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고통은 오직 가해자의 것이다 민주노조가 있으면 두 배로 건강합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
통권 213호 합본호 2021.12 - 2022.1
건강
일터 안전
2022 현장
사망 생 습 실
사고
택 배노동
자과
로사
태아산
처벌법 중대재해
안 설 건
2021
산업안전 보
제정
별 전특
법
재인
건청
암 직업성
환자 찾기
정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혜인, 채은,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다연, 재영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1.12.1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
2021년 한 해도 저물어 갑니다. 3년 전 12월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노동자가 혼자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 밑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우리들은 그의 죽음을 듣고 어쨌든 산재사고는 막아야 한다는 뜻을 공유함과 동시
에 변하지 않는 사회에 분노하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산재 사망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 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어 보입
니다.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직접고용을 권고했지만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이고 위험의 외주화도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김용균이 죽은 자리는 여전히
또 다른 김용균이 채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산재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고 합니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재판은, 사망한 지 20개월이 지난 지난해 검찰 기소가
이루어졌고, 재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년 1월 1심 재판결과가 나온다
고 하는데 700여 쪽의 보고서를 제출한 특조위의 활동이,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 할 권리를 위해 뜻을 모은 시민들과 동료 노동자들의 마음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 랍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전태일열사 분신 51주기를 맞은 11월 13일, 민주노총이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조 합원 2만 여명이 "평등사회로 대전환!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를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생전 일하던 평화시장 인근 동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했다. 출처: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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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다른 삶을 욕망하는 우리의 몸
■ 어떻게 하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산업안전보건청 논의,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와있나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는데 왜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할까 ■ 노동안전보건 시민단체 활동가로부터 듣는 가장 기억에 남는 2021년 노동안전보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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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노동자 인지 장애까지 불러온 전자산업 유기용제 노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고통은 오직 가해자의 것이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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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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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 ‘유리천장 깨뜨리기’ 담론에서 변혁적 운동으로
알아보자, LAW동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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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정수기 설치 담당 엔지니어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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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장애인의 성(性)의 닫힌 문, 이제는 열자
연구리포트 19
이러쿵저러쿵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사진전과 토크행사를 다녀오다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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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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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년간 기업에 공짜 노동을 허가한 착취법을 종결짓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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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욕먹어가면서 해요? 그럴 순 없죠.”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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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우리는 또 싸우고 마침내 이길겁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민주노조가 있으면 두 배로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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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열세 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특집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2021년 노동안전보건 이슈 TOP3_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어떻게 하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박다혜 회원,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산업재해, 그 중에서도 중대재해를 바라보
장장을 행위자로 특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행
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다. 안타까운 개인의
위자가 사업장에서 어떠한 안전·보건조치의무
불운 정도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경제발
위반이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
전이나 기업 운영에 있어 불가피한 비용으로
기 때문인데, 결국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대규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도 있다. 우연한 사고나
모 사업장일수록 그 책임 소재를 의사결정 구
작업자의 실수로 사안을 축소하는 시선을 넘
조의 중간이나 아래에서 찾게 되는 실무 관행
어, 일터에 내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결
이 사실상 굳어진 것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
과, 즉 ‘기업살인’이라는 안전범죄로 이를 바라
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경영책임자
보는 시도들이 이어졌고, 그것이 「중대재해 처
등’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산안법상
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
책임 소재의 실무상 한계를 극복하려는 입법
정의 주된 배경 중 하나이다.
취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입법 배경은 현행 「산업안전보건
중대재해처벌법 활용법
법」(이하 ‘산안법’) 적용 실태에 대한 반성적 고
그렇다면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려이다. 산안법의 주요한 조치의무 주체는 ‘사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먼저 법상 보호대상
업주’이나, 대부분의 사업주가 법인이어서 실
을 살펴보면, 현행 산안법은 근로자, 수급인의
제 조치의무위반 행위자는 사업주가 아닌 안전
근로자,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그 보호대
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
상을 한정한다. 여기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업의 규모가 크거나 사업장이 지역별로 분산·
에서의 근로자와 동일하게 ‘직업의 종류와 관
배치되어 있는 경우 건설현장 또는 공장별로
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선임되어 있고, 이에 실
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법원은 근
무상 법인의 대표이사가 아닌 현장소장이나 공
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그
(*) 2021. 11. 11. 진행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슬기로운 노동안전보건법률 강좌’에서 강의한 내용중 일부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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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
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급인의 노무제공
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
자도 종사자에 포함된다.
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 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
다음으로 법상 의무주체를 누구로 두고 있
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법
는지에 있어 두 법은 차이가 있다. 산안법은 사
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가장 좁은 범위의 ‘근
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로
로자’ 개념을 산안법상 보호대상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4호). 사업주는 근로기
가져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가
준법상의 의무주체인 사용자와 달리 사업경영
령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의미하는데, 마찬가
로자’보다 넓은 범위로 본다). 산안법이 전부
지로 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사용하
개정 되면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개
는 자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념이 산안법에 들어왔지만, 법의 목적, 산업재 해 정의 등 일부 규정에만 적용되었을 뿐 그 개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를 “자신의
념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규정이 없고, 실질적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으로 법령의 내용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규정들
사업을 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 법은 근로기준
은 여전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부’ 배
법상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인지 여
달종사자(법 제78조)와 ‘일부’ 특수형태근로종
부와 상관없이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
사자(법 제77조)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차별
을 하면 족하므로 산안법상 사업주보다 그 범위
되는 별도의 조치를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가 넓다. 예컨대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체결
있을 뿐이다.
하지 않아 사용관계 내지 고용관계에 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 산안법상 사업주 여부는 해당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노무를 제
노무제공자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따져
공하는 자, 수급인, 수급인의 근로자 및 노무제
야 하므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중대재해처벌
공자를 모두 포괄하는 ‘종사자’라는 개념을 새
법에 따른 사업주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롭게 규정하고 있다(법 제2조 제7호). 여기서 노무제공자는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
이처럼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각 법
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
상 보호대상과 의무주체를 달리 두고 있다. 중
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정하고 있
대재해처벌법이 기존 산안법에 근거한 많은 제
어 ▲ 직종을 불문하고 ▲ 복수의 사업, 일시적
도들의 상당 부분을 활용하는 식으로 규정하고
인 노무제공자도 포함되며, ▲ 노무를 제공할
있지만, 산안법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와 ‘사업
때 타인을 사용하더라도 무방하다. 따라서 △
주’를 중심으로 보호대상과 의무주체를 각 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 △ 주
정한 제도이기 때문에 ‘종사자’와 광의(廣義)의
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사업주’를 고려한 전면적인 재검토 및 확장 없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 노무를 제공할 때 타
이는 그것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대
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
체할 수가 없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
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산안법상 특수형태근로
대상과 의무주체에 기반해서, 산안법을 넘어선
종사자 개념(제77조)보다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의 예방대책을 고민할 필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으
요가 있다. 현재 이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적
로 이루어지는 경우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
용되어야 하는) 산안법상 각 제도를 중대재해
일터 5
처벌법의 개념에 맞추어 재검토해보는 것이다.
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
또한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
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
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구체화하고 이를 반
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
영해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작업이 필
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
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실질적으
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
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에 대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중대재
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해처벌법상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할 때도 이
▲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
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인데, 법 위
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 재
반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예방의 국면에서도
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에 관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한 조치, ▲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
정하고 있는 각 조문을 최대한 형식적이고 소
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 이행
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과 어떻게 하면 큰
에 관한 조치,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면피할 수 있을지를 궁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로 구체화하고 있
리하는 이들의 노력은, 적어도 대법원 판례에
다(제4조 제1항). 결국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비추어 법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구체적 내용은 작업의 내용과 성격, 그에 내재 된 위험의 내용, 재해발생 전력과 빈도, 예상 가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예방대책으로 기
능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조
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를 바
치에 이르렀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살필 때 비
탕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 각 사업 또는 사업
로소 파악할 수 있다.
장에서의 중대재해 현황을 추적, 관리하는 것 이 시급하다. 중대재해 발생 현황뿐만 아니라
법 이행 통해 예방대책 마련을
그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내용, 판결을 확인하고
대법원은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
각 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이 어떻게 수립되
반 여부를 판단할 때,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
고 이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
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
로 향후 예방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요구
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하고 그 요구 내역을 기록하여 남기자. 특히 재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해가 반복·다발하는 사업장에서는 동종 업종의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조치도 검
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토해야 한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의 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
걸음은 현장의 노동안전 활동에서 시작되는 것
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
이다.
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 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 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 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 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 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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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특집
2021년 노동안전보건 이슈 TOP3_2. 산업안전보건청
산업안전보건청 논의,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와있나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운동 진영이든 이해관계 집단이든 사회의
이다.
온갖 문제의 해결책으로 ‘법률의 제·개정’을 요 구하는 경우가 많다. 민의가 반영된다는 차원에
전문성, 효과성, 능동성이 모두 결여된 현
서 국회의 입법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자연스
안전보건 행정조직
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안전보건 행정조직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발의·제출된 법안이 프랑스의 20배, 독일의 60
2010년 이명박 정권의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배, 영국 90배가 넘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가
통해서 산업안전보건 국가 사무의 지방이양 계
치 있는 법안을 사전 검토를 통해 선별 발의하
획을 계기로 촉발되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 업
고, 충분한 심사와 토론, 조정을 거쳐 법률로 만
무 지방이양 결정 조치에 대한 비판적 검토 과
드는 ‘입법의 민주적 권위’를 구축해야 할 때라
정에서 산업안전보건 행정의 문제를 산업안전
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1)
보건 행정의 목표 및 범위에 대한 합의 부족, 산 업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 및 정책심의 기능 미
물론, 일터의 위험을 다루고 관리한다는 것
흡, 정책집행 수단(규제수단)의 경직성, 정책 환
은 필연적으로 이윤추구 방식에 대한 가치적 개
류 기능 미흡, 당사자 참여 보장 장치의 미흡, 산
입이 요구될 것이며 이것을 강제하는 것은 법률
업안전 정보 및 홍보 제공 기능 미흡, 산업안전
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형성과 집행
교육과 산업안전 관련 연구 및 전문가 양성 기
에 있어서 행정부의 리더쉽이 중요한 현대국가
능 미흡 등이 지적되었다. 전통적으로 산업안전
에서 특히 안전보건과 같은 전문적 공공정책 분
보건은 노동행정의 일부로 취급되어 왔으나 노
야에서 행정의 영향력은 지대하다.2) 노동안전
동 행정의 정점을 노사문제와 고용문제가 차지
보건 운동이 법률의 제·개정만큼이나 안전보건
하고 있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고, 전문지식과
행정조직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노동행정 분
1) 박상훈.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까. 국회미래연구원; 2020.
야에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도 소외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이론적으로나 현실 정치적 측
2) 박두용, 김태윤, 이민창, et al.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및 집행체제의 선진화방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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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서도 주목받지 못해왔다는 것이다.3)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고 구체 적인 행정을 통해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2017년 국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단체의
이고 독립적인 안전보건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요청으로 수행된 연구에서는 산업안전보건 행
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온 것에 대해서는 평가
정조직의 문제점으로 전문성의 부족, 효율성(효
할만하다. 그러나 2021년 11월 현재 여당에서
과성)의 미흡, 특수성의 미고려, 독립성(자율성)
촉발시키고 안전보건 전문가들 간에 뜨거운 화
의 미약, 능동성의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 생산
두였던 산업안전보건청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성, 임금, 고용, 노사관계 등 노사 간의 조정, 협
옮겨 가면서 국회에서는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
의 타협을 중심으로 하는 여타 노동행정과 달리
정안에 대한 논의의 어떠한 진전도 없는 상태이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산업안전보건 업무
며, 고용노동부는 정치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
에도 순환보직의 인사구조가 적용되는 등 특수
세우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
성이 고려되지 않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전문성
어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의 부족과 더불어 효율성과 능동성마저 결여된 다는 것이다.4)
노동자 안전·건강을 배타적으로 옹호할 안전보건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진전없는 새로운 안전보건 행정조직 논의
연구소는 새로운 안전보건 행정기관이 1)
2018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배타적 옹호를 조직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로 하
설치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고, 2)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2020년 4월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이 가능하며, 3) 지원과
원회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도 산업안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과적으로
전보건청 설립 검토를 합의한 바 있으며, 7월에
집행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고 4) 이는 노동
는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
자 당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거버넌스를 기본
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으로 행정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유연하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
고 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어야 가능
과한 후 1월 25일 여당 대표가 여야합의로 정부
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정치권에서 산
조직법을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기
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역설했던 것이 정치적 저
로 했다고 밝히면서 안전보건 행정조직과 관련
울질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2021년 3월에는 정
일할 권리의 옹호라는 당위에서 출발했던 것이
의당 이은주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과 산업재해
라면,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산재예방과 안전보
보상보험법에 관한 사무까지 전담하는 산업안
건 행정의 주무기관으로서의 마땅한 책임감과
전보건청 신설에 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간 진정성을 가지고
의했다. 2021년 7월에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
안전보건 행정조직 개편과 혁신을 주장했던 이
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격상되어 확
들과 함께 해야 한다. 시간과 뜸을 들이는 진지
대 개편되었다.
한 성찰적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3) 박두용, 김태윤, 이민창, et al.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및 집행체제의 선진화방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0. 4) 정진우.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 필요성과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산업보건학회지. 2017;2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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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특집
2021년 노동안전보건 이슈 TOP3_3. 건설안전특별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는데 왜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할까 박세중 후원회원,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
건설노동자들이 올해 내내 청와대와 고용
가 등록돼 있는데, 입찰을 따내기 위한 페이퍼
노동부 앞에서, 또 국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법
컴퍼니나 시공능력이 없는 건설업체도 다수 존
안심사소위 위원의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구는 단 하나, 건설안전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것입니다. 올해 초
그리고 각 건설공정에서 실제로 공사를 행
에 제정되어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기업)
하는 업종/직종별 건설노동자가 있습니다. 고
처벌법이 있음에도 왜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
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산업재해 사
하다고 요구하는 걸까요.
고로 죽은 노동자 882명 가운데 건설노동자는 458명입니다. 건설현장이 위험하리라는 대중
건설안전특별법을 말하기에 앞서, 건설산업 의 구조에서 각 주체에 관해 먼저 이야기해보
의 인식이 실제임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 입니다.
겠습니다. 먼저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발주자가 있습니다. 발주자가 정부나 공공기관일 때는
사람보다 건물이 먼저인 건설현장
발주처, 민간기업이나 재개발조합, 개인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더욱 위험한 건설현장에
시행사라고 칭합니다. 설계자는 발주자의 주문
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
에 따라 공사의 설계를 맡아, 도면 등의 설계도
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문재인
서를 작성하고 공사기간과 공사비용 등을 산정
대통령은 취임 초 중점과제 중 하나로 건설현
합니다. 설계에 따른 공정별 공사진행을 현장
장 산재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관계
에서 관리/감독하는 감리자가 있습니다. 이 발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2017년 7월 3일에 열린
주와 설계에 따라 공정별로 실제 공사를 맡은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 기념식에서 문 대통
건설업체가 시공자입니다. 공사를 따낸 원청-
령은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
종합건설사가 있고, 각 분야별로 원청의 도급
주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며
을 받은 하청-전문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합니
발주자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다.(우리나라에는 약 75,000개의 전문건설사
일터 9
2019년부터 ‘노-사-정-전’이 참여한 건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현장에서 궁극적인
안전혁신위원회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노’
결정권을 가진 ‘발주자’를 통제하는 법입니다.
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는 (전문)건설협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고를 분석해보
회, 설계/감리협회, ‘정’은 국토교통부, 전문가
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발주자의 공사기간
측에서는 안전전문가 등이 함께했습니다. 또한
단축이나 설계 변경, 혹은 처음부터 부족하게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칭 건설안전
책정된 안전관리비용 등에서 비롯됨을 알 수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피력했습니다. 2020년
있습니다.
4월 23일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사고 감소 세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 로 ‘건설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지만 건설 공사에서의 원도급사에 대한 책임이 미약합니 다. 특히 건설기계에 대한 원도급사의 책임이
바로 며칠 뒤인 4월 29일에 경기도 이천의
대부분 부여되지 않아, 덤프, 레미콘 등 대다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에서 산재참
건설기계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중요한
사 발생했습니다. 동시에 작업해서는 안 되는
점은 건설공사의 모든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우레탄 폼 ‘뿜칠’ 작업(유증기 발생)과 배관 용
끼치는 발주자에 대한 책무가 중대재해처벌법
접 작업을 강제했고, 결로를 막는다는 이유로
에는 빠져 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가 많이 일
노동자가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없애버렸습
어나는 50억 미만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유예
니다. 그러나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을
되었습니다.
담보하지 않은 발주자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때문이었고,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시공사
건설안전특별법이 있었다면 한익스프레스
의 위험한 공사지시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건설현장 폭발사고로 인한 38분의 죽음을 막
38분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을 수 있었습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채 발 주자가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지 못했을
사회적 비난이 들끓었음에도 시공사 현장
것입니다. 또한 화재/폭발 등 위험작업을 동시
소장과 안전부장은 각각 징역 3년과 금고 2년
에 작업하는 게 금지되었을 테고요. 현장의 노
으로 감형 선고를 받았고, 공사 감리업체 관계
동자가 위험성을 바로 알고서 작업중지권이 보
자에게도 1심보다 줄어든 금고 1년 6개월이 선
장되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시공사의 CEO
고됐습니다. 불과 며칠 전 한익스프레스 관계
책무가 신설되어,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수
자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
시로 보고받고 필요 시 추가인력 배치 등의 조
다. 한익스프레스는 그 공사의 발주자입니다.
치를 취하도록 CEO에게 안전책임이 부여되었 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주자’를 통제하기 위한 법, 건설안전특별법 한마디로 말해, 건설안전특별법은 안전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동료들의
중심에 두고 공사의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함
죽음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건설노동자들
을 명시한 법입니다. 건설공사의 발주와 설계
의 피땀으로 만든 법안입니다. 국회는 건설안
단계부터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한 설계와
전특별법을 즉각 제정해야 합니다.
시공법을 채택하도록 합니다. 이에 따라 발주 자는 안전한 시공법을 위해 필요한 적정 공사 기간과 공사비용을 정해야 합니다.
10
노동자가 만드는
2021 노동안전보건 이슈는?
특집
노동안전보건 시민단체 활동가로부터 듣는 가장 기억에 남는 2021년 노동안전보건 이슈!
김다연 상임활동가
8개의 노동안전보건 시민단체 활동가들로
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대응해오고 있다. 특히
부터 올 해 가장 마음에 남는 이슈는 무엇이었는
미조직 사업장 중대재해는 사고 원인이 제대로
지 들어보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보고 들은 정보
규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매뉴얼을 만들고
가 아니라, 지난 1년의 활동이 몸에 남긴 것이다.
사고 원인조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 지난한 낮과 밤들은 이 몇 줄의 글로 채 담을
상시적 대응체계를 갖추고 활동하며, 지역차원
수 없을테다. 모쪼록 내년도 왕창 응원한다는
의 경험을 쌓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며,
말을 전하며!
그 결과 깊이 있는 대응도 가능해져 중대재해
1)
대응 투쟁력이 강화되었다. 울산지역 중대재해와 울산운동본부의 꾸준 한 활동(울산산추련 현미향 활동가)
산재처리지연 제도개선 투쟁(현 민주노총
올해 울산지역에선 중대재해(사고)가 16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전 마창산추련
건 발생하여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창
활동가 김병훈)
사이래 471명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대중공
2008년 업무상질병판정위 출범 후 산재 처
업 4명, 고려아연 3명, 현대자동차 2명, 관급공
리 지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산재
사 2명, 건설노동자 3명, 기타 3명이다. 재해유
처리 지연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 자
형은 떨어짐(8건), 끼임(2건), 깔림(2건), 부딪
체를 포기하거나 신청하더라도 중간에 치료를
힘(2건), 맞음(1건), 질식사(1건) 등이다. 중대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고용노동부 및
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운동본부는 중대재
근로복지공단은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
해가 발생하면 사고조사, 기자회견, 고용노동부
었다. 이 투쟁이 중요한 이유는 산재보험운영
항의, 작업중지투쟁, 고발장 접수, 사업주 구속
에 대해 방관한 고용노동부와, 관행적으로 인
촉구 탄원서 조직, 검찰과 법원 항의투쟁 등 다
정해온 산재처리지연에 대해서 금속 노조가 문 제제기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문
1) 또한 같은 이유로, 노조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계 시는 활동가분들의 이야기를 담을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죄송스럽기도 하다. 2022년에는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은 활동에 대해 들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
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산재처리지연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일터 11
사업주 의견 제출 생략,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강손상 문제는 이미 90년대부터 알려졌었고,
확대, 질판위 심의 제외 질병 확대 등 제도 자체
반올림에도 오래전부터 제보가 있었다.
의 개선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
하지만, 대법 판결 1년 반이 지나도록 태아
히, 장기과제로 선보장•후평가 도입을 사회적
산재를 뒷받침할 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 할
의제로 제기하는 계기도 마련하여 산재보험개
일을 하지 않는 국회와 정부의 태도를 계속 지
혁 투쟁의 단초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의의
켜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반올림은 자녀의 건강
가 있다.
손상 피해자 세 분의 산재를 신청하며 올해 5 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알렸다. 산재법
쿠팡(충남노동인권건강센터 새움터 대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공단은
최진일 활동가)
산재신청을 각하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실시하
올해 기억에 남는 이슈는 다름 아닌 ‘쿠팡’
고 있다. 또한 반올림은 아버지 노동자의 태아
이다. 노동안전보건이슈로 하나의 기업을 콕
산재도 인정될 수 있도록 압박하기 위해서 산
찍는 것이 이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다양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국감과 여러 언
한 문제들,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준 계기였던
론보도를 통해 전자산업 태아산재 문제가 많이
것 같다. 비단 2021년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알려졌지만, 제도개선이 될 때까지 반올림은
쿠팡은 정말이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놀라울
계속 알려나갈 것이다.
정도로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다. 살인적인 노 동강도, 한겨울의 혹한과 한여름의 폭염, 코로
여성노동자 산업재해 관심 증대와 산재보
나19 집단감염, 물류센터 화재 등 수 많은 노동
험 일부 확대(노동건강연대 정우준 활동가)
자들이 쿠팡에서 일하다가 죽고 다치고 병들었
한 토론회에서 2030을 대표하는 한 보수정
다. 쿠팡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물류산업의 혁
당 정치인은 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은
신으로 추앙받기 때문인데, 그 중심에는 쿠팡
‘남성’이라며 산업재해를 남성들이 주로 겪는
이츠, 쿠팡플렉스 등에서 이뤄지는 플랫폼 노
문제로 이야기했다. 산업재해 통계가 드러내고
동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IT기술 기반 시스템이
있는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의 재해율은 이러
있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그
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이용되고 있다.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 드러났다.
2021년은 산업재해의 성별에 따른 수치가 왜
2021년은 앞으로 다가올 세상, 노동자들이 맞
그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
이할 환경이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라면 우리는
간이었다. 여성이 주로 근무하는 비공식 부문
이제부터 어떤 노력과 투쟁을 만들어야 할지
(가사노동 등)이 산재보험에 부분적으로 편입
많은 고민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되고 있고, 급식실 조리실무사들의 ‘폐암’ 산재 인정과 태아 산재 인정 등 그간 여성의 일이 여
반도체 전자산업 태아산재(반올림 이상수
성의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족했
활동가)
던 고려들이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전
2020년 4월 제주의료원 태아산재소송에서
통적인 산업재해 영역은 아니지만 올해 군대에
대법원은 부모의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직장내 성폭력과 괴롭힘
도 산업재해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
에 의한 자살은 작업장에서 젠더에 따라 건강
을 내렸다. 이 판결을 계기로 반올림은 태아산
과 안전을 해치는 ‘유해요인’이 다를 수 있다는
재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
점을 드러내주었다. 더불어 꼭 지점되어야할
다. 선천성 장애와 소아암을 비롯한 자녀의 건
2021년 노동안전보건이슈는 중대재해법 시행
12
노동자가 만드는
을 앞두고 중대재해예방이 아닌 중대재해 발생
동지들과 함께 ‘故이선호님 산재사망 대책위’
후 ‘기업의 처벌회피’를 위한 노동안전분야 전
를 구성해 고인의 장례를 치루기까지 59일을
문가들의 유례없는 로펌행일 것이다.
함께 했다. 故이선호님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일과건강 사무처
접 조문을 할 정도로 관계당국 뿐 아니라 언론,
장 한인임 활동가)
시민사회까지 관심을 갖는 사건이었다. 전국의
2021년 신년벽두에 올 것 같지 않았던 선
부두와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
물이 왔다. 물론 이 선물은 거저 온 것이 아니었
우와 현실, 안전과 건강의 문제, 고용의 문제 등
다. 산재 유족과 당사자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안이었다. 59일만에 故
단식투쟁과 지난 십 수년간 이 법의 제정을 위
이선호님을 보내드리게 됐지만, 책임자에 대한
해 애써온 수많은 인간의 역사가 존재했기 때
합당한 처벌을 제기하는 재판부 압박 등은 현
문에 가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비교적 잘
재 진행형이다. 2021년, 나에게는 ‘이선호’라는
짜여 있지만 안전보건책임의 권한 위양이라는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성 때문에 최고경영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구 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산업재
故김용균님 산재투쟁(김용균재단 조혜연
해는 관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종
활동가)
국적으로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
올해는 1년 내내 서산까지 꼬박꼬박 재판을
로써 산재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쫓아다니느라 분주했던 한해였다. 지난해 말,
물론 숭숭 뚫린 구멍이 보기 싫어 화가 나지만
고 김용균의 사고가 난지 2년여가 되어서야 그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관행을 못 벗어날 가능
죽음의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재판이 시작되었
성이 있는 사법부와, 동원 가능한 모든 면죄부
다. 물론 우리는 누구의 책임인지 알고 있다. 세
를 받기 위해 애쓸 최고경영자들을 두 눈 부릅
상이 다 아는 사실을 진짜 책임 당사자인 그들
뜨고 지켜볼 것이다. 또한 구멍이 가진 한계에
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증인으로 불려나온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법 적용
김용균의 동료들에게 사측 변호사는 피해자의
이 시작되는 내년이 기다려진다.
책임으로 몰기 위한 질문을 집요하게 퍼부었 다. 나도 가만히 듣고 있기가 쉽지 않았는데, 유
故이선호님 산재투쟁(한국노동안전보건연
가족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故김용균님의 재판
구소 손진우 활동가)
뿐 아니라 최근 너무나 분통 터지는 판결들이
4월말 어느 날.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또 있었다. 고 문중원 열사와 관련한 재판에서
추모의 날’을 앞에 두고 경기지역 살인기업 선
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도 무
정식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평소 연락을 자주
죄 판결이 난 것이다.
주고 받지는 못하지만, 반가운 한 동지에게 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되고, 중대재해
화가 왔다. “며칠 전 평택항에서 사망사고가 발
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어도, 여전히 하루에 6
생했다, 유족을 만나 뵙기로 했는데 경험이 없
명의 사람들이 일하다 죽어간다. 법을 바꾸는
다. 도와달라”는 소식이었다. 산재사망사고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책임자가 제대로
관련해 우선 급하게 확인할 것에 대해 알려드
처벌받아야, 그들이 가진 권한과 책임도 분명
리며, 의견 교환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고인이
해지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마음이 생기지 않
안치되어 계신 평택 백병원을 방문하여, 유족
을까.
을 만나 뵙고, 유족의 곁에 서고자 하는 지역의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
▲ 출처 : 안산노동안전센터
진유진 사단법인 안산노동안전센터 운영위원
회원들과 함께 한 책 읽기 프로젝트
까지 한 달 반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굴
코로나로 모이기도 어려운 시기, 안산노동
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로 도서를 지정했다.
안전센터에서는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
현장의 노안부장 및 회원들이 먼저 이 책을 읽
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책 이어읽기’ 사업이
고 동료에게 전달하여 이어읽기를 하면서 인증
제안되었다. 마침 가을도 되었고 현장도 살짝
샷과 감상평을 메일이나 문자로 보내는 형식이
여유가 있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큰 욕심
었다. 이중 우수 감상평은 시상도 하기로 했다.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도서 선정이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 책을 읽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
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읽기 편한 책이
읽기’라는 제목으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
면서 내가 일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
14
노동자가 만드는
의 안전문제도 함께 접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하
려상 3편을 더 선정하기로 했다.
고 싶었다. 그동안 발간된 책들을 주문하고 읽 어 보기를 반복했다. 결국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로 선정 되었는데, 이유는 쉽고 짧게 산업재해의 역사 속의 주요한 사건들이 단락별로 의미를 전달 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상황과 과정을 통해 현 장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 수 있으면서 너무 어 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의 고통 속에서 현장 노동자가 알 수 없는 전문적 인 식견과 견해로 우리 곁에 함께하는 든든한 지원군, 직업환경의들의 활동을 접하는 책이라 는 것이 좋았다. 도서가 선정되고 막상 판을 벌이고 나니 이 사업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 합원들이 직접 책을 사서 볼지, 일하면서 책을 읽고 감상평을 보내줄 수 있을지 고민이 생겨 났다. 걱정만 할 수는 없어 사업장으로 회원과 노안부장님들께 사업을 홍보하고 도서 대여도 하러 다녔다. 걱정과는 달리 책을 대신 주문해 달라는 사업장들이 생겨났고 다행히 감상평도 한 두 편 씩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흘러 11월 15일 13편의 감상평과 21명의 인증샷이 접수되었고, 이제 우수상 3편과 장려 상 3편 참가상 26명 시상만 남아있다. 감상평 속 노동자들 이야기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다. 코로나 시대가 아 니라면 북콘서트를 준비해 저자와 참가자들을 모시고 책을 쓰게 된 동기와 감상을 나누며 우 수작 발표와 시상을 하며 축하할 수 있었을 텐 데… 그렇지만 참여해주신 분들을 보며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마 무리하게 되었다. 지역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약속 안산노동안전센터는 2016년 11월, 민주노 총 안산지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문제만이 아 니라 안산 지역의 모든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 할 권리를 위해, 스스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 여 만들어진 기관이다. 창립한 지 이제 만 6년 차에 들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선례가 없는 사 업이라 가는 길이 어렵고 외롭다. 반월시화공단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97%가 넘고 불법파견과 이주노동자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법의 보호조차 받고 있지 못하며 안전이라는 말은 멀기만 해,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이러한 노동 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며 안전은 권 리임을 확산하는 홍보사업을 주로 해 왔다. 무 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
감상평에 글쓴이의 속 깊은 이야기를 볼 수
민은 여전히 많다. <도전! 책 이어읽기> 사업은
있었다. 살기 위해 일하는 현장이 죽음의 현장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되었고 내년 사업의 밑거
이 된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름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다.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담 겨있었다. 현장 노동자와 함께하는 직업환경의 학과 의사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이 책을 읽
마지막으로, 감상평 중 일부의 내용을 공유 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을 수 있게 기회를 준 동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내용들도 많았다. 감상평에는 책에 대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뿐 아니라 우리
한 자신들의 생각, 현장의 문제들을 진솔하게
도 일상에서 그 의사가 되어 아프고 힘든 노동
담고 있어 감동적이었고 덕분에 우수상을 선정
자들이 없도록 고민하고 행동하는 노동자가 되
하기가 어려웠다. 애초 우수상 3편에 더하여 장
어야겠다. 그래야 이 세상이 조금은 살만해질 것 같다.” 일터 15
알아보자, LAW동건강
정수기 설치 담당 엔지니어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까지 임혜인 회원, 노무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기준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의
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
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근
며,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여부는
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
다음의 표와 같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
한다고 한다. (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
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에 따르
29736 판결, 대법원 2017.1.25. 선고 2015다
면 누군가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 있어 그 사
59146 판결 등 참조)
람의 직업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실 무상 근로자성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 사람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
이 하는 일보다 그 사람의 직업, 그 직업에 대한
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사회적 인식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대게 근로자성의 인정, 불인정의 경계에 서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전통적인 노동의 범주에서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벗어났다고 여겨지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첨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단에서 최첨단,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현대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
사회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노동의 모습은 여전 히 제조업, 생산직 또는 일반 사무직 노동에 머 물러있다. 이에 근무장소나 근로시간의 변동이 빈번하거나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높은 자율을 가지고 있는 직업들은 의례 근로자성이
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 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
부인되어, 긴 싸움을 통해 스스로 근로자임을
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세상에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16
노동자가 만드는
고등법원, 대법원을 통한 근로자성 인정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 ※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1심의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등법원 과 대법원은 엔지니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
였다. 엔지니어들이 주장한 사실관계는 변함이
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
없었다. 다만, 재판부는 엔지니어들의 노동과정,
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
내용 등을 섬세하게 살피며 그 속에서 종속성을
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
인정할 만한 요소를 찾아내며 그들이 근로기준
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
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시
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하고 있으며, 그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업무내용의 결정
지난 11월 11일은 지난 2016년부터 근로
우선, 재판부는 엔지니어들이 체결한 용역
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오랜 분쟁을 치러온 청
계약의 실질을 검토하며, 업무내용이 어떠한
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방식으로 구체화되었는지를 살핀다. 회사와 엔
임을 확인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소 제기
지니어 간 체결한 위탁계약서에는 원고들이 담
후 약 5년 만에 얻은 값진 판결이다. 청호나이
당하게 되는 업무에 관하여 ‘각 원고는 피고의
스 엔지니어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 회사와
상품의 배달·설치·A/S·판매계약의 체결을 주
개별적으로, 노동청 진정을 통해 다툼을 이어
선한다’는 등으로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온 시간까지 합친다면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받
뿐,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았다.
기까지 투쟁한 시간은 더 오래일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용 역계약서의 추상성이 회사의 업무지시로 실질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적으로 구체화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심은 근로자성을 부정 안타깝게도 1심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
2) 업무 수행 과정에의 지휘·감독
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엔지니어들이 ①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회사가 영위하는 사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용역 업무를 수행한 것
업의 성격을 고려하였을 때 회사가 엔지니어들
이고, ②회사로부터 모종의 서약서, 행동강령
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할 만 한 유인이 있
등의 지침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여온 사정은
다고 판단하였다.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공기
있으나 그 지침 또한 내용이 추상적, 일반적 내
청정기, 비데 등의 제조·판매·렌탈 업무를 하
용에 불과하여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
는 회사로 제품의 정확한 설치 및 지속적인 관
며, ③자신에게 배당된 A/S 업무를 회사의 별
리와 A/S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서비스가 뒷받
도 승인 등 관여 없이 타 엔지니어에게 이관하
침되지 않고서는 계속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것
는 것이 가능하였던 점, ④엔지니어들이 회사
이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엔지니어들의 기술
사무실로 출근하여 회의를 하기도 하였으나 회
력과 서비스 역량은 피고의 브랜드 이미지와
의 참석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었고, 엔지니어
사업의 성패에 직결되는 것이기에 청호나이스
들이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사
가 엔지니어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행사
유로 엔지니어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할만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객관적 현실을 인정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
하며, 청호나이스가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행한
다고 판시하였다.
일련의 지휘·감독의 실태는 사용종속관계를 전
일터 17
▲ 출처 : pixabay
제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는 사실상 불가능한 점, 위탁계약을 체결한 기 간 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외에 다른 소
3) 취업규칙 및 복무(인사)규정 등 1심에서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그 구속성이 부인된 회사의 다양한 형식의 규정,
득을 얻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보 았다.
지침 등 또한 취업규칙 등에 해당함을 확인하 였다. 회사가 엔지니어에게 제시한 행동강령
5) 독립사업자성
등 각종 지침은 엔지니어들에게 통일적으로 적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 역시 엔지니어
용되는 모종의 규율이었으며, 가령 물품지급규
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데 기여하였다. 재판
정, 벌과 등에 관한 기준, 서비스강화를 위한 엔
부는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제공
지니어 용모와 복장 규정, CS 부진 엔지니어 교
하는 설치·A/S 서비스를 청호나이스로부터 받
육 규정 등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실상 엔지니
는 것으로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
어들의 근로조건 내지 복무규율에 관하여 일방
의 근로자성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는 요인으
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정하는
로 평가되었다.
취업규칙 내지 복무규정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단 지 그가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4)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
주체임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
엔지니어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사람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일터에서의
주된 수입으로 삼은 점, 통상적으로 아침에 사
그의 존재와 그의 노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
무소에 출근함으로써 업무를 시작하였고, 그
는 태도이다. 노동의 형태가 다변화하는 사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고의 업무지시를 받았
에서 각자의 노동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기 때문에 엔지니어로서의 업무 외에 다른 사
수 있도록 보다 포용력 있는 노동환경의 조성
업을 하거나 다른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기
이 필요하다.
18
노동자가 만드는
연구리포트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것을 목표로 실시했다.
단체급식조리실의 높은 노동강도와 근골격 계질환 발병률은 사회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
2. 설문조사 결과
다. 최근 학교 단체급식실에서 오래 근무한 노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은 ‘50
동자들의 폐암 발병 사실이 알려지고 산재 신
대’, ‘여성’이라는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84
청으로 이어지며 단체급식 노동의 위험성이 다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대가 65.9%
시 한 번 알려지게 되었다. 동종 업무를 하는 서
였고, 여성은 전체의 76.2%를 차지했다. 근무
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조리노동자들
시간을 확인한 결과, 노동자들은 매주 다른 시
역시 오랫동안 높은 노동강도, 크고 작은 사고
간에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전원이 그런 것은
와 질병을 겪어왔다.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
아니지만 41.5%가 주마다 다른 시간에 근무한
개선을 요구하며, 2019년 전국대학노동조합
다. 실제로 식당마다 4개나 5개의 시간대, 많게
서울대지부는 파업에 돌입해 서울대학교와 사
는 9개 시간대까지 운영하면서, 근무시간 내내
회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비슷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점심시간 위주로 만 다수 노동자를 배치하고 있다. 매주 다른 시
이처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가 있었
간에 출근하지만, 출근 시간을 알게 되는 것은
으나, 추가 인원 채용 등 처우 개선과 환경 개선
정작 하루 전(36.6%)이나 며칠 전(14.6%)이였
은 더디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서
다.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실은 식수 인원이 몰
업무 중이다.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은 언제 어
리는 점심시간에 노동자들을 집중 배치하고 있
디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급식실
었다. 하지만 식수 인원이 많지 않은 아침과 저
에서 충분한 휴식조차 없이 고된 노동을 이어
녁 시간에도 노동자들이 할 일은 많기 때문에,
가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한 부담작업으
식당이 문을 여는 전체 시간 동안 적정 인원을
로 인해, 불건강 상태로 일하는 게 만연해지기
고루 배치해 노동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도 했다. 그래서 이번 실태조사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조적·환경적 원인을 파악
어떤 유해환경에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 물
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자료를 마련하는
었을 때, 거의 항상 계속 서 있는 자세를 취한다 일터 19
는 답은 91.5%로, 앉을 틈 없는 단체급식 노동
높게 나왔는데, 빠른 속도로 과중한 노동을 하
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소음에 거의 항상 노출
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과 비교해
된다는 응답은 43.9%, 자주 노출된다는 응답
어느 정도의 노동강도가 적절한지 물었을 때
은 39.1%로 근무시간 내내 소음에 시달린다는
61.05%여야 한다고 답해 노동강도 완화가 필
것이 확인되었다. 거의 항상 미끄러운 바닥에
요함이 확인되었다.
서 일한다는 답변은 46.3%로 높게 나왔고, 자 주 노출된다는 응답도 30.5%로 높게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위험한 환경
불편한 작업 자세에 거의 항상 노출된다는 응
에서 높은 노동강도로 일하며 다치고 아프지
답은 48.8%, 자주 노출된다는 응답은 35.4%로
만, 사고나 질병 발생 시 산업재해 신청을 한다
나왔다.
는 응답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사고로 병원 치 료를 한 적 있다는 응답은 26.9%가 나왔지만,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률
그중 본인이 비용을 부담했다는 참여자는 75%
을 NIOSH 기준에 따라서 살펴보면, NIOSH
가 나와 산재보상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현실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호소자는 81%, 관리대
이 드러났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으로 병원 치
상자는 78.6%, 질환의심자는 40.5%였다. 빈
료를 받는다는 응답이 74.4%였고, 이중 치료
번하게 어깨를 사용해 재료를 썰고, 배식 시 어
비는 본인이 부담했다는 응답은 98.4%로 나
깨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무거운 밥솥을 옮기
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병원 치료로는 이어지
면서 허리와 상체에 부담을 가하는 작업 특성
지만 산재 보상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고 업무
이 근골격계질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
상 재해가 노동자들에게는 개인이 처리할 일로
관적인 노동강도 평가 지표인 보그지수 평균값
여겨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은 14.18이었다. 업무가 빠르게 걷는 수준이거 나 100m 달리기 수준이라는 응답이 78.6%로
20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들이 업무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급
식조리실에서, 노동자의 피로도를 높이는 소음
서 일하고, 노동자에게 맞춰있지 않은 조리대
과 미끄러운 바닥 등의 요인을 개선할 필요가
등으로 언제든 각종 사고를 겪을 수 있는 환경
있다. 중량물 무게를 줄여 근골격계 부담작업
문제가 확인되었다.
을 완화할 방안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 자들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은 인 력 충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면접조사 결과, 노동자들에게 사고나 질병 은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확인되었다. 업무 중 다치고 아프면 산
3. 면접조사 결과
재보상을 받아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인
면접조사에서는 3년에서 22년까지 서울대
식이 낮은 편이었다. 노동자 건강권, 근골격계
생협 단체급식실 경력을 보유한 노동자 총 8명
질환 예방, 업무상 재해, 산업재해 신청법 등 안
을 만났다. 면접을 통해 노동자들이 인식하는
전과 건강 관련 교육 역시 실시된 적이 없다는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실의 노동강도, 노동환
것도 확인되었다.
경, 노동조건에 대해 질문했다. 또한 노동강도 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
면접조사에서 노동강도와 노동환경 외에
이 무엇인지 묻고 답을 들으면서, 앞으로 마련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확인했다. 노동자들은 스
해야 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스로 고된 노동을 하지만 임금 수준은 매우 낮 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또한 ‘짧은’ 휴식 및 식
면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정해진
사시간과 ‘충분하지 않은’ 휴게 공간은, 노동자
시간에 조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마쳐야 하는
피로도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은 노
쉴 틈이 없는 노동조건이었다. 업무시간 내내
동강도와 더불어 노동자 피로도를 심화하는 요
서서 일해야 하는 점 외에도, 특히 노동자들이
인이었다.
피로를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은 인력 부족 문 제였다. 노동자들은 생협에 계약직으로 채용되
면접조사를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이 건강하
어 2년간 근무했으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
지 못하게 일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으
한 이들이 최근 퇴사하면서 인력이 계속 줄어
로 확인되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
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적으로 인력이 부족
겠지만,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인 인력 충원을
한 탓에 신규 노동자가 들어와도 충분히 교육
위해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만들어보는
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적응이 어렵고, 그러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다보니 금세 그만두게 되어 인력부족 문제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4. 현장조사 결과 현장조사는 2021년 5월 25일과 6월 8일에
중량물 취급과 부담작업 자세는 노동자들
학생회관 식당, 공학관 식당, 자하연 식당, 동원
에게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고, 일상적으로 병
관 식당에서 진행했다. 현장조사 결과 전처리,
원에 다니며 일하는 상황을 유발하는 요인이었
설거지, 조리 및 취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
다. 노동자들은 물리치료를 자주 받을 뿐만 아
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노동자가 여
니라, 하지정맥류가 발병해 틈틈이 ‘피를 빼주
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일부 식당의 경우
러’ 병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노동환경이 매우
설거지와 배식을 하는 노동자와 조리업무를 하
열악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미끄럽고
는 노동자로 나뉘기도 했지만, 완벽히 나뉘지
울퉁불퉁해서 넘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바닥에
는 않았다.
일터 21
빠른 업무 속도 역시 서울대 단체급식실의
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파악되었다. 단체급식
특징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쉴 틈 없이 빠르게
실에서는 정해진 배식 시간이 있어 그 일정에
일을 해야 했다. 배식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
맞춰 빠른 속도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간 내에 업무를 반드시 완수해야만 한다는 압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
박 속에서 전처리, 조리, 청소, 배식, 세척 등 여
동을 견뎌내야 하고 급하게 일하다가 사고 위
러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되풀이하고, 높은
험에 처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여러 개의 근무
노동강도를 견뎌내고 있었다.
시간대를 두고 인원을 나눠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근무시간 동안 충분한 인원이 일
전처리 작업, 청소, 설거지, 배식 업무를 하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업무 특성상 휴
는 동안 반복적으로 취하는 불편한 자세, 장시
식시간을 여러 번 둘 수는 없더라도 업무 속도
간 서 있는 자세,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
는 적정하게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 업무 속도
계 부담이 확인되었다. 이와 더불어 휴식 및 식
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인력 충원은 중요하다.
사시간의 부족, 휴게실과 화장실의 이용상 어 려움은 신체적·정신적 부담과 손상을 심화시키 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부담을 가져오는 중량물 무게를 줄여야 한다. 또한 노후한 급식 실 노동환경 역시 현대화해, 환기 문제를 개선
급식조리실 환경 역시 유해하고 위험했다.
하고 미끄럽고 낡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바
노동자들은 물기가 상시 존재하는 바닥에서 미
닥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10년이나 20년
끄러질 위험이 크고, 지하에 위치하거나 환기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근골격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초미세먼지와 조
질환 실태를 별도로 조사하고, 노동 현장 직업
리흄 등 유해물질 노출 위험도 컸다. 세척이나
성 암 발병 위험은 없는지 역시 심층 조사할 필
청소 중 사용하는 청소용제나 세제 등 유해화
요가 있다.
학물질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였 다. 그런데도 해당 물질의 사용 시, 보호구 지급 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업무 중 노동자가 다치거나 아플 때 바로 치 료받고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무 중 발생한 재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님을 알리고 노동자들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근골격계 부담, 빠른
이 재해 발생 시 산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속도로 하는 업무 때문에 생기는 사고 위험 방
한다. 노동자들이 아프고 다치면서 일하는 것
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 충원이 시급하
은 당연한 게 아니며, 건강하게 일하는 것은 노
다. 인력이 충분하다면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동자 자신의 권리이다. 이제 노동조합이 조합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고 휴식 및 식사시간 또
원과 함께 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해 현장을 바꿀
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전
때다. 안전보건교육 시간을 유급으로 확보하고,
체적인 노동강도를 낮춰, 노동자들의 신체적·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담당자를
정신적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또한 노동환경
선임하며, 조합원들은 현장 참여조사나 일상적
유해 정도를 파악하고, 중량물 취급 부담을 낮
점검 등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현장을 가장 잘
추는 방향으로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는 조합원이 스스로 참여할 때 안전한 현장 을 만들 수 있다.
5. 결론 및 제언 실태조사 결과,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
22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 지난 35년동안 기업에 공짜 노동을 허가한 착취법을 종결짓다 황이링 OSHLink
노동부는 과거 35년 동안 사용자가 노동자
1. 소위 주간(야간) 당직은 사업단위가 노동
의 정규 노동시간 외 당직노동을 요구하면 당
자에게 노동시간 외에 노동계약에 약정
직 업무와 일상 업무의 성격이 다르기때문에
하지 않은 업무에 종사하도록 요구하는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로
것이다. 예를 들어 긴급 서류 접수 및 전
인해 노동자가 노동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업
달, 전화 응대, 사업장 순찰 및 비상사고
무로 간주되지 않고,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
통지, 연락 또는 대응 등의 업무이다.
기 때문에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을
2. 사업단위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노동자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자로 하여금 법
의 동의를 거쳐 주간(야간) 당직을 요구할
적으로 허용된 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도록 만
수 있다.
들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한 과로의 위험에 대
3. 주간(야간) 당직에 대한 규정은 단체협약,
한 사회적 문제인식에 직면해, 노동부는 당직
노사협의회를 통해 정하거나 업무규칙으
기간 중 노동자가 사용자의 감독을 벗어나는
로 정할 수 있다. 업무규칙으로 정한 경우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내년 1월
에는 해당 사업단위의 노동조합 또는 노
1일부터 당직 근무를 노동시간에 포함하겠다
동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고 밝혔다.
야 한다. 4. 근무일 당일에는 동시에 주간 혹은 야간
노동자가 노동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업무로 간주되지 않는다. 1985년 12월에 행정원 노동위원회(현재 노동부로 개명, 이하 노동위원회)는 사업단위
당직을 할 수 없다. 5. 주간(야간) 당직 수당은 노사 쌍방이 협의 하여 정하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다.
에서 많은 노동자가 주간 혹은 야간 당직을 하
6. 사업단위는 주간(야간) 당직 근무 노동자
는 상황을 언급하며 <사업단위 시행 노동자 주
에게 적절한 음식과 휴식 및 수면 장소를
간(야간) 당직 의무 주의사항>을 특별 제정하
제공해야 한다.
여 기업 관리 기준으로 삼았다. 해당 주의사항 은 총 8가지 항목으로 아래와 같다.
7. 사업단위는 노동자의 연령, 체력, 업무능 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야간(주간) 당직을 일터 23
안배해야 한다.
보다 낮아서는 안된다.
8. 사업단위는 아동에게 주간(야간) 당직을
2. 노동일에 주•야간 당직을 할 때 주 1회를
서게 해서는 안 되며, 여성 노동자에게 야
초과할 수 없다. (단, 노동자의 동의를 거
간 당직을 서게 해서는 안 된다.
쳐, 정상 노동시간에 지장이 없다면 제한 을 두지 않는다.)
당시 노동위원회가 발표한 주의사항 중에
3. 휴일 혹은 휴가 기간에 주•야간 당직을
는 심지어 아래와 같이 명문화한 내용도 있다.
할 때 월 1회를 초과할 수 없다. (단, 노동
“노동자의 주간(야간) 당직 업무는 비정규
자의 동의를 거쳐, 정상 노동시간에 지장
노동의 연장이며, 법리에 따라 노동자는 주간
이 없다면 제한을 두지 않는다.)
(야간) 당직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사업단
4. 원 규정에서 여성노동자는 야간 당직을
위는 만약 노동자에게 주간(야간) 당직을 반드
설 수 없다는 규정은 삭제한다. 여성 노동
시 요구해야 할 경우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자가 야간 당직을 설 때, 사용자는 반드시
하고, 노사합의정신에 기반하여 노동자는 최대
안전한 위생 시설 혹은 조치를 제공해야
한 사용자의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
한다. 그러나 임산부 혹은 수유기간 중인 여성은 야간 당직을 설 수 없다.
상술한 내용으로 보자면 노동위원회는 비 록 주의사항에서 사용자가 노동자의 동의를 얻
이번 개정안이 수당 지급 하한을 추가하고
어야 주간 혹은 야간 당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야간 당직 횟수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했다. 하지만 명문에서는 노사합의정신에 기초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은 여전히 비노동 범주
하여 노동자는 최대한 사용자에게 협조할 것을
로 간주되어 초과 노동 수당을 면제할 뿐만 아
명시하였다. 이와 같은 서면규정은 노동자가
니라 노동시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거절할 수 있는 근거를 분명히 약화시킨 것이
더 낮은 인건비로 노동서비스를 취하도록 허용
다. 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가 주간 혹은 야간
하는 것은 노동 보장의 기본 정신에 전면 위배
당직을 비업무시간으로 간주하면서 근로기준
된다.
법의 제한 역시 받지 않았다. 수당 제공여부는 규정으로 노사 쌍방의 협의사항으로 넘기면서
하지만 다행히, 이 불합리한 규정이 35년
사용자가 수당을 제공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닌
만에 드디어 다음 달, 즉 내년 1월 1일에 공식
것이 되었다. 대등하지 못한 노사협의에서 노
적으로 폐지된다. 이른바 주간, 야간 당직은 모
동자는 무력하게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무
두 근로기준법 조항으로 돌아가 노동시간에 포
상 혹은 염가의 주간(야간) 당직을 제공하고 산
함되어야 한다. 정규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부
입되지 않는 추가 노동시간을 제공하였다.
분은 연장 노동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며, 초과 노동 수당 역시 지급되어야 한다. 업무 교대 간
시행 30여년 만에 최초로 수당의
에는 11시간의 간격을 두어야 하며, 7일 이내
하한 기준이 개정되다.
1일 휴무 등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위반자
2019년 3월에 와서 위 주의사항 중 일부가
는 2만~100만 NTD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제
처음으로 개정되었다.
야 실질 노동 시간에 대해 합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1. 주간(야간) 당직을 규정한 사용자는 수당 을 제공해야 하며, 수당은 법정최저임금 24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공공운수노조 산하 발전노조와 발전비정규직노조전체대표자회의, 탄소중립위원회 해체 공대위가 공동으로 <정의로운 전환 석탄발전노동자 가 요구한다> 집회를 11월 12일 충남 태안에서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 및 문재인정부의 기만적 기후위기대응과 노 동자 없이 운영되는 탄소중립위원회 해체를 촉구했다. 출처: 호나라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욕먹어가면서 해요? 그럴 순 없죠.” 보조출연자 문계순 님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TV에 등장하는 인물이 한둘은 아니긴 하지
아이들 다 대학 졸업시키고 소일거리를 찾
만, 유독 사극(史劇)에선 유독 많은 이들이 스쳐
던 중에 지역 광고를 봤는데, 거기서 엑스트
지나가곤 한다. 화면 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터
라를 모집한단 광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곧
라,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운 그들은 바로
바로 사무실에 찾아가서 소개비를 주고, 보
‘보조출연자’이다. 흔히 ‘엑스트라’라고 불리는 이
조출연자로 등록을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
들의 역할은 주연 배우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백 명의 보조출연자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자신을 죽이고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는 것이다.
등록하자마자 바로 현장으로 내려가라고
이번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에선, 조연
하더라고요.
아닌 주연으로서의 보조출연자를 만나봤다. 제 첫 작품은 KBS에서 방영한 〈서울 1945〉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조출연자는 어떤 일
란 드라마예요. 이 드라마 세트장이 경남 합
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천에 있었는데, 마침 제 고향이 합천이거든
안녕하세요, 보조출연자 문계순입니다. 보
요.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세트장으로 내
통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서 주연 배우 주위
려갔죠. TV에서만 보던 배우도 보고, 전쟁신
에서 말없이 걸어가는 행인이나 군중 역할
찍고… 계속되는 촬영에 잠도 제대로 못 잤
을 합니다. 전쟁 장면에선 싸우다가 죽은 채
지만, 힘든지도 모를 만큼 너무 재밌었어요.
로 누워있기도 하죠. 그래서 예전엔 보조출 연자더러 엑스트라라고 했었어요. 이 밖에
보통 사무실을 통해 일을 구하나요?
도 드라마나 광고 등 보조출연자가 필요한
예전엔 영화의 중심지가 충무로였잖아요?
경우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주변의 배경으
그때 그 시절엔 보조출연자 출연을 희망하
로 등장하곤 합니다.
는 사람들이 충무로 주위에서 시간을 보내 고 있으면,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어요. 그럼
어떻게 보조출연자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26
노동자가 만드는
그 소리를 듣고 선착순으로 먼저 도착한 사
▲출처: 문계순
람 순서대로 보조출연을 하곤 했대요. 이후
어울리는 걸음걸이라든가 표정 같은 건 있
여의도에 방송사가 생기고 보조출연자를
어요. 간혹 촬영장에서 급할 땐, 주위 사람
모집하고 관리하는 기획사가 만들어졌어
을 보조출연자로 동원하기도 해요. 그럴 때
요. 처음엔 한국예술이란 기획사에서 독점
면 연습이 돼 있지 않아, 어려워하더라고요.
했었는데요, 차차 여기서 독립한 기획사들 이 생겨서 지금은 약 10곳 정도의 기획사가
함께 일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있어요.
촬영장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보조출연자가 필요해서, 나이 제약은 없어요. 현장엔 20
이력서까진 아니더라도 이름, 나이, 몸무
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보조출연
게, 키, 머리색을 적은 신상명세서를 기획
자들이 있죠. 현재 전국에 20만 명, 그중 서
사에 등록해요. 보통 여러 회사에 등록하는
울에 15만 명 정도의 보조출연자가 등록돼
편이고요. 보조출연자가 작품을 고를 순 없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보조출연자로 등록
고, 기획사에서 필요한 인력이 있을 때마다
하고 대기하는 인원이 이 정도라니, 엄청 많
충원하는 방식이에요. 드라마나 영화 속 신
죠? 높은 학력이나 자격증을 요구하진 않는
(scene)마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
일이라,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에요. 그리고
무래도 전쟁신에선 젊은 남성이 필요할 테
매일매일 일이 들어온단 보장이 없는 일이
고, 머리를 염색한 사람이면 사극에 출연하
기도 해서, 다른 일용직이랑 병행하는 분들
긴 어렵겠고요. 기획사에서 신상명세서를
이 많죠. 1997년 IMF 이후 보조출연자들이
장면마다 어울리는 보조출연자를 찾는 거
급격하게 늘어난 적도 있을 만큼, 실직 이후
죠. 보통 “내일 일이 있으니 해보겠냐”는 문
에 보조출연을 시작하게 된 분들도 많고요.
자가 오후 3시에서 5시경에 와요. 보조출연자라 비록 대사는 없지만, 장면에
보조출연자로 일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다 면요? 일터 27
드라마나 영화 보시면 알 거예요. 사실 보조
예요. 이때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이 이걸 산
출연자가 등장하는 시간은 얼마 안 돼요. 근
재로 인정받기 위해 싸웠어요. 결국 해당 사
데 대기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길어요. 촬영
고의 사망자는 보조출연자 중에서 처음으
에 언제 투입될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감독
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습
이 만족할 때까지 촬영을 계속하니 언제 일
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보조출연자의 처우
이 끝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차차
근도 불투명하죠. 현장 특성상 하루에 8시
촬영현장에서의 안전사고도 줄어들었어요.
간 이상 일할 때도 있고, 밤샘 촬영이 이뤄 지는 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촬영 현장이
예전엔 전쟁신 찍을 때면 버스로 10대 넘
야외면 제대로 된 휴게공간 없이 더위와 추
게, 500명 이상 대규모 인원이 촬영현장으
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가장 힘들어요. 거
로 내려갔어요. 요즘엔 임금도 오르고 안전
기다 분장까지 한 상태면, 열악한 환경에서
사고도 우려되니,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장
긴 시간 대기하기가 정말 힘들죠.
면은 줄이는 추세예요. 코로나19 여파도 크 고요. 점점 보조출연자로 일할 기회가 줄어
보조출연자의 수입은 어떤 편인가요?
들어 아쉽기도 하죠.
예전에 저임금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는 데요. 2008년에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판결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에 대해서 좀 더 얘기
이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계산하고 있어
해주세요.
요. 촬영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초과근무수
기획사에 소속된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당도 인정되고, 지방촬영 때 이동시간도 노
직원들의 폭언이 있었어요. “이리로 모여
동시간에 포함돼요. 다만 다른 직장처럼 호
라”, “줄 서라”라고 말해도 되는데 욕하면서
봉이 상승하진 않아요. 십수 년 일한 사람이
지시하곤 했습니다. 저들도 배우나 스태프
나 일한 지 며칠 되지 않는 사람이나 다 똑
에겐 찍소리도 못하면서, 자기보다 한참 나
같은 임금을 받습니다.
이가 많은 50, 60대 보조출연자들에겐 아무 렇지 않게 막말하곤 했어요. 욕을 들으며 일
촬영하다가 다치거나 사고가 난 적은 없으
하다보니, 마치 우리가 포로수용소의 포로
세요?
같단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소수의 반장이
왜 없겠어요. 현장에서 낙상해 발이 다치기
다수의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려다 보니, 어
도 하고, 불화살이 날아와서 어깨에 화상을
느새 폭언이 관행처럼 자리를 잡은 거죠. 보
입은 적도 있어요. 근데 그냥 알아서 치료하
조출연자는 일거리가 없어질까 봐, 차마 항
란 식이었어요. 정말 쓰다 버리는 짐짝처럼,
의하지 못했던 거고요. 그냥 일하러 온 건
소모품처럼 취급했던 거죠.
데, 욕 섞인 업무지시를 받을 줄이야… 더군 다나 공영방송인 KBS 촬영현장에서 이런
혹시 드라마 〈각시탈〉 보셨어요? 그때 촬영
폭언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장소로 이동 중이던 버스가 전복돼서 보조
28
출연자 1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두 달간의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는
입었거든요. 사람이 죽은 큰 사고잖아요. 근
버스에서 보조출연자들끼리 “욕먹어가면서
데 기획사랑 KBS 모두 서로 자기 책임이 아
일할 순 없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일을 그만
니라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거
두기도 싫다.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
노동자가 만드는
▲출처: 장영우
자”라고 논의했어요. 이후 인권위원회, 국
노동조합 출범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회, 청와대로 가서 우리 이야기를 하자는 등
일단 전보다 현장에서의 언어폭력이 줄어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들었어요. 또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보자고 제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게 됐죠. 예전엔 오가
안했어요. 사실 제가 70년대에 섬유노동자
는 시간이 10시간이라도 근무시간으로 안
로 일했거든요. 결혼하면서 경력단절이 됐
쳐줬거든요. 물론 지방촬영이 끝난 뒤의 이
지만요. 하여튼 그때 노동운동으로 유명했
동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하느냐 마느냐
던 원풍모방노동조합에서 대의원을 했던
하는 쟁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요. 2012년부
터라,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어
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도 받고 있어
요.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제안에 그때 모여
요. 이 모든 건, 어느 날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있던 50명이 동의하면서 위임장에 서명했
우리가 하나하나 투쟁해서 얻은 결과예요.
어요. 바로 다음 날 KBS에서 모여 여의도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건 없죠.
가까이에 있던 한국노총을 찾아가서 노동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때가 벌써 15년 전 인 2006년이에요. 처음엔 그저 반장의 비인 간적인 대우에 화가 나서 시작했지만, 본격 적인 노동조합 활동 이후 보조출연자가 겪 는 여러 문제점이 점점 보이더라고요. 일하 려는 사람은 많은데, 상대적으로 일할 기회 는 적거든요. 그렇다 보니 보조출연자들은 항상 일거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단 걱정 탓 에 각종 부조리한 일이나 갑질에 시달려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어요.
2021년을 마무리하며 바람이 있다면요? 저희는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근로자 공급 허가를 받은 업체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이 유로 제작사가 저희와 계약을 맺으려고 하 지 않아요. 우리 노동조합과 계약하는 제작 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업계에선 하청, 재하청으로 수수료를 떼가곤 해요. 일거리 를 얻기 위한 혼탁한 관행과 갑질이 만연하 고요. 이런 현실을 개선해, 모든 보조출연자 가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길 바랍 니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늘 그랬듯이 우리는 또 싸우고 마침내 이길겁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 인터뷰
한재영 상임활동가
숨이 찰 만큼 빠른 속도감에 지칠 때면, 자연 스레 산이 떠오르곤 한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이미 알던 이라면 다시 한번 지지와 응원을 보내 길 바란다.
따라, 서서히 외피를 바꿔입는 존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쉼
노동자 의사를 묵살하는 세종호텔의
이 필요하다는 이들에게 세종호텔을 추천해주
‘노동자 길들이기’
곤 했다. 남산 정경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허 사무장이 세종호텔에서 일한 지도 어언
있어서였다.
28년째다. 시작은 1994년, 전화교환원으로 입 사하면서부터다. 전화교환원으로 근무한 지 20
하필 그날 점심시간의 주제가 호캉스였다.
년이 되던 해엔 근속상을 받기도 했다. 동료들
호텔을 찾는다길래 자연스레 세종호텔을 언급
이 축하로 건넨 꽃다발처럼, 20년 전 사회 초
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세종호텔?
년생이 꿈꿨던 미래는 더욱 더 단단해지는 듯
거기 되게 오래전부터 투쟁하는 곳 아니에요?”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그는 전화교환원에
바로 검색해보자, 진짜였다. 단 몇 개월, 며칠 새
서 객실 청소업무를 맡는 룸 어텐던트(Room
로 모양을 달리하는 세상에서 10년간 싸우고 있
attendant)로 전환 배치됐다.
는 이들이 있다. “지금껏 해오던 업무와 완전 다른 업무로 전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장장 10년의 싸움이
환배치가 이뤄졌어요. 회사에 얘기해봤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걸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만, 전화교환원이랑 룸 어텐던트는 같은 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
실부니까 문제없단 식이었죠. 20년 내내 전
텔노조) 허지희 사무장을 만나, 그들의 시간을
화 받는 업무만 하다,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나처럼 이들의 싸움을
업무를 하자니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함께
몰랐단 이가 있다면 앎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싸워보자는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의 격려
30
노동자가 만드는
▲출처: 세종호텔노조 허지희
와 2012년 호텔로비 점검파업을 함께한 동
요. 터널증후군이나 테니스엘보, 목·허리
료들이 있어, 용기를 냈어요. 2주간의 교육
디스크, 손가락 관절염, 어깨회전근 염증 등
이 끝나자마자, 바로 현장에 투입됐는데요.
각종 근골격계질환을 직업병으로 달고 살
인당 하루에 15개의 객실을 청소해야 하는
고요.”
거예요. 이게 정말 예삿일이 아니예요. 휴게 시간을 제외한 8시간 동안의 근무시간 내
세종호텔이 노동자의 의사를 결코 고려 대
에 15개를 청소하려면, 객실 하나를 30분
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건, 비단 일방적인 업
안에 청소해야 하는 거죠. 침대 시트를 갈아
무 전환배치에서만 드러난 게 아니다. 어느 날,
입히는 거부터 시작해 세면대랑 욕조, 변기
세종호텔은 룸 어텐던트에게 ‘주방용 모자’를
를 세제로 닦고 물기도 제거하고, 수건과 샴
착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푸, 칫솔 등을 세팅하고… 어디 이것뿐이겠 어요? 욕실 청소가 끝나면 객실 구석구석을
“기존에 착용하던 유니폼이랑 어울리지도
쓸고 닦고, 냉장고도 채워 넣어야 하고. 객
않는 걸 가져와서 업무지시라고 쓰라니, 정
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만만찮거든요. 어
말 기가 막혔죠. 무엇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쩔 땐 쓰레기 주워 담는 데만 1시간이 걸리
한겨울에도 땀이 나는, 높은 강도의 육체노
기도 해요.
동이에요. 근데 땀 흡수가 전혀 안 되는 주 방용 모자를 쓰고 일하니 어떻게 되겠어요.
룸 어텐던트로 일하면서 만보기를 달았는
두피에 피부병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염증
데, 하루에 보통 2만 8천에서 3만 2천 보가
때문에 탈모까지 생겼죠. 업무의 효율성도
찍히더라고요. 업무가 바뀐 이후로 2달 만
떨어뜨릴뿐더러 노동자의 건강까지 해치는
에 몸무게가 8kg 빠지고, 생리도 끊겼어요.
무용한 모자를 쓸 필욘 없잖아요. 노조에서
엄청난 노동강도였죠. 새로 투입된 저뿐만
회사에 몇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모자 씌우
아니라, 숙련된 동료조차 면역력 저하로 대
는 걸 취소하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모자 벗
상포진에다가 갑상샘 관련 질병에 시달려
기 투쟁’이 50일이 넘도록 계속된 거예요.
일터 31
사실 이건 직원의 건강은커녕 업무의 효율
않았고, 결국 2012년 38일간의 투쟁이 시
성, 회사의 이미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그
작된 거죠.
저 직원들 길들이기용으로 한 거나 마찬가지 죠. 결국 주방용 모자 대신 스카프를 착용하
세종호텔노조에 대한 탄압은 복수노조가
는 거로 바꿨죠. 순순히 가만있는 회사는 아
설립된 이후부턴 노골적이었어요. 원래 단
니라 업무지시 불이행이란 명목으로 13명의
체협약에 있던 ‘비정규직 1년 후 정규직 전
직원에게 징계위원회를 열고선, 근신 1개월
환 조항’과 ‘고용안정협약’이 무효화 됐고요.
부터 감봉 한 달이란 징계를 내렸어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 금지를 약속했지만, 파업에 참여했던 비정규직 조
10년 투쟁 역사의 시작 : 노조탄압과
합원은 계약이 해지됐어요. 이뿐만 아니라
상시적 정리해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하고, 우리 노조 소
세종호텔에서 일하며 세종호텔과 싸운 지,
속 조합원에게만 난데없는 업무 전환이 허
어느덧 10년이다. 어떻게 이렇게나 오래 싸울
다하게 발생하곤 했죠.
수 있는 걸까. 10년 전 그들 역시 상상하기 어려 웠을 지금의 모습을 마주하자니, 문득 세종호텔
예전엔 정규직 직원 수만 해도 300명이었
투쟁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는데, 지금은 고작 36명 남았어요. 이마저 도 11월 5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기도 분쇄
“원래 세종호텔엔 민주노총 소속의 세종호
결의대회’가 열리던 날에 15명을 해고한다
텔노조가 있었어요. 조합원 수도 207명이
고 통보했고요. 마치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나 됐죠. 그러다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
는 이번에 처음 일어난 일 같잖아요. 전혀
노조 설립이 허용됐잖아요. 바로 그날 세종
아니에요. 세종호텔에선 상시적인 구조조
호텔에 ‘세종연합노조(이하 연합노조)’라는
정이 있었어요. 과장급에서 시작해 계장급
기업노조가 설립됐어요. 기업노조가 설립
에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를, 2016년부턴 전
된 지 10일 만에 120여 명이 가입했어요.
직원에게 확대했어요. 성과연봉제 때문에
다들 세종호텔노조에서 이탈한 조합원들이
2014년에만 계장급 이상 직원이 23명 나갔
었고요.
고, 2015년에도 5년 이상 근속직원 29명이 회사를 나갔어요. 남아있는 사람들의 임금
세종호텔 측이 만든 거나 다름없는 노조가
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삭감시킨 탓에
생기자마자, 우리와 진행하던 임금 교섭을
어떤 분은 임금이 반 토막난 경우도 있어요.
교섭 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중단했어요. 그
이게 제 발로 나가란 말이 아니면 도대체 뭔
리고 과반수 이상이던 새로운 노조가 교섭
가요?””
대표노조가 됐죠. 근데 복수노조 허용을 담
32
은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
‘잉여인력’ 취급을 초월한 ‘존엄한 사람’들의
행일 당시 우리랑 교섭 중이었거든요. 당연
목소리
히 교섭대표권은 기존 노조인 우리에게 있
시작은 대양학원 이사장이었던 주명건이
는 거였고요. 세종호텔 측은 계속 고용노동
2005년 교육부 감사로 113억 원의 회계비리와
부 지침을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법원
부정으로 인해 사퇴한 뒤, 이명박정부를 등에
에서 세종호텔노조의 손을 들어줬어요. 그
업고 세종호텔 회장이 되면서부터다. 세종호텔
해 말 교섭이 재개됐으나 제대로 성사되진
은 세종대학교 법인인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체
노동자가 만드는
▲출처: 세종호텔 노조 허지희
로, 주명건 회장의 등장 이후 부당한 전보명령
얼마 전에 교섭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 대
과 정리해고, 성과연봉제를 통한 임금 삭감 등
표란 사람이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정리
계속되는 노동 탄압으로 인해, 세종호텔에 남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잉여’란 말을 쓰
있는 정규직은 한없이 적다. 200여 명이 넘는
더라고요. 전환배치하고 나서도 남는 잉여
정규직의 빈자리는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인력이 있어, 정리해고한다는 거예요. 그때
자회사 노동자로 채워나갔다. 끊임없는 투쟁에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모멸감을 느
도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활개를 쳐대는 회사의
꼈어요. 사전에 검색해보면요, 쓰고 난 후
모습에 기운이 빠질 법한데도, 무엇이 이들을
의 남은 것. 잉여란 뜻이 이래요. 구슬땀 흘
계속 싸울 수 있게 하는 걸까.
려가며 정직하게 일한 사람에게 ‘이제 쓸 만 큼 다 썼다. 이제 어디 쓸 데도 없다’라는 거
“다 같이 먹고 자며, 난생처음 팔뚝질과 노
잖아요. 인간에 대한, 노동자에 대한 존엄은
동가를 배우던 게 기억나요. 서로 머리를 맞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죠. 본인들도 문제적
대 집회를 준비하고 교섭 때마다 긴장하고,
인 발언이란 건 아는지, 나중에 회의록을 보
어쩌다 승리의 기쁨을 맛보던 순간도요. 이
니 다른 용어로 바꿔서 명시해놨어요.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동지들이 떠나갈 땐,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어요. 각자 저마다의
이 분노를 밑거름 삼아, 계속해서 싸울 거예
사정이 있지만,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어주
요. 저희한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지한 날
던 선배들이 사라질 땐… 길이 안 보인단 생
짜가 오는 12월 10일이에요. 그전까지 정리
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함께 연대하는 동지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출퇴근 선전전과 집
중 누가 말하길 포기하지 않으면 승리한대
회, 기자회견, 문화제를 계획하고 있어요.
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길 수 있다잖아
그때까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
요. 이런 말에 다시 한번 기운 내서 또 버텨
는다면, 늘 그랬듯이 우리는 또 싸우고 마침
보는 거죠.
내 이길 겁니다.”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민주노조가 있으면 두 배로 건강합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노동안전국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 영역은 여전히 어렵
아무래도 죽음을 직접적으로 맞닿거나 대
다는 이유로, 주요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담당
면할 때였다. 사망재해가 나거나 죽음에 이
자를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민주노총 대전본
르는 여러 과정을 생각하면 복합적인 문제
부에서 조직, 교육, 선전 등 다양한 영역을 맡다
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도 녹록지
가 2014년 노동안전을 담당하게 된 오임술 노
않다. 특히 트라우마를 오롯이 감당하면서
안국장을 만나 노동안전 활동의 보람, 어려움을
숨 가쁘게 활동한 뒤 밀려오는 헛헛함을 다
들어보았다. 당시만 해도 민주노총 지역본부에
른 부서 활동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산재
서 노안국장을 둔 곳이 전무했을 정도로 지역의
를 겪다 보면 불승인은 말할 것도 없고 승인
노동안전 담당자 수가 적었다. 담당자들은 개인
이 되어도 노동자의 고통이 남는다. 또 근본
적인 의지보다는 주로 업무 조정과 내부 상황에
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실적인 부
의해서 노동안전국장을 맡게 되었다. 이런 조건
분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칙적인 부분에
에서 지역본부 노안국장 일을 시작해 7년 간 노
서의 갈등이 교차하기도 한다.
동안전 활동을 하는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 어보았다.
그래도 문제가 개선되거나 산재가 승인돼 서 노동자가 작게나마 위안 받거나 개선되
7년 간 겪은 노동안전 활동의 매력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 보람이 있을텐 데 노동안전 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 “2014년 이후 7년여 간 노동안전 활동을 해
면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 노동자를 유익하 게 한다는 생각도 들고, 지속적인 활동을 통 해 근본적인 산재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 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고 보람 을 느낀다.”
오면서 기고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생각이 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힘들 때는
노동안전 활동에 대한 인식 제조업 뛰어넘어야
3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정경희
지역본부에서 여러 현장 상황을 접하게 될
드이다. 노동안전을 다치고 깨지고 죽는 것
텐데, 노동안전 현장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한
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인식하거나, 회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사의 산업안전보건관리자와 노동조합 체계 에서 역할을 혼동하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
“제조업이 대부분인 금속사업장을 제외하 면 안타깝게도 노동안전 활동이 활발하지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않은 편이다. 특히 대전지역은 금속노조가
서는 기본적으로 현장마다 노동안전 담당
많은 제조업 비중보다 공무원, 교사, 철도,
자를 정해야 하고, 이들이 성장해가야 한다
가스공사, 지방 공기업, 공공기관 등 전문직
고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담당자가 없
종과 서비스 사업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여
으면 출발 자체가 어렵다. 담당자가 있어도
전히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여전히 타임오프나 노조 활동에 대한 시간
부족하다.
할애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전임활동 이 아닐 경우 예전처럼 일과 시간 이후에 회
현장에서 노동안전 활동에 대한 인식을 확
의나 교육을 잡아야 하는데 요즘은 일과 시
장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보니 여전히 ‘노동’
간 이후에 활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
안전국장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현장에
는 것 같다.”
서는 노동안전국장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 줘야 한다. ‘산업’안전국장이라고 쓰는 사업
민주노조가 있는 곳의 노동자가
장에 명칭을 노동안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두 배 더 건강한 이유
얘기를 했더니 어떤 사업장에서는 화를 내 는 곳도 있었다. 썩 기분 좋지 않은 에피소
노동조합이 현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고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특히 노동조 일터 35
합이 중요한지 듣고 싶다.
의 건강권에 더 유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나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노동 조합이 있는 곳이 노동조합 없는 곳보다 노
충청권 노동안전 네트워크로 탄탄하게
동자들이 두 배 이상 더 건강하다고 강조하
지역에서 여러 단위와 연대 활동을 하는 것
곤 했다. 별도로 데이터를 뽑아본 건 아니지
은 특히 중요하다.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 차원
만 산재신청만 봐도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해달라.
없는 곳보다 산재신청을 많이 한다. 무노조 사업장은 산재가 없어 신청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모르거나 알아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못하는 것이다. 대전지역 사업장 중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 국노총과 소수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있는데, 오히려 소수노조 조합원들이 산재 신청을 훨씬 많이 한다. 조합원이 훨씬 많은 다수 노조 한국노총은 산재 신청을 거의 하 지 않는다. 아픈 사람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에 가입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전 히 현장에서는 번거롭고 두려워서 산재 신 청을 꺼리는 정서가 있는데, 이 분위기를 극 복하고 뒷받침해 줄 노동조합 활동이 있는 가의 차이이다. 소수노조는 민주적인 노조 활동을 통해 조합원의 권리를 알리고 권리
“몇 년 전부터 충청권은 민주노총 대전지역 본부, 충북본부,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 담 당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연대활동을 공고히 하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런 기반없이는 활동에 어려움이 있 다고 판단했고, 노동안전 활동을 장기적으 로 강화해보자는 취지에서 충청권 노안활 동가대회를 3~4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이렇게 모여야 지역을 뛰어넘고, 각 업종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지역적 연대의 계기 가 생겨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이 대전에 있다 보니 중대재해 가 났을 때는 대전 청으로 모이게 되어 자연 스럽게 연대투쟁이 조직되기도 한다.”
를 행사하도록 뒷받침하기 때문에 산재신 청이 가능한 것이다.
직업병 뿌리 뽑을 해법 대전 지역에서 직업성 암환자 찾기 활동을
민주노조 활동이 노동자들에게 정서적 안
진행했는데, 성과는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 각
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산재 신청을 통해 현
종 사고와 질환이 끊이질 않는 한국타이어 현장
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나게 만들 수 있
에서 위험 드러내기와 현장 개선 활동을 이어왔
다. 또 이를 근거로 개선을 요구하고 쟁취해
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갈 수가 있어 재발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36
근본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직업성 암 환자 찾기가 전국적으로 흐름을
러나 산재 신청에 대해 모르거나 안 해버리
타고 있다. 대전지역은 한국타이어에서 지
면 현장의 문제가 은폐되니 개선할 근거가
난 8월 다섯 번째로 백혈병이 산재로 승인
없어진다. 산재 신청은 단순히 치료비와 휴
되었다. 직업성 암 찾기 관련해서 지역에 현
업급여를 지급받는 것 이상으로 예방과 개
수막을 수십 개를 걸며 노동자들에게 필요
선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성을 알렸다. 대전지역에 원자력 관련 연구
하는 민주노조 활동이 실제로 현장노동자
단지가 많기도 해서 문의도 조금씩 들어오
노동자가 만드는
고 있다. 직업성 암환자 발굴 건수가 중요하
노동안전 활동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다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질환과 직업과의
많은 노동조합에서 현재 선거 중이고 또 새
연관성을 의심해보는 것, 자신의 현장에서
로운 사람들이 노동안전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
어떤 물질을 쓰는지 그리고 자기가 어떤 일
이다. 노동안전 활동을 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에 의
것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지 듣고싶다.
미가 있다. 발굴 건수는 상담한 내용을 들어 보고 입소문이 나면 앞으로 더 생기지 않을 까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봐야 될 문 제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대전운동본 부와 같이 진행하자고 결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타이어는 지역 차원에서 대책위 활동 도 했었고, 당시 내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가 정리되지 않으면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 는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끊임없이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한 여러 시 도를 하다가 결국 복수노조가 도입되면서 지금 금속노조 지회가 설립되었다. 한국타 이어지회 동지들이 소수지만 그 활동이 굉 장히 의미 있고 많은 진전들을 보이고 있는 데 정작 당사자들은 답답해하고 잘 못 느끼 시는 것 같다. 사고와 질병에 대한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 데, 최근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질병 (암)에 대한 관심이 덜 했던 것 같다. 그렇지 만 근골격계질환은 금속노조를 만들면서부 터 꾸준하게 활동을 했고, 산재신청, 위험상 황 신고, 노사정 TF 구성 등으로 현장을 개 선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례를 보며 생각한 것은, 역시 민주노조가 다수노조가 되는 게 가장 효과 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의 건강문제는 노동안전만의 문제가 아니 라 여러 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다. 역사적인 민주노조의 정신에 입각해서 현장 활동이 잘 이루어지면 노동안전 활동도 같이 잘 될
“요즘 노동조합 선거가 한창이다. 마무리 되 면 집행부가 꾸려지고 신임 노동안전 담당 이 선임될 것이다. 지역본부와 현장은 차이 가 있을 텐데, 노동안전 활동은 사명감이 다 른 부서 활동보다 조금 더 필요하다. 조금만 놓치면 관심 밖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사건사고가 매일 일어나지도 않고, 안 전 조치도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니 계속 활 동해야 겨우 부각될까 말까한다. 노동안전 일상 활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건 강하게 일할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사고나 질병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업무와 연관되 어 발생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조합원이 궁 금해 하는 것을 일상적인 현장 순회나 대화 를 통해 알려내고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 으려는 자세다. 앞으로 노동안전국장을 맡고 있는 동안에 라도 현장에서 노동안전 담당자를 세우고, 회의와 교육을 통해 건강권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여 지역차원에서 업종을 넘어 노동 안전 연대활동을 만들어가고 싶다. 우리의 건강권을 위해 활동하는 한노보연 동지들 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 따뜻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건데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고, 낯설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때론 힘들고 외로운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서 지역 곳곳에서 현장마다 끊임없이 전체 노동자 를 위한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거라고 생각한다.” 일터 37
다른 삶을 욕망하는 우리의 몸 영화 <아워 바디(2018)> 천주희 문화사회연구소
몇 달 전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초급반 4
오지 않고 시험을 보더라도 공무원이 된다는 보
개월 차로, 겨우 자유형과 배영을 배웠지만 재
장이 없는 상황에서 날로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
밌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
견한다.
문화로 읽는 노동
게 꾸준히 수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 지 않았다. 물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컸고,
자영이 더는 공무원 시험에 뜻이 없음을 내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수영을 경험해 볼 일이
보이자 애인이 떠났고, 엄마도 냉랭해졌다. 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제안
사람에게는 자영의 선택이 무책임하고, “사람답
으로 바다 수영을 하면서, 물속에는 내가 알지
지” 않은 행동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오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래 시험 준비만 하느라 마땅히 고민을 나눌 친
이처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행위나 세계가
구도 없고, 유일한 위로라고는 편의점에서 맥주
불시에 타인에 의해 내 삶에 찾아와 균열을 내
를 사 마시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자영은 맥주
는 때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아워 바디
봉지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것마저 숨차고 버거
(2018)>처럼 말이다.
울 만큼 지쳐있었다. 계단 아래로 맥주 캔 하나 가 굴러 떨어져도 한숨만 내쉬던 때, 눈앞에서
‘다른 몸과 마주침’이라는 변수
그것을 잽싸게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현주
<아워 바디>는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를 우연히 만난다. 이후에도 종종 골목, 공원에
준비하던 서른한 살 자영이 수험생활을 중단
서 혼자 달리는 현주를 목격한다. 자영은 자신
하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겪는 변화를 다룬
감 있는 태도로 달리기를 하는 현주에게 호기심
영화이다. 자영은 명문대 졸업생이지만, 학력
이 생겼고, 낡은 운동화를 꺼내어 무작정 현주
외에 별다른 이력이 없는 상태로 공무원이라
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자신과 다른 낯선 몸
는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는 예비 노동자였
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다. 공무원은 애인과 가족이 바라는 삶이자,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오랜 수험생활을 탈
자영은 현주를 뒤따라 달려보지만, 그 속도
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처럼 여겨지기도 했
를 따라가기에 너무 버겁고 힘겨워 그만 자리에
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글자도 눈에 들어
앉아 눈물을 터트린다. 이런 모습을 본 현주는
38
노동자가 만드는
▲출처: 영화 아워 바디
자영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달리기 동호회도 소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면
개해준다. 시험 준비만 하고, 애인과 가족 외에
서 자영의 몸은 수험생으로 있던 집에서 사무보
는 별다른 관계망이 없었던 자영에게 새로운 사
조원으로 있던 회사로 이동한다. 한 가지 흥미
회적 관계가 생기게 된 것이다. 현주는 자영에
로운 점은 자영이라는 한 인물의 변화를 드러내
게 달리다가 힘들면 자기 뒤에 바짝 붙어서 뛰
는 방식이 단일하지 않고, 몸의 변화, 공간의 이
라는 친구이자, 운동화 끈을 묶는 방법부터 함
동, 시간의 경과, 옷의 변화 등으로 교차하며 등
께 달린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잘했다고 응원
장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자영의 몸은 공
해주는 친구이기도 하다.
무원을 희망하던 때와 다른 몸/삶을 만나고, 욕 망하면서 변화한다.
‘달리기’는 자영에게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 던 세계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주
만일 이 영화가 단순히 변화하는 자영의 몸
변의 기대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벗어나 주도적
(육체성)만을 다루었다면, 영화 제목은 ‘아워 바
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
디Our Body’(우리의 몸)가 아니라 ‘마이 바디
야 하는지 몸으로 삶을 성찰하고 회복하는 행위
My Body’(나의 몸)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다.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확장이기도
영화는 자영이 달리기를 통해 단지 자신의 몸
하다. 그렇기에 달리기는 자영의 삶에 찾아온
을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이 있지 않다. 어떤 몸
낯설고 새로운 몸의 감각이자 시공간의 이동과
을 만나고 바라보고, 그 몸들을 욕망하는지 다
확장을 드러내는 주요한 행위이다.
룬다. 현주의 몸, 동생의 몸, 친구의 몸을 응시하 고, 동시에 자신의 몸을 보고 관찰하는 시간이
다른 삶을 욕망하는 여성의 몸 자영은 수험생활을 접고 어머니에게 경제 적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카페 아르바 이트를 알아보았지만 “만 29세”라는 조건에 포 기한다. 마침 중학교 동창이 자영에게 사무보조
늘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영 스스로 여성의 몸을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면 서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는 현 주의 말에서도, 달리기가 왜 운동으로만 축소될 수 없는지 드러낸다.
일터 39
문화로 읽는 노동
▲출처: 영화 아워 바디
그동안 여성의 몸은 직장에서 특정한 행동,
자영이 공무원 시험을 중단했을 때처럼, 모
규율, 복장을 요구받아 왔다. 또한 공원, 골목,
두가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없고, 그러한 삶
도심, 밤이라는 시공간은 여성에게 ‘위험하니
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자영에게는 안정적인
까’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 되고, 여성의 몸은 특
직장보다 어머니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동
정한 장소나 시간에서 드러나지 않을 것을 강요
생이 좋아하는 화장품을 사주고, 자신이 주도적
당한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는 동안, 자영과 현
으로 몸/삶을 살아보는 것이 더 중요했는지도
주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떠한 행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은 늘 취업에 비해
위를 하고 싶은지 감각하고 공적 공간에서 거부
하찮은 것, 부차적인 것처럼 취급되어 왔다. 늘
당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때 여성의 몸은 사
공적 영역, 안정적인 직장이 사회생활의 전부이
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교차로이자, 타인에 대
자 “사람다운” 삶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자영
한 호기심과 동경이 나의 욕망과 뒤섞여 재구성
이 꿈꾸는 다른 삶은 계속 거부당하거나 받아들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거절당한 여성
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의 욕망들을 공적 공간에 내던지면서 용기를 만 들어내는 가능성의 몸이기도 하다.
만일 이 영화를 노동의 관점에서 읽는다면, 일 중심사회가 좋은 삶이라고 설정해놓은 가치
자영의 달리기 속도와 자세가 안정되는 동
와 기준에서 조금 비켜서서 그 주변을 오가는
안 사회적 위치도 바뀐다. 취업준비생에서 사무
여러 몸/삶들(취업준비생, 계약직 노동자, 노동
보조로, 그리고 인턴이 된다. 만일 이 영화가 자
하는 여성 등)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다 보
영의 성공담을 다룬 영화였다면, 영화의 결말은
면, 우리는 직업군, 직함, 계약형태에 관한 논의
인턴 이후에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
를 넘어 노동하는 몸/삶에 관한 논의로 확장시
다. 하지만 불시에 찾아오는 낯선 몸/삶이 있듯
킬 수 있는 상상력을 얻을지도 모른다. 함께 하
이, 예고하지 않게 떠나는 몸들도 있다. 현주의
는 몸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새로운 몸/삶의 마주침
그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른 몸들을 마주하고
이 나의 몸/삶에 변화를 이루었듯, 주변 몸들의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새
부재는 또 다른 삶의 변화를 만든다.
로운 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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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종충남운동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4일(수)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을 열고, 쿠팡목천물류센터 급식조리 노동자의 죽음 이후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쿠팡에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출처: 호나라
일터 41
노동자 인지 장애까지 불러온 전자산업 유기용제 노출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이세미 회원, 이화여대병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파킨슨병은 신경이 퇴행하여 발생하고 희
사에 속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4년간 근무한 회
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떨림이나 동
사의 작업환경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작이 느려지는 등의 운동장애 증상을 나타내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록은 남아있지
고, 주로 노인에서 흔하게 발병한다. 치료를
않았다. 역학조사도 마찬가지로, 최근 4년간의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
환경에 대해서만 보고했다.
만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완쾌 할 수는 없는 병이다.
사라진 것은 기록만이 아니었다. 파킨슨병 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지기능 장애를 수반
작년 가을,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세 명의
한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한 지 수년이 지난 그
노동자를 만났다. 파킨슨병이 직업과 관련되
는 옛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워했고, 대화를 빠
었는가에 대한 상담과 평가를 위해 진료실에
르게 이어나가는 것도 힘겨워했다. 기나긴 면
찾아온 것이다. 모두 전자 산업에 종사하였다
담 끝에 시기별로 근무했던 회사와 작업 내용,
는 점과 높은 농도의 유기용제에 노출된 것으
작업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 이전의
로 추정된다는 점, 그리고 파킨슨병 산재 요양
작업환경은 그 이후보다 열악했던 것으로 보였
신청에서 불승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 더 좁은 공간에서 납땜하는 다른 부서와 함
유기용제는 다른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로
께 근무하기도 했고, 자동화 설비도, 에어컨도
휘발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세척제나 희석
없어 반도체 칩에 묻은 분진을 입으로 불어가며
제로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된다. 전자 산업
일했다는 것이다.
에 종사하면서 유기용제에 노출된 것이 파킨 슨병 발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에 담
“(반도체) 칩이 도착하면 검은 가루가 잔뜩
당 교수님의 지도하에 면담을 진행하고 기록,
묻어있었어요. 칩을 코앞까지 가져와 입으로 후
문헌 검토를 통해 의견서를 작성했다.
후 불어냈어요. 자주 재채기가 나고 가루가 눈 이며 옷 안에까지 들어갔어요. 가루를 불어내고
사라진 과거 기록과 기억
도 이물질이 묻어있는 게 보이면 세척제로 닦아
첫 번째로 만난 이는 한 반도체 공장에서
냈죠. 작업대가 가루로 더러워지면 그것도 직접
11년간 일한 여성 노동자였다. 그는 사내 하 청 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에 11년간 5개의 회 42
노동자가 만드는
닦아냈어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
두 번째로 만난 이는 1900년대에 다른 반
했다. 하나는 역학조사에서 2012년 이후의 작
도체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로 만 32세
업환경만 평가하고 그 이전의 근무에 대해서는
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고, 세 번째로 만난 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알
는 2000년대 초반 중소기업에서 일한 남성
코올계 유기용제가 파킨슨병을 유발한다는 근
노동자로 만 33세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거가 부족하다’라는 산재 불승인 사유가 부적절
둘 다 매우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
하다는 점이었다. 해당 노동자가 사용한 물질로
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은 확인되지 않
자료가 남아있는 것은 아이소프로필알코올이었
았다. 근무 시기상 작업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고, 아이소프로필알코올과 파킨슨병의 관련성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면담을 통해 고
이 역학 연구를 통해 보고되지 않은 것은 사실
농도의 유기용제 노출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었다. 특정 유기용제와 파킨슨병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주로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대한 것
“라인이나 벽, 바닥이 더러워지면 그때마
이었다. 하지만 최근 역학 연구에서는 ‘유기용
다 닦아냈어요. 라벨이 없는 통에 (세척제가)
제 노출’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에 관해서 확인했
들어있었는데, 바닥에 붓고 천으로 적셔서 맨
고, 그것이 알코올계인지 염소계인지 세부적인
손으로 닦았어요. 뭔지는 몰랐는데 언젠가 큰
종류는 구분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다 온 선배가 너네 그게 뭔지는 알고 쓰냐며, 위험한 거라고 얘기하데요.”
왜 여러 종류의 유기용제 중 연관성이 따로 보고된 물질이 트리클로로에틸렌 뿐이었을까?
유기용제는 증기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흡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그 시기에 널리 사용되었
수되기도 하지만, 액체 상태로 피부를 통해 흡
기 때문일 것이다. 트리클로로에틸렌은 지금
수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출 기준의
은 신장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졌지만
20배에 해당하는 농도의 증기 상태 유기용제
1980년대까지도 마취제로 쓰이기도 했고, 인체
에 4시간 동안 노출되었을 때 실험쥐에 흡수
에 미치는 독성도 제한적으로 보고되었다. 특정
된 유기용제의 양은, 액상 유기용제를 실험쥐
화학물질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역학 연구는, 해
의 피부를 통해 0.5분간 노출하였을 때 흡수
당 물질이 널리 사용되며 사례가 쌓인 뒤에 진
되는 양에 해당한다고 한다.
행될 수 있기에, 비교적 최근에 사용하게 된 물 질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적다.
얼마 전, 첫 번째로 만난 여성 노동자의 담
새로운 화학물질은 산업 현장에 지속적으로 도
당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어진 행정 소
입되고 있을뿐더러, 현재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송에서 파킨슨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는
6만 여종의 화학물질 중 우리가 독성을 충분히
소식이었다. 직업적 유기용제 노출에 의한 파
파악하고 있는 물질도 많지 않다. 이전에 인체
킨슨병 발병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라고 한
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
다. 급성 질환과 달리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진 화학물질이 나중에 직업병을 유발하고 나서
질환은 노출과 발병 사이의 기간이 길어 직업
야 위험성이 알려지는 경우도 잦다. 각각의 화
병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전자 산업이 성장
학물질에 환원적으로 접근한다면 많은 것을 놓
한 시기와 당시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고려하
치게 되지 않을까.
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더 나타날 것이다. 이들이 직업병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유해 유기용제에 노출된 노동자들
있도록 다면적인 고려가 필요하겠다.
일터 43
고통은 오직 가해자의 것이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한 설명을 늘어놓곤 했다. 조심스럽게 “혹시 정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은 받고 있니?”라고 묻 자, “1달 전부터 다니곤 있는데, 지금 뭘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라는 푸념이 돌아왔 다. K가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2개월이 지 났을 무렵, 한 남성직원이 “○○○ 어떻게 생각 해요? 한번 만나볼래요?”라며 소개팅을 주선 하듯 굴었다. K는 “남자친구 있어요. 저는 ○○ ○ 만날 생각 없으니,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 요”라며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그렇게 끝 난 줄로만 알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1달 뒤 ▲출처: unsplash
K가 업무 중 우연히 남성직원의 컴퓨터 속 사
지난 9월 중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메신저를 목격하며 사건은 시작된다. 소개를
회사에서 복잡한 일이 생겨, 상담받고 싶다는
주선하고자 했던 남성직원을 포함한 3명은 사
거였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이 많이
내메신저에서 K에 대해 “입구컷 당했네”, “아
떨릴뿐더러, 불안감과 무력감마저 느껴져 일
줌마 싫어요”, “팔자걸음 싫어요”, “뚱뚱이 취
정을 서둘러 만나기로 했다. 얼마 안 있어 만
향 아님” 등 외모를 비하하며, 성희롱을 지속했
난 K는 노트북과 관련 자료들을 주섬주섬 꺼
던 정황을 목격한 것이다. 곧바로 상급자에게
내며, 일자별로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
얼마나 곱씹고 되뇌었는지 쉬지도 않고, 사건
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고
경위를 줄줄 읊어나갔다. 물론 평이하기만 한
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지시를 내리던 상급
건 아니었다. 본인이 집착하는 사건이나 억울
자인 탓에 K로서도 용기 내 요구한 것이었지
함과 충격이 큰 사건을 말할 때면, 시시콜콜
만, 돌아온 건 업무범위를 벗어난 업무지시와
44
노동자가 만드는
벽을 손으로 치고 발로 차는 등 고함과 폭언이
라 조치했다 하지만, K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
함께한 강도 높은 질책이었다.
할 수 없는 상황만 벌어지는 중이다. 불과 10 개월 전만 하더라도 경력직으로 채용됐다고
일하던 사무실은 10여 명이 근무하는 곳이
환호성을 질렀는데, 지금은 인생에서 가장 험
었지만, 그중 K만 여성이었다. 문제를 나눌 사
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K는 자신이 원직으
람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은 쉽게 “내가 그렇
로 돌아가길,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길 원
게 행동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라
하고 있다. 모두 K가 바라는 대로 되길 바란
는 자책을 불러일으켰고, 그렇게 스스로 고립
다. 하지만 나는 우선 K의 신체적 이상상태
돼 갔다. 더는 감내하기 어려워 총괄책임자에
에 대한 요양신청을 중심으로 대응하며, 나머
게 조언을 구하고자 저녁 식사를 함께했는데,
지 다른 사안은 향후 상황에 따라 진행하자고
오히려 총괄책임자는 K를 상대로 성추행(강제
다독이는 중이다. 상담 초기부터 해당 사건이
추행치상)을 저질렀다.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자칫 유족사건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
사과를 구하는 듯했으나, “곧 과장!”이란 메시
함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지를 보내며 승진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이후
이 때문에 요양신청이라도 서둘러야겠단 마
K와 총괄책임자 쌍방이 각서를 쓰고 사건을 잘
음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마무리하자는 등 권한을 남용해 2차 가해를 저 질렀고, K가 이를 거부하자 괴롭힘의 강도는
요즘 드라마 〈구경이〉에 대한 얘기가 한
더욱 세졌다. 결국 총괄책임자에게 형사 고소
창이다. 이야기 속 빌런인 ‘케이’는 죽어 마땅
를 진행했고, 다른 가해자들에게 직장 내 성희
하다고 사회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골
롱·괴롭힘으로 신고한 상황에서 나를 찾아오게
라 죽인 뒤, 이를 사고사나 자살로 치밀하게
됐다.
위장해 사건을 은폐한다. 〈구경이〉의 흥행엔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다
신고 접수 후 회사의 징계 조치까지 걸린 시
를 게 없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무력
간은 약 1.5개월로, 나름 신속하게 진행된 듯하
과 분노를 대변해서가 아닐까. 케이의 행동을
나 징계 양정이 행위보다 턱없이 낮았다. 괴롭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K를 다독이
힘과 2차 가해를 저지른 상급자는 정직 1개월,
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계속해서 곱씹게 된
성희롱 가해자들은 견책, 성추행 2차 가해자들
다. K는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을 경험했다. 하
은 경고에 그쳤다. 총괄책임자는 형사 고소 직
지만 그는 앞으로 삶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
후 면직처리 됐으나, 그 사이 경력직으로 다른
며, 잘 살아가야 한다. 고통에 빠져야 하는 건
기관에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채용됐다. K는 3.5
K가 아니라, 가해자들이다. 그런데 왜 가해자
개월가량 유급병가를 받았지만, 원직으로 복직
는 아무렇지 않게 떵떵거리며 회사와 사회 곳
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조치 됐다. 상급
곳을 활보하며 사는 걸까.
자는 1개월간의 정직기간 중에도 회사에 드나 들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으며, 이후 원직으 로 복귀할 예정이다.
K와 나는 형사 사건과 요양신청 결과가 나오면 2차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우선 무엇 보다도 K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K는 불면과 불안, 우울, 수면장애 등으로 식
게 중요한 상황이라, 서두르지 않고 힘을 축
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
적하려고 한다. 집요한 2차전을 위해서다. 그
한 상황이다. 회사에선 나름대로 관련 법에 따
러니 “K야, 힘내서 함께 싸워보자!”
일터 45
‘유리천장 깨뜨리기’ 담론에서 변혁적 운동으로 김지안 회원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페
우선 캐서린 로텐버그의 논의를 빌어, 미국판
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러 페미니즘 의제
유리천장 깨트리기인 ‘여성리더 담론’의 등장
가 가시화됐다. 2017년 ‘OO계 내 성폭력’,
배경부터 살펴봤다.
여성노동 건강 상식
2018년 미투 운동을 경유하면서 끊임없이 이 어온 반성폭력 운동과 더불어 오래된 여성운
2012년 이후 미국에선 ‘일-가족 균형’과
동 의제인 남녀 임금격차, 여성의 고위직 진
‘행복’을 중심으로 한 여성리더 담론이 급부상
출을 막는 ‘유리천장’ 문제, 채용 과정상 성차
했다. 해당 담론은 여성 개인이 가정에 매몰되
별까지 노동과 관련된 이슈가 꾸준히 제기돼
지 않는 한편 자신의 커리어와 자기계발에도
왔다. 앞서 열거한 의제들은 분명, 차별과 폭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요 골자로 삼
력에 대한 여성집단의 목소리와 연대를 공고
는다. 여기서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여성이 자
히 했다. 동시에 여성집단이 경험하는 ‘보편
유롭게 스스로 인적 자본이 돼 경쟁하는, 신자
적인’ 문제의 제기 과정에서 여성집단 내의
유주의적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다
차이, 즉 계급이나 소수자성의 문제는 지운다
름없다. 또한 여성리더 담론이 암암리에 주체
는 지점 역시 함께 지적돼왔다.
로 상정하는 집단은 중산층 계급의 여성으로, 이들의 균형은 이주노동자와 저임금노동자 없
‘유리천장 깨뜨리기’로
인 사실상 불가능하다. ‘돌봄의 외주화’란 문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를 언급하지 않는단 점에서 드러나듯이, 미국
지난 12월 1일 진행된 “신자유주의와 페
의 여성리더 담론은 계급적 전망을 그리기는
미니즘: ‘유리천장 깨트리기’와 젠더 정의”에
커녕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한다. 페미니즘이
선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세대의 주체들은 어
오히려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하나의 전략이 된
떤 특성을 갖는지, 또한 이들에게 ‘유리천장
것이다.
깨트리기 담론’이 왜 부상했는지를 다뤘다.
(*) 이 글은 지난 12월 1일 연구소에서 개최된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 유리천장 깨 트리기와 젠더 정의(강연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 연구소 교수 이현재”에 참여한 후기로, 강연자의 강연 내 용과 참여자들의 의견을 요약 및 재구성한 것이다. 46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unsplash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도 유리천장 깨
전한 각자도생의 방식은 아닌데, 이는 여성의
트리기는 주요 이슈로, ‘정상’, ‘야망’과 ‘성공’
성공이 곧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로 이어질
담론을 동반한다. 미국의 여성리더 담론과 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일견 모순적으로 읽히
사하지만, 한국의 야망 담론은 일-가정 균형 대
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강연자는 이 모순
신 ‘4B 운동(비혼, 비연애, 비출산, 비섹스)’에
적인 행위자성이 “신자유주의적이지만 신자
서 알 수 있듯이 재생산을 거부한다. 즉 재생산
유주의를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1)
은 성공의 방해 요소로써 철저히 거부해야 할 대상이며, 성차별과 재생산이 발생시킨 여러
변혁적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문제를 거부하면서 여성 ‘개인’으로 성공하는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
게 최대 목표가 된다.
까. 이현재는 낸시 프레이저의 정의론을 통해 ‘변혁적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경
강연자인 이현재는 해당 현상을 가리켜
제적 분배와 연관돼있는 계급이나 문화적 무
2030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사회구조가 양산하
시와 연관돼있는 섹슈얼리티와 달리 여성이
는 부정의를 인식하고 있지만, 유리천장 깨트
란 젠더 집단의 부정의는 ‘사회의 정치-경제
리기처럼 개인화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구조
구조와 문화 평가적 구조 양자와 연관’돼 있
자체를 바꾸려고 하진 않는다고 해석한다. 그
다.2) 즉 젠더 부정의 문제를 볼 때, 계급과 섹
러나 한편으론 이 같은 여성 개인의 성공이 완
슈얼리티를 분리하는 방식으론 젠더차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힐 수 없는 것이다. 대
1) 강연자인 이현재는 해당 월례토론회 및 「신자유주의 시 대 젠더정의와 ‘유리천장 깨뜨리기’: 변혁적 논의를 위한 비 판 페미니즘의 제안」(2019)에서 김진아의 『나는 내 파이 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2019)에 나타 난 야망 담론을 분석한다.
2) 이현재(2019), 「신자유주의 시대 젠더정의와 ‘유리천 장 꺠뜨리기’: 변혁적 논의를 위한 비판 페미니즘의 제 안」, 젠더와 문화, 12(2), p.47
일터 47
여성노동 건강 상식
표적인 예로 돌봄·서비스 노동을 들 수 있다.
론의 이면에서 주변화된 여성노동자들을 더욱
그간 돌봄·서비스 노동은 주로 여성이 해왔기
양산하게 된다. 여성 집단 내의 다양한 경험을
때문에 그 가치가 평가 절하돼왔고, 이는 다
살펴보고 공유함으로써, 개별적인 대응과 전략
시 여성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이어지는 악순
을 넘어선 집단적 대응과 전략을 모색할 수 있
환을 만들어냈다.
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노동 가치 절하와 저임금
다음으로 이미 사회화된 의제들의 범위를
문제에 있어, 고위직 여성의 비율 늘리기 등
넓혀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가령 ‘일-가족 양
유리천장 깨뜨리기식 대응 역시 일정 부분 효
립’, ‘유리천장’, ‘채용 성차별’ 등 현재 가시화
과를 낼 순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근본적인
된 페미니즘 의제들은 정상성을 전제로 한 삶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낸시 프레이저의 말
의 형태와 중산층 계급의 노동과정을 염두에
을 빌리자면 “근본적 집단 분화와 이를 유지
둔 것들이다. 그러나 해당 의제들이 반드시 중
시키는 틀에 손대지 않은 채 결과를 보전하는
산층 계급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표적인 저임
긍정적 개선책”에 불과하다. 차별을 만드는
금 직종인 서비스직에서 대다수는 여성노동자
근본적인 원인과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이지만, 관리자인 매니저는 남성이 맡는 일이
결과만 일정 부분 교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부지기수다. 또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중심으
면 변혁적 개선책의 마련과 실행은 어떻게 이
로 채용 과정상 성차별 문제가 가시화됐으나,
뤄질 수 있을까. 사실 변혁적 개선책을 현실
채용 과정에서 여성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거나
에서 대대적으로, 한 번에 실현하는 일은 쉽
외모·나이를 문제 삼는 관행은 직종이나 고용
지 않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이러한 문제
형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의제의 설정과
의식을 통해 여성운동과 여성노동건강운동의
의제가 사회화되는 방식이 지닌 한계를 비판하
방향성을 새로이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며, 여성 집단 내부의 차이를 상상하고 새롭게 의제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여성노동건강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유리천장 깨트리기로 대표되는 오늘날 한 국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한 현상 분석을 통해, 여성노동건강운동을 의제로 삼는 우리는 무 엇을 고민해야 할까. 페미니즘 운동 내부에서 다양한 진단이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선 일터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 경 험을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응해나가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성차 별로 인해 구조적 모순을 경험하고 이를 인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집단적 대응은 요원한 편이며, 이를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기 도 하다. 그렇다 보니 개개인의 전략을 모색 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화된 흐름은 성공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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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우리의 운동이 여성 개개인의 능력주의에 매몰 되지 않는, 기존의 틀을 변혁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공공운수노조는 11월 27일 "판을 뒤집자!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치며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출처: 호나라
일터 49
굳게 닫힌 장애인의 성(性)의 닫힌 문, 이제는 열자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2020. 천자오루 저. 강영희 역. 사계절 정경희 선전위원
의 성에 대해선 인식하지 못했을까?”라는 반성 과 “이제라도 장애인의 성적 인권에 대해 외면 하지 말자”라는 다짐이 뒤섞인 채, 〈사랑을 말 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의 서평 발칙 건강한 책방
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성(性)’을 솔직하게 다룬 책을 접해본 건 아 주 오래전의 ‘아야툰’이 고작인 나였지만, 책 속 구체적인 사례들은 단순히 은밀하거나 가벼운 쾌락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인의 성적 교감이 젠더와 소수자의 인권적 측면에서 어떻 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제기해, 전혀 낯 뜨겁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노 안으로 눈이 쉽게 피로해져, 독서에 시간이 걸 리긴 했지만 말이다. ▲ 출처: 알라딘
기존 교육체계와 사회복지시스템, 사회적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책을
여론은 여태껏 장애인을 무성애자나 성별을 지
처음 펼쳐볼 때, 솔직히 ‘아차’했다. 길지 않
운 존재로 취급해왔고, 집단 시설화에 맞춘 돌
은 시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장애가 있
봄의 편의를 추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는 환자의 배뇨기능은 중요하게 다뤘다. 하지
된 성교육을 행한 적이 거의 없거나 성폭력 예
만 배뇨기관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 기능’
방이란 명분으로 성기를 적출시키는 등 장애인
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이
의 성적 욕구를 사력을 다해 봉인해왔다. 〈사랑
동권과 탈시설화엔 공감하면서도, 이들의 성
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은
적 욕구는 그보단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왔단
장애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돌봄에서
것도 부정하긴 힘들다. “앗, 왜 그동안 장애인
그들의 성적 인권을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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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보여준다.
갈 수가 없어서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젠더 차별 역시 만연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아내와
우선 저자는 지적장애인에게 사랑하고 사
어머니의 역할은 돌봄제공자로서, 장애여성
랑받을 능력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신
은 해당 역할에 있어 실패한 여성으로 그려진
체와 욕망을 있는 그대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
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다큐멘터리 영화 속
다. 또한 특수학교 학생의 필요에 맞는 권한을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탄 여성을 보면 전
부여해, 그들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성교육
혀 그렇지 않다.
설계 역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필요를 요구할 능력을 기르고,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어 섹스할 때 불
행사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유린당하거나 억
을 켠 채로 하고, 들리지 않아 성관계 시 내는
압받는 상황을 강력하게 거절할 수 있음을 거
소리가 너무 커 이웃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
듭 강조한다.
다는 청각장애인의 이야기. 움직일 수도, 눕 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고심 끝에 시각장
책에선 지적장애인 M과 F 부부가 연애와
애인을 불러 체위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는
결혼, 출산의 시기를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도
이야기…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
록 동행한 류진웨이 사회복지사가 등장한다.
았던 이야기들〉에선 그간 우리가 접하지 못
해당 사례를 통해 지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했거나 외면했던,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관한
낳느냐 마느냐를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의 사
수많은 사례를 소개한다. 그중 장애인이 운영
회시스템이 이들을 돌볼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며, 장애인의 신체적 해방을 넘어 신체에
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적장애
대한 자기 비하와 초조함을 벗어나 평상심을
인 부부의 출산과 육아는 불가한 일이 아니며,
갖고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다변화,
이는 지원과 복지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얼마든
시도, 혁신을 바라보는 지식과 태도를 돕는
지 가능한 일이었다.
대만 성 서비스 자원봉사단체 ‘손천사’가 기 억에 남는다.
장애인의 일상은 돌봄의 편의를 이유로, 수 시로 사람들 앞에 노출된다. 루게릭병으로 휠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체코
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샤오치의 사례는 장애인
등의 국가에선 합법적으로 성교육을 받은 도
의 성적 발달과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장애
우미를 통해 유료 성서비스를 제공한다. 덴마
인 역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함을 보
크의 사회서비스법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개
여준다. 이처럼 장애인의 자위, 섹스 등 지극히
인도우미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성적 필요
사적인 권리를 위한 시공간이 필요함을 인식하
에 따른 도움을 포함해 협조하도록 명시한다.
고, 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도우미들에게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민간에서 유료화하는
도 인식돼야만 한다.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그렇다 해서 이것이 우리가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얘
장애인의 성에서도 젠더차별은 여지없이
기하지 않아야 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
존재한다. 대만정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히려 우리는 장애인의 성적 권리보호에 대해,
독자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장애여성은
이를 어떻게 사회시스템에 구축할 것인지에
64.56%로, 51.82%의 장애남성보다 많다. 자
대해 더욱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궁경부암검사를 받아본 장애여성도 없었는데,
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장애인 역시 성적
병원에 마련된 진료대에 지체장애여성이 올라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는 인간이니 말이다. 일터 51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사진전과 토크행사를 다녀오다
정여진 회원
두 번째 기억, SNS의 내 담벼락에 와서 툭 하면 맨스플레인을 늘어놓고 가던 대학 동기가 있었다. 그가 어느 날은 어떤 글을 올렸는데 이 런 내용이 있었다. ‘인류는 역사 이래 남성중심 이러쿵 저러쿵
적 사회였다. 아무데서나 볼일을 볼 수 있던 남 성들에 대해, 풀숲이나 바위 뒤를 찾아 헤매야 했던 여성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후 략)’. 이런 류의 사람들조차도 ‘이미 알고 있는’ 여성의 화장실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된 적은 없다는 데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왜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문제였을까? 물 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노동자들의 시간 주 첫 번째 기억, 의대 시험 풍경이 갑자기 떠
권뿐 아니라 신체 주권을 통제하고 있다는 데
오른다. 장장 2시간에 걸친 기말고사였다. 조
서는 여/남이 다를 리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교가 화장실 다녀올 사람들은 한 사람씩 보내
무수한 일감을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생
줄 테니 조용히 손들라고 했다. 시험이 다 끝
리적 요구까지도 눈치를 보며 참아낸다.
나갈 무렵 조교는 말했다. “원래 생리적으로 는 여자가 남자보다 소변을 더 못 참는 거 아
그러나 여성 노동자의 경우, 남성과는 달리
닌가? 그런데 손드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이중의 억압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
남자냐…” 나는 생리대가 새지 않을까 꽤나
으면 안 된다. 현재까지도 여성은 자신의 신체
신경 쓰였지만 가능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
에 대해 말할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그
었던 터였다. 조교가 남자였기 때문이기도 했
리고 아직 수많은 공공장소의 여성 화장실은
고, 수많은 눈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양적, 질적으로 여성의 필요를 다 반영하지 못
데서 오는 불편감 때문이었으리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비정규직
52
노동자가 만드는
등-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화장
는 점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다음으로 정신을
실에 대한 접근성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확 깨게 만들었던 것은 고용형태, 인종, 젠더 로 철저히 위계화 되어있던 화장실 사용에 대
이와 다르지 않은 문제 의식을 기반으로 한
한 생생한 증언들이었다. 어느 시골 이주 노
노보연 여성노동 건강권 팀에서는 민주노총의
동자들의 화장실은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을
제안을 받아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정도로 시설도 열악하고 여/남 구분도 되어
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를 올해 초까지 시행했
있지 않더라는 얘기며, 또 다른 일터에서 비
고, 이에 대한 후속 사업으로서 현장의 여성 노
정규직은 매시간 화장실을 보내주지 않는 것
동자들이 직접 자기 일터에서 겪고 있는 화장
에 대해 항의했더니, 관리자가 “꼬우면 너도
실 문제를 담은 사진을 모아 전시하였다. 10월
정규직해라!”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하나 덧
22일에는 부속 행사로 대담도 열렸다.
붙이자면, 어느 남성 노동자가 화장실을 가 기 위한 ‘시위’의 목적으로 일터에서 공개 노
하필 전시회가 낮에 열리는 터라 전시회를
상 방뇨를 했다는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일
보기는 글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토
면 통쾌하기도 했지만 여성 노동자에게는 매
크 행사조차 진료가 있는 날과 겹치는 바람에,
우 어려운 저항 방식이라는 데서 마음이 복잡
준비하는 데 고생한 분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했다. 이런 내용들과 대조적으로 토크 행사의
슬그머니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었
분위기는 몹시 화기애애했기 때문에 한 시간
다. 그러나 ‘당연히 올거죠?’라고 묻는 듯한 모
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훌쩍 지나갔는지 모
동지의 확신에 찬(?) 눈빛을 차마 뿌리칠 수 없
를 정도였다.
어, 한 시간 반 거리를 허둥지둥 달려갔다. 오늘의 전시회 및 토크 행사는 생물학적 토크는 ‘여성, 일터, 화장실을 이야기하다’
인 ‘여성(女性)’의 문제를 넘어 남을 ‘여’자,
라는 제목으로 방문관리 노동자, 금속노조 부
소리 ‘성’자, ‘여성(餘聲)’의 문제로까지 확장
위원장, 그리고 여성학자 간의 3인 대담으로 약
시킬 수 있었던 소중한 축제의 장과 같았다.
90분가량 이어졌다. 화장실을 가는 것이 불편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을 드러내는 작업,
해 먹고 마시는 것을 꺼리는 일이 발생할정도
그럼으로써 더 불편한 쪽이 일으키는 균열.
로, 화장실은 가장 필수적이고 사적인 공간이
비정규직, 장애인과 이주민 그리고 트랜스젠
기 때문에, 어느 일터이든 그곳의 화장실만 봐
더를 위시한 성소수자들을 포함한 여성(餘聲)
도 그곳이 해당 일터의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확장은
우하고 있는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
전체 노동자의 신체 주권 확보로 이어질 수밖
미터가 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판매직, 간 호사등의 방광염, 신우신염이 대중에게 흔히
기억에 남는 화제들은 여럿 있었지만, 우선
산재로 인식되고 승인되는 것을 넘어, 여러
‘여성’ 노동자의 시각으로 보면 일터에 대한 확
다른 ‘몸’들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인 상식이
장적인 사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
되는 일터를 꿈꾼다. 우리는 너무도 의문을
달았다. 수많은 방문 노동자들에게 일터는 ‘남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의 집=타인의 사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
만, 사람 몸에도 공/사 구분이 있을리는 만무
이다. 그렇든 아니든 간에 ‘고객의 집’에서 화장
하다. 자본이 아닌, (복수의) 사람 중심의 관
실을 이용했다고 클레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점을 허하라!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고용노동부, 2021.11.18.]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위
전제품 설치·수리기사에 대한 추락 및 감전 방지
험작업 관련 새로운 안전보건 기준이 시행됩니다.
조치 등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11.19. 시행) 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추가되는 5개 직종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시행일: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시행된다.
’21.11.19.)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시행일: 지붕 위 작업 시 추락위험 방지 조치 강화: 강도가
’21.11.19.)
약해 깨지기 쉬운 지붕 위 작업 시 30센티미터 이 상의 발판 설치 등 안전조치와 더불어, ①채광창
보건관리자 직무교육 내용에 감염병 및 자살 예방
(skylight, 일명 ‘선라이트’)이 있는 경우 견고한 덮개
사항 추가: 사업장 방역을 통한 감염병 예방 및 정
설치, ②지붕 가장자리 안전난간 설치 등을 추가로
신질환 등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 예방을
의무화하여 지붕 위 작업 시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위해 보건관리자 직무교육 내용에 감염병 및 자살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예방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달비계 종류 세분화 및 안전조치 강화: 달비계 안
건설업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자체심사 및 확인업
전기준을 종류별(곤돌라형, 작업의자형)로 구분했
체 선정 기준 강화: 건설업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자
으며, 작업의자형 달비계 관련 최근 사망사고를 반
체심사 및 확인업체는 3년간 평균 사망만인율, 안
영하여 ①견고한 달비계 작업대 제작 및 4개 모서
전전담 조직 유무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되, 선정일
리에 안전한 로프 연결, ②작업용 섬유로프, 구명
직전 1년간 동시 2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업체를
줄의 견고한 고정점 결속, ③달비계 작업 중임을
제외하던 것을 “직전 2년간 사망사고가 1건이라도
알리는 경고 표지 부착, ④작업용 섬유로프와 구명
발생한 업체를 제외”하는 것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줄의 절단·마모 보호조치(보호덮개) 실시 등 달비 계 작업 시 안전기준을 명확히 하고 강화했다.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에 석탄화력발전소 종사자 추가: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 “석탄을 원료로
벌목 작업시 위험방지 조치 강화: 벌목하는 나무에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발전을 위한 공정 및 관련 설
맞거나 깔리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벌목
비의 운전.정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5년 이상
작업 시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벌목하려는 나무의
종사한 자”를 추가했다. 이는, 국제암연구소(IARC)
가슴높이 지름이 20센티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상
지정 제1군 발암물질인 결정형유리규산이 다량 포
면·하면의 각도가 30도 이상, 뿌리부분 지름의 4
함된 석탄에 노출되는 발전업무 관련 종사자에 대
분의 1 이상 3분의 1이하 깊이의 수구를 만들도록
한 보건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석
기준을 강화했다.
탄화력발전소 종사 근로자의 직업성 암 등 직업병 조기 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안전보건 조치 사항 신설: 가
54
노동자가 만드는
기대된다.
및 보건 확보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등에 대하 중간제품 제조자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
여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MSDS) 작성.제출 등 유예기간 합리화: 2021년 1 월 16일부터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는 ‘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
질안전보건자료(MSDS) 제출 및 영업비밀 대체자
의 수립, 전담 조직의 설치,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료 기재 시 사전승인 제도(이하 신규제도)’를 시행
및 개선, 종사자 의견 청취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했다. 아울러 종전의 법 제41조제1항 또는 제6항
구축 및 이행 조치와 관련된 9가지의 의무에 대한
에 따라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 또는 변경한 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에 대하여는 연간 제조·수입량에 따라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까지 유
특히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재해 이력, 현장 종사자
예기간을 각각 부여했다.
의 의견 청취, 동종업계의 사고 발생 사례 및 전문 가 진단 등을 통해 중대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개정된 안전보건 규칙 등은 11.19.부터 시행되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
로 각 사업장에서는 변경된 내용에 따라 위험작업
며, 나아가 확인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통제하
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에게 새로운 기준에 따른 안
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현장에서의 확실한 이행
전보건 조치 등을 시행해야 한다.
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의 투입과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등 안전보건관리
[고용노동부, 2021.11.17.] 중대재해처벌법의 중
체계 구축에 관한 9가지 의무사항의 이행은 면밀
대산업재해 관련 해설서 배포
하게 파악된 유해·위험요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 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고용노동부(장관 안경덕)는 11.17.(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또한,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 이행에 관한
함) 중 중대산업재해 부분에 대한 해설서를 배포하
관리상의 조치와 관련하여 문의가 많았던 안전·보
였다. 해설서는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 예정인 중
건 관계 법령에 대한 예시도 제시하였다. 그 밖에
대재해처벌법 중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기업들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
이해를 돕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지원하
함으로써 현장에서 법률의 해석에 어려움을 최소
기 위한 것으로, 기업이나 기관 등의 문의가 많은
화하고자 하였으며 아울러 동일 유해요인으로 인
사항과 쟁점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였다.
한 직업성 질병(시행령 별표1)과 관련해 24개의 직 업성 질병에 관한 발생원인, 증상, 예방조치 등에
우선, “중대산업재해”, “종사자”, “경영책임자등” 등
대해서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포함하였다.
정의 규정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특히, 기업들의 관심이 많은 경영책임자등의 의미에 대해 명확히 하였다. 다음으로, 경영책임자등에게 부여된 “안전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202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송년모임” 개최 오는 12월 17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송년모임이 열립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함께 만날 수 있던 날이 얼마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여전히 예전처럼 다 같이 만나 반가움을 나눌 순 없지만, 그간 의 아쉬움을 작게나마 달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부산에서, 경기에서, 서울에서 따로 또 같이 함께하는 송년모 임은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다들 건강하고 안전한 모습으로 송년모임 때 만나요!
“BYE 2021, HELLO 2022" 건강한 새해 맞이하세요! 다사다난했고, 다치고 아픈 노동자들도 많은 2021년 이었습니다. 남은 시간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또 내년에는 모 두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건강한 일터 함께 만들어갔 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일터를 구독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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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1년 11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TOE THURA 강경희 강동묵 강명원 강모열 강문식 강민혁 강성훈 강수진 강영우 강은미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강태선 강한수 강호민 강화연 고옥경 공유정옥 곽경민 곽진경 구자연 국승종 권규보 권기한 권동희 권미정 권민숙 권오성 권윤영 권정희 권종호 권중혁 김가을길 김경민 김경수 김경연 김경한 김경호 김경희 김계호 김광락 김광조 김교현 김규연 김그루 김기돈 김기동 김기연 김기헌 김낙일 김다연 김대견
김대철 김대호 김동근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명수 김미영 김민옥 김민정 김민호 김보성 김봉수 김봉철 김부욱 김상귀 김상호 김석원 김선미 김선수 김선철 김선철 김성훈 김성희 김세규 김세영 김세은 김소연 김소진 김수영 김수희 김승환 김영기 김영만 김영선 김영수 김영원 김영철 김영호 김옥헌 김용성 김우태 김위정 김윤지 김은경 김은아 김재광 김재민 김재천 김재훈 김정곤 김정민 김정수 김정신
김정열 김정원 김정원 김정훈 김종남 김종진 김종하 김종현 김준우 김중희 김지나 김지민 김지안 김지영 김지원 김지정 김지홍 김진모 김진철 김찬기 김창헌 김태규 김태석 김태우 김태훈 김필수 김한울 김현준 김현지 김현호 김형렬 김혜선 김훈민 김희정 김희진 김희찬 나영수 남원철 노성철 노현 류영필 류용림 류한소 류현석 류현철 맹정은 문병모 문승필 문언우 문은영 문제혁 문현제 민병두 민지희 박경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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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륜 최병운 최수민 최순재 최영아 최영주 최영진 최영철 최원영 최재근 최종연 최지수 최진일 최한나 최향미 최혜란 하기철 한규권 한영선 한재영 한진구 허경 허윤제 현순복 호영진 홍상표 홍정연 홍정익 홍주환 홍진성 황광열 황미나 황석학 황선태 황선호 황의현 황주신 황지영 황진철 황진희 노무법인더보상 노무법인사람과산재 민주노총법률원 법무법인더보상 법무법인민심 전국건설노동조합충남건설지부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향남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