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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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관련성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207호┃2021. 6

기 위 후 기 환 전 적 태 생 의 정 적 지구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혜인, 채은,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다연, 재영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1.6.14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두 청년의 죽음

지난 4월 한강에서 사망한 한 의대생의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이들이 각별한 관심

을 기울이며 애도를 표했고, 그와 함께 관련 기사가 수백 건 쏟아졌습니다. ‘진상을 밝 히라’는 관심 속에 실종자 친구의 동선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기사와 관련 동영상이 소개되는 한편, 사망 시간을 전후해 현장의 모습을 알리는 목격자의 진술 등이 온 언 론을 도배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평택항에서 아버지를 따라 아르바이트하다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선호씨의 산재사망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죽

음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의대생의 죽음은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평택항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몇 줄로 짧게 보도되다가 대통령이 빈소를 찾은 이후

조금씩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평택항에서 사망한 이선호씨의 사안이 우 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발생한 만큼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의 관

심은 반대로 움직였던 것입니다. 물론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원인이 명확했지만 한강 의대생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차이는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가 882명이었다고 합니다. 하루 2~3명씩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뒤에는 위험한 노동 현 장이 있습니다. 이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관심을 갖고 비용을 더 들여 야 할 때입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가 고객센터 직영화, 공공성 강화를 위해 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노동·사회·인 권·보건 각계의 단체들도 시민대책위를 꾸려 함께 투쟁하고있다. 사진은 5월 28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한 건강보 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의 행진 모습. 출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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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텅 비고 지옥처럼 추운 저 땅으로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간다

■ 기후위기와 노동운동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제는 다르지 않다 ■ 기후위기와 노동, 노동조합 : <국가책임 기후일자리>와 <민주적 공공소유>, 그리고 <기후적록동맹> ■ 연대의 정치로 기후정의 실현하기

지금 지역에서는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사고성 ‘불승인’ 후 질병으로 재신청 하는 사건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15

미얀마 민중과 함께하는 일

알아보자, LAW동건강

여성노동 건강 상식 17

발칙 건강한 책방

연구리포트 20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 상호 작용 분석

24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46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38

26

50

미완성의 인생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연결되는 기적

이러쿵저러쿵

52

사랑스런 아기와 이리쿵 저리쿵 하는 나날들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현장의 목소리

30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이백 일곱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특집

기후위기와 노동운동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제는 다르지 않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기후 정책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

산업의 노조들이 주로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

반대, 위험관리, 지지?

다. 세 번째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더 이상

가스 감축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유럽공공

기후위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은 찾

서비스노조연맹(EPSU)이나 유럽제조산별노조

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원인이

(IndustriAll Europe) 등 노조연맹체에서 이런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이에 맞서야 하는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에 대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유럽의 노동 운동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평면적이다. 신자유

한 노동운동의 대응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

주의적인 정치경제 체제를 인정하고 이를 녹색

분할 수 있다.1)

화하자는 입장과 현존 자본주의 자체의 구조적 인 개혁이나 변혁을 통해서 생태사회로 전환하

첫 번째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반대하는

자는 입장 사이의 차이를 잘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폴란드의 석탄산업노조가 이런 태도

문제가 있다. 두 입장 간의 차이를 역사적으로

를 보이는데, 일자리 상실과 에너지 주권의 침

잘 살펴보기 위해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

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입

의 등장과 확산 과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장은 노동운동 내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이다. 두 번째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기후 정책을 마

정의로운 전환:

련하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산업재해와 일자리 위협에 맞선 전략2)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를 최소화하고 점

정의로운 전환은 국가 정책으로 제안된 것

진적인 정책을 펴면서 환경과 고용을 조화시

도 이론적인 탐구의 산물도 아니다. 정의로운

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산업이나 자동차 1) A. Thomas, N. Dörflinger(2020), Trade union strategies on climate change mitigation: Between opposition, hedging and support, 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ume: 26 issue: 4. 4

노동자가 만드는

2) 이 부분은 다음을 참고하여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Edouard Morena&Dunja Krause&Dimitris Stevis(2020), Introduction: The genealogy and contemporary politics of just transitions, Just Transitions: Social Justice in the Shift Towards a Low-Carbon World, Pluto Press.


전환은 1970~8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일자리

나 다른 직업을 구할 때까지 임금 전액과 수당,

위협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으로 탄생했다.

직업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의 등록금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조(OCAW)의 지도

과 임금 전액, 졸업 후 구한 일자리의 임금이 이

자였던 토니 마조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아

전보다 적을 경우 보조금 지급, 재정착 지원.”

이디어를 첫 번째로 고안한 활동가였다. 그는 일자리 문제와 환경 문제가 대립한다는 통념을

한편 이러한 노력으로 1997년 정의로운 전

거부했고, 이 프레임을 변화시킬 전략으로 정

환 동맹(Just Transition Alliance: JTA)이 결성

의로운 전환을 고민했다. 노동자 산업재해 문

되었다. JTA에는 환경정의 단체와 사회정의 단

제에 관심이 많았던 마조치는 1973년 환경운

체들이 함께했으며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취

동가들과 함께 셸(Shell)사의 석유정제공장에

약한 계층을 대표하는 곳들이었다. 또한 JTA에

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최초의 환경

참가한 단체들은 노동조합 조직화에도 열정적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었으며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지역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노동운동 내에서

마조치는 공해 산업이 노동자에게 일자리

환경운동을 강화하고, 환경운동 내에서 노동운

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환경 문제와 보건 문제

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 결과

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해 산

1990년대에는 정의로운 전환이 정부를 대상으

업이 야기한 환경 파괴와 건강 악화는 노동자

로 하는 정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와 지역주민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 따라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운동, 환경운동, 지역운동

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협력해서 해당 산

사이를 엮어주는 끈이 되었고, 노동자와 지역

업을 전환시킨다면 건강한 일자리와 환경, 삶

주민들이 만들어 낸 대안적인 사회·환경적 정

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1990년대

치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초반에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가 제안되었 고,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이 정교화된 첫 번째

즉 초기에 고안되고 발전한 정의로운 전환

결과물이었다. 당시 미국의 보수파는 일자리

은 매우 급진적인 노동자 정치의 가능성을 담

와 환경을 대립시키면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와

서 환경 규제를 약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췄으며, 노동자와 지역주

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는 일자리 대 환경이라는

민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녹색 산업

부당한 대립을 해체하고, 공공적인 개입을 촉

정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그 과정

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에서 노동조합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함을 역 설했다. 1991년 석유·화학·원자력노조의 결의

1995년 마조치의 동지였던 레스 리오폴드

안은 정의로운 전환을 미국의 정치경제를 뒤바

와 브라이언 콜러는 5대호 수질에 관한 국제

꾸는 야심찬 정책들로 구성했다. 그들은 성장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용어를 사용했다.

노동자와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는 기존의 성장 방식을 문제 삼았다.

“우리는 특별 펀드를 제안한다. 정의로운 전 환 펀드는 과거에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라고

생태사회주의적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

불리던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 펀드는 다음과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국제기구와 국제노

같은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가 은퇴하거

총, 각국 정부를 통해서 정의로운 전환이 확산

일터 5


되면서 급진적인 노동-환경 정치의 가능성을

생태적 현대화와 생태 사회주의라는 구분

내포했던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

법은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정의로운 전환을

작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을 통해서 최

분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구조개혁

근 주류화된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 경제 전

과 변혁을 지향하는 <생태 사회주의>와, 신자

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보상

유주의와 녹색 케인스주의를 지향하는 <생태

과 직업재교육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그 과정

적 현대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은 노사정 협상과 같은 사회적 대화로 달성될 이런 구분을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

수 있다고 봤다.

로운 전환을 식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렇게 상이한 정의로운 전환의 전략을 두

먼저 사회적 대화 접근법의 한계를 인식할 필

가지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

요가 있다. 오늘날 국가와 국제기구들은 의사

다. 먼저 전환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대안 사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참여

회의 성격을 기준으로 <기존 체제의 개혁을 통

를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있고, 포함하는 경우

한 녹색화>와 <정치경제적 변혁>으로 구분한

에도 하위 파트너로 동원하고 있다. 자본주의

다. 다음으로 전환을 위한 접근법이자 방법론

의 다양성을 고려하더라도, 고도의 코포라티즘

을 기준으로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권력>

(corporatism) 체제를 구축한 북유럽마저도 노

을 구분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옅

사정 합의 모델이 형해화되어 이에 대한 노동

은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생태적 현대화로 파

조합의 권한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낡은 방

악할 수 있다(3사분면).

식의 사회적 대화에 의존한 채 정의로운 전환 을 추진한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는 없

기존 체제의

정치경제적

녹색화

변혁 생태

사회적 권력 접근

어 보인다. 또한 오늘날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

사회주의

가 말해주는 바는 이윤과 성장에 목을 매는 자

(구조개혁과

본주의를 표면적으로만 가다듬는 옅은 전환으

변혁)

로는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따 라서 오늘날 자본주의 심층의 권력 구조까지

생태적

변화시키는 정치경제적 변혁 모델의 전환이 필

사회적

현대화

요하다. 요컨대, 생태 사회주의형의 정의로운

대화

(신자유주의와

전환이 지금 필요한 시급하고 구조적인 변화의

접근

녹색

측면에서, 또한 운동 전략의 측면에서 바람직

케인스주의)

▲ [그림] 정의로운 전환의 이념형

하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접점: 체제 전환과 생산의 재조직화

반면 사회적 권력을 통한 짙은 녹색 사회로

오늘날 거세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자본주

의 전환 모델은 생태 사회주의로 간주할 수 있

의 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체제 전환을 지향하

다(1사분면).

는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만날 수 있는 접점 을 제공해준다. 기후변화가 국제 정치의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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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유청희

이슈가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온실가스 배출

또한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생산

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한 것은 신자유주의

의 재조직화라는 보다 근원적인 과제에 다시

적 정치경제 질서를 그대로 두고 그 속에서 미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생산적 정의’의 문

시적인 정책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제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 재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시장을 육성하고 활용하

벌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

는 방식의 그릇된 시장주의 해결책과 기술주의

대로 두고 만들어내는 생산물만 내연기관차에

해결책만이 활용되었다. 지금 부상하고 있는

서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서 생태사회로 전환되

새로운 기후운동은 이러한 낡은 대책으로는 기

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가 생산되는

후위기에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진

과정에서의 착취와 산업재해 및 노동자 건강권

적인 체제 전환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 생산 전후방으로 연관된 하청 문제, 자동 차 생산량 및 수출주도 산업 전략의 문제 등도

노동운동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 이후

함께 문제시되고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런 면

불안정노동의 확산에 대해서 국제노총이나 국

에서 기후위기와 생태사회로의 전환은 마르크

제노동기구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캠

스가 제기한 소유 및 생산의 문제와 이의 재조

페인으로 대응했지만, 실제로는 불안정노동의

직화를 다시 중요한 과제로 만든다.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치 경제 질서를 바꿀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지 못

따라서 기후운동이 제기하는 근원적인 과

한 채, 국제 회의장과 각국의 사회적 대화 과정

제는 노동운동이 원래 꿈꿨던 근원적인 변화의

에서 동원되는 좋은 말 잔치로 끝나는 캠페인

과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본주의 체제의

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오늘날 노동운동은 사

전환과 생산의 재조직화라는 점에서 두 운동은

회적 권력 관계의 변화를 통한 불평등 해소와

만나고 함께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실질적 권리 확대라는 과제와 맞 닥뜨리고 있다.

일터 7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특집

기후위기와 노동, 노동조합(*) : <국가책임 기후일자리>와 <민주적 공공소유>, 그리고 <기후적록동맹>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초록은 동색이 아닌 시대

부 대책 중 가장 먼저 화력발전소 폐쇄가 언급

이 정도면 그야말로 메가트렌드라고 부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하다. ‘기후’와 ‘전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정 치세력이 없다. 기후 뉴스도 하루를 거르지 않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을 중단

는다. 문재인 정부는 12개국 정상과 주요 글로

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정부도, 발전노

벌 그룹이 참여하는 <P4G 서울정상회의>를

동자들도 같은 의견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참으로 성대하게 개최했다. ‘기후’를 붙인 시민

실현하느냐의 경로와 방안인데, 정부의 언행을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심지어 현대자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10개 노후발

동차 부사장과 포스코 회장, SK발전 대표이사

전소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동시에, 7개

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이름 석 자를 올렸다.

의 신규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율배반을 보

어제까지도 ‘주요 탄소 배출원’이었던 자동차-

이고 있다. 7개 신규발전소 중 무려 6개가 SK-

철강-발전회사의 사장님들이, 왜 갑자기 탄소

삼성-포스코-두산중공업 등 재벌대기업에 의해

중립에 환호하며 나서고 있을까. 그들의 ‘녹색’

지어지고 있다. 이렇게 스멀스멀 커진 민간발

과 우리의 ‘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전 비율은 이제 30%대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초록은 동색이 아닌 시절이 왔다.

전력산업 민영화의 일환인 전력판매시장 개방 움직임도 쉼 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발전 부문

에너지 산업 전환, 정부의 언행불일치

의 경쟁을 부추기는 전력거래를 허용하는 법안

정의로운 전환의 첫 단계는 탈석탄-탈핵

도 ‘녹색에너지’를 명분으로 슬그머니 비집고

에 기초한 재생에너지 체계로의 이행이다. 실

들어왔다. 발전대기업의 이윤보장 수단이 된

제 우리나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727.6

천연가스 직수입 비율도 매년 올라 지난해에는

백만톤 CO₂eq 중에서 에너지부문의 배출량은

22%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 가

632.4백만톤 CO₂eq으로 87%를 차지한다. 정

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속적인 경쟁압

* 이 문서는 주로 공공운수노조와 관련 있는 에너지 산업의 대응을 중심으로 작성하며, 일부의 경우 사업 담당자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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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력과 수익성 추구 압박 속에 운영되고 있다.

자가 줄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FIT 제

이처럼 경쟁을 토대로 시장화 된 에너지 체

도(발전차액지원제도)가 축소되자, 쏟아져 들

제는 철저하게 이윤 논리에 따라 작동하게 된

어오던 민간 자본이 철수하기 시작하며 태양광

다. 싼 값에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량생

붐도 사라졌다. 즉 시장에 맡겨둔 에너지 전환

산-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발전사업에 몰

은 속도와 규모의 면에서 기후위기의 긴급함에

두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렵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2)

다. 계획적이고 구조적인 에너지 전환은 ‘배부 른 소리’로 치부된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고 효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방안은

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

‘민주적 공공소유’

능하다.

해법은 시장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에너 지 산업을 ‘민주적 공공소유’ 형태로 전환해 바

‘녹색자본’이 온다

로 잡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발전 6개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등장하고 있는 것

사의 수평적 통합>과 <민영 발전소의 공영화>

이 바로 ‘녹색자본’이다. 한화와 SK, 현대기아

다. 통합발전공기업 설립을 통해 현재와 같은

차, 포스코 등은 지난 5월말 개최된 P4G 서울

경쟁체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예방하고, 이를

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세일즈’에 열을 올렸

①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점진적 중단과 ②재생

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태양열 등 신재생에

가능 에너지에 대한 전폭적 투자 수행으로 돌

너지 산업에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속속 등

릴 수 있다.

장하고 있다. 기후-환경 단체를 구성하거나 개 입하는 방식으로 ‘탈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또 통합발전공기업은 내부적 인력 재배치

자본 육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탈석탄만 된다

를 통해서 탈원전-탈석탄 과정에서 발생할 고용

면 농지를 덮고 산을 깎아 태양열 발전판을 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으며, 신규 복합화력 발전

워도 된다는 위험한 시각까지 등장한다. 이들

소 건설과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재

에게는 기후위기마저도 ‘새로운 시장’이다.

생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외주하청업체나 비

하지만 시장과 기업에 맡겨두는 에너지 전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공적 고용 전환 전략 내부

환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례는 이미 증명됐다.

로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통합발전공기업

2007년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1990년 대

△발전공기업의 녹색화(재생에너지의 획기적

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확대 여건 마련)와 △발전공기업의 민주화(이사

한 <2020 기후변화 행동 프로그램>을 발족했

회와 사업구조 개혁을 통한 운영구조 민주화 및

다. 이는 대부분 시장 기반의 정책을 사용하는

노조-지역사회의 참여 보장)로 나아가야 한다.

포괄적인 국가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독 일의 온실가스 감축은 30%를 밑돌았고, 결국

‘기후고용 창출’과 ‘대규모 고용불안’의 갈림길

독일 정부는 감축 목표를 낮추었다.

탈석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

1)

용불안의 영향을 받는 곳은 에너지 산업이다. 유럽에서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 1) William Wilkes&Hayley Warren&Brian Parkin(2018), Germany’s Failed Climate Goals.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germanyemissions/

그 중에서도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며, 그 가 운데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가 2) <시장주의적 에너지 전환을 넘어 변혁적 정의로운 전환 으로> 구준모, 2021.

일터 9


[표] 공공적 에너지 전환을 위한 6대 과제 과제

내용

전력거래제도 개혁을 통한

한전과 발전공기업 간 전력시장 거래 폐지

발전부문 경쟁 중단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계획 마련 경영평가를 사회·환경·노동 평가로 전환

발전6개사의 수평적 조직 통합

에너지 전환 과정의 공공적 고용 전략 마련 에너지 전환 공기업으로 조직 성격 및 체질 전환

발전공기업의 녹색화:

분절된 재생에너지 사업의 통합적 추진

재생에너지 확대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

발전공기업의 민주화:

노동자와 시민에 각각 이사회의 3분의 1 배정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의 집단적 참여 보장(전문가주의 배격)

천연가스와 복합화력 발전의

직수입 중단과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 기능 강화

공공적 관리

발전공기업을 통한 복합화력 발전의 공공적 관리

에너지 전환 기구를 통한

에너지전환기구를 통한 에너지 전환 정책 관장

공공부문의 재편

에너지전환기구 운영의 민주화 달성

자료: 송유나·류승민·구준모(2020) * * 송유나·류승민·구준모(2020), 「공공적 에너지 전환 전략의 모색」, 『공공적·민주적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전력 산업의 통합 모델』, 사회공공연구원.

장 크다.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에 따라 커다란 고용위협

30기를 폐쇄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다시 말해

이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 과정에서 1만여명 규

2021년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모의 원자력 산업 일자리도 사라진다. 국내 자

25,112명의 고용이 백척간두에 놓인다는 뜻

동차 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이 190만명에 이

과 같다.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중 정규

른다는 점을 보면, 단지 몇몇 업종의 현안을 넘

직은 13,846명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청소·경

어 노동자 전반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비·시설 자회사, 경상정비, 연료·환경설비 운전

내놓고 있는 고용대책은 여전히 ‘맞춤형 직업

등) 규모는 11,286명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발

훈련과 재취업 지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정부

표한대로 LNG발전소 전환배치 등이 이뤄진다

지원책의 대부분이 오히려 기업에 쏠려있다.

고 하더라도,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특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성상 이들 모두를 포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노동자를 배제해 왔다.

대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경우, 최소 8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정권 초기인 2017년

여명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

5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지하

을 것으로 전망한다.

며, 고용 보장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으 나, 정부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응

물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

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미 폐쇄된 보령화력

리의 위협이 나타나는 영역이 화력발전 뿐만

1-2호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전환 관

은 아니다. 약 36만명의 고용규모를 나타내고

련해서도, 정부는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밀

있는 자동차 및 부품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어붙였다.

10

노동자가 만드는


▲ 3월 31일(수) 국회 앞에서 국제운수노련과 공공운수노조,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을 열어 한 국 정부에 "철도지하철에 재정 지원과 친환경, 정의로운 복구를 위한 국제적 흐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출처: 전국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국가책임 기후일자리가 필요하다

기후적록동맹을 만들자

기후위기는 몇몇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하

공공운수노조는 2021년 핵심 사업의제 중

기도 하지만, 역으로 대규모 기후일자리의 수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를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화석에너지를

설정하고, △발전 △가스 △철도 △버스 △화

대체할 재생에너지 제조-설치-유지관리 △자

물 등 유관 업종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응기구

동차 중심의 사적 교통체계를 대체할 공공교통

를 구성해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기후

확충에 따른 일자리 △에너지 효율과 단열 보

위기 대응을 위한 투쟁이 벌어질 곳은 비단 공

강에 필요한 건물 리모델링 일자리 △생태적

공부문 사업장만은 아니다. 금속노조와 건설산

농축어업 일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업연맹 등 여러 산별 노동자들 역시 정의로운 전환과 직결되는 요구를 가지고 있다. 민주노

이 과정에서 <국가책임 기후일자리>가 등

총은 이를 모아내기 위해 <특별위원회> 구성

장한다. 이를 위해선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도 고민하고 있으나, 이 경우 민주노총 강규에

일자리를 잃거나 잃을 위험에 처한 모든 노동

따라 ‘총연맹 가맹산하조직이 참여하는 내부

자에게 일자리가 제공되고 △이 일자리는 국가

기구’가 된다는 한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의

또는 공공부문의 책임 하에 만들어져야 하며

로운 전환을 위한 대응은 △민주노조(총연맹,

△적절한 임금과 양질의 노동조건이 보장돼야

공공운수, 금속, 건설 등) △탈시장주의 환경운

하는 3대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아울

동 △체제변혁적 진보정당(정치조직)의 동맹

러 이와 같은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속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이 세 단위가 공동으

서는, 산업-고용정책 수립-집행의 책임자이자,

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환경 동맹(기

에너지-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인

후적록동맹)>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고민해볼

중앙정부 차원의 노정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가 높다. 이런 속에서 민주노총 내부의 특 별위원회 구성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터 11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특집

연대의 정치로 기후정의 실현하기 기후정의활동가 김선철 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기후위기는 세계 전체의 문제다. 최근 한국

운동이었죠.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정부가

정부도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책

그린뉴딜이라는 껍데기만 가져와 기존의

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친기업 성장 정책에 녹색칠을 한 것입니다.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저녁 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계

선철 활동가를 만나, 현재 한국에서 기후위기와

획은 기후위기로 인해 변하고 있는 세계경

관련한 정부정책의 한계와 앞으로 기후위기운

제질서에 대응하려고 하는 경제정책의 성

동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

격이 강합니다. 더욱이 정부뿐만 아니라 정

보았다.

당 등 여러 단위에서 제출한 그린뉴딜 정책 들 모두 아래로부터의 목소리와는 분리된

말뿐인 한국의 그린뉴딜

채 위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김선철 활동가는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을 추구하는 멸종저항

“폭염과 폭한,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 일자

서울과 멸종반란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리, 돌봄, 먹거리, 지역 공동체, 에너지 불평

가장 먼저, 한국에서 얘기되고 있는 정부정책

등 등 기후위기는 노동자, 저소득층, 여성,

으로서의 그린뉴딜에는 기후정의운동이 제기

청년, 장애인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한 문제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

다. 알맹이는 쏙 빠진 허울뿐인 그린뉴딜로 둔

은 한줌도 안되는 관료와 소위 전문가들이

갑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떠맡고 있죠. 이런 경향이야말로 한국 기후 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

12

“우선, 미국에서 활발히 이뤄졌던 ‘그린뉴딜’

다 보니 정부는 마음대로 정책을 만들고 밀

은 정책 이전에 운동이었다는 점이 강조될

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요. 이렇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해,

게 된 데에는 정부나 전문가집단만이 아니

기후위기 대응만이 아니라 사회 불평등 해

라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책임도 크다고

소를 위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목표로 삼은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만드는


기후정의라는 대안 프레임

꼽았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그린뉴딜이나 탄

김선철 활동가는 ‘프레임 투쟁’으로 기후위

소중립에 맞선 새로운 프레임을 내걸고 이에

기 대응의 지형을 분석하였는데, 특정한 사회

동의하는 사회세력을 구축해가야 한다는 것이

세력의 프레임에 갇혀서 기후위기와 연관된 다

다. 프레임 간의 경쟁을 만들어내고 논쟁의 구

양한 사회문제들, 여러 사회집단의 목소리가

도를 전환시키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고 강조

제약되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했다.

“흔히 프레임이라 하면, 어떤 사건이나 경험,

“미국의 경우, ‘그린뉴딜’하면 사람들이 가장

혹은 세상을 특정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일자리’와 인종, 젠더,

게 해주는 렌즈를 말합니다. 사회운동론에

노동, 지역,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

서 프레임은 운동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

회정의’ 실현입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미래

회운동 주체가 자신의 이념적 지향과 일치

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나 ‘멸

하는 방식으로 고안해내는 인식틀을 의미

종반란(Extinction Rebellion)’ 등 세계적으

합니다.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갈등의 주체

로 영향력 있는 진보적 기후운동에서도 정

들은 언제나 자기주장의 정당성과 대중들의

의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를 기후운동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때 자

이 아닌 기후정의운동으로 호명하고 있습니

기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고자 경쟁을

다. ‘기후변화 말고 체제변화’라는 구호도 이

벌입니다. 이를 프레임 투쟁이라 합니다.”

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환경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이윤을 위한 도

“지금까지 한국의 기후운동은 몇몇 기후환

구로 삼았던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원인이

경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왔습니다.

라면, 이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기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오랜 시간 각종 환경

후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는 기후정의의 문

거버넌스에 참여해오며 현 정부와 친화적

제의식에 기반해 정부나 기업의 가짜 기후

인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들 단체 출신들

정책에 맞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책을

은 정부위원회 위원은 물론 정부기관과 국

마련을 위한 진보적 시민사회의 연대와 확

회, 심지어 환경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권력

장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의 자리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 래로부터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운동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가려면?

이 강화되기보다는 소수의 활동가와 전문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한 원칙이자

가에 의존하거나 정부 내 담당 부서와의 협

방법으로 김선철 활동가는 ‘교차성’을 강조했

의나 여러 형태의 로비를 통한 입법 또는 정

다. 교차성에 입각한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가

책입안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

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층 풀뿌리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

“다시 한번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그린

이 없으니, 현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뉴딜 네트워크’가 현재 주도하고 있는

갖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THRIVE 캠페인을 참고할 수 있어요. 변 혁(Transform), 치유(Heal), 새롭게 하기

김선철 활동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

(Renew), 투자(Invest), 활력(Vibrant), 그

해 가장 절실한 것으로 대안 프레임의 제시를

리고 경제(Economy)의 앞 글자를 따서 ‘사

일터 13


▲ 출처 : pixabay

회를 바꾸고 치유하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김선철 활동가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선

활력있는 경제에 투자하라’라는 요구를 걸

‘민중연대’를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있어요. 여기에는 노동조합과 기후정의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특

운동단체는 물론 원주민, 여성, 정치개혁,

히 시장경쟁논리가 확산되면서 사회구성원 간

인종정의, 청(소)년 등 280여 개 단체가 함

의 연대가 약화되었고, 이는 문재인 정부와 같

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금과 일자리 보장,

이 ‘착한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서 더 심화되는

인종 간 평등 구현, 원주민 권리 쟁취, 모두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의 건강을 보장하는 환경정의, 기후재앙 방

약화시킨 ‘민중연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지,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민중의 안녕을

가 노동운동, 노동안전보건운동을 비롯한 한국

위한 공적 투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의 핵심 과제라고 보았다.

“이 캠페인이 내걸고 있는 세 개의 전략이

“한국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의 정

있습니다. 첫 번째가 아래로부터의 창조적

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있

이고 파열적인 운동을 통해 사회구성원들

어요. 그런데 이건 착각이에요. 국가 간 비

의 상식과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내러티브

교를 보면, 한국인들의 기후위기 인지도는

를 바꿔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강력한 풀

세계 어떤 나라에 비해 높아요. 정말 ‘위기’

뿌리 연대를 강화하는 것과 선거에 직접 참

로 인식하고 있어요. 실천도 잘하고 있고요.

여함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 두번

문제는 그 실천이 쓰레기 분리배출 엄격히

째고요. 이 캠페인은 ‘많은 이슈, 하나의 투

하거나 텀블러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소비

쟁’이라는 구호 아래 기후변화, 인종 부정의,

의 차원으로만 제한되는 것이죠. 정부의 프

공공 보건의료, 경제적 불평등 등 오늘날 미

레임에 철저히 갇혀 있는 셈이지요. 그렇게

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이 다 같은

대안적 프레임에 기반한 아래로부터의 사

뿌리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분절된

회운동 활성화, 다양한 사회문제의 공통 지

이슈 영역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문제의식

반으로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프레임 구축

에 기반한 연대를 만들고자 해요. 이것이 교

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정의로운 사회로의

차성의 원칙입니다.”

전환은 자동적으로 오지 않아요. 자극이 필 요합니다. 그 자극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운 동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14

노동자가 만드는


지금 지역에서는

미얀마 민중과 함께하는 일

김그루 회원,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서부산지회 전략조직부장

미얀마에 쿠데타가 일어났다! 군인이 총칼

당시 부산·경남지역의 미얀마인들은 쿠데

로 정부를 장악했다는 뉴스를 믿기 어려웠다.

타 발발 이후부터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앞에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나도 이런데, 미얀마

서 산발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었다. 미얀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믿기 어려웠을까?

마 공동체 내에서는 코로나 시국이니만큼 집회 를 하면, 오히려 한국 시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

20대 초반부터 우연한 계기로 미얀마에 꽂

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추적추적 비마저 내

혀 군사정부 시기이던 2005년과 2009년 그리

린 집회 첫날, 우리는 빗속에서 다섯 시간 내내

고 소위 문민정부라 불리던 시기인 2017년. 세

서서 피케팅을 하고, 구호를 외치며 미얀마 투

차례 미얀마에 다녀왔고, 태국 국경변방에 자

쟁가를 불렀다. 그러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리한 미얀마 난민캠프도 방문한 적이 있다. 아 예 가본 적도 없는 나라였다면, 미얀마 소식에

한동안은 잠자리에 누워서나 일어나서나

드는 감정이 조금이나마 달랐을까? 낯설지 않

미얀마 뉴스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은 곳이었기에 쿠데타 소식은 충격이었다. 동

조금은 덜 하지만, 끔찍한 소식들은 여전하다.

시에 걱정은 되지만, 무얼 해야 좋을지 몰랐다.

시위대를 총으로 조준사격하고 최루탄을 터뜨 리고, 집 안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에게조차

‘누군가 뭐라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기대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진다. 장기가 적출된 채

로 기다렸지만, 아마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

가족에게 되돌아온 시신, 민간인을 구타하고

던 것 같다.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어찌해

총부리를 겨누는 장면, 죽은 아버지의 영정사

야 할지 고민스러운 마음. 그러던 중 이주노동

진을 아이가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자센터와 황금빛살미얀마공동체의 미얀마 활

5·18과 판박이였다.

동가와 필리핀커뮤니센터의 활동가를 만날 일 이 있었다. 목요일 저녁의 만남이었는데 그 자

닮은 점은 또 있다. 외국 기업의 진출에 따

리에서 자연스레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

른 산업화가 진행 중인 미얀마는 60~70년대의

나?’라는 얘기가 오갔고, 다음 날 아침에 바로

한국처럼 봉제와 섬유산업이 한창이다. 그때의

집회신고를 했다. 토요일에는 금속노조의 미얀

한국이 그러했듯이 미얀마의 사람들도 도시로

마 조합원들, 황금빛살미얀마공동체 사람들과

몰렸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이 형성되고 이들이

함께 부랴부랴 피켓을 만들고, 2월 14일 일요

최저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주도했

일 부산역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다. 미얀마 현지에서 처음 시위를 이끈 건 노동 일터 15


조합이라고 한다. 결집된 힘과 조직화의 경험

쟁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여전히 거리에 서 있

이 이번 민주화 투쟁의 초석이 된 것이리라. 덕

을 그들을 떠올리며, 우산도 소용없었던 세찬

분에 지금 미얀마의 노동자, 시민, 학생, 의료

빗줄기 속에 선 백 명의 부산역 시위대는 함께

인, 공무원, 연예인, 축구선수, 수영선수, 미스

비를 맞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믿을지 모

미얀마 등 전 국민의 전방위 저항과 투쟁의 물

르겠지만, 16일의 집회에서 받은 기운으로 고

결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용감하고

된 일주일을 견뎠다. 미얀마인들이 외치는 혁

강직한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파

명의 길에 나도 함께할 수 있어 벅차고 감동적

문을 일으킨다.

인 시간이었다.

매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부산역 집회에서

한편 부산에서는 지난 3월 말 ‘미얀마 민주

자유발언으로 마이크를 잡은 미얀마인들 모

항쟁연대 부산네트워크’를 결성했고, 연구소도

두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집회에 참여해도 되

참여 중이다. 네트워크는 그간 일요일 집회뿐

는 걸까요? 지금 미얀마에서는 많은 이들이 목

만 아니라 부산시에 양곤시와의 자매결연 중단

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

촉구 활동과 포스코 미얀마 투자중단 촉구 서

한다. 이럴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번

명운동, 미얀마 현지 지원을 위한 모금운동을

집회와 미얀마인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운동을

전개했으며 현재 미얀마 난민 지원을 위한 2차

배우고 있다.

모금운동에 돌입했다. 또한 매월 한차례 미얀 마 이야기 마당을 열어, 미얀마 역사와 현 상황

이 밖에도 부산역에서 배운 게 많다. 우선 미얀마어를 배웠다.

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6월에는 미얀마 민 주화 사진전이 개최 예정되어 있으며, 준비 중 이다.

디모크라시 야시예! / 도아예, 도아예! (민주주 의 회복은 / 우리 의무, 우리 의무)

전례 없이 이어지는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아나신 멍톡짜메 / 알로시 알로시 (독재자를

응원과 지지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는 내

내쫓자 / 필요 없다 꺼져)

전 양상으로 이미 돌입했고, 내전으로 가면 답

아지로봉 / 아응야미 (혁명은 /성공한다)

이 없다는 암울한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미 얀마 민중들이 굳건히 싸우고 있는 한, 우리도

미얀마 투쟁가도 부를 줄도 안다. 특히 ‘알

절대 낙담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특

로시(꺼져)’라는 투쟁가가 제일 좋다. 기타반주

히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인 포스코 인터내셔널

에 맞춰 냄비뚜껑을 두드리며 함께 부를 때마

등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중단 압박은 구체적이

다 투쟁가가 어찌 이리 경쾌하고도 세련된지,

고도 중요한 우리의 액션이 돼야 한다. 머지않

항상 감탄한다. 부산과 김해, 울산 그리고 사천

은 미래에 미얀마의 민주주의 쟁취, 노동자 민

에서까지 미얀마분들이 매주 도시락을 나눠주

중 혁명의 영광을 노래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신 덕분에 미얀마 음식도 꽤 맛봤다.

좋겠다. 아지로봉, 아응야미!

5월 16일 집회에선 5·18 41주년의 의미도 담았다. 그날 우기가 시작된 미얀마의 스콜같 이, 갑자기 비가 억수처럼 내렸다. 분명한 건 지 금 미얀마에 폭우가 쏟아진다 한들, 그들이 투

16

노동자가 만드는


알아보자, LAW동건강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조영훈 회원, 노무사

최근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인미상 사망

레스의 경우 ⅰ) 동맥경화를 촉진하거나, ⅱ)

산재로 사건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만성적으로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하여 심박수

인정받은바 있다(서울2020판정 제2144호). 아

변이(HRV)를 감소시켜 동맥경화, 허혈성 심질

래 글은 필자가 해당 사건의 재해경위서에 작

환, 급성 심장사, 심근경색, 부정맥의 발현을 촉

성했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진시키거나 ⅲ)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ⅳ)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유발한다고 알

1.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계

려져 있다.4) 이외에 <분노>하는 것이 급성심근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련성

경색증 발병의 유발인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에 관한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가 하나의 뚜렷

있다.5) 사실 <분노>는 고객응대를 하는 콜센터

한 메커니즘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

감정노동자에게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감정

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으며, 다양한 스트레스

상태이다.

관련 인체 반응이 뇌심혈관계질환 발생에 기여 하거나, 더 취약한 개인들에게서 질병 발생의

2.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보는 듯하다.1) 혈관 내벽

및 판정지침」상의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을 두껍게 하거나, 고지혈증이나 복부 비만이

근로복지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

증가하거나,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만성적이고

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에 따르면, 별표2

장기적인 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의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

2)

>에 열거된 구체적 업무 또는 사건에 해당하는 급성 스트레스가 심혈관계질환을 악화시키

것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

거나 유발하는 요인은 ⅰ) 심근허혈, ⅱ) 부정

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2021년 개정지

맥, ⅲ) 보다 위험한 혈전, ⅳ) 혈전형성의 위험

침에서는 <별표4>를 신설하여 ‘정신적 긴장이

성 증가 등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만성스트

큰 업무’ 인정사례를 예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3)

구체적이지 않으며,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례 1) 최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뇌심혈관질환 평가 과정 의 개선방안」,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질환 심의과정의 쟁점과 개선과제』(2016), p. 47.에서 재인용. 2) 최민, 위의 보고서, 같은 쪽. 3) 조정진, 「직무스트레스와 심혈관계질환」, 『가정의학회

지』제23권제7호(대한가정의학회, 2002. 7), pp. 842-3. 4) 조정진, 위의 논문, pp. 843-4. 5) 안전보건공간, 「뇌·심혈관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인 이 해」(2018.3), p. 24.

일터 17


는 나와 있지 않다.

정해진 시간(납기 등)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곤 란한 업무

[별표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쟁의 처리 등을

(부하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 부분 제외)

담당하는 업무

1. 발병에 근접한 시기에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 무와 관련된 사건

주위의 이해나 지원이 없는 상황하의 곤란한 업무

사건 업무상 재해로 큰 상처나 병을 입었다. 중대한 사고나 재해발생에 직접 관여하였다. 비참한 사고나 재해의 체험(목격)을 하였다. 중대한 사고(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었다.

복잡하고 곤란한 신규사업,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업무

콜센터상담 업무는 위 지침 별표2의 <일 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표에 는 구체적 업무의 하나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 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와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쟁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인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업무상 큰 실수를 하였다.

다. 콜센터 상담사로서의 업무는 상담사 혼자

업무에 관련하여 위법 행위를 강요 당했다.

무처리능력 및 서비스 정도에 따라 기업이미지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회사를 대표해 고객과 전면에 서는 일로서, 업 가 좌우될 정도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 할 수 있는 일이며, 업무 특성상 고객과의 트러

이동(전근, 배치전환, 비연고지 근무 등)이 있었다. 상사, 고객 등과 큰 트러블이 있었다. 심한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

블이 필수불가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 이다. 3. 콜센터상담 감정노동에 따른 업무스트레스 콜센터 상담 업무는 전화가 걸려올 때 수동

성희롱이 있었다.

적으로 전화 상담에 임하게 되며,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예측 불가능하다. 또 상시적으로 고 2.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구체적 업무 항상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재산이 위협받을 위험성 이 있는 업무 위험회피책임이 있는 업무 인명과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판단이나

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 는 것으로, 이때 이미 격앙된 상태의 고객을 상 대하는 경우가 많기에 폭력이나 폭언, 부당한 요구에 노출될 확률이 더욱 높다.6) 당연히 스트 레스가 유발될 수 밖에 없는 근로형태다.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스트레스 정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

도가 높은 감정노동자 종사자인 판매원과 전화

극히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업무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 과도한 달성목표 또는 업무량이 할당되어있는 업무

18

노동자가 만드는

재자와 같은 전화상담원의 경우 68%가 고객으 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경험하였고, 인격을 무 6) 김민정, 「감정노동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노동 법적 보호 방안」, 『이화젠더법학』제6권 제1호(이화여자대 학교 젠더법학연구소, 2014. 6.). p. 174.


시하는 발언은 72.2%, 욕설은 65.5%, 성희롱 은 32%로 판매직 근로자보다 높았다고 보고되 고 있으며, 특히 전화상담원의 경우 통화가 실

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근로자에게 무조건적 인 사과를 지시함으로써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 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노동과정에서

제 대면하지 않는 준 익명 성격을 띠기에 더욱

식사시간,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생활상의 욕

감정노동에 있어서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기 쉬

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고객과의 분쟁이나 좋지

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7)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또는 심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또한 직접적으로 산재법상 재해에 관한 내

노동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에 대

용은 아니지만, 상담 업무를 하는 직원에 대한

하여는 이를 적정선에서 규제하여야 할 근로계

안전보호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

약상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아래 표 참조)도 나

것이다.

와, 콜센터 고객응대 감정노동자가 처한 산업 안전보건상의 위험성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 용자의 보호 의무에 대해 법원이 확인한 예도 있다.

8)

또 대법원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바와 같이 망인이 담당하던 주된 업무는 민원인들로부터 심한 항의와 욕설을 듣기도 하는 민원상담 내지

서울남부지법 2012가단25092,

민원처리 업무로서 그 업무의 양을 떠나 스트레

선고일자 : 2013-06-21

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라고 판단하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수행하는 근로자

여 대민 업무가 양적으로 과중하지 않더라도 업

의 경우 고객에게 즐거움 같은 감정적 반응을

무 자체가 질적으로 스트레스를 강하게 유발하

주도록 요구되는 동시에 사용자로부터 감정 활

는 점을 고려한 바 있다.9)

동의 통제, 실적 향상 및 고객 친절에 대한 지속 적인 압력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우울증, 대인 기피증 등 직무 스트레스성 직업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노동 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로서는 고객의 무리 한 요구나 폭언에 대하여 근로자를 보호할 수

4. 결어를 대신하여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콜센터 상담노동 자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감정노동을 수반할 뿐 아니라 상시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업무로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발생 사

뇌심혈관계질환과의 업무상관련성이 높다고 보

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침을

인다. 미처 소개하진 못했지만, 사실 뇌심혈관계

제공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이를 활용할 수 있도

질환 사건의 산재여부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록 해야 하며, 고객과 사이에 근로자 개인이 감

보는 것은 모름지기 주당 업무시간의 길이다. 필

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가 수행한 사건의 고인은 사망 전 주말에 재

관리감독자로서 개입하여 분쟁의 원인을 밝히

택상담근무를 계속해왔는데, 공단 재해조사 과

는 등 중재역할을 다하여야 하고, 고객의 위신

정에서 이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지는 않

을 높이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실관

았었다.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상담사의 재택근 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재택근로시간 을 업무시간으로 판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7) 박찬임 외, 「서비스산업의 감정노동 연구 - 판매원과 전 화상담원을 중심으로」(2012, 한국노동연구원), pp. 1939 참조. 8) 김민정, 위의 논문, p. 175 참조.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9) 문무기, 「서비스산업 정신질환의 산재법상 법리」, 『법학 논고』제41집(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p. 174.

일터 19


연구리포트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 상호 작용 분석(*)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 결과의 의미와 시사점 :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 부에 따라 다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 재해 심사에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을 개 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 동에 의한 심뇌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학술적

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개별 위험요

그리고 공중보건정책의 관점에서 전 세계적으

인은 근무시간이 긴 노동자 사이에서 더 자주

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설계된 관찰연구와 임

보고되는데, 여러 연구자들은 이러한 개별 위

상연구에서 얻은 많은 증거는 기저질환(당뇨

험요인에 의한 매개효과가 장시간노동과 뇌심

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과 개별 위

혈관질환 위험도 상승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험요인(흡연, 음주, 신체활동부족 등의 나쁜 생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

활습관)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에 영향을 미

증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산재보상청구에 대한

* 본 연구결과는 <직업보건저널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발표되었다(Lee, W., Lee, J., Kim, H. R., Lee, Y. M., Lee, D. W., & Kang, M. Y. (2021). The combined effect of long working hours and individual risk factors on cardiovascular disease: An interaction analysi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63(1), e12204-e12204). 원문확인 : https://doi.org/10.1002/1348-9585.12204

20

노동자가 만드는


업무관련성 판단 시, 개인적 위험요인이 있으

interaction, RERI)1)과 기여비율(attributable

면 청구인의 근무시간이 충분히 길어도 직업병

proportion, AP)2)을 산출하여 평가하였다.

으로 승인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 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

연구결과

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

뇌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추적기간 동안 전

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

체 6.8%, 남성에서 7.6% 및 여성에서 5.6%였

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다.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 에 따른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분석

연구방법

결과,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 총 7,336명이 본 연구에 적합한 분석대상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비만과 관련된 뇌심

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7년의 관찰기간 동안

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시간노동군 뿐 아니

추적조사에 실패하였거나 뇌심혈관질환 관련

라 그렇지 않은 군에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질병 외의 사유로 사망한 33명의 연구대상자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저

가 있어, 최종적으로 2016년 추적기간이 끝날

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

때까지 7,303명의 연구대상자가 남았다.

시간노동군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

•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여부는 본인 또는 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보정된 모델에

족 구성원이 답변한 설문지와 사망진단서를 사

서 현재흡연을 포함한 나쁜 생활습관은 오히려

용하여 파악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새로 발병한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은 군에서만 뇌심혈관질

심혈관 또는 뇌혈관질환은 병원 방문 시 국제질

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성별에 따른 층화

병분류의 허혈성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을 사

분석에서 비만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용한 진단에 대해 정의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위험은 남성 노동자들에서만 유의하게 증가하

발생하는 심혈관질환 또는 뇌혈관질환으로 인

였고, 운동부족은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는 여

한 사망은 국제질병분류 10차 개정의 순환계질

성노동자의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과 유의한

환 코드를 사용한 사인에 따라 파악하였다.

연관성이 있었다.

• 장시간 노동은,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및 연장 주당 12 시간 한도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주당 52시간 을 초과하는 근무로 정의하였다. •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콕스회귀모델을 사 용하여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 관 여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비 와 95% 신뢰구간을 산출하였다. 생존기간은

뇌심혈관질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 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 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이 있었는 데, 이러한 결과는 특히 남성노동자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한편, 나쁜 생활습관과 장시간노동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은 관찰 되지 않았다.

2009년의 첫 번째 조사날짜와 뇌심혈관질환 발생날짜 사이의 기간으로 정의하였다. •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 습관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상 대적초과위험(relative excess risk due to

1) 두 위험요인을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상호작용으로 나 타난 위험도와 두 위험요인의 개별 효과를 합산하여 산출 한 위험도의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 2) 두 위험요인에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전체 위험도중에 서 상호 작용으로 인한 효과의 비율

일터 21


시사점

연구에서 관찰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전국민을 대표하는 종단연구자료에서 장시 간노동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우리가 아는 한, 이번 연구는 뇌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뇌심혈관질환 발생위험에 상호

의 발생위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존의 기

작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저질

저질환의 상호작용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이다.

환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노동을 하게 되면, 두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

위험요인이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 각각에 의

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

한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합친 것보다 약

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46% 정도 추가된 위험도 상승을 일으키는 것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

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흡연, 문제음주 및

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

운동부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장시간노동

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과 결합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도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 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본 연구 결과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간의 시너지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심사에

효과를 시사한다. 예를 들어, 비만한 남성의 뇌

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

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

다 1.16배정도 높으나, 주당 52시간 이상 장

을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

시간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비만한 남성은 비

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

만하지 않은 남성보다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

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심뇌혈관

험이 1.96배 더 높았다. 본 연구 이전에, 기저

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

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과 노동시간 사이

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 가능한 상호작용 효과에 대해 보고한 연구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는 없었다. 다만, 한 연구에서는 노동시간과 주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

관적 안녕(well-being) 간의 관계에 대한 중재

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인을 조사한 바가 있다. Pereira와 Coelho (2013)는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의 관계에 대한 여러 중재요인을 조사하였는데, 건강하 지 않은 개인의 많은 경우에 노동시간과 주관 적 안녕 사이의 부정적인 관계가 더욱 두드러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저 자들은 고령이거나 덜 건강한 직원의 업무일정 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Virtanen(2012)이 Whitehall II 연구를 이용하 여, 생활습관 요인 (수면시간, 흡연, 알코올 사 용, 과일 및 채소 섭취, 운동 등)과 노동시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을 때, 유의미한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본

22

노동자가 만드는


▲ 거제의 어느 조선소 선박 건조 현장이다. 거대한 배 앞에서 점처럼 작게 보이는 노동자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어가며 일한 다. 출처: 이나래

일터 2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황이링 Huang Yi-Ling, Taiwan OSHlink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5월의 둘째주 일요

만점에서 77.3점으로 나타났다. 그 중 15.1%는

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고 모성을 기념하지

피로 지수가 100점이라고 답했다. 또한 워킹맘

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

의 92.7%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출을 생각

지 않기를 선택하고 있다. CIA의 최근 세계 출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설문 조사는 워킹맘

산율 예측에 따르면, 총 227개 국가 및 지역 중

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커다란 스트레스에 직면

하위 5곳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한국, 대만

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대만 여

이다. 대만은 15~45세의 가임 연령 여성1명 당

성들은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출산을 주

기대출산율 1.07명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

저하고 있다.

했다. 대만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만 의 출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작년 대만의

드러나지 않는 노동은 특히 여성에게서

인구는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초과하며 통계

많이 나타난다.

집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은 이제

지난 10년 동안 대만 노동 보험국에서 승인

공식적으로 국가 안보 문제가 되었다.

한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의 산업재해 보상 청구 건수 757건 중 80건(약 10.6%)만이 여성

대만 여성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

이 청구한 경우다. 이렇게 큰 성별 차이는 여성

이 질문에 대한 답에는 단순히 엄마가 되는

이 과로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할까? 대

것에 대한 부담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성 역할

답은 '아니오'다. 실제로 여성의 과로 문제는 대

에서 오는 압박감과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자금

부분 드러나지 않는다.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지난달 대만 취업 은행에서 워킹맘의 피로 지수를 조사한 결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호르몬의 보호 효과

과, 직장 내 일 평균 근무 시간은 10.6시간으로

때문에 남성보다 7~​​10년 늦게 심혈관 질환이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워킹맘 중 20.7%는

발생한다. 그러나 완경 이후에는 더 이상 호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어 과로 위험이

몬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여성의 심장병 발

매우 높았다. 워킹맘의 평균 피로 지수는 100점

병 위험은 남성만큼 높아진다.

24

노동자가 만드는


[2011~2020년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 승인건수 (단위: 명)] 총계

사고 및 질병 보험금

영구장해 보험금

사망보험금

합계

남성

여성

합계

남성

여성

합계

남성

여성

합계

남성

여성

2011

88

83

5

31

28

3

9

8

1

48

47

1

2012

92

82

10

28

23

5

26

22

4

38

37

1

2013

68

58

10

20

16

4

16

13

3

32

28

3

2014

67

56

11

28

22

6

20

17

3

19

17

2

2015

83

75

8

36

32

4

21

18

3

26

25

1

2016

68

62

6

36

31

5

17

16

1

15

15

0

2017

84

74

10

29

24

5

25

21

4

30

29

1

2018

69

61

8

37

33

4

19

17

2

13

11

2

2019

60

55

5

25

24

1

20

17

3

15

14

1

2020

78

71

7

37

33

4

24

23

1

17

15

2

(출처: 대만 노동부 산하 노동보험국 연간 통계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대만

전체 유급 노동자의 업무 관련 평균 번아웃 점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수는 남녀가 각각 27.9 점과 29.2 점이다. 또한

차지하는 사망원인이다. 2019년 심장 질환으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은 평균 개인 및 업무 관

로 인한 남성의 사망 건수 중 64세 이하 남성의

련 번아웃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여

사망 비중은 31.65%다. 반면 64세 이하 여성의

성은 전체 연령대 중 35~45세 연령대의 개인

심장 질환 사망률은 2019년 여성의 심장 질환

번아웃 점수가 37.7로 가장 높고, 25~35세 연

사망 전체 건수 중 11.13%에 불과하다.

령대에서 업무 관련 번아웃 평균 점수가 30.4 점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남성보다 더 일찍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보

여성은 과로로 인해 허리, 목, 어깨 및 기타

니 실제로 49세 이하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은

근육통과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2019년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 중 3.05%에 불

그러나 업무 관련 근골격계 장애판정은 반복적

과하다. 통계에서 보듯이, 여성은 호르몬의 특

인 움직임이 필요한 작업에 기준을 두고 결정

성상 노동을 하는 연령대에는 심혈관 질환에 걸

된다. 또한 보건 당국은 업무 관련 정신 질환 판

릴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여성이 업무 관련 뇌

정 시 매우 높은 까다로운 승인 기준을 적용하

심혈관 질환에 대한 노동 보험 보상을 신청하는

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업무 관련 근골격계 질환 및 정신 질환에 따른 산재로 인정되는 건수는 매년 한 자리수로 매우

하지만 “번아웃(Burnout)”을 살펴보면 이

적다. 또한 과로 및 업무 관련 번아웃 문제는 공

야기가 달라진다. 국립 대만 대학교의 보건 정

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 당국에 의해 대

책 및 관리 연구소에서 진행한 “대만 유급 노동

부분 무시되고, 현재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여

자의 번아웃(Burnout) 분포 및 상관 관계”연구

성의 근골격계 및 정신 장애 중 상당수가 개인

에서 볼 수 있듯이, 25~65세 사이의 대만 전체

문제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직장과 가정내에

유급 노동자의 평균 개인 번아웃 점수는 남녀가

서의 여성 과로 문제를 계속 간과한다면 저출산

각각 33.9점과 36.6점이다. 25~65세 사이 대만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다.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2000년 이후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

되었고, 2000년 사단법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

열병 등 동물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동물

부로 인가되어, 2003년에는 특수법인으로 확

감염병은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전세계에

대되었다. 이후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퍼진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번 <다양한

법률’에 근거하여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노동이야기> 코너에선 가축방역을 책임지는 가축

바 있다.

방역사를 만났다.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에서 2003년부터 일하면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주업무는 가축방

도 활동하고 있는 김필성 님과 가축방역사의 노동

역과 축산물 위생검사, 해외에서 들어오는 축산

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

물 검역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해 가축의

한 가축위생지원본부에서 진행하였다.

질병유무를 검사하는데 축산농가를 방문하여 소와 돼지 등 축산물의 검체를 채취한다. 도축

가축방역사는 무슨 일을 할까?

장에서도 축산물 위생검사를 한다. 그리고 감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6대 질병(구제역,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서 초동방역 업무

소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돼지열병, 돼지오제

도 하고 있다. 직종은 방역직, 위생직, 수입축산

스키병, 닭뉴캐슬병) 및 조류인플루엔자 검사

물 검역직, 가축방역을 위한 콜센터가 있다.

를 위한 시료 채취사업과 농장 방역실태 점검 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임받고, 가축

힘들고 고된 시료채취 작업

방역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위의 업무들을

가축방역사들은 현장에 방문해 가축들의

수행하고 있다.

질병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시료채취 작업을 한다. 그런데 가축을 혈액을 채취하는 일이 쉽

가축방역사가 소속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

지는 않아 보였다. 일일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

부는 어떻게 설립된 것일까? 1999년 민간방역

부터, 낯선 이들이 방문할 뿐더러 자신의 신체

기구인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가 창립

를 상하게 할까 불안해하는 동물들에게서 혈

26

노동자가 만드는


액 등의 시료를 채취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

에 부딪쳐 타박상이 생겨도 크게 다치지 않

고 위험해보였다. 축산농가에서도 가축을 사육

으면 저희는 대수롭지 않게 파스 붙이고 일

하는 과정에서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에 민감하

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일하다보면 여러 가

기 때문에, 처음에는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다

지 부상이 누적되고 근골격계질환이 생길

고 한다.

수 있지요. 그래서 작업 중 부상에 대해 사 유서를 작성하라고 해도 직원들이 서류 작

“어린 아이들도 주사맞거나 피 뽑는다고 하

성하는 게 번거로우니깐 그냥 넘어가는 경

면 울면서 처치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동물

향이 있어요. 안타깝지요, 혈액을 뽑다보면

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와 같은 대동물은 무

주사침에 찔리기도 하고요. 주사침 자상사

게가 700~1000kg까지 되잖아요, 뿔도 있

고도 제대로 신고가 안되고 있어요.

고요, 낯선 사람들이 다가가는데 소가 어디 얌전히 있습니까? 계속 피해다니니깐 카우

그리고 일하다보면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

보이처럼 올가미 같은 걸로 소의 목을 묶고

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루셀

고정해서 피를 뽑아야 해요. 소는 목의 정맥

라병이나 큐 열(Q fever)1), 조류독감(AI)인

과 꼬리의 정맥에서 피를 뽑는데 목에서 뽑

데요, 저희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선제

는 경우 뿔에 부딪칠 수 있고 꼬리정맥에서

적으로 검사를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혈액 채취하는 경우 발길질에 넘어질 수 있

있는데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어요.

일부 지자체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도축장 에서 축산물 위생검사하는 직원이 큐 열이

제가 2003년 입사했는데 그 당시에는 초기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 가축방역이 생소하여 축주(가축주인)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검사 안

저도 10여 년 전 큐 열 검사한 적이 있었는

했는데 왜 국가에서 하냐 이거죠, 가축이 혈

데 큐 열 양성이었어요, 근데 당시는 다음

액채취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보는

조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병원

축주들은 싫어했지요. 2000년 초창기에는

에서 검사하고 약 먹었지요, 요즘은 선제적

저희가 검사하는 걸 절대 반대하는 사람들도

으로 검사를 더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노동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축산농가에서도 방

조합에서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보건문제도

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저희가 주기적

신경 쓰려고 합니다.”

으로 검사하는데 협조해주시는 편입니다. 물 론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합니다.”

신종감염병 등장에 따른 어려움 2000년 들어 구제역이 발생했고 아프리카

가축방역사가 노출되는 위험들

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 2019년 최초 발생하였

한편, 하루에도 수 십 마리의 동물의 시료를

다. 조류독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런 신

채취하다보면 가축방역사들은 항시 부상의 위

종감염병이 생기니 기존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험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2011년 소에 받쳐

추가되는 실정이다.

서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인수공통 감 염병에 걸릴 위험도 방역사들을 늘 따라다녔다. “시료채취하다 다치는 일도 꽤 있었죠. 동물

1) 양, 소, 염소에서 주로 서식하는 세균의 일종인 콕시엘 라 부르네티에 의해 유발, 박테리아가 담긴 공기비말을 흡 입하거나 생우유를 섭취할 때 감염된다.

일터 27


“매년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

처우는 열악합니다. 저희는 무기계약직인

하고 앞으로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데요, 오래 근무해도 임금의 상승폭이 크지

있습니다. 올해 5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않습니다. 10년 이상 근무를 해도 수당 빼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

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입니다.

습니다. 그러면 발생한 축산농가 살처분하

그리고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가축방역사

고 주위 농가 검사하면 되는 걸로 생각할 수

들은 24시간 내내 근무를 하면서 해당 지역

있는데요.

을 통제하는 업무를 하는데요, 이때 지급되 는 수당의 기준이 최저시급 수준 밖에 안 됩

현장에서는 강원도에서 모든 출하하는 돼

니다.”

지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많은 축

가축방역지원본부는 49명이 정규직이고 나

산농가를 방문해서 검사하려면 결국 1인이

머지 1000여 명이 무기계약직이라는 비정상적

검사를 하게 됩니다. 과거 안전사고가 다수

인 인력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고

발생하면서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되고 인

생하며 일하는 건 가축방역사들인데 그 성과는

력도 충원됐지만 쏟아지는 검체채취 업무

관리하고 행정 업무하는 정규직이 다 챙겨간다

로 여전히 1인이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생

는 생각이 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종종 느낀다

깁니다.”

고 한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동물의 이동을 막는

“그리고 전국조직을 49명 중앙 직원이 행

등의 초동방역하는 것도 또한 방역사들의 업무

정 일을 다 본다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지

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

방 공기업을 보면 현장인력 대비 행정인력

생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지만, 이후 어떻게

이 20%정도인데 저희는 약 3%밖에 안 돼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 해결은 된 것인지는

요, 그러다보니 전국 42개 사무소의 현장인

일반 대중들은 잘 알기 어렵다. 방역사들은 우

력이 행정업무도 하고 있어 현장인력이 부

리의 눈과 귀가 안 보이는 곳에서 신종감염병

족하지요,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의 해결을 위한 후속검사와 조치들을 계속 진

인력이 약간 충원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행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이 새롭게 등장할 때

실정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

마다 그들의 업무부담은 가중된다.

지만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데 처 우가 열악하다 보니 사직하게 되고, 경력자

불안정한 일자리, 열악한 처우

가 사직하면 신규직원이 들어오고 신규직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축방역은 제2의 국

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으니 사고가 많이 일

방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도 인수공통감

어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염병이지 않습니까? 조류독감도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축전

보통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면 이직률이 낮

염병을 막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건강에

은데 저희는 이직률이 높습니다. 특히 올해

대한 일을 담당하기에 저희는 공공의 중요

이직률이 높아요, 희망이 안 보인다는 거죠.

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지금 일을 시작한 젊은 직원이 20년 후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28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EBS 극한직업

가축방역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

그런데 현재는 발생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가축방역은

결하는 구조라서 인력운영에 제한이 있습니

성공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숨은

다. 예산문제도 지방비와 국비로 나눠져 있

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수고

다 보니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건비

했다는 말뿐입니다.”

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 정부에서 방역시스템을 컨트롤하는 하는 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제대로 된 노동권

가방역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5월 13 일 농림식품부에서 처우개선, 인력충원, 신분보

올겨울 조류독감이 약 100건 정도 생겼습니

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다. 이로 인해 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 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 사실이 묻혀

“소방직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지원되지 않

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

았습니까? 저희도 장기적으로는 국가방역

는 우리들의 노력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 가축방역사들

경기도, 강원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겼

은 현장에서 미련할 정도로 묵묵히 일하고

습니다. 그리고 겨울 서해안을 중심으로 조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신분, 처우개선에 대

류독감이 발생했습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

한 문제는 기필코 해결해서 앞으로 저희 아

하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파견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

해서 감염병을 조기에 차단 해야합니다.

고 싶습니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2월 1일 새벽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단했으며 미얀마에 지원했던 유무상의 공적개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발원조(ODA) 규모 조정, 국내 미얀마인들의

(AAPP)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사망자만 840

체류자격의 연장 등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걸

명에 이른다. 쿠데타 기간이 하루 늘어날수록,

었다. 나현필 활동가는 정부가 가장 핵심적인

다음날 7명이 새로운 사망자로 집계된다. 지금

제재방안인 ‘미얀마 군부와 사업하는 한국 기

지나가는 몇 시간, 몇 분이 곧 사람 목숨이다. 미

업들에 대한 조치’를 배제했다는 점을 제외하

얀마 시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고는,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른다는 걸 명확히 자각한 채로, 오늘도 불복종 운동을 버텨내고 있다.

“작년 홍콩과 태국 시위에 이어 이번 미얀마 민주항쟁 국면까지, 광주 민주항쟁이 국제

이들의 투쟁에 발맞춰, 한국 사회도 연대의

사회에서 호명됨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에서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장의 한복판에서

정부의 연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흐름이

있는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활동가를 만나, 그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현 집권당이나 보수진

간의 연대와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영 모두 미얀마 문제와 친연성이 있었고, 여

있었다.

기에 일련의 강력한 사회적 요구들이 결부 되면서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응한 한국 정부.

빨리 나왔어요. 이례적이었죠. 저희가 생각

하지만 기업 투자 영역 제재는 빠져

했던 것 이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았고요.

한국 사회의 대응은 크게 정부와 시민사회

그런 점에서 정부 조치가 의미는 있었다고

두 축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보는데, 역시 비판지점은 있죠. 가장 핵심적

비교적 빠른 조치를 보였다. 전략물자와 무기

인 한국 기업 투자를 다루지 않았어요. 현재

수출을 금지하고, 미얀마 군경과의 협력을 중

정부가 미얀마-태국 국경지역에 난민들을

30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나현필

수용할 수 있는 ‘코리아 세이프 존’을 건설하

업을 진행했다. 이는 군수물자가 아닌 ‘일반 공

고 있는데, 사실 정작 군부를 저지하는데 중

작기계류’를 수출하는 것처럼 꾸몄기에 가능한

요한 방안은 한국 기업들이 군부와 결탁해

일이었다. 이 사건은 2006년에 적발됐다. 또

진행하는 사업을 제재하는 거예요.”

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슈 웨 가스전 사업으로, 군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미얀마 군부의 무력,

거머쥘 수 있게 했다.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

경제력을 키워낸 한국 기업들

인 건설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2015년도에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을 위

몰수하고, 강제노역이 일어나는 등의 인권침해

시한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첫 문민정부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를 열기 전까지, 현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1988년부터 미얀마를 통치했다. 군부의 미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가스전 사업

마 인권침해 문제는 꾸준히 문제가 됐으나, 포

을 운영하게 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당 사업

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군부

지분 중 51%를, 한국가스공사는 8.5%를 소유

와 결탁해 사업을 해왔다.

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는 미얀 마국영석유가스회사(이하 MOGE)는 25%의

바세나르 협정 가입국인 한국 정부는 군부

지분을 갖고 있는데, 매년 2~4천억의 배당금을

정권인 미얀마를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

받는다. 이렇게 MOGE가 여러 가스전 사업으

로 지정하고 군수물자 수출을 매우 엄격히 제

로 취하는 돈은 연간 약 1조 5천억 원으로, 미

한하고 있었지만, 2001년 현 포스코인터내셔

얀마 정부 예산의 10%에 달한다. 가스전 사업

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포탄 생산 공

에 대한 제재가 절실한 이유다.1) 한국 기업들이

장설비와 기술자료를 넘기는 계약을 맺고 사

1) 2017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군부가 로힝야족 학살을 일터 31


미얀마에 수출한 기술과 거둬들인 돈은, 미얀

가입국가들에는 이 연락사무소가 다 있는

마 군부가 자신들의 무력과 경제력을 증강하는

데, 다른 나라에서도 아주 잘 된다고 할 순

토대가 되고 있다.

없지만, 한국에선 특히 잘 안 돼요.

한편 쿠데타가 일어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두 번째는 ‘포스코·한국가스공사 미얀마 군

무렵인 5월, 군부는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

부와의 관계 단절 촉구 서명운동’인데요. 만

과 함께 UN의 미얀마 제재를 반대하고 있는 러

명 서명 채우는 데 1달 걸렸어요. 미얀마 시

시아로 사절단을 보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민들의 불복종 운동과 군부 규탄에 대해서

군부와 함께 거둬들인 막대한 부는 결국 군부

시민들이 지지를 많이 하는데도, 한국 기업

의 통치 권력을 유지를 위해 미얀마 시민들에

의 사업 제재에 대해서는 만 명 서명받는 것

게 쏟아내는 포탄과 총알이 됐다. 그리고 그 돈

도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사

은 국내에서도 돈다.

업까지 못 하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돈 도 많이 버는데’ 이런 정서가 있는 것 같아

UN과 아세안의 국제적 개입이 지지부진한

요. 서명 전달하고, 기자회견도 계속하고,

상황에서, 군부가 막대한 수익을 꾸준하게 유

국회 대응도 하고 있는데 포스코가 움직이

지할 수 있는 한, 쿠데타와 학살이 쉽게 멈출

지 않고 있으니, 소송도 대규모 캠페인도 어

리 만무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그에 기

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더 수위를 올려야 하

여하고 있다. 나현필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단

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체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그중에서도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는 포스코와 군부의 결탁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압박을 가해 왔다.

인터뷰 다음 날인 5월 28일, 포스코는 MOGE로 지급되는 배당금의 일부를 지급 중 지하기로 했다. 역시 미얀마에서 가스전 사업

“군부의 로힝야 학살 때문에 UN에서 보고서

을 운영하는 프랑스 에너지그룹 토탈과 파이프

를 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작년 11월 쿠데

라인 수익금 수십억 원을 지급 중지한다는 입

타 전에 이미 인권위와 한국의 OECD 가이

장이 발표된 이후였다. 포스코보다 토탈에서

드라인 연락사무소, UN기업과 인권 실무그

먼저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룹 이렇게 3곳에 진정을 넣었어요. 인권위

이었을까.

에서는 인권위의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 아 기각됐고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

“토탈의 파이프라인과 관련해서 인권침해

통상부 소재 연락사무소 는 벌써 5월 말인

를 당한 주민들이 미국법원에 소송을 낸 적

데 1차 평가도 안 내고 있어요. 한국 연락사

이 있어요.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무소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친기

가 있어서 소송에서 지면 어마어마한 배상

업적인 부서이다 보니 그동안 연락사무소의

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법적 공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OECD

방하다가 합의했어요. 토탈이 합의금으로

2)

막대한 금액을 줬고요. 그런 경험이 있다 보 일삼던 시기에 ‘대민 지원용’ 선박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 군함을 대리 구매까지 해줬을뿐더러, 현재 양곤의 군부 소 유 땅에서 롯데호텔과 함께 호텔사업도 유지하고 있다. 2)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진정이 들어오면 1차 평가를 해서 기업들이 가이드라인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 를 판단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테이블을 주선하고 기업을 불러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32

노동자가 만드는

니까 이번처럼 선제 조치를 하는 거죠.” 하지만 토탈과 포스코에서 지급 중지할 배 당금 액수는 전체 가스전 사업 수익금의 아주


일부에 불과해 실질적인 압박 효과는 기대하기

다는 선례가 생겨야 기업들도 조심할 텐데,

어렵다. 게다가 미얀마에서 군부에 자금을 댈

한국은 아직 그런 게 안 돼 있죠. 그래서 저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은 포스코뿐만이 아니다.

는 이 판결이 중요할 거라고 봐요. 중대재해 처벌법과 마찬가지로요. 기업들이 예방할

“많이 부각은 안 됐는데, 이노그룹이라고 있

수 있게 장려하는 방식들도 계속 가야 하지

어요. 2007년에 시작해 현재 미얀마에서 건

만, 처벌이 반드시 동반돼야만 가장 확실한

설, 환전소, 대출사업 등 14개의 사업체를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영하고 있어요. 이노시티라고 군부가 쓰 던 양곤 지역의 토지에서 우리로 치면 호화

포스코는 기업의 윤리적으로 사업을 운영

아파트 주거단지 건설사업을 2007년부터

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지의 여부에 따

하고 있는데, 군부와 유착되지 않고서는 절

라 기업을 평가하는 ESG(Environment환경,

대 할 수 없는 사업이거든요. 또 최근에 이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기준 중 최

노그룹이 미얀마에서 운영 중인 의류 공장

고등급을 받았다. ‘사회적 책무를 다한 기업’이

에서 군복을 생산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

라는 타이틀과 시민들을 공격할 무기들을 사들

왔어요. 쿠데타 이후에도 군복을 생산하고

이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자금줄을 대고 있는

있다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언론에 알

기업이라는 현실 사이 거리가 아득하다. 포스

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코는 국내에서 2018년 이후, 올해 2월까지 산 재사망만 19명을 낸 기업이라는 점을 상기하

해외 지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업을

면 더더욱 그렇다.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침해로

“포스코가 근데 군부에 결탁했다고 해서 주

이어지는 사업 규제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가가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는 나현필 활동

필요할까. 나현필 활동가는 한국 기업이 해외

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기업활동은 어쩔 수

사업 시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게

없지’라며 눈 감는 우리는 도처에 있다. 개인에

하거나, 실제 문제 발생 시 정부에서 특별하게

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지만, 한편 그것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없는 시스템을 핵심적

우리 사회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인 문제로 꼽았다. 그런 만큼 현재는 곧 있을 대

도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무고한 시민들을 죽

선 전에 국회가 그러한 시스템을 위한 입법을

이고 체포하고 구금하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

하도록 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런

면서, 동시에 한국 기업과 우리의 현주소에 무

시스템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확실한 처벌

감해도 괜찮을까.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를 비

규정을 두고, 이를 우려해서라도 기업이 인권

롯한 다른 국가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그곳

침해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업 자체를 재고하

의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봐야 할 시점이다.

“토탈의 사례처럼 2016년에 포스코의 가스 터미널 주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현지 농 민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어요. 근 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판결도 안 나고 있어요. 기업이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안규백 활동가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후 2001년 1,785 명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노동자 해고, 2005년 1,700명 공장 복직, 2017 년 군산 공장 폐쇄. 바로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안규백 활동가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

지난 20년 간 일어났던 일이다. 최근에도 창원

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는 한국지엠이 운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기도

영한 기술교육원 출신인데, 2006년 부평 공장

했다. 사측과 여기 동조하는 언론은 끊임없이 한

에 입사해서 목격한 현장은 ‘암울’했다고 한다.

국지엠의 위기가 강성 노조 때문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회사에서 노동안전보건 활

“대우자동차가 지엠에 넘어가면서, 부평공

동을 끈질기게 해온, 연구소 회원이기도 한 안규

장이 차를 제대로 생산 못 하던 상황이었어

백 한국지엠 대의원을 만났다.

요. 그러다가 신차 생산이 시작되면서 인력 이 필요해진 시기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죠.

안규백 활동가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운이 좋았어요.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측은 인원 투입 은 하지 않은 채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노동강

입사 후 충격적이었던 것이, 보전 요원이 설

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했고, 작년 8월 노

비 수리하다가 협착되면서 크게 다친 일이

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장 투쟁을 했다. 안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에 대해 아무도

규백 활동가의 선택은 작업중지였고, 작년 10

이야기하지 않고, 라인은 계속 돌아가는 것

월 해고되었다. 이후 그는 대의원으로 활동하

을 목격했어요. ‘사람이 죽어나가도 라인은

며 지방노동위원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아

멈추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

직까지도 작업중지를 하면 회사가 노동자에게

는 과정 중에도 해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 다툴

서 대의원과 사측이 협의를 하고요. 작업량

시 오히려 노동자가 불리할 때도 많다. 이런 현

은 그대로 유지하고 사람을 빼는 일이 횡행

실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작업중지를 할 수밖에

했어요. 거기서 빠진 인원은 정년 퇴직시키

34

노동자가 만드는


거나 추가로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신규 채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지는 않아요. 안

용은 안 하고, 하더라도 최소 인원만 뽑는

돈 줄이라고, 라인 중지하는 선이 있어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뭔가 해봐

문제가 발생하면 직장(중간관리자)을 호출

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알게 된

하는 선인데요. 이 선을 당기면 라인의 일부

선배들과 현수막 게시하면서 선전전하고,

가 멈춰요. 라인이 완전 중지되지 않게 하려

선전물도 뿌리고요.”

고 직장이 오는 거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사람들이 안돈 줄을 잡지 못했어요.

무거운 현장에서 내딛은 한 걸음

멈추면 정말 큰일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당시는 지엠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1,750

래도 제가 근무하는 2공장은 분위기가 많이

명의 노동자와, 안규백 활동가와 같은 신규 입

바뀌어서 적어도 안돈 줄은 잡게 됐죠. 그런

사자가 함께 일하는 상황이었다. 각종 암이나

부분들이 대책위원회가 만든 작은 기틀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나

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실제 작업중

왔지만, 조합원들은 업무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지 사례도 있었고요. 조합원들이 그런 과정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는 이를 ‘개인 질

에서 자신감을 회복해갔다고 생각합니다.”

병’으로 봉합했다. 위험한 현장을 멈추자, 첫 번째 ‘작업중지’ “제가 입사한 후부터 10년 동안 매달 사망

회사는 현장 안전을 전혀 우선하지 않았다.

자가 나왔어요. 사고사는 많지 않았어요. 회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정지하고 원인

사는 개인질병이라고 하지만, 의문이 들었

을 찾아 재발방지를 해야 하지만, 회사는 정지

습니다. 1750명이 해고됐다가 복직되는 5

에 대한 책임소재만(작업자 판단 때문인지 설

년 동안 노동자들이 피폐해진 것 같았어요.

비 유지보수 때문인지) 따졌다. 2011년, 안규

다시 일 하면서도, 술 없이는 삶이 유지가 안

백 활동가는 사업장에 사고가 나자 작업중지를

되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요. 그때는 정말 브

걸고 회사에 대책을 요구했다. 현장을 안전하

레이크 없이 계속 노동강도를 올리고 있었

게 바꾸는 일에 있어 그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어요. 저는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이 노동강 도와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현장

“대의원 당선되고 활동하던 때인데 보전 작

에서의 문제제기는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업자가 작업 도중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듣

대의원과 (회사) 부서에서 생산량 증가에 합

게 되었어요. 매뉴얼 상으로는 2인 1조 작

의하는 것에 문제제기하고, 생산량 증가는

업이지만 보통 한 사람씩 하거든요. 차 시트

노동강도 심화와 관계가 있다고 선전물도

를 들어 차에 장착하는 기계가 있는데, 센서

배포했죠. 안전사고 나면 대응 매뉴얼 요구

에 문제가 있었는지 작동이 안 된 거예요.

하면서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도 하고요.”

혼자 보다가 손가락 협착이 되어 찢어진거 죠. 사고가 났는데도 라인은 정상 운영하고

입사 이후 안규백 활동가는 현장의 몇몇 조

아무 조치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

합원들과 함께 가칭 ‘조립2부 노동강도 완화

업중지로 싸워볼 수 있겠는지 판단하기 위

대책위원회’를 결성해서 작은 실천들을 만들어

해서 건강한 노동세상 장안석 동지랑 의논

가기 시작했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 속에서도

했어요. 각오는 되어있었습니다. 기아자동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갔고, 조금씩 변화를

차 작업중지 사례를 참고하고 가능하겠다

목격하기도 했다.

판단해서, 라인 정지하고 노동조합에도 연

일터 35


락했죠.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합원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면 반응 하기 어려우니까요. 노동강도평가를 한 번

그때 주장한 것은 사고 사례를 모든 작업자

으로 끝낼 것은 아니고, 차종도 바뀌었고 평

들에게 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종 사고

가한지 5년이나 지났으니 다시 해야 할 필

재발 방지를 위해서 안전교육 요구했고요.

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적됐던 문제

이때 120분 넘게 라인을 세웠어요. 회사가

들이 개선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요구사항을 수용했고, 20분 안전교육도 실 시했죠. 작업중지 시간이 총 126분이었는

그 외에 기억나는 활동으로는, 원하청 공동

데, 회사가 이 중 106분을 문제 삼아 생산 손

안전보건사업 제안했던 것인데요. 사업계

실 이유로 저를 징계했습니다. 저는 바로 지

획을 세우다가 비정규직 실태조사 사업으

엠에서 산재 사고가 은폐되고 있다고 언론

로 확대해서 진행한 겁니다. 비정규직 지회

사에 보도자료를 배포 하고, 법적 조치를 예

와 함께 현장 안전점검도 하고요. 그 과정에

고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해고 안 할테니

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청소하다가 발

정직 1개월로 마무리 하자고 제안 해왔어요.

가락 골절되고 해고까지 당할 뻔한 일이 있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없던 것으로 하자는

었는데, 산재 처리하고 해고도 막아냈어요.

것도 아니고 정직 1개월이라는 말을 받아들

그분에게 문자메시지 받았는데 참 뿌듯하

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제안을 받지 않았

더라구요. 어떨 때는 뭘 하고 있나 생각 들

죠. 결국 정직 2개월로 결론 났습니다.”

기도 했었는데 이런 일로 뿌듯함을 느낀 적 이 있네요.”

현장을 바꿔보려는 여러 시도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2016년 연구소와 함

두 번째 작업중지, 멈추지 않는 투쟁

께 노동강도평가를 진행해 보고서로 내기도 했

안규백 활동가는 최근 또 한 번 작업중지를

다. 이런 조사 활동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하고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중징계가 내려

무엇이었는지, 또 기억에 남는 현장 변화 시도

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작업 중지

는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를 선택한 그에게, 그런 결정의 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물었다.

“대의원, 정책부장, 노동안전보건실장 하면 서 보니 회사와 협의하면서 노동자 입장의

“작업중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큰 사고가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가 없더라고요. 또 현

아닌 경우에는 왜 그걸 가지고 작업중지를

장 조직도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보고서를

하냐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은 작은 사

내기로 하고 부서마다 현장위원들을 선임

고지만 내버려두면 더 큰 사고가 된다고 저

했어요. 현장위원들이 발로 뛰면서 직접 조

는 말 하는데요. 직접적 안전 문제는 아니지

사한다는 게 중요했어요. 이들이 노안활동

만, 짭수(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 투쟁같은

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요. 그

부서 현안 문제에는 현장에서 더 동의하는

분들 중에 관심갖고 했던 분들은 한두 명 정

편이고요. 과거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잘 아

도였고, 지속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의미

니까요. 안전사고 문제로 세운 것은 대우자

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차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라인 을 끊을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뿐이에요. 이

아쉽지만 현장에서 큰 반응은 없었어요. 조

건 일상적 쟁의권의 문제죠, 합법인가 불법 인가를 넘어서.

36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감수성 키우기요. 잘 못하면 노동조합이 있 어도 회사가 안전 문제에 대해 전혀 무서워 하지 않기도 해요. 노안실장할 때 조합원들 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던 근골격계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올려내지 않았던 것이 아쉬 워요. 다시 해보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 도 들고요. 회사는 끊임없이 생산성 요구하 고, 10명이 하던 일을 7명에게 하라고 하죠. 설비는 90년대 말 설비 그대로인데요. 회사 의 논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심각 한 노동강도 때문에 사람이 망가진다는 것 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받 게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조직하는 게 중요해요. ▲ 출처 : 안규백

마지막으로는 노동조합이 다양한 사회연대 활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코로

처음 라인 세웠을 때는 2시간 동안 공장을

나는 우리만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것이 아

세웠는데, 공장 가동이 안 되니까 회사가 휴

니잖아요. 지엠은 인천의 중심 기업인 만큼,

업 결정 내리고 남은 사람은 다 퇴근을 시켰

코로나 예방을 위한 지역 활동을 해볼 수 있

죠. 이것의 학습 효과로 변화가 생깁니다.

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대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선다’는 인식이 생겼

상으로 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

어요. 최근 작업중지 이후에는 해고 확정통

금까지 우리가 임금 인상만 집중했던 것도

보 받고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제 선거구

사실이라 그것을 돌아보고 변화를 만들면

의 조합원들이 많이들 출근을 안했더라고

좋겠다는 그런 고민이 있어요.”

요. 또 일부는 출근했다가 두시간 만에 퇴근 을 하기도 하고요. 거기서 자부심을 느꼈어

안규백 활동가는 두 번의 작업중지를 했고,

요. 그날은 라인이 가동되다 말다 하다가, 4

그로 인해 징계를 받고 해고를 당했다. 그렇지

시간 휴업으로 결정 됐습니다.”

만 그는 여전히 철저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있어야 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이번 작업중지는 현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 한다. 싸우면 싸울

어낼까? 이런 투쟁을 통해 안전권, 건강권에 대

수록 노동자에게 힘이 생긴다고. 쉽지 않은 상

한 생각이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퍼질 수 있지

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그에

않을까? 노동자들이 작업중지를 비롯한 안전과

게 응원을 보낸다.

건강에 관한 의제를 더 일상적이면서도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 지 물었다.

일터 37


텅 비고 지옥처럼 추운 저 땅으로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간다 - <체르노빌>,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세상을 바꿀 때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재난이 드러낸 사회의 한 단면

석탄산업을 관장하는 최고 공무원이다.

문화로 읽는 노동

어떤 점에서 재난은 한 사회의 총체다. 그 사회의 민낯이 낱낱이 쌓여 하나의 재난을 이

그가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뒤 광부들에

룬다. 그래서 하나의 재난을 자세히 해부하는

게 다짜고짜 지시한다. “장비를 들고, 트럭에

일은 곧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그

타라.” 작업반장이 대표로 대답한다. “왜요? 어

런 의미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

디로 가는데요?”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는 장

고를 다룬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2019)을

관. 그러자 작업반장은 호기롭게 대답한다. “그

본다는 것은 당대 1980년대 후반 소련의 실

럼 우릴 다 쏴죽이쇼. 여긴 툴라고, 이곳은 우

상을 들여다보는 일인 셈이다. 원전 폭발이라

리 광산이에요. 이유를 알기 전엔 안 움직입니

는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재난은 소련 사

다.” 당황한 장관이 솔직하게 말한다. 체르노빌

회의 모순과 허술함을 빈틈없이 폭로했고, <

로 간다고. 격앙됐던 광부들의 표정이 굳는다.

체르노빌>은 그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장관이 덧붙인다. 원자로 원료가 가라앉고 있

조명한다.

다고, 그걸 못 막으면 모두가 위험해질 거라고. “당은 동무들이 그걸 막아줬으면 좋겠어.” 이제

그러나 재난은 또한 동시에 한 사회의 선 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레베카 솔닛의 말

광부들은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석탄 에 뒤덮인 몸 그대로 트럭으로 향해 간다.

을 빌리자면, 재난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뒷 문”도 함께 연다. <체르노빌>의 한 장면이 그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비중이 큰 장면은 아

‘뒷문’이다. 툴라 광산의 쉼터에서 광부들이

니지만, 노동계급 특유의 ‘스웨그’가 강렬한 인

휴식하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

상을 남겨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다.

때 파란색 양복을 입고 머리를 잘 빗어 넘긴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랄까. 광부들은 장관이라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양옆으로는 총을

는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군인이라는 ‘폭

든 군인 두 사람이 있다. 그의 등장을 알아차

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필요

린 광부들이 밖으로 나와 앞에 도열한다. 찾

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들 자신의

아온 남자는 소련 석탄산업부 장관 샤도프,

기술과 존엄이 저들의 권위에 앞선다는 데에,

38

노동자가 만드는


▲ 머뭇거리며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현장에 투입을 요청하는 당간부와 아무말 없이 이에 응하며 그의 어깨를 탄가루 묻은 손으로 툭 만져주고 가는 탄광노동자들. 출처: HBO 드라마 <체르노빌>

그리고 동료들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컨츄리>(2005)에는 주인공은 조시가 노동조

데에 본능적인 확신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가

합 집회에 조합원으로서 참석해 성차별에 대

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 발언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남성 조 합원들은 야유하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쏟아

세계를 진일보시키는 힘, 노동계급의 자부심

내는데, 조시는 굴하지 않고 차분하게 노동조

특히 서구사회에서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합 내규를 읽는다. “내규에는 남성이나 여성

라는 주제는 흥미롭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her)이나 모두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고 되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와 이야기의 개연성을 무

어 있어요.” 이제 남성 조합원들은 더이상 발

너뜨린다. 어떤 노동자가 언뜻 이해하기 어려

언을 막지 못한다. 노동조합이 민주적으로 만

운 결정을 내릴 때, 그 배경에는 종종 계급적

들었으며 조합원이라면 그에 따르기로 약속

자부심이 있다. 물론 자부심이 늘 좋은 방향으

한 내규이므로. 내규를 부정하는 일은 곧 계

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미안해요, 리

급을 부정하는 일이므로. 이렇게 조직은 개인

키>(2019)의 초반부, 일자리를 잃은 리키가 택

을 앞서가기도 한다.

배기사 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 면접관이 이 렇게 묻는 장면이 있다. “실업급여 받은 적은?”

마거릿 대처 시절 광부파업에 나선 노동

리키는 고민도 없이 답한다. “없어요, 자존심이

자의 아들인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를 배워가

있지. 차라리 굶는 게 낫죠.” 아아, 이토록 당당

는 이야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2000)에

하면서도 갑갑한 자부심이라니.

서 계급적 자부심은 좀 더 양면적으로 그려진 다. 노동자들에게 발레는 ‘저쪽 세계’의 문화

하지만 많은 경우 노동자들의 자부심은 그

이고, ‘여성적’인 취향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자체로 노동자들의 세계를 한 단계 진보시키

노동자의 아들이, 발레를 배우겠다고? 용납

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남성 동료들에게 일상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빌리는 계속 발레를 배

적으로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광부가 광산

운다. 그리고 도시의 발레 학교로 진학할 수

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실화를 다룬 <노스

있는 기회까지 얻는다. 하지만 돈이 없다. 파

일터 39


텐츠를 경유하면서 감정의 편린들을 수집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선 노동계급이 하나의 유의미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노동자는 ‘불쌍 한 사람’으로, 노동조합은 ‘조직이기주의’로 여 겨진다.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라는 주제를 들 여다보고 싶어지는 것은 그래서다. 그 자부심 은 리키가 그랬던 것처럼 정당한 혜택조차 스 스로 거부하게 만들고, 조시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을 차별하게 만들고, 빌리가 그랬던 것처 럼 소중한 꿈을 모욕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 만, 또한 조시가 발언할 수 있게 만들고, 빌리가 꿈을 찾아 떠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개 ▲ 출처: 영화 <미안해요 리키>

인들이 어떠한 동질성도 없이 파편적으로 흩어

문화로 읽는 노동

져 각자도생하는 사회보다는 이처럼 노동자들 업 중이기에 버는 것도 없는 마당에 아이의

이 자부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가 좀 더 건

비싼 등록금을 내줄 돈이 있을 턱이 없다. 그

강한 사회 아닐까.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때 광부들이 나선다. 어쨌거나 저 아이는 ‘우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뿐이라면 우리 사회

리의 마을’에서 자란 ‘우리의 아이’다, 우리의

에서 노동은 언제나 오해받고 소외된 개념으로

아이가 좌절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듯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야기는 빌리가 발레 학교에 진학하면서

이렇듯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라는 문제를

마무리된다. 영화판에서는 그려지지 않는데,

경유하면, 오늘날 ‘MZ세대 노동담론’에 새로운

2005년에 초연된 뮤지컬에서는 광부들이 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는 만큼만

리를 떠나보내고 다시 광산으로 내려가는 장

일한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담론에 대한 질문

면이 나온다. 광산으로 내려가면서 노동자들

이다. 일은 일일 뿐이고 자아실현은 퇴근 이후

은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한

에 한다든지,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인 시

다. “저 땅은 텅 비고 지옥처럼 춥지만, 갈 때

대는 끝났다든지. 이런 주장들은 물론 대체로

는 우리 모두 함께 간다.” 그게 바로 노동계급

옳은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노동자라는 정체

의 문화이고 자부심이다.

성을 해체하고 각각의 개인으로 원자화되는 현 상을 가속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근심을 지우기

다시 만난 노동의 세계 ‘노동계급의 자부심’을 얘기하자고 <체르 노빌>과 <미안해요, 리키>, 그리고 <노스 컨 츄리>와 <빌리 엘리어트>까지 경유하는 건,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워낙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부심의 작동방식을 제대 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다룬 여러 콘

40

노동자가 만드는

가 어렵다. 적어도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관심사는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 내는 방법’보다는 ‘더 좋은 사회를 향해가는 방 법’에 기울어져 있다.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표 현되는 장면들에 시선을 주게 되는 이유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고용노동부에 산재처리 지연 대책 수립, 추정의 원칙 법제화,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촉구하며 민주노총이 5월 13일 농성 에 돌입했다. 사진은 6월 2일 민주노총이 결의대회를 열어 투쟁을 결의하는 모습이다. 출처: 호나라

일터 41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유형섭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5월 택배노동자의 적정노동시간 연 구를 하며 면접조사를 위해 직접 노동자들과

저는 어머니한테 돌아가실 거면 주말에 돌아가 시라고 이야기해요.”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만날 일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과로에 시달렸지만 코로나 이후 물류량이 대폭 늘면

자신이 하는 일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제일

서 과로사의 대명사가 된 사람들이다. 사회적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어떤 부

대화 이후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분이 바뀌면 나아질 것 같은지 노동자들에게

월 평균 7,000여개의 물건을 나르고, 조금이

물었다. 첫 번째는 낮은 단가이다. 택배 업무

라도 일찍 퇴근하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일

를 10년간 해왔지만 택배 단가는 오히려 떨어

을 한다. 일하는 만큼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

지고 물류량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문에, 더 많이 벌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택배 물량이 늘면서 택배업체간 경쟁으로 인한 것이다. 낮은 단가를 유지하는 대신 가격 경쟁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적정 노동 강도 를 위해 노동 시간을 지정해도, 해야 하는 물

력을 높여 많은 업체나 지역을 담당하게 되므 로, 경쟁업체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량이 있으니 노동 강도는 더욱 집중될 것이 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집배량을 감소시키

이 와중에 등이 터지는 것은 택배 노동자

면 그만큼 벌이가 줄어들 것이고, 과로로 인

이다. 대체 인력이 없어, 일을 쉬어야 하는 경

한 건강 영향에 대비해 수입을 포기하기는

우 동료에게 일부 나눠줄 수도 있지만, 물류량

쉽지 않을 것이다. 면접을 진행한 이들 중 자

이 많으면 그것도 어렵다. 그런 경우 용달차에

신의 업무량, 즉 수입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배송을 맡기기도 하는데 1건당 2,000원 가량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을 주어야한다. 반면 택배 단가는 점점 낮아져

60-80시간이고,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아프

1건당 700-1,000원 밖에 못 챙기는 현실에선,

거나 일을 쉬어야할 때 눈치를 볼 수밖에 없

아파도 일하는 것이 당연해진다.

다. 확실한 것은 택배노동자들은 계속 죽어나 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들의 업무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일, 익일 배송과 같은 서비스 가 점차 늘어나면서 배송 시간이 빠듯해졌다는 점을 지목하였다. 배송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

“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저희에겐 없어요.

42

노동자가 만드는

다면 물류센터에 쌓여있는 물건만 배송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물건들은 항상 빠듯하게 도착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배송을 하면 돈도

하기 때문에, 아침 출근 후 1차 배송을 마친 뒤,

안 되는 일인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연민으

다시 물류 센터에 도착해 있는 물건을 싣고 2

로 바라봤다면, 이제 저희가 버는 돈의 액수를

차 배송을 나가거나, 동료한테 전달 받게 된다.

알고는 많이 벌려고 욕심 부리다 죽는 거 아니

결국엔 물류 배송량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냐고 이야기해요.”

것이다. 노동자는 돈 많이 벌려고 욕심 부리면 안 되 배송 업계에 해로운 경쟁을 불어넣는 업

는 존재인 것이다. 딱 어느 정도를 지켜야하는

체들이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을 필두로 새

사람.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

벽 배송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이젠 당일

내 눈에 띄면 안 되는 사람이다. 반면 기업이 돈

이나 익일 배송이 당연해지고 있다. 특히 쿠팡

을 벌려는 행동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이 성공

이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상품보관부터 배

하면 모두 우러러보며 예전에 투자하지 않았던

송까지 한 과정으로 수행하는 풀필먼트 시스템

자신을 책망한다. 성공한 기업의 노동자가 죽

을 구축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20년 시

는 것에는 무뎌지고, 그들은 부품으로 취급된

행된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다. 이런 인식에 자본가뿐 아니라 이를 두둔하

보고서와 덕평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실태 기초

는 사회, 소비자, 심지어 노동자 자기 자신까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생산량을 높이

갇히게 된다. 기업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소

기 위해 시간당 작업 속도(UPH)를 통제하는데,

비자는 점점 편안해지며, 노동자는 점점 더 보

UPH가 낮은 경우 모욕감을 주며 관리한다. 이

이지 않는다.

렇게 생산량은 최대로 높이면서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았고, 결국 과로사 에 집단 감염 사태까지 발생시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 자들이 더 보여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보면 그 과정이, 과정 속의 사람이 보여야 한다. 다

반면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증시에서 상장

시, 택배 노동자의 과로로 돌아가 해결책을 고

을 하며 성공가도에 오르고 있고, 여러 대기업

민해보지만 답은 쉽지 않다. 택배 단가를 정상

에서는 이러한 모델을 따라가기 위한 구상을

화하고, 근무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택

밝히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업계는 나

배회사는 더 많은 인력을 뽑아야하며, 고객 민

날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비대면 배송이 늘어

원, 배송 문제에 대한 책임부터 휴가, 휴게시간,

나면서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은 더욱더 보이

건강검진 등 노동환경에 관여해야 한다. 시민

지 않게 되었다.

들은 자신의 편의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아야한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일하던 고 이선 호군의 사망과 비슷한 시기 발생한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이 비교되곤 한다. 모든 죽음이 안타 깝지만, 죽음의 관심에도 계급이 있는 듯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너무나 자주 일 어나 그런 것일까? 이 현저한 관심의 차이는 현 재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일터 43


사고성 ‘불승인’ 후 질병으로 재신청 하는 사건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하다보면

미 오래전부터 신체부담으로 인한 누적손상으

가끔 “재해일자 2000. 00. 00.자 신청 상병으

로 상병이 악화된 경우가 많을 수 있다. 근로복

로 산재신청(사고성) 내역이 있으나 자문소

지공단 지사에서 요양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시

견 상 퇴행성으로 불승인되어 질병으로 재신

적인 사고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

청한 사건”이라는 별도 설명을 덧붙인 경우

되면 퇴행성을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한다.

를 보게 된다. 이런 사건의 경우 어깨부위(회 전근개 파열 등), 허리부위(추간판탈출증 등)

근골격계 질병 인정기준에 근골격계에 부

신청 상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간 동안

담을 주는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노동자

반복적으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신체부담에

로서 팔, 다리 또는 허리, 어깨 부위 등 근골격

따른 누적손상으로 인해 퇴행성으로 변화된

계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경우 업무상 재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로 인정된다. 인정기준 상 위험요인으로는 반복 동작이 많은 업무,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

환경미화원, 청소미화원, 급식조리원 등

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 진동

근골격계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직종에서 근

작업, 그밖에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을 가하는

무를 하던 중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들어

상태에서 하는 업무가 있다. 신체 부담 업무로

올리는 경우,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부딪쳐 충

기존 질병이 악화되거나, 연령 증가에 따른 자

격을 받는 경우 등 업무수행 중 사고에 의해

연 경과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거나, 일시

특정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

적으로 급격한 힘의 작용으로 발생한 경우 업

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재해자는 의료기관을

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찾아 상병상태와 재해경위를 설명하게 되고 주치의는 ‘사고 성 질병’으로 요양신청을 하 게 된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재해자 입장에서는 업무수행 중 발생하였던 사건(이 벤트)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병이 발병되었다

물론 일시적인 사고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고 오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성 재해라고

근골격계 질병의 특성상 재해자의 상병은 이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44

노동자가 만드는


재해조사 과정에는 재해자의 과거 및 현재 직

는 문제가 발생할 뿐 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업력, 과거력(산재처리 이력, 건강보험 요양급

조사담당자의 업무가 중복적으로 가중되는 결

여 내역)으로나마 포함되기 때문에 직업력, 과

과가 초래되는 문제까지 있다. 따라서 최초 요

거력을 살펴보면 재해자가 사고성 재해를 주장

양신청 사건의 처리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

하더라도 누적손상에 의한 질병 가능성 여부를

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조금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만 더 주의를 기울여 사건을 조사한다면 사고 성 ‘불승인’ 후 질병으로 재신청 하는 사건은

또한 아래와 같은 「6대 근골격계 상병 업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관련성 추정의 원칙 적용기준」을 참고할 경우, 추정의 원칙 적용 여부가 충분히 고려될 수 사 건에 대해서는 사고성 ‘불승인’ 처분 이전에 질 병 관련 제반 조사를 철저히 하여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사고성 재해 ‘불승인’ 후 질병성 재해로 재신 청을 하는 경우 재해자 입장에서는 장시간 동안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적극적인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상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

상병명 경추추간판탈출증

직종 용접원, 건설배관공, 형틀목공, 취부원

근무기간 (유효기간*) 8년이상 (12개월이내)

형틀목공, 미장공, 주류·트럭상하차 배달원, 쓰레기·재활용품 회전근개 파열

수거원, 의장·차체조립공, 조선용접·취부원, 급식조리원, 고무제품

9년이상 (12개월이내)

성형·압출원 등

용접공, 건설배관공, 중량물 작업자, 운정원 요추간판탈출증

10년이상 (6개월이내)

돌봄노동 용접원, 제품조립(사상)원, 건설업 또는 광업종사자, 농림어업인

10년이상 (12개월이내)

택배원, 이사작업원

5년이상 (12개월이내)

반월상연골파열

수근관증후군

상과염

건축석공, 의류 제조·수선, 도장공, 정육원, 미장공, 안마사, 용접원, 자동차정비원, 조리사 조리사, 조리사 보조원, 제빵원, 자동차조립원, 택배원

2년이상 (6개월이내) 1년이상 (2개월이내)

* 신청인이 신체부담업무를 중단한 다음날로부터 최초 상병진단일까지의 기간

일터 45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여성노동 건강 상식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병원에서 일하는 임신한 몸들

모성보호제도 사용의 현황도 살펴볼 수 있었는

본과 3학년 때 소아과 실습을 돌 때였다.

데 ‘출산전후 휴가’ 사용률은 80.3%였으나, ‘임

소아과 2년 차 레지던트는 임신 35주의 몸으

신 중 쉬운 업무로 업무전환 요구’는 10% 내외

로 당직을 서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숨

에 불과했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휴가 사용률

차 보이던 그 레지던트는 부은 다리를 의자로

이면에는 휴가 이전에 혹사당하는 몸들이 숨어

올리면서 “쌤들은 소아과 하지 마요”라며 웃

있다. 이 밖에도 임신 충 초과노동을 수행한 비

었다. 6년이 흘러 내가 레지던트 4년 차가 됐

율이 전체 응답자의 29.2%1)로 나타나는 등 만

을 때도 동기인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37주 3

성적인 인력 부족과 의료기관 특유의 조직문화

일까지도 당직을 서고 있었다. 출산휴가인 3

로 인해 병원 여성 노동자의 임신을 둘러싼 ‘건

개월 동안 당직을 설 수 없으니 임신 기간 중

강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미리 당직을 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동기들끼

건강이슈에 가장 민감할 것 같은 전문가 사이

리 분만실에서 출산한 후 당직을 계속 서라는

에서, 임신한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

둥, 처방창에 지시 처방으로 남편 이름을 넣

가 공공연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 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자조적인 농 담을 건넸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웃을 수 없

모성보호 측면의 임신 노동자 보호

었다.

여성노동자 건강권 문제에서 모성보호는 항상 쟁점이었다. 모성보호란 여성의 생리, 임

보건의료노조는 2020년 노조원 35,614

신, 출산, 육아 등 재생산에 관한 보호 측면을

명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임신 및 출산’ 조사

일컬으며, 임산부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에게

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건의

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료 여성노동자의 임신 결정 자율성은 2018년 65.9%, 2019년 68.3%, 2020년 73.3%로 점

임신노동자의 노동환경에 관한 법률은 현

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은 임

재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조차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

여성 노동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동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하고, 1

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 57.6%로 가 장 많았으며,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21.8%)’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46

노동자가 만드는

1) 그들의 이름은 ‘마른 수건’... 날마다 쥐어짜인다, 국민일 보 2020년 07월 12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 6841&code=14130000&cp=nv)


▲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신 근로자의 근무환경 조정 내용〉 출처: 정지윤

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의 경우 1일 근로시

나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

간이 6시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우’에는 예외적으로 야간근로가 가능하다.6) 그

수 있다.2) 이를 위반하거나 임신 중 또는 산후 1

간 야간노동이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부정

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시간 외 근로 지시,

적 건강영향이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으나 노

쉬운 근로로의 전환 등을 하지 않는 사용자는

동자의 동의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임산부의 야간노동 동

처한다. 또한, 사용자는 임신 중 여성에게 출산

의서가 작성될 위험을 낳았다. 고용노동부의

전이나 후에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

2015~2019년 임산부 야간·휴일근로 현황에

한 경우 120일)의 출산전후 휴가를 줘야 하며,

따르면, 접수된 18,976건의 여성 야간근로 신

해당 휴가에는 출산 후 45일(한 번에 둘 이상의

청 사례 중 거절(미인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자녀를 임신한 경우 60일) 이상이 반드시 보장

해당 동의서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되지

돼야 한다.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는 않았는지조차 살펴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는 임신한 여성 나아가 모성보호 측면에서 18

장관 인가를 내줬음을 함의한다.7)

3)

4)

세 이상의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이나 산후 1년 이 지나지 않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등에 대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보호

한 별도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모성보호의 일부로써 임신한 노동자의 건강

5)

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건강권 그러나 임산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는

추구라면,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건

사정이 다르다. 원칙상 금지됐으나 ‘산후 1년

강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행 근로

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이거

기준법은 여성의 유산과 사산을 휴가 사유로 규

2)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 단서

6) 「근로기준법」 제74조 제2항

3)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항

7) 임신은 민폐 유산은 내 탓... 야간근무 덫에 걸린 임산부. 서울신문 2020년 11월 22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 php?id=20201123008012)

4) 「근로기준법」 제74조 제1항 5)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 참고

일터 47


정하고 주수에 따라 휴가를 차등 부여하고 있

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 가능성이 있다’라

지만, 인공적인 임신중단에 따른 유산은 휴가

는 이유로 지원자를 배제했다. 해당 지원자는 국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모건보건법 제14

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에 임신 가

조 1항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 항목을 제외

능성을 이유로 채용 불가를 통보한 것은 차별이

하고는 유산, 사산 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

라고 판단했다. 또한 경기도교육감에게 유사 사 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대책의 마련과 시

201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행을 권고함에 따라, 임용 지원서류 제출 시 초

내린 낙태죄 조항에 대한 대체입법이 이뤄지

빙 요건이 아닌 결혼 연차나 자녀 유무 등의 정

지 않음에 따라, 2021년 1월 1일 0시를 기점

보를 요구하지 않음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처럼

으로 ‘낙태죄’는 사라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

개인의 신상을 토대로 한 개인의 임신 가능성을

법의 임신중단 관련 조항도 개정을 논의 중인

짐작하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채용에 있어 차별

데, 여기에는 임신중단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을 받는 현실에서 임신이라는 영역과 무관하지

도 법정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

않은 노동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기 바라는

된다. 임신중단도 출산이나 자연 유산과 유사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게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성노동 건강 상식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둘러싼 일할 한편 임신중단 수술이 아닌 약물로 인한

권리와 일하지 않을 권리 모두를 추구하는 것은

유산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논의가 오가

다시 말하면 그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추구

고 있지는 않다. 임신중지 방법에는 약물과 외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신과 출산을

과적 수술이 있다. 일명 ‘미프진’으로 불리는

모성의 신화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거나 여성

유산 유도약은 현재 전 세계 74개국에서 공식

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의무로 다루는 것은 끝

적으로 승인돼 사용 중이며 WHO 또한 2005

날 때가 됐다. 이제는 노동자로서의 여성이 건강

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그동안 국내

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에서는 불법이었다. 미프진이 합법화되면 산 부인과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임신 시점 등을 확인한 안전한 복용과 외과적 수술 없이도 임 신중단이 가능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서는 먹는 임신중단 약물의 국내 도입을 위한 허가 논의를 진행 중임을 고려해, 관련 법안마 련이 시급하다.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경험하면 서 위험한 일을 멈출 권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임신 가능성 을 ‘고려’해 일할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3 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 사임용 시 경쟁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결

48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산재 처리 기간 지연 시정, 추정의 원칙 법제화,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이 농성을 벌이 고 있다. 5월 26일,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의 '산재처리 지연 근본 대책 촉구!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기자 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터 49


미완성의 인생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연결되는 기적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2021.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저. 김영현 역. 다다서재. 채은 선전위원

원에 차가버섯이 암 치료에 좋다는 이야기가 돌 았어요. 가족들은 사활을 걸고 좋다는 차가버섯 을 구하기 시작했죠. 가짜 차가버섯이 그렇게 만다는 것, 누군가의 죽음과의 사투가 궁박과 발칙 건강한 책방

경솔을 이용한 사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6개월이라는데 차가 버 섯 먹고 암이 치료되면 의사들은 필요 없겠네?’ 라고 말 했어요. 어른들이 참 바보 같았습니다. 이제는 좀 알 것 같아요. 작은 확률에도 기대 할 수 밖에 없는, 죽음 앞에 선 그 마음을요.

“암 환자가 대체요법을 선택하는 데 이르기 까지 전문 영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그 순간 환자가 전문 영역 대신 신뢰와 희망을 품은 것은 민속 영역의 치료가 ▲ 출처: 알라딘

죽음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삶의 마지막 단계죠. 이 만남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느냐

아니었을까? 대체 요법을 둘러싼 문제는 근거 제일주의가 아니라 희망과 신뢰의 관점에서 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p.68)

아니면 적어도 이쯤이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순간에 찾아오느냐,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 니다. 저는 좀 일찍 만난 편입니다.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둘러싸인 채 불안정 한 지면에서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것에 지쳐버 린 사람에게는 이 강한 운명론이 구원처럼 느

혹시 차가버섯 아시나요? 저는 이 버섯을

껴질 것이라고(p.68)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결

꽤 어릴 때 알게 되었어요. 열네 살. 아빠가 암

정에 지친 환자를 대신해 의사가 대략적인 방

에 걸리셨거든요. 부랴부랴 항암 치료에 들어

향을 결정해주고, 또 의사 혼자서 그 책임을 떠

갔고, 의사는 6개월을 이야기 했어요. 당시 병

안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 합니다.

50

노동자가 만드는


우린 모두 죽음을 기르고 있습니다. 병에 걸

은 약속을 만들어갑니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

린 사람은 기르고 있는 죽음의 형태가 구체화

이지만 매 순간 ‘사람들과 마주함으로써 새롭

된 것입니다. 이 형태를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게 일어날 무언가를 믿고자’ 합니다. 그렇게

너무나 짧기도 합니다. 내일의 약속을 지킬 수

점점 더 미완결인 것들을 끌어안으며 나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무책임해보이

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

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자신의 인생을 완벽

니다.

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p.178) 삶 속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과 사람 한 동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을 미리

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관점은 상당히 따듯하

준비하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남겨

고 깊습니다. 당신과 나는 하나의 점으로 존

진 자들에 대한 예의라고요. 그런데 마음 한 편

재하는데, 그 점들이 모여서 선을 이루듯 궤

에서는 서운함이 올라오더군요. 내 죽음을 좀

적을 이뤄간다는 것입니다.

봐주고, 내 흔적을 다 잊지는 말아달라는 마음 이 있는 것이죠.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멈춰서서 악수하거나 상대를 받아준다

이렇게 된다면, 너무나 완벽하게 모든 삶을 스

고 관계성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함께 운

스로 정리하고 남겨짐 없이 세상과 작별을 한

동하여 계속 선을 그리면서 세계를 통과하는

다면,

것. 그러는 와중에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 언 동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발자취로 남긴 다

“완성되어버린 인생에서는 떠나간 이와 연

음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 관계성을 만드

결된 지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미완성인 채 남

는 것이란 바로 이렇게 앎과 깨달음을 끊임

겨진 것이야말로 떠난 사람이 살아왔던/살려

없이 불러일으키는 움직임(운동)이지 않을까

고 했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마지

요.”(p.224)

막에 책임지지 않고 남겨둔 것이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해주는 것입니다.(p.180) <...중략..>

관계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분석은 결

저의 인생은 무언가 하는 도중에 중단될 수밖

국 이런 논리를 도출하기 위함입니다. 그러

에 없습니다. 인생이란 완성될 수 없으며, 인

다, 하나의 점인 내가 그 선 속에서 사라지는

간은 항상 ‘자신의 미연’ - 아직 목적지로 가

것이 죽음입니다. 그러나, 나는 사라지는 것

는 도중 - 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

이 아닙니다. 그 관계들 속에 그어 놓은 선 안

가 무슨 수로 완벽하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에서 계속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라

요.”(p.180) 라고.

앉습니다. 고요함이 찾아오네요. 끊임없이 입 증하고 싶었던 내 존재를 인정받은 기분입니

숙연해지는 글귀였습니다. 죽음은 나의 끝

다. 이 책이 마음을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

이고, 우리의 연결고리가 단절되는 순간이라고

듬어 주었습니다. 나의 삶 속에서 당신은 존

만 생각했습니다. 애써 내 존재를 지워야 하는

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삶 안에 내

당위 때문에 오는 서운한 마음의 본질이 무엇인

가 들어있겠지요?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아

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문장이었습니다.

가는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죽음 을 생각해야 하는 두려움 앞에 그대들의 존재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병세가 더욱 깊어진

를 통해 나를 살아냅니다. 오늘도.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많

일터 51


사랑스런 아기와 이리쿵 저리쿵 하는 나날들

이진아 회원, 노무사

낳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 는 오늘은 아기가 태어난지 99일째 되는 날이 다. 아기의 이름은 ‘다해’다. 해보고 싶은 건 맘 껏 해보라는 의미로 지은 한글이름이다. ‘하고 이러쿵 저러쿵

싶은 일’이 설령 남들이 말하는 정상범주의 일 이 아니라 할지라도, 진짜 하고 싶다면 너무 머 뭇대거나 고심하지 말고 해보라는 나와 남편의 응원이 담겼다. 일단 이 팬데믹에 뱃속에서 코 로나도 경험한 다해는 38주 1일차에 머리가 이 미 40주 크기라는 진단과 함께 제왕절개 수술 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이제 나와 눈맞춤을 하고, 웃으며 말을 걸면 방긋 화답해주며 옹알 ▲ 출처: 이진아

이 아닌 옹알이를 해준다. 뭔가 짜증이 나거나

‘이러쿵저러쿵’에 요즘의 일상을 적어달

배가 고파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이 사람이 날

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냥 편하게 어떻게 지

구원해주는지 아닌지를 가늠해보다가 내가 지

내고 있는지를 쓰면 된다고 해서, 알겠다고

켜만 보면 >ㅇ< 이 표정으로 응애응애 울어버

했다. ‘이러쿵저러쿵’에 어떤 얘기들이 실렸

리고 만다. 크는 게 아깝고 아쉬워 그냥 다해를

었지 싶어 일터 지난 호들을 펼쳐봤다. 속은

쳐다만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누군가

기분이었다. 출산휴가 중인지라 도저히 회원

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소중하고 애틋

들과 공유할 어떤 목적이 있는 얘깃거리가 없

한 일임이 분명하다.

었다. 어쩔 수 없다! ‘이러쿵저러쿵’의 지난 글들을 단 한 편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써야 겠다 마음먹었다.

다해와 함께 한 백일은 분명 소중하고 소중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다해가 태어나기 전 엔 육아와 일이 양립할 수 있냐는 자조섞인 말

2021년 2월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을 52

노동자가 만드는

을 다소 부정적인 사람의 것으로 치부했다. 아


기가 자는 시간엔 분명 틈이 나고 그 틈을 어떻

하면서, 가지 말라고 붙잡는 아이를 어린이집

게 활용하는지는 개인 몫이 아닐까 생각했다.

에 떼어내고 오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늘

오만했다. 다해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

자신이 죄인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때는 좋

간 동안 낮잠을 잤다. 얕은 잠에선 쉽게 깨고 그

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한 친구

때마다 토닥토닥 해줘야 해서 다해가 눈을 감

의 그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해내는 것’

아도 30분 정도는 다해 곁을 지켜야 했다. 아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는거

이가 잠들면 책을 봐야지 하는 다짐들이 수차

아니냐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었다.

례 다짐으로만 끝났다. 그나마 그런 다짐은 기 운이 있을때나 가능한 사치스러운 것이기도 했

그때 내 생각을 고스란히 친구에게 전하

다. 다해 옆에 누워 토닥토닥 하다 나도 같이 잠

지 않은 걸 칭찬하지 아니할 수 없다! 경력단

드는 날이 많아졌다. 새벽에 깨는 다해의 기저

절 여성들의 선택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어렴

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킨 뒤 다시 눕

풋하게나마 알게 되어서다. 아침마다 대성통

혀 잠드는 걸 확인하다 보면 한 시간은 우습게

곡하는 아이를 제쳐두고, 아프다는 아이에게

흘렀다.

바로 가보지 못하고, 그렇게 도착한 일터에선 일을 그저 쳐내는 것에만 급급한 날들이 늘어

남편이 육아와 가사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

갔을거다. 남들 눈엔 갑작스러울법한 무모한

독박육아를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아주

결정 아래에는 그들의 그런 수많은 날들이 켜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우린 서서히

켜이 쌓여 있었을테고, 어쩌면 그들에게 무모

체력적으로 지쳐갔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남

한 것은 오히려 일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었

편과 누워 오늘 하루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

을지도 모른다.

간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다해가 태어난 이후엔 그런 수다의 기회가 현격히 줄어들었

아기는 예쁘다(정말 너무 예쁘다). 하지만

다. 둘 다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요즘은 서로가

육아는 쉽지 않다(지금껏 해본 그 어떤 노동

안쓰러워 새벽에 먼저 깬 사람이 뒤늦게 깬 사

도 이에 견주기 어렵다). 그 와중에 워킹맘의

람에게 ‘내가 다해 볼테니 넌 더 자’라며 전우

삶은 매일이 도전이다(인 것 같다). 너무 다들

애를 쌓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당연히 해내고 있어서 나도 해낼 수 있겠거니

거다. 육아 선배인 친구들은 그래도 모빌 보며

했는데, 그런 자신감이 좀체 생기질 않는다.

노는 시간들이라도 있을 때 아니냐며 ‘이제 뒤

그럴만도 한게 그 흔한 성공하는 법, 성공 스

집기 해봐라’라며 잔뜩 겁을 줬다. 이쯤 되니 집

토리가 이 분야엔 전무하다. 임신과 출산, 육

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사람들이 어

아의 이 험난한 과정을 그토록 많은 여성들

떻게 그걸 해내고 있나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이 지나오는데 나는 내가 경험하기 전까지 그

그렇다고 워킹맘의 길도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들의 그 치열했을 생존기를 왜 한번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을까. 내가 귀를 닫았던걸까, 그

“어느 순간 일을 ‘잘 하는 것’에 집중하던 나는 일을 ‘해내는 것’에만 급급해있더라”

들에게 마이크가 없었던걸까. 그런 혼란 속에 있다. 법이든 제도든 인식이든 뭔가 ‘많이’ 달 라져야 할 거 같은데 뭐가 ‘많이’ 달라져야 할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친구가 그토록 좋아

지도 잘 모르겠다. 아, 그래. 앞으로 그걸 고민

하던 제작 일을 그만두고 행정업무로 부서를

해봐야겠구나. 정말 이리 ‘쿵’하고 저리 ‘쿵’

바꾸면서 했던 얘기였다. 일을 잘 해내지도 못

하는 글이다.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고용노동부 21.05.31] 일터 폭염 대비 3대 기본

이행하도록 지도한다.

수칙 준수 지도 강화 열사병 예방 3대 수칙 이행의 중요성을 사업장에 고용노동부(장관 안경덕)는 열사병 등 여름철 폭염

서 인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포스터·현수막 형태

으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6월 1

로 제공하고,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로 제작된 포

일부터 9월 10일까지 "폭염 대비 건강보호 대책"을

스터 등을 제공하여 외국인 근로자들도 3대 수칙

추진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6~8월) 평균

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출퇴근

기온은 지속 상승추세이며,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시간대 라디오 방송, 산업안전 전광판(전국 40개),

높을 확률이 40~50%로 예상되어 폭염 취약 시기

수도권 TV 캠페인 등으로 열사병 예방 3대 수칙 홍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하여 실시한다.

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최근 5년간(‘16~’20년) 여름철(6~8월) 폭염으로 인

건설재해예방전문기관(160개소)과 협업하여 온

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통계를 살펴보면 총 156명

열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에 대한 관리

의 재해자가 발생했고 이 중 26명이 사망(16.6%)하

를 강화하고, 안전보건관리전문기관(267개소)을

는 등 폭염은 근로자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

통해 다양한 업종의 근로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강

다. 여름철 온열질환은 대부분 옥외작업 빈도가 높

화한다. 아울러, 안전보건관리자 밴드(SNS)를 통해

은 건설업(76명, 48.7%), 환경미화 등 서비스업(42

폭염특보 상황을 즉시 전파하여 사업장에서 자체

명, 26.9%) 등에서 발생하나, 실내 작업 비중이 큰

적으로 3대 수칙을 이행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

제조업에서도 많이 발생(24명, 15.4%)하고 있고,

체와 협업하여 옥외 공공근로·지자체 발주공사 등

아울러, 건설업, 제조업 등 외국인이 다수 근무하는

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보호 조치가 이루어지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온열질환이 다

도록 할 계획이다.

수 발생*(26명, 17%)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위험현장 2만4천개소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 건강보호를

불시에 안전점검했다

위해 취약 사업장 지도.감독, 열사병 예방 3대 수칙 (물, 그늘, 휴식) 전파 및 홍보, 민간재해예방기관·

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은 산업현장의 사망

안전보건전문기관·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 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약 2만4천여개 사업장

트워크를 통한 폭염특보 전파 및 근로자 건강관리

을 불시에 안전점검했다. 공단은 중소사업장의 추

를 할 방침이다. 6월~9월 초 까지를 ‘폭염 재해 예

락, 끼임 등 핵심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 준수

방 집중 지도·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기간 중 고용

여부를 집중점검하는 「패트롤 현장점검」으로 올해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하는 모든

4월까지 사망사고 위험요인 25,802건을 시정조치

지도•점검•감독 때 열사병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하였다. 이후 공단은 사업장의 위험 개선조치 결과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를 모니터링했으며, 점검 거부나 개선 미이행 등 위

54

노동자가 만드는


험을 방치하는 917개소(4월말 기준)에 대해 노동

공단은 중대재해 위험요인을 근절하기 위해 중소

부 감독을 요청했다. 일부 사업장에는 위험작업 중

사업장*을 불시에 방문하여 3대 안전조치(추락·끼

지나 위반사항에 대한 사법조치 등이 이뤄졌다.

임위험 방지조치, 필수 안전보호구 착용 등)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패트롤 현장점검」을 지속

건설업의 경우 16,853개 현장을 불시에 방문하였

적으로 실시한다. 점검대상은 (건설업) 120억원 미

으며, 이 중 7,951개 현장에 대하여 17,700건*의 위

만 또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대상 건설현장 (제조

험요인을 지적하였다. 개선이 필요한 위험요인으

업) 근로자수 50명 미만 사업장이다. 올해는 점검

로는 계단, 개구부 및 비계 등에 안전난간, 작업발판

횟수를 작년보다 늘리고(6만 → 7만회), 패트롤 전

미설치 등 추락위험이 82.8%로 가장 많았다.

용차량을 일선기관에 확대배치(108대 → 404대)하 는 등 사업을 보다 강화했으며, 6월에도 불시점검

제조업의 경우 7,173개 사업장을 점검했으며, 이

을 계속할 예정이다.

중 3,937개 사업장에 대하여 8,102건*의 위험요인 을 지적하였다. 위험요인으로는 컨베이어, 프레스, 분쇄·파쇄기 등의 위험설비에 방호덮개, 울 및 방호 장치 등 미설치와 같은 끼임위험(36.3%)이 가장 많 았으며, 설비 상부 등 추락위험장소에 안전난간 미 설치, 사다리 안전조치 불량 등 추락위험(23.1%)이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 위험요인 지적사항 현황> 구분

떨어짐

부딪힘

화재·폭발

끼임

그 밖의 위험요인

위험요인 지적사항(건)

17,700

14,664

704

455

296

1,581

<제조업 위험요인 지적현황> 구분

끼임

떨어짐

부딪힘

화재·폭발

그 밖의 위험요인

위험요인

8,102

2,942

1,872

1,277

513

1,498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여성노동건강권 6월 월례토론회” 개최 2021년 1월 1일 00시 00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형법에서 ‘낙태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그마치 67년이나 걸린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형법으로서 의 ‘낙태죄’가 폐지됐을 뿐, 여성의 몸과 자기결정권 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굴레는 여전합니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임신중절에 대한 확실한 정보와 절차, 그 어느 것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오는 6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낙태죄 폐지 이후 여성노동건강권 보장을 위한 과제: 모성보호를 넘 어 재생산권으로”라는 주제로 세 번째 여성노동건 강권 월례토론회가 개최됩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의 세계인 오늘과 내일에서, 여성의 노동건강권 보 장을 위한 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많 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과로의 섬: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위험에 관하여』, 2021. 황이링·까오요우즈(지은이)/ 장향미(옮긴이).나름북스

전 세계에서 '과로사'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뿐입니다. 〈과로의 섬〉에서는 죽을 만큼 일하는 한국과 너무나 닮은 대만의 노동자 과로 사례를 비롯해 노동자가 과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분석합니다. 아울러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 는 노동법 및 산재보상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합니 다.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 노동자들이 과로의 세계 에 스며들지 않기 위한 성찰과 연대가 이어지기를 바 랍니다. 일반 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 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56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1년 5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병직

김경헌

김세영

김지홍

박다이

배수진

신희주

오희정

이명숙

이정렬

장은철

조민제

최재근

김정신

김경호

김소연

김진모

박다혜

배정란

삼식이

우수영

이명준

이정미

장진영

조성식

최종연

김진철

김경희

김승환

김찬기

박대선

백남순

선종현

우지영

이명호

이정호

장태원

조성재

최지수

강경희

김계호

김영기

김창헌

박대성

백남운

안태은

원종만

이민경

이정희

장향미

조성진

최진일

강동묵

김광락

김영만

김태규

박민영

백세연

오병창

유기훈

이민화

이제혁

장형창

조성철

최한나

강명원

김광조

김영선

김태석

박민정

백승호

오현정

유상철

이병국

이종란

전상희

조승규

최향미

강모열

김교현

김영수

김태훈

박병선

백승호

이승운

유선경

이병국

이종성

전은주

조애진

최혜란

강문식

김규연

김영원

김필수

박상정

범혜민

이승주

유승준

이병근

이주연

전주희

조영호

최영철

강민혁

김규연

김영철

김한빛

박상훈

변승규

이정엽

유영진

이상길

이주한

정경희

조영훈

하기철

강성훈

김그루

김영호

김한울

박선재

변은영

이희영

유장식

이상수

이지수

정나위

조윤진

한규권

강수진

김기돈

김옥헌

김현준

박선희

변준수

임재우

유준

이상언

이지연

정두인

조윤희

한영선

강영우

김기동

김용성

김현호

박성남

서동현

안규백

유지현

이상재

이지영

정문식

조은석

한재영

강은미

김기헌

김우태

김형렬

박성래

서승욱

안기옥

유지훈

이상재

이지혜

정미경

조은혜

한진구

강정주

김낙일

김위정

김혜선

박성진

서은석

안대엽

유청희

이상진

이진아

정민준

조이

허경

강진욱

김다연

김윤지

김희정

박성천

서은실

안성혜

유형섭

이서영

이진우

정병관

조인정

허윤제

강찬구

김대견

김은경

김희진

박세중

서인원

안재범

윤경옥

이선웅

이창후

정병욱

조창묵

현순복

강충원

김대철

김인아

김희찬

박수희

서정수

안준호

윤성용

이선이

이태성

정성욱

조형래

호영진

강태선

김대호

김재광

나영수

박숙란

서진경

안진수

윤성호

이성민

이태진

정송도

주민영

홍정연

강한수

김동근

김재천

남원철

박승권

성상민

안형석

윤소윤

이세미

이한진

정승균

주석재

홍정익

강호민

김동춘

김재훈

노상철

박시윤

성지민

안형숙

윤여일

이세영

이현석

정승민

주형민

홍주환

강화연

김두현

김정곤

노성철

박신안

손근호

양문영

윤영대

이소은

이현옥

정여진

지영훈

홍진성

고옥경

김만원

김정수

노현

박엄선

손덕헌

양미순

윤재설

이숙견

이현중

정연

지우진

황선태

공유정옥

김명성

김정열

류영필

박영일

손만기

양민재

윤현배

이순녀

이혜은

정영민

진선우

황선호

곽경민

김명수

김정원

류용림

박용철

손명호

양병훈

윤희현

이영애

이혜인

정우주

정병권

황의현

곽진경

김미영

김정원

류한소

박윤경

손상기

양선배

은상준

이영일

이활연

정윤경

조종완

황주신

구자연

김민옥

김정훈

류현석

박정효

손석기

양선희

이경미

이영철

이효상

정윤희

차현주

황지영

국승종

김민정

김종남

류현철

박정훈

손윤환

양장훈

이경자

이우상

임경채

정인성

채수용

황진철

권기한

김민호

김종은

맹정은

박제한

손익찬

양정석

이경재

이원태

임선영

정재현

채종석

황진희

권동희

김보성

김종은

문병모

박종국

손재현

양진권

이경호

이유민

임윤완

정지윤

천지선

노무법인 삶

권미정

김봉수

김종진

문승필

박종근

손진우

양태임

이경훈

이윤덕희

임자운

정찬무

천호선

노무법인사람과산재

권오성

김봉철

김종하

문언우

박종우

송기훈

양향연

이기만

이윤수

임형렬

정하나

최동녘

민주노총법률원

권윤영

김부욱

김종현

문은영

박종우

송윤정

양희만

이기태

이율우

임혜인

정해선

최민

법무법인민심

권정희

김상귀

김준우

문제혁

박주옥

송윤희

엄기한

이기훈

이은수

장경희

정현일

최병륜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권종호

김상호

김준의

문진영

박준우

송지훈

엄연섭

이나래

이은아

장범식

정호연

최병운

향남약국

권중혁

김석원

김중희

문현제

박지영

송홍석

엄정흠

이나연

이의용

장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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