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르떼365 기사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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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arte365.kr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아르떼란,

웹진 [아르떼365]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의거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일상 속의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진흥원의 또 하나의 이름 ‘아르떼’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배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장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아르떼에서는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웹진 [아르떼365]의 할 일입니다.

개개인의 문화예술 향유 능력 및 창의력을 함양시키고,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듣는 문화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 문화예술교

전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역량 강화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장의 소리와 정보를 문화예술

육 현장, 국내외 문화예술교육 관련된 정보까지 문화예술

위해 학교 문화예술교육지원, 사회 문화예술교육지원,

교육 전문 웹진 [아르떼365]가 전합니다.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현장의 고민들까지 함께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문화예술교육 학술연구

나눌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이 결코 여러분과 먼 거리에

및 조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 문화예술교육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도록 [아르떼365]가 전합니다.

국제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목차 01

기획포커스

01-01 아르떼, 지속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변화하고 완성하는 ‘대항적’ 문화예술교육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 백기영

85

몸의 철학으로 도달한 미래의 시간 알바로 레스트레포, 마리 프랑스 들뢰방 콜롬비아 몸의학교 교장 / 우연

89

‘교육·학습·헌신’ 전문적인 창의학습자의 길 안나 커틀러 영국 테이트미술관그룹 교육 총괄 / 황지영

94

98

09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확산시키는 문화예술교육 / 노준석

11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기반을 다지다 / 김세린

13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연구 마크 론데스버로우 영국왕립예술협회 창의학습 디렉터 / 채널원투원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창의 교육 조안 파르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창의학습 책임자 / 제환정

102

16

무용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다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박성혜

108

예술은 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 캐런 샤프, 리사 자렛, 케이티 불존, 티나 라파둘라 TAT Lab 프로그램 교육강사 / 김소연

112

미디어 아트의 주인공은 기술이 아닌 사람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 & 파펑크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정성갑

118

Let’s get it! 김설진 안무가 / 대외협력팀

122

전문가 좌담_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예술교육

01-03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03

80

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루다, 그 다음은 / 김재경

01-02 새로운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논하다

02

전통과 혁신, 예술과 교육은 대립하지 않는다 션 그레고리 영국 바비칸-길드홀연극음악대학 학습·참여부 총괄디렉터 / 제환정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전략 / 김주리

23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 박수아

30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 박진아

35

칼럼 음악가들의 확장된 미적 교육 실행을 위해 / 서지혜

42

우리에게 필요한 내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천정명

44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진흥법 / 임채영

46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 조현성

48

지역 문화로서 생활문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 정민룡

50

미래의 학교 예술교육을 위한 신중한 접근·비판·노력 / 김선아

53

문화예술교육자의 지적재산을 위한 기본적인 법률관계와 권리보호 방안 / 조상규

56

‘문화예술을 삽니다’, 문화예술 속 크라우드 펀딩 / 윤성욱

59

개별화(personalized)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해볼만한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에 대한 탐색 / 최홍규

62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복지를 생각하며 : 관리에서 삶으로 / 김인규

66

인터뷰

04

만나다 예술과 교육, 무게를 내려놓고 관심 갖기 황명수 2016 우락부락 시즌12 충북 ‘설상가상-원시인’ 작가 / 이초영

128

음악의 기쁨, 인생의 기쁨 이강희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국지연

132

예술과 교육의 만남으로 소통을 얻다 안용세, 유은정, 이윤미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KCP 연극 분야 시연팀 / 채널원투원

135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시다’의 제주 방언) 김기완, 박금옥, 오고운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운영단체 대표 / 이보늬

138

문화예술교육, 대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 강정근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홀트학교 교사 / 채널원투원

142

청년작가와 예술강사 사이의 균형을 찾아서 김서정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사진 분야 예술강사 / 안태호

146

뜨겁지 않게, 아낌없이 음악을 나누다 하림 음악가·아뜰리에 오 대표 / 송현민

70

학생들과 즐겁게 작품 하나 만들자! 문해복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영화 분야 예술강사 / 김남희

150

예술교육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퍼포먼스 남인우 연출가·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 홍은지

74

무용, 테크닉을 넘어 심리치료로 재탄생하다 추언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치료사 / 김미영

154


소리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정만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 / 김연수

05

157

보다

문화예술교육,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터뜨리다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유진규 명예교사 프로그램 / 정공자

220

공간·소리·움직임으로 ‘표현’하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 리뷰 / 고지인

224

228

인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해외 문화예술교육 주변을 둘러보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오픈 스튜디오 / 김가영

164

자바섬 작은 마을의 바틱 이야기 평창 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 ‘바틱 스토리’ / 신보슬

168

음악, ‘무한 긍정’의 촉매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 <싱어송라이터밴드 마지못해민트초코와 함께하는 앨범발매 프로젝트> / 채널원투원

172

좋은 수업 그 이상 : 훌륭한 티칭 아티스트리(Teaching Artistry)에 대하여 한국의 예술강사,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 ‘에릭 부스(Eric Booth)’를 만나다 / 이현민

232

예술가와 교육,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 2016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예술가와 교육-창의적 학습모델 설계와 개발 / 김인설

177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예술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간 2017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여워크숍 진행 후기 / 임은경

237

세상에서 가장 넓은 음악 교실 2016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노래에 대한 창의적 접근·교실을 위한 콘텐츠 탐구 / 김준수 낯섦과 다름 속에서 피어난 소통의 꽃 평창 문화올림픽 ODA ‘평창 아트 드림캠프’ / 박유미

180

나를 위한 숨, 나를 위한 바람 2017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 ‘숨-바람-숨’ / 강민채

184

예술의 가치가 살아있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 / 이초영

188

음악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교육 현장 / 김경민

192

예술을 믿고 상상하고 즐겨라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 / 채널원투원

195

한 걸음 더 나아간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컨퍼런스 / 채널원투원

199

예술놀이를 통해 창조적 생각의 틀을 만들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빛나는 초상화> / 이초영

06

해외리포트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① 일본 / 김지영

244

마리오네뜨, 예술을 품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② 프랑스 / 이상진

248

더 좋은 예술교육을 만드는 교류와 협력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③ 미국 / 이소연, 김혜인, 이유나

252

예술교육에서 미래를 보다 독일 연방정부의 예술지원 정책 / 류현지

254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현대 미술관 세계 각국의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 최혜경

257

영국 아동 청소년극 전용 극장, ‘유니콘 극장(Unicorn Theater)’ / 김연수

260

202

박물관에서 나를 만나다 치매 노인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 이은미

264

동심 담은 노래로 완성하는 버스 속 모험 2017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예술버스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밴드> / 홍은지

205

예술교육, 그 후 SNAAP(Strategic National Arts Alumni Project) 장기적인 예술인들의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 / 장웅조

268

함께 그리고 즐거운 모임을 위하여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오픈수업&네트워킹 사전모임 / 조성희

208

‘뚝딱뚝딱’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화하고 있는 해외공간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창의적 배움의 공간 / 김연수

272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다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교원 문화예술교육 연수 과정 <문화예술교육, 예술과 사회의 연결고리 ‘몸, 지금 여기’> / 김소리

211

‘바로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찾아서 지역성을 담은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 신일

277

문화예술교육 교류·공유의 장으로 탄생한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외부 개방 기념 오픈식 리뷰 / 채널원투원

215

우리는 왜, 만나야 하는가?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오픈수업&네트워킹 / 김은진

218

07

정책리포트 개인의 변화를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연구 / 임영식

284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 2014~2016년 학교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 소지영

290


기획포커스

01 part

6

2017 arte 365

문화예술교육 전반의 구도와 방향성을 조망합니다

아르떼, 지속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새로운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논하다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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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루다, 그 다음은? 기획포커스 PART 01-01

아르떼, 지속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아르떼, 지속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① 교육인력지원본부

김재경 교육인력지원본부장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으로부터 교육인력지원본부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 업,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당 사업들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이 교육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으로 수혜자의 관점 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참여자간 유기적 협력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한 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6년 1월 교육인력지원본부를 신설하여 조직을 정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수립된 지 10년, 우리사회 곳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성

비하였고, 참여주체의 협력을 강화하여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매개

화되고 있다.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문화

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비전을 찾아 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목

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문화예술

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예술강사 고용

교육에 대한 방향과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하에 [아르떼365]에서

주체에 대한 정부부처 및 진흥원, 지역센터의 입장이 상이하여 사업 운영에 혼

는 총 3회에 걸쳐 2017년 본부별 주요 사업의 추진 방향과 주요내용을 독자들과

선이 있고 결국 일부 지역은 별도의 운영단체를 공모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되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었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어 처음에 목표했던 사안들 을 깊이 고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정부 부처나 지자체, 교 육청, 지역센터도 각자의 입장이 있고, 예술강사도 예술강사의 입장이 있기 때 문에 각 주체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과격할 수는 있겠으나, 상처를 씻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작년 한해는 교육인력지원본부의 역할을 정립하기

① 교육인력지원본부

위해 수년 동안 수면아래 잠자고 있던 문제들을 모두 수면위로 올리는 시기라

② 예술교육사업본부

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③ 예술교육기반본부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투입 예산이나 수혜자의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부분 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다. 일자리 창출사업의 구조적 한계로 예술전문가들 이 해당 사업에 참여함에 있어 정량적 성과에 치중해 질적 내실화를 이루지 못 했다는 지적과 예술전공자들에게 예술강사 활동 외에 다른 성장경로를 제시하 지 못한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육 내 예술교육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2016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예술교육 활성화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학교 예술교육 내실화, 학생들의 예술 활동 기회 확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예술교육, 학교 예술교육 지원 체계 구축 등 과제별 추진계획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정부차원에서도 학생들에 게 반드시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전환을 이뤄낸 성과로 볼 수 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한 걸음 올해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사업이 안정화 될 수 있도록 지역센터 등 운영기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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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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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지원하고 기관 실무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 및 현장방문을 강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확산시키는 문화예술교육

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공교육 내 예술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예술전문가의 사회활동을 확대한다는 사업의 본질 적 측면을 고려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 는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2017년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교육 현장의 변화한 상황에 적극

아르떼, 지속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② 예술교육사업본부

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협력기관과의 유대를 강화하여 사업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둔다. 복지기관 문화예술 교육 지원사업은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예술강사의 역량 강화 측면이나 사업 추진에 있어서 선도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실무담당자들은 매년 많은 강사들에 대한 선발, 배치, 평가 업무를 수행 하는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지난한 일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배치된 예술 강사에게 교육을 받는 아이들, 노인, 장애인의 삶에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는 일에 함께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예술교육사업본부는 사회교육팀, 가족문화팀, 지역활성화팀으로 이루어져 있 노준석 예술교육사업본부 본부장

다. 먼저 사회교육팀은 문화사각지대에 있는 특수시설·기관 및 지역의 소외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제도는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의 자격요건을 제시하

층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사회적 역할과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한다. 또

고 문화예술교육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자긍심 및 자존심을 고취하는

한 가족문화팀은 주말에 가족의 여가문화 확산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4월 현재 12,000여 명의 2급 자격증 취득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활성화팀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기반

자를 배출하였으며, 현재는 정책사업의 영역 및 한정된 문화기반시설로 활동

조성과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올해 세 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내용과 방향에

영역이 한정되어 있으나 향후 다양한 민간영역까지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해 소개한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업무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나 취득 이후 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향유와 공감을 기반으로 소통과 협력이 중시되는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문화예술교육사 1급자격 취득

2005년부터 시작된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은, 올해 7개 부처 1,150여 개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 기틀을 설계하는 시기로서 제도를 보완하고 내적으로

수혜시설의 문화소외층을 대상으로 1,200여 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충실을 꾀해 안정적으로 사업 운영을 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문화

410개의 운영단체가 진행한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 피해학생, 군대 부적응

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교육기관과 참여자의 인식 제고와 자격제도

병사, 각종 범죄 피해자 등 7개 부처의 심리·정신적 피해자 약 880명을 대상

의 취지에 대해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으로 88개의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14개 예술치유단체가 진행한다. 이처럼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타 부처에서 예 술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사업계획 전부터 협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수요조사, 사업설명회, 공모선정, 시설과 단체의 매칭, 실무워크숍과 현장모니

교육인력지원본부의 사업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야하는 이슈가 많아서 정

터링, 만족도조사와 성과공유회까지 관계부처·기관·시설·운영단체와 유기적

책적 판단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각각 관계자들의 이해

인 협력체계를 통해 활발한 연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가 상충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 경우 사업추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법무·노무 이슈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본부 내 교육지원팀을

김재경 교육인력지원본부장 jkkim@arte.or.kr

신설하였다. 사업에 참여하는 각 채널(노무컨설팅업체 및 콜센터)과 소통하여

유휴파출소가 문화파출소로, 농산어촌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업의 현안을 파악하고 실무 사례를 수집하여 예술강사 지원사업 제도개선을

‘문화파출소’는 지역주민이 문화예술교육을 일상화할 수 있도록 유휴파출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교육인력지원본부 내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으로 2016년 전국에 9개

지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문화파출소가 탄생되었다. 올해는 25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사례 발굴과

앞으로도 교육인력지원본부는 교육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 매개

콘텐츠 개발, 성과공유 컨퍼런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움직이는 예술정거

자들과 협력하여 수혜자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장’은 농산어촌 및 도서의 문화소외지역에 예술교육체험 버스와 트럭, 그리고

만들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특히, 사업 추진 과

병원선을 활용하여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150회 진행한다.

정에서 각 주체별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과 정을 거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관계자들의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행복한 가족 여가문화 확산을 꿈꾸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4월 1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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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매주 토요일 아동·청소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전국 문화기반시설에서 900여 개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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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올해 사업구조를 브랜드화했다.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기반을 다지다

먼저 공연과 시각예술 중심의 장르특화 프로그램(꼬마작곡가, 가족오케스트라 ·합창,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미술관 레지던시 연계 등)은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심화과정을 연계·운영한다. 또한 장르통합 프로그램(주말 예술캠퍼스, 청소년 예술가, 고3 수험생 등)은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심층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장르확장 프로그램(국공립 예술기관 연계,

아르떼, 지속 가능한 예술교육을 말하다 ③ 예술교육기반본부

박물관·미술관·도서관 연계, 건축문화, 주말문화여행 등)은 다양한 예술기관 의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하여 확장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유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전국 9개 문화기반시설에서 프로그램 을 개발하여 ‘방문형’과 ‘체험형’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지역 아동·청소년의 꿈이 오케스트라가 되고, 학교에서 예술꽃을 피우는 나라 2,5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이 참여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올해 7년 차를 맞이

예술교육기반본부는 기존의 ‘교육개발센터’ 내 교육개발팀과 대외협력팀이 ‘전 김세린 예술교육기반본부 본부장

략기획연구팀’을 만나 이루어졌다. 여기에 새로이 독립하여 만들어진 ‘콘텐츠

하여 신규연속 11개소, 지역협력 26개소, 자립거점 3개소(부천 놀라운 오케스

개발팀’이 더해져서, 예술교육기반본부 내에 정책연구팀, 콘텐츠개발팀, 대외

트라, 춘천 신나는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 익산)에서 운영된다. 한국문

협력팀, 예술교육연수센터가 편성되었다.

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역 자립운영모델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발전협의회

지금의 예술교육기반본부의 근간을 이루는 역대 본부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를 구성하여 간접 지원을 할 계획이다. 7월에는 지식공유포럼을 통해 꿈의 오케

있듯이, 그동안 본부의 역할은 <교육진흥본부>로서, 문화예술교육이 ‘진흥’하

스트라의 현재와 미래 방향을 조명해 보고, 10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합동공

도록 힘쓰고, <교육개발센터>로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양적 확산에 따른 질

연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 꿈의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 교육강사, 행정담

적 제고를 위해 교육 ‘개발’을 추진해왔다.이제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기관의

당 등 교육인력의 전문역량 향상 연수, 커리큘럼·레퍼토리·교수법 개발 및 보

정체성과 방향성을 다잡고, 그간의 본부 활동들을 발판삼아 진흥원의 ‘기반(기

급, 네트워크 협력기획사업을 통한 성과확산, 컨설팅 및 홍보지원 등을 통해

초가 되는 바탕. 또는 사물의 토대)’이 되는 <예술교육기반본부>로 재정비하여

질적인 성장을 다하고자 한다.

활약하고 있다.

농산어촌 4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선정하여 공연, 음악, 시각, 통합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4년간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는 올해 55개교를 지원한다. 이미 지원이 종료된 40개교는 ‘예술꽃 새싹학교’로 지정하여 학교문화 예술교육을 지속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간접지원을 할 예정이다.

미션 비전 핵심가치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접근 현재 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경기침체와 청년

중점 방향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확산과 기반 구축을 선도 ▲ 향유와 공감 / 소통과 협력 / 지속과 성장 ▲ 지속가능한 생애지속 문화예술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추진 교육의 지원 체계화 생태계 선순환 구축

기관 경영 혁신

실업 등으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특히 생애주기별 구조적인 문제와 생애전 환별 상황적인 문제가 복합적이면서 중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삶의 짐은 더 무 겁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적인 행복감이 필요하다. 행복감은 주관적·비 물질적인 것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예컨대, 예술을 경험하고, 창작활동에 참여 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때, 이미 과정 속에서 즐거움과 에너지 충전,

전략 목표

생애지속 문화예술 문화예술 교육 교육의 사각지대 지원 해소 체계화

자원 프로그램, 인력의

전문성 강화

수요 중심의 사업구조 체계화

교육 기반 지원 강화

협력 체계 구축 및 강화

조직 전문성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

그리고 치유를 통해 행복해 진다.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예술에 예술을 더하 노준석 예술교육사업본부 본부장 yes0253@arte.or.kr

고, 교육에 교육을 더함으로써 같이 가치를 공유하고, 삶이 질이 되도록 새로운

진흥원 설립 10주년을 지나면서 가장 많이 쓰인 문구 중 하나가 ‘질적 제고’였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자신감은 능력이 아니라 감정인 것처럼, 문화

다. 양적 확산에 뒤이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목표였다. 그간 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 이미 행복한 것이다. 올

현장을 확산시키는 데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진흥원뿐 아니라 다른

해 예술교육사업본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마중물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기관들과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진흥원의 눈부 신 성과다. 이제 이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심화하고 지속 가 능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내용적, 방법적 측면에서 전문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4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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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시기에 도달하였다.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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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 따라 대외협력팀에서는 유관기관과의 교류와 협업 통로를 확장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한 현장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진흥원에서 배출된 전문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 예술교육연수센터에서는 지난 12년간 진흥원 본연의 주요업무 중 하나인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위한 연수 대상별 맞 춤형 수업들뿐 아니라 예술체험에 기반한 과정들(예: 창의 예술교육 프로젝트,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프로그램 수료 과정 등)을 확 대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전문인력들이 예술철학 에 기반한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다양한 예술교육 방 법론을 제시하면서 예술교육자들이 창의적인 교육 활동에 대한 발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예술교육자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환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기반본부의 역할

경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기존에 예술강사 지원사업 참여자들을 지원하는 범

기반 조성의 추이나 결과가 정량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드

위를 넘어서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위

러나지 않지만, 질적 제고를 위해 기반 조성의 중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한 연수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렇게 전문역량을 강화한 예술교육자들이 국내

구체적으로 각 부서의 사업을 살펴보며 기반 조성 추진 방향을 검토해 보겠다.

외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여러 대상들을 만나 그들의 무한한 예술적 감수성을 이끌어내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 교육대상자들은 예술적 경험을 통해 예술가

정책연구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계획 수

처럼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립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동시에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지 원한다. 상시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사업의 동향을 파악하며, 해외 유관기관 과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정책과 지원사업들의 체계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기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예술교육 인력의 전문성 구축

위한 타당성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기초자료 분석 및 증거기

기관 내·외부와의 활발한 교류로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문화예술교육의 동

반 연구, 컨설팅 및 평가통계조사 등의 연구 결과로 정책 개선 방향과 전략을

향을 살피며, 치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을 개발하

도출한다. 구체적인 학술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검증된 자료와 결과들은 정책

여, 전문성이 강화된 예술교육 인력을 통해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만

과 관련 사업에 시의성 있는 근거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들어 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본부의 임무다. 이처럼 기반 조성의 역할이 강조되 는 운영구조는 본래 진흥원의 주요 설립취지인 중앙기관으로서의 간접 지원 역

콘텐츠개발팀은 기존에 여러 팀에서 분산되어 이루어져 오던 콘텐츠 개발의 역

할을 강화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진흥원의 기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할을 기관 차원에서 수합,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신설되었다. 문화예술교

진흥원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도 넓혀가야 할 것이다. 개

육의 질적 제고를 논할 때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자원의 전문화, 특히 교

개인의 발전은 곧 팀의 발전으로, 본부의 발전으로, 그리고 기관의 발전으로 드

육의 특성상 프로그램 개발과 인재의 전문성 강화 부분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러난다. 기반 본부를 비롯한 진흥원 전체의 재원들을 활용하여 결과공유회, 워

문화예술교육 현황 파악은 물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문화예술교

크숍, 연수 등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할 기회를 마련하고 그 현장에서 이루

육에 대한 정보들을 교환한다. 궁극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어질 더욱 활발한 논의들을 기대해본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앞서나가는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지원사업 혹은 기획사업을 통

진흥원이 되도록 기반을 다져가면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해 확산시키고자 한다. 프로그램 콘텐츠는 문화예술교육 수혜자를 위한 것뿐 아니라 매개자를 교육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도 포함된다. 예술활동에 기반한 교육 내용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경험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5월 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다양한 대상들이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일상 생활에서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 대외협력팀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전문인들과 일반인들 모두에게 기관과 정책 사 업을 널리 알리면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중 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기존의 홍보 방식에 더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진흥원에서 제시하는 아이디어와 화두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참신한 미디 어와 재원을 활용하는 홍보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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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린 예술교육기반본부 본부장 skimhong@arte.or.kr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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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하기 전에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냉장고, TV 같은 가전기기 등이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데이터가 쌓 이게 된다. 사물인터넷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 시 스템으로 전송을 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게 되면서 인 공지능(AI)이 그 데이터를 분석한다. 3D프린팅,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홈네트워크 등이 이러한 빅데이터를 통해 운용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특히 어른들보 다 문화예술교육의 대상인 유아나 청소년들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다. 아이들은 거의 ‘스마트폰의 노예’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예술교육 앱을 이미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이다. 박유신

현재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래교육’이라는 3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인지 에 대한 정의된 바가 없어 힘들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 분야의 이슈는 ‘인간의 노동’, ‘인간의 역할’ 등 대부분 ‘직무역량’에 대한 부분이다. 근대 교육

새로운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논하다

기획포커스 PART 01-02

전문가 좌담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예술교육

시스템 자체가 인간을 ‘노동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온 측면이 있다. 굉장히 근 본적인 것이 흔들리고 있는 것인데,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 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의, 문화의 의미, 예술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예술의 정의를 탐색하는 과정이 의미 가 있기 때문이다. 정종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두 가지 관점이 ‘세게’ 격돌한다. ‘인간만의 고유

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관점과 ‘인간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있으니 테크 주제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목표 일시

2017. 5. 12(금) 오후 2시 장소 최인아 책방 참석자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조사분석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박유신 석관초등학교 교사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시작으로

놀로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각 분야의 현장들에서 점차적으로 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딥 러닝’으로 예술품을 창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

민이 시작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인간의 철학, 비전 등에 대한 고민이

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중심 시대에 미래의 교육참여자가 사는 삶 역

필요함과 동시에 버려야 될 것과 개선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자문해봐

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상 이상으로 급변할 것이다. 교육참여자의 특성

야 한다. 근대교육의 주체는 더 이상 기능할 수 없고, 이제는 ‘신주체’를 고민해

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면대면 성격이 강한 기존방식의 문화예

야 할 때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이 ‘신주체’를 대상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

술교육이 유효할 것인가? 이러한 교육참여자를 대하는 예술교육자에게 필요한

이다.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는 무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하여 스스로 작곡할 수 있는 쿨리타(kulitta)✽ 같은

엇인지, 덧붙여 인간의 정체성은 물론 윤리의식에 대한 지점을 고민하는 첫 단추

프로그램이 나왔다. 인공지능이 소설 쓰기의 영역으로도 침투하고 있는 것이

를 끼워보고자 한다.

다. 호시 신이치의 소설 1,000편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소설을 썼는데, 그게 호 시 신이치 공상과학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 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가?

이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

인간의 정체성부터 윤리의식에 대한 고민까지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김창환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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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타(kulitta):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출발은 독일에서 ‘인더스트리4.0’으로 시작을 했는데, 국가적인 어젠다로

더하여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이 중요한 시기다. 중국은 하루

서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국가는 한국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4차

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일본은 로봇 분야에 특화되어 있고, 미국은 빅데이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

터 부분에서, 독일은 제조업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적 동의(Consensus)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본격적인 이야기

큰 틀에서의 철학과 비전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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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언급한 ‘신주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한다. 고로 존재 한다.’ 여기서 ‘무언가’에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지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사회에서의 ‘인간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식이나 사유를 기반 으로 하는 존재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규정해야 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지선

사물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그

렇게 형성된 빅데이터를 통해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서 인 공지능이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계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고 사람 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술적으로 잘 하는 것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계가 할 수 없는 걸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술 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아이튠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 용시킨 음악 시스템 ‘지니어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음악 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감성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술적 논의가 중심이라면 해외에서는 철학적 논의가 중심이다. 한국에서도 논의의 중심이 철학적 논의로 이동되어야 할 필 요가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제시하게 될 것이며, 문화예

사진과 마른 사진을 구분해놔 사용자가 ‘열받은’ 사건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차

술교육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 영역을 허무는 교육을 하면 어

별적 언어를 배운 것이다. 이처럼 기계는 인간이 쏟아내는 대로 학습하고 배운

떨까 라고 생각한다.

다. 아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될 텐데, 윤리적으로 발 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김창환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할 시기다. 교육에 대한 개

윤리적인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숙련성이 아니라 ‘문화역량’을 키우는 것 이다. 교육의 질에 대한 부분을 따지기 시작하면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 우 리의 의식이 새로운 개념을 수용하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

4차 산업혁명과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다. ‘인공지능이 할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전망

수 없는 것들을 해보자’ 혹은 ‘안하는 것을 해보자’는 식의 패배주의적 시각을 갖는 것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가야 할 길을 제

임학순

시하는 것이 인공지능을 앞서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술, 교육, 사회 분야

다. 첫 번째는 예술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예술의 새로

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키우는 것을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로 두

운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내놔야 한다. 예술의 형식과 과정, 예

어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의 창의성, 치유 기능을 넘어선 좀 더 고차원적인

술 창작 시스템이 변화할 것이다.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자는 교육 참여자가 창조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가질 수

루어지는 다양한 예술 형식이 나타날 것이고,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석가, 공학자 같은 다양한 행위자들이 문화예술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두 번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맥락에서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

째는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에 대한 고민이다. 융합과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해져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떠올려 보면, 그때 학교에서 가장 큰 이슈들은 카

야 하고,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메라를 가지고 영화를 찍거나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등 미디어를 통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이나 공동체 형성 등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해서도 역할

해 지식이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술적 노력들이 무색할 정도로

을 해야 하고, 기계가 발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인간소외 문제(상실감, 고

지금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다루는 데 있어 선생님보다 더 능숙하다. 하지

독감, 좌절감 등)에 대해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정책적

만 이러한 기술적인 숙련성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관점으로서의 고민이다. 현재는 예술강사들이 한 사람씩 개인적으로 수업을

Literacy)’를 학습한 새로운 세대가 시민성이나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하고 있는데 융복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협업 시스템을

의 부작용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활성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그것을 돕기 위해서 교재를 개발하는 등 새로

최근에 트위터에서 애플 iOS용 소프트웨어인 ‘시리(siri)’가 트위터 사용자의 살찐

운 형태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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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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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임학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행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및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술

보다는 왜 하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아이들을 교육할 때 ‘얼마나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 들이 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는데, 예술교육자는 조력자로서 가이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방식을 만들어 보급하는 건 점점 더 효력 을 잃어갈 것이다.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독 려하는 건 어떨까. 문화예술교육 수업 방식과 예술교육자의 역량에 대해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 다. 아이들을 평가하는데 있어 방법론적인 개념을 벗어나고, 새로운 걸 배워야 겠다는 창의적 교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런 교육법을 가진 교육

지고 있지만, 타 장르까지 융합하고 있지는 못하다. 진정한 ‘통합’이 되기 어려 김창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교육학과를 수료한 후 독일 튀빙겐 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 시도교육청 평가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통계연구본부장으로 있다.

운 상황이다. 김창환

예술교육자의 역량강화 부분에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직업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직무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분야에서 재교육이 필요한데 교육을 해줄 수 있 는 전문가는 너무 바쁘고 적당한 사람이나 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현 장에서 필요한 핵심역량을 재교육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진흥원이 하였으면 한다.

자들을 양성해야, 아이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할 수 있게 될

박유신

것이다.

가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상기시켜야 한다. 당시 문화예술계에서는 기계인형

2차 산업혁명 시대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던 시절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인 오토마타(automata)가 발명되었고, 인간이 기계를 모방하는 현상이 일어났 박유신 초등학교 교사. 대학에서는 초등교육을 전공했지만 예술가가 되기 위해 미술대학에 다시 진학하여 공예를 전공하였다. 현대 시각문화의 적극적인 감상자로서, 초등학교에서 시각예술교육,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 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지도하고 있다.

김창환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융합 교육을 의미하는 ‘STEAM

교육’을 이야기 할 때, 상대적으로 ‘Arts(예술)’ 분야에 대한 부분이 약한 경향이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하여, 문화예술교육 을 오프라인이 아닌, 사이버 세계에서 체험한다면 어떨까 한다. 친밀하게 면대 면으로 만나는 교육과 반대되는 개념이라서, 조금 고민되는 지점이 있기는 하 지만 말이다. 정종은

사실 오프라인 세계에선 문화예술교육이 제한되어 있지만 사이버 세계는

무한한 확장가능성이 있다. 꼭 면대 면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여러 방식의 접촉 을 할 수 있다. 최근 정권이 교체되면서 교문수석이 없어지고 부처 자율성이 높아지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형태가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매뉴얼을 벗어난 도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정종은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에서 문화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타기획컨설팅 Knowledge본부에서 부소장으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 및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영역은 예술산업, 문화 스타트업, 지역문화콘텐츠 관련 정책이다.

다. 꼿꼿하고 기계 같은 근대 발레 동작도 그때 만들어졌고, 우월한 인간의 형 태를 향한 인간의 바람은 현재의 기계적 삶을 만들게 되었다. 더하여, 낭만주 의 시대의 예술작품에는 기계를 모방하는 예술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는 작 품들이 등장한다. 『피노키오』나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이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창작물이다. 나이팅게일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임금님이 나이팅게일을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석으로 치장된 기계 나이팅게일이 궁에 와 본래 성에서 살았던 나이팅게일이 버려지게 된다. 그런데 이후, 기계 나이 팅게일이 망가지자, 원래의 나이팅게일을 다시 데려온다는 내용이다. 2차 산 업혁명이 가져온 두려움, 기술과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만들어진 작품이 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더 이상 ‘사유’만이 아닌 ‘체험, 경험’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한국문화예 술교육진흥원의 예술교육적 목표는 예술에 대해 ‘기술적 교육’을 하는 것에서

기본 스킬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의 개념과 반대로, 문화예술교육은 직접 체험

나아가서, 예술로 삶과 문화를 성찰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

하면서 몸소 익히는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의 형식으로 인간다움

도록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에 대한 고민을 통한 ‘해결성, 창의성, 철학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하여, 기존 교육에 결과물이나 수치화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과정과 경 험’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형식과 범위, 목표 등 다양 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이지선 현재 숙명여대 교육혁신센터장이다. 메이커교육실천 회장, 한국디자인학회 이사, 빅데이터 학회 이사, 사단법인 앱센터 이사를 겸하고 있다.

김창환

동감한다. ‘지금 인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로 가는 것이 발전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지향점과 부합하 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가 문화예술교 육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임학순

4차 산업혁명은 모두의 관심 분야다. 각 분야에서 ‘인식 공유’ 작업이 필요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목표 설정과 대응방법

하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관련 포럼이나 좌담회 시간을 갖는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세우다

것도 물론 좋다. 문제 해결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바람직 한 방향은 무엇일지, 다양한 플랫폼과 지식문화 소스를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우리나라 자체가 규모가 작아서 빅데이터를 만들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콘텐츠로 창조하고,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자원

미국이나 중국처럼 인구가 많으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데이터를 모을 수

으로 활용할 것인지, 파생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있지만 법적인 규제도 많아서 실패 가능성이 좀 더 높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

고민하였으면 한다.

김창환

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임학순

사실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예술강사를 비롯한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예술교육자의 핵심 역량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핵심이 있다. 문화예술교육 현 장에는 여전히 융합의 개념이 약하다. 문화예술 분야 내에서 장르 통합은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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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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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포커스 PART 01-03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1차 토론회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①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전략

새로운 문화예술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새 정부 수립 후 문화예술계 김주리 예술교육연수센터 팀장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관계자들도 세부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문화예술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 협의회, 토 론회, 간담회 등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2일, 앞으로의 문화예술교육 정 책 방향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한 첫 자리에 약 100여 명의 문화예술 교육 정책 및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 모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새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문화예술교육 5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 이정현 과

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및 현장의 의견을 수렵하고자 세 차례에 걸쳐

장은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 관련 추진 경과와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토론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아르떼365]에서는

회>의 의미를 짚으며 토론회 문을 열었다.

총 3회에 걸쳐,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었던 주요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 추진 경과 ※ 발표 내용 중 일부 발췌 2015년에 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더욱이 지난 2014년에 수립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이 2017년에 종료됨에 따라 문체부는 2018년부터 2022년 까지 실행할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자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 ①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전략

를 추진하였고, 올해 5월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소위원회의 자문회의

②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를 거쳐 전국 17개 광역을 중심으로 릴레이 간담회를 추진하였다. 약 2개

③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월간 추진된 릴레이 지역 간담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지자체, 문화재단, 시도교육청, 지 역 전문가 등 지역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그리고 11월에 개최 되는 3회의 정책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추가적으 로 수렴하고, 부처와 유관기관의 협의를 거쳐 문체부는 올해 12월 경 문화 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각 지역에서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6조 제2항, 제4항에 따라 부처의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반 영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협의회를 거쳐 5년마다 지역문화예술교육계 획을 수립해야 한다. 문체부 이정현 과장은 이번 정책 토론회가 앞으로의 5년을 넘어 10년, 20년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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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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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의 의미 찾기

문화예술교육을 대입시켜 정책을 방향을 세우는 ‘문화예술교육 만능주의’에서

지난해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추진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벗어나야 한다며 다소 현실적인 얘기를 덧붙였다.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은 변

조현성 박사의 발제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여느 정책 토론회의 발제와 사뭇

화하는 시대적 환경과 관계없이 그자체로 늘 국민의 삶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다른, 회고록 형태의 발제문을 두고, 마치 토론회의 참여자에게 자기 고백을

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목표의 구체화와 다원화가 필요한 시기이며, 이

하듯 덤덤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2014년의 문화예술교육 포럼과 달리 이번

는 「지역문화진흥법」 등 다른 문화정책 영역과의 차별성과 연계성을 확보해야

발제를 준비하기가 좀 더 어려웠다는 조현성 박사의 첫 마디를 시작으로 5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이제는 문화예술교육 성과들을

간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를 하며 고민했던 지점들을 정책 현안과 함께 논하

공유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고,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기계적인 분석

였다. 조현성 박사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를 매년 1건

이 아닌, 차별적인 분석 내용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상 해왔지만, 그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충분히 가보지 못한 채, 문헌분석과 설문조사, 약간의 면담만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연구의 내용이 현실을 충분

<1차 정책토론회> 조현성 박사 발제문 p.13 발췌

히 반영하지 못했던 점이 연구자로서 반성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 로 한다.”(A)

문화예술교육은 도대체 무엇인가? 조현성 박사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관계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B)

들이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하지 않은 채, 심지어 그것을 답해야 한다 는 생각조차 없이 2004년, 2007년, 2010년, 2014년 정책 계획을 먼저 발표한

조현성 박사는 위의 두 예를 제시하며,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생활문화 진

것이 오늘날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들과 정책 간 혼란

흥을 표명한 <지역문화진흥법>과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목적에서 정책

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나하는 문제제기를 했다.

사업 내용(……함으로써)을 생략하면 법률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면서 이

2014년에도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을 정리하거나 다른 문화예술 정책과의 비교,

를 기반으로 한 현재 문화정책의 구체화되지 않은 목표를 지적했다. A는

연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숙으로’라는 캐치프레

<문화예술교육지원법>, B가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이즈를 던지며 전 정부의 기조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정책 중장기 방안을 수립 했다고 회고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태동기인 2003년, 2004년에는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 논의가 많이 되어 왔으나, 2009년부터 이런 부분이 연구 영역에서 점차 사라지고, 단위 사업들을 잘 해나가기 위해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 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예산을 운영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위한 단위 사업 개수를 늘리고, 단위사업 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더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현성 박사는 2016년에 추진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 방안 연구 내용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였다. 무엇보다도 문화예술교육 개념 정립이 가치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하며, 문화예술교육의 본질, 개념 과 기대효과를 구분하여 생각해야 하되, 기대효과에 대해서 관계자들이 각자 자기 언어로 구체화하여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서 발제를 마쳤다.

한편, 조현성 박사는 2016년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개선방안 연구 기간 동안 현장에 가 볼 기회가 있었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성숙해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 주체와 참여자의 인터뷰 결과, 진흥원 중심의 정부 정책 사업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차이가 정책사업 기획의 완성도, 교육주체의 전문성, 교육주체의 헌신성에 있다고 보았다. 2015 년 진흥원과 함께한 사회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사업전략 연구 과정에서도 교 육 현장의 이해 관계자(교육 주체-교육 시설-교육 참여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교육 현장을 참여(관찰)해야 한다는 것,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체계가 생각보다 잘 갖추어졌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간 많은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에서 다소 문제라고 짚었던, 진흥원을 중심으로 한 양적 팽창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

2017 arte 365

토론회 2부는 숙명여자대학교 김세훈 교수의 사회로 차재근 센터장(서울시 청 년허브), 김보성 실장(대전문화재단), 이상진 회장(대한민국 국악강사 협의회), 류해석 장학사(경기도교육청)의 지정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들은 오랜 기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본인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문화예술교육 정 책 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지역 자치, 문화분권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었는데, 4명의 지정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을 논의사항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는 것이다.

<1차 정책토론회> 지정토론자들의 주요 논의 사항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본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

1) 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민주주의, 문화다원주의 원리와

하고, 어떤 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타당한지를 생각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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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정책 과제에 대한 논의

부처 간 협치

다고 보았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미래 과제 설정을 위해서는 ‘00화’, ‘000제이

2)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안정화와 위상 제고

션’과 같은 멋들어진 명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동사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

3) 정책 주체 간 역할 재분담 : 부처, 중앙기관, 지역센터

했다. 또한, 이제는 논의의 수준을 조금 낮추어 사업 추진에 있어 연수, 사전

4)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연계

미팅 등이 충분히 강조되어야 할 것이며,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나열해두고,

5) 성과주의 정책 방향 지양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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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민주주의,

김보성

문화다원주의 원리와 부처 간 협치

전이 그 위상이 미약하다. 광역문화재단도 출연기관이지만, 지자체에 종속되

첫째, 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민주주의, 문화다원주의 원리와

어 있기 때문에 그 안의 팀으로 편제된 지역센터는 더욱 제 기능을 하기 어렵

부처 간, 중앙과 지역 기관 간의 협치의 중요성이다. 첫 토론자인 차재근 센터장

다. 그렇다보니 인사권이나 센터 운영 권한이 없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

에 의하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분권의 실현은 민주주의와 문화적 다양성

기 어렵다.”

“현재 17개 시도에 광역센터가 있지만, 예산과 정책결정권이 부족해서 여

의 원리에 기초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학교에서도 중앙에서 지정한 예술 분야가 아닌 지역 특성에 맞추어 실제 필요한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이상진

“지역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업무를 하는 분들이 거의 계약직이다.

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은 현재 문

지역센터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정부의 지역 분권 의지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체부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교육부의 학교 교육정책과 분리되어, 행정 편의

본다. 광역단위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센터가 독립되어야 한다. 진흥원의 하부

적 관계로 이어져 온 것에 있다. 류해석 장학사 역시 학교 현장, 학생 중심의

기관으로 있든, 지역 출연금으로 만들어지든, 최소한 재단 내 독립된 부설기관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면서 학교 밖이든 안이든 학생 성장을 위한 진정성 있

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는 협력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문체부와 교육부 모두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부서를 만들어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재근

“각 지역의 독립성, 지속성,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만 주

차재근 센터장은 ‘협치’를 중요시 하는 이번 정부 기조에 따라 문체부가 교육부

어서는 안 된다. 지역에 권한을 함께 부여할 때 실제적 문화분권이 가능하다.”

와 함께 협의할 필요성에 대해 논하며 마지막 발언을 마쳤다. 차재근

“문화예술정책 추진체계로서 지역을 단위 하나로 보는 것이 분권이라고

정책 주체 간 역할 재분담 : 부처, 중앙 기관, 지역센터

보기는 어렵다. 그간 ‘분권’에 대해 여러 정권에서 얘기했지만, 부처 간 관련 정

셋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주체 간 역할의 재분담에 대한 논의다. 그간 정부

책을 조율하는 정도에 그쳤지 않았나 싶다. ‘지방’이라는 용어 대신 ‘지역’이라

주도로 추진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효율적인 실행을 위해 대부분의 사업이

는 용어를 쓰면서 중앙 권력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제한적 지역주의만 있었을

중앙을 중심으로 한 추진체계와 사업구조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토론자들

뿐이다. (중략) 2000년대 초기 문화교육 운동 내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맥

은 앞서 두 가지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

락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 이를 비판적으로 분

앙 부처(문체부), 중앙기관(진흥원), 지역센터의 역할을 재분담하고, 더 촘촘

석해야 한다.”

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기초센터의 역할을 중요한 것으로 보았 다. 특히, 김보성 실장은 지방자치시대 사업은 중앙과 광역이 연구개발, 네트

“학생과 학교 현장은 문체부와 교육부를 나누지 않는다. 학교 밖이든 안

워킹 지원, 인력 양성 등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전념하고 교육

이든 학생 성장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 (중략) 예술교육이 우리

실제는 최소 단위의 구체적인 지역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사회에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며, 권력의 도구로서 문화예술교육 정

강조했다.

류해석

책이 쓰여서는 안된다. 현장 중심, 시민(학생) 중심의 정책 기획과 실행이 중요 하다.”

차재근

“문체부는 정책 단위, 국가 단위의 협의를 하며 조정을 해야 하고, 진흥원

은 정책연구, 그것을 평가하고 재원조성에 대한 관리하면서 정책 집행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단위사업들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안정화와 위상 제고

다양성 있게 실행할 수 있는 설계권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둘째,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현재 17개 시도에 지정되어 있는 지역문화예 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의 안정화와 위상 제고에 대한 중요성이다. 김

김보성

보성 실장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에 모두 지역센터가 있지만, 예산운영과 정

업 구성을 끊임없이 지향해야 한다.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실행을 위한 헌신적

“중앙과 광역, 기초센터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하고, 작은 단위별 사

책 결정권이 부족하여 그 위상이 여전히 미약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 파트너십 형성을 기반으로 기초 단위의 생활권역별 지원사업이 이루어져

상태다. 정책 초기 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지역센터 운영 사업을 한 뒤,

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역센터가 기초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마중물 정책

광역단위 센터(이하 광역센터)를 만들면서 기초단위 센터(이하 기초센터)에서

자금을 지원해보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단, 기초센터는 콘텐츠웨어, 휴면웨

그간 쌓은 다양한 성과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센터가 여러

어 중심의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 는데, 이를 폐기해버리고 광역센터를 지정하거나 무리하게 중앙 중심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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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을 내리면서 사업을 추진해 온 것이 문제였다. 이상진 회장 역시 현 정부 정책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연계

기조를 고려한다면, 지역센터의 안정화와 독립이 시급하며, 문화예술교육의

넷째, 앞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실현과 개선을 위해서는

기초 단위, 마을 단위 실행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두 축인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연계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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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 논의이다. 학교와 사회를 나누어 정책 사업을 실행하다보니 오히려 지역

질의 응답 : 문화예술교육 현장 의견을 청취하여 종합계획 수립해야

내에서 이원화되어 소외되는 부분이 생기거나, 각각의 단위사업이 섬세하게

지정 토론이 끝난 후, 플로어의 참여자들은 앞서 발제와 토론을 한 전문가들에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김보성 실장은 현재 학교 예술강사 모델이 예술가 청년

게 질의 하거나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성공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으

실업 해소를 위해 학교로 강사를 파견하는 형태로 단순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로 소개된 사례도 실제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그친 점이 있다는 비판, 원예와

활성화에 그치고 있는데, 이를 지역과 마을 단위에서 필요한 프로그램 형태로

같은 영역도 문화예술교육의 영역과 협력했으면 하는 의견, 문학이 지원법 상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학교와 사회를 연계한 사업실행을 강조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이나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와 연계되어 있지 않은 문제 제 기, 문화예술교육 정책 지원을 받지 않고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예술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진단과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가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 기회 제공에 대한 제안, 5년간 지속될 문화예술교육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지금처럼 공교육 내에만 방치하면 안 되는 시점이다. 게

종합계획 수립이 급하게 진행되기 보다는 부처와 중앙-지역 간 충분한 협의가

다가 사회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정책의 접점도 비판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선행되었으면 한다는 제언 등 플로어에 있는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야 한다.”

쏟아졌다.

차재근

마지막으로 발제자인 조현성 박사는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동의하는 ‘지역 “1950년대 도입된 지역사회학교를 지역 공공문화기반시설을 포함한 다원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막연한 ‘지역 중심’이 아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적 개념으로 확대시켜 활성화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지역 내에서는

‘현장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사회 문화예술교육을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중앙 집행기관인 진흥원도

김보성

독립 기관으로서 자율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과연 이번 정 “주로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의존되어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다보

부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역 분권화가 가능할지 현실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니, 음악, 미술, 국어 교과목에만 주로 예술이 지원되었는데, 다른 교과목에도

고 꼬집었다. 사회를 맡은 김세훈 교수는 정부 의지로 지금까지 진행된 문화예

예술을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도록 지역(기반시설)과 연계한 다양한 사

술교육 정책이 현재 당면한 문제가 그동안 왜 안 풀렸는지에 대해 ‘문화예술교

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육의 문제인가, 행정의 문제인가, 문화정책 전반의 문제인가’를 따져보고 문화

류해석

예술교육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 는 당부를 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성과주의 정책 방향 지양 다섯째, 향후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은 성과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토론회는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

이상진 회장은 섬마을 아이들과 도시의 아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공평하게 받

렴하고, 그것을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정

을 수 없기 때문에 학교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은 가치가 있고 더 확대되어야 한

책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종합토론

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양적 성장에 대한 비판으로

이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이석하는 참여자들이 거의 없는 진지한 토론회가

질적 성장을 얘기하게 되었는데, 이는 정책의 성과제일주의가 본질적인 문제

이어졌다. 물론 이번 토론회로 현재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이 당면한 문제

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정권에서 우습게도 해경에 대한 비난이 일자

를 모두 해결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토론회든 그 자리가

해경을 해체한 것처럼 문화예술교육 정책 추진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

끝나면, 항상 ‘그래서 과연 어떻게 될까’가 궁금해지면서 왜인지 모르게 막연한

고자 할 때, 그것을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하기 위 한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김주리 예술교육연수센터 팀장 kjooly@arte.or.kr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뒤이은 2차, 3차 토론회 를 통해서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많은 의견들이 수렴되고, 그것들이 문화예 술교육 정책 수립과 실행과정에 녹아들어 공정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보편적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이 더 이루어져야 한

다. 양적 성장을 비판하고 질적 성장을 논하기에는 아직 소외된 부분들이 많 다. 또 이렇게 가다보면 질적 성장도 성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1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내놓으려고 이것저것 다른 영역과 무 분별하게 융합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런 건 반드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계량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기반을 만드는데 앞으로 문화예술 교육 정책이 주력했으면 한다.” 류해석

“문화예술교육에서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수혜학생 수 등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과 중심의 정책이 아니어야 하고, 문화예술교육이 정책의 도구화가 되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많은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문화예술교 육의 철학과 방향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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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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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2차 토론회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②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박수아 정책연구팀 대리

지역화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화예술 정책에서도

작용했다면 양적 성장 주도의 전략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양적

지역 중심의 현장과 밀착된 정책실행이 강조되고 있다. 언젠가는 나아가야 할

성장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로 사업 운영에서 디테일의 부재, 사업 주체 간 파

지향점이 아닌 이제는 가시화될 수 있는 선결과제이며,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지

트너십의 기술 부족, 적합치 않은 사업명 등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리고, 문화

역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예술교육에 연계되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그렇지만 명쾌한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역분권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이슈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을 질문,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란 무엇인가?’라

로 떠올랐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적극

는 질문을 던졌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 그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

적으로 언급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토론회 등에서 지역화, 지방분권, 지방자치

이 아닌, ‘향후 얼마 동안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협

는 비중 있게 다루어져 왔다. 지역화는 새 정부 정책방향의 중요한 기조이고, 문

의하고 합의해나가는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말로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주체

화예술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공적 영역의 문화예술교육은 중앙기관

들이 이 고민을 지속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피력했다.

과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진행되어왔던 만큼,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지역분권에 대해서는 발제 중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은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슈가 2017년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 중장기계획(2014)을 보면 향후 5년간 집중해야 할 추진전략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 지역화, 내실화를 명시하였다. 달라진 점이라면, 당시 의 지역화는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막연한 합의에 근거한 것이었는 데, 지금의 지역화는 문화예술교육의 성장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과정에서 중요 한 기반이자 방향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의 문화예술교육의 전략과 방향을 거시적 관점으로 짚어보는 1차 토 론회의 주제가 총론의 성격을 가진다면 2, 3차 토론회는 문화예술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해 현재 시점에서 주요하게 대두되는 요소를 논하는 자리로 위치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2차 토론회는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

되었다. 기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 하 지역센터)가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설계와 운영이 아닌 중간전달체계 역할 밖에 수행할 수 없는 구조를 지적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딛고, 지역문화예술교 육이 재출발할 수 있는 방향은 첫째, 광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 기반 위에 센터의 포지셔닝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지역 차원의 종 합적인 문화정책 수립, 그 안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확정하고 구체 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 셋째, 학교/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이원적 체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 넷째,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기초 단위의 문화시설과의 협력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 속 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함을 논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는 지역센터에 관할 지역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기획과 운영의 권한을 부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두 건의 발제와 네 건의 토론, 그리고 종합토의로 구성되었다.

발제 2_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과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인천문화재단 손동혁 팀장은 지역문화재단의 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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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1_문화예술교육의 지역분권 실현을 위한 방향

의 관점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과제를 논하였다. 현행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박영정 실장은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방향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으로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상 문화예술교육의 목적

을 제안하는 논고에서 기존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에서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문

을 국가적 차원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 학교 문화예술교육, 사회 문화예술교

화예술교육의 과제 10개를 도출하였다. 박영정 실장의 발제는 현재 문화예술

육으로 이분화되어 있다는 점, 예산과 수혜자 규모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교육이 봉착한 문제들의 원인으로 양적 성장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

비중이 크고, ‘전 국민 평생 문화예술교육 환경 구축(문화예술교육 발전방안,

작되었다. 양적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들이 존재하긴 하

2010)’은 요원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어서 발제자가 생각하는 지역문화는

였으나, 양적 성장이 문화예술교육의 건강한 성장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의 지역적 삶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며, 이를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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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지역의 문화정체성이 형성되고 실천되는 문화’로 정의하고, 지역 문화예

토론 2_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서 예상되는 긍정/부정적 효과

술교육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전략으로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화선 주무관은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은 ‘연방

육 사업체계가 구축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관련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시대’에 순응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

문체부), 진흥원, 지역센터의 역할을 제시하였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교육 종합

고 있지만, 지역화를 통하여 기대되는 효과와 그것이 야기할 문제점을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며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역할,

에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현재 공급자 중심

진흥원은 지역센터의 지원을 중심으로 정책연구 및 관련 네트워킹 구축 및 조

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갖고 있던 한계가 생활과 지역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정 등의 역할, 지역센터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거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교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역적 특

육 사업을 기획·관리·실행하는 역할 등을 중심으로 담당할 것을 제안하였다.

징을 충분하게 반영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 입장에서 예산의 능동

두 번째 전략은 지역사회 기반의 문화예술교육으로의 전환으로, 이는 기존의

적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선택과 대처가 빨라질 것이다. 지역화에 있어 우려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탈피, 지역사회 관점에서 사회/학교 문화예술교육을 통

되는 점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 혹은 이해도에 따라 정책 수준 편차가

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실행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정치적 영향으로 인한 양적 팽창이 급속히 이루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문화예술교육 전문공간 조성과 지역별로 조건과 상황

어질 가능성 등을 제기하였다.

에 맞도록 사업을 개발하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판을 재구성하는 것을 제안 하였다.

토론 3_지역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고민을 주제로 한 토론도 진행되었다. 현재 사회 문화예

토론 1_문화예술교육 지역화의 방향

술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가희 대표는 지역에서 지역 주민과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정경운 교수가 좌장을 맡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의 매

고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교육 담당자(전라북도청 문화예술과 박화선 주무

개자인 예술강사와 기획자들 간에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방향에 대

관), 기초문화재단 대표(성북문화재단 김종휘 대표이사), 사회 문화예술교육

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나,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

기획자 겸 강사(마을온예술 김가희 대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활동가(광주

기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과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논의의 주체는 아직

청소년삶디자인센터 박형주 센터장) 등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를 분명히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예상되는

하고 이들이 만날 수 있는 논의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안이 제시되었다.

효과/문제, 구체적인 방법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지금부터의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분권 자율형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로

발제자와 마찬가지로 토론자들도 중앙정부의 기능의 일부가 지방으로 이양되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

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첫 번째 토론자인 김종휘 대표는 양적

적으로 논의되었다.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의 박형주 센터장은 지역센터가 지자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기반의

체, 광역재단, 중앙기관 등 다수의 사업주체들과 연계되며, 지역의 문화예술교

다양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함을 논하였다. 중앙은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육 지원에 있어 센터 본연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센터의 독립시설

지역은 자율성에 기반한 실험과 시도를 추진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 중앙에

화 혹은 독립기관화를 제안하였다. 지역센터가 자체적인 회계 규정과 인사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지역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하며, 어

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서

려움을 감수하고 지역으로의 이양을 시도해보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는 문체부 장관이 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 지역센터를 지정한다고 되어있 고, 지역적인 논의는 배제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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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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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시행령 제9조가 지역 분권에 맞게 변경되어야 함을 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3차 토론회

장하였다. 또한 지역분권의 진행에 따른 중앙기관의 역할 전환을 언급하였다. 종합토의_지역화에 대한 재고 종합토의 시간에는 플로어의 청중들로부터 이제까지의 발제와 토론이 일관되 게 지켜온 지역화라는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하는 질문이 이어졌 다. 전국의 지역센터가 지역분권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의

숙의(熟議)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과제에 대하여 ③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문이 제기되었고, 지금의 체계에서도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지원수준의 편차 가 존재하는데 지역화가 진행된다면 이 편차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에 대 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마지막 질의자는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라는 기본적인 방향과 프로세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예산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본 사업에 종사하는 개인의 희생만을 강 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다.

박수아 정책연구팀 대리 sooa@arte.or.kr

박진아 정책연구팀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 국내 문화예술교육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책적 추진력을 바탕으로 놀라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지역분권, 지역 중심으로의 흐름은 그 당위성에 대해

운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지난 문화예술교육의 대표적인 성과이자, 반성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공감되는 정책방향으로 인식되지만, 아직 우리가 경험

의 대목으로 작용한다. 그래서일까,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질적 제고’에

하지 못한 지역화의 과정과 지역화가 완료된 이후에 펼쳐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목소리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에서 풀어야 할 당연한 과제처럼 여

대해서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지역화를 지역 내의 정책 생태계의 조성

겨진다.

과 활성화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중앙기관 및 지자체와 지역기관 등 관련 주체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함께 만들어가는 문

들과의 네트워킹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다면, 결국 지역화의 핵심은 중앙

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가 지난 11월 14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마지막으로 개

과 지역의 적합한 역할 분담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협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되었다. 서울과 광주에서 열린 1~2차 토론회의 여정을 지나 대구에서 열린

‘구조와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내용만 바꾸면 예외적인 상황만 양산할 뿐, 전

제 3차 토론회는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향후 문화예

체적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는 토론자의 발언은 우리가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

술교육 정책이 의미적으로, 내용적으로 챙겨가야 할 것들에 대해 나누었다. 종

지를 함의하고 있다. 지역화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오늘의 논의가 공허한

합계획 수립을 위한 마지막 토론회여서 그런지 문화예술교육의 많은 관계자들

울림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합의한 방향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이 참여하여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뜨거운 관심으로 자리를 지켜주었다.

제시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질적 제고의 의미,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담아야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1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김병주 교수가 ‘문화예술교육 질적 제고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본인의 발표는 양적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 적 제고의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적 관점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말로만 제시하 고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찾고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생각해달 라고 하였다. 그는 현재 우리의 질적 부분에 대한 갈급함은 문화예술교육 사업 이 급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문화예술교육 정책 목표가 다소 희미해지고,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담론들에 대해 매번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기에,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질문 과 요청이라고 보았다. 질적 제고란 무엇인가? 발제자는 ‘질(quality)’에 대한 개념적 해석을 통해 본질 적 의미를 탐색해보고자 했다. 질적 제고에 대해 흔히들 우수한 것, 우수성에 대해 논하기 쉬우나, 사실 질은 ‘고유한 성질, 특징’에 대한 부분으로 장소, 역 사, 지리적 특성, 정체성 등 다양한 조건과 요소들에 따라 질에 대한 정의나 이 해, 인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우수성에 대해 말할 때는 어떤 ‘질적 특성들(qualities)’ 이 특정 경험의 ‘질적 우 수성(quality)’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 국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부분에 대한 관점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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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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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의 고유한 특성이 항상 변화하고 달라진다는 점을 늘 인지하고

시하였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균형과 조율이다. 양적이든, 질적이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렇듯,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각자가 어떤 관점과 철학을 중요시하느냐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마무리하였다.

따라 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중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에릭 부스(Eric Booth)가 말한 것처럼 예술강사(Teaching Artist)는 대상들로 하여금 예술 안에서, 예술을 통하여, 혹은 예술에 대하여 배움의 체험을 이끌어내는 예술가

문화예술교육 질적 성장, 정책과 현장 모두 노력하여야

이어야 한다. 발제자는 바로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각자의

토론회 2부에서는 발제에 대해 토론자 4명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에 대한 의

관점에 따른 교육철학 즉, 교육관(Pedagogy)이 바로 서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견뿐만 아닌, 토론자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

역설하며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각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자리라

말할 수는 없으나 모든 문화예술교육에는 기존 학교교육 혹은 기존 예술교육

그런지, 질적 성장이라는 큰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

과는 구분되는 미적인 체험과 성장을 참여자들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

를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전문 영역,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대한 오랜

명했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미적 체험’이라 강조하였는

경험에 따라 정말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 필요한 부분들의 제언으로 채워져,

데 여기서의 체험은 경험으로도 풀이되며, 그 경험은 무수히 많은 일반적 경험

가끔 격양된 토론자의 목소리 또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따끔한 애정으로 느

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 ‘완전한 경험’을 의미한다. 또한 이 경험은 반드시 ‘자

껴졌다.

신의 성찰’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첫 번째는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 교육팀장이자 미술 교사인 이욱상 선생님은 결과물

지금과는 다른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 말하면서, 예술과 교육이 연

말하며 특별히 문체부와 교육부의 적극적 협력을 강조하였다. 각기 따로 사업

결되는 맥락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는 모든 예술이 다 교육적이

을 펼치는 상황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게 됨으로써, 이는

며 교육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는 않다는 말로써,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에

결국 현장의 혼란을 가져오고 질적 성장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

서 다루고 있는 예술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하였다. 또한 문화

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들을 위한 처우개선의 필요성

예술교육 분야답게 현장의 예술가, 예술단체들을 좀 더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

과 더불어, 이 처우개선이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 매개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행정적 절차, 평가 등이 너무 복잡해지지 않도록,

늘 지원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되어야 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특성을 잘 담으며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다고 말했다. 물론 매개자들 또한 일관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통해 본인들을

이욱상

늘 성장시켜야함도 강조하였다. 세 번째로 여태까지 강조한 ‘예술적 수업 체험

화적 시각으로 봐야한다. 또한, 현장에서 수행하는 예술강사, 기획자, 단체들

(경험)’이 가능해질 수 있는 공간 및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였고,

이 문화예술을 지향하는 과정을 중요시하여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네 번째, 문화예술 특성을 담는 질적 연구, 종단 연구 등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질적 성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문화예술교육 단체를 문화예술적인, 문

취합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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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함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은 현장마다 가지각색으로 진

만화·애니메이션 예술강사인 호중훈 선생님은 예술강사가 교육 현장에서 제

행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같은 ‘공통

대로 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애써야 하며, 이것이 가능해질 수 있

의 언어’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

도록 제도와 사업이 뒷받침될 수 있기를 강조하였다. 특히 질적 성장에 있어

명했다. 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성취기준을 개발하는 것을 한 방법으로도 제

핵심은 ‘수업 현장’에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다양하

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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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발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펼쳐질 수 있는 제도적 변

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제안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발제자

화, 환경적 개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및 토론자 모두에게 질문하였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다변화되고 있는 시대

“가장 핵심은 수업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현장이 주체적이고, 능동

속에서 정책적으로는 기존의 단일한 지원방식 차원을 넘어, 좀 더 입체적인 지

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질적 성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술강사는 주체가

원방식이 가능한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였으며, 그러기 위한 예산

되어 예술가로서 능동적으로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중략) 예술강사 지원사업

확충이 반드시 되어야 함에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기존강사, 신규강사라는

의 경우, 현재 사업구조에서 학교와 지역자원, 예술강사 간 협력하여 통합/융

패러다임으로 한정 짓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현

합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보는 등 여러 가지 다

장으로 확대됨으로써 예술강사 및 예술단체 모두 학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문

양한 시도를 하였으면 한다.”

화예술교육을 펼쳐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지점에도 공감하였다.

호중훈

예술강사이자 예술교육 단체를 이끌고 있는 함형식 선생님은 학교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에 대해 말하면서 교육부의 적극적 협력 없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천천히, 충분히, 그리고 풍성하게

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문체부가 좀 더 과감한 발상의 전환

지난 10여 년간을 돌이켜보면 문화예술교육이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 긍정

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펼쳐지기

적 성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적, 사업적으로 많은

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또한 지금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방식은 운영단체

변화의 과제를 요구받고 있다.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김석범 교수(수원대)는

가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토로하며, 예산 활용에 대한 유연한 개선을 통해

이번 토론회를 포함한 3번의 토론회가 그간 공유된 문제인식에 비해 해결점에

현장에서도 자발적으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연구될 수 있도록 해 달라 요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한계를 넘어, 이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함께 고민하

청하였다.

기 시작하였다는 점이 중요한 발견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함형식

“교육의 질적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점과 본질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는 자리로의 의미도 있다고 하였다.

짚어야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학교에 14년째 수업을 나가고 있지만 변하지

현재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그 과정이 어떠할지에 대한 미래의 불확

않았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교육부 및 학교가 주도하는 관점이 바뀌지

실함은 비단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나타

않는 한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어하는 학교들까지 무조건 지원을

나는 작금의 시대인 만큼, 문화예술교육의 지금 또한 매우 중요하다. 발제를

하기보다는, 본질에 가까운 예술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으

맡은 김병주 교수가 말한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이 지금까지는 발전을 위해 달

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중략) 예술강사, 예술단체가 연구할 수 있는 체계,

려왔다면, 앞으로는 부디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무엇보다 질적으로 풍성해지

해외 단체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는 문화예술교육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은 1차, 2차 토론회의 논의 내용과 더불어 이번 3차 토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 원장이기도 한 김상원 교수는 문화예술교육을 왜 문 체부에서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며, 문체부와 교육부가 공통의 목표를 잘 설정 하고 비전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단지 예술가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닌, 더욱더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

론회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검토하는 절차적 과정을 거쳐, 2017년 연말 즈음에 박진아 정책연구팀 merryjina@arte.or.kr

앞으로의 5년에 대한 방향을 담아 발표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에 대 한 현명한 준비과정이자,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문화예술 교육 종합계획으로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면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 설정한 질적 성장의 비전에 따라 시 스템이 구축되며 예산이 반영되고 인프라 구축, 그리고 실행, 연구가 선순환적 으로 돌아갈 때 질적 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하였다. 김상원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2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문화예술교육을 왜 하는지 공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먼저 비전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략) 현재 질적 성장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체 부에서 우수콘텐츠 및 교육방식에 대한 연구 등을 고민해야 지역마다 특색 있 는 교육 프로그램, 역량 있는 교육자가 양성될 것이다.” 이어서 종합토론이 시작되었다. 청중으로부터 문화예술교육에서 제일 중요 한 것이 사람이 맞는다면, 질적 성장을 위한 지원과 노력이 이에 맞춰질 필요 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물론 현장에서도 능동적인 개선과 성찰이 뒷받 침 될 필요가 있으며 정책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할 필요성이 있 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플로어에 있던 한 청중이 문화예술교육의 기존 전문 인력 외에 신규 전문 인력도 이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어야 질적 성장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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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획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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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02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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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을 나누는 자유로운 발언의 장입니다

음악가들의 확장된 미적 교육 실행을 위해 / 서지혜 우리에게 필요한 내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천정명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진흥법 / 임채영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 조현성 지역 문화로서 생활문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 정민룡 미래의 학교 예술교육을 위한 신중한 접근·비판·노력 / 김선아 문화예술교육자의 지적재산을 위한 기본적인 법률관계와 권리보호 방안 / 조상규 ‘문화예술을 삽니다’, 문화예술 속 크라우드 펀딩 / 윤성욱 개별화(personalized)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해볼 만한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에 대한 탐색 / 최홍규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복지를 생각하며 : 관리에서 삶으로 / 김인규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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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의 확장된 미적 교육 실행을 위해 『음악을 가르치는 예술가』가 일깨운 음악교육의 새로운 시각 서지혜 인컬처컨설팅 대표

Artist’s Bible)』에서 얻었었다. 최근 이 책이 번역되

은 어색한 미지의 과정이다. 에릭 부스는 이 익숙하지 않

어 국내에 소개되었다니 더 많은 음악가들의 새로운

은 음악(예술)과의 만남에 개개인의 어색함과 불안함의

음악교육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대된다. 예술교육

경계 단계를 거쳐 내밀하게 연결성을 만들어 가는 과

을 ‘예술이라는 동사를 즉석에서 보여주는 일’이라니.

정을 “경계 지대”로 칭하며 천천히 통과해갈 수 있도록

그 충격적 공감은 오래갔다. 완성도 높은 예술적 기량

기다리거나 도와주는 음악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현대

의 공연이나 작품에만 주로 몰두해온 그간의 예술교육

음악을 소재로 “경계 지대”에 함께 머무는 교육적 과정

에 대한 시각을 간단히 전환시켜준다. 1980년대부터 링

을 기획했던 그의 구체적인 사례는 음악가들의 개방적

컨센터 인스티튜트(Lincoln Center Institute: LCI)에

인 사고 습관과 열의 어린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몸담으며 ‘교육하는 예술가(teaching artist)’라는 개념 을 실천을 통해 함께 구성했다. 그는 새로운 예술교육

음악 활동을 영위해나간다는 것은 음악에 대한 끝없는

‘교육하는 음악가’의 철학과 방법론

이 추구해야 하는 ‘미적(aesthetic) 체험’을 단지 ‘무감

추구와 탐구를 의미함과 동시에 영감과 즐거움을 주고

내게 음악가들의 교육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각(anesthetic)’의 반대어라는 존 듀이(John Dewey)

받으며 음악적 공감을 확대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음

준 건 ‘엘 시스테마’에서 출발한 오케스트라 기반 아동

의 설명을 빌어 교육하는 음악가들이 추구해야 하는 교

악가로서 자신이 일궈가는 음악적 과정의 의미와 가치

청소년 음악교육이었다. 2010년 전후로 국내에 도입된

육적 목적을 ‘음악적 성장’에서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

가 사회에서 좀 더 파장을 만드는 데에 관심이 넓어지

엘 시스테마형 활동은 기존의 음악교육을 ‘컨서버토리

드는 현대 사회에서 미와 의미, 기쁨과 용기와 같은 것

고, 자신이 매혹되고 진정한 열의를 갖고 있음을 타인

형(conservatory) 교육’으로 일축하며 음악가들이 그

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의 학습으로 폭을 넓힌다. 음악

들과 공유해야 할 책임을 느끼며 그 방법을 모색 중에

간 의심 없이 수용해 온 음악교육 활동을 성찰하며 새

가들에게 음악에서 얻을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의 본질적

있다면 에릭 부스의 책은 분명 당신을 위한 책이다. 또

로운 접근과 목적을 고민하게 하였다. ‘함께 음악 하기’

풍요로움이 사람들의 삶에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무대의 진가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에 지대한 관심이

를 통해 ‘아동의 복합적인 성장’을 목표하되, 음악의 본질

생각해보게 한다.

있는 음악가 역시 이 책을 지척에 두고 종종 찾을 것을

이 그 영향을 발해야 하기에 미적 수월성을 포기하지 않

권한다. 분명 더 나은 음악가의 길로 인도할 것이 분명

아야 하며, 즐거워야 한다니, 그간 고립되어 인내하는 게

“우린 그런 교육을 못 받았잖아”라고 푸념하는 음악가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가들이 이러한 교육적 활동을

미덕이었던 음악교육과는 필시 다른 방법론이 필요했다.

들의 무기력을 해소하며 시작점을 제공할 수 있는 지

통해 음악적 교감의 장을 넓히는 노력들이 결국 음악가

철학만이 전해질 뿐 구체화된 교수법이라고는 존재하지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 자신이 평생 음

들을 음악가일 수 있도록 하는게 아닐까 한다. 결국, 연

않았던 상황에서 음악가들을 위해 마련했던 에릭 부스

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음악과 교감한 경험들이 자

주 또한 예술의 동사적 순간이 아닌가.

(Eric Booth)와의 워크숍은 교수법을 좇던 우리의 시각

신의 삶에서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다가왔는지를 성

을 ‘교육하는 음악가’에 더욱 집중하도록 돌려놓는 계기

찰하는 데에서 말이다. 그리고 시야를 교육 대상자에게

가 되었다. 음악을 통한 미적 체험이 학습자의 마음에,

넓히고 관심을 갖는 것. 여기서 교육하는 음악가에게

학습자의 일상에 닿게 하고 지속하게 하는 그 방법과 에

중요한 공감과 소통역량이 비롯될 수 있지 않을까 한

너지는 결국 음악가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

다. 사람들이 음악에 제공하는 기회가 음악과 멀어지는

리는 새로운 교육 방법론을 좇던 시야를 교육하는 음악

이탈점이 아닌 접속의 지점이 되도록 하는 노력은 바로

대부분의 음악가들에게 교육은 자신의 활동에서 꽤 비

가의 ‘가능하게 만드는’ 면모로 확장시켰고, 2주간의 연

교육하는 음악가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된다. 에릭 부

중을 차지해온 익숙하고도 당연한 활동이다. 음악가들

수에서 롤모델이 되는 교육하는 음악가의 개방적이고

스는 이를 ‘진입 접점’으로 부른다. 그 접점이 교육 대상

은 가르침을 받아온 경험과 스스로 터득하고 학습한 방

수렴적인 자세, 아이들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 돌봄의

에게 편안하게, 또는 의미 있는 접촉이 될 수 있도록 음

식을 교육의 중심에 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음악

자세, 소통의 힘, 그리고 끊임없이 기회와 가능성을 찾

악적 접점을 풀어주고 안내해주고 넓혀주는 방법을 모

적 성장’을 효과적으로 이루고 그중에 음악가들도 배출

아 실현시키는 기업가정신에서 교육방법론이나 전문가

색하는 건 음악가들의 끝나지 않을 연구 과제가 될 듯

하면서 교육에 일가견 있는 음악가로 교육세계를 구축

적 역량 이상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하다.

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음악교육에 대한 음악가들의

의 새로운 음악적 교육은 우리 음악가들 안에서의 근본

이해의 틀과 신념에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기 시작한 건

적 질문과 동기, 새로운 시도, 서로 간의 질의와 실행들

10여 년 새의 일이다. 음악교육의 생태계가 개인을 넘

로 구성해야 함을 새로이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 공동체와 사회적 개발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이다.

예술의 ‘동사적 순간’을 이끄는 과정과 모색 우리는 이제 음악교육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만

개인 차원에서 ‘음악적 성장’에 분명한 초점을 뒀던 교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교육적 접근과 새

의 자유로운 상상과 탐험, 그리고 접속을 가능하게 하길

육의 기능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더욱 광범위한 음악적

로운 유형의 교육하는 음악가들에 대한 재인식의 과

바란다. 강사가 내린 지침을 잘 지켜 연습하여 레슨에

경험과 영향을 위한 활동의 가능성과 목적성, 그리고

정을 책으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예술교육에 대한 인

서 확인받는 방법에 익숙한 음악가들에게 사람들로 하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

식을 확장한다는 데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에릭 부

여금 음악에서 자신만의 발견을 이룰 수 있는 여지와 가

것이다.

스의 『음악을 가르치는 예술가(The Music Teaching

이드를 주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정말 중요하지만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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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 인컬처컨설팅 대표. 예술과 예술가들에게 내재된 가치가 사회의 다양한 접점과 경계선상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탐험적 시도들과 협업의 실행들에 관심을 두고 연구 및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뉴욕대학교 공연예술경영 석사,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인컬쳐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다. jeehye.suh@gmail.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3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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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내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성찰하는 티칭아티스트』에서 찾는 성찰과 실천의 방법 천정명 사다리연극놀이아카데미 대표강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업 사진을 살피다가 나는 큰

인상적이었다. ‘성찰’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도 흥미롭다. 유아를 위한 시민연극수업에서부터 어린

충격을 받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활

개념인 ‘어떤 것에 대한 신중한 숙고’로 선택, 행동, 노

이/청소년 관객을 위한 양질의 연극이란 어떤 것인지

짝 웃고 있었다. 반면 내 표정은 참혹했다. 사진마다 행

력에 초점을 두며 경험을 이해하게 해준다면, ‘반영적

그 ‘질’에 대한 탐색, 과학 개념을 가르치기 위한 ‘드라

복한 아이들과 불행한 교사가 함께 포착되어 있었다. 이

성찰’은 개인에게 초점을 두며 자신의 신념과 습관에까

마적 메타포’ 개발하기, 위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무

럴 수가! 내가 수업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것은 과연 무

지 의문을 던지는 것인데 성찰보다 더욱 강도 높은 엄

대에 올리기, 개인적/정치적 거리를 가로질러 가르치기

엇인가? 어떤 수업이 좋은 예술교육일까? 예술교육자

밀함은 물론, 신념을 수정하고 보강하거나 심지어 뒤엎

등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작업의 형태를 만나고, 저자

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나는 왜 예술교육을 하는가?

을 수도 있는 자발적 의지까지 필요로 한다. 반영적 성

들이 제시하는 성찰의 도구를 이용하여 분석하는 것을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찾으려 애썼

찰의 실행가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것은 티칭

들여다보는 것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던 그 시간은 힘들고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결과적으

아티스트가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성장과 도움의 필요

로 나를 나아가게 해주고 성장시켰다. 그리고 한편으로

를 깨닫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지닌 이해를 뒤흔들 수도

책에서 언급한 ‘당신이 가르치는 것의 80%는 당신 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작업과 마주하는 그 직면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고 수용하는 것을 자

신이다.’라는 에릭 부스(Eric Booth)의 말은 단순히 프

과정을 건강하게 겪어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참여자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최근 발간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저자들은 성찰의 단계를 ‘① 참여자들에게 무엇이 일어

살아있는 텍스트로서 참여자들과 만나는 일, 그것은

것이 아님을 시사하며 강력한 울림을 준다. 나 자신이 총서 『성찰하는 티칭아티스트- 연극예술교육에서의 집

났는지 ‘묘사’하기 ② 관찰에 기반을 두어 경험을 ‘분석

단단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그 일을 위해 우리는 책의

이 글의 제목에서 언급한 ‘우리’는 넓게는 이 글을 만나

단 지혜』는 우리를 “효과적인 성찰”로 이끄는 가이드북

하고 해석’하기 ③ 그것을 참여자들이 이해한 보다 거

저자인 두 티칭아티스트가 제공하는 구조화된 성찰 방

고 있는 독자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와 나의 동료

이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성찰적 실행’에 초점을 두고,

시적인 교육적 목표와 연계하거나 자신들의 경험에 대

법을 참고로 하여 각자에게 맞는 성찰의 프레임을 찾고

인 예술교육자들을 가리킨다. ‘예술강사’ 혹은 ‘티칭아

‘성찰은 어떻게 실천과 목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라

한 개인적 이해로 ‘연계하기’로 나누어 짚으며 각각에

작업 속에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티스트’라 불리며, 예술가의 정신과 교육자의 철학을

는 질문을 책 전반에 걸쳐 탐구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

해당되는 질문을 제시한다. 이렇게 무엇이 왜 일어났는

바탕으로 예술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삶을 성찰’

리고 이 핵심질문을 바탕으로 의도성(intentionality),

지 파악하면서 성찰은 우리의 계획과 행동의 결과 사이

하도록 안내하는 사람들. 하지만 예술교육이 삶을 바꿀

질(quality), 예술적 관점(artistic perspective), 프락

에 더 큰 연결지점을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이를

수 있다는 사명감과 믿음은 만만찮은 현실 속에서 자주

시스(praxis), 평가(assessment)를 성찰의 틀거리로

통해 우리가 실행 속에서 ‘반영적 성찰’을 적용할 수 있

숨바꼭질을 하고, 잘 해내고 싶은 현장교육은 롤러코스

이용하며, 이 다섯 가지 핵심개념에 대한 현장의 사례

는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다. 성찰과 반영

터를 타는 것처럼 즐거움과 소통의 기쁨으로 상승했다

를 각각 다섯 편씩 제시하고 있다. 총 25개의 사례에서

적 성찰을 통해 우리가 실천 속에서 ‘지금 제대로 하고

가 돌연 혼돈으로 내리꽂히며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연극예술교육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있는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옳은지를 어떻

롤러코스터가 아래로 향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버텨내

선정된 필자들 역시 자신의 작업을 ‘왜’, ‘무엇을’, ‘어떻

게 결정하는지’ 삼중으로 되짚으며 성찰적 실행을 정기

기가 참으로 버겁다.

게’의 관점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을 통해 작업의

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이해와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이렇게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거나 전이하는

내가 초보연극교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능숙해졌

는 ‘참여적 실행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저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다고 자부했던 때의 일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만난 초등

와 연습, 예시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각자의 현장에 대

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1, 2학년 아이들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에너지가 높았다.

한 연구를 시도하도록 안내한다.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혼내면서 정

책을 읽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저자들이 제시하는 성

신없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원망과 자괴감이 날 괴롭

‘성찰적 실행’을 다루는 책의 전반부에서 ‘성찰(reflection)’

찰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다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

혔다. 간절히 바라던 학기말이 다가왔고 마지막 시간에

과 ‘반영적 성찰(reflexivity)’을 구분하여 검토하는 것이

은데, 25가지 현장 사례를 만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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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명 사다리연극놀이아카데미 교감, 대표강사. 어린이들과 연극/연극놀이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그 경험을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등에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다. ch25n@hanmail.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4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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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기본계획 수립사항

임채영 변호사

현재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문화예술진흥법」, 「지방문화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에 대하여, ‘문학, 미술

원진흥법」, 「문화기본법」,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문화

(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

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예술인 복지법」, 「문화

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

산업진흥 기본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등이 제정

다고 하여 문화예술 분야를 나열하는 방법으로 정의하

되어 있다. 각각의 법률은 정책의 제도적 취지 및 목적

고 있고, 다른 법률은 위 규정의 뜻을 따르는 형식을 취

을 밝히고 관계기관의 설립, 사업운영 체계 등을 규정하

한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6조] 1. 지역문화진흥정책의 기본방향 2. 지역문화의 균형발전 및 특성화 3. 생활문화 활성화 4.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 5. 문화도시 육성 6. 생활문화시설의 설치 및 운영 활성화 7. 기본계획 시행에 필요한 예산 및 재원 8. 그 밖에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고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정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관련 법률의 목적과

마지막으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를 ‘지역을

취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는 것이 필요하다.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생활문 화”를 ‘주민이 자발적·일상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예술

최근 문화예술 분야 정책은 ① 지역문화의 활성화(문화

활동’으로 정의한다. 다만, “생활문화”에 대해서는 “‘문

격차 해소 및 지역 고유문화 발전)와 ② 국민의 기초문

화적 활동’의 폭을 문화기본법 상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화생활 보장을 기조로 하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문화예

경우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체

술과 관련된 법과 해당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계, 전통 및 신념 등으로까지 확대되므로 ‘생활예술’이라

「지역문화진흥법」을 개괄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과

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1)라는 견해도 있다.

비교하는 과정에서 지역문화·생활문화시대 문화예술교 육의 의미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문화예술 관련 법령에 따른 각 용어의 법적 정의 1 문화 문화기본법

2 문화예술 문화예술진흥법

3 문화산업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4 문화재 문화재보호법

5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6 지역문화 지역문화진흥법

7 생활문화 지역문화진흥법

토론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진흥」

「지역문화진흥법」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비교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

지역문화진흥법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

[제1조] ①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② 지역별 특색 있는 고유 문화 발전 ③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 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 「문화예술진흥법」상의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상의 문화산업, 「문화재보호법」 상의 문화재를 교육내용으로 하거나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교육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

먼저, 「문화기본법」에서는 “문화”를 ‘문화예술, 생활양 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 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 지적·감성적 특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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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승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안)에 대한 제언과 문화분권』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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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목적 [제1조] ①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②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 강화에 이바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제4조]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②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재원의 확보 등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문화 실정에 맞게 조례를 제정하는 등 각종 시책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제5조의 2]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관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상호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균등한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보장하여 문화예술적 소질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

2017년 현재 ‘강원도지역문화진흥조례’ 등 20개의 관련 조례 제정·공포

[제6조] 1. 삭제 <2015.5.18.> 2.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3. 교원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전문성 강화 지원 4. 문화예술교육사의 양성 및 연수 5. 문화예술 관련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의 연구·개발 및 보급 지원 6. 교육시설 및 교육단체의 지원·평가 7.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의 확충·관리 8. 문화예술교육 연구의 지원 9.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과의 연계 10. 문화예술교육협력망의 구축 및 운영 11. 그 밖에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양법 긴 연관규정 제2장 지역의 생활문화진흥 제7조 생활문화지원 제8조 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 제8조 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

제3장 지역의 문화진흥기반 구축 제10조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 제11조 지역문화 실태조사 제12조 협력활동 지원 제13조 지역문화진흥 자문사업단

제5장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등 제19조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 제20조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지원 제21조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 제22조 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

제2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임무 등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 히 제2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사회 문화 예술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 축제, 발 표회 등의 사회문화활동 행사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 하고 있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상에서도 지역문화· 생활문화와 관련된 규정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진흥법」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이상의 분석이 문화예술교 육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 심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시행으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반과 물적 시설을 갖추어 나가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면 이제는 실제 인프라를 운영하고 지속하 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져 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자를 포함한 매개자의 역할,

제10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설립 등) 제10조의 2(지역센터의 지정취소)

참여자에 대한 이해, 콘텐츠에 대한 논의, 나아가 지역

제3장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제4장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해 지역민의 예술활동에 대한 외연을 확장시키는 방안

제20조 교육시설 등 경영자의 임무 제21조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제22조 민간 교육시설 등의 지원 제23조 지역 사회 문화예술 활동 및 행사의 지원 제24조 각종 시설 및 단체에 대한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제25조 사회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학교시설의 이용 제26조 경비의 지원 및 보조

제5장 문화예술교육사

의 다양한 자원을 고려한 문화예술교육 역할 확대를 통 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와 생활문화의 지속가능한 재생·확대를 위해서는 단순한 물적 시설의 확충 외에 지역주민, 지역 활동가, 지역문화예술기획자, 지역문화행정가, (준)공공 기관 종사자 등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 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과

「지역문화진흥법」은 기존에 지역문화에 관한 사항이 「문

지역문화진흥 자문사업단 지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

화예술진흥법」, 「지방문화원진흥법」 등의 법률에 단편적

는 바,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

으로 규정되어 지역문화 진흥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

키며 더 나은 방향과 지역적 실천을 고민하는 다양한 층

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판단 하에 지역문화 진흥에 관

위의 매개자(활동가와 행정가 등)를 교육하고 그들의 경

한 종합적·기본적 법률로 제정되었다. 해당 내용은 생활

험과 성과를 나누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의 범주에서는 생활문화시설 확충 등의 공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역문화 범주에서는 지역문화재단의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관련 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

설립 등 전반적인 기반 구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아

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각

울러, 동 법과 시행령은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과 ‘지

종 위원회, 공공기관 및 법인 등이 있다. 현장에서의 혼

역문화진흥 자문사업단’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어 「문화

란을 최소화하고 중복지원을 방지하며 효과적으로 예

예술교육 지원법」과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이 사업 전달체계 중심 으로 현장에 접근하기 보다 각 기관 간 역할을 수립하고

한편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에

업무 분장과 협업을 통해 법률과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 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또한, 문화 예술교육 전달체계의 구축과 지역센터의 업무 및 지원, 학교 및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문화예술교육사 자 격제도에 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4장은

임채영 변호사 lawyercylim@gmail.com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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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수혜자가 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생활문화 활동과 문화예술교육 참여를 연계하는 방법은

현재 생활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집단은 문화예술

먼저 문화예술교육을 이행한 후 생활문화로 옮겨 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경우 사비를 들여 수행하기

게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생활문화 활동이 문화예술

도 한다.

교육보다 지역성, 자발성, 관계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연계 방향과 고려할 점 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생활문화 정책은 이런 과정을 전제해

전문성 제고를 통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목표 설정

왔다. 1991년 시작된 ‘문화학교’ 사업은 문화원·도서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여 개개인의

관·박물관 등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할 뿐 아니라

완결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개개인의 자기 완

최근 생활문화 관련 정책사업이 활발하다. 지난 2014년

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파출소’ 사

문화동호회 활동까지를 포괄했다. 이 사업은 지역 단위

결성에 대한 제고는 지역 차원에서 시도해봄직하다. 지

생활문화센터가 착수한 뒤, 2016년 생활문화진흥원이

업은 마을에 한정돼 있지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연계의

역의 예산과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권한 및 장점을 활

설립되면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설정이 논

‘예술꽃 씨앗학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은

첫걸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09년 시작된 ‘생활문화공

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초지자체 또는 마을 단

의되고 있다. 우선 법률에 제시된 문화예술교육과 생활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역

동체 만들기’ 사업 역시 교육에서 마을공동체(생활문화)

위의 참석자들의 특징은 지역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

문화의 개념을 알아본다. 또한,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

성에 눈여겨 볼 점은 생활문화 활동이나 일부 문화예술

로 연계를 꾀한 사업이다. 하지만 ‘문화학교’ 사업과 ‘생

으며 개개인에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으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공통점과 차별화된 지

교육에서는 지역(마을)만들기에 참여하거나, 지역(마을)

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만 보기

자체 역량이 증대될 수 있다.

점에 대해 살펴보고,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의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렵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을 뿐만

성을 짚어본다. 두 번째는 자발성이다. 자발성 역시 모든 문화예술 활동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매개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와 방향성 설정은 중앙의 몫이다.

물로 인식한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삶의 질 그리고 국가의 문화역량과 같은 추상적

의 보편적 특성이다. 문화예술 활동은 단체 관람 등의

인 목표를 넘어 구체적인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를 설정

법률에 나타난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원해서 참여하는 행위다. 하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수준이

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 지역의 역할이 분담되고 문화예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지만 동호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생활문화 활동은 자신

제고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의 연계를 다시

술교육의 전문성이 높아진다면 생활문화와 연계된 문제

예술, 문화산업, 문화재를 교육내용으로 하거나 교육과

이 원하는 집단적 행위이고, 문화예술교육 참여는 정해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다년간 동호회를 대상으로

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모른다.

정에 활용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문화는 「지

진 시간과 기간 동안 꾸준히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하거나, 마을 단위 활동을 위한 문

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으로,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자발성 즉, 참여 욕구가 높

화예술교육을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문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

은 편이다.

화예술교육을 생활문화를 위한 하나의 단계로 설정함은

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생활문화

숙고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생

의 정의에서 언급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은 문화

세 번째는 참여 주체의 성격이다. 생활문화와 문화예술

활문화 활동으로 옮겨갈 수는 있지만, 교육 이후의 선택

예술교육에 포함되는 영역으로서 둘 관계의 논의가 필

교육 참여자는 대부분 일반인이다. 오랫동안 활동 중인

은 참여자의 몫이며, 더욱이 생활문화 활동은 자발적인

요해 보인다.

생활문화 동호회 회원이 준전문가 수준에 다다른 경우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는 종종 있지만, 동호회와 문화예술교육 참여자는 비전 문가로 구성돼 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보통 초보자

한편, 기존 생활문화 활동에 문화예술교육을 접목시키

키워드로 본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를 대상으로 일반적 수준에서 진행된다. 일부 동호회에

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 이런 접근은 생활문화 활

첫 번째 키워드는 지역성이다.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물

서는 문화예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일

동 참여자, 특히 동호회 참여자와 같이 문화 자체에 관

리적 공간 혹은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

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효과가

특별한 건 아니다. 다만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은 행

은 항상 전문 예술가(단체)와 일반인이 함께 한다는 점

있다. 이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대상이 취약계층 중심에

정 단위로서의 지역보다 범위가 다소 좁은 특성이 있다.

에서 생활문화 활동과는 참여 주체가 다르다.

서 일반 시민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논리와 상통하기도

특히 생활문화의 경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활동 공간 이 마을에서 기초지자체 사이에 있다.

한다. 하지만 현재 사회 문화예술교육 가운데 취약계층 네 번째는 참여자 간 관계다. 생활문화와 동호회 활동은

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 실제 참여자는 취약계층의

‘모임’이란 점을 인지하고 참여하기 시작하지만, 문화예

극히 일부임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관에

현재 생활문화 정책사업 가운데 ‘생활문화공동체 만들

술교육 관련 참여자는 모임 자체보다 배우겠다는 욕구

서 시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참여 노인은 65세 이상 인

기’ 사업은 마을, ‘우리동네 생활문화프로그램’은 마을과

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 지향성은 문화예술교육

구의 0.09%와 복지관 이용 노인의 1%에 불과하다. 향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진행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 역

보다 생활문화 참여자가 높은 편이다.

후 문화예술교육 예산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

시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 걸쳐 있다. 한국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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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북한대학원 대학교에서 북한문화를 연구했다. 2001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문화예술교육과 북한문화다. jhs@kcti.re.kr

하면, 취약계층을 넘어 생활문화 활동 참여자가 교육의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1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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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로서 생활문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

지역문화로서 생활문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원하는 ‘용(龍)그림 농기(農旗)’를 그리는 것은 문화예술

마을 예술학교를 상상한다면

문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고 향유되기 때문

교육이 된다. 그리고 예술가에게는 대지라는 화폭에 모

첫째, 마을 예술학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사회

에 지역 범위, 즉 생활권 단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

심는 사람들이 점으로, 못줄이 선으로, 논둑이 면이 되어

학교로서 통합 모형이다. 따라서 마을 예술학교는 마을

으며, 당연히 지역적 한계, 즉 지역성을 띨 수밖에 없

하나의 땅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예술창작과정이 된다.

단위로 각각의 개별적이고 차별적인 모습을 띈다. 마을

다. 아리랑이 모두 다 같지 않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내기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땅과 예술>이라는 문

예술학교는 단일한 프로그램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마을

특성을 지닌 채 구전되어 전해지는 것처럼, 생활문화는

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생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동네

내 지역사회의 교육문화, 주민자치, 복지, 환경, 생활문

개별성, 지역성, 특이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지역

를 누비며 흙장난, 물장난을 거듭한 끝에 시골의 한 예

화와 연이 닿아 있어야 한다. 어떤 마을에서는 방과 후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술가의 작업실이 마을 예술학교가 되고 있다.

학교와 연계가 된 ‘방과 후 마을 예술학교’, 함께 고민

대비되는 개념으로 ‘생활예술(일상생활과 예술의 분리

하는 주민 주체를 성장시키는 ‘시민 환경문화학교’, 또

물론 모든 생활문화가 지역성을 담고 있거나 지역문화

를 비판하면서 나온 개념이지만)’을 규정하면서 결과적

는 몇 개의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함께 예술을 배우는

활동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생활문화가 주

으로 장르중심의 아마추어 예술 활동이 생활 문화예술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전환, 마을 예술학교

‘지역 아동마을 예술학교’가 있다. 또 다른 예술가들의

로 일상을 소비하는 ‘소비중심의 생활문화 욕구 충족’

활동의 전부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 문화예술교육 후

마을 예술학교는 마을 단위의 예술교육 공동체의 가능

작업실이 많은 어떤 마을에서는 ‘예술 작업장학교’, 마

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소비중심

생활문화동아리를 구성하는 것과 같이 문화예술교육과

성을 여는 통합체계다. 기존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

을극장이 중심이 되는 ‘마을 극장 연극학교’ 등이 있다.

생활문화는 주로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으며, 자기

생활문화동아리 활동을 분리된 단계로 규정하는 것, 모

육처럼 교육 커리큘럼에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자원의

마을 예술학교는 장르 영역을 초월하며, 시민교육이나

만의 고유한 특질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

듈화된 프로그램 틀로써 문화예술교육을 단정 짓는 것,

특성을 반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욱 통합적인 접근

평생학습의 성격에 더 가까울 수 있으며, 학교교육과

니라 사회 전반의 추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더욱

생활문화동아리를 유일한 문화커뮤니티 활동구조로 인

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마을 예술학교에서는 생활단위,

학교 밖 교육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

식하는 것 등이다.

즉 마을 내에서 가능한 자원을 엮어 생활영역과 밀접한

둘째, 마을 예술학교는 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지

예술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예술교육 실천

한다. 그러므로 마을 예술학교를 꾸리는 운영 주체, 교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사들도 마을 사람들이어야 한다. 물론 당장 전문성을

이러한 개인적이고 소비 중심적인 생활문화를 극복하

지역성을 띈 생활문화의 한 예로, 필자가 있는 ‘북구

고 생활문화에 지역성이라는 미세한 숨결과 공공성의

문화의집’에서는 잊을만하면 하는 행사가 있다. 그것

가치를 불어 넣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교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소박하더라도 마을

은 담양 수북에서 진행되는 <모내기 퍼포먼스>라는 거

그런 의미에서 마을 예술학교는 ‘적정기술’의 개념과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재능과 일속에서 터득하는 지혜

육이다. 생활문화의 역동성과 공공성을 지역에 전파하

창한 이름의 행사다. 올해에는 소박하게 몇몇 마을 유

닮았다. 적정기술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지역적, 문

와 기술(암묵지)을 배운다. 예를 들자면 마을전파사 수

는 촉매제로써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새롭게 이해할

지 분들과 주민들이 추렴하여 행사를 준비했다. <모내

화적, 경제적 조건과 양립할 수 있고 간단한 기술과 현

리장인, 마을목공소 목수, 동네 예술가, 학교교사, 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적이고 자족적인 생활문화

기 퍼포먼스>는 농부의 생산 과정과 예술가의 창작행

지 재료를 사용하여 활용하고 그 지역의 사람들에 의해

에 살고 있는 동화작가, 문화시설에서 활동하는 예술강

활동의 한계를 넘어 공공성과 지역성을 갖춘 생활문화

위의 맥락이 비슷해, 모내기하는 행위야말로 멋진 예술

도구와 과정이 유지, 작동할 수 있는 ‘적정’한 것을 지향

사에 이르기까지 마을사람들로만 선생님의 인력풀을

로 나아가게 하려면 일상성, 접근성, 지속성, 자발성을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박문종 화가의 주도로

한다. 마을 예술학교에서 그 지역의 자원과 내용에 의

구성한다. 숙련된 예술교사는 아니지만 마을사람들과

강조하는 방향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합적으로

2000년부터 때때로 해온 예술행사이자 농사 이벤트다.

지하여 마을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한 소박하

함께 학습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서서히 그 교수역량은

재구성해야 한다.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이는 예술과 농촌의 일상이 만나는 현장이다. 퍼포먼스

고 작은 지역사회학교를 추구한다고 볼 때 ‘지속 가능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방향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를 보고 있으면 ‘모내기’라는 전통적인 농경문화를 중심

한 기술로서 적정기술’이라는 의미처럼 마을 예술학교

으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어울려 일하고 쉬고 노는

를 통해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위한 예술교육’의 실천이

셋째, 마을 예술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하지만 우리가 생활문화, 지역문화를 문화예술교육과

일과 놀이의 공동체를 표현하는 재현극을 보고 있는 듯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예술이 마을 단위의 적정

특화한다. 앞서 여러 가지 마을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고정관념

하다. 일노래를 부르며 일하고 난 뒤 못밥을 먹고 막걸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해 지역 사람들의 삶에 적용되어

따른 몇 가지 학교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학

들이 있다. 자족적인 단순 취미 동아리 활동을 생활문

리 한 잔 기울이는 것이 복원된 생활문화라면, 아이들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때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새

교유형에 따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예술교육 커리큘럼

이 “용그림 내걸었으니 비를 주옵소서!” 하며 풍년을 기

로운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을 개발할 수 있다. 마을 수리장인들에게서 배우는 ‘과

화 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 전문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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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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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학교 예술교육을 위한 신중한 접근·비판·노력 2017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진단과 전망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제정과 함께 문화예

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사춘기 청소년과 같다고

술교육이 제도권 안에서 출발한지 10년을 넘어서고 있

할 수 있다. 즉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내적, 외적 문제들

다. 이에 학계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반

로 고민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부딪

성적 성찰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

히고 시도하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보급에 관한 통계청의 자료를

10대의 청소년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 2008년 1,204,000명에서 2013년 2,313,000

보는 것처럼, 다음에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 자

명으로 수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2015년에는

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는 학

2,803,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대상자의 수가 지속적

교 문화예술교육의 내적 특성을 복잡성, 긴장감, 설렘

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4년 문

의 세 단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당 장의 처방이 아닌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내재된 가치와

학과 예술이 결합된 워크숍’ 형식의 프로그램에서부터

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

노작활동이 강조된 집짓기 교육과 같은 ‘노작 프로젝

은 이러한 소지역성을 근간으로 접근성, 일상성, 관계

계획」에서는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학교 안에서 문

가능성에 기초한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성(네트워크)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화예술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1.96배 증가하였

이다.

트’ 형식의 프로그램, 마을텃밭을 가꾸고 마을 뒷산이 교육장소가 되는 현장 생태교육 형식의 야외 프로그

고 이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사의 수도 증가하였

램, 마을 작업실에 의한 시민예술교육 프로그램, 마을

다고 보고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4) 이러한 양

연극 프로그램 중심의 마당극 학교, 생활디자인을 배 우는 바우하우스와 같은 ‘디자인 마을학교’, 마을놀이

* 위 내용 중 마을 예술학교에 대한 부분은 필자가 문화예술교육 정책 포럼 (2017. 5. 31./광주문화재단)에서 발표한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터를 고민하는 ‘놀이터 학교’, 적정기술을 배우는 ‘마을

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2010년 제2차 UNESCO 세계

복잡성

문화예술교육 대회를 통해 「서울 아젠다」를 발표하는 등

현 시점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한 번 되돌아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왔다.

보아야 하는 이유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전체 그림 안 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

기술학교’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마을 예술학교가 지난 10년간 문화예술교육의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

때문이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산에 관

하고 이제까지의 연구와 실천을 통해서 아직 뚜렷한

한 정부공개 자료를 보더라도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

답을 찾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

화를 위한 예산은 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예산의

다. 과연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명

2~3배에 달한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명시된 ‘모

시된 바와 같이 ‘나이,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경제적

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여건, 신체적 조건, 거주지역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관

학령기에 해당하는 일부의 대상만을 위해 학교라는 특

심과 적성에 따라 평생에 걸쳐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정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에 더 많은 예산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균등

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경험

이웃과 서로 관계하며 활동할 수 있는 관계의 터전을

하게’ 제공하고 있는가? 현재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통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앞으로 사회를 주도할 시민이 갖

말한다. ‘동네’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

해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문화

게 되는 문화적 역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

면 하이퍼 로컬(hyper-local)의 개념이다.

예술교육을 위해 구축해 온 인적, 물적 인프라는 안정

에서 미래적인 가치와 의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

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학교 문화예

이다. 하지만 학교라는 생태계 안에서 문화, 예술이 유

하이퍼 로컬이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

술교육은 학교라는 맥락 안에서 그 위치와 역할에 대한

기적으로 연계되어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예

것’, ‘가장 지역적인 것’을 의미하며, ‘철저하게 시공간

공감과 합의를 이루어왔는가?

술교육이 제공되고 학교와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로컬에서 하이퍼 로컬로 지역 문화예술교육에서 말하는 ‘지역’은 가까운 곳에 있고 만질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 며, 교육프로그램의 주제나 교육공간만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다. 작은 동네 안에서 무형식의 배움이 생기고

을 소지역에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에서는 대상이 자신의 이웃이기 때문에 자기가 사는 지 역 관심사를 주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공유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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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정민룡 광주 북구문화의집에서 일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과 시민문화활동을 매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문화를 디자인 하는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 ‘착한목공소’ 등 공방 프로그램, 노작 중심의 예술교육인 <바퀴달린학교>를 2005년에 시작하여 2005년부터 2007년, 2012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9년째 운영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하거나 쉽지 이제 막 10년을 넘어선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미래에 대

않다. 학교라는 장소는 복합적인 사회적 목적과 기능을

한 꿈과 두려움, 수많은 탐색과 시도, 성공과 실패의 경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그 안에서 교육적 합의점을 찾기

PART 2 칼럼

53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들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조정

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전통에 바탕을

설렘

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개인적, 사회적 가

하는 과정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예술교육이 학교 안

둔 것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이 제공되어야 한

오랫동안 학교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은 놀이 혹은 부

치와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이제는 당면한 과

에서 나름대로의 가치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는 전제와 함께 예술교육을 통해 학교교육을 변화시

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왔다. 하지만 최

제들을 점검하고 확장된 시각에서 그 해결점을 모색할

다각도의 노력과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키고자 하는 신념에 기초한다.(나애리, 2015) 따라서 학

근 자주 언급되는 융합인재육성, 4차 산업혁명, 창조기

때이다.

교 문화예술교육은 국가의 문화 정책과 교육 정책이 연

반 사회로의 전환 등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 속에서 예

여기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결되고 충돌되는 가운데 예술의 교육적 의미와 가치를

술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즉 예술을 전공

의 법제적 근거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부 차원의 예술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상상력, 창의적 사고, 미적 감수성 등이 필수적인 역량이라는

교육 지원체계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 문화예 술교육의 이러한 기본 조건은 학술적, 실천적, 행정적

2016년 교육부에서 발표된 「2016년 학교 예술교육 활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학술적 측면에

성화 추진 계획(안)」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예술 활동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개념, 지식, 기술 등을

서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배태된 ‘학교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예술중점 학교, 예술교육거점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융합하는 연결성(connectivity)

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무엇이 의미하거나 지칭하는지

학교, 예술드림학교를 운영하여 예술에 소질과 적성이

이 핵심이 된다.(김상윤, 2016) 이는 지식이나 기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

있는 학생들을 우선 선발, 배정하는 등 예술 특성화 교

습득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탐구,

교’, ‘문화’, ‘예술’, ‘교육’이라는 간학문적인 연구와 장

육을 실시하기 위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교육부, 2016)

표현하고 소통, 공유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는 인

기간의 토론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개념을 정교화하고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는 2017년 주요

지적, 정서적, 사회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

일반화하는 과정을 반복하여야 한다. 실천적 차원에

업무계획에서 ‘모두가 누리는 문화’라는 전략 안에서

면에서 예술은 기존의 지식 중심의 학교교육의 균형을

서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담겨있는 사회적 요구, 교

창작과 향유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생활 속 문화

회복하고 학습의 의미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육 현장에서의 상황, 학습자의 다양성 등을 몸으로 부

참여 기회의 확대를 위해 학교 예술강사 전달 체계 안

자리에 위치한다.

딪치면서 그 내용과 방법을 체득하고 재창조해야 하는

정화, 학교 예술교육의 몰입도 향상, 학교 밖 문화기반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행정적 차원에서는 공적인 자

시설 연계 확대 등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문화

가속화되고 있는 과학기술,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금을 기반으로 사업이 계획되고 실행되는 만큼 우수한

체육관광부, 2017)

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한다는 점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방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 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적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하는 책

위와 같이 문체부와 교육부 모두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

향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 파트너십으로 널리 알려진

무성을 가진다. 이러한 복잡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문화예술교육

영국의 예술교육 정책에서도 ‘창의성’이라는 화두를 중

에서 1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아

은 학교 안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심으로 다양한 부처의 정책적 노력이 결집되고 예술교

직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색하는 단계일 것이다. 즉

제는 새로운 사업이나 정책을 고안하는 것 못지않게 진

육이 사회적 변화의 동력으로 인정되었던 사례를 찾

한편으로는 성찰과 자기반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행되고 있는 사업이 학교 교육과정과의 관계 속에서 내

아 볼 수 있다(최보연, 2015). 하지만 이는 예술의 사회

를 향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잠재된 교육적, 사회문화

실 있게 운영되어왔는지, 그 교육적 효과는 어떻게 나

적 역할과 책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신중한 접근을

적 의미를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

타나는지를 확인하고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현재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으

이나 계층과 관계없이 예술교육의 기회가 평등하게 제

로서 제공되고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법

공되고 있는지, 특정 분야에 한정된 프로그램으로 집

들이 예측불가능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기

긴장감

중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여 수요자 중심의

대에 부응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아이들의 혁신적 역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긴장감은 우리 사회의 문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하여야 한다.(김정

량, 창조적 에너지, 문화적 감수성을 계발하는 데 기여

화적 영역과 교육적 영역의 교차점에 위치한다는 점에

효, 2017)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경쟁 위주의 학교

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또한 교

서 기인한다. 실제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이 된

를 변화시키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실제

사, 예술가, 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사, 학생 등을 포함한

2004년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은 당시 문

적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문화 영

학교, 문화 기관, 행정 기관 등의 협력 관계와 네트워크

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제안한 것으

역과 교육 영역 사이의 가교로서 예술교육이 평등한 문

를 형성하고 이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

로 ‘학교-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포함하

화 향유의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성의 가치가 인정될 수

어야 한다.

여 문화예술교육의 학습 참여권과 접근권의 확대를 위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

한 행정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해외

어야 한다.

‘학교, 문화, 예술, 교육’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는데, 예를 들어

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이자 핵심적인

프랑스에서는 1988년 문화예술교육법령을 제정하면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학생

교육부와 문화부 간 협력을 확실시하였고 지금까지도

들의 인지, 감정, 정서, 사회적 관계에 관여하는 복잡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문화의 민주화’라

과 함께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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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김선아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 부교수. 응용미술교육과 학과장,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예술치료교육 및 상담 전공주임을 역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SUNY at Buffalo에서 M.F.A.를, Syracuse University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Ph.D를 취득하였다. 한국조형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InSEA(국제미술교육학회)의 아시아 지역 세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akim22@hanyang.ac.kr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2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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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자의 지적재산을 위한 기본적인 법률관계와 권리보호 방안 조상규 변호사

누구나 ‘재산’을 많이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

콘셉트까지 그대로 유지한 채였다. 이에 최초로 기획안

능한 사람이 한정되고 패스워드가 존재하는 등 영업비

어떻게 될까? 또 공모를 통해 받은 복수의 기획서를 결

이 창조한 정신적 결과물에 대해서는 이것이 재산인지,

을 만든 컨텐츠플래너는 본인들의 기획안이 도용되었

밀로서의 유지 관리 및 표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

합하여 더 큰 교육 프로그램 기획의 일부로 포함했다면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과

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작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였

획안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하기 때문

이 경우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거에는 부동산, 유체동산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재산이

지만 패소하였다.

에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현재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사례 모두 현재 저작권법 기준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적 노동의 산물인 지식재산

여기서 컨텐츠플래너는 기획안을 최초로 만들었음에

으로 재산권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현시대에는 자신

도 왜 법원으로부터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을까? 이러

의 건물이나 자동차를 지켜왔듯이, 지적재산도 지킬 수

한 컨텐츠플래너의 사례가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교육

있는 기본적인 법률 지식이 필요하다.

로 기획서와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

공모로 수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저작권법 적용

사진, 영상 등만이 저작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기획자의 모습일 수 있다. 기획안은 전적으로 아이디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매년 문화예

위의 두 가지 경우는 ‘스타강림’ 사례에서와 동일하게

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의 지적 스케치이다. 하지만

술교육 프로그램을 공모하고 그 중 진흥원의 운영 방향

기획안을 목적에 맞게 수정·보완하여 새로운 기획안처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예술강사, 기획자

우리나라는 현재 아이디어를 저작권으로 보호해주고

과 맞는 예술단체 혹은 예술강사를 선정·선발하고 있

럼 재구성한 범주에 들어가게 되므로, 글자 하나 틀리

등은 스스로 만들어 낸 독창적인 커리큘럼인 ‘기획안’

있지 않다. 저작권으로 인정이 되려면 단지 생각에 그

다. 이때 제출되는 기획안에는 세부적인 운영계획과 참

지 않는 데드카피가 아닌 이상 결과물의 콘셉트가 유사

에 대해 어떤 권리가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권리를 지

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나라

여인력, 시차별 교안 등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하더라도 어문 저작물의 침해가 될 수 없다.

켜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교

법 내용에 해당한다. 즉, 글이나 영상, 그림 등으로 표현

문서는 바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에

육 분야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창조적 지식의 법률관계

된 결과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때 독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말

들은 “기획안도 저작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글’이 아

이다. 이에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가 창조하

닌가?”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 표현

그렇다면 공모에 제출된 기획서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

필자는 현재 많은 강연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연업체와

는 기획안을 중심으로 권리 의무 관계를 살펴보고 향후

된 어문 저작물은 표현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면의 아이

상이 될 수 있을까? ‘스타강림’ 사건의 예와 동일하게

교류할 일이 많다. 한 강연업체에 따르면 강연 프로그

권리 보호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디어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기획안을 다른 표현이나 글

공모에 제출된 기획서는 그 수준과 관계없이 ‘아이디

램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특정 커리큘럼과 강사

자 한다.

로 바꿔 적는 등 새로운 기획안처럼 재구성한다고 가정

어’ 혹은 ‘지적 스케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저작권을 주

진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할 때, 결과물의 콘셉트가 유사하더라도 어문 저작물의

장하기 어렵다. 심지어 제3자가 공모전에 제출된 기획

이에 강연업체는 해당 기업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프로

침해가 될 수 없다. 스타강림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를 입수하고 그에 착안하여 누가 봐도 비슷하게 기획

그램과 강사를 세팅하고 기획안을 만들어 제공하는 역

해외사례에서 본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한계

만약 컨텐츠플래너의 기획안을 복사해서 이용했다면

서를 제작하여 다른 공모에 제출한 경우라 해도 저작권

할을 한다.

먼저 기획안의 법률적 성격에 대해서 살펴보자. 기획안

어문 저작물의 침해가 될 수는 있지만, 해당 내용을 수

법상 보호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 법률분쟁과 관련하여 최근 흥미로운 일이 언론에서

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법에 어긋나지 않

보도된 적이 있는데, 바로 ‘스타강림’ 사건이다. 한국의

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저작권 침해에 있어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A씨가 공모를 통해 사업자

내용만 제공받고 강의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컨텐츠플래너’라는 제작사가 중국의 한 투자자와 합작

데드카피(Dead copy)* 수준의 복제를 주로 침해로 인

로 선정되고, 예술단체의 예산과 지원을 받아 교육현장

한다. 더 악랄한 기업은 프로그램 기획안을 받고 나서,

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당

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에서 수업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

강의료 부담이 적은 강사들을 섭외하여 별도로 강의를

차년도부터 예술단체 주도로 이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

진행하겠다고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 강연업체에게

한 후 전국적인 단위로 확대해 여러 사업자 또는 문화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강연업체는 을의

시 기획한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한국과 중국의 스타들 이 두 나라의 기업으로 나뉘어 다른 문화권의 회사원으

데드카피(Dead copy): 타사 제품을 똑같이 모방하여 만드는 것

진흥원)은

다. 단지 생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표현된 글과

‘법적 효력’이 포함된 저작권법 대안

하지만 기업 중 열에 아홉은 강의업체로부터 프로그램

로 일한다는 내용으로 꾸려졌지만 결국 불발되고 말았

그렇다면 기획안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

예술교육자를 통해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 사

입장으로서 순종적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

다. 하지만 당시 컨텐츠플래너의 기획안을 중국 투자자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는 없을

업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업에서 배제되게 되었다

이다.

가 한국의 다른 제작사인 ‘케이콘텐츠’에 제공했고, 케

까? 스타강림 사건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된 내용이 주

고 가정해보자. 기획서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

이콘텐츠가 이를 수정·보완하여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

장된 바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서 전체 과정을 담당했던 A 사업자 입장에서는 다소 억

이런 기획안 도용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있기

갔다. 애초에 기획했던 ‘스타강림’이라는 프로그램명과

않는 상황이다. 영업비밀이 되려면 그 사안에 접근 가

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A 사업자의 저작권은

는 하다. 바로 양해각서(MOU)의 활용이다. 양해각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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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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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면 큰 단체들이 교류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만

‘문화예술을 삽니다’, 문화예술 속 크라우드 펀딩

드는 서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업무를 제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협 약 당사자는 각자의 비밀보호 방침을 존중하며, 업무협

아트 프로젝트의 본질과 대중과의 소통 그 사이

력 과정에서 상호 취득한 비밀과 업무 내용에 대하여 상대방의 승낙 없이 임의로 외부에 누설 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조항을 양해각서에 포함하면 향후

윤성욱 와디즈 이사

위반 사항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이때 “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또 제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MOU’라는 명칭 때문 에 법적 효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명칭이 무엇이 든 그 구체적인 효력은 해당 MOU의 내용 안에 어떤 항목들이 규정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 로 의향서는 협상기간 동안의 우선협상권 및 비밀유지 의무 정도를 법적인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나머지 사항 들은 협조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양 자의 공통의 비전에 대해서 추상적인 규정을 두는 경우 가 많다. 때문에 비밀유지 조항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펀딩은 우리나라와 해외에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잘 알려진 킥스타터

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보다

(Kick Starter)의 시작은 약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펀딩이 활발하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해외에서는 최근

다. 킥스타터는 지난 2009년부터 영화, 음악, 공연예

들어 펀딩과 한 발 더 나아간 크라우드 펀딩*이 각광받

술, 만화,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분야 프로젝트의 투자

고 있다. 과거 금융 서비스 중심의 펀딩이 주를 이루다

를 유치했다. 프로젝트에 기부를 진행하여 일정 금액이

가 미국의 많은 창작자들이 꾸준한 펀딩 활동을 이어감

넘으면 돈을 제공하고, 목표액을 넘지 못하면 투자를

에 따라 현재는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

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돈이 아닌 해당

다. 특히, 전시, 공연, 음반 및 저예산 다큐멘터리 등의

시제품, 감사 인사, 티셔츠, 작가와의 식사 등 다른 유·

분야에서 펀딩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무형 형태의 보상을 받게 된다.

*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웹이나 온라

지난 10월 15일 기준으로 킥스타터 홈페이지에서

규정을 두기만 하면 계약서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젝트가 검색된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주의깊은 ‘비밀유지 의무 부여’가 관건

최근 해외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이 전통적인 자금조달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창의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 주변 건만 해도 웹툰 작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작가, 연예인 등 많은 예술가들이 자본가들로부터 여러 가지 제안을 받는다. 지적 창조물을 생산하는 예술강사와 문화예술 교육기획자들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자본에 제공하고 협업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런 경우에 자신의 아 이디어를 도용당하지 않기 위해서 업무 협상을 할 때

다. 일반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에서 다수의 대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가 영국 다음으로 큰 프랑스에

중으로부터 비교적 소액의 자금을 조달한다. 자금 조달

서는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향유하고 있는 나라답게

방식에 따라 리워드형(보상형), 투자형 및 대출형으로

예술 분야 크라우드 펀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상대적으로 모집

그 중 프랑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크라우드 펀

이 쉬운 리워드형을 기준으로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딩 플랫폼인 ‘키스키스 뱅크뱅크(kisskissbankbank)’

크라우드 펀딩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 주목받고 있다. 키스키스 뱅크뱅크는 문화예술 관 련 창작자들에게 특화된 펀딩 사이트로 설립 이후

상대방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협약서를 활용

더해서, 만약 제3자가 기획안을 모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로 볼 수 있다. 즉,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 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

조상규 변호사. 법무법인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법학박사, 금융MBA, 변리사이다. 경희대를 비롯한 대학교에서의 겸임교수와 기재부·문화부·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평가위원 등을 지내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예술저작권 분쟁의 숲에 가다』와 『김영란법 제대로 알기』 가 있다. skzzang39@naver.com

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명목으로 형 사고소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형사고소가 가능한 만큼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서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 능성이 낮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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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원까지 창작 공연들에 대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방식에서 벗어난 대안 금융의 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

에는 자본가들의 접근이 많다. 필자가 직접 진행한 사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theater’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10,786건의 프로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1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27,000여 개 프로젝트가 생성돼 현재 약 127만 명의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의 활약

일반인으로부터 약 1,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였다.

기존 문화예술의 유통은 일반적으로 티켓판매 사이트

산술적으로 일반인 기준 1인당 약 8만 원을 창작자(창

나 극장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창작물에 대한 프로덕

업가)들에게 후원해준 셈이다.

션 노트와 티켓 판매를 위한 활동은 홍보, 마케팅 담당 자가 전문성을 갖고 진행했으며, 관객에 대한 정보는

키스키스 뱅크뱅크의 펀딩 사이트 역시 눈길을 끈다.

티켓 판매 사이트나 극장을 갖고 있었다. 공연에 대한

메인 페이지의 ‘Liberons la Creativite(창작자를 자유

리뷰도 일부 투자자나 프로듀서, 기자 등에 제한돼 작

케하라)’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이같은 키스키스 뱅

성된 평점들이 전부였다. 즉, 창작자가 관객을 만날 수

크뱅크의 모토는 ‘창작자를 위한 펀딩’이 활발하게 이

있는 시간은 공연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순간에 불과했

루어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그렇다면, 창작자

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

를 위한 펀딩이 어떤 이유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

하면서 창작자들과 대중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

을까? 이는 크라우드 펀딩의 본질적인 요소와 관련이

PART 2 칼럼

59


있다. 미국이 대중문화의 강자라서, 프랑스가 자국 문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정책을 펼치고

의 공감을 받지 못해서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혹은 기획자 스스로

화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서 펀딩이 잘 되는 것이 아니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발적인 펀딩 능력이 공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 두 가지 길로 갈린다. 킥스타터

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작품에 대해 몰입하고 표

라, 적극적인 창작자들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공예술 분야에서도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의 경우 창작물의 자금 조달 방식이 대부분 ‘전체 혹은

현하는 과정이다.

전무(all or nothing)’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프 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금액을 설정하고, 도달하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만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창작

공공예술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

미래의 열정적인 대중을 위한 노력

지 않으면 아예 펀딩된 자금을 가져가지 않는 방식이라

자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액보다 프로젝트 본

공공예술 분야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강세다. 그중 뉴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별도의 중

고 할 수 있다.

질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지를 보내주는 대중들

욕의 공공예술 펀딩은 지역 거주자들에게 역동적인 현

개기관 없이 직접 연결되어 있는 형식이다. 펀딩 형태

대 미술을 경험하게 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직접적인 관계를

효과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구축하는 방법

에서의 문화예술 관계자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21

맺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금의 공급자는 팬(Fan)이 될

크라우드 펀딩의 특징은 처음에 한 번 결정하면 펀딩이

때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지지와 자

일까지 진행한 ‘새로운 장벽이 새로운 이웃을 만든다

수도 있다. 지금까지 무대 객석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관

종료될 때까지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펀딩의 모든 과

금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이나 단체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라는 프로

객을 온라인에서 먼저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정은 진행하는 자의 몫이 된다. 펀딩을 위해 자신의 프

가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진행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

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킥스타터와 예술가 아이

것이다. 이때, 제작 자금이 만들어진다.

로젝트를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핵심 요인

이다. 가뜩이나 기존의 펀딩 환경과 대비하여 준비해야

웨이웨이(Ai Weiwei)가 협업한 야외 전시 프로젝트로,

과 자금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한국

들을 강조하면서 간단하게 프로필 페이지를 만드는 수

할 것도 많은데,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어

약 한 달간 883명으로부터 96,853달러(한화 약 1억

지난 10월 17일 기준으로 키스키스 뱅크뱅크에서 진행

고스러움까지 동반한다. 이전까지 검색 사이트에서 찾

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925만 원)를 모집했다. 특히, 엽서, 티켓, 공공예술 펀드

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과정을 살펴보자. 문화예술

을 수 없는 정보들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다. 보통 국

예술가, 예술단체가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을 더욱 쉽게

기금파티 초대권 등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한 전시회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

내에서 특정 창작물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포털

접하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의

일반인들의 참여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낸 점이 인

금을 모집 중이다. 사이트에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

사이트나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 검색해야 한다. 검색된

관심과 지원도 꼭 필요해 보인다.

상적이다.

경에서부터 시작해 역사, 창작자의 이력, 자금사용처,

내용 역시 대부분 창작자가 직접 쓴 내용이 아니라 공

예산의 투명한 공개, 모집금액 초과 시의 사용계획 등

연의 홍보, 마케팅을 위해서 가공된 콘텐츠들이다. 창

을 자세히 기재한 뒤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작자의 이야기는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거나 제작팀에

현재 킥스타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샨티 프로젝트(Art Shanty Projects Membership Program)’ 역시 개인

서 별도로 마련한 웹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쉽지가

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기업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다

실제로 필자가 미국과 프랑스의 펀딩 플랫폼에 만나본

않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 창작자들의 결과물이 검색

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발상

창작자들은 매우 적극적이다. 자신이 왜 이 프로젝트를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보가 되고, 그 과정에

자체도 흥미롭다. 겨울철 얼어붙는 미국 미네소타의 호

시작하게 되었는지, 준비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

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이때, 상호 신뢰감이 싹트

수 위에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전시하고, 전시기간에 약

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한다. 심지어 자신의 창작

게 되는 것이다.

20개의 창작 팀이 호수 위에서 야외 공연을 진행하는

열정과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온라인상에 의문이 드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24일 기준으로 101명이 8,343

는 사진이나 영상을 과감히 게재하기도 한다. 더 나아

결론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은 이런 정보들을 균형

달러(한화로 약 941만 원)를 모집하고 있다.

가서는 1달러부터 수천 달러 형태의 수단을 마련한 뒤,

있게 맞춰가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그에 걸맞은 보상과 약속을 만들어 낸다. 미래 열정적인

미국과 프랑스의 창작자들도 불균형과 비대칭의 균형

팬이 될지도 모르는 잠재적 지지자를 위해서 말이다.

점을 찾아가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크라우드 펀

이 프로젝트는 최근 점점 어려워지는 공공 또는 민간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고, 예술가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딩 역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창작자의 가치를 알아

하기 위해 기획돼 눈길을 끈다. 일반 대중에게는 프로

초기에는 적은 금액으로 모인 소규모 공연이 수차례 반

봐 주고 인정할 수 있는 소수의 대중을 위해 준비하는

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되, 충성도 높은 사람들이 해당

복되면서 규모가 커지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지자들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부족한 자금을 위해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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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윤성욱 와디즈 이사.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영화 투자배급사에서 다수의 프로젝트 마케팅, 투자업무를 경험했다. 이후 투자사로 옮겨 다양한 영화, 공연, 드라마 등 문화산업 내 다양한 투자업무를 수행하다가, 2011년부터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문화산업 분야 금융에 대한 기획과 실행업무 경험을 쌓았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법제화된 2016년부터 창작자, 중소기업의 대안금융으로써 가능성을 보고, 지금은 와디즈에서 투자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contents@wadiz.kr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3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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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화(personalized)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해볼만한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에 대한 탐색 최홍규 EBS 미래교육연구소연구위원, 언론학 박사

왠지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면 그게 뭐든 부담이

구현되는 수준은 아니어서, 현재는 혼자 강의를 듣고 자

사진, 게임, 방송, 영화, 음악, 신문 등 콘텐츠 포맷을 선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2 :

없고 효율적일 것 같다. 일단 PC와 스마트폰만 가지고

습에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별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

관념적인 것을 실천하는 메이커 운동

있다면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시ㆍ공간적인 부담이 줄

따라서 다른 어떤 분야들보다 개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

가 우선 생산되어야 한다.

(Maker Movement)

어드는 것 같다. 면대면으로 만나지 않아도 되니 관계

고 상호작용이 따라야 하는 분야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에 대한 부담도 없다. 콘텐츠를 이용할 때에도 내 마음

는 온라인 교육이 면대면 교육을 대신하기 힘들었다.

다음으로 메이커 운동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적절히 * 어댑티드 러닝(adaptive-learning) : 학습자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자에게 적합한 학습 정보를 제시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소개하는 등의

대로 컨트롤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즐

적응형 학습 방식

녹아들어야 한다고 본다. 문화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성 상, 교육의 내용이 관념적인 내용으로 치부되기 쉽고,

길 수 있다. 또한 내가 이용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손쉽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소위

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와 연관된 콘텐츠들도

빅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은

어댑티브 러닝 체계에서는 학습자 개인의 상태를 데이

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메이커 운동*에서는 오픈소스

함께 이용하기 쉬워보인다.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진보된 알고리즘

터로 모으고 학습 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이 발견될 경

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나누고 협업하여 물품의 제조를

을 통해 학습자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맞춤

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보조학습이나 추가적인

독려하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의 결과로 나타나는 학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따르는 장점을 열거

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습자가 온라인 플랫폼

커리큘럼, 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예술교육

습자의 창작 과정에도 접목될 수 있다.

하다보면 한 가지 공통적으로 엮이는 특성이 있다. 바

을 이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서비스

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질 때도 어댑티브 러닝을 구

로 개별화(個別化, personalization)이다. 어떠한 이

는 정교해지고 개개인의 학습자에게 더욱 최적화되고

성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자동화된 피드백, 빅데이

용자라도 온라인에서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 자기만

있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이점으로 꼽히

터 활용 등의 적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어

의 관계나 방식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는 개인화 서비스 시대가 이제 정말 도래하고 있는 것

댑티브 러닝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는 학습자의 학습

이다. 이로써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문화예술교육도 그

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태도 변화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콘텐츠는 어떨까? 문화예술교육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고

를 유도하는 데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도 학습자 개인

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창의성, 독창성, 융합적

본다. 면대면 교육의 장점이 온라인에서도 실현될 수

의 능력이 발휘되기까지 교수자의 학습에 대한 개입 정

문화예술교육에 메이커 운동의 형태를 적용한다고 가

사고 등이 중시되는데 이러한 교육을 위해 온라인이 적

있기 때문이다.

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하자. 학습자들은 교육을 통해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자로서도 어디서부터 학습 성과를 내야 하는지 인

절할까?

*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으로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의 공동창업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에 의해 생 겨난 운동이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인 메이커(Maker)들이 온·오프라인으로 DIY 프로젝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커뮤니티, 그리고 물리적인 작업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혁신이 이뤄지면서 생긴 개 념이다

문화예술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여 상호 간 그럼 이러한 개별화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해볼 만한 온

따라서 어댑티브 러닝 체계가 문화예술교육에 도입될

에 평가를 하며 이후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창작물을 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추진

라인 플랫폼 구성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화예술

경우에, 기존의 면대면 교육보다 미흡했던 학습자에 대

들어낼 수 있다. 각자의 창작물이 온라인 공간에 공유

된 융합인재 교육 ‘STEM(Science, Technology,

교육 목적의 범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인’을 양성하는

한 ‘적절한 개입’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되면서 변형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메이커 운

Engineering, Mathematics)’이 2000년대 들어서

것이라면, 이에 필수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기술이나

본다. 물론 적절한 개입이 학습자가 원하는 피드백으로

동의 근간인 ‘차고(garage) 문화’가 자연스럽게 흡수

는 예술이 추가된 ‘STEAM(Science, Technology,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 본다. 필자는 미디어를 공부하는

완벽히 구현되기까지는 데이터 수집, 분석 알고리즘 개

될 수 있다. 창작자들은 각자가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으로 바뀌어 불리고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

발,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등 많은 추가적 사안들이 고

을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개념화하는 것에서 시작

있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예술을 제외한 분야들은 온라

것만은 꼭 고려해보면 좋을 법한 요소들을 추려봤다.

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댑티브 러닝의 요소들을

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시도와 성공, 실패의 경험들을

고려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동의 원칙을 세운다면 문

축적하며 결국 자신만의 창작물에 대해 그 실체를 구체

화예술교육 분야에 적잖은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화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인을 통해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럼 이제까지 예술 분야의 온라인 교육이 활발하지 않 았던 이유는 뭘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개인의 특성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1 :

과 상호성이 중시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어댑티브 러닝

메이커 운동을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들을 모아놓

(adaptive-learning)

은 홈페이지 ‘메이커 더 무비 닷 컴(makerthemovie.

사실 온라인 교육은 단순히 개인이 혼자 학습할 수 있

어댑티브 러닝* 교육 체계에서는 무엇보다 학습자가

com)’은 온라인을 통해 문화예술에 관한 창작 욕구를

다는 이점을 중심으로 그 기술이 진보했다. 그런데 이

학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반응을 보

고취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 홈페이지와

기술이라는 것도 아직까지는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가

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학습자 개인이 재미를 느낄만한

같이 성공 사례들을 모아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장을

62

2016 ARTE 365

것이다.

PART 2 칼럼

63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 성공

Mounted Display)*를 통해 보다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앞서 살펴본 어댑티브 러닝, 메이커 운동, VR, AR 등

적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문화예

있는가 하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경험해볼

의 구성 요소들이 개별화 문화예술교육에 완벽하게 적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념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서비스에 대한 경험은 특정 오

용될 수 있는 요소들은 아니다. 그보다는 문화예술교육

화된 상상력들이 실체로 나타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경

프라인 공간에서 제공될 수도 있지만, 온라인 교육 플

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데 있어 오프라인 교육

험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

보다 이점을 가지도록 할 수 있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창작물의 생산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이미지와 동영상,

제 전 세계의 문화예술 작품을 둘러볼 수도 있고 그에

있다.

그리고 이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텍스트 매뉴얼을 함께

대한 감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제공해 볼 수 있다.

이제 온라인에서도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 * HMD: 머리에 쓰고 보는 작은 디스플레이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경 험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3 :

점을 고려한다면, 문화예술교육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보다 폭넓은 교육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인이 자유로운 영혼이고 관념적인 것을 실천

경험의 축적, 그리고 허구적 세계의 창조를 위한

VR과 AR을 개별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적용할 때 몇

하는 사람이자 경험의 축적을 통해 허구적 세계를 창조

VR(Virtual Reality) / AR(Augmented Reality)

가지 학습모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문화

하는 존재라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도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은 여타 교육보다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

예술에 대한 체험 모델을 선정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여건들이 만들어지

는 분야이다. 경험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의 여

스마트폰과 HMD를 통해 체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고 있는 셈이다.

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결

수집되는 학습 데이터 역시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으

과물 중 하나인 창작물, 그리고 이것이 지닐 독창성

로 발전시킬 수 있는 데이터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있는 세계의 창조를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오프라인 교육만이 경험을 축적할 수 있

다음으로 이용자가 참여하는 방식의 학습모델도 있다.

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었지만, 가상현실(VR: Virtual

AR의 경우 위치 정보와 연결이 되면 특정 지역에서의

Realit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출현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이용 정보가 생성되며, 이것을

하면서 이들 활용 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문화예술교육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여 이를 학습자들 간에 공유

에도 적합한 서비스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할 수 있다. 해당 정보 자체가 문화예술 창작물로 기능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타인의 창작물을 통해 각자가

예를 들어 학습자는 같은 박물관이라도 VR HMD(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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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습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최홍규 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언론학 박사.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이슈 확산 과정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박사 논문을 마쳤다. 이후 <소셜 빅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방법>, <콘텐츠 큐레이션>, <빅데이터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지속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및 플랫폼, 텍스트 마이닝, 소셜 빅데이터 분석 체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다. think.bc399@gmail.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1월 1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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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복지를 생각하며 : 관리에서 삶으로

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양치가 무엇을 하는 것

보여주는 방식에서 개입한다. 어쩌면 그것이 더 큰 고

인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기에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없

민을 요구하지만 말이다.

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성은 높아서 끊임없이 사람

김인규 전 서천고 교사, 작가

을 찾고 만나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감정과 즐

나는 발달장애인의 작업에 비장애인이 흉내 낼 수 없는

거움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고, 하고

매우 소중한 강점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싶은 것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비장애인과 전혀 다르

도 비교의식이 아주 낮기 때문에 -장애 정도가 클수록

지 않다. 자기 느낌과 욕구에 충실한 반면 생각에 시달

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

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비장애인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

신을 충분히 즐긴다. 결과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자

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을 참고 견디게 하

신의 행위, 혹은 재료의 물성, 어떤 형태감에 흥미를 느

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끼며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놀랍게도 각자 다른 결과 들이 나오는데,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예술적 특징

나의 경험, 그리고 장애인 분야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표를

지원사업 평가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장애인

가지고 있었다. 예술강사분들의 접근도 전반적으로 그

나는 그들에게도 그들 방식의 삶이 있다는 것에 주목

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늘 비교의식의 억압감에 시달리

분야 문화 복지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런 측면을 강화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다. 복지라면 바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는 비장애인들에게 독특한 미적 흥미와 해방감을 불러

나는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는 덕에 꽤 오랫동안 발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하는

초점을 맞춰야 복지가 되는 셈이다. 그들도 나름 자기

일으킬 수 있다. 그것이야 말로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

달장애 아동·청소년들과 함께 미술 활동을 해왔다. 그

반복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성과를

의 욕구를 추구하는 작업을 한다. 설령 우리가 보기에

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것은 그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되었으며, 지금은 그들

보여줘야 하는 강박이 작용하고, 그래서 그들이 이런 것

작업 같지 않을지라도 그런 작업이 있음은 말할 나위

과 함께 조그만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함께

도 해냈다고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

가 없다. 나의 활동에 참여하는 한 중증 뇌성마비 친구

미술 전시는 어떻게 그것과 관객이 만날 수 있게 하느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중증 장애로 현재 취업이 거의

럼 보였다. 그런 접근은 자칫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

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 일조차 쉽지 않은데 펜을 쥐

냐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액자에 담아지거나,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니라, 미래를 전제로 한 유예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우

고 종이에 선을 긋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 선에

주렁주렁 매달기도 하고, 도자기에 그려지기도 한다.

공동체를 상상하며 협동조합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

를 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미래가 가능하지 않다면 그

는 그의 의지와 함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때로는 천에 그려져 에코 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비

이 할 일은 미술 활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들은 평생 그런 유예를 살아야 하는 셈이다.

친구는 늘 동영상을 찍으면서 다니고, 어떤 친구는 테

장애인 바느질 동호회 활동과 결합하여 그렇게 변신할

이프질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무의미

수도 있고, 때로는 목공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생활용품

나는 나의 아이 때문에 10년 전쯤 한 장애인 작업장에

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소중한 작업이다.

에 담아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비장애인과 협력 관계를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장애자녀 부모들과 함께 아이

발달장애 복지와 교육,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그러

통해 그 결과물들은 더 멋지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방문한 복지시설*도 대부분 직업 활동이 어려운

가 미래에 어떻게 직업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한 그들의 삶이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것들은 관객들이 구매함으로써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고력이 미약한 중

있던 때였다. 내가 간 작업장은 쇼핑백을 만들고 있었

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도 사

사회적으로 소비될 수 있고, 지속적인 활동의 토대가

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반복 작업이 가능한 일부 자폐성

는데, 40대~50대로 보이는 발달장애인들이 봉투에 손

회의 일원으로 존중받을 때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낀다.

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

장애 외에는 직업 활동이 거의 어렵다. 심지어는 활동

잡이를 끼우고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더듬적더듬적

나는 우리 아이 친구들을 모아서 미술 활동을 해온지

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보조인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

올해로 7년째이다. 그것은 이제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장애인 복지는 단지 그들의 하루를 관리하는 것과는 매

있다. 복지시설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발달장애인이 그

이 없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무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그것이 하나의 공동체로 자리

우 다른 것이다. 비장애인 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거

주류를 이루는 것처럼 보였다. 주간에 누군가의 도움을

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이 보였고, 그저 마치

잡고 있는 중이다. 물론 거기에는 매개자가 필요하고

나 혹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재적 삶이 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은 복지시설에서

서커스 동물처럼 훈련된 대로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또한 사회 복지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나는 그것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

시간을 보낸다. 말하자면 수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에 대한 능률이 없음은 뻔했다. 그나마 과잉

그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특성과 즐거움, 강

이에 복지시설들의 모습은 일단 이들을 관리해주고 일

행동이 있는 나의 아이는 저런 일조차 할 수 없을 거라

과를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느낄 수 있었다.

것이 상품이 되는 것은 나와 부모들, 또는 디자이너들 의 매개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점, 등을 어떻게 비장애인들과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데 미술 전시회가 큰 몫을 했는

가의 문제이다.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혹은 문화 복지

데, 일반적인 전시하고는 좀 다른 점이 있다. 내가 보아

는 그러한 측면에서 부단히 모색 되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은 그

온 많은 장애인 미술 활동들은 대체로 목표와 과정이

들이 어떻게든 비장애인과 동일한 일을 낮은 단계에서

정해져있는 과제를 수행한 것들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안타깝게 느낀 것은 장애인 복지라는 것이 현재로서는

라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예상된 결과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데 머무른다. 그러

딱 거기까지인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

같다. 나는 그것이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다 보니 활동 보조인이나 강사가 많은 부분에 손을 대

의 하루를 어떻게 소비하는가 하는 과제가 당면한 가장

오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거의 불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나의 미술 활동에서는

직접적인 과제로 보였다. 물론 장애인 교육의 관점에서

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성인이 된 우리 아

매체가 제공될 뿐 어떤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지 목표

미래지향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폄훼하는 것은

이는 양치를 제대로 못하는데 중3때쯤 양치교육을 1년

가 제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각자 그들의 욕구에 의해

아니다. 대체로 예술을 향유하는 부분보다는 장애인의

을 넘게 시킨 적이 있다. 순서를 정하고 번호를 매겨서

수행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그리고 나는 단지

사회적·정서적 능력이나 작업 능력을 개선하여 장차

외워서 칫솔질을 하게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

그것들과 관객이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복지시설: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등의 시설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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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전 서천고 교사로, 2017년 예술강사 평가위원이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선발 심사위원을 지내고, 컨설팅에 참여했다. 현재 서천 지역에서 발달장애 아동 청소년들과 미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kig8142@naver.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1월 1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인터뷰

03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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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림 음악가, 아뜰리에 오 대표 남인우 연출가,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션 그레고리 영국 바비칸-길드홀 음악연극대학 학습·참여부서 총괄 디렉터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알바로 레스트레포, 마리 프랑스 들뢰방 콜롬비아 몸의학교 교장 안나 커틀러 영국 테이트미술관그룹 교육 총괄 마크 론데스버로우 영국왕립예술협회 창의학습 디렉터 조안 파르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창의학습 책임자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캐런 샤프, 리사 자렛, 케이티 불존, 티나 라파둘라 TAT Lab 프로그램 교육강사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 파펑크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설진 안무가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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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아프리카의 말라위에 다녀왔다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평창 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 를 위해 말라위 카롱가에 여덟 명의 예술가와 함께 다녀왔다.

평창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란 무엇인가? 겨울이 없는 남반구의 아이들에게 2018년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 한 관심을 일으키고, 겨울에 대한 감수성과 만나게 하는 것이다. 말라위 외에 도 콜롬비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각각 나뉘어 방문해 예술교육 프로그 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트 드림캠프’의 하나로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아프리 카 현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들로 공연을 열고, 그 기부금으로 아프리카 의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자는 취지에서 2008년 시작된 프로젝트 이다. 단순기부가 아닌 정신적 교감을 통한 교류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에는 <해 지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당신을> 같은 노래를 아프 리카어와 영어로 들려주고 왔다.

바쁠 텐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또 진행하고 있다.

뜨겁지 않게, 아낌없이 음악을 나누다 하림 음악가•아뜰리에 오 대표

2012년에는 도하 프로젝트(project DOHA)의 기획자로 활동했다. 서울 금천 구에 주둔하던 육군 도하부대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에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 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였다. 이전에 홍대 앞에 연 개인 작업실 아틀리 에 오(atelier O)에서 레지던시를 운영한 적도 있었다. 도하 프로젝트를 기획 하게 된 데에는 10년간 홍대에서 작업실을 운영했던 기억들과 그곳에서 느낀

하림이 아프리카 나미비아 여행 중에 만난 와푼다페이는 노래를 잘 했고, 처음

송현민 음악평론가

본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영특한 소녀였다. 그녀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아이들은 기타를 무척 좋아했다. 깡통으로 몸체를 만들고, 자전거 브레이크 줄로 현을 만

문제점, 그리고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도하 프로젝트는 즐겁게 지내던 동지들과 함께 했던 것이라면, ‘기타 포 아프리카’는 운영자라고 할까? 책임 의식을 갖고 한 것이다.

들어 연주하고는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하림은 한국에 돌아가면 와푼다페이에 게 기타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기타 포 아프리카 (Guitar For Africa)’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하림은 2008년 방송 차 나미비 아에 다녀온 뒤로 ‘기타 포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만들어 온 노래들로 공연을 열어 모금한 기부금으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기 타를 보내주는 것이다.

‘하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자유다. 음악이나 프로젝트나 늘 필요 한 것은 ‘영감’인데, 그것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같다. 어떤 생각과 행동이든 간에 예술가에게는 영감이 되고, 그러한 영감을 주는 사 람이 되고 싶어 한다. 영감은 모든 것에서 온다. 화분 키우고, 요리하고, 청소 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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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여러 프로젝트들은 본인의 음악 외에도 주위 환경과 사람들을 변화시 킨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텐데. 사실 음 악이란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데에 그 가치가 있지만, 그 음악을 만들기까 지의 과정이란 철저히 ‘음악가만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동이 함께 하는 프 로젝트에는 남모를 힘겨움도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란 나의 생각을 여물게 만드는 일이다. 예전에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활용했었고.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각을 만들 수 있었고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100퍼센트 행복을 주는 것은 아 니라고 고백하고 싶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나를 행복 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 ’라고. 지금은 프로젝트를 통하여 오히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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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드림캠프’ 1차 년도인 2016년은 예술가를 해외에 파견하는 방식이었다. 언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조심스러울 것도 있을 것 같다. 조용히 그들의

어가 아니라 음악과 예술로 소통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이는 비단

방식대로 살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물을 만나면서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수도

‘기타 포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와 소통하고자 할 때도 느낄 것 같다.

있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왜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우리 아이의 인생을...”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다. 국경을 넘어도 음악으로 소통하는 유전자는 어느 나라 사람

하림 1996년 3인조 그룹 ‘VEN’의 리드보컬로 데뷔한 이후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극 <천변살롱> 음악감독, EBS 라디오 진행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작업실 ‘아뜰리에 오’를 열고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으며, 군부대가 이전한 자리의 빈 목욕탕에서 예술가들과 함께한 ‘도하 프로젝트’, 40년 된 슈퍼마켓을 돕기 위한 ‘부여슈퍼 프로젝트’ 등 커뮤니티 기반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2008년 아프리카 여행 중 만난 소녀와의 약속으로 ‘기타 포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2016년 평창 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의 일환으로 ‘기타 포 아프리카’를 기획해 2016년 12월 말라위 카롱가에서 현지 청소년 및 지역주민과 음악을 나누고 돌아왔다.

이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풍성하게 지원하는 행위가 ‘봉사’라고 생각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동료 음악가들에게 굳이 좋은 음악을 만들

이도 있지만, 그것이 그들의 문화에 피해를 줄 때도 있다. 나조차도 ‘이 사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할 때도 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음악가는 얼마나 어안이 벙

은 행복해 보이는데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

벙할까. 하지만 음악가들 스스로가 소통하기 위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었다. 물론 행할 때는 선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뭔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음악을 통한 주인 ‘의식’보

잘못된 방식과 과정에 대해 반성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조심해야겠다

다 구도자의 ‘마음’을 가질 때에야 늘 편해진다.

는 생각이 든다. 흔히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에서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곳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행하는 도움을 정당화하려는 경 우를 많이 보았다. 음악을 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녀보면 불균형이란 게 보이고

‘기타 포 아프리카’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

느껴진다. 그것을 바로 잡고 싶은 생각과 마음은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어떤 프로젝트가 그것을 해결하리라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말라위에서는 2주 정도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공연을 하는데, 그 과정이 참

고 생각한다.

중요하다. 카롱가 지역에 ‘루스빌로 뮤직센터’ 라는 곳이 있다. 그 시설을 드나 드는 아이들은 현지에서 비교적 형편이 좋은 축에 속한다. 내가 무엇을 가르친 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다. 나와 동료들이 만든 노래를 그들이 함께 부를 수

그래서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있도록 고치고 함께 노래했다. 그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의 이론을

“욕심을 버리고, 순하게 하라”고 충고하는 것인가?

가르쳐 주었고. 그렇다. 선의의 온도가 올라가 있되,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불편할 정도로 뜨거 * 루스빌로 뮤직센터: 성악가 김청자가 2010년 설립한 말라위 최초의 전문 음악교육기관. 루스빌로(Lusubilo)는

워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늘 후유증이 생긴다. 예전에 프로젝트를

말라위어로 ‘희망’을 뜻함

진행할 때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아프리카를 다녀오면 그 과정으로부터 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고 노 력한다. 뜨겁게 지나온 과정을 차갑게 바라보는 것이다.

올해는 ‘아트 드림캠프’ 1차 년도에 각국에서 만난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 이들이 모이는 평창은 겨울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중동, 중남미, 동남아 시아,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평창의 눈 내리는 풍경을 처음 접할 텐데, 겨울을 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의를 베푸는 데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로 한 음악이나 프로그램도 생각 중인가?

고생만큼 기쁨과 보람도 있지 않은가?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그러한 취지는 당연히 담겨 있지만 아직 고민 중이다. 2년 전에 사이판 섬을 처

몇 년 전에 ‘기타 포 아프리카’를 통해 기타를 선물했던 레베카를 이번에 말라

음 가봤다. 야자수, 해변의 모래, 태양에 매료되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위에서 다시 만났다. 선물 했던 때는 10대 후반이었는데, 지금은 20대 여성이

그곳만의 문화와 선물 아닌가? 그래서 낯선 풍경과의 만남이 굉장히 로맨틱하

되었다. 그 기타가 그녀의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레베카, 이렇게 성장

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겨울의 낭만을 체험하지 못한 그들에게도 눈이라는

하고 변화된 너를 통해서 내가 또 다른 아이들에게 기타를 줄 수 있게 도와 달

존재가 그럴 것이다. 내가 사이판 섬에서 경험한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라

라”며, “열심히 해 달라”고 기분 좋은 부탁을 했다. 이제는 아프리카 아이들 같

는 감탄을 그들도 느꼈으면 한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은 금방 적응이 된다.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면 된다. 다만 함께 하는 멤버들과 마음가짐을 맞추는 일이 필요했다. 풍족한 곳 에서 산 우리들이 어떻게든 그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멤버들이 욕심 을 내면서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순수하고, 선의에 가득한 욕심이 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순하게 하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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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기획실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지 않고, 그냥 동생들 같다. 하림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남긴 ‘결과’와 ‘결과물’보다는, 그 ‘선의’에 대해 매 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론은 이심전심. 음악을 위해 마음을 모은다기보다 마음이 통할 때까지 음악을 아낌없이 나누고, 음표 한 방울까지 기분 좋게 쓰 는 음악가. 눈 내리는 풍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과 하림이 함께 부를 노래는 무엇일까?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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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북새통은 10년 넘게 어린이청소년연극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2년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극단이라기보다는 연극놀이 단체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신도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던 광명시의 도시빈민층 어린이들 과 연극놀이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이 극단의 출발점이 되었다. 어린이청소년연 극 전공자들이 모여 예술가가 예술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단체를 운영해야 한 다는 생각으로 예술과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단체가 되어보고자 하였다. 어린 이청소년연극은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한 축소의 개념이 아니라 그동안 연극 판에서 다소 소외되어왔던 비주류 영역에 대한 확대의 개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극단 북새통 역시 사회의 비주류로서 어린이청소년들의 삶을 바라 보자는 태도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예술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서울 동부지청 관할 보호관찰소 청소년들과 함께 캠프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에서 부모님과 불화했 던 청소년 시절의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토바이를 왜 훔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럼 우리 그걸 연극으로 한 번 만들어볼까?” 제안하게 되었다. 2박 3일 짧은 기간 동안 그 친구들의 겉으

예술교육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퍼포먼스 남인우 연출가,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로 드러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이면을 보면서 문득 ‘인간은 뭐지? 인간이 가 진 존엄은 뭐지?’ 이런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 정작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면 서도 그때까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이 내 안에서 생겨났고 막연하게 나마 예술과 인간에 대한 관계를 떠올려 보았다. 그 고민의 연장으로 어린이청 소년연극 전공 대학원에 진학했다. 입학 후 첫 한 학기 내내 일종의 놀이 형식 의 프로그램들을 계속하면서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 의아해했는데 어느 날 문 득 나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내 안에 뭔가 변해있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늘 분노와 패배의식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내 모습이 어느새 달라져 있었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극단 북새통의 예술감독 남인우 연출은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인터뷰 내내 가

다. 그때 처음으로 예술이 가진 미적 체험을 경험했고, 인문학적 질문들을 품

장 많이 나온 단어가 ‘질문’이었고, 그 질문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향해있었다. 바

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 그 자체가 인간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

로 이 질문의 힘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아닌가 생각 들

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 경험 속에서 셰익스피어나 체홉이 아닌 보다 근

무렵, 그는 필자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예술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본적인 연극성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되었고 연극의 교육적 가치, 예술의 힘을

오늘 저는 인터뷰어입니다, 라는 말로 넘어가긴 했지만, 평소 그의 작업 방식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어린이청소년연극을 이끌고 있는 연출가 이자, 전통음악을 현대적 연극 언어로 수용하는 성공적인 사례를 선보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중 한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국립극

연극적 방법들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생각하는가.

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창립 당시 책임연구원을 역임했고, 서울문화재단, 국 립극장 창극 아카데미 등을 통해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온 예술교육

우리가 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먼저 ‘교육’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각

가이다. 창극, 청소년극, 판소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예술교육이라고 하면 교

가고 있는 그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

과연계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이는 교육을 근대식 교육의 틀 안에서 학교교육

었다.

으로 한정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을 근대식 교육 안에서의 지식교육 으로 제한하지 않고,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달라진다. 그 런 관점에서 보자면 예술 행위 자체가 이미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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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의 틀 속에서 예술교육은 어떤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과 사고 없이는 더 나아갈 수 없다. 예술교육은 그 대상에 따라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친구들에게는 기술적인 것들이 좀 더 훈련될 수 있도록 도

최근 알파고의 등장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사회라는 말이 눈앞의

움을 줘야 하고, 어떤 친구들에게는 삶을 바라보고 질문하는 경험을 충분히 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과거의 학교교육의 기능은 의미가 없

보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어졌다. 이런 시대에 근대 교육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살아갈 친구들에게 미래

예술교육자 자신도 교육하는 동안 예술가의 창작 에너지를 스스로 일깨우지

를 꿈꾸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지식교육은

않으면 단지 기능을 전수하는 역할에 그치게 될 수 있다. 한편, 반복적 학습을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앞으로 학교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

통한 기술의 습득이라는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도 있다. 즐겁고 재밌는 경험에

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데 학교교육은 여전히

서 그치게 되는 경우이다. 그런 경험은 단지 놀이에서 끝난다. 그 자체만으로

과거에 묶여있다. 이제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학습을 해

는 예술교육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나의 즐거움을 타

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교육이 예술과 만나야 하는가, 근대교

인과 공유하는 기호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

육의 문제점들을 예술이 어떤 부분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가라는 지점들을 들

다.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을뿐더러 때로는 고통스럽다. 예술교육과정에서

여다본다면 예술교육이 가야 할 길도 더 확실해질 것이다. 단순히 수학과 과학

그 부분을 놓치고 갈 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을 잘하기 위한 교과연계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가 진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그 본질이 교육과 왜 만나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예술교육 과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교육자를 위한 강의도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예술가가 예술교육자가 되고자 할 때 대부분은 ‘나의 예술적 체험을 누군가와

최근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시도가 있다.

나누고 싶다’는 동기가 크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대상과 공유하는 방법을 습득

다음 달에 강사로 참여하는 아르떼 아카데미 <2017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

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예술가’라는 것은 근대식 예술교육을 충실히

6 : 몸. 맘. 통 통!>에도 통합예술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받은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의 근본적인 힘을 경험했던 예술가를 의미한다. 그 런 질문과 경험을 갖고 있는 예술가라면, 이미 예술교육자가 지녀야할 자질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통합예술교육은 ‘장르 통합적 프로그램’에 가깝다. 장르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예술교육자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

마다의 개별 특성을 통합하는 구성으로서의 통합예술은 기능적 접근의 결과라

술가들을 만날 때는 교육적 스킬 보다 예술가로서 자기 발견을 다시 하는 것

고 생각된다. 제가 주목하는 건 예술 자체가 가진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미학으

에 오히려 더 초점을 둔다. 예술가로서 당신은 지금 어디인가, 어떻게 창작하

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예술이 가진 근본적인 공통점들, 생성과 소멸, 리듬

는가, 무슨 질문을 던지는가를 묻는다. 그 질문을 과정화해보고 어떻게 공유할

과 템포, 공간성과 시간성, 이런 것들을 일상 안에서 충분히 발견하고 다양한

것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방식으로 실험해보고 실현해보는 것을 통합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반면, 예술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를 진행하다보면 방법론을 알려주는 경우가

우리가 일상 안에서 매일 하는 것, 앉고 서고 눕고 하는 동작을 리듬과 템포를

있다.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당장 학교로 돌아가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

변형해서 움직이다 보면 일종의 현대무용이 된다거나, 숫자와 음표로 바꾸어

는 것을 알려주기를 요구한다. 이럴 때는 설득하려 애쓴다. 좋은 교육은 커리

보면 어느새 음악적 표현이 된다거나. 이렇게 예술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을

큘럼이 만드는 게 아니다. 좋은 예술이 기술로만 만들어지지 않듯이. 좋은 예

체험하고 나서 다각적인 방식으로 전환해보고 또 다른 표현들로 확장해나가는

술가가 좋은 예술을 만들고, 훌륭한 교사가 훌륭한 교육을 하는 것이지 커리큘

식이다.

럼이 그렇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은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 르겠지만 연수를 통해 얻은 방법은 늘 소진되기 마련이다. 소진되지 않는 걸 채우는 것이 더 오래 길게 갈 수 있는 방법이다. 마치 예술창작 프로세스를 아

여전히 창작과 교육은 분리된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교육 현장

무리 외우고 공부해봐야 훌륭한 예술가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에서 예술교육이 예술적 기능을 습득하는 것과 예술적 체험을 하는 것 사이에

하지만 이것은 단지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에서 그것

혼란이 있지 않을까.

을 요구하니까 그렇다. 그나마 최근 예술교육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 는 것 같다. 더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이 바뀌려면 변화에

역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기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근대식 학교교육이 자기반

본적으로 이상과 기술의 합성어이다. 정신과 질문,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테

성과 성찰을 통해 다른 방식의 요구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크닉이 잘 조화되고 완벽해졌을 때 비로소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교육

또 그렇게 바뀔 수 있도록 예술가들도 요구해야 한다.

과정에서 교육 대상자를 만날 때 무엇을 바라보고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 결국, 예술은 기술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기 술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훈련을 해야 하지만 충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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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의 방향이 훈육을 위한 방법론보다는 참여자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고,

내고 사라지는 것을 위해,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하

그 안에서 발견된 것들로부터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

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가 한 사회에서 위대하다고 평가받는다면 그것은 훌륭

인가.

한 예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삶을 충만하게 만 드는 좋은 질문들이 예술 과정 안에 훌륭한 교육적 가치를 갖게 할 것이다. 제

그렇게 되기 위한 제도적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예술가가 주도

가 예술강사 교육을 마치면 참여자들께 읽어드리는 글이 있다. 청소년 예술교

하는 예술교육센터에 관심이 많다.

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참여자가 과정을 마치고 강사에게 보낸 편지인데, [아르떼365] 독자들과도 나누고 싶다.

남인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아동청소년극전공 MFA를 졸업하고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상임연출로 활동 중이다. <봉장취>, <가믄장아기>, <재주 많은 다섯 친구>, <소년이 그랬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 어린이청소년연극을 이끌고 있다. 또한, 판소리 <억척가>, <사천가>를 연출하여 한국 전통 음악의 현대적 수용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연극의 교육적 가치, 예술의 힘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고, 최근엔 예술가가 주도하는 예술교육센터를 꿈꾸고 있다.

2013년에 해외 주요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관을 탐방하고 책을 내기도 했다.

선생님 저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

첫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첫날부터 늦어가지고 부랴부랴 달려간 그 날을. 그때 저의 몸은 참 딱딱했었는데. ㅎㅎ

핀란드, 영국, 벨기에, 스웨덴 등지의 예술교육센터들을 견학하면서, 가장 인 상 깊었던 것은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가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기관들은 대부분 관(官) 중심 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활동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각 센터마다 각기 다 른 예술적 목표, 교육적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마다 그 정신과 예술적 감 수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예술가가 주도 하는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민간 영역의 활동이 공적 자원을 토대로 꽃 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 arts como, collectors of moments)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카페더로스트>, <벙어리시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hanmail.net

중략

저는 17년밖에 안 살았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습니다. 사람을 의지하고 믿는 것. 나도 모르던 나만 있는 것이 아닌 ‘너’가 들어 왔어요. 나를 위로해주고 찾아주고 공감해주고 같이 살아가는 건 너의 몸이었어요. 지금이라도 알아서 너무 기뻐요. 이걸 알지 못했더라면 전 어떻게 살아갔을 까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너라는 존재에게 기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도 참

핀란드 아난딸로 아트센터(Annatalo Arts Center)의 경우, 당시 높은 청소

많이 열린 것 같네요.

년 자살률을 방지하기 위해 헬싱키 시에서 초등학생들에게 2시간씩 5번의 수

이렇게 저를 변화시킨 건 몸이었고 춤이었습니다.

영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에 대해, 청소년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중략

예술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찾도록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

저는 지하철 타기 전에 확신했어요. 살아있구나. 감정을 느끼는구나.

과 실천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편, 벨기에의 어린이 예술교육기관인 ABC

저는 살아있어요! 그리고 우리도 살아있어요!

하우스는 접경지에 위치한 벨기에가 끊임없이 갈등과 분열을 겪어왔던 역사적

감사해요. 살아있다는 게!

배경 때문에 예술을 통한 통합, 화해, 평등을 강조하고 있었다. 각 센터마다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질문을 품고 있었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과 공간 운영이 뒤따르고 있었다.

-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청소년예술가 탐색전’에 참가했던 박한별 학생이 이윤정 강사(안무가)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발췌

단순히 물리적으로 예술교육센터를 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 의 동시대적 질문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예술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럼 우리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한다. 관 중심의 문화 행정에서 공간이 규격화되거나 방법론에 매달리는 행태가 반복되 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가들 역시 주어진 체계에 위축되지 않고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공헌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예술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직업적 자존감에 관한 것이다. 예술강사는 예술가로서 성 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직업군으로 인식되거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예술교육자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예술가로서 다른 지 점을 발견했던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고 싶다. 예술가로서의 성공 여부와 비교 해 자신을 판단한다거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 술교육자는 유형·무형의 가치를 현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순간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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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소외계층’을 위한 ‘수 혜’ 같은 예술이 아니라, 삶의 일상적 부분으로서, 우리 인간성의 한 부분을 완 성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예술”을 실현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위가 한창이 던 날, 제41차 아르떼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 참석한 바비칸-길드홀 음악연 극대학(이하 바비칸-길드홀)의 학습·참여부서 총괄디렉터 션 그레고리(Sean Gregory)와 만나 창의적 리더로서의 예술가 교육과 센터-학교 간의 연계에 관 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술센터인 바비칸센터와 교육기관인 런던 시립 길드홀 음악연극대학이 협력해 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사실 공연센터와 교 육기관의 목적이나 우선순위가 달라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 연대의 의미 와 성과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사실 두 기관은 10년 전까지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서도 거의 소통이 없었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고, 협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두 기 관의 행정 관련 부서들이 통합되었다. 가장 중요한 연대는 두 기관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합한 창의학습 부서의 창설(2009년)이다. 세계적 수준의 예술 학교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있는 전문적인 아트센터의 기반을 통합하면 정말 훌륭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출발했다.

전통과 혁신, 예술과 교육은 대립하지 않는다

특히 문화적으로 혜택이 적었던 런던 동부지역(East London)의 가족들이나

션 그레고리 영국 바비칸-길드홀 음악연극대학 학습·참여부 총괄디렉터

나 공연 같은 공공행사이다. 둘째는 소외 지역으로 찾아가는 커뮤니티 참여 영

젊은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했다. 창의학습 부서는 크게 다섯 가지 주요 영역을 설정했다. 우선, 센터 안팎에 서 문화예술의 혜택이 적었던 사람들을 위해 (대개는) 무료로 진행하는 축제 역으로 시민 단체나 젊은이, 가족 등 다양한 그룹과 연계하여 예술 활동에 참 여하도록 한다. 세 번째는 ‘바비칸 박스(Barbican Box)’처럼 학교에 예술가 파견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활동이고, 네 번째는 ‘영 크리에이티브(Young

제환정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강의전담교수

예술센터와 예술학교의 성공적인 연대는 이상적인 아이디어이다. 학교 입장에

Creative)’로 예술이나 문화에 관심 있는 14세에서 25세 젊은이들의 창작활동

서는 예술현장에 기반한 전문성 높은 예술교육이 가능하고, 예술센터는 학교의

을 지원하는 일이다. 예컨대, 시나 영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위한 ‘젊은 시인

교육모델과 커리큘럼을 이용해 보다 폭넓은 대상에게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것

(Young Poet)’, ‘젊은 영화제작자(Young Film Maker)’ 등이다. 예술가를

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상적 모델의 수위만큼 현실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다.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관객으로서 문화

1982년 설립되어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기관인 바비칸센터는 같은 공간에

예술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연관람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는 신진 예

입주한 길드홀 음악연극대학(Guild hall School of Music & Drama)과 연계하

술가(Emerging and Established Artist)들을 위한 개발과 교육지원 프로

여, 10여 년 전부터 이러한 통합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두 기관은

그램이 있다.

각자 운영하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창의학습(creative learning)’ 프로그램으 로 통합해 전문적이고, 다양하며, 교육적인 실험이 가득한 사회적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연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문화예술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던

부서명이 창의학습센터(Creative Learning Center)인데 우리 시대에서 ‘창의’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가족들이다.

혹은 ‘창의적’이라는 단어는 예술가나 과학자를 넘어 모두에게 필요한 마법의 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비칸이 내세우는 ‘경계 없는 예술(arts without

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예술을 변론하는 입장에서 예술(감상 혹은 참여)로 통해

boundaries)’과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당위성의 강조는, 당연하면서

유도된 창의력은 어떻게 다르고 특별한가? 창의성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르

도 매력적이다. 그 철학이 예술가를 기르는 교육기관에서부터 강조되어 전반적

칠 수 있고’, ‘습득 가능한’ 능력인가? 창의성을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간성

인 프로그램의 구석구석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도. 왜냐하면, 여전히 예술기관

의 한 부분으로 보자면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견을 듣고

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중요도나 완성도에서 차

싶다.

별적이고, 특히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관객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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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예술가 교육은 내적인 집중과 전문성교육을 강조해왔기에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처음 접할 때 예술가들은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예 술을 좋아하지만, 예술가를 꿈꾸지 않는(혹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 하려면 어떤 관점과 태도가 필요한가? 모든 예술가가 꼭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 에게 영감을 준다는 면에서 교육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학생들에게는 이 런 활동이 의미 있다는 걸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예술가는 기본적으 로는 기업가의 마인드를 갖는다. 꼭 돈을 번다는 의미보다는 창의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예술가도 결국 기업가 가 되어야 한다. 그런 창의적인 마인드로 모든 영역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해결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차이 실제로 우리가 학부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 로 창의성은 (교육된다기보다는) 환경이나 참여과정을 통해서 포착할 수 있 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 학습은 예술가의 주도하에 이런저런 방법을 쓰면 다른 사람들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식의 고정된 교육방법이 되어 서는 곤란하다. 다만, 예술가는 창의적인 경험을 하는 방법, 혹은 접점에 대해 유도하거나 제시할 수 있다. 그 제시와 재현과정에서 예술가 혹은 참여자가 스 스로 자신의 길, 자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창의성의 발현이라고 본다.

이번 워크숍에서 21세기의 예술가는 예술을 홍보하는 ‘포트폴리오 실행가 (portfolio practitioner)’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할 수 없는 현대 예술의 흐름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내러티브뿐 아니라 예술을 어떻게 감상 하고 참여해야 할지, 작품뿐 아니라 자신들의 관객들을 창조해야 하는 과제를 지 닌다. 길드홀 음악연극대학에서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교육자(혹은 창의 적 리더로서의 예술가)를 양성하는데, 여기서 강조하는 예술가의 리더십은 어 떤 것인지 궁금하다. 예술가를 ‘창의적인 리더(creative leader)’로 교육하기 위 해 어떠한 철학과 방법론이 필요한가? 그리고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는가? 사실, 우리가 30년 넘게 씨름을 해온 어려운 문제다. 우리 부서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은 학생들의 교과과정을 연계하고 통합한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 다. 학생들은 커뮤니티 활동들을 이수해야 하는데, 종종 ‘왜 이것이 내 전공인 기술연마와 관련 있지?’ 하고 불만을 품기도 했고, 이를 시간 낭비라고 보는 교 수진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예술계의 환경이 많이 변화했고 특히 예술가의 고 용 형태 자체가 바뀌면서 학생들도 스스로 다양하게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 지게 되었다. 학생들 중에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접한 예술가의 영향으로 예술 을 선택한 이들도 많아서, 스스로 사회적 환원을 원하기도 한다. 이는 섬세한 균형을 이뤄야 하는 부분으로 행정적으로 무조건 밀어붙여서 되는 것은 아니 다. 예술가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리더로서, 구현자로서, 매개자로서, 교 육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리 더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한다면 대인관계 기술이라든지 의사소통 기술, 공감

가 있겠지만, 갈등이 100% 해결되진 않는다. 갈등이 일정정도 해소되면 그 다음 단계로 끌고 나가야한다. 거기에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집단이 존재할 수 있고,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상황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 변화나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뭔가가 나온다. 단계별로 계속 풀어가야 한다. 이 과정 이 중요하다. 이렇게 가려면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에 급하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대부분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은 시간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 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주민참여, 주민합의, 주민주체로 만들라고 한다. 몇 번 회의 하고 몇 명 참여했다고 주민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조사를 보면,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은 문화예술의 가장 중요한 소비계 층이지만, 최근의 불황과 경기 여파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출을 더 줄일 것이라 고 말한다. 바비칸센터에서는 ‘영 바비칸’이나 ‘프리 비(Free B)’ 등을 통해 젊은 이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없는 예술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성과가 궁금 하다. 그리고 무료 프로그램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도 무료 티켓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똑같은 이유로 별로 효과 를 거두지 못했다. 마케팅부서와 협의해서 이제는 회원제로 운영한다. 무료로 ‘영 바비칸’에 회원 신청을 해야만 한정된 수량의 표를 5~10파운드에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성과가 있었고, 무엇보다 약 3만 명에 달하는 ‘영 바비칸’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우리의 여러 프로그램이나 워크숍 에 참여하며 스스로도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료 프로그램이나 축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람료가 무료라 고 해서 무조건 공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 측면에서는 카페, 상 점, 티셔츠, 레스토랑 등 센터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다각적이고 다양해지 는 것뿐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지금의 젊은 관객들의 세태가 걱 정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는 기획자의 탄력성이 필요하다. 특히 전통적 예술 형태들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추출해서 새롭고 매력적인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젊은 관객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낼 수 있다고 본다.

능력, 경청 능력, 상황에 대한 인지능력 등인데, 예술가들은 이미 이런 기술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적용하는가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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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다이내믹한 상황을 겪으면서, 젊은 이들은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단어로 현재 상황을 지칭한다. 또한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젊은이들을 극장이나 예술, 인문학, 독서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현대 예술은 정의조차 어렵다. 우리가 어떻게 이 시니컬한 세대를 예술의 세계로 좀 더 다가가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들에게 살아있는 예술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 하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살아있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의미 있게 다 가가고 있는지를 자문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은 연령을 뛰어넘 는 글로벌한 문제다. 스마트폰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우리가 어 션 그레고리 (Sean Gregory) 작곡가이자 바비칸-길드홀 음악연극대학 학습·참여부서 총괄 디렉터. 창의학습(creative learning)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지역사회와 바비칸센터, 학교 등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런던박물관 등 런던 주요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하며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런던 안팎의 문화교육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예술가들은 고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다른 인간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근본적인 욕구가 있다는 거다. 사람들은 핸드 폰이나 텔레비전으로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어도 여전히 엄청난 돈을 들여가 면서 농구, 축구 경기를 보러 간다. 예술도 마찬가지의 가능성을 지닌다. 전통 과 혁신, 실제와 테크놀로지, 또 예술과 교육. 이것이 대립 항이 아님에도 우리 는 나누고 고착화된 상태로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우리가 10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문제점은 어른들이 우리 세대에 느꼈던 것처럼 그냥 진화의 과정이라 인정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의 근본적인 특징은 진화의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정수와 핵심을 추출하여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이 자체는 바뀌지는 않을 거 라고 생각한다.

변화하고 완성하는 ‘대항적’ 문화예술교육

마지막으로, 진부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남았다. 이번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서 느낀 점이나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창의성, 창작활동,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타인에게 조금이 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워크숍에서 각자 배운 게 무엇 이 되었든 간에, 이미 하고 있는 활동에 긍정적으로 적용 하길 바란다. 만약 적용 “북아현동은 거대한 주름덩어리다. 고생대지역에 자리 잡아 국토 대부분이 주

하지 않고 있다면 왜 그러한지 한번 자문해보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결국 태도의 문제다. “워크숍에서 들은 내용은 다 좋지만, 내가 적용할 수는 없어.”라고 생각하

제환정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강의전담교수. 국립현대무용단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무용학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을 3년간 진행했다. 춤을 비롯해 춤추는 인간, 그리고 춤이 어떻게 인간사회에게 기여할지에 관심이 있다. jaehj@kncdc.kr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름져있는 우리나라에선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특징일수도 있지만 자연지형을

지 말고 정말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또, 혼자서 할 수 있는

고려하지 않고 토목공사의 태도로 국토를 재단해버리는 풍토에선 주름진 능선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불가능한 것을 파악

이 그대로 살아있는 주거지역은 ‘보호대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하고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중요한 책임감이다.

– 《골목에서 ‘주름’잡기》 프로젝트 기획글(정원철) 중 발췌

한국의 참가자들은 열성적이고 적극적이며 과정을 신뢰하고 위험을 감수한다. 개 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창의성이 부족하

작가로서의 정원철 교수를 떠올리면 아주 선명한 필치로 섬세하게 제작된 인물

다거나 혹은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우리를 초청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목판화 작업을 기억하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마음은 공동체 기반 예술

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창의성의 수준을 보면 매우 의미 있고 진보적이다. 이미 한

작업과 연결되었는데, 미술을 전혀 접한 적이 없었던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이나

국이 갖고 있는 창의성에 대해, 그리고 이루어낸 일들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는 것

시장 상인들의 삶을 나누는 작업에서 그는 사람들의 이웃으로 삶을 엮어내고 새

이 중요하다. 동서양은 이미 발전과 진보의 측면에서 위계가 없다. 평등한 관계에

로운 경험을 창조해 냈다. 다루기 쉽고 편안한 나무를 소재로 사람의 얼굴을 새

서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겨 넣고 주름 파인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던 판화 작품은 이제 함께 나누는 삶의 순간들로 체험되어 자기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길에 들어섰다. 오늘도 수행 형 ‘작업’에 몰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2월 1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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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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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업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다. 교수님의 인물 목판화 작업에 등장하는

이 제목도 동네를 답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마르티즈 강아지를 찾는 광고

사람들은 일상적인 삶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서부터 어머니 모습까지 매우 다

전단을 보고 지었다. 학생들은 뉴타운 개발 계획으로 사라지게 될 골목길의 계

양했다. 이 판화 작업을 통해서 사람에 대한 특별한 애정 같은 것을 볼 수 있었

단을 오르내리면서 오랜 시간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집의 안과 밖

다. 예술세계에 있어서 이토록 사람에 집중하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

이 구분되지 않는 이 독특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동 참하면서 조형적인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유의미한 과정을 만들어 갈 수 있었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 것 같다. 양평의 5대째 종손 가정

다. 도시갤러리 측에서 프로젝트 말미에 성과 측정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의 4형제 대가족에서 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 그 틈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했지만, 공공미술을 통해 지역사회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었

성격적 특성은 무엇이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언

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제부터인가 여러 선택에서 나 자신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 불만이기도 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내가 주체적인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두루 돌아볼 수 정원철 1960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독일 카셀종합대학교에서 조형예술(석사)을 전공했다. 《명사와 동사 사이의 아포리즘》(17717, 서울), 《展示展 혹은 轉市展》(쿤스트독, 서울), 《지독한 노동》(소마미술관, 서울)등 작품 활동과 함께 서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북아현동에서 잃어버린 마르티스를 찾습니다》(2008) 총감독, 통인시장의 발견 프로젝트 《꿈보다 해몽 공작소》(2011) 기획 등 다수의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커뮤니티에 기반한 미술대학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지역을 탐색하고 재생산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2016 아르떼 아카데미 ‘통합예술교육 프로젝트’와 2017 아르떼 아카데미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에 강사로 참여했다.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예술을 전공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판화에 등장하는 노인들의 얼굴 주름을 오래된 골목의 주름과 비교한 전시 서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조각도로 목판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매우 촉 각적인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 이외에도 2011년에는 통인시장

그러다 보니 전시회나 작품 활동에서 이른바 ‘민중미술’ 작가들과 함께 전시하신

에서 《꿈보다 해몽 공작소 프로젝트》, 《시장 조각 설치대회》 등도 운영하셨는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실제 민중미술 소집단 활동도 했었나?

이와 같은 ‘공동체 기반의 예술’ 작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민중미술 소집단 운동이나 협회에서 활동한 적은 없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민

‘이미 있었던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다.

중미술 작가들과 전시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재학시절에 김억, 윤

통인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시장에 걸려 있는 온갖 잡

여걸, 손기환, 이섭, 김진하 등과 함께 ‘나무’라는 목판화모임을 결성했는데, 목

동사니들이 단순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계

판화의 특성과 민중미술의 방향성은 여러 가지 요소가 겹친다. 당시에 나는 사

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윤현옥 선생님이 맡았던 ‘통인시장의 발견 프로젝트’

회정치적인 참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판화 매체가 가지는 미학적인 속성

중 《꿈보다 해몽 공작소 프로젝트》에서 ‘상담사’와 ‘왕진 의사’를 겸한 ‘왕담사’

에 대해서 탐구하는 데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민중미술’이 내게 끼친 영

역할을 했다. 여러 차례 상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발견한 일곱 분의 삶을

향은 매우 컸다. 특히, 내가 대학을 다녔던 70년대 한국미술계는 모노크롬이나

전시회 형식으로 구성해서 《○○○ 개인전》이라고 이름 붙여 매주 새로이 오픈

하이퍼리얼리즘과 같은 경향이 주로 많아서 ‘민중미술’을 통해서 현실을 볼 수

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하던 분들이 나중엔 “내 삶에 이런 부분이 있었나 싶었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독일의 케테

¨the 콜비츠(Ka

Kollwitz) 같은 작가에게

다”는 말씀을 하셨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목판에 주름을 새기며 그 틈에

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판화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매체면서 복제가 가

함축된 이야기를 퍼 올리듯 시장 상인들의 반복된 일상 사이에 묻혀있던 고유

능하다 보니 예술의 공공적 실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한 특성들이 드러나고 교류되기를 바랐다. 시장에서는 다른 역할을 하는 예술 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교수님의 작업이 지역 공동체로 확대되기 시작한 계기가 2008년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북아현동에서 마르티즈 여아를 찾습니다》를 통해서였던

이번에 기획하고 진행하는 2017 아르떼 아카데미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에

것 같다. 어떤 경로로 시작하게 된 건가?

는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어 감각을 깨우 고 새로운 발상을 촉진하는 내용으로 6개 과정이 운영된다고 들었다. 이 프로그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미술대학과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점에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 또한, 문화예술교육자에게

활동하는 것을 인상 깊게 봤다. 그래서 <현장과 미술>이라는 수업을 개설했고,

필요한 역량과 창의적 원동력은 어떻게 충전하고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학교 실기실과 강의실에만 갇혀 있었던 미술대학교 학생들이 지역사회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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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주민들의 삶을 리서치하고 구체적인 ‘공동체 기반의 예술’을 접목해 보는 것

총 6개 과정을 2박 3일 동안 진행하는 워크숍 중 1개 과정을 맡아서 진행하게

을 목표로 했다. 그 수업을 담당하셨던 윤현옥 선생님이 기획한 프로젝트가 ‘서

된다. 올해 준비한 연수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진행해 왔던 통합예술프로젝

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이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트형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다. 실용적인 연수도 물론 필요하

이듬해에 개교 35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골목에서 ‘주름’잡기》를 학교가 나서서

지만, 단발성 강의형 연수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풀어보고자 했다.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대학 주변 등하교 길에서 만나는 아현동 주민

예술강사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이 확립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

들이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있고 그들의 삶이 예술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

술교육에서 예술 행위에 버금가는 보람, 의미, 가치를 찾지 않으면 지속적으

로도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로 열정을 투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예술교육이 예술 행위로서의 의미를 가질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북아현동에서 잃어버린 마르티즈’는 서양으로부터 들어와

수 있게끔 예술가적인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어느덧 우리 삶 가까이에서 반려견이 되어 있는 ‘동시대 예술’을 비유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예술강사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확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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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에 대해서 점검하는 <이름-길-이름>을 진행했고, 여름에는 같은 지역에 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이 만나서 교류하는 <터무늬-터>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올해는 <숨-바람-숨>이라는 주제로 문화 예술을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고민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는 삶의 생존을 위해서 무언가를 씹고, 또 뱉어내고, 삼키고, 버리면서 살 고 있지 않나.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들숨’과 ‘날숨’으로 더욱 본질적이고 삶에 밀착된 예술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 될 것 같다.

아주 흥미로운 기획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정을 설계하시는 것처럼, 예술 활동 역시 인문학적 성찰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우는 문화예술교육은 너무 기능적이고 본질적 성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대학교육의 문제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상상력의 부재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매우 공감한다. 예술가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외부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가 이 비 판의식을 통해 공동체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 예술 행위는 첫째 훌륭한 작품의 완성이고, 둘째는 나 자신의 완성이다. 예술은 사람을 달라지게 만 들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예술가 스스로가 변화될 필요가 있다. 예술강사도 마

몸의 철학으로 도달한 미래의 시간

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예술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 야 하며 작가 자신을 완성시킨다는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해도 그만 안 해 도 그만인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라, ‘대항적인’ 문화예술교육이어야 하고 이 프로 그램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알바로 레스트레포, 마리 프랑스 들뢰방 콜롬비아 몸의학교 교장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1969년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학사)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 예술(석사)을 전공하였다. 안드레아스 쾌프닉 교수의 마이스터슐러(2002)를 거쳐 귀국 후, 영상미디어 작가로 광주비엔날레(2004, 2008),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 공주자연미술비엔날레(2004) 등에 참여하였다. 2006년 광주 의재창작스튜디오 디렉터를 거쳐, 2007년 안산 원곡동에서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를 설립하여 디렉터를 역임했다. 2009년 경기창작센터를 새로 개관하여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2012), 문예지원팀 수석학예사(2014), 북부사무소장(2015) 등의 직책으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kpei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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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교수님은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예술 가이다.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어떤 덕목이 중요하고, 이를 겸비한 예술가를 길러 내기 위한 미술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아가서 동시대 예술이 일반인들에게 갖는 교육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콜롬비아에 ‘몸의학교(El Colegio del Cuerpo)’가 설립된 것은 1997년이다. 한 우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국사회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8년 무렵으로 설립 후 10년이 지난 뒤 였다. 당시 KBS 다큐멘터리, EBS 지식채널을 통해 몸의학교의 철학과 운영방

오늘날 미술대학 교육의 문제는 ‘모든 미술대학생들은 미술시장에서 성공을 목

식이 처음 소개되었고, 실제로 몸의학교 학생들의 공연도 서울과 안산, 부산에

표로 한다’는 합의되지 않는 전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마이

서 이루어졌다. 그 후 베네수엘라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사

클 무어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례와 함께 콜롬비아의 몸의학교는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교육 사례로 전파되었

Next)>를 봤다. 무어 감독은 미국교육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핀란

고, 이 분야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다시 십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몸의학

드로 가서 교사들을 인터뷰했는데, 여기서 미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

교는 그동안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지구 저편에 50년 이상 내전에 시달리고

하려고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에 직

있는 나라가 있다고, 우리의 아이들이 키보드로 모니터 속 적군을 죽일 때, 거리

면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예술이 쥐고 있다. 예술의 본질은 온갖 표준

에서 실제 총탄을 피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다고, 세계에 대한 미천한 상상

화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미술대학 교육은 이러한 예술적 성찰을 집요하게

력을 확장시켜 준 이 학교는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건재한 것일까? 콜롬비아의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럼으로써 동시대 예술이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될

대문호 마르케스가 이야기했던 ‘고독의 시간’을 여전히 겪고 있는 중일까? 아니

것이다.

면,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 ‘미래의 시간’에 도달해 있을까? 평창 아트 드림캠 프와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콜롬비 ´lvaro Restrepo)와 마리 프랑스 들뢰방 아 몸의학교 교장 알바로 레스트레포(A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2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Marie-France Delieuvin)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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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선생님은 2008년 당시 몸의학교를 ‘콜롬비아 미래 세대를 위한 학교’라

평화시대에 대비한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얼마 전 50년간

고 소개했다. 10년, 20년 전 몸의학교 학생들에게 2017년 지금은 바로, 그 당시

내전으로 고통받던 콜롬비아에서 대통령과 게릴라 대표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

바라본 ‘미래의 시간’이다. 이제 성인이 되었을, 당시 몸의학교 학생들은 지금 어

한 협의가 있었다. 평화를 고대하던 콜롬비아가 한 열흘 동안 축제 분위기에 휩

떤 삶을 살고 있나?

싸였다고 들었는데 막상 평화협정 국민투표의 결과는 부결이었다. 콜롬비아 사 회는 평화를 원하지 않았던 것일까? 맥락을 모르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 지난 20년은 우리 모두에게 극적인 시간이었다. 그들은

적인 결과다. 몸의학교 이야기로부터 너무 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

이제 대부분 예술가가 되었다. 자기 삶을 극적으로 바꾸고 자신의 존재 가능성

만, 콜롬비아의 이 역사적인 상황과 몸의학교의 운영도 별개로 사고할 수 없으

을 기적처럼 전환시킨 친구들도 많다. 설립 당시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니 설명을 부탁한다.

알바로 레스트레포(이하 알바로)

었지만, 이제는 콜롬비아라는 불행한 작은 세계에 갇힌 사람들이 아니라 콜롬 비아 밖의 세계를 통찰하는 세계시민이 되었다. 전 세계를 돌며 투어 공연도 하

마리 프랑스 들뢰방(이하 마리 프랑스)

정치적인 과정의 실수가 있었다. 정부와 게릴라 간에

고 국제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몇몇은 이러한 인생의 반전에 힘들

4년간 평화협정을 위한 합의작업이 있었는데, 이 합의의 내용을 먼저 국민투

어하기도 했지만,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표를 통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마친 후에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순서 가 뒤바뀐 정치적 실수가 있었다. 이 속에서 국민들의 무관심이 표출될 수밖에 없었으니 콜롬비아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 나 또한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

10년 전 선생님께서는 ‘우리는 창조자들의 창조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도로 충격적이다.

이제 당당한 예술가가 되었다면, ‘창조자를 창조하는’ 역할을 이미 완수하신 것 이다. 더불어 이들이 미래의 몸의학교 운영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꿈도 이루신 것인가?

현재 한국사회도 중요한 국면에 서 있다.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국민의 요구 를 관철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알바로

이 과정에서 상식과는 다른 이견(異見)과 갈등을 대면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분

이번 워크숍에는 두 명의 무용수, 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티네(Ricardo

명 충격적이기도 하다.

Bustamante Martinez), 요한 구티에레 파딜라(Johan Gutierrez Padilla)와 함께 왔다. 이들이 바로 이제 몸의학교 운영자가 된 과거의 내 학생들이다. 워 크숍에서도 질의응답 시간에 요한이 잠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몸의학교에

알바로

다니며 자기가 배운 것들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이 현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65% 정도가 투표를 안 해서 부결

실이 되어 실제 어린이들을 가르칠 때 너무 큰 만족감과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되었다는 점이다. 전쟁을 원한다고 한 사람들이 이긴 게 아니라 무관심한 사람

요한은 극한적인 콜롬비아의 현실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지금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교육자로서의 만족감이 남다를 것이다. 몸의학교는 요한 처럼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킨 리더, 정치 사회적인 혼돈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뒤바꿔 온 창조자를 위한 학교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년 동안 콜롬비아 사회도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겪어왔다고 알고 있다. 처음 설립하실 때와 지금, 학교를 둘러싼 콜롬비아 사회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 알바로

콜롬비아는 현재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고, 몸의학교도 마찬가지로 새로

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몸의학교는 결국 콜롬비아 사회의 축소판이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학교 설립 당시는 콜롬비아 내전이 극심한 상

콜롬비아의 경우, 충격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들이 투표하지 않아서 생긴 비극적인 드라마 같은 상황이다. 보고타 젊은이들 알바로 레스트레포 ´lvaro Restrepo) (A 몸의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콜롬비아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무용 외 철학, 문학, 음악, 연극 분야 ‘통합신체교육’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81년 콜롬비아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안무를 전공하고 귀국하여 1997년 몸의학교를 설립했다. 생각과 정신을 담고 있는 ‘몸’을 매개로 힘든 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춤추고 생각하는 방법을 통해 몸을 아끼고 타인을 존중하는 학습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 평화의 시대가 온다며 축하하고 거리행진도 하고 그랬지만, 국민 대부분이 무관심한 상태로, ‘평화가 나한테 뭐가 중요해?’, ‘내전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어?’ 이러한 태도로 지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 정치적 불신과 무관심 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의 콜롬 비아다.

이렇게 사회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몸의학교 학생들의 교육환경도 달라졌 을 것이라 예상한다. 학생들이 처한 문제의 본질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알바로

평화협정이라든지 새로운 시대로 가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황이어서 폭력과 가난이라는 환경 자체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이나 조건이 바뀌었다고 볼 수 없고, 여전

가 교육의 핵심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평화시대에 대비해 우리가 하는 작

히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기대하고, 향후 평화정

업이 사회에 어떻게 더욱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예를 들면 청소년을

책이 잘 정비되길 바랄 뿐이다. 태평양 시대에 대비하게 되고, 그동안 내전에

키우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어떻게 가동할 수 있는지, 이러한 프로그램이 다른

쓰였던 국방비 등이 처음으로 교육부문에 투자되고 있는 중이고, 교육에 대해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도록 문화부나 교육부, 대통령실과

국가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협력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고위층과 기득권층의 부패, 사회 불평등 문제 등 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로서는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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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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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것이 아무리 평화시대라 명명

한국 예술교육자들에게 영감을 주신다면? 예술교육자로서 가장 보람 있고 행복했

된다고 할지라도.

었던 경험을 하나만 꼽는다면? 마리 프랑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

너무 많은데.(웃음) 콜롬비아에 처음 와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카

르타헤나 지역 어린이들의 문제를 막 발견하던 때다. 당시 카르타헤나 지역 중 ‘만델라’라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굉장한 폭력 속에

몸의학교 학생들은 여전히 대부분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서 자라나 언제나 경직되어 있던 한 아이를 만났다. 수업을 해도 도무지 풀리

우리의 철학은 변화된 것이 없다. 만약 사회가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다면, 우

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아이에게 다가가 긴장을 풀어주려고 얼굴을 마사지하듯

리 사회가 가진 트라우마나 상처가 치유된다면, 그때부터는 치유보다는 예술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그런데 한 번도 긴장을 풀지 않던 그 아이가 갑자기 눈

본연의 역할, 창조,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않을까 싶다. 즉 지금 콜롬

물을 후두둑 흘렸다. 그때 참 안정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내가

비아에서는 예술의 역할이 사회적 기능, 치료의 기능, 정치적 기능을 많이 요

그 아이에게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어떤 신뢰감을 줬던 것이다. ‘신뢰’라는

구받게 되는데,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예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게 되길 바

것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느꼈다.

란다.

알바로

알바로

마리 프랑스 들뢰방 (Marie-France Delieuvin) 몸의학교 교장. 무용가이자 안무가, 교육자이다. 프랑스 리옹 국립 무용 컨서바토리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91년 프랑스 문화부 Superior Contemporary Dance School of Angers 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몸의학교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및 다수의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많은 어린이들이 한 교실에 앉아있는 사진이

알바로의 이야기에 동의하고 꿈꾸고 소원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우리

다. 이 아이들은 정말 시끄럽게 떠들고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빈민 지역

에게 주었던 상처가 도대체 몇 세대를 지나야 치유될 수 있을까? 지금 세대 역

의 평범한 아이들이다. 그중 이 어린이는 평창 아트드림캠프에도 같이 왔다.

시 여전히 깊은 상처를 입고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더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어린이들이 어느 순간 스스로 가만히 앉아서

라도 몸의학교의 철학은 많이 변화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젠

명상을 하며 그 침묵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나의 모습이 카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조리한 일들이 콜롬비아에도, 우리의 학생들에

라에 잡힌 것이다. 이것이 정말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한 몸이다. 언젠가는 이런

게도, 나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트럼프처럼.

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화제를 바꿔, 한국의 학생들이 처한 몸의 양상은 콜롬비아와는 많이 다르다. 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느낀 인상이나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리 프랑스

에 대해 예술교육자로서의 조언을 듣고 싶다. 이를테면 ‘움직이지 마시오’와 같 이 권력과 지시에 의해 통제받는 ‘수동적인 몸’, 히키코모리처럼 집 밖으로 나오

알바로

려 하지 않는 ‘자폐적인 몸’, SNS나 인터넷과 같은 가상현실에 빠져 ‘움직이지

이었다. 5개 국가가 함께 작업했는데, 국가도, 인종도 다 다르지만, 우리가 똑

않는 몸’, 대지진이나 세월호 참사와 같이 ‘재난에 처한 몸’ 등이다. 이것이 오늘

같이 몸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몸은 다 우주적인 몸이고, 우리가 몸을 통해서

날 현재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몸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감사하다.

선생님들께서는 한국의 학생들이 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고, 이들을

마리 프랑스

가르치는 예술교육자들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제로 찾고 있다는, 열정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가오는

이번 한국 방문에 만족스럽고 다시 한 번 몸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시간

워크숍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정말 무언가에 허기져있고 무언가를 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걱정, 또한 그것을 헤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새로 마리 프랑스

사람의 몸은 어떤 상황에서도 외부적 힘이나 순종으로서 통제되는 것

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의해 컨트롤되어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 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면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몸의 본능조차 억압하는 시스템 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어제 한국 예술교육자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매우 놀랐다. 다수 참가자들이 어릴 때 겪었던, 지금도 겪고 있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그런데 문제 는 그 트라우마를 교육현장에서 계속해서 다시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다. 즉 교육자 스스로가 여전히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극복하지 못한 상 태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 앞에 서려면 우선 자신의 트 라우마를 직시하고, 어느 정도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서 어린이들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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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및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기획실장(1998-2005), 서울예술단 기획PD(2006), 예술경영지원센터 제사업부장(2007-2012)을 역임하며 서울아트마켓(PAMS)및 국제교류 사업을 총괄했다. LIG문화재단 기획실장(2013-2014)으로 LIG아트홀 강남·합정·부산 3개 제작 극장을 운영했고, 현재 창작연극 제작극장인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으로 일하고 있다. yeoniris@gmail.com

운 생각을 대면하는 즐거움 등으로 가득 찬 참가자들을 보면서 매우 감명 깊었 다. 이 예술교육자들은 무언가 낯선 것에 대해 호기심을 지닐 줄 알고, 찾아보 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라고 느꼈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3월 2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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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기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축적된 연구 결과를 실천으로 옮기자’라는 것이다. 테이트미술 관의 러닝부서에서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다량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제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파악하면서 해당 지 식을 적용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전략은 ‘학습을 가시화하자’이다. ‘러닝, 학습’이라는 모토를 테이트미 술관의 교육 프로그램 안에만 녹아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미술관 이라는 공간에서 학습의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들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취지다.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배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말씀해주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도 궁금하다. 러닝부서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먼저, 테이트미술관의 러닝부서에는 학교와교사팀, 해설팀, 디지털교육팀 등 총 7개의 팀이 있다. 팀마다 인원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보통 4명에서 8명 정도 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팀 같은 경우는 인원이 적다. 학생과 교사들이 관람 객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학교와교사팀의 인력이 가장 많다. 해설팀 (interpretation)은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텍스트 혹은 디지털 형태로 제공 하고 있는 팀으로, 항상 러닝부서에 상주하고 있으며 핵심 인력이라고 할 수

‘교육·학습·헌신’ 전문적인 창의학습자의 길

있다. 테이트미술관의 프로그램을 직접 전달하는 분들은 아티스트로, 늘 수많

안나 커틀러(Anna Cutler) 영국 테이트미술관그룹 교육 총괄

지난 5월 24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국제 심포지엄의 발표에서 ‘창의

은 아티스트들에게 의뢰를 드리는 상황이다.

학습 공간’으로서 미술관의 역할과 ‘감각적인 경험’에 대해서 강조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인구변화 등 다양한 미래변화와 이슈들을 고려했을 때, 예술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는 기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황지영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분야 학예연구사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러닝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안나 커틀러(Anna Cutler,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강조하

Director of Learning at Tate)를 만났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심포지엄

는가?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기획자, 강사, 교사가 중점을 두어야 할

과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진행된 양국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

부분이 있다면 말해 달라.

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녀로부터 최근 테이트미술관과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동향, 동시대를 함께 하는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등을 들어봤다.

테이트미술관 러닝부서의 핵심 가치는 신뢰와 존중, 그리고 관대함이다. 거기 에 더하자면 개방성과 호기심 정도가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정신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별도로 지시하지 않아도

영국 테이트미술관은 많은 문화예술교육자가 방문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테이트미술관 러닝부

이기도 하다. 테이트미술관 4개 분관의 교육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데, 최근에 러닝

서의 팀원들은 이미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출발지가 어디인지, 어느

부서에서 중점을 두는 추진방향과 전략을 말해 달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 게 생각하는 점은 7개의 팀마다 접근방식이 다르고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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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최근 테이트미술관 러닝부서의 전략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할 때 특정한 모델이 적합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경향

장기 계획이 끝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크게 3가지의

이 있다. 예를 들자면, 영유아팀과 청소년팀이 프로그램 의뢰를 하는 아티스트

전략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말하겠다.

가 다를 수가 있다는 점을 염두하고 있다. 하지만 청중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

첫 번째 러닝부서의 전략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자’이다. 테이트미술관이라는

리고 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아티스트는 누구일지 파악하는 원칙은 동일한

기관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것 같다. 분야를 불문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일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거다. 이는 전략이라기보다는 교육 분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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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티스트가 본인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하기 때문에 호흡이 잘 안 맞을

끝으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에서부터 테이트미술관까지 영국 문화예술교육

때도 있다. ‘내가 아티스트인가, 교육자인가?’를 놓고 갈등을 하는데, 이 기로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해온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에 섰을 때는 교육적으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뻔한 이야기가

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 달라. 더불어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전

될지 모르지만 그 사이의 균형을 잡기란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예술교육에

문가에게 전할 메시지도 부탁한다.

있어서 ‘타인의 학습과 창의성’에 방점을 찍고 있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예술적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확실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 아티스트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받은 인상은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이 솔직하고 자기반

를 선정할 때도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을 선정하는 것이 중

성을 잘 한다는 것이었다. 영국보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

요하다.

려고 노력하는 점은 굉장히 용기가 있는 행동이다. 흔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만큼 문화예술교육을 제대 로 해보겠다는 마음가짐과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안나 커틀러 (Anna Cutler) 테이트의 학습 책임자. 테이트의 갤러리와 온라인 전반에 걸친 학습 관련 비전, 전략 및 전달 모델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학습이라는 관점으로부터 테이트의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한국은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며 문화정책을 되돌아보는 시기다. 영 국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영국의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 정책 부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영국 교육의 담론을 살펴보면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극과 극으로 나 누어진다. 최근에 들어서는 다시 창의성, 학습 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이 다. 그만큼 세계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때문 에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된다고 인지하는 것 같다. 보통

황지영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분야 학예연구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창립멤버로 교육개발팀장, 창의사업팀장을 역임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미술관교육 분야 강의를 하며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문화예술교육 정책 효과분석, 미술관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useum1104@gmail.com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 같은 경우에는 반성의 시 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뭐든지 ‘빨리빨리’를 추구했던 것 같다. 한국의 문화 예술교육 전문가들만큼은 느긋한 시간을 가지고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두 번 째는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일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그 자리에서 안주해 버린 채 늘 하던 대로만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방향으로 한 발짝만 씩만 나간다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무언가를 다르게 본다’라고 가정하면 예술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이유가 예 술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신하게 풀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창의적인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이제 다시금 생겨나고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있다. 또한 최근 교육과 학습에 관심을 두고, 여기에 헌신하려는 예술가들을 많이 만 날 수 있다. 이들 스스로가 전문적인 창의학습자라는 생각이 든다. 테이트미술 관의 러닝부서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도 해당된다. 본인 스스로 예술 작업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이것을 교육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창의학습자들과 함께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문화예술교육이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을 할 때도 ‘당신은 전문적인 창의학습자입니까?’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훨씬 더 빨리 우리가 원하는 지점으로 갈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최근 영국사회의 동향과 문화예술교육의 움직임을 공유했다. 심포지엄에서도 ‘창의학습자’, ‘창의적 학습의 리더로서 예술가’의 역할과 중요성을 언급했다. 성 공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 ‘예술적인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예술가의 역 할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미술관이야말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을 교육에 투입을 시킬 수 있는 자유로 움이 있다. 영국을 기준으로 보면 학교에서는 제약이 굉장히 많다. 일정, 연간 일정표 등에 따라 규칙이 있는 반면, 미술관에서는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굉 장히 많다. 언젠가 영국에서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이 “용기를 내서 대담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험해라. 이는 미술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얘기 를 해주셨다. 한국도 비슷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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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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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통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디어를 공 유하면서 도전 과제를 해나가고 있다. 예술이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것이고, 서로를 연결해서 이해 하고 각자의 경험을 얘기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 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사람들이 주도권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RSA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꿀 수 있도록 동기와 자신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RSA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RSA는 세 가지 주요 부문(정부 정책 부문, 경제 발전 부문, 창의 학습 부문)으 로 이뤄지며, 그 중에서 창의적 학습 및 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부서에서 담당하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예술교육자와 교사가 다양한 예술교 육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 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책 연구를 한 다음에 현장 실행 가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지원한다. 즉, 정부 정책과 현장 실행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연구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 영국왕립예술협회(RSA) 창의학습 디렉터

최근 주요 관심사를 반영한 RSA의 연구는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예술교육자와 교사의 창의성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예술을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 여부뿐만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실무자들이 어떻 게 변화하는지, 그들이 철저한 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주목 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성공한 경험이나 주관적인 경험만을 토대로 교육하는 것에서 그치

홍유진 정책연구팀 팀장

영국왕립예술협회(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주목한다. 새로

Manufactures and Commerce, 이하 RSA)는 1754년 설립된 영국 학문 간

운 아이디어를 교육에 적용할 때 아이들에게 어떤 실질적 차이가 일어나는지 이

융합 연구기관이다. RSA와 영국문화원 및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7-

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용 이후 교육 방식을 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

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예술-창의교육 분야에 대한 양국 간 이해

각한다. 단지 좋은 것을 막연하게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좋은 방식이 있다면

를 돕기 위해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양국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마

그것이 왜 좋은지 알아내고 어떠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파악함으로써 보다

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뜻깊었던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RSA 창의학습 디렉터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들을 공유하고 활용하게 하고자 한다.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를 만났다. 최근 영국 내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되는 부문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 먼저, RSA 설립 배경과 목표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영국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은 정부 정책에서 먼저 나온 게 아니라, 현장과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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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RSA는 계몽주의 시대이자 산업주의 초기에 설립됐다. 당시 사회 변화가 역동

한 트렌드에서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

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사회 구조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기회나

들이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예술교육과 관련해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 이에 RSA는 20세기의 계몽을 비전으로 삼았고, 사람들

서 창의교육의 관점보다는 예술을 교과에 어떻게 녹여낼 지와 같은 지식 기반

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며 협력적으로 행동하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과학,

의 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경제, 교육, 예술 등의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협회 회원으로 속해 있다. 이들은

영국은 지역별로 교육체계가 차이가 있고,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에

PART 3 인터뷰

99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영국의 교육정책이 영어, 수학, 과학 등 성과를 드러내 는 교과 영역에 집중하면서 예술교과의 시수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 교에 영어, 수학 등의 시험이 생긴 이후 교사들이 예술교육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거나 이전에 예술교육을 중시했던 사립초등학교마저도 이제는 그렇지 않 은 경우가 있다. 전반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감소했는 데 이 때문에 예술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 타나고 있다. RSA도 학교에서의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와 관련 해서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알아내고 이를 공유하려 한다.

마크 론데스버로우 (Mark Londesborough) 영국왕립예술협회(RSA) 창의학습 디렉터. RSA에서 창의적 학습 및 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예술강사와 교사가 어떻게 하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실무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술교육 관련 인력들의 현황은 어떠한가. 영국에는 무용, 연극, 미술, 음악 교사 등의 예술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있 다. 학교 활동을 도와주는 문화 분야의 여러 기관도 있다. 이들이 하는 일 중의 하나로 학교 교과 과정에 기여하는 예술가 또는 예술교육자를 파견하는 활동 을 한다. 단, 예술교육에 대한 연수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의 질을 확인하거나 보장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서는 교사가 아닌 예술교육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들 의 실천방식이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예술교육자가 교육 내용을 스스로 평 가하고 해당 내용을 교사에게 전달함으로써 모두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이

등이 비슷하다. 영국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국가기관

해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

을 설립하여,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예술교육자들의 역량 증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달라.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협력 방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버밍엄(Birmingham)에 있는 10개 초등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국왕립예술협회 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 학교로 드라마를

RSA는 영국 정부와 현장 실천가 모두에게 비판적인 곳이다. 국가기관이 아니

가지고 와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했다. 이와 더불어 초등교사와 예술교육자를

라서 그만큼 더욱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객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으며, 37명의 교사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당 1명 이상의 교사가 참여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년 동

관적인 의견을 주는 파트너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서 RSA 연구 결과 도 활발하게 공유하고 싶다.

안 드라마 기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어떻게 교육할지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

•기관 미션 가장 시급한 사회적 과제의 해결에 필요한 계몽적인 사고와 협력적 행동을 위한 환경의 조성

하도록 하고,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예술가와 함께 실행해보도록 지원한다. 또

•활동 방향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 다양한 기술의 활용, 훌륭한 아이디어의 식별, 시험과 육성, 홍보와 공유

능력 개선에 도움을 주었는지 평가하며, 드라마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

•주요활동 공공 서비스와 지역사회 (Public Services & Communities) 창의학습과 발전 (Creative Learning & Development) 경제, 사업과 제조 (Economy, enterprise & manufacturing)

홍유진 yjhong@arte.or.kr

한, 월별 평가회의를 통해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개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선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1년 과정이 끝날 때는 예술 작업이 아이들의 글쓰기 도 연구한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과 만났는데, 참여 소감이 궁금하다.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과 비슷한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예술강사와 교 사와의 관계, 대중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신뢰, 정부 정책의 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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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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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인의 88%는 자신들이 창의적인 나라에 살고 있다 고 답했고 92%의 인구가 문화적 행사나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87% 는 공공재가 예술과 문화적 활동에 쓰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사회 적 합의를 바탕으로 영국 내에서 스코틀랜드가 어떻게 독자적으로 교육목표를 세 우는지 그들이 보는 창의성과 예술교육의 관계는 어떠한지 궁금했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와 더불어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마련된 한영 라운드테이블에서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창의학습 책임자 인 조안 파르를 만났다.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프로젝트는 미술, 음악, 무용, 연극 같은 순수예술의 영역 이외에도 영상, 게임 등 다양한 창조 산업을 모두 포 함하고 있다. ‘잠재성을 표출하고, 야망을 품으라(Unlocking Potential, Embracing Ambition)’는 10년짜리 장기계획은 예술과 문화의 역할이 미래인재에게 필수적이 라는 공동체의 믿음 위에 서 있다. 다음 세대에게 예술과 문화를 통해 창의적 학습 기회를 높이는 동시에 ‘반응형, 적응형, 지속적’ 학습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프로젝트의 창의적 학습(Creative Learning)의 역할과 의미를 소개해 달라. 특히 스코틀랜드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차별 화된 비전이나 목적이 있는지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 하는 활동과는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하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창의 교육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다른 지역과는 역사적 배경과 철

조안 파르(Joan Parr)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창의학습 책임자

서 모든 정책들을 수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학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우리만의 차별화된 교육제도를 정립할 수 있었다. 스 코틀랜드는 교육과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잉글랜드나 웨일즈와 별도로 독립해 스코틀랜드는 17세기부터 최초로 전원 무상교육을 실시했던 국가 중 하나다. 종교개혁 시기에는 종교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고 산업혁명 시기에는 ‘80%의 노동자와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겸임교수

‘창의성’, ‘창의적 인재의 양성’은 21세기 교육이 지향하는 세계적인 어젠다가 되

20%의 관리자를 만들자’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스코틀랜

었다. 예고된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앞에서 ‘창조적인 혁신가’는 리더의 필수조건

드 교육의 명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대가 되자 이 교육이

이 되었고 ‘창의성’은 더 이상 예술가와 과학자만의 미덕이 아니게 되었다. 경영학

21세기의 학생들을 준비시키기에는 낡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에서는 예술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강조하고 테크놀로지와 산업은 예술의 재현 방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교육의 목적을 고민한 끝에 도출한 것이 4가지의 핵심 역

식을 차용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리포트 <직업의 미

량이었다. 모든 젊은이들이 ①성공적인 학습자가 되고 ②효율적인 기여자가

래>에 따르면, 미래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창의성’ 항목은 최근 10위에서

되고 ③자존감을 갖춘 책임 있는 시민이자 ④자신감 있는 개인이 되도록 교육

3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의 목표를 설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당시 같은 기간의 잉글랜드 교육과는

미래의 변화에 대처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화한다. 다양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는 기초 역량이라고

한 기관과 학교가 참여하는 영국의 ‘창의적 학습(Creative Learning)’ 프로젝트

할 수 있는 읽기와 쓰기, 수학에 더 집중을 했다.

는 예술교육과 예술참여가 다음 세대의 창의력 향상에 결정적이라는 믿음 아래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의 예술참여가 적극적인 학습의 과정이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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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강력하고 의미심장하다. 더 이상 예술이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있으면

1990년대에 이미 ‘성공적인 학습자’를 교육의 목표로 설정한 사실이 흥미롭다.

좋은’ 혹은 ‘구색 맞추기를 위한’ 과목이 아니라 미래인재의 필수 역량을 갖출 수 있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간의 노동과 직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을 뿐더러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확인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파트

다음 세대는 평생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지식을 연결하고 융합하려는 능력을 갖춰

너십을 배우는 필수 영역이라는 사회적 동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닥쳐올 불확실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정된 지

영국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인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Creative Scotland)’

식이나 기술보다 적응력, 학습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영국은 물론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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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창의적 학습이 중요해졌다. 지난 20년간 스코틀랜드 창의교육의 결

틀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실험했는데 실패했다’라는 결과론

과는 어떠했는가. 정말 다른 성향의 인재들이 드러나게 되었는지 또 성공적이었는

적 시각이 아니라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

지 궁금하다.

를 배워간다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결과는 알 수 없다. 또한 그 이전에 어 떤 잣대로 ‘성공’을 평가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어떠한 교과과정이 성

<타임 투 샤인(Time to Shine)>이라는 프로젝트가 내건 ‘예술 및 창의성을 통해

공했느냐 의 여부는 사실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 싶었는가’ 라는 교육의 목표에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라는 가치가 인상적이다. 교육기획자로서 예술 같

따라 달라진다. 학생들의 자격요건이나 스펙을 키우는 데에 중점을 두었는지

은 창의적 활동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나 민주시민으로서의 높은 자질

아니면 평생 학습에 중점을 두었는지에 따라서 말이다. 우리의 이런 철학은 유

을 키우는 데 어떻게 기여한다고 보는가?

럽의 다른 국가에서도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이제는 우리처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교육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은 ‘책임감 있는 시민을 양성하자’를 목표 중 하나로 삼

의 목적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전달이나 습득보다 새로운 것을 개발

고 있다. 기본적으로 예술이라는 것은 자기표현이 핵심이다. 언어가 아니어도

하는 기술 즉 창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창의성과 기존의

춤이나 신체, 시각예술, 연극을 통해서 나의 생각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 때

지식과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로는 굉장히 복잡한 생각들을 표현해낸다. 또한 예술참여를 통해서 공감능력 을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연극을 하면서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공 감능력이 생긴다. 나아가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나보다 더 상황이 나쁘거

그렇다면 예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의성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나 혹은 좋은 사람들은 어떠한 입장일지 생각하면서 시민으로서 더 성숙해지

가?

고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우리가 강조하는 창의적 역량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도전을 계

예술은 창의적인 역량을 이끌어내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속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의식을 키울 것을

개인의 개별적 성장을 자극하며, 동시에 커뮤니티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장려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단순히 공격적 성

다. 물론 예술교육은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과 비교했을 때 그 결과나 과정을 쉽

향을 수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를 잘 돌아

게 측정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예술과 창의력의 연결 관계

보고 이것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

를 명료하게 하고, 예술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일이다. 또한 창의성이

야 한다. 우리는 예술 활동이 이런 비판적 사고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라 부르는 역량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질문해야 하며 교육계와 끊임없는 협업을 통해서 지금 세대가 어떤 역량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탐험’ 해야 한다.

<타임 투 샤인>의 대상이 0세에서 25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학교 안팎의 예술

세계경제포럼(Wolrd Economic Forum)의 보고서를 보면, 2020년을 기준으로

교육’ 하면 보통은 초등에서 고등학교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젊은 세대의 범

미래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열 가지 역량 중 첫 번째가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

위를 0세에서 25세까지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고 두 번째가 비판적 사고력, 세 번째가 창의성으로 정리되어 있다.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사실상 창의성의 한 부분이라고 보아도 무방

이제는 ‘평생 학습’의 시대라는 것을 반영하고 싶었다. 배움에는 전 과정이 중

하다.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열

요하다. 그래서 10대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어야 했다. 물론 평생 학습이라고

린 태도를 갖고 새로운 시선으로 문제를 점검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새

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겠지만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

로운 가능성을 찾아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창의성’의 또 다른 정의다.

하는 즈음인 25세로 설정했다.

창의성(creativity)의 정의를 언급하실 때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을 포함하신

창의적 학습(Creative Learning)에서 다루는 활동들은 ‘예술, 영상, 창조 산업’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예술은 실패를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는 훌

등 활동의 범위가 넓은 것 같다. 창조적 활동은 주로 활동 자체로 목적성을 띄

륭한 리허설이라고 믿는데, 이 실패의 교육적 효용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

기 때문에 좋은 예술가가 좋은 교육자라는 가설은 항상 설립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창의성을 교육의 맥락에서 가르치고 공유하는 예술교육자

실패는 예술의 과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 예술은 마치 과학자처럼 가설과

가 되려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실험을 반복하며 끊임없는 반복학습의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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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은 실패를 권장하지 않았다. 교사가 정답을 가르치고 학생은 그걸 암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 본인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교육의 목표

기하고 정답이 나오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했다. 나는 이제 이런 사고의

를 어디에 두어야 될지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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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교육자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고의 방식과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가진 라운드테이블과 한국 예술교육 현장의 방문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용이든, 조각이든, 악기연주든, 예술

소감을 묻고 싶다. 한국의 예술교육에 대해 외부인으로서 코멘트를 해주신다

가는 학생들에게 예술적인 활동 자체도 가르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

면?

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여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5,000여 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하는 학교 예술강사

해가 있어야 한다. 다른 과목처럼, 문제의 정답을 칠판에 쓰면서 가르치는 방

지원사업이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기회이고, 프로그램 자체

식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로 본다면 잠재력이 굉장히 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관과 학교 주도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영국의 상황과 달리 정부 주도로 예술교육이 적극 적으로 수행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조안 파르 (Joan Parr)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Creative Scotland) 창의학습 책임자.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Creative Scotland)’의 4가지 주제 중 하나인 ‘창의적 학습(Creative Learning)’ 프로그램 책임자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전국 청소년 예술교육 전략 프로젝트로 다음 세대가 예술과 창의력을 통해 번성하도록 향후 10년의 교육적 비전을 제시했으며, 젊은이들에게 음악제작 및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와 범법행위로 인해 생긴 수입금을 청소년들의 예술교육에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교육의 목적과 더불어 미래의 창의적 인재에게는 ‘새로운 겸손함(new modesty)’

덧붙여서 경험상 어떤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통로가 다양해야

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자신 있으면서도 겸손한 양가적인 태도가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과 현장 사이에 다양한 소통 경로가 있으면 좋을 것 같

예술가에게 늘 요구되었던 태도라는 생각도 들어서 흥미로웠다. ‘새로운 겸손함(new modesty)’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 에 대해서 겸손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가 누구이며,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내 환경이 어떠한가에 대한 충분한 인 식이 있으면 공격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이런 ‘조용한 자신감’이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 우리의 경우 <타임 투 샤인>이 국가적인 기획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겸임교수. 템플대학교에서 무용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춤과 춤추는 인간, 그리고 춤이 어떻게 인간사회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jaehj07@gmail.com

데 우리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 다. 한국의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에서도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하고, 그들 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정말 훌륭한 기회를 갖고 있는 만큼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책임감 을 갖길 바란다. 자신이 가진 강점과 잠재력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더 집중 하고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겸손함’을 가졌으면 하는 개인적 열망이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 발전을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 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자신이 유일한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2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해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화예술계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 여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히 갖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며 연대할 필요가 있다. 예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의 발전에 근 본적으로 기여할 수는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발제와 인터뷰 내내 명료함(clarity)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이 흥미롭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양가적이고 모호한 의미와 형태일 때가 많은데 교육의 현장에 서 접근할 때는 최대한 명료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크리에이티 브 스코틀랜드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나 어젠다, 창의성의 의미 등 모든 개념 이 최대한 정의되고 합의된 것, 그러니까 명료성을 갖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명료함이라는 단어처럼 교육에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늘 재확인할 필요 가 있다. 교육정책가로서 협상이나 관계 구축의 과정에서 ‘같은 의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술 분야의 사람들끼리 회의를 할 때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들이 많다. 타 분야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이 분야에 대해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돈, 시간, 에너 지 등 우리가 정확히 어떤 부분의 지원을 원하는지 또 결과는 어떠할지에 대해 서 분명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얘기 를 하면서 이게 뭔지를 정의하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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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반기에 시행되는 프로그램 명칭이 ‘KCP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 이다. 전문가 대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몸을 통한 인식, 소통에 주안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예측한다면? 의도적으로 무용과 출신의 무용교육 담당자를 염두에 두었다. 교육 현장에 투입된 무용가가 마주한, 혹은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취지의 내용과 형식에 중점을 두었다. 대학과 일선 교육 현장은 확연히 다르므로 대학 에서 습득한 것을 그대로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 다. 따라서 이번에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을 수행하면서 창의성에 초점 을 맞추고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전문성을 강조 하여 문화예술교육자들의 경험과 역량을 강화하고 싶었다. 예전에 진흥원에서 1박 2일 15시간 동안 진행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서의 성과와 아쉬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15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라는 차원에서 80시간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구성해 보았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단순한 테크닉 중심에서 벗어나 접촉 즉흥, 알렉 산더 테크닉, 커뮤니티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이러한 선택의 특 별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무용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다

이번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문 무용교육 기간인 1년 과정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하고 깨우치는 프로그램들을 배치했다. 우리의 몸을 새롭게 느끼고 그 힘과 가

구성이다. 프로그램을 잘 살펴보면 10일간 거의 매일 아침에 ‘몸 열기’ 수업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매일 오전 수업에는 먼저 자신의 몸을 인지 치를 찾아보는 철학적 측면에서 무용교육을 생각해보았다. 다음으로 최근 10년간 집중한 즉흥무용을 통해 일종의 ‘자기 알기, 타인과 소통 하기’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상대방의 몸과 접촉하여 그 무게를 서로 나누고,

박성혜 무용평론가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무용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녀의 대

보여주는 방식을 추구하면서 혼자가 아닌 공동체 속에서 상호 교감하는 ‘접촉

표작 <우물가의 여인들>이나 <빨래>와 같은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한국 여성성에

즉흥’ 방식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 물음과 특유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토속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한

마지막으로 교육 대상자가 때에 따라서 공연의 주체로 혹은 관객으로 참여하

국적 현대무용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러한 그녀를 교육자로 다시 만났다. 한국문

는 ‘쇼케이스’ 방식을 통해 공연 예술로서의 무용 공연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초·중·고등학생 대상 우수 문화예

도모하고자 한다. 이번 무용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감이 부족한 현대사회를

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둔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가 ‘소통하는 인간’임을 느껴보자는 취지도 담았다.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술교육자 및 전문가들의 재교육 프 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제도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예술교육은 어떠해 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예술교육자라면 응당 고민했을 솔직한

몸 혹은 신체 활동을 통한 다양한 교육적 성과는 언제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야기 또한 궁금했다.

왔다. 그렇다면 다양한 체험 자체보다 창의적이고도 신선한 교육 방법론 개발

사실 예술교육을 통해 ‘정말 예술가가 육성되는가?’라는 논제에서부터 최근 새롭

및 제안 프로그램이 연수생들에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점에 대해서

게 대두되고 있는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多衆)의 창조성에 관한 문제, 그리고 랑

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서 언급한 자율적 학습과 새로운 교사의 역할까지……. 예술교육 전반에 걸쳐 변화하는 패러다임에서 가능성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도 개

단순한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고 자존감을 끌어내

인적인 작은 소망이 작동한 것 같다. 이제는 창의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어 타인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예술교육을 통해 행복을 경

교육 방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번 인터뷰의 주요 동기가 되었음을

험하게 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참여자들은 원론적으로 무용의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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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하는 매체를 활용하 여 여러 도구를 알아가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강습 과정에서 때로는 상황에 맞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 고 진행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집중하여 자신을 더 알아가면서 나만 의 춤을 추는 것이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을 위한 춤이 될 것이다. 스스로 택한 최선의 몸가짐은 마음가짐과 연결되며, 그 과정을 통하여 온전한 본인이 되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2일 정도 프로그램으로는 부족하기에 이번처럼 10일 이상의 긴 프로그 램에서 시도하게 되었다.

그동안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무용교육의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무용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내 무용교육은 초·중·고 과정인 일반 교육과정이 아니라 전문 교육과정인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일반인보다는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교육이 중

마지막으로 예술교육의 과제와 기대되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겠

심이었기 때문에 그간 ‘전문가 양산’에만 치중되어 그야말로 무용수를 집중적

는가?

으로 양성하는 교육에 한정돼 있었다. 덕분에 예술가의 입장은 강해졌지만, 초·중·고 과정에서 무용교육이 소홀해진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춤이나 교육의 시작은 ‘모방하기’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수직

예술교육 전문가 양성도 미진했다. 일반 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적 관계로서의 교육 방법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술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스스로 하기’이다. 시작은 모방이지만 마지막은 자율적 창의성의 발로이다.

인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새로운 역할과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사 풀(Pool)’ 조성과 그 교육을 맡는 예술교육자들의 필요성을 깨달아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에 준비한 KCP 프로그램도 이에 대한 대안이자 각성의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 로 생각한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과 조건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술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라 생각하 는가? 예술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술교육 정책이 적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발레를 전공했지만 글쓰기가 좋아 무용 전문잡지 <몸>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이후로도 무용에 관한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무용 공연에 관한 전반적 글쓰기에 노력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교육&리서치 상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몸> 지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저서로는 <사라지지 않는 예술, 무용이론을 말하다>(공저), <컨템포러리댄스 속의 인문학>(공저) 등이 있다. gissell@naver.com

그 안에서 스스로 나를 알아가고 자신이 꿈꾸었던 것을 몸으로 표현하다 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가령 ‘타자화(他者化)’라고 불리는 ‘타인의 몸을 통해 나를 보기’를 수행해 본다 고 하자. 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이성 중심의 세계에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 로 옮겨질 수 있다. 예술 행위 속에서 수반되는 실패의 경험 역시 소중하다. 무 언가를 시도해 보고 분석하고 응용하고 그리고 다시 모색해 보는 태도와 그 안 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이 주요한 교육적 자산이 될 것이다. 모두가 전문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예술교육을 통해 개개인 속에 있는 창의성을 발휘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양한 전인 교육과 학생과 선생이 동시에 성장하는 새로운 교육적 제안이 가능하다는 점이 앞으로 무용 예술 교육의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다.

무용교육이 창의성을 유도하는 적합한 도구로 일반 초·중등 교과 과정에 도입 되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불우한 세대다. 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돌보면서 그 몸과 일치되는 마음을 체험한다면 아이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의 삶은 진실로 아이다워질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교사가 예술교육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질적으로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용교육은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도 예외 가 아니다. 무용교육이 더 이상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타인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더하여, 교사들과 학교장의 예술교육에 대한 지원과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교육 에 대한 인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입시공부에 찌든 아이가 잠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거부하는 부모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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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Instruction·OSPI), 시애틀어린이극장(Seattle Children’s Theatre)이 프로그램의 협력기관이다. 이 세 기관은 예산 구성이나 운영에서의 협력뿐만 아니 라 예술교육의 가치를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에게 설득하고 학교와의 협력 방법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 구성에서도 긴밀하게 협 력하고 있다. 협력기관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스스로가 표방하는 예술교육에 대한 가치와 철 학을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활동이 궁금해졌다. 제한된 시간에 도저히 소 화하지 못할 길고 긴 질문지를 앞에 두고 시작된 인터뷰는 결국 준비한 질문의 반 도 하지 못한 채 마쳐야 했지만, 하나의 질문이 던져지면 네 사람의 조금씩 다른 견해들이 덧붙여지면서 TAT Lab은 물론 그녀들만의 단단한 파트너십까지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분야와 기관 그리고 나이는 다르지만 제 각각의 강 한 개성을 가진, 마치 우애 넘치는 자매들 같았던 캐런 샤프(Karen Sharp, 이하 캐런) 시애틀어린이극장 매니징 디렉터, 리사 자렛(Lisa Jaret, 이하 리사) 워싱 턴주 예술위원회 아츠 에드 프로그램 매니저, 케이티 불존(Kayti Bouljon, 이하 케이티)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강사, 티나 라파둘라(Tina LaPadula, 이하 티나) 연극 예술강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차이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만드는 ‘파트너십’

예술은 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 캐런 샤프, 리사 자렛, 케이티 불존, 티나 라파둘라 TAT Lab 프로그램 교육강사

TAT Lab은 예술교육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다. 이 프로 그램은 언제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체계가 만들어졌는지,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리사

워싱턴 TAT Lab은 지난 2011년에 시작되었다. 댄버공연예술센터, 워싱턴

D.C. 셰익스피어연극컴퍼니, 시애틀레퍼토리극장의 교육 담당자들이 예술교육 자 역량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2006년부 터 2009년까지 세 극장의 협력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은 연극뿐만 아니라, 다 양한 예술 분야가 함께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례(참고할 수 있는 모델)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

김소연 연극평론가

2017년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 전문가 연계 연

으로 참여하고 시도를 거듭하면서 본인들이 스스로 어떻게 하면 예술교육을

수 프로그램 ‘티칭 아티스트 트레이닝 랩’(Teaching Artist Training Lab, 이하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터득해 갈 수 있는 점이 좋았다는 반응을 들을

TAT Lab)이 한라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었다.

수 있었고, 이후 여러 가지 경험들이 쌓이면서 프로그램 확장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번 연수는 참가자를 달리하여 1차, 2차에 걸쳐 각각 3일간의 워크숍으로 진행되

이전에 이틀 동안 집중 워크숍으로 진행되던 방식에서 연수기간과 참여자 간

었지만, 본래 TAT Lab의 전체 프로그램은 8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만나는 횟수를 늘리며, 공교육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 등을 프로그램

총 3회의 집중적인 워크숍과 더불어 워크숍과 워크숍 사이에는 전화 상담, 개별 학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에서는 형성 평가 시스템에 주

습계획 수립(과제 수행), 현장실습 등의 그룹 활동이 진행된다. 이는 단기간 집중적

목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렇게 아주 작은 모델에서 점점 프로그램

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예술강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달리 TAT Lab 만의 차

을 확장하여 구성하다보니 예산의 한계가 발생했다. 국립예술기금*에 펀딩 요

별화된 특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구성은 예술강사 스스로 자신의 활동을 진단

청을 했고, 다행히 지원을 받게 되었다. 지난 2011년, 2012년 두 해에 걸쳐서

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위한 시간을 충분

현재와 같은 8개월 프로그램으로 유치원부터 공교육(초·중·고등학교)을 타깃

히 갖기 위해서다. 예술강사들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TAT Lab의 고민이 느껴지

으로 하는 TAT Lab을 운영하게 되었다.

는 지점이다. TAT Lab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에는 세 개의 협력기관이 참여하 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주 예술위원회(Washington State Arts Commission), 워싱턴주 공립 교육감실(Washington State Office of Superintendent of

*미국 국립예술기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1965년 미국 국회 의회에 의해 설립된 독립연방기관이다. 주요 활동으로는 예술작품을 제작하거나 보존하는데 도움을 주는 ‘우수 예술작품 지원사업(Art Works)’, 소외계층과 지역을 위한 지원 프로젝트 ‘챌린지 아메리카 패스트 트랙(Challenge America Fast-Track)’, 시민의 예술참여를 위한 공간 조성지원 프로젝트 ‘아워타운(Our Town-Creative Place making)’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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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프로그램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TAT Lab은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 약점과

강점이 있다. 장점부터 말하면, 서로 다른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하 기 때문에 각자의 철학, 접근법이 만나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티나

는 것이다. 어려운 점은 서로 다른 지역, 다른 기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시

는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없는지 등을 살핀다. TAT Lab은 집단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확인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

간의 제약이 있다. 그래서 역량 있는 적합한 구성원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

과정이기 때문에 본인도 배우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

하다. TAT Lab의 구성원 각자의 장점과 특기, 열정과 철학이 프로그램의 성패

다. 진지하게 예술교육자로서 목표를 세웠는지,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고 정확하

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일하던 담당자가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

게 말할 수 있는 목적과 방향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면 어떤 사람이 새롭게 합류할지 함께 의논하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캐런

지난 2011년 TAT Lab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때, 시애틀어린이극장이 홈그

예술가든 교육자든 과정을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

라운드 혹은 주관기관 근거지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기관이 협력할 때 캐런 샤프 (Karen Sharp) 시애틀어린이극장 매니징 디렉터. 드폴대학교 굿맨연극학교를 졸업한 후 1999년 시애틀어린이극장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2000년 시애틀어린이극장 직원으로 합류하여 현재 행정, 관리, 운영, 예산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애틀대 예술리더십 프로그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워싱턴대, 서워싱턴대, 드폴대, 샌디에고주립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내고 있다.

에 각 기관들의 파트너십만큼이나 주관기간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예술가가 교육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문화예술교육의 철학, 가치,

잘 잡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 등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예술교육자로서 성장할 수 있 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가치와 지향점 TAT Lab에는 많은 이들이 참여를 원한다고 들었다. 어떠한 기준으로 참여자들을

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TAT Lab은 ‘효과적인 학습 방법’, ‘효과적인 학습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었는데, 한국과 워싱턴의 환경이나, 참가자들이 인식하는 문제나 해결방식

캐런

에 차이가 있나?

프로그램의 효율성,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참가자 선택부터 굉장히 고심한

다. 참여 희망 예술교육자로부터 받은 신청서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 후에, 그 결과에 따라 참가자를 선별하게 된다.

케이티

수업은 지루한데, 학생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책을 보거나 항상 정답을 말

선별 기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로는 예술교육자로

해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워싱턴과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직

서의 경력을 본다. 경험이 있어야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공

면하고 있는 학습 환경과 관련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실제 프로그램을 진

유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신청자가 기술한 내용

행할 때, 학생들이 이러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워밍업 시간을 충분히

을 살펴본다. ‘어떠한 계기로 TAT Lab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향후 예술

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종종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

교육자로서 어떻게 성장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가?’, ‘예술교육자로서 효과적

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도 한국과 워싱턴의 예술교육자가

인 사례나 경험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보는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점 중에 하나이다.

데, 예술교육자로서의 철학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력서도 중요하다. 예술가

캐런

로서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교육자로서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있다고 하는데, 워싱턴에서도 왕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한국의 학생들이

리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신청자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다. 그리고 샘플로 교 육 계획서를 하나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검토하 면서 이 사람이 TAT Lab에 잘 적응할 사람일지를 확인한다. 더불어 다양한 인종, 지역, 예술 분야의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평가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진행된다. 사람마다 학습의 도달점은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상태에서 시작하고, 다른 지점에서 끝난다. 학습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완성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 되는 것이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상되었는지’, 또는 ‘성 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워싱턴이 유사한 상황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한국 교실에 ‘왕따’가

‘평가(점수)’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술 분 케이티 불존 (Kayti Bouljon)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강사. 워싱턴대학교에서 무용, 공공보건학을 전공했다. 2004년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에 입단한 뒤 2007년부터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커뮤니티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시애틀대학, 워싱턴 대학에서 통합예술 강의 및 교사, 예술강사 대상 워크숍 강의를 하고 있다.

야를 등한시하는 부분도 한국과 워싱턴의 상황이 비슷하다. 티나

누구나 예술을 형평성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예술교육은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관계된 것으로 이해되는데,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유명한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될 사람들에게만 예술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 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이다.

Lab은 실험실이다. TAT Lab은 예술교육자들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하

TAT Lab은 ‘형성 평가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을 강조한다.

고자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경력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

학습법과 교수법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는 평가, 무엇이 얼마만큼 향

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강사로부터의 배움만이

상되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성장’, ‘향상’을 드러내

아니라 동료들로부터도 배움을 얻게 된다. 또 다양한 경험의 참여자들이 함께

는 것은 교육자를 위해서인가 피교육자(학생)를 위해서인가.

케이티

하면서 참여자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진다. 케이티

학생과 교육자 둘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항상 그날 교육할 내

용에 대해서 목표를 세우게 된다. 예를 들어서 3가지 목표를 세우면, 이것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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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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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에서의 예술교육의 중요성

났으니 그다음으로 넘어가자가 아니라, 한 가지 목표에 대해 학생들을 살펴보 고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지 본인이 스스로 점검하는 것 이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자신의 수준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학생과 교육자

TAT Lab은 공교육에서의 예술교육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파트너로 워싱턴주

둘 모두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공립교육감실이 참여하는 것 같다. 이처럼 학교 예술교육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학교 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예술교육의 이념, 방법론, 프로그램에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형성 평가’는 학생과 교육자가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평가설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루어지나.

리사

철학적인 부분 때문이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예술교육의 철학은 ‘모든

학생이 예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그러한 기회 평가의 툴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진행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리스트를 활

가 주어져야 한다. 여러 연구는 예술교육이 학생들의 사회성 향상이나 학습 발

용할 수도 있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메모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일기처럼 매일

달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유한 계층의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

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형성 평가 기준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중시하

해서도 예술교육을 할 수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공교육이 아

는 학습법이다. 수업에서 학생이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면, 그 지식과 기

니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예술교

술을 습득하는 과정에 대해 초점을 두고 형성 평가 기준을 만든다.

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리사

리사 자렛 (Lisa Jaret) 워싱턴주 예술위원회 아츠 에드 프로그램 매니저.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에서 인문학을 전공, 시애틀대학에서 비영리 리더십 석사를 취득했다. 20년 이상 예술교육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 1992~2005년 시애틀 어린이 극장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로 지냈다. 전미주예술진흥원연합회 예술교육자문단을 지내기도 했다.

케이티

TAT Lab에서는 다양한 샘플을 제공하고 교육자는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케이티

적절한 방식을 선택한다.

워싱턴주에서는 예술을 ‘기본교육’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교육과정 내

에 일정한 수준의 예술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교육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따

더불어 교육자는 결과물에 치중하기보다는 과정을 밟아 나가면서 의식적

라서 공교육 커리큘럼에서 만들어진 목표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프

으로 단계마다 학생들이 배워야할 기술과 지식을 잘 습득할 수 있는 과정을 살

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에, TAT Lab은 예술교육자들에게 학교에 대한 이해를

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직접 체크포인트를 개

높일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예술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공유하고, 공

발하기도 한다.

교육에 대한 기대효과를 높이려 한다.

교육자 자신에 대해서든 학생에 대해서든 평가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워크숍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리사

워크숍 참여자들에 대한 인상, 또 한국의 예술교육자들에 대한 조언도 부탁한다. 리사

예술교육자는 교육자이자 예술가이다. 예술가나, 교육자나 모두 과정에 대

한 주시와 관찰이 중요하다. 예술가들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작업을 잘하고 있

캐런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참여자들이 100% 집중해서 참여하는 적극적인 모습

나?’, ‘방법을 좀 바꿔볼까?’ 하고 스스로 자신의 과정을 점검한다. 교육자 역시

이었다. 참여자들의 역량 또한 높았다. 또한 그들이 한국의 예술교육자로서 현

마찬가지다. 교육자로서 관찰자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잘 따라오고 있는지 관찰하고 주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술과 교육에서 항

케이티

상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형성 평가로 좀 더 체계화한 것이다.

모두 열정적이었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워크숍

연수 참여자들의 TAT Lab에 대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참여자들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었다. 참가자들 간의 협력적인 태도 도 인상적이었다. 관찰이라고 설명하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TAT Lab은 그것을 좀 더 객관

티나

화시킨 것 같다. 그냥 습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의식적으로 그러한

는 자리였다. 비슷한 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고, 그것을 통해 서로 비교하고 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그러한 의식적 노력이 학생들에 대해 더 주의 깊은 관찰로 이어질 것 같다. 티나 라파둘라 (Tina Lapadula) 연극예술강사. 전 예술 강사연합회 의장으로 시애틀 예술강사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20년 이상 연극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American for the Arts>, <Teaching Artist Journal>, <The National Guild for Community Arts Education> 등에 기고 및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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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형성 평가를 진행할 때, 교육자들이 주저하는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수업

의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수업 자체가 예술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끊어 짐 없이 잘 흘러가야 하는데, 맥이 끊긴다고 말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동족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교육자이자 예술가로서 유대감을 확인하

울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좋은 시간이었다. 리사

참여자들과 신뢰가 잘 구축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공동 작업 등이 순조롭

게 진행될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던 그러한 시간이었다. 이틀 하고도 반 정도가 지나서 과정이 끝났는 데, 다 함께 사진도 찍고 연락처도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연락하자고 하는 것 을 보니, 이번 과정이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방법을 도입하고 나서, 교육자로서의 일의 효율성도 더 높아지고, 학생들 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성 평가가 추가 업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수업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작곡 수업을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1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한다면, 학생들의 작품을 공유하면서 평가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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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전문교육기관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를 포함해 여러 기관과 공간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논다’는 표현이 맞을 법한 자유분방하고 실 험적인 수업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 육진흥원)에서 명예교사로 그를 초대해 미디어 아트를 주제로 <특별한 하루> 프로 그램의 진행을 부탁한 것도 이런 활동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미디어를 소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사업에서 명예교사가 되어 수업을 진행한 것 으로 아는데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지난 시간에는 아이패드로 각자 그림을 그리고 그 결과물을 프로젝터로 투사 한 다음 스케치를 더하는 식으로 수업을 했다. 여러 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 공동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론이나 기법을 소개하거나 몇몇 디자인 스튜디오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놀이도 하고 실험도 하면서 재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쪽을 선호한다. 호기심을 보이며 집중하다가도 전문 용어 나 기술을 언급하는 순간 수업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런 얘기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11월에 대형 강연이 있는데 무 토 멤버들 일정만 맞으면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 동시대 미디어 아트나 예술의 현장을 한층 신나는 분위기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간

미디어 아트의 주인공은 기술이 아닌 사람

참여자들이 수업을 지루해하다가도 빅뱅이나 지드래곤과 함께했다는 이야기 가 나오면 갑자기 눈이 반짝이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직접 연주를 들려주며 미디어 아트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한층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파펑크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술, 미디어, 밴드 활동까지 굉장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토(MUTO)를 결성하게 된 계기, 추구하는 음악 세계는 무엇인가.

정성갑 작가

최근 전시 관련 뉴스나 문화 이벤트 관련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빈번하게 듣게 되는

무토(MUTO)는 한자로 ‘광활한 대지’를 뜻한다. 거문고 연주자인 박우재, 밴

용어가 미디어 아트다.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 생경한 동시대 미술을 그래

드 이디오테잎의 프로듀서인 신범호, 그래픽 디자이너 홍찬혁과 함께하는 프

픽 작업물은 물론 프로젝트 그룹 활동 등을 통해 구체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이다.

로젝트 그룹이다. 따로따로 알고 지낸 친구들로 평소 음악적 교류가 없다가 우

음악과 영상, 비쥬얼과 사운드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새롭고 역동적인 형상이 그

연한 기회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합주를 했는데 에너지가 굉장했다. 그 기운을

의 주요 작업 대상이다. 디자인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40대 이상의 남녀라면 그를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나누고 발전시키고 싶었다. 음악 세계는 일종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여행자’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5년 출간한 <언더그라

‘삼합’ 같은 거다. 거문고와 신디사이저 그리고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거칠고 폭

운드 여행기>와 2007년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박훈규라는 청춘을 세상에 알

발적인 소리와 비주얼을 만들어 낸다. 첫 선율만 들어도 ‘아방가르드’한 느낌이

린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책이 아닌 길에서 채집한 이야기에는 생기와 활력이 넘

물씬 난다. 악기와 주법도 남다르다. 신디사이저만 해도 전 세계에서 공수한

쳤고 차분한 글 솜씨와 개성 넘치는 그림 실력은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기존 악기와는 무척 다른 소리를 낸다. 대중적

한국에 돌아와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VJ와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인 음악은 아니지만, 작곡가이자 국립관현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원일 선생

반경을 넓힌다. 음악계에서 그는 비쥬얼과 사운드를 결합한 아티스트 그룹 뷰직

님이나 시각디자이너이자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교장인 안상수 선생님 같은

(ViewZic)의 설립자이자 VJ 파펑크(Parpunk)로 더 유명하다. 에픽하이부터 지

분들이 호평해 주셔서 힘을 내고 있다.

드래곤과 빅뱅까지 수많은 가수의 콘서트장에는 그가 만든 실험적이고 혁신적 인 영상이 나온다. 무토(MUTO)라는 밴드의 일원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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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거문고 선율과 전자음악이 파격적으로 맞물리고

SADI를 포함해 오래전부터 기술과 음악, 비주얼과 사운드를 주제로 예술교육을

무대 뒤편의 스크린으로는 기하학적인 영상이 흐르는 무대. 새로운 기술과 매체

해왔다. 이번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을 통해 꼭 나누고 싶

를 빠르고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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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를 포함해 새로운 예술의 주인공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사람이

새로운 미디어와 기법을 늘 빠르게 익히는 것 같다. 예전부터 ‘얼리 어답터’였는

주인공이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혁신적 기술과 프로그램을 대거 보유하고

지 궁금하다.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만드는 이의 감 성이나, 생각이 중요하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로 색다른 창작물을 선보이려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드론도 산 지 꽤 됐는데 포장도 안 뜯고 갖고 있다가 자연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경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최근에야 ‘개시’를 했다. 비주얼이나 디자인과 관련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책을

된 일을 하려면 모두가 얼리 어답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건

내고, 여행을 떠나고, 그림을 그리고, 밴드 활동을 하고, 계속해서 뭔가 새로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매킨토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미디어의

운 일을 도모하는 건 무엇보다도 그런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발

속성이나 프로그램을 이해한 것이 지금껏 큰 힘이 되고 있다. 포토샵이나 일러

적으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또 다른 프로젝트

스트 매뉴얼이 채 20페이지도 안 되던 시절이었다.

가 생겨난다. 최근에도 2,000만 원을 들여 친구들과 공연을 했다. 이런저런 프 박훈규 문화예술 명예교사·그래픽디자이너.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과 하고 싶은 것은 일단 시작하고 보는 배포를 동력 삼아 그래픽 아트는 물론 미디어 아트와 비쥬얼 영상, 맵핑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음악과 디제잉, 브이제잉 세미나도 병행한다. 2005년과 2007년 선보인 여행서적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와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로젝트를 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음악 활동에 투자하는 거다. 아내도 우리 밴 드를 너무 좋아해 전혀 불평하지 않으니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측면도 있

미디어 아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미디어 아트의 핵심을 어떻게 생각하

다. 그렇다고 내가 남다른 예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

는지 궁금하다.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인간이 중심이 돼 기술과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다. 여러 테크닉과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려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비주얼로 구 여행은 여전히 박훈규식 라이프스타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

현하는 거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미디어 아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다. 기술은 일부일 뿐 결코 전부가 아니다.

여행책을 두 권 냈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그 시절의 여행은 사실 ‘생존 기’였다. 내 인생의 화두를 찾아 떠난 것이었고 해외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수중 마지막으로 진부하지만 박훈규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에 돈이 없을 때가 많아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중요했다. 최근 무토 공연차 아르헨티나에 다녀왔다. 아마존에도 가고 빙하도 봤는데 그런 원시의 대자연 을 경험하고 나니 그야말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아름답다,

내가 하는 교육은 무조건 다같이 소통하게끔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혼자서 잘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미적 기준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미술관이나 호텔, 정

해서 뽐내서 사진찍고 내세우는 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해서 자신의 작업과 다

원처럼 잘 정돈되고 디자인도 훌륭한 곳을 가치 있게 생각했는데 날 것 그대로

른 사람의 작업이 한 화면에 잘 어울리게 만들게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공

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곳이 새삼 경이롭게 와닿았다. 생각을 바꾼다는 측면에 서 여행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교육의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 해달라.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뛰어난데 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 츠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설사 그런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유

정성갑 매일경제 문화주간지 <시티라이프>, 여행&라이프스타일 잡지 <도베>를 거쳐 2008년부터 <럭셔리> 피처 디렉터, <럭셔리M>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TV, 라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문 분야인 아트와 디자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공사에서 출간한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 한국판 필자로도 참여했다. a53119@design.co.kr

간에서 같이 만나 새로운 작업을 함께 하는 의미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참여자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림을 그린다거나 서점에 가 서 책을 보면서 일상의 일들을 잊어버린다거나, 공원을 걷는 등 현대 사회에서 는 이러한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여유를 갖고 재 미있게, 자신이 쓰지 않은 뇌를 이용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가 단순히 테크닉으로 활용되기보다는, 미디어를 활용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행 동으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하는 무대나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안타깝다. 이런 공공의 장이 없는 데다 최근에는 모두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보니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누는 걸 불 편해하는 사람도 많다. 컴퓨터 앞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면 ‘제대로 소통이 되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1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고 있나?’ 의아할 때가 있다. 수강생도 컴퓨터만 바라볼 뿐 제 존재를 크게 신 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교실’에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극소수이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짐짓 충격적이었다. 약 7년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커리큘럼이나 수업 진행 방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스럽다. 활발하게 대화하고, 결과물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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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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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어른들은 본인들의 기준을 세우고, 아이들이 할 수 없게 막는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이 크게 나쁜 행동이 아닌데 왜 하지 말 라고 하는 것인지, 납득되지 않으면 ‘왜?’ 라고 되물어 보았다. 그것 때문에 많 이 혼나기도 했다. 그리고 명언이나 속담을 보면서, ‘왜 그럴까? 진짜일까?’라 는 생각을 많이 하고, 무언가에 대해 음모론을 던지기도 하면서 질문을 무분 별하게 던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오히려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내가 왜?’, ‘왜 이게 안 된다고 생각했지?’, ‘왜 이러 지?’ 라면서 끊임없이 질문 했던 것 같다.

Let’s get it! 김설진 안무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요즘의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김설진 안무가의 경험을 덧대어 전달해주었으면 한다. 먼저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아이들이 정말 꿈 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이유가 근사하지 않아서, 이야기하지 못

대중들에게 춤의 신, ‘갓설진’으로 불리는 김설진 안무가. 그는 학창시절 춤이 너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하지 않으면 어떤가. 사람이 어떻게 살면서 한없

좋아 친구들과 모여 모든 곳을 무대 삼아 춤을 추었고, 그것이 곧 꿈이 되었다. 근

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나쁜 짓도 하고, 때로는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힘들

사하고 훌륭한 것을 해내지 않아도 나를 찾는 과정과 시도가 진짜 공부임을 말해

기도 할 것이다. 다만, 그것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

주고 싶다는 그는,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을 통해

에, 청소년 시기에 중요한 것은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모교인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과 만났다. 무엇이든 잘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기준

다.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 생각

을 탈피하여, 자신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일이 청소년 시기에 선행되어

할 시간을 준다면, ‘왕따’ 같은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무엇이

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김설진 안무가. 그가 춤을 통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자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신을 관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또한 억압되고 제한되 었던 주변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생각을 펼치기 위한 춤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전달했을지 들어보자.

평소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공연 등 창작 활동으로 대중 을 만날 때와 교육활동을 하면서 참여자를 만날 때 느낌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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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안무를 짤 때, 그냥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 소음을 활용

공연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되게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해서 춤을 춘다든지, 정해진 틀을 벗어난 춤을 시도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

대로 마음대로 해도 되고, 정답을 꼭 내리지 않아도 된다. 무대 위에서 마음이

다. 춤을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굉장히 창의적인 생각, 혹은 자

가는대로 부숴보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해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학창

있다는 생각이 좀 더 크게 든다. 그런데 교육은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거나 돌려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말하기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하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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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성인들과 교육 활동을 할 때보다 청소년과 함께 할 때 훨씬 더 조심 스럽다. 중·고등학생들이 10년 후에는 사회의 주축이 될 테고, 그들이 자라서 내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더 많이 풍성해져야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 니까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배워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내가 김설진 안무가. 서울예술대학, 한국예술종합학과 창작과를 거쳐 현재 피핑톰 무용단, 무버 예술감독으로 활동중이다. 지난해 제23회 무용예술상 연기상, 문화체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8월, 이틀에 걸쳐 모교인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자주 쓰는 방법이다. 순서를 주고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 술적인 부분은 춤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 관찰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의 존재가 어른 혹은 선생님이라는 존재로 받아들여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

지면 싫을 것 같아서 함께 고민하고 같이 나아가고 싶은데, 과연 나는 그런 존

따라하세요!”가 아니라, 정말 놀이처럼 정신없이 놀다가, 그 과정에서 왜 놀이

재였을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이게 맞는 거야, 이게 틀린

를 했고,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것을 듣는 사소한 과정들이 무언가 큰 의미를

거야’라며 입장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준다는 것을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컷 놀 게 하고, 본인들이 이야기하고 말한 것을 정리하면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룬 것 처럼 된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은 자

문화예술교육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가 다 한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자기들끼리 무언가 다

무엇인가?

른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10년 전쯤에 처음 예술강사 지원 사업에 참여했었다. 대안학교에서 학교 생활 에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작년에는 소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하고, 내면에 꿈틀되는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원 아이들과 같이 프로그램해서 춤추고,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독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지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 지고,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학창 시절을 보내

특히 강조하고자 했던 또 다른 내용은, ‘잘하고 못하고’에 집중하는 것보다

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두근거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또

청소년 때는 모든 시기가 굉장히 소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밖에서 아이들에

가장 많이 생각하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소통이었다.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을

게 요구하는 이야기도 너무 많고, 그 안에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

해야 서로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

고, 그래서 삐뚤게도 나가보고, 원치 않게 소심해지기도 할 것이다. 내 의도는

다. 요즘 아이들은 아무래도 몸을 부대끼는 것보다는 SNS나 통신을 통해 소통

그게 아닌데,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막

을 더 많이 하다보니까 실제 관계에 있어서 소통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막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많아서, 더욱 혼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새

란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어른들이 아이들의 심장이 뛰는 것은 제

로운 소통법을 경험하면서, 한창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

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짜 그들이 두근거리는 일이 무엇일지, 조금만 더

게 어떤 부분을 전해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염두했다.

집중하면 훨씬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 활동을 하는 동안 참여자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프로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1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램을 통해서 어떤 부분을 느꼈는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나 자신이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워도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청소년의 습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굉장히 오랜만에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더 아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이 더 자신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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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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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

04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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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황명수 2016 우락부락 시즌12 충북 ‘설상가상-원시인’ 작가 이강희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안용세, 유은정, 이윤미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KCP 연극 분야 시연팀 김기완, 박금옥, 오고운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운영단체 대표 강정근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홀트학교 교사 김서정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사진 분야 예술강사 문해복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영화 분야 예술강사 추언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치료사 정만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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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교육, 무게를 내려놓고 관심 갖기 황명수 2016 우락부락 시즌12 충북 ‘설상가상-원시인’ 참여 작가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매년 여름방학에 열리던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이 새하얀

에서 강사와 작업 활동을 병행하다가 인연이 닿아

문화의집에서 에듀케이터로 일하던 시절, 나만의 새

어 보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냥도구인 활, 창, 돌

눈이 가득한 겨울에 다시 찾아왔다. ‘우락부락’은 ‘아티스트와

예술강사와 모니터링 활동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로운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고민하다가 나무를 만

도끼, 망치 등을 만들면서 생활상을 이해한다. 자연

놀다’라는 콘셉트로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체험하는 아동·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정의가 명료하게 서 있지

지게 되었다. 회화만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

에 대한 관심, 계절에 대한 관심, 모둠원에 대한 관

청소년 놀이형 캠프로서 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문

않았다. 누구는 문화, 누구는 예술, 누구는 교육을 이

다. 원래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심이 담겨 있다. 사실 아이들은 프로그램 기획의도

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한 ‘설상가상-원시인’은 2017년

야기했다. 모호한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아들

새로운 공구를 익히고 목공 기술을 습득하며 구체적

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즐거우면 된다. 멧

1월 9일부터 13일까지 2차에 걸쳐 충청북도 자연학습원에서

이다가 다양한 참여자들과 만나면서 서서히 흐름을

인 방식을 고민했다. 그간 만났던 아이들은 공구를

돼지 그림 하나 그려놓고 활을 만들어 한 번씩 쏴

진행되었다. ‘설상가상-원시인’은 원시인과 곰이 함께 겨울

잡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이 문화예술교육과 만나

장난감으로 인식했다. 처음 다루는 드릴, 망치, 톱의

보는 게 재미이지,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서 느끼지

을 즐기기 위해 준비한다는 설정 하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

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획자, 혹은 강사로서 내가

기능을 이해하는 동시에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 혼자

않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는 소재, 예술 장르, 놀이를 결합하여 세부 프로그램을 구성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갔다.

서 나무를 깎아 연결하고 색칠하며 구조를 만들다가,

즐거움과 만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문화

했다. 나무를 활용한 목공, 몸과 목소리를 쓰는 바디퍼커션과

삼삼오오 모둠을 맺어주면 다른 사람들의 사고가 더

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할 때는 긴 호흡의 커리큘럼

랩, 산속을 촬영하는 영상과 사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

해지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사고력도 확장되는 모습

을 매우 충실하게 만들었고 매뉴얼 그대로 진행하

는데 이 중, 집(움막)을 짓고 썰매를 만드는 <헌집 줄게! 새집

창작 활동을 하던 작가로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할

을 볼 수 있었다. 회화는 개인의 영역이자 주관적 사

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큰 틀만 만들고 아

다오>를 기획·진행한 황명수 작가를 만났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가? 10년간 활동한 현재, 내가

고의 집합체라면 목공은 공동의 영역이자 집단적 사

이들을 최대한 많이 개입시킨다. 나는 길잡이일 뿐,

가진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이 있다면?

고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열어둔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책

하려 노력하며 서로 의논한다.

현재 작가이자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프로필을

임감과 부담감이 공존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에

살펴보니 직장인에서 작가로 전향했는데, 그 계기는?

처음 접근할 때 예술과 교육의 무게를 낮추고 싶었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과 통찰은 작가 활동

20대 초반부터 상하 지휘체계가 명료한 조직에서

다. 예술과 교육은 응축되고 정제된 분야라서 누구

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6년 정도 회사원으로 살다가, 서양화를 전공하고 작

나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예술 전공자로서 두 분야

작가 활동으로 탄생하는 작품은 생명, 생태, 정치

가로 전향했다. 사실 6년간 퇴근 후엔 거의 화실에

에 가볍게 접근한다면 새로운 방법이 생길 것이라

등을 소재로 삼아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점과 관

원시인이 살았던 집(움막)을 짓고 다른 부족과의

서 살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 회사 생활과 입시 준비

고 믿었다. 교육철학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무거워지

점으로 구현된다. 이와 다르게 문화예술교육을 통

전쟁에서 생명과 땅을 지키며 자연에서 음식을 얻

를 병행했다. 회사에서 있었던 몇 가지 사건으로 조

지만, 지난 10년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사람들과 만

해서 얻은 경험은 객관적 부분에 해당된다. 다양한

는 등의 원시 시대상의 일부를 재현해보는 프로그

직에서 마음이 떠났다. 나의 젊은 날을 보낸 그 지역

나고 있나, 위에서 권위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지 않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나만의 자산을 통틀어 대

램이다. 산속의 나무를 활용해서 여러 채의 집을

의 이름을 들으면 향수에 젖기보다는 짠한 마음이

은가’를 끊임없이 점검했다. 어차피 참여자의 연령,

상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작가 활동은 주

지어 원시인 마을을 만들고 동물을 사냥하거나 다

앞선다. 지금도 회사 동기를 만나면 가슴 속에 아픔

성별, 직업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바라보

변의 관심, 강사 활동은 대상에 대한 관심이라는

른 부족과 전쟁할 때 필요한 활, 창, 망치 등의 무

이 남아 있다. 이후, 작가 생활을 통해 삶의 철학을

는가가 중요하다. 최대한 동일시하여 바라보려고 노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사

기와 도구를 만든다. 모둠별로 제각각 다른 모양의

세우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현재까지 작가

력한다. 이처럼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은 ‘교육’이

람과 사람은 서로의 관심을 통해 만나게 된다.

집을 짓는데 아이디어 스케치로 시작하여 실제로

생활에 만족하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가진 관점의 무게를 빼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실험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고 세우면서 집의 구조에 대

활동하고 있다.

대에 오를 것이다.

해 이해하게 된다. 엉성하지만 완성된 집에 들어가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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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줄게! 새집 다오>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이번 우락부락 캠프에서 진행한 <헌집 줄게! 새집 다오>도

서 놀고 지붕과 벽에 친 비닐이나 현수막에 그림을

이런 맥락에서 기획된 것인가?

그려서 꾸민다. ‘쉽게 허물어지게 생겼다, 바람이

현재 목공 작업과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 전

그렇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는 원시인들의 의식

많이 불어 날아갈 것 같다’며 말뚝을 박고 고정하

2007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교 문화예

공자로서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으로 목공을 선택한 이유가

주 중에서 ‘주(住)’를 그대로 재현하여 체험하는 프

는 경험을 통해 훗날 성인이 되어 실제로 집을 지

술교육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학원이나 문화센터

궁금하다. 문화예술교육과 목공은 어떻게 서로 통하는가?

로그램이다. 원시인들이 살았던 집의 구조를 만들

을 때 작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엔

2017 arte 365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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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간헐적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주관기관이 있을까? 현재 제도권 내에선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파일럿 형태로 여길 가능 성이 높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에 올해 안에 기획안을 만들어 제안할 예정이다.

쉼터 청소년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제안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 사냥할 때 쓰는 활, 창, 망치 등의 무기를 만든다.

우락부락 캠프의 강사로 처음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캠프의

원시인들이 풍요로운 사냥을 기원하며 동굴 속에

장점을 든다면?

는가? 요즘 학교에서는 진로 체험, 직업 탐색 등을 많이 다

사슴을 그렸던 것처럼 동물 그림을 나무에 걸어놓

우락부락 캠프는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작가 선택

룬다.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에 벗어난 쉼터 청소년들

고 화살로 쏴서 사냥하는 흉내도 낸다. 썰매도 만

권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대규모 캠프라서

은 그 기반이 약하다.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프로

들어 함께 타려고 했는데 얼음이 얼지 않아서 만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포진할 수 있어 아이들의

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참여한 쉼

기까지만 진행했다. 의자를 붙인 ‘의자 썰매’, 2개의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 오전 설문조

터 청소년 한 명이 목공을 꽤 잘하더라. 이렇게 시간

썰매를 이은 ‘기차 썰매’, 개가 이끄는 ‘개썰매’ 등

사와 함께 소감 나누는 시간을 진행했는데 15명 중

을 꾸준히 들인다면 자기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모둠마다 썰매 디자인도 천차만별이다. 저녁에 마

12~13명이 우락부락 캠프에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것이다. 아울러 나무를 다룰 수 있으면 인테리어, 공

련된 캠프파이어에서 진행할 쥐불놀이 도구도 만

예 등의 분야까지도 진로를 생각할 수 있으며 생활

들었다.

공예를 선택한다면 그 폭이 더욱 넓어진다.

황명수 회화를 전공하고 작가 생활을 하다가 2007년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 예술강사로 참여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과 연을 맺었다. 도서관, 문화원 등의 회화 강사를 비롯하여 박물관, 흥덕문화의집, 시장문화예술공동체 있소, 충북문화재단과 함께 사업 기획, 예술교육, 체험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하늘목공방(청주시 가경동 소재)을 운영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 총, 칼, 망치와 엄마들이 좋아하는 도마, 소품 등을 만들며 즐겁게 목수 생활과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즐겁다’는 피드백이 이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동력 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우락부락 캠프는 음악, 공연,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와 기획자들이 참여해서 협업하고 있다. 참여한 각자가 만

문화예술교육 활동 초기에는 결과에 대해 신경을 많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족하면서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 어떤 협업체계를 가져야

이 썼다면 요즘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

큰 그림 속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

할까?

있다. 그렇다고 결과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만 내가 무엇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는 것이 매

세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5회 정도 만났다. 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관기관에 충분히 이야

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교육의 무게감을 벗어던

주 만나서 ‘우리 너무 친해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

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니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10년

도 했다. 각 프로그램 기획안의 피드백을 주고받으

한 가지 예를 들면 청소년쉼터에서 교육을 진행한 적

간 하면 길이 생기고 도가 트인다고 한다. 문화예술

며 캠프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실제로 캠프가 진

이 있다. 장기간 머무는 청소년도 있지만, 2~3개월

교육에 도가 트인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흐름은

행된 2박 3일 동안 저녁마다 작가 모임을 가졌지만

후 거처를 옮기거나 다른 진로는 찾아서 떠나는 경우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현재 나에게 문화예술교

아이들의 신상, 반응 정도를 공유할 뿐이었다. 기획

도 있다. 교육 참여 인원은 3명에서 많아야 5명 남짓

육은 내 생활의 일부, 여러 가지 일 중의 하나이다.

단계에서 프로그램 내용을 최대한 공유하고 의견

인데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 올 수 있는 상황이

하지만 다른 일들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 안

을 조율해야 한다.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정기 프로그램이 불가능했다.

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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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요즘은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웹진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2월 2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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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 인생의 기쁨

찾게 하고 싶었던 제 소망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

니다. 치유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저도

습니다.”

그들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각박하고 이기적인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이강희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우리가 함께 앙상블을 하는 이유

오케스트라 교육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치료제 이자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 만났던 한 아이. 그를 멀리하고 오히려 반항 하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제법 자기 악기를 즐기는

국지연 월간 《객석》 편집장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행복한 눈빛을 지닌 아이가 되었다.

하게 되지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집중하게 되고요. 또 다른 사람의 음악을 빛나게 하기

“어느 날 그 친구가 슬며시 제게 다가와 무엇인가를 건네고

생활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곳, 청주에

제가 아이들보다 더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웃음) 당시 청

위해 자기를 죽이는 배려를 배우게 됩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뛰어가더라고요. 손을 펴 보니 초콜릿 한 조각이었습니다.

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많은데, 특히 시민들의 문

주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

위해 화합하는 것.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 아닐까요.”

그 순간 마음이 뭉클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화예술 체험을 돕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활

고 있었는데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는 평범하게 음악을

동이 눈에 띈다. 현재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전공하려는 아이들과는 환경이 다른 면이 많았죠.

다문화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사업을 활발히 펼치

들었고, 음악의 힘이 크다는 것도 느꼈지요. 클라리넷과 플 루트를 배우던 학생은 실력이 많이 성장해 서울에서 본격

음악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우다

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후원회

그리고 생각처럼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는 것

를 통해 문화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의 음악 활동

이 쉽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문화 환경이 넉넉

실제로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학생들은

무엇보다 그는 소외받고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

을 돕는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사업이 주목받고

지 않은 학생들로 구성된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는 아이

불안감이나 두려움, 분노, 좌절 등 부정적 감정이 많

이 사회의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어려움을 극

있다.

들이 이미 상처도 입었고 여러 가지로 마음 써야 할 부분

이 해소되고 밝은 에너지를 찾았다는 전문적인 통

복해가고 자신감을 갖고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꿈나무오케스트라가 창단된 지 5년째를 맞은 올

이 많아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했지요. 집중력과 자존감을

계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마주할 수

성장하는 것이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의 최종 목

해, 그동안 꿈나무오케스트라는 많은 성장을 통해

높이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

있는 자신감과 여유도 갖게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표라며 앞으로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가 많은 사

청주를 넘어 다른 지역에도 모범적인 모델이 되

록 양분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일석이조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실력이 훌륭한

회에 퍼져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어 청소년 음악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주

처음엔 아이들이 그런 관심을 오히려 거부하고 멀어지려

학생들은 음악을 전공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고 있다.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이강희 음악감독

하기도 했고, 그럴 때면 저도 많이 위축되고 힘들었어요.”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을 찾아간 날은 때마침 맑고 따뜻한 봄바람이 부

“사람을 바꾸는 것은 결국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죠. 음악 안에 그 메시지가 있기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는 날이었다. 청주예술의전당 내 연습실에서 열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점차 자신들을

“음악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죠. 처음 입

그렇게 서로 나누며 공감하며 사는 기쁨이야말로 우리가

히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 악기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아들였

학을 하면 운동회를 시작으로 단합을 하게 하고 교향악단

함께 앙상블을 하고 있는 이유지요. 아이들이 그 희망을 미

를 선생님에게 배우며 집중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다. 또 지휘자를 믿고 많이 의지하기 시작했다. 물

내 연습실에서 매주 2회 전문적인 연주자들에게 집중적으

래에 꼭 전하리라 믿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매 주 두

론 그럴 수 있었던 건 음악의 힘이 컸다. 음악은 상

로 지도를 받습니다. 이후 여름음악캠프, 향상음악회, 특

번 모여서 각 파트별 연습 시간을 갖고 다시 오케

처 난 마음을 위로하며 서서히 아이들을 밝게 변화

별 나눔 연주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

인터뷰를 마치고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연습 현장

스트라 연습을 연이어 갖는다.

시켰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무대를 가진 후에는

키고 청주 꿈나무 교향악 축제 무대에 서게 되지요. 처음엔

에 가보니, 정말 초등학생부터 어엿한 고등학생까지,

더없이 밝아지고 에너지도 넘쳤다. 이에 이강희 음

관심이 없던 부모님들도 나중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곤 합

저마다의 악기를 잡고 선생님과 열심히 연주하고 있

악감독은 더 욕심을 내어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를

니다.”

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자! 이제 한번 맞춰보자!”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예술 처음 마주한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이강희 음악감

위한 후원회를 조직했다. 청주의 여러 기업과 개인

잠시 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앙상블로 연주되었다.

들이 재정적으로 후원자가 되면서 청주 꿈나무오케

감사한 것은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를 모델로 이

우리 삶이 깜깜한 밤 어두운 모래 사막을 거닐고 있

스트라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제 다른 지역에서도 꿈나무오케스트라가 많이 늘

는 것 같을 때, 그래도 노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

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까. 그날의 앙상블은 마치 사막에 뜬 밤하늘의 별 같

독은 키가 무척 컸다. 눈빛은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 를 갖고 있었다. 지금 신학기 신입생을 맞아 아이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할 때는 청주 꿈나무오케스트

에게 악기를 다루는 법과 스케일을 가르치는 재미

라뿐 아니라 청주 시내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페

“연주회를 듣고 온 사람들이 모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해

가 다시 시작되었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도 처

스티벌 형식으로 공연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청주의 모든

요. 저도 지휘를 하며 뭉클할 때가 많아요. 잘할 수 있을

음부터 이런 행복을 즐기고 누린 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가 한자리에 모인 축제의 장이었죠. 그러다 보

까 싶었던 아이들이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하

았다. 내리막길에서 만난 음악의 힘은 생각보다 무

니 청주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구별되지 않

는 모습을 보며 진정 희망을 느낍니다. 학생들을 가르친 건

“처음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시작했을 때는

고 음악으로 하나 되게 하는 것.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새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었지만 저마다 배경이 다른 학생들

그 취지도 잘 알지 못했고 많이 낯설었지요. 생각해보면

로운 희망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여러 사람과 어울려 행복을

을 가르쳐본 건 제게도 큰 경험이었고 감사의 시간이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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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음악을 전공하게 되어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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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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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교육의 만남으로 소통을 얻다 안용세, 유은정, 이윤미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KCP 연극 분야 시연팀

이강희 중앙대 음대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시립 음악대학원과 러시아 글라주노프 음악원 지휘과를 졸업했다. 러시아 볼가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글라주노프 심포니오케스트라, 충북도립교향악단, 청주시립교향악단, TJB교향악단 지휘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교향악단 객원지휘자로 활약했다. 러시아 볼가그라드시 문화예술상, 한국음악상, 충북예술공로상, 청주시예술상, 2013 충북예술상을 수상했고 현재 국립한국교통대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 CJB방송교향악단, 충주시오케스트라, 충청북도교육청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비롯해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교육 프

춤과 율동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적성에 맞았다. 몸

로그램 수료 과정)는 201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

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표현력이 좋은 편인 데다

흥원(이하 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자 및 예비 문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특히 아이들과 잘 맞았다.

예술교육 인력을 대상으로 장르적 특성을 심화시

뭐랄까? 마치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킨 전문적인 교수법을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아이들은 기

마련한 교육 과정이다. 특히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능이 아니라 ‘다른 뭔가’를 배우고 있었다. 이게 내

우수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역량을 갖춘 전문

길인가 싶었다. 바로 아르떼 아카데미의 ‘학습공동

강사를 양성하고자 도입된 심화 연수 과정으로, 디

체 아르떼 동아리’ 참여를 신청했고, 그때부터 예술

자인, 연극, 음악 총 3개 분야의 연수가 진행되었다.

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현재 3년 차다.

아르떼365가 이번에 만난 안용세, 유은정, 이윤미 예술강사는 2016년 KCP 연수 중 사다리연극놀이

안용세

원래 한식 중심의 퓨전 요리를 만들던 셰프였

연구소와 진행한 연극 분야의 수료생으로, 5월 넷

다. 하지만 20대 중반,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과로

째 주에 진행될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

편입했다. 내가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고 누군가와

교육 워크숍’에서 프로그램을 시연할 예정이다.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던 거 다. 요리로도 할 수는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체온

국지연 월간《객석》 편집장. 음악 잡지 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음악가와 독자를 만나왔다. 현재 클래식 음악 전문지 월간 《객석》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ji@gaeksuk.com

을 나누는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싶었다. 작년부터 먼저, 예술강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는 대학원에 진학해 연극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데,

벌써 예술강사 9년 차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

이 또한 진흥원의 KCP 연수에 참여하고 나서 내

공했는데, 교사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선생님이 되

안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 공부 중이어

려는 마음이 컸던 건 아니고 관심이 있는 정도였는

서 본격적인 예술강사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이제

데, 교과 과정 중에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 하는 인

막 예술교육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참이다.

이윤미

턴십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저학년 초등학생들은 수업 전과 후에 연극놀이를 항상 하는데, 한 학기 동안 머물며 교육 진행을 하는 일을 도왔다. 하다

예술강사로서 교육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보니 적성에 잘 맞았다. 이론으로만 알던 세계가 현

이윤미

과정 중심의 ‘교육연극’을 지향하고 있다. 무

장과 만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던 중 친한

대에 올리기 위한 연극이 아니라 교육적 목표를 달

선배가 ‘한국에도 문화예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성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연극이다. 예술강사 1, 2년

강사가 있다’고 했고, 캐나다에 있는 동안 진흥원 예

차에는 보여주기 위한 연극수업에 집착했었다. 수

술강사 지원사업에 지원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업이 잘 되고 참여 아동이 좋아하면 ‘성공적’이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2012년 180시간의 교육연극 지

저 역시 연극을 전공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도자 과정을 이수하면서 이 생각이 크게 바뀌었고,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녔고, 실제 공연에 배우로도

예술강사로서 교육적 관점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참여했다. 그러던 중 선배의 권유로 전문학원에서

‘목표’보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유은정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4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134

2017 arte 365

PART 4 만나다

135


보니 연극은 서로 소통하면서 정말 가치 있는 것들

KCP 연수에 참여해 얻게 된 경험을 듣고 싶다. 한마디로 ‘KCP 연수는 예술강사를 위한 종합선

수는 ‘전문 예술강사’가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동기

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고 체득하는 매개가 되어야

이윤미

부여를 해주었다. 그런 점에서도 예술강사를 꿈꾸는

한다는 각성이 있었다. 지금은 연극 기획의 현장에

물상자’로, 예술강사에게 필요한 ‘이론 → 실기 → 교

도 참여하며 ‘무대와의 연결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육 프로그램 구성 → 현장 적용 → 평가 → 프로그램

있다. 문화예술교육에는 연극의 최신 흐름을 이해

재구조화’로 이루어진 통합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통합 연수 과정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시연할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한

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고, 그것을 수료한 자체로

소개를 부탁한다.

사람에게 최고의 연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을 존중

큰 성과가 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극화’와 ‘과정드

유은정

하며 서로 소통하는 것, 그것을 ‘연극을 통해 경험

라마’ 두 가지 형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직접 해

지희, 문학동네)라는 책을 기반으로 연극놀이를 만

하게 하자’는 게 현재 제 교육의 지향점이라고 할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이런 교육방법론을 현장에

들어 보았다. ‘선행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

수 있다.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기도 하고 만들어진

적용해 가면서 배워 볼 기회는 개인으로서는 얻기 힘

한 답을 참여 아동들이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걸 현장에 맞게 고쳐서 쓰기도 한다. 주로 초등학

들다. 실제로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무엇

학습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형태

생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질문으로 대화를 유

을’ 보다 ‘어떻게’ 라는 방법론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가 완전히 나온 건 아니고, 큰 틀을 잡고 세부적인

도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표현 할 수 있도록

들에 부딪히게 된다. KCP 연수는 그에 대한 분명한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충분한 시간을 준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해결책이었다. 예술강사에게 필요한 기획과 운영에

있도록 저는 관찰자 입장으로 참여하려고 한다. 자

있어서의 전문성을 얻기에는 최고의 과정이라고 할

이윤미

유롭게 소통하면서 미숙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수 있다.

선행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라는 게 기본 설정

유은정

스스로 찾아나가는 법을 배우게 하고 싶다. 특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글_김진희, 그림_손

‘저승에 가려면 노잣돈이 필요한데 노잣돈은

이다. 참여 아동들은 선행이 부족해 노잣돈을 빌려

요즘 아이들은 휴대폰 같은 기계와 관계맺는 데 익

유은정

KCP 연수는 2주간 매일 진행되는 80시간 집중

저승에 오게 된 상황에서 연극을 시작하게 된다.

숙하고 함께 어울려 의견을 나누는 법은 잊고 지낸

연수 프로그램이다.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노잣돈을 갚아나가는 몇 가지 상황을 제시받게 되

다. 그 소통의 시작점을 자기표현을 장려하는 문화

는 더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

는데, 각각의 상황을 해결해 나가면서 실제 자신과

라고 생각하는데, 연극은 그런 표현을 습득하는 데

없이 이 연수에 참여하게 하는 힘이 무엇이었을까?’

이야기 속의 자신을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갖도록 유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자문해봤다. KCP 연수로 인해 가질 수 있었던

도한다.

이윤미 2009년 학교 문화예술교육 연극 분야 예술강사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과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초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 외에 통합문화예술 및 교육연극 지도교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으며 극단 프로젝트 티 단원으로 공연 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술강사는 ‘진흥원은 또 하나의 학교, 예술강사는 또 다

대체로 외롭다. 다른 강사의 현장을 볼 기회도 별로

안용세

른 선생님’이라는게 제 지향점이다. 사실, 교육관

없고, 혼자서 일해야 하고, 고민을 나눌 상대도 없다.

에는 ‘선행의 개념’과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

을 말하기에는 아직 많이 배워야 하고 현장 경험도

KCP 연수를 통해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

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참여 아동들은 연극을

거의 없어 자격미달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 있

날 수 있었다. KCP 연수에 참여한 시기가 개인적으

하며 친구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더 나아가 ‘바

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진흥원을 통해서였다.

로 많이 흔들리던 때였는데, KCP 연수를 통해 든든

른 삶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

2016년 2월 처음 진흥원의 예술강사 양성과정에

한 네트워크를 얻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다시 예

야기극화’와 ‘과정드라마’의 특징인 즉흥연기, 즉 역

참여해 연수를 받았다. 이 연수가 큰 각성을 하게

술강사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할연기를 이용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진행방식

안용세

된 계기였다. ‘교육과 예술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

이다.

구나’라고 깨달음을 얻었고, 꼭 무대에 서야만 ‘예

이윤미

술’이라는 생각이 편협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

매너리즘에 빠졌었고, 회의도 많이 들었다. ‘과연 이

이윤미

었다. 흔히 말하는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

게 내 길인가?’ 하는. KCP 연수에 지원하면서 ‘그래,

하다고 했던 것처럼, 과정의 설계와 운영을 철저히

는 희열’보다 그 무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얻

이번 기회에 결정을 한 번 내보자!’ 라는 마음이었다.

KCP 연수에서 익힌 대로 진행하려고 한다. 선행의

게 되는 무언가가 더 중요하고 그것이 연극의 본질

결국 ‘내 길이 맞구나’ 라는 자기확신을 얻을 수 있었

진정한 가치에 대해 발견하고 ‘나의 선행은 왜 필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술강사

고, 이 길의 동반자를 찾았다는 게 무엇보다 값졌다.

요한가?’를 깨닫는 게 과정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연극수업에서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

콘텐츠 시연회도 KCP 연수의 결과로 만들어진 ‘교

오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함께 배우고 끊임없이

안용세

만나 나누는 게 예술교육의 핵심이라고 이해하고

참여했다. 질 높은 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예술

있다.

강사로서의 태도를 정립할 수 있었고 교육 현장에도

KCP 연수에는 나와 같은 신진 예술강사가 많이

매우 높은 강도로 참여해 볼 수 있었다. 피상적으로 예술강사라는 직업과 현장을 알고 있던 내게 KCP 연

2017 arte 365

유은정 청주대학교 공연영상학부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후 대학로에서 연극 활동을 하다 2015년부터 예술강사가 되었다. 지역아동센터부터 초등학교 등 아이들과 연극으로 만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청소년 연극수업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COP 동아리, KCP 연수 등에 참가하며 즐거운 소통, 나눔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맞다. 예술강사 일을 9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는 가르치고, 참여자는 배운다’는 포맷이 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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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곳간을 어떻게 채울까?’라는 질문 안

육과정’ 그 자체보다도 ‘교육 방법론’이 잘 드러날

안용세 2013년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으로 늦깎이 학생이 되었으며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 배움, 경계 없는 예술센터에서 연극 예술강사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교육연극전공 석사과정 중에 있으며 학교 및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다양한 통합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5월 1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137


‘모다드렁 허게맛심’ (‘모두 다 같이 합시다’의 제주 방언) 김기완, 박금옥, 오고운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운영단체 대표 이보늬 연극 예술강사

무더운 여름, 습한 제주도 날씨 때문에 이마에 땀

활동하기보다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주로 하고

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늘은 뒷마당에서 쪽 염색을

있다.

오고운

하는 날이다.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다. 우리 세 명은

동갑내기 제주도 토박이로 각자 자신의 예술단체

는 능력이 있고, 김기완 대표는 사진과 영상 분야 를 전공하여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이다.

시다)’이라는 제주도 방언이 웃음 소리와 함께 들려

김기완

사진, 영상으로 장애인 단체에서 교육을 해

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살

온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은 뒷마당에 모여

왔고, 현재는 문화파출소의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

아온 지역인 제주도 구도심을 위해서 재미있는

김기완

집에서 가지고 온 옷을 진한 감색 염료에 담가 쪽

하고 있다. 교육 사업은 10년 정도 했다. 지역특성

일,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해 오

가 아니라 같이 한다는 점 때문에 업무 부담이 줄

물을 들인다. 낡은 옷이 새 옷으로 다시 생명력을

화 단체인 아트리치에서 성인 중증장애인을 대상

다가 마침 문화파출소 운영단체 공모가 눈에 들어

어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되더라.

갖게 되는 순간이다.

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

왔고, “우리 이거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

기획, 운영, 결과보고에 이르는 사업 운영 전반을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작년 말 전국에서 두 번째

하고 있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는

한 것이 시작이다.

혼자서 감당해 왔었는데, 지금처럼 한 부분을 전

로 문을 열었던 곳이다. 용담지역은 제주공항에서

데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실제로

불과 5분 거리에 있지만, 문화 소외지역이다. 그곳

신체적 장애가 있어서 표현이 어렵기도 하고 스스

김기완

에 위치한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깔끔하게 재단

로 위축되어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끼리

장 된 단정한 2층 건물로 앞마당과 뒷마당이 널찍

그런데 작품을 만들다 보면 자기의 속마음을 얘기

뭉쳐서 이 사업을 수행해 보자고 한 거다. 사업을

지난 한 달간 문화파출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으로 발전하기

하기 시작한다. 예술이라는 게 그런 거다. 자기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 주민들에

무엇인가?

에 좋아 보였다.

표현하면서 불편함이 해소가 되고 이 과정이 작품

게 예술을 하는 즐거움 느끼게 해보자는 지향점이

오고운

2017년 4월, 소통으로 마을에 문화예술 거점을 마

으로 나타나게 되면 보람을 느낀다. 사진이나 영화

생겼다.

한 달간 진행됐다. 7월부터 수업을 진행하여 시작

련해보자고 뜻을 모은 제주도 태생 동갑내기 세 명

의 이미지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모여 지역밀착형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의 가

역할분담이 되고 나니 일이 확 줄었다. 혼자

담하게 되니 더 깊게 고민할 수 있게 되어 좋다. 문화파출소 사업은 제주도의 한 단체가 꾸려

6월 초에 공모선정이 됐고 이후 세팅 작업이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수업과 관련된 내용은 배워 제주도 태생 친구들이 모여서 문화파출소 제

가는 단계다. 단시간 내에 세팅을 완료하고 여러

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주인공인 김기완 이미지

박금옥

아트창고라는 문화예술단체에서 시각예

주서부를 제대로 해 보기로 했다. 모든 사람이 거

가지 행정적인 조건들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사실

팩토리 대표, 박금옥 아트창고 대표, 오고운 컬쳐트

술 작가들과 함께 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

부감 없이 찾아오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부담이다. 또한 문화파출소 운영을 뒤늦게 시작해

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 시골 마을에 문화거점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

의견이 모여져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우리는 제주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시선들이 사실

다. 제주도에서는 이웃 아저씨들을 보통 삼촌이라

도 토박이니까 지역 사람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커

은 프로그램 운영 자체보다 더 부담스러운 부분인

고 부른다. 삼촌들에게 “농사짓는 데 도와 드리겠

뮤니티를 활성화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 지역은

것 같다.

습니다.” 라고 하면 오히려 사람 손이 더 망친다고

공항하고 가깝지만, 도시화 되지 않고 옛 모습을

다 거부하더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다. 문화 활동의 기

김기완

다. 전공은 교육학이다. 학교교육이 아닌 사회교육

그래서 방법을 바꿔 봤다. 마을에는 된장이나, 제주

회가 드문 동네여서 문화파출소가 좋은 문화거점

획단계에서 너무 진을 뺐다. 아직 판단하기에는 시

에 문화예술교육을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도 전통 식재료를 만드는 마을 기업들이 있다. 그

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상조이지만 문화파출소 제주서부가 위치한 용담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1년부

곳에서 작가와 함께 음식을 매개로 시골문화를 활

이라는 지역은 문화예술 향유의 변방이다. 시간에

터 활동을 하고 있다.

성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쫓기고 생활에 치여 단순한 감상조차 버거운 실정

현재 대표로 있는 컬쳐트리에서는 제주의 전통 종

자 한다. 예를 들어 테이블 위에 음식을 세팅하고

컬쳐트리 등 세 개의 단체가 모여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확산시켜

이 오리기를 접목한 프로그램 운영을 했었고 요즘

사진을 찍어 설치 작업에 녹여 내거나, 생산물을

큰 장점은 무엇인가?

보자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힙

함께 판매하는 그런 일을 해왔다.

세 분의 소개를 부탁한다. 오고운

문화파출소에서는 운영 기획을 담당하고 있

합을 통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강사로

138

문화파출소 사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2017 arte 365

박금옥

박금옥

한 달 운영했는데, 반년은 지난 느낌이다. 기

나는 조각 전공이라 예술활동에 익숙하고,

오고운 대표는 교육을 전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

PART 4 만나다

139


하는 교육은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진행하는 기존

스스로 문화예술 활동의 일부가 되어 직접 만지고

의 방식보다는 아는 것을 서로 나누는 상부상조의

작업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단계까지가 문화예

개념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을 가

술의 범주다. 문화예술의 향유 과정을 먼저 경험한

지고 와서 함께 나누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충실하게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 다고 생각한다.

김기완

경찰청(지방청)에서 문화파출소 사업 운영을 위한

박금옥

뼈대를 만들어주었지만, 거기에 살을 붙이고 피를

부러 사람들에게 나의 관점을 관철하려고 애쓰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도 안 막는다. 일

돌게 하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않는다.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간

이러한 주체성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혹 ‘진심이 뭐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

싶다. 무언가에 가르침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아

는 우리 행동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몸의 아우라 로 ‘이게 우리의 진심이다’라고 소통을 하게 되면 의

파출소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은 막연

한 ‘용담기록’ 프로그램은 특정 지역을 이해하고

니라 예술작품을 하는데 ‘우리 셋은 조력자의 역할

한 거부감이 있다. 지금보다 문턱을 더 낮춰서 누

기록하는 활동이다. 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서

을 하는 것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전하고 참여자들

심 없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신뢰 관계가

구나 들어서기 어렵지 않은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

세대간·이웃간의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다큐멘터

이 진정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여

형성되면 끝까지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그 훌륭한

겠다고 느끼고 있다.

리를 촬영하기 위해 지역에 가서 단순하게 풍경이

기서 5분쯤 내려가면 바다가 있고 10분쯤 가면 한

수단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 유물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이 지역에 살고 계

라산이 있다. 자연이 전부 우리 앞마당이고 뒷산

신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다. 문화파출소라는 공간도 좋지만, 제주도라는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공간에서 지역주민들하고 산책하듯이 대자연의

박금옥

문화파출소 제주서부에서 특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

품 안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다면? 오고운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이 지역에 사는 모두

박금옥

이전부터 마을에서 부녀회들과 친하게 지내

점이 다른 문화파출소와의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

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주도에서

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래서 개인

살아온 토박이나 최근 이주를 해 온 사람, 인종, 국

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렵지 않

적을 불문하고 이 지역에 사는 모두가 우리의 손

다. 오히려 그분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어

님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려워하시더라.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

오고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이 주로 오전과

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제주도 사투리가

으로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육이 가

낮에 진행되어 아직은 30~60대 여성이 주로 참

많이 없어졌는데,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위해 제

르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지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여하고 있다.

주도 사투리로 안부를 물어보며 주민들에게 다가

강조되고, 그 외 부분은 굉장히 무시되고 있다. 이러

현재 다섯 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손글씨 수

가기도 한다. 우선 지역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만

한 격차를 사회교육이 해결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

업과 염색 수업, 목공 수업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소문이 나서 요

부라든가 지역의 문화예술재단, 작은 예술단체들이

있고, 아이들이 팀을 만들어 돌아다니면서 마을을

즘은 옆 동네 분들이 문화파출소에 많이 찾아온

하는 활동이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용담기록’, 매월 첫째 토

다. 우리 전략이 어는 정도 통해서 홍보가 된 것

사람을 총체적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요일에 제주도 지역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한 달에

같다. 처음에는 용담 2동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커

에 기본적인 바탕이자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한 번 미술관’ 프로그램도 있다.

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하면 꼭 교육이라는 개념을 갖

제주도 어디에서 오시더라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

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우리가 했던 모

램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든 것들이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문

김기완

제주도 어르신들은 다소 배타적이고 폐쇄적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교육학에서는 교육을 공교육과 그 밖의 교육

적인 예술이 아닌 것은 예술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

인 부분이 있어 마음을 쉽게 안 연다. 지속해서 찾

140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뵙고 인사도 하면서 마음을 여는 끈기가 필요하

오고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문화파출소가 누구나 자

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하나씩 물렁

다. 대신 서로 마음을 트게 되면 좋은 관계가 오래

유롭게 드나들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물렁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길

간다. 제주도 출신만이 알 수 있는 퉁명하지만 끈

공간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기획서 상에서는

수 있도록 어떤 한 사람에 동력을 이끌어주는 것이

끈한 정서를 잘 이용해서 좋은 참여자들을 한 달

문화예술거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문화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해야 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좀 더 노

파출소에 가면 뭔가 내 것을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

력해서 이분들이 즐겁게 문화예술을 누리고 작가

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오가면서 어떤 아이디어

김기완

로서 작품도 만들어 볼 그런 기회를 지속해서 제공

가 필요할지 나눌 수 있는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

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기획

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파출소 제주서부가 지향

이루어지고 작가와 관객 간에 유대관계가 생성되고

2017 arte 365

이보늬 연극분야 예술강사. 세월초등학교 연극 창의체험 수업, 연천 에코+연극 꿈의 학교, 이주 청소년 연극 수업 등 다양한 현장에서 참여자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왔다.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 국제실행 매뉴얼 개발 시범사업, 2015년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해외 탐방조사(미국 필라델피아)에 참여하였다. bonuilee@naver.com

문화예술교육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공유하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3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141


문화예술교육, 대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 강정근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홀트학교 교사

장마 막바지에 찾은 홀트학교(Holt School)에는 부

예전에는 방학 동안 비장애인과 학교에서 숙식을

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학인데도 가야금과 모둠

함께하는 풍물 캠프를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풍

북 소리가 비를 뚫고 뚜렷하게 들려왔다. 단정하게

물 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꾸고 진행 방식도 정비했

정돈된 교정의 이층 건물은 오롯이 국악 수업을 위

다. 이전과 달리 등하교 형태로 유지하되, 지난 7월

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 학교가 국악 수업에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국악 집중 연습 기간

쏟는 정성과 그간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을 갖고, 이 기간에 학생들은 오로지 국악 수업만

홀트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있는

을 받았다.

특수학교이다.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교훈 아래 특 수교육 대상자의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 기 위한 언어치료, 감각운동지각훈련, 작업치료의 치료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홀트학교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7 학교 예술강사

* 삼도 사물놀이: 웃다리 사물놀이, 영남 사물놀이, 호남 우도 사물놀이 3개 가락을 모아서 하나의 악곡으로 편성한 것이다. 보통 호남 우도 대부분, 영남의 별달거리, 웃다리의 짝두름을 이어서 연주한다 **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클럽: 삼성생명이 청소년들의 정서 순화를

모둠북 공연 활동을 펼쳐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예술강사와 담임교사의 협업이 중요하

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고취하고 있다.

다고 강조했는데, 가야금 수업을 예시로 들어 구체적으로 어 떤 내용인지 설명해달라.

돕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담임교사는 뒷자리에 앉은 관찰자가 아니라 예술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국악 예술강사가 파견되어 참여 학생들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달라.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에 비해 담임교사와 예

극적인 조력자이자,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담임교

홀트학교 국악부에선 지난 2003년 ‘우리랑’이 결성

이 가야금을 배우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무한 반

사가 국악에 관심이 많아 가야금을 연주할 줄 안

된 이래로 2014년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

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손가락이 아프

다면 연습 시간에 반주와 꾸밈음을 더하면서 합

막식 공연 참가를 비롯한 교육청 지원 초청 공연

다며 칭얼대거나 지루해할 때도 있지만, 다들 잘

주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

과 지역사회 초청 공연,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

참아내고 있어 기특하다. 학생들이 ‘공연이 언제에

일대일 지도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예술강사 혼

클럽 공연 등 매년 30회 이상 대외 공연 활동을 하

요?’, ‘선생님 우리 열심히 해서 대회에 나가면 일

자서 17명의 장애 학생을 이끄는 일은 어려운 부분

홀트학교 국악부 활동은 지난 2003년 ‘너와 내가

고 있다. 앞으로는 국제 타악기 경연대회, 대한민

등 해요’라며 오히려 먼저 다가와 묻기도 하고 격

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공연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하에 ‘우

국 창의체험 대회 등 국제대회와 전국적인 대회에

려해 주기도 한다. 교사로서는 눈물이 핑 도는 순

가야금을 연주할 줄 모르는 담임교사도 참여할 수

리랑’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국

도 참가할 예정이다.

간이다. 학생들은 가야금을 배우면서 비로소 행복

있다. 처음으로 특수학교 학생들을 만난 예술강사

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과 사회적응에 대한

또한 정기적인 공연·문화 관람과 문화나들이를

해지는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다른 수업보다 특히

는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여 함께 수업을 진행하

의지를 높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하였다. 학기

통해 학생들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방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될 때 표정이 더 밝아지고 적

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

중에는 평일과 토요일에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을

학 중에도 풍물 캠프를 개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

극적으로 선생님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서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때

활용하여 삼도 사물놀이*와 가야금 연주, 모둠북

하는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클럽 캠프’에 참가

대회를 앞둔 학생들의 경우 솔선수범해 대회 일정

담임교사가 수업의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 수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하는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을 챙기거나 집에 가서도 준비물 등을 스스로 챙

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담임교사가 상황 관리자

동안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클럽**으로 주로 운

더해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도 병

기는 등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통의 아

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영해오다가 2014년에 7명을 모아 가야금반을 만들

행하고 있다. 특히, 평생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이들도 이런 수준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

예술강사의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함께

었다. 지금은 가야금반 16명, 모둠북반 19명이 활동

통하여 재학생은 물론 본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가

다. 가야금 수업이 가져온 변화는 예상했던 기대

하는 방법을 배워 나갈 기회도 얻게 된다.

중이다. 홀트학교가 추구하는 ‘1인 1악기 다루기’라

야금과 모둠북 배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대

치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특수교

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해 자부심을 느낀다. 학교 행사 때에는 가야금과

육에 가장 강력한 강화요소라고 생각한다.

술강사와의 협력 관계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 다. 개량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강정근 담임교 사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홀트학교의 국악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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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가 가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업에 적

장애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홀트학교 학생들

2017 arte 365

홀트학교 국악부의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해달라.

PART 4 만나다

143


특수학교의 수업에 참여하게 될 예술강사들에게 전하고 싶

연에 환호하고 즐거워 하는구나’라고 감탄하며 행

들어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악기를 구하여, 시작

은 말이 있다면?

복을 경험하고 자긍심과 도전의식을 갖게 된다. 사

한 지 6개월 만에 성공적인 공연도 진행할 수 있었

특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분명하게

회 적응능력도 크게 발달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

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회의적이었는데 보란 듯이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과는 다르다. 그들

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특수교

성과를 내서 학교 측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만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육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대체 불가능한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욕심이 들어 국악 연습

우선, 예술강사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장점이 있다.

을 많이 했다. 그렇게해서 가야금도 배우기 시작했

중요하다.

문화예술은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고 이제는 반주도 하고 꾸밈음도 어렵지 않게 넣을

처음엔 모든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나름

권리이자 기쁨이다. 홀트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해가 생기고 나니, 더 나

대로 노하우가 있다. 주어진 시간을 장애 학생들과

등하게 보장하려고 노력해왔다. 보통 장애라는 판

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 뒤 긴 호흡으로

정을 받아도 개인차가 천차만별이다. ‘우리랑’ 가야

했다.

맞춰나가야 익숙해질 수 있다. 또한 예술강사의 수

금부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뉘는데, 장애 정도

특수학교에서 보통 오케스트라 활동은 많이 하는

업도 교육의 일부다. 따라서 교사로서 차분하고 성

가 낮은 중급반은 예술강사와 자원봉사자의 도움

데 국악관현악단은 본 적이 없다. 예측컨대, 국악

숙한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

을 받으면 혼자서도 가야금을 다룰 수 있는 수준

에 대한 이해가 약하고 전공 선생님들이 많지 않아

혹 어떤 예술강사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기

이다. 이에 비해 초급반은 반드시 일대일로 연습을

서일 것이다. 국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매우 안타

다리는 일을 어렵게 생각해서 수업을 아예 시작하

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까운 일이다. 앞으로의 꿈은 장애인 국악관현악단

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홀트학교는 문화예술을 누리는 자격이

을 만드는 일이다. 타악기와 현악기는 이미 수업을

아이들이 행복하면 예술강사도 행복해지고 부모님

누구에게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과 시

하고 있어 관악기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 그 목표

과 주변 모두가 행복해진다. 문화예술교육에는 이

간, 자원을 배치하여 모두가 원하는 만큼 문화예술

는 혼자서는 이루기 어렵다. 홀트학교에는 선생님

런 힘이 깃들어 있다. 예술강사는 이 행복의 연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점이 홀

들이 모여 만든 국악 동아리가 있어서 학생들의 가

고리를 이해하고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트학교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야금 연습을 틈나는 대로 도와주고 있다. 이 수업 을 위해 지역사회의 자원봉사자들, 기업, 공공기관 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가 함

홀트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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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 국악을 보급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우선 문화예술교육의 범위를 단순히 교실에서 이

어려서부터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루어지는 학습 과정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특수

반대에도 무릅쓰고 관련 전공으로 진로를 택한 후

학교도 똑같이 국악을 배우거나 무대에 서서 공연

특수학교 선생님이 된 지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출

도 한다. 물론 다른 팀들과 당당히 경쟁하기도 한

근이 즐겁고 아이들의 웃음에서 에너지를 받고 있

다. 성적도 좋다. 지난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다. 스스로 ‘잘 선택했구나’라며 칭찬하기도 한다.

폐막식 공연에 참여하는 기회도 있었으며, 2015년

국악은 대학 때부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4학년

‘제7회 고양시 장애인 음악제’에서 은상을 받는 등

때 장구의 매력에 빠진 것을 시작으로 졸업 후에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는 사물놀이, 그리고 신혼 때는 남편의 눈총을 받

학생들은 국악을 통해 ‘기적’을 직접 만드는 체험

아가면서 민요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을 하게 된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사람들이 내 공

홀트학교에 국악부를 만들어야겠다고 문득 생각이

2017 arte 365

께 하는 홀트학교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언젠가는 힘을 얻어 완성되리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2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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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와 예술강사 사이의 균형을 찾아서 김서정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사진 분야 예술강사 안태호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TF 팀장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에 마련된 ‘창작공간 이층

처음 예술강사를 시작했을 때가 궁금하다. 작업하는 것과

(利層)’ 작업실에서 김서정 예술강사를 만났다. 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은 매우 다른 성격의 일이라고 생

주에 이주한 지 3년 차. 사람도 환경도 낯선 조건

각한다.

이다. 작가 활동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의욕 사이

예전에 입시학원에서 5년 정도 아이들을 가르친

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

경험이 있지만 어려웠다. 입시학원은 사진을 전공

지만 이런 갈등에도 그가 일궈낸 활동들의 궤적은

하려는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학

뚜렷하다. 그는 예술가이다. 그래서 마을의 지킴

교 예술강사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이를 자처하며 진행한 ‘위병소 미술관’ 프로젝트는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지역 주민들에게 마을과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반

다르다. 특히, 학생들의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성

추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예술강사다.

향상과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대하고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우리 동네 소개하기’ 프로

이끌어 나가는 게 어려웠다. 다른 교과목과 달리

그램은 아이들에게 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애정과

사진 수업은 표준적인 교안이 준비돼 있지도 않은

자긍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가 범람

상황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는 시대 속에서 사진에 대한 폭넓은 배움이 필 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서정 예술강사의 행보가 반 확실히 기능이 아니라 감각을 키워주는 일, 도구적 기술이

갑다.

아니라 사물을 보는 눈을 틔워 주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 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수업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데 예술강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원을 휴학한 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생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개인 작업과 교육 활동 사이 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

예술강사를 시작한 첫해는 수업 준비에 대부분의

해서 제주도로 왔다. 주변 작가와 선배들이 ‘예술

시간을 쏟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강사’라는 직업을 추천해주었다.

는 예상보다 더 많은 책임감이 필요했다. 제대로

사실 시각예술 작가들은 항상 작업을 이어나갈 기

해야 한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있었고, 준비를 정말

반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러던 중, 한국문화예술교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의 피드백도 즉각

육진흥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는 한 선배가 사

적이어서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 처음부터 끝까

진 분야에도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있다고 귀띔해

지 아이들과 어떻게 수업을 할지 계획해야 했는데,

주었다. 2년 전만 해도 제주에는 사진 분야의 강사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었다. 1년 동

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많지는 않다. 전에도 학

안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직접 부딪혔다. 당연

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 두렵거나 부담스럽지

히 개인적인 공부나 작업은 할 생각을 못 했다.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성공적인 균형 잡기로 보이는데 어

부대 터가 있다. 창문이 깨졌고, 문도 사라졌다. 풀

떤가?

은 무성하게 자라있고, 쓰레기도 쌓여 있다. ‘위병’ 작년부터 작업을 ‘안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이 특정한 위치에 자리 잡고 주변을 경계하고 순

들었다. 예술강사 첫해 워크숍에 참여해서 선배

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공간에서 나 스스로를

강사들과 ‘우리는 예술가인가, 교육가인가’에 대해

위병이라고 지칭하고 발생하는 사건을 작업으로

토론을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전시하고 있다. 동네 개들

걸 알게 됐다. 평소에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작

의 특징을 위병으로 묘사한다든지, 누군가 위병소

업을 해 왔는데, 새로 정착하게 된 제주도에 대해

미술관에 쓰레기를 ‘투척’한 사건 등을 소재로 전

서 더 밀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어 문화기획

시를 기획했다.

자 양성 과정을 수강하게 됐다. 이 수업이 개인적 인 작품 활동과 깊게 연결지어 졌다. 당시 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에서 ‘도시팀’과 ‘마을

마치 프랑스의 사진작가 ‘소피 칼(Sophie Calle)’의 공중

팀’으로 나뉘어 수업을 했는데, 마을팀에서 지역

전화를 소재로 한 예술 행동을 보는 듯하다. 예술을 통해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배우게 된 내

마을의 위병을 자처한 것이 인상적이다. 공간 사용을 위해

용들을 향후 ‘위병소 미술관’이라는 작업으로 풀어

마을과의 협의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했나?

냈다. 위병소 미술관 프로젝트 기획으로 문화체육

마침 시부모님이 마을 주민이셔서 도움을 많이 받

관광부 장관상도 받고, 스튜디오에도 입주하게 됐

았다. 마을 회의를 거쳐 공간 사용을 허락받았다.

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적인 균형 잡기’라는 질문

지난 4월에는 경찰 측에서 건물을 철거하기로 했

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때로

는데, 감사하게도 마을에서 철거 비용을 별도로

는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 한다는 기분이 들기

부담하기로 하고 운영 기간을 연말까지 확보해 주

도 한다.

었다.

는 않았다. 작가로서의 작업과 예술강사로서의 활 동을 배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뜻 도전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면, 초조한 마음도 들었 겠다. 하지만 청년작가로 ‘창작공간’ 입주도 했고, 개인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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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위병소 미술관’에 대해 좀 더 들어보고 싶다. 서귀포 화순 지역에 10년 가까이 방치된 전투경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니, 사진 교육에 대한 이야기 를 들어보면 좋겠다. 지금은 이미지 과잉시대이다. 누구나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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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 시대에 사

가르치지 않는다. 그보다 사진을 통해 메시지를

학교 학생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때 설레고

었으면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 좋지

진 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담는 법을 모험을 통해 경험하게 했다. 예를 들자

좋아했다.

만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

요즘 사람들은 상황을 불문하고 수시로 휴대폰으

면, ‘인물 사진은 이 각도로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수업 초반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마

며 이러한 여건이 충족된다면 예술가의 창의적 활

로 사진을 찍는다. 이미지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얼굴 대신 뒷모습이 나와

을이라서 재미없고 볼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것이 수월해진 시대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인스타

도 된다’라고 가르친다. 이렇게 처음에는 인물사진

외지인에게 보여주거나,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나

고 생각한다.

그램과 페이스북을 한다. 누구나 프로필 사진이

을 찍은 뒤 두 번째는 친구를 다른 사물로 대체해

서부터는 마을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제주도에

있다. 프로필에 ‘나는 어떤 기분이야’라고 표현하

서 찍게 한다. 어떤 학생은 친구를 가시가 있는 나

는 돌담이 마을마다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특별하

는 것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이미지로 생각과 관

무로 찍어 표현하고, 다른 학생은 콩벌레를 찍는

지 않지만, 외지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신기한 소

심사까지를 반영하는 시대가 됐다. 표현의 수단이

식이다. 그 과정에서 대상의 특징과 촬영에 대한

재가 된다는 것도 서로 이야기하고 작업을 하면서

언어가 아닌 이미지가 된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각자의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이

알게 되었다. 제주만의 특별한 소재를 찾다가 만

이미지 과잉시대일수록 사진을 더 배워야 한다고

미지 전략을 구상한다.

난 어르신들이 지역의 유래를 설명해주시기도 하

생각한다. 모든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진 역시, 세

면서 아이들이 마을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애정

상과 내가 만나는 소통의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을 갖는 계기도 되었다. 수업에서 진행한 활동 중에 소개해 주실 만한 내용을 좀 더 이야기 해달라.

이미지가 더 많아진 만큼, 잘 사용하기 위해서 올바르게 배

아이들이 사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흥미롭다. 전국 단위로 해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은

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우리 동네 소개하기’ 활동이 있다. 사진기를 들고

생각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예술강사 사업과 관련해 진흥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미지로 만들어내고 표현

자신의 마을을 직접 돌아다니며 마을의 특징을 보

원 등 주변 관계자 등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보며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여줄 수 있는 피사체를 찍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예술강사들이 학교 교사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있

방법도 알아야 한다. 이미지를 해석하고 소통하는

다른 지역의 친구들에게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온

었으면 좋겠다. 처음 무릉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시

일에 대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 교육

편지’라고 이름 지은 편지와 특산물을 함께 보내는

작하기 전에 학교 교사들만의 자리가 마련된 적이

은 어릴수록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일찍부터 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우리 지역에는 이런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왜 사진 수업을 들어야 하

우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미디어 활용을

게 있고 우리는 이런 아이들이야’라는 이야기를 사

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잘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해 스스

진을 매개로 하여 표현하고 다른 지역의 친구들과

내용을 담임교사 앞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받

로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사용으로 의도

소통하고 있다.

았다.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다. 간혹 수업에 앉아

치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손

만 있거나 자기 할 일을 하는 등 무관심한 선생님

해를 보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들이 있다. 하지만 무릉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과학,

사진이 갖는 의미와 더불어 매체에 대한 이해와 활용방법

확장된 ‘펜팔(Pen pal)’이라고 봐도 되겠다. 만들어진 편지

수학, 국어 등의 수업을 사진 수업에서 사용된 주

가 재밌는데, 제작 과정도 틀림없이 즐거웠을 것 같다. 아이

제와 연결시켜 진행해주셨다. 수업에서 제주의 돌

들이 마을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담을 소재로 사진을 찍고 나서 과학수업 시간에

을 모두 교육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수업에서는 어

뜻이 맞는 예술강사 몇몇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

제주에 돌담이 많은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문

떤 적용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148

어 편지를 교류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메일

화예술교육과 교과과정을 연계해 효과를 높일 수

사실 사진이라는 분야 전체를 포괄적으로 접근하

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편지를 주고받는 경험은 이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전에는 없던 기쁨이기도 했다. 특히, 여학교와 남

덧붙여, 예술강사의 활동 기반 및 인식이 개선되

2017 arte 365

안태호 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예술가가 못 되면 근처에서라도 놀겠단 생각으로 문화예술계를 기웃거린지 15년이 됐다. 민예총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 부천문화재단 팀장,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연구원, 예술과도시사회협동조합 이사 등을 거치며 문화정책과 기획, 연구 관련 일을 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이 있다. redanth22@gmail.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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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즐겁게 작품 하나 만들자! 문해복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영화 분야 예술강사

김남희 영화 예술강사

글자보다 그림, 그림보다 영상에 익숙한 요즘의

서 문화 소외지역의 학생들에게 이런 문화예술에

청소년들과 영화로 만나는 일은 긍정적인 교육적

대한 향유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8년이 지난 지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문화예술

까지도 변함없이 이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으로서의 영화 수업은 단순히 단편영화를 제 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환경 을 돌아보고 자신의 관점을 담아 영화라는 매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를 통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본인만의 수업 방식은 어떠한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매체를 이용한 소통의 방

영화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념과 용어를 설

식’을 배우게 된다. 이맘때면 늘 학생들의 작품에

명하는 ‘기초이론’, 영화의 주제의식과 매체에 대 한 이해를 다루는 ‘리터러시(Literacy)’, 그리고 실 제 단편영화 제작 과정으로 나누어 영화 수업을 진

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발표회, 혹은 시

학생들은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얘기할 때 배우

일을 내려놓고 영화 예술강사로 8년이라는 긴 여

사회이다. 학급 학생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전

라는 직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문화예

정의 이야기를 들려줄 문해복 예술강사를 만나보

행하고 있다. 모든 교육 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경

원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요즘 모든

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영화를 직접 제작해보며,

았다.

험하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축제 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과정이 있

현재 초·중·고등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기에 맞추어 영상을 상영한다. 제작진 무대 인사를

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광고나 영화, 혹은 유

먼저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상의 눈높이에

시작으로 감독 인터뷰, 감상 발표도 한다. 이때가

튜브 동영상을 볼 때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어떠한 계기로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영화 분야 예술

맞춘 교육 방법을 유연하게 채택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발표를 통해 성

기존에는 단순히 영화를 보기만 했다면, 문화예술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나?

예를 들어 영화의 구도, 프레임과 렌즈의 화각

취감도 맛보고, 작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

교육을 받은 이후에는 영화에 담긴 메시지와 제작

에 대한 개념을 초등학교에서 수업할 때 우드락

며,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공유하게 된다.

과정까지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대한 고민과 편집 작업으로 바쁠 시기지만, 잠시

전공이 세 개였다. 귀금속 디자인, 영상 멀티미디 적인 분야이다. 세 번째 전공을 마친 시점에서 무

(woodlark)으로 여러 화각에 맞는 크기의 액자를 만들어서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게 한다. 이렇게 놀

엇을 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론보다는

이로 체험을 하게 하면 영화에 대한 개념이 쉽게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전해줄 수 있는 예술적 가치는 무엇

이번 수업에 참여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보람된 일,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진로에 대해

이해된다. 상대적으로 이해력이 높은 고등학생에

인가?

힘들었던 부분)가 있는가?

서 고민하던 중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 감독의 지

게는 정확하게 이론을 알려준 뒤, 실제 카메라로

영화 수업 30차시 동안 작품을 완성하려면 꽤 힘

보통 창의적인 체험 활동은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

면 인터뷰 한 구절이 나를 예술강사의 길로 이끌

배운 내용을 표현할 수 있게 예술사진 한 컷을 찍

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돼 있지 않다. 간혹 수업 시간에 태도가 안 좋은 학

어 주었다.

게 한다. 대상별로 눈높이를 맞춰 커리큘럼을 변경

이 완성되면 ‘앞으로 영화를 하고 싶어요’라고 얘

생들 때문에 힘든 적도 있지만, 감동한 적이 더 많

하고 있다.

기하는 학생이 1년에 한두 명씩은 있다. 학생들에

다. 첫 수업에서는 이름만 불러도 우는 학생이 있

“어렸을 적 공연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각인이 되어 난타

영화 수업의 최종 목표는 단편영화 제작이다. 시나

게는 영화 수업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었다.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쉬는 시간마

를 기획하게 되었다. 어릴 때의 문화 경험은 학생들에게

리오 쓰는 단계부터 학생들과 함께 한다. 콘티(촬영

꿈꿔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처음 예

다 우는 학생의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한다.”

대본)도 그리는데,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 학생들

술강사를 시작했을 때의 꿈은 학생들이 예술적인

8주 차 정도 지나서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라며

에게는 글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후에 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욕구를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학생들의 변화를

어렸을 적 문화예술 소외지역에서 자랐다. 청소년

작 파트를 나누고 리허설 촬영과 본 촬영을 순서대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 뿌듯함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모든 변화는 천천히 일

기에 문화예술을 좀 더 빨리 접할 수 있었더라면

로 진행한다. 단기간에 기술 습득이 어려운 가공작

느낀다. 청소년기의 소소한 경험이 때로는 미래의

어난다’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보다 더 흥미로운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그래

업 등은 예술강사와 함께 진행한다. 수업과정 전체

꿈과도 연결된다.

올해는 전교생이 20명인 초등학교에서 1, 2학년을

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모두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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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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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영화, 사진 등 단순한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문화 예술교육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 을 경우, 그 학생에게 작은 역할을 하나라도 부여 해 참여 동기를 일으키고 함께 어울리도록 해줘 야 한다. 사실 아직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고민이 되고 몇몇 학생들에게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적절한 대응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직 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하고 사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평소보다 제작 쪽

이야기해주며 만나는 아이들에게 작은 씨앗이 되

예술강사로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에 집중하고 있던 찰나에 담임교사의 말 한마디

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단계까지 왔을

여전히 머릿속에 뭔가를 채워 넣고 싶은 열망이

가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때 얼마만큼 노력을 했는지, 슬펐거나 괴로웠던

강하다. 3년 전부터는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에 참

문해복 예술강사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

랑할 수 있어야 한다.

점을 말해 주기도 한다.

여하는 등 예술적 역량을 높일 목적으로 미술, 시

“선생님은 완벽한 수업을 원하시나 봐요. 그 수업도 재밌

사회 예술강사 수업을 할 때는 보육원 아이들과

각예술 분야 관련 강의에 참여한 뒤 수업에 접목

영화 예술강사는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이라는 씨앗

고 좋지만,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아이들하고 오

만나게 되는데,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나

시키고 있다. 미래를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일, 나

을 뿌려주는 역할만 할 뿐, 그 씨앗은 학생들이 키

롯이 놀아주시면 됩니다.”

스스로를 베풀게 만들어 준다. 처음 강진 지역에

서서 해야 할 일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씨앗은 같이 뿌리지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과

만, 키워 나가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담임교사의 조언이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한 나

정은 힘들었지만 나를 반겨주는 아이들을 보면

는 어렸을 때부터 희망해 오던 꿈이 있었지만 결국

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학교에 출강을 하

보람을 느꼈다.

면 작품에 대한 결과물을 제출해야 된다는 압박

또한, 지역의 작은 영화관에서 특강형식으로 학

문화예술 중에서 영화라는 장르가 주는 유리한 면이 있나?

은 영화를 택했다. 영화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

영화라는 매개체는 공감각을 활용하여 뚜렷한 주

어 주었다. 영화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가

제의식에 대해 전달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크다는

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생들에게 영화 리터러시(Literacy) 수업을 하는 등

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나를 평가하는 요소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예술강사 2년 차까지는 학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작은 영화관에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의 친구 관계, 가

교사와의 협력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활동한 지는 벌써 5년이 되었다. 그 지역에서는

정에서의 가족 간의 소통 그리고 꿈에 대한 주제

3년 차가 되면서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하는 건

나를 알아보는 유치원생도 생겼다.

에 영화를 통해 접근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지, 학교교사를 위한 건지 고민하게 되었고, 최근

공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영화 수업

에서야 학생들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은 문제가 있는 지점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서 접

‘학생들과 즐겁게 작품 하나 만들자’라는 생각이

사회 기반의 커뮤니티에서 기여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을

근해 보고 그 문제점을 소재로 단편영화를 만드는

수업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오는 2학기 커리큘럼

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나 동기는 무엇

작업이다.

은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인가?

예를 들어, ‘집단 따돌림’이라는 주제가 정해지면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많

우선 유사한 영화를 찾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은 것을 배운다. 사회 예술강사로 수업할 때는 상

그리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영화 주제에 대해

대방을 기쁘게 할 수 있고, 스스로도 기쁨을 얻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토론 시간 동안에는 누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로서 관련 지원사업 외에 어떤

되면서 더 멋진 사람이 된 느낌을 받게 된다. 특

구나 자유롭게 움직이고 말할 권리가 있다. 이런

활동을 하고 있나?

히,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계

자유로운 분위기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난 2016년에는 단체를 만들어서 꿈다락 토요문

속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행복하다. 지식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제작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화학교를 운영했고, 올해는 사회봉사 활동을 더

과 기술의 습득만큼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

인 교류와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큰 기쁨을

하는 인생나눔 교실에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지

주고 있다.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기여하고 인정받

예비 문화예술교육자가 갖춰야 할 태도나 소양이 있다

역아동센터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대상 아이들에

고 싶은 욕구도 크다.

면?

게 영화 클립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도 하 고 있는 것들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없단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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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지난 2009년부터 영화 분야 예술강사로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해왔다. 이후 부처 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인생나눔교실, 전라북도 주민시네마스쿨 등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가며 더 많은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486nami@hanmail.net

새로 시작한 예술강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순하게 리터러시(Literacy) 교육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스스로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왜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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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테크닉을 넘어 심리치료로 재탄생하다 추언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치료사 김미영 <몸> 편집장

무용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다. 왜

형적 코스를 밟아 무용수가 되었다. 하지만 ‘나만의

그럴까? 무용이란 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

색’, ‘나의 춤’이라고 느낄 만한 것을 찾지 못해 방

는데, 우리가 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사

황한다. 그런 그녀에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우리 사회가 마 음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

“한 안무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신의 몸의 소리를 듣고

하면,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서 느끼는 대로 움직여보라고. 그런데 몸이 전혀 움직여

우리는 이 몸과 마음에 대한 무지로 인한 부작용

지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한 번도 제 몸에 귀를 기울

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우울한

인 적이 없었던 거죠.”

사건들은 마음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 많아 보 인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순천향대학교 무용치료 과

감 등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며 치유를 경험한다. 그

사업 기획·행정을 맡았고, 올해는 예술치료사로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범죄가 잇따르고, 그로 인해

정에 진학, 한국의 무용치료 창시자인 그녀의 스승

러나 누구보다 치유되는 것은 그녀 자신이다. 추언

참여하고 있다. 기획 행정인력으로 참여할 때는 사

많은 사람이 안게 되는 트라우마는 또 다른 사회적

인 류분순 교수를 만난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예

아 예술치료사는 무용치료를 통해 타인을 치료하고

업의 전반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예술치료사

문제를 안긴다.

술치유 공부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알게 되었고,

교육하면서 여전히 자기 자신을 치료하고 있다.

로 참여하고 있는 요즘은 현장의 세세한 부분을 알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이런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

또한 춤이 가진 놀라운 영향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는 사람들을 몸을 통해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를

고 한다.

아가는 게 좋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가장 나다운 사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몸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

프로그램의 개선할 만한 점은 어떤 것인지 배우는 중이에

“데면데면하던 사람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고, 산만하던

료를 ‘무용치료’ 혹은 ‘동작치료’라 하는데, 신체의

아이들이 자기 공간을 지키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일어나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요. 대상자와의 관계 못지않게 같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

각 부위를 예술치료사와 함께 늘이고 두드리고 움

춤을 추고… 모든 게 기적 같았죠.”

심리학을 비롯한 다른 예술치료(미술, 음악, 연극), 심

는 보조 예술치료사, 슈퍼바이저, 기관 담당자와의 소통도

리검사, 동작 관찰분석 등도 공부하고 있다. 현재 그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과정들이 힘들지만,

이 이루어진다. 어깨를 구부리고 있지 않은지, 목이

그녀 말대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무용치료를 통

녀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의 사무국 차장으로 재직

무용치료를 통해 변화해 가는 대상자들을 볼 때 큰 보람을

경직되어 있지는 않은지, 허리를 굽은 채로 지내지

해 마음의 병을 극복한 그녀가 예술치료사가 되

중이기도 하다. 협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느낍니다.”

는 않는지 등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몸의 문

어 다른 사람의 마음의 병을 낫게 했으니. 그런 그

제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움직

녀에게 무용치료는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그

“무용치료는 현재 매우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이 되고 있고,

올해 그녀가 치료사로서 맡은 대상은 소년원학교의

임으로써 몸과 마음의 병을 일으키던 문제들이 표

이후, 그녀의 무용 인생은 달라진다. ‘테크닉’을 위

그 효과가 학교, 병원, 센터 등 여러 곳에서 입증되고 있어

청소년들이다. 그 얘기를 하는 추언아 예술치료사

출되며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 그렇게 몸과 마

한 무용이 아니라 ‘마음’을 위한 무용이 시작되었

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

의 얼굴에 애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그랬

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예술치료사와 함께 움

다. 이전의 춤이 자기 만족을 위한 춤이었다면, 현

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문화예술치유

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아이들을 대할 생각에 마음

직이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재의 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추는 춤이다. 추언아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3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가정폭력이

이 무거웠고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

예술치료사는 무용치료 대상자들이 스스로의 몸을

나 성폭력 피해자들, 도박 중독자 및 도박 중독자 가족, 학

으로 무용치료를 행할지 고민하던 중 그녀의 지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

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등 심리치료와 정서적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창의적으로 아름답게 생각

는 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각 대상에 맞게,

치유가 꼭 필요한 대상들이 아주 많아요.”

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

직이면서 그동안 무지했던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

무용으로 치료받고, 무용으로 치료하다

이란 뭘까? 추언아 예술치료사가 말하는 아름다움

그 사람의 상태에 맞게 몸을 통해 내면으로 접근

154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용치료

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돕는다. 이런 치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초등학교 때 무용을 시작, 예

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상자들은 자기 자신을 드러

이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대한 그녀

이란, 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

술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전

내고 충분히 표현함으로써 해방감과 편안함, 안정

의 애정은 남다르다. 지난 2년간은 문화예술치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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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만나다

155


“‘아름다움’의 어원은 ‘나다움’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이렇게 긍정적인 보상이 되는 ‘말’은 ‘몸’에 경험을 남기고

가장 나다운 사람이라 해석할 수 있죠. 그래서 무용치료는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갑니다. 이렇듯 무용치료

가장 힘든 순간에 몸을 통해 잠재적인 긍정성을 일깨우며,

는 자신의 내면을 몸을 통해 경험하고, 경험한 몸의 느낌을

창의적으로 아름답게 나를 깨우고 이해하며 알아가는 과정

다시 언어화하고, 그 언어화된 것을 또 다시 몸의 느낌으로

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여자의 부정적인 문제에서부터

되돌려주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정만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

시작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자원을 이끌어내어 몸의 기 억이 일으키는 감정 또는 상태에서 시작, 그 다음 스텝으로

그녀에게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해서 마음을 두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린다. 우리의 마음을 몸으로 경험한다는 것, 몸이 경험한 다양한 움직임들은 닫힌 마음을 열기도 한

김연수 작가

다는 것, 그럼으로써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만들게

긍정이 에너지를 만든다

된다는 것. 우리가 몸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스스로 몸의 소리에 더욱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

소리가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여행지의 장소 섭외

이런 방식은 그녀가 스승과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층 더 건강한 삶

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낯선 장

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여행 장소로 특별히 순

이기도 하다. 상대의 단점이나 약점을 지적하는

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지역에

천과 여수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대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아서 격려하고 부족

서 유명하다는 먹거리들을 처음 맛보며 느끼는 기

가족들과 여행하기에 어떤 장소가 좋을까 고민하다

한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자 노력한다.

쁨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깨우는 기분 좋은 자극이

가 생태계의 소리가 풍성한 순천만으로 결정했다.

이런 노력을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자신에게도 하

된다. 이렇듯 여행지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낯

의사는 청진기로 몸 곳곳의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고 있다.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하고,

선 경험이 여행의 참 묘미라면, 여행지에서 새로운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판단한다. 우리도 우리가 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과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

고 있는 생태계의 소리를 듣고 그 지역의 상태를 알

거, 그녀는 이런 행동으로부터 힘을 얻은 경험이

진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을 매개

수 있다. 순천만의 갯벌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

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꿈다락 토요문

속에는 게들이 살고, 그 위로는 갈대들이 자란다. 생

화학교 주말문화여행 <소리여행 스케치> 프로그램

태계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리가 풍성하다는

의 사운드 아티스트 정만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얘기다. 순천만에서 그러한 풍성한 소리들을 들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용치료를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주 작은 것부터 자신의 장점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 적이 있다. 잘 웃는 것, 내담자를 편안하게 대하는 것, 내담자의 긍정성을 잘 발견하는 것,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몸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는 것 등. 이것들을 적 어내려 가면서 그녀는 자존감이 회복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담자를 편견 없이, 그리고 일관되게 대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감정과 내 감정을 구분할 수 있

추언아 무용·동작치료사(RDTRegistrated Dance Therapist)이자 무용·동작 심리치료 상담사다. 2015, 2016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 기획·행정을 맡았고, 2017년에는 소년원학교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주 예술치료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사무국 차장, ATA-한국예술심리치료원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대학원 예술심리치료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15년 4월부터 현재까지 소년원학교, 지역아동센터, 취약계층아동(그룹) 등을 대상으로 무용동작 주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서울강남성모병원에서 소아암 환아를 대상으로 무용동작 주치료사로 활동한 바 있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여수 모사금 해수욕 장은 바다 앞에 펼쳐진 자갈밭과 모래사장을 모두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발상이 독특하다. 어떤 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돌들이 부딪히는 소리,

기로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소리와 이번 프로그램은

모래가 쓸려가는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어떤 관련이 있는가?

있을 것 같았다. 가족들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좋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였다. 그림을 보는데

은 조용한 장소이기도 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때 이 후로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미지를 통해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 어떠한 방법과 도구를 사용했는가?

치관이나 방식대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상태

를 들었던 것과 반대로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떠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순천만으로 답사를 와보

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도 마찬

니 해설사들이 집음기를 통해 멀리 있는 철새들의

가지로 소리를 듣고 다양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

소리를 듣고 있었다. 순천만의 넓은 갈대밭과 갈대

다.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지

밭 너머 갯벌에 사는 새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다. 미술관에

그걸 보고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집음기로 같이 소

서 그림을 감상하듯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보면 새

리를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

로운 경험이 찾아온다.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과

비를 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사실 사

함께 소리를 찾아 떠나본 경험은 색다른 추억으로

람의 귀가 가장 좋은 마이크다. 귀로 민감하게 듣는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연습을 하고, 여행을 와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연

어야 하고요. 이러한 기본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나의 가

내담자들의 새로운 면이 발견되고, 긍정적인 면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추언아 무용치료사는 항상 야단을 맞는 아이에게 작은 것이라도 칭찬을 해줄 때 아이는 달라진다고 예를 들었다.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긍정성

김미영 무용월간지 ‘몸’ 편집장이자 유무브아트힐링프로젝트 대표. 무용공연 소식과 무용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더 나은 무용계를 열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댄스테라피협회 공인 무용·동작치료사, 무용/동작심리상담사, 한양대 무용학 박사과정을 지내면서 다양한 대상들을 위한 무용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연구에 힘쓰고 있다. art399@naver.com

습을 하는 게 본래 의도였다. 그런데 가족들이 집음

을 더 확장시키고, 그 긍정이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156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2017 arte 365

기를 너무 좋아했다. 가족들이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던

PART 4 만나다

157


예술가로서 <소리여행 스케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활동

은 소리가 나는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나중에는 현

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장에 가서 녹음을 하고 그걸 전시장에 설치 미술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가 “모든 사람은 다 예

술가다.”라는 말을 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수많

겨난다. 현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전시장에 풀어놓을

은 사람들이 사진도, 영상도 전문가 못지 않게 잘

때 소리가 주는 기억이 과거와 현재의 중간에 끼어

찍는데, 이 시대에 예술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들게 된다. 부처가 했던 최초의 말이 있었을 거고, 설

까 고민했다. 그러다 지금의 예술가는 서로 다른 것

법을 들었던 제자 중에서 머리가 굉장히 좋았던 제

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자가 그것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기 록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수천 년이 지난 현재까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장비 못지않게 사람의 귀로도

경우에는 잔디를 밟는 소리 등 생각지도 못했던 소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 다른 장소의 소리를 현재

얼마든지 민감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집음

리들을 듣기도 했다. 또 아이들은 스스로 소리를 찾

의 시간과 연결시켜 주거나, 사람과 자연을 만나게

남아있는 거다. 지금도 절에서 스님들이 외우는 암

기를 사용하면서도 우리의 귀로도 소리를 들어보는

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부모님들은 평소와

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지금의 예술

송은 그 시대 부처의 소리가 지금까지 연결되어 온

연습을 계속 했다.

는 달리 적극적으로 바뀐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무

가이지 않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내가 예전

것이다. 소리와 장소에 대한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이

척 신기해 하셨다.

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배우고 느꼈던 점들을 가

매체가 되어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낸다. 사운드 전

족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보통은 작가라고 하면 어

시라고 해도, 그 장소에 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려워하는데, 1박 2일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이

부분들이 있다. 현장성과 현장성을 연결시키는 기억,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소리들이 주는 예술적 영

름을 불러주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친해지기

그 사이에 필드 레코딩*이 있다.

감과 원천이 있는지 궁금하다. 소리에 민감함을 느끼는 것

마련이다. 처음에는 어려웠던 작가라는 존재가 이

*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 : 필드(Field), 즉 스튜디오와 같은 작업

자체를 문화예술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제는 선생님 같고, 친한 동생, 형으로 바뀌어 가는

이번 <소리여행 스케치> 프로그램은 1박 2일 여행 일정을 포함해 총 3회차의 일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체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 는지 궁금하다.

환경이 아닌 외부에서 녹음한 소리를 이용한 음악

1박 2일의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첫 번째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은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반

게 좋았다. 이렇게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가족들이

만남에서는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귀에

응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실 나도 소리에 예민한 편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하고, 예술가의 관점을 배

까지 들려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

은 아니다. 하지만 소리를 민감하게 듣는다고는 할

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교육관이다. ‘문화

수많은 사운드 중에서 작가님이 집중하게 되는 소리는 어

고 실제로 여행지에 와서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

수 있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아침에 알람이 울

예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라는 형식으로 아이

떤 소리인가?

습을 했다. 소리를 듣고 그림을 그린다든지, 눈을 가

리면 벌떡 일어나는 등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

들에게 인위적으로 가르치고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

주로 자연의 소리, 그리고 작은 소리들에 집중하

리고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만 집중을 하는 활동을

한다. 한편 소리를 민감하게 듣는다고 할 때 중요한

라,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과 같이 자연스럽게 여

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물소리를 많이 찾아

했다. 여행 첫째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몸에서 나는

건 소리를 집중해서 듣는 거다. 들려오는 소리를 그

행을 통해서 문화예술을 느껴보는 것이 하나의 문

다녔다. 폭포에서는 아주 많은 물이 거세게 쏟아

소리를 찾아보는 활동도 했다. 휘파람을 불고, 손방

냥 듣는 것과 집중해서 듣는 것은 천지차이다. 소리

화예술교육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져 내리지만, 사실 폭포가 시작되는 곳은 산위의

귀에 겨드랑이방귀까지 뀌면서 다들 너무 즐거워

에 예민하지 않아도 집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했다. 1분 동안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를 가만히 들

누구나 새로운 소리를 듣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

작은 물줄기다. 샘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부터 폭 포에 이르기까지 물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는 작업 도 했다. 또 우리 몸에도 물이 많이 있는 것처럼,

어보기도 했는데,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서 들으면

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소리에 민감함을 느낄 수

현대의 예술가는 무언가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의식하지 못했던 풍성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프

있도록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만 했는데도 가

관점이 인상 깊다. 이러한 생각이 소리를 채집해서 다른 미

물은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아까 바다에 가

족들이 무척 즐거워 했다.

디어와 매치하는 작가님의 작업에도 반영되어 있는가?

득한 물과 파도를 볼 때도 지구가 움직이는 게 느

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님들의 경우엔 ‘같은 장소가

158

형태로 전시했다. 그러면 그 장소만의 소리가 또 생

다르게 느껴진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아주 민감한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리 채집을 시작했

껴졌다. 만약 지구가 죽어있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가 들려서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의

다. 처음에는 주로 다양한 소리층이 있는 장소와 좋

면 이 파도도 잔잔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자전

2017 arte 365

PART 4 만나다

159


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파도가 치고 있는 것이 다. 이러한 이유로 물에 계속 관심이 가고, 물소리 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소리여행 스케치> 프로그램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소리여행 스케치>는 꽉 짜여지지 않고 여유 를 느끼며 자유롭게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했다. 소리를 듣는 간단한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여유를 즐기며 자연 속으로 소리 산책을 떠나보는 것이다. 그 여유 속에서 자발성이 싹튼다. 이번 프 로그램에서 작은 방법만 일러줘도 아이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말이다. 가족들 스스 로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도록 기회를 주는 것 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 한다. 여행지에서 소리에 집중해본 경험은 일상생 활로 돌아가서도 주변의 소리를 민감하게 듣고, 어 떤 소리에 귀 기울일지 분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소리여행 스케치>와 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이 주 변을 지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고, 자발성과 민감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 갔으면 한다.

김연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다. dustn0122@naver.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1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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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05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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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각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례를 발굴합니다

인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해외 문화예술교육 주변을 둘러보다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다

자바섬 작은 마을의 바틱 이야기

문화예술교육 교류·공유의 장으로 탄생한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

예술가와 교육,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

우리는 왜, 만나야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음악 교실

문화예술교육,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터뜨리다

낯섦과 다름 속에서 피어난 소통의 꽃 공간·소리·움직임으로 ‘표현’하다 나를 위한 숨, 나를 위한 바람 음악, ‘무한 긍정’의 촉매제 예술의 가치가 살아있는 문화예술교육 음악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

예술을 믿고 상상하고 즐겨라

좋은 수업 그 이상 : 훌륭한 티칭 아티스트리 (Teaching Artistry)에 대하여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예술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간

한 걸음 더 나아간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예술놀이를 통해 창조적 생각의 틀을 만들다 동심 담은 노래로 완성하는 버스 속 모험 함께 그리고 즐거운 모임을 위하여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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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해외 문화예술교육 주변을 둘러보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오픈 스튜디오 김가영 콘텐츠개발팀

“<A-round>가 무슨 뜻인가요?”, “‘에이’ 라운드 인가요,

150여 명의 참가자가 자리하여 해당 프로그램에 대

으로 한 예술작품 전시 및 박람회, 그리고 교육에의

쳤다. 또한, 다양한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며 느낀 예

‘어’라운드 인가요?”

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적용을 위한 컨퍼런스 등에 참여하며 보고 느낀 내

술가로서의 고찰과 국내 문화예술교육에의 적용

용을 작품 영상과 함께 소개하며, 다소 생소할 수 있

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관찰하여 탐방활동에 얼

는 미디어 아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또한, 역

마나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했는가를 보여주기

사가 길지 않은 미디어 아트 분야를 선구자적 입장

도 했다. 한편, 공예 예술강사로 프랑스 국립 인형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프로젝트 <A-round>(이 하 <A-round>)’를 진행하면서 종종 듣는 질문이었

7팀 7색 해외 문화예술교육 현장 이야기, 토크콘서트

다. <A-round>의 ‘A’는 예술교육 ‘Arts Education’

에서 다가가는 것에 대한 도전과 설렘, 그리고 산업

극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e la Marionnette, ESNAM)에 방문하여 교육 환경

을 의미하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매

먼저 7개 팀의 탐방 유형별 결과 발표가 진행되었다.

사회에서 정보기술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문화예

개인력들이 갖고 있는 교습법 및 교육콘텐츠 관련

‘자유탐방형’에 참여한 일본팀(김지영, 최선영)과 미

술교육의 역할과 내용, 교육적 접근법 등 문화예술

고민과 질문들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 ‘주

국 뉴욕팀(김용민, 문혜란, 윤용훈)은 각각 일본의 장

교육자로서의 고민이 엿보이기도 했다. 인도 전통

애인·홈리스 문화예술교육과 미국 뉴욕의 미디어

의상을 입고 발표에 나선 인도팀(신선영, 김효진, 박

기반 융합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탐방 조사를 진

세연)은 인도의 한적한 방갈로르 지역에서 응용연

를 연계 조사하여 국내 문화예술교육에의 발전, 활

행했다. 국내 장애인 복지시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극 워크숍 ‘안나 헬레나 맥린의 국제 워크숍 레지

용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탐구한 것이 인상적이었

변(around)’을 살핀다는 뜻과 함께, 탐방 결과를 국 내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국내 현장에 적용하여 ‘순 환(round)’을 이룬다는 뜻을 담아 2015년부터 시행 되었다. 지난 7월 총 176명의 지원자가 <A-round>

서 활동 중인 일본팀은 사회 소외지역에서의 관계

의 문을 두드렸고, 탐방주제와 계획, 개별역량을 종

형성, 문화예술교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갖

합적으로 심사하여 최종적으로 16명, 총 7팀이 선발

고, 일본의 장애인 문화 커뮤니티 ‘아뜰리에 코나스

되어 8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각 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방문했다. 다양한 문화 예술교육 기관을 방문하여 우수 사례를 조사하고,

(Atelier Konas)’와 시를 매개로 한 홈리스 지역 문 화예술교육 운동 기관인 ‘코코룸(Cocoroom)’을 방

문 조사했다. 일본 내 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에 대

던시 프로그램(Actor-Chorus-Text : International

Workshop Residency led by Anna-Helena Mclean)’에 참가했다.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음악

성(Musicality), 신체성(Physicality) 그리고 즉흥 (Improvision)에 중점을 둔 다양한 자기표현 기법 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고전 텍스트를 해체하고

과 사례를 조사하고, 세계 꼭두인형극 축제(Festival mondial des théâtres de marionnettes)에 참가

한 프랑스팀은 해외탐방 이후 국내 ‘춘천 인형극제’

다. 마지막으로 새내기 국악 예술강사로 남다른 열 정을 보인 미국 덴버팀은 미국 내 문화예술교육의 방법론과 발전 방향을 공유·논의하는 ‘2016 미국 예술교육 파트너십 국가 포럼(2016 Arts Education

Partnership National Forum)’에 참여하고, ‘콜로

라도 한국 학교(Korean Academy of Colorado)’에

워크숍과 콘퍼런스,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해외 동

한 인식과 태도, 참여자들과의 관계, 프로그램 사례,

재구성하는 일주일간의 집중 프로그램을 소개하

서 국악 수업을 시연하는 등의 유익한 활동을 소개

향을 파악하는 등 다양한 탐방 조사 활동을 펼쳤다.

운영방식 등을 소개하며 교육내용을 지속적으로 공

며, 2부 워크숍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해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하기 위한 공동체 구성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

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융합 문화예술교육의 통

마지막으로 국제행사 참가 및 기관탐방을 모두 수

이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종은 부연구위원의

난 12월 15일(목),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

찰을 얻기 위해 미국 뉴욕의 대학 및 교육기관을 방

행하는 ‘복합형’ 참가팀인 미국 미네소타팀(장혜진)

사회로 청중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흥원)에서는 2016년도 참가자들의 탐방결과를 공

문한 뉴욕팀은 전문 융합 미디어 교육 대학 및 커뮤

과 프랑스팀(이상진,

김윤하),

그리고 미국 덴버팀

참가자 공모를 준비하는 자세에서부터 탐방 주제를

유하고, 국내에의 적용점을 탐구하기 위한 성과공

니티 교육 기관을 방문하여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에

(이유나, 이소연, 김혜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미국 미

선정하고, 계획하는 단계, 그리고 탐방 활동을 진행

유 워크숍,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피소드를 소개하며, 국내 융합 미디어 문화예술교육

네소타 북아트 센터의 ‘2016 여름 워크숍: 다양한 혼

하며 만난 인상적인 인터뷰이 등 탐방 비하인드 스

<A-round> 오픈 스튜디오(이하 오픈 스튜디오)’가

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는 참가팀의 생생한 탐방 활 동의 과정과 경험을 국내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이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장르를 탐구한 ‘국제행사

야기 나누는 1부 ‘토크콘서트’와 탐방내용을 바탕으 로 그 방법론을 직접 체험해보는 2부 ‘시연워크숍’ 으로 구성되었다. 행사장인 진흥원 12층 KACES Hall은 예술강사 및 교육 강사, 교사, 예비 인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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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합매체를 활용한 비주얼 저널 제작(2016 Summer Workshop: Visual Journaling and Mixed Media)’

토리를 전했다. 특히, 차년도 사업에 대한 정보를 궁 금해하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사업 참가자들은 ‘탐

에 참여한 장혜진 강사는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

방 전 사전조사를 많이 할 것’과 ‘탐방의 목적성을

참가형’의 오스트리아팀(송수연, 최정미)은 오스트

으로 제작 워크숍에 참여하여 교육강사 및 참여강

분명히 할 것’, 그리고 탐방을 계획하면서는 ‘(해외

리아 최대 미디어 예술 전시·교육 박람회인 ‘2016

사 등 다양한 주체를 인터뷰하고, 수업 현장을 참관

기관 관계자 및 희망 인터뷰이에게) 최대한 적극적

했을 뿐 아니라, 지역 미술관 및 박물관의 문화예술

으로 연락을 취하고, 진흥원에 도움을 청할 것’ 등을

교육 사례를 조사하는 등 다각적인 탐구활동을 펼

강조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 2016)’에 참가했다. 그들은 미디어를 기반

PART 5 보다

165


(戦隊物, 일본에서 시작된 특수촬영물로 다수의 히어로가 팀을 이뤄 활약 하는 내용을 주로 다룸) 시리즈 제작을 위한 활동 과정(소품

을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참여자들

‘사삭~’ 종이 자르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분위기

제작, 연기, 촬영)을 진행한다. 예술강사 및 학교 관

트> 작품을 활용하여 고전 텍스트를 해체하고 새롭

에서 미국 미네소타팀 장혜진 강사의 북아트 제

계자 등 다양한 참여자 구성으로 ‘융합교과’에 대한

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아크로바틱, 무술 등 다양한

작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부산 꿈다락 토요문화학

개념과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등 현장의 열기

자기표현 연극기법 내용을 통해 직접 시연·소개했

교의 ‘가족 앨범 만들기’에 북아트 형태를 활용·적

가 뜨거웠다. 우선, 미술 분야의 김용민 강사가 파워

다. 또한, 참가자들과 함께 고전 텍스트 속의 여러 단

용한 장혜진 강사는 미네소타에서 참여했던 북아

레인저의 소품인 ‘무기 제작’ 수업을 진행했다. 형형

어들(하인, 주인, 마법 등)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면서,

트 제작 워크숍 내용을 반영하여 나만의 이야기

색색의 종이와 천을 활용해 가면과 칼, 망토 등 파

참가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응

가 있는 북아트 제작 수업을 시연했다. 우선, 동화작

워레인저의 무기와 옷을 제작하여 변신을 시작한

용연극 워크숍 참여자는 “인도 워크숍의 내용을 생

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두 사람』 그림과 함께

다. 그다음 문혜란 무용 강사의 진행으로 파워레인

생하게 전달하여, 인도에서 직접 참여하는 것 같았

강사의 낭독으로 북아트의 개념을 설명하고, 미네

저의 변신 모드를 연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다양

다”며, “텍스트 내용을 다양한 동작과 방법으로 살펴

소타 워크숍에서의 참가자들의 작품 사진을 소개하

한 무용 동작을 결합하여, 참여자들은 최대한 멋지

보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며 북아트의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소개했다. 이를

고 흥미로운 동작들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영

바탕으로 워크숍 참여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글로

화 분야 윤용훈 강사가 특수효과를 활용해 이 동작

이번 오픈 스튜디오 현장에서는 예술강사 및 교육

써보고, 이를 북아트 낱장(single sheet)으로 제작

들을 촬영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편집해 내는데, 실

강사, 학교 관계자 및 정책 관계자, 예비 인력 등 다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였다. 짧은 시간에도 참

제 수업 현장에 적용한 영상을 상영하며 수업을 마

양한 국내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프로그램에 대한

여자들은 가족, 연인, 개인적 감정을 다양한 형태로

무리했다. 워크숍이 종료된 후에도 이들의 연구와

높은 수요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예술교육자로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 워크숍

프로그램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을

서의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목적의식과 사명감

참여자는 “북아트에 이렇게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만큼 융합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있는 국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매개인력의 활약

있는 줄 몰랐다”며 “나의 이야기가 대단한 작품이

수 있었다.

이 펼쳐지기를 바라며 2017년도에도 한층 더 발전

북아트의 안과 밖: 이야기와 형태의 만남

되는 것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과 공유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극 <템페스

된 <A-round>를 기대한다.

김가영 콘텐츠개발팀 kykim@arte.or.kr

자기표현 연극 기법 ‘셰익스피어로 놀자’ 영화·미술·무용 융합 교과연계 ‘나는 파워레인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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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무용, 영화 분야 예술강사 및 연구원으로 구성

응용연극 워크숍(Actor-Chorus-Text)에 참여한 인도팀의 자기표현 연극기법 시연 워크숍은 11층

된 뉴욕팀은 탐방 전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융합 문

‘A.Lab’에서 진행되었다. 응용연극 단체 ‘문’에서 응

화예술교육 교안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오픈 스튜

용연극, 교육연극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선영,

디오에서는 이를 발전시킨 융합교과 연계수업 ‘나

김효진, 박세연 강사는 본 워크숍 프로그램이 그

도 파워레인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나는 파워레

들의 활동과 역량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전

인저 감독’은 초등학교 3~6학년 대상 미디어 기반

하며, 탐방내용을 실제 청소년 연극 공연에 적용한

영화, 미술, 무용의 융합 연계 교과수업으로 전대물

사례를 언급했다. 이들은 워크숍 환경과 교육내용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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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섬 작은 마을의 바틱 이야기

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그저 ‘기 술(skill)’만 배우고 있었다. 바틱과 그들의 삶을 연 결시킬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비는 현지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재 료, 차량, 숙소 등 워크숍 전반의 과정을 준비해주 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인도네시아에서의 ‘바틱 스 토리2’는 한국의 토탈미술관, 말레이시아의 SAC3,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알람바틱센터가 마치 2인 3

평창 문화올림픽 ODA 아트드림캠프 ‘바틱 스토리’

바틱의 고향 자바섬으로

각 경기에 나선 선수들처럼 호흡을 맞춰 각자의 역 할을 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지난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평창 문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화올림픽 ODA ‘아트드림캠프’의 일환으로 바틱의 본고장 인도네시아에서 바틱 프로젝트를 진행하

알람바틱센터, 바틱 그리고 아이들과의 만남

게 되었다. 부 이파 선생님을 모시고 인도네시아

이야기의 시작

바틱의 고향 욕야카르타(Yogyakarta)로 가면 좋 겠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의 의견은 달랐다. 선

아침을 먹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시골길을 따라

알람바틱센터(Alam Batik Center)를 운영하고 있 는데, 제자들과 지역에 있는 소외계층의 아이들과

작고 허름했다. 아이들은 평상같이 생긴 마루에 앉

“알겠어. 그럼 ‘플레이그라운드 인 아일랜드’는 여기에서 정리하자. 그런데 혹시 괜찮다면 내가 프로젝트를 제안해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인도네시아는 초행

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알람바틱 측에서는

도 될까?”

일 뿐 아니라 바틱에 대해서도 이제 배워가는 입

사전에 아이들을 모집하였고, 조금 일찍 바틱의 기

럽지만 개인적인 욕심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

‘바틱 스토리(Batik Story)’의 시작은 7년 전, 보르 네오 섬에 있는 코타키나발루에서 마리나와의 만 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나는 사바애니메

이션센터(Sabah Animation Creative Content Center, 이하 SAC3) 디렉터로 뭔가 새로운 것을

었다. 그래서 마리나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 해야 할 것 같다고. 마리나는 쿨하게 답했다.

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였다. 우리는 금방 의기투

알람바틱센터가 있는 파자란(Pajaran) 마을로 갔 다. 알람바틱센터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 바틱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프로

장에서, 그리고 바틱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삶

본 테크닉을 가르쳤다고 했다. 아직 만난 지 얼마

합을 하여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만들어보자고

마리나가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바틱’에 관한 것

을 꾸려 가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안 되는 아이들은 아직 서로 어색한 듯했다. 게다

했다. 하지만, 미디어 아트는커녕 현대미술 인프라

이었다. 인도네시아 전통 수공예 염색 기술인 바틱

당연히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옳았다. 그

가 한국에서 온 ‘무리’들을 보고는 신기하기도 하고

도 없는 곳이었다. SAC3의 학생들은 국비지원을

은 원래 자바어로 ‘점이나 얼룩이 있는 천’이라는

렇게 우리는 2016년 12월 1일부터 7일까지 바틱의

부끄럽기도 한 듯 우리와 눈을 마주치는 것마저도

고향 자바섬으로 떠나기로 했다.

쑥스러워했다.

University College Sabah Foundation)에서 학생

먼저 팀을 구성해야 했다. 현지 상황을 기록하고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들에게 바틱을 가르치는데, 실질적으로 바틱 기술

정리하기 위해서 사진작가(노순택, 노기훈), 영상

바틱에 대한 간단한 교육이 있었다. 부 이파는 친

술작가들을 코타키나발루에 초청하고, SAC3에서

이 아이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담당(김형주, 최윤석), 도록을 제작할 디자이너(손

절하게 알람바틱을 운영하고 있는 제자들을 소개

아이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국제행사를 기획 운영

었다. 하지만, 마리나는 친환경적인 천연 바틱의

혜인), 바틱천을 활용한 아이템을 연구할 패션디

해주었고, 바틱을 만드는 과정, 바틱을 보존하는 전

하는 방식도 익히게 하고, 좀 더 욕심을 내어 국제

다양한 가능성을 한국 예술가들과 함께 찾아보고

자이너(마소영), 홍보를 위해 잡지 에디터(이미

통적인 방식에 대해서 안내해 주었다. 그 후 아이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싶다고 했다. 그들과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혜), 전시나 팝업스토어 공간구성을 할 디자이너

들과의 본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크

바틱을 배워야 했다.

(장태훈)가 함께 하기로 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한 그룹은 바틱을 제작하

서는 바틱과 예전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작업을 함

고, 다른 그룹은 바틱에 대한 잡지를 만드는 일을

그렇게 2015년 겨울,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작은 바

께 했던 사람들과 처음으로 합류하는 사람들을 적

하기로 했다. 바틱을 만드는 그룹은 먼저 자신들이

틱 공방에서 ‘플레이그라운드 인 아일랜드 : 바틱

절하게 구성해야 했다. 무엇보다 코타키나발루에

생각하는 겨울, 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서 활동하시는 부 이파 선생님, 그리고 알람바틱

먼저 종이에 그리고, 다시 그것을 천위에 옮겨 그

받아 교육받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었고, 당연 히 전시나 현대미술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 다. 마리나와 나는 우선 인력풀부터 만들기로 했 다. 내가 한국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들이나 현대미

그렇게 5년간 ‘플레이그라운드 인 아일랜드(Play -ground in Island)’라는 제목으로 꽤 열심히 프로 그램을 운영했다. 최정화, 노순택, 송호준, 옥인콜

뜻의 ‘암바틱(ambatik)’에서 유래되었다. SAC3가 소속되어 있던 사바대학(Kolej Yayasan Sabah, 현

멤버들도 참여했다. 아이들은 처음과는 달리 능숙

스토리(Playground in Island : Batik Story)’가 만 들어졌다. 사진작가, 패션 디자이너, 잡지 에디터,

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프로그램 진행도 척척 해

일러스트레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등 다양한 영역

내었다. 학생으로 참여했던 아이가 SAC3의 스태

의 작가 및 디자이너들이 함께 했다. 바틱의 제작공

(mediator,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그 일은 마리나와 그녀의 동생이자 SAC3에서 행정직으

프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미

정을 배우고, 어떤 방식에서 우리가 도울 수 있을

로 일하고 있는 비비가 맡아 주었다.

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만들지 못했다. 아니,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탐색해 보는 시간이었다. 작은 공

지 않았다. 문득, 왜 이곳에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방에서 학생들은 인도네시아 바틱 선생님 부 이파

마리나와 비비의 도움은 컸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이 있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Bu Ifa)에게 배운 대로 바틱을 만들고 있었다. 하

는 학생들하고 짧게라도 영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

눈이 없는 나라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겨울은 어떤

냥 이대로 좋은데, 굳이, 왜? 누구를 위해서 그런

지만, 바틱의 역사가 무엇인지, 어떤 재료들이 어떻

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은 영어를 할 줄 몰랐

모습일까 궁금했다. 비록 눈을 직접 보거나 만져보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자문했을 때, 부끄

게 가공되어 쓰이는지, 더 중요하게는 바틱의 중요

고, 우리는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몰랐다. 마리나와

지는 못했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같은 세상에

렉티브, 서효정, 방&리 등 많은 작가들과 미디어랩

168

생님의 고향인 파수루안(Pasuruan)에서 제자들이

2017 arte 365

의 바틱 전문가 분들과의 소통을 위한 미디에이터

렸다. ‘챈팅(Tjanting)’이라는 통에 녹인 밀랍을 담 아 밑그림을 따라 다시 그렸다. 그림이 그려진 천 은 천연염색을 통해서 색깔을 얻게 되는데 염색 과정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관계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PART 5 보다

169


서는 그곳 아이들도 눈과 겨울에 대해서는 알고 있

을은 더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야 했

었다. 겨울 한 가운데에서 눈을 만져보고 싶기는 했

다. 집과 집 사이에 담도 없었고, 동네 이곳저곳에

겠지만, 아이들의 그림은 달랐다. 특히 기억에 남는

는 닭들이 자연스레 돌아다니고, 우리에는 염소들

한 아이의 겨울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저는 눈이 오

이 있었고, 집집마다 처마에는 새장이 있었다. 대

는 것이 싫어요. 눈이 오면 마토아 나무에 눈이 쌓

중교통이 없는, 그래서 누군가 오토바이로 데려

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토아 열매는 죽을 거에

다 주지 않으면 마을에서 나올 방법이 없을 정도

요. 마토아 열매가 없으면 바틱을 하기도 어려워지

의 시골마을도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자, 동네사

고…” 눈이 없는 나라의 아이들이기에 눈과 겨울을

람들은 우르르 구경나왔고, 거실에 앉아 아이와 아

동경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단순한 나의 생각은

이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집 아저씨 같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은 분이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다 주셨다. 동네 사람들이 푼돈을 모아 음료수를 사다주시기도 했

잡지를 만드는 아이들도 바틱을 하는 아이들 못지

다. 거실이라 해 봤자 카펫 하나 덜렁 깔려 있고,

이나마 마을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게 하기 위

않게 신이 나 있었다. 아이들은 바틱이 만들어지

그 흔하다는 TV는 커녕 제대로 된 가구조차 없었

해서였다. 알람바틱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료

는 과정을 그림으로 정리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다. 거실에 깔았던 카펫 역시 근처 사원에서 빌려

들은 마을에서 해결한다. 페리 아저씨는 어려운

바틱 재료를 찾아 그림을 그려 설명했다. 그리고

왔을지도 모른다고 부 이파 선생님은 말했다. 그

환경의 아이들이 바틱을 익혀 그들의 삶이 좀 더

서로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여 간략한 자기소개를

렇게 가난한 사람들이었지만, 얼굴에 그늘은 없었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페리 아저씨에게

덧붙였다. 아이들의 잡지는 종이가 아닌 천으로

다.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한 아이는 바틱을 열심

바틱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만은 아니다. 바틱

만들기로 했다. 한 페이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히 배워서 돈을 벌겠다고 했다.

은 일종의 종교적인 행위와도 같고, 대단히 영적

으로 덧그리고 염색하는 바틱의 전 과정을 그대로

워크숍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할 아이들이었다.

인(spiritual) 일이라고 했다. 실제도 바틱 주문을 받으면 몸을 정갈히 하고 한동안 사람들과의 만

밟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잡지는 한 땀 한 땀 손바

워크숍은 전시와는 다른 경험치를 준다. 하지만,

남도 끊으면서 주문자의 바람이나 이야기에만 집

느질로 엮어 의젓한 바틱 잡지가 되었다. 일주일

그래서 늘 조심스럽다. 우리가 함께 한 일주일은

중하기도 한다고 했다. 철저하게 자본에 좌우되는

정도의 짧은 일정 동안 우기(雨期)로 매일매일 내

우리에게는 좋은 경험과 추억일 수 있겠지만, 어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

리는 비 때문에 염색한 천이 빨리 마르지 않아 애

쩌면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린 이야기일 수도 있

도 있겠지만, 그들의 평온하고 행복한 얼굴과 웃

를 태웠지만, 바틱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기 때문이다.

음을 보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일

글씨를 쓰고, 그것을 다시 천에 베껴 그리고, 챈팅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떠나기 전날 우리는 파라잔 마을이 속한 스콜레조

(Skolejo) 시청 건물 한편에 아이들이 만든 바틱과 바틱 잡지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동네에 있는

여담. 바틱 전문가 페리 아저씨 이야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쪽 대나무와 사무실에 있는 책상으로 설치구조를

페리 아저씨는 부 이파 선생님의 제자이다. 그는

만들고 아이들의 작품을 걸었다. 전시를 통해 짧

4년 전 파라잔 마을로 들어와 다섯 명의 바틱 전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는 것

은 일정을 보람 있게 마무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문가들과 함께 알람바틱센터를 열고 인근 마을 주

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만남들은 서로에게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새삼 뿌듯했

부들에게 바틱을 가르쳤다. 자신들에게 주문이 들

큰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만남은 언제

다. 설치를 마치고, 우리는 하얀 티셔츠를 나눠가

어오면, 일감을 마을 주부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인

나 설렌다. 우리의 짧은 일주일은 그렇게 흘러갔

졌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티셔츠에 서

도네시아의 대다수의 주부들은 집안일을 주로 한

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오는 날, 비는 내리지 않

로의 이름을 써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참가자 모두

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았다. 우리는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왔지만, 돌아오

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생겼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여자들이 막상 할

는 2월 파라잔 마을에서 만난 열 명의 아이들이 곧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다. 페리 아저씨

한국을 찾을 것이기에 웃으며 돌아설 수 있었다.

는 그런 주부들에게 일거리를 주었고, 적게나마 수

햇살이 눈부신 코끝 쨍한 겨울을 아이들은 어떻게

입이 더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뿐 아니라,

경험할까.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간다는 것

신보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부터 전시기획을 시작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아트센터 나비에서 근무했고,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 전시팀장(2003~2005), 의정부디지털아트페스티벌 큐레이터(2005), 대안공간 루프 책임큐레이터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nathalie.boseulshin@gmail.com

마을사람들에게 바틱 재료로 쓰이는 작물을 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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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기간 동안 참가한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었

도록 장려했다. 예를 들어 망고나무를 심어서 열매

다. 알람바틱센터가 있는 파자란 마을도 그리 크

는 먹거나 내다 팔고, 안 쓰는 잎들은 모아서 알람

거나 부유한 곳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사는 마

바틱센터에 재료로 파는 방식이었다. 이 역시 조금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1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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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교육,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 2016 아르떼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 예술가와 교육-창의적 학습모델 설계와 개발 김인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Centre)와의 적극적 협업체계를 통해 중장기적 교

어 있는 중국 예술교육 중 대중을 위한 예술교육

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현황과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중앙문화관리간부학

자부심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이 속한 기관의 철학

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일 수 있다. 이러한 적극

원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중국 대중예술교육은 전

과 비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무엇이 그

적 협업체계가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경계 없는

국 단위에 분포한 44,423개 문화관에서 다양한 장

긍지의 뿌리일까 궁금했다.

예술’이라는 비전이 단순히 장르적 초월을 떠나 지

르로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전통문화 계승을 중심

리적, 조직적, 경제적 관점에서 실천되고 있다는 현

으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꾀하는 특징을 보인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예술가와 교육자는 자신을 발

침하는 세부 프로그램과 그에 따르는 전략적 특징

전시키기 위해 어떤 비전과 전략이 필요할까? 지난

보다도 이를 발표하는 이의 ‘자부심’이었다. 연출된

1월 9일부터 약 4일간 서울과 대전에서 열린 제41차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은 영국 바비칸-길 드홀 음악연극대학(Barbican-Guildhall School of Music & Drama, 이하 바비칸-길드홀)의 전문가들

과 함께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 ‘예술가와

실마리가 그의 첫 발표 제목인 ‘함께 일하기: 바비

실은 조직 내 성원에게 자부심을 부여한다. 그리고

교육 – 창의적 학습모델 설계와 개발’을 주제로 바

칸, 길드홀 그리고 시티 오브 런던’에 있다고 생각

과정은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협업체계는 예술(창

비칸-길드홀의 학습·참여부서 총괄디렉터 션 그

이 든 것은 그의 강연이 중반부로 접어들기 시작

작)과 교육(학습), 예술가와 참여자 사이의 더욱 다

레고리(Sean Gregory)와 창의학습부서장 제니 몰 리카(Jenny Mollica), 그리고 약 40명의 참가자들과

했을 무렵이다. 바비칸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수

양하고 유기적인 연계와 실험들을 가능하게 한다. 첫 번째 단계가 문화예술교육의 환경적 ‘연결하기와

행기관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기관이 갑을관계가

“‘함께 일하기’는 파트너십이 있어야 가능한 거겠죠. 물론

경계 허물기’ 작업이었다면, 이어 발표한 창의학습부

과 실습, 그리고 열띤 토론으로 인해 예정 종료시간

아닌 평등한 관계로 ‘함께 일하기’란 쉽지 않다. 그

쉽지는 않습니다. 연결고리를 맺어야 하고 예술과 교육 모

서장 제니 몰리카는 젊은 예술가와 청소년, 지역민

인 오후 5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첫 날의 워크숍 요

의 긍지가 이러한 수평적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두를 관통하는 그런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또 창의적으

등 모든 잠재적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창

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

점이 더욱 분명해진 부분은 그가 강연 중 인용한

로 상상력을 발휘를 해야 하며, 경제적인 측면까지 생각해

기’가 아닐까 싶다. 예술, 교육, 창의성, 학습에 있어

영국 문화부의 독립보고서의 한 부분에서도 읽어

야 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귀를 열어두고

의학습(Creative Learning)’에 대해 소개했다. 예술 교육의 사회적 확산을 이룰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경계 허물기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필연적으로 담

낼 수 있다.

상호 존중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비칸-길드홀은 ‘예술적 탁월함’을 택했다. 여기서

– 션 그레고리

‘탁월’의 의미는 예술적 수월성을 넘어 혁신을 추구

함께한 워크숍 첫 날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강연

보되어야 할 주요 연결고리들에 대해 나누었던 그 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런던시 내에 위치한) 별개의 (예술)기관들이 함께 협력하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여 하나의 유기체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실천

다양한 차원의 파트너십을 통한 ‘함께 일하기’의 또

새로운 관객과 참여자 구축은 바비칸의 비전과 함께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라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다른 강점은 참여 지역민의 예술적 참여에 대한 선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에 기인한다. BBC의 심포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바비칸 센터의 고등 교육기관

택의 폭을 넓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교육을

(바비칸-길드홀)이 중심이 되어 일궈낸 이러한 파트너십은

제공하는 자의 입장에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영국의 바비칸(Barbican)은 런던에 위치한 유럽 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이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드라

아이디어 발현의 기회를 더욱 풍부히 제공한다. 즉,

술단체를 초청할 시에는 바비칸과 사우스뱅크 센터

대 규모의 문화예술복합센터 중 한 곳이다. 이곳은

마, 연출, 무용, 낭송, 영화, 시각예술 등이 포함되어 계획되

바비칸-길드홀이 추구하는 ‘함께 일하기’는 문화예

가 함께 주최하여 공동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교육기관인 길드홀음악연극대학 뿐 아니라 콘

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술교육과 관련된 조직, 지역, 주체, 역할, 예술적 장

사례가 대표적으로 다뤄졌다.

서트홀, 극장, 갤러리, 영화관, 도서관, 아티스트 레

– 대런 헨리(Darren Henley), 영국 문화부 독립보고서

르 모든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결하기와

함께 일하는 실천 공동체

지던시 이외에 상업시설과 민간거주시설까지 포함

경계 허물기’의 환경적 필수조건이며 그 첫 번째

한 거대 복합문화 단지다. 창의학습부서 총괄 디렉

동일한 행정구역 내 위치한 타 예술기관과 바비

터 션 그레고리는 이러한 바비칸의 요소들이 무엇

칸, 그리고 행정기관인 런던시의 ‘함께 일하기’는

에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 무엇을 기반으로 미래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청중으로서 가 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비칸의 비전이나 이를 뒷받

172

창의학습을 통한 예술가 양성과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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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칸의 비전인 ‘경계 없는 예술(arts without boundaries)’을 단순 선전문구가 아닌 구체적이 고 실천적 수행으로 승화시켰다. 예시로, 바비칸과 경쟁관계일 수 있는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니 오케스트라와 어반(Urban), 힙합, 랩을 하는 아티

스트들의 협연과 방송, 베를린 필하모닉 등 해외 예

바비칸-길드홀의 창의학습팀 26명의 직원 모두는 창

단계로 볼 수 있다.

의학습 프로듀서(Creative Learning Producer) 내

중국의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사회교육과 부책임

직책의 명칭은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의 상징적 의

자 왕 짠핑은 현재 당 정부 지도자 간부와 문화경

지는 큐레이터(Curator)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이 미로도 볼 수 있다.

영관리인재에 대한 육성과 훈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전문 엘리트 교육과 대중교육으로 나뉘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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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예술가의 창의적 리더십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나왔 다. 다만, 학습 현장에서 참여자의 동기나 관심이

오후에는 션 그레고리의 진행으로 ‘창의성’을 주제

매우 낮은 수준일 때 동기부여를 어떻게 높일 수

로한 실습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음악적 요소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시도할

적극 활용된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스와니 민속음

때 교육자로서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악의 한 멜로디를 따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내고

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등이 질문되었

이를 합해 보는 방식과 한 명이 소리, 리듬, 몸짓 등

다. 션과 제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참여자

무언가를 시작하면 옆 사람이 나름의 해석과 즉흥

모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창작(Improvisation)을 통해 변형시켜 다시 옆 사람 에게 전달하는 방식 등이 사용되었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어야 되죠. 환 경조성을 잘 하더라도 항상 변수가 있죠. 내가 어떻게 했는데

“저는 이러한 직책이 가지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예술가가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듯이, 학

바비칸-길드홀의 창의학습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크리에이티브 커리어(Creative Career)’라는 프로그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그것을 받아

반응이 시원치 않거나 전혀 반응이 돌아오지 않거나, 아니면

서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점이었죠. 우리가 창작을 할 때에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올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응할 수

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리어 프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예술작품이 되었든 무엇인가를 선보인

있는 역량이 나에게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죠.”

정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그램은 예술가들에게 비즈니스 스킬을 연마할 수 있

다음에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 돌아올 지 예상할 수 없는 것처

– 션 그레고리

– 제니 몰리카

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네트워킹, 창단

럼 말이죠.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 돌아오면 그것을 받아들이

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과

또는 창업, 펀드레이징, 자금 및 조직관리 등 경영과

고 새롭게 기여를 하는 것이 창의적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을

“첨언을 하자면,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창의

여기서 ‘경계’라 함은 예술형태 또는 장르 간의 경계

행정기술을 연마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

이 활동을 통해서 비유적으로 보여드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일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믿음을 기반으로, 배움이

를 없애는 것도 포함되지만, 예술과 교육 간의 경계

는데, 전문가들의 강연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 션 그레고리

라는 것, 학습이라는 것이 항상 선형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

를 허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예술가와 프로

현재까지 9천여 명의 학생과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그램 참여자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강조된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학계에서는 2010년 이후부터 예술

이 실습 프로그램은 어떠한 반응이 왔을 때 자신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며칠 뒤에, 혹은 한참 뒤에 그 학생 안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 즉 귀를 열고, 경청을 하고,

에 뭔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씨앗이 나중에

예술적 소속감을 느끼는데 주력한다. 이는 탁월한 예

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이 주요하게 다 뤄지고 있으나,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여전히 크

들어오는 반응이 무엇이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할

어떻게 해서든 커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술가와 참여자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현 세대 뿐만

다. 영국의 경우, 바비칸-길드홀의 창의학습 과정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실험하는 시간이기도

– 제니 몰리카

아니라 미래의 예술가 양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을 통해 예술경영에 대한 교육을 받은 예술가들이 9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실습 프로그램을 리드하는

‘미래의 예술가’는 젊은 세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

천명에 이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21세기의 예

자로서 참여자가 실수해도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또한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점으로 예술을 위한 예

닌, 평생에 걸쳐서 자신의 예술적 영감과 기술을 연

술가에게 필요한 주요 역량 중 하나로 경영 그리고

것을 매우 중요시 하며,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하면

술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마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를 지칭한다. 이러한 평생

기업가 정신이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우리나

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주입

경제적인 지속성이 있는 예술 활동에 대한 중요성

교육학적 관점이 바로 창의학습의 핵심임을 재차 강

라에서는 사실 이러한 실천적 대응과 교육이 여전히

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사실 모든 교육적 환경에 필

에 대해서도 논의 되었다. 이들은 예술가의 활동이

조했다.

미약하기 때문이다.

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창의적 리더십은 구성원들

네 가지의 가치에 기인한다고 보는데, 예술적 가치,

바비칸의 창의학습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모든 이가

사이에 실수를 통해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몰입하는

교육적 가치, 사회적 가치, 경제적(비즈니스)적 가

바비칸-길드홀의 창의학습은 지역, 주민, 장르, 세대,

“예술가는 리더일 뿐만 아니라 교육자인 동시에 조력자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

치가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가치 중 어

학교, 축제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

(Facilitator)이기도 하고, 이것을 연출하는 경영자 또는 행정

다. 여기서 실수를 학습과정으로 연결시키고, 예술

느 하나가 더 우월하거나 하등한 것이 아니라는 점

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가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창작뿐만 아니라, 교육과 행정 모

(창작)과 교육(학습)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필수다.

이다. 따라서 21세기의 예술가는 위의 가치의 중요

‘바비칸 박스(Barbican Box)’는 젊은 층을 겨냥한 창 의학습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바비칸 박스’를 통해

완성된 참여자들의 작품은 쇼케이스(showcase)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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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학생 하나가 나의 활동에 전혀

두를 중요하게 다루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역량을 발전시켜

‘최고의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을 하다가 배우가 안 되면 교육

나가야 한다는 조언은 매우 중요하다.

이나 행정을 해라’ 라는 식의 접근 방식이 아닌, 이 세 가지 모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태로 발표된다.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예술작품

두가 다 중요하고 이 모두를 나의 전문적인 커리어로서 활용

의 발표 과정을 약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장치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했던 교육 과정입니다.”

토론은 그룹별 토의와 종합토론, 질의 순으로 진행

즉, 창작을 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나 연출 등을 실제 전문 전시나 공연을 준비하는 것

– 제니 몰리카

되었다. 그룹토의에서는 앞서 진행된 실습이 현재

하고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하고, 이것

과 같은 수준의 관심과 자원을 들여서 준비하고, 그

자신의 역할과 연계해 볼 때 특별히 유용하다고 느

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며 널리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것을 참여자들 역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낀 점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는 점이죠. 다시 말하자면, 창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은 ‘예술과 교육 간의 연결하기와 경계 허물기’를 보

의견을 나눴다. 각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창의성’을

리드하고 교육하는 다양한 스킬을 현 시대의 예술가는 요구받

여주는 좋은 예이다.

몸과 행동을 통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

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 교육현장에서 참여자의 특성이나 개성을 재빨리

– 션 그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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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가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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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넓은 음악 교실

일반적으로, 입시를 거친 한국의 예술 전공자 대부 분은 대학을 마쳤을 때 한 가지 정체성만을 가진 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전공 관련 기술과 지식만이 대학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확산시키는 활동가로서, 그리고 경

2016 아르떼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 노래에 대한 창의적 접근·교실을 위한 콘텐츠 탐구

제활동을 주체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기업가로서 의 정체성은 사실 한국의 환경에서 예술 전공자 로서 획득하기 쉽지 만은 않은 역량이다. 예술가 로서만 확립된 정체성이 가진 단면에 대해 우리는

김준수 음악가, 문화예술교육자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예술 이 외에 이러한 주요한 가치들을 차선책으로 설정하 게 한다는 점이다. 즉, ‘예술하다 안되니 교육을 한

호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초등

비영리단체이다. 송룸의 비전은 호주의 모든 어린

다’는 관점은 많은 점에서 교육에 대한 다양한 실

학생 때 배운 5대양 6대주의 오세아니아가 떠오르

이들이 교육과 개성 개발, 커뮤니티 참여 등을 강

험과 교감 그리고 행위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저하

고, 넓은 땅덩어리가 생각날 것이다. 원거리 지역에

화할 수 있도록 음악과 예술에 참여하는 기회를

시킨다. 이러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결

대한 교육 접근성이 취약한 호주의 지리적 제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취지지만 처음엔

과에 대해 우리 모두는 경계를 취해야 한다.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예술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데보라 니콜슨은 “이런 좋은

위해 ‘더 송룸(The Song Room, 이하 송룸)’은 호주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해도 예술강사가 왜 필요

실상 교육하는 예술가 또는 예술가인 교육자에 대

주요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하여 교사, 예술강사가

한지 예술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해 반문하는 교사

한 정체성과 역량에 대한 논의는 한국뿐만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예술교육 콘텐츠 플랫폼 ‘아

나 학부모들이 많아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증명하

술강사로서의 활동도 결국 사회 안에서 이뤄지는

츠:라이브(ARTS:LIVE)’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양질 의 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지역

다양한 인간 활동 중 하나로 본다면, 자신이 속한

예술강사 역량 강화 및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원

사회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하

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2014년 송룸은 교

송룸의 프로그램은 크게 현장 프로그램과 온라인

는 지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

육 혁신에 대한 공로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와이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현장 프로그램은 전문 예술

해외에서도 오래된 화두였다. 예술가로서 또는 예

즈(WISE) 상을 수상하였다. 호주에서는 첫 수상이 라고 한다.

에서 볼 때 자기이해,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해, 경 영정신은 예술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정체성

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요즘 한국의 예술 교육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와 학교가 매칭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중 간 역할을 송룸이 해준다. 학교 워크숍 프로그램 은 6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다양한

을 연결하고 그 경계를 허물어 나가는 데 함께 수 반되어야 하는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송룸을 초청한 이번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은

예술 형식과 주제를 다루도록 예술강사를 학교에

소개된 바비칸-길드홀의 ‘함께 일하기’는 개인의

1월 16일, 17일 양일에 걸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

배치한다. 더불어 학교 참여 및 복지개선에 힘쓰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이것은 사회적 시스템이기

원에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디렉터 데보라 니콜

도록 한다. 영유아 읽기 및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주체, 기관들이 함께하는 거버넌스적 협력체계는 정책적 관점에서 고려되어 야 한다. 션과 제니, 그리고 40여 명의 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한 첫 날의 논의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예 술가로서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바

김인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정책·예술경영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문화포럼 편집위원, 한국문화경제학회 학술이사,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국제교류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아트, 문화예술교육, 예술치유, 문화거버넌스 및 네트워크로 예술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자본 및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주요 관심 분야다. insul.kim@gmail.com

슨(Deborah Nicolson)이 송룸의 운영철학, 전략, 프로그램 모델 등을 소개하고, 프로그램 매니저이

자 예술강사인 레나 미첼(Lena Mitchell)은 워크숍 을 통해 음악·노래 활동 중심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여 입학 준비를 돕는다. 창 의적 커뮤니티 프로젝트에서는 예술 설치물이나 학교 벽화, CD/DVD 제작, 학교 전시회 또는 공연

공유해주었다. 더불어 ‘아츠:라이브’의 콘텐츠를 활

등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학교와 학부모 그

용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활용할 수 있는 방법

리고 커뮤니티가 상호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을 탐색하며 강연, 실습, 토론 순으로 매우 유쾌하고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비칸-길드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예술강사가 스토리텔링과 노래를 사용해서 아이

온라인 프로그램은 ‘아츠:라이브’를 사용하여 진

그 날에 대한 이 짧은 기록이 부족하게나마 앞으로

행된다. 호주의 모든 교사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나아갈 방향과 예술가와 교육자 사이에 고민을 하

호주 학교의 75% 이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아츠:

모든 아이들에게 예술에 참여할 기회를

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라이브’는 커리큘럼에 따라 음악, 무용, 드라마, 비주얼 아트, 미디어 아트를 다루는 예술 리소스

악한 아이들에게 맞춤형 고품질 음악 및 예술 프

(resource)를 제공한다. ‘아츠:라이브’를 사용하는 온라인 지원 프로그램과 현장 프로그램을 결합한

로그램을 제공하여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혼합 프로그램으로도 진행되는데, 원거리 농어촌

송룸은 호주 전국의 학교와 제휴하여 환경이 열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2월 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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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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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한 존중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

이번 워크숍을 리뷰하면서 송룸의 궁극적인 목표

양한 창의적인 교육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한

는 아이들을 훌륭한 예술가로 키우는 게 아니라,

다는 것이다. 송룸의 예술강사들은 창의개발교육

예술이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

의 경험자이며, 학생들과의 교감을 즐기는 최고의

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

아티스트이다.

는 것과 예술을 평생의 동반자로 두는 것 모두 엄 청나게 멋진 일이지만 지속적인 행복은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마지막은 철학자 플라톤의 명

전문가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예술교육 포털

언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지역의 일반 교사들이 수업 중 예술교육을 수행

대처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흑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송

“아이들에게 음악과 물리학, 철학을 가르치겠다. 그중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과 백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유연한 역량을 길

룸의 온라인 활용이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

도 제일 중요한 것으로 음악을 택하리라. 음악과 모든 예술

러 주어야 한다고 송룸은 얘기한다.

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악기, 프로그램 툴 등을

양식에 배움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속적

아이들의 생각을 유연하게, 힘 있게 송룸은 창의성을 ‘무엇’이 아닌 ‘어떻게’ 할 것인 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데보라 니콜슨은 베토벤의 변주와 아이들의 놀이

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양질의 교육 자료를

가 기본적으로 같다고 말한다. 베토벤이 고전음악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송룸은 자체 예술

에 대해 탐색(explore)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새 로운 것을 발견(discover)한 후 즉흥연주를 즐기

유한 온라인 예술교육 포탈을 개발하였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창

며 놀았듯이(play), 아이들도 이와 동일하게 학습 과 놀이를 탐색하고 어떤 사실이나 재미를 발견

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는 현재로

한 후 새로운 놀이로 변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의 디지털 예술학습 리소스를 통해 무용, 드라

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아이들을 준비

과정을 역동적이게 움직이는 것은 예술강사이다.

마, 미디어 아트, 음악, 비주얼 아트 총 다섯 가지

시키는 곳이다. 아이들은 상상한 적 없거나 준비

그래서 송룸의 예술강사들은 영감을 주고, 순차적

예술 형식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 협력할 수

되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되면 이전 것을 ‘기억’하기

활동을 이용해 공연하는 등 아이들이 예술의 한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리소스 콘텐츠는 예술 전

보다는 ‘생각’하게 된다. 그때 그 생각을 유연하고

분야를 충분히 갖고 놀 수 있도록 돕는다.

문 기관 및 개별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창의성엔 뚜렷한 정답이 없기에 어떻게 표현할

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창의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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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아츠:라이브’라는 고 ‘아츠:라이브’는 호주의 주요 예술기관과 협회, 예 술 관련 시행 기관 등과 제휴를 맺고, 1,000여 가

다. 비디오, 텍스트, 오디오 파일, 이미지 등 여러

그리고 그 창의성을 지속하도록 돕는데 예술강사

그렇다면 다른 예술교육기관과 송룸의 차별성은

형식과 기능, 그리고 전문 뮤지션과 공연 및 시각

의 역할이 있다.

무엇일까. 보통의 예술교육기관은 대체로 미리 설

예술가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15,000명 이상의 교

정한 하나의 커리큘럼을 예술교육 현장에 제공한

사들에 의해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

예술강사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기꺼이 다른

다. 반면, 송룸은 프로그램 구성과 제공에 있어 장

다. ‘아츠:라이브’ 교육은 송룸의 비전과 미션을 전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송룸

기적인 창의 프로그램 수요를 고려하고, 다양한

하는 전문가들의 소리이며, 예술강사들이 모여 정

의 관점이다. 그런 예술강사들을 만났을 때 아이

예술 형식을 직접 선택하며, 온라인 교습 및 학습

들은 다양한 예술세계에 노출되고, 결과에 얽매이

활동과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보를 나누는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다. 영· 유아나 초등학생을 위한 노래들을 감상하거나 이

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된다. 그렇기에 넓은 지역만큼 많은 부족과 이민

용할 수 있는 송룸의 공식 밴드캠프 페이지는 한

것이다. 예술강사는 모호한 것에 대해서도 유연히

자 가족이 있는 호주에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

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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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밴드 몽구스와 몬구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 DJ, 드라마, 영화, 연극, 광고음악, 로고송, 락페스티벌 등에서 환희를 느끼며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하자센터, 상상마당,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등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음악을 중점으로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2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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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다름 속에서 피어난 소통의 꽃 평창 문화올림픽 ODA ‘평창 아트드림캠프’ 박유미 미술작가

5개국 100여 명의 인원이 함께한 ‘평창 아트드림

캠프(PyeongChang Arts Dream Camp)’가 지난 2월 17일, 국립 평창 청소년수련원에서 그 막을 올

로 펼쳐진 음식 플레이팅 대결에서는 그들의 흥

생애 첫 눈의 기억

분과 설렘을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콜롬비아 팀의 예술교육 워크숍은 몸의 대화로 진 행됐다. 눈의 경험을 함께 나눈 후, 예술강사들과

“하얀 눈이 쌓인 아름다운 평창과 5개 나라가 하

뜨거운 여름 나라에서 온 참여자들에게 눈은 완전

콜롬비아 참여자들이 원을 그리며 둘러섰다. 한

렸다. 아트 드림캠프는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내

나가 되는 모습”(베트남), “미지의 세계로 온 낯선

히 새로운 경험이다. 평창의 시린 겨울바람도, 피

명씩 돌아가면서 하얀 움직임을 표현하면 이를 다

년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 패럴림픽

이방인의 모습”(인도네시아), “차갑지만 하늘 위에

어오르는 하얀 입김도, 오들오들 떨리는 몸의 감

같이 배웠다. 한 바퀴 돌아, 조용하고 평화롭고 하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열정과 화합의 올림

서 구름풍선을 타고 있는 듯 따뜻한 눈”(콜롬비아)

각도, 그들은 난생 처음 느꼈다. 동계올림픽 종목

얗고 차가운 움직임들이 모이니 춤이 되었다. 박

픽 정신을 확장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과 “비행기와 태양, 설산 아래 들뜬 얼굴”(말라위)

중 하나인 스키 점프대를 구경하고, 온통 눈밭인

자와 대열에 변주를 주며 섬세하게 다듬어나가는

이다. 2016년에는 국내 예술가들이 베트남, 콜롬비

을 하얀 접시 위에 담아냈다. 캠프의 주된 프로그

스키장에서 눈썰매도 탔다. 눈썰매를 끌고 다져

작업에도 신중했다. 인도네시아 팀의 워크숍은 차

아, 인도네시아, 말라위를 직접 방문해 예술교육을

램은 예술 워크숍이었지만 짬짬이 한국 문화와 겨

진 눈 위를 오르는 참여자들의 첫걸음은 무척 조

분하고 조용했다. 참여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각 나라의 학생들이 직접

울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참

심스러웠다. 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빠르게 미끄러

아 눈에 대한 느낌과 인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

한국을 찾아 호흡을 맞췄다. 뜨거운 여름 나라에

여자들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보다 즐겁게 소통했

져 내려온 친구들의 만면에는 눈처럼 하얀 웃음이

했다. 그들은 한국과 겨울, 그리고 눈과의 기억을

서 멀고 먼 하늘길을 날아 찾아온 겨울의 고장 평

고, 적극적으로 한국을 느꼈다. 특히 궁중떡볶이와

피어났다. 여기저기에서 돌고래 소리가 자동으로

창. ‘눈, 꽃 피우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평창 아트

비빔밥을 손수 만들어 나눠먹는 한식체험의 모습

터져 나왔다. 밑에서 지켜보는 인솔 강사들과 리

담아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batik)으 로 작품을 제작한 후, 수레 조형물에 설치하여 그

드림캠프에 모인 친구들은 어떤 가능성들을 펼쳐

은 무척 인상 깊었다. 참여자들은 낯선 식재료 앞

에종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가 생애

표현을 보다 확장할 계획이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보였을까.

에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서툰 젓가락질을 연습

첫 기억을 마음에 새기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신보슬 큐레이터는 참여자들이 바틱을 그들 삶의

하기도 했다. 거대한 함지에 50인분의 비빔밥을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소개했다. 아트 드림캠프에

비비기 시작할 때는 너도나도 주걱을 잡겠다고 나

낯섦과 다름의 공존

섰다.

서의 새로운 경험이 뿌리 깊은 삶의 예술과 만나 눈을 보고 느끼고 즐긴 참여자들은 팀별 예술교육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지, 무척이나 기대됐다.

워크숍을 통해 그 감흥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말

180

평창 아트드림캠프(이하 아트드림캠프), 그 6박 7

캠프 내내 참여자들의 옆에는 리에종들이 그림자

라위 팀의 음악 워크숍 현장은 자유, 그 자체였다.

베트남 팀의 예술교육 워크숍은 개막식에서 환영

일간의 여정을 알리는 개막식을 위해 한데 모인

처럼 따라붙었다. 아트 드림캠프의 리에종들은 대

말라위 팀의 끼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 예측 불가

공연을 펼친 진부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됐다.

참여자들의 얼굴에 긴장과 설렘이 떠올랐다. 각국

학생이나 대학원생들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은 참

했다. 워크숍의 진행은 눈에 대한 감상을 먼저 이

화합을 위해 참여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유기적

에서 먼 길을 날아온 해외 참여자들을 위한 환영

여자들을 위한 통역은 물론 캠프 전반의 운영을 뒷

야기하고 이를 멜로디로, 리듬으로, 몸으로 표현

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덩어리를 몸소 느꼈다. 공

인사는 평창 진부중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으

받침했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형, 누나, 언니, 동

하는 식이었는데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즉흥 공

연에서 함께 부를 노래의 가사는 ‘눈’하면 떠오르

로 대신했다. 해외 참여자들도 차례로 나와 자국

생처럼, 참여자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그들의 모습

연이 연달아 이어졌다. 한 참여자가 “모래와 달리

는 이미지를 담아 참여자들이 직접 썼다. “눈이 내

언어로 인사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말라위

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참여자들은 서

눈을 밟으면 발자국이 남는다. 어디든 눈이 있어

리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하얀 눈처럼 하얀 웃음

참여자들은 특유의 흥이 담뿍 녹아든 노래와 퍼포

로 웃고 떠들며 점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곳곳에

서 너무 행복하다.”고 자신의 감상을 밝히며 퍼커

이 드리워. 잡은 손을 더 꼭 잡았네~” 베트남 참여

먼스로 인사를 대신해 환호를 받았다. 참여자들의

서 같이 셀카(셀프카메라)를 찍고 서로의 말을 배

션 하나에 의지해 이를 표현했다. 이어 피아노 선

자들에게 어떤 생각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인사말 속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

우는 모습이 발견됐다. 캠프가 진행되는 6박 7일

율이 입혀졌고, 코러스까지 얹어졌다. 리드미컬한

묻자, 노래 가사처럼 눈 내리는 풍경을 직접 볼 수

다. 한국에 온 것이 너무 행복하고 꿈만 같다는 참

동안 참여자들은 모두 익숙한 시간과 장소, 관계

표현이 터져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함

있기를 바란다며 수줍게 웃었다. 눈과의 첫 만남

여자도 있었고,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길 바라

와 분위기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것들과 끊임

께 박수를 치고 흥을 돋우며, 춤을 췄다. 보고도 믿

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참여자들의 모습

는 참여자도 있었다. 특히, 평창에 와 처음 본 눈에

없이 마주했다. 낯섦과 다름의 충돌과 공존, 그리

기 힘든 즉흥 공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순수한 관

을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눈에 대한 생애

대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 그 안에서 싹트는 소통의 장은 아트드림캠프에

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첫 기억은 언제, 어디서였을까. 한참이나 더듬어보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국에 오는 길’을 주제

서 발견한 가장 큰 가능성이었다.

2017 arte 365

지만 희미해져버린 기억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PART 5 보다

181


가물가물해져 버린 눈과의 첫 만남, 그때 우리는

공통 사진 작업을 ‘나와 너, 우리, 세계에 대한 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억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트드림캠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손을 마주잡 고, 눈을 감고,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생애 첫

함께, 눈, 꽃 피우다

“사진 작업은 외부 대상을 향한 작업이 아니라 자신과의

기억, 눈과 겨울에 대한 첫 경험, 다른 나라 친구들

대화를 위한 작업입니다. 내가 이곳에 왜 왔는가, 나는 이

과의 첫 만남을 공유하며 마음을 열었다. 타인과

곳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는

소통했고 세계를 만났다. 약 7일간의 짧은 여정은

2016년 각국에서 이루어진 아트드림캠프와 이번

거죠. 참여자들은 자신이 평생 속해 있던 익숙한 환경에

이제 끝이 났지만 그 끝에서 그들은 이렇게 외칠

평창 아트드림캠프와의 가장 큰 차별성은 통합 프

서 벗어나 내 의지로, 내 몸으로 직접 한국에 왔잖아요. 그

지도 모른다.

로그램에 있다. 베트남 팀은 한국 학생들과 함께

들이 여기에서 ‘나는 세계인이구나.’ 느끼고, 세계인으로서

“이거 정말 대단하군요.”

공연을 준비했고, 콜롬비아 ‘몸의학교’와 5개국의

의 보편적인 감성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 작업을 계획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담을 수 있는 세계가 좀 더 커졌으면

낯선 환경에서 언어도 문화도 다른 친구들과 짧은

좋겠습니다.”

시간동안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 이유정 평창 아트드림캠프 예술감독

보였다. 하지만 낯섦과 다름이 만나고 부대끼며 호흡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아트드림캠프의 중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에는 자신만의 좁은 공간에

한 지향점이었다.

갇혀 타인과 온전히 만나지 못하는 ‘나’가 등장한다. ‘나’는

박유미 설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매체에 관심이 많은 미술작가. 2013년 개인전 《what a wonderful world》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4년 아르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마로니에 다방’을 기획했다. 어린이 예술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여전히 예술로 말하고 예술을 가르치는 작가 겸 강사로 목하 활동 중이다. gomako1983@hanmail.net

부인의 손님으로 찾아온 ‘맹인’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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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사진 작업은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 중에서도

기를 나누지만 대화는 계속해서 겉돌기만 한다. 이 때, 맹인

유독 눈길을 끌었다. 전체가 참여하는 공통 작업

이 TV에 나오고 있던 대성당을 함께 그리자고 나에게 제안

인 동시에 유일한 개인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카

한다.

메라로 자신의 모습, 함께하는 친구들의 모습, 머

그래서 우리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

무는 공간을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눈

안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후, 이를 각자의 추억이 담긴 사진첩으로 제작할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계획이었다. 아트드림캠프의 이유정 예술감독은

– 『대성당』 중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3월 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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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숨, 나를 위한 바람 2017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 ‘숨-바람-숨’ 강민채 잔꾀 대표

숨-은 혹은 사라진 대화

경우 분 단위까지 쪼개어가며 시간을 정확히 헤아

참여자들의 기대와 낯섦으로 인해 다소 묵직했던

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을 취할 것인지 어느

리면서도 언제든 예기치 못한 변수를 받아들일 수

공기가 조금은 흐트러지고, 이후 삼키기 뱉기의 첫

것이든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20분간의 ‘더듬고 빚

잘 될까? 어떨 것 같아요? 충분히 납득하고 따라갈 수 있

있는 충분한 여유와 틈을 남겨 두기도 했다. 특히

과정으로 껌을 씹으며 버릴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기’ 과정이 끝나고 각자의 선택으로 완성된 일곱 개

을까요? 조형만을 위해 단물을 빼고 껌을 씹는다는 게 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간에도 수시로 참여자의

씹던 껌을 뱉어 조형하는 설치 작업이 곧바로 이어

상자 속의 조형물이 하나씩 공개되었다. 그제야 빛

정스럽단 얘기 아닌가요? 조형은 뭔가 뱉기 전에 짧게 시

반응과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수정·보완해가며

졌다. 단물이 빠지는 시간 동안 과거부터 현재까지

을 본 조형물은 말이 없고, 각자는 그럴 수밖에 없

간을 주는 게 좋겠고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무엇

기획을 다듬는데, 이는 전체 프로젝트를 보다 입체

의 나를 돌아보며 버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 곰곰

었던 사정을 털어놓았다. 모두의 눈으로 확인하게

을 버리느냐 왜 버리는지 그 행위를 생각하며 껌을 씹으면

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드러나

이 생각해보는 이 사적인 시간은 말없이 허공을 응

된 그 다름, 이제야 속사정을 알게 된 서로 다른 조

서 다른 행위가 이루어지고요, 체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 않는 기획의 섬세한 과정들은 실제 수업에서 일

시하는 눈과 껌을 씹는 소리로만 공간이 가득 메워

형물들 앞에서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즐거웠다.

보면 어떨까요. 예술을 오해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결과물

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

질 만큼 진지한 침묵 속에서 진행되었다. 버리고 싶

로서의 예술, 거기에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부 예술 활동을

면서도 정체하지 않고 끝까지 순조로운 항해를 할

은 것들 또한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 감정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꽤 의미 있는 행위일 수 있겠죠,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어준다. ‘숨-바람-숨’ 기획의

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연필로 옮긴 종이 위의 기

그렇게 피드백이 잘되면요? (…) 이건 개인적인 기록인 거

가장 첫머리, 숨겨진 대화 혹은 사라진 대화를 소

록들과 단물이 모두 빠져버린 껌 또한 소중히 뱉어

예요, 껌을 씹으며 생각하는 시간도 서로 대화하는 방식도

개하고 싶었다.

낼 수밖에 없는 버림의 이중적인 행위인 것이다. 버

다음 날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정신과 몸을 깨우

있지만, 뱉지는 않고 씹으면서 계속 기록만 하는 거죠, 단어

린다는 것에 대한 통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 위해 ‘장다리’라는 도구를 착용하고 걸음마를 배

나열이든 최후통첩 선언문이든. 기록하는 시간을 주고 맨

이 설치 작품들은 연수가 끝날 때까지 강의실 벽면

워보기로 했다. 장다리는 바닥으로부터 50cm 높이

에 전시되어 모두에게 읽혔다.

위에서 걸을 수 있는 도구이며 두려움을 시작으로

마지막에 낭송을 하던, 어쨌든 다 같이 껌을 한꺼번에 뱉는

D동 411호에 예고 없이 부는 바람

거예요. 조형은 하지 않고? 뭔가 너무 개인화되는 건 아닐

감각을 깨우고 가치를 묻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걸음마를 연습할 수 있

까요? 자기 고백적 행위이긴 한데 조형적인 것이 아예 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처음 만난 낯선 얼굴들 사이로

‘버리기 가지기’ 과정으로 ‘더듬으며 따로 또 같이

는 과정이다. 시작 전에 넘어지고 다칠 것을 두려워

지는 건, 씹는 행위나 만드는 과정도 분명 있어야 할 것 같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저마다의 뚜렷한 의지와

빚기’는 개인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면서도 협

하는 다소 미지근한 반응들 속에서 엉거주춤 걸음

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동기를 지닌 참여자들은 이 낯설기만 한 만남 사이

업에 더없이 좋은 과정이다. 우선 4인 1조가 한 팀

마 연습이 시작됐지만, 곧 두 발로 걷게 된 사람들

에서 쉬이 긴장감을 내려놓기 힘들다. 어색한 첫 대

을 이루어 앞서 진행한 작업에서 버리고 싶은 것들

로부터 터져 나오는 기쁨과 아직 연습 중인 사람들

이 대화는 작년 12월부터 2017 창의적 예술교육 프

화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임상빈 작

에 대해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토론을 벌이고, 하

의 도전으로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허공을 걷는 새

로젝트 연수가 시작되는 2월 사이 진행된 기획 회

가의 작품 <60개의 체스 오브제>가 강의실 바닥에

나의 주제를 선정한 후 정해진 시간 안에 네 명이

로운 걸음마는 어디서든 느껴보지 못할 경험이 되

의 중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기획 회의는 참여 대

설치되었다.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이 아닌 프로젝

돌아가며 상자 속에 손을 넣고 오직 손의 감각만

었을 것이다.

상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리 진행되

트 강의실 안에 전시되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참

으로 더듬어 함께 흙을 빚어야 한다. 총 일곱 개 팀

기 때문에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보다 섬세한 구성

여자들은 익숙한 책상과 의자 배열이 사라진 이 낯

이 동시에 빚기 시작하는데 먼저 빚은 사람의 조형

장다리를 타며 깨운 정신과 몸에 ‘표준화에 저항하

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그 형태를 점점 구체화시

선 풍경 속에 갸우뚱하며 자신의 취향이어서 혹은

물을 더듬고 새로 빚거나 또는 덧붙여 다시 빚으며

기’ 주제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의 시작은 음악, 무

켜 나갔다. 이 과정에는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

자신과 좀 닮은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체스 오브제

하나의 주제를 다르게 해석하는 네 사람의 차이를

용, 그림, 조각, 퍼포먼스, 문학, 영화 등 각 장르마다

된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데, 실제

하나씩을 선택하게 된다. 전공이나 소속, 경력 등의

오롯이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다. 상자 속에서 벌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차례로 전달하면서 우리 몸 안

그 기획이 가능한지 어떻게 진행될지 왜 필요한지

표면적인 소개로 마무리되는 겉 인사가 아닌 자신

지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참여

에 깊숙이 박힌 표준화와 통념들에 대해 날카롭고

수업의 분위기나 참여자의 반응은 어떨지 등에 대

의 성격과 특성을 체스 오브제에 빗대어 비교하면

자들은 의심, 충돌, 기쁨, 좌절, 화해, 분노 등의 복

깊은 질문들을 던졌다.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서 저

한 집요한 질문과 끊임없는 확인을 통해 과정 하

서 자연스럽게 스물여섯 명의 서로 다른 첫인사가

합적인 심리 상태를 겪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항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굳어버린 몸과

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나갔다. 세부 프로그램의

이루어졌다.

차이를 수용하고 협업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무시

감각들, 교육 현장의 문제부터 참여자 개개인에게

184

2017 arte 365

PART 5 보다

185


직면해있는 여러 문제들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날 수

마지막 날 오전은 개인 작품(석고와 뼈로 만든 조형

게 한다. 그로 인해 2박 3일간의 ‘숨-바람-숨’ 프

밖에 없었다. 개인의 뚜렷한 생각과 소신이 왜 중요

물)을 가지고 근처에 산책을 나가서 개별 촬영을 하

로젝트는 다른 사람이 쉬니까 나도 같이 쉬는 숨 없

한지 개인의 변화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

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과 함께 곳곳을 산책하며 신

이, 비슷해 보이는 숨 없이, 스물여섯 가지 다른 숨

는지 또 우리는 예술의 범주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한 공기를 가득 채워 다시 강의실로 돌아왔다. 이

들이 쉬어질 수 있었다.

가치를 지닌 존재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후 몸 풀기를 통해 익힌 장다리를 활용하여 즉흥적

되었다.

인 하나의 극을 기획하고 협업하여 시연하는 과정이

오전에 산책하며 촬영했던 이미지가 화면에 띄워

진행됐다. 총 네 개의 모둠에서 각각 자유로운 형식

지고 그와 함께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들이

환기가 필요할 정도로 뜨겁게 몰입한 강의가 끝나고

으로 구성된 극이 시연되었고, 장다리로 인해 높아

이어졌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을 앞에

이후에는 6~7명이 한 조를 이루어 주제 강의의 여

진 50cm의 시선만큼이나 좀 더 멀리 보고 느끼며

두고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을까. 프로젝트가

운을 이어갔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

우리의 문제들을 유쾌하면서도 수준 높이 풀어냈다.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내게 생생한 그 숨들을 떠올

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사람이

이로써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리며 마지막으로 ‘비행하는 인간’의 한 구절을 소개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개인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

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진 않지만 되도록이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의

모두 다른 숨- 그 후

배정된 총 열여덟 시간 중 온전히 그 사람의 목소리

앞서 ‘숨-바람-숨’ 프로젝트의 프로그램들을 순서

갔다. “인간이 난다는 게 미친 생각이란 걸 나도 안다. 하지

와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집중해 들을 수 있는

대로 나열한 데에는 단순히 과정을 소개하려는 데

만 언젠가 그게 가능해지려면 생각이 허용하지 않는 곳으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에만 목적을 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로 누군가는 나아가야 한다.”

동안 끊임없이 삼키고, 뱉고, 버리고, 가지는 과정

- 『가만한 당신』 ‘비행하는 인간’ 중(최윤필, 마음산책)

조금 출출해진 오후는 통닭을 먹으며 살과 뼈를 추

의 반복 속에서 참여자는 근래에 일어났던 일부터

려내고 조형하는 과정으로 ‘토론과 함께 삼키고 뱉

과거를 중심으로 자신의 여러 모습들을 드러내 보

기’, ‘버리고 가지기’ 라는 통합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게 된다. 이 자유로운 나열 곳곳에는 자신을 바로

고기를 삼키고 뼈는 뱉어내어 깨끗이 세척한 후 자

보게 하는 장치들이 숨어있다. 흥미롭고 독특한 형

신이 취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상징적인

식을 빌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사실 그

뼈 조형물을 제작하게 된다. 앞서 토론을 하며 버릴

깊은 속에는 움츠러들고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당

것들을 적어 모아둔 종이는 석고를 부어 그대로 굳

신을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갈구하는 ‘절실함’이 있

혀 또 다른 하나의 조형물을 제작했다. 버릴 것들을

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당신이어

매몰시켜 굳힌 석고 조형물 위에 취할 것들을 쌓아

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고, 더욱 소신 있게 계속해

올린 뼈 조형물을 얹어 하나로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서 가도 좋다는 ‘위로와 응원’이 있었다. 삶의 어떠

다짐과 신념을 더욱 확고히 세우는 시간이 되었으리

한 바람의 흔들림에도 휘둘리지 않고 고유한 숨을

라 생각한다.

쉬며 사는 ‘나’이기를 바랐다. 그 모든 것에는 ‘나’가 존재한다. 자신의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을 통한 답은 결국 스스로 명확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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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해방을 꿈꾸던 익스트리머 ‘딘 포터’는 날고 싶어 했 다. 오래 날기 위해 가벼워져야 했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해

필요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다. 프로젝트에

2017 arte 365

강민채 2007년부터 《종촌, 가슴에 품다》, 《북아현동에서 잃어버린 마르티스 여아를 찾습니다》, 《골목에서 주름잡기》, 《통인시장의 발견 프로젝트》, 《섬의 노래》, 《비단수레 000》, 《닭에서 알까지》 등을 진행하며 프로젝트적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 2017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 ‘숨-바람-숨’에 강사로 참여했다. dalsoup@naver.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3월 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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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가치가 살아있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적 측면에서 ‘모두를 위한 무용교육’을 살폈다. ‘춤’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

을 신체의 존엄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 소

육’이 개최되었다. 앞서 4차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

통방식이자 수단으로 정의하고 춤이 가진 콘텐츠

두 번째 순서로 남인우 연출(극단 북새통 예술감

질을 향해 안내하는 예술가로서 창조적 에너지를

된 콜로퀴엄이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는 일상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유를 경

독)이 준비한 ‘경험하는 예술, 안내하는 예술교육

회복하고 교육과의 균형을 맞춰 내재적 동기로 바

새로운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각 예술 장르가 지

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완성하지 않아도, 칭

가’의 발제가 이어졌다. 예술교육 제도 및 정책의

꿔나갈 때 새로운 예술교육의 출발이 가능하다는

닌 특성, 교육적 가치를 논하였다면, 5차 공개 콜로

찬받지 않아도, 체면 차리지 않아도, 비위를 맞추지

흐름, 시대적 상황을 짚으며 현대 사회 안에서 예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퀴엄은 예술의 가치를 중심으로 실질적이고 체계적

않아도 용인되는 자유의지의 탐험 과정이 중요하

술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할 때라고 진

인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

다고 강조했다. 쇼케이스는 참여자가 ‘댄서’로서 정

단했다. 단순한 기술 경험을 넘어 예술의 본질을

다. 최재오 교수(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가

체성을 갖는 첫 출발 무대이자 커뮤니티 댄스를 발

깨달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예술교육이 필요하

사회를 맡고 약 1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표하는 자리로 기능하며, 배움부터 발표까지의 과

다고 강조하며 다음 사례를 소개했다.

1부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예술가, 2부는 예

정을 예술적 완결인 동시에 긍정적 순환으로 여긴

술이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토론으로

다고 했다. ‘13번째 수업’이라고 지칭하듯, 공연 준

진행되었다.

비 위주의 수업이 되지 않기 위한 과정 기획의 방

‘아난딸로(Annantalo Arts Center)’는 핀란드 헬싱 키의 대표적인 공공예술기관으로 유아부터 청소년

법과 실행 조언을 덧붙였다.

까지 원하는 누구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

앞선 발제들이 ‘예술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도교사와 예술가가 직접 수업 방식을 결정할 수 있

논의였다면 김인설 교수는 ‘예술교육자에게 사회는

다음으로 연령별, 직업별, 성별에 따른 참여자들의

으며 학교 커리큘럼과 통합해 수업에 활용 가능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다루었다. 우선

특징과 함께 창의적 리더로서의 예술교육자에 대

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남인우 연출은 한

예술의 가치를 해석한 후,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를

1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예술가’의 첫 발제

해 언급했다. 무엇보다 참여자와의 피드백이 중요

때 OECD 가입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였던 핀

교육의 가치로 치환하려고 객관화시킬 때 나타나

자로 나선 제환정 교수(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고

란드가 예술교육을 중점으로 시행한 이유를 제환

는 과정적 모순을 현대예술과 대중과의 괴리 등을

는 지난 3년간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학교>와 꿈

강조하며 교사로서의 열린 태도와 전문성은 교육

정 교수의 ‘안전한 실패’에 빗대어 생존을 위한 안

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했다. 이어서 문화민주주의의

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을 기획, 진행하면

의 질을 좌우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아울러 음

전한 리허설이 바로 예술이며, 정답이 없는 예술을

탄생과 확산, 한국사회로의 도입과 해석에 따른 예

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부

악, 안무 등의 협업 예술가 역시 공동 작업자로 자

통해 하고픈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다

술교육의 현 위치를 가늠하며 예술교육의 본질에

제_‘안전한 실패’를 위한 우아한 리허설을 위하여)’

기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을 때 교육 목적을 완수

뤄도 괜찮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

대해 탐구하듯 발표를 이어갔다. 현 공교육 제도에

에 대해 발표했다. ‘인간은 모두 무용수이다.’라는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정과 평가의 경우, 참여자

회 통합적 예술교육을 추구하는 벨기에 ‘ABC하우

는 리뷰, 교사는 자기 평가지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모든 것이 예술의 가치이자 고유성이라는

변화를 발견하는 기회와 과정을 거친다며 평가도

스(Art Basics for Children)’는 극장, 목공방, 주방 등 다수의 테마형 스튜디오를 갖춘 어린이 공방이

서 예술교육은 주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문

모토를 가진 <무용학교>와 <무용도전>은 참여자가 데서 출발했다며, 기술적으로 잘 추는 춤이 아니라

구 등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환

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과 활동이 가능한 개방

고 있는지 알아야 예술교육자의 역할과 위치도 분

예술 행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포용을 체감할

기했다. 마지막으로 폭력에 가까운 완벽주의와 성

형 공간들이 이어져 설계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공

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 있도록 과정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설계한

공에 대한 강박 있는 사회에서 ‘안전한 실패의 계

방 활동을 통해 타인과 영감을 주고받는 법, 그 공

다고 설명했다.

기’를 마련해주는 것, 도전의식과 동기를 주는 것이

간을 존중하는 법을 체득하며 개인의 삶과 사회구

예술강사와의 인터뷰 사례를 들어 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는 인상 깊은 말을

성원의 삶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의 주체로서 사회적 대우와 성취 가능한 지원 등

남기고 발제를 마쳤다.

남인우 연출은 청중들에게 ‘예술교육자는 교사인

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며, 직업적 정체성

가, 안내자인가’를 되물으며 기술적 방법을 가르치

을 확립하려면 헌신, 절망, 위기 등을 겪어야 한다는

예술교육의 목표, 안전한 실패의 계기

이어 콘텐츠, 쇼케이스, 참여자 특징, 창의적 리 더, 사정과 평가 등의 5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다각

188

좋은 예술가가 반드시 좋은 예술교육자는 아니다

지난 2월 24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17 arte 365

는 예술적 기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을 다 루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예술의 본

예술교육자의 정체성,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1부 마지막 순서는 ‘예술과 교육개혁, 그리고 문화예 술교육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주제로 김인설 교수(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화자본의 축적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짚어볼 때 과연 우리 사회가 예술교육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

PART 5 보다

189


제임스 마샤(James Marcia)의 <네 가지 범주의 정

의 역량과 삶의 추구’라는 논의주제를 롤 모델로

“참여자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경험의 차이를 보일

체감 지위 이론>(1966)에 대입하여 우리나라 예술교

서의 음악교육자와 기업가정신을 갖춘 음악교육자

때 안타깝다”며 예술교육이 주체적 선택을 위한 안

육자의 경우 현재 위기를 겪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로 정리했다. 롤 모델로서의 음악교육자에 대하여

전망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남

따라서 건강한 직업 정체성과 자존감이 형성되는

아브레우 펠로우(NEC, 엘 시스테마 강사 양성 과정)

인우 연출은 “현장에서 개개인의 삶을 대하는 예술

환경에 있는지, 학술적·정책적인 차원에서 역량과 지원에 대한 균형이 적절한지 등의 사회적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시작 기준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가치를 예술, 학습, 청

에서 개발한 ‘CATS’를 들어 훌륭한 시민(Citizen), 훌

륭한 예술가(Artist), 훌륭한 교육자(Teacher), 항상 연구하는 학자(Scholar)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요

를 위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정책 관련 질문에 대해 박영정 실장은 “문화예술교육 정

약했다. 또한, 엘 시스테마는 구성원들 각자가 40여

책이 제도라는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소년 성장, 공동체 화합, 기관의 목적 등 5가지로 요

년간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체계를 만든 실증이라

보자”고 제안했다. 기관과 개인의 입장과 요구만 있

약·제안하며 발제를 끝냈다.

며 다양한 예술적·사회적 가치들을 만들기 위해 예

을 뿐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없음을 지적하고 그동

술교육자들의 능동적인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필수

안 제도가 사람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능동적인 사

이며 그 가치들이 사회적 자본으로 자산화 되는 과

람이 제도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주체와

정 속에서 새로운 예술교육과 예술교육자의 정체성

대상을 바꾸는 발상이 필요한 때라고 정리했다.

이 형성될 것이라고 보았다.

노인미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사회예술 강사의 고민

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 필요 2부는 ‘예술이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토

과 질문에 대해 남인우 연출은 고민 속에 답이 있다

론’으로 세 명의 지정 토론자의 발표 및 질의, 질의

세 번째 토론은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의 방

고 격려하며 기술을 가르치는 행위가 아니라 경험하

에 대한 발제자 응답, 청중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

향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박영정 실장(한국문화관광

는 행위를 가르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모

었다. 첫 토론자 박은경 교수(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

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의 발표가 있었다. 예술

대상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예술강사

부)는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의 발제에서 정답이 없

교육을 재발견하는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예술

의 고민에 김인설 교수는 무척 공감하면서도 그들에

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한국문화예

의 가치, 현대교육과 문화예술교육, 맥락 중심의 문

게 강요가 될 수도 있다며 중간 역할을 하는 교사에

술교육진흥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과 매개자 역할이라는 네

게서 해답을 찾았던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

<꿈의 오케스트라>, <예술교육이 바뀐다> 등의 음악

가지 주제로 나눠 살펴봤다. 문화예술교육과 예술의

지혜 대표는 부모들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기 위해

교육 사례에 대입하여 교육 가치와 효과를 정리하였

가치에서, 예술 행위의 경우 본질적으로 교육적 성

프로그램 참여자 선정 전 부모 인터뷰, 공연 초청,

다. 특히 직접 참여한 <예술교육이 바뀐다>에서 참여

격을 지니며 심미적(내재적)·경제적·사회적 가치로

가정통신 등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

어린이들이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교

이뤄진 예술의 가치 역시, 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가

다. 예술기획자를 꿈꾸는 학생이 현재 활동 중인 예

사의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며 예술교육자의

치 창출과 확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

술교육자의 생계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남인우

역할을 환기했다.

리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내의 예술교육 활동은

연출은 20년간 활동 중인 사다리연극놀이아카데미

제도 안에 갇히는 경직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

천정명 대표강사에게 답변을 대신 부탁했다. 천정명

다음 토론자로 나선 서지혜 대표(인컬쳐컨설팅)는

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대표강사는 구성원들이 갹출한 돈으로 공간을 유지

음악 분야의 새로운 예술교육 접근에 대해 ‘예술과

보급하는 것보다 참여자들과 함께 요구되는 맥락 속

하고 있고 지원금 없이 사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

교육, 예술교육에 대한 이해의 틀 깨기’, ‘기업가정신

에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이라고 답했다. 꾸준히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내성

에 기반한 예술교육자의 역량과 삶의 추구’라는 두

설명했다. 매개자 역할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한 서

이 강해져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내가 왜 하고 있는

가지 논의주제를 제안했다. 우선 남인우 연출의 발

지혜 대표의 ‘기업가정신’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구

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좋은 동료를 찾길 바란다

제는 예술이 가진 본질적 속성에 내재된 가치를 환

체적인 대상과의 만남, 기술, 태도, 능력 등의 갖춘

고 덧붙였다. 박은경 교수 역시 열정을 잃지 말라고

기했다고 평하며 ‘예술과 교육, 예술교육에 대한 이

사람만이 예술교육자, 기획자, 매개자라고 볼 수 있

부탁했다.

해의 틀 깨기’에 대해 <꿈의 오케스트라> 본부 운영

으며, 이를 고려한 매개자의 기능 강화를 함께 마련

경험을 이야기했다. 예술교육자가 가진 견고한 예술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교육에 대한 틀을 깨고자 교육 목표를 ‘아동의 건강 스트라의 교육 방식까지 달라진 것을 목격할 수 있 었다고 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역시, 빈민 대

사회자 최재오 교수는 정부, 기관, 교육현장, 예술교 전체 맥락에서 각각 작동될 때 ‘예술의 가치와 문화

다양한 주체 간 교류와 소통을 넘어

예술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정리하며 4시간을 훌쩍 넘긴 콜로퀴엄을 마무리했다. 이번 콜로퀴엄을

상의 음악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이어서 발제자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계기로 예술의 가치를 되새겨 더 나은 예술교육 현

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접근하여 시작되었다고 덧

‘안전한 실패’에 대한 청중 소감에 대해 제환정 교수

장의 환경을 모색하는 자리가 이어지길 바라본다.

붙였다. 이어서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예술교육자

는 20대가 쓰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예시로 들면서

2017 arte 365

이초영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요즘은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웹진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육자 간의 교류, 이해, 의사소통 등의 요소가 합쳐져

한 성장’에 두었다며 아동들의 변화에 따라 오케

190

교육자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예술교육자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3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191


음악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교육 현장 김경민 자유기고가

악기와 친근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음악이 된 아이들이 있

아이들도 악기를 닮아가는 것일까. 콘트라베이스

주 2회 2시간씩 모여 윤용운 음악감독의 지휘 아

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일궈낸 마법의 하나다. ‘꿈의 오케

와 첼로 파트 수업은 진지하고도 묵직한 분위기가

래 파트 선생님과 악기를 배우고, 해마다 4-5회 무

스트라 성동’은 안락한 둥지 삼고 따스한 볕이었다가 시원

흘렀고, 플루트 수업은 시종일관 발랄하고 경쾌했

대에 올라 자신의 실력을 펼친다는 점은 다른 꿈의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은 2012년 35명의 단원으로

한 물이기도 했을 음악을 양분 삼아 스스로를 힘껏 피워내

다. 트럼본 파트는 에너지가 넘쳤고, 가장 인원이

오케스트라와 다르지 않다. 참여강사들은 자신이

출범했다. 첫 두 달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많은 바이올린 파트는 활기찬 분위기에서도 섬세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의 강점으로 ‘끈끈한 유대감’

악보 훈련부터 시작했다. “너도 할 수 있어”, “포기

한 지도로 수업이 이뤄졌다. 이 모든 파트를 관통

을 이야기하였다. “학교도 나이도 다르지만 단원들

하지마”라는 말이 입버릇이 되었을 무렵 그해 12월

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악기를 잡았을 때의 단원들

간 우애가 좋다”며 “음악으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부모님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열었다. 간단한 동요

의 태도였다. 쉬는 시간 왁자지껄 뛰어 놀다가도 수

아이들을 볼 때 음악가로서 행복하다”라고 전한다.

곡이었지만 지휘하던 윤용운 음악감독도, 객석의

나를 닮은 악기를 만나다

업이 시작되면 눈빛이 달라졌다. 자세를 고쳐 앉아

음악은 아이의 자존감을 춤추게 한다

부모도 모두가 눈물을 글썽이고 만 기억이 생생하

싱그러운 봄 풍경과 봄비가 다정한 앙상블을 이루

악보대를 펼치고 조율하는 모습은 하나같이 단정했

“가장 중요한 점은 애정을 갖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다. 믿고 기다려 주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아

던 4월의 어느 하루.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16회차

다. 옆의 친구와 음을 맞추고, 서툰 친구를 기다려주

노력이죠. 가끔 어떻게 연주곡을 선택하냐는 질문을 받아

이들 스스로 증명해 낸 첫 ‘사건’이었다.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소월아트홀을 찾았다. 강의

고, 선생님의 지도를 경청하는 학생들을 일컬어 윤

요. 저는 보통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고릅니다. 다를 게

이날 학생들이 연습한 곡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실부터 로비까지, 선생님과 단원들의 파트별 악기

용운 음악감독은 ‘기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없어요. 하지만 단원들의 실력에 맞게 이를 편곡하고 교수 방법에 대해서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교육강사들과 함께

교향곡(Symphony No.9 ‘from the New)’이었다. 드보르자크가 아메리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오는 선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지하 로비에 이

“저는 오케스트라로 음악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요. 도제

치밀하게 준비를 합니다. 단원들은 아직 성장 중이어서 체

인디언 음악과 흑인 영가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했

르니 세 명의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체격보다 훌쩍

식으로 악기를 배우다 곧잘 하면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

력적인 안배도 해서 연습 시간과 강도를 정합니다. 이런 세

다는 스토리가 어쩐지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아이

큰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일반적인데, 꿈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악기를 배우지 않은

심함이 강한 유대감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들과 닮았다. 알려진 대로 꿈의 오케스트라는 단원

에서 콘트라베이스의 자리는 맨 뒷줄이다. 바이올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라’ 했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 윤용운(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음악감독)

모집부터 저소득·차상위 계층·다문화·한부모 가

린, 플루트처럼 친숙한 인기를 누리지는 않지만 매

라고 제가 반문했었죠. 저에게도 도전이었지만, 음악에 대

력적인 저음으로 여러 악기가 내는 소리를 더욱 돋

한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오케스트라 단원

또 윤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단원들이 정

룰 기회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

보이게 만들어 주는 ‘속 깊은’ 악기다. 어린 학생들

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보여주었어요.”

말 배우게 되는 것은 ‘소통의 방법’이라고 말을 덧

진다. 악기가 친숙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꿈의 오

은 이 악기의 매력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 윤용운(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음악감독)

붙였다.

케스트라는 든든한 울타리요, 도전하고 싶은 신세계

수업이 한창인 가운데 중후하고도 묵직하게 들려

정 등 음악을 배운 경험이 전혀 없거나 악기를 다

가 아니었을까. “콘트라베이스는 밑에서 받쳐주는 음을 만들어 내요. 저도 평소에 친구들을 챙겨주고 맞춰주는 편이라서 제 성격과

“오케스트라는 다른 단원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자기 소리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은 유대감이 강하다

비슷해서 좋아요. ‘캐러비안의 해적’ OST처럼 신나는 곡을

를 화합하도록 내는 연습입니다. 끊임없이 어울림을 연습 하고 또 연습하죠. 그게 어긋나면 어떤 불협화음이 나고 차

“머리가 복잡할 때 혼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요. 한 음 한

현재 60명의 학생 단원과 10명의 교육강사가 함께

질이 생기는지 절로 알게 됩니다. 경청하고 이해하는 법을

음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초등학교 3학년인 남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에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몸으로 배워 나가는 과정입니다. 악기를 다루면 지능이 발

동생도 함께 배우고 있어요. 동생은 클라리넷을 배우고 싶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은 성동문화재단에서 운영하

달하고 노화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인

어 했는데 어리고 앞니가 없어서 바이올린으로 마음을 바

“2년째 배우고 있어요. 처음엔 어렵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

는 예술단체 1호인 만큼 재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생이 음악으로 더 풍성해지겠죠.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소

꿨어요. 제가 적극 추천했어요.”

있는 악기예요. 선생님께서 운지법부터 자상하게 알려주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연습무대인 소월

통의 기술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게 바로 꿈의 오케스트

– 윤곤지 학생(중1, 바이올린)

고, 쉬는 시간에도 장난치며 놀아주셔서 연습시간이 금방

아트홀이 도심에 위치해 아이들의 접근성이 편리

라 성동의 현재가 있게 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가요. 오래도록 배우고 싶어요.”

하다는 점도 꿈의 오케스트라를 성장케 하는 원동

– 윤용운(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음악감독)

연주하면 정말 신나요.” – 이종윤 학생(6학년,

– 정지민 학생(5학년,

192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2017 arte 365

력으로 꼽을 수 있다.

PART 5 보다

193


예술을 믿고 상상하고 즐겨라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배운 바이올린으로 교회에서 봉사활

2017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하 교육 주간)은

탄생』을 예로 들었다. 이 책에서 ‘예술과 과학을

동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여

5월 24일 국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5일 문화

동등한 위치에 두는 통합적인 교육과정을 해야한

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좋아요. 연습 시간이 기다

예술교육 콘퍼런스, 27-28일 문화예술교육 워크

다’라고 강조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역사적으로 예

려져요.”

숍 등으로 꾸려졌다. 이중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

술과 과학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매우 훌륭한 성

– 김연우 학생(4학년, 바이올린)

하 DDP)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은 문화예술교육

과를 내어 왔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유치원 때부

관계자 400여 명의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

터 대학교까지 전 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인문학

현장에 아르떼365가 다녀왔다.

과 수학, 과학과 마찬가지로 예술을 배워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은 표현력이 부족하고 의기소침했 어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죠. 그런데 오케스트라

고 전하였으며, 예술교육이 제도권 교육 내에서

는 내가 좀 부족해도 옆 친구에게 의지할 수 있고, 친구의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문화예술교육 신념과 상

‘여가’ 혹은 ‘엔테테인먼트’로서만 행해지고 있는

실수를 나의 노력으로 감싸줄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아이

상, 기쁨을 말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고, 예술가이

현실을 비판하였다.

들은 유대감을 경험하고 안정감을 느껴요. 특히 스스로 어

자 예술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국내외

렵다고 생각한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오르고 나면

전문가들을 초청, 예술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

아이들이 확 달라집니다. 감수성이 풍부해지니 표현력이

과 방법론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그 동

알바로 레스트레포가 20년 전 설립하고 운영해

좋아져요. 음악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요.

안 빠른 양적 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 예술교육이

온 ‘몸의학교’는 ‘예술과 함께’와 ‘예술을 위한’이

오케스트라를 떠난 후에도 아이들이 늘 음악을 가까이 두

향후 다양성을 확보하고 예술교육의 질적 강화를

라는 말을 분명하게 구분해 사용하기 위해 노력

고 즐기기를 바랍니다.”

동반하도록 하는 가능성을 모색, 공유하는 시간이

한다고 했다. 여기서 ‘예술과 함께’란 전문적인 예

– 윤용운(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음악감독)

었다.

술가를 통해 배우는 통합적인 예술교육을 말하고,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 영감을 이끌어 내는 사람

‘예술을 위한’이란 매우 높은 수준의 엘리트 교육 윤용운 음악감독에게 꿈의 오케스트라는 ‘도전과 쉼’이다. 도전을 통해서 실력을 쌓으면 음악은 그 자체로 휴식과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9월에 열리 는 ‘숲속의 오케스트라’(구로, 서울숲)와 11월 ‘청소 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소월아트홀), 12월 ‘꿈의

으로 일생을 예술을 위해 살도록 어려서부터 길 김경민 2010년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주간조선>에 입사해 2014년까지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탈북자 문제 전문기자로서 <주간조선>에 탈북자 인터뷰 기사를 연재했고,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 인터뷰를 담당했다. kyongmin0127@gmail.com

발제 ① 예술교육자: 날개를 달아주는 자

을 밟아온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알바로 레스트레포(Álvaro Restrepo)는 몸의 학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

교 출신 전문 무용수 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티네

술교육자’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

(Ricardo Bustamante Martinez)와 함께 예술

했다. 예술세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들의 뜨거운 도전과 음악이 주는 위안을 함께 경험

가와 예술교육자는 ‘날개를 달아주는 자(Wing

눈과 마음을 열어 주는 사람을 ‘날개를 달아주는

해 보자.

Maker)’라는 자신의 선언을 담은 퍼포먼스로 발

사람(Wing Maker)’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마지막

제를 시작, 모두에게 예술적 감동을 선사했다.

으로, 그가 말하는 예술교육자로서의 과제는 ‘크

오케스트라 성동 정기연주회’(소월아트홀)에서 이

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5월 1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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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그는 예술을 통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과학의

조각가의 조각가, 예술가의 예술가. ‘날개를 달아

지식 탐구 방식과 같다고 주장하며 로버트 루트

주는 사람’. 이 시적이고 광범위한 것이 예술교육

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과 미셸 루트번

자의 임무라는 그의 맺음말은 우리 교육 현실에

스타인(Michele Root-Bernstein)의 공저 『생각의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졌다.

PART 5 보다

195


발제 ② 일상과 예술의 연결고리 20년간 현장에서 연극놀이를 진행해 온 천정명

발제 ③ 음악적 교감: 소리, 상상력 그리고 예술성 예술적 교감을 통한 음악교육

했다. 계속해서 노래를 하다보면 내일은 더 나은

안나 커틀러는 이 메일을 테이트 모던의 열린 공

노래를 부르게 된다는 것. 그렇게 해서 예술 교육

간이라고 할 수 있는 ‘테이트 익스체인지’를 운영

자는 꾸준히 노력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

하는 데 있어 출발점으로 삼았다. ‘행복한 만남’을

대표강사에게 연극과 연극놀이는 대상을 만나는

음악교육에 있어 중요한 단어들은 상상력, 감성,

그 결과,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만의 음악이 나오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녀의 팀,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분리된 작업이 아니었다.

소리, 예술성 등이다. 이 개념들이 실제 음악교육

게 되고 그 독특한 예술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음악

예술가, 관객들과 협업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

그녀의 연극작품들은 어린이들의 놀이를 예술 표

에서 왜 중요한지, 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시연해

교육과 예술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런 행복한 만남을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 예술가

현의 방식으로 선택한 작업들이며, 관객들과 보다

보이는 과정이 베스 볼튼(Beth Bolton)의 발제 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었다.

간이었다. 베스 볼튼은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 위

다섯 번째, 음악적 다양성도 중요하다. 음악교육

놀이는 활동 속에서 의미를 연결하고 사고를 확장

한 다섯 가지 요소들에 대해 말했다.

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대상으로 적합한 방식의

시켜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인식의 변화와 삶의 변

의 역할은 무엇인가?’ ‘테이트는 무엇을 해야 할

음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테이트 익스체인지는 새로운 시민 사회적 공간으

화로 나타난다고 전하였으며, 연극놀이 교사들, 바

먼저 오디에이션(audiation)을 설명했다. 오디에

로 예술교육자들의 역할이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션이란 음악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의미하는

그녀는 음악교육이 한 사람의 음악적 감성으로

여하고, 우연한 기회에 와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것으로, 실제로는 들리거나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

다른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

있는 곳이다. 아티스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

속으로 존재하고 이해하는 음악을 말하며, 오디에

다고 말했다. 결국 예술교육이란 감성을 통해 함

하고, 대중은 새로운 아트의 형식을 만나기도 하

이션은 아동들에게 음악의 이해를 돕는 데 중요

께 변화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

는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행복한 만남’을

한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전했다.

는 과정이라는 주장이었다.

만들어내기 위해서 테이트 익스체인지는 매년 9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예술교육자 연극놀이와 놀이의 차이점은 수업을 구성하는 교

로 누구나 언제든지 와서 강연도 듣고, 대화에 참

사가 있다는 점이며, 연극놀이 교사는 참여자들이

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연간 주제를 가지고 지

발견하거나 이해해야 할 것을 수업목표로 설정하

두 번째는 음악적 개입이었다. 음악을 구성하는

고 연극과 놀이를 기반으로 한 활동을 구성한다

요소인 소리와 움직임, 감성, 단어가 복합적으로

고 말했다. 연극놀이는 과정을 안내하는 교사와

작용해서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함께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의 몸과 언어로

상상력도 동원된다는 것이다. 또한, 음악과 직접

살아보는 ‘과정(process) 중심의 연극적 활동’이

상관없는 요소들도 끌어들여 음악이 주는 감정을

안나 커틀러(Anna Cutler)는 ‘행복한 만남’을 주제

며, 그것을 한마디로 ‘안전하게 삶을 연습하는 것’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로 선택했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한 만남이란 무

창의적 배움의 조건은 무엇일까?

속적으로 운영된다. 지난 5년간 주제는 ‘예술의

발제 ④ 행복한 만남: 시각예술에서 창의적인 배움의 장 만들기

주고받음, 사람들 사이의 주고받음을 통한 변화’ 였다.

엇이고, 왜 중요한지, 어떻게 미술관이 행복한 만남

“우리는 예술을 통해 행복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세 번째는 감성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감정이 있

의 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발제는 그

창의적 학습 환경은 행복한 만남의 조건이 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은 마치 다른

고, 물론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감정이 있으며,

녀가 받은 한통의 이메일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예술과 창의적 학습이 만난다면 우리는 삶의 역량을 강화

세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처럼 익

그 감정의 공유가 예술교육, 특히 음악교육에 있

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이라고 설명했다.

발견하며, 예술의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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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는 고민을 안고서.

할 수 있다.” “안나 씨, 테이트 모던이 생기기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테이트 모던 길 건너편에 살고 있는 80살 노인입니다. 나

테이트 익스체인지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이디

표현하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네 번째는 아티스트리(artistry), 예술성이다. 아티

는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한 걱정, 내 인생에 대한 걱정, 내

어의 교환과 행동의 촉발이 예술교육이 추구하는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예술

스트리가 있는 음악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내게는 행복한 만남이

‘행복한 만남’인 것이다. 이 ‘행복한 만남’을 위한

교육자는 그 길을 안내하는 설계자이자 조력자여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예술성을 개발할 수 있을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티스트, 예술교육자가

야 한다고 그녀는 결론지어 말했다.

까? 베스 볼튼은 지속적인 자기개발이 답이라고

2017 arte 365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안나 커틀러의 요지였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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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아간 문화예술교육의 미래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 채널원투원

1부 발제가 끝나고 같은 장소에서 예술교육 전반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 음악교육이 문제다.

지난 5월 25일 블루스퀘어 일대에서 2017 세계문

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철학과 방법론을 함

에 대한 자유로운 대담이 이루어졌다. 2부에는

교사와 프로그램 모두 예술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017 문화예술

께 마련하자며,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

김세린 본부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교육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번 콘퍼런스는 문

성과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공감할 때, 문화예술의

화예술교육의 철학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

가치가 빛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기반본부)이 사회를 맡고 제환정 교수(한국예술종 합학교 무용원), 노주희 소장(한국 오디에이션 연구

다음으로 김병주 교수는 ‘예술교육자에게 가장 중

기 위한 자리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0개

소), 김병주 교수(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요한 덕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였다. 천정

의 관련 학회가 모여 6개의 주제를 놓고 발제와

주성혜 원장은 ‘문화예술교육’의 정의는 ‘예술교

세 전문가가 토론을 맡아 1부의 발제자 네 명과 함

명 대표강사는 “현장에 대한 성찰이 매우 중요하

토론을 진행했다. 각 학회 관련 인사들과 문화예

육’의 뜻과 혼용하며 쓰이는 등 끊임없이 자문하

께 예술과 예술교육의 관계, 창의성, 예술교육자의

다. 또 자신의 수업을 세밀하게 되짚어 보면서 발

술교육 매개자를 비롯한 전문가, 대학(원)생 및 일

자질과 자기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대담 중

전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라고 말했

반인 등 약 46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주요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고, 베스 볼튼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 한다.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는 매

먼저, 제환정 교수는 알바로 레스트레포에게 몸의

주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스스로 갈고 닦아

학교 학생들이 내전으로 겪었던 몸과 마음의 상

왔다. 음악 이외의 다양한 예술을 시도해 왔는데,

처를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었는지를 질

이것이 예술성의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문하면서, ‘창의성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하였다. 또한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현장에서 활

물었다. 이에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무엇보다도

동하는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에 관여해야 한다고

자신과 이웃을 창의적인 인간으로 인식할 때, 우

주장했는데, 그래서 예술가 자신의 관대함이 매우

리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

중요한 시대라고 전했다.

다”면서 “이 점에서 예술교육은 평화에 기여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대담자 모두에게 던졌고, ‘아이디어를 구

또한 노주희 소장은 베스 볼튼에게 “창의성의 목

체화해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힘’(제환정), ‘새

적으로 감정의 교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로운 생각, 방식, 이해, 행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했는데, 노래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정을 전하는

전체’(안나 커틀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처한 환경

지 그 비밀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베스 볼튼

과 자의식에 연결할 수 있는 힘’(알바로 레스트레

은 “노래에는 다양한 감정이 개입된다. 나는 아이

포), ‘익숙한 상징체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을

의 세계에 들어가서 이해하고 공감하려 한다. 음

하는 일’(천정명)이라는 답을 얻었다.

알렸다. 덧붙여 음악의 경우 ‘기술과 재능이 있어 •일시: 2017년 5월 25일(목) 오전 10시~오후 7시 •장소: 블루스퀘어 일대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참여: 총 10개 학회(한국국제미술교육학회, 한국문화교육학회,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한국사진교육학회, 한국연극교육학회, 한국연기예술학회, 한국영화교육학회, 한국예술교육학회, 한국음악교육학회, 한국조형교육학회) •주제: 총 6개 주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연극, 연기, 영화 교육 방법론의 미래 과제>, <예술가, 참여 문화예술교육의 힘>, <테크놀로지와 예술교육>, <음악교육의 창의적 확장을 위한 역량과 방법 모색>, <문화예술교육의 국가적, 시대적 가치>, <미래예술교육을 위한 창의적 방법 탐구>

본 콘퍼런스는 오전, 오후 내용을 달리해 꾸려졌 다. 오전에는 기조연설과 특별강연으로, 오후에는 ‘예술 가치의 공감, 문화예술교육 방법론 탐색을 위한 6개의 주제’ 세션으로 구성됐다.

간을 함께 나눈다. 미국에서는 95%의 아이들이

2017 arte 365

바로 ‘예술’이며 앞으로도 ‘문화로서의 예술교육

(Arts as Culture)’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또한, 초창기에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담론만을 논의했다면, 이제는 질적 제고를 위 해서 구체적인 행동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하면 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출범 12년을 맞아 문 화예술교육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고 현실 문제 극 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청중들에게 상기시키면서 기조연설을 끝맺었다. 이어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유한 정진, <피아노

공유하며, 우리의 삶에 자극과 격려를 해주는 문 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내용으로 청중들의 공감을

음악수업을 듣지 않는다. 학교 음악 수업에서 매력

198

것이라고 말했다. 행위 자체가 ‘행복’을 주는 것이

변호사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예술 경험을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향한 노력

소리로 음악적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출하고 시공

스스로 유튜브 등의 다양한 경로로 음악을 배운다.

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상 음악은 ‘향유’하는

치는 변호사>저자)가 특별강연에 나섰다. 박지영

악은 청각을 이용하는 사회적 예술이다. 몸과 목

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게 되는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문화(Culture)와 예 술(Arts)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가 관건임을

콘퍼런스의 포문을 연 기조연설은 주성혜 원장(한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5월 2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자아냈다.

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에 의해 진행됐다. 주성 혜 원장은 연설에서 기본 질문인 ‘문화예술은 무

먼저, ‘예술, 우리의 삶의 설탕 한 스푼’이라는 강연

엇이고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문화

제목을 붙인 사연을 밝히면서, 어려서부터 배웠던

PART 5 보다

199


변화를 민감하게 수용하여 교육 대상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공예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해 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고홍규 교수(홍익대학교 교 육대학원)는 공예 문화예술교육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과 장점, 교육참여자의 특성과 현재 사회 환경을 반영한 구체적 방법론 마련에 대해서 더 고민하기를 제안했다.

예술의 치유적 기능, 참여를 넘어 관여하는 예술로 피아노를 몸이 아파 포기해야 하는 절망의 시절

문화예술교육의 힘: 한국 미술가들의 복합적인 정체성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작가가 적극적으로

마지막으로, 한경은 아티스트·아트테라피스트 가 발표를 이어갔다. 미학자 아놀드 벌리언트

이 있었는데, 그 당시 약의 쓴맛을 달래기 위해 어

박정애 교수(공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는 발제

관람객과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배움의 가치가

머니가 사 주신 달콤하고도 차가웠던 아이스크림

를 통해 삶의 표현, 문화적 생산, 사회적 생산 등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이고, 미술관이 플랫폼으로

이 큰 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삶의 순간

으로 발전한 미술은 결국 문화의 산물로 인간이

서 작가와 관람객 간의 소통 기회를 더 많이 제공

마다 달콤한 위안으로 다가오는 예술의 진정한 힘

시대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표출된 것이라고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서 새로운

(Arnold Berleant)는 참여적 관여(participatory engagement)라는 개념의 정의인 일상적 경험과

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본성은 예술 행위

말했다. 미술가의 작품은 문화를 읽는 창이 되고

시선과 아이디어가 만나고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

미적 차원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기를 인용하면서,

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에너지 공급원

지는 창의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일상 속 예술이란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

역할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배경으

하고 행동하는 미적 체험의 순간이며 예술은 사

박지영 변호사는 특히, 현재 교육 시스템에 ‘핵심’

로 한국 현대 미술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작품 활

이에 대해 김혜인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람들에게 표현의 힘과 관계의 효능이라는 치유적

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초중고 학생을 둔

동을 하면서, 복수적이고 혼종적인 정체성을 갖게

본 발표가 미술관에서 관람객과 예술가의 만남을

체험을 주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들은 입시라는 굴레 속에서 ‘국영수(국어,

되었는데, 작품에는 관계적 다문화주의가 담겼으

통해 어떠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만드는가를

한 치유적 체험이 일어나도록 개인과 환경의 다

영어, 수학)’에만 주목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실제

며, 작가는 단순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세계관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이어서 현대적 맥락의 문화

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며, 그래야 나를 알고 표현

로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은 국영수가 아

반영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타자

예술교육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경험적 학습전문

하는 자기 인식과 공감적 감수성으로 삶을 살 수

닌 예체능 아니던가. 100세 인생을 기준으로 학생

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며 미술이 교육에 기여하

가이자 협업 주체라며, 향후 미술관 교육에 있어

있다고 역설하면서 이것이 바로 ‘관여하는 예술과

들은 앞으로 8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졸업 후

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예술가, 참여자, 미술관의 미래지향적 관계가 무

예술교육의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의 인생길을 행복하게 동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엇인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민정 교수(공주교육대

이에 신승녀 소장(수원푸른교실 미술치료연구소)

학교)는 현대의 창의성이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자극하는 가운데 탄생한다면서, 타

다채로운 교육 방법론을 모색하다 : 예술가 참여, 문화예술교육의 힘

은 치유적 예술활동은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공예 문화예술교육의 확장과 실제

면서, 참여자를 창의적 활동을 매개로 하는 또 다

자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 이와 다른 점은 무엇인

세 번째로, 이부연 교수(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

른 미술 소비가 아니라 ‘창작의 주체’가 되도록 예

지를 질문하고 미술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구분을

용미술교육과)가 ‘공예 문화예술교육의 확장과 실

술교육이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을 더 했다.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에 대해 발제했다. 이 시간에는 공예를 통해

오후에는 본 콘퍼런스의 하이라이트인 각 세션별

문화를 형성하고 누리는 새로운 공예 분야 문화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하

발표 및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블루스퀘

예술교육의 접근방법은 무엇인지 자문하는 내용

는 문화예술교육, 그 가운데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교육의 힘> 세션에서는 총 4개의 발제와 그에 따른

최혜경 학예연구사(경기도미술관)는 <함께, 참여

으로 구성됐다. 리처드슨(Deane Richardson)의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디

토론 시간이 마련됐다. 뛰어난 예술가가 문화예술

하는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자인의 주요 과제가 심미성 중시에서 시장성, 기

행되었다. 콘퍼런스에서 나온 다양하고 풍부한 논

교육에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 그를 위한 사회적,

있는 현장 사례와 미술관이 설정하는 교육의 특

술성, 사회성, 문화성으로 변했다”는 말을 인용하

의들은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의 가치를 높

정서적 플랫폼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 그 결과 탄

성에 대해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

면서, 동시에 문화예술교육의 추구점도 변해야 한

이며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될 것이다.

생할 일상 속의 예술, 예술교육의 힘에 대한 논의

어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미술

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미술교육은 융합교육,

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주제2 세션 ‘예술가 참여,

관을 찾는다. 그리고 전시에 직접 참여하면서 능

통합교육, 융복합인재교육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문화예술교육의 힘’의 발제 내용을 살펴보자.

동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하고자 한다”고 미술관

미술과 다른 교과와의 통합교육에 큰 관심을 둔

관람객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협업’이

다. 결론적으로 대중문화, 시대적, 사회적, 기술적

어 아트파크에서 진행된 <예술가 참여, 문화예술

200

미적 경험의 경계를 허물고, 분리되어 다뤄졌던

2017 arte 365

함께, 참여하는 미술관

예술의 고유 가치, 성장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과제 등 다양한 발제와 토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201


예술놀이를 통해 창조적 생각의 틀을 만들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빛나는 초상화> 이초영 별일사무소 대표

5월 24일, 제6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가 시

사진, 영상을 어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지 묻자

작되었다. 이번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는 동

어린이들은 유튜브, 휴대폰, 컴퓨터라고 답했다. 전

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블루스퀘어로 이원화되

현구 강사는 이런 사진과 영상의 화면 프레임은 ‘사

앞선 일련의 과정은 ‘비주얼 리터러시( Visual

Literacy) 교육’이었다. 비주얼 리터러시라는 용어 는 1969년 존 데베스(John Debes)에 의해 처음 쓰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고 ‘눈이 참 예쁘구나.’, ‘코 가 참 오똑해.’라는 이야기를 건네면서 초상화를 완 성시킨다. 여기서 못 그렸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전

어 국제심포지엄, 콘퍼런스, 워크숍이 열렸고, 각 지

각형’이며 네모난 틀 속에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담

였다. 데베스는 비주얼 리터러시를 ‘보는 것을 통

현구 예술교육자의 호언장담이 있었다. 묘책을 써

역 문화기반시설에서는 지역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어린이들과 양손

해 다른 감각 경험과 통합시킬 수 있는 일련의 시각

서 빛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개최되었다. 5월 26일,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현장을

집게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맞은편에 앉

적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비주얼 리터러시를 갖추

친구 얼굴 중에 가장 마음에 두는 부분, 예쁘게 보

찾았다. 이번 전문가, 일반 시민이 함께 문화예술교

은 친구들의 모습과 워크숍 장소 곳곳을 마음 속 네

면 눈에 보이는 행동, 사물, 상징체계 등을 시각적으

이는 부분부터 그리라는 말에 어린이들은 눈이 이

육을 체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로 마련된 문화

모난 틀에 담았다.

예술교육 워크숍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문화예

로 분별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비주얼

끄는 대로 천천히, 때로는 과감하게 손을 움직였다.

리터러시는 시각적 소통 능력, 더 나아가 분석과 평

대체로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기법을 잘 따랐고

술교육 매개자 등을 대상으로 음악, 연극, 문학, 목공,

다음 화면에서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의자 사진

가, 성찰의 개념까지 포함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몇몇 아이들은 상대를 잘 그려주기 위한 것인지, 또

미술, 사진 6개 장르, 총 9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

이 나타났다. 몇몇 어린이들이 ‘하늘 의자’라고 제목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영상을 판단하기 위한 비판적

는 자신의 그림이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 싫은지

을 지었고 사진 밖의 풍경에는 벽, 지붕, 강가, 갈대,

시각과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캔버스로 곁눈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 진행되었다.

바다 등이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답했다. 이어 오늘 소개할 ‘시네버스’의 <빛나는 초상화>는 하나

의 선으로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Blind Contour Drawing)’기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 양한 프레임을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영화를 전

진 다음 화면에서 실제 의자는 저수지 물 위에 버 려져 있었고 주변은 어린이들의 상상과 다르게 황 량한 풍경이었다. 전현구 예술교육자는 의도적으로 왜 의자만 보여줬을까.

공한 전현구, 김태훈 예술교육자가 활동 중인 시네버 스는 사진, 디자인, 애니메이션, 연극 등 분야별 전문

잠시 후, 어린이들은 서로의 초상화를 돌려보며 ‘와!’,

대상만 바라보는 연습, 새로운 이미지 탐구의 시작

전현구 예술교육자는 네모난 틀에 전체 풍경을 담

만 보면 그대로 얘야’ 등 웃거나 발랄하게 야유하며 본격적으로 <빛나는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이 되

었다. 오늘 진행할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Blind Contour Drawing)’은 스케치할 때 오로지 대상만

각자의 감상을 쏟아내느라 매우 떠들썩해졌다. 그려진 초상화들은 ‘삐뚤빼뚤’한 글씨와 닮아 있었

인력들이 모여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위해 서

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에 대해 설명한 후, 앞선 예

바라보고 그리는 기법으로 집중력과 관찰력을 높여

다. 유아의 그림처럼 울퉁불퉁한 선을 따라 눈, 코,

로 협력하는 예술교육 네트워크로서 다수의 문화예

시처럼 인상 깊은 장면, 기억하고 싶은 순간 등 사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볼 수

입의 자리에 귀와 목이 겹쳐 있었다. 캔버스 한편으

술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네버스의 단체명은

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생각을 기준으로 사진과 영

없기 때문에 온전히 대상에 대한 관찰을 유지한다

로 얼굴이 치우쳤거나 머리핀, 안경 등의 소품 디테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시내버스처럼 영화

상으로 담긴 결과물을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는 것이 특징이며 자세한 관찰을 통해 대상이 지니

일이 특징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서로 겹쳐진 선

누군가가 선택한 특정한 생각이 전달된 결과물의

고 있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포

과 면의 분할에 따라 다른 사물의 모습도 연상되었

대표적인 예시로 광고를 들었다. 재미있는 광고 몇

착할 수 있다.

다. 그렇게 먼저 얼굴 그림을 완성한 후, 주변 배경

20명이 서로 짝을 맞춰 마주 앉았다. 오늘 완성될

고 문양과 무늬를 만들어서 꾸미라는 요구에 어린

교육을 위해 어디든 찾아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을 채웠다. 친구의 얼굴이 돋보일 수 있도록 색칠하

편을 보고 어린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비자

비주얼 리터러시, 시각적 소통 능력 익히기

202

‘대박’, ‘닮았지?’, ‘이 정도면 비슷하지 않아?’, ‘코 위

의 제품 선택 유도’라는 명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쓰인 함축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장치(특수효과

<빛나는 초상화>는 내 앞에 모델이 되어준 친구와

이들의 손이 분주해진다. 배경을 채우니 얼굴이 더

오후 3시,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빛나는 초상화>가

외)에 대해 알아봤다. 이런 다양한 예시를 통해 ‘생

선물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먼저 종이로 연습한 후,

욱 도드라져 보인다.

신용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 20명이 참여하는 가운

각의 틀’이란 우리의 관점을 담는 기본 골격이며 그

캔버스에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친구와 가장 잘 어

데 시작되었다. 교육 진행을 맡은 전현구 예술교육

안에는 각자의 생각과 상상이 담긴다는 결론에 다다

울리는 색상의 색연필을 골라서 머리카락을 포함한

이어서 캔버스 뒷 여백에 ‘왜 이 색상으로 그렸는가,

자는 오늘 진행되는 워크숍 순서에 대해 어린이들의

랐다.

친구의 얼굴 전체를 그렸다. 친구 얼굴 중 그려낼

어떤 부위부터 그렸는가’에 대해 친구에게 전하는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한 후, ‘생각틀(사진, 영상)’

부분만 꼼꼼히 관찰하면서 그림으로 옮긴다. 눈과

메시지를 적었다. 아래는 어린이들이 남긴 메시지

이라는 글씨를 화면에 띄웠다.

손에만 의지하여 천천히 그리면서 친구의 얼굴이

이다.

2017 arte 365

PART 5 보다

203


‘나는 너의 입술이 예뻐서 입술부터 그렸어.’

본인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너의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이빨을 노란색으로 그렸

나는 예술놀이를 하는 사람이고, 그 놀이도구가 예

어.’

술이다. 항상 아이들과 ‘특별하게 논다’고 여긴다. 아

‘길쭉한 얼굴형부터 그렸어. 그리기 쉬워서. 너에게 잘 어울

이들에게는 결과물과 상관없이 웃고 떠드는 기회를

려서 핑크색을 골랐어.’

주는 것, 예술적 경험을 통해 즐거운 기억을 남기는

‘코부터 그렸어. 정말 오똑하고 예뻤기 때문이야. 진정한 너

것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기능교육에서 벗어나 본인

의 친구가 되고 싶어.’

이 스스로 예술에 대해 학습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 록 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모든 순서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초상화

<빛나는 초상화>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동심 담은 노래로 완성하는 버스 속 모험 2017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예술버스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에 빛을 입히는 순서가 남아 있었다. 전현구 강사는

는 점, 상대방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점, 서

야광물감을 나눠주면서 불을 껐을 때 어떻게 보일

로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점 등 많은 장점이

알록달록 경쾌하게 외관을 꾸민 버스가 매해 여름

좀비 분장을 받는다. 우스꽝스럽게 변한 서로의 얼

지 상상해서 쓰라고 당부했다. 어린이들은 주로 눈

돋보이는 워크숍이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장점

이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직접 찾아가는 예술교육

굴을 보며 깔깔 웃어대다 보면 어느새 모두 좀비로

동자, 입술, 얼굴 윤곽, 배경무늬 등에 야광물감을

은 모든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놀이처

을 전한다. 농산어촌 이동형 문화예술교육 ‘움직이

위장하고 훈련받을 준비가 완료된다. 버스 전면에

칠했다. 이어서 빛을 넣어주기 위해 4-5분간 캔버

럼 설계했다는 점이었다. 영상을 보며 함께 이야기

는 예술정거장’은 버스나 트럭, 선박 등을 체험공간

설치된 스크린에서 무서운 좀비들이 거리를 활보

스 위에 랜턴 불빛을 쬐었다. 잠시 후, 실내 전체의

를 나누는 시간에도 어린이들이 즐거워할만한 유머

으로 꾸며 도서 산간이나 농어촌 등 상대적으로 문

하는 영상이 보이며 서울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메

불을 끄고 일제히 초상화를 들어 올렸다. 20개의 빛

와 리액션을 활용했고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에는

화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을 찾아가, 아동과 어르신

시지를 전달받는다.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위

나는 초상화가 반짝이고 있었다.

야광물감을 활용하여 어린이들의 자발적 참여도를

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기고 누리는 기

해 우리의 진심이 담긴 따듯한 가사를 만들고 함께

높였다.

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총 6개의 프로그램이 진행

힘을 모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좀비 바

예술적 경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즐거움

아이들의 신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은 <빛나는 초상화> 워크숍과 같이, 향후 즐거움을 잃

된다. 그 중 하나인 어반 아츠 프로젝트(Urban arts

project)팀의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가 지난

이러스를 퇴치하고 친구들을 사람으로 되돌리자는 것. 미리 제작된 ‘페이크 뉴스’지만 현실과 가상을

6월 29일 전남 영광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홍농서

살짝살짝 오가며 친구들은 상황 안으로 조금씩 몰

워크숍을 마친 후, <빛나는 초상화>를 기획, 진행한

지 않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교육 현

초등학교 친구들이, 오후에는 초록디딤돌 지역아

입해 들어간다. 이제 좀비를 물리치기 위한 특별한

전현구 예술교육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장에서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동센터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방법, 나만의 이야기로 직접 가사를 쓰고 함께 노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 끝자락의 오후, 좀비 버스터

래를 부르기 위한 음악 훈련이 시작된다.

즈의 비밀기지 안으로 초대된 16명의 아이들이 팔 <빛나는 초상화>의 기획 목적과 특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어린이들은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틀’에 생각을

을 앞으로 뻗고 손목을 늘어뜨린 ‘좀비 자세’를 취

“짧은 수업이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 먼 곳으

하며 한 사람씩 버스에 올랐다.

로부터 온 버스의 낯설고 밀폐된 공간을 살리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좀비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신비로운 테마파크에 놀

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따라서 하나의 틀을 가

지라는 구체적 요구를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력을 높 이고 거부감을 줄이는데 신경을 썼다. 블라인드 컨 투어 드로잉 기법의 자유롭게 그리기에 야광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했다. 어린이들은 처음해보는 드로 잉 기법에 야광물감을 활용한 초상화라는 것에 매력 을 느낀다.

이초영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러온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친숙한 스

테마파크 안의 모험 속 주인공이 되어

마트 기기나, 태블릿 PC를 활용하여 음악적인 활동까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일련의 과정을 만들게 되었다.”

훈련복을 착용한 예술가가 좀비 버스터즈 대원이

-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 백지현 예술가

되어 사뭇 비장한 태도로 아이들을 맞는다. 왕거미 와 거미줄, 종이 해골 장식 등이 걸려 있는 버스 내

이 프로그램은 좀비를 물리치는 훈련과 미션을

부는 뭔가 으스스 한 분위기이지만 이를 느낄 사

통과해 ‘좀비 버스터즈’ 대원이 되어 친구들을 구

이도 없이 대원들은 긴박하고 단호한 어투로 위급

한다는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아이들의 상상력

교육 대상에 따라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의 결과물에 차

한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서울의 아이들이 좀비

을 자연스레 이끌어 낸다. 굳이 설명하지 않고 좀

이가 있는가?

가 되어가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구해줄 수 있어.

비라는 말만 들어도 행동이나 몸짓으로 바로 표

초등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없

너희들의 힘이 필요해. 도와줄 수 있겠니, 얘들아?”

현해낼 만큼 친숙한 소재를 통해 역할수행놀이

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놀라워하거나 재미를 느끼

아이들은 좀비를 퇴치하기 위한 버스터즈 훈련을

는 반응은 두 대상이 비슷하다. 다만 성인인 경우 잘

받을 것을 다짐하며 캡틴 대원의 지시를 기다린다.

그리고 싶은 욕구가 있거나 잘 그려서 전달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곁눈질로 그림을 보기도 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6월 2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처한 상황을 내가 체험 가능한 상황으로 대체 먼저 깜깜한 버스 안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좀비잡 기 게임으로 몸을 풀다가 술래에게 잡힌 친구들은

204

2017 arte 365

(Role Playing Game)를 하듯, 아이들은 금세 모험 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타인 하여 느껴보는 ‘매직 이프(Magic if)’를 해보는 것 이다. ‘만약에…이라면’과 같은 상황의 가정에서

PART 5 보다

205


내고 터뜨려 보고 표현해볼 수 있도록 고무하였다.

경험이 앞으로 아이들의 삶에 즐거운 상상을 불러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꼈을 때 얻는 감흥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들이 오래도록 남아, 자극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하 는 경험은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생 각에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 모험과 도전, 수행의 과정들로 쌓여 협업을 통해 결국 하나가 되는 콘서트를 완성해 나가는 것 으로 마무리된다. 마침내 마음을 담은 노래와 연주 가 좀비를 사라지게 하고 친구들을 구해준다. 시작되는 이 물음의 마술적인 효과는 창작을 이

다.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단순한 멜로디와 내가

끌어내는 출발점이 되어 준다. 아이들에게 좀비가

직접 만든 가사로 랩을 하다 보면 목소리는 커지고

“아이들이 단순 체험만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

쫓아오고 있다는 상황의 가정은 강한 서사 잠재

연주하는 손길은 분주해진다. 이제 각자의 역할을

라도 하나의 완성된 포맷을 완수해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

력으로 작용해 극적 상황 속으로 몰입해 나가도록

맡은 아이들은 함께 마음을 담아 아름답고 행복한

다. 한 단계의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소 그 다음 단계에 대한

돕는다.

세상을 위한 작은 연주회를 시작한다.

또 다른 욕구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수업 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짧은 시간이지만 음악

마음 담은 노래와 힘을 모은 연주로 하나 된다면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수 있는 경험을 주고자

활동을 통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했다. 음악은 기억을 되살리는 데 좋은 매개가 된다. 그래서

것이다.”

이 수업에서는 연주를 통해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

-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 윤용훈 예술가

본격적인 음악 활동이 시작되면 예술가와 함께 노래

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래퍼가 되어 랩을 하고

만들기가 시작된다. 좋은 가사와 멋진 멜로디가 좀

누군가는 태블릿 PC로 연주를 하고,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는 버스 안에서의 시

비 퇴치를 위한 백신이기 때문에 ‘버스터즈 송’을 완

아이들에게는 악기를 주어서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한

간이 기본적으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성하기 위한 기본훈련이 시작된다. 몸 풀기, 혀 풀기,

아이도 빠짐없이 함께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과정이라는 것을 전제함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을

발성 훈련을 거쳐 노래 만들기 시간이 되면 ‘꿈 자랑’

- <좀비 버스터즈 미디어 밴드> 전진규 예술가

열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 속에 배워야 하는 음악

시간을 통해 자신의 꿈을 벽면에 걸린 보드에 적어

활동을 안배해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

함께 읽어 본 후, 참여자가 서로 생각을 보태어 가사

한다. 음악 요소를 배우고 그것을 이용해 함께 즐

감각을 일깨우고 확장시키는 과정

로 만든다.

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arts como)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카페더로스트>, <벙어리시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daum.net

길 수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 만들어지면서 교육적 습득과 예술경험의 즐거움이 균형을 잡게 될 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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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가사는 따라 부르기 쉬운 간단한

어반 아츠 프로젝트팀은 구성원 각자가 해왔던 영

신감과 성취감도 뒤따라오게 된다. 마침내 좀비는

랩으로 불러본다. 이어서 태블릿 PC의 음악제작 소

상, 뮤지컬, 인디밴드 영역에서의 예술활동 경험을

사라지고 세상의 평화를 전해들은 아이들은 오늘

프트웨어를 이용해 함께 연주하는 법도 배워본다.

살려, 다양한 분야의 예술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감

의 수업 과정이 촬영된 영상을 보며 추억을 나눈

미리 세팅된 기기를 앞에 두고 터치하며 순서대로

각을 깨워 새로운 낯선 것에 대한 자극을 주는 데 주

다. 그리고 아이들은 예비 대원 자격이 되어 한 사

코드를 연주하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모둠과 역할

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참여자 각자의

람씩 좀비 버스터즈 배지를 가슴에 달고 버스에서

을 나누어 노래와 연주를 함께 맞추며 연습해나간

내면에 숨겨져 있던 예술적 감각을 밖으로 끄집어

내린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버스 안에서의 짧은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1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207


함께 그리고 즐거운 모임을 위하여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오픈수업&네트워킹 사전모임 조성희 작가

우리에게는 익숙한 속담인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 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라는 말은 최근

방하고 유쾌한 토드 셀비(Todd Selby)의 작품들 속 에서 자유로운 에너지와 예술적 영감을 만날 수 있

‘기쁨을 나눴더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눴더니 약

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강사들에게도 오픈

점이 되더라.’라는 우스갯소리로 바뀌었다. 우리는

수업뿐 아니라 저마다의 활동에 신선한 자극을 줄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끊임없이 힘들고 외로워하지

수 있는, 짧지만 특별한 여행의 시간이 된 <즐거운

만 정작 누군가와 나의 것을 나누기에는 인색해지

나의 집> 전시 관람을 마쳤다.

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사회 속에서 먼저 자 신의 시간을 나누고,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그 들의 용기에 화답하고자, 앞으로의 모임을 진행하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배워가는 것

기 전 먼저 그들의 나눔에 대한 박수와 감사를 전

가능성도 얻고 수업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 중이다. 그때부터 주위의 예술강사들과 모임을

하고, 더 좋은 생각 나눔을 모의하기 위한 작은 만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처음 예술강사를 시작한 분들, 다른 장르에서 활동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내가 꾸리고 싶은 오픈수업

남이 시작되었다.

에서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오픈수업에 대한

하는 강사들을 만나보면 각자 처해있는 어려움을

모임은 3년 차 이상의 전 분야 예술강사들이 모여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그간의 성과와 의미 등을 돌

많이 이야기한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공감대를

1박 2일로 밤샘 토크를 하는 것이다. 연수와 워크숍

아보는 시간을 이어갔다. 그리고 8월부터 진행될

찾아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그 자체만

에 참여할 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주

오픈수업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으로도 얻는 게 많다.

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늘 아쉬웠다. 밤샘 토크를

미술관에서 시작하기

오고 갔다. 강사들은 개별적으로 기획해온 수업 주

통해 고민별로 그룹을 나누고, 각자의 연구실(작업

무더운 더위가 절정에 달한 7월 22일 토요일 오후,

제를 풀어놓으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면

조선화(‘예술씨앗 비빔밥’ 중심강사)

오는 8월 혜화동의 공방카

실)을 방문하는 두번째 모임도 계획할 예정이다. 참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 ‘<더

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

페에서 장애인 분야 예술강사들과의 모임을 진행

여 대상을 3년 차 이상 강사들로 한정한 이유는 고

좋은 수업’을 위한 생각나눔 워크숍 오픈수업&네

픈수업과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하

할 예정이다. 그동안 나 역시 다양한 장애 유형과

민의 단계와 주요 관심사가 연차별로 다르다는 점

트워킹(이하 오픈수업)>을 이끌어갈 중심예술강사

기도 했다. 강사들은 수업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연령대의 참여자들과 만나다보니 참여자들 각자

때문이다. 대화의 집중과 몰입이 달라질 수 있기에

(이하 중심강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오픈수업이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강사로서의 정체성, 교

몰입할 주제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꾸려지기 전 중심강사들과 만나 이 사

육활동을 이어오며 느낀 다양한 고민을 나누며 함

강사 1년 차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저 너무 재

업의 목적과 방향을 공유하고, 각자 채워나갈 프로

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부여를 오

미있었다. 2~3년 차에 접어들면서부터 참여자들

조혜정(‘예술 꽃 활짝’ 중심강사)

그램의 연결 지점과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마

픈수업이 가능케 할 것이라는 데에도 동의했다. 사

이 내 수업을 통해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수업의

분야 강사는 전국에 딱 16명뿐이다. 그리고 내가 사

련된 오픈수업 사전모임을 위해서였다. 사전모임

전모임에 참여한 강사들의 다양한 생각과 오픈수

방법론과 과정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이런 고민을

는 광주 지역은 나 혼자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은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의 일상과 공간을 기록하

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통해 예술강사들과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네트워킹에 대한 갈망,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다

었다.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

양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모임을

나갈 생각이다.

갖고자 한다. 특히나 장애인 음악은 장애모아(양육

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의 <즐거운 나 의 집> 전시를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박동민(‘차아물래? 뜨아물래’ 중심강사)

부산 지역에서 10여 년

전부터 연극 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208

올해 활동하는 장애인 음악

자와 아동)가 대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대상의 연령

좋은 전시는 즐거운 경험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는 노인연극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교

곽지영(‘내 동료의 연구실은 어디인가’ 중심강사)

여행할 때마다 여

과 학부모 및 시설 담당자와의 관계를 맺어나가면

마음의 안식을 느끼게 해주는 쉼표 역할을 한다.

육이 태동할 즈음부터 다양한 대상들과 문화예술

행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작업실을 종종 방문하

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미술관에 간

교육 수업을 진행해왔다.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곤 한다. 오늘, 대림미술관에서 <즐거운 나의 집>

래서 올해 처음으로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16명

다는 것 자체가 작고 즐거운 여행이기도 하다. 사

수업과 대상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 나의 활동

전시를 보고 나니 그런 여행을 하고 온 것처럼 유

의 강사들이 대전에서 모이려고 한다. 한자리에 모

진, 일러스트레이션, 조형물 등으로 이뤄진 자유분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쾌하고 즐거웠다. 2010년부터 공예 분야 강사로 활

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2017 arte 365

PART 5 보다

209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다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교원 문화예술교육 연수 과정 <문화예술교육, 예술과 사회의 연결고리 ‘몸, 지금 여기’> 김소리 극단 북새통 예술교육팀장

‘도란도란 살롱,

안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올해도 뜨거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한 학기

상대로부터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 거기에 이제까

다시 꽃 피우다’라는 모임을 기획했다. 오래 전부터

의지하고, 서로의 활동을 지지하며, 앞으로의 지속

동안 바쁘고 치열한 학교생활을 마친 교사들은 사

지 ‘아무개’로 살아왔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설레

내가 살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적인 모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적극적이고 굳은

실 학생들보다 더 방학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고 기대되는 바른 척추’ 등의 새 이름으로 연수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통해 경험과 가치를 나누

의지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왜냐하면 전국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2017년 하반

시작한다. 교사들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자

기 아르떼 아카데미 교원 문화예술교육 연수(이

신이 가진 무한한 예술적 감성들을 하나씩 발견하

하 교원 연수)가 용인 한라인재개발원에서 진행

게 된다.

김현경(‘도란도란 살롱, 다시 꽃 피우다’ 중심강사)

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도란도란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소명감으로 일하시는 강사

이날 우리가 본 토드 셀비(Todd Selby)의 복작복 작한 작품들처럼 때론 시시하고, 별것 아닌 것 같

들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를 통해 나

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

데미 교원 연수는 한 번도 못 와본 교사는 있지만,

“이름은 곧 자신의 정체성이죠. 그런데 페르난도 페소아

또한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예술강사들

다. 누군가 용기를 내고, 누군가는 그에 대한 감사

한 번만 와본 교사는 없다는 정평이 나 있을 정도

(Fernando Pessoa)는 일흔 개가 넘는 이름을 가지고 있

에게 밥 한끼 대접하고 싶었다. 노인 대상 예술강

를 전하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꺼운 마음으로

로 인기가 있는 연수 과정이다.

었어요. <이름의 발견>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옆의 사람이

사들과의 교류와 모임을 정성 담긴 밥 한끼 나누

나눔을 시작한 작은 모임이 나아가 앞으로의 모임

며 편안한 시간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고

에 오는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위로와 용기로 전해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으면서 예술적 감성을 일깨우고 싶

는 게 참 재미있죠. 예술은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진 이미지

한다.

지고, 그 마음이 또 교육 현장 구석구석에 유쾌한

어요. 늘 틀에 박힌 교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한테

위에서 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름을 짓고 놀면서 구속

따스함으로 전해지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죄를 짓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되어 있는 듯한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경

살롱’ 모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서

변미섭(‘톡 마이웨이’ 중심강사)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진행되는 아르떼 아카

나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내 감정이 이름이 되기도 하

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강사들에게는 수업에 대한 노하우와 열

새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 땅, 햇빛 그리고 공기가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상담을 진행하느라 방학도

정을 갖는 일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교육철학과 자

서로 돕고 북돋우는 것처럼 새로운 오픈수업의 출

없다는 이현정 선생님(서울누원고등학교)은 본인

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술강사라면 저마다

발을 아낌없이 응원하며, 더 좋은 수업을 위해 부

의 수업이 EBS 수능특강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

활동하는 이유와 목표 등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단히 고민 중인 전국의 예술강사들이 이를 통해 즐

며 연수 참여 동기를 밝혔다. 교사들이 예술을 통

문득 다른 예술강사들은 왜 계속 이곳으로 돌아오

거운 만남과 의미 있는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해 자신과 학생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교

백남준, 홍현숙, 이완, 김범, 윌리엄 캔트리지, 질리

는 지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잡게 되기를 희망한다.

육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의

언 웨어링 등 6명의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누며 예술강사로의 자기 세계를 구체적으로, 솔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아르떼 아카데미 교원 연

<몸, 지금 여기> 프로그램의 주제를 읽어내고, 우

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수 과정. 이번에는 영상, 사진, 설치미술, 퍼포먼

리의 삶과 사회를 돌아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 A.C.Clinamen 조광희 작가

<예술가의 몸과 시선> : 4인 4색 모둠토론

A.C.Clinamen의 <문화예술교육, 예술과 사회의

즐거운 만남, 의미 있는 성과 4년 차에 접어든 오픈수업은 문화예술교육의 지평 을 넓히고 든든한 토대가 될 새로운 자양분이 되어 가고 있다. 이는 열린 마음으로 그간의 실패와 성

조성희 서양미술사를 공부했고, 간텍스트와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에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담당했다. <디자인교육 새야>, <웹진 땡땡>, <아르떼 포럼> 등을 편집했으며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ssitam@naver.com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동

210

2017 arte 365

<기억나는 누군가를 입어보세요> : 1인 즉흥연기 즉흥적으로 기억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하얀 백지

예술적 감성을 공유하고 이해하기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3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위에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누군가의 친구로, 한 사람의 남편으로 자신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이름의 발견> : 작명하기

공을 공유하고, 새로운 배움을 향해 도전하는 중심 강사들의 열의가 담긴 올해 오픈수업의 기획들을

연결고리 ‘몸, 지금 여기’> 연수 현장을 찾아갔다.

만나게 된다. 어린 딸아이의 얼굴을 그린 한 교사

둘씩 짝지어 서로를 1분 동안 바라보는 수업이다.

는 “엄마, 오늘도 늦게 들어 올거야? 빨리 들어와.

관찰을 통해 상대의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 역시

나랑 좀 놀아줘.”라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PART 5 보다

211


마르크스 한센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이 시간

같은 행위들을 극대화하면서 몸의 감각기관을 확장

정을 느끼게 되었나 보다. 마치 연극 속에서처럼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처럼, 우리는 예술을 통해

하여 인식해보고, ‘신체 만다라’나 ‘몸 소리 내기’ 활

마지막으로 진행된 이 시간은 1박 2일 동안 다양

타인이 되어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를

성별, 인종, 나이를 뛰어 넘어 타인의 이야기, 즉

동을 통해 몸으로 생성되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느껴

한 예술적 방법으로 생성된 교감, 공감, 소통이 총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타인의 삶에 공감하게 된다. 이것은 문화예술교육

보았다. 교사들은 일상에서 말하기나 글쓰기와 같은

체적으로 일어나는 듯 했다. ‘교사’들이 소통하고

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예술의 사회적·교육적 가

언어적 활동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비

싶은 다양한 주제들을 수집한 후, 지형도라는 공

치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언어적 활동의 기회가 적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

간 설치 작업으로 시각화하고, 각각의 주제에 대

활동에 대해서 반응이 더욱 좋은 편이다. 이렇게 몸

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주 는 과정이었다.

움직임을 통해 나의 몸과 타자의 몸을 인식하기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 :

“학교에서는 교과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한 학기

의 감각이 깨어나고 타인과 몸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퍼포먼스, 포트레이트(Portrait) 사진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오늘 1분 동안 가만히 서

을 알게 되면 현재 지식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 방식

둘씩 짝을 지어 짝의 얼굴 표정과 몸의 동작을 섬

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3분간 이야기를 주고받고, 타인과 똑

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세하게 관찰하고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따라

같은 표정을 짓는 활동 등을 하면서 타인을 통해서 나를 보

해 본다. 그리고 이를 포트레이트(Portrait) 사진을

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

통해 기록한다. 상대가 만들어내는 표정을 보고

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는 공간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 서로 그 표정이 아니라

인데도 선생님이 학생의 감정을 읽어주거나 가만히 들여다볼

고 이야기하며 몇 번을 다시 해보는 팀도 있었다.

시간이 없거든요. 이제 학교에 돌아가면 오늘 경험한 감정을

그런데 이후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라는 마르크 스 한센(Markus Hansen)의 작품을 보면서 참여 자들은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른편엔 작가가

“이번 연수의 목표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예술작업과 연결시켜서 내가 곧 타인이고 타인이 곧 내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또 하

사물과 사물 안에 깃든 자신의 내면 마주하기

나는 앞의 과정을 겪는 교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 을 갖게 하는 것이죠. 전에 교사들을 만나보니 학교라는 공

<멀고도 가까운> : 시 콜라쥬를 통해 만나는 타자들

간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폐쇄적인 부분이 있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나눌 거예요”

교사들은 까만 비닐봉지 안에 사물 한 가지씩을

그런데 연수에 참여하는 분들은 모두 다른 학교에서 오기

- 서울아주초등학교 홍영순 교사

준비하여 갖고 온다. 그리고 서로의 비닐에 담긴

때문에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물건이 무엇일지 상상하면서 ‘시’를 만든다. 각자

게 되었거든요.”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있고, 왼편에는 작

이의 표정을 보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표정을 짓고 따라하게

가 쓴 시는 ‘콜라쥬(Collage)’ 활동을 통해 새로운 하나의 ‘시’로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사물의

가가 그들의 얼굴 표정, 옷차림, 자세 등을 똑같이

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수업에서 표정을 흉내

근원(origin)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물의 역사

1박 2일, 무려 15시간의 연수는 끝이 났지만, <몸,

모방한 작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 놓은 사진이 있

내는 시도는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 즉 소통의 시도로 이어지

를 전혀 모르는 타인에 의해서 발견되는 예측하지

지금 여기> 수업을 했던 공간은 연수기간 동안 참

었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라는 작품의 제목처

거든요. 그래서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짧은 시간이지만 눈을

못했던 이야기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신의

여자들이 발견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양

럼 상대의 표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따라했더니

마주치고 똑같은 표정을 지어보려는 경험이 의미가 있다고

내면과 이명을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다.

한 예술작품이 꽉 채워진 미술관 같은 느낌이랄까.

상대방의 보이지 않는 기억과 미세한 감정들까지

생각합니다”

소통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강사는 이어서 참여

- A.C.Clinamen 이재원 작가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 수업에서 ‘타자 되기’란 엄마가 아

자들의 사진을 마르크스 한센의 작품과 같이 작업 을 해서 보여준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심지

– A.C.Clinamen 강현아 작가

참여자들 역시 처음 강의실을 들어섰을 때와 달리, 예술작업 역시 작가의 창작 과정 자체도 중요하지

각자 돌아갈 학교에 또 다른 생기를 불어넣어 줄

만, 예술작업을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관객의

무언가를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행위도 역시 중요하며, 이것은 또 다른 창작과정

어 성별도 나이도 너무 다른데 어쩜 이렇게 닮아

<타임잇셀프> :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예술은 고정관념에 대해서 계속해서 물어보는 작업이에

보일 수가 있지? 예술작품을 통해 단순한 작업도

온전히 나와 우리가 되어보는 경험, 퍼포먼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나지만, 그것은 수천 수만 가지로 읽혀지고 각

요. ‘한쪽에서만 보지 말고, 아래서도 보고 위에서도 봐봐.

이 시간은 자신의 몸과 자신이 위치해 있는 시공간

자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여기서부터 예

그러면 다르게 보여’ 라고 얘기해주는 것이거든요. 인식의

에 최대한 집중하여 온전히 자신을 느끼는 작업이었

술교육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교사들이 세상을 바

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걷기, 보기, 마시기, 눕기’와

212

<나와 당신의 지형도> : 나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

아마도 그 순간 교사는 딸의 입장이 되어 딸의 감

2017 arte 365

라보는 고정된 관념을 ‘예술’이라는 것을 매개로 한번쯤은

PART 5 보다

213


문화예술교육 교류·공유의 장으로 탄생한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외부 개방 기념 오픈식 리뷰

탈피해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교육 현

지난 8월 16일(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장에서도 아이들을 만날 때 이제까지는 ‘얘는 이런 아이야’

진흥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진흥원 내 11층

거닐며 문화예술교육 관련 자료를 살펴보기도 했다.

에 위치한 문화예술교육 정보관(A.Library, 이하

A.Library 외부 개방 기념 오픈식의 막이 오르고,

A.Library)을 8월부터 문화예술교육자 및 일반인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이하 원장)

입니다.”

에게도 개방하게 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는 오픈식

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주성혜 원장은 “문화예술교

– A.C.Clinamen 김현주 작가

을 진행한 것이다. 진흥원 내부 시범운영 후 시민

육 정보관 ‘A.Library’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자료

들에게 첫 모습을 드러낸 정보관 오픈 공식 행사에

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이다. 그동안 진흥원 발

행사에 아르떼365가 다녀왔다.

간물뿐만 아니라 지역센터 등 관계 기관들의 자료

라고 단정 했다면, 지금부터는 ‘다르게 보기’와 ‘질문하기’를 통해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이번 연수는 ‘타자의 눈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그 안의 나를 보게 된다. 이러한 타자와의 소통이라

를 총망라해 수집하고, 전문서적을 충분히 완비하려

는 것이 어떤 것일까.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는 것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 오픈식 개요

노력해 왔다. 앞으로 더욱 새롭게 거듭나 진흥원은

과 같지 않을까’ 라는 통찰로 교사들을 이끌어주는

·취지: 정보관 외부 개방을 기념, 대내·외 이용자 유입을 위한 정보관 인지도 제고 ·일시: 2017년 8월 16일(수) 오후 2시~5시 ·장소: 진흥원 청사 11층 내 문화예술교육 정보관(A.Library) ·주요 일정 1부(14:00~15:30): 정보관 주요 공간 안내 및 소개, 개인별 정보관 투어 2부(15:30~17:00): 한상연 작가와 함께하는

물론,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관련 기관 및 단체, 매

시간이었다. ‘중력에서 벗어나는 힘, 중력을 이탈하려고 하는 힘’이라는 뜻을 가진 클리나멘(Clinamen)이라는 단체 이름과 같이, 관성적으로 살아온 자신들의 삶과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인식하고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강연, 질의응답

성찰하면서 뜨거운 방학을 연수로 가득 채운 교사 들의 열정이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확장 되기를 기대해본다.

개자들이 미래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함께 공부하 고 궁리하는 장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A.Library는 지난 201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 원 청사가 마포구에서 상암동 YTN 뉴스퀘어 건물 로 이전한 이후 문을 열 준비를 시작하였다. PC, 멀티미디어 장비 구입 등 공간 구성을 마친 뒤 도 서관리 프로그램(IRUS) 등을 도입해 전자도서관시

김소리 극단 북새통 예술교육팀장. 창작놀이터 사이에서 대표. 배우와 예술교육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 삶과 예술, 도시와 지역, 세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공연 창작과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다. tanksoree@naver.com

스템을 구축하였으며, 분실방지 시스템 등 외부 개

1부: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예술교육 소통의 장

방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 게 되었다.

이날 정보관에서는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70여 명 이 모여 문화예술교육 정보 공유 및 소통의 장을

진흥원 이현정 사서는 “A.Library가 물리적으로

마련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행사는 1, 2부로

가까운 곳에 있는 다양한 지역주민, 회사원뿐만 아

나뉘어 1부는 진흥원 및 기관 관계자, 2부는 사전

니라 지역 곳곳에 있는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까

신청을 완료한 일반 참여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지식 문 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외부 개방에 대한 소감

행사가 시작되기 전 A.Library 외부 개방을 축

을 밝혔다.

하하는 참석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1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214

2017 arte 365

A.Library 입구에 설치된 방명록에 축하 메시지를 작성하는 한편, 정보관 내부를 둘러보거나, 서가를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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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A.Library 저자와의 만남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2부에서 진행된 A.Library 저자와의 만남 <우리는

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상연 작가는 청중

로소 우리가 모두 즐겁게 ‘노는’ 예술가로 회복 될

들을 향해 그림 속 남성의 행동에 주목하라고 강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조했다. 이 이미지는 1965년 한 사설 화랑에서 전

시된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죽은 토끼에 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퍼

작가의 강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쇄도했

위한 문학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꾸려졌다. 한상연 작가는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포먼스다. 퍼포먼스는 제목 그대로 요셉 보이스가

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물음부터 시작해 “우리

하는 놀이이고, 문화예술교육은 놀이를 함께 할

죽은 토끼를 안고 ‘무언가’를 속삭이듯 토끼의 귀

세대는 제대로 놀아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교육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라는 말로 강의를 시

에 대고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관객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노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라

작했다.

요셉 보이스가 죽은 토끼에게 무엇을 얘기하는지

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어 “유익한 강연이었다. 더

모른다.

좋은 기획으로 후속 강연을 A.Library에서 개최해

모두 예술가다>에서는, 한상연 작가와 함께 ‘자유를

먼저, 한상연 작가는 트리스탄 차라(Tristann

주었으면 좋겠다”는 등 A.Library의 ‘저자와의 만

Tzara)의 <다다이즘 시 쓰는 법>을 낭독하며 좌중

한상연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현재 우리가 생각하

남’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도 이어졌다.

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다이즘 시를 쓰는 법>은

는 예술과 문화에는 ‘삶과 존재에 대한 사랑과 긍

한상연 작가는 “이론적으로 정형화시킬 수 없을

‘신문을 들어, 가위를 들어’라는 구절로 시작해 말

정’이 결핍돼 있다고 역설했다. 요셉 보이스의 <죽

만큼 각자의 개성이 다양하다. 우리의 상상을 초

미에는 ‘그럼 넌 무한정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감수

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라는

월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틀을

성을 가졌지만, 무지한 대중은 이해하지 못하는 작

작품은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데 익숙

만들어놓고, 틀대로 예술을 규정하다 보면 다양한

가가 될 거야.’라고 끝맺음하는 8행 정도의 시다.

한 현대인에게 예술이 주는 행복과 즐거움의 의미

개성들을 발휘할 수 없다. 유희로서의 예술을 즐

를 설명하기보다, 차라리 죽은 토끼에게 설명하는

겨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이 고개를 갸웃하자 한상연 작가는 “우

편이 쉽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리 마음속에는 시를 진지하게만 대하려는 습관이

216

다. “놀기가 문화와 예술이라면 놀기 행위는 또 어

A.Library 외부 개방 기념 오픈식이 종료된 후에

깔려 있다.”며, 시가 삶에 대해서 표현하려 노력하

이날 소개된 주요 예시인 <다다이즘 시 쓰는 법>과

는 참여자들이 A.Library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서

는 산물일 수는 있지만, ‘놀이’로 이어져야 우리의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적 및 자료를 살펴보며 행사 내용에 대해서 이야

감수성을 직접 자극하여 시인과 시의 새로운 관점

작품을 통해 한상연 작가는 예술과 문학에는 절대

기를 나누고, 각자가 지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노동으

적인 기준이나 규칙, 틀이 정해져 있지 않음을 다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포착되었다.

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의 경험을 의미한다. 시뿐만

시 한 번 강조했다. 그의 저서 『우리는 모두 예술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

가다』의 내용처럼 인간은 처음부터 놀이 유전자를

한상연 작가가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야만 하는 진지한 성찰은 언제나 ‘삶의 기쁨’과 ‘자

갖고 태어났고 예술가의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

하는 놀이이고, 문화예술교육은 놀이를 함께 할

유를 늘리는 방향’이어야 정당하다는 내용으로 강

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되찾는 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라고 역설하고, 주성

연을 이어갔다.

즉, 노동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을 통해 놀 줄 아

혜 원장이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

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회복의 단계

는 논의의 장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

그 다음으로 화면에 흑백 톤의 이미지가 한 장 띄

는 첫 번째, 제멋대로 만드는 법부터 배우고 두 번

듯이, 새롭게 태어난 정보관에서 많은 예술가, 문

어졌다.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토끼로 보이는 동

째, 자신에게 강요하는 틀을 깬 다음 세 번째, 타인

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의 꿈이 피어날 수 있기를 기

물을 품에 안고 있는 이미지로, 참여자들의 궁금

의 고유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거쳐 비

대해본다.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217


우리는 왜, 만나야 하는가?

음이 있었기에 새로운 예술 현장이 탄생하고 많 은 참여자가 예술과 예술가를 만나고 있다.

한 뼘 더 성장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오픈수업&네트워킹

오픈수업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은 무엇을 얻었을 까? 처음에는 수업의 노하우, 아이디어, 사례 등 에 귀를 기울였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김은진 교육운영2팀

중요한 ‘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배움’은 오픈수업 모임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이 동일한 가

박웅현 감독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광고계

한 고민을 해결하고 이를 공감하기 위한 공유의

신예들의 대표적인 롤 모델로 꼽힌다. 그는 후배

자리로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오

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질

픈수업&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되었다.

새로운 예술현장의 탄생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건 예술강사들이 계속해

문에 이렇게 답한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

서 예술교육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면, 엉켜있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생각한다. 그 힘이 더 단단해지기 위해 서로의 이

울고, 많이 웃어라. 남들이 웃지 않는 것에 웃어

오픈수업&네트워킹은 지난 2014년부터 ‘더 좋은

의외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

야기에 공감하고 각자의 활동 가치를 인정한다면

라. 남들이 울지 않는 것에 울어라. 남들이 흘려

수업을 위한 생각 나눔 워크숍’이라는 부제 하에

지 알게 되고 자기 자신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고된 현장에 뛰어들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것에 걸음을 멈춰라.’

진행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예술강사들은 고

되는 것이다. 교육 활동의 중심이 되는 예술강사

민과 경험을 공유하며 보이지 않았던 벽을 헐기

는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

오픈수업에 참가한 예술강사들은 참여자 한 명,

사소한 물음에 걸음을 멈춰 다시 생각하고 작은

도 하고, 마주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안에 막힌 응어리를 풀어내고 결핍을 채울 수 있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다가갈 수 있는 힘도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관찰하는 사람. ‘2017 복지

만으로 위로의 시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픈수업이 이러한 시간

얻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참여자들과의

들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남이 익숙하지만 새로워진 만남이길 기대한다.

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하 복지기관 지원 사업)’에 활동하는 예술강사가 이런 사람이지 않

오픈수업 모임은 ‘중심 예술강사(이하 중심강사)’

을까? 이번 오픈수업에 참여한 장애인 분야의 예

와 ‘참여 예술강사’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작년에 진행된 오픈수업 진행 상황을 SNS로 접하면서 다

참여하는 방식을 가지고 찾아갈 것이다. 더 좋은

술강사는 자신의 감각을 세포까지 열어 참여자들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모이길 원하는 중심강사

른 예술강사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

수업을 만드는 예술강사가 되길 원하는 복지기관

을 관찰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참여자가 자주 쓰

는 일시, 장소, 참여 희망 대상뿐 아니라 모임의

었다. 올해는 오픈수업에 대한 수요조사 문자를 받고 나서

지원사업 예술강사에게 ‘오픈수업&네트워킹’을

는 단어와 감각, 일상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 궁금

성격, 주제 등 모임을 전반적으로 기획하며 참여

개인적인 고민을 마구 쏟아 냈다. 비록 잠깐의 수다였지만

적극 추천한다.

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강사는 다른 예술강사의 경험을 듣기만 하는 것

답답했던 고민을 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시원함을

지난 여름, 참여자의 작은 변화에도 걸음을 멈췄

이 아닌 모두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보태도록

느꼈다”

던 예술강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는, 모임 진행의 또 다른 중심이 된다.

‘더 좋은 수업’을 위한 첫 발

218

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업을 통해

향후 오픈수업은 보다 더 다양한 형태와 새롭게

‘우리’는 왜 만나야 하는가? 비행기에서 낙하산 하나를 매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결코 나 혼자가

“이 사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내가 예술가라는 걸 깨달을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더 좋은 수업’을 위해

올해 오픈수업은 총 6개의 모임으로 지역, 대상,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를 통해 아이들이 ‘예술’과 함께 하게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우

분야별 모임과 2차 모임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경

되었다. 때문에 나는 계속 예술가여야 한다.”

리의 고민과 노력이 누군가에게 예술을 만나는

상 지역 예술강사 간 네트워킹, 장애인 음악 분야

– 아동 분야 예술강사 모임 ‘톡 마이 웨이’ 참여 예술강사

시작이 되고 그 누군가가 발전할 수 있는 작업임

복지기관을 이용하거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교육대상에 대한 고민, 복지기관 지원사업 예술강

노인, 장애인 참여자는 시설 유형, 지역적 특성,

사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한 아동 분야 모임, 중심

“참석자들이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연령, 개인의 성향, 살아온 삶의 경험에 따라 차이

강사의 자택에서 진행된 노인 분야 모임 등 다양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 된다. 이러한 나로

가 있다. 때문에 예술강사는 참여자의 다양성에

한 형태의 모임이 시도되었다. 2차 모임으로는 장

인해 새로운 현장이 ‘탄생’하는 것 같다.”

적응하며 맞춤형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정해진

애인 대상에 대한 연구 모임, 예술강사의 작업실

– 장애인 음악 분야 예술강사 모임 ‘예술 꽃 활짝’ 참여 예술강사

공식이 없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예술강사

탐방 모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오늘

들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수없이 경험해야 했

의 모임이 다음 모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예술강사는 수많은 참석자

지만, 전국에 퍼져있는 강사 간 만남의 기회는 많

만남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의 크고 작은 변화를 느낀다. 동시에 예술강사 스

을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만날 것이다.

지 않았다. 이에, 예술강사들이 늘 가지고 있었던

스로 ‘예술가’ 또는 ‘예술 그 자체’로서의 자기 발

다양한 교육 현장에 대한 궁금증과 참여자에 대

견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용기 있는 첫걸

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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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터뜨리다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유진규 명예교사 프로그램

정공자 설치미술가, 팟캐스터

마임 한편으로 삶을 돌아보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근원을 ‘몸’이라

는 공간을 탐지해야만 한다. 무언가 바스락거리며

는 화두로 45년 동안 관객과 소통해 왔다. 그간 다

바람에 날리는 긴 수술들의 터널을 통과하고 꿀렁

양한 공연과 축제의 예술감독을 지내고 최근에는

꿀렁한 튜브 위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참여자들은

젊은 마임이스트 이정훈의 마임 공연이 펼쳐진다.

하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짐을 깨닫게

음악, 미디어, 페인팅,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의 젊

눈을 가린 채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생소한 공간

지하철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출근하는 직장

된다. 중요한 것은 적은 노력으로 ‘나의 몸’을 내가

은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며 마임의 새

을 경험한 후 안내자의 인도를 따라 자리에 앉아,

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벽으로 변해

원하는 대로 바꿀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로운 형태를 구축해가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1세

안대를 벗고 유진규 명예교사를 마주하게 된다.

가고 오직 자신의 승진만을 위해 일에 빠져, 다른

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얘기다.

로 팔, 다리, 허리, 어깨 등 온몸에 말을 걸고 소통

사람들과의 소통도 거부한 채 스스로를 옥죄는 모 습이 그려진다. 그러다 결국, 실재하지 않는 벽에

이번에는 문화예술 명예교사가 되어 청주의 동부

나의 몸은 온전히 나의 것인가

창고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몸의 해

몸의 자유를 가로막는 벽, 트라우마

갇혀 스스로 사라지게 되는 몸을 보여줌으로써 우 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면 벽은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각자

방’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공연은 물론 참여자들

“여러분, 이곳에 올 때 누구랑 같이 오셨나요? 어떻게 오

누가 만든 것인가. 그 벽이 실제로 우리 자신이 만

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트라우마를 꺼내어 직

과 함께 움직이는 체험으로 한데 어우러져 시끌

셨든지 잊지 않고 데리고 온 게 있죠? 어떤 경우든 나와

들어 낸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지금 살아 있는

면하고 극복하는 작업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

벅적한 난장이 벌어졌다. 유진규 명예교사는 기존

함께 다니는 것, 그게 뭘까요?”

이 순간에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

의 예술 개념과 몸짓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참가자

는 없는가.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원치 않는 벽

지만, 참여자들은 종이와 색연필을 들고 각자 나

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해 상상력은 물론 몸의

유진규 명예교사가 말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핸

을 허물고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를 새롭게 인식

름의 고통과 상처를 떠올려 본다. 이때 디제이 재

해방이 곧 예술 행위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진행

드폰? 가방? 정답은 ‘몸’이다. 이 문답은 ‘나’라는

하고 살아갈 방법은 없는가.

즈말의 자극적인 사운드와 배우 안현정, 마임이스

해 나갔다.

존재를 ‘나와 나의 몸’, 즉 ‘정신과 육체’ 두 개의 개

트 이정훈의 거친 욕설, 비방, 비하, 적대적인 발언

체로 구분해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화두를 던져 준다. 몸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함께

이성을 지우고 감각을 깨우다

220

는 달리 눈이 상당히 맑게 느껴진다. 같은 방법으

이 담긴 배경음이 흘러나온다. 참여자들의 흥분이

몸의 감각을 깨우는 일의 시작

있으며, 죽음을 맞이할 때 비로소 헤어지게 된다.

고조되면서 억눌려 차마 꺼내기 힘들었던 각자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한다. 참여자들은 때로는 거

하지만 우리는 과연 살아있는 동안에 자신과 분리

“자신의 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눈을 감아야 한다. 눈

친 질감으로, 때로는 반복된 형태로 각자가 표현

특별하게 연출된 홀에 입장하기 전, 참여자들은

될 수 없는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움직이

을 뜨는 순간 ‘나의 몸’보다는 다른 사람의 몸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색을 사용하여 자신의 트라우마를 종

입구에서 하얀 가운의 의사를 만나 간단한 상담을

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진규 명예교

되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고, 몸의 가치를 온전히 깨닫

이 위에 표현한다. 다소 무겁고 버거운 마음으로

나눈다. 그다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직접 얼굴에

사는 ‘아니요’ 라고 말한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

지 못하게 된다.”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한동안의 작업을 마치고 난

그리고 간호사로부터 알약을 받아서 먹는다. 알약

가 형성해 놓은 정형화된 예술교육 시스템의 틀이

- 유진규 명예교사

뒤, 진행자는 긴 호흡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참여

에는 홀 안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침묵함으로써 자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시스템만의 문제인

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글

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각각의

유진규 명예교사가 제시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종이 위

이 담겨 있다. 참여자들이 직접 자신의 얼굴에 페

개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자들의 불편하고 힘겨웠던 심리 상태와 불안한 감 우선 자신의 몸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나’를 새롭

에 그려진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를 그들과 분리되

이스페인팅을 한 뒤 눈을 가리고 앞사람을 따라

게 인식하고 ‘나의 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눈을

어 사라질 수 있도록 부숴버리는 다음 단계로 넘

어두운 홀 안으로 입장하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램

감고 ‘나의 몸’의 기운을 천천히 느끼면서 지금 여

어가게 된다.

이 시작된다. 참여자들은 지속적으로 단음의 사운

기에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눈 위에 손을 천

드를 들으며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홀 안에서 시

천히 가볍게 얹고 안구의 둥근 형태를 감지하면서

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가늠할 수 없

눈이 해왔던 일들에 감사하고 격려하면, 이전과

2017 arte 365

PART 5 보다

221


“머리로 사유하기 이전에 신체적인 체험이 가장 먼저의 경 험이고, 그것을 체험하는 ‘나’가 ‘근원적인 나’, ‘세계에 접 촉해 있는 나’이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

최근 필자는 <어루만지는 몸>,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 <스스로 축제 당당당> 등과 같은 공연을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함께 작업했다. 그가 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에서 위로, 치유, 공감 등의 감정은 물론, 마임의 비언어성으로 다가 오는 신선한 자극과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이 전해

감각의 해방으로부터 얻는 몸의 움직임

지 않고 아기에게 깨끗하게 밥을 먹일 수 있는 방

의 고유성’을 형성하게 되고, 그렇게 체화된 속성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의 입 주변

은 몸이 살아 있는 동안 세상과 소통하는 주요한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어렵게 내놓은 상처들과

과 식탁이 지저분해지더라도, 아기는 스스로 자신

통로가 되는 것이다.

마주하고 극복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몇 가지 물

만의 방법을 찾아 밥을 떠먹을 수 있어야 한다. 아

여자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트라우마

리적인 장치들을 사용한다. 종이상자로 만든 커다

기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음식을 먹고 맛을 보는

를 꺼내보는 과정과 스스로 공연자가 되어 몸을

란 사각기둥에 몸과 마음을 억압했던 상처의 조각

행위에는 엄마가 떠먹여 주는 음식의 맛과는 다른

들을 그림으로 붙이고 야구 방망이로 마구 두들

무언가가 있으며, 몸이 느끼는 반응도 분명 다르

겨 산산조각을 낸다. 이때 배경음악으로는 속도감

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

평소 ‘기획자와 참여자 모두 미치지 않는 축제는

로운 해석과 다양한 접근 방식을 만나볼 수 있는

있는 비트와 스크래치가 섞인 힙합이 흘러나온다.

감정을 느끼고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큼 소

축제가 아니라 그저 행사일 뿐이다.’라는 지론을

시간이었다. 이는 참여자들이 예술로서 세상과 소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과격한 몸의

중한 삶의 경험이 또 있을까?

몸소 실천해 온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문화예술 명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깊이 있게 모색하는 계

예교사’로서 보여준 이번 교육 현장에서 참여자들

기가 되었다.

몸의 해방이 주는 가능성

기가 한층 고조되면 홀 한쪽을 가리고 있던 검은 색 커튼이 열리면서 여러 색깔의 풍선이 밀려 나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

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

몸으로 익힌 것들은 평생 간다

들을 살펴본 결과, 익숙했던 주변 환경을 새롭게

오고 좀 더 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참여자들

인식하게 됐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신체의 부

은 아이처럼 주변에 있는 풍선을 하나도 남김없이

예술 행위의 시작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치에서

분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몸에 대한

터뜨린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강한 비트의 힙

출발하며, 체험하는 몸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치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평소 잊고 지냈던

합 음악이 갑자기 멈추고 소등됨과 동시에 정적이

를 갖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데카르트

몸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흐른다. 갑자기 홀 한쪽에 있던 비상출입문이 열

(Descartes)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리면서 어두웠던 장내에 밝은 빛이 들어온다. 참

명제로 주체의 중심을 사유에 두었다면 몸의 철학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조금 불편했지

여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문 앞을 기웃거리

자, 살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메를로 퐁티(Maurice

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행위로서 벽을 때리며

다가 하나둘씩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이때

Merleau-Ponty)는 “머리로 사유하기 이전에 신체

풍선을 터뜨리는 순간 해방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그들은 마치 엄마의 자궁에서 탄생한 신생아의 기

적인 체험이 가장 먼저의 경험이고, 그것을 체험

있었다고도 말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스스로 ‘이게

분, 또는 깊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해방

하는 ‘나’가 ‘근원적인 나’, ‘세계에 접촉해 있는 나’

뭐지?’라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

감을 느끼며 모든 과정을 마친다.

이다”라며 인간은 생각하기 이전에 몸의 감각으로

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태도

체험하는 존재임을 주장한 바 있다. 머릿속에서만

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방식이 새롭게 바뀔 수 있

이제 참여자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일어나는 사유의 행위도 중요하지만, 직접 눈이나,

다고 감히 단언해본다. 몸으로 인식된 지각의 변

교육된 ‘우리의 몸’을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입 등을 움직임으로써 살아있다는 경험치를 획득

화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둘 것인지 아니면 나의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 어

할 수 있다는 존재감의 표현을 강조한 것이다.

정공자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하고 졸업과 동시에 광고기획사에 입사하여 20여 년간 기업 브랜딩, 전시 및 공연 홍보, 출판물,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그림 전시와 디자인 강의, 팟캐스트 진행 등을 해왔다. 최근에는 커피와 먹을 사용하는 페인팅과 그 제작 과정을 음악가들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 작업으로 머리보다 몸을 사용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와는 지난 2016년 ‘8.15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한 공연을 함께 했다. 현재는 자연, 사람, 예술가 모두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한 프로젝트인 ‘스스로 축제 당당당’이라는 예술캠프를 석 달간 강원도 지역 특화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jgongja@gmail.com

“나를 예쁘고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다. 주어진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몸으로 겪는 생생한 체험이란 신체 본연의 가치인

우리의 몸이 자유로울 때, 모든 것을 발산시킬 때 예술도

일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기에게 밥을 먹여주

‘움직임’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터뜨리는 것이 예술

는 건 어쩌면 아기가 스스로 밥을 먹게 하는 것보

형성된 경험치는 이성으로 알게 되는 앎의 형식과

이다.”

다 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엄마는 주변을 더럽히

는 다르게 신체에 각인된 인식 체계가 되어 ‘나만

-유진규 명예교사

2017 arte 365

이번 <몸의 자유가 예술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참

다. 지금까지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몸에 대한 새

움직임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부숴버린다. 분위

222

주는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9월 2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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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리·움직임으로 ‘표현’하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 리뷰 고지인 아티스트

음악보다 소리에, 무용보다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

오전 9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모였다. 왜인지

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이 서로의

모르지만, 참여자들이 대부분 여학생일 것이라는

차이점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시대다. 필자는 소

편견은 무용실을 반 이상 가득 채운 남자 학생들

리와 움직임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으로서, 또

을 본 후에 보기 좋게 깨졌다. 이미지를 소리로 만

표현이 고갈된 시대에 음악으로 표현을 하며 살아

들고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프로그램이기 때

가는 한 사람으로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

문에 남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소극적인 모습을

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 자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수업을 참관하면서 이

에 관심이 갔다.

예상 역시 빗나갔다. 이 장면에서 시각적인 묘사가 청각적으로 표현되

모습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글자로만 배우던 역사

먼저, 공간, 소리, 움직임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재

학생들은 현장체험 활동을 통해 역사 이야기를 담

고 학생들이 그 과정을 직접 느끼고 즐기는 것을

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니 학생들의 입에서 나

현될지 궁금했다. 공간과 소리, 소리와 움직임은

고 있는 지역의 소리를 채취하고 컴퓨터와 전자

눈과 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오는 의견들도 새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꿈다락 토

어느 정도 쉽게 관계성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이

악기를 이용하여 상상의 소리를 구현하는 과정을

세 가지가 어떤 관계를 이루며 ‘창의성’을 끌어낼

수행한 상태였다. 그런 작업을 함께해서인지 강사

이어진 수업에서는 사운드맵*을 보며 서로의 의견

학교 사회, 음악 시간에도 하나의 정규과정으로

지는 미지수였다. 음악, 무용, 인문학이라는 장르

와 학생들의 관계는 활기차고 자연스러웠다. 학생

과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항상 똑같은 음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를 아우르는 수업은 어떨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

들은 스스럼없이 강사들이 요구한 사항에 응했고,

표들로 가득한 악보만 보던 학생들에게 사운드맵

해 지난 9월 16일(토) 오전 9시, 서울N타워 아래

강사들은 학생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지식과 정

은 콘셉트부터 생소하고 신기했을 것이다. 현장답

가로수들 사이로 보이는 숭의여자대학교 무용실

보를 공유했다. 딱딱하고 전형적인 수업의 모습이

사에서 보고 들은 감정들을 종이 위에 이미지로

을 방문했다.

아니라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관계처럼 편안한

묘사한 후 그 이미지를 통해 소리를 표현하는 과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은 아마 중학생들로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일 것

프로그램의 목표 중 하나는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

이다. 이 시대의 학생들은 무언가를 표현할 기회

는 일이다. 수업 내내 등장한 ‘위안부’라는 주제는

학생들은 두 조로 나누어져 한 조는 이전 시간에

가 많지 않다. 곡을 연주하려면 일단 음표가 빼곡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앞서 진행된 움직임, 소

진행한 현장 답사를 토대로 미리 구상하고 연습

한 악보가 손에 쥐어지게 되고, 한 음이라도 틀리

리, 사운드맵 등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소재와 조

이 프로그램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논리적인 체험

해온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머지 한

지 않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추상적으로 내 귀에

금은 어색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

을 통해 익히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기획 의

조는 타악기를 활용해 영화에 사운드 트랙을 입

들리는 소리,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 어떤 공간이

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현장 체험을 통해 미리 역

도로 하여, 지역의 역사 이야기를 악기로 표현해

히듯 실시간으로 그 위에 소리를 얹었다. 한 조원

주는 이야기에 대해 악보로 표현하는 기회란 더욱

사를 배우고 실제 그 장소에서 소리를 녹음하며

보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필

들은 일제 강점기를 표현하기 위해 둥그렇게 손

흔치 않다.

상상력이 더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역

자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항

을 잡고 원을 만든 다음, 그 안을 벗어나려고 하지

상 신경이 쓰이지만 쉽게 간과하게 되는 것이 바

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다

로 ‘표현’의 부분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총괄자인

른 조의 조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타악기를 활용하

김종균 숭의여자대학교 교수는 서사를 중심으로

여 그 움직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원 밖으로 나

학생들 각자가 그림으로 표현한 소리 안에 담긴

안에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한 과정 한

결과보다는 과정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고,

가려고 하는 움직임과 그를 막으려 하는 움직임에

이야기는 신선하고 흥미로웠으며 성숙했다. 한 학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

타악기의 둔탁하고 무게 있는 리듬이 더해지고 음

생은 일본 여인과 조선 여인의 얼굴을 그렸다. 특

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타악기를 통해 감정

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악의 세기와 속도가 빨라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히, 마땅히 가져야 할 자유를 빼앗긴 조선 여인의

과 스토리를 표현한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웠다

스토리에 소리와 움직임을 얹다

224

2017 arte 365

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 사운드 맵 : 위치를 나타내는 미디어의 한 종류. 장소와 그 장소가 나

둘 이상의 것을 얻는 수업

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타내는 소리를 연결하여 위치를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3시간

PART 5 보다

225


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

자생적으로 예술을 선별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력은 훨씬 좋았다. 물론 일부 학생은 과정 내내 적

키워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 어떤 예술을 접

같은 공간 안에서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이런 경

하든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험을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몇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김종균 교수가 언급

몇 눈에 띄는 학생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수업

한 것처럼 소수의 학생이더라도 자신의 잠재된 능

중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아낌없이 표현하기

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의견

도 했다. 타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에는 강사에게

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른 방식을 제안하기도 하고, 조별 활동을 하면 면, 학생들이 움직임과 소리의 관계를 파악하고

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리를 발

서 자신의 생각을 몸으로 마음껏 표현했다. 이번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역사성과 예술성, 창의성을

고조된 분위기를 계속 끌어올려 음악적으로도 한

견, 혹은 구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부여한다는 취지를 모두 부합하기는 어렵다. 하지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

피아노의 현을 퉁기거나, 피아노를 활로 연주해

두드림, Taps> 수업을 통해 그동안 학생들이 교실

만,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중학생들을 대상

운드 맵을 나누는 시간도 직접 그린 이미지를 짧

현악기처럼 쓰거나, 바이올린의 몸통을 두드려 타

안에서 수동적으로 배워온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으로 이런 과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소리 분야의

게나마 목소리나 도구를 이용해 표현하는 부분이

악기처럼 쓰는 활동을 통해 악기들의 활용 가능성

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티스트로서 기쁜 마음이다. 앞으로도 더욱 어린

포함되었다면 학생들이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할

을 발굴하며 더 넓은 소리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

연령대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참여할 수

수 있었을 것이다.

었을 것이다. 3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느끼지 못

있는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길 기대한다.

할 정도로 20여 명의 학생이 함께한 과정은 실제 하지만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조건 속에서도 학생

수업 後… 학생들의 말 말 말

시간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소리를 그저 잡음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

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었다는 점은 인상 깊 었다. 물론 그것은 보조강사들과 스태프들의 적극

향후 과정에서 진행될 컴퓨터와 전자 악기로 사운

참여하고 난 후 소리를 활용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들

드를 구현하는 수업을 참관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악기로 음악을 표현하는 것보다 주변

은 프로그램 내내 누가 학생이고 스태프인지 구

으로 남았다. 김종균 교수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에 있는 소리를 활용할 때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융화되며

를 이용해 소리를 구상하고 편집하는 과정이 디지

참여를 이끌었으며,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과

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

“일반적인 악보는 규칙적이지만 사운드 맵은 내가 원하는

함께하면서 용기를 북돋웠다.

키고, 휴대폰이나 컴퓨터 없이 살 수 없는 현시대

것, 상상하던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점이 좋았다. 그동안

에 사는 학생들이 좀 더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접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이라 흥미로웠다.”

고지인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가르치고, 음악에 관한 글을 쓴다. 미디어아트 그룹 ‘Collage+’의 사운드 디렉터이자 나사렛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컴퓨터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jiinkomusic@gmail.com

시간일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나 목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 서툰 학생들에게 컴퓨

“실제 그 장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하면서 소리

터는 아주 좋은 방패가 될 수 있다. 꼭 수업 현장

를 녹음하니 교실 안에서 배울 때보다 더욱 생생하게 느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라는 카테고

이 아니라, 집에서도 혼자 원하는 소리를 언제든

지고 마음속에 와닿았다.”

리 안에 시간적인 한계 등 제한적인 요소들이 있

지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넓은 소리의 세계를 향해

었지만, 한편 이 덕분에 소리와 움직임에 더욱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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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이 프로그램을 총괄한 김종균 교수는 학생들에게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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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한 긍정’의 촉매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 <싱어송라이터밴드 마지못해민트초코와 함께하는 앨범발매 프로젝트>

가장 혼란스럽고 민감한 중고등학교 시기에 강렬

“이 프로그램은 참여한 학생들 속에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때보다도 진지했다. 노래의 주인공이자 작곡, 작사

세하면서도 통통 튀는 목소리가 밝은 멜로디와 함

한 예술적 충격은 평생을 간다. 그 중에서도 좋은

끄집어내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격려와 칭찬을

자인 심성보 학생은 쑥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음악

께 어우러졌다. 한 학생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

예술가와 함께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경

통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에 집중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숨죽여 음악을 경청

을 가리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가수 같아!’하는 탄

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인생에

했어요. 청소년은 주변의 평가에 민감해서 보여 지는 모습

했다. 드디어 마지막 음이 끝나고 커다란 함성과

성이 들려왔다. 곡이 무르익을 즈음 여성 보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에 치중하기 쉬워요. 정작 자기 마음속에 있는 성적, 진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화답하듯, 남성 보컬이 등장해 ‘반전의 묘미’를 선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르떼365가 찾

사랑 같은 고민의 민낯을 숨기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노래

은 이번 현장은 청소년들의 인생을 관통할 예술적

를 만들려면 그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줘야만 해요. 그러

곡이 끝나기 무섭게 서혜윤 예술가와 임지희 예

이그룹의 듀엣곡을 연상케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지닌 기대되는 프로그

려면 예술가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 이상으로 친해

술가 그리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냈다.

곡이 끝난 뒤 낯간지러우면서도 사랑을 속삭이는

램 중 하나였다. 홍대 공연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

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수학 시간에서처럼 ‘틀렸어’, ‘맞았어’, ‘정답이야’

듀엣곡에 대해 ‘케미’*가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서

르고 연주하는 현역 아티스트와 음악에 관심이 있

같은 피드백은 없었다. 중간에 왜 이런 가사가 들

혜윤 예술가는 ‘가사와 곡의 분위기가 지나칠 정도

는 청소년들이 만나 자작곡으로 음원을 발매한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고, 먼저 탁자에 빙 둘

어갔는지, 어떤 감정으로 곡을 녹여냈는지, 이 구

로 완벽하다’ 라며 자신의 곡이 탄생한 것처럼 기

고 했다. 게다가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동고동락하

러앉아 도란도란 각자의 근황 얘기를 했다. 예술

절에는 왜 다른 악기를 썼는지 등의 질의응답 형

뻐했다.

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와 학생들의 대화라기보다는 절친한 친구 사이

식으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갔다. 예술가들과 학생

와 같은 친근함이 느껴지는 대화였다. 그렇게 시

들의 의견이 한 데 모여 좀 더 슬픈 감정을 극대화

작된 일상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연결됐

하기 위해 애잔함을 격렬함으로 재해석해 악기를

다. 이어 지난 주,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녹음을

더해 재구성했으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

진행한 학생들의 자작곡을 다 함께 경청하고 의견

다. 곡의 주인공인 심성보 학생도 모두의 의견에

지난 10월 14일(토) 오후. 경기 군포시에 있는 인생

을 나누는 시간이 진행됐다. 탁자 가운데 놓인 스

동의하며 품평회를 마무리했다.

나자 사회적협동조합의 공간에 통합예술단체 다

피커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고, 일순간에 수다

서혜윤 예술가는 지난 첫 번째 녹음에서 참여자

다음으로 권오준 학생의 자작곡을 들어보는 시간

락의 권소정 대표, 서혜윤 예술가, 임지희 예술가

스럽던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어떤 학생은 손바닥

모두가 예상을 뛰어넘는 열정을 발휘해 주었다고

을 가졌다.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냈다고 소개한

가 모였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X예술가

을 오므려 귀 뒤에 대어 소리를 모으는가 하면 어

했다.

권오준 학생의 곡에서는 묵직한 저음들 사이로 현

프로그램 <싱어송라이터밴드 마지못해민트초코와

떤 학생은 눈을 감고 감미로운 R&B 선율에 귀를

함께하는 앨범발매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서였다.

기울이며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워밍업: 음악을 위해 모이다

*케미: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줄임말로,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마무리: 음악을 느끼다

재 자신의 상황을 반영한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 “음악은 진정성이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앨범의 알맹이는

왔다.

본 프로젝트는 홍대 라이브 공연장과 방송에서 왕

학생들의 몫입니다. 저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그 음악이 더

성히 활동 중인 인디밴드 ‘마지못해민트초코’ 그리

근사해지도록 다듬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죠. 대

괴로웠어 순간들이 차별당했었던

부분의 학생들이 실용음악을 전공과는 거리가 멀고 곡을

두려웠어 공간들이 혼자가 되어버렸었던 그 날

만들거나 부르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녹음실에

마냥 힘들기만 했었던

고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수업이다. 평범한 일상

품평회: 음악을 듣고 말하다

에서 직접 음악 소재를 찾고, 자신만의 곡을 만들

228

사했다. 마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보

어보는 싱어송라이터밴드 앨범 발매 과정 프로그

R&B 풍의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고 중저음의 남학

서 자기 노래를 부르고 이렇게 곡이 구성되는 경험을 하게

항상 피하고만 싶었던

램으로,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간 진행되

생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

되면 그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이후 점점 노래를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후회만 남은 나의 삶

고 있다.

은 목소리는 가냘프지만 힘이 느껴졌다. ‘가지마’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일어서 난 시작할래 오늘의 난 변해갈래

마지못해민트초코 멤버 서혜윤 예술가는 이러한

라는 구절이 거듭 반복됐다. 도저히 중학생이라고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점이 제게는 보람입니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잘 견뎌낼 거야

자연스러운 수업 분위기는 의도적인 결과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떠나려는 연인을 어떻게든 붙

말했다.

잡으려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학생들은 어느

2017 arte 365

꼭 버텨낼 거야 잘할 거야 난 이번에는 발랄한 분위기의 곡이 울려 퍼졌다. 섬

그리웠던 추억들이 마음속에 어두운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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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보 / 궁내중학교 2학년

김유진 / 금정중학교 2학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접하게 된 계기는?

청소년수련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다. 지난 4월부터 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지

금까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업에도 쭉 참여

금보다 어렸을 때였지만 작곡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당시

할 생각이다.

에도 서혜윤 예술가님이 잘 이끌어주셨다. 그때의 프로그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올해도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서

꿈다락 수업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혜윤 예술가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꿈다락 토요문화학

내가 직접 음악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교 학생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신

다. 내가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녹음까지 진행한다.

청을 했다.

‘내 음악’이 음원으로 발매가 되고, 공연도 할 수 있다. 하나 괴로웠어 그 말들이 말하면 절대 못할 거란 그 말

됩니다. 힘든 과정을 잘 버텨내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부터 열까지 내가 직접 참여해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

마냥 힘들기만 했었던 항상 피하고만 싶었던

하는 가장 큰 힘이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는 점이 수업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후회만 남은 나의 삶

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다.

일어서 난 시작할래 오늘의 난 변해갈래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 긴장도 했어 설레기도 해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잘 견뎌낼 거야 꼭 버텨낼 거야

문을 열기 전에 숨을 한 번 내쉬고

꿈다락 수업을 듣기 전과 후의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

일어서 난 다시 시작할래 오늘의 난 변해갈래

떨리는 맘을 감추고 싶어

나?

젖혀가는 일상 속에서 잘 나아갈 거야 꼭 이뤄낼 거야

예전에는 조금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꿈다락 수업에

잘할 거야 난 할 수 있어 난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서 음악을 배우고 난 후 감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 긍정적인

- 권오준 학생의 자작곡 中

점점 더 기대돼서 빨라지는 두 발

변화이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보다 말도 많아지고 밝아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한자리에 모여

다고 한다. 혼자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보다 다 같이 음

가식 없이 묵묵히 자신의 상황을 적어 나간 권오

좋은 감정만 나눠요

악에 대해서 몰두하고 만들어내는 매력이 큰 것 같다.

준 학생의 자기 고백에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곡

모두 좋은 추억만 가져가면 좋겠어

이 끝났을 때 힘이 들어간 박수소리가 길게 이어

끝이라 하지만 당장 지금 헤어져도 슬퍼하지 말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졌다. 어른들은 요즘 시대에 저마다의 고민을 안

웃으며 떠나요

예고에 진학하고 싶다.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추천하

고 혼돈과 방황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을 그저 엄살

- 청소년X예술가 단체 곡

시지만, 그러기엔 음악이 정말 좋다. 음악 중에서도 R&B 장

떠는 ‘중2병’**으로만 치부한다. 권오준 학생의 진 구들에게 더 나아가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심심

함께 들으면서 학생들마다 한 구절씩 직접 작사를

음악을 향해 전진해나갈 것이다. 꿈다락 수업을 들으면서 함

한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혜윤 예술가의 단체곡 연

께 했던 많은 친구들이 중간에 낙오되기도 했지만, 위태롭거

주 후 한 학생들은 꿈다락 수업이 마지막에 다다르

나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끝까지 해내서 성과를 이루고 싶다.

학생은 ‘따뜻한 이별’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학생

반항과 일탈 행위를 일컫는다. ‘남과 다르다’ 또는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님이 도움을 정말 많이 주신다. 이것저것 고민이 많을 때 친구 처럼 대화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걸 얻어간다. 특 히, 피아노를 치면서 작곡을 해나가는 과정이 제일 재미있다. 주로 클래식 곡을 치는 걸 좋아하는데 작곡하는 데 도움을 많 이 준다. 고등학교에서도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다. 부모님께 서는 반대하고 계시지만 나름대로 피아노 학원도 열심히 다

니고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키워서 부모님께 증명해 보이 겠다.

청소년들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 >을 동력삼아 예술가라는 멘토와 화합하며 새로운 긍정적 인 에너지를 발산할 것이다. 음악을 향해 달려 나가는 굳은 의 기운을 예비 예술가들에게도 전파하길 기대한다.

이다. 그중 김조한을 가장 좋아한다. 그들을 롤 모델로 삼고,

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그로 말미암은

데, 앞으로의 진로도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다. 서혜윤 예술가

심지의 청소년들이 향후 위대한 뮤지션이 되고, 또 그 긍정

수업 말미에는 서혜윤 예술가가 작곡한 단체 곡을

고 있어 ‘아쉬운 헤어짐’이 떠오른다고 했고, 다른

피아노가 더 좋아졌다. 피아노 학원을 7년 동안 다니고 있는

르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가수는 김조한, 크러쉬 그리고 딘

솔한 가사와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음성은 또래 친

**중2병: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

꿈다락 수업을 듣고 난 후의 변화가 있었는지?

들과 예술가들의 의견을 조합한 단체 곡은 ‘일상에 서 일어나는 힘든 일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라는

이번 프로그램의 최종 결과물은 음원을 만들어 인

메시지로 결론지어졌다. 이 메시지는 지난 7개월

터넷을 통해 발매하는 것인데 그 점이 가장 큰 동

동안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동고동락하며 행

기부여가 된다고 서혜윤 예술가는 말한다.

복했던 시간을 반추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래들이 인터넷을 통해 근사하게 만들어진 자신의 노래

다음은 현장에 함께한 두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를 듣게 된다면 짜릿하지 않을까요? 자작곡을 직접 불러 앨범을 낸다는 것은 프로 가수들에게도 흔한 일은 아니거 든요.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고 평생 결과를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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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2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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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업 그 이상 : 훌륭한 티칭 아티스트리(Teaching Artistry)에 대하여 한국의 예술강사,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 ‘에릭 부스(Eric Booth)’를 만나다

이현민 대외협력팀

지난 11월 미국의 에릭 부스(Eric Booth)가 제45차 해외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국의 예술강사들에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성취하기

며 80퍼센트의 내용에 집중한다면 참여한 아이의

에릭 부스는 미국에서의 본인의 경험을 한국의 맥

위해선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하고, 천천히 자신을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했다. 그는 약 50여 년간 다양한 예술교육 분

락 속에 모두 적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워크숍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화

야에서 활동을 진행하면서, 현재는 링컨센터 예술

을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새로운 시작을 계획할

예술교육을 진행할 때, 많은 예술강사들이 현장에

더하여, 에릭 부스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나

교육원의 예술교육자 개발연구과정의 지도자로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본격적인

서 부딪히게 되는 한계도 바로 이러한 상황과 관

자신에게 질문하고, 또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워크숍을 시작했다.

련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교육이 학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교의 커리큘럼 안에 들어가게 되면, 수업의 진도

실험을 통해서 강사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이 무

와 평가 방식 등에 압박을 느끼게 되고, 결과 중심

엇일지 실제로 적용하면서, 아이들의 관점을 이해

의 기존 교육방식에 갈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의

안에서 예술강사는 이에 연연하지 않고, 순간순간

열정이 넘치는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면

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배움을 안겨주어야 한다고

서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강조했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티칭 아티스트(Teaching Artist)의 아버지’라 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경력 8 년 이상의 예술강사 대상으로 경북과 서울 지역

두 곳에서 ‘예술강사로서의 탁월성(excellence as a teaching artist)’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사실 – FOCUS ON SMALLER THING(작은 범위에 집중하라)

술강사들에게 ‘훌륭한 티칭 아티스트리(Teaching

“예전에는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Artistry)를 위하여, 즉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천천히 진행하면 오히려 일이 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애정을 더욱 고취시키기 위

잘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에릭 부스는 이러한 티칭 아티스트의 역할을 ‘내가

한 방안으로 무엇을 제안하였으며, 이에 대해 한

“말을 적게 할수록 수업이 더 잘 되더라.”

가르치는 내용의 80퍼센트는 바로 나 자신을 나

국의 예술강사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예전엔 예습하거나 복습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을 많이 하

타낸다.’라는 의미의 <80퍼센트의 법칙>에 빗대어

살펴보자.

였는데, 지금은 학습자들과 만나는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하

설명하였다. 사실 예술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가

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에릭 부스가 한국의 예

게 되었다.”

장 중요한 것은 ‘내가 순간 순간 어떤 생각을 하는

“적극적인 참여, 자기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 신뢰, 자율

경북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서울 한국문화예술

“학생들이 왜 이렇게 따라오지 못할까? 라고 생각할 때가

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내가 가

성, 솔직함, 칭찬, 즐거움”

교육진흥원 A.Lab에서 각각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들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지고 있는 세계에 아이들이 어떻게 공감하게 할지’

“표현의 디테일, 창의성, 재미, 다르게 보는 시각, 나의 이

이번 워크숍에는 7~8년 차 예술강사부터, 문화예

있지만 나의 눈에 ‘서툴고 거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에 대한 부분이다. 수업을 하면서 예술강사가 진

야기를 표현하는 것, 자극이나 영감을 주는 것, 새로움, 관

심으로 신이 나고, 공감하고, 경청하게 되면 아이

찰, 흥미 유발”

술교육 관련 정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4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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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 – INTRINSIC MOTIVATION(내재적 동기)

터 활동을 이어온 13~14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 이후, 에릭 부스는 ‘티칭 아

들도 이를 토대로 자신을 깊이 받아들이고, 예술

람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강사들이 모였다. 에

티스트로 활동하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한

강사를 통해서 문화예술교육을 깊게 느낄 수 있

에릭 부스는 두 번째 질문으로 ‘예술교육의 가장

릭 부스는 이들이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동

질문을 던지고 경력을 쌓은 후인 지금은 알고 있

을 거라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의 인

중요한 한가지’에 대한 예술강사들의 의견을 물

기에 대해 나누는 것으로 워크숍의 시작을 열었

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나눌 것을

생에 어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었다. 위와 같이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지만, 에

다. 예술강사들은 본인의 문화예술교육 철학과 경

제안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변의 대부분은, ‘천

깨닫는 것이다. 나머지 ‘내가 가르치는 내용의 20

릭 부스가 생각한 답은, ‘아이들의 내재적인 동기

험, 활동의 노하우를 나눔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천히, 그리고 깊게 생각하자.’라는 결론으로 이어

퍼센트’를 차지하는 요소는 수업 시간을 배분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중 한

졌다. 에릭 부스는 이에 대해, ‘목표가 달라지면 리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마련하는 등의 시간이다.

(INTRINSIC MOTIVATION)를 깨워내는 것’이었다. 학습자가 동기 유발이 되면 될수록, 별 볼 일 없는

예술강사는 ‘활동을 오래 할수록 티칭 아티스트로

듬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

그 20퍼센트를 위해 아이들에게 좋은 자료를 주

선생님일지라도, 별 볼 일 없는 교자재를 활용하

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더욱 고민이 된다’며 ‘이 자

어서, 우리의 목적이 교실을 청소하는 것이었다면,

고, 효율적으로 계획을 잘 짜기 위한 고민보다는,

더라도, 결국 학습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

리를 통해 현재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고 있는 방

빨리 끝내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교

수업 현장에서 어떤 사람으로 서 있었는지, 순간

했다.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것의 반대말은 ‘외

향이 옳은지 점검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육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순간에 학생들에게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돌아보

2017 arte 365

재적인 동기(EXTRINSIC MOTIVATION)’, 즉, 내가

PART 5 보다

233


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등 여러 가지 도전을 펼쳤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학교 교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각자가 생각하는 아이들

에서 티칭 아티스트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에 대한 교육 방법이 너무 다르고, 교육의 결과에 대한 관

미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티칭 아티

점이 다르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서로가

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도전의식

협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을 갖는 것‘과 ‘내재적인 동기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열정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그리

강사들은 자신의 수업 방식에 어떠한 방향성을 가

고 아이들이 필요한 지점이 무엇일지를 확인하고

지고 교육을 진행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고,

실험하면서, 나만의 활동 철학과 노하우를 갖는

‘학교교육과의 차별성 혹은 연관성을 어떻게 마련

것, 그리고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동료들

해야 하는지’, 혹은 ‘학교교사와 협업하기 위한 방

을 찾아서 예술교육을 통한 힘을 펼쳐나가야 한다

아닌 타인으로 인한 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 ‘내 친구

법이라고 이야기했다. 한 예로, 10대 청소년에게

법’ 등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에릭 부

는 말을 전했다.

가 하니까’, 혹은 ‘점수가 떨어지면 부모님께 혼이 나

연극 대본을 쓰게 한다고 치자. 이들에게 ‘우리 연

스는 무엇보다 철학적인 사고를 통해 각자가 가

기 때문에’, ‘선생님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하여’ 등

극 대본을 써보자.’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 생애

진 교육에 대한 방법론을 다져야 할 것을 강조했

마지막으로 에릭 부스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

의 목적을 가진 활동들은 진정한 예술교육이 될

가장 역겨운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자!’처럼

다. 보통의 교육에서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테

해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음을 강조

수 없다. 진정한 티칭 아티스트는 아이들이 시켜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춘 접근을 하면 훨씬 더 적

크닉’, ‘좋은 결과물’, 그리고 ‘학생의 변화’ 등에 있

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프로세스’

서 하는 것이 아닌, 예술적 충동을 느끼면서 스스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것이 그 나

다고 본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예술강사

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왜 그러한 것을 하게 되었

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자신이

이 때 아이들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자, 흥미

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창의성 함양’, ‘개인적인

는지, 그리고 나만의 관점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

당장 무언가를 참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도록 하

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점 갖기’, 그리고 ‘예술 작품에 대한 흥미를 기르

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릭 부스

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

는 것’ 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경우엔 이

는 여기서 앞서 이야기했던 성찰의 개념을 다시

이 예술강사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방

이들 안에 있는 ‘예술가적 성향’ 또는 ‘표현법’을 발

두 가지 ‘성공’에 대한 기준이 평형을 이루기도 한

설명하면서, ‘REFLEXION(성찰)’이라는 것은 ‘구

식이 아닌, 학습자가 주도권을 갖게 했을 때, 학생

견하게 해주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다. 하지만, 에릭 부스는 겉으로 보면 반대의 것을

부려서 다듬는다’라는 뜻이 있으며, 어떠한 것을

들은 몰입하면서 참여의 즐거움을 일깨우게 되고,

것이다.

이야기하는 것 같은 경우에도, 밑에 있는 진실을

다시 자신에게 가져온 후에, 그것을 흡수하는 과

파헤쳐보면, 결국 하나의 진리를 얻게 된다고 전

정을 거쳐야 완벽하게 무언가를 학습했다고 할 수

이때 최상의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에릭 부스는 이에 더해서, 자신은 ‘예술 활동을 하자.’라는 말을

더하여, 설령 이러한 동기부여가 불확실한 참여자

했다. 가령, ‘학생들이 무엇을 하면 좋아할까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일상 속에서 성찰

‘니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보자.’라고 표현한다

가 온다고 해도 아이들이 속한 환경과 그룹의 역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

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령

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 예술을 훨씬 더 풍부하게

량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전하

로 해야 할까요?’라는 식으로, 콘텐츠의 ‘결과’가

매일 운전해서 이동하는 사람의 경우, 수업을 마

느끼고, 아이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을 볼 수

며, 예술교육 활동의 환경과 맥락의 중요성을 덧

아닌, ‘과정’에 대해서 나누다 보면, 결국 모두(예술

치고 차로 가는 길에 방금 했던 수업에서 느낀 점

있다고 전했다.

붙였다.

강사, 교사, 참여자)가 같은 목적을 향해 가고 있다

을 녹음해두고, 이동 중에 녹음 파일들을 듣는 등,

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명사’

자신만의 성찰과 피드백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수

가 아닌 ‘동사’로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펴봐

업을 진행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야 한다는 것이다.

전했다. 이에 더하여, 예술강사들이 스스로 성찰의

이렇게 내재적인 동기를 깨워내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로 에릭 부스는 호기심을 자극하여,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했다.

티칭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 – 내가 가는 길이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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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 대부분의 예술

시간을 갖듯이, 학습자에게도 성찰의 시간을 주어 이에 더해서, 예술강사들은 오랜 기간 문화예술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찰하는 과정이

찾아서 적용하게 할 수도 있고, 개인과 관련성이

“예전에는 바이올린을 하다가 현재는 힙합 분야에서 활동

육 활동을 하면서 지친 마음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며, 학생들이 그날 수

높은 표현을 사용하게 할 수도 있으며, 또한 작은

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는 방법을 질문했다. 에릭 부스는 이에 대한 대답

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

단계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어려운 과제를 주어

활동을 하고 싶은데, 아직 여러 시선들이 신경 쓰이고, 그

을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설명했다. 8년여 전, 에

거나, 세 부분을 뽑아 그때의 느낌을 손이나 몸으

서, 마지막에 성취감을 주어주는 방법도 있다. 먼

들이 나를 예술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릭 부스는 ‘Burn-out(완전히 지쳐서 모든 것을 할

로 표현해보는 것만으로도 성찰의 활동이 될 수

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해서 자신감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지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때 그는, 3개

있다고 설명하며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을 갖게 하고, 그 다음에 단계별로 성장해 나가도

아직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

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 대해

록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아이들의 반

고 있다.”

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어느 순간 배움에 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오랜 기간 각자의 분야에서

응을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전해야 할 정보와 기

“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학교에서 정의하는 ‘성

한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

사명감을 가지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준을 만드는 것도 참여자의 내재적인 동기를 이끌

공’의 기준, 그리고 아이들의 ‘학습 역량을 평가하는 방법’에

다. 이후 탄자니아 농촌에서 10대 청소년들을 가르

다양한 예술강사들이 모여서 그들이 처음에 기대

어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방

대해서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교육관

치고, 베네수엘라에 가서 엘 시스테마를 공부하는

했던 대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점과 경험을

2017 arte 365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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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 학습 속도가 다른데 강의 진도를 어떻게 나가 야 할까’와 같은 고민이었다. 이러한 것들을 나누면 서 미국에서 50여 년 동안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 민하고 연구하며 발전시켜온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를 느꼈다.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예술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간 2017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여 워크숍 진행 후기

나에게 ‘예술교육’ 이란? 내가 생각하는 예술교육이란, ‘미래’다. 개개인의 예 술성으로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뿐만 아 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임은경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대리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누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예술교육 활 동에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본다. 앞서 이 야기했듯, 예술강사들은 각자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함양을 위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기 회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때문에, 이와 같이 함 께 모여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예술교육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나 아가, 예술을 멀리했던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 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이나 예술가에게 무관했던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 적 능력과 기술을 전달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풀지 못했던 중요한 사회적 문제 를 해결하기도 하는 것이 ‘예술교육’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한국장애

쉽지 않고, 장애인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들에게

인복지관협회(이하 협회)가 “복지기관 문화예술교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육 지원사업”을 협력하여 진행한지 7년 차로, 그동

그래서 이번 해에 처음으로 자유로운 기획을 바탕

안 무엇보다 사업의 주 대상인 장애인 당사자에게

으로 한 6개 분야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

초점을 맞춰 왔다. 기본적으로는 한 분 한 분의 욕

여 워크숍을 기획하게 되었다.

구를 고려한 문화예술교육이 다양한 분야에서 “매 우 충분” 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요를 맞

이번 워크숍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도 올해 선발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강사로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출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추구해왔다.

어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강사들

이번 워크숍이 그들의 활동과 열정에 활기를 불어

하지만 양적인 증가 못지않게, 프로그램이 현장에

과 함께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문화예

넣는 시간이 되었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의

서 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회와 진흥원이

술교육 지원사업의 예술강사들은 현장, 시설 담당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파견하는 예술강사와 장애인복지시설 담당자와의

자, 교육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바라본다.

협조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그간 예술강사와

서울, 경기, 대전, 부산, 광주 등 지역별로 분야를

실무자의 관계와 협력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간담

안배하여, 그 지역의 예술강사들을 1차로 섭외했

회도 여러 차례 시도하고, 오리엔테이션 때 서로

고, 각 분야별 사전회의를 통해 이번 워크숍을 통

가 곤란하거나 힘들어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사

해 참여하게 될 대상이 어떤 것을 느끼고 얻어가

례나 해결법 등을 공유했었지만, 매년 사업을 운

길 원하는지를 강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프

영해오면서 서로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해석의 차

로그램을 기획했다. 분야별로 2명의 강사들이 섭

이에서 오는 갈등과 고충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

외가 되어, 워크숍의 주제와 프로그램에 활용할

곤 했다.

소재들을 확정하면, 다시 워크숍 때 어떻게 그 소

끝으로 에릭 부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에릭 부스 인터뷰 내용> 45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을 통해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부분과 가장 기대했던 바는 무엇인가?

재들이 활용되는지를 공유하고, 필요한 재료들을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양한 실험에서 얻은 교훈과 좋

하나하나 준비해나갔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

은 아이디어를 한국 예술강사와 공유하고자 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담당자의 필수요건에 대한 고민

또한, 한국의 예술강사들이 미국의 사례 중에 참고

도구나 소재, 재료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할만한 부분을 자신의 수업 방식에 응용할 수 있기

이 사업의 실무를 7년째 해오고 있는 운영기관의

시간이었다. 또한 그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렇

를 바랐다.

담당자로서, 늘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장애인 복

게 예술강사들과 많이 얘기하고, 소통했던 적이 있

지시설의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꼭

었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예술강사들과 나눈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

가져야 하는 태도 혹은 필수 요건은 무엇일까?

는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 예술강사의 걱정과 기대, 열망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예술강 사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어떻

물론 대다수 사회복지사는 전문 인력으로서 대상 이현민 대외협력팀 hmlee@arte.or.kr

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 혹은 ‘예술교육을 하다 보면 교실 뒷자리에 말 안 듣는 학 생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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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협회 담당자 개인적으로도 각 분야별로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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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2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업무의 전문성을 기본 적으로 담보한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는

어떻게 하면 사업을 드러내지 않고, 예술을 즐겁게 경험 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울 것인가

담당자라면 무엇보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강사들과 첫 사전회의를 할 때 대부분의 강사들

하지만 무언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기란

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가서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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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인지?’ 혹은 ‘말 그대로 실무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

영화 워크숍 - 상상을 통해 한계를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워크숍의 취 지는 우선적으로는 실무자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직접 느꼈던 현장의 분

도를 높이는 것이 맞지만, 분야별 워크숍의 주제

위기나, 설문지를 통해 확인한 참여자의 만족도는

와 내용에서는 예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경험

6개 분야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다 좋았지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워크숍을 진행하

만, 접근하기 가장 낯선 영화 분야와 다소 친근한

는 장소를 섭외하는 작업에도 꽤나 많은 고심을

미술분야 워크숍을 보다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하고 결정했다.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데 있어,

한다.

교육 공간과 환경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기 에, 각기 해당 분야와 워크숍 각각의 주제를 잘 살

영화라는 장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대중

릴 수 있는 곳들을 찾았고, 그 결과 뮤지컬 연습실,

적인 장르일수 있으나, 제작자가 된다는 관점에

눈, 코, 입 각각의 이동을 맡은 구성원들이 집중을

필할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진행되

독립 영화 상영을 위한 카페, 댄스 연습실, 북카페

서 볼 때는 실무자들에게 낯선 장르일 수 있다. 워

통해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는 영화 프로그램들을 아주 세세히 소개하지 않더

등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크숍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사전에 공지한 주제만

느꼈다. 짤막한 사진들이 연결되어 스톱모션 영상이

라도, 이미 실무자들의 머릿속에 “무엇이든 시도

으로는 워크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예상

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을 확인할 때는 짧은 시

할 수 있고, 불가능한 현실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하기 힘들어 했다. 영화 워크숍은 장애인 복지시

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둠 안에서 협업의 결과

해서 접근하기 어렵거나, 잘하고 못하고의 구분이

<6개 분야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여 워크숍 주제 및 내용> 주제 및 내용

설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사례를 제작하는 과

물이었기에 성취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스톱모

없는 무한의 장르라는 영화의 특성을 알릴 수 있

같이 만드는 가치의 즐거움, 11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과의 연결 국악 7일 서울 – 함께하는 즐거움, 전래놀이 (화) – 함께하는 즐거움, 난타

정과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어,

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의 아이스 브

었다.

참여자들의 적응도와 참여 연차에 따라서 CF패

레이킹의 역할을 하며, 이어지는 다른 과정들에서

러디, 영화포스터 따라하기 등의 비교적 쉬운 프

참여자들이 더욱더 적극성을 띠게 되는 계기가 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장애인 영화 교육 엿보기 11월 – 퍼니페이스를 통한 아이스 브레이킹 및 스톱모션 영화 9일 서울 체험 (목)

로그램부터, 자신의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기도 했다.

– 상상이 현실로! 여긴 어디?(쉽게하는 크로마키 체험)

용들이 소개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종 편집이

다음으로 진행된 크로마키 활동에서는 추후 편집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실무자를 위한 음악 감 성 놀이터

된 결과물을 보고, “우리 기관에 계신 분들이 이런

을 통해 덧입혀질 공간이나 배경을 사전에 설정한

프로그램들을 할 수 있을까요?” 혹은 “우리 기관

후에, 그 곳에 있다는 상상을 하고, 참여자들이 직

미술 워크숍은 미술이라는 장르가 현재 장애인 분

에는 장애 정도가 심한 분들이 많은데, 영화 수업

접 스토리를 짜고 연기를 하며 촬영하는 형태로

야에서 하고 있는 6개 분야 중에서 실무자들에게

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던 실무자들이 많

진행되었다. 놀라운 것은 사전에 예고 없이 바로

가장 친숙한 장르라는 전제와 사회복지사라는 직

았다는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스토리가 짜여지고,

업군이 관계의 홍수 속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오

예술교육 사업 담당자이면서도 장애인복지 업무

대사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워크숍에 참여

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를 하는 실무자들의 시선이 오히려 “무엇이든 어

한 실무자들은 능숙하게 연기와 애드립까지 해내

것이라는 고민에서 “혼자하는 작업이 전체의 작품

떤 것이든 정답 없이 할 수 있다”는 예술가의 시선

면서 흐름과 상황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어느

으로 완성되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보다 더 한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맡고

순간 워크숍에 왜 오게 되었는지를 굳이 되묻지

있는 담당자로서 더 많은 숙제거리를 안고 가는

않아도 될 만큼 표정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느낄

‘네임택 만들기 수업’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이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라는 장르는 그 한

수 있었다. 특히 촬영된 영상이 편집되는 시간을

름 또는 별명, 애칭 등을 정하고, 그것을 꾸미는 과

계를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는

기다리는 동안 ‘과연 어떤 영상이 나올 것인가’ 기

정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 내

생각이 들었다.

대하는 표정들을 보면서 워크숍을 기획한 입장으

내 작은 가위질 소리만 들릴 뿐 적막한 시간이 이

로서 설레고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어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가 일부 참여자

분야 일정 지역

11월 – 악기를 활용한 음악감성 깨우기/참여자가 되어 음악 14일 경기 음악 본연의 즐거움 느껴보기 (화)

– 교구를 활용한 모아음악체험/장애모아수업을 몸 으로 느껴보기

무대에서 움직이는 이야기 11월 – 문화예술”연극”프로그램의 이해와 체험 연극 16일 대전 – 관계 형성과 소통을 위한 연극 놀이 (목) – 이야기로 창의적인 연극만들기

우리 몸의 감각을 깨우는 하나되는 몸짓이야기 – 일상의 재료를 메테리얼로 활용한 몸풀기 놀이수 11월 업/움직임으로 놀아보자! 무용 7일 부산 – 라인 댄스를 통한 그룹무용수업/움직임으로 즐겨 (금) 보자!

장애인복지시설 실무자를 위한 “우리만의 비밀 미술작업실”

11월 – 나를 알고 집중하는 힐링의 시간/스토리텔링과 미술 21일 광주 네임택을 활용한 자아존중 미술수업 (화)

– 너와 함께 소통하는 즐거움의 시간/그룹 활동을 통한 벽화만들기 수업

단편 영화를 제작한 사례까지, 여러 난이도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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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 던지는 멘트를 제외하

본격적인 실습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조 영화 워크숍은 영화라는 장르가 단순히 영상을 만

고는 워크숍 전에 참여자 간에 소개 시간조차 없

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시나리오 작

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본인의 작품에만 집

해, 제비뽑기로 주어진 여러 상황을 재현하는 표

업, 연기, 소품 제작, 영상 편집 등의 요소가 음악,

중하는 시간이었다.

정을 구성하고,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행했

미술 등 여러 장르를 통합하는 매력적인 장르이면

다. 그 다음, 그것을 수십 컷으로 촬영하여, 스톱모

서, 개인의 취향과 적성에 따라 여러 역할을 설정

워크숍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이 적막은 굉장히

션 영상을 제작하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하여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명확하게 어

낯선 시간이기도 했고, 과연 참여자들이 이 시간

별 모둠을 구성하여, 다양한 표정의 눈, 코, 입으 로 구성된 ‘퍼니페이스(funny face)’라는 재료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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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워크숍 - 관계의 홍수 속에서 지칠 수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대상에 대한 고민의 반영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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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만

마침내 예술가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시간

들어진 네임택을 보여주고, 각자 어떤 이름을 부 여했고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와 자기를 소개하는

총 6번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면서, 참여

시간이 함께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

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내년에 문화예

게 데워줄 수 있는 ‘온돌’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술교육 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애칭을 ‘온돌’로 정하고 만든 참여자도 있었고, 평

였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

소 촌스럽다고 느꼈던 자신의 본명을 예쁘게 꾸미

는 담당자도 있고, 한 번도 참여해보지 않은 담당

고, 자신의 이름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살아가겠다

자들도 있었지만, 이번 워크숍 참여 경험을 통해

는 포부를 밝힌 참여자도 있었다. 워크숍이 끝난

보다 문화예술과 친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후에 받은 설문지에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사랑과

워크숍을 진행한 예술강사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

관심을 쏟아야 할 사회복지사! 본인이 행복하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장애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인복지시설의 운영 실무자로서, ‘우리 시설의 이용

시간, 나부터 사랑하자! 라고 다시 느끼는 좋은 시

자들도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

간이었다”는 멘트가 적혀있었다.

고 싶다’는 바람으로 끝이 났다. 낯선 용어나 수업 재료에 보다 친숙해졌다는 참여자도 있었고, 예술

오후 프로그램은 천사의 날개라는 벽화 제작을 위

강사들이 수업에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더 열심히

해 아크릴 물감을 찍어 날개 하나하나를 만드는

준비하겠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

시간으로 짜여졌다. 어떤 정답도, 샘플도 없이 마

고 잘 하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무언가에 대해서

음껏 생각하고, 모두가 다 옳다는 ‘대 전제’를 갖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

고, 참여자 한 명 한 명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각을 해본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실무자들이

수 있도록 했고, 본인이 붙이고 싶은 위치에 붙이

예술강사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도 충분히 바뀌었

면서 전체 작품을 만들어갔다. 작업을 진행하는

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과정 속에서 예술강사가 여러 장르의 배경 음악을 틀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춤을 추기도 하면서 활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완성된 벽화 앞에서 모 든 참여자들이 혼자서, 혹은 다른 참여자와 같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미술 워크숍에서 진행한 수업내용과 재료들은 한 편으로는 특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수업이었다.

임은경 2011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협력하여 추진 중인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장애인 분야 실무 담당자로서 사업기획 및 운영을 맡고 있다. eekklim@naver.com

하지만 참여대상(장애인)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면 서 정답이 없는 자유로운 수업을 표방하고 있는 워크숍 분위기가 참여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시 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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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2월 2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해외리포트

06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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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문화예술교육의 흐름과 이슈를 소개합니다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마리오네뜨, 예술을 품다 더 좋은 예술교육을 만드는 교류와 협력 예술교육에서 미래를 보다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현대 미술관 영국 아동 청소년극 전용 극장, ‘유니콘 극장(Unicorn Theater)’ 박물관에서 나를 만나다 예술교육, 그 후 SNAAP(Strategic National Arts Alumni Project) 장기적인 예술인들의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 ‘뚝딱뚝딱’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화하고 있는 해외 공간 ‘바로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찾아서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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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① 일본

김지영 미술작가, 문화예술교육자

우리는 사회적 약자, 장애 예술 프로젝트, 지역거점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다양

활동을 꾸준히 지역 사람들에게 알려 지역사회 안에 장애인에 대해 끊임없이 말

한 문화예술 프로젝트에서 기획자와 예술가로 10년 가까이 참여 해왔다. 이러한

걸기 하고 있다.

과정 속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나 교육 방법론보다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삶의 태 도, 비언어, 비가시적 활동의 기록,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코나스의 장애인 창작자들은 각자의 집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화예술교육의 형태나 내용은 다르더라도 10년 이상 지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코나스에서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코나스에 오

속성을 가지고 활동해오고 있는 일본의 사례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들의 활동 철

는 것 자체가 사회활동의 일환이었다. 또한 코나스에서 지향하는 창작활동의 목

학과 운영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적은 잘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의 특수성–사회, 혹은 관계 안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거나, 단순한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산만함, 자폐성 등을 어떻게

우리가 방문했던 ‘아뜰리에 코나스(アトリエ·コク-ンス)’, ‘코코룸(ココル-ム)’

예술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방점을 두어 창작을 재촉하거나 결과물

은 각각 20년, 10년 이상 일본 오사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을 칭찬하지 않았다. 각자의 시간과 리듬을 존중하고 창작활동 그 자체를 격려할

두 공간은 15분 내외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활동의 결이 다르고 지향점

뿐 결과물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일 년에 한 점의

이 달라 흥미롭게 두 공간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다. 아뜰리에 코나스의 경우 장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의 작업 속도를 존중하며 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오히려 더

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시작한 장애인 보호시설로 처음부터 예술의 방점을

관찰하고 독려하는 코나스 서포터즈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고 활동했던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장애인’이라는 철학아 래 직업활동 지원으로 시작하여 ‘장애’라는 특수성을 예술로 풀어내는 창작활동 으로 변모해왔다. 코코룸이 위치한 가마가사키(釜ケ崎, 현 아이린지구)는 근대사

‘같이’ 살아가는 코코룸

회에서 새롭게 생성된 도시 빈민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지도에서도 지워버린, 일 본의 대다수 사람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기피하는 지역이

코코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묵게 되면서 가마가사키 지역을 세세하게

다. 코코룸은 가마가사키에 거주하고 있는 홈리스,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

돌아볼 수 있었다. 가마가사키 지역 안, 삼각 공터에서는 매일 점심 무료배식을

하며 일본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사회 밖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활동을 전개해

하고 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약 200명의 사람들 중 대다수가 노인 남

왔다.

성이었다. 길거리에 앉아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그런 풍경이 흡사 서울의 동묘를 연상시켰다. 코나스와 다르게 안정적인 지원체 계가 없는 코코룸은 매해 기업이나 국가 예술, 복지 지원금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각자의 시간과 리듬이 존중받는 아뜰리에 코나스

있다. 지원금(조성금)은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어 게스트 하우스 수익금으로 임 대료나 스태프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스태프들이 장

일본 사회에서 30년 전만 해도 장애인은 지역에서 보이지 않게 집안이나 시설에

기적으로 코코룸에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격리되어 왔었다. 그러다 1981년 ‘어떤 장애도 사회 안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이념이 일본에 들어왔고, ‘장애인도 태어난 그

또한, 코코룸이 운영하는 가마가사키 예술대학 참여자 혹은 코코룸에 머무르다

지역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부모회가 결집되어 그 활

가는 사람들은 감정 표현에 서툴거나 생존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동이 아뜰리에 코나스(アトリエ·コク-ンス, 이하 코나스)로 이어졌다. 코나스의

표출하여 참여자 간 또는 스태프들과의 관계에 트러블이 빈번했고, 이를 개선

공간은 오래된 일본 가옥을 개조하여 입구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장애인

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정 수업>을 하는 등 물리적, 감정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들의 창작활동이 밖에서도 보이도록 되어있다. 창작활동은 코나스의 활동의 30%

했다. 이러한 상황들은 내가 경험했던 커뮤니티 예술교육과 많이 닮아있었다.

정도이며, 그 외 지역 청소활동, 쿠키 판매, 해외전시, 공모전 참가 등의 대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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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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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지역에 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는 예술가 혹은 예술교육 강사

각하게 되었다. 가마가사키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나오는 관광객들이

에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거나 폭력적인 상황 안에서 중재자 역할을 요

가득한 대형 쇼핑 거리는 안전하고 깨끗했다. 그 건물을 지었을지도 모르는 일용

구하며 서로 상처만 입고 헤어지는 경우를 경험했고, 지원이 끝나면 다른 소외

직 노동자들이 늙어가는 도시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풍경은 서울

지역으로 이동할 뿐이지 개선되거나 나아지지 않았다. 사회 제도적으로 뒷받침

에서도 빈번히 볼 수 있고, 빈부의 격차, 문화예술의 격차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술이 혹은 개인이 지역 문제의 완화제처럼 사용되는 상

가속화되고 있다. 장애 혹은 빈곤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

황은 일본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숱한 우여곡절에도 코코룸의 활동이 10년 이

회적 이슈이고, 그 이슈가 주는 중압감이 문턱이 되어 소통이 힘들어진다. 문화

상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억지로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 하거나 헌신이나 봉사

예술교육이 사회의 정답을 내놓는 역할은 아닐 것이다. 다만 문화예술이 소통의

가 아닌 ‘그들이 여기 있다’, ‘그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담백한 신념 때문인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나스나 코코룸에서 창작한 작품들이 주는 원시성

것 같았다.

(비언어, 교육되지 않은 표현을 빗대어 표현)은 충분히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 었고, 작품으로 장애인, 빈곤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고유성을 만나는 창(窓)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고유성을 만나는 창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코나스와 코코룸에서 만난 단상들을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코나스에서 만난 창 코나스나 코코룸의 활동을 배워온다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의 활동을 같이 나눈

작자 우에노 씨는 수줍게 검지를 뻗어 손을 스치는 인사를 우리에게 건넸다. 코

다는 생각으로 탐방에 임했다.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교육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

코룸에선 스태프 아코 씨가 차려준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눠 먹었다. 언어화된 소

니라 ‘장애’라는 특성을 가진 개개인을 위해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통이 아닌 눈빛, 체온, 시공간의 비언어적 교감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록할 것인

수 있는 제도가 부럽기도 했고, 제도로 확립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활동해온 코

가, 그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나스 뿐 아니라 그들의 활동을 지지해준 장애인 창작자와 부모님들의 신뢰관계 까지 엿볼 수 있었다. 장애 관련 지원금이 작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게 자립은 중요한 부분이라 빨리 경제활동으로 환원될 수 있는 직업훈련의 비중이 크다. 장 애인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때마다 일상을 충분히 공유하는 시간 없이 10주 프 로젝트, 일주일 2시간 정도의 예술교육으로 교육대상자들의 생활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겨나도록 성과를 강요한다거나, 성급한 결과물을 요구하면서 예술교육 이 체험 콘텐츠의 하나로 소모되는 상황들과 비교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변화는 단시간 내에 생겨나지 않으며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로 변화하는 것이 아 니라 존재 그 자체의 인정, 지속적인 관심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 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탐방을 통해 이벤트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코코룸 또한 척박한 환경 안에서 카페, 게스트 하우스 등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 어가며 활동의 지속성을 꾀하고 있었다. 가마가사키 지역에 머물면서 빈곤을 ‘나 와는 관계없는, 혹은 관계없고 싶은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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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미술작가로 작품 활동과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자리짜기 좋은 사회방학동양말목 이야기》(2016) 전시 기획,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제작지원작품 <불온한 공동체 불화하는 말들의 기록>을 전시했다. 2013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예술가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 2014 서울문화재단 지역특성화 교육 ‘방학 불로장생’,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아트큐브 ‘양말목 놀이터’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기획자, 강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blue-flow@hanmail.net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느낀 단상을 가지고 문 화예술 활동을 이어갈 것이고, 개인의 단상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의 담론이 될 수 있도록 워크숍, 기록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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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뜨, 예술을 품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② 프랑스

2009년 이후 창의성교육을 위한 통합적 교육방법이 대두되면서 미술과 함께하 이상진 미술 예술강사

는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미술은 다른 장르와 통합하 기 좋은 분야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단지 장르를 섞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지 는 경우들이 많다. 이에 각 장르별 균형성을 갖추고, 총체적 예술장르라 불리는 ‘마리오네뜨극(인형극)’을 주제로 이에 대한 이해와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커리큘

럼 연구를 위해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e la Marionnette, ESNAM)를 탐방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세계꼭두인형극축제 (Festival Mondial des Théâtres de Marionnettes)에도 참관하여 다수의 공연 관람과 함께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 (Charleville-Mézières)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인형극축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 지 그들이 가진 저력을 알아보며 현장 자료 조사를 함께 진행하였다.

부분과 함께 네트워크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배운다. 학교에서는 예술가가 갖추 어야 할 모든 지식과 훈련을 받고, 졸업 후 국가로부터 예술가의 자격을 부여 받 아 개인적 활동 또는 극단에 소속되어 창작에 힘을 쏟아 국가의 문화, 예술적 위 상을 높이고 있다. 이는 곧 국가와 사회에 경제적인 이득으로 환원이 되고, 예술가 자신과 관객 모두를 포함한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합적인 인형극 예술가 양성을 위한 예술교육 국제인형극연구소(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IIM) 산하 교육기관 인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이하 ESNAM)는 전통적인 인형극 기술과 더불어 현대

지역과 주민, 예술가가 하나 되어 만드는 세계적인 축제

적이고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창조하는 풍부한 예술성을 가진 학생

우리가 참관한 행사는 ‘제19회 세계꼭두인형극축제’ 개최를 1년을 앞두고 4일간

들을 키워내고 있다. ESNAM은 학생들이 인형전문기술의 기본테크닉(손가락인

열리는 ‘제4회 오프닝축제’로 2017년 열리는 본 축제에 대한 정보제공과 더불어,

형, 막대인형, 줄인형, 그림자인형)과 더불어 연출, 연기와 발성, 무용, 조형예술,

주목 받는 공연들을 축제 운영위원들과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 관계자들이 관람

조명, 무대미술, 음악적 기량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극을 기획·연출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고 연기하며, 필요 한 소품과 무대장치를 제작하는 극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1인이 해낼 수 있도록 훈련한다. 학교는 현대예술과의 교류장소로서 졸업 후에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예술적 길을 갈 수 있도록 관리한다. 1987년 개교 이래 ESNAM 1기를 시작으로 현재 10기와 11기의 학생이 재학 중에 있으며, 모든 기량이 갖추어진 완전체와도

하며 예술가들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쁘띠(petit, 작은) 페스티벌이 다. 축제에서는 마리오네티스트(Marionnettiste)라 불리는 예술가가 창작한 연극 과 퍼포먼스가 혼합된 인형극, 설치예술과 비디오 아트, 조형예술 등 장르의 경

계를 허무는 다양하고도 종합적인 형식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

에는 축제 총감독인 안느프랑수아즈 까바니(Anne-Françoise Cabanis)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같은 한 명의 예술가를 만들기 위해 많은 교수진과 관계자들이 모든 지원을 아 끼지 않는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열리는 ‘세계꼭두인형극축제’는 1961년 시작된 이래 전 세계의 다양한 꼭두인형극 작품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소수정예로 선발된 ESNAM 학생에게는 학비가 없으며, 졸업 후에도 모든

2013년에는 1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프랑스 북동부 지방의 가장 큰 국제적

학생들의 사후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졸업 전에는 예술가를 보호하고 예

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축제 운영은 샤를르빌메지에르 주민들이 자원봉사자

술 활동을 장려하는 예술인 복지 정책 ‘앵떼르미탕(Intermittent)’에 대한 행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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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참여하여 방문객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등 한마음 한 뜻으로 성공적인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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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넘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적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연구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문화예술의 소스만으로 축제를 구성하고 성공시킬 수 있 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예술가와 이에 뜻이 맞는 교육자, 단체들 간의 연결로 소통의 범위를 넓혀 연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 진다면, 국내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넘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적 자산 을 만들 수 있는 연구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초대된 예술가들은 축제를 만남과 소통

우리는 과연 문화와 예술만으로 축제를 구성하고 성공시킬 수 있을까? 탐방을

의 장소로 생각하며,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의 환호와 호응을 보상으로 받 아간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ESNAM에서 교육받은 이들로 열정적인 창조정신과 양질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내는 것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인형극에서 발견한 통합예술교육의 가능성 마리오네트는 한국어로 ‘꼭두인형’이라고 번역이 되지만, 말 그대로 꼭두인형이 등장하는 인형극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형극을 넘어서는 무한한 창작극의 세계가 펼쳐진다. 연극, 퍼포먼스. 조형예술, 조명, 음향, 인형제작, 시나 리오(문학), 연출 등의 다양한 예술 형식의 조화로 통합 창의 프로그램 연구가 가

이상진 2002년 ‘KBS 월드넷’ 프랑스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5년부터 ‘예술교육이 바뀐다’ 공예분야 예술강사, 자유학기제 미술분야 주강사, 2015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vanitas11@naver.com

통해 우리가 찾은 답은 체계적인 예술교육,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보장, 예술에 대한 시민 의식. 이 세 가지의 필요 요건이 진행되고 성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만난 이들은, 진정 마리오네트 축제를 즐기고 사랑했다. 그들은 일상에서 인형극을 보기 위해 노인들이, 학생들이, 엄마와 어린 딸이 손 을 잡고 극장에 간다.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호응과 관심 위에서 예술가들은 자유 로운 창작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구성과 이야기, 영혼을 흔드는 예술작품들이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와 시민, 예술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작품들이 있 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된다면, 비로소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와 예술을 즐 길 수 있는 축제, 또는 다양한 형태의 성과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능하다. 우리의 현실에서 모든 장르의 역량이 갖추어진 예술가를 키워낼 만한 교육적, 사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회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탐방’의 목적은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비추어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에 맞게 변 형하고 좋은 것을 취하려는 것 아닌가. 우리는 각 분야의 역량 있는 예술가들의 발전적인 협업과 전통의 현대화가 아직 부족하며,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을 효과 적으로 세계에 알리지 못하고 있다. ESNAM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전통극 예술 은 심도 깊게 소개되어 연구되어있는 것에 비해, 한국 문화에 대한 자료는 빈약 해 보였다. 그러한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며 우리는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길 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예술가와 이에 뜻이 맞는 교육자, 단체들 간의 연결로 소통의 범위를 넓혀 연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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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예술교육을 만드는 교류와 협력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③ 미국

지난해 10월,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이하 <A-round>) 이소연, 김혜인, 이유나 국악 예술강사

덴버에서 만난 국악교실

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조사, 탐구하고 교류하는 예술교육 매개자의 역할로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를 다녀왔다. 2016년부터 국악분야 예

덴버에는 토요일마다 재미교포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술강사로 활동하게 된 우리들은 예술교육이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와 더욱 효과

교육하는 콜로라도 통합한국학교(이하 한국학교)가 있다. 콜로라도주 안에서도

적인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접할 수

가장 큰 규모라고 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안고 방문했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있는 <A-round>를 통해 고민의 실마리를 찾고자 지원하였고, 덴버에서 열리는

달리 교사 인력이 매우 부족했고, 학교 내에 여러 가지 국악 악기들이 비치되어

미국 예술교육파트너십(Arts Education Partnership, AEF)이 주관하는 국가포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다루지 못해 국악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2016 AEP National Forum) 참가와 함께 콜로라도주 최대 규모의 콜로라도통합

실정이었다. 우리는 우선 소고춤과 지역별 민요 가창, 사물놀이 등 한국학교 선

한국학교(Korean Academy of Colorado)에서 국악 수업 및 교사 연수를 진행할

생님들을 위한 짧은 교사 연수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강강술래’ 놀이를 통해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 는 국악 수업을 진행하고, 장구 장단과 해금 연주로 <아리랑>을 소개하고 배우는 자리를 가졌다.

통합예술교육의 필요충분조건 예술가와 교육자, 학생 간의 매개자로서 예술교육 연구•정책•실행 기관들의

가능성을 넘어 실천하고 협업하기

네트워크이자 관련 정책 연구 기관인 예술교육파트너십은 매년 새로운 주제로 예술교육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 2016년에는 덴버에서 ‘예술, 학생 성취도를

<A-round>를 통해 미국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미국 내 한국 음악 교육의 실정

높이다(The Arts Leading the Ways to Student Success)’를 주제로 10월 5일부터

을 살필 수 있었다. 예술교육파트너십 국가포럼에 참가하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

7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지만, 음악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통합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그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이 분명해 보

동시다발 세션으로 진행된 여러 주제의 섹션 중 필라델피아 예술교육파트너십

였다. 또한 예술교육을 통한 지역 사회와의 관계성 향상이 주안점으로 떠올랐음

(Philadelphia Arts in Education Partnership)의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을 보여주는 통합예술 수업 모델(Effecting Change in the Classroom Through Arts integration) 에 관한 주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발표자는 21세기 교실의 과제를 만족시키는 효과적인 통합예술교육 모델 디자인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와 예술강사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핵심 주제 선정과 함께 교사와 예술강사, 학생 등 수 업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과정을 정의하고, 다른

을 알 수 있었다. 이소연 서울 국악 예술강사 ehehtys@naver.com

김혜인 충북 국악 예술강사 vitamin7518@naver.com

환경에서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전제로, 필라델피아의 한 공립학교의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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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기관 간에 다양한 형태의 협업과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됨 으로써 더 좋은 예술교육 환경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우리가 방문했던 콜로라도 통합한국학교처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국악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직 너무나 많다. 국악 분야 예술강사들이 국내에서의 국악교육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지금보다 더 활발한 국악교육 협

이유나 세종 국악 예술강사 rallasu@hanmail.net

업의 가능성 또한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월 2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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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에서 미래를 보다 독일 연방정부의 예술지원 정책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지역 정부가 학교, 문화단체, 기금단 류현지

체, 혹은 개인 등과 협력해 청소년과 젊은 층을 위한 예술교육 협력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특히, 독일 정부는 일상생활 속 문화예술의 향유와 개인의 예술적 표현의 증대를 예술교육의 목표 로 삼고 예술교육을 위한 장기적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 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교육적 소외 계층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지 역의 자발적 참여를 강화하고 사회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 다. 독일 정부는 예술교육을 위한 이러한 지원정책으로 미래사회의 과제인 4차 산업 및 디지털화,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함부르크 지역 프로젝트 사례> •지역 : 함부르크

•참여학교 : Brüder-Grimm-Schule 브뤼더그림학교 •시행연도 : 2013년

•예술매개자 : Julia Münz 율리아 뮌츠

•제목 : 사운드팀(Soundmannschaften)

•내용 :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틴틴 파트로네(Tintin Patrone)’와

함께 일상적 소리의 내재적 리듬에 대해 관찰한 사운드아트 프로젝트 이며, 체육관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공, 벤치, 라켓, 벽, 마찰음 등) 을 음악적 요소로 활용하였다.

새로운 형태의 협력으로부터 ‘창의적 학교를 위한 문화적 연대 기구’(Kulturagenten für kreative schulen)

문화가 강하게 만든다

명의 예술매개자(Kulturagent)가 5개 연방 주[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베를린(Berlin), 함부르크(Hamburg), 노스라인-베스트팔렌

두 번째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가 강하게 만든다. 교육을

‘창의적 학교를 위한 문화적 연대 기구’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까지 46

(North Rhine-Westphalia), 튀링겐 (Thuringia)], 138개 학교와의 협력에 참여하 는 모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작 단계에선, 청소년들의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술과 문화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 여 예술교육 매개자*, 학생, 교사와 교직원, 부모, 예술가 및 문화 기관이 함께 광 범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구현하고자 했고, 그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시도 했다.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은 정책의 두 번째 단계로, 이전에 수행했던 프로젝트 모듈을 기반으로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방식을 조정하고, 예 술교육의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학교, 예술가 및 문화 기 관을 연결하여 예술교육을 학교 수업의 필수 과목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가 강하게 만든다-교육을 위한 동맹’(Kultur macht stark)

위한 동맹’ 정책이다. 2013년부터 독일 전역에 걸쳐 15,000개 이상의 프로그램 이 지원되었으며, 그 결과 5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하고 2만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7,000여 개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그치 지 않고 독일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억 5천만 유로 규모의 2차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청소년에게 평등한 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무 용과 연극, 서커스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를 기반으로, 예술교육에서의 언어 및 문화적 경계를 극복하는 것을 돕고, 개인 각자가 문화적 표현 방식과 새로운 시 각을 갖게 하는 데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교육기관과 연계한 워 크숍과 지역 콘퍼런스, 온라인 학습자료, 예술/교육 오피니언 리더들의 조언도

* Kulturagenten(쿨투어아겐텐): ‘예술교육 매개자’로 번역한다. 이런 정책사업 내에서 학교와 문화기관, 예술 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 혹은 집단을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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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현대 미술관 세계 각국의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최혜경 경기도미술관 에듀케이터

최근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영화나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 고, 토론회에 참가할 수도 있으며, 작가들과 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다. 더 불어 작가의 창작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미술관이 전시를 감상하기 위 한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이 드나들며 소통하는 마당으로 변해가 고 있다. 이는 소위말해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이들이 미술관 프로그램을 다채로운 형태로 참여하며 관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교 육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미술관 현장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통해 현대의 미술관이 관객과 만나는 방식 을 살펴보자.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샌프란시스코 어린이 박물관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 폼에서는 전 세계 누구나 함께 나누고자 하는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관 교육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류현지 유목민적인 삶이 좋아 독일에서의 2년여 간 생존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다시 떠돌아다닐 궁리만 하는, 자유롭고 싶은 사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2013년에서 2015년까지 2년간 신규 분야 시범사업을 기획•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lis.ryu@gmail.com

받을 수 있는 협회(Qualitätsverbund)도 운영하고 있다. 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위해서는 교수법을, 프로젝트 운영자 또는 예술교육 매개자를 위해 서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무적인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역별 프로젝트의 실행과정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기본 지침, 지역별 협력 단체/기관, 워크숍과 콘퍼런스, 교육을 위한 온라인 자료까지 열람할 수 있다.

시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The

Children’s Creativity Museum)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 프로젝트(Story project)’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스토리 프로젝트(Story project)’는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그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로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이야기 를 만들어낸 참여자의 ‘창조적인 과정’을 포착해내는 것이 목표다. 참여자들은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4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크리에이티비티 스토리즈(Creativity Stories)’라는 체험공간에서 자신의 작품 사

진을 캡처한 뒤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등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녹화

한다. 이후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이메일(Education@Creativity.org)로 링 크를 보내면 프로젝트가 완료된다.

위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미술관(오프라인 플랫폼)에서의 활동을 유튜브(온라 인 플랫폼)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 체를 동시에 접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성도 공유하게 된 다.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그 과정 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 흥미로운 플랫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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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으로의 카네기 미술관

케이터에게 쉬운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며, 수많은 그림책 중 출품된 작품들과 연 관된 책을 고른 뒤 프로그램화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미술관이 ‘창의적인 놀이터’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카네기 미술관은 공간이

프로그램이 201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주는 아름다움과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하모니가 멋진 놀이터를 구현해낸다.

참여자들과 원활한 소통과 의미의 지점들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필자는 “미술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아름다운 예술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미래지향적’ 야마구치센터의 YCAM 프로젝트

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생각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프로젝트가 2013년 미국의 카네기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미국 카네기 미술관의 ‘로치웜(Lozziwurm)’이 바로 그것이다. ‘2013 카네기 인터내셔널(Carnegie International)’의 여러 프로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프로그램은 야마구치센터의 ‘YCAM’ 프로젝트이

젝트 중 하나로 진행된 ‘로치웜(Lozziwurm)’은 1972년 스위스의 예술가 ‘이반 페

다. 야마구치센터는 일본의 작은 도시 야마구치에 위치한 미디어센터이다. 이 센

스탈로치(Yvan Pestalozzi)’가 디자인한 다채롭고 꼬인 ‘관’형의 구조물을 재해석 하여 만들어졌는데, 미술관 관객들의 공개적인 참여를 이끌고 놀이 개념을 보여

터는 2003년 개관한 이래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새로운 표현 탐구를 중 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시, 공연, 영화 상영,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등 다채로

주기 위해 탄생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카네기 미술관의 ‘포켓 파크(Pocket Park)’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

센터의 목표는 ‘오픈’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지역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것

력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현대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새로운 사

아래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대응, 문화기반으로서의 정보 가능성, 인간에 대

고방식을 위한 무대라고 피력하였다. 누구든지 미술관을 접할 수 있는 열린 장치

한 정보 의미 등 주제에 대하여 폭넓게 접근하고 있다.

간이다. 카네기 미술관은 ‘포켓 파크(Pocket Park)’가 가정, 탐험, 창의적인 상상

이다. 시민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고 함께 배운다’는 활동이념

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 미술관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는 프로 젝트이다.

특히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미래의 야마 구치 수업: 배움의 플랫폼으로서의 YCAM’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는

이제는 미술과 기술의 개념을 가르치는 미술관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발적

YCAM이 연구 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인재육성 교육프

으로 소통·공감·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마당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로그램이다. 넘쳐나는 정보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 미래 세대들이 미디어기술의

앞으로의 미술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 힘입

적절한 취급방법을 파악하고 정보를 해독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어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이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놀이터의 역할을 할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미디어의 이해와 활용에 대한 기초적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매우 뜻깊다. 결과물의 바탕이 되는 원재료 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는 점도 이 프로젝트의 장점이다.

지역 커뮤니티의 좋은 예,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YCAM의 풍부한 지식을 활용하여 초·중학교에서 실 시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실행해 보고, 이를 차세대를 향한 새로운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빠르게

교육 모델로서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미술관에서 항상 참가할 수 있는 ‘시그니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건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은 어떤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하 려던 찰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그림책을 읽어요>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2010년부터 이어져 온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지역기반 커뮤니티 프로 그램이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책과 연관된 작품을 큐레이터와 함께 감상하는 소소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그림책을 이 용하여 난해한 현대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발상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과 글이 있는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한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야마구치 시내의 초등학교 3곳에서 실행되었다. 올해에 최혜경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뒤, 2014년 한양대학교에서 박물관교육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 에듀케이터로 근무하다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교육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현재는 다시 경기도미술관으로 돌아와 교육업무를 담당하며 현장 에듀케이터로 활동 중에 있다. 1204choi@gmail.com

는 지속적 실행을 위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야마구치 관내에서 시 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필자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색깔이 다른 4가지의 현대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미술 관 교육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넘나드는 참여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으며, 놀이터로 변신시켜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공간으로도 거듭날 수 있다. 또한 화려 하진 않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지역 주민들 곁에 늘 존재하는 참여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미술관이 지닌 특장점을 최대한 활 용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미술관이 ‘배움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다는 것은 참여자들에게 미술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복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 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미술관 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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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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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동 청소년극 전용 극장, ‘유니콘 극장(Unicorn Theater)’

뾰족한 뿔이 달린 하얀 말의 모습을 하고 있는 환상의 동물 유니콘. 유니콘의 뿔

김연수 작가

에는 사악한 힘을 막고 어떠한 질병도 고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깃들어 있다고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 전문가 교육과정(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과 ‘단기 교사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어 지역 내 학 교의 예술교육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유니콘의 뿔을 손에 넣으려는 사냥꾼이 끊이지 않지만, 영리하고 경 계심 많은 유니콘은 웬만한 방법으로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 그런 유니콘이 유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워크숍들도 준비

하게 경계심을 푸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다. 유니콘의 사

되어 있다.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몇주 동안 드라마, 댄스, 인형극 워크숍에 참

랑을 받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마음껏 예술을 즐기는 공간, 영국의 ‘유니콘 극장’

여하는 워크숍들이다. 수강료를 내야 하지만 아이들이 방학 동안 즐거운 추억을

을 소개한다.

만들기에는 아쉬움 없는 액수다. 이외, 모래나 종이, 클레이, 인형을 이용한 여름 방학 특별 활동과 무료 클래스들도 열린다.

영국의 아동청소년연극 분야는 21세기에 들어와 새롭게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그 리고 그 시작에 바로 유니콘 극단이 있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단인 유니 콘 극단은 1947년 캐릴 제너(Caryl Jenner)에 의해 설립된 ‘모바일 극단(Mobile Theatre)’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순회공연과 성인들을 위한 공연을 병행했으나 점차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연에 주력하면서 ‘유니콘 극단’으로 이름도 바꿨다.

모든 프로그램들은 폭넓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워크숍은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들이, 특별 활동은 비교적 어린 아이들이 참여한다. 여름 동안 진행되는 특별 활동 중 하나인 <인형 수프(Puppet Soup)>는 한국 나이로 8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 생후 6~18개월의 유아도 참여할 수 있는 <베이비 쇼(Baby Show)>라는 활동 도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지난 1997년, 유니콘 극단의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토니 그래함(Tony Graham)은 아동 청소년극 전용 극장인 ‘유니콘 극장’ 건립을 추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5년 여의 준비기간 끝에 유니콘 극장이 문을 연

유니콘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도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청소년 관객들이 골

다. 다양한 공연과 워크숍, 행사를 통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과도 언제든

각각의 공연마다 기재되어 있는 XS, S, M, L, XL 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지 만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마치 옷 사이즈를 구분해 놓은 듯 한눈에 들어오는 이 표시는 공연 관람 적정 연

라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니콘 극장의 연간 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령대를 기재한 것이다. 이는 2~6세의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그리고 청소년기를 지남에 따라 각기 다른 발달 양상을 보이는 아동 청소년들을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

위한 맞춤 공연들이다.

유니콘 극장은 지역 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공연으로는 모래와 빛, 음악 등을 이용한 감각

고 있으며, 공연과 관련한 아동청소년들의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

적이고 체험적인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고학년으로 가면 셰익스피어의 <오셀

육팀’이 있다. 해당 팀이 진행하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는 관련 공연에 대

로>나 영문학 최초의 서사시를 극화한 <베오울프> 등 고전을 다루기도 한다. 8

한 숙련된 교육자가 학교에 가서 진행하는 워크숍인 ‘학교 내 워크숍(In-school workshops)’과 공연 후에 진행되는 ‘포스트 쇼 인사이트(Post-show insight)’

명의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와일드 라이프

수 있는 수업 계획안이 담겨진 ‘리소스 팩(Resource packs)’은 홈페이지에서 무

모든 공연이 10시 30분, 11시, 1시 30분 등 낮 시간대에도 공연을 하고 있는 점

가 있다. 공연에 대한 정보와 공연 제작팀 인터뷰, 극장 방문 전과 후에 활용할

FM> 역시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할 수 있도록 거의 도 눈에 띈다.

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교사가 공연을 관람한 후 드라마 요소를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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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는 교육 활동이나 소규모 리허설, 세미나, 전시 등이 가능한 공간이다. 브로콜리 홀은 휴게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로, 건물의 다른 공간들을 연결해주는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 각각의 공간들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유니콘 극 장의 아동청소년 관객들의 필요를 유연하게 채워준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언제든지 극장을 방문할 수 있다. 그곳에 서 아이들은 예술을 배우고, 예술과 친구가 된다. 지금까지 양질의 공연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의 즐거운 예술 배움 놀이터가 되고 있는 영국의 유니콘 극장에 대해 살펴보았다. 1년 내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과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배움 놀이터, 유니콘 극장

이루어지는 극장이라니. 신비의 동물 유니콘 만큼이나 환상적인 곳이 아닌가. 특 유니콘 극장은 모든 연령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겁게 예술을 접하며 배울

별히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공연들이 이뤄진다는 점이 인상 깊다. 자고 일어나면

수 있는 ‘터’라는 점에서 배움 놀이터다. 이러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 극장 건물 건

쑤욱 커있는 게 아이들 아니던가. 유니콘 극장은 이처럼 금세 자라는 어린이들을

축에서부터 공을 들였다. 장장 5년 여에 걸친 준비 기간 동안 건축가들과 예술가,

늘 반겨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극장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한 아

교육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극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 과정에는 극장

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금 극장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

과 가까운 초등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어린이 자문단도 함께 참여했다. 극장 건

게 오래도록 유니콘 극장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공간으로

축 준비팀의 가장 큰 목적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 어

튼실히 서있길 바란다. 예술을 경험한 아이들의 마음 안에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른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데에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

간직하고, 동심을 지켜주는 신비한 유니콘의 뿔이 자라길!

년이 되고, 청소년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1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유니콘 극장은 다양한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6개 의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2개의 극장과 2개의 스튜디오, 컨퍼런스 룸이 있고, 브 로콜리 홀은 공연의 내용과 형태에 따라 공연장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300석을 보유한 대극장인 웬스튼 극장은 원형무대와 반원 모양의 객석으로 되어 있지만 프로시니엄 스타일*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100석 규모의 클로어 스튜디오 극장은 사방 12미터의 정사각형 공간으로 객석을 자유롭게 배 치할 수 있다. *프로시니엄 스타일: 사진틀처럼 프로시니엄 아치로 무대 전면의 입구를 구획하고 그 안쪽으로 전개된 무대형 식을 말한다. ‘액자무대’ ‘사진틀무대’라고도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극장에서 채택하고 있는 형식으로 17세기에 처음으로 출현했다. 이 무대의 출현은 무대장치에 획기적 진보를 가져오게 했지만, 관객과 무대 사이의 친근감 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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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다. dustn0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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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나를 만나다 치매 노인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후를 보낼 것인가는 전

노인들에게 전 생애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을 회고하게 하였을 때, 청소년기에서

세계적인 과제가 되었다. 고령사회를 앞서 경험하고 있는 구미시에서는 ‘창의적

초기 성인기를 가장 많이 기억한다고 한다. 이 ‘회고 절정’ 이론을 기반으로 지금

노년’ 등을 화두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한걸음 더

치매를 앓고 있는 노년층이 젊은 시절을 보낸 1950년대의 환경을 조성한 것이

나아가 치매 노인을 위하여 문화예술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다양한 실천

‘기억의 집’이다. 집안의 벽지, 침실에 놓여져 있는 당시의 전화번호부, 의상, 부

을 모색하고 있다. 전세계 치매 환자는 4천 4백만 명, 2030년도에는 7천 5백만

엌에 놓인 찻잔과 그릇, 커피와 다과 그리고 유행음악 등 세심한 부분까지 당시

명, 2050년도에는 1억 3천 5백만 명으로 예상 수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문

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다감각적 체험을 통해 어느 순간 젊은 시절의 기억과 만

화예술이 갖는 치유의 힘을 활용해 치매 노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가가는 서구

나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게 된다.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잊었던 기억을 되찾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 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과거 속의 자신과 만나는 경험을 한

덴마크 야외민속박물관의 ‘기억의 집’

셈이다. 과거 속 자신과의 만남은 불쑥 우연찮게 이루어진다. 한 할머니는 거실 에 놓여있는 피아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피아노를 치면서 불어로 노래를 불렀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 있는 민속촌 ‘올드 타운’은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다고 한다. 불어를 할 줄 아냐는 질문에 ‘젊었을 적에 프랑스에서 간호사를 했어

덴마크 마을과 집을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덴마크

요’라며, 몇년간 같은 요양원에서 생활했어도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회고가 이어

마을과 집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 중 하나이다. 이 박물관에 ‘기

졌다고 한다. 이러한 놀라운 경험은 ‘기억의 집’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억의 집’이라는 특별한 전시가 있다. 1950년대를 재현한 아파트의 모습은 겉보기 에는 다른 민속촌의 전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만 이곳은 일반 관람객을 위한

현재 ‘기억의 집’에서는 매일 2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번은 인근의 요양원

전시가 아니라, 노년층 특히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등의 치매 노인을 대상, 또 한 번은 치매 노인을 돌보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힘입어, 오르후스 시에서 간호조무사 그리고

인근의 노인 요양시설에서 소규모 단체로 방문하게 되면 먼저 건물 1층의 50년

헬스케어 관리사가 되기 위해서 들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르

대 전파상과 수예점을 지나 계단을 올라 아파트의 문 앞에 도달한다. 방문객들이

후스대학 심리학과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치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려도 안에서 기척이 없다. 다시 초인종을 누르자 그때서야

매 노인들은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아파트 안에서 50년대 옷을 입은 여성이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보시다시피 아직 손님 맞을 준비에 바빠서 그랬다며 안으로 안 내한다. 전시 관람은 이렇듯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 50년대 상황 속으로 들어가

영국 리버풀국립박물관의 ‘기억의 집’

는 역할극 형태로 진행된다. 영국 리버풀국립박물관은 지난 2000년부터 고령화 시대 문화사 박물관의 역할 치매 노인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2004년에 시작되었다. 프로그램 산파인 헤닝

과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린드버그 박사에 의하면, 처음 아이디어를 내었을 때 긍정적인 반응만은 아니었

‘기억’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이것이 주목을 받으며 성과를 이루자

다고 한다. 치매 환자들이 자동차로 민속촌으로 이동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에

2010년대에는 치매 노인을 위한 ‘기억의 집’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그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20분 이상은 피곤해서 어려

램을 확장하였다.

울 거라는 애초의 예측과는 달리 대성공을 이루었고, 이제는 3시간도 부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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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2012년에는 이 프로그램만을 위한 전용 전시장인 ‘기억의

‘박물관에서 나를 만나요’ 는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 가이드 투어 프로

집’을 개관하였다.

그램이다. 박물관 안에 치매 노년층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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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사진과 실물자료가 담긴 ‘기억 상자’를 박물관

으로 시작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본격 미술관 프로그램

내부는 물론 박물관 밖 필요한 곳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리버풀 역 포스터, 포드

으로는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자동차 모형, 놀이, 패션과 음악 등 관련 일반적인 자료가 담긴 기억상자뿐 아니 라,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기억, 리버풀의 아일랜드 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기

‘미술관에서 나를 만나요’ 프로그램의 성공에 힘입어 미술관은 이 프로그램을 확

억상자 또한 제공한다.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내 기

산하는 MoMA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 노인들의 예술 경험

억의 집’이라는 앱까지 개발하였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 및 가족을 위한

에 관심을 가진 미술관, 예술가 그리고 관련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게끔 미술관

프로그램 또한 ‘기억의 집’의 중요한 일부이다.

의 축적된 경험을 자료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 또한 관계자를 위한 트레이닝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관

‘내가 어렸을 적에’는 3~7세의 어린이가 조부모 또는 노년층 친척과 함께 박물

에게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관을 탐색하는 세대통합 프로그램이다. 배낭을 매고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보고 이야기한 것을 ‘내가 어렸을 적’ 앨범에 작성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어린이와

문화예술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발행된 영국의 ‘창의적 건강 : 건강을

노년층이 함께 즐기며 조부모 세대의 어린시절 기억을 회상하고 공유한다. 학교

위한 예술’ 보고서에서는 ‘예술은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고 회복을 도우며 더 오

보급하기 위한 ‘내가 어렸을 적에’ 프로그램도 개발하였다.

래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한다’라고 2년간의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주 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의 참여가 기억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치매를 안고 살

영국 내 치매 인구는 89만 명, 2021년에는 100만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

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삶의 질 향

다. 치매 친화적(dementia friendly) 세대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

상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가 되었다. 치매 노인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 그리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박물 관에서의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와 살아가는 노인들을 어떻게 대해 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미술관에서 나를 만나요’ 뉴욕에 있는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관일에 특별한 프 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매 노인과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술관에서 나를 만나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잘 훈련된 에듀케이터들과 함께 미술관이 자랑하는 피카소, 마티스, 잭슨 폴락 그리고 앤디 워홀 등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 을 관람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사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참가자들이 활발하게 토론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치매 노인들은 적절 한 지원만 한다면 일상 생활을 수행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경험 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서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알츠하이머 가족 재단의 지원으로

이은미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박물관교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토 도시샤대학 문화사학과에서 일본 문부성장학생으로, 코펜하겐 덴마크국립박물관에서는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과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하였다. 독립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이다. 문화다양성 이해를 위한 문화상자 ‘다문화꾸러미’를 개발하였고, 어린이박물관의 전시 기획과 운영 등을 맡고 있다. yeme@korea.kr

현재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70만 명을 넘어서, 인구 65세 이상 인구 중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또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빠 른 속도로 치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25년도에는 100만 명, 2035년도에는 200만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문화예술을 통한 치매 치유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환기미술관 에서는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노크 프로 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대한치매학회와 손잡고 ‘일상예 찬,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 등의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치 매 국가 책임제’가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 복지 차원의 정책이 실행되리라는 반 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제 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 고령화 사회 치매 환자들에 관 한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은 물론 세상과 대화하면서 자존 감을 높이고,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많 아지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예술가들과 함께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 램을 운영하였다. ‘미술관에서 나를 만나요’ 프로그램은 2006년도부터 본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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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 그 후 SNAAP ( Strategic National Arts Alumni Project) 장기적인 예술인들의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

미국 예술교육계의 각성제 뉴욕타임즈의 ‘줄리아드 효과’ 장웅조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지난 2004년 12월 미국 예술계를, 정확하게는 예술교육계를 상당히 뜨겁게 달군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하나 있었다. ‘줄리아드 효과, 10년 후(The Juilliard Effect: Ten Years Later)’라는 제목의 심층 르포 기사다. 데니얼 와킨(Daniel J. Wakin)

과 문화와 여가(Arts & Leisure) 팀 기자들은 뉴욕 줄리아드 음대의 1994년 졸업

‘Arts Alumni’로 지칭)이 추구하거나 유지하고 있는 커리어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내의 다양한 커리어 기회가 지속해서 변 화하며, 신규 문화예술 커리어 진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동시에 리더십의

생들을 추적하여, 그들이 졸업한지 10년 후인 2004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고등교육 기관은 이에 효과적

지 살펴보았다.

으로 대응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데이터, 즉 예술 동문들이 어떤 직업을 가 지고, 학교에서 열심히 배웠던 예술을 어떻게 자신의 삶에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

놀랍게도 줄리아드 음대의 동문 중 적지 않은 수가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직종

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거의 전무한 것이다. 예술 동문에 대한 데이터 부족은

에 속해 있거나, 비정규직 연주자로 음악계에 종사하는 등 다른 직업으로 자신의

예술대학 커리큘럼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점이었다.

삶을 건사하고 있었다. 기사에서 소개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한 줄리아드 동문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전략적 전국 예술 동문 프로

불안정한 음악 관련 일을 해오다 결국 세무 대리직을 준비한다는 프렌치혼 연주

젝트인 ‘스냅’(SNAAP·: Strategic National Arts Alumni Project)이다.

자 동문의 사연은 줄리아드 음대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 예술가를 양성한다

스냅은 공연, 디자인, 건축, 문예창작, 영화, 미디어 아트, 일러스트레이션, 미술

이 카드대금을 막기 위해 자신의 바순을 팔아야 했다거나, 알코올 중독과 싸우며

는 명성을 얻고 있던 터여서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과 같은 분야를 포함하여 ‘예술’과 ‘예술 동문(Arts Alumni)’을 광범위하게 정의하

고 있다. 그중 예술 고등학교, 예술 및 디자인 전문대학과 종합대학교의 예술관 ‘줄리아드 효과’ 기사는 미국 각계 각층의 예술인과 예술교육기관들로 하여금 예

련 학과와 협력하는데, 2011년 졸업생들을 시작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

술교육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당

의 모든 졸업생이 온라인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초대한다. 스냅의 설문은 예술교

시 미국의 클래식 음악교육, 나아가 예술교육이 너무 기술적 훈련에만 치중하여

육과 예술계에서의 커리어가 단절되다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한 ‘비선형성’과 다

학생들이 치열한 문화예술의 현장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오히려 방해되 고 있음을 반성케 한 것이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미국의 예술대학에서는 예

양한 예술 관련 직업을 동시에 갖는 ‘포트폴리오 커리어(Portfolio Career)’의 특

술 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 교육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줄리아

성을 반영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졸업한 예술대학의 커리큘

Services & Entrepreneurship)나 맨하탄 음대의 ‘음악 기업가정신 센터’(Center

업 교육의 연관성, 교육기관에서 훈련받은 예술의 종류와 활용빈도, 졸업 후 지

드 음대의 ‘커리어 서비스 및 기업가정신 센터’(Alan D. Marks Center for Career

럼 및 과외 활동에 대한 만족도, 현재와 과거의 교육 및 고용상황, 예술교육과 직

For Music Entrepreneurship)와 같은 예술 기업가정신 교육기관이 중심이 되어,

원의 필요성, 예술 교육자로서의 경험, 소득 및 보험을 포함한 각종 혜택, 부채 등의 기타 재정 문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여 졸업 후 직업적인 안정성을 도 모할 수 있게 하였다.

스냅이 특별한 이유: 공동체를 위한 예술교육 영역의 확장 전략적 전국 예술동문 프로젝트 스냅 (SNAAP·Strategic National Arts Alumni Project)

스냅을 통해 모인 데이터와 이에 대한 분석은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뿐만 아니라 예술교육기관, 정책입안자, 그리고 학생들과 자녀의 예술교육을 고려하는 학부 모에게도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선 스냅에 참여하는 교육기관들은 매

예술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개발과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때에 자주 발

생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예술대학 졸업생(‘SNAAP’에서는 이들을 예술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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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설문조사 분석보고서를 제공받는다. 보고서는 예술 동문의 삶을 요약하는데, 예를 들어 졸업률, 예술 관련 커리어 유지비율, 소득 수준 등 주요 지표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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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사는 또 다른 기폭제가 되어 2005년에는 드디어 예술 고등학교 및 예

다양한 응답자 그룹 간 비교 분석도 포함한다. 참여기관들은 또한 개별기관들의 내부 현황 분석을 위한 원데이터(raw data)에 대한 접근 권한도 주어진다.

술 대학을 대상으로 한 두 가지 설문조사가 개발되어 테스트 되었다. 그 후 2007년 SNAAP의 본격적인 론칭을 위한 사업 계획이 수립되었고, 인디애나 대학

(Indiana University)과 밴더빌트 대학(Vanderbilt University)의 연구소가 협업 을 하여 대규모 설문 조사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스냅은 예술가가 미국에서 어떻게 교육받고, 직업 사회에 진입하며, 지속 적으로 발전해 나가는지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세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 다 음, 예술교육기관들이 제공하는 교육과 동문의 실제 커리어 사이를 연결 짓는 필

이후 스냅에 뜻을 같이하는 트레메인 재단(Emily Hall Tremaine Foundation), 휴스턴 기금(Houston Endowment), 바재단(Barr Foundation), 클리블랜드

수요소들을 식별하고, 더 중요하게는 동문들의 커리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심 층적으로 이해하게 함으로써, 교육기관의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는 결정에 도움

재단(Cleveland Foundation), 미국 교육 재단(Educational Foundation of America), 그리고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등과 같은

을 준다. 이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예술계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 는지 적시에 발견하여 커리큘럼을 강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양한 층위의 공립•사립 재단 및 기금으로부터 교부금을 지원받으며 프로젝 스냅이 특별한 이유는 고등교육 기관의 예술교육이 비단 예술계뿐만 아니라 비

트에 참여하는 예술교육기관과 설문의 대상이 되는 예술 동문의 수를 늘려왔다.

예술계를 포함한 공동체 전반에 큰 혜택을 주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2013년에는 286개 기관에서 총 10만 명에 이르는 예술 동문의 응답을 받게 이르

는 데 있다. 이는 스냅이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를 간단한 인포그래픽으로 일목

러 종합적인 결과물을 제시하게 되었다.

요연하게 보여주는 스냅샷(SnaapShot·http://snaap.indiana.edu /snaapshot /#dashboard)을 통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75%의 예술계 동문이 자신의 직

보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의 수집, 분석, 해석을 위하여 스냅은 국가자문위원회

과 지식이 자신의 직업(비예술계를 포함한)을 영위해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

(National Advisory Board)를 별도로 두어 각계각층의 예술 분야 전문가 및 리 더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얻고 있다. 위원회는 일 년에 두 번 회합하며, 회합

했다. 즉 예술 관련 커리큘럼이 비예술 분야에서도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설

을 통해 스냅의 전략적 방향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조언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명할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 예술교육의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게

예술의 교육 현장과 실제 현장 간의 단절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업과는 상관없이 예술 활동을 하며, 전체 응답자의 무려 80%가 예술 관련 기술

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현황과 시사점: 목적 아닌 창의 산업을 위한 노력

이러한 정보는 예술옹호자들이나 정책입안자들에게 특히 유용한데, 예술가가 예 술 및 기타 분야에서 커리어를 추구하게 된 이유, 지역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를 위한 시장의 현황, 예술교육기관 졸업생들이 국가적으로 창의산업과 창조경제에

우리나라에도 스냅과 같은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예술대학 졸업자

기여하는 방법, 평생에 걸친 다양한 교육 시점과 지리적 요인에 의한 예술교육

들의 단편적인 취업현황 파악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

생태계의 틈새시장 등을 파악하게 해주어, 보다 효율적으로 문화예술을 옹호하

원, 고용노동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대학생 취업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발표 한 바 있고, 또한 현재 대학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에 취업률이

는 활동을 전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개되어 있다.

예술교육의 중요성 인식: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 스냅의 목표는 예술교육 제도를 개선하여 예술가를 교육 및 지원하고 이를 위하 여 적절한 문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교육자, 정책입안자 및 다 양한 후원자에게 설문을 통해 예술 동문의 교육 경험과 커리어 현황을 제공하는 것이다. 300여 개에 가까운 미국의 예술교육기관과 10만여 명의 예술 동문을 대 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설문조사 사업이기에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 한 비용이 국가의 한 정부 부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는 민간공익재단과 협회의 지원에 의해 대부분 충당된다는 것이 스냅이 가지는 매우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스냅의 첫 시작도 미국의 한 민간재단의 조사연구로부터였다. 서드나재단

(Surdna Foundation)은 지난 2002년 재단의 장학금 수혜자에 대한 정보 수 집을 시작하고 2003년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자들을 조사한 결과, 예술 동문 추

장웅조 서울대학교에서 중문학 학사와 공연예술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예술정책 및 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시애틀대학교의 공연예술 및 예술리더십 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규모 예술단체 경영과 정책연구, 예술 기업가정신과 관련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한국 문화예술경영학회의 학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woongjochang@hongik.ac.kr

그러나 이러한 통계자료에서 쓰이는 취업률 산정기준(고용보험이나 직장의료보 험 가입여부 등)으로는 예술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낮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취업률 통계가 대학운영의 전반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활용되 기 때문에, 예술대학이나 예술관련학과가 중심이 되는 종합대학에서는 연구와 조사에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어 대학 커리큘럼에 반영하거나,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창의 산업의 중심이 되는 예술인들의 장기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스냅이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이다. 즉 포트폴리오 커리어, 비선형성 등의 예술계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취업률 산정 지표를 독립적으로 만들고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조사가 시작된다면, 예술교육 커리큘럼 개발뿐만 아니라 현 재 우리나라의 예술계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0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앞서 언급한 2004년 뉴욕타임즈의 ‘줄리아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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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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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화하고 있는 해외공간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창의적 배움의 공간

흔히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장 가득히 꽂혀 있는 온갖 책들과 ‘정숙’이라고 적혀 김연수 작가

있는 안내문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도서관은 책이나 신문 등의 자료를 수 집하고 정리, 보관하여 독서나 연구 등을 할 수 있도록 설립된 기관으로 생각되 어 왔다. 그런데 해외의 공공 도서관 및 교내 도서관의 모습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의 기계들과 알록달록한 교구들이 도서관 안으 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바로 해외의 도서관들이 공공 도서관 및 교내 도서관을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메이커와 메이커 스페이스의 시작 메이커 스페이스의 ‘메이커(Maker)’는 평범한 사람들이 기업이나 전문가가 만 든 기성 제품들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웹 인프라를 통해 지식

최초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독일의 c-베이스(c-base)로, 당시에는 해커 스페이 스라고 불리다가 ‘해커’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후 메이커 스페이스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외에 전 세계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로 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크숍(TechShop), MIT의 팹랩(Fab Lab), 일본의 팹카페

을 공유하고, 다양한 재료와 기술, 도구를 활용해 주체적으로 물건 등을 만드

(Fabcafe), 중국의 씨드스튜디오(Seed Studio)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 울 국립현대미술관 무한상상실 ‘아트팹랩’, 판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창의 디바

는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것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메이크진

이스랩’ 등 메이커들과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속속들

(Makezine)*’의 창간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인 메이커들이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이 ‘메이 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는 D.I.Y(Do-It-Yourself)가 웹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지식 공유 인프라를 만나며

등장하게 된 메이커 운동이라는 개념은 ‘지식의 공유’라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래 혁신의 인큐베이터이자 새로운 산업의 베이 스 캠프인 메이커 스페이스의 역할을 기대하며 메이커 운동을 후원하고 있다. 해 외의 공공도서관과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도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지며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배움의 공간’으로 주목하며 공공 도서 관 및 교내 도서관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적인 웹 문화를 탄생시켰다. *메이크진: 누구나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테크 DIY(Tech DIY)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발간물

여기에 3D 프린터 등의 기술이 더하여지면서 메이커들의 활동 반경은 물리적인 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고, 일반인들이 동

샌프란시스코 공공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 ‘더 믹스(The Mix)’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보와 기술, 디자인과 창조성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공

참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소, 즉 메이

간으로 설계된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더 믹스는 지식의 평등한 공유와 다양한

커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등을 갖춘 공동 작업실이자

제작 활동을 지원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카펫 가든, 스터디 공간과 비디오 부스

기술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공간을 바로 ‘메이커 스페이스’

등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더 믹스의 스터디룸은 도서관의 본연에 충실한 책

라고 부른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최근 제작을 위한 고가의 장비를 제공하고,

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책꽂이 밑에 위치한 바퀴들

필요한 기술들을 교육하며, 메이커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이다. 더 믹스의 스터디룸은 책장 및 책상, 의자를 자유롭게 이동하여 용도에 맞

제조업에까지 확장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최첨단 장비와 최신 기술에 대한 정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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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샌프란시스코 공공도서관 ‘더 믹스(The Mix)’

게 공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펫 가든(Carpet Garden)이라고 불리는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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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는 공연과 발표, 회의와 교육 장소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미들 매그닛 학교의 사례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는 데 반드시 많은 돈과

공간이다. 이 외에도 컴퓨터실, 오디오 및 비디오 부스가 있어 다양한 시청각 자

고가의 기계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메이커 스

료를 관람 및 제작해 볼 수 있다.

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주체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더 믹스는 도서관 입구를 여러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터치스크린 유 리벽으로 만들어, 과학기술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였다. 이중 에서도 특히 더 믹스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3D 프린터 등 메이커를 위한 고가 의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는 공간이다. 더 믹스는 주기적으로 3D 프린터를 활

용한 DIY 프로그램과 스팀(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 활동을 운영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메이커가 되어볼 수

스튜어트 미들 매그닛 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탄생 과정을 살펴보자. 이 학교 에서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메이커 스페이스 계획 위원회(Makerspace Planning

Committee)를 구성하여, 메이커 스페이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하도

록 격려했다. 처음에는 레고, 스냅 써킷(Snap Circuits, 전자회로 키트의 한 종 류) 등 몇 가지 교구 세트들로 시작하여,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을 직접 페인트칠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과학기술을 활용한

하고 재구성하고, 학생들 스스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게끔 했다. 현재 스튜어

더 믹스의 공간들은 딱딱하고 지루한 도서관의 이미지를 뒤엎고 공공 도서관을

트 미들 매그닛 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초반부터 훨씬 다양해진 교구들과 오

책과 기술 등의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며 배워볼 수 있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학

디오-비디오 룸, 컴퓨터 랩실을 갖추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메이커 스페

습 공간으로 탈바꿈한 좋은 사례이다.

이스에서 학생들이 서로 서로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평등한 지식의 공유와 협업을 통한 제작이라는 메이커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안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공간에서 배우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

교내 도서관, 창의력 공간으로 탈바꿈하다 메서피쿼(Massapequa) 교육구와 스튜어트 미들 매그닛 학교

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며, 지식을 나누는 메이커 정신을 몸소 터득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메이커 스페이스의 창조적이고 교육적인 기능에 주목하여 교 내 도서관을 메이커 스페이스로 바꾸는 사례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뉴욕에 있는 메서피쿼(Massapequa)의 교육구는 도시에 있는 6개 초등학교의 도서관을

‘고차원적’ 융복합 교육 공간으로 거듭나다 켄트주립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

메이커 스페이스로 바꾸었다. 학교 내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3D 프린터 등 고가

의 기계를 구비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학생들이 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다양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는 고가의 장비를 구비한 메이커 스페이스 도서관을 설

한 제작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메

립해 학생들이 보다 최첨단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켄트주

서피쿼 교육구에 있는 초등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도서관에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책상과 의자들, 다양한 제작 활동을 위한 교구들이 구비되어 있다. 무언 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이해와 창의력, 예술성이 필요한 법이다. 이곳 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책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과학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 과 예술 활동을 통해, 즐겁게 배우며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립대학교 투스카라와스(Kent State University Tuscarawas) 캠퍼스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고 비즈니스 공동체 센터와 협업하여 창업 지향적 생태계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체리 브론카(Cherie Bronkar) 켄트 주립대학교 투스카라와스 소장은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도서관 이용자들 그리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까지 대상 영역을 넓혀 비즈니스와 관련된 소스들을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하이오 중소기업 개발 센터(Ohio Small Business

튜어트 미들 매그닛 학교(Stewart Middle Magnet School)에서는 지난 2000년

장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수학과 예술을 접합시킨 융복합 교육인 ‘스팀(STEAM) 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스

Development Center)를 비롯한 비즈니스 및 커뮤니티 서비스 등과 협력해 시

부터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해 학생들에게 스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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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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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찾아서 지역성을 담은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캠퍼스(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의 경우에는 디자인랩과 미디어 스튜디오를 조성하여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교육 대상을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디지털 프로젝트 작업을 장려하고 있어, 메이커 스페이스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신일 영화연출가

“지역 문화로 일본을 건강하게!” 12년 전, 일본 문화청에서 문화정책 보고서를 발간하며 붙인 제목이다. 일찍이 일본은 지역성을 강조하는 문화정책을 수립하 며 지역 공동체의 가치 회복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침체 된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구성원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는 중요 한 열쇠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경험한 지역 고등학생의 아 픈 기억을 예술교육으로 치유하고자 했던 후쿠시마현 이와키 종합 고등학교의 연극 ‘블루 시트’, 마을 지역 주민들이 다 함께 기획한 효고현 오노시의 ‘우리 마

메이커 스페이스 세대를 마주하다 학습의 즐거움·창작의 기쁨이 발현되는 배움의 장

을 전시’, 엑스포 개최 전후의 공간을 지역 아동의 예술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이치현의 아동종합센터까지, 지역이기에 가능한 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제 기성 제품을 구입하고, 책에 적혀 있는 지식을 통해서 학습하는 시대는 저물 어 가고 있다. 대신 스스로 만들며 배우는 즐거움과 지식을 공유하며 배우는 새로 운 세대가 다가온다. 이에 따라 책장 가득 꽂혀있는 책들과, 독서를 통해 지식과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공간인 도서관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배움 은 책의 페이지를 넘어 보고 듣고 만지며 경험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처음 끓여본 된장찌개 의 맛은 차치하고서라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된장찌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우리 안에 내재된 예술과 창조의 본성은 ‘만드는 작업’을 통해 발현되고 개발된다. 미래를 이끌어가는 능력인 주체성도 수동적으 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닌, 적극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향상되기 마련이 다. 이러한 점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학습의 즐거움과 창작의 기쁨 두 마리 토 끼를 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2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김연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다. dustn0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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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땅이 흔들리던 날의 기억을 공연하다 후쿠시마현 이와키 종합 고등학교의 연극 ‘블루 시트(Blue Sheet)’ “그 날은 마치 파란 천이 제 몸을 감싼 것 같았어요.” 지난 2011년 3월 11일, 후쿠 시마현에 큰 해일이 몰려왔다. 지진이 일으킨 해일은 많은 마을을 물에 잠기게 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이와키 종합 고등학교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국어교 사 이시이 미치코(Ishii Michiko)는 학생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 생들은 무사했지만, 지진 전후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연이 어 터진 원전 사고로 지역 주민들은 피난해야 했고, 학교가 다시 문을 열기까지도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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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렸다.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은 그 날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다 함께 협력한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전시의 주제는 ‘마을 그 자체’로, 전시

꺼리면서도, 동시에 말하고 싶어 했다. “그 날 아침 솔개가 하늘 위로 날아가는

기획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마을 고유의 전통 문화예술에 대해 학습하는 기회를

것을 봤어요.” “흙먼지가 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진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어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아이들은 그룹을 이루어 마을의 유래와 예로부터 이

요.”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던 이시이는 ‘학생들에게 그 날의 감정을 연극을 통해

어진 문화예술 행사를 비롯하여 마을 내 위치한 신사, 저수지, 비석, 호수 등에

표현하도록 한다면, 그들이 어두운 기억을 떨쳐 버리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대해 직접 조부모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노인회를 방문하여 탐문 조사를 했다. 방

데 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한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정보를 알 만한 사람을 소개받아 서 다시 그 사람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마침 이와키 종합 고등학교 연극 수업의 일환으로 예술가를 초청하여 작품을 제

오랜만에 연락을 나누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한편 박물관 관계

작하고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시이는 극작가 아메야 요코(Ameya

자들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와 지도를 통해 마을의 역사 연구를 실

Yoko)를 초청했고, 아메야는 학생들이 가끔씩 한 마디씩 던지는 그 날의 기억을

시함으로써, 마을 아이들이 찾아온 전통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에 정확한 역사

기록했다.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예술가와 친밀감이 형성된 뒤, 학생들은 이시이

적인 정보와 근거를 제공하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힘썼다.

와 아메야에게 먼저 다가와 그때 당시의 감정과 이야기를 쏟아냈다. 학생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원전 사고가 발생한 날의 기억을 재현한 연극 <블루 시트>가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 마을 전시’에는 탐문 조사를 실시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탄생했다. 지진과 해일을 실제로 체험한 학생들의 기억을 구성하여 무대를 만들

이를 도운 노인들을 비롯하여, 전시 활동에 조금이나마 관련되어 있는 마을 주민

고, 그들이 직접 출연한 연극이었다. <블루 시트>는 일본 연극계에서 가장 큰 상

들과 타 마을 주민들까지도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 관람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

중 하나인 ‘기시다(國士) 연극상’을 수상하고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

다. 마을 주민이 3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아가타 마을에서 전시를 시작한지 2주

다. 첫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하고 떠난 뒤에도 그 학교에서 계속해서 공

만에 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지역 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연되었으며, ‘블루 시트’를 통한 연극교육의 효과에 관한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

다. 지난 2002년 아가타 마을에서 시작된 이 ‘우리 마을 전시’는 현재 지역 내 다

기도 하였다. 이제는 연극 교사로서 활동하는 이시이는 <블루 시트>의 제작 과정

른 마을로 번져, 각기 다른 형태의 전시로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전시는

을 기록한 저서에서, 연극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이야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

자라나는 세대인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친근함을 심

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말을 하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어 주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전시를 통해 아이와 노인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약속이 모두의 마음 속에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 연극을 하면서 우리가 했던 모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아이들은 노인들로부터 지식을 전달받음으로써 노인에

든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바로 이 지점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대한 존경심을 품게 되었고, 노인들은 자신의 지식이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이어 진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지역 구성원들이 전시를 통해 다 함께 소통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활성화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 노인 사이, 세대를 넘은 교류를 담다 효고현 오노시의 ‘우리 마을 전시회’ 효고현 오노시에 위치한 시립 역사 박물관 호고관(好古館)은 지역 내 문화예술

땀 흘리는 예술 놀이, 인터랙티브 아트 아이치현 아동종합센터

을 지역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데 항상 주력을 다하고 있다. 호고관에서 진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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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다양한 기획전시 중, 마을 주민 스스로가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을 새롭게 발

지난 2005년 아이치 엑스포가 열렸던 광활한 자연 공원 한구석에 위치한 아이치

굴하여 기획한 ‘우리 마을 전시’는 문화예술 향유뿐만 아니라 지역 내 교류까지

현 아동종합센터는 ‘두근두근을 발견하는 놀이터’라는 표어와 함께 지역 아동들

이끌어낸 사례로 큰 호평을 받았다. 아가타(阿形) 마을의 전시로 첫발을 내디딘

에게 예술과 놀이를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때 ‘두근두근’은 새

이 전시는 마을의 초등학생 및 중학생, 학부모, 교사, 노인회와 박물관 관계자가

로운 것을 만났을 때의 설레는 마음과 더불어, 몸을 활발히 움직일 때 나는 심장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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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 소리를 의미한다. 거대한 자연 공원 속에 위치한 아동종합센터의 정체성 을 반영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아동들에게 예술을 통해 오감 전체를 사용하여 새 로운 생각을 발견하고, 놀이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배우는 ‘예술 놀이’ 프로그 램을 정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공 모를 진행하여, 예술가에게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아동종합센터에서 선보인 인터랙티브 아트 프로그램 중 ‘비트 워치 (Beat Watch)’의 사례는 센터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는 문화예 술교육’의 취지를 잘 드러내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춤은 음악을 듣고 그 느

낌을 몸으로 움직여 표현하는 데 있다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반대로 몸을 움직임 으로써 음악을 만들어 내는 발상의 전환을 꾀하였다. 빛이 비추고 있는 바닥 위 에 서있는 아동들이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악기가 하나씩 더해지며 음악을 만들어 낸다. 움직임이 클수록 바닥에 비춘 빛의 파장도 그 움직임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 아동들은 청각적으로 음악을 느끼고, 시각적으로 빛의 움직임을 쫓으 며, 기분에 따라 걷거나 달리며 자신의 몸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만끽한다. 14일간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약 7,600명의 아동이 참가하였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앞으로도 지역 주민에게 지역 고유의 가치 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고, 지역 공동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 신일 일본에서 영화를 전공 후 일본과 한국에서 방송, 광고, 뮤직비디오, 출판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상 콘텐츠 제작 일을 즐겁게 해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화 분야 예술강사 활동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 영화를 만들며 문화예술교육에 눈을 떴다. 일본, 한국, 미국에서 각각 독립영화를 제작한 바 있으며 현재는 토론토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에서 새로운 영화제작을 진행 중이다. www.aliceshin.com

280

2017 arte 365

를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곳에서만, 그곳이어야만 향유 할 수 있는 예술이 있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12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정책리포트

07 part

282

2017 arte 365

현장에 필요한 연구와 통계를 소개하고 문화예술교육 정보의 기반을 만듭니다

개인의 변화를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

PART 7 정책리포트

283


개인의 변화를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연구

임영식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연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꿈의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각 측정 항목의 내

오케스트라 사업의 장기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3년 종단연

용에 따라 참여 아동, 학부모, 음악감독 및 교육강사로 구성되었다.

구 설계를 수립하여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아동과 가족 및 교육강사 등을 대상으

1차년도 연구 표본 수는 아동의 경우 2016년도 신규 사업 참여 기관 전체의 참

로 생태체계적 관점에 근거하여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자, 가정, 지역사회 등에

여 아동(실험집단)과 2~5년 차 참여 기관의 지속 참여 아동(비교집단)을 선정

미치는 개인적•사회적 효과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하여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험집단 244명, 비교집단 506명의 유효 표본을 확

꿈의 오케스트라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심리적 측정, 생리적

보하였다. 학부모와 교육강사의 경우 2016년도 신규 사업 참여 기관에서만 조

측정, 심층 인터뷰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꿈의

사가 진행되어 233명의 학부모와 49명의 교육강사 유효 표본을 확보하였다.

오케스트라 사업의 효과성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3개년 연구 계획

1차년도 주요 연구 결과 1차년도 주요 연구를 살펴보면, 아동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본 사업 참여 1년 차 실험집단 아동보다 2년 차 이상인 비교집단 아동들은 ‘음악지식, 음악향 유, 음악태도, 음악활동’의 모든 음악적 성장 차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비교집단은 실험집단 아동보다 개인적 발달 영

꿈의 오케스트라 목표 달성 아동의 건강힌 성장 가족 지역사회의 변화 사회통합

아동변화 종합분석 3차년도

양적연구 본조사, 3년 아동변화 최종분석 질적연구 장기적 효과 분석,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 구성 생리적 검사 3차 측정 및 최종 분석

패널유지 및 본조사 양적연구 표본유지 관리, 본조사 2차년도 질적연구 표본 탈락요인 추출, 아동변화 및 영향요인 추출 생리적 검사 2차 측정

지표개발 및 종단연구 설계/ 비교집단과의 비교 1차년도

양적연구 조사설계, 예비 및 본조사 실시 질적연구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자의 단기 효과 분석 생리적 검사 1차 측정

역에서는 ‘자존감, 의사소통능력, 미래전망’이, 인적 관계에서는 ‘타인 수용도 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공공적 함의 및 사회경제적 혜택 영역에서는 ‘사회적 신뢰, 소속감 및 유대감, 공동체 참여행동, 사회자본 수준’에 모두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본 사업의 효과성을 엄격하게 평가하기 위해 비교대 상이 되는 두 집단을 매칭 분석한 결과에서도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 경험이 많 을수록 음악적 성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분석 결과는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가 참여 아동의 음악적 성장, 개인 발달, 인적 관계, 공공 적 함의, 사회경제적 혜택 영역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이다. 교육 강사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에서는 본 사업 참여 이후 교육 강사들의

신뢰성·타당성 확보한 측정 도구 개발 및 표집

타인 수용도와 사회자본 측면에서 높은 인식 수준을 확인하였다. 학부모를 대

1차년도 연구는 3년 동안 진행할 측정문항을 선정함에 있어 아동의 음악적 성

상으로 한 분석 결과에서는 본 사업 참여로 돌봄 비용 감소, 양육 스트레스 감

장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측정도구가 부재함에 주목하여, 신뢰

소 및 지역사회 변화와 꿈의 오케스트라 가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 수준을 확인

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 아동의 음악적 성장 측정 도구를

하였다.

개발하였다. 음악적 성장 측정 도구는 과학적인 척도 개발 과정을 통해 신뢰성 과 타당성이 검증된 음악지식, 음악향유, 음악태도, 음악활동 차원의 총 21개

284

2017 arte 365

문항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적 성장 측정도구가 최종적으로 개발되었다.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질적 연구 결과

꿈의 오케스트라 효과성 측정 모형은 음악 활동을 통한 개인 발달과 사회적 효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질적 연구는 관찰과 초점집단면접(FGI)을 사용하여

과를 포괄할 수 있도록 연구진이 개발한 음악적 성장을 포함하여 개인발달, 인

수행되었으며, 동 사업이 2016년 초부터 시작된 거점신규기관 3곳을 중심으로

적 관계, 공공적 함의, 사회경제적 혜택의 5개 영역을 근간으로 하여 각 영역

참여 아동 집단, 교육강사 집단(음악감독 포함), 학부모 집단을 통해 자료를 수

별로 구성 차원과 측정 항목들을 구성하였다. 효과성의 측정 대상은 본 사업과

집하였다.

PART 7 정책리포트

285


개인발달·인적관계 변화의 양상

2016년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 아동 FGI 분석내용 결과

4.1 3.52

4.07

·음악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기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 강화

2017

3.5

사회경제적 혜택 음악의 가치와 사회적 소속감 획득

2016

3.9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실천 ·피어 티칭을 통한 서로에 대한 신뢰, 존중하기

유의한 증가를 보인 주요 5개 항목

3.36

공공의 의미 활동, 행위의 발전

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18

인적 상호작용영향 사회적 기술 향상

·다양한 학교 밖 친구 사귀기 ·친구에 대한 의미를 음악을 통해 되짚어 보기 ·배려와 협동, 그리고 소통하는 기술

차례 측정이 있어 현재 진행 중이지만 상반기 측정치를 기준으로 아동의 변화

3.62

·합주, 그 고유의 즐거움 알기 ·영감과 도전의식 생성 ·취향의 변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착 형성

케스트라 참여 아동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2017년은 5월과 10월의 두

4.18

예술 경험의 내재화 즐거움, 영감, 취향의 습득

2차년도 연구는 1차년도와 2차년도 연속 참여자들의 변화를 확인하여 꿈의 오

3.59

개인적 성장 지식과 이해 연주 실력 향상

·담당악기에 대한 애착 형성 또는 태도의 변화 ·음악지식과 음악 전반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악기 다루기와 연주 실력의 향상 ·미래의 음악가로서의 장래의 꿈 키우기

※ ‘2016년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연구 보고서’ 발췌

자존감

미래전망

배려

소속감/유대감

사회자본 *평균 -5점 만점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아동은 ①개인적 성장, ②예술경험의 내재화, ③ 인적 상호작용의 영향, ④공공의 의미, ⑤사회경제적 혜택 영역 부분 모두 크 고 작은 변화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아동의 경우는 개인

2016년-2017년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의 변화

적 성장 중 음악적 성장과 예술경험의 내재화를 가장 주요한 변화로 인식하고

분석 대상: 2016년, 2017년 연구 참여자

있는 반면, 강사와 학부모의 경우는 정성적 성장과 인적 상호작용의 영향에 좀

2016년

구분

더 주요한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평균 인지

음악지식

3.32

수적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아동의 변화를 중심으로 강사, 학부모에게

음악적 성장

정서

음악향유 음악태도

도 변화를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의 경우는 이러한 변화로 소외 행동

아동을 대하는 교육자로서의 성장을, 학부모의 경우는 가정 내 문화향유 형태 의 변화를 꼽았다. 개인 발달

개인발달·인적관계 변화의 양상 2016년 1차년도 연구 종합 결과 개인

교우/가족관계

지역사회/사회

·아동의 음악 관련 지식, 향유, 태도, 활동, 연주 능력 향상의 음악적 성장 ·아동의 자존심,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향상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기여 ·학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감소 ·예술강사의 타인 수용도 향상과 자부심 경험 ·아동의 타인 수용도, 타인 배려와 존중, 협동심 향상을 통한 교우관계 개선 및 확장 방과후 돌봄 서비스 효과 ·음악을 즐기는 가족문화 형성을 통한 가족 공감대와 건강한 가족 관계 구축을 통한 가족의 성장 ·사회에 대한 아동들의 예절과 소속감 향상, 지역사회 참여 행동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 ·지역사회 문화예술 경험 증대와 향유에 기여를 통한 지역 문화 발전

인적 관계

공공적 함의

사회경제적 혜택 봉사 활동

인적 관계

학업 성취도 음악을 통한 사회통합

286

2017 arte 365

음악활동

대응차

평균

표준 편차

0.64

3.73

3.60

0.72

3.42

0.69

강사와 학부모의 평가와는 별개로, 참여 1년 차의 아동 자신 스스로가 느낀 가 장 큰 변화로 음악적 성장을 지목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으로 사료된다. 부

2017년 표준 편차

대응차 평균 검정

평균

표준 편차

t

유의확률 (양쪽)

0.77

0.41

0.68

8.040

.000

3.96

0.87

0.36

0.83

5.729

.000

3.87

0.87

0.45

0.89

6.797

.000

2.96

0.51

3.13

0.91

0.17

0.83

2.694

.008

자존감

3.59

0.65

4.18

0.77

0.59

0.82

9.524

.000

성실

3.65

0.72

3.76

0.80

0.11

0.73

1.933

.055

의사소통능력

3.54

0.68

4.07

0.78

0.54

0.73

9.838

.000

미래전망

3.62

0.65

4.18

0.80

0.56

0.83

8.865

.000

건강(스트레스지수)

2.10

1.02

1.93

0.97

-0.17

1.02

-2.198

.029

타인 수용도

3.43

0.70

3.99

0.86

0.56

0.87

8.609

.000

배려

3.36

0.64

3.90

0.86

0.54

0.79

9.119

.000

사회적 신뢰

3.40

0.62

3.89

0.94

0.50

0.86

7.802

.000

소속감/유대감

3.50

0.66

4.07

0.84

0.57

0.85

8.844

.000

공동체 참여 행동

3.25

0.63

3.64

0.87

0.39

0.76

6.970

.000

사회자본

3.52

0.74

4.10

0.97

0.58

0.89

8.696

.000

봉사활동

1.60

0.40

1.65

0.41

0.05

0.39

1.465

.145

도움사람 수

1.97

0.21

1.95

0.38

-0.01

0.40

-.377

.707

가족관계

4.27

0.84

4.39

0.76

0.11

0.71

2.165

.032

가족응집력

4.17

0.94

4.25

0.86

0.08

0.77

1.308

.193

언어능력

3.57

0.89

3.72

0.93

0.15

0.83

2.249

.026

수학능력

3.47

1.11

3.79

0.91

0.32

0.83

5.117

.000

※ 평균 – 5점 만점 ※ t값= 두 평균의 통계적 차이

PART 7 정책리포트

287


2016년과 2017년 183명의 연구 참여자 패널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음악적 성

2017년 조사는 10월에 한차례 더 진행되며, 아동의 결과뿐만 아니라 학부모,

장의 모든 항목에서 개개인의 2016년 값과 2017년 값의 차이에 대한 평균(대응

강사들이 언급한 변화 등도 다양하게 제시될 예정이다. 그리고 2018년 조사를

차)은 통계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또한 개인 발달(자존감, 의사소통, 미래전망,

마친 후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아동을 대상으로 한 3년간의 변화 연구를 마무리

건강), 인적 관계(타인수용도, 배려, 협동협력), 공공적함의(사회적신뢰, 소속

하게 된다. 2016년과 2017년의 결과치를 비교해보면, 꿈의 오케스트라는 아동

감/유대감, 공동체참여행동), 사회경제적 혜택(사회자본), 학업성취도(언어능

들에게 음악적 성장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 등에도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나

력, 수학능력) 등 대부분의 측정지표에서 유의한 증가를 보였다.

타났으며 향후 장기적인 결과에서도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향후 증가된 지표들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유지될지, 또한 아직 변화를 보이지

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예상할 수 있겠다.

않는 성실, 봉사활동, 가족응집력 등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지는 향후 확인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의 생리적 지표의 변화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7월 1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를 확인하기 위해 코티졸 농도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2016년에 비해 2017년 결 과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

아동들이 느끼는 음악적·개인적 성장 요소 2017년 질적연구 조사에서 2016년 인터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재인터뷰 한 결과에서 인터뷰 시, 아동들에게 지속적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작년과 올해의 자신의 모습 중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방식 으로 물은 결과, 아동들이 느끼는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는 크게 ①음악적 성장 에 기인한 변화들과 ②음악적 성장 외에 기인한 변화들로 나누어졌다. 2017년 꿈의 오케스트라 참여 아동의 변화요소 음악적 성장에 기인한 변화 악기 실력의 향상 악기연주의 즐거움 체득 악기에 대한 애착 형성 악기연주와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음악적 성장 외에 기인한 변화 개인적 성장의 변화 자기조절능력, 협동심과 책임감, 자신감 향상 인적상호작용의 변화 가족 간 대화 증가, 새로운 친구 만들기와 친화력 향상

음악적 성장에 기인한 변화들 중 분석된 주요 주제는 ①악기실력의 향상, ②악 기연주의 즐거움 체득, ③악기에 대한 애착 형성, ④악기연주와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수렴되었다. 음악적 성장의 경우 아동들은 여전히 2016년 연 구결과와 동일하게 ‘악기실력의 향상’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러나 ‘악기연 주의 즐거움 알아가기’와 ‘악기에 대한 애착형성’은 2016년과 비교해 훨씬 강화 된 형태로 나타났다. 음악적 성장 외에 기인한 변화들 중 분석된 주요주제는 ①개인적 성장의 변화 (자기조절능력, 협동심과 책임감 향상, 자신감 향상), ②인적상호작용의 변화 (가족 간 대화 증가, 새로운 친구만들기와 친화력 향상)로 수렴되었다. 이 중 2016년 연구결과와 비교하여 새로운 친구를 통한 인적관계의 확장과 개인적 성장인 자신감, 협동심, 책임감 향상에 대한 부분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 러나, 자기조절능력과 가족 간 대화 증가는 새롭게 아동의 목소리를 통해 보고 된 주요변화로 분석되었다.

288

2017 arte 365

임영식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지내고 있으며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 자문위원,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외에 한국청소년관련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 회장, 국무총리실 청소년위원회 인권 및 폭력예방위원회 위원을 거쳤다. ‘교정시설/소년원학교 문화예술교육 효과성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저술 및 연구에서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바 있다.

PART 7 정책리포트

289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

여중 15.5 여고 10.5

10.6

4.8

9.6

2014~2016년 학교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1학년 15 2학년 9 3학년 5

15.4

19.1

28

2016 초·중·고 예술교과 운영 현황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소지영 정책연구팀

중학교

고등학교

육의 기초 통계를 확보하고, 관련 정책 및 전략 수립을 위해 전국의 초·중·고

중학교

고등학교

체육교과 내 표현활동(무용)수업 시수 평균 비율

(단위: %)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교사, 장학사,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 정책관계자라면 「학교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주목해보자. 본 조사는 학교 문화예술교

초등학교

음악교과 내 국악수업 시수 평균 비율

(단위: %)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많은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진 분야는 음악 지난 2016년은 학생의 소질과 끼를 키우고 행복 교육을 지향하는 중학교 자유

등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 해였으며, 문화예술교육이 확대되는 토대가 되었다.

사실 기존에도 학교 문화예술교육 관련 통계가 일부 있었으나, 산발적이거나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많이 운영된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음악(78.3%)이었고,

단발성으로 진행된 조사가 대부분이었고, 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연차별

세부분야로는 뮤지컬의 참여가 높았는데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무대에 올릴

로 세밀히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고자 한국문화예술교

수 있어서 활발히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육진흥원은 지난 2014년부터 교육과정 안팎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추진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

2016년 중학교 자유학기제 문화예술교육 분야별 운영비율

초통계를 확보해 가고 있다. 본 조사의 체계는 크게 ‘교육과정 내의 문화예술교육’과 ‘교육과정 이외의 문화 78.3

예술교육’으로 구분되며, 이 밖에 ‘문화예술 관련 외부 지원사업’등의 현황을 교 급별, 지역별, 학교 규모별로 살펴보고 있다.

11,563개교를 대상으로 조사되었고, 이 중 총 9,524개교가 참여하여 82.4%의

공예

영화

무용

만화 문학 애니 메이션

22

국악

27.6

황을 살펴보았다. 2016년 9월 초부터 10월 중순에 걸쳐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9.9

예술교육’은 ▲자율동아리 및 토요 동아리, 방과후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현

22.7

17.9

현장체험학습 관련 문화예술교육 현황 등을 파악했다. ‘교육과정 이외의 문화

20.5

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현황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현황 ▲

28.6

수업 시수 비율, 체육교과 내 표현활동(무용)수업 시수 비율) ▲창의적체험활동

30.2

43.4

58

먼저 ‘교육과정 내의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교과 운영 현황(음악교과 내 국악

사진

연극

음악 디자인 미술 (단위 : %, 복수응답)

응답률을 기록하였으며, 주요 연구결과는 아래와 같다.

중•고등학교는 창의적특색활동 내 문화예술교육의 비중 감소 2016년 ‘창의적특색활동* 내 문화예술교육 운영 비율’은 초등학교 61.2%, 중

학년 올라갈수록 예술교과 감소, 표현활동(무용)은 특히 여중·여고에서 활발하게 운영

학교 35.9%, 고등학교 33.1%로 나타났으며, 2015년과 2016년의 데이터를

2016년 ‘음악교과 내 국악수업의 시수’ 평균비율을 살펴본 결과, 초등학교

소 줄었다. 그 이유는 교사, 장학사 등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28%, 중학교 19.1%, 고등학교 9.6%로 조사되었다. 교급이 높아질수록 국악수

FGI(Focus Group Interview)에서 언급된 내용을 참고해볼 수 있다. FGI

업의 시수가 감소하였는데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15%)에서 3학년(5%)으

에 참여한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학교에서 창의적특색활동의 일환으로 문화예

로 올라갈수록 국악수업의 비율이 확연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체

술교육을 운영할 수 있으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편성해야 할 과목(안전, 보건,

육교과 내 표현활동(무용)수업의 시수’ 평균비율은 초등학교 15.4%, 중학교

정보통신, 통일 교육 등)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비중이 감

10.6%, 고등학교 4.8%로 집계되었다. 표현활동(무용) 수업은 장르의 특성상

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창의적특색활동 내의 문화예술교육은 줄었지

성별의 영향이 컸는데, 전체 중·고등학교 평균에 비해 여자 중학교(15.5%) 및

만, 이 외에 교과수업 중 ‘융합수업’이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으로 문화예술

여자 고등학교(10.5%)에서 보다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이 새롭게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교해 볼 때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중·고등학교의 문화예술교육 비중은 다

*창의적특색활동은 창의적체험활동 내 자율활동 종류 중 하나로 단위학교 재량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290

2017 arte 365

PART 7 정책리포트

291


학생들이 개인지도 및 학원 등 사교육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2015~2016년 창의적특색활동 내 문화예술교육의 비율

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좀 더 활발히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80

예측하였다. 61.2

58.3

60

2014~2016년 방과후학교 문화예술교육 운영 현황

20

초등학교

중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

2015년

중학교

광역시 3.5 중소도시 3.2 읍면지역 4.3 도서지역 3.5

9.1 98.0

초등학교

고등학교

33.1

35.9

39.1

41.4

40

고등학교

99.2

98.1

97.3

2016년

6.28

97.5

95.6

(단위: %)

8.4

6.1

90.8

4.9

5.0

88.6

3.7 4.5

전체 동아리 수는 증가한 반면, 문화예술동아리 수는 유지

2.2

86.6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동아리(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동아리, 토요 동

2014년

아리) 수’는 아래 그림과 같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자율

2015년

2016년

2014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비율

동아리 수가 전체 동아리 수 상승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예술 분

2015년

2016년

프로그램 평균 개수

(단위: %)

야인 영어·수학 등의 학습동아리가 활발해진 것도 전체 동아리 개수 증가에 영

(단위: 개)

향을 주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연극반, 미술반 등의 문화예술 동아리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원인은 상대적으로 타 동아리와 달리, 문화

예술특색사업은 모든 교급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

예술동아리는 이미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최근 학교에서는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 증진을 위해 문화예술, 스포

경향을 볼 수 있다.

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특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예술을 집중해서 장기적으로 배울 수 있는 ‘예술특색사업(예: ‘1학생 1악기 2014~2016년 초·중·고 동아리 평균 개수

초등학교 전체동아리

중학교

교육 사업’ 등)의 운영율‘을 살펴본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이 모든 교급에서 3년 간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요인에 대해 교육현장의 전문가들은

고등학교 문화예술동아리

학교 자체 예산 외에도 지자체, 중앙정부 및 교육청 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점

72.4

66

차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문화 감수성 함양을 하는 데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53 38.8

32

2014~2016년 예술특색사업 운영율

31 26.1 18.7

80

(단위: 개)

20

46.9

30

56.1

40

39.6

50

2016년

67.6

60

73.7

70 11.6 9.0 7.5

49.6

2015년

7.5

37.2

9.4

49.3

2014년

11.5

65.9

17.3 11.0 10.5 7.1

10

방과후학교의 전체 운영율은 감소한 반면, 소도시는 활발한 문화예술교육 진행 3개년의 ‘방과후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 비율’ 및 ‘프로그램 평균 개

초등 중학교 학교 2014년

고등 학교

초등 중학교 학교 2015년

고등 학교

수’를 살펴본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이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 중학교 학교 2016년

고등 학교

(단위: %)

다만, 지난 2016년 중학교의 방과후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수는 평균

292

2017 arte 365

적으로 약 3.7개로 조사되었지만, 도시가 작은 읍면지역과 학생 수가 400명 이

지금까지 학교 교육과정 안팎에서 아동·청소년들이 배우는 문화예술교육의 실

하의 작은 학교에서는 각각 약 4.3개와 약 4개로 평균보다 참여율이 다소 높

태를 살펴보았다. 주요결과를 요약하면, 교급이 올라갈수록 예술교과 수업과

았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은 대도시보다 소도시에 속한 학교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창의적특색활동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비중은 다소 감소

PART 7 정책리포트

293


했다. 그러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학생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저변이 확대되는가 하면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의 문화예술교 육을 위한 예산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이 보다 예술을 풍부하게 경험하 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3개년의 시계열 데이터를 기초로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교급별, 지역별, 학교규모 등 다각적인 요인에 따라 분석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흐 름과 경향을 볼 수 있다. 본래 실태란 ‘크게 변화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그 현장 을 포착하는 것에 의미를 찾는다’라는 뜻을 가진 만큼, 올해에도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사체계의 큰 틀은 유지하되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환경에 보다 밀 착시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 수준까지도 가늠해 보는 연구를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동향을 읽고, 미래 문화시 민으로 성장할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추진의 탄탄한 근거로 활용되 길 바란다.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7년 8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소지영 정책연구팀 soji23@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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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rte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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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집은 저작자와 출처를 표기하면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 단, 본 자료집은 저작자와 출처를 표기하면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 영리적 이용과 2차 자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단, 영리적 이용과 2차 자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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