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르떼365 주요기사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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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의거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한국문화 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개개인의 문화예술 향유 능력 및 창의 력을 함양시키고, 전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 사회문화예술교육지원,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 문화 예술교육 학술연구 및 조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 문화예술교육 국제교류업무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 습니다. www.arte.or.kr


문화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전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소개하는‘이슈’ ,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 주요 연구보고서와 해외동향을 전하는‘아르떼 리포트’ ,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교육 현장 이야기를 담아낸‘현장’ , 그리고 교육현장과 일상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감성콘텐츠‘아이디어’ 로 <아르떼365>는 매주 화요일 아침,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2014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 동안 발행된 <아르떼365> 기사를 재구성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었습니 다.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고민 을 나누고, 살펴 볼만한 현장 사례와 자료들을 찾아 공유했습니다. 우리의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찾아 차 곡차곡 채워나간 <아르떼365>의 한 권의 기록이 문화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가는 모든 분들에 게 좋은 정보와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술강사 이야기

2014 주요 현장

현장

학교 예술강사

소설가의 현장 취재 예술꽃씨앗학교‘동명초등학교’ 060

현아람 | 유쾌하게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 00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주말문화여행’062

손현준 | 여고생 손에서 다시 태어난 부산의 옛 신화 010

현장 드로잉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064

이지은 | 정답이 없는 디자인 수업, 꿈꾸는 수업 012

취재 리포트 특별한 인터뷰‘사이’068

서희경 |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예술체험박람회 _ 전북 070

변정원 | 비밀엽서 속의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016 호중훈 | 음악을 듣고 이미지로 표현하는‘추상애니메이션’018

여름

전성진 | 핀홀 카메라로 보는 거꾸로 세상 020

현장 드로잉 특별한 하루‘고택으로 떠나는 우리 문화 기행’072

서반석 | 초단편 영화와 영상 속 소리의 힘 022

소설가의 현장 취재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076

김태호 | 그리고, 오리고, 꿰매고, 뚫고 024

취재 리포트 가족문화예술교육 캠프‘가가호호’078 소설가의 현장 취재 공간민들레 커뮤니티 댄스 080

사회 예술강사

현장 드로잉‘움직이는 예술정거장’프로그램 082

이난희 | 삶이 행복해 지는 순간 026 송승민 | 아이들을 만나는 그‘순간’ 에 집중해요 028

가을

전오미 | 천천히, 느림보 거북이처럼 030

취재 리포트

예정원 | 오늘도 진화하는 그녀의 커리큘럼 03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086

김동휘 | 사진, 어르신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034

방과 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상상학교’088 특별한 하루‘1인 미디어 팟캐스트’제작 체험 090

성장 ‘나’ 와‘나의 영역’ 을 확장하는 기회 036 나의 호기심에 아르떼 아카데미를 더해 더 새로운 것을 만들다 039

예술꽃씨앗학교‘서상초등학교’092 베트남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ODA 시범사업 096 현장 드로잉 청춘제 100

아르떼 아카데미의 발전과 미래과제 042

겨울 만남

취재 리포트 미디어아트 수업‘용강중학교’104

대전 지역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나를 외치다!’ 044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예술강사 만남의 날’현장 046

고3 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관계의 기술’ 107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우락부락 시즌9 전북 . 인천지역 기획자 인터뷰 110

‘예술강사의 발’ 의 시작과 2014년 행사를 돌아보며 048 나눔

정책사업 살펴보기

제2회 국제예술강사대회를 다녀와서 052

연구 리포트 문화권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114

2014 한ㆍ중ㆍ일 문화예술교육 포럼‘현대연극 워크숍’055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시민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좌담 116 예술꽃씨앗학교 1기 교사 인터뷰 120

지역 살펴보기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울산문화예술교육 세미나 124 경기 국제문화예술교육 워크숍‘천국으로 가는’126 인천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포럼‘별빛살롱’128 취재 리포트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단체 워크숍 130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정보자료관‘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 잡기’프로그램 134


해외전문가의 시선

리뷰

에릭부스 | 예술적 경험을 통한 일상의 매혹적 변화 138

워크숍

에른스트 바그너 | 문화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140

배움이 오롯이 가르침 되도록 184

로빈 파스코 | 문화예술교육에 적용된 연극의 가능성 142

아동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186

브래드 해스만 | 문화예술교육이 살아 숨쉬는 깊은 풀을 위하여 144 파울 콜라드 |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완성하는 조건 146 레베가 보일 서 | STEM에‘Arts’ 를 더해 뜨거운 STEAM을 만들다 148 테오도르 위프러드 | 아이들에게 음악의 미래를 맡기다 150

| 지지 앤토니, 리사 슈미트빅 쏘우트 인터뷰 187 종이 악기를 만드는 스트라디바리 190 | 캔 맥라우드캐나다 뉴 브런즈 윅 사례 강의 19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워크숍‘Free, Play, Fun’ 194

개리 글래즈너 |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함께 시를 노래하다 152 랄프 벅 & 바바라 스눅 | 교육을 바꾸다: 뉴질랜드 학교 교과과정에 적용된 무용의 가치 154 엘레나 앵커 | 창의력, 장벽 없는 놀이 156 테레사 토레스 드 에샤 | 새로운 예술개념이 만드는 배움의 기회 158

포럼・심포지엄 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문화예술교육 198 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확장과 활용 200 | 브리짓 반 로이벤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터뷰 202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 204 | 창의・인성교육 워크숍 현장 206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콘퍼런스 208

아카이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 210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텐츠 콘퍼런스 212

연구리포트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연구 162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분석 연구 164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166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연구 168 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170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에 관한 국내외 연구 172 해외 연구보고서를 통해 본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174 해외리포트 국가별 예술교육 정책 176 국가별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 178 해외 문화예술교육 사례 180

| 책 속에 담긴 QR코드를 통해 동영상 기사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www.arte365.kr에서 더 많은 정보를 만나 보세요.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 학교 예술강사 현아람 | 유쾌하게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 008 손현준 | 여고생 손에서 다시 태어난 부산의 옛 신화 010 이지은 | 정답이 없는 디자인 수업, 꿈꾸는 수업 012 서희경 |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014 변정원 | 비밀엽서 속의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016 호중훈 | 음악을 듣고 이미지로 표현하는‘추상애니메이션’ 018 전성진 | 핀홀 카메라로 보는 거꾸로 세상 020 서반석 | 초단편 영화와 영상 속 소리의 힘 022 김태호 | 그리고, 오리고, 꿰매고, 뚫고 024 현장 . 사회 예술강사 이난희 | 삶이 행복해 지는 순간 026 송승민 | 아이들을 만나는 그‘순간’ 에 집중해요 028 전오미 | 천천히, 느림보 거북이처럼 030 예정원 | 오늘도 진화하는 그녀의 커리큘럼 032 김동휘 | 사진, 어르신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034


성장 ‘나’ 와‘나의 영역’ 을 확장하는 기회 036 나의 호기심에 아르떼 아카데미를 더해 더 새로운 것을 만들다 039 아르떼 아카데미의 발전과 미래과제 042 만남 대전 지역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나를 외치다!’ 044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예술강사 만남의 날’현장 046 ‘예술강사의 발’ 의 시작과 2014년 행사를 돌아보며 048 나눔 제2회 국제예술강사대회를 다녀와서 052 2014 한ㆍ중ㆍ일 문화예술교육 포럼‘현대연극 워크숍’055


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현아람 예술강사와 서울 계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유쾌하게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 모둠별 창작 무용 수업 . 서울 계성여자고등학교 현아람 예술강사

서울 계성여자고등학교에서는 월요일 하루 동안 1학년 전체 학생들이 한 학급씩 체육관으로 이동해 창작 무용 수업 에 참여하고 있다. 현아람 예술강사는 6년 차 무용 분야 예술강사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몸의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창작 무용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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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모둠 활동’ 이다. 모둠별 창작 무용 수업의

도 했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목표는 신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들과의 작업 과정을 통

리고 반복적이면서도 바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 학생들, 즉 자신의

한 정서적인 공감 향상이다. 취재일은 3주차 수업으로, 지난 두 시

일상을 담아냈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올림픽 국가대표가

간에 걸쳐 진행한 앞으로의 과정과 실행 방안 등에 대한 이론 수업

되기도 하고, 지렁이처럼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두 팔을 크게 벌려

을 마치고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시간이었다. 5~6명으로 구

시계 바늘을 만들기도 했다.

성된 모둠끼리 각자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약 3분 이내의 짤막한

학생들의 몸짓은 서툴고 어색했다. 그러나 TV 속 누군가의 각 잡

몸짓으로 표현해내는 과제가 주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

힌 군무나 현란한 웨이브 댄스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가슴 뭉클

은 불과 3주 전에 처음 만났을 텐데,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함이 있었다.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이처럼 신나게 토의하고 움직였다. 나 하나가 아니라 모두 같이

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과 정당함과 해방감이 그대로 느껴졌

해내는‘모둠의 호흡’ 이 중요한 이 수업의 목표를 학생들은 거리낌

다. 그것은 마치 친구들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계기를 직접 만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들어가는 모습 같았다. 현아람 예술강사의 말이 맞았다. 학생들은 예술강사의 별다른 설명

<모둠별 창작 무용 수업> 진행 단계

없이도 이미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친구의 몸짓을 이해하려 애썼

1. 음악과 함께 스트레칭

다. 앞으로 남아있는 수업이 더 많으니 친구들은 점점 발전해 갈

2. 이론 수업 내용 간략히 정리

것이라 믿는다. 기대하는 것은 친구들의 세련된 움직임이 아니라,

3. 미리 만들어두었던 모둠별로 주제 정하기

자신의 몸을 통해 더 많은 감정들을 표현해낼 줄 알게 되는 솔직함

4. 정해진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구성 짜기

이다.

5. 모둠별 연습

다만 자신의 마음과 제 주변의 것들을 표현하기에 이들에게 주어

6. 제비뽑기로 발표 순서 정하기

진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안타까웠다. 교실을 벗어나 모처럼 유쾌

7. 연습한 내용 발표하기

하게 웃고 움직이며 소통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조금 더 보장된다

8. 표현한 주제가 무엇인지 모두 함께 맞혀보기

면, 학생들의 일상에 윤활유가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9. 수업 정리하기 글. 사진 _ 최민영

학생들이 분주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현아람 예술강사는 각 모둠을 찾아다니며 주제를 명확히 짚어주고, 때론 집중력이 흐려진 친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낯가림이 있거나 소극적인 친구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 드럽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은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정하고, 몸짓을 정 했다.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소치 올림픽의 부정 판정을 문제 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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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여고생 손에서 다시 태어난 부산의 옛 신화 신발 디자인 수업. 부산서여자고등학교 손현준 예술강사

1980년대 부산은 OEM 방식으로 세계 유명 브랜드화의 80%를 생산하며‘신발의 메카’ 라 불렸다. 반면, 현재의 신발공장들은 명맥만 유지할 뿐, 갈수록 문을 닫는 추세다. 부산 토박이 손현준 예술강사가 신발을 들고 부산의 한 여고를 찾았다.“부산에서도 일본의 아식스, 미즈노를 능가하는 신발을 만들 것” 이라며 학생들의 손에서 다시‘신 발 탄생’ 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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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7일 부산 서구에 위치한 부산서여자고등학교 1학년 5반에서는‘창의적 체험활동’과정 중 하나로 신발 디자인 수업이 한창이었다. 총 33명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6개의 모둠을 만 들었고, 손현준 예술강사가 강단에 올랐다. 손현준 예술강사의 첫인상은‘친절한 부산사나이’ 였다. 부산에서 손현준 예술강사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답게 부산의 옛 신화를 되살리기 위해 부산 디자인센터에서 기능성 신발을 디자인하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 관련 강의 경력 18년 차이며, 부산지역 중고등학교의 수업을 맡은 지는 올해로 5년 차다.

손현준 예술강사의 말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각각의 수

그가 교실의 문을 열기 전, 귀띔하듯 건넨 첫마디는“먼저 학생들

업 내용에 적합한 재료나 도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에 제한이

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해야, 그들도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였

있어 수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물품과 도구를 직접 챙겨 준비한다

다. 수레에 한가득 미술과 관련된 각종 도구들을 챙기고 학생들에 게 인사를 건네는 뒷모습에서 새 학기 첫 수업과 같은 설렘이 느 껴졌다.

고 했다. “왜 사비를 털어서까지 준비 하느냐고요? 학생들에게 준비물을 챙겨오라고 사전에 공지해도, 막상 수업시간이 되면 미리 준비하 지 못한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상황

<재미있고 기발한 신발 디자인> 수업진행 단계

도 있을 텐데, 그런 이유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 마음을 불편

1. 부산에서 실제 경험한‘신발 역사 이야기’ 로 호기심 키우기

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2. 실제로 구현된 신발디자인 모형 살펴보기

우리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재료를 보여

3. 선생님에게 자유로운 질문시간 갖기

주고, 만들 기회를 주고 싶거든요.”

4. 친구들과 토론 중심으로 아이디어 정하기

45분의 수업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서두르는 학생들 틈

5. 연필로 밑그림 그리기

사이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신발들이 눈에 들어왔다. 걸을 때마다

6. 색칠 도구 및 부자재 선택하기

칼로리 소모량이 측정된다는 디지털 신발, 해운대에 신고 가기 딱

7.‘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글로 정리하기

좋은 돌고래 모양의 신발, 자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그림에 불이

8.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신발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9. 수업 마무리하기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쌤, 이거 어떻게 붙입니꺼?”친구의 책상 에는 여러 모양의 폼보드 조각들과 서툰 솜씨로 꼼꼼하게 밑그림

손현준 예술강사의 신발 디자인 수업은 청각적이다. 먼저 학생들

까지 그려낸 종이가 있었다. 정답은 단순하게‘풀’ 이었다. 머쓱한

에게 아이디어 회의시간이 주어지는데, 자유로운 토론 방식을 지

표정을 짓는 학생에게 손현준 예술강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향하다 보니 금세 교실은 여고생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

칭찬했다.

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각사각한 연필 소리가 교실을 가득

“지난 주말에 한 예능프로그램을 봤어요. 호주에서 온 쌤 해밍턴

메운다. 수업 진행의 다음 단계인‘스케치’ 와‘디자인’ 이 본격적으

이 우리나라 군대를 체험하는 내용이었는데, 쌤이 조교에게“질문

로 시작된 것이다.

있습니다” 라며“신발 끈 어떻게 묶습니까?” 라고 질문을 하더라고

이때, 손현준 예술강사의 손에는 일반적인 채색 도구인 붓과 물감,

요. 신발 끈 묶는 거 누가 모릅니까? 하지만 저는 그 친구가 참 용

색연필, 파스텔뿐만 아니라 지점토, 노끈, 리본, 색종이 등의 다양

기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은 없습니다. 계속해서

한 재료들이 있다. 학생들이 무엇이든지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질문하세요. 그래야 성장합니다.”

말이다. 그는“좀 더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도 구를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쉽다” 고 털어놨다.

글. 사진 _ 황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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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정답이 없는 디자인 수업, 꿈꾸는 수업 남대문 디자인하기 수업. 서울 청구초등학교 이지은 예술강사

흔히 남대문이라 불리는 숭례문은 지난 2008년 화재로 홍예문과 석축을 제외한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이지은 예 술강사는 다시는 이런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남대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이렇게 탄생한 남대문 디자인 수업은 일반 디자인 수업과는 달리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숭례문의 가치 와 의의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뜻깊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이 주 동안 진행된‘남대문 디자인하기’수업의 마지막 시간. 청구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은 지난주 스케치 해놓았던 나만의 남대문에 색연필로 옷을 입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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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예술강사

<나만의 남대문 디자인하기 수업> 진행 단계 1. 남대문에 대한 역사적, 건축사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 2. 수업의 의미를 전달하여 동기 유발 3. 남대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4. 아이디어 발상 5. 자신의 생각을 연필로 스케치 6. 스케치 수정 및 채색 7.‘내가 만든 남대문’ 에 대한 자발적 발표

데 집중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이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 는 게 좋을까?”등의 가벼운 질문을 던져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했고, 학생이 하는 질문은 반 전체 학생들과 공유해 의견을 나누 어 다수결로 결정하기도 했다.‘가르치는 사람’ 보다는‘도와주는 사람’ 이 되고 싶다는 것이 이지은 예술강사의 바람이었다. 유난히 짧게만 느껴지는 채색 시간이 끝나고, 발표 시간이 이어졌 다. 부끄럼 많던 학생들도 이 시간만큼은 발표를 하기 위해 적극 적으로 손을 들고 이름을 외쳤다. 이지은 예술강사는 준비한 마이

디자인 작업 전 학생들에게는 남대문에 대한 배경지식과 함께 몇

크를 발표하는 학생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소한 물건이었지만,

가지 질문이 주어졌다.‘내가 그린 남대문의 재료는 무엇인가요.’ ,

정식으로 나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라는 것을 강조하는 좋은 방

‘내가 그린 남대문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내가 그린 남대문은

법이었다. 발표하는 학생은 긴장된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

몇 층인가요.’등이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은 남대문의 겉모습에

했고, 듣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 작품에 대해 질문했다. 발표의 가

치중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인의 목표와 목적을

장 큰 의미인‘생각의 공유’ 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설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질문이 필수였다. 소실된 남대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남대문을 지키기 위한 방

남대문 디자인 수업은 디자인 감각을 향상시킴은 물론, 사회적 문

법’ 에 초점을 맞춘 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남대문을

제까지 다루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지은 예술강사는

지키기 위해 뾰족한 가시가 돋은 뽀로로가 서있기도 했고, 위기의

디자인이 가진 한계점을 아쉬워했다. 연극, 과학 등 다른 분야와의

순간 우주로 도망갈 수 있는 우주선 남대문이 탄생하기도 했다.

협업을 통해 디자인 수업이 가진 한계를 뛰어 넘고, 보다 폭 넓은

남대문에 대한 애정이 귀여운 상상력으로 꽃피는 순간이었다.

교육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처럼 이지은 예술강사는“정답이 없다” 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

수업은 남대문을 디자인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학생들은 이

들이 꿈꾸는 모든 것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

주 동안 TV, 건물, 제품 등 주변의 모든 것에서 디자인을 찾고 발

로 한 수업이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 디자인분야 시범사업부터

전시켜 왔다. 저도 모르게‘생활 속 디자인’ 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

시작하여 6년 동안 강사로 일하며 깨달은 방침이기도 했다. 그 때

이다.“다양한 디자인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고 한 번 더 생각해봤다

문인지 수업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학생

면, 그것으로 됐다.” 는 이지은 예술강사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들은 몸을 돌려 뒷자리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자리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선생님께 받았던 짧은 칭찬으로 새로운

에서 일어나 다른 친구들에게 재료를 빌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

꿈을 꾸고는 한다. 이지은 예술강사의 수업은 꿈에 한 발자국 더

기하게도 시끄럽게 굴거나 관련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은 없

가까워질 수 있는‘다정한’수업이었다.

었다. 오히려 저마다 짧은 시간 안에 채색을 마치기 위해 작품에 집중하고 있었다.

글. 사진 _ 권다인

같은 맥락에서 이지은 예술강사는 조력자로서 학생들을 지켜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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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몸으로 말하는 무용 수업. 서울 신가초등학교 서희경 예술강사

학생들이 단상 앞에 대형을 이루어 반듯하게 섰다. 3학년에 불과한 학생들이지만, 자세나 표정에 흐트러진 곳 하나 없었다. 서희경 강사가 외쳤다.“인사!”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큰소리로“안녕하세요!” 라 고 외치며,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몸을 움직였다. 몸을 대자로 펼치기도 하고, 폴짝 뛰며 양팔을 쳐들기도 했다. 그 야말로 24가지 각기 다른 개성의 발로였다.

지난 시간에 배운‘나비가 되어보기’ 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공간은 삐쭉삐쭉한 알, 옆으로 구르는 애벌레, 꾸물거리는 번데 기,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나비 등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 움직임들로 가득 찼다. 알을 찢고 나오는 과정을 묘사하며, 고통스 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실제 애벌레가 알을 찢는 것은 힘겨운 과정이고, 끝내 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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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예술강사

그토록 섬세한 감정선을 끌어내는 것이 가르침으로 습득된다고 보

속도를 조절하며 춤을 추었다. 학생들은 땀에 흠뻑 젖어가면서도

기는 힘들 것이다. 24마리의 나비들은 차근차근 몸을 풀며, 본 수

즐거워했다.

업을 준비했다. 걷고, 뛰고, 느리게 걷고, 멈추고, 구르고, 기어가 고, 쓰러지고, 자기 마음대로 춤을 추었다.

마지막 개별 활동에서는 공간을 나눠 춤을 추었다. 구획을 나누어 ‘느린 공간’ 에서는 느린 춤을 추고,‘빠른 공간’ 에서는 빠른 춤을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진행 단계

추었다. 경계면에서는 중간 속도로 춤을 추었다. 예술 강사 활동 8

1. 나비가 되는 과정 복습하기

년째, 신가초등학교에서 무용을 가르친 지 6년 차인 서희경 강사

2. 가볍게 몸풀기

는 소극적이었던 학생들이 무용 과정을 모두 끝내고 적극적으로

3. 빠르고 느린 것을 연상하고 이야기 나누기

바뀌는 것이 가장 보람차다고 한다. 경직된 몸놀림을 보이던 학생

4. 신체 각 부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움직여 보기

들도 상상한 것을 몸으로 표현해낼 수 있게 된다. 자유롭게 움직

5. 신체를 분리하여 다른 속도로 움직여 보기

이며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조별활동을 통해 친구들

6. 음악에 맞춰 다양한 속도로 움직여 보기

과 함께하는 법을 깨우치게 한다. 신체 및 정서 발달이 느린 친구

7. 공간을 나눠, 느리고 빠른 춤을 번갈아 추기

들은 빠른 친구들과 적절히 섞어 안배한다. 서로에게서 움직임을

8. 자유롭게 춤추기

배워 나가며 가장 큰 향상을 보인다고.

9. 조별 및 전체 활동

우리는 흔히 빠르기를 120km/h, 초속 6m 하는 식으로 수치화하

10. 수업 마무리하기

여 연상한다. 성인들에게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이라고 지시하면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하는지부터 물을지 모른다. 제도화된 세상

다음은 이번 수업의 주제이자 무용의 요소 중 하나인 시간 속도에

에서는 그 어떤 것도 계량해야 한다. 행동양식에 있어서도 조그마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느리다’ 에 관한 것은 나무늘보와 달팽

한 삐침조차 그르거나 일탈인 것으로 규정된다. 물론 단체 활동에

이, 거북이 등을,‘빠르다’ 에 관한 것으로는 KTX, 비행기, 우사인

있어, 일탈은 다수를 위험하게 만들 확률이 있다. 많은 학생을 효

볼트 등을 연상했다. 머리, 팔, 다리와 같은 큰 부위부터 손가락,

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질서와 규율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

발가락 같은 작은 부위까지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이며 큰 근육과

이기에 이 수업은 더욱 각별하다.‘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수업

작은 근육을 고루 사용했다. 특히 신체를 크게 양분해 움직이는

에는 정답이 없다.‘빠르게, 느리게’ 라는 상대적인 개념만 있을 뿐,

것이 이채로웠다. 상체와 하체, 몸 왼편과 오른편을 나누어 번갈아

절대적인 통제는 없다.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였다. 학생들은 분명 내 몸인데도 마음대로

게 움직일 수 있다. 언어를 배우기 전, 몸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었

제어할 수 없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더 잘하려고 했다. 그러고

던 어린 시절처럼 말이다. 사유의 과정을 거치며 나를 억누르게

나서 좀 전에 연상한 물체들을 바탕으로, 신체를 다양한 속도로

되는 과정도 잊는다. 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내 몸짓

움직여 보았다. 음악에 맞춰 빠르고 느린 춤을 추었다. 느린 음악

이 언어가 되던 바로 그때처럼.

에 느리게, 빠른 음악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해, 음악의 속도를 다르게 해 움직이기도 했다. 빠르게 바뀌는 노래에 맞춰

글. 사진 _ 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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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현장

비밀엽서 속의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창작극 수업 . 서울 중원중학교 뮤지컬 동아리 변정원 예술강사

2004년 11월부터 미국의 예술가 프랭크 워렌은 사람들에게 엽서를 한 장씩 나눠주고‘인생 최고의 비밀’ 을 적어 익 명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지하철역,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 뿌려놓은 엽서들은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현재까지 15만 통이 넘는 엽서가 모였다. 그중 가장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과 창의적인 표현 방식으 로 적힌 엽서를 모아놓은 책〈비밀 엽서〉 가 이날 변정원 강사의 창작극 수업의 주 소재였다. 뮤지컬 동아리에서 진행 하는 수업 중 한 과정인 이 창작극 수업을 토대로 아이들은 연말에 공연할 창작 뮤지컬의 대본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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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는 수업도 아닌데 아이들은 쭈뼛쭈뼛 어색해 하며 친한 친 구들끼리 뭉쳐 앉아있었다. 동아리 수업이다 보니 학급은 물론 학 년도 다른 아이들이 모여있는 데다, 아직 학기 초인지라 서로 충 분히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곧,“얘들아, 이제 몸 좀 풀 어볼까?” 라는 변정원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익숙하게 책상을 앞으 로 밀고 넓은 공간을 만든 후, 원을 그리고 섰다. 놀이를 활용한 몸풀기로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변정원 예술강사

<창작극 수업> 진행 단계 1. 놀이로 가볍게 몸풀기마음 열기 2. 스트레칭

신이 집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3. 오늘의 주제에 관해 예술강사의 이야기 듣기

다른 한 팀에서는 지적 장애인 역을 맡은 학생의 연기 연습이 한

4. 팀별로 모여 주제에 맞는 이야기 만들기

창이었다. 그리고 다른 팀에서는 주인공이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5.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를 토대로 연기 연습하기

장면을 만들다 한 학생이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울음

6. 연습한 내용 발표

을 터트렸다. 아이들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자신의 감정

7. 팀 별로 선보인 연극에 대해 다 같이 피드백 나누기

을 솔직히 드러냈으며, 서로 공감했다. 변정원 강사는“아이들이

8. 수업 정리하기

서로 감정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업하려고 노력한다” 며 “창의력만큼 소통도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오늘의 몸풀기 놀이는‘찰칵’ 이었다. 모두 두 명씩 짝을 지어 원을

앞으로 한 번의 창작극 수업을 더 마치면, 그때부터는 아이들이

그리고 선 후,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한 명이 술래가 되어 다른

직접 뮤지컬 대본을 쓰는 수업이 진행되고, 그 대본을 토대로 연

한 명을 잡으러 다녔고, 도망 다니는 학생은 잡힐 것 같으면 얼른

말에 한 편의 창작 뮤지컬을 공연하게 된다. 아이들은 1년의 수업

‘찰칵’ 을 외치며 다른 학생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놀이에 심취할

과정에서 나 혼자서는 이 작업을 마칠 수 없으며, 이 세상은‘모두

수록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끌어안고, 뛰어다니고, 꺅꺅 비명

와 함께 어울리며’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연극을

을 질러대며 마치 우리가 언제 어색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 놀이

만들 때 가상을 인물을 내세우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표현

에 이어 온몸을 쭉쭉 늘여주는 스트레칭을 한 후 본격적인 수업이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힐링하게 되죠.”변정원 강사는 연극 수

시작되었다.

업이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타인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세상

변정원 강사는 책 <비밀엽서>에 나오는 몇 가지 인상적인 엽서와

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다른 학교에서 무기명으로 받은 비밀엽서를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아이들이 뮤지컬 동아리에 가입한 이유는 다양하다. 중학교 2학년

“그는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2년 동안 감옥에 있다. 그리고 앞으

예진이는 좋아하는 배우 주원이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덩달아 뮤

로 9년 더 있어야 한다.” ,“나는 수영장에서 쉬하는 걸 좋아해요.” ,

지컬을 해보고 싶어서, 주영이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 그리고 지원

“내 앞에 미래로 가는 길은 많지만, 나에겐 꿈이 없어 보이지 않는

이는 작년 학교 축제 때 선배들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 감동받아

다.” ,“전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지금 그 사람을 증

뮤지컬 동아리에 들었다고 했다. 연극을 배우게 된 동기는 다르지

오하기보단 다른 사람한테도 안 그랬으면 하는 걱정이 들어요.”

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는 비슷하다. 짧은 시간에 한 편의 연

강렬하고도 슬픈 이 비밀엽서의 내용을 토대로 왜 글쓴이가 이런

극을 뚝딱 만들어내고, 여러 친구들 앞에서 연기하는 스스로의 능

비밀을 가지게 됐는지를 상상해 짧은 극으로 만들고, 그 비밀의

력에 놀라워하며 점점 자신감을 가진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이렇

해결책까지 연극으로 제시해보는 것이 오늘의 수업 내용이었다.

게 말했다.“연극을 배우며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오

18명의 아이들은 세 개의 팀을 나뉘었고, 각 팀은 자신들이 원하

늘도 변정원 선생님의 창작극 수업에서 아이들의 자신감이 한 뼘

는 엽서를 한 장 선택했다. 연극을 짤 수 있는 시간은 20분. 아이

더 자라난다.

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팀에서는 부모에게 무시당하는 중학생의 이야기를 만들며 자

글. 사진 _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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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음악을 듣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추상애니메이션’ 만화・애니메이션 수업 .경기 구리시 안창중학교 호중훈 예술강사

3교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1학년 10반 학생들이 호중훈 강사가 있는 교실로 몰려들었다. 강사와 대화를 나누느라 남아있던 다른 반 학생들과 4교시 수업을 듣는 10반 학생들이 한데 뒤섞여 시끌벅적 한 사 이, 4교시 시작종이 울렸다. 호중훈 강사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가르쳐 왔다. 그는 지금, 캠퍼스를 벗 어나 중학교 교실에서, 상업성과 스킬을 떠나 예술로서 만화 . 애니메이션을 나눌 수 있는 이 일에 흠뻑 빠져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로 이 수업에 대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기대가 크다. 호중훈 강사에게도 매 수업이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긴장감도 없애고 집중력도 높이기 위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 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수업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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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훈 예술강사

화요일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수업이 있지만,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외계인이 떠올랐다면 이상한 건가?”끝없이 쏟아지는 의견만큼

나면 1학년 대부분이 수업 내용을 알게 된다. 아이들 사이에 금세

‘공유의 캔버스’ 에 그려지는 그림은 다채로웠고, 과감한 손길에

소문이 난 탓이다. 그럼에도 수업 시간 내내 강사를 향한 학생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이 시간

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늘 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채종

을‘쉼터’ 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는 강사의 의도대로 학생들의 표

하 학생은“평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다

정은 수업 시작 때보다 훨씬 밝고 편안해 보였다.

른 수업과 달리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이 같

모둠을 찾아다니며 강사가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화

아서 좋아요.” 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를 통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 과 생각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창의적으로 표현

<추상애니메이션 만들기> 수업 진행 단계 1. 짧은 영상으로 동기 유발 2. 추상 애니메이션 감상

하기를 바라는 강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공유의 캔버스’ 처럼 학생들의 손도 화려한 파스텔 컬러로 물들어

3. 바흐의 음악 감상

갈 즈음, 작품이 완성되었다. 음악이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

4. 음악 감상 후, 모둠별 소통과 공감

지, 그 감정을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했는지 발표하는 시간. 다른

5. 파스텔을 이용해 공유의 캔버스에 함께 그리기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강사가

6. 모둠별 작품 감상과 발표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기에 수업 내내 미소를 띠던 강사도, 학생들의 표정도 진지하기만 하다.

이날 수업은‘추상애니메이션 만들기’첫 번째 시간. 스피커를 통

6개의 작품과 함께 서로의 마음에‘공유의 캔버스’ 가 만들어진 이

해 바흐의 곡이 흘러나오자, 호중훈 강사는 학생들에게 눈을 감을

날의 수업은 서로를 향한 격려와 칭찬의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한

것을 권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학기로 끝나는 짧은 일정이기에 학생들에게도, 강사에게도 소중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자 주요 포인트이다. 음악

45분이었다.

이 끝나고 아이들은 모둠별로 모여 앉아 서로가 느꼈던 감정과 떠 올렸던 이미지들을 풀어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글. 사진 _ 박성희

들었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난 음악에서 사랑이 느껴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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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핀홀 카메라로 보는 거꾸로 세상 사진 수업 . 장흥 명덕초등학교 전성진 예술강사

서울에서 7시간. 고속버스나 기차, 그리고 다시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도착하는 시골 마을 회진. 이곳에 28명의 학 생이 옹기종기 모여 공부하는 장흥 명덕초등학교가 있다. 앞으로는 바다를 바라보고, 뒤로는 산이 지키고 있는 이 작고도 아름다운 곳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이 과학실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남자아이 7명에 여자아이 1명. 총 8명이 이 학교 3학년의 전 부였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에게 핀홀카메라 만들기 세트가 나누어졌다. 바늘구멍사진기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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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진 예술강사

불리는 핀홀카메라는 안쪽을 까맣게 칠한 통의 한쪽 면에 작은 구

사진처럼 특이했다. 어떤 아이는 태양을 찍고 싶다며 하늘을 향해

멍을 뚫고, 반대쪽 면에 인화할 수 있는 약품을 묻힌 유리를 장착

카메라를 들이댔고, 또 어떤 아이는 푸르른 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하는 방식의 카메라이다.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물체 또

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을 찍은 후 아이들과 선생님은 교실에 다

는 사람의 상이 유리에 맺히면서 사진이 찍히는 원리인데, 촬영을

같이 모여 찍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한 장 한 장 감상했다.“우와~

위한 버튼도 없고,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도 적기 때문에, 유리에

너 이거 어떻게 찍은 거야?” ,“어? 이거 내 팔이다!”아이들은 까

상이 충분히 맺힐 때까지 촬영 대상자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특

르르 웃으며 서로의 사진을 칭찬했고, 때로는 자신의 사진에 대한

징이 있다.

아쉬움을 내비쳤다. 아이들의 핀홀카메라 속에 담긴 세상은 거꾸로이면서, 또한 자유

<사진 수업> 진행 단계

로웠다. 어떠한 구도, 어떠한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시

1. 주제에 관한 영상 감상하기

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는 올 한 해 동안 아이

2. 다른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로 찍었던

들은 촬영한 사진 중 잘 나온 사진을 직접 선택한다. 그리고 그 사

사진 감상하기

진들을 모아 사진 앨범을 제작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

3. 오늘의 주제와 아이디어에 관한 강사님 이야기 듣기

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4. 외부에 나가서 사진 찍기

골라내는 작업에서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5. 찍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다 함께 감상하기

법을 배운다. 전성진 강사는 명덕초등학교 아이들의 사진에 대해

6. 인화하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곳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워서일까요?

7. 수업 정리하기

아이들이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데 스스럼이 없어요. 대담하고 자 유로운 시선으로 담아내는 사진이 때로는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날의 수업은 바로 이 핀홀카메라 모형을 만들고, 핀홀카메라와

멋질 때가 많답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이 주된 내용이었다.

현실적으로 이곳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보다 문화 혜택을 받기가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카메라로 핀홀카메라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렵다. 전성진 강사는“예술 수업이 없었으면 어쩜 이 아이들은

는 사실에 무척이나 신기해했다.“선생님, 이렇게 하면 돼요? 여기

사진 촬영의 즐거움이나, 숨겨졌던 사진에 대한 재능을 모른 채

다 테이프 붙이면 되는 거예요?”때로는 제대로 만들지 못해 다시

자랐을 수도 있다” 며“이 수업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었으

뜯어 처음부터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옆자리의 잘 만들지 못하는

면 좋겠다” 고 이야기했다. <서편제>의 작가인 이청준의 고향. 천년

친구를 도와 함께 만들기도 하면서 핀홀카메라를 완성했다. 그렇

학 모양의 산이 마을을 지키는 곳 전남 장흥군 회진면. 이곳에 아

게 45분의 수업이 끝난 후, 이제는 밖에 나가서 직접 만든 핀홀카

름다운 자연과 함께 꿈을 키우며 쑥쑥 자라는 8명의 열 살배기 아

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볼 차례였다.

이들이 있다. 오늘도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아이들의 자유로

운동장에서 바라보면 바로 바다가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학교에서

운 마음이 온 마을을 가득 채운다.

아이들은 한쪽 눈을 찡긋 감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핀홀카메라를 통한 세상은 사람도 나무도 모두 거꾸로였고, 색감은 빛바랜 필름

글. 사진 _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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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초단편 영화와 영상 속 소리의 힘 영화 수업. 충주 소태초등학교 서반석 예술강사

요즘의 아이들에게‘영상’ 이란 굉장히 친숙한 매체다. 드라마, 예능, 뉴스, 교육 방송 등을 통해 여가와 교육을 모 두 충족할 수 있고, 근처의 영화관을 찾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유명 영화사의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영화 같은 스토리 전개에 매우 익숙해졌고, 보는 눈이 높아졌다. 이런 아이들이 영화를 만든다면, 어 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충청북도 충주시에 소재한 소태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 로 영화 제작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찾았던 6월 23일은 35회 수업 중 15회차‘초 단편영화와 영상 속 소리의 힘’ 이라는 주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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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무리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 해도,‘영화’ 를 직접 만드 서반석 예술강사

는 이 수업이 10살 남짓의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까?“영화 수업은 요즘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입니다. 수업 의 제목만으로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위치에서 각각 촬영해 편집한 영상이었다.

선입견에 지나지 않아요. 아이들이 어렵다고 느낄 때는 아이들 눈

서반석 강사는 이 영상들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 방식, 영화의 편

높이를 벗어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

집 방식, 주제 의식, 관점 등 다양한 영화적 지식을 전달하고자 했

해 볼 필요가 있어요.”서반석 예술강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

다. 만일 전달 방식이 단순한 설명이었다면‘주제 의식’ ,‘편집 기

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태초등학교를 예로 들며 영화 수업이

법’ ,‘효과음’ ,‘전개 방식’ 과 같은 어려운 단어 일색인 문장 속에

결코 아이들에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아이

아이들이 졸린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

들은 높은 집중력으로 수업 깊숙이 빠져들었고, 끊임없이 눈을 빛

이들은 편집과 시점 처리를 달리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각각 어

내고 있었다.

떤 차이가 있는지, 왜 그런 차이가 느껴졌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 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해지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

<영화 수업> 진행 단계

다. 실제로“어, 소리가 안 들리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하던

1. 이전 수업 정리, 수정사항 전달

아이들이 두 번째 클립을 보며“아, 둘이 다투는 거구나.” ,“이러

2. 짧은 단편 감상

니까 좀 알겠네.” 하고는 세 번째 클립에서는“아! 이렇게 되는 거

3. 편집의 길이를 바꿔 보면서 주제의 전달력과 내용이

구나!” 하며 감탄사들을 점점 늘려갔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신만의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험 4. 소리와 영상을 분리한 영화를 감상하고 두 가지 내용을

영화를 만들기 위한 단계 하나를 딛고 섰다. “저는 7년째 이 지역에서 영화 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심에

결합하여 줄거리 작성-활동지에 작성한 이야기를 토대로

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면 더 좋은 경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외곽

내용을 유추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사로서 더 큰 보람이 있어요. 아

5. 학생들의 시나리오 콘티와 영상 클립 과정을 비교하기

이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아이들도 도심 아이들에 비해 눈 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거든요.”촬영 장비가 다양하지도, 진행비가

이 수업의 목표는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의 아름

넉넉하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자비를 들여서라도 아이들의 이야기

다움과 특징을 이해하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를 영화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서반석 강사. 그런 그에게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은 편집 방식에 따른 표현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교실 안의

차이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영상으로 만들

아이들이“아!” ,“우와!”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창문 밖에는 굵

어내는 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은 빗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요란한 이 날의 하늘이 아이들의

이날 서반석 강사는 아이들에게 편집 방식과 시점 처리를 달리한

영화에서 기막힌 효과로 쓰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영상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걸어와 이야기를 나누 다 다투는 장면을 관찰자 시점, 출연자 시점, 그리고 출연자의 손

글 _ 최민영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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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그리고, 오리고, 꿰매고, 뚫고 공예 수업 . 서울 도봉고등학교 김태호 예술강사

표준국어대사전은 공예를‘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 건을 만드는 일’ 이라고 정의한다. 과거에는 공예가 일상생활의 한 요소였다. 집에서 대나무를 쪼개고 엮어 바구니를 엮고, 누에를 치고 실을 뽑아 옷을 만들어 입었다. 산업화 이후, 일상 사물의 제작은 현대 디자인이 대체하고 하고 있다. 모든 공정은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손으로 하던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물론, 기술 발달에 따라 현대 공예가 폭넓어진 면은 있다. 하지만 대중이 접할 수 있는 공예는 장식적 요소가 강조되어 대부분 취미나 예술의 영 역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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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펠트 지갑 바느질을 지도하고 있는 김태호 예술강사

학교에서의 공예 수업은 왜 필요한가. 도봉고등학교 공예 수업을 맡은 김태호 예술은 공예 수업을 통해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말 한다. 스쳐 가는 경험일지라도, 작은 차이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

이렇게 한 학기 동안 모은 공예품은 학기 말 축제 때 전시한다. 자

다는 것이다. 한 학기 만에, 그것도 매시간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

연스럽게 참여도와 완성도가 올라간다. 교과 수업만 하다 보면 지

잘 만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재적 생산자

루하기도 한데, 손을 움직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면 활력이

이며 구매자로서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공예 수업을 통해 재료나

생긴다고 한다. 평가용이 아닌, 내가 쓸 것을 만드니 애착이 생겨

마감 방식 등을 체험하고 질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눈을 키운다.

더 열심이다. 일주일 중 공예 수업이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도봉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매주 한 시간씩 공예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공예 수업은 개별활동이지만, 과정은 협동

다. 펠트 공예 카드지갑 제작 수업은 이론, 제작, 평가로 각 3주에

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보며 비교하고, 조언을 구하고, 돕

걸쳐 이루어지며, 이날은 두 번째 수업이었다.

는다. 1+1가 협력한 결과물은 2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수업 후 이 루어지는 평가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공예품에 대한

<펠트 공예 카드지갑 만들기 수업> 진행 단계

설명을 작성하며 자신이 제작한 공예품이 기성품과 비교해 어떠한

1. 수업 순서 소개

특성을 가지는지 파악한다. 차이를 안다는 것은 비교 대상의 기능

2. 재료와 바느질 방법 소개

과 특성을 숙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3. 카드지갑 형태 결정

김태호 강사는 무엇보다 참여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론 시간에

4. 도안 구상

몇 가지 바느질을 가르치지만, 바느질이 서툰 학생들은 홈질도 일

5. 펠트 색상과 크기, 바느질 방법 선택

정 간격으로 촘촘하게 할 줄 모른다. 그러면, 땀이 성긴 지갑은 제

6. 부자재 분배

기능을 하지 못하니 다양한 색상으로 간격을 메우라고 시킨다. 색

7. 재단과 바느질

색의 실로 땀 사이를 채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조합

8. 고리 연결

이 나오기도 한다.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땀의 방향을 다르게 주

9. 장식

어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눈높이 교육은 다른 성과를 낳

10. 작품 설명과 느낀점 작성

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학생도 수업에 참석한다.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

김태호 강사는 갖가지 색깔의 펠트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은 담당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듣는다. 힘이 없어 바늘을 꿰

원하는 색깔의 펠트를 잘라주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구상

지는 못하지만, 실을 잡아당기며 참여의 기쁨을 느낀다.

한 도안에 어울리는 펠트를 받아 갔다. 직사각형 모양의 카드지갑

아이들은 전통공예와 예술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공예를 내 손으로

을 선택한 아이는 바로 바느질을 시작하고, 특별한 형태를 구상한

할 수 있다는 것에, 구슬 팔찌를 만들고 카드지갑을 직접 만드는

아이는 도안을 베껴 재단했다. 시판 펠트의 색상이 한정적이다 보

것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오리고, 꿰매고, 뚫으며 완

니, 머릿속으로 생각한 배색이 어울리지 않아 바꿔가기도 했다. 아

성되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도 다채로운

이들은 선호하는 색상의 조합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조화와 변

모습으로 다듬어지고 있었다.

형을 함께 배운다. 바느질하며 물성에 걸맞은 바느질과 적당한 장 력을 익히고, 마감이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다.

글. 사진 _ 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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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삶이 행복해 지는 순간 노인 연극 .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이난희 예술강사

월요일 오후 3시, 구로노인종합복지관 3층의 대강당은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20명 남짓한 연극반원들 은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연극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의‘노인연극반’ 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이난희 예술강사 다. 그녀는 구로와 용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연극반을 4년째 담당하고 있다. 과연 이난희 예술강사가 생각하는 사회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일까.

“전공은 영어영문학과인데 연극동아리를 하던 가락으로 8년 동안 극단활동을 했어요. 배우이자 기획자, 운영자로 활동했 죠. 제가 속한 극단은 철저하게 공동창작형 연극을 지향했는데, 예를 들어 가출청소년에 대한 연극을 하기 전에 가출청소년 과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극단생활을 하면서 연극을 전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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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사람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일을 해 왔던 거죠. 그런 덕 에 예술강사로서의 역할이 처음부터 익숙했어요. 처음에는 학교 예 술강사만 하다가 4년 전부터 사회 예술강사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꽤 긴 시간 연극과 연극교육 활동을 해온 그녀에게 사회 문화예술 교육과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가장 큰 차이 는 입시지향형인 우리의 학교교육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설 자리 가 좁고 고립감이 크지만, 어르신 교육은 목표 자체가 행복과 생 활의 질 향상에 있다 보니 훨씬 의미가 크고 반응도 좋다고 했다. 이난희 예술강사

그래서 그녀는 어르신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 고 귀띔했다.

게 됩니다. 특히 내 몸이 아닌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중점적으 그런데 어르신 연극은‘어르신’ 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예술강사 스

로 알려주게 됩니다.‘연기’ 라는 것이 처음에는 단순히 특별한 대

스로의 처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삶의 연륜이나 경험에서 차이

사를 정확히 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처

가 큰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뻘 되는 어르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

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사보다 더 많은 표현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가 하는 질문에 답을 찾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어

전달하려는 일이라는 것을 통찰하게 되는 거죠.”어르신들에게 연

르신이라서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 그녀가

극수업이란 살아온 세월 동안의 자기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이

내린 결론이고, 이에 따른 스스로의 지침은‘공동작업 동료로서

자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꿈 혹은 희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동등한 대우를 한다’ 였다. 무엇보다 공동작업을 하는 파트너로 대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린 나이에 시집갔다가 청상

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과부가 된 어르신은 연극 속에서 금실 좋은 부부로 한이불을 덮고

“쉬세요” ,“제가 할게요” 라고 공경의 마음을 보이는 것은 자칫,

자는 역할을 맡고 마치 누리지 못한 사랑의 시간을 회복한 듯 기

나이 들었다고 무시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연극에서 정당한 역

뻐하셨다고 한다. 그분이 누구보다도 연극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

할을 배분하고, 의무를 다하게 하는 일은 공동작업자로서의 적극

하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렇게 대등한 관계로 연극수업을 이어나가다 보면 그분들이 느끼게 되는 만족감은‘제

마지막으로 이난희 예술강사는 사회 문화예술교육을 하려는 사람

2의 인생’혹은‘인생 이모작’ 이라고 스스로 표현할 만큼 크다. 이

들에게‘긴 호흡으로 두고 볼 줄 알아야 한다’ 는 말을 전하고 싶

런 이난희 예술강사의 입장은 대다수의 사회 문화예술교육에서 예

어 했다. 사회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신

술강사와 수강생의 큰 세대 차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성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그녀의 충고, 예술강사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한 번 더 생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예술강사 스스로도 배우고 느끼는

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것들이 많다. 특히 오랜 연륜으로 세월을 견뎌온 분들에게서는 감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연극연습은 신나는 트롯트에 맞춰 전체가 무

히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대에서 춤을 추며 차례로 나와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진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어르신들을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는 우를

지한 연기자의 모습 속에서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얼굴이 엿보이

범할 때가 많다고 했다.‘피부가 얇아지는 것 같은 순간’ 이라고 표

고 신나게 리듬을 타는 몸짓에서 언젠가의 날렵함이 되살아 나오

현한 특별한 깨달음의 순간도 있었다.

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연극 속 역할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이렇게 깨우친 어르신들의 연극을 진짜 연극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의 차이를 배우고, 그렇게 두 번째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어르신들

노력도 결실이 있었다. 연말에 서울시 4개 구청의 노인복지회관이

께는 이번 연말에 있을 대학로 공연도 또 하나의 기회일 것이다.

공동으로 대학로 소극장을 빌려 정식 공연을 하기로 한 것. 오늘

무대 위 눈부신 조명 속에서 어르신들의 열정이 더욱 빛나길 기대

공연 연습도 그때를 대비한 것이다. 과연 이런 만족감을 주는 연

한다.

극수업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까?“연극수업을 통해 어르 신들은 연기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알

글.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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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아이들을 만나는 그‘순간’ 에 집중해요 아동 음악 .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 송승민 예술강사

아이들은 해맑다. 오후 2시의 쨍한 햇볕처럼 아이들은 높은 소리로 웃으며 뛰어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 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웃는 이가 있다. 그녀는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선생님!” 을 외쳐대는 아이들에게“그래, 00야!”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대답한다.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에서 아이들의 음악수업이 진행되는 금요일 오후 2시 40분, 송승민 예술강사를 만났다.

“대학에서 해금을 전공했는데, 손을 다쳐서 연주를 지속할 수 없게 됐어요. 그때 음악치료 쪽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해금을 가르치던 학생 중에 자폐증세를 가진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위해 책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음악치료라는 것에 새롭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 스스로도 손 재활훈련을 지속하는 동안 힘들었던 경험도 있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던 음악을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이 힘들었는데,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접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부터 노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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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곁 에서 지켜보았어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음악’ 이 있고,‘음악’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의 새로운 면 을 보게 된 거죠.”송승민 예술강사가 사회 예술강사로서 활동하 게 된 것은 3년 전. 그동안 보육원과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곳에 서 사람들을 만났고, 음악으로 소통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이 들이 음악교육에서 빠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며 그녀는 음악의 힘을 실감했다.“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같은 것을 듣고 느끼는 것 이 바로‘음악’ 이에요. 특히 자폐아동들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전혀 송승민 예술강사

두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쉽지 않은데, 음악만큼은 타인이라고 생 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현재 학교에서도 국악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송승민 예술

려움을 갖게 되고, 눈앞에 있는 것들에 집착하며 쉽게 무기력해지

강사는 학교에서의 음악교육과 시설에서의 음악교육의 차이를‘밀

고 체념한다. 아동 시설 아이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형제들과

착’ , 그리고‘마음으로 소통하며 다가가는 교육’ 이라는 말로 표현

갖는 관계, 질투, 애증 등의 감정을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가져야 하

했다. 어디에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시

는 데서 오는 특성을 보인다. 뚜렷한 위계질서나 지속적인 따돌림

설에서의 수업에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송승민 예술강사는 아이들 간의 그런

있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

불편함을 융화시켜주기 위해 모둠을 짠다거나 한 사람 한 사람의

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수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구성원이 꼭 필요한 수업을 진행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감동의 순간은 언제나 있어요. 저와 손을 잡지 않던 아이가 하이 파이브를 해준다든지,‘저는 음악이 싫어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던

송승민 예술강사를 만난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는 경기도 안양

아이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든지. 혼자 지낸

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긴급보호가 필요한 미아, 결손가

시간이 많아서 누군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가 우선이었던 아이들

정, 미혼모아동, 아동학대, 방임 등에 노출된 아동들에 대해 일차

이 서로 노력하고, 협력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오

적인 상담과 보호,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히려 제가 고마워요.”

도모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긴 기간 머물지 않고, 향후 양 육계획이 정해지면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다시 부

수업 현장을 찾은 날은, 곧 있을 호두까기 인형 뮤지컬 관람을 앞

모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전문적인 보육시설로 자리를 옮기

두고 아이들이 호두까기 인형 음악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사전활동

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송승민 예

수업이었다.‘꽃의 왈츠’ 와‘행진곡’ 을 감상하고, 그 느낌을 신체

술강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아이들은 이곳

와 악기와 시각적인 결과물로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시

에 오기까지 방임이나 기아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식습관을

종일관 열심이었고, 송승민 예술강사는 모든 아이들과 눈을 마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습관이 올바르지 않아요. 그래서 짜증, 화 등

쳤다. 수업 시작부터 시무룩하게 앉아 집중하지 못하던 한 아이가

을 잘 내는 편이에요. 그런 아이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도록 돕고,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본 테이프를 열심히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제공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

돌리며“선생님, 이것 봐요!” 하고 큰 소리로 제 리본을 자랑했다.

해요. 그래서‘실패해도 괜찮다’ 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실패할

송승민 예술강사가 몇 개월 동안 지켜보며 느꼈다던 아이들의 변

수 없는 경험들을 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화를 기자는 단 두 시간 만에 눈으로 확인했다. 물론, 송승민 예술

새로운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왔다가도 얼마 후면 보이지 않는다거

강사가 느낀 그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잠깐의 시간만으로도

나, 함께 수업하던 아이가 급히 거처가 정해져 더 이상 만날 수 없

충분히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송승민 예술강사가 전하고 싶은 음

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인 이곳에서의 수업은 그래서 순간에 집중

악이 주는 따뜻한 활력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

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그때그때 얻어갈 수 있는 것들

었으니 말이다.

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 송승민 예술강사의 마음이다. 복지시설에서 장기간 거주한 이들은 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삶에 두

글. 사진 _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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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천천히, 느림보 거북이처럼 장애 연극 . 거창군삶의쉼터 장애인복지관 전오미 예술강사

지난 11월 14일 새벽이슬이 미처 가시지 않은 아침 8시 30분. 거창군삶의쉼터종합복지관이하‘삶의쉼터’강당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삶의쉼터에서 진행되는 노인음악, 장애음악, 장애연극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결과공유회’ 무대가 한 자리에서 열리는 날이다. 장애연극 수업을 맡은 전오미 예술강사의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이기도 하다. 강 당에는 출연진과 관계자들로 북적였고, 가족, 지역 주민 등이 공유회 관람을 위해 속속 복지관으로 들어서고 있었 다. 이 인파 속에서 전오미 예술강사를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넓은 강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 그녀를 만났다.

현장에서 예술강사를 만나보면, 참 다재다능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아이 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한 손으로는 북을 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장구를 쳐도 모자란 까닭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일은‘오지랖’ 이 넓어야 하고,‘신명’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전오미 예술강사가 부산하고 분주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복잡한 오디오 믹서를 조작하면서 음향을 연출하고, 출연자들의 대사 상대가 되어주었으며 몸소 춤을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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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고, 큰 소리로 대사를 읊으며 시범을 보였다. 연극 출연자들의 분장을 돕고, 무대의상을 살피고 무대 소품도 챙긴다.“니는 오지 랖도 넓고, 애들도 좋아하잖아. 애들 가르치는 거 함 해보믄 어 때?”학교 조교의 솔깃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전오미 예술강 사는 2006년부터 학교 예술강사로서 활동을 시작하여, 2007년 거창에 있는 학교로 배정받았다. 부산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쁘 게 지냈던 그 시절, 그녀는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복지 기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연극수업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극 강사로서 학생들을 만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전오미 예술강사

이 일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인지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스스 로 꽤 보람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2014년부터는 본격

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적으로‘사회 예술강사’ 로서 삶의 쉼터에서 장애인 참여자들을 만 나고 있다.“학교 예술강사가 되고 나서 사회복지나 평생교육과정

연극 수업을 통한 참여자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지 묻자‘친구들

등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장애인 교육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들

이 보여주는 희미한 웃음 한 자락, 먼저 건네는 짧은 인사 한마디’

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또 알아야만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 바로 성공의 기준이고, 보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 장애인과 일반인의 큰 차이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

것은, 참여자들이 연극 활동을 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

달았습니다. 모두‘진심이 담긴 관심’ 으로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

신감이 생겼다는 점. 이것이 큰 성취가 아닐 수 없다며 그녀는 뿌

는 것을요.”

듯함을 감추지 못했다.“교육이 진행되면서 복지관 선생님들이 ‘우리 직업훈련반 친구들 얼굴이 달라진다’ ,‘점점 웃음이 많아진

삶의쉼터 장애연극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이곳 직업훈련반 친구들

다’ 하고 말해주었어요. 대성공이었죠.”전오미 예술강사는 인터뷰

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40대의 성인임에도 자신 있게 생각을

중에 참여자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담아 막힘 없이 소개해주었다.

말한다든지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무기력한 모습 일색이었다.

그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만나

전오미 예술강사는 커리큘럼을 통해‘나’ 를 먼저 바라볼 수 있도

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록 하고,‘나’ 에 대해 당당하게 표현하도록 이끌어야겠다고 생각

“말을 전혀 하지 않았던 학진이, 박학다식 반장님 연진씨, 뭐든 적

했다.“오늘 발표회의 제목인‘나를 보여줘’ 도 같은 맥락이에요.

극적인 해영, 수줍음 많은 지영,‘아뵤~’이소룡만 외치는 동석,

연극 제작 과정 전반에 장애인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오미쌤, 반갑습니다!’낭랑한 목소리 영택, 조용히 할 일 잘하는

표현하고, 무엇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어요.

호돌, 5년 전 외웠던 한마디 대사를 지금껏 외우는 현아, 질서정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연극 무대에서처럼 평소에도 자기

한 세영, 매번 주인공만 원하지만 대사는 제일 늦게 외우는 유현.

스스로를 멋지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

저는 이 친구들이 아주 아주 기대됩니다.”

죠.”늘 따로 진행되어 오던 장애연극과 노인음악, 그리고 장애음

‘선생님이 좋아요. 안아주고 싶어요.’ ,‘선생님, 제가 저금해서 커

악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함께하는 결과공유회 자리를 한데 모은

피 사드릴게요.’ ,‘선생님처럼 연극배우가 될 거예요.’참여자들이

것도 전오미 예술강사의 아이디어였다.“복지관에서 봄 즈음에 늘

해준 말을 전하며‘핫핫핫’웃어 보이던 전오미 예술강사. 장애인

해오던 바자회가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취소되었어요. 모두들

과 함께하는 예술강사는‘천천히 느림보 거북이처럼 가야 한다.’ 는

아쉬워하고 있을 때, 문득‘우리 복지관에 무대도 있겠다, 작품도

말을 그녀는 꼭 전하고 싶어 했다.

있겠다, 전시와 공연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고마운 마

요. 그래서‘미술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진 발표회’ 를 제안했는데,

음과 신뢰, 그리고 사랑. 이 마음의 언어가 밖으로 나와 전해지는

복지관에서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어요.”

순간, 그 희열이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무대를 한데 새로이 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이날, 거창에서 바로 그 기적의 순간을 함

미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거창국제연극제’ 에 익숙해진 터라 다양

께할 수 있었다.

한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장을 쉽게 그려볼 수 있는 공감대가 지 역주민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고, 덕분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행사

글.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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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오늘도 진화하는 그녀의 커리큘럼 아동 미술 . 부산 송도가정 예정원 예술강사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송도가정’ 은‘송도에 있는 집’ 이라는 뜻을 지녔다. 영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보호자가 없 는 아동. 청소년의‘가정’ 이다. 아이들은 수녀님을‘엄마’ 라고 불렀다.“수염 좀 만져봐도 돼요?”취재 기자에게 질 문을 던지고는 대답도 듣기 전에 이미 콧수염을 만져보는 아이들은 티 없이 맑았고, 자유분방했다. 예정원 예술강 사가 미리 예고 한 대로, 천방지축이었다. 이곳에서 이 밝은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함께하고 있는 예정원 예술강사 를 만났다.

예정원 예술강사는 예술강사로 활동하기 전, 장애인학교의 학생들과 3년간 미술 수업을 함께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더욱 가까이서 자유롭게 만나 신나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예술강사’ 의 길을 선택했다. 2008년 만화 애니메이션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학교와 복지기관 모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그녀는 아이들에게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예술활동에 대해 고민해오며‘움직이는 예술정거장’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에 약 2년 간 참여하는 등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예정원 예술강사는 현재 부산의 송도가정에서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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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찾았던 날의 수업은「우드락 종이태권도를 활용한 조각조 각 이미지 해체와 조합놀이」 였다. 거창한 듯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제목의 이 수업에는 송도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열다섯 명의 초등 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참여했다. 이 수업은 예정원 예술강사가 고안해 운영해보고 있는‘아직 발전 중’ 인 과정이다. 이처럼 예정 원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과정의 특징은 바로‘진화하는 수업 만들 기’ 이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예정원 예술강사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정원 예술강사

“여러분, 오늘 학교에서 기뻤던 일이 뭐예요?” “시험을 잘 봤어요!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내 얼굴이 예뻐 보여서 기분이 괜찮았어요.”

은 가족과 함께하는 집이 낯설다. 하지만 어렴풋한 기억 속 할머

“그럼 기분 나빴던 일도 있었어요?”

니 집을 떠올려보고, 가족과 지내고 싶은 집도 상상해 보았다. 어

“음, 친구랑 싸웠어요. 날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떤 친구는 미용실을, 그 짝꿍은 그 위에 방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

“날씨가 좋은데 왜 기분이 나빴을까?”

들은 집짓기 놀이는 바닥에 떨어진 우드락의 형태에 의미를 부여

“모르겠어요. 그냥 우울해졌어요.”

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예정원 예술강사의 질문에 돌아오는 아이들의 대답은 때로는 아기

아이들은 30분 만에 7채의 집을 완성해냈다. 예정원 예술강사는

자기했고, 때로는 어른의 그것처럼 깊은 속마음이 들여다보이기도

아이들에게 다음 주 수업에서는 이 집들을 모아 마을을 이루고,

했다. 공통점이라면 참 솔직하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는 것이다. 선

오버헤드 프로젝터를 그 위에 투사해 또 다른 이야기를 더해 나갈

생님과 아이들이 충분히 친숙하고 신뢰감이 쌓일 만큼 쌓여있다는

거라 귀띔했다. 아마도 아이들은 집에 어떤 숨결을 불어넣을지 고

증거이기도 하다.

민하고 상상하며 다음 수업을 기다릴 것이다.

“자, 이제부터 오늘 느꼈던 많은 감정을 생각하면서 이 우드락을 태권도로 부숴보기로 해요!”

예정원 예술강사는 수업 시간 동안 아이들이 자유롭게 수업에 참

예정원 예술강사가 꺼낸 우드락을 가져간 아이들이 혼자, 혹은 둘

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물론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녀

셋이서 서로 도우며 우드락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어린 몸짓 하나

는 시간 안에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방식을 과감

하나에 좋고 싫었던 감정들이 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권도

히 거두어내었다. 문화예술교육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하듯 팔을 뻗고, 발로 차며 우드락을 부수는 과정에서 힘들고 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거웠던 감정들이 해소되고, 좋았던 감정들은 더 크게 재생되는 듯

아이들을 기다려 주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더

했다.

욱 느끼게 된 계기는 지난해 참가한‘국제예술강사콘퍼런스’ 였다.

아이들이 잘게 부순 우드락 조각들이 바닥에 쌓였다.“얘들아, 바

그곳에서 만난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강사들이 나눈 다양한 의견

닥에 얼음이 쌓인 것 같지?” 라는 예정원 예술강사의 질문에 아이

과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술강사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들은“눈 온 것 같아요, 렛잇고 해요!” 하고는 우드락 파편들을 하

송도가정에서 만난 아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법에 익숙

늘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교실은 순식간에 우드락 눈이 펑펑 쏟아

했다. 주눅들고 우울해지기 쉬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씩씩하고

져 쌓였다. 예정원 예술강사는 아이들이 이 순간을 만끽하도록 제

활기차게 생활했고, 선생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다. 초여름,

지하지 않고 잠시 놔두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조금씩 싫증을 느

늦가을에는 아이들과 송도 앞바다를 찾아 백사장에‘예술작품’ 을

낄 때쯤, 바닥에서 우드락을 주워 새로운 놀이 하나를 제안했다.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를 사 먹었던 일이 가장 행복한 순

“얘들아, 이 조각 꼭 장화처럼 생기지 않았니?”

간이라고 말하는 예정원 예술강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더 많

“이건 술병이에요! 코끼리 코 같아요. 드라큘라 이빨 같아요!”

이 하고 싶다는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내일의 수업을 고

“그럼 이 조각들을 모아서 집을 지어볼까?”

민하고, 아이들의 내일을 상상한다.

이제부터 아이들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오늘 수업의 목 적지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이들

글.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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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 현장

ⓒ문영생 어르신

사진, 어르신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노인 사진. 부산 수영구노인복지회관 김동휘 예술강사

광안리 해변을 지척에 둔 곳에 부산 수영구노인복지회관은 단정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 년간 진행되어 온 ‘노인사진’수업이 마무리 된다. 수업에는 60~70대 사이의 어르신 열다섯 분이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자리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두 시간가량 진행되었고, 수업 이후에는 뜨끈하고 진한 전복 미역국 으로 쫑파티도 진행되었다.

김동휘 예술강사는 자신을‘사진을 가르치는 사람’ 이라고 소개했다. 이곳 부산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지 난 19년간 대학 강단에서 사진강의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작 작품활동을 하는 사진작가로서의 자신보다는 ‘사진 선생님’ 으로서의 모습이 익숙하고, 또 편하다고. 그가 예술강사로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4년 여 전. 대학생과 성 인 외에 다양한 연령층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초등학생 대상 사진 수업을 맡았던 것이 첫 인연이었다.‘노인사진’ 수업은 3년 째. 부산에서는 이곳 수영구 노인복지회관과 또 다른 한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집은 대구인데 먼 걸음 마다하 지 않고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고, 어르신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선생님, 그러니까 아들 선명하게 잡으려면 노출은 무조건 짧게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기 AV라고 써 있는 게 조리개 우선이란 뜻인가요? 노출만 정하면 나머진 자동인가요?” 나‘오토모드자동모드’ 에 놓고 요즘은 카메라가 워낙 다루기 쉽게 제작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대부분‘P모드프로그램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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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만 간단히 눌러 찍는다. 카메라의 기본 구조를 몰라도 결과물 은 좋은 편이다. 하물며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인생의 첫 카메 라인 어르신들에게 사진의 원리와 개념을 설명하는 일은 참 어려 운 일이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사실 상대에 대한 큰 이해심 없이는 번거롭게 여겨질 수도 있을 법 한데, 그런 것이 그 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해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게 되거든요. 원래 사진의 기초적인 개념은 반복적으로 사진을 찍어 가면서 감이 생겨야 해요. 설명하고, 사진 찍고, 또 어르신에게 사진 촬영 지도 중인 김동휘 예술강사

설명하고 이 반복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입문절차 같은 겁니다.” 사진은 내가 관찰한 세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그 과정 속 에서 단조로운 환경과 반복적인 일상이 특별한 의미를 갖고 내 삶

생활의 기쁨’ 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 역시

으로 편입되는 것. 어르신들에게 사진 교육이 좋은 이유는 이 분

이 점을 가장 기뻐했다.

들이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관찰해 왔기 때문이다. 노련한 관조

“이제는 사진을 찍을 때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 걸 어떻게 하냐고

가 그대로 묻어난 사진의 깊이와 진지함은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

물으십니다.‘손자가 너무 빨리 움직이는데 거실에서는 셔터스피

운 일이니까.

드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든가‘일몰이 너무 좋은데 언제쯤 찍 는 게 좋아요? 노출은 어떻게 할까요?’등 자신이 본 세상을 카메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사진 교육을 견학한 경험이 있는데,

라를 통해서 구체화 시켜 나가는 과정에 대한 질문인 거죠. 사진

거기서는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 장비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더군

수업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르신들이 그걸 은연 중에

요. 그러다 보니 비싼 장비를 사도록 은연 중에 권유하는 형태가

깨닫게 되신 거예요.”

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정작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에만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사진을 배우는 게 아니었어요. 갈수록 어르신들

2014년에는 특별한 성과도 있었다. 부산특별시가 주최한‘제4회

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사진

부산실버영상제’ 에서 어르신들의 사진이 입선과 장려상을 수상하

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취지는 보이

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은 어르신들에게 큰 성취감으로 돌아갔다.

지 않았죠.”

그러나 김동휘 예술강사는 그것보다 어르신들의 일상 생활 속으로

그래서다. 사진을 찍는 일은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

들어온 사진예술이 더 감동적이라고 했다.

요롭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행위라는 것을 어른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인지 모릅니다. 어르신들의 나이나 카메라

신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서 김동휘 예술강사는 몇 가지 원

기종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자기 표현이 서툴고, 카

칙을 정하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메라를 조작하는 손이 느리긴 하지만 지긋한 시선과 꾸준한 자세

“카메라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 드립니다.

로 세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사진 속에 담아 내려는 태도는 정말

그 대신 카메라 매뉴얼은 반드시 확보하라고 주문하죠. 최근 기술

프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그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로도 좋아‘똑딱이콤팩트 카메라’

충분하거든요. 자기 손에 익은 카

그 자체가 이미 예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메라가 제일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많이 찍

어르신들은 모두 한결같이 김동휘 예술강사를 칭찬했다. 김동휘

어 보라고 당부합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댁에서 광안

예술강사의 말처럼‘너그럽고 넉넉하신’어르신들이라 칭찬마저

대교가 보이는 최고의 경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넉넉하게 해주시는 지도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의 말 속에 담긴 진

빛이 좋으면 한 컷 찍고, 수업 받으러 오시는 길 위의 풍경도 한

심은 그저 빈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컷 담고. 즉‘카메라를 자신의 일부로, 사진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

김동휘 예술강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여쭙자, 하나같이 이렇게 말

라’ 고 말씀 드리고 있지요.”

씀하셨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어르신들의 질문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이제

“ ‘사진’ 을 알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꼭 다시 만납시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표현에 관련된 것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어르신들도‘사진 찍는 재미’ 를 알고,‘사진과 함께하는

글.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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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성장

함현경 예술강사와 오광열 예술강사

‘나’ 와‘나의 영역’ 을 확장하는 기회 예술강사,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 오광열, 함현경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의 놀이터 아르떼 아카데미는 예술강사에게 내가 전공하거나 익숙한 것 외에 새로운 분야를 접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역할과 활동영역을 확장해 갈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시간이다. 오광열 예술강사와 함현경 예술강사를 만나 직접 들어보았다.

‘잘 아는 것’ 과‘잘 가르치는 것’ 의 차이를 좁히는 아르떼 아카데미 Q. 두 분은 왜 예술강사가 되었나요? 오광열 국가 정책 측면에서는 문화예술 향유, 융합 등의 목표가 있겠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이유가 가장 커요. 그런 이유로 발을 들였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들에게 풍덩 빠지게 되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저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었는데 마침 먼저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활동하던 친구가“아이들과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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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를 원한다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사풀제

회적으로 어떻게 협업하고 변화하는지를 알게 해 줍니다. 단계별

에 참여해 보아라” 고 권유해 주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체계성이 확고해 진 것이지요.

함현경 사업의 목표도 좋았지만, 저 역시 생활비가 첫 번째 이유

함현경 가장 많이 바뀐 것은‘예술강사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였어요. 그러다 2007년 처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남에게 도움

다’ 는 점이에요. 연수 전후에 설문 조사를 해요. 예전에는 설문을

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크리스마스 연극을 함께 준비하던 6학년

받았음에도 다시 중복되는 강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 중에 키가 작고 약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놀

강사들이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듣고 싶은’연수

림도 당하고, 따돌림도 당했어요. 그 창작극에서도 친구들이 이 아

가 되었죠.

이를 골탕 먹이려고 비만 산타의 썰매를 끄는‘루돌프’ 를 시켰죠.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다면, 도전하라

그런데 이 아이가 역할을 굉장히 훌륭히 해낸 거예요. 그때부터 친 구들이 그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키 작고 약한

Q. 연수를 통해 배운 것과 얻은 것이 있다면요?

루돌프’ 가 아니라‘연기 잘하는 루돌프’ 가 되었어요. 연극을 통해

오광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교육과 융합해 해낼 수

친구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 아이의 성장을 보며 저의 고민은 마

있는 조력자로서의 가능성을 배웠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침표를 찍었죠.

현장에서는 예술로서 교육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학교 수업에 대한

Q. 아르떼 아카데미는 두 분이 예술강사로서 성장하는 데에 어떤

이해나 교육과정 속에 문화예술을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등에

역할을 했나요?

대해 늘 부족함을 느꼈었거든요. 또, 연수를 통해 사람을 알게 되

오광열 저는 아르떼 아카데미가‘부모님’같다는 생각을 해요. 자

는 것이 좋아요. 사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각 분야 간의 서로를

식에게 필요한 것을 준비해 주고, 옆에서 돌봐주고, 때론 혼도 내

만날 기회가 없어요. 시대가 융합과 협업을 원하니 예술가 안에서

고 다독여 주면서 성장케 하는. 매번 연수에 참여할 때마다 평소

도 서로의 만남과 교류가 필요하죠.

내가 목말라 했던 것들, 부족하다 여겨졌던 것들에 대한 수업이 마

함현경 스스로‘설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교육의 방식

련되곤 하는데, 그 점이 가장 반갑고 고마워요.

을 현장에서 바로 배운다면 그 이상의 발전과 성장은 없어요. 그

함현경 문화예술교육을‘잘 아는 것’ 과‘잘 가르치는 것’ 은 굉장

러나 연수는 교육의 기본 근간을 배우고, 나의 현장에서 어떻게

히 달라요. 내가 알고 있는 연극을 어떻게 교육적인 측면과 접촉시

적용할 것인지, 내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런 수업을

켜줄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컸어요. 이 부분을 아르떼 아카데미에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연수에서 한 번

서 많이 채워주고, 또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만난 사람은 다른 연수에서 또 만나게 돼요. 그만큼 열정이 있는

참고로 예술강사가 교육적인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질타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는 비슷하거든요. 현장에서 부딪치는

받기도 하지만, 사실 예술강사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거

문제점이나 갈증은 대부분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 타 분야 선생님

든요. 수업 설계나 인문학적인 접근 등을 아르떼 아카데미에서 많

을 어디서든 또 만나게 되죠.

이 다루어주니 큰 도움이 되죠.

Q. 아르떼 아카데미를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추천하

Q. 처음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에 참가하셨을 때와 지금, 체감하는

시겠어요?

변화가 있나요?

오광열 취업 목표보다는 자신의 예술적 지식을 문화예술교육 현

오광열 첫 해에는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것과 현장에서 적용 가능

장에 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르

한 것들을 압축해서 배웠어요. 당장 필요한 강의의 강사나 교구 개

떼 아카데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떼 아카데미를 통해 자신의 역량

발자에게 무언가 만드는 것을 배우고, 그것을 아이들이 있는 현장

을 확장하고, 성장된 자신의 재능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발휘

에 적용해 보자는 거였죠. 지금은 사회에서 원하는 전문 소양을 갖

하고, 나아가 문화예술교육가로서 다양한 사회영역에서 의미 있는

출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체계화 되었어요. 교육적인 부분을 어떻 게 접목시킬지, 상상력 . 창의력 . 사고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사

재능기부 활동을 해볼 수 있는 계기 또한 만들어 줄 수도 있을테 고요. 그런 꿈이 있는 분들께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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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성장

함현경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연극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문화예술교육에 어떤 식으로 포함되는지 잘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연극영화과 대학생을 만났어요. 이후에 문화예술교육기관 방문 미션에서 학교 현장을 참관하면서 머리 속에만 있던 교육 현장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실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대요. 이처럼 갖고 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 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르떼 아카데미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친절히 안내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Q. 앞으로의 아르떼 아카데미에 기대하는 것과 바라는 점이 있나요? 오광열 문화예술은 삶 자체입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수혜를 받는 사람은 여전히 적은 것 같아요. 아르떼 아카데미에 참 여하시는 분들이 문화예술의 수혜에서 소외된 분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매개자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에게 더욱 활력을 줄 수 있는 연수가 되면 좋겠어요. 함현경 상하반기 이상의 과정이 개설 된다면 좋겠어요. 수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강한 이들이 다음에 다시 한 번 만나는 것으로 연계해서 확장할 수 있는 형태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연수에서 배운 것들을 각각의 현장에 적용해보고, 그 결과들을 다음 연수에서 공유하며 확장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예술강사로서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오광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즐겁고, 조금 더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문화예술’ 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들과 일반인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거나 기획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저를 키워가고 싶 어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함현경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연극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학교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안의 다양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연극학교요. 연극은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의 일상에는 이야기, 사건,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이것을 풀어가 다 보면 내 삶의 성장과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극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교육이 되었으면 해요. 그런 경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아르떼 아카데미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아르떼 아카데미의 성장은 참여자들의 성장과도 비례한다. 참여자들의 욕구와 발 전 방향과 맞물려 더욱 체계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르떼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문화예술교육이 일상에 자연스레 젖어들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미래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은 곧 교육 수혜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아르떼 아카데미를 통해 그들의 꿈이,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더욱 빛나길 기대해 본다.

오광열. 만화애니메이션 분야 7년차 예술강사.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교육대학원 졸업. 중등교급 대상의 만화애니메이션 분야 창의적 체험활동 및 동아리 활동 지도. 현재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학생미술 지도, 교육학 및 디자인 관련 대학 강의, 시각디자인 프리랜서로 활동 하고 있다. 함현경. 연극 분야 8년차 예술강사. 대학, 대학원에서 연극영화 전공. 현재 충남 지역 가정지원센터, 평생교육원 등에서 활동 중. 연극 관련 교육 발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소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느낌표多>를 운영하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련한 책 <창의적 연극 만들기> 를 출판하고, 연 2회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다.

글 _ 최민영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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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성장

김명정 예술강사와 주영상 예술강사

나의 호기심에 아르떼 아카데미를 더해 더 새로운 것을 만들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 김명정, 주영상

아르떼 아카데미는 문화예술교육 교수자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욱 체계화 되었다. 예술강사로 시작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획자로 변신한 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소 ‘서로5감art’ 의 김명정 대표와 주영상 대표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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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성장

기획자란 조금 더 연구하고, 조금 더 고민하는 사람 Q. 예술강사와 기획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주영상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예술강사는 가르치는 것이고, 기획자는 그 가르침의 형태와 종류를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요. 예술강사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그 수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획자의 일이 아닐까요. 김명정 저는 예술강사와 기획자가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기획자가 조금 더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차이 정도일까요. 전에 했던 수업에 무엇을 추가하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전 수업에서 부족했던 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수업하는 것만큼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부수적인 업무들도 많아 복잡하기도 하지만, 내가 가진 호기심을 조금 더 만져서 상상력으로 만들고, 그것을 좀 더 움직여 창의력으로 만들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희열은 정말 말로 하기 힘들죠. Q. 예술강사에서 기획자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김명정 호기심을 감당 못해서요. 알고 싶은 것이 생기고, 그것을 다룬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데, 학교 현장에서는 한계 가 있게 마련이죠. 시간과 공간 등의 제약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잠시 멈추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프로그램화하고 싶 어서 준비했어요. 주영상 가끔 기관에서 수업 요청 들어올 때가 있어요. 한번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수업제의를 받았는데, 일반적 인 작법 수업이 아니라, 주부들의 창작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수업이길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수업 내용을 어떻게 채 울 것인가 그 형태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것을 섞거나 변형해서 새로운 수업을 만들게 되죠. 그런 일 들 속에서 끊임없이 기획자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김명정 열려있어야 해요. 타 분야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죠. 오래 전 아르떼에서 통합 연수를 기획할 당시, 한달 안에 프로그램 몇 차시가 나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음에도 한 발짝 나가는데 12시간이 걸리더라고요.“저희 분야 는 안 돼요” ,“그건 우리 분야 고유성에 어긋나요.” 라며 밀어내느라고요. 어떤 분야라도 마음을 열고, 소통, 통합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해요. 주영상 기획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섬세함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 해도 실행 단계에서 섬세하지 못하면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기 때문 에 준비도, 공부도 많이 필요해요. 그렇게 들이는 정성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 바로 기획입니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Q. 두 분이 기획자로서 활동함에 있어 아르떼 아카데미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주영상 연수 프로그램 중‘소시오 드라마’ 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예술강사로서 겪는 갈등 을 드라마로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사실 학교 현장이라는 것이 뿌듯함도 있지만 상처도 많거든요. 끊임없이 부딪히고 상처 받다 보면 예술강사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이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요. 그런데‘소시오 드라마’ 를 통해서 이렇게 상처받은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고, 심지어 나보다 더 심한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에겐 용기가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김명정 사람을 분석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연수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대상에 대한 이해’ 에 관한 프로그램 에서‘노인 교육’편이 기억에 남아요. 매 시간 울었던 것 같아요. 수업의 모델을 부모님과 연관 짓게 되면서 대상을 제대 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그렇게’ 밖에 반응할 수 없었던 나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었어요. 가르치는 사람이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교육의 질이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Q. 아르떼 아카데미를 통해 어떤 사람을 만났고, 또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주영상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해요. 준비한 말도 다 못하고, 그러다 보니 준비한 것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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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굉장히 속상한 일이에요. 언젠가 발표를 마치고 무척이나 의기

주영상 ‘교육’ 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교양’ 을 놓치게 돼요. 예

소침해져 있는데, 오히려 주변 분들이 위로해 주더라고요. 그 분들

를 들어‘시나리오를 잘 쓰는 것’ 과‘시나리오를 잘 쓰도록 가르치

눈에도 보였나 봐요. 뭔가 준비를 많이 해오긴 한 것 같은데, 마음

는 것’ 은 다른 일이죠. 그런데 아르떼 아카데미에서는‘시나리오를

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분들의 위로가 큰 용기가 되었어

잘 쓰도록 가르치는 연수’ 는 포함될 수 있지만,‘시나리오 쓰는 연

요. 예술강사 초창기에 그런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껏 이렇게

수’ 는 포함되기 어려워요. 하지만 참가자들은 시나리오 쓰는 것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고 싶어하거든요. 반드시‘교육’ 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고정관

김명정 작년 여름, 제가 강사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에요. 수업에

념을 벗어나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

들어갔는데 25분의 수강자 중 20분이 연극계 선배님들이었어요.

해 봅니다.

수업 내내 팔짱을 끼고‘어디, 네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 는 시선이

김명정 강좌의 주제와 목표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생

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렇게 그분들과 총 네

각이 들어요. 모범답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참가자

번을 만났어요. 마지막 수업에 그분들이 저에게 오셔서“선생님 덕

본인이 소스를 가져와서 자기화 시키는 것이 더 다양한 결과물을

분에 모르는 것들을 자존심 상하지 않고 잘 배워갑니다” 라고 인사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모두 스스로

하시더라고요. 불과 몇 주 전에는 나를‘너’ 라고 부르던 분들인데

하기 나름이지만요.

말이죠. 정말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습니다.

Q. 앞으로 두 분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Q. 미래의 기획자들이 아르떼 아카데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김명정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해서 그것들을 기초로 열심히

요? 조언해 주세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주영상 타 분야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 강좌에서

주영상 3, 4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의 문화예

만나는 이들의 분야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요. 또 그들이 가르치

술교육은 학교 교육, 청소년 교육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요. 사실 3,

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대상자도 모두 다릅니다.

40대 분들은 우리와 똑같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 만남을 통해 다른 분야를 이해하게 되고, 또 내 분야를 다른 사

교육의 형태를 접해보지 못했어요. 수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살아온

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 교육 방식, 문화예술 등을 되짚어 주는 계기가 될 거라

하나의 목표를 고민할 수 있는, 생각과 코드가 맞는 선생님들을 만

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

날 수도 있고요.

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들이

김명정 최근의 아르떼 아카데미는 정말 배울 것이 많아졌어요. 예

잘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에는 연극 강사가 들을 수 있는 타 분야 강좌는 무용 분야의‘신 체 이해에 대한 분석’정도였어요. 지금은 분야에 상관없이 선택할

김명정 대표는 오로지 주제를 찾고, 표현을 해석하며 관람하는 천

수 있고, 예술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잘 분석되어 있어요.

편일률적인 자세를 깨는 것이‘문화예술교육’ 이라고 했다. 기획자

보고 있으면 욕심나는 연수들도 꽤 있고요. 자신의 발전을 고민한

들의 발걸음에 방향을 짚어주는 나침반으로서 아르떼 아카데미가

다면, 아르떼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가들의 활동을 넓혀가는 데 많은 힘이 되어주길 바라 본다.

교육과 교양을 아우르며,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는 아르떼 아카데미가 되길 Q. 아르떼 아카데미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김명정 현재의 문화예술 코드를 잘 읽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너무 정통적으로만 접근하는 것 보다 교육의 재료가 될 수 있

김명정.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연극 분야 8년차 예술강사. 1998년 학교에 서 연극 수업을 하며 문화예술교육 강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연극, 영화, 무용미술, 음악, 미디어 등의 예술교육전문가들이 모여 통합예술프로그램을 개 발하는 대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영상.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영화 분야 9년차 예술강사. 하자센터에서

는 문화를 다룰 필요가 있어요. 이를테면, 공연 형태가 굉장히 다양

1년간 학생들과 영화작업을 하면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

한데도 우리는 언어 연극에만 길들여져 있죠. 자신의 분야와 업무

현재 예술중점학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예술수업을 진행 중이다.

에만 집중하느라 흐름을 놓치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문 화예술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면 좋겠어요.

글 _ 최민영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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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성장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발전과 미래과제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

바야흐로 한국 문화예술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무 용 등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한국 문화예술을 상품화하고 수출하여 국 가 경쟁력으로 삼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간 욕구를 문화예술 상품 생산 . 소비의 도구로, 인간의 진정 한 내면과 실존을 외면하는 산업화 이데올로기의 제물로 삼는 한류 문화예술은 실존 없는 일차원적 인간만을 양산 할 위험이 있다. 20세기 초 미국 교육학자 존 듀이는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인격체로서 인간의 성장을 도와주는 경험으로 예술을 규정한 바 있다. 듀이는 지속적인 예술 경험을 통해 인간이 지적 변화를 이루고 문화예술적 감성을 길러낼 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진보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문화예술은 특정 사회의 물질적, 정신적 생활양식, 즉 사회의 관습, 가치, 규범, 유산 등을 포괄하는 상징체계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징체계에 대한 경험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다른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문화예술교육은 한 개인의 지성, 감성, 의지를 통합하는 전인적 인간 을 계발함은 물론 그 개인과 사회의 유기적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우리가 창조적 사 고와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 생활하고, 각양각색의 사회 집단과 조직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진보하는 사회 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문화예술교육은 공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성장과 전문 인력 양성체계의 발전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대두함에 따라,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현‘교육부’가 공동으로 <문화 예술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되어 이를 바탕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이

설립되었다. 이후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성과와 문화예술교육 현장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토대로 <문화예술교육 활

성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2007, 2014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사회의 문화 역량을 함양하고자 다양한 방식의 문화 예술교육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 관련 지원 사업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현장 매개자의 지속적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예 술강사, 교원, 공무원 등 약 3만 6천여 명2012년 기준이 직무 연수 및 인식 개선 연수를 통하여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으로 양 성되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맥락과 요구에 맞게 더욱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진흥원은 2007년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역량 모델 연구를 수행했다. 2009년에는 체계화된 역량모델에 기반을 두어 문화예술교육과정을 개발, 도입한 바 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에 대한 역할 요구가 학교 . 사회 예술강사 등 교수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기관, 단체에서의 기획, 운영, 관리자로 확대됨에 따라 해당 직무 수행 전문가 육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체계 구축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 러한 현장의 요구를 고려해 지난해‘2014 아르떼 아카데미 운영 방안 연구’ 를 실행하여 2014년 아르떼 아카데미 과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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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틀이 마련되었다. 본 연구는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의 성장유

가의 역량도 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교육자 자신의 전문성과

형에 따라 경력 단계를 설정하고, 자신의 경력을 변경하고자 하는

관련된 역량의 변화 양상을 인지하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을 도입해 기 연수자기획자↔교수자를 위한‘유형별 Anchoring 과정’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은 특정

본 연수 후 지속적인 역량 개발 지원을 위한 심화, 고급, 전문, 마

조직에 소속된 구성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이들의 전문성 향상

스터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진흥원 내에 경력개발센터를 설립 운영해 야 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제들

또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평가센터를 설립 추진해야 할 필요가

아르떼 아카데미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통합적인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과정 운영이 초기 단계로 이수 시간

교육과정으로 우리 사회에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양적 확대와 보

은 지정되어 있으나 교육기관별로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나 검증이

급에 크게 기여해왔다. 연수 교육과정을 이수한 문화예술교육 실

없는 상태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교육 내용과 수준 차이가 우

천가들이 학교, 지역사회, 노인, 여성, 다문화이주자, 장애인, 군

려된다. 자격제도의 질적 수준 관리를 위해서 자격 인증 및 평가

인,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과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

를 전담하는 자격평가 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적

덧붙여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이 전국에 산재한 실정을 고려할

통합 구현에도 공헌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 양성체계의 양 적 . 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도

때, 진흥원의 교육 참여 기회가 지역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

적지 않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

시스템을 구축해 일부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

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진흥원의 역할

민해야 할 것이다.

과 기능을 재구조화하며, 추가적인 연구와 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더욱 효과적인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확보하고

첫째,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체계를 보완・개선하고 체계에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역량 체계 개선과 새로운 역량 체계에 따

따라 예비교육자를 선발, 육성,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른 진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기존 역량 체계는 전문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활동하고 있는 인력의

력으로 활동할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 수준의 역량을 제시하

선발 평가와 성과 평가는 주로 예술 분야 전문성에 의존하고 있

고 있으나, 우수한 교육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의 역량은 반영되지

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에 필요한 교수 전문성 역량이나 학습자와

못하고 있다. 경험과 교육에 따라 수준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장과의 관계에 필요한 사회적 역량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제

역량 교육은 전문성 개발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

평가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문성 발달 단계별로 체계적인 역량 개발 방법과 절차가 명시된 새

역량 모델을 보완 개선하고, 역량의 정의와 행동 지표를 구체화할

로운 역량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개인이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구체화된 역량과 역량 행동을 측정, 평가할

자신의 역량을 진단하고, 우선으로 개발되어야 할 역량을 스스로

도구와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파악할 수 있는 역량진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역량진단 결과

또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

는 앞으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역량관리를 위한 교육과정 개

받고, 지속해서 전문성을 개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흥원의 교육

발, 수정, 보완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 따라서 전문인력의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식정보

경험과 자격 제도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사회 예술강사 기본 연수 이수 혹은 문화예술교육사 2급 자격 취득 이후에도 자 신의 전문성을 개발하고 해당 자격을 유지・갱신하도록 전문성 단 계별로 체계화된 문화예술교육과정에 따른 보수교육을 의무화할

글 _ 배을규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기업, 학교, 정부 및 전문직 집단 등을 대상으로 HRD에 관한 연구와 자문을 다방면으로 수행하고 있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전문인력의 자기 경력개발의 방

며 주로 HRD 담당자 역량, 계속전문교육, HRD 프로그램 평가, 교육훈련전

향성과 자신의 발달단계별 요구 역량을 파악해 관련된 교육정보를

이에 관심을 두고 연구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기업의 능

수집, 장기적인 자기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해야

력 중심 인적자원 접근법의 국가자격제도 및 교육훈련체제 적용 가능성” ,“교

할 것이다. 둘째, 교육의 질은 교육자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교육

육훈련 효과성 및 효율성 측정을 위한 실용적 접근법: 교육훈련 평가의 활용 증진을 위하여” ,“성과관리체계 구성요소와 논쟁점: 문헌연구와 인적자원개발 시사점”등이 있다. 저서로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평가>, <인적자원개발론>, <

자는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하는 노력

성인교육의 실천적 기초>, 옮긴 책으로는 <실천공동체 COP-지식창출의 사

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최근 지식 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전문

회생태학>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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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만남

우리들의 쉼터 ‘욕쾌 상쾌 통쾌’ 대전 지역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나를 외치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받아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쉽게 상처받고 여린 가슴을 지닌 하나의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딱 이렇게 외치고 싶을 때,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의 일환인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기획제의가 들어왔다.‘예술강사의 일상’ 이라 는 주제와‘다시- REView, Think, Discover, Grow, Modify, Gain’ 라는 컨셉으로. 얼마나 공감되는 주제인지 두 말할 것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예술강사 중 나와 같이 하소연하고 싶은 곳을 찾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Refresh’ 를 떠올렸고, 우리들 의 원기회복을 위해 이번 이야기 마당을 한재의 보약으로 만들어주자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전 지역 예술강 사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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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쉼터를 만들다 예술강사들은 교육대상자들을 계속해서 만나야하는 직업적인 특 성상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도 많고 항상 내 안에서 창의 력을 끌어내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능력이 고갈되는 느낌도 받는 다. 그때 느끼는 좌절감과 자존감의 추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고 위로해 줄 재충전의 장치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자리에 앞서 예술강사들이 주로 어떤 일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는지 먼저 조사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Q.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A. 강사의 말을 무시했을 때, 수업 중 불쑥 담당 선생님이 끼

활동 연차가 오래된 강사든 얼마 되지 않은 강사든 수업을 하면서

어들 때, 담당교사가 예술강사와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생각할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된다. 물론 가르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렵

때, 출강 확인 때 담당자들의 비협조와 학교 휴업일 미공지,

고 힘든 일인 동시에 보람되고 가슴 벅찬 일이다. 매년 첫 수업을

수행평가 및 요약서를 요구하고 수업 이외의 공연을 요구할

준비하며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이 교차한다. 어떤 날은 웃으며 시

때, 여러가지 불합리한 일에도 불구하고 평가 때문에 할 말을

작해서 울면서 수업을 끝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우울하게 들어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볼 때 등

가 오히려 힘을 얻고 마치게 되는 날도 있다. 우린 늘 최선을 다해

Q. 어떤 방법의 휴식이 나를 충전하게 해 주나요?

수업을 하지만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과

A. 여행하기, 내 분야의 예술활동, 자기 개발을 위한 세미나

의 소통은 문제 없는데 반해 학교나 기관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참여, 같은 분야 예술강사를 만나 대화 등

때도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지치고 복잡한 마음이 들 때, 우 리의 소리를 들어줄 창구가 필요하다. 이번 예술강사의 이야기 마

마음이 힘들고, 화가 나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친한 친

당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는 작

구에게 사정을 털어놓으면 어느정도 그 문제가 해결되거나 마음이

은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또 이 시간 이후로 다시 힘을 얻어 선생

진정되는 효과를 경험하곤 한다.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고, 이끌

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어가야 하는 입장인 우리에게 스트레스와 고충을 털어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짧은 시간동안 함께 마음을 공유하며 스트레스

‘미켈란젤로 현상’ 이라는 것이 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의 형상이

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뒷담화’ 다!

란 깎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돌안에 잠들어있는 형상

이 기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공식적인 뒷담화 한 번 해 볼 강

을 조각가가 깎아서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의 내면도

사들을 만나야겠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강사들이 함께 모이기란

조각의 형상과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

쉽지 않지만, 마음 놓고 우리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욕할 수 있는

습은 내면에 있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잠들어 있

자리는 더더욱 만들기 어렵다. 가르치며 부딪쳤을 감정의 벽, 능력

는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면 그 사람은 몰라보게 달라진다.

의 벽, 소통의 벽들을 우리끼리 풀어내고 서로 공감해주고 맞장구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예술강사다!

쳐주는 그 시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노고를 위로받을 것이고 우리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미켈란젤로다!

의 상처를 치유받을 것이며 재충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통

자, 이제 어깨 펴고 고개 들고 직진!

쾌한 뒷담화를 통해 비우자. 비워야 채워 넣을 공간도 생기는 법 이니까. 상쾌하게 욕 하고 통쾌해 지는 시간, 욕쾌 상쾌 통쾌!!

글. 사진 _ 강미영 | 예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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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만남

예술강사 만남의 날을 통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예술강사 만남의 날’현장

2014년 5월, 문화역284 RTO에서 열린〈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프로그램「예술강사 만남의 날」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의 예술강사들이 모였다. 이날 호주 퀸즐랜드 대학 교수이자 제2회 예술강사 컨퍼런스 공동의장인 브래드 해스만Brad Haseman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예술강사들간의 주제 발표와 세션별 모임을 가졌다. 이번 세션별 모임은‘사회적 이슈와 문화예술교육 디자인권혜영, 무용’ ,‘예술교육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는 모든 것-심리사회적 기 능을 중심으로박지영, 국악,‘사회적 브리지로서의 예술강사- 인터랙티브 모션 아트 워크숍김현영, 만화애니/미술’등 총 3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그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워크숍을 준비하고, 예술강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박지영 예술강 사가 바라본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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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강사 네트워킹의 시작 ‘예술강사 만남의 날’ 의 시작은 2012년 8월 진행된‘사회 예술강 사 네트워킹 데이’ 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에도 예술강사들간의 교류와 네트워킹은 예술강사 연수에서 간간이 이루어졌지만, 오로 지 예술강사의 네트워킹만을 위한 연수는 2년 전 그때가 처음이었 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된‘사회 예술강사 네트워킹 데 이’ 에서 예술강사들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예술가로서 잊고 있었

점적으로 알아보았지만, 이 정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타 예술분

던 예술적 감수성과 정체성의 재발견, 자기 분야와 타 분야 강사

야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응집력 강화였다. 이후 다른 장소

세션별 모임 이러한 문화예술의 기능들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예

에서 다양한 형태로 예술강사들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졌지만, 그때

술교육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션별 모임은‘예술교육이

의 감동을 재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내심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할 수 있는 모든 것’ 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예술강사 만남의 날 기획을 위해 장태환연극ㄴ/노인연극, 권혜영, 김현

감정표현의 기능으로서의 예술교육이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구체

영 강사와 나는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며 준비했다.

적인 활동을 생각해 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세션별 모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임에서 주제가 하나씩 더해질수록 생각해내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

가지였다. 바로‘일상을 일으키는 예술교육의 힘과 예술강사의 역

고, 교육이 어떻게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들도 논

할’ . 내가 기획한 부분은 주제 발표, 세션별 모임 진행, 피날레 공

리정연하게 이어졌다. 모두 예술강사들이 평소에 이런 생각을 늘

연이었다. 이 세가지 프로그램은‘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삶에 미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는 영향’ 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날레 공연 피날레 공연의 의도는 주제발표와 세션별 모임을 통

주제발표 우리 예술강사들은 문화예술교육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공연예술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다. 제목

항상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은‘판굿에서 아리랑까지-일상의 희로애락을 담다’ . 예술강사들로

당황한다. 요즘 공교육에서는 창의력과 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루어진 국악 실내악 팀‘다홍’ 과 객원들이 포함된‘놀새’팀이

문화예술교육이 그러한 교육에 어떤 긍정적인 힘을 가졌는지에 대

함께 무대를 엮었다.‘판’ 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소통하고 화합

해 질문을 받으면, 학문적인 근거를 대면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하는 마당이었다. 예술강사들을 위한 예술강사들에 의한‘판’ 에서

몸으로는 알고 있으나 머릿속에서는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연희가 되는 판굿과‘아리랑’퍼포먼스를 통해 열악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의 동료인 예술강사들과 함께 정리하고 싶었다. 사회적 기능을 여덟 가지로 정의했는데

한을 토해내고, 함께 슬픔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집단적 신 명을 도출해 내어 다 함께 위로받는 것을 목표로 기획. 연출하였

지식의 형태, 소장품, 개인의 경험, 치료, 도덕과 상징성, 상품, 사회

다. 20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함께 노래하고 음악을 느끼는 과정

변화 제시와 방향 설정,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연

안에서 슬픔과 기쁨, 한, 즐거움을 함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캐플런1990은

예술음악의

결하는 기능 등 8가지로 정의했다. 또한 메리암1964은 감정표현, 미적 즐거움, 오락, 커뮤니케이션, 상징적 표현, 신체적 반응, 사회

예술은 예술강사들의 또 하나의 모국어이다. 예술강사 만남의 날

적 규범, 사회기관과 종교의식의 확인, 사회와 문화의 연속성에 기

은 예술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예술강사들만의 특별함으로 공감대

여, 사회의 통합에 이바지한다고 정의했으며, 정현주2011는 음악은

를 형성하고, 예술교육 1세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자존감을

관계형성적 기능, 소속감 형성의 기능, 응집력 강화의 기능, 소통

회복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다음에도 이러한 기회가 마련

의 기능, 시대의 상징, 사회통합의 기능, 민족적 대표성의 기능, 문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화 간 통합의 기능, 세대 통합의 기능 등 9가지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하였다. 물론 내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을 중

글 _ 박지영 | 예술강사 사진 _ 인력양성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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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만남

나와 우리가 경험한 ‘예술강사’ 이야기 ‘예술강사의 발’ 의 시작과 2014년 행사를 돌아보며

2014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학교와 복지기관에서 활동하는 예술강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예술강 사로서 자신의 경험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온 <예술 강사의 발發>에서다. 2014년에는 특별히“00가 바라보는 예술강사” 라는 주제로 서울을 비롯해 대전, 울산, 전 북, 강원 5개 지역에서 열렸다. 특히, 12월 20일 서울지역 컨퍼런스에서는 15세 청소년부터 72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제자’ 들이 직접 발 표자로 나섰다. 그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서로를 헤아리며 특별한 관계를 나눈 예술강사와 제자 사이에서 벌어진 다양한 에피소드와 진솔한 속내를 나누었다. 그 동안‘예술강사란 누구인가?’ 라며 스스로에게 던져왔다면 2014년 도에는 주변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예술강사’ 로서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2년“예 술강사의 발” 의 시작부터 2014년 행사까지, 그 과정을 함께 해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교육팀 최지윤 팀 장의 글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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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강사의 발, 우리의 처음을 다시 발견하다

소복하게 담겨있을 각자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을 예술강사들

예술강사와의 첫 만남은 2009년이었다. 홍보를 담당하고 있던 나

이 서로 함께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예술강사가 선택한 그룹에

에게 예술강사는 학교의 딱딱한 제도 속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일

서의 대화방 형식으로 열었다. 2012년‘예술강사의 발’ 의 주제는

이 쉽지만은 않지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믿고 실천에 옮기고

‘예술강사의 발’ 이었다.‘발’ 은 중의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있는‘예술가’ 였다. 눈도 마주치 않던 아이가 6개월 만에 예술강사

2012년도의 주요 주제는 발굴, 발견, 발발이었다.

와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었다는 사례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던

어떤 예술적 충만함이 있기에 이 행위를 계속하는지에 대한 이야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2012년 예술강사 지원사업 업무

기, 내가 그 누구보다 수업을 잘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를 담당하며 예술강사를 사업과정 가운데 만나니, 운영위주로 바쁘

내 교육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을 들춰보니 어릴

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모두가 지쳐 보였다.

적 놀이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예술 등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한편으로는 보람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된 삶. 우리는‘예술강

방식으로‘예술강사의 발’ 을 시작하였다.

사’ ,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그동안 여러 자리에

2013년에는 연말을 즈음한 12월 30일,‘예술강사의 실수mistake’

서 예술강사들을 만나왔던 기획자 김탕이 이러한 고민에 공감해

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예술강사로 살면서 겪었던 민망한 상황

구체적인 시작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예술강사의

들과 어이없는 실수담,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많은 이야기

발’ 은 시작되었다.‘무엇이 예술교육으로 이끌었는지’ ,‘그 시작이

들을 나누었고, 그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점은 2012년도에 퍼실

2014 예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그 시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레이터로 참여했던 예술강사들이 기획자가 되어 함께할 예술강사

술강사의 발 결과자료집

퍼실리테이터를

등 예술강사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

찾고 함께 기획했다는 점이다. 사실 2013년도에는

고 예술강사가 예술강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이 기획되었

예산이 책정되지 못해 무산될 뻔했지만, 2012년도 기획자 김탕과

다. 예술강사 개개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예술강사가 살고 있는

퍼실리테이터 예술강사들이 뭉쳐 예산 없이 해보자는 의기투합 아

전국 곳곳으로 예술강사를 만나러 다녔고, 그렇게 해서 2012년

래, 진흥원에서는 장소만 제공하고 모든 진행을 예술강사들이 했

‘예술강사의 발’ 에 예술강사의 이야기가 담기게 되었다.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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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만남

00이 바라보는 예술강사 주변사람들의 목소리로 듣는 우리의 이야기 2014년에는‘00이 바라보는 예술강사’ 라는 주제로 서울을 포함한 전국 5개 지역에서 강원, 전북, 울산, 대전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와 진흥원이‘예술강사의 발’ 이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예술 강사의 발’ 에 함께했다. 보다 많은 예술강사들이 서울만이 아닌 지 역 곳곳에서 편하고 쉽게 만나 대화하기 위함과 일방향적인 이야기 로 끝나는 컨퍼런스가 아닌 예술강사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5개 지역 중 서울은 예술강사의 제자를 통해 듣는 예술강사의 이야 기를 주제로 펼쳐졌다. 그 동안‘예술강사란 누구인가?’ 라는 스스로 에 대한 물음이었다면, 2014년도에는 주변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자 했다. 예술강사와 제자 사이에 대한 소소한 질문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 야기를 통해 예술강사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대화로 진 행되었다. 시각장애인 삼순할머니가 노인복지관에서 매주 만나는 예 술강사,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핸드폰만 보는 고등학생들의 속 마음을 통해 본 예술강사, 우연찮게 대학지원서 작성을 돕다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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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바라본 예술강사, 등굣길에 만나서 같이 학교에 가고 싶었 던 예술강사.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의 예술강사가 어떤 사람인지

2014 예술강사의 발

에 대해 제자들과 함께 아주 사소한 이야기부터 조금은 진지한 이

20일 서울에서 개최된“사이사이: 예술강사와 제자들의 사적

야기까지 나누는 대화의 장이 총 8개 세션 발표로 진행되었다.

인 이야기” 와 더불어 16일 울산“괜찮아, 그게 너야” 에서는 예

그 외에도 주제발표로는 김진수 만화애니메이션강사의 교육과 창

술강사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 예술강사의 하루를 소

작의 충돌지점에서 예술강사 활동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하고 나, 가족, 동료, 학교, 사회가 바라보는 예술강사 이야기

이야기도 들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 마련된 네트워크 시간에

세션이 진행되었다. 같은 날 강원에서 진행된“우리 통通했나

는, 세션발표 중 하나를 맡았던 꽃중딩 무용단의 즉흥적인 공연으

요?” 는 신규 강사와 기존 강사가 서로 만나 소통하는 자리가

로 그 자리에 있던 예술강사, 참여자, 진행자 모두 한마음으로 그

마련되었으며, 17일 전북의“토닥씨와 쓰담씨가 바라보는 예술

자리를 즐겼다.

강사” 에서는 라디오 공개방송의 콘셉트로 가족, 애인, 친구, 제

‘예술강사의 발’ 은 예술강사들이 예술강사와 대화를 나누러 오는

자, 학교 담당자, 행정가 등 예술강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

곳이다.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중심에는 예술강사와 예술

의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받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대전에서

강사의 삶이 있다. 그래서 주최주관기관의 명칭을 떠나 행사의 주

는 22일“예술강사 바라보는 오늘 그리고 내일” 을 주제로 기

인공과 초대자, 참석자는 모두 예술강사가 되어야 한다. 예술강사

획자와 예술강사의 시선으로 보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야

들간의 오가는 대화 속에서 한층 더 가까워지고 몰랐던 모습을 재

기를 나누었다.

발견하기도 하며, 한 발짝 마음을 열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었던, 매우 가까웠던 우리 사이에 대한 이야기 도 알게 될 것이다.

글 _ 최지윤 | 학교교육팀 팀장 사진 _ 학교교육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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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나눔

모두가‘예술강사Teaching Artist ’ 라는 가치 아래 하나가 되는 자리 제2회 국제예술강사대회를 다녀와서 예정원, 호중훈

2014년 7월 1일부터 3일까지 호주 브리즈번에서 제2회 국제예술강사대회가 열렸다. 국제 예술강사 컨퍼런스는 예 술교육 기획자, 예술강사, 행정가 등 누구라도‘teaching artist’ 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했다. 각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예술강사로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 이 매력적인 커뮤니티를 먼저 경험하고 돌아온 호중훈 예술강사와 예정원 예술강사를 만나보았다.

누군가의 꿈이 되는 한국의 예술강사 Q. 국제예술강사대회에서 한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발표를 했다. 어떤 내용이었는가? 호중훈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사례들을 준비했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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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행한‘학교폭력 예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분 석 연구’ 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예방 문화예술교육 수업을 기획하 여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여기에 제가 참여했었는데 이때 진행했던 내용과 사례를 소개하였다. 두 번째로는 2012년 예술강 사 유랑단현‘예술체험 원정대’에 참여해 섬과 도서의 소외지역학교를 방문하여 공연과 수업을 함께 했던 사례를 발표했다. 예정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움직이는 예술정거 장」 과 관련된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했다. 한번은 부산 영도 섬의 한 교실에서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교육 공간이 기도실뿐이라 그곳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답답했 는지 말도 더 더듬고 힘들어했다. 그래서 옥상 밖으로 올라가‘옥

러워하였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해 지원체계를 갖추

상교실’ 을 만들어버린 적이 있다. 이렇게 만나는 아이들에 따라

어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니 굉장히 놀라더라. 호주에서

달라지는 교실의 이야기, 거기서 나온 수업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는 민간차원의 예술강사의 활동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지만 공교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의 경우 시범사업부터 지난해까지 참여했

육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제도가 없다고 한다.

던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의 사회문화예술교육은 복지기

예정원 예술강사 네트워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관에 있는 아동, 장애인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강원도 최북단

제도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예술강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나

또 전라도 최남단 마을로도 찾아가는 프로젝트도 있는 보다 확장

연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지지만,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된 영역이라는 점을 소개할 수 있었다.

있지 않은 경우 대부분 민간에서 작은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지

Q. 그 동안의 경험을 다른 나라 예술강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속적 교류에 대한 목마름이 크더라. 이번 대회 같은 경우에도 3일

자체가 설레면서 긴장되는 일 같다.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Platform 플랫폼 theplatform.com.au이

예정원 외국의 경우 보통 자기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활동

라는 웹사이트에 대회와 참여자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이를 매개로

을 하기 때문에「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을 무척 신기해했다. 에릭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노력들이 있다. 한국과의 교류에

부스, 브래드 해스만 등 주최 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

대한 관심도 많이 보여주었다.

한 연극배우는‘나도 연극하는 친구들과 함께 다른 지역을 돌아다 녀보고 싶다.’ 며 마치 브레맨 음악대 같다고 무척 흥미로워 하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태도와 상호 존중

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약간 냉랭한 분위기도 있었는데 저희

‘예술강사 문화’ 가 뿌리내리길

발표를 듣고 나서 나중에는‘나의 아이들도 당신들과 같은 예술강

Q. 각 나라마다 예술교육이 발전해 온 방식이나 배경이 다르기 때

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며 악수를 청해오는 분들도 계셨다. 감동적

문에 서로 배우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그들로부터 우리가 참

이었다.

고하고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느낀 점들은 무엇이었나?

호중훈 대회 공동의장인 브래드 해스만 교수는 특히 학교폭력 예

예정원 워크숍 토론 세션에서 예술강사들의 고민과 갈증을 자유

방 수업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셨는데, 호주의 경우 학교폭력 같은

롭게 이야기하고 그 중에서 15가지 주제를 간추려 토론 했다. 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범죄예방에 무게를 두고 예술교육

가 속한 그룹의 주제는‘예술강사를 어떻게 예술강사로 지칭할 수

을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사회적 문제에 직접적으로 접근 하기보다는 예술적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역량. 공감, 소통, 이

있을까?’ 였다. 토론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는 각자가 자기의 스토

해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학교폭력은 다

해보는 것에 관심 있는 분을 찾는다’ 는 이야기-를 웹에 올려보자

각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전제조건과

는 것과‘우리는 한국처럼 배지badge, 자격를 달아주는 게 없으니

논의들이 선행되고 있고, 측정 효과도 금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

우리만의 배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까?’ 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경우 수업을 통해 그 효과의 가능성

가치를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가는 모습이 인

을 실험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적이었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강점이 있듯이 그들은 예술강사

‘예술강사 지원사업’제도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교원이 아닌 사 람이 학교 안에서 정규수업의 일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

리‘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무엇을 좋아하는데 나와 같이 이것을

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오히려 더 자유로운 시도와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 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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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나눔

호중훈 예술강사와 교육자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 하셨다.“예술강사가 예술가는 아닐 수 있지만 예술적artistic이어야 한다.”정말 인상적이었다.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해 고 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Q.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온 것 같다. 동료, 선후배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누어 달라. 예정원 보통 우리는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 안에서 예술강사, 학교 담당자, 기관담당자, 평가위원을 따로 구분하지만, 그 곳에서는 행정가, 교육가, 예술가, 기획자도 예술교육 활동에 동참한다면 모두‘teaching artist’ 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동 참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할은 다르더라도 같은 정체성 안에서 같이 어울리는 것이 참 좋았던 것 같다. 호중훈 우리는 첫 발을 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예술강사들에게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경비나 회비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예정원 우리 안에서 자발적으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표로 갈 때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교 류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사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음 대회에 함께 참석할 팀을 꾸렸다. 예술강사 선생님들에 게도 이야기해서 마음을 모으고 있다. 준비를 많이 해서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콘퍼런스가 준 것이 단지 해외의 예술강사를 만나고 한국의 사례를 소개한 것에만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번 여정을 뒤에서 도와주고, 또 함께한 진흥원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예술강사와 행정가가 아닌 동행자의 느낌 으로 다녀왔다며 언젠가 가능하다면 다 같이 명랑 체육대회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공간이 바뀌니까 시선이 바뀌는 것 같다며 조금 다른 공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예술강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니 그런 시선과 마음이 참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을 참 설레게 했다. 이번 여정이 더 많은 예술강사들에게 더 멀리 보 고 느끼고 꿈꿀 수 있는 시작이 되었기를 소망해본다.

예정원 예술강사.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 5년차 예술강사. 2008년 만화. 애니메이션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을 시작해 2년 동안 휴식기를 갖고, 2010 년부터 미술분야 사회 예술강사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11년부터 학교와 사회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호중훈 예술강사.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 7년차 예술강사. 2008년부터 활동하였다. 15년 이상 스튜디오에서 키 애니메이터, 감독으로 스폰지밥 등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다. 아르떼 강사로 활동하면서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에서 예술강사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 _ 정이슬 | 대외협력팀 인턴 현장 사진 _ 국제교류팀 제공

예술강사들의 국제적 만남의 현장 제2회 국제예술강사대회The 2nd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2012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 이어, 올해 제2회를 맞은 국제예술강사대회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되었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T창의산업부Creative QPAC의

Industries Faculty와

퀸즐랜드 공연예술센터

공동주최로 개최된 이번 대회는 전세계 200여명의 예술강사와 예술교육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술강사와

관련된 행사주제별실행사례를 공유하는 IoP’ s Illustrations of Practice세션들로 구성되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 회와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고, 그간의 성과를 알렸으며, 한국 예술강사의 전문성 함양 및 국제적 시야를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행사주최측 주요 관계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예술강사, 전문가들과 향 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함으로써 국제적 네트워크 기반을 확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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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나눔

벚꽃동산, 세 개의 언어로 활짝 피다 2014 한 . 중 . 일 문화예술교육 포럼‘현대연극 워크숍’

언어는 다르지만 몸과 마음은 하나!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위대함이 아닐까? 2014년 11월 15일~16일 한ㆍ중ㆍ 일 3개국 고등학생들의 특별만 만남이 있었다. 일본 문화청이 주관한 <2014년 한ㆍ중ㆍ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된‘현대연극 워크숍’ 이다. 한국의 송곡관광고등학교, 일본의 가나가와종합고등학교, 중국의 베이징 중국인민대학북경대부속 고등학교 등 20명의 학생들이 일본 요코하마 큐나사카 스튜디오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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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예술강사 이야기 •나눔

‘놀이’ 를 통해 서로를 배운 워크숍 첫째 날 현대연극 워크숍의 첫째 날은 아리아케 교육예술대학교 교수이자 프랑켄쥬 극단장‘나카노 시게키’ 의 진행으로 놀이를 통 해 몸과 마음을 여는 활동들이 진행됐다. 고무공과 천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작은 표현에서 큰 표현으로 확대할 수 있는‘놀이’중심의 모둠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나를 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기’ ,‘관찰을 통하여 표현하기’등 연극 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공을 던지며 이름을 부르고, 상대방과 거리조절을 하며 공을 주고받는 과정에 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나갔다. 이처럼 놀이는 활동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 달성 등의 강제 성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의 관계를 익힐 수 있다. 이후 인근의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나카노 교수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미션을 주었다. “모둠원들과 함께 동물원을 다니며 가장 얌전한 동물을 관찰하시오.” “특이한 동물을 관찰하시오.” 학생들은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미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사이 제법 친해졌다. 다시 워크숍 장소로 돌아와 관찰한 것을 정지장면still image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 이어졌다. 정지장면 표현 기법은 정지된 입체사진과 같지만, 항상 사실적인 상황 일 필요는 없으며 추상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장면도 가능하다.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방식을 신중히 선별하고 장면을 구체화하여 단일한 정지순간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 활동은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이미지를 고안하게 한 다. 그래서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한 장면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유추하고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 역시 면밀히 관찰하고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 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모둠 활동 끝에 학생 들이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 무척 재미난 상상들이 보였다. 보통은 사물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모둠은 소리를 몸으로 표현하고, 그 동물의 생각 또한 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연극’ 으로 순간과 마음을 공유한 둘째 날 둘째 날 아침. 아직 자유롭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이임에도 아이들은 벌써 서로의 이름을 외웠고, 어제보다 훨씬 살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한국의 전통 놀이인‘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3개국 아이들 모두가 즐기고 있었 다는 것이다.‘무궁화’ 가 무엇인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중국어로, 일본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 었다. 첫째 날 나카노 교수의‘놀이’ 를 중심으로 한 수업이 한국과 중국, 일본 학생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금세 친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둘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현대 연극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었 다. 나카노 교수는 안톤체홉의〈벚꽃동산〉2막의 일부분을 함께 해볼 것을 제안했고, 전문배우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명의 등장인물 연기를 먼저 선보였다. 연기를 지켜본 후, 각자의 언어로 연습해 보고, 바로 공연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연습에 불과했다. 진짜 중요한 활동 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3개 언어가 섞인 공연을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5명의 인물을 한국, 중국, 일본어 각기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장면을 모두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벚꽃동산〉 은 인물 간의 갈등, 분위기, 인물의 특징, 관계 등 극의 요소에 대해 섬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감정을 이입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하고, 소통 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놀라웠던 것은 아이들이 즉흥극을 하면서 3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동시에 등장하고, 서로 완벽 하게 소통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를 했음에도 느낌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서로 교감하며 공연이 전개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 역시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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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달라도 연극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워요”

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학교 문화예술교

“언어가 각자 다른데도 이렇게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육 현장의 프로그램들은 발전하고 있지만, 세계와의 지속적인 교

것이 참 신기해요. 기회가 된다면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과 한 편

류를 통하여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의 연극을 공연해봤으면 좋겠어요.”_ 안보영 학생

더 풍성한 교육 콘텐츠가 우리의 교육현장 가운데 새롭게 자리할

“다른 나라 학생들과 수업하는 것이 처음에는 긴장되고 부담스러

수 있기를 바라본다.

웠지만, 활동을 하다 보니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이번 워크숍을 글. 사진 _ 박안숙 | 예술강사

통해서 외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_ 전우임 학생

일본에서도 한국과 많이 닮아 있는 예술교육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술의 한 장르인 연극은‘연극을 통한 교육’ ,‘교육을 통 한 연극’등 여러 가지 형태로 새롭게 생겨나고 존재하고 있다. 이 러한 다양한 접근들 가운데 결국에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 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에 임해야

다음 세대를 위한 예술 2014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심포지엄 2014년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2014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소양 계발, 장래의 예술가와 관객층 육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

이 일본 혼슈 요코하마 포럼‘어린이를 위한 예술Arts for Children’

다. 한국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문화체육

에서 개최되었다. 2013년 서울 개최에 이어 올해는 일본 문화청

관광부 부처 간 업무협약체결을 통해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주관으로 3국의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문가와 실천가들이 한 자

정책을 다각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본 포럼에서는 지난 10년간

리에 모였다. 이번 포럼은 한・중・일 고등학생 20명이 함께 한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어린이 문화예술교육’정책 사업을 크게

현대연극 워크숍과 한・중・일 3국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

학교 안과 밖으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전문가 6인의 발제로 진행된 심포지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3국 모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문화예술교육에

중국에서는 최근 몇 해 동안 국가의 정책 및 결의 중에 예술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구조와 방식에는 국가

육이 주목 받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 제정된 국가 교육 계획 인「국가중장기교육개혁 및 발전계획 골자」 는‘덕德. 지智. 체體

별 특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 미美가 다면적으로 발달된 국가 인재 양성’ 을 주요 가닥으로 잡고, 특히‘예술을 통해 실시하는 미육美育’ 으로서 예술교육

는’인재를 길러내는 데 목표가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하고 서로 를 독려하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사회의 정치. 경제적 긴장

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문화예술을 통한 어린이 육

관계를 넘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

성사업」 은 문화예술단체나 예술가들이 교육현장에 파견되어 문

고 향후 3국의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었던 뜻깊은

화예술 감상과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풍부한 창조력 . 상상력 함양, 사고력 .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사회인으로서의

자리가 되었다.

이 전문 예술가 양성이 아닌‘창의적인’ ,‘상대방을 헤아릴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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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주요 현장 봄 소설가의 현장 취재 예술꽃씨앗학교‘동명초등학교’060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주말문화여행’062 현장 드로잉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064 취재 리포트 특별한 인터뷰‘사이’06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전북 예술체험박람회 070 여름 현장 드로잉 특별한 하루‘고택으로 떠나는 우리 문화 기행’072 소설가의 현장 취재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076 취재 리포트 가족문화예술교육 캠프‘가가호호’078 소설가의 현장 취재 공간민들레 커뮤니티 댄스 080 현장 드로잉‘움직이는 예술정거장’프로그램 082 가을 취재 리포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086 방과 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상상학교’088 특별한 하루‘1인 미디어 팟캐스트’제작 체험 090 예술꽃씨앗학교‘서상초등학교’092 베트남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ODA 시범사업 096 현장 드로잉 청춘제 100


겨울 취재 리포트 미디어아트 수업‘용강중학교’104 고3 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관계의 기술’107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우락부락 시즌9 전북 . 인천지역 기획자 인터뷰 110 정책사업 살펴보기 연구 리포트 문화권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114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시민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좌담 116 예술꽃씨앗학교 1기 교사 인터뷰 120 지역 살펴보기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울산문화예술교육 세미나 124 경기 국제문화예술교육 워크숍‘천국으로 가는’126 인천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포럼‘별빛살롱’128 취재 리포트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단체 워크숍 130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정보자료관‘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 잡기’프로그램 134


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봄 | 소설가의 현장 취재

나를 살게 하는 노래 예술꽃씨앗학교 동명초등학교

대전 동명초등학교는 매주 목요일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뮤지컬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땀 흘 리는 아이들과 그 곁의 고석우 코디네이터를 소설가 한은형이 만났습니다. 꿈의 땅을 일구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 희망 메시지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작사 작곡 미상 봄이었다. 추웠다. 봄은 늘 그랬다. 햇살은 인색하고, 바람은 퉁명스러웠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을 것이다. 볕이 있었다. 어느 집의 시멘트 담벼락. 잘 사는 집이었다. 나는 담벼락에 몸을 기댔다. 등이 따뜻했다. 발가락이 간질간질해졌다. 쭈그려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피아노 소리였다! 들은 적은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풍금만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피아노라는 게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피아노 소리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집에 요정 같은 아이가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그 집을 지나 다니며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를 바랐다. 창문을 열고 그 요정 같은 아이가 나타나주길 기대했다.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노래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피아노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아이의 서툰 연주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다. 그 소리가 내 마음을 만졌다는 것.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내 뒤에서는 늘 그 노래가 들렸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 . 도니체티의 오페라〈사랑의 묘약〉 에 나오는 아리아. 사람들은 이 노래를 오해한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라고,〈남 몰래 흘리는 눈물〉 의‘눈물’ 은 기쁨의 눈물이다. 아디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본 네모리노가 기뻐 부르는 노래다. 아디나가 드디어 네모리노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기 때문에. 나는 알면서도 이 노래를 곡해했다. 이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났다. 내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기쁨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레슨 받을 돈을 마련하느라 부모님은 힘들어 하셨다.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았다. 결혼 축의금을 들고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로 도망쳤다. 다시 돌아온 한국, 성악가로 무대에 선다. 행복하다. 어느 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다시 러시아로 간다. 지휘자 수업을 받기 위해서. 다시 돌아온 한국, 이제 성악가가 아닌 지휘자로 무대에 선다. 이제는 안다.〈남 몰래 흘리는 눈물〉 을 들으며 흘렸던 내 눈물에는 슬픔만 있던 게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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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비밀과 미래> 오늘은 목요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뮤지컬 연습을 하는 날. 일학년부터 육학년까지, 팔십 명이 채 안 되는 전교생이 함께. 이 년 동안 아이들은 뮤지컬의 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노래와 연기를 배우고, 무대의 소품들을 만들었다. 나는 밖에서는 오페라를 지휘하지만, 여기서는 아이들의 코디네이터다. 이제 나는 나를 연주하지 않는다. 자신을 연주하는 아이들을 연주한다.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다. “뮤지컬 하기 싫은데요.” “뮤지컬이 싫은 게 아니라 연기가 싫은 거야.” 맞았다. 그 아이는 연기 대신 영상을 편집하고 음향을 만진다. 나는 그를‘감독님’ 이라 부른다. 아이는 뮤지컬의 영상감독이니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아이는 이제 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게 게임 말고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안다. 무대 바깥도 무대임을. 뮤지컬을 연기하는 배우들만 연기하는 게 아님을. 우리 모두 제 자신을 연기하고 있음을. 곧 아이들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것이다. <대청호의 비밀과 미래>. 아이들은 멧돼지거나 인간, 여우, 사슴이 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소품을 들고, 자신들의 손으로 분장을 하고, 연기하고, 연출할 것이다. 대청호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다. 뮤지컬에는 대청호의 맑은 물이 세계로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자신들이 빛났던 이 순간들을 기억한다면 좋겠다. 그‘빛’ 으로 누군가를 밝힌다면 좋겠다. 세상 밖으로 흘러나간 대청호의 물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이 뮤지컬처럼. 다시 봄이다. 백 개가 넘는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다. 글 _ 한은형 | 소설가.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대전 동명초등학교는 대전 동구 추동에 위치한 전교생 85명 남짓의 작은 학교로 2011년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되어 4년째 전교생 대상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히 이 학교에서는 매주 목요일‘목요예술꽃씨앗학교’수업을 진행한다. 영상, 미술, 무용, 노래, 연기 등 총 5개 분야 중에서 어린이들은 학년별로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이 중 1~6학년의 모든 어린이가 함께하는 뮤지컬 연기 수업은, 문화예술과 디지털 콘텐츠의 동시체험을 통해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 배려와 나눔으로 인성교육을 이뤄가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번 글에서도 다룬 뮤지컬 수업에서는 대청호의 무분별한 개발과 보존에 관한 내용의‘대청호의 비밀과 미래’ , 강아 지똥 창작 동화를 각색한 국악풍 뮤지컬‘강아지똥’등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공연 위주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특히 뮤지컬에 필요한 무대 그림이나 소품, 의상들은 예술꽃 수업 시간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글 속 화자이기 도 한 고석우 코디네이터는 지휘자이자 성악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동명초등학교 예술꽃씨앗학교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예술 속에서 성장해 가는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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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봄 | 소설가의 현장 취재

내 아이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제일 쉬운 방법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해마루촌은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일대의 마을 이름입니다. 서울에서 서북쪽으로 약 백여리 떨어져 있고, 임진강과 판문점, DMZ가 가까운 민간인 통제 구역이지요. 이곳에 지난 5월 10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 여행 프로그램‘놀이설계자의 골목여행’ 이 열렸습니다.‘놀이설계자의 골목여행’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관찰하여 몸으로 알아가는 체험학교‘고무신 학교’ 와 함께하였는데요, 이날은 4주 간의 프로그램 중 3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그 특별한 시간에 소설가 황현진이 동 행했습니다.

해마루촌으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행정구역상 파주에 속하긴 했지만 해마루촌은 DMZ와 그리 멀지 않은 민통선 지 역이다. 미리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마을로 들어갈 수 있고, 입구의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겨야만 통과가 가능했다. 딱딱한 표정으로 방문객의 신분증을 검사하는 군인들에게 단답형의 대답을 하는 동안 내가 지금 굉장히 낯선 곳을 찾아왔다는 기 분에 슬쩍 긴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와, 값비싼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토록 신기하고 생경한 장소로 여행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아니나 다를까, 검문소를 지나자마자 네비게이션의 지도는 먹 통이었다. 어떤 길도 표시되지 않았다. 지도상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길을 나는 그저 단순히 놀기 위해서 질주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다. 그 말인즉슨 제대로 할 줄 아는 놀이가 없었다는 뜻 이다. 기껏해야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하며 방과 후의 긴 시간을 때웠다. 딱지치기나 비석치기는 남자아이들의 놀이였 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일은 잦았지만 시소를 타거나 정글짐을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소를 타려면 짝이 필요 했고, 정글짐을 오르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잘 놀지 못하는 어린이였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어린애들과 잘 놀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명절에 우르르 몰려드 는 어린 조카들을 거실에 한데 모아놓고 고작 텔레비전이나 켜주는 어른이 바로 나였다. 그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 었다. 잘 놀아주지 못해서, 더불어 조카들마저 나와 같이 잘 놀지 못하는 어른이 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 고 미안했다. 해마루촌에 다녀와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노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세상에 놀 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고무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잘 부러지지 않는 분필을 나눠주었다. 해마루촌의 모든 길과 벽, 심지어 바위마저도 스케치북 이었다. 비석치기를 위한 경계선을 그리는 일도, 사방치기를 위한 네모꼴의 놀이판을 그리는 일도 모두 아이들의 몫이었다. 아이들은 사방치기의 맨 꼭대기에 하늘을 그려 넣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다 환하게 웃는 자신을 닮은 얼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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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이가 깨금발을 하며 돌을 집는 동안 다른 아이는 보도에

생님은 바로 그 일에 골몰하는 사람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가

깔린 돌 위에 꽃을 그렸고 또 다른 아이는 때마침 날아오는 나비와

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게끔 이끌어주는 사람. 그의 말마따나 우

잠자리를 쫓아갔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아이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리의 몸은 한 때 좀 놀았던 감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우리

치며 때때로 멋대로 날아가는 돌의 방향을 보며 누구보다 크게 한 숨을 내쉬는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에 참여한 부모님들이었다.

는 이미 웬만한 놀이에는 충분히 능한 사람들이다. 상상해보라. 먼 훗날, 장성한 아들 . 딸과 문득 이런 내용의 담소를 나누는 순간을.

비석치기를 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를 안절부

“그날 네가 내 딱지 다 가져갔잖아.” “아버지가 가위바위보 할 때

절못하며 기다리는 이들 역시 어른들이었다. 사방치기의 놀이판 안

늦게 내셨잖아요.” “이제 와서 말인데, 나 일부러 제기 못 차는 척

에서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구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유는

한 거야.”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사방치기 할 때 툭하면 금

분명했다. 참가한 어른들의 대부분은 한때 비석치기의 전문가였다.

밟으시던데, 제가 일부러 못 본 척 한 거예요.” “심심한데 구슬치

사방치기의 일인자였다. 오래 전에 묻힌 기억과 감각은 단박에 되

기나 한 판 할까?” “그럼 일단 가위바위보부터 할까요?”

살아났다. 알고 보면 우리는 노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좀 놀아본 어른들이었던 것이다.

글 _ 황현진 | 소설가.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가 있다

제기차기를 하려면 제기를 만들어야 했다. 팽이를 돌리려면 팽이를 만들어야 했다. 딱지치기를 하려면 딱지를 접어야 했다. 심지어 그 네도 직접 만들어야 탈 수 있었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으는 것, 길가의 돌멩이를 줍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골라내고, 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2012년 3월부터 전면 실시된 전국

병에 물을 채우는 것,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즉석에서 만들어낸 무

초・중・고등학교‘주5일 수업제’ 를 맞이하여 전국 16개 시・도

엇으로 어떤 놀이를 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놀이에 속했다. 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역문화예술기관, 국공립기관, 도서

버지는 아들보다 제기차기를 못했다. 어머니는 딸보다 가위바위보

관, 극단 및 소극장, 해외기관 등과 함께 참여하는 학교 밖 문

를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승부욕이 강했다. 어머니는 딸에 비

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아동 청소년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해 아는 노래가 많이 없었다. 딸에겐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보자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새로운 주말 여가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기만 내는 버릇이 있었다. 아들은 정작 구슬치기엔 관심 없고 햇볕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말문

에 구슬을 비춰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저절로 칭찬이 후해지

화여행 프로그램은 가족 모두가 주말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는 날이었다. 글씨를 예쁘게 쓸 필요도 없고, 그림을 잘 그릴 필요

프로그램으로,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새로

도 없고, 친구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쟁적 구도의 놀이 또한

운 것에 흥미를 느끼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전혀 없었다.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어느 어머니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우리 애가 낯가림도 안 하

이번 글에서 다룬‘놀이설계자의 골목 여행’프로그램 외에도

고, 어쩜 저렇게 잘 놀까요.”오후 즈음, 그 어머니야말로 가장 열

길 위에서 음악과의 추억을 만드는‘소소한 버스킹 투어’ ,자

심히 놀고 있는 어른 중 한 명이었다. 어머니, 우린 어쩜 이렇게 잘

전거로 여행하는‘두 바퀴의 세상여행’ ,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

놀까요. 괜스레 어깨를 툭 치며 농담을 걸고 싶은 순간이었다.

고 떠나보는‘여행디자이너의 또 다른 여행!’등 4개의 프로그

고무신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놀이는 기억의 통로라는

램으로 꽉 찬 토요일을 만들었으며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경

것이다. 부모의 기억과 아이의 기억이 놀이의 경험을 통해서 시대

상, 호남, 강원, 제주 등 전국 6개 권역에서 주말문화여행 프로

를 초월하는 공통의 감각을 공유하는 것. 기억 속에 유전자처럼 각

그램이 진행됐다.

인되어 있는 놀이의 기억을 아이와 더불어 살려내는 일. 고무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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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을 만나다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탐방기

5월 넷째 주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2011년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 선포된 이래 매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함께 이 기간을 기념하여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럼 문화예술교육계 전문가들만 참여하는 행사일까요? 에이 아니죠~ 일반 시민들 누구나 함께 하는 시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흔한 하루하루가 모여 삶이 되고 이 삶이 모여 문화가 되고 예술이 태어나니까요.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은‘일상을 일으키는 힘, 문화예술교육’ 이라는 주제로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문화역서울 284를 비롯하여 인천, 울산, 전북, 경북,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습니다. 개막 당일, 주간행사가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를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두근두근 합니다. SNS를 통해 우리 서로에게 힘을 주는 한 마디를 함께 나누고 그중 선정된 글귀를 가로등에 달았어요. ‘있잖아, 그런 너를 사랑하는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웃어’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그냥 지금 있는 그곳에서 여행하듯, 춤을 추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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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전하지 못한 말, 마음 속에 담아둔 말들이 가로등 배너가 되어 부는 바람에 살랑살랑. 언젠가는 이 마음이 전해질까요. 지난 9년간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 발자취를 돌아보는 정책전시.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현장과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층 부인대합실에 마련된 작은 상영공간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상영이 한창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열일곱 소년소녀의 눈높이에서 친구와 가족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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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흥미진진, 기대되는 순간! 워크숍 박람회! 애니메이션, 연극, 퍼포먼스, 공예 등 다양한 예술가 그룹이 함께 하는 신나는 워크숍이에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간! 종이상자와 책, 담요와 이불로 우리만의 비밀 기지를 지어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짜잔! 나만의 본능캐릭터를 그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해 보고 길거리에 가득한 형형색색 현수막들 속에서 나만의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현수막을 만들어 봅니다. 오며 가며 구경하는 사람들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창작 세계에 푹 빠진 아이들. 어쩜 그렇게 신나게 깔깔대며 데굴거릴까? 덩달아 신발을 벗고 아이들 사이에 끼어봅니다. ‘너희들 학원 안가도 돼? 학원 갈 시간 아냐?’마음 속 질문에 ‘흥, 학원 따위~ 이곳이 훨씬 재미있는 걸!’ 라는 대답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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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후 다섯 시. 사람들이 하나 둘 중앙홀로 모이고 아름다운 음악,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 새로운 음악이 연주됩니다.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스물 다섯 살 청년의 이야기, 서른 다섯, 이제야 찾아온 첫사랑,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 방황 가득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빅판’아저씨의 이야기.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난 시민들의 일상 이야기가 주인공이 된 색다른 개막식, 그렇게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듯 특별한 우리의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느끼고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에너지 가득한 강연에 귀를 기울입니다. 흔들리지 않기, 뒤돌아보지 않기, 자신의 선택을 믿으라는 이야기에 새삼 스스로를 다잡아 보게 됩니다. 여섯시 반 무렵 2층에서 이어진 에릭 부스의 강연에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살아있는 동사로 예술을 생각하고 우리 안에 내재된 열망을 깨우는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함께 느껴봅니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보낸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하루. 오늘 이 시간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집니다. 내년 5월 넷째 주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까요?

글. 일러스트 _ 신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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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봄 | 취재 리포트

특별한 인터뷰‘사이’영상 속 서울디자인고등학교 김치현・김희산 군

미디어로 전하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특별한 인터뷰‘사이’

‘사이’ 라는 말은 서로 맺은 관계로 정의되는 한편, 사람과 사람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거리를 뜻하기도 한다.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일환으로 진행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특별한 인터뷰‘사이’ . 청소년들이 관계를 맺어가 는 다양한 방식과 과정에 대해 다루며 이를 통해 참여 학생 또는 관람객이‘사이’ 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더 나아 가 자신의‘사이’ 에 대해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진행되었따. 영상 상영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또 다른‘사 이’ 를 만들어가고 있는 활동가와 프로젝트에 함께한 서울 디자인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관람객들도‘사이’ 에서 바라보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이미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미디어 아트. 미디어는 최근 청소년들에게 익숙하다는 점에서, 또 남녀노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서울디자인고등학교 강당에 설치 된 두 개의 스크린. 관람객들은 그 사이에서 인터뷰를 관람하게 될 것이다. 이런 독특한 방식은, 그 공간 자체를 사람과 사 람 사이로 설정하여 물리적인 체험을 가능토록 하기 위한 활동가들의 아이디어였다. 덕분에 프로젝트‘사이’ 는 관람객들이 주체가 되는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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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사이’ 가 진행되는 동안, 활동가들은 학생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낯선 어른들이 묻는 사적인 질문에 민감 하게 반응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던 탓이다. 1학년 송지희 학생도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프로젝트 참가를 몹시 걱정했던 학생 중 하나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배려는 닫힌 학생의 마음을 여는 열쇠 가 되었다.“인터뷰 전 선생님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솔직히 말

왼쪽부터 유민상, 송지희. 김치현, 김희산 학생

씀드렸더니, 한 분만 남으시고 모두 자리를 비켜주셨어요. 그런 배 려가 정말 감사했어요.”이처럼 처음에는 인터뷰를 어렵게 생각했

반면 프로젝트의 또 다른 참가자인 1학년 유민상 학생은 학생들의

던 학생들도 대부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임했고, 이는 정신 없이

‘사이’ 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에 아쉬움을 토로했다.“저는 이

일하는 활동가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영상이 어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촬영, 편집하여 스크린에 상영하는

의 사이를 너무 좁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불편해

방식으로 진행됐다. 활동가들은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

요.”실제로 활동가들 또한 같은 인터뷰에도 느낀 바가 모두 달랐

해 학생들에게 그 어떤 사전 정보 또는 사전 질문을 제공하지 않았

다. 자신의 경험 또는 살아온 환경에 따라 공감되는 대답에 차이가

다. 때문에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횡설수설하기도 했고, 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활동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학교는

답하지 못한 질문도 있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그런 현실적인 인터

작은 사회’ 라는 말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어쩌면 또 다른 어른이

뷰를 바랐지만, 학생들은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감춰진 속마음을 어린 학생의 인터뷰에서 발견할지도 모를

연극부 부장으로서 프로젝트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달랐다는 3학년

일이었다.

김치현 학생은 인터뷰하던 날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 렸다.“그 날 인터뷰 한다는 것을 잊고 매운 음식을 먹어서 땀을

이번 특별한 인터뷰‘사이’ 는 그 과정부터 활동가들과 학생들의

뻘뻘 흘렸어요. 더 예쁜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

‘사이’ 에 커다란 의미가 된 듯했다. 대단한 목표도, 거창한 욕심도

미있었어요. 인터뷰가 아니면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싶더라고

없었지만, 프로젝트 그 자체는 이미‘기회’ 였다. 청소년들이, 그리

요. 사실‘친구 사이’ 라는 것이 가장 가까우면서도 진지하게 생각

고 관람객들이 나와 누군가의‘사이’ 에 대해 돌아볼 기회 말이다.

하지 못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었죠.” 글. 사진 _ 권다인

영상자료 _ 문화예술 놀다 제공

생각을 전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조금 의외였던 것은 참여 학생 대부분이 이 프로젝트가 대단한 변 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그저 이 영상이 많 은 사람들에게 생각의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3학년 김희산 학생은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특별한 인터뷰>

‘이 영상을 보고 누군가 변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2012년 <담談: 학교 담을 넘는 이야기>와 2013년 <고함, 내

“변화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일어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안에 소리치는 울림>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로

시작되는 편이 좋잖아요. 그냥 한 번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2014년에는 친구와 또래, 청소년과 부모가 소통하는 작업을 진

제가 생각하는‘사이’ 와 그 사람이 생각하는‘사이’ 에 대해.”

행했다. 두 달 동안 사전 미디어교육을 받은 10대 청소년들이

프로젝트의 목표 또한 청소년들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중년층인 그들의 부모님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년, 중년

고민해볼 계기를 전하는 것에 있다. 윤지원 활동가는“큰 변화를

에게 묻다>와 서울 디자인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인터뷰를 담은

이끌어내는 프로젝트가 되기보다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될 프로젝

<사이>가 제작되었다. <특별한 인터뷰>는 2014 세계문화예술교

트였으면 좋겠다” 며“학생들이 나중에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육 주간 기간 동안 문화역서울 284에서 상영되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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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봄 | 취재 리포트

오늘 나는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예술체험 박람회_전북

“엄마, 저기 가보자!”아이 손에 이끌려‘예술체험 박람회’현수막이 펄럭이는 공간에 발을 들인 엄마는“시윤아, 이것도 해 봐!” 하며 어느새 아이보다 더 적극적이 되었다. 시종일관‘챠르르’트라이앵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건 뭐예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질문이 끊이지 않던 한옥마을의 한 켠.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전 북 행사‘예술체험박람회’ 의 현장은 봄을 잊은 낮만큼이나 뜨거웠다.

전라북도에는 우리 전통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전주국제영화제, 민속예술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풍부한 문화예술의 경험과 자원으로 채워진 전북에서의 예술체험 박람회는 어떤 풍경일까.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와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체험 프로그램으로, 예술적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장이 펼쳐진다’ 는 슬로건 아래 총 다섯 개의 체험 부스가 마련된 박람회를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세모난 바람바람에도 소리가 있네?!」부스였다. 트라이앵글이 빼곡하게 걸린 방에 들어가 손으로 트라이앵글을 쓸어가며 지난다. 그 속에‘스파이더맨’ ,‘영어’ ,‘여름방학’ ,‘겨울왕국’ ,‘양치질’등의 수많은 단어가 매달려 있고, 단어들과 세모난 바람의 소리가 준 느낌을 엽서에 적어 그리운 이에게 보낸다. 이일순 작가는‘보이지 않는 바람을 소 리로 느끼며 잠재되어 있는 공상, 상상의 이미지들을 꺼내보자’ 는 의도로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체험을 마친 아이가 엄 마에게“ ‘루돌프’ 가 하늘을 달릴 때 나는 소리 같았어.” 라고 한 말이 바로 작가가 꿈꾼 예술체험이 아니었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루돌프의 발걸음을 떠올릴 수 있는 것. 「저희가 처리해드립니다」부스는 사진관이다.“사진 찍을 때 사진사가‘웃으세요’ 라는 말로 그 사람의 감정을 유도하잖아 요. 이곳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느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달해 줍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함께 작업을 완성해 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감정을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그래서 예술이 결 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장근범 작가는 알리고 싶다고 했다. 참여자는 인화된 OHP에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 어 내걸어두는 것으로, 관객과 작품을 공유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다」부스에는 참여자들이 직접 색을 칠하고 종이를 붙인 종이컵이 가득 걸려있다. 컵에는 몽글 몽글한 씨앗들이 심겨 있는데, 이 씨앗들이 뿌리를 내릴 곳은 흙이 아닌‘폐지’ 다. 고보연 작가는 폐지에 씨앗을 심고, 자 라는 것을 관찰하는 동안 자연의 소중함과 버려지는 것의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임택준 작가의 「sacrifice 20140416848AM」 은 세월호 사고를 상징화 하였다. 참여자들은 애도의 마음을 적은 노란 종이로 종이배를 접고 파란 띠에 묶어 하늘에 띄운다. 잊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마음들이 엮여 작품을 이루었다. 마지막 부스는 이상훈 작가의「불편함 뒤에 오는 질문?」 . 설치된 어둡고, 비좁고, 울퉁불퉁한 통로를 겨우 빠져나오면 변기 위에 앉은 작 가가 다짜고짜 묻는다.“기분이 어때요?”예술이 결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것만은 아니며 많은 고민과 숱한 감정을 표현 해 내는, 예술의 또 다른 면을 경험케 하고 싶은 것이 그의 의도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술체험 박람회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들은 세모의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불편한 통로를 지나기도 했다. 그 행위들은‘예술적’ 이라는 느낌보다‘이게 예술이라고?’ 하는 의아함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예술의 시작이 호기심이고, 감정의 공유라는 것을 체험하며, 깨닫지 못한 사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예술가가 된 것이다. 해가 기우 는 오후까지 박람회장을 가득 메운 발걸음이 일상을 일으키는 힘, 문화예술교육의 내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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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_ 예술체험 박람회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체험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장르별 문화예술교육 체험을 넘어 예술가 그룹이 각자의 예술 활동을 확장하여 프 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교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2014년 에는 서울문화역서울 284, 인천부평 아트하우스, 전북전주 한옥마을 지역에 서 개최되었다.

INTERVIEW

문화예술교육의 내일을 만드는 사람들 Q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는 무엇인가요?

지원사업이 아니더라도 작가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면 그것이 바로

구혜경전북 예술체험박람회 디렉터 전북지역은 지역 규모에 비해 문화예

교육과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술교육을 하는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문화적 콘텐츠를 활

루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작가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이 단순한

용해서 예술가의 작업이 문화예술교육의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

문화향유에 그치지 않고 어떤 교육적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많이

주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래서 자신만의 작업을 오랜 기간 충실

고민했고, 저희들의 문화예술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접목시켜가며

히 해왔고, 거기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식이 있는 작가들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그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런 고민과 노력이 잘

작업과 문화예술교육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다양성

전해졌으면 합니다.

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설치, 회화, 사진 등 분야별로 찾아봤

Q 이번 작품의 주제와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어요. 특히 공간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 중심으로요. 이번 계

장근범「저희가 처리해 드립니다」프로그램 작가 감정을 서로 교류하는 것이에

기로 작가들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되었다고 해요. 미팅을 어마

요. 대화라는 것이 서로의 언어가 달라도 몸의 언어로 가능한 것처

어마하게 했거든요.웃음 재미있었어요.

럼 사람의 감정을 공유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네 가지 감정인

Q 이번 예술체험박람회가 참여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었으

‘희, 로, 애, 락’ 을 작은 에피소드로 나누어서 그 관계를 만들어보고

면 하나요?

싶었어요.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는데 다른 작

임진아 팀장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박람회를 기획하며 늘 생각했던

업에 비해 준비 기간이 길어서 회의도 충분히 했어요. 내용에 대해

키워드가‘일상’ 과‘놀이’ 입니다. 집에서도, 친구들과도 충분히 할

공유하고 장단점을 여과 없이 나누며 진행해왔기 때문에 무리도 없

수 있는 것인데‘문화예술교육’ 이라는 말을 거치면 왠지 어렵게

었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아요.

느껴지지요.‘문화’ 나‘예술’ 은 예술가가 하는 것이고 그것을 향

Q 이번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로서 어떤 의미가 되었나요?

유하는 것은 전문가나 특수 계층이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반면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 더 좋았고

‘교육’ 은 보편적 입장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에 돈을 내고 참여해

요. 이날만큼은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고민

서 체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이 예술체험박람회에서는

하게 되잖아요. 문화예술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제한

트라이앵글이 아이들에게 어떤 감성을 일깨워주고, 배와 같은 조

된 지역의 활동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넓은 범위에서 이런 내용을

형적인 도구가 어떤 예술적인 작용을 하는지 느낄 수 있길 바랍

소개함으로써 학부모들이 이 활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니다. 아, 이것이 작가의 감성이구나, 수업시간에 썼던 것으로 어

일반 시민이 문화예술교육의 범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의미

떻게 이런 감성을 담아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가졌으면 해요. 그

가 남다른 것 같아요.

감성들이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토요문화학교나 지역특성화 작업과 같은

글. 사진 _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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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우러진 우리 건축을 찾아가다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탐방기

일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특별한 순간을 꿈꾸며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 에 참여합니다. 명예교사 조전환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고택으로 떠나는 우리 문화 기행>. 충남 예산과 아산, 논산을 거쳐 전남 담양을 아우르며 고택을 찾아 떠나는 1박 2일의 여행.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 과연 한옥의 매력과 제대로 조우할 수 있을까요? 목수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옥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발히 활동중인 대목장 조전환 선생님이 이 시간,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주십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집, 뒷산, 사람. 이 세 가지 요소의 공존입니다. 우리 재료로 우리 땅에 지은 우리 집은 무엇보다 우리의 사상이 담겨야 하는 곳. 풍수지리학과 도상학을 비롯한 동양 사상들은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놀라울만치 과학적이고 정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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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의 애국지사 이남규 선생의 생가 충남 예산의 수당고택을 찾아 대를 이어 살고 계시는 주인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하지만 그저 밖에서만 둘러보고 간다며, 주인의 허락을 구해 집 안을 봐야 한옥의 맛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우리 집은 담도 없지 않냐며 흔쾌히 맞아주신 호탕한 어르신! “그저 오래되기만 한 집은 의미가 없어요.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진짜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해요. 고택을 방문할 때도 공부를 하고 와야죠. 아는 만큼 보이는 거야.” 어르신의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수당고택을 거쳐 충남 아산의 맹씨행단까지 둘러보니 절로 의문이 생깁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고택,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버릴 수 있을 텐데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좋은 재료와 기술이 첫째 비결이고 집의 의미를 후손에게 잘 물려주는 것이 둘째 비결, 그리고 동네에서 인심을 잃지 않고 사랑받는 것이 셋째 비결이랍니다. 설화산 기슭의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아 좋은 기운을 흠뻑 받으며 마을 곳곳을 산책하는 시간. 한옥 생활을 고수해온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으니 멀게만 느껴졌던 우리의 집 한옥이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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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한옥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도 내부는 현대적으로 절충해야 할 것 같아요.” “어릴적 살던 한옥 생각이 나네요. 은퇴하면 저도 집을 짓고 싶어요.” “멋지긴 하지만 한옥에서 살 자신은 없구요, 가끔 여행하면서 체험해 보는 걸로 만족할까 봐요.” “전 벌레만 없으면 좋겠어요.” 첫째 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다 보니 밤이 깊어갑니다. 둘째 날, 충남 논산의 명재고택을 둘러보고 전남 담양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느 한 곳 똑같은 집이 없다는 사실에 감탄하니 조전환 선생님께서도 고개를 끄덕이시네요.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땐 그저 기술을 익히느라 정신없었는데 서서히 나무와 돌, 흙 등의 재료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주변의 산과 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보는 눈이 점점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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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물, 나무와 쇠, 흙. 자연 속에서 필요한 것을 가져다 집을 지으니 인간의 삶을 자연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겠지요.

담양에 도착해 독수정과 소쇄원을 눈에 담고 공간에 얽힌 옛 이야기들, 그 역사를 마음에 담습니다. 집터를 고르고 틀을 잡을 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이야기들. 지금, 우리들의 집에도 과연 이야기가 있을까요? 이제라도 쌓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고택으로 떠난 1박 2일 간의 우리 문화 기행. 큰 울림을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글. 일러스트 _ 신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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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여름 | 소설가의 현장 취재

찌릿찌릿 두근두근 우락부락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

아이들이 한데 모여 상상의 세계를 향해 왁자지껄 달려갑니다. 복잡한 도시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낯선 친구들, 낯선 예술가와 함께 낯선 공간에서 꿈같은 2박 3일을 보내며 각자의 상상 속 세계를 만듭니다. 그러 는 동안 아이들의 상상 성장판은 끊임없이 자극되고, 쑥쑥 자라납니다. 지난 8월 5일, 우락부락 캠프가 한창인 강 원도 횡성의 숲체원을 소설가 황현진이 찾았습니다. 아이들의 천진하고 상상력 넘치는 성장의 현장을 그의 눈으로 전합니다.

우락부락은 어느 마을의 이름이다. 이 마을 주민의 평균 연령은 십대 초반이다. 대략 열 살을 전후로 한 작고 귀엽고 순진 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우락부락은 2박 3일, 잠깐 세상에 드러나 있다가 이내 사라질 마을이다. 하지만 벌써 수년 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설의 마을이다. 마을에는 총 열두 부락이 있다. 처음 만난 부락은 탁영환 아티스트가 이끄는 전투부족이다. 이들의 주요 미션은 열 두 부락을 험난하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바깥세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의 마을 수호 작전은 매우 은밀하고 쪼잔하며 소심한 방식으로 행해진다. 이들은 지구의 5원소물, 불, 땅, 공기, 바람를 갖고 손수 만든‘절대 딱지’ 로 자신들의 힘을 배가시킨다.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이슬이 물이라면 붉게 피어난 꽃은 불을 상징한다. 이슬이 그들에게 힘을 주고 꽃이 그들에게 강력 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검은 비닐봉지에 모은 바람만으로도 그들은 2박 3일의 길고도 짧은 밤이 무사하게 지나가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떼를 지어 함성을 지르며 우락부락의 숲길을 우르르 지나갔다. 다른 부락의 아이들도 덩 달아 만세와도 같은 소리를 질러대며 그들을 응원했다. 두 번째 만난 부락은 한 가지 물음에 골몰하고 있었다. 모두의 대답이 달랐다. 한낮 동안 아이들은 숲의 곳곳에 색색의 실 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갖은 천과 구슬, 찢어진 종이 등으로 꾸미느라 바빴다. 늘어진 천은 귀신이 되었 고, 구슬은 태양을 뜻했다. 찢어진 종이들은 바람에 펄럭이며 그들만의 땅을 살아있는 무언가로 변화시켰다. 한 밤에는 숲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그들만의 공간에 은밀하게 숨겨둔 비밀텐트에서 다음의 질문에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질문은 이것이다. “그 많던 땅을 누가 다 먹었을까?” 아이들의 대답은 저마다 달랐다. “돼지요, 왜냐하면 돼지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요.” “거지? 음… 배가 고파서?” “소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사람이요. 왜냐면 살 곳이 필요하니까요.” 모두 옳은 대답이었다. 아이들이 말한 대답 중 이 땅에 깃들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제법 숙녀 티가 나기 시작한 어느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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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땅의 주인은 달인 것 같아요. 밤마다 달그림자가 온 땅

마을 광장에 있는 사진관에 가서 서로의 얼굴을 찍어주었다. 사진

을 덮어주니까요.”

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푼크툼! 푼크툼! 자신만의 푼크툼을 사

그러고 보니 우락부락의 밤은 유난히 환하고 밝았다.

진을 통해 찾아보자는 강렬한 문장에 이끌려 조심스레 물어보았 다. 푼크툼이 뭔가요? 푼크툼이란,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외형적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이상한 귀신들도 있다. 우락

인 것들 중 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찌릿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통

부락에서 세 번째로 만난 부락, 으하하 귀신 팀이다. 아이들은 한

칭하는 사진전문용어였다.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나의 푼크툼이

낮에도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긴 머리 가발을 쓰고, 검은 도포자

될 수 있었다. 친구의 얼굴, 선생님의 손은 물론이고 솔방울, 비에

락을 휘날리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심심하면 트렘블링에서 하늘

젖은 나뭇잎, 하다못해 짜장 떡볶이마저 아이들의 푼크툼이었다.

높이 점프를 했다. 흉악한 외모와 달리 발랄하고 명랑한 성격을

단 하나의 푼크툼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삶

지녔다. 처녀귀신, 저승사자, 대머리귀신, 장군귀신, 어우동귀신 등

이 우락부락에선 가능했다. 그곳엔 나만의 푼크툼이라 할만한 것

등 귀신들의 정체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군모를 쓴 장군 귀

들이 너무 흔해서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일까? 즉석

신의 정체를 물어보니 이른바 한국전쟁 때 참전했다가 죽은 귀신

에선 인화된 아이들의 사진은 햇살보다 빛났고 녹음보다 푸르렀

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 대

다. 찬란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

해 상세하게 가르쳐주었다. 생각해보니 귀신만큼 이 땅의 역사에

2박 3일이 지난 후 어느 날 문득 꺼내본 그 사진 한 장이 저마다

도통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

의 푼크툼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임을, 어느 누구

머리가 하얗게 센 귀신에게는 어쩌다 백발이 되었냐고 물어보았

도 의심하지 않는 날이었다.

다. 살아생전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라는 씁쓸한 대답이 돌아오기 도 했다. 그래서일까, 백발 귀신은 그 어느 귀신보다 발 빠르게 숲

글 _ 황현진 | 소설가.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곳곳에서 출몰하며 다른 부족의 아이들을 놀래키거나 진지하게 자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가 있다

신을 소개하는데 골몰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여러 부락들이 숲속 에 모여 있었다. 다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바빴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

다.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는 부락의 아이들은 비 오는 소리, 물 흐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 은 2010년부터 시작되어 매회 어린이

르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새부리 부딪히는 소리, 눈길 걷는 소

와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우락부락’캠프는

리들을 녹음기에 담고 있었다. 한 여름에 어떻게 눈길 걷는 소리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예술가와 함께 놀며, 작업하

를 담을 수 있는지는 그들만의 비밀이다. 그들 부락 중 열한 살 민

는’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

지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새부리 부딪히는 소리는 캐스터네츠 소

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올해는‘두번째 호기심’ 이

리와 제법 닮았다고 한다. 다른 부락의 아이들은 다가올 밤에 상

라는 주제로 어린이 330여 명을 대상으로 8월 4일부터 8월

영할 영화의 목소리를 더빙하느라 더없이 바쁜 오후를 보내고 있

8일까지 2회에 걸쳐 각 2박 3일간 강원도 횡성‘숲체원’ 에서

었다.

진행되었다.

열두 부락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숲 곳곳을 돌아다녔다. 심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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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여름 | 취재 리포트

쑥스럽지만 괜찮아 가족과 함께하는 온드림 예술캠프‘가가호호’

가가호호 캠프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가족이 만나 문화예술교육을 함께 체험함으로써 예술 감수성을 확장하고 즐거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가족 문화예술교육 캠프다. 온 집안이 함께하니 더없이 좋다는 뜻의 가가호호家加好好 답게 온 가족이 함께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현대차 정몽구재단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가가호호 캠프는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서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1 회차초등학생 대상,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2회차중고등학생 대상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쑥스럽게 시작된 가족 문화예술교육 체험 캠프 숲체원은 대규모의 연수원 형태가 아닌, 숲에 녹아들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집중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여기저기 키 작은 건물들이 골짜기를 따라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어 하나의 자연으로서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쾌적하고 고즈넉한 장소였 다. 가가호호 캠프는 그런 숲체원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느슨해 보이지만 제법 세련된 연주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숲체원 골짜기를 문화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를 피한 처마 밑에서 전체 기획을 담당한 총괄 디렉터 강군본명 강지웅, 프로잭트 팀 AN20 소속을

만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교육캠프TF와 함께 이번 가가호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우리

나라에‘가족캠프’ 나‘예술캠프’ 는 있어도‘가족예술캠프’ , 즉 가족이 함께하는 예술캠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모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한 거죠. 기획 컨셉도‘쑥스럽지만’ 으로 정했습니다. 예술을 경험할 때의 쑥스러움과 가족이 함께 낯 선 곳에서 2박 3일을 보내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거죠. 그런데 정말 다들 쑥스러워해요.” 취재일은 가가호호의 2회차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예술을 전공하거나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생들과 가족들을 대상 으로 하는 캠프였다. 1회차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실기를 중심으로 해당 분 야의 예술가를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러는 동안 가족들은 미리 마련된 예술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이번 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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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에는 다문화 가정, 편부모 가족, 할머니와 함께 응모한 소녀 등

‘신비로운 캠프’ 이라고 표현했다.“선생님이 갑자기 산책을 가자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요. 이 참여자들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소화할

는 거예요. 이게 실기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

것인가가 숙제였는데 사실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누구나 즐길

게 걷다 보니 선생님이랑 굉장히 친해졌어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수 있는 단순하고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니

내가 이해 받고 있고, 또 내 음악이 전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

까요.”

어요.”

아이들이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 가족들이 참여하게 될 예술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곁들임 프로그램이 아닌,

골짜기를 가득 메우는 숲의 축제

실제 예술체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심사숙고했다. 시간과 형식에

각 워크숍은 이날 저녁에 있을 페어웰 파티Farewell Party에서의 발

구애 받을 필요 없이 예술가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과정이 끝

표를 준비 하고 있었다. 참여 학생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이

나면 무언가 구체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기

미 목표는 얼마나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가에 있지 않았다. 서로

획단의 의도였다.

어울려 호흡을 맞추고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과 어우러지는 과정

실제 참여한 가족들에게 소감을 묻자“동심으로 돌아가 내게도 예

의 산물이 합주가 되고, 합창이 되고,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술적 감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거나“처음에는 귀찮

배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부는 음악 실기 전공 학생들의 미니

기도,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와보니 어쩌면 아이보다 나에게 더 좋

콘서트와 미술 실기 전공 학생들의 전시회로 이루어졌다. 가족들

은 경험이 되었다.” 고 말했다. 이번 가가호호 캠프의 진정한 의미는

앞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연주를 한 적이 얼마나 될까? 가족들 앞

가족이 예술체험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는 자신의 가족들이

에서‘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의 얼굴은 점차 진지해져 갔다. 후반부

보여주는 다양한 결과물을 통해 서로 갖고 있던 예술적 잠재력을

에 이어진 악기 장르별 합주는 음악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충

새롭게 깨닫는 것, 즉 내가 가진 예술세계의 토양은 가족이라는 점

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그 어

을 인식하게 되는 기회였는지도 모르겠다.

떤 공연보다 클래식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자녀들의 연주를 응원하고 대견해 하는 가족들의 뜨거운 마음은

입시 실기가 아닌 내 삶 속 문화예술의 의미를 찾다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술 작품 전시회장에서 만난

취재를 위해 방문한 강의실에는 새 피아노가 튜닝을 마친 상태로

학생들의 작품은 독창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마음을 자연

놓여 있었고, 예술가 1명과 학생 4명, 스태프 1명이 한 그룹을 이루

스럽게 표현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법에 대해서 오늘

었다. 과정은 자유롭게 진행하되 실기 연습, 숲 거닐기, 대화 나누

한 수 제대로 배웠던 모양이다.

기 등의 과정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공통점을 찾는

그동안 학생들의 곁에서 응원하고 지켜봐주고 지원해 주던 가족들

것까지가 과정의 목표다. 사실, 단순히 음악 실기를 배우기 위해서

이 직접 선보이는 무대로 2부가 시작되었다. 주객이 전도된듯한

라면, 굳이 이곳 강원도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다. 예술가를 만나

이 무대로 공간은‘쑥스러움’투성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과정

음악을 대하는 자세, 고유한 감성,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을 통해 예술을 자신의 인생으로 택한 자녀들의 어른스러움과 그

함께 딴 짓도 해보고,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이 훨씬 더 귀한 경험

들의 고민, 예술의 환희, 즐거움, 의미뿐만 아니라 청중 앞에 선다

인 것이다.‘액자 속 바이올린 방’ 의 이택주 선생님은“이렇게 좋

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게 하는 특

은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며 예술을 체험한다니, 처음에는 비

별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와보니 사실이더군요. 비

비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지금껏 강의실이었던 곳이 전시실이

현실적인데 현실이 되고, 기대보다 큰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놀랍

되고, 공연장이 된 그 밤, 숲체원은 축제였다. 일상이 자연스럽게

습니다.” 라며 감탄했다. 가가호호 캠프는 자신에게도 예술의 목표

축제가 되고, 문화예술이 그대로 삶에 녹아드는 것을 그곳에 모인

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안명

모든 가족들은 경험했다. 비록 오늘은 쑥스러웠지만, 내일은 자연

주 선생님은‘오두막집의 플루트’ 라는 이름의 방에서 아이들과 시

스러워질 것이다. 내리는 비가 자연스럽게 땅에 스며 여름의 꽃을

간을 공유했다.“여기 와서 깜짝 놀라기도, 또 부끄럽기도 했어요.

힘껏 피울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그 동안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가르침만 해왔지, 음악의 존재에 대 해 고민하지 못했으니까요. 이 캠프를 통해 음악 이전의 나의 정체

글. 사진 _ 정민영

성, 그에 따른 고민을 나누면서 연습도 병행 할 수 있다는 것 자체 가 환상적인 체험이었습니다.”한 참가 학생은 가가호호 캠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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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여름 | 소설가의 현장 취재

몸으로 마음에 닿는 춤 공간민들레 커뮤니티 댄스

대안학교인 공간민들레의 모든 학생은 매주 금요일마다 커뮤니티 댄스를 배웁니다.‘왜 커뮤니티 댄스냐?’ 는 물음 에 공간민들레 길잡이 선생님은 이 시간을 통해 몸도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언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합 니다. 아이들은 커뮤니티 댄스를 통해 나를 이야기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지난 6월 20일, 커뮤니티 댄스 수업의 다섯 번째 수업 현장을 이이체 시인이 담아보았습니다.‘다른 몸’ 이라는 필명을 쓰는 시인의 몸으로 마음 을 표현하는 춤 관찰기를 시작합니다.

공간민들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색다른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성산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공간민들레는 매주 금 요일마다 망원동의 마포 구립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커뮤니티 댄스를 함께 한다. 커뮤니티 댄스라는 것을 본다는 일 자체부 터 애당초 나에게는 정체불명의 문화예술적 체험이었다. 더군다나 대안학교라는 특징이 한 층 더 빛을 발해, 아이들은 자 유롭고 진취적인 예술 교육을 인간중심적이고 전인적으로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곳에서는 교사를‘길잡이’ 라고 불 렀다. 길잡이 선생님은 나의 낯선 시선 안에 초대되어서도 결코 막연하게 말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교육 현장을 편히 지켜보기를 당부하며, 그들이 대안 교육의 장점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자율적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대 해서 이야기해주었다.

몸짓의 언어 학생들은 대체로 적극적인 편이었다.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것들에 능숙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참여하는 데에 적 극적이고,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다. ‘튀면 안 된다’ 는 암묵적인 강령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그 아래서 받아온 교육이, 아이들에게 주었 을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하다. 어떤 아이는 어려서부터 홈스쿨링으로 공부해왔고, 어떤 아이는 불과 한 해 전부터 제도교 육을 벗어나 자기만의 고민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은 제각각 커뮤니티 댄스에 임하는 반응과 태도가 달랐다. 아 이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의 몸을 만지거나 몸짓으로 의사를 주고받는 일이 진행되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서로의 표 현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고, 해명하기도 했다.

의미와 목적에 얽매이지 않기 “이게 무슨 의미인지, 무슨 목적으로 하는 수업인지 잘 모르겠어요. 알려주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때때로 아이들은 이 러한 교육의 목적과 이유를 묻곤 했다고 한다. 비록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일정한 율동을 지어내는 것을 조금씩 배워오기 는 했으나, 수동적으로 말하고 움직이기를 강하게 권해온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온전하게 벗어날 수는 없는 탓 일 것이다. 목적과 이유를 묻는 행위 자체는 몸을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쓸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 댄스라는 예술 교육의 자장 안에서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목적과 이유를 강박적으로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른들이 만 들어낸 사회적 통념에 전제된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비유하는 일에 힘 쓸 것 같았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오래도록 길 것이어서, 오히려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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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서로 응시하는‘관계’

용해가면서 나만의 몸짓과 행위를 만들어갈 수 있게끔 가르치는

커뮤니티 댄스를 진행하는 강사들은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자

일은, 이미 그 자체로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데에 아쉽고 부

체가 중요하고 수업보다 더 우선시되기 때문에, 수업의 진도와 진

족했던 아이들의 내면을 끌어내는 동력이 되고 있었다. 아이들로

행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시험 범위까지 진도

하여금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마음과 결부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몸

를 다 나가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선생님의 토로라기보다는, 본

자체만으로도 홀로 움직일 수 있는 귀여운 일임을 깨닫게 해주는

질을 전달하기 위해 부수적인 부분들에 먼저 집중할 줄 아는 침착

과정은 무척이나 명징한 일이었다. 내가 편견으로 알고 있던‘춤’

한 기다림을 닮아 있었다. 예술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씀씀이

의 조잡하고 정련된 행위들과 다르게 간결하고 명료했다. 오히려

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본질보다. 아이들이 그 본질을 받아들일

간단한 동작들을 통해 몸으로 마음에 가 닿는 일상적인 행위의 연

수 있게끔 소통의 자세를 배우는‘관계’ 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장선상에 있었다.“무슨 일을 배우는 건지, 내가 여기서 무엇을 공

것을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어나가

부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려는 점에서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경계가 무용한 것임을

좋을 때가 있어요.”아이들은 입을 모아 자신이 모른다고 대답할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처럼 부자연스러운 상생이 아름다워

수밖에 없는 이 교육의 형식에 대해 말했다. 배움이 본래 그렇고

서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

앎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그들도 알게 될 것이다. 아직 다가오지

의 대화를 보고 있을 때에도,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내가 그

않은 삶을 모르는 채로 그냥 살 듯, 어떤 공부는 이해와 상관없이

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예술 교육의 열기 자체보다는 그것을

그것을 받아들이는 여유에서 출발한다. 나는 아이들과 어설픈 대

선용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이었다. 항상 가르치는 일

화를 주고받으며 그들에게 자주 대답했다. 그 대답을 되풀이할 차

은 물론 배우는 일에서조차 내 뜻대로만 해왔던 내가 배울 만한

례이다.

면이었다. 예술 교육의 교안대로 가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수업을

그냥 하면 돼.

유연성 있게 조율해나가면서 아이들과 서로의 편향된 지점을 확인 하면서 서로의 편견을 갱신하는 것이었다.

글 _ 이이체 | 2008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가 있다.

몸으로 나를 말하다 오래 전부터, 몸을 사용한다는 것은 나에게 마음의 윤곽을 어루만

공간민들레의‘커뮤니티 댄스’수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

져주는 일과 같았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마음들이 있어, 그 마음

가족부가 협력하는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

의 생김새와 모양새를 가늠하기 위해 외부를 쓰는 일이야말로 내

업・ ‘학교 밖 청소년 사업’ 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밖

마음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일임에도 가장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

청소년 사업은 학교 밖 청소년가출・자립・탈학교 등이 사회적 관계

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댄스를

성을 회복해 자존감을 향상하게 하고, 문화예술을 통한청소년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갖는 공간민들레의 취지는 오롯하고 분명했

돌봄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이중 대안학교 대상 사업은 한국

다. 표현 수단이 언어에만 묶여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갇혀 사

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공동 주

는 아이들에게, 대안교육으로써 자신의 표현 양식을 보다 더 직접

관사업으로 현재 8개 문화예술교육단체가 대안학교 10개 시

적이고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예술 교육의

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언어 이외의 표현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몸을 스스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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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마법 속으로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프로그램 탐방기

저기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알록달록 버스! 이색적으로 꾸며진 예술교육 체험 버스가 전국 구석구석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을 만났어요. 좌석이 사라지니 무척 넓어진 버스, 벌써 두근두근합니다. 지난 7월 22일, <풋풋풋풋 버스옵스큐라> 프로그램으로 고양시 예성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찾아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풋풋풋풋 버스옵스큐라> 라는 이름에 벌써 풋 하고 웃는 아이들. 오늘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이용해 재미난 놀이를 할 거예요. 그런데 카메라 옵스큐라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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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사진기의 원리를 담고 있는 카메라의 시초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여전히 알쏭달쏭. 이 카메라 옵스큐라가 버스 안에선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같이 해보자! 검은 종이로 창문을 막고 버스의 불을 끄자 순식간에 깜깜해집니다. 그치만 괜찮아, 얘들아! 곧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거야! 창문을 가린 종이에 작은 구멍을 뚫으니 앗, 버스 안의 흰 도화지에 바깥 풍경이 거꾸로 나타나요! 주차된 차들이, 저기 서 있는 나무가, 걸어다니는 사람까지 전부 거꾸로야! 매일 보는 똑같은 풍경이 특별해집니다. 그렇구나, 거꾸로 보는 것도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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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모습을 따라 그림을 그려봅니다. 옛날 화가들은 이런 식으로 바깥 풍경을 그렸다죠? 우리도 화가들처럼 해보자, 얘들아! 난생 처음 써 보는 목탄이 다들 신기한가 봐요. 모두들 멋지게 그렸는 걸? 이번엔 그 위에 색을 입혀봅니다. 종이를 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슥슥슥. 시끄럽고 산만한 것 같으면서도 재미난 일엔 순식간에 집중하는 아이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듯, 완벽하게 그림에 몰두하네요. 지금 이 시간이 그만큼 쏙쏙 스며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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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의 도화지가 모여 하나의 커다란 풍경이 됩니다. 같은 풍경인데 난 이렇게, 쟨 저렇게 그렸네. 같은데 달라, 그래서 재미있어!

이번엔 우주 공간으로 날아 가볼까? 모두 누워 천장의 영상을 바라보며 드넓은 우주를 꿈 꿔 봅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특수 찰흙과 야광 팔찌로 상상 속 우주 공간을 꾸며 보자! 이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거야, 얘들아. 그러는동안 미처 몰랐던 우리 안의 감각이 깨어날 거야! <풋풋풋풋 버스옵스큐라>. 빛이 펼치는 마법, 빛이 주는 선물! 반짝이는 이 시간, 아이들의 마음 속에 오래 남기를 바라봅니다.

글. 일러스트 _ 신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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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몸으로, 그림으로 만드는 나만의 음악‘꼬마작곡가’ 안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음악을 배운 적 없고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좋은 음악창작 수업이 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 그램이다. 뉴욕 필하모닉과 협력하여 미국에서 직접 진행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 는 <꼬마작곡가>는 지난해 처음 도입했으며 2014년에는 총 9개 지역에서 10~13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총 15주간 진행되었다. 특히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안산 지역은 특별히 가족들이 함께 참 여하는 방식으로 진행, 가족의 의미를 음악으로 되새기는 시간을 만들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꼬마작곡가> 현장, 아르떼365가 찾았다.

몸으로 표현하는 리듬, 그림으로 표현하는 리듬 “박수를 같이 치면서 시작해 볼까요? 돌아가면서 자신만의 박수를 치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는 겁니다. 자, 시작!”<꼬 마작곡가>의 기본 철학은“모든 것이 음악이다”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다” 이라고는 하지만,‘음악을 배운 적 없고 악기 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채 지우지 못한 사이 커다란 박수소리와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으로 시작된 박수 놀이가 점차 강도와 속도에 변화를 주며 참가자 모두 자신만의 박수 리듬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이 어려운 박수 놀이를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보다 더 정교하고 창의적인 박수놀이를 즐겼고, 그 박수들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완성했다.“그럼 이제 각자 만든 박수 리듬을 그림으로 그려 주세요. 대신 다른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박수를 칠 수 있어야 합니다.” 10여 분간의 박수 리듬 그리기 시간이 끝나고, 한 가족이 그린 그림을 보고 다른 가족이 박수로 리듬을 재현해 내는 시간 이 이어졌다. 내가 의도했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죄송하지만, 제 박수는 그게 아니에요.” ,“이건 좀 쉬워 보여요. 일관성 있네!” ,“맞아요, 맞아! 천재네, 천재!”모두 까르 르 웃으며 긴장을 풀어나가는 사이 청각은 물론 촉각과 시각을 통해 리듬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 리고 가족들의 박수 리듬에 꿈다락 강사가 화음을 입혀 피아노로 들려준다. 내가 만든 리듬에 멜로디가 더해져 하나의 곡 으로 탄생하는 순간을 경험한다니. 더구나 모두 다 같이 이토록 즐거워했으니 효과 만점일 수밖에!

<꼬마작곡가>의 핵심은 표현 방식에 대한 자유로움 이처럼 <꼬마작곡가>는 리듬 게임과 악기 인터뷰, 나만의 그림으로 악보 그리기 등의 커리큘럼을 통해 참여 아동 및 가족들 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든 과정은 이론이 아닌 놀이 방식 으로 진행되어 작곡에 대해 막연했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음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덕분에 수업에 집중하 지 못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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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신청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집 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처럼 즐길 수 있 어서 참 좋습니다.” 6학년 정나림 학생의 어머니는 다소 소극적인 딸이 누구보다 적극 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수정 꿈다락 강사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표현방식에 대한 완전한 자유로움.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색함을 녹이고 솔직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강 사들의 노력이 필요해요. 과정이 깊어질수록 훨씬 세련되고 풍부 한 표현력이 나오고, 비로소 참가자들이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구나 싶어요.”

<꼬마작곡가> 작품발표회 현장_아산 ‘음악으로 너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2014년 11월 29일, 꼬마작곡가 아산 작품발표회 현장을 찾았

내 이야기가 솔직하고 분명하다면,‘내가 어떤 도구를 이용해 전

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작은 폭소가 터져 나왔고, 곡이 끝났을

달할까?’ 라는 고민만 남는다. <꼬마작곡가>의 모든 과정은 이처

때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럼‘나를 따라 하다 보면, 음악으로 너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꼬마작곡가 아산 작품발표회의 주제는‘동화’ . 어린이를 위한

도와줄게.’ 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수업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개념도 있지만‘아이 동童’ 자에‘빛날 화華’ 라는

일상을 바꿔놓고 있었다.“6년 동안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꼬마

주제로‘아이들의 빛나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음악동화’ 라는

작곡가>에 참여하면서 습관적으로 다니던 음악학원이 이제는 정

부재를 갖고 있다.

말 재미있어졌어요.”김소정 학생의 말에 옆에 있던 부모님도“아

12명의 꼬마작곡가가 선보인 11개의 곡1곡은 공동작곡은 저마다 자

이들이 매주 이 수업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먼저

신과 상상 속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줄거리를 만들었고, 그 이

좋아하니 저희도 마다할 이유가 없죠. 딸들도 우리에게, 우리도 딸

야기 위에 적절한 악기와 화음을 찾아 집어넣는 형식으로 곡

들에게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답니다.” 며소

을 완성했다. 수업시간의 즐거움을 표현한 김이안 꼬마작곡가

감을 전했다. 우현주 꿈다락 강사는 이러한 수업이 학생들뿐만 아

의‘꼬마작곡가’ 나 줄넘기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딴 이야기의

니라 본인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민규 꼬마작곡가의‘줄넘기 대회’ 는 일상의 관찰에서 주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됩니

를 찾았고, 백예원 꼬마작곡가의‘상상 속의 새’ 나 김은수 꼬마

다. 특히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저로서

작곡가의‘신나는 세계’ , 석승호・남윤재 꼬마작곡가의‘무제’ ,

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창의적인 것들이어서 제 전공인 작곡

김영훈 꼬마작곡가의‘마음의 비’ 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기쁘

작업을 하는데도 큰 자극이 돼요.”수업에 참여한 모든 꼬마작곡

고 신나고, 무섭고, 슬펐던 이야기를 펼쳐갔다.

가와 그 가족들이 나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을 원하게 될 것이라

꼬마작곡가의 악보를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음표는 많이 등장

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꼬마작곡가>는 분명한 철학

하지 않는다.‘작은북 두 번, 호른 낮은 소리로 최대한 길게, 바

적 목적과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문화예술을 만나 태어난 매

이올린 위이이잉’이라는 마치 암호 같은 기록들이 악보를 가

우 실제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수려한 연주 기술을 익히거나 깊이

득 메우고 있다. 그걸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처음에는 처음 악

있는 음악 이론을 배우는 것 또한 의미있는 교육의 과정이 될 수

보를 보고는‘당황’ 스러웠을 정도였다고.

있겠지만 아이들의 음악교육에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정해진 방식 안에서 교육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좋

음악을 즐거워하고, 창작의 짜릿함을 느끼는 일일 것이다. 박수에

은 조짐’ .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도, 당신도 느낌으로

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나만의 곡을 완성해 나가는 음악의 기쁨

행복해 질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꼬마작곡가 프

을 먼저 배운 꼬마작곡가들에게 음악을 즐기는 일만큼은 그 누구

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보다 한발 앞서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_ 서희정 글. 사진 _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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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나를 찾고 너를 발견하며 우리가 되다 방과 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상상학교-커뮤니티 댄스’결과 발표회

10월 5일, 화창한 일요일 오후. 서울세계무용축제의‘꿈! 틀! DREAM A MOTION’ 이 열리는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은 중 . 고등학생들로 무척이나 분주했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방과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상상학교’ 의 커뮤니티 댄스 수업 에 참여하는‘단원’ 들이었다. 오늘은 드디어 그간의 연습을 토대로 음향, 조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는‘결과발표회’ 날이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커뮤니티 댄스 지난 2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화곡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하여 중랑청소년수련관, 문래청소년수련관, 시립보라매청소년수 련관에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댄스 수업을 진행해왔다. 커뮤니티 댄스는 어떤 장르나 형식 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커뮤니티 안에서‘춤’ 을 통해 너와 나,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니 춤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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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배우기 전에 수업에 참여한 단원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 받고,

능과 안목을 갖게 된 것에 놀란 마음과 대견한 마음이 교차하는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순간이었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는‘커뮤니티 댄스’프로그램으로 2011년

결과 발표회가 이번 과정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오늘의 발표회

부터 상상학교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2012년에 이어 세 번

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혀지지 않을 무언가를 가슴에 새겼음은

째로 함께 마련한 무대이다.

분명해 보인다. 마음 속 뜨거움, 혹은 잊고 싶은 실수, 만족감, 자

커뮤니티 댄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촉이 많은 신체활동

신에 대한 약간의 실망, 친구 관계의 어려움, 가족의 응원 혹은 갈

을 통해 친밀감과 일체감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수업 2~3

등. 이런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주차의 초반에는 단원들이 서로 속마음을 이야기하거나 신체를 접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촉하는 과정을 주로 진행한다. 그런 다음 각 청소년수련관에 배정 된 전문 안무 강사와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승

‘커뮤니티 댄스’ 는 결국 뒤죽박죽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신만

화시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발표회 등

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을 통해 그간의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수업은

발표회가 끝나고 각자의 일상,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청소년들

마무리 된다.

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수업이 7개월쯤 접어들면 단원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청 소년들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 해 온 강사도 매우 높은 친밀도를 갖

글 _ 정민영 사진 _ 국제무용협회 제공

게 된다. 화곡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는 김우진 강사다.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순수함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라고 표현했다. 또, 아이들의 끼와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 기뻤다는 말을 보탰다.

방과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상상학교’ ‘상상학교’ 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연

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하는 방

중학생 소녀들의 꿈과 끼가 펼쳐지다

과후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가슴 가득 꽃을 든 가족과 친구들이 객

교육을 통해 문화감수성과 자기이해를 높이고 창의성과 인성

석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포토존과 소소한 이벤트가 축제의 분위 기를 한껏 돋웠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이제 진짜 공

함양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 이 예술의 창작 과정을 경험하고 전문적으로 공연 . 전시를 실

연장에서, 전문 공연 기술진과 함께하는, 중학생 입장에서는 좀처

행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4년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럼 경험하기 힘든 진지한 커뮤니티 댄스 무대의 막이 올랐다.

현재 16개 단체가 79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상상학교 프로그

발표회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발표

램을 진행하고, 9월 말부터 11월까지 강동 아트센터, 부평 아

회에 참여한 단원들과 강사, 그리고 이들을 쭉 지켜봐 온 가족과

트센터 등 전국에서 결과발표회가 펼쳐졌다.

친구들은 모두 뭉클한 마음으로 뜨겁게 환호했다. 어느덧 이런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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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팟캐스트 속 시원한 수다 한 판,‘팟!빙수’ 2014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 1인 미디어 팟캐스트 제작 체험기

라디오라면 모름지기 연예인이 멋진 음성으로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노래를 소개하고, 가끔 공개방송 등으 로 청취자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방송 시간을, 좋아하는 노래를, 내 사연이 소개되 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어느새 옛날 얘기가 되었다. 이제는 듣고 싶은 방송을 내가 듣고 싶을 때 골라 들 을 수도 있고, 심지어 나의 이야기로 직접 방송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시대, 나도 한번 해 볼만 하지 않을까? 나 만의 방송을 꿈꾸는 스무 명이 모였다. 잉여스럽고 오덕스러운 취미 이야기, 눈물 대신 콧물만 쏙 빼는 연애담, 신 문 한 장 안 봐도 떠들 수 있는 시사 이야기 등 하고 싶었던 말을 가득 들고 모였다. 이들을 위해 전문가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2014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 「팟! 빙수- 팟캐스트 속 시원한 수다 한 판」 에 서 벌어진 일들을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김여사 둘> 팀의 이민경 씨가 전한다.

어른, 운명처럼‘팟! 빙수’ 를 만나다 영화 <쉘위댄스>1996와 <반칙왕>2000을 기억하시나요? 두 영화 모두‘익명’ 의 삶을 보내는 평범한 회사원이‘댄스 스포츠’ 와‘레슬링’ 이라는 조금은 남다른 취미를 시작하면서‘나’ 의 삶을 찾는 여정을 담고 있지요. 당시 한국에서 두 영화는 꽤 흥 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집-학교-학원’ 이라는 쳇바퀴 생활의 십대 시절을 보냈던 제게는 이 두 영화를 보고 카타르 시스를 느끼는 어른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은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도,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 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시간이 흘러 제가 그 어른이 되었습니다. 십대 시절과 다를 것 없이, 집-회사를 오가는 생활을 하며 가끔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곤 하지요. 이를 제외하곤 반복적인 무료한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제 가, 영화 <쉘위댄스>와 <반칙왕>의 주인공들이 우연히‘댄스 스포츠’ 와‘레슬링’ 을 만났던 것처럼,‘팟! 빙수’ 를 발견하게 됩니다. 8월 한 달 중 주말 5일을 반나절씩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재미있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신청했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 한자리에 모이다 8월 10일, 비 오는 일요일 오후에‘팟! 빙수’참가자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22명이 각자 PD, 작가, DJ라는 직함을 달고 4개 조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지요. 이렇게 무더운 8월 한 달, 가장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과 만 나게 되었습니다.‘팟! 빙수’ 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 하나하나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처럼 단조로운 일상을 바꿔줄 소소한 재미를 찾아 온 사람은 물론, 이루지 못한 방송에 대한‘청운의 꿈’ 을 놓지 못해 참가를 결정한 사 람도 있었죠.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참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계기는 모두 달랐지만 단 한 가지의 공통점은, 물기 어린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인 열망이 2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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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팟캐스트Podcast 주제를 쏟아내고, 그 22개의 주제가 4개로 압 축되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에 누군가는 다른 조원을 설득 하고 누군가는 배려와 양보를 해야 했죠.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 은,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마음 상함’ 과‘껄끄 러움’ 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말랑말랑한 문화의 힘이기 때문일까요? 4 개 조로 나뉜 22명의 사람들이 완주를 하기 위해 기꺼이 옆 사람 과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 제게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인 부분을 보태자면 명예교사로 참여한 생선작 가 김동영 작가님입니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의 입장에 서 어설프고 빈틈이 많은 기획과 대본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각

우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녹음실이 위치한 3층 공간에 흘러

조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꾸준한 격려와 코칭을 아끼지 않았던

나오던 기억은 꼭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추억입니다. 게다가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약속된 모임 시간이 훌쩍 넘어 어둑해질

사전 녹음한 인터뷰 파일이 음질 문제로 사용 불가하다는 판정을

때까지 참가자들에게 조언하는 모습도요. 한 달 정도면 인연이 다

받고, 기지를 발휘해 현장에서 섭외해 인터뷰를 추가했던 기억도

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인맥을 나누어 주

소소한 무용담으로 남았습니다.

는 생선작가님에게는‘팟! 빙수’진행 과정 내내 참 고마웠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만남을 통해 녹음을 마친 4개 조는 8월의 마지 막 날에 모여 편집과 집단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PD를 꿈꾸던 사

스피커를 타고 흐르던‘우리’ 의 이야기

람들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 마지막 날, 각 조 PD들

한 편의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

의 어깨에는 부담감이 한껏 들어있는 듯 했습니다. 작가들이 해산

요할까요? 한 편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저를 포함한 22

하듯 쓴 대본의 가치와 그 대본을 가장 진정성 있게 읽기 위해 목

명의 참가자들은 무더웠던 8월을 가장 바쁘게 보냈습니다. 첫 번

을 가다듬었던 DJ의 숨은 노력을 잘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

째에 만남에서는 팟캐스트의 콘셉트와 주요 소재, 코너 등을 기획

에서 비롯됐던 것 같습니다.

하느라, 두 번째 만남에서는 짜임새 있는 에피소드로 녹음하기 위 해 대본을 알차게 구성하느라 방안을 모색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

‘팟! 빙수’ 가 남긴 것, 그리고 다 하지 못한 말

였죠. 그리하여 제가 속한 김여사둘 팀의“괜찮아, 내 맘이야” 를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단순한 의도에서 시작했던 팟!

비롯해 끄덕끄덕 팀의“조금 서툰 어른이” , 팟티스트 팀의“우리

빙수. 참 제게는 많은 것을 선물로 준 것 같습니다. 한 달이라는

동네 예술가” , 당신의 물건 팀의“당신의 물건” 이 주제로 확정되

짧은 시간에 금세 친해져 버린 조원들, 그 조원들이 합심하여 만

었습니다. 특히, 김씨 성의 여성 DJ 두 명이 만담을 펼친다는 뜻

든 녹음 파일, 그리고‘함께’ 라는 가치를 공유했던 참가자들과의

의‘김여사 둘’ 은 드라마 등 2030 여성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

우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한 사람의 개인인

지고 나의 솔직한 취향을 가감 없이 당당하게 드러내자는 뜻에서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새로운 표

Podcast

주제를 정했습

현의 도구를 얻었다는 기쁨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평범한

니다. 연애에 한창 관심이 많은 2030 여자들인지라, 로맨스 드라

일상을 살고 있지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꿈과 열망을 가진

마에 솔직 담백하게 얘기해 보는 것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했지요.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재원, 그리고 관심을 기꺼이 나눠 주신 한

콘셉트는 쉬웠지만, 방송을 위해 대본 작업을 하는 것은 긴 시간

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특별한 하루 팀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

과 끊임 없는 대화가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덕분에 모바일 메신

하고 싶습니다. 또한, 생선작가 김동영 님 외 명예교사로 참여해

저 단체 채팅방은 늘 붐볐지요.

주신 선생님들과 모든 수고를 짊어지고서도 <특별한 하루> 사업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요? 조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쓴

팀이라고만 언급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던 <문화예술 놀다> 팀에도

대본을 녹음했을 때의 희열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6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호선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빨간 책방 카페’3층 녹음실에서 직

참 고맙습니다!

“괜찮아, 내 맘이야” 라는 제목으로 팟캐스트

접 쓴 대본을 읽고, 직접 고른 음악을 틀었던 기억, 수많은 단추로 구성된 음향기계를 움직이며 전체 녹음을 진행했던 기억, 그리고

글 _ 이민경 |‘팟! 빙수’프로젝트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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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이만큼 자란 꿈을 마주하다 예술꽃씨앗학교, 춘천 서상초등학교

강원도 춘천 서상초등학교예술꽃씨앗학교 2기, 2011년 선정는 40세대가 모여 사는 작은 농촌지역에 위치한, 전교생 62명이 전부인 자그마한 학교이다. 예술꽃씨앗학교로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이곳에 지난 10월 3일 낯선 예술가 손 님들이 찾아왔다. 올해로 사업을 마무리 하는 예술꽃씨앗학교 2기 학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 4년 간의 시간을 나누 는‘예술꽃씨앗학교 발표회’<꿈을 먹는 하루>를 준비하는 특별한 워크숍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 워크숍에 함께 한 미디어 아티스트 안정주와 서상초등학교 박시현 학생의 시선으로 담아낸‘우리들의 꿈 놀이터, 서상초등학교’ 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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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_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풍경은 서서히 소박한 얼굴을 드러냈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고

가평으로 그리고 춘천으로 어른들은 과거에 존재했었던 혹은 잠시 잊고 지내던 꿈을 쫓는 듯했다. 서상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꿈이 생각되고, 쓰이고, 읽히고,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 되기를 바라보았다.

둘째 날 _ 친구의 꿈을 그려주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 그 친구는 멋지게 손과 발을 들어 슛을 날리는 포즈를 취해보 았다. 나는 친구를 도와 그의 몸짓을 나무판위에 그리고 오려내었다. 친구들의 작은 몸짓들은 고정된 형태를 띠고 마음 밖 으로 나와 이야기되었다. 아직 꿈이 없다는 한 친구는 오랜 생각 끝에 생각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고 한다. 멋진 일이다.

셋째 날 _ 꿈,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친구는 오려둔 나무 판 위에 직접 옷을 지어 입

혔다. 프로게이머도, 과학자도 모두 되고 싶다는 친구는 나무판위를 반을 갈라 두 모습을 모두 그려 넣었다. 아직 딱히 무엇 이 되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너를 등 떠미는 어른은 나쁜 어른이다. 아직 한참을 더 머뭇거려도 모두가 응원하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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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넷째 날 _ 꿈을 소리 내어 말하다

오늘은 직접 적어내려간 자신의 꿈을 소리 내어 읽고 녹음기에 새겨 넣는 날이다.

아이들의 떨리는 음성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계란 초밥을 한 번 먹어본 이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초밥왕이 되고 싶어졌다는 아이의 순수함이 나를 놀라게 한다. 부모님을 돌봐드리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 멸종한 공룡 을 찾아 고생물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내 어린 날을 보았다.

다섯째 날_ 꿈의 형상을 갖다

아이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꿈의 형상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몸의 크기와 같이 만

들어진 형상을 촬영하는 것은 그들에게 꿈을 지속해서 떠올리고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장난기 많던 그 아이 역시 자신의 꿈 앞에서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당당하게 등장해 모두를 향해 차렷 자세로 섰다. 그리고 긴장이 풀 린 듯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에 자신의 꿈을 새긴 아이는 언제나 당당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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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날 _ 나의 꿈을 찍다

아침 일찍 도착해 운동장을 한 바퀴 걸어보았다. 교장선생님이 손수 옮겨와 심었다는 강인한 생명력의 잔

디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뒤뜰에 심어진 깻잎과 울퉁불퉁 불규칙한 바닥의 블럭과 그 틈으로 불쑥 고개를 내민 잡초도 보았다. 자세히 보아 야 아름답다는 무심한 그 말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작은 변화도 눈여겨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글. 사진 _ 안정주 | 미디어아티스트 그림일기 _ 박시헌 | 서상초등학교 5학년

꿈을 먹는 하루 2014 예술꽃씨앗학교 발표회 현장 2014 예술꽃씨앗학교 발표회‘꿈을 먹는 하루’ 가 10월 21일화

회가 적은 소외지역에 예술꽃씨앗학교를 계기로 학생들이 자신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되었다.

들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나아가 진로를 생각해 보는 소중

본 행사‘꿈을 먹는 하루’ 는 2011년‘예술꽃씨앗학교’ 로 선정된

한 시간이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안에서 펼쳐지는 문화

16개교의 4년간의 발자취와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

예술교육을 통해 예술과 삶이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 대극장에 모인 16개교 학생들의 경쾌한 대취타 행진을 시작

며“지금보다 더 많은 학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고

으로 발표회의 서막을 열었다. 총 4부의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소감을 밝혔다.

행사는 16개교 학생들의 연합 오케스트라 합창 합동공연과 학교

‘예술꽃씨앗학교’ 는 문화예술교육 의지가 높은 전교생 400명

별 풍물, 국악, 서양악, 디지털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이하 소규모 학교를 선정해 문화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키우고,

선보였으며, 소극장에선‘큰 꿈 종이학 만들기’ ,‘우리들의 마법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악, 서양악, 영화, 연극,

주문, 옴브라~!쏨브라!!’체험 워크숍이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

뮤지컬,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

으로 진행되었다.

는 사업이다.

또한 강동아트센터 아트갤러리에서는 그간 문화예술교육을 진 행해온 학교의 결과물 전시와 발표회 참여 아동들의 소감을 즉

글 _ 고우종

석에서 매달아 만든 나무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 참석한 서상초등학교 이중석 선생님은“상대적으로 문화향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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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찰칵, ‘나’ 를 찍는 시간 베트남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서 베트남을 찾는다. 여행자들에게 그들의 삶의 형태나 현지 아이들의 움직임은 모두 남기 고 싶은 추억이 된다. 그래서 셔터를 눌러댄다. 그곳의 아이들은 기꺼이 여행자들의 추억이 되어주지만, 정작 자신 들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카메라를 챙겨 들고 라오까이를 찾았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다른 이들과 동등한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2014년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계기로 라오까이의 아이들과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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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이름도, 규칙도 내가 정하는 동아리 수업

‘쯔엉’ 은 에너지가 넘친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모인 이 조는 광

오랜만에 화창한 주말이다. 김민지, 여한아 씨의 초 . 중 수업이 끝

장이나 타운 근처에서 만나는 소수민족 아이들을 촬영하고 아이들

나면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동아리 수업이 시작된다. 지각도, 결석

의 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 환영이라 했지만 사실 20명의 아이들 모두와 눈을 맞추며 이야

고등학생인‘튜엣 아잉’ , 중학생인‘즈엉’ , 초등학생인‘꾸이’ 는사

기할 수 있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오늘은‘쯔엉’ 과‘링’ 이

파의 노동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마을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

안 보인다.‘링’ 은 계속 몸이 좋지 않아 주말마다 병원에 다닌다고

며 사파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자신들의 고민에서 주제를 발견했

했다. 장난꾸러기 '쯔엉'은 오늘 친구들과 다른 궁리가 있는 걸까?

다. 함께 사파를 돌아다니며 마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두 학생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다 보여줄 수 없는 공간이나 자신의 마

건강한 모습의‘링’ 이 들어오고, 이어‘쯔엉’ 이 들어온다. 아! 지각

음을 그림으로 소개한다.

이지만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모두가 모인 지금, 진짜 수

고등학생인‘뉘엣’ 과 중학생이 된‘아잉’초등학생인‘마잉’ 과‘짱’

업이 시작된다.

은 소수민족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사파를 소개한다.

“아이들아! 한 주 동안 촬영한 사진들을 꺼내보자!”

이들은 가장 열정적인 팀이다. 촬영을 위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들은 스스로 동아리 이름을 정했고 규칙도 만들었다. 동아리

곳을 다녀오기도 하고 촬영하다 거절을 당하기도 하는 등 많은 우

이름은‘내 안의 사진’ . 아이들이 사진을 외면적인 기록의 결과물

여곡절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양한 민족을 촬

이라기보다 내면화된 이야기들을 꺼내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하며 그들에게 들었던 사파의 이야기와 현실을 꽤나 진지하게

는 마음이 전해졌다. 규칙을 정하기 위한 규칙도 만들었다. 일단

표현하고 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놀라운 결과물들을 선보이는 이

“~을 하지 말자” 는 없애고, 하고 싶고 즐거운 규칙을 정하는 게

팀을 보고 있으면 다음 수업이 기대된다.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마

우리의 규칙이었다. 이에 따라 즐겁게 사진 찍자, 수업 시간에 맞춰

을의 소수민족을 보여줄까?

오자,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자, 친하게 지내자, 배려하자, 다른 사

고등학생인‘타이’ , 중학생인‘니’ , 초등학생‘킴선’ 은 로우앵글로

람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자 등의 규칙이 만들어졌다. 20명의

바라본 동물과 자신 주변의 동물들을 기록하고 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지난해 고등학생이 된 6명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6개의

‘킴선’ 은 동물을 촬영하며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동물은 우리의

팀을 만들었다.

친구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친구를 음식으로 먹는다는 건 가슴 아 픈 일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싫다.”

소수민족, 노동자, 동물, 명소까지 아이들의 눈에 담긴 사파

고등학생인‘빙’ , 중학생인‘링’초등학생인‘카잉’ 은 활력이 넘치

고등학생인‘미’ 를 중심으로 중학생인‘프엉’ 과‘트엉’그리고 초등

는 점프로 마을 곳곳을 소개한다. 세 사람은 내성적인 탓에 주제

학생인 막내‘니’ 로 구성된 조는 조원이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팀

선정이나 다른 사람을 촬영하는 일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함께 주

이름도‘아름다운 여성들의 모임’ 이다. 이 팀은 막내‘니’ 의 제안으

제를 고민하며 종이에 생각나는 단어들을 마구 적어보기도 했고,

로‘아이’ 를 찍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촬영해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A4용지

고등학생인‘아잉’ , 중학생인‘짱’ , 초등학생인‘쯔엉’ 은 소수민족

에 사진을 출력해 모아둔 우리만의 사진책을 보고‘카잉’ 이 점프

아이들을 촬영하고 있다. 차분한‘아잉’ 이나 내성적인‘짱’ 과 달리

사진을 찍어왔다.‘빙’ 과‘링’ 은‘카잉’ 의 사진에 흥미를 보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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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가을 | 취재 리포트

시작했고,‘빙’ 은 왜 점프를 하는지 고민하자고 했다. 다시 고민이 이어지고 침묵이 이어질 때쯤 링의 한 마디로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점프는 신날 때 하는 거잖아요. 마을에서 제일 멋있는 곳에서 뛴다면 더 신나서 높게 뛸 거예요.” 사파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구름 속에 사파” ,“하루에 4계절이 있는 사파” ,“꽃의 천국인 사파”등의 생각을 갖는 다. 사파는 예쁜 경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민족마다 의상, 관습, 생활 등이 모두 다르고 문화도 독특하며 신비하다. 그래서 사진 수업에 나는‘사파에 있는 소수민족’ 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골랐다. 사진을 찍으면서 소수민족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친절함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몇 명은 좋지 않은 행동을 보이기 도 했다. 아마 그런 행동은 그들의 생활이 아직 어렵고, 일부는 관광객들이 같이 사진을 촬영한 대가로 그들에게 돈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에는 항상 의사소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잘 된 사람은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잘못된 어떤 사람은 돈을 줘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물 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파에 있는 소수민족 사람들은 아주 친절했고, 우리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85세, 91세 할머니들도 아주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셨다. 앞으로 사파에서 부정적인 행동이 사라지 의 작업일지 중에서 고 소수민족 사람들의 예쁜 마음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뉘엣’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교육, 인생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 사파 동아리 수업 외에 매개자 교육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라오까이 사범대와 사파 지역 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문 화예술교육을 직접 경험해보고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현지 교육 환경에 맞는 교육 방법들을 고민 하며 직접 기획하고 매개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업이다. 라오까이 매개자 교육은 지난해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다. 라오까이 사범대는 라오까이현 내 교사를 양성하는 학교다. 모두 여전히 ODA 사업 관련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온 우리들을 어제 만났던 친구처럼, 동료처럼 맞이해줬다. 커리큘럼 내용 내 고려한 교육 대상자는 유치원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의 범위가 넓었고, 소수 민족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형평성도 고려했다. 또 단일 매체보다는 통합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기획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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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문화예술교육 혜택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 다. 교육 제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들의 쉬는 시간을 통해 함께 춤을 추는 수업을 진행하고 싶 다. 춤은 서로의 관계를 더 가깝게 해주고 서로에게 행복을 나 눠줄 수 있다. 나는 이 교육을 통해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꿈 을 꾼다.”-‘쏭 누이’,라오아이 사범대 교수

징검다리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에 중심 을 두고 있다. 사파 내 현직 선생님들이 직접 수업을 경험하며 이 지역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고 기획하여 차후 매개자로서 의 능력을 배양하고자 한다. 특히 이 수업에서는 2명의 선생님이 동아리 수업의 보조교사로 참가하여 문화예술교육 활동과 내용을 함께하고 있다.‘황’선생님은 소수민족 학교에서 음악을 담당하고 있고,‘링’선생님 역시 사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소수민족 학교 에서 미술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직접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전하기도 하고 참관일지에 그날의 수업들을 세 세히 기록하기도 한다. 우리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날은 물론, 이후 에도 수업에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정말 좋은 수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마다 각오가 새롭다. 어서들 오시라. 예술이 꽃피는 사파로!

1차시 수업 진행 중“문화예술교육은 00이다” 라는 질문을 했었다. 참여자들의 대답을 하나하나 들으며 문화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다

글. 사진 _ 장작 | 일과 작업,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시 고민하게 했다.“문화예술은 민족의 특성을 표현하는 문화이다. 사람들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줄 알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 을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춤추는 것이다.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이 있어야만 아름다운 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

은 사람의 인생을 더 사랑하게 하는 것이다.”

는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주인의식Ownership이

Assistance

수업이 끝날 시간이 가까워졌는데 아이들은 수업을 끝낼 생각이

사업은 수원국의 문화 존중과

없나 보다. 전시 기획서를 작성하며 부족한 부분은 직접 그림을 그려 구체화 시키기도 했고 필요한 도구는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

화예술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적개발원조의 본래 목적인 인 도주의적 .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 내‘지

해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곧 끝날 시

속 가능 발전 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가치 확산’ 에 기여하

간이야” 라고 이야기했지만, 어떤 아이는 종이를 더 달라고 했고,

고자 2013년에 시작되었다. 올해는 세 명의 예술강사장근범,

또 어떤 아이는“이런 방법으로 전시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

김민지, 여한아가 베트남 라오까이성 사파현 초ㆍ중교육과 사

다. 꽤 어려운 내용이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자‘짱’ 은 단호한 표

파에 처음으로 결성된 동아리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정으로 이야기한다.

지원사업은 2017년까지 5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포기하고

강조된 문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 주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싶지 않아요. 부족한 시간은 학교가 끝나고 와서 만들게요. 이 전시

문화예술교육ODA 사업단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가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예요.”

협력기관 KOICA 베트남 사무소

곧 전시가 시작된다. 마을에 걸린 플랑이 얼마 안 남은 전시를 알 린다. 처음 전시를 해보는 초 . 중학생들은 떨린다고 했다. 두 번째

이 기사는 arte365에 1회부터 4회까지 연재되었으며, 그중 3회의 내용을 소 개하였습니다.

전시를 해보는 동아리 학생들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마음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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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살랑살랑 청춘의 늦바람 속으로 <2014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 탐방기

‘마리아 슨생님요~ 노래 좀 알려주이소~’ 진한 대구 사투리의 마리아 선생님과 아이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이 한창이네요. 두근두근 늦바람의 현장, 이곳은 바로 2014 청춘제가 열린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입니다. 지금은 뮤지컬 부문으로 참여하신 대구동구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의 공연이 한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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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2년‘청춘연극제’ 로 시작해 2013년부터‘청춘제’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연극과 음악・무용 공연은 물론 미술・사진전시까지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어르신들의 큰 축제로 성장하였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공예 워크숍과 사진 스튜디오 등 행사장을 찾은 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새로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기회에 어르신들, 오늘 한껏 흥이 나셨습니다. 서툴지만 진지한 표정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선생님이 새로 오신 가정교사예요?’ ‘우린 공부하기 싫어요!’ 어르신들이 어린 아이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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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긴 대사며 노래를 외우셨을까 궁금했는데 웬걸요, 어느새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하셨네요! 앉았다 일어났다, 율동하느라 바쁘신 모습에 무릎은 괜찮으신지 작은 노파심도 어르신들의 열정 앞에서 금세 사라집니다. ‘진짜 청춘은 무엇일까?’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엔 어색했지. 쑥스러웠구요.

‘저는요~ 칠십 평생을 살면서

무대에 서는 건 상상도 못했어.’

이렇게 열성적이었던 적이 없어요.’

‘내 나이, 집안일, 이런걸 잊을 수 있거든요.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예요.’

‘악기를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려. 그래도 계속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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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행복이야!’


긴 인생과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삶의 지혜가 어르신들의 열정을 통해 전해집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기뻐하고 하루하루를 기꺼이 누릴 줄 아는 어르신들의 흥겨움이 마음에 진하게 남는 하루입니다. “노년이란 건, 인생의 여러 막 중 하나예요. 오히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 대전광역시노인복지관 손정자 할머니의 말씀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 제2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글. 일러스트 _ 신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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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취재 리포트

일상의 재료로 즐기롭게 불평하기 용강중학교 미디어아트 수업 현장

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용강중학교에서는 매주‘미디어아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미디어’ 와‘아트’ 의 조합인 만 큼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나 사진, 동영상 촬영 등을 상상하고 수업현장을 찾았으나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핫팩, 실, 사인펜, 이불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물건들이었다. 모두‘미디어아트’수업을 위해 준비된 재료들이다. 과연 이 재료들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너희의 불평불만 마음껏 털어놓아 봐!” ‘학교문화예술교육 미디어아트 분야 시범사업’ 은 학교문화예술교육 미디어아트 분야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시 작해 이번 달 마무리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청소년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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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전국 10개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이미지의 이해’ ,‘상상의

게 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제작 과정에 대해 강

소리공간’ ,‘가상공간 스토리텔링’ ‘학교 사용법’등 시각과 청각,

사와 구체적으로 논의해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재료들을 챙겨 작업

공감각, 디지털 공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이용한 프로젝트 가운데

을 시작했다. 이날 용강중 학생들의 작업 내용을 살펴보면,‘악취가

서울 용강중학교에서 진행중인‘즐기로운 학교 사용법’수업 현장

진동하는 남자화장실에 액상 공기탈취제를 담은 물풍선을 던진다’ ,

을 아르떼365가 찾았다. '즐기로운 학교 사용법’ 은 즐겁고 슬기로

‘시험지 뭉치를 밧줄로 꽁꽁 묶어 교수형에 처한다’ ,‘시험을 앞두

운 학교생활을 스스로 고안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생들은

고 학교 밖에서 초과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공부 금지 스티커를 발

총 12차시의 수업 과정에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

부한다’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를 요구하는 인조잔디 피켓을 만든

을 통해 일상적인 공간인 학교를 미디어를 이용하여 탐색하고 재

다’ ,‘남성ㆍ여성을 가르는 고정관념에 대항하여 성의 구분이 불분

구성하게 된다. 취재일은‘불평박물관’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로,

명한 박스옷을 만들어 입는다’등 다양한 소재와 그에 따른 다양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 사항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결할 것인

표현 방식이 제시됐다. 각자의 불평이 자신만의 해결책과 함께 세

지 생각해 그 해결 방안을 실제 제작해 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상에 표출된 것이다.

굳이 이‘불평’ 이라는 테마를 즐기로운 학교 사용법에 적용한 이유 는 무엇일까. 이아람 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좋은 것, 아름다운

‘나’ 를‘나’ 로 표현하는 방법, 미디어아트의 숨은 뜻

것, 높은 점수 등이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전부가 아니잖아요. 자기

처음‘미디어아트’수업을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핸드폰,

가 가진 콤플렉스를 마주하고 표출해 내야만 건강한 삶을 설계할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사진을 주고받거나 동영상 촬

수 있다는 것을 미디어로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물론 영상촬영이나

영을 하는 등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미디어 활동들을 생각하며 이

사운드,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나

수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는 온데간데없고 낯선

에게 익숙한 재료로 먼저 다루어보면서 그 매체들과 어떻게 접목

두 명의 선생님이 끊임없이 질문을 건네왔다.‘너희는 어떤 생각을

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입니다.”즉, 학생들의 시선

하고 있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니?’ ,‘지금 무슨 생각해?’ ,

에서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너의 마음을 표현해 볼래?’ .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해보는 단계였다.

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해 했다.“학생들은 자신 의 감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어떻게 사고해야 하고, 어떻게 대답해

아령으로, 두툼한 이불로‘감정’ 을 표현하기

야 하는지 몰라 곤란해 했어요. 초등학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차시 수업에서 학생들은 각자의 불만 사항과 해결 방안을 위한

각자 나름대로 학교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잖아요. 기존의 수

제작 기획서를 작성해둔 상태였다. 기획서에는 대부분‘공부’ ,‘성

업처럼 이 수업을 대하다 보니 그걸 깨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죠.”

적’ ,‘미래에 대한 압박’등의 소재로 불평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

장근희 강사의 말에 의하면 학생들은 과정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불평들은 일종의‘감정’ 이다. 과연 이 감정들이 어떻게 물체화 되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수업 차수가 늘어갈수록‘미

어 전해질 수 있을까. 학생들의 기획서를 토대로 준비된 재료들이

디어’ 가 단순한 매체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내가 나를 표현하는

바로 이불, 박스, 인조잔디 등이었다. 이 재료만으로는 무엇을 만들

것’ 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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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취재 리포트

“ ‘미디어아트’ 가 핸드폰, 컴퓨터 만지는 줄 알고 들어왔어요. 재료가 한정되어 있지 않고, 무한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재미있었어요.” 김동재 학생의 말처럼 학생들이 가장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자신들의 감정과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도구로 활 용된다는 점이 미디어아트 수업의 가장 핵심이 아닐까. 그것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작업물이거나, 줄로 묶거나 펜으로 그 려 완성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특히 이‘불평박물관’ 은 인터넷을 통해 타 학교 학생들과 서로의 불평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네트워크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용강중, 청담중, 충암중 세 학교의 미디어아트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하나의 주제 로 소통하며 협업하는 실험적인 디지털 콜라보레이션이다. 왜 굳이 얼굴도 알지 못하는 학교 학생들과 연계해 진행하는 걸 까. 장근희 강사는 개인의 문제와 공동의 문제는 해결을 위한 접근이 다르다는 말로 이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학생들이 사춘기인 만큼 각자 본인의 문제에만 매몰되기 쉬워요. 그러나 다른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스 스로 타파해보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타인의 불만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길 바라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세 학교 학생들이 가진 공동의 불평은‘급식이 맛없다’ ,‘매점이 없다’등의 문제였고, 학생들은 한 번쯤 도시락을 싸보거나 군것질거리를 챙겨 오는 게 어떻겠냐는 방안을 제시하며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일방적 주입 교육에 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이슈를 스스로 해결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이 수업의 핵심이라는 이아람 강사의 말 처럼 미디어아트 수업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서 스스로를 제한하는 아이들은 점차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잊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불평 도 자연스럽게 늘어놓을 줄 알고,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도 찾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가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미디어아트 수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글. 사진 _ 최민영

2014 학교문화예술교육 미디어아트분야 시범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예술강사 지원사업 정규 분야인 국악, 연극,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사진, 공예, 디자인 외에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에서 보다 풍성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규분야 시범사업 2014년 관현악앙상블, 미디어아트, 문학창작, 서예문화 분야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분야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미디어아트의 혁신

적인 예술적 시도와 협업의 과정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여 2013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본 교육 프 로그램은 미디어아트의 개방적인 예술적 시도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협업의 과정을‘일상’ 과‘창작’ 을 결합하여 중 학생 눈높이에 맞춰 구성하여 미디어 활용을 위한 기술적 접근보다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 요소들에 대한 관찰과 감각 채집 과정을 자연스럽게 창작으로 이어갈 수 있는 참여형 수업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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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취재 리포트

내가 아는 나, 그리고 내 친구 고3 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관계의 기술> 현장

수능 끝난 후. 그 시간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고3 학생들에게는 낯선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함이 밀려들기도 하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알뜰하고 옹골차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 무 얼 해야 좋을지 모를 이 어색한 시간을 위해〈관계의 기술〉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전국 5개 도시의 고3 학생들을 만나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관계의 기술〉프로그램 중 대구 현장을 찾았다. 우리가 만난 친 구들은 생기발랄했고, 밝게 웃었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효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6반 교실에서는 시종일관 꺄르륵, 여고생 특유의 웃음소리가 차올랐다. 대구에서 진행된‘내가 보 는 나, 남이 보는 나’프로그램 현장이다. 학생들은 5~6명씩 모둠지어 앉아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며 친구의 얼굴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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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취재 리포트

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이날 3학년 6반 학생들은 출석부에 적혀있는 이름은 잠시 내려두고, 자신만의 닉네임을 사용했다. 엘사, 달팽이, 빵쟁이, 하 리보, 딸기공주 등 나를 표현하는, 그리고 친구들이 붙여준 독특하고 귀여운 별명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세 시간 동안 그 이름으로 불렸다. 학생들이 종이에 그리는 것은 곁에 앉아있는 친구의 얼굴이었다. 닉네임이 적힌 종이에 자신이 생각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일부분씩 그려나갔다. 첫 친구가 눈썹을 그렸다면, 다음 친구가 코를 그리거나 헤어스타일을 그리는 등 순서나 형식에 얽매 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렸다. 각자에게 인상적인 친구의 모습을 모두 함께 그려주는 것이다.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 속에서 친구들만 알 수 있는 사랑스러운 요소가 듬뿍 담긴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이어 친구에게 장점 쪽지를 붙여주는 작업이 시작됐다. 자신이 생각하는 친구의 장점을 적어 붙이면, 옆 친구가 또 다른 장 점을 적어 붙이고, 옆 친구가 잇고, 잇고 이어지는 작업이었다. 주어진 시간 동안 학생들은 끊임없이 친구들의 장점을 떠올 렸다. 그리고 그 장점 쪽지 중 그 친구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를 골라 그림을 표현해보는 작업이 이어졌다.‘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공감을 잘해준다’ 라는 키워드를 가진 여왕마마는 큰 귀를 가진 사람으로,‘흥이 많다’ ‘청소시간에 춤을 춘 다’ 는 초코뚱뚱이는 음표를 손에 쥐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지금껏‘친구’ 에 대해 이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을까.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왕마마김도연 학생가“친구들과 헤어짐을 앞두고 이렇게 서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기쁘다.” 고 전한 소감처럼 한 글자씩 친구의 장 점을 적는 학생들의 작은 손에 힘이 담겨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초선영 작가는 내면 초상화는 자신을 알아가는 데 에 큰 도움이 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오늘 만난 친구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인 만큼 이번 작업을 통해‘내 장점이 뭘까’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은 뭘까’ ,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등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만나는 시간이에요. 오늘 프로그 램이 친구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고등학교의 졸업이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졸업과는 조금 다른 의 미를 갖는다. 이제 사회로 나아가 각자 정해진 길로 흩어져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아쉽고도 외로운 순간이기도 하다. 그 순간을 앞두고 내 곁의 소중한 친구들을 손끝으로 그리고, 좋은 모습을 가슴에 남겨두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나만의 옷, 나만의 런웨이〈옷은 나에게〉 ‘옷은 나에게’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각 학교의 고3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평소‘옷’ 에 대해 갖고 있 는 생각과‘옷’ 이 갖는 의미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총 9명의 학생과 마주앉은 안데스 작가는 복장에서 이미 예사 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조금은 신기하고 낯선 작가의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만나 본 후, 본격적으로 친구들이 한 자리 에 둘러앉아 OX 퀴즈를 통해 옷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옷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는지, 옷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지, 집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 중 진 짜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간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물음에 친구들은 골똘히 고민했다. 보통은 주변의 시선에 의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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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고르는 편이었고, 갖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아직 다른 이들의 시선에 예민하고, 사람들이 그어놓은 선 밖으로

해본 경험들도 있었다.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시기. 이 친구들에게 <옷은 나에게> 프로그램

수학여행에서 열여섯 명의 남학생 중 여덟 명의 친구가 같은 색 남

이 홀가분한 기분과 약간의 용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방을 입고 온다거나 겨울이면 모두 같은 브랜드의 패딩 점퍼를 입 는다는 친구들의 말이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이야기이다. 프로그램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프로그램에서 한 학생의 그림이 기

을 이끈 안데스 작가의 의도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준에 따라

억에 남는다. 귀여운‘올라프’ 로 친구를 표현했는데, 눈이 녹아 몸

옷을 고르는 평소의 습관이나 고정관념에서 친구들이 한 발 물러

이 많이 상해있었고,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있었다. 그림을 그린

서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에 있었다.

학생은‘내 친구는 수능이라는 벽 앞에서 많이 무너졌지만, 그 위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혹은 지구 상에 처음 들른 외계인처럼

에 새 눈이 쌓여 다시 힘낼 수 있다는 걸 표현했어요.’ 라는 뭉클한

‘옷’ 이라는 것의 개념을 모르는 채로 옷을 고르게 하는 거예요. 학

설명을 덧붙였다. 친구의 한마디는 거친 세상을 버틸 힘이 되기도

생들이 옷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정립하고 있는지 되짚어보

한다. 특히 살얼음 같고 위태롭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친구들

고, 오늘 하루만큼은‘옷’ 에 대해 다른 체험을 했으면 해요.”

은 서로에게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다. 관계란 그런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친구들은 안데스 작가가 준비한 오색찬란한 옷더미 속

나 자신에게 충실하되 내 곁의 사람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때론 어

에서 입고 싶은 대로, 혹은 친구가 입혀주는 대로 걸쳐보는 시간을

깨를 빌리기도 하는 것. 아직 열아홉 살, 사회로 내딛는 친구들이

가졌다. 나란히 앉아있을 때 수줍고 조그맣던 친구들은 몇 번이고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유연하고 가벼워진다면 좋겠다.

옷을 입고 벗는 동안 점차 대범해져 갔고, 주변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았다. 저마다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하고 조금씩 자유로

글 _ 최민영 사진 _ 윤정희

워졌다. 평소라면 손도 대보지 않았을 아얌겨울 한복차림에 쓰는 쓰개을 써보기도 하고, 남자 사각팬티를 장신구 삼아 멋을 내보기도 했다. 교복을 벗고는 도로 제복을 입기도 했고, 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알 라딘 바지를 입고 겅중겅중 뛰어보기도 했다. 각자 멋지게 차려입

2014 고3 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관계의 기술>

은 친구들에게 런웨이의 시간이 주어졌다.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예술가와 함께 자신의 주변을 살펴봄

게 대화하던 친구들은 런웨이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는 스탭들의 시

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을 둘러

선에도 아랑곳없이 당당하게 걸었고, 큰 목소리로 자신의 콘셉트를

싼 보편적 관계가족/사회/일상/연애들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며 그

설명했다. 처음 안데스 작가의 영상을 보며 난해하다고 고개를 저

관계들에 대해 예술적 방식의 접근을 통해 다른 시각, 확장된

었던 친구들은 어느새 영상 속 사람들처럼 평소의‘나’ 를 벗고, 또

시선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이야기해보는 자리

다른‘나’ 를 만난 것처럼 신나게 웃었다.‘나를 놓고 즐길 수 있었

로, 총 8명의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 서울, 경

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입으니 자신감이 떨어진다’ ,‘마

기, 충청, 전라, 경상지역에서 각각 4개의 프로그램이 2014년

음에 드는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등 각자의 소감

12월 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었다.

을 전할 때, 친구들의 얼굴은 여전히 상기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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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우락부락, 지역과 깊숙이 만나다 우락부락 시즌9 전북・인천 지역 기획자 인터뷰 장근범, 윤종필

전국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우리만의 아지트’ 를 만들고, 그 안에서 예술가들과 함께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는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友樂部落’ 이 지역으로 찾아왔다. 지역 우락부락 캠프의 첫 시도는 전북지역의 <서랍 속 코 끼리>와 인천지역의 <동네 한 바퀴>. 우락부락 시즌9의 두 기획자를 만났다.

우락부락, 지역 깊숙이 들어가다 상상력을 꺼내 봐!〈서랍 속 코끼리〉 , 여기저기 누벼보자!〈동네 한 바퀴〉 지역과 만난 우락부락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역의 특성과 고유한 환경이 지역 기획자와 예술가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콘셉트와 생각들로 자라났다.「따!복!따!복!」 ,「전설의 놀이왕」 ,「우리 동네 기레쓰레기」 ,「렛잇비 탐험대」등 <서랍 속 코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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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서랍 속 코끼리>의「뭘까?」부락이 만든 호기심 주머니와 숨바꼭질 중인「동바코믹스」부락 친구들

리>와 <동네 한 바퀴>의 각 부락 . 골목의 이름과 예술가들의 이름

만 지역 문화의 흔적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장소가 될

도 독특하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장근범 〈서랍 속 코끼리〉 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듣는‘너 이런 것

반면 장근범 작가는,‘우락부락’ 만의 특별함을 잘 담아 지역에서

하지마, 그건 말이 안 되는 생각이야’ 라는 말로 인해 자꾸만 감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집중했다. 캠프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

게 되는 상상력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해요. 그렇게 아이들이

술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지역의 아이들에게 멋진 시간을 준비해

마음 속 서랍에 담아두었던 것들, 상상의 코끼리를 예술가들과 함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께 어울리면서 자유롭게 꺼내고 펼쳐보는 자리입니다.

장근범 지역 아이들은 중앙에 비해 특별한 문화예술활동을 경험

윤종필 인천지역의〈동네 한 바퀴〉 는 느리게 걷기를 모티브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거든요. 예술가라는 존재도 낯설 수 있고요.

해요. 이번 캠프의 배경이 되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한 개항장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일대는 역사화 문화의 산실이에요. 천천히 걷기를 통한 관찰의 과

고 생각했어요.‘진안에코에듀센터’ 가 있는‘진안’지역은 접근성

정, 아울러 예술가골목대장들과 유쾌한 놀이가 만나는 지점에서 공

이 떨어진 문화사각지대이지만 맑고 건강한 자연이 다양한 문제들

간의 다양한 탐색과 놀이의 발견, 그리고 상상의 발현을 콘셉트로

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합니다. 즉,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밖에

우락부락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만의 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나가 마음껏 뛰어다니며‘놀 거리’ 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감각을 깨우고 싶은 것이 두 기획자의 공통된 목표였다.

우락부락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공간, 새로운 세상으로 인식되기

아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가들과 함께 놀고 작업하는‘우락

위해서는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마음껏 뒹굴어도, 낙서해도,

부락’ . 그래서 여러 개의 워크숍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을 갖춤과 동

노래해도 좋은 아이들의 유토피아. 우락부락 캠프의 분위기를 상

시에 아이들이 마음껏 누비고 다녀도 좋을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

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분위기를 잘 갖추기 위해

한 과제 중 하나다.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했는지 묻자, 모두‘안전’ 을 꼽았다.

인천에는 지금까지의 우락부락이 진행되었던‘숲체원’ 과 같은 공

윤종필 예술가들과 학생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 아이들의 안전

간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도리어 인천이 갖고 있는 조건에 맞

을 무엇보다 신경 쓰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여기저기 찾아 다니게

는‘도심형 우락부락’ 〈동네 한 바퀴〉 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될 거거든요. 골목 산책도 할 테고, 시장도 다녀올 거고요. 그래서

〈동네 한 바퀴〉 의 무대는‘인천아트플랫폼’ 으로 인천 중구 해안동

충분한 인원의 돕는 이들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의 개항기 근대문화 유산이 현존하고 있는 곳이다.

장근범 아이들의 에너지는 대단하잖아요. 그 에너지가 강물처럼

윤종필 인천광역시 중구는 한국 근대사에 있어 중요한 개항장입

잘 흐를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불

니다. 이번 캠프의 동네 거점들이 되는 국내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편 없이 즐겁게 뛰어 놀기 위해 배치한 돕는 이들은 지역에서 문

자유공원, 근대건축물인 인천아트플랫폼, 재래시장 등은 모두지역

화예술 분야에 재학중인 학생들 위주로 접근했어요. 캠프를 진행

공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도심공간에서 진행하는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예술가들을 잘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콘셉트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자 실험일 수 있지

분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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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겨울 |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인천지역 <동네 한 바퀴>의「양반김」골목 홍보 중인 친구들과「사랑해요 리스키 우윳빛깔 리스키」골목의 데뷔 무대

예술가는 캠프 현장에서 아이들이 우락부락을 경험하는 가장 가까운 창이 된다. 그래서 우락부락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할 워크숍으로 잘 연결해 나갈 수 있는 예술가를 섭외하는 일은 캠프 기획과정에서 매우 중 요한 부분이다. 전북과 인천지역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 만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우락부락 시즌9를 만들어 나갔다. 장근범 지역에서 예술가들끼리 왕래할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같은 분야끼리는 부분적으로 소통할 기회들이 있을 테지 만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우락부락을 통해 각자의 활동 분야나 매체를 이해하 고 방식을 고민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피드백들이 있어요. 만나는 일 자체가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온 것이 가장 큰 효과 겠지요. 그리고 특히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예술가들이 아이들과의 캠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윤종필 지역의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러한 하나 하나의 계기들이 모여 예술가들의 지역 협업 활동을 하거나 커뮤니티 아트의 방식을 모색할 때 원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 다고 생각해요.

우락부락이 던지는 긍정적‘충격’ 지역 문화예술 성장의‘비타민’ 이 되길 이번 우락부락의 기획을 맡은 두 사람은 모두 우락부락 시즌8을 통해 우락부락 캠프를 접했고, 아이들과 만났다. 우락부락 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충격적’ 이었다고. 장근범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대단했었는데, 막상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저의 선입견 을 비웃기라도 하듯 굉장히 차분했어요. 다양한 에너지들이 서로 튕겨서 혼잡해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아이들의 정 직함에서 묻어 나온 것들이었죠. 캠프가 시작할 때 수동적이거나 경직되었던 아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 가는 모습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부락의 언어로 부락을 소개하고 표현하는 모습들 모두 우락부락이어서 가능했 다고 생각합니다. 윤종필 저는 우락부락이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놀이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예술가들이 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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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동네 한 바퀴>의 윤종필 기획자

전북지역 <서랍 속 코끼리>의 장근범 기획자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별천지더군요. 무엇보다 아이들은 무질 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 그들의 질서와 평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시즌9

알게 되었어요.

창의예술캠프‘우락부락’ 은 2010년‘예술가와 놀다’ 라는 콘

전북과 인천에서 시작된 지역에서의 우락부락 캠프. 도심과 자연

셉트로 시작된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창의예술캠

이라는 큰 두 갈래에서 각각 환경에 맞는 기획과 설정으로 문을

프이다. 예술가와 함께 놀며, 작업하는 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

열었다. 긴 시간 준비해 온 이번 우락부락 캠프가 주인공인 아이

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고 있을까.

구성된다. 2015년 1월 19일~23일과 1월 26일~30일까지 진

장근범 아이들에게 <서랍 속 코끼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행된 우락부락 시즌9는 처음으로 지역으로 찾아가 전북 진안

꺼낼 수 있고 그런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경험이

에코에듀센터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될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예술가들과 관계를 통해 캠프 이후 예술가들의 전시나 공연을 보고 캠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느끼 게 되면 좋겠어요. 아무 의미 없이 읽었던 책의 행간이 어느 날 갑

장근범. 우락부락 시즌8 예술가로 참여해 시즌9 전북지역 <서랍 속 코끼리> 기획을 맡았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2014

자기 쿵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처럼. 이번 시즌9가 그렇게 기억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전북지역 워크숍박람회, 2013-14 문화예술교육 ODA

되길 바랍니다.

베트남 라오까이에 참여하며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윤종필 <동네 한 바퀴>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세대는 바로 이런 동네를 무대로 놀았죠. 그러한 환경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 을 하는데 매우 중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탐구하고, 몸의 체험을 통해 예술적인 순간을 접함으로써

윤종필. 우락부락 시즌8 예술가로 참여해 시즌9 인천지역 <동네 한 바퀴> 기 획에 함께 하였다. 커뮤니티 아트의 방법론으로써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 게 되어 현재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아트와 문화기획을 하며 꾸물 꾸물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 되 었으면 합니다.

글. 사진 _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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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정책사업 살펴보기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통과 공감, 함께 나누는 행복 문화권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국민의 문화적 삶에 대한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문화기본법’ 이 2014년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13년 12월 30일 제정된‘문화기본법’ 은 문화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함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문화정 책의 추진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문화의 위상을 높여 문화가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간‘문화’ 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와 활동 등이 지속해서 있었음에도 최근에야 문화기본 법이 제정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문화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체계화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다. 더욱이 국민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서‘문화권’ 을 최초로 명시하였다는 점 에서, 문화의 체험과 향유를 개인이 아닌 국가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선언적인 의미도 부여되어 있다. 즉, 제4조에 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과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오늘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는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문화기본법에 언급된 목적, 즉 문화의 가치가 삶 속에 실현되는 구체적인 활동에 해당한다. 문화 융 성과 국민 행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문화기본법과 같이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문화적 가치의 전달과 체험 이 이루어지는 장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 향유능력 및 창의력을 함 양시키고 개인과 국가의 문화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이미 이러한 문화의 가치와 문화권의 실현에 핵심적 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2005년부터 약 10여 년간 문화예술교육의 체험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교육을 확산하기 위한 기 반과 정책사업을 추진하였다. 지난 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그간 추진해왔던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되돌아보고 향후 추진할 정책 방향과 전략을 정리한‘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이 발표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 획은‘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통과 공감, 함께 나누는 행복’ 이라는 비전 아래‘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 지역화, 내실화’ 라는 3대 추진전략과 8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 대상을 확대하고 지역 중심의 특화된 정책 추진 구조로 변화시키며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으로 나아간다는 전략이다.

모든 세대가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중장기 발전계획 중 정책 대상을 확대하는 전략의 구체적인 정책사업으로, 우선 학생이나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던 문화예 술교육의 대상을 유아 및 고령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생애주기별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함 으로써 인식 확산과 수요 확대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전국 어린이집 . 유치원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 램 지원의 규모를 늘려가고,‘중학교 자유학기제’ 와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하여 창의적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 다. 또한, 노인 복지관 예술강사 파견 사업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 외에 전국 각 지역의 문화시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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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되는 가족 체험프로그램‘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 2017년까

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정책연구 및 관련 조사 등 연구 기능도

지 1,000개소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취약계층의 예술

강화할 예정이다.

교육 접근 기회를 증대하기 위한 정책사업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 다. 이를 위해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거주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

더 행복한, 더 즐거운 삶을 위한 세계의 움직임

는 예술교육도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타 부처와

이와 같은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과 같이 문화예술을 통해

협업하여 소외 아동, 위기청소년, 교정시설 재소자, 장애인, 군인

삶의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주요한 정책과제로 부

등 문화사각지대로 불리는 계층에 대한 예술교육 향유 기회 역시

상하고 있다. 선진 각국들은 정책의 우선순위를‘국민 행복’ 과‘삶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의경부대와 북한 이탈 주민 시설을 대 상으로 예술교육이 시행되고, 장애인 복지시설 또한 2017년까지

의 질’ 에 두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영 국의 경우 문화향유. 체험 확대를 위한‘Achieving Great Art

150개소로 확대된다. 또한, 농산어촌 등 문화취약지역 소재 초등

을 발표하였고, 프랑스는 디지털 시대 For Everyone2010~2019’

학교를 지원하는‘예술꽃씨앗학교’ 가 2017년까지 100개소로 확대

문화 접근성 개선을 위한‘새로운 문화적 예외 정책’ 을 수립2012

되고, 예술교육 특화형 체험버스를 이용하여 문화 소외지역을 찾

하였다. 이러한 국내외 움직임은‘문화권’ 에 대한 중요성과 정책적

아가는‘움직이는 예술정거장’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화된다.

책임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가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은 감성 . 상상력 . 창의력 기반의 행

지역문화에 기반한 자발적 문화예술교육 환경 구축

복 추구와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추진방식도 보다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재편

문화권의 제도적 기반과 구체적 실행력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

될 예정이다. 과거 중앙집중-공급주도형이던 문화예술교육 방식

한 필수적인 조건이며 가장 중요한 실천이 된다. 이제 새롭게 재인

을 지역특화-수요맞춤형으로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 체적인 사업으로 우선 소외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엘시스테

식되고 있는 문화권의 본격적인 실천에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민 . 관 . 학 등 주요 주체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이 더욱 활발히

마‘꿈의 오케스트라’ 의 지역거점 기관을 2017년까지 50개소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권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문화예

확대하고 지역거점별 소단위 오케스트라 기관을 양성할 계획이다.

술교육 정책전략의 이행과 함께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에 맞는 문

이와 함께 지역 내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접근성도 증대

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영역을 확장하고 심화시켜가는 고민 역시 필

하기 위한 다양한 신규 사업들도 제시되었다. 2017년까지 10개의

요할 때다.

폐교 및 폐산업시설을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아 동 . 청소년 대상‘`주말. 방학 예술 체험 캠프’공간으로 활용하고,

글 _ 홍유진 | 정책연구팀 팀장

각 지역의‘복합 커뮤니티 센터’내에 아동 특화 예술교육 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으로서 지역문 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관련 권한을 위임함으로 써 지역문화에 기반하여 자생력을 지닌 자발적 문화예술교육 환경 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사업들의 추진과 함께 지속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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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정책사업 살펴보기

문화예술로‘시시콜콜’ 한 일상의 문제를 가능성으로 바꾸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좌담

2014년,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시시콜콜時市callcall’ 이 시작되었다. 새롭게 바뀐 이름과 함께 공모지원 방 식도 확 달라졌다. 전문 문화예술교육 단체가 아니더라도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지향점에 공감하는 모든 이 들에게 열린 공모로 문턱을 낮추었다. 2014년 6월 9, 12, 18일 3회에 걸쳐 사업설명회가 열렸고 매회 100명 이상 의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도 일반 시민들에게도 열린 현장이니 만큼 시민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궁금증이 많을 것이다. 시민 문화 예술교육 지원사업 자문을 맡아온 이광준 소장바람부는 연구소, 장대철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 정상훈 사무처장사회혁신 공간 There 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화예술을 삶의 문제들과 연결하기 Q. 분야가 다양한 단체, 활동가들을‘시민 문화예술교육’ 이라는 이름으로 연결하는 공통적 가치와 지향점은 무엇인가?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하는지 궁금하다. 이광준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우리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감성적. 정서적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높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참여자 자신의 구체적인 문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력을 갖기 어렵고, 효과 또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은 쉽게 말해 각각의 개인이 접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문화예술교육의 원리나 방 법을 접목하는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문제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완화하는 것이다. 혼자가 아 닌 공동으로 말이다. 여기에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 말 그대로 시민성, 시민 주체라는 개념이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의 문제를 혼자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풀어나가며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적 활동을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장대철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기업 또는 사회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바라봤을 때 문화예술이 잘 활용되지 못 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예술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내 삶에 있으면 좋겠지 만 어렵기 때문에 마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업의 필요에서 출발해‘어떻게 문화예술을 잘 쓸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이 예술기반 경영이라면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본다. 정상훈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영역 간 융합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의 방법론으로서 접근하고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안에 시민성, 공동체 등의 가치가 내재화 되어 있다. 실제로 수많은 지역 재생 노력 가운데 시민 문화예술교육이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는 문화예술적 가치의 확산의 측면도 있지만, 사 회혁신과 지역 재생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확산하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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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연구소 이광준 소장

Q. 내부적 시각에서는 문화예술이 어떻게 일상과 만날 수 있는지,

이광준 보통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들은 정해진 장소, 정해진

외부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문화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지 고민이 서

시간, 정해진 분위기에 맞춰서, 정해진 예산만큼 하게 되는 것이기

로 만난 것 같은데.

때문에 대개 아주 정리된 환경이 아니면 힘들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광준 소위 요새 말하는 융합과정과도 같다. 예술적 원리는 어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반 교육현장에서도 교육자

에나 있을 수 있는데 다만 이것들이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 학습자에게 내용을 공급하는 구조에서 자기 주도성을 펼칠 수

를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화두를 갖고 같이 고민하고 발전시키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이

는 과정도 있는 것 같다.

다. 먼저 어떤‘환경’ 이 만들어져야 하나 고민하고, 그 맥락 안에

장대철 다양한 장르가 융합하기 위해서는 공통점, 하나의 연결점

프로그램이 어떻게 있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는 문화예

이 필요하다. 이때‘삶의 문제’ 라는 이슈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

술교육 현장에 예술강사만 있었다면, 환경을 구성하는 역할들이 더

예를 들어 나의 개인적 관심사는 에너지 환경 문제이다. 문화예술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가 홀로 주도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과 큰 연관이 없다. 그런데 삶에서의 에너지 환경을 만약‘절약한

협력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의 필요, 수준에 맞게끔 다양한 공간이

다’ 는 관점에서 풀면 문화예술교육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시

나 방식들이 창출되려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고 이것은 일반적으

민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여러 분야가 합쳐질 때 그 매개가 삶의 문

로 생각하는 예술적 창의성보다 사회적 창의성을 의미한다. 그렇기

제 혹은 생활하면서 생기는 자잘하게 생기는 욕구와 같은‘시민적

에 더욱 다양한 역량과 역할이 있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문제’ 가 아닐까 생각한다.

고 본다.

정상훈 흔히 공유, 협동, 참여, 소통을 사회혁신의 운영 원리라고

Q.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구조나 환경 안에서 진행할 내용

한다. 이러한 원리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에도 내재되어 있다. 문화

을 고민하는 것이 교육가의 주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역할 자

예술교육은 시민과 시민을 잇는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시민

체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얘기 같다. 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문화

참여를 통한 공동체 복원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혁

예술교육 전문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의 운영 원리가 문화예술교육 과정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로도 들린다.

Q. 문화예술과 삶의 문제를 연결하여 공공적 역할을 확장하고자

이광준 그렇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은 굉장히 단순하다. 예

하는 의지와‘시민적 문제’ 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술강사 모두 나름의 답답한 곳들이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문화예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관심이 서로 만났다는 이야기 같다. 다른 영

술교육 현장에서 답답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풀어놓고 해결의 실

역이 만나 만들어지는 환경에서 문화예술교육가의 역할에도 변화

마리를 찾는 것, 자신이 교육을 진행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시작

가 있을 것 같은데.

될 때 예술강사 자신이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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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정책사업 살펴보기

카이스트 경영대학 장대철 교수

경쟁이 아닌 소통 속에서 시민 조직의 성장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 Q.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공모지원 사업‘시시콜콜’ 이 지원 대상의 폭을 넓히고 컨설팅 단계를 포함한 심사과정을 도입 했다. 새로운 주체를 발굴, 육성하는 것에 주력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인다. 시시콜콜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정상훈 ‘문화적 심사 방식을 통해 시민 조직의 성장, 계기를 만드는 노력을 함께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조직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새로운 실험이지만, 문화예술의 가치와 통하 고, 경쟁이 아니라 소통 속에서 새로운 조직 성장을 지원하는 의미가 있어 이 시도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장대철 시시콜콜은 맵map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시민들이‘우리가 이런 것을 해보겠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고 제시하면, 컨설팅과 심사를 통해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지켜보는 방식이다. 효율성을 따지는 과거의 심사방식이 아니라 효과성을 보는 것이다. 기존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대안적 접근, 방법론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새로운 인프 라, 인력, 관점, 방법론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가 필요하다. Q. 지난 3년간 시민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을 지켜보면서 중앙기관으로서 집중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엿보 인다. 끝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중앙기관이 가져가야 할 주요한 과제와 역할에 대해 조언한 다면. 정상훈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공공정책이 정책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람 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예술가이자, 교육자이자, 시민성을 가지 주체이자,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하는 사회적 활동가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광준 새로운 공모를 띄우고,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사업을 실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하기 위해서 다 양한 영양분들을 개발해서 새로운 가능성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앙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사람을 찾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양한 문화자원을 결합하는 실험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 번 시민 문화예술교육 공모지원 사업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하여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또 중앙에 있는 기관으로서 아카 이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 정보를 쌓는 방식이 아니라 깊은 사례연구를 통해 사회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들 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18


사회혁신 공간 There 정상훈 사무처장

시시콜콜, 그 동안의 작은 계획과 시도를 그냥 버려두지 말고 그 고민, 함께 발전시켜보자는 손짓을 한다. 이렇게 모인 새 로운 시도들이 사례를 만들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반들이 튼튼해져서‘우리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용기가 더 많 은 시민들 가운데 싹트길 기대해본다.

정리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 _ 김은지 | 대외협력팀 인턴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2014년 2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 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통과 공감, 함 께 나누는 행복이라는 비전 아래‘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 지역화, 내실화’ 라는 3대 추진전략과 8대 핵심과제를 제시 했다. 주요 골자는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문화향유의 저변을 확대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상기 8대과제 중 문화예술교육 전달체계 개선의 세부 과제인‘다양한 주체 발굴 및 협 력’ 의 하나로 추진되는 사업으로서, 2010년의 시민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 동아리 활성화 지원, 임대아파트 주민 문 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이 추진되었다. 2011년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근로자 대상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였다. 또한 사회적 기업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지원 별별솔루션 이 시범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과 연계하여 문화예술교육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원되었다. 2012년부터는 읍, 면, 동 등 생활권 단위에서 운영되고 있는 마을도서관, 카페, 주민자치센터 등 시민문화 공간과 연계한 시민 문화예술교육 거점 조성 사업이 추진되었다. 사회적기업과 시민문화공간 대상 지원은 매년 심사를 통해 최대 3년까지 지원되었으며, 2013년에는 총 12개의 사업이 지원되었다. 2014년부터는 지난 3년간의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시민들의 일상적인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한 주체의 성장을 돕는 지원사업을 추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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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정책사업 살펴보기

범준영 교사와 최윤철 교사

‘사람’ 과‘문화’ 의 씨앗이 예술로 자랍니다 예술꽃씨앗학교 1기 선생님 인터뷰 최윤철, 범준영

전교생이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작은 학교. 예술꽃씨앗학교를 시작한 후 폐교 위기의 학교에 새로운 아이들이 찾아 오고 마을에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최대 4년간 지속하는‘예술꽃씨앗학교 지원사업’ 을 통해 아이들 모두가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특별함은 예술꽃씨앗학교의 일상이 되었다. 학교와 아이들, 그리고 마을의 생활이 된 문화예술교육의 활기가 지원사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골몰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예술꽃씨앗학교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25일, 예술꽃씨앗학교 1기 부산 금성초등학교의 최윤철 교사와 전남 여수북초등학교 범준영 교사를 만나 이 과정을 한발 먼저 거쳐온 선배 학 교로서 예술꽃씨앗학교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결국‘사람’ 과‘문화’ 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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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인 동네

최윤철 2012년 예술꽃새싹학교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역의 도움

Q. 학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랍니다.

을 조금씩 받고 있지만,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의 노

최윤철 교사이하‘최윤철’ 부산 금성초등학교이하‘금성초’는 행정구역상

력이 필요했습니다. 악기 마다 강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강사비 부

도시부산광역시에 있지만, 부산에서 가장 높은 금정산 위에 자리한 작

담이 컸어요. 강사가 여러 명이 필요하거나 소수로 수업해야 하는

은 초등학교입니다. 10년 전 만 해도 전교생이 30~40명 안팎에 불과해 한때 폐교 위기도 있었지만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사업

활동들은 과감히 폐지하면서 현실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성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1 . 2학년은 숲 체험을 하는

2008~2011년을

시작하고 꾸준히 학생 수가 늘어 지금은 120명 정도

생태교육, 3. 4학년은 연극, 무용 등 신체를 통한 표현, 5. 6학년은

됩니다. 어느 시점부터 마을에 집을 지어 이사 오는 주민들이 생겨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4시간

나 지금은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인 곳이 되었습니다.

정도 진행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은 주로 학부모들의 자원봉사 등

범준영 교사이하‘범준영’ 여수북초등학교이하‘여수북초’는 전남 여수 만

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리 해안가를 뒤로 두고 위치해 있습니다. 저희도 금성초와 마찬

범준영 여수북초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학교의 정체성이 되어서

시작하기 전에는 학생 수가 40

지속해 나가야 하는 동기가 큽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

명이 채 안 되어 폐교 위기의 학교였지만 이제는 전학생들이 늘면

여수 지역에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통해 학교 오케스트라들이 몇몇

서 92명이 되었습니다. 실제 동네 거주하는 아이들은 20명이 조금

생겨났고, 여수시교육장님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역적으로 시너

안 됩니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의 참여가 굉장히 활발합니다. 특히

지를 내며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예술꽃 종료 후에는 틀은 유지하

예술꽃 이후 전학 온 아이들 부모님들 중 만화, 건축 등 예술계통

고 있으나 본인의 부담 없이는 사실상 유지하기 어려워 올해부터

에 종사하거나 문화예술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이 많아

월 2만 원씩 수익자 부담을 시작했고 교사들도 수업 지도시간을

서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늘려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Q. 처음에 무엇이 계기가 되어 학교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

Q. 예술꽃에서 시작한 문화예술교육의 토양을 학교에서 지속적으

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두 학교에서 예술꽃이 구체적으로 어떤

로 다져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용으로 운영 되었나요?

최윤철 예산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최윤철 처음부터‘통합예술교육’분야로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것에 가

‘교과의 재료도 아이들의 지역과 특성에 맞는 것을 도입해야 하지

치를 두는 문화가 마을과 학교에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않을까?’하는 질문들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주말과 방과 후에 부

교사와 학부모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을과 연결 되어야 합니다.

모님들이 바쁜 아이들을 돌볼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

학교이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공립학교 특

어요. 문화예술과 감성의 영역이 만나니 이것을 학교 교육 과정에

성상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교사만으로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어

접목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통합예술교육’ 으로 예술

렵습니다. 결국 학교가 학부모와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연

꽃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결되느냐가 중요하죠.

범준영 여수북초는 오케스트라에 집중해 예술꽃을 운영해왔고, 지

Q. 먼저 교사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도 교사가 필요하게 되면서 2년 전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하게 되었

최윤철 예술꽃 초창기에는 갈등이 매우 많았고, 학교에 대해 불

는데 학교가 활동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방향성을

가지로

예술꽃씨앗학교이하‘예술꽃’를

지금은 이 활동과 정규교육 간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한 노력을 이

세워가면서 이제는‘금성초는 이런 학교이며, 이런 방향으로 함께

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가야 한다’ 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의 문화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1박 2일 동안 함께 학교 교육과정과

예술꽃씨앗학교가 지나간 자리, 촉촉한 토양이 지속되는 까닭

방향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의

Q. 두 학교 모두 2011년 예술꽃 지원사업이 종료되었는데, 그 이

거리를 두던 선생님들도 학기가 시작되자 실제 현장을 보고 많이

후에는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요?

생각들이 많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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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정책사업 살펴보기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 해낸 생각의 변화 Q. 학부모들과의 교류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최윤철 금성초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공유합니다. 처음에는‘우리 아 이’ 만 생각하거나 시험점수만 중요시하던 분들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지켜보면서 나중에는 학교 현장에 중요한 일원으로 함께하게 되어요.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을 활용해 직접 강사로 활동하시는 학부모들이 꽤 계십니다. 또 학부 모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방과 후 코디, 돌봄 교실 선생님, 교무 보조 등 역할이 다양하죠. 학부모들이 학교 일 에 함께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와 마을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생깁니다.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모여 금정산교육문화협 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다른 학교 아이들도 금성초의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지금은 시범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 영하고 있습니다. 범준영 제 경우에는 학부모 몇 분에게 무료로 통기타를 가르쳐드리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여수 시내 거리공연도 같이 나 갔습니다. 아직까지 전체 구성원들과 공유된 문화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학부모와 주민들과 조금씩 교류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또 지역주민들의 예산 지원도 적게나마 받고 있습니다. 학교가 있으면 마을에도 확실히 생기가 있어 주민들도 학 교가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아요. Q.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그 의미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속해 가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예술꽃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나요? 최윤철 진흥원에서 몇 년 전 예술꽃씨앗학교의 효과성을 연구할 때 졸업생을 만났습니다. 교사들도 굉장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데 낯선 사회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더라고요. 계속 예술활동 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지 만 자기 선택권이 있는 아이들로 성장한 모습을 보고 흐뭇했습니다. 범준영 사실 문화예술교육을 생각할 때 저는 예술 소양이나 감수성, 표현력에 더 집중하고 소통이나 어울림, 배려의 가치 를 궁극적인 목적에 두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2012년부터 3년간 연구학교 사업1) 에 참여해‘여수북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을 통한 자기 표현력 기르기’ 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교 육이 아이들 생활과 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의도한 것은‘자기 표현력이 길러졌 다’ 였는데 책임감과 인성 영역에 긍정적인 결과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전교생이 같이 움직이면서 연습하고, 야영도 하고 회의도 하면서 교우관계나 가정에서의 생활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치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생각도 들 었고, 문화예술교육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우리 학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었을 때 한 아이의 대 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내가 우리 학교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주어요.”참 감동적이었어요. Q. 선생님들에게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최윤철 사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는 제가 생각하는 교육과정, 교육목표를 그대로 끌고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문화예술 교육이 하나의 소통 방법이잖아요.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이니까. 저도 문화예술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보이기 시작했고‘내가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고, 내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속에 숨어있는 권위의식을 발견하고 나니 교육의 관점, 철학이 많이 바뀌었어요.

1) 연구학교 지자체 교육청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한 주제에 대해서 정해진 기간 학교 전체가 연구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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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준영 ‘아이들에게 배운다’ 는 말이 있잖아요. 으레 넘겼던 말인

되고, 학교에 문화가 자리 잡으면 교사가 떠나도 문화예술교육을

데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 처음 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지속하는 힘이 생깁니다. 아이들이 졸업 후에 활동이 단절되는 것

데 저보다 악기를 더 잘 다루는 아이들이 있어서 놀랐어요. 늘‘내

이 너무 아쉬운데 인접 지역에 예술꽃중학교가 있으면 아이들이

가 더 잘 아는 상태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쳤구나’깨닫게 되

활동을 지속하고 문화예술교육이 학교의 문화로 정착하는 데 큰

었죠.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를 내려놓고, 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심으로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범준영 초창기보다 성과와 효과성에 대한 요구들이 조금 늘어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과를 공유하는 것도

사람과 문화를 정착시키는 예술꽃씨앗학교로 성장하길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사람이나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Q. 올해 예술꽃을 마무리하는 2기 학교나 새롭게 시작을 준비하는

고민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이루어지면 한층 현장이 성장할 수 있

6기 학교들에게 선배학교로서 조언한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

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으세요? 최윤철 아이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술꽃

금성초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부터 예술꽃씨앗학교와 새싹

을 하면서 예산에 의존하게 되면 사업 종료 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

학교까지 2006년부터 지난 8년 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지구를

아가게 됩니다. 결국에는 하나의 방향성을 토대로 사람을 남기는

떠나 금성으로 온 이유>를 펴냈다. 학부모들이 직접 자료수집부터

것이 중요하고, 그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문화예술

시작해 하나하나 엮어 만든 책이다. 학교를 거쳐 가는 사람들에게

교육에 공감한 교사는 다른 곳에 가도 그 관점을 뿌리내릴 수 있게

학교의 문화를 이어가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이 책이 최윤철 교사

되고, 학교에 문화가 자리 잡으면 교사가 떠나도 문화예술교육을

와 범준영 교사가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 사람과 문화를 남기는 일

지속하는 힘이 생깁니다.

이 현장에서 힘있게 실천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범준영

좋은 공연을 보면서 문화적 소양 쌓는 것도 좋은 일이지

2014년 예술꽃씨앗학교 2기 16개 학교는 4년간의 사업을 종료했

만 큰 공연이나 체험학습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기 보다, 같은 예 산으로 학부모들을 불러서 소통하고, 자녀와의 관계. 부모 역할에

다. 2015년에는 약 13개 학교가 6기 학교로 새롭게 함께한다. 사

대한 연수를 진행하는 것 같이 장기적인 투자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기이다. 선배 학교들이 먼저 경험한 시행착오

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와 문화예술강사가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

와 고민, 그리고 시도들이 학교 안에 문화예술교육이 꽃 피우기를

램도 좋고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갔기를 바라본다.

업을 마무리 하는 학교도, 시작을 준비하는 학교도 새로운 시도를

아이들한테 영향이 가거든요. 또 집에 가서도 이어질 수 있게 학부 모들과의 지속적인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예술꽃을 거쳐 간 학교로서 지원사업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 면 나누어 주세요. 최윤철 아이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술꽃

최윤철. 부산 금성초등학교. 2007년 부산 금성초등학교예술꽃씨앗학교 1기에 부 임해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의 시작부터 예술꽃 새 싹학교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였다. 범준영. 전남 여수북초등학교. 2012년 전남 여수북초등학교예술꽃씨앗학교 1기에

을 하면서 예산에 의존하게 되면 사업 종료 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

부임해 오케스트라 교육 지도와 연구부장을 맡고 있다. 본인이 경험한 예술의

아가게 됩니다. 결국에는 하나의 방향성을 토대로 사람을 남기는

재미를 아이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예술꽃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것이 중요하고, 그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문화예술 교육에 공감한 교사는 다른 곳에 가도 그 관점을 뿌리내릴 수 있게

글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_ 정이슬 | 대외협력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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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2014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울산문화예술교육 세미나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이하여 2014년 5월 26일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예술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되짚어보고자 문화예술교육 세미나‘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를 마련하였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 이들을 위한‘엘 시스테마’예술교육이 사회적 변화를 이루어 낸 사례처럼 예술교육이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모 색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로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발행 저자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의 번역자인 백경미 UNIST 교수와 김경숙 교감의 발제에 이어 한〈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전문가들의 토론과 객석토론으로 이어졌다.

예술의 처지는 한국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다 백경미 교수는 발제에 앞서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의 저서,〈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를 번역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배 경에 대해 언급했다. 예술교과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던 수년 전, 백경미 교수는 뉴욕에서 유학 중이었다. 당시 한국에 서는 예술과목의 점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책을 세우고 있었다.‘예술을 점수로 평가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는 충 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점수 제도가 폐지되면 해당 과목은 학교 교육에서 축소되거나 폐지되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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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우려한 많은 예술교육 관계자들은 이 정책의 시행을 저지하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가능한 방

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2009년 개정교육 과정에서

법을 모색하자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예술교육은 선택교과로 전락하고 말았고, 우려대로 예술과목들의 위상은 크게 위축되었다.

예술의 도구적 가치보다는‘본질적 가치’ 에 대한 검토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유네스코가 예술교육을 지지하는 범세계적

다음은 기존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주요 흐름인‘예술의 도구적 가

인 캠페인을 벌이거나 영국에서의 예술교육이 약화되는 경향으로

치’ 보다는‘예술의 본질적 가치’ 에 대해 검토해 보는 토론이 진행

보아, 비단 한국 교육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으로

됐다. 토론의 진행은 허영란 교수가 맡았다. 임연희 울산예고 무용

발제를 시작했다.

교사와 채순희 예술강사는“학교예술교육이 상상력, 창의력보다 기 능적 요소에 치중해 있는 것” 에 대한 문제점과“융합교육에 있어

‘상자 밖에서’배우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교육

예술의 본질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도구적 활용에 그치는”문

백경미 교수는 학교교육 내 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지배적인

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차중 교수와 강종진 원장은

교육이념에서 예술의 지적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예술의

“예술의 인지적 기능과 함께 예술만이 가지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고유한 특성과 폭넓은 사회적인 지지기반 구축에 대한 논의로 발

검토” 와“이러한 예술의 특성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육

제를 이어갔다. 백 교수는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머리만 키우

주체들이 학교 안팎에서 노력해야 한다” 고 제언했다.

고 가슴을 키우고 있지 못한 현실과 많은 것을 품고 고민하며 경험

또한, 한승모 인제남초 교사는“예술의 본질적 가치 추구의 비판

해야 할 재기발랄한 나이에 입시 위주의 경쟁구조 속에서 10%의

적 성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능중심, 엘리트 중심의 예술교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 90% 아이들까지도 불필요한 학문을 강요당

육” 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학교예술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은

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예술은 우리가 아는 것, 그 위에

통합문화예술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견해

구축하는 것, 주어진 것을 넘어서 상상하는 것, 그리고 보는 것” 이

를 밝혔다.

며“상상, 이야기, 묘사를 통해서 독특한 질문들을 제기할 수 있도 록 돕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인간의 경험과 이해를 구체화하

‘예술’ , 확산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요소

는 예술만의 특별한 능력을 기반으로, 문자나 숫자에 의존하는 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예술’ 이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확산적

해를 넘어서 이미지를 매개로 하는 폭넓은 지식구성을 돕고, 학생

Divergent Thinking, 사고문제에 대해 가능한 여러 답을 다양하게 산출능력과

들이‘상자 밖에서’배우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전인교육을 위한

배양시키는 요소임을 다시 한 번 인지했다. 더불어 공교육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것” 이라고 제시카 호프만 데 이비스의 말을 인용하여 정의했다.

의 예술교육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예술적 경 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적 . 성찰적 역량을 북돋워 줌으로써 개

최근 10여 년간 창의적 인재와 예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증가함

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의 문화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임을 확인

에 따라, 학교 교육에 예술을 적극 융합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

했다. 입시제도에 따른 예술교과의 푸대접은 시대 흐름의 과정에서

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융합교육정책이 그동안 비주류과목으로서

극복될 것으로 감히 낙관해 본다. 지식 교과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교육적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왔던 예술을, 다시 한 번 도구적으로

예술은 평가가 불가능하다. 지식 중심시대에서 예술이 겪는 어려움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예술이 진

은 예술의 가치 제고 과정에서 점차 회복되어 갈 것이며, 도구적

정한 창의성 발현의 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예술 고유의 특성

가치와 본질적 가치가 끝없이 싸우고 때론 협력하면서 보다 바람

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 논의가 필요한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

직한 인간상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 김경숙 교감은‘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제고’ 라는

이번 세미나가 예술과 예술교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인 지지기반

주제로 학교예술교육의 필요성과 학교현장의 예술교육 현황, 학교

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향후 교육청 관계자, 교사, 전

현장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 및 제언을 하였다. 학교현장 문화예술

문가,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의 협의, 논의구조를 만들어, 예술교육

교육이 타 교과에 비해 교과 시수가 부족하고, 폭넓은 예술적 심성

을 통해 우리의 교육현실을 변화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

함양교육이 되지 못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기능을 다 하고 있지

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창의력을

못한 점, 이론이나 매체 중심의 예술경험이 집중되면서 다양한 체 험중심의 문화예술교육 기회가 부족함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입

글 _ 박은정 |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총괄팀장

시중심의 점수 따기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예술교육은 영원히

사진 _ 박정훈 |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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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삶의 사건이 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 2014 경기 국제문화예술교육 워크숍‘천국으로 가는’

2014년 10월 7일부터 9일까지 2014 경기 국제문화예술교육 워크숍‘천국으로 가는_Stairway to Heaven’ 이 안산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렸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번 워크숍은‘우리는 어떻게 다름을 느끼고, 사유하 는 법을 배울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으로‘감각’ 에 주목한다. 머리보다는 몸, 이성보다는 감성, 오감을 넘은 육감.‘조금은 다른 감각으로 사유하며 자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가능성’ 을 말하고 직접 탐험하며 느껴보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2박 3일간 강의와 체험활동으로 다채롭게 구성된‘워크숍’ 이 열렸다. 워크숍 첫날은 미술평론가인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정책개발팀장의 강연‘황금우물과 장구杖鼓 ‘몸각’ 을 들깨우는 빛무리’ 로 문을 열었다. 김종길 팀장은 동양 문헌과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몸을 들깨우고 자기 안의 고유한 씨앗을 발견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짚어나갔다. 이어 진행된 일본, 한국 그리고 네팔의 사례발표에서는 우리가 지나쳤던 ‘숨은’혹은‘소외된’감각이나 이야기들을 다시 우리 삶의 감각으로 들여오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 데시마 섬, 지역문화로부터 시작되는 예술 리키 아키

작가Rika Aki, Teshimanomado 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일본 세토내해에 있는 작은 시골 섬 데시마에서 커뮤니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나오시마 섬 동쪽 가까이에 있는 섬 데시마는, 1980년대 불법 산업폐기물이 버려져 아직까지도 세척작업 이 진행되고 있는 땅이며, 버려진 섬들을 문화예술을 통해 재생시키고자 하는 일본의 지역진흥 정책지원사업의 현장이기 도 하다. 리키 아키는 2년 전 지역진흥정책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 섬과 인연을 맺었다. 도쿄와 섬을 왔다 갔다 하기를 1 년, 온전히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1년 전부터 아예 섬에 들어와 살고 있다. 지역의 문화 안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다시 지역과 공유하는 그녀는 요즘 지역민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낚시 도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지역주민들이 오가며 머물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오래된 낚시 도구를 전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도구 를 사용했던 동네 어르신들은 종종 어린 세대들에게 이 도구의 사용법과 자신들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었지만 그녀에게는‘예술’ 로 보였다. 도구의 조형미 때문이 아니다. 도구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 그 리고 그것이 이끈 창조적 힘 때문이다.“이 도구가 생기기 전을 상상해보세요. 그때는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겠죠. 말하자면 물고기는 미지의 세계였어요. 물고기가 저기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에 대한 삶의 필요가 있고, 그것을 잡고 싶다는 욕망 이 있었을 거예요. 이 세 가지 조건이 만나 상상력을 자극했고 결국 낚시 도구라는 창작물을 만들게 된 거잖아요. 이 도구들 을 볼 때마다 당시 사람들이 가졌을 욕망과 그것이 이끌어낸 상상력과 창조성을 생각하면 너무 놀라워요.”

한국 제주도, 해녀학교를 만나는 재주 좋은 작가들 제주도에서 올라온 특별한 손님들도 있다. 제주도 사람 임명호

교장제주한수풀해녀학교과

육지에서 내려와 이제는 제주도 사람이

된 조원희, 김승환 작가재주도 좋아다. 제주한수풀해녀학교이하‘해녀학교’는 제주도의 해녀문화를 지속하고 전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일반 시민들이 해녀문화를 배우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조원희, 김승환 작가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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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생이다. 제주도가 좋아 제주도를 찾은 이들에게 해녀학 교는 제주를 경험하는 구체적인 시작이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제주를 바라보고 또 그곳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중요한 경험적 밑거름이 되었다. 조원희 작가는 자맥질을 하며 바다 바깥이 아닌 속에서 바다가 직면한 문제를 만났고, 물속에서 온전히 자기 호흡 으로 버티며 에너지를 분배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자맥질과 스킨 스쿠버 다이빙의 차이점은 자기 숨으로 들어갔다 가 그 숨을 남겨서 떠오르는 과정이에요. 잘하는 친구들은 몇 분 씩 가기도 하지만 저는 숨이 짧아요. 내가 가진 숨의 길이를 확인

며 산 위에서 펼쳐지는 행사의 특별함과 더불어 필름 페스티벌의

하고, 자기가 가지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힘을 안배하고, 버리고,

사회적 의미도 함께 조명하였다. 첫날 워크숍은 남아시아 전통음악

가벼워져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에너지를 분배하는 힘과

공연과 히말라야 필름 페스티벌 영상을 보며 밤늦은 시간까지 이

방법을 지금 하는 작업이나 삶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졌다.

조원희, 김승환 작가는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비치코밍beach

이튿날 참여자들은 인도전통춤으로 아침을 시작해 연극을 만들고,

-combing, 해안가에 밀려든 쓰레기를 줍는 행위개념을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을

오후에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산도 탔다.“바닷속

통해 제주의 바다를 지키고 보호하고 즐기는 방법을 나누고 있다.

에서 숨을 참는 상태, 높은 산을 오르면서 숨을 고르는 상태. 그럴

해녀학교 이후 제주에서 삶을 보내며 덜 벌고 덜 쓰며 작업에 집

때 느끼는 감각은 조금 다른 상상력을 만들지 않는가. 일상에는 존

중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자맥질하며 호흡과 에너지를 분배

재하는데 시각적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는 것이‘문화

하는 방법이 고스란히 그들의 작업과 삶에 배어 들어간 것이다.

적 상상력’ 이라고 생각한다. 눈앞에 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 하지 못하면 어떻게 예술작품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일

네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상에서 직면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개별적 감각, 즉 자

‘지금, 우리 삶’ 과 연결하기

기 감각이 굉장히 살아있어야 한다.‘삶이 사건이 되는 순간’ 이라

네팔에서 두 명의 손님 찾아왔다. 첫 번째로 로찬 리짤 교수Lonchan

는 것이 있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이 사건이 돼버린 순간. 제주

Rizal, 카트만두 음악대학 교수, 음악가는

음악 활동을 전업으로 하던 민족의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며 호흡을 분배하던 경험이 작가들에게 그랬

사회적 역할 축소 및 심각한 생계 부담으로 점차 그 명맥이 끊기고

던 것처럼. 흔히 예술이 삶에서 사건을 만들게 한다고들 한다. 그

있는 네팔 전통음악의 계승 현황과 미래를 소개하였다. 그는 전통

순간은 자기 감각을 신뢰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_ 김월식 작

계승이 결국‘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해질 것인가’ 의 문제라는 점

가/기획자

에서 이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지역 음악의 보존과 더불어 지역 음악가와 현대 음악가 간의 활

경기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함께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김월식

발한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를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삶에 접목을

작가커뮤니티 아티스트/문화예술교육 기획자는“천국이 감각의 다른 말일 수

시켜야 함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그는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있겠다” 고 말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자주 등장한 천국, [개별적] 감

4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악기 아르바자Arbaja의 유일한 생존 연

각, 몸각 등의 표현은 모두‘자신의 고유성에 대한 성찰’ 이라는 하

주자였던 한 할아버지를 찾아 그의 연주 목록을 기록하고 이를 현

나의 연장 선상 위에 놓여 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고영직 문학평

대적으로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어서 바산타 타파 의

론가는“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장Basanta Thapa, 카트만두 국제 산 필름 페스티벌이 카트만두 국제 산 필름 페

하였다. 만약 특별한 삶의 순간을 누리기 위해 흥미진진한 사건을

스티벌이하‘KIMFF’에

대해 소개하였다. KIMFF는 2000년 산 위의

기다려 왔다면, 이번에는 내가 쓰지 않던 몸의 감각을 조금씩 깨워

필름 축제로 시작해 히말라야를 품은 이 도시의 주요한 행사로 자

보는 것은 어떨까. 그 감각을 통해 불현듯 일상의 한 조각이 우리

리 잡았다. 그는“네팔 국민들이 세계적 이슈와 더불어 도심 바깥

에게‘사건’ 이 되어 찾아올 수도 있을 테니.

지방에서 벌어지는 네팔 내 인권 문제 등을 접하고, 이러한 이야기 를 삶의 문제로 인식하는데 KIMFF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 _ 정이슬 | 대외협력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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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교사가 예술가와 만났을 때 2014 인천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포럼‘별빛살롱’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예술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포럼‘별빛살롱’ 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0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교사가 예술가와 만났을 때교사와 예술가의 문화예술교육 협업 사례〉 를 주제로, 실제 학교에서 예술강사와 수업을 진행한 두 명의 학교 교사 와 함께 협업에 대한 솔직 담백한 토론을 진행했다. 하나의 수업을 위해 교사와 예술강사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 를 가져야 할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보자.

예술가의 전문성 + 교육가의 전문성 발전 방향 모색하기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의 많은 학교에 예술가가 파견되고 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학교에 파견된 예술가는 담당교사와의 협력 하에 연간 프로그램을 기획 . 운영하며, 관련교과기본교과, 선택교과는 교과 교사와 예술가의 협력 수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술가의 예술분야 전문성과 교사의 교육 전문성이 만나 더 나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장은 참 어렵다. 현재 시스템에서 담당교사와 예술가는 서로의 요구나 관심사를 알 겨를도 없이 급하게 만나 논의하고 수업을 바로 진행해야 하니 협업은 언감생심, 좋은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무엇이 문제일까? 통상 주제를 정할 때 센터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정하곤 하는데, 올해 앞선 주제8월: 마을에서 만나고 싶은 예술가, 9월: 교사 주도 문화예술교육 사례의

연장 선상에서 학교에는 어떠한 예술가가 필요할까 궁금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교사와 예술가 사이에 진정

한 의미의 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 무엇이 어려운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10월〈별빛살롱〉 은 인천에서 교사로서 예술가와 협업 사례를 가지고 있는 김은주인천여자공업고등학교, 한만수 교사인천 대건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예술을 즐기고 느낄 줄 아는 교사, 아이들의 이름을 편하게 불러줄 예술가 김은주 교사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수업 시간미술 교과이나 학교 축제를 통해 실행해 온 내용들지 역기획자와 함께 다문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진행 사례, 축제에서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축제 무대 디자인과 커다란 팝업북 만들기 사례 등을

사진 자료와 함께 보여주

었다. 김은주 교사는 주로 자신이 필요한 예술가가 어떠한 사람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협업의 좋은 점은 예술가들의 신선함이 교사에게 자극이 되고, 수업이 풍성해지며, 교사의 성장과 아이들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려운 점은 협력함에 있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조심성이 생기게 될 때와 그 분야의 전문가인 예술가와 의견 차이를 보일 때를 예로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학생들을 중 심에 두고 많은 대화를 통해 극복하는 것,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예술가와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예술가의 프로그램에 끼어든다는 생각이 아닌, 예술가와 함께 창작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협업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만수 교사는 정책사업인〈예술강사 지원사업〉 에서 만난 연극 분야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연극이라는 장르를 본인의 수업국어 교과부터 학교 전반, 창의적 체험활동, 축제, 교사 뮤지컬까지 확대했던 사례를 설명하였다. 한만수 교사가 생각하는 협업의 좋은 점은 예술가가 학교에 오면서 학교 문화와 풍토가 변화되었다는 점과 혼자 운영할 때에 비해 교육의 질이 높 아지고, 운영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또, 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서로 간에 이해가 없이 예술가와 협업하기란 상당 히 어렵다는 점을 일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한만수 교사는“교사는 먼저 예술을 즐기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 학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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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끊임없는 대화가 보다 발전된 수업을 만드는 지름길 김은주, 한만수 교사 Q. 협업 시 예술강사의 커리큘럼을 인정하고 약간의 조율을 더하 는 방식인가,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가는 방식인가? 김은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면서 역할을 재정립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한만수 하고자 하는 것이〈교육연극〉 으로 뚜렷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커리큘럼은 비슷한 편이다. 연간 계획을 잡을 때 교과 공간이 낯설 수 있는 예술가를 배려하고, 많은 소통 기회를 가져야

와 연계된 뼈대를 제시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함께 이야기해서

하며 예술가는 학교에 관심을 보이고 함께 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구체화한다.

한다” 고 강조했다. 학교에는 더 많은 예술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Q. 예술가로서 예술적 감성을 전달하고 싶은데 교육학적인 것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강사, 학교가 문

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도 협업이 가능할까?

화예술로 행복해지도록 지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며 함께 할 수 있

김은주 예술 분야의 테크닉적인 것들에 집중할 게 아니라 그것

는 강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학교 현장에 있는 예술가

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서로‘전문 영역을 건드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깨야 더 좋은

발표의 공통적인 내용은‘서로에 대한 관심, 소통, 존중이 무엇보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다 중요하다’ 는 것이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교사는 외 부에서 오는 예술가를 배려하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함께할 수

이외 이날 <별빛살롱>에 함께한 참여자들은 교사와 예술가의 구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하고, 예술가는 장르에 대한 전문성을

체적인 협업에 대해‘현재 교사와 예술가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되

기반으로, 자신의 것만 추구하기보다는 교사와 함께 소통하고 논의

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교사와 예술가가 사전에 충분히 소통할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는 의견과‘예술가를 필요로 하는 교사가 있고 그 교사가 맞는 예술가를 만나야 협업이 가장

열정과 감동, 호기심과 짜릿함, 협력 관계의 원동력

효과적일 수 있다’ 는 의견을 나누었다.

서로의 확실한 마음을 잘 모르지만,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두 근거림이 생겨난다는‘썸’ 의 상태. 남녀 사이의 이성적인 감정 말 고도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하는 일이나 관심사에 대한 호기심, 어떤 사람의

김은주. 인천여자공업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학교 현장에서 지역 기획자나 예술가와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인천미술교육연구모임 ‘틔울’활동을 통해 미술교육 대안교과서「시각문화교육 프로그램」 을 함께 펴내 기도 하였다.

생각이 나와 일치할 때 느껴지는 짜릿함,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쏟

한만수. 인천대건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연극반을 운영하면서 예

는 열정에 감동했을 때의 두근거림과 같은 작용들이다. 교사와 예

술가와 협업을 꾸준히 해왔다.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현재 교사극단‘나무를 심

술가 사이에서도 이러한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면 꾸준히 좋은

는 사람들’ 에도 몸담고 있다.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사진 _ 정진주 |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천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포럼〈별빛살롱〉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0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운영하고 있는 열린 모임이다.매년 4~11월 지역에서 활동하는 .

문화예술교육 관련 매개자예술가, 교사, 활동가, 기관 단체 실무자 등와 사업 단위로 건조하게 만나다 보니 보다 편안한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시작 되었다. 주로 문화예술교육 관련 주제로 초대 손님을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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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우.리.지.금.맞.나」& 「바람, 바람, 바람」 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전라권역・경상권역 운영단체 워크숍

지역 특성화 지원사업 운영단체 워크숍은 사업의 의미와 과제를 공유하고, 지역 활동가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자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처음 마련되었다. 2014년에는 각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워크숍 프로그 램을 직접 기획.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희망 지역에 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기획. 진행에 협력하 고 있다. 지난 여름, 전라권역과 경상권역에서 각각 진행된 워크숍 현장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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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뜨거운‘맞남’ 의 자리「우.리.지.금.맞.나」-전라권역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서툰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정산 및 관계자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해가 쨍쨍 내리쬐던 2014년 7월 24일. 전라

들의 지나친 관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장애인, 미혼모, 고려인

남도 담양에서 뜨거운‘맞남’ 이 있었다.‘우리 지금 맞나’ 라는 주제

등 특수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나를 벗는’모둠

와‘2014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전라권역 수행단체

은 문화예술교육과 사회복지 사이에서 겪는 혼란, 충분하지 못한

고민파타 워크숍’ 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맞남’ 은 전남과 전북,

교육공간, 사업계획서 작성 시 진흥원이나 센터에서 요구하는 방향

그리고 광주에서 모인 문화예술교육 예순다섯 단체전남 17, 전북 27, 광주

과 교육과정 중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의 불일치와 이러한 사

21 곳가

업구조에 대한 고민, 참여자의 계층, 연령층 등 개인적인 특성과 성

이틀 동안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맞남’ 을 기획하고 추진한 전남, 전북,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

향 조율의 어려움, 30차시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사업을 운영해야

터 소개로‘우리 지금 맞나’워크숍의 문이 열렸고, 광주 책문화공

하는 구조적 한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간 봄의 정봉남 관장, 전북 미술공감 채움의 고보연 대표의 지역문

전통문화를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는‘흙 냄새가 나

화예술교육 사례 나눔으로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곧이어 예순다섯

는’모둠에서는 대상자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유도

단체는 모둠별로 자리를 잡고 앉아 본격적인‘맞남’ 을 시작했다.

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와 비참여자간의 관계, 참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수행단체라는 공통분모를 가

여자들간의 소통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고 하며, 문화와

진 이들이 모여 서로 다른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해 각각‘조용히

문학 단체들이 모여 앉은‘조용히 시끌벅적한’모둠은 연속성과 지

시끌벅적한’ ,‘흙냄새가 나는’ ,‘나를 벗는’ ,‘마음 소리를 맞추는’ ,

속성에 대한 고민과 참여자와 공유하는 비전 설정에 대한 고민을

‘할애들아

노올자’ ,‘가장 HOT한’등 재미있는 이름의 여섯 모둠

으로 헤쳐 모였다. 여섯 모둠은 의자나 바닥에 자유롭게 둘러앉아

이야기했다. 컨설턴트로 자리한 정민룡 관장광주 북구문화의집과 이경진 연구원전북대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부터 사업운영, 1년 차의 고민부터 10년 차의

무형문화연구소이

고민까지 나누었다.

고 공감하고 노하우를 나누었고, 이어서 모둠별 난장토론에서 얻어

오후 나절 동안 여섯 모둠에서 모인 고민은 참으로 많았다. 문화예

진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술교육 프로그램과 전문분야를 매개하는 단체들이 주로 모인‘가장

워크숍 참여단체 중에서는 이번‘맞남’ 을 통해 전남과 전북, 광주

HOT한’모둠은 보장되지 않는 사업의 연속성, 참여자 간 소통의

의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살펴

필요성, 영상 등 전문분야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겪는 한계와 어려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프로그램과 단

모둠별로 다니며 오후 나절 동안 모인 고민을 뜯어보

움, 참여자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 안전사고

체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이 끊임없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우

와 장비대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도

리 지금 맞나’ 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전우애 비슷한

시와 농촌에서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는‘할애들아 노올자’모둠은

감정을 느끼며,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

향유기관과 교육대상 선정의 어려움, 신생단체 입장에서 겪는 교육

는 워크숍이 되었을 것이다.

대상의 지속적이지 못한 참여에 대하여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과 관련하여 사업을 진행 중인‘마음소리를 맞추는’모둠의 경

글. 사진 _ 이다롱 | 광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3기 통신원

우에는 참여자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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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바람, 바람, 바람」 , 다시 신나는 일상을 꿈꾸다 - 경상권역 2014년 8월 27일, 28일 경북-울산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단체 워크숍〈바람, 바람, 바람〉 이 진행되었 다.‘지치고 힘든 일상을 뒤로하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너와 내가 만나, 다시 신나는 일상을 꿈꾸다’ 라는 부제로 경북과 울 산 지역 특성화 지원사업 운영관계자 40여 명과 함께한 이번 연수는, 참여자들이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로서의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이번 연수를 총괄 진행한 이현혜 팀장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은“다른 지역과의 만남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 좋았 던 점, 힘들었던 점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내가 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지’ 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을 터놓고 나누며 혼자 고민하던 것들을 같이 공감하고 공유함으로써 많은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말 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워크숍 일정 중 경남지역 문화시설을 방문해 지역예술가와 기획자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 험을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꼽기도 하였다. 이 팀장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내가 속한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곳에서 문화예술을 하고 있는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며,“문화예술교육의 콘텐츠와 사례를 강의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서 경험하고 느끼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지역 간 교류와 소통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며“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역 간 기획사업과 네트워크가 더 활성 화될 필요가 있다” 는 바람을 전하기도 하였다.

INTERVIEW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판을 만들다 광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임아영 인터뷰 Q. 광주, 전남, 전북 모두 3개 센터가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도 그렇고,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 등 여러 사업이 진 흥원에서 지역으로 넘어온 지 3~4년 되었는데요. 흙에 물주고 거름 주다 보니 이제 사업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듯 합니다. 중심을 잡게 되니 다른 곳을 볼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한날 한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됐어요. 전라도에 서는 누가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지‘모태 보믄 괜찮지 않것냐’ 고 전남센터의 김수재 선생님과 전북센터의 김 용운 선생님과 전화를 주고받기 시작했죠. 물론 사회교육팀에서 판을 깔아주어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고요. Q.「우.리.지.금.맞.나」 ,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기획하게 되었나요? 이번 모임은 두 개의 노래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해요. 하나는 리쌍의‘우리 지금 만나’ 입니다.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 다.“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말문이 막혔을 때 네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몰라. 몰라, 몰라, 나는 절대로 몰라.”문화예 술교육이 대체 무언지 혼란스럽고,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 우리 들이 일단 만나서 서로 묻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이렇게 많은 이들이 각자의 철학과 소신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라며 힘 받고 돌아가시길 바랐어요. 다들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귓가에 맴돌던 노래는 산울림의‘너의 의미’ 였습니다.“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 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당장 만나면 마냥 즐거울 줄 알았는데 아 니었습니다. 모두의 고민은 깊고 치열했고, 틀에 짜인 시공간 안에서 그것을 풀어내고 공감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원기관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원사업의 한계와 맹점을 인정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문화 예술교육이 무어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좋아서 하는 일’ , 그리고‘사서 하는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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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역특성화 사업 현장에 계신 분들의 고민들을 직접 들어보니

면 했지만, 어쩌면 저희들이 더 힘 받고 돌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땠나요?

Q. 이번 자리를 통해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맞나추

교육대상, 곧 함께하는 이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그들이 원하

진위원단’ 은 어떻게 되나요?

는 것을 어떻게 끌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같이

‘맞추위’ 는 영원합니다.‘맞나’끝내고 셋이서 전북센터에서 모였

밥을 지어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강사들이 불쑥 장기자랑

어요. 사실 아쉬웠어요. 세 지역의 특성이 각각 다르고 욕구도 다

을 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음 모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

른데 너무 일찍 한 자리에 모인 건 아니었을까, 각 센터가 단체와

아 실현한다’등 원포인트 레슨을 서로 해주시더라고요. 또,‘소

활동가 분들을 제대로 알고 있나, 두 분의 해결사가 여섯 모둠을

통’ 과‘지속’ 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렸어요. 그리고 그

소화하기는 너무 벅차지 않았나 등 통렬하게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날의 토론을 물 끓이기에 비유하면 끓는점이 100도가 되었을 때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동지들을 만나 벅찼고, 센터

냄비 뚜껑이 열리며 터져 나온 질문은“도대체, 문화예술교육의

의 역할에 대해 다시 깨우쳤으니‘처음’ 에 의미를 두고 꾸준히 해

본질은 무엇이냐” 였습니다.

보자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내년에는 센터, 단체가 함께 이 워크

Q. 3개 센터가 같이 모여서 이런 자리를 진행하는 특별함이 있었

숍을 기획하고 실행해보자 다짐했고요. 살면서 이웃과 동지를 만나

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는 일은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맞나 보려고 만나보려고

여럿이 기획해서 마무리까지 함께 했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센터

합니다.

끼리는 물론이고, 센터 안에서도요.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라 같

Q. 이 자리를 만들어간 분들, 참여한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이 하면 못할 게 없겠더라고요. 매주 한 번씩 만났습니다. 저희들

우.리.다.시.만.나.

은 문화예술교육과 활동가분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간 많 이 괴롭고 외로웠나 봅니다.‘우리는 대체 그간 무얼 했나, 우리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나, 우리 지금 맞나.’바쁘답시고 외면했던 질 문들, 저희도 무척 되묻고 싶었거든요. 활동가 분들이 힘 받으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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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2014 주요 현장 . 지역 살펴보기

학교 교육과‘통’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그리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정보자료관 ‘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 잡기’ 프로그램

창의력 증진이 미래 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대두되면서‘융합’혹은‘통합’수업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 다. 문화예술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창의 교육 담론의 가장 뜨거운 현장인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식의 통합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벤트성 문화예술교육 수업이 아닌 아이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지난 9월 22일,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정보자료관에서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부킹토킹booking-talking 두 번째 이야기‘창 > 프로그램이 열렸다. 예술교육 관련 서적과 자료들이 잘 정돈된 공간 안쪽에 의ㆍ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잡기이하‘부킹토킹’’ 20명의 참여자들이 모였다. 이날은 4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차로, 그동안 배운 내용과 본인의 예술활동을 바 탕으로 실제 수업 지도안을 짜보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에 앞서 교육 멘토 이경원 교사서정초등학교가 나누어 준 유인 물에는 예술강사들이 정규교과 과정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정보원1)과 이날 워크숍의 주제인 수업계획안 작성 가이드가 빼 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예술강사의 창의 . 통합 수업을 위한‘맥脈’ 은 바로‘교육과정’ 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바로 옆 서가에서 필요한 교과서 지도서를 찾아보며 자신만의 통합수업 지도안을 완성해갔 다. 이경원 교사는 시각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인드맵을 그리도록 독려했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거치면 글 로만 적었을 때에 비해 수업계획을 설명하거나 공유할 때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실제 학교에 제출할 수업계획안의 첫 페 이지에 삽입한다거나 아이들에게 수업내용을 설명할 때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라고 이경원 교사는 덧붙였다. 교육 멘티로 참여한 전숙희 예술강사영화분야는 자신만의 통합수업 지도안으로 역사와 영화수업을 결합한 수업계획 마인드 맵을 만들었다. 주사위를 펼친듯한 도면 안에 한 칸 한 칸 수업의 키워드와 목표, 그리고 내용을 그려 넣었고, 이를 작은 책처럼 접어 하나씩 펼치며 설명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완성했다. 올해로 11년차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숙희 강 사는 평소 교육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영화로 표현해보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음악이나 미술 등 다른 예술장르와의 통합을 시도해나갔고, 이제는 교과와 연결해 학습적인 부분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통합수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르간 융합은 예술강사로서 자연스러운 고민이 라 하더라도 타 교과와의 연계를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물론 예술강사의 수업이 교육과정 안에서 다른 교과 와 반드시 접목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교에서 오히려 아이들의 문화예술체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1)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NciC에서는 조선시대 교육과정부터 가장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 원문과 해설서를 과목별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독일, 프 랑스, 영국, 핀란드 등 세계 교육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세부교육과정은 각 학년의 과목별 지도서를 참고하는 것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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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죠. 사실 아이들이 영화수업 시간에 재미로 영화를 보는 것을

있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경원 교사가 혁신학교에

기대하고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수업이 그저 이벤트 성으로

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도했던 통합수업 이야기라 그런지 실제로

끝나지 않고, 또 영화가 아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인성교육

접목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고 말했다.

과 함께 교과적인 부분도 접목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

통합수업을 향한 열쇠가 교육과정에만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어요.”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학교 현장의 환경과 필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접하는 교육의 내용과 맥

교과과정, 예술교육과 교과가 만나 배움의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연결고리

락에 대한 이해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지금보다 풍성하게 만들 어 줄 수 있을 거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들이 다른 교 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학년별 교과별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등 ‘교육과정’ 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정보자료관

이경원 교사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활동이라면‘교과과정’

<부킹 토킹 두 번째 이야기‘창의 . 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 잡

이라는 큰 틀 속에서 움직이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 >가 열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정보자료관

‘교과과정’ 이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가 있을 때 예술이 학교 안의

은 2009년도에 남산 드라마센터가 리모델링되면서 개관하였

다른 교과들을 만나 배움을 확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다. 문화예술교육으로 특화된 자료관으로 크게 문화예술, 교

예술교육정보자료관이 이용자들의 자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작

육, 예술교육에 관련된 자료를 중심으로 약 1만 2천여 권의 장

년 11월 처음 마련한‘부킹 토킹’프로그램. 올해에는 예술교육 분

서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관의 주 이용층인 예술강사, 예술가,

야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통합수업이라는 구

예술교육 단체 관계자 등 예술교육 관련 종사자에 한해서 소

체적인 주제로 진행되었다. 소신실 사서예술교육정보자료관는 예술교육

정의 증빙절차를 거쳐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자료대출이 최대

과 관련된 장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

3주까지 가능하다. 인터넷 DB검색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미

보와 자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고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

리 찾아볼 수 있고 해당하는 경우 e-book 열람 또한 가능하

획하게 되었다” 며“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만의

다.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자세한 이용

수업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안내는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www.e-sac.or.kr에서

시각예술 작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을 만나온 교육 멘티 안수진 씨는“예술교육을 생각했을 때 보통 작업의 시작-과정-결과물을 중심에 두고 생각했는데, 부킹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 _ 정이슬 | 대외협력팀 인턴

토킹을 통해 준비 작업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며참 여 소감을 밝혔다. 전숙희 예술강사는“학교의 이야기를 들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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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의 시선 에릭부스 | 예술적 경험을 통한 일상의 매혹적 변화 138 에른스트 바그너 | 문화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140 로빈 파스코 | 문화예술교육에 적용된 연극의 가능성 142 브래드 해스만 | 문화예술교육이 살아 숨쉬는 깊은 풀을 위하여 144 파울 콜라드 |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완성하는 조건 146 레베카 보일 서 | STEM에‘Arts’ 를 더해 뜨거운 STEAM을 만들다 148 테오도르 위프러드 | 아이들에게 음악의 미래를 맡기다 150 개리 글래즈너 |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함께 시를 노래하다 152 랄프 벅 & 바바라 스눅 | 교육을 바꾸다: 뉴질랜드 학교 교과과정에 적용된 무용의 가치 154 엘레나 앵커 | 창의력, 장벽 없는 놀이 156 테레사 토레스 드 에샤 | 새로운 예술개념이 만드는 배움의 기회 158


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예술적 경험을 통한 일상의 매혹적 변화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개막 강연

어린 시절의 행복한 문화예술의 경험은 어른이 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예술강사와 지도자들은 자신의 어 린 시절의 경험을 기억해 내고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경험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청소년들이 문화.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즐길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 <제31조 여가와 놀이유엔 아동관리협약>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의 권리를 인정한다. 이 조항은 모든 청소년이 예술활동에 대해 타고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예술적인 놀이를 한다. 예 술교육은 이러한 자연적 경향과 능력을 심화시켜 삶 전체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훌륭한 예술교육이 학습성과 향 상, 고용기회 및 성과의 증진, 적극적인 참여 시민 양성 등 실용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입 증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인이 된 후에도 문화예술교육을 꾸준히 지속한다면 우리 삶 전체의 방향도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여가’ 와‘놀이’ 에 대한 이 태생적 권리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이는 미국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으로 현재 미국의 정책은 여가와 놀이에 대한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거의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며, 예술교육 활동가들 은 예술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적인 반응에 지쳐있다. 예술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는 다시 충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국제적으로 서로 연결될 때 각자의 나 라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국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를 지지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 글로벌 예술교육 네트워크에 힘을 실어야 한다.

동사로서의 예술 우리는‘예술’ 을 흔히‘명사’ 로 생각한다. 명사의 예술은 벽에 걸린 그림 또는 콘서트홀의 베토벤 심포니이다. 이때의‘예술 교육’ 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예술작품을 만들고 감상할 수 있는 준비를 돕는다. 역사적인 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예술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예술교육의 능력과 잠재력의 일부일 뿐이다. 그 나머지에 대한 우리의 책임 을 잊는다면 예술의 범위는 물론 예술교육의 잠재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모두가 베토벤을 연주하거나 피 카소처럼 대작을 그릴 필요는 없다. 발리섬의 춤과 리버풀의 거리 벽화는 언뜻 별개인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일한 예술의‘동사’ 들이 놓여있다. 예술의 더 위대한 진리, 동사로서의 예술을 생각해보자.

가장 중요한 예술교육의 도구, 예술강사 위대한 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사람’ 이다. 이것을 나는‘80%의 법칙’ 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가르치는 것의 80%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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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우리들, 예술강사 자신이다. 커리큘럼, 학습계획, 정보는 20%정도를 차지한다. 이 80%의 법칙이 효과를 발휘하 려면 예술의 동사들이 예술강사 안에 항상 살아있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 들과 우리가 보살피는 모든 청소년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예술가를 다시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강사는 열망을 알게 하는 내재적 동기부여자 나는 예술강사로 살아오면서 예술교육을 통해 발전시키려는 가장 중요한 예술의 동사가 하나 있음을 깨달았다.‘The Qu -alities of Quality’ 라는 제목의 2009년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의 연구 보고서는‘무엇이 최고급 예술교육을 만드는가’ 라 는 질문을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훌륭한 교수법, 자료, 분위기도 아닌 학습자의 동기였다. 내재적 동기부여가 되어 호기심이 넘치며 학습에 굶주린 학습자는 평범한 가르침을 훌륭한 학습으로 바꾼다. 심지어 내재 적 동기는 부적절한 자료와 상황마저도 극복하고 훌륭한 학습 결과를 낳는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프로젝트와 내면적 동기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때의 차이는 극명하다. 해야만 하는 일과 하 고 싶은 일의 차이가 생활의 질과 인생 전반의 질을 결정한다. 내면적 동기는 우리가 삶에서‘해야만 하는 일들’ 을‘하고 싶은 일들’ 로 변화시키는 것을 도와주며, 예술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가장 훌륭하게 개발할 수 있다. 동기라는 동사가 갖 는 영향력은 아마도 예술 분야에서 가장 클 것이다. 이는 예술이 아동 학교교육의 중심에 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학습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많은 형태로 표현된다. 휴일의 식사,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성가대의 찬양, 베토벤의 5번 교향곡 등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 욕구는 바로 열망이다. 열망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향한 굶주 림을 뜻한다. 열망이란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배우는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악기를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도록 영감 을 주는 것이며, 열망을 가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미를 창조하여 자신의 힘을 확장하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깊은 발견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휴일에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배우자와 춤을 더 잘 추게 되며, 저녁 식사에 어울리는 양념을 추가하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열망인 것이다. 예술교육 지도자로서 우리는 열망의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열망을 외면하는 학교수업과 적대시하는 사회 문화에 맞서서 어린 세대의 열망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향한 열망을 알게 하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 어 냈을 때의 행복감, 즉 예술의 동사가 주는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평생 열망을 간직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플라톤은 성공한 사회를 위해 성취해야 할 필수적인 것이 한 가지 있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올바른 것에서 기쁨을 찾도록 가르치라는 것. 예술에서 과학, 일상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매개물을 사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려는 열망의 기쁨, 그리고 자신의 창작물이 지닌 가치와 이를 타인과 공유하려는 용기보다 더 옳은 일은 없다. 이라는 단어 공연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단어,“브라보” 는 오늘날처럼 훌륭한 기교를 인정하는 뜻이 아니었다.“용감한Brave” 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용기를 인정할 때 외치는 말이었다. 라이브 공연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누군가를 보았다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브라보를 외쳤다. 예술강사는 어린 세대에 더욱 풍성한 예술경험을 전해야 한다. 성과의 압박 속에도 매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용기를 갖고, 전심전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상황과 능력을 떠나 용기 있는 일들을 실천할 때 예술강사가 받게 될 찬사는 하나다. “브라보!”

•이 글은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기념행사 개막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arte365에서는‘당신과 나, 예술강사’ 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에릭 부스Eric Booth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불리는 미국의 예술교육 전문가인 에릭 부스는 줄리어드 음대, 스탠포드 대학, 뉴욕대학, 링컨 센터 예술교육연구소 및 케네디센터 등에 출강하는 등 예술교육의 영향력 있는 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미국 엘시스테마 수 석고문 등 오케스트라 교육개발에 참여했고 제1회 유네스코 예술교육컨퍼런스 폐막식 연설2006을 맡았다. 이번〈2014 세 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에서 예술강사의 중요성에 대한 주제로 개막강연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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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문화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Arts Education an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유엔은 2014년까지‘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UN 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05-2014, DESD’ 을 선포 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21세기 교육에 동참하도록 촉구하였고, 유네스코는 이 10년을 이끌어갈 선도 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미래핵심 가치인 지속가능발전과 예술교육 간의 접목은 어떤 모습으로 가능할까.‘예술 교육Arts Education, AE’ 과‘지속발전가능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

’ 은 동떨어진 내용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콘텐츠와 소재들 최근‘지속가능발전교육’ 을 통해 새로운 소재가 다른 프로젝트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새로운 소재 를 예술 프로젝트에 도입한 사례이다. 재활용 페인트, 직접 만든 악기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소재의 선택뿐만 아니라 재료와 그 활용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조각은 소재와 더불어 그 중심의 아 이디어도 함께 빌려온다. 독일에서 재활용품과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공공장소에 설치한 조각작품은 폐기물과 재활용 에 너지의 결합 가운데‘꽃’조각에 생명과 아름다움의 의미가 더해졌다. 이외에도 지속가능발전교육 콘텐츠를 사용하는 예는 다양하다. 청소년들이 지속가능개발에 대해 연극을 하고, 이 주제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짧은 글을 쓸 수 있다.

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행복한 조합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좋은 디자인과 이미지로 호감을 느끼게 할수록 그 효과가 증대된다. 특히 지속가능발전 교육과 관련 해 로고 디자인, 공연, 행사, 이미지 등을 디자인하는 것에 있어서 예술교육과의 만남은 최상의 조합이 된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시각물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교 육의 세계와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에 속한 두 개의 학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을 것이다. 특히 예술교육 은 시각적인 모티프를 분석적,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돕기 때문에 특정한 관점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눈앞에 두 장의 자연 사진이 놓여 있다고 가정하자. 하나는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연을 손에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맥락에서‘자연’ 은어 떤 개념이고, 어떤 방식으로 상징화되고 있는가? 역사와 사회의 인식을 통해 형성된‘지속가능성’ ‘ , 발전’ ‘ , 다양성’ ‘ , 성장’ 과 같은 단어들의 문화적 이미지를 이해하려면 어떤 상상력이 필요한 걸까?

예술교육의 창의적인 기술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접목 예술교육의 비전통적인 사고와 창의적 잠재능력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지향하는 태도, 지식, 기술 등의 소양을 갖추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 가는, 즉 새로운‘삶의 방식’ 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교육의 창의적 접근을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접목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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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이해를 돕지는 않는다. 예술교육의 기술이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접목되는 것은 학습자 스스로 그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었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학습과정 가운데 어떤 구체적인 성취 목표로 주어졌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접목이 가능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예술교육의 협업 유네스코 의제에 따르면‘삶의 방식Life

Style ’ 과‘도시

개발Urban Development’ 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감당해야 할 영역에 속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두 분야는 주요한 응용예술Applied Arts분야로 예술교육과 관계가 있다. 삶의 방식이나 도시개 발의 영역은 관점과 가치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동차 디자인은 이동성에 대한 사회의 관념을 나타내 고, 패션은 인간의 습성을 보여준다. 제품 디자인이나 주택, 아파트, 도시 공간 등은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 자연, 환경에 대한 태도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것들이 삶에 대한 생각들의 현현이라고 해석한다면 이 예시들을 통해 삶에 대한 가치와 관점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인되는지 알 수 있다.

갈등, 학습의 기회가 되다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갈등은 교육과정의 원동력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디자인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서 실제 판매될 가방 디자인을 다룰 때, 우선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제품의 아름다움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둘은 갈등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디자이너는 결정해야 만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삶 속에서 어떻게 조정해 나갈까 함께 고민해 간다면 이 갈등은 도리어 매우 생산적인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다.

에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 유네스코 석좌교수 에른스트 바그너 교수는 뮌헨의 순수예술아카데미에서 시각미술을 전공했고 미국과 독일에서 작품전시회를 했다. 그는 미술 사 박사학위를 딴 뮌헨 대학에서 미술사와 미술철학을 연구했고, 시각미술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뮌헨에 있는‘Institute for School Quality and Research in Education 교육 연구와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관’ 에 2006년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UNESCO-Chair in Arts and Culture in Education’at the 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 에서 강연과 사무국장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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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문화예술교육에 적용된 연극의 가능성 The Gifts of Drama to Arts Education

<호주의 문화예술 교육 과정>의 출간은 연극이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 기회가 되 었다. 문화예술의 큰 줄기에서 시작해 각각의 영역을 살펴보는 것보다, 과정 자체를 아래에서부터 살펴보자. 문화 예술교육 과정에 적용된 연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연극을 통해 어떤 지식과 기술, 사고 과정을 배우게 될까? 연극 수업에서 학생들은“연극 제작자, 연기자,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과 다른 이의 관점과 이야기를 분석하고 즐기며 나름 <호주의 문화예술 교육과정> 발췌 연극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통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미학적 지식 의 의미를 만들게 된다.”

을 향상시키며 문화예술의 실제를 이해하게 된다. 관객인 동시에 제작자인 경험을 통해 그들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자 신감을 키우게 된다. 또한‘연극의 요소’ 를 배우고 적용해 가면서 학생들은 그들의 세계를 각자 그리고 협력하여 탐구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법을 배운다. 더불어 역할, 캐릭터들의 관계성, 상황, 음성과 움직임, 공간과 시간, 집중, 긴장, 언어, 아이디어와 연극적 의 미, 분위기와 환경 그리고 상징들을 결합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요소들을 통제하고, 적용하고, 분석하며 이것이 어떻게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의미를 생산하는지 배우면서, 학생 들은 연극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과정에서도 자신감 있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연극 수업을 듣는 학생은 일련의 사건들을 연결하는 말과 글을 통해 어떻게 인간이 삶의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가는지 배운다. 사건은 장소와 공간, 시간, 분위기, 환경 그리고 상징적으로 재현된 경험 등을 통해 묘사된다. 여기에 대비, 병렬배치, 연극 적 상징 등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관객과 교감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극은 예술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켜 발상Idea을 소통하고, 개인적 . 집합적 세계에 대한 관찰, 생각, 상상력을 재현하고, 표현하고, 이야기하면서 예술과 삶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또 나눈다.

연극을 배우는 것은 다른 문화예술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연극을 배우는 학생은 다른 문화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사고체계를 알게 된다. 연극 제작과 그 반응을 통해 협업하 는 법과 창의력, 상상력,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팀워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은 연극뿐 아니라 다른 문화 예술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이 기술과 사고체계는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을 배우는 데에도 필요하다. 연극 수업에서 배운 것 들을 통해 학생들은 연극을 자신의 인생과 예술 세계로 즉시 끌어들인다. 그들은 커리큘럼에 있는 비판적 사고의 방법에 기 초해서 대본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연극 제작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의 의미를 깨닫게 되며, 각각의 관점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학생들은 의미를 이끌어내고 해석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또 대 답하는 능력을 키우며 그것들이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의 영향을 받는지 탐구한다. 이 모든 과정은 학생이 경 험하는 연극의 세상 밖에서도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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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자인의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시각 예술 학습을, 연극 동작을 배우는 것으로 무용 학습을 보완한다. 연극의 형 태와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예술의 형태와 스타일, 구조를 이해하는 사고력을 키워준다. 이러한 소양과 과정은 학 생들이 공감과 다각적 관점을 드러내면서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창의적인 예술작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극 학습이 다른 학습 과정에 미치는 영향 연극이 문화예술을 넘어 더 넓은 영역의 교육과정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여기서‘교육과정’ 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 석해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호주의 문화예술 교육과정’ 은 일반적인 능력을‘호주의 청소년 교육 목 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호주의 청소년은 성공적인 학습자, 자신감과 창 표에 대한 멜버른 선언MCEETYA 2008’ 의적인 개인,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 교육 목표이다. 교육학자인 아더 코스타Arthur

Costa와

베나 칼리크Bena

Kallick는

2000년에 저서 <마음의 습관>을 통해 또 다른 기본적인

기술을 정의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삶의 기본적인 기술 역시 연극 학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연극을 배우는 사람은 리허설을 하면서 지속력, 정확성을 가지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또한, 캐릭터와 관계성, 상황을 창조 해 나가면서 감정이입을 하게 되며, 이해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을 배운다. 더불어 즉흥적으로 창작하 기, 대본 해석하기, 그리고 연기와 연출을 통해 과거의 지식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법도 배운다. 배우와 관객은 모든 감 각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경외와 호기심을 표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문제를 대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연극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 상상력, 혁신을 배우게 된다. 존 커튼 예술대학 John Curtin College of the Arts이

제공하는 특화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주요가치를 창의력, 상상력, 혁신으로 하여 학교의 신

조이기도 한‘삶을 위한 학습’ 에 예술이 기여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연극이 삶에 주는 선물 연극은 많은 선물을 준다. 이 과정을 통해 모든 학생은 문화예술 자체를 통해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힘을 배우기 시작 하며, 그 끝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연극은 다른 문화예술 과정뿐 아니라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데 크 게 이바지한다. IDEA국제연극교육협회는 1992년 설립되었으며, 2010년 서울 세계 문화예술교육대회 이후로 한국과 전 세계의 문화예술교 육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연극과 교육 전문가, 예술가, 교육자, 교사가 함께 모여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연극 교육과 생활 속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연극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많은 국가의 연극협회가 IDEA의 멤버이고, 개인 예술가와 관련 전문가들 역시 이곳에 속해 있다.

로빈 파스코Robin Pascoe | 교수 로빈 파스코 교수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州 퍼스에 위치한 Murdoch 대학 내 교육대학의 예술과 연극 교육 부교수이다. 현재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과정과 중학교 연극과정 기획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역동적인 특징을 판별해 내는 것을 주 관심사로 하고 있다. 또한, 현대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과정의 실행과 교사 연극 실습과목, 전문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주제로 한 석 . 박사 학생들의 공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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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문화예술교육이 살아 숨 쉬는 깊은 풀을 위하여 Digging‘deep pools’ : Securing the Future Teaching Artistry

문화예술교육 환경은‘얕은 풀Shallow pool’ 이 아닌‘깊은 풀Deep pool’ 이 되어야 한다.‘얕은 풀’ 이란 소극적이고 작 은 그룹의 활동을 일컫는다.‘깊은 풀’ 이 갖추어져야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활동과 에너지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매개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깊은 풀’ 을 만들기, 10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깊은 풀을 만들기 위한 10가지 방법 1. 공통의 철학과 행동의 기본 틀 마련 피터 앱스Peter Abbs의 미학을 도식으로 표현한 다이어그램Living Powers: The Arts in Education, 1987은

사회 안에서의 예술의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동그란 원은 창조와 발표, 평가, 반응 등의 예술 참여 활동

과정을, 외곽의 사각형은 전통, 창조, 개인,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관계를 뜻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함께 해 나갈 때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바람직해 진다. 예술이란 정서적인 공명을 갖는 동사적인 개념이다. 모든 예술의 형 태는 공감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동안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감정과 정서, 기억, 상상력, 신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기본적인 세상의 지식과 통합적으로 아우르고 연결하여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강사다. 예술강 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철학과도 같다. 2. 전문성을 인증하는 공적 기준을 갖춘 트레이닝 프로그램 예술강사는 예술활동을 촉발하는 조력자로서의 역량이 필요 하고, 스스로 예술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강사 스스로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린아이, 치매 환자, 반항기의 청소년 등 언제, 누구를 가르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 양하고 풍부한 역량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의 전문성을 인증받을 수 있는 기준은 바로‘자격증’ 이다. 공적 기준을 갖 춘 트레이닝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가로서의 문을 열어야 한다.

한국에서는「문화예술교육 지원법」개정( ‘12. 2. 17.)으로

‘문화예술교육사’제도가 도입되었다.

3. 의무 교과 과정 참여 예술교육은 비공식적 교과 과정이나 방과 후 수업 등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술교육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공식적인 교과 과정과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이미 의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있는 음악, 미 술 외에도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 등으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국

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 공예, 사진, 디자인의 8개 분야 전문 예술강사들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공교육 의무교과과정 내에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연극, 국악, 무용 3개 분야의 경우 기본교과수업인 국어, 음악, 체육수업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또한, 초 중고등학교의‘토요동아리’ , 초등학교의‘돌봄동아리’등의 방과 후 교육현장에서도 8개 분야 예술강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 전문 역량 개발 참신하고 다양한 경력을 개발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강사 협회 등과 같은 전문 협회의 지 원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받아야 한다. 한국은 아르떼 아카데미와 같은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예술강사들이 전문적인 역량을 지속적으로 쌓아가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고 여겨진다. 5. 자원 교육을 위한 지침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예술강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아 을 구축하고 있다. 츠팝www. artspop.org.a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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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보 활동 학부모는 물론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행정가와 전문가들에 이 르기까지 예술강사의 활동에 대해 알릴 수 있다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7. 연구 조사 예술강사가 자신의 교육에 있어 연구적,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 교육에 대한 명확한 근거 가 체내화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8. 네트워크 예술강사 간의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서로 격려하고, 지원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다. 9 . 10. 보상과 인정 예술강사란, 어려운 활동을 하는 만큼, 월급 외의 보상과

피터 앱스Peter Abbs의 미학을 도식으로 표현한 다이어그램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예술강사 스스로 갖고 있는 열정이 또 하나의 인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 또한 필요하므로 동료 간의 평가나 칭찬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위의 10가지가 예술강사에게 깊은 풀을 만들어 주기 위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분명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고 이것들이 갖추어진다면 환경은 더욱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깊고 풍요로운 연못이 만들어져 가고 생각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깊이를 더 해가다 보면 분명 완벽한 깊은 풀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 교육의 핵심, 예술강사 직면한 도전 과제를 딛고 일어서야 예술강사가 역량을 발휘하고 교육 현장에서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예술강사가 가질 수 있는 공통의 신념, 행동할 수 있는 프레임 워크가 필요하다. 열정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활동들에 개념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은 보상과 인 정의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나은 편에 속한다. 예술강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문화기관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는 70명의 예술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같은 시스템을 가진 국가는 보지 못했다. 5천여 명의 예술강사를 관리하고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큰 성과이며 다른 국가들이 배울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예술강사나 예술교육인들은 흥겹고, 용감한 사람들이다. 한국의‘예술강사 만남의 날2014.5.21‘2014 세계 문화예술교육 주간’행 사의 일환으로 진행’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자신과 관련 없는 장르의 예술을 접하면서도 편안하게 참여하고, 즐기는 예술

강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향한 그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강사들의 발표만 보아도 사회 이슈,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모습이나 예술가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강한 의지와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 긍심을 갖고 열정을 발휘하길 바란다.

•이 글은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예술강사 만남의 날> 기조강연과 arte365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브래드 해스만Brad Haseman | 호주 퀸즈랜드 공과대학 창조산업대학 부학장 퀸즐랜드 주의 여러 학교에서 연극 교사 및 고문으로 활동했고, Dramawise의 공동저자 및 워크숍 리더, 발제자로 널리 알려 졌다. 현재 호주 국가 교과 과정 The Arts의 도입을 위한 웹 기반 학습 자료를 준비하는 예술가와 교육가로 구성된 팀을 이끌 고 있고, 제2회 예술강사 콘퍼런스의 개최 추진 및 공동 의장을 맡았다. 호주 예술위원회 역량 강화에 대한 전략 패널의 의장이 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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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완성하는 조건 Creative Partnerships

CCE 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

는 영국 정부의‘창의적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s’프로그램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영국 정부는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청소년의 창의적인 기술능력 개발을 중시하 고 있다. 창의적 파트너십은 이를 반영하여 예술을 활용해 아동과 청소년의 창의력개발을 도모하고, 영국의 많은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교육에 대한 매우 낮은 동기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창의적 파트너십의 범위 ‘창의적 파트너십’프로그램은 매년 영국 내 2,500개 학교에서 6만 명의 교사가 참여해 75만 명의 학생에게 교육을 진행하 고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 또한 폭넓게 진행되었으며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체코공화국, 헝가 리, 파키스탄의 프로그램 개발과 그의 적용을 지원하고, 다른 여러 나라의 예술가와 교사들의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한 예 로 대한민국 교육부가 지원하는 대한민국-영국 교환 교사 프로그램에서 영국 측 진행도 담당하고 있다.

훌륭한 커리큘럼 훌륭한 문화예술교육을 만드는가? 최근 CCE는 문화예술교육의 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OECD가 출간한 예술교육의 국제적인 연구 비평인 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예술을 위한 예술Arts for Arts Sake’ 창의력, 비판적 사고, 지속성, 동기, 자아개념의 발전에 대한 학생들의 성과 관련 연구가 너무 적어서 뚜렷한 결론을 내 기 어렵다. 예술교육이 이런 기술들을 촉진한다는 개념은 그럴듯하게 들리고, 때로는 그에 대한 증거가 있기도 하지만, 이런 성과의 정도는 예술을 어떻게 가르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술의 교육방법에 따라 성과는 높아지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이점은 훌륭한 커리큘럼만큼이나 이러한 결과를 이끄는 교수법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CCE는 이 질문에 대해 상당량의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도 발간했다. 그중 노팅엄 대학에서 이루어진‘Signature Pedagogies’ 는 학생들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수법을 실제 연구를 통해 정의하였다. 이 연구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사회적, 예술적, 감정적 향상을 도모하는 학습환경을 조성하는 예술가만의 독특한 교수법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 다. 모든 예술가가 이러한 학습환경을 조성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대부분에게 이 교수법 훈련이 필요하다.

훌륭한 예술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노르웨이의‘문화배낭Cultural Rucksack’프로그램은 예술가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다양한 형태의 예술 워크숍을 실시하고, 정 부가 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10년 넘게 진행한 주요 장기 프로젝트이다. CCE는 이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발전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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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구축하여 노르웨이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노르웨이 문화배낭 프로그램은 학교로 파견되는 예술가들의 질적 수준을 자부하고 있었지만, 청소년들은 프로그램 전반의 질적 측면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학생들과 기성세대의 프로그램 질에 대한 관점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컨설팅 과정에서 만난 노르웨이 청소년들은 예 술교육의 질에 대해서 예상보다 매우 정밀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학교로 오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분야에 깊은 이해를 가진 전문가들이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예술가들이 청소년과 교육이 진행되는 환경을 적절히 연결하는 기술이 없어 대부 분의 작업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청소년들은 본능적으로 UNESCO의 에른스트 바그너 석좌교수UNESCO chair Professor Ernst Wagner의

연구에서 예증된‘질’ 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2014년 2월 암스테르담의 콘퍼런스에서 발

표한‘Quality Now’ 에서 바그너 교수는 예술교육의 질을 투입자원Input Quality, 과정Process Quality, 결과Output Quality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투입자원의 측면에서는 자금성취를 위한 활동에 적절한 자원이 제공되고 있는가?, 스태프의 자질스 태프는 과제를 이해하고 있는가?,

교육 커리큘럼미리 축적된 지식이 있는가?, 사용된 책과 매체 등의 요소가 있다. 과정의 측면에서는 교육학

방법론학생들의 동기부여와 참여도를 높이는 예술가/교사의 능력 포함,

정’ 의 유익함이 충분히 인정받고 보고될 수 있는 방식,

학생과 교사들의 기대감교육 활동 기획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정도, 평가의 방법‘과

목표와 의사결정의 명료함 등이 있다. 결과의 측면에서는 현장 기록과 평가, 과정 중

생산된 작품,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실적, 습득한 역량, 일반적인 교육적 성취, 사회적 개선, 경제적 발전 등이 있다. 컨설 팅 중에 만났던 노르웨이 청소년들은 세 가지 영역의 질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질을 결정하는 이런 요소들이 지속해서 적용되지 않아 실망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문제는 많은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관리자들이 프로그램의 성과가 선생님과 예술가들의 전문적 자 질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식의 좁은 개념으로 질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넓은 의미의 질적 개념을 도입할 경우, 예술가와 교사들은 청소년 대상의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진행하고, 평가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기준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CCE는 미래를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국가에서 문화예술교육 참여 교사와 예술가들이 만들 어가는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파울 콜라드Paul Collard | Creativity Culture & Education 대표 예술분야의 35년 경력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문화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프로그램 교육의 전문가이다. CCE는 21세기 창의적 경제체제 하의 성공을 준비하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의 잠재적 창의력을 발굴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 다.‘창의적 파트너십’ 을 모델로 독일,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체코공화국, 헝가리, 파키스탄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 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정부와 암스테르담 시에도 조언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한국, 대만, 베 트남, 카타르의 교사와 예술가를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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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STEM에‘Arts’ 를 더해 뜨거운 STEAM을 만들다 There’ s an‘A’absent in STEM. Why should it be full STEAM ahead for schools?

STEM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은 최근 들어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 교육 개혁의 핵심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미 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STEM 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언급하며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STEM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예술, 예술교육계에서는 STEM에 A예술를 더한 STEAM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통합교육이 이전의 교육과 어떤 차이를 가져올까?

지금 학교 교육에는‘A’ 가 필요하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다른 과학자에 비해 노래와 춤, 연극을 좋아할 가능성이 무려 25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 는지? 그들이 시각예술가가 될 가능성은 17배, 시와 문학작품을 쓸 확률은 12배, 음악가가 될 가능성은 4배나 높다. 예술 에‘Art’ 가왜빠 과 과학이 왜 하나의 영역에 속해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s’ 이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예술은 빠져서는 안 되 져서는 안 되는지를 알리기 위해‘Imagination Foundation상상력 재단’ 는 필수적인 것이다. 영국은 STEM 과목에 집중해 왔다. 향후 몇 년간 우리의 경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를 전공한 인력이 두 배 더 필 요하다. 그런데 이 전공 분야에 여성들의 수가 적은 것이 우려가 된다. 근로자 중 46%는 여성인데 이 중 단 8%만이 공학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전 교육부장관 마이클 톰린슨Michael Tomlinson은 STEM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공계 열 학문은 어려운 과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분야가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줌에 도 불구하고 진로의 폭이 좁다고 여기는 학생들의 선입견을 없애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그는 STEM 과목이 다른 교육과정과 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판단이다. STEM 교육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그 세 가지 이유다.

STEM만으로는 부족한 세 가지 이유 첫째, STEM은 한계가 있다. 다음 세대에는 창의적 해결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CEO가 새로운 직원의 채 용 기준으로 창의력을 필수로 꼽았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만 갖춘 사람보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 람을 필요로 한다. 예술교육은 창의력을 통해 혁신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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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예술은 STEM과목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STEAM 교육은 STEM 전공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예술을 통한 학습은 학습자들이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 보다 매력적인 형태로 자신과 직접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학습방식은 더 많은 학생, 특히 여학생들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흥미로운 과목으로 느끼게끔 돕는 다. 학습자들은 예술을 통해 배운 내용을 체화하면서 핵심과목을 탐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목 간의 융합은 오로지 객관적 지식만을 습득하고 이를 시험시간에 그대로 나열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학습이다. 그보다는 학생들이 교육과정과 예술 양 쪽 모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발전시켰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실험적인 학습에 주목한다. 셋째, 예술과 과학은 떨어져 있을 때보다 함께 할 때 더욱 좋다. STEAM은 교육과정상 반대로 여겨지던 것들을 하나로 이 어준다.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과정과 과학적 방법론은 실제로 매우 유사하다. 케네디 센터 역시 과‘생산물Product’ 이 있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며 두 분야 모두 학생들에게 협력 학습collaborative “두 분야는‘과정Process’ learning을

위해 필요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교육계와 정부가 만

들어 내지 못하면 우리 학교에서 예술교육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의 경제가 달린 굉장히 시급한 문제이다. STEAM은 학생들이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의 복잡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력을 길러줄 것이다. 맥아더 펠로우 수 상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MacArthur Fellow Robert Root-Bernstei는 말했다. “예술은 단지 과학을 꾸미거나 기술을 더욱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때때로 예술과 과학 모두를 가 능하게 합니다.”

레베카 보일 서Rebecca Boyle Suh | Artis 대표 국제예술가경영기업, IMG아티스트로 뉴욕과 런던, 파리에서 일했다. 런던 대학교의 골드스미스 컬리지Goldsmiths College, London University에서 음악 석사학위를 받고, 예일대학교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음악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4년 예술 을 통한 교육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기업인 Artis를 창립하고 현재 영국 전역의 학교에서 매주 4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숙 련된 예술강사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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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아이들에게 음악의 미래를 맡기다 From the Mouths of Children

지난 20년간 뉴욕필하모닉은 아이들의 손에 음악의 미래를 걸어오고 있다. 우리에게 예술성을 가르치는 일이란 호기심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일이고, 경청의 자세를 갖도록 독려하는 일인 동시에 창의력의 불꽃을 붙이려는 것,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진지한 방식으로 대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방법이야말로, 아이들이 교향악의 세계를 자신 의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창의력, 음악에서 찾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핀란드의 국립음악학교의 최정점에 있는‘시벨리우스아카데미’ 에서는 잠재되어있는 뛰어난 재능을 발굴해내는 소그룹 교수시스템을 발전시켜가고 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네트워크인‘엘 시스테마’ 를 통해 청소년을 진지한 연주자로 대하 는 과정을 통해 음악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주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진흥원’에서는 아동 . 청소년의 창의력을 국가교육체계의 필수 목표로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상명하달식 문화에서 가장 어린 세대에 대한 신뢰가 가져온 획기적인 움직임이다. 북유럽, 라틴아메리카, 동아시아는 서로 매우 다른 문화권이다. 하지만 나는 이 세 문화권에 우리의 가치와 경험이 충분히 공유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최고의 교육 전문가를 아동 음악교육에 투입하며 음악교육에서 상상할 수 있 라 부르는 는 가장 진보적인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Very Young Composer한국에서는‘꼬마작곡가’이름으로 운영’ 이 예술교육은 아동만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것 을 배우게 된다. 단지, 우리는 아동들이 가진 음악적 아이디어를 충실히 종이에 옮겨 명작을 대하듯 그것들을 연습했고, 이 훌륭한 곡이 아동들이 작곡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청중 앞에서 연주했을 뿐이다.

핀란드, 베네수엘라, 한국의 아동・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 ¨ sa ¨vella ¨n!이것 보세요! 내가 작곡을 해요!” 핀란드의“Kulle, mina 프로그램은 헬싱키의 주요 음악기관들이 협력하는 기회를 만들

었었다. 시벨리우스아카데미의 리타 티카넨Riitta

Tikkanen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12개의 어린이 작곡가 과정에 투

자하고, 그 결과물을 헬싱키 필하모닉, 핀란드국립오페라 그리고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가 돌아가며 연주한다. 프로젝트가 4년 차로 접어들고, 규모가 성장하면서 시벨리우스아카데미 학생들이 아동들이 만든 곡을 악보로 옮기는 것을 돕거나 예 술강사Teaching

artist들이

프로그램 교육 외에 더 폭넓은 활동으로 협업하는 등 협력기관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논

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Jovenes Compositores청소년 작곡가”는 최대한의 교육참가자에게 봉사한다는 엘 시스테마의 철학을 지 키며 가능한 많은 아이들을 프로그램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작업은 젊고 실력 있는 음악가로 이 루어진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어린이 작곡가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완성된 음악은 작은 앙상 블보다는 오케스트라 규모에 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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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누구보다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이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바뀌면서‘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 시작되었고, 몇 년간의 시범과정을 진행해 온“꼬마작곡가” 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아 전국으 로 확대 운영할 기회를 맞이했다. 진흥원은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이 지역이나 구성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충분할 규모로 이 프 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지난해 뉴욕필하모닉 강사Teaching Artist에게 직접 교육받은 12명의 강사는 96명의 학생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작곡의 과정으로 이끌어 갔다. 전국 4개 지역김해문화재단, 대전문화의전당, 익산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에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곡을 완성하였고 전문 연주자들이 아이들의 곡을 연주하였다. 이후 각 지역에서 각각 두 개의 곡을 선발해 뉴욕 필하모닉 연주자들의 연주로 콘서트를 열었다. 현재는 이 프로그램의 수도 두 배 이상 늘어 한 국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꼬마작곡가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 국가의 공통점은 꼬마작곡가의 실행을 위한 적절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강사, 교육과정, 그리고 연 주회를 조직할 수 있는 체계, 비단 꼬마작곡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유한 교육 방식이 있었다. 아동에게 영감을 주는 방 식은 한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이 세 나라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지역마다 프로그램의 모습은 물론 아이들의 음악도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음악으로 미래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오케스트라, 혹은 다른 악기로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음악의 미 래는 더욱 넓어지고, 발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전 세계의 탁월한 교사와 음악가들과 교류할 기회는 우리에게도 끊임 없는 아이디어를 주고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매년 뉴욕필하모닉이 연주를 통해 전 세계의 협력기관에서 보내온 100여 명 의 아이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뉴욕에서 말이다. 진흥원과 전 세계 교육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창의력은 점점 교육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고도화된 경제하에서의 창의력이 란, 학습지식을 대체하고 비판적 사고력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사회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중요한 핵심요소가 되었 다. 이는 지난 20년보다 앞으로 예술교육의 미래가 더욱 밝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양질의 예술교육이 보 편화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문화예술 훈련을 통해 생산된 창의적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보여주 는 노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테오도르 위프러드Theodore Wiprud | 뉴욕 필하모닉 교육부서 총책임자 1958년에 워싱턴DC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작곡가이자 콘서트 사회자, 교육자, 음악행정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에서 교육부서 총책임자로 오래 근무했다. 그가 만드는 곡은 뉴욕 필하모닉을 비롯한 학교, 다양한 커 뮤니티 등에서 성인과 젊은 음악가, 청중에게 문화 충격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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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함께 시를 노래하다 Performing Poetry with People Living with Alzheimer’ s disease and related Dementia and How to Add Dance and Music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다가서는 방법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시를Alzheimer’s Poetry Project, APP,의 목표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시를 통해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창의력에 불가능한 영 역이 없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전하는‘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창의력을 소중히 여긴다’ 는 말 속에는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구 성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를 통한 상호작용의 촉진이다.‘메기고 받기’기법은 세션 진행자가 시를 한 줄 APP의 핵심은‘메기고 받기Call & Response’ 낭송하면, 참가자들이 이를 따라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 기법을 미취학 아동부터 10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용하 고 있으며, 큰 규모의 집단은 물론 집에서 이뤄지는 일대일 상황에서도 사용해 왔다. ‘메기고 받기’ 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좋은 방법이다. 참가자들이 함께 제창하는 방식이 많은 노인 은 물론, 알츠하이머 말기로 언어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들에게도 높은 성공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접근법은 간단하다. 세션 진행자가 시의 일부를 발췌하거나 짧은 시 몇 개를 선정해 이를 참가자들이 낭송하게 하는 것이 전부이다. 시가 너무 긴 경우에는 참여자 그룹이 따라 할 수 있게 반으로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의 첫 부분처럼 두 행이 운율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효과가 좋다. 「호랑이The Tyger」 Tyger, tyger burning bright 호랑아, 호랑아 밝게 타올라라 In the forest of the night 밤의 숲에서 밝게 타올라라

실험과 조리법 시를 읽을 때 재미, 부드러움, 행복, 흥분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목소리 톤을 반복 사용한다. 흥미 유발을 위해 조용한 소리 와 큰 소리를 섞는 것처럼 목소리 크기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음악가가 노래를 극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떻게 강약 을 사용하고 있는지 떠올려보면 도움이 된다. 유머를 사용하고, 시와 함께 박수로 리듬을 만들어 본다. 이번에는 시와 춤, 음악을 섞는 방법을 요리 조리법처럼 설명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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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게리의 시낭송회 요리 재료: 한 무리의 사람들/ 한 개의 리듬감 있고 활기찬 시/ 한 곡의 신나고 즐거운 음악 조리법: 비트를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 둔다. 하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 소리가 크면 곤란하다. 율동을 고른다. 꼭 복잡할 필요는 없다. 혹은 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움직임이 무엇인지 묻는다. 예를 들면, 비트에 맞춰 오른발과 왼발을 교대로 움직인다거나 주먹질하는 것처럼 왼팔과 오른팔을 교대로 뻗거나 지붕 을 들어 올리듯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해 팔을 위로 들어 올린다. 율동을 하며 음악의 리듬과 비트에 맞춰 짧은 시 또는 시의 몇 줄을 골라 소리 내 읽는다.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 메기 고 받기의 기술을 이용해 함께 시를 읽는다. 당신이 불타오를 때까지 신나게 반복!

인생을 위한 시 문화예술교육이 커뮤니티에서 갖는 역할 또한 매우 강력하다. APP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이용 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을 교육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과 협력하여 알츠하이머를 가진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심화시켜 우리는「인생을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왔다. 위한 시Poetry for Life, PFL」 우리는「인생을 위한 시」 가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전국 규모의 지속발전가능한 예술 및 문화 프로젝 트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시의 열창: 전국 낭송 대회 Poetry Out Loud: National Recitation Contest」 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미국‘시時 재단Poetry

Foundation’ 과

제휴했다.「인생을 위한

시」 는「시의 열창」 에 참여한 젊은 시인들의 열정과 기술을 노인복지시설의 어르신들에게 불어넣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다. 또 문화예술 강사와 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창의적 표현활동과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시 활용법’ 에 대한 교육 또한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는 시 낭송의 힘을 우리 커뮤니티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계속해 서 전하려고 한다. 지난해, 40만 명의 학생이「시의 열창」 에 참여했다. 만약 이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참여 청소년 중 10%만이라도 노인복지시설의 어르신들과 함께 하게 된다면, 그 수는 4만 명이 넘게 된다.

개리 글래즈너Gary Glazner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시를’ 프로젝트 설립자 겸 대표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시를Alzheimer’s Poetry Project, App」프로젝트는 2013년「로살린드 길버트 - 알츠하이머 질환 부양의 혁신 유산 상Rosalinde Gilbert Innovations in Alzheimer’s Disease Caregiving Legacy Award」 와 2012년「메트라이트 재단 창의성과 노화 미국 리 더쉽 상 지역사회 참여 부문MetLife Foundation Creativity and Aging in America Leadership Award in the category of Community Engagement」 을 수상 했다. 미국 공영방송 NBC의‘투데이Today’ , 미국공영방송 라디오 NPR의‘모든 것을 고려해본다면All Thing Considered’ 와‘미국 의 목소리Voice of America’방송에서 글래즈너의 작업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APP는 미국 내 24개 주와 호주, 독일, 폴란드, 대 한민국에서 2만 명이 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2014년 7월 책 <치매 예술: 노인 돌봄 활동 내 창의성 기르기Dementia Arts: Celebrating Creativity in Elder Care.>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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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교육을 바꾸다: 뉴질랜드 학교 교과과정에 적용된 무용의 가치 Transforming Teaching: The value of dance across the curriculum in New Zealand

우리는 무용선생님이다. 우리는 뉴질랜드 초등학교에 무용수업이 부족하다는 것을 우려한다. 우리는 뉴질랜드의 모 든 초등학교에서 무용을 가르치도록 권고하는 국가 교육과정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뉴질랜드의 교육은‘유네스코 서울 아젠다: 예술교육의 발달을 위한 목표2010’ 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교육과정에만 포함 되어 있을 뿐 실제로 실행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 걱정이다. 무용을 가르치도록 요구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 나 자주, 얼마나 많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는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의 무용 한 연구에 따르면Hennessy, S., Rolf, L., & Chedzoy, S., 2001 무용 교육은 모든 예술 교육 가운데 가장 비중이 덜하며, 그것도 음 악극의 한 형식이거나 공연 대회Stage

Challenge Competitions

준비, 점프-잼Jump

Jam에어로빅

프로그램, 카파 하카뉴질랜드

전통 무용 등의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용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에서도 무용은 여전히 부수적인 일로 남아있는 것이 다. 무용 교사로서 우리는 학생들이 무용을 창작하고, 평가하고, 공연하는 가운데 분석적이고 창의적이며 협동심을 기르고 있는지, 기업가적인 태도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기회가 있는지 묻고 싶다.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 학교들은 문해력과 산술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의 연구는 학교에 무용 수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른 교과 과정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Snook & Buck 2014.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학생들은 행동함으로써 배우게 된다거나Bannon Smithrin & Uptis, 2005.

& Sanderson, 2000,

움직임은 학습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MacRae, 2010;

그동안 예술이 학생 모두에게 주는 가치를 밝혀낸 연구들은 있어왔지만Buck,

2012; Chappell et al., 2011; Melchoir, E., 2005; Snook, 2012,

2003; Caldwell & Vaughan,

교과 과정에 통합된 무용의 가치를 기록한 연구는 매우 적다.

무용 수업의 밝은 가능성 전직 교사이자 학자로서 우리는‘무용이 다른 교과과정의 성취도를 증가시킨다’ 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8학년13세 학생들에게 예술을 통해 교과과정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을 찾는다는 공고를 낸 한 중학교 교장을 찾았다. 수업의 목표는 모든 교과 과정을 예술을 통해 가르치는 것. 교장은 우리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자 신의 학교가 그 연구에 함께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그 또한 우리처럼 예술교육의 가치를 증명해 줄 증거가 될 연구를 찾 고 있었다. ‘교과과정에 통합된 무용 수업 프로젝트’ 는 1년간 진행되는 질적 사례 연구가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경험이 풍부한 학 교 교사와 25명의 학생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의 목적은 전 교과과정에 걸쳐 학습성취도를 향상시키는 데 예술교육의 효용성과 역할을 평가하는 데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예술을 활용한 교과목 수업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1년 간 한 학급 전체가 참여했던 연구 프로젝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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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뉴질랜드 초등학교의 무용 교육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많은 학교에서 무용 수업의 밝은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오클랜드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교 전체가 무용으로‘탐구기반 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실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벽에 붙은 몇 개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학습Stephenson, 2007’ How can we use dance to learn about other areas? 우리는 다른 과목의 학습을 위해 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How can we use dance to encourage audience participation? 우리는 청중학생의 참여 장려를 위해 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How can we use dance to learn about our culture?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8세에서 10세 사이의 학생들이 만든 것이다. 교사가 인종적 배경이 모두 다른 여섯 명의 학생에게 무용을 통 해 자신의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묻자 아이들은 교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글로 쓸 수는 없지만, 대신 춤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학교 강당에 모여 어떤 문화권의 무용이 최고인지 실감 나는 역할극으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교사 역할을 맡은 학생이‘이제부터는 함께 작업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하자 아이들은 여전히 다투면서 제각 각 춤을 추었고, 무대를 향해 이동했다. 아이들이 무대에 도착할 즈음, 그들은 모두 같은 동작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각 각의 춤을 통해 문화적인 율동을 서로에게 가르쳐 주었고, 그것을 하나의 무용으로 만들어 보여준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 이 보여준 무용을 통해 이들의 섬세한 이해력에 감동 받았고, 학생들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주는 무용 의 힘을 알게 되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에 주목할만한 놀라운 몇몇 작업들을 진행했고, 교사는 학생들이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임을 믿 어 의심치 않았다. 이 초등학교의 사례는 매일 진행되는 교육과정에서 무용의 역할을 탐구하는 우리의 동기에 불을 지폈다. 이 기사의 마무리를, 한 학기 동안 무용 수업에 집중한 학급의 한 소년이 쓴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T H A T’S why dance.

‘그래서’무용을 합니다

Me dancing, was me living my dream

춤을 추는 나는, 꿈속을 사는 나였다.

My blood felt like melted ice-cream

내 피는 뜨거운 햇살 아래

Thick and oozy in the hot sun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Unison moves being captured on photos

걸쭉하고 질퍽했다.

I felt like I had won lotto

사진에 담긴 조화로운 움직임

I was shaking

나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 들었다.

Because of the mark I was making

나는 흥분에 떨었다.

I saw a word

내가 만드는 흔적 때문에.

in my mind

나는 마음 속에

It said

한 단어를 보았다.

CLIMB

이렇게 쓰여있다.

Which is what I did For that moment in time.

랄프 벅Dr. Ralph Buck | 오클랜드 대학교 무용학 학과장 오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에서 무용 교육 과정과 무용 학습학, 커뮤니티 댄스의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고 있 다. 최근 세계문화교육연맹의 상임위원장, 세계무용연맹 World Dance Alliance의 교육과 트레이닝 네트워크의 위원장,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의 제2회 예술교육 콘퍼런스의 자 문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올라라’나는 그렇게 하였다. 그 순간을 위하여

바바라 스눅Dr Barbara Snook | 오클랜드 대학교 무용학 프 로그램 전문 강의 조교 오클랜드 대학의 연구자로서 무용 교육과 커뮤니티 댄스에 관해 논문을 저술했다. 지역 무용위원회 위원장District Panel Chair for Dance으로 학교 교사와 지역사회 단체들을 위한 무 용 워크숍 진행자 등 무용 교육에 풍부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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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Little ART: 창의력, 장벽 없는 놀이 Little ART: Creativity-Play Without Borders

“Creativity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 - Albert Einstein “창의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알버트 아인슈타인 창의력은 목표, 해결책 혹은 추상적인 공식 등 무엇이 되었든 독특하고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창의력이란 이 세계를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 과정 중에 숨겨진 양식이 발견될 수 있 고, 무관해 보이는 것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다.

지적이고 예술적인 발달을 촉진하는 리틀아트의 프로젝트 모든 사람은 무한한 창의력과 경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갖고 있다. 예술은 이 긍정적인 에너지의 문을 열어준다. 예술은 상호 자극을 주는 관찰과 생각, 그리고 기술의 형태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영감을 준다. 그리고 문화와 국가, 인종 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이처럼 예술은 서로 존중하고, 조화롭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예술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 가운데 학제 간, 문화 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 식을 제시한다. 독일의 리틀아트Little

ART는

이러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아동과 청소년, 성인의 지적이고 감성

적이며 예술적인 발달을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12세, 내재적 능력과 발전된 아이디어의 사이 Little ART의 프로그램은 12세를 기준으로 과정을 구분한다. 12세 이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어떠 한 특정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진행되는 과정 가운데 발현되는 창의력 그 자체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 신의 독창성을 발현하고 꽃 피울 수 있는 내재적인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다양한 예술 재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재료들을 활용해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거나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 세상,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창의적인 게 임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예술 창작과정을 통해 이를 성취하게 된다.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아동들이 자신 안 에 갇힌 창의력을 끄집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있다. 아이들 스스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장벽을 깨야 그들 깊 숙한 속에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다. 12세 이상의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는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이 연령의 그룹에서는 감정이나 자기 자신과 세상 을 바라보는 상像이 어린아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더욱 발전되고 복잡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포착할 수 있다. 그 결과 우 리는 그들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교육의 도구 혹은 교수법으로‘창의력’ 을 사용한다. 청소년들은 의사소통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강력하게 전하는 도구로서 예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들을 발견 하는 과정에서 예술 작업은 그들의 개념과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청소년 프로그램에서는 분명한 목표가 존재하고 그것에 집중한다. 메시지와 작업의 배경이 되는 지식이 그 핵심이다. 여기 서 지식은 예술을 강력한 표현력의 도구로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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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의 미래와 그 역할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려면 현재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독일 학교에서는 미술과 음악과 같은 순수 예술 과목이 현저하게 줄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의 학교가 비슷한 상황이다. 동시에 범세계적으로 아동의 교육과 그들의 교육 서비스 는 국제적인 교육 평가 프로그램인 PISA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읽기와 수학, 과학적 문해력을 평가한다. 이런 평가방식은 전 세계에서 불과 절반 정도의 국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수단으 로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 교육과 아동의 학습능력을 정확하지 않은 DIN독일 국가 규격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 방 식은 어린이의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는 능력, 상상력, 창의력과 인지적 능력에 대해서 아무런 평가를 할 수 없다. 교육이 단지 읽기와 수학, 과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문화와 개인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영향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예술 교육이 아이들의 교육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은 아동의 창의력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우리 에게 진정 필요한 부분은‘인생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들’ 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예술 교육은 학교 교과과정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졸업 때까 지 매 학년 예술교육에 더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야 한다. 리틀아트는 매일같이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가장 큰 과제는 독일에 짧은 기간 체재하는 이민가족의 어린이와 난민이다. 우리는 예술 프로젝트에 이들을 포함시켜 어린이들이 고향과 같이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를 제안했고, 지금까지 108개 나라의 어린이 최근 우리는 국제 예술 프로젝트“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What Children Believe” 들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국가를 만나서 각국의 아동들과 그들의 창의력으로 온 세계를 품에 안고 싶다.

엘레나 앵커Elena Janker | 독일의 리틀아트Little ART의 설립자 및 대표 엘레나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아동들과 함께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물관 기획자, 큐레이터, 혹은 디자이너들 과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아동 및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과 더불어 교사, 예비 예술강사, 그리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동 개개인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수 방법론을 가르치고 있다. 2012년 제27차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전문 강사로 초청되었으며, 2013-14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프로그램‘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를 협력하여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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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해외전문가의 시선

새로운 예술 개념이 만드는 배움의 기회 InSEA: Today, and Tomorrow

1954년에 창립된 InSEA International Society for Education Through Art; 국제미술교육협회는 법적으로 인가된 비영리조직으로 국제적으로 시각 예술, 디자인, 공예를 통한 창의력 교육을 촉진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InSEA는 시각예술 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의 국제적 커뮤니티로 시각예술 교육 기관, 예술교육 연구자, 다양한 교육 영역과 수 준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 교사, 박물관 및 커뮤니티 교육자, 예술가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 다. 시각예술 교수, 학습, 창의성, 학문 등의 발전을 위한 지지 활동advocacy, 네트워킹, 협력관계 구축에 뜻이 있 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InSEA는 WAAEWorld Alliance for Arts Education, 세계 예술교육연맹의 창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WAAE는 2006년 3월 포르투 갈의 리스본에서 있었던 제1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2006년에 만들어졌다. IDEAInternational

Drama/Theatre and Education Association의

단 바론Dan

Baron,

ISME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Music Education 의

게리 맥퍼슨Gary McPherson, InSEA의 더그 우톤Doug Bougton회장이 포루투칼 비제우에서 열린 InSEA 2006 총회2006년 3월 1일~5일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되어 한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이 회동의 아이디어는 InSEA의 집행위원인 디데릭 쇠나우

Diederik Schonau와

존 스티어스John Steers로부터 나왔다. 이 자리에서 세계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예술 교육 관련 조직들이 폭넓게 상호 협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2006년 유네스코 대회에서의 논쟁에 영향 을 준 합동담화문Joint Declaration이 만들어졌다. 이 담화문은 이후 수년간 예술교육 관련 논의들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2008년 WDAWorld Dance Alliance, 세계무용연맹가 합류하면서 WAAE는 유네스코의 논쟁의 장에서 보다 협력적이고 가시적인 활동을 이어가‘연구, 네트워크, 지지’ 의 세가지 전략적 실행 그룹을 출범할 수 있었다. 특히‘네트워크’ 가 주요한 관심사 가 되어 대학, 정부와 재단 등 다른 조직과 협력해 콘퍼런스나 총회를 구성해 나갔다. 2009년 영국 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와

영국 뉴캐슬 NGI Newcastle

NGI를 설립하였다.의

파트너가 되었고, 이 파트너쉽은 WAAE 대표단이 2009년 11월 파리와 2010년 5월 서울 유네스커 세계

Gateshead Initiative, 2000년 뉴캐슬 시의회와 게이츠헤드 시의회가 협력해 두 도시의 홍보를 총괄하는 기구인

문화예술교육대회 발표의 중요한 바탕을 마련하였다. 또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의 InSEA회원들이 Institute for Northern Culture와 협력하여 WAAE 2012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환경은 예술교육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레벨에서 예술교육을 지지하 는 중요한 협동작업들을 구체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매년 5월 진행되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함께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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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EA에 묻다 1.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와 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006년 WAAE 선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늘날 지 식기반의 탈 산업화 사회는 대담한 유연함을 지닌 지성과 창의적인 언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스킬, 상상력 넘치는 비판적인 사고능력,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지금 시각 예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은 동 일한 패턴의 단순 재생산이 아니라 협상, 공유, 그리고 행동을 통한 교육입니다. 사회 재구조화에 기반한 새로운 목표 들이 학교와 박물관, 커뮤니티 센터와 다른 문화 현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 만들기와 예술 감상은 예술교육 은 훨씬 강력할 수 있습니다. 의 목표로 충분치 못합니다.‘예술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rt’ 2.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예술의 개념, 즉 교육에 있어서 기량을 기반으로 한 예 의 개념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예술교육에 대한 혁신적인 술과‘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 접근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논쟁, 수행 기반의 교수법, 시각 문화연구, education,

사회활동가의

예술교육activist

art

커뮤니티 예술과 환경, 지속가능한 예술 등이 우리의 한계를 넓혀주는 몇 가지 개념인데 이런 혁신적인 개념

은 예상치 못한 급박한 사태들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사회에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열어줍니다. 많은 이론가와 활동가 들은 사람들이 예술의 기술과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예술을 통해 예술 대상이나 세계의 문제들을 비판하거나 반추하 고, 예술을 통해 더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공식적, 비공식적 교육 공간에서 예술교육의 맥 락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개성과 다양성, 자존감, 환경인식, 평화교육, 시민의식 교육에 예술교육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InSEA에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InSEA는 연구 혹은 실천 분야의 협력 프로젝트 모두를 장려하고 있고, 전세계 모든 곳의 시각예술교육 프로젝트와 활동, 연구 관련 보고서를 출판하고 소식을 알리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현재 리뉴얼 중인 웹사이트와 새로운 InSEA 잡지, InSEA가 발행하는 국제 학 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 Through Arts가

전세계 시각예술 교육자들의 진정한 교류의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InSEA 회원들은 수업 주제, 학생들의 비디오, 사진, 그리고 다른 시각 혹은 가상 작업들을 공유하는 흥미로 운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술교육을 통한 시각 백과사전에 관한 큰 프로젝트가 막 시작되었는데 InSEA웹사이트를 통해 곧 소식이 공유될 예정입니다.

테레사 토레스 드 에샤Teresa Torres de Eca | InSEA 회장 C3-상호교류 활동가 예술교육 그룹C3- Interaction activist art education group의 회원이자 포르투갈 포르토 대학University of Porto의 예술디자인 학과 내의 연구기관인 i2ADS의 예술교육그룹의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연구는 커뮤니티 예술, 시각적 서술, 다문화 프로젝트와 학제간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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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연구리포트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연구 162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분석 연구 164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166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연구 168 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170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에 관한 국내외 연구 172 해외 연구보고서를 통해 본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174 해외리포트 국가별 예술교육 정책 176 국가별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 178 해외 문화예술교육 사례 180


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경험의 연속성을 통해 얻는 삶의 행복'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연구

행복,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자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행복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 한 생활을 구성하는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Seligman2002, Sirgy & Wu2009는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것들로 첫 째, 규칙적으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the life,

pleasant life,

둘째, 만족스러운 활동에 고도로 몰입하는 경험을 갖는 것the

셋째, 보다 큰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을 경험하는

balanced life을

것the meaningful life,

engaged

마지막으로 균형 있는 생활을 하는 것the

들었다. 우리는 이러한 행복의 요소인 긍정적 감정과 삶의 의미를 적극적인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이영길, 전상희 2006.

행복한 경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다채로운 참여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어온 주 40시간 근무제와 2012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된 초・중・고등학교 주5일 수업제와 관련 지어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2년부터 아동・청소년과 가족을 중 심으로 한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 및 인성교육, 공동체 화합을 이끌어내고자‘꿈다락 토요문화학교’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623개 문화예술기관・단체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 및 가족 51,122명 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꿈다락 토요문화학교’사업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이 사업의 효 과성에 관한 연구를 몇 차례 진행해왔다. 그중 하나로 최근 발간한「2013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는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과 중앙대학교가 함께 기획한 연구 사업이다. 이 연구는 개인적인 치유에 중점을 두었던 이전의 효과성 연구가 갖는 몇 가지 한계점을 보완하고, 나아가 토요문화학교의 사회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시도되었다. 「2013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는 문화예술에 있어 사회적 효과를“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이 개인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 향을 미쳐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으로 정의한다. 이번 연구는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개인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가 상호공존하며 회복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토요문화학교의 사회적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 문항은 개인적 역량즐거움, 자존감, 창의성, 가족/친구의 소통가족응집력, 우정 그리고 지역사회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예술 일상화, 여가문화 향유로

구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규모의 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체계적인 샘플링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토요문화학 교 참여자는 비참여자에 비해 개인적 역량, 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예술일상화 등의 모든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 였다.

162


그리고 각 설문 문항들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개인적 요인즐거움,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험의 연속성은 참가자들의 개인적

자존감, 창의성은

가족/ 친구와의 소통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지

변화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변화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

역사회요인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예술 일상화, 여가문화 향유으로 영향력을 발

금부터라도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을 위해, 뻔하고 바

휘함을 확인하였다. 즉 각각의 요인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

쁜 일상 속에서 작은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다는 서로 관계성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토요문화학교의 사회

우리는 자신의 삶과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적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구성 요인들에 대한 통합

조금씩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적인 고려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본 연구에서 주목해 볼 만한 점은 대상별 사회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서 토요문화 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의 사회적 효과가 중 . 고등학생보다 상

글 _ 이윤채 | 정책연구팀

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역사 회 내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이 향후 더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 져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번「2013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효과」 는 예술체험에 따른 개인적 영향이 어떻게 공공 영역에서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먼저 시작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회적 효과에 대해 연구가 활 발하지 않은 상황이다박신의 2013. 따라서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예술의 사회적 효과 연구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을 탐구하였다 는데 의미를 가져볼 수 있다.

참고자료 박신의. 2013.「예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 분석과 정책적 함의」 . 문화정책논총, 27(1): 57-75. 이영길, 전상희. 2006.「여가는 행복을 위해 중요한가? 긍정심리학자의 관점 을 이용한 이론적 담론」 .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지. 30(4): 5-16.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2013 토요문화학교의 사회적 효과 연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Seligman, M. E. P. 2002. Authentic happiness: Using the new positive psychology to realize your potential for lasting fulfillment. New York: The Free Press. Sirgy, M. J. & Wu, J. 2009.“The Pleasant Life, the Engaged Life, and the Meaningful Life: What about the Balanced Life?”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0(2): 183-196. 재인용 : 윤소영, 여가행복지수 기초개발연구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3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통해 얻는 삶의 행복제 토요문화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에게 지 속적인 문화예술 경험과 참여자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와 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여 활동은 우리에게 내면적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고, 타인과의 비교나 과도한 경 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프로그램의 꾸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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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뇌 과학으로 규명해 본 문화예술교육의 놀라운 효과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분석 연구

‘뇌’ 는 언제까지 성장하는 걸까? 소아 . 청소년기 뇌 발달의 특성 우리는 대체로 20세를 전후해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통 사춘기 때 급격히 자라다가 20세쯤부터 거의 자라지 않는데, 많은 의사들은 키 크는 비법이 사춘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하며 그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를 강조한다. 그렇다면‘뇌’ 는 언제까지 성장하는 걸까? 언제 가장 많이 발달하는 걸까? 보통 뇌 발달은 임신기 1단계, 0~3세 시기 2단 계, 10~13세 시기 3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10대의 뇌에 대해 연구된 것에서 가장 놀랄만한 사실은 뇌가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다. 10대의 뇌는 이미 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직도 변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뇌 발달 3단계인 10~13세 시기에는 뇌 회로의 효율적 구조화를 위해 불필요한 시냅스를 이차적으로 제거한다. 즉, 생애 초기 발달과정에서 뇌의 일부분이 혹시 잘못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아동 . 청소년기에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뇌 발달의 완성 시기 이전, 특히 10~13세 시기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면 고른 뇌 발달에 도움을 줄 것으 로 기대하고 있다.

뇌 과학, 신경심리학, 사회과학적 방법론 통합 문화예술교육의 효과 분석을 위한 융합적 접근 시도 이러한 기대 아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서울대학교병원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 연구팀은 문화예술교육 전후의 인 지기능 및 뇌 구조적, 뇌 기능적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아직 미비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기획하기 시작하였다. 2013년 추진된「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 는 문화예술교육이 뇌가 유연하게 발달하는 아동 . 청소년기에 행동의 변화뿐만이 아닌 근본적인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된 연구 사업이다. 이 연구는 뇌 과학적, 신경심리학적,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합한 융합적 접근을 통하여 기존의 설문조사 및 행동관찰 정도의 효과성 연구가 갖는 한계점을 보완하고, 문화예술교육의 효 과에 대한 뇌 생물학적 기반을 밝히고자 시도되었다. 「2013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분석 연구」 는 음악 뮤지컬, 미술, 무용 등의 통합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동 중 부모님과 본인의 동의를 받은 만 11세 전후의 30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시행 전과 후의 임상 척도 및 신경심리학적, 뇌 영상학적fMRI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효과를 측정하였다.

164


또한 기억력과 판단력, 공감 등과 관련된 뇌 백질의 MD값이 감소 함으로써 기억력, 판단력, 공감 및 정서의 향상에도 유의미한 영향 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예술교육이 특정 뇌 부위 발달을 증진시켜 해당 영역의 뇌 기능을 촉진시킬 수 있음 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아동들의 뇌의 변화와 심리적 . 행동적 변화를 측정한 정량적 효과성 간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는 것이다. 즉,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뇌의 변화에 따라 심리정서 및 행동상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구를 통해 보는 문화예술교육 효과성 영역

본 연구는 연구에 참여한 아동 수가 적고 통제집단과의 비교분석 각 영역별로 정량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회성, 정서, 인지 등의

을 실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니고 있다. 향후 충분한 수의 참

분야에서 문화예술교육 실시 전후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여자를 통해 연구를 보다 심층적이고 안정적으로 설계하여 연구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이 아동의 우울감을 감소시키는 것에 특히

결과의 정확한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장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서적 영역의 아동우울척도가 실

아있다.

시 전 20.58점에서 실시 후 9.50점으로 평균 11점이나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성, 인지적 기능의 향상도 확인이 가

과학적 접근을 통해서도 확인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

능했으며 행동평가척도를 통해 주의력, 반항행동 등을 호전시키

더 많은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는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문화예술교육이 내재적정서, 인지 등

삶의 변화를 이끄는 문화예술교육 현장들이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

문제뿐 아니라 외현적비행, 공격성 등 문제 감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

게 펼쳐지고 있다. 실제 수업에서 일어나는 참여자들의 놀라운 변

로 확인되었다.

화는 문화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영역 사회성

측정도구 사회기술향상체계-평정척도 공감능력 척도

정 서 인 지

행 동

CDI

사전

사후

134.96

145.07*

90.81

94.27

아동우울척도

20.58

9.50*

인지적 충동성오경보 오류

61.79

56.38*

시작주의력: 집중력 결핍정도

63.17

56.38*

행동장애척도DBDS

4.44

3.48*

반항행동

5.00

3.89*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다. 본 연구는 이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 근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연구 결과는 뇌 발달이 진행 중인 아동 . 청소년에게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살펴본 문화예술교육의 놀라운 효과. 아이 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기 위해 어떻 게 이끌어줘야 하는지, 본 연구가 그 해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_ 박진아 | 정책연구팀

문화예술교육, 특정 뇌 영역 발달에 직접적 효과 있어 또한 아동들의 뇌 변화를 측정해본 결과, 문화예술교육이 아동의 생각이나 행동뿐 아니라 특정 뇌 영역의 발달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분석 결과 문화예술교육은 뇌 기 능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참고자료 서울대학교병원.「2013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분석 연구」 , 한국문화 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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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개인과 사회경제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확인을 위한 시도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문화예술교육 경험, 개인적 가치 이상의 가치 존 듀이John Dewey는 그의 저서〈경험으로서의 예술〉 에서 예술교육의 목적을 예술 경험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새로 운 인간성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논의가 아니더라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그 누구든지 문화예 술교육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진정한 힘을 체감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파급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이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종합적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개인적 차원의 변화 및 만족도 측정을 통해 그 영향 및 효과를 검증한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이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있어 어떤 가치를 얼마만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정당성 논의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개인적 가치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가치를 실천해나가는 것에 주목해 본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10년, . 사회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보고자 연구 시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평가가 어떠한 방식에서 가능한지,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가치는 무 엇인지, 그 가치를 정량화하여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를 기획하였다. 이 연구는 국내 및 해외에서 개발된 다양한 가치평가 방법론의 검토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정책 . 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 측정을 위한 지표를 도출하고 측정해봄으로써 일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적 당위성을 확 보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시도되었다. 연구수행: 건국대학교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한 정의를 찾는 것에서부터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시작하였다. 또한, 이 연구는 문화예술교육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한 메타분석체계적 문헌검토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사회경 제적 가치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실증적인 측정을 위하여 학교문화예술교육 참여 학생 및 사회문화예술교육 참여자를 대 상으로 사회 . 문화 . 경제 . 교육적 차원의 가치를 통합적 가치측정 모형을 토대로 조사하였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가치 추정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성과평가 연구2011,

2012를

분석하여 경제적 가치에는 문화예술교육

종사자의 경제적 여건 개선 및 경제적 가치 확대 기여도가, 사회적 가치에는 소외지역 문화예술 격차 해소 및 지역사회 문화역량 강화, 사회적 가치 확대 기여도 등이 포함됨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각 지원사업이 경제적 . 사회적 가치에 기여 했는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 자료를 분석하여 그래프로 제시하였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경우 사회적 가치 에 비해 경제적 가치가 우세하게, 그 밖의 지원사업의 사회적 가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경제적 가치를

166


가치 항목

기여도

완하고자 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정책 참여집단-비참여집단

경제적 가치 A

84.05

매칭분석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한 집단과 경험하지 않은 유

사회적 가치 A

75.00

사한 집단에 대한 비교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문화예술교육

경제적 가치 A

66.02

경험이 있는 학생과 노인들이 경험이 없는 이들에 비해 행복감을

사회적 가치 A

93.00

많이 느끼고, 사회적 관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사업명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술꽃씨앗학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회적 가치 B

93.00

경제적 가치 A

66.25

사회적 가치 A

95.00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다양한 가치의 실천을 위하여

경제적 가치 A

60.00

문화예술교육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즐거움을 제공한다. 문화예술

사회적 가치 A

80.94

교육 경험은 행복감을 가져다주며 사회적 증진에 큰 영향을 준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가치와 편익은 점차 공감 •경제적 가치 A: 문화예술교육 종사자의 경제적 여건 개선

대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회적 가치 A: 소외지역 문화예술 격차 해소

이 연구는 짧은 기간 동안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 중 일부를 대

•사회적 가치 B: 지역사회 문화역량 강화

상으로 하여 조사를 실시했다는 점과 경제적 가치를 추정하기에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지닌 고유한 특성으로 인한 한계 등으로 아 경험적으로 확인해보기에 앞서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계

대한 평가 연구는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파악해보는 이러한 과정

량화하여 객관적인 수치로 도출한다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는 동시

은 이 연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

에 10년에 걸쳐 제공되어 온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또 다른 측면에

한 실마리이자 사회경제적 가치를 추정해 본 결과로써 눈여겨 볼

서 검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써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하다.

전 국민이 일상적 삶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 서 자신을 발견하며 나아가 사회 . 경제 전반에 문화예술교육이 확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삶의 질과 사회적 관계의 향상, 함께 느끼는 행복감

대해 나감에 있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인 기여를 확인 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연구의 시작이길 바란다.

문화예술교육은 개인 삶의 질 향상과 행복감에 대한 가치와 문화 소양적 태도 증대, 사회적 소통, 사회통합, 관계 형성, 지역 재생,

글 _ 류윤호 | 정책연구팀

공동체성, 범죄예방, 사회적 형평성 등에 미치는 사회적 가치와 이 로 인해 파급되는 가치들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소통과 관계형성 을 바탕으로 측정치를 제시하고 삶의 질경제생활 및 신체

. 정신 건강

, 행복

감, 자아존중감, 사회관계, 사회적 형평성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문항을 구성하였다. 이 때 조사 . 분석 방법의 한계를 보

참고자료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2013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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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저변을 마련하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연구

오늘날의 사회 양상을 문화예술에 비추어보면, 창조적 사고를 요하는 문화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한 문 화예술교육은 2005년부터‘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통과 공감, 함께 나누는 행복’ 이라는 비전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국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정책들이 꾸준히 확대 시행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크게‘학교 문화예술교육’ 과‘사회 문화예술교육’ 으로 구분되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 발 운영되어 왔다. 이는 기존의 편향적이고 기능중심적인 예술교육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시도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학교와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양적인 확장에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특 히 전 국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실현에‘학교’ 를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수동적인 문화 소비자가 아닌, 문화의 창조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며, 이러한 흐름에 보다 체계 적인 교육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들이 함께 진행되었다. 본 리포트에서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을 담은 관련 지원사업과 연구들을 소 개하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를 학교 현장으로‘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술강사 지원사업’ 은 자격을 갖춘 분야별 전문 예술강사 4,735명2014년 기준이 예술현장과 공교육을 연계하고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사업으로,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예술강사 지원사업’ 은 2000년 16개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국악협회가 중심인 국악강사풀제로부터 출발하여 2002년 연극, 2004년 영화, 2005년 무용과 만화 . 애니메이션으로 확대되었고,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을 기점으로 공공성 강화와 지역 교육청과의 체계적 협력을 위한 정책 추진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2010년 공예, 사진, 디 자인 분야로 확대되어 현재는 8개 분야에서 전국의 초 . 중 . 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지원되 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육청,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6 개 시 . 도 광역센터, 예술강사가 함께 협력하여 문화예술교육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국 초 . 중 . 고등학교의 75% 이상의 학교가‘예술강사 지원사업’ 의 수혜를 받고 있고, 사업 실행 연도부터 현재까지 의 10여 년 동안 7,800여 개의 수혜학교가 증가하는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예술강사 지원사업’ 의 결실 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를 학교 현장으로「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 학교 문화예술교육은‘예술강사 지원사업’ 과 함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질적 성 장, 즉 학교 문화예술교육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 사업들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하 교육표준 연구를 추진하였다. 그간 수차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그 첫 단계로「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

에 걸친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무엇보다도 교급별, 교과군별 수업시수 제시를 통한 학기집중 이수가 가능해졌던 것이 연구의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더불어 예술 과목에는 음악, 미술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가 포함

168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교 현장의 예술교육의 관심이 증대된 상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확장

황이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교수-학습지도안 개발」

당시 개정 교육과정은 현실적으로 음악, 미술, 그리고 국어 안의

과거에도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콘텐츠 개발이 진행

문학, 체육 안의 표현활동, 통합교과로서의 즐거운 생활 등으로 분

되었으며, 학교 현장성을 고려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기초연구들

야를 다양화하였으나 예술교육의 일관된 시각과 목표보다는 교과 중심, 주제중심의 내용으로 구성 . 운영되고 있어 체계적인 심화교

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기초연구들을 연계하여 4개 분야공예, 만화 니메이션, 연극/2012년, 국악/2013년의

.애

교수-학습지도안이 개발되었고, 현재

육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시대의 변화와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인 사고와 예술교육의 보편성 . 특수성을 아우를 수 있는 교

3개 분야무용,

과 재편성이 요구되었다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2011.

게 활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10개 분야의 교육표준 연구가 진행되었

콘텐츠 개발의 노력은 예술강사 간의 서로 다른 전문성과 경험,

고, 문화예술교육의 단계성과 체계성, 그리고 연계성 마련은 미래

그리고 지역의 교육환경, 학교현장 수업과 연결되므로,‘강사의 전

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었다.‘2009년 개정

문성’ ,‘교육표준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의 연결을 통하여 예술

교육과정’ 이 학교 현장에 도입된 시기에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한

강사와 학교 학생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학습경험을 나누고자 하

교육표준 연구가 추진되었고, 이는 분야별 특수성과 문화예술교육

는 시도이다. 다양한 교육내용 개발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 공통가치를 모두 반영한 첫 시도로서 눈여겨 볼만한 연구이다.

시도와 노력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져 향후

영화, 디자인/2014년의

교수-학습지도안이 개발 중이다.

이 지도안은 추후 연수를 통해 예술강사들에게 배포하는 등 폭넓

문화예술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기

예술강사 영역의 근거를 마련

대해 본다.

「2013 예술강사 사업관련 교과 교육과정 분석 연구」 교육표준 연구가 예술교육 전반 학령기준의 표준을 제시하여 체계

글 _ 김서연 | 정책연구팀

화를 마련하였다면, 그 후속연구인「2013 예술강사 사업관련 교과 교육과정 분석 연구」 는 학교 현장의 예술수업 가능 시수와 내용을 분석하여, 학교 현장의 예술교육 범위를 제시하였다. 이는 정해진 교과의 시수 중에 예술강사가 어느 정도 교과의 예술과목을 담당 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분석하여 예술강사의 역할을 명료화시켰다

참고자료 남서울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공예」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단국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국악」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는 의미를 지닌다.

인하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디자인」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 연구는‘2007년 개정 교육과정’ 과‘2009년 개정 교육과정’ 이

중앙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만화애니」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함께 시행되고 있는‘과도기적’기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교육과 정과 교과서 분석의 결과가 완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초

청주교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무용」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학교 1~2학년의 경우에는‘2009년 개정 교육과정’ 에서‘통합

진주교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미술」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과’ 를 강조하여, 국어와 수학을 제외한 모든 교과를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의 기본교과와

한국사진교육학회.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사진」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연극」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고등학교의 선택교과에 대한 예술수업이 가능한 최대 시수와 내용

한국영화교육학회.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영화」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을 분석하였다. 그 외, 창의적 체험활동과 토요 동아리의 바람직한

한국교원대 산학협력단.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음악」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활동 전개를 위하여 각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는 활동내용을 조사 하여, 실제적인 주요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교과서 분석은 일부 학자들의 경험과 판단에 기초하였으 나, 교과 안에서의 예술교육의 범위를 가늠하였고,‘예술강사의 영 역’ 의 근거 마련을 통해‘예술강사 지원사업’운영에 대한 기초자 료로서의 큰 의미가 있는 연구로 볼 수 있다.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2012 학교 문화예술교육 우수 교수-학습지도안 개발연구공예, 만화애니메이션, 연극」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권덕원 외. 「2013 예술강사 사업관련 교과 교육과정 분석 연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경인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 학교 문화예술교육 우수 교수-학습지도안 개발연구국악」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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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다각적 효과 검증을 위한 첫 시도 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예술강사 지원사업 10년의 효과, 다양한 효과를 포착하기 위한 연구의 첫 시도 우리나라는‘예술강사 지원사업’ 으로 현재 약 4,735명2014년 기준의 예술강사들이 각 학교로 파견되고 있다.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예술현장과 공교육의 연계를 통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었으며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 및 창의력 향상을 위해 전문 예술강사들이 학교로 찾아가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러한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고자 안양 대학교와 함께「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를 추진하였다. 이번 연구는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성에 관련한 첫 연구임을 감안하여 다양한 효과지표를 추출하고, 나타나는 효과성을 진단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으며 지원사업의 효과를 다차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학생 수준학생 자체, 역량에 대한 인식, 학교 수준교육자, 교육기관, 문화예술교육, 사회 수준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 지역사회 공동체으로 효과 수준을 나누어 연구하였다. 여기에서는 정량적, 정성적 방법을 통해 포착된 효과 중 눈여겨볼 만한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 수준에서, 학교 수준에서, 사회 수준으로 다양하게 펼쳐져 나타난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효과들 학생 수준에서의 효과 학생들은 예술강사 수업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 심이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강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본인의 역량 수준이 발전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 수준에서의 효과 학교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전반적으로 교사의 전문성 향상, 학교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 등 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자 측면에서는 수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기 학생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등 교육적 전문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교육기관 측면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학교 환경 인프라가 개선되 는 기회로 작용하였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실제적 예술 활동은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구체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회 수준에서의 효과 전반적으로 문화 격차 해소, 지역문화예술 저변 확대, 사회적 가치와 포용 등의 효과들이 나타났다. 예술강사의 문화예술교육은 교과과정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학내 . 외 문화예술행사연극제, 합창제 등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 아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 향상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었으며 학생들의 문화예술 활동 및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함으로 써 문화격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나타났다.

170


구분

학생 수준

설문조사를 통한 결과양적 분석

인터뷰를 통한 결과질적 분석

•자기 확신, 사회성 향상

•잠재적 소질을 발견,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

•학교생활에의 만족 •진로선택에 긍정적인 영향

•타인과의 소통・협동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관계 형성 및 향상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관심 제고 •자기표현 능력 향상

•예술강사의 수업방식, 예술강사의 학생관계 형성,

•학업성취도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음

그리고 예술강사의 수업문제해결 등 예술강사 관련 요인의 영향이 큼

•수혜횟수가 많을수록 효과 높음 •예술강사와 기존 교사 간 협업을 통한 교육 상승효과

•학교 관리자 및 교사와 학생들의 관심수준 향상

•학교의 전반적인 문화예술교육 역량 향상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학교 차원의 인프라 개선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는 학교문화 조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개선

학교

•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전반적 개선

•학교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 •학교 교사의 교육적 전문성을 강화

수준

•프로그램 과정과 결과에 기여

•새로운 교육방식 접목 및 개발 •학생들에 대한 이해수준을 제고

•학교에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 도입

•학생들에 대한 친밀도 향상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는 학교문화 조성

•기관장의 관심 및 예술강사의 수업 방식이 효과에 대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

•학생들 사이에 문화예술 활동 증가 •학생 행복 인식 •사회적 가치 확산 •지역 내 문화예술인력 활용 증가 사회 수준

•지역사회에서의 긍정적인 평가 •문화예술인의 고용에 기여 •사회적 가치 확산 •사회적 소외계층의 문화예술교육 기회 확대 •문화예술인 고용에 기여

“5학년 때 우리 반에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서로 손도 잡기 싫어했

때문에 각 효과들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분석해내지

고, 말도 하기 싫어했는데 강강술래 하면서 같이 어울리고 손잡고 떠들고, 같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이 웃으면서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요.”- 부산 해강초등학교 학생

방법론을 검토하여 효과성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어떤 움직임을 해도 칭찬 듣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면서도 소통이 되니까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점점 자신감을 갖더라고요.‘나 자신’ 에 대한 긍정적 사고와‘나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이요.”- 대전 무용예술강사 “독서활동에서 책 표지를 만드는 수업을 했을 때 저는 아이들이 읽은 책 표지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효과, 그 가치의 확대를 위하여

를 보고 똑같이 그리도록 했어요. 그런데 같은 활동을 예술강사가 진행했을

문화예술교육 및 문화향유 지원 확대라는 정책 기조에 따라 예술

때 아이들에게‘이 책을 읽고, 네가 표지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니?’

강사 지원사업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예술강사 지원사업

묻고, 책을 읽고 정말 좋았던 부분이나 상상한 내용을 갖고 자유롭게 책 표지

이 학생 및 학교 등에 미치는 효과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 그리

를 그려 보도록 했어요. 방식이 저와 완전히 달랐죠. 책을 읽고 나서도 창의성

고 이러한 사업이 좀 더 제도적으로, 사업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을 이끌어내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여수 죽립초등 학교 담당교사 “학교에서 올해 국악실을 만들어주셨어요. 아이들 방석도 마련하고요. 처음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연구들은 지속되고 확대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시작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수업 시수도 배로 늘었고, 일부 학년만 진행하던

다. 문화예술교육은 창의적 인성교육의 본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서 전 학년으로 확대되었어요. 학교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점에서 불안한 현시대의 최선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학교 안

- 부산 국악예술강사

에서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가치 확대의 발걸음

「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하였습니다. 글 _ 박진아 | 정책연구팀

본 연구는 복합적이며 다차원적인 측정지표를 개발한 다음 실제로 적용해보는, 효과성 진단 목적에서의 다양한 실증분석을 시도해 보았다는 의의가 있지만, 주로 연구를 위한 지표와 문항을 개발하 고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포착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참고자료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2013 예술강사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 , 한국문화예술교 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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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일상에 녹아드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탐구

문화예술 활동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전달을 넘어 예술적 경험의 과정에서 우리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고 타인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준다. 특히 창의력은 문제해결능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역량으로, 문제 또는 사건을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새로운 경로를 통해 해결책을 갖는 경계 허물기 능력이 그 기반이 된다김인 .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번 글에서는

설 외 2014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국내ㆍ외 여러 시도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성에 관한 내부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근거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전 반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 및 관심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지속해서 증대됐다. 이처럼 정책적으 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각 사업별 효과성 검증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국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최근 3년간 12개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11년 예술꽃씨앗학교와 교정시설, 소년원 학교를 중심으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2년에는 노인 문화예술교육,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 청소년 문화예술돌봄프로 젝트, 예술꽃씨앗학교 중심 연구와 더불어「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의 의학적 접근을 위한 기획연구」 와「학교폭력 예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분석」 이 진행되었다. 2013년에는 예술강사 지원사업,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에 대한 효과성 연구와「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 가 진행되었다. 「2012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 예술꽃씨앗학교」 에서는 참여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문화예술 감수성, 창의성, 자기조 절력공격성, 자기표현과 발표력 등이 모두 평균 이상으로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2012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 청 소년 문화예술 돌봄 프로젝트」 를 통해서는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한 위기 청소년들이 자아존중감, 문화예술선호성, 사회성, 표현력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2012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 노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에서는 어르 신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졸 농도 비교라는 생리적 측면에서 접근하였는데, 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그렇지 않은 어르신들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최 대 약 2배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효과와 영향은 아동, 청소년 그리고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에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와 가치에 대한 해외 연구 1. 미국 국립예술 기금위원회의 연구보고서 미국의 경우 미국 국립예술 기금위원회National Endowments for the Arts, NEA의 존 폐를 두고 일어난 논쟁을 시작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효과성 연구가 본격화되었다Jenson, 2002. 근래 NEA에서 발표된 연구로는 2012년 3월 발표된 55번째 공식 보고서인 <The Arts and Achieve -ment in At-Risk Youth: Findings from Four Longi - tudinal Studies-위기 청소년의 예술교육과 성취도: 4개의 종적연구를 중심으로> 가 있다. 이 연구는 광범위한 종적연구가 부족하다는 기존 효과 연구들의 한계를 보완하고, 문화예술교육과 학업ㆍ사회 성 취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기존에 조사되었던 4개의 종적 연구보고서1)의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연구이다. 특히, 조사 대 상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Low socioeconomic status, SES

172

2)

청소년들로 재분류하였는데, 이는 가족수입, 부모님의 학력수준,


직업수준 등이 상위에 있는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체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

험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예술 집중 교육의 효과 차이가 두드러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예술교육이 창의성, 인성, 감성개발에 도움

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동일한 조

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

건의 소외계층 청소년이라도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한 그룹의 학생

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입시 중심의 교육 현실에서 문화예술교육

들은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더욱 높은 학업성취도와 시민

은 여전히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것의 주된 원인 중

참여의식을 보였다.

하나에 대해 사회학자 William Hoynes2003는 문화예술교육의

2. OECD 교육혁신센터의 연구보고서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

효과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왜, 그리고

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CERI 3)에서

2013년에

어떻게 문화와 예술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를 건강

출간된 <Art for Art’ s Sake?: The Impact of Arts Edu

하게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

-cation예술을 위한 예술? : 예술교육의 효과성 연구>는 학교 교과과정 속에

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그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방법론

편성된 예술교육이 학습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개발은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으나, 프로젝트마다 영향과 효과

이 보고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진행된 기존 연구물들의

의 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지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종합하여 고찰하였다. 주요 결과에 따르면 예

문제와 대부분의 효과성 연구들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술교육은 언어, 수리, 외국어, IQ, 공간인지력, 관찰능력, 문제해결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가 장기간에

능력 등 전반적 학습능력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걸쳐 발현된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능력 성취도, 청소년 문제

이 연구보고서는 향후 효과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

행동 교정, 스트레스 감소 등 단기적 효과를 측정하는 일회성 연

해서 예술교육 비수혜자에 대한 기준이 더욱 세부적으로 제시되어

구가 아닌 추적조사, 종단연구 등을 통한 장기적 연구가 진행되어

야 한다고 제언한다. 예를 들어, 같은 조건학생들의 나이, 성적, IQ, 경제수준

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문화예술교

등으로‘예술교육

육의 가치를 모두가 공감하고 지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효과성

진행하는 교실 vs 예술교육 진행하지 않는 교실’

을 나누어 효과성을 비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과학과

연구 방법론 개발과 분석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같은 비예술 분야에서도 사고와 창의력 발달이 얼마든지 발현 가

대한 철학적 논의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능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예술교육은 진행하지 않지만 대신 비 예술 장르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로 나누어 그 효과성을 비

글 _ 이윤채 | 정책연구팀

교 분석해볼 수도 있다. 1) 활용된 4개의 종적연구 데이터

참고자료

•the National Education Longitudinal Study of 1988: 1987~1988년,

설연경. 2013.「문화예술활동 기반 교육의 의미와 구성주의적 학습 환경과의 관련

조사대상이 14세일 때 시작하여 2000년, 26세가 될 때까지 5번의 조사 수합 과

성 탐구」 . 문화예술교육연구, 8(4): 179-200.

정을 거친 자료

Davis,J. H. 백경미 역. 2013.「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 서울: 열린책들

•the Early Childhood Longitudinal Study, Kindegarten Class of 1998-1999: 1998~1999년에 시작하여 조사대상이 8학년이 되는 해인 2007 년까지 조사한 자료 •the Education Longitudinal Study of 2002: 2002년, 조사대상이 16세 일 때 시작, 20세가 된 2006년의 자료 •the National Longitudinal Survey of Youth of 1997: 1997년, 조사대상

고경화. 2003.「예술교육의 역사와 이론」 . 서울: 학지사. 김인설, 정득, 이종석. 2014.「문화예술 활동이 청소년 정서에 미치는 영향-생태학 적 관점에서의 실증연구」 . 문화정책논총, 28(1): 225-250 Jenson. 2002. Is art good for us?:Beliefs about high culture in american life, Lanham; Boulder; New Work; Oxford: Rowman& Littlefield Publishers, Inc.

이 12~16세일 때 시작하여 인터뷰 등을 통한 조사 수집을 매년 시행, 2008~

James S. Caterall, Susan A. Dumais, Gillian Hampden-Thompson.

2009년, 조사대상이 20대 중반 때의 자료

2013. The Arts and Achievement in At-Risk Youth: Findings from

2)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SES 측정 방식

Four Longitudinal Studies. National Endowments for the Arts.

가족수입, 부모님의 학력수준, 부모님의 직업 수준 등을 측정함. 위 기준에 따라

Ellen Winner, Thalia R. Goldstein, Stephan Vincent-Lancrin. 2013.

약칭‘at 학생들을 4개의 집단으로 구분했을 때, 가장 하위의 집단이‘low-SES’

Art for Art’ s Sake? : The Impact of Arts Education. OECD Centre

risk’ 로서,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보고서의 주요 조사대상임.

3)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

Hoynes, W. 2003. The arts, social health, and the development

1967년 OECD에 의해 설립된 독자적 의사결정 체제를 가진 부속기구로서 교육

of cultural indicators,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관련 정책연구 및 교육혁신을 위한 이론연구를 수행하는 OECD내 준독립적 기

Administration, 26(7): 773-788

구이다. CERI는 OECD 회원국 간 교육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거나, 연구

Winkley,W. 신현순 역. 2002.「아동과 청소년의 정서장애」 . 서울: 이화여자대학

결과를 공유하는 세미나 및 회의를 개최하는 역할을 한다.

교 출판부

173


2014 arte365 아카이브 •연구 리포트

가치 있는 내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해외 연구보고서를 통해 본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다양한 영역에서 바라본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미국 시나리오 작가이자 비평가인 Tony Kushner는“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웃을, 자신의 지역을, 사회를,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고 하였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와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가치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각 국가에서 진행한 문화예술 및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와 가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하나의 출발 점이 되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미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 UK의

통계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

은 사람들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보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참여자에 비해 봉사활동 참여 횟수가 더 많고, 사회기부 금액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문화예술교육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 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캐나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뉴브런즈윅 주 주민의 80% 이상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한 이후 문화예술이 그들의 삶과 지역사회에 중요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중요하다고 대답했다CCA, 2012. 한편,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올해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발표한 보고서 <문화예술의 개인적 . 사회적 가치The Value of Arts and Culture to People and Society>에는 영국 런던의 예술자선단체‘Only Connect’ 의 교육 프로그램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Only Connect가 2006년부터 약 6년간 재소자 및 전前 재소자를 대상으로 연극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런던의 재수감 비율이 평균 57.5%인데 반해 연극교육에 참 여한 재소자들의 재수감 비율은 절반도 안 되는 25.9%로 측정되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재수감 비율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연극교육에 참여한 재소자들이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연극을 직접 제작 . 출연하 면서 다시금 사회관계 형성의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긍정적인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NPC, 2011. 2. 문화예술교육과 소통 문화예술교육은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4~8학년 학생 2,046명 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예술교육에 할애한 시간이 많은 학생일수록 상대적으로 또래 및 부모와의 유대감 형성 측 정치가 높아Judith,

B., Robert, H.,&Hal, A., 1999

문화예술을 매개로 하여 서로 간의 대화가 빈번해지고 유대감이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래 관계성

부모 관계성

3년 이상 예술교육 수혜 집단

29.45%

35.17%

1년 이하 예술교육 수혜 집단

23.26%

24.31%

미국 4~8학년 대상 설문조사

Judith, B., Robert, H.,&Hal, A., 1999, Learning In and Through the Arts: Curriculum Implications, Center for Arts Education Research Teachers College, Columbia University. 데이터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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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소통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한다. 호주는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만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정서적 . 감성적

원주민 예술가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 가적으로도 원주민 문화예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 황에서 원주민 문화예술을 직접 관람 . 체험한 호주 국민들은 원주

측면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를 정확하게 드러내기에 다소 어려움이

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측정되었다Australia

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for the Arts, 2014.

Council

이는 문화예술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문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확산을 위해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관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삶 안에서 문화예술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드

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도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는 역할을 한다.‘나’ 와‘너’ , 그리고‘우리’ 와‘사회’ 가 더 나은

3. 학교 교육과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이 집중도, 사회성을

세상으로 향해갈 수 있게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발달시키는 데에는 도움을 주고 있으나, 학업 성적과 같은 직접적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인 교육적 성취도 면에서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지 않은 실 정이다. 대신 지속적인 문화예술교육 참여가 학업과 어느 정도 연

글 _ 김안나 | 정책연구팀 인턴

관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연구들이 있다. 먼저 미국 대학입학시험위원회the 의

보고서1995에

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oard

따르면 3~4년간의 꾸준한 예술 수업 참여가 수

학과 영어 점수의 상승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또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미국 25,000여 명의 학생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도 눈여겨볼 만하다Catterall,

J., Chapleau, R.,&Iwanaga,J., 1999.

이연

구에 참여한 학생 중 문화예술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학생들의 70.9%가 상위등급의 학점을 받았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46.3%가 상위등급의 학점을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놀라운 결과임을 알 수 있다. 4. 건강과 문화예술교육 그렇다면 신체 건강과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여기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 그램이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의료예술연합Society for the Arts in

Healthcare의

2009년 보고서는 각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준 긍정적인 효 과에 대해 언급한다. 그 사례 중 하나는 맥마이클 캐나다 아트 콜렉션McMichael Canadian Art Collection에서

여성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갤러리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소장품을 포함, 미술에 대한 정보를 통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에 대해 서 술했다. 또 그 결과로서 암 환자들이 그들의 질환에 대해 긍정적 인 생각을 하게끔 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감소시키는 데 미술교육 프로그램이 일조했음을 밝혔다Dean, K.&Fitch, M., Carman, M., 2000.

참고자료 1) Arts Council England, 2014, The Value of Arts and Culture to People and Society. 2)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2014, Arts in Daily Life: Australian Participation in the Arts. 3) Canada Council for the Arts, 2012, Building Public Engagement in the Arts. 4) Catterall, J., Chapleau, R.&Iwanaga,J., 1999, Involvement in the arts and human development: General involvement and intensive involvement in music and theater arts,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5) Council of Europe, 2008, The Compendium of Cultural Policies and Trend in Europe. 6) Dean. K., Fitch, M.&Carman, M., 2000, An Innovative Art Therapy Program for Cancer Patients. 7) Department for Culture Media&Sport(UK), 2014, Quantifying the Social Impact of Culture and Sport. 8) Elementary Teachers’Federation of Ontario, 2011, Arts Education for the Development of the Whole Child. 9) Judith, B., Robert, H.&Hal, A., 1999, Learning In and Through the Arts: Curriculum Implications, Center for Arts Education Research Teachers College, Columbia University. 10) New Philanthropy Capital, 2011, Unlocking Value: The economic Benefit of the Arts in Criminal Justice. 11) Society for the Arts in Healthcare, 2009, State of the Field Report: Arts in healthcar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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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해외 리포트

Arts for all, 모두를 위한 예술 국가별 예술교육 정책 한 눈에 보기

예술교육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문화예술과 행복한 삶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그 중 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특정인의 향유물이 아닌‘모두를 위한’평생교육으로 그 인식과 역할이 바뀌 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융성을 기조로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온 국민이 쉽게 예술을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모두를 위한’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정책을 시행 중일까? 문화가 곧 일상인, 예술을 국력으로 키우는 해외 예술교육 정책 동향을 살펴보자.

미국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은 미국 전역의 문화예술위원회 및 지역예술기관에 동일하게 적 을 발표했다. ▶예술의 수월성 지원제작 지원 용되는「2014~2018 문화예술 발전계획Strategic Plan Framework for FY 2014-2018」 . ▶예술 접근성 강화 ▶예술 기여에 관한 지식 이해촉진 ▶조직 내 인적 및 지원 역량 강화를 핵심 목표로 내세운 점이 주 목할 만하다. 이 중 두 번째 목표인‘예술 접근성 강화’ 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온 국민의 생애 주기별 평생 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 포함되어있다. 최근 차기 수장으로 지목된 제인 추Jane Chu의 역 량과 인지도에 대한 엇갈린 반응, NEA 2014년 예산 동결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우려 등 국립예술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재, 지속적인 피드백과 설문조사, 연구를 통해 보완작업을 거쳐 완성된 본 계획의 시행 추이에 많은 사람들 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예술을 위한 10년 전략 체계A strategic framework for the arts인「2010~2020 위 를 발표한 바 있다. ▶예술 재능 발굴 및 지원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예술 대한 예술을 모두에게Achieving great art for everyone」 적 경험 기회 제공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이며 혁신적인 예술 실현 ▶고도로 훈련된 다양한 예술 리더쉽과 인력 양성 ▶모 든 아동에 풍요로운 예술을 경험할 기회 제공이라는 다섯 가지 목표를 세우고, 총 열세 가지 우선 추진목표를 선정하여 중 기 계획2011~2015을 완성해 시행 중에 있다. 보다 많은 사람, 특히 어린이를 위한 예술경험 기회를 주고자 소외지역으로 찾 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수혜자 중심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호주 2008년‘호주 2020 서밋Australia ~2022」정책은

2020 Summit ’ 에서

제안되고 2013년에 발표된「창의 호주Creative Australia 2013 .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의 역할과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력을 강조한다. 또한, 문화예술분야 지원을

통한 창의적 표현과 예술가의 역할을 중요시 여기고, 창의 예술 분야의 성장을 위해 새롭고 다양한 기금 지원 방법을 모색 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창의 호주」 를 위한 주된 다섯가지 목표로는 ▶호주 원주민 문화 수용 및 존중 ▶호주 국 민의 다양성 반영, 국민의 문화 정체성 및 표현의 자유 보장 ▶다양한 예술 및 예술가 활동, 특히 호주의 정체성이 반영된 예술 분야 지원 ▶호주 예술 분야 발전을 통해 국민의 생활, 복지 및 경제 발전에 기여 ▶새로운 콘텐츠 및 창조산업 발전 지원을 통한 국민의 창의성 보장이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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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보편적인 학교 예술교육 시행을 위해 교내 다목적홀과 도서관

Annecy까지

장장 5개월에 걸쳐 총 20개의 도시를 방문해, 지역문

The Song Room ’ ,‘벨셰익스피어Bell

조성을 지원하는 사업,‘더 쏭 룸

화청DRAC을 비롯한 문화예술교육기관 관계자 및 예술가, 학생을

Shakespeare ’ , ‘호주아동음악재단 Australian Children’s Music

만났다. 2013년 9월, 장관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연구와 접근성

Foundation’등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학교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함과 동시에 현 문화예술분야 구조 조정

공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태블릿PC, 전자칠판 등 미디

에 국가가 짊어진 숙제가 많다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산 증

는 보다 확장된 학 어 기술을 십분 활용한‘뮤지카 비바Musica Viva’

가 계획을 밝히고 문화예술교육 지방분권화를 강조한 바 있다. 문

교 음악교육을 제공 중이다. 또한, 문화 소외지역에 연극, 무용, 음

화만큼은 다른 나라에 절대 뒤질 수 없다는 국민 인식이 크게 자

악 원격 수업을 실시해 호주 전 지역에 문화예술교육 혜택을 공평

리한 프랑스가 현재의 물리적 슬럼프 단계를 어떠한 방법으로 헤

하게 주기 위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국민을 위한 베넬롱 포

쳐나갈 지 기대가 크다.

인트From

Bennelong Point to the Nation: Bennelong Point는

시드니 오

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지역’프로젝트가 시행 중이라 호주에 거는

글 _ 양혜진 | 국제교류팀

기대가 남다르다.

프랑스 최근 경기 침체로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 중인 프랑스는 문화계의 원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모두를 위한‘국가 은 당선 1년 후인 문화예술교육계획Plan national d’education artistique’ 지난 2013년 수립된 교육부의‘학교 재정립 법안Loi de l’ ecole’ 에

de refondation

포함해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부와 교육부가

긴밀히 협력하여 문화예술교육분야 발전에 힘쓰는 것은 프랑스의 오래된 특징이기도 하다. 젊은 여성 문화장관 오렐리 필리페티Aurelie Filippetti의 행보가 오히 려 주목할 만하다. 2013년 1월,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방안 모색을 위해 장관이 직접 프랑스 전 지역을 순회하는‘문화예술교육 투어 계획Tour artistique et culturelle’ 이

de France de l’ e ducation

발표되었다. 지역 차별 없이 프랑스 전 지

역 청소년이 문화와 예술을 공평하게 누리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1월 17일 북서부 도시 렌느Rennes를 시작으로 6월 14일 동남쪽에 위치한 도시 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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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아카이브 •해외 리포트

문화예술로 ‘함께’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 국가별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 살펴보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개인과 학교를 넘어선 가족, 시민 참여기반의 지역공동체 활성 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별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통해 공동체 . 시민의식 함양, 시민참여 제고, 지역사회 활성화 등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창출 효과를 되짚어보자.

미국 창의적 공간 만들기Creative Placemaking 미국국립예술기금위원회NEA가

지원한 지역활성화 우수사례로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지역들이 주요시설, 인프라를 활용

하여, 예술작품 창작워크숍 및 전시, 공연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율 성, 다양성 제고, 지역경제문화산업 활성화 효과를 얻었다. 시카고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2,500명의 학생 대상 멘토 프로 그램을 제공하고, 벽화제작 및 거리공연, 연극,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했으며,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젝트에는 학생 2,500명, 재소자 400명, 예술가 300명이 참여하여 미국 최대 도시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또한 미국 내 다 민족, 이민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포틀랜드에서는 공공미술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스토리텔링, 글짓 기, 모자이크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역활성화 우수사례 요건도 제시했는데, 신뢰할 수 있는 계획 및 모니터링 과정, 명확한 수혜대상, 지역공동체 리더의 프로젝트 전 과정 참여, 지역사회에 대한 프로젝트의 영향력, 다양한 환경에의 적용 가능성 등이 거론되었다.

독일‘루르 2010Ruhr 2010’프로젝트 과거 독일 최대 탄광 생산지대인 북서부 루르 지역 활성화 정책으로 문화시설기반 확장, 문화예술공연 활성화, 지역문화예 술 교육진흥을 통한 문화인프라 형성을 목표로‘루르 2010 프로젝트’ 가 진행되었다. 당시 독일 53개 도시가 과거 탄광촌 지역으로 학생 수 감소, 2025년 평균연령 47.6세 예상 등, 지역적 인구노령화 문제와 정규수업의 예술교육 축소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문화예술단체, 학교,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하여 지역의 통합 적 문화예술교육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루르 2010’ 의 차별성은 유럽의 타 문화수도와는 달리, 도르트문트, 에센, 보훔, 뒤센베르크 등 53개 도심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도시 간 경쟁이 아닌, 연대, 협동 정신을 목표로 도시별 고유의 문화예 술 공동체 사업을 병행 추진했다는 점이다. 총 6,550만 유로한화 약 943억 원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규모와 경기침체로 인한 연방정부의 지원약화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나 민간을 통해 재원을 조성했으며, 기존 문화예술 시설을 활용하고, 현지 예 술 단체와 협력하여 문화 예술 소프트 인프라인적 노하우 구축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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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트-아이디어, 유럽의 문화와 도시재생을 위한 토론

일본 야마구치 예술미디어센터YCAM,

유럽 내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적, 예술적 해결방안을 탐

기술과 예술의 융합, 새로운 시민 문화예술환경 제공

구하는 비영리 기관인 유럽 아트-아이디어Art-idea는 2013년 4월

2003년, 인구 약 19만 명의 야마구치 시는 미디어와 예술을 결합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미래의 도시와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 라

한 예술센터를 창립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을 포함한

는 주제의 회의를 개최했다. 본 회의에는 <Eventful Cities: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 복합공간 제공’ 을 목표로 공연, 전시, 영화

Cultural Management and Urban Revitalisation 행사가 가

상영, 시립도서관으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탄생한 작품과 성과는

득한 도시들: 문화적 관리 및 도시 재활성화>의

저자 Greg Richard 및

일본 전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초청, 소개되고 있다. 어린이

Robert Palmer를 비롯한 유럽 내 전문가 및 실행가들이 참석

대상 프로그램 사례로, 롤파크에서는 특수조명 및 음향시설이 설

해, 유럽 문화예술 행사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유럽의

치된 공간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어린이

문화예술행사와 도시재생을 위한 도전과제로는‘시민들만의’공간

아이디어 박스’ 를 출입구에 설치해서, 어린이들의 다양한 아이디

확보에 대한 수요증가와 대중의 진정한 행사참여 및 기존의 관습

어를 롤파크 시설보완과 발전에 적극 반영한다. 몸의 언어프로그

을 깨는 즉흥적 문화행사가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램은 특수 모니터가 어린이들의 동작을 인식하여 언어로 출력하

유럽정책은 현재의 경제적 관점 중심의 통제적 문화행사에서 대중

면, 그 언어를 단서로 어린이들이 또 다른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

의 창의성, 자율성을 존중하는 행사 추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

나가는 놀이이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

안했다. 또한, 문화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

하고, 창의력을 신장시킨다. 감각 깨우기는 4시간 동안 10명의 아

들여 생산하는 사람, 즉‘문화소비-생산자

Prosumtive’ 를

시민대상

문화행사 및 프로그램을 통해 양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유자재로 늘어져 있는 고무줄을 이용해‘공간과 움직임’ 을 몸으로 느끼며 관찰하고, 자신도 몰랐던 신체의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의식을 자극하여 발전시키는 체험을 한다. 성인 대상 프로

일본 문화청, 지역사회 문화예술활동 활성화 정책

그램 사례로 아이투아이Eye

to Eye프로그램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일본 정부는 2011년 문화청 정책자료를 통해 지역주민과 지방정

사용 가능한 시선추적시스템을 이용, 같은 공간 내 서로의 시선동

부, 문화단체들의 협력, 참가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및

선으로 파악하고 시야와 무의식, 개인 성향과 심리를 활용한 다양

행사, 연수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하고,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지역

한 게임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각의 움직임과 무

사회 활성화 정책성과를 소개했다. 문화프로젝트 진흥 정책의 일

의식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무궁무진한 예술적 접근을 가능하게 돕

환으로 추진된 시민 문화파워 프로젝트는 일본 시가현의 고古문화

는다. 퍼포먼스 라운지 시리즈는 청중들이 작성한 지시사항을 터

예술교육지원센터가 예술가와 학교교육을 연결하여 문화예술체험

치 패널 키보드로 옮기고, 전문 오르가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즉흥

수업을 교과과정에 도입한 것으로 지역문화단체, 기업, 지방정부의

그림자 춤으로 표현함으로써 무대를 함께 구성해나간다. 야마구치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창의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역주

시에 거주하는 60대 남녀가 그림자 댄스에 참여해 이들의 예상치

민들이 공공단체들과 협의해 지역의 문화환경 조성에 직접 참여하

못한 표현방식과 독특한 발상이 공연에 특별함을 더했다.

거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매년 일본 문 화청에서 우수사례 도시를 선정하여, 지역 간 네트워크 형성을 유

이 밖에 남미, 오세아니아에서도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한다. 선정된 도시들은 밴드, 음악공연, 연극, 시민 오케스트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등을 구성해 창의도시 축제에 참여한다. 전국 청소년 문화축제文 化祭Bunkasai는 1977년부터 개최된 일본 최대 규모의 중. 고등학생

시민과 지역정부 관계자, 지역예술가가 프로그램 기획, 운영, 평가

대상 문화축제로 매년 10~11월 주말에 개최된다. 축제 참가학생

흥시키는 선순환적 관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이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를 부

들은 직접 기획, 진행에 참여하고, 축제는 주최지역의 전통문화예 술공연 및 합창단, 깃발 퍼레이드, 미술 및 공예품 전시 등 다양한

글 _ 송미령 | 국제교류팀

지역문화를 소재로 구성된다.

179


2014 arte365 아카이브 •해외리포트

조금 특별한 이들을 위하여 해외 문화예술교육 사례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희망을 꿈꾸게 하는 것. 소통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 바로 예술이 지닌 힘이다. 하지만 이를 향유하는 것은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요건 등 다양한 이유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 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를 위한 풍요로운 삶을 상상하며 조금 특별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해외 문화예술교육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나’ 에서 시작하는 다양성의 가치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예술교육 추이는 국제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비영리 예술교 육단체‘크리에이티브 키즈Creative

Kids ’ 는

어린 환우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에임AIM,

Arts in Motion ’ 은

로비덴스 어린이병원 소아암 환자가 예술교육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치유하고 병원생활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의료부문 예술 프로그램 기획 사례로도 선정된 바 있으며 아이들 의 작품은 병원 내‘상상갤러리’ 와 시내 곳곳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고 있다. 에는 조각품을 직접 만지며 감상하는‘터치투어Touch Tours’ , 앞을 보지 못해도 작품을 느낄 수 있 ‘뉴욕 현대미술관MoMA’ 도록‘비쥬얼 디스크립션Visual Description’즉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아트 인사이트Art inSight’프로그램 지원 등 장애우 방 문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점자 작품설명은 물론 청각감응장치, 적외선 음향증폭장치, 수 화 해설, 실시간 컴퓨터 자막서비스를 시행하여‘장애를 불문한 모두의 현대미술감상’ 이 가능토록 한다. 그 밖에도 치매노 는 환우들에게 병이 아닌 자기 자신에 오롯이 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알츠하이머 프로젝트Alzheimer’s Project’ 집중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다양한 행사 개최와 연구 또한 주목할 만하다.‘예술과 특수교육 컨퍼런스2014

VSA Intersections:Arts and Special Education

Conference’ 에서는‘예술교육과

특수교육의 접점탐구’ 라는 주제로 장애학생 대상 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교육자, 행정가, 연 구자, 예술강사들이 모여 우수사례와 교수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예술과 인간발달’연구는 사회 . 경제적 취약층 유 아 . 아동, 비행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과 삶의 질 향상의 연관성을 밝힌 바 있다. | 크리에이티브 키즈 creativekidsart.org, 뉴욕 현대미술관 www.moma.org

영국 어린이들의 잠재된 문화예술을 끌어내다 예술위원회의‘예술을 위한 10년 전략체계 중기

계획2011~2015’중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어린이 대상 예술 경험 기

회 제공을 위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수혜자 중심 프로젝트 시행’ 이다. 관련하여‘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의‘아이-오케스트라i-Orchestra’프로젝트를 눈여겨볼 만하다. 지역민들은 최첨단 기술이 겸비된 에 자유롭게 방문해 컴퓨터 안내에 따라 가상 혹은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리라이트RE-RITE’ ‘예술텐트state-of-the-art-tent’ 에 올라타 오케스트라 단원, 지휘자, 공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오케스트라 체험 시설을 갖춘 예술버스‘뮤직랩MusicLab ’ 감독과 작곡가가 되어볼 수 있다. 참여자들이 직접 연주와 기획에 참여하는 결과발표회도 개최된다. 수혜자 맞춤식 프로그램뿐 아니라 매개자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도 있다. 영국 창의문화교육단체인 CCECreativity,

180


Culture and Education는‘예술가와

창의교육 매뉴얼 개발사업’ 을진

행하여 유럽권역 낙후지역 초등학생 대상 창의교육을 시행하고자

,‘스트렛퍼드 셰익스피어 축제 숍‘올-디-아츠 All-The-Arts’ Stratford Festival ’ 에서

최종결과발표회를 진행하는 연극 프로그램

DARE2drama ’ , 대어아츠

‘대어투드라마

하는 예술가를 위한 실무매뉴얼을 구축한 바 있다.

출신 학생이 직접 대인관계

, 와 진로 설정을 주제로 진행하는 워크숍‘대어투액트DARE2act ’

| 아이-오케스트라 www.iorchestra.co.uk

연합 합창단‘대어투씽DARE2sing’등 해당 장르와 교육 형태가 다

호주 국가 경쟁력은 원주민의 전통문화로부터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한 예술 분야 지원’ 을 강조하는 호주의 경

채롭다. | 대어아츠 www.darearts.com/index.shtml

우 원주민 문화 존중이 강조된 사례가 특히 눈에 띈다. 다양한 소

핀란드 문화예술이 가진 긍정의 힘으로 자신감을 찾다

외계층의 주요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들 안에서의 지속적 big hART’ 의‘이잘라

변화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빅하트 Yala’프로젝트는

얄라Yijala

다양한 지역민 참여형 예술교육을 통해 서부 로

서커스를 적극 활용한 경우도 있다. 유럽사회기금European Fund 1)

사업으로

탐페레대학교University of Tampere의

번Roebourne 지역의 현존하는 문화적 . 정신적 유산을 지킨다.‘네

센터Center

와‘인드지반디Yindjibarndi’주민의 관점에서 세계 갈루마Ngarluma’

서커스 프로젝트Effective

사를 다시 보는 연극 프로그램‘힙본 스티킹 아웃

Hipbone Sticking

for Practise as Research in Theatre에서

Social

공연분야연구

시행한‘이펙티브

Circus Project, 2011~2014’ 는

소셜 서커스

만화 형식의 전래동화로 기록한‘네구라라Ngurrara’ ,

프로그램 시행을 통한 문화 복지 향상이 주목적으로 수혜대상은 장애아가 있는 가족, 이민자, 다문화가정, 지적 . 발달장애우, 약물

지역민과 교도소 수감자가 싱어송라이터와 합작한 음반제작 프로

중독자, 정신질환자, 지리적 소외계층 등 다양하다. 참여자는 서로

Out’ , 현지어를

MURRU ’등

다양하다.「창의호주Creative Australia

의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협력하는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

발표되고 일상 속 문화예술의 역할과 경제 . 사

적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실수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게

회 발전을 위한 창의력이 강조됨에 따라 호주 문화예술교육에 거

된다는 것을 터득하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본 프로젝트 참여자, 예

는 기대가 남다르다.

술강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램‘무루

2013~2022」정책이

| 빅하트 bighart.org, 이잘라 얄라 프로젝트 yijalayala.bighart.org

‘소셜서커스의 웰빙효과’연구도 이루어진 바 있다. 문화예술, 교 육, 복지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떠오르는 북유럽의 행보

캐나다 청소년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가 기대된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외아동 자신감 상승, 리더십 함양을 목적

| 소셜서커스의 웰빙효과

는 교육 참여자 스스로 잠재된 능 으로 설립된‘대어아츠DAREarts’

www.uta.fi/cmt/index/wellbeing-effects-from-social-circus.pdf

력을 찾아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수혜자는 연간 약 만 명 글 _ 양혜진 | 국제교류팀

으로 본 기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남용, 자살, 우울증 등 청소년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자존감 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활발한 학교생활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배운 내용을 학교 친구들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과정이 포함된 예술워크

1)‘유럽사회기금ESF,

European Social Fund’ 은

유럽 내 청년 및 소외 계층과 관련한

사회 문제 지원 및 해결을 위해 EU차원에서 마련한 기금이다

181



리뷰 워크숍 배움이 오롯이 가르침 되도록 184 아동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186 | 지지 앤토니, 리사 슈미트빅 쏘우트 인터뷰 186 종이 악기를 만드는 스트라디바리 190 | 캔 맥라우드캐나다 뉴 브런즈 윅 사례 강의 19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워크숍‘Free, Play, Fun’194 포럼・심포지엄 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문화예술교육 198 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확장과 활용 200 | 브리짓 반 로이벤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터뷰 202 창의・인성교육 현장 포럼 204 | 창의・인성교육 워크숍 현장 206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콘퍼런스 208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 210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텐츠 콘퍼런스 212


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배움이 오롯이 가르침 되도록 31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_ 미국 청소년역량강화 PYE 32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_ 일본 도호쿠예술공과대학

2014년 5월, 청소년역량강화센터Partners

for Youth Empowerment, PYE Global

의 강사들과 청소년들의 창의성을 발현시

키고 프로그램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예술적 자원을 활용한 퍼실리테이션 스킬 및 환경조성법’ 을공 유하는 워크숍이 마련되었다. 이어 2014년 8월에는 일본 서예가 카세츠華雪와 도호쿠예술공과대학의 미야모토 타케노리宮本武典 교수와 함께하는 아동대상 서예프로그램 기획 및 교수법 우수사례 체험 워크숍이 열렸다.

청소년을 위한 창의적 퍼실리테이션 _ 미국 청소년역량강화 PYE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구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2층 그릴홀 내부는 하나의 전시공간 및 행위예술공간처럼 보였다. 가 장자리에 놓인 책상에는 참가자들이 그린 그림과 문학작품Poetic work이 부착되어 있었고, 일부 참가자들이 스카프 및 타악기 와 같은 소도구를 활용해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소규모 공연Performance을 하기도 했다. 이 공연은 그룹별 활동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4~5명의 참가자들은 그룹을 이루어 시나 소설 등의 짧은 문학작품을 만들고, 그 문학작품을 무용과 같은 동작으로 표현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표현해 달라는 초청강사의 주문대로 모두 자신만의 창의적인 작품을 써 내려갔다.‘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 이 이번 세션의 목적이었다. 한편 색연필과 파스텔로 자신의 내면을 도화지에 마음껏 표현하는 세션도 마련되었다.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매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청소년들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기 전에 실제로 그 들을 만나는 강사 스스로가 자신의 창의성을 먼저 느끼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프로그램에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도 공유되었다. 제아무리 박치인 사람도 함께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리듬, 별다른 음향장비 없이 음정의 차이만으로도 만들어내는 합창 활동들이 이어졌다. 창의성 발현을 위한 우호적 환경조성 처음 만난 사이라 어색할 법도 한데, 참가자들은 워크숍 현장에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양 친근해 보였다. 찰리와 실비아에 따르면, 그 비법은 워크숍 초반의 이름표 만들기, 리듬활동 및 자기 소개 방법 등 우호적 환경조성을 위한 사전워크숍 장소 구축에 있다고 한다. 장소가 안정적일수록 참가자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을 편안히 소개할 수 있다. 또 현장에 설치된 환영 문구나, 모두 동등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원 대형, 색종이와 반짝이풀 등을 활용해 만든 개성 넘치는 이 름표, 긍정적인 눈인사 등은 참가자들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 주었다. 자신 및 타인 비하 않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기, 경청하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자신의 생각 공유하기 등 운영 프로그 램 시작 무렵 참가자들과 함께 한 약속도 프로그램 기획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 모든 것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184


강의 . 체험 . 토론 . 실습 등 다양하게 구성된 커리큘럼 영상을 통

무,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나무, 겉보기에는 강해

해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과 해외 캠프 운영 사례들을 살펴보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운 나무, 유쾌한 나무 등. 이들은 함께 모

영상에서 소개된 프로그램 유형이나 노하우를 참가자들이 바로 적

여 하나의‘숲’ 을 형성했다.

용해보는 체험 세션도 함께 마련되었다. 2일 차 워크숍은 1일 차

미야모토 교수는, 일본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과 비

워크숍 내용을 직접 실습하고 초청강사 및 다른 참가자들과 피드

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들은 공동체

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워크숍은 서울 . 전남무안 . 울산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되었

를 이루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각자의 나무보다는 숲을

다. 리듬 . 음악기술, 소규모 연극공연, 창의적 글쓰기 . 문학활동, 한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본에도 개성 넘치는 숲이 이루어지기

국적 변형과 다양한 적용이 가능한 단체게임활동, 상호피드백 결

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표현하려 하는데, 이번 워크숍 참가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과를 공유하는 활동 및 경청기술 등을 체험한 각 지역의 참가자들 은, 모두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에서 꼭 적용해 보겠다는 의지를

아동 대상 수업에의 적용 미야모토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지금까

밝혔다. 이번 워크숍을 통한 변화가 주목된다.

지 직접 체험한 서예교수법을 아동대상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어 떻게 적용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체

아동 대상 서예 분야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 _ 도호쿠예술공과대학

험한 본 워크숍을 똑같이 적용시킬 필요는 없으며, 자신이 얻어가 는 핵심은 현장에 적용시키면 된다는 것이었다.

워크숍 첫 강의세션에서 카세츠 선생은 한자의 매력에 대해 설명

참가자들은 3~5명의 소그룹으로 모여 이번 워크숍을 통해 느낀

하였다. 글자의 형태形와 소리音만을 가진 한국어와 일본어에 비

점들을 나누었다. 나무의 가지들이 계속 겹치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해서, 한자는 한 글자 안에 뜻意까지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사물

약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강한 나무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

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가 결합해 새로운 뜻을 가진 한자가

나무 밑의 씨앗으로 시작해 큰 나무로 성장하여 숲이 이루어지는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알고 있는 사

과정에 관한 이야기 등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로서 아이들에게 전달

실이지만, 한자는 글자 하나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으며, 글자 하나가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내용을 비롯해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색감과 조 형의 활용, 미술심리 프로그램에의 적용, 문학시 . 음악 . 영화 장르와

라고 명명했 카세츠 선생은 이를‘한 글자 서예one letter calligraphy’

의 융합, 글자라는 도구를 활용한 융합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방법

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은 글자 하나만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론적인 이야기 등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번 워크숍은‘서예’ 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무木와 숲森 카세츠 선생은 한자‘나무 목木’ 을 소개하며 참가

어렵고,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라 여겨졌던 서예가 문화예술교육

자들에게 숙제를 주었다. 바깥의 산책공간에서‘목木’ 이라는 글자 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점심시간

의 한 장르로서 새롭게 다가온 순간이었고, 서예를 통해 서로를 이 해하는 훌륭한 협동 . 소통형 프로그램 기획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이 지나고, 자신이 고민한 바를 실제로 표현하는 서예체험시간이

있었다.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화선지 위에 자신을 대변하는‘목木’ 을표 현했다. 커다란‘목木’ , 자그마한‘목木’ , 팔다리가 긴‘목木’ , 짧은

글 _ 이다현 | 국제교류팀

‘목木’등 다양한 형태의‘목木’ 이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글자 ‘목木’ 은 사람의 생김새와도 비슷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대형 화선지에‘목木’ 을 함께 그리며 다양한 느 낌을 연출하였다. 큰 나무 아래에서 보호받는 나무, 꽃을 피운 나 무, 열매를 맺은 나무, 문학작품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나무, 춤 추는 나무, 날렵하면서도 오래된 느티나무,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

청소년역량강화센터Partners for Youth Empowerment, PYE PYE는 청소년교육 매개자 및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을 실행하는 비영리 단체 로 예술가를 창의적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양성하여 예술활동을 기반으로 하 는 청소년 교육 및 커뮤니티 학습환경 모델을 제시한다. 현재 미국, 영국, 브라 질, 인도 등의 50여개 단체와 협력하여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www.pyeglob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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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33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_ 아트플레이ArtPlay 34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_ 빅 쏘우트Big Thought

2014년 11, 12월 각각 호주와 미국의 문화예술교육전문가를 초청해 제33차, 제34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이 진행됐다. 교육자와 예술가의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강사teaching artists의 자질・역할, 어린이・위기청소 년 등 대상맞춤형 문화예술교육, 청소년 행동교정을 도모하는 현지의 문화예술교육 사례, 기관운용 프레임워크, 문 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파트너십 구축까지 다양한 이슈가 논의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공간 _ 아트플레이ArtPlay 물리적 공간 아트플레이ArtPlay 호주 어린이 대상 복합문화예술교육 공간‘아트플레이’ 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철거가 예정 되었던 멜버른 중앙 조차장操車場이 지역사회 문화지구로 탈바꿈한 경우이다. 도시계획 담당자, 지방정부 의원, 문화예술 지도자들이 이곳을 아동 . 가족을 위한 예술창작공간으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를 모으며 탄생하였다. 워크숍 현장에서는 아 트플레이 탄생배경, 공간소개, 주요프로그램, 연구파트너십 소개 등이 이루어졌다. 비가시적 공간 키즈 오운 퍼블리싱Kids

Own Publishing ‘책’ 도

다르게 생각하면 비정형화된‘공간’ 이라 할 수 있다. 키즈 오

운 퍼블리싱은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출판하는 세계 최초 어린이 전문출판사로서, 아이들의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출판하고,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의 어린이와 가족에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워크숍 현장에서는 어린이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이동식 도서관 키즈 오운 북 커비The Kids’Own Book Cubby,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 여 어린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iPad용 신규 어플리케이션 위퍼블리시WePublish 등이 소개되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스스로 책을 만든다’ 는 예술적 요소를 활용하여‘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스스로 책을 만드 는’스토리텔링 작업은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게끔 돕고, 지역사회 의 문화 . 언어, 그리고 공통적 경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출판이라는 아이디어가 지역, 국가, 나아가 세계로 전달되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마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주민 문화Aboriginal culture가 공존하는 호주 사회 내에서는 이러한 출판의 역할은 문화적 공존을 위해 더욱 중요하고, 특히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어 린이들에게는 또래가 스스로 출판한 책을 공유하는 것이 문화적 격차를 좁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키즈 오운 북 커비’ 는 단순한 어린이도서관이 아닌 다문화 수용적 태도를 기르는 인큐베이터라면, 위퍼블리시 앱은 아이들이 보다 효율 적이고 효과적으로 책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위기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_ 빅 쏘우트Big Thought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텍사스 주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빈곤・인종차별・마약・성매매・총기소지・조직폭력Gang집단 합류 등 텍사스 주의 청소년 문제는 우리나라의 학교폭 력・가출・따돌림・성폭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으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30년간 고군분투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국내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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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강사의 역할 초청강사 지지 앤토니Gigi

Antoni

와 리사 슈미트

것을 알게 해 주었다.‘컵을 쌓아요Cup Stacking Activity’활동은 고무

본질적으로 예술가이기 때문에 일방

줄을 활용한 컵쌓기 활동으로서, 단순한 아이템을 가지고 아이들의

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멘토와 조력자로서 강사와 학생 간 상호

협동심을 유도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또한 참여를 꺼릴 위험이 적

Lisa Schmidt는“ ‘예술강사’ 는

존중의 환경을 조성하고, 충분한 준비작업과 도구활용을 통해 아이

고, 성공할 확률이 높은Low

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을 끌어내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끔 해

문제에 노출된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어야 한다” 고 하였다. 특히 청소년의 뇌는 강의정보를 한 번에

전해주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시간이 12~15분이고, 기분을 좋아지게 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 “예술교육 조직이 광범위한

는 도파민에 민감하며, 성인이 하루에 약 2회 감정변화를 겪는데

지역사회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기관과 협력할 때 이들은

반해 청소년은 약 23회의 감정변화를 겪기 때문에 청소년을 다룰

더욱 강력해지고 확대된 영향력을 갖게 되고 지속 가능한 조직이

때 이러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대화법도

된다.” 는 협력철학 아래, 빅 쏘우트는 현재 100개 이상의 비영리 기

중요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의

관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500명 이상의 전문가를 통해 혁신적이

고정된 사고방식Fixed Mindset과 성장 사고방식Growth Mindset의 사례

고 창의적인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댈러스 카운티 소년

를 소개하며, 아이들을 대할 때 있어서의 발문법이나 대화자세의

과Dallas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지해오고 있다. 빅 쏘우트는 정책 입안자 Influencers, 실무자Impleme

체험활동 이날 체험활동에서는 흥겨운 리듬에 가사를 붙여 인간의

-nter,

가치와 존엄성을 일깨워 주는 방법과 좋아하는 단어 4가지로 만드

집단적 파급력Collective

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지난 과거를 치유할 수 있도

포츠클럽・도서관・학교・대학 등이 협력하여 한 아이의 전방위적

록 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인터넷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에임스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 방Ames

Room

Risk, High Success

County Juvenile Department와

단순체험활동이 사회

장기간 건실한 협력관계를 유

강사Instructors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움직이게 될 때 Impact이

일어나고, 예술가・교사・교회・스

만들기’ 는 사람의 인지기능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단순한 소지품을 이용해‘자기 자신’ 이 물건

글 _ 이다현 | 국제교류팀

에 의미부여를 했을 때 그 물건에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는

INTERVIEW

대규모로 지역사회 내 학교, 도서관 등 다양한 기구에 예술교육 프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는 예술 그리고‘상상력’

로그램을 배급한다. 세부적인 프로그램 기획부터 파트너쉽 전체를

미국 빅 쏘우트Big Thought_ 지지 앤토니, 리사 슈미트

총괄하는 척추 기관Backbone

Agency역할을

하면서 자금 확보, 재정

문화예술교육이 줄 수 있는‘상상력’ 이 뭘까? 미국의 비영리재단

운영, 강사 선발과 훈련, 프로그램 기획・연구, 평가 등 다양한 일

빅 쏘우트의 대표 지지 앤토니와 교육전문가 리사 슈미트는 상상

을 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지원,

력과 창의력을‘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밖의 것을 떠올리는 힘

그리고 특히 예술강사들을 위한 전문적인 역량개발에도 힘을 쓰고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예술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열쇠로

있다.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경험・생각・감정・이

Q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해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예술에 우리의 삶을 변화

지지 우리는 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것에 관심이 있다. 한국에서 진

시키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빅 쏘우트는 상상력

행한 이번 워크숍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이나 예술활동의 경험은 모든 이의‘필요’ 라고 말한다. 2014년

Creative Soulution’ 은

12월, 한국을 방문한 두 사람을 만났다.

재범률을 낮추고 다시 가족, 학교, 지역사회로 원만하게 돌아가는

예술교육을 통해 소년원에 다녀온 청소년들의

것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댈러스 시의 예술강사들, 대학교, 경찰, 청 위기의 청소년이 안전하게 사회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Q 빅 쏘우트는 어떤 곳인가?

소년 보호감찰 기관, 교육구청 등이 함께한다. 는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라이브러리 라이브Library Live’

지지 앤토니이하‘지지’ 빅 쏘우트는 미국 텍사스 댈러스 시 아이들

돕는 문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0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

을 위한 예술교육, 창의 학습을 실행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연방

교육 외 교육혜택이 부족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읽기능력을 배양하

정부, 시 정부 기관과 자선단체 등 문화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지역 공공도서관과 협력해 사서가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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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고 배우, 스토리텔러 등 예술가들이 공연하는 방식이다.‘트라이빙 마인드Thriving Mind’ 는 방과 후와 여름방학 기간 에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한 교육, 내가 표현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다 Q 빅 쏘우트 활동의 핵심에‘상상력’ 을 두고 있다.‘창의성은 모든 학생의 권리’ 라는 표현도 무척 인상적이다. 어떠한 의 미에서 상상력이나 창의성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지지 우리는 빈곤으로 정상적인 발달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주목한다. 그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장을 마 련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기도 하다. 상상력, 창의력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중요한 힘이 된다.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 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21세기에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지식, 정보와 같은 것들이 중요한 힘이었다면 이제는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점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 과의 차이점을 극복하며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이들 을 준비시키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기본적인 자산을 갖출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예술교육에 더 주목하는 이유가 있는가? 리사 슈미트이하‘리사’ 미국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 전략, 소속감, 인내심, 협력 등을 배 울 수 있으나 모든 아이들이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예술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예술을 통한 상상력으로 나와 다른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서 경험과 이해, 생각의 폭을 넓혀간 다. 예술은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종합적 사고, 다양성과 공감,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구축 등 여러 가지 역량을 배양 시킨다. 스포츠가 키우는 책임감이 팀에 대한 책임감이라면, 예술에서의 책임감은 자기가 표현해 낸 것에 대한 것과 그것 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감이다. 내가 예술을 한다는 것은 나의 힘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책임감이 동반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는다. Q 예술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에서, 높은 예술적 성취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지 우리의 목표는 예술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질 좋은 교육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질Quality은 모든 것에 있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탁월한 예술작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이들이 예술적 탁월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 자체가 이들이 사회적, 정 서적 역량을 끌어올 수 있는데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 해낼 수 있을 때까지 인내하고, 노력을 쏟아 부었을 때 놀라운 것들이 탄생하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라는 트라이빙 마인드 방과 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인이 학교를 찾아 함께 시를 쓰는 프 ‘다버스 라운지DaVerse Lounge’ 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별함은 1년에 6번 정도 열리는 시낭송 이벤트‘오픈 마이크’ 에 있다. 이 행사는 참여자들 이 시를 써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중학생도 얼마나 잘해낼 수 있는지 경험하 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무대 한쪽에서는 그림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를 다시 받아 적어 보여주는 등 다채로운 장 치를 활용해 아이들이 창작한 예술을 최대한 멋지게 전하고 또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을 쏟는다. Q 다양한 배경이 있는 아이들이 짧은 기간에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 리사 아이들 스스로 동기를 발견하면 예술적 성취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 대부분의 활동을 아이들 본인의 이야기 에 기초해 시작한다.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잘 만들고 싶어 하고, 몰입도 또한 높다. 아이들의 활동은 아이들과 관 련이 있고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잘 아는 힙합에서 시작해 스퀘어 댄싱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시 쓰 기를 가르칠 때도 랩뮤직의 가사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만약 내가 피아노를 연습할 때 내가 작곡한 곡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연습한다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7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굉장히 많은 그림들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것 중 좋은 작품으로 쇼를 구성하는데, 이것을 선별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가의 역할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빛나는 좋은 전시, 공연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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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개인 변화와 절제

을 도왔다. 이곳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대학에 진

재범률을 낮추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다

학했고, 빅 쏘우트 여름 프로그램에 인턴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Q 재소자 프로그램의 경우 참여를 이끌어내고 소통하는데 일반

지금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며 자신이 자라난 빈민가의 폭력,

청소년 교육과 또 다른 특수성이 있을 것 같다.

범죄를 없애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리사 아이들은 우리에게 화가 난 상태로 온다. 교실에서 자고,

Q 예술교육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려면 삶의 현장이 되

이탈 행동을 하고, 술도 마시던 아이들이다. 스스로에게 분노감

는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기관과 구성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표면

협력 구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적인 모습보다는 이면의 배경과 이유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지 그렇다. 현재 미국에서 예술교육에 관련된 두 가지 일이

뇌가 서서히 발달하는 8~10살 시기에는 아이들이 화가 난 사람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집단적 파급력Collective Impact이라는 것이

의 얼굴을 보고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10대가

다. 우리가 말하는 집단적 파급력은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정부

되면 뇌에서 가지치기를 시작하여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기관, 민간, 개인,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단순화시켜 읽는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예술이 가지는 힘을 모두가

경향이 있다. 예술강사의“숙제했어?” 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청소년 예술교육

이들은 선생님이 화났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

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술교육이

에 강사는 차분하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강사들에게

성격의 변화나, 사회적 정서적 역량에 변화를 이끌어냈는지에 대

손동작이나 표정 등 자세에 많은 주의를 준다.

한 것을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지역사회의

또 우리는 아이들을 무조건 존중한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다른 기관이 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청년으로서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에게서 조금씩 반응이 온다.

빅 쏘우트는 댈러스 시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다양한 도시에

Q 예술교육을 경험한 이들의 삶에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가?

서‘댈러스 빅 쏘우트’ 와 같은 비영리기관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

지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호감찰기관의 추천으로 오게 된다.

록 지원하고 있다. 24년 직원 수가 3명이었던 빅 쏘우트는 이제

우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통해 개인변화, 절제를 가르

50여 명의 풀타임 직원이 함께하는 곳으로 성장했고, 100여 명

친다. 보호감찰기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재범률을 가

의 예술강사, 200여 명의 예술가, 6,000여 명의 교사진 네트워

장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목표한 바는 아니지만, 종종 예술 전문

크와 함께 10만 명의 아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

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회복지사, 교육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관계되어 있지만 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커뮤니티를 찾아 지원 해준다.

본적으로 예술가를 위한 곳이라고, 이곳의 사람들은 상상력의 힘

리사 7년 연속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친구가 기억에 남

에 대해 믿고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는다. 그 아이는 조직폭력단에 가입되어 있었고, 형은 약물 거래

기관이라고 지지와 리사는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예술을 통한

상이었으며 아버지는 감옥에 수감 중이었다. 주의가 산만하고 소

상상력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와‘내가 아는 것’ 의바

통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커서 오히려 이 친구를 어

깥을 느끼고, 보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되어 주기를

시스턴트로 배치했다. 이 아이는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바라본다.

처음으로 느꼈고, 다음 해에도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결국 다시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프로그램의 주니어 스태프로 극 연출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지지 앤토니Gigi Antoni | 빅 쏘우트 대표President/CEO 20년 경력의 행정가, 교육자, 지역사회 전문가이자 예술가이다. 20년간 빅 쏘우트의 상임이사를 역 임 한 후 CEO가 되었다. 댈러스 지역사회 내 파트너십을 구축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공 헌을 인정받아 백악관은 그녀를 변화의 챔피언Champion of Change으로 임명했다. 리사 슈미트Lisa Schmidt | 빅 쏘우트 교육전문가Instructional Specialist 위기청소년 대상 연극교육 전문가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즈Creative Solutions프로그램 총괄 담당자이 다. 배우와 연출로 활동하다가 위기청소년과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료되어 1993년 이후 빅 쏘우트에서 연극, 무용, 스토리텔링, 창의적 글쓰기 워크숍을 설계하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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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종이 악기를 만드는 스트라디바리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_ 캐나다 시스테마 뉴 브런즈윅Sistema NB

‘종이 악기’ . 생소한 말이다. 악기는 나무나 금속 따위, 더 끼워봤자 북의 재료인 가죽이나 편경에 쓰이는 돌, 현악 기의 줄 정도가 아닌가. 이 재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사람 손을 타기 때문에 대부분 견고하거나 교체가 용이하 다는 점이다. 그런데 종이 악기라니. 초등학교 시절에나 하던 재활용품으로 악기 만들기 수업일까? 한껏 부푼 궁 금증을 안고, 종이 악기 워크숍이 열리는 아라아트센터를 찾았다.

종이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 이날은 워크숍 이틀 째로, 전날 종이 악기 제작 과정 중 채색 전 단계까지 진행한 상태였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참가자가 전날 만들어둔 악기를 손보거나 물감을 섞어 조색하는 등 준비에 한창이었다. 곧, 간단한 제작 요령을 듣고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 온 스케치를 바탕으로 악기 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마음 에 드는 그림이나 컬러 패턴을 검색해 응용하기도 했다. 물론 바로 붓을 들어 과감하게 채색부터 하는 이도 있었다. 채색은 단색으로 통일하거나 그라데이션을 넣거나 붓으로 터치하는 등 각기 개성을 발휘하고 있었고, 채색을 마친 사람들은 저마 다 마음에 드는 비즈나 단추를 붙여 악기를 꾸몄다. 큼지막한 비즈로 맑고 빛나는 눈을, 작은 비즈로 하늘을 수놓은 별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음 순서는 현을 만드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설명에 따라 4개의 현을 팽팽히 당겨, 줄 간격을 일정하게 고정했다. 실제 악기의 경우 이 과정에서 줄 간격이 일정하지 않거나 느슨해질 경우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예민하게 집중해야 하 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마지막 과정은 활 만들기. 둥근 나무 막대 끝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검정 전기 테이프를 동여매 활털걸이를 묘사하니 그럴싸한 활이 탄생했다. 악기 제작이 모두 끝나자 자신의 악기를 손에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스트라디바리1) 부럽지 않아 보였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엘 시스테마 이번 워크숍은‘꿈의 오케스트라’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꿈의 오케스트라’ 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 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엘 시스테마를 본떠 만들어졌으며, 현재 전국 32개 거점기관에서 1,700여 명의 학생이 참 가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을 위해 초청한 캐나다의 시스테마 뉴 브런즈윅Sistema NB, 이하 NB의 캔 맥라우드, 에런 맥파렌, 케 이티 베스바터는 캐나다 현지의‘종이 악기’시스템 도입 사례를 통한 교육적 효과에 대해 조언했다. 최초 종이 악기 교육을 시도한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캐나다의 경우 아이들이 악기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악기 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도 이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의 조언이 종이 악기 워크숍 활용 방식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엘 시스테마의 수혜자가 대부분 저소득층을 위시로 한 사회 소외계층이기에 대부분 처음 악기를 접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은 오케스트라를 실제로 본 적도, 오케스트라 단원의 역할이나 행동 양식에 대한 지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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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엘 시스테마 사업 기관들은 악기 파손이

드는 데 얼마나 비용이 소요될지 등이 앞으로의 과제” 라고 밝혔다.

나 악기를 통해 일어나는 안전사고 발생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종이 악기와 종이 악기를 통한 교육은 이 문제에 놀라운 해결책을

이번 워크숍에는‘꿈의 오케스트라’ 를 시행 중인 거점기관 관계자

제시한다.

들이 다수 참석해, NB의 종이 악기 제작과 활용을 공유하였다. 사 업 4년 차를 맞이한‘꿈의 오케스트라’ 가 더욱 확장되고 내실을 다

종이 악기의 역할과‘꿈의 오케스트라’ 의 미래 종이 악기는 아이들 스스로 제작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직

져,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정립되고 더 나아가 엘 시스테마의 롤모 델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접 만든 악기에 애착을 형성한다. 또한, 진짜 악기를 소유하는 것 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종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 며 실제 악기를 지급할 때 생길 수 있는 파손 우려가 줄어드는 것

1)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명장. 현재의 표

준형 바이올린을 창시하였고, 그가 만든 바이올린은 최고의 명기로 꼽힌다.

은 덤이다. 이들은 종이 악기를 다루며 악기를 존중하게 된다. 또 한, 악기를 들고 활을 쥐는 방법, 오케스트라에 대한 사전 교육까

글. 사진 _ 서유경

지 소리 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종이 악기를 통해 배운다. NB에서는 총 6주 간의 종이 악기 과정을 수료한 아이들만이 가족 과 지인들이 참석한 연주회에서 청중으로부터 음악가로 인정받고, 진짜 악기를 수여 받는다. 이는 비록 종이 악기이지만 그 의미에 그치지 않고, 꼬마 단원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나아가 공동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을 시사한다. 강릉문화원 최진 행정 코디네이터는“실제 현장에서 악기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데, 종이 악기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교육과 관리에 훨씬 유익할 것 같아, 앞으로 신규 강사에게 워크숍을 진행할 계 획” 이라며,“다만, 일주일에 2회 6시간 정도 교육 중이기에, 종이 악기 프로그램에 할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종이 악기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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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지속과 확장을 위한 조언 캔 맥라우드의 사례 강의로부터 2014년 5월 22일 목요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예술과 사회변화: 당신의 프로그램을 지속, 확장하는 9가지 열 쇠’ 라는 제목으로, 캐나다 뉴브런즈윅에서 온 시스테마 뉴브런스윅이하‘시스테마 NB’의 대표 켄 맥라우드의 사례강의가 진행 되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 및 유관기관 관계자 6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캔 맥라 우드 대표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캐나다 민간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속될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실제 경험 사례를 공유하였고, 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맥라우드 대표가 제시한‘프로그램의 지속과 확장을 위 한 9가지 열쇠’ 를 우리 현장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고민해보고자 한다. 켄 맥라우드 대표가 제시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9가지 열쇠는 아래와 같다. ① 명확한 미션과 비전을 가질 것

② 실행을 시작할 것

③ 당신이 하는 일을 보이게 할 것

④ 모든 것을 활용할 것

⑤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만들 것

⑥ 수요가 확대를 이끌게 할 것

⑦ 좋은 스탭을 고용할 것

⑧ 영향력 있는 리더를 참여시킬 것

⑨ 모금에 성공하기 위해 친구를 만들 것 이를 4가지 정도로 요약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모두가 수용 가능한 명확한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즉시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며,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맥라우드 대표는 미션과 비전을 설정할 때 설득력 있고 동기부여가 가능한지, 지역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에 호소하는지, 이를 바탕 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조직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그 미션과 비전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기 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즉시’실행해야 한다는 것,‘실행’ 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맥라우드 대표는 실행의 핵심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 워 준다. 계획은 단계적 목표나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어야 한다. 요약하면 명확한 목표의 설정, 구체적인 계획의 수립, 즉시적이고 지속적인 실천 은 우리의 목표와 비전의 실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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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리가 하는 일을 남에게 보이게 하고, 또 이를 위해 가능

그가 지금껏 7년 여에 걸쳐 시스테마 NB를 걸어온 험난한 길

한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 실상 우리가 하는 일은 문화예술교

위에서 건져 올린 교훈이라는 점에서 가벼이 지나칠 수 없게 만

육 활동 그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것의 가시성을 증대시

드는 힘이 있었다. 지금까지 언급된 9가지 열쇠 중 어느 하나도

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시성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필자 개인적으로는‘모두가 이해

을 높이고 그것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사회적 지지와

가능한 미션과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을 즉시 시작하라’

잠재적 후원자의 확보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

는 대목이 특별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다.

마지막으로, 맥라우드 대표가 지금까지 시스테마 NB를 준비하

셋째, 대외적으로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영향력 있는

고 운영해 온 모든 과정은,‘그동안 우리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리더를 참여시키며, 좋은 친구들을 만들라. 시스테마 NB는 지역

넘치는 열정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질

내 교육청, 학교와 맺고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공간과 버스, 냉

문을 던지게 한다. 튼튼한 기초공사 위에 비로소 아름다운 건축

난방비 등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상호간의 긍정적인 상승

물이 세워질 수 있듯, 문화예술교육은 철저한 계획과 장기적인

작용을 이끌어냄으로써 프로그램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비전, 그리고 그 비전에 따른 시스템의 확립 위에서 비로소 아름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적 환원의 통로로 활용되었다. 또한 각

답게 쌓아 올려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뜨거운 열정을 외치고

영역에서 리더로 활약하는 인사를 참여시키고, 각계 각층에 의 미 있는 친구를 만들어 두는 것은 인적 . 물적 기부를 확보하기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

위한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드는 것과 같다.

표하는 바, 달성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고민과 그에

넷째, 좋은 동료를 찾으라. 사실 앞서 언급한 대외적인 네트워크

따른 철저한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이 모든 열

의 형성이 중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밑거름을 놓아주는 것이

정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달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목

라면, 조직의 미션을 이해하고 열성을 다할 수 있는 동료를 발굴 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인 조직의 발전에

글 _ 최영희 | 사회교육팀 대리

필수적인 기초를 제공해주며, 나아가 조직의 문화예술교육 활동 의 운명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맥라우드 대표의 이러한 조언은 얼핏 지나치게 당연하고, 원론 적인 이야기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이야기들은,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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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토요일’ 이라는 ‘일상’ 의 변화를 꿈꾸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워크숍‘Free, Play, Fun’

2015년 1월 27일과 28일, 꿈다락이 궁금한 사람들이 모여 꿈다락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직접 놀아보 며, 즐겁게 만나는 자리〈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워크숍‘Free, Play, Fun’ 〉 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렸다. 꿈다락의 지난 발자취와 경험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꿈다락을 같이 생각해보 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컨퍼런스와 체험 워크숍, 그리고 이야기 사랑방소규모 컨설팅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이틀간 총 650여 명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컨퍼런스 1일차 첫 번째 주제는‘생활예술과 토요문화학교’ . 일상 생활로 확장해 나가는 문화예술교육 체험에 대한 고민에 로 문을 열었다. 그는 인생을 80년으로 놓 서 출발한 주제다. 권순석 대표문화컨설팅바라의 기조강연‘꿈다락 생활문화와 만나다’ 고 따져보면 약 4,000번의 토요일을 맞게 되고, 이를 날짜로 환산하면 10년 가량의 시간이 되는 만큼, 토요일을‘일상’ 으로 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삶을 휴일과 일하는 날로 구분하기 보다는 토요일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얻은 에너지를 일월 화수목금의 일상과 맞닿을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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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 는 참여자의 자발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하

온Hands

on을

주제로 하는 5개의 체험 워크숍이 동시에 진행되었

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공간과 기회를 주고, 주어진 틀 안

다. 이후 참여자들이 워크숍을 통해 직접 체험을 해보고 나서 자

에서 최선을 다하는‘계획자’ 보다 끊임없이 궁리하는‘기획자’ 로

연스럽게 기획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동일한 주제

서 긴 호흡이 있을 때 생활문화예술이 실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 소규모 컨설팅,‘이야기 사랑방’ 이 이어졌다. 이 중 워크숍 신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만 명의 참여자가 만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놀이’ 와‘가족’ 을 주제로 한 체험 워

내는 경험의 과정이기 때문에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배

크숍과 이야기 사랑방 현장을 소개한다.

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송성민문화예술교육활동가, 정민룡광주북구 문화의집 관장, 추미경문화다움 상

‘노는 것도 기술’

패널로 자리하여‘2015년 예상되는 문화트랜드 경향과 문

나에게 가장 즐거운 놀이가 아이들에게도 가장 즐거운 놀이

화예술교육’ 을 주제로 토의가 이어졌다. 꿈다락이 참여자들의 자

체험 워크숍 흔히 놀이라고 하면, 프로그램 시작 전 분위기를 환

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 사업의 공공성을

기하기 위한‘아이스 브레이킹’같이 도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유지하면서 보다 참여자들의 일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법 등에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놀이’자체가 핵심 콘텐츠

대해 논의했다.

가 되어 정말로 노는 시간이다.

컨퍼런스 2일차 둘째 날 컨퍼런스‘꿈다락 토요문화학교 Annual

첫 번째 체험 프로그램은‘컵방울 놀이’ . 종이컵 밑부분에 막대기

Report’ 에서는 정민룡 관장의 주제 발표‘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를 붙이고, 그 막대의 끝에 나사못을 박아 끈을 묶는다. 끈에는 고

에 관한 시선’ 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2012-2015 운영성과 및

무찰흙으로 만든 동그란 방울을 매단다. 이것으로 준비는 완료. 노

임이사이

발표기영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융합사업팀장,

그리고 지역연계사업 사

는 방법은 줄 끝에 달린 방울을 허공으로 던져 올려 종이컵 안에

례 발표이현혜, 경북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김주희, 전북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

넣는 것이 전부다. 박종원 대표골목놀이연구소는‘아이들이 처음에는

행되었다.

정해진 방법대로만 하다가 나중에는 룰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노

주제 발표에서 정민룡 관장은 꿈다락이 시작된 배경과 함께 연도

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며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완성이라고 덧

별 특징과 변화를 짚어나간 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붙였다.

제언하였다. 그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를 만

박종원 대표는‘단순하지만 생명력이 긴 놀이들은 따라 하기 쉽고,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꿈다

운이 작용하며, 경쟁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락의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 개

며‘놀이’ 란 아주 기본적이면서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상

발과 더불어, 프로그램 장터와 같이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 이 활

상력과 창의력으로 변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발하게 공유, 거래 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청소년 스스로 문화

강조했다.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 육성, 발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이웃

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사랑방‘물음표?로 시작하는 놀이 컨설팅’

만들기관계맺기, 또래간 교류, 다문화・소수자 문화, 멘토・멘토링 등

현황

일반 문화시설

이야기 사랑방이 이어졌다.‘___하고 놀면 재미있다’ 라는 문제지에

외 복합문화공간 등 장소에 대한 다양한 시도 ▶역동적이고 움직이

2분 동안 각자 빈칸을 채워나갔다. 이어서 그 답들을 유형별로 구

는 프로그램 지향실외 활동 등을 통해 밖과 소통 등을 미래 과제로 꼽았다.

분해 벽에 붙여 나갔다. 어느덧 벽에는 100개가 넘는 놀이가 붙었

컨퍼런스를 마친 후 공간 곳곳에서 놀이, 음악, 가족, 여행, 핸즈

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이미 이토록 많은 놀이를 알고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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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워크숍

다. 박종원 대표는‘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주고, 적당한 놀이의 방법만 알려주면 아이들은 알아서 잘 논다. 우리들은 그냥 위험하지 않게 강도를 조절하고 바라봐주면 된다’ 고 했다. ‘왜 우리는 신나게 놀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지에는‘시간적 여유 부족’ ,‘체력적 한계’ ,‘타인의 시선’ ,‘일의 부담’ ,‘결과 지향적 습관’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내가 몰입해서 놀 줄 알아야 아이들도 따라 논다. 아이들의 놀이감각을 믿고, 우선 내 몸이 아는 놀이부터 함께 해 보는 것이 놀이 프로그램의 시작’ 이라는 컨설팅으로, 놀이 이야기 사랑방은 마무리 되었다. 4월부터 놀이 수업 진행을 앞두고 워크숍을 찾게 되었다는 김미숙 씨환경보전교육센터 원예치료사는“아이들과 놀이를 편하게 즐겨 야겠다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 며“이런 교육과 워크숍이 자주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 하민 며“아무 의미 없이 논다는 점이 매우 부담스 희 씨고도아트는“내가 우선 잘 놀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깊게 남는 시간이었다.” 러웠는데 놀이의 시간에 대한 부담과 죄의식이 사라졌다. 아주 잘, 열심히 놀았다.” 며 참여소감을 밝혔다.

‘가족이 함께하는 법’ 서로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 워크숍‘내 마음 좀 들여다 보아주세요’ 라는 화두에서 출발한 가족 프로그램 체험 워크숍.〈화야, 그만 화 풀어〉 ,〈쌈 닭〉동화책을 다 함께 돌아가며 큰 소리를 읽어보는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참여자들은 동화 속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어 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화가 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또 화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천천히 살펴보며 자연스럽게‘화’ 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었다. 고무신 학교의 고무신 교장조재경은‘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족 구성원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화제가 있으면 좋다. 그 주제가 꼭 화가 아니더라도, 행복 혹은 추억 등이 될 수 있다’ 며 프로그램 적 용에 대한 짤막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표현해보는 시간.‘나를 가장 화나게 했던 말’ 이나‘화나게 했던 일’등을 커다란 종이 위에 표현해 보고, 종이 바람총으로 접어 힘껏 던져 보기도 하였다. 나무 조각과 철사를 활용해 나만의‘화를 모으는 메모 꽂이’ 도 만들 었다. 그리고 메모지에는‘화가 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하겠다’ 라는 주제로 자기 만의 다짐을 적어 꽂아 두기도 하였다. 이제 서로 소통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는 되었으니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만들기에 대해 궁리해 볼 차례였다. 이야기 사랑방 어떻게 하면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주인공이 될까? 가족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각 구성원들의 관심사나 참여 동기가 다양하고, 가족 내에 부모와 자녀라는 특수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도리어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가족 구성원에 대한 기획자의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고무신 교장은 가족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신만의 열 가지 법칙을 나누었다. 먼저 아이들에게서 출발하되 ▶부모는 보호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처음 해보는 것이면 더 좋고 ▶주도권

을 아이가 가지기 위한 프로그램이 좋다.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 있으면 좋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 눈치를 보지 않게 해야 한다. ▶경쟁의 요소를 최소화 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아이 vs 어른 구도로 가져가면 몰입도가 높 다. 아이들 간의 경쟁 구도는 부모가 은연 중에 아이를 평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면 좋다고 덧붙여 조언하였다. 또 체험 프로그램이 익숙지 않은 ▶아빠들이 주변을 맴돌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엄마, 아빠, 아이 등 모두 주인공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이웃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새롭게 보고, 또 다른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간도 가족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마지막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음악 프로그램‘꼬마작곡가’체험워크숍 강사이자 가족 프로그램 이야기 사랑방 참여자로 현장을 찾은 조정아 씨꼬마작곡가 TA는“가족

프로그램에서의 나의 역할과 가족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일이 쉽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

들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교육자, 예술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 더 자연스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 참여 소감을 남겼다.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사진 _ 융합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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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Free, Play, Fun’ 에 대해 묻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 워크숍 총괄 기획 정민룡 관장광주북구 문화의 집 Q 이번 워크숍의 기획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

Q‘컨퍼런스-워크숍-이야기사랑방’구조와‘놀이-음악-가족-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나 앞으로 하고 싶은

여행-핸즈온Hands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지금 어떤 지점에 있는지, 내가 하고 있

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는 것이 잘 맞는지 눈 맞추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방향성을 확인하려면 기본적인 단계가 필요하다. 담론, 참여, 컨설

또 생활문화와 맞닿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필요의 공감

팅이 그것이다. 담론은 콘퍼런스다. 논쟁거리와 생각, 고민을 던지

대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기 활동에 대한 확신과

는 것이다. 워크숍에서는 본인이 직접 참여하여 수업이라는 구체

근거를 찾고 만드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목표이다. 실제로 참가

적 행위 속에서 방향성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컨설팅을 통해 자

자의 20%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 참여 경험자이고 신규

신이 실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것인지 조언을 얻

참여자가 70% 이상이다.

게 되는 것이다.

Q 일반 시민까지 타깃을 확대한 이유가 있나?

5개의 키워드는 700여 개의 프로그램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

실무적인 것들 이전에,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전문가들의 의견, 진흥원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발견되는 것들이

생활문화를 다 같이 얘기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우리끼리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그 교집합에 포함되는 것들로 뽑아냈다. 이

만 이야기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참여

키워드들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개

의 장을 만들고, 다같이 이야기 하자는 의도이다. 체험 워크숍에

이기도 하다.

학부모나, 일반시민들이 있으면 또 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이라

Q 앞으로‘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고 기대한다. 이번 워크숍은 처음 시도해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성공과 실패의 척도는 참여자에게 문화가 되

단순히‘우리 사업 잘 해보자!’ 가 아니라‘내가 해보니 이런 게

어 주었느냐, 되지 못했느냐로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재미있었으니 애들이랑 해봐야겠다, 그러려면 이런 식으로 계획

배운 놀이를 수업이 끝난 후 직접 해볼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놀

을 세워야겠다’등 자기 경험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준비했다.

이다. 자기 문화로 활용하고 자기 생활하는 데에 활용되어야 한다.

실제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

그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갖는 중요한 의미이다. 프로그램에

고, 워크숍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모습도 많이

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변화를 만들고 생활하는데 버팀목이

보였다. 그동안 이런 자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미션

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자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on’키워드는

어떻게 도출하게 되었으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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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사회 속에서 더 건강한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2014 문화예술교육 포럼‘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문화예술교육’

사회 속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풀어내고자,‘2014 문화예술교육 포럼’ 이 2014년 5월 22일,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문화예술교육’ 을 주제로 우리 사회가 해소해나가야 하는 다양한 과제들에 대하여 의미 있는 방법론으로 강조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해 풀어보고, 문화예술교육이 어 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역할을 새롭게 담당할 수 있는지를 논하고자 마련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상상력, 사회를 만나다 첫 세션은 주제 발표의 시간으로 백령 교수경희대학교, 정민룡 관장광주북구 문화의 집, 이광준 소장바람부는 연구소의 발제가 이어졌다. 언제부터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사회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을까? 이를 고민하기 전에, 백령 교수는‘왜 삶의 질에 대 한 향상을 문화와 예술로 풀고자 하였는가?’ 를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롤랑 바르트는‘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현재적 삶을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란 어떤 시대나 장소, 지역, 사회 등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으로, 결 국 현재 역사의 일부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예술이 궁극적으로 담는 것은 이야기이다. 다양한 예술 장르별 언어를 통한 생각의 표현이자 경험의 재현이며 감정의 공유 이다. 백령 교수는 이야기는 기록될 때보다 서로가 나누기 시작할 때 그 가치가 있다고 말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이 현 사회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잊혀져 버렸거나, 잊어버린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교육 활동 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만든다. 또한, 개인들 간의 소통과 이해를 촉진시키고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담당하 며, 이는 사회적 관계를 깊이 있게 만드는 매개로서의‘예술’ 이 된다. 다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지역적 개념에서 접근해보았다. 지역에서 올라왔다고 본인을 소개한 정민룡 관장은 문화예술교육 그 자체가 지역적인 특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여기서 말하는‘지역성’ 이란 정책의 기획과 실행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의미보다는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제성을 얻는 속성을 의미한다. 즉, 일상생활이 이 루어지는 가장 최소의 생활단위에서‘실천하는 문화 활동’ 을 이끌어냄으로써 역동적인 문화예술교육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정민룡 관장은 문화예술교육이 일차적 목적인 개인의 창의성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적 문제와 실천을 제시하고, 사 회적 창의성을 높이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문제에 문화예술교육이 창의적이고 발랄하게 개 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실천을 요구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속성이 지역사회에 창의적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광준 소장은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인 과제에 대해 의미 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문 화예술교육이 되려면 공급자가 주도하는 일방적 형식을 벗어나서, 정책 대상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포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광준 소장은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삶 또는 공동의 삶의 문제와 연관될 때, 강력한 지속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교육이 일상적 삶의 문제와 연결되었을 때 일어나는 공감을 통해 사람들 간의 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상상력이 사회를 만난다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텃밭에‘사회적인 것’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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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퇴비가 뿌려지고‘사회적 예술가’ 와‘문화적 시민’ 이라는 농부

에 대한 정리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참여에 대한 개념, 문화 시

가 능동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

민에 대한 개념, 지역성에 대한 개념 등이 다르게 해석되어 제각 각 쓰이지 않도록 개념에 대한 토론이 더 심도 깊게 진행될 필요

문화예술교육,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 있다는 것이다. 토론의 좌장을 맡았던 임학순 교수가톨릭대학교는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사회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지역 현장 안에서 실감나게 체득되고 있음

사례를 소개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실제적 현장을 살펴보는 시간

을 말하며, 오늘의 논의를 통해 다시 한 번 문화예술교육이‘동적

을 가졌다. 사례발표를 했던 김민지 사무국장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김

인 에너지’ 를 품어가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의미 있게 만

지연

대표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이선철

대표감자꽃스튜디오

모두 문화예술

들어 나가보자며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교육의 현장을 꽤 오랫동안 지키고 계신 분들이다. 이분들의 이야 기 속에서 지난 10년간의 문화예술교육의 발자취가 그대로 묻어

포럼 시작을 알렸던 오프닝 영상의 시민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큰

나왔으며, 발표와 함께 보여준 각 사진들과 영상 속에서 문화예술

불안한 요소 중의 하나로‘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을 들었다. 문화

교육 가치의 확장이 느껴졌다. 소규모 학교에서 시작한 문화예술

예술교육이 불확실성의 우려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교육은 마을의 지속가능한 삶과 연계하는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었

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이 사회 속에서

으며 폐교를 이용한 작은 시설은 문화예술교육과 만남으로 인해

더 건강하게 움직이기 위한 논의의 시작 단계였다고 생각된다. 앞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정책과 현장 속에서 지역성을 획득하고 지속

사회를 다시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가능하며, 자발적인 문화예술교육이 더해진다면,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현장 사례를 살펴보면서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문화예술교육을 통하여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긍정적으

는‘나’ 라는 개인적 관점에서 시작한 나와‘함께 이루는 사회’ 에

로 확대하고자 한다면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와 너, 나와 우리, 나

길이 아닐까.

와 지역 안에서의 관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있고, 문화 예술교육의 새로운 역할이 있다.

글. 사진 _ 박진아 | 정책연구팀

문화예술교육으로 소통하는 사회의 방향성 제고 발표 이후, 토론자 분들이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사회적 과제에 다 가가는 것에 대한 염려를 피력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이 하나의 대 안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문화예술교육이 유일한 방안으로 보 이는 것은 경계하여야 하며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이‘자발성’ 을 획득할 때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포함시키며 발전할 수 있을 거 라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관련한 용어와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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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문화예술교육 ‘공간’ 의 가능성을 재조명하다 2014 국제 심포지엄‘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확장과 활용’

2014년 10월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회의장에서‘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확장과 활용’ 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 지엄이 개최됐다. 한국과 해외의 발표와 패널토론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활용 사례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접 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공간 확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한국 문화예술교육 공간의 활용 및 확장사례 사회적기업 티팟㈜의 조주연 대표는 지난 10년간 양적으로 확대, 성장해 온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뼈대로‘공간’ 이라는 융합적 키워드를 제시했다. 지역구성원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마을 공간을 재구성하고, 사회적 가치 를 창출하고자 했던 정책적 시도부터, 공간에 대한 혁신적 접근의 예로 <명랑에너지 발전소>와 <동대문옥상낙원, DRP Dongdaemun Rooftop Paradise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이제는 공간을 하드웨어가 아닌 종합적이고 실제적인 미디어로 볼 필

요가 있으며, 공간에 대한 혁신적 접근을 통해 교육주체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디지털 기술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공간 확장 가능성 브리짓 반 로이벤 아동, 가족 및 창의학습 부서장은 호주 각 지역의 학교교실과 시드니오페라하우스를 화상통신으로 연결하 는‘디지털 창의학습Digital

Creative Learning’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모바일 기기와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시드니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오페라하우스의 디지털투어, 생방송 공연, 쌍방향Interactive 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사례였다. 쌍방향 원거리 교육을 통해 관객 . 참가자와 예술가 . 교육강사가 거리를 초월한 동등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예술 가 . 교육강사는 기존의 대면형face-to-face 프로그램 . 공연을 넘어선 공간의 혁신을 경험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녀는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기술의 적용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탐구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덴마크 보른홀름 시민학교 청년.성인 대상 비정규 문화예술교육 공간 보른홀름 시민학교의 수석교사 앤 메테 조르쇼는 덴마크 시민학교를‘입학요건이나 시험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규 교육기관’ 이라고 소개했다. 시민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숙식과 수업, 여가생활을 함께하고, 프로젝트 중심 교수법과 개별기술훈련을 통해 도자기, 유리공예, 보석, 예술, 음악 등을 체험하고, 학습한다. 앤은 시민학교의 설립목적을 다 양한 계층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계층을 넘어 상호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열린 공동체 적 학습공간을 통해 학생들이 연령, 능력, 학습기대치와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흥미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고, 상호존중과 민 주적 토론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 교육공간에서 기능적 예술교육뿐만 아 니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개인의 내적 갈등까지도 치유해 나갈 수 있는 점에서 덴마크 시민학교는 많은 청중의 질문과 관심을 이끌어 냈다.

싱가포르 커뮤니티 문화예술 노드Node 지역문화예술 공간활용 활성화 사례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 예술 및 지역사회 부서 디렉터 추아 아이 리앙은 싱가포르 내 예술기반 커뮤니티 참여를 발전시키 를 소개했다.‘커뮤니티 노 기 위한 5개년 국가계획2012~2016년 이행을 위해 출범한‘커뮤니티 문화예술 노드이하 커뮤니티 노드’

200


드’ 란 지역, 이웃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활동의 중심

다고 강조했다.

지이며, 공간의 설비조건, 활동요소에 따라 지역예술노드, 이웃노

이어 진행된 참가자 질의응답 시간에는 덴마크 시민학교가 지역사

드, 포켓노드 총 3개의 공간 유형으로 나눠진다. 사례발표에서는

회에 갖는 의미와 기숙 생활 중 발생하는 갈등해결 방안, 싱가포

지역도서관에서 청소년과 예술가들이 함께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

르 문화예술 커뮤니티 노드의 교육평가 방법과 지역주민과의 협력

하고, 공연, 전시를 이끌어가는‘주롱 지역 도서관Jurong

Regional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 등 다양한 질문이 공유되었다. 문화예술

주민들이 유명 예술가와 협력하여 지역 관련 단편영

교육에서 공간이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시민과 지역사회, 예술강사

화를 제작, 결과물을 커뮤니티 박물관에서 상영하고, 이후 참여자

를 연결하는 혁신적 매개체로 작용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공

들이 자발적으로 박물관 가이드로서 봉사활동을 하는‘따만주롱

유하고,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공간 연계 및 활용방향에 대한 고민

박물관museum @ Taman Jurong’이 소개되었다. 추아 아이 리앙은 커

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Library, JRL’ 과

뮤니티 공간에서 지역구성원과 예술가가 상호 교류함으로써 지역 글. 사진 _ 송미령 | 국제교류팀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체적으로 지역공간을 구성해나가는 선순환적 구조가 이루 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 는 커뮤니티 노드 개발현황 모니터링을 위한 평가 툴킷과 사례 연

INTERVIEW

구를 실행 중에 있으며, 이 결과는 2016년 이후 반영될 예정이다.

화면 너머의 공간과 소통하는 방법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디지털 창의학습 프로그램

공간, 그 가능성을 논하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이하‘오페라하우스’ 는 화상 회의 시

사례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경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스템Video

김정희 교수와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이 각각 호주와

학교K-8,

Conferencing을

덴마크, 그리고 싱가포르의 사례에 대한 논의를 이어 나갔다.

Digital Creative Learning Program을

김정희 교수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자와 예술가, 그리고

라하우스 앞 마당부터 백 스테이지까지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화

참여자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디지털 교육

면 건너 공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극장 안에서 배우가 진행

프로그램이 호주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언급

하는 드라마 워크숍에도 원격으로 참여한다. 배우는 마치 한 공

하고, 덴마크 시민학교와 한국 평생교육기관의 차이점을 자격증 취

간에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묻는다.‘맨 뒤에 앉는 머리 긴 여

득이나 학점이수를 목적으로 한 교양교육 차원을 넘어선, 기숙학교

학생, 질문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보겠니?’

운영을 통한 사회공동체 의식 형성과 이를 통한 건강한 사회구성

2014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오페

유치원-8학년

활용하여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디지털 창의학습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오페

원 육성에 그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하우스 아동・가족 및 창의학습 부서장 브리짓 반 로이벤

이어서 이원재 소장은 싱가포르 문화예술 커뮤니티 노드의 사례에

Bridgette van Leuven 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이슈화 되고 있는 지역협력형 지원모델의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정책적 시도가 뿌리내리기

Q 호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의 문화

위해서는 주체들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며, 이를 전문기관과 행정

예술교육은 어떠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아

이 지원하는 혁신적인 거버넌스로 패러다임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

동・가족 및 창의학습 부서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201


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A 얼마 전 부서명이‘교육 및 청소년 부서Education and Young People’ 에서‘아동・가족 그리고 창의학습 부서Children, and Creative Learning’ 로

Family

바뀌었다. 우리가 실천하고자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명확히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이다.

‘교육’ 보다는 예술적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작업, 즉‘창의학습’ 이 오페라하우스가 예술기관으로서 하고 있는 활동과 더 일맥상통한다. 최근 음악, 시각예술 외에 무용, 연극, 멀티미디어를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가 호주에서 진행되 고 있다. 문제해결능력, 창의력이 다음 세대에게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주목 받고 있고,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 예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전히 교육에 대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이 존재하지만 변화의 요구가 절실하다. 교사들 또한 이러한 창의적 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하우스와 같 은 문화기관들이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차원을 너머 학교와 지역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우리가 그 리는‘창의학습’ 의 미래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교장, 교사, 학생, 그리고 가족들을 만나고 문화, 예술, 창의학 습이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전 교육과정에서 효과가 있는 교육활동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는가? A 오페라하우스의 주요 콘텐츠인 공연과 연계된 프로그램은 물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예술을 활용한 창의학습 프로 그램을 제공한다. 오페라하우스에 직접 와서 참여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곳을 방문할 수 없는 호주 전역의 학생과 교사,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화상 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실시간으 로 오페라하우스 공간을 방문하고, 연극 워크숍에 참여한다. 교사들을 위한 창의학습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 지금 의 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한 베넬롱 포인트1)가 원래 호주 원주민들의 연회와 잔치를 벌어지던 곳이었는데, 이러한 역사적 연결고리에 주목해 원주민 문화를 배우고 이들의 관점에서 오페라하우스와 베넬롱 포인트의 역사를 배우는 과정도 디지 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된다. 원주민 출신 진행자가 화면 너머의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여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 Q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현장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램을 시작 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2010년 호주 연방정부가 IT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21세기의 학습환경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학교 현장에 도입하 는‘교육 혁명’ 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각 주州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했고,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뉴사우스웨일 즈는 화상 회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에 예산을 투여해 모든 학교가 이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오페라하우스가 디 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사우스웨일즈의 모든 학교 공간과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Q 오페라하우스나 예술가, 그리고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낯선 환경이었을 텐데 어떻게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갔나? A 솔직히 디지털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을 때 스스로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이 통할 수 있을까 우려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해저 다이빙 투어를 진행하는 것을 보 게 되었다. 화상 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학생들은 다이버와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바다 속을 체험하였다.‘저 뒤에 있는 것은 뭐예요?’ ‘저건 상어야!’ ‘자, 이번에는 이쪽으로 이동해 보자!’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연극적인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에는 참여자관객들과의 소통과 호흡 에 익숙한 배우들이 있고, 공연예술을 이해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원래 공연예술 자체가‘실시간 교류live interaction

’ 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오페라하우스 사람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고,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의 종류와 방식도 다양해졌다. 우 리와 작업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처음에는 다소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공연을 직접 다루는 디지털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조 심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페라하우스 투어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공연을 실제로 전송하고 배우와 어린이 관객이 실 시간으로 묻고 답하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들이 오페라하우스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활용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1) 베넬롱 포인트Bennelong Point 영국의 탐험가 캡틴 쿡James Cook이 호주에 상륙했을 때 처음 만난 원주민 이름‘베넬롱’ 에서 기원한다.

202


또 사실상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는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은 교사

Q 디지털 환경을 고려해 공연이 설계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

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시작이 가능하다. 젊고 호

롭다. 앞으로 디지털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어떻게 지속해 나갈

기심 많은 교사들은 적극적이지만, 여전히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

계획인가?

는 것을 낯설어 하기도 한다. 더 많은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A 2011년 호주에서는 고속 데이터 통신망Broadband구축을 통해

이끌어내기 위해 디지털 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창의학습 관련 연

전국을 무대로 하는 디지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이

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통신망을 활용한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진행했고 오페라하우스도

Q 디지털 기반 프로그램이 물리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과 사

이에 참여해‘국민을 위한 베넬롱 포인트From Bennelong Point to the

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한편 교감에 제

Nation’프로젝트를

한이 있지는 않은가? 앞으로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장해나가는 시도였고, 앞서 언급한 가족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프로그램이 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외에도 교사

A 현 아이들은 단순히 진행자나 배우가 말하고 보여주는 화면을

역량강화 연수, 방학기간 교육프로그램 등 총 8개 프로그램이 진

수동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어른들과 달

행되었다.

리 아이들은 기술에 익숙하고 기술의 실재를 믿는다. 그래서 정

아쉽게도 4개월 후면 2년간의 지원사업이 종료된다. 그리고 내

말 진행자가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여기고 즉각 반응한다.

년 1월에는 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포럼을 통해 디지털 교

최근 디지털 환경의 가능성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린 재미있는 시

육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연구내용을 공유하려 한다.

도가 있었다. 바로 호주 전역의 24가족이 동시에 접속해 인터렉

지원사업은 종료되지만,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다양한 기술을 활

티브 공연에 참여하는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이다. 원거리에 있는

용, 접목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그 동안의 경험을

24가족이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공연을 즐기려면 처음부터 이 환경을 고려한 콘텐츠가 새로이 기획 . 제작 되어야 한다고 생

바탕으로 국제적 교류 기회 또한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시작했다. 그 동안 우리가 했던 디지털 학습

한다.

각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배우 출신 코미디언에게 작업을 의 뢰하여 디지털 환경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 어떤 것이든 시도해

그녀의 말처럼 여전히 많은 어른들은 기술의 실재를 믿지 못하고

달라고 요청했다. 각 가정에는 동일한 노트북을 나누어주었고 약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각자의 일정에 맞추어 생활하기 바쁜

속된 시간에 모두 모여 앉았다. 혹시나 5분만에 지루함을 느끼고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은 분명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노트북을 닫아버릴까 걱정했는데 가족들은 주어진 45분을 온전

받지 않고 모두가 연결 가능한 환경을 가능케 한다. 나아가 다양

히 즐겼다! 가족 프로그램은 우리가 진행했던 다른 디지털 프로

한 관점과 문화에 대한 경험을 매개하는 플랫폼이 되어 주기도

그램에 비해 작은 시도였지만, 또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던 프로

한다. 더군다나 디지털 시대에 나고 자라난 우리 아이들과의 소

젝트였다. 호주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언론에서 아이들을 인터

통을 생각할 때 하나의 좋은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페

뷰 했었는데‘오늘 오전에 뭐했니?’ 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가뭄

라하우스의 디지털 창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소감

이 들어서 캥거루들이 너무 목이 말랐어요. 그래서 늪지로 갔다

은 기대 이상으로 드라마틱하다.“일생일대의 경험이었어요!”

가 빠져서 죽었어요. 우리는 죽은 캥거루를 꺼내는 일을 했어요.’

“너무 좋은 아이디어에요. 왜냐하면 애들은 테크놀로지를 좋아하

라고 답했다. 도심에 사는 아이들과는 굉장히 다른 삶을 경험하

거든요.”아이들의 대답이 그 가능성을 대신 말해주는 듯 하다.

고 있는 이 아이들이 오후에는 안방에 앉아 오페라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혁신이다.

글 _ 권민영 | 대외협력팀

브리짓 반 로이벤Bridgette van Leuven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아동・가족 및 창의학습 부서장 호주 월롱대학교Wollongong University를 졸업하고 런던 시티 대학교City University 예술경영 석사예비과정을 졸업했다. 시드니 축제와 시드니 씨 어터 컴퍼니를 거쳐, 뉴 사우스 웨일즈 문화예술정책 기관인 Arts NSW에서 공연예술 매니저와 청소년 예술 개발 담당관으로 근무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아동・가족 및 창의학습부서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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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상상력을 펼쳐라, 예술을 펼쳐라 제83회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 현장

2014년 11월 1일 토요일. 청명한 가을날, 창의・인성교육 현장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교사 150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 모였다.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은 2010년부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현장 교사 들의 창의적 교수 역량과 교육 혁신에 대한 의식 제고를 위해 추진해오는 연수프로그램이다. 이번 제83회 포럼은 ‘문화예술’ 을 테마로, 문화예술이 우리 교육에 문화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 감을 안고, 특별히 한국과학장의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포럼 기획에 앞서,‘예술이 과연 창의적이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는 교사들에게, 혹은 문화예 술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문화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할지 고민했다. 예술이 예술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모두의 삶을 이야기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발견하는 즐거운 활동’ 이라는 것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 기 위해서는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문화예술에‘흠뻑 빠져’예술작품의 주체가 되어보는 것이 그 어떤 설명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의 교육적 가치, 그 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교사 스스로가 예술로 힐링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성하였다. 포럼의 문을 여는 특별한‘주제 강연’ 을 시작으로, 6개의 예술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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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워크숍’ 으로 흩어져 놀이를 즐기듯 예술에 몰입해 하나의 작품 Festa For Teacher’ 에서는

예시로,‘기보법’ 에 대한 학습이 음표 그리기에서 멈추지 않고 사

참여한 모두

회적 규칙의 발생, 기록과 보존에 대한 인간의 욕구, 다양한 기록

가 예술가이자 관객으로서 예술작품을 서로 발표하며 공유하는 축

의 방식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의 습득이

제의 장을 마련했다.

나 지식정보의 암기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사람의 이야기를

예술이 우리의 삶에 녹아들어 있음을 보여주듯 무용과 바이올린

이해하고 느끼는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을 만들고, 마지막‘교사예술제

연주가 어우러진 작은 공연으로 포럼의 문을 열었다. 시작에서부터

다시‘Amarilli, mia bella’ 로 돌아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포럼, 컨퍼런스, 심포지움 등 대규모 행사에서

의 융합적 학풍 가운데 탄생한 이 아리아오페라 독창곡의 사회문화적

늘 볼 수 있었던 긴장감 돌고 무거운 개회식의 형태를 과감히 벗어

배경을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정보적 접근을 넘어 그 이면에 있

던진 것이다.

는‘사람’ 의 이야기와 문화적 맥락을 살필 때 더욱 풍성한 예술의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객석 중앙에 나타난 남자 무용수는 객석에

이해로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단순히 음악

앉아 있던 참여자를 무대 위에 준비된 의자에 동그랗게 앉도록 이

을 기계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문화로서 예술Arts

끌었고, 이어지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여자 무용수와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을 넘어서 사람을 이해

as Culture ’ 을

함께 공연을 이어나갔다.

하는 교육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이었어요?” 숨죽이며 두 무용수의 동작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남자무용수가

교사, 우리들의 꿈과 끼를 펼치다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공연 초반, 여자무용수

석관캠퍼스 곳곳으로 흩어져 분야별 워크숍을 마친 교사들은 다시

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남자무용수의 도움을 받아 조금

첫 주제강연 자리로 돌아와 무대 위에 섰다. 이제는 예술을 피사

씩 유연해지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간혹

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워크숍에서 경험해 본 예술을 주체적으로

두 무용수는 서로의 갈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서로를 쓰다듬어 주

펼쳐볼 차례였다. 무용, 마임, 동양화,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홀로

기도 하며 호흡을 맞추어 갔다. 그리고 점차 유연해진 여자무용수

그래피의 6가지 문화예술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을 분야별로 무대

는 남자무용수와 공연을 지켜보던 참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

위에서 공유하고, 감동을 나누며 따뜻하게 막을 내렸다.

한걸음 내디딜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무대 위의 빛을 따라 스스 로 걸어 나가며 공연은 끝이 났다.

문화예술은 어렵고, 멋지고,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상과 거리가

여자무용수는 학교의 아이들을, 남자무용수는 교사를 상징한 것.

먼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처럼 슬픈 땐 위로가 되고, 일상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와 선생님의 중요함을 보여

소소한 즐거움이 되는 존재이자 각자의 예술과 삶의 진정성을 찾

주는 인상 깊은 무대였다.

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학교에는 연간 4,600여 명의 예술강사가 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의 즐거운 가능성

서의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용수들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퇴장하자, 이태리 가곡인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교사들의 생각, 행동, 말이 미

‘Amarilli, mia bella’ 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무대 가

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이제는 예술강사에게만 의존하기 보다

원장한국문화예술

는 학교 교사, 교장 선생님들도 문화예술이 가지는 교육적 힘을

사뿐히 등장했다. 마치 음악처럼 부드럽게, 본격적인 주

믿고, 함께 이해하고 느끼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학교교육에 녹

운데 책상 위에 곰 인형 하나를 올려놓으며 주성혜 교육진흥원이

제 강연이 시작되었다.

아 든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때이다.

주성혜 원장은‘Amarilli, mia bella’악보를 화면에 띄우며 보

이번 포럼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주제 강연부터, 분야별 워크숍, 그

통의 학교 음악 수업시간에 이러한 곡을 배울 때 무엇에 집중해

리고 마지막 교사예술제까지 전 과정을 통해 각자의 마음 속에 아

왔는지 질문을 던졌다. 악보 읽는 방법, 음정, 리듬, 발성 등 곡에

주 작은 문화예술교육 씨앗 하나를 심었으리라. 앞으로 더 많은

대한 정보를 익히고 노래를 잘 따라 부르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선생님들이 교육과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응용하여 창의적 교육을

작곡가에 대해 배우거나 작곡을 학습하는 것이 대부분 생각할 수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있는 음악교육의 내용일 것이다. 주 원장은 이러한 배움도 중요하 지만 우리의 음악 교육이 정작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중요한

글 _ 김주리 | 인력양성팀 대리

내용은 빠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리고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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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나는 내 삶을 만들어 가는 예술가입니다 제83회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 워크숍 현장 11월의 첫 날,‘상상력을 펼쳐라, 예술을 펼쳐라’ 의 주제로 개최된 제83회 창의ㆍ인성교육 현장포럼을 위해 전국의 유・ 초・중・고 교사들이 모였다.“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예술을 느끼고 즐기고 만들어가는 삶의 예술가로서‘나’ 를 발견해보자” 는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의 주제 강연처럼, 2부의 워크숍 주제들은 기존의 연수와는 차별화된, 스 스로 예술을 즐기고 느껴볼 수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존 교원연수의 강의식 전달 연수 형태에서 벗어나 풍부 한 자료와 준비물을 활용하여 직접 체험하는 이번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무용, 마임, 애니메이션, 영화, 수묵화, 홀로그램 등 총 6개 분야의 워크숍에 총 4시간 30분 동안 참여하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그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신의 몸은 말할 수 있다 ‘몸으로 말하기’워크숍,‘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워크숍 몸은 무한히 상상하고, 또 무한히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다. 여기에 상상력과 이야기를 더한다면 충분히 무한한 창조가 가 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에서는‘몸’ 을 활용하여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는 두 개의 워크숍이 있었다. 무용‘몸으로 말하기’ 와 마임‘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 이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강의실에는 모두 편한 복장으로 몸으로 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몸으로 말하기’워크숍 을 진행한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평소에는 호흡의 방법부터 제안했다.“배꼽에서 꽃을 피우세요.”바닥 에 등을 대고 누운 참가자들의 배가 볼록 올라올 때, 모두의 배꼽에서는 가지각색의 꽃이 피어났다. 맨발로 살금살금 걸으 며 사람들과 접촉하고, 눈을 마주하고,‘나’ 에게 집중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몸은 깨어났다. 그리고 점점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모두를 향해 몸이, 그러니까 마음이 열렸다. ‘마임’ 도 몸을 통해 생각과 상황을 전하는 특별한 대화 방식이다. 오감을 깨워 내 안에 있는‘나’ 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워크숍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참가자들은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바닥을 딛고, 바닥에 누워 뒹굴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상상의 것들을 만지며 마치 바닷 가에 서 있는 양, 나이가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된 양 그렇게 마음껏 움직였다. 눈치 보거나 어색해 할 이유는 없었다. 표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려내고자 하는 상상이 그곳에 모인 이들 눈에는 모두 선명히 떠올라 있었으니까.

기본에 충실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라 ‘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워크숍,‘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워크숍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꽤 긴 고민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 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을 충실히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각화된 방식으로 표현 해보는 체험이 중요한데, 이에 도움을 줄 워크숍이 있었다.‘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 ,‘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 감독이 되었다’워크숍이다. 요즘은 안방에서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3D가 어떠한 효과로 인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기회가 흔치 않았다.‘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워크숍은 사진이 등장한 시대서부터 2D, 3D에 이어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알아보고 이와 함께 사람의 안구 구조와 사물 인식 조건 등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본을 제대로 배우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워크숍은 4시간 30분 동안 시놉시스를 구성하고, 시나리오를 마련한 뒤 실제 촬영에 편집까지 진행하여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각 그룹의 공통된 주제는‘교사’ . 어떤 그룹에서는 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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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으로 묘사하기도 했고, 어떤 그룹에서는 팀원을 한 명 한 명

수묵화는 고요한 공간에서, 고요한 움직임으로, 붓끝을 고요하게

소개하며 그들 자신이 교사임을 표현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

움직여 세상을 그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묵화 워크숍

렇게 구체적인 영상 작업은 대부분 처음이었다는 교사들의 말이었

‘도시 이야기’ 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

다. 개성 넘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들을 보며 교사예술제에 모인

다. 조원 모두에게 추억이 있는 공간을 정하고, 각자의 기억을 하

관객들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나의 종이 위에 그리는 중이었다. 강의실은 당연히 왁자지껄 생 기 넘쳤다. 참가자들에게는 붓과 먹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인 표

아날로그, 그 낭만을 잊지 않도록

현을 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고,

‘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워크숍,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내는 작업에서 새로운

‘수묵화 도시 이야기’워크숍

감흥을 얻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끊임없이 뒤척이며 발전해도, 아날로그의 정서를 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자책이 편리하다고 해도 손은 종

제83회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은 각 워크숍에서 나온 결과물

이책을 향하고, 타자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낙서만큼은 연필로

을 공유하는‘교사예술제’ 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참가자들은

끄적이는 것이 최고다. 아날로그 속에 들어있는 시간만큼은‘나’

이제 다시 교사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하게 된다. 소감을 묻자

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낭만이 존재한다. 이번 워크숍 중

대부분‘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

에서‘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 와‘수묵화- 도시 이야기’

다’ 고 대답했다. 아마도 워크숍이 진행되는 내내 머릿속에는‘이

워크숍에 그 낭만이 있었다.

렇게 응용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전해주어야겠다’ 라는 다짐들

학창시절, 누구나 교과서나 공책 귀퉁이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이 끊임없이 이어졌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가슴에 담긴 이 날의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면 사과가 굴러가고

배움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형태로 전해지게 될지, 아이들은 또

만화 주인공이 장풍을 쐈다.‘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 는

어떤 것을 느끼게 될지, 그다음, 또 그다음의 결과물이 끝없이 궁

그때의 체험이 확장된 워크숍이었다. 아날로그이지만 보다 구체

금해진다.

화된 도구를 만들고, 표현 기법을 연구해보는 시간. 무엇보다 이 워크숍은 컴퓨터 그래픽 효과와 특수 장비를 통한 웅장한 스케일

글. 사진 _ 최민영

의‘극장형 애니메이션’ 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동작 하나를 효과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적의 방식을 직접 궁리하고 실행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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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문화예술교육, 지역 사회를 이끄는 힘이 되다 제77회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콘퍼런스를 다녀와서

2014년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제77회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콘퍼런스77th Annual Conference for Community Arts Education

’ 가 열렸다.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단체 국립조합National

Guild for

Community Arts Education

이 주관하는 본 콘퍼런스는‘문화예술의 평생교육’ 을 지향하며, 관련 연구 결과 공유 및 네

트워킹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커뮤니티 예술교육 단체의 생성과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콘퍼런스의 주제는‘예술교육의 영향력, 예술교육의 수요와 지원 확장, 그리고 지역 사회의 변화’ 였다. 국・공립 문 화예술교육 운영기관 종사자, 민간 문화예술교육 단체 종사자, 문화예술분야 학계 전문가, 예술강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하여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했다. 그중 커뮤니티 예술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세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인 전수자, 오랜 이야기를 전하다 문화 전수자 프로그램_메인 예술위원회 메인 예술위원회Maine

Arts Commission의

고 있는 캐슬린 먼델Kathleen

노인 전통 문화예술 프로그램Creative

Mundel, 이하 캐슬린은

Aging and Traditional Arts Program

디렉터를 맡

노인 문화예술교육 사례 공유 세션을 통해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문화 전

을 소개했다. 수자 프로그램Apperenticeship Programs’ 노인은 풍부한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 그들에게‘가르칠 기회’ 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이 지역사회 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76세의 나무 조각가 노인이 나무 조각법을 가르친 손녀가 나무 조각가로 성장했고, 81세 노인이 어릴 적 삶의 이야기를 나무 조각에 새김으로써 역사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결과물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캐슬린은“본 프로그램의 경우 문화 전수자의 예술 활동과 작품을 통해 개개인의 이야기는 물론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즉 문화 전수자 프로그램은 문화 전수자의 역할을 수행할 노인 매개자를 지속 적으로 양성하고 지원함으로써 오랫동안 함께 살아 숨 쉬는 지역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공동체적 의미도 조명하고 있었다.

예술가를 꿈꾸는 노인들의 공간, 노인 예술가 공동거주시설 로스앤젤레스에는 시 정부 . 은행 및 지역 부동산 전문가가 협업해 만든‘노인 예술가 공동거주시설NOHO 이하 NOHO’ 이

Senior Arts Colony,

있다. 이 공동시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전환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노인 공동거주시설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 부동산 전문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러나 노인 예술가만을 위한 주거 공간은 아니 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예술적 기술 혹은 경험과는 무관하게 입주하여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집세도 LA시 시세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입주 이후 시설에서 제공되는 모든 수업은 무료다. 또 전체 거주 인원의 30%를 빈곤계층으로 유지하 여, 경제적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NOHO는 지역 사회로부터 고립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담벼락을 없애고 외부에서도 시설이 잘 보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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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했다. 시설 운영을 맡고 있는 비영리 조직 인게이지EngAGE의

로 YOLA의 기획자들은 참여 아동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표자인 팀 카펜터Tim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Carpenter는“일반적으로

노인 주거시설은

노인을‘보호’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활동적이고 지

YOLA에 3~4년 이상 참여한 아동에게는 멘토의 역할이 주어지

역 사회와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고 말했다.

며, 리더십 프로그램은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악기가 다른 2

실제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던 한 노인 화가가 지역 고등학생

명이 짝이 되어 서로의 악기를 가르쳐 주고 배워 보는 재미있는

들을 가르쳐 학생들이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

시간도 있고, YOLA의 목표와 실행 방향성에 대해 자유롭고 진지

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노인이 작가 양성 과정에 참여, 작품을 집

하게 논의할 시간도 충분히 제공된다. 멘토 아동 중 일부는 운영

필하고 그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어 350여 명의 지역 주민 앞에

본부하모니 프로젝트의 음악 도서관 운영이나, 연주 일정 담당 등의 업

서 상영한 사례 등이 있다.

무를 맡아 YOLA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자원봉사의 형태도 있

NOHO는 한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시작된 아이디어였지만, 그것

지만 대부분 파트 타임제의 고용 형태였다.

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덕분이었다. 단순히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커뮤니티 문화예술교육은‘지금, 현재의 이슈’ 를 반드시 반영해

아니라 지역 노인이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야 한다” 고 선언한 론 츄Ron chew,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박물관 전시 모델 전문가

NOHO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임이 틀림없다.

의 키노트가 기억에 남는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 사회문화 예술교육의 성장 흐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넘어 핵심 주체로 거듭나는 아이들

사회적 역할이 놀라울 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YOLA 프로그램에서의 청소년 리더십

있었다. 필자를 포함한 그곳에 모인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은‘예술

공평하고 혁신적인 문화예술교육의 표본인

의 고유 가치를 넘어 시민 사회의 발전을 위한 일’ 이라는 것을 다

YOLAOrchestra

LA는

엘 시스테마를 모태로 한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양성사업의 일환

시금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한다.

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비영리단체인 하모니 프로젝트가 기

다양한 이슈와 사례가 공존했던 4일이지만 공통적으로 도출된 내

획 및 프로젝트 운영 관리를,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전문 인

용은 사회의 다양한 참여 주체 간 입장을 살피고 그를 조율하는

력 제공을, LA 엑스포 센터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과정이 성공적인 커뮤니티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라는 점이었다.

플롯과 첼로만으로 구성된 이중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로스앤젤

한국의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달성해오고 있다.

레스 내 3개의 운영거점을 두고 진행될 만큼 확대되었으며 특히

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면,

LA 엑스포 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300여 명의 아동이

이제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때이다. 그

참여 하고 있다.

러한 노력과 열정이 함께할 때, 한국의 사회문화예술교육 또한 진

YOLA의 강점을 꼽자면, 참여 아동 간 멤버십멘토-멘티 프로그램과

정한 커뮤니티 예술교육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멘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 간의

있지 않을까.

활발한 소통과 관계 형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름 음 악캠프의 경우 실기 연습과 레슨은 전체 일정의 50% 정도이고 나

글. 사진 _ 김민지 | 사회교육팀

머지 50%는 멤버십 및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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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변화를 이끄는 문화예술교육, 그 가치와 가능성 2014 문화예술교육 2차 포럼‘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

예술 체험을 통한 즐거움을 비롯한 감성적 인식능력의 확장, 문화예술과 참여자 간 혹은 참여자들 간의 공감과 소 통, 연대의 관계 확장까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는 개인적 차원부터 사회문화적 차원까지를 포괄한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RAND 예술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이 가져오는 개인적인 효과라는 것은 전체 사 회의 공적인 가치인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공공적 차원의 효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하 고 있다McCarthy, Ondaatje et al., 2004. 즉, 문화예술교육의 영향은 개인적인 차원의 가치를 넘어 사회문화적 가치로 그 외연을 넓히는 역동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공유해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와 영향은 이처럼 매우 광범위하다. 또 대상, 환경, 내용, 매개자라는 변수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문화예술교육은 정형화된 형식이나 고정된 내용을 갖기보다 참여자의 반응이나 상황에 따라 다 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느끼는 새롭고 강렬한 경험이나 교육 이후의 삶에도 변화를 야기하는 추동력 등 문화예술교육 이 주는 변화와 효과들에 주목하고 이를 이후의 교육에 반영하는 숙고의 과정은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와 우리 삶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2014년 12월 17일 개최되었던 문화예술교육 2차 포럼‘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 는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와 효과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공 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이 확대되고 사회적 공감을 얻어가면서, 학계에서도 그 효과성을 증 명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어왔다. 정경은 교수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문화예술교육 효과의 증명을 시도해 온 그간의 연구논문을 통합적으로 메타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이들 논문으로부터 효과크기를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상당히 크나 일부 효과에만 제한된 학술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다. 더불어 장르 중심적인 내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하였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언 급하였다.

사회 맥락적 차원의 목표설정과 실행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실천적인 힘을 높여야 김인설 교수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미국 비영리기관인 AWBWA Window Between Worlds 의 폭력 피해자 대상 문화예술교육, 미국 대통령 예술 . 인문학 자문위원회PCAH의 턴어라운드 아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독일 연방문화청소년교육협회BKJ에 대한 다양한 효과분석 보고서를 소개했다. 문제해결능력, 문해력, 창의력에 초점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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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LTALearning Through Art’프로그램과 개인의 회생과 치유에서

주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가 개인, 조직학교, 공동체마을로 확

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 및 소통과 사회자본을 창출하는

장됨으로써, 개인은 문화적 체험을 확대하고, 학교는 교육의 공공

‘Women’ s Window Program’사례 등 개인적・사회적 차원

성을 회복하며 지역사회는 예술교육을 통한 교육 공동체로 새롭게

의 효과가 나타난 프로그램들이 공유되었다. 이러한 효과들은

의미 부여가 되었던 것이다.

UNESCO가 1965년 제시한 발견, 강화, 표현, 기록, 의사소통, 해

안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는 올해 가슴 아픈 사건을 겪은 지

석, 개혁, 심미, 질서, 통합의 예술의 10가지 기능에 부합하는 문화

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스며들어 지역 내 주민들을 위로하고 치유

예술교육의 가치들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별 혹은 사회적 상황

하는 가치를 보여주었다. 황우자 차장안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은 문화예

에 맞는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고민의 중요성

술교육을 통해 상심과 실의 속에 있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서로

을 시사한다. 문화예술이 삶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듯 문화예술교

상처를 보듬어 일상으로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동그라미 프

육 역시 사회 맥락적 차원에서 그 목표 설정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로젝트’ 를 소개하였다.‘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비로소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가 실천적 힘을 지닐 수 있기 때

곁에 있음을 느끼고, 울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꿈을 꾸면서, 위

문이다.

기를 함께 넘자’ 는 취지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개인과 지 역의 회복을 위해 일상 속에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역, 공동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에의 관심 증가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공동의 참여와 소통 및 치유의 가치가 공동

최혜자 대표문화디자인 자리는 미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나타나는 공

체의 특수한 경험과 의제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개입

동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통해 앞으로 확대될 지역・공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동체 연계 문화예술교육에의 시사점을 던졌다. 유럽과 영미권 국 가들의 경우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대응과 복지

현장에서 경험하는 변화과정

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재정비의 필요성에 의해 일찍이 공동체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공유해 나가야

중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삶의 방식을 새롭게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논의와 공유가

기획하고 일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이 도입

필요하다는 인식은 해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국립예술기

되어 공동체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계됐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

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은 2014년 2월에「2014~2018

국가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중요한 실행방식으로 작용해

을 발표하 문화예술 발전계획Strategic Plan Framework for FY 2014-2018」

마을이나 낡은 도심을 새롭게 하는 데에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

면서 예술의 기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 예술의

고 있다. 이때의 문화예술교육은 이미 예술행위도 아니고 교육과

가치와 영향을 전달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정도 아닌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여, 주민들의 예술활동이자 공동

북미 전역의 예술강사들 간 정보 공유를 위해 70여 년간 개최되어

체 활동, 축제, 놀이 속에서 사회적 차원의 효과를 드러내 주고 있

온‘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 콘퍼런스Annual Conference for Com

는 것이다. 최혜자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공동체의 다양한 자원을

-munity Arts Education’ 의

공유하고 연계・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협력적 파트너십

와 영향에 대한 다양한 발표들이 포함되는 등 문화예술교육이 가

을 통해 활성화된다고 설명하였다.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과 소통,

져오는 변화와 효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효과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관계의 창출, 참여한 주체 간의 인내와 노력 등, 문화예술교육의 공동체적인 가치가 구현되는 과정은 경계를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확인되는 변화과정을 앞으

허물고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도 명확하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으로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교사전북 남원초가

이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앞으로

야기는 예술교육의 효과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로까지 이

다양한 공간 및 이슈와 결합하면서 더욱 확장될 문화예술교육의

어짐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지속적인 변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역할과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되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예술놀이터’

가치가 외연을 넓혀가면서 보다 다양하게 우리의 삶 곳곳에 자리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예술적 표현력을 깨우는 동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영오

발표한 전북

남원초등학교예술꽃씨앗학교 1기

시에 재래시장과 골목 등 침체된 생활공간을 문화예술교육 현장으 로 확장하면서, 학교와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 문화예술기관과 행

글 _ 홍유진 | 정책연구팀 팀장

정기관, 배움터와 삶 터를 서로 잇는 소통과 연계의 가치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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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리뷰 •포럼・심포지엄

아이들의 미래, 문화예술교육에서 살피다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텐츠 콘퍼런스

2014년 12월 19일, 국내외 유아교육 동향과 문화예술교육의 과제를 살펴보고,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 업 성과와 더불어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텐츠 콘퍼런스’ 가마 련되었다.

유아기 문화예술교육, 중요성 인식은 높지만 교육 현장 적용에 어려움 많아 2000년대 초반 이후 초중반 상당수의 OECD 국가들이 초등학교 취학 전 최소 만 2년간의 유아교육 서비스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유아교육을 달성1) 한 이후, 최근에는 유아교육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세계적으로 나타나 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교육 . 보육과정을 통합하여 유아 단계에서의 교육의 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질을 제고하고, 생애 초기 출발점 평등을 보장하고자2) 2012년부터‘누리과정’ 더불어 21세기의 중요한 가치와 역량으로 팀워크, 창의성, 혁신성, 사회적 통합과 조화, 다양성 존중 등 인성 . 도덕 . 가치 교 육이 강조되면서 유아기에 전인발달을 이루는 교육에 대한 관심도 활발하다.3) 누리과정 또한“전인발달이 고루 이루어진 창 4)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데,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표현이나 창의적 역량과 함 의적이며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

께 문화적 가치, 다양성, 정체성, 소통 등‘개인과 사회의 연계’ 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유아교육 현장에서 그 수요가 크며 실제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영역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2013 유아 문화예술교육 실태 조사 연구」

7점 척도 기준에서 각각 5.98점과 5.79점으로 답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지 조사한 결과, 유치원은 음악27.4%, 미술26.4%, 신체표현20.3% 순, 어린이집은 신체표현30.5%, 음악26.0%, 미술17.1%순으 로 나타난 반면 실제 자주 활용되는 문화예술교육 영역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미술, 음악, 그리고 신체표현 순으로 높게 나타나 수요와 실제 수업 내용이 일치하지는 않았다. 한편, 문화예술교육 운영 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전문성 부족, 충실한 수업준비에 대한 교사 부담, 프로그램 내용의 연령별 수준 적용의 어려움” 을 꼽았으며 방과 후 과정으로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 램 운영과 관련해서는 모두“우수 강사 확보 및 질 관리의 어려움” 을 첫 번째로 꼽았다.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진흥원’은 이 실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2014년 전국 5개 권역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50개 유치원,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2014년 12월 19일 서울 페럼타워서울시 중구에서 열린‘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텐츠 콘퍼런스’ 에서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유아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초석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은 현재 유아 문화예술교육의 실태를 고려하여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학습지도안 및 교재개 발, 강사 선발, 연수 등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였다. 2014년 9월부터 16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앞서 6월부터 8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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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차에 걸쳐 유아 발달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 음악교육 프로그

교육 현장에 기반한 아이디어로 채워진

램 두 가지가 개발되었고, 7월 강사 선발 이후 교육 실행 전과 중

유아 프로그램 공모 대상‘덩더쿵 창의국악’수상

간 과정 중에 한 차례씩 강사 연수를 진행해 양질의 교육이 현장

진흥원은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과 더불어 우수 문화예술교

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육 현장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누리과정 내 예술경험 영역에 적용 이 가능한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하였다. 지난 19일 콘퍼런스에서

구분

프로그램명

프로그램Ⅱ

음악곡과 음악도구를

동화책을 활용한

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활용한 신체표현 활동

신체표현과

부제: 쌩쌍의‘동물의 사육제’모음곡을 모티브로 한

음악극 활동

대상은‘덩더쿵 창의국악’ 의 임하정, 조경희씨에게 돌아갔으며 최

음악활동“사자왕의 생일파티”

소요시간

주제

는 2014년 공모 당선작 사례발표가 2부 순서로 마련되어 참가자

프로그램Ⅰ

유아의 연령에 상관없이 도입 및 마무리를 포함하여 총 40분 소요

우수상은‘말랑말랑 흙 놀이터’ 의 군포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 우 수상은 공동수상으로‘겨울 마법의 세상 속으로’ 의 고지연, 이지은 씨와‘오디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 의 오디뮤직이 선정됐다. ‘덩더쿵 창의국악’프로그램은‘국악’ 을 우리나라, 환경과 생활, 나

음악과 함께 신체표현

미운아기오리

다 함께 리듬연주

반짝반짝 작은별

와 가족, 건강과 안전이라는 누리과정 소주제와 관련 지어 프로그

즐거운 선율놀이

고양이 왈츠

램을 설계하였으며 교사들이 국악의 기본부터 시작해 리듬을 만들

리듬, 선율 응용 놀이

브레멘음악대

고 합주까지 가능하도록 쉽게 지도안을 구성해 많은 박수를 받았

으뜸헤엄이

다. 군포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의‘말랑말랑 흙 놀이터’프로그램

꿀벌대소동

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아이들과 부모,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개발된 프로그램의 주요한 목적은 음악적 성장의 최적기인 유아기

특히 공모전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이 유아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이들의 음악적 잠재력을 개발시키고 하나의 음악

강사나 관계자였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법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

이 연출되기 위해 너와 나 모두가 역할을 갖는 가치를 느낄 수 있

어가 돋보였다. 소개된 공모 수상작들은 유아교육현장에서 활동하

도록 하는 것에 있다. 또한 음악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유

는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집으로 제작・배포

아 스스로 즐기려는 마음을 북돋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다. 각각

되었다. 2015년 유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은 전년도 대비 확대

16차시로 구성된 두 개 프로그램 모두 전 커리큘럼에 누리과정의

운영될 계획이다.

관련요소

▷신체운동ㆍ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

연탐구를 고루 반영하고 있으며 각 차시 마다 최소 3개 요소를 포 함시키고 있다. 콘퍼런스를 통해 보다 자세히 소개된 프로그램Ⅱ의 15차시‘꿀벌 대소동-버즈와 윙윙이’ 의 경우를 살펴보면 ▶영상과 그림을 통해 꿀벌을 탐구하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왕벌의 비행’등 꿀벌을 표현한 다양한 음원을 통해 꿀벌의 움직임을 느껴보고 ▶리본막대 와 꿀벌모양의 마라카스를 활용해 다양한 꿀벌의 움직임을 표현해

1) OECD2001,“Starting Strong: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www.oecd.org 2) 교육부 공식 블로그 if-blog.tistory.com/2384 3) 문무경2014,“국외유아교육정책의동향과이슈” ,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 텐츠 콘퍼런스 자료집 9-17p 4) 지성애 2014,“국내문화예술교육 동향 및 과제” 2014 유아 문화예술교육 우수 콘 텐츠 콘퍼런스 자료집 26p,한지혜2007. 유치원의 문화예술교육 및 교사연수에 대한 실태 및 요구도, 열린유아교육연구, 12(3), 363-386. 재인용 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3 유아 문화예술교육 실태 조사 연구

보는 것을 주요활동으로 하고 있다. 이 수업과정을 통해 유아들은 누리과정의 요소 중 ▷신체운동ㆍ건강 ▷의사소통 ▷예술경험 ▷자 연탐구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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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rte365 주요기사 모음집 발행인

주성혜

발행일

2014년 12월 31일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디자인

채널원투원

홈페이지

www.arte.or.kr

www.arte365.kr

02-6209-5900

등록번호

KACES-1450-C001

ISBN

978-89-6748-144-5 93070

본 자료집은 저작자와 출처를 표시하면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 단, 영리적 이용과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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