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 2014 1 2월 vol 66 전체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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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288-2782

VOL.66 www.kcrc.or.kr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2014 01·02

특집

대륙을 향한 도전 북방협력의 길 권두인터뷰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CONTENTS Vol.66 January / February 2014 02 권두인터뷰

COVER STORY

북·러를 잇는 철교 북한 나선지구와 러시아 핫산을 잇는 두만강 하류의 철교. 2013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나선 - 핫산 철도 및 물류복합 프로젝트에 포스코 등 한국기업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북방 경제협력의 새로운 길이 트이게 되었다. <ⓒ연합>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 ‘민족의 역량’을 북돋는 일에 민화협이 앞장서겠습니다

08 신년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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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화해』 편집기획위원이 보는 2014년 한반도

· 과감한 접근으로 새로운 남북관계 틀 만들어야

16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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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향한 도전 - 북방협력의 길

·북방협력의 새로운 이정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하려면?

·북한 내부의 격변 사태, 북중경협 확대와 발전에 변수로 작용할까

· 북중의 라선경제특구 개발, 어디까지 와 있나

· 무한한 가능성과 역동의 땅,

| 안병민 | 강태호

| 이종림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본 남북·러 협력의 미래 | 하준수

32 진단

·이란 핵 협상이 주는 교훈,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북핵 정책을 추진해야 | 홍현익

·북한 정치지형 변화와 우리의 대응,

남북관계의 단계적 진전이 필요하다 | 양무진

40 지금 북한은 ·북한 경제의 성패 좌우할 중앙·지방 경제특구 개발 유 욱 ·북한에 불고 있는 IT 열풍 ‘시민의 탄생’ 가져올 수 있을까 강진규 |

|

민족화해 2014년 1-2월호(격월간, 통권 66호) 등록번호 영등포, 마00041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69, 구세군회관 3층 전화 02.761.1213 홈페이지 www.kcrc.or.kr

발행일 2013년 12월 31일 발행인 홍사덕 편집인 이경형 홍보위원장 김영만 편집기획위원 공용철, 김용현, 노태호, 오한샘, 윤법달, 정영태, 정은미, 정진아, 조동호 편집장 이운식 편집부 이현희, 염규현 디자인 및 제작 (주)풍경인소풍 070.7433.1123

16


통일을 준비하는 격월간지

48 남북교류협력

76 2030통일론

· 2014년, 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과

· 통일은 진정한 대박이다!

남북경협의 업그레이드 이뤄지길 | 염규현

52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78 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 남북 종교 교류를 통한

평화로운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 변진흥

· 그들을 화진포에서 볼 수 있을까요?

82 무대 혹은 스크린

·북한이탈주민의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의 실태

네트워크 구축과 공공·비영리기관 연계 절실 | 김현정

60 통일교육·평화교육

84 현장

| 김진환

80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56 현장

| 정서윤

·영화 ‘붉은 가족’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 오한샘

2013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

· 통일교육, 다중적 정체성과 다문화사회 공존모델

포함시키자 | 김정수

·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모색

| 편집부

제11회 민족화해상

64 기고

· DMZ세계평화공원,

남북 평화와 협력의 토대가 되기를 | 이종헌

90 민족화해 네트워크

68 통일을 디자인하자

· 통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비전

·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남북을 중재하는 징검다리 역할 빛나 | 김종영

95 독자 의견

| 전영선

72 특별연재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과 서울 그리고 통일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사회주의 이상 도시’ 평양

32

| 임동우

48

72


권두인터뷰

洪 思 德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민족의 역량’을 북돋는 일에

민화협이 앞장서겠습니다 대담

이경형 민족화해 편집인 |

정리

이현희 민화협 정책홍보팀 팀장

지난 2013년 10월 2일 제8기 민화협 대표상 임의장으로 선출된 홍사덕 신임 의장. 6선 국 회의원 출신인 그는 새누리당 원내총무, 정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무장관, 국회 부의장을 지낸 노련한 정치인 이자, 1988년부터 민간 통일운동단체인 ‘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실제

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을 설립해 최

로는 별 진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3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

근까지 상임대표를 역임하는 등 통일 분야에

가하십니까?

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해왔다.

“2013년에는 남북 교류가 극히 부진했는데, 그것은 따지고 보면

민화협 취임 이후 ‘2013년 통일문화축제’,

북한의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봅니다. 짐작컨대 김정은 위원장

‘2013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 등 굵직

이 권력을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남북 간의 긴장 고조가 필요했

한 사업을 추진하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

을 것이고, 그렇게 빚어진 일들이 남북관계를 어렵게 했습니다.

는 홍 의장은 무엇보다 북한 동포들을 실질

정전협정 무효, 청와대 불바다 같은 ‘말 폭탄’과 더불어 개성공

적으로 도울 수 있는 인도적 지원사업을 적

단 중단 사태마저 빚어졌기 때문에 남북 교류가 막힐 수밖에 없

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이 이전한 광화문 민화협 사무실에서 그

다만 아쉬운 것은 북한의 그런 행동이 내부 사정 때문에 나온 것

를 만나 2014년 민화협의 활동 목표와 사업

이라면 우리가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어야 했는

방향을 들어보았다.

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민간단체들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준비한 물품마저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은 누가 뭐 라 해도 유감입니다. 일부 가기는 했지만 미미한 물품조차도 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02 03

장성택 처형 등 최근 북한의 정치 정세가 매우 불안정해 보

될 것입니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 출범 첫해에는

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거듭 약속한 인도적 대북지원이 제대로 되지 못했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2014년 남북관

는데, 2014년에는 이것을 남북관계 개선의 중심적

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도구로 활용하면서 그 성과에 따라 남북관계를 점

“이번 장성택 숙청 과정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차 넓혀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넓힐

상당히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는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동북아시아 질서

데, 그러한 과감성을 북한의 개혁·개방 쪽으로 이

가 재편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남북이 좀 더

끌 수 있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개선에도 큰 도움이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홍사덕 대표상임의장과 이경형 편집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남북 민화협 간의 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를 보면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거나 소강상태에

우리 사회에서는 대북지원을 둘러싸고 여러 논쟁들이 존재

있을 때, 의외의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지원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

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홍 대표님의 역할

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 동포들의 삶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잘

“과거에는 남북의 최고통치권자들이 먼저 의사결정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인도적 차원, 동포애적 차원

을 하고 남북 교류가 그 뒤를 따르는 형식이었지만,

에서 지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독

그동안 남북 교류를 통해 축적된 역량과 실적이 있

일의 통일은 합의에 의한 통일이었고, 동독 주민들

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다른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이 서독과 하나 될 것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던 것입

고 봅니다. 예를 들어 남북 민화협을 비롯하여 남쪽

니다.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의 민간 부문들이 먼저 교류의 폭을 넓히고, 그런 분

됩니다.

위기 위에서 남북의 최고통치권자 또는 당국자들이

덧붙여 북한이 자력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더 높은 차원의 협력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입니다.

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아

저는 이 방식이 더 바람직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직 공업화와 산업화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농업국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본보기가 중국의 해협

가입니다. 거기에 공장을 짓고 설비를 지원해주는

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의 활동 방

것은 자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어주는

식입니다. 두 기구는 양국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면서 중

저희 민화협도 우리 민간단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인도적 지원물품들이 원활하게 제공되도록 힘쓰면

국과 대만의 경제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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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습니다. 남북의 민화협이 할 수 있는 분야는

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의 무한대입니다. 중국과 대만의 해기-해협회가

“민화협은 정부 방침보다 서너 발자국 앞서가는 위

그랬듯이 협력 범위를 넓히면서 다양한 일들을 할

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수 있으며, 또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일이 전향적으로 진행됩니다. 얼마 전에 북한이 개 성과 평양, 신의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그동안 대북 민간 교류가 너무 중구난방이었다는 지적도

건설을 중국과 합작으로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습

있었습니다. 남북 교류에서 민화협이 어떤 역할을 해나가

니다. 저는 이 발표를 보고 몹시 당황스럽고 창피했

야 한다고 보십니까?

습니다. 정부도 창피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동안

“남북 교류 협력에서 물자와 관련된 것은 정부의 승

남북 교류와 협력을 소홀히 한 결과이기 때문에 창

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침을 뛰어넘을 수

피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는 없습니다. 북한 민화협과 긴밀하게 협력할 때도

투자할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국내 20대 기업의

그 점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신적

유휴자금이 500조 원이고, 400조 원을 가지고 있는

인 측면은 좀 더 분방한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자 합

국민연금은 투자할 곳이 없어서 외국에 나가 건물을

니다. 특히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는 다소 무리가 되

사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겨우 15조 원짜리 공

더라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입니다. 남북한 주민

사를 우리가 하지 못하고 중국이 하게 된 것은 너무

의 달라진 언어생활에 관한 이해와 통합을 위한 연

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통행료 수익을 북한이 다 가

구 교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스포츠

져가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교류 등 모든 부문에서 그렇습니다.

동독이 서독한테 발목 잡혔던 것 가운데 하나가 고

남북 민화협이 창구 역할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필요

속도로 통행료였습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는 통

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한때는 가닥을 잡을

행료 수익이 엄청 컸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습니

수 없을 정도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기업 등이

다. 서독 자동차가 안 들어오면 고속도로 운영이 안

각개약진으로 교류를 추진했는데, 성과도 있었지만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우리도 준다 준다 말만 하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남북 민화협의 창구 역할을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 쐐기를 박으면서 지원

높여서 남북의 정부, 남북의 적십자, 남북의 민화협

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으로 비교적 체계 있게 교류 협력을 진행해 나가는 게 어떨까 합니다. 쉬이 동의를 안 하는 분들도 있겠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우리

지만, 여러 의견들을 청취하면서 노력을 기울여나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

갈 예정입니다.”

도 사안별로 단계를 거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 니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 방향이 ‘한반도 신뢰프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마련입니다. 우선 긴요

로세스’인데, 신뢰를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한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를 자꾸 만들어갔으면 합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류·접촉을 통해 신뢰를

니다. 5·24 조치에 대한 예외를 많이 만들면서 협

만들어나가려면 민화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또 정

력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봅니다.


02

01

01 민화협이 개최한 ‘2013 통일문화 축제’에서 철책을 걷고 있는 홍 의장 02 홍 의장이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를 진 행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러시아-북한 철도 연결과 관련해

입니다. 통일 문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인

서 우리 기업의 참여를 허용한 것도 그러한 예외를

식의 차이가 커서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만들어나가는 사례 가운데 하나겠지요.”

있습니다. 늘 얼굴을 맞대는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생각이 다르다고 얼굴 붉히며 언쟁한다면, 서로 협 력해야 할 때 오히려 협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엄청난 투자 기회입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협력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봅 니다. 주은래는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였지만 상대 방이 자기 생각과 완전히 다른 말을 해도 끝까지 듣

통일 문제를 둘러싸고 세대 간, 이념 간 인식의 격차가 크고,

고,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안 하고 대화를 끝

그에 따른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많습니다. 통일에 관한

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종 못하는 적은 없었습

국민 합의 기반을 확대해나가야 하는 민화협으로서 이러한

니다. 과한 논쟁보다는 때로는 이러한 방식도 도움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나갈 생각입니까?

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민화협은 남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 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동안 해오던

젊은 세대들의 경우,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매우 저

활동들을 성실히 계승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잘잘

조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

못을 따지는 불필요한 논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

하십니까?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민화협도 젊은 세대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 램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통일에 대한 새로운 비 전과 인식을 확산시켜나가기 위해 학생들이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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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역량으로 ‘1945년 체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는 대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우리 는 통일을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그것이 얼마

민화협 사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했습니다. 여의도 시대에

나 큰 투자 기회가 되는지는 외면해왔습니다. 1960

서 광화문 시대가 됐는데, 정부 기구나 회원 단체들과 가까

년대에는 대한민국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했지만,

워졌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민화협 활동 및 통

지금은 제대로 된 기회가 없어서 투자를 못하고 있

일을 위한 홍 대표님의 포부는 무엇입니까?

습니다. 통일이야말로 황금 같은 투자 기회이고, 우

“끼니를 걱정하던 사람이 당대에 거부가 되면 지갑

리 민족의 역량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아무리 두둑해도 푼돈을 쓰면서 벌벌 떠는 법입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잘 교육받은 7,400만의 인구

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

를 갖게 됩니다. 6,300만 정도의 인구를 갖고 있는

니다. 북한 동포들이 연간 100만 톤의 쌀이 부족하

영국과 프랑스를 능가하는데다, 세계 2~3위의 방

다고 하는데 4,000억 원이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

대한 시장도 양옆에 끼고 있습니다. 통일은 우리에

입니다. 우리에게는 그 몇 십 배의 역량이 있는데

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러한 통일

그런 역량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 비전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물론 책임의 8할 정도는 북한에 있겠지만, 능력이

런 측면에서 최근에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 박

나 역량만 놓고 보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뜻

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인데, 마음속으로 고

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역량을 십분 발휘

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지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1945년 체제’를 극 복해야 합니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릴까봐 두렵

미국, 중국 등 주요 지역에 민화협 해외협의회도 구성되

긴 하지만, 일찍이 강증산이 만국활계출어남조선

어 있는데요, 해외 동포와의 협력은 어떻게 이끌어나갈 구

(萬國活計出於南朝鮮)이라 했던 말을 요즘 자주 상

상이십니까?

기합니다. 배달민족이 1945년 체제를 극복하고 하

“민화협 해외협의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민주평통

나가 되면 세계 모든 나라의 살 길을 제시해주지 않

해외협의회와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을

겠습니까.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적 구성과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처리의 산물인 ‘1945년

서 평통 활동을 하신 해외 동포 사회의 원로 지도층

분단체제’를 극복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베트남 등

을 우리가 모신다면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차별

의 사례를 보면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민족의

화가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역량’이었습니다. 우리도 무엇보다 ‘민족의 역량’을

더불어 활동과 관련해서는 인도적 대북지원과 같은

북돋아야 합니다. 늘 한결같은 것은 핏줄, 민족밖에

활동을 해외 민화협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남북

없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

관계 발전과 통일 준비를 위한 해외 거점 역할을 하

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민화협이 이런 꿈을 이뤄

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낼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


신년좌담

『민족화해』 편집기획위원이 보는 2014년 한반도

과감한 접근으로 새로운 남북관계 틀 만들어야

공용철

김용현

사회 공용철 KBS PD 좌담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정영태

정은미

조동호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로 ‘한반도 신뢰프 로세스’를 제시하고 인도적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 만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 중단 사태, 이산가족상봉 무산 등이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은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편 북한은 대중경협의 확대와 13개 경제개발구 발표 등 경제발전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연말 장성택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행동

정부의 발목을 잡았고 이후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4년 남 북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민족화해』 편집기획위원들과 함께 2013년을 평가하고 2014년을 전망해 보았다. 정리 |

이은영 객원기자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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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대로 성과도 거둔 경험이 있다. 세습체제라는 틀 에서 본다면 북한은 정상적인 형태로 가고 있다. 그 동안 북한체제 내부에서 행해져오던 프로세스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김용현 김정일 시대를 정리하고, 김정은 시대로 넘

북한의 장성택 실각,

어가는 변곡점에 장성택이 있었다고 본다. 김정은

정치·경제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

정권이 김정일 체제를 계승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젠 구시대와 단절해 김정은 단일지도체제로 빠르

사회자 (공용철) 장성택 숙청과 작년 12월 17일 김정일 사

게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망 2주기 추모대회 이후 북한 권력구도 변화와 전망에 관

이번 2주기 추모대회는 ‘김정일 버전’의 유훈통치 시

심이 많다. 장성택 제거 과정에서 최룡해 중심의 군부가 주

대를 마무리하며 김정은 시대로 진입하는 과정이었

도한 느낌을 주다보니, 일부에서는 김정은의 핵개발·경제

다고 본다.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20~30년을 지향

건설 병행추진에 군부가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

하고 있다고 본다면, 최근 2년은 그 뿌리와 터를 완

도 나온다.

전히 잡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구세대 인 장성택이 정리된 것이다. 단기적으로 최룡해나

정영태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는 김정은 유일영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의 부상이 예상되지만,

체계를 공식적으로 정착·부각하는 계기로 활용된

결국 빠른 속도로 김정은 유일지도체계가 확립될 것

것 같다. 김정일은 생전 ‘최고정치가가 되려면, 우선

이다.

적으로 군대를 틀어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추 모대회 당시 주석단을 보면 김정은 역시 군대를 틀

조동호 김정일의 장례식 때 운구차와 함께 걷던 8

어쥐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최룡해 총

명을 떠올려보라. 이는 김정일의 시신을 운구하는

정치국장이 김정은 옆에 앉았고, 리영길, 장정남 등

것이기도 하지만,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권력을

군부가 자리를 잡았다. 이는 김정은이 군대를 장악

운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정은을 제외한 7인방은

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끝난 권력에서 새로운 권력으로의 운구를 맡은 사

또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앉힌 건

람들이고,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

당, 국가, 군대, 인민대중 중 인민대중을 중요하게

이었다. 이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모두 전면에서 물

생각한다는 의미를 드러낸 것이다. 당 차원에선 비

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데, 다만 예상보다 빠르

서들을 전면에 앉혔다. 결국 주석단의 면면은 당 -

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것이 진행됐을 뿐이다. 핵

국가 - 군대 - 인민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개발·경제발전이라는 병진노선 역시 변화가 없을

언론에서는 최룡해를 마치 군부 강경파로 묘사하며

것이다.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2012년은 3대 세습

장성택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묘사하는데, 최룡해

구축의 해였고, 2013년은 체제 안정성 확보의 해였

역시 경제개발이나 발전에 관심이 매우 많았고, 나

다. 그리고 이제 2014년은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지난 2년

다. 내각책임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인민생활 향상에

은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 확보에 집중한 기

집중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최고지도자의 지지기

간이었고, 그 마무리가 바로 장성택의 숙청이라고

반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할 수 있다. 조동호 이제 북한에 남은 문제는 경제적 안정성 확

보다. 앞으로는 북한 민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시

2014년의 북한,

기가 될 것이다. 그 사전 작업이 2013년 3월 병진노

경제적 안정성 확보에 주력해나갈 것

선 발표와 5월 경제개발구법, 그리고 11월 13개 경제 개발구·신의주 특수경제지대 지정이다. 이건 장성

사회자 그래도 어찌되었든 장성택은 백두혈통에 속한 김

택이 아닌 김정은 시대의 작품이다. 장성택의 존재

경희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다.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은 그 길로 갈 것이다. 그 때

북한사회에서 이른바 로열패밀리를 충격적으로 숙청한 것

문에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개방이 주춤거릴 것으

을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라 예상하는가.

로 예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 행보는 더 빨라질 것이고, 대중·대남 유화 제스처도 조만간 취할 것

정은미 이중적일 것이다. 젊은 지도자가 ‘친인척이

이라고 본다.

라도 부패한 간부는 처형할 수 있다’는 정치적 결단

장성택 제거 이후 북중경협의 차질을 예상하는 이들

성을 보여줬다고 느끼면서도, ‘자기 고모부를 죽였

이 많다. 하지만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장성

다’는 온정주의적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

택 파벌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최룡해 인

자는 표면화되지 않은 소수의 의견일 것이다. 김정

맥이나 장성택 인맥이 상당부분 겹칠 것이란 소리

일 2주기 추모대회에 김경희가 나타나지 않은 것 역

다. 둘째, 예를 들어 일본의 권력층이 대부분 미국

시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남

과 상당히 관계가 좋은 이른바 ‘친미파’인 것처럼, 북

편이 처형된 상황에서 김경희가 정치행사에 참여하

한 역시 권력층 대부분 친중파일 수밖에 없다. 셋째,

는 것은 인민들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시대는 경제의 시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 역시 이번 사건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과

장성택이 없어졌다고 해서 북중관계가 흔들릴 것이

동시에 후견그룹들의 퇴장을 알리는 정치적 퍼포먼

라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스였다고 본다. 아울러 그 신속성으로 봤을 때 상당 히 오랜 기간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영태 김정일은 선군정치에 대해 ‘최고지도자는 군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리더

사 외에는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십은 김정은에게 부담이 된다. 친인민정책을 가져올

군사와 나머지 사업이 분리되는 것이다. 여타의 사

수밖에 없다. 장성택 재판문을 보면, 주체철, 주체비

업은 내각이나 실제 행정담당 분야에 위임하는 게

날론, 주체비료가 제대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 역할

선군정치의 패턴이다. 이렇게 볼 때 장성택의 죄목

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즉 최고지도자의 지지기반

에 나와 있는 ‘내각책임제 원칙 위반’을 주목해야 한

인 인민생활의 향상에 부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

다. 김정일은 내각에 힘을 실어주며 실무적인 일을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10 11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당의 파워맨이나 군부의

계에서도 오래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실세가 이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내각책임

발전을 위한 북한의 노력을 국제관계와 연결해보면

제 원칙 위반’이라는 것은 장성택의 죄목이라기보다

결국 핵심은 방중과 핵이다. 이 때문에 2014년 봄,

는 북한 내부에 만연한 행태에 대한 지적이라 볼 수

김정은의 방중 노력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있다. 현재 북한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이다. 내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하면서, 동시

각에 힘을 실어주며 최고지도자의 관심을 쏟아 강하

에 북중경협 확대를 통한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성과

게 추진하는 것에 향방이 달려 있는 것이다.

도 기대할 것이다. 핵문제도 당장 내부 수습을 위해 발언의 수위가 높 아질 수 있지만, 핵은 경제를 만들고 체제 안전을 도

북중관계와 북중경협의 확대· 발전을 위해

모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끌

노력해나갈 것

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2014년 상반기 중 자신들의 입장을 결정하는 시기를 찾을 것이고, 방

사회자 북한 경제를 살리는데, 내부적 개혁으론 한계가 있

중도 그만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다. 개방, 즉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장성택 숙청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부정적으로

조동호 경제성장은 방식으로만 보면 사회주의나

작용하고 있다. 친중 라인으로 여겨졌던 장성택이 제거되

자본주의나 똑같다. 경제성장을 단순화해 ‘생산량

며 죄목 중 하나로 ‘나라의 재산을 팔아먹었다’며 북중경협

(Output)의 증가’로 정의한다면, 이를 위한 방법은

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것들이 향후

투입(Input)의 증가나 생산 과정의 효율성 증가 두

국제관계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지다. 이렇게 보면 2014년 북한이 갈 길은 분명하 다. 효율성 증가는 북한식으로 경제관 개선이다. 소

정영태 북중경협이나 교류부문에서 나타난 무질서

위 ‘6·28방침’이 조금 더 확대되는 범위에서 전국적

에 대해 북한은 우려하고 있다. 최근 만난 중국 교수

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효율성 증가는

들에 따르면, 이미 나선특구는 완전히 자본주의화되

기본적으로 자본투입 없이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

어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그렇게 보았다면, 북한 당

에 북한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국의 눈에는 더 심하게 비춰졌을 것이다. 따라서 일

런 차원에서 방중이 가까워졌다고 예상할 수 있다.

정한 조정기간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하나 이

중국은 국익을 위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반드시

는 단기적 변화일 뿐 장기적으로는 기본방향에서 벗

필요하다. 김정은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공식 인

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하며, 북한의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국익 에 부합한 것이다.

김용현 개인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과 정

그럼 김정은 정권은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어

치적 내부 정리 중 무엇이 먼저 진행될지 관심사였

낼 것인가. 역시 경제지원이다. 경제적 성과를 보여

는데, 내부정리가 선행됐다. 하지만 이런 긴장 국면

줘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외부와의 관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런 북한의 요청을


받는 대신 핵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당장 핵 폐기를

정은미 박근혜 정부 1년은 실질적으로 평가할 만한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6자회담 복귀 등 일정한 물꼬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를 만들려 할 것이다. 2014년 이런 과정을 예상할 때

가 내부적으로 대중화되지 못했고, 대외적으로도 신

남한과의 관계는 물론 대미관계에서도 북한은 대화

임을 받지 못한 상황인 것 같다. 심지어 보수진영에

국면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서도 비판적 의견이 있는 것 같다. 2014년에는 보다 능동적이고 공세적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라는 주 문이다. 아마도 올 해는 남북이 현재 처한 정치적 이

상호 탐색과 길들이기에 주력했던

해관계 속에서 가시적으로 대화나 교류협력이 이뤄

남북관계 2년

지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또한 지금은 안보적 측면, 즉 안보와 대화 중 한쪽 바

사회자 이번엔 김정은 체제 2년을 간단히 평가해보자. 특

퀴만 사용하는 모습이다. 우리의 방위력을 높여가는

히 대남정책과 관련해 김정은 2년이 김정일 시대 정책의 연

것이 한반도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장선이라고 보는가,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아울러 박근

북한과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혜 정부의 대북정책도 평가해 달라.

충돌을 미연에 막는 것도 중요하다. 두 축을 사용 하면서 제대로 된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드웨

김용현 지난 2년의 대남정책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어만 갖추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전환과정에 중심을 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때 문에 북한 스스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부터 어떤

정영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성과가 미미했다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가하는데,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을 본다면 적지

다만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서 대남정책을 활용

않은 성과와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과감하게 원칙

한 측면이 크다.

을 지키며, 향후 공단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여러

특히 2013년 남북은 서로 길들이기에 주력했다. 그

제도적 장치 마련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할

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앞으로 남쪽에 들어설 정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안보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것

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향후 자신의 20~30년 집권

과 동시에 과감한 교류협력이나 남북대화도 제의했

기간을 내다보며, 절대 끌려가지 않겠다는 쪽으로

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를 이분법적으로 접근

정리했다고 본다. 이런 구조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안보와 교류를 동시에 진행해야

자체가 어려웠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

한다는 것이다. 교류협력도 힘이고 안보다. 이런 측

북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북으로서는 남한 기준으로

면에서 지난 1년은 과감하지 못했고 수동적이었다

자기들을 끼워 맞추겠다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

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다.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지난 김정 은 정권 2년은 구조적으로 남북관계를 풀기 어려운

김용현 그동안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함께

상황이었고, 정권을 이양받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곤 했다. 정권이나 정치인으로서는 지지층의 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를 계속 이끌어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으니,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12 13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언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과연

제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연동되는 종속변수로 남

그렇게 일축하는 게 바람직할까. 북한이 경제 쪽으

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이

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도록 유혹하는 전략이 필요한

끌어내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계속 냉온을 반복할 수

데, 그동안의 정책을 보면 이런 전략이 미흡했다. 북

밖에 없을 것이다.

한이 병진노선이라고 발표했음에도 경제와 핵, 두

현실적으로 보면, 2014~2015년 2년이 박근혜 정부

가지로 보지 않고 하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젠

가 남북관계를 자신의 의지대로 또한 정치적으로 풀

핵은 핵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분리하는 전략이 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은 총선, 2017

요하다.

년은 대선이 치러진다. 이미 늦다. 이 2년의 시간에

두 번째, 단기적으로는 상황관리가 중요하다. 대남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고 보다 발전시키겠다는 지도

도발 가능성은 현재 낮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북으

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로서는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에 이전 보다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014년 북한이 대화 제스처로 나올 경우 어떻게 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응할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북한이 대화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놓고 볼 때, 개성공단 과 금강산관광을 넘어서는 것이 나와야 한다. 동서

사회자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지도자는 자기 사업, 자기 업

확대, 미중 간 세력 갈등, 일본의 군사 재무장 조짐 등 주변

적을 쌓고자 한다. 이는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개

환경의 긴장 속에서 우리도 군사력 증강을 위해 이지스함,

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아버지의 사업이다. 그럼 김

조기경보기 등을 확충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위협

정은은 무엇이 있을까. 마식령 스키장이 있을 것이

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군사 부문의 긴장의 끈을

고, 13개 특구 개발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변정세 때문에 남북이 모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정상화 등이 필요할 것이지

안보를 확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류협력도 활발하게

만, 이미 양 지도자가 이전 성과를 넘어서는 구상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2014년 남북관계 전망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책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그것을 넘어서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은미 그동안 남북관계가 정부의 독점적인 영역으

조동호 저는 역대 우리 정부 중 대북정책과 관련

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2014년에

해 박근혜 정부가 복이 많은 정부라고 생각한다. 선

는 민관이 다시 협력해야 한다. 민간의 역할을 정부

군·핵 유일정책을 고수해오던 북한이 경제건설을

가 측면에서 지원하고, 자율성도 인정하는 방향으

내놨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제는 유

로 나아가야 한다.

혹전략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 한이 병진노선을 내놓았을 때 우리 대통령은 ‘실패

김용현 남북정상회담은 여전히 유효하고 또한 필요


하기도 하다. 정상회담 외에 지금의 상황에서 돌파

나 핵실험을 추진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 그 후

구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정상회담에 포인트를 맞추

대남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관계 개선의 손짓을

고 향후 상황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반기문

해올 수 있다고 본다.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길 바

1998년 상황을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난의

란다. 반 총장의 방북의지는 상당하며, 현 국면을 뚫

행군을 한 이후 내부 정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선군

고 나가는 방식으로도 적절하다. 어려움이 있겠지

정치가 헌법에 들어가고 국방위원장 체제를 공고히

만 필요하다.

했다. 이후 1998년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해 긴장감

향후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소극적이고 보수적으로

을 조성한 후 2000년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김정은

접근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당장은 그런 분위기가

체제도 그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본다. 2012년과 2013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어느 정

년 헌법개정과 당규약 개정, 유일사상원칙 정리, 장

도 정리되면 대외·대남 부분에서 유연성이 나올 수

성택 숙청 등을 통해 유일지도체계를 마련하고 군사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대북정책

적 수단을 통해 그 힘을 보이려 할 것이다.

이어야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군사회담을 제의할

박근혜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말한다. 한데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도 바라는 바다. 이명박 정부

원칙이 무조건 ‘내가 정한 원칙’이라면 정말 ‘원칙 있

당시 북한이 먼저 군사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설사

는 대북정책’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 교수님 말

북한의 의도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이를 적극 활용

씀처럼 ‘유혹’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의 자리로 나

할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활동이나 남

올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북경제교류, 협력관계도 일단 대화가 되어야 가능하 다.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나

정영태 북한의 경우 2014년 상반기에 로켓시험발사

선 것처럼 이제는 대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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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군사회담을 통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긴

정영태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 확대가 무제한 확

장 국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대되기보다는, 먼저 남북교류가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런 인식 하 에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또한 5·24

남북관계 돌파구,

조치 역시 기본적으로 그 틀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민관의 유기적 협력과 지원 필요

본다. 5·24조치는 북한의 부정적 행태에 대한 우리 의 대응이며 역사적 결정이다. 상황이 변했다고 조

사회자 민간단체 교류와 인도적 지원 부분도 중요하다. 박

치를 폐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

근혜 정부는 출범시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장하며 그

에서 남북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충

중심에 민간교류나 인도적 지원 부분을 포함했다. 민화협

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각 사안별 특성에 따

역시 NGO연합체라고 볼 수 있는데, 2014년 민간교류나 인

라 대응하면 된다. 국내외적 상황과 정치·군사적

도적 지원 부분의 전망과 바람 등을 말해달라.

상황에서 조치가 확대되지 않을 뿐이지 개성공단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예외성을 현실에 맞

정은미 5·24조치가 문제다. 이것이 있는 한 민간

게 발전시켜나가면 된다. 기본적인 원칙은 그대로

이나 기업 간의 교류가 활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유지하면서 사안별 대응을 해나가는 것으로 충분하

선언적으로 조치를 해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필

다고 본다.

요와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력화하는 것도 현명 한 방법이라 본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한반도

김용현 남북관계가 어려운 조건 속에 처해 있음에도

의 안보를 안정화하는 데에 민간의 활동이나 교류

민간교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유연성을 확보해 대

협력이 큰 기여를 해왔다. 이를 다시 활용하기 위해

화의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서라도 5·24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 나아가 무력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 민

화되어야 한다.

간교류가 정치적 사안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은 충분

또한 교류의 내용이 질적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생

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역할을 평가절하하거나 의

각한다. 현재로서는 워낙 남북 간 직접적인 민간교

미를 무시하는 쪽으로 정책이 집행되는 것은 지양해

류가 없다보니 제3국의 민간교류 관계자에게 정보

야 한다. 특히 2014년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에

를 듣는 상황이다. 제3국의 경우 교류의 원칙으로

접어들면서 정부 간 대화를 위해서라도 민간 부문의

삼고 있는 것이 ‘북한 체제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 역시 마찬가지

는, 역량이 부족한 부분을 민간교류를 통해 보완해

다. 정부가 정치 상황과 별개로 민간교류를 접근하

준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민간 부문의 교류가 활

기는 어렵겠지만 독자성을 만들어줄 필요는 분명 있

성화되고 확대된다면, 이제는 장기적 관점으로 북

다. 민화협만 보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뚫고 나아가

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수행

고 있지 않는가. 그 속에 보수와 진보, 모두 있으니

할 필요가 있다.

민화협이 민간교류의 구심적 역할과 물꼬를 트는 역 할을 할 필요가 있다.


특집

대륙을 향한 도전 - 북방협력의 길

01 ⓒ연합

북방협력의 새로운 이정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하려면?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연구실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및 동아시아 평화와 유라시아 협력 촉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발전을 위한 동북아 평 화협력 구상 추진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대륙철도망(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과 한반도종단철도를 연결시켜 복합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 통합 에 너지망 구축을 위한 가스관과 송전망 구축 사업을 제시하였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박근혜 정부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은 과거

16 17

스 구상’이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인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 구상’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 는 한반도철도와 대륙횡단철도를 기본 축으로 하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공동체로

여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싸고 안전하며 빠른 다양

정부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구체

한 국제 수송회랑(Corridor)을 구축하겠다는 내용

적인 방안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였다.

이다. 즉 철도를 축으로 하여 해상, 도로, 항공이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

결합된 경쟁력 있는 국제 복합수송망 구축이라는

제 협력 컨퍼런스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경제

점에서 철도라는 단일 운송수단 중심인 철의 실크

공동체로 묶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정치, 군사적

로드 구상과는 차이점이 있다.

인 측면에서도 평화적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유라시

이러한 대륙철도나 통합 에너지망과 같은 네트워크

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밝혔다. 즉 유라시아를 소통

사업은 유라시아 북방 지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과 개방, 창조와 융합의 공간으로 발전시키자는 비

일찍이 북방 정책이란 대공산권 문호개방 정책을 지

전인 것이다.

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돼왔는데, 이는 서독이 동독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3개의 개념을 축으로 하고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 개방 정책으로 실시한

있다. 첫째 유라시아 내 끊어진 물류 네트워크를 연

동방 정책(Ost - politik)과 유사한 개념이다.

결하고 교류를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하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러시아, 중국과의 경제협력,

나의 대륙, 둘째 유라시아인들의 창의성이 발휘되

정치, 외교관계 강화를 위한 새로운 북방 정책의 추

고 산업과 기술 그리고 문화가 융합될 수 있는 환경

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진 정책, 중앙아

을 조성하여 새로운 경제가 창출되고 새로운 문화

시아와 EU의 중요성에 부응하는 유라시아 경제협

가 어우러지는 시대를 열어나가는 창조의 대륙, 셋

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째 유라시아 시대의 경제통상과 문화교류를 가로막

히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닌, 남방과 북방을

는 평화와 안보 위협을 해결하는 평화의 대륙이 바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한다. 특히

로 그것이다.

정부는 러시아를 북방 신성장 공간의 핵심 축으로

이러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제안은 한러 정상회담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갖고 있다. 이 광활한

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과의 회담에서 보

지역의 주요 거점을 선으로 연결하여 파급 효과를

다 구체화되었으며, 구체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하

면으로 퍼지게 하려는 구상이 ‘실크로드 익스프레

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 한 나진-핫산 간 교통, 물류협력 사업이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 단철도(TCR) 등 대륙횡단철도를 연결한다는 구상 은 지난 1980년대부터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돼

01 지난 11월 13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 여한 가운데,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드미트리에프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장(VEB)이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부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개발펀드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투 자 플랫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왔다. 이와 함께 남북, 북한과 러시아, 한국과 러시 아 등 관련 국가들은 양자간, 다자간 형태로 교통망 연결 사업에 대한 합의 및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실


지난 2008년 10월 북한 나진항-러시아 국경도시 카산을 연결하 는 철도 복구공사 기공식의 모습. 새 철로가 기중기에 실려 놓여지 는 것을 노동자들이 쳐다보고 있다.

제로 연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등장하고 있다. 중국 동북3성은 동해, 즉 출해 통로

하지만 교통망 연결 사업은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렸

확보를 위한 창지투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며, 나선

으며, 그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화물의 수

경제개발지구를 공동 개발,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

송 유형, 국가별 상이한 요금 체계, 접근성 등 동북

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의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 역내 운송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자국 항만이 아닌 북한 나진항에 대한 현대화와 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진 - 핫산 간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남북 간 교통망 연결 사업 중 경의선 남북 간 화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내 물류 거점을 경유하여 새

열차는 컨테이너 화물이 확보되지 않아 경제성을 창

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며, 한국을 가장

출하지 못했다. 남북 간 화물열차는 1년간 총 444회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운송시장

(왕복 222회) 운행되었는데, 화물 운송량은 55TEU

변화 속에서 제안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중

에 불과했다. 전체 운행 중 17회만 화물 수송이 이루

국, 러시아 등 관련 국가의 국가 정책과 일치하며,

어졌을 뿐, 대부분 공차로 운행되었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이익과도 부합

상업 운송보다는 남북 간의 상징적인 운송이었던 것

되는 전략인 것이다.

이다. 한편 동해선 철도는 한 차례 시험 운행을 끝으

동북아 지역의 수송회랑은 단순한 화물의 이동 통

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로가 아니다. 이 회랑을 통해 가스, 석유, 전력망이

이 밖에 동북아 역내의 교통물류 사업을 위한 다양

통과한다. 철도, 도로, 가스, 석유, 전력망은 인구밀

한 양자간, 다자간 논의가 추진되었지만, 기업의 참

도가 매우 낮은 광활한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사

여를 유인할 만한 수익성 창출 가능성이 낮거나 정

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동일한 용지에 밀집시키

부의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하여 구체적인 사업으

는 형태로 건설된다. 따라서 철도, 도로, 가스, 석

로 진행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관련 사업에

유, 전력망은 패키지 형태인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

대한 관계 국가의 기대치가 상이했기 때문에 합의

되어야 한다.

도출이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점도 존재했다.

또한 이 지역의 수송회랑은 화물과 여객의 공간적

그러나 최근 역내 상황들이 급변하였다. 동북아 지

이동 수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를 통합하

역 국가들에는 싸고 빠르며 안전한 새로운 출해 통

는 국가 상징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로, 수송회랑을 구축하는 것이 국가 생존전략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북아 지역의 공동 번영과 평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18 19

동북아 지역의 수송회랑은 단순한 화물의 이동 통로가 아니다. 이 회랑을 통해 가스, 석유, 전력망이 통과한다. 철도, 도로, 가스, 석유, 전력망은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광활한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동일한 용지에 밀집시키는 형태로 건설된다.

화 정착을 위한 통합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 사업, 전력망 사업), 농업협 력 사업, 환경협력 사업 등 초국경 협력 사업의 가능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성을 점검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하다.

시너지 효과 기대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관련국의 적극적인 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연결하는 첫 번째 다자간 협

여라는 동력을 확보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

력 사업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즉 한반도를 통

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유라시아 지

과하는 국제 수송회랑이 구축되고, 북한의 교통 인

역에 잔존해 있는 공급자 중심의 슈퍼갑 논리, 정치

프라를 이용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기대된다는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인한 정책 가변성, 세계 표준

것이다. 또한 남북한과 러시아 간에 처음으로 시도

(Global Standard)에 대한 인식 부족, 공동 이익 창

되는 공동 개발, 공동 운영 방식의 시험대이기도 하

출보다는 자국 이익에 집착하는 파트너십 부족 등이

다.

선결 과제이다.

러시아와 북한 당국의 의사결정 체제의 경직성이 극

국내적으로는 새로운 협력 구상에 대한 냉소적 시

복될 것인지,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교통·물류 시

각을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구축해나

스템의 정시성, 안전성, 안정성, 경제성이 확보될 것

갈지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추진돼온 북방협력 사

인지, 분쟁 조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

업 중에는 결과적으로 정권의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

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방관자가 아닌 주도

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사업이 적지 않았다.

적인 참여자로서의 관심과 열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따라서 북방협력 사업에 대한 불신감과 차가운 눈초

이다.

리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라시아 이 니셔티브 구상에서의 북방협력은 새로운 가능성으 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한국과 러시아 간 합의된 나진-핫산 교통물류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 참여는 러시아와 북한이 공동으로 현대화한 철도와 항만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석탄을 반입한다는 것이 다. 이 사업은 동북아 지역 역내 현안인 에너지 사업

안병민은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UN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국가전문가, 남북·러 철도전 문가회담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북한 동북 아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통일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 통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집

대륙을 향한 도전 - 북방협력의 길

01

북한 내부의 격변 사태,

북중경협 확대와 발전에 변수로 작용할까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

2013년 12월 12일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 위원 겸 당 행정부장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북한 경제 활성화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여기엔 중국 쪽의 두터운 신뢰가 작용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점에서 한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으로 지목되던 장성택 의 제거는 북중경협과 두 나라 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민화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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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

2013년 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다소 주춤하긴 했

지역) 개발개방 선도구와 함경북도의 나선특구(나진

지만 마침 북중경협은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

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를 연계한 두 축을 양 날개로

서고 있었다. 2013년 11월 2일 연변대 동북아연구원

삼아 초국경 경제협력을 발전시켜나가는 현장의 움

과 민화협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동북아평화협력 구

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과 초국경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윤승현 교수는 2013년 3월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가 동북진흥계획

북중경협과 장성택의 핵심적 역할

10년을 맞아 “그동안 성과와 경험, 문제점 등에 대

후진타오 4세대 지도부가 지역균형발전정책인 동

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 10년을 내다본 계획을 내

북노후 공업기지 진흥계획을 추진한 것은 2003년

놓았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전국 노공업기지 조정

이다. 하지만 2013년으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이 동

개조 규획(2013~2022)’이다. 그동안 동북진흥계획

북진흥계획이 북중경제협력으로 본격 이행된 것은

의 성과와 경험에 기초해온 모델을 동북지역에서 전

2009년 11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중국 중앙정

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중국이 이

부는 지린성정부가 그 이전부터 지역경제를 활성화

를 통해 과거에 비해 더 효율적인 산업배치와 한 단

하기 위해 검토해온 창지투 개발개방 계획을 수용해

계 업그레이드된 동북 3성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할

두만강지역 합작개발계획요강(공식 명칭은 ‘창지투

것이며, 북중 접경지역 개발도 한 단계 진전될 것으

를 개발개방 선도구로 하는 중국 두만강지역 협력개

로 예상했다.

발 계획 요강’)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창지투 선도구

필자는 민화협과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의 이 세미

는 국가 차원에서 실행단계에 들어섰으며, 연해지역

나와 그에 앞서 2차 북중 접경지역 현지조사에 참

경제벨트 구축을 실시해온 랴오닝성도 2010년부터

여했다.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짧은 여정이

지린성과 협력해 압록강지역의 경제벨트 전략을 펼

었지만 조사는 옌지(연길)를 중심으로 함경북도 회

치기 시작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 경제협력이

령이 내려다보이는 싼허(삼합)를 시작으로 북한 남

창지투 개발계획과 랴오닝성의 연해지역 및 압록강

양 맞은편의 투먼(도문) 그리고 훈춘과 인근의 취

경제벨트 구상과 결합하게 된 것이다.

안허(권하)-원정리, 팡촨(방천) 등 두만강 접경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인 2010년 5월과

역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북이 국경지

8월 그리고 마지막 방문이 됐던 2011년 5월까지 1년

역의 문을 열어젖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여 사이에 집중된 세 번의 중국 방문은 동북진흥계

중국 지도부와 합의한 ‘정부 주도, 시장운영의 기업

획을 북중협력과 결합하는 것이면서 김정은 후계구

위주, 호리호영의 경협원칙’에 따라 랴오닝성의 연

도를 위한 경제발전전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해경제벨트-평안북도의 신의주특구(황금평·위화

그 합의의 결실이 2011년 6월에 정식으로 가동된 북

도경제지대), 지린성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강

한의 황금평·위화도 특구 설치와 나선경제특구의 공동개발, 공동관리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장성택 행정부장이 관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김 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 첫 북한 고위인사의 방중

01 중국에서 황금평 경제 특구로 들어가는 길. 특구 개발을 위한 인프라 조성이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으로 기록된 2012년 8월 그의 중국방문은 나진선봉 지대만이 아니라 황금평 개발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북중경협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통해 이런 ‘양국 양지역’ 협력 모델을 ‘양국 일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 모델로 발전시키는 이론적 탐색 과정에 들어

그전까지만 해도 황금평 위화도, 신의주-단둥 지역

섰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은 훈춘 -나선특구에 비해 거의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은 2011년 6월 김

장성택 실각, 중국의 북한 투자에 적신호?

정일 위원장이 방중한 뒤 황금평과 위화도 경제특

그런 점에서 이번 장성택 처형 사태는 그를 창구로

구 착공식을 하고 정보산업, 관광문화산업, 농업시

삼아온 중국의 대북 영향력 저하는 물론이고 북중경

설 현대화, 가공업 등을 주요 육성산업으로 하겠다

협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

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1년여 이상 후속 조처가

고 있다. 북한전문가로 1기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뒤따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경제적 관점에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을

서 황금평 투자에는 관심이 없으며, 북한이 황금평

지낸 게리 세이모어는 2013년 12월 11일 워싱턴 전

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나진특구에서 협력하기도 어

략국제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중국으로서는 북한

렵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

지도층에서 유일하게 믿을 만한 인물이 돌연 제거

지만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관계연구소가 운영

된 것이어서 매우 불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실제

하는 북한연구 누리집 ‘38 노스(38 North)’가 1년 뒤

로 북이 장성택을 국가전복음모행위로 처형하면서

인 2013년 8월 황금평 경제특구 지역의 상업용 위

나온 판결문은 장성택이 주도했던 중국과의 경협을

성사진을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문제 삼았다. ‘석탄 등 지하자원을 팔아먹었다’든가 ‘

‘38 노스’에 따르면 장성택 행정부장의 방중으로 특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구 관리위원회를 발족시킨 2012년 9월 이후 관리사

팔아먹는 매국(賣國)행위’ 등을 범죄행위로 지목하

무소 빌딩 등 황금평 경제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인

는 대목이 나온다.

프라 개발이 상당 부문 진척을 보였다는 것이다. 황

특히 2013년 11월 22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

금평 경제특구 관리위원회가 들어설 관리사무소 빌

케이)이 보도한 북한 특구 개발에 참여했던 중국 국

딩이 2013년 3월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각

영기업의 투자계획 철회도 장성택의 실각과 관련이

각 140㎡ 규모의 세관 및 보안관리 빌딩, 2개의 출입

있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북중경협이 타격을 입을 것

통제소를 비롯해 도로포장과 전력선 가설도 완료된

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것으로 파악됐다.

항만개발 등 투자회사로 1873년 설립돼 140여 년의

북중 접경지대의 경제특구는 장성택의 방중을 거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자오상쥐(招商局)집단이 나선

면서 극적인 변화에 들어선 셈이다. 연변대학 김성

과 황금평에서 모두 손을 뗐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

남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2013년 11월 2일 민화협-

다. 자오상쥐는 자산만 1조 5,000억 위안(약 266조

연변대 세미나에서 “북중 양국의 ‘2개 경제지구’ 개

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국영항만운영회사로, 선전

발협력은 지방 간 경제 무역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형

특구 개발에도 주도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로 구체화하고 있으며, 지린성, 랴오닝성에 대한

자오상쥐의 철수를 장성택 실각과 연관된 것으로 보

북한의 개방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는 데는 근거가 있다. 자오상쥐가 대규모 투자계획

앞서의 윤승현 교수는 “북중이 ‘공동운영 공동관리’

을 세운 게 2012년 8월 장성택 부장이 특사로 중국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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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때였

엔 중국 투먼시와 조선경제개발협회가 온성경제개

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자오상쥐 투자팀

발구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중경

은 장의 방중에 앞서 7월 중순 나진·선봉 특구를 방

제협력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해 북쪽 관리들과 앞으로의 특구 개발에 대한 기

단둥에서 대북사업을 하며 북중관계에 정통한 한 소

본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나진부두 개발

식통은 장성택이 제거된 뒤 북중경협을 담당하는 현

을 자오상쥐가 주도하는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모두

지 일꾼들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중국과의 경협

맡는다는 것으로, 이 컨소시엄에 상하이 부동산그

을 과거엔 장성택 관련 인사들이 맡아서 했는데 이

룹인 뤼띠그룹과 종합건설 업체인 중젠이 참여하는

제는 내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또 장 행정부장이 후진타오

다”고 했다.

주석을 만나는 날 지린성 창춘의 거대 시멘트 기업

북한은 2013년 8월 말 해외자본유치와 경제특구 확

인 야타이집단은 나선시에 건축자재산업단지를 건

대, 경제기반시설 건설을 담당할 조직으로 내각에

설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무엇보다도 당시 장 부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가 장성

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사이의 3차 북중공동위

택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지는 분명치 않았

원회는 나선과 황금평 각각에 공동관리위원회를 출

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기존의 대중 경협창구였던

범시키기로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의 거대 국

조선합영투자위원회(합투위)의 김철진 위원장, 리

영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잇따른 것이다. 따라서 장

철석 부위원장보다 젊은 50대의 김기석 전 부위원

성택의 실각은 중국의 북한투자에 적신호가 될 수

장이 발탁되면서 세대교체를 내세워 김정은에게 직

있는 것이다.

접 충성하는 인물로 교체가 진행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북한은 앞으로 이 조직을 통해 북중경협

북중경협의 큰 흐름 계속 이어질 것

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위원회 당 비

그러나 이와는 상반된 흐름도 존재한다. 북한이 장

서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동

성택을 숙청한 2013년 12월 8일 베이징에서는 중국

생인 김양국이 기용됐는데, 김 통전부장은 장성택

대기업과 ‘신의주 -평양 -개성’ 간 고속철도와 고속

이 처형된 뒤에도 건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도로 건설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사실이 2013년 12

양건은 1980년대 중반 당 국제부 부부장을 맡을 때

월 11일 확인됐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

부터 대표적인 중국통이었다는 이력이 있는 만큼 그

한 신의주 -개성 철도도로 건설 합의서에 따르면

가 장성택을 대신할 대중 파이프 역할을 할 가능성

조선경제개발협회와 중국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

이 크다.

(상지공사)를 대표로 하는 국제투자집단(컨소시엄) 이 합의한 이 사업은 신의주-평양 -개성 사이에 시 속 200km 이상의 복선선로로 국제전용의 고속철 도를 건설하고 시속 120km 이상의 왕복 8차선으 로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홍익표 의원은 “장성택 제거에도 북중 경제협력은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라고 말했다. 또 그에 앞서 12월 9일

강태호는 한겨레신문 창간 때부터 통일부, 외교부를 출입하며 남북 관계 및 한반도문제를 다뤄왔다. 한겨레신문 통일팀장, 한겨레 통일 문화재단 평화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정치부기자(부장)로 일하고 있 다. 번역서로는 『코리아 엔드게임』, 편저로는 『미국의 세계전략』, 『 천안함을 묻는다』 등이 있다.


특집

대륙을 향한 도전 - 북방협력의 길

01

북중의 라선경제특구 개발,

어디까지 와 있나 이종림 중국 연변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교수·원장

2009년 8월 30일 국무원은 ‘중국 두만강 지역 협력개발계획 요강 - 창지투를 개발개방 선도구로’(이하 ‘계획 요강’)를 비준하여 2009년 11월 17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창지투 선도구 개발 및 두만강지 역 물류운수통로건설을 중심으로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창지투 선도 구 개발에서 물류운수통로건설은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류운수통로가 창지투 선도구 개발에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해외통로가 없는 지린성은 대외무역 의 통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직통할 수 있는 해외통로가 없기 때문에 지린성의 지역경제발전은

ⓒ연합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24 25

큰 제약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에서 지역경제가

력은 서로가 ‘윈 - 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으로 평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성에 속해 있다. 선도구 개발계

할 수 있다.

획대로 창춘과 지린시가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며 복

현재 창지투 선도구 개발을 에워싼 중국과 북한 간

합적인 산업이 구축된다 하여도 물류운수통로건설

의 협력은 2011년 6월 9일에 착공식을 한 원정리 -

이 선제조건으로 제기된다. 그리하여 물류통로건설

라진항 간의 도로보수, 라선지역의 자가용승용차

은 창지투 선도개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하여도

관광, 농업과학기술시범구, 국내무역운수, 아태집

과언이 아니다. 둘째, 중국 내 동북지역과 남부 연해

단100톤 시멘트 생산 등 5개 프로젝트가 진행 되

지역 간의 국내무역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감당할

고 있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남부연해지역은 동북

그중 투자액이 인민폐로 2억 3,000만 위안(원화 약

지역의 물자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운수가 큰

400억 원)에 달하는 원정리 - 라진항 간의 도로보수

과제이다. 따라서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하면 운수비

공사는 10월 26일경에 개통식을 했다. 이 도로의 개

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중요한

통을 계기로 훈춘 - 라진 간의 버스여객운수선이 정

의미를 지닌다. 물론 중국, 특히 협력의 직접 당사자

식으로 개통되어 옌볜지역과 라선시 간의 인적 왕래

인 옌볜자치주는 물류통로의 거점지역으로서 러시

가 더욱 편리해졌다. 한편, 라선시의 도시건설이 획

아의 자루비노항도 이용할 수 있지만 그에 비해 항

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즉, 원정리 - 라진항 간의

만여건이 더욱 우월하고 또한 문화적으로 교류가 편

도로개선으로 라선시의 도로상황이 크게 호전되어

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자루비노항보다는 북한의 라

시내의 주요 도로는 완전히 포장되었고 또한 골목

진항을 선호하는 것이다.

길을 포장하고자 공사 중이다. 아태집단100톤 시멘 트 생산 프로젝트는 2012년 8월 14일 아태집단과 조

‘윈 - 윈’전략 반영된 공동경제개발구

선라선시인민위원회가 ‘중조라선경제무역구 아태(

한편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국제제재를 계속 받고 있

라선)건재공업단지 투자협력틀의 협의’를 체결하였

으며 남북관계도 경색되어 있는 과정에서 2012년 경

다. 이 단지의 면적은 50만㎡로 웅상항 근처에 있으

제강국건설 목표를 실현하는 시간적 압력을 받고 있

며 계약기간은 50년이다. 현재 전기 부족 때문에 시

었다. 그러므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불가피하며 이

공이 멈춰 있는데 라선지역에 중국에서의 전기공급

런 와중에 중국의 창지투 선도구 개발계획이 실시되

이 실시되면 곧 착공할 것이다. 농업과학기술시범

면서 북한의 협력이 필요한 외부적으로 유리한 경

구 건설 프로젝트는 이미 2013년 초 봄에 북대황집

제회생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현지 주지하

단이 라선시 두만강리의 2개 협동농장에 인민폐로

고 있는 중국과 북한 간의 활성화를 보이는 경제협

2,000만 위안을 투자하여 벼와 야채를 재배하였다. 자가용승용차 관광도 이미 정상적으로 전개되고 있 고 국내무역운수도 10만 톤의 석탄을 상하이 장산항 으로 운반하였다.

01 지난 2012년 10월 26일 북한과 중국이 공동개발하는 나선 특구의 관 리위원회 청사 착공식이 열렸다.

라선시 개발과 황금평·위화도 개발을 둘러싼 중국 과 조선 간의 경제협력은 2013년 8월 13일 조선노동


당 행정부 장성택 부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또다 시 열기를 띠었다. 장성택 부장의 중국 방문은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추진하기 위한 것이 주 된 목적이었다. 또한 이 방문은 중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실질 추진단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으 로 되었다. 8월 14일 중조 두 나라의 라선경제무역 구와 황금평·위화도 경제구 공동개발과 공동관리 연합지도위원회는 제3차 회의를 개최하여 라선경제 무역구 관리위원회와 황금평·위화도 경제구 관리 위원회를 성립하였다. 라선경제무역구 관리위원회 는 7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중국 측 4명, 북한 측 3명 이며 위원장은 중국 측 인원이 맡고 부위원장 및 비 서장은 북한 측 인원이 맡고 있다. 이 회의에서 라 선지역에 대한 전기수송, 단지건설, 상세한 개발계 획 등 협약을 체결하였다. 양국은 라선지역에서 주 로 원자재공업, 장비공업, 하이테크산업, 경공업, 서 비스업, 현대농업을 발전시켜 점차 북한의 선진제조 업기지, 동북아국제물류센터와 지역관광센터로 건 설하고자 한다.

국제무역·항구도시로의 탈바꿈 꿈꾸는 라선 2012년 9월 26일 중조 두 나라는 베이징에서 라선경 제무역구와 황금평·위화도 경제구 투자설명회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200개 기업과 상회가 참석한 이 투자설명회는 중조경제협력구가 실질적인 자본 도입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라선지역에서는 세금, 토지임대기한, 토지사용비용, 토지사용비 납 부방식 등의 측면에서 투자우혜정책을 실시하며 노 동자의 최저임금은 월 30유로로 책정하였다. 또한 북한은 라선지역을 인구 100만 규모의 국제무역센터, 국제항구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를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외자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지역에서 인민폐와 조선화폐를 공동으로 유통할 수 있다. 투자영역은 광산개발, 제련가공, 철도현대 화, 기계설비, 공장투자, 투자채구 및 복장위탁가공 등 50여 가지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26 27

북한은 라진경제무역구를 국제물류의 허브, 운수, 무역, 투 자, 금융, 관광, 서비스기지와 세계 항구도시로 건설할 계획 이다. 따라서 북한은 외국투자자가 상하수도, 난방, 전력, 통 신,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량으로 투자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라선경제무역구의 전경

중조 두 나라의 라선지역 공동개발의 면적은 470㎢

장성택 숙청의 변수를 지켜봐야

인데 먼저 30㎢를 개발하기로 하였으며 6개 프로

북한 측의 계획에 따르면 라진경제무역구를 국제물

젝트로 구성되었다. 그중 우선 전기수송프로젝트인

류의 허브, 운수, 무역, 투자, 금융, 관광, 서비스기

데 이를 위하여 중국 훈춘의 대당(大唐)화력발전소

지와 세계 항구도시로 건설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의 제3기 확장공정이 비준되어 완공되었다. 현재 전

은 외국투자자가 상하수도, 난방, 전력, 통신, 철도,

선대가설의 노동자들이 북한 입국수속을 하는 중이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량으로 투자할 것을

며 북한 경내 공사가 시작되면 2~3개월 안에 끝낼

희망하고 있으며 첨단과학기술산업, 에너지산업,

수 있다고 한다. 훈춘권하의 국경대교건설은 중국교

장비제조업, 경공업, 국제물류산업, 관광업과 고효

량집단에서 투자하여 건설하기로 합의되었으며, 투

율의 농업부분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희망하며

먼(남양) - 라진 간의 철도보수프로젝트도 이미 북한

라선지역을 인구 100만 명 규모의 국제무역중심과

과 합의되었다. 무산철광은 비록 지리적으로 라선경

국제항구도시로 건설하고자 한다.

제무역구 내에 있지 않지만 라선시 개발에서 자원의

그러나 최근 북한은 장성택 부장을 척결하면서 중조

뒷받침이 필요하기에 역시 중조 두 나라의 라선지역

간 경제협력의 일부 사항을 그의 죄상으로 명시하였

공동개발계획에 포함시켰다. 라진항 개발에서는 현

으므로 현재 추진 중인 양국 간 협력 프로그램들이

재 중국이 1호 부두와 2호 부두를 사용하고 있다. 한

어떤 전망을 가질지 궁금한 일로서 모든 것을 지켜

편 중국은 4호, 5호, 6호 부두의 건설권과 50년의 사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국 간 경제협

용권을 획득하였다. 3호 부두는 러시아가 2008년에

력의 강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양국

1억 8,000만 달러를 투입하여 49년간 임대하기로 하

의 윈 - 윈 전략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지 조금

였다. 2012년 말 중조 양국은 중국에서 라선지역의

더 지켜봐야 하겠다.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데 관한 협의를 체결하였다. 본 협의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 투먼·라진항 간 55 ㎞의 철도를 부설하기로 하였으며 그밖에 비행장과 화력발전소 등 시설을 건설하기로 하였다.

이종림은 중국 연변대학 조선문제연구소 세계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를,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연변대학 두만강지역개발연구소 소장, 경제관리학원 국제경 제 및 무역학과 학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변대학 경제관리 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집

대륙을 향한 도전 - 북방협력의 길

01

무한한 가능성과 역동의 땅,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본 남북·러 협력의 미래 하준수 KBS 탐사제작부

‘신북방협력 시대’ 주제의 신년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2013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러시아 연 해주를 다녀왔다. 11월 13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나진~핫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때여 서 북방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시점이었다. 취재 포인트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진출한 한 국 기업의 현황과 한러 간 나아가 남북·러 3각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었다.

ⓒ연합 ⓒKBS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28 29

연해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30여 개인데, 대부

연해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왜 실제 진출 실적은 저

분 판매 지·상사 법인들이고 순수 제조업은 현대중

조한지 궁금했다. 이 물음에 대해 현대농장의 김용

공업의 고압 차단기 공장이 있다. 그 외 쌍용차가 러

진 부장은 이렇게 답했다.

시아 쏠라즈와 합작한 자동차 공장이 있으며, 우수

“20년 전부터 연해주에 진출한 기업들이 꽤 있었는

리스크 인근 지역 농장에 진출한 기업이 7개 있다.

데, 그때는 러시아가 사회변혁기인데다 인프라도 부

블라디보스토크 금각만 안쪽에 있는 쌍용 - 쏠라즈

족해서 실패한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들어온

공장은 쌍용차의 부속품을 가져와서 차체를 조립하

기업들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우가 많고요.

는 회사이다. 하루에 160대, 연간 총생산은 3만 대

러시아는 아직도 제도의 경직성이나 인프라의 낙후,

정도인데, 연해주와 러시아 중부지역 등 내수용으

시장의 부재, 노동력의 질과 양 등에서 부족한 점이

로 판매되고 있다. 쌍용차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많죠. 특히 노동력 문제는 제3국의 노동력이나 북한

중요시하는 엔진과 내구성이 뛰어나 인기가 많다고

인력 활용 가능성도 보고 진출한 건데, 아직 국제정

한다.

치 질서가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다행히 2012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우수

년 APEC을 치르고 나서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리스크. 우수리스크 시내에서 한 시간 반을 더 달리

연해주는 자원개발이든 식량개발이든 물류 인프라

자 하롤이라는 곳에 현대 연해주 농장이 나온다. 도

에 참여하는 것이든 한국 기업이 반드시 진출해야

로 양쪽으로 지평선이 맞닿는 곳까지가 모두 농장

할 지역이고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여기 와서 피

땅이란다. 2009년 6월에 영농을 시작한 현대농장은

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2만 헥타르, 서산 간척지 A, B지구를 합한 면적의 두 배나 되는 엄청난 넓이다. 주요 작물은 콩과 옥수

무서운 기세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

수. 올해 수확량은 1만 8,000톤 정도이고 내년엔 2

현대 연해주 농장의 광대한 넓이에 감탄했는데, 중

만 5,000톤을 수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은 한국

국은 이미 이런 농장을 5~6개나 차지하고 있고, 더

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현지에 공급하고 있는데, 그

작은 규모는 20여 개나 된다고 했다. 중국의 약진은

이유는 산지 시세가 워낙 높기도 하지만, 연해주 일

우수리스크에 조성된 중국 산업공단인 ‘중국 경제합

대 항만의 물류 인프라가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이

작구’에서 확인됐다. 중국 경제합작구는 2012년 10

라고 한다. 현재 한국은 콩을 연간 150만 톤 수입하

월에 개장했는데, 53만 헥타르에 20개 회사가 입주

는데, 현대 연해주 농장의 목표는 10만 톤 정도 생

했다. 신발, 의류, 목재, 건축 가공업체들이 주류고

산해서 장차 한국의 식량자급률에 기여하겠다는 것

원자재는 중국에서 가져와 완제품을 극동지역과 모

이다. 연해주 일대 한국 기업들 현황을 둘러보면서

스크바 등지로 판매한다. 근로자가 1,500명 정도인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 때부터 북방정책을 펴면서

데 대부분 중국인이고 북한 근로자도 200여명 된다 고 한다. 중국 사람이 중국 원자재로 만들다보니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란다. 경제특구가 아니라서 러시아

01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금각만의 다리 야경

정부의 세제 지원은 없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은


02

상점들이 가득하다. 국경이 가까운 중국 동령 세관 을 통해 생필품과 채소를 싣고 오는 대형 트레일러 가 하루에 200~250대씩 들어온다고 조선족 안내인 이 설명했다. 우수리스크 인구가 15만 명 정도인데, 체류 중인 중국인이 10만 명 정도라고 했다. 김한일 무역관장은 중국 보따리 장사나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서 연해주의 중·하급 상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고, 농산물도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중국인이 연

03 02 크라스노야에서 핫산역으로 가는 도로. 도로는 곧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03 블라디보스토크 역

해주에서 재배한 물량이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 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마주친 북한 근로자 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 있다고 한다. 공단조성과 투자는 중국 민간인이 했

한 노동자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형 건설현장

지만, 중국 정부도 일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은 물론 주유소나 일개 주택 공사현장에서도 일하고

단을 둘러보면서 문득, 한국 공단도 하나쯤 생겼으

있었다. 공사 규모에 따라 작업반장(노동자들은 그

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한일 블라디보스토크

를 꺼삐딴이라고 부른다) 밑에 20~30명 또는 3~4

무역관장도 시험적인 차원에서 공단운영의 좋은 벤

명씩 조를 짜서 일한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시

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낮은 인건

몬카 지역 등 기숙사에서 집단 거주하는데 상황에

비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

따라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도 목격했

는 다른 차원의 한국 공단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에

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

겔쉘드라는 곳에서 촬영하고 내려오다 북한 노동자

르 라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극동역사·

들과 만났다. 주유소 한쪽 구석에 건축자재를 덮어

고고학·민족학 연구소장은,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

씌운 듯한 비닐 천막이 보이는데, 그 속에서 사람이

업에 중국 인력과 중국 원료를 가져다 단순가공해서

나오는 게 아닌가?

수출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공

생김새가 북한 사람 같아서 말을 붙여보니, 역시 북

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도 의문이라면서 제품

한 노동자였다. 평양에서 왔고 벌써 2년째 일하고

의 경쟁력이 없어 한국, 동남아 제품과 경쟁이 불가

있단다. 주유소 바닥에 블록을 까는 작업을 맡았는

하다고 평가했다.

데, 숙소까지 가기 번거로워 이 비닐 천막에서 3일

중국인이 운영하는 우수리스크 농산물 도매시장도

째 기거하고 있단다. 춥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천연

둘러봤다. 시장 이름은 두루지바, 한자로는 중러 간

덕스럽게 날이 많이 풀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우정을 뜻하는 우의(友誼)다. 3헥타르나 되는 부지

밤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였는데, 어

에 각종 창고는 물론 생필품과 채소, 과일을 파는

떻게 그 비닐 속에서 밤을 지새울까 염려가 앞섰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30 31

하루 일당은 3,000루블, 얼추 100달러 정도를 받는

치 않았다. 크라스키노야에서 핫산까지 46km는 비

다고 한다.

포장도로였다. 두만강 하류에 펼쳐진 광활한 갈대

연해주 일대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은 2만 명 정

밭 사이로 먼지 나는 흙길을 한 시간 반 정도 털털거

도로 추정되고 있다. 박 발렌틴 고려인 연합회장은

리고 갔더니 핫산역이 나타났다. 지방 중소도시급

북한 영사관 통계라며, 4,000명 정도라고 말하기도

은 될 줄 알았는데 평범한 시골 마을 같았다. 지척

했다.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고 나머지는 임업, 요식

에 있는 중국 방천의 용호각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

업 등이다. 필자는 중국에 진출한 북한 근로자들도

다. 같은 국경지역이지만 중국 방천은 관광지로 꾸

취재해봤는데, 중국 쪽은 4만~5만 명 정도로 숫자

몄고, 높이 62m의 용호각이라는 전망대를 세워놓

도 훨씬 많고, 진출 분야도 봉제업, 수산물 가공업,

았다. 그 용호각이 위압적으로 핫산역을 내려다보

IT 분야 등 아주 다양하다. 반면, 연해주 쪽은 상대

고 있었다. 핫산역은 시골 간이역 분위기가 느껴졌

적으로 숫자도 적고 건설 근로자에 한정된 느낌이

지만, 출입경·세관 시설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강

다. 이런 점에서 빅터 라린 소장은 남북·러 3각협

건너 북한 두만강역에서 한 달에 4번 여객열차가 들

력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온다고 했다. 역사 뒤편에 작은 호텔이 있는데 다

“친환경 채소를 키운다면 남북·러 협력이 가능하

수의 북한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우리를 쳐

겠죠. 수출 전망도 밝을 겁니다. 그런데 첨단기술 공

다보고 있었다. 두만강 철교를 넘어 철길을 따라 가

장은 무리라고 봅니다. 여기서 전문기술이 없는 북

다보면 나진항이 나올 텐데, 나진항은 어떤 모습일

한 일반 노동자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농업이나 기

까? 러시아 측은 2013년 말까지 3호 부두에 크레인

타 경험이 필요한 노동력은 북한 인력을 사용할 수

등 시설물 공사를 완료하고, 2014년까지 배후 복합

도 있겠죠. 다른 분야는 북한의 단순 노동력을 쓰는

물류 터미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단다.

협력구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포스코 등 한국기업 컨소시엄은 2014년 상반기에 현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몰렸을 때, 정부는 연해주

지 실사를 마치고, 이 사업에 1,200억 정도를 투자할

에 개성공단만 한 공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예정이라고 한다.

고 한다. 물론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도 지금 같

취재 후 귀국길에 오르면서 현지에서 들은 얘기가

은 숙련도를 갖추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생각났다. 연해주에는 네 종류의 한민족이 공존하고

연해주에서 남북·러 3각협력이 성공하려면, 어떤

있단다. 남북한 사람, 고려인, 조선족. 국적이 어디

산업분야에서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춘 노동력을 확보

든 간에 한국말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해 공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밀한 연구가 필

공생의 ‘한민족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날이 빨리 왔

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북·중·러 국경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다 취재 말미에 북러 국경지역인 핫산역을 찾았다. 나 진~핫산 프로젝트의 시작점인 핫산역은 어떻게 생 겼을까 무척 궁금했는데, 찾아가는 것 자체가 순탄

하준수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Warwick대학 국 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KBS에 입사한 후 국제부, 정 치부, 정치외교팀을 거쳐 현재 시사제작국 탐사제작부에서 근무하 고 있다.


진단

이란 핵 협상이 주는 교훈,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북핵 정책을 추진해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13년 11월 24일 이란의 핵 개발 문제가 국제협상을 통해 타결되었다. 6개월 동안 합의사 항 이행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면서 상호 간에 신뢰가 유지되어야 완전한 타결로 이어질 것 이지만, 일단 2002년 이래 의혹을 받아온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핵 사찰 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제한하기로 함으로써 핵 문제 해결의 첫걸 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합의에 따라 이란은 5% 이하의 평화적 목적의 농축 우라늄만 생산하기로 했고, 무기급으 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20% 이상의 우라늄을 5% 이하로 희석시키거나 산화물로 전환하 기로 하였으며, 2014년 말 운영 예정이었던 아라크 중수로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기로 하 였다. 또한 이란은 파르친 군사기지와 미사일 기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라크 중수로와 나탄즈 농축시설, 포르드 지하 농축시설에 대한 IAEA의 강력한(Intrusive) 사찰을 허용했 다. 그 대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을 의미하는 ‘P5+1’은 ‘제한적이고, 잠정 적이며, 가역적인(Reversible)’ 조치로 경제 제재를 완화했고, 덕분에 이란은 6개월간 7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간주되는 동시에, 이란도 평화적 목적의 우라 늄 농축권을 확보함으로써 양측이 다 이득을 얻는 윈윈(Win - Win) 타협으로 평가된다. 하 지만 이 합의는 6개월간 엄격한 사찰을 통해 이란의 진정성이 행동으로 입증되고 그간 실 질적인 핵 폐기 합의를 도출해야 궁극적인 해결로 진전될 것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즉 6개월간 서로의 조치는 돌이킬 수 있는 것이어서 만약 그동안 파르친 군사기지 사찰 문제 등을 두고 상호 불신이 지속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간 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미봉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카다피가 영국 정보부의 중재로 미국과 1년 이상 비밀 협상을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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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지난 2013년 11월 24일, 나흘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극적으로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을 진행했던 캐서린 애쉬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가운데)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가운데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제네바의 유럽유엔본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03년 12월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했던 것처

정치적 동기가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럼, 이번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최대 안보 위협이자 현

쓰고 이란과 8개월 이상의 고위급 비밀 협상을 가졌

안인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 기

다는 것이다. 이는 양측이 어느 정도 협상 타결 의지

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이란

를 가져야 성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 문제보다 해결하기 훨씬 어렵다는 점을 알아본

어쨌든 이란 핵 문제가 해결로의 큰 전환점을 맞게

뒤,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도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엇

이란 핵보다 북한 핵 문제가 더 풀기 힘든 이유

보다 이란 핵 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어간다면 미

불행하게도 북핵 문제는 이란 핵 문제와 여러 측면

국이 국제적인 핵 확산 방지 문제에서 남은 현안인

에서 다르고 그 해결은 훨씬 더 어렵다. 첫째, 핵 개

북핵 문제에 더욱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력과

발 진도에서 이란 핵은 초보 단계이지만, 북한은 이


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를 4~6개 만들

체제의 권위를 과시하여 군부와 배고픈 주민들을 정

정도의 플루토늄을 이미 확보했으며 2~3개 이상의

권에 충성하도록 해주는 가장 유용한 수단 중 하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을

이므로 이를 포기하는 협상에 진정성을 보일 가능성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 순간도 생산을 계속하

이 별로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을 전폐하려면 그만큼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이란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지

주변국의 북핵 정책 변화 유도 필요

불하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역시 현재 북핵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둘째, 의지 면에서도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보인다. 우선 석유자원의 안정적 공급과 운송로의

회원국이고 핵의 평화적 이용권만 주장하며 사찰도

안전 보장을 위해 중동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중시하

수용했지만, 북한은 이미 2012년에 핵 보유를 헌법

는 미국은 경제적 효용가치가 별로 없는 북한에 큰

에 명시했고 핵 보유국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으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이 먼저

며 아주 제한적인 사찰만 수용할 태세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전략

셋째, 과거 협상 전력에서도 이란과는 핵 문제에

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현재

대해 이제 첫 타협이 이루어졌으므로 잘 관리하면

미국은 중국 포위를 위한 한·미·일 3각동맹 구축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북한과는

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북핵 문제가 해결

9·19, 2·13, 10·3 합의 등 여러 차례의 합의가 있

될 경우 이것이 어렵게 될 것이므로 북핵 문제 해결

었으나 그 이행 과정에서 돌출한 난관을 극복하지

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미국과 서방의 석유 메이저

못한 경험이 있으므로 새로운 합의 도출을 시도할

들은 리비아처럼 이란에 대해서도 석유 개발에 이해

열의를 갖기 힘들다.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넷째, 이란은 미국과 정면 대립할 경우 지정학적으

개선을 도모하도록 로비해왔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로 취약성을 갖지만, 북한은 쉽게 굴복할 것을 기대

별 관심이 없다.

하기 어렵다. 주로 산악 지형이므로 방어와 지구전

현재 6자회담 재개를 선도하고 있는 중국마저 북핵

에 유리하고 인구 밀집 지역인 남한 전역과 일본까

문제 해결이 미국의 대북 포위 및 압박 전략을 완화

지 장사정포와 미사일로 사실상 볼모로 잡고 있으

시키고 한반도의 안정을 회복한다는 전략적 이득을

며,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전략적으

얻게 해주지만, 동시에 한국이 중국에 대해 협력을

로 도와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압

모색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손실

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을 우려할 수도 있다.

다섯째, 현재 북핵 문제 해결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

이처럼 현재 북핵 문제는 북한, 미국, 중국의 역할

인은 관련국의 협상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먼

만 기대하고 있으면 해결이 요원할 뿐 아니라, 한미

저 북한은 핵 포기 이후 재래식 군사력만 가지고도

정보당국이 평가하듯이 2015년 말경 북한이 핵무기

체제와 국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지

의 실전 사용 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못한다면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수직적인 유일 영도체제

북한 정권에는 핵이 군사적인 억지력일 뿐 아니라,

가 급속히 수립되는 동시에 체제의 내구성은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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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30세도 안

즉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북한의 주

되는 젊은 독재자가 핵 실전 능력까지 보유할 경우,

한미군 철수를 위한 꼼수라는 점을 주의하면서 협상

한국의 국가 안보는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일 가

에 응해, 궁극적으로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북한군과

능성이 크다.

한국군 그리고 주한미군 3자 간 균형 합의점을 도출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

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핵 문제도 해결

하고, 현재의 대북 압박 정책이 사실상 북한이 핵 실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방치하는 정책이 되고 있

‘창의적’이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

한국과 미국 및 중국이 줄 수 있는 포괄적 보상에

적이며 창의적인 북핵 정책’을 펼쳐야 한다.

관한 제안(Plan A)과 북한이 이를 거절할 경우 한·

물론 북한의 핵 보유가 임박했고, 김정은 정권의 도

미·일 3국이 공동으로 부과할 대북 징벌에 대한 제

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최우선적으로 한 치의

안(Plan B)을 우리가 작성한 뒤, 미국과 중국의 동의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갖추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더

를 얻어서 북한에 두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여 김정

라도 이를 억지할 수 있는 대량 보복 능력을 갖추는

은이 핵 포기를 결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확장 억지를 확실히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이 주도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북한의 핵 보유

한다면 한국의 외교적 자주성과 국가 권위를 높이

를 막고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 및 한반도

정치적 결의를 가지며 국가의 가용자원을 이에 투자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해 달성할 수 있으므로 현재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미국

우리가 당면한 제반 외교적 난관을 극복하는 동시

과 북한이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

에, 남북 간 호혜적인 경협을 진흥하고 평화통일의

도록 정치적·외교적·경제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

기반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을 전환하여 북한

이다.

의 도발에 수세적인 대응을 강구하는 차원을 넘어, 체제 경쟁에서 이미 승리했다는 자신감에 입각하여

북핵 문제,

보다 전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외교적 난관 해소와 남북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

펼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고 최소

‘전향적’이라는 것은 북한이 이란에 비해 핵 포기 가

비용의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현명한 정책이다.

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우리의 요구만 관 철하려고 하다가 아예 협상도 개시하지 못하기보다 는 북한의 요구도 하나는 들어주어 일단 회담을 시 작함으로써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정지·동결시키 고, 인내심을 가지고 회담을 지속하여 2단계로 궁극 적인 핵 포기를 얻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의 요 구는 바로 체제 보장이 될 것이고 이는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홍현익은 파리(Paris) 1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세종연구소에서 안보전략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 NSC 자문위원, 미국 듀크대학 객원연구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진단

북한 정치지형 변화와 우리의 대응,

남북관계의 단계적 진전이 필요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반 이상을 김정은 찬양에 할애 하는 등 1인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체제 전반에 여 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장성택 사건의 요체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 다. 첫째는 장성택과 이른바 장성택을 따르는 세력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위에 도전 할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30년이 넘는 노회한 정치인을 따르는 추종 세력 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출범 2년의 젊고 경험 없는 통치자에게 장성택의 세(勢)는 매우 신 경 쓰이는 존재였을 것이다. 둘째는 경제정책 실패와 부정부패 만연 등에 따른 희생양, 본보기라는 것이다. 북한의 판 결문에서는 행정조직 구성, 무역 및 외화벌이 사업, 수도 건설, 지하자원 매각 등에 ‘장성 택 일당’이 관여해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 경제에 큰 혼란을 조성했다고 적시하였다. 이 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핵개발 - 경제건설 병진노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혈통을 넘어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진정한 통치자로서의 권위가 확립되는 바, 김정은 제1위원장 으로서는 매우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장석택 숙청, 김정은 1인 지배체제 공고화의 시작 또한 외화벌이와 이권 다툼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 심각한 수준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 음을 드러낸다. 중국의 발전 과정에서 보듯 부정부패, 도농격차, 빈부격차는 추후에도 심 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는 북한 ‘이너서클’ 내의 권력계급 간 세력 투쟁이 만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핵심은 이권 다툼이다. 장성택과 그 세력의 이권 확대는 김정 은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안겨주었고, 장성택과의 이권 다툼에서 밀려났던 집단들이 김정 은의 불안 심리를 부추겼음을 예상할 수 있다. 장성택보다 먼저 처형된 장수길, 이용하가 이러한 이권 다툼의 선봉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장성택 숙청으로 유일 영도체계의 확립 기반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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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2013년 12월 13일 북한 평양 지하철 플랫폼의 신문 게시대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전날 반역자로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

하였다. 장성택 숙청 이후 백두 혈통, 빨치산 혈통

수습을 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과 책임을 안게 되었

의 계승을 강조하고 김정일 2주기 추모사에서는 “김

다. 우선 숙청 과정에서 비롯된 국제적 비난이다. 김

정은 동지를 단결의 유일 중심, 영도의 유일 중심으

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반대파에 대한 피비린내 나

로 높이 모시고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드는 것이 중

는 숙청이 전개되었다. 심화조 사건으로 김정일 국

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제 2인자는 없다. 마음만 먹

방위원장이 숙청한 대상만도 2만 5,000명이 넘는다

으면 누구든지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권위와 공

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3대 세습이라는 전례 없는

포심을 권력 내부에 심어놓았다. 장성택 세력이 챙

독재체제 아래 서른 살도 안 된 젊은 지도자가 자신

겨놓았던 이권 사업도 김정은이 직접 챙겼을 것으로

의 방계 혈족을 신속하고 치밀하게 날려버리는 것을

판단된다. 김정은은 이를 기반으로 2014년도 3년차

보면서 전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출범

집권의 토대를 닦아나가고자 할 것이다.

까지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

그렇다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득이 더 많을까? 결과

여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2013

적으로 절대 권력의 칼 맛을 본 것과 동시에 그 뒷

년 3차 핵실험 단행과 장성택 처형은 그러한 기대감


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중국의 신문이나 트윗에서

관장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다만 경제정책을 입

조차 김정은의 잔인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안하고 실행하는 박봉주 총리와 내각팀은 더욱 부

북한 인권문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목소

담스럽게 되었다. 장성택 세력이 일으킨 경제 파탄

리가 높다. 특히 이러한 숙청 작업이 앞으로도 지속

의 원인이 제거되었으므로 주민들은 경제정책과 민

될 것인바, 국제적 비난과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은

생 개선의 성과를 기대할 것이다. 과거 서관희, 박남

더욱 심화될 것이다.

기의 처형처럼 이 분야에서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 면 박봉주 내각팀도 숙청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국제적 비난과 북한 내부 불안정성 심화될 것

는 없을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장성택 숙청으로 인한 권력지형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 권력층의 탈북 러시이

은 여러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최용해가 실질적인

다. 공식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장

2인자로서 군림하는 가운데 군부의 목소리가 강화

성택 라인의 인물이 주중 대사관에서 보호받고 있다

될 전망이다. 선군정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핵문제,

는 보도도 있고, 70여 명이 이미 탈북했다는 보도도

대남 도발 등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가 김정은 제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숙청 작업이 지속된다고 보

1위원장에게 투입될 것이다. 북한 군부는 최용해를

면 북한 지도층의 탈북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

중심으로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화할 것이

다. 상대적으로 세계 물정에 밝고 망명이 쉬운 외교

다. 이번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관에서부터, 1990년대 중반 황장엽 망명 사건처럼

군부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을 취하면서 동시에 군부

장성택 숙청 과정의 공포정치에 염증을 느낀 북한

에도 유일체제에 대한 충성을 압박하는 두 가지 효

엘리트 집단이 탈북한다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당과 군부, 내각이 연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되어 있는 북한의 정치 시스템상 장성택의 숙청으

북중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일부에서는 친

로 당의 기반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김정

중파인 장성택의 숙청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

일 2주기 추모대회에서도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워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철광석, 무연탄 등의 대중

당중앙위원회의 두리(둘레)에 굳게 뭉쳐 위대한 김

수출, 나선·황금평 등 중국과의 경협에 차질이 빚

정일 동지의 주체혁명 위업의 빛나는 완성을 위해

어지게 될 것을 예측한다. 그러나 중국 근현대사를

싸워나가자”는 입장이 견지되었다.

볼 때 반대파 숙청 작업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따

다만 당내에 장성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세력 간

라서 중국 정부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장성택 숙청

의 각축이 예상된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비서

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북중 관계의 수정을 가하

는 실질적인 권력의 핵심에서 벗어나 뒷선으로 물러

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날 가능성이 높으며, 당료들의 세대교체 지속과 신

다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숙청 작업이 개시된 북한

진 당료들의 ‘빈 곳 채우기’가 예상된다. 장성택이 권

권력 내부의 불안정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것이 한

위를 휘두른 행정부는 와해될 것으로 보이나 내각의

반도의 평화와 안정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또한 장성택과 중

장성택의 이권 사업 일부를 내각으로 이관하고 직접

국과의 연결고리는 이미 2013년 5월 중국에 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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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찍은 최용해와 당국제담당 비서 김영일이 대신하

그 한계는 있지만, 장성택 처형과 같은 정치적 이슈

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 지하자원을 헐값에

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스

넘기는 행위는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자원을 팔아

스로 변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단

원유와 생필품을 조달하는 현재의 불균형한 구조 때

계적 진전이 필요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 하여

문에 지하자원의 대중 수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

금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

로 판단된다.

해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북한 내 대화파의 입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지를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남북관계는 북한에 물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세의 정확한 분석이다. 이

질과 재화를 퍼주는 것이 아니고 북한을 관리하는

번 숙청이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겠

수단이 된다.

으나,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서는 유일한 지배체제

한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단절이 지속됨으로써

를 세우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그 부작용들에 대해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증가하고, 중국의 대한반도

서는 앞서 기술하였지만 숙청이 북한 사회에서 새로

영향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

운 일도 아니고, 어쨌든 김정은 중심으로의 지배체

가 증가할수록 우리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아지고,

제 확립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내 지속적인

북한은 협상 때마다 요구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다.

숙청 작업과 엘리트층의 탈북이 진행될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접근을 시도할 경우,

이것이 북한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연결될 것이

우리의 목소리는 실종될 수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

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장성택의 숙청을 찬성하

이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북·미·

고 대체하는 인력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 주변에 다

중 관계 속에서 남북관계를 찾아나가려 해서는 안

시 이합집산될 것이며,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

된다. 2014년 출범 2년차에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

해 체제 결속을 강화할 것이다.

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담대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통일외교전략 필요해

필요하다. 장성택 숙청으로 인한 북한 정세의 변화

따라서 또다시 북한 붕괴론의 만연으로 대북정책의

는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NSC(국가안전보장

경직성을 키워나가서는 안 된다. 북한의 체제 결속

회의) 상설조직화처럼 국가 안보 컨트롤타워를 강

으로 인한 대남정책의 경화와 안보 위기에는 엄중히

화하고,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방향에서 통일외교전

대응하되, 우리도 대북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해나갈

략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의 핵심이 대통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당국과는 대

령의 정치적 판단과 리더십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

화하면서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맞춰져

을 것이다.

야 한다. 그럼으로써 북한 스스로 핵개발-경제건설 병진노선의 모순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당장 포기 할 것 같지 않은 핵문제 해결에 남북관계를 ‘올인’하 는 우를 재차 범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 치로 한 번 삐거덕거렸던 개성공단 사업은 여전히

양무진은 경남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를 역임했고, 현 통일 부 정책자문위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지금 북한은

북한 경제의 성패 좌우할 중앙·지방 경제특구 개발 유 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 승계가 있은 지 2년이 지났다. 김 정은 시대의 북한이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물음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 니겠지만, 어느 정도 중간평가는 할 수 있는 때가 된 듯하다. 북한의 국가 정책기조는 2013년 법령으로 발표된 ‘핵과 경제 병진노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 문제는 양자 사이의 관계이다. 라선지대의 역사는 양자 사이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김일성이 1991년 북한 경 제 재건 프로젝트로 시작한 ‘유훈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지지부진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라선지대를 살리기 위해 사망 직전인 2010년과 2011년 사이 중국을 세 차례나 방문 하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끌어들여 공동개발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개성공단 역시 개성공업지구법이 만들어진 지 11년이 되었지만, 겨우 123개 기업이 가동되는 소규모 공단에 머무르고 있고 핵실험, 천안함 사건, 근로자 철수로 인한 중단 등 존폐위기에 직면하기도 했 다. 체제불안에서 비롯한 안보 우위의 정책결정구조는 라선지대를 포함하여 개성 등 경제특 구정책을 안보논리의 절대 종속변수가 되게 하였고, 그에 따라 북한은 경제특구정책을 포기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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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특구정책의 새로운 단계 모색하다

가 다시 내각총리에 기용되고 그 실무진이 복귀한 것은 대표

김정은 시대에 이러한 흐름은 변화할 수 있

적인 예이다. 한편 2013년 5월 29일 채택된 경제개발구법은

을까? 작년 개성공단의 근로자 철수와 5개

주목을 요한다. 경제개발구법은 북한 전역에 경제특구를 확

월여의 중단, 그리고 재개 등 일련의 흐름

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북한의 경제특구정책이 새로운 단계

은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개성

(phase 2)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단 근로자 철수라는 카드는 북한에 대한

경제개발구법은 총 7장 6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으로서 북한

구조는 개성공업지구법보다는 라선법과 유사하다. 이제까

경제 소생의 마지막 가능성인 경제특구정

지의 북한 경제특구는 모두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북

책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엄청

한 사회와 엄격하게 분리 또는 단절한 것인 데 비하여 경제

난 결정이다.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는 북한

개발구법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필요에 따라 지역을 정하

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언제라도 투자자

여 경제특구를 창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것(금강산 자

따라 최근 북한은 13개의 경제개발구를 발표하였는바, 13개

산몰수에서 보듯)을 의미하고, 이는 개성공

의 경제개발구는 유형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뉜다(하단 그

단의 영구폐쇄로 귀결되며 궁극적으로 라

림 참조).

선지대나 황금평도 폐쇄할 수 있음을 보여

이러한 5가지 유형은 중국 경제개발구에서 보이는 유형을

주는 것이다. 지난 20년 넘게 유지되어온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규모로 보면 가장 큰 개발구가

국가정책기조의 한 축을 포기하는 중차대

신평 관광개발구로 8.1㎢이고, 가장 작은 것이 와우도 수출

한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가공구로 1.5㎢이며 면적 총합계는 44.3㎢(약 1,340만 평)

그럼에도 북한이 일정한 변화를 하고 있

이고 평균 면적은 3.4㎢(약 100만 평)이다. 면적기준으로 보

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2년

면 총 합계가 개성공업지구보다 조금 큰 정도이고 평균면적

7·1 경제개선조치를 주도한 박봉주 총리

이 개성공업지구 제1단계 정도여서 그간 만들어진 경제특구

<북한의 경제개발구>

경제개발구

공업개발구

수출가공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만포, 압록강, 혜산, 청진)

(위원, 흥남, 현동)

(와우도, 송림)

(어랑, 북청)

(온성, 신평)

4개

3개

2개

2개

2개


와 비교하면 면적이 대단히 소규모임을 알

경제개발구의 향후 행로를 가늠하려면, 중국 경제개발구의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북중 접경지역이 5

발전과정, 특히 중앙급 경제개발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곳(압록강, 만포, 위원, 혜산, 온성), 동해

관계와 차이,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양태, 경제개발구의 성공

안 5곳(청진, 어랑, 북청, 흥남, 현동), 서

조건, 경제개발구의 종류별 특징과 성과, 한계 등에 대하여

해안(평양 인근) 2곳(와우도, 송림), 내륙 1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방

곳(신평)으로 되어 있어 북중 접경지역과

안에 대하여 모색하여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서해 연안지역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경제개발구법에서 주목되는 점은 지방정부가 경제개발구를

이러한 지역적 분포는 중국 경제특구의 흐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 제3조는 “국가는

름에서 1984년 연해 14개 항구도시 개방과

경제개발구를 관리소속에 따라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중앙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간 북한이 시도해온

급 경제개발구로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한다”라고 규정하고

경제특구와 비교해 보면 규모가 현저하게

제14조는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창설신청문건은 해당 도(직

작고, 투자목표액도 현저하게 낮으며, 지역

할시)인민위원회가 중앙특수경제지대 지도기관에 낸다. 이

별로 특성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경제개발

경우 도(직할시) 안의 해당 기관들과 합의한 문건을 함께 낸

구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상하수도와

다”라고 규정하며, 제15조는 “중앙급 경제개발구의 창설신

전력, 철도 등 인프라가 이미 상당 부분 갖

청문건은 해당 기관이 작성하여 중앙특수경제지대 지도기

춰졌거나 구축이 가능한 곳을 지정한 것으

관에 낸다. 이 경우 해당 기관들과 합의한 문건을 함께 낸다”

로 보이는바, 이는 ‘규모는 줄이고 목표는

라고 규정하고 있다.

낮춘 실험’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지방정부가 주도한다는 의미는 지방의 특성과 장점을 살 린 창의적인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현실과 능력에 맞는 경제개발 정책 추진 대부분 위치가 북중 접경 및 동해연안 지역 으로 수도 평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점, 규 모가 소규모인 점 등은 북측이 체제에 미치 는 영향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

2013년 10월 16일 북한과 캐나다 등 여러나라 경제전문가들과 연 관 대표단이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 론회에서는 특수경제지대개발과 관련한 연구성과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북한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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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개발구의 향후 행로를

도 하는데, 예컨대 황해제철련합기업소(송림), 룡성기계련

가늠하여 보려면, 중국 경제개발구의 발전과정,

합기업소, 2·8련합기업소, 흥남비료련합기업소, 함흥목재

특히 중앙급 경제개발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가공공장, 함흥시리카트벽돌공장(흥남), 북청과일가공공장,

관계와 차이,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양태,

북청과수기계공장(북청), 김책제철련합기업소, 라남탄광기

경제개발구의 성공조건, 경제개발구의 종류별

계련합기업소, 청진뻐스공장, 청진화학섬유공장(청진) 등이

특징과 성과, 한계 등에 대하여 더 심도 있는

언급되어 있다.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경제개발구법은 “경제개발구에서 류통화페와 결제화페는 조선 원 또는 정해진 화폐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외화의 합 법적 유통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경제개발구의 전국적 확산 과 그 지역에서의 외화유통 허용은 외화유통의 확산이라는 의미를 가질 것인데, 그 실제 경제적 효과가 어떤 것일지 주

13개 경제개발구 및 중앙급 경제개발구의 동시다발적 진행에 따른 재정지원의 미비 와 가용한 물적·인적 자원의 제약, 그리 고 전통적·사회주의적 방식에 따른 문제 점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경제개발구법은 북한 기업소가 주도적으 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상당한 수 경제개발구의 경우 특정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 제20 조는 “우리나라의 기관, 기업소도 승인을 받아 경제개발구를 개발할 수 있다”라고 규

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개발구법은 거버넌스 구조, 개발방식, 경제활동조건보 장의 원칙, 투자가의 재산과 이익, 권리보호원칙 등 라선법, 개성공업지구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수속간소화, 지적재산권보호, 분쟁해결방법 등에 관하여도 유사한 규정 을 두고 있다. 다만, 라선법 제40조가 규정한 기업의 권리 조 항은 보이지 않는바, 동 조항은 로력채용, 로임기준 및 지불 형식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기업이 독자적으 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의 태도는 경제개 발구를 라선지대의 실험 정도로까지 나가기는 어려운 사정 을 엿보게 한다. 향후 경제개발구의 성패는 북한 경제의 성 패를 좌우할 것인바, 그 추이가 주목된다.

정하고 제26조는 “기관, 기업소, 단체는 다 른 나라 투자가와 함께 개발기업을 설립하 는 경우 정해진 데 따라 토지리용권을 출자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13개 경 제개발구에 대한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대 부분의 개발방식은 북측 기업과 외국투자 가 사이의 합영개발기업을 설립하여 개발 하는 방식이어서 북측 기업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투 자제안서에는 특정 기업의 명칭이 보이기

유욱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구성원 변호사로서 법제행정팀장을 맡고 있다. 2002년 북한팀을 구성한 이래 2003년 이후 10년 동안 개성공단 및 금강산 등 남북경협 관련 법률자문을 통일부, 현대아산 등 유관 기관, 회사에 제공해왔 다. 현재 법무부, 법원행정처, 법제처, 통일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 북한은

북한에 불고 있는 IT 열풍 ‘시민의 탄생’ 가져올 수 있을까 강진규 디지털타임스 기자

지금 북한 사회가 IT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이용이 제한적이었던 이동통신 서비스와 컴퓨 터 사용이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평양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공공장소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수년 전부터 ‘최첨단돌파’, ‘CNC(컴퓨터수치제어)’ 등의 구호를 앞세워 다양한 부문에 IT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하면서 IT에 대한 북한 당국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정보와 주민 간 소통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신세대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향후 북한과 소통과 교류, 협력을 위해 이런 변화 를 인지해야 한다. 또 이런 변화에 맞춰 남북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북, 휴대전화 4년 6개월 만에 200만 대 돌파 최근 수년간 북한 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3 년 5월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홀딩스(OTMT)’는 홈페이지 공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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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북한의 고려링크 가입자가 200만 명

파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시작 후 200

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만 명 돌파에 약 12년이 걸렸는데 북한에서는 4년 5개월이

따르면 북한은 2002년 11월 일부 이동통신

걸린 셈이다.

을 허용했다가 2004년 룡천역 열차 폭발

북한은 이동통신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에 따

사고 후 금지했다. 2008년 12월 재일본조

라 경제, 사회 등 전반에 걸쳐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보도에 따

2003년 10월 김정일은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

르면 12월 이집트 이동통신회사 오라스콤

철할데 대하여’라는 노작을 발표하고 과학기술 방향을 제시

의 투자로 북한에서 3세대 이동통신 서비

한 바 있다.

스가 시작됐다.

노작 발표 10년을 맞아 2013년 10월 북한 로동신문은 이를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나기브

해석하는 기사에서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은 현시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이 2011년 1월 김

대 과학기술발전의 핵심기초기술’이라고 정의하고 IT를 가

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을 비롯해 수차

장 먼저 꼽았다. 로동신문은 10년간 주요 성과로 북한식 컴

례 방북해 이동통신 확대를 논의했다. 그

퓨터운영체제(OS) 붉은별 개발, 바둑프로그램, 기계어번역

리고 서비스 시작 3년 2개월 만인 2012년

프로그램, 내장형조작체계(임베디드시스템), 전용집적회로

2월 100만 명 가입자를 돌파했고 1년 3개

설계기술 등을 자체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월 만에 200만 명 가입자를 기록했다. 현재

2013년 8월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5월 11일

는 약 23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을 것으

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북한 스마트폰 ‘아

로 예상된다.

리랑’을 개발하는 곳으로 김정은은 공장에서 직접 휴대전화

이는 북한 인구를 약 2,490만 명으로 가정

를 사용해보고 제품에 대해 품평했다. 9월에는 릉라인민유원

했을 때 9%에 해당하는 수치다. 북한 주민

지 유희장에 새로 건설한 립체률동영화관을 방문해 IT 기술

10명 중 1명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을 이용한 3차원 입체영화관의 설비를 돌아보기도 하였다.

볼 수 있다. 4인 가구당 1명의 구성원이 휴 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3~4가구

김정은, “IT 발전으로 경제 강국 이루겠다”

중 1가구에 휴대전화가 있는 것이다. 물론

IT는 북한 지도층에게 관심을 받는 것뿐 아니라 주민 생활 속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 등의 소득 격차를 고

으로 파고들고 있다. 2013년 11월 12일 조선중앙통신은 2010

려하면 평양 등의 보유 비율이 더 높고 지

년 10월 시작된 김책공대 원격강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

방은 더 낮을 수 있다.

했다. 초기 1개 기업소 40여 명이 이용했던 원격강의가 확대

북한 내 이동통신 확산은 비교적 빠르게

돼 150여 개 기관에서 수천 명이 20여 개 과목을 수강하고

진행되고 있다. 1994년 2월 매일경제 보도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공장 노동자들이 효율성을 높일 수

에 따르면 한국이동통신이 1984년 4월 이

있도록 하기 위해 원격강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

동전화를 도입한 지 9년 만에 50만 명 가

른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에서 교육은 출신 성분과 지역의

입자를 돌파했다. 그리고 1995년 3월 100

영향을 받는다. 김책공대의 강의를 아무나 들을 수 없다. 그

만 명, 1996년 3월 200만 명 가입자를 돌

런데 원격강의를 적용하면서 수천 명의 인원이 김책공대 교


북한에서 IT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많다. 사이버공격, 해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이 사이버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북한의 IT를 잘 알아야 한다.

평양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북한 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 4년 5개월만에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북한 사회의 또 하나의 변화는 IT 개발자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로동신문은 ‘그는 1994 년생이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김일성종합대 컴 퓨터과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 김정일청년영예상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또 6월에는 로동신 문이 김책공대 학생들이 인도 국제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도 지난 10

육을 받게 된 것이다.

월 4회 연재 기사를 통해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국제프로

북한은 원격진료도 확산하고 있다. 북한

그램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 11월

이 대외선전용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

에는 13살 나이의 컴퓨터 영재 소년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된 ‘North Koreas Telemedicine Service’

북한이 IT 인재 띄우기에 나선 것은 국가차원의 정보화 전략

동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2009년 10여 개

추진으로 IT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IT 인재를

병원을 연결해 원격진료를 실시했다. 그런

활용해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고려됐을

데 2012년에는 210여 개 병원을 원격진료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2008년, 2011년 인터뷰를 한 북한 중

로 연결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네트워크와

개무역업자는 중국 단둥, 베이징, 선양 등에 수천 명의 북한

화상 장비 등을 통해 의료진이 정보를 교

개발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0~20여 명으

환하고 진료, 수술 등에 조언을 할 수 있도

로 팀을 이뤄 활동하거나 중국 업체와 계약을 맺고 개발 용

록 해준다. 북한의 의료시설이 낙후된 것으

역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한국 개발자와 비교해

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

1/2~1/3(월 1,000~3,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

로 해석된다. 또 북한은 김일성종합대, 김

령 2,000명의 개발자가 월 2,000달러를 벌고 있다면 월 400

책공대 등 주요 대학교와 공공도서관에 전

만 달러, 연간 4,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볼 수

자도서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조선중

있다. 이를 10배로 증가시킨다면 북한에는 큰 이득이 될 수

앙TV는 2013년 3월 보도에서 릉라곱등어

있다. 이에 북한은 황금평, 나진선봉 등 경제개발 지구에서

관(돌고래전시관)에도 전자열람실을 마련

IT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이외에도 북한 개발

했다고 보도했다.

자들은 인도 등에서 활동하며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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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북한 당국이 IT인재를 우대하고 또 외화

북한에서 IT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많

벌이 일꾼으로 활약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북

다. 사이버공격, 해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이 사이버

한 사회에서 개발자 직업이 각광을 받는 것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철저히 대비해

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북한의 IT를 잘 알아야 한다.

북 IT 확산, 정보·소통의 전파로 이어질까

이런 부정적인 부분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의 대응을 고려

IT는 정보기술의 약자이다. 정보를 빠르고

해야 한다. 북한 사회의 변화는 ‘요구의 변화’로 다가올 것

손쉽게 전달하고 더 넓게 확산시키는 기술

이다. 개성공단 확대와 중국 국경 경제지구 개발에서 북한

이다. 이런 기술의 변화는 결국 시민사회

은 IT 부문 협력을 강력히 요구할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IT

의 탄생에 기여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기업 유치와 협력을 요구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

는 개인용 PC, 인터넷, 휴대전화의 등장이

요할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가져왔다. IT의 확산은

또 북한과 사회·문화적 교류에서도 IT가 확산되고 있다는

정보, 소통의 확산으로 귀결된다.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인터뷰한 싱가포르 사진작가 알

북한 사회에서 IT 확산은 제한적이다. 이동

람 판 씨는 지난해 9월 ‘DPRK360’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

통신의 경우 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

다. 이 사이트는 북한 동명왕릉 등을 버추얼포토로 보여주는

한정적이다. 또 2004년의 사례처럼 북한

사이트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북한 관계자들도 이를 허락했

당국이 갑자기 이동통신을 금지할 가능성

다고 한다. 가령 남북공동 문화재보존 협력을 할 때 문화재

도 있다. 컴퓨터의 사용도 그렇다. 우리는

영상과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3차원으로 제작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하면 인터넷을 당연

하는 협력을 추진해볼 수 있다.

히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에서는 대

IT를 매개로 교육, 경제, 사회, 문화 등 협력을 늘려나간다

부분 컴퓨터로 내부망만 이용할 수 있다.

면 북한의 개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불법적인

인터넷 사용은 극히 제한돼 있다.

IT 협력으로 나타나는 문제도 공식적 협력을 진행해 검증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IT는 북한 사회에 조금

다면 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IT를 더 넓은 의

씩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

미로,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

국이 통제한다고 해도 그 이전보다 주민들

요하다.

이 접하는 정보가 필연적으로 많아질 수밖 에 없다. 인터넷 사용도 국제대회 참가, 정 보수집, 연구, 무역 등을 위해서 확대될 것 이다. 10~30대 IT 세대들이 등장하는 것도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수 천 명의 북한 IT 인재들이 북한으로 돌아갔 을 때 그들이 보고 접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전파될 것이다.

강진규는 인하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2007년 IT 매체 디지털타 임스에 입사해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

2014년, 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의 업그레이드 이뤄지길

ⓒ연합

염규현 민화협 정책홍보팀 부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남북관계의 새로운 개선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소 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 개성공단 중단, 이산가족 상봉 무산 등 악재가 겹치 며, 남북교류협력 분야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은 미 약하나마 꾸준히 이어졌다. 아울러 개성공단이 재가동에 들어간 후 입주기업들이 공단 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서며, 공단이 남북 경제협력에서 보다 업그레이 드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3년 남북의 민간차원 교류협 력·지원은 비록 활성화 되지는 못했지만, ‘연결의 끈’을 유지했 다는데 의미가 적지 않다. 사진 은 지난 8월 2일 북으로 보내진 장애인·어린이 지원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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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13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규 모가 2012년보다 45%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인 용해 밝힌 2013년 지원규모는 약 6,200만 달러(약 658억 원). 이는 2012년 1만 1,300 만 달러보다 5,100만 달러 감소한 액수다. 또한 대북 지원에 참여한 국가 역시 13개국 으로, 2012년보다 6개국이 줄었다. 이는 2013년 북한의 대외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도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은 ‘장성택 숙청’ 사건 등 북한의 정치적 급변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르크 슈테겐 WFP 평양사 무소장은 지난 해 12월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장성택 처형) 사건 이 우리의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곡물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영양실조 비율이 많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며 “곡물의 수확량만 늘었을 뿐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콩 수확량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2013년 북한에 대한 주요 원조국의 지원이 줄어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식량공급 계획의 15∼3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며 2014년 지원예산도 10%만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WFP의 현재 재고상태로는 2014년 1월에는 분유, 2월에는 설탕과 콩이 바닥나게 되고, 3월에 는 7개 영양과자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WFP는 북한 전역에 있는 14개 식품공장에서 영양과자와 혼합가공식품을 만들어 매달 160만여 명 의 어린이와 여성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국내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미미하긴 하지만

국내 민간차원 인도적 지원 지속

2013년 후반기까지 이어졌다. 12월 6일 통일부는 섬김, 한국카리타스, 나눔 인터내셔 널 등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세 곳의 반출을 승인한 데 이어, 17일 국제사랑재단, 어 린이어깨동무 등 2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물품 반출을 승인했다. 통일부의 승인에 따라 ‘섬김’은 영양빵 재료용 밀가루, 설탕 등 6억 원 상당의 물품을 함경북도 온성군 탁아소, 유치원, 소학교 등에 지원하고, ‘한국카리타스’는 임산부, 영 유아용 기초의약품 3,900만 원을 남포시 와우도인민병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나눔 인터내셔널’은 항생제 등 기초의약품 5억 2,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황해북도 강남 군 인민병원에 지원한다. 또한 ‘국제사랑재단’은 평양, 원산, 사리원 지역 고아원에 분유, 이유식 등 약 7억 2,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어린이어깨동무’는 평양 어린이어깨동무 병원에 기초의 약품, 의료소모품 등 약 1억 2,5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박근


혜 정부 출범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액은 총 63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한 편 남북협력기금은 지원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여러 종교 및 민간단체들이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 NGO인 샘(SAM)복지재단은 지난해 12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 에게 겨울은 더욱 혹독한 계절”이라며, 북녘동포 겨울나기 캠페인 ‘북한 꼬마, 사랑을 입다’를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북한의 어린이들과 중증 결핵환자, 여성노동자를 지 원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캠페인은 북한 내 기아아동과 결핵환자에게 긴급구제 영양 식품(R.U.T.F)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꼬마 사랑을 먹다(1세트 5만 원)’, 중국 공업단지 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노동자에게 여성용품 및 의약품을 지원하는 ‘여성 날개를 달다 (1세트 3만 원)’, 북한 내 어린이집과 고아학교 학생들에게 겨울용품을 지원하는 ‘소년 소녀 사랑을 입다(1세트 3만 원)’ 등 3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샘복지재단 박세록 총재는 “겨울은 북한을 생각해야 할 시기다. 북한의 이웃들은 배 고픔과 질병, 추위로 힘겹게 지내고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모든 정치적 상황을 뛰어넘어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강조했다.

한편 재가동 이후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개성공단도 공단의 국제화를 통한 ‘남북경

개성공단 국제화로 남북경협 ‘업그레이드’ 이뤄야

협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신발업체 삼덕통상(주)의 경우 공단 최초로 국외투자 유 치에 성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은 장성택 처 형이 있던 작년 12월 12일 독일 바이어들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삼덕통상이 만든 신발을 독일로 들여가는 미앤프렌즈(ME&Friends AG)의 개성공단 합작투자를 위한 실사 차원 방문이었다. 미하엘 에르틀(Michael Ertl) 미앤프렌즈 대표는 개성공단 내 삼덕통상 공장을 문 회 장과 함께 둘러본 뒤 합작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곧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미 앤프렌즈의 결정은 개성공단에 국외 기업이 투자하기로 한 첫 사례다. 에르틀 대표 는 “작년 9월 공단 방문 이후 삼덕통상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 다. 삼덕통상과 개성공단 합작투자 MOU 체결 건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며, MOU체결을 통한 개성공단 국제화의 조기 실현 및 장기적인 공단 발전과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창섭 회장은 “방문 당시 개성 공장 직원들은 물론, 공단의 북쪽 관계자들한테 서도 아무런 ‘이상 기류’를 느끼지 못했다”며 “기업하는 사람들은 오직 사업만 생각한 다. 이상한 기류가 있었더라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바이어들이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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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섭(삼덕통상 회장), 미하엘 에르틀(미앤프렌즈 CEO), 하이코 왓좔(미앤프렌즈 부사장), 김영철(삼덕통상 개성공장 북측종업원 대표)등이 삼덕통상 공장에 서 생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전하며, 독일 측 바이어들이 분단국가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독일인으로서 한반도 통일에 조금이나 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고 했다. 양 기업의 양해각서 조인식은 2014년 초 개성공단 삼덕통상 공장에서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이 재개된 이후인 지난해 9월 26일 문 회장은 독일 바이어들과 함께 개성공 단 생산공장을 찾아 강한 사업 의지를 보여줬다. 당시 독일 바이어들은 ‘3통 문제(통 행·통신·통관 절차 완화)’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는데, 남북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문 회장은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가 남북의 정치·군사적 변수에 따라 공단이 폐 쇄되는 등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3년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연이어 발생한 여러 악재로 인해 애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여러 어려 움 속에서도 많은 민간단체가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지원 활동에 적극 나서며 미약 하나마 지원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아울러 중단 5개월 만에 재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 역시 남북경협의 상징으로서, 또한 공단의 국제화를 통한 보 다 성숙된 모습으로 향후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다. 2014 년은 부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보다 확대되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국민들의 온정이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또한 개성공단의 업 그레이드를 통해, 향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비롯한 더 확 대·발전된 남북경협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남북 종교 교류를 통한 평화로운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남북의 참가자들이 인도네시아 말랑에서 함께 한 2013 Religions for Peace 폐회식

2014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라고도 한다. 계사년 흑뱀(黑巳)의 해를 넘기고 맞이한 올 해에는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풀어낼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요즘처럼 우주선에서 기 상변동과 곡물 수확까지 계산해내는 과학의 시대에 한가하게 띠 풀이나 하고 있을 여유 는 없다. 그래도 이런저런 계산법이나 과학적 접근 역시 인간의 머리와 손을 거쳐서 이 루어지는 것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결국 오늘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진솔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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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진 장성택 숙청파장이 어디까지 번질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사회의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분위기는 개혁·개방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장성택이라는 인물만 제거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니면 장성택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의 흐름 자 과 견고한 의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음을 전

체를 차단하고 복고주의로 회귀할 필요에 따른 것인지가 아

제해야 할 것이다.

직은 불분명하지만, 어떻든 북한 자체로도 상당한 후유증에

2013년 말 남북 종교 교류에 참여해온 종

시달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단 관계자들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실제로 2013년 초반 3차 핵실험 등 극도의 위기상황 이후 중

관계자들과 원탁모임을 한 바 있다. 이 자

반으로 오면서 북한의 태도가 상당히 누그러지는 등 북한사

리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새 정부 출범을 전

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를테면

후하여 조성된 한반도 위기상황과 개성공

김정은에 대해서도 ‘최고 사령관 동지’, ‘최고 영도자 동지’

단 문제, 이산가족 상봉 논의와 좌초 등으

정도의 호칭에 머물렀고, 로동신문이나 북한 TV에서도 우

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

상화 표현이 점차 절제되면서 외국 영화도 보여주고 있다는

던 정황에 대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증언이 있었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을 감행한 2013년 12월 8

가능한 한 빨리 남북관계 개선의 출구를 찾

일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회의장 정면

아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런 맥락

벽에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가

에서 종단 쪽 인사들은 정부가 가급적 빨리

새겨져 있어 ‘김정은 우상화 시대’ 개막을 감지케 한다. 마치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고, 정부

1970년대 초반에 김정일 후계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할 때 ‘김

측 인사들은 출구전략을 세우더라도 출구

일성 우상화 시대’의 문을 열기 시작했던 모습을 연상케 하

를 열어나가는 선도적 역할은 일반 국민들

기 때문이다.

에게 신뢰를 주는 종교 교류를 통해 이루어

물론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우리는 남북관계를 풀

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종단의 적극

어나가야 한다. 특히 종교를 비롯한 민간영역은 남북관계가

적 협력과 역할을 요청했다.

진전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든 노력을 지속해나가지 않 을 수 없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좀더 전향적으로 출구전

남북관계 경색의 출구전략,

략을 세워나가도록 추동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정부가 출

남북 종교 교류로부터

구전략을 세운다면, 종교계는 종단 차원의 종교 교류 채널

2013년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성과는 미미

을 통해 그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아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를 통한 지원

끼지 않을 것이다.

과 모니터링 방북도 손꼽아 헤아릴 정도이 고, 경제 등 다른 분야는 거의 찾아보기 힘

평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한 종교 교류의 성과

들었다.

남북 종교 교류의 의미와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

이제 상황은 더 어려워 보인다. 12월에 이

가 2011년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있었던 7대 종단 대표들


의 평양 방문이다. 개별 종단 대표들의 방

추진될 전망이다. 개신교 (사)기쁜 소식 등이 성탄절인 12월

북은 없지 않았지만, 7대 종단 대표들이 함

25일 성탄절에 평양에서 남북합동 예배를 갖기로 했으나 연

께 방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

기되었으므로, 4월 부활절 합동예배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

이다. 방북 후 인천공항에서 한국종교인평

다. 천주교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성탄절 장충성

화회의(KCRP) 대표회장 김희중 대주교는

당 남북합동미사 추진이 부활절 합동미사로 재추진될 가능

“이번 방북 기간 중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성이 있고, 조계종도 묘향산 보현사에서 갖기로 한 서산대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는 ‘민족의 화해와

사 남북 합동 다례제 재추진과 아울러 원불교의 평양교당

단합,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종교인대회’

봉불 기념 평화통일기원 남북합동 법회, 천도교의 남북합동

를 갖고 남북 종교인 교류를 정례화하기

시일식 및 포럼 추진 등이 모두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

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7대 종단 대표들

는 실정이다.

은 이번 방문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올 8월 말에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종

다고 생각했으며, 북측도 같은 생각을 하고

교인평화회의(ACRP) 제8차 총회이다. ACRP(사무총장 김

있음을 감지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북

성곤)와 KCRP(대표회장 김희중 대주교)는 작년 초에 남북

한 종교인들과 백두산에 함께 올라 ‘평화기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제8차 ACRP 총회를 북한과 공동

도회’를 갖기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을 통

개최할 가능성을 논의했다. 만약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가

해 남북 종교인들이 민족의 화합과 단합,

이에 동의한다면,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의향이

평화통일에 함께 기여할 것을 다짐한 것이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2일 북

다. 이후 7대 종단은 개별 종단 차원에서도

측에 의사타진 팩스를 보냈다. 놀랍게도 일주일도 채 지나

남북 종교 교류 정례화를 뒷받침하는 후속

지 않은 5월 8일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는 답신 팩스를 통

조치를 추진하게 되었고, 5·24조치 속에

해 ACRP 총회의 남북공동개최를 흔쾌히 수락했을 뿐 아니

서도 간헐적인 접촉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라 “ACRP 제8차 총회를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문제에 대하

우선 2014년에는 2013년 11월 하순 이후 연

여 심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회신했다. 이 무렵 남북 간

기된 개별 종단 차원의 접근 노력이 다시

에는 장관급회담 제의가 오가는 등 해빙무드가 조성 중이기

한반도평화네트워크 원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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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해도 개최장소로 금강산을 거론할 정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보지는 않

또한 특기할 사항으로는 2013년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오

았었다. 이러한 북측의 태도는 하반기에 이

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9차 WCRP총회에 북한 조선종교

산가족 상봉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회담

인협의회가 참가했고, WCRP 본부 주도로 남북과 미국, 중

을 패키지로 묶어 내놓는 모습에서도 재현

국, 일본 대표들이 원탁모임을 갖고 ‘한반도 평화네트워크’를

되어 이처럼 일관된 메시지가 종교 교류 메

만들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종교평화회의가 이 모

시지 교환과정에 그대로 담겨 있었음을 알

임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는 점이 새롭다. 미국 대표들은

수 있게 된다. 결국 남북 종교 교류는 북한

이미 총회에 오기 전에 이 원탁모임을 준비하는 회의를 했다

으로서도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활용하

고 밝히고, 앞으로 한 가지라도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고 있는 유용한 통로임을 확인한 셈이다.

방안을 찾자고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 대표도 한반 도 분단에 책임을 느끼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어떤 형

남북과 세계가 함께 참여하는

태로든 협력하겠다는 적극적 태도를 보였고, 중국도 한반도

화합의 장 만들어야

평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흔쾌히 ‘한반도 평화네트워크’에

이후 ACRP 제8차 총회에 대한 남북공동

동의했다. 원탁회의 참가자들은 앞으로 참가 범위를 점차 넓

개최 문제는 2013년 6월 7일부터 10일까지

혀나가자며 WCRP 본부와 미국평화회의에 좀더 성과 있는

인도네시아 말랑에서 개최된 ACRP 집행

방향으로의 접근 노력을 당부했다. 한편 빈총회 폐회식에서

위원회에서 깊이 다루어졌다. 이 집행위원

는 남북 대표단이 모두 연단에 올라 남과 북이 화합하는 모

회에는 남북이 함께 참가해서 남북공동개

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참가국들의

장재언 위원장은 “비록 북과 남이 나뉘어 있어도 남북 종교

동의를 얻게 된다. 다만 이 시기에 남북장

인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고 말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남

관급회담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

북 종교 교류의 산 역사와 생명력이 입증된 국제무대의 소

라 남북공동개최를 못 박지는 못했다. 실제

중한 자리였다.

로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게 되자 북

이처럼 남북의 종교 교류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한 조선종교인협의회는 공동개최 건에 대

수 있는 평화로운 출구전략이다. 올해 더 많은 의미 있는

해 ACRP와 KCRP에 모든 것을 위임하게

교류가 이뤄져 이것이 남북의 화해와 평화로 이어지길 바

되고, 결국은 ACRP 제8차 총회를 한국에

라본다.

서 개최하는 선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북 한은 이에 대해 충분한 양해 의사를 표명하 고, 비록 남한에서 개최되더라도 여건이 허 락하는 범위에서 함께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해옴에 따라 지금도 북한 대표단이 올 8 월 말에 인천 송도 컨벤시아호텔에서 개최 될 제8차 ACRP 총회에 참가할 가능성을

변진흥은 가톨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 한양대학교 철학과에서 북한종교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7대 종단 연합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호남대 교수를 거쳐 가톨릭신학대학에서 북한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장

북한이탈주민의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의 실태

네트워크 구축과 공공·비영리기관 연계 절실 김현정 동아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책임연구원

북한 사회 변동과 남북관계 변화 등으로 2000년대 이후 북한이탈주민 수가 급 증하고 있다. 이들의 국내 입국은 2013년 7월 기준으로 2만 5,000명을 넘어섰 으며,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정 등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소수자 집단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북한이탈주민은 언어소통이 가능하며, 다 양한 정착지원정책이 시행되는 까닭에 한국 내 적응이 순조로울 것 같지만, 국 내 유입 이전의 학력 및 경력이 불인정되며, 다양한 사회적 배제 상황에 처해 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취업 및 취업지속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북한이탈 주민 대상의 예비사회적기업 지원은 이들의 사회적응 및 취업, 창업 등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통일부 및 산하기관이 수행해왔다. 01

탈북자의 현실에 적합한 정책적 집중 효과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기업 설립을 장려해온 통일부의 정책은 2010~2013년 상반기 기간을 초기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통일부는 2010년 북한이탈주민 고 용 증대를 위한 구체적 정책목표로 사회적기업 30개소 설립을 지원하기로 하 였다. 2010년 인증 사회적기업 5개, 예비 사회적기업 16개 등 총 21개(예비) 사 회적기업을 설립·운영 지원하여, 당 해 21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을 신규취 업토록 하였다. 또 2010년 최초 시행한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업 설립 및 운 영 지원’을 통해 동 영역에 관한 초기적 정책지원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01+02 2 013년 제1차 통일형 예비사 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주)아 리랑패션의 내부 조업 모습.

당시 지정된 기업을 확인하면, 정책 시행에 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 지 않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 업도 포함되어 있으며, 대부분 지자체 지정 예비 사회적기업이었다. 당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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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2011년 사회적기업 지원예산을 46

록 지원하며,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 혹은 조직

억 원으로 확대 편성하며 정책보완을 거듭

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목표를 두게 되었다. 이러한 영세 조

하게 된다. 이후 통일부는 정책보완을 통

직 지원형으로의 정책전환은 정책취지를 살려 실제 취약계

해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업 컨소시엄 참

층인 북한이탈주민의 창업 및 취업을 장려하는 데 정책적 집

여기관’을 지정·육성하였다. 이는 북한이

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의 문제점은 이들 기

탈주민이 조직 내 이해관계자의 주체적 입

업의 영리추구 및 사업지속에 있다 하겠다. 이들 중 드물게

장에서 영세한 규모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소수업체는 시장진입 및 영리추구에 성공하여 사회적기업

점을 고려한 정책적 조치라 판단할 수 있

이 아닌 영리기업으로 변모한 업체도 존재한다. 또한 일부는

다. 예비 사회적기업을 구성하기에도 제약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거나, 타 지자체의 ‘예비사회적기업’으

이 있는 조직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

로 지원을 수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동 연구 진행과정에서


03 03 ( 주)아라랑패션의 대표 및 직원들은 스스로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04 ( 주)아리랑패션은 유명 여성브랜드의 주문 생산을 시행 하여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해당기간 선정된 기업 중 다수 업체가 폐업 혹은 영업을 지속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처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정책적 취지

04

는 정책 성향에 부합하도록 변화하였으나, 실제 정책 도구의 선택적 조합과 집중이 필 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통일부는 2013년 하반기부터 또다시 북한이탈주민 예비사회적기업 정책 전환 을 시도하였다. 2013년 8월부터 통일부가

지 지원을 확대하는 중기적 변화를 진행한 것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선정 및 인증을 할 수 있게

필자는 2013년 6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간 북한이탈주민

됨에 따라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예비사회적기업 진단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실제

정책에 특정된 용어를 사용하며 정책 중기

사례대상 기업의 측정 진단을 시행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에 접어들었다. 통일부는 이들 지정기업이

통일부 정책 지원을 수혜한 기업 중 세 업체를 선정하여 각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때

각의 사례를 심층면접 및 균형성과 설문조사를 통해 진단·

까지 최대 3년간 예비 단계에 필요한 사항

분석하였다. 당시 연구에서 사용한 진단평가도구는 사회적

에 대해 지원·보조한다. 통일형 예비사회

기업 대상 균형성과 측정 연구물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적기업은 기존의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 및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업

업 컨소시엄 지정 기업과 달리 사회적 목표

컨소시엄 약정체결 기업을 진단할 수 있는 특화된 진단항목

범위가 확대 변경되었다. 즉 북한이탈주민

을 개발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사례대상기업의 5개 영역

고용비율을 최소 지원 조건으로 제시했던

균형성과를 진단하였다. 5개 영역이란 사회적 관점, 재무적

초기 정책 형태에서 북한이탈주민 대상 사

관점, 이해관계자 관점, 내부 프로세스 관점, 학습 및 성장

회서비스 시행 기업 혹은 혼합형 기업에까

관점으로 분류한 기업의 성과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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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패션’ 유명 브랜드 주문생산으로

비사회적기업 지원을 통해 매출 확대를 위한 기계 설비 증설

연간 20% 매출 성장

을 원하고 있으며, 제조방법 개선을 통한 효율적 생산관리를

필자는 해당 연구에서 지정한 사례 기업 중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근접한 기업 목표는 독립브랜드 준

한 업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강서구

비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이전까지 적

화곡동에 있는 ㈜아리랑패션으로 2013년

극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더불어 대표 개인의 포부로는

제1차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

북한이탈주민 여성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단법인 새문화복

었다. 해당업체는 2011년 8월 동 업체의 전

지연합회를 육성·발전시켜 이방인으로서가 아닌 연대의 삶

신인 구 엠엘인터내쇼날 사명일 당시 통일

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업 컨소시엄 지

이들 사례기업의 균형성과 측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원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리랑패

종합할 수 있다. 일반기업이 취약계층 고용과 관련한 정책

션은 현재 북한이탈주민 출신 노동자를 9

지원을 목표로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경우와 북한이탈

명 고용하고 있는 일자리 제공형 예비사회

주민 출신 혹은 사회적 서비스 자체를 사업내용으로 하는 경

적기업이다. 업체의 이수홍 대표는 북한이

우 상이한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기업의

탈주민 출신 기업가로서 여성의류 봉제 관

사회성, 내부 관계 형성, 고용자에 대한 학습 등 분야에서 미

련 전문식견을 쌓아 왔다. 그는 여성 북한

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후자는 반대로 높은 성과를 나

이탈주민이 전체 인원의 70%가 넘고, 이들

타낸다. 또한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한 통일부 지원 정책이 제

의 취업이 더욱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이들

고할 점으로는 통일부가 주도적으로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

과 함께 할 수 있는 업체를 설립하기로 결

크 구축,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비영리기관과의 연계를 시

심했다고 한다. 특히 ㈜ 아리랑패션의 대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및 직원들은 스스로 통일형 예비사회적기

향후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사

업 제1호에 선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

회적 역할을 확대하며,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적기업을 통해

고 있었다. 업체 내부 입구에 들어서면 이

영리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

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의 지속적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아리랑패션은 주로 유명 여성브랜드의 주문 생산을 시행하고 있다. 2011년 아리 랑패션에 주문생산을 수주한 업체는 크로 커다일, 휠라, 제일모직, 2012년 엠유, 미 샤, 빈폴, 제이시 그리고 2013년에는 잇미 샤, 시슬리, BCBG와 계약 및 생산을 진행 하였다. ㈜ 아리랑패션은 2011년 완벽한 기계화 설 비를 구축한 이후, 매년 20%의 매출성장률 을 달성해 왔다. 이수홍 대표는 통일형 예

김현정은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아대 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 과,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동아시아국제정치학 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통일교육·평화교육

통일교육, 다중적 정체성과 다문화사회 공존모델 포함시키자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평화교육과 통일교육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2002년 통일교육원에서 위탁 받은 연구주제(국내외 평화교육 사례의 통일교육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1)를 수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성균관대 정현백 교수와 이화여대 김엘리 박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 에서 필자는 주로 해외 분쟁지역의 평화교육 현황을 조사하여 그 내용과 방법론, 특징 등 을 살펴보고 이것이 한국의 통일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하였다. 북

1) 이 연구는 통일교육총서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만남』(통일교육원, 2002)으로 발행되었고, 2007년에 통일교육원에서 발간한 정현백ㆍ김정수 공저, 『평화지향적 통일교육의 이해』(통일교육원, 2007)에도 주요 내용이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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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가톨릭 - 개신교 공동체의 상호이해교육

중적 정체성을 지향한다는 것, 다섯째, 해외의 평화

(Education for Mutual Understanding), 미국의

교육은 갈등하는 당사자들이 만남(대면)을 통해 논

갈등해결훈련(Conflict Resolution Program), 이

쟁하면서도 어떻게 공동의 목표인 평화로운 미래를

스라엘 아랍평화센터의 공존훈련과 대면(Encounter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열린 대화를 나눈다는

Program)프로그램, 독일의 정치교육과 평화교육,

것 등이었다.

남아공의 민주화와 교육개혁 등을 살펴보았다. 해외 평화교육을 살펴보면서 필자는 몇 가지 특징

다름과의 공존, 이질성의 수용을 통한 공생

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평화교육은 초기에는 국

이런 특징을 가진 평화교육을 통일교육에 적용하는

가주도형(Top - down)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시민·

데는 연구를 수행한 2002년이나 이후 10년도 훨씬

평화단체·학부모·교사들이 시도하고 그 효과성이

넘은 2014년 현재에도 비슷하게 여러 해결해야 할 과

확인되면서 점차 지역정부(교육청), 이어서 중앙정

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통일교육

부(교육부)의 프로그램으로 수용(Bottom - up)된다

이 지닌 일반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통일교육은 매

는 것, 둘째, 분쟁과 갈등지역의 평화교육은 학교교

해 발간되는 『통일교육지침서』에서 볼 수 있듯이 주

육을 넘어 시민교육, 계속교육, 평생교육의 성격을

로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을 홍보하는 차원의 국가주

띠고 있다는 것, 셋째, 평화교육은 지식과 정보 전

도형이라는 것, 따라서 참여형 교수·학습방법론을

달이라기보다는 학습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훈

다양하게 수용하지만 각 정부가 표방하는 대북정책

련(Training)프로그램으로서 갈등과 분쟁을 경험하

의 필요성 설명, 남북관계, 북한현실 등에 대한 정보

고, 폭력에 노출되고 희생된 사람들이 대화와 협력을

전달이 중심 내용이 된다는 점, 대한민국 헌법의 가

통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가치와 태도를 훈련

치와 철학을 반영하는 자유 민주주의적 질서를 중심

하고 습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넷째, 따

으로 한 통일을 지향하고 준비하도록 지도하는 방향

라서 평화교육의 중심 내용은 적대감을 줄이고 ‘다름

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 북한이탈주민과의 만남

과의 공존’, 즉 이질성의 수용을 통한 공생하는 방법

에서도 상호 만남과 이해를 통한 공감대 형성과 이를

을 훈련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단일 정체성보다는 다

통한 사회통합을 지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북한의 현실(실태·실상)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이를 통 해 북한에 대한 (비판적 혹은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 게 된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다른 특징에서 비롯된 평화교육과 통일교육 의 만남이 여러 면에서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던 이전 정부들에서는 평화지 향적 통일교육을 시도하였다. 필자가 참여했던 연구 작업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 우선 원칙을 내세우고 여 기에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등이 맞물려 남북

남아공 퀘이커평화센터의 또래중재 캠프 교육

관계가 악화되면서 통일교육은 남한 중심의 국가안


01

02

01 서대문구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갈등 조정자 훈련

02 은평구 평생학습도시 특성화 사업 “마을기획자 역량강화 프로젝트”

보와 군사안보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통일

한 또래조정프로그램을 2012년에 이어 작년에도 전

교육에서 안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국적으로 실시하였다. 비폭력 대화(Nonviolence

는 평화교육이 ‘너무 이상적(Idealistic)’이거나 ‘뜬

Communication), AVP(Alternative to Violence

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

Project),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서클

전쟁 후 60년 이상 지속된 정전상태에서 남북의 군

프로세스(Circle Process),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을

사대결이 엄존하고 북한의 남침 위협이 여전히 계속

위한 또래조정/중조(Peer Mediation) 등은 일상에

되며 더욱이 핵을 보유하고 도발하는 상황에서 화해

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상대방을 존

나 협력, 용서와 공존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현실을

중하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

모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의 꿈같은 소리로 들린

와준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다고 한다. 이러한 비판은 현존하는 힘의 논리를 인

구체적으로 적용가능한 방법론과 기술들로 채워져

정한 정치적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비판이기도 하

있는 점이 교육방법론의 가장 큰 특징이다. 평화훈련

고, 또 북한에 대한 불신과 대결에서 승리해야 자유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들도 교사(Teacher)라는 용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번

어보다는 진행자(Facilitator)로 부르는, 어찌 보면

성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매우 기능적 혹은 실용적 훈련프로그램이다. 바로 이

러한 대결 중심의 안보교육이 계속되는 한 남북의 화

점이 한국사회에서 평화교육과 평화역량 형성 프로

해와 협력,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 형성은 점점 더 어

그램들이 지난 10년 동안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려워지고 60년이나 지난 분단은 점점 더 해결하기

요인인 동시에 향후 평생교육 차원에서 시민교육의

어려운 국면에 도달할 가능성과 우려를 내포하는 것

하나로서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이

도 사실이다.

유다. 또한 시민교육/훈련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갈 등이나 법원의 재판과정에 도입되기도 한다. 일례로

통일교육의 한계와 평화교육의 확장이 주는 의미

회복적 정의는 특히 폭력의 가해자 - 피해자의 사과 -

통일교육과 관련된 상황의 변화와는 다르게 지난 10

용서 - 책임 - 화해를 통해 관계의 회복을 지향하는 것

년 동안 평화교육은 한국의 시민사회 영역에서 평생

으로 현재 서울, 수원, 의정부, 인천 등의 가정법원의

교육이나 시민교육 차원으로 확산되었다. 다양한 평

일부 소년사건의 화해권고프로그램으로 도입되기도

화교육 방법론은 다양한 시민교육 분야 가운데도 가

하였고, 또 갈등해결 방법론은 아파트 층간소음문제

장 활발하게 시민단체, 지역단체, 학부모단체, 학교

나 뉴타운문제 등 지역의 크고 작은 갈등해결을 위한

교육의 요청을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해

도구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활동하는 평화를만드는

시민사회의 평화교육은 이렇듯 확장일로에 있다. 그

여성회 갈등해결센터도 학교폭력예방과 해결을 위

런데 평화교육을 통해 다양한 관계의 갈등을 평화적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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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해결하는 기술과 방법, 태도를 익히는 사람들은

불신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화해와 협

통일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오히

력을 지향하는 평화교육적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

려 현재 통일교육의 내용이나 전달되는 방식에 불편

고 본다. 안보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인정하고 이해

함을 느끼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통일이나

를 하되 군사력이나 국가안보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낮아지는 상황에서 평

기 위해 공동안보, 협력안보, 인간안보 같은 내용을

화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평화교육의 가치나 방법론

보완하는 것, 남북이 적대감을 줄이고 공존하기 위한

이 남남갈등이나 남북갈등을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

사회통합, 다름과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감수성/

되거나 통일교육에 적용되어야 할 필요성에도 크게

공감 훈련이 보완되어야 하는 점, 그리고 평화감수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그 수요가

성의 눈으로 북한 바라보기 등이 대표적 내용이라 할

확산되는 평화훈련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 자기충

수 있겠는데, 이런 제안의 근본적 동기는 남북이 전

족성을 가지고 있어서 통일교육을 별로 필요로 하지

쟁의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정전상태를 종식하

않는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정확할 것이다.

여 평화로운 미래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소망 때문

그러나 통일교육은 절대적으로 평화교육을 필요로

이다. 또 우리의 남북 어린이들에게 부모세대가 겪어

한다. 통일교육에 평화교육의 가치와 철학, 방법론이

온 분단과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더 이상 물려주고

도입되어야만 전쟁과 분쟁을 예방하고 남북이 적대

싶지 않은 간절함도 포함된다.

감을 줄이며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로운 미래를 준

따라서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결합되어 시민교육

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의

의 영역으로 확장될 때 한국사회에서 그 수용성이 확

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평화적 공존 기술이나 방법을

장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통일교육에 다문화

훈련하는 평화교육, 차이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교육이나 국제이해교육에서 강조하는 다중적 정체

것’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는 평화훈

성과 다문화 사회의 공존모델을 포함시킬 필요성이

련방법론과 기술을 현재의 통일교육에서 적극적으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적어도 남한사회는 더 이상 하

로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민족, 단일민족 정체성에 근거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점점 더 가

안보 통일교육은 평화교육으로 보완해야

속화되고, 미래의 남북통합과 통일을 생각할 때 다

그동안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을 결합하려는 노력은

문화사회의 공존과 통합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

몇몇 시민단체에서 있어왔다. 남북의 사회문화교류

국 통일은 사람의 통일이 기본이 되어야 하기에 통

와 대북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온 단체들은 남북관계

일교육은 성별, 이념, 종교, 문화, 민족/인종 등 다

가 어려워지고 후퇴한 지난 몇 년 동안에도 평화지향

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어울

적 통일교육을 진행해왔다. 남북관계의 후퇴라는 어

려 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과 훈련으로 발전해야

려움 속에서도 만남과 대화, 지원을 지속해온 단체

할 것이다.

들이 평화교육적 방법과 내용을 수용한 통일교육을 새롭게 시도하고 발전시켜왔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 는 일이다. 이들 단체들은 최근에 강화되고 있는 안 보 중시의 통일교육은 자칫하면 북한에 대한 대립과

김정수는 성공회대학교 신학과에서 평화윤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 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의 결합, 평화영성과 평화감수성훈련 등 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 중이다.


기고

DMZ세계평화공원, 남북 평화와 협력의 토대가 되기를 이종헌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기된 대북 제안이다. 대통령은 2013년 5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중국 국빈방문, 유엔사무총장 면담 등의 계기를 통해 유엔과 관련국들에 이해와 지지를 요청했다. 또 7·27 정전 60주년 기념사, 8·15 광복절 경축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대해 이 사업을 제의하고 추진의지를 역설해왔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북한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하 나의 대북전략 기조와 흐름이라면, DMZ세계평화공원사업은 이를 구체화하는 핵심사업인 셈이다. 이 사업이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과 미래를 좌우하는 시금 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DMZ의 긴장완화와 평화적 이용 시도는 역대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평화시 조성, 합작공장 설치, 생태공원 조성 등 다양한 구상과 제안이 있 었지만, 남북 상호 신뢰의 미흡, 국제적 합의 미성숙 등 여러 이유로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DMZ생태평화벨트 조성과 ‘그린데탕트’ 실현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취임 첫해인 올해 정전 60주년의 계기를 살려 그 공약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이다.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지 대로 만듦으로써 한반도를 신뢰와 화합,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통일부를 중심으로 유관 부처가 참 여하는 추진단이 구성되어 추진 계획과 실천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총사업 비 2,500억 원, 2016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2014년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402 억 원을 편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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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남북관계의 향방과 미래를 좌우할

원 구상은 여전히 냉전의 유물로 남아 있는 DMZ의

DMZ세계평화공원

군사분계선 위에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평화와 협력

일반적으로 공개적이고 역사적인 사업의 명칭에

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는 그 사업의 핵심내용과 방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업의 추진과정은 남북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

DMZ세계평화공원 명칭에도 그 역사적 의의와 추

은 물론 군사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어 남북 각 부문

진 방향, 목표 등이 녹아 있어 구체적으로 살펴볼

간 포괄적 협력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의 경

필요가 있다.

계와 분단체제 극복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대북 이

우선 DMZ의 군사분계선(MDL)에 걸치는 약 30

니셔티브를 유지한 채 작지만 실질적인 사업을 통

만 평 규모(1㎢)의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

해 풀어나가겠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접근방식과

DMZ 명칭을 쓰는 사업은 민통선 이남지역이나 접

대비된다.

경지역 개발이 전부였다. 그러나 DMZ세계평화공

다음으로 ‘세계’의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남북·유엔 3자가 추진과 운영의 주체가 되는 일찍

전 등 여러 가치가 있으나, 이번에는 ‘평화의 공원’으

이 없었던 새로운 협력모델이다. 지난 시기에 추진

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남북이

된 남북 연결로(경의선 철도·도로, 동해선 철도·

협력하고 유엔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며, 이를 기반

도로) 사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유엔사와 유엔의 협

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의 계기를 만들

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미국·중국·러시

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인 것이다. 일부

아·유럽연합 등 한반도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을 통

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평화가 오는가’, ‘군사적 협력

해 사업 추진의 실현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

과 평화체제 전환 등에 대한 전략 없이 단순한 이벤

이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

트용이 아닌가’ 등의 비판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스에 대한 지지와 DMZ세계평화공원에 대한 협력을

남북의 신뢰가 약한 상태에서는 군비통제나 분단체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제 문제를 논의할 계제도 아니고 현실성도 없다. 따

여기에서 ‘우리 민족끼리’ 중심의 남북 양자주의 접

라서 이런 작지만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통해 상호

근과 국제적 협력의 다자적 접근 전략이 충돌한다.

존중과 신뢰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와 체제

실제 ‘우리 민족끼리’ 위주의 남북 양자협력은 일방

등 더 상위 이슈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지속

이런 이유로 DMZ세계평화공원은 평화를 만들어갈

가능성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가 주도하고 다른 부처가 지원한다. 지난 정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을 포함해서 최근 개성공단 파

부 당시의 민통선 이남 접경지역의 환경보존과 지역

행은 가장 극명한 실례다. DMZ세계평화공원에 남

개발을 위주로 했던 ‘생태공원 조성’ 사업 등과는 다

북·유엔 3자의 공동참여를 상정하는 것이나, 개성

른 접근이다. 지금 접경지역 일부 자치단체는 평화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핵심으로 국제화를 강조하

공원이 지역발전에 유리하다고 보고 이를 유치하기

는 것, 나아가 나진-핫산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남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공원 입지 선정

북·러 3각 협력을 시도하는 것도 모두 이런 방향과

은 남북의 합의, 군사적 판단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연관이 있다. 그동안 ‘우리 민족끼리’ 접근이 강조되

특히 출발 단계에서 지역 간의 지나친 유치 경쟁은

었지만, 앞으로 사안에 따라 남북을 중심으로 하고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공원의 지뢰

여기에 유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유럽연합 등

제거 등을 위해서는 일정한 개발이 불가피한데, 과

이 참여하는 다양한 다자적 협력모델을 만들어갈 것

도한 보존 중심의 극단적 생태주의 접근도 지양해야

으로 보인다. 이러한 다자주의나 국제적 접근이 결

한다. 아울러 계획 초기 단계부터 지역개발 기대와

코 남북당사자 원칙을 배척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

생태 보존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는 열린 자세와 정

니며, 오히려 그 원칙의 이행을 보증하고 강화하기

부 부처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위한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원’은 남북 주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방 문함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잉태하는

남북 포함한 다자주의적 접근이 성공의 열쇠

공간이 될 수 있다. 판문점에는 북측에서 2만 명, 우

이 구상은 ‘평화’를 우선적 중심 가치로 내세웠다.

리 측에서 15만 명 등 연간 17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

DMZ를 둘러싼 접근에는 생태환경, 문화와 지역발

판문점 출입의 엄격한 절차와 삼엄한 분위기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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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이 공원에는 훨씬 더 많은

한다. 그 시대의 경험과 잣대로 오늘과 미래를 보려

방문객이 찾아올 것이다. 물론 명칭이 공원이라고

고 해서는 안 된다. 북한도 변화된 남북관계에 걸맞

해서 과천 서울랜드나 평양 만경대유희장 같은 유희

은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상식과 국제기준이 통

와 오락의 공간이 결코 아니다. 이곳을 찾은 남북 및

하고 상호 존중 속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제대로

세계의 관광객들은 가장 긴장된 군사분계선 위에서

된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가장 분명하고 안전한 길

오히려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산 교육장인

이다. 합의→파기→도발→보상의 악순환에 끌려가

것이다. 공원에는 남북이 합의하는 기념비적인 상징

거나, 강경한 원칙 우선으로 남북관계를 사실상 동

물과 최소한의 인공적 시설이 들어서면 될 것이다.

결시켰던 지난 두 시기의 경험에서 각각의 교훈을

DMZ를 통과하여 드나드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사업

찾아야 한다.

과 금강산 관광이 이루어졌지만, 이 공원처럼 DMZ 에 머물다 되돌아 나오는 형태는 처음이다. 남북기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유인책이 필요

본합의서나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남북을 ‘잠정적으

지금 개성공단 사태가 일단락되고 부분적으로 교류

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지만, DMZ 공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제

원이 조성되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특수구역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남

생기게 된다. 이 구역은 남북과 유엔의 합의에 따라

북관계를 위한 원칙이 서로 맞춰져가는 과도적 시기

운영되게 된다. 그 법적 지위와 안전보장, 출입절차

일 뿐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DMZ세계

등의 협의과정에서 남북은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

평화공원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정착

고, 이런 협력 경험은 이후 서해 NLL문제, 평화체제

해나가야 한다. ‘과연 될까’ 하는 회의적 시각보다는

구축, 남북공동체 건설 등 평화와 통일과정의 경계

모두 힘을 모아 ‘평화를 만들어간다’는 능동적이고

획정과 제도 확립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남북화해와 평화를 열어

DMZ세계평화공원사업은 성사되면 좋고 안 되도 그

가는 출발점인 이 사업에는 정파적 이해를 앞세우기

만인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한반도 신뢰

보다는 대승적 차원의 협력과 참여의 자세가 필요하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새로운 남북관계 구축 및 정상

다. 아울러 북한이 변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에 발맞

화 그리고 남북신뢰 정착을 위한 진정성 있는 실천

춰 DMZ세계평화공원사업에 호응해 나올 수 있도록

사업이다. 따라서 DMZ세계평화공원사업에 담긴

진정성 있는 유인책과 정교한 접근 전략 마련에 모

의미와 방향 속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원칙과 방향

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비록 우리 정부가 먼

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비정상의 정상화’, 국제적

저 제안했지만, 남북과 국제사회 모두의 협력 속에

접근, 작은 것부터, 신뢰형성 우선 등이 그것이다.

서만 가능한 사업이며, 그 혜택과 이익은 남북 모두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지난 교류협력시대로의 단순

가 향유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회귀를 넘어서 새롭고 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 야 한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2000년 이후의 시기 를 ‘남북관계의 요순시대’로 여기면서 변화된 여건 과 시대적 요구에 눈감는 복고적 행태가 바뀌어야

이종헌은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지냈고,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과정을 수 료했으며, 남북관계 전반을 다룬 『반갑습네다 리선생!』(2007)을 썼다.


통일을 디자인하자

통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비전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01

상상력. 일반적으로 현실문제와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생각한다. 통일과 상상력. 보통 통일과 상상력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과 통일문제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회과학에서 보면 상상력은 논리 없는 허망한 이야기로 들린 다. 통일은 현실이라는 말이 훨씬 실감난다. 통일이 현실이라는 말에 이견을 달 사 람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 통일은 현실이다. 남북이 총칼을 겨누고, 생사를 건 백 척간두에서 대결하고 있는 현실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를 통해 하 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는 현실이다. 또한 통일은 역사적으로 주어진 민족적 과 제라는 현실이고, 향후 대한민국이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현실적 과제 가운데 하 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통일은 치열한 현실이자 우리의 목표가 되었다.

01 ‘우리는 한 민족’ 독일 통일포스터전 작품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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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현실이다

제에 대해 조금만 알면 통일교육위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통일을 떠나고 있다. 통일이 현실이

정권이 바뀌면 교육위원도 바뀐다. 교육위원으로서

고, 통일이 우리의 목표가 되었지만 통일은 현실을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고, 역량을 강화할 프로

떠나고 있다. 통일에 대해 관심도, 고민도 줄어들고

그램도 없다. 북한 관련 논문만 몇 편 쓰면 금방 전

있다.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현실은 통일과 멀어지고

문가 소리를 듣는다.

있다. 분단의 원인이나 상처, 분단이 한반도에 미치

학술연구를 전문으로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에서

는 고통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어문학은 학문분류상 기타어문학에 들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단의 기억도, 상처도 휘발되어간

기타어문학에는 국어국문학, 영어영문학, 불어불문

다. 학교에서 분단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통일에 대

학 등으로 이름을 들어봄직한 주요 어문학을 뺀 나

해 배우지 않는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도 사정

머지 언어와 문학이 포함된다. 북한어문학은 한국학

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

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있다.

였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북한연구, 통일의 기반이 될 토대연구가 없으니 기

텔레비전을 켜면 케이블 방송이 100개가 넘어도 통

반이 부실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문제나 통일

일방송은 없다. 공중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 학술연

방송시간이 확대되어도 통일문제를 논의할 공론의

구의 결과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된다. 사회

자리는 없다. 종편에서 그나마 관심을 두고 있기는

가 관심을 두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 사회적 비용

하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통일을 위한 준비를 위해

을 줄일 수 있고, 효용을 높일 수 있다. 사실을 객관

서라기보다는 저렴한 제작비로 시청률을 높일 수 있

적으로 분석하는 것과 정치적 판단의 선호를 혼동해

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분단의 현실

서는 안 된다. 어떤 정책을 선택하든 판단근거는 사

을 소재로 하고 북한 현실 문제를 다룬다고 표방하

실이어야 한다. 학술적 기반은 객관적 사실을 평가

지만 무엇이 현실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모호 할 뿐이다. 정부의 통일교육도 장기적인 비전이나 통일을 위한 설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통일의 문제를 이해 하고, 통일 교육에 필요한 자료로 제공하는 ‘통일문 제의 이해’나 ‘통일교육 지침서’는 해마다 바뀐다. 지 금 배워도 내년에 달라지고, 후년에 또 달라질 것이 다. 통일을 교육하는 자원도 한정되어 있다. 통일이 현실이라고 하지만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 할 시스템은 부실하다. 전국 대학에 애견 관련학과 는 30여 개가 넘지만, 북한학과가 있는 대학은 2개 가 전부다.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제대로 된 인력이 키워질 리 없다. 그래도 북한 문

연잎을 뚫고 나온 연꽃-통일의 과정은 우리 내부의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할 사회적 기반이다. 기반이 부실해지면 올바른 정

와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누리게 된다. 우리가 그리

책이 추진되기 어렵다. 통일문제가 우리의 현실이라

는 통일한국의 비전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비전이

면 통일문제에 대한 객관적 토대는 튼실해야 한다.

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될까. 우리의 현실 은 통일이 되면 이루어질 비전을 얼마나 뒷받침하고 있을까. 통일이 무슨 로또라도 되는 것일까.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일

통일문제가 현실에 잡혀 있는 한 통일은 현실을 떠

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어

나지 못한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로

떻게 될 것이라는 답은 의미가 없다. 국민소득 4만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미

달러가 되면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래 사이의 거리만 멀어진다. 통일이 다가왔다고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되었다고

하지만 통일한국의 목표는 점점 더 멀어진다.

해서 행복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분명한

통일만 되면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통일이 되

목표의식과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 치열해야 한다.

면 강대국으로서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된다. 남북의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있어야 하고, 통일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개인의 가치가 향상된

과정에서 부딪칠 미래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한다.

다.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한반도를 가로

그렇게 통일은 상상되어야 한다.

질러 아시아의 광대한 대륙을 찾아 육로를 통해 새

우리의 통일담론에서 상상력은 거세되었다. 우리 사

로운 길을 찾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확산

회에서 통일은 남북 대결의 종착점이다. 직접적으로

되고, 통일한국의 주민들은 글로벌 시민사회 성원으

말하지는 않지만 통일은 ‘지금까지 남북이 유지해온

로 세계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복지

체제 경쟁의 승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결과’, ‘남과 북 가운데서 누가 옳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점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분단을 직접 경험했고, 분단의 고통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이보다 확실하게 남북의 체제 경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통일은 분단구조의 극복이 아니라 분단구조가 낳은 남북 체 제의 승자와 패자를 인정하는 결과 그 자체다. 그래 서 통일은 언제나 현실이라고 한다. 치열하게 싸우 고 있는 현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래 서 통일되면 어떤 사회가 될 지를 상상할 상상력이 차지할 틈이 없는 것이다.

독일 통일포스터전에 전시된 여러 작품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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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가치를 기획하고 통일의 과정을 설계해야

가 필요하다. 이것이 통일이 주는 진짜 현실이다. 통

통일이 우리 사회의 100%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

일 이후에 살아가야 할 현실을 위해 통일미래의 상

다. 통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통일로

상력을 호명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통일도 길게 보

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상상하고, 통일한국의

면 유유히 흘러갈 한민족 역사의 한 페이지다. 통일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우선 필요한 것은

된 이후에도 남북의 주민들은 통일한국에서 살아가

문화적 소통이다.

야 한다. 통일과정도 통일준비도 이 땅의 사람들을

사회문화 분야의 통일목표로 제시한 사회문화공동

위해 이뤄져야 한다. 통일된 다음 페이지를 쓸 준비

체는 정치공동체나 경제공동체와는 성격이 매우 다

를 해야 한다.

르다. 정치공동체나 경제공동체는 정치·경제 분야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육로를 따라 백두산까지

에서 통일된 법과 제도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그

수학여행을 가거나 묘향산으로 MT를 가게 되고, 이

러나 사회문화공동체는 단일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산가족은 헤어졌던 가족과 수시로 안부를 전할 것이

다. 사회문화에서 의미하는 ‘공동체’는 통일된 법과

며,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아 남으로 북으로 그야말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체계를 말한

로 민족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남북의 대학들은

다. 사회문화 공동체는 다른 가치가 공유될 수 있고,

자매결연을 해서 서로 방문도 할 것이고, 단체미팅

소통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문화적 통합에 대한

도 할 것이다. 낯설기는 하지만 북한 예술단의 멋진

낙관적 전망은 우리 사회가 담을 수 있는 문화적 포

공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용력이 커질수록 높아진다. 통일은 곧 민족의 먼 미

그리고 또 뭐 없을까? 남쪽의 세련된 남성과 활발

래를 보는 일임을 생각하고 준비해나가야 한다.

하고 고운 북쪽 여성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 통일가

통일의 가치와 의미를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 통일

정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통일이라

한국이 만들어나갈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 통일이

고 하면 이런 것을 상상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될

분단 역사의 승패를 결정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것이라 가르친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남측

된다. 통일의 가치를 기획하고 통일과정을 설계해

학생들은 묘향산이나 백두산으로 수학여행도 가고

야 한다. 그래서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MT를 가는데, 북측 학생들도 제주도로 지리산으로

내야 한다. 정치나 경제적으로 통일된다고 해도 통

수학여행을 오게 될까? 당차고 활발한 북측 여성과

일사회의 가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통일은 미완

마음씨 곱고 세련된 남측 남성이 꾸리는 통일 가정

으로 끝날 것이다. 온전한 통일을 위해 지금부터 설

은 행복할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통

계하고, 지금부터 디자인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통

일동이’라는 축복을 받을 수 있을까?

일은 디자인되어야 한다.

저절로 만들어주지 않는 통일을 위해, 저절로 그렇 게 되지 않는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통일의 가 치와 의미를 찾고, 통일한국에 살아가야 할 사람들 을 위해서 준비해야 한다. 통일이 줄 수 있는 불편, 지난한 통합과정에서 만날 문제를 극복해야 할 준비

전영선은 한양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연구교수,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별연재 |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과 서울 그리고 통일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사회주의 이상 도시’ 임동우 건축가, 설계사무소 PRAUD 소장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동안 북 한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왔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북한의 위 협과 도발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변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듯하 다. 이는 물론 최근 서방세계를 경험한 젊은 김정은이 국가권력을 승계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원산의 마식령스키리조트나 나선지구의 해외자본유치 혹 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평양시민의 모습 등 실질적인 개방초기 모습을 어 렵지 않게 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이유야 어찌되었건 우리가 북한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마도 이 다양한 관점 중 중요한 주제 하나는 북한의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것을 도시공학적이나 건 축학적으로 이해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사회를 이해 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는 『도시의 승리』에서 각각의 도시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고 생존하고 또 간 혹 실패하는지 서술하면서 그 도시와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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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무 래도 평양의 물리적 구축환경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리적 구축환경이라는 것이 항상 객 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안에 객 관적 정보를 어느 정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를 통해 앞서 언급한 도시를 통한 그 사회의 이해도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본다. 예를 들어 뉴욕의 센트럴파크라고 하는 물리적 구축 평양시내 전경

환경은 우리에게 뉴욕시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원을 이용하는지도 보여주지만 동시에 계획 당시 뉴욕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얼마나 밀도 있게 성장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즉 우리가 도시란 그 사회의 요구, 가치관, 기술, 문

그렇다면 평양은 과연 어떠한 물리적 구축환경을 지

화, 경제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하나의 결과물처

닌 도시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인

럼 생성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도시를 바라봄

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평양이 한때 공산권

으로써 그 사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쉽

국가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로 평가받

게 추론할 수 있다.

았다는 사실이다. 과연 무엇이 평양을 그러한 평가 를 받게 하였는가. 현재 평양은 대부분 한국전쟁 이

전쟁의 폐허 위에 새로 창조된 ‘혁명의 수도’ 평양

후에 전후복구를 시작으로 지난 60여 년간의 개발을

그동안 우리가 북한의 도시, 특히 평양을 바라보던

통해 그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모습은 매우 단편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이유

이유는 한국전쟁을 통해 대부분의 도시조직이 파괴

는 매우 간단하다. 직접경험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되었으며, 남아 있었던 건물 또한 우리나라의 남대

때문이다. 직접경험이 거의 불가능하니 책을 통한

문격인 대동문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

간접경험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거의 불가

져 있다. 즉 북한은 전소된 평양을 복구하는 것이 그

능했다. 설사 평양을 방문한다고 하여도 매우 단편

들의 전쟁 직후 최우선의 과제였던 것이다. 김일성

적인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우리가 평양

은 피해가 막대한 평양을 배제하고 다른 곳으로 수

을 인식하는 방법은 간헐적인 미디어를 통해서 뿐

도를 옮기라는 다른 공산권 국가들의 제안을 무시하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인식하고 있듯 미디어의

고 평양을 복구하기 시작한다. 김일성으로서는 평양

속성상 우리는 평양을 도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

은 전쟁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사라졌고 또한

라 ‘사건’을 통해서 평양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그 폐허 위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회주의의 승리를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평양에

새로이 구축한다는 상징성을 갖게 할 수 있는 좋은

대한 인식과 그 사회에 대한 인식은 파편적일 수밖

기회였던 것이다. 이 복구의 바탕이 되었던 계획이

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양을 조금

당시 모스크바에서 유학하고 있던 건축가 김정희가


작성한 마스터플랜이다. 이때 여타 사회주의 도시들

는 부분이 있는데, 평양은 지속적으로 도시에 상징

은 기존의 도시 조직 위에 사회주의의 색깔을 입혀

적인 공간과 녹지공간 그리고 생산공간을 확보하고

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거의 백지나 다름없었

자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공간을 형성

던 평양은 이 마스터플랜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주의

하는 방식은 단계별 개발계획과 1950년대의 마스터

도시 건설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플랜과 다르게 나타날 때도 있지만 이들 공간을 구 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되었다. 이는 다른 이유

상징공간, 녹지공간, 생산공간의

가 아니라 이 세 공간, 즉 상징공간, 녹지공간 그리

이상적 결합을 꿈꾸다

고 생산공간이 사회주의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한 도

러시아에서 유학 중이었던 건축가 김정희가 평양의

시공간이었기 때문이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개발,

재건 마스터플랜을 계획하며 가장 많이 참조한 것

확보해나간 평양이 공산권 국가들 사이에서 ‘이상적

은 아무래도 1935년에 작성된 모스크바 마스터플랜

인 사회주의도시’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전혀 이상

이다. 10월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는 1920년대에 소

하지 않다. 실제로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

련을 탄생시키며 새로운 사회주의 도시모델을 연구

쿠는 1970년대에 평양을 방문한 이후 그들의 수도

하기 시작하였으며 결국 1930년대에 모스크바를 사

인 부쿠레슈티를 평양과 같은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회주의 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

노력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놓게 된다. 여기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간혹 우리는 평양이나 부쿠레슈티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 충분한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그 녹지공간이

이들 도시를 독재자의 산물로 보곤 한다. 물론 실제

도시 곳곳에 분포함으로써 도시가 비대하게 확장되

로 이들 도시를 보면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웅장한

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부분

건축물이나 도시공간들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은 김정희가 작성한 평양 마스터플랜에도 잘 나타

하지만 제임스 바터는 상징성과 중앙형의 도시를 사

난다. 지금은 완벽히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초기 마

회주의 도시의 특성 열 가지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

스터플랜에서의 평양은 상징광장을 중심으로 각각

다. 이는 사회주의 도시에서는 민중의 혁명을 근간

의 위성지역을 설정하고 지역과 지역 사이에 기존

으로 하는 사회주의혁명을 고무하고 선전할 수 있는

의 지형 및 강 등과 함께 녹지대를 구성함으로써 각

상징적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우

각의 지역이 팽창하는 것을 도시구조적으로 방지하

리가 흔히 보는 도시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자 하였다.

폄하하고자 했던 평양의 공간들은 실제로 사회주의

세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평양이 마스터플랜을

도시라고 하면 크든 작든 으레 갖고 있는 그들만의

그대로 현실화하지는 못하였다. 전후복구를 진행하

특징이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흔히 미디어에서

면서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는 대체로 김정희의

군사퍼레이드를 하는 공간으로만 접하는 김일성광

마스터플랜에 충실한 도시재건이 진행된 것으로 보

장을 독재자의 욕망이 빚어낸 도시공간으로 바라볼

이며, 이후 단계별 개발계획 등을 통해 현재 평양

것인가, 아니면 여타 사회주의 도시에서도 목격할

의 모습은 마스터플랜과는 조금 다른 부분을 보이기

수 있는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특성을 담고 있는 공

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터플랜과 단계별 개발

간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우리가 평양과 그 사

계획 두 가지 도시개발방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

회를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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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도시 영역과 함께 공존하는 농촌영역이나 생

을 보면서 승리감에 도취할 시기는 이미 지나지 않

산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평양에 아직

았는가. 우리 기준에서 평양은 여타 서방 세계의 도

도 농경지가 많다는 사실을 들어 평양이 ‘후진 도

시들과 비교하였을 때 낙후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시’라고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혹자는 평양

북한의 기준에서 보면 북한의 얼굴이고 북한 사회를

의 행정구역이 서울보다 4배에 달하는 사실을 두고

대표하는 도시다. 그만큼 북한은 그동안 평양을 ‘이

평양이 서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규모면

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

에서 더 큰 행정구역을 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

해왔으며, 그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다. 하지만 이는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최소화되어

노력은 고스란히 평양에 물리적 구축환경으로 남아

야 하고, 농촌과 마찬가지로 도시 또한 생산의 영역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사회주의 도시

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주의 도시계획이론에 근거하

의 특성을 잘 표현한 공간들은 시장이 개방되고 땅

여 평양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즉 ‘평양’이라는 도

에 대한 가치가 생겨나게 되며 부동산개발이 진행될

시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을 갖춘

수록 새로운 마찰을 빚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심지가 있으며 동시에 농업생산기지인 농촌영역

즉 우리가 동유럽이나 중국의 기존 사회주의 도시들

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이 조화를 이루었

에서 목격하였듯이 사회주의혁명을 기념하던 광장

을 때 비로소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은 이제 상점과 소비시설이 밀집한 자본주의의 최전

생산의 도시를 실현하기 위하여 주거영역과 공업생

방에 있는 듯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북한은 현재 이

산영역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하나의 도시

러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들은 사회주의 도

가 다른 도시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농업생

시로서 평양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겠지만, 동시에

산, 공업생산 그리고 주거와 소비가 이루어지는 순

새로이 생겨나는 변화의 요구, 시장의 요구를 반영

환구조를 갖추고자 했던 개념을 바탕으로 한 도시

하는 도시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과제로

구조다. 즉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평양사람들은 평

남는다. 우리로서는 이 변화를 제3자 입장에서 관찰

양에서 생산된 쌀을 소비하고 옷을 입으며 신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변화에 조언할 수

신는 것이다.

있는가가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어떠한 새로 운 사회적 요구가 생겨날지를 관측하는 것도 중요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에서 자본주의의 최전방으로

하겠지만 그에 앞서 평양에 앞으로의 변화에서 중

결론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이해하던 방식의 평양과

추적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어떠한 사회주의 성

실제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우리가 간혹 왜곡

격의 도시공간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도시를 구성하

해서 이해하는 평양의 모습은 그들이 사회주의 도

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시공간을 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의 결과이기 도 하며, 평양의 낙후된 모습은 그들의 도시구성원 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평양은 서울에 비하면 노후한 인프라와 건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안팎인 나라에 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우리가 그들의 낙후된 모습

임동우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교에서 도시설계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림건축, 미국의 Machado-Silvetti Associate, 일본 Maki & Asssoc., 네덜란드 West 8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설계사무소 PARUD를 운 영하며, 건축설계 프로젝트와 여러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2030통일론

통일은 진정한 대박이다!

WORK

정서윤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나에게 북한은 기회의 땅이고, 통일은 내 꿈을 실현할 기회다. 몇 년 전 이 화여자대학교 통일연구원에서 개최한 ‘역사, 평화, 통일 토론대회’에 참여

DREAM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밤새 토론을 준비하다가 각자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는지 이야기하게 되었다. 대부분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말고, 20~30년 뒤 통일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일반적 반응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취업’ 때문이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한국으로 몰려들어 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그렇다. 나는 중학생 때 국어선생님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래 서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졸업할 때가 되니 임용고시란 커 다란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금전적 여유도, 편히 몇 년 동안 공부할 환경도 되지 않았던 나는 결국 2급 정교사 자격증으로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선 생님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정교사 채용 공고는 찾기 어려웠고, 있어도 기 간제 교사 자리뿐이었다. 그마저도 수많은 이들이 몰려 뽑히기 힘들었다. 결국 기간제도 포기하고 대안학교 국어교사 자리를 찾아봤지만 이 또한 자 리가 많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내 동기들, 그리고 현재 20~30대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취업준비생’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래 서 나도 통일이 지금 당장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에 수긍했다.

통일은 청춘의 꿈을 가로막는 벽이다? 하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고민해본 결과, 통일은 오히 려 현재 취업이라는 난관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가능 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한은 평양 빼곤, 거의 모든 지역의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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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고, 특히 북한 지역은 광물자원 이 다양하기에 해외기업에서 투자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점들 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통일이 그 렇게 두려운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 문제가 어느 정 도 해결되면 ‘취업’문제는 오히려 우려한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O P P O R T U N I T Y

통일되면 북한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의 기술과 인재들이 필요하게 된다. 공무원에서부터 기술직까지 다양한 사 람이 북한에 가서 일하게 될 것이고, 그들에게는 한국의 근로자 들보다 더 많은 급여가 지급될 것이다. 통일 초기 북한에 대한, 혹은 낯선 지역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더 높은 급여가 지급되거나 혹은 한국에서 일하게 될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전

지위보다 더 높은 지위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도 충분치 않다. 병원, 보건소, 학교, 복지관, 지하철, 기차, 도로 모두 새로

더 많은 기회와 희망으로 다가올 통일시대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과 더불

그렇다면 나에겐 통일이 어떤 기회로 다가올까? 통일된다면 북

어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한의 교육과정은 이미 한국에서 남북통합교육과정으로 연구해

의 재정상황으로 그 모든 것을 메우는

놓은 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교육과정은 한국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 그 큰 돈을

의 교육과정과 훨씬 비슷하다. 교육방법, 시설도 현재 한국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얼마 전 필

사용하는 것과 같으므로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한국의 교사를

리핀에 자연재해가 났을 때 우리 국민

북한에 파견할 것이다. 임용고시는 지금보다 적어도 10배는 많

은 십시일반으로 재해복구 기부금을 마

은 인원을 뽑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짧은 기간 준비해 임용

련해 전달했다. 일본 지진 때도 마찬가

고시에 합격하고 북한으로 가서 교사로 일하게 될 것이다. 아마

지였다. 나는 한반도가 통일 때문에 재

처음에는 좀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청소

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나라

년을 가르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휴가 때는 기차

에서 도움을 받은 나라들이 가만히 구

를 타고 중국, 러시아, 몽골, 아프리카 등을 여행할 것이다. 물

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통

론 다시 한국으로 와서 한국의 청소년에게 북한 청소년을 이해

일을 먼저 경험한 독일도 지원할 것이

할 수 있도록 서로에 대한 이해교육도 진행하고, 함께 여행도 떠

고, 특히 미국과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

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남북 주민들을 통합하는 데 기여

와 외교적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재

한 선생님으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

정적 지원을 할 것이다.

다. 통일은 나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남북은 서로 대치하면서 군비경쟁을 해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기회의

왔던 비용을 북한의 기반시설구축에 투

‘땅’이고, 통일은 꿈을 실현할 ‘기회’이다. 그 기회가 하루 빨리 오

자할 것이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길 기대해본다.


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그들을 화진포에서 볼 수 있을까요? 김진환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대답이 돌아옵니다. 여기까지 듣고 난 뒤 마치 비밀 을 알려주듯 ‘또 하나의 장소’를 제시하며 강연을 계 속합니다. 바로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입니다. 먼저 오늘의 주인공 ‘화진포(花津浦)’부터 소개하겠 습니다. 화진포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 호수(둘 레 16㎞)로, 동해선 남북 출입사무소에서 남쪽으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울창한 송림 과 해변 경치도 일품이지만 주변에 이승만 별장, 이 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이 가까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도 유명합니다. 이 중 바닷가 야산에 위치한 김일성 별장은 본래 일제강점기에 외국인 선교사 휴양소로 지어진 곳인데, 해방 이후 김일성 가족이 휴가를 보 낸 인연으로 ‘화진포의 성(城)’이라는 정식 명칭과 함 께 ‘김일성 별장’으로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별장으 로 올라가는 돌계단 옆에는 1948년 8월에 어린 김정 일이 친구들과 계단에서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 강연을 할 때 중간에 가끔

니다. 그럼 저는 왜 화진포를 다음 남북 정상회담 장

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소로 추천했을까요?

“다음 남북 정상회담은 어디에서 열리면 좋을까요?” 대답은 가지각색입니다. 첫째, 지금까지 평양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통일을 바라는가

두 번 했으니 이제는 서울에서 해야 한다. 둘째, 한

통일을 바라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국 사회 분위기상 아직 ‘김정은 경호 문제’를 해결하

남북이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북한에서 계속하되, 장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불안정

소는 평양 대신 개성이 어떨까. 셋째, 역시 이번에

한 정전 상태에서 벗어나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

는 남한에서 하는 게 맞는데, 서울 대신 애초부터 제

키기 위해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주도로 가자.

데 언제부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IMF 사태’

일단 서울이야 상대 수도를 서로 한 번쯤 방문해야

를 겪고 난 뒤부터는 유독 경제적 이익을 중심에 두

하지 않겠냐는 ‘상호주의’ 정신에 따라 추천했다 치

고 통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고, 개성을 추천한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개성

경제적으로 ‘장밋빛 미래’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공업지구야말로 민족경제 번영의 미래를 상징하는

통일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남북

곳이기 때문이랍니다. 다음으로 제주도를 꼽은 이

정상회담을 개성에서 하자는 의견의 배경에도 이런

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제주도 별칭이 ‘평화의 섬’

생각이 놓여 있습니다.

이니까 남북이 평화를 논의하기에 딱 좋은 장소라는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남북 관계가 무력 충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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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다 보니, 평화를 위해

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

통일하자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다. 남북 주민들이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사를 깊이

가 지난 2013년 10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한 과거사를 반복하지 않겠다

를 보면, “통일하면 가장 기대되는 것은?”이라는 질

고 다짐하지 않는다면 통일 한반도는 언제 다시 대

문에 ‘전쟁의 위험성 해소’(23.9%)라는 응답이 가

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지 모릅니다.

장 많이 나왔습니다. ‘남한 기술력과 북한 노동력 의 결합’(20.7%)이 두 번째였고, ‘이산가족의 고통

역사의 화해와 미래의 다짐이 통일의 시작

해소’(16.7%)와 ‘민족의 동질성 회복’(15.7%)이 뒤를

화진포는 이미 남북 대결의 상징적 장소로서 충분한

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자격이 있습니다. 북위 38도선으로 분단된 뒤에는

의견에도 바로 이러한 평화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땅이었다가, 한국전쟁 뒤에는 남한 땅이 됐기

그런데 잠시 생각해봅시다. 우리 민족이 분단과 대

때문입니다. 게다가 화진포는 한국전쟁의 상징적 인

결로 겪고 있는 고통, 또는 분단과 대결에서 벗어날

물인 이승만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가 함께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비단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

있는 흔치 않은 장소입니다. 무엇보다 화진포에는

돼 있을까요? 남북이 정치적으로 통합되었다고 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 또는 평화협정으로 정전 상태를 끝냈다고 해서

어린 시절 추억도 새겨져 있습니다. 만약 박근혜 대

그것만으로 한반도가 평화로워질까요? 바로 이러

통령이 이러한 장소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초대해

한 질문 때문에 인문학의 시각으로 통일을 바라볼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가끔은 추억했을, 그렇

필요가 있습니다.

지만 분단과 대결 탓에 와보지 못했던 곳으로 안내

사람이 경제적 동물과 동의어가 아니듯, 사람이 돈

한다면 어떨까요? 남북 정상이 이곳에서 한국전쟁

만 바라보고 일하는 게 아니듯, 잘 살려는 욕구만이

과 그 이후 있었던 무력 충돌을 함께 반성하고 ‘평화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가난’만이 사람에게

적 수단에 의한 통일’이라는 대원칙을 다시금 가슴

고통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방문, 만남, 소

에 새긴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남북·러시아 천연

통의 ‘불가능’이 고통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가스관 연결을 합의함으로써 민족경제 번영을 향한

과거에 맺은 원한과 상처를 용서받지 못하고, 용서

의지까지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끝으로 동해선 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고통

북 출입사무소를 지나 금강산까지 함께 이동해 금강

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 털어놓고 나니 시

산 관광도 재개하고,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원하다”, “이제라도 용서를 구하니 고맙다” 같은 말

상봉도 재개하면 어떨까요? 참으로 생각만 해도 가

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산가족의 고향 찾

슴 설렙니다. 그들을 화진포에서 하루라도 빨리 보

기와 가족 찾기, 남북 대결 시기에 상처 주고 상처받

고 싶습니다.

은 이들의 만남과 화해처럼 돈벌이와 별 관련 없어 보이는,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점점 잊히고 있 는 이유를 통일의 이유로 강조합니다. 한편 저는 평 화협정이나 정치적 통합 같은 제도적 조건만으로 한

김진환은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통일인 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조계종 민족공동 체추진본부, 경실련 통일협회, 민화협 등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활 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북아시아 열국지』 1, 2권과 『문화분단: 남한의 개인주의와 북한의 집단주의』 등이 있다.


남북관계 Books 새로나온 책

획일성 사이에 숨어 있는 ‘삶의 갈등’ 편집부

을 포괄하여 연구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연구의 결과다. 2012년 봄부터 2013년 봄까지 북한의 문학, 미술, 음악, 춤, 영상예술을 포함한 문 화예술 분야를 주제로 매달 세미나를 개최했고, 그 성과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학문적·대 1

『예술과 정치 - 북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중적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발간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현대북한연구회 엮음 | 선인 | 2013

책을 빛나게 만들어준다. 오늘이 아무리 어둡고 또한 어렵 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내일을 준비하고 빛을 밝혀 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우리의 비판 혹은 평가는 주로 ‘획

필자들은 각각 미술, 음악, 시, 영화와 드라마, 춤에 이르기

일적이다’, ‘정치적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등 부정적인

까지 다양한 북한의 예술 장르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이러한

것들이 주를 이루어왔다. 과연 어떠한 예술을 ‘획일적’이라

분야들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 자율성 혹은 정치적 의미 등

고 단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외형상 북

을 살펴본다. 그리고 ‘획일성’ 사이에 숨어 있는 북한 주민들

한의 문화예술이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

의 ‘삶 속의 갈등’에 주목한다. 북한 예술이 표면적으로 지향

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 들어 모란봉악

하는 것이 조선노동당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속의 ‘서사

단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와 갈등’까지 숨길 수는 없다는 전영선(제1장 - 북한 문화예

충격을 받았고 이를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파격’으로

술의 표면과 이면)의 지적은 때문에 유효하고 새길 만하다.

받아들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을 포함한 북한의 ‘거의 모든 것’에

여전히 최근 북한의 문화예술적 변화 모습을 두고 이래저래

대한 평가는 늘 상반되게 표출된다. 둘 중 무엇이 정답이고

평가와 전망이 다양하다. 혹자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따지기 전에, 달을 가리키는 손보다 달

다른 이는 여전히 한계를 지적한다. 정답은 없어 보인다. 뚜

을 먼저 볼 수 있는 자세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숲과 나무 모

렷이 정답을 낼 만큼, 우리는 아직 북한의 문화와 예술을 잘

두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때 북한의 어제와 오늘 그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북한연구회는 2000년 창립

리고 내일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또렷한 눈썰미

한 이래 다양한 분야의 북한 연구자들이 모여 객관적이고 종

는 남북의 화해와 통일에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 분명하다.

합적인 북한 연구에 매진해왔다. 비단 정치, 경제, 사상, 대외

현대북한연구회의 치열한 연구와 고민이 앞으로도 이어지

관계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예술 등 북한체제의 다양한 부문

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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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가 내게 말을 걸다』 평화와 생태의 상징, DMZ의 모든 것 명실상부한 DMZ 종합 안내서다. 각 분야의 전 문가 12명이 DMZ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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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통일 전략 - 21세기 한반도의 꿈』

전망과 활용 방안에 대해 모색한 내용을 담았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통일의 열망

DMZ의 역사와 민통선 지역 주민들의 삶을 비롯

이 사그라진 한국 사회를 향해 통일의 역사적 필

하여 지리·경관, 생태환경, 문화유산, 정책과 현

연성과 현실적 방법론을 담아 ‘총체적 통일론’을

안, 미래구상까지 다루어 DMZ를 입체적으로 이

제시했다. 역사적 맥락과 국제적 시각에서 분단

해할 수 있다.

의 원인과 그로 인한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부작용을 진단하고, ‘통일 전략서’라고 할

박은진 외 저 | 위즈덤하우스 | 2013

만큼 방대하고 체계적인 시각에서 통일의 의의와 방법을 분석하며, 통일을 위한 올바른 전략을 제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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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한다. 박세일 저 | 21세기북스 | 2013

5

4

『동북아시아 열국지 2』 ‘동북아시아 열국지’ 시리즈는 건국대 통일인문

진진한 외교전을 서술한 대중서다. 호평을 받았

『선생님 통일이 뭐예요?』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발로 찾아 쓴 통일 교과서

던 1권에 이어 이번에 발간한 2권에서는 시기적으

역사 선생님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우리나라

로 1994년 북·미 기본합의(제네바합의) 이후부터

통일 이야기. 역사 교사와 학생들이 한반도 통일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첫 방북 때까지

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문답식으로 주고받는 통

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책들이 주로 오늘

일 교과서이기도 하다. 통일의 필요성, 분단과 남

날 첨예하게 전개 중인 미·중 패권대결의 현황과

북관계의 역사, 평화를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통

전망을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미·중 패권

일 세상에 관한 내용 등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에

대결의 태동기에 주목하고 있어 흥미롭다.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통일 비용, 이산가족 문

김진환 저 | 선인 | 2013

제, 북핵 문제, 개성공단 이야기 등 구체적인 문제

학연구단 연구교수 김진환이 관련 증언, 기록, 연 구 등을 참고해서 동북아시아 열국(列國)의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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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관해서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정경호 저 | 살림터 | 2013


무대 혹은 스크린

STAGE or SCREEN 그리 많이 홍보되었거나 알려지지는 않았던 듯싶다. 하기야 오한샘 EBS PD

김기덕 감독이 추구해왔던 그간의 메시지로 미루어볼 때, 충 분한 투자나 제작비가 모였을 리 만무하다. 꾸미지 않은, 이 른바 날것으로의 삶 속에 숨겨진 아픔을 통해 진실을 끄집어

영화

‘붉은 가족’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내려는 이 투박한 이야기꾼과, 계산기를 연신 두드리며 수익 을 논하는 마케팅 전문가와의 만남은 왠지 생각만으로도 너 털웃음이 나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의 행위는 마치 넉넉 지 못한 화가가 몇 자루의 붓과 적은 물감만으로 사람(관객) 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치 못한 조건에서도 세상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남 들 앞에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 이 가난한 화가 앞에서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런데 물감과 붓이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영화 한 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김기덕 감독이 각색과 제작을 맡은 ‘붉은 가족’이라는 작품 이다. 2013년 후반기에 선보인 영화인데, 시내극장에서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충분해야만 꼭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데 필수적인 도구인 붓과 물감은 그 양과 종류 가 많을수록 화가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부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으 로 말하면, 한두 가지 색이나 싸구려 붓의 거친 느낌만으로도 우리는 종종 가난한 화가의 손끝에서 퍼져 나오는 영혼의 울 림을 느낄 수 있다. 물감의 종류와 붓의 개수가 작품의 질과 수준을 결정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들이 아님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게 아닐까? ‘붉은 가족’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이 영화가 완성도 높은 수작(秀作)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북한 관련 소재를 다룬 평작(平作)인지 잘 모른다. 해당 분야에 대한 나름의 학식을 지닌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솔직 히 이 부분은 작품을 접한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다만, 이 영화에는 거대자본이 만들어낸 대형 액션물이나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남다른 맛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초특급 호텔의 주방장이 선보이는 코 스요리나 고급스러운 테이블 세팅 같은 볼거리는 없지만 여 기에는 다소 불편함을 감소하고라도 음미할 만한 묵직한 건 더기(?)가 있는 것이다. 변변치 않은 간판 하나 없어 알음알 음 물어가며 굳이 찾아가야 하고, 메뉴라고는 그저 두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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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에 밥과 국이 전부인 소박한 상차림이

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속내를 감추어야 했던 우

지만 국 한 숟갈 입 안에 넣을라치면, 뱃속

리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또다시 투영되고 있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듯한 기운

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가족

으로 전날의 숙취를 말끔히 씻어주는 내공

뿐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귓가에 맴돌고 있다. 문득 시 한 편

있는 골목 함바집의 소리 없는 위엄이 느껴

이 떠올랐다.

지는 것이다. 이름도 모를 주방 할머니의 손맛과 이 빠진 낡은 접시위에 놓인 풍족한 콩나물 같은 인심을 경험해본 분이라면 이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중략)

영화를 한번쯤 추천해드리고 싶다. 이 작품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우아하게 활용(?)해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야 먹을 수 있는 일등급 스테이크는 아니더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라도 당신의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위로해 줄 구수한 숭늉 같은 깊은 맛이 담겨 있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 자국을 본 건

영화는 가족으로 위장한 암호명 ‘진달래’라 는 간첩조직이 남쪽에 정착하면서 겪게 되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며느리를 조장으로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딸로 분한 대남공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 지고 걸어온 길 끝

작원으로 구성된 ‘진달래’ 조직은 각각 사랑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하는 가족을 고향에 두고 와 늘 당의 지령 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임무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 손택수, 「아버지의 등을 밀며」 중에서

의 성공 여부는 곧 북에 있는 가족의 안위 와도 직결되는 지상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

왜 이 시가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르게 되었는지 필자도 잘 모

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가정이 해체될 처지

른다. 각각의 사람들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사정이 하나

에 놓인 ‘창수’네 가족과 이웃하게 되면서

씩은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가족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

영화는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눈앞에

다. 이번 주말에는 연말연시다 뭐다해서 연일 계속되는 모임

가족이 있음에도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

을 미뤄두고 간만에 부모님 모시고 가족과 외식이나 해볼까

는 ‘창수’네 가족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북

한다. 혹시 아는가? 운 좋으면 부모님께서 맘속 깊은 곳에 숨

쪽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

겨놓으셨던 옛 비밀을 들려주실지.

을 포기하는 위장간첩인 ‘진달래’ 가족은 이 제 상대방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식을 인질로 잡힌 부모된 자의 괴로움이 스크린을 한가 득 메우며 묘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단

오한샘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고, 현재 EBS PD로 있다. 제 10회 통일언론인 대상(2004), 대한민국 PD 대상 실험정신상(2008), 푸른 미디 어상(2008)을 수상했고, 〈장학퀴즈〉,〈예술의 광장〉,〈EBS 시네마천국〉,〈천년의 밥상〉등 공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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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

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모색 편집부

2013년 12월 11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2013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가 개최되었다. 민화협이 주최하고 통일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후원하여 열린 이번 공동회의 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모색’이었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공동회의는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의 기조 연설로 시작해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관계: 현황, 쟁점, 추진 방향’ 주제의 발표로 이어졌다. 그리고 각계 제언에는 여성계를 대표하여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 회 회장(민화협 공동상임의장), 대북지원단체를 대표해서는 인명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 협) 회장, 학계를 대표해서는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이 참석했다. 끝으로 정당을 대표 해 정병국 국회의원(새누리당)과 인재근 국회의원(민주당)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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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들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제 대북지원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 들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타협,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우 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엄마와 같은 리더십 보여달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편 기조연설을 맡은 법륜 이사장은 현 정부가 대북지원 에 대한 원칙을 확고히 바로 세울 것을 강조하며, 박근혜 대 통령에게 ‘엄마와 같은 리더십’을 통해 북한의 인민을 생각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륜 이사장은 박 대통 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나 지금도 천명하고 있는 인 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원칙을 신뢰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 려 이명박 정부 때보다 못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후보 시 절 공약한 것처럼, 또한 미 의회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우 리만이 아닌 북한 인민들도 이번 겨울이 따뜻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하는 행동이 미 워서 틀어진 마음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민을 어여 삐 여기는 엄마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법륜 이사장은 인도적 대북지원에 있어 인도주의적 입장을 견지 하고, 북한의 태도에 좌우되지 않는 주체적 지원, 북한 주 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지원이라는 원칙을 확고히 하며, 궁극적으로 통일을 목표로 국민적 합의를 얻어나가야 한다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 전체

고 호소했다.

인구의 3분의 1정도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5세 미만

법륜 이사장의 연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동회의에서

아이들 중 3분의 1이 만성적인 영양 결핍을 겪고 있다고 소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식량 상태가 농업 생

개하며,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삶이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

산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하고 우리 사회 내부에는 여전히 대북지원을 둘러싸고 많

전반적으로 영양 상태가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만성적인 영

은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장은 인도주의

양 부족 상태인 성장 지체와 미량영양소 부족이 여전히 심

적 차원의 대북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

각하다는 설명이다. 이금순 연구위원은 특히 영유아와 임산

하고 있지만 지원의 원칙과 방법, 지원 품목의 선정과 모니

부의 영양 상태가 심각하다며, 지난 10년간의 호전 추세에

터링 방식, 남북관계 상황과의 연계 문제 등에서 첨예한 쟁

도 불구하고 빈혈 아동이 28.7%, 임산부의 빈혈이 31.2% 정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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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분만 시 출혈, 산후 염증 등으로 인한 모성 사망률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관계의 경색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북한 영유아 지원에 대한 정책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추진되어온 UNICEF와 WHO의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 외에 본격적인 지원계획은 구체화되지 못한 상황이라 고 설명하며,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 기 등 당국 간 인도적 협력이 무산되면서 대북지원에 영향 을 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홍사덕 대표상임의장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인권문제, 남북 간 인도적 사안, 인도 적 대북지원 정책을 ‘인간 존엄 회복’이라는 공통적 가치에 기반하여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나 민간

성단체들도 인도적 대북지원의 재개와 확대를 위해 더욱 노

차원에서 북한 취약계층의 규모 및 실태, 사안별 실태 등에

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대한 체계적인 파악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

한편 인명진 북민협 회장은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지속가능

울러 한반도 인적자원의 관리 차원에서 북한 영유아 및 임

한 대북지원을 위해서는 우선 민관의 대화가 필요함을 느

산부 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낀다고 말했다. 인 회장은 현 정부의 대북지원 관련 정책은

대북지원과 관련된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의 목표 및

다분히 일방적이라며, 대북지원과 관련된 민관의 협의 틀

원칙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면적인 교류

인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가 이미 무력화된 지 오래라

협력사업 재개 시 북한 당국이 주민 참여를 확대하도록 요

고 지적했다. 이어 2012년에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이 종교계

구하는 방안, 대북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대

와 시민사회, 학계 등과 공동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에 관한

북지원체계 정비 등을 그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협약’ 운동을 전개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도적 대 북지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고 새로운 정부와 국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회, 지원단체 등이 이 사회협약을 준수하며 민관협력을 바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 지원 시급해

탕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을 추진하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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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설명했다. 인 회장은 북민협이 사회협약에 담은 가장

이어 진행된 각계 제언에서 김정숙 회장은 이제는 대북지원

핵심적인 내용이 ‘(가)인도적 대북지원 실행을 위한 협력위

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해야

원회’의 설립이라며, 정당과 정부 부처가 이 위원회에 참여

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위한 선결

하길 촉구했다.

과제로 인도적 대북지원의 원칙 재정립과 투명성 확보, 정

학계를 대표하여 참석한 박명규 원장은 인도적 대북지원이

부와 민간 차원의 분리, 영유아와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단순히 북한 주민들을 돕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 확대 등을 소개한 김 회장은 모든 국민들이 이해하고

고 강조했다. 인도적 대북지원 자체가 그 사회의 문화 수준

인정할 수 있는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과 국격에서 비롯하는 공동체적 무형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여

때문에 박 원장은 대북지원이 감소하거나 중단되는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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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실천적 동포애가 와해되고 있다는 반증이며, 우리의 국격과 문화 수준이 퇴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양한 차원에서 대화와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시키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당국 간 대화는 물론이고 작은 대북지원 단체의 교류 활동 기회 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현 저하게 낮아진 통합 상태에서는 당장의 효과나 제도적 결 과가 보장되지 않더라도 접촉을 통한 관계의 증진이 필요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박 원장은 남북이 이미 공유하고 있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법륜 이사장

는 요소들을 상호 신뢰와 통합의 자산으로 만들려는 통합 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잘 유지할 뿐 아니라 7·4 공동성명부터 10·4 선언

하는 입법부에서 벗어나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결정 과정

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에 맺어진 여러 약속들도 적극적으

에 국민의 여론을 대의기관으로서 초당적으로 반영하는 역

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민

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족 정서, 통일 의지, 식민 경험, 이산가족의 아픔, 망향 정서

이어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자신이 2013년 9월 대표 발의

등 소통과 화합의 계기로 활용될 여러 가지 문화적, 심리적

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한 특례법안’을 소개

자산들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고급한 소프트 파워의 필요성

했다. 이 법안은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원칙을 명시하고,

을 강조하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이 3년마다 인도적 지원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 립하도록 하며, 통일부에 인도적 지원 추진협의회를 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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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 인 의원은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어 인도적 대북

원칙과 합의를 통한

지원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틀이 확립될 수 있도록 더욱 노

지속가능한 대북지원체계 확립해야

력하겠다며 국민들의 성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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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동회의는 북한의 정치적 급변 사태와 남북관계의 경

마지막으로 정당 대표로 참석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과

색 국면 지속 등으로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상대

거 세 번의 정권 동안 이어져왔던 ‘퍼주기’와 ‘안 주기’ 논란

적으로 약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

에서 벗어나 ‘잘 주기’를 고민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

원회 위원장, 박인숙 국회의원(새누리당), 임수경 국회의원(

는 정부의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외에도 인도적 지

민주당), 이창복 6·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김민하 민

원의 개념 확립, 개발 지원 지향, 양자 지원(대북 직접지원)

화협 상임고문, 이자현 민화협 고문, 박남수 천도교 교령, 김

과 다자 지원(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의 병행 모색 등을 제안

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교무, 김문찬 우리민족서로돕기운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던 국회 대북·

동 공동대표, 박창일 평화3000 운영위원장, 김명환 한국자

통일정책 관련 위원회를 상설 특별위원회로 구성하는 방안

유총연맹 회장, 안양옥·조성우 민화협 상임의장, 김필건·

을 논의해 왔다면서,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정권 교체에 따

문난영·이배영·마의웅·김은숙 민화협 공동의장 등 200

라 바뀌는 행정부의 독단적인 대북·통일정책을 사후 추진

여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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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민족화해상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남북을 중재하는 징검다리 역할 빛나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개성공단 비상대책위)’가 제11회 민족화해상을 수상했 다. 민화협은 2013년 제11회 민족화해상 수상자로 개성공단 비상대책위를 선정해, 12월 17일 코리아 나호텔 7층 스테이트홀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대표공동위원장 한재권 서도 대표)는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 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5월 3일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중심이 되어 발족한 비상대책기구다. 비상대책위는 발족 이후 우리 정부와 국회, 종교계, 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 화를 촉구했다. 또 북한 측에도 군 통신선 복구와 근로인력 철수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노 력을 기울여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3년 9월 16일 남북 당국 간 합의를 통해 개성공단이 정상화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비상대책위의 모태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10년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인프라 개 선과 공단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했다.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과 수해복구 지원 사업 등 어려운 동 포들을 돕기 위한 활동도 펼쳤다. 한재권 위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5·24 조치와 같은 어려운 상황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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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던 중 공단이 폐쇄 위기에

히 어려움을 느낀다. 앞으로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직면하면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우리 정부, 북한 당국, 국

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 종교계, 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조속히 정상화를 촉구하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시상식 축사를 통해 “우리

고 국민에게도 호소했으며,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오늘

가 ‘1945 체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의 역할과 의미는 매우 크다”며 “중국, 동남아,

한 위원장은 또 향후 계획과 관련해 “연간 계획에 따라 공

동유럽, 독일 등의 역사적 사례를 보면 민족적 자긍심과 자

단기업협회를 중심으로 2014년 6월 30일, 그러니까 공단 첫

부심이 화합과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

삽을 뜬 날에 맞춰 기념행사를 정례화할 수 있도록 할 예

했다. 홍 의장은 이어 “이런 뜻에서 개성공단의 5만 명은 매

정”이라고 밝혔다.

우 의미가 크다”면서 “개성공단은 북한에 있는 기존의 여러

비상대책위는 2013년 12월 해소하여 원래 상태로 복귀했다.

경제특구와 함께 앞으로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공단이 재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국회나 정부에 초점을 맞

노력들이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

추기보다는 입주기업협회가 필요한 일을 하는 데 집중하기

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여러분(위원회)이 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활동도 분과위원회를 위주로

위해 찾은 새로운 지렛대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길 바라

진행하며, 분과위는 세부적인 일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며, 이를 통해서 우리가 ‘1945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계기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공단

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느냐는 물음에 “2014년 상반기

이날 행사에는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설훈·조성우

정도면 폐쇄 이전 상태의 90%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

상임의장, 인명진 민족화해상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송영

로 전망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기계·전자 분야는 더 오

승 경향신문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심사에는 인명진(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심

기계·전자 분야의 경우는 대기업과 정부 등의 신뢰 수준

사위원장을 비롯하여, 김학준(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

과 비슷하게 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뢰가 생기기

훈일(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신부), 박명규(서울대학교 통

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완제품을 만

일평화연구원장, 서울대 교수), 이대근(경향신문 논설위원),

드는 의류회사 등은 매출은 적어도 경제적 효과가 큰 반

이성헌(민화협 상임집행위원장), 정인성(원불교 문화사회부

면, 기계·전자 분야 역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

장), 정현백(성균관대 교수), 차경애(한국YWCA연합회 회장)

고 밝혔다.

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인 유창근 SJ테크 대표

민족화해상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는 “개성공단 내 입주한 기계·전자 업종의 경우, 사람이나

온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민화협이 2003년 제정

설비를 투입하면 대개 1년 단위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때

한 상으로 그동안 홍정길(목사), 한완상(전 대한적십자사 총

문에 공단 중단 사태로 인해 일시적인 주문을 받아 일종의

재),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어린이어깨동무, 현재 한

대체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단

국작가회의(구 민족문학작가회의), 월드비전, 경기도 등이

정상화로, 그간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회사를 운영한 보

수상한 바 있다.

람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중단 이후 다시 운영을 재개하 는 것이니만큼 기존의 정해진 계약 등을 이행하는 데 여전

글 | 김종영 통일신문 기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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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네트워크

민화협 NEWS

민화협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화해공영포럼 개최,

‘한반도 신뢰’를 위한 실천적 과제 모색 민화협은 2013년 11월 7일과 21일에 9, 10차 화 해공영포럼을 개최하여, 한반도 신뢰에 대한 각 분야별 실천적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 다. 이번 포럼은 그동안 민화협 정책위원회 차 원에서 진행한 ‘한반도 신뢰’에 대한 연구 활동 을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1월 7일에 열린 ‘9차 화해공영포럼’은 ‘남북 간 신뢰형성 및 국제협력 추진방향’을 주제로 개 최됐다.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은 인사말을 통 해 민화협은 “남북관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 든,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가) 빨리 제자리를 잡고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관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서보혁 서울대학교 HK연구교수

을 갖고 있다”면서 “불탄 자리에서 불난 책임

가 ‘유럽 안보협력의 경험과 동북아 신뢰형성 방안’에 대해, 박인휘 이화여자

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대신에, 어떻게

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신뢰외교의 실천과 국제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하

하면 빨리 재건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하고 토론

고,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과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남북관계 정상화의 필

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전문가들은 ‘한반도 신뢰’ 문제를 어

요성을 강조했다.

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더불어, 남북 간 실천과제와 국제적

이날 포럼은 1·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1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부는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이 사

11월 21일 열린 10차 화해공영포럼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합의와 우리 사회

회를 맡았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

신뢰형성 방안’을 주제로 하여 열렸다. 사회는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

임연구위원이 ‘남북 정치군사적 신뢰형성 방

장이 맡았으며,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와

안’에 대해,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극복 방향’을,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이 ‘통일문제에 대한 민관협력

‘남북 경제협력과 신뢰형성’에 대해, 김석향 이

과 신뢰형성 방안’을,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통일문제에 대한

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가 ‘사회문화 분

내적 신뢰 프로세스 추진 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토론에는 강원택 서

야를 통한 남북 신뢰형성 방안’에 대해 발표하

울대학교 교수,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고, 토론에는 엄상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권

민화협은 2013년 한 해 동안 ‘한반도 신뢰’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한 결과를

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

책자로 발간하여, 신뢰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이론적 접근과 실천적 과제를

일평화연구원 교수가 참여했다. 2부는 남궁영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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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협력 추진 기반 확대를 위한

북중 접경지역 현지조사 사업 진행 민화협은 2013년 북중 접경지역 현지조사 사 업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남북 교류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이루 어지고 있는 북중 협력 현황과 북한의 최근 동 향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남북 협력 방안을 만 들어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1차 조사사업은 7월 3일~7일까지 4박 5일 일 정으로 단둥 등 압록강 일대와 옌지, 훈춘, 투 먼, 팡촨 등 두만강 일대를 둘러보면서 전반적 인 북중 경제협력 현황을 파악하고, 한중 정상

북한 무산시 전경

회담 이후 한중, 북중 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진행됐다.

고, 중국 초입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북중 협력이 단순한 교역 차원을 넘어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자원협력 차원으로 변화해나

2차 조사 사업은 10월 30일~11월 3일까지

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만강 일대 북한 주민들의 삶은 전체적으로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북한의 무산

매우 열악해 보였으며, 개간한 산지는 대부분 방치되어 있었고, 무산철광에

과 회령시 일대의 북중 협력 현황과 훈춘, 팡

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두만강 일대의 수질도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었다.

촨 등 북·중·러 접경지역의 협력 실태를 파

옌볜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는 민화협 정책위원회와 옌볜대학교 동북아연

악하고, 옌볜대 동북아연구원과 함께 ‘동북아

구원 공동 주관으로 열렸으며, 임강택 민화협 정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평화협력과 초국경 협력 방안’에 대한 토론회

현동일 옌볜대학교 동북아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임을출 경

를 개최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북중 접경지

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성남 옌볜대학교 교수, 안국산 옌볜대

역 현황과 관련하여 조사단은 지린성 내에 있

학교 교수가 발표를 한 다음, 토론에는 권철남 옌볜대학교 교수, 정낙근 여의

는 싼허, 투먼, 창링즈, 취앤허 세관 등 4개의

도연구원 정책실장, 연제성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유한공사 법인장, 연광

통상구를 시찰했다. 화물 처리 능력에 비해 물

호 옌볜대학교 부교수,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토론

류량 이동은 저조한 편이었으나, 남평에서 조

에서 전문가들은 동북아에서 초국경 협력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협

망한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인 무산철광은 중

력이 필수적이라며, 북한을 초국경 협력에 합류시키기 위한 다자간 노력이

국으로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운송 작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국가 간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

업이 매우 활발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도로, 항공, 가스관 연결 등 인프라는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평과 무산을 잇는 철도연결 사업이 진행되

3차 조사 사업은 12월 18일~2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의 선양, 단둥,


현장

Network

준공을 앞두고 있는 북중을 잇는 신압록 강 대교

지안 등에서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최근 북한

록강 대교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대교가 연결되는 구역에 대

의 정세 변화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북중 경협

규모 주거 및 업무단지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어 향후 이 지역이 북중협력의

과 남북·중 경협 현황을 파악하고, 집안의 고

중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구려 유적을 답사함으로써 민족의식 고취 및

선양에서 만난 김철 요녕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 등 관계자들은 북중 경

통일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진행됐

제협력을 위해서는 상호 이익의 확대, 법·제도의 안착, 신뢰 형성 등이 필

다. 조사단은 단동과 심양에서 관련 전문가들

요함을 강조하면서, 현재 북한은 법보다는 개인의 파워가 경협에 많은 영

과 간담회를 열어 최근 북한의 상황과 경협 현

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북한이 법규를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황을 파악했는데, 우선 북한의 정치 정세 변동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이 경제 마인드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연수

에도 북중 경협 사업은 큰 지장 없이 진행되고

를 통한 인재 양성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5·24조치 이후,

며, 보다 적극적인 한중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

북중 접경지역의 한국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

견도 제시했다.

되어 단동 지역의 경우 교민 수가 과거 6,000

한편 이번 조사에는 집안의 광개토태왕비, 장군총, 벽화 무덤 등 고구려 유적

여 명에서 현재 1,500여 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답사도 포함되었는데, 조사단에 함께한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통일교육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위화도, 황금평 특

은 민족교육, 역사교육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유적 답사는 민족 동

구와 관련해서는 위화도는 사업 진척이 전혀

질성 회복 및 민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없으나, 황금평 등은 기반 조성 사업이 조금씩

통일교육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행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신압

회원단체 간담회, ‘최근 북한 정세 변화와 남북관계’ 민화협은 2013년 12월 5일 민화협 회의실에서 ‘최근 북한 정세 변화와 남북 관계’를 주제로 회원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북한 전문 기자 인 최선영 연합뉴스 기자가 최근 북한의 정세에 대해 발표하고, 회원단체 관 계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간담회는 북한의 장성택 실각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온 직후에 개최되어, 최근 급변하고 있는 북 한 정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최 기자는 김정은 체제는 안정을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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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

면서, 최근 생산 활동의 자율성을 자본주의 기

이 이미 남북 경협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경제를 꾸려온 만큼

업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부여하고 있다고 말

남쪽에 매달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현재의 대립국면을 유지

했다. 또한 시장경제가 커지면서 북한이 이를

해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북문화

제도적으로 합법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평가

교류협회, 남북이산가족교류협의회, 남북통일국민운동연합, 세계평화

도 내놓았다. 사회문화와 관련해서는 과학자

여성연합, 세계평화청년연합, 통일맞이, 통일여성중앙안보회, 한국여성

우대 정책 등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단체연합, 한반도미래재단 등 민화협 회원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민화

있으며, 체육 열풍 등을 통해 주민들의 애국심

협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을 자극하고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민화협 중국협의회 제3차 민족화해포럼 개최 통일 담론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화 협 중국협의회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 혔다. 또한 우리 정부와 함께 주중 한국대사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남북관계가 보다 전향적으로 개선,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은 민화협 중국협의회가 가지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 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과 조호길 중국 중앙당교 교수의 특강이 이어졌다. ‘동아시아 2013년 12월 21일 오후 4시 30분 중국 베이징에서 민화협 중국협의회 제3차

민족주의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주제로 특

민족화해포럼이 개최되었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이

강에 나선 윤덕민 원장은 장성택 실각 및 숙청

번 포럼은 베이징 홀리데이인 포커스호텔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

과정을 소개하며, 변화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황리에 진행되었다. 민화협 중국협의회는 2010년 1월 창립되어, 재중 교민의

상황을 분석했다. 윤 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싸

화해와 단결에 기여하고 한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

고 급변하고 있는 주변국의 정세 상황을 설명

을 펼쳐나가고 있다.

하며,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에

장흥석 민화협 중국협의회 공동상임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개회 선언

대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사태를 주시하며 우

에 이어 김희철 중국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인사말, 권영세 주중 한국대사의

리의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가운데 북

축사,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격려사로 이어졌다.

한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

권영세 대사는 축사를 통해 북한의 정치적 급변 사태 이후 북중, 남북관계

다고 덧붙였다.

전망을 짧게 이야기하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재중 교민들의 화합과 건전한

한편 조호길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


현장

Network

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을 일목요연하

강 이후에는 북경한인국제학교 어머니 합창단

게 소개하며, 이를 북한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고 ‘북한의 미래’를 전망했다.

의 공연이 이어지며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

조 교수는 개혁·개방 초기의 중국과 지금의 북한을 정확히 비교 분석하는

들어주었다. 이번 민화협 중국협의회 행사에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과거 경험을 본다면 현재 북한의 상

는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비롯해 김

황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가기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

영만 홍보위원장, 이승환 집행위원장, 이운식

국이 선진 한 지역의 개방을 시작으로 이를 확대해나갔다면, 북한은 이미 개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민화

성공단, 금강산 특구, 나진선봉 특구, 신의주 등 여러 거점이 존재하고 있다

협 중국협의회를 비롯해 북경경제포럼, 북경

는 설명이다.

투자기업협의회, 제중국한국인회, 북경한국유

조 교수는 남북 당국 간 경색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민화협과 같은

학생회, 북경한국국제학교, 종교기관 등 많은

민간단체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민화협

단체들이 함께했다.

이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초청 강연회 개최

민화협 사무실, 광화문으로 이전 민화협이 사무실을 광화문 구세군 회관 3층으로 이전하여, 2013년 11 월 18일부터 새로운 사무실에서 업 무를 시작했다. 11월 25일에는 민 화협 임원 및 회원단체 관계자들 이 참여한 가운데 이전식이 열렸 다. 앞으로 민화협은 사무실을 소 통의 공간으로 활용하여, 회원단체

민화협은 12월 26일(목) 오전 7시 30분, 서울 플라자 호텔 4층에서 주철기 외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소통과

교안보수석을 초정하여 ‘최근 동북아 정세 변화와 통일ㆍ외교정책의 과제’를

협력을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다.

주제로 통일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화협 임원 및 회원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주 철기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ㆍ외교정책 전반을 설명하고 참가자들과 의 견을 나누었다.

새로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69, 구세군회관 3층

주 수석은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

전화 02-761-1213

라시아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남북간 신뢰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

팩스 02-761-6590

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 출범 첫해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해 나가기 위 해 토대를 닦은 해라고 설명하고, 2014년에는 본격적인 가동이 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 www.kcrc.or.kr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태

이메일 kcrcpolicy@naver.com

도가 중요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촉구하고, 지원 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족화해 January / February

독자 의견

READER'S

2013. 11+12 Vol.65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의견을 소개해드립니다.

논단 코너의 “더 미룰 수 없는 이산가족문제, 우리가 먼저 푼다는 대승적 자세 가져야”라 는 기사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글을 쓴 김병로 교수님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공 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당국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북한에 필요한 경제적 보상을 지불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고, 북한 역시 고집을 부리면 다 된다는 옛날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양국이 서로 한 발 물러나 탄탄한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석준 경기 남양주시

“이 시대의 가장 절실한 종교는 평화!”라는 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 께 들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두 가지가 전쟁과 가난이라는 말씀이 었습니다. 이제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애독자들을 위한 ‘민족화 해’가 되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족화해 파이팅! - 박차영 전북 남원시

〈독자엽서〉로 정답과 의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65호의 정답은 3번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입니다.

“2013 통일의식조사, 통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 늘어” 기사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국민

채택되신 분들께는 문화상품권을

54.8% 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결과 때문입니다. 정부의 통일정책이 국민의

보내드립니다.

삶의 문제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고 당위적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점을 지적한 필자의 의 견에 공감했습니다.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의 생각 저변에 깔려 있는 통일의식을 〈민족화해〉도 조사해 게재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강예숙 인천시 연수구

탈북자와 우리와의 통합교육 기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사랑의 시선과 따 뜻한 말 한마디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통과 화합으로 평화통일의 길로 어 서 접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자 여러분 힘내세요! 하루 빨리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 를 염원합니다! - 정현숙 충남 논산시

우연히 도서관에서 〈민족화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 던 북한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평소 등산을 무척 좋아합니다. 금강산, 백두산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산들을 어서 빨리 가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요? - 김미숙 부산시 해운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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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수자원 비교 용어집 발간,

수자원 분야의 남북협력을 위한 물길을 만들다 분단 68년이 지난 오늘날 남북한의 이질화 현상은

이 각자의 영역에서 남북의 전문 용어를 비교, 분석,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정치·제도적인 측면에서부터

분류하는 시도를 했었다. 이러한 시도들의 출발점에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현상은

서도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민족의 동질성을 저해해 분단이 영구고착화될 것이

그것은 남북 언어에 대한 이질화를 극복하고, 상호

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남북

분단을 극복하여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교류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은 남북한이 지닌 동질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

공통의 바람에서부터의 출발일 것이다.

일 것이다. 그 중 의식주 등을 포괄하는 공통의 문화

이러한 통일 및 민족사적 요구와 시대적인 흐름의

양식은 그 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다.

반영에 따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남북한의

특히, 남북한이 과거 하나였음을 증명하는 공통의

수자원 관련 용어에 대한 비교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언어 및 문자는 비록 지금은 심각한 이질화 경향을

향후 남북 간 협력 및 통일 이후 언어의 이질화 현상

띠고 있지만 동일한 것임이 틀림없으며, 이 같은 민

을 극복하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이 용어

족사적 동일함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의 근거

집은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서 기획단계에서

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분단

부터 완성단계까지 총괄하여 완성한 결과물로, 수

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으로 말미암아 한

자원 분야에서 최초로 민(民)-관(官)-학(學)이 연계

글의 다른 표기, 같은 단어임에도 다른 뜻으로 해석

하여 이루어낸 남북 수자원 비교 용어집이다. 이는

되는 경우 및 의사소통이 불가한 상황 등이 증대하

남한과 북한에서 수자원 업무에 종사했던 전문가 그

고 있는 실정이다.

리고 수자원 및 북한 관련 학계의 연대를 통해 이루

이처럼 남북한 간의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이루어

어낸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지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남북이 한민족이었음

이 용어집의 편찬으로 남북 협력사업 시행 초기 단

을 증명하는 자료는 역사 속의 유물들로 전락할 것

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용어 혼선으로 인한 갈등과

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세대들에게 통일의 필요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인적·물적 비용을

성 및 의지를 역설할 만한 설득력 역시 현저히 떨어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통일 준

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비 단계에서부터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집단에서는 언어의 이질화를 개선하고자 하

수자원 분야에서의 설계기준과 건설기술 부분에서

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전문 집단으로 분류되

의 표준화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는 학계, 정부기관 그리고 각 전문 분야의 공기업들

한국수자원공사



독자와 함께 읽는 글 ➏

“다정함이 무엇인지…”

산이 어깨동무를 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휴전선 지뢰밭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조그만 섬에서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보라 치는 날에도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있다. 다정함이 무엇인지 문득 생각난다. 박두순 「산의 어깨동무」

박두순 시인은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1977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추천 및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동안 『망설이는 빗방울』 등의 동시집과 시집 『행복 강의』 등을 통해 그만의 아름다운 언어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시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여러 편 실릴 만큼 아름답고 또한 정갈하다. 이 시는 산을 의인화해 남북의 분단을 안타까워하며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따스하게 어깨동무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KC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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