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요포럼>, (2011, 8, 10.)
증강인류시대의 미래도서관을 위한 제언 李 光 來 (강원대, 철학)
인터넷은 디지털지구의 실험실이다. 지금 지구에서는 디지털 intelligence에 의한 시간,공 간적 혁명이 진행중이다. 그 혁명은 우선 지상의 시차와 거리부터 소멸시키고 있다. 디지털 은 지구를 디지털 초원으로, 지구인들을 광대역(廣帶域)의 유목민으로 만들고 있다. 디지털 유목민에게 디지털지구는 ‘기호들로 된 지붕을 가진 회전도시’1)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지 구란 확장(또는 증강)현실이다. 그러므로 '증강인류'(augmented humanity)인 디지털 유목민 도 증강신체를 지닌 확장인간일 수밖에 없다. 미래의 도서관이 융합도서관, 확장도서관, 그 리고 디지털도서관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1. 디지털문화는 유비쿼터스 문화다. 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L. Friedman)은 『세계는 평 평하다』(The World Is Flat, 2005)에서 2000년 이후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서도 언제나 개인간의 소통이 가능한 ‘개인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지금을 ‘
세계화 3.0버
전시대 ’라고 부른다. 또한 항공기만 270대를 보유하고 하루에 1억3천5백만건의 물품을 나 르는 세계적인 물류유통회사인 UPS의 슬로건도 ‘동시화된 당신의 세계 ’(Your World Synchronized)이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는 시간적인 동시성(simultaneity)과 공간적인 편재성(omnipresence) 을 나타내는 유비쿼터스 문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ubiquitous라는 단어는 본래 ‘하나님의 뜻이 온누리에 임하게 하소서’와 같이 기독교적 의미에서 유래한 단어다. 하지만 이것을 오 늘날의 디지털기술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처음 사용한 사람은 Zerox Palo Alto연구 소의 Mark Weiser소장이다. 1998년 그가 미래는 ubiquitous computing이 제3의 정보혁명 을 이끌 것이라고 예언하면서부터였다. 그의 예언은 2-3년도 지나지 않아 현실화되었다. 인 공위성과 각종 디지털 기계들이 연결됨에 따라 인터넷을 비롯한 유비쿼터스 체계가 구축되 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e-mail, digital market, digital banking system, digital library, digital university, digital hospital, smart-phone, smart community 등을 통해 ‘동시에, 그리고 어디든지’ 디지털 콘텐츠로 지구를 연결하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최근 광(光)회로 칩의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IT전문가들의 예측대로 현재의 수퍼컴퓨터가 150년 걸리는 일을 겨우 4분만에 처리할 수 있는 ‘꿈의 컴퓨터’, 즉 ‘양자(量子)컴퓨
1) Pierre Lévy, L'intelligence collective, La Découverte, 1997,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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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Quantum Computer)가 머지않아 출현할 경우 디지털 세상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일종의 문화혁명이고 문명개혁이다. 모든 문화와 문 명은 디지털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문명 속으로 서 로 먼저 옮겨오려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미 문화와 문명은 디지털 세계 속으로의 대이동 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적어도 디지털 이민자들(digital immigrants)이 아니면 살 기 힘든 세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주적 애널로그(analogue) 시스템에서 태어나 성장 한 사람들일지라도 디지털 문맹을 고집한다면, 디지털 이민자가 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문화 와 문명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디지털 원주민들(digital natives), 디지털 유목민들만이 세상을 이끌어갈 미래의 세상은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디지털 네트워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을까? 첫째,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세상을 ‘
절대적 무구조’의
네트워크로 만들고 있다. 거기에는
어떤 中心도 없다. 그것의 중심은 오히려 모든 곳에 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집중된 어떤 권력구조도 있을 수 없다. 디지털은 특정 영토로 제한된 구조가 아니라 모든 곳으로 누구에 게나 연결가능한 무경계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시스템은 무구조 (structureless), 무중심(centerless), 무경계(boundless)의 세상이나 다름없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예술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 걸쳐 디지털 회로로 인한 무한한 미분화(微 分化)가 적분화(積分化)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 둘째, 디지털은 세상을
통신공동체 (tele-community)로
바꾸고 있다. 새로운 영토전쟁은
더 이상 지상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디지털 통신무기들이 새로운 영토와 새로운 공 동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토에서는 지상의 국경선이 무의미하듯 지상의 탈영 토화와 동시에 가상의 무한한 영토화만이 증강인류의 경쟁원리이고 생존법칙인 것이다. 그 곳은 증강현실의 디지털 지식인들만이 경쟁하는 새로운 가상의 아고라다. 로마시대의 모든 길은 로마의 아고라로 통했지만 디지털 시대의 모든 길은 디지털 아고라로 통하기 때문이 다. 셋째, 디지털 공동체에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네트워크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이 필요하다. 그것들이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
지털 시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cognition)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조작능력(manipulation)이다. 복잡성의 덫에 걸린 솔루션의 시대에 그들이 원 하는 솔루션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복잡한 지식생산이 아니라 간편한 조작방법 이기 때문이다.
2. 융합현실과 증강생활 디지털 네트워크에는 원근법이 필요 없다. 거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의 특징 은 시간적 차이의 소멸과 공간적 거리의 증발(the evaporation of distance)에 있다. 인터 넷으로 통하는 디지털 세상에는 중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시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의 소통은 동시적이고 편재적(遍在的)이기 때문이다. 그 아고라에 이르는 신작로는 거리와 시간의 차이가 불가피한 off line과는 달리 모두 시간적 차이와 공간적 거 리가 부재하는 동시편재적 on line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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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동체에서는 모든 디지털 지식인이 누구나 인생의 목표를 off line으로 연결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on line으로 연결되는 <실제현실에서 가상현실까지>로 세운 다. 디지털 세계는 하루하루 자고나면 이미 예측할 수 없이 넓어진 ‘확장현실’(augmented reality)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실제의 영토라는 국지역(局地域,narrow bands) 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광대역(廣帶域, broad band)의 가상세계, 즉 거리의 소멸로 인해 세 계는 경계가 사라진 스마트한 융합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이 결합된 ‘융합현실’(convergent reality)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통신과 미디어 기술의 융합이 그것이다. 그러면 무한확장하는 융합현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차와 거리의 소멸로 인해 점차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종이의 운명’이다. 신인류인 디지털 원주민들은 더 이상 종이문화체의 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신문협회가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2005년 서 울총회에서 마침내 ‘Beyond Print’(인쇄의 종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까닭도 마찬가지다. 종이문화의 최대 수혜자이자 종이문화의 주역들이 서울에 모여 ‘종이신문 시대의 종언’을 알린 것이다. 확장현실에 살고 있는 디지털 시민들은 이미 실제현실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읽는 신문’(reading newspaper)을 외면하는 대신 ‘
보는 신문 ’(watching newspaper)을 요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인간’(augmented human being)으로 변신한 디지털 시민들의 일상은 이처럼 종이문화가 지배하는 지상으로부터의 엑소더스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실제와 가상의 생활이 융합된 ‘확장생활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확장생활이 보편화된다면 미래에는 지금의 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 아마도 지상공간은 고작해야 디지털 네트워크의 전원을 끄고 나와서 잠자기 위한 침실이거나 가상공간에서의 피로를 풀기 위한 휴게실 정도에 불과 할 것이다. 결국 신유목시대의 도래로 인해 이러한 최소한의 정주적 삶만으로는 누구도 자 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확인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정주시민권 대신 가상 을 자유왕래하는 확장인류로서의 유목시민권만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지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UN의 미래포럼 의장이었던 제롬 글렌(Jerome Glenn)의 주장대로 ‘Cyber Now’ (신경칩이나 특수 콘택트렌즈를 통해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의 왕래가 자유로운 장치)가 우리 의 일상생활을 컨트롤한다면 우리의 생활양식은 완전히 융합형이나 인터페이스형으로 증강 될 것이 분명하다.
3. 미래의 도서관은 디지털도서관이다. 종이의 운명은 곧 붙박이 문화의 운명이다. 그러나 그것의 종언은 또 다른 문화의 시작이 나 다름없다. 문화도 생물처럼 엔드게임(Endgame)2)하기 때문이다. 분산회로의 스마트한 전 략이 집적회로의 킹(종이)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1) 종이책의 위기와 도서관의 운명 지구상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종이책 도서관들은 정주문화의 상징물들이다. 그것들은 집 중화, 총체화, 적분화, 체계화를 지상과제로 삼아 인류가 종이 위에 남겨온 거대한 정주문화
2) 서양장기인 체스에서 최대의 전략으로 상대방의 king을 잡기 위해 벌이는 마지막 게임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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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총아로서 지금까지 군림해왔다. 종이가 낳은 집적회로(애널로그)의 상징태로서 그 도서 관들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의 양태를 생산하고 결정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 나간 수백 년간 지식권력의 보고(宝庫)와 같고 문서권위주의의 전당과도 같은 곳이 바로 종 이책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그토록 많은 종이책 도서관들은 지금 그 존재이유에 대한 물음을 강요받 고 있다. 더구나 미래에는 디지털 원주민에게 외면당하는 종이문화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그 원주민들의 눈총도 가장 먼저 거대한 종이무덤이나 다름없는 그곳으로 더욱더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지털 원주민들은 종이책 갈피 속에 모셔진 지식과 정보에 낯가리고 낯설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미로 같은 칸막이로 요새화된 종이책 도서관들이 애널로그 와 디지털의 문화가 벌이고 있는 엔드게임의 최전선이 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종이책 도서관들은 언젠가는 정주시대의 문서보관소(Archives)로서, 아니면 종이책 박물관 으로서 그 역할과 운명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디지털 이민자들을 위한 융합도서관 그러면 실제와 가상의 융합현실에서 도서관은 어떻게 변화해야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디지털 이민자들이나 디지털 지식인들, 즉 '확장신체들'의 사회생활이나 개인생활의 양식은 이미 융합형으로 바뀌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미 디지털 산업구조와 그것에 길들여진 유목 적 생활환경 속에서는 누구도 정주적 삶을 고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그만큼 선택이 아니라 유목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불가피한 조건이고 자격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네크워크의 영주권을 갖지 못한 대다수 이민자들의 삶은 여전 히 애널로그와 디지털의 이중적이고 이종공유(interfaced)의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 다. 그들은 단지 ‘스마트한 삶을 위하여’, 그리고 미래의 영주권자가 되기 위하여 애널로그 에서 디지털로 생활세계와 생활방식의 비중을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호기심 많고 성미 급한 디지털 이민자들일지라도 속도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의 조급증이 새로운 권력구성체인 과학기술과 산업구조를 앞지를 수는 없다. ‘집적회로에서 분산회로로’의 대이 동은 그 기술과 구조가 요구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물결, 대이동, 메가트랜드, 대탈주 등도 정주민의 자발적 이동욕망이나 자유로운 유목의지에 따른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과도기의 상황은 도서관 문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오늘날 도 서관들이 당연히 융합형으로 변화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디지털 이민자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종이책 도서관이 전자책도 소장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승공생형’의 도 서관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까닭, 각급 학교와 공공기관 같은 정주적 사회구성체가 ‘본 체기생형’ 전자책 도서관을 구축하는 이유, 그리고 지상현실의 종이책 도서관들이 가상현실 의 전자책 도서관의 시스템도 갖춘 채 ‘이종교배형’ 융합도서관으로 거듭나려는 사연도 거 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 변화는 조용하지만 빠르고 혁명적이다. 예컨대 21세기의 문턱에 서 구글(Google)이 세계의 모든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공급한다는 도서혁명을 선언 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에서도 10년 사이에 전국의 11,000여개 초,중고교 가운데 1,500여 개교가 전자책 도서관을 구축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e-book 도서관 서비스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이민자들을 위한 배후환경의 변화는 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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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더욱 빠르다. 국내의 전자책 시장규모만도 연평균 35.7%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다. 더구나 현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보급 속도라면 2013년에는 전자책 시장규모도 6천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것은 디지털 이민자 중심사회에서 원주민 중심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문화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역설적으로 그것은 자기 파괴적 혁신(self-disruptive innovation)을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도서관의 역사가 겪어야 할 시련이자 아직도 그 혁명의 전위(前衛)에 서있지 못한 다수의 종이책 도서관들이 당황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디지털 원주민들을 위한 미래도서관
미래도서관의 진화양태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Beyond Paper일 것이다. 그 것은 디지털 원주민들의 공통된 병리적 특징인 ‘종이기피증’이나 ‘종이혐오증’ 증후군때문이 다. 속도경쟁을 부추키는 디지털기술과 산업, 그리고 재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상품 들의 유혹에 그들이 더욱 맥못추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신드롬은 종이책 도서관의 해체마저 초래할 수 있다. 지상의 거대한 도서관들은 스마트폰이나 e-book cube와 e-book reader기, 나아가 초고감도 센서나 기억장치 속으로 분산되고 파편화될 것이다. 따 라서 종이책 도서관들은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가, 그리고 도서관협회는 가상 의 이용자 사회(User's Community)가 빠르게 대신해갈 것이다. 다음으로, 집적회로와 결별한 미래도서관의 또 다른 진화양태는 무중심적이고 전방위적인 확장(radiated augment)일 것이다. 우리의 생활방식이 모두 단층적(integral)인 방식에서 다 층적(fractal)인 방식으로, 애널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러므로 미래의 도서관은 실제와 가상을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도서관’이 어야 한다. 심지어 확장신체들을 위해 미래의 도서관은 SQUID(초전도 양자 간섭소자)같은 초감도 센서나 구동장치(actuator)의 개발로 인해, 즉 사람과 기계간의 생체인식 인터페이스 기술의 놀라운 진화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확장인류를 위한 미래도서관이 가상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여전히 잔존할지라도 그 도서관에서는 첫째,
도서의 형태와 성격이 변해야 한다.
미래도서관은 ‘책의 진화’에 대비해야 한다. ‘인쇄의 종말’(the end of print)과 더불어 reading book의 시대가 끝나고 watching book이나 listening book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도서관은 e-book 시대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도서관의 구조와 기능이 변해야 한다.
미래에는 안면, 지문, 홍채, 망막, 혈관, 음성, 체취, 나아가 DNA 등을 이용한 생체인식 시 스템의 활용이 급속도로 확산됨으로써 도서관이 존재하는 한 그 구조와 기능도 거기에 맞춰 변해야 한다. 예컨대 도서관은 실제와 가상세계를 출입하는 플랫폼으로서 존재하거나 각종 sensor booths의 역할로 바뀔지도 모른다. 셋째,
librarianship이 변해야 한다.
미래도서관에는 librarian(司書)이라는 존재와 명칭 자체가 불필요할 수 있다. 미래도서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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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digital librarian 대신 각종 생체인식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소수의 digital controller나 interface engineer만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넷째,
도서의 이용이나 대출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디지털 도서관의 네트워크는 새로운 융합네트워크(convergent network)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원주민을 위한 미래도서관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platform이나 각종 sensor booths를 이용하는 방식들이 등장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4년 도쿄대학이 다음 세기를 지향하며 제시한 마스터플랜도 교실이나 도서관 대신 가상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장되는 통합교육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그 공간의 내부시설뿐만 아니라 창문유리까지도 순간가변성 조광스크린으로 설계하여 언제 어디서나 자료와 정보의 소통이 가능한 이른바 Active Studio로서 준비하고 있다. 마치 NASA의 종합통제실을 방불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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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 디지털 도서관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스텐니스로 렘(Stanislaw Lem)은 적 어도 2050년까지는 이른바 <중추적 환상세계>(zentrale Phantomatik)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시설물로서 도서관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고도 모든 자료가 우리의 중추신경계에 직접 연결된 신경소자(neuro-chips)를 통해 두뇌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불러내거나, 반 대로 이미 저장된 기억내용들에다 그 신경소자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저장할 수도 있게 되 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확장신체가 저마다 확장도서관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가상의 신작로인 디지털 네트워크와 더불어 초고감도 생체인식도서(biometrics book)나 신경물질들로 소통하는 신 경정사(精査)도서(neuro-scanning book)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래 에는 e-book과 더불어 bio-book이나 neuro-book이 증강인류의 체내,외를 상호소통하는 새로운 확장구조 시스템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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