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Free Play Fun 결과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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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Free Play Fun 결과자료집

이 자료집은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목차

사업소개

Part

1.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소개

4

꿈다락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소개

5

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소개

8

아카데미 현장 리뷰 [1일차]

12

여러분을 감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2일차]

22

문화예술교육,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향해가야 하는가?

꿈다락 아카데미에서 지어 올린 꿈다락 후기

33


Part

2.

꿈다락 성과공유회 전시 ‘꿈다락 함께짓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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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현장 리뷰

40

꿈다락 성과공유회 패널토론과 공연 ‘꿈다락 이야기방’ 소개 54

Part

3.

이야기방 현장 리뷰 [꿈다락 이야기방1]

58

교육의 기술 VS 경험에서 오는 예술적 기질 [꿈다락 이야기방2]

80

그 자체만으로 오롯이 스며드는 예술가의 작업 [꿈다락 이야기방3]

변화를 불고오는 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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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소개 사업소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된 2012년부터 시작한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가족들이 주말에 음악·문학·시각예술·무용·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및 예술단체와 함께 자유롭게 내면을 표현해보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보냅니다. 매 주 즐겁게 보내는 시간들이 쌓여 문화예술 소양을 자라게 하고, 또래 및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강한 여가문화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 프로그램

- 박물관 연계 프로그램 - 미술관 연계 프로그램 - 레지던시 연계 프로그램 -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 - 문학시범사업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 - 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 - 건축문화 프로그램 -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 가족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 -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 -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그램 - 주말예술캠퍼스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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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다락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사업소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운영취지와 핵심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2015년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수혜자가 되어 예술가와 직접 활동해보는 체험형 워크숍부터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질문들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토론하는 이야기방, 운영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의 시작점을 연구해보는 커리큘럼 개발 워크숍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꿈다락 아카데미’ 워크숍과 참여자들의 결과물 전시와 공연, 기획자와 강사가 함께하는 이야기방을 중심으로 하는 ‘꿈다락 성과공유회’를 통해 한 해의 꿈다락을 공유하였습니다.

연도

2015

일시

2015.1.27.(화)1.28.(수)

장소

(서울)

아름지기, 카페 담 2일 간 (서울)

2016

2016.1.29.(금)1.30.(토)

아름지기, 카페 담

2일 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2017.1.13.(금)1.14.(토)

(서울)

2일 간

(광주)

4일 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추진성과 공유 및 방향성 논의를 위한 컨퍼런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관련 5가지 이슈(놀이, 음악, 가족, 여행, 핸즈온(hands-on))에 관한 체험형 워크숍과 소규모 컨설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현황 및 주요 키워드 공유를 위한 컨퍼런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관한 10가지 질문을 토대로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누어보는 10개의 이야기방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관련 운영현황 및 연구결과 공유

대학로 예술가의 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8개 운영사례별 결과물을 이음센터 토대로, 기획과정과 프로그램 운영방향을 역추적하 는 방식의 커리큘럼 개발 워크숍

2017 2017.12.19.(화), 12.20.(수)-22.(금)

내용

(서울)

시민청,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

--신규 사업 참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예술가로서의 개성을 깨우고 참여자와의 창조적 파트너십을 발견하는 꿈다락 아카데미 --전국에서 진행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성과와 아 이디어를 공유하는 전시, 공연, 이야기방이 있는 꿈 다락 성과공유회

PART 1

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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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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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기본 개요

조약돌’ 소개

1일차 2017.12.19.(화) 10:00-17:0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A.Lab

2일차 2017.12.20.(수) 11:00-18:30 서울 시민청 워크숍룸

참여대상 예술 전공자이며 향후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지원하고자 하는 신규 및 지원사업 참여 경력 5년 이내의 경력 초보 예술가 및 예술단체 관계자

프로그램 일정 일시

워크숍내용 [세션1] 예술가로서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1일차

--예술가로서의 자기 경험을 확인하고, 이를 시작으로 한 예술교육으로의 확장 또는 변형의 가능성을 모색해봅니다.

2017.12.19. (화)

[세션2] 만남, 창조적 파트너십

--참여자와 문화예술교육가의 관계와 구체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을 마련합니다. [세션3] 문화예술교육 속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예술가는

누구인가? --문화예술교육에서 경험이 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2일차 2017.12.20. (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을 점검해봅니다. [세션4] 관찰과 발견

--꿈다락 성과공유회 전시 관람 [세션5] 꿈꾸는 다락방에의 초대

--워크숍 경험을 돌아보며 의미를 탐구하고 성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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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는 새로운 눈과 마음과 귀가 필요합니다. 매년 확장과 발전을 거쳐 어린이, 청소년, 가족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서는 잠들어있던 스스로의 감각과 예술성이 시작된 지점을 다시 깨우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꿈다락의 모습에서 배우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낼 예술가 및 예술단체 관계자와 함께 한 2일간의 워크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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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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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꿈다락에는 새로운 눈과 마음과 귀가 필요합니다. 꿈다락의 모습에서 배우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낼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초대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점차 대중화 되었습니다. 수많은 예술교육가

다양한 예술교육 사업에 지원하시는 분들이

들이 양산되었고, 학교 안팎의 다양한 공간

개성이 살아있는 창조적인 예술교육 프로그

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

램을 스스로 제안할 수 있기 위해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안의 잠재력을 불러일으키고 자기

예술을 가르치고 훈련하여 기량을 높이는 것이

출발점을 가질 수 있는지 도전해 보고자 합

아닌, 참여자들의 일상 속 풍요로운 가치를

니다.

발견하게 하는 것을 예술교육의 목표로 공유 하고 있습니다.

‘예술교육은 예술과 교육의 경계에서 어떻게

예술과 교육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고,

위치하고 있는가?’

여러 예술 장르 간에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실행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 교육가들이 ‘가르치는 예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술’이 아니라 ‘발견하는 예술’로 참여자들과 창조적인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는 길은

그러나 비슷한 패턴의 예술교육의 컨셉과

어디에 있을지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함께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는 문제점도 있습니

발견하고 탐구하고자 합니다.

다. 예술가와 교육가 사이에서 접근방식과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예술 교육가들의 질문을 여전히 듣게 됩니다. 일반적인 교수학습 설계모델을 따를 것 인가? 실행 시 계획안과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주관 기관이 제시하는 바에 맞추어 기획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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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획자 소개

어린이, 청소년 및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연극 양혜정

놀이를 통한 문화예술교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예술대학교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초, 중등 교사 및 예술 교육가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시대에 오히려 몸의 감각과 감수성을 열어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고, 공감을 회복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연극놀이 강사 및 어린이연극 창작자로 활동하고 김미정

있습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아동청소년극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 교육가를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의 예술(교육)활동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새로운 모색과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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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현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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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여러분을 감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세션1

예술가로서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예술가로서 예술교육의 출발점은 무엇일까요? 문화예술교육은 공유된 감각을 통해 시작됩니다 감각을 왜 깨워야 할까요? 같이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몸의 감각과 감수성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에 대해 도전해 봅시다.

[가벼운 움직임 활동]

리듬과 함께하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해봅니다. 즉흥적인 움직임을 비유로 만들고 이야기로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돌림노래를 부르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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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리듬과 소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하모니를 이뤄가는 것과 우리 가 하고자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조화로운 가치를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술교육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출발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같이 몸을 움직이면서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참가자 분 들 모두 예술 분야도 고민의 지점도 달랐습니다. 예술교육의 다양한 사 례를 듣고 싶은 분도 있고,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예술적 생명력에 관해 본질적인 질문을 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출발점을 가질 것인가?’입니다. 예술가로서 예술교육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은 자신의 출발 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로 치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들 각자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죠. 아무리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도 각자 고유한 자기 목소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자기 목 소리로 출발점을 가졌을 때,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 창성, 창조성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자기 출발점이라는 것 은 예술교육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개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 과 구체적인 궁금함을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예술가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상상력은 무엇일까? 예술가는 누구인가? 시대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왜 예술교육에 ‘길’이 있다고 하는가?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각이 예술경험이다.” 예술은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따라서 많은 이야기가 떠오 르고 길어 올려지는 것입니다. 꿈다락 아카데미에서는 스스로 몸을 깨 우고 감각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나눠보는데 집중할 거예요. 그 러려면 지금 여기 내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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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손톱을 물어뜯을 때 정서적 불안함을 그 원인으로 찾았는데, 뇌파검사를 해 보니 다수의 어린이의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부분이 아닌 운동하는 영역이 반응했다고 합니다. 창의적으로 무엇인가를 탐 구하고 배우는 교실에서 ‘컨트롤’되는 어린이들의 몸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예술교육이 놀이적이고 감각적인 데 집중하는 중요한 이유죠. 감각과 정서가 인지영역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현 실 교육에 문제가 있습니다. 감각적인 차원에서는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섬세하고 민감하게 반 응하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술교육의 흐름이 ‘가르 침’에 있지 않고 감각적 탐색을 통한 발견과 성찰에 있다는데 모두 동의 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술가 또는 예술교육가는 누구여야 할까요?

감각으로 만난다는 것은 온몸으로 깨어있는 살아있는 몸을 되찾는 일입니다

[감각을 찾는 특별한 여행]

눈을 감고 손끝으로 교감하는 춤을 춰 봅니다. 리드하는 사람과 리드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간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음악에 몸을 맡기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활동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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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리드하는 입장이었는데요. 눈 감은 상대방이 마음대로 행동할 때 제가 케어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 파트너가 무용을 하셨다고 해서 제가 그분의 감각을 깨워주고 싶기 도 하고, 동시에 나도 감각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특히 눈 감고 여행할 때 나도 감각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더 좋았어요. 왠 지 ‘할 수 있어! 느낄 수 있어!’라고 응원 받은 것 같아요.” “눈 감고 여행하고 있는 분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기뻤어요. 제가 눈 감 고 여행할 때 저한테 맞춰주실 때는 나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따라와 주 셔서 더 좋았어요.” “상대방이 제가 눈감고 있어서 불안할까봐 꽉 잡아주는 느낌이 안심이 되더라고요. 제 의지와 다르게 동작을 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보 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냥 춤 춰보 라고 하면 못했을 텐데 제가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중학교 무도회에서 췄던 왈츠가 생각났어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 고, 그때 추억과 그때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상대방이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고, 유쾌한 상대방을 보면서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래 서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내 마음이 달라져서 그렇구나 상대방에 따 라서 나도 달라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걸 아는데 마치 이 무대에 나 혼자 있는 느낌으로 굉장히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춤을 출 때 옆 사람이 있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눈을 감고 있으니까 무대 위 혼자 무용수가 되어 이 순간을 즐겼어요.”

인간의 배움은 감각과 감정이 움직여야 한다 감각이 주는 디테일을 느껴보자 감각에 대한 질문을 해볼게요. 이 질문은 초등교사인 홍경아 선생님이 6학년 학급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더 발전시켜본 질문 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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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에 대한 질문 리스트] Q. 나는 넓은 공간을 가로질러서 마구 뛰어본 적이 있다. 그 즐거움을

안다. Q. 나는 누군가가 울고 있어서 이유를 모르는데 같이 울어본 적이

있다. 자세히 모르지만 그 감정이 온전히 느껴진다. Q. 나는 이유를 몰라도 여럿이 웃고 있을 때 먼저 웃음이 나온다. Q. 나는 눈을 감고 햇볕을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느껴지는 어둠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다. Q. 나는 봄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 이파리의 앞과 뒤가 다른

초록색으로 빛나는 것을 안다. Q. 나는 먼 수평선을 바라본 적이 있다. 반짝반짝 그것이 보석처럼

느껴졌다. Q.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 본 적이 있다.

그 숨결이 나에게 느낌을 주었다.

이 질문에 따라 경험에 동감을 하거나 또는 잠시 그 감각을 떠올려보았 습니다. 이런 질문들이 예술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과 어떻게 연결될까 요? 내가 알고 있는 감각, 느낌을 적어볼까요? 질문은 ‘당신은 어떤 감각을 알고 있나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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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감각을 알고 있나요?]

- -한 여름, 땀범벅이 되어 버스창문을 열었을 때, 정말 상쾌하게 탄성을 자아내던 그 시원한 바람의 느낌을 안다. - -겨울, 수면바지를 입고 내 배를 쓰담쓰담하면 뱃살인지 수면바지인지 모를 것이 몰캉몰캉 포근하다. - -보풀이 일어난 오래된 옷에 묻은 세월의 느낌 - -추운 겨울 눈사람을 만들며 흐르는 코를 들이마시는 느낌 - -발이 시릴 때 이불 밑에서 느꼈던 따뜻한 온기 - -내 손을 잡은 처음 본 여자가 웃었다. 나는 어떤 얘기도 안 했는데 그게 좋아서 꽉 안아버렸다. - -나는 옷자락이 펄럭이는 느낌을 안다. 내가 바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새가 된 것 같기도,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다. - -주말에 늦잠을 자고 점심시간 즈음, 아버지가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깨워서 눈을 떴을 때 아버지가 차려놓으신 밥상의 냄새 - -아빠가 내 앞에서 숨을 조금씩 거두시는 걸 보았던 그날의 모든 것. 보고 싶은 아빠. 병실복도 저 멀리서 핼쑥해진 아빠를 마주쳤을 때 - -나는 먼지가 천천히 떠다니는 느낌을 안다. 물 속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 같기도, 무중력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 -혼자 집에 있던 날, 비 온 뒤 맡은 흙냄새 -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맘껏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의 느낌 - -엄마의 푸근한 살이 닿는 느낌, 아빠의 기분 나쁘지 않은 거친 턱수염 의 느낌, 목 마를때 시원하게 목을 타고 흐르는 물의 느낌 - -아기와 함께 산책할 때 바람에 움직이는 꽃, 나무들이 우리를 보며 노래하는 것 같았다. - -버스를 타고 북한강변을 지나다 잔잔한 강물과 따뜻한 햇빛을 느꼈다. 평안했다. - -여름에는 나무기둥이 더 짙어진다. - -나는 해질녘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의 느낌을 안다. 한 폭의 그림 같고 사진 같다. - -나는 며칠 전 눈이 펑펑 내린 후 나무 위에 앉은 모습을 봤다. 하얗고 파란 느낌의 맑은 경험 - -새벽에 방 불을 끄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침대 옆 스탠드를 켜면, 동그 란 스탠드 불빛이 떨리면서 둥둥거리면서 방안을 돌아다닌다. - -이불을 잘 안 덮고 자는데 엄마가 새벽에 이불을 매만져주고 갈 때의 느낌 - -여름 밤 마루에 앉은 외할머니의 무릎에서 졸리지만 편안함과 포근함 을 느끼며,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을 바라보며 상상의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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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적이 있다. - -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걸어 본 적이 있다. 그 느낌은 시원하고 즐거웠다. - -시골집 대문 처마 밑에 누워 살랑살랑 내 몸을 스치고 만지던 바람과 햇살의 느낌을 안다. -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 타는 냄새가 섞여있다. 군고구마를 근처 어딘 가에서 팔고 있다. - -자다가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에 혼자 누워 천장을 보는 느낌 - -내 얼굴을 만지는 아가의 손 - -겨울에 눈이 내리고 처음 눈을 밟을 때 날이 추워서 살짝 언 눈이 뽀드 득 파스락 발 모양대로 파인다. - -나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 학교 운동장에서 노을 지는 것을 본 적이 있 다. 그것은 코끼리의 따사로운 등 같았다. -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은 엄마의 얼굴에서 보이는 주름살의 변화 - -여름에 아스팔트 바닥을 맨발로 걸을 때 감촉을 안다. - -나는 눈 밟는 소리를 계속 들어본 적이 있다. 그것은 사과 깎는 소리 같았다. - -겨울에 패딩 점퍼를 처음 꺼내 입을 때 차가운 느낌 - -나는 아기가 뱃속에서 노랫소리에 태동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 -귤을 담을 때 플라스틱이나 예쁜 그릇보다는 오래된 나무그릇에 담았 을 때의 따뜻한 느낌 - -나는 아일랜드 다리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에 나를 온전히 맡겨 모든 나의 숨어있던 악, 억압 등을 시원하게 날려 보낸 적이 있다. - -나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내가 자고 있을 때 다리를 주물러주신 느낌을 안다. 굉장히 기분 좋고 포근하고 개운한 느낌을 안다. - -초등학교 때 스포츠머리로 자른 짝꿍의 머리끝을 손으로 눌렀을 때의 따끔함 -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에 꽉 차서 눈이 아픈 느낌을 안다. - -술을 먹고 들어온 아들! 거실의 양말, 눈앞의 바지, 방안에 쌓인 나머지 옷 그리고 아버지를 부르며 울다 잠이 든 아들을 본다. 죽은 남편과 너무 닮은 아들에게 느끼는 슬픔에 바라보며 한없이 운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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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2

만남, 창조적 파트너십

예술가와 참여대상, 각자가 가진 특별함과 고유함

우리는 예술교육에서 예술교육가가 자기 출발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예술교육가가 자기 출발점을 가지고 어 떻게 참여대상을 만나 예술교육을 할 것인가?’ 이 질문과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던 경험 사례를 우선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기획된 ‘청춘나눔연극제, 봄 짓-청소년극 창작워크숍’ 사례입니다. 예술교육을 통해 예술가와 청소 년 참여자가 창조적 파트너십을 갖고 경험을 이뤄낸 사례였는데요. 어 떤 출발점과 지향점을 가졌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청소년이 그들만의 독특한 감각과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언어 찾기를 시도해보자.’, ‘짜여진 계획이나 기 존의 방식대로 안전하게 가려고 하기보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보자.’ 였습니다. 지향점으로 삼은 것은 예술가가 교육가로서 청소년에게 가르치려는 입 장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청소년 각각의 특별함과 고유함을 가 지고 예술작업을 매개로 협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핵심이 아니라 배움을 얻는 것을 말하는구나! ‘가르친다’라고 하면 예술교육 참여자와 학생은 대상이 되지만, ‘배움을 얻는다’라고 말을 하면 그들이 주체가 됩니다. ‘배움은 어떻게 일어날 까?’, ‘어떻게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참여자나 학생이 주체가 된다고 할 때, 예술 교육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등 파생 질문이 계속 제 안에 생겼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질문들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계속 탐색 하 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예술교육에서 감동적이고 특별했던 예술경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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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떠올려봅니다. 다양한 연령의 참여자들을 만나왔지만, 청소년과 함 께 했던 활동의 순간들이 특히 떠오릅니다. 충분히 예상되고, 촘촘히 계 획했던 대로 무난하게 활동이 진행되었던 때가 아니였습니다. 참여자 와 예술교육가가 서로 많이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순간들, 예술교육가 가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어도 상황에 따라 준비된 것들을 버리고 아슬 아슬하게 흔들리며 참여자와 함께 즉흥적으로 특별한 만남이 일어났을 때, 그 순간에 벅찬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청소년은 존재 자체가 품고 있는 가능성과 빛남이 있지요. 우리도 한 때 가지고 있었지만 기억 저 아래에 있는 것들이요. 예술가는 자기 분야 예 술언어와 매체를 다룰 수 있는 전문성, 예술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두 집단의 만남이 흥미로운 시너지와 파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과 함께하는 예술교육에서 예술가 혹은 예술교육가가 예술가로 서의 경험과 언어를 가지고, 아직 예술작업의 전문성은 없지만 그 시기 만의 감각과 감성, 사고의 특별함을 갖고 있는 청소년과 파트너가 되어 만나고 협업할 때, 바로 그 순간에 창조적인 생각과 특별한 예술경험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다양한 연령의 참여자와 창조적인 파트너십을 이루 며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PART 1

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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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문화예술교육,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향해가야 하는가?

세션3

문화예술교육 속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예술가는 누구인가?

문화예술교육,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향해가야 하는가?

[등으로 만나보기]

서로의 등을 맞부딪치며 리듬과 템포, 움직임의 타이밍을 찾게 됩니다. 다양한 신체의 부분적 움직임들을 느껴봅니다. 등으로 만나면서 어떤 감정, 감각을 느꼈나요? “한 번도 같은 등이 없었어요.” “등을 맞댄다는 것이 믿음을 생기게 하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등을 기대면서 믿음이 생겼어요.” “감각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특별히 느 낌이 좋았던 등이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찾고 있더라고요. 말을 나누지 않지만 편안하고, 기억을 등으로 하는 것 같아요. 인지가 아니라 감각으 로 파트너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족 외에 누군가의 체온을 이렇게 느껴본 적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놀라웠어요. 요즘은 뉴스에 사건사고도 많고, 그렇다 보니 낯선 사람은 먼저 경계하고 사회가 삭막하잖아요. 낯선 분과 체온을 교감할 수 있어 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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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연극놀이를 하면서 어린이, 어른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방금 여러분이 느꼈던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합니다. 미리 계획하고 약속하고 준비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죠. 때 로는 강사도 갈 길을 잃어요.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도 그 안에서 우연히 순간을 살려내는 놀라운 예술적 경험을 합니다. 마치 과거부터 이 순간과 만남을 위해 미리 준비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요. 우리가 방금 몸으로 감각했던 순간은 삶에서, 문화예술교육에서 경험하면서 느꼈던 본질과 유사했을 거예요.

[눈으로 만나보기]

공간 속에서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빗나갔다 고요하지만 바쁘게 움직입니다. 어떤 감정, 감각을 느꼈나요?

“저는 낯가림이 있는데요. 처음에 많은 분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 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어요. 시선을 맞추는 게 무서웠다고 할까요. 처 음 상대방이 눈을 맞춰주셨는데 그걸 해내니까 한 발 내딛고 다음 액션 을 취하게 되었어요.”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다 보면 눈을 보다가도 코나 다른 부위를 보는데, 끝까지 눈을 맞추면서 움직여야 하니까 느낌이 이상했어요. 우리가 눈 을 맞추는 게 일상적인 경험 같지만, 조금 변형하니까 낯설더라고요. 근 데 싫지는 않았어요. 어색한데 좋았어요.” “파트너와 마주치면서 우리 사이를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데 아쉬웠어 요. 많은 사람 속에서도 그 사람과 시선을 유지하니까 마치 지하철에서 다른 방향으로 헤어지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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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억력이 안 좋아요.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데 눈빛을 마주 하고 교환하는 순간 이 사람과 마음으로 대화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도 눈을 마주쳤던 분들의 얼굴이 잔상으로 남아있어요. 사람을 만 날 때 눈빛을 주고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여행]

둘이서 떠나는 여행입니다. 한 분은 여행자, 한 분은 그 여행의 느낌을 함께 공유하는 동료에요. 다시 가보고 싶은 어린 시절로 가보겠습니다. 여행자는 제 내레이션에 맞춰 떠오르는 모습을 온몸으로 그려보세요. 자 이제, 여행을 떠나 볼까요? 어떤 감정, 감각을 느꼈나요?

“내가 중요한 사람으로 그 사람의 인생에 들어간 것 같았고, 장난감과 이불에 관한 내레이션이 나오는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시길래 파트너에 게는 이불이라는 요소가 이런 의미구나, 같이 공감하게 되고 그 사람의 기억에 물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제 감정에 따라 여행했어요. 제가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감정을 느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도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동작을 따라 하고 있을 뿐인데 상대방이 너무 행복해하니까 저도 같이 느껴지고 전달됨이 너무 신기했어요. 선생님이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 는데 저도 잠이 오는 거예요. 같이 숨을 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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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을 다 까먹었다 생각했는데요. 여행을 해보니까 엄마 몰 래 꺼내먹던 과자가 나에게 진짜 즐거움이었구나, 그걸 알게 된 것도 너 무 재미있었어요. 기억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아스팔트 위에서 뛰어 놀았 던 기억이 생각보다 생생했어요.” “저는 마지막에 여행을 끝내고 포옹을 하는데 만난다는 의미가 좀 더 깊 게 다가왔어요. 오래된 친구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이어 서 울컥하더라고요.”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정의 떨림은 공기를 바꿉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진동하는 데, 진동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사회문제나 이슈를 공감한다는 것은 떨림을 감각하는 능력과 관계하지 요. 한쪽에서 떨리고 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아요. 그래 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이 시대에 감각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가 나누고 있는 감각의 트레이 닝은 사람과 사람의 떨림을 아는 거예요. 맛의 차이, 촉감을 느끼는 것 과 분명히 달라요. 아까 우리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감 각하면서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한 감정도 존중하고 아껴주는 거죠. 기 꺼이 내 감정을 써서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경험을 하였 습니다. 공감의 힘입니다. 풀잎의 말을, 바람의 말을, 발화되지 않은 상 대방의 말을 듣는 능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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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4

관찰과 발견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이틀 간 여러분이 경험하면서 발견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것과 연관 지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질문을 해 볼게요. 다 안다고 생각했 는데 아리송했던 부분, 나는 이런 걸 도전해보겠다는 등 워크숍을 통해 관찰하고 발견한 지점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동안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수업이었어요. 나에게 집중하는 수업 이 아니잖아요. 아카데미를 통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해방 감을 느꼈어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좋은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저도 꿈다락을 진 행했었는데 출석률이 저조해요. 좋은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무료 라서 그런 건가 생각했었어요. 참여 학생 어머니 중 한 분이 ‘제가 미술 전공이라서 이 프로그램에 왔는데 과학 전공한 엄마는 과학프로그램으 로 가더라고요.’하셔서 그때 알았어요. 나는 문화예술이 항상 함께 있는 환경에서 자라서 당연한 일인데, 전혀 관계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은 수업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멀게 느껴지겠다. 그래서 내가 문화예술 에서 위로 받았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나누고 싶은데,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눈 점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교육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거부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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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 좋고 기술도 발달해서 잘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 의 감성은 발전했나요? 학생들은 아이돌 노래만 듣고 최고라고 말하는 데, 비틀즈나 이전 세대의 감성적인 노래는 왜 잘 안 들을까에 대한 고 민과 맞닿아 있음을 느끼면서, 예술교육에서 예술을 가르치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예술교육이 제공하는 좋은 경험이 좋은 감성으로 쌓여서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틀 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현장으로 돌아 가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질문이 생겼거든요. 자신이 느끼는 감각 의 즐거움, 자신의 감각의 포인트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아이들과 활동해보고 싶어요.” “상대방과 손을 잡고 등을 맞댄 과정이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을 신뢰하 고 마음을 가깝게 이어준다고 생각했어요. 나와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 들이 서로의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져야 새로운 것도 생기는구나를 느꼈 습니다.” “예술가로서 회복되는 시간이었어요. 마음의 문을 못 열고 있는 아이들 이 많은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끌어낼까를 고민했던 것에 대한 답을 들 었어요.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데, 저희가 오 늘 배운 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충만하게 차오르는 문화예술교육의 모습이었어요. 이번에 느낀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흘려보낼지, 그리 고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각의 디테일을 같이 활동했을 때 저는 소리를 하니까 음악이나 춤에 대한 감각만 배웠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술가들의 하나의 감각만 깊 이 파니까 일상의 디테일을 놓치는 게 아닐까? 소리를 어떻게 내는 지 만 찾는 게 아니라 실제 어떻게 느껴지는지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 게 어쩌면 다른 감각을 소외시킨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각의 디테일을 찾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예술가의 감각을 깨우는 것과 예술가적 감각을 무디지 않게 훈련하면서 협업해야 함을 이야기해 준 것 같고, 예술가와 예술 교육가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해 주 신 분들이 많았어요. 예술교육만 하던 사람도 예술가적 감각을 가르치 는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생기고 또 다른 감각이 느껴 져서 좋았거든요. 정답이 없어요. 서로가 이런 자리에서 어울리고 균형 을 맞춰가다 보면 우리가 꿈꾸는 예술교육도 그런 모습으로 바뀌지 않 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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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지쳐갈 때였어요. 나의 이상향은 어디인가 무엇을 바라보며 가 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나를 잘 안다 고 생각했는데, 고유한 나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등이 만났던 느낌을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 이 런 게 아닐까? 하나의 등의 느낌이 들어왔다 쑥 빠졌어요. 허전해요. 그 런데 다시 시간이 지나니까 내 등으로 돌아왔거든요. 아! 이거구나. 예 술을 할 때 따뜻함을 느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생활하고, 문화예술교육이 변화의 수단이 아니라 눈이 오고 쌓이고 녹고 흘러가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처럼 삶이 메마르지 않게 순간에 떠오르는 감 각의 경험과 행복이 많아질수록 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놀이적 기법을 배우려나, 했었어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왜 감각을 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수업을 마치면서 내가 과연 수 업 혹은 교육을 전달할 때 전달의 목적만 보고 대상의 반응에 따라 유연 성 있게 전달했을까 반성을 했거든요. 감각적 반응과 상관없이 수혜에 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감각적으로 깨어있어야 교육이 달 라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몸으로 다가가는 것이 너무 생소한 경험이고, 내가 사람과 시선을 맞추 는 것도 힘들고 두렵다는 걸 알게 되니까 상대방도 그런 마음이었겠구 나 하고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교육에 임했던 자기반성의 시 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예술교육을 하게 된 이유는 기능과 기술 위주의 교육이 너무 싫었 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제가 기능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예 술교육의 목적은 모두 예술가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 만 굉장히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통해서 삶의 질이 올라가고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살면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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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가 있다 보니 집중할 곳이 많았어요. 제 자신에 대해서 긴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었는지 다시 되새겨지더라고요. 이틀 동안의 시간이 나 자신에 대해서 집중하고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 었고, ‘내가 그랬었구나’,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어 서 신선했어요. 각박한 삶 속에 억눌려있던 감정이 치유가 되는 듯 했 고, 문화예술 교육자 분들과 같은 한 곳을 바라보면서 소통한 시간이 너 무 좋았었어요. 새로운 발견이 너무 반가웠어요.” “작품이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하고, 관객이 같이 참여하거나 협업하는 부분은 간결했어요. 존재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 나의 특 성이 만나서 협업하는 게 예술이든 교육이든 개인이 가져가는 것이지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파트너십에 대해 다시 상기했고, 어떻게 협업 할지까지 뻗어갔습니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들어요.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3년 지나면 프로그 램이 반복되고 재미없고 매너리즘에 빠진대요. 그리고 매뉴얼을 가지 고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나도 재미없고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세 요. 그런데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아도 시선만 주고받아도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고, 우리의 감각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본질 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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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5

꿈꾸는 다락방에의 초대

맘껏 눕고 뒹굴고 무엇이든 만들고 뛰놀 수 있는 꿈의 다락으로 초대합니다 이곳에 오면 모두 아름다운 예술가 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이 정부지원을 받는 시스템에서 예술교육가들이 혼란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것을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논의한 내 용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굉장한 통찰의 지점까지 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감각, 감성을 깨우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예술 가로서 나의 출발지점을 확인하고 나아가 교육대상자들을 창조적인 파 트너로 동등하게 작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실제 예술교육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뉴얼화 된 예술교육의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나 누고자 하는지 각자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교육가 자신이 예술교육 환경에서 어떤 미적 인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우연히 일어난 것 같은 예술교육 그 뒤에는 치열한 고민이 있다 우연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경험하는 예술교육 과정을 만들기 위 해 강사진인 우리도 고민하고 흔들리면서 계획하고, 헐고, 계획하고, 다 시 허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연스러운 경험의 흐름이 나오기 위 해선 굉장히 많은 고민과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이 고민은 우리가 만드 는 경험이 어떤 초점을 갖고 어디로 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인 거죠. 예 술교육가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그 초점을 갖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초점이 있어야 수많은 계획을 무너뜨리고 활동을 바꿔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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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은 반드시 사례입니다. 매뉴얼화 될 수 없습니다. 저마다 모두 다른 예술가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례가 ‘바로 그때의’ 참여자들과 만나서 이루어낸 독특한 사례들일 수밖에 없습니 다. 여러분과 만나는 이 경험을 다음 워크숍에서 지향하지도, 똑같이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예술교육의 포인트는 매 순간 달라지는 대상에게 예술교육가, 예술가가 어떻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인상적인 경험치가 쌓이는 건 중요합니다. 근데 같은 수업을 매주 다른 곳에서 반복하는건 쌓이는게 아닙니다. 여러분만의 독특한 프로젝트가 나와서 사람들과 스파크를 일으키고, 그 경험이 다시 경험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여러분들이 예술교육을 10년 20년 하고 나서도 ‘나 이런 경험 처음이야.’라고 말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각의 디테일을 발견하고, 사람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시대 아이들이 학원과 집만 오고 가는 것 같고 폭력적인 일만 있는 것 같지 만,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디테일이 살아있을지 생각해보셨나요. 무엇이 인간의 삶을 지속하고, 살아가게 하는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 음이 필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살아있음을 발견한 순간이 있었고 깊은 감동도 남았지만, 사실 이 문을 나가면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온전히 숨 한 번 제대로 쉬기 위해서, 서로의 숨결을 깊이 느 끼기 위해서 우리는 굉장히 치열하게 향해 가야할 것이고 종종 현실의 벽을 맞닥뜨리기도 하겠죠. 우리가 여기서 함께 경험했던 바들이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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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틀 간 함께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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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아카데미에서 지어 올린 꿈다락 후기

이번 아카데미에서 다루었던 주제 중 꿈다락 아카데미 참여자

감각,

정가윤

함께 한다는 것, 예술교육은 변화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 예술교육은 모두 사례라는 것, 예술인과 예술교육가의 밸런스를 잘 이루는 것이 가장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일차에 행했던 세션3 활동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 어린이를 바라보기 위해 내가 청소년, 어린이었던 시기를 되돌아보면서 내안의 감정을 밖으로 토해냈을 때 오는 부끄러움과 함께 동반된 소통과 교류의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그 감각을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에서 내가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꿈다락 아카데미 참여자

예술가로서의 내 감각 지식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황고은

예술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것. 이 부분이 저에겐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세밀한 감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술교육가, 예술가로서의 역할과 태도, 사명에 대해 목적을 확실히 했고, 2018년에 있을 수업에 대해 설렘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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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아카데미 꿈꾸는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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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t


꿈다락 성과공유회 전시

‘꿈다락 함께짓기’


꿈다락 성과공유회 전시 '꿈다락 함께짓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12개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국공립기관, 도서관, 그리고 예술가와 함께 한 프로그램들 안에서 참여자들은 책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도 하고,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가 보기도 합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참여자들이 지어 올린 다양한 꿈다락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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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개요

일시.장소 2017.12.20.(수)-12.22.(금) 서울 시민청 태평홀

전시내용 2017년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여자들의 작품 전시 및 상영 꿈다락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형 부스

관람대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및 사업 참여 관계자 등

PART 2

꿈다락 성과공유회 꿈다락 함께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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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함께 여행을 떠나 풍경과 소리를 담아온 가족, 우리의 일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한 친구들. 창작을 하는 서로가 되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예술가들. 다양한 음악으로 어울림을 만들었던 모두가 올 한해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 온 이야기들을 모아 우리의 꿈다락을 짓습니다”

하나의 큰 울타리 안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부르는 노래, 함께 걷는 길’은 가족과 함께

들이지만, 그 갈래의 다양함에 여러 궁리를

만들어가는 선율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해야 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작은 아이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와 시선들을 놓칠세라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전시장의 입구에서 마음을 글로 표현한 책들

즐거움이 가득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을 보며 한 발 한 발 옮겨가다 보면 아이들의

4개의 큰 섹션으로 프로그램과 작품들의

작품이 펼쳐집니다. 같은 주제 아래 비슷한

구분은 먼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사업

형식을 보이는 작품으로부터 깊은 내면이 우

취지 안에서 공통된 흐름을 찾는 것으로

러나온 놀라운 작품들, 잠시 앉아 들어보는

시작했습니다. ‘글이 된 생각과 마음’은

마음과 현실이 담긴 음악들, 동네에서 시작

그야말로 생각을 표현하는 점에서 글이라

해 먼 곳으로 향한 여행의 결과로 만들어진

는 형식을 지니는 예술 활동이라 그 독립성

작품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한 이 모든 어린

이 컸습니다. ‘상상과 만난 역사와 미래’에

이가 예술가임을 떠오르게 하는 흐름으로 각

서는 인간의 삶의 기록을 담고 있는 박물관,

섹션을 배치해보았습니다.

시대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미술관 그리고

예술이란 어떤 방법이나 형식으로든 마음

새로운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국·

을 표현하는 것이며, 감상을 통해 얻는 즐

공립기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거움부터 공감까지 다양한 감정들을 건넵니

‘예술가와 함께!’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

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즐거움과 공감할

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창작 주체로서

수 있는 기쁨을 많이 누렸기에 모든 어린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만난 결과를 모아 생동

예술가와 가족 여러분께 감사를 보냅니다.

감 넘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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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큐레이터 소개 학문으로서의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 임경민

미술의 현장으로 옮겨왔습니다. 시각예술 분야

큐레이터

사회적기업인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면서 예술 분야의 사회적 활동과 그 안에 크게 자리 잡은 미술교육에 대한 경험을 쌓았고, 최근 3년여 간 독립큐레이터로 지내며 여러 시각예술이 펼쳐지 는 현장에서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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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성과공유회 꿈다락 함께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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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된 생각과 마음 섹션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 모양도 무게도 없지만 언제나 우리 안에 있는 생각들. 도서관에서는 함께 모여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펜과 종이로 그 내용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해봅니다. 생각이 말과 글이 되고, 책이 되어 만나는 과정은 우리의 꿈다락을 짓는 기초공사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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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만난 역사와 미래 섹션

박물관 연계 프로그램 미술관 연계 프로그램 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 지금 겪어볼 수 없는 과거나 미래는 모두 우리 상상 안에서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 가보는 곳의 역사와 특징을 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로 가능한 것들을 확인해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꿈다락을 짓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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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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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함께 섹션

레지던시 연계 프로그램 청소년 x 예술가 프로그램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그램 홀로 꿈꿀 수는 있지만, 꿈을 짓기 위해서는 도움과 서로 다른 생각들이 필요합니다. 이 꿈다락의 필수적인 재료들은 예술가와 만나 더 튼튼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예술가와 함께하며 우리의 꿈다락이 훨씬 더 많은 갈래와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멋진 일이지요. 우리는 가능성을 믿고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가장 큰 도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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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꿈다락 성과공유회 꿈다락 함께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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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부르는 노래, 함께 걷는 길 섹션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가족 그리고 친구와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함께 길을 걷고,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여행도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함께 짓는 꿈다락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가득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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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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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art


꿈다락 성과공유회 패널토론과 공연

‘꿈다락 이야기방’


패널토론과 공연 '꿈다락 이야기방' 소개

2017년 전국에서 186개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참여자를 직접 만나는 교육 강사와 기획자, 운영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꿈다락이 어떤 모습이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나눌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3개의 꿈다락 이야기를 통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보았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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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장소

기본 개요

2017.12.22.(금) 13:00-17:10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

행사내용 교육강사, 기획자, 예술가를 통해 듣는 꿈다락의 ‘처음’에 대한 발제와 토론, 미니 공연

참여대상 2017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단체 관계자 및 예술가

구분

세션 1

시간

13:00 ~14:10

세부내용

패널 및 진행자

이야기방1

원동은(원주영상미디어센터 기획자)

교육의 기술 VS 경험에서 오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자립음악가)

예술적 기질

김태황 (독립기획자)

휴식 및 세션2 등록 *미니공연 : 원주 청소년과 야마가타 트윅스터 합동 공연

이야기방2

세션 2

14:30~15:40

그 자체만으로 오롯이 스며드는 예술가의 작업

정만영 (사운드, 설치미술 예술가) 박찬국 (공공미술가)

휴식 및 세션3 등록 *미니공연 : 글고양이 이야기(해남공공도서관 정수연)

세션 3

이야기방3

16:00~17:10

변화를 불고오는 문화예술교육

허윤희(창작극단 ‘하다’, 연극예술가) 윤진현 (인문학연구소 ‘오만가지’)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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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내 몸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감각과 기억을 일깨워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감각을 일깨워 참여자들과 나누게 했던 바로 그것 그 ‘처음’에 대해 이야기해 봐요.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보물을 발견하고 더 많은 참여자들을 만나게 될지 몰라요. 우리 다락방에 감춰진 보물을 찾아볼까요?”

‘뮤즈(Muse)’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

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자립음악가

는 존재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떤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만나 ‘원자청소년

감독은 중년 아저씨들의 엉성한 밴드 연주

프로젝트(원주 자립음악생산 청소년 프로

를 보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배우는

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운드 설치미술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는 청소년의 물음에

정만영 작가는 ‘예술가는 어떻게 존재해야

지역의 작가와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작업

하나?’라는 질문을 품고 작업의 연장으로서

장을 만들었습니다.

참여자들과 만났습니다. 창작자의 작업이 교육이 되는 것, 반대로 창작자가 교육활

창작자의 작업에 영감을 준 ‘처음’이 있습니

동을 통해 작업을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다. 영감을 준 그 처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요? 책 읽어주는 마녀 허윤희 작가는 이주한

고 합니다. ‘처음’이란 것이 불현듯 작가에게

시골 마을에서 ‘폐가’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다가온 것은 아니겠지요. ‘처음’이 내게

마을 사람들과 그림자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처음’이 되고 작업을 실행시킬 동력을 준

그 공연이 계기가 되어 조용한 시골마을에

것은 그 이전의 고민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

즐거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합니다. 즉, 기획의 ‘배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꿈다락을 기획하는 여러분에게도 ‘뮤즈’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즐거운 변화가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기능교육이라는 반복적인 지적 속에 청소년들과 어떻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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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기획자 소개 배우의 일을 가장 오래 하고 있습니다. 신운섭 총괄 디렉터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 궁리 중입니다.

연극 공연 작업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 죠스 연출

고, 따지고 싶은 질문들을 공연으로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연극 <구일만 햄릿>, <법앞에서> 등의 작품에 연출로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연극 공연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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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이야기방 1 교육의 기술 VS 경험에서 오는 예술적 기질

나는 비로소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팬이 되었다

‘영상미디어센터’라는 이름 때문일까요? 저희 센터 원동은

는 그동안 청소년 대상의 미디어교육으로 다큐멘터리,

원주영상미디어센터 기획자

단편영화, 라디오 등의 영상미디어 제작교육을 진행했습 니다. 2013-2015년에는 미디어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꿈 다락 토요 미디어 문화학교도 운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지역 광역재단에서 운영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처음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계속 해오던 미디어교육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틀 안에 녹여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문 화예술교육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 무 기능교육 중심이라는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서 ‘오랜 시간 우리는 이 방식대로 잘해왔는데 어떤 부분이 기능적이라는 것일까? 도대체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고 우리의 방식과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일까?’하고 고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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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호흡을 맞춰온 강사들과 사업 기획서를 쓸 때 에도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듯 부담을 느끼게 되었 습니다. 어렵게 신청한 공모 사업마저 결국 떨어지면서 비상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 센터는 위탁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지만 교육 예산, 특히 청소년 대상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예산 이 턱없이 부족해 공모 사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어떻 게든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X 예술가 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청소년과 예술가가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하니, 그 예술가를 동경해오 고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꿈꿔오던 친구들에게 매우 좋 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문 화예술교육이 제 안에서 조금씩 쉽게 풀이되기 시작했습 니다(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일반시민들과 진행하는 워크 숍에 3년 동안 참여하며 많은 걸 배웠던 경험도 있었습 니다). 센터 주변에 어떤 예술가가 있는지 생각해 보니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한받’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받 선생님은 2014년에 저희 센터에서 청소년 대 상으로 개러지밴드(GarageBand/ 애플에서 제작한 디지 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로 샘플러, 드럼, 드 럼 머신, 기타, 스트링, 키보드 등의 악기 탑재)로 음악을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수업을 하신 적이 있습니 다. 저는 그 다음 해에 일을 맡게 되어 한받 선생님의 작 업물로 그 분에 대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마 치 한우처럼 ‘등급’으로 판정 받고 있는 고3 학생들의 고 충과 애환을 담은 노래였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아무 거나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작 사 솜씨를 보며 감탄했었는데, 한받 선생님이 그만큼 이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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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만남은 작년에 저희 센터에서 열린 연말 행사였습니다. 그는 자립 음악 가이자 민중 엔터테이너라는 예술가의 길에 대한 강연 과 함께 짧은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날 공연을 보고 저는 비로소 팬이 되었고 지금도 그 때를 회상하며 ‘돈만 아는 저질’을 외치곤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받 선생님이기에 시작할 수 있었 습니다. 고3 친구들과 함께 슬프고 처절하지만 위트가 넘치는 멋진 노래인 ‘고한가’를 만들고, ‘우리 모두 돈만 아는 저질이지만 그래도 인간답게 할 도리는 다하며 살 자!’라고 외치는 예술가라면 청소년에게 분명 좋은 영향 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내가 청소년 시 기에 한받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원주의 청소년들과 야마가타 트윅 스터가 만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이렇게 한받 선생님과의 협업을 약속하고, 진흥원 에 서류를 내고 면접을 봤습니다. 기능적인 교육과 문화 예술교육 사이에서의 갈등은 늘 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작업을 커리큘럼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예술을 기능적인 틀에 가두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되는 고민과 함께 청소 년X예술가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원자 청소년 프로젝트 (원주 자립음악생산 청소년 프로젝트)’을 시작하게 되었 습니다. 수강신청에도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눈 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4월, 총 23명의 아 이들과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던 6월의 어느 날,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문자가 시끄럽게 울렸습 니다. 저는 수업에 나온 4명의 아이들과 치악산으로 갔 습니다. 사실 이 아이들마저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듯 다소 우울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 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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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는 음악과 요즘 관심 있는 뮤지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폭염’으로 시작해 ‘포경수술’ 얘기 까지 나왔습니다. 한받 선생님은 갑자기 기타를 꺼내 들 고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노래가 만들어지는구나!’하고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려 치악산을 갔던 날 이외에도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을 하고, 일 정이 끝나고 노래방을 가서 아이들의 끼를 확인한 순간, 광장 시장에서 함께 쇼핑하며 패션에 민감한 아이들과 광장 시장을 집처럼 편하게 이용하시는 한받 선생님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가수 키라라(KIRARA)를 특강 강 사로 초청해 자켓 사진을 열심히 찍던 날, 실수도 많았고 눈물도 흘렸던 우리의 마지막 공연까지 잊지 못할 추억 들이 쌓였습니다. 지난 11월 25일 데뷔 공연을 끝으로 ‘원자 청소년 프 로젝트’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아직도 한마디로 정의하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답은 과정 속에 있었습니다. 청소년과 예술 가가 만나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교감하고 교류하면 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완수해 가는 시간. 그게 문화예술 교육 자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배워간다 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8개월 남짓한 시간이 내 인생의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교육은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닐까요? 아이들의 후기 중에 ‘14살에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것으로 충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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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널 토 론

교육의 기술 VS 경험에서 오는 예술적 기질

패널

원동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기획자

야마가타 트윅스터 자립음악가

모더레이터

김탕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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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탕

이 프로젝트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중 청소년X예

술가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꿈다락에 여러 가지가 있 잖아요? 장르별로 사업이 있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공간 적 배경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만들 어지기도 하거든요. 이번 세션은 올해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 중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야마가타 트윅스 터와 함께 했었던 작업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원동은 님과 야마가타 트윅스터 님을 모시겠습니다. 자리에 앉 아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동은

저는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기

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원동은입니다. ‘원주자립음악생산 청소년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저는 원주에서 원자 청소년, ‘원주 자립 음

악생산 청소년 프로젝트’를 함께 한 야마가타 트윅스터 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탕

앞선 퍼포먼스1)가 저희한테 크게 다가왔는데요. 원

래 말씀하실 때 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시는 분이세요. 야외에서 만나게 되면 깜짝 놀랄만한데, 실제로 이렇게 대면해서 얘기해보면 ‘이분이 어떻게 저런 것을 할까?’라 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폭발적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본인 생각은 다를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두 분이 원주에서 청소년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요. 잠깐 프로젝트 소개를 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원동은 1)

패널토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돈만 아는 저질’ 외 1곡을 특유의 퍼포먼스와 함께 들려주었다.

아시다시피,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뮤지션은 민

중자립음악가라고 본인을 부르기도 하십니다. 자립음악 이라는 장르를 해 오셨기 때문에, 저희 원주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청소년하고 청소년의 이야기를 직접 노래로 만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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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면 좋겠어서 ‘원주 자립음악생산을 하는 청소년 프로 젝트’로 진흥원에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일 년 동안 활동했고요. 23명 학생이 출발해서 거의 절 반이 나갔어요. 수료한 학생은 10명이고 11개 정도의 곡 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김탕

처음에 어떻게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초대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거든요. 원동은

저는 교육기획자로 일한 지 3년 정도 되었고요. 제

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결과물들 을 찾아보다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고3 학생 3명을 데 리고 작업한 ‘고한가’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어요. 그 다음 다음해에 연이 닿아서 연말에 행사를 할 때 야마 가타 트윅스터가 공연을 한 번 해주셨어요. 그때 처음으 로 ‘돈만 아는 저질’ 퍼포먼스를 보게 됐고, 저도 피리 부 는 소년 따라가듯이 밖으로 나갔었거든요.2) 그때 ‘아, 이 사람이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다. 이 사람 의 노래를 들어 봤을 때, 가사에 자기 얘기를 쓰는 작업 을 아이들과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전화를 드 렸죠. 이런 프로젝트를 청소년과 같이 해보고 싶다고요.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김탕

섭외 전화가 왔을 때, 10대를 만나는 게 일상적인 일

이 아니고, 더군다나 수줍음이 탑재된 분이 이런 프로젝 트를 해보겠다고 결정한 그 용기는 대체 뭔가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게

다가 원주에 주말마다 가야 되는데 말이에요. 아까 ‘고한 가’ 얘기도 했지만 제가 자유음악 생산조합이라는 음악 2)

‘돈만 아는 저질’의 마지막 부분에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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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단 체가 있는데, 그게 원주하고 관련이 있었어요. 원주에 와


서 협동조합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원주라면 좋을 것 같았고, 원주에서 고등학생과 재미있는 작업도 했었고 요. 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흔쾌히 허락했던 것 같습니 다. 김탕

자립음악이 생소한 개념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없

는 말일 수도 있거든요. 자립음악 자체가 퍼포먼스이자 예술 행위에 해당되는 거죠? 자립음악은 무엇을 전달하 고 싶은 건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제가 홍대 앞 음악씬에서 10년 넘게 활동

해 왔는데요. 인디라는 것이 사실 시장 논리, 자본의 논 리로 방향성이 지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본 것 같습니 다. 지역에서 대중매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립적 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새롭게 세워본 개념이죠.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서 지역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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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음악가로 생활하면서 자립적으로 활동하는 그런 음 악을 자립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탕

그렇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가사와 닿아 있는 거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삶의 체험이나 경험이 투박하지만 진솔하

게 나와야 하고, 또 나올 수 있는 그런 음악이라고 생각 합니다. 상업성보다는 삶의 태도, 음악의 원래 기능, 사 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좋은 방편으로 음 악의 기능에 좀 더 몰입하고 집중하면서 나온 개념인 것 같습니다. 김탕

그래서 돈만 아는 저질, 딱 저의 얘기긴 한데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 노래도 투쟁현장에 연대하면서 나왔던,

그러니까 삶의 현장에 상당히 밀착된 그런 내용입니다. 노래에 대해 잠깐 얘기해 드리면 초반에 나오는 트로트 음악이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입니다. 좀 나이 많은 분 들이 잘 아는 노래일 텐데요. 수유시장에서 공공미술 프 로젝트에 참여해서 수유시장 상인들의 애창곡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발견한 겁니다. 원래 프로젝트는 수 유시장 상인들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저질에 꽂히는 바람에 그 노래를 당시에 제가 연대하고 있던 ‘두리반’이라는 홍대 앞 투쟁현장에서 발표하고, 그 때 에너지로 아직까지 계속 가고 있는 노래죠. 김탕

음악 장르라고 말하면 음악만이라고 상상할 수 있지

만, 오늘 보셨다시피 퍼포먼스가 있기도 하고, 오늘 선택 한 옷과 두 벌의 바지 등이 자립음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가 10대 에게 친숙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우리도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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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만, 지금 이 이야기방에서는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 주시니까 ‘아 이런 음악을 하려고 하는구나!’라며 그 의 미를 보시는 거죠. 사실 10대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음악 을 접하고 친구들과 학교에서 멋지고, 쿨한 흔히 알고 있 는 연예인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문화들이 한국 사회에 있다는 거죠. (야마가타 트윅스 터와 같은 뮤지션을)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피부로 많이 느꼈습니다. 그 다음 수업 시

간에 안 오고... 참여자들이 확 줄더라고요. 김탕

그것도 기획배경에 들어있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

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원동은

잠시 후에 퍼포먼스를 같이 할 친구가 있는데요.

아까도 얘기를 나눴는데, 어떻게 프로그램에 왔냐고 물 어봤거든요. 저희가 홍보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당 시에 쉽게 가려고 ‘아이엠스쿨’이라는 앱을 이용했어요. 교육청에서 학부모에게 홍보해주는 앱인데, 그 앱을 사 용하니까 학부모님이 ‘어, 우리애가 음악에 관심이 있는 데?’ 하신 거죠.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중요한 게 아닌 거 죠. ‘음악을 만드네? 너 이거 해봐라.’ 이렇게 해서 23명 이 모였습니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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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에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오늘처럼 입으시고 ‘나 야마가타 트윅스터라고 해. 내 퍼포먼스를 보여줄게’하 며 유튜브로 보여줬는데요. 아이들이 다들 말을 잃었죠. 저도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의 무더기 가 안 오고 무더기가 안 오고 그런 상황이 생긴 거죠. 저는 애초에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을 지원한 자체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보고 출발한 거거든요. ‘우리가 이 렇게 하고 싶어’라고 해서 예술가를 끌어들인 게 아니라, ‘이 예술가라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해 서 시작했어요. 이 예술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었던 거죠. 그런데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계속 예술가 로 살아오셨고, 문화예술교육을 많이 해보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 간극을 메꿔 가는 데 있어서 분명히 위기의 순 간이 왔던 것 같아요. 원래 7월에 치악산의 영감을 얻어서 비트를 만들자고 해 서, 치악산 캠프를 계획했는데요. 그 카드를 좀 일찍 꺼 냈어요. 하루는 6월이었는데 4명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무슨 수업을 하냐며 ‘치악산이나 가실까요?’해서 버스를 타고 치악산에 가게 되죠. 도착하자마자 폭염주의보 문 자가 뜨는 거예요. 애들이 엄청 짜증내죠. 그래도 등산 하면 시원해질 거라고 꼬시면서 올라갔죠. 야마가타 트 윅스터가 조용하시거든요. ‘너희들이 뭘 하던 나는 기타 연주를 할게’, 이런 느낌으로 기타연주를 하고 계시는데, 또 뭘 막 적으세요. 얘기를 하고서 봤더니 노래 하나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야외로 나가면서 소통을 시작하 게 됐고, 그걸 매개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터 가면서 다 시 시작하게 된 반환점이 아니었을까 싶은 순간이 그때 였던 것 같아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제가 ‘돈만 아는 저질’하면서 밖으로 나가

잖아요. 교실 밖으로 나가야지 뭔가 소통이 되고 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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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느낌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초반에 우리 가 원주미디어센터하고 할 때, 원래는 일반 강의실이 아 니고 열린 공간에서 하자고 했었어요. 일반적인 프로젝 터가 있고 책상마다 컴퓨터가 있는 그런 강의실에서 하 다 보니까 강의 할 때, 그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 거든요. 사각 프레임의 딱딱한 공간에서 얘기를 하다 보 니까 너무 진지해지고 엄숙해지고요. 김탕

묻고 싶었던 거였어요. 왜냐하면 작업하시는 공간하

고 원주미디어센터의 강의실하고는 너무 차이가 크잖아 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김탕

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예술가로써 요구를 못 했었던 건가요, 무서웠던

건가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무섭진 않았고요. 저도 초반에 살짝 놓치

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애들한테 집중하다 보니까요. 김탕

사전미팅을 할 때 이 이야기가 기억나요. 이런 부분

들이 초반에 작업의 동기를 만드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라고 얘기하셨거든요. 원래 작업 환경은 자유로운 생각 을 갖고, 가사를 쓰고, 누구를 만나서 등 이런 이야기가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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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거잖아요. ‘등등등’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다 삭제된 상태로 네모난 교실에 들어가게 된 상황인 거 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치악산에 갔을 때 일단 치악산에서 비트를

뽑아내자는 거였어요. 영감을 얻었고, 그 아이디어 자체 가 재미있었고 역시 치악산에 가니까 아이디어가 나오더 라고요. 아까 폭염주의 얘기를 했는데 폭염주의보를 들 으니까 중학생 한 친구가 ‘포경주의보?’라며 언어유희처 럼 전환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을 잘 잡아내는 편 이거든요. 포경주의보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친구와 함 께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노래를 만들었죠. 김탕

10대 남자아이들의 민망한, 공포의 상황인 거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내 바지도 흘러내리

고’ 그런 것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거였었죠. 김탕

이런 부분이 되게 중요해 보이거든요. 예술가를 꿈

다락에 담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초대하기 위해 어떤 환 경을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인데요. 예술을 콘텐 츠로 바라보게 되면 예술가의 콘텐츠를 가져다가 ‘보여 주세요’, 라고 해서 끝나버리잖아요. 하지만 예술가의 삶 과 그 안에 들어있는 다른 이야기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면 환경을 조금 다르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왜 그러신 건가요? 기획자가 잊어버리고 계셨던 것 같 다, 내가 요구하는 것을 까먹었다, 이럴 수 있거든요. 원동은

음악작업을 해야 되니까, 거기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 학생들과 관계 형성하는 시간 을 충분히 가졌어야 했는데, 우선은 강의실부터 만들어 놓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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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 트윅스터

맞아요. 서로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원동은

두 번째 이유는 예술가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다 보니까, ‘예술가가 알아서 헤쳐 나가겠지?’, ‘분위기 자 체를 만들어 갈 거야’라고 뒤에서 방치 했었던 점 같아 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점 점 학생 수가 줄어들고 4명이 나오는 순간 저도 적극적 으로 개입하게 되었어요.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같아요. 한때 야마가타 트윅스터 팬이었고 뮤지션으로 만난 사이기 때문에 제가 좀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당연합니다. 저도 친구가 없어요. 저하고

친해지기는 진짜 힘들어요. 원동은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아요. (웃음) 좀 어려운 시기

가 있었어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제가 그렇게 방치된 사이에 저 나름대로

멘탈이 무너지고 있었거든요. 제 나름대로는 청소년들 이 신선하게 제 음악과 퍼포먼스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고요. ‘고한가’를 만들었을 때 충분 히 교감하면서 만든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 데요. 솔직히 말해서 10% 정도가 ‘와, 짱이다’, 얘기를 했 고 나머지는 ‘저게 뭐래? 완전 별로다’ 이렇게 얘기를 해 서, 초반에 많이 흔들리고 어렵게 갔던 것 같아요. 치악산으로 갔을 때 모티브를 하나 잡으면서 학생들과 교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자신의 퍼 포먼스나 음악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너 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10대들도 잠재적인 팬이 될 수 있는데, 10대 애들이 기대하는 것도 반영을 해야겠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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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힙합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들어보기도 하고 저 자신도 조금 변했죠. 김탕

원래 거리 퍼포먼스, 그러니까 버스킹은 아닌데 어쨌

든 거리 퍼포먼스를 강점처럼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바라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러면 청소년하고도 거리 퍼포 먼스를 해볼 수 있었을 텐데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계속 그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요. 여러 가

지 실행하지 못한 아이디어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 술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아이들을 거기에 끌어들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음악도 그렇고요. 그래서 청소년 본인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자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계속 절제를 했죠. 너무 저한테 프레임을 맞추거나 혹은 아이들을 내 식으로 끌어당기기 보다는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걸 도와주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습니다. 김탕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야마가타 트윅스터 같은 사람과

뭔가 해볼 수 있는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렇죠. 이런 사람은 잘 없죠. 이런 스타일

에 공감하는 애들도 몇 명 없었으니까요. 그런 애들은 제 색깔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작업을 하게 되고, 어떤 애들은 자기색깔이 벌써 묻어 나오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 런 애들에게까지 제 음악스타일을 강요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탕

여러분이 들어 보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음원

이 나왔거든요. 근데 되게 익숙한 음악처럼 들리거든요.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만나서 작업 했는데도 내가 들었을 때는 그냥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것 같은 음악이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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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럽달까? 이런 느낌이었어 요. 왜냐하면, 개념 상 정확하진 않지만 조금 더 키치한 것을 바랬던 것 같아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런 쪽으로 안 가게 되더라고요. 아까 제

자신도 말씀 드렸지만, 아이들과 있으면서 변했던 것 같 아요. 아이들을 내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 보다는 아 이들이 방향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해준 것 같 아요. 김탕

대신 그 안에 들어가는 가사는 본인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이겠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렇죠. 그런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터치가

들어가 있겠죠.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탕

기획자는 어떤 것을 생각 하셨어요?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었나요. 그러니까 두 가지의 균형감을 찾는 건 되 게 어려운 거고, 사실 선택 같거든요. 자기가 본래 하고 싶은 음악을 가져오면 서포트 해주는 방식이 있고, 좋은 예술가와 그 세계를 잘 소개해주는 방식이 있는 것 같아 요. 이 두 가지인데 원래 기획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요? 원동은

후자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서포트라는 건 이 예

술가의 작업을 같이 해보고 여기서 뭔가 받아가기를 바 랬던 거죠. 개인을 인정하면서 갈 수 밖에 없는 거더라고 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고, 각자 살아온 방식들이 다 른데 그럼 거기서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개입이라기보 다는 각자를 인정하면서요. 단, 아이들을 유도하는 이 예 술가의 방식으로 풀어갔던 것 같아요. 근데 이거는 야마 가타 트윅스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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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그것을 뽑아낼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질 수 있게끔 대화를 통해 뭔가 음악을 들려주고 영감 을 계속 불어넣어주신 작업들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있 었기에 가능했어요. 궁극적으로 좀 섞이기는 했지만 제 가 의도했던 바랑 어느 정도 맞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 습니다.

김탕

두 분께 동시에 듣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참

여했었던 참가자들은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야마가타 트 윅스터의 예술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세 요?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뭐 하는 사람이라고 생 각할까? 어떤 예술이라고 보고 있을까? 야마가타 트윅스터

기존 대중매체에서 소개되는 그런 음악가

는 확실히 아니다. 어떤 삶, 특히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 는 모습을 봤을 때, 아이들이 일상적인 청소년의 삶에서 느끼기 힘든 사회적인 불합리나 부조리들을 느끼지 않았 을까? 그러면서 저렇게도 음악가로 활동할 수 있구나 하 는 지점까지 인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탕

그게 예술가의 바람이겠죠? 어떤 것 같아요? 아이들

이 어떻게 이해할까요? 원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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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저희가 9월에 공연


을 위한 아이템 구매를 위해 광장시장 투어를 한 적이 있 어요.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주로 의상을 광장시장에서 많이 구매하시거든요. 가서 아이템을 쇼핑하는데 사실 그 견학의 꽃이었던 메인 주제는 전태일 동상에 가서 의 미를 되새기는 게 원래 목표였어요. 이 친구들은 다 필요 없고 광장시장이 중요한 거예요. 지금 전태일 동상을 보 러 가야 되는데, 아이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 런 걸 봤을 때, 선생님이랑 좀 다르지 않을까. 왜 그런 생 각을 했냐면, 전태일 동상에 가셔서 ‘이 전태일은~’ 하면 서 막 설명을 하는데 아이들 머리위로 ‘동묘시장 가야 되 는데’ 그런 말풍선이 보이더라고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아 그렇구나... 저는 진지하게 듣고 있다고

착각했어요. 애들이 말없이 딴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원동은

마지막에 작업 하면서 아이들한테 소감을 받았는

데요. 제일 눈에 들어온 게 ‘맨날 남의 것을 하다가 처음 으로 내 것을 만들어 보니 너무 좋았다’는 평이 있었어 요. 아 이걸 보면서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고 목적을 이룬 부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탕

‘청소년X예술가’ 프로젝트에 관련한 질문이긴 한데

요. 예술가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문화예술교육이 될까요? 무겁고 큰 질문이긴 해요. 우리가 주변에 모든 예술가를 초대해서 ‘프로그램을 운영 해주세요’라고 하 면 문화예술 교육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예술가만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런 방식은 기존의 교육시스템하고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그것들을 규범화하고 규격화하는 것이 과연 필요 할까? 라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예술가 개개인마다 교 육기술과 방식이 있을 텐데, 그것이 하나의 교육시스템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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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어요. 예술 가 개개인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대신 기획자 분이 중간 에서 잘 조율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 어요. 김탕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획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너무 중요했습니다. 보조강사 두 분도 계

시는데 열심히 도움을 주셨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 습니다. 김탕

이런 거죠. 웹 포스터에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영롱

한 빛을 받으면서 나왔는데요. 신청을 할 때는 뻔한 것 때문에 신청 하는 건데 깜짝 놀라게 되는 거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렇죠. 포스터에서는 뭔가 버라이어티하

고 다이나믹한 역동적인 흥이 나는 퍼포먼스 같은 강의 가 펼쳐질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상당 히 진지하게 얘기를 하니까 이런 부분은 개인의 숙제이 기도 합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로서의 수업을 살짝 소 개해 드리면, 수업송이라고 있어요. 제가 이런 프로그램 을 처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청소년 대상으로는 처음이 긴 하지만 이런 수업을 할 때면 수업시작 할 때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합니다. 노래를 하면서 좀 더 재밌게 진행 하길 바라면서 하는데 이번에도 ‘원자수업송’이라고 수 업송을 만들어서 학생들이랑 일어나서 박수 치면서 해봤 어요. 학생들이 어려워하더라고요. 원동은

저는 이 ‘청소년X예술가’라는 프로그램을 쉽게 생

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청소년과 예술가를 결합해서 커 리큘럼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들이 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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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이 예술가의 작업과정을 아 이들이 옆에서 따라가면 되는 건데, 이걸 굳이 커리큘럼 으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에 많 이 고민 했고요. 만약에 내년에도 할 수 있다면 예술가의 활동을 같이 하는 쪽이 이 프로그램에서 더 원하는 방향 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고요. 조금 더 사전에 미 팅을 더 해서 작업과정을 들어보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가면 좋을까요’를 더 조율해야지, 이걸 ‘이 과정을 3주차 에 우겨 넣어 봅시다’라고 하면 예술가도 힘들고 학생들 도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탕

그걸 꿈다락에서 잘 담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좀

의문스럽긴 해요 왜냐하면 올해 노하우가 생겼으면 다음 에는 다른 걸 실험해 보고 이러면서 예술가와 단체가 같 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꿈다락은 1년 단위로 끊어 지니까 어떠셨어요? 원동은

꿈다락이 아니면 원주미디어센터에서 이런 단위의

사업을 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실험을 해보고 싶고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데 이게 연속성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부분 에 있어서는 고민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김탕

아까 어떤 고민이 있냐고 했더니 내년에는 야마가타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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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윅스터 선생님이 안 올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내년에 혹 시 이 기회가 아니더라도 10대들하고 작업을 한다면 앞 으로 좀 해보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네. 자신도 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서로 자극을 받겠죠. 김탕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자극이 돼서 나의 퍼포먼스가

10대들하고 같이하는 걸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처음으로 제 음악이 구리다는 아이들의 반

응에서 아재감성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아이 들은 아무래도 최첨단의 음악을 접하고 아이돌이나 힙합 이나 그런 장르의 음악을 접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에 자 극을 많이 받잖아요. 내 음악도 투쟁의 현장만 다니다 보 니까 과격하기도 하고 투쟁 메시지 중심인데, 음악에도 세련된 것 까지는 아니지만 10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런 음악을 해서 만약에 10대 아이들이 교장선생님이나 선생님을 대상으로 저항의 퍼포먼스가 필요할 때 야마가 타 트윅스터를 초대하면 가서 학생들에게 선동할 수 있 는 그런 퍼포먼스를 함께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저항의 아이템들을 키울 수 있는 그런 포맷으로서 이번 기회가 정말 감사합니다. 기존 공교육에서 우리가 얻을 수 없는 거죠. 김탕

저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제 산적

해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많을걸요. 10대들이 인권문제 부터 시작해서 각종 급식에 관련한 이야기부터 교복은 20만원 주고 절대 안 사 입을 거라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듣거든요. 야마가타 트윅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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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힙합에 빠진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일


베나 그런 성차별적인 인식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특별히 그런 수업도 했잖아요. 성 평등에 관한 수 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탕

그냥 끝내기가 아쉬운데요. 궁금하시죠? 원주의 원

자청소년들하고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요. 저의 기대는 야마가타 트윅스터하고 10대들하고 작업을 하면 부끄럽 고 어이없는 음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요. 10대가 무대에 등장을 하는 것이라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퍼포먼 스를 감상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해주 셔서 감사합니다. 원주청소년 장혁 + 야마가타 합동공연3)

3)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함께 약 주 동안 음악 작업을 한 원주의 청소년 장혁이 자신의 창작곡 ‘포경주의보’를 무대에서 들려주었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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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이야기방 2 그 자체만으로 오롯이 스며드는 예술가의 작업

소리를 보다 그리고 그리다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에 가면 작고 다채로운 소리 정만영

가 들린다. 그런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녹음하기

사운드, 설치미술 예술가

시작한 것이 10년이 다 되어 간다. 조각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소리를 들으며, 우리 몸의 소리를 듣고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들처럼 풍경의 소리를 기록하고 진단해 보기도 하고 미래의 모습을 제 시하기도 한다. 작가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때 보통 매개되었던 것이 풍경이었다면, 이제는 작가가 직접 매개체가 되어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뇌의 각 부 위의 역할이 조금씩 다를 뿐 한 덩어리로 서로 관계를 맺 고 있는 것처럼, 생활과 예술의 경계, 문화예술 장르 간 의 경계는 있어도 매우 부드럽고 탄력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크게 보면 생각하고 상상하는 하나의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폭포 안에 동굴이 그려진 동양화를 보고 큰 소리를 들었다. 그 후로부터 보이기 시작한 소리의 장소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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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곳곳, 그리고 자연 속으로 녹음기와 카메라를 들고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 다 도시와 자연 속을 다니며 귀로 발견하고 채집하는 것 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방법은 필드 레코딩이었 고 귀로 들어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풍경이고 장소의 시간이고 층이었다. 도시 안 골목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았고, 바닷가, 강가 등 물 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나처럼 숨 쉬고 진동하 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공간과 풍경이었다. 많은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만 들듯,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드는 작품에 관심을 가 지게 되었다. 나는 어떤 상황과 조건을 전시장에 만들어 두고, 관객들이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고, 사 회와 문화예술의 지형에서 내 위치를 가운데쯤 두고 왔 다 갔다 돌아다니며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을 상상 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떠돌이에게 ‘주말문화여행 프로 그램’에 대한 제안이 왔다. 이것은 나에게 새롭고 흥미로 운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는 여러 가족과 작지만 다 채로운 소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여러 소리를 들려주 었고 가족들은 그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종 소리를 들려주기보다 종이 세상의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는지 그 소리를 콘택트 마이크(contact microphone) 로 들려주었을 때, 가족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트 모 양이라며 소리 그림을 그려서 내게 보여주었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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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널 토 론

그 자체만으로 오롯이 스며드는 예술가의 작업

패널

정만영 설치, 사운드아트 예술가

모더레이터

박찬국 공공미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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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저는 정만영 예술가와 이야기를 같이 하게 될 박찬

국이라고 합니다. 오늘 정만영 예술가와 저는 여기서 처 음 보는 건 아니고, 이전에 동경에서 공공미술 행사가 있 었을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는 소리 작업을 안 하시고 설치중심 작업을 하셨는데, 부산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소리 전시를 하시더라고요. 최근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소리가 사운드아트라는 이름 으로 유행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유행했다, 죽었 다, 유행했다. 그래서 오늘 좀 귀한 자리인 것 같아요. 소 리는 음악과 다르니까 교육에서 다루는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요. 정만영 예술가는 교육 전문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같이 생각하고 좋은 경험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 니다. 정만영 예술가를 소개해 드립니다. 정만영

저는 지금 제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거

든요. 작가라는 말도 잘 안 쓰고요. 그래서 제가 항상 생 각하는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입니다. 나는 어떤 사 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디에 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 야기들도 같이 하고, 그런 생각으로부터 나온 작업들이 있는데 작업들을 보여드리면서 최근에 하고 있는 내용들 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고 나면 어떤 사람이구 나, 이해를 좀 하실 것 같고요. 그 과정에서 만난 꿈다락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던 이야기까지 하면 서 박찬국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마크는 제가 만든 마크입니다.4) 조금 전에 초음파 스 피커가 움직이면서 소리가 보였는데, 소리가 보이는 것 과 관련된 마크입니다. 이 마크가 만들어진 위치는 남원 4)

소리를 들었던 장소와 귀의 모양이 절묘 하게 어우러져 있는 일종의 그림으로, 정만영 작가가 직접 구상하였다.

실상사로 들어가는 해탈교라는 다리 위고, 어떤 소리를 들으면서 이 마크를 만들었습니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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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는 것 같은 세상. 귀도 하나의 눈인데 어떤 소리 를 듣고 내 몸과 장소와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우주가 하 나로 일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 마크를 생각 했고 귀를 이용해서 ‘내 귀’라는 마크를 만들었습니다. ‘브리어’. 브레인(Brain)과 이어(Ear), 제가 합성어로 만 든 단어입니다. 저는 조각을 전공했거든요. 박찬국 선생님을 만났을 때 는 일본에 있었습니다. 일본에 가서 자연스럽게 사운드 아트를 하는 사람들과 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운드 아트를 하게 됐고, 그 계기가 이 그림 때문입니다. 동양 화를 보면 안에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잖아요. 어떤 기운도 들어가 있고요. 이 그림 같은 경우는 소리 가 들어가 있어요. 소리표현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그 림을 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주 조용한 굉음이라고 말하는데, 그 림은 조용하지만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려요. 위에서부 터 물이 떨어지면서 사실 동굴이 있어서 소리가 더 크게 울려서 들려오더라고요. 보통 공감각이라고 하면 시각행동에서 청각정보를 느끼 는 것을 말해요. 다른 시각정보에서 온도를 느낀다든지, 그런 다른 감각을 느끼는 것을 공감각이라고 하는데 그 렇게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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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깜짝 놀라가지고 뭔가 재미있겠다,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해서 전시하는 것보다는, 사람들하고 같이 작품을 통해서 호흡할 수는 없을지 고민하고, 내가 일방적으로 전시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조건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작품을 하나씩 둘씩 만들어내면 다시 벽에 붙여서 전시 를 하는 이런 형태를 생각하고 조건을 만들어 놓기도 했 습니다. 한번은 무거운 추를 전시장에 만들어 놨습니다. 무거운 추 가운데는 펜을 끼울 수 있게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의 펜을 끼우고 흔들어만 줘도 중력에 의해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유치원 아이들이나 아주 어 린 아이들이 흔들어만 줘도 만들 수 있게끔 했고, 수많은 아이들이 하다 보니 종이에 구멍이 뚫리고 종이 수백 장 을 갈아 끼우고 뒤집는 재미난 작업들이 만들어졌습니 다. 이런 관계들이 상황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만들어가 는 부분을 생각했습니다. 이 전시장에 있었던 무거운 추 에 와이어가 있습니다. 이 와이어는 얼마나 흔들었으면 일곱 번 끊어졌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주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 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을 했고요. 입체적으로 놀고,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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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만들어서 전시하고 같은 이름으로 올리고 했었습 니다. 그런 작업들을 하다가,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소리에 대해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소리들이 있을까? 다양한 요소를 리서치 하고 건물 과 땅속의 물과 옛날 길과 지도를 겹쳐서 남아있는 부분 들을 찾아가서 뭐가 남아 있는지, 소리가 남아 있는지, 그런 것들을 조사했고요. 그것들을 지도에 표시했습니 다. 2009년에는 수정동에 사운드 장소랑 뷰 포인트도 했 었고, 노래 부르는 장소까지 다 찾아다니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찾아낸 장소들인데, 시각적인 정보가 아니라 청 각적으로 찾아 다녔습니다. 귀로 바라보고 찾아서 그런 지 뭔가 다른 것들이 보였어요. 사람들을 모아서 이런 장 소들을 투어도 하고 그랬습니다.

장소에서 나는 청각적인 요소에 의해서 이 장소는 ‘청각 적인 자리입니다.’ 라고 이야기 투어를 했던 일도 있었 고, 골목에서 공연하면서 그렇게 청각 장소라는 게 어떤 것인지 설명드리기도 했습니다. 시각정보를 가지고 바 라보면 주택은 테라스 하우스 입니다. 계단식 하우스라 고 하는데요. 청각적으로 바라보고 사운드 씨어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뮤직 테라스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서 바라보면 수많은 소리들이 들리거든요. 굉장히 넓은 와이드 스크린 소리극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청각적으로 바라보면 사운드 씨어터, 건축적으로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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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테라스 하우스 그런 식으로 차이가 나더라고요. 이건 부산의 다대포 해수욕장인데요. 다대포 해수욕장은 낙 동강 하구에 있어서 400~500미터를 가도 물 높이가 무 릎밖에 안 옵니다. 해수욕하러 사람들이 가지 않는데, 이쪽에서 치는 파도 의 소리가 다릅니다. 밀려 오는 거죠. 보통 부산에 광안 리나 해운대에 가신 분들은 아실 건데, 그쪽 파도 소리는 철썩철썩 치는데 이쪽은 그냥 밀려오는 그런 파도소리 입니다. 굉장히 다릅니다. 비늘처럼 계속 겹쳐지는 그런 모습에서 소리 비늘이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부산, 김해, 대전에 있는 인터체인지 쪽에, 공원이 있습 니다. 이 공원은 무궁화 공원이라고 합니다. 어떤 소리 가 들릴까 궁금해서 가봤습니다. 굉장히 다른 소리가 들 리더라고요. 수많은 도로들이 만나면서 나가는 차와 들 어오는 차들이 만나고 가운데 가니까 이런 소리들이 들 리더라고요. 도로와 도로가 만나면서 그 부분이 약간 끊 어지는데, 트럭이 지나갈 때의 작은 차가 지나갈 때의 무 게나 속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수많은 소리들이 돌기 도 합니다. 저음이 나면서 굉장히 다른 소리가 들리거든 요. 굉장히 특이한 소리였습니다. 오케스트라 같다는 느 낌도 받았습니다. 노이즈 오케스트라. 이런 장소를 찾아 서 이름을 막 붙입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소리채집 도 하고, 채집한 소리를 이용해서 사운드 설치 작업도 하 고요. 선곡동에 있는 한옥 문틈에 나무틀을 해서 소리문이라는 작업도 했습니다. 처마 끝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녹음해 서 처마 끝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게 하거나 양철 지붕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녹음해서 실제로 양철지붕에 소리가 나게 하는 그런 작업들이죠. 맨 처음에 보셨던 폭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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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그림 때문에 그림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실제로 한국 에 있는 폭포를 제주도부터 설악산까지 돌면서 많이 다 녔습니다. 주로 여행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사진 찍고 난 뒤에 녹음을 해서 사진인화를 합니다. 사진 뒤에다가 에 나멜 선을 감아서 뒤에 붙입니다. 그리고 자석을 붙이면 사진 자체가 진동을 하거든요.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녹 음한 소리를 사진에서 소리가 나오게 작업을 해서 사운 드 포토라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필드 레코딩이라는 방법으로 녹음을 하 고, 그 녹음된 소리를 이용해서 설치 미술도 많이 하고 그런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꿈다락 주말문화 여행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참여를 했습니 다. 박찬국

가능성이 엄청나게 솟는 것 같지 않나요? 시각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소리는 생각보다는 고 민이나 연구가 적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소리도 교육 이나 작업으로 많이 활용되어 온건 사실이지만, 우리나 라 교육에서 많이 활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초반에 엄청난 소리를 듣고 나서 부터라고 했는데, 그게 작업의 집중력으로 가기는 쉽지 않잖아요? 초반에 주로 하셨던 작업은 어떤 작업이었나 요? 정만영

초반에 했던 작업은 주로 조각, 설치미술 쪽이었

죠. 석고를 이용해서 도시의 형상을 만들어서 설치를 하 고요. 영상작업도 했었는데 영상작업을 하더라도 소리 가 굉장히 힘든 요소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러다가 우연 히 저 그림을 보고 난 뒤부터 터닝 포인트가 온 듯한 느 낌이었습니다. 내가 평생 동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 각으로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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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본인의 성격과 맞는 것 같으세요?

정만영

네 맞습니다. 그 질문이 중요한 질문인 것 같은데

요. 저는 주로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필드 레코딩이라 는 것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에 나 가서 자연에서 또는 도시 속에서 나가서 녹음을 하는데 녹음이라는 게 사실 여러 명이 다니면서 하기에는 힘듭 니다. 혼자 다니면서 앉아서 녹음하고 어디 갈대 숲에 숨 어야만 뭔가 소리가 들려오고, 주로 혼자 많이 하니까 그 런 면에서 제 성격하고 많이 비슷하더라고요. 박찬국

작업은 주로 혼자 하시는데, 그걸 발표하거나 즐기

거나 하는 건 어떤 상황을 던져주고 거기에서 참여하도 록 하는 방식인 거죠? 정만영

네. 그것도 어떻게 보면 퍼포먼스이기도 했는데요.

상황을 만들고 조건을 만들어주고 저는 쏙 빠져버리는 거죠. 상황과 관객이 만나서 만들어내면 뒤에 가서 저는 조금 더 바꾸기도 하고, 와이어가 끊어지면 와이어도 갈 고, 종이도 갈고 이런 식으로요. 박찬국

작업이 전시되거나 발표하는 건 그렇게 될 수가 있

는데요. 교육이 된다면 어떤 지점에서 개입하고, 어떤 지 점에서 빠지고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그런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번에 여행을 다니셨다고 한 것 같은데, 그 말씀 좀 해주세요. 정만영

그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

과 같이 여행을 갈 때, 가족 간에 시간을 많이 주려고 했 고,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을 가족들한테 보여주려고도 했 어요. 주어진 시간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 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찌 보면 제가 짠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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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속에 가족들이 와서 따라다니는 느낌도 없지 않았어 요. 순천만이나 길상사에 갔었는데 시간의 여유가 없다 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결과물로 보면 가족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소리를 녹음하려고 다니 고 했던 그런 부분이 좋았던 것 같거든요. 저랑 같이 다 니면서 녹음을 하려고 해도 잘 안 하는데, 녹음하는 방법 을 가르쳐 주고 녹음할 때는 ‘나의 목소리를 마킹을 해라’ 이런 식으로 가르쳐 주면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랑 있었 을 때보다 형이나 동생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녹음하기 도 했습니다. 소리를 만들기도 했고요. 크게 개입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박찬국

굉장히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늘 교육

이라고 하는 것이 상대가 있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반응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데요. 좋다, 나쁘다 얘기하는 게 힘 들 것 같아요. 어떤 조건을 주고 본인이 알아서 자기가 주도하면서 해보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재미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정만영

교실전체를 비닐로 다 싸고 물감하고 수많은 드로

잉 재료를 뿌려놓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조건을 만들어 두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일본에서 본 건데, 이런 조건 을 만들어 주는데도 앉아 있는 학생들은 가운데 앉아서 작은 종이에 드로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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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건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가족들이 충분히 스스로 해나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박찬국

오늘은 소리 자체에 대한 아트로드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질문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교육에 실 제로 사용도 해보시고 또 접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소리를 채집하는 것이 있고, 또 소리를 들려준다는 차원이 있는데요. 편집되거나 정보 로써의 소리가 있고, 그것을 채집해서 자기가 한 번 걸러 내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를 통해서 소리가 나간다거나, 아니면 존 케이지 같은 사람처럼 실황 음성만으로 공간 을 구성하는 틈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게 한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작업들에 더 집중을 하시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효과를 불러올 것 같 은지 말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만영

소리 하나를 더 들어보고 얘기를 할까요? (소리) 이

소리는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입니다. 길상사에 있는 종 소리를 가족들에게 들려 드렸는데 그냥 종소리를 들려드 린 게 아니라 ‘종’이 세상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을 들려 드렸습니다. 이 길상사 소리는 어떻게 편집된 건가 하면, 녹음을 쌍방향으로 했는데, 종의 표면에다 콘택트 마이 크를 붙이면 수많은 소리들이 ‘종’을 울리게 됩니다. 아 주 미세하지만 종이 듣고 있는 미세한 소리를 마이크가 채집 해줍니다. 종소리가 듣고 있는 것이 어떤 소린지 실제 녹음한 것이 바로 스님이 불경을 외우고 있는 소리입니다. 이 왼쪽 소 리는 귀로 듣는 소리고, 오른쪽 소리는 ‘종’이 듣고 있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이해하시고 조금 더 들어 보겠습니 다. (소리) 지금부터는 불경소리가 다 죽어버리고 종이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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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는 소리만 들리고 있습니다. (소리) 이런 식으로 가족들한테 이 장소에서 우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지 만 이렇게 ‘종’이라는 사물이 세상의 소리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상황을 만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박찬국

그런 과정을 만들려고 할 때, 여러 가지 디바이스

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 소리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나, 혹은 기계에 따라 다 를 것 같아요. 어떤 장치들이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정만영

순천만에 갔을 때 집음기라는 게 있더라고요. 접시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멀리 있는 소리를 모아줘요. 순천 만에 계시는 해설사분들이 철새소리를 듣기 위해서 사 용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과 그런 마이크를 써야 되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더라고 요. 아이들이 들고 다니면서 소리를 듣는 그런 장비들을 쓰니까,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듣는데 집중도 100%였습 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음기를 들고 소리를 들으러 가니 부 모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스스로 하는 게 처음이라고. 아침에 일어나 서 나가서 막 듣고 그랬죠. 그전에 제가 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습니다. 소리가 어떻게 생기고, 어떻 게 듣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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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했습니다. 귀를 기울기는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 시각을 차단시키고 ‘길잡이와 깜깜이’가 되어서 청각에 만 의지해서 주변을 걸어 다니는 소리를 듣고 그림을 그 리거나 하는 트레이닝을 몇 번 하니까 오히려 이렇게 더 빨리 소리에 대해 이해하고 이 소리여행을 굉장히 좋아 하게 되었어요. 쉽게 빠져들고 거기에다가 그런 장비를 던져주기도 하고 또 콘택트 마이크로 듣지 못하는 소리 들을 들려주니까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5) 박찬국

어쨌든 소리가 입자와 파동이라는 물리적인 조건

이 한정되어 있는 건데요. 그런 기계의 흥미로움이 필요 한 것도 좋지만, 교육에서 그런 조건을 구비하려면 비용 문제라던가 사용의 관리 문제라던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작은 디지털 기기들이 많이 나오 니까 활용할 만한 게 있나요? 정만영

가족들하고 여행할 때 제가 들고 다니는 장비는 그

냥 체험만 하게 했어요. 실제로 여행이기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못 들고 다니니까. 이런 스피커와 마이크와 녹음 기를 가지고 녹음을 하고 다닌다는 건 어렵죠. 지금은 스 5)

2017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정만영 작가 프로그램 에서는 가족들과 순천만 및 남원 실상사 를 중심으로 소리를 듣고 감각하고 이를 채집해보는 경험을 함께했다.

마트폰에 녹음하는 기능이 다 있거든요. 스마트폰을 가 지고 얼마든지 녹음을 하는 과정과 소리에 집중할 수 있 는 방법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 부분을 가족하고 같이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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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었습니다. 그래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를 들어 본다는 것, 소리를 녹음한다는 것, 그런 부분에서 스마트 폰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박찬국

주도하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디지털 기기가 채집한 소리를 통과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보니, 소리의 질은 어떨까요? 정만영

사실 소리의 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박찬국

소리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생각하

시는 건 조건이나 장소나 상황에 대한 다른 이해에 더 집 중하시는 건가요? 정만영

맞습니다. 저도 좋은 녹음기는 안 가지고 다닙니

다. 제가 설치미술을 풀어내는 방법도 굉장히 하이파이 쪽이 아니라 로우파이 쪽이거든요. 가족들하고도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 소리가 장소에 따라 의미를 가지는 지 집중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장소에 가면 수많은 생명들이 있고,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부분을 강조했었거 든요. 길상사도 그렇고 순천만도 그렇고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입니다. 주변에 가면 수많은 논이 있고 논 가운 데 절이 있거든요. 절 주변에서 수많은 소리들이 많이 들 립니다. 장소가 가지는 상황들, 그런 부분들을 강조했었 죠. 그래서 좋은 소리를 녹음하는 것보다는 그런 상황에 서 어떤 부분들을 채취를 해서 그 소리를 듣는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찬국

평상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잘 안보였는데 발견하

게 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보통 일상적으로는 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요. 일상적으로 듣는 게 한정되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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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증폭시키거나 미세하게 잡아내거나 했을 때 일종 의 생명체가 움직이는 방식이 훨씬 더 많이 포착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다양한 활동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그런 것들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만영

장비가 아까 말씀 드렸던 콘택트 마이크도 있고,

수중 마이크도 있어요. 마이크 종류가 많은데, 그런 이야 기를 했어요. ‘우리 사람의 귀가 더 뛰어난 마이크다’ 칵 테일파티 효과라고 하죠. 사람의 귀는 아주 시끄러운 장 소에서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골라서 들을 수가 있 거든요. 그런데 마이크는 모든 소리를 다 녹음하기 때문 에 그런 부분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귀가 가장 좋은 마이크고, 이 귀로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자는 이런 얘기 도 했습니다. 박찬국

그럼 잘 듣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들을지 훈련 같은

것도 필요할까요?

정만영

가족들하고 3가지 정도의 트레이닝을 했었는데요.

그냥 눈을 감고 일 분 정도 있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시 간이었습니다. 눈을 감자마자 수많은 소리들이 들려옵 니다. 평상시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려오거든요. 그래 서 사람들은 ‘이런 미세한 소리도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 요?’ 이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눈을 감고 일 분 동안 있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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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체가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 것처럼 귀가 굉장히 민 감해 지는 것 같더라고요. 눈을 가리고 걸어 다닐 때 하 나의 감각이 차단이 되니까 다른 감각이 굉장히 예민해 지면서 귀가 예민해지고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그런 트 레이닝 뒤에 소리를 듣고 그림을 그리니 사람들이 수많 은 소리 그림들을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가족이 우리 아이들 소리가 하트 모양이라고 하트 를 그리셨더라고요. 그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그림 에서도 하트가 나왔어요. ‘이 하트가 무슨 소리에요?’ 하 니까 ‘우리 아이들 소리에요’ 그러시더라고요. 이런 트레 이닝 3가지만 하더라도 귀를 기울이는 게 충분했습니다. 그 뒤에 그냥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 다니는 소리산책을 했는데 가족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 같습니다. 박찬국

어떤 것을 제거하고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 굉장

히 다른 효과를 만들어 냈는데 최근에 우리가 스마트폰 때문에 산만하다 보니까 하나에 집중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의 도적으로 풍경뿐만 아니라 장소를 출입하시는 것 같은 데, 그런 것들이 만들어 내는 교육적 효과라던가 경험에 서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나요? 정만영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본능적으로 장소들이 만들어

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주로 도시에서 의 소리 장소들을 찾아다니면 소리 장소에 항상 의자들 이 놓여 있습니다. 벤치가 있고요. 그게 왜 그럴까 생각 해 보면, 이미 한 장소에서 오래 사신 할머니들이 전망도 안 좋은 골목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모여서 이야기하더 라는 겁니다. 정자 밑도 아닙니다. 그냥 골목에 풍경도 안 좋은 그런 곳이죠. ‘저 장소는 소리가 좋은 장소겠다’, ‘아 저 장소에 가면 ㄱ자로 박혀있어서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가 있겠다.’해서 가보면 항상 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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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여 있어요. 한 장소에 오래 지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청각적인 부분에서 의자와 장소가 연결이 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테라스하우스나 사운드 씨 어터같은 장소도 시각과 청각의 차이가 이런 장소도 만 들어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적으로 만 들어진 장소에 항상 전망대가 있듯이 청각적으로 만들어 진 장소에 가면 항상 의자가 있더라는 차이랄까요? 그런 부분들을 많이 발견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교 육적으로 이어질 지가 문제인 거죠. 박찬국

우리가 그런 장소에 대해서 감흥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행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을 듣는가도 중요하지 만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도 중요합니다. 이 과정들은 어 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은데 그런 시간은 어떻게 계획이 되면 좋을까요? 예를 들면 여기서 소리 워크숍을 한다면 어쨌든 기술적으로 빨리빨리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감흥이 있어야 뭔가 설계할 수 있 잖아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그때 여행가신 건 충분하셨어요? 정만영

여행 갔던 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박찬국

예전에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수업을 했었어요. 애들이 이야기책을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어서 쉽지 않잖아요. 집중도 안 되고. 그때 당시 제가 했던 방법은 돋보기를 나눠주고 1cm의 책을 만든다 했어요. 내용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형식을 얘기 하는 거죠. 그리고 그 페이지 안에 8페이지 정도 하고 싶 은 얘기를 쓰라고 했는데 너무 훌륭했어요. 내용을 강조 하지 않았는데, 형식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책을 돋보기로 봐야 돼요. 이것 때문에 전시할 때는 줄로 다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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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어요. 걸어서 중간 중간에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요. 굉장히 집중해서 쓰기도 하고, 읽기도 했죠. 소리도 어떤 식으로 포착하느냐, 이런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질의자1

저는 꿈다락 경험이 없고 궁금해서 왔는데 작가로

써 아이들하고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은 행정하고 만나 는 부분이 있잖아요. 규정된 형식이나 이런 것들과 충돌 이 없으셨는지요? 정만영

그런 부분에 충돌은 없었던 것 같고요. 스케줄을

짤 때 가족들과 많이 하려고 했던 게 제 욕심이었다는 생 각이 들어서 후회가 되더라고요. 여행이라는 그 자체에 서 그들만의 시간이 많이 없으면 하나의 패키지 여행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조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매니저께서 시간조율을 잘 해야 된다 하셨는데, 저는 가족들한테 소 리 트레이닝도 하고, 전망대도 올라가서 활동을 해야 되 고 할 게 많았었죠. 이런 부분 말고는 없었습니다. 박찬국

여행을 가면 잘려진 시간이니까 간섭할 여지가 없

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결과를 보고 해야 하거나 이런 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은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만영

박찬국

다행이군요.

질의자2

아이들하고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친해지려고 한

노력이나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아니면 아이들하고 친 하게 지내는 게 필요한지요? 정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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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부분도 있었는데


요. 오히려 아이들이 저한테 질문을 더 하더라고요. 예 를 들면 한 아이가 이명이 너무 심한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애가 산에서 물소리가 들린대요. ‘선생님 저, 산에서 물소리가 들려요’, ‘선생님, 아까 그 그림에서 소리가 들 려요’ 이런 식으로 막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왜 예술가가 됐어요?’, ‘왜 작가가 됐어요?’, ‘언제 됐어 요?’, ‘계기가 뭐에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데, 이야기 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음반이 하나 나온 게 있는데 그 음반을 구해주니까 부모님한테 저를 더 소개를 시켜주면 서 ‘이 음반 100만원 짜리야’, ‘200만원 짜리야’ 모르면서 소개 시켜주기도 하고요. 왠지 같이 프로그램을 할수록 제가 소리여행을 하고 있으니까 그 아이가 가지는 이상 한 소리가 들리는 부분 덕분에 얘깃거리가 많았던 것 같 아요. 그리고 1박2일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 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친해지려고 노력은 많이 했었는데요. 우선 만났을 때 이름을 다 보자마자 외 워서 불러주면 좋아하시고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박찬국

초반에 본인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천성적으로 교육과 잘 어울 릴 수 있는 분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 는데 잘 배려를 많이 하시고요. 여행이 아니고 프로그램 을 해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정만영

아이들이랑 소리 나는 물건을 만들어서 소리를 내

보고 놀아보거나 이런 건 워크숍은 많았는데, 프로그램 을 해본 건 없습니다. 박찬국

제가 언뜻 생각하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들

이 있을 것 같아요. 소리를 듣거나, 채집하거나, 발표하 는 과정에서 기계가 굉장히 테크니컬하다는 측면에서 생 각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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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무엇을 어떻게 얻을지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고 기 계도 다양하니까요. 또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 을 하겠다.’도 있을 것 같고요. 시각화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종의 라디오라던가 대중 적으로 전파 한다던가 공연을 한다던가 다양한 어떤 방 식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만영

크게는 없는데요. 청각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

니까 얼마 전에 포항에 지진이 있었잖아요. 지진을 바라 보는 시각도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인간의 시간으로 보면 굉장히 짧지만 지구의 시간으로 보면 지구가 숨을 쉬는 순간에 지표가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거 대한 지구의 시간으로 보면 지진도 하나의 숨을 쉬는 거 고, 살아있는 거고, 진동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바로 소리고, 진동이고, 호흡이라는 것을 생 각하면서 내 주변의 환경과 도시의 환경을 바라보니까 다르게 보이더라는 이야기를 한 번 해 드리고 싶습니다. 참여자3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걸어 다니는 거라서,

계속 부모님들한테 ‘언제 집에 가냐’자주 물어보는데요. 활동하면서 많이 걸어 다니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해 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만영

걷는 걸 싫어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총 4

가족이었고 걷는 걸 싫어하는 아이도 없었고, 오히려 실 내에서 뭔가를 듣는다는 걸 너무너무 싫어했던 아이들 이었거든요. 첫 만남에 왔는데 왜 주말에 이런 곳에 끌고 와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만드는지 인상이 굉장히 안 좋 았어요. 근데 소리가 흥미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아이 들이 듣는 영역과 어른이 듣는 영역이 다르고, 어른이 되 면 될수록 안 들린다는 걸 보여주니 흥미를 보이고 그렇 게 소리에 대해 흥미를 가지니까 여행을 가서도 소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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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보자 했을 때, 아이들이 가 족들과 걷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가족들 중에서는 우리 가족 4명이 다같이 여행해본 게 처음이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우리 아이 와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를 되돌아 보 게 되더라고요. 엄마, 아빠, 나, 동생하고 4명이서 여행 을 온 것도 처음인데 같이 걷는 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아빠, 엄마, 아이들이 소리를 같이 들으니까 그런 활동들 이 재미가 있어서 걷는다는 걸 좋아했어요.

박찬국

얘기를 듣다 보니까 교육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이 만나는 거에서 여러 가지가 겹치는 얘기인 것 같네요.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라는 책을 보셨나요? 거기서 보면 어떻게 주도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느냐는 게 교육의 화두인 것 같아요. 누구를 통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 스로 캐치하는 거잖아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자기 경 험을 가지고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 양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예 술교육에서 만들어 내는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 는 지점이 많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서두에 본인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 하셨는데, 저는 그 아티스트의 ‘위치잡기’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 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설명을 해주세요.

PART 3

꿈다락 성과공유회 꿈다락 이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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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영

예술가들은 굉장히 위대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고요. 시대가 바뀌고 있지만 아티스 트라는 말은 지금도 쓰고 있는데, ‘이게 뭘까?’라는 생 각을 항상 했습니다. 나는 이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해 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라고 하는데, 스마트폰 이 나오면서 수많은 활동을 하잖아요. ‘나는 이 시대에서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에 있어야 할 까?’ 얘기하면서 나는 사회의 중심에 있으면서 교육이면 교육, 문화, 사회, 종교, 과학 이런 부분들을 연결해서 만 들어 내거나, 연결시켜 주거나, 상황을 만들어서 직접 경 험을 해줄 수 있게끔 하거나, 그런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죠. 작품도 그런 식으로 연속적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제가 서 있는 위치도 너무 상업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너무 교육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서 중심을 잡고 있 으면서 연결시켜주고 있는 커넥터의 역할이면 어떨까 생 각했어요.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사운드 커넥터 이런 식 으로 불려지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용어도 조금 더 자세 하게 불리면 어떨까, 그런 식으로 위치와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했었습니다. 박찬국

어쨌든 아티스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얘기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티스트 란 것이 고정 개념이 아니잖아요.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 럼 아티스트라고 하는 것 때문에 막혀 있거나 활동이 제 한되거나 선입견이 작용 하는 것 같아요. 코디네이터처 럼 방식에 따라서 부르는 게 다를 수 있겠죠. 어쨌든 현 대사회에서 모두 다 기획자로써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고, 한 분야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모든 경험, 모든 정보, 모든 관계를 통틀어서 일을 하던 글을 쓰던 교육을 하던 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런 자기 기획을 해 야 되는 시기에 옛날에는 예술가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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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화두를 던지는 얘기가 아닌가 이해되고 요. 저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예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 기 때문에, 그런 것에 끊임없이 물으면서 어떤 위치에 있 나 하는 물음이 있어야 교육에서의 작동도 달라질 수 있 다고 보거든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상상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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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이야기방 3 변화를 불고 오는 문화예술교육

한 여름 농촌 폐가에서 시작된 그림자

미취학 아이가 셋이나 있는 아이 엄마에게 연극작업 책 읽어주는 마녀 허윤희

은 꿈만 같은 일이다. 어느 날, 시내에 살다가 마을로 이

창작극단하다, 예술 강사

사 온 한 아이 엄마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갑갑증에 걸 릴 것 같아서 아이를 빌미로 우리 집에 놀러 온 것이라고 했다. 때마침 동네에 폐가가 있었다. 뭔가 해보면 재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소재로 쓴 대본을 건네며 폐가에서 그림자극을 해보자 했더니, ‘시내 다녀오자’고 권하는 말에 대답하듯 쉽게 동의했다. 그림자극 인형은 사람 얼굴 형태에 눈, 코, 입이 있는 단 순한 형태로, 대략 1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인형이었다. 우리는 화가도 아니고 우리끼리 재미있으려고 했던 일이 라 인형 형태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폐가를 활용한 공 연장 분위기와 반응은 대박이었다. 떡을 해오신 할머니 도 있었다. 서울에서 여름휴가 차 왔던 배우(아이엄마) 의 시댁 식구들이 와서 서울에서 본 공연보다 더 재미있 었다며 무척 좋아했다. 결과적으로 이 공연은 수회리의 씨앗과도 같은 작업이 되었다. 이 작업이 심화, 분화되어 지역의 이야기로 그림자극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미술 동아리도 만들고, 그림자극 캐릭터를 동네 벽화로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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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했다. 또, 동네 우체통을 만들고, 문패와 마을 신문 도 만들었다.

시골 전방이 도서관으로, 사랑방으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수회리에 있는 나의 집은 옛 장터 길의 전방(물건 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이었다. 맞은편에는 방앗간도 있 고, 약방도 있었다. 담벼락 옆에는 작은 텃밭도 있었다. 텃밭은 자갈을 깔아 놀이터로 만들었다. 전방 자리에는 책도 들이고 문 앞에 평상, 의자를 갖다 놓았더니 엄마들 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오전에는 엄마들의 사 랑방이 됐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생산 적인 일을 해 보자며 조선족 아이엄마가 갓난쟁이를 업 고 동네 엄마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쳤고, 우리끼 리 모여 하모니카를 배우기도 했다. 늦은 여름밤, 도서관 옥상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어울려 영화감상을 하기도 했 다.

어린이날 어린이날, 충주 시내에는 아이들이 모두 쏟아져 나 와 사람들로 넘쳤다. 사람에 치이고, 기다림에 지치고, 어른들은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어린이날 행 사를 만들었다. 수레에 색색의 풍선을 달고 돗자리를 깔 았다. 그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우산을 씌우고, 학교와 마을을 한 바퀴 돌면 공주님 싣고 가는 마차가 되었다. 한 아이 아빠는 로마시대 노예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마 당에는 공연하며 썼던 펜스망을 4각으로 두르고 갈대 발 을 둘렀다. 그리고 테이블을 놓고, 동네 양조장에서 막걸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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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받아 놨더니 주막이 됐다. 아이들에게는 빨간 오미 자청을 내주고, 어른들은 마당에서 꺾은 오가피, 엄나무 튀김과 전 등 각자 집에서 하나씩 내어 온 안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아이들은 마당 한 켠에서 미래소년 코난 영화를 감상했다. 어린이날 수회장터길 골목에는 늘 아 이들 소리로 북적거렸다.

마을공동육아 토요돌봄교실! 어른들과 점점 교류가 잦아지면서 더 큰 일을 도모했다. 학교에서 토요돌봄 선생님을 구하 기가 어렵다고 해서 동네 엄마들이 직접 운영하기로 했 다. 동네 엄마들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미술, 역사 등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전시회도 열었다. 아무도 없는 주말에 학교 건물에서 전시회를 하느니 우 리의 아지트 놀이터에 전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펜 스망 몇 개 세우고, 색지에 그림을 붙여 세워 놓으니 순 식간에 전시장이 되었다. 현수막이 없어서 빨래 건조대 에 색지를 써서 붙였다. ‘수회초등학교 토요돌보미 전시 회’ 엄마들은 역할을 나눠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만들 어왔고, 초등학교 당직 선생님도 초대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엄마, 아이들이 함께 전시회를 즐겼다. 마을의 삶 속에 꽃이 피었다.

책 읽어주는 마녀 그리고 깨달음 이처럼 지역의 아이들과 놀다 보니 ‘책 읽어주는 마 녀’라는 캐릭터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지역 도서관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전래놀이-토요 꿈다락 프 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진행자가 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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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 주러 왔는데 같이 놀게 됐다’, ‘아이엄마에게 등 떠밀려 출근하듯이 왔는데 내가 더 즐겁게 놀았다.’ 이후 참여자 들 중심으로 ‘놀이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놀이 동아리는 ‘놀이가 있는 도서관’ 콘셉트에 맞춰 도서관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놀이로 함께했다. 참여자의 활동 소감과 이후 진전된 활동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그 동안 마을 안 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일을 벌였고, 시 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모두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혼자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혼자만 즐거 웠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또, 참여자들의 상황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엇을 해도 진행이 잘 안 된다 는 것을 깨달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을 때 참여하는 사람들 안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생각 하면 작업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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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널 토 론

변화를 불고 오는 문화예술교육

패널

허윤희 창작극단 ‘하다’

모더레이터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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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사진으로 보신 시골마을 충

주에서 살아온 책 읽어 주는 마녀 허윤희라고 합니다. 저는 같이 이야기하려고 불려온 생계형 인문학자

윤진현

고, 오만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의 닥터오만 윤진현입니다. 허윤희

저희 이야기방 콘셉트는 동네 수다방처럼 시골 마

을회관 동네 할매들끼리 앉아서 10원짜리 고스톱 치는 것처럼 편안히 앉아서 얘기하는 장르로 진행해볼까 합 니다. 질문 하나 드릴게요. 보셨던 그림 중에 가장 기억 에 남는 사진을 5초 동안 떠올려 주세요.6) 제가 질문 들 어가면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대답 못 해도 괜찮아요. 1, 2, 3, 4, 5. ‘선생님, 기억에 남는 사진은?’ 참여자1

시골집에 곰 인형 하나가 담 밑에 있었어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허윤희

거기는 방앗간 주인아저씨가 양봉을 하시는데요.

그 앞이 밭이었는데, 콩을 심으면 새들이 와서 쪼아 먹어 요. 그래서 거기다 옷도 입혀놓고 모자도 씌워놓고 해서 사람인 척 둔갑시켜놓는 인형입니다. 6)

허윤희 예술가는 이야기방에서 들려줄 ‘수회리’의 사진을 몇 가지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윤진현

곰 인형이 사람인 척 하고 있는 거죠.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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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그렇죠.

참여자2

저는 곰 인형이 외로워 보였어요. 누군가가 쓰고

남는 걸 거기다가 버린 줄 알았어요. 허윤희

곰 인형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굉장

히 외롭기도 할 겁니다. 참여자2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자기

한테 의미를 두면 소중한 것처럼요.

허윤희

제가 애국자라서 애가 셋입니다. 막내가 주말에 교

회를 다니는데, 애들의 마을회관 같은 곳이 교회입니다. 방과 후에 저는 애들이 안 보이면 학교 갔다가 교회 갔다 가 하는데요. 거기서 개를 키우는데 보통 묶여 있는데 가 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도 있습니다. 암컷만 키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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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수시로 개를 생산합니다. 서너 마리씩 생산하는데 그 러면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저는 개를 무 서워하는데 그 교회에 새끼 개들이 졸졸 따라다니는 장 면이 풍경인 것 같아서 찍었어요. 그리고 그 앞에 선생님 이 있고요. 참여자3

(사진을 보며) 마지막에 있는 집이요 파랑 지붕에

조그마한 쪽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허윤희

그 건물은 마녀네 집입니다. 원래는 헨젤과 그레

텔 동화를 들려주고서 벽에다가 색칠했는데요. 저기 보 면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 인원수만큼 입니다. 원래는 헨 젤과 그레텔인데 유치원 아이들 수만큼 그려 넣었습니 다. 저기가 장터 길에 있는 집인데요. 2008년도에 제가 전세 천 만원에 갔습니다. 문 입구 왼쪽에 보면 ‘미원’이 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웃으시는 분들은 연령층이 갈립니다. ‘미원’을 아시는 분들은 세대가 좀 있으신 분 들입니다. 그 옛날 전방 자리입니다. 들어가면 항아리가 파여져 있어서 막걸리를 받아놓고 팔았던 그런 공간입니 다. 제가 십여 년간 산 집입니다. 마녀의 집이라고 해서 택배 아저씨들이 위치를 질문할 때 거기 벽화 마녀 그림 있는 곳이에요. ‘그 옆 옆집’이요, ‘그 앞집’이요, 이런 식 으로 기준 삼아서 배달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집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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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참여자4

옷이 많이 걸려 있던 사진이요.

허윤희

제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죠? 제가 애가 셋이라고요. 우리 애들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있는 옷들을 햇빛에 살균하려고 막 널 어놓고, 동화책 중에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그런 것도 생각나기도 해서 찍어놓고 보니, 누가 설치예술 같 다고 하더라고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지요. 마당에서 뱀이 나와 서 싱크대 밑으로 들어간 적도 있습니다. 반딧불이도 방 으로 들어왔고요. 그때 애가 네 살. 세 살 이었는데, 4살 딸이 ‘엄마, 뱀이 싱크대 밑에서 꾸물꾸물 기어 다녀’라 고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길래, 제가 3살짜리 애를 데리고 가서 봤더니 정말 있더라고요. 다 나오라고 소리 치고 119에 전화했더니, 싱크대 밑에 있던 뱀이 사라지 고 안 보여요. 보여야지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면 전화하겠습니다.’ 했는데요. 저기가 충주 시내에서 20km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에요. 굉장히 먼 거리에 있 어서 동네 할아버지를 불러서 뱀을 잡았던 기억이 있습 니다. 윤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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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으셨어요?


허윤희

네. 저는 그 뱀의 행방이 궁금했는데 할아버지가

구워 먹지 않았을까 그런 걱정도 들었어요. 원래 집 뱀은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혹시나 그러지 말 았으면 하는데 그 옆에서 할아버지들이 주기적으로 개를 잡아드시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저희가 쭉 살아온 마을에 대 해 간단하게 얘기를 드렸고요. 먼저 제가 왜 마녀 복장을 하고 왔을지 궁금해하실 것 같 은데, 설명해드리자면 저는 2008년에 충주로 이주를 했 습니다. 아까 보신 것처럼 수회리라고 충주 시내에서 20km 들어가야 하는 수안보 온천과 가까운 곳으로 갔습 니다. 연극의 불모지입니다. 제가 극단 활동을 하다 갔 는데 연극을 하시는 분이 딱 한 분 계셔요. 예술 교육가 하시는 분. 극단만 있고 공연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극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애가 셋이라 연극을 하러 다닌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습 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더 힘들죠. 예를 들어 큰애는 동네 병설유치원, 둘째는 수안보면에 있는 어린이집, 셋째는 시내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오후쯤 되 면 싹 투어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고요. 어 쨌든 생존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 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뭔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있 는 게 없어서 선택한 길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아이들 셋을 키우다 보니까 그림책을 읽게 되고, 재미있게 읽어 주니 서점에 가서도 읽어주고, 한 일 년 동안 병설유치원 에 가서 모자도 쓰고 가서 아이들한테 읽어주고, 그래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공연도 해볼까 해서 공연도 하고 마녀 인 채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다양하게 한 것 같습니다. 충주에 처음 내려가서 폐가 같은 것들이 있죠. 거기에 저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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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심심한 아줌마들 여러 명 있었어요. 애 키우면서 옆 동네 애기 엄마가 저희 집에 놀러 왔어요. 저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니까 ‘이거 내가 쓴 건데 한번 볼래요?’ 했는데 보더라고요. 그래서 ‘연극 한 번 할래요?’했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된 아줌마였는데 놀랐어요. 연극이 쉽게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거든요.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들었는데 ‘그때 너무 심심하고 우 울증 올 뻔했어, 그때 언니 집에 막내 옷 사서 친해지려 고 갔던 거야.’ 우리 아이들 병설유치원에 동네 조선족 애기 엄마가 있 었어요. 한 동네고, 집에서 문 열면 300m 정도에 학교가 있어서 애들은 알아서 등하교 하는 그 정도 거리였는데 요. 어쨌든 같이 사는 애기 엄마도 아까 사진에서 본 듯 한 폐가가 있길래 제가 그 집을 공짜로 작업실로 쓰기 시 작했어요. 물도 안 들어와요, 불도 안 들어와요. 전기는 되는데 난 방도 안 되고, 그런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종이 인형 그림자극을 했는데 별로 어렵지 않아요. 얼굴 하나, 그리 고 몸통 하나, 그리고 그 다음에 가위로 오리면 돼요. 그 다음에 얼굴 하나 파세요. 거기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서 매직으로 얼굴 그리고 어묵 꼬치 딱 들고 빛 뒤에서 투사시키면 그림자가 되는 거죠. 내용이 애 키우는 거라 서 공감을 했던 것 같고요. 하여간 그 공간에서 공연했는데 관객이 누구냐 하면 동 네 애기들, 동네 애기 엄마들이었죠. 그런데 그날 애기 할머니가 떡을 맞춰서 가져왔더라고요. 그냥 떡 하나 돌 리니까 그 자리에서 잔치가 열렸어요. 때마침 여름휴가 시즌이어서 친척 집에 놀러 온 가족이 있었는데 보더니 ‘어머 너무 재미있어요. 서울에서도 이런 거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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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못 보죠. 폐가가 주는, 여름밤 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런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첫 그림자극을 시작하고 그다음에 수회리에서 시작됐던 모든 일의 씨앗이 되었던 것 같습 니다. 윤진현

선생님이 2008년에 가셨다는데, 그러면 그 일들은

몇 년에 있었던 일인가요? 허윤희

2009년 정도에 처음 시작된 일이에요.

윤진현

가자마자 그런 게 아니라 선생님께서 심심해서 죽

을 것 같은 상태였을 때,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의 일이 죠. 허윤희

네. 전방 자리가 있었잖아요. 그거를 어떻게든 해

보고 싶어서,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수회리는 물돌이 마 을이에요. 도서관 안에 아이들을 드나들게 하면서 어르 신 사랑방, 오전에는 엄마들 커피 마시는 다방, 애들이 드나들어서 같이 노는 아지트 공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별의별 것들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조선족 엄마가 3살 아이와 와서 중국어를 가르쳤고요. 프로그램이 늘 지속되고 성공하진 않지만, 하모니카도 해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그 주변에서 맥주도 마시고 굉장히 즐거운 도 서관이 시작되었습니다. 윤진현

선생님이 수회리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셨어

요. 어쨌든 시작에 해당하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처음 시작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없이, 심지어 애들을 위한 것도 없이, 오로지 선생님이 즐겁기 위해서 시작한 거네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시작인 것 같습니다. 분명 남을 위해서 시작한 것 같지 않아요. 자기 자신을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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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시작한 게 시작인 것 같습니다. 보통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하면 (한국의 단어는 마지막 단어에서 제일 중요한 의미를 가지죠) 마지막 단어 ‘교 육’이죠. 그래서 앞의 ‘문화예술’은 없고 ‘교육’만 생각하 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을 위해서 뭘 할 건가, 애들한테 뭐가 좋은 건가. 사실 어른들 자신은 전혀 재미있어하지 않으면서 애들한테 교육적인 것을 우선순위에 놓는 생각 이 쉽지 않거든요. 어른들 자신이 재미없는 걸 애들한테 시키려고 하면 안 됩니다. 허윤희 선생님은 ‘당신들이 즐 거워하는 것을 시작한 것’, 이것이 아주 중요한 시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방에 참여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당신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을 공유하면서 문화예술교육으로 들어오신 게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기획할 때도 아이들에게 중요 한 것보다는 같이 할 사람들이 무엇을 잘하는지를 기획 의 시작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그렇게 즐겁게 시작하셔서, 즐거운 시작이 어떻게 확 장되어 갔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허윤희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많았는데 지방에는 무료 프

로그램이 굉장히 많아요. 서울도 그렇겠지만 공적 자금 이 풀려서 특히 어린이날 이럴 때 잘 찾아가면 공짜로 할 수 있는 게 많죠. 충주도 마찬가지예요. 충주가 서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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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도 안 될 만큼 작아요. 하루 돌다 보면 아는 사람 또 만나고 또 만나요. 그런데 충주시에 있는 애들이 충주 시 내로 몰려나오면 사람에 치여 죽죠. 어느 날은 이런 생각 이 드는 거예요.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파김치가 되는 거 예요. 너무 힘든 거예요. 시골에 살면 마당에 풀이 키만큼 자라요. 제 아이가 아토 피가 있어서 제초제를 안 뿌리는데, 한 번씩 풀 깎아내고 갖다 버리려면 수레가 있어야 해요. 애들이랑 놀다가 수 레에 돗자리 하나 깔아주고 ‘야, 타봐. 끌어봐’ 하면 아들 이 끌어요. 근데 아직 심심한 것 같아요. 우리 풍선 불어 서 빨간색 파란색 달자. 끝에 달고, 딸내미 둘 앉히고 ‘우 리 집에 우산 있지’ 하면서 노란 우산으로 차양치고, 아 들내미 끌고 한 바퀴 돌면 아들이 지쳐요. 아빠한테 ‘좀 끌어봐 재미있을 것 같아’ 하면 아빠가 ‘노예가 된 기분이 야’, 이러고 놀았어요. 하루는 저녁때 동네 아이가 놀러 왔길래 공연하다가 남 았던 펜스망을 둘둘 쳤어요. 주막집에 있는 갈대발 몇 개 걸치고, 학원책상 갖다 놓고 했더니 주막 분위기가 나더 라고요. 우리 동네 양조장이 있어요. 거기서 술도 받아 먹고 엄마들한테 전화 돌렸어요. ‘시간 되는 사람 와’ 이 러면 와요. 마당에 오가피 순, 엄나무 순 꺾어서 전 부쳐 먹고요. 오미자차, 막걸리와 함께 한쪽 마당에 프로젝터 를 틀어주고 만화도 보여주고 하면 너무 좋아하는 거예 요. 이런 거 좋다, 하고 있는데 마침 학교에서 토요돌봄교실 선생님을 구하고 있었어요. 근데 20km 넘는 거리에 최 저시급을 받고 올 선생님이 없는 거예요. 학교에서 엄마 들을 물색하는 거죠. 엄마들에게 페이를 줄 테니 운영해 보라고 해서, ‘앗싸 좋다’ 하고 갔어요.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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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현

그렇게 엄마들끼리 놀다가 토요돌봄교실에 들어가

셨다는 거죠. 자기들끼리 놀 때는 오로지 교육적 목표 없 이 즐겁기 위해서 시작을 하신 거고, 그 안에서 교육적 행위가 있다고 했어도 서로 학생도 되고 선생도 되는 자 족적인 거였어요. 근데 토요돌봄교실처럼 제도권 프로 그램이 결합하면 그림이 달라졌을 텐데요. 그림이 달라 진 초반에 어떠셨는지요? 허윤희

좋았던 것도 있고 힘든 것도 있었는데요. 힘든 것

은 참가자 15명이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오는 경우 거의 없지요. 요즘 애들 너무 바쁘잖아요. 다들 결혼식 가고 여행가고 주말은 경조사도 많고요. 족족 빠지는 거예요. 10명의 엄마가 순번 정해서 돌아가면 되니 순번 바꿔줄 게. 말이 쉽지 결국은 처음 제안한 저와 몇 명이 돌아가 면서 고생을 했어요. 학교에서는 방학해도 오라고 해요. 뒷골이 당기더라고요 여름방학에도 토요돌봄교실을 했 어요. 그래서 2학기가 끝났어요. 해방이구나, 했는데 1, 2월도 하래요. 3월 개학 전까지 하래요. 중간에 했던 전시회는 반응이 좋았어요. 그동안 우리가 했던 작업을 그냥 두면 소멸할 것 같아서요. 벽화 옆에 있던 콩밭 자갈 그려져 있는 곳을 놀이터로 만들었어요. 펜스를 쭉 두르고 색지에 옹기종기 그림 붙여서 전시회 만들었어요. 현수막은 없어도 타이틀은 있어야 할 것 같 아서 색지에 ‘수회초등학교 토요돌봄교실 전시회’ 해 놓 고 걸 데가 없어서 집에 있는 빨래집게로 고정하고, 아이 들은 뭔가를 하니까 신나서 놀고, 엄마들도 신나서 어묵 이랑 떡볶이 해오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웃거리 면서 구경도 하고, 그날 당직인 선생님이 오셔서 사진 다 찍어서 챙겨가시고요. 그런 판들은 재미있었어요. 선생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토요일 프로그램은 정말 잘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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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구나, 잘못하면 진행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고 너 무너무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들 이 엄청 지난하고 힘들었던 생각이 들고요. 하여튼 그렇 게 일들을 하다 보니까 재미있기도 했어요. 그 지역에 수안보 온천수의 유래가 있어요. 종이 인형을 했던 걸 가지고 겨울에 문화관광 이모작 지원사업을 받 았어요. 동네 젊은 사람들이 있을 공간이 없어서, 참가자 중에 제일 거실이 넓은 집을 대관해서 그 집에서 그리고 오리고 인형을 만들어서 마을회관에서 공연도 했어요. ‘우리 인형극 해서 돈 벌어볼래?’, ‘그러지 뭐’ 해서 7명 엄 마들이 모여서 마을회관에서 그림자극을 하고, 충주에 세계무술축제에서 7일간 2회씩 공연해서 페이를 받았어 요. 제가 시즌2를 만들었어요. 야망을 가졌죠. 스위스에 인 터라켄이라는 곳이 있대요. 거기는 빌헬름텔을 시즌마 다 공연하는데 전 세계 관광객이 다 온대요. 수안보온천 이 관광지이기 때문에 마을회관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공 연하다가 큰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하는데 너무 음향이 안 좋아서 힘들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철물 구조물을 치우는데 그걸 저 혼자 치 우고 있더라고요. 너무 서운했어요. 진짜 서운했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함께한 시간이 몇 년인데. 근데 시 간이 지나고 보니까 내 욕심이었구나 했어요. 저 혼자 ‘여기를 인터라켄처럼 만드는 거야’라며 시즌에 돈도 벌 고 하는 야무진 꿈을 꿨다가 다시는 이런 짓 안 하리라 작심하고 마을로 돌아와서 다시 자작자작 놀기 시작했는 데요. 그게 훨씬 편한 것 같고요. 윤진현

흐름을 다 말씀하셨어요. 처음에 자발적이고 소규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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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할 수 있는,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소통이 가능한 넓이가 있거든요. 기획을 하는 데 있어서 그 넓이 를 넘어가면 다른 소통 방식이 필요하거든요. 10명이 모 일 땐 전등도 1개만 있어도 되고, 마이크도 없어도 되지 만, 이야기방 정도의 규모만 돼도 마이크가 필요하고요. 조명도 필요하고요. 말하자면 적정한 넓이로 넓어지면 다른 종류의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선생님은 마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는데 거기에 대한 준비없 이 하던 대로 한 거죠. 근데 사람들은 그 넓이에 적응해 서 이미 바뀐 거죠. 그 다음은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되었 어요? 허윤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연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근질근질한 제가 충주로 이직을 했던 이유가 있는데요. 충주에 글터 서점이라고 꽤 괜찮은 서점이 있어요. 오래 아는 지인이 하시는데 우리 극단 공연도 초청해 주시고 잘 나가는 서점이에요.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데, 어느 날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윤희야,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 고 싶은데 아저씨여서 어떡하나?”. 그래서 ‘제가 읽어드 릴게요. 제가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했어요. 그래서 서 점에서 매주 금요일에 그냥 책을 읽어줬어요. 서점에서 행사를 하면 사회 진행도 봤어요.이 때 제천 기적의 도서 관 관장님이 저한테 반하셨어요. 행사 진행하는 거 보시 고요. 그래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해 달라고 하시더 라고요. 그래서 프로그램 하나는 그림책 놀이를 하고, 고 학년생들은 그림자 인형극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반응 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나는 너무 힘들어요. 성과는 만들어줬어요. 다행히도 기적의 도서관이 제가 요구하 거나 요청하거나 같이 성찰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을 많 이 해주시고 요청을 들어주셔요. 그래서 연극은 꿈다락 할 때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왜냐면 ‘연극은 1년 하 면 저 죽을 것 같아요. 충주에서 제천까지 1시간 왔다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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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야 했는데 힘들어요. 상반기만 할게요.’ 했어요. 그 래서 상반기만 했는데 조그만 옛날이야기를 가지고 그 림자극을 만들려면 참석자가 3분의 2 이상 나와야 해요. 그러면 적어도 무대에서 애들을 바보 만들지 않아야 해 서, 빈 공간을 강사가 채워야 해요. 이것은 아이들이 만 드는 게 아니라 결국은 강사가 만들어주어서 올라가는 공연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올해 또 제안을 해오셨어요. 참여자들이 단발적 으로 오기도 하잖아요. 지속해서 오지만, 단발적으로 와 도 참여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좋을 것 같아요. 제 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날 놀았던 것처럼. 가 끔 육아에 치이시는 분들은 그런 생각이 드실 거예요. 마 을에서 어른은 어른대로 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 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가족들이랑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했어 요. 오전에는 고학년, 오후에는 저학년 반이고 부모님도 같이 오는데 부모랑 같이 오는 프로그램은 대박이 났어 요. 정말 대박이 났어요. 고학년 애들도 좋아했는데 제 가 상반기만 해서 애들이 너무 아쉬워하는 거예요. 학부 모들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선생님 우리 애 가 선생님 팬이래요’ 하더라고요. 남자애들 더럽게 말도 안 들어놓고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애들이 나름 즐거웠 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녀쌤 애들이 정말 기 다려요.’ 그런 피드백을 들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했어요.7) 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전국 도서관들이 지역의 예술교육가들과 함께 문학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 하였다. 허윤희 예술가는 충북 제천에 위치한 ‘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교육강사로 활동하였다.

2학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가 반 분위기가 좋아서 제 안했어요. 충북문화재단에서 동아리를 지원해준대요. 신청해보세요. 그럼 더 해볼게요. 작성해서 보내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도서관에서 공간을 내주어서 진행했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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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그래서 제천을 또 가게 되었는데요. 하반기 동안 진행하 고 마무리를 하는데 역시나 한계는 있는 것 같아요. 들 쭉날쭉한 거 있잖아요. 그런데 참가한 사람들이 만족도 가 너무 높아요.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인 거예 요.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으로 할 때는 세 번 이상 빠지면 자르는 거예요. 그리고 새로운 팀이 들어오는데, 동아리 는 그런 체계가 없어서 있는 사람만 있다가 사람이 비면 다른 가족도 들어오고 본인들이 협의하기도 했어요. 마 지막에 했던 말에서 저는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 어요. 한 가족이 아빠랑 엄마랑 딸 하나 아들 하나 왔는 데 놀아주는 것과 노는 것의 차이를 알았다는 거예요. 그 게 무슨 소리예요, 했더니 애가 너무 좋아한대요. 좋아하 는 이유가 부모도 좋대요. 주말에 여기저기 체험 다니느 라 돌아다녔는데, 여기 오니까 저도 놀고, 애도 놀고, 같 이 놀고 너무 재밌었대요. 전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애가 놀다가 뭐가 없으면 놀아주느라 끼어들었는데, 꿈다락은 그런 걱정 없이 같이 놀아서 너무 좋았다는 거죠. 같이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같이 놀아야겠구나, 싶었 어요. 나무젓가락으로 놀이를 하는데 애가 잘 못 하면 아 빠가 도와주더라고요. ‘아버님 이거는 1학년도 할 수 있어요. 못 하는 거면 도 와주세요. 아이가 하게 놔두세요’ 아빠 엄마도 편해하면 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빠 출석률이 높은데. ‘자발적으 로 오셨어요. 등쌀에 오셨어요?’ 대답 안 하세요. 근데 몇 회차가 지나면서 계속 오세요. 마지막에 ‘처음엔 출근하 듯이 왔어요. 지금은 기대가 돼서 와요’ 그렇게 말씀하시 더라고요. 비석 치기 할 때 아빠가 한 번씩 쳐 주면 아이들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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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아빠가 같이 놀아줄 때의 즐거움, 아빠에 대한 자랑스러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 놀아야 하는 구나’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윤진현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ABC를 다 말씀해 주셨어

요. 처음엔 선생 그리고 예술가, 중요한 건 모든 문화예 술교육 강사가 예술가는 아니에요. 세상에는 원래 타고 나기를 예술가인 사람이 있고, 직관적으로 예술가인 게 아니라 배워야만 하는 사람도 있어요.그런데 예술가가 강사를 하는 경우 스스로 자신을 알아야 해요. 내가 잘하 는 것, 즐거워하는 것 말입니다. 왜냐면 예술가들은 노동 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노동과의 차이 점은 노동자는 결과물이 내 것이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사 람들이고, 예술가는 그렇지 못하고 그래서 안 되는 존재 들이어서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꿈다락 현장은 참여자도 즐거워야 하 죠. 참여자들이 어떻게 하면 즐거울 것인가를 정말 잘 아 시고 스스로 즐겁도록 계속 지지해주고 같은 방식으로 놀도록 작업했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제천에서 교육을 말씀하고 계신데요. 수회리는 어떻게 되었어요? 자발적으로 할 때 좋았지만, 돌봄교실 하면서 노동영역이 선생님을 강제하기 시작하니 균열이 나기 시작하거든요. 자연스러운 거죠. 원래 그 영역은 그런 거예요. 거기서 약간의 조짐이 보였는데, 동네에서 발견된 존재는 가만히 두지 않을 거거든요. 허윤희

얘기했던 수안보온천 말인데요. 나병 환자가 수안

보온천에 갔다가 목욕을 해서 나병이 싹 나았다는 두 세 줄 전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걸로 30분 공연을 만들 었는데요. 2탄도 만들고요. 그때 충주에서 마을 만들기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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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갓 시작되었거든요. 충주시와 같이하는데 동네 엄마 들한테 ‘공연에 등장한 캐릭터로 우리 벽화 그릴래?’했 죠. 아이들이 하교하는 골목길에 수안보온천수 이야기로 새 로운 벽화를 그리는데, 애들이 하고 싶어서 난리가 난 거 예요. 시골 마을의 젊은 사람들로 인터뷰도 오고, 블로그도 올 라가고 방송사에서도 왔는데요. 거기에 방송이 나왔는 데 충주는 작다 보니 재방송하고, 여기저기 본 사람 많아 요. 애기가 자기 엄마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걸 듣고 하 는 뿌듯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부녀회장님이 오셔서, ‘동 네에서 수회리에서 젊은 사람들이 뭘 많이 한대’라는 얘 기를 들었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때 아, 마을에는 부녀회가 있구나, 아 마을에는 노인회가 있구 나, 아 마을에는 동계가 있구나, 5년 만에 처음 알게 됐 어요. 윤진현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왜냐면 보통 문화예술교

육과 복지를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취약계층이라 는 대상이 수혜적 관점으로 비춰지는게 너무 소름 끼쳐 요. 그래서 마치 계몽운동하는 것처럼 아주 조급한 마음 으로 ‘이 마을이 이러니까 뭐도 해보면 재미있겠고’라며 만리장성을 쌓고 성급하게 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그렇게 다가가면 안 돼요. 시골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을 ‘뭔가 나한테 팔려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해요. 실제로도 그래요. 왜냐 면 사업이 성공해서 새로운 권력이나 뭔가를 얻으려고 할 때 조급해지거든요. 예상되는 사람은 거부하게 되어 있어요. 선생님은 거의 5년이 지난 다음에야 부녀회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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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거죠. 5년 동안 지역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어요. 전학생 한 명 오면 전학생은 반 친구 다 외우려면 몇 날 며칠 걸리지만 원래 있던 학생들은 당일에 같은 반 학생 들은 다 알지만 바로 아는 척 안 하는 거죠. 서두르지 않 고,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때까지 일부러 나서지 않은 것, 그래서 먼저 찾아오도록 한 것. 충분히 서로 인 정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수회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아동센터 어 린이라던가, 그런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고 할 때, 동네와 충분히 친해지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 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진현

부녀회장님을 만나면서 여기는 우리만 사는 게 아

니라 원주민 노인이 훨씬 많이 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애 하나 키우는데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애들과 어른이 소통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요. 마 을 만들기 두 번째는 문패랑 우체통 만들기를 했어요. 그래서 애들이 옆집 할머니 이름을 알게 되니 온 마을이 가동되는 거예요. 집마다 다니면서 ‘누구 이름을 넣을까 요?’ 하면 가장, 아이들, 장남, 남편, 여러 가지더라고요. 어떤 집은 둘째 아들 이름으로 했다가 장남으로 바꾸고, 다양한 가치 사고를 알게 되었고요. 저희가 집집마다 방문해서 수요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이장님께서 반장님께 하달하시더라고요. 반장님이 집집 마다 구획에 가셔서 받아오세요. 우체통은 스탠스로 할 지, 벽걸이로 할지요. 그림자극 그림을 만들었던 엄마들 이 동네 한 집 한 집마다 넣었어요. 그림을 무작위로 그 렸는데, 옆집 우체통이 훨씬 이뻐서, 할아버지 안 계실 때 바꿔치기했다가 할아버지가 굉장히 분노했던 에피소 드도 있고요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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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수회장터길인데, 온천이 생기면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요. 은행나무 길은 은행나무를 잘라내고 그 뒤 로 다 죽었다고 하고요. 비석거리는 비석비석 비틀거리 다가 만들어졌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마을신 문을 만들어서 인터뷰하도록 했어요. 거기에 <상여곳집>이라고 상여 놓는 곳도 있고, 한지 닥나무 가공하는 데도 있고, 이런저런 마을의 유래를 아 이들이 알게 되는 거예요. 그걸 아이들 골목 팻말 마을신 문을 만들어서 돌리기도 했어요. 저는 처음에 신문 배달 을 아이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동네 애들이 신나서 다 니는 거예요. 동네 구멍가게에서 맛있는 것도 얻어오고, 할머니한테 얻어먹고요. 마을 소식을 알린다는 자부심 도 있고, 어떤 집은 우리는 왜 안주느냐 그런 집도 있고 요. 동네 양계장 축사를 만든다는 소송이 마을에 걸려있었어 요. 거기 총무를 제가 맡았어요. 왜냐면 허윤희 씨 찾아 가라고 했었대요. 코 껴서 총무를 했는데 법원에서 소송 했던 결과를 마을신문에 넣어서 돌리면 그 소식을 이장 님한테 안 물어봐도 다 같이 아는 거예요. 지속은 안 되 었지만요. 윤진현

이 사례가 좋았지만, 일시적으로 가능한 거고, 생

활에는 그렇게 살기 힘들었을 텐데요. 대부분 다음 단계 는 혼자 고생하고 있구나 각성하는 단계이죠. 실제로 기획에 대해서 대상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많이 참 여하면 좋지만, 수행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일을 하게 될 것인가 상상되어야 하죠. 그리고 진행되다 보면 이걸 내 가 감당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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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이 다 왔으니까 수회리에서 마지막 순간은 어 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들어볼까요? 지금은 수회리에서 살고 계시지 않으세요. 마무리 이야기하면서 가슴 아프 게 이별해 봅시다. 허윤희

관공서에서 굉장히 큰 관심을 가져서 3억짜리 건

물이 생겼어요. 아이 엄마들과 젊은 사람이 오는 공간이 죠. 그렇게 해서 공간이 만들어지고 수회리가 꽤 점진적 으로 아이들이 시집살이 연극을 만들어서 할아버지, 할 머니 상대로 공연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쭉쭉 진행되 는 중이었어요. 마녀의 집은 전세 천만 원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집 에 주인이 우리 집 담벼락보다 높게 흙을 쌓아버렸어요. 저희가 낮은 집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차고, 옆 담 주인 과 집주인과 이야기하다가 옆 담 주인께서 너희 집 헐고 지으려면 흙을 쌓아야 할 텐데, 그게 이득일 거라고 하니 까 집주인이 거기 살기 힘들겠다며 좋은 데로 이사 가라 고 하더라고요. 일년여 가량 수회리에서 집을 알아보다 가 시내로 나왔고요. 가슴이 아팠어요. 열정을 쏟았던 지역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 이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만 지키는 게 아니잖아요. 사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제가 있었을 때 정도의 왕성함은 없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이 가져다 주는 것들은 굉장히 힘이 센 것 같아요. 저는 연극을 했던 사람이라, 쭉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왜 저러니’에서 ‘특이한 애’로, 욕 한번 해 주고 ‘원래 저런 애 야’ 인정하면서 관계가 축적되고, 개인뿐만 아니라, 아이 와의 관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형성되는 것 같아 요. 기획자 한 명이 빠지니까 그 빈자리가 큰 것 같아요.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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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도 만들어지고 ‘수회리 들어갈 게’ 하면 그 공간으로 가요. 그 공간에서 만나고 있고, 아 직 딸이 등하교하는데 엄마가 거기서 기다리고, 우리의 만남의 장이 되는 거죠. 아쉽지만. 나머지는 남은 사람 들이 채워가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진현

떠나야 할 때를 아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습니

까? 정말 그런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인생 이 언젠가는 떠나야 하니까요. 회자정리 아니겠어요. 떠 난 다음은 남은 사람뿐이죠. 그동안에 함께한 것이 중요 한 거지, 무엇이 남았는가를 평가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 다. 선생님들 말씀을 쭉 듣다 보니까 저는 문화예술교육 자도 예술가도 아닌 인문학자이기 때문에 사람이 제일 중요한데, 제가 다른 자리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참여자 중심으로 이야기하거든요. 참여 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자기에 대해 서 생각하고 편안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이 강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야마가타가 그랬죠. 하면서 나도 바뀐 것 같다고요. 근 데 그건 연극에서 보면 비포 애프터거든요. 연극이 시작 되기 전에는 평화로웠던 순진했던 주인공이 한차례 폭 풍을 겪고 성숙하고 어른이 되는 거죠. 바뀌는 거죠 우리 가 문화예술교육을 한 프로그램 하고 나면 ‘시작하기 전 에 나는 어땠는데 시작한 다음 나는 어떤가?’ 하고 자신 을 생각해보고 평가해보는 시간, 순간을 가져보는 게 어 떨까 생각이 들고요. 이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이 참여자가 중요하 지만, 예술가 역시 어떻게 스스로를 ‘비포 애프터’로 설명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디자인한 기준이 있어도 좋아요. 이 런 부분이 계속 예술가 영역에서 문제 제기되어야 더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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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있을 수 있겠죠.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배워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교 사도 있고, 그런 분들도 굉장히 중요해요. 예술가로서 자 기의 삶을 교육에서 공유하면서 그것이 참여자를 소외시 키거나 참여자를 동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을 해내는 어떤 것을 상상하는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입니다. 선생님의 작업 자체가 그런 방식으로 정말 즐겁 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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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결과자료집

발행정보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발행인

양현미

기획

시민교육팀

발행일

2018년 2월

기획편집

프럼에이 www.froma.co

디자인

프럼에이(김희경, 이미현, 홍성미)

홈페이지

www.arte.or.kr

문의 02-6209-5992 등록번호

KACES-1760-C011

ISBN

978-89-6748-253-4(03370)

ISBN 978-89-6748-253-4

9 788967 482534

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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