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88-2782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2014 03 / 04 VOL.67
특집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상설화 필요하다
Contents 2014 March / April Vol.67
02 권두 포커스
2014년 남북관계, 어떻게 풀까
“확고한 의지와 정교한 실행력으로 획기적 전환 이끌어내야” | 박명규
06 이산가족 상봉 현장취재 민족화해 2014년 3-4월호(격월간, 통권 67호)
상봉의 정례화·상설화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 윤진
등록번호 영등포, 마00041
12 인터뷰 양호승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신임 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69, 구세군회관 3층 전화 02.761.1213
인도적 대북지원, 남북이 함께 살기 위한 연습입니다! | 이경형
16 특집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홈페이지 www.kcrc.or.kr
· 대북 영양지원, 다양한 주체 참여해 실효성 높여야 | 윤지현
발행일 2014년 3월 3일
· 북한 상주 국제기구의 교훈,
발행인 홍사덕
우리도 민관 협력으로 효과적 대북지원체계 만들어야 | 황재성
편집인 이경형 홍보위원장 김영만 편집기획위원 공용철, 김용현, 노태호, 오한샘, 윤법달, 정영태, 정은미, 정진아, 조동호
· 북한산림녹화, 난방에너지 공급 방책도 포함해야 | 윤여창
· 남북문화재교류, 지속성 확보가 절실하다 | 신준영
· 남북체육교류는 ‘통일 대박’의 마중물이다 | 안의근
편집장 이운식 편집부 이현희, 염규현
36 남남대화 통일대박론과 통일논의
디자인 및 제작 (주)풍경인소풍 070.7433.1123
· 진보와 보수 묶어 진정한 통일역량으로 결집하자 | 고유환
· ‘통일대박’의 실현, 국민공감대를 넓히며 대북 관여정책 추진해야 | 남성욱
44 진단
남북 신뢰 형성의 시작,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 미칠까 | 조성렬
48 지금 북한은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 남북농업협력으로 시작해야 | 권태진
52 만나고 싶었습니다
COVER STORY
64년 뛰어넘은 혈육의 정
KBS 예능프로그램 <별친구> 제작한 HiCC 이용우 대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라면 통일도 멀진 않겠죠?” | 염규현
피맺힌 그리움을 달래기엔 2박 3일은 너무도 짧았다.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1, 2차에 걸쳐 진행 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다시 한 번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부디 남북 당국 간의 성의 있는 접근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상설화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56 통일교육·평화교육
북한이탈청소년 교육, 통일 미래 만드는 소중한 과정 | 곽종문
60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06
생활형 통일운동으로 평화통일 앞당기자 | 유경의
62 2030통일론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 김윤진
64 특별연재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과 서울 그리고 통일
‘상징, 녹지, 생산의 도시’ 평양이 주는 메시지 | 임동우
중
68 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12
남북의 언어, 우리는 과연 ‘通’할 수 있을까? | 정진아
70 무대 혹은 스크린
바보야! 그건 네가 TV에 나오기 때문이야 | 오한샘
72 그린 코리아
북한의 환경이슈와 ‘정부 3.0시대’의 환경협력과제 | 노태호
76 민화협 NEWS 78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28
64
80 독자 의견
통일을 준비하는 격월간지
권두 포커스
01
2014년 남북관계, 어떻게 풀까
“확고한 의지와 정교한 실행력으로 획기적 전환 이끌어내야”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
02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연합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았다. 2014년 벽두부
박근혜 정부 첫해 남북관계를 둘러싼 외교, 안보,
터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남북 정상들의 메시
통일 분야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
지가 전해지더니 마침내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성사
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지난 7년간 수행해
됨으로써 모처럼 얼어붙은 한반도에 새로운 훈풍이
온 통일의식조사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부는 느낌이다. 2013년 한 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
의 지지도가 불만층을 넘어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
쳤던 남북관계를 돌아볼 때 이런 변화가 지속적으로
다. 작년 한 해 남북관계가 상당한 긴장국면을 지나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혹독한 겨울의 추위
왔음에도 여론의 지지도가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도 결국 봄의 따스함에 자리를 물려주고야 마는 자
우선 박근혜 정부가 내건 정책의 유연함과 원칙적
연의 섭리가 남북 사이에도 나타날 것을 믿어보고
기조의 조화를 들 수 있겠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싶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와 교류를 통해
는 북한의 비핵화를 절대적 선결조건으로 내걸지 않
통일 시대로 접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 국민
음으로써 남북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
모두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만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듯 분명한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견지했다. 또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든지, 러시아가
남북관계, 높은 점수 얻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참여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것 등 북한 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틀을 발전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다른 국가의 정치지도자에게
시킨 것도 우호적 평가를 가져온 요인이라 하겠다.
없는 독특한 책임과 부담이 주어진다. 그것은 남북
여기에 연초에 제시한 통일대박론이 남북관계의 궁
의 분단에서 기인하는 긴장을 관리하면서 한반도의
극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평화와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경제성장의 동
통일회의론을 불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북정책
력을 확보하고 사회복지 수요를 충족하는 일도 중요
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설정할 필요성을 제시한
하지만 대통령의 업적평가에서는 항상 남북관계 진
가운데 고위급회담이 성사되고 남북이산가족 상봉
전, 북한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이루어지면서 취임 1주년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
분단의 조건과 현실이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직
적 평가가 강화된 것이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정치적 갈등과 불신의 근간
북한의 자충수로 얻은 반사적 이익도 고려해야 한
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3년 4개월 만에 금강산에
다. 작년 한 해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긴장을 고조
서 이루어진 이산가족의 절절한 만남을 보면서 우
시키고 특히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고 개성공단을
리 민족에게 분단이 얼마나 큰 고통이며 통일을 향
일방적으로 잠정폐쇄하는 등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
한 간절한 소망이 어느 정도 절실한 국가적 과제인
킨 탓에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원칙론이 상대적으로
지 모두 확인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 인 남북관계 개선의 정책효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반사이익은 오래 가지 않는다. 실제로 남북관 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며 지속적인 신뢰구축
01 지난 1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구상 발표 및 내외신 기자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 발언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 하고 있다.
의 노력 없이는 언제라도 이전상태로 되돌아갈 가 능성이 있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남북 간에는 03
살벌한 비난전이 계속되었고 북은 박근혜 정부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
정책들을 비난했고 남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요
브’가 구체화되고 대북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
구를 ‘위장평화공세’라고 격하했던 바, 앞으로도 관
오기 위해서 남북관계의 진전은 필수적이다. 한반도
계가 악화될 개연성이 상존한다.
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정책기조의 예측불가능성이 심화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경제적 손 실은 물론이고 경제회생과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박
남북관계 발전과 정체의 변곡점 될 2014년
04
근혜 정부의 정책 전반에 큰 차질이 야기될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악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2014년은 현재의 대화와 교류 기조가 지속되어 새
갈등, 국제정치적 개입을 강화함으로써 가뜩이나 갈
로운 국면으로 이행할지, 아니면 작년에 보았던 불
등이 증폭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안정한 요동을 다시금 경험할지가 결정되는 주요한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다. 반대로 개성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및 주변 환경의 여
공단의 재가동과 이산가족상봉을 첫 단추로 삼아 본
러 조건은 주관적으로 긴장완화를 추구하지만 지혜
격적인 신뢰프로세스의 추진동력을 얻어낼 수 있다
로운 정책조율과 신뢰구축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면, 또 그로써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가 견인될 수 있
적대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조건이 여전히 상존하고
다면 박근혜 정부가 안팎으로 추진해갈 정책 선택의
있다. 그만큼 정책적 판단과 전략적 기조, 미래를 내
폭도 그만큼 커지고 다양해질 것이 분명하다. 다행
다보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중요해질 한 해가 될 것
히 최근 남북 간에 고위급회담이 성사되어 3개항의
이 분명하다. 다만 작년에 비해 북한이 남북관계의
합의를 도출하고 향후에도 대화를 이어갈 것을 약속
개선과 대화국면 이행을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가
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장성택 처형이라는 엄청난
말하는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어 상호
정치적 도박을 거치면서 3대 세습체제의 안정을 꾀
신뢰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씩
한 북한은 2014년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설정하는 것
풀려가는 과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올해 신년사에
따라서 2014년 현재 박근혜 정부에게 가장 요청되
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남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는 것은 남북관계의 향후 흐름을 대화와 신뢰의 방
강조한 이후 소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통해 남
향으로 재정립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관계 진전을 희망한 북한의 메시지는 그런 절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기조를 뚜렷하게 하는 일이
함을 반영한다. 이산가족상봉행사가 한미군사훈련
다. 통제가 어려운 북한 변수가 없진 않지만 적어도
과 일정이 겹치는데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
정부 차원에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향한 비전과 정
은 ‘통큰 양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더
책구상을 갖고 있음을 분명하게 또 일관되게 표명해
라도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의 방향으로 이어
야 한다. ‘남북한 신뢰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
가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객관적
구상’ 및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포괄성과 유연
으로도 북한 경제의 회복이나 체제의 안정, 국제사
성은 유지하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실행목
회로부터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
표를 세분화하여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비핵화, 전
선은 필수적이다.
쟁반대, 대화 중시, 신뢰구축, 일정한 조건 충족 시
박근혜 정부로서도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대규모 지원의지 등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방침임을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남북관계는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도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핵문제는 남아 있는 가운데 교류는 최저수준이고 7만여 명의 이산가족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활동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가 어떤 비전과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비전이
상존한다.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남남갈등도 계속
분명할 때 북한도 신뢰프로세스에 호응하면서 자신
될 것이고 부처 간의 상황판단도 동일하지 않을 것
들의 미래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해갈 수 있을 것
이어서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선도적
이기 때문이다.
이고 적극적인 정책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 점에서 최근 관심을 끌게 된 통일준비도 구체적인 정책차원에서 지혜롭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다듬어
중·장기적 전략비전, 대통령의 선도적 리더십 조화 이뤄 남북관계 전환 이뤄내길
야 한다. 통일이 단기간에 준비 없이 이루어지지 않 는 것이 분명한 이상 내용 없는 정치적 슬로건으로
또한 여러 조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적의 전
변질되거나 국내 정치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지 않
략판단과 정책수립을 주도할 수 있도록 고급한 거버
도록 진지한 성찰과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넌스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남북한의 관계는 경각
남북관계는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도 어
심과 함께 신뢰가 요구되고, 안보와 함께 대화도 필
렵다. 하지만 여전히 핵문제는 남아 있는 가운데 교
요한, 이중적이면서도 곤혹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류는 최저수준이고 7만여 명의 이산가족은 고령화
외교, 국방, 통일의 상이한 관점을 총체적으로 고려
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활동조차 충분
하는 가운데 정치, 경제, 사회문화, 심리적 차원에
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가
대한 복합적 판단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청와대 국
어떤 비전과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가안보실이 이런 조정역할을 부여받고 있지만 인적
할 것이다. 향후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금강산관
구성이나 활동방식이 그러한 종합적 전략부서에 최
광 재개문제, 5·24조치 해제문제, 개성공단의 국제
적인지는 의문이 적지 않다. 좁은 의미의 ‘군사안보’
화와 정상화문제, 고위급회담의 지속문제, 물류 및
만이 아니라 중장기적 국가전략 비전을 다듬어갈 수
교통체계의 연결문제, 비핵화를 향한 6자회담의 재
있도록 내부적으로 토론과 창의성, 유연하고도 융
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합적인 평가능력을 갖춘 부서로 만들어가야 할 것
추진될 수 있는 남북관계의 큰 전환이 2014년에 나
이다. 또한 남북관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통일
타나기를 기대한다.
부의 주체적 역할을 적극 키워가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타개하 려는 대통령의 선도적 리더십이 더해져야 한다. 남 북관계는 적대적 상호성으로 자칫 ‘부정적인 균형’으 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이 용하여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유혹도
박명규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남북관계, 통일론, 평화인문학, 민족문제, 개념사 와 사회사 등을 주로 연구해 왔으며, 저서로 『남북경계선의 사회학』, 『국민, 인민, 시민』 등 다수가 있다.
05
이산가족 상봉
06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이산가족 상
봉
“오빠, 우리 오빠, 나 오빠 없이 어떻게 살지…”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제19차 남북이산가족상봉 행사가 금강산에 서 진행됐다. 2010년 10월 30일~11월 5일 열린 이산가족상봉 이후 3 년 4개월 만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1차 상 봉에서는 남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이 북측 가족 178 명을 만났고,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2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이 60여 년의 한을 풀기엔 너무도 짧 은 만남을 한 뒤 다시 헤어졌다. 1988년부터 2013년 12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12 만 9,264명.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2,000명 이 채 안 된다. 이 중 5만 7,000여 명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고인 이 됐고, 남아 있는 7만 1,000여 명 역시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연합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하루속히 과감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 서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여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 강조했 는데, 이러한 적극적인 통일준비 노력이 피맺힌 이산가족의 한을 하 루빨리 풀어나가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07
이산가족 상봉 | 현장취재
이산가족
세월을 뛰어넘은 그.리.움.
상
봉
상봉의 정례화·상설화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윤진 KBS 정치외교부 기자
남북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2월 20~25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 2월 5일 열린 남북실무접촉에서 나온 결과다. 지난해 추석 무렵 행사 나흘 전에 갑자기 무 산됐던 상봉 행사를 다시 열기로 한 것인데, 기자들도 이 산가족도 시민들도, 상봉 직전까지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 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지난 4~5년간 불신만 가득 했던 남북관계를 돌아볼 때나, 예정된 행사 기간 가운데 일부가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과 겹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누구도 행사가 제대로 열릴지 장담하지 못했다. 많은 우려 속에 일단 실무준비가 시작됐다. 대한적십자사와 통 일부는 상봉 명단을 재점검했다. 지난해 9월 확정된 상봉 단 200명 가운데 최종 170명이 가족을 만났다. 그새 30명 은 사망하거나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 “만나면 할 말도 없을 것 같다” 18차 상봉 행사가 열린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상봉인 만큼, 국민의 관심도 컸다. 기자 단은 각 상봉단의 사연을 미리 취재했다. 행사 당일 많은 가족을 한꺼번에 취재할 수 없는 만큼, 관심도가 높은 가 족을 미리 파악해둬야 했기 때문이다. 상봉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이산가족들의 한 서린 절 규가 전해질 거라는 예상은 첫 번째 통화부터 빗나갔다. 당사자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죽은 걸로 여기고 60여 년 08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연합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2월 22일 열린 작별상봉에서 박양곤 씨 (오른쪽)가 납북된 박양수 씨와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살아왔다. 마음 한구석에 아리고 그리운 대상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살아 돌 아와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살아 있다니 반갑고 좋지만 어리둥절하다. 만나면 할 말 도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결혼은 했나, 남쪽 가족 많이 그리워했나 정도 묻 고 나면 더 무슨 말을 하겠나?” 상봉 대상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차 상봉단 이 방북 교육 등을 위해 모인 2월 22일, 숙소인 속초 한화콘도에서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다시 소감을 물었다. 전화 취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2월 23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에 도착했다. 오후 3시, 첫 상봉 행사가 열렸다. 행사시간이 가까워올수록 남쪽 가족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번져갔다. 마침내 행사 장 문이 열리고 북측 가족이 들어오는 순간, “오빠”, “형님”, “언니” 서로를 알아본 가족들 이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전쟁 당시 돌쟁이 딸과 부인을 남겨놓고 북으로 간 아버지, 60여 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딸, 두 사람은 서로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여동생들 만 남겨놓고 북으로 간 한 할아버지는 “내가 부모님께 밥 한 그릇 해드리지 못하고, 밭고랑 09
한 번 매드리지 못한 게 한스럽다. 내 눈물이 부모님 묘소에 떨어져 금잔디가 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며 눈물을 떨어뜨 렸다. 하지만 눈물은 잠시, 남북 가족들은 이내 차분한 분위 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쪽 가족들은 북쪽 가족이 진짜 자신들의 피붙이가 맞는 지를 확인하려 했다. 어릴 때 살았던 동네, 친척들 이름 등 을 물었다. 어여쁘던 소녀는 주름 많은 할머니가 돼버렸고, 늠름하던 형은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로 변 해, 도저히 같은 인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박에 서 로 알아보는 가족도 물론 적지 않았다. 부모님 살아생전 모 습을 닮아 있어,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어, 굳이 다른 기억 으로 서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북측 가족들은 유난히 말이 없었다. 주로 남쪽 가족들이 대화를 이끌어갔다. 북쪽 가족이 너무 말이 없자 남쪽 가족들은 그들이 나이 들어 귀가 잘 안 들리는 모양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행사장에는 ‘보장성원’이라는 명찰을 단 북측 관계자들이 둘씩 짝지어 곳곳에 서 있 었다. 남측 기자들이 취재하는 가족들 옆에는 어김없이 북측 기자들이 나타났다. 말수가 없는 북측 가족들은 그나마 입을 열 때면 어김없이 비슷한 레퍼토리를 말했다. “나는 수령 님과 원수님 덕분에 잘살았다. 좋은 직장도 주시고 좋은 집도 주셨다. 이 옷도 당에서 다 해준 거다. 너는 이 옷 사 입고 나왔니? 우리가 다시 만나려면 통일해야 한다.” 일부 가족 들은 빨간 천에 싸온 훈장들을 죽 펴서 남쪽 가족들에게 자랑스레 보이기도 했다. 북측 가 족들은 수령님과 원수님 얘기를 자꾸 했고, 남측 가족들은 그저 머쓱해하며 들어야 했다. 64년 뛰어넘은 혈육의 정 행사장 분위기가 바뀐 건 두 번째 날 각자의 방에서 개별 상봉을 마친 뒤였다. 보장성원도, 기자들도 없이, 오로지 가족들끼리만 비공개로 두 시간을 보냈다. 그 뒤부터 남북 가족들 사이에 어색함은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다. 북측 가족들은 표정이 한결 밝아 져 있었고 말수도 많아졌다. 북측 가족들은 개별 상봉에서야 가슴에 묻어둔 얘기들을 쏟 아냈다. 왜 북에 가게 됐는지, 남측 가족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단체 상봉장에서 눈치 보 며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했다. 일부는 방 안에서 남측 가족들을 붙잡고 그제야 참았던 눈 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별 상봉 뒤부 터 양쪽 가족들은 서로 음식도 먹여주고, 손을 붙잡고 노래도 부르며 마치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형제자매들처럼 정을 나누었다. 북측 오빠는 여동생의 손을 만졌다, 등을 어루만졌 다 하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두 형제는 테이블 밑으로 손을 꼭 붙잡은 채 한참을 말없이 앉 아 있었다. 60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딸은 아버지에게 자꾸 음식을 먹여드렸다. 죽을 떠드 리다, 초코파이를 드리다, 목이 막힐까 물을 드리다, 그러다 중간중간 아버지 손을 잡았다. 10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세 번째 날 마지막 단체 상봉장,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 시간 뒤엔 다시 기약 없는 작별이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어떤 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고향의 봄’을 불 렀다. 어떤 가족은 미처 상봉장에 오지 못한 가족에게 급히 편지를 썼다. 서로 주소를 주 고받았다. 이별의 시간, 북측 가족이 먼저 버스에 올라타고 남측 가족은 배웅을 했다. “건 강해라, 그래야 다시 만난다.”, “나는 오래 살 거야. 우리 꼭 다시 봐.”, “통일 될 때까지 죽 지 마. 꼭 다시 만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남, 가족들은 버스 창문 사이로 붙잡 은 손을 차마 놓지 못 했다. 이번 상봉을 일부에선 ‘로또 상봉’이라고 했다. 로또만큼 당첨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첫 상봉 신청을 받은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대한적십자사에 접수된 상봉 신청자는 모 두 12만 9,000여 명. 이 가운데 지금까지 1만 4,000여 명만 가족을 볼 수 있었다. 그마저 도 단 한 차례뿐, 다음 기회는 기약이 없었다. 신청자 가운데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 하는 등 지금까지 벌써 5만여 명이 세상을 떴고, 이제 생존자는 7만여 명뿐이다. 3년 4개 월 만에 상봉이 재개됐지만, 재회의 기회를 얻은 가족은 남쪽 88명과 북쪽 82명, 합해서 170가족뿐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으면, 거동도 못할 만큼 몸이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 구급차에 누워 링거를 꽂은 채 상봉장을 찾았겠는가. 죽더라도 거기서 죽겠다면서 말 이다. 이산가족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선, 상봉 횟수와 인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 다. 상봉을 상시화·정례화하는 것이다. 금강산에는 이미 ‘남북이산가족면회소’ 건물이 지 어져 있다. 1층은 단체 상봉장, 2층은 각종 지원 시설, 그 위로 12층까지는 모두 20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어, 남북 이산가족이 함께 숙박하며 만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 시 설만 활용하더라도 한 번에 최대 1,000명이 이산가족상봉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여기에 화 상 상봉과 서신 교환까지 병행된다면, 훨씬 더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수 시로 안부 인사도 나눌 수 있다. 독일의 경우를 보자. 인도적 문제를 이념 문제와 철저히 분리해 이산가족문제를 풀어냈다. 1963년에 동서독이 통행증 협약을 맺어 서베를린 주민이 동베를린을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했다. 1972년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이 가능하도록 이른바 교통조약도 체결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산가족상봉 상시화·정례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윤진은 현재 KBS 정치외교부에서 통일부 담당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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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양호승 신임 회장
인도적 대북지원,
남북이 함께 살기 위한 연습입니다!
지난 1월 23일 국내 59개 대북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2014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양호 승 한국월드비전 회장을 6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SK그룹 회장실 상무와 기획관리실장, CJ 글로벌 신규사업개발담당 부 사장 등을 지낸 양 회장은 2012년 1월부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한국월드비전 회장을 맡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 이후 유명무실해진 인도적 대북지원에서의 민관협력 체계를 다시 강화하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월 21일 여의도에 있는 한국월드비전 본부에서 양 회장을 만나 북민협의 활동 계획을 들어보았다. 대담
이경형 『민족화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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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염규현 정책홍보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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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성헌 객원작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이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일고 있 습니다. 국내의 거의 모든 대북지원단체가 함께하는 북민협 역시 올해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할 텐데요. 올해 어떤 활동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의 원활한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최근까지는 정부와의 협조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어요. 대북지원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함 께 힘을 모아야 더 내실 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부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더 주력하여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인도적 목적의 지원 물자 반출과 방북 규제 조 치 등이 풀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북민협 회원단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 쓸 생각입니다. 단체들 간의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 고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하는 사업들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 일 입니다. 행여나 국민들께서 염려하지 않도록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의 효과성과 투명성을 알려 참여의 폭을 더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서 60여 년이 넘도록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월드비전의 노하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부 의지, 실천으로 못 이어져 아쉬웠던 2013년 인도적 대북지원정책 부문에 국한해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박 대통령은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은 지속하겠다고 강조해왔습 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이 행동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 정부 는 모든 분야에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남북문제, 특히 인도적 지원분야에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법제화하는 일을 추진하길 기대했는데, 지난 1년은 여의치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의 책임도 적지 않습 니다. 우리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핵실험 등의 도 발로 남북관계를 또다시 경색시켰습니다. 이제 올해는 부디 남북관계가 진전되어 대통령 의 약속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또한 대북지원사업의 정상화를 위 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대통령의 연초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최근 이산가족상봉 성사와 남북고위급 접촉 등도 이러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데요. 인도적 대 북지원사업 재개도 곧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이산가족상봉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처음 주장에 서 한 발 물러나 한미군사훈련과 행사 기간이 겹침에도 불구하고 결국 동의했습니다. 전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표현도 매우 좋다고 생각 하는데, 발언 이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에 더 주목했습니다. 유럽 NGO들이 북한에 들 어가 농업개발협력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에겐 그것이 더 가슴 뛰는 이야 13
기입니다. 월드비전의 경우 1998년부터 북한농업개발협력사업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었 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월 5일, 그간의 사업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포럼을 개최 할 예정입니다. 국회에서 진행될 대북농업개발협력포럼은 관계기관, 연구원의 많은 전 문가가 참석해 북한 경제 현황과 전망-농업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내외 NGO 대 북농업사업 성과와 전망, 북한농업개발협력사업 현황과 전망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이 남북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도 통용되기 위해서는 적 어도 인도적 대북지원 분야만큼은 긴 안목으로 좀 더 적극적이고 원칙 있게 이뤄져야 합 니다. 다행히 올해 남북관계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인도적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 북 한의 인도적 위기가 완화되고 나아가 남북의 상호이질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입니다.” 민관의 원활한 협력체제 반드시 필요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북지원방식 을 일반 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 전환해야 한 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오랫동안 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통일 준비가 아닌
의된 이야기이기도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
가 싶습니다.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
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하고 신뢰를 쌓다보면 통일은 저절로 다가오리라 믿습
“인도적 지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니다. 일반 구호사업도 물론 중요합니다. 월드비전은 일
‘지속성’입니다. 이를 통해 ‘신뢰’라는 큰
반 구호를 꾸준히 이어가며 동시에 개발협력사업을 진
자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월드비전의 경
행해왔습니다. 국제기구라는 점을 살려 국내 민간단체
우 북한농업개발협력과정을 보면 남북의
들이 당장 하기 어려운 구호사업에도 적극 나서왔습니
농학자들이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관점 차
다. 이처럼 당장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일반 지
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결국 신뢰를 바
원을 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으로 북한 스스로 자생할 수
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자주 확인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 다. 물론 가능한 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뒷받 침되어야 하겠지요.” ⓒ한국월드비전
한국월드비전의 대북지원사업을 조금 더 상세히 소 개해주세요.
“우리는 1994년부터 북한 지원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1994년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1996년 북한 최초의 국수 공장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농업개발사 북한 대홍단 씨감자 밭에서 감자꽃을 바라보며 한국월드비전 직원들과 북한의 사업 담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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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1998년 협동농장지원 및 채소생 산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는 씨감자 생
산사업을 했고, 2001년부터 매년 남북농업과학 심포지 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북한식 지역개발모델, 일명 ‘꽃피 는 마을’사업을 하고 있는데, 황해북도 중화군 금산농장 의 어린이와 지역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농업개발, 보건의료, 주택,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 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해 등 긴급구호상황이 발생할 때는 식량, 의류, 의약품, 생필 품 등을 수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긴급·개발지원 병행, 성실한 모니터링 필수 언급하신 바와 같이 지난 정부에서는 북민협과 정부 간 의 인도적 대북지원 협의기구인 민관정책협의회가 사실상 무기력했습니다. 협의회의 재가동에 대해 그동안 북민협이
“대북지원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을 모아야 더 내실 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줄기차게 요구해오기도 했는데, 앞으로 민관협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나갈 생각이신가요?
“북한의 인도적 지원사업을 정부든 민간이든 단독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 다는 것이 지난 시기의 경험이자 교훈입니다. 지속적·장기적·효과적 인도적 대북지원 은 민관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유명무실해진 민관정책협의 회를 복원해서 정부와 민간단체가 서로 소통하며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합 니다. 민관이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북한 지원을 위한 최상의 그림을 함께 그리고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북민협의 올해 과제와 함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에 헌신하고 있는 북민 협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북한은 장래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가족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 살기 위한 연습을 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중단되지 않는 인도적 대북지원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이고 안 정적인 대북지원사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국회, 시민사회 단체, 언론들과도 협력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에도 대화를 통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 한 지역과 대상에게 잘 전달되도록 협조를 당부하겠습니다. 지금 북민협의 회원단체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의 어린이와 취약계층의 인도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여러 정치 및 군사적인 문제로 인도적 지원사업 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도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최 선을 다하는, 회원단체와 관계자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5
1 SPECIAL
특집 |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대북 영양지원,
다양한 주체 참여해 실효성 높여야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윅(WIC)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는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영양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임산부, 산모 그리고 5세 미만의 영유아가 영양섭취를 적절히 할 수 있도록 식품을 지원하고 교 육을 제공한다. 정식 이름은 ‘Women, Infants, Children을 위한 특별영양보충 프 로그램’이다. 미국은 복지혜택 대부분을 자국민에게 국한하지만 유독 WIC프로그 램은 대상자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비국적자도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은 이 프로그램의 혜택 속에 임신기를 보내고, 아이를 출산해 기를 수 있다. 미 국은 40년 전 처음 WIC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매년 예산을 늘려 지금도 매해 수 십 억 달러의 예산을 프로그램에 쏟아 붓고 있다. 왜일까? 미국은 왜 자국민이 아닌 여성에게까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영양지원을 하는 것일까? 통일 대박을 위한 ‘투자’ 차원의 대북지원 필요 대북지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때마다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는 원칙과 현실 사 이에서 방황해왔다. ‘대북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속되어야 한다’는 지키고 싶은 원칙과 그럼에도 ‘대북지원이 정치적 상황과 별개일 수 없다’는 피할 수 없는 현실. 그러다보니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현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던 인도주의자들은 “이제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라고 스스로 위안해야만 했다. 그러나 통일 대박을 꿈꾸기 시작한 지금, 인도적 대 북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그만 접어야 할 것 같다. 세계식량계획(WFP) 과 같은 국제기구는 여전히 전 세계 수십여 취약 국가 중 하나로 북한에 대한 인도 적 지원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동포 국 가에 대해 ‘인도적’ 차원이 아닌, 하나 된 국가를 위한 ‘투자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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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민화협
미국의 WIC프로그램은 미래의 건강한 국민을 위한 생애 초기의 적극적 투 자다. 부모가 미국 시민이 아니어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속지주의 (屬地主義)에 입각, 미국 시민이 되므로 엄마 뱃속에서부터 건강한 미래 시 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태아기와 영유아 기가 생애의 어느 시기보다 영양불량의 영향이 치명적인 시기라는 과학적 지식과 이 시기에 투자된 국가 예산 1달러가 미래에 수십 배의 예산 절감으 로 돌아온다는 경험적 확신이 존재한다. 이에 WIC프로그램의 논리에 따라, 아니 어쩌면 더 절박한 논리에 따라 남 한 정부는 통일 한국의 건강한 시민을 위해 북한의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투 01 모니터링을 위해 방북한 북한 황해도 육아원의 어린이들
자적 지원을 해야 한다. 남한에서는 이미 WIC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영 양플러스사업’이 2005년에 시작·확대되어 2011년에 전국적으로 시행되기 17
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업을 그 모형 그대로 북한에 적용하는
이렇듯 영양불량인 영유아의 경우, 만 2
것은 무리가 있겠으나 임산부와 영유아를 타깃으로 한 이러한
세 이전에 적절히 지원하면 정상적으로
유형의 사업이 향후 대북 지원사업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
성장할 수도 있으나 2세 이후에는 회복
야 하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영양불량의
2012년 북한 영유아의 영양상태에 대한 국제기구와 북한 당
결과 왜소하고 건강하지 못한 성인이 된
국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5세 미만 어린이의 약 28%
여성이 다시 왜소한 아이를 출산하게 됨
가 만성 영양불량 상태였다. 그리고 영양불량률에 대한 지역
으로써 세대를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간 편차가 매우 커서 그 비율이 40%에 달하는 지역도 보고되
는 사실 또한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우리
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1990년대 말 60%를 넘어섰던 영양
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교적 최근에
불량률에 비하면 많이 호전된 양상이지만 남한을 포함한 일반
는 태아기의 불량한 영양상태가 심장병,
적인 국가에서 이러한 수치가 3% 미만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당뇨병, 고혈압 같은 성인기 만성질환의
상당히 높은 수치다.
발병률을 높인다는 이론과 이를 뒷받침하 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됨에 따라 임산 부 영양상태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되고 있기도 하다. 대북 영양지원의 미래를 위한 제언 필자는 2006년부터 민간단체와 정부의 대북영양지원 사업에 참여해왔다. 지난
북한 영유아의 지역별 만성 영양불량률
시간은 교과서의 이론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적용한 영양지원 사업이 북한에서 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후회스
CHINA
28.7%
러우면서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대 북지원의 새로운 장을 기대하면서 지난
39.6%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33.3% 32.9%
29.4%
28.6% 28.7%
를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할 당시 필 자는 남한 정부 기술지원단의 일원으로
25.6%
S.KOREA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북한 주민의 필요와 북한 전문가들의 의 년 남한 정부가 북한의 임산부 및 영유아
19.6%
18
첫째, 대북영양지원의 내용을 결정할 때 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겠다. 2007
25.8%
•자료: 2012 북한 영양조사 보고서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영양지원의 미래를
북한의 영양학자와 지원 품목을 논의하 였다. 이때 북한 영양학자는 식생활에서 지방이 극심히 부족한 현실을 호소하며
ⓒUN, David Ohana
02 영유아 지원용 영양비스킷을 들고 있는 UNDP 주북사무소장 제롬 세비지 03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후원을 호소하는 UN의 모금 포스터
02
03
콩기름을 지원해줄 것을 시종일관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의
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후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 식품전문가들의 참
이러한 의견이 좁혀지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가 남북관계가
여가 필수적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악화되면서 책정된 예산도 다 쓰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사업은
원리를 그동안 대북영양지원을 수행하는
미완으로 종료되었다.
단체와 정부 모두가 간과하고 있었음을
둘째,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사업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
그날 포럼 현장에서 뒤늦게 깨달았다. 당
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여러 민간단체의 남
일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국가 대표가 대
북협력기금사업 계획서를 심사하면서 전문가 부재가 가져온
부분 영양학자가 아닌 식품학자들이었던
비극적(?) 사업 계획을 종종 접한 경험이 있다. 대학의 교수나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 남한의 많은 식품
연구소의 연구원 모두 용역 과제나 사업을 중심으로 일할 수
회사는 작게라도 대북 지원에 관심을 가
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원봉사 수준으로 해야 하는 민간단체의
지고 있다. 이러한 식품회사들의 관심을
대북지원사업 자문은 청하는 쪽이나 응하는 쪽 모두에게 쉽
극대화하고 동시에 이들의 기술력과 노하
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
우를 이용해 북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은 전문가가 대북지원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단지 무엇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원식품 개
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
발에 힘쓴다면 길지 않은 시간에 국제기
서 향후 민간단체들은 대북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관련 전문
구가 개발한 그 어떤 식품보다도 한민족
가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여 대
에게 적합한 지원식품들을 개발할 수 있
북지원사업이 전문성을 확보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
을 것이다.
력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대북영양지원 사업에 남한의 식품회사 와 식품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작년 여름, 뉴욕에서 국제 NGO 주관으로 세계 여러 저개발국가의 영양지원사업에 대한 포럼이 열렸는데, 필자는 이 포럼에서 대북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발표를 요청받았다. 이 포럼을 통 해 깨달은 가장 큰 진리는 저개발국가일수록 영양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는 영양전문가보다 식품전문가들의 역할이 중 요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식품을 어떻게 가공, 조리하여 안전
윤지현은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미 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퍼듀대학교 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텍사스주 교육부 아 동영양과에서 근무했고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식품 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생 활과학연구소 대북영양정책지원실을 운영하며, 대한 지역사회영양학회 국제협력이사, 전국식품영양학과 교수협의회 정책이사, 동아시아식생활학회 학술이사 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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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PECIAL
특집 |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북한 상주 국제기구의 교훈,
우리도 민관 협력으로 효과적 대북지원체계 만들어야 황재성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지원사업팀 부장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농업, 축산업을 지원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도 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경험이 풍부한 유럽 NGO들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통일부는 올해 업무 보고에서 국제기구 및 유럽 등 해외 NGO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2010년 이 후 중단된 농·축산 및 산림 분야 개발 지원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활동 중인 국제기구와 해외 NGO에는 어떠한 기관들이 있으며, 이들은 어떠한 사업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간 북한에서 활동했던 기관들은 크게 북한에 상주사무소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 기구와 유럽 NGO, 그리고 상주사무소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활발히 활동해온 미국 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NGO들과 한국의 NGO들로 구분해볼 수 있다. 상주사무소 를 두었던 기관들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유엔기구, 둘째는 국제 NGO, 셋째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넷째는 정부기구 이다. 여기에서는 북한에 상주사무소를 두고 있는 기구 중 유엔기구와 국제 NGO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표 1). 이 기구들이 북한에 상주사무소를 설치하게 된 시기는 북한이 심각한 대홍수와 식량난을 겪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여 년간 대북지원 펼쳐온 UN 기구 1995년 7월과 8월, 심각한 수해를 겪은 북한은 같은 해 8월 23일 북한의 UN대표 부를 통해 당시 유엔인도지원국(UNDHA)1) 에 긴급구호를 요청한다. 이에 유엔인
1) 유엔인도지원국(UNDHA)은 1998년 유엔인도지원조정국(UNOCHA)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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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표 1]
분류
평양 상주기구
기관명
철수 기구
(/상주인원)
유엔개발계획(UNDP/UNRC)/8
UN 기구
세계식량농업기구(FAO)/5, 유엔인구기금(UNFPA)/2 유엔아동기금(UNICEF)/14, 세계식량계획(WFP)/16
유엔인도지원조정국(UNOCHA)
세계보건기구(WHO)/8, 유엔연구사업소(UNOPS)/1 2) 유럽원조협력청(DEVCO-EuropeAid) /3
정부 기구
프랑스 외무부 협력국/2 이탈리아 외무부 개발협력사무소 /1 스위스개발협력기구(SDC) /4
국제인도 주의기구
국제 NGO
유럽연합식량안보단 유럽연합인도지원국(EU ECHO) 스웨덴농업복구프로젝트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 /8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5 프로미에 위르정스(Premiere Urgence/3-EUPS Unit1)
기아퇴치행동(ACF), 아드라(ADRA), 아프말(AFMAL)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6-EUPS Unit2)
캐드(CAD), 캡 아나무르(CapAnamur)
컨선(Concern Worldwide/3-EUPS Unit3)
쎄스비(CESVI), 씨에프씨(Campus fuerChristus)
저먼애그로액션(GermanAgro Action/4-EUPS Unit4)
헬프 에이지 인터내셔널(Help Age International)
트리앙글제네라시옹위마니테(TGF/4-EUPS Unit5)
세계의 의사들(MDM), 국경 없는 의사회(MSF)
핸디캡인터내셔널(Handicap International/3-EUPS Unit7)
옥스팜(Oxfam), 피엠유인터라이프(PMU Interlife)
•기관 현황(2013. 11. 26 기준) •출처: 저자 직접 작성
도지원국은 ‘유엔재해평가 및 긴급조정팀(UNDAC)’을 북한의
에 이른다. 하지만 유엔개발계획이 2010
수해 지역에 급파하여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인다.
년 초 다시 상주사무소를 개설하여 활동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은 국제사회에 대북 인도지
을 시작하면서, 현재는 유엔인도지원조
원 참여를 호소하였고, 이에 각국 정부의 원조기구와 NGO들
정국을 제외한 7개 기구가 평양에 상주
이 대북 인도지원 활동에 동참하게 된다. 2개월 후인 1995년
직원을 두고 있다.
10월, 세계식량계획(WFP)의 평양 상주사무소 개소를 시작으 로 많은 기구가 상주사무소를 설치하고 지원사업에 착수한다.
유럽 NGO, 확고한 원칙과
그간 평양에 주재했던 유엔 기구들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안정적 자금 지원으로 지속적 대북지원
같이 8개 기구가 있으며, 비상주 국제 NGO들의 연락기구로
두 번째로 살펴볼 기관들은 국제 NGO,
세계식량계획 산하에 식량지원연락단(WFP/FALU)이 설치
특히 유럽의 NGO들이다. 국경 없는 의사
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2005년부터 유엔의 합동호소절차
회(MSF)가 1995년 처음으로 대북지원을
(Consolidated Appeals Process, CAP)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
시작한 이래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유
고 선언하면서 유엔인도지원조정국은 북한에서 철수를 결정
럽 NGO들의 대북지원은 식량과 의약품
한다. 이후 2007년 1월 유엔개발계획의 지원 자금이 군사비
지원 등 긴급구호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로 전용되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유엔개발계획 역시 철수하기
이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총 18개 유
2) 유엔연구사업소(UNOPS)는 완전한 상주기구라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직원을 파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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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 NGO가 북한에 상주사무소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북한 정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의 확고한 원칙과
부의 간섭과 비협조로 인한 활동상 제약으로 1998년부터 일
지지를 바탕으로 대북 협상력을 담보받
부 NGO가 현장 활동을 접고 상주사무소 철수를 결심하게 된
는 동시에 NGO 프로젝트에 대해 유럽연
다. 1998년 국경 없는 의사회와 세계의 의사들에 이어, 1999
합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
년에는 옥스팜이, 2000년에는 기아퇴치행동(ACF)이 북한에
아 NGO가 현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방
서의 활동을 중단한다. 캐드와 캡 아나무르 역시 2002년 북한
식을 취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 인도
을 떠나게 된다.
지원국(ECHO)의 경우 1990년 전체 예산
이후 2005년 북한이 인도적 지원 종료와 개발지원으로의 전
의 30%를 UN을 제외한 NGO와 국제기
환을 요청함에 따라 대부분의 유럽 NGO들이 철수하여, 현재
관에 지원하였으며, 1999년 65%로 증가
는 컨선, 저먼애그로액션, 핸디캡 인터내셔널, 세이브더칠드
한 이래 2010년 66% 수준 정도를 유지하
런, 프로미에위르정스, 트리앙글 등 6개 기관만이 상주 중이
고 있다.
다. 그러나 이들은 개별 단체명이 아닌, 유럽연합 프로그램지 원단(EUPS)의 이름으로 상주활동을 펼치고 있다(표 2). 이 중
장기적 안목으로
세이브더칠드런, 컨선, 저먼애그로액션, 트리앙글 등 4개 기
국제 NGO와의 협력 모색해야
관이 농업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저먼애그로액
그러나 이들 상주기구들의 북한 내 활동
션의 활동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저먼애그로액션은 1996
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북한 내 상주사
년 처음 북한 당국과 접촉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황해남도,
무소 설치를 허용받은 경우에도 실제 상
평안남도, 강원도, 함경남도 지역 협동농장 등에서 활발히 활
주 인원의 숫자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었
동 중이다. 연산 1만 톤 규모의 옥수수 종자 생산설비와 4,000
고, 북한 내의 이동과 통신에 심한 통제
톤 규모의 종자 저장고, 육성품종 저장고 및 종자실험실, 채소
를 받았다. 또한 북한 당국의 비자발급 지
생산을 위한 온실 등을 운영 중이며, 북한 농업 인력들에 대한
연 등으로 북한 출입국 시 많은 불편을 겪
역량강화 사업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어야 했다. 2012년 6월 북한 상주 유엔기
이러한 유럽 NGO의 사업 진행방식은 민관 협력형으로 볼 수
구들이 공동명의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
[표 2]
NGO
분류
주요 활동
EUPS1
프로미에위르정스(Première Urgence)
의료시설 및 기기 복구/지원, 조산원교육, 앰뷸런스, 응급훈련, 영양지원
EUPS2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보건, 식수, 위생, 아동시설 지원, 채소, 토질 등 농업연구 지원, 재난대응
EUPS3
컨선(Concern Worldwide)
산림, 식수, 위생, 식량안보, 재생에너지 지원, 재난대응
EUPS4
저먼애그로액션(GAA)
종자개량 등 농업, 산림, 식수, 위생
EUPS5
트리앙글제네라시옹 위마니떼(Triangle)
식수, 산림, 위생, 어업, 축산, 양로원
EUPS6
트리앙글제네라시옹 위마니떼(Triangle)
EUPS5로 통합됨
EUPS7
핸디캡 인터내셔널(Handicap International)
재활, 생활개선, 역량강화, 교육
•출처: 저자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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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PS로 활동 중인 유럽 NGO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원조수원기구
공여기구
국가조정위원회(NCC)
유엔(UNDP, WFP, WHO 등)
유럽국, 아태국, 미국국 등
상주공여국(SDC, EU 등) 비상주공여국(미국, 호주 등)
외무성 조선 - 유럽연합협력조정처(KECCA)
유럽 NGO(EUPS)
조선 - 미국민간교류협회(KAPES)
미국 NGO
상 주 기 구
[그림 1]
북한 수원기구와 공여기구 관계도 •출처: 이종무, 2011 대북지원 국제회의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조선적십자회 대한적십자사 내각
남한 통일부 및 관련 부처
민족화해협의회
남한 NGO
조선 불교도연맹·그리스도교연맹· 천주교인협회
남한의 각 종교계 조직
노동당 (통일전선부)
면 “UN 기구들과 국제 NGO들은 개별 사업에 따라 저마다 다
아울러 한국도 유럽과 같이 민관이 협력
른 수준의 접근권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동일한 사업지에
하여 좀 더 효과적인 대북지원 체계를 마
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서로 다른 접근권을 가지고 있
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북 협상력을
다”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북한에서 접근을 위한 협상 과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다년간의 협
정은 여전히 길고 어려운 과정이다. 북한 정부는 인도지원 기
력 사업을 통해 신뢰를 가지고 있는 민간
관들이 프로그램의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 활동 등을 위해 필
을 효과적인 사업추진과 소통의 창구로
요한 접근에 대해 종종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약을 가한다”라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고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상주기구들은 비상주기구들과
NGO의 대북지원은 남북관계사에서 남
비교할 때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현장 접근성이 높
북 간 대화와 소통, 그리고 관계개선의 문
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비상주기구, 특히 한국 NGO에서는
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특
이들과 협력해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히 냉전적 대결을 화해와 협력, 그리고 신
북한은 북한 내에서 활동 중인 모든 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철
뢰의 관계로 전환하는 주요한 동력이 되
저한 분리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제 NGO
어왔다. 모쪼록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지
와 한국 NGO가 당장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
원이 다시금 재개되고, 한반도의 정치·
다(그림 1). 따라서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가
군사적 긴장관계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공동사업 추진 가능성을 타진해볼 필
바란다.
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경기도, 독일 에 버트재단이 2009년 이후 매년 개최하는 대북지원 국제회의를 통해 상주기구들과 비상주기구들이 더 효과적인 대북 인도지 원을 위해 서로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황재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였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1월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대북 농 업축산, 보건의료, 산림복구, 긴급구호, 국제협력사업 등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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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PECIAL
특집 |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북한산림녹화,
난방에너지 공급 방책도 포함해야 윤여창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고려시대의 승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보면 단군 할아버지가 태백산 기슭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나라를 세웠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태백산은 지금의 평안북도 청천강이 시작되는 묘향산이라고 해석된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도 묘향 산은 민족의 성산으로 특별히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 이 솟아 있는 백두산을 기점으로 하여 한반도 남쪽 지리산까지 내려오는 산줄기 마 디마디에서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등 우리나라의 주요 젖줄이 시작되니 백두 대간이 시작되는 백두산 일원은 우리 민족의 뿌리가 된다고 하겠다. 묘향산과 백 두산에서 시작된 민족 국가의 성립기반이 되는 북한의 강토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 은 당연하다. 남북한이 하나인 것은 한반도에서 함께한 세월이 긴 데다 한 핏줄을 타고나서 같은 말을 하며 살아온 동일 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경상도 사람들의 말처럼 북한에 사는 동포는 우리와 한 가족이기에 우리는 북한 강토가 우리 강토임 을 잘 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는 바와 같이 한반도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 람들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국토, 그리고 주권을 하나로 하는 것이 우리나라이 다. 우리나라는 1945년부터 지금까지 70년이 되도록 외부 이념의 굴레에 사로잡힌 채 남과 북이 나뉘어 서로 다른 정치체제로 국토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이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예부터 전해오는 우리 고유의 문화전통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같은 말을 쓰고, 같 은 세시풍속을 즐기며, 같은 음식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황량한 북한 산림 더는 방치할 수 없어 하지만 북녘의 산은 숲이 우거져야 할 곳인데도 황폐해지고 있다고 한다. 산에서 흙이 벗겨져 강을 메움으로써 여름과 초가을에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나 곡식을 일 24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2007년 평화의 숲 주최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나무심기 행사
구는 논과 밭은 물에 잠기고 작물은 알곡을 제대로 얻을 수 없
너지와 식량이 대폭 감소하였고 산지개
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리하여 민초의 배를 불리는 일이 간단
간을 통한 식량증산과 임산에너지의 확
하지 않게 되니 치산치수가 농사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북한
대 공급을 위한 과도한 임목벌채가 이루
의 산림 황폐화가 잘 말해주고 있다.
어지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등 외부로부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은 원래 북한에 더 많다. 1910년에 일본
터의 물질 수입이 원활하지 않고 자립경
인이 조선을 침탈하기 위하여 조사한 조선의 산림자원조사 보
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산림 생산력의
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970만 정보의 임야가 있으며, 그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이용이 계속되
중 대부분은 지금의 북한 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고 있어 북한의 산림은 점차 황폐해지고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일제는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을 많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북
탈하였는데, 대부분 북한 지역의 산림에서 수탈하였다.
한 정부 당국 또한 나름대로 산림보호 및
1970년대까지 북한의 산림자원은 남한의 산림자원보다 더 많
녹화를 위한 정책을 추구해온 것도 사실
았다. 그러나 1990년 이후 북한에서는 외부에서 수입하는 에
이다. 그러나 북한의 산림에서 에너지와 25
ⓒ민화협
01
02
식량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의 산림보호 및 녹
섯, 능이버섯 등 자연산 건강식품을 얻을
화정책은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과거에는 소나
의 산림이 이대로 계속 황폐하게 방치된다면 장차 통일 이후
무밖에 없던 산에 벚나무, 참나무, 서어나
우리와 우리 후손이 함께 살 땅인 북한의 산하가 사막과 같이
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사스레나무 등
될 수 있다. 어릴 적 황폐했던 우리 집 뒷산의 모습을 떠올리
매우 다양한 나무와 풀이 자라게 되었고
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속에서 꾀꼬리, 두견새, 어치, 참매, 오 소리, 너구리,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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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산림녹화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
양, 멧돼지 등 다양한 새와 짐승이 살 수
남한도 1970년대 초까지는 산림이 많이 황폐해 있었다. 대한
있게 되었다. 이들 새와 짐승들은 숲을 더
민국 정부는 1973년부터 우리 민족의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
신을 살려 산림녹화에 국민이 함께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였
렇게 건강해진 숲은 더 많은 탄소를 저장
고, 수십 년이 지나야 효과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는 임업 기
하게 되어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데 일
술개발과 정부 예산투입이라는 산림투자를 감행하였다. 치산
조하고 있으며, 홍수를 겪지 않는 나라로
녹화 제1차 10개년 계획과 제2차 10개년 계획을 1973년부터
만들어주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숲이 있
1987년까지 15년에 걸쳐 추진하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어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없는 황폐 산지의 녹화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로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점차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
늘어나고 있다.
다운 산하를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산림자원은 헥타르
산림녹화를 위한 1970~80년대의 투자가
당 10.4㎥에 불과하던 임목축적이 97.8㎥로 10배가량 증가하
이제 우리나라를 건강하고 부강한 나라로
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민들이 산림에서 얻는 생태계 서
만드는 기반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다른
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국민들은 여가시간을 숲에서 보내면서
말로 하면, 산림녹화에 대한 투자는 장기
휴양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적인 사회기반시설 투자 이상의 것이라고
있게 되었다. 이뿐인가? 우리의 숲은 산삼, 싸리버섯, 송이버
할 것이다.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겨례의 숲
01 다락밭으로 개간되어 있는 평양 인근의 산 02 병해충 피해를 입어 고사하고 있는 평양 용악산 소나무 03 토사가 심각하게 유출되어 있는 북한의 산림
높일 수 있는 아궁이개량사업 같은 에너 지 공급방책도 북한 산림녹화사업의 내용 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산을 개간하 03
지 않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 다. 우리나라에서 산림녹화 시기에 미국 의 잉여농산물을 사방사업에 참여한 농촌
북한의 ‘림농복합경영사업’ 성공 중요해
주민들에게 임금의 일부로 지급하여 산림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의 산림이 황폐 일로에 있을 때 북한
녹화에 적극 참여하게 한 바 있다.
의 산림보호 및 녹화를 위하여 유럽의 몇몇 국가가 간간이 지
필자는 1990년에 처음으로 남북한의 임
원을 하였다. 1998년 이후 남한의 민간단체에서도 북한의 산
업부문 교류협력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
림녹화를 위해 적은 규모의 시범사업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는데 그동안 북한의 학자들과 교류할 기
그러나 지난 5~6년 동안 북한에 대한 산림녹화 지원사업은
회가 없었다. 앞으로는 북한의 산림녹화
작은 규모의 림농복합경영사업을 유럽의 민간단체가 평안도
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사업을 통하여 북
와 황해도 두 곳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
한의 산림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협력
의 중단되었다. 유럽연합이 지원한 림농복합경영사업을 시범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지금
사업으로 추진한 결과 산림황폐화의 주범으로 꼽혀온 식량증
은 헐벗어 있으나 앞으로 함께 뜻을 모아
산을 위한 산지개간 대신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나무를
북한의 산림녹화를 도움으로써 우리 후손
심어 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오지 않도록 하고 나무띠 사이사
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줄 수 있
이에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함으로써 식량도 생산할 수 있게
기를 바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3
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산림보
월 19일 ‘아시아녹화기구’가 창설되는 것
호와 식량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토지이용방식인 림농복합
은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영에 주민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북한의 산림녹화를 효과적 으로 이루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혹독하게 춥다고 알려진 북한의 겨울을 나기 위해 북한 주민 들이 산에 심은 나무가 다 자라기도 전에 베어서 땔감으로 쓴 다면 아무리 열심히 나무를 심어도 산림녹화사업은 수포로 돌 아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림농복합경영방식을 통한 산 림녹화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겨울철 땔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난방에너지의 공급과 에너지 효율을
윤여창은 서울대학교 임학과 석사,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산림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림 청 임업연구관, University of Washington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 이다. 한국임학회 회장, 한국산림과학기술단체연합회 회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 세계산림과 학연구기관연합회 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시아녹화기구(준) 추진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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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PECIAL
특집 |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남북문화재교류,
지속성 확보가 절실하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1997년 9월 김영삼 정부 말기, 2년여의 길고 긴 물밑협상 끝에 분단 이후 최초로 남 한 언론사 방북취재팀이 북한 땅을 밟았다. 바로 중앙일보사의 ‘북한문화유산 답사’ 팀이었다. 취재팀의 일원이었던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당시의 답사 성과를 『나 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로 펴낸 바 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방북취재 주제가 어떤 과정에서 ‘문화유산’으로 결정된 것일까. 당시 취재팀 대북 협상 담당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부터 문화유산은 아니었어요. 문화유산을 포함하여 20∼30개 주제를 순차적 으로 북측에 던졌어요. 이게 어떠냐? 안 되겠어? 그럼 이건 어때? 하는 식으로. 결 국 북측이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문화유산이었어요.” 문화재(문화유산)의 힘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분단되어 전쟁을 치렀고 그 후 50년 간 군사분계선에서 총칼 들고 대치해온 속에서 남북이 최초로 만나게 되는 상황에 서도 여전히 함께 딛고 설 수 있는 공동의 자산. 이는 분단된 지 70년이지만 함께해 온 민족사는 5,000년이니 가능한 일이다. 분단 극복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에서 문 화재 분야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남북문화재교류 20년 넓은 의미의 남북문화재교류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시절, 남북이 참가한 국 제학술회의, 언론사 방북취재 등의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남북문화재 교류가 본격적으로 성사된 것은 6·15선언 이후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남북 간 문화재교류 현황을 정리하면 <표>와 같다. 본격적인 남북 간 문화재교류 협력이 시작된 계기는 2002년 남측 민화협이 북한의 고구려 유물을 최초로 남한에서 전시했던 「특별기획전 고구려」전이었다. 이후 개 성 영통사, 금강산 신계사 공동복원, 개성공단 부지 지표조사, 고구려 고분, 개성만 28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남북역사학자협의회
01
02
01 개 성 송악산 기슭의 만월대로 불리는 고려정궁 터 전경. 2007년 이후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이 공동발굴조사에 착수하기 직전 모습이다. 02 만월대 터의 무성한 수풀과 퇴적토를 걷어내니 궁궐을 떠받치던 거대한 축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4월 발굴조사 중인 남북 대원들
<표> 남북 간 문화재 분야 교류협력 현황 영상물 제작
1997. 10~1998. 4
북한의 자연경관 및 명승고적 촬영
류의 양적 확대가 이어졌다.
1998. 5~8
북한의 역사유물 및 풍물기행 촬영
1993. 8. 11~14
제1회 고구려문화 국제학술회의
특히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사업
1994. 8. 4~6
동아시아 원시·고대문명의 재발견 학술회의
등 일부 사업에서 일회성, 이벤트성 교류
1997. 7. 20~21
제3회 고구려 국제학술회의
2002. 10. 3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학술토론회
의 한계를 벗어나 지속화·정례화·제도
제2차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토론회
화된 교류로 나아가려는 질적 변화가 나
2004. 2. 24~28
일제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토론회
타났는데, 이 같은 교류 경험의 축적은 향
2004. 9. 11~12
고구려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 토론회
2005. 2. 24~25
남·북·러 3국 공동학술회의
2005. 11. 18~21
개성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토론회
학술회의 2003. 10. 2
2004. 4. 6~2007. 10. 13 신계사 발굴조사 및 복원사업
후 교류협력 확대에서 중요한 자산이 되 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2004. 6. 24~7. 31
개성공단 지표조사 후 시굴 발굴조사
2004~2009
북한사찰건축문화재 실측조사
악화와 2010년 5·24조치 등의 여파로 남
2006. 4. 8~19
안학궁 발굴조사
북문화재교류 역시 사실상 전면중단 상
2007. 5. 15~7. 13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제1차 개성만월대 발굴조사
발굴복원 2007. 9. 9~11. 13 사업
전시회
월대 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 사업 등 교
개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제2차 개성 만월대 긴급발굴조사
태에 이르렀으나, 2011년 하반기부터 정
2008. 11. 4~12. 23
제3차 개성만월대 발굴조사
부의 ‘5·24유연화 확대 조치’로 개성 만
2010. 3. 23~6. 10
제4차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2007. 5. 30~6. 9
남북공동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사업
월대 발굴조사 등 일부 남북교류사업들이
2009. 2. 24~3. 5
만월대 출토유물 보존관리 사업
재개되었다.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가 재
2011. 11. 14~12. 23
개성 만월대 유적 안전진단 및 수해피해 유적 복구사업
2002. 12. 6~2003. 3. 5
특별기획전 고구려
개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재교류 분야가
2004. 4. 9~6. 20
우리의 땅, 살아오는 고구려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성격이 강하고
2004. 10. 25~12. 5
고구려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 순회전시회
이데올로기가 개입될 가능성이 가장 적
2005. 5. 7~8. 31
6·15공동선언 발표 5돌과 조국광복 60돌 고구려유물 전시회
2006. 6. 13~10. 26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1997. 9~1998. 9
중앙일보 북한문화유적 답사
그간 진행된 남북 간 문화재교류는 형태
1998. 8~10
북한 문화재 자료 정보화사업
별로 볼 때 ‘교류사업’과 ‘협력사업’으로 분
도서출판 및 북측 2004. 4. 20~5. 6 문화유산 2005. 7. 20~29 현황조사
개성공단 지표조사
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평양 일대 고구려유적 학술조사
류할 수 있다. 학술회의, 문화재답사, 전
2006. 4. 19~5. 2
고구려 고분군 남북공동 실태조사
2003~2004
시회 등 ‘교류사업’들은 남북관계가 불안
조선향토대백과 편찬
문화재 반환 2005.10.20~2006.3.23 북관대첩비 반환 (통일부 용역보고서 『민족공동문화자산 교류협력 추진방안』, 147~149쪽)
정한 때도 일회적 행사를 실현함으로써 상호 이해에 기여했고, 남북공동발굴조 29
사, 문화재 복원 등 협력사업들은 남북관계가 진전된 시기에
번 훼손되면 영원히 원상회복이 불가능하
지속적·제도적으로 추진되어 상호 이해에서 나아가 상호 이
다. 이처럼 남북문화재교류 사업은 북한
익을 도모했던 특징을 지닌다.
소재 민족 문화재에 대한 긴급구난사업의
통일부는 지난 2월 6일 진행된 2014년 업무보고에서 ‘민족문
성격을 띠므로 정치·군사 상황과 관계없
화유산 보존 및 문화융성에 기여하는 교류’(문화재, 예술품 공
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
동전시, 유적 공동발굴 등)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인 과제라 할 수 있다.
바 있다. 이에 따라 남북문화재교류 사업은 남북관계가 재개
다음으로 남북문화재교류의 성과와 활용
되면 사회문화교류 중 가장 먼저 활성화될 수 있는 분야로 전
문제를 들 수 있다. 남북문화재교류 초기
망되고 있다.
에는 북한 소재 문화재에 남한 전문가들 이 접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격이
30
전쟁 중에도 계속된 경주 문화재 발굴
자 성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지난 10여 년간 진행되어온 남북문화재교류 협력사업
현시점에서 남북문화재교류의 성과 축적
의 한계와 향후 과제를 살펴보자. 그간의 남북문화재교류 협
과 활용이란 측면이 매우 중요해졌다. 평
력에서 가장 큰 한계를 꼽는다면 사업이 지속성과 안정성을
소에는 무심히 지나쳤으나 하루아침에 불
가지지 못하고 남북 간 정세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점이라
타버린 숭례문 앞에서 온 국민이 막막해
할 것이다.
했던 것처럼 민족문화재는 한반도 전체
분단상황에서 남북 민간교류가 정세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
에 걸쳐 존재하면서 우리의 역사적 감성
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으나 남북문화재교류 협력은 그 성
을 채워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들을
격상 일정한 예외조치를 통해 교류의 지속성을 확보할 필요성
적극적으로 복원·활용하면 남북 모두의
이 절실한 분야다.
관광산업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 쇄신, 문
즉, 북한의 경제난으로 보호·보존 조치가 미비해 다수 문화
화융성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재가 훼손·멸실 위기에 처해 있고, 주요 문화재의 국외 유출
우선 북한 소재 문화재들의 보존 관리
이 빈번히 확인되는 상황에서 남북문화재교류가 중단되면 우
를 지원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리 민족 공동의 재산이 축소·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
촉진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민족문화의
문이다.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북한 소재 문
특히 문화재의 경우 한 번 손실되면 영원히 원상회복이 불
화재 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
가능하므로 보호관리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은 고구려 고분군(2004)과 개성역사지구
6·25전쟁 중에도 경주지역에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계속되
(2013) 두 건 뿐이나, 남측의 앞선 문화
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교전 중에도 폭격
외교 역량으로 총력 지원한다면 북한 소
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존재한 것이다. 특히 문화재 발굴조
재 문화재의 유네스코 등재를 크게 촉진
사는 필연적으로 훼손을 동반하게 되므로 가능한 한 최단기간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곧
내에 조사를 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2007년 시작된 개성만
국제적 관광자원으로 공인하는 것을 의미
월대남북공동발굴조사는 남북관계 악화로 발굴을 진행하다
하므로, 북한 소재 문화재의 세계유산 등
중단되었는데 이는 통조림 깡통을 딴 채로 방치해놓은 것과
재 진척은 관광수입을 확대해 북한 경제
같다고 할 수 있다. 통조림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문화재는 한
재건에 기여함과 동시에 남북 연계관광을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통한 한반도 차원의 관광상품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숭례문이 불타버려 온 국민이 아연해하고
또한 북한의 고구려·고려 문화자원과 남한의 관광개발 노하
있던 2007년 초, 북한 측이 숭례문 복원
우를 결합한다면 문화관광이 강조되는 세계 관광 트렌드에 부
에 사용할 금강산 소나무를 제공하겠다는
합하는 관광상품을 활성화할 수 있다. 문화재는 원형이 과학
의사를 밝혔던 바 있다. 이후 남북관계가
적으로 규명되고 보존되어야 원본으로서 가치가 확보되고, 문
악화되어 이 제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화적 가치가 클수록 관광자원으로서 가치 또한 높아진다. 이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과
때문에 복원된 문화유적에서는 원형 못지않은 기품이 느껴져
거에 궁궐 건축에 사용될 목재들을 뗏목
야 한다. 남북 간의 문화재교류 협력은 문화재 보존과 관광자
으로 운송했던 것은 운송 수단의 문제도
원 활용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분야에서, 그간 남한에
있었지만 목재가 바닷물에 잠겨 이송되는
서의 성공·실패 사례를 함께 연구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기간에 배추가 소금물에 절여지는 것처럼
모색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목재 내부의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서였다 고 한다. 금강산의 금강송이 전통적인 방
대북제재 중에도 고구려 고분 북·일 공동조사 진행한 일본
식대로 뗏목으로 묶여 동해 바다로 이송
마지막으로 남북문화재교류 협력을 통한 남북 간 역사인식
되어 이후 적절한 건조 과정을 거쳐 숭례
차이의 극복과 주변국 역사왜곡에 대한 공동대처 기반 조성
문 복원에 사용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을 들 수 있다. 남북 분단으로 쌍방의 역사고고학자들이 상대
부실복원 소동도 없었을 것이며, 이후 남
방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함으로써 그간의
북문화재교류 협력에서도 든든한 버팀목
민족사 연구에 공백과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북문
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화재교류 협력을 활성화해 기존 민족사 연구의 공백을 보완하
남북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
는 한편 남북 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적대성을 완화해
북 간 정치·군사적 정세가 안정되어야 하
나갈 수 있다.
지만, 민간교류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아울러 남북 간의 문화재 공동연구 심화는 중국의 ‘동북공정’,
긴장관계를 푸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
‘장백산문화론’, ‘청사(淸史)공정’ 일본의 역사왜곡 등에 대해
다. 남북문화재교류 협력은 문화재 자체
남북 공동대응의 체계적 기반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가 가지고 있는, 지루하고 고답적이나 민
것이다.
족적이고 우아한 특성으로 인해 남북관계
현재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지속하
에서 봄을 불러와야 할 현시점에 그 역할
고 있고 일본의 역사왜곡 역시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고 있다. 남북문화재교류 협력이 중단되어온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의 경제난으로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군 발굴조사, 발해 유적 발굴조사 등에서 북중 공동조사가 진행되었고, 대북제재 중인 일본 정부도 고구려 고분 북일 공동조사는 허가하여 이 미 수차례 진행된 바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 소재 문화 재에 대한 북중 공동조사, 북일 공동조사를 남북 간 교류협력 으로 방향을 전환해 중국·일본의 역사왜곡에 좀더 위력적·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신준영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말』기자와 월간 『민족21』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으로서 개성만월대남북 공동발굴조사, 평양 고구려 고분 남북공동조사 보존사 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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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PECIAL
특집 | 남북교류협력,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남북체육교류는
‘통일 대박’의 마중물이다 안의근 JTBC 보도국 스포츠문화부 기자
2013년 7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북한 여자 대표팀은 2승 1 무로 우승컵을 안았다. 북한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건 다름 아닌 한국 여자 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2대 1로 이김으로써 우승컵이 일본이 아닌 북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중국전을 끝낸 뒤 경기장에서 마지막 한일전을 지켜보던 북한 선수들은 한국이 일본에 승리하자 한국 선수들과 얼싸안았고 남북 선수들은 서로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남북관계가 어려움을 겪던 그 시간에도 운동장 에서는 작은 통일이 이뤄졌다. 당시 한국팀 사령관은 윤덕여 감독이었고 북한은 김광민 감독. 두 감독은 1990년 서울과 평양에서 통일 축구를 했던 멤버들이었다. 김광민 감독은 경기 후 “윤 감독 과는 선수 시절 서로 같은 경기장에서 함께 달렸다”며 반가워했다. 통일 축구와 탁구 단일팀으로 첫 결실 남북체육교류는 남북관계의 흐름과 맥을 같이했다.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 때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나 서울올림픽 공동 개최를 놓고 체육회담이 열 렸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체육교류가 첫 결실을 맺은 건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남북은 베이징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체육회담을 열었고 서울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통일축구라는 옥동자를 안 아본 남북은 곧 영화 〈코리아〉의 배경이 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 일팀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단일팀은 성적도 좋았다. 짧은 합동훈련 기간에도 불구하고 남북 국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선 단일팀은 18년 만에 여자 단체전 우승이 라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우승을 이끈 주역이 바로 남측의 현정화 선수와 북측 의 리분희 선수. 32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02 01 2013년 7월 열렸던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남북대결 02 영화 <코리아>의 배경이 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 권대회에서 남측의 현정화 선수와 북측의 리분희 선수 가 한반도기를 가슴에 달고 함께 경기하고 있다. 03 201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큰 화제를 모았 던 북한 여자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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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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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축구 단일팀 역시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는 남북공동입장이 성사됐다. 남측 농구
1대 0으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8강전에서 브라질
선수 정은순과 북측 박정철 유도감독이
에 패했지만 남북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좋은 성적을 낸 건 한
나란히 한반도기의 기수가 돼 선수단 맨
민족 구성원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
앞에 섰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올림픽 역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체육교류는 김영삼 정부 들어 북한 핵
사의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히고 있
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수면 아래로 다
다. 남북공동입장은 이후에도 2002년 부
시 가라앉았다.
산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그 후 남북체육교류가 재개된 건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등 노무현 정
김대중 정부 때다. 1999년 8월과 9월 평양에서 남북노동자축
부 때까지 아홉 차례나 이어졌다.
구대회와 통일농구대회가 첫 물꼬를 텄다. 이듬해 2000년 첫
한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그해 가을에 열린 시드니올림픽 때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파견된 북한 33
미녀 응원단은 남북체육교류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검은색 치마에 흰색 저고리를 입고 경기장에서 ‘조국! 통일!’ 을 외친 북한 미녀 응원단은 남한 사회에 큰 센세이션을 일 으켰다. 된서리 맞은 체육 교류, 새로운 전기 맞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조정기에 들어갔고 체육교류도 다시 급속도로 위축됐다. 2007년 10·4정상선언에서 남북은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공동응원단 육로 파견에 합의했지만 정 권이 바뀌자 현실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베이징올림픽 공동응 원은 물론 그동안 국제대회 때마다 이어온 선수단 공동입장마
북한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을 찾은 김정은 제1위원장. 북한 의 장웅 IOC 위원은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을 평창올림픽 때 대회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 무산됐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까지 남북관계는 본격 적인 해빙기를 맞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연속된 핵실험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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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 발사, 개성공단 사태 등으로 남북 간 대치 국면은 전환되
일축구대회가 남북 간 새로운 화해와 협
지 못했고 체육교류 역시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다. 그렇다고
력의 시대를 여는 물결이 됐듯 이 시대 경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아시
평 축구가 다시 한 번 부활한다면 한반도
안컵 축구대회에 북한이 여자 대표팀을 파견했고 지난해 9월
새로운 협력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이벤
에는 우리 역도선수들이 평양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트가 될 것이다.
도 했다. 우리 선수들이 북한 땅을 다시 밟은 건 5년 만이었다.
올해는 2월 소치동계올림픽과 6월 브라
2014년에도 남북체육교류에 다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2월
질월드컵, 9월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굵
6일 통일부는 새해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
직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한 해 내내 이
스 기조에 맞춰 사회, 문화, 체육 분야의 교류를 강화해 남북
어진다. 북한이 12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간 비정치적 분야의 신뢰를 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북
불참하면서 러시아 소치에서 남북 간 체
한 핵문제와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5·24조치에 막힌 남북관
육교류를 논의하기는 어렵게 됐다. 브라
계를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아 정상화
질월드컵 역시 북한이 예선 탈락하며 체
하겠다는 구상이다.
육 교류의 계기로 삼기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유로아시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평양
그러나 계기는 만들면 되며, 9월 인천아
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산가족상봉과 경평 축
시안게임에서 남북체육교류가 새로운 전
구 개최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경평 축구는 일제강점기 고난의
기를 맞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
시절 서울의 경성중학과 평양의 숭실학교가 주축이 돼 서울팀
한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월 “아시아경기
과 평양팀이 벌인 한반도 최고의 스포츠 제전이었다.
대회 축구 경기에 남녀 축구팀들이 모두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정부와 협의해 경평 축구의 부활을 추
참가한다”라고 보도했다. 축구팀만 참가
진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1990년대 남북통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천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아시안게임 때는 어떤 식으로든 남북체육교류가 다시 새로운
내년은 남북통일축구가 서울과 평양에서
이정표를 쓸 가능성이 크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아
열린 지 스물다섯돌이 되는 해다. 이제 남
직은 조심스럽지만 단일팀 구성과 북한팀 물품 지원, 북한 응
북체육교류나 사회문화교류도 질적으로
원단 유치 등 여러 부분에서 북한 참가를 전제로 준비를 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단발
두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참가한다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적인 행사보다는 경평 축구 교환 행사나
(OCA) 45개 회원국 전원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남북관계의
교향악단의 상호 방문과 같이 정기적으로
획기적 진전을 가져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
남북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될 수 있는
직위원회로서는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이벤트로 정착해야 한다. 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실은 배가 남포항을 출발해 인천항
만 이 같은 행사를 남북이, 아니면 특정
에 닻을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
정치세력이 정치적인 선전의 장으로 이
면 한반도 화해 협력의 숨결은 다시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이다.
용하려 든다면 민족적 공감대도 이끌어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체육교류의 물결이 다시 일어
낼 수 없고 오래갈 수도 없다.
나고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까지 그 물결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한여름을 뜨겁게 달군 동아시안
이 정부 임기 말에 개최되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는 선수단
컵 축구대회는 긴장된 정세 속에서도 남
공동입장은 물론 공동개최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다.
북이 어렵게 성사시킨 중요한 행사였다.
때마침 지난해 9월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원산의 마식령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북한 선
키장을 평창올림픽 때 대회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수들은 경찰과 정보기관의 철통같은 경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4년이 남은 만큼 전혀
호 속에서 운동장에서 경기만 치르고 갔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다. 남북응원단이 한데 어우러지고 한자
꼭 큰 스포츠 이벤트만이 남북 체육 교류의 대상이 되는 건 아
리에서 민족적 동질성을 재확인할 기회
니다. 한선교 프로농구연맹(KBL) 총재는 지난해 북한 남자농
가 없다 보니 이벤트는 반쪽짜리 행사가
구 대표팀을 초청해 통일농구대잔치를 치르겠다고 했지만 성
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이 목청껏 서로 응
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세만 뒷받침된다면 올해 통일농구대
원하고 한민족임을 눈과 귀로 느낄 수 있
회가 15년 만에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는 온전한 체육교류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그
남북 체육 교류 통해 새로운 ‘신뢰’ 쌓아가자
때가 되면 전쟁을 겪은 나이든 세대도, 통
새해 들어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4년 만의 이산가족 상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젊은 세대도 진정
봉에 합의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체제
‘한반도 통일 대박’의 기운을 느낄 수 있
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빠른 시간 내에 민족의 동질성을
지 않을까.
높이고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남북 체육 교류 다. 하지만 과거 남이든 북이든 일방적인 체제 선전에 이용하 고 상대 이벤트를 훼방할 목적으로 추진한 체육교류는 다 같 이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 속에서 남북 이 진정성을 갖고 추진한 체육교류만이 결국 실행에 옮겨졌고 민족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안의근은 서울대학교에서 북한의 경제특구를 주제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JTBC에서 통일부·외 교부 출입기자를 거쳐 스포츠문화부에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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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대화
통일대박론과 통일논의
진보와 보수 묶어 진정한 통일역량으로 결집하자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히면서 통일담론 이 되살아났다. 통일 부담론·회의론·기피론 등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 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편 것은 의도가 어디에 있든 매우 고무적이다. 통일이 가져올 편익을 열거하면서 통일지향적 대북정책을 펴겠다는데 이를 반대할 국민 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분단이 장기 지속되면서 분단모순을 당연시하고 많은 분단 비용을 치르면서도 통일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계기로 통일 미래세대가 통일문제를 더는 기피하지 않고 자기 이익, 민족 이익과 관련지어 좀더 적극적으로 통일문제에 임하는 전기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 통일대박론의 두 가지 함의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한편으로는 분단의 평화적 관 리정책을 넘어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통해서 통일을 조기에 달 성하고 통일의 편익을 누리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다 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서 통일 준비를 서 둘러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나라가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 어가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점차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일에서 찾자는 주장이다. 36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지난 2월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 의 집에서 열린 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 세번째)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악 수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가설에 근거한 통일대박론이라면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에 대비하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국정원장이 주장했다 는 ‘2015년 통일론’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통일이 도둑같이 찾아온다’는 주장 모 두 북한 급변사태론에 근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통일대박론을 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안보담당 정부 관료 중 일부는 급변사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듯 하다. 어떻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과 점진적 평화통일 등 다양한 가능 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 히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일비용과 혼란을 우려해서 피하지 말 고 적극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면 ‘대박’, 즉 큰 편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적극 적으로 통일을 추진하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흡수통일 배제원칙과 북한체제 붕괴 불원의 대 북원칙을 천명하고 남과 북 사이의 ‘햇볕론’에 입각해서 화해협력·공존공영정책을 추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실질적으로 는 ‘기다리는 전략’을 내놓고 흡수통일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10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압정책 5년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에 기초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 령은 대선과정에서 유화와 강경 사이에 균형을 잡아 대북정책을 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놓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추 진과정은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가 동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 성을 배제하지 않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점 진적·단계적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 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서 화해협력 → 남북연합 → 1민족 1 국가의 통일국가 완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적극적 개입’으로 방향 전환해야 | 통일대박론을 실현하려면 첫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기다리는 정책에서 적극적 개입을 통한 북한 변화 전략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의 뇌졸중 이후 북한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북 한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마무리하고 장성택을 숙청하는 등 김정은 친 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장성택 숙청 이후 다시 급변사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급 변사태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을 추진할 경우 남북관계 복원은 어려울 것이다. 설령 김 정은 정권이 무너진다고 해도 군부 등 대체 세력이 정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체제와 37
국가가 소멸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극적 개입을 통해 북한 사회주의 체제 변화를 추동할 시민사 회가 확장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선핵폐기론’ 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폈던 ‘전략적 인내’정책과 함께 기다리는 정 책은 북한 핵능력의 향상을 방치하는 결정 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이 붕괴되 면 핵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논리 로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지만 북한은
이제 통일대박론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묶어 통일역량을 결집시 킬 수 있는 좋은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우 리에게 있어 통일은 블루오션(BLUE OCEAN)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자유청년연맹의 통일 홍보 캠페인
붕괴되지 않았고 핵능력만 향상되는 부작 용을 초래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고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완전한 폐기로 가 기 전에 중간단계로 핵능력 고도화 차단을 언급한 것은 선핵폐기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선 핵동결·통제 후 핵폐기’ 수순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 능력 향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통일대박론을 실현하려면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통일정책을 적극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화해협력 → 남북연 합 → 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 완성을 점진적이고 단계별로 이룩하는 것이다. 급변사태 가 능성은 늘 상수로 놓고 대비해야 하지만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비한 통일노력 을 지속해야 한다. 중간단계로 남북 경제연합을 실현한다면 이 또한 ‘대박’이기 때문이다. | ‘급변사태’ 겨냥이면 ‘쪽박’ 반론도 | 올해 우리 민족은 분단 70년을 맞는다. 두 세대가 지나도록 통일을 이루지 못한 데는 남북 간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심화, 북한의 유일체제에 입각한 3대 세습체제 구 축,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제환경, 우리 사회 내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신뢰프로 세스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지지 등 주변 국가들이 대체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다보스 포럼’에서 “동북아의 성장동력을 제 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높고,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 국가 모두에게 대 38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박이라면 통일에 관한 대외적 환경은 우호적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 회 내부에서는 대북정책과 통일문제와 관련해서 여전히 남남갈등이 있다. 통일대박론에 따라 북한 급변사태를 겨냥한 급속한 통일을 추진할 경우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라 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고 하더라도 중국 등 강대국이 개입하여 통일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설령 북한이 붕괴되고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뤄질 경우라도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통일대박론에 맞서 김대중 정부가 표방했던 ‘흡수통일 배제원칙’을 다시 들고 나왔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나서 흡수통일이 가능하 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인위적으로 흡수통일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흡수통일 배제원칙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 ‘종북프레임’에서 통일담론 선점 |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진적 합의통일 36.1%, 북한 급변사태 후 남한에 의한 흡 수통일 31.9%로, 우리 국민은 남북 간 ‘합의에 의한 통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서도 합의통일 못지않게 높게 보고 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 한 체제 위기 심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정권 불안정 심화,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 등을 목격한 우리 국민 중에는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여전히 높 게 보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주장에 대해 국민 62.7%가 공 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가 1월 25~26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서 응답자 25.4%는 ‘박 대통령 발언에 매우 공감한다’고 했고, 37.3%는 ‘어느 정도 공감한 다’고 했다(조선일보 2014년 2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조선일보가 연초부 터 추진하고 있는 ‘통일이 미래다’라는 기획연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통일논 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보수언론에서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던 통일담론을 주도하는 데는 네거티브 공세인 ‘종북 프레임’이 더는 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수진영은 ‘안보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으로 재미를 봤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보수진영이 계속해서 네거티브 전략으로 정세를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진보진영의 담론인 통일담론을 선점하여 담론을 주도하는지도 모른다. 의도가 어디에 있던 통일대박론은 진보진영과 보 수진영을 묶어 통일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좋은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필요 가 있다. 왜냐하면 통일은 우리에게 블루오션(Blue Ocean)이기 때문이다.
고유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운영위원, 통일부 정책자 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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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대화
통일대박론과 통일논의
‘통일대박’의 실현, 국민공감대를 넓히며 대북 관여정책 추진해야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연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통일대박’ 발언으로 한반도 통일이 희 망이고 미래라는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 예를 들어 중국의 동북3성(省)에도 투자가 활성화되고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에도 투자가 연계됨으 로써 주변국들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급작스러운 남북통일 과정 에서 북한 주민의 이탈과 북한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자금수혈 필요성 등으로 한국은 물론 주 변국에까지 상당한 경제적 부담, 즉 막대한 ‘통일비용’을 유발 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언급으 로 해석됐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남북통일이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기는커녕 한반도 주변에 대대적이고 연쇄적인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매혹적인 ‘사업’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제시했다. 이러한 전망은 박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 아 대통령과 2013년 정상회담을 거치며 윤곽이 잡힌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남북통일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다 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주변 4대 강국 지도자들에 게 통일이 그들 국가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 통일의 실현, 현실에 입각한 철저한 준비로 가능 | 통일정책은 ‘불확실성하의 동태적 연립방정식(dynamic simultaneous equation with uncertainty)’을 푸는 정도로 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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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다보스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 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개막연설 을 마친 뒤 클라우스 슈밥(WEF)회장과 대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통일 대박론’을 여러 차례 강 조한 바 있다.
해하다. 실제 현실에서 통일시점과 통일방식에서는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이 표출될 것이 다. 통일대박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현실에서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론만 활성화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통일대박론은 1945년 해방부터 내년까지 분단 70년에 이르면서 누적된 국민의 통일 무관심을 제고하고 점차 고착되는 분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책을 마 련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붕괴하는 흡수통일 시나리오만 전제로 한다면 통일대 박론은 로또 복권과 같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분단이 남북 내부의 자의적 결정이기도 하 지만 강대국 냉전의 산물인 만큼 한반도 통일은 주변 4대 강국의 국제정치가 매우 복잡하 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통일은 동서독의 경우와 같이 분단의 장벽이 일순간에 붕괴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통일의 유형은 통일의 주체, 속도, 방식에 따라 상향식과 하향식, 점진적, 급진적, 과도기형 및 평화와 무력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통일 과정을 시간과 절차적 개념으로 분석하면 ‘사실상의 통일(de-facto reunification)’과 ‘법률·제도적 통일(juridical reunification)’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상 통일은 국민이 중 국 등 외국에 방문할 때 비자를 받아서 입국하는 형식으로 북한도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 로 방문하는 형식으로 교류협력이 충분히 진행되는 경우다. 현재 중국과 타이완의 인적· 물적 교류관계를 상정할 수 있다. 사실상 여행과 투자의 자유가 보장되는 수준이나 정치 적으로 초보적인 통합단계다. 반면 법적·제도적 통일은 유엔에 단일국가로 가입하는 경 우다. 하나의 정부, 하나의 체제를 전제로 하는 완전한 통일로 국제적 공인을 받는 경우다. 한반도 통일조약 등 1990년 동서독 통일조약과 같이 상당한 수준의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 다. 서독이 다년간의 동방정책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는 ‘기회의 창 문(window of opportunity)’을 포착한 외교력을 우리 정부도 적기에 발휘할 수 있도록 국 력을 키우고 준비해야 한다. | 국민 공감대 바탕 된 통일 논의 필요 | 통일은 추진 주체적 차원에서 또한 재정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주체적 측면에서는 국내, 남북관계, 국제사회라는 3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국 내 정치 및 경제적으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재정적 차원에서 통일세의 징수 등을 통해 2,500여 만 명인 북한 주민의 의식주를 초보 수준에서 부담할 경제력이 확보되 어야 한다. 통일비용은 단기간에 투입되고 통일편익은 중장기적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국 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통일비용과 편익도 국민연금제도와 같이 재원조성과 지출 간 에 시차(time lag)가 존재한다. 재원 부담 주체와 수익자가 상이할 가능성이 크다. 통일비 용은 위기관리비용, 제도통합비용, 경제적 투자비용으로 구성된다. 통일비용은 통일에 따 라 우리가 지불하는 총비용(total cost)이 아니라 통일로 발생하는 총편익(total benefit)을 제외한 순비용(net cost)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통일비용 이외에 통일에 따른 편익 추정 41
도 중요한 과제다. 통일편익은 경제적 편익과 비경
통일은
제적 편익으로 구분된다. 경제적 편익은 분단유지
추진 주체적 차원에서
비용의 해소 및 경제통합의 편익이 있다. 분단유지 비용이란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기 때문에 지출하는
또한 재정적 차원에서
비용으로 국방예산 절감액 등이 포함된다. 비경제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적 편익이란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나 북한 주민의
필요하다.
인권신장 그리고 통일한국이 가져다주는 국제사회
주체적 측면에서는
에서의 위상 제고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어 그로 인 한 국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 전쟁 위험의 해소에 따
국내, 남북관계,
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인한 외국인 투자 증
국제사회라는 3차원에서
가, 국가 위험도 감소 효과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진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경제협력의 증가로 개성공단 등에서 북한 인력의 고용 증가, 관광자원의 활용, 지하자원개발 을 통한 해외자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남북연결 교 통 인프라의 개발에 따른 물류비 절감효과 등의 편 익도 포함된다. 국내적으로는 통일대박론의 필요성과 절박성이 국민 정서에 부합되어야 한다. 여야를 비 롯한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이견이 심하다면 내부 갈등조정이 우선되어야 정책을 체계적 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통일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통일에는 막대한 재원이필요한 만큼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주변국이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 설 립과 같은 재원조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 차원에서 교류협력 등 소통 을 통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동서독은 냉전이 극심하던 1950년대 중반부터 교회를 통한 주민 간 소통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 ‘자유를 산다’는 의미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를 통해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데려올 목적으로 현금과 현물을 동독 측에 제공 한 바 있다. 당시 동서독은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은 채 교회, 변호사 등 민간을 앞세워 이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계속된 이 방식을 통해 서독은 3만 3,755명 을 송환한 대가로 34억 6,400만 마르크 상당의 현물을 동독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독의 방송 등이 이 사실을 보도했을 때 서독 정부는 인도적 사업의 존속과 언론 보도의 자유 중에서 선택하라고 통보했다. 결국 서독의 언론은 정치범을 송환하기 위해서 비보도 원칙을 지켰다. 국민의 알권리보다 정치범의 송환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적 합의가 단기적으로는 정치범 송환을 가져왔고 결국 동서독 통일을 이루어냈다. 동 서독 통일은 이러한 물밑 소통이 있어 가능했다.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주민 간의 적 대감과 이질감을 해소하는 노력은 통일 전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나 통일 후 후유증을 최 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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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 중요 | 마지막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동북아의 요충지로, 주변국들에는 세력균형이 중요하다. 헬무트 콜 수상 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 소련에서 인간의 탈을 쓴 마지막 로맨티스트 사회주의자 고르 바초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콜 수상은 30억 마르크를 제시하며 붕괴는 역사의 순리라며 무력진압 중지를 요청한다. 겐셔 외무장관은 파리에서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을, 런던에 서는 대처 영국 수상과 회담하며 동서독 통일조약의 서명을 강력히 요청한다. 양국의 반대 는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서독은 수십 장의 각서를 제시하며 경제력과 외교력으로 이를 극 복했다. 우리도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4강 외교를 통해 한반도 통일이 그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나 나진-하산 물류사업과 같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북한의 변화를 위한 환경조성 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과 같이 이제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 하다. 우선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 (embracement policy)’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과 경제현실에 우리 입김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체계적이지만 조용하게 자유의 바람이 들어가도록 북한 내부에 개입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정보활동도 불가피하다. 남북교류협력을 통하여 통일경제의 물질적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인적·물적 교류를 통하여 북한 주민 들이 자본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산림녹화와 협동 농장 지원 등 식량증산 정책도 필요하다. 러시아의 가스파이프 라인이 북한을 통과하는 사 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폐쇄적인 영토에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주입하여 인민들 의 생존도 확보하면서 주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평양과 원산 그리고 신의주 등의 시장바닥에서부터 남측의 물자와 정보가 유통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이 물자와 정보 가 서울에서 왔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 사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막대한 예 산도 소요된다. 특히 은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서울의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면 대대적인 단 속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정보의 수준이 임계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공론화하지 말아야 한다. 단임 5년의 정권을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한 사람의 희망은 꿈으로 끝나지만 모든 사람의 희망은 현실이 되듯이 전체 국민의 지 혜를 모으고 참여하는 노력만이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남성욱은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미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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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남북 신뢰 형성의 시작,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미국 정보기관들의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지난 1월 29 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장하고 플루토늄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이 두 차례 외부에 공개했던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배치를 위한 초기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증언했다. 또한 북한이 핵물질과 기술이전을 금지 한 9·19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핵기술을 다시 외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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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지난 해 9월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한국, 북한, 중국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자회담 10주년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
의가 시작되더라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가 발간하는 『38
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년 4월 헌법전문에 ‘핵무
North』에 따르면, 영변지역의 연료제조공장에서
기 보유국’을 명시한 데 이어, 작년 3월 ‘경제-핵무
5MW 원자로용으로 추정되는 연료봉 제조가 시작
력 건설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국가전략으로
됐으며,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실험용 경수
내걸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능력
로용의 연료제조공장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보
은 단순히 핵분열물질을 생산한 단계를 넘어 이미
고서는 이미 북한이 5MW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으
세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하고 장거리탄도미사일 발
며 2014년 상반기까지는 경수로 시험로가 가동될
사능력까지 갖추었으며, 핵지휘통제체제인 전략로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최
켓사령부까지 창설해놓은 상태이다.
근에는 북한이 함북 길주의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실시된 북한의 3차 핵
위한 갱도 건설을 마쳐, 언제라도 추가 핵실험을 할
실험 때문에,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 6자회담의 재개 문제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북한의 핵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핵전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대
력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유엔안
북 확장억제력 전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
보리 결의 2094호를 통해 한층 강화된 대북 제재를
으나,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개성공단 폐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
와 핵전쟁 불사론으로 맞섰다.
자회담은 2008년 12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끝
2013년 3~4월 독수리 한미군사연습이 한창이던 4
으로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5년 넘게 개최되지
월 12일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은 동력을 거의 소진한 채 재개
관은 회담을 갖고 ‘한미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발표
조건을 둘러싼 참가국들 간의 이견으로 언제 회담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언급하였다. 한미 양
이 열릴지 전망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국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2005년 6자회
설령 6자회담이 재개되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
담 내용을 실행할 것”이라며, “국제적인 의무의 준 45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실시 이후 고조되었던 한반도의
중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6자회담을
군사적 긴장은 5월 들어 점차 완화되고, 한미 정상
재개하기 위한 사전조치의 문턱을
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6자회담 재개를
다소 낮추는 대신,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탐색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런 가운데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중국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라는 약속을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6자회담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복귀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6자회담 재개 조건을
“한반도에서 어떠한 혼란이나 전쟁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놓고 북한과 한·미·일 3국이 이견을 보이는 가운
말하며 즉답을 피하였다. 하지만 중국도 지금처럼 북한
데,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핵문제를 장기간 방치할 수도 없는 만큼 조만간 미중이 타협안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조건을 둘러싼 각국의 이견 2013년 6월 19일 조태용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스 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개최 하였다. 3국 대표들은 북한의 고위급 미북 회담 제 안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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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 함께 약속이행”을 주문하였다. 이 공동성명에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2·29합의’보다 강화된 북한
서 9·19공동성명의 실행을 언급함으로써 한반도
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하였다.
평화체제와 미북 수교,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같은
미북 양국은 6자회담의 재개조건을 사전 조율하기
대북 안전보장 방안을 재확인하였다. 이명박 정부
위하여 스위스 제네바와 베를린에서 2트랙 차원의
때는 ‘비핵·개방·3000구상’에 따른 ‘선 비핵화’를
접촉을 했다. 또 추석 연휴기간인 9월 18~19일 중
북한에 요구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9·19공동성명
국의 주선으로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의 반
에 따른 핵포기-안전보장의 등가교환을 제시한 것
민반관 회의가 열렸다. 베이징 접촉 직후인 9월 19
이다.
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하지만 북한은 9·19공동성명의 내용에 만족하지
회담했으나,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둘러싼 양국의
않는 모양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한미 외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다.
교부장관 공동성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비핵화
10월 3일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일 2+2 외교국방
를 전 세계의 비핵화와 연계하면서 다음 세 가지를
장관회담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폐
제시하였다. 첫째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철회
기를 시작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및 한국의 반북 모략소동의 중지, 둘째로 핵전쟁연
불가침협정의 체결을 북한에 제의하였다. 이것은
습의 중단을 세계 앞에 정식으로 보장, 셋째로 한국
미국의 『2010 핵태세 보고서』에서 북한을 선제 핵
과 주변지역에 끌어들인 핵전쟁수단들의 전면 철수
공격 대상으로 남겨놓은 것이 9·19공동성명에 배
및 재투입 시도 단념 등이다.
치된다는 북측의 항의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했으나, 그 뒤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을 재개하기 위한 타협점을 만들지 못한 채, 중국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10월 12일 국방위원
절충점을 찾기 위한 중재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 정책국은 성명을 통해 케리 국무장관의 ‘불가침
그런데 이번에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의 중재안을
협정’ 제안을 비판하며 ‘선 핵무기 포기, 후 불가침’
받아들여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사전조치의 문
주장의 철회, 봉쇄조치와 군사적 압박공세 등 대북
턱을 다소 낮추는 대신,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적대시 정책의 철회, 대북 제재의 해제와 대북 핵위
않을 경우에는 “중국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해야
협의 완전한 청산 등을 주장하였다.
한다”라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혼란이
대표는 작년 10월 말 미국을 방문해 6자회담의 재개
나 전쟁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즉답을 피
조건과 새로운 7개항의 조정안을 놓고 글렌 데이비
하였다. 하지만 중국도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를 장
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협의를 벌였으며, 11월 초
기간 방치할 수도 없는 만큼 조만간 미중이 타협안
미국과의 협의를 토대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타
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협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회
현재 6자회담의 재개를 둘러싼 핵심쟁점은 현재처
담 재개’ 입장을 고수하여 중국의 타협안 마련은 좌
럼 북한이 김정은 시대의 국가노선으로 채택한 경
절되었다. 한·미·일 3국도 11월 6일 6자회담 수
제-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마당
석대표회담을 열고 기존의 사전조치 요구를 재확
에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인하였다.
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일 3국이 6자회담 의 재개조건을 놓고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이 유는 아무런 조건 없이 6자회담이 개최될 경우 ‘사
북미 접촉 시작으로 6자회담 재개 논의 본격화 예상
실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
2014년 들어서도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외교적 노
올 것이기 때문이다.
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존 케리 미국 국
향후 6자회담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재개될지 섣불
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양국 외교장관회담
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머지않아 미북 간의 접촉
을 열고 6자회담의 재개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협상
도 재개되어 6자회담의 재개논의가 본격화될 것으
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6자회담을 재개하
로 보인다. 최근 두 차례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이
기 위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핵 포기’를 약속
산가족상봉행사가 합의되는 등 남북 간의 ‘신뢰’가
하고 만약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
싹트기 시작했다는 점은 6자회담의 재개 전망을 어
이 추가제재에 나선다는 것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느 때보다 밝게 해준다. 이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것으로 알려졌다.
의 본격 가동과 함께 6자회담의 재개를 통한 ‘한반
그동안 한·미·일 3국이 북한에 요구한 6자회담 재
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착수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
개를 위한 사전조치의 내용은 6자회담의 목표가 한
화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반도 비핵화임을 재확인하고, 회담 중 핵무력 강화 조치를 중단하며, 회담이 재개되면 빠른 시일 안에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에 북한 은 ‘조건 없는 재개’를 내걸고 있다. 이처럼 6자회담
조성렬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나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국제안보실장, 기획실장을 지냈으며, 이 연구소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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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은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 남북농업협력으로 시작해야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알곡 생산을 달성하였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2년 연속 식량증산을 이룬 것이다. 이 덕택에 주민들의 식량사정도 상당히 좋아졌으며 시장의 곡물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도 2014년 북한의 식량수급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년 북한이 자체적으 로 공급할 수 있는 곡물은 503만 톤(정곡 기준)으로 최소소요량 537만 톤과는 불과 34만 톤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 정도 부족량이라면 북한이 상업적 수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을 감안하면 올해 북한 은 30만 톤 정도의 곡물을 수입하기만 하면 식량수급의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 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식량을 분배한다고 하더라도 개인 간 격차가 있기 때 문에 수급상 균형은 이룬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어려운 계층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는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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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올해 식량수급 상황 호전될 전망
장대회’를 개최하였다. 전국에서 1,000명이 넘는 분
식량증산에 자신을 얻은 북한은 금년 초부터 농업부
조장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성대한 대회를 개최한
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것이다. 이 행사는 북한 정권 출범 이후 처음 개최
정은은 신년사에서 농업부문을 경제건설과 인민 생
되는 것으로 올해 ‘사회주의농촌테제’ 발표 50주년
활향상을 위한 ‘주 타격’ 방향으로 삼고 농사에 모든
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도 동시에 가지고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곡물 생산
있다. 이 행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지도력
에만 그치지 않고 축산, 온실남새, 버섯재배까지 확
을 부각하고 이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인 목
대할 것을 요구하였다. 주민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
적이지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농업부문에 그만큼
해 단백질과 무기영양소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농업생산 증대를 위해 모든
내비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연초부터 농사에 필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
한 유기질 비료원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주민을 동
적도 있다.
원하고 있다. 가축분뇨는 물론이고 인분까지 수거하
김정은이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대회 참가자에게 보
고 있는 형편이다.
낸 서한(사회주의 농촌테제의 기치를 높이 들고 농
지난 2월 6~7일에는 평양에서 ‘전국 농업부문 분조
업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키자)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연합
지난 2월 3일 북한 전국농업부문 분조장대회 참가자들이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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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화학비료뿐만 아니라 유기질 비료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두 가지 형태의 비료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북한의 농업
문에서 필요한 물자의 일부분만 자체적으로 공급할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맨 먼저 북한은 농업
수 있을 뿐 상당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내
부문에서 사회주의체제를 후퇴할 생각이 전혀 없음
부의 물자 조달 능력을 확대하거나 외부로부터의 물
을 분명히 하였다.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집단영농
자 조달을 증대하려면 자본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 분배원칙대로 분조관
런데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
리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 과정에서 분조
하며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중관계도 원만치 않은
장의 책임성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분조장
상황이다.
은 책임성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분조를 관리하되 필
북한이 연초부터 우리에게 지속적인 유화 제스처를
요한 경우 분조 내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하여 생산
보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분조 사이
2월 5일에는 남북 대표단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의 경쟁을 유도하여 농업생산성을 증대하겠다는 것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하기로 합의하였
이 기본적인 농업정책 방향이다. 셋째, 농촌에 대한
다. 이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음에
국가의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업부문에
도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합의하였다는 것은
대한 국가의 투자를 늘리고 농사에 필요한 영농자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행동
의 공급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에서도 비료
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분명히 깔려 있다고 판
생산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있다. 또한 농촌지원을
단되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야 한
강화하는 한편 협동농장의 노동력과 영농설비를 다
다는 북한의 절박한 현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최
른 부문에 동원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계획도 포함
근까지 북한은 매년 상당한 규모의 무역적자를 지속
되어 있다. 넷째, 북한의 농업부문 개혁 가능성에 대
하면서도 외환수급의 균형은 이뤄왔으나 이제 이를
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나 분조 내 포전담당책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자칫 민생문
제의 성과를 내세운 것으로 보아 향후 이 제도의 확
제의 해결을 기치로 내세운 김정은 정권이 위기를
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맞을 판이다. 지난해 연말 장성택 일파의 숙청으로 북한 내부가 가뜩이나 뒤숭숭한데 경제적 어려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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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생산 증대, 자본 확보가 관건
지 가중될 경우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질 것이 분명
북한이 이 같은 농업방향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갖
하다. 신년사에서 내세운 여러 가지 개혁 시도도 물
추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요구되
거품이 될 수 있다.
는 부분은 자본의 확보다. 현재 북한의 재정 상태가
이러한 북한의 상황과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통일대
좋지 못한데다 외환 부족마저 겪고 있기 때문에 외
박’을 실현하려면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통
부에서 추가로 자본을 확보하지 않으면 농정계획을
일부는 2월 6일 대통령에게 ‘2014년 통일부 업무계
실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농업부
획’을 보고했다. 통일부는 ‘통일대박’을 실현하기 위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고 이를 위
셋째, 시범조림과 산림병충해 방제를 추진할 필요가
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중에서 북한 주민에
있다.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보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축산·산림협력을 추
전하는 순수한 환경보전 활동이기 때문에 남북의 정
진하고 이를 위한 국제 NGO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치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민간·연구기관 등 협업을 통한 평화통일 거
시범조림의 경우 조림 자체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버넌스를 구축한다는 내용은 의미가 크다. 농업부문
어렵다. 조림도 중요하지만 조림 이후 관리가 더욱
의 효과적인 남북협력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하다. 산림 황폐화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
사항을 제안코자 한다.
으면 조림한 나무를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시범조 림을 추진하려면 식량문제, 연료문제도 함께 해결해
식량보다 비료 지원이 우선
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우리 정부가 북한에 식량 또는 비료 지원을 검
넷째, 북한지역의 경사지 관리에 남북 협력이 필요
토할 경우 식량보다는 비료 지원을 우선 고려하는
하다. 현재 북한 산지의 30% 이상이 황폐화된 실정
것이 바람직하다. 식량지원은 아직까지 남북 사이
이다. 경사지 농사는 토양의 유실을 유발하고 이는
에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합의되
하천이나 호수가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함
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의 효과성을 둘러싸고 남남갈
과 동시에 자연재해를 유발한다. 식량문제가 해결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비료 지원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사지 농사를 중단하기는 쉽
분배의 투명성에 관한 갈등의 소지가 적으며, 북한
지 않다. 따라서 적절한 경사지 관리를 통해 식량부
의 농업개혁 조치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있
족 문제를 완화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
다. 다만 북한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화학
일 수 있다.
비료뿐만 아니라 유기질 비료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다섯째,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축
하기 때문에 두 가지 형태의 비료를 함께 지원할 수
산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축산분뇨의 과
있는 협력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잉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
둘째, 북한에 종자나 농기구 등 온실 및 농축산 자
며 북한은 유기질 비료원이 되는 축산분뇨를 확보해
재의 지원을 고려할 때는 단순한 물자의 지원보다는
야 할 실정이다. 남북 사이에 축산분뇨를 교환해 한
공동영농 시범사업과 같은 형태의 종합적인 농업협
반도 전체 토양양분의 균형을 이루면서 생태계를 보
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통일농업
전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 상생의 길로 이어진다. 이
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사이에 농업기술체계를
와 함께 가축 전염병 발생과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일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일차적으로 종자와
장치를 마련하고 축산물의 검역 및 위생관리를 위한
농기계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올해 신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남북한 축산분야의 발전과 축
년사에서 농업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산분야 교류를 위한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다.
‘주 타격’ 방향으로 삼고 농사에 모든 힘을 집결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 부문으로 과학적 영농방법을 적 극 받아들이며 축산, 온실채소 및 버섯 재배를 확대 할 것으로 강조했다. 농업협력은 물자, 기술, 인력 이 함께 교류되어야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태진은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 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 대북정책에 관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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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KBS 예능프로그램 <별친구> 제작한 HiCC 이용우 대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라면 통일도 멀진 않겠죠?” 염규현 민화협 정책홍보팀 부장
지난 1월 25일, 2월 1일 두 회에 걸쳐 방영된 KBS 예능프로그램 <별친구>는 기존 예능프로그램과는 다른 새로 운 시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빤한 얼굴’의 연예인들이 출연해 신변잡기를 늘어놓거나 개인기를 자랑하는 것 이 아닌, 남북의 청소년들이 만나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별친구>를 제작한 HICC 이용우 대표는 “즐겁고 유쾌해야 할 예능프로그램에 ‘분단’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 만, 남북청소년들의 만남을 통해 ‘화해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바로 그들이 통일 한반도 의 주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률만 생각했다면 솔직히 만들기 힘든 프 로그램이었어요. 예전에도 시청률 쪽박의 아픈 기억이 있거든요(웃음). 하지만 이런 작은 시도 가 쌓이다보면 누군가 저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 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이 쌓여 시청자들이 분 단과 통일을 한 번쯤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역시나 이번에도 시청 률은 별로였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감동 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고 해주셔서 보람을 느낍니다.” <별친구>는 그동안 남북문제를 다룬 프로그 램이 주로 이산가족 찾기, 북한이탈주민 토크 쇼 등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생각 한다면 파격적인 시도였다. 남한의 아역배우들 과 탈북 청소년의 만남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 온 것이다. 남북의 청소년들은 통일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궁금증을 물어보고, 또한 자신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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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만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아간다. 방송에서 탈북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탈북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시종 밝게 이야기하다가도 북한에 있는 가족 생각, 너무 힘들어 노숙자 생활을 해 야 했던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 숙연해지기도 했다. 때로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살 아왔던 차이로 인한 갈등도 보여줬다. 탈북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무시하거나 일방 적으로 불쌍하게만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시선을 서운하게 생각했고, 남한 아이 들 역시 탈북 청소년들의 ‘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학교에서 남한 아이들이 북한의 실태나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해 자세히 배우 지는 못하잖아요. 북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때문에 <별친구>에서 만난 남북 의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딱 그만큼 서로에게 털어놓은 것 이죠. 어떤 꾸밈이나 연출도 없이요. 그래서 어른들이 보기엔 자칫 ‘황당한’ 질문도 쏟아지고, 어쩌면 불편한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용우 대표는 그 모습을 최대한 솔직히 드러내 보였다. 듣기 불편하다고, 혹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북의 청소년 모두 ‘우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통해 본 통일 미래
KBS에서 18년 동안 예능피디로 근무한 이용우 대표는 ‘독특한 발상’, ‘새로운 시도’ 의 방송인으로 유명하다. 2000년 중국 청년 보챙과 독일 청년 브루노를 주인공으 로 한 <보챙과 부르노의 한국대장정>으로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 만 들기의 시초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다양한 시도로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화, 차별화에 앞장서 왔다. <캠퍼스 영상가요>, <비타민>, <여걸파이브>, <한국이 보인 다> 등 기존과는 다른 포맷으로 도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 기도 했다. 또한 그는 최초로 ‘북한이탈주민’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제가 아까 쪽박 경험이 있다고 했잖아요. 벌써 13년 전의 일인데, 탈북 청년의 한 국 적응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북한청년 동일섭>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동일섭의 남한 정착기를 담아 방영했죠. 지금 <1박 2일>의 ‘새피디’로 잘 알려진 최재형 피디가 야외촬영을 맡았죠. 하지만 역시나 시 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 역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것은 적어도 예능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구나.’ 그때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그 친구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는데, 잘살고 있겠죠?” 53
북한청년 ‘동일섭’과 6개월을 보내며, 이 대표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해 살아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하나부터 열 까지 북한 사회와는 전혀 다른 남한 사회의 높은 벽. 이 대표는 지금도 ‘강아지’ 사건을 잊 지 못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혼자 살기 적적해서 그랬는지 강아지를 하나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집에 가보니 강아지가 없더라고요. 어디 있냐고 하니 죽었다고 해요. 그래서 죽은 강아지 를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까, 대답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묻어버렸 다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처음에는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강아지 가 죽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어디에 묻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죠. 요령을 몰랐던 거예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죽은 강아지를 어디에 묻어야 하는지도 모를 만큼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한이탈주민, 극복 대상이 아닌 공감 대상 최근 연예인들의 자녀를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프로그램 하나가 인기를 얻자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용우 대표 는 ‘남의 틀’을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거부한 다. 모방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이 때문에 <별친구>의 주인공들도 15세 전후의 청소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여기엔 더 큰 뜻 도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통일을 맞게 될 주역, 통일 의 미래라는 점입니다.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 무도 모르지만, 결국 통일이 된 한반도의 미래를 살게 될 세대는 제가 아닌 지금의 청소년들이라 생각하거든 요. 그런데 정작 통일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통일문제 나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에 대해 너무 몰라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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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통일 미
는 프로그램 한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래의 주역인 청소년의 시각으로 남북 화합이나 통일을
강조한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계속 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이용우 대표에게 북한이탈주민은 모른 척하고 지나갈
비판받거나 지적받을 부분이 있으면 물론 받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이
아야 한다. 어쩌면 그 과정을 이어가는 것이
야기고, 함께 느끼고 공감해야 할 이야기다. 때문에 그
진정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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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호시우보의 마음으로 2005년 KBS에서 퇴사한 이후 프로덕션 HiCC를 설립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쾌함과 따뜻함이 함께 담겨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이용우 대표.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바라보는 이 대표의 시선에는 이미 또 다른 프로 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로 충만해 있다. 과거 <세계태권도
에서 서로 손을 잡아주는 친구가 된 것이
대장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태
다. 남한 아역 배우 김현수는 “처음엔 걱
권도대장정>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정도 많이 했는데 정말 친구같이 즐거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운동인 태권도를 가지고 남과 북
다. 다음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아
의 청년들이 만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
쉬워했고, 탈북 청소년 권동민은 “(남한
리 청년들이 북한의 명산을 다니며 북한 태권도 청년들
청소년) 다름이가 진짜 형처럼 잘해줘서
과 함께 수련하는 것이죠. 북한 청년들이 우리나라에 오
고마웠다. 북한 친구라고 차별하지 않아
는 방식도 좋고요. ‘남북 청년 태권도로 하나 되다!’ 최초
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남북 아
의 ‘남북 청년 리얼리티’가 되는 것이죠. 백두산에서 시
이들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이별을
작해 한라산으로 마무리되는 남북 태권도 순례. 멋지지
아쉬워했다.
않나요?”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 ‘통
<별친구>를 통해 2박 3일 짧은 만남을 한 남북의 아이들
일’이자 또한 ‘통일 파트너’이다. 이용우 대
은 어느덧 처음 만날 때의 어색함 대신 ‘친구’란 이름으
표는 민간차원의 남북사회문화교류의 활
로 하나가 되었다. 선입견으로 오해가 빚어졌던 첫 만남
성화와 더불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와 다르 지 않은 그들을 ‘다르지 않게’ 바라보고
다가가자는 이야기다. 남북의 아이들을 통해 다가올 통일의 미래를 그려낸 이용우 대표. 그들이 주인공이 될 통일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 회사의 올해 사훈이랄까요. 목표를 세운 것이 바로 호시우보(虎視牛步)입니다. 이는 남북관계, 나아가 통일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처럼 냉철 하게 앞을 바라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간다면 통일도 분명 이뤄지지 않을까 요. 급해서도 안 되고, 빈틈이 있어서도 안 되겠죠. 그런 멋진 통일을 위해 저도 제 위치에 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별친구>의 남북 청소년들이 함께 보낸 2박 3일은 통일을 위한 작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 른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시작이 모이고 모인다면 더 큰 만남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을까. 아이들과는 다른 ‘피눈물 나는’ 2박 3일을 보낸 이산가족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별친구>가 어서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55
통일교육·평화교육
북한이탈청소년 교육,
통일 미래 만드는 소중한 과정
곽종문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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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기근과 경제난으로 시작된 북한이탈주민들 의 북한사회 이탈 현상은 최근 외부정보의 유입으로 인한 체제불신과 생활개선에 대한 욕망 등 탈북 이유가 다양해지 면서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그동안은 경제난으로 북한을 탈출하였으며, 주로 중국 접경지역 출신들이 대부분이었으 나, 최근 들어서 출신지역의 분포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상 02
당수 가족과 서로 통신이 되는 등 이미 외부의 정보가 가족 들을 통해서도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온 북한이탈청소년은 대개 북한의 경제난이 심
01 2010년 여름 수원 매탄고등 학교 학생들이 한겨레중고등 학교 학생들의 방문을 환영 하고 있다. 02 2011년 인천새터민지원센터 가 진행한 사회적응 프로그 램에 참여한 탈북 청소년들
화된 시기에 태어나서 영·유아기를 보낸 세대로, 기근과 교육 시스템 등 사회 복지 체계의 와해, 가족의 해체 등으로 신체적·심리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해 가 갈수록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계속 늘면서 이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새 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해가며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는 많은 문제 점이 있다. 이와 함께 그 문제점들을 개개인이 극복하기에는 장벽이 너무나 높 아서 이 문제는 점차 국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 은 대부분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초기 적응 양상에 따라서 미래의 매우 큰 가능성과 심각한 국가 사 회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 북한이탈 어린이와 청소년의 초기 적응은 대단 히 중요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탈북학생지원, 교육복지와 점진적 통합교육으로 이들의 상당수는 어린이와 여성들로 사회 경제적 영향은 물론 후세대까지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북한이탈청소년이 남한 사회 에서 겪게 되는 정서적 어려움, 학교생활 적응의 어려움, 학습 적응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 탈북학생 교육은 기본적으로 남한 사회에서 민주시민으로 원만히 적응할 수 있 는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민주사회의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북한이라는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벗어나 민주사회에서 성장하는 탈북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갖고 남한 사회에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자존 감과 자신감을 진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와 욕 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활 능력을 길러주 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기초하여 탈북학생의 지원에는 교육복지의 관점과 적응단계별 점진적 통합교육의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교육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57
탈북학생들의 교육적 결핍으로써 기초학력 보충, 학교교육에 대한 적응을 지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초기 적응훈련 과정부터 정착지 일반 학교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관의 역할을 정립하고 지역사회 정착을 위하여 자치단체와 복지기관, 민간단체의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탈북학생의 남한 사회 적응을 위한 점진적 통합교육의 단계적 적용이 필 요하다. 정착지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는 통합교육을 근간으로 하되 맞춤형 분 리교육을 연계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는 정규학교와 학교 밖 교육 민 간 지원단체, 지역사회 복지기관이 상호 역할을 분담해 재학 학교를 중심으로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초기 적응교육 강화의 중요성
아울러 초기 적응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초기 교육기관의 교육목표와 역할로써 첫째, 초기 적응 교육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기초학력 진단, 사회적 응의 기본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초기 적응교육 기관은 학생생활기록부 생산, 기초 학력 진단, 학력 인정 그리고 학령에 따른 학교급 및 학년 배치 등 남한에서 학교교육을 받는 데 필 요한 기초적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셋째, 탈북학 03
생에 관한 기초자료 정보를 생산·축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초기 적응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착지에서 총체적인 혼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03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탈북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정착지 학교 전입학 절차 시에 북한 에서의 교육 경험, 제3국에서의 교육 정도, 연령과 본인의 의지, 무엇보다도 수 학능력과 가능성을 정확히 측정하여 학교급과 학년을 배정해야 한다. 이는 나 중에 본인의 진로와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히 해야 한다. 또한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파악하고 초기교육 이후 이에 대한 체계적·지속적 인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 적응단계에서 발육부진, 정신지체장애, 정서적 결핍 등 다양한 문제행동의 소지가 있는 청소년을 파악하여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넷째, 본인 및 가족 스스로가 교육적 자립과 판단, 그리고 교육문화에 적응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많은 공공기관과 민간단체의 교육지원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도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탈북학생들의 중도탈락을 예방하고 학교 적응을 지원하기 위하여 학교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일반 학교의 체계적인 적응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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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위하여 학교에서의 편입학 및 학년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탈북학생의 학력 을 인정하는 데는 연령을 중시하면서도 기초학습능력, 입국 전 학력, 본인의 의 사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무학년제를 적용해 학생의 학습능력과 연령을 고려하여 일정기간 유연하게 학년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탈북학생의 개인별 수 준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생활의 적 응을 위하여 심리안정, 기초학력 보충, 동기유발과 자긍심 함양, 진로적성 개발, 학부모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일반 학교에서는 탈북학생을 위한 방과 후 학교 특별반을 운영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학교와 사회 공동의 관심과 노력 필요하다 또한 탈북학생을 위한 맞춤형 학생지도 방안이 필요하다. 탈북학생들의 개인 적인 학습능력과 심리정서 상태를 고려하여 개인별 맞춤형 지도 방안을 강구해 야 한다. 특히 정규학교에서는 탈북학생에 대한 일대일 멘토링 지도가 효과적 이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의 탈북학생 지도 경험 부재에 따른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지도에 유용한 정보와 지식 지도방법을 매뉴얼로 개발할 필요 가 있다. 한편 탈북학생에 대한 교원의 지도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원연수 를 강화해야 한다. 탈북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진학에 대한 정보를 제 공하고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 요하다. 일반 학생들이 탈북학생에 대하여 상호이해를 도모하고 상호적응에 도 움을 줄 수 있는 이해교육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탈북학생을 지원하는 데 유기 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지역거점학교와 지도방안과 정보를 나누는 협력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학교 교육과 시스템에 따른 지원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과 함께 사회 적 차원의 지원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청소년이 편모 48%, 무연 고 25%, 양친 14%(이 중 67%가 입국 후 이혼), 편부 5%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 데 심리·신체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는 북한이탈 무연고 청소년의 경우와 부모 의 실질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의 취약함을 극복해야 한다. 사회적 부모 곽종문은 국내 최초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를 시작으로 성지송 학중학교를 설립하고 2006년 한 겨레중고등학교를 설립해 소외 계층 청소년 대안교육 및 북한 이탈청소년 교육모델을 통해 한 반도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있 다. 2012년 포스코 청암교육상을 수상하였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관계망을 형성하고 남한의 문화와 체제를 이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며 ‘한 국 사회의 체제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안정되고 지지적인 인간관계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청 소년들에 대한 교육은 북한이탈청소년 교육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 께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59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생활형 통일운동으로 평화통일 앞당기자 유경의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 라고 언급한 이래 통일이 국민적 화두로 떠올랐으며, 통일 관련 포럼, 세미나들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 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통일논의를 끌어올렸다 는 측면에서, 또 통일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촉발했 다는 점에서, 통일환경이 무르익은 지금 시점에서 매 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변국에도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국에도 이로운 일이 되 어야 할뿐더러 남한뿐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도 대박 난 2012년 8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2012 통일실천 축제한마당’ 지 이 열렸다.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 행사 ‘천원의 기적’, 통 일 희망 풍선 날리기, 통일기부서약 등의 행사도 진행됐다.
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 국민 개개인에게 대박이 되는, 나아 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통일을 이 루어낼 때 진정한 대박이 될 것이며, 세계 중심국가 로서 통일한반도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체적·능동적 통일을 이뤄야 이를 위해선 모두가 주체적·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먼저 남한 내 통일 에 대한 합의와 구심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통일논의는 국민을 적극적으로 참여 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아왔다. 대표적인 논의가 이명박 정부에서 거 론되었던 ‘통일세’ 논의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초기 서독국민이 1인당 16만 원의 직접세를 부담한 것에 비해 1인당 1만 원이라는 통일세 부과에 대해서도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게 일어난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 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 60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대다수 국민은 통일을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며, 현실적인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좋든 싫 든 통일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통일을 맞게 되면 대다수 국민은 장밋빛 환상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휩쓸리거나 통일의 부정 적 측면에 기인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 개개인이 주체적·능동적 통일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모두가 공 감, 공유할 수 있는 분명한 통일비전이 있어야 한다. 예부터 우리에게는 널리 이롭게 하라 는 ‘홍익인간’의 훌륭한 건국사상이 존재해왔다. 『25시』의 작가 콘스탄틴 게오르규는 “홍익 인간이라는 통치이념은 지구상의 법률 중 가장 강렬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법률이다. 21세 기 세계를 이끌어갈 철학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공통의 통일비전을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참여하고 누구나 쉽게 생 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실천적인 통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 운동을 통해 국 민 개개인이 참여하면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으며 통일을 조기에 이룰 수 있 고 그야말로 국민 모두가 통일대박을 이룰 수 있다는 분명한 비전과 실천 프로그램을 제 공해야 한다.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통일을 준비하자 예를 들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도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밥 한 끼, 반찬 한 가지 나눔 운동으로 음식물 쓰레기만 줄여도 연간 18조 원을 조성할 수 있고 집안 에 있는 각종 자원을 재활용해도 연간 6조 원의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개 성공단 평균임금이 130달러 정도 되는데, 많은 국민이 해외 결식아동 등을 돕기 위한 결연 사업에 매달 5만 원 내외를 후원하듯이, 남한의 두 가정이 매달 5만 원씩 후원하여 북한의 한 가정을 돕는 가족결연사업을 벌인다면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뿐더러 남 북한이 한민족, 한 동포라는 민족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통일 후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뿐더러 1인당 국민소득 9만 달러에 이르는 세계 2위의 경제 부국을 이룰 수 있다면 어느 누가 마다할 것인가? 범국민적 실천운동은 관이 주도해서는 이룰 수 없다. 민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형태 가 되어야 함을 우리는 과거 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2013년부터 300여 통일운동 시 민단체가 연합하여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을 결성하고 생활형 통일운동을 전개해오고 있 다.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통일바자회, 북한 빵공장 운영을 후원하는 천 원의 기적 캠페 인, 통일을 위해 기부약정을 해보는 통일기부서약 캠페인 등을 전개해오고 있다. 통일이 ‘내 일(My Job)’이 되면 통일은 ‘내일(Tomorrow)’ 이루어질 것이다.
유경의는 연세대와 콜롬비아대학교 MBA를 졸업하고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공동대표와 ‘지구촌 평화를 만들어가 는 한국 글로벌피스재단’ 회장을 맡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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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통일론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김윤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2학년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휴대전화 너머로 짓고 있을 너의 표정을 나는 몰라. 말문이 막혔을 때 니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당장 만나!”
‘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라는 노래 가사이다. 몇 년 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재미있고 솔직한 가사가 인상 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화자는 왜 이토록 간절하게 ‘당 장 만나’자고 했을까? 나는 정치외교학부 학생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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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관련 문제에 대해 내가 매우 잘 알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저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서로
것 물어보곤 한다. 그런데 사실 2011년까지만 해도, 나는 한반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는 누가 북한에
도 전체의 문제보다는 남한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더 갖고 있
서 온 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남한에서 자
었다. 한반도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언젠가는 다가가야 하겠
란 학생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여서, 내
지만,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문제였다. 그런데 2012년 몇 가지
가 그때까지 생각해오던 ‘북한에서 온 사
계기로 통일 문제가 좀더 피부에 와 닿게 되었다.
람’에 대한 이미지가 그저 내 상상에 불
가장 직접적인 것은 2012년 여름 장학재단 수련회였다. 2012년
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1박 2일의 짧은
부터 장학금을 받게 된 장학재단에서는 북한 출신 학생을 뽑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함께 맛있는 것도
전형을 따로 두어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 장학재단의 장학생들
먹고 물놀이도 하면서 금방 친해졌다.
은 매년 여름 다 함께 수련회를 가는데, 장학재단 신입생인 나
밤새 이런저런 일상이나 관심사와 관련
역시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북한 출신 학생들을 만났다.
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지한 이야기도
북한 출신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이들과 직접
나왔다. 북한 출신 오빠가 지금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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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토론하면서 느
가능했다. 북한의 일이 뉴스에서만 나오
낀 것은 북에서 온 많은 이들이 한반도 문제를 자신의 문제와 다
는 문제가 아니라 나와 친한 언니·오빠,
르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북한이라는 땅과 그곳
나를 귀여워하시는 할머니, 내가 가르치
에 사는 사람들이 내 세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들과 이야기하면
는 아이들과 관련된 문제가 되고, 이는 나
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정말 중요한 문제에 대해 외면
아가 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하고 있었음을 느꼈고,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는 통일론이 많이 나오고 있고 저마다 논리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통일론
‘대상’이 아닌 통일의 ‘주체’로 바라본 북한이탈 주민
같은 큰 담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자
그래서 그다음 학기에는 북한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야겠다
한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
는 생각으로 ‘북한학개론’이라는 강의를 수강하고, ‘한반도문
떤 통일론을 논하든지, 그에 앞서 북한에
제연구회’라는 학술·봉사동아리에 들어가 매주 세미나에 참
서 살았던 사람,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여하며 동아리원들과 함께 하나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내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아가 직접 만
가 봉사한 곳은 동부하나센터였다. 그곳에 처음 간 것은 추석
나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전의 내게 북
을 앞두고 한가위 맞이 송편 만들기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한 사람들은 논의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
나는 북한에서 오신 할머니와 아저씨 옆에 앉아 송편을 만들
니었다. 함께 통일을 고민하기보다는 통
기 시작했다. 그런데 송편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 문제에서 고려할 부분 정도에 머물렀
내가 하는 모양을 지켜보던 옆자리의 아저씨께서 막 웃으시
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
면서 “음식 만들기는 고저 북조선 여자들이 훨씬 잘하는구
가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먼!”이라고 농담을 하셨다. 나도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계
은 함께 통일을 만들어갈 ‘우리’라고 생각
속 열심히 만들어보았다. 그 아저씨께서는 송편을 참 예쁘게
하게 되었다.
잘 만드셨는데 그걸 보고 따라하니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보
‘우리 지금 만나’에서 화자가 그토록 간절
기 좋은 송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날 만든 송편은 참 달콤하
히 ‘당장 만나’자고 하는 것은 전화로는 다
고 맛있었다. 송편 만들기는 특별 행사였고, 평소에는 매주 목
알 수 없고 전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
요일 북한 출신 아이들과 학생들, 어른들이 원어민 영어수업
이다. 그래서 일단 ‘만나’서 뭐든 이야기하
을 받을 때 옆에서 보조교사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동갑내
자는 것이다. 이 노래처럼 우리 또한 문자
기 친구나 언니에게 가끔 북한에서의 생활이나 남한에 대한
나 전화로는 안 될 때 “만나서 얘기해”라
생각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할머니나 아주머니들께서는 나
고 하곤 한다. 이것을 북한, 그리고 통일
를 귀여워해주시면서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를 통해 나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공부나 삶에
이나 뉴스, 전해 듣는 말로는 얻을 수 없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봉사’로
는 것이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열 권의
시작했지만, 내게 목요일은 기다려지는 ‘만남’의 날이 되었다.
책이나 백 마디 말보다 북한 사람들을 한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난 지금, 나는 북한의 상황과 북한
번 만나는 것이 더 큰 울림과 새로운 시각
을 비롯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훨씬 더 자주 눈
을 가져다줄 수 있다. 찾아보면 그런 기회
길이 가게 되고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변화
는 꽤 많다. 일단 만나자. 만나서 많은 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났기 때문에
야기를 해보기를 기대한다. 63
특별연재 |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과 서울 그리고 통일
중
인민대학습당에서 바라본 주체탑과 김일성광장
‘상징, 녹지, 생산의 도시’ 평양이 주는 메시지 임동우 건축가, 설계사무소 PRAUD 소장
우리에게 ‘사회주의 도시’라는 단어는 친숙하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낯설지도 않은 듯하다. 낯설지 않은 이유 는 아마 각각의 단어 ‘사회주의’와 ‘도시’를 흔하게 접해서일 것이고, 친숙하지 않은 이유는 이 두 단어가 결합된 것을 본 일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처럼, 사회주의 도시가 있다고 하면 자본주의 도시 혹은 민주주의 도시가 있을 법도 한데 그러한 말이 흔치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주의 도시’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는 사회 주의 이념과 도시의 발달이 어떻게 결합하여 발전되었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잘 인 지하고 있듯이 사회주의 이념은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9세기에 정립했다. 특히 엥겔스는 젊은 시절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되고 있던 맨체스터를 방문하면서, 그곳의 노동자 계급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계획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즉 사회주의 이념은 탄생 배 경부터가 도시화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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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35년 첫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모스크
의 도시로서 특성을 지니기 위하여 구성된 주요한
바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채택되기까지 사회주의론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 막바지 평양의 재건계
자들 사이에서는 한 도시가 어떻게 사회주의 이념을
획도를 작성한 건축가 김정희는 김일성광장뿐만 아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제임스
니라 5~6개의 상징광장을 평양에 골고루 분포시키
바터(James H. Barter)는 사회주의 도시의 특성을
고, 각각의 상징광장이 주변 지역의 중심역할을 하
열 가지로 정리하였다. ①제한된 도시의 크기 ②국가
도록 도시를 구성하였다. 현재 평양에서는 이들 상
통제하의 주거 ③계획된 주거지역 ④도시공간의 평
징광장 중 김일성광장 및 대동강 맞은편의 주체탑광
등화 ⑤통근거리의 최소화 ⑥토지이용의 규제 ⑦합
장 정도가 현실화되었으며 나머지는 재건계획도와
리적 대중교통 시스템 ⑧녹지공간의 확보 ⑨국가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평양에는
발계획 일부로서 도시계획 ⑩상징성과 중앙형의 도
금수산기념궁전광장, 만수대광장 등 많은 상징광장
시가 그것이다.
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이 중 만수대광장과 대동 강 맞은편의 북한노동당창건기념비광장은 김일성
광장 주변에 박물관·극장 배치
광장, 주체탑광장과 함께 평양의 동서를 잇는 도시
이들을 살펴보면 토지이용의 규제, 계획된 주거지역
축을 형성하고 있다.
등 한국의 도시에서 목격되는 특성과 대동소이한 부
북한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광장문화라는 것
분도 있다. 이유는 19세기 도시화의 문제가 심화되
이 이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특별히 광장
면서 사회주의론자들뿐 아니라 여타 도시론자들 역
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최근에 광화문광
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였으
장과 서울광장이 새롭게 조성되었으며, 이들 이전
며, 때문에 사회주의 도시와 비사회주의 도시가 비
에는 여의도광장의 초기인 5·16광장 정도가 서울
슷한 해결책을 바탕으로 발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에서 생각할 수 있는 광장공간이다. 따라서 평양의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도시의 물리적 특성에 강한
상징광장과 서울의 광장을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
영향을 미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평양
지만 이 둘의 표면적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큰 광장
을 살펴보는 것이 평양을 사회주의 도시로 이해하는
주변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극장이나 문화시설을 배
데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 하겠다.
치해야 한다는 김일성의 교시처럼 평양의 주요 광장
바터가 지적한 열 가지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 중 우
주변에는 대부분 문화시설이 있다. 우리가 TV에서
리가 가장 쉽게 공간적으로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
김일성광장을 접할 때 흔히 보게 되는 전통건축양식
는 것이 상징적인 도시 공간이 아닐까 한다. 군중의
의 건물 역시 김정은의 집무시설이 아니라 인민대학
군집과 선전이 매우 중요한 사회주의 도시에서는 상
습당으로서 공공도서관 기능을 하는 건물이며, 광장
징적인 광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의 측면 역시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조선미술관이
이는 평양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
있다.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이 있는 만수대광장 역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김일성광장’일 것이
시 조선혁명박물관과 함께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다. 사회주의 도시에서 상징광장의 중요성이 매우
평양의 상징광장들을 구성하는 데 얼마나 주변의 공
중요한 것을 반영하듯, 이 광장은 한국전쟁 이후 가
공시설을 함께 고려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
장 먼저 구성된 평양의 도시 공간 중 하나이다(1954
론 이들 중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공광장 역할’을
년 준공). 기존에 광장문화가 없던 한국에서 사회주
하는 광장은 드물고 많은 경우 체제의 선전과 찬양 65
을 위한 수단적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그 공간 구성
인 평양의 녹지환경은 개발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
원칙의 배경에는 사회주의 도시 공간의 논리가 숨어
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도시공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 것이다. 이들에 녹지가 많아 보이는 또 다른 이유 는 농업지역이 곳곳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생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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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공원에서 공원 속 도시로
도시’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북한의 도시에
사회주의 도시로서 평양의 또 하나의 특징은 ‘녹지
서는 농업생산시설이 도시의 영역에 함께 묶여 있
의 도시’로서 평양이다. 사회주의 도시에서 녹지는
는 것이 구성면에서의 특징이다. 따라서 평양에서
두 가지 주요한 기능을 한다. 첫째는 도시의 확장을
도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이로써 도
억제하는 요소로서의 녹지이고, 둘째는 노동자들을
시에서 녹지영역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증가할 수 있
위한 휴식공간으로서의 녹지이다. 1950년대 김정희
는 것이다.
가 재건계획도를 작성할 당시만 해도 평양은 도시의
여러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 중 사회주의 이념을 가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녹지공간이 적절히 분포되어
장 잘 대변하는 것이 ‘생산의 도시’라는 특징이 아닐
있었다. 하지만 이후 평양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까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주의 도시에서는
재건계획도를 기반하기보다는 각 시기에 단계별 개
공간의 평등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 때문에 크게 보
발계획에 따라 개발되면서 첫째 의미로서의 녹지공
아서는 도시와 농촌 간의 구분을 최소화하고, 작게
간은 많이 퇴색한 상태이다. 반면에 노동자들을 위
보아서는 도시 내에 지역별 차등이 없어야 하는 것
한 휴식공간으로서 녹지는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되
이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도시가 구성된 원리가
어 있는 편이다. 평양은 도시화율이 높은 도심의 경
여기서 나타난다. 도농 간의 구분이 없어야 하기 때
우에도 25% 정도가 녹지영역일 정도로 높은 비율
문에 행정구역상에서 도시란 도시공업지구와 농업
로 녹지공간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인구 1인당
생산지구의 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도시공
약 40㎡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평균 16㎡에 그치는
업지구와 농업생산지구 역시 또 다시 도시농촌의 구
것을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는 아
성을 띤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도시는 농촌의 노동
직 북한의 경제가 나쁘지 않았던 1980년대에 평양
력을 착취하며 생산보다는 소비만 이루어지는 영역
을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고자 도시 속의 공원이 아
이라고 판단한 사회주의론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
니라 공원 속의 도시라는 선전으로 평양을 탈바꿈
과이다. 따라서 평양 역시 14개의 구역 도시영역과
하겠다고 했던 북한의 계획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
2개의 군 농촌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구
으로 보인다.
역은 동 도시영역과 리 농촌영역, 군은 지구도시영
실제로 평양을 여름에 방문한 많은 사람은 평양이
역과 리 농촌영역으로 구성되어 총 249개동과 10개
생각보다 녹지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물론 그
지구 그리고 74개의 리로 구성되어 있다.
들이 잘 가꾸어진 곳 위주로 평양을 보았기 때문이
이는 도시 내의 지역별 차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평양의 위성사진을 보아도
노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한데, 또 다른 공간의 평등
평양 도심부에는 녹지공간이 눈에 띄게 많다. 이는
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구역계획’을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로 개발된 평양의 모습과 함
들 수 있다. 이는 일정단위의 주거영역마다 교육시
께 상당히 특색 있는 평양만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설, 근린생활시설, 공원 등을 구성한다는 면에서 우
즉 부동산의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주의 도시
리의 도시가 흔히 기반으로 삼고 있는 ‘근린주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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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02 01 모란봉공원의 풍경
02 주거와 작업장의 공존
론’과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작업장 등의 생산
를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소구역계획의 가장 큰
냐하면 이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평양의 미래 모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각 주거영역에 특정 생산
습을 준비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도시개발의 새로
시설을 균등하게 분포함으로써 그 생산시설에서 특
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정 주거영역이 가까이 혹은 멀리 떨어져 있어 가져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뉴욕에서는 최근 방치된 고가
올 수 있는 도시 공간 내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철로를 이용하여 하이라인(High Line)이라는 공중
자 한 것이다. 일예로 주거영역 단위마다 된장공장
공원을 탄생시켰는데, 수많은 뉴요커와 관광객에게
을 두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된장은 그 주거영역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언뜻 보면 뉴욕과 같은 삭
에서 소비되도록 함으로써 특정주거지역은 된장공
막한 도시에 공공을 위한 공원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장 인근에 있어 삶의 환경이 떨어지고, 특정주거영
대단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그 이면을 보면 하이
역은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단순히 된장을 소비
라인 완공으로 인해 주변부에서 증가하는 부동산세
만 하도록 하는 패턴을 배제하는 것이다.
를 계산하였을 때, 개발이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뉴욕시에서 이를 승인,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뉴욕
도농의 평등·균등한 생산성 추구
시는 하이라인 준공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미 그 이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주의 도시로서 평양의 특
익을 누리고 있다. 즉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공공을
징은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매우
위한 녹지나 인프라마저도 새로운 이익창출을 수반
단편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가까운 평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로 평양을 편향된
양을 통해 다시 한 번 사회주의 도시가 추구하고자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 원리를 통해 볼
했던 도시, 즉 공공에서 녹지가 충분히 제공되고, 중
수 있는 시각의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고, 둘째로
심상징공간들과 도시 시설들이 전반적으로 균등히
는 이들 사회주의 특징이 많이 나타나는 도시 공간
분포되어 도시공간의 불균형이 덜한 도시란 무엇인
일수록 앞으로 새로운 잠재성을 갖고 발전할 가능성
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사 회주의 도시의 도시구성 원리를 통해 우리 도시가 배울 점은 없는가, 우리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기 때 문이다. 다시 말하면 평양을 이해한다는 것은 미래
임동우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교에서 도시설계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림건축, 미국의 Machado-Silvetti Associate, 일본 Maki & Asssoc., 네덜란드 West 8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설계사무소 PARUD를 운 영하며, 건축설계 프로젝트와 여러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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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남북의 언어, 우리는 과연 ‘通’할 수 있을까?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사례④). 남한의 한자
정진아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운 의미를 갖게 된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
어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은 외래어를 가능하면 고유어로 다듬는 북한의 언어정책에 익숙하기 때문에 외래어 를 그대로 사용하는 남한의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며 (사례⑤), 고유어 중에도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새로 로 드러났다(사례⑥). [표1]
북한이탈주민이 생소하게 느끼는 남한의 한자어, 외래어
한자어
흔히 사람들은 남북은 정치·경제적인 차이가 있어 서 그렇지 언어는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남북의 언어는 같은 듯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어 차이는 왜 발생 하는 것일까? 남북의 언어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지장이 될 정도 로 이질성이 크지는 않다. 일제시기인 1933년 조선
①소모적, 이례적, 쟁점화, 활성화, 발대식, 현판식, ②가시화되다, 공론화하다, ③공주병, 폭주족, ④급발진, 문제아, 기성세대, 명퇴, 특목고, 원조교제, 신장개업, 할부, 자동이체, 경선, 지자체, 총선
외래어 ⑤가이드, 게임, 고스톱, 레슨, 로얄층, 벤처, 서비스, 세일즈, 썬팅, 쇼핑, 슈퍼, 스타, 아르바이트, 아이디어, 인스턴트, 징크스, 챔피언, 체인점, 카드, 카펫, 터미널, 팬
의미가 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진 고유어 ⑥달동네, 짠돌이, 치맛바람, 도우미, 닭살, 돌팔이
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뿌리를 두 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단 이후 체제를 달리하
한편, 남한 주민이 북한 어휘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
는 두 국가가 성립되고, 남북이 언어정책에 따라 맞
유는 함경도·평안도 방언 등이 광범위하게 문화어
춤법 통일안을 수정하고, 말 다듬기를 추진하는 가
로 편입되었고, 국어순화 정책의 일환으로 외래어
운데 본격적인 차이가 발생하였다.
와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말 다듬
그중 가장 큰 것이 어휘상의 차이다. 남한 주민과 북
기 과정에서 외래어를 한자어나 고유어로, 한자어
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이탈주민
를 고유어로 바꿈으로써 북한 어휘의 많은 양이 남
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 어휘는 한자어와 외래어가
한 어휘와 달라진 것이다.
많아 생소하고 이해하기 힘들며, 남한 주민 입장에 서는 북한 어휘 중 말 다듬기를 한 용어가 매우 생소
남한 주민이 생소하게 느끼는 북한의 문화어, 다듬은 말
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어로 편입된 방언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의 한자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가시아버지(장인), 눈귀(눈초리), 달비(다리), 사내싸다(사내답다), 상게(아직), 서물거리다(눈부시다), 수태(많이), 아고(시어머니), 아츠럽다(애처럽다), 자부니(상투), 풀치다(접질리다), 피꺽질(딸꾹질), 헤든거리다(어설프다)
이유는 남한에서 원래 있는 한자 단어에 ‘-적’, ‘-화’, ‘-식’등의 접미사를 붙여 파생어를 만들고(사례①), 다시 여기에 ‘하다’, ‘되다’를 결합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들며(사례②), ‘-병’, ‘-족’ 등 접사적인 성격을 가 진 어근을 결합하여 합성어를 만들기 때문이다(사례 ③). 또한 현대 사회생활의 변화에 따라 한자어들이 68
[표2]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다듬은 말 기름크림(콜드크림), 눈금판(다이얼), 달린옷(원피스), 독연극(모노 드라마), 따라난병(합병증), 맞혼인(연애결혼), 버릴물(폐수), 설기과자(카스테라), 앞등(헤드라이트), 오줌깨(방광), 전기여닫개 (스위치), 지은옷(기성복), 차굴(터널), 창가림(커튼), 후어머니(계모) ※ 괄호안은 북한의 어휘에 대응하는 남한의 어휘.
언어는 한민족의 문화를 축적하고 발전시켜온 기본
고 있다”처럼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넷째,
적인 도구이자, 남북 의사소통의 매개체이며, 통일
두음법칙, 외래어 표기방식 등 합의하지 못한 내용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때 남북의 공통성을 강화할
은 병기한다.
수 있는 유력한 무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5년 착 수된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처음으로 시도된 민족
언어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 남북교류의 확대
어 통합사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은 최 초의 민족어 통합사전으로서 남과 북의 언어 이질화
안타까운 『겨레말큰사전』 사업 중단
를 극복하고 남북 언어 통일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1989년 3월 25일 평양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남과 북의 언
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가 ‘통일국어대사전’을 남북
어를 조사·수록하고 통합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남
이 공동으로 편찬할 것을 제안하고 즉석에서 북측의
과 북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소
동의를 얻으며 시작되었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
중한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해 2009년 12월 제20차 회의를 끝으로 공동회의가
그러나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교류가 뒷받침되지 않
중단되었지만, 그동안 남북의 편찬위원회는 2005년
는다면 남과 북의 주민이 소통하고, 서로의 언어와
부터 1년에 4회씩 공동회의를 개최하여 올림말 어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
휘와 어문규범 등 ‘편찬요강’과 ‘세부집필요강’을 합
다. 언어는 물처럼 흐르는 것이고, 규범을 만든다
의하고 공동집필과 교차검토를 통해 편찬사업을 진
고 통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범을 만드는
행해오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유 또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
올림말 어휘에 대해서는 첫째, 남과 북의 『표준국어
일 뿐이다.
대사전』, 『조선어대사전』에 공통으로 올라 있는 말들
남북 언어의 소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과 남북이 합의한 어휘 30만 개를 수록한다. 둘째,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교류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20세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쓰고
될 것이다. 말은 말끼리 얽히고 혀서 ‘通’하게 되는
있거나 썼던 말 중에서 올림말로 올릴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
어휘를 발굴하여 수록한다. 셋째, 방언 및 지역어 입
로 물꼬가 트인 남과 북의 만남이 경제적 교류로, 사
말 어휘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수록한다. 넷째, 민
회문화적 교류로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속어휘, 동식물의 다른 이름, 직업 어휘, 문학작품에
내가 상상하는 남북 언어 소통의 미래는 <응답하라
서 뽑은 말 등 민족 고유의 어휘 표현을 많이 올림으
1994>에서 남쪽의 사투리들이 만나 찰지고 맛깔스
로써 민족어를 풍부하게 한다.
럽게 구사되듯이, 그래서 표준어로 국한되었던 우리
다음으로 표기, 발음 등 어문규범에 대해서는 첫째,
의 언어문화가 풍부해졌듯이 남북의 언어가 만나 서
자모의 순서는 남측에서 사용하듯 ㅅ 다음에 o을 두
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풍성해지는 광경이다.
고, 북측이 사용하듯 ㄱ~ㅎ까지 끝난 뒤 ㄲ, ㄸ, ㅃ,
곧 이러한 가슴 벅찬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ㅆ, ㅉ을 둔다. 모음은 남측의 용법인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ㅙ, ㅞ, ㅟ, ㅠ, ㅡ, ㅢ, ㅣ의 순으로 한다. 둘째, 띄어쓰기는 단 어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본 용언과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는 남측의 용법인 “가
정진아는 건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해방 후 한국인들이 만들고자 한 국가, 사회, 개인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특 히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과 병리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남북한 주민들의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69
무대 혹은 스크린 ▶ STAGE OR SCREEN ▶▶
바보야! 그건 네가 TV에 나오기 때문이야 오한샘 EBS PD
▶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때때로 우리
▶▶
는 주변의 낡고 오래된 사물이나 책 따위에서 최근의 상품이나 베스트셀러에선 발견하지 못 한 깊은 인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시간의 흐름 을 말없이 이겨낸 그들의 저력이 드러나는 순간 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최신 정 보와 기술들에 맞서 그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70
열심히 스스로를 담금질해온 현세대들에게 문득
고 한다. 예전의 시공간 속에서 통용되던 진리가
과거, 시간, 추억 따위를 논하는 것은 어찌 보
작금(昨今)의 현실과 미래의 상황을 가늠해볼 수
면 난데없이 냉면집에 들어가 무턱대고 짜장면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클래식’의 진
을 찾는 소위 어불성설(語不成說)의 우(愚)를 범
가는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하는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위
필자가 앞으로 논할 영화들 역시 이들과 크게 다
해 현재의 자신을 재정립하려는 순간, 우리가 놓
르지 않다. 그 첫 번째 시도로서 시드니 루멧 감
치기 쉬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하나는 바로 미
독의 1976년 작품 ‘네트워크(NETWORK)’를 들
래가 지금의 현재를 바탕으로 펼쳐지듯 현재 역
수 있다. 세상에 나온 지 40년 가까이 된 영화
시 지나온 과거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고 해서 한물갔다고 무시한다면 큰 오판이라
과거의 다양한 경험과 사실이 모이고 쌓여 현재
할 정도로 이 작품의 내용은 그리 녹록하지 않
에 이르는 것처럼, 현재의 경험과 사실도 미래를
다. 세기의 배우인 피터 핀치와 윌리엄 홀든, 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이 단순한 삶의 진리는 역
버트 듀발, 그리고 페이 더너웨이의 신명난 연
으로 과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역할도
기와 함께 감독은 방송계의 다양한 측면을 잔인
한다. 특히 과거 작품 속의 공감대가 당시의 시
하리만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
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시대에서도 여전히 위
론, 당시 제49회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각
력을 발휘하게 될 때, 우리는 이를 ‘클래식’이라
본상, 남녀 주연상, 여우조연상)한 경력은 이 작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품을 선택한 이들에게 주는 작은 덤이다. 영화
리는 여러분이 보는 환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할
‘NETWORK’의 매력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방송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처럼 따라서 말하고, 따
계를 일괄하는데도 메시지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라서 행동하고, 따라서 먹고, 따라서 옷 입게 합
데 있다. 우리나라가 지상파 시대를 거쳐 케이블
니다.”
- 영화 NETWORK(1976, 시드니 루멧 감독)중에서
TV, 그리고 2011년 종편 출범에서 오늘에 이르 기까지, 그간에 나타난 크고 작은 문제점과 특성 이 우연찮게도 이 한 편의 이야기 틀 속에 오롯
비록 영화 속 대사라고는 하나 지금 들어도 간담
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세
이 서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월이 지나 할머니에서 며느리로 주인이 바뀌어
방송매체의 고해성사이기도 한 것 같은 이 작품
도 고향 단골집 칼국수 맛(?)의 본질이 그대로이
의 또 다른 미덕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듯 그때나 지금이나 방송의 본질 역시 크게는 변
게 되는 빠른 전개와 2014년 방송계에서도 발생
하지 않은 듯하다.
할 수 있는 영화 속 사건들의 개연성에 있다. 거
다음은 작품 속 주인공인 미국의 뉴스 캐스터 하
기다가 이런 종류의 영화라고 하면 늘 빠지기 쉬
워드 빌이 방송 중 시청자들에게 호소하는 한 대
운 나름의 심각성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현장성
목이다. 방송이 갖고 있는 권력의 속성을 대사
있는 재미를 선사하기까지 한다. 물론 구성에서
몇 마디로 단숨에 간파한 명장면이다.
할리우드 특유의 상투적인 과장이 다소 눈에 거 슬리긴 하지만 영화가 선사해주는 내공에 비하 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하루가 다
“그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왜냐하면 이 프로를
르게 변화하는 남북관계와 이에 따른 국제적 시
6,200만 명의 미국인이 시청하기 때문입니다.
각을 시시각각 분석하고 취재해내야 하는 이 땅
책을 읽는 국민이 전체의 3%도 안 되기 때문입
의 언론 역시, 영화 속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니다. 신문을 읽는 국민이 15% 이하이기 때문입
입장에 처해있을지도 모르겠다. 화창한 휴일 봄
니다. TV로만 진리를 얻으니까! TV를 통해서가
날 오후, 이 잡지의 독자쯤 되는 지성인이시라면
아니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으니까! 이 상자
과거의 명작 영화 한 편쯤 찾아서 조용히 음미해
(TV)는 교황, 대통령, 총리들을 만들어내기도 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고 파괴하기도 합니다. (중략)
영화 NETWORK! TV를 켜기에 앞서 다시금 되
하지만 이제 TV에서 진리는 없습니다. TV는 놀
새겨볼 만한 작품이 틀림없다.
이공원이자 서커스단, 잔칫집이자 떠돌이 약장 수입니다. 여러분이 시간 죽이는 것을 도와줄 뿐 이지요. 그러니 우리한테 진리를 기대하지 마세 요. 우리는 여러분이 보고 싶고,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여러분이 원한 다면 우리는 어떤 논리와 상황도 만들어낼 수 있 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원하는 환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비록 모두 사실은 아니지만 우
오한샘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고, 현재 EBS PD로 있다. 제10회 통일언론인 대상(2004), 대한민국 PD 대상 실험정신상(2008), 푸른 미디어상(2008)을 수상했고, 〈장 학퀴즈〉, 〈예술의 광장〉, 〈EBS 시네마천국〉, 〈천년의 밥상〉 등 공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71
그린 코리아
북한의 환경이슈와 ‘정부 3.0시대’의 환경협력과제 노태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글로벌전략센터 센터장
전래동화 ‘오성과 한음’에서 담장을 넘은 감나무 이야기에서 보듯 자연은 담장과 같은 인위적 경계가 없다. 경계 없는 자연은 또한 환경이슈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남북 간의 환경문제가 한반도 전체라는 관점에서 고민되어야 하는 이유다. 환경문제는 복합 적인 동시에 누적적인 영향을 유발하므로 남북환경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서는 북한 지역의 환경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남북 및 주요 국제기구의 관심사항을 지 속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우리 나라와 북한매체 및 주요 국제기구에서 보도한 북한 환경 관련 내용을 정리한 『북한환 경동향』자료집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자료집에 따르면 남북 보도매체에서 공통으로 보도하는 이슈는 다음과 같다. 기후변 화, 한파 및 홍수 등 자연재해 피해 현황 및 수로개선 등 대책,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전력 난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수자원 관련은 먹는 물 및 상하수도 건설, 산림분야는 황폐화 문제 및 산림보호 노력, 황사 피해 등이 보도되었다(그림 1). 북한 매체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슈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언급하고 있는 점은 주목 할 만하다. 이는 자연재해 예방 및 복구 분야와 더불어 남북환경협력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홍수예방과 함께 상수도 개선을 포함하는 포 72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괄적 수자원관리도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할
체는 보도가 없었다. 특기할 사항은 북한 매체가 국
수 있다.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우리나라 매체는 북
제적 환경 이슈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인데, 이는 북
한 지역의 생물자원 확보 측면에 관심을 보인 반면,
한이 국제기구를 통한 환경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
북한은 생물멸종과 관련된 내용만 보도한 바 있어
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보인다. 특히 지구적 자연재
관심사항이 다소 다른 듯하다. 자연자원 분야에서
해·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식량위기와 가격폭등,
는 산림관리가 주요한 공통 관심 사항으로 부각되었
벼 수확량 감소 등에 대한 보도는 북한 식량안보 관
으나, 백두산의 화산활동 예측 및 발생 가능한 환경
련 국제식량기구(WFT)의 실태조사와 연관된 것으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매체에서만 언급된 것으
로 보인다.
로 분석되었다. 북한의 환경관련 법규 제정은 남북
이 밖에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추세, 환경
매체 모두에서 관심을 갖고 언급된 바 있는데 도시
과 자원의 보호, 산림과 생태환경 보호, 생물멸종 위
미화법, 재생에너지 관련법, 유용동물보호법 및 공
기, 물 재생 이용, 탄소배출권거래제 등에 대한 국
원·유원지 관리법 등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제적 이슈를 보도한 바 있다. 주요 국제기구의 경우 UNESCAP 북한관료 교육연수(유역통합관리 및 산
다른 듯 유사한 남북의 환경 이슈
림 조성), UNEP 교육워크숍, WFT 북한식량안보실
2011년 각종 매체는 수자원 분야에서 하천정리, 해
태조사, 국제적십자(IFRC)의 홍수피해복구 및 수로
수 수송 및 대동강 운송 관련 이슈를 보도한 바 있
개선사업 등을 진행하였다.
다. 또한 풍력발전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2012년 북한 매체는 수자원관리, 에너지정책 및 산
전력수급 관련 이슈에 집중된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림·생물다양성 등 주요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었
분석되었다(그림 2). 그러나 산림, 농업 및 생물다양
다. 재생에너지 이용 장려와 관련해서는 수력 및 풍
성 분야에서는 우리 매체의 보도만 있었고 북한 매
력 등의 이용 효과를 홍보하였으며, 지열의 활용 및
그림 ➊ 남북한 환경협력 공동 이슈 남북 매체에서 보도된 환경 관련 주요 이슈
북한 에너지 | 전력확보·재생에너지 이용·방사능 기후변화 | 기후변화와 자연재해·탄소배출권거래제·황사 물 | 수자원 및 먹는 물 공급 자연자원 | 산림 관리 생물다양성 | 생물멸종 위기 정책 | 환경관련 법규 제정
남한 에너지 | 전력확보·재생에너지 이용 기후변화 | 기후변화와 자연재해·황사 물 | 수자원 부족 자연자원 | 북한 산림 황폐화· 백두산 화산활동 및 대책 생물다양성 | 생물자원 확보 정책 | 환경관련 법규 제정
73
그림 ➋ 남북한 환경협력 공동 이슈 2011- 2013 남북한 매체 및 주요 국제기구가 보도한 한반도 관련 환경매체별 주요 이슈( 2014년 2월 현재)
주요 국제기구 관심이슈
•유역통합관리 및 산림 조성(UNESCAP)
•국제기구 합동 자연재해 시뮬레이션 훈련
•북한식량안보실태조사(WFT 외 기타) •홍수피해복구 진행 및 수로사업 개선(IFRC)
•UNDP 농업 개선 프로젝트, 농작물 사후관리 프로젝트 등 •북한 가뭄피해 조사(WEP), 북한 환경 및 기후변화 연구(UNEP)
2011
74
2012
에너지
남한 ·왕겨 발전설비 개발 ·수력발전소 자격심사, 풍력발전 지원 북한 ·전력확보노력(희천발전소 건설) ·재생에너지 개발 및 장려
에너지
남한 ·전력공급 송전시설 건설, 전력난 ·석탄 생산현황, 무연탄 매장량 북한 ·전력확보를 위한 노력(희천발전소 준공) ·태양전지, 지열수 이용, 핵에너지 개발
기후변화· 자연재해
남한 ·탄소배출권 판매 추진 ·기록적 한파/황사/가뭄/폭우 북한 ·구제역 발생 및 UN 대응 ·장마철 피해 대책, 방사능 수치
기후변화· 자연재해
남한 ·홍수, 태풍, 폭우 피해 및 혹한, 한파 등 ·탄광 배출 메탄가스 저감 노력 ·중국 기상관측장비 지원 북한 -
수자원
남한 ·공업용수 사용으로 인한 물 부족 ·대동강 여객선으로 이동 북한 ·물길 보수(하천 정리 등) ·남포 - 평양 바닷물 수송관 건설
수자원
남한 ·황해남도 수로 건설, 북 상수관 작동 불가 ·안전한 식수 확보 퇴보(UN보고서) 북한 ·남포 - 평양 바닷물 수송관 완공 ·평양시, 신양군 상수망 재건 공사
산림·농업
남한 ·산불, 나무심기 추진, 병충해 심각 ·북 식량난, 구호식량 지원 북한 -
산림·농업
남한 ·북한 산림 황폐화 심각, 나무 심기 독려 등 ·곡물수확량 증가(WFP), 쌀값 폭등 북한 ·산림관리 전시관 개관 ·농사 재배 준비 및 완료
생물다양성
남한 ·생물자원 확보, 생물종 복원 북한 -
생물다양성
그외
남한 ·(접경지역) 백두산 화산 활동 관련 ·개발계획, 환경보호법 개정 등 북한 ·국제적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
남한 ·(지질 / 지형) 평양 인근서 지진 ·(접경지역) 백두산 화산활동 관측 북한 ·환경보호, 자연재해 예방 대책 마련 ·환경관련행사 개최
그외
남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서 멸종위기종 발견 북한 ·멸종위기종 관련 국제심포지엄
이용에 관해 보도하였다. 또한 태양열 물가열기 개발
UNDP의 농업용 종자개량 프로젝트, 국제기구 합동
을 통한 시범설치 지역을 소개하는 등 미래 친환경
(WFP, FAO, UNICEF, WHO, UNFPA, UNDP) 자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이 밖에 국제심포지
연재해 시뮬레이션 훈련, WFP의 북한 가뭄 피해 조
엄 등 환경 관련 행사도 보도되었는데 이 가운데 ‘세
사, UNEP의 북한 환경 및 기후변화 현황보고서 발
계 오존층의 날 행사’ 개최는 이색적이다. 우리나라
간 등은 주요 국제기구의 관심 이슈였다.
매체는 외국 연구기관의 자료를 인용하여 북한이 세
2013년 북한 매체는 환경보호를 강조한 바 있는데
계에서 세 번째로 산림이 황폐해진 심각성과 함께 지
국토의 수림화, 큰물피해 방지를 위한 강·하천 정
하자원 잠재가치가 남한의 21배임을 보도한 바 있다.
리 사업을 보도하였다. 또한 풍력에너지와 재생에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공통 관심사항 중심, 환경협력 분야 도출 중요 지난 3년간 북한 지역의 환경 관련 이슈를 연도별 로 상세히 살펴보면 외국 매체의 경우에는 홍수대 •아동 및 여성의 영양부족, 식량부족 문제(WHO, WFP) •산림 면적 감소 •UNDP 멸종 위기 동식물 •기후변화 관련 탄소배출권 승인
2013 에너지
남한 ·전력공급 송전시설 건설, 전력난 등 북한 ·전력확보를 위한 노력(중소형 발전소 건설) ·대체에너지 개발 및 관심 강조 ·일반가정에서의 태양에너지 이용현황
기후변화· 자연재해
남한 북한 ·세계기온 상승 및 사막화 현상 소개 ·북한의 최근 기후변화 동향 및 전망
수자원
남한 북한 ·깨끗한 먹는 물을 위한 소독수 제조기 설치 ·오·폐수 자원화 방법
산림·농업
남한 ·북한의 산림 황폐화 실태, 식량부족 문제 ·식량생산증대 노력, 식량작황 상황 ·AI 방역 노력 현황 북한 ·국토의 수림화 및 원림화 ·농업생산 과학화, 집약화, 현대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강조
그외
남한 ·(접경지역) 백두산 화산 폭발 대응문제 북한 ·(법규) 도시미화법, 재생에너지법, ·유용동물보호법, 공원·유원지관리법 ·국제적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
비 및 산림조성과 연계한 유역관리, 식량안보와 연 관한 농업기후환경 등과 관련한 국제기구의 활동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 3년간 북한 매체 에서 끊임없이 보도된 이슈로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피해 및 예방 조치, 전력난 해소를 위한 발전소 준 공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현황이다. 우리나라의 경 우 산림 및 농업, 그리고 에너지환경 관련 내용을 지 속적으로 보도하였다. 이와 같이 남북 매체와 주요 국제기구의 환경 관련 보도 이슈를 살펴보면 제한적이기는 하나 서로의 관 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상생의 철학을 기초로 하여 서로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의 샘 물을 함께 찾거나 제공하는 지혜의 재발견이 환경협 력의 출발점이다. KEI의 『북한환경동향』 자료집 분 석에 기초한다면 향후 남북 간 환경 부문의 가시적 협력 분야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이치수를 위한 통합유역관리, 기후변화 적응, 먹는 물 관리, 산림녹 화, 탄소배출권 등의 분야로 집약하여 설정할 수 있 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상호협력의 첫 단추 가 자연 및 환경 부문에서 끼워져야 하는 이유는 자 연과 환경문제의 해결과 대응에는 남북 경계가 무의 미하기 때문이다. 2014년 청마의 해에는 인도주의 적 차원에서 또는 민간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꾸준히
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 기
달려가는 실질적 남북 환경협력을 기대해본다.
온상승 및 사막화 현상, 북한 지역의 기후변화 동향 및 향후 전망 등을 통해 국제적 환경 이슈인 기후변 화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우리나라 매체에서는 북한 산림의 황폐화 실태, 홍수 및 폭우 현황, 백두 산 화산폭발 대응문제 등을 보도하였으며 주요 국제 기구는 기후변화 관련 북한의 탄소배출권 승인 소식 에 주목하였다.
노태호는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전공으로 박사학위 를 받았으며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 수석연구위 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현재 동 연구원 글로벌전략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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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협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민화협 NEWS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민화협 정책위 보고서 발간 『한반도 신뢰의 길을 찾는다』
민화협 8기 5차 의장단회의 개최
민화협 정책위원회는 2013년 12월 31일, 한 해 동안 집중적 으로 논의한 ‘한반도 신뢰’에 대한 정책보고서 『한반도 신뢰 의 길을 찾는다』(도서출판 선인)를 발간하였다. 민화협 정책 위원회에서 2013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연구는 수 차례 정책위 간담회를 거치며 세부 주제와 논의 방향을 도 출하였고, 두 차례 공개토론회를 통해 외부전문가들의 의견 을 청취하였다. 임강택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정책위 간사인
민화협 8기 5차 의장단회의가 2월 27일 민화협 회의실에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이기동 국가안
서 개최됐다. 회의에서는 3월 6일 오후2시 전국은행연합회
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
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16차 정기 대의원회 부의 안건
구위원 등이 엮은 이 보고서는 신뢰 문제를 남북관계의 틀에
을 검토했으며, 임원 보궐선출(안), 2013년 사업보고 및 결
서만 국한하지 않고, 그 폭을 넓혀 우리 사회 안의 신뢰, 국제
산, 2014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대의원회 안건으로 올
사회와의 신뢰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리기로 하였다.
정책보고서에 참여한 필진은 임강택 위원장, 서보혁, 이기 동, 조봉현 간사를 비롯해 안승국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김석향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북한학과 교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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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
민화협 상임의장회의, 신규 회원단체 승인
위원,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
민화협은 1월 23일 제8기 6차 상임의장회의를 통해 (사)미
학부 교수 등이다.
래도시포럼, (사)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 (사)남북
임강택 위원장은 민화협의 정
체육교류협회 등의 단체를 민화협 회원단체로 승인하였다.
책보고서가 ‘신뢰라는 하나의
(사)미래도시포럼(대표 이주형)은 도시계획 관련 학술연구
가치가 다양한 차원으로 구현
와 장학사업 등을 전개하는 단체로 2007년 설립되었다. 새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위(대표 신미녀)는 민족화해와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활
며, 이 책이 정부의 대북정책
동,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등을 펼치고 있는 단체로 1988
및 외교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년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경성 대한체육
우리 사회 내부의 소모적 갈
회 남북체육교류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남북체육교류협회는 2006년 설립되어 남북체육교류사업
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을 이어오고 있다.
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민화협 ‘1090 평화와통일운동’의 분유 2만 6000통 대북지원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선언식 개최
민화협은 지난 2월 24일 남북교류와 통일 준비를 위한 시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추진위원회(상임추진위원장 도법스
민 단체인 ‘1090 평화와통일운동(이사장 이영선)’의 요청을
님)는 2월 20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화쟁코리
받아 북한영유아를 위한 조제분유 2만 6000통(3억 4000
아 100일 순례 선언식’을 개최하고 갈등과 대립을 넘어 3·1
만원상당)을 지원하였다. 이번에 지원된 분유는 남포시와
정신으로 화쟁의 길을 열어갈 것을 선언했다. 우리사회의 갈
사리원시의 산원과 육아원, 탁아소, 유치원 등에 전달될 예
등 해소를 위한 화쟁의 메시지를 전하는 순례는 3월 2일 제
정이다. 24일 인천항을 출발한 분유는 중국 단둥 항을 거
주 한라산(백록담) 천고제와 3월 3일 제주 4·3공원을 시작
쳐 북한 남포항에 도착하여 북한 영·유아 1만 3,000명에
으로 전국 14개 광역도시를 거쳐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
게 한달간 공급될 예정이다. 이후 민화협과 ‘1090 평화와
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낭독된 화쟁코리아 선언문은 조
통일운동’은 현장방문을 통해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
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
갈 계획이다.
의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이춘호 EBS 이사장 등이 동참했으며, 참가 자들은 한반도 순례지도에 꽃을 꽂으며 순례의 성공을 기원 했다.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사회 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불교계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화 쟁 순례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며, 민화협 차원에서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성심껏 돕겠다고 강조했다.
회원단체 동정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월 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월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스
플라자에서 제28차 정기총회를 열어 권미혁 상임대표에 이
포츠월드에서 정기선거인대회를 열어 김동만 위원장과 이
어 김금옥 공동대표를 11대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신임 김 대
병균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노
표는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여성연합 사무처장 등을
조 소속으로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과 전태일 열사 기념
거쳤다. 김 대표와 함께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도 앞
사업회 이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김태환 열사 기념사
으로 3년간 여성연합 새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업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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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ooks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국민이 출범 2년차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부분이 있 다. 바로 ‘남북관계’다. 물론 외교 분야 평가도 우호적이다. 박 대통령이 집 권 첫해 정상외교를 위해 해외를 이동한 거리가 약 11만 1,000km이고, 이 기 간 정상외교를 70차례나 진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스스로 이 분야에 주력
가능성을 현실로, 불신을 확고한 신뢰로 편집부
하기도 했다.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발언한 ‘통일 대박론’이 적지 않은 반향 을 일으키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실행계획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 역시 업 무보고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랫동 안 경색국면을 면치 못했던 남북관계를 돌아본다면, 분명 바람직한 모습 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저자는 바로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화두로 제시한다. 이는 이미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가능성’이다. 저자는 남북정상회담을 화두로 던 진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성 사 사례와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측 면에서 지난 15년간 남북 간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성사과정을 다양한 측 면에서 재조명해봤다. 왜 지금 남북정상회담일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처럼 통일이 ‘대박’ 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이 평화와 공존, 공동 번영으로 갈 수 있는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과정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바로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 부 시기는 여러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로 통일에 대한 부정 적 인식이 확산된 바 있다. ‘퍼주기’, ‘통일비용’ 등 통일이 우리에게 손해라 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젠 이러한 통일인식에 대한 ‘비정상화의 정상화’ 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지금의 여건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 는 북핵 문제와 이명박 정부 시절 있었던 불행한 사건들에 대한 일정한 수준 의 ‘해소’가 담보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인식 역시 아직은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원 한다고 해서 정상회담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저자
1
『남북정상회담 한반도와 동북아를 움직이는 선택』 정창현 저 | 선인 | 2014
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 고 남북정상회담이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 즉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60여 년 만에 만난 피붙이 앞에서 차 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 통일 대박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앞서, 이산가족들 의 피맺힌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이제 박근 혜 정부에겐 스스로 말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주어졌 다. 그리고 이는 오랜 ‘불신’을 ‘신뢰’로 바꾸어나갈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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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2 『공동관람구역 - 영화로
통일을 읽다』
이 책은 1940년대 후반 정부의 후원 아래 제작된 반공영화부터 1990년대 이후 분단과 북한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된 후 등장한 <남부군> <태백산맥>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대작과 2014년 제작된 북한의 지하교회를 다룬 <신이 보낸 사람>까 지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하였다. 분단 현장을 그린 대표 영화 34편을 통해 분단사 를 돌아보고 통일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전병길 저 | 책마루 | 2014
3 『민주화
탈냉전 시대, 평화와 통일의 사건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공동연구 성과를 책으로 엮 었다. 탈냉전 시대 남북관계와 통일과정에 영향을 미친 국내적·한반도적·국제적 사건을 선별하여 이러한 사건들에 내재된 갈등과 위기, 긴장과 견제, 화해와 소통 등의 구조적 맥 락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정태헌 외 | 소명출판 | 2014
4 『화해와
평화의 좁은 길 - 남북나눔이 걸어온 20년』
‘남북나눔’은 그동안 굶주리다 못해 영양 부족으로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안게 되는 아이들, 낡은 집에서 추위와 비바람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농촌 주 민 등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돕고 찾아가는 사역을 묵묵히 해왔다. 대부분의 사업이 대북지원이지만, ‘남북나눔’이라는 이름처럼 남북이 물자와 마음을 나누는 가운데 단 단한 하나가 될 날을 소망하며 걸어온 남북교류의 20년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홍정길 외 | 홍성사 | 2013
5 『통일한국에서
온 선물: 탈북민』
북한과 남한의 체제를 모두 경험하고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해줄 문화, 예술, 정 치, 경제, 군사, 종교 전문가 탈북민 13인이 바라본 대한민국 이야기다. 김철웅 피아니스트,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지은 진한의원 원장, 이충국 민들레한의원 원장, 김 철(가명) 한반도선진화연대 이사장,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등이 참여했다. 이윤걸 편저 | 비젼원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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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의견
READER'S
2014. 01+02 Vol.66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독자 여러분이
〈독자엽서〉로 정답과 의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의견을
지난 66호의 정답은 ‘유라시아’입니다.
소개해드립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민족화해』를 읽고 TV에서 잠깐씩 접했던 민화 협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 가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해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통 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TV를 통해 탈북자들이 패널로
‘통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비전’ 기사를
나와 북한의 실상을 전해주는 시대가 되었어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읽고 그저 ‘주어지거나’ ‘되는’ 것이 아닌 ‘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민화협의 활동과 비중
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
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었습니다. 우리 민족 앞에 그저 주어진 독립
생각합니다. 많은 정보를 담은 『민족화해』 잘 읽었습니다.
이 그리고 되는 대로 두었던 전쟁이 어떤 결
- 최영신
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지
부산시 서구
않습니까! 아, 그리고 DMZ에 이산가족이 모 민화협이 물론 지금까지도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몇 가지 바라는
여 살 수 있는 공동체 아파트를 짓는 것은 어
점이 있습니다. 먼저 남북의 교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포럼을 열어
떨까요? 문득 상상해 봅니다.
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스포츠, 등산 등 각종 문화활동을 전개해 더
- 조태오 광주시 서구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세요. 또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규모 국민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어
표지 사진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습니다.
떨까요? 많은 이들에게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알릴 수 있는 행사
제가 사는 곳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낡은
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강희만
낙동강 폐철교가 있는데 느낌이 많이 닮았
서울 영등포구
거든요. ‘이건 어디에 있는 철교일까?’ 궁금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본 남북-러 협력의 미래’를 관심 있게 보았
한 마음에 첫 장을 펼쳐보니 커버스토리에
습니다. 에너지 개발 및 철도·해상 운송의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도
답이 나오네요. ‘북한의 나선지구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여 남북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
핫산을 잇는 두만강 하류의 철교.’ 그러다 새
조 아래 서로 합심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
삼 깨달았어요.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니다. 그 전략적 접근방법과 함께 향후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떠한 긍
둘러싸여 있지만 북쪽으로는 러시아, 중국
정적 영향을 가져올지도 고찰해볼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합
등 육지가 이어져 있는 반도국이라는 사실
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강창규
을. ‘북쪽길이 열린다면 뱃길, 하늘길이 아닌
대전시 중구
기차를 타고 우리 동포가 사는 북녘 땅을 지 나 세계를 여행하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겠 지’하는 마음으로,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 해보았습니다. - 송지영 경남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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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VOL.67 March / April
www.kcrc.or.kr 사진으로 보는 민화협 통일바라기 15년 ➊
1999. 8. 15
’99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겨레손잡기 대회 민화협은 새 천년을 앞둔 1999년 8·15광복절에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손에 손을 맞잡은 ‘겨레 손잡기 대회’를 개최했다. 서대문 독립공원~삼송초등학교, 여우고개(문산읍 문천리)~임진각~통일대교 북 단 구간에서 진행된 겨레손잡기 대회는 새 천년의 통일시대를 힘 있게 열어나가기 위한 온 겨레의 염원과 의지를 확인한 통일축제의 장이었다.
KC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