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문화파출소 운영사업 9개소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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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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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인디언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더 빨리 간다 한들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발자국밖에 없는 여행길이란 쓸쓸할 뿐입니다. 아무리 행복한 추억도 앨 범에 꽂힌 채 펼쳐보지 않는다면 그저 잠잘 뿐입니다. 함께 하는 것은 단순히 느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걸음마다 씨앗을 뿌리고 돌아보면 푸른 숲이 자라나는 여정입니다.

4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이 책은 그 걸음 하나하나 함께한 여행길의 발자국입니다. 유휴공간으로 남은 옛 파출소에 다시 사람이 모이고, 문 화와 예술로 공간을 꾸몄습니다. 주민들과 강사가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스승과 제자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어울리고, 멀게만 느껴지던 경찰이 환 히 웃는 이웃이자 가장 든든한 친구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작게 느껴질 수 있는 어린 나무들이 문화로 자라나 작은 쉼터이자 숲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숲에 더 많은 사람 들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전국에 뿌린 씨앗이 자라나 일구어낸 숲의 속삭임, 9개의 숲 문화파출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책머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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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파출소, 경찰이라 하면 한 때는 피해가야 할 곳이라 생각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문화예술이라는 말이 멀고도 사치스러운 말처럼 느껴지 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경찰이 주민들의 이웃이자 친절한 동반자로 다가 왔습니다. 문화예술도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 도서 등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문화파출소는 문화예술과 경찰, 멀어 보이는 두 존재가 하나가 되어 주민들 곁으로 찾아간 공간이라는 데에서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안전한

6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파출소에서 주민들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그간 잃었던 이 웃간의 정과 동네의 오가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은 문화파출소에 내년에는 더 많은 사 람이 찾아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휴식과 여유를 즐기고 마 음을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냈습니다. 앞으로도 문화파출소는 이웃만이 아닌 지역 단체와 강 사, 그리고 더 나아가 경찰까지 모두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나누며 함께 웃고 슬픔을 덜어내는 공간으로 단단히 뿌리박 고 주민 곁에 설 것입니다.

발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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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입니다. 가을은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이루지 못한 것이 무 엇인지, 그리고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생각해볼 만한 완벽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을철 열매와 곡식이 영글듯이 문화파출소에서도 문화 예술교육이 뿌리내렸습니다. 올 가을이 문화예술을 돌아보고 문화파출소를 찾아볼 수 있는 뜻깊은 계절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무처장 이병호

8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차례

책머리에 …4 발간사 …6

문화파출소 이야기 하나, 시작 …10 문화파출소 이야기 둘, 아홉 개의 쉼표를 만나다 …16 물 좋고 마음 좋고 자리 좋은 그 곳, 잠시 앉아 쉬어가라 <강북> …18 아롱다롱 달달한 초콜릿 상자 <군포> …34 배려와 조화로 음악을 빚다 <달서> …50 사계절이 있는 기분 좋은 테라스 <덕진> …66 정성 모아 돌탑을 쌓는 <여수> …82 문화로 드리운 느티나무 그늘 아래 <울산남부> …98 정, 사람, 문화의 三多 <제주서부> …114 별을 보던 나의 쉼터, 나의 원두막 <청원> …130 자연을 수놓고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뜨락 <춘천> …146

문화파출소 이야기 셋, 다시 앞으로 …162

문화파출소 이야기 하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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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파 출 소

쉼 표

이 야 기

10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문화파출소 이야기 하나,

시작

문화파출소 이야기 하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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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며 주택가 모서리, 한 귀퉁이에 나와 있는 하얀 2층 건물이 있습니다. 옥상에 태극기 하나, 경찰 깃발 하나 펄 럭이는 건물은 바로 치안센터입니다. 흔히 파출소라 부르는 곳입니다. 파출소는 옛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소위 ‘목이 좋은’ 곳에 세워졌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문제도 생기고, 그걸 가장 빨리 챙겨야 하는 것이 경찰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파출소들도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주거 상황이 변 하면서 조금씩 옛 골목 사이로 물러앉았습니다. 젊은 사람들 이 화려한 대로와 상점가 사이로 떠나가는 동안 동네와 마을 주민들 사이를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문화파출소는 바로 그 파출소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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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진 파출소가 다시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을 품은 동네가 다시 문화와 정으 로 따뜻해질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 바로 문화체육관 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그리고 경찰청입니다. 경찰청은 주민들에게 파출소의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체 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파출소의 유휴공간 을 주민들이 찾아와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 그램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단순한 문화 프로그램 센터라면 ‘그거 어디에나 있지 않 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백화점만 가도 꼭 한 층은 발레니 기타니 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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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는 평범한 문화센터와 달리 아주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경찰청과 함께하여 문화파출소 안에 항상 경찰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밤늦게라도, 주말이라도, 어린아이 혼자 서도 방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입니다. 둘째,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솜씨 있는 주민이라 면, 다른 사람과 함께 배우는 걸 즐긴다면, 누구나 주민 강사 가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같은 동네 사람이 ‘우리동네’ 사람이 되는 공간입니다. 문화파출소 사업은 문화예술교육과 사람이 만나 함께 만 들어나가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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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가까워질 수 있기 를 소망하며, 동네 구석구석 문화와 예술교육이 스며들고 멀 게 느껴지던 경찰과 이웃이 친해져 하나 되는 공간으로 주민 곁에 자리 잡아 함께 커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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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파 출 소

쉼 표

이 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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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이야기 둘,

아홉 개의 쉼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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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

물 좋고 마음 좋고 자리 좋은 그 곳, 잠시 앉아 쉬어가라

문화파출소 강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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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의자가 있는 풍경

“의자를 몇 개 놓았어요. 할 일 없이 계시면 안에 들어오 시게 해서 커피도 드리고 그러려고요.” 문화파출소 강북의 김춘식 치안센터장. 그에게는 문화파 출소 앞에 놓여있는 파란색 의자가 자랑거리다. 수유동 시장 근처라 이래저래 행인들이 많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부담 없이 앉곤 한다. 풀린 신 발 끈을 고쳐 매려고 잠시 앉았던 어르신은 내친 김에 사람 구경을 하며 한숨 돌리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은 무거운 백팩을 파란 의자 위에 놓고 어깨를 잠시 쉬며 버스를 기다리기도 한다. ‘아이고, 다리야’ 하며 느릿느릿 걸 어와 앉은 할머니는 무릎을 팍팍 두들기다가 지나가는 강아 지에게 실없이 말을 걸어본다. 이 파란 의자 뒤쪽으로 문 앞에 붙은 큰 글씨가 유독 눈 에 띈다. <고민 상담 해드립니다> “여력 없으시고, 혼자 계신 분들이 여기서 이야기도 나누 시고 그러면 좋잖아요. 자기 얘기를 하다보면 또 마음이 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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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강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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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든요. 멀리 나가지 않아도 딱 여기까지만 와도, 덜 외로우 니까.” 수유와 창동 인근에서만도 오래 근무했다는 치안센터장 은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상담’을 배웠다. 경로당에도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작은 쉼터가 되어 주는 곳,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곳. 문화파출소를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직업이 경찰이다 보니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연배가 비슷하니 삶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 도, 그리고 평범한 가족 이야기까지 무엇이든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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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기만 해도 절반 이상은 해결돼요.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까지 전 들어주는 거 니까.” 할 일이 없어 보이면 밖에 앉아계신 분을 안으로 끌어들 이는 ‘영업’도 한다며 치안센터장이 웃었다. 과연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의자에 앉았다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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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도둑 검거사건

“요 앞 의자 옆 화단에 꽃이랑 화분을 뒀는데, 하루아침 에 그게 다 없어진 거야. 누가 파 간 거지. 다들 범인 잡는다 고 순찰대를 조직했어요.” 문화파출소 수업만 세 개를 듣는 열혈 수강생 강명화 주 민이 손짓을 해가며 목청을 높였다. 범인을 잡겠다고 단단히 벼른 문화파출소의 어르신들은 화단을 순찰하기로 했단다. 은근슬쩍 돌아보기를 며칠째, 드디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 했다!……라는 것이 강명화 주민이 범인으로 몰린 것이다. “글쎄 날 범인으로 생각한 거예요. 나는 그냥 화단 정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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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었지! 도둑이 잘라 간 게 속상하고 이게 모양새가 안 좋 으니까. 꺾인 꽃은 압화에 쓰려고 주웠는데.” 다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처음이야 억울하겠지만 생 각해보면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 주민이 이웃에 신경 쓴 적 도 있었던가. 결국 꽃 도둑은 못 잡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꽃 을 도둑맞는 일은 없었다. 하긴, 이렇게 문화파출소 사람들 이 아끼는 ‘완소화단’이라는 게 알려졌으니 감히 넘볼 수도 없 었을 테다. 모두 함께 돕고 사고 없는 안전한 동네처럼 느껴 졌을 테니. 자기 집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화단이지만 그래도 너나 할 것 없이 순찰대까지 꾸리는 마음. 내 집처럼 자유롭게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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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고, 내 집처럼 꾸미고 밥을 나눠먹는 공간, 문화파출소 강북은 그렇게 따뜻한 곳이다.

발레도 편안하게

피아노, 발레, 태권도. 지금의 2030세대가 어린 시절, 한 번 씩은 배워보는 것들이다. 그래서 문화센터들도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은 꼭 끼워 넣는다. 발레복에 발레슈즈를 신고 에파세, 크루아제 같은 이국적 인 용어들을 익히며 우아하게 몸을 움직여 보는 건 대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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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품어보는 꿈이다. 하지만 비용도 그렇고, 막상 그런 차림으로 설 용기도 부족해 포기하게 마련.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츄리닝(트레이닝복) 입어요. 그냥 셔츠도 괜찮고. 신발 없으 면 맨발로.” 아예 프로그램 이름도 ‘츄리닝 발레’다. 정확한 표기는 트 레이닝복이지만 촌스러울지언정 평소에 쓰는 용어 그대로 ‘츄 리닝 발레’라 부른다. 발레 강사는 발레를 어렵게 여기는 마 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발레라는 게 어렵거나 거창한 게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게다가 자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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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아 주기 때문에 어깨나 허리통증 같은 것도 없애 줘 요.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보면 되죠.” 처음에는 수줍어하던 주민들도 그저 ‘츄리닝’만 입으면 되니까 편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실제로 자세가 발라지고, 통증도 낫게 되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 작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들 활력이나 자신감을 찾았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전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적나라하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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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는 것이 버겁다. 하지만 팔다리를 활짝 펴며 우아한 동작 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먹고 사느라 잊고 있 었던 ‘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다시 태어나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츄리닝 발레가 세 운 목표는 바로 수업 시간에 배운 동작을 토대로 하나의 곡 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는 것.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의 춤을 생각하고 있어 요. 그 날은 옷도 좀 차려입고 멋지게 사진도 찍고. 생에 없었 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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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합시다, 같이!

수강생들은 별 일이 없어도 문화파출소에 들르곤 한다. 오며 가며 커피 한 잔 하기도 하고, 화장실 들렀다가 수다판 에 끼기도 하고. 수업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붙박이 주민’들이 늘 있다. 한 달에 한 번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파출소 밥상’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센터장이 옥상에서 키우는 상추와 고추를 뜯어오고, 주 민들이 집에서 남는 반찬을 모아 오면 파출소가 순식간에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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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파티장이 된다. 어울려 웃고 음식을 나눠 먹다보면 다 른 사람이 듣는 수업을 듣겠다고 벼르는 사람, 문화파출소에 2%가 부족하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너도나도 신 이 나서 목소리를 높인다. “요새 내가 창(唱)을 배우고 있어요. 창을 하면 한이 쫙 빠 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걸 나누고 싶어. 내가 잘 배워가지고,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가르쳐주면 얼마나 좋아요.” 강명화 씨의 이야기를 듣자 이에 질세라, ‘상담심리학’을

문화파출소 강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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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다며 기타 동아리 수강생이 나섰다. 조만간 문화파출소 강북에 <판소리 배우기>와 <일상 상담 클럽>같은 프로그램이 새로 생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잠시 앉았다가 가는 곳, 커피 한 잔 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휴식처. 문화파출소 강북은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의자 같은 존재다. 그 의자를 알아보고, 앉아보 고,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머지않아 더 많은 의자 들이 놓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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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

아롱다롱 달달한 초콜릿 상자

문화파출소 군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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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울린 명화 <포레스트 검프>는 남보다 지능이 낮 은 한 남자가 무수한 난관을 딛고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가는 전형적인 휴머니즘 드라마다. 유일한 보호자인 어머니 가 임종할 때,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의 불안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엄마……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다정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어머니는 이렇게 말해 준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는 아무도 모르지.”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또 다 른 의미가 숨어 있다. 세상은 다양함으로 가득하다는 것. 그 중 어느 하나도 나쁘기만 한 건 없다는 것. 제각각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하나 다 가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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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군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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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어른들 대신 춤추는 꼬마들이 주인인 파출소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인근의 산본시장은 여느 시장과 좀 다르다. 한글간판 사이사이에 한자(漢字)로 적힌 붉은색 간판 이 자리하고, 젓갈이며 김치 냄새와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독 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중국 동포와 한 국인이 어울려 사는 곳의 특징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시장 한쪽에 문화파출소 군포가 있다. 원래 파출소란 곳이 즐거운 일로 오는 곳은 아니다. 크고 작은 오해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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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 이래저래 불만이 많은 민원인들 이 모여들어 목소리 높이는 곳이다. 하지만 의외다. 얼굴 찌푸린 어른들 대신, 고만고만한 아 이들이 예쁘장한 발레복을 입고 음악에 맞춰 열심히 연습 중 이다. 문화파출소 군포의 프로그램은 주로 유아발레, 어린이 음악극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선생님! 다리에 쥐나요~~” 익숙지만은 않은 스트레칭에 아이들이 엄살이라도 피울라 치면, 선생님이 재깍 달려가 몸을 풀어주며 아이를 달래준다. “그럼 고양이 불러~” “야옹~ 까르르……” 아이들은 너나없이 바라보며 웃어댄다. 교통경찰관이 직접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도 진행한다. 아 이들이 제복 차림의 어른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아이들과 함 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벽화도 그린다. 삼복더위에도 포돌이 탈을 쓰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진도 찍어준다. 문 화파출소 군포는 복잡한 전통시장 안에 자리한 어린이들의 나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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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파출소인줄 몰랐어요”

“아, ‘예술단체인데 이름이 무슨 파출소지? 뭐, 특별한 의 미가 있나보다’ 했죠.” 유아 발레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박준영 강사는 처음 출 강 의뢰 받았을 때 문화파출소가 진짜 파출소라고는 생각 못했다. ‘요즘은 예술단체 이름도 참 재미있게 짓네~’ 이렇게 생각하며 첫 강의를 오던 날, 그만 산본시장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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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시장골목이라 복잡하니까 접촉사고가 나기 쉽죠. 그래서 경찰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고 보니까 문화파출소가 진짜 파 출소였던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놀라움만 가득했는데, 좀 지내보니 파출소가 가진 장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강생들 다수가 어린 이들이라 안전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경찰관들이 늘 함께하니 든든하다. 크고 작은 문젯거리가 생겼을 때도 경찰의 도움으 로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재미있고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호응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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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벽을 만들지 않는다

문화파출소 군포에는 다문화가정, 특히 중국동포 어린이 들이 섞여 있다. 초기에는 역시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문제 가 있었다. 일부 한국인 학부모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분리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달라는 요구를 해 온 것이다. 김유미 문화보안관은 그 요구를 거부했다. “소통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활동하는 데도 아무 제 약이 없는데 굳이 반을 나눌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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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불합리하게 반을 나누면 어린 시절부터 자기와 다른 사람 에 대해 편견이나 차별의식을 갖게 됩니다. 오히려 더 자주, 더 많이 섞이고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국적과 살아온 배경, 그리고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소외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차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더군요.” 박준영 강사는 편견과 차별의 벽을 만들지 않는 어린이들 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이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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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때의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열려 있고 포용력 있는 사회 가 되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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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콜릿 상자를 영원히 간직해 주길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낸다. 영화 내내 그가 보여주는 일관된 모습은 ‘단순 함’과 ‘명징함’이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사람과 사안을 대 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세상은 길을 열어 주었다. 문화파출소 군포의 어린이들은 굳이 서로의 다른 점을 들추기보다는 공통점을 찾아내 하나가 된다. 색이나 모양은 다르지만 저마다 달달한 맛을 내는 초콜릿처럼.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전통시장 한쪽의 문화파출소에서 함께 춤을 추던 기억을 잊지 말길, 아롱다롱 달달한 초콜릿 상자로 기억하며 영원히 간직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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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 |

배려와 조화로 음악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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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파출소

대구 달서구 도원동, 삭막하고 건조한 콘크리트 아파트 숲 속에 클래식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곳이 있다. 구립 도원도서관 옆 오른편으로 자그마한 야외무대를 끼고 있는 흰색 건물, 문화파출소 달서다. “선생님, 아직 비와요?” “의자 어떻게 할까요?” 한가로워야 할 주말이지만 아침부터 문화파출소 안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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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 틈도 없다. 나이도 성격도 천차만별, 어떤 아이는 티셔 츠에 반바지, 어떤 아이는 의젓한 경찰복을 차려입었다. 심지 어 갈색 머리에 흰 피부, 밝은 눈을 가진 외국인도 한 명 첼 로를 들고 자리를 찾아다닌다. 문화파출소 달서의 명물인 ‘어 린이명예경찰연주단’과 여러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합주단’ 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자리 좀 잘 잡아 봐요.” “어머니, 좀 나오셔야겠어요. 의자가 안 들어가요.” “우리 애 찍어야 하는데, 사진 찍은 거 보내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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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그리 크지 않은 파출소 안에 스무 명도 넘게 들어오려니 복도며 계단까지 사람들이 가득 찼다. 평소라면 분리되어 있을 치안센터의 파티션 너머까지 악기 케이스가 쌓였다. 불편하고 시끄러울 텐데 자리를 지키는 경찰관들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의자를 조금 더 빼준다. 치안센터장 만이 아니라, 저녁이건 주말이건 문화파출소에 들러 편의를 봐주는 장수택 경위 자신 역시 문화파출소 통기타 수강생 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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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아름다움 ‘칸타빌레(Cantabile)’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파출소 달서의 수업은 ‘악보를 보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어려운 곡을 연습할 때라면 몰라도, 간단한 기초 수업은 악보 없이 진행하는 것이 단장 인 박향희 문화보안관의 철칙이다. “집중을 방해하거든요. 악보를 보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 는데, 그러면 안 돼요. 아이들은 같이 뛰어놀고, 얘기도 하고 그래야 하잖아요.”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또 다른 학원으로 정신없이 옮겨 다니는 아이들은 문화파출소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웃고 떠든다. 이 시간이라도 핸드폰이나 컴퓨터에서 멀어져 옛날 아이들 뛰어놀 듯 계단을 오르내리고, 장난도 치면서 몸을 움직여 본다. 그렇다고 무질서하게 방치하지는 않는다. 제 팔뚝만한 악기를 들고 옹기종기 선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다정하지만 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가르친다. “자세 잡고. 옳지. 지금 친구랑 속도가 안 맞잖아. 친구랑 같이. 천천히. 혼자 하지 말고 옆 사람 들으면서. 자~ 칸타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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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로, 알지?”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를 뜻하는 음악용어다. 흐르는 듯 우아한 동작의 발레리나, 길거리에서 즉흥적 으로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언뜻 보면 춤과 음악은 자유로운 아름다움 그 자체 같다. 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소리와 예술을 창조하는 자유로움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음악이야말로 규칙과 질서의 모음집이다. 음표들 이 제 자리에 앉은 후 제 소리를 내야만 음악이 태어나기 때 문이다. 자유롭게만 보이는 아름다움도, 사실, 엄정하고 철저 한 규칙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이 칸타빌레다. “특히 합주를 할 때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음표예요. 그러 니까 혼자 튀어도 안 되고, 귀를 닫아도 안 돼요. 계속 옆 사 람의 호흡과 연주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자기 소리를 내야 하 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예절과 배려를 배우고, 생각하 는 힘을 기른다. 많은 음악 프로그램이 있지만 문화파출소 달서가 특히 오르프 수업을 내세우고, 합주를 강조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크다. 평범한 음악 강좌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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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하나의 유니폼을 입혀 통일성과 책임감을 부여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어린이명예경찰연주단’은 원래 백 명의 아이들을 모아 어려운 곳에 방문하여 음악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경찰복을 입고 연주를 하면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과 함께하는 협동심을 기를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 다. 그래서 무조건 딱딱하게, 엄하게, 규칙만을 외치진 않는 다. 자꾸만 서툴게 튀어나가는 음을 몇 번이고 다시 잡아주 며 자유로이 피아노를 친다. 물론 격려의 말도 덧붙여서. “하나 둘 셋, 다시 한 번. 레파파미, 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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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고 있어.” 아이들은 언제 까불었냐는 듯 집중하다가도 칭찬 한 번 에 대뜸 입이 벌어지고 어깨를 으쓱댄다. 그 모습에 구경꾼들 도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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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달서를 외치다

“K-POP을 듣고 한국에 관심이 생겼어요. 지드래곤의 팬 이에요.” 가족합주단에서 연주를 하는 독일인 베키는 한국 가수에 반해 무작정 교환 학생으로 왔다. “하숙집 가족들이 이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더군요. 호 기심에 따라왔다가 아예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마침 제가 첼로를 연주하거든요.” 한국어는 서툴지만 음악을 연주할 때는 척척 잘 알아듣 는다.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다. 박향희 문화보안관은 하나를 하더라도 더 멋지게, 더 잘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한 번을 하더라도 최고를 선사해야 기억에 남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오르프 교수를 초 빙해 특별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조리 코스를 배우고 있는 아들이 방학에 귀국한 것을 틈타 어린이들을 위 한 일일 무료 이탈리아 요리 강좌의 쉐프로 활동시키기도 한 다. 깜짝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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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달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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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하면 좋잖아요. 더 많이 오시면 더 많이 같이 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 같이 즐길 수 있는 곳. 문화파출소 달서는 오늘도 음악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엄정하되 자유롭게 노래하는 칸타빌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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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 |

사계절이 있는 기분 좋은 테라스

문화파출소 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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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은 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한다. 혼자 있자니 외롭고 여럿이 모이니 불편하고. 혼자 즐기고 싶은데 막상 그 시간이 길어지면 무료해지고, 함께 즐기면 재미는 있는데 크 고 작은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이럴 때 우리 마음속에는 테라스가 필요하다. 건물 내부 와 이어져 있어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도, 정원으로 나가 자 연과 타인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교류할 수 있는 곳. 이왕이 면 내 솜씨로 멋지게 꾸며 은근히 자랑도 하고 싶은 곳. 문화파출소 덕진은 바로 그런 테라스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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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를 닮은 공간

이름은 파출소인데 좀 다르다. 1층 방 중앙에는 원목으로 짠 묵직한 테이블이, 그 옆에는 잘 정돈된 책장이 놓여 있고, 파릇한 화단도 예쁘게 손질되어 있다. 한쪽 원목 벽면에는 하얀색 시트지 커팅으로 만든 ‘일상 에서 만나는 예술, 문화사랑방, 예술치유, 생활 밀착형, 즐거 움, 이웃에게 배우다, 주민자치’ 등의 글자들이 보인다. 원목 탁자를 사이에 두고 연배 지긋한 남녀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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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웃고 있다. 2층은 더 예쁘다. 흰 벽지로 둘러싸인 작은 방 중앙에는 6인용 나무 테이블이 놓여있고, 벽지와 짝을 이룬 듯 하얀 의자 몇 개와 나무 벤치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 위치가 좀 안 좋아요. 입구가 대로에서 좀 들어와 있거든요. 그래서 공간 꾸미는 걸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게 잘 구현된 것 같아요.” 문성희 문화보안관의 말에 자부심이 엿보인다. 내친 김에 책까지 내놓는다. <‘처음’의 기록>. 유휴공간이던 이곳을 리모 델링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백서다. 1층부터 2층까지 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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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위치, 구조, 재질 등 모든 것을 기획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1층은 ‘언제든’. 무심코 들어 와도 항상 반겨주는 사람이 있 는 곳이라는 뜻이다. 2층은 ‘이 따금혼자’. 때로 자기 속으로 침 잠해 들어가 상상과 공상 속에 서 노닐어 보자는 의미다. 3층은 ‘때론더불어’. 이름 그대로 누군 가와 시간을 함께하며 똑같은 일 상 속에 방점을 찍는 공간이다.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들 러, 혼자 사색에 잠기다가도, 불 쑥 찾아온 방문객과 차와 대화 를 나눌 수 있는 곳. 문화파출소 덕진은 테라스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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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맞는 일상을 문화예술로 풀어보자

‘생활밀착형 문화예술’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생활 속 에서 느끼는 격조 있는 여유가 아닐까? 품격을 지키되 딱딱 하지 않고, 자연스럽되 흐트러지지 않는 멋. 타인과 교류하고 존중하되, 자신만의 멋과 철학을 지키는 것. 문성희 문화보안 관은 문화파출소의 생활을 계절에 대입해보았다. 어린 시절 은 봄, 청춘은 여름이라는 말도 있듯이 뚜렷한 사계절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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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삶에 꼭 맞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절’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계 절의 특징을 먼저 살리고, 계절을 생각나게 할 요소들을 꾸 렸다. 요소들이 꾸려지자 그것들을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내 고 프로그램이 될 만한 수업들이 자연히 짜여졌다. 수업에 대 한 계획이 서자 문성희 문화보안관은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 다. 뜻에 동조하는 선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봄에는 가정의 달이 있잖아요. 그래서 선물, 특히 ‘손으로 만드는 선물’을 테마로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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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스러운 문화강좌’에서는 플라워데코, 누름꽃, 사진 찍기, 꽃 드로잉, 소설과 시를 쓰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화 려한 선물이 든 상자 대신 마음이 든 선물 상자를 직접 만들 어보자는 취지였다. “여름은 열매를 뜻하는 ‘열음’이라는 단어에서 왔잖아요. 그래서 ‘열음’이라는 단어와 매칭해서 기획해 보았어요.” ‘소리로 열음’은 기타, 우쿨렐레, 색소폰 같은 악기 연주, ‘손으로 열음’은 재봉틀 바느질과 실크스크린, 그리고 꽃 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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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보태니컬 아트, ‘눈빛으로 열음’은 책놀이, 그리고 영상 만들기. 실제로 하나씩 이수하고 나면 농사짓고 나서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직접 손으로 만들다보니 몸에 익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혼자서도 하게 되었다. 한 번 하고 끝나는 수업이 아닌 일상에 스며드 는 습관이자 취미를 하나 갖게 된 것이다. 이번 가을엔 주민들과 풍요로운 가을을 피우기 위해 ‘가 을-피다’라는 주제를 기획했다. 차와 커피를 만드는 ‘차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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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한 가을’, 손뜨 개, 업사이클링, 우 쿨렐레 연주로 이루 어진 ‘손끝으로 피어 나는 가을’, 그리고 가을정원 꾸미기와 목공으로 구성된 ‘가 을이 피워내는 빛깔’ 등 제철에 맞춘 프로 그램을 준비했다. 지 난 계절 집이 근처라 서, 경찰서인줄 알고 왔다가, 광고를 보고 등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은 또 다시 홍 보의 씨앗을 뿌려 신 입 수강생들이 한가 득 찾아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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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고 부러 떠 들지 않아도 향기 따 라 모이는 나비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 간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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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만든 테라스 하나

재봉틀을 배우러 온 젊은 여성 수강생은 이 공간에서 편 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파출소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선생님들도 그렇고, 전반 적으로 편안해서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죠. 책도 많고, 차도 마시고, 쉬어가기도 좋고 공부하기도 좋고.” 실은 1층에서 담소를 나누던 주민들 중 남성 두 사람은 사복 경찰관들이었다. 혹시라도 첫걸음을 한 주민이 제복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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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경찰관들을 보고 거리감을 느껴 돌아나가지 않을까 걱 정한 문화파출소 양해원 치안센터장의 배려다. 작은 파출소 에 경찰 업무와 문화파출소 사람들까지 살펴야 하니 이래저 래 분주하고 버거울 만도 한데, 치안센터장은 항상 ‘하나 더’, ‘내가 더’를 이야기하며 배려를 보인다. 테라스는 거실이나 방과 그대로 이어져 있다. 부엌일을 하 다가, 잠을 자다 일어나, 부담 없이 걸어 나와 앉아볼 수 있 는 공간이다. 격식을 차려 옷을 입을 필요도 없고, 어려운 이 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그저 편안하게 앉아 정원과 하늘을 바라보면 된다. 내키 면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고, 데크 체어에 누워 낮잠을 즐길 수도 있으며 언제든 훌훌 일어나 집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문화파출소 덕진은 이곳 주민들의 마음속에 테라스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품격과 여유, 생활과 문화가 부담 없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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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

정성 모아 돌탑을 쌓는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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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로 만드는 노래

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 (그대들의 건배, 기꺼이 받지요.)

Senor, senor, car avec les soldats, (여러분은, 군인들이시니,)

Oui, les toreros peuvent s’entendre. (그래, 우리는 투우사와는 잘 통하겠죠.)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다. 힘 있고 유쾌한 듯 한 노래에 어쩐지 애틋함이 배어있다. 문화파출소 여수가 한 순간에 오페라 무대로 변한 것은 성악을 전공한 김형진 강사 의 ‘나도 낭만 버스커’라는 프로그램 덕이다. 강사와 수강생이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이야기하고 불러보기도 한다. 김형진 강사가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제가 음악 하는 걸 무척 반대하셨어요. 한사코 고집 피워서 성악가가 되었는데 아버지께 제일 먼저 불러 드 린 노래가 바로 이 ‘투우사의 노래’예요. 이 노래만 부르면 아 버지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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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강사가 먼저 이렇게 자기 사연을 털어놓자, 노래가 부끄러운 듯 앉아있던 수강생들도 용기를 내 하나둘 입을 연 다. 사람 수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노래도 다양하다. 그 많은 사연들과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아 수강생이 직접 노 랫말을 만들면 전문 강사가 곡을 다듬어 길거리 버스킹을 하 는 것이 바로 ‘나도 낭만 버스커’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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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더 정겹게

사람은 누군가의 환경이라고 한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사 는가도 중요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환경이 되는지 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이다롱 문화보안관은 마을 이 야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일단 친숙하고 쉬운 것들로 접근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탬버린, 멜로디언, 리코더, 이런 건 누구나 초등학교 다닐 때 한 번씩은 배운 악기들이니까 부담 없이 연주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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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거기에다가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를 갖고 가사를 쓰는 거예요.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거창하거나 어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으면 그 게 예술이 될 수 있어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끼리니 공통분모가 많다. 맛집이 어디 있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파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 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우리 동네 괴짜는 누구인지, 다들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하나하 나 노래 가사 속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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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조금만 걸어 가면 바다가 있어요. 도깨비 시장도. 그쪽 돌아다니면서 동네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했어요. 아무래도 유화는 좀 어려우 니까 수채화로요.” 그렇게 해서 만든 이다롱 문화보안관의 또 다른 프로그램 이 ‘수채화 엽서’다. 하도 익숙해서 별 감정 없이 바라봤던 동 네 바다와 시장이 수채화를 그리는 동안 새롭게 보였다. 그 만큼 동네에 대한 애정도 깊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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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와 여천이 한 지역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토박 이들에게는 다른 동네 같다. ‘여천에서 여수로 넘어간다’라는 말이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같은 듯 다른 동네 산다지만 문 화파출소에서는 그냥 다 같이 우리 회원, 우리 동네란다. 마 을의 영역이 확장되고 사람 사는 사이는 가까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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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탑

무엇이든 함께하는 분위기 덕인지, 문화파출소 여수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모임이 많다. 어르신 세 분 이 우쿨렐레 수업을 들었는데 이야기도 잘 통하고 재미있 었던 모양이다. 과정이 끝난 뒤에도 화요일마다 우쿨렐레 연습 동아리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책읽기 모임 역시 마 찬가지다. 모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고 이 모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오는 따뜻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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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그래서 문화파출소 여수 내부에는 강사와 주민들이 만 든 작품들이 여기저기 한가득이다. 수업 시간에 만든 것들 을 예쁘다고 두고 가고, 자랑하려고 얹어놓기도 한다. 내가 만든 내 것이라기 보단, ‘함께 만든 우리 것’이라는 생각 때 문이다. 덕분에 문화파출소 여수 공간 곳곳에는 화분, 시계, 다육 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마음을 담고 이야기를 담아 하나하나 놓은 것들이다. 마치 절이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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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오래된 돌탑 같다. 작은 돌들이 쌓 인 큰 탑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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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 큰 마음 담아 서로서로 어깨 맞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을 들으 니 가까운 거리만큼 사람들도 좀 더 배려하고 친절해지는 법 을 배운다. 방에 모여 옛이야기 나누듯이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고 어울리는 게 신이 난다. 기쁨과 즐거움은 건넬수록 커진다고, 옆에서 즐겁게 지켜 보는 김관중 치안센터장도 미술이나 캘리그라피를 배워보고 싶어 주민들 수업에 관심을 가진다. 한옥 정원을 손수 가꾸 고 있는데 미적 감각이나 눈썰미가 전문가급이라 그 ‘끼’를 한 껏 살리는 것이다. “부담 없이 와서 차 한 잔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경찰 이 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됐어요. 아, 경찰서가 이렇게 변할 수 도 있구나, 그런 말하는 주민들이 많아졌거든요.” 문화파출소 여수가 시작했을 때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 기 때문에 이 곳 변화를 다 보았다는 치안센터장은 경찰이 시민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넘어, 문화파출소를 통해 다 함께 주민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마음 한 조각을 돌탑 위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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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피곤한 삶의 여정에 우연히 마주친 돌탑 앞에 섰 을 때처럼, 문화파출소 여수의 사람들은 잠시 한숨 돌리며 자신의 소망을 담아 돌멩이 하나를 얹는다. 그렇게 해서 여 수 바다 근처에는 매일같이 돌탑 하나가 키를 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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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남부 |

문화로 드리운 느티나무 그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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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마을에는 으레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아낙네들이 음식을 나누며 고민을 털어놓고, 아이들은 엄마 를 찾아 느티나무 아래로 왔다. 어르신들은 그늘 아래 바둑 을 두며 두런두런 동네 대소사를 의논하고, 오고 가는 사람 들의 짐도 맡아 주었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내 집 마당이자 사랑방이고, 때로는 인생을 배우는 학교이기도 했다. 익명성 으로 살아가는 도시에서 가끔씩 이런 그늘이 그리워질 때 느 티나무처럼 찾아 깃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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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저녁 풍경을 보다

“오늘 내가 김밥 했다~” “그럼 내가 과일주스 좀 갈아 갈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오가는 대화. 의외로 사춘기 청소년도, 청년도 아닌 동네 아줌마들이다. “나는 백김치 싸 놨다. 아직 맛은 덜 들었는데 그냥저냥 먹을 만은 하다.” “내 찰밥 해가니까 누가 알타리 김치 좀 갖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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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소풍이나 야유회라도 가나 싶은데, 목적지는 울산시 남구 중앙로에 자리한 문화파출소 울산남부 교실이다. 대화 의 주인공은 모두 이곳의 수강생들. 누구랄 것 없이 도시락 을 싸들고 온다. “누가 부탁하거나 일부러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 럽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지요. 여긴, 뭐랄까…… 특별한 ‘정(情)’ 같은 게 있어요.” 김정선 문화보안관의 말대로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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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정리하고 둘레둘레 모여 도시락을 늘어놓는다. 갓 지어 김이 솔솔 나는 밥, 직접 담근 김치와 젓갈, 재료를 아끼지 않 고 풍성하게 만 김밥, 구수한 국…… 옛날 고향집에서 저녁 무 렵 귀가하면 맡을 수 있던 냄새와 분위기가 그대로 펼쳐진다. “여기 오면 재미있으니까 수업 끝나고도 안 가고 앉아 놀 아요.” “자식들 다 나가 살고, 집에 가면 혼자 연속극밖에 더 봅 니까? 그래 여기 앉아서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하고, 밥도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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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먹고 그리 놀다가 가면 좋지요.” 그렇다고 문화파출소 울산남부가 단순한 '수다 떠는 동네 사랑방'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팝아트며 꼼지락 손가락(바느 질), 나에게 주는 선물(가죽공예), 일상에 향기를 더하는 시간 (캔들)과 캘리그라피까지 다른 곳과 비교해도 모자랄 것이 없

는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강사님들도 문화파출소에 애정이 많으세요. 먼저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물어봐주시고, 같이 참여도 하시고.” 수업이 끝나면 대화 한 마디 없이 각자 집으로 사라지는 다 른 학원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모두가 주민이자 강사, 친구로 서 로 돕고 배려한다. 가족을 그린 팝아트, 수업이 끝나고 모두와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는 포트럭 시간 등, 이런 관심을 바탕으 로 문화파출소 울산남부에서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수업 참여자가 주민강사가 되기도 한 다. 손뜨개나 보태니컬 아트 수업이 그것이다. 단순한 문화 수업 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흥미에 맞춰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김정 선 문화보안관은 그 많은 수업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애정 있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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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단도 있어요. 아이들이 직접 동네 일을 취재 하고, 좀 더 동네를 친숙하게 여기는 거죠.” 멋진 발대식 사진을 보여주며 웃는 김정선 문화보안관의 손 안에는 한가득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혼자 만든 이야기 가 아닌 다 함께 만든 이야기다. 이 ‘다 함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 생각과 달라진 것이다. “저는 처음에 문화파출소가 하는 일이 문화를 전파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고 가까워지고, 그래서 덜 외로워지도록 돕는 게 제 일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김정선 문화보안관은 여기가 이렇게 사랑방이 된 것이 즐 겁고 흐뭇하다고 했다.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람이 지나가건 말건 제 할 일만 바쁘던 사람들이 경계심 없이 모여앉아 관심을 주고받는 것이 기쁜 것이다. 남의 일도 제 일처럼 챙기니 작은 일이 생겨도 서로 해결책이며 조언을 주고받는다.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끝날 일들이 더 빨리 풀 리고 더 편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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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다

문화파출소 울산남부의 건물 벽에는 어설프지만 한껏 정 성들인 흔적이 역력한 벽화가 있다.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가 시민들과 함께 하트를 품고 있다, 날갯짓하는 새의 형상이 다. 이 하트는 ‘범죄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나타내는 로고이 다. 문화파출소 벽에 이 벽화가 그려진 이유는 범죄 후 트라 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벽화 역시 피해자전담 경찰관과 문화파출소의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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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안관이 다 함께 그린 것이다. “가장 좋았을 때요? 음…… ‘고맙다’ 는 말을 들었을 때요. 아, 더 좋은 건, 이렇게 말씀해 주실 때에요. ‘이젠 나가서 이 런 걸 해 보고 싶다, 저렇게 살고 싶다’ 미래 계획을 말씀해 주실 때, 그때 제일 기뻐요.” 울산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피해자심리전문요원 김보경 경사는 “피해자를 만나 상담을 하며 피해 내용이나 상태를 확인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 아픔에 스며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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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심도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치유되어 가는 내담자들을 볼 때 느끼는 기쁨과 성취감 은 대단하다. 힘들어도 경찰관들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 기도 하며, 문화파출소가 주민들 가까이 들어와 안전한 장소 와 예술교육을 제공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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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드리운 느티나무 그늘

사람이 모이면 잔치가 벌어지게 마련. 여기서도 잔치가 열 린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문화유자(文化有者) 데 이’. 문화가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문화파출소 울 산남부가 이름붙인 축제다. 수강생들이 한 달간 준비한 작품 을 문화파출소 내부 곳곳에 전시하고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작은 축제다. 특히 이 행사에는 울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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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직접 참여해 주민들과 어울린 다. “야, 살살 좀 씻어라. 체리가 수박이냐, 그렇게 박박 씻 게?” “설탕 어디 있어? 좀 부어봐. 아, 팍팍 좀 부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이번 달 문화유자데이의 하이라이트, ‘과일청 만들기’. 이달의 과일은 바로 체리다. 다들 목소리가 한 옥타브씩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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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간다. 체리를 씻고 물기를 제거하고, 씨앗을 빼고, 설탕에 버무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아이들 소꿉장난하듯이 재미있 고 신나는 모양이다. 피해자전담 경찰관도 예외가 없다. 소매 둥둥 걷고 열심 이다. 평소에는 시민의 지팡이로 활동하지만 오늘만은 음식 CF 모델이 따로 없는 한 명의 문화주민이다. “마누라한테 점수 좀 따려고요. 맨날 늦게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 또 들어가면 잠이나 퍼 자고, 미안해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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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체리즙이 흰 와이셔츠에 튀고 말았다. “아이고, 점수는 됐고, 타박 받게 생겼네. 저거 물 어떻게 빼나? 이제 죽었다~” 아주머니들이 놀려대자 경찰관도 크게 웃는다. 문화파출소 울산남부는 커다란 느티나무다. 문화와 치유 로 그 그늘을 더욱 깊게 드리워가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오늘 도 주민들은 서로서로 말 한 마디, 웃음 한 조각 나누고 새로 운 힘을 얻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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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부 |

정, 사람, 문화의 三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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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그걸 거기 쏟으믄 어떵허느니!” (야, 그걸 거기 쏟으면 어떻게 해?)

“보라게. 무사 염색물 망 시니.” (봐라, 왜 염색물을 망치구 그래.)

“양~ 이것이 이뿔 거 같지 않으꽝?” (아니, 이게 이쁠 것 같은데~)

“이거 보라게, 머시 이쁘냐게. 더 이상해졌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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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뭐가 예뻐. 이상해졌지.)

한바탕 타박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뜸 염료를 한 양동이 에 합쳐버린 아주머니도, 타박을 놓는 강사도 웃고는 도리어 남은 옷가지들을 염색물에 푹 담갔다. “안 나완. 이거 색이 안 나오켜.” (안 나와, 이거 색이 안 나오겠네.)

“무사 이뿌기만 햄주. 핑크영 보라보다 나삼져.” (왜 이쁘기만 한데. 핑크가 보라보다 낫지.)

송강호가 크게 그려진 파출소 뒤편, 색색깔 옷이 빨랫줄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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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걸렸다. 파랑색, 보라색, 자주색, 그 리고 문제의 핑크색……. 옷가지들이 말라 가며 바 람에 흔 들린다. 빛 바랜 헌옷 에 도라지 와 쪽 같은 천연재료로 물을 들이는 천연 염색 수업 시간이다. “제주 말이 억세요. 파도치고 바람 부니까 억양이 강하고, 옥타브도 높고. 우리는 반가워서 하는데 육지 사람들은 싸우 고 성내하는 거 같다 그러고.” 박금옥 문화보안관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수업 이 끝나 나오는 아주머니들 손에는 모두 ‘봉다리’ 한 개씩 들 려있다. 마지막으로 만든 ‘안 예쁜’ 염색물이다. 염색물만 나눠가졌는가? 소위 ‘HOT’한 핑크색과 엷은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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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색 사이에 제비꽃마냥 예쁜 자주색 옷이 한가득이다. 핑크 는 너무 젊은 색이라고, 보라색은 갈물(풋감을 찧은 물) 때문에 색이 잘 안 든다고 걱정이더니, 이 색은 예쁘기 그지없다. 여 러 색이 뒤섞여 걱정 끝에 가장 좋은 것이 나오는 곳. 문화파 출소 제주서부는 그런 곳이다.

제주 토박이의 의기투합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독특한 점이 있다. 다른 곳에는 하나뿐인 문화보안관이 셋이나 있다는 것! 모두 애오라지 자 기 분야 하나만 파고 든 사람들이라 언뜻 보기에는 ‘문화예 술’ 외에는 도통 얽힐 일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모두 한 단체 의 대표, 각자 살림살이도 바쁜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문화가 필요한 곳은 바로 이렇게 사람 드물 고, 그래서 사람이 더 반갑고 그리운 곳이 아닐까 하는 마음 에 혼자 하기는 버겁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세 명이 모여 하기로 했다. 마침 세 명의 특기도 전부 달랐다. 조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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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교육 전공, 그리고 사진영상 전공까지. 문화파출소를 운 영하기에 최적의 팀워크였다. “토박이들끼리 같이 해보자, 한 거죠. 제주도 어르신들은 마음을 쉽게 안 열어요. 대신 한 번 마음 트면 오래 가죠. 제 주도 사람만 알 수 있는 퉁명스러우면서도 끈끈한, 설명하기 힘든 그런 게 있어요.” 토박이라서 어르신의 마음 공략법을 잘 아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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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익고 맘에 익어 정겨운 것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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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동은 젊어도 40대, 대부분은 5060으로 이루어져 있 다.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역적 특징을 살릴 수 있 는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했다. 문화보안관들은 디저트 카페 의 예쁜 케이크 대신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화채를, 프랑스 자수 대신 고무장갑 끼고 대야에 염색물을 들이붓는 천연 염 색을 택했다. ‘제주 갈옷’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정도로 천연 염색은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에 밀착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파출소가 어렵다고 둘러 가던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주도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고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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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거리는 손을 잡아 주고 일단 한 번 해보시라 손을 내민 건 세 문화보안관의 ‘직접 하자’라는 철학 덕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내 걸 하는 공간이에 요. 저희는 조력자죠. 하고 싶어 하시는 걸 함께하고,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문화파출소를 새로 단장한 지 한 달, 직접 자르고 갈고 다듬어 내 그릇을 만드는 목공 수업에만 12명이 들었다. 염 색 수업에도 10명은 족히 되는 수강생들이 모여 깔깔 웃으며 빨래를 했다. 우아한 문화, 아름다운 예술이 아닌 ‘내 것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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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 체험’, ‘나만의 창작’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영역에서 각 개격파를 한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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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2가 아니고 3이다

“밥이 다 되었습니다!♪” 2층 부엌에 놓인 밥통이 김을 뿜어낸다. 냉장고 안에는 으레 있을 법한 디저트나 주스 대신 과일이 통째로, 그리고 김치며 밑반찬이 들어있다. “밥 먹고 가요, 밥. 김치밖에 없지만.” 박금옥 문화보안관은 사람들과 자주 밥을 나눠 먹는다고 했다. 쌀만 씻으면 되니까. 반찬은 그날그날 갖고 오는 사람들 걸 먹는다. 그렇지만 대부분 반찬의 출처는 박금옥 문화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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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어머니 냉장고다. 먹을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철학! “수업만 하고 가면 옆 사람 이름이 뭔지, 뭐하고 사는지 모르잖아요. 그건 문화가 아니라고 봐요. 문화는 먹는 걸로 시작해요. 먹다보면 얘기가 다 나오거든요. 자식 얘기, 조상 얘기. 그래서 밥그릇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밥은 대화를 이끌어 내는 맛있는 매개체인 셈 이다. 특히 요즘은 이주민 회원도 많아지고 있어 더더욱 대화 가 필요하다. 제주도 특유의 배타성에 더해 이주민에게 호감 을 갖지 않는 원주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일부러 살 러 왔는데 은근한 소외감에 서운해 하는 이주민도 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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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여기서는 같이 염색하고, 만들고, 밥을 먹으며 가까워진 다. 이주민이라는 단어 자체도 우습다며 박금옥 문화보안관 은 손을 내저었다. “입도민! 아니, 그냥 주민이죠! 원주민 이주민 나누는 것 도 이상한 거예요. 그냥 다 같은 동네사람이지. 제주도 오면 다 제주도 사람 되는 건데, 뭐. 편 가르지 말고, 살던 사람은 살던 사람대로, 살러 온 사람은 살러 온 사람대로 서로 가르 쳐 주고, 배우고, 의지하고, 그러는 거야.” 더불어 하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문화로 풀어나간다. 이래저래 구분하지 말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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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늘 먹던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정(情)’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화채 먹고 가요. 화채.” 큰 대접에 수박이며 사과, 파인애플이 살얼음 낀 우유와 한데 뒤섞였다. 연신 사양을 해도 먹고 가야 한다며 기어이 작은 컵에 소담스레 담아준다. 과일이 한데 섞여 달달하게 어 우러지는 화채 한 그릇 안에 문화파출소 제주서부의 꿈이 담 겨 있다. 난 곳 다르고, 배경도 다르지만, 지금은 한 공간에 모여 어우러지며 또 다른 맛을 배우고 느끼고 닮아 가게 하는 것. 그것이 문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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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

별을 보던 나의 쉼터, 나의 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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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벌레 우는 소리가 잠시 멎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작은 그림자 두어 개가 오락가락한다. 꼬마들이다. 기껏 따 봐야 수박 한두 통. 더 들지도 못할 거다. 하지만 욕심내다가 갖고 가지도 못할 수박 여러 개 따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닐 터. 서 리 나온 꼬마들이 낑낑대며 수박 하나를 딴다. 하나를 또 따 려는 순간, 원두막지기는 고함을 지른다. “이노오~~~옴! 수박 도둑 잡아라~” 작은 그림자들은 부리나케 달아난다. 그래도 가까스로 딴 수박 한 통은 기어이 안았다. 원두막지기는 웃으며 벌렁 드러 눕는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내일도 맑겠구나. 내일은 누가 올까? 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 갑자기 쏟아지는 소 나기를 피해, 밤에는 그저 편히 누워 하늘 볼 자리를 위해 부 담 없이 찾아드는 원두막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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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끝에 얻은 교훈 ‘쉬었다 하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어요. 트럭이 거의 뒤집혀서. 죽 는 줄 알았는데, 차는 폐차를 했지만, 안 다치고 살아났어요. 그래서 바로 일하러 갔는데, 그러다 한 달이나 쓰러져 누웠어 요. 후유증 때문에.” 문화파출소 청원의 오정균 문화보안관. 그는 쉬어 본 적 이 없었다. 늘 달리고 오르는 인생이었다. 그런데 덜컥, 큰 사 고를 당했는데, 아픈 것보다도 일 걱정이 앞섰다. “큰일 났다, 어쩌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하지? 망가지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다가 겨우 몸을 추스리고 제일 먼저 달려간 곳도 일터였다. 그런데 웬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터는 잘만 굴러가고 있었다. “내가 없어서 더 잘되는 일도 있었던 거죠. 그 때 깨달았어요. 천천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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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되는구나. 내가 다 쥐고 있을 필요가 없구나, 싶었던 거죠.”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로 했다. 못해도 좋고 늦어도 좋으 니 설렁설렁, 혼자 악 부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찾아 살기 로 했다. 그렇게 살다 살다 찾아온 곳이 청주시문화재단과 청원경찰서가 함께 꾸몄다는 문화파출소 청원이었다. 율량 천을 앞에 끼고 들어앉아 꼭 원두막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자연에 안겨 자연과 놀다

“근처에 아파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죠. 가게로 치면 목이 좋아요. 그런데 옛길이다보니 통행이 조금씩 줄어 들었었죠.” 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주 부들. 오전 내내 서로 수다 떨면서 재미난 것을 만들어서 돌 아간다. 엄마가 오니 아이들도 따라온다. 아이들을 위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율량천, 무심천의 갈대와 식물을 꺾어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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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기를 만들어 직접 불어보게 한다. 학원으로 끌려 다니면서 음 악을 배우던 아이들은 싱그러운 풀이 내는 소리에 신기해 한다. 무엇보다 손으로 이리저리 만지면 악기가 완성된다는 것 이 큰 성취감을 준다. 이 프로그램을 한 번 거치고 나면 주변 의 풀이나 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된다. 아파트에 살면서 도 그 앞을 흐르는 율량천에서 풀피리를 부는 추억을 간직하 는 행운을 얻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등나무 같은 자연재료로 바구니와 쟁반을 만드는 프로그 램도 운영한다. 작게 엮인 바구니들이 원목스텐실 수업의 서 랍장 옆으로 늘어서 있다. 지난 학기의 멋진 성과품이다. 강 사는 흐뭇하게 그 바구니들을 바라본다. “요즘 플라스틱 바구니나 그릇이 얼마나 싸요? 그래도 이 건 다르잖아요. 자연재료로 만든 거니까 화학성분도 없고, 또 직접 만들었으 니까 하나밖에 없 는 물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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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상에 찍는 색깔 다른 방점 하나

문화파출소 청원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주부다. 오전 시 간에 짬을 내거나 저녁 전에 두어 시간씩 수업을 듣고 간다. 그 짧은 시간이 평범한 문화센터 프로그램이 되지 않게 하려 는 것이 문화보안관과 강사들의 목표다. 손뼉도 짝이 맞아야 친다고, 프로그램에 온종일 힘쓰는 문화보안관을 보며 수강 생들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수업에서 만든 것에 대한 자랑 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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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집안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허전해 요. 집에 뭔가 특별한 것 하나쯤 놓고 싶은 마음이 들죠. 책 에서 보던 예쁜 소품들을 직접 만들다 보면 ‘나 생각보다 솜 씨가 좋네?’ 하는 생각도 들고 가족들한테 자랑도 하고, 좋 죠.” 즐거운 일을 하니 5시간도, 10시간도 짧다. 원목 수납장 에 사포질을 하고 칠만 해도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내가 칠한 것이 예쁘니, 남이 칠한 것이 비뚤어질까 걱정된다느니, 입도 바쁘고 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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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문화파출소씨

“우리는 콘셉트가 ‘불친절’이에요. 혼자서 하라 그래요. 도 와줄 수는 있지만 내가 해주면 내 작품이지, 수강생 것이 되 는 것이 아니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오정균 문화보안관은 천성이 친절하다. 주민은 물론 함께 공간을 쓰는 박유섭 치안센터장과도 손발 이 척척 맞는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즐겁게 놀다가고 멋지게 못 만들어도 즐겁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걸로 충분하단다. 그래서 치안센터장은 먼저 나서서 순찰도 한 번 더 돌고, 주민들의 민원과 어려움도 두 번 세 번 챙긴다. 마치 원 플러 스 원처럼 따뜻한 친절 하나 더 얹어주는 셈이다. “나쁘지 않아요. 주민들하고 인사도 하고, 더 잘 알게 되 고. 서로에게 더 좋아요.” 그렇다고 경찰관의 업무만 열심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아이들 수업에 쓸 소마큐브(나뭇조각 여러 개로 만들어진 3차원 퍼 즐)의 조각을 붙이는 일에도 먼저 나서서 열심이다. 목공용

풀로 하나하나 붙이면서 ‘서로 돕는 거죠’ 하며 웃는다.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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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만 아니면 하나 배워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돕고 도 우면서 겸사겸사 친해지고 마음도 채우는 것이다. 불친절이 친절이라더니, 사실 이미 친절을 다 베풀어서 더 부족한 게 없게 만들어버리는 일명 친절 과포화 작전이 아닌 가 싶을 정도다. “내가 한 번 더 하면 다른 것들이 따라오거든요.” 그 말에 이미 큰 친절이 담겼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화보안관은 옆구리에 홍보용 현수막과 물건을 챙겨들고는 길을 나섰다. 박유섭 치안센터장은 어느 새 또 찾아온 주민에 게 자리를 권한다. 그새 들어온 민원에 관할과 방법까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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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나 설명해주기 위해서. 누구나 ‘길 좀 물읍시다’, 하고 찾아올 수 있고, 그렇게 온 김에 설렁설렁 커피도 한 잔 하고, 프로그램도 들어보고, 마 음에 들면 또 와도 되고, 이도저도 귀찮으면 율랑천에 발 담 그고 풀피리를 불어도 좋은 곳. 문화파출소 청원은 삭막한 아파트에 숨은 문화 원두막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불친절이 콘셉트라고 우기는, 친절한 원두막지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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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

자연을 수놓고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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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놀러오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도 20분에서 30분 걸리는 곳에 있으니. 게다가 주위는 온통 산! 근처 식당에도 차를 타야 갈 수 있다. 밤이 되면 칠흑 같 은 어둠에 잠긴다. 여름 캠프 갈 때나 볼 법한 곳에 있는 것 은 바로 문화파출소 춘천! 다소 시내 중심지에서 떨어진 곳 이지만 문화파출소 춘천에서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알차 게 영글어가고 있다.

문화파출소 춘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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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서 더 좋아

“저는 좋은걸요. 원래부터 숲, 들, 이런 걸 좋아했어요. 그 래서 중심지에서 먼 것에는 전혀 불만 없어요. 맛집 같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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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부러라도 찾아가잖아요. 여기도 그렇게 오면 되죠. 일주 일에 한 번 수업을 하러 오는 건 소풍하는 기분으로 오면 되 는 거구요.” 야생화 자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예진 강사는 바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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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리켰다. 두 개 건물 사이에 중정(中庭;집안의 가운데, 혹은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있는 뜰) 같은 공간이 있다. 중정 양끝으

로 난 창을 통해 주변에 우거진 나무와 꽃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수강생들도 저랑 똑같은 생각이에 요. 안 그러면 이 먼 데까지 오겠어요? 그냥 배우는 게 목적 이면 시내 백화점 문화센터에 가도 충분한데. 여기 오는 걸 소풍처럼 생각하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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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자수에 있어 문화파출소 춘천은 노다지 밭이다. 자수에 필요한 꽃들이 다채롭고 풍성하게 피어 있으니, 사진 이나 그림이 아닌 진짜 꽃을 보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 스레, 소담스레 피어난 꽃들에 자수들도 더없이 예쁘게 만들 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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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정원사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바 로 문화파출소 춘천의 최승찬 치안센터장이다. “원래 나무 심고 꽃 가꾸는 거 좋아했어요. 그래서 일한 다기보다는 놀이하듯이 했어요.” 경찰이 주는 인상과 달리 워낙 손재간이 좋아서 웬만한 건 직접 했다. 흐드러진 야생화들도 그가 마을 자치위원회의 도움 을 받아 심었다. 하지만 가장 보람차게 여기는 건 주민들과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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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교류한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문화파출소는 이 시 골마을의 신참이고 막내. 정 하나로도 움직이는 시골마을에서 는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정원 만드는 걸 보신 면장님께서 당신이 심 다가 남았다면서 꽃을 갖다 주기도 하셨죠. 많이들 도와주셨 어요. 하우스 만드는 것도 주민들이 많이 도와줬고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꽃 심고, 박을 가꾸고. 자연과 문화가 한데 덩굴져 올라가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하나둘 찾 아오기 시작했다. 불가능할 줄 알았던 강사 섭외도 생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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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었고, 무엇보다 멀리서부터 강좌를 듣겠다고 찾아오는 수강생들이 늘었다. 마을 사람들도 오며가며 한 번씩 들리더 니 이제는 완연한 춘천 동면의 좋은 마을 평상이다. 마음도 차분해지고, 처진 기분도 업 시켜주는 문화파출소가 되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

그러나 정은경 문화보안관이 꼽는 문화파출소 춘천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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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뷰(Best View)는 바로 자연과 뛰노는 아이들의 뒷모습 이다. “토요 프로그램을 할 때는 인디언 텐트를 쳐놓고 에어백 을 깔아놓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면 서 마당에 누워 있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러는데 그 모습 을 바라보고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져요.” 작은 고무동력 비행기 하나 날리기도 어려운 현대 도시, 하지만 문화파출소 춘천은 근처 초등학교와 이야기하여 문 화파출소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드론을 날리고 뛰어놀 수 있

문화파출소 춘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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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했다. 비행기를 조종해 날린다며 한껏 들뜬 아이들이 강사를 따라 드론을 들고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 떠오른 드론을 보 며 지르는 환성, 그 모든 것들은 이곳의 위치 덕분이라고 모 두가 말한다. “아이들이 드론 수업하러 걸어가요. 그 아이들이 걸어가 는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뒤따라 가봤더니 풀냄새가 나는 거 예요. 그런 거 경험 못해보셨죠? 소소하겠지만, 아이들과 같 이 시골길 걸어가고, 교정에서 뛰어다닐 때 풍겨오는 풀냄새,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여기서 일하는 게 보람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도시 아이들이 풀냄새 맡고, 층간소음이나 자동차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이 곳뿐이라고, 문화보안관은 웃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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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문화의 뜨락

풀냄새만 날까? 가끔 음식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강좌가 끝나면 식사 시간이 애매하고 거리가 있다 보니 아이들의 어 머니들이 여기서 밥을 해먹자고 했다. 돼지고기도 볶아오고, 복분자도 가져오고, 청국장도 들고 온다. 평범한 밥상이 자연 과 맞물리니 순식간에 별 보는 마당, 뜨락으로 변신한다. 뜨락은 개인 공간이지만, 이웃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반쯤 열어둔 대문을 통해 언제든 고개 살짝 들이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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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다가 슬그머니 들어와 평상에 앉을 수 있는, 그러다 이 야기 도란도란 나누며 평상 위 과일 한 조각이라도 나눠먹는 곳 말이다. 문화파출소 춘천이 바로 그렇다. 뛰어놀고 들어오는 아이 들을 마중하며 음식을 늘어놓는 엄마, 자매처럼 웃고 수다 떠 는 강사와 문화보안관, 조금 떨어져 화단을 가꾸다가도 사람들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치안센터장까지. 비록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먼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 바로 이 옛 시골 그대로 정겨운 뜨락의 풍경이 그리워서일 것이다. 최근 정은경 문화보안관은 또 하나 기다리는 게 있다. “밖에 저 하우스 쇠파이프 저기에 박이 올라가고 있어요. 저게 8월, 9월 되면 박이 주렁주렁 열리겠죠? 박 따서 색칠도 해보고 그 그늘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박을 따 색칠을 하고 그늘을 즐길 수 있을 즈음이면 아이 들의 드론 실력도, 엄마들의 자수 실력도 한껏 성장해 있으 리라. 시간 따라 영글어가는 자연처럼 지낼 수 있는 곳, 잠시 들러도 숨을 돌리고 갈 수 있는 곳. 문화파출소 춘천은 그렇 게 사계절 뜨락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며 꽃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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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파 출 소

쉼 표

이 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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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이야기 셋,

다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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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 그거 피아노나 발레 배우는 거 아냐?” “파출소? 술 취한 사람 가는데?” 문화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지는 일상, 가장 가까운 곳으 로 찾아온 문화파출소는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뿌듯해지 는 공간입니다. 비록 처음에는 사람들의 걱정과 오해, 파출소 라는 부담감에 몇 번이고 문 앞에서 망설였지만 한 번 들어서 면 마치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낡은 파출소에 하얗고 파랗게 새 칠을 하고, 직접 만든 화분과 양초로 장식을 하고 공간 한 움큼을 내어 사람들 이 들어와 제 집처럼 꾸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둘 찾 아온 주민들은 앨범의 사진을 채워가듯이 문화파출소에 숨

164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쉬는 이야기가 되고, 또 주인이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작게만 느껴졌던 공간은 사람들이 늘어 날 때마다 자꾸자꾸 커졌습니다. 마을로, 악단으로, 자연으 로, 저 멀리 운동장으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문화 파출소는 두 팔 벌려 어서 오라 맞아주었습니다. 화룡점정, 벽에 그려진 용에 눈을 그려 넣자 용이 살아나 날아가 버렸 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것에 단 하나를 더하는 작 업,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는 아직 문화파출소가 찾아가지 않은, 문화파출소를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화파출소가 날아갈 수 있도록 전해주는 하나의 점입니다.

문화파출소 이야기 셋, 다시 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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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화파출소도 점을 찍고 날아오를 차례입니다. 문장을 끝내는 마침표 대신, 문화파출소를 통해 가까워진 사람들은 쉼표를 하나 찍고 다시 또 앞으로 나갈 것입니다. 쉼표 찍고 앞으로, 돌아보면 즐거운 추억이 되고, 바라보면 일상에서의 시원 한 휴식처가 되기를 바라면서…. 문화파출소의 ‘앞으로’는 계속됩니다. 언제든 찾아주세요.

166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문화파출소 이야기 셋, 다시 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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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발 행 일 2017년 11월 10일 발

행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화 02)6209-5900

홈페이지 https://www.arte.or.kr/index.do 기획·제작·사진 브랜드스토리 디 자 인 · 인 쇄 더메이커

168 … 문화파출소 쉼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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