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88-2782
VOL.63 www.kcrc.or.kr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2013 07·08
특집
정전 60년, 평화의 길을 찾는다
CONTENTS Vol.63 July / August 2013 02 편집인 칼럼
·남북 접촉면 넓을수록 좋고, 남북 스킨십 많을수록 좋다
| 이경형
04 권두 대담 COVER STORY
한·중 정상의 만남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 외교가 활발하다. 정전 60년, 한반도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설훈 의원(민주당), 황영철 의원(새누리당)
·남북대화·관계개선 위해 국회도 전향적 역할해야
12 특집
|
정전 60년, 평화의 길을 찾는다
· 남북한 사회에 형성된 냉전시대의 비합리적 ‘신화’를 극복해야
·북한 포함한 다국 간 협력으로 남북의 국가주의 연성화해야
· 대중 협력 강화 속, 북핵·북한문제 함께 다루는
| 박태균
| 이정철
강한 대북 접근책 필요 | 김흥규
24 DMZ 60년, 생명과 평화를 꿈꾸다
·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로 출발하자
| 김귀곤
28 진단
·북핵문제 토의 위한 한·중·미 대화채널 확보해야
·개성공단, 작은 신뢰부터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성기영 | 임을출
36 북한, 어디로 가는가
·‘반미대결전’ 이후의 유화공세, 비핵화 판단은 이르다
·북한의 거대한 전환, “집단에서 개인으로”
| 안정식
| 공용철
민족화해 2013년 7-8월호(격월간, 통권 63호) 등록번호 영등포, 마00041 등록일 2013년 5월 27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3 - 4 동우국제빌딩 4층 전화 02.761.1213 홈페이지 www.kcrc.or.kr
발행일 2013년 7월 1일 발행인 김덕룡 편집인 이경형 홍보위원장 김영만 편집기획위원 공용철, 김용현, 노태호, 오한샘, 윤법달, 정영태, 정은미, 정진아, 조동호 편집장 이운식 편집부 이현희, 염규현 디자인 및 제작 (주)풍경애드컴소풍 070.7433.1123
04
통일을 준비하는 격월간지
44 회원단체탐방
|
64 무대 혹은 스크린
한국YMCA전국연맹
·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
·헐리우드, 북한을 캐스팅하다
| 오한샘
남북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66 지금 북한은
48 통일교육·평화교육
· 통일교육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北, 7년 만에 소년단 대회 개최
‘어린이는 나라의 왕’, ‘김일성 따라하기’ | 장철운
제도적 장치 필요 | 이미경
68 제13회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
· ‘함께 가는 통일교육’을 위한
‘공감’의 첫발을 내딛다
| 박지용
·통일 꿈나무들과 함께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리다
54 시선
72 현장
·남북관계의 중심에 선 6.15,
|
| 이갑준
민화협 정책토론회
· “한반도 그린데탕트의 길을 찾는다”
시야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정현곤
74 민족화해 네트워크
58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77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 종교계의 통일준비, 이념갈등을 넘어
민족적 화해를 만들어내야
| 윤법달
78 독자의 글
60 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왜,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가
62 서평
|
| 이병수
·통, 통, 통 - 通水, 通信賴, 統合
남북을 잇는 강물에 신뢰를 띄어 대해로 나가길 | 한덕춘
80 독자 의견
『인간안보와 남북한 협력』
·지구화 시대, 남북한 사람을 위한
평화와 안보 | 박영자
12
24
72
편집인 칼럼
Editors Column
남북 접촉면 넓을수록 좋고, 남북 스킨십 많을수록 좋다 이경형 민족화해 편집인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즘처럼 대북 압박 국면으
견을 같이했다. 6월 27일 박근혜·시진핑의 한·
로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
중 정상회담도 북핵 반대, 비핵화 실현을 거듭 천
이다. 동서 냉전시대에는 소-중-북한의 북방 3각
명했다.
과 미-일-남한의 남방 3각 대립구도가 지속되어 왔다. 구소련이 붕괴된 탈냉전시대에 와서도 중국
북한은 지난 5월 22일 인민군 최룡해 총정치국장
은 초지일관 북한의 후견국으로서 북의 대남 대
을 특사로 베이징에 보냈고 6월 19일에는 북한의
결구도에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근 70
핵 협상을 총괄해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베
년 만에 한반도 주변 기류가 크게 바뀌고 있는 지
이징에 급파, 남북대화, 북미대화 실패 이후의 ‘다
금 상황은 북한을 바깥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좋
자간 대화’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북한이 미-
은 기회이다.
중-러-남한의 긴밀한 공조 압박 아래 ‘사면초가’ 형국이 되었다고 해서 시간은 늘 ‘우리 편’이라고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날(6월
마냥 미소 지을 수는 없다. 북핵문제는 지난 이명
6일) 갑자기 남북 당국대화를 제의했으나, 회담 대
박 정부 5년 동안 더 악화되었다. 남북관계도 천안
표의 ‘격(格)’이 문제되어 무산되었다. 그러고 닷새
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 거의 최악의 단
뒤인 6월 16일 전격적으로 북·미 고위급 회담을
계까지 갔다. 북한은 금년 들어서도 3차 핵실험,
제안했다. 미국은 북한이 ‘말보다는(비핵화 실현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위기를 계속 증폭시키
의지가 실린 사전 조치의)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다 미·중의 강한 압박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요구하고 있어 북·미회담이 당장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고 원활해지면 북한의 핵 개 발이 중단된다는 가설은 성립하기 어렵다. 북한이
오바마·시진핑은 지난 5월 7~8일 미·중 정상
20년 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후 미국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불용납, 핵보유국 불
과 숨바꼭질 협상을 해오면서 스스로 핵보유국을
인정’에 합의하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언한 지금의 현실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
6월 18일에는 G8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푸
러나 북한이 유일하게 기대온 중국마저 미국과 한
틴 미·러 양국 정상도 북한의 핵무기 반대에 의
목소리로 ‘북핵 불용납’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주춤
민족화해 July / August
02 03
하면서 드디어 대화 모드로 크게 전환하고 있는
는 짓이다. 앞으로 남북교류는 당국 간 수준으로
것이다.
발전되면 더 좋겠지만, 우선 상대적으로 쉬운 민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당
간 차원의 인도적 사업, 경제 교류를 먼저 트는 것
국 간 대화가 ‘형식’문제로 당장은 실패했지만 다
이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이 과정에서 MB정권에
시 대화 무드가 조성될 듯한 조짐이 엿보인다. 북
서 취한 5·24 조치의 단계적 해제도 수반되어야
한이 더 이상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에 등을 돌릴
한다. 물론 남북 당국 간 민간인 왕래에 따른 신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보장 등의 조처는 필요할 것이다. 남북 간에는 앞 으로 산림녹화사업 등 기후 환경 분야, 고구려 유
남북대화의 첫 물꼬는 개성공단 가동 정상화에서
적 발굴 등 고대사 공동 연구, 남북언어생활 변화
찾고 이어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상봉 수순으
비교 및 공동연구, DMZ 생태보전, 생물다양성 조
로 나가는 것이 순리다. 사실 남북은 대화 예비회
사 등 생태협력사업 등으로 상호 협력 분야를 크
담에서 이미 이 같은 3가지 의제는 합의한 바 있
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 간에 대형
다. 고위급, 장관급 회담이 안 되면 다시 낮은 급의
프로젝트 협력 사업이 논의되면 그것은 그것대로
당국 대화를 시도하는 게 맞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되 작지만 민족동질성 회복에 중요한 사업
내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작은 것부터 신뢰를
들을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쌓아가자는 입장이다. 신뢰는 만남의 전제가 되기 도 하지만, 그보다 잦은 만남의 결과로 축적되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발간하는
것이 더 신뢰의 속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본다. 그
격월간지 『민족화해』도 민간교류의 접촉면을 넓
동안 남한은 정권교체, 북한은 3대 세습이긴 하지
히고, 남북 인사들이 자주 만나 스킨십을 확대하
만 통치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바뀌어
는 데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리 내부의 보수·
왔다. 그럼에도 남북 간에 합의한 7·4공동성명,
진보 이념 차이를 뛰어넘어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
6·15남북정상공동선언 등을 근거로 한 남북교류
한 소통과 협력의 장을 넓혀 나갈 것이다. 애독
협력의 기본 바탕은 계속 지속되어왔다.
자 여러분의 애정 어린 눈길과 많은 관심을 기대 한다.
북핵문제에 관해 북한의 진전된 언급이 나온다면 남북대화의 여건은 크게 호전될 것이다. 설령 북 한이 ‘입’을 떼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인도적 지원 등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면에서 중요하다. 곧 북한도 장마철에 들어간다. 최근의 동북아 기류에 비추어 우리가 칼자루를 쥐 고 북한이 칼끝을 쥐었으니, 북한이 저자세로 나 올 때까지 대북지원의 ‘지’자도 꺼내지 말자면 이 는 ‘신뢰프로세스’ 자체를 옹색한 상자 안에 가두
이경형은 지난 5월 새 편집인으로 취임했다. 서울대에서 사회학 을 공부하고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실장, 임원, 고문을 역임했 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와 ‘장준하공원’ 건립추진 공 동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내일신문 칼럼니스트와 예술마을 헤 이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두 대담
남북대화·관계개선 위해 국회도 전향적 역할해야 설훈 의원(민주당), 황영철 의원(새누리당) 사회
이경형 본지 편집인 | 정리 이혜원 객원기자
여야를 대표하여, 민화협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민주당)과 황영철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5월 22일, 개성공단 정 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나란히 국회 정론관에 섰다. 일반적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이가 크긴 하지 만, 폐쇄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의 절박성이 정상화를 위한 행동을 함께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성공단으로 가 는 길은 막혀 있고, 무산된 남북대화도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우리 내부의 해법도 서로 소 통하지 못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이에 『민족화해』는 설훈 의원과 황영철 의원의 대담 자리 를 마련했다. 상황에 대한 인식은 비슷했지만, 막혀 있는 남북관계 실타래를 풀기 위한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두 의원이 이야기하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민족화해 July / August
04 05
이경형 편집인(사회자) : 두 분이 함께 개성공
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국회 차원에서 남북문제를 다루는
단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특위 구성을 한 것 등은 나름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문제 해법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여야의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어떠한 공감을 바 탕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는지요?
설훈 의원 :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봅니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는 여야의
설 훈 황영철
“개성공단에 설비점검 위한 기술자 보내 남북대화 물꼬 터야” “앞으로 일방적 중단 없다는 북측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
입장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황영철 의원 은 민화협에서 공동으로 상임의장을 맡
사회자 :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국회
고 있어 쉽게 뜻이 맞았습니다. 무엇보
담을 제의하고, 실무회담이 개최되면서 개성공단 문제도 해결의 실마
다 속이 타들어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남북대화 무산으로 또다시
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기가 막힐 따름입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재가동을 위해서는 정치·군사
니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적 이유로 공단 가동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국제적 규
무엇이든 하자란 뜻으로 기자회견을 했
범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 속
는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안타깝습니다. 설훈 : 지난번 남북 당국회담이 소위 형식 때문에 깨졌습니다. 황영철 의원 : 그동안 남북문제나 통일문
개성공단 문제는 그렇게 접근하면 어려울 것 같아요. 개성공
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는 있었습니
단 문제가 오히려 잘되면 남북문제를 푸는 돌파구 역할을 할
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 국회의원인 제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개성공단
이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
에 있는 기계들이 녹슬고 있어요. 녹이 슬면 복구하는 데 시
습니다. 그러나 여당 국회의원의 입장이
간도 많이 들고,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큽니다. 먼저 입주자들
아니라, 민화협 상임의장으로서 역할을
이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몇 명이라도 북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화협의 관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해야 합니다. 입주자들의 이
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
러한 요구는 남쪽도 북쪽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는 생각을 한 것이죠. 특히, 5월 21일 민
는 기업의 문제뿐 아니라 남북 당국 모두 손해이기 때문입니
화협과 개성공단 입주대표 간의 간담회
다. 기업주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필요
에서 입주기업들이 절박한 어려움을 호
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하는 것을 보고 민화협이 이 문제를 풀 기 위해 작은 단초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황영철 : 남북 간의 정치적인 문제는 예상하기도 어렵고 어떤
생각을 했습니다. 남북대화가 결과적으
상황으로 진전될지 후퇴될지 현재로서는 감을 잡기 어렵습니
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기자회견 이후 남
다. 그럼에도 남북의 노력으로 북한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설훈 :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피해 보상책을 보면 피해기업에
일괄적으로 10억 원씩 대출해주는 것인데, 대부분 기업들이 10억 원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입주기업들은 현재 정부의 피 해보상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기업별로 피해 규모를 파악하여 그것에 비례하여 보상액을 책정하는 것이 맞고, 최소한 10억 원 이상으로 보상해줘야 한 다고 봅니다. 아마 추후에는 정부도 그렇게 할 것이라 생각합 이경형 편집인
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입 니다. 이제 장마철이 시작됐는데, 남북 모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설정비를 위한 기술자들의 방북이 하루빨리 이 뤄져야 할 것입니다.
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 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황영철 : 지금은 개성공단 문제가 완전히 폐쇄라고 보는 단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독
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에게 단기처방을 내리고 있
자적인 결정으로 중국에 들어온 기업을
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에 단기 운영자금을 보존해주
폐쇄하거나 본국으로 돌려보낼 거라 예
기 위해 두 개 영역에서 10억 원씩 융자혜택을 주고 있습니
상한다면 중국에 그 많은 세계적 기업들
다. 다만, 정부가 그 부분을 처리함에 있어 기업들에게 여러
의 투자가 이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가지 복잡한 서류와 평가절차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
런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은 금강산사업
된 일이고, 오히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범위 내에서 그들에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로 스스로의 입지
게 조건 없이 신속하게 일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장
를 위축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후
기화될수록 그 기간에 따른 피해보상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
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개성공단을 원
다고 봅니다.
상태로 복귀시키고, 다시는 정치적인 문 제로 기업들의 활동이 중단되거나 위축 되지 않게 하겠다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북한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황영철 설 훈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기회였는데, 좀 더 지혜롭게 대처했어야” “교류를 많이 할수록, 북한은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자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시설점검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한 방북과 좀 더 실효성 있는
사회자 : 남북 당국회담 무산을 어떻게 보십니까? ‘격’에 대한 입장 차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이가 표면적 이유이긴 하지만, 북한의 대화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
민족화해 July / August
기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06 07
입니다. 교류를 많이 할수록 북한은 남한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먼저 합치자고 말할 것입니다.
황영철 : 북한이 처한 여러 상황을 고려
그래서 나는 간첩행위를 제외한 모든 것을 교류에 맡겨놓자
했을 때 북한 스스로 대화를 통해 이 국
고 누누이 주장해왔습니다. 북한에서 남북대화를 하자고 하
면을 타개해나가야겠다는 적극성을 갖
면 남한은 격 따질 것 없이 무엇이든지 받아주어야 한다고
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생각합니다.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남한 과 주변 국가들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
사회자 : 무산된 남북 당국대화 재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
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까? 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나가야 한다고
남측과의 대화를 제의했던 것은 기회였
보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습니다. 북한이 대화의 국면으로 나왔을 때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능력인
설훈 : 교류를 선(善)으로 생각하자는 것이 남북대화의 재개 방
데, 좀 더 크게 보고 지혜롭게 대처했어
안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가 있으니 황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
야 했다고 봅니다. 대화의 격이 안 맞고,
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밑지고 들어간 다는 평가가 있을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황영철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전의 MB정권과 차이점이
국민 앞에 남북 간의 대화 테이블이 진
있다면 어쨌든 남북대화의 단절이나 북측의 태도변화가 선행
행되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일단
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선제적으로 하
은 북한을 테이블에 앉힌 후 문제되는 것
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종전 보다 진전됐
들을 점차 수정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대화
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접촉하고, 이를 대외 적으로 천명해줘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어떤 방식이더라도 북
설훈 : 남북대화가 있고, 북미대화가 있습
에 있는 동포들의 아픔을 치유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의
니다. 북미대화는 비핵화를 둘러싼 대화
인도적 지원을 도모할 수 있게 장을 만들어놓으면 민간단체
이고 남북대화는 비핵화뿐만 아니라 금
나 기업 등 제3자가 나서서 북한 주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
강산 문제, 개성공단 문제, 이산가족 문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등이 포함됩니다. 일단, 남북대화는 기본적인 것부터 풀어야 합니다. 비핵화
설훈 : 남과 북이 기본적으로 신뢰를 안 하는데, 이는 지난 정
부터 풀려면 될 일이 없어요. 제가 정부
부의 원인이 크다고 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라면 개성공단에 기술자를 보내는 것을
노력을 이명박 정부가 조금 이어갔다면, 지금은 신의주를 거
시작으로 민간과의 대화의 길을 터주겠
쳐 베이징까지 자동차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
습니다. 남한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
기 때문에 또다시 신뢰문제가 나왔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
설훈 의원 민주당
설 훈 황영철
“미국이 북한체제를 인정해줘야 핵문제가 정리될 것이다” “핵 포기를 유도하려면 북한을 안심하게 하는 주변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자 : 지난 5월 22일, 최룡해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6월 16일에는 북미 당국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황영철 : 북한의 태도가 최근에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기
간 동안 고집스럽게 핵무장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의 위 치를 지켜가려고 했으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령의 신뢰프로세스는 잘한 선택이라고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특히 중국이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덫에서 벗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태도 변화에 크게 작용한
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것 같습니다. 또한, 중국 내부의 지도자들도 박근혜정권에 대
우리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고,
해 우호적으로 변하고, 상대적으로 김정은정권에 대해서는
‘전쟁하려 하지 말라. 우리가 경제적 여
단호하며 변화를 요구하려는 태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
건이 좋으니까 도와주겠다. 서로 평화적
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길을 택했다고 봅니다. 즉,
으로 하자.’ 이렇게 나가는 것이 신뢰프
주변 국가들의 단호한 태도가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 역할
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를 꿰려
을 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개별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면 총리급 회담으로 하든지, 특사를 보내
충돌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향적인 방
든지 해야 합니다. 상호 인정하고 가겠다
향으로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는 뜻을 김정은에게 전하고, 김정은이 이 것을 받아 대화로 나오는 과정이 있어야
설훈 : 2006년에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 당국자와 터놓고 얘기
합니다. 푸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
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완전히 핵을 개발하기 이전이며
다. 민간 차원의 교류가 병행되면 더 쉽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려고 했을 때입니다. 그때 북한 당국
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하듯 평양 을 공격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된 판단이다. 미국은 절대 평양을 공격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후세인은 명분일 뿐이고 중동 전체의 석유 문 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양은 다르다. 엄청난 전
민족화해 July / August
08 09
황영철 의원 새누리당
는 미국이 북한 체제를 인정해주고, 수교의 조건으로 핵을 포 기하라고 해야 정리될 것 같습니다. 황영철 : 중국은 시진핑이 북한 최룡해를 만났을 때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분명하게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천명했습 니다. 이러한 중국의 단호한 입장 때문에 북한은 핵무장 입 장을 강하게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선대들의 유훈통치 개념을 빌려 한반도의 비핵화 문 제를 거론했는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 반도를 둘러싼 비핵화를 천명한 것입니다. 핵에 대한 위협에 서 벗어나고 싶다는 입장을 말한 것이라 보는 것입니다. 북 한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듯한 주변 국가들의 압박을 덜어내 려는 움직임입니다. 북한을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노력들이 비가 소요되고, 미국의 희생이 필요하다.
필요합니다. 6자회담은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전쟁은 득이 있어야 하는데 평양은 메리
구조가 됐다고 봅니다. 일본이나 러시아의 역할이 예전과는
트가 없다. 중국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에
다르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이 아닌 4자회담 형식을 빌려서
도 못할 것이다. 또, 남한에 극도의 보수
라도 미국, 중국과 함께 최근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여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서울이 불바다가
러 가지 문제를 통 크게 해소해나가는 진전된 자리가 마련되
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과 서울이라는 안전판이 있는데 핵 을 가지겠다는 것은 이치에 안 맞다. 미
사회자 : 올해는 정전협정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 평화문제를
국이 공격하지 않겠다는데 왜 핵을 가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많습니다. 결국 비핵화 문제와
려 하는가. 만약에 핵을 가지려 하면 중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논의가 중요한 화두
국도 막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가 될 텐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남한뿐 아니라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고, 대만도 핵을 가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훈 :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것
사실은 클린턴 정부 말기에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미국
이다. 그러니 핵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
과 수교가 될 뻔했습니다. 마지막 과정으로 클린턴이 평양
라고 했더니, 그 당국자가 가만히 듣고
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면 미국과의 모든 것이 풀어졌을 것
있었습니다. 듣고만 있다는 것은 인정한
인데, 불행하게도 클린턴이 이스라엘과 문제가 꼬여서 나갈
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이 대
수가 없었습니다.
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은 중국이 압박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들어보니, ‘내가 못 가니 당신(김정일)이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핵문제
미국으로 좀 와주면 안 되겠냐’고 클린턴이 요청했다고 합니
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에게 빨리 미 국에 가서 타결하라고 했는데 김정일이 안 가서 핵문제가 안 풀렸다고 했습니다. 당시 부시 정부가 들어오면 어떤 상황으 로 전개될지 모르니 해결을 보자고 조언
황영철 설 훈
“당국 간 대화가 선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줘야” “정부가 열린 자세로 국회, 민간 등 다양한 접촉을 허용해야”
을 했는데 김정일이 용기를 내지 못해 이 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사회자 : 지난 6월 13일,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구성결
을 인정해주고 수교하여 핵을 없애는 과
의안을 의결했습니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국회 차원에서의 역할
정을 거치려면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그전에 남북 간의 화해가 필요합 니다. 비핵화 과정이 있으려면 남북이 평
설훈 : 남북 국회 회담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화롭게 가야 합니다. 1972년 7·4남북공
런데 이것도 ‘격’을 따지면 못합니다. 격과 상관없이 그쪽 의
동성명은 김일성 주석과 박정희 대통령
원들과 대화를 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했습니다. 이것을 기념하자고 박근혜
여야 대표가 북에 국회회담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정부가 주장하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고 봅니다. 우리는 하려고 하는데 여당 대표가 받을지 모르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민화협이
겠습니다.
요구해도 될 것으로 봅니다. 고삐를 풀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황영철 : 북한이 민간단체와의 행사라든지 여타의 제안을 해
오고 있는데, 저는 그런 제의 전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선행 황영철 : 정전협정이 60년 동안 지속되는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는 남
것은 민족사적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남
북대화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줘야 합니다. 남
북 간 대화의 현안 가운데 이제는 평화
북관계발전특위에서도 국회가 남북문제에 대한 상호 충돌이
협정체제 전환도 꺼내야 하는 중요한 시
나, 이질적인 견해가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남북관계 발전
점이 됐습니다. 아직 평화협정체제가 중
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평화시기에는 백 가지
요한 현안으로 대두되지 못하고 있지만,
논쟁이 필요하나, 위중한 시기에는 또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이 문제도 남북 간, 북미 간의 대화에 있
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가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길 바
어서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는 작업이 진
랍니다. 다만, 민화협 상임의장으로서 새누리당 내에서 대북
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핵화 문제와
정책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들이 좀 더 충실하고 진지한 논의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
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는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조속한 시일
사회자 : 대북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내에 이런 내용도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남북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습니다.
해결해나가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
민족화해 July / August
10 11
민화협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 원(민주당, 오른쪽)과 황영철 의원(새 누리당)이 지난 5월 22일, 개성공단 정 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나 란히 국회 정론관에 섰다.
십니까? 또 여야를 대표하여 민화협 상임의장
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을 맡고 계시는데 민화협에서 어떤 역할을 하 고 싶으십니까?
황영철 :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가
남북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중요한 시기에 설훈 :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가 20 대 1
는 국회가 대 북한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내기 위한 노력을 긴
입니다. 즉, 북쪽을 상대로 하는 경쟁은
밀히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크게 갈
끝났다는 것입니다. 남은 것은 동족으로
등유발형과 조정형이 있습니다. 물론 각자가 나름대로 정치
서 북한을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라는 문
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남북문제에서는 통합 조정하
제입니다. 북은 우리로서는 참 괴롭고 어
는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려운 상대입니다. 저는 북한과의 관계를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도 지금까지는 제 역할을 못했는데,
형제간의 상황으로 이해하고 풀어나가
이번에는 구성원들도 진지하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고민
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집안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국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에 형과 아우가 있는데 그 아우가 못된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짓만 한다면, 형은 어떤 역할을 해야겠
민화협이 남북 긴장이 지속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습니까? 달래고 달래서 가는 것이 숙명
박근혜정부에서는 민화협이 태동할 때 국민적 관심과 역할을
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이 나쁘기 때문에
부여받았던 것처럼, 그런 역할을 부여받기 위한 변화가 필요
벌만 주려 한다면 엄청난 재앙과 피해가
하다고 생각합니다. 민화협의 역할을 제고해야 하는 진지한
올 것입니다. 아무리 북한이 독재국가라
역할도 이 시점에 같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고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북한 국민이 해 야 합니다. 북쪽의 인민이 남한을 알게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열린 자세 로 민간, 국회 등 다양하게 접촉을 하도
특집 정전 60년, 평화의 길을 찾는다
01
남북한 사회에 형성된
냉전시대의 비합리적 ‘신화’를 극복해야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2008년 정부수립 60년을 기념해서 『민족화해』에 기고한 적이 있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급해하지 말고 남한이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수립 후 60년이 지나면서 남한 정부는 북한에 비 하여 경제, 사회, 정치 모든 면에서 우위에 섰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마음을 열어야 하고,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 구축에 힘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남한과 다른 북한을 다른 사회로 볼 것이 아니라 남한과 다름을 인정하는 조건 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12 13
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났다. 많은 남한 사람들이 금
인 후 90일 이내에 정치회담을 갖고, 여기에서 외국
강산뿐만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평양을 방문할 수 있
군 철수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규
었고, 개성에는 남한의 기업인들이 본격적으로 진출
정되어 있다.
하기 시작했던 시기로부터의 5년이었다. 그 5년 동
그러나 정치회담은 90일 내에 열리지 않았을 뿐만
안 남북한 사이에는 평화 공존을 위한 신뢰가 구축
아니라 그나마 3개월이 훨씬 넘어서야 열린 정치회
되었는가? 남한은 모든 면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담은 아무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후 더
북한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를 갖추게 되었는가?
이상 정치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정전협정
북한은 제1세대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2세대와 3세
내에서 핵심적 조항인 외부로부터의 향상된 무기 반
대 그룹이 등장하면서 이전에 비해 좀 더 유연한 자
입을 금지하는 13조 (라)항이 1957년 이후 무효화되
세로 평화 공존과 사회경제적 개혁을 추진할 준비
었고, 정전체제를 관장하는 군사정전위원회가 1990
가 되어 있는가?
년대 초반 이후 전혀 열리지 않고 있다. 결국 정전협
2013년 이 질문들에 대해서는 대답할 필요가 없는
정은 남북 간의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역할을 전혀 하
상황이 되었다. 지난 5년간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
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으로 치달았다. 열렸던 문들은 모두 닫혔다. 그나마
그러나 이러한 정전체제의 한계보다 더 중요한 것
조심스럽게 쌓고자 했던 신뢰 관계도 모두 무너져버
은 제도적 측면이 아니라 남북한 사회에 공히 ‘신화’
렸다. 2009년 1월 북한이 정전체제를 준수하지 않겠
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화는 분할점령과
다고 선언한 이후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이전보다 더
분단국가의 수립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해 형성되었
심각해졌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으며, 전체주의 국가시기를 통해 계속 강화되었다. 남과 북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화들은 무엇이
남북한 사회에 형성된 냉전시대의 ‘신화’
객관적 사실인가에 대한 검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본다면 정전체제가 가장 근본
는 점에서 ‘신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
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전
난 60년간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 이론에서
협정으로 형성된 정전체제는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서로가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
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군사적
고 비난할 뿐 실제 그 책임의 원인에 대한 비판적 성
성격을 갖고 있는 정전협정은 ‘평화적 해결책’이 마
찰을 허락하지 않았다.
련될 때까지만 효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다. 그
모든 분쟁에는 당사자 중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리고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전협정 조
있는 측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른 한쪽의 당사자가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은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분쟁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분쟁에 따라서 쌍방 중 어느 일방에게
01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장면. 정전 6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남북은 냉전시대의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책임이 있을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른 일방이 분쟁의 책임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는 없는 것이다.
국’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다. 제2세
그러나 남과 북이 공히 사회적 여론과 공감대 형성
계의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이 시장의 무한 확대 속
등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에서 붕괴되거나 개혁개방이라는 변화의 길을 선택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 즉,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한 반면, 북한은 체제 변화를 거부한 채 냉전시대의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든 간에 남북한은 공히 상대방
신화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 것
에게 책임을 전가하도록 사회적 여론을 몰아간다는
이다. ‘부국’보다는 ‘강병’이라는 전근대적 방식의 전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책
략을 선택한 것이다.
임을 전가하는 주장에 대한 반론은 그 주장의 합리
남한의 경우 시장의 확대는 1990년대 이후 경제적
성 여부를 떠나 남북한 사회 어느 쪽에서도 수용되
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
지 않고 있다.
한 기회는 북한이 남한 자본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 는 여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한 사
무엇이 ‘신화’의 해체를 어렵게 하는가
회 내부에서 냉전시기에 형성된 극단적인 보수세력
그나마 남한에서는 민주화를 통해 이 신화의 실체
들이 탈냉전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노력이 사회적 차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1987년 이후 남한 사회에서
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진행되었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개혁 및 냉전시기 신화를
만, 북한은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그 신화가
해체하는 작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냉전적 사고를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990년을 전후하여 세
갖고 있는 극단적 보수세력의 위기의식은 더 커질
계적 차원에서의 냉전체제가 해체되었고, 1991년의
수밖에 없었다.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및 2007년 두 차례 정상
1990년을 전후해서 ‘이 땅의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회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
글로 시작된 극단적 보수세력들의 반격은 1998년부
나는 것일까?
터 2007년까지 냉전시대의 야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실상 이러한 신화는 탈냉전 이후 일정 기간 과도기
신화를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더 강화되었다.
를 거친 이후 2000년을 전후해서 더 강화되고 있다.
극단적 보수세력의 반격은 보수 신문들에 의해 적극
남북한 상호 간의 대립은 처음에는 반공이데올로기
적인 지지를 받았다. 게다가 북한이 ‘선군’과 ‘강성대
와 반미이데올로기라는 단순한 대립에서 1960년대
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남 공세 전략을
이후 남한의 근대화론과 북한의 주체사상으로 좀 더
취하였고,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면서 남한에서 극단
세련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1980년
적 보수세력의 주장은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대 이후 제1세계의 시장이 무정부적으로 확장하게
그리고 이들은 신화의 해체를 위한 모든 작업을 정치
되면서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적인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전의 신화를 다시 재생
즉, 남한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시장을 절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
대화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흐름 속에 편입되는
해서 반대하거나 북한과의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한
반면 북한은 이에 대한 위기감으로 ‘선군’과 ‘강성대
평화 공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세력들을 ‘좌빨(좌익
민족화해 July / August
14 15
<남북한 냉전 신화의 재생구조>
북한 반공이데올로기
근대화론
신자유주의
반미이데올로기
주체사상
선군, 강성대국
위기극복을 위해 ‘강병’이라는 전근대적 전략 선택
한국
극단적 보수세력의 반격, ‘종북’에 근거한 반공이데올로기 등장
빨갱이)’이라고 규정했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종
가 더 이상 계속되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러
북’이라고 하는 보다 강력한 용어를 만들어냈다. ‘근
한 노력은 북한에서 ‘신화’가 더 이상 재생되지 못하
대화’와 ‘세계화’에 근거한 반공이데올로기는 세련된
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현재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반면, ‘종북’에 근거한 반공이
와 같이 신화가 기약 없이 재생되는 과도기적 시기
데올로기는 그 세련된 모습은 사라진 채 반북주의라
를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의 선군과 남한의 냉전세
고 하는 원초적인 모습만 남게 되었다.
력은 적대적이면서도 서로가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정권은 외부의 위기를 통
정전 60년, ‘신화’의 재생을 막기 위한 노력 필요
해 지속될 수 있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위기를 통
이렇게 남한과 북한에서 공히 냉전시대의 ‘신화’가
해 내부의 사회적·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재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성을 잃은 채 더 강
그렇다면 남한에서 정전체제의 위기를 막고자 하는
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의 신뢰나 평화 공존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북한의 신화는 더 이상 지속
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오히려 2013년 초에 나타났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불안
던 것과 같은 극도의 긴장과 안보위기가 재현될 수
정한 정전체제를 평화공존을 위한 새로운 체제로 바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꾸는 작업이 필요함과 동시에 남한에서 더 이상 ‘신
러한 위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화’가 재생되지 못하도록 하는 시민사회의 정지작업
실상 이러한 위기가 기약 없이 계속될 가능성은 거
이 필요하다.
의 없다. 지금과 같은 현상은 오히려 과도기적 현상
정전협정이 환갑을 맞이한 2013년 한국 사회는, 그
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세련된 논리를 갖추지
리고 한반도는 궁극적으로 평화가 지속적인 경제성
못한 주장은 곧 그 생명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남
장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며, 이를 통해 북한
한 자본이 북한의 시장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남
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한 사회가 비논리적인 ‘신화’에 피로감을 더해갈수록
위한 노력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신화’가 재생·강화되는 현상은 오래가 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화’의 재생 현상을 그대로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남한에서 비합리적인 ‘신화’
박태균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 직하고 있으며, 한국현대사와 한·미·일관계, 남북관계와 관련하 여 학문적 영역을 가로지르는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집 정전 60년, 평화의 길을 찾는다
01
북한 포함한 다국 간 협력으로
남북의 국가주의 연성화해야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학에서 한동안 안보 연구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안보론보다는 평화 패러다임, 그리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치경제적 협력과 개발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학술적 관심사의 전환 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보다는 지역안보, 나아가 21세기적 현상으로서의 인간 안보에 주목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자주의에 천착하는 연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현실은 반대로 전개되었다. 반테러전의 명분하에 작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지닌 전쟁들이 줄을 이었고 그 전쟁은 제국과 약소국의 전투 양상으로 이어졌다. 21세기적 현상이 약소국의 국가 주권을 침식한다는 판단이 고개를 들 자, 안보문제가 보장되지 않은 약소국은 외교의 중심에 안보 패러다임을 내걸기 시작했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16 17
안보가 중심이 되는 한 민주주의는 제약을 받게 마
대체로 안보 패러다임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주의
련이고, 국가를 장악한 엘리트 분파, 대체로 보수 세
를 통제하는 길은 시민사회가 직접 민주적 통제에
력들인 이들이 안보 독점에 따른 이익을 누리게 마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하였듯이 한국 시
련이다. 안보 패러다임이 부각될 때마다 단결해가
민사회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 때문에 직접 통제의
던 노동 연대전선이 국경선을 따라 분열되는 어처구
방식은 구현되기 어렵다.
니없는 역사적 경험을 목도한 20세기 역사는 그 생
이 때문에 새롭게 강조되는 모델이 바로 국가-사회
생한 증언이다.
가 상호 조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세계의 시계추가 탈냉전시대에 들어선 지 이미 20
사회협약(Social Pact)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년이 되었지만, 한반도가 여전히 1980년대식 냉전
궁극적으로 그것은 국가체제를 대체하는 거버넌스
의 시간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안보 패
가 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 그 시작은 국가와 시
러다임이 남과 북 정치와 외교의 중심 어젠다가 된
민사회가 상호 타협하는 공약수를 어젠다로 제시하
결과일 것이다.
는 형태가 될 것이다. 국가-사회가 상호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설정한 가운데 일정한 역할 분담에 합
한국식 사회협약 프로젝트 찾아야
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형태가 가장 발달
국가 스스로가 안보 패러다임을 폐기하지 못하는 것
한 체제는 물론 네덜란드의 협약체제이다. 네덜란드
은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는 주요 생산 기반과 경제 소유권이 다양한 협동조
군산복합체와 연대한 국가 조직이 정치의 중심부를
합에 공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협치와 협약식 정치체
비공식적으로 포섭하고 있는 체제가 스스로 안보 패
제의 역사와 뿌리가 깊다.
러다임을 폐기하는 것은 기대난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네덜란드식 사회경제적 기원을 갖고 있지 않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목도
는 한 사회협약 체제를 쉽게 착근시킬 수 있는 것은
한 현실은 계급적 연대의 뿌리가 없는 시민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동맹의 굴레에 매여 있는 한국이 중
국가와 타협하지 않고 생존할 수 없다는 한계였다.
간국가 외교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스스로 안
결과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정치사회로 진출한 세력
보 영역의 일부를 시민사회에 양허해주는 전략적 지
들이 새로운 정치 어젠다를 창출하는 대안적 세력이
혜가 필요하다는 점도 사실이다. 동맹으로부터 방기
되기보다는 국가가 펼쳐놓은 안보 패러다임을 어쩔
의 위협을 견딜 수 있는 저항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수 없이 수용하며 기성 정치사회의 후비대화하는 경
방도이기 때문이다.
우까지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프로세스의 대전제로 대북 위협 인식의 변환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가 정립하는 규범은 상대방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01 2007년 9월 27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 6차 6자회담 2단계 전체회의의 모습. 이제는 안보 중심의 국가주의적 국제협력보다 정부와 함께 다양한 주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지역협력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는 점이다. 시민사회의 운동 양식은 그 자체의 규 범과 동학을 갖는 것이지 국가 행위자의 행태를 대쌍 동학 (서로 쌍으로 엮여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으로 움
일부 사회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사회협약 프로젝트는 이 점에서 한국 국가의 안보 패러다임과 공존하면서도 그 근간을 변환시킬 장기적 프로젝트이고 현 정부가 표방하는 신뢰프로세스와도 공감대를 지닐 수 있는 유력한 어젠다가 될 것이다.
직이지 않는다. 이 점에서 국가로서의 한국 정부에
after effective state-building)가 허용되었다.
비해 시민사회의 행보는 훨씬 더 민주적이고 자유주
민주주의와 안보 그리고 시장경제가 동시에 보장되
의적일 것이다. 북한의 선 변화를 전제로 하는 MB
기 어렵다는 3위 1체 불가능론(Impossible trinity)
식 접근법도, 한국의 선 변화를 전제로 하는 포용정
역시 국가주의의 강력한 후원 논리이다. 시장경제
책의 접근법도 사실은 국가 대 국가라는 패러다임에
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도입하는 경우 안보 레짐이
갇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
붕괴된다는 불안감은 체제 전환 국가들에게 현실적
사회협약론이야말로 북한의 변화와 무관하게 한국
고민이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안보가 보장
사회의 변화상을 제시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규율
되어야 하고 민주주의는 장기적으로, 즉 후차적 문
과 어젠다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
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바로 국가주의와 일맥
가가 사회에게 이런 역할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바
상통하는 것이다.
로 중간국가 외교의 국내 정치 기반을 쌓는 단초가
그러나 내부자와 기득 엘리트(client-elites)들이 국
될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인도적 지원 분야일 것
가를 장악하고 있는 어떤 전환 국가의 경우 오히려
이다. 일부 사회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강력한 국가주의가 개혁을 저지하고 있는 역설이 드
지원에 관한 사회협약 프로젝트는 이 점에서 한국
러나기도 했다. 3위 1체 불가능론에 대해 민주적 통
국가의 안보 패러다임과 공존하면서도 그 근간을 변
제가 보장되지 않는 경제개혁을 제대로 된 개혁이라
환시킬 장기적 프로젝트이고 현 정부가 표방하는 신
고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뢰프로세스와도 공감대를 지닐 수 있는 유력한 어젠
도 동일한 비판이다.
다가 될 것이다.
결국 이행기 국가들에게 국가주의의 해체도 국가주 의의 강화도 답이 되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
김정은체제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김정은체제가 개
한동안 ‘J-Curve’ 이론에 따라 이행의 성공을 위해
혁에 돌입하거나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서는 고통의 기간, 즉 눈물의 계곡을 쉽게 효율적으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논리와 국가가 더 약해져야
로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국가능력이
한다는 양론이 비등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는
필요하다는 논리가 용인되었다. 이 때문에 체제 전
아니며 그 또한 북한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환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와 경제개혁 병행론보다
북한은 철저히 근대적 행위자이다. 그들의 시각은
는 국가주의(stateness first: democratization only
냉전 해체기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탈근대적 여러
민족화해 July / August
18 19
협력 프로젝트의 수용들이 가져올 국내적 안보부재
력(cohesion)과 행위자성(actorness)에 따라 지역
현상(insecurity)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버리
주체성의 정도를 달리하는 새로운 지역협력체이다.
지 않고 있다. 북한의 선군체제는 시장 글로벌주의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유용한 하위지역협력은 북한
의 공세에 대한 잔존 사회주의체제의 안보우위 정책
의 주변부를 끼고 구성할 수 있는 다국 간 협력 프
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북한체
로그램이 될 것이다. 두만강 개발 프로그램, 환동해
제 스스로 국가를 약화시킬 명분이나 가능성은 없
협력 프로그램 그리고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
다.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상층 엘리트가 분열되거
등이 그 예이다.
나 대안적 엘리트 세력이 별도로 형성되는 것 그리
문제는 이 같은 지역형성전략을 북한 안보문제의 출
고 외부 세계의 압력이 작동하거나 북한 내에서 스
구에 두자는 것이 지금까지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
스로 시민사회가 등장하는 것 등이다.
제 시민사회의 접근법은 그와 같은 장기적 프로세스 를 안보 패러다임과 같이 풀어가자는 것이다. 그것
북한을 다국간 협력의 장으로 끌어내야
은 안보문제 논의의 ‘입구’에서 지역형성전략을 동
그러나 이런 것들은 시민사회의 전략적 고려 대상
시에 풀어가자는 논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이 아니다. 시민사회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북한
20년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탈냉전 직후 주변
정권이 내거는 국가주의의 연성화인 것이다. 거기
4강국으로부터 정치·외교적 승인을 받고 공산권과
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야말로 북한을 다국 간 협력
의 협력 창출의 ‘입구’에서 경제적 교역의 혜택을 향
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다국 간 사업의 정치
유해온 한국이 여전히 안보 패러다임을 중심에 내걸
적 확장성을 염두에 두면 이는 지역형성전략이다.
고 북한과의 모든 협력을 안보 논의의 ‘출구’에서 해
지역주의전략은 동북아 중심과 같은 대지역 구상보
결하자는 발상은 자가당착이다. 그것은 안보 위협
다는 하위지역협력(sub-regionalism)에 의거하는
그 자체에 대한 걱정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안보 패러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하위지역협력은 국가적인 것
다임이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국내 정치 환경을
과 지방적인 수준의 중간에 존재한다. 하위지역들
조성한다는 믿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micro regions)은 특정 민족국가의 경계 안에 있
시민사회의 대안적 대북 프로젝트는 바로 지역협력
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국가의
어젠다를 안보 패러다임 해체의 입구에 두고 국가주
경계를 넘어선 교역과 협력의 네트워크에 의해서 구
의의 연성화 프로젝트와 병행하여 진행한다는 점에
성되고 있다. 때로는 국가에 대항하기도 하고 국가
그 특징이 있을 것이다.
주도의 지역과 경쟁하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메콩 강 유역의 성장삼각지대(growth polygons)나 개발 회랑(development corridors) 등 다양한 개념으로 불리는 동 협력 틀은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의 공 식 또는 비공식 네트워크에 의해서 창출되고 있다는 데 큰 특징이 있다. 이는 지역성(regionness), 응집
이정철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 석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숭실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경제나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특집 정전 60년, 평화의 길을 찾는다
01
대중 협력 강화 속,
북핵·북한문제 함께 다루는 강한 대북 접근책 필요 김흥규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동북아 지역은 중·일 및 미·중 간 새로운 국제관계 조정의 시기에 처해 있다. 최근 이 지역 전체의 추세 를 주도하는 두 가지 흐름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이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급격히 높아졌다. 중국 의 급격한 국제적 지위향상과 더불어 정체성 혼란 현상도 나타났다. 2010년 중국의 혼란스러우면서도 공
ⓒ연합
민족화해 July / August
20 21
세적인 대외정책 행태는 주변국들의 우려를 크게 자
그럼에도 미·중 관계는 향후 20~30년간 상호 게임
아냈다. 미국 오마바 대통령이 새로이 표방한 재균
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경쟁, 갈등, 협
형 정책은 아·태지역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였다.
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전개될 것이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 국가인 미국이 이 지역에서
냉전시기와 같이 전면적인 대립이나 갈등을 전제하
더 많은 장기적 역할을 할 것(pivot to Asia)임을 강
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조하였다. 미국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중국 봉쇄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차원이 아닌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아·태지역 에 대한 포괄적인 관여정책이며, 군사·외교·경제
동아시아 정세의 가변성과 불안정성
적 차원 등 다차원적(multifaceted) 접근을 시도하
2010년 이후 중국 내 논쟁에서 드러난 주류 사고는
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아·
미국이 아직 쇠퇴한 것은 아니며, 다만 중국이 부상
태 재균형 정책을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국제정치무대와 군사 부
려는 봉쇄의 일환으로 간주, 지역정세에 불안정을
문에서 미국의 우위는 상당 기간(20~30년 정도) 지
초래할 뿐이라고 인식하였다.
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
2013년 6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
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지나가고 있으며, 세계
석 사이의 파격적인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를 대
는 무극화 혹은 다극화의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
립적이 아닌 전략적 협력의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
고 있다. 아·태시대의 도래와 당분간 역내 전략경
는 양국 수뇌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미·중은 중
쟁의 격화 및 불안정, 혼란,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
국이 제시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형성하자는 데
이다. 중·장기적으로, 이 과정은 동아시아에서 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미·중 간의 수사에
존의 우적관계와 동맹·협력관계의 해체 및 이합집
도 불구하고 양국이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은 아
산이 불가피해짐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력전이의 시
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오직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
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필요한 규범과 제도를 조정
표 및 군사 부문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합
해나가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사고
의했을 뿐이다.
는 한국에 대해 점차 중국의 영향권으로 인정하고
미·중 간에는 아직 게임의 규칙이나 묵계가 충분히
일본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도 있다. 미·일,
정착된 것이 아니다. 물론 미·중 간에는 60여 개에
미·중 간 가장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지역은 동남아
달하는 전략대화가 작동 중에 있고, 90여 개가 넘는
일 것이다. 그다음이 한국으로 미·중 간 전략경쟁
정부 간 대화가 운용 중에 있다.
의 지축(pivot/lynch pin)이 되고 있다. 일본은 제3 차 북핵실험의 제재 국면에서 이지마 아사오 내각관 방 참여를 북한에 파견하였다. 이는 일단 유사시 북 한 카드를 언제든 쓸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 보여주
01 2013년 6월 7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중은 양국의 이해관계 에 따라 남북 문제를 다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었으며, 북한 역시 한·중에 일본 카드가 있다는 것 을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 통령이 지난 5월 7일 백악관 이스트룸 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에서 마주 보고 있다.
한·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핵문제와 대북문제에 대한 대중협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체제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적절한 시점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 더 강하게 북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강대국 지위’ 유지 전략과 중·일 갈등
한 지도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수상 아베신조(安倍晋三) 및 일본의 보수 정객
의 충돌방지 및 관리 노력 역시 한계가 존재하는 상
들은 최근 들어 왜곡된 역사의식과 주변국들을 자극
황이다.
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일
중국 내에서는 후진타오 시기 ‘발전도상국’이란 자
본의 우경화 추세는 20년의 경제침체, 거대 중국에
아정체성에서 탈피하여 ‘신흥강대국’이란 인식이 주
대한 패배의식,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혼란이
류 사고로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자아정체성에 대
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심리적 동요를 겪고 있는
한 인식에 기초하여 대외정책 전반에 걸친 재검토
일본 국민의 감성에 ‘강한 국가’의 이미지를 강화하
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
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이면에는 부상하는 중국
의 지역전략은 물론이고 대한반도 전략에 대한 재검
에 대항하여 국력을 최대한 결집시켜 강대국으로서
토를 포함한다. 한반도 문제는 2011년 1월 미·중 정
위상을 유지하고 미국으로부터 대중(中) 균형 축으
상회담에서 이미 중국과 협의하여 처리하기로 합의
로서 전략적 위상을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이 개재
한 바 있다. 2013년 5월 제임스 켈리 국무장관 방중
되어 있다.
시 중국이 북핵문제 협력 시 한국에서 중국의 이해
이러한 상황에서 다오이다오(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를 존중하여 MD체제를 이전할 수도 있다는 언급까
갈등은 심화되고 있고, 점차 조그만 무력충돌이 군
지 한 바 있다. 중국 내에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자
사적 충돌로 전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산, 전략적 부담, 전략적 함정론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이러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존재하지만, 현재 북한의 이해에 중국의 전략적 이
중·일 어느 누구도 여론에서 자유롭지 않고, 강력
익이 손상될 수는 없다는 전략적 함정론이 크게 부
민족화해 July / August
22 23
각되고 있다. 기존의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는 시각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 내 신
에서 벗어나 한반도 전체를 완충지대로 보는 시각도
뢰형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미망을 버리고, 신뢰형
강화되고 있다.
성의 기제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우선, ‘전쟁을 방지 하면서 안보를 확보’해나가는 것을 외교안보통일정
한·미·중 3각관계의 안정적 관리 필요해
책의 근간으로 하면서 점진적이고, 물적·제도적인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미·중의 G2 혹은 컨소시엄
대응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을 관리하면
체제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2011
서, 타개를 모색하는 접근법의 채택이 필요하다. 한
년 오바마와 후진타오 간의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반도에 2국가 1민족 체제의 현실적인 인정하에 일반
합의사항이다.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13년
외교안보사안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인식·처리
6월 미·중 간 ‘새로운 강대국 관계’의 핵심 합의사
하고, 통일문제는 민족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항이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의 합
한·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핵문제
의를 벗어난 주요 사안의 현상변경은 어려울 전망
와 대북문제에 대한 대중협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이다. 미·중은 각자 그리고 양국 관계의 이해에 따
체제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적절한 시점에
라 남북한 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다. 미·중 간의 이
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 더 강하게 북한에 접근
해를 넘어선 일본의 행태 역시 관리하려 할 것이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를 병행시
미·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
키면서 결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은 우리 스
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한반도 안정을 위해 문
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대북 압
제 해소보다는 관리 차원에 더 공통의 이해를 가진
박 위주의 전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
한반도 평화는 남북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주도적
을 것이다. 한국은 평화체제의 구축과정에서 미·
으로 합의를 이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중 양국에 의한 교차 보장방안과 추후 유엔 및 주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피할 수
요 이해당사국들의 이중 보장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
없는 것이 현실이고, 세력전이의 시기에 불확실성
을 것이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
과 불안정성은 더욱 증대한다. 동북아 지역은 전근
적 지위문제를 지속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제기할 필
대적 및 근대적 정치체제와 민족국가체제가 혼재되
요가 있다.
어 있다. 냉전적인 유산을 안고 있는 민족국가체제 에서 안보문제나 통일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평화 를 정착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 하다. 북한과의 북핵 게임 및 체제 경쟁은 중·장기 적 게임으로 보아야 하며, 동시에 협력, 갈등, 공작 이 공존하면서 서로 얽혀 돌아가는 진흙탕 싸움을 진행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김흥규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외교원에서 중 국담당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정외과 교수 겸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DMZ 60년, 생명과 평화를 꿈꾸다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로 출발하자 김귀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DMZ(비무장지대) 일원은 지난 60년 동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를 제안한다
안 인위적 간섭이 배제돼 자연생태를 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DMZ 내에 세계평
지함으로써 다른 곳에서는 유례를 찾아
화공원(International Park)을 조성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에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가지
따라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평화와 생명의 땅
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인 DMZ의 평화공원 지정을 위한 해법으로 유라시아 생태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헌과 필자
잇기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남북한 긴장관계가 완전히 해소되
가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비무장지
지 않은 상태에서 다자간 국제협력을 통한 방법은 DMZ평화공
대에서 891종, 민통선지역에서 1,866종
원 지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구생태
이 관찰되어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곳이
계의 보전과 평화유지 측면에서 DMZ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다. 강, 하천, 연못, 해안, 습지, 초지, 숲
의미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등 서식처도 다양하다. 또한 오색딱따구 리를 비롯한 11종의 희귀종과 검독수리,
세계 최초의 국제평화공원은 1932년 캐나다 앨버타(Alberta)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원앙, 어름치 등
주의 워터턴호 국립공원과 미국 몬태나(Montana)주의 글레이
천연기념물 14종도 확인됐다.
셔국립공원을 합하여 지정한 국제평화공원으로, 이 평화공원 의 특징은 두 나라에 각각 지정되어 있는 국립공원을 합쳐서 하나의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아볼 수 있 다. 따라서 평화공원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생태계 혹
민족화해 July / August
24 25
은 보호지역을 통합·지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32개 국가 로부터 92명의 대표가 참석한 ‘세계평화공원회의’에서 한반도의 DMZ를 ‘접경보호 지역’으로 지정하는 원칙의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생태띠 잇기란 단절된 물길, 산길, 들판길을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식 하도록 일정한 폭으로 그린벨트처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DMZ는 우리나라 전 체 생태계의 등뼈에 해당되는 생태축이지만 철책으로 갈라져 사람의 왕래는 물론 동물들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나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유 럽에서는 1995년부터 ‘범유럽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 유럽 24국을 하나의 생태계 로 엮어 관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유럽의 중요한 자연지역 및 특별보전 관리 지역과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유 럽의 생태계 보전과 자연 지역 사이의 종의 확산은 물론 평화유지와 생태안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 구상은 생태공간을 넓혀 유럽 생태축을 아시아 생태축으로 확대, 시베리아 생태축, 중국 대륙을 포함하는 동북아 생태축 그리고 DMZ와 한반 도 백두대간 생태축을 연결하는 ‘슈퍼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세부 생물지역단위로 그룹화되어 지역별 평화·생태 공 동체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범유럽 생태네트워크’는 발트해 그린벨트 등 4 개의 그린벨트군으로 구분되어 있다(그림 1, 2, 3 참조).
01 설악산 - DMZ - 금강산 - 백두대간 양자간 협력벨트 02 동북아 두만강 다자간 국제협력벨트 03 백두대간 - 동북아 - 범유럽 협력벨트
01
02
03
04
04 DMZ 연천·사미천 자연지역: 북측에서 발원하여 남측 연천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사미천지역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관찰되었다.
유라시아 생태축의 핵심지역 DMZ 2,0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DMZ의 숲이나 강 그리고 초지는 자연 혹 은 반자연 서식처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제안된 생태축상의 생태중심지 혹은 핵심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다. DMZ 자체의 생태적 가치도 높지만 유라시아 생태축의 ‘살아 있는 실험실’로 분류돼 큰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DMZ 는 남북 생태계를 점·선·면으로 연결하는 생물다양성 핫스팟(hotspot)이다. 어름 치, 수달, 산양 등이 DMZ 철책 안에서 남북을 오가며 서식하고 있다. DMZ 내에 서 남과 북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생물다양성이 높은 자연지역으로는 서부 의 사미천 자연지역과 연천·사미천 자연지역, 중부의 북한강 민들레 벌판자연지 역을 포함하는 철원자연지역 그리고 동부의 고성·남강 자연지역 등이 포함된다.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한국 주도하의 ‘유라시아 생태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통해 평화공원 지정의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바란다. ‘범 유럽 생태네트워크’는 1995 년 제3차 유럽환경장관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평창 유엔생물다양성 협약총회 기간 에 DMZ 세계평화공원 지정이 포함되는 유라시아 생태네트워크를 협의할 ‘유라시 아 환경장관회의’ 소집은 어떨까 생각한다. 생물다양성 기금을 관리하는 국제재단 들도 이 회의에 초청될 수 있을 것이다. 분쟁지역을 평화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지혜로운 해법을 내놓자. 가장 시급한 남 북협력과제로는 DMZ에서의 남북 생태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모니터링 메커니즘의 합의이다.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존하여 수행되는 DMZ정책이나 전략은 DMZ의 미 래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생물 권 보전지역 통합모니터링(BIRM) 프로그램’이나 유엔기구의 하나인 ‘세계보전 모 니터링센터(WCMC)’와의 협력하에 남측과 북측에 다 같이 적용될 수 있는 DMZ환 경생태지표(Environmental Ecological Indicators)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26 27
05
05 북한강·민들레 벌판자연지역: 남측 연못에서는 고라니가 발견되었으며 북측 논에서는 두루미가 먹이를 채식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세계평화공원, 다자협력의 기회를 활용해야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는 지구촌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비정치적 사안이 다. 인류의 평화와 품격이 있는 범지구적 환경·생태 복지의 실현에 기여하는 노력 이 될 수 있도록 유라시아 생태공동체의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때마침 2014년 평 창에서 개최될 ‘제12차 유엔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 준비차 방한한 생물다양성 사 무국 닐 프래트 국장도 유라시아 생태 네트워크 구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기구는 물론, 생물다양성기금을 관리하는 각종 재단과 NGO들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큰 틀 속에서 DMZ에 적용될 수 있는 세 계평화공원의 지정과 운영 프로그램이 마련되기 바란다. ‘유라시아 생태축’을 끼고 있는 국가들의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 원도 강릉에서 열린 동북아 경제개발협력체인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GTI, Great Tumen Initiative)에 의한 다자협력 벨트가 북한의 복귀하에 구성된다면 동북아 발 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설악산-DMZ-금강산으로 이어지는 평 화·생태벨트 구성도 유라시아 생태축에 포함될 수 있다. DMZ의 남북 철책이 제거되고 유라시아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이탈리아의 산양과 시베리아의 호랑이를 DMZ 평화공원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꿈꾸어본다. 1960~70년 대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지정, 산림녹화와 자연보호의 성공신화가 유라시아 그린 벨트로 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유라시아 실크로드에 버금가는 자연유산으로 지구 촌의 후세대에게 유라시아 생태축을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김귀곤은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서, 코리아 DMZ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DMZ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 환경영향조사단장 으로 활동 중이다.
진단
북핵문제 토의 위한
한·중·미 대화채널 확보해야 성기영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연구교수
2013년 상반기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박 근혜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한반도 신뢰프로세 스’ 공약과 북한 김정은 지도부의 대남 비난 자제 분 위기 속에서 남북관계의 회복과 개선을 예측하는 목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박 대통령 취임식을 목전에 둔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한미 군사연습에 맞서 3~4월 내내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남북관계 개 선에 대한 의지는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마침내 북한이 ‘최고 존엄 모독’을 운운하며 개성공단 근로 자들을 철수시키고 얼마 후 공단 입주 한국 기업인 들마저 철수함으로써 개성공단은 사실상 잠정 폐쇄 상태에 들어가고 만다.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원칙을 갖고 대 응한다는 기조하에 정부 당국 간 대화를 주장하고, 북한 측은 정부 간 대화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은 채 박근혜정부를 향해 ‘기업인 방북 허용’을 촉구하면 서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대치 국면의 한복판에서 북한이 조국평화통
민족화해 July / August
28 29
일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사태뿐만 아니라 금강산
화해와 협력을 지향해야 할 남북관계가 이렇게 만신
관광과 이산가족 방문 문제까지를 협의 대상에 넣어
창이가 되어버리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환경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정상화 궤
은 본질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중
도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고조되었었다.
국 사이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이른바 ‘신형대국관계’
그러나 이러한 짤막한 기대감은 남북장관급회담 대
의 기류가 그러하고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관찰되는
표의 ‘격(格)’을 둘러싼 이견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관계 변화의 조짐이 특히 그러하다.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
어지러운 남북관계 속 변화하는 대외환경
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내 정치에서 예기치 못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악재가 돌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NLL
6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
포기 발언’ 논란으로 촉발된 국내 정치권의 이전투
한문제를 주요 의제로 올려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
구가 2010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발언 내용의
하지 않는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회담 종
전면 공개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료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오바마-시
이명박 정부 시절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비공식적
진핑 간 논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남북 간 접촉 과정을 북한이
도발적 행동에 대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경
폭로하고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100여 쪽에 이르
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타임
는 남북 간 정상회담의 대화록을 국정원이 직접 나
스가 보도한 대로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 공개함으로써 향후 있을지도 모를 남북정상회담
김정은을 ‘무릎 꿇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
추진이라는 과제 앞에 커다란 걸림돌을 하나 가져다
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놓은 셈이 되어버렸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 이전 북한의 최룡해 특사를 받아들이면서 보였던 모습 또한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최룡해 특사를 접견하면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기는 했으나 접견 이 성사된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외교적 홀대에 가까운 장면들이 노출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미국과 새로운 ‘대국 관계’에 따른 질서를 형성해나 가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행동으로 인해 후견국가로서 중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일을 중지시켜야 할 유인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 났다는 점이 새로운 북·중 관계를 도모하고자 하는
남북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김성혜 조국 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6월 9일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 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 은 북한이 먼저 나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언급
북한 문제를 원활히 토의할 수 있는 한·미·중 삼자 간의 대화채널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당장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기 위한 지렛대를 중국에 모두 내어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사진 은 지난 6월 27일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하도록 하고 비핵화 협상의 북한 측 간판이라고 할
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수 있는 김계관 외무상 부상을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힘을 넣어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것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북한문제로 촉발된 한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도 주변 긴장 요인을 제거하는 해결사의 면모를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이러한 ‘병진노선’을 과거 김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이 구현했던 ‘경
이러한 중국 측의 전방위 압박과 박근혜정부의 원
제국방 병진노선의 빛나는 계승’이라는 의미를 부여
칙을 내세운 남북대화 재개 조건에 봉착한 북한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일성과 김정일
태도는 여전히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제
을 포함해 북한 지도부가 내세웠던 이른바 ‘병진노
안했던 남북대화가 무산되자 잇달아 북·미대화를
선’의 기원은 무엇인가. 북한이 이번에 채택한 노선
제안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은 1962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4기 5차 전원회의
공사를 재개하는 등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서 김일성이 제시했던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
그러나 북한의 대화 제의는 미국 측으로부터 별다른
진노선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주변국들로부터도 중국
당시 김일성은 ‘강력한 주체적 혁명역량을 꾸려 조
의 압박에 밀린 ‘대화 제스처’라는 평가 이상의 반응
국통일의 대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경제
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중
건설에 쓰여 왔던 국가 재정 중 일부를 국방건설 분
순 일본 아베 총리의 특사격인 이이지마 이사오 내
야로 이관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 병진노선을 내세
각 관방 참여가 북한을 방문해 납북자 문제를 협의
웠었다. 말하자면 한국전쟁 이후 경제 복구 작업에
하고 난 후 북·일관계가 모종의 돌파구가 되지 않
매진하던 발전 전략을 바꿔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켜
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 역시 별다른 성과로
국가안보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핵무력과 경제건설
핵 개발·경제회생,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북한
의 병진노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시대와는
오히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내부의 정책 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 노선을 공식화
화 시그널이다.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은 지난 3월 말
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병진노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건설과 핵무력
을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경제건설에 집중하여 ‘인
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고 선포했다. 북한은 이러
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는 강성국
한 병진노선을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
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적 노선”이라고 평가한 바
민족화해 July / August
30 31
있다. 병진노선을 ‘국방비를 늘이지 않고도 적은 비
대화로 나오게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설득
용으로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보다는 압박을 통해 남북대화를 이뤄가겠다는 구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방도’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을 천명한 것이다.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
‘병진노선’을 올해 상반기에 진행되었던 북한의 잇
로세스’는 중국의 압박과 한·중 공조, 미·중 공조
따르는 핵 도발 및 전쟁 위협과 연관지어 본다면 그
라는 전방위적 압박을 북한이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
의미는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말하자면 북한은
때 비로소 가동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리
이미 자신을 핵보유 국가로 규정하고 이러한 자신감
고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 그 가능성은 박근혜 대
을 기초로 한편으로는 미국과 핵 군축협상을 벌이고
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문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경제회생을 위해 박차를 가하
제를 둘러싸고 얼마나 내실 있는 논의의 진전과 합
겠다는 것이다.
의를 이뤄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원회의가 열린 바로 다음 날 개최된 북한 최고인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당장 북한의 변화를
민회의 12기 7차 회의에서 북한이 박봉주를 내각총
이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를 중국에 모두 내어주게 될
리에 기용한 것 또한 경제회생에 향후 정책의 우선
경우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마저 내어주
순위가 놓일 수 있다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박봉
게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자칫 남북관
주는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던 경
계가 남북한 정부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능동적으
제 전문관료로 최고인민회의 전날 당 중앙위 전원회
로 움직이기보다는 주변 강국들의 영향에 의해 수
의에서 정치국원으로 함께 임명되었다. 따라서 과
동적으로 움직여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거 총리에 비해 당의 뒷받침 속에 강화된 권력을 행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북한문제를 토의할
사할 수도 있다.
수 있는 한·미·중 삼자 간의 대화채널을 확보하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중앙과 지방에 ‘경제개발
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그것이 당장 전략대화라고
구’를 신설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내
하는 틀이 아니고 민간이나 학계를 포함한 1.5트랙
놓았다. 한마디로 핵개발과 경제회생이라는 두 마리
대화부터 시작하는 형태라 하더라도 그 의미가 퇴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속셈이라고 할 수 있다.
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역 사 교과서 속에서나 들춰볼 법한 단어들로 만들지
한·미·중 3자 대화 이끌며
않기 위해서라도 이는 잊어서는 안 될 과제라고 할
북한 변화의 지렛대 놓지 말아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상이 남북관계의 파트너인 박근 혜정부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에 연루되어 있는 주변국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아 니라는 점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병진노선 추 구를 ‘불가능한 목표’라고 못 박았으며 오히려 한· 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중 공조를 통해 북한을
성기영은 영국 워릭(Warwick)대학교에서 남북관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연구교수이다.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 변 정세에 관심을 갖고 연구 및 강의활동 중이다.
진단
개성공단,
작은 신뢰부터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개성공단의 조업이 중단된 지 3개월이 다가오면서 입주기업들이 결국 아사 직전 상황을 맞게 되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다가왔는데도 개성공단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 당국회담 무산 이후 남북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사태 해결의 실마 리를 제공해주길 바라며 ‘핑퐁게임’만 주고받고 있 다. 이런 와중에 6월 23일 기준으로 개성공단 경제 협력보험에 가입한 96개 기업 가운데 65곳이 보험 금 지급을 신청하였다. 경협보험금을 받게 되면 개 성공단 현지 자산의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게 돼 사 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은 6월 20일 호소문 을 내고, “앞으로 중단사태의 장기화와 장마철의 높 은 습도 및 누수까지 겹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 후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 해도 정상적인 경영활동 을 할 수 없다”면서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개성 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중대결단 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상황이 최악으로 치 닫고 있는 것이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32 33
장마철 앞두고
월 14일 논평에서 기계설비 점검·관리팀의 방북 승
기계설비 대규모 피해 예상돼
인을 위해 북한 당국에 군 통신선의 복구를 촉구한
입주기업들이 공단 정상화도 시급하지만 당장 장마
것도 절박감의 표현이다. 장마가 지나고 통행이 재
철을 맞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기계설비에 대한 보
개된다면 안에 있는 제품 70~80%가 쓸모없어진다
수 및 관리를 위한 방북부터 허용해달라는 요구는
는 예측도 있다. 물론 이는 고스란히 입주기업들의
벼랑 끝에 선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절규에 가깝다.
피해로 돌아온다.
일부 업체의 기계설비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서 고
기계가 녹슬면 닦으면 되지만, 섬유업종의 경우 짧
온다습한 장마철 기간에 그대로 방치되면 최악의 경
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기계설비 점검시간
우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 습기에 민감한 전
이 필요한 데 반해 기계업종의 경우 이보다 더 길어
자검사장비 등 정밀기계의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하루 빨리 설비점검이 진행돼야 한다. 기계부식 문
보인다. 전자기기화되어 있는 프로그램 피해가 가
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고 부식보다는 침수 후 재가
장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장마 기간 이
동을 해야 하는데 피해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
후 기계설비 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면 장비의 상당
다는 지적도 있다. 장마 후에 기계를 재가동한다면
부분이 부식되거나 교체비용도 상당한 액수가 들 것
이전보다 가동 준비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이다. 남북대화가 잘 풀려서 공단에 들어간다 해도
기계·전자부품 업체들이 더 조바심을 내는 이유다.
재가동을 못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
123개 입주기업 중 기계·전자부품 업체는 총 43개
되는 이유다.
에 이른다.
섬유·봉제업은 원부자재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옷
이런 이유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그동안 공단 정
감 등이 장마 때문에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생겨 원
상화의 마지노선으로 여름 장마철 이전을 제시해왔
부자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섬
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6
유기계가 장마 피해를 보면 보유 기계 중 절반은 손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계·전자부 품 업체 기업인들이 6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계설비 점검을 위한 방북과 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남북에 촉구했다.
개성공단 전경
을 봐야 할 상황이라며 수리비만 10억 원 가까이 소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 주재원, 본사 지원인
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123개 입주기업
력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생계에 큰 위협을
중 72개 기업이 섬유제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절을 앞서가는 섬유제조업의 특성상 지금 제품이 거
근로자 2,000명과 국내 협력업체 2만 5,000명의 생
래되지 않으면 향후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계를 정부가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다. 한 회사의 경우 개성 현지에 100억 원에 가까
정부가 긴급 경협자금 등을 풀어 도산위기라는 급한
운 제품이 그대로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금
불은 끄고, 아주 숨이 멎지 않게끔 기본조치를 취해
만 지나면 계절성 상품은 전혀 쓸 수 없게 된다. 입
줬지만, 이것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주기업 대다수가 의류 등 패션업체들이어서 그 피해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긴급자금 지
는 더욱 클 것이다. 계절을 앞서가는 섬유제조업의
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출 자격 조건 때문
특성상 지금 제품이 거래되지 않으면 앞으로 경영
에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이 어려워진다. 계절상품은 출하시기가 가장 중요
신용보증 담보, 대출 제한액 등의 요건 때문에 적지
하다. 지금 가동에 들어가야 가을, 겨울 장사를 준비
않은 기업들이 실효성 있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
할 수 있는 것이다.
기 때문이다. 6월 17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 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잠
공단중단 장기화,
정 가동중단 이후 입주기업들의 대출이용은 정부의
3만여 근로자들의 생계도 막막해져
지원 발표액 3,000억 원 중 699억 원에 그친 것으
원부자재 반출 및 설비 점검문제와 별개로 기업들과
로 집계됐다. 123개 기업 가운데 73개사만 금융지
근로자들의 생존문제가 이제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원을 이용했다.
있다. 사실 조업 중단 3개월은 기업들 입장에선 1분
수출입은행의 수출자금우대방안 3,000억 원, 시중
기 동안 생산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수
은행의 개성공단기업특별대출 2,000억 원 등 금융
입이 전무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기업마다 약간의
지원 규모는 늘어났지만 기업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도산기업의 출현을 예고하는
으면서 이용률이 떨어졌다. 이처럼 자금지원 실적
민족화해 July / August
34 35
이 저조한 이유는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수출입은
다. 한편 이런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와의 대화가
행 남북협력기금, 중진공 긴급운영자금(금리 2%)을
여의치 않자 미국에 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안해 사실
제외한 대출금리는 4~5%에 이른다. 낮은 대출한도
상 우리 정부와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도 걸림돌이다. 남북협력기금은 개성공단 투자 고
현안 논의를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하는 것은 현 상황
정자산 비율의 30%선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이마
에서 어려운 실정이다. 여전히 원칙을 강조하며 대
저도 수출입은행의 기존 대출금액만큼 제외하고 지
화에 나서라는 정부와 미련 없다며 돌아앉은 북한
원한다.
사이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
따라서 기업인들은 정부에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
는 것이다.
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금융대출 형태의 지원에
원칙과 국제규범 그리고 자존심이 혼재되어 남북한
서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정
이 대립하고 있는 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당국
상화가 안 된다면 대체 생산지 및 인력 확보, 바이어
간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식과 국제
와의 신뢰관계 유지, 시장개척 등과 관련한 종합적
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는 당국만의 노력으
이고 실효적인 생존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로는 부족하고, 당국과 민간 사이의 긴밀한 파트너 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큰 틀에서 논의될 의제는
개성공단 정상화,
당국 간 회담에서 진행하되, 입주기업들의 피해 최
민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소화와 생존을 위한 접촉과 대화는 민간에게 맡겨야
기업들이 더 답답한 것은 개성공단이 언제 열릴지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개성공단 현지에 있는
모르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북한
원부자재, 완제품을 기업들이 갖고 와 활용할 수 있
당국은 우리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출입을 즉각 허
도록 남과 북 양측은 개성공단만을 위한 실무회담
용하고, 양측 정부는 어떠한 조건도 달지 말고 다시
이라도 속히 열어야 한다. 또 공장설비 점검을 위한
만나 개성공단이 즉각 정상화될 수 있도록 협의하
설비팀 방북 역시 하루 빨리 성사돼야 한다. 원부자
라”라고 기업인들과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 소속 법
재·완제품 반출과 설비팀 방북을 통한 시설 점검
인장들은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남북관계 신뢰 회
은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
복이 우선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자는 몸부림이다. 원부자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통일부 대변인은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 남북관계
개성공단으로 왕래를 하다보면 실타래처럼 얽혀버
를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고 정상화시켜나가
린 남북 간의 매듭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지
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넓은 틀에서 봐주
금은 작은 신뢰부터 쌓으면서 큰 신뢰를 쌓아야 할
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라면서 북한이 다
때이다.
시 성의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하 지만 개성공단의 마지막 불씨였던 남북 당국회담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수석 대표급 논란’ 끝에 등을 돌린 북한은 강경 발언을 쏟 아내며 회담 무산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 있
임을출은 경남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남대학 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연구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범정부 남북관 계발전위원회 1기 민간위원, 통일부, 행정안전부, 국회 등에서 정책 자문위원을 맡았다. 북한경제, 남북경협, 남북관계 등에 관심을 갖 고 활동 중이다.
북한, 어디로 가는가
‘반미대결전’ 이후의 유화공세,
비핵화 판단은 이르다 안정식 SBS 기자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 채택(2013년 1월 23일) 이 후 북한이 시작한 ‘반미대결전’은 외부에서 보기에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 이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새 정부가 출범하 는 시점에, 북한이 주변 정세의 변화를 좀 더 세밀히 살피지 않고 위협공세에 나서는 것 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의 올해 초 위협공세는 전 략적 오류로 귀결되는 분위기지만, 당시 북한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북한식의 판단 논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북한의 ‘반미대결전’ 북한식 맥락으로 살펴보면… 북한이 다소 갑작스럽게 ‘핵문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은 2012년 7월의 일이 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던 음모에 미국이 깊숙 이 개입한 진상이 드러났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문
민족화해 July / August
36 37
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화 선언,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무수단 미사일 동해
이후 북한은 외무성 비망록(2012년 8월)과 노동신
안 이동과 같은 일련의 위협 공세를 이어가기 시작
문, 조선신보 등 갖가지 매체를 통해 핵문제에 대한
했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미국에 표출했다. 미 국이 대북적대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북한은 핵 무
북, ‘반미대결전’을 통해 얻으려 한 것은?
기고를 계속 확대 강화할 것이지만, 미국이 대북적
그렇다면, 북한이 이같이 대대적인 ‘반미대결전’을
대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선다면 언제든
벌이며 의도했던 것은 무엇인가? 1월 23일 외무성
지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성명을 보면 그 답이 나와 있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
올해 1월 21일자 ‘조선신보’는 북한이 미국에 ‘핵문제
에서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
와 관련한 최후통첩’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2012
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
년에 미국 NSC(국가안보회의)와 CIA(중앙정보국)
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없는 평
관계자를 통해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최후결단을
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촉구’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를 공고히 한 상태에서 평화협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문제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받겠
2012년 7월 이후 반년 가까이나 자신들의 입장을 반
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4월 최고인민회의
복해온 만큼, 미국이 최종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됐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돌아온 것
대하여’라는 법령까지 채택한 것은 핵 포기는 절대
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었다.
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이었다. 비핵화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대화 요구가 묵살당했다
는 없다는 배수진을 친 채 끊임없는 긴장조성을 통
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입장은 1월
해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고, 긴장된 상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는 말
황을 완화시키기 위해 협상을 원한다면 비핵화 협상
로써가 아니라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
이 아니라 평화체제 협상으로 들어오라는 전략을 구
진다. 그 후 북한은 제3차 핵실험과 정전협정 백지
사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이런 강력한 공세 속에
북한은 지난 4월 28일 해당화관을 방문한 김정은 제1비서가 환하고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그동안 의 긴장된 정세를 완화시키고자 하 는 시도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 저변에서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
일 일본의 이지마 내각 관방 고문을 북한으로 끌어
냐’라는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들인 데 이어, 22일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정
협상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확산됐
은 제1비서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다. 최룡해 특사
던 것도 사실이었다.
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에 복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유화공세는 남쪽으로도 이어졌다. 최룡해 특사가 중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국을 방문한 22일 북한은 ‘6.15 남측위원회’에 ‘6·15
보내면서도 그 대화는 평화체제 협상이 아닌 비핵
공동선언 13주년 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자’
화 협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측
고 제안했다. 우리 정부가 당국 간 대화가 우선이라
의 입장이 이렇게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시간이 지
며 민간차원의 접촉을 불허하자, 북한은 6월 6일 전
나도 양측이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
격적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수용하기까지 했다.
황이 됐고, 서로 부딪쳐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결국
6월 16일에는 미국에도 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남
한쪽은 후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북
북 회담뿐 아니라 북미회담도 현 단계에서는 이뤄
한 입장에서는 이러한 치킨게임의 승자가 자신이 되
지기 힘든 분위기지만, 북한이 이렇게 전방위적인
기를 원했겠지만, 상황은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가
유화공세로 돌아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으
지 않았다.
로 보인다.
북, ‘유화’공세로 자세 전환
‘핵보유’ 입장에는 아직 근본적인 변화 없어
강경으로 치닫던 북한의 자세변화가 감지되기 시작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올해 초 계속
한 것은 4월 18일 국방위 정책국 성명부터였다. 북한
했던 위협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가 자신들
은 이 성명에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
이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
행위들에 대해 전면사죄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
석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은 ‘비핵화 없는 평화
재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우리가 받아들일
협정’을 원했지만, 한반도 정세는 평화체제 협상 분
수 없는 요구를 내세운 것이긴 하지만, 대화의 조건
위기가 형성되기는커녕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위협공세와
국제공조가 강화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북한의 도
는 달라진 모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발적 행동으로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마저 등을
4월 28일, 김정은 제1비서는 개업을 앞둔 주민편의
돌리는 듯한 현상까지 나타났던 것이다. 북한 입장
시설인 해당화관을 방문했다. 군 관련 활동에 집중
에서는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하고 심화되는 고립
해온 김정은 제1비서가 경제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국면을 타개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랜만이지만, 특히 철판구이집 앞에서 간부들과 함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유화공세 속에서도 한 가지
께 요리장면을 보며 크게 웃는 모습은 그동안의 긴
주목해볼 부분이 있다. 북한이 핵보유 입장에 대해
장된 정세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됐다.
아직까지는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5월 들어서는 유화공세가 보다 본격화됐다. 5월 14
점이다. 북한은 최룡해 특사를 중국에 보내 ‘6자회
민족화해 July / August
38 39
북한은 최룡해 특사를 중국에 보내 ‘6자회담’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최 특사의 방중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의 5월 24일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보도에서는 ‘비핵화’는 물론 ‘6자회담’에 대한 언급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담’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
은 경제건설에 대한 김정은 제1비서의 의지를 보여
지 않았고, 최 특사의 방중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
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의 보도에서는 ‘비핵화’는 물론 ‘6자회담’에 대한 언
하지만 북한이 박봉주를 총리로 재기용했다고 해서
급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
박봉주만으로 북한 경제가 회생되는 것은 아니다.
안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명목으로
외자유치 등의 대외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박
비핵화를 다시 제기했지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봉주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는 ‘북핵폐기만을 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
박봉주가 2000년대 중반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
역의 비핵화’이자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
었던 것은 당시에는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어 핵문
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밝
제가 북한과 주변국의 관계개선을 저해하는 장애물
혀, 기존의 핵 군축협상 주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
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았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있는 한 대외적 고립에서 벗
결국 일본, 중국, 남한, 미국을 번갈아가며 펼치고
어날 수 없고, 대외 협력 없는 북한 자체의 경제건설
있는 유화공세는 ‘비핵화로의 방향 전환’과는 아직
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은
까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노선이다. 하지만 북한 은 아직 병진노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
북한의 선택은?
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북한은 지난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김
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
정은 정권의 성패 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진노선을 채택했다. 한 손에는 핵을 들고 다른 한 손 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박봉주를 총 리로 재기용했다. 박봉주는 2000년대 중반 총리로 재직하며 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하는 내용의 경 제개혁 조치를 추진하다 당의 견제를 받아 좌천됐던 인물이었다. 이런 박봉주를 총리로 다시 기용한 것
안정식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북한문제에 관심을 돌 려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SBS 기자로 재직 중이며, 현재 SBS에서 북한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북한, 어디로 가는가
공PD의 북한 취재수첩
북한의 거대한 전환,
“집단에서 개인으로”
공용철 KBS PD
백두의 협곡을 넘나드는 사람들 백두산 자락에는 6월에도 잔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통행이 쉽지 않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는 두만강과 압록강 상류에는 협곡도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금강대협곡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백두산 일대에 서 ‘통상구’라 불리는 허가된 지역을 벗어나서 북한과 중국을 넘나들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과 6월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경계를 넘나 들었다. 일부는 목숨을 걸고 가파른 협곡을 타고 넘었다. 물론 이 여정에는 길 을 안내해주는 도우미가 있다. 양국 국경수비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위 험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위험한 길을 건너자니 현장 지리를 잘 아는 안 내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백두의 협곡을 넘나든 사람들 이 올해만 해도 5,000명이 넘을 거라고 현지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협곡을 넘 나드는 사람들은 체제이탈자들이 아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북한 주민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왜 백두의 협곡을 넘나드는 것일까? 협곡을 건너온 북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쪽 산에 각종 약초나 산나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오뉴월이면 북한의 산과 계곡에도 약초와 각종 나물이 많지 만, 그것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반면 중국 쪽으로 넘어오면 캐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채취할 약초나 산나물이 많다는 것이다. 채취 한 약초나 산나물은 현지의 중국인들에게 판매한다. 운이 좋으면 백두산의 3보
민족화해 July / August
40 41
(三寶) 가운데 하나인 산삼도 채취할 수 있다. 위험 이 큰 만큼 소득이 짭짤하다는 것, 북한 주민들이 협 곡을 타고 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백두의 협곡을 넘나드는 또 다른 부류는 ‘계절노동자들’이다. 중국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북한 주민들
의 산간 농촌에 들어가 품팔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북한의 계절노동자들은 봄·가을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는 ‘돈주’로 대변되는
에 많다. 파종기와 추수기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
시장 상인들의 약진을 불러오고 있다.
기에 중국에 와서 일정 기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
너도나도 한몫을 잡기 위해 시장에서 치열하게
을 벌어가는 것이다.
경쟁하고 있다.
통제가 느슨해진 시장, 한몫을 잡으려는 사람들 올해 들어서 북한의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게 된 것도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가 결정적이었다.
시장통제가 굉장히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심할 때
북한에선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인민성’이라고 표현
는 장사를 할 수 있는 나이에서 거래가 가능한 품
한다.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서 김정은은 인
목, 수량, 가격, 시장의 개장시간에 이르기까지 세
민성을 획득했다.
세한 부분까지 통제했었다. 시장을 통제하는 사람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는 ‘돈주’로 대변되는 시장 상
들도 안전원(우리의 경찰)부터 시장관리원, 규찰대
인들의 약진을 불러오고 있다. 너도나도 한몫을 잡
원들까지 가세했다. 말이 단속이지 시장질서를 바
기 위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
로잡겠다는 미명하에 중간간부들이 시장상인들로
기 위해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사회’가 2013년
부터 뇌물을 뜯기 위한 수단이 시장통제이기도 했
의 북한이다. 화폐개혁 당시의 뼈저린 경험을 교훈
다. 그러다보니 북한 주민들이 당국에 대해 갖는 불
삼아 여유자금이 생긴 사람들은 재빨리 달러나 인민
만 가운데 가장 큰 것도 시장통제였다. 그러나 올해
폐 등 현화로 교환하여 축장한다.
들어서 시장통제와 장마당 단속을 불평하는 주민들
위험을 무릅쓰고 백두의 협곡을 넘나드는 사람들,
이 없어졌다. 시장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느슨하게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주민들을 관통하는 공통
푼 것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 갑자기 시장에 대
의 코드가 있다. ‘개인’이다. 나와 내 가족이 잘살기
한 단속과 통제를 완화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부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개인주의’
터 통제를 완화했는데 올해 더욱 느슨해진 것이다.
나 ‘기관 본위주의(자사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구호
2009년 11월 말,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화폐개혁 당
가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시장규
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주민들
제를 완화하면서 개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회주
을 더 이상 배곯게 하지 않겠다는 최고지도자의 약
의 헌법이 생긴 이래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속, 그 첫걸음이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로 나타나고
하나를 위하여’라며 집단주의를 강조해왔지만, 시장
있다. 김정은이 주민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지지를 얻
과 돈 앞에서 그것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김
정은 체제가 조심스럽게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경제
인 또는 가족영농이 가져올 생산성 증대 효과를 북
개혁 조치들도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쪽에 초점
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도입했을 것
이 맞춰져 있다.
이다. 현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양덕의 A농장에 서 개인영농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수확량이 3배로
새로운 모색,
증가했다고 한다.
개인영농과 기업의 자율권 확대
기업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실험들도 개인의 이기심
공식매체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북한은 여러 단위
을 자극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경공업 제품을
에서 경제개혁을 위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핵
생산하는 평양의 B공장은 지난해 지배인 재량으로
심은 농업과 기업개혁이다. 지난해 평안북도 양덕
배급제를 없애고 완전도급제를 실시했다. 생산된 제
군의 A협동농장에는 경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가
품의 일정량을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지배인 재량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지배인으로 부임했다. 그
으로 처분하게 한 것이다. 지배인은 잉여생산물을
는 분조 단위로 영농하던 체제를 개인영농으로 바
처분한 돈으로 생산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식량을
꿨다.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분조란 평균 150∼200
공급했다.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함으로써 생산성을
명에 이르는 농장원들을 10∼25명 단위로 나눈 조
향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직이다. 분조관리제란 10∼25명 단위의 분조가 일
북한은 그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경제개혁 실험을
정한 토지를 할양받아 농사를 짓는 것이다. 책임의
했다. 방법은 달랐지만 목표는 하나, 생산성 향상
식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1965년에 도입된
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들이 제도화되지 못했
제도다. 농업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분조를 세분화해
고, 뚜렷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따라서 A농장과 B
7∼8명 단위까지 쪼개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농업생
공장의 실험이 예전과 다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
산성이 향상되지는 않았다. 분조별로 열심히 생산
다. 그것은 실험을 제도화할 수 있는 실행의지가 얼
해서 할당된 목표를 채우고 나머지는 분조원들이
마나 강하냐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A농장과 B
나눠가지라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지만, 부과된 계
공장의 성공사례가 널리 홍보되고 있다. 당 세포비
획(목표) 자체가 높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농민들
서들을 모아서 현장견학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당
몫이 별로 없었다.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
조직의 말단 일꾼들인 세포비서들이 적극 찬성하지
지 못한 것이다.
않을 경우, 북한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기가 쉽지
개인영농은 중국이나 베트남이 개혁·개방 초기에
않다. 농장의 경우 협동농장체제가 개인 혹은 가족
도입해 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다. 협동농장의 토지
영농으로 바뀔 경우 세포비서들도 직접 농사를 지어
를 개인별로 나눠주고 경작케 한 후, 일정량을 국가
야 한다. 기득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개혁이
에 바치고 나머지는 시장에 내다 팔게 한 것이다. 베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
트남의 경우 도이모이제도를 실시하면서 개인영농
만, 반대하는 사람들을 없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
을 도입했고, 그 결과 농업생산성이 향상돼 쌀 수입
다. 중국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개혁으로
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혁
한 것이 농업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개
으로 인해 기득권층의 이해가 침해를 받을 경우, 그
민족화해 July / August
42 43
남북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기엔 우리가 잃는 것도 너무나 많다. 긴장관리와 안보비용이 증가할 것이고,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염원도 멀어질 것이다.
북한 혜산시 강변에서 빨래를 하는 북 주민들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북한이 A농장과 B공장의
기심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세포비서들을 견학시키는 것
중국인들은 흔히 ‘북한에게 자본주의를 가르친 것
을 볼 때, 새로운 실험들을 제도화하고자 하는 실행
은 중국이고, 사회주의를 가르친 것은 한국이었다’
의지가 강해 보인다. 그 점이 지난 몇 차례의 개혁실
라고 얘기한다. 시장이 확대되고, 북한이 ‘집단’에서
험과 다른 부분이다.
‘개인’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기여한 것 은 없다.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힘들수록 북한의 시
집단에서 개인으로 전환 중인 북한,
장이 활성화되는 역설도 존재한다. 대북지원이 활발
우리의 선택은?
했고 남북경협이 확대일로에 있던 2005년, 북한이
개인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북한이 집단에서 개인
식량배급제로의 회귀를 시도했던 사례도 존재한다.
중심으로 전환해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가의
그렇다고 남북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기엔 우리가
공급능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활성화된 1990년대
잃는 것도 너무나 많다. 긴장관리와 안보비용이 증
중반부터 그러한 흐름은 이어져왔다. 경제회생을 위
가할 것이고,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염원도 멀어
한 내부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의 지원에 의지
질 것이다. 강대국들이 규정한 분단구조 안에서 내
하기도 어렵다. 북한은 지난 3월 말 당중앙위원회 전
부갈등이 커질 것이고, 우리 경제의 성장과 도약도
원회의를 열고 경제와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택했다.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을
김정일 사후 3년째, 도도한 흐름을 타고 집단에서 개
받아야 하고, 핵 무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인으로 전환 중인 북한의 다음 선택지는 어디이고,
부터 철저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다. 양립하기 어려
우리의 선택은 또 무엇이어야 할까?
운 목표를 내건 상태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 드는 내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구체적인 과업으로 ‘인민경제의 선행부문·기초공 업부문의 생산력 증대, 농업과 경공업에 대한 역량 집중을 통해 최단기간 내에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겠 다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방법은 개인의 이
공용철은 1990년 KBS공채 17기로 입사하여 <도전지구탐험대>, <TV 문화기행>, <KBS일요스페셜> 등을 제작했다. 2003년부터는 북한의 시장과 주민생활을 밀착 취재하는 르포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해오 고 있다. 2006년 <KBS일요스페셜> “2006 북한, 중국 자본에 종속 되는가?”로 통일언론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회원단체탐방
한국YMCA전국연맹 남부원 사무총장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 남북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인터뷰
박지용 민화협 회원사업팀장 |
정리
염규현
우리가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한국YMCA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이면 결성 100주년 을 맞이할 만큼 긴 역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긴 역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YMCA가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발전에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일찍이 시대를 앞서 ‘보편적인 시민사회운동의 중 요성’을 인식했던 한국YMCA는 이후 탄생하게 되는 많은 시민단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YMCA전국연맹 남부 원 사무총장은 2014년 결성 100주년의 역사를 목전에 두고 한국YMCA가 펼쳐나갈 새로운 비전사업들을 소개하며, 이를 관통하는 한 단어를 제시했다. 바로 ‘평화’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44 45
서 유입된 것이죠. 1901년 배재학당YMCA, 1903년 황성기독 교청년회가 만들어지며, 초기 YMCA운동의 주체들은 기독 교를 개인적 차원의 신앙이 아닌 민족을 구원할 새로운 가치
한국YMCA 100년 “기독교 신앙과
체계랄까, 이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 YMCA
시대정신의 치열한 대화의 역사”
목적문에는 ‘역사적 책임의식을 개발하고’라는 문구가 들어가
“한국YMCA가 걸어온 100년은 기독교
있어요. 다른 국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부여하는 역
신앙과 시대정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사적 과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었
역사였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 소중한 정
던 것이죠. 이 땅의 초기 YMCA운동에서 형성된 독특하고도
신과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 우리가 지
소중한 정신이자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해야 할 시대정신, 즉 ‘평화’를 위한 새
이처럼 한국YMCA는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과 근대화
로운 도약을 준비하려 합니다. 그리고 여
를 위한 청년 지도력 육성, 고통받는 조선 민중들의 정신적
기에 우리와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만
소생과 경제적 자립, 사회적 연대와 협동을 사명으로 만들어
들어갈 북한 역시 함께 해줄 것을 기도
진 민간의 자발적 결사체였다. 그리고 1899년 민족독립과 근
하고 있어요.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
대국가 수립을 열망하는 150여 명의 청년에 의해 창립 청원
을 남북이 함께 일으킬 수 있도록 한국
운동이 일어났고, 1개의 ‘시청년회’와 9개의 ‘학생청년회’ 대
YMCA가 힘을 모을 것입니다.”
표 45명이 모여 1914년 4월 개성 한영서원에서 조선기독교
남부원 사무총장은 한국YMCA가 여타
청년회연합회를 구성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오는 2014년은 전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역사와 전통을 가
국적인 규모의 한국YMCA가 결성된 지 100년을 맞이하는 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119개
가 되는 것이다.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YMCA는 1844 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당시
새로운 사회는 시민의 힘으로
크리스천 청년들을 비롯한 유럽 젊은이
결성 이후 한국YMCA는 시대의 굴곡을 민족과 함께 헤쳐왔
들의 큰 호응 속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다. 때로는 시대적 사명에 적극 부응했고, 한 발 물러나 관망
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시대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써왔
지역 등으로의 전파는 주로 식민지의 물
다. “물론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YMCA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결을 타고 ‘폭력적’으로 유입되었다. 식민
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950~60년대 미국YMCA의 지
지 고유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기독교
원에 크게 의존할 당시에는 시대적 상황과는 맞지 않는 사업
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YMCA가 함께 들
들을 벌여 눈총을 사기도 했죠. 당시 한국YMCA에서 헬스장,
어오곤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한반도는
수영장 등을 만들자, 함석헌 선생님께서 “한국YMCA가 유한
달랐다.
마담 살 빼주는 곳이냐”며 비판하시기도 했어요. 당시의 시대
“한국YMCA의 행운이랄까요. 우리를 식
적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셨죠. 하지만 한국YMCA
민지배한 일본으로부터 YMCA가 들어
는 기독교 사회 운동체요, 에큐메니컬 평신도 운동체로 창설
온 것이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
초기에는 구국운동 및 민족독립운동과 청년지도력의 육성,
한국YMCA전국연맹은 그동안 ‘통일자전거 보내기 운동’, ‘콩기름 보내기 운동’ 등을 통해 대북지원활동 을 전개해왔다. 이제 100주년을 맞는 2014년을 계기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해방 후 청년Y운동, 사회개발운동, 교사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운동과 노조, 농민지도자 교육과 소비자
을 통해 이후 노동계, 교육계, 농민단체 등 무수히 많은 시민
운동, 환경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의 시민
사회운동단체의 지도자들을 배출하게 된다. 어찌 보면 한국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
시민사회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을 한국YMCA가 제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이후 시민
공한 것이다.
운동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른바
이후 한국YMCA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접어들며 환경
‘87년 항쟁’ 이후 한국 사회에 본격적인
교육을 포함한 대중적인 차원의 시민환경운동을 전개하게 된
시민운동의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원동
다. 그리고 이는 환경운동을 넘어선 더욱 근원적인 ‘생명평화
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자긍심을 가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굳건한 평화가 정착되어야 비로소
지고 있습니다.”
생명이 꽃피울 수 있고, 다시 그 생명이 평화를 만들어갈 수
남부원 사무총장이 한국YMCA에서 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 간사로 일하던 1985년 당시 한국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일이 있어요.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저
YMCA의 구호는 ‘새로운 사회는 시민의
희가 기부받은 부지가 있거든요. 그곳에 생명평화센터를 만
힘으로’였다. 그리고 한국YMCA는 국산
드는 일입니다. 한국YMCA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
타이어 애용운동, 양담배 불매운동, 폐지
만, 그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교육, 즉 사람을 기르
수집 캠페인, 외채 갚기 운동, 한강물 살
는 일이거든요. 이곳에 생명평화센터를 세우고 기독교운동의
리기 운동, 향락문화 추방운동 등을 전개
지도자, 시민사회운동의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자는 희
하며 다양한 시민운동 ‘실험’을 전개했다.
망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이루지 못했지만, 제 임
그 과정에서 시민 경제주권운동, 참여와
기 중에는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
자치 등 당시로는 획기적인 시민운동을
서 한국YMCA 100주년 기념 10대 비전사업의 첫 번째 과제를
전개하며, 시민사회에 흩어져 있는 선한
‘아시아 생명평화센터’ 건립으로 정했습니다.”
잠재력을 조직하고 결집하면 이것이 사
이와 관련해 한국YMCA는 지난해 6월 열린 한국YMCA 전
회변화에 동력으로 설 수 있겠다는 확신
국대회에서 코스타리카에 있는 유엔평화대학과 MOU를 체
을 하게 되었다.
결했다. 유엔평화대학이 가지고 있는 평화교육에 대한 비결,
이러한 한국YMCA의 실험과 노력은
강사풀, 매뉴얼 등을 공유하고, 한국YMCA는 평화교육을 위
1987년 이후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해 경
한 강사초빙, 매뉴얼 공동 개발, 한국의 특성에 맞고 한반도
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환경운동
의 평화적인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평화교육 교재를 만드
연합, 참여연대 등의 탄생으로 이어진
는 일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다. 본격적인 시민운동의 시대를 열게 된
민족화해 July / August
46 47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위
국YMCA, 세계YMCA연맹, 한국YWCA, 세계YWCA연합회,
해 노력할 것
NCC, WCC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국제적인 상설 네트워크
아시아 생명평화센터 건립을 비롯한 한
를 조직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북지원에 나설 계획입니
국YMCA 100주년 10대 비전사업의 면
다. 아직 준비단계이지만, 내년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
면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에요.”
‘평화’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
이와 더불어 남부원 사무총장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 ‘한
인 평화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 아시
반도 평화를 위한 자전거 국토순례’에서 그 순례의 끝이 임진
아 평화지도자 1,000명 육성 평화교육,
각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
공정무역운동 확산 및 사회적 기업 육
는 1,000명 참가자들의 발 구름이 부디 개성에도, 금강산에
성 등 다양한 사업마다 ‘평화의 메시지’
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중 특히 ‘대북민
한편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국YMCA는 오는 7월 1일부터 27
간지원 국제협력기구 설립, 한반도 평화
일까지 서울 광화문 앞에서 평화협정체결을 염원하는 캠페인
주간 국제캠페인’이 주목된다.
과 모금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동안 한국YMCA가 북한에 자전거
을 염원하는 단체들과 함께 27일 강원도 철원에 있는 소이산
도 6,000대 지원하고, 콩기름 지원사업
에 올라 북녘땅을 바라보며 평화기도회를 진행할 계획을 세
도 했지만, 이는 간헐적인 지원에 불과
우고 있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00주년을 맞
정치외교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대학에 입학했던 남부원
아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한 상설 네트워
사무총장.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2학년 때 가입한 기독교학
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생회와의 인연은 한국YMCA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그
희가 생각하는 대북지원은 일시적인, 응
가 한국YMCA에 몸담은 지도 30년이 되어간다. 남 사무총장
급 구호성 지원이 아닙니다. 지속가능하
은 한국YMCA가 비록 평화통일운동의 최전선에 서지는 못하
고 북한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라도, 이 땅의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저변을 넓히고 ‘평
만들어주자는 생각이에요. 저희는 세계
화의 문화’를 형성해가는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
어느 곳에도 긴급구호성 지원은 하지 않
다. 그리고 그렇게 해낼 생각이다. 그 길에서 민화협과 더욱
았습니다. 그것은 저희보다 더 전문적으
각별한 유대를 이뤄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100살을
로 잘하는 단체들이 많죠. 저희는 그보다
맞는 한국YMCA의 입장에서 이제 15살(!)을 맞이한 민화협에
는 지역사회개발에 중점을 두어왔어요.
격려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의 대답은 어쩌면 민화협과 한국
지원하다 멈추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
YMCA 모두에게 해당하는 당부일지도 모르겠다.
아가는 것이 아닌, 설사 지원이 중단되
“처음 만들어질 때의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나간다면 반드시
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그들이
거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남
자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한국
북 간 서로의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 지금까지 모인 힘들
YMCA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
이 크게 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
다. 이는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 앞으로도 민화협이 크게 수고해주세요!”
통일교육·평화교육
통일교육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이미경 통일교육원 교수
통일교육은 분단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환경의 변화에 부합되는 내용이 반영되어 조화롭게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명칭과 내용의 변화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통일교육은 종합적이고
를 통해 지속적으로 행해져왔다. 통일교육은 탈냉전
장기적인 통일정책에 따른 교육의 목표와 변화되는
이후 양적으로 확대됐으며 주체 측면에서 정부 이외
남북관계의 전개양상과 대북정책의 방향 등이 반영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행위주체들이 등장하면
된 교육내용과 강조점이 혼재되어 통일교육의 방향
서 통일교육의 방향성과 내용 측면에서도 민족공동
성에 대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체교육, 안보교육, 평화교육, 갈등해결교육 등 다양 화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행위주체와 교육내용으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아온 통일교육의 한계
행해지는 통일교육은 발전됐다고도 할 수 있으나 다
통일교육 현장에서는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의 연
른 한편으로는 교육목표나 내용에 있어 혼란을 야기
속성보다 변화가 크게 부각되고 실제 변화된 내용과
하고 있기도 하다.
방향성이 강조된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남
본래 통일교육은 지향하는 통일의 의미와 통일구상
북 간 교류협력이 이뤄지는 시기의 통일교육은 화해
그리고 접근방식을 고려하여 결정된 목표와 방향에
와 협력에 중점을 둔 평화지향의 교육 등이 주류를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며 이에 대내외적 통일
이루고, 남북관계의 경색이 지속되는 시기의 통일교
민족화해 July / August
48 49
육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안보의식의 강화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통일교육 목표에 따
강조하는 통일교육이 보다 우선되는 경향이 있어왔
라 일관성 있는 교육내용의 구성을 위한 통일교육의
다. 이런 현상은 정부에서 발행되고 있는 통일교육
방향 재정립을 통해 통일교육의 쟁점영역을 줄여나
지침서-통일교육의 기본 방향, 목표, 내용, 방법 등
가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지도지침 제시-의 내용구성에서도 시기
통일교육의 목표는 헌법과 통일교육지원법에 명시
별 통일환경의 변화에 따라 서술순서와 강조점의 변
된 바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민족공동체 의
화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식을 토대로 한 통일관 정립과 평화통일의지와 역량
이와 같이 통일교육은 통일대비 차원에서 요구되는
의 함양 그리고 통일환경 및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
내용과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되기보다는 통일교
해와 건전한 안보관 확립이다. 다만 변화된 환경에
육 환경 변화가 반영된 내용 변화에 따라, 당초 의도
따라 통일을 통한 민족공동체 형성에는 세계화시대,
된 통합 달성보다는 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결과를
다문화시대에 부합되는 민족주의, 민족정체성의 확
낳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통일교육은 통일준비 차원
립이어야 하며 안보와 통일의 균형적 인식 아래 화해
에서 필요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해도 통일교육에 대
와 평화지향의 교육과 안보교육의 수렴이 이뤄져야
한 낮은 평가와 인지도에 의해 기피되는 경향이 있어
하는 것이다.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은
다음으로 통일준비 차원에서 통일교육이 일관성 있
회의론, 무관심 등 부정적인 통일인식이 확산일로에
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행 다양한 통일교육 주체들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의 다양한 방향성, 내용, 방식의 통일교육에 따른 혼
따라서 통일교육이 본래 목적-통일달성에 필요한
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
가치관과 태도 함양 등을 위한 올바른 정보전달과
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교육 관련 주체들 간의 입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 차이와 합의모색을 통한 공
장 차이를 확인하고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
감대 형성 등-에 부합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통일교육이 국민적 공감대
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를 높이는 교육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통일교육
통일교육의 목표는 헌법과 통일교육지원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민족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한 통일관 정립과 평화통일의지와 역량의 함양 그리고 통일환경 및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건전한 안보관 확립이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7~31일을 제1회 통일교육주간으로 선정하여, 통일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의 내용 구성에서부터 실행 및 활성화 등의 방안 마
일교육지원법의 조항(제3조 2항)에 ‘국가의 통일교육
련에 있어 이에 관련된 행위자들 간의 협의가 요구된
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무’를 부과하는 개정안
다. 즉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다양한 교육주체들 간의
마련의 의원입법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통일교육의 방향성과 내용 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통일교육 주체들과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모색
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그간의 통일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쟁점을 줄이고 나아가 보다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위
통일교육은 정치환경 변화에도
해 다양한 통일교육 주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구축할 수 있는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행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통일교육이 통일의 실질
통일교육이 다양한 행위주체에 의해 다양한 내용과
적 준비 역량을 배양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선도하기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는 현실은 통합보다는 혼란과
위한 중장기적 통일교육 발전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논란을 더 많이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이에
우선 통일교육이 장기적인 통일구상에 따른 일관성
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
있는 내용과 방향보다는 단기적인 정치 환경 변화에
부는 다양한 방향과 내용으로 실시되는 통일교육의
따른 강조점의 변화에 의해 방향의 혼란과 논란이 있
일관성 제고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통일교육 활성
어왔다는 비판에 대해 교육시행에 있어 보다 정치적
화를 위해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주체들 간의 긴밀한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통일교육추
는 방안 등이다. 기왕의 정부 차원에서의 통일교육은
진협의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 과제인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교육과 정부의
통일교육이 본래 목적에 부합되게 시행되는 한편 활
통일 및 대북정책이 반영된 정책의 홍보 차원의 통일
성화를 위해서는 통일교육의 내용 구성에서부터 이
교육이 혼재되어 있으며 특히 후자가 더 강조되어왔
행에 이르기까지 통일교육과 관련된 행위주체와 기
다는 인식이 강했다. 즉 통일교육은 일관성보다는 정
관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통일교
권 변화에 따라 방향과 내용의 혼란을 야기하여 통일
육 주체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들 간의 협치
교육의 본래 목적에 부합되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를 강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민간통일교육단체
것이다. 따라서 통일교육이 통일을 준비하는 국민통
들의 협의체인 ‘통일교육협의회(2000~)’와 이들 단
합의 교육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정치 환경 변화에
체들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도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통일교육심의위원회‘(2008년 폐지)’ 설치·운영 등-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통일교육은 개
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들 통일교육의 민관 협력체
인적·당파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통
는 당초 의도된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는 데 일정 정
민족화해 July / August
50 51
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교육추진협의회’ 등의 구성에는 정부-민간의 협업
통일교육협의회는 민간통일교육단체들의 중심 네트
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민관이 균형 있게 포함
워크로서 통일교육 관련 단체의 구심적 역할로 정보
돼야 할 것이다.
공유의 장이 됨과 동시에 정부와 회원단체 간의 교량 적 역할을 통해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기하고자 의도
국민합의를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된 협의체이다. 그러나 현행 통일교육협의회는 본래
한편 정부는 통일교육의 활성화 방안 마련 차원에서
민관협력의 거버넌스적 특징과 기능이 보다 부각될
통일교육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이전 지역사회의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통일교육 센터를 지정하는 데서 새롭게 발굴, 설치할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이어야 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고 민간통일교육단체들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가운
통일교육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자치
데 이들 단체들의 단점인 전문성을 보다 강화할 수
단체장들과 협의하여 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지자체
있도록 해야 하며 이와 함께 재정 지원 마련 등이 현
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유관
행 통일교육협의회의 운영 실태에서 요구되고 있다
기관과의 협조 속에 통일교육의 전 사회적 통일 공감
고 할 수 있다. 한편 통일교육에 관한 기본정책 및 기
대를 확산하기 위해 ‘통일교육 주간(5. 27~31)’을 제
타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였던 민관 공동참여의
정하여 학교 급별 계기교재를 발간하여 전국적 수업
‘통일교육심의위원회’는 2008년 정부위원회 정비계
실시(1시간 이상 계기수업실시)를 권장하고, 지역 통
획에 따라 폐지되었다. 이후 통일교육과 관련된 공
일교육 센터 및 통일교육협의회의 사회통일교육 행
식 협의회는 운영되지 않고 있어 주요 기관들과의 통
사 등을 계획, 시행하고 있다.
일교육에 대한 유기적 협의·추진에 어려움이 있었
이와 같은 시도들은 통일문제가 현실적인 문제로 대
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통일교육의 유관기관
두되는 현실 속에 국민들의 부정적인 통일의식이 확
및 민간단체들이 참여하는 민관 통일교육 협의체 기
산되고 있어 통일준비 차원에서 국민들의 통일의지
구(‘통일교육추진협의회’)를 신설하여 각계각층의 다
와 역량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초
양한 의견을 수렴, 중립적인 통일교육의 발전 및 유
하고 있다. 통일준비를 위한 통일교육이 성과를 내기
기적인 통일교육 추진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계획하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하에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
고 있다.
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를 지원
민관 통일교육 협의체가 당초 의도된 기능을 수행하
할 법적·제도적 장치 등과 함께 통일교육 강화 방
기 위해서는 추진에 앞서 이전의 유사기구가 지녔
안,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조치들이
던 한계와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다. 이전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통일교육심의위 원회’는 구성위원이 국회의장 추천 6명을 포함해 25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시행령에 의해 당연직 공무 원 11명이 포함되어 있는 등 시민단체의 참여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계획 중인 ‘통
이미경은 이화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사회과 학대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로 재 직 중이다.
통일교육·평화교육
‘함께 가는 통일교육’을 위한 ‘공감’의 첫발을 내딛다 박지용 민화협 회원사업팀장
누구나 인정하듯이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두고 우 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누구나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에도 국회와 정부 여러 기관과 민간단체에서 해결 방 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실,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갈등은 완전히 없앨 수도 없고, 갈등이 없 는 사회는 정체된 사회입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 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국가와 공동체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화협도 창립부터 지금까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합의와 남남대화를 위해 꾸준하 게 노력해 왔습니다.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 동회의’ 등 몇 차례 의미 있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민화협은 분야별·과제별로 합의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과 큰 틀에서 합의를 유도하고 단계별로 세부 주 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병행해 가면서 남남대화 를 추진해왔습니다. 물론, 남남대화를 위해 노력하 는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 고, 조급해하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함으로 승 부하라는 당부도 있으며,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격 려도 있습니다. 아마 민화협이 남남대화라는 그릇에 무엇을 얼마나 담아 함께 나눌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
“합의 가능한 통일교육은 가능한가?” 통일
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양한 종류의
교육네트워크를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입니
그릇을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다. 「통일교육네트워크」는 북한문제와 통일문제에 대
담길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꾸 만들
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인정하고 정답이 아니라 해
어 봐야 도공의 실력도 늘고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답을 구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통일교육을
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실시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념과 진영의 논리가
런 차원에서 민화협은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끊임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해
없이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새로운 틀
이번에 시작한 통일교육네트워크도 마찬가지입니
의 통일교육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모였습니다.
다. 그릇을 만드는데 참여한 도공들의 실력은 우선
민족화해 July / August
52 53
수준급입니다. 통일교육네트워크라는 그릇을 만드
랜 세월이 흘러 더 깨달아 가야겠지만, 늘 아이의 안
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충만합니다. 지난 6월
전을 걱정하는 이런 심정이 「모든 부모님의 마음」일
18일에 1차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첫 모임부터 통일
것 같습니다. 통일교육네트워크를 공동 진행하면서
교육네트워크의 정체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
어떤 때는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도 있
습니다. 통일교육네트워크라는 그릇을 함께 만드는
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주장에 화가 나고, 얼굴을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는 분부터, 무엇을 담는 그릇인
붉히며,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런 부모의
지부터 확실하게 정하고 가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작은 것에도 배려하며 다른 주장에 귀 기울
통일교육의 경험과 애로를 담아 나누자는 분도 있었
이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 지속해
고, 남북관계 현안과 이슈를 담아 집중 토론을 해보
서 노력한다면 더 나은 한반도와 우리의 미래를 꿈꿀
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교차했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올바른 통일교육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로 교육 내용과 방식
「통일교육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
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상호 이해하자는 기본적인 수
은 남북관계를 보는 견해와 북한문제, 통일
준의 입장을 확인한 정도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와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같지 않고, 서로 다른 속도로 각
통일교육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본격적
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갑니다. 공동 활동
인 논의가 시작되는데 어떤 모양의 그릇이 만들어질
이지만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특색과 전문성을 살려
지, 거기에 무엇이 담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
끊임없이 연구·조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쩌면 엄청나게 큰 항아리를 함께 만들어 교육내용과
일에 불편함을 끼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 속
합의를 담기보다 각자의 활동과 실력에 대한 신뢰를
에서 더 활발하게, 더 새로운 방식으로 통일교육을
담을 수도 있고, 민관협력이라는 예상치 못한 모양이
진행해 보고, 그 경험을 나누면서 애로사항이 있다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
면 해결방안도 함께 모색하는 일, 소통하는 일이 더
탓에 크고 작은 수많은 그릇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부족해서 오해하고,
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 그릇을 함께 만들어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화가 나
가는 일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확신을 모든 분
며, 소모적인 논쟁에 절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래서 함께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내가 속 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더
저는 9살과 5살 먹은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
키우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작은 일에도 결코 소홀
입니다. 큰아이가 학교 갈 때 아주 넓은 차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
도의 건널목을 건넙니다. 등굣길 건널목에는 노란 깃
는 사람은 있어도 태산에 걸려서 넘어지는 사람은 없
발을 들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할머
으니까요.
니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아빠는 가끔 아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면서 건널목을 꼭 같이 건너 주거나 아이가 다 건널 때까지 바라봅니다. 오
시선
남북관계의 중심에 선 6.15,
시야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현곤 시민평화포럼 공동운영위원장
두 개의 극적인 순간 6월 6일, 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김정은 북한 국방 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남북 당국회담을 전격 제안 한다.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 회담에 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 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6월 6일은 한국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충일이라 이날 회 담을 제안하는 북의 의도는 진중하게 읽혔다. 그것은 2005년 8·15광복절에 북의 대표단이 동작동 현충원을 방문했던 기 억을 살아나게 했다. 북이 회담 의제로 제안한 개성과 금강산, 이산가족상봉 문제는 이른바 남북관계 3대 현안인 데다가, 특 히 이산가족상봉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 라 우리 정부 측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잇 따랐다. 북의 제안에 남북대화의 기대감이 담겼다는 의미였 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북이 다음 날로 예정된 미·중 정상 회담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남북대화’ 제스처 가 필요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두 개의 분석틀은 북의 진정성 을 진단하는 잣대가 되는데, 하여간 당국 간 회담을 촉구해왔 던 우리 정부로서는 북이 그 제안을 수용한 격이어서 긍정적 6.15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되면서, 6.15남측위원회는 남측 단독으로 6.15기념행사를 임진각에서 개최했다.
으로 화답했다. 정부는 회담의 성격을 장관급으로 규정하여
민족화해 July / August
54 55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한껏 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5일 후인 6월 11일, 북은 우리 정부가 남북 당국회담 수석대표 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아니라 김남식 차관으로 제시한 점에 대해 이를 ‘엄중한 도발’ 로 간주,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발표한다. 정부는 북이 차관급 아래 사람을 내세 워놓고 우리 측의 차관급 수석대표 핑계를 대며 회담을 거부하는 억측을 부린다는 입 장을 내놓았다. 당시 북이 ‘상급’으로 내 세운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강 지영이었다. 회담 당사국이 장관급이라 내세운 사람을 다른 당사국이 차관급도 아니라고 규정한다 는 것은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더불어 차관급을 장관급이라 주장하고 있 다고 다른 당사국이 느낀다는 것도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그것은 세계 10위권의 주권국 가인 대한민국을 대놓고 ‘괴뢰패당’이라 규정하는 북의 문헌이 보이는 특이함과 서로 비 교된다. 이른바 상식적이지 않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이번 공방이 잘 보여준다 하겠다.
6.15 개성공동행사를 둘러싼 정부 - 민간 간의 공방 남북 당국회담이 제안되기 전인 2013년 5월 22일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1)(이하 6.15남측위원회)’ 앞으로 팩스를 보내, “6.15공 동선언 13돐을 맞으며 민족공동의 통일행사를 개성(또는 금강산)에서 진행하자”라고 제의해온다. 당시 북의 이 제안은 두 가지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북의 제안은 개성공 단을 정상화하고 싶다는 북의 우회적 시도라는 것이 하나였다. 이는 6.15공동선언실 천남측위원회가 해석한 것이다2). 다른 하나의 해석은, 북이 정부를 배제하고 민간을 동원하여 남남갈등을 조성함으로써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었다. 이는 통일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표명되었다. 통일부는 “북한 은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6.15남북공동행사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조속히 남북 당국 간 대회에 호응해 나올 것” 3)을 촉구하였다.
1) 6.15공동선언실천남/북위원회는 합의에 의해 2004년 12월(북)과 2005년 1월(남)에 각각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5년 3월 4일에 금강산에서 해외측위원회 까지 참가하여 3자 간 네트워크체계로서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를 결성하게 된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2005년 6.15평양대회, 8.15서울대회, 2006년 6.15광주대회, 2007년 6.15평양대회, 2008년 6.15금강산대회를 개최해오면서 남북관계망에서 중요한 단위로 활동해 왔다. 2) “북측이 ‘개성’을 명기하여 공동행사를 제안해왔다. 이는 전례가 없는 매우 ‘특별한’ 제안이었다. 우리는 북이 민간의 이름으로 던진 이 메시지를 민간을 통 한 당국 간 접촉 재개라는 우회로를 제시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성명, 「정부는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기회의 창을 닫지 마라」, 2013년 5 월 28일. 3) 통일부 대변인 성명, 2013년 5월 27일.
6.15남측위원회는 북이 보이고 있는 긍정적 의도를 우리 정부에 설득할 좀 더 분명한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에 북에 남북당국간 접촉을 요청하였다. “우리 대표단의 개성방 문과 관련한 통신과 통행, 신변안전 등과 관련한 남북 당국 사이의 협의 절차가 불가 피”(5월 29일자 대북서신)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것은 말하자면 북이 당국 접촉에 호응해 오면 6.15개성공동행사를 개최할 의지를 갖는다는 일종의 시험지였다. 그리고 이 남북당국간 접촉 문제는 점차 통신선 회복 문제로 좁혀져 가게 된다.
▶“ 우리 해당 기관과 련계하여 이번 6.15
▶“ 실무접촉 대표단이 개성을 방문하자
▶“ 우리는 약속한 대로 6월 5일 개성으
공동행사를 위한 실무접촉과 행사에
면 귀측 당국이 통신선이 복구되었음
로 출발할 것입니다. 그런데 귀측도
을 표명해주셔야 한다는 점”
잘 아는 바처럼 우리 측 대표단의 개
참가하는 남측대표단의 개성 방문에 필요한 통신, 통행 및 신변안전 등 모
- 5월 30일자 대북 서신
든 편의를 보장하게 될 것” - 5월 29일자 북측 서신
성 방문이 가능하자면, 방문 인원 및 차량 등의 출입 통행 계획이 당국 사
▶“ 우리는 이미 밝힌 대로 6.15남측위원
이에 상호 교환되어야 합니다. 이를
회가 실무접촉에 나오는 경우 해당
위해서는 통신선 회복이 반드시 필요
한 모든 대책들을 철저히 세우겠다는
합니다. 우리는 귀측이 개성으로 통
것” - 5월 31일자 북측 서신
하는 통신선이 복구4)되었는지 확인 해줄 것을 거듭 요청” - 5월 31일자 대북 서신
북측위원회는 끝내 통신선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다른 기관, 예컨대 조 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좀 더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5월 28일자 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 드러나듯이 북은 여전히 민간과 정부를 분리, 대 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 내놓았고, 그것은 우리 정부와 대통 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빠뜨리지 않는 태도5)에서 드러났다. 6월 6일 북의 당국 간 회담 제안은 6.15남측위원회가 6.15개성공동행사를 접어야겠 다고 생각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제안 성격도 달라져 있었다. 북의 제안에
4) 개성으로 가는 군사분계선을 넘는 절차는 먼저 국방부, 정확히는 유엔사에서 명단과 차량 등을 담은 문서를 군통신선을 통해 북한군에 전달하는 데서 시 작한다. 그다음에 북한군이 이에 동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는 남측 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 북측 CIQ 통과에 반드시 필요한 서류이 다. 정부가 개성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 중 하나에 ‘군통신선이 북에 의해 모두 끊어져 있어 명단을 보낼 수가 없다’는 것이 있다. 따라서 북이 먼저 군통 신선이 복구되었음을 표명해야만 정부에 명단 통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6.15남측위원회의 논리였다. 명단 교환절차는 방북 48시간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5)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문장을 인용한다.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사업을 재개하고 정상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남조선기업가들의 공업지구방문을 허용해주 고 제품반출을 승인해줄 의사도 표시해주면서 성의를 보여주었다”, “그래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직접 걸고 병진로선을 《도박》이라고 심히 모독한 장본 인이 박근혜가 아니란 말인가”, “남조선 당국은 쓸데없는 말장난을 그만두고 6.15공동행사에 대한 남측단체들의 참가를 즉시 허용하여야 한다. 만일 그 무슨 《남남갈등》이 정 우려된다면 당국자들도 통일행사에 참가하면 될 것이다.” 『조선신보』, 2013년 5월 28일.
민족화해 July / August
56 57
는 6.15공동행사뿐 아니라 7.4공동성명발표 기념일 공동행사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7.4’를 당국이 참가하여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방점은 7.4에 있었 다. 박근혜정부에 추파를 보낸다고 느낄 만한 태도 변화였다.
2013년 6.15, 남북관계의 중심에 서다 2013년 6.15 시기에 남북관계를 포함하여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 의 의미는 아직 정확치 않다. 아마도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점 은 6월 6일 북이 보인 태도 변화는 과거와는 다른 본질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역시 가 장 큰 변화는 북의 남에 대한 수요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일 것이다. 경제 문제 때문 에 남(南)에 매달릴 일은 분명 아니고, 아예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미관계나 북·중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오히려 중요도가 높아지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는 판단이 다. 남북관계가 갖는 이러한 종속적 위치는 이명박 정부 시기 두드러진 대결적 남북관 계의 결과이다. 특히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20년 만에 군사적 균형을 이루었다는 북한 의 판단과 맞닿아 호전적 언어가 창궐했던 점과도 밀접하다6). 이러한 판단은 6.6제안의 연약함을 지적하기에 적당하다. 문제는 남이건 북이건 남북 관계를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 아래에 두는 태도는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대북 억제력 확대를 위해 한미군사력 동맹을 강화하는 결 과로 드러날 것인데, 북에게는 경제개혁의 기회를, 남에게는 국력에 걸맞은 외교력 성 취를 방해할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 정부의 관성속에서 6.6제안의 기회 를 살려내지 못했는데, 변화의 의미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고 할 것이다. 이제 6.15는 남북관계 자체로만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다. 변화되는 국제사회의 흐름 을 파악하면서, 이와 접목시켜 가야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것이 2013년에 6.15 를 보는 시야일 것이다.
정현곤은 대학원에서 북한을 공부했고, 현재 『창비』 편집위원 겸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민 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재직한 이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주요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6) 2013년 한반도 위기의 성격에 대해서는 졸고, 「창비주간논평」, 정현곤, “북이 명분을 얻으려면 : 한반도 위기의 중간결산에 부쳐” 2013년 5월 15일자 참조.
길에서 만나는 평화와 통일
종교계의 통일준비,
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
이념갈등을 넘어 민족적 화해를 만들어내야
러므로 현 단계 종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의 문제점을 종단 스스로 진단하고, 교리와 교세 확장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보편적 인류애의 입장에서 참여 하도록 유도하며, 실질적으로 정부와 민간단체로부 터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투자의 효과성을 높여나가 는 것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윤법달 도산통일연구소 정책실장
종교계의 통일준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사)평화문화재단이 2011년 5월 한국갤럽을 통해 총 1,008명의 종교인 을 대상으로 전국 범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조사 자 본인이 속한 종교가 통일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독일 통일을 ‘20세기의 기적’이라 한다면, 우리 민족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긍정
의 숙원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21세기의 기
적인 답변은 26.7%에 불과하고, 부정적인 답변이
적’을 창출하는 데 종교계가 적극 기여할 수 있어야
73%에 달했었다. 본인이 속한 종교가 통일 관련 준
한다. 갈등과 대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비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긍
종교계가 가진 특성과 내재적 힘을 발휘해야 한다.
정적인 답변은 5.7%, 부정적인 답변이 48.5%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각 종단별로 구성되어 있는 대
모른다는 답변이 45.8%에 달해 각 종단이 통일 관련
북 선교·포교기관이나 대북 지원단체의 속성과 접
준비에 임하고 있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근방식을 전 사회적인 통일준비에 부응하도록 성격
것이 종교인들의 답변이었다.
적인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을 위해 종교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각 종단들이 개별적이고 분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무엇이냐는 질문은 ‘민족화해 노력을 통해 남북한 사
대북사업은 의도 자체가 시혜적이어서 개별 종단의
회 이질성 해소’, ‘급변 사태 시 사회복지 차원의 대책
성과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투자
마련’, ‘인도적인 대북 지원’, ‘남남 갈등의 해소’, ‘국민
대비 효과도 미미하고, 오히려 북한정권으로부터 이
들의 통일의식 제고’, ‘정부의 통일재원 확보 지원’, ‘국
용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있을 때 적극적인
제적인 대북 원조 증대’ 등으로 나타나 종교가 대북 선
대응도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통일준비
교·포교 차원의 접근에 머물지 않고, 사회통합적인
를 위해서는 각 종단뿐 아니라 종교계 전체가 합의하
노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런 맥
는 통일관점을 세우고 일정한 부분에서는 종교계가
락에서 볼 때 종교계의 통일준비 노력을 보다 구체적
함께 움직여 효과성·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인 형태로 이끌어내는 한편, 통일준비에서도 기존의
특히, 일부 종단에서 표출되고 있듯이 북한을 선교나
종단 중심 형태로부터 한국 종교계 전체를 포괄하는
포교의 장으로 생각하는 접근은 통일과정과 통일 이
형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 마
민족화해 July / August
58 59
련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종교계를 대표하는 통일 관련 연구논문, 보고 서, 선언문 등에서는 한결같이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전제하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떤 상태까지를 ‘통일’이 라 말할 수 있는지 종단들 사이에 합의된 통일개념이 없어 이를 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통일’을 하나의 정적 상태나 결과로서만이 아니라 지속적 과정으로 도 보는 인식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기본정신과 자세를 계승했는데 ‘평화’는 정치적 차원
이런 과정은 종교계의 통일에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에서도 이미 기존 대북정책의 기조였다. 이를 되살
남남 화해를 이루는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리고 활용하는 것도 종교계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一石二鳥)가 될 것이다. 종교계 통일사업을 단순히
2011년 7대 종단 수장님들의 평양 방문은 사회문화
‘대북’사업으로서만이 아니라, 남남 갈등을 치유하고
교류로서는 지난 5년간 거의 유일한 행보였다. 이처
남남 화해와 일치의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는 것이
럼 종교는 정치, 이념의 벽을 넘어서는 역할을 해야
다. 이런 과정이 순행할 수 있는 것은 종교계의 협력
한다. 상생과 화합의 새로운 21세기 통일시대는 이처
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종교
럼 남과 북 사이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삶의 나눔’
계가 화해와 일치 분위기에서 남북통일을 맞이하고
이 현실화되어 정치군사적 문제를 압도하는 민족적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 종단들이 긴밀히 그러
생존 그리고 민족사회 진로에 관한 상생적 접근을 이
나 조직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이 절실하다. 따
끌어내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라서 통일과정 및 이후에 남남갈등을 차단하거나 줄
이념적 갈등을 넘어서는 민족적 화해가 요구된다. 그
이고, 남북 간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
런 측면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남북
반을 다지는 ‘종교계 통일준비 네트워크 형성’은 중요
교류협력의 성과는 민족화해의 결실을 통해 남북관
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계가 상당한 수준의 상생관계로 돌입하였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정치군사적 문제를 뛰어넘는
이제는 종교계가 정치군사적 변화를 압도하는 상생
상생과 평화를 준비해야
과 평화의 준비를 기울여나가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종교적 입장에서 남북통일은 실리주의나 실용주의
수도 없다. 금강산이 통일한국의 기상으로 자리 잡을
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의무론적 당위에 가깝
때 새로운 한반도의 위상으로 세계의 지도국으로 설
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적 가르침 자체가 사
수 있을 것이다.
랑과 평화, 은혜와 상생, 조화와 일치를 지향하며 그 렇게 살라 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적 통 일은 종교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7·4남북공동성 명(1972. 7. 4)’, ‘남북기본합의서(1992. 2. 19 발효)’,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도 평화통일에 관한
윤법달(창원)은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 NGO학회 이사, 도산통일연구소 정책실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청 장년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일, 종교, 국제협력 분야의 NGO에 서 활동했다. 이론과 실무의 조화, 즉 이사병행(理事竝行)을 통해 현 실접근과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분단 언저리를 거닐며
왜,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가
統一 人 文 學
이병수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정명(正名)의 의지
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
한국현대사에서 이름이 바르지 않은 현상으로 치면
은 자식다운 것”이라고 답했다. 공자가 보기에 당시
한 둘이 아니지만, ‘통일’과 ‘인문학’이란 말도 오염되
임금답지 못한 임금, 신하답지 못한 신하 등 이름이
고 훼손된 용어에 가깝다. 남북은 그 동안 서로의 체
바르지 않은 현상이 즐비했다. 따라서 이름을 바르게
제를 부정하면서 자기체제의 우월성에 입각한 통일
한다는 공자의 정명론은 언어적 의미의 중요성을 말
의 속내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다. 그 결과 지금까
했다기보다는 현실을 그 이름에 맞게 고치는 올바른
지의 통일담론은 역설적이게도 통일이 아닌 분열과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말이 말에서 끝나는
배제의 담론, 즉 분단지향적인 담론으로 기능했다.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 이름에 맞게 고치는 것이 정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당장 사회 발전 도구로
치의 문제라는 점을 공자는 말한 것이다.
서는 쓸모가 없다고 간주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
이런 맥락에서 ‘통일’과 ‘인문학’의 만남, 곧 ‘통일인문
자 자신의 관심과 사유도 한반도의 역사적 현실에서
학’은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통일론과 인문학을 실
유리된 경우가 많았다. 분단 현실에서 통일은 우리의
천해보자는 인문학자들의 정명의 의지를 담고 있는
미래를 가장 강력하게 규정하는 가치임에도 불구하
말이다.
고 인문학 영역에서 분단현실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이론화가 빈약했다. 공자는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을 통해 춘추시
인문학적 성찰의 계기
대의 혼란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제나라 임
‘통일인문학’은 인문학들의 주관적 소망을 담은 말이
금이 정치가 무어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임금은 임
면서, 객관적으로는 탈냉전 후 남북화해의 분위기 속
민족화해 July / August
60 61
에서 성숙된 우리 사회 일각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저히 이해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혐오의 대상으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세계적 냉전이 끝난 직후 남북
로 여기는 정서를 만연시켰다. 분단은 남북 사회체
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 어떤 관계
제의 특징뿐만 아니라 문화현상으로부터 개인의 일
를 유지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 첫 번째 산
상적 행위와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흔
물이 남북의 상호 인정, 내부문제 불간섭 그리고 화
적을 남겼다.
해·협력을 합의한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였다.
나아가 통일을 서로 다른 두 개의 국가가 하나의 국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이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
가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정치경제체제가 하나의 체
고,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갈 것을 합
제로 통합되는 것으로 여길 때, 통일의 노력은 오히
의하였다. 또 남북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평화적이
려 배제와 갈등, 나아가 전쟁을 불러 올 수 있다. 통일
며 점진적인 과정을 밟아 통일을 이루자고 합의했다.
을 단일민족국가의 형성으로 여길 때 이질적 체제의
이처럼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은 서로 상
평화로운 통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적
체제통합에 치중하는 기존의 통일담론은 냉전체제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는 약속을 내
가 강요한 분단질서의 틀 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외에 천명하였다. 바로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
따라서 체제중심의 기존 통일담론을 극복할 수 있는
동선언이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길을 열어 놓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그것은 통일이 단순히
았다. 통일을 점진적 평화적 과정으로 하자고 합의
체제의 통합만이 아니라 남북주민이 하나의 공동체
하는 순간, 남북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분단의
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통합, 곧 ‘사람의 통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만
일’이라는 관점이다.
약 베트남 통일과 같은 무력통일이라면 군사력이 중
우리가 단순한 정치-경제적인 체제의 통일이 아니
요할 것이며, 독일통일과 같은 흡수통일이라면, 압
라, 이질적인 사람끼리 조화롭게 사는 사람의 통일
도적인 경제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화해, 평화,
에 초점을 둔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문학의 토
상생을 통해 통일을 하자면 인문학적 성찰이 반드시
대 위에 설 수밖에 없다. 왜냐 하면 인문학은 인간의
필요하다.
주체성, 욕망과 정서, 좌절과 희망 등 온갖 다양한 인 간적 태도, 가치를 탐구하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추 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인문
사람의 통일
학’은 남북 주민들 사이의 정서적·문화적 소통, 분
기존 통일담론은 이질적인 남북의 두 정치적 경제적
단 상처의 치유 그리고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
체제가 통합된 하나의 국가를 상정하면서 통일의 주
성을 창출하려는 통일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고
제와 내용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분단은 단순히 남
할 수 있다.
북의 체제대립으로 환원될 수 없다. 왜냐하면 분단 은 정치경제 체제의 분열만이 아니라 그 체제에 살 고 있는 구성원들의 가치·정서·문화의 분열이기 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분단은 어느 한 쪽을 도
이병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통 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평
제의 기틀을 잡았다. 이어 인간 이성과 과학기술 그
지구화 시대, 남북한 사람을 위한 평화와 안보 박영자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연구교수
리고 합리성(合理性)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출발한 근대(近代)는 신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로부터 인간의 세계를 분리해냈다. 그리고 18세기 이후 프랑스혁명으로 전면화된 ‘자유’ 와 ‘평등’이란 두 줄기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와 사 회주의라는 근대의 양대 패러다임과 함께 민족(Nation)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이 두 이데올로기 는 공히 강한 민족국가(Nation-State) 건설 이데올 로기와 맞물렸으며, 19세기 이후 수많은 내전과 갈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고 결과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20세기 인류의 비극사라는 양 차 세계대전과 뒤이은 내전 및 국지전의 후폭풍이 놓여 있었다. 근대의 안보개념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모두 국가라는 거대한 제도를 통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정의의 전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근대의 발명품이다. 그리고 그 주체이자 대상은 국가였다. 그 국가 안에 국민이라 호명(呼名)된 개별 인간은 이름도 없이 스 러져가야 할 묘비 없는 무덤의 주인공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말 냉전 해체 과정에서 미국의 정치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가 ‘역 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 즉 서구 자유민주주의가
『인간안보와 남북한 협력』 서보혁 엮음 | 서울: 아카넷 | 2013.
공산주의를 이기고 인류사회의 궁극적 체제, 최후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는 확정적 명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역사는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지적하듯 바 로 더 복잡하고 더 위험한 ‘위험사회’로 진입하였다. 탈냉전, 지구화, 정보화 그리고 인구이동의 증대가 인류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양차 세
16~17세기 절대군주에 의한 정치지배체제인 국가
계대전의 비극적 교훈과 국제사회의 규율 그리고 핵
(State)의 탄생과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무기의 위험성 등으로 대규모 국제전은 발발하지 않
말이 상징하는 왕권신수설은 국가와 절대군주를 위
고 있지만, 국지전과 내전은 증대하였다. 강한 국가
한 국민과 관료제 그리고 상비군이라는 근대 정치체
가 국민을 강하게 보호한다는 전통적 명제는 흔들리
민족화해 July / August
62 63
고 있으며, 국가를 중심으로 한 위로부터의 안보시스
있다.
템은 더 이상 개별 인간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자성이
전통적으로 안보는 국가 또는 국제사회 등 집단적인
높아지고 있다.
실체를 대상으로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침입에 대응
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불안정성과
하는 개념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 문
남북한 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제가 전쟁의 원인으로 대두되면서 인간안보개념이
지구화시대와 새로운 위험사회의 도래 과정에서, 서
나오고 국제연합과 함께 발전하였다. 특히, 1994년
보혁을 비롯한 6명의 관련 분야 박사들이 집필한 『인
유엔개발계획(UNDP)은 인간안보의 요소로 평화와
간안보와 남북한 협력』은 근대적 안보의 한계와 남
안보, 경제발전과 복지, 인권존중, 환경보존, 사회정
북한 사람을 위한 평화 및 안보의 학술적 인식 확장
의, 민주화, 군축, 법치, 좋은 정치 등을 포함시켰다.
뿐 아니라 정책적 실천의 문제까지를 모색하게 한다.
국제개발계획과 맞물려 인간안보개념은 정치적 자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었는데, “인간안보론의 형
유, 사회적 안정, 환경권, 경제적 풍요, 문화권 등 다
성과 발전”(이승열), “국제정치이론과 인간안보의 이
양한 개념을 포함하는 포괄적 안전보장개념으로 발
해”(송영훈), “인간안보와 국가의 역할”(서보혁)로 구
전하였다. 이 개념은 지구화시대 인간을 둘러싼 수많
성되어 있는 제1부 인간안보의 이해에는 인간안보의
은 불안과 위험 등 복잡한 안보문제를 기존의 국가질
역사와 개념 그리고 다양한 이론적·학술적 해석이
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처방의 필요로
짜임새 있게 보이고 있다.
제기된 것이다.
또한 “인간안보와 인도주의: 대북 식량지원의 사례
그러므로 복잡하고 불안정성이 높은 한반도와 남북
로”(문경연), “인간안보와 북한인권”(김동한), “식량
관계의 문제를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처방할
안보와 남북한 협력”(김일한), “건강안보와 남북한
수 있는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는 중요한 함
협력”(박진아), “분쟁 후 인간안보와 남북관계: 천안
의가 담겨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 저서는 학술적일
함, 연평도 사건 사례연구”(서보혁)로 구성된 제2부
뿐 아니라 남북한 현실문제에 대한 일종의 정책적
인간안보 증진을 위한 남북한 협력은 인간안보와 남
처방의 방향을 모색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북관계의 동시 발전을 학술적·정책적으로 모색한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안보의 궁극적인 대상을 인간으로 보는 인간안보개 념을 가지고, 아래로부터의 한반도 안보를 살펴보고 모색하려는 이 책의 저자들은 남북한을 둘러싼 국방 안보라는 국가주의적 규율테제, 즉 위로부터의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남북한에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 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 생 존권, 자유권, 사회권뿐 아니라 탈북자 인권까지를 고민하며, 아래로부터의 인간안보개념으로 남북관 계를 분석하고 조망했다는 점에서 독창성과 의의가
박영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세종연구소에 서 객원연구위원, 숙명여자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교정치와 북한체제 변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 중 이다.
무대 혹은 스크린
STAGE or SCREEN 오늘날에는 그 범위가 넓어져서 공연 및 영상을 총괄하는 콘 오한샘 EBS PD
텐츠 산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이른바 21세기형 콘텐츠 산업의 등장이다. 수 백 년 역사를 자랑하며 산업혁명 이후 인류를 지탱시키고 먹여살려온 제조업조차도 정보기술 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이 콘텐츠 산업의 위력 앞에서
헐리우드, 북한을
는 왠지 숨을 고르는 듯하다.
캐스팅하다
라 섬마을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걸리
미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배포될 경우, 우리나 는 시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과거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 들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IT혁명이 가져온 기술 은 상품의 유통 속도뿐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력의 산물로만 여겨졌던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 속의 이야기까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인 희로애락의 정서를 이용 해 한순간에 관객들을 장악해버리고 소리 없이 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영화산업 을 일컫는 말이다.
지도 눈앞의 현실로 등장시키는 기적을 가능케 했다. 1993년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아 있는 배우들과 자연스레 어울린 이후, 콘텐츠 산업은 더 이상 내 용상 제약을 받지 않는, 말 그대로 꿈의 산업으로 확실히 자 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콘텐츠 제작에서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이 꿈의 소 재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이야기,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야말로 한 민족의 흥망성쇠를 담아낼 수도, 시간 속에 묻혀 버린 개인사의 절실했던 순간을 되살릴 수도 있는 유일한 도 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체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체 험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때, 비로소 콘텐츠는 새로운 상품으로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게 되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자동차 수십만 대를 수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말이 아니다. 업 계의 선두주자인 할리우드가 이 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이들에게 변화 된 21세기의 국제질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제작환경을 제공 하게 된다. 즉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권세력이 지구상에서 소멸하게 되면서, 영화 속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해온 악
민족화해 July / August
64 65
역들이 함께 사라지게 되는 재앙(?)이 닥쳐온 것이다. 여기서
로 탄탄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할리우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갖춘 수사물이거나 액션장르를 표방하는 ‘
콘텐츠의 성공요소인 이야기에서 갈등요인이 갖는 중요성은
미드’라면 북한의 출현은 선택사항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크린 속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갈등
서 필수사항이 되어가는 듯하다. 얼마 전
요인이 사라졌다는 것은 곧 콘텐츠 구성의 중요한 부분이 결
개봉한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도 역시 이
함을 갖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유
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발할 수 있는 확고한 악역의 발굴이야말로 자신들 상품의 성
하지만 북한과 관련된 부분의 작품 완성도
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됨을 그들은 깨닫게 된
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언급하지 않는 편
것이다.
이 나을 듯싶다. 비록 악역일지언정 그 시
동서 대결이 사라진 이후 한동안 극단적 이슬람 분파들을 가
선이 너무나도 단차원적이어서 영화적으
상의 적대세력으로 설정해온 고정화된 할리우드의 이야기 구
로 별로 논의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다
조-아프리카나 아랍의 계곡 깊숙이 숨어 있는, 근거지마저
만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커다란 부분
모호한 소수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미국의 안보
을 차지하는 콘텐츠 분야에서조차 이제 한
기관 전체가 휘둘리다가 결국 힘겹게 승리를 거둔다는 반복
반도 상황이 단골소재로 자리 잡기 시작했
적이고도 식상한 내러티브-에 관객들이 서서히 고개를 돌릴
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이 있다.
무렵, 그들의 눈에 띈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민주주의인
물론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기에 이처럼
민공화국, 북한의 출현이다.
호들갑이냐고 한다면야 필자도 별 할 말은
매력적인(?) 악역의 등장! 특정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보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잡지를 구독할 정
지 않는 소수의 테러리스트보다 현존하는 엄연한 적대국가
도의 교양(?)을 갖춘 독자분들이라면 현재
인 북한이야말로 악역으로는 적격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의 한반도가 세계인의 관심사를 뛰어넘어
다양한 무기실험을 통해 수시로 자유세계를 위협까지 해주
21세기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상품적 가치
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잊을 만하면 지구상 모
를 지니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번쯤 곱씹어
든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주는 이들의 존재야말로 할리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북
우드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배역이 아닐까? 세계경찰을
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의 틀이
자처하며 자국의 역할을 끊임없이 강조하길 원하는 할리우
머지않아 콘텐츠 산업에서 우리만의 경쟁
드 제작자들에게 북한이야말로 이른바 ‘팬 아메리카니즘(미
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왠지 어깨가 무
국 패권주의)’의 신화를 재건하는 데는 더할 나위없는 필요요
거워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우리 영화나 한
소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이제 ‘선의 축’ 미국에 대
편 봐야겠다.
항하는 ‘악의 축’ 북한의 모습을 극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안방 TV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영화와 더불 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른바 ‘미드’에서조 차 능력 있는 악역으로서 북한의 존재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 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NCIS>, <24HOURS>, <HAWAII FIVE-O>, <CHAOS>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름대
오한샘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고, 현재 EBS PD로 있다. 제10회 통일언론인 대상(2004), 대한민국 PD 대상 실험정신상(2008), 푸른 미디어상 (2008)을 수상했고, <장학퀴즈>, <예술의 광장>, <EBS 시 네마천국>, <천년의 밥상> 등 공연 및 문화예술 관련 프 로그램을 연출했다.
지금 북한은
北, 7년 만에 소년단 대회 개최
‘어린이는 나라의 왕’, ‘김일성 따라하기’ 장철운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
북한은 ‘조선소년단’ 창단 67주년을 맞아 제7차 소년
가 참석한 것은 1994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소년단 제
단 대회를 6월 6일 개최했다. 지난 2006년 제6차 대
5차 대회에 김일성 주석이 참석한 이후 약 20년 만이
회 이후 7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최고지도자인
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6년 열린 제6차 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해 참가자들과
년단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찍는 등 격려했다. ‘어린이는 나라의 왕’
북한은 지난 4월 중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해
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에서 전국 규모의 소년단 대회
평양에서 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를 열었다. 그리
가 열리는 것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고 같은 달 말 소년단의 상부 조직인 김일성사회주의
지난해 북한이 소년단 창단 66주년을 맞아 전국 규모
청년동맹(청년동맹) 중앙위원회가 6월 초에 소년단
의 대회를 개최하고 올해도 전국 규모의 대회를 열었
7차 대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북한
다는 점에서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매체들은 소년단 대회 준비 소식을 종종 전하며 분위
체제가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고 관심을 나
기를 점차 고조시켰다. 지난 5월 19일에는 김정은 제
타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등과 함께 평안북도 묘향산 기슭에 있는 평양시묘향산등산소년단야영소를 방문
제7차 소년단 대회 개최
해 야영소에 입소한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북한은 작년 6월 6일 소년단 창단 66주년을 맞아 소
전용남 청년동맹 위원장은 6월 6일 제7차 소년단 대
년단 연합단체대회를 열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회에서 한 보고를 통해 “소년단이 김정은 제1위원장
으로 전국에 있는 어린이들을 평양으로 불러 모아 잔
을 위해 항상 준비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고 믿음직한
치를 벌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소년
후비대로 준비시켜야 한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단 연합단체대회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하고 기념사
있어 소년단원들의 앞날은 창창하다”라고 강조했다.
진을 찍었는데, 북한에서 소년단 행사에 최고지도자
이 같은 보고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대회에
민족화해 July / August
66 67
서는 소년단 규약 개정 문제와 소년단원들이 김정은
불러 모은 것은 김정은 체제의 지지 기반이 결국 젊
제1위원장에게 충성하는 문제를 토의하고 김 제1위
고 어린 세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
원장에게 보내는 맹세문 등을 채택했다.
문으로 보인다.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도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지만 생산현장 등 북한 사회 전반에 에너
2년 연속 전국 규모 대회 개최 배경은?
지를 불어넣을 계층이 기성세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북한은 지난해에도 소년단 창립 66주년을 맞아 전
알고 있는 것이다. 청년과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국 규모의 소년단 연합단체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
사랑을 표명함으로써 이들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에는 북한 전역에서 2만여 명의 어린이가 참석했고,
충실한 세력으로 결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김정은
김정은 제1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제1위원장은 10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도 이어진 공개연설에서 소년단 창립절을 맞은
또 일각에서는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소년단원들을 축하하고 “김일성·김정일 조선의 새
제1위원장이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선물을 자주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라고 말했다. 김정
보내주며 어린이들의 장난감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
은 제1위원장의 이 연설은 작년 4월 김일성 주석의
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
100회 생일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
도 한다. 올 2월 말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프로농
병식 연설에 이은 두 번째 공개연설이었다. 이날 소
구(NBA) 스타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은 “김정은 제1
년단 대표들은 전용남 당시 청년동맹 제1비서의 선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연회에서 예쁜 딸 얘기만
창에 따라 “우리는 항일아동단의 전통을 이어 언제
했다”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어디서나 김정은 장군만 믿고 따르며 그를 결사옹위
시대를 거치며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수령’으로 신
하는 소년결사대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격화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든 언행이 북한에서 반
북한은 지난해 소년단 연합단체대회를 개최한 데 이
드시 이행하고 관철해야만 하는 ‘교시’로 받아들여진
어 두 달 뒤인 8월에는 청년동맹의 전신인 조선공산
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의도적인 ‘젊은 층 챙기기’
주의청년동맹 결성 85주년을 기념해 전역에서 청년
는 김정은 체제가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여러 조
들을 평양으로 불러 모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
치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독한 청년절 행사 축하 문에서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은 적들의 침략책동에서 쓰고 있는 기본수법이며 주 대 상은 청년”이라며 “청년들은 우리식 우리 것에 대한 애착과 아름답고 고상한 도덕품성을 지녀야 한다”라 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류 등 외국 문물이 음성적으 로 북한에 흘러들어가 만연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지난해 전국 규모의 소년단 연합단체대회를 열고, 올해도 4월과 6월에 소년단 대표들을 전역에서
장철운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통일부 정책실 상임연 구위원을 거쳐 현재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북한 내부 상황,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상황에 관심이 있다.
제13회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
통일 꿈나무들과 함께
많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에게 참가 동기를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리다
묻자 “지금 개성공단도 그렇고 남북관계가 안 좋아 매우 속상해요. 그래서 더욱 분단현실을 직접 느끼 고 싶었어요. 우리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더더욱 분 단현실을 느끼기 어려운데… 오늘이 정말 좋은 기회 라고 생각해서 친구들과 새벽기차를 타고 왔어요. 많
이갑준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
은 것을 보고 마음속에 담아갈게요”라며 야무진 포부 를 이야기했다. 꿈나무들을 태운 버스는 통일대교를 향해 달리고 있 었다. 내가 인솔하는 버스에는 고등학생들이 함께했 다. 나는 매번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통 일에 관한 관심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까? 이 학생 들과 함께 DMZ를 바라보며 서로의 가슴에 어떤 의 미와 다짐을 새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 게 던져본다. 내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에게 통일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할 때 즐겁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행사 전에 항상 개그 프로그램 이나 재미있는 소재를 미리 보고 활용하려고 노력한 다. 이번에도 학생들에게 넌지시 유머를 던지며 통일 의 의미와 DMZ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이고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올해 참가한 학생들
6월 1일 토요일 이른 아침 급히 여의도
도 DMZ와 개성공단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여
로 향했다. 오늘은 통일부가 후원하고
러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하는 제
양한 궁금증과 화제에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학생들
13회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 ‘평화·통일 글짓기 행
에게도 DMZ와 개성공단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통일
사’가 있는 날이다. 나는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에 참
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석하면 청소년들과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듯하다. 지금과 같이 청소년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아서 매년 이 행사에 인솔자로
에 관심을 둔다면 그 희망은 꼭 이루어질 수 있는 바
참가하려고 애쓰고 있다.
람이라고 확신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올해는 130여 명의 중·고등학생이 참가했다. 더 주
학생들을 태운 차량이 통일대교를 지나 도라전망대
목할 만한 것은 고창, 순천, 대구 등 지방 학생들이
로 향하는 굽이진 언덕을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68 69
버스는 어서 빨리 올라가 학생들에게 분단의 아픔과
오후에는 참가한 학생들이 오늘 체험에서 느낀 것들
통일의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힘
을 차분히 앉아 자기 생각들을 써내려갔다. 그 모습
찬 엔진소리를 울렸다.
은 매우 진지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다. ‘평화통일 글
도라전망대에 올라서 학생들은 제일 먼저 DMZ를 바
짓기’를 마친 학생들은 체험행사를 이어갔다. 아기자
라보았다. 60년 가까이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아 자
기한 나무 목걸이를 만들고 그 뒷면에 평화통일 메시
연의 모습 그대로 울창한 숲의 경관을 보여주는 동시
지를 써 내려갔다. ‘평화통일을 위한 날갯짓’, ‘고양이
에 그 세월만큼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 바로
가 생선을 좋아하는 만큼 나도 통일을 좋아한다’, ‘평
여기 비무장지대이다. 이곳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반
화통일을 위해 우리함께 파이팅!!’, ‘열차 타고 개성으
응과 대화가 다양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놀라
로 평양으로’, ‘우리의 작은 관심이 통일의 밑거름’ 등
움과, 언제까지 갈 수 없는지를 묻기도 한다. 비무장
학생들이 써내려간 작은 메시지를 통해 우리 청소년
지대 너머로 북한 지역에 있는 기정동 마을과 개성
들의 평화통일의 작은 소망을 엿볼 수 있었다.
공단이 보인다.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 DMZ
올해는 유난히 참가한 학생들이 차분하고 집중도도
와 그 위쪽에 있는 북녘 땅이 학생들의 가슴에 신기
뛰어났다. “어떤 학생들을 뽑아온 건데 이렇게 집중
함과 여러 감정을 전해주고 있었다. 비무장지대는 보
을 잘하고 질문이 많아요?”라는 질문을 체험장소 마
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 들었을 정도였다.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남과 북이 화해하고
청소년들은 미래의 희망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
협력하여 준비된 통일을 맞이할 수 있는 주인공들
의 희망이자 준비된 통일을 만들고 맞이할 수 있는
을 반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DMZ
꿈나무들이다. 비무장지대의 푸른 나무보다 더 울창
를 바라보며 비무장지대가 원하는 꿈과 희망을 가슴
하게 자라서 남과 북에 통일을 심어줄 것이다. 지난
에 품었다.
행사에 참가했던 한 학생의 글이 생각난다. “남북이
이어 도라산역과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입출경 체험
빨리 평화를 만들어서 DMZ 너머로 새로운 가족들을
을 하였다. 남북이 꽉 막혀 있는 현실과는 다르게 남
만들고 싶다”라는 글이다. 민화협의 오늘과 같은 노
북출입사무소에서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우리를 반
력들이 참가한 학생들의 많은 평화통일의 꿈들을 이
겨주기도 했다.
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13회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
대상
제13회 청소년통일문화한마당은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 이경형 민족화해 편집인, 심사위원 구순희 시인, 김평엽 교감, 이경자 소설가)를 개최하여, 통일부장관상, 민화협 상임의장상, 서 울시교육감상, 경기도교육감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상 등 총 28편의 작품을 선정하였
통일부장관상
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새터민 ‘춘삼이’를 주인공으로 한 ‘북녘에서 온 편지’가 차지했다. 이 작 품은 창작성과 표현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소재 또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녘에서 온 편지 신채원 부평고등학교 1학년 1반
오늘도 춘삼은 매집을 향해서 달리었다. 과
“이놈아! 또 매를 어데로 날려 보내는 것이
“삼촌, 숙모, 돌아왔으오이.”
연 매가 편지를 잘 전하고 돌아왔을지 궁
냐!”
춘삼은 인사를 하고 곧장 그의 방으로 들어
금하였다. 춘삼은 가져온 편지를 쥐어들었
지팡이를 든 노인이 소년에게 화를 내며 다
갔다. 그러곤 곧바로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다. 동생에게 쓸 작은 편지지, 소년은 오늘
가왔다. 그는 머리가 대머리라 대머리영감
하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탈북을 한 후에
은 무엇을 묻고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하였다.
이라 불리는데, 성깔이 여간 사나운 것이
곧바로 정해졌다. 남한의 대통령이 되어 북
아니었다. 소년은 그에게서 매를 샀으면서
한과 통일을 이루는 것. 그것은 그의 염원
------------------------
도 그가 하는 억척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을 담은 꿈이었다.
아우야, 나는 이곳에서 네가 있는 먼 북녘
그 매는 노인이 아끼던 매였지만, 노름으로
“저녁 먹고 해라.”
땅을 바라보노라면 나와 함께 탈북을 시도
돈을 탕진한 노인은 애지중지하는 매를 춘
삼촌이 부르자 마지못해 하던 공부를 접었
하다 잡혀간 아버지의 얼굴과 이 편지를 기
삼에게 판 것이었다.
다. 늘 있는 일상이다.
다리고 있을 너의 모습과 그리운 어머니의
“제가 샀으니 제 마음이죠.”
“중학교에 대해서 말이다. 선생님과 이야기
안부가 궁금하구나. 매에게서 편지를 받으
“이놈아, 그 매 내가 다시 산다고 몇 번이
를 나누어보니 네가 서울 학교로 진학하는
면 그 즉시 읽고 찢거나 불태워 없애버려
나 말해야 쓰겠냐. 그 녀석은 내 유일한 말
게 어떨까 생각한다.”
라. 병사에게 들킬 위험이 있을 것이다. 나
동무였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삼촌! 그 대신에 삼촌
는 너마저 아버지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
“팔 마음이 없으니 나타나지 마시오.”
이 해줄 일이 있으오.”
렵구나.
노인의 인상은 일그러졌다.
“그래, 무엇이냐.”
- 멀고도 가까운 남쪽의 땅에서
“이놈이 북한에서 월남해서 국가에서 돈을
“내일 아침, 산속의 매집에 가보면 압니다.”
사랑하는 형이
받고 잘살고 잘 먹으니 예의범절이란 것
“오냐. 공부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마라.”
------------------------
도 까먹었구나! 내 언젠가는 그 매 돌려받
춘삼은 한참을 공부하고 새벽녘이 넘어올
을 거다!”
즈음에야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은 삼촌
춘삼은 다 쓴 편지를 집어 들고 매집에서
춘삼은 노인을 무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에게 매가 나의 편지를 아우에게 보낸다는
기다리고 있는 매에게 작은 고기 조각을 주
그가 사는 집은 삼촌의 집. 즉 같이 월남한
것을 알려야겠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이곳
었다. 매가 고기를 먹고 있을 때, 춘삼은 편
삼촌이 얻은 집이었다.
에 올 시간조차 없다.’
지를 작게 접어 매 다리에 묶는다. ‘길 잃지
그가 사는 마을은 대성동이라 불리었다. 남
날은 밝아 아침이 되었다, 춘삼은 삼촌을
말고 다음번엔 더 큰 고기를 줄 테니 동생
한에서는 유일하게 DMZ 안에 있는 마을이
한참 붙들고 뒷산의 매집으로 향했다. 다행
에게 잘 전해주어라.’ 편지를 맨 매는 하늘
었다. 그의 삼촌이 이 마을 처자와 결혼해
히도 매는 잘 돌아와 있었다.
높이 날아올랐다. 매는 남의 하늘을 뱅 돌
서 이곳에 집을 얻은 까닭도 그 이유에서
“이 매 다리 좀 보오.”
더니 북녘으로 날아갔다. 혹 동생이 들킬까
였다. 남한에서 고향땅에 가까운 이 마을
춘삼은 작대기가 그어진 매 다리를 가리
걱정하며 춘삼은 한참을 기도하였다.
은 그들에게 조금의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켰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동생과 나는 매를 통해 편지를 쓰오. 내가
하루빨리 통일이 되길 원하는 그들의 소망
동생 냄새가 나는 이 옷자락을 맡게 하면
을 담은 눈물이었다.
매는 편지를 가지고 동생에게 보내지우.”
‘삼촌, 나 대통령 되어 꼭 통일시키오리다.
삼촌은 걱정을 하면서도 기뻐하는 눈치였
나 서울 가면 저 매로 받은 가족들 안부 전
70 71
다.
해주오.’
“네 머리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
삼촌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받는 일은 죄가 됩니다.”
지 그렇구나. 지금 편지 보낼 수 있느냐?”
그날 밤은 소망이 먼 데 하늘에 닿아 몹시
“아니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우린 단지 가족
“편지를 보내려면 동틀 새벽에 보내야 하오.
도 빨리 갔다.
들 안부만 물은 것이오.”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에 가서 이야
“가족이라 하여도 북한 사람들과 편지를 주
동생이 그때 시간이 돌으오.”
“내 삼촌! 빨리 가우오.”
“내일은 편지를 갖고 더 일찍 오자꾸나.”
춘삼은 덜 깬 삼촌을 깨우고 뒷산으로 달
기하자며 삼촌을 붙들었다.
그들은 매를 내려놓고 하산 준비를 하였다.
리었다.
“이거 놓아요! 우리 삼촌 아무 잘못 없으오!
그때 매를 판 노인이 또다시 다가왔다. 그
뒷산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두세 명의
이거 놓으란 말이오!”
는 성을 내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
경찰들이 매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머리 영감이 삼촌을 붙잡는 소년의 작은
을 뿐이었다.
“아, 저기 오네. 저놈들이오. 북한과 내통하
손을 뿌리쳤다.
“날씨 참 좋수. 매가 잘 날아다닐 날씨여.”
는 빨갱이 새끼들이.”
“어린 놈이 어디 감히 형사님들 하는 일에
“예. 그러네요.”
그들을 가리키며 말을 하는 사람은 대머리
끼어들어. 저 보아라. 내가 어떻게 한다 하
춘삼은 노인과 대화를 하려는 삼촌을 만
노인이었다. 그는 통쾌한 표정으로 퍼덕이
였냐. 이 매는 이제 내 것이야!”
류했다.
는 매를 붙잡고 있었다.
머리로 울분이 치솟았다. 북에 있는 가족
“삼촌이 도와주어야 할 공부거리가 있으오.
“그 매 우리 매요! 매를 돌려주오.”
들과 안부도 못 나누는 세상이라니 춘삼
빨리 집으로 가오.”
“어린 놈은 가만히 있어라. 어디 어른들이
의 얼굴은 시뻘게졌고 두 눈은 영감을 노
삼촌은 어리둥절해하며 춘삼에게 이끌려
이야기하는데 버릇없게끔.”
려보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삼촌과 그는 당장 편지
“저놈들이 내 매를 훔쳐서 편지를 매 다리를
“그 매 돌려주어요. 난 그 매 훔친 적 없으
를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삼촌은 자신
묶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소. 북한과 내통하
오!”
의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보아 달라는 글을
는 사람들이 분명하오.”
“네놈도 감방에 들어가고 싶으냐. 내 눈앞 에서 썩 꺼져!”
썼고, 흐뭇하게 편지를 바라보았다.
“아니오! 우린 가족들에게 보낸 것이었소!”
‘춘삼 동생 춘건아, 내 엄니의 안부가 궁금
“춘삼아!”
춘삼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인에게
하여 편지를 쓴다. 이상이 없거든 매 왼쪽
삼촌은 분통한 소년을 말렸다. 노인은 소년
달려들었다, 춘삼은 죽일 기세로 노인의 머
다리에 ×를 그려다오. 그리고 지금부터 하
의 말을 듣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리를 쳤다. “경찰분들, 이놈 보소! 이 미친놈이 날 죽이
는 말은 어머니께 전해드려라.
“들었소? 저놈이 방금 북으로 편지 보낸다
엄니, 나 길수요. 못난 아들 엄니 버리고
고 지 입으로 말했소. 저놈들은 감방에 처
려 하세!”
떠나 죄송하오. 나는 춘삼이와 함께 잘 지
넣어야 하오!”
경찰은 춘삼에게 달려들어 노인에게서 떼
내고 있으오. 나는 부디 이 나라가 하루빨
“아니오. 우리는 사파이가 아니오. 단지 북
어냈다. 춘삼은 경찰의 팔을 뿌리치고 어느
리 평화통일 되어 엄니와 매형과 내 누이
으로 편지만 보냈소이다.”
새 매집에 앉은 매를 잡았다.
와 동무들을 보고 싶으이. 사랑하고 사랑
삼촌은 경찰들에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매의 다리는 즉시 접혀진 편지가 묶여졌다.
하오, 엄니.
“가족들에게 보내는 내용의 편지였소. 북한
“날아올라라. 저 북녘 땅까지 날아올라.”
삼촌과 춘삼의 눈에서 작은 눈물들이 떨어
상머리 것들과 내통한 것이 아니오.”
매는 끝없이 날개를 퍼덕이며 먼 북녘 땅을
졌다.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간 부끄러움과
경찰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삼촌을 잡았다.
향해 날아올랐다.
현장
News
Network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현장 - 민화협 정책토론회
“한반도 그린데탕트의 길을 찾는다”
민화협은 5월 7일 오후 1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환경 등 비정치적 영역 협력 통해 남북통합의 토대 마련해야
기자회견장에서 ‘한반도 그린데탕트를 찾는다’를
이날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린데탕트는 남북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녹색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와 상생의 공동체를 만
환경·생태 중심의 남북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들어나가자는 구상”이라며 “북한의 산림훼손과 홍수 피해, 백두산 화산 폭
‘한반도 그린데탕트’의 가능성과 추진방향을 집중
발 등의 자연재해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논의했다.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
있는 우리의 삶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전 60년
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손기웅 한국
의 불안정한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 북
DMZ학회 회장이 ‘한반도 그린데탕트와 남북 녹
미관계를 재정립해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협력을
색협력 방향’,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의 당
수가 ‘북한 산림실태와 산림복구를 위한 남북협력
국이 하루 빨리 대화의 장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방안’, 김영봉 한반도발전연구원 원장이 ‘남북 공
김 대표상임의장의 인사말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발제에서 손기웅 한
유하천과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방안’에 대해 발
국DMZ학회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밝히고 있는 그린데탕트의 개념과 추진
표했다. 그리고 노태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방향에 대한 전략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우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그
글로벌센터장, 이정민 평화의숲 사무국장(겨레의
린데탕트’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치성이 약하고 남북한 및 동북아의 시급
숲 운영위원),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
한 문제인 환경 분야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나
북아센터장 등이 토론으로 참여했다.
아가 경제, 문화,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 통합 수준을 높여 국가성장 및 통 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국가전략”으로 분석했다. 이어 손 회장은 그린데탕트가 “남북한 각자가 가진 환경적·경제적 능 력을 시너지화하고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여, 한반 도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그 과정에 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적인 통일의 길을 진척시켜나가려는 것”이 라고 정의했다.
민족화해 July / August
72 73
한편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북한의 산림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추진체계 구축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금 북한의 훼손상태가 서울시 면적의 50배 정도로 매년 서울시 면적을 조림해도 50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돈으로 따지게 되면 전체 통일비용의 10∼20%”라고 추산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북한 산림녹화사업의 일반적인 유형인 양묘장과 조림산업, 병해충사업에 대해 단기 적이고 주민 접촉이 없고, 단일 창구가 부재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산림전문부서의 역할 강화 가 필요하고, 채널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 녹화조림사업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담 은 ‘남북합의서’를 체결해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고, “북한 사람들도 국제기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라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유도할 것을 제언했다.
남북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접경지역 개발 필요 이어 발제를 맡은 김영봉 한반도발전연구원장은 접경지역의 협력 여건과 이용방안에 대한 과제를 제시 했다. 김 원장은 “남북한 접경지역의 초국경적 협력사업 추진은 남북의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경협의 차원을 넘어, 혼란 없는 통일을 이끌어내기 위한 초석”이라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임진강과 북한강 등 남북 공유하천은 분쟁하천으로, 남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남북 협력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재해방지 및 생태계 보전, 역사유적 보존 및 자원공동개발 차원에서 협력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진강은 수해방지대책을 위해 댐 건설 등의 협력사업이 시급 하고, 북한강은 임남댐과 평화의 댐을 연계하여 평화적으로 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 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노태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글로벌센터장은 그린데탕트를 국가전략으로 가져 가려면 하루 빨리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고, 추진 로드맵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앞으로 논의가 한반도 국토에 제한되기보다는 영해나 해양 등도 포괄하고, 국제간 협력이 함께 논 의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는 “그린데탕트를 동북아 지역이 환경공 동체 실현 등 글로벌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민 평화의 숲 사무국장은 그동안 민간 차원의 북한 조림사업 경험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산림 회복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식량문제 지원까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는 유엔의 대 북제제 결의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기에,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장은 환경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 냐도 중요하다며, 북한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적다면 다른 사업과 연계해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그는 산림녹화의 예를 들면서, 북한 주민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접경지역의 사업을 하려면 한국 주민들이 이해관계도 분명하게 고려되어 야 한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질공원, 생태공원 등을 접경지역 주민들은 규제라고 생각하기 때 문에, 이러한 사업이 “주민들에게 장기적·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사업의 동력을 지 속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News
Network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민화협 뉴스
NEWS
민화협 활동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간담회 개최 - 피해현황 청취 및 정상화 방안 모색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문제해결의 시급
책을 세워줄 것”을 건의하며 개성공단 입
성과 절박성을 호소하며, “다음 달(6월)
주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방북이 성사될
로 넘어가면 공장 설비에도 심각한 문제
수 있도록 민화협과 국회 차원에서 도와
가 발생하고, 바이어의 80%도 동남아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 등으로 거래처를 돌릴 것”이라며, 정
이에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
상화를 위한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고
정부가 지나치게 형식과 명분에 얽매이지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현황과 관련해서
않고, 한 단계 뛰어넘는 결정을 내릴 필요
민화협은 5월 21일 오후 4시, 중소기업중
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123개지만, 협력
가 있고, 이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 확산
앙회관 1층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업체까지 포함하면 6,000여 개 기업에 3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각자 역할을 해
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만 명의 근로자들이 실직상태에 놓여, 우
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향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현황 및 피해상황을
리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운신의 폭을 넓힐
청취하고, 입주기업에 대한 피해보상 대
했다. 또한 현재 대출 위주의 정부지원책
수 있도록 민화협도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책 및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성공단을 특별재
밝히기도 했다.
자 마련되었다.
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대
민화협 여야 상임의장,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 개최 지 않을 경우 입주기업의 도산 등으로 완
요구하기도 했다.
전 폐쇄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상
여야 상임의장은 “여야가 협의해 국회 차
화를 위해 국회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역
원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입주기업
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개성공단과
이 추진했던 지난 5월 23일 방북이 성사
관련된 국론의 분열을 막고 개성공단 입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주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대책 수립,
며 “재추진하고 있는 설비점검과 원부자
나아가 개성공단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
개성공단 입주기업과의 간담회 자리에 함
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한 입주기업의 방
는 일에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
께 참여한 민화협 여야 상임의장인 설훈
북이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남북 당국
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성
국회의원(민주당), 황영철 국회의원(새누
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강력히 촉
공단이 완전 폐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리당)은 국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정부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5월
가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민화협 차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원대책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
원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화협 여야
소리를 반영해 정부는 보다 실질적인 방
고 강조했다.
상임의장은 “개성공단이 조속히 정상화되
향으로 지원대책을 보완하길 기대한다”고
민족화해 July / August
74 75
지난 5월 14일(화) 오후 2시부터 “2030 통일공감포럼”이 ‘<2030 통일을 말하다> 남북
대학생 토론회 “2030 통일공감포럼” - 2030이 말하는 남북관계의 해법은?
관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젊은 세대의 통일 의식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려대대학원북한학과원우회, 북 한통일학대학원생연구회와 함께 젊은 세대의 눈으로 자신의 세대를 돌아보고 고민하 며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박현선 민화협 통일교육위원장은 인사 말을 통해 “젊은 세대가 선배 세대와 달리 남북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편견이나 이분 법적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띤 발표와 토론 속에 진행된 이번 포럼에 서 노현종 학생(고려대)은 「정전 60년, 2030세대의 역할과 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현 재 2030세대는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청소년기를 보내거나 사회 초년생으 로 활동을 시작한 세대”로 “주입식 반공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았고, 그들 스스로의 인식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했다고 설 명했다. 그리고 “2030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반되는 ‘북한체제’를 ‘좌우’ 구분 없 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런 인식이 보수주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2030세대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민화협 여성위원회(위원장 여혜숙, 진민자)는 5월 16일(목) 오후 2시에 국가인권위원
여성평화통일대화마당 – “마음의 경계를 넘어 통일의 희망찾기”
회 배움터에서 “민화협 2013여성평화통일대화마당”을 개최했다. ‘마음의 경계를 넘어 통일의 희망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여성평화통일대화마당은 통일의 미래를 함 께 모색해야 할 북한 이탈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여 성과 여성단체의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강사로 나선 김지은 한의 사는 남한과 북한에서의 자신의 삶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줄곧 진솔하게 이야기함으 로써 참가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 평화청년연합, 청년여성문화원, 푸른통일조국가꾸기운동, 한반도미래재단, 예장통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반도평화통일운동본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 회, 한민족여성통일중앙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는 여성지도자 50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강연 이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모든 청 중이 함께 마음속 눈높이를 맞춰가는 유익한 시간으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민화협은 5월 22일(수)에 남북사회문화교류 현황과 과제를 모색하는 간담회를 개최했
남북사회문화교류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 개최
다. 이번 간담회는 남북사회문화교류라는 공동의 관심 사항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활 동을 공유하고, 사회문화교류 재개를 위한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간담회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남북사회문화교류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김영일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장의 주제 발표와 참가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한편, 이 번 간담회에는 여성, 노동, 청년, 교육, 방송, 문화 등 남북사회문화교류를 담당하는 회원단체의 책임자들이 참여하여 변화하는 한반도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회문화교 류 과제들을 정부 주무부처와 민화협 회원단체가 토론하는 의미 깊은 기회가 되었 다. 앞으로도 민화협은 민관협력과 회원단체 사이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현장
News
Network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민족화해 네트워크
NETWORK
민화협 회원단체들의 활동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조병창 범뉴욕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엘리스 아일랜드상’ 수상
한국교총’을 슬로건으로 내건 안 회장은
원회 김상희 위원장, 김을동 새누리당 의
제34대 회장 재임 중 교권을 사수하는 책
원, 여성가족부 이복실 차관 등 주요 인사
조병창 민화협 해외본부 범뉴욕협의회 대
임교총, 정책을 선도하는 혁신교총, 회원
들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표상임의장(제19대 뉴욕한인회장)이 지난
이 감동하는 복지교총, 다 함께 소통하는
이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평생회원증 위
5월 1일 미국 맨해튼 엘리스 아일랜드 이
참여교총, 여론을 선도하는 선진교총의 5
촉식이 거행되었으며 테너 강신주 교수와
민박물관에서 미국 소수민족연대협의회
대 비전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소프라노 안수경 교수의 축하공연이 진행
(NECO)로부터 ‘엘리스 아일랜드 상’을 수
받고 있다.
됐다. 2부 축하음악회에서는 장사익 선생 의 공연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홍보대사
상했다. 엘리스 아일랜드상은 1986년에
인천시, 제15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
인 ‘인치엘로(InCielo)’의 멋진 무대가 이어
출신으로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지도 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임동원)이 제
년에 창립된 민간여성단체로 여성들의 권
중에는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
15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대상으로 인
익신장과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여러 분
턴, 조지 H.W. 부시 등 전 미국 대통령과
천광역시를 선정했다. 재단 측은 인천광
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노벨상 수상자,
역시가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경
사회활동가, 기업인 등이 있다. 조 대표상
제협력·체육·문화교류·대북
임의장은 1992년 한국어린이재단 뉴욕후
지원사업을 앞장서 벌여왔다”며, 남북 중
원회장을 맡으며 10년 넘게 청소년결연사
앙정부가 극단적으로 대립한 상황에서 지
정치·종교·시민사회 인사 66명,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 선언문’ 발표
업을 추진했고, 북한 어린이를 위한 우유
방자치단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쉬운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정치·종교·시민
보내기 운동, 이산가족 상봉사업 등 민족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인천시
사회 인사 66명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는 제2의 개성공단 성격으로 중국 단둥
발원하는 국민통합 선언문을 발표했다.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에 남북합작 수제화 공장을 세워 운영했
정치·종교·시민사회계는 지난 6월 19일
고, 인천 평화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통
오전 10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
안양옥 공동의장, 제35대 한국교총 회장 당선
해 남북체육교류를 추진했다. 또한 6·15,
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을
10·4남북정상 합의 정신을 발전시키기
공개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대협약을
안양옥 민화협 공동의장이 한국교원단체
위한 문화·학술사업을 지원해왔다. 한
논의해 국회 본회의 결의로 결정해줄 것
총연합회(한국교총)의 제35대 회장으로
겨레통일문화상 시상식은 7월 4일 목요일
을 촉구한 이들은 “평화와 통일의 한 길로
당선됐다. 지난 6월 20일 서울 우면동 한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전진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대
국교총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안 공동의장
청암홀에서 진행된다.
다수의 동의를 받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
제정된 상으로 이민자 또는 이민자 가정
인도적
지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1959
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
은 “교직을 교육연구직으로 자리매김할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원칙을 설정해 사회
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34대에 이
여성단체협의회, 창립 54주년 후원의 밤 개최
어 35대 회장으로 재임하게 된 안 공동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민화협
민적 합의를 이루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장은 “현장에서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걷고
상임의장)가 창립 54주년을 맞아 지난 5
이날 선언에는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
계신 선생님들께 아직 더 해드려야 할 것
월 30일 저녁 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서울
님,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조계종
이 많다”며 “두 번째 임기 동안에는 교권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이만섭 전 국회의장,
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교권회복과 회
에서 열린 이번 후원의 밤 행사에는 500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
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온몸을 던질 것”
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새누리당
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 고은 시
이라고 말했다. ‘회원이 주인 되는 강력한
황우여 대표최고위원과 국회 여성가족위
인 등이 서명에 동참했다.
수 있도록 하고 교원이 교육개혁의 주체
각계의 동의를 받고 필요과정을 거쳐 국
민족화해 July / August
76 77
남북관계 새로나온 책 Books
1
한반도 분단과 평화 부재의 삶 전쟁과 분단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이산가족의 역사가 분단의 지속과 함께 때론 주체적 행위자 로, 때론 기억에서 망각으로 사라지며 어떻게 분 단체제로 흡수되고 형질 변화를 거듭해왔는지를 비추어본다. 이를 통해 이산가족의 파편화된 삶
2
북한에 대한 불편한 진실
과 생활세계를 드러내고 분단이 얼마나 개개인들
이 책은 북한에 대해 굳이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
에게 폭력적이며 억압적인 삶을 강요해왔는지 그
거나 해답을 제시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다만 이
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분단과 가족의
미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에서 우리 안의 성찰과 치유를 통한 공동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북한문제의 해결과
체성의 회복 등 평화적 삶을 위한 첫발을 내딛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 비전을 위한 ‘제대로 된 해
자 노력했다.
법’, 즉 진정한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직시해
김병로 외 저 | 아카넷 | 2013년 5월 30일
야 할 문제들이다. 한국과 북한의 현실인식, 한반 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등 한국과 직결
1
2
3
되는 일임에도 보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윤대규 저 | 한울 | 2013년 5월 10일
4
3
정세현의 통일토크 남북관계 현장 30년: 이론과 실제 하나가 미래에 돌이키기 힘든 상황을 불러오기도
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 왜 전쟁 반대와 평화가 중요할까요?
한다. 따라서 그 어느 분야보다 신중하고 합리적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남
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1977년 통일원에 들어
과 북이 뿌린 삐라를 통해 한국 전쟁의 원인과 과
간 이후 두 차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
정, 영향 등을 살펴보며, 평화의 관점에서 한국의
관이 입체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시각으로 과거 30
현대사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전쟁
년 동안의 남북관계를 총결산하고 주요 쟁점을 분
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올바른 현대사에 대한 인식
석했다. 대북정책 입안자들과 집행자들 그리고 분
이 가능하며, 남북이 대립을 벗어나 화해와 평화
단된 한반도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큰 도움을
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책은 한
줄 수 있는 책이다.
국 전쟁의 원인, 발발과 전개 과정, 전쟁을 통해 한
정세현 저 | 서해문집 | 2013년 6월 25일
반도의 구성원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등을 이
남북관계와 관련된 정책은 그 특성상 작은 판단
4
야기하고 있다. 전쟁 반대와 평화의 소중함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된 메시지다. 이임하 저 | 철수와영희 | 2013년 6월 25일
독자의 글
통, 통, 통 - 通水, 通信賴, 統合
남북을 잇는 강물에 신뢰를 띄어 대해로 나가길 한덕춘 한국수자원공사 부장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수자원 분야 기술전수 교육
물에는 특별함이 있다. 인체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을 하다 보면 언어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라는 것을
있고 사람이 40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물 없
쉽게 알게 된다. 주로 영어를 사용하여 교육을 진행
이는 단 일주일도 살 수 없다는 등의 물질적 특별함
하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술을 전하는 우리에게
은 기본이고 사람이 살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가치
나 배우는 개도국 사람들에게도 영어는 두렵고 어려
적 특별함도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
운 존재이다. 이러한 불편한 의사소통 가운데서 가
수(上善若水-물이란 능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
끔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한다. 영어를 꽤 한다는 젊
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
은 기술자들 간에는 무언가 전달이 잘 안 되어 겉도
다. 그러므로 도에 가까운 것이 물이다)는 많은 사람
는 내용을 강사나 교육생 공히 영어에 별로 익숙하지
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
못하지만 제법 많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인 경우는 비
가(五友歌)」에서는 변치 않는 다섯 친구인 水, 石, 松,
교적 쉽게 전달하고 이해한다. 전문분야에서 오랜 세
竹, 月 중에서도 물을 첫 번째로 여기고 있다. 생명
월의 비슷한 경험은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
의 근원이자 더불어 사는 삶의 기본인 물을 나눈다는
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이러한 현상
것은 단순한 물질을 나누는 것 이상의 다른 특별함이
을 볼 때마다 우리 수자원 기술자들이 북한의 수자원
분명 있는 것 같다.
기술자들에게 기술전수 교육을 하면 어떤 현상이 발 생할까 하는 아주 흐뭇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전문
북한의 수자원 환경은 남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
분야 OK, 경험 OK, 가장 큰 장벽인 언어 OK, 어떠
오는 양이 남한에 비해 조금 적기는 하지만 비오는
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보다 완벽한 교육이
시기나 패턴은 비슷하다. 강에 물이 흘러가는 양인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출량’으로 비교할 때 남한에서 제일 큰 한강(174
민족화해 July / August
78 79
억 톤)과 북한에서 제일 큰 압록강(151.3억 톤)이 비
는 사람들의 도리이고 의무일 것이다. 멀리 있는 다
슷하고 그다음 순서로는 낙동강(158억 톤)과 대동강
른 나라의 어려움도 돌봐주는데 우리 동포의 고통해
(115.4억 톤), 금강(78억 톤)과 청천강(73억 톤), 섬진
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강(44억 톤)과 두만강(43억 톤)이 비슷하다. 하지만 물을 어떻게 다스리고 이용하는가에 있어서는 제법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내용 중 인도적 지원사업 개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북한이 극심한 홍수와 가
발, 대북한 인프라사업 추진 항목은 북한과 물을 나
뭄에 시달린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
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적절한 사업이다. 홍
다. 물의 이용 면에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급수
수와 물로 인한 질병으로 사람이 죽는 것을 예방하
보급률이 50%(남한 95.4%)대에 머물고 있고 급수량
는 것은 인도적 지원사업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수
도 1인당 1일 200L(남한 340L)가 못 되는 것으로 나
자원 인프라 사업은 특성상 지원한 물품의 혜택이 누
타난다. 국제구호단체와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구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대북 지원사업의 오래된 문
위의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제점을 덜 염려해도 되는 사업이다. 또한 개개인들이
알 수 있다. 지방의 수도공급 시스템은 거의 작동되
사용할 소모성 물품을 단순히 주고만 가는 것이 아니
지 않고 있으며, 수질 또한 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라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을 남북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개성공단 초기에는 질병으로 인
이 같이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신뢰를 쌓기 위한
한 결근율이 높았는데 우리가 공급한 물을 마시고 난
진정한 과정(Process)일 것이다.
이후로는 결근율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이를 잘 설 명해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에 반해 남한은 기본적인
북한의 수자원 기술자가 남한에 와서 교육을 받고 또
치수와 이수를 넘어서 이제는 낙수(樂水)의 시대로
한 남한의 기술자가 북한에 가서 같이 고민하여 당초
접어들고 있다. 물과 강은 국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제
부터 기능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북한의
공할 뿐만 아니라 여가생활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
댐들을 개선하고 갖가지 방법을 강구한다면 북한의
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있는 같은 물이 남한 사람들
물 사정은 많이 좋아질 것이다. 물 관련 기술을 나누
에게는 풍요와 즐거움이지만 북한 사람들에게는 두
고 기술자 간에 신뢰를 나눈다면 이는 곧 남북한 간
려움과 고통의 대상이다. 이는 남과 북이 같은 물을
에 물을 나누는 것이고 결국 물에 대해 같은 가치를
나누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물을 두고 다른 물질을
느끼고 생각이 닮아가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을 연결
떠올리는 안타까운 형국으로 이러한 가운데 물이 주
하는 강물 위로 쉼 없이 신뢰를 흘려보내 통합의 대
는 특별한 가치인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같은
해(大海)를 만나게 하는 통, 통, 통(通水, 通信賴, 統
생각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 같다.
合)을 꿈꾼다.
고려시대 말과 같은 외적들의 침입이 한반도 곳곳에 있다면 시와 때를 불문하고 달려가 이들을 소탕하고 국민들을 구하고 싶은 것이 군인의 도리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이를 해결해주고 싶은 것이 물과 관련된 일을 하
한덕춘은 1992년 Kwater에 입사하여 댐, 수도 분야를 두루 거쳤으 며 수자원 관련 개도국 지원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하였다. 현재 통일 교육원에서 교육 중이며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독자 의견
READER'S
2013. 05+06 Vol.62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의견을 소개해드립니다.
『민족화해』를 통하여 남북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민족화해, 통일을 위한 각 분야의 노 력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호 특집 ‘위기 이후의 남북관계’는 지난 4 월부터 가파르게 고조되었던 위기국면이 잠시 소강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 떻게 남북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미·중 간의 긴밀한 협력과 현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북한 스스로를 비핵화의 길로 나가도록 하 는 징검돌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 이인식 대전 서구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소장의 권두인터뷰를 가장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남 과 북이 서로 윽박지르기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마주해야 하고 또 이산가족 때문에라도 하루 빨리 남북이 대화와 협력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요한 소장의 통일 이야기가 진한 감 동으로 다가왔습니다. - 강현숙 인천 연수구
<독자엽서>로 정답과 의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62호 정답은 CDM사업입니다.
저는 이번 호에서 ‘남북위기, 민통선 사람들은 지금’이라는 기사가 좋았어요. 지금 진짜
채택되신 분들께는 문화상품권을
남한과 북한이 최대 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좋은 관계가 지속되어서 통일까지 기
보내드립니다.
대하고는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정말 우리나라도 큰 대책이 필요하고, 또 서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내내 많이 알고 또 느낍니다! - 전정호 충남 당진
이번 호에서는 ‘기로에 선 남과 북의 접촉지대, 개성공단’이라는 이야기가 제일 관심 있었 습니다. 기사나 뉴스에서도 개성공단이 나오느라 바빠서, 이 기사를 보고 눈길이 갔습니 다. 앞으로의 북한과 우리 남한의 사이가 어떻게 되고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조마조 마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서 빨리 북한과 남한이 통일이 되어 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서민준 전남 순천
『민족화해』는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 찬 아주 좋은 책이네요. 읽고 나니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특히 ‘특집-위기 이후의 남북관계’와 ‘기회-상생 한반도의 길을 찾 는다’가 시기적절한 좋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유익하고 알찬 내용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송재하 대구 수성구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www.kcrc.or.kr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국민 합의에 기초한 민족화해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 속 통일운동 국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와 상생의 통일미래를 위해 노력합니다. 민화협은 국민통합의 장입니다. 민화협은 통일논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소통과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보수와 진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높이고, 국민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화협은 남북 민간교류의 창구입니다. 민화협은 각계각층의 참여와 국민합의를 토대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반도 생태계 복원과 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북한 산림녹화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남북 사회문화 교류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토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민화협은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준비의 장입니다. 민화협은 남북교류의 현장과 통일논의의 장에 국민 참여의 공간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생활 속 통일운동의 장을 마련하고, 젊은 세대들과 함께 통일의 미래를 설계해나가고 있습니다.
민화협은 민(民)-관(官) 협력의 소통로입니다. 통일은 정부와 민간의 두 수레바퀴가 함께 갈 때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민화협은 정부와의 건강한 협력관계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조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민화협은 1998년 9월 3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소망을 담아 결성되었으며,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하는 200여개의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독자와 함께 읽는 글 ➌
“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
내가 돌아서드래도 그대 부산히 달려옴같이 그대 돌아서드래도 내 달려가야 할 갈라설래야 갈라설 수 없는 우리는 갈라져서는 디딜 한 치의 땅도 누워 바라보며 온전하게 울 반 평의 하늘도 없는 굳게 디딘 발밑 우리 땅의 온몸 피 흘리는 사랑같이 우린 찢어질래야 찢어질 수 없는 한 몸뚱아리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김용택, 「우리 땅의 사랑노래」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은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69년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2008년 8월까지 교직에 있었다. 모교인 임실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써온 그는 1982년 창작과비평 21 신인작가상 - 꺼지지 않는 횃불에 ‘섬진강 1’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인은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이 시 역시 절제된 언어로 분단된 이 땅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초에 우리는 ‘헤어진 땅이 아님’을 끝내 기억해야 하리라.
KC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