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E& Vol.11: JUNG YONG 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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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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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F eb rua r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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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셔츠 모두 김서룡옴므,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do you know

me? 인터뷰 도중에도 친절하게 모든 질문에 답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를 보여준 남자의 음악과 인생, 그리고 호머 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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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by Lee Jin Hyuk (koi works) editor by kang myung seok art directing by jung myoung hee


니트 시스템옴므, 팬츠 갈리아노, 슈즈 반스


“나 이런 곡 써요” 이렇게 자랑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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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다 해볼 수 있는 나이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나한테 어울리는 걸 찾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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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랑방, 팬츠 김서룡옴므,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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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셔츠 모두 김서룡옴므,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홀로그램]을 보니까 정말 혼자 있는 거 좋아하더라. 정확히는 혼자 먹고 자고

앨범의 ‘마지막 잎새’ 같은 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끄적였다.

하는 거. 제작진이 당황해서 콘셉트를 바꿨다. (웃음)

무슨 일이 있어서 힘을 받으면 받는 거고, 없을 때는 없는 대로 계속 쓰게

정말 당황하시더라. (웃음) 천성 자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물론 많은 걸

된다. 어차피 음악을 길게 할 거니까 천천히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기분이다.

경험해보고 얻을 수 있는 감성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 때문에 굳이 뭔가를 하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1, 2년 전에는 취미생활에 대한 고민도

그래서 솔로 앨범은 더 무겁고 어두워진 것 같다. 밴드로 음악 할 때보다 자기감정

있었다. 남들은 놀러 다니는데 왜 나는 취미가 없지? 그래서 한 1년 정도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취미도 찾아봤는데 없더라. 혼자 작업실에 앉아 있는 게 취미가 된 거 같다.

한 해 한 해 많은 일을 겪으면서 기분이 다운될 때가 많았다. 그런 경험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살리고 내 정서대로 곡을 쓰다

내 바깥에서 큰 사건이 생겨서 곡을 쓸 수도 있지만, 그런 걸 억지로 만들

보니까 더 가라앉은 감정이 나온 것 같다. CNBLUE 때는 멤버들 취향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어떤 대선배님 곡을 좋아해서 그런 스타일을

고려해야 해서 편곡을 할 때도 멤버들 스타일로 미디로 드럼을 찍거나

따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을 거다. 지금 내가 나에 대해

기타를 만들어갔는데, 혼자 할 때는 더 마음대로 해볼 수도 있으니까.

공감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지 억지로 뭔가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번

그래서 CNBLUE하고 억지로 다르게도 하려고 노력해봤는데, 그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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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다 보니까 곡 스타일도 천천히 달라지게 됐다. 곡 쓰다 보면 자기가 혼자 있으면서 안에서 감정을 끌어내는 건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몇 번 하다 목이 안 좋아지면 아예 안 하고. 전에는 녹음 끝내고 다른 걸로 커버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 하나로 갔다. 사운드도 밴드

솔로 앨범인데 더 극단적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나.

사운드에서 못 해봤던 것들을 해보고. CNBLUE 때는 급하게 만든 곡도

“나 이런 곡 써요” 이렇게 자랑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혼자

있었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작업하면서 기타 톤도 더 날것처럼 바꿔보고.

불평하듯 노래하는 것도 싫다. 내가 불평하면 듣는 사람도 더 불평하게

그때가 정교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듯한 소리였다면 지금은 내 목소리가

되니까. 그런 게 싫어서 노래도 처음 생각보다 많이 순화시켰다. 예전에는

악기인 것처럼 하고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은 걷어냈다.

내 정서보다 대중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의 색깔에 맞췄다면, 지금은 내 정서를 중심에 두고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 중간점을 찾고 싶다.

점점 더 하고 싶어지는 게 많아지는 건가.

기본적으로는 내 감정에 가장 충실한 앨범이다.

더 해보고 싶은 게 엄청 많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더 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어느 멋진 날’, ‘추억은 잔인하게’, ‘원기옥’ 세 곡이 특히 그런 것 같다. 표현하는 감정은 같은데, 그걸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서 대중적인 접근이나 음악성

[어느 멋진 날]이 여러모로 분기점이 된 것 같다.

양쪽을 다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았다.

CNBLUE로 활동하면서 처음부터 입었던 옷이 정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그렇다. 대중이 들었을 때 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으로 파고들면 꼬아놓은

이미지도 정장에 어울리는 팀이 됐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것도 있고, 그래서 음악을 더 깊게 들으시는 분들도 재미를 찾을 수 있게

우리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더 웅크려지는 것도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걸 대중과 음악 하는 분들 모두에게 만족시킬 수

우릴 이렇게 생각할까” 하는 시절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조금씩

있는 교집합을 찾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원래는 정규가 아니었는데 곡을

벗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 들었을 때는 좋다고 느끼고, 음악 하는 분들은 “이

하나하나 더 넣으려다 보니까 늘어나기도 하고. 트랙 리스트도 앨범을

녀석 좀 아네”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사시는 분들은 1번 트랙부터 들을 테니까 배열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좋은 결과물일 텐데, 예전에 일본에서 한 인터뷰에서 ‘추억은 잔인하게’에서 윤도현을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다른 곡들과

자신에 대해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다르게 멜로디가 단도직입적으로 후렴구로 가는데, 윤도현이 등장하면서

지금도 똑같다. 옛날부터 어렸을 때부터 쟤는 완벽하다, 이런 말을 듣고

구성의 단조로움을 없앴다.

싶었다. 공부 잘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다

정확하다. 윤도현 선배님이 잘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생각해서 들려드렸고,

잘하네, 얘 ‘사기캐’다 이런. (웃음) 사실 내가 생각해도 한 가지만 파면

가사 내용은 ‘어느 멋진 날’과 비슷한데 느낌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걸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많이 벌려 놨다. (웃음) 그런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하고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건 많이 다른

그렇게 앨범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있나.

거 같다. 물론 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이것도 성장하고

너무 많다. 이번 앨범은 내 앨범이라서 더 노력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저것도 성장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숲처럼 만들어지지 않을까.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나의 끝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솔로를 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쓸 수

호머 심슨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웃음) 호머 심슨이 막 사는 게 부러운가?

있다고. 그러니까 대중은 만족할 수 없는 음악이 나왔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호머 심슨은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 중 최고의 록스타니까. (웃음) 그렇게

맞춰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막 사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저렇게 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도 하게 되고,

것들을 써나갔다.

록밴드 공연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오아시스 같은 경우는 공연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쳐다만 봐도 관중들이 뛰고. 그런 걸 보면 부럽다.

뮤지션으로서의 인정을 바랐던 건가.

겉으로는 신경 안 써야지 해도 그게 필요했던 거 같다. 날 인정해줬으면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좋겠다는 마음이 많았다. 그런데 앨범을 만들면서 이런 짐을 버리니까 더

나는 내가 모범생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고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내가 그냥 열심히 해서라기보다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는 거 같다. 내가 그렇게

정말 내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요즘 예전 음악

살아왔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생활했는데 억지로 바꾸는 건 내가

들어보면 약간 귀엽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때려 박는 스타일의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롤링스톤즈나 오아시스를 동경하지만 나는 나니까.

곡들이었다. ‘Can't stop’이 전환점이 된 거 같고, 그 전 곡들은 지금 보면 꼭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모습을 보는 거 같다. 그때는 자기는 다 컸다고

그럼 마지막 질문. 다시 태어나면 호머 심슨과 정용화 중 어떤 쪽을 선택하고

생각하지 않나. 왜 날 어리다고 하지? 이러면서. (웃음)

싶나.

그런 태도가 앨범 전체에 배어 있는 것 같다. 보컬도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도너츠를 마구 먹으면서. 다만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나야 한다. 그

녹음했다. 메인 보컬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믹싱이기도 했고.

동네에서는 호머 심슨이 그렇게 살아도 된다. 그런데 나 혼자 이 세상에서

전에는 그냥 듣기에 잘해 보이는 걸 했다. 보컬 뒤에 코러스를 화려하게

호머 심슨으로 사는 건 남들 보기엔 “쟤는 무슨 생각으로 사나?” 이렇게

넣거나 하는 식이었던 거다. 잘해 보이려고 기계적으로 넣은 건데,

될 거 같다. 그렇게 살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좋은 음악은 보컬 하나로 사운드가 꽉 차는 거다.

살아도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래서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그래서 ‘어느 멋진 날’을 녹음할 때도 목소리 하나로 갔다. 그래서 녹음

그렇게 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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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한 번쯤은 호머 심슨처럼 살아보고 싶다.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헤어 이하나 메이크업 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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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어렸을 때부터 쟤는 완벽하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공부 잘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다 잘하네, 얘 ‘사기캐’다 이런. (웃음) 물론 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숲처럼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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