로써 전시한다.

를 진행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

참가등록_5.20(금) ~ 7.24(일)

일정 5.21(토) ~ 7.3(일)

다. 디뮤지엄은 영국문화원과 함께 영국 정

작품제출_7.25(월) ~ 8.26(금)

장소 김중업박물관 문화누리관, 안양사지관

부의 더 그레이트 브리튼 캠페인의 일환으로

문의 02.2199.7397,

홈페이지 http://www.ayac.co.kr/museum

토마스 헤더윅과 그의 스튜디오의 <헤더윅

raphael@yongsan.go.kr


KIA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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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기쁨의 건축

바우지움

디자인의 새로운 상상, 한옥

문훈 | 스윙밴드

김인철 | 열린 집

이상현 | 채륜서

건축가 문훈이 설계한 건축물들 가운데 대표

전통에 바탕을 둔, 없음의 미학을 화두로 작업

디자인의 특성을 핵심으로 하여 디자인의 오

사례를 중심으로 쓴 건축 안내서다. 그의 첫

하는 건축가 김인철. 그는 땅을 주제로 작업을

랜 역사와 그 이론을 살핀다. 하지만 뻔한 디

설계작인 포천주택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전

행한다. 그러한 그가 강원도 고성군에 돌 같은

자인 원론 책은 아니다. 한옥연구가인 저자는

국의 건축현장을 누비며 경험한 생생한 이야

미술관을 지었다. 이름하여 바우지움이다. 그

단순히 한옥을 건물로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

기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대지의 형태에

집 바우지움은 조작가인 주인의 컬렉션이 상

라, 한옥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다양한 인문학

서 디자인 영감을 받고 도면을 통해 설계를

설 전시되는 근현대조작관과 자신의 작품전시

적 주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우

구체화하는 과정, 건축 의뢰인과 적극적으로

와 작업실을 겸하는 김명숙 조형관 그리고 특

리 한옥과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존

소통하며 의뢰인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키

별전시와 큐레이터의 공간이 마련된 별관으로

하려면, 통합적인 사유를 통해 한옥의 가치에

려는 노력, 공사현장을 수시로 오가며 실무

구성되어 있다. 10%의 건축으로 땅을 채우기

서 새롭고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

자들의 창의성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완성

위해 펼친 공간은 모두 울산바위를 향하고 있

요하기 때문이다. 한옥연구가가 보는 디자인.

시키는 시간, 그리고 건축가를 넘어서 예술

으며, 땅을 셋으로 나누고 물과 돌과 풀로 마

전공자가 아닌 시각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의

가로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저자의 공간

당을 만들어, 10년 넘게 가꾸어온 주인의 거주

역사와 만물의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디자인

과 건축, 예술에 관한 사유가 골고루 담긴 책

공간과 이어지게 한 미술관이다. 결국 넷의 영

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과 인류를 통찰하는

이다. 건축행위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역이 울타리-담으로 만들어졌으며 그것은 다

프레임을 만들고, 다시 인류의 역사를 하나로

문제와 난관을 특유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시 공간을 일으키는 주제가 되었다. 길이와 높

볼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본질이 다른 예술

태도로 해결해낸 사례들은 건축학도와 건축

이가 다른 담을 여럿 세우고 겹치고 꺽이는 곳

과 디자인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결합하는지

관련 종사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여러 가지

에 지붕을 얹어 집을 꾸몄다. 담의 어딘가에

살피고, 이 이론을 실제 디자인에 적용한다.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관념적이고 추상

지붕이 있을 뿐 건물의 형태는 따로 없다. 조

그리고 이 디자인 이론의 뿌리가 되는 한옥을

적인 건축철학이 아닌 경험에서 우러난 솔직

형을 담을 공간에서 건축은 한 발 물러서 있

함께 고찰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과거의 디

한 글쓰기를 추구하여 집짓기, 리모델링, 건

다. 이 책은 이러한 모든 이야기가 담긴 작품

자인을 이해하고 미래 디자인을 위한 반짝이

물 신축 등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유

집이다. 건축가 본인을 비롯해 3명의 사진작

는 아이디어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용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가(전명진, 티에리 소바주, 박영채)의 시선을 통해 바우지움을 살펴보는 독특함도 있다. 책 도 그의 건축처럼 바우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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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News

작은 집 디자인 도감

철학이 있는 건축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미미 제이거 | 김예원 | 보누스

양용기 | 평단

권희라, 김종대 | 리더스북

파슨스 디자인 스쿨 교수인 저자의 설명으로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양용기 교수의

대한민국에서 하루라도 집 걱정 없이 맘 편

건축가들이 설계한 작은 집의 공간, 구조, 인

‘한 권으로 보는 알기 쉬운 건축 이야기’라고

히 사는 날이 있을까? 이 책은 더 이상 집 때

테리어를 알아본다. 작은 집에는 사람과 환

할 수 있다. 총 8장으로 편집한 이 책은 인간

문에 전전긍긍하기 싫어서, 원하는 삶을 살

경을 먼저 생각하는 건축가들의 노력이 담겨

에게 집이 왜 필요한가부터 시작하여 건축의

고 싶어서, 집짓기에 뛰어든 용감한 부부의

있다. 집에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환경

개념잡기, 건축은 건물이 아니라 공간을 창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맛집을 찾듯 동네를

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대

조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또 시대에 따라 건

물색하던 부부는 서울 후암동 어느 골목에서

안을 생생한 사진과 도면으로 만나볼 수 있

축물의 형태언어가 변화하면서 건축물에서

걸음을 멈춘다. 30평짜리 자투리땅을 우여곡

다. 주거용 주택, 별장, 사무실, 집의 틀을 깨

시대와 이념까지 포함하는 과정을 많은 도

절 끝에 계약하고 18평 협소주택을 짓기까지

는 독특한 건축까지 다양한 건축물에는 건축

판 자료를 소개하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

1년 5개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 주거성과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건축가

리고 현대건축의 끊임없이 이어진 실험정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집이란

들의 아이디어도 담겨 있다. 9㎡ 크기로 건축

의 사례를 살피면서 건축을 좀 더 자세히 이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다. 집이란 대체 뭘까?

가가 실제 거주하는 <위비 하우스>에는 작은

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건축이 어떤 감동을

어떻게 사는 게 우리에게 맞을까? 삶에서 정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 저장 공간을 넓혔

주는 지도 알려준다. 더불어 각 시대마다 각

말 중요한 건 뭘까? 그리고 얻은 결론은 집은

고, 침실은 다락에 놓아 공간을 활용했다. 이

기 다른 ‘형태언어’를 지녔던 건축언어에 대

‘삶을 담은 그릇’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집

동이 가능한 <노마드 홈>은 언제든지 확장하

해서 알아보고, 마지막에는 건축이 철학이자

전체를 놀이터 삼아 뛰놀 수 있는 집. 삼대가

거나 교체할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만들었으

심리학이며 그 시대의 메시지임을 알게 되는

함께 사는 집. 안정적인 거주는 물론 부가수

며, 메사 사막에 지은 <터뷸런스 하우스>는

과정을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같음을 작가는

입도 얻을 수 있는 집. 소박한 삶을 위한 작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건물에 움푹하게 파인

이 책에서 증명해보이고자 한다. 이 책의 최

은 집.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생활 터전인 도

구멍을 이용해 공기가 자연적으로 순환하도

대 강점은 건축계 종사자는 물론 건축에 관

심에서 누릴 수 있는 집! 그렇게 가족의 취향

록 설계했다. 나무 집과 조립식 주택, 물 위

심 있는 일반 독자와 청소년층까지 이해할

과 삶의 방식을 담은 집이 완성된다. 평수는

에 떠 있는 주택 등 다양한 콘셉트의 작은 집

수 있게 편집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건축물에

40평에서 18평으로 줄고, 방은 단 하나뿐이

을 둘러보면 건축가들이 주거공간을 최소화

는 건축이 없다라는 루이스 칸의 말을 언급

지만 집에서 웃는 날은 더 많아졌다. 저자는

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간활용 방식을 만나볼

하며 여기에서의 건축은 건축물이 지어지기

TV 광고나 부동산 업자, 주변 사람들의 잣대

수 있다.

까지의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며 건축물의

로 만들어진 집이 아니라, 자기만의 행복을

외형만 보아서는 그 건축가의 아이디어나 건

담을 수 있는 집을 찾아 보라고 전한다.

축물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KIA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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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건축

이토 도요의 어린이 건축학교

굿바이 아파트, 집짓기의 정석

니시자와 류에 | 한울

이토 도요 외 | 이정환 | 안그라픽스

이현욱 | 이집소

세지마 가즈요와 함께 SANAA를 이끌며, 프

건축가 이토 도요를 비롯해 건축역사가이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리츠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건축가 니시자와

지역의 보존과 재생을 연구하고 있는 무라마

‘왜 집을 지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집을

류에가 열린 건축이란 책을 펴냈다. 그의 작

쓰 신, 전 세계의 도시재생 사례를 연구하는

지을 것인가’다. 직접 자기 집 짓고 살아 본 건

품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들, 그리고 그의 철

건축가 오타 히로시, 도쿄 대학 대학원에서

축가로서 여러 실패를 통해 건축 공부를 다시

학과 개성을 담은 건축 에세이집이다. 니시

건축과 도시 역사와 지역 만들기, 어린이 건

했다고 고백하는 지은이의 삶은 이 책에 고스

자와 류에가 지향하는 ‘열린 건축’이란 어떤

축 교육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다구치 준코가

란히 드러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자신

것인지, 또 그것이 왜 현대의 감수성이라 불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어린이 건축학교

의 좌충우돌 집 짓기 경험담과 함께, 그동안

리는지, 그러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 것이며

행보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

단독주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편견은 무엇

어떤 방식으로 건축에 표현되는지 등을, 작

점, 각자가 생각하는 어린이 교육, 현 교육의

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가며 막연하기만 했던

품 사진과 평면도, 자신의 건축 철학과 경험

의의 등을 기록한 것이다. 크게 아홉 개의 장

내 집 짓기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는

을 담은 인터뷰와 단편 에세이를 수록하고

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4장은 어린이 건축학

지도를 그려 준다. 그래서 일반적인 건축 실용

세계 여러 유명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

교에서 이루어지는 1년간의 수업 내용과 아이

서들처럼 멋진 집 사진을 나열하고 집 짓기 관

았다. 건축이 삶 전체와 관계된 하나의 세계

들의 작품, 이토 도요의 인터뷰, 어린이 건축

련 복잡한 정보들이나 팁을 전달하는 구성을

라고 말한 저자는 소통과 교류라는 현대의

학교의 사진을 기록하고 있다. 5장에서 8장은

벗어나, 그동안 지은이가 수많은 집을 지으며

키워드와 맞물려 각 시대마다 개성과 가치를

대담, 논고 등을 통해 건축과 교육에 대한 참

직접 체득한 노하우를 건축을 전혀 모르는 초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건축 철학은

여자들의 새로운 관점과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보자를 대상으로 알기 쉽게 들려주는 데 초점

크게 세 가지의 키워드로 말할 수 있다. 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을 맞추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주거

많은 가능성을 위해 비우는 의미의 디테일,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건축 교육

형태를 꿈꾸기를 권한다. 왜 우리가 주거 형태

오래된 마을과 야생적인 자연 환경 속에서

사례를 다룬다. 어린이 워크숍과 건축 관련 활

로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도 저자만의 현대 건축물이 오묘하게 녹아들

동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건축가 포포 다

대형 건설사들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는지를

어 지역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자연스러

네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어린이와 청년을

대지 지분, 전용 면적, 관리비, 재테크 등 조목

움, 그리고 시간과 공간, 사람의 연속성이다.

위한 건축학교 아르키의 설립 배경과 이념, 셀

조목 들여다본다. 이제는 우리도 새로 짓기보

이를 통해 저자는 이 시대 건축의 아이덴티

프 빌드,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건

다는 고쳐서 사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티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스터디에 대해

축가 페터 휴브너의 미래 학교 비스마르크 종

도 예상한다. 더 나아가 주택 정책에 관한 건

서, 디테일에 대해서 , 환경과 현대의 자연에

합학교와 그의 건축 활동, 그리고 아트로 특화

축가로서의 의견을 말하며 집값 떨어트리는

대해서, 관계성에 대해서 , 지진 재해에 대해

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탈리아 레지오 에

정부를 응원하자는 파격적인 주장도 펼친다.

말하고 있는 3부의 내용이 주목된다.

밀리아 시의 유아 교육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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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News

신입회원 회원번호

성 명

소속지회

직장명

회원번호

성 명

소속지회

직장명

3859

김동우

서울본회

건축사무소 디케이 디자인워크샵

3899

최인영

경기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한돌

3860

이덕만

서울본회

지원건축사사무소

3900

김남현

경기건축가회

도마 건축사사무소

3861

정진섭

서울본회

형공건축사사무소

3901

임지환

경기건축가회

동윤건축사사무소

3862

김호중

서울본회

ABIM건축연구소

3902

김병익

충북건축가회

신성종합건축사사무소(주)

3863

조한묵

대전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YEHA

3903

강진구

대구.경북건축가회

국진건축사사무소

3864

조보광

대전건축가회

(주)디엔비건축사사무소

3904

정경태

대구.경북건축가회

T-Architects(티 아키텍츠)

3865

김홍정

대전건축가회

(주)아이팝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3905

양성용

대구.경북건축가회

(주)인터건축사사무소

3866

천의철

서울본회

(주)건축사사무소 에스아이

3906

하동열

경남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시토

3867

임준혁

충북건축가회

(주)건양기술공사건축사사무소

3907

배종열

경남건축가회

시 건축사사무소

3868

이 혁

서울본회

스튜디오 오엘

3908

김용태

경남건축가회

인건축사사무소

3869

정문철

서울본회

디자인그룹 꼴라보

3909

류창현

경남건축가회

아이온건축사사무소

3870

남상득

서울본회

(주)씨엔건축사사무소

3910

우의정

서울본회

(주)건축사사무소 메타

3871

문한솔

대전건축가회

목원대학교

3911

김재성

서울본회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3872

김경원

광주건축가회

조선대학교

3912

최낙훈

서울본회

(주)지에이건축사사무소

3873

김대욱

광주건축가회

(주)위가도시건축

3913

권수아

서울본회

(주)지에이건축사사무소

3874

김진우

광주건축가회

바오건축사사무소

3914

김대인

서울본회

(주)에이앤티플러스 건축사사무소

3875

신웅주

광주건축가회

조선대학교 건축학부

3915

정웅식

서울본회

(주)온 건축사사무소

3876

강만호

광주건축가회

전남대학교

3916

이수복

서울본회

에스비이엔씨

3877

박진호

광주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이감

3917

김대규

충북건축가회

청주시청

3878

박정은

광주건축가회

전남대학교 바이오하우징연구소

3918

김영환

대구.경북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호안

3879

심재춘

광주건축가회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3919

동원서

대구.경북건축가회

디에이건축사사무소

3880

이수용

광주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더반

3920

이정섭

대구.경북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리안

3881

이원규

광주건축가회

(주)수지건축사사무소

3921

전경우

대구.경북건축가회

토우건축사사무소

3882

정금호

광주건축가회

전남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3922

유영재

대구.경북건축가회

신한남건축사사무소

3883

정주성

광주건축가회

전남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3923

여운배

부산건축가회

에이엔건축사사무소

3884

주문기

광주건축가회

초당대학교

3924

조정훈

부산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아익

3885

최재영

광주건축가회

유탑 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3925

남정현

서울본회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천산건축

3886

한승훈

광주건축가회

전남대학교

3926

이동희

광주건축가회

순천대학교 건축학부

3887

이상준

광주건축가회

동신대학교

3927

황대진

서울본회

디제이에이치 아키텍츠 피씨

3888

오상목

광주건축가회

스페이스이오 건축사사무소

3928

장상근

광주건축가회

이바이오지피

3889

로렌스 킴

부산건축가회

부산대학교

3929

석은정

울산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다온

3890

전성식

부산건축가회

부산대학교

3930

김정민

울산건축가회

영산대학교

3891

임성훈

부산건축가회

동명대학교 건축학과

3931

안성규

울산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카안

3892

민서홍

서울본회

미니맥스 아키텍츠

3932

유용현

울산건축가회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3893

이진욱

서울본회

이진욱건축사사무소

3933

이경재

울산건축가회

(재)동북아문화재연구원

3894

권태원

서울본회

권태원건축사사무소

3934

장훈익

울산건축가회

울산과학대학교

3895

박경선

서울본회

(주)가예디자인워크

3935

이남수

경기건축가회

부림건축사사무소

3896

안상욱

부산건축가회

대영건축사사무소

3936

최영길

경기건축가회

(주)아띠건축사사무소

3897

류연정

서울본회

(주)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

3937

김형주

경기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 태두

3898

김영나

경기건축가회

창우건축사사무소

3938

김정우

경기건축가회

우리건축사사무소


KIA News

신입회원 회원번호

성 명

소속지회

직장명

회원번호

성 명

소속지회

직장명

3939

김영곤

경기건축가회

무아건축사사무소

3943

강명훈

울산건축가회

굿디자인센터

3940

김용진

전북건축가회

건축사사무소.아름다운家

3944

강성찬

서울본회

한국종합건축사사무소

3941

김준영

전북건축가회

전주대학교

3945

박정연

서울본회

그리드에이건축사사무소

3942

이태원

전북건축가회

예인건축사사무소

3946

조은영

서울본회

조은데를

회원동정 회원번호

성 명

직책

직장명

비고

2326

황근욱

회원

㈜태두종합건축사사무소

부친상-2016년 3월 1일 별세

1477

이재훈

회원

단국대학교

모친상-2016년 3월 7일 별세

1462

최삼영

회원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빙부상-2016년 3월 8일 별세

1123

조정만

회원

㈜무영CM건축사사무소

신인문학상 당선

185

변용

명예회장

㈜원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별세-2016년 4월 4일

1097

최두호

명예건축가

㈜토문건축사사무소

모친상-2016년 4월 27일 별세

1692

박홍근

포유건축사사무소

부친상-2016년 4월 27일 별세

1195

김호경

광주건축가회 수석부회장 회원

㈜건축사사무소 가람나라

모친상-2016년 4월 30일

326

곽재환

회원

건축그룹 칸 종합건축사사무소㈜

개인전-2016년 5월 4일 ~ 17일(삼육대학교박물관 B1 기획전시실) 별세-2016년 5월 4일

56

오웅석

명예건축가

555

김석철

명예건축가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건축사사무소

별세-2016년 5월 12일

1543

정영균

회원

희림건축

‘2016 월드 스타디움 콩그레스’ 올해의 건축가상 수상

1106

이관직

부회장

BSD건축

개인전-2016년 6월 14일 ~ 20일(수원 어린이집 신축 건물)

주소변경회원 회원번호

성 명

소속지회

직장명

직장전화번호

1393

이승헌

서울본회

마탐스 디자인

02-507-6226

1238

김인하

서울본회

정우건축사사무소

직장팩스번호

직장주소

경기도 과천시 희망4길 32 101호(중앙동)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5안길 3-9 2층 (성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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