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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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 ,

SPECIAL EDITION

연성을 말하다

展 01


기획자의 말

02


연성이 무엇이냐 했을 때, 말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텍스트를 소비하는 자가 이를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을 만든다는 연성은 팬덤 문화가 발달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때문에 그 오랜 역사와 넓은 범위의 변화 양상을 여러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연성물을 보여주는 게 연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듯하다. <아이즈>가 연성물을 볼 수 있는 행사 중 가장 최근에 열린 <제 4회 케이크 스퀘어> 혹은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품을 모아 전시 도록을 만든 이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소설책 모음인 앤솔로지부터 색칠공부 책, 종이인형, 마트료시카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성물과 각 작가의 말도 덧붙였으니 현재의 연성을 알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03


배우들의 색칠공부 책 - 이번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작가 35

작품 설명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최대한 못 생긴 모습으로만 구성된 색칠공부 책.

작가의 말 BBC <셜록> 시즌 1부터 컴버배치를 좋아한 친구의 생일 선물용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기획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컴버배치의 ‘육턱’. <셜록> 시즌 2 방영 도중, 컴버배치의 턱 주름이 6개가 잡히는 사진을 접했는데 멋진 모습 못지않게 못 생긴 얼굴까지 좋아해 주는 컴버배치 팬들이 진정한 팬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의 최대한 못 생긴 얼굴들을 싣게 됐다. 흔히 컴버배치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로 불린다 해서, 함부로 못 생긴 순간을 담아도 될까 걱정도 했지만 해외로 배송되는지 물어왔던 태국 팬, 트위터 유저가 아님에도 내 책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어 놀랍고도 감사했다. 내 트위터 계정이 프로텍트가 아니라 리트윗으로 내 트윗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보니 정말 여러 사람을 만난 것이다. 물론 베네딕트의 표정을 따라하는 분께 공짜로 책을 드리는 <케이크 스퀘어> 이벤트 때 정말 열심히 따라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증정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04


NEVER THE TWICE, 두 번은 없다

이자성을 묶기에 이만한 키워드가 없고 스크린 위에서도 이 감정은 흘러넘쳤으니 나로서는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슬퍼도, 외로워도 끝내

작품 설명 영화 <신세계>의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이정재)을 중심으로 쓴 여덟 작가진의 창작 소설집

살아가야 하는 둘의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썼다, 또는 쓸 것이다. C 정청과 이자성은 2차 연성이 흥하는 장르가 으레 그렇듯,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긴 커플이다. 그래서 쓰는 재미가 충분했다. 더불어 이

작가의 말

작품을 준비하며 한국 특유의 뒷골목 세계를

(작가 명은 비공개를 요청받아 부득이하게

다양하게 다뤄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알파벳으로 대체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됐기에 <신세계>는 영화 내적으로 뿐 아니라

A <신세계>는 남자들의 관계 자체에 대한

현실에서까지도 이래저래 내게 준 것이 많다.

영화였다. 정청과 이자성 사이의 “메워지지 않는

D 연성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간극”, 그럼에도 지속되는 애정과 그들이 느끼는

느낌을 받는다. 아주 기본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후회는 지금까지도 나를 매료시키고 있다. 진짜와

알아도 예상치 못한 영화를 만난 것과 같은 거다.

거짓이 구분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짜로 맺어진

이렇게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 책 한 권을

관계에 더 매몰되고 애정을 느꼈던 이자성, 그마저

만들어내니까 나 혼자만이 아닌, 다양한 감독들이

감싸 안을 수 있었던 정청을 내 글로 쓰고 싶었다.

모여 만든 영화에 참여한 것 같아 무척 즐거웠다.

B 후회.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 유독 이 후회가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넘어

가져다주는 막연한 느낌을 좋아한다. 정청과

긍정적인 영향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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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

작가 이다

작품 설명 KBS <정도전>의 핵심 재미인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마트료시카.

작가의 말 피규어가 아닌 마트료시카를 만든 것은 후자가

수 있다. 선죽교에 서 있는 정몽주의 마음속에는

단순히 돈이 덜 들기 때문은 아니다. 하나의 큰

귀양을 떠난 막역지우 정도전이 있다. 당시

나무 인형을 열면 그 안에 또 다른 인형이 연속해

정도전은 거평부곡에서 정몽주가 준 <맹자>를

나타나는 마트료시카에 크기순으로 정몽주,

들고 세상을 노려보고 있음이다. 정도전을

정도전, 이성계, 정몽주와 이방원, 다시 정도전을

열면 그가 대업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자

넣으면 <정도전> 속 인물들의 갈등과 애정을 담을

주군인 이성계가 있는데 한 손에는 칼, 한 손에 <대학연의>를 들고 동북 면에 서있다. 사실 이성계 마음속이 가장 복잡하다. 반드시 자신의 신하로 삼고 싶었지만 정도전이 역심을 품은 걸 알고 화가 난 정몽주와 그를 죽이는 아들 이방원을 같이 품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고려를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길 자처한 정몽주의 마음속에는 그래도 버리지 못한 친구 정도전이 작게 담겨 있다. 언제나 대업을 향한 마음만은 붉고 뜨거운 정도전은 마트료시카의 최종 주인공이지만 친구를 잃고 자신이 세운 나라에서 살해당하는 한낱 작은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06


만고의 충신 포은 & 고신 받는 삼봉

작가의 말 달마저 반쪽이 난 밤, 처형을 앞둔 정도전과 정몽주가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지만 결국 정몽주는 이방원의 심복이

작가 이다 작품 설명 KBS <정도전>의 죽마고우 정도전, 정몽주를 형상화한 페이퍼 돌.

휘두른 철퇴로 죽음을 맞는다. 잔인하고도 애틋한 이 막역지우를 페이퍼 돌로 형상화한 것은 <정도전>에서 두 인물이 보여준 의미와 그들에 대한 추억을 남기고자 함이다. 평소 역사와 전통복식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정몽주가 즐겨 입는 도포와 발립, 시위의 달인(?) 정도전을 지켜준 거적 등을 그리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일러스트로 만족하지 않고 굳이 종이인형으로 만든 진짜 이유는 나를 포함한 드라마 팬들이 TV나 컴퓨터 화면이라는 평면적 구도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드라마와 인물들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극중 인물을 실체화하고 싶은 ‘덕심’이 작용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실제 종이인형을 직접 출력해 만들고 옷을 입히며 노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신 분들이 있어 그 또한 독특한 즐거움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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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낙서북 Doodle Book 작가 Soon 작품 설명 <삼국지>를 작가의 방식대로 해석해서 그리고, 만들어본 낙서북.

작가의 말 서기 2세기 즈음, 고대 중국의 <삼국지> 이야기가 나관중에 의해 <삼국지연의>로 집필돼 널리 사랑받아 온 게 벌써 약 1800년째다. 약 1233명, 주요 등장인물 400명가량이 나오는 <삼국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천하를 놓고 다투는 인간군상극이다. 서브 컬처에서 농담처럼 회자되는 ‘이 중에 네 취향 한 명쯤은 있겠지’가 실제로 가능한 텍스트인 셈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드라마는 현재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국지>에는 ‘절대’가 없다. 천하를 한 입에 삼킬 것 같던 영웅이 자식의 후계문제로 끝내 무너지고, 가장 유능할 것 같던 인물이 가장 무능한 실책을 저지르기도 하며, 어제의 적이었던 인물이 최후까지 나라를 지킨 충신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순간을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해 보았다. 최근 여섯 달간의 낙서 중 주요 인물별로 골라 넣었지만, 분량을 줄이느라 초기 군벌들이나 후기 인사들 등등 생략된 인물들이 많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다만 이런 식으로 <삼국지>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걸 독자들이 알게 된다면 더 없이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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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코의 농구 2014 하반기 일력

작가 @daily_calendar

작품 설명 만화 <쿠로코의 농구>를 기반으로 한 패러디 일러스트레이션 & 캘리그래피 하반기 일력.

작가의 말 시작은 가볍게 나누던 농담이었다. ‘좋아하는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힘이 됐다. 그리고, <케이크

작품의 캐릭터를 매일 새로운 그림, 연성으로 보고

스퀘어>에서 일력을 산 분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

싶다. 365일 매일매일.’ 그 소망이 올 1월부터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 참여한 멤버들

보고 굉장히 흐뭇했다. 대단한 상품을 만들어

모두 돈 생각은 뒷전이고 어떤 그림을 볼 수

팔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닌,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그릴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완성한 그 기쁨은 온라인,

수 있을까 하는 말들을 더 많이 했다. SNS에

오프라인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느낄 수 있었다.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던 날부터 여러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도 우리와 비슷했다. 일력을 만드는 우리, 일력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기대에 가득 차

09


스티브 로저스의 매일 일기

작가 35

작품 설명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스티브 로저스를 주인공으로 만든 카툰 모음집. <어벤져스> x <윈터 솔져> x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기반으로 함.

작가의 말 드라마와 영화만큼이나 그래픽 노블을 즐겨보는

발간했는데, 처음 가 본 <케이크 스퀘어>에서

나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을 아주

첫 판매를 시작했을 때 예상 외로 완판 돼

좋아한다. 그 중 특히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놀라웠다. <어벤져스>가 영화화 된 이후, 마블

아메리카>를 가장 좋아해 그래픽 노블 이슈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찾아봤는데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크리스

늘어났다. 이렇게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았다는 것을 알고

마블에 대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그래픽

영화도 전부 챙겨 봐왔다. 예전부터 기다려오던

노블, 관련 영화를 빠짐없이 보던 나로서는 매우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가 개봉한 후 총 7번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책이 앞으로도 개봉될

보러 갔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마블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매개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왔던 점들을 가볍게 그려

되었으면 하는 다소 큰 소망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트위터와 블로그에 연재하게 됐다. 이후 주변의

싶다.

호의적인 반응에 힘입어 여러 스토리를 모은 책을 10


<Buddhas>, HYPERMESS Recordings 작품 설명 <동방프로젝트>라는 동인 게임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동방성련선>의 BGM을 다수의 동인 음악가가 어레인지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작가의 말 <동방지령전>이란 게임의 BGM을 수록한 <Jejus ~ Chireiden Children>을 만든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동방 어레인지 계의 최대 규모인 21명의 음악가들을 모아, 재야의 동인 음악가들을 발굴하자는 목적을 달성했고 <Buddhas>는 그 흔적을 재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앨범이다. <Jejus>에 비해 참여 음악가는 적지만 더욱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완성했다. 이런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멤버를 컨트롤해야 하는데, 경험은 없고 의욕만 앞서는 초짜들이 일을 벌인 탓인지 열정과 DIY 정신으로 무리하게 강행군을 하다 건강과 퀄리티 모두를 잃게 될 때가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를 계속 마주해야 하는 일이지만, 완성되었을 때의 카타르시스에 빠져버리면 쉬이 그만 둘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한 멤버에게 앨범을 쥐여 주고 수고하셨다는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어쩌다 보니(?) 재고가 꽤 많이 남아버렸던지라 참여 멤버와 소비자들에게 놀림을 받는 애증의 앨범이 됐지만 이 뿌듯함만은 구매자들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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