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조정을 위한 설득과 수사의 자료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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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 연구팀 월차보고서 창간호

조정을 위한 설득과 수사의 자료 Persuasion & Rhetoric Report

〇 제1주제 : 마음을 얻는 조정 기법 〇 제2주제 : 법정의 수사학 - 설득을 위한 변론과 판결 〇 기

고 : 경청으로 시작하여 합의로 매듭짓기

2013. 3.


발행인 권 성 편집인 오광건 발행일 2013년 3월 1일 등록일 2013년 2월 21일 등록번호 서울중.라 00532 발행처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프레스센터빌딩 15층) 편집 실무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 심영진, 교육본부 연구팀장 구율화, 연구팀원 이정희, 김주연, 임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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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을 위한 설득과 수사의 자료 Persuasion & Rhetoric Report


01・발 간 사

언론중재위원회 권 성 위원장

03・제 1 주 제

「마음을 얻는 조정 기법」

Ⅰ. 들어가는 말 ··················································································· 5 Ⅱ. 설득자(조정위원) 중심의 조정 전략 ········································· 8 Ⅲ. 설득 상대방(조정 당사자) 중심의 전략 ································· 14 Ⅳ. 맺는 말 ························································································· 24

25・제 2 주 제

「법정의 수사학 - 설득을 위한 변론과 판결」

Ⅰ. 들어가는 말 ················································································· 27 Ⅱ. 변론문에 나타난 수사학적 기법 ············································· 28 Ⅲ. 판결문에 나타난 수사학적 기법 ············································· 42 Ⅳ. 맺는 말 ························································································· 46

49・위원 기고

「경청으로 시작하여 합의로 매듭짓기」 - 장현우(서울제8중재부장, 변호사)



발 간 사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1월 기존의 연구본부를 교육본부로 확대·개편하면서 연구팀 을 새로이 신설하고, 설득 및 수사기법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약 2개 월간의 자료수집과 연구를 거쳐, 「조정을 위한 설득과 수사의 자료 - Persuasion & Rhetoric Report」 창간호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설득 및 수사기법을 연구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대해 우려와 의문이 있을 줄 압니다. 왜 언론중재위원회가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전에,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한비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한비자(韓非子)는 그의 저서 중 『세난편』(說難篇)에서 “설득이 어렵다는 것은 지식 이 부족해서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말재주가 부족해서 자기 생각 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담대하지 못해 말을 다 해내기 어렵다는 것도 아 니다. 남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설득하려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 자신의 말을 얼마나 거기에 맞출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비자의 말은 오늘날의 조정이라는 분야에 있어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조정은 법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 보편타당한 결론을 얻기에 앞서 당사자를 설득하여 자발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이므로,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가 이해 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여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 다. 따라서 효과적인 조정을 위해서는 조정위원이 경험, 식견,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설득 및 수사기법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설득과 수사기법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 습니다. 하지만 그 자료가 워낙에 방대하고 다양하므로 이를 조정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료를 연구하고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이 1


Persuasion & Rhetoric Report

러한 판단으로 기존의 수많은 자료 중 조정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 여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이 자료집을 월차보고서 형식으로 발간하게 된 것입니다.

이 창간호에서는 발간의 취지를 보여주기 위하여 논문의 형식을 일부 빌렸지만 앞으 로는 설득 및 수사기법에 관한 자료 중 조정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수집, 분 류, 분석하여 자료집 형태로 발간할 것입니다. 매월 발간되는 자료의 축적을 통해 조 정에 필요한 설득 및 수사기법이 집대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보고서는 조정기관 종사자분들을 비롯하여 이를 꼭 필요로 하는 분들께 한정적 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부디 이 자료의 발간이 효과적인 조정기법의 향상 및 품 격 있는 언어사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이 보고서에 대한 관심과 아낌없는 조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3월 1일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권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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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제1주제

「마음을 얻는 조정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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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Persuasion & Rhetoric Report

마음을 얻는 조정 기법 Ⅰ. 들어가는 말 1. 설득은 마음을 움직이는 과학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설득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 가족, 직 장동료, 기부금 요청 단체, 정치인, 자동차 판매원 등으로부터 설득당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해 좌절한다. 설득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적인 사건은 다름 아닌 ‘설득’으로 인해 발생한 것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원치 않는 설득을 당하는 이유나 성공적인 설득을 위한 기법에 대해서 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설득을 변호사, 정치인 같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 유물로 오해하거나, 심지어 설득을 “세뇌” 또는 “속임수”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설득은 경험이나 우연이 아닌 과학이자 법칙이다. 설득이야말로 심리학적 이론과 법칙, 사 회과학의 메커니즘이 가장 치밀하게 작용하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설득의 기법에 거창한 기술이나 상당한 능력이 요구되는 것 은 아니다. 노련한 화술과 언변, 심리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순간의 눈빛이나 표정, 말 한마디로도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상대 앞에서 예상치 못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누구나 터득하여 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이 간과하여 지나치는 무기가 바로 설득의 법칙이며, 바로 이것이 효과적인 설득기법을 연 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2. 갈등해결과 설득의 법칙 효과적인 설득의 법칙 연구는 조정을 비롯한 갈등해결 분야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정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믿는 사람과, 이에 대해 방어해야 하는 상대방 사이의 갈등을 조절하고 해소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정에 임하는 당사자의 심리 상태는 불유쾌하고 때로 는 흥분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경험’과 ‘노련함’만으로 당사자들의 감정을 누 그러뜨리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조정자는 당사자가 조정자의 제언을 무시나 강압, 비난 이 아닌 현명한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설득기법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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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3. 언론중재위원회 설문조사 언론중재위원회 연구팀은 현직 중재위원 및 조정절차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조사관 총 110 명(중재위원 84명, 조사관 26명)을 대상으로 2013년 2월 12일에서 2월 19일까지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 과정에 있어서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을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 다. 해당 설문조사는 11문항으로 이루어졌으며, 총 81명(중재위원 58명, 조사관 23명)이 설 문조사에 응답하였다. 설문조사 중 ‘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를 통한 분쟁 해결에 있어, 중재위원의 가장 중요 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항목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2.0%가 ‘당사자와 의 공감대 형성 및 설득‘을, 33.3%가 ‘사실관계의 진위 및 실체 파악’을, 24.7%가 ‘합리적 이고 타당한 조정안 제시’를 꼽았다. 또한 ‘중재위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의 입장을 경청하는 마인드’(49.4%),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 도’(46.9%),

‘풍부한 법적 지식 또는 현장 경험’(3.7%) 순으로 답변했다. 즉 중재위원 및

조사관들은 당사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입장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 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재위원의 당사자 설득방식 및 대화의 기술에 따라 해당 사건의 조정 결과가 달 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원이 확연히 달라지거나(34.5%) 어느 정 도 달라진다(65.5%)고 응답하였다. 조사관 또한 조사관의 설득방식 및 대화의 기술에 따라 조정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답변한 사람이 39.1%, 어느 정도는 달라진다고 답변한 사람 이 60.9%에 달하는 등 당사자를 설득하는 방식이 조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재위원이 당사자 설득에 기울이는 노력, 즉 당사자 입장 경청, 위원 간 역할 분담 정도 등에 관한 아래 설문 항목에 대해 대부분이 ‘정말 그렇다’ 또는 ‘대체로 그렇다’고 긍정적으 로 답변하였다. 특히 ‘중재위원 간 역할 분담 및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답변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질 내

문 용

나는 심리 중 당사자의 발언을 충분히 들어주는 편이다 나는 심리 당일 옷차림, 기타 외모에 신 경 쓰는 편이다 나는 당사자의 입장이나 태도에 따라 각 각 다른 방법으로 설득하려 노력한다 우리 중재부에서는 중재위원 간 역할 분 담과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정 말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

보통 이다

별 로 그렇지 않 다

전 혀 그렇지 않 다

44.8%

51.7%

3.4%

-

-

31.0%

62.1%

5.2%

1.7%

-

29.3%

65.5%

5.2%

-

-

50.0%

39.7%

10.3%

-

-

한편 조사관이 심리 이전에 조정례 등을 미리 알려주는지 여부,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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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위원을 사전에 소개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아래 설문 항목에 대한 응답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정 말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

보통 이다

별 로 그렇지 않 다

전 혀 그렇지 않 다

나는 당사자에게 유사한 조정사건의 결 정례를 미리 알려주는 편이다

4.3%

47.8%

26.1%

21.7%

-

나는 조정안의 큰 틀에 대해 먼저 합의를 유도한 후 나중에 사소한 문구나 배상액 차이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는 편이다

13.0%

65.2%

13.0%

8.7%

-

나는 심리에 앞서 당사자에게 중재위원 의 이력, 신분 등을 소개한다

8.7%

13.0%

30.4%

47.8%

-

질 내

문 용

즉, 조정안의 큰 틀에 대해 먼저 합의를 이끌어낸 뒤 향후 사소한 문구 등을 논의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렇다는 답변이 많았으나, 심리에 앞서 중재위원의 이력 등을 소 개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1) 당사자를 설득하기 위한 기법에 대해 따로 교육을 받거나 연구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관 및 중재위원의 72.7%가 있다고 대답하였으며, 교육이나 연구의 경로는 관 련 서적을 읽거나(46.7%), 또는 강의 및 특강을 이용(30.0%)한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조정 성공경험, 실패 경험, 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방안 등 주관식 문항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다.2) 조정 당사자를 설득하여 합의에 이르게 한 경험에 대해

중재 위원

조사관

-

재판으로 진행할 경우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알려주고 현실적 타협안을 제시했음 역지사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여 조정 성공함 당사자의 내면을 파악, 기존의 틀에서 다소 벗어난 형식으로 조정하였음 날씨나 옷차림 등에 대한 가벼운 대화를 사전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임 언론사 간 사건의 경우 언론사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하여 조정성립됨

- 심리 시작 전 당사자 간 악수를 유도한 후 신청인에게 피신청인의 장점을, 피신청인에게 신청인의 장점을 이야기해주는 등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음 - 유사한 판례나 조정례를 검색해 사전에 안내해주었음 - 신청서와 별도로 당사자의 실제 의도와 욕구를 파악하면 분쟁이 쉽게 해결되는 경향이 있음 조정 당사자의 설득에 실패한 경험에 대해

중재 위원

- 애초부터 조정을 소송 이전에 거쳐가는 절차로서 이용할 경우 설득하기 어려움 - 대리인이 온전히 대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조정이 어려우므로 결정권이 있는지 사전 확인이 중요함

조사관

- 사전에 기대치를 낮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당사자가 중재부 안에 만족하지 못했음 - 기자의 방청을 허가했다가 대리인이 기자를 의식하여 소극적으로 조정에 임해 실패함 - 당사자가 심리적 흥분상태에서 소송으로 진행할 의사를 보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는데, 법원 절차의 복잡성 등을 끈기 있게 설명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1) 위원의 경력 등에 대한 소개에 관하여는 본 보고서 9쪽 '권위의 법칙과 공신력' 항목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2) ‘당사자를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등의 일반적인 응답,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본 보고서에서 다루기 어려운 제안 등은 제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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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에 제안하고 싶은 방안에 대해

중재 위원

- 심리 전에 중재부가 충분히 쟁점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함 - 손해배상 청구액이 억대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인데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함 - 위원 중 1인이 사전에 신청인을 만나 충분히 입장을 들어주는 ‘워밍업’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음 - 조정력 증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및 시스템 개발 필요 - 위원 편의시간에 맞는 자발적 교육기회가 부여되어야 함 - 심리 시의 좌석배치가 마치 법원과 흡사하여 당사자들의 긴장을 초래함 - 사건에 따라 심리를 주재하는 중재위원을 달리 정하는 등 ‘주심제’를 시행할 필요 있음 - 신청인이 변호사의 조력을 용이하게 받을 수 있는 제도의 보완 및 활성화 필요 - 신청인이 사전 취하하는 경우 그 원인 등을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음 - 지역의 경우 위원과 언론사 간 친분관계로 인해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대책 필요

조사관

- 중재부 내부 입장 조율을 위해 심리 시작 전 약 30분 정도 회의가 필요함 - 현행 심리 진행시간 30분은 너무 짧아 조정에 적합지 않으므로 늘릴 필요가 있음 - 당사자 설득기술이나 심리진행 매뉴얼 등이 통일되지 않아 위원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 하고 있으므로 피해구제 실효성 제고를 위해 통일된 지침 및 기법의 공유가 필요함 - 별도의 독립된 조정 공간을 마련, 심리 전 당사자들이 편안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함

전반적으로 중재위원 및 조사관들은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효율적으로 심리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에 관심이 많았으며, 당사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상당히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정심리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지침이 없어 중재위원 및 조사관의 개인적인 숙련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전체적으 로 공유하고 학습할 기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각종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심리학 분야에 서 연구되었던 대인 설득의 법칙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법칙들이 “효과적인 조정전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1) 설득자(조정위원) 중심의 조정 전략 2) 상대방(조정 당사 자) 중심의 전략으로 나누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사례와 함께 검토해보고자 한다.3)

Ⅱ. 설득자(조정위원) 중심의 조정 전략 1. 공신력의 중요성 오늘날의 설득 이론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기초를 두고 있 다. 말하는 사람의 품성과 공신력의 중요성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ethos)라는 개 념을 사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일부를 인용해본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으로 만들게끔 말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품성 때 3) 본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조정사례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실제 처리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주제에 맞게 일 부 각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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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문에 그의 말을 믿는다.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 대해서, 심지어 확실성도 없고 애매모호한 것 들만 가득찬 일에 대해서도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말하면 우리는 더 많이 전적으로 그의 말을 믿는다. 연설의 기술을 주제로 글을 쓴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이 그 기술에 관한 자신들 의 저술 안에서 “말하는 사람의 정직한 품성이 설득력을 갖추는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말하는 사람의 품성이란, 믿음을 주는 데에 거의 최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4)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즉 공신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아리스토텔 레스는 공신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설득자가 갖추어야 할 품성에 대해 지혜, 사심 없는 마 음, 미덕 세 가지를 들었다.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해본다. 말이 신뢰를 낳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즉 증명과는 무관하게 믿음을 낳는 요소 는 세 가지이다. 이 자질이란 실천적 지혜, 미덕 그리고 사심 없는 마음이다. 만약 말하는 사 람이 말한 내용이나 제시한 권고안에 무언가 잘못이 있다면, 이는 세 가지 자질 모두가 부족하 거나 이 중 하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의견을 형성하거 나, 의견이 옳더라도 악의에 의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하지 않거나, 만약 지혜가 있거나 미덕이 있더라도 사심 없는 마음이 부족할 수 있다. 사심이 개입되면 비록 정확하게 알고 있더 라도, 최선의 권고를 행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이 세 가지 자질은 모두 필수불가결하다.5) 오늘날의 설득 기법 연구에 있어서도 말하는 사람의 공신력은 가장 먼저 검토되어야 할 사 항이다. 그렇다면 조정절차에서는 공신력이 설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공신력을 강화 하여 효과적으로 조정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설득의 법칙과 관 련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서술에 앞서, 이하 6가지 설득의 법칙 중 권위의 법칙, 상호성의 법 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 학』6)에서 인용하였음을 밝힌다.

2. 권위의 법칙과 공신력 - 경력과 전문성을 부각시킬 것 설득에 있어서의 공신력은 어디까지나 설득 상대방의 입장에서 판단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설득자가 상대방에게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 권위자로 인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 리 사회에는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법칙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누구나 살아오면 서 다양한 형태의 권위에 복종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권위’라고 여겨지면 일반 4)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1356a{강태완 (2010).『설득의 원리』. 페가수스. 41쪽에서 재인용}. 5) 아리스토텔레스, 위의 책, 1378a (강태완, 위의 책, 44쪽에서 재인용). 6) Cialdini, R. B. (2001). Influence -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이현우 역 (2005). 『설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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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적으로 이에 복종하게 마련이다. 광고 분야에서 의사나 금융인 등 전문가를 모델로 기용하 여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것도 바로 ‘권위’가 주는 공신력의 효과를 이용하고자 함이다. 1) 직함, 지위, 경력의 소개 권위와 전문성을 강조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상대방에게 말하는 사람의 직함, 지위, 경력 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직함이나 지위를 소개할 때에도 법칙이 있다. 학자들 의 연구에 따르면7), 메시지가 전달되기에 앞서 말하는 사람이 그 분야에 어떠한 지위나 경 력이 있는지를 상대방에게 먼저 소개해야 공신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즉, 메시지가 전달된 이후에

화자가 누구인지 밝히면 그가 전문가인지 여부는 공신력을 형성하는 데 큰 차이가

없으나, 설득에 앞서 그가 전문가임을 밝혔다면 공신력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처 음부터 말하는 사람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그 내용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 게 되어 효과적인 설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지위와 경력을 소개함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 따로 있다. 본인이 스스 로 자신의 전문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화자찬으로 여겨져 반감을 사기 쉬우므로8)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이 그를 대신해서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강연이나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회자가 청중에게 연사의 약력을 소개하는 관행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조정절차에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조정위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 자 상당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들의 경우 각각 법관, 변호사, 전직 언론인, 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원들의 직업, 사회경력, 조정위원으로서의 경력 등 을 심리에 앞서 언급해주는 방법도 당사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고려해 볼만한 전략이다. 2) 권위 있는 옷차림의 힘 상대에게 권위와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데 있어서 명함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옷 차림이다. 누구나 제복이나 군복, 가운이 주는 권위를 느껴본 적이 있으며, 편한 차림으로 관공서를 방문했을 때보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방문했을 때 공손한 대접을 받은 경험이

었을 것이다. 이렇듯 잘 차려입은 정장차림은 권위를 나타내는 데 있어 효과적인 힘을 발 휘한다. 이에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텍사스 주에서 행해진 한 실험에서 실험 자는 한 번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차려입은 정장차림으로, 다른 한 번은 작업복 차림으로 무단횡단을 했는데, 놀랍게도 정장차림으로 신호를 위반했을 때 그를 따른 사람의 수가 작 7) O'keefe, D. J. (2002). persuasion:Theory and Rearch(2nd edn). Newbury Park, CA:sage. Ward, C. D. & McGinnies, E. (1974). Persuasive effect of early amd late mention of credible and non credeible sources, Journal of Psychology, Vol86, 17~23쪽 {Benoit, W. L. & Benoit, P. J. (2010). Persuasive Messages: The Process of Influence. 이희복, 정승혜 역 (2010). 『설득 메시지 – 그는 어떻게 내 마음을 바꾸었나?』. 커뮤니케이션북스. 47쪽에서 재인용}. 8)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기 자신의 도덕적인 품성이나 성격에 관해 말할 때에는 타인의 시샘을 불러일으키거나 너무 장황하게 소개하거나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우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신하여 말하게 하는 것이 좋다” 고 언급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418b (강태완, 앞의 책 63~64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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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업복 차림이었을 때 따른 사람 수의 3.5배가 넘었다고 한다.9) 이렇듯 옷차림이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며,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더 욱 그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차림이 주는 영향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데, 상대방이 그 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수록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상대에게 미칠 수 있으 므로, 조정위원은 조정에 앞서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앞선 설문조사 결 과에서도 심리 당일에 옷차림 등 외모에 신경을 쓴다고 답변한 중재위원이 전체의 93.1% 에 달했던 점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3) 적절한 데이터와 근거의 제시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와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은 주장은 화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내린 결론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전문성과 권위를 부여받기 어렵다. 따라 서 조정절차가 의미 없는 논쟁이나 감정싸움으로 흘러가는 것을 피하고 상대방에게 설득자 의 전문성과 권위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을 진행해야 한다. 설득에 있어서 사례와 통계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어왔다. 그 중 한 실험에 따르면 두 개의 동일한 주장에 있어 하나는 사례를, 다른 하나는 통계를 제시한 결과 사례가 통계 수치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10)

3. 신뢰성과 공신력 - 상대방에게 믿음을 줄 것 1) 신뢰성 있는 주장의 중요성 신뢰성이란 설득하려는 사람이 어느 한 편에 치우치거나 편향됨이 없이 그의 입장과 의견 을 솔직하게 제시하고 있음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조정절차에서 신 뢰성은 매우 중요한데, 조정에 참석한 당사자는 조정위원이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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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계속해서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조정 당 사자에게 조정위원이 ‘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신뢰성 있는 진술의 요건 그렇다면 신뢰성 있는 진술이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 부당한 진술이 가장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진술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느 한 편에 치우치

9) Blake, R. & Mouton, J. (1979). Inetergooup problem solving in organizations:from theory to practice. In W. Austin & S. Worchel. The social psychology, Vol4, 47~61쪽 {Cialdini, R. B. (2001). 『설득의 심리 학』. 21세기북스. 318쪽에서 재인용}. 10) Koballa, T. R. (1986). Persuading teachers to reexzmine the innovative elementary science programs of yesterday: the effect of anecdotal versus data-summary communications. Journal of Rearch in Science Teaching, Vol23, 437~449쪽 {김영석 (2005). 『설득커뮤니케이션』. 나남 출판. 281쪽에서 재인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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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지 않는 공정한 입장을 가진 사람의 진술보다, 말하는 사람이 지지하는 입장이 그 사람의 이익에 반할 때 상대방은 그의 공신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11) 즉 설득자의 태도에 따라 진술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객관적 진술은 주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고 다 른 한 쪽에 호의적일 이유가 없는 자의 진술이고 2) 편향된 진술은 그 진술에 대해 호의적 일 이유가 있는 자가 호의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이며 (재벌이 부자들의 세금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담배회사에서 흡연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 3) 반발진술 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의견을 옹호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들이 의 료수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노동조합 관계자가 노동조합 활동이 물가상승의 원인 이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 실험결과에 따르면 1)의 객관적 진술도 설득력이 높으나, 3)의 반발진술이 가장 설득적이 며 공신력이 높다. 조정절차에서도 직업이나 경력, 신념에 비추어 사안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질 가능성이 큰 사람이 예상 외로 사안에 대해 옹호하는 주장을 펼칠 때 당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조 정 사 례 서울 송파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청인 A씨는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황당 하기 짝이 없었다. 위생 상태가 불량한 식당을 고발하는 취지의 B방송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전경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언급한 문 제의 가게는 A씨의 옆 건물 식당이었는데도 A씨의 식당의 전경이 자료화면으로 나가 는 바람에 마치 A씨의 식당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단골손님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 본인의 식당이 해당 보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정정보도와 영업 손실로 인한 피해액 2,000만원을 배상 하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심리가 시작되고, 신청인 A씨와 피신청인 B방송사의 대리인 C씨에게 중재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중재부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물 었다. ‘제작 시간에 쫓겨 본의 아니게 실수가 있었다. 공익적인 목적의 시사보도였으므 로 이 정도 피해는 국민의 세금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느냐’는 피신청인 대리인 C씨의 태도에 A씨는 매우 격앙되었다. 방송사에서 20년 간 기자로 생활한 바 있는 D중재위 원은 ‘방송의 본래 목적을 생각한다면, 언론사가 더더욱 국민의 인격권 보호에 민감해 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방송사에 오래 있었지만, 방송사가 겸허히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는 게 옳다고 본다’며 언론사 대리인을 타일렀다. 2,000만원을 고 집하던 A씨는 중재부의 설득에 마음이 풀렸고, 입장을 선회한 C씨는 피해를 입은 신청 인에게 죄송하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이윽고 해당 사건은 언론사에서 정정보도 및 손 해배상 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원만히 합의되었다. 만약 위 사례에서 언론사 출신 D중재위원이 ‘방송사의 사정상 본의 아니게 실수가 발생 11) Benoit, W. L. & Kennedy, K. A. (1999). On reluctant testimony. Commuication Quarterly, Vol47, 87~367쪽 (Benoit, W. L. & Benoit, P. J., 앞의 책, 48-49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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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할 때도 있다’며 언론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을까? 양 당사 자 모두 언론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측의 책임을 물었던 D중재위원의 반발 진술을 통해 중재부의 공정성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4. 선의(good will)와 공신력 - 상대방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일 것 1) 선의 -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공감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사람은 악한 사람보다 믿음이 간다. 이것은 사안에 관계없이 실행 이 불확실하며 의견이 나뉜 경우에도 일반적인 진실이다’12)라고 주장했다. 현대의 설득기법 연구에서 선의는 배려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상대방을 염려하고 그에 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선의를 드러내는 것이며, 선의의 반대말은 악 의가 아닌 바로 ‘무관심’인 것이다. 2) 상대방에게 선의를 표시하는 방법 선의는 상대의 말에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드러난다. 대화하는 동안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 고, 시의적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이요?’, ‘그렇군요’라는 식의 표현을 해주면 상대방 은 마음을 열게 된다. 상대방이 방금 전에 한 말을 반복하여 질문하는 형태의 대화법도 효과적이다. 상대방이 ‘그래서 가족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경우 ‘가족들이 알게 되었군 요, 그래서요?’라는 식으로 그 말을 재진술하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표현이 되어 효과적인 설득에 도움을 줄 수 있다.13) 그러나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에게 적절하고도 진심어린 공감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심리에 임하기 전에 조정신청서, 답변서 등 을 통해 양 당사자가 주장하는 바를 세심히 파악해야 상대방에게 선의를 표시할 수 있다.

5. 언어와 공신력 - 확신에 찬 목소리로 명확하게 1) 권위와 전문성을 높이는 언어 사용 상대방에게 권위를 부각시키고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말하는 방식과 목소리 톤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유창하지 않거나, 동일한 단어를 자주 반복하거나, 머뭇거리 는 말을 빈번히 사용할 경우 공신력이 떨어진다. 온화하고 품위 있는 어투로 명확하게 말 하되, 당사자의 연령, 또는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12)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의 윤리학』. 1107b (강태완, 앞의 책, 51쪽에서 재인용). 13) EBS제작팀․김종명 (2011). 『설득의 비밀』. 쿠폰북.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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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목소리의 톤을 약간 낮춘 채 상대방보다 10% 정도 느리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높은 톤이나 빠른 말투는 불안하거나 격해진 감정을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권위를 높이는 언어 사용을 위해서는 다음 과 같은 4가지 언어 습관을 지양해야 한다고 한다. 첫째, ‘글쎄’, ‘아마도’와 같은 주저하는 표현, 둘째,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처럼 메시지의 신뢰도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표현, 셋째, ‘매우’, ‘너무’ 등 강조를 위한 수식어의 과도한 사용, 넷째 ‘제가 아는 것은 별로 없 어도’와 같은 과도하게 공손한 표현 등은 오히려 화자의 권위를 손상시킨다.14) 2) 속담과 격언의 적절한 활용 아리스토텔레스는 격언이나 속담의 활용이 주장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 다.15) 누구나 자신의 개별적인 경험을 격언이라는 일반화된 형태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따 라서 상황에 적합한 격언을 인용하여 말하면 말하는 사람은 좋은 인품을 가지는 것으로 상대 방에게 인식되기 때문에 주장에 윤리적인 성격이 부여되고, 이것이 효과적인 설득으로 이어 질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너무 현학적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격언이나 속담을 활용한다면 자칫 아는 체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당사자의 거부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므로, 널리 알 려진 쉬운 격언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설득 상대방(조정 당사자) 중심의 전략 사람들은 설득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이성과 합리적 사고에 따라 판 단하기보다 중요한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설득 상대방이 보편적으로 어떠한 심리적인 법칙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지를 안다면 상대 방의 설득에 있어 보다 효과적이다. 이하에서는 상대방의 감정과 심리를 이용하여 조정기법 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상호성의 법칙- 역단계적 요청기법 1) 양보는 양보를 부른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호의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다. 즉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으면 그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 끼게 되는 것이다. 샘플 나누어주기 전략, 백화점의 시식 코너, 고객 체험을 실시하는 마케 팅 전략에도 모두 이 상호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같은 이치로, 상대방이 양보를 하면 나도 14) 이현우 (2012). 『한국인에게 가장 잘 통하는 설득전략24』. 더난출판. 253쪽. 15)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1356a {강태완 (2010). 「설득의 원리」. 페가수스. 101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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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그 보답으로 양보를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법칙을 이용하여 상대방 스스로 로 하여금 일종의 ‘빚진’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면 효과적인 설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봉사 단체로부터 매월 2만원씩 기부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키 지 않아 거절을 하자, 그렇다면 그 단체에서 판매하는 녹차세트를 하나만 구입해달라는 제 안을 받는다. 이럴 때, 상대방이 양보를 한 이상 자신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애초에 그 단체의 목적은 녹차세트를 판매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녹차세트를 구입해달라고 하면 거절당할 공산이 크니, 우선 좀 더 큰 요구를 하고, 거절당했을 때 그보다 후퇴하여 작은 요청을 시도해 승낙을 얻어내 는 것이다. 첫 번째 요구에서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두 번째 요구에서 설 득에 이르게 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어쩌면 뻔한 것 같은 이 상호성의 법칙은 생각 외로 큰 힘을 발휘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들은 타인에게 빚을 지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져 가능한 한 빨리 심리적 압박 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에서 받기만 하고 갚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게 되므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자신 또한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사회학자들은 ‘인식의 대조효과’라는 표현으로 상호성의 법칙을 설명한다. 즉, 처음에 받은 요구에 비해 두 번째 받은 요구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는 것이다. 매월 2만원씩 기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마음에 큰 부담을 갖지만, 상대방이 한발 물러나 녹차세트를 구입해달라고 하면 왠지 처음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다시 말해 두 가지 손해 중 첫 번째 손해 와 비교하여 좀 더 작은 두 번째 손해는 쉽게 감수하게 되고, 이것이 양보로 이어진다. 2) 상호성의 법칙을 이용한 조정전략 ① 서로 한 발씩 양보하게 하라 조정에 참석하는 당사자도 이 전략을 이용한다. 즉 최종 요구보다 최초의 요구를 크게 하는 것 이다. 신청인은 최초의 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그 이상의 것을 제시하게 마련이고, 상대방도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그 이하의 것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정위원 역시 이 부분 을 이용하여 당사자가 한 발짝 물러나도록 유도할 경우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할 수 있다. 조 정 사 례 피신청인 A 경제신문사는 ‘웨딩업체들의 과대광고 및 계약 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 등 으로 예비부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면서 웨딩사진 작가인 신청인 B 씨가 웨딩박람회에서 상담 중인 사진을 함께 게재하였다. 보도를 접한 B씨는 자신의 사진이 동의 없이 촬영된 후 부정적 취지의 기사에 함께 게재되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손해배상 1000만 원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하였다. 심리가 시작되자 신청인 B씨는 프로 사진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이 마치 과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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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인 양 보도되어 계약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크다며 청구취지대로의 금액 배상을 고집하였고, 반면 피신청인 A 경제신문사의 대리인인 C씨는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 보도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재정적 어려움, 신입기자의 미숙한 사건처리 등을 감 안해 금액을 다소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청인 B씨의 입장에 변함이 없자 중재부에서는 피신청인 대리인 C씨에게 일단 B씨 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해주도록 권고했고, C씨는 인터넷과 포털사이트에서 문제의 사진이 삭제되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신청 인 B씨는 한 발 물러나 애초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을 다소 조정하는 대신 A경제신문 1면에 ‘해당 사진과 기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정정보도를 해줄 것을 요청했 다. 이에 피신청인 대리인 C씨는 ‘신청인이 손해배상 액수를 다소 낮추어 협의해준다 면 정정보도하겠다’고 양보했으나, 다만 해당 기사가 1면 기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 안해달라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중재부에서는 신청인이 배상 액수를 다소 양보할 의 사가 있고, 피신청인 언론사 역시 정정보도, 기사삭제 등 다른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는 의사가 있음을 고려하여 1면은 아니지만 A경제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 초기화면에 정 정보도를 게재할 것을 권유했고, 당사자 모두 받아들여 원만히 합의되었다. 이렇듯 중재부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조정안을 기준으로 삼은 후 일방 당사자의 양보를 먼저 이끌어내고 다른 당사자에게 ‘상대방이 이만큼 양보하였으니 나도 내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양보를 조금씩 유도, 중재부의 기준점에 가까운 합의를 이끌어내면 효과적이다. ② 당사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알려줄 것 조정에 참석한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잘 알지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 지 못하거나 간과하기 쉽다. 한쪽 당사자만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 하고 자신의 유리한 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파악하기 때문에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지곤 한 다. 이런 때에 중재위원이 상대방이 없는 곳에서 당사자의 불리한 점을 언급해주면 조정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사자로서는 중재위원이 상대방 모르게 자신의 불리한 점 을 언급해 준 것을 일종의 양보로 받아들이게 되고, 본인도 양보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상대방이 없는 곳에서 언급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양 당사자를 모두 앞에 두고 심리를 진행하다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된 다음에는 분 리심리를 적절히 혼합해서 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상대방이 심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시간 배분 등에 있어 차이가 나지 않게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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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정 사 례 한 집회에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왔다가 A인터넷언론사에 의해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이 기사에 실린 신청인 B씨. B씨는 ‘아이를 정치적 목적의 집회에 이용한다’는 보수 단체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못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중재 부는 양 당사자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후 신청인을 퇴장시키고 피신청인 대리인을 따로 불러 언론사가 동의 없이 B씨 및 미성년자인 B씨의 자녀를 촬영하고, 이를 모자이크 등 의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게재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 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 에 대한 언론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였다. 뒤이어 신청인 B씨에게는 B씨가 자발 적으로 집회에 참가한 점, 통상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 장면을 촬영한 경우 초 상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는 점, A사가 규모가 작은 신생 매체인 점 등을 언급하면서 조정절차에서 원만히 합의되지 않을 경우 시간적, 비용적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당사자는 중재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사진을 전

부 삭제하고 손해배상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원만히 합의되었다. ③ 자신의 결정에 대한 만족감과 책임감을 부여할 것 서로 양보하여 합의에 이른 이후, 합의사항의 이행 측면을 살펴보자. 캐나다에서 행해진 실험이 있다. 어느 봉사단체에서 한 그룹의 대학생들에게 일요일 하 루, 정신병원의 환자들과 동물원에 함께 가는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하자 29%가 응했다. 그 러나 또 다른 그룹에게는 처음에는 무리하게 최소한 2년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정신병원 에서 자원봉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서 거절당한 다음, 동물원에 함께 가달라는 작은 요청 으로 양보하자 76%라는 훨씬 높은 승낙률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약속한 날에 실제 로 정신병원에 나타난 비율도 처음부터 약속에 응한 사람보다 거절한 다음 작은 요청에 응 한 사람들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았다는 것이다.16)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당사자의 심리와 관련이 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제시받은 요청에 응한 경우보다 일단 거절한 다음 보다 작은 요청에 응했을 때, 자신이 상대방을 성공적으 로 설득하여 그의 무리한 요구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는 만족감을 얻는 동시에 서로간의 양보를 통해 힘들게 도출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정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합의는 단번에 가장 적절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 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상호 양보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며, 이는 합의된 사항의 적극적인 이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2. 일관성의 법칙 - 자발적 개입 유도의 기법 1) 한번 선택한 것은 버리기가 어렵다 16) Cialdini, R. B., 앞의 책,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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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구감독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른 팀의 타자를 아주 비싼 몸값에 영입했다. 예 상대로 그 타자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여 팀 성적까지 덩달아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감독 은 시즌 내내 그를 4번 타자로 기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직원이 매우 싼 견적에 괜찮은 자동차 를 보여준다. 만족한 구매자가 복잡한 할부 계약서도 작성하고 신분증도 복사하는 등 제반 절차를 밟고 있을 때, 판매자는 ‘사실은 계약에는 이러저러한 옵션이 제외되어 있으니 추가 하셔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결국 그 선택사항을 추가하여 계약을 하고 나면 애초에 제 시받은 금액보다 훨씬 높아지고, 어지간한 자동차 대리점에서도 받을 만한 견적이지만 그럼 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밟아온 절차가 아까워 서류에 서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2) 일관성의 법칙과 설득 유명한 심리학자들은 일관성의 욕구가 인간 행동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동기상태라고 주 장해왔다. 일반적으로 불안이나 변덕은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 요소로 간주되므로, 우유부단 하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보다는 강직하고 일관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 어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들은 일관성 있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동화된 습성에 따라 이제까지 유지해 온 대로 자신의 행동과 신념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즉, 이미 선택한 것을 버리고 다른 해결책을 찾아 방황하는 위험을 쉽사리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 에 먼저 어떤 현안에 대해 마음을 정하면 그 결정을 고수하기 위한 생각과 행동을 보인다 는 것이다.17) 사회심리학자들은 이 일관성의 법칙을 설득에 적용한다. 즉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일 에 조금이라도 개입하도록 이끌 수만 있다면 그 이후에는 일관성의 법칙에 따라 그의 행동 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자동차 매매의 경우가 그러하다. 일단 서면을 통한 승낙이 이루어지면 이후의 절차가 비합리적이고 부당하다고 할지라도 계약자는 자신 의 행동에 구속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첫걸음이 아까워 만 걸음을 간다’는 말이 그래서 나 오는 것이다. 3) 일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조정전략 ① 적극적인 조정참여를 유도할 것 조정은 소송과 달리 당사자가 주체인 절차이므로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 하다.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관성의 법칙을 활용할 수 있는데, 자발적 개입을 증명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당사자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꼭

17) Cialdini, R. B., 앞의 책,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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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가 아닌 ‘꼭 참석해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예, 알겠습 니다’라는 당사자의 답변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강력한 자발적 개입을 유도한다. 나아가 서 면으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좋은데, 조정시작 전에 조정참여의사 확인서를 작성하여 조정절 차에 있어 당사자가 주체임을 인식시키고 서명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② 심리 시작 전에 분위기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 조정 시작 전에는 심각하지 않은 말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지금 기분이 어떠 한지를 물어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당사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질 문에 ‘기분이 언짢다’고 대답하기 어렵고, 일단 ‘기분이 좋다’고 대답한 후에는 일관성의 법 칙에 따라 기분 좋은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유지하게 된다. 앞서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기 때문에 갑자기 화를 내거나 야박한 행동을 보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심리에 앞서 조사관이나 중재위원이 양 당사자를 번갈아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나 경력 등을 언급해주면 조정에 임하는 내내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③ 조정의 장점을 강조할 것 조정절차에 참석한 당사자는 일단 자신이 자발적으로 개입한 조정절차에서 어떻게든 모든 분쟁이 종결되기를 희망하며, 또다른 해결책을 찾아 방황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이러한 심리를 십분 활용해 조정절차의 신속성, 경제성, 합리성, 유연성 등을 강조하고,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비용과 시간의 소모에 비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결론을 얻게 되므로, 이 왕 시작한 조정절차에서 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당사자를 설득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④ 분리심리를 활용할 것 조정 심리 중 어느 정도 대화가 깊어지고 사안이 정리되면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분리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없으면 솔직하게 본심을 드러내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그 이후에는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말로 원하는 내심의 요구사항은 상대가 없는 곳에서 말할 수 있도록 분리심리를 적극적 으로 활용해야 한다. ⑤ 합의는 큰 것부터 차근차근 합의를 할 때에도 이 법칙을 활용할 수 있다. 일단 조정의 큰 틀에 대해 합의를 한 후 이행 시기와 방법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시간의 여유를 갖고 생각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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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것이 좋다. 만일 합의금액에 있어 양측이 의견차를 보인다면 대략적인 범위에 대해서라도 일 단 합의를 유도한 다음 정확한 액수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1)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본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다른 사 람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결정한다. 다수의 선택은 대체로 실수가 많지 않으므로 다수를 쫒 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관념이 우리의 사고 구조 속에 내재되어 있으며, 행동의 옳고 그 름을 결정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18) 2)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 불러온 길거리 살인사건 뉴욕에 사는 제노베스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집 근처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살해당 했다. 대로변에서 3번이나 칼로 공격을 당해 고통 속에 죽어갔지만 놀랍게도 이 장면을 본 목격자 38명 중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두고 언론은 ‘도시생활이 초래한 대중의 무관심’으로 해석하였으나 심리학적인 분석에 의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다수의 목격자가 있어 책임이 분산되므로 이를 구경하는 군중들도 ‘누군가 나서겠지’ 라는 심정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19) 둘째, 상황의 불확실성이다. 현 재 눈에 보이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없다. 일견 위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영화 촬영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냉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그 같은 상황을 서로 보고 있는 38명 모두 위기 상황이 아닌 것으로 단정하여 방관하게 되는 것이다.20) 3)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이용한 조정전략 - 유사한 사례의 결과를 제시할 것 이러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설득에 매우 긴요하게 이용된다. 세일즈맨이 사용하는 전략의 대부분이 본 법칙을 이용한 것인데, 어떤 상품을 소개하면서 가장 인기가 좋다거나, 가장 많이 팔린다는 등의 말을 하면 구매자들이 그 상품을 다른 상품보다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것이므로 여타 제품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이 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평균의 자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평균의 자석’

18) Cialdini, R. B., 앞의 19) Cialdini, R. B., 앞의 20) 심리학자 치알디니는 세요”라고 구체적으로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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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5쪽. 책, 201~202쪽. 긴급 상황에서 구조를 원할 때에는 “거기 검은 모자 쓴 아저씨, 저 119에 신고 좀 해주 지명함으로써 다중의 책임전가 심리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Cialdini, R. B., 앞의 책,


Persuasion & Rhetoric Report 이란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평균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음을 뜻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바 람직한지, 아닌지 여부와 상관없이 표준에 더 부합하는 쪽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한다.21) 이러한 현상은 상황이 불확실할 때 나타나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할 때 두드러진다. 조정절차에 임하는 당사자 역시 마찬가지다. 조정기관에 도움을 구할 정도의 법 적 분쟁이나 권리의 침해는 흔히 발생하는 일이 아니므로, 대개의 당사자는 자신이 어떤 권 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과연 이 절차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유사한 사건에서 유사한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얻어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슷한 사건의 판결이나 조정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관련 유형의 사건에 서는 통상 이런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한다면 당사자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관련 판 례나 조정사례를 미리 출력하여 읽어볼 것을 권유하는 방법은 보다 효과적이며, 이 경우 조 정위원들이 매우 열심히 조정에 임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4. 호감의 법칙 -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1) 공동의 목표를 제시할 것 누구나 안면 있는 사람, 더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 사람 들이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인맥을 넓히고자 하는 이유도 설득의 순간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 설득을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바로 그의 호감 을 얻는 전략이다. 호감을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자신이 함께 노력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함으로써 경계심을 완화하고 상 호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조정절차에 있어서도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당사자들 은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며 조정위원들이 내 편인가 상대의 편인가에 대해 예민 하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조정위원과 당사자들이 문제의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시키고, 조정절차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임을 주지시키는 동시 에 화해와 양보를 강조한다면 성공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2) 경청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시킬 것 조정의 당사자는 대체적으로 ‘억울함’ 또는 ‘분노’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있다. 신청인 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해서 억울하고, 피신청인은 졸지에 나쁜 사람으로 몰린 것 같아서 분하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부드러운 대화나 설득이 이 루어지기 어렵다. 일단은 그들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경청이다. 21) Cialdini, R. B., Goldstein, N. J., Martin, S. J. (2008). Yes. 윤미나 역 (2008).『설득의 심리학2』. 21세기 북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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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사람은 억울하거나 분할 때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하소연하고 싶어한다. 그 분야에 권위 있는 조정위원들이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하는 신청인도 있 다. 당사자가 감정의 해소 차원에서 격한 말을 쏟아놓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에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청을 통해 일단 당사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시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사자보다 조정위원이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이며, 가장 최악 은 당사자를 무시하거나 훈계하는 등의 고압적인 말투이다. 조정의 중심은 당사자이므로 당 사자가 대화의 주인공이 되고, 조정위원은 경청의 주인공이 되어 조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3) 사람과 문제는 분리하라 갈등 해결에 있어 가장 피해야 하는 자세는 문제와 사람을 동일시하여 당사자를 공격하거 나 험담하는 것이다. 상대가 감정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인간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와 갈등에 대한 불평이 사람에 대한 불만 이나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당신의 주장은 이상의 증거에 따르면 이러저러해서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식으로 대화를 유도해야 하고, ‘당신이 잘못이다’라는 식의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져서는 안된 다. 4)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전략 설득의 상대방이 설득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경찰이 용의자의 자백을 받 기 위해 사용한다는 방법을 소개한다.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전략(good cop/bad cop strategy)이다.22) 두 사람의 형사가 용의자를 취조한다. 한 사람은 용의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언급하면 서 매우 냉정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취조하고 용의자가 겁에 질려 있을 때쯤 다른 한 형사 가 다가와 친절하게 그에게 유리한 말을 해주면 후자의 형사가 지극히 합리적이고 친절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 편인 사람이라는 착각까지 하게 되어 보다 쉽게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 언론조정절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재부는 중재부장 및 중재위원, 총 5명으로 구성된다. 한 중재위원이 먼저 당사자의 실수나 잘못, 책임 등을 객관적인 어투로 언급한 후, 다른 위 원이 당사자가 나름대로 기울인 노력을 칭찬해주고 분쟁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 등에 공감 을 해주면 설득에 효과적이다.23)

22) Cialdini, R. B. (2005), 앞의 책, 264~266쪽. 23) 김창룡 전 경남중재부 중재위원도 2012년 중재위원 연수에서 이와 같은 전략을 설명하면서 중재위원간의 팀 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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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체면의 법칙 - 당사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것 1) 당사자의 체면을 살려주는 전략 사람이 언제 어느 때나 합리적이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는 아니다. 때로는 감정에 휩 싸여서 행동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도 자신의 내면은 감추어두고 이성과 논리를 앞세우 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천박하다고 여기는 동양권 의 문화에서는 생각 외로 앞에서 내세우는 주장 이면에 진심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손 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사실은 단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라거나, 상대방이 조정절 차에 끌려나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조정위원이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당사자가 진심으로 바라는 내심의 의도 를 알아채는 것이다. 당사자가 제출한 서면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 요한 것은 심리 당일에 당사자로 하여금 많은 말을 하게 해서 그가 내심의 의사를 털어놓 도록 묻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기술은 상대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인데, 조정위원은 질문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대화의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즉 상대방이 단답형으로 응답할 수 있는 대답 대신에 상대의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열 린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나쁜가요, 좋은가요?’라는 질문보다는 ‘그래 서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질의한다면 상대방의 내심의 의도를 알 수 있다.24) 당사자가 전면으로 내세운 주장이 아닌 본래의 의도를 파악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원하는 쪽으로 권유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신청했지만 본심은 사과를 받고 싶 은 거로군요’라고 노골적으로 정곡을 찌른다면 신청인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당사자 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본래의 결론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 적이다. 조 정 사 례 안경점을 대상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해주는 업체를 운영하는 신청인 A씨는 안경 업계 관련 전문지인 B사의 주간신문에서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공사품질이 낮고 애프터서 비스가 엉망이라는 보도를 접한 뒤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1000만원을 청구하였다. 중재부에서 심리를 진행한 결과, 언론사는 단순히 안경사협회의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 글을 보고 기사화했을 뿐, A씨를 직접 취재하거나 연락한 바도 없었다. 게다가 인테리어 업체 선정 시 주의하라는 취지의 기사에 굳이 A씨의 업체를 실명으로 거론할 필요도 없 었던 것으로 중재부는 판단했다. 중재부는 언론사 대리인을 잠시 내보내고 A씨와 대화 를 나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서로 양보해야 합의가 성립된다는 중재부의 권유에 A씨는 ‘언론사와 나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 배상보다는 우리 업체가 공사를 제대로 한 다는 인식을 다시 심어줬으면 한다’는 내심의 입장을 밝혔고, 중재부에서는 언론사가 해 당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한 후, A씨의 업체를 소개하는 홍보기사를 실어주는 것이 어떠 24) EBS제작팀․김종명, 앞의 책, 78~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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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고 권유했다. A씨는 흔쾌히 응했고, 정정 및 사과보도한 후 A씨 업체를 다시 취재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홍보기사를 실어주는 것으로 원만히 합의되었다.

Ⅳ. 맺는 말 조정 현장은 감정과 각종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는 장이다. 더구나 권리로 인한 다툼 때문 에 심리에 참석한 당사자는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 감정적인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심리와 이를 이용한 설득의 법칙을 활용해야 한다. 설득의 법 칙은 강요나 비난을 동원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이기 때문이다. 조정에 임하다보면 때로 막무가내인 당사자를 만나 고전할 수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좁혀지지 않는 당사자 간의 간극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내심으로 원 하는 바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조정안을 제시하여 양 당사자가 이 에 납득할 수 있도록 인내와 열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조정자의 중요한 자세일 것이 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확신이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설득한다면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정기관은 당 사자를 설득하기 전에 조정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자신이 제시하는 조정안에 대한 확 신을 가지고 조정에 임해야 한다. 진심과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설득 자(조정위원)와 설득상대방(당사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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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주제

「법정의 수사학 - 설득을 위한 변론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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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수사학 - 설득을 위한 변론과 판결

I. 들어가는 말 1. 설득과 수사학 수사학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 독재자가 물러난 시라큐사-그리스 시칠리섬에 있 는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시민들이 독재자에게 빼앗겼던 재산을 찾기 위해 법정에 가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한 것이 수사학의 효시가 되었던 것이다. 이즈음 코락스는 『수사술』을 저술하여 수사학의 포문을 열었고, 이후 소피스트와 아리스토 텔레스에 의해 그리스의 수사학은 그 저변을 확대하였다. 그리스 시대에는 말 잘 하는 법 을 가르치는 학원이 이를 배우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수사학은 그리스 시대의 쇠퇴와 더불어 그 인기가 점차적으로 식는 경향을 보였는데, 다시금 현대에 들어와 그 외연을 넓히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수사학만큼 그 번영과 쇠락의 시대적 편차가 큰 학문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는 수사학의 통시적 변천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좀 더 내밀하게 바라본 역사의 모습과 관 련지어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수사학은 토의나 토론이 활발하였던 그리스에서 시작하였다 가, 신 또는 왕에 의한 일방적 지배가 이루어진 중세로 자리를 옮기고는 점차 쇠퇴하는 모 습을 보였으며, 대중 설득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시대인 오늘날에 점차 부흥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 이와 같다면, ‘말로써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이 허용, 장려될 때 수사학이 융성한다는 가설을 세워봄직하다. 다름 아니라 법정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원하는 것을 얻 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수사학의 시초였다는 점은 위 가설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근 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말을 통한 설득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오늘날에 수사학의 위상이 더불어 높아질 것임을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더욱이 신청인과 피신청인에 대한 설득이 노상 벌어지 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수사학이 가지는 효용성은 더욱 클 수 있다.

2. 변론과 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 기법 연구 한편 수사학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 잘하는 기술”이라고 한 다.1) 수사학에 대한 이러한 정의와 수사학의 역사적 변천을 통해 세운 앞의 가설을 종합하 자면, 수사학이란 ‘말’을 통하여 상대에 대한 ‘설득’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라고 정리할 수 있 1) 하재홍 (2010). 법적 논증의 기초-대법원 판결과 페렐만의 신수사학. 『법철학연구』, Vol.13 No.2, 62쪽, 각 주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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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말’이 상대를 설득하는 말인가에 대한 점 이다. 그리고 이것은 말을 통해 설득과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가장 주 안점을 가지고 다루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에서는 어떤 말이 상 대를 설득하기에 유용한지에 관해 살피기로 하였다. 어떤 말이 설득에 유효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 서 수사의 세 가지 기법이라고 밝힌 바 있는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 를 주된 기준으로 삼았다. 간단히 말하면 에토스란 화자에 대한 신뢰가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파토스란 청자의 감정을 움직여 설득을 이끄는 것이며, 로고 스는 진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논증 능력을 뜻한다. 각각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살 피도록 하겠다. 한편, 오늘날의 수사학 연구대상은 광고, 연설문, 문학 등 실로 다양하나, 본 보고서는 그 연구 대상을 변론문과 판결문으로 정하였다. 변론문과 판결문은 설득의 목적이 뚜렷하 고, 다른 장르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위 세 가지 수사 기법이 두루 활용되는 특 성을 가진 텍스트이어서,2) 설득에 유용한 수사 기법을 연구하려는 본 보고서의 목적에 부 합한다고 판단되었다. 구체적인 연구 대상물을 선정할 때에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적 요소가 다양하게 구현된 변론문과 판결문을 골라, 설득에 유용한 수사 기법을 알아보려 는 본 보고서의 연구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알려진 미국 판결의 변론문 및 오늘날 회자되는 국내의 판결문을 아래 본문과 같이 선정하게 되었다.3) 앞으로 본 보고서에서는 변론문 및 판결문에 나타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적 측면을 발견하고, 이들의 활용례 및 효과에 대해 검토하는 한편, 이를 통하여 효 과적인 설득을 위한 수사기법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II. 변론문4)에 나타난 수사학적 기법5) 1. <카렌 앤 퀸란 사건>(1976년)의 변론문

2) 한편, 이러한 측면은 조정, 중재의 설득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사 기법과도 상당수 접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 중재에서 보이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적 요소를 간략히 살피면, 일단 논리와 법을 떠날 수 없 는 설득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로고스적 측면을 가져야 하고, 양 당사자에게 중재자(중재위원)의 권위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에토스적 측면도 빠질 수 없으며,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마음을 어루만 지고 이들의 감정을 독려하여야 설득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파토스적 요소도 필수적이다. 3) 한편, 변론문은 재판정에서 ‘구두’로 이루어진 말을 기초로 한 것이며, 판결문은 ‘서면’으로 작성된 말이라는 점 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설득을 목적으로 행해진 ‘말’이라는 데서는 일치하므로, 설득을 위 한 수사 기법을 연구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4) 이하에서 제시하는 변론문은 Lief, M. S. & Caldwell, M. H. (2004). And the Walls Came Tumbling Down: Greatest Closing Arguments Protecting Civil Libertie. 금태섭 역 (2006). 『세상을 바꾼 법정』. 궁리. 에서 인용하였다. 5) II. 단락에서 변론문을 분석하는 큰 틀은 김상희 (2008). 설득적 소통으로서의 법정담론. 『법학연구』, Vol.3 을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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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1) 사건 개요 21살의 카렌은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술과 신경안정제를 먹고 의식을 잃어 회복의 가망성 이 없는 영구적인 식물인간 상태라는 의료 진단을 받게 되었다. 카렌은 이후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몇 달간 생명을 유지하였는데, 카렌의 부모는 인공호흡장치를 작동시켜 인위적 으로 딸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신의 의지에 반한다는 생각으로 카렌이 자연스러운 죽 음을 맞을 수 있도록 의사에게 의료장비를 떼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의사가 이를 거절하여 카렌의 부모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청구는 연방대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는 미국의 존엄사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판결이 된다. 2) 에토스(ethos)의 강화, 법에 근거한 청구임을 밝히는 변론의 시작 로스코 파운드(미국의 법학자,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장 역임)는 그의 역작 『법학』 서문에서 “정의는 인류에게 극히 중요한 것이다. 정의를 이끌어 내는 세 가지의 사회통제 수단 은 종교와 도덕 그리고 법이다. 오늘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다”라고 했습니다. (...중략...) 퀸란 가족의 청원은 단순히 인간적인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 다. 가장 근본적인 보통법의 원칙과 미국 헌법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조 퀸란(카렌 앤의 양부, 원고)의 변호인 암스트롱의 변론의 서두는 위와 같다. 암스트롱은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장을 역임한 권위자의 말을 인용하여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여 청자에게 앞으로의 논의가 ‘법’에 기반을 둔 사법적 장르임을 환 기시켰다. 암스트롱이 이처럼 당연한 기본사실을 굳이 시작부터 강조했던 이유는 자칫 자신의 청구 가 연민에만 호도하는 것처럼 비춰질 것을 경계하였기 때문이다. 원고의 청구는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에서 헌법상의 프라이버시권에 따라 인용되기는 하였지만, 그 전의 뉴저지주 판 결에서는 ‘퀸란 부부에 대한 연민과 공감은 비길 데가 없지만, 개인의 감정은 사법적 양 심과 객관성에 우선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기각되었다. 이러한 뉴저지주 판결 내용을 참 고하더라도 자신의 청구가 연민에만 호소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염려하였던 원고의 걱정 이 단지 개인적인 기우는 아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카렌 앤 퀸란 사건>은 뒤에 소개할 <존 헨리 폴크 사건>과 달리 배심 재판이 아니었으 므로 위 변론의 청자는 재판관이었고, 따라서 그는 법적 판단을 내릴 직업적 의지를 이미 스스로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재판관에게 법을 판단의 가장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앞으로 저 사람은 나의 법적 판단과 관계있는 이야기를 하 겠군’이라는 화자에 대한 재판관의 신뢰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암스트롱이 말하게 되는 ‘내용 자체’에 대한 재판관의 신뢰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에토스’와 관련이 있는데, 에토스란 화자의 품성, 지식 등에 대한 청자가 가진 믿음이 진술 ‘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효과를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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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말하면 우리는 더 많이 전적으로 그의 말을 믿는다.”6)고 말한 바 있다. 위 사건의 재판관은 화자의 위와 같은 말로 인하여 그가 ‘올바른 변론의 길’을 걷 는 자임을 신뢰하게 되었을 것이다. 3) 변론 자체의 논증력인 로고스(logos), 삼단논법을 중심으로 법정 장르에서는 변론 자체의 논증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논증력을 ‘로고스’라는 용어로 설명하면서, “연설 자체가 입증하거나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근거”7)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위 논증을 크게 수사적 삼단논법과 예증법으로 분류하였는데, 전자가 연역적 방식에 가깝다면 후자는 귀납적 방식에 가깝다. 이하에서는 연역적 방식과 관련이 있는 생략삼단논법(수사적 삼단논법과 동일시된다)과 연쇄삼단논법, 대증식에 대해서 <카렌 앤 퀸란 사건>의 변론문 및 이러한 논증이 잘 드러 난 판결문의 예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① 생략삼단논법, 전제 하나가 생략된 삼단논법 생략삼단논법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삼단논법(모든 사람은 죽는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에서 전제의 일부가 생략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략삼단 논법의 예로서 “가령 도리에우스가 자신이 승리의 대가로 월계관을 받았다는 결론을 이끌 어내기 위해서는 ‘그는 올림피아에서 승리자였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뿐이다. 여기에 ‘올림피아에서 승리자는 월계관을 받는다’는 말은 생략된 전제이므로 이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라고 하면서, 생략논법의 필요성에 대해 “논리 단계를 다 거치면 진술문이 너무 명백 해서 언어낭비가 될 것”8)이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략이 가능한 전제로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확실한 사실,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일반적 통념, 확실하진 않지만 증거가 될 만한 지표9)를 들었다. 국내 판결문에 나타난 생략삼단논법을 소개해본다. 6) 7) 8) 9)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6a {강태완 (2010). 『설득의 원리』. 페가수스. 40쪽에서 재인용}.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6a (강태완, 위의 책, 90쪽에서 재인용).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9b (강태완, 위의 책, 96쪽에서 재인용). -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표’에 대해 “특수한 것이 일반적인 것에 대해 갖는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 태완은 『설득의 원리』98쪽에서 지표의 쉬운 예로서, 할머니가 “비가 오려나? 삭신이 쑤시네”라고 말할 때 할머 니의 삭신이 쑤시는 특수한 징후가 비가 온다는 일반적인 주장의 전제가 되는 것이라고 예를 든다. - 한편, 김용규 (2007). 『설득의 논리학』. 웅진지식하우스. 74쪽에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재판 장 면을 생략된 지표 개념을 활용하여 재구성하였는데, 이 예가 재미있어 소개한다.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로가 빚 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의 살 한 파운드를 약속대로 떼어가겠다고 하자 판사로 변장한 포셔가 차용증서에는 피를 준다는 말은 없으니 피는 흘리지 말고 살만 떼어가라고 하여 샤일록이 결국 재판에서 패하는 것이 희곡의 주 내 용인데, 김용규는 샤일록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략된 전제 개념을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변론할 수 있었을 것이 라고 소개한다. “살 한 파운드를 뗀다는 조건에는 피도 흘린다는 것이 ‘이미 생략된 전제’로 들어있지요. (...중략...) 아리스토텔 레스 이후 어느 논증에서나 확실한 지표는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을 판사님도 부인하지 못하시겠지요? 판사님께 서 그것이 확실한 지표가 아니라고 주장하신다면, 저는 판사님 스스로 피를 흘리지 않고 살을 떼어보시라고 할 수밖에 없군요. 만일 그렇게 하실 수 있으면 저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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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10) 이는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대한 판결문 중 일부이다. 이는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성전환 자도 인간이다. 그러므로 성전환자도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라는 삼단논법에서 ‘모든 인간 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 다’는 전제가 생략된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확실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략삼단논법의 설득력이 훌륭하다는 데 많은 수사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17세기 프랑스의 문법학자인 피에르 니콜은 『포르루아얄(port-Royal)의 논리학』 (1662)에서 “이런 생략으로 인하여, 논증은 더 강렬하고 생기 있게 된다”고 하였고11), 박성 창은 “생략삼단논법은 청중들로 하여금 불완전하게 생략되어 있는 삼단논법으로부터 완전 한 삼단 논법을 논리적으로 유추하게 함으로써 청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하여 청중 설 득이라는 원래의 목표에 보다 잘 부합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였다.12) 아마도 변론문이 나 판결문 등에서 생략 가능한 사실들까지 모두 적시한다면 지나치게 길어지고 지루해져 읽는 사람이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② 대증식, 각 전제마다 증거를 포함한 삼단논법 대증식이란 전제 하나하나마다 그것을 증명하는 증거를 붙이는 것으로, ‘[전제1, 증거1], [전제2, 증거2], [결론]’과 같은 구성을 가진다. 즉 대증식은 일반적인 삼단논법과 비교하여 삼단논법을 이루는 각각의 전제에 이를 증명하는 증거가 붙은 것이다. 이러한 논증방식은 모든 전제가 참인 것을 증거로써 입증하였기 때문에 대체로 설득력이 높다. 아래는 암스트 롱이 생명유지 장치의 제거가 카렌에게 이로운 결정이라는 것에 대해 변론하는 대목이다. 이 사건에 제시된 증언을 종합하면(←증거1) 우리는 의술이 인간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 며 과학기술은 의술을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의 진정한 역할은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전제1). 카렌의 주치의나 다른 전문의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증거2) 현대 의학에 카렌에게 어떠한 회복 가능성을 제공하거나 혹은 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습니다(←전제2). * 따라서 카렌에 대한 치료 중단을 법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짐

위 변론에는 대증식이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시된 증언을 통하여 의술은 환자의 10) 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11) 김용규, 앞의 책, 55쪽. 12) 박성창, 앞의 책,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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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건강 증진을 위해 행해져야 한다는 전제사실을 입증한 뒤, 카렌의 주치의나 다른 전문의들 의 증언을 통하여 현대 의학이 카렌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치료는 없다는 또 다 른 전제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이 두 개의 전제를 바탕으로 카렌에 대한 치료 중단 권리를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③ 연쇄삼단논법, 두 개의 삼단논법이 합쳐져서 최종적인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 연쇄삼단논법은 전제1, 전제2를 통해 결론1을 생성하고, 이러한 결론1과 새로운 전제4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론2를 도출하는 논법이다. 즉 결론1은 결론2가 도출되는 삼단논법의 구 조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전제3인 셈이다. 이러한 연쇄삼단논법은 아래의 판결문-우리나 라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사건-의 예를 보면 이해가 쉽다. 전제1 : 인간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전제2 :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에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오히려 인 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것이다. 결론1(전제3) : 따라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이른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은 허용될 수 있다. 전제4 : 김할머니는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이르렀다. 결론2 : 그러므로 김할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 (대법원 2009.5.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 * 간략화를 위하여 판결 중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는 생략함

위의 판결 내용을 보면 인간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는데(전제1)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 이른 경우의 치료는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전제2),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이른 경우라면 연명치료의 중단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결론1에 도달한다. 그리고 위 결론1은 새로운 삼단논법의 전제3으로 모 습을 바꾸어,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서 연명치료의 중단은 허용될 수 있는데(전제3), 김할머 니의 경우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으므로(전제4), 최종적으로 김할머니에 대한 연명치 료는 중단될 수 있다는 결론2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증 방식은 청자에게 위 설득이 매우 논리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 설득 효과가 높다. 4) 파토스(pathos), 연민의 유발 ○ 바로 이 순간 세인트클레어 병원에 누워 있는 카렌의 몸무게는 30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고(원래는 52kg정도였음) 본능적인 신경 반사 외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 중략...)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과 희망을 느끼고 평화와 즐거움을 알고 한 가족의 일원이었던 인간에게 이보다 비참한 일이 있겠습니까. ○ 전선과 튜브, 기계 장치로 그럴듯하게 보이기만 하면 죽음도 속일 수 있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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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깨어날 가망도 없는 사람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것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 는 일이 또 있겠습니까. 암스트롱은 동정심을 느끼는 촉수를 의도적으로 헤집는다. 본능적인 신경 반사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뚱이로 병원에 누워만 있는 30kg밖에 안 되는 성인 여성을 생각해보라. 청자는 강한 연민을 느낄 것이다. 누가 이러한 그녀에게 의료장비에만 기댄 생활의 지속을 강요할 마음이 들겠는가. 암스트롱은 청자가 강한 동정심을 가지게 될수록, 당연히 그의 설 득이 더욱 수월해지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설득 요소를 “설득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수용자를 특정한 마 음의 틀에 위치시키는 방법”, 즉 파토스라고 설명하면서, “기쁠 때 내리는 판단과 슬플 때 내리는 판단 혹은 사랑할 때 내리는 판단과 미워할 때 내리는 판단은 서로 같지 않다”13)고 하였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이 달라지면 동일한 현실도 다르게 보여서 상이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와튼스쿨에서 협상코스를 강의하고 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도 ‘진짜 효과적인 협상법은 다른 무엇도 아니라 상대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모든 자산을 증여하겠다는 남편의 합의이혼 요청을 거절했지만 이후 자신의 중재로 합의를 하게 된 한 여자에 대한 실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 여성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남편이 고통 받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이 여성의 관점으로 사건을 살핀 뒤에, 그녀에게 “당신 은 남편의 모든 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남편의 모든 돈을 빼앗을 수 있다”라 고 말하여 그녀가 느끼는 분노의 파토스를 충족시켜줌으로써 합의를 이끌었다.14) 다시 카렌의 사실관계로 돌아가 만일 암스트롱이 카렌의 현재 상태에 대해 “현재 30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카렌은 본능적인 신경 반사 능력이 있습니다. 그녀는 생명유지장치로 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했다면 청자가 느끼는 연민은 크게 감쇄하였을 것 임이 분명하다. 이를 단지 표현의 상이함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접근이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이것이 발생하는 진원지이고, 그 근원지는 바로 상대방의 감정에 대 한 이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설득 과정에서 감정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고 여겼으므로, 그는 『수사학』에서 많은 지면에 걸쳐 분노, 평온함, 우정과 증오, 두려움과 신뢰, 수치심과 파렴치함, 호의, 연민, 분개, 시기심, 경쟁심과 멸시 등 여러 감정 들에 관해 서술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위 감정들 중 연민에 대해 “파괴적이거나 고통을 주는 악덕이 그것을 당할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행해지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부터 연유하는 고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상에게 이러한 연민을 느낀 청자가 이 고통을 없애는 행동으로 나아갈 확률이 연민을 느끼지 않은 청자의 확률에 비해 높다. 그러므로 설득에 성공하기 위해서 화자는 연민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상대편의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뒤에 이러한 파 13)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6b (강태완, 앞의 책, 68~69쪽에서 재인용). 14) Diamond, S. (2010). Getting more. 김태훈 역 (2011).『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8.0. 137~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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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토스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을 선별하는 기법을 구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5) 프레임의 재설정 기법 ○ 안락사는 살인 행위입니다. (피고 측 변론) ○ 영구적인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사람을 대신하여 퀸란 가족이 청구하는 것은 무의미 한 치료 행위를 중단하고 환자가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원고 측 변론)

상반된 입장인 원고와 피고는 생명유지장치의 제거에 대한 해석 자체를 다르게 구성하였다. 존엄사를 반대하는 피고는 이를 살인 행위라고 보았고, 이에 반해 원고는 자연스러운 상태 에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장치 제거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논증에도 영향을 준다. 피고는 장치 제거가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지만, 원고는 치료를 중단하고 나서 심장이 멈추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치료의 중단 에 따른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레임’이란 ‘어떤 일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범주’라는 뜻으로 거프만에 의해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위의 경우와 같이 특정 사건을 아예 다르게 인식, 해석하는 것을 ‘프레임의 재설정 기법’이라고 한다. HIV 보균을 이유로 한 해고(해고된 주인공은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그린 영화인 『필라델피아』에도 프레임의 재설정 장면이 등장하 는데, 주인공의 변호사는 AIDS와 성적 기호에만 맞추어져 있던 재판의 성격을 인간의 기본 권인 만인의 평등으로 변론의 방향을 전환시킨다. 프레임 재설정의 기법은 청중의 사고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도록 유도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 로 논증을 진행하는 데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15)

6) 소결 위 변론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와 관련된 수사 기법들이 녹아있 다. 먼저 에토스적 측면에서 살피면, 청자가 자칫 이 청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의 가 능성을 불식시키는 진술을 통하여 화자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였고, 파토스적 측면 에서는 카렌 앤 퀸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촉발시켜 기계 작동을 통해 억지로 생명을 연 장하는 치료의 덧없음을 자연스레 깨닫도록 하였다. 한편 대증식의 삼단논법을 활용하여 글 자체의 논증, 즉 로고스적 요소를 갖추는 데도 힘을 썼다. 또한 청중의 사고의 프레임을 완 전히 바꾸는 프레임의 재설정 기법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카렌 앤 퀸란 사건>의 판결 이후로 미국 사회에는 여러 변화가 야기되었다. 사회적으로 ‘죽을 권리’가 재조명되어, 198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안락사 선언 발표가 있었고, 생

15) 김상희, 앞의 글,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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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명유지 장치의 거부에 대한 사항들도 법률로 제정되었다.16)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있게 된 원인에는 위와 같은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하여 변론의 설득력을 높이고 사회적 관심을 제고시킨 암스트롱의 변론이 차지하는 바도 있었을 것이다.

2. <존 헨리 폴크 사건>(1957년)의 변론문 1) 사건 개요 1950년대는 자본주의 국가들과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의 냉전기였다. 미국인들의 대다수가 공산주의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당시 분위기에 따라 공화당 상원의원이던 매카시의 지도 아래 공산주의자들과 그 동조자들을 제거하는 단체가 생겨났는데, 시나리오 작가인 빈센트 하트넷과 몇몇 배우들이 만든 ‘AWARE’도 그러한 단 체들 중 하나였다. ‘AWARE’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관련자들 중 특정인을 공산주의자 라고 암시하는 간행물을 발간했는데, 위 간행물에 거론된 자들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 존 헨리 폴크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국 종사자였는데, 그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그 대상자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AWARE’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텔레비전라디오예술가연맹의

집행부

선거에

나서

‘공산주의도

소름끼치는

것이지만

AWARE가 펼치는 매카시즘 전략(반 공산주의 선풍)도 똑같이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선언하 여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그러자 ‘AWARE’는 폴크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임을 강하게 암 시하는 기사를 작성,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폴크는 쇼프로그램의 진행 등 맡고 있 던 방송 일에서 모두 쫓겨났다. 이에 폴크는 ‘AWARE’ 등에 대하여 고의적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2) 파토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① 청중의 호감을 얻는 변론 ○ 여러분은 일상 업무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자리에 계 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 시간에 귀가하지도 못했고 일상생활을 희생당했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결정되든지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 사건에서 배심원 여러분이 얻는 보람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재판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재판의 역사에서 단지 몇몇 사건만이 진정으로 중대한

16) Lief, M. S. & Caldwell, M. H., 앞의 책,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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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갖는데 때때로 그러한 사건은 한 세대에 한 건밖에 없습니다. (...중략...) 저는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는 재판의 역사에서 국 가적으로 아니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의 결정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변론 초반에는 청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더구나 국가에 의해 무작위로 선출 된 이 사건의 배심원들처럼 사건에 대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청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 러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숙의적인 장르17)에서는 청중들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제안자의 진술의 진위만을 증명하면 충분하지만, 사법적인 영역 에서는 흥미와 듣는 즐거움이 개입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판단을 내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18) 오늘날의 연구 결과 중에도 이와 유사한 것이 있는데, 정교화 가 능성 모델에 따르면 발화 주제와 관련성이 높은 청자의 경우에는 메시지 자체의 내용에 주목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청자가 메시지 자체보다는 송신자의 전문성, 매력, 발화 상황 등 주변 요소들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19) 그러므로 이해관계가 없는 자들 을 설득하는 화자일수록 청자들의 호감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폴크의 변호인인 나이저는 본격적인 변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배심원들의 호감을 얻는 것 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배심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 하면서 이들이 현재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사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 려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도 상대에게 공감하고, 상대의 가치 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는 이러한 언사에 대하여 ‘감정적 지불’이라 명명하면 서 설득 부문에 있어서의 그 가치를 인정한 바 있다. ② 청중과 공동의 적을 만드는 변론 ○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 공산주의의 문제는 없습니다. 존 헨리 폴크는 아주 어릴 때 부터 반공주의자였고 아무도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하지 못하였습니다. ○ 공산주의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공산주의를 혐오합니다. 우리 측 증인 전 원이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현명하신 배심원 여러분, 공산주의는 우리나라뿐만 아 니라 자유세계 전체와 관용 정신에 해를 끼치는 적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공산주의입니다. 17)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장르를 숙의적 장르, 사법적 장르, 과시적 장르의 세 장르로 나누었는데, 숙의적 장 르는 정책과 같은 미래의 판단을 다루는 분야/ 사법적 장르는 과거의 잘잘못을 놓고 정의의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분야/ 과시적 장르는 결혼식이나 기념식 등 식장에서 행해지는 연설과 같은 분야를 의미한다. 18) 강태완, 앞의 책, 147쪽. 한편, 이와 같은 숙의적 장르와 사법적 장르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교는, 당시 그리스가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와 다수의 시민이 법관이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민중재판제도를 채택했었던 배 경을 고려해 보면 더 이해가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19) Benoit, W. L. & Benoit, P. J. (2010). Persuasive Messages: The Process of Influence. 이희복, 정승혜 역 (2010). 『설득 메시지 – 그는 어떻게 내 마음을 바꾸었나?』. 커뮤니케이션북스. 3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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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나이저는 변론 초반부에서 폴크가 반공주의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밝히면서 더불어 공산주 의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변론이 이루어진 이유는 이 사건의 요지가 폴크가 공산주의자임을 암시하는 허위 내용의 제보 때문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므로 그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저는 이를 넘어서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적의도 변론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 엇일까? 청중과 공동의 적을 갖는 것이 설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소련과 냉 전 중이었으므로, 미국 국민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배심원들 의 분위기도 이와 비슷했다. 그러므로 나이저는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방 식을 통하여 자신의 의뢰인이 절대 공산주의자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청중 과 공동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청중의 호감을 사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도 사람을 한데 묶는 손쉬운 방법은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20)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두 사람과 관련된 사물, 이 세 요소가 내부적으 로 일치된 상태를 지향한다고 하는 하이더의 균형이론21)에 따라 청자의 관점에서 이 사건 을 살피더라도 청자가 화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상태야말로 균형 잡힌 관계로서 그 지속가 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청자 자신도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화자도 청자와 마찬가지로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상황에서 청자가 화자를 싫어한다면 이는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저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표시하여 공동의 적을 설정 한 것은 청중의 마음에 다가서려는 의도를 가진 변론이었다는 점에서 파토스적 효과를 노 린 것이라 볼 수 있다. ③ 분노와 연민을 일으키는 감정의 유발 나이저는 피고들의 악의에 대한 고발을 통해 배심원들의 분노를 일으키려고 하는 한편, 원 고의 불쌍한 사정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배심원들이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로 하여금 분노와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배심원들은 이 사건의 손해배상액수를 결정할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파토스적 요소는 대체로 사건의 인용/기각 또는 유/무죄의 판단보다는 손해배상 액수의 결정 혹은 형사상 형량 산정 부문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짐작된다.

20) Diamond, S., 앞의 책, 279쪽. 21) 균형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쉬운 예를 소개한다. ‘당신이 마이클 조던을 좋아하고,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 신발을 좋아하고, 당신은 나이키 신발을 좋아하면 그것 은 균형이 잡힌 관계이다. 하지만 당신이 나이키 신발을 좋아하지 않으면 불균형한 관계인데, 여기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당신이 나이키 신발을 좋아하거나,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 신발을 좋아하 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마지막으로 당신이 마이클 조던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Benoit, W. L. & Benoit, P. J., 앞의 책, 240~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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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분노 유발) ○ 피고들은 수십 명의 사람을 파멸시켰습니다. 수백 명일지도 모릅니다. ○ 그들의 행동은 정교한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들이 폴크를 파멸시키려고 한 까 닭은 그래야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 기 때문입니다. ○ 당시 ‘AWARE’는 아역 배우의 출연까지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략...) 다섯 살짜리 어린이까지 말입니다. ○ 하트넷은 일련의 거짓말을 꾸며내고 간행물 초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현재 남아있는 간행물 초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 복사본은 반쪽 분량이 잘려 있습니다. (...중략...) 하트넷 씨는 이 소송이 시작된 다음에 초고를 없애버 렸다는 것입니다. 나이저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조목조목 피고들의 악의를 설명하였다. 나이저는 피고들이 수익을 얻기 위하여 폴크를 파멸시키려 하였고, 피고들에 의한 피해자가 원고 말고도 매우 많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 중에는 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도 있었다고 밝혔 다. 또 심지어 피고들이 소송이 시작된 뒤에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 악의적으로 증거를 인 멸하였음을 청중들에게 알려 배심원들이 이러한 악의적인 피고들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 끼도록 하였다. (동정심 유발) 폴크 씨는 용기를 냈고 그가 겪은 고통은 이 법정에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아버지가 애국심이 없는 사람으로 불리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이웃 사람들은 더는 가 족들을 초대하지 않고, 친구들은 냉정해지고 (...중략...) 집세를 내지 못해서 퇴거 요구를 받고... 빚은 쌓여가고... 나이저는 위와 같이 원고가 피고로 인해 겪은 고통이 심대하다는 것도 자세히 진술한 다. 배심원들은 원고에게 연민을 느낄수록 피고들을 강하게 응징을 하려는 행위로 나아 갈 확률이 높다. 분노와 동정심을 유발하는 나이저의 변론은 큰 효과를 발휘하여 1심의 배심원들은 피고 들로 하여금 원고에게 350만 달러를 배상토록 하였는데, 이는 재판 당시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액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④ 변론 주제와 청자 간의 고리 인식 여러분과 여러분의 이웃은 여러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 런 사람들은 존슨 씨나 하트넷 씨에게 여러분을 밀고할 것이고 존슨씨와 하트넷씨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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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조직을 이용해 여러분의 사업을 망치거나 또는 아무도 모르게 여러분의 고용주에게 편지를 보내서 여러분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 분이 직장을 얻기 전에, 또는 멋진 보도를 하기 전에 존슨씨나 하트넷씨가 여러분을 훌륭 한 시민이 아니라고 밀고하면 생계수단을 잃는 그런 나라에 살고 싶습니까. “논증의 목표는 청중과 명제의 일치를 이루어 내거나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치란 실제로 연사와 청중 사이의 정신적인 교류를 전제한다.”22) 나이저는 이 사건과 같 은 피해가 얼마든지 배심원 또는 배심원의 이웃들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청중들 이 위 사건과 청중들 간의 접점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윌리엄 베노이트는 특히 무관심한 청중들을 설득하는 경우에 청중 구성원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을 알려주어 청중들을 토픽의 장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보았다.23) 이에 의하면 호의적인 청중의 경우에는 청중이 위 명제로부터 영향을 받는 위치 에 있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성이 낮다. 그런데 재판 배심원의 경우에는 적어도 이러한 호 의적인 청중들이 모인 자리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성공적인 판결을 위해서 변호사는 여러 모로 화자의 주제와 청자 간의 고리를 인식시켜 주는 작업을 반드시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사적 기법을 통해서 청자는 들리는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이로써 청자 가 이 사건 사태를 인지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한층 더 강렬해질 것이다. 3) 로고스, 예증법과 대조의 활용 ① 예증법, 유추에 의한 논증 변론 자체의 설득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 외에 예증법이 있다. 예증 법이란 유사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일종의 유추에 의한 논증법 인데, 설득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한 훌륭한 사례들을 찾아내는 기술을 의미한다.24)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증법에 대하여 “예증은 귀납법과 같은 방식으로 대상을 처리한다. 그 러나 귀납법처럼 부분이 전체에 관계를 갖거나, 전체가 부분에 관계를 갖거나, 하나의 전체 가 다른 전체와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예증법은 관계를 맺는 두 부분이 같은 영역에 속 하거나,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잘 알려진 경우에 한해서 부분이 부분에 관계를 갖거나, 유사한 것이 유사한 것에 관계를 갖는 것”25)이라고 하였다. 이는 귀납법이 보편적인 결론을 낳는 방식으로 진리를 확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예증법은 보편적인 결론 없이 사례 와 사례 사이의 비교나 유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수사기법의 일종이라는 뜻이다.26) 22) Perelman, C. (1997). L‘empire rhétorique. Librairie Philosophique J. Vrin,. 23쪽 (김상희, 앞의 글, 207 쪽에서 재인용). 23) Benoit, W. L. & Benoit, P. J., 앞의 책, 213~214쪽. 24) 박성창, 앞의 책, 61쪽. 25)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7b (강태완, 앞의 책, 101~102쪽에서 재인용). 26) 강태완, 앞의 책,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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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예증법을 앞서 일어난 사실들을 인용하는 역사적 예증법과 예 증 자체를 만들어내는 허구적 예증법으로 분류하고, 후자를 다시 비교와 우화로 나눈다. 아래 변론은 상대방 변론의 문제점을 청중들에게 설득시키고자 나이저가 청중들이 이해 하기 더 쉬운 예로 각색하여 제시한 것이다. ○ 이 재판에서 최악의 순간 중에 하나는 피고들이 몇 시간에 걸쳐 제 의뢰인을 신문 할 때였습니다. “당신은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아이나 메이 불이라는 장소를 압니 까?” “그곳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모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그곳에 참 석했습니까?” 그 대답은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였습니다. 아이나 메이불이라는 곳 을 질문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중략...) 이것은 마치 여성을 증인대에 세 운 다음에 아무 근거 없이 “당신은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 습니까?”라고 묻고 나서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증거도 없이 그러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에게나 “볼티모어에서 은행 강도질을 한 일이 없습니까?”하고 묻고는 그냥 잊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종류의 비난을 하려 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위에 제시된 변론문은 상대 변호인이 폴크에게 아무 근거 없이 공산주의 모임에 참석했 느냐고 질문하여 비록 폴크가 이 모임이 열렸던 사실조차 모른 것이 진실일지라도 배심원 이 폴크가 마치 공산주의 모임에 참석한 것이 진실인 것 같은 선입견을 갖도록 유도한 이 신문에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나이저는 이 신문과 유사한 다른 상 황을 만들어 배심원들에게 제시하였다. 나이저가 각색한 상황은 바로 앞에 있는 배심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떤 여성을 증언대에 세우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냐고 묻는 경우가 부당하다는 것을 깨달은 배심원들은 이와 유사한 형식으로 신문한 피고 측 변호인의 변론 역시 부당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대전제-소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연역법보다 청중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유사한 예를 제시하는 예증법이 어떤 경우에는 청중에게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생략삼단논법에 비해 예증법에 근거한 논증이 더 설득적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27) ② 주장하는 바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대조 기법 명예훼손은 평판과 인격에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교통사고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피해자의 육체를 다치게 할 뿐입니다. 뼈가 부러지는 사고라고 한들 평판과 인격에 상 처를 입는 것보다는 가볍습니다. 교통사고에 주어지는 손해배상은 치료비와 위자료, 치 료받는 동안의 소득에 대한 배상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은 가해자가 악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괴롭힌 것이라면 또 다른 종류의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27)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1356b (강태완, 앞의 책, 106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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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대조의 기법도 효과적인 설득에 도움이 된다. 이는 법정 담론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법이다. 이 사건에서 나이저는 명예훼손이 끼치는 피해의 심각성을 설명하고자 교통사고와의 대 조기법을 사용했는데, 명예훼손은 교통사고와 달리 가해자의 의사가 더 의도적이고 악의적 인 경향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의 배상 체계는 교통사고의 그것과 달라야 할 필요성이 존재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의 의사는 충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이상 피고들 은 당연히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무도 져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이러한 대조기법은 마치 보색끼리 있을 때 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같이 설명하고 자 하는 내용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가 있어서 설득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다. 4) 에토스, 권위에의 호소 실제로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손해배상액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략...) 이에 우리는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계의 저명인사 8명을 전문가 증언으로 내세웠습니다. 피고 측은 한 명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나이저는 주장의 설득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의 권위에 호소했다. 발화자의 전문성을 신 뢰하여 그가 하는 주장을 믿게 되는 효과를 에토스라고 한다. 청자가 발화 주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을수록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문 가들의 증언을 신뢰하고 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나이저는 피고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방송인인 폴크가 입은 피해 부분은 배심원들이 잘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았고, 나이저 자신도 잘 몰랐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명성을 가진 방송계 인사 들의 증언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증언을 대략적으로 살피면 서스킨드는 방송업계는 굉 장히 민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연예인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문이 있으면 이는 경력에 치명적일 것이라 증언하였고, 디클러도 같은 취지로 증언하였으며, 마크 굿슨은 폴 크가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면 15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고 증언 하였다. 청자들은 이러한 증언을 통하여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하여 폴크가 겪었을 고통과 손해를 더욱 확신하였을 것이다. 브르통은 권위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학문적·기술적·도덕적·전문적 능력이 지닌 권위,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지닌 권위,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즉 증언이 주 는 권위가 그것이다.28) 이 사건의 증인들의 권위는 오랫동안 방송계에 종사하며 축적된 경 험이 주는 두 번째 유형의 권위에 해당한다. 무려 8명의 전문가 증언을 들어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 나이저의 선택은 배심원들이 결정한 손해배상금액이 상당하였다는 점에서 훌륭한 판단이었다. 배심원들은 증인이 가진 권위로 인하여 증인들이 하는 증언 내용을 더욱 신뢰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28) Breton, P. (1996). L’argumentation dans la communication. La Découverte. 51쪽(김상희, 앞의 글, 214 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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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결 나이저의 변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 기법이 다양하게 활용된 변론의 또 다른 좋은 예 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 변론문에서 활용된 파토스적 수사기법을 보면, 나이저는 배심원의 노고에 대해 치하하고 배심원과의 공통된 적을 설정하여 배심원이 화자 자신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도 록 만들어 화자가 하는 말에 더욱 잘 공감하도록 한다. 이러한 나이저의 사전 작업을 기초 로, 이 사건 배심원들이 느끼는 분노 및 연민의 감정은 증폭된다. 이와 같이 촉발된 배심원 의 감정은 변론 주제와 청자 간의 고리를 인식시키는 기법을 통하여 유지, 강화될 수 있다. 또한 로고스적 측면에서는 유추에 의한 논증인 예증법 및 대조기법을 사용하였는데, 예증법 은 사건과 유사한 경우를 만들어 청자의 설득을 돕고자 하는 기법이고, 대조기법은 설명하 고자 하는 내용을 대조항을 통해 정리하거나 더욱 강조하여 설득 주장을 강력하게 강조하 는 기법이다. 마지막으로 에토스적 측면에서 살피면, 배심원들은 권위 있는 자들, 즉 증인 로부터 나온 증언의 내용을 신뢰하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이 나이저의 변론에서는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적 기법이 조화롭게 활용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III. 판결문에 나타난 수사학적 기법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내릴 의무와 더불어 판결문 자체로서 국민을 설득할 의무도 가지 고 있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에 대한 의무도 있지만 아울러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 라는 국민적 열망을 충족해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소개하는 판결문은 딱딱 하지 않은 독특한 판결문으로 회자가 되었던 판결문이다. 위와 같은 수사기법을 활용한 아래 판결문의 효과와 의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대전고법 2006. 11. 1. 선고 2006나1846 판결문 1)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었던 고령의 무주택자(피 고2)가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피고1)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 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왔는데, 원고 대한주택공사가 위 고령의 피고2를 임대주택의 우 선분양권리가 있는 임차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2가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주장하 고 있는 사안이다. 1심은 원고의 위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2심은 임대주택법의 입법취지 및 여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된다고 하여 1심을 파기하고 원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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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예증법, 유추에 의한 논증

가장 세심하고 사려 깊은 사람도 세상사 모두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 장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법도 세상사 모든 사안에서 명확한 정의의 지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법은 장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 두는 일종의 기성복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예상을 넘어 팔이 더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미리 만들어 둔 옷 치수에 맞지 않다고 하여 당신의 팔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니 당신에게 줄 옷은 없다고 말 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옷의 길이를 조금 늘이거나 줄여 수선해 줄 것인 가? 우리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원이 어느 정도 수 선의 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회가 만든 법률을 법원이 제멋대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이 의도된 본래의 의미를 갖도록 보완하는 것이고 대한민 국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체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중략...) 이 법원을 구성하고 있는 세 명의 판사는,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의 ‘임차인’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 이 사건 사안과 같은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사정을 참작하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중략...) 그리하여 피고2가 이 사건 임대주택에 관하여 우선분양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 를 보았다.

재판부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의 제정 및 해석 문제를 기성복 제작과 옷 수선의 과정 에 유추하였다. 미리 제작한 기성복이 체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몸에 맞게 수선하 는 것처럼, 법률도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걸맞도록 해석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 증법의 예로서 “행정관을 제비뽑기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육상선수를 신체적인 능력이 아니라 제비뽑기로 선출하는 것과 같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 바 있는데29), 이와 같이 유추에 의한 논증법이란 덜 알려진 본 사안을 잘 알려진 유사한 다른 부분과의 비교를 통하여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교의 예증법은 국민들로 하여금 법적 쟁점을 쉽게 이해하고 판결 선고의 결과 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가진다. 모든 판결문이 이러한 예증법을 활용하는 것 은 아닐 텐데, 이 판결문에서 이러한 수사기법을 활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건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및 임대차계약서(처분문서) 상에 임차인으로 표시된 자 모두 피고1(딸)이었다. 이러한 경우에 과연 누구를 임차인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하여 판례의 기본 입장은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와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를 기초로 당사 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대법원 2012.11.29.

29) 강태완, 앞의 책,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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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선고 2012다44471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당연히 임차인은 피고1이다.30)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안을 위와 같이 판단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선 임대주택법 제15조제1항제1호(당해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우선분양권리를 가진 자로 본다)를 통해 추론되는 위 법의 입법취지는 한정된 자원을 분양함에 있어서 무주택자인

서민과 실제 거주하는 실소유주를 고려하라는 것인데, 무주택자이면서 위 주택에 거주해 온 피고2에게 우선분양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보았다. 또한 임대차 계약 당시 피고2의 아내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심한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어 피고2가 잠시도 아내 곁을 떠나지 못했기에 피고1이 이러한 아버지 피고2를 대신하여 계약 을 체결하였던 사정이 있었을 뿐이고, 피고1은 번잡함을 피할 단순한 생각에서 자신의 명 의로 계약서를 작성하였을 따름이지 이를 통하여 불법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인 규제를 회 피하기 위한 의도도 전혀 없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사정이 있으므로 계약 당사자의 의미에 대하여 형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 사건은 기성복 사이즈와 안 맞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재판부는 기성복을 수 선할 필요가 있었고, 이런 필요성에 대해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유추의 수사기 법을 활용하여 국민을 설득하고자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원고는 피고 측이 딱하다고 하여 임대주택을 분양해주면 이 판결은 향후 근거 없는 분양을 주장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므로, 위 고등법원으로서는 원고의 염려를 불식시킬 필요도 있었다. 이 러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예증법의 활용은 유효적절한 수사법이었다. 예증법을 통하여 국민 들은 몸에 잘 맞게 옷을 수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상황에 잘 맞게 법을 해석하는 것 도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재판부는 위 판결이 ‘임대 주택법’의 용어에 실질적이고도 살아있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안에 대해서까지 임대주택법의 정책적 목표와 계획을 달성시키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 하였다. 3) 연민을 부르는 파토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 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31) 30) 설령, 행위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도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다면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계약 당 사자를 확정해야 한다는 판례 취지(대법원 2012.10.11. 선고 2011다12842판결 참조)를 이 사안에 원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들의 내심 의사가 일치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으 므로 내심 의사를 기준으로 계약당사자를 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여러모로 피고2를 임대차 계약 의 당사자로 보기 힘든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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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한편 이 판결문은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연민의 감정을 부르는 파토스 기법 을 활용한다. 청자는 판결문을 통해 엄동설한에 집에서 쫓겨나 길가에 나앉은 칠십 노인의 불쌍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가을의 풍요로운 정경과의 대조는 감정의 증폭을 가져온다. 강한 연민의 파토스를 가지게 되는 청자는 위 판결을 지지하는 쪽에 서고픈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위 판결문에서는 “자녀들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터라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자녀, 손자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혼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라는 대목 도 등장한다. 이 문구는 청자로 하여금 이 사건이 비단 피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겪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여 청자의 연민의 파토스를 더욱 강 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2. 서울고법 1996.12.16. 선고 96노1892 판결문 1) 사건 개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고, 이후 위 군부세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세력은 김영삼 정권에서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되었다. 1심은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하 였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아래에서는 ‘항장불살(降將不殺)’의 사자성어로 유명한 2심 판결문 중 일부를 살핀다. 2) 파토스의 강화, 사자성어의 인용 피고인 전두환은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여 하극상의 방법으로 군의 기강을 파괴하였고, 5·17 및 5·18 내란을 일으켜 힘으로 권력을 탈취하면서 많은 사람을 살상하고 군사통치의 종식을 기대하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으며, 불법으로 조성한 막대한 자금으로 사람을 움직여 타락한 행태를 정치의 본령으로 만들었다. 그 죄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중 6·29 선언을 수용하여 민주회복과 평화적 정권교체의 단서를 열은 것은 늦게나마 국민의 뜻에 순종한 것이다.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 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일은, 쿠테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 라 하였으니 공화를 위하여 감일등하지 않을 수 없다(전두환에 대한 양형사유 부분).32) 위 판결문은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1심의 사형 선고를 2심에서 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하 였는지를 밝힌 부분이다.

31) 위의 판결. 32) 서울고법 1996.12.16. 선고 96노189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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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위 재판 선고 당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판결이었던 탓에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적 관 심이 지대하였다. 그러므로 1심에서 내려진 사형 선고를 감형하는 것은 재판부로서 큰 결 단이 요구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형을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판결문에서 대통령 재임 중 평화롭게 정권 교체를 이룬 이상 권력의 상실 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 문화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판결문으로서는 독특하게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는 항장불살(降將不殺)의 사자성어를 인용하면서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양형사유 부분을 마무리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자성어를 인용하였던 것일까. 이에 대하여 당시 재판장이었던 권 성 재판관은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은 안 된다고 판단했다. 피로써 피를 씻는 악 순환을 끊어야 하며 어디서든 그 고리를 끊어야 했다”면서 “항장불살이란 표현은 국가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인 만큼 감형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다 보니 인용하게 됐다. 사회분위기를 진정시키고 평화롭게 마무리하기 위해 많은 고심 끝에 항장불살을 선택 했다”33)고 말하였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판결문 작성을 위한 위 재판부의 치열한 고심은 헛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권 재판관은 “판사실로 선고에 대한 항의 전화가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 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오히려 굉장히 용기 있는 판결이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34)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사자성어가 격언에 속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인데, 일찍이 아리스 토텔레스 역시 이러한 격언의 효용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격언이란 행위와 관련하여 선택되거나 피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일반적인 것인데, 청중 들은 웅변가가 이러한 일반적인 격언을 통해 이야기할 때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 였다. 또한 격언은 정의에 기초하여 있고, 이미 사회적인 합의가 마쳐진 것이라고 볼 수 있 기 때문에 격언을 사용하면 연설에 윤리적인 성격이 부과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35)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더라도 이 판결문에서 사자성어를 인용하여 국민을 설득 하려 한 것은 매우 적절한 기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자성어의 활용으로써 국민들은 이 판결문이 정의롭고 윤리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절한 격언의 활용 은 청자를 설득하는 데 큰 효용가치가 있다.

IV. 맺는 말 지금까지 법정 담론에서 나타난 다양한 수사학적 기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들 담론에서 화자에 대한 신뢰가 글 내용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에토스, 수사적 삼단논법 및 유추에 의한 예증법이 포함된 로고스, 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파 33) 윤상원 (2007. 8. 28). [인터뷰]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권성 변호사. 법률신문 4면. 34) 유지혜 (2007. 8. 2).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서울신문 11면. 35) 강태완, 앞의 책,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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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토스와 관련된 다양한 수사기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주로 표현의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지만, 수사학의 범위는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할지 착상하는 방법 및 이들 말을 어떤 순서로 배열할지에 대해서도 수사학은 광범위하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수사학은 ‘말 하는 것 그 자체’와 관 련한 것이라면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한편 수사학 연구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바 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을 일종의 ‘기술techè’로 보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사학의 특 징 중 하나가 교육에 의해 획득되고 전수될 수 있는 능력36)인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수사학이 문학과 다른 점이다. 기술이란 갈고 닦을수록 연마되는 것이 아니던가. 향후 지속적인 수사학 연구를 통하여 조정자와 당사자 간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효율적인 분쟁 해결의 체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36) 박성창, 앞의 책,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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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원 기 고

「경청으로 시작하여 합의로 매듭짓기」 장현우 (서울제8중재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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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으로 시작하여 합의로 매듭짓기

장현우 (서울제8중재부장, 변호사)

1. 들어가며 언론중재위원회는 대립하고 있는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개입하여 조정, 화해에 이르도 록 하여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분쟁 당사자 사이에 개입하여 짧은 시 간 안에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고, 다양한 의견과 대립적인 견해 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신중하고 계산된 접근이 요구된다. 조정과 중재절차 에서는 중재위원 각자의 가치관과 기준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아래에서는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설득 및 수사기법을 제시하도록 한다.

2. 조정과정에서의 설득 및 수사기법에 대하여 조정과정에서는 분쟁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이를 기초로 해서 신청인, 피신청인에게 접근하여 하나의 통일된 결론을 도출하여야 한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접 근만으로 분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진정한 의사는 무엇인지 이들 의 진의와 진심을 읽어내려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보도로 인해 피 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신청인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설득과정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 각한다. 1) 진술을 경청하는 태도와 분위기 조성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안하고 자유스럽게 진술하는 분위 기를 조성해야 한다. 심리 중 당사자와 눈을 마주치고, 겸손한 태도로 당사자가 주장하는 바를 경청하는 작업이야말로 신청인, 피신청인의 진의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것이다. 초반에 이러한 작업에 실패하는 경우 조정이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당사자가 중재부 앞에서 진술하고 있는데 중재위원이 신청서 내용이 나 보도 기사 등을 확인하느라 당사자를 쳐다봐주지 않으면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중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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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의 조정 과정 진행이 상당히 어려웠음은 물론이다. 중재위원들의 시선과 자세, 단어 하나에도 태도가 좌우되는 것이 신 청인과 피신청인이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진술을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2)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파악 및 사전 준비 먼저 조정신청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 사건 심리에 할당되 는 시간은 대략 30분 내외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주 장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처음 접하거나 생소한 전문분야에 대한 분쟁인 경우 각 쟁점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중재위원 들이 조정신청 사건의 사실관계나 신청서 검토 시 고민되었던 부분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 연구한 경우 조정이 한결 쉽게 진행되었다. 한편 ‘신청서를 충분히 검토하였다’, ‘심리 전 중재위원들과 논의를 하였다’, ‘사건 동영상 을 수 차 보았다’는 등 사건 파악을 위해 중재부가 상당히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적당 한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알리면 효과적이다. 3) 사건 쟁점 제시 및 접근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진술을 들은 후 중재위원들이 사건의 쟁점을 정리, 다시 한 번 제 시하는 것도 당사자 설득을 위한 기법이다. 사건의 쟁점을 명쾌하게 제시하면 사건 파악에 대한 정도 및 향후 심리의 진행 방향도 상호 간에 확인, 공유되어 설득이 쉬워진다. 이러한 쟁점의 제시 없이 심리가 진행되는 경우 논점이 흐려지고 당사자 간 감정 다툼만 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이러한 쟁점 제시 과정을 통하여 중재부가 사건에 대해 자칫 오 해하는 것도 방지할 수도 있다. 당사자는 중재부의 쟁점 제시가 자신의 진의와 차이가 있 을 경우에 적극적인 항변을 할 것이고, 중재부는 이를 통하여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 기 때문이다. 4) 당사자별 교차, 분리 심리 진행 심리를 진행할 때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함께 심리실에 있는 경우보다는 어느 한 쪽을 퇴정 시킨 후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제한된 심리 시간 안에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분 리, 교차하여 의견을 따로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차하여 진행하는 경우 당 사자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며 결론에 보다 쉽게 접근한다. 당사자도 자신의 진술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중재부도 사건에 대한 중재부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조정에 적극적 으로 임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교차, 분리하여 심리를 진 행하는 경우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건이 복잡하여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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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쫓기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교차심리는 가능하다면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5) 총괄 합의보다는 부분 합의로 언론조정 사건은 그 내용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거나, 동일한 내용에 대하여 다수 언론기관 을 상대로 하거나, 또는 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청구와 손해배상청구가 병합되어 진행되는 등의 경우가 다수 있다. 이런 경우에 꼭 총괄적인 합의를 고집하기 보다는 부분적인 합의 를 유도하여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가 이루어지는 경우 신청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취하할 것을 권유하거나 함께 손해배상 액수를 정하기보 다는 사건을 분리하여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는 먼저 종결짓고, 손해배상에 국한하여 심리를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근 정정, 반론과 손해배상청구가 병합된 사건에서, 정정보도 나 반론보도보다는 작은 금원이라도 손해배상을 원하는 것이 신청인 진의인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이 때에는 사건을 분리하여 손해배상에 집중하여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심리진행이 될 것이다. 무거운 짐을 모두 짊어지고 가는 것보다는, 가능하다면 분리하여 일 부 내려놓고 가벼운 나머지 짐을 가지고 가는 것이 설득에 이르기 쉽다. 6) 증거 조사 등을 통한 설득력 확보 중재부의 단순한 의견 제시만으로는 당사자가 중재부의 조정안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종 종 있다. 이러한 경우 증거 조사를 통해 설득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사 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건의 경우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여 납득시킬 필요 가 있다. 신청인이나 피신청인이 중재부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이들에게 적극적 으로 제출을 요청, 독려하여야 한다. 자료제출 과정에서 신청인이 신청을 취하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신청인과 합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사자 간 합의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쉽게 조정불성립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증거 조사를 실시하거나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 하는 등 설득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7) 피신청인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적극적 개입과 지적 조정사건의 신청인은 상대적으로 피신청인보다 열세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 으며,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도 그러하다. 또한 피신청인의 경우 취재상 과실이나 미흡한 점 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인정하기보다는 관행적으로 취재의 동기, 공공의 이익, 위법성 조각 등을 주장하며 책임이 없거나 할 바를 다하였다는 식의 형식적, 소극적 항변을 한다. 이러 한 경우 중재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피신청인의 태도와 주장에 문제가 있다, 신청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라’고 지적하면 당사자 설득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신청인의 입장 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는 언론기관에 대하여 잘못을 지적하는 중재 부의 개입에 상당한 심리적 만족을 느끼게 되며, 이로 인해 정정보도를 반론보도로 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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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다든가 손해배상 액수를 경감한다든가 하는 식의 설득을 위한 기초가 형성되는 경험을 자 주하였다. 8) 조정 절차에 대한 설명과 이해 당사자가 중재부가 권하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손해배상 액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만 의 주장을 고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바로 조정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언론조정・중재제도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 다. ‘언론조정・중재과정은 심리 진행에 시간적인 제한이 있기에 신청취지를 전부 인용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과 비교하여 비용이 들지 않고 짧은 시간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는 등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조정 절차의 취지를 설명하고 당사자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 의외로 수긍하고 설득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청인, 피신청인의 입장과 의견에 대한 중재부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위원회의 입장과 절차, 의견에 대한 신 청인, 피신청인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의외로 설득에 효과적이다. 9) 조정불성립 후 예상되는 법원절차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상호 협의를 통하여 일정 부분 이상 합의에 도달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신청취지 그대로의 정정보도와 일정 금원 이상의 손해배상만 고집하는 신청인, 일정 금원 이하의 금원 배상만 을 주장하는 피신청인이 존재하는 경우, 바로 조정불성립으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이러한 경우 민, 형사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설득 방법이 된다. 향후 예상되 는 소송 진행기간, 입증책임, 인과관계, 손해배상 액수 등 법적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 는 경우, 당사자 설득에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10) 중재부의 의견 피력 당사자에게 사건에 대한 중재부의 심증이나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도 당사자 설득을 위한 기법 중 하나이다. 중재위원들이 사건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일정한 결론에 도달하였음을 심리 중 당사자들에게 피력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정정보도가 필요한 사건임을, 또는 정정 보도가 쉽지 않음을, 손해배상이 있어야 함을 심리진행 중 진지하게 피력하여 효과적으로 조정에 이른 경우가 있었다. 11) 신청취지 외의 다양한 방법 모색 신청인의 신청취지에만 근거하여 심리를 진행하다 보면 간혹 효율적인 사건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필요한 경우 신청취지 외에 ‘기사 삭제’, ‘PR보도’, ‘알림보도’, ‘홈페 이지 상 보도문(정정, 반론) 기재’ 등 다양한 해결 수단을 통한 조정 진행가능성을 타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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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on & Rhetoric Report 필요가 있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진의를 파악하고 다양한 합의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법에 정해진 방법이 아니라고 하여도 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었다면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최선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12) 다수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총액을 기준으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다수의 신청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을 자주 접한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구분 하여 접근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만약 신청인 별로 집중하다보면 전체 사건을 균형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건의 특성과 내용을 파악하여 전체 손해배상 금 원의 총액을 먼저 결정한 후 접근하면 효과적이다.

3. 맺으며 위에서 중재위원으로서의 경험에 근거하여 설득 및 수사기법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았다. 앞 에서 살펴보았듯 효과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들어야 하며, 당사자들이 편하 게 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후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면 원만한 합의가 따라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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