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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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당신의 예술은 어디에 있나요? 주말문화여행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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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나만의 여행 방식 찾기 나는 어떤 여행에 적합할까? 08 첫 번째 예술 여행 물길따라 그림여행 PAINTING 김물길

20 두 번째 예술 여행 소리여행스케치 SOUND 정만영

30 세 번째 예술 여행 1, 2, 3 투어 LITERATURE 김민정

38 네 번째 예술 여행 단 한 줄의 필름 PHOTOGRAPH 노기훈

48 다섯 번째 예술 여행 땀친구 함께파 CRAFT 공혜진

60 여섯 번째 예술 여행 상상굴 ANIMATION 장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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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 방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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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여행에 적합할까?

! 작 시 1 짜장면

1 강아지 2 고양이

1 걷기 2 뛰기

2 짬뽕

1 익숙한 것 2 새로운 것

1 빨간색 2 검은색 YES 1 중국 2 일본

자판기를 지나치지 못한다

NO


1 함께 2 혼자

A B

1 아침 2밤

1 바다 2산

C

1 여름 2 겨울

A TYPE | 감촉 소리 풍경 | 탐험가 | 자연 속 예술 감각을 깨우는 여행 B TYPE | 장면 마음 단어 | 예술가 | 도시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여행 C TYPE | 색깔 맛 상상 | 몽상가 | 상상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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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예술 감각을 깨우는 여행 산과 물, 나무와 바람. 자연 속에서 우리는 어떤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바람의 색, 나무의 목소리는 또 어떤가요? 자연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 속에서 일일 탐험가로 변신해 감각을 깨우는 과정입니다.

PAINTING 김물길 SOUND 정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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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그림여행 작가: 김물길

그림을 못 그린다고? 괜찮아. 꼭 멋진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건 아냐. 가는 곳마다 나만의 시선으로 상상하고 선과 색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처음엔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보면 어느새 내 속에 숨어있던 예술가가 불쑥 고개를 내밀 거야.


준비물 스케치북과 필기구 그림을 그리려면 스케치북이 꼭 있어야 해. 연필과 지우개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써. 스케치북과 필기구만 있으면 뭐든 그릴 수 있어.

팔레트와 물감 수채화를 그리려면 물감이 필요해. 물감을 쓰려면 여러 색의 물감을 한 곳에 담고 섞을 수 있는 팔레트도 있어야 해. 꼭 커다란 팔레트가 아니어도 돼.

붓 물을 담아서 사용하는 워터브러쉬를 사용하면 더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물론 작은 수채화 붓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

색연필 물감을 쓰고 싶지 않다면 색연필로 색칠해도 돼. 수채화하고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함께 사용하는 것도 재밌겠어. 원하는 색이 없다면 자연에서 얻은 것을 붙여서 색을 표현해도 좋아.

물통과 페트병 수채화를 그리기 전에 페트병에 담아온 계곡물을 미술용 물통에 옮겨 담아. 계곡물은 붓에 물감을 묻히거나 붓을 씻을 때 사용해. 여행지에서 구할 수 있는 물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거야. 미술용 물통이 없다면 종이컵을 써도 괜찮아.

풀과 가위 물감 대신 색색이 나뭇잎을 붙여서 색을 나타내는 것처럼 자연물을 이용할 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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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 충북 단양 사인암과 구름다리, 도담삼봉, 고수동굴

여행 과정

사인암과 구름다리 단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사인암으로 갔어. 사인암은 네모난 아파트처럼 생긴 절벽이야.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너서 가파른 사인암에 올라가 봤어. 너무 높아서 내려올 땐 조금 무서웠지만 바위를 오르는 기분이라 신기했어. 사인암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생수병에 담았어. 나중에 이 물로 그림을 그릴 거야.

바위 삼형제 도담삼봉 사인암 다음으로 간 곳은 도담삼봉이었어. 강 위에 솟아있는 3개의 바위가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야. 바위가 사이좋게 강에 떠있는 모습이 꼭 삼형제 같았어. 강물에 바위가 비치면서 동그란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거든. 도담삼봉을 바라보고 앉아 스케치북에 간단한 밑그림을 그렸어.

간단히 생각을 스케치하기 도담삼봉 근처에 앉을 곳이 있어서 모두 둘러앉아 그림을 그렸어. 만약 세 봉우리가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봤어.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니 더 잘 그려진 것 같아. 햇볕이 따뜻해서 야외 작업인데도 춥지 않았어. 사인암과 도담삼봉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나 모양을 스케치북에 기록했어. 색연필로 간단히 색칠도 했어.


미지의 세계 고수동굴 스케치를 마치고 고수동굴로 갔어. 까맣게 보이는 동굴 입구로 들어가니 다양한 모양의 돌들이 보였어. 위아래로 붙은 고드름처럼 생긴 돌을 종유석, 석순, 돌기둥이라고 한대. 그밖에도 동굴에는 물고기랑 강아지 모양의 돌도 있었어. 아직 이름 없는 돌들이 많아서 이름을 지어주고 왔지. 아, 다행히 박쥐랑 마주치지는 않았어. 궁금하긴 한데 막상 만나게 되면 무서울 것 같거든.

나만의 동굴 그리기 고수동굴 탐험을 다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서 나만의 동굴을 그렸어. 아까 동굴에서 이름을 지어줬던 돌들이 있는 동굴을 그렸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고드름처럼 달려있어서 매일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동굴도 생각했지. 사탕이나 초콜릿 동굴도 좋을 것 같아. 동굴을 다 그린 뒤엔 도담삼봉에서 그린 스케치에 색을 칠했어.

내가 그린 그림 자랑하기 그림을 다 그린 뒤엔 각자 그린 그림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 왜 아이스크림 동굴을 그렸는지 설명하려니 조금 부끄러웠지만 열심히 설명했어. 다른 사람들의 그림 발표를 들으니 생각해보지 못한 다양한 동굴이 있어서 신기했어. 집에 돌아가서 다른 동굴을 더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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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 강원 영월 청령포, 선돌과 한반도 지형, 별마로 천문대

여행 과정 상상여행으로 긴장 풀기 여행을 떠나기 전, 상상의 그림 연습 시간을 가졌어. 작가님이 준비한 평범했던 갈대밭의 사진을 사람의 속눈썹으로 표현하거나 새의 깃털로 표현하기도 했지.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잡아보는 색연필과 연필을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참 후에 선 하나를 그렸어. 반면 우리는 거침없이 도화지를 채웠지. 무언가를 볼 때 그림으로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

청령포 지난밤의 두근거림만큼이나 묵직한 여행 가방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조금은 먼 여행지로 향했어. 청령포는 조선시대 단종의 유배지야. 청령포에 도착해서 단종이 살았던 집터에 모여 다 같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었어. 우리 또래였던 단종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 청령포는 공간이 넓어서 이곳저곳 다니며 시간을 보냈어. 작가님이 질문을 던져주기도 했어. “내가 만약 거인이라면 여행지가 얼마나 작아 보일까?”, “내가 만약 개미보다 작은 존재라면 여행지는 어떻게 보일까?” 질문을 떠올리며 여행지를 순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

선돌과 한반도 지형 선돌은 두 개의 바위가 누군가 예쁘게 조각을 해 둔 것 같은 모양이야. 여기서 작가님과 함께 사진도 찍었어. 작가님이 계속 나를 예술가라고 불러주셔서 마치 내가 예술가가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한반도 지형은 산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봐야 잘 보여. 강을 따라 한반도 모양이 나 있지. 높은 곳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곳이라 내가 만약 거인이 된다면 다른 여행지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졌지.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기 저녁을 먹기 전에 근처 미술관에 들러 실제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에서 그림을 그렸어. 오늘 보면서 생각났던 것들을 스케치북에 옮겼지. 미술관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색다르게 느껴져서 기억에 남았어.

별마로 천문대(사전 예약 필수) 저녁을 먹고 깜깜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별마로 천문대로 갔어. 올라가는 동안 하늘에 구름이 없어서 별이 잘 보이기를 기도했어. 높은 곳에 올라오니 영월이 한눈에 보이는 것도 신기했지. 그동안 보고 싶었던 별들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커다란 무지개 지붕 같이 생긴 별마로 천문대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생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소원도 빌었지.

내가 그린 그림 자랑하기 스케치북을 꺼내 내가 그린 그림을 자랑했어. 함께 여행한 친구들과 분명 같은 곳을 보았는데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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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물길 작가 인터뷰 Q. 계곡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뭔가요? 현지에서 얻은 소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는 게 그림여행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계곡물이었어요. 저도 여행지에서 얻은 물로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렇게 그린 그림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와요. 아마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관심을 주고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더 잘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어른들과는 다른 방법의 동기부여인 것 같아요. 또 부모님이 먼저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해요. 어떤 좋은 여행지를 가도 아이들이 혼자 그것을 표현해내기는 힘들거든요. Q. 부모님이 꼭 같이 그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은 온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둬요. 특히나 그림 그리는 작업의 경우는 생소해서 처음부터 자신감을 가지기도 힘들죠. 부모님이 그림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따라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아요. 함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이들에겐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Q. 아이들이 자유롭고 느슨하게 여행해도 괜찮을까요? 여행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가족 간의 즐거운 추억이 먼저고 그 다음이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숙제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완성도를 따질 필요도 Tip

없어요. 우선 여행이 재미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그만 그리고 싶어 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붓을 놓고 뛰어놀게 해주는 게 좋아요.

던져보면 어떨까요?

Q. 그림여행을 떠나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1 내가 만약 거인이라면

그림여행을 하면 아이들이 의식적으로 어떤 풍경이나 상황을 봤을 때

여행지가 얼마나 작아 보일까?

어떻게 그릴까 고민해요. 본능적으로 잘 그리고 싶어 하거든요. 여행에서

2 내가 만약 개미보다 작은

풍경을 보고 고민한다는 자체가 좋은 경험이에요. 가족과 함께 그린

존재라면 여행지는 어떻게

그림이 여행의 기록으로 쌓여요. 꼭 그림이 아니어도 자기 자신만의

보일까?

방식으로 기록하는 게 중요해요. 삶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3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여행지를 채워본다면? 4 앞에 있는 풍경이 살아있다면 (의인화시키기)? 5 여행을 나만의 동화로 만들어보기(동화의 한 장면 그리기).


작품

"손톱 안에 오늘 본 것들을 다 넣어봤어요." "바닥에 떨어진 철근이 입이예요. 거기에 돌맹이로 눈을 만들었어요." "거인의 컵에서 풀과 나무가 쏟아져 나와요." “바다랑 사탕이 있는 동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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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여행스케치 작가: 정만영

평소엔 들리지 않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 소란스러운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소리야. 소리여행스케치는 눈을 감고 귀를 깨워서 내 몸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여행이야. 너도 같이 떠나지 않을래?


준비물 안대 소리 연습에서 깜깜이와 길잡이 놀이를 하기 위해선 안대가 필요해. 깜깜이는 이 안대로 눈을 가리고 길잡이의 안내에 따라 목적지까지 가는 거야.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스케치북 스케치북 가운데 내가 앉은 자리를 표시하고 여러 방향의 소리는 들리는 대로 마음껏 그려. 종이 아래에 나무 판을 받치면 내가 스케치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색 사인펜 소리스케치에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해. 집중하다 보면 내가 사인펜으로 그림 그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삐극, 삐극’ 소리가 나는 색싸인펜이 더 좋겠지?

수첩과 필기구 소리산책을 하며 느낀 점을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할 때 써. 소리를 듣는 데 집중해서 산책을 하면 평소에는 듣지 못하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 그때를 놓치지 말고 기록하는 거야.

스마트폰 소리산책에서 들었던 소리들을 녹음할 때 필요해. 녹음 어플을 켜고 스마트폰의 마이크 부분을 소리가 나는 곳에 가까이 가져가면 끝. 여행이 끝난 후에도 소리를 오래 기억할 수 있어.

손수건 스마트폰으로 녹음할 때 바람이 분다면 손수건으로 마이크 부분을 가려줘. 바람 소리 때문에 녹음하고 싶은 소리가 묻히는 것을 막아줘. 소리스케치를 위해 자리에 앉을 때 깔개 대신 사용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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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 전북 남원 실상사

여행 과정 깜깜이와 길잡이 점심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마당에 모였어. 엄마와 짝을 지어 한 명은 눈을 가리고 다른 한 명은 길을 안내해. 눈을 가리고 걸으니 온통 소리뿐이야. 처음 듣는 소리도 있고 무슨 소리인지 아는 것도 있어. 사람들 발소리가 이렇게 컸나? 어떤 사람은 낙엽을 밟고 또 어떤 사람은 자갈을 밟아. 어디로 가는지 몰라 불안해지니 숨소리도 크게 들려. 한참을 걸어간 뒤 안대를 벗으니 애걔, 고작 몇 걸음 안 왔네.

소리스케치 실상사 범종 옆 공터에 자리를 잡았어. 탁 트인 곳이라 여러 소리가 들려오거든. 엉덩이가 더러워질 수도 있어서 바닥에 손수건을 깔았어. 스케치북을 펴서 무릎 위에 놓고 가운데에 자그맣게 내가 있는 곳을 표시해. 이제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 가운데 나를 기준으로 방향에 따라 그림을 그려. '부스럭부스럭’ 같은 글자를 쓰거나 나뭇잎 소리가 나는 방향에 나뭇잎을 그리면 안 돼. 느낀 대로 아무렇게나 색을 쓰고 모양을 나타내는 거야. 소리스케치에 집중하면 소리를 그리는 내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스케치북 밖에서 시작한 소리스케치가 마지막엔 내 주변을 가득 채우게 될 거야.

작가 선생님의 마이크 소리스케치를 마치고 나니 작가 선생님이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어. 복슬복슬한 털이 감싸고 있는 기다란 마이크는 총처럼 생겨서 '건 마이크'라고 해. 꼭 토끼가 누워있는 것 같은 털덮개가 바람 소리가 녹음되는 걸 막아준대. 소리를 들어보니 멀리서 나는 소리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절에 있는 큰 종에 마이크를 붙여서 종이 듣는 소리를 같이 들어보기도 했어. 평소에 자주 듣던 소리를 크게 들으니 다르게 느껴져. 이제부터는 귀를 가까이 대고 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스님 따라 범종 체험 실상사에서 제일 큰 종을 범종이라고 해. 범종에서는 세 가지 소리가 난대. 종을 치는 나무를 당목이라고 하는데, 이 당목이 종에 부딪히는 소리가 하나. 종이 흔들리면서 울리는 소리가 그다음. 마지막은 종소리가 산에 닿고 돌아오는 메아리야. 스님을 따라 범종을 쳐보면서 세 가지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문득 이렇게 멋진 소리를 내는 종은 어떤 소리를 듣고 있을까 궁금해서 귀를 대어 보기도 했지. 절에서는 아침 네 시 반과 저녁 여섯 시 반에 종을 쳐. 종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 그 시간에 맞춰 종각 근처로 갔어.

저녁의 소리 녹음 연습 작가 선생님이 깔때기 같이 생긴 도구를 나눠줬어. 집음기라 고 해. 소리를 모으는 기구란 뜻이야. 집음기를 소리 나는 곳 에 가까이 가져가면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들을 수 있어. 집 음기가 없을 땐 종이를 둥글게 말아서 귀에 대면 돼. 소리 앞 에 가서 스마트폰의 녹음 어플을 켜고 들리는 소리를 녹음했 어. 녹음을 할 때 “홍길동. 2017년 11월 4일 토요일 오전 11시, 화창하고 약간 쌀쌀한 날씨. 실상사 대웅전 마당의 낙 엽 밟는 소리. 스마트폰 내장 마이크 녹음”처럼 언제 어디서 무엇을 녹음하는지 먼저 말하고 소리를 담아. 갑자기 녹음하 고픈 소리가 들리면 녹음 마지막에 목소리를 담아도 괜찮아. 바람이 많이 불면 손수건으로 스마트폰의 마이크 부분을 감 싸줘. 소리를 선명하게 녹음할 수 있대. 저녁을 먹고 가족들 과 오늘 들었던 소리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녹음한 것도 함 께 들으니 다시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어.

실상사 소리산책 여행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실상사와 주변을 산책했어. 집음기와 스마트폰, 수첩을 들고 아침 소리들을 수집하고 기록해.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약수터의 물 떨어지는 소리가 더 선명해. 수첩에는 소리를 듣고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거나 떠오르는 말을 적어. 시를 지어도 좋아. 큰 산과 작은 산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오른쪽 귀와 왼쪽 귀에 들리는 소리가 달라서 신기해. 이런 소리를 만나면 녹음을 해. 다음에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났을 때 녹음한 걸 다시 들어보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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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영 작가 인터뷰 Q. 소리가 들리는 것과 소리를 듣는 것의 차이가 뭔가요?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어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는 그저 들려오는 것에 불과해요. 하지만 눈을 감고 능동적으로 소리를 들으면 평소엔 듣지 못하던 소리가 귀에 들어오죠. 소리여행에서 깜깜이와 길잡이, 소리스케치, 소리산책 모두 눈을 감아보는 시간이 있어요. 시선을 거두고 소리에 감각을 집중하면 전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Q. 소리 트레이닝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나요? 깜깜이와 길잡이, 소리스케치는 소리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줘요. 주변의 소리를 단순히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각적인 형태로 그려보면 소리 나는 곳에 감각을 집중하게 되거든요. ‘내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소리가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고요. Q. 소리여행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소리가 난다는 건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움직인다는 건 살아있다는 의미죠. ‘소리가 난다’는 건 결국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뜻 아닐까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서 소리여행을 떠난다는 건 살아 움직이는 것과 마주한다는 의미예요. 소리가 많은 곳에서는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소리가 적은 곳에서는 내가 살아있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Tip 여행하며 1분씩 눈을

Q. 소리산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감아보세요. 주변의 소리에

소리산책은 말 그대로 가볍게 주변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듣는 거예요.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

주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거기에

보고 맛있는 걸 먹는 것만큼의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소리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을 기록해도 좋아요.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그림을 그려도 좋고 시를 쓰는 것도 괜찮고. 특히 아이들 같은 경우엔 작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보세요.

소리에 더 집중하거든요. 어떤 아이들은 소리산책을 하며 개미가 나무

녹음 전, 후 목소리로 현재

밑을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요.

상황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소리를 들으면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를 거예요.

Q. 실상사 외에도 추천하는 소리여행 장소가 있을까요? 소리여행은 가족이 함께 소리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중요해요. 실상사는 지리산 자락에 있어서 조금만 올라가면 계곡을 만날 수 있어요. 계곡물이 바위틈을 지나며 내는 소리도 좋죠.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싶다면 폭포도 좋아요. 바다로 갈 수도 있고요. 제주도 정방폭포는 폭포가 바다로 떨어지는 곳이라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바다에서 들리는 소리를 동시에 만날 수 있죠. 순천만은 갈대 소리와 갯벌의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있는 소리가 들려요. 날아드는 철새 소리도 들리고요.


작품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대나무를 타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요.”

실상사 약수물 소리

“물소리가 좋아요!”

범종 치는 소리

"범종 소리가 아주 깊게 울려요."

낙엽 밟는 소리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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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여행 낯선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떤 마음을 가졌나요? 스스로 자판기가 되어 마음속에 떠오른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사진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합니다. 단어와 장면에 민감한 예술가에게 적합한 여행입니다.

LITERATURE 김민정 PHOTOGRAPH 노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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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투어 작가: 김민정

누구나 이야기꾼이 될 수 있어. 맛이나 소리, 냄새나 풍경 어느 곳에나 이야기가 있거든. 이번엔 1박 2일 동안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의 분위기를 내는 동네를 돌면서 이야기를 만들었어. 이야기 자판기가 되어 가족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들을 들려줬지.


준비물 수첩과 필기구

종이컵과 털실

가는 곳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는

이야기 자판기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면

이야기 수첩이야.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제목에 맞는 이야기를 종이컵 전화기로

써도 돼. 나중에 수첩에 적힌 생각들을

들려주는 거야. 털실을 각각의 종이컵

이어 붙여 이야기로 만들 거야.

바닥에 연결하면 멋진 이야기 전화기를 만들 수 있어.

색연필 수첩에 그림을 그리는 데 써. 계절마다

포스트잇

다른 색으로 갈아입는 풍경을 그리려면

고장 나지 않는 이야기 자판기가 되려면

색연필이 필요해.

미리 연습을 해야 해. 포스트잇으로 버튼을 만들어 내 몸이나 가방에 붙이면 연습용

흰색 종이테이프 이야기 자판기의 버튼 기능을 하는 테이프야. 작게 자른 다음 유성 사인펜으로 이야기의 제목을 적으면 버튼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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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가 될 수 있어.




여행 과정

여행지 : 인천 차이나타운, 개항장, 자유공원

‘나는 어떤 여행자일까?’ 생각해보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가 어떤 여행자인지 테스트해봤어. 만약 예술가 타입이라면 색깔, 맛, 마음이라는 단어를

나만의 여행 방식 찾기

떠올리면서 여행하는 거야. 엄마랑 언니는 어떤 키워드를 발견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아.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각자 타입에 맞는 키워드로 주변 일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여행지에서 키워드를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여행지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들도 키워드로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해. 건물과 나뭇잎의 색깔이나 음식의 맛, 내 마음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수첩에 기록해봐. 이야기 만들기가 한결 쉬워질 거야.

작은 나무집들이 있는 일본길 일본길에는 나무로 지어진 작은 갈색 집들이 줄지어 있어. 개항장이라고도 부르던 이곳은 일본 사람들이 들어와 살던 곳이래. 오래된 나무 건물 카페에는 다다미라는 일본식 마룻바닥이 깔려있어. 가슬가슬한 바닥의 감촉이 특이해서 한참을 손으로 쓸어봤어. 여기는 높은 건물이 없어. 문도 작고 돌멩이도 작아. 모든 게 작아서 계속 더 작은 것들을 찾게 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국길 일본길의 나무 건물들을 따라 걷다 보면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와. 여기서부턴 한국길이야. 계단을 올라가다가 잠깐 멈춰 뒤를 돌아보니 파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어. 커다란 배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어. 자유공원으로 들어서니 온통 초록색이야. 나무 잎사귀를 주워서 그려봤어. 초록색 연필로 색칠까지 했어. 초록색 나뭇잎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거든. 키워드에 집중하면서 여행지를 바라보니 흔한 공원의 풍경도 낯설게 느껴져. 날아가는 잠자리도 신기하게 보였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중국길 자유공원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왔어. 차이나타운은 온통 빨간색으로 가득한 곳이야. 자유공원은 조용했는데 여긴 시끌벅적해. 중국길에는 맛있는 음식이 엄청 많아. 찐빵처럼 커다란 만두도 있고 짜장면도 우리가 먹던 것과 맛이 달라. 길을 지날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나서 수첩에 적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진짜 중국인들일까? 궁금했지만 조금 무서워서 물어보진 못했어. 다음에 가면 꼭 물어봐야지.

이야기 자판기 연습하기 일본길, 한국길, 중국길에서 보고 느낀 것들로 이야기를 만들었어. 먼저 포스트잇에 이야기 제목을 적고 내 몸이나 가방에 붙였어. 연습 이야기 자판기야. 손뼉을 마주치면 자판기를 쓸 수 있어. 포스트잇으로 만든 이야기 버튼을 누르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야. 실이 꺾이지 않게, 팽팽하게 유지하면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어.

멋진 이야기 자판기 되어보기 세 번 정도 연습을 하면 진짜 이야기 자판기를 만들어. 이번엔 종이테이프에 유성 사인펜으로 제목을 적어서 버튼으로 써. 종이컵에 털실을 연결해서 이야기 전화기도 준비해. 이때 실이 꺾이지 않게 팽팽하게 유지하면 목소리가 더 잘 들리겠지? 상대방이 손뼉을 마주쳐 동전을 넣었을 때 전화기로 이야기를 전해주면 성공이야. 만약 말하고 싶지 않다면 ‘고장’이라고 써 붙이면 돼. 대신 다른 자판기의 이야기를 듣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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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작가 인터뷰 Q. 글로 쓰고 기록하는 게 힘들면 어떡하죠? 완성된 문장으로 기록할 필요는 없지만, 떠오르는 단어(키워드)를 끄적거리는 시도는 필요해요. 하지만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 기록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말로 표현하는 게 더 좋거든요. 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행적인 요소들을 떠올려보는 게 중요해요. 물론 여행의 즐거움이 가장 먼저예요. 집으로 돌아갔을 때 못다 한 이야기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면 성공이에요. Q. 고장 난 자판기를 만든 이유는 뭔가요? 참여는 활발한데 표현에는 소극적인 아이들이 있어요. 또 자판기 버튼을 만든 이야기가 비밀인 아이들도 있고요. 이야기는 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상태일 때 선택하는 게 고장 난 자판기예요. 고장 났지만 듣는 기능은 할 수 있잖아요. 다른 자판기는 누르고 활동은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거죠. 말하고 싶지 않은 아이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Q. 글을 쓰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표현하나요? 글 대신 그림을 그려도 상관없어요. 수첩에 그림으로 기록하고 자판기 버튼을 그림으로 만드는 거죠.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아이들은 금세 적응해요. 처음엔 표현에 서툰 아이들도 가족 구성원이 서로 칭찬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표현에 자연스러워져요. 그 표현이 말이나 그림이라고 해서 실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Tip

Q. 꼭 차이나타운이 아니어도 비슷한 여행을 할 수 있나요?

경험에 대한 실감을 기념품처럼

물론이에요. 꼭 유명한 여행지나 다른 나라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여행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꼭 글이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럴 땐 처음 가는 동네를

아니어도 좋아요. 말을 하거나

걸어보세요. 익숙한 동네의 낯선 길을 걷는 것도 좋죠. 걸으면서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도 괜찮아요.

지도를 그려요. 멀리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자연스레 생각이 풍부해질

여행의 경험을 담은 기록을

거예요.

기념품으로 간직해보세요.

Q. 가족들은 1, 2, 3 투어를 통해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여행 전에 본인의 타입을 찾는 과정이 글감을 발견하거나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소재로 활용 돼요. 여행이 일상의 풍경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강아지나 나뭇잎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표현에 대한 실감을 할 수 있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경험이 일상에서의 표현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상욱이네 시 자판기

“ 마음속에도 풍경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진이네 짜장면 자판기

“짜장면 면과 소스를 따로 준 게 신기했어요.”

유빈이네 재밌는 자판기

“어제 가족사진을 찍을 때 재미있었어요.”

유빈이네 강아지 자판기

“숙소에 있는 강아지가 육포를 먹는 게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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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의 필름 작가: 노기훈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걸었어. 커다란 무덤들을 지나고 한옥마을과 숲을 지나 첨성대까지 갔지. 멋진 풍경을 만날 때마다 찍은 가족사진으로 사진첩을 만들었어. 하지만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사진 조각들을 모았을 때 하나의 멋진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집으로 돌아가서 사진첩을 다시 보니 지난 여행이 생생하게 떠올랐어.


준비물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카메라는 가볍고 작은 게 좋아. 어른들이 쓰는 큰 카메라는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떨어트릴 위험도 있으니까. 일회용 필름카메라 모두 27장이 찍히는 카메라야. 태어나서 처음 필름카메라를 만져봐서 너무 신기했어. 사진을 찍으면 며칠 뒤에나 찾을 수 있어서 기다리는 재미가 있지. 스마트폰 카메라가 없거나 다루기 힘들 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돼. 대신, 스마트폰은 꼭 카메라로만 사용하기로 약속하는 거야, 알겠지? 포토프린터와 인화지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뽑아주는 기계야. 내가 찍은 사진이 인쇄되어 나오는 걸 기다릴 때가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야. 액자와 사진첩 인화한 사진을 넣을 액자와 사진첩이야. 액자에는 가족이 모두 나온 사진을 넣고 사진첩에는 내가 정한 순서에 따라 사진을 끼워 넣을 거야.

엽서와 볼펜 엽서에 우표를 붙이고 가족에게 전하는 편지를 써서 박물관 우체통에 넣었어. 언제 도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우리가 여행을 모두 끝내고 시간이 흐른 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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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 경북 경주 대릉원, 교촌마을, 계림, 첨성대, 국립경주박물관

여행 과정 대릉원 산책하며 사진 찍기 우리는 경주에 도착해서 대릉원을 산책했어. 거대한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둥글게 생긴 작은 무덤들이 띄엄띄엄 있었어.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무덤뿐이라는 게 재미있고 신기했어. 우리는 한참 동안 대릉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 내가 경주에 대해 생각한 문장을 하나하나 나눈 뒤 사진으로 기록했어. 가령 ‘태양계부터 첨성대까지 경주 카메라 여행‘이라는 문장이라면 ‘태양계를 나타내는 피사체’와 ‘첨성대’, ‘경주를 대표하는 물건’, ‘카메라’, ‘여행’을 각각 찍어서 이어 붙이는 거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조각들이 나중에 멋진 이야기로 탄생할 거야.

교촌마을 둘러보기 대릉원을 나와 10분 정도 걸으니 한옥들이 줄지어선 교촌마을이 나왔어. 경주 최부자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옥들 사이를 걸었어. 사진을 열심히 찍은 뒤에는 잠깐 카메라를 놓고 투호, 굴렁쇠 같은 전통 놀이도 했어.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금세 잘할 수 있게 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

울창한 숲, 계림 산책 교촌마을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계림을 만날 수 있어. 나무가 울창한 숲이라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줬어. 오래 걸어서 조금 피곤해진 다리를 계림에서 쉬게 했어. 물론 쉬면서도 사진 찍는 건 잊지 않았지. 흐르는 개울물이나 낙엽을 찍었어. 걸으면 걸을수록 새로운 풍경이 나와서 계속 셔터를 눌렀지. 그렇게 풍경을 찍고 있으니 사진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서 처음 만든 문장이 기억나지 않기도 했는데, 괜찮아. 나중에 쉬면서 사진을 골라보지 뭐.


첨성대에서 사진 인화해보기 계림에서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첨성대에 도착했어. 첨성대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문득 아까 만든 문장 안에 첨성대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고, 서둘러 카메라를 준비했어. 이번엔 첨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남겼지. 첨성대 근처 벤치에서 프린터로 사진을 뽑았어. 방금 찍은 사진이 바로 인쇄되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있었지. 이렇게 사진을 직접 받아보니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들은 어떻게 나올지 더 궁금해졌어.

국립경주박물관과 우체통 저녁을 먹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향했어. 마침 해가 지고 있었어. 나는 서둘러 태양의 모습을 담았어. 박물관 입구에서 가족에게 쓴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지.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며칠 뒤에 우리 집으로 온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박물관에는 낮에 봤던 대릉원과 교촌마을, 첨성대에 대한 설명들이 있었어. 사진을 찍으며 걸었던 곳을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니 괜히 반갑기도 했어.

나만의 사진첩 만들기 다음 날 오전에는 어제 찍고 뽑은 사진을 모아놓고 사진첩을 만들었어. 사진 뒷면에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하고 싶은 말을 썼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순서에 맞게 사진첩에 사진을 끼웠어. 마지막으로 사진첩 제목을 붙였어. 우리 가족이 전부 나온 가족사진은 액자에 넣었어.

내가 찍은 사진 설명하기 사진첩과 액자를 만든 다음 사람들에게 내 사진첩에 대해 설명했어. 여행하며 먹은 것들에 대한 사진으로 사진첩을 만들거나 풍경을 시간 순서대로 담은 사진첩도 있었지. 각자 생각한 대로 사진을 찍고 사진첩을 만들어서 똑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 이렇게 사진첩을 만들어 놓으면 여행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어. 이제부터 여행을 할 땐 꼭 사진을 찍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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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훈 작가 인터뷰 Q. 여행지로 경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들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으로 경주를 한 번쯤은 가봤을 겁니다. 반면 자녀들은 가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죠. 가족 간의 시각 차이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경주입니다. 동선은 역사적인 유적지나 장소들을 걷도록 했어요. 저 역시 직접 걸으면서 풍경을 찍는 작업을 많이 했었고 가족들도 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사진을 뽑아서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진을 모니터로 봤을 때와 인쇄해서 봤을 때의 감각은 다르거든요. 요즘엔 직접 인화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뽑아본다는 경험 자체가 소중해요. 다행히 사진을 뽑는 순간에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고요. 특히나 첨성대 옆에서 바로 사진을 뽑아보는 건 인스턴트 카메라의 느낌을 주고자 하는 거예요. 피사체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이니까요. Q. 사진여행에서 장소가 가지는 의미는 뭘까요? 일주일간의 여행 준비 기간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 장소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요. 도시에 관한 것들을 미리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키워드를 뽑아낼 수도 있고요. 우리 가족만이 만들 수 있는 경주에 관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물론 실제로 장소를 여행하면서 상상과 기대가 무너지게 돼요. 그 과정도 여행이 주는 경험인 것이죠. Tip

Q.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준비한 이유가 뭔가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온전히

필름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이잖아요. 27장밖에 못 찍는다는 사실을

맡기세요. 카메라를 떨어트리고

알려주면 한 컷을 정말 소중하게 여겨요. 그렇게 찍은 필름을 현상소에

고장 낼까 봐 어른들이 들고

맡기고 인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사진을 디지털이 아닌 방식으로 소유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고요.

사진여행의 의미를 잃게 되는 거예요. 내 카메라가 있어야 아이들은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문장을 계속 기억하며 사진을 찍으면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찍어 놓은 사진을 문장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도 있어요.

Q.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중ㆍ고등학생들은 자라면서 친구나 선생님을 통해서 카메라를 한 번쯤은 접해봤겠지만,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은 아닐 거예요. 난생처음 직접 사진을 찍어보는 경험일 가능성이 크죠. 그런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습득해요. 대부분 자기 카메라에 애정을 쏟아요. 그렇다면 결과물은 크게 상관없다고 봐요.


작품

국승이네

경주

따라간

최씨의

겨울

자취를

여행 경주

주호네

부터

첨성대까지

태양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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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카메라와

1편 !



상상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

저 깊은 바다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상상해본 적 있나요? 깊은 동굴 속의 하루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바닷가와 동굴을 여행하며, 깊고 깜깜한 세계에서 나온 상상의 친구를 찾습니다. 조금은 엉뚱한 몽상가 타입의 친구에게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CRAFT 공혜진 ANIMATION 장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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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친구 함께파 작가: 공혜진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마음을 줘. 평소엔 지나치던 조개껍데기, 조약돌, 나뭇가지도 천천히 바라보고 줍고 만지고 기록해보는 거야. 바느질해서 손에 잡히는 친구로 만들거나 지우개로 도장을 파고, 지점토를 붙여 점토인형을 만들어. 집에 돌아가서도 여행의 기분을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거야.


준비물

초크(마킹 펜슬) 인형을 만들 때 천을 자르거나 바느질할 부분을 미리 표시하는 연필이야. 쉽게 지워지니

지퍼백 주운 조약돌과 조개껍데기를 담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 너무 작으면 많이 담을 수 없어 아쉽겠지? 종이 주워온 것들을 배열하고 그려보는 종이야. 인형이나 도장을 만들 때 미리 연습하는 용도로 쓸 수 있어. 연필과 지우개 지우개는 칼로 파서 도장으로 만들어. 너무 작으면 도장으로 만들기 어려우니까 조금 큰 게 좋아. 지우개 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려. 수첩과 필기구 해변을 걸으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그리거나 글로 기록하는 수첩이야. 색인주 지우개 도장을 만들고 여러 색의 인주를 묻혀서 찍는 거야. 에코백 지우개 도장에 인주를 묻혀서 에코백에 찍으면 나만의 작품이 완성돼.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 수 있지! 색실과 바늘 바느질로 인형을 만들 때 써. 여러 색깔의 천에는 예쁜 색을 맞춰서 바느질하는 거야. 주운 나뭇가지에 감으면 또 다른 작품을 만들 수도 있지. 골무 바느질할 때 바늘에 찔려도 다치지 않게 해주는 거야. 바늘을 쥔 반대편 손가락에 끼면 돼. 가위 천이나 실을 길이에 맞게 자를 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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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페브릭 마커 천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인펜이야. 빨래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해. 옷핀 옷핀으로 바느질할 천을 서로 고정할 수 있지. 그래야 처음 생각한 대로 바느질을 할 수 있거든. 천 서로 연결해서 인형을 만들 때 써. 천이 없으면 인형을 만들 수 없으니 꼭 필요해. 여러 색깔 천으로 준비하면 더 다양한 인형 친구들을 만들 수 있어. 솜 인형 친구의 속을 채워주는 솜이야. 너무 가득 채우면 배가 터져버리니 적당히 말랑말랑하게 넣어주면 돼. 인형 눈알 봉제 인형에 눈을 만들어주는 콩알 같은 거야. 바느질로 눈을 달아줘.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에 붙여도 좋아. 조각칼 지우개를 파내서 도장을 만들 때 쓰는 칼이야. 조각칼 대신 커터칼로 해도 돼. 칼을 사용할 땐 항상 조심해야 해. 흰색 점토 조개껍데기나 조약돌에 덧붙이면 내가 상상한 대로 표현할 수 있어. 작은 점토 인형을 만들 수도 있지. 계속 만져주면 더 예쁘고 부드럽게 돼. 물감 점토에 색을 입혀주는 역할을 해. 아크릴 물감도 좋아. 물에 번지지 않게 하려면 투명매니큐어를 발라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줘.




여행지 : 충남 태안 천리포 해수욕장

여행 과정 해변 따라 줍기 천리포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여러 모양의 조약돌을 주웠어. 처음엔 뭘 주워야 할지 몰랐는데 한 곳에 앉아서 찬찬히 보니까 예쁜 것들이 보여. 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면서 만든 선을 따라 걷다 보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들이 있어. 어떤 돌은 강아지를 닮았고 어떤 조개는 나뭇잎을 닮았어. 그 친구들을 만나고, 멈추고, 눈을 마주치는 거야. 그리고 떠오른 모양을 잊기 전에 수첩에 그렸지. 해변을 걷다 보니 어느새 손이 무거워질 정도로 가득 주워 담았어.

(봉제 인형 만들기)

관찰하고 천에 그리기 주워온 돌멩이와 조개를 종이 위에 놓고 한참을 관찰했어.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쪼르르 줄을 세워 놓은 것뿐인데 멋진 작품을 보는 것처럼 예뻤어. 관찰을 하고 인형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 떠오르면 천 위에 초크로 그림을 그렸어. 그 모양을 따라 바느질을 할 거야.

자르고 바느질하기 그림을 따라 자를 때는 약간 여유를 두는 게 좋아. 인형으로 만들려면 바느질하고 솜도 넣어야 하거든. 생각한 대로 모양이 잘 나올까 기대되고 설레는 순간이야. 처음 하는 바느질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재미있었어. 바늘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꼭 들숨과 날숨 같았거든. 얼른 완성된 인형을 보고 싶은 마음에 쉴 틈도 없이 바느질에 열중했지.


(도장 만들기)

지우개에 그리기 도장을 만들려면 먼저 지우개에 그림을 그려야 해. 해변에서 주워온 돌멩이와 조개들을 보고 그대로 그려도 좋고 떠오른 이미지를 그려도 돼. 그림을 따라서 칼로 파내야 하니 처음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 얇은 선이 많고 복잡한 그림은 도장으로 파내기 쉽지 않거든. 아, 도장을 찍었을 때 그림 좌우가 반대로 찍힌다는 것도 잊지마.

도장 파기 지우개 도장은 찍혀 나올 부분을 남겨두고 나머지를 파내는 방식이야. 양각이라고 부르지. 조각칼을 이용해 양각으로 도장을 팠어. 찍혀 나오는 부분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파내는 게 좋아. 안쪽으로 파면 부서지기 쉽거든. 인주를 묻혀 찍어보면서 다듬는 것을 마무리했어.

해변으로 돌아가 배치하고 사진 찍기 해변에서 나에게 신호를 보낸 것들을 손에 잡히는 인형이나 도장으로 만들어서 다시 그곳으로 찾아 갔어. 돌멩이와 조개를 주워온 곳에 인형을 놓고 사진을 찍었어. 코끼리 인형을 비슷한 모양의 돌멩이가 있던 자리에 놓으니 마치 돌멩이가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또 새로운 돌멩이와 조개껍데기를 많이 발견했어. 도장은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아끼는 물건들에 찍었어. 물건을 볼 때마다 여행을 떠올릴 수 있게 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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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전남 여수 몽돌해변, 모사금 해수욕장

여행 과정 바닷가에서 주워 보기 (몽돌해변 ▷모사금 해수욕장) 여수 몽돌해변에는 특이한 모양의 돌과 조개들이 많았어. 외계인 같기도 하고 배추머리처럼 보이기도 했지. 얼른 지점토를 덧붙여 내가 상상한 모습으로 변신시켜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었어. 모사금 해수욕장은 모래가 폭신폭신해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어. 몽돌해변과 가까운 곳에 전혀 다른 모양의 주울 것들이 많이 있어서 신기했지. 색과 크기가 다양한 조개들이 많아서 손이 빨개질 정도로 줍다 보니, 엄마는 저쪽 끝에 있고 동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어.

주운 것들을 재배치하고 따라 그리기 주워온 것들을 책상에 펼쳐 놓고 다시 배열을 해보니, 바닷가에 버려져 있던 것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뻐서 계속 사진을 찍었어. 모사금 해수욕장에서 주운 빨간색 조개들은 크기랑 색이 조금씩 달라 다시 배치하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았어. 재배치 한 것들을 잘 기록하기 위해 흰 천에 싸인펜으로 똑같이 따라 그렸어.

작은 오브제 만들기 조개와 돌에 지점토를 붙이니 강아지가 되기도 하고, 오리로 변하기도 했어. 조개껍데기는 작은 모자가 됐지. 지점토를 오래 만져서 부드럽고 매끈하게 만들고 물감으로 색을 칠해줬어. 지점토가 다 마른 후 눈, 코, 입을 그리는 게 가장 어려웠어. 작가님이 최대한 작게 살짝 점을 찍는다는 마음으로 그리면 예쁘게 그릴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


오브제를 해변에 배치하고 사진찍기 만든 것들을 조심조심 들고 모사금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으로 갔어. 몽돌해변은 돌이 많아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거든. 빨간 조개를 모래사장에 다시 배치하니 실내에서 찍은 것보다 훨씬 더 예뻤어. 모래사장 위에 만든 작품들을 각각 배치하고 사진을 찍었지. 바닷가 모래사장이 하나의 작은 전시회장이 됐어. 친구의 오브제 옆으로 슬쩍 옮겨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지.

오브제를 내 공간에 배치하기 여행지에서 만든 오브제들을 내방에 가지고 왔어. 나만의 보물을 보관하는 곳에 뒀지. 가만히 보고 있으니 여행지를 통째로 가져온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주변에 사소한 물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 엄마랑 동생이랑 치킨을 먹다가 내 오브제가 강아지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며 다 같이 웃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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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진 작가 인터뷰 Q.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마음을 줘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게 없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것도 오래 보면 달리 보여요. 자세히 보고 시간을 들이면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것 같아요. 길가에 난 풀도 슬쩍 보면 다 같은 초록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르게 움직여요. 똑같은 건 하나도 없는 거죠. Q. 사물들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사실 우리가 매일 하고 있던 거예요. 사물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대화를 나누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거든요. 다만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요. 오래 관찰하고 자세히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대화의 기록들이 쌓였을 때 일상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Q. 일상적인 공간에 배치하는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여행에서 좋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돌아오는 것과 그곳에서 가져온 물건이 있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일상적인 공간에 해변에서 주워온 돌멩이를 놓으면 어떨까요? 돌멩이를 볼 때마다 해변을 떠올리게 되겠죠. 자연스럽게 여행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Q. 가족이 함께 공예여행을 떠날 때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지금도 아이들은 무언가 줍고 있거든요. 어른들이 모를 뿐이에요.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주워온 물건에 대해 이유를 묻는 게 Tip

중요해요. 어떤 사물을 아이가 주워왔을 땐 반드시 분명한 이유가 있거든요.

가족구성원 각자 결과물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어요.

하나씩 만들어보세요. 내 마음에 드는 돌멩이를 주워서 그걸 보고 인형으로 만드는 일은 좋고 나쁨이 없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 걸 보고 만든 게 아니라 나만의

Q. 바느질을 하거나 도장을 파는 것처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아이들이 바느질을 힘들어 해요. 처음 해보기도 하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하지만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을 만드는 보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결과물이 있다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으니까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데

Q. 해변으로 다시 돌아가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뭔가요?

의미를 뒀으면 좋겠어요.

돌멩이를 발견했을 때와 그걸 주워서 모양을 따라 힘들게 바느질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처음엔 그냥 돌멩이였는데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됐고, 결과물을 놓으면 공간이 다르게 보여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마찬가지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거지만 마음을 주면 다르게 보이는 거죠.


작품

“돌멩이가 코끼리처럼 생겨서 인형으로 만들었어요.” “기다란 돌이 꼭 사람 모습 같아서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납작한 조약돌은 고양이 얼굴, 기다란 건 몸통까지 있는 거예요.” “아이가 주운 것들을 버리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저도 같이 주워야겠어요.” “파도가 올라오는 걸 보고 토끼의 귀가 생각이 나서 토끼를 땀친구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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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굴

작가: 장승욱

너는 어떤 동물을 닮았어? 나는 고양이를 닮은 것 같아. 닮은 동물 자기소개로 여행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상상굴 여행이 더 재미있을 거야. 여행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를 손에 잡히는 열쇠고리로 만들었어. 열쇠고리를 볼 때마다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너무 좋아.


준비물 스케치북과 필기구 상상한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릴 때 필요해. 슈링클스에 그리기 전에 연습용으로 쓰기도 해.

색연필, 파스텔, 데코마카 슈링클스에 그린 캐릭터에 색을 입힐 때 써. 볼펜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엔 꼭 색을 입혀주는 게 좋아.

이어플러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해. 화암동굴 안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들이 방해가 될 땐 잠시 귀를 막는 것도 좋아.

슈링클스 신기한 마술 종이야. 슈링클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오븐에 구우면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해. 크기가 줄고 두꺼워져서 손에 잡히는 캐릭터 소품이 돼. 매끈한 부분에 그려주면 돼.

가위 슈링클스 종이가 네모이기 때문에 가위로 굽기 전에 밑그림을 따라 잘라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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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 강원 정선 화암동굴

여행 과정

모노레일 타고 동굴 입구로 강원도 정선에 있는 화암동굴로 갔어. 숲속에 있는 깜깜한 동굴 입구를 떠올리면서 도착한 곳에는 미니 기차가 있었어. 모노레일이라고 해. 이걸 타고 동굴 입구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어. 모노레일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동굴로 들어가는 길 앞에 서있었어.

상상하고 탐험하는 화암동굴 화암동굴은 예전에 금을 캐던 금광과 석회석 자연 동굴이 함께 있는 곳이야. 서늘한 동굴 속으로 들어오니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어. 금을 캘 수 있는 금맥을 따라 365개의 계단을 내려가니 또 다른 모습의 종유석들이 보였어. 우리는 동굴 안에서 천천히 산책하다가 공터에 앉아 간단한 캐릭터 스케치를 했어. 동굴 안이 조금 시끄러워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는데 신기하게도 재미있는 생각들이 떠올랐어. 나는 금덩이로 캐릭터를 만들어보기로 했어.

나만의 캐릭터 그리기 숙소로 돌아와서 화암동굴에서 그려온 스케치를 발전시켰어. 캐릭터 얼굴을 그릴 때 성격에 대해서 생각해봤어. 성격을 떠올리니 금덩이 캐릭터에 옷을 입히고 신발도 신겨줬지. 금덩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친구가 필요해. 옆에 친구도 같이 그려줬어. 캐릭터라면 표정도 있어야겠지? 이렇게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캐릭터처럼 귀여운 모습이 됐어.


슈링클스에 캐릭터 옮기기 캐릭터 스케치를 슈링클스로 옮겨 그렸어. 색연필, 데코마카로 밑그림에 색도 입혔지. 엽서 크기의 슈링클스에 캐릭터가 가득 차도록 그리는 게 좋아. 오븐에 구우면 크기가 줄어들어서 기대하던 것과 다를 수 있거든. 그림을 완성한 뒤 가위를 이용해 캐릭터 모양대로 잘라줘. 이때 구멍을 낼 수 있는 공간을 미리 마련해두면 슈링클스를 열쇠고리로 활용할 수 있어.

마법 같은 슈링클스 완성 모양 낸 슈링클스를 오븐에 잠깐 넣었다 빼면 두껍고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해. 너무 신기해서 넋을 놓고 봤다니까. 색이 아주 진해졌어. 아참, 크기가 줄어들어서 처음 실수했던 게 거의 보이지 않게 됐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모양이야. 열쇠고리로 만든 슈링클스를 가방에 달았어. 이제 집에 돌아가서도 오늘의 동굴 여행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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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욱 작가 인터뷰 Q. 관심이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일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어떤 장소에서 꼭 뭘 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고 있어요. 다만 그것이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뿐이에요. 모두 즐거워지려고 여행을 떠나는 거잖아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Q. 아이들에게 동굴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가르쳐줘야 할까요? 예술여행의 목적은 교육이 아니에요. 동굴에 갔다면 아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놀도록 두는 게 좋아요. 만약 아이들이 뭔가 느끼길 원한다면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우리 지금 가야 해”라든지 “저걸 꼭 봐”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의 상상력이 벽에 막히게 되는 거죠. 대신 부모님도 즐기세요. 여행은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니까요. Q. 특별히 동굴이라는 장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에게 동굴은 뭔가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에요.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또 사람들은 혼자 있는 곳에 가면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되잖아요. 동굴 안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혼자만의 대화를 하게 돼요. 조금 시끄러우면 이어플러그를 사용하고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요. 그러면 평소엔 상상하지 못 하던 부분까지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어른들은 무엇을 하나요? 어른들의 할 일을 찾는 것부터가 여행의 취지를 이미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예술여행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당연히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야죠. 오히려 부모님이 함께 그림을 그려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도 부모님이 벤치에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따라 그려요. Q.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할까요? 칭찬이면 충분해요. 사실상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는 힘들어요. 대부분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의 그림을 평가하게 되거든요. 그럼 다 못 그린 결과물이 되는 거죠. 그런 피드백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꾸준히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나가도록 하는 건 칭찬이에요. Tip 종이와 연필을 스마트폰 쓰듯 편하게 쓰세요. 쓰고 버리는 것에 부담 가지지 않고 편하게 사용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해요.


작품

사랑이네, 천국의 계단 “365개 계단을 내려가면서 사다리가 생각났어요.”

다회네, 금덩이 캐릭터 “금광을 지나면서 커다란 금덩이를 보고 떠올랐어요.”

도영이네, 금도깨비 “금맥을 돋보기로 볼 때 그 안에 도깨비가 있을 것 같았어요.”

수연이네, 광물친구 “동굴이 어두워서 손전등을 들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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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양현미

발행일

2018년 2월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민교육팀

문의

02-6209-5995

편집

디자인 ㈜어라운드

등록번호

KACES-1760-C009

ISBN

978-89-6748-248-0(0337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산로 76 YTN 뉴스퀘어 11-12층 (우 03926) TEL 02-6209-5995 FAX 02-6209-1392 E-MAIL toyo@arte.or.kr www.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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