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41호 2015년 10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 활용법 취객만 상대해야하는 노동의 고달픔
산재 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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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노동자를 불건강하게 하는 모든 짓을 고용노동부의 ‘노동개혁’ 광고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젊은이는 ‘화가 나죠. 왜 화가 안 나겠어요. 다 아는 얘기고, 해결 방법도 다 아실 텐 드러내자 데 안 하는 거잖아요. 그럼요. 안 하는 거죠.’라며 분노를 다른 노동자, 나이든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에게 쏟아냅니다. 다른 광고보다 이 동영상이 특히 인상적이고, 더 마음 이 아팠습니다. 그 청년 노동자의 분노의 대상이어야 할 정부가, 그의 얘기를 노동개악 정당화에 활용하는 것이 너무 뻔뻔하기 때문입니다. 분노가 방향을 잘못 잡고, 다른 노 동자들에게 향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길 잃은 분노가 동료 노동자에 대한 혐오, 괴롭힘,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으로 변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피스’라는 공포영화를 봤습니다.(영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회사더군요. 일요일에 일 안 하고 뭐 했냐며, “일요일에는 교회 나가지 말고 일 해!”라고 윽박지르는 팀장, 회사 이미지 실추 걱정으로 회사 안에서 벌어진 살 인 사건 조사도 못 하게 막고 직원들 안전은 도외시하는 회사. 이런 스트레스 속에 노 동자들은, 약한 동료를 왕따 시키고, 서로 괴롭히며 살고 있었습니다. 성과가 낮다는 이 유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한 노동자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스스로를 해치 고 있었습니다. 결국 유혈 낭자한 이 영화에서 벌어진 모든 살인은, 회사에 의한 살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난 9월 1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은 청주 화장 품 업체의 산재 사망 은폐 사건에 대해, 경영주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했습 니다. 그런데, 119를 돌려보내고, 지정 병원에 데리고 가느라 시간을 지연시킨 이 사장 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인가요? 사망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데도, 안전 조치 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 것아 다시 발생한 산재 사망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닙니 까? 잔여 가스 측정기도 주지 않으면서, 밀폐공간 작업하게 해 발생한 산재 사망은 부작 위에 의한 살인이 아닙니까? 더 나아가 정리해고로 직장 잃은 노동자가 자살하고, 노조 탄압으로 노동조합 활동하던 노동자가 자살하는 것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 아닙니까? 이런 폭력을 ‘일반화’하겠다는 노동개악은 더 많은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터에서는 ‘산재 은폐’를 다뤘습니다만, 산재 은폐를 멈추게 하는 싸움은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존엄을 짓밟는 모든 행 위를 폭로하고, 드러내고 멈추게 하는 더 많은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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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산재 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산재 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28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산재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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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산재은폐 고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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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산재 은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고성 재해를 감추는 것 뿐 아니라, 업무상 질병을 산 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산재 은폐를 멈추고, 노동 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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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은폐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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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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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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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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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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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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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일반해고’ 제도 도입은 ‘정리해고’ 보다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 활용법
더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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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일터 다시 보기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갑을자본에 맞서 전략으로 승부하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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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18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 10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지금 지역에서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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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막장인생??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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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건설업종 안전보건 관리자 62%가 비정규직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산업재해가 많은 건설업종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책
38%에 그쳤고 나머지(62%)는 비정규직이었다. 특히 건
임지는 '보건관리자'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이다. 이에
설 2400억 원 이상, 토목 3800억 원 이상 사업에 해당
사업장의 안전 예방·관리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
하는 경우에는 28명의 보건관리자 선임 중 68%가 비정
기됐다.
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
이인영 의원은 “2015년 7월, 정부의 고용형태 공시에 의
합 이인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
하면 건설업 자체가 다른 업종에 비해 소속 외 노동자(전
간(2012∼2015년 7월) 사업장 보건관리자 선임 현황'에
산업 평균 20% 건설업은 45%)나 기간제 노동자(전 산
따르면 2012년 이후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 위반으로 과
업 평균 23% 건설업 평균 53%)가 많은 등 고용형태가
태료를 부과받은 업체는 282곳이었다. 이들 업체 중에는
불안한 상태인데,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는 관리
노동자 1천명 이상인 대기업·공단·병원 등도 16곳이 포
자마저 비정규직이 60%를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함됐다.
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1항에는 사업장의 종류별로 보
또한 “특히 건설업은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
건관리자를 두어 사업장 환경, 작업방법, 업무부담으로
하는 광업, 제조업과 비교해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재해와 질병으로부터 노동자들
수가 많은데 (2013년 산업재해 사망자수 광업: 380명,
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시 500만 원 이
제조업 : 460명, 건설업 : 567명) 이처럼 보건관리자까지
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9월 현재 보
고용형태가 불안하다면 더 큰 산재위험에 방치될 수 있
건관리자를 둬야 하는 대상은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다”고 주장했다.
및 기타 업종에서 총 1만7천468개 업체다. 이 가운데 보건관리자를 위탁해 선임하는 업체는 76.1%를 차지하 며, 나머지 4171개 33.9% 업체는 자체로 보건관리자를 채용하고 있다. 기업이 보건관리자를 직접 채용한 경우 는 업종별로 정규직 비율이 제조업은 93%, 서비스업은 99%였다. 반면, 건설업은 정규직이 149명 중 57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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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여전한 사망사고… 상반기 산재 사망 '13명'
지난 9월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산 업재해로 사망한 조선업종(선박건조·수리업) 노동자 수 는 13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계열사 포함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올해에도 '죽음의 기업'이 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도로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몰던 오토바이가 24톤 덤프트럭과 부딪혀 사망
사진 출처_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6월에는 철판 절단 작업을
조선소 내 사망사고는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800kg 철판에 깔려 숨졌다.
월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조선소에서는 40톤
이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 '일하
짜리 선박건조용 크레인의 철제 구조물이 떨어져 노동자
다 죽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사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
4명을 깔려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삼성중공업에서도
다. 노조 측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산재 은폐 등으
2월 G4도크콘테이너 라싱브릿지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
로 일관하고 있다"며 "회사가 노동자 생명과 건강보다는
자 1명이 25m 도크 바닥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박대영
이윤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장이 지난 1월 19일 '안전의 날'을 선포한 지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7월 17일에는 여수시 남산동에 위 치한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 중이던 직원이 가스 폭발로 튕겨 나가 10m 바다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대우조선해 양에서도 8월 24일 옥포조선소 2도크 내 건조 중이던 선 박에서 화재가 발생,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 생했다. 지난 9일에는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작업 중 이던 노동자가 22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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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서울 지하철 역사 ‘고농축 라돈’ 심각해
사진출처_KBS 뉴스 화면 캡쳐
서울 지하철 역사와 터널, 배수펌프장의 라돈 농도가 최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라돈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
대 20배나 초과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된 사례는 모두 18건. 이 가운데 11명이 서울지하철에서
철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사
근무했고 라돈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 11명 가
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
운데 8명은 라돈 농도가 특히 높은 길음역과 군자역에서
역시 위협받고 있다.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
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을 흡연에 이은 폐암 발병 주요 원인물질로 규정할 정도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역사, 터널, 배수펌프장의
로 위해성이 높은 물질이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
라돈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20배를 초과할 정도로 심각
하다.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라돈의 기
지하철은 지하 수십 미터 아래 건설된 구조물이고 지하
준치는 148Bq/㎥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지기준이 아닌
수 및 암반을 통해 라돈가스가 방출되기 때문에 환기가
권고기준에 불과해 어겨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부족한 열차 운행구간, 특히 터널과 승강장, 배수펌프장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상
은 라돈이 고농도로 발생할 수 있다.
라돈과 같은 자연방사능물질에 대한 보건조치의무가 명
서울메트로(2013년)와 서울도시철도공사(2014년)가 역
시돼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이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
사, 터널, 배수펌프장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1~4호선
지 않아 제도적 공백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144개역 가운데 21.5%인 31개 역이 기준치를 초과했으
장 의원은 “환기만 잘 시켜줘도 라돈 농도를 떨어뜨릴 수
며 특히 길음역 배수펌프장은 기준치를 20배나 초과한
있지만 비용 때문에 환기시설 가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3029Bq/㎥이 검출됐다. 5~8호선 역시 154개역 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내부문건을 통해 밝혀졌다”며 “환기시설
16.8%인 26개 역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군자역 배수펌프
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도록 감독한다면 추가적인 시설 설
장은 기준치를 8배 초과한 1223Bq/㎥이나 나왔다.
치나 새로운 법률 없이도 라돈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서울 지하철 터널, 배수펌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말했다.
라돈으로 인해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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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산재인정”
과중한 업무와 실적에 관한 중압감으로 인해 자살에 이
이에 A씨의 가족은 2013년 5월 A씨가 업무상 사유로 사
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망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
나왔다.
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A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사망한 A씨
씨 가족은 다시 산업재해보상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의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비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
법원은 A씨가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난 9월 6일 밝혔다.
부는 "A씨가 다니던 회사는 2012년 3월부터 이른바 '실
A씨는 2012년 처남에게 '우리 아이들과 처를 잘 부탁한
적 두 배 증가 운동'을 펼쳤다"며 "A씨는 이런 실적 증가
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운동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는 한 회사에 근무하면서 실적에 관한 과도한 중압감과
재판부는 또 "A씨가 자살하기 전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가
든 점,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다니던 회사는 세 개의 회사가 합병된 회사로, A씨는 그
고려하면 A씨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조직 출신이어서 다른 조직 동료들
으로 우울증세가 발생하고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
로부터 지속적인 견제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은 또 A씨가 직속상관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들 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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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 학교 야간당직 기사 사망 사건 대응 김현미 광주노동보건연대
지난 8월 16일 오후 광주의 00 초등학교에서 당직
63시간(3박 4일) 이상을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노동
근무를 하던 송00 야간당직 기사가 갑자기 쓰러져
시간은 일부만 인정되고 있었다. 절반 정도의 당직
서 119 응급차로 후송되었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기사들이 1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열악한 실
결국 숨졌다. 올해 갑자기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정이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안도 학교
지정되면서 고인은 13일 오후 4시 30분에 출근하여
현장에서는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각 시도교육청에
3박 4일째 학교에서 숙식하며 쉬지 않고 근무하다
서는 형식적으로 TF 팀을 구성해서 개선한다고 부
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어째서 이런 살인
산을 떨고 각종 지도안을 또 학교로 보내고 개선상
적인 근무형태가 가능한 것일까?
황을 국민권익위로 제출하고 언론에 보도까지 했지
당직 기사의 근무형태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만, 강제력 없는 지도는 결국 현장에서 아무것도 바
의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진즉 파
꾸지 못한 채 그럴듯한 허울만 만들어놓았다. 교육
악하고 있었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초중
청의 공문 놀음 속에서 노동시간과 임금의 변화 없
고교 야간당직 기사 실태조사를 통하여 근무체계
이 아직도 야간당직 기사는 어김없이 오후 4시 30
를 2교대로 전환하고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 등을
분에 출근하여 다음 날 아침까지 꼬박 텅 빈 학교
내용으로 하는 개선방안을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
를 안전하게 관리하며 지키고 있다.
청에 권고하였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학교는 거대한 기업의 지부나 대
당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0,274개에 이르는 전
리점과 같은데, 고용형태나 임금과 노동조건에서의
국 초중고교의 야간 당직 업무를 전담하는 학교 당
차별과 배제가 모두 똑같다. 교사뿐 아니라 행정실,
직 기사는 평일의 경우 15시간 이상, 주말의 경우
교무실무사, 영양사, 조리원, 배움터지킴이, 방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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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등 교육을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보이는 곳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을
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
항의 방문했다. 어렵사리 이뤄진 면담 끝에 역시나
하고 있기에 학교의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
교육청은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 명절 등에 2교대
다. 그런데도 교사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역
를 실시할 것은 권고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상당수
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받고 배제당하고
학교가 2교대를 실시했지만, 용역업체의 상황에 따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외부 용역, 위탁업체
라 여전히 계속 근무한 학교도 많았다고 한다. 앞으
소속 노동자들은 더욱 그렇다. 모두가 학교를 떠나
로도 노동조합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실태를 파악
는 시간에 오직 야간당직 기사 혼자 학교를 안전하
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게 관리하고 지킨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
단언컨대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학교는 공교육이
고 있음에도 교육청에서는 직접 책임을 지지 않고
이뤄지는 공간이며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교
용역업체나 학교 측으로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
육청, 교장, 교감 그리고 교사들도 그 사실을 아예
다. 교육청과 기업의 논리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
잊고 있는 듯하다. 근거도 없는 효율성의 논리로 교
현실 속에서 죽음에서조차 다른 직원과 확실하게
직원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그마저도 직
다른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야간당직 기사의 소
접고용과 간접고용으로 나누면서 가장 복잡한 고
외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용구조와 가장 세분화된 차별과 배제의 구조 속에
이번에 돌아가신 당직 기사 선생님도 이 학교에서만
서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은 숨이 막혀간다. 노
10년째 근무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동자가 죽으면 어느새 치우고 감추기에 급급한 현실
연락받은 학교 책임자만 장례식에 참석하고 교직원
은 살벌한 건설현장과 학교가 무엇이 다른가.
에게는 아예 알리지도 않았다. 10년간 근무했던 그
하지만 학교는 달라야 한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고 또 누군가 다른 사람
간 안에서 생명의 귀중함과 노동의 소중함은 지켜
이 그 자리를 채워도 무관심한 학교 내의 비정한 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안의 다양한
실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자들이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해야
한편 교육공무직본부 광주지부에서는 이번 사망 건
할 것이다.
과 관련하여 산재로 인정할 것과 이후 재발 방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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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전기원지부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장
왼쪽부터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전기원지부 광주지회장 이 용철, 광주전남지부장 하태훈, 지부 조직국장 탁동민
근로자건강센터는 안전보건 문제에 취약한 소규모
당해야 할 배전보수업무를 한전이 협력업체에 일감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직업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조건(2년에 추정도급금액
위해 정부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
35억 이상)으로 한전과 협력계약을 맺고 있으며, 우
는 사업이다. 현재 전국 20개 지역에 설치돼 있고,
리는 그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한다. 현재 광주전남
건강·직업병 상담, 운동 치료, 건강 진단 사후 관
지역에 총 72개 업체에 우리 조합원 550여명이 일하
리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광주근로자건강센
고 있다. 업체들은 한전과 2년 단위로 입찰 계약을
터를 통해 조합원들의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계
맺고, 조합이 조합원들을 업체에 배정한다.
질환 예방 사업을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전국건설노 동조합 광주전남전기원지부를 만났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조합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 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원이 하는 배전보수업은 정확히 어떤 일인가?
고 들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전기를 전달하는 것을 ‘송
광주지회에서 먼저 시작했다. 20kg가 넘는 장비를
전’이라 하고, 변전소에서 각 가정까지 전기가 전달
허리에 차고 전신주 위에 올라가서 일해야 하니 근
되는 과정을 ‘배전’이라고 한다. 이 배전을 위한 설
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조합원
치와 보수 등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대표적
몇 명이 질병 상담을 위해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으로 전신주를 새로 세우거나, 정전되는 등 문제가
갔다가, 전기원들의 업무가 너무 위험하고 근골격계
발생했을 때 보수하는 일을 우리가 한다. 한전이 담
질환을 앓는 조합원도 너무 많다는 것을 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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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되면서, 전 조합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얘 기가 오가게 됐다. 우리 스스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산재 요양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 자료로 제출되고 사회적으로도 알려지니, 조합원들 처음에는 사업주들도 부담스러워 했고, 조합원들도
도 더 이상 참지 않고 소리를 내고, 산재 신청도 하
시큰둥하기도 했다. 사업주로서는 시간을 할애해주
게 된 것 같다. 이러면서 집행부에 대한 신뢰도 더
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
돈독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올해 처음 시작한
하다는 것이 드러나 사회문제화되는 게 싫었을 것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비조합원들 중에 근골격계
이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몇 시간씩 유급으로 검진
검진 받아보고 싶다며 조합에 가입하게 된 경우도
을 보내주겠냐’ 내지 ‘가서 검사받는다고 뭐가 달라
있었다.
지냐’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광주전남전기원지부가 한전 협력업체 사용자 단체
최근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안전보건 문제
인 무정전협의회와 교섭을 통해 조합원들이 근골격
는 무엇인가?
계 검진 시간을 4시간 보장받게 됐다. 광주 지회 소 속 조합원 200여 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서
배전전기원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및 직업성 질환의
로 발표하고, 지역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알렸다. 조
모든 문제의 원인은 직접활선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합원들에게도 업체별로 설명회를 열어 결과를 알려
노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직접활선작업을 폐지하라고
줬다. 2013년까지 신청조차 거의 하지 않던 근골격
요구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특수 기구
계질환으로 2014년 13명이 산재승인을 받게 되었다.
를 이용해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작업이 필요한 구
올해가 되면서 광주전남지부 전체로 확대해서 진행
간의 전기를 다른 경로로 흐르도록 사전 작업을 하
중이다. 이런 변화를 보고, 이제는 시기를 놓쳐 못
고, 작업 구간에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하면 훨씬
했던 조합원들이 먼저 연락해 다시 일정 잡아달라
안전한데도 비용과 인력 문제로 활선 작업을 종용
고 요청할 정도다.
한다. 이러면 감전사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전기를 가까이서 다루니 긴장과 스트레스도 훨씬 크다. 자
이 활동을 통해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어떤 영향이
세가 불편할 수밖에 없어 근골격계 질환에도 악영
있었나?
향을 준다. 전자파로 인한 각종 질병도 걱정이다. 우리 건강검진 결과를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설명, 검
우리 조합원들이 대부분 40~50대다. 막내가 경력
토하다보니 혈액 수치가 낮아진 조합원들이 일부
이 20년이다. 예전에는 참아오던 골병이 이제 터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백혈병으로 조합원 한 명이 사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깨가 아파 몇 년
망하기도 했다. 이 문제도 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동안 약 먹으면서 일했다.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대응하면서 더 이상 ‘직접활선작업’을 하지 않을 수
겪고 참아왔던 어려움이 이 활동을 통해 객관적인
있도록 전국적으로 사회문제화해볼 계획이다.
13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 활용법
류현철 회원, 경남 근로자 건강센터
공식적 협력관계를 맺으라
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의 노동자들과의 교류가 부 족하면, 주로 안전보건공단 업무의 하위 파트너로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만 센터의 자원이 안배되고 있을 소지가 다분하다.
협력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운영위원회와 다
지역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주체들이 이러한
양한 형태의 업무협약 형태로 유지된다. 민주노총,
형식적 운영을 견제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
한국노총의 지역본부가 지역운영위원으로 위촉되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근로자건강센터는 스스로
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협력관계를 형식적으
의 역할을 재고하며 변화할 것이다.
로 유지하기 보다는, 지역주체들의 적극적 참여 통
현재까지는 센터의 운영의 성과를 평가할 때, 센터
로로 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식적 협력
내방자 수나 각종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 등의 양적
관계를 통한 제안과 개입은 근로자건강센터로 하여
기준 중심으로 한다. 근로자건강센터에서는 노동자
금 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
들과의 접촉면이 다양하지 못해 실적기준을 맞추기
록 할 수 있다. 지역네트워크 구성 및 운영은 근로
어려워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자건강센터 위탁기관을 평가하는 항목이기도 하여,
소규모 사업장이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과의 접
노동조합 및 지역 노안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
촉면을 열어주고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는 것은 센터로서도 달가운 일이다.
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또한 이를 통해 각 센터 직원들의 관점과 의식도 점점 고양되리라 기대한다.
비판적 공생으로 근로자건강센터의 눈높이 교사가 되어야
지원 서비스,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같이 기획하기
근로자건강센터는 위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센터
센터에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또는 보건관리대행
별로 운영주체에 따라 사업계획이나 운영방침에 차
기관의 의사 인력 기준에 해당하는 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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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로서 소정의 교육과정 이수자)와 간호사, 직
노동안전보건제도의 “신 포도”,
업환경 전문가(산업위생지도사, 산업위생관리기술
“계륵”이 되지 않기를...
사, 산업위생관리기사 등), 근골격계 전문가(인간공 학기사,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 등), 직무스트레스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 유해요인조
전문가(상담심리사, 전문상담사, 임상심리사 등)가
사, 보건관리위탁(대행)사업,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
근무하고 있다. 일반적 업무는 각 센터 홈페이지를
리 기술지원(국고지원)사업 등 다양한 형식의 노동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안전보건망을 구성하는 기제들이 법, 행정 제도로
직업건강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뇌심혈관계질환 예
진입하였지만 본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방상담, 근골격계질환 관리, 직무스트레스 관리, 작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업환경관리 등 포괄적 서비스가 가능한 기관은 근
근로자건강센터는 아직 법적 기반이 완성되지는 않
로자건강센터 외에는 거의 없다. 개별 근로자건강센
았으나, 전국 20개의 조직을 갖춘 제도적 실체이다.
터의 상황과 대상 노동자들의 특성을 잘 고려해서
운영방식과 주체에 따른 취약점이 있는 것이 사실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의 틀을 함께 짜도록 해야 한
이다. 그러나 ‘형식’의 한계를 우리의 ‘내용’으로 채우
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전기원 대상 사업은 그
고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 근로자
좋은 예다.
건강센터가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연대기에 또 다른 “신 포도”나 “계륵”이 되지 않도록 지역에서 적극적
공짜 기관이 아닌,
으로 활용하고 견인하기를 기대해 본다.
공적 기관으로서 역할을 요구하라
설치 연도
센터명
위탁기관
시도
구군
1
2011 경기서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경기
시흥시
2
2011 인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인천
남동구
3
2011 광주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광주
광산구
4
2012 대구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
대구
달서구
비스가 무상이라는 것보다 공공성을 띠는 기관의 서
5 6
2012 경남 2013 서울
㈜터직업환경의학센터 경남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서울
창원시 금천구
비스라는 점에서 더욱 유의미하다. 즉, 노동자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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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부천 카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 경기동부 카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 충남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무료이 다. 산재예방기금에서 재원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서
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공익적 측면에서 계속 수행하
부천시 성남시 천안시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울산
동구
11 2014 경기남부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경기
수원시
12 2014 대전
대전산재병원
대전
유성구
13 2014 경북북부 구미강동병원
경북
구미시
14 2014 부산
부산
사상구
부각되어야 할 영역의 직업건강 문제들에 센터가 개
15 2014 전남동부 (사)한국산업간호협회
전남
여수시
16 2015 서울강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서울
강서구
입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노동관서나 지자체들
17 2015 원주
(사)한국산업간호협회
강원
원주시
18 2015 전주
(사)한국산업간호협회
전북
19 2015 제주
제주한라병원
제주
하고 실태를 파악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센
20 2015 경산
(사)한국산업간호협회
경북
터가 지역의 다양한 노동보건 현안에 감독자나 행정
전국 근로자건강센터 현황표 “근로자 건강관리에 취약한 50인
도록 견인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 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 뿐 아니라, 경비원이 나 보육교사 혹은 이주 노동자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이 센터를 활용하여 발로 뛰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
감시자와 대별되는 “자상한 1차 파견자(dispatcher)” 로서의 역할로 바빠지게 해야 할 것이다.
10 2014 울산
경기 경기 충남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미만 소규모사업장 근로자들의 직업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1년부터 안전보건공단에서 위탁기관을 선정하여 운영 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서 20개 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15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민주노총 서산톨게이트지부 도명화 부지부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2009년 이명박 정권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목
하고 있는 도명화 부지부장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
적으로 한국도로공사 소속 336개의 톨게이트 영업
기를 들어보았다.
소 전체를 외주화하면서 7,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 동자를 양산했다. 그 결과 영업소 노동자들은 24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명화 씨
시간 3교대로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았다. 이마저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매년 재계약에 대한 고용불 안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외주화한 영업소는 불
대구에서 결혼하고 아이 아빠 직장 때문에 서산에
법 수의계약을 통해 한국도로공사 (명예)퇴직자들
왔어요. 애가 어릴 때는 대구에 자주 왔다 갔다 했
의 전관예우 통로로 활용되었다. 그 결과 이들은 현
는데 그때마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을 눈
재 2,000억 원이 넘는 톨게이트 운영권을 손에 쥐고
여겨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도로공사 직원인 줄
있다. 서산톨게이트 영업소 용역업체 ‘이지로드텍’도
알았어요. 옷도 깔끔하게 입고 앉아서 일하고, 얘기
여기에 해당한다. 이지로드텍은 지난 3월 새로운 수
들어보니 급여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
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3명의 노동자를 해고했
자리 있냐고 전화를 했는데 이력서 들고 오라고 하
다. 이에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서산톨게이트 노동
더라고요. 그 뒤로 면접보고 일을 시작했어요. 회
자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서산
사 다니면서 도로공사 직원이든 외주 회사 직원이
톨게이트지부 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3명의 복직과
든 그런 걸 떠나서 일 자체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일
요금징수원 정규직 전환,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
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일을 열심히 하면
하는 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47
뭐하나 싶어요. 외주회사 사장 바뀌면 하루아침에
년 역사상 첫 번째 파업으로 각종 특혜비리, 불법운
이렇게 잘리는걸.
영, 노조탄압 등을 폭로하며 전국 336개 요금징수 원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맞닿아 있는 투쟁을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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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실적에 포함되거든요. 푹푹 찌는 아스팔트에 서 서 목숨 걸고 차를 막는 거죠. 상여금 지급하는 것 도 백번 양보해서 실적 좋은 사람한테 많이 주는 거 면 이해하겠는데, 누가 봐도 실적이 많을 수밖에 없 는 일을 하는 사람한테 나머지 사람에게 줄 수당을 깎아서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누가 지나가는 말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지 않느냐 그랬나 봐요. 그랬 더니 사장이 그 말 한 사람 누구냐고 빨리 자수하라 고 재촉하더니 나중에는 새벽에 문자까지 보내서 자 수하라고 그러는 거예요. 도저히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노동조합(당시 한국노총)을 만들었어요. 한국도로공사 요금소는 통상 퇴직자에게 위로금 명 서산톨게이트지부 도명화 부지부장
목으로 5년간 수의 계약을 맺어서 운영권을 주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기간 내 이윤을
노동조합을 만들다
최대한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요금소에서 일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안중에도 없다. 더욱
2013년에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이 노동조합은 사업주들에게 눈엣가시와도 같다.
요금소 부스에 에어컨을 못 틀게 했어요. 여기는 자 동차 매연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위가 장난이 아
예전 사장은 어버이날이라고 수당을 준 적이 있었
니거든요. 근데 에어컨을 못 틀게 하니까 얼음물을
어요. 그걸 하면 도로공사에서 가산점을 줬나 봐요.
들고 다녔는데, 관리자가 민감한 기계들도 많은데
통장에 입금 내역을 확인해서 위에 보고했는데, 다
물 튀면 안 되고, 또 화장실 자주 가면 안 되니까
음 달에 수당 받은 만큼 반납하라고 하더라고요.
물을 들고 가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먹고 살
정말 너무 황당하고 불쾌하더라고요.
려고 일하러 왔는데 그때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일 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언젠가 동료들이 한목소
지난 3월 1일 서산톨게이트 영업소의 운영권이 이
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로드텍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이지로드텍은 기존에 일하던 3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공교롭게
요금징수원 노동자들은 미납 요금을 받기 위해 때
도 3명의 노동자는 모두 명화 씨를 비롯한 노동조
로는 목숨을 걸고 아스팔트 위에서 일해야 했다.
합 간부들이었다.
하이패스를 지날 때 요금이 미납 처리되는 차량이
새로 온 사장이 서산 요금소가 이미지가 안 좋다는
종종 있어요. 그럴 때 몸으로 차를 막아서 운전자
소문이 자자하다고 분위기를 잡더라고요. 아니 여
한테 요금을 받아서 미납률을 낮춰야 해요. 이게
기는 도로공사가 관여하는 곳도 아닌데 왜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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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심지어 새로운 사장이 도로공사 노조 만들 때 초창기 간부
파업을 결심하고, 민주노조 깃발을 올리다
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도 우리 마음 잘 알 테니 같이 잘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하니 자기가
노동조합은 사측과 교섭에서 해고자 3인 원직복직
을일 때는 노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갑이 되니까
과 단협 60여 개 중 11개 미합의 사항 (조합활동 ·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조합원 교육시간 월 2시간 보장, 타임오프, 노조사 무실 지급 연 유급휴가 1일, 건강진단 추가비용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는 묵묵부답으로
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
일관하는 이지로드텍
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반복했다.
3명의 조합원 해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용역근
회사에서 하는 말이 우리가 요구하는 거 말고, 한국
로자 보호 지침에 따라 고용 승계를 할 것을 권고
노총에서 제시하는 단협을 가져오면 사인해주겠다
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해고 노동자들이 이지로드텍
고 하더라고요. 근데 노동부에서도 하는 말이 사측
에서 하루도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
이 주장하는 한국노총 단협은 자기들이 봐도 의미
수 없다고 판정했다.
가 없을 정도로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라고 하더라 고요. 이러니 결국 파업을 하게 됐어요.
회사는 계속해서 해고가 아니라 면접 점수로 정당 하게 채용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주장해요. 지노
한편, 서산톨게이트 지부는 파업 결의 이후 사측이
위도 우리 손을 들어준 거 아니라면서 저희를 복직
아니라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반대와도 맞서서 싸
시킬 의무가 없다고 말해요.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직
워야 했다.
시켜야 한다고 했는데도 지침은 지침일 뿐이라고 법 적 강제력은 없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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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한다니까 한국노총이 반대하더라고요. 아니 왜
우리가 한다는데 못 하게 하는지 의문이 들었죠.
요. 같이 근무해도 나이 차가 있고 안 친한 사람들
준비하면서 어디서 들은 게 있어서 민주노총에서
은 멀어지게 되는데 파업하면서 온종일 붙어있으니
천막 빌려서 농성장 만들고 앰프도 설치하고 집회
까 이제는 한숨 쉬면 뭐 때문에 한숨 쉬는지도 알
신고하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한국노총 톨게이트
겠고 눈빛만 봐도 알겠어요. 복직되더라도 책임지
노동조합 위원장이 난리를 치면서, 내가 하라고 한
고 톨게이트 노동조합을 알리고 다닐 거예요. 투쟁
적도 없고, 나는 책임이 없다 그러면서 천막을 뒤엎
사업장도 정말 많은데 그런데도 열심히 찾아다녀서
더니 그 뒤로 사라졌어요. 그렇게 20일을 하루 3번
우리한테 많이 와주신 만큼 저희도 힘 실어주고 싶
꼬박 집회하고 밥해 먹고 보냈는데, 이러고 한국노
어요.
총만 바라보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민주연합 노동조합에 찾아가서 노동조합 받
마지막으로 힘든 싸움을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에
아달라고 했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지금은 민주
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다.
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와 지역에서 대책위까지 만 들어져서 함께 투쟁하고 있어요. 저는 연대의 힘이
진짜 고맙고 감사하죠. 해고되고, 이렇게까지 끝까
그렇게 큰 건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지 싸울 수 있을지 몰랐어요. 사실 나 하나 손 털어 버리면 그만인데, 못 그러겠더라고요. 여기서 내가
파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손 털면 남은 조합원들 다 잘릴 거예요. 우리 3명 잘렸을 때 같이 싸우면 나머지 해고는 막을 수 있
제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것처럼 인식이 완전히
을 것 같거든요. 이렇게까지 와준 언니 동생들 너무
바뀌었어요. 요즘은 사실 복직도 복직이지만 좋은
고맙고, 복직하면 조합원들하고 더 친밀하게 근무해
기회에 민주노총 만나서 내 의식이 달라져서 지금까
서 같이 정년 맞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지도 힘 잃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게 고맙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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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주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박준형(가명) 씨
정하나 선전위원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몇 해 전 팍팍해진 국민의 삶에 대한 질문으로 국회의원이 연 설하며 외친 문구이다. 오늘 만난 박준형(가명) 씨는 투잡(two-job)족이다. 그야말로 ‘살림살 이’가 녹록지 않아 투잡을 뛰고 있다. 주말 저녁, 준형 씨는 나이트클럽에서 음주가무를 즐 기다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콜을 기다린다.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겨우 받다 보니 생활이 힘들어서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활비 딱 떼면 단 얼마라도 저축도 하고 싶고, 하다못해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려 해도 영 여윳돈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대리운전이라도 해서 투잡 뛰는 거죠. 일반 대리기사들 은 업체에 대리기사로 등록하고, 각자 핸드폰에 해당 업체 어플을 깔아서 손님 콜을 받잖아 요. 저는 그렇게 정식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나이트클럽 지배인으로 일하는 지인이 업소에 서 직접 연결해 주는 대리기사 조로 일하고 있어요. 업체 어플로 콜을 받는 게 아니니 건당 수수료를 떼는 것은 없죠. 대신 4대 보험이 안되니 산재적용 같은 건 안 되고요.” 치열한 업계, 그래도 ‘용돈벌이’라도 하려고 평일 근무시간을 빼고 밤에, 그리고 출근 안 하는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대리 운전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 20대 때 유흥업소에서 홀관리 매니저를 한 경 력이 있던 준형 씨는 과거 웨이터로 있었던 후배한테 연락했다. 지배인이 된 그 후배를 통해 지금 하는 일을 운이 좋게 연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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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에 못해도 10번 정도는 나가려고 해요. 최소한 4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게요. 원래는 비 정기적으로 그냥 돈 필요할 때 후배에게 전화해서 ‘오늘 콜 연결시켜 달라’고 했는데, 3~4년 전부터는 주말에는 꼬박꼬박 안 빠지고 다 채워 나가려고 하고요, 주중에도 일이나 약속 없 을 때는 대리 뛰어요.” 2010년 한 취업정보업체가 직장인 7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잡을 하고 있 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었다.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일은, 주로 직장생활의 연장선 에서 할 수 있는 일, 집에서도 가능한 일, 퇴근 후 할 수 있는 단순 시간제 아르바이트, 주말 에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리운전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시 간 선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두 번째 일자리(second job)가 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 보 도로 알려진 것처럼,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서 낸 '대리운전기사의 노동조건과 환경실태 분석(2015)'에 따르면, 대리운전 수입에 불만족 한 비율이 62.6%다. 또한, 지난 3년간 수입이 줄었다는 응답이 80.4%에 이르렀으며 가장 큰 이유는 '건당 운임 감소'를 꼽았다고 하니 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이 된다. “밤에 하는 거라 피곤하고 원래 일도 있으니 그리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죠. 용돈 정도 번다 고 생각하면 맞아요. 나이트 후배한테 전화해서 ‘형 오늘 한다’고 얘기하고 저녁 7시부터는 손님 연결해 주길 기다리고 있죠. 나이트클럽에 나가서 기다리는 건 아니고 퇴근 후 집에 와 서 대기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전화 받으면 나이트클럽 주차장으로 손님 태우러 가는 거죠. 대부분 나이트 주변 강남 동네들로 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시내 안에서는 20,000~25,000원 받거든요.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는 날이면 다 나이트 근방 고만고만한 행 선지로 가는 사람들로 채워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손님 3~4명 받아서 1시간에 10만 원 훅~ 벌 때도 있죠.” 수도권의 일반적인 대리운전서비스 요금은 25,000원인데, 대리운전 업체의 대리운전 기사들 은 소속된 대리업체와 대리운전 요청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업체에 이 중 5,000원 정도의 수 수료를 지급한다. 나이트클럽 전용 혹은 프리랜서 대리기사인 준형 씨는 손님에게서 받은 돈 이 온전히 자기 몫으로 들어오니 좀 나은 편이다. “나이트클럽은 저 말고도, 4개 대리업체에 손님을 나눠주고 있어요. 저랑 4개 업체에 웨이터 (혹은 지배인)들이 적절히 손님을 나눠주는 그런 식인 거예요. 제가 7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대리 요청받을 대기를 타고 있는데요. 물론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지만, 만약 서울근교 원거 리 가시는 분들이 있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당장에 가죠. 근데 분당이나 성남 같은 특별케 이스는 드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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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과 연결된 대리업체들도 자체적으로 기사수급이 안 되면 준형 씨에게 콜을 넘겨 준다. 그럴 땐 받은 대리비 일부를 수수료 조로 업체에 보낸다. 그 업체의 소속 기사가 아니 라 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긴 해도, 나름의 상도를 지켜야 서로 좋고 오래 할 수 있다는 게 준형 씨의 생각이다. 가장 편한 손님은 타자마자 자는 손님 택시 운전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면 야간 운전이 몸도 힘들지만, 취객들 주사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벌이는 좋지만 일부러 야간 택시 안 뛰는 분들도 있을 정도이고, 유흥업소가 많은 시내에서 손님을 태울 때 일부러 너무 취한 사람은 태우지 않으려고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준형 씨 같은 대리기사들의 경우 늘 취한 사람만 태워야 하 니 고충이 클 거 같았다. “제일 편한 케이스는 타자마자 바로 자는 손님이죠. 다 취해서 대리 부르는 거라서 기본적으 로 말 짧고 어느 정도 주사 부리는 건 기본이에요. 욕하는 손님도 많고요. 자꾸 반말하고 욕 하면 ‘손님. 반말(혹은 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태워드릴 테니 주무시고 계십시오’라고 합니 다. 그래도 취기에 안자고 더 뭐라 뭐라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럼 룸미러로 쳐다보면서 한마디 하죠. ‘저도 긴 시간 세상 험하게 살다가 최근 마음잡고 운전대 붙잡고 있는 겁니다. 착하게 살게 좀 도와주십시오!’ 시커먼 놈이 저런 멘트 날리면 아무래도 좀 무섭겠죠?” 준형 씨도 이쪽 업계 오래 하신 선배기사분들한테 배운 말이다. 이런 위협적인 멘트를 날리 고 나면, 손님들이 신기하게도 주사를 접고 뒷좌석에서 잠든다고 한다. 취한 사람만 태우는 운전이다 보니 ‘진상’ 손님들이 정말 많지만 준형 씨는 그런 일로 크게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 에 담아두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 그도 잊지 못할 희대의 진상을 한번 만난 적 있다. “한번은 저보다 한참 어린 젊은 사람 2명이 탔어요. ***동으로 가자고 그래서 ‘네 손님, 알겠 습니다’ 하고 출발했죠. 손님들이 보면 차에 탔을 때는 비교적 멀쩡한데 자기 차에 딱 타고나 면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는지 가다 보면 더 취하고 거칠어지는 손님들이 많거든요. 이분들 이 딱 그랬는데 한 몇 분 지나니까 말이 짧아지면서 계속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는 거야. ‘아저씨, ***동으로 가 달라고요!’, 그러면 내가 ‘네, 손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창밖 보세 요. 지금 000까지 왔고 가는 길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거죠. ‘아 씨! 야 ***동으로 가달라니까!’ 이렇게 말이 짧아지더니. 막 상욕도 하더라고요. 둘이서 난 리를 부리는 거예요. 그때 참다 참다 안 되겠다 싶어서 차를 세우고 뒤에 두 손님 내리라고 했죠. 술 취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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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뭐 이성적인 얘기가 귀에 들어가겠어요? 내리게 한 다음 밖에 세워놓고 ‘나랑 싸 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그럼 한번 싸워보자, 덤벼라.’ 하면서 겁 좀 줬죠. 그랬더니 바로 깨갱 하고 그다음부터는 조용히 가더라고요. 참나. 대리운전 이용하는 사람들 도 좀 알아야 해요. 기사들 우습게 보고 함부로 대하고 욕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손님들도 좀 인식을 해야 돼.” 서울시 대리운전 기사 300명 중 손님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85.9% 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폭행 횟수는 한 해 3~5회가 47.2%, 10회 이상도 15.5% 나 된다. 또한, 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7.3%나 나온 것을 보 면 대리기사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참 만만치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대리기 사들이 노동과정 중 폭력을 경험하고 있지만, 박준형 씨가 그랬듯 참고 넘기거나 자 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대리기사들을 위한 이렇다 할 법적 보호책이 있는 것 도 아니고 사회적 인식도 저열하니,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퀵돌이 대리기사, 나름 단골도 생겼다 반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좋은 손님도 만났다. 가는 내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가 마음이 잘 맞는 손님이 있었다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그 손님이 해 준 얘기가 준 형씨에게 그날따라 위로도 되고 힘도 되었다. 행선지에 도착했는데 몸을 잘 못 가누 시기에 집 대문 앞까지 부축해드렸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급기야 잠깐 들어와서 물이 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고 집 안까지 데리고 들어갔다. “부축해서 집에 들어갔더니 가족들은 제가 같이 술 마신 지인인 줄 안 거죠. 아내 되 시는 분이 처음에는 ‘우리 양반, 술을 왜 이렇게 먹었냐, 좀 말리지 그랬냐.’라고 핀잔 을 주시다가 ‘저 대리기사인데요’ 하니 깜짝 놀라시면서 모시고 와줘서 고맙다고 하 시더라고요. 그러더니 과일 깎아 주시고, 커피 타주시고. 그런 좋은 사람도 있고. 그 래도 아무튼 제일 편한 손님은 타자마자 바로 자는 손님이고. 하하하.” 준형 씨는 벌써 6년째 대리운전 알바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를 특별히 지목해서 불 러달라고 하는 손님이 생겼을 정도이다. 운전을 잘, 빨리하는 준형 씨의 스타일이 맘 에 드는 손님들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직접 소개해 주는 기사이니 신원도 확실해서 안심되어 준형 씨를 찾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날도, 술 마시러 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거절하고 손님 태우러 대기하러 가던 퀵돌이 대리기사 준형 씨. 그의 늦은 귀갓길이 손님들만큼 편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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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2차 연구
정하나 선전위원
2년에 걸쳐 진행한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직
‘프라미스 투게더(Promise Together)’ 캠페인과 함
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연구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작
께 도입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이 제도를 ‘올바
년 1차 조사(설문조사)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
른 판매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
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조직
기 위해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모든 지
체계 요인이 대체 판매현장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2014년에 진행한 <현대차 판
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
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1차 연구>에 대해서는 일터 130호 연구소 리포트에서 소개한
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
바 있습니다.
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심층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도판
면접을 통해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
매’ 문제의식이 ‘정가판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판
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1차 사업에서 얻은 설문
매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대신 ‘가격 규제’만 남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판매위원회 노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의
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 혹은 악화시키는 가
마케팅정책 수립과 연동되는 판매정책이 있어야 하
장 중요한 두 축은 ‘정가판매 제도’와 ‘가학적 인사
는데, 단순히 판매사원 개인이 차를 에누리 없이 정
관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로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 하는 것만 가지고는 ‘정 도판매’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정가로 차를 팔자는 ‘프라미스 투게더’,
판매위원회 노동자가 정가판매제를 위반한 경우, 징
뭐가 문제?
계를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말대로 ‘정도’를 지키자고 정가판매를 따르자니 고객들이 떠나가고,
현대자동차의 판매정책인 ‘정가판매’ 제도는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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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차를 팔자고 정가판매를 어기자니 회사에
서 징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자본은
감시하고 징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학적 인
실적 외에도 판매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
사관리의 형태이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
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황에 몰아넣고,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며 노동자를
정가판매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압박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조합원들 사이에는 압
2015년 현재, 정가판매 제도의 두 가지 약점과 이로
박과 불안감, 서로 간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인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정가제를 엄격하게
드러났다. 이 외 억압적인 근태 관리, 편가르기식 인
적용한다는 선언 외에 실제로 가격 경쟁을 막기 위
사 관리나 미스터리 쇼퍼
한 다른 조처가 전혀 없는 앙상한 정책은, 시장 질
을 평가하는 사람
서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회
적으로 평가할 때, 현대차 자본의 인사관리 행태는
사가 정가판매 위반에 대한 징계권을 멋대로 휘두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징
‘정가판매를 지켜서는 팔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계권을 쥐고 있는 회사의 감시하에서, 정가로는 팔
또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미스터리 쇼퍼 등을
리지 않는 왜곡된 시장구조 속에서 판매 노동자들
통해 시험하는 회사 측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
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
를 동원한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을 종합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재미를 잃었고 판매 조직의 많이 팔 수도 없게 해놓고...
미래 자체가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매 노동자
‘가학적 인사관리’만 일삼는 사측
들은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실적이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은 현재 정가판매 제도를 실현
신도 판매량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업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었다. 다양한 차량 판매
노동의 특징도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측의
경로가 있는 상황에서 정가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압박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가판매 제도
것이다. 팔 수 없는 제도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나 가학적 인사 관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배신감과
노동 자체가 역설과 모순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불신을 촉발하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1차 사
경제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데다, 노동자와 대리
업에서 직무 불안정, 관계 갈등, 조직 체계 영역의
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게 된 셈이라 꽃놀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을 아주
이패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즉, 정가판매의 약속을 못 지키면 그것대로 징계 압박에 시달리고, 잘 지키면
건강지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 가학적 인사관리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일과 회사에 대한 회의는 바로
직무스트레스의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2014년 설문
이에 기인한다.
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에서도 유사하게 나타
회사는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제도적,
났다.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그렇
정책적 개선이나 보완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영
지 않은 집단보다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
업직 노동자들의 정가판매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로 나타났고, 특히 우울 증상, 정신적 소진, 주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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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준은 그 차이가 컸다.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이러한 결과들
더 심각한 것은 가학적 인사 관리를 직접 경험했거
은 심층면접을 분석한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나,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종
정가판매로 인한 직무불안과 여기에 더 해져 실적
건강 지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관리를 표방한 가학적 인사 관리로 인한 동료 간의
미행감시나 징계의 경험은 주관적 건강수준, 우울
경쟁이 직장 내 폭력이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
증상,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직장 내 폭력을 큰 폭으
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
로 높이고 있었다. 정신적 소진은 여러 가학적 인사
면, 직무 불안정은 직장 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관리 가운데 ‘정가판매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의 증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가학적 인사 관리와 같은
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적합한 경영방식 역시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
는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이 모순적인 정가판매 정책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연합 직업
으로 인하여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안전보건청(EU OSHA)의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분
지쳐버릴 정도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
위기와 경영자의 리더쉽 및 관리방식을 직장 내 폭
영한 결과이다. 감정노동이나 정신적 소진감, 직장
력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
내 폭력을 직·간접 경험한 노동자들 역시 건강 지
이 등 개인적 요인과 직장 내 폭력 사이 관계는 상
표가 모두 나빴다. 특히 직장 내 폭력 경험은 우울
대적으로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데이
증상 위험을 큰 폭으로 높이고, 나아가 지난 1년간
터 심층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직장 내 폭력이나 우
자살 생각도 많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울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관계갈등 영역은 단순히 노동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하지 않는다
고객한테 전화해서 유도심문해갖고 “서비스 이거
는 것이다.
받으셨죠?” 그건 CS가 아니라 우리 뒷조사죠. 그 리고 우리를 책잡기 위한 그런 거지. CS라는 이름
구조적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으로 뒤에는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죠. 조합원A 정말 목적은 고객한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은 조직적이지
되는건데 회사에서 모니터링 하는 사람한테 충분
못 하고 개별적이었다. 정가판매제도를 지키지 못
한 서비스를 제공을 하게 되는거에요. 조합원B
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정가판매를 지켜 실적
차 번호 보면서 “저게 나를 따라오나 안 따라오 나”......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사람을
이 낮은 데서 오는 고통, 정가판매 제도로 인한 보 람 없음과 동료들 사이의 갈등을 대부분 개인적인
사찰을 하는 거잖아요. 이거는. 뭐 인간의 존엄권
차원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가판매에 대
문제인 건데, 가장 기본적인 거잖아요. 조합원H
한 문제의식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없는 것
뭐 다 감시하는 대상이 되어버렸죠. 직원들끼리 말 안해요. 터놓고 말 안해요. 무서운 영업소가 된거 야. 조합원L
은 아니었다. 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해 정가판매 제도에 대 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을 때는 정가판 매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 이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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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
노동자 간 교류와 공동체 경험의 복원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그 기준의 엄격한 적용, 현
가장 중요한 과제
제도의 일시적인 운영 중단 및 개선된 제도의 시범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정가판매
이번 연구를 통하여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노동자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걸리지만 말라는
들의 노동 조건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악화시키고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 국내 시장 점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음
율이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
을 확인하였다.
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진, 저성과자에 대한 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질서와 판매정책에 대한 일
리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
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직영판매 조직에 속한
게 전가하려는 관리자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 또한
노동자들이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장 질서 확립 방안으로
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 인권과 건강권을
시장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한 시장 질서에 대한 동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가학적 인사관리를 즉시
의, 대리점 소장 판권 제한, 대리점 노동자의 연대
중단해야 하며,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대리점이 이미 국내 자동차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영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
받을 수 있는 긴급보호・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큼 시장 질서 확립 과정에서 대리점 관련 주체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위원회 노동자들
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의 일치된 목소리일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과거와
려면 누구보다도 판매위원회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
매우 달라졌고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
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악화되는 관계 갈등, 직장 내
전히 개인의 판매 실적을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폭력 문제는 더욱 그렇다. 서로 고립된 개인으로, 혹
실적 중심 구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문제 제
은 무관심하거나 대립하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어
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를 덜 방안으로 고객관리 중
서는 사측의 전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노동
심으로 업무 재배치, 지역 할당제, 영업 영역 분리,
인권이 존중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터도 모두 요원
승진 제도 개선 등이 제기되었다.
한 꿈일 뿐이다. 현장의 작은 문제라도 반드시 함께
이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토론하여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분
드러나게 하여 정가판매 제도가 시장 질서 확립이
회나 지회의 현장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일상 활
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직무나 성별,
고통만 강요하고 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하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분회나 지회 및 더 나아
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 질서
가 대리점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 사이의 상
를 바로잡을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본격
호 교류와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
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가판매에 대한
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히 조직된 현장의 힘으로 신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명나는 판매현장, 건강한 일터를 되살릴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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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토요 휴무는 집배원의 건강권, 인권이다
글 쌀집아재 사진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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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3.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철폐! 절대부족인력충원! 토요근무반대! 전국집배원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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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산재은폐 선전위원회
2015년 7월 청주의 (주)에버코스 화장품 공장에서 노 동자가 지게차에 치였다. 회사 측은 신고로 달려온 구 급차를 돌려보냈고, 과다출혈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전사회적 분노가 들끓었다. 하지만 산재은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고성 재해를 감추는 것뿐 아니라 업무상 질병을 산재보험 으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 업무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 를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하는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 는 얼마나 될까? 숫자와 그림으로 산재 은폐 실태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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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병원이 산재은폐 도구로 활용된다
산재 은폐, 얼마나 되나?
20분
7978건 중 452건
2015년 2월 9일 오후 1시 30분. 부산 신세계 백화점
산재 은폐에 대한 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에, 실제로
증축공사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얼마나 많은 산업재해가 신고 되지 않고 있는지 정
1시 34분 지정병원에 신고했고, 지정병원 구급차가
확한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
도착했지만 이 병원에서 처치할 수준의 부상이 아
부는 2008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산재보고 의무를
니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지나가던 행인이 119에
지키지 않은 사례 7,978건을 적발했는데, 이 중 사
신고해 13시 54분에 119로 이송 시작. 20분이 낭비
업장 감독으로 밝힌 것은 452건에 불과하다. 건강보
됐다.
뉴스타파, 2015.3.3 신세계 건설은 왜 사고현장 문을 닫았나
험공단이 파악한 부당이득금 환수자 명단을 넘겨받 아 추적한 게 60% 이상을 차지한다.
시사인, 2015.9.8, 회사
가 당신의 산재를 숨기는 이유
14시 20분 vs 15시 30분 (주)에버코스 지게차 사고에서 119 구급차가 최초 로 도착한 시각 14시 5분. 이 구급차를 이용했다면
106건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시각은 오후 2시
2013년 3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울산지역
20분이었지만, 119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뒤늦게 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울산 동구지역 10곳의 정형
착한 지정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치료를 받을 수 있
외과를 방문하여 불과 11일 만에 106건의 산재은폐
는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15시 30분. 애초 119 구급
사례를 수집하였다. 얼마나 많은 산재 사례가 은폐
차가 고인을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유족들
되고 있는지 짐작해볼 뿐이다.
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참세상, 2015.9.1, 산업재해 은폐 에버코스 사망사건은 범죄행위
31
145만 명
일하다 다쳤을 때, 산재로 처리한 경우?
전국적인 차원으로 보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011년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손상 환자 2,412,005 명 중, 직업성 손상인데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7.2%
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145만 명(최소 92만 명~최대
다른 통계에서도 산재 은폐는 의심된다. 국가인권
임준 외, 산재보험 미신고로 인한 건강보험
위원회가 연구를 맡긴 2014년 연구에서, 조선업 사
198만 명)으로 추산된다. 재정손실 규모 추정 및 해결방안, 2012
내하청 노동자 중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는 노동자 127 명 중, 산재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7.2%인 9
17배 이 숫자는 2011년 산재보험 직업성 손상 재해자 수 84,662명의 17배에 해당한다.
명에 불과했다.
7.2%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 4.0% 원청비용으로 공상처리 56.0% 하청비용으로 공상처리 28.0% 개인부담으로 의료보험처리 4.8% 특별한 치료 없었다 주영수 외, 산업재해 위험직종 실태조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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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쌓인 돈은?
9.0%
1,756억 원
2011. 11~2012. 10 전국 10개 표본병원 응급실을 직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을 건강보험으로
업성 손상으로 방문한 환자 수 4,894명 중 응급실
치료받아서 건강보험이 지출한 금액을 건강보험 재
비 지급을 위해 산재보험을 이용한 경우는 9.0%인
정 손실이라고 했을 때, 직업성 손상으로 인한 건강
442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손상이 모
보험 재정손실규모가 2011년 1,756억 원이다.
두 산재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하면 산재 은폐 규모는 아주 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2853억 원
신상도 외, 응급실기반 직업성 손상 원인조사연구, 2012
직업성 손상에 근골격계질환과 천식까지 포함한 경 우 2011년 건강보험 재정손실 규모는 2,853억에 달
58개 중 11개 지회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은폐 범위를 업무상 사고로 인한 손상 뿐 아니라, 업무상 질병으로까지 넓히면 산재 은폐는 더 늘어 난다. 금속노조 소속 90개 지회를 대상으로 한 설
8조 6천억 원
문 조사에서, 2014년에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나 공
이 결과, 산재보험의 적립금이 쌓이고 있다. 2013년 말
상을 한 건이라도 신청한 적이 있다는 지회는 58개.
기준 산재기금 적립금은 8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산재
이 중 11개 지회에서는 산재 신청을 한 건도 하지
보험의 적립금은 매년 수천억 원씩 증가하고 있다.
않고, 공상으로 모든 근골격계질환을 처리했다.
금속
고용
노동부, 2013년도 산재보험 사업연보, 2014
노조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조사, 2015
산재 은폐, 이제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게 해야 한다. 산재 은폐를 넘어,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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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산재은폐 고발 투쟁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정동석 노안부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산재은폐의 심각성을 얘기할 때, 현대중공업 사내하
“머리 아픕니다. 산재은폐 밝혀내는 거. 제일 처음
청지회의 산재은폐 고발 투쟁을 다루지 않을 수 없
에 1차, 2차 시도할 때는 병원 앞에서 진을 쳤어요.
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산재은폐 실태조사
처음에 약 1주일 만에 120건 정도가 나왔어요. 고
는 2013년 시작되어 2015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
구마 줄기 캐듯이 마구 나오더라고요. 그냥 줄줄이.
쳐 진행됐다. 첫 번째 실태조사에서, 울산 동구지역
그 중 확실한 것들로 추려 노동부에 고발을 했고,
10곳의 정형외과 방문 조사, 사례 접수 등을 통해, 2
또 건강보험관리공단 노동조합에도 정보를 제공했
주 동안의 조사에서 무려 106건의 산재은폐 사례가
지요.
무더기로 접수되었다. 2013년 총 3차에 걸쳐, 131건의
실태조사를 시작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대응이 달
산재은폐를 고발했고, 2014년 4차(3월)와 5차(6~8월)
라지더라고요. 분명히 회사에서 다쳐가지고 오는데
실태조사에서도 각각 83건, 32건의 은폐 사실을 확인
도 옷을 갈아입혀서 병원에 보내기 시작하고요. 그
했다. 올 해에도, 4월 20일부터 열흘간 울산 동구 지
다음 해 4, 5차 때에는 화상을 입어도 국물에 데었
역 정형외과 10여 곳을 중심으로 산재은폐 실태조사
다 이렇게 진술하게 시키고요. 또, 환자가 병원에
를 벌여, 62건의 산재은폐 의심사례를 찾아냈다.
들어가기 전에 회사 쪽 사람들이 먼저 차를 타고
정동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안부장은 산재
와서, 말하자면 정찰조가 먼저 오는 거죠. 실태조사
은폐를 밝히는 싸움이 추리 소설처럼 머리를 써야
하는 사람 없는지 확인을 먼저 하는 거예요.”
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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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용했던 추적방법은 공개할 수가 없다. 왜
였다고 인정을 받게 되면, 그 건은 산재신청을 내면
냐하면, 현대중공업의 산재 은폐는 지금도 진행형이
무조건 바로 산재승인이 되거든요. 그런데도 신청을
기 때문이다. 하청지회가 산재은폐 실태조사 결과
못 해요. 노동조합에서 산재은폐 건을 모아서, 고발
를 발표할 때마다 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이 산재를
하고 산재은폐라고 인정까지 받아서 무조건 산재신
은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청서만 던지면 되는데, 그것도 안 합니다. 바보라서
주장이라고 했다.
그럴까요? 불이익 때문이죠. 산재 신청한다고 하면,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언론사(<
회사에서 사람 보내서 ‘야, 너 이제 현대중공업에
프레시안>)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꼬박꼬박 낸
안 다닐 거야?’ 딱 그런 식으로 공갈을 쳐요. 그러면
산재보험료가 아까워서라도 회사 생돈을 들이는 공
입 다물게 되죠.”
상이 아닌, 산재 처리를 하고 싶다." 면서 "하지만 산 재 처리 했을 경우 (원청) 부서장으로부터 유무언의
그래도 꾸준한 실태조사, 언론을 통한 여론 형성,
압력을 받고, 재계약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데 어쩔
노조 가입운동, 현장 내 캠페인 등 다양한 실천을
수 없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
함께 벌인 결과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고, 산재신청
서라며, 하청 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산재 발생 건수
을 하는 노동자 숫자가 꽤 늘었다.
를 업체 평가에 반영하지만 이 탓에 하청업체는 산 재 발생을 감추려고 한다. 그러는 가운데, 하청 노
“산재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많이 늘었어요. 산재 신
동자들은 더욱 움츠러든다. 산재 블랙리스트가 있
청하고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은 노동조합에도 상당
어, 산재 신청을 한 번 하고 나면 조선소에서 일하
히 가입을 하게 됩니다. 산재신청을 하러 여기 우리
기 어렵다는 얘기가 일반화돼 있을 뿐 아니라 노동
지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용기 있는 사
자 스스로도 ‘산재 나갔다는 건 아프다는 얘긴데,
람들이니까요. 지금까지 지회에서 함께 100건도 넘
누가 환자 쓰겠느냐’ 며 산재 신청을 꺼리게 된다.
게 산재 승인을 받았어요. 산재 신청하러 오면, 대부분 먼저 초진 진료 기록
“현장에 가면 크게 ‘12대 중대재해. 퇴출제도’ 이렇
지부터 확인을 하게 돼요. 작업 중에 사고를 당한
게 붙어 있어요. 중대 재해 발생하면 그 업체는 퇴
것인데도, 대부분 불명의 통증을 호소 이런 식으로
출시킨다는 건데, 이 말은 ‘확실하게 숨겨라’ 이런 거
모호하게 돼 있어요. 이런 부분부터 다시 짚고, 확
죠. 사고 났을 때, 뒷말 나오지 않게 확실하게 해라.
인하고 보강하는 작업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재해자와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묻겠다, 이런 얘기거든요.
정동석 노안부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갑갑해 했
용접 불에 얼굴 화상 입은 조합원이 한 명 있었는
다. 산재은폐 시도해서 고발하고, 과태료까지 물었
데, 화상 입은 채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왜 의
던 하청 업체가 무재해 포상 대상이 되어 포상금을
무실을 가지 않을까. 반장이나 소장이 아주 난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위를 뚫는 낙숫물처
치고 괴롭히니까. 그 난리를 치고 의무실 가니 겨우
럼 은폐를 캐내고, 고발하고, 함께 할 사람을 조직
연고 두 통 주더래요. 그러니 의무실에 가겠습니까.
하는 그에게서 희망을 느낀다.
더 답답한 것은, 산재은폐 접수 후 이게 산재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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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김문겸 대림비앤코 노동조합 사무국장, 마창거제산재추방연합 대표 인터뷰 선전위원회
대림비앤코(주)는 화장실, 욕실에 있는 세면대, 양변
근골격계 질환은 공상을 안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기, 소변기 등 위생도기를 만드는 회사다. 예전에는
대림비앤코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여
흙먼지 때문에 진폐도 많았지만, 시설 개선 후에는
러 회사들이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산재 승인
근골격계질환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량물을
가능성이 높은 사고성 질환은 공상으로 처리해 산재
다루기도 하고, 도자기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 쉬기
건수를 줄이고, 승인 가능성이 낮은 질환은 신청하
힘든 게 원인이다.
고 불승인되는 경로를 밟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노동
김문겸 대림비앤코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노동 운
조합은 사고성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근골격계질환
동이 전반적으로 왕성했던 예전에는 산재 신청하
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구성
는 것도 문제없었다고 말한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
한 것이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이다.
고 준비하면, 회사가 공상을 해 주겠다 회유를 했 다. 그런데 2012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가
“우리 조합원들 근속이 15년, 20년 되니 근골격계
그 동안 해 주던 공상을 안 해주겠다고 나섰다. 회
질환이 많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이 개인질환이니
사가 정말 산재 은폐를 뉘우치고, 모든 업무상 사고
퇴행성이니 내세우며, 승인률이 50% 밖에 안 된다.
와 질병을 산재보험을 통해 해결하기로 결심한 것
그러니 산재를 내자고 하면 조합원들이 불안해한
일까? 그렇지 않았다. ‘사고성’ 질환은 공상을 해주
다. 그래서 우리도 2011년 이전에는 근골격계 질환
면서, 말 그대로 만성적인 업무 부담 때문에 발생한
을 대부분 공상으로 처리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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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못 해주겠다고 나온 것이다. 산재 승인률이 낮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진 것, 노동조합 힘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것이 모 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산재 신청이 늘어나니, 오히려 산재 승인도 더 잘 되
산재 신청 해 본 조합원과 면담해보니, 제일 크게
는 것 같았다고 한다.
느끼는 어려움이 생계문제였다. 근골격계질환의 경 우,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 여부 결정 날 때까지 2-3
“우리가 산재 신청을 많이 하니까, 근로복지공단도
개월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불안하다는 것이다. 노
우리 일이나 우리 사업장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
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은 해 줘야
같다. 예전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우리 일을 잘 모
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
르고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 경우들이 종종 있었 다. 그럴 땐 담당자에게 전화하고, 자료 준비도 많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은 총회에서
이 했다. 그런 건이 되풀이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항
조합원들의 결의를 모아, 조합원 1인당 월 5천 원씩
의 방문 같은 활동도 같이 하니 최근에는 승인이
3년간 조성하기로 했다. 첫 해에는 쟁의기금 2,000
잘 되는 것을 느낀다.”
만원을 종자돈으로 목간 전용하여 지급했다. 제도 시행 후 1년쯤 지나 회사에도 책임이 있으니 일부
그러나 노동조합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할 것을 요구해, 회사도 일부 비용을 냈
이런 활동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림비앤코도 지금
다. 이 기금으로 산재요양 신청자에게 3개월 동안
은 다시 일부 공상을 시행하고 있다.
매 월 1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산재 승인이 나면 받았던 생계비를 환급하고, 불승인 되면 필요
“2012년 이후 3년 정도, 산재 건수가 늘어나자 회사
생계비 지급으로 끝난다. 조합원들의 반응도 나쁘
가 다시 교섭을 요청해왔다. 공상 제도를 일부라도
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약간 포기한 면도 있 다. 모든 근골격계질환을 산재로 처리하기에는 노
“처음 총회에 기금 안을 올리고 조합의 간부들 아
동조합의 힘이 부친다. 공상은 조합이 따로 할 일이
침 출근 선전, 조합원 교육, 중식시간 간담회를 했는
없는데, 산재로 신청하면 재해자 면담부터 현장조
데, 찬성률이 70%가 넘었다. 우리 조합이 새로운 제
사, 동영상 촬영, 병원 진료, 근로복지공단까지 조합
도를 만들었다는 느낌도 있었다. 이전에는 대부분
이 쫓아다니면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다
공상으로 처리하고, 산재는 일 년에 1-2건 났는데,
시 산재와 공상이 공존하고 있다.”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였다. 산재 신청을 많이 하게 되니 매년 노동부에서 수시
김문겸 사무국장은 ‘산재자 특별기금’이 의미있는 시
근로감독도 들어오게 됐다. 조합이 주장해왔던 현
도였다면서도, 산재 신청에 노동조합 실무 역량을
장 개선을 노동부에서도 지적하는 형국이 됐다. 실
지금처럼 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제로 이 과정에서 일부 개선이 되니, 이런 점도 산
실효가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산재 은폐를 넘어서
재 신청의 효과이자 좋은 점이었다. 물론 산재와 공
기 위한 개별 조합의 노력이 산재보험제도 개혁과
상에 대한 조합원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도 많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37
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산재은폐 어떻게 대응할까
선전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가장 일차적으로는 재해를 당
실에 대해 조합원 연대 기금을 만들어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제공하는 기
하는 조합원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불안감을 덜어준
능을 수행하지만, 산업재해와 직업병 발생을 예방
대림비앤코 노동조합 사례도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
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민간 보험과 달리 사회
부 SJM 지회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일
보험으로서 역할 중 하나가 산재 예방을 위한 다양
체의 공상을 없애고, 모든 업무상 재해는 산재보험
한 활동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과의 토
산재은폐를 넘고 산재보험으로 노동자가 제대로 치
론과 설득 노력은 당연하다.
료받을 수 있는 제도로 만드는 것은 노동자 건강에 큰 의미를 가진다.
개별실적요율제 폐지
현장에서의 다양한 실천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제도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대표적인 것이 개별실적요율제다. 개별실적
산재은폐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실천은 이미 현
요율제는 산재 발생이 많은 사업자에게 산재보험료
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지회
부담을 높여 산재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
의 산재은폐 실태 조사와 고발, 산재 신청이 대표적
러나 현실에서 개별실적요율제는 “실제 위험을 생산
이다. 근골격계질환 산재 은폐와 공상이 만연한 현
하는 자는 보험요율이 낮고 힘이 없어서 위험을 떠
38
안는 자는 보험요율이 높은 매우 불공평한 제도”
임
산재 은폐, 솜방망이 처벌을 바꾸자
준, 산재보험 개혁 방향과 정책방안, 2014
로 기능하고 있다. 대기업
들이 산재보험 특례요율제도를 매년 1조가 넘는 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10조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
험료를 감면받고 있다. 대표적인 산재 은폐 산실인
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
현대중공업은 최근 5년간 955억 원의 보험료를 할
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그 발생 개
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 은
요·원인 및 재발방지 계획 등을 고용노동부장관에
폐를 부추기는 제도로 폐지되어야 한다.
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1천만 원 이하 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이 중에서도 처음 발생한 건
노동안전 관리감독 강화
에 대해서는 300만원으로 과태료를 감면해 준다. 산재은폐를 형벌로 처벌하던 종전의 규정을 개정해
전반적인 노동안전 관리감독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과태료로 전환한 것이다.
지금처럼 평소에는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가, 산재
심상정 의원실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
가 발생한 사업장만 대상으로 뒤늦게 소 잃고 외양
에 따르면, 그나마 과태료 징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
간 고치는 식의 감독만이 이루어지는 경우, 산재는
고 있다. 2012년에는 1,242건 중 821건, 2013년에는
그 사건 하나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표적 감
192건 중 55건이 경고조치를 받았다. 2011년 이후 산
독과 징계, 범칙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업주들이
재은폐에 따른 사법조치 건수는 없었다. 이러니 일단
보험료 증가보다 산재 발생 후 맞닥뜨리게 되는 ‘귀
산재 은폐를 하고, 걸리면 때운다는 인식이 팽배할
찮은’ 상황이 싫어 산재를 은폐한다는 증언들이 이
수밖에 없다. 강력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법을
를 뒷받침한다. 일상적인 관리 강화, 산재 은폐를 근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
절하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감독이 필요하다.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산재보험으로 불이익은 안전의 진짜 책임자에게 산재 은폐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산재보험이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어
에서 “산재 처리 했을 경우 (원청) 부서장으로부터
야 한다. 노동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고,
유무언의 압력을 받고, 재계약에서도 불이익을 받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체계는 산재 은폐의 여지도
기” 때문에 산재를 숨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
키운다. 산재 승인률이 낮고, 업무상 질병 판정의
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정동석 노안부장 역시 “중대
정당성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가 없는 상황 역시
재해 발생 시 하청업체 퇴출제도는 원청의 책임은
산재 은폐의 온상이 된다. 처음 진료하는 의사가 산
묻지 않고, 하청업체와 재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
재 여부를 판단하고 적절한 보험으로 처리하는 ‘선
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벌점이나 불이익
보장 후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대신 건강보험의 보
을 부과한다면, 사고와 안전에 실제 책임이 있는 원
장성도 확대된 조건 아래서 산재 은폐는 설 자리를
청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되어야, 산재 벌
잃을 것이다.
칙 강화가 노동자 안전 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39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병력 때문에 소음이 난청이 아니니 일반질병(D2) 판 정으로 내려달라며 항의를 동반한 부탁 전화를 한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것이었다. 현재 특검 제도는 직업병 발견의 측면에서 그리 잘 작동하고 있는 제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현재의 특검 제도가 진폐증과 소음성 난청의 조기 발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도 하고, 직업성 질환의 경우 잠복기가 긴 질환이 많은데 이를 적절한 검사로 찾 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현재의 검사 항목 이 부실하거나 부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 노동부의 2013년도 근로자 건강진단 실시결과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를 보면, 특수검진 후 7,804명의 노동자에서 직업성 질환이 발견되었고, 이중 소음성 난청이 7,388명, 진 폐 관련성 질환이 162명이었다. 이 두 질환의 비율 은 발견된 전체 직업성 질환의 95%를 넘어선다. 이 처럼 직업성 질환은 특수 검진을 하더라도 소음성 난청과 진폐증 이외에는 잘 발견되는 않는 것이 현 실이다. 또 한편 특수검진은 사업주의 부담으로 검사가 진행 되고, 대다수 특수검진기관은 사립의료기관이다. 따 라서 특수검진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전문가로
얼마 전 특수검진 시, 한 노동자에게 직업병에 해당
서 성심껏 직업병을 발견해야 하기도 하지만, 비용
하는 D1 판정을 하였고, 얼마 후 그 사업장의 사업
을 지급하는 사업주의 눈치를 안 보기는 어려운 것
주에게 항의와 함께 판정을 바꾸어 달라는 부탁을
이 또한 현실이다. 위와 같이 사업주가 항의 섞인 부
들었다. 그 사업장은 자동차 휠을 만드는 사업장의
탁 전화를 한 건 검진비를 지급한다는 갑의 위치를
사내하청 회사였다. 작업 중 소음 노출 수준이 높
이용해서 압박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하지만 필
고, 소음으로 인한 직업성 난청도 적지 않게 발생하
자는 판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 회사의 경우 원청
는 사업장이었다. D1 판정을 한 노동자의 경우, 한
회사에 노동조합이 있었고, 원청 노동조합에서도 판
쪽 귀는 소음 노출로 인해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
정번복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과 중이염으로 인한 전음성 난청이 동반된 혼합성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는 상황이 더 어렵다. 노동조
난청으로 직업성 소음 노출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
합이 없는 회사는 사업주가 검진기관을 차기 연도에
존재하였기에 직업성 질환으로 판정을 내렸고, 다
쉽게 변경할 수 있으므로, 해당 검진기관에서 일하
른 쪽 귀는 ‘소음성 난청 주의’에 해당하는 C1 판정
는 의사들은 이 같은 전화가 상당한 위협이 된다.
을 하였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중이염의
소음성 난청의 경우는 근로자 건강 실무지침에 직
40
94.7
2.1 진폐증 등
소음성 난청
1.2
0.2
1.4
0.4
유기화합물 중독
산, 알칼리, 가스상물질
금속 중독
기타질환
2013년도 특수검진결과에서의 직업성 질환의 질환별 유소견자 수 (%)
업성 난청에 해당하는 데시벨까지 명시되어 있어 판
노동자가 한해 1,000명이 넘고 이조차도 은폐된 숫
정을 비교적 명확하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자이다.
대다수의 직업성 질환은 노동자의 증상에 기반을
이처럼 한국에서는 수많은 산재가 발생하지만 많
둬 판정을 내리게 되어 직업성 질환을 놓치지 않을
은 수가 은폐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 많은 유해 작
까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업주가 항
업과 위험작업을 원청이 아닌 하청 업체·중소 업체
의를 할 경우 진단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하
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하고 있고, 이들 노동자에
게 된다. 이처럼 사업주의 부담으로 진행되고 사업
서 재해와 직업성 질병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
주가 임의로 검진기관을 바꿀 수 있는 경우, 특히
지만 많은 경우 이 같은 산재 은폐를 막고 작업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거나 힘이 미약한 경우에는
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개입 수단이 없다는 것
더욱더 사업주의 압력으로 발견된 직업병도 은폐되
이 현실이다. 산재 은폐를 막고 작업환경 개선을 위
기 쉬운 것이 21세기 한국의 현실인 것이다.
해서는 근본적으로 노동조합과 같은 노동자의 조직
사고로 인한 산업재해도 언론에서도 몇 차례 보도
이 중소기업과 하청사업장까지 확대·강화됨으로써
되었듯이 광범위한 은폐가 일어난다. 심지어는 응급
산재 은폐를 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작업환경을 개선
한 상황인데도, 산재 발생을 숨기기 위해서 119구급
하도록 사업주를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
차를 부르지 않고 응급환자를 개인 트럭으로 수송
부는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하거나, 지정병원(이 경우 산재가 아니라 공상 처리
중대 산업재해에 대해서 사업주를 비롯한 경영진에
해주는 병원)의 차량을 불러서 이송하는 경우가 흔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사고성 재해로 사망하는
41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가 사고로 사망했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정동석 노안부장 인터뷰
라 할 수 있는 작업중지, 혹은 거부나 회피의 권리 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란 쉽 지 않다. 그리하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정동 석 노안부장을 만나 하청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어떻게 누릴 수 있을지 토론했다. 작업중지 전에 회피할 권리 먼저 “작업중지권에 앞서, 노동자가 최소한 작업거부권 즉,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는 행사할 수 있어야 하 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그것도 어렵다. 사실 하청 노 동자 뿐 아니라 직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대의원 정 도 되지 않고서야 작업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러니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이 발동되는 의미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느낄 수가 없다. 하청 노동자들한테 작업중지 발동권은 남의 일, 먼 나라의 얘기다. 나 같은 사람이나, 사내하청지 회 활동가들 정도 되면 ‘이거 위험하다, 안 된다’고 얘
작업중지권을 확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기하고, 직영노조라든가 안전과에 제보라도 할 용기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
가 있겠지만, 우리 활동가들조차 안전보건에 대한 지
업중지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식이 없어서 그렇게 나서기가 쉽지 않다.
고용 자체가 보장이 안 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상황
일반 조합원이나 조합 가입도 하지 않은 하청 노동
에서 작업중지권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주제로 느
자 입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을 만약 발동하게 되면 그
껴지기 일쑤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
에 따른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이익이
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작업을 중지하면 ‘생업’ 자
라는 것이 손해배상이라든지 이런 것은 생각하지도
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못한다. 작업거부권을 잘 못 행사하다 보면 역으로
뻔히 일하다 다쳐도 119구급차를 부르지 못하고 트
회사에서 작업지시 불이행이라고 트집을 잡힌다. 그
럭에 실려 나가,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고 진술해야
렇게 되면 징계위원회까지 회부될 수도 있고. 그렇게
하고, 산재 요양 신청조차 용기가 필요한 하청 노동
되니까 작업중지권이 진짜 너무 힘든 얘기가 되어버
자에게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기도 한
린다. 실제로 정당한 작업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할
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절실한
때도, 현장을 보존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증거를
문제다.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모두 11명의 노동자
남기는 등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작업지시 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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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으로 마구 몰아간다. 두 번 다시는 그런 문제 제기 를 못 하도록 하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작업중지 발 동이 하청 노동자들한테는 진짜 꿈같은 얘기다.“ 안전 책임지지 않는 원청 물론 작업 중지, 작업 거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너 무 많다. 정동석 노안부장은 현대중공업이 ‘안전에 있어서 낙제점’이라고 말한다. “도크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골리앗 크레인이 블록 (조선소에서는 철판 등을 잘라 블록을 만들고 이 블록들을 접합해 배를 완성한다)을 탑재하고 이동 시킨다. 크레인이 레일을 따라 이동할 때, 노동자들 머리 위로 그냥 지나간다. 이런 상황은 작업중지 발 동을 떠나, 원래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블록 자 체가 크레인에서 떨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블록 안에 볼트나 너트가 빠져 있을 수도 있 고, 적치물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크레인이 블 록을 옮길 때는 그 밑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거 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생산 우선, 안전 은 그 다음이다. 직영노조에서는 작업중지권 이후에 혼재 작업 줄어
도 처벌받는 놈은 아무도 없다. 뚜껑이 열린다. 이런
들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빙산의 일각이다. 내가 지
상황 생각하면 늘 입에 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금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만드는 배마다 책임자 이름이 쓰여 있다. 조선 책임
위에서 절단하고 있는데 밑에서 용접하고 있다. 그
자, 건조 책임자 하는 식으로. 이 사람들이 모두 직
런데도 이러다 다치면 ‘너 거기 왜 갔느냐’ 고 한다.
영 직원들이다. 그러니까 이 배는 말 그대로 직영이
다친 사람한테 거기 왜 들어갔느냐고. 현장에 오셔
만든 배이고, 현대중공업 지배하에 하청 노동자가
서, 배 만드는 도크장 제일 위 상부 데크에서만 왔
일한다는 거는 누가 봐도 뻔한 건데 부인을 한다.“
다 갔다 해도 크레인 탑재하는 것부터 혼재 작업 들 어가는 것하고 다 보인다. 이 모든 작업에 대한 지시
그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을 도외시한 원가
권, 공정 관리는 모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한다. 그
절감 노력이 벌어진다.
런데 사고만 나면, 자기 식구 아니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사용자성 부인해버리면 끝이다. 사고 나
“안전은 뒷전이라는 게, 안전보호장구도 제대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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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조선소 중대재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 슈화되고, 2015년에는 현대중공업 직영 노동조합에 서 작업중지권도 단체협약에 들어가게 되었는데도 회사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우리 조합원 한 명이 1인 시위를 해서, 족장(비계) 야간작업 하자는 건 무산시켰다. 원래 족장 작업은 위험하니까, 야간작업은 안 했는데, 원청 주도로 이 걸 시도한 거다. 실제로 한 며칠간 야간작업을 시켰 다. 낮에도 위험한 일인데. 이런 일은 다 원청이 주도하는 거다. 하청 업체 사장 들도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위험 부담은 하청 업체가 고스란히 지기 때문이다. 만일 야간 족장 작업하다가 사고 나면, 하청 업체가 다 책 임져야 하니 하청업체들이 나서서 이런 시도를 하지 는 않는 거다. 원청 입장에서는 밤에 족장 깔아 놓으 면, 낮에 다른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으니 이걸 원 하는 거다. 이걸 우리 동지 한 명이 나서서 1인 시위 를 통해 막아냈다.“ 대외적으로는 잇따른 사망 사고 때문에, 안전경영에 힘쓰겠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갖춰준다. 한 달에 가죽장갑 세 켤레, 반코팅 장갑
것이 산재 사망 왕국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이런
세 켤레, 흰 목장갑 세 켤레가 지급된다. 그래 놓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거절하는 일도, 한 명이
는 더 는 지급이 없다. 만약 비가 오면 케이블 같은
용기 내서 ‘1인 시위’라도 벌이지 않으면 어려운 것
걸 당기는 작업 하면서 가죽 장갑이 금방 망가져 버
이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다.
린다. 장마 기간에 말은 감전 주의 좋은데, 실제 감 전을 방지할 수 있는 장갑조차 제대로 지급이 안 되
작업중지권의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에서
는 것이다. 사장이 새로 오면서 원가절감 시킨다면 서, 소모품이고 뭐고 50% 감축시키겠다는 거다. 심
현대중공업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이 생기고, 안전
지어는 일하는 데 드는 소모성 자재들, 용접 팁이나
경영 노력한다고 해도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실
절단기 등도 개수를 정해놓는다. 일하라는 건지 말
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동석 노안부장
라는 건지 답답할 정도다. 이러니 안전에 돈을 들일
의 진단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이 실제로 나아
리가 있겠나.“
지기 위해서는 하청 고용 구조가 개선돼야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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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고용 구조가 바로 나아
러니 교육마저 일정을 잡아서 하기가 어렵다. 지금
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동조합 가입률이 높아지
은 하청노조도 현장에서 중식선전전도 하고, 직영노
고 하청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조랑 같이 집단가입신청도 받고 캠페인도 열면서 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동석 노안부
동을 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이런 공포를 뛰어넘기
장이 생각하는 시작은 무엇보다 교육이다.
가 쉽지 않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다 알고 있고, 답도 뻔히 나와
“노동조합에서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사측 안전
있다. 한꺼번에 노동조합으로 오면 해결되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늘 다치는 놈만 다친다’고 가르친다. 개
불합리한 구조를 깨부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
인 부주의 탓만 하고,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은 쏙
한 논리이고 간단한 계산인데도 그게 잘 안 된다. 뒷
빼버리고 말을 안 한다. 그런 교육만 받으면 모르는
짐 지고 서서는 다 해주기를 바란다. 활동하는 입장
사이에 거기에 물들게 된다. ‘아, 씨, 이거 내가 실수
에서는 기운이 빠진다. 뭐, 이런 얘기 하면 밖에서는
했네.’ 하면서 다쳐도 다쳤다고 말하는 것을 미안하
하청 노동자들 왜 그렇게 할까, 바보인가 하겠지만,
게 여긴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순진한지 모른다.
바보라서가 아니다. 오래도록 불합리한 고용구조에
교육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정당한 알 권리를 제대
시달리고, 괴롭히는 노무관리에 데여서 그런 거다.“
로 보장한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노동조합 차원의 안전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 시간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들의 이런
누가 할애해주는 것이 아니니 자기 시간을 내야만
공포와 불안에 맞서 싸우고 있다. 수년에 걸친 산재
한다. 게다가 아직은 하청노동자들이 그 동안 악랄
은폐 고발이나, 노동조합 집단 가입 신청 운동, 안전
한 노무관리 때문에 겁도 많다. 안전 교육, 건강 교
을 무시한 야간 족장 작업을 무산시킨 활동, 노동조
육 때문에 한번 모이자고 해도 모이기가 쉽지 않다.
합 주도의 교육을 열기 위한 노력이 모두 그렇다. 하
찍힐까 봐 겁이 나는 거다. 그래서 직영노조에 바라
청지회의 이런 활동 속에서,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
는 게 조합 산보위에서 하청 노동자 안전교육을 건
자들이 공포와 불안을 이기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의해보려고 한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하청 노동자
를 주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동조합가입과 노
안전교육을 1년에 1~2번이라도, 한 시간씩 두 번만
동안전보건교육이라는 하청 지회의 작지만 중요한
이라도 해보는 게 지금 바람이다.“
발걸음이,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과 삶을 기준 으로 노동을 바라보는 시작이 되기를 응원한다.
찍혀본 사람의 불안과 공포 조합원과 함께하는 교육 한 번 잡기 어려운 상황이 답답하지만, 조합원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아픈 경 험을 충분히 이해한다. “어디서 찍혀본 적 있나? 저 집단에 한 번 찍히면 아 프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공포심리가 생기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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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시작된 노동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마침내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헬조선의 딸과 아들 대통령이 결단하고 실천할 때마다 재앙이 되는 이 나라를 두고 언젠가부터 ‘헬(hell=지옥) 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한국사회는 가난이 대물림되어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조선으로 퇴행 중이다. 헬조 선은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무형의 족쇄와 굴레의 촘촘한 망에 청년들을 가두는 감옥사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은 “우리의 딸과 아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회원, 수유너머N 회원
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을 대신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얼마 전 상영한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 (황정민)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내는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 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꼬.” 덕수의 가
슴 벅찬 헌신과 선한 호의에는 오만한 비수가 숨겨 져 있다. ‘내가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는 독기 가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득한 독단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부싸움을 하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다가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느라 왼쪽가슴에 오른 손이 자동으로 올라가던’ 시대를 추켜세웠을 때, 그
지난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이다. 한 달이
것은 아버지 시대에 대해 딸이 가질 수 있는 존중의
조금 더 지나고 노사정위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감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 번도 아버지의 딸인 적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이 합
이 없었다. 언제나 나라를 일으켜 세운 아버지였고,
의안의 백미는 무엇보다 ‘일반해고’의 도입이다. 계
국가였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능력한 딸과
약과 계약해지가 일상이 된 불안정노동자들에게는
아들들을 대신해 결단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별 관심을 못 끄는 ‘일반해고’는 과연 철밥통 정규직
한 번도 국가의 미래를 젊은 세대들에게 맡긴 적이
들만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일까? 계약기간과 무관
없으므로, 그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넘기는 것은 애
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다는 것
초에 불가능했다. 건국신화는 아버지 세대의 몫이
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무화시킨
다. 파독 광부로, 베트남 전사로, 사우디 수출 역군
다. 퇴출이란 쌍방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
으로 세운 한국은 그들이 수출한 청춘에 대한 보상
의 명령권이다. 따라서 이번 노사정합의는 IMF로
물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의 딸 아들은 아버지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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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유저가 그린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 (출처 인터넷)
가에서 시민이 될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
“노동개혁의 목표는 청년들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보
가의 미래를 위해, 딸 아들을 대신해 결단을 내리면
다 쉽게 구하고 더 많은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내릴수록 그들은 무능력하고 패기 없는 조국의 루
수 있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저들이 된다. 헬조선은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국가’에 대
“임금피크제와 공정해고에 대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
한 조롱이다. 국가로부터 배제되었지만 청년세대들
다.” - 9월 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회의, 김무성 대표
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
의 발언 중
랑’을 맹세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제된 장 소에서 오늘날 한국사회가 그려내는 지옥도를 증언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에 청년의 자리는 없
하고 있는 셈이다. 냉소와 조롱으로 뒤범벅되어 있
다. 더불어 아버지의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그들은
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에 대한 분노가 자리한다.
국가에서 추방되어 헬조선의 난민이 되고 있다. 그 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에는 대체 누
괴로우나 괴로우나 나라사랑? 좌절과 혐오를 낳아
가 있는가. 누구를 위하여 대통령은 입술을 앙다 물며 다짐을 했을까? 그것은 바로 국가 자신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아들, 딸들을 국가로
OECD 회원국으로서의 국가, 수출 대국으로서의 국
호출했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득권을 챙기
가, 경제 대국으로서의 국가. 화폐가 24시간 막힘없
던 아버지들을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임금피크제를
이 흐를 수 있는 국가 말이다.
도입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채 밥만 축내고 있는 무
화폐가 흐르는 자리에 아버지의 장시간 노동이 있
능력한 아버지들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었고, 청년세대들의 ‘노오력’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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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집단을 기준선 이하의 사람들로 지목하고, 여론은 이들을 주목한다. 이들의 무능력함은 불공 정한 무임승차의 파렴치함이 되어 대중들의 분노를 산다. 그렇게 되면 공정한 기준에 따라 기준선 이하 의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다. 다시 말해 공정한 기준 다음에 기준선의 위와 아 래가 분할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집단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공정한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박근혜식 평등주의, 그 잔혹함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확보하겠 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말인 줄 알면서도 그들, 나 와는 다른 그들의 ‘기득권’은 불공정하다는 정서를 박근혜 정부는 간파했다. 노사정합의까지 박근혜 정 부가 집요하게 공격한 것은 ‘무능력하지만 시대 잘 만나 밥만 축내고 있는 꼰대들’에 대한 불만이었고,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노동개혁 영상을 비판한 포스터
이 최전선에 국가의 아들, 딸들을 불러낸 것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노조/5678도시철도 노조)
영화 <국제시장>을 찬양하던 대통령은 이제 헬조 선의 딸과 아들이 들고 있는 죽창으로, 오늘의 새로
도, 허리띠를 졸라매도 즐거운 나라사랑은 불가능
운 적으로 지목된 무능력한 노동자들을 겨누고 있
하다. 노오력은 ‘괴로우나 괴로우나 나라사랑’하라
다.(헬조선 사이트 대문에는 ‘죽창 앞에 모두가 평등
는 국가의 명령이다. 헬조선 사이트 대문에는 태극
하다’는 구호가 박혀있다.) 대통령이 감복한 것은 국
기와 함께 이 문구가 박혀있다. ‘각자도생’이란 각자
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덕수와 덕수의 처가 아니라,
노력해서 살아남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늘날 유행어
국가 그 자체였던 것이다.
가 된 ‘각자도생’에는 각자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앞에 모두가 평등하
들을 밟고 일어서라는 폭력이 포함된다. 여성혐오
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동성애자 혐오, 세월호
때 국가는 사건의 피해자였던 세월호 유족들과 메
유족들에 대한 혐오가 일어나는 이유다.
르스 감염자들을 사회의 질서를 헤치는 가해자로
박근혜 대통령은 ‘무능력한 꼰대’라는 새로운 기준
역전시켰다. 보상금을 타 먹으려는 불공정한 사람
을 마련했다. 공정한 기준이란 기준에 대한 합리적
들, 안전한 사회를 위협하는 ‘슈퍼전파자들’이 된 피
인 척도를 마련한다는 뜻도 있지만, 기준선의 이하
해자들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각자도생하
를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있다. 그리고 이는
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는
종종 현실에서 역전된다. 공정한 해고의 기준이란
게임의 법칙 앞에 정작 국가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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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평등주의는 잔혹하다. ‘공정해고’라
다. 정규직은 시대에 뒤쳐진 공룡으로, 모두의 어깨
는 말은 잔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나도 정규직이 되
에 짊어질 짐으로, 염치없는 기득권을 지닌 특수한
고 싶다는 열망의 불가능함이 너도 나처럼 같이 짤
인종이 되었다. 공정해고는 그 극을 없앨 것이므로
려야 공정하다는 자기 파괴적 욕망으로 전화되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기우뚱해졌다. 기울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격차를
어진 운동장의 귀퉁이에 헬조선이 모두를 향해 평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한쪽의 극을 없애는 길도 있
등하게 입 벌리고 있다.
한 줄 요약 헬 조선 '한국'
젊은이들이 아프면 청춘이 되는 국가 세상 모든 문제와 부조리가 내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인 국가 열정과 노력 두 단어로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국가 국가의 문제가 생기면 ‘국민성금’을 모아야 하는 국가 그러다 정작 국민이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국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 부리면 안 되는 국가 니 목숨은 니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국가 어쨌든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해야 하는 국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국가 탈출만이 유일한 답인 국가 그래서 떠나려니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바짓가랑이 붙잡는 국가 의무는 산더미인데 권리는 거의 없는 국가 빚지고 토굴 같은 단칸방에서 죽지 못해 사는 자들이 재벌의 인생을 걱정해주는 국가 우유값 인상을 핑계로 생필품 값이 오르더니, 자동차 출고가격까지 올라가는 단결된 국가 직접세는 낮은데 간접세가 높아 서민들이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빚을 져야하는 국가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은 더 적게 내는 국가
댓글을 모은 ‘헬조선을 한줄요약 한다면?’ 게시물 중 발췌 (Hellkorea.com 게시판 참고) 49
문화읽기
이 없었던 것이 민망했던지 어느 날 뜬금없이 대통 령이, 자기 월급의 일부를 떼어서 펀드를 조성한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 했다. 이런 식의 ‘동원 선동’은 박 대통령의 아버 지 때부터 익숙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국무총리 부터 동참을 선언하고, 시중 은행은 아예 신탁상품 을 만든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국책기관과 시중 은행 직원들은 펀드에 돈을 맡기라고 은근한 압력 을 받거나, 알아서 돈을 기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기업과 자본가들은 너도나 도 동참을 선언하고,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 역시 함 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선도해야 할 청년실업의 문제 가 대통령의 뜬금없는 제안으로 돈을 모아 ‘선의’와
김재광 회원
‘아량’의 문제로 치환되는 것도 문제이고, 이러한 ‘동 원 선동’이 여전히 약발이 서는 것도 문제이지만, 도 무지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펀드로 모인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청녕희망펀드’ 홈페이지 ‘주요사업소개’에 가봤더니 아이디어를 공모할 뿐 별다른 사업구상이 없다. 직 접 확인하고 나니, 예상은 했지만, 헛웃음만 나온다. 무엇을 할지도 모르면서 펀드를 제안하고, 무엇을
요즘에는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도 많이 접하다
할지도 모르면서 동참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마
보니 오히려 내 상식을 스스로 의심하기까지 하게
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의 임금과 비열한 신하 그
된다.
리고 우매한 백성과 하등 다를 바 없어 어이없는 지
어린 시절 돼지저금통에 푼돈을 모을 때도 이 저금
경이다. 비상식을 넘어 기괴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
통이 꽉 차면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머
고 있다. ‘북괴’의 수공에 대비한다는 ‘평화의 댐’ 성
니 역시 막연하게 저금하는 것보다 명확한 목적을
금 모금,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금 모으기’ 역시
갖는 것이 좋다며 나를 격려하셨던 기억이 난다. 하
어처구니없는 대국민 사기임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물며 어린아이 돼지저금통 푼돈 저금도 이럴진대,
돈을 모아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있었다는 점을
수십억 혹은 수백억이 될 수도 모를 큰돈의 용처는
생각하면, ‘청년희망펀드’ 동참에 나서는 이른바 사
오리무중이고,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돈부터 모
회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얼마나 썩고 한심한지 알
으는 이상한 일이 태연스레 펼쳐지고 있다. ‘청년희
만하다.
망펀드’ 얘기다.
청년실업을 해소할 별다른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청년을 위한 노동개혁 어쩌고 하더니, 그동안 한 일
가만히 있자니 욕은 먹을 것 같고, 청년실업 해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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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 요
대한 지금의 관심이 지속될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
점인 노동시장 개악을 하려니 반발이 적지 않으니,
분의 미래가 기다려집니다.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겠
여론의 질타를 벗어나려 아주 손쉽게 선택한 것이
습니다.”
‘청년희망펀드’가 아닌가 싶다.
박 선수의 글은 청년들을 응원하고, 청년실업이 해
이렇게 만든 펀드이니, 이것으로 무엇을 할지 애초
소되었으면 하는 많은 시민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에 방안도 가진 바 없고,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청년희망펀드’는 그 돈으
앞으로도 무엇을 할지 이렇다 할 방안을 찾을 수
로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조차 정하고 있지 않으니
없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아마도 이 펀드로 만든
더욱더 한심할 뿐이다.
재단은 친여(親與) 인사의 자리를 보존해주거나, 그
얼마 전 성남시에서는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19~24
마저도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질 공산이 매우 크
세 남녀에게 1인당 분기별 25만 원을 지급하는 ‘청
다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년 배당 지급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한다. 이에
급조된 듯 조악한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에 골프선
대해 새누리당 소속 등 상당수 시의원은 성남시장
수 박세리 씨가 기부하면서 남긴 글이 있다. “ ‘요즘
의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에 이은 청년 배
은 고생 끝에도 낙이 없다’는 어린 친구의 글을 우
당 등의 복지정책에 반대하고 있고, 복지부도 성남
연히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세상 밖으로 날개
시의 독자적인 복지정책에 대해 타 지자체와 형평성
를 펴야 할 친구들이 안심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돕
이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이라는 보도를 봤다. ‘청년
고 싶었습니다. 미력하지만 꿈을 키우고 행동하는
희망펀드’가 용도를 못 찾을 거면, 이왕에 모인 돈,
젊은이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더
차라리 이런 지자체에 재정적 도움이라도 주는 것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활성화되어 청년희망펀드에
이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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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는 불안정 노동을 뜻하는 용어들이 만연하기 시작 했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라고 표현했고 정리해 고에 맞선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과 죽음이 잇따랐
‘일반해고’ 제도 도입은 ‘정리해고’ 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다. 기업의 귀책사유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했는데 노동자들의 삶은 붕괴되어 가는데 정부는 법대로 하라고만 했다. 그 사이 파견제 또한 사회 전반에 퍼져갔다. 사용자가 찍으면 반드시 해고 가능! 17년이 지난 2015년 정부는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9∙13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었다고 떠들고 있 다. 근로기준법에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를 해고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 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18년 전 도입 되었던 정리해고제보다 더 살벌한 것이다. ‘일반해 고’라고 표현되는 것은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노동 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준
1998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되기 이전 판례를 통해
다는 것이다.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로 분류되고 별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
도의 교육을 실시하거나 전직할 수 있도록 기회를
하고 있었다. 기업이 도산할 위기에 처할 경우 등
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
제한적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판단했기 때문
을 경우 해고를 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기준에 부합
이다. 1998년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었
한다면 정당한 해고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
다. ⑴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⑵해고회피 노력, ⑶공
용자로서는 비교적 완화된 정리해고 요건보다 더 손
정하고 합리적인 대상자 선정, ⑷사전협의 등 법적
쉬운 일반해고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거칠게 표현
요건을 갖춰야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
하면 사용자가 찍으면 반드시 해고할 수 있도록 법
러나 법률이 정한 요건과 현실은 달랐다. 경제를 살
률로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도 이러한 구
려야 한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여 적
체적인 내용을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
용한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라는 판단 하에 곧바로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가이
판결하였다. 그 결과 구조조정, 아웃소싱, 외주용역,
드라인(행정지침)을 통해 기준을 제시한다는 입장
하청, 명예퇴직, 희망퇴직, 영업양도, 합병∙분할∙매각,
을 취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도입하기 전
계약직, 파견직, 파트타이머, 임시직 등 노동시장에
에 일반해고의 기준을 현실에 통용시켜 사회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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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 보편화되고, 노동자들의 저항이 최소화되는 시점에
준 확대, 실업급여 수급요건 강화(18개월 동안 180일
법 개정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취업규칙 불
→27개월 동안 240일), ⑸ 산재법 : 출∙퇴근 재해 인
이익 변경 시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깨
정(17년 도보, 20년 자동차 도입/ 자동차보험 우선
는 것도 법률 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
적용/중과실에 대한 보상 제한) 등 불안정한 노동을
이드라인(행정지침)을 통해 기준을 보급하려 한다.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견천국이 될 전망이다.
파견천국 만드는 '노동개혁'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유연화의 방향은 전일제 노 동을 최소화하고, 파트타임 중심의 불안정한 노동
지금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불편한
시장 개편에 맞추어진 것 같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조합을 만들어 사회적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
핵심업무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저임금의 기간제
사이 노동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9. 16. 새
(조만간 기간제=파견제와 동일하게 사용될지도 모
누리당 위원 159명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 내용 또
른다) 노동자를 시간별로 쪼개어 기업의 사정에 따
한 심각하다. ⑴근로기준법 : 통상임금 정의(고정
라 탄력적으로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
성 개념 포함, 시행령을 통해 제외 금품 명시), 근로
록 노동시장의 자율적 운영이 무한대로 확대되는
시간제축제 도입,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휴일∙연장
것이다. 정리해고 도입 후 18년 동안 수많은 죽음을
근로 가산수당, 특별연장근로 등, ⑵기간제법 : 사용
목격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데 도
기간 연장 허용(35세 이상, 4년), 기간제 갱신횟수 제
리어 일반해고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한(2년에 3회), ⑶파견법 :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노동법 개정을 앞둔 지금 1998년 정리해고제 도입
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6개 기술부문 42개 분야),
의 결과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일반해고 제도가 정부
고령자(만55세 이상), 전문직 파견허용 확대, 파견∙도
의 뜻대로 도입된다면 그 결과는 더욱 참혹할 것이
급 판단기준 완화, ⑷고용보험법 : 실업급여 지급기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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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보기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갑을자본에 맞서 전략으로 승부하다!!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통권 140호 2015년 9월
노동자가 만드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외치는 순간 구사대의 군홧발 에 온몸이 짓이겨지곤 한다. 2011년 5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투입됐던 용역 깡패들 은 삼각 꽂을대와 도끼 등으로 무장하여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들 사업장에서 벌어진 폭력은 ‘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비춰졌다. 누가 봐도 자본이 노동을 공격하기 위해 사병을 모집·채용하여 벌어진 것임에도, 적어도 특집 9 to 9의 사회 "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펴드립니다"
노조파괴를 이겨낸
아래로부터의 힘 1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유성기업에 공인노무사의 직분을 망각하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기획·제공한 창조 컨설팅의 심종두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렇게 자본과 그 자본에 빌붙어 떡고물을 먹고 사는 자들은 노동자를 인 간으로 보지 않는다. 갑을자본,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갑을상사그룹의 신종노조파괴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노조파괴보다 엽기적이다. 전 직 군·경을 모집해 사전교육을 진행했다. 타 사의 사례교육까지 진행된 그 사전교육 에서는 ‘두들겨 패고 머리를 까고 엎어버리는 것’ 을 가르쳤다. 갑을 사측은 신입사원 으로 위장 입사시킨 그자들에게 금속노조 간부 누구누구에게 무차별 폭력을 저지르 란 지시까지 내렸다. 자본과 국가의 폭력을 밥 먹듯이 경험한 사람들에겐 위와 같은 일이 별것 아니라 생 각될 수 있다.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더 큰 폭력을 인내하고 참아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갑을 자본이 보여준 위와 같은 태도는 노동에 대한 적대감이다. 또한, 그 적대감을 아주 스스럼없이 대 놓고 드러냈다. 갑을 자본이 전직 군·경출신의 노 조파괴 용병들이 저질렀던 현장 내 폭력을 웃으며 지켜봤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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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감을 드러낸 자본과의 타협은 가능한 것일까? 갑을 자본은 그랬다. 만약 신종노조파괴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다면 19금 엽기폭 력 영화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모든 자본은 노동에 대한 적대성을 드러 내며 노조파괴에 나서고 탄압을 일삼는다. 그런 자본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노동의 선택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끝을 봐야겠다고 달려드는 자본에 적당한 타협이나 어설픈 대화노력은 노동의 무기력을 드러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갑을오토텍 지회의 신종노조파괴에 맞선 투쟁 승리의 열쇠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실천과 현장권력에 있음을 아무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또한, 그런 실천과 현장권력 을 향한 조합원들의 모습은 우리를 일깨우기도 했다. 안될 것이라 속단해 왔던 그런 일들, 조합원들은 자판기를 좋아한다는 푸념들, 해도 되지 않더라는 패배적 태도들 에 쐐기를 박은 게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이었다. 갑을투쟁 승리의 또 다른 열쇠, 지도력! 갑을오토텍 투쟁의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전략 을 갖고 뚝심 있게 전진해 나간 지도력이다. 조합원들이 불가능해 보이던 상상을 현 실로 만들었다면, 갑을오토텍 지회의 집행부는 전략을 고민하며 그에 맞는 전술들 을 배치함으로써 어디로, 무엇을 위해 전진할 것인지를 스스로 밝혀내고 그 선봉에 있었다. ‘노조파괴’, ‘구조조정’ 이라는 말만 나오면 으레 몸을 바싹 움츠리며, 무엇을 내주고 몇 명을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요즘 분위기를 뒤엎는 모습이었다. 어느 투쟁에서나 흔들림은 있다. 비슷하지만 해봤던 투쟁이 아니기에 잘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은 끊임없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명백한 자본의 의도 앞에 노 동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전략적 관점과 태도다. 전술은 그 안에서 선택되고 실행된 다. 수많은 이들이 전술의 오류를 지적하며 기세를 꺾고, '적당히'라는 말로 물러설 기회를 제공하며, 무모하다는 말로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또 목마르게 호소한 연대를 외면하며 두려움을 조장해도 전략을 밝히며 전진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 다움 그 자체였다. 갑을오토텍 지회 집행부가 신종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에서 보여준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영원한 ‘갑’ 이고자 하는 자본에 스스로 ‘갑’ 이 되어 맞 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열쇠의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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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막장인생??
김정현 노무사 (노무법인 산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막장에서 탄을 캐는데 어찌나 덥던지 장화 속이 흥 건할 정도로 땀이 흐르고,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코하고 입에 탄가루가 가득 찬다 고…….”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막장’이라는 말은 흔히 갈 데까지 가서 더는 희망도 미래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 혹은 갱도 끝에서 채탄 작업을 하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 무연탄 생 산량의 30% 이상을 책임졌던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현재는 폐광지역으로 변해 버린 강원도 태백. 나는 과거 막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광부들이 마른기침하는 이 곳에 근무하며 7, 80년대 석탄 부흥기를 이끌어 온 그들의 다양한 막장 인생 이야기 를 듣고 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태백으로 흘러들어왔지만 결국 아 버지 대신 먹고 살기 위해 막장에 들어간 사연, 빚을 지고 사람들에게 쫓기다 막장 에 숨어들어 가게 된 사연 등 막장 인생에 이르게 된 사연은 가지각색이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78세, 얼굴과 두 손에 삶의 흔적을 가득 지니고 온 어느 노 인의 이야기이다. 작년 여름, 무더위 속에도 불구하고 그 노인은 가쁜 숨을 내쉬며 사무실 계단을 올라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묻는 내게 “숨이 차고 힘든데 진폐증은 안 나오네요.”라고 하던 노인은 한눈에 보아도 숨이 가빠 말도 하기 힘들어 보였다. 나는 노인의 산재 보상절차를 진행하면서 광업소에 입사하게 된 계기, 당시 근무환경, 기억에 남는 사 건 등을 질문했다. 그러자 노인은 “내가 삼척 살았는데 아버지가 경찰이었어. 어머니 는 일찍 돌아가셨고. 그러다 전쟁이 났는데 전쟁이 나면서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이 유로 빨갱이들한테 총살당하고 졸지에 고아가 됐지. 내가 장남인데 동생들이랑 먹고 살려면 쌀이라도 벌어야 하잖아? 그래서 그때 나이도 어렸는데 광산에 들어가 일을 시켜달라고 사정을 했지. 그땐 너무 어려서 급사 일을 하면서 잔심부름을 했어. 그래 도 불쌍했는지 쌀을 꽤 많이 줬어. 그러다 군대 가기 전에 본격적으로 막장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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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일을 했는데 탄가루가 말도 못했어.” 내가 사고는 자주 났느냐고 묻자 “그냥 사 람들이 툭하면 죽어 나갔어.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막장에 발파하러 들어가고 나는 밑 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발파소리만 들리고 사람 소리는 안 들리는 거야. 이상하다 싶 었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들어가 보니까 그 사람 엉망이 되어 죽어있더라고. 선산부 일을 하던 어른들이 시체를 수습하고 광차에 실어 갱 밖으로 내보냈는데 난 너무 놀 라서 다시는 갱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더라고. 그래도 어떻게 먹고 해? 살라면 해 야지.”라며 치열했던 젊은 날을 회상했다. 일순 가래만큼이나 누런 노인의 눈에 생기 가 돌면서, 한때는 굵은 팔뚝 자랑했을 젊은 광부의 삶과 애환이 눈앞에 보이는 것 만 같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들어버린 그 광부는 몇 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 근로복 지공단으로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3급으로 승인되어 장해보상연금을 받게 되었고, 나는 이번 명절 그 노인과 그 노인이 캐낸 탄을 먹고 자란 자식으로부터 감 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막장에서 젊은 날을 보낸 많은 광부들과 만나 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에게 진폐증과 같은 직업병이란 단순히 보상금 이 상의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도 한때 거침없이 곡괭이를 휘두르 던 시절이 있었다. 강철 같은 몸뚱이를 막장에 내던져 자식들을 먹여 살렸고, 나라 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자식들도 자립하고 나라도 먹고살 만해졌는데, 남은 건 늙고 병든 몸뚱이뿐이다. 그래서 서럽다. 그들에게 직업병 승인이란 당신은 열심 히 살아왔노라는 걸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것이고, 그들 손에 쥐여주는 뿌옇게 죽어 버린 폐가 찍힌 엑스레이 필름은 나라에서 주는 훈장과 같다. 그 훈장이 비록 불치 병이라 해도 훈장 받은 사람은 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그나마 형편이 낫다. 골병 이 들어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팔다리를 끌며 폐지를 주우면서도 연금은 고사하고 자비로 진폐약을 사먹는 노인들이 이곳 태백에는 많다. 그들은 아직도 막장에서 나 오지 못했다. 여전히 세상 끝 막장에서 소리치고 있다. “나는 이만큼 힘들게 살아왔 다. 나는 산업역군이다. 나라는 나를 버리지 마라. 나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작은 외침이지만 잘 들으면 들린다. 하지만 잘 들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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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1.
2.
3.
9.
4.
8.
5. 7. 6.
가로열쇠
세로열쇠
1. 지난 9월 ○○○○○는 대한민국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 를 제공한다는 미명하에 기금의 사용처도 목적도 불문명한
2. ○○○ 건강센터는 건강관리에 취약한 50인 미만 소규 모사업장 ○○○들의 직업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청년희망펀드가 만들었다. p.49
안전보건공단에서 위탁기관을 선정하여 운영하는 센터다.
3.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1항에 따라 사업장 종류별로 ○ ○○○○를 두어 사업장 환경, 작업방법, 업무부담으로 인하
p.13
여 발생할 수 있는 재해와 질병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
4.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의 재해발생 정도에 따라 보 험료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로 산재 발생이 많은 사
하도록 하고 있다. p.4
업자에게 산재보험료 부담을 높여 산재 발생을 억제하겠
4. 헬조선은 지금의 한국 ○○를 풍자하는 신조어로, 가난 이 대물림 되어 역병처럼 퍼져나가던 조선 시대로 퇴행하
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실제 위험을 양산
고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p.44
5. 갱도의 막다른 곳 혹은 갱도 끝에서 채탄 작업을 하는 장 소를 이르는 말. p.54 6. ○○○○○○○는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로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민주연합연맹 서산톨게이 트지부 현안에 대해 사업주가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에 따라 해고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권고했다. p.16
8. ○○○○○ 노동조합은 산재요양 신청자가 산재 승인을 받을 때 까지 일정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 자 특별관리기금을 만들었다. p.34
하는 사업주는 보험요율이 낮아지고 위험한 작업을 떠맡는 사업장은 보험요율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p.36
7.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는 산재은폐의 심각성을 사회적 으로 알리고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 쳐 정형외과 방문 조사, 사례 접수 등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p.32
9. 2015년 7월 산재를 당한 노동자를 호송하기 위해 온 구 급차를 돌려보내고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시간을 끌다 과 다출혈로 노동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업장.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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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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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41호 2015년 10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민, 성호, 승종, 연아, 영우, 이령, 재천, 재현, 종배, 하나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5년 10월 5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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