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업로드

Page 1

통권 143호 2015년 12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검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12월호_업로드용.indd 1

1

2015-12-08 오후 3:24:40


2

12월호_업로드용.indd 2

2015-12-08 오후 3:24:41


독자에게

2015년을 보내며

원래 경계 없는 시간에 금을 치고, 경계를 만들어 시, 일, 월, 연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는 것을 알면서도, 연말이라니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2015년은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누군가에게는 우리 함께 마음 뜨거웠던 그 문제가 잊혀져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급해지던 시간, 누군가에게는 백발의 아버지 가 차갑고도 잔인한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정 의와 아주 소박한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수십 일을 굶다 쓰러진 시간, 누군가에게는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장을 지키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거짓 평화와 과장된 폭력 속에서 어떻게 해도 아쉬울 선택을 강요 받는 시간. 그래도 우리에게는 사실은 여러 차례 즐거운 순간도 있지 않았나요? 조급한 마음으로 뛰어다니다가 만난 사람에게서 ‘저 사람 하나 만난 것으로도 이 일 하는 의미가 있다’ 생각한 순간, 물대포를 함께 맞고 덜덜 떨면서 시청에서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웃던 순 간, 농성장에서 왕년의 투쟁 경험 뻥튀기해서 얘기하면서 같이 잠들던 순간, 속 시원한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흥분했던 순간. 그 뿐이겠어요? 환호성 지르며 춤추는 아이를 보면서 시름을 다 잊던 순간, 사랑을 고 백하며 가슴이 달뜨던 순간, 좋아하는 영화를 재개봉관에서 보면서 감동과 공감의 눈 물을 펑펑 흘리던 순간, 작은 성공에 기분 좋아 혼자 배시시 웃던 순간, 애정하는 가수 의 새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던 순간. 길지 않았겠지만, 누구에게나 잠깐은 있었을 이 짧지만 강렬한 이 시간들이 지루하고 막막하고 답답한 긴 시간을 버티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자 건강의 지옥문’이 제목이지만, 지옥문이 열린 속에서도 웃음은 터지지 않겠느냐, 연대는 샘솟지 않겠느 냐, 우리는 살아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연말입니다. 진부하게도, 그러나 진심으 로 즐거움과 희망과 시작을 다시 얘기합니다. 여러분, 2015년 즐거웠습니다. 2016년에도 만납시다.

3

12월호_업로드용.indd 3

2015-12-08 오후 3:24:41


차례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출처_노동과 세계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28

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30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32

비정규직 늘리는 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자 건강에도 참혹한 결과 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투쟁은 우리의 몸과 건강, 마음과 삶을 지키기 위한 싸

노동자를 불건강하게 만드는 힘 34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36

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움이다.

4

12월호_업로드용.indd 4

2015-12-08 오후 3:24:41


10 14

1

독자에게

2

차례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38

4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검진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주간연속2교대 전환, 가학적 인사관리 다룬 2015 현장연구나눔마당 10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 인터뷰

12

44

48

문화읽기

패션, 광고모델비자로 배추를 절이는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이주노동자들

감정노동 문제를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14

현장의 목소리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검진뿐인 건강검진은 소용없다

청년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52

일터 다시 보기

더 늦기 전에 석면 피해 구제해야!

주제전문 사서에게 듣는 도서관 노동이야기 22

연구 리포트

54

이러쿵저러쿵

변화, 그리고 오버로딩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5

12월호_업로드용.indd 5

2015-12-08 오후 3:24:41


노동안전건강뉴스

‘폭발사고’ 한화케미칼 실무자 실형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폐수 집수조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한

지난 7월 3일 오전 9시 13분께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사고가 발생한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실무자 2명에게 실

폐수 집수조 상부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용접작업

형이 선고됐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장과 공사를 한 협력

을 하던 중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명

업체 대표, 현장소장에게는 집행유예가 각각 선고됐다.

이 다쳤다. 검찰은 한화케미칼의 폴리염화비닐(PVC) 제

울산지법은 11월 19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

조 과정에서 아세트산비닐(VAM) 등의 물질이 폐수에 포

의로 구 속기소된 한화케미칼 울 산공장장 A씨에게

함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상시 발생, 집수조에 축적되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산업

화재·폭발 위험이 있으나 평소 가스를 측정하지 않고 환

안전사고 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 법원

기 장치로만 배출한 상태에서 용접하다 불꽃에 의해 폭

은 또 한화케미칼 생산팀 과장 B씨와 대리 C씨에게

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직원 안전수칙 준수 여

는 각 금고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한화케미칼 임직

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하청업체도 가스 측정 의무

원 4명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10

가 있는데도 측정기조차 없는 등 안전의식이 부족했다”

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을 각각 선고

며 공장장과 현대환경 소장 등 4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

하고, 회사 법인에도 벌금 1,500만 원을 내렸다. 협

반죄 등으로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했다.

력업체 대표와 현장소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 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은 위험이 수반되는 산업현장에 투입된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마련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는데 한 치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상 구 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사고로 피고인들의 과실 정 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6

12월호_업로드용.indd 6

2015-12-08 오후 3:24:41


SK하이닉스, “반도체·직업병 인과관계 없어도 폭넓게 보상”

SK하이닉스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린 직

병에 걸린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

원들이 발병 원인과 상관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상 범위는 반도체

대상자는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재해가 인정된 질병이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는 11월 25일 기자회견

니더라도 해외에서 가능성이 크게 지적된 병 등이 모두

을 열고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경

포함된다. 위원회는 “산재보험은 인과관계를 따지게 되

우라면 원인과 상관없이 보상을 받도록 하는 ‘포괄적 지

는데, 암 같은 병은 근본적으로 규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

원보상체계’를 SK하이닉스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SK

다”면서 “젊은이가 암에 걸렸을 때 인과관계를 따지다 보

하이닉스는 즉시 이를 수용해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

면 몇 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

체 직원까지 보상키로 했다.

다”고 산재보험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SK하이닉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외부 인

SK하이닉스는 자료를 통해 “이른 시일 내 노사와 사외

사 7명(산업보건 전문가 5명, 시민단체 관계자 1명,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위원회를 결성하고

전문가 1명)으로 구성돼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 사업장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

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작업장 환경

울러 작업장 근무 환경도 개선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과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관리방법 등 작업환경 분야와 사내 조직 신설

사용하는 물질 중 151개를 조사, 발암물질에 일부 노출

및 복지제도 개선 등 안전보건과 관련해 검증위의 개선

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매우 낮은 농도였다. 위원회는 특

안을 수용키로 했다.

히 시설이 비교적 낙후된 청주공장을 집중적으로 조사했

SK하이닉스는 올해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안

지만, 과거에 유해물질 노출이 어느 정도였는지 재현하거

전보건 관련 투자를 1,230억 원 집행했는데, 이를 해마

나 판단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 10% 늘리기로 했다. 2017년까지 앞으로 3년간 총

질병과 작업환경의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음에도 보상

4,070억 원을 안전보건 관리 및 시설 강화에 투입하고

을 제안한 것은 직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면 사회가

상시 안전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현재 40명 수준인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안전 관련 전공 인력을 2016년까지 80명 수준으로 늘려

맡은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불치

상시 안전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7

12월호_업로드용.indd 7

2015-12-08 오후 3:24:41


노동안전건강뉴스

이수화학, 불산 누출 원인은 ‘안전관리 소홀’

이수화학 울산공장이 사고 발생 6시간 전에 밸브에서 불

이수화학 측은 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뿌렸

산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도 비상매뉴얼을 지키지

고 물과 반응한 불산은 금속의 부식을 더 가속해 균열은

않고 편의대로 수습하려다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커졌다. 결국 16일 오전 0시 40분께 1,000ℓ의 불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사고 발생 6시간

산 혼합액이 흰 연기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불산이 공기

전인 11월 15일 오후 6시 30분께 드레인밸브(배수밸브)

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불화수소 가스가 주변으로 퍼져

에서 적은 양의 불산 혼합물 기체가 새어나오는 것을 확

일대 근로자들이 악취를 호소했다.

인했다. 비상대응 매뉴얼에는 불산이 누출됐을 경우 해당

이에 경찰은 공장장 류모(52) 씨, 생산부장 최모(48) 씨,

배관을 잠그고 비상 밸브를 열어 불산을 빼내야 한다고

공무부장 이모(54) 씨 등 3명을 사전 시설점검과 사후 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수화학 관리자들은 균열이 생긴

응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드레인밸브에 임시 배관을 설치해 불산을 빼내려고 했다.

또 비상대응 매뉴얼 미이행으로 1,000ℓ의 불산이 누출

매뉴얼을 지키게 되면 배관을 따라 전체 공정에 퍼져 있

돼 주위로 확산하도록 내버려둔 과실도 있다고 판단했

는 불산 5,000ℓ를 빼내야 해 작업이 지연되고 번거로워

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2월에도 설비 파손으로 불산 혼

진다는 이유였다. 임시 배관을 설치하는 동안 발생한 충

합물 100ℓ가 누출돼 회사 법인과 공장장이 벌금형을 선

격으로 가스가 새어나온 바늘구멍 정도의 균열은 2cm

고받았다.

정도로 커졌고 오후 10시 30분께에는 다량의 불산 혼합 물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8

12월호_업로드용.indd 8

2015-12-08 오후 3:24:41


지게차 잇단 사망사고 대책 마련 촉구

광주와 전남 산업단지에서 지게차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고용노동

있는 것과 관련, 노동단체가 관계기관 등에 안전 대책 마

부와 경찰에 철저한 수사와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게차는 화물을 싣고 내리

전남 영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11월 10일 오전 11시 10분

는 장비이지 화물차와 같은 운송 수단이 아니다"며 "그

께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모 조선소 작업장에서 마

러나 조선소 측은 지게차로 운송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

모(27) 씨가 박모(45) 씨가 몰던 7톤 지게차에 깔려 숨졌

장했다. 또 "지게차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지 않았고,

다. 부산에서 영암 조선소를 찾은 마 씨는 선박 부식 방

지게차의 작업 범위 내에 있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

지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장비를 점검하려

할 수 있는 유도차를 배치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는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이윤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선박 부품 받침대를 싣고 지게차를 몰던 박 씨가

노조는 "최소한의 안전 수칙을 마련하고 지켰더라면 이

마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이 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박 씨가 지게차 운행

벌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요 사업장에 대한 지게차 안

도중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판단, 박 씨를 교통

전 수칙 관리·감독을 상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 고용노동관서는 이달 30일까지 하

앞선 지난달 5일 오후 3시 10분께는 광주 광산구 평동

역운반 작업용 지게차 보유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게차

산단 모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에서 공장 본사 직원 이모

사고 예방 집중 감독을 벌이고 있다. 감독 내용은 지게차

(35) 씨가 천모(58) 씨의 3톤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경찰

시야 확보 운행, 운행 경로 근로자 보호, 유자격자 운전,

은 천 씨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화물을 적재하는 등 운

안전장치 갖춘 지게차 사용, 작업계획서상 예방대책 마

전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천 씨를 업무

련과 제한속도 명시 등이다.

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9

12월호_업로드용.indd 9

2015-12-08 오후 3:24:41


지금 지역에서는

주간연속2교대 전환, 가학적 인사관리 다룬

2015 현장연구나눔마당

재현 선전위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는 지난 11월 28

성차 사업장에서 주간연속2교대가 시작되었고, 이

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2015 현장연구나눔마당을

후 부품사에도 근무형태 변경이 강요되었다고 분석

개최했다. 현장연구나눔마당은 한 해 동안 현장 노

했다. 노동조합 역시 더 나은 삶의 질, 심야노동 철

동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나누

폐, 안정적인 생활임금 보장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

는 자리다.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은 한노보연 노

면서,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이 진행되었다. 그 결

동시간센터와 금속노조가 함께 진행한 ‘자동차 부

과 심야노동 단축에 따른 노동시간(잔업, 특근 포

품사 주간연속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에 의

함) 단축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근

한 영향’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와

무형태변경 과정에서 생산물량을 확보하려는 자본

실시했던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가학

의 의도와 현장에 퍼져있는 물량 이데올로기로 인

적 인사관리와 판매노동자’를 주제로 진행했다.

해 임금과 물량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즉 노동시간 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는 형태를 택했다

행복하기 위하여, 8/8을 준비하자

고 지적했다. 또한, 정규직 조합원은 그나마 노동조 합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갔지만, 비정규직 노

첫 번째 세션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 시행

동자는 논의에서 소외되거나,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현황과 교대제 변화에 의한 영향’을 발제한 전주희

강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경우 외주화를 통해 문제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 연구원은 통상임금, 주 52

를 해결한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을

시간 노동시간 제한, 고령화 현상 등으로 자동차 산

종합해볼 때 내년 완성사에서 8/8 근무형태 변경을

업의 주야 맞교대 노동시스템이 한계에 부닥쳐 완

앞둔 지금 자본의 물량보전-임금보전 프레임의 영향

10

12월호_업로드용.indd 10

2015-12-08 오후 3:24:42


력이 확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금 노동강도 강화

트레스 실태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가학적 인사관리

를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지난 근

현황과 그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전반적인

무형태 변경 과정에서 나타난 노동조합의 어려움을

판매부진 상황을 겪고 있음에도 그 주요 원인 중 하

돌아보고 조합 내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인 정가 판매를 고수하면서 직영점 판매 노동자

‘이행 전후 노동자의 건강과 삶 변화’ 발제를 맡은

들에 대한 감시, 징계, 미행 감시 등을 통해 지속적

이진우 한노보연 운영집행위원은 근무형태 변경에

인 고용 불안과 동료들과의 관계 갈등을 일으키고

따른 노동시간, 심야노동 단축이 노동자의 건강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근

물론 가족과의 관계 여가 생활 등에 있어 긍정적인

본적으로 없애거나 바꾸기 위한 노력과 이미 심각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이른 출근,

하게 훼손된 노동 인권과 건강권에 대한 긴급한 보

짧은 휴식시간 등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며 앞

호와 예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가학

토론자로 참여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안재범

적 인사 관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계약을

활동가는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의 모범으로 손꼽

맺은 직장이니까’, ‘성과를 내야 회사도 운영되니까’

히는 현장에서 지난 5년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라는 시선이 괴롭힘을 당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있어

사례를 발표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우옥 활

사실상 자본가는 근로계약으로 노동자의 모든 것은

동가는 심야노동철폐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투

착취해도 좋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해도 되는 ‘면

쟁은 경제적인 투쟁이면서, 동시에 제도를 바꾸는

허’ 같은 것을 부여받은 꼴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

정치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투쟁의 대상은

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

분명 정부와 자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부

망법 이종희 변호사는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투쟁은 완성사가

정책 중의 하나로 추진하는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대표 교섭하고 그 결과가 기준선이 되어 버리는 모

해고, 이른바 쉬운 해고 지침 마련에 대해 성과를

양새여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극

핑계로 발생하는 일터 괴롭힘을 한층 가속하는 요

소수라도 기준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주간연속

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교대제와 월급제를 도입한 사업장을 통해 희망을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 김선영 위원장

보았고, 이 투쟁을 확대하기 위한 실천을 통해 노동

과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김용화 조합원이 현장 토론

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삶의 시간을 되찾

에 참가하여, 가학적 인사관리 이외에도 자동차 판

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매 현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권 침해와 구조적 모 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여, 이후 이런 고민과 연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노동 들여다보기

구가 더 다양한 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을 포괄할 것 을 과제로 나누었다.

두 번째 세션 발제를 맡은 권종호 한노보연 회원은 ‘인사 관리’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가학적’ 행위가 포함된 경우를 ‘가학적 인사관리’라고 정의하 고, 올해 연구했던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직무스

11

12월호_업로드용.indd 11

2015-12-08 오후 3:24:42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감정노동 대응, 조합원과 회사 설득부터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 김진용 지부장, 이장구 노안부장

최민 선전위원장

주로 판매 노동자 중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병원

활동을 해 왔다. 처음에는 예방 프로그램, 그러니까

노동자 특히 간호사들의 감정 노동 수준도 높은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지나친 감정노동이 아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덜 발생하도록 하는 사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 력했다. 예를 들어, ‘전화 응대 매뉴얼’을 간호부에서

노안부장 직접 고객, 환자, 보호자를 만나

만들어서 공표하게 했다. 전화로 지나친 요구를 하

는 업무 비중이 높은 간호사와 원무팀 직원들이 특

는 고객이 있으면 ‘녹음을 하겠다’라고 고지를 하고,

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직종 감정노

전화기를 모두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로 바꿨다. 언

동 점수를 낸 것 보니 5점 만점에 4.33 점이었다. 환

어 폭력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노동자가 전화를 끊

자나 보호자가 모두 예민한 상태이다 보니, 병원 노

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환자나 보호자가

동자들은 감정노동이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

직접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안전요

될 위험이 높다.

원을 부르도록 하고, 안전요원의 대처도 매뉴얼을 정해 대응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감정 노동 관리를 위해 해 왔던 활동을

이런 예방 프로그램이 자리잡혀 나가면서, 올해는

알려 달라.

상담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구로, 안산, 안암 세 군데로 병원이 나뉘어 있는데, 안암에서는 외부 심

올해부터 노안부장으로 전임활동을 시작했

리치료사들과 계약을 맺고, 노동자가 상담을 원하

는데, 노동조합에서는 사실 3년 정도 전부터 조합원

는 경우 한 번 상담에 만원 정도의 자비 부담을 전

들의 감정 노동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제로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병동에 환자나

12

12월호_업로드용.indd 12

2015-12-08 오후 3:24:42


보호자도 볼 수 있는 공간에도 이런 활동을 적극적

막연하게만 알고 있거나,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으로 홍보하고 있다. 반면 구로는 병원 내에 고충상

모르는 경우 많을 것 같다. 감정노동 문제로 노동

담실을 만들고, 예약제로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

조합 활동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활동가나 노동조

다. 홍보는 탈의실과 같은 직원 공간에만 하고 있어,

합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암과 약간 다르다. 안산은 가장 늦게, 아주 최근에 외부와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상태다.

지부장 회사 측도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올해 8월부터 시작됐기 때문

서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반

에, 활용도나 실제 효과, 만족도 등은 좀 더 시간을

사업장이라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논리도 있을 수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4/4분기 산업안전보건위

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자존감이 높아져야, 일을

원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지만, 그 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했다. 회사가 감정노동

후에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보완점을 찾아야

문제의 심각성을 진심으로 공유하고, 이 문제의 해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이 자신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좋은 아이 디어도 나오고 사업도 잘 풀리는 것 같다. 예를 들

새로운 영역, 새로운 문제라서 활동으로 만들어

어, 만일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린 경우 상담을 받고,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가해자와 분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원 칙이지만, 병원의 특성상 환자와의 분리가 불가능할

민주노총이나 보건의료노조의 도움이 컸다.

수 있다. 이런 경우 병원 사업장에 맞는 특수한 조치

노안회의 등에 가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다른 업

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노사가 이걸 함께 고민

종의 사례에 대해서 배우기도 했다. 서비스노동이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쉽고 빠르게 되지 않는

나 감정노동 연구자, 혹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에

다. 1년 안에 바로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꾸준

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병원 사업장에서는 아직

히 이렇게 회사를 설득할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많지 않은 사례이지만, 다른 업종에서는 감정노동

똑같은 노력이 조합원에게도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수당, 휴가, 심리상담 프로그램, 예방을 위한 교육이

이리 힘든가’를 조합원들이 알게 해야 한다. 소진되

나 매뉴얼 등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서 참고가

게 하는 여러 요인 중 감정노동이 있다는 것을 알리

되었다.

고, 이게 문제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한 편으로는 병원이라는 특성을 살려서, 정신

조합원들이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게 된다.

과나 심리상담사 등 병원 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

이런 요구와 관심을 수렴해서 사측과 다시 협상하

는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분한 교육

여기저기 많이 알아보고, 따라서 만들었는데도, 매

과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뉴얼 문구 하나 정하기도 막상 쉽지가 않았다. 그래

안산병원에서 보호자에 의한 폭력이 있어, 협상하는

도 계속 두드리니까 열렸다는 느낌이다. 우리 경험

과정에서 병원장이 해당 조합원에게 ‘감정노동 휴가’

도 다른 병원사업장에 따라 해볼 만한 사례로 활용

를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조합원이 사

됐으면 좋겠다.

양해서 넘어간 적이 있다. 일이 이렇게 되지 않으려 면, 조합원들의 충분한 공감을 미리 형성해야 한다.

13

12월호_업로드용.indd 13

2015-12-08 오후 3:24:4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감정노동 문제를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노동조합이 감정노동 다루기

선전위원회

감정노동은 직업상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이 받고 있는지, 4) 조직(회사)이 감시나 점수 매기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사업장

기 등으로 감정노동의 악영향을 조장하는지, 5) 반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게 보여

대로 조직(회사)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주는 등 고객응대 업무를 하는 노동을 말한다. 동

가지고 있는지 등 5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어떤 부

료나 상사에게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경우는 제외하

분에서 감정노동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파

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판매 노동자, 콜센터

악할 수 있다.

상담원, 전자제품 A/S 기사, 승무원이나 운전직 노

감정노동을 이렇게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평가해보

동자, 간호사, 보육 노동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

면, 어디서부터 개선을 시작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

자들이다. 최근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이 될 수 있다. 감정 표현 노력 요구가 심하다면 이

서, 감정노동을 노동조합 안전보건활동의 일환으로

를 낮춰야 하고, 감정 요구는 낮지만 회사의 조직문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화나 체계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면 그 체계를 바꿔야 한다.

감정노동도 평가해보자 노동자 설득과 교육이 시작 감정노동을 단순히 높다, 낮다를 넘어 조금 더 자세 히 평가할 수 있다. 총 24개의 설문 문항으로 이루

활동의 시작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감정노동자로서

어진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이용해 감정노

의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다. 감정노동은 피할 수 없

동을 평가할 것을 권한다. 이 평가도구를 이용하면,

는 숙명이거나 재수 없게 만난 진상고객만의 문제

1) 감정노동을 감정 표현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야

가 아니다. 고객응대를 하더라도, 작업복으로 갈아

하는지, 2) 고객 응대 자체가 많거나 갈등 상황이

입듯이 자신의 감정과 정신을 갈아입을 수는 없는

흔한지, 3) 감정부조화에 따라 노동자가 영향을 많

노릇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돕는 정도의 감정

14

12월호_업로드용.indd 14

2015-12-08 오후 3:24:42


노동은 고객 응대와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지만, 이

수당, 휴가,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에게 상담 및 치료

를 넘어서는 과도한 감정노동 요구는 노동자로서 거

제공, 산재 신청 및 요양 등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부할 권리가 있다.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하더라도 회사의 정책에 따라

감정 부하를 줄이고 재량권은 늘리고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한 도시락 업체에서는 회

예방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

사 사장이 나서서 과도한 서비스 요구를 저지하는

나는 감정노동 요구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과도한

팻말을 붙여 화제가 됐다. 여기서 일하는 판매 노동

감정 노동 요구를 모두 용인하지 않는 고객응대 매

자와, 갑질 고객에게 무릎 꿇게 강요하는 회사에서

뉴얼, 고객 평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 모니

일하는 판매 노동자에의 감정 노동 정도와 그 영향

터링이나 미스터리 쇼퍼 중단 등이 있을 수 있다.

은 크게 다르다.

다른 하나는 직접 고객을 마주하는 노동자들의 재 량권을 높이는 것이다.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는 고

회사를 설득하기

객 앞에서, 환불 여부나 보상 여부 및 그 정도를 노 동자가 결정할 수 있다면 갈등 상황 자체가 줄어들

회사도 감정 노동을 관리하고, 고객에 의한 폭력으

수 있다.

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 이 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조직적 해결책과 개인적 해결책의 균형

설득도 방법이 될 수 있고, 최근 형성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잘 활용한다.

예방과 사후관리의 균형이 필요한 것처럼, 조직적

회사 스스로 감정노동이 업무의 일부이며 중요한

해결책과 개인적 해결책 사이에서도 균형이 필요하

스트레스 요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큰 틀에서 근

다. 예방 측면에서도,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각각 조

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마련하여

직적, 개인적 해결책이 있다.

선포하도록 한다면 앞으로 감정 노동 이외의 노동안

예방 측면의 개인적 해결책은 힘들 때 어려움을 나

전문제를 다루게 되거나, 새로운 해법을 시도할 때

눌 수 있는 상사나 동료 관계를 만드는 것, 효율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는 것, 자기만의 심리적 재 충전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있다. 사후관리 차원에

사후 관리 : 작업장 폭력과 정신건강

서는 호흡법, 근육이완법, 명상법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증상을 다스리는 방법을 익힌다.

감정노동의 영향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에

물론 개인적 해결책조차,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모

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감정 노동의 결과

색할 수 있다. 심리 치료를 회사에서 제공하거나, 전

사후 관리에서 특히 집중해서 다루어야 할 문제는

체 노동자에게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포함한

폭력 노출과 정신건강 문제다. 폭력에 노출된 노동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방법을 통해 개별

자에게 그에 걸맞은 의료적, 법적 해결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개인적인 해결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동자에게 감정노동

찾을 수 있다.

15

12월호_업로드용.indd 15

2015-12-08 오후 3:24:42


현장의 목소리

청년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아름다운 청년 김영 씨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올해 언론을 통해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진흙

했다. 그러다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장기간 일할

탕 싸움이 보도되면서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민낯

수 있고, 하루 2끼 식사를 지원하는 롯데호텔 알바

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기야 호텔, 백화점, 대형할인

에 지원했다.

마트, 야구구단, 극장 등을 비롯해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 스낵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했는데 롯데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경영권의 의미는

호텔에서는 일용직 계약으로 일했다. 어떻게 된 일

평범한 노동자, 시민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편, 지

인가?

금 여기 거대재벌 롯데그룹에 맞서 싸우는 아름다 운 청년이 있다. 올해 24살인 김영 씨는 2013년 12

구인 게시물에서 분명 장기간, 상시적인 업무를 할

월부터 3개월여 롯데호텔 뷔페에 있는 라세느 매장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근로

에서 일용직 계약직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

계약서를 쓰려고 보니 하루 단위로 계약하는 일용

당했다. 부당한 일을 겪기는 했지만, 알바니까 다른

직이더라고요. 앞선 게시물이랑 내 눈앞에 있는 근

곳에서 일해도 그만일 수 있지만 김영 씨는 부당함

로계약서가 다르니까 처음엔 의아했는데 그 자리에

에 맞서기로 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서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의 인사과 직원에게

조합원이기도 한 김영 씨는 또래의 청년들이 자신

왜 일일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 물어볼 용기가

이 경험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싸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계약서 쓰고 만일 일

을 이어가고 있다.

용직으로 일하는 거면 바로 나오자 생각했는데, 일

김영 씨는 2년 전 고향 전북 전주에서 서울로 상경

을 하다 보니 계약서가 다분히 형식적이었다는 걸

했다. 고시원에서 사는 김영 씨는 스스로 생활비를

알았어요.

벌어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형편이라 알바를 해야

16

12월호_업로드용.indd 16

2015-12-08 오후 3:24:43


현장에서 어떤 일을 했나? 12시 출근해서 밤 10시에 마감했어요. 오픈 뷔페라 서 점심,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달라고 하는 베이 커리, 디저트 챙겨 드리고 그 외 시간에는 베이커리 만드는 곳에서 정규직 직원들 보조 역할을 했어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체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나? 2013년 12월부터 3개월가량 일했는데 크리스마스, 신정 연휴 등 공휴일에 다 나와서 일했어요. 지각도 한번 안 하고 근무태도가 나쁘냐고 지적받은 적도 없고요. 그런데 하루는 일하면서 정규직들은 노동 조합에서 단체협약으로 얻어내서 휴일에 근무했을 때 수당을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저처럼 일용 직 알바들한테는 왜 적용이 안 되는지 궁금해서 근 로계약서를 확인했죠. 보니까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 는 사항은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에 따른다는 조항 이 있어서 그 뒤로 인사과에 찾아가서 취업규칙을 형식적이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보여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인사과 직원이 인턴 인지 알바생인지 물어보더라고요. 알바생이라고 하

일일 근로 계약을 맺었지만, 정규직 직원이랑 마찬

니까 굉장히 불쾌하다는 투로, 알바한테는 보여드릴

가지로 직고용이었고 근무 스케줄은 물론 휴무 스

수 없으니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돌아가는데 손이

케줄도 정규직 직원이랑 같이 조율해서 정했어요.

떨리고 심장이 뛰더라고요. 너무 모욕적이어서요.

매일 아침 출근 도장 찍듯이 사무실에 수백 장 복 사해져 있는 계약서에 두 장씩 사인해서 하나는 회

김영 씨는 다음날 휴무여서 현장을 비웠다. 이때 롯

사에 제출하고 하나는 제가 갖는 것 말고는 다를

데호텔은 김영 씨와 함께 일하는 인턴에게 찾아와

게 없었죠. 저처럼 일하는 사람들도 수십 명이었고

김영 씨가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취업규

요. 그래서 계약서는 다분히 형식적이라고 생각했

칙을 왜 보여달라고 했는지 아는지 등을 캐물었다.

고, 내가 일하고 싶은 만큼 오래 일할 수 있겠다 기 대를 했어요.

다음날 출근하니까 주임님이 어제 상황을 말씀하 면서 농담으로 너 잘리는 거 아니냐고 다 같이 웃 고 그랬는데, 마감 한 시간 전에 전화가 왔어요. 알

17

12월호_업로드용.indd 17

2015-12-08 오후 3:24:43


바 지원할 때 구인 소개업체 분이더라고요. 무슨 일

서 일을 시켜요. 실습생들은 주로 전문대 학생들인

이냐고 물어보니까 제 업무에 여성 직원이 필요해

데 월 30만 원 받으면서 정규직이랑 똑같이 일해요.

서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잘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단

린 거죠. 처음 해고를 당한 건데 나는 아무것도 아

순 업무를 도맡아 해요. 그래도 실습생들 입장에선

닌 존재구나, 일할 때는 항상 가족이라고 했는데 눈

대기업에서 실습했다는 이력 한 줄이 필요하니까

엣가시가 되면 몇 마디 말로 쫓겨난다는 생각에 씁

참는 거죠. 이런 친구들이 저처럼 어처구니없는 일

쓸했어요.

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싸움을 결심 했어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인데, 거대재벌 롯데에 맞서 싸

김영 씨는 2014년 6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울 생각을 했나?

구제신청을 했고, 12월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 했다. 롯데호텔은 사태를 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하면서 매우 많은 또래 청년들을 만났어요. 인턴,

김영 씨를 만나 돈으로 회유했다.

실습생, 알바 이렇게 나뉘는데 솔직히 일용직 알바 인 저보다 인턴, 실습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있

중노위 판결이 있고 판정서가 송달되기 전에 회사에

었어요. 인턴의 경우엔 최저시급 받고 딱 1년 10개

서 일할 땐 한번 본 적도 없는 인사과장이란 사람

월 일하고 끝나요. 인턴 끝나고 정규직 전환하는 사

에게 직접 연락이 왔어요. 개별적으로 만나자고요.

람들은 극소수고요. 그리고 나면 새로운 인턴 뽑아

그래서 3차례 봤는데 회사에서는 중노위 소송 취하

18

12월호_업로드용.indd 18

2015-12-08 오후 3:24:43


하고,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복직을 포기

제가 처음 싸움 시작할 때 큰 벽으로 느꼈던 건 20

하면 3,000만 원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대 청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알바에 대한 인식 이었어요. 해고당하던 날 저와 알바를 하던 친구가

그러나 김영 씨는 회사의 회유의 흔들리지 않았다.

알바인데 다른 데 가면 되지 않느냐, 대기업이랑 어

다급해진 롯데호텔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떻게 싸우느냐고 말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언론을 통해 제 싸움이 다뤄지면서 이런 문제에 별

중노위를 이겼기 때문에 재판에서도 유리했을 것

관심 없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주변 친구들

같은데 법원의 판단은 뭐였나?

이 기사보고 메시지를 보내요. 권리 의식, 사회문제 에 목소리 내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

중노위를 이겼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고요. 한편, 개인이 내부 고발자로서 문제를 터뜨

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심 판결에서 납득하기 힘든

리고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안에서 조직된 사람

논리로 지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내심 2심 가면

들의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구나, 그게 있어야 싸울

번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수 있겠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패소하니까 마음이 꿀꿀해요. 2심 때는 알바가 있 어서 제가 직접 공판장에 가지 못해서 결과를 전해

이번 싸움에 목표가 있다면?

들었는데 뭐랄까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동빈 회장에게 걸림돌이 되고 싶어요 (웃음) 우선 2015년 6월 1심 재판부는 김영 씨의 부당해고에 대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하는 거예요. 비록 알바

해 “평소 수행한 업무가 특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지만 대기업과 싸워서 권리를 보장받고 당당하게 다

않는 단순한 보조업무에 불과하므로 상시적, 지속적

시 복직한다면 이런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르바이트 직

될 또래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원 상당수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으로 복학 하거

그래서 당당히 걸어 들어가서 다시 일하고 싶어요.

나 더 좋은 직장이 있으면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복직하면 롯데호텔 노동조합에서 활동도 해보고 싶

있어 소송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어요.

기대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 려운 이유를 들며 롯데호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김영 씨는 학교 기말고사 공부를

이후 지난달 열렸던 항소심에서는 김영 씨와 롯데호

위해 책을 펼쳤다. 또, 지금 사는 고시원이 여름에

텔이 매일 계약서를 새로 쓴 일이 기간제법 취지에

는 에어컨 한번 안 틀어주는 곳이라 내년엔 매달 5

어긋나지 않으며 김영 씨에게 롯데호텔이 계약 갱신

만 원씩 월세를 더 내고 창문 있는 방으로 옮기는

을 기대할 권리가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게 목표라고 했다. 롯데라는 거대한 자본에 맞서 싸 우는 청년이자 소박한 꿈을 꾸는 아름다운 청년 김

거대그룹과 힘든 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고 유쾌하

영 씨의 건투를 빈다!

지 않은 이야기로 언론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다뤄 지는 것이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19

12월호_업로드용.indd 19

2015-12-08 오후 3:24:43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이 많은 도서관의 책은 누가 다 채웠나 주제전문 사서에게 듣는 도서관 노동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예전부터 궁금했었다. 한 도서관 안에는 몇 권의 책이 있을까? 도서관의 그 많은 책은 누가 그렇게 선별해서 사다가 채워놓은 것인지, 그리고 그 책에 책등마다 쓰여 있는 암호 같은 번 호는 누가 다 붙이는 것인지 말이다. “한국의 일반 대학도서관 같은 곳을 기준으로 하여 대략 50만~100만 권 정도의 책이 있어 요. 도서관의 성격에 맞게, 이용자의 필요에 맞게 책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채워 넣는 일, 바로 사서가 하는 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각 도서관에 일하는 사서가 어떤 책을 골라서 채 워 넣는지에 따라 그 도서관의 성격이 디자인된다고도 할 수 있겠죠?”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사서 김인희(가명) 씨가 시원하게 대답해 줬다. 십여 만 권의 책들 속 에서 일하는 김인희 씨는 도서관에서 ‘주제전문 사서(주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사서는, 많 은 자료와 문헌을 잘 조직해서 정보이용자가 필요한 자료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 람을 말한다. 그중 주제전문 사서란, 특정 주제에 관한 자료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제공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전문도서관? 주제전문 사서? “저는 사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에요. 원래는 법학도였지요. 졸업한 지 꽤 지

20

12월호_업로드용.indd 20

2015-12-08 오후 3:24:43


난 후에 사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서교육원에서 1년간 문헌정보학 이랑 도서관학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였어요. 주제 전문사서는 별도의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일하는 법학 전문도서관처럼, 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에서 특히 주제 사서를 필요로 하곤 하는데, 그때 채용요건으로 나오는 걸 참고해 말씀드리자면, 정사서 자격증을 가진 사서 중 학사/석사를 문헌정보학 외의 전공을 한 사람 들이 주로 합니다. 다루는 주제에 대한 심화한 지식이 있어야 하니 그런 것이지요. 저 같은 경우는 말씀드렸다시피 법학/법률을 좀 아는 쪽이니 여기에서 법학 주제 사서로 일할 수 있 게 된 것이지요.” 인희 씨가 일하는 곳은 ‘법학 전문도서관’이라 일반 도서관이랑은 좀 다르다. 현재 약 13~4만 권 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그곳은 물론 다른 분야의 책도 갖춰놓기는 했지만, 법학을 연 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전문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 아무래도 법학 자료의 비 중이 더 높다. “법학 분야라고 해도 단순하지가 않죠. 헌법, 형법, 민법, 상법, 행정법, 노동법, 세법 등 엄청 종류가 많아요. 이 여러 가지 법학 자료 중에서 꼭 알아야할 핵심적인 게 있을 텐데, 근데 이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자료’라는 것은 그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 는 것이죠. 만약 이용자가 일반 시민이라면 ‘생활법률’과 같은 실용 자료를 많이 갖추고 있어 야 하겠지만, 저희처럼 법학 전문도서관은 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곳이 니 또 다르지요. 이처럼 이용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 도서관이 제공해야 하는 자료의 종류 와 정보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약 70여 개의 전문도서관이 있다. 모든 분야의 책을 되도록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 일반 도서관과 달리, 전문도서관의 경우 인문, 철학, 과학, 의학 등 특정 분야 전문 서적과 자 료를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해당 분야 연구자와 같이 특정 이용자들을 위해 운 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 많은 부모에게 주목받고 있는 어린이도서관 역시 전문도서관 의 한 종류이다. 방송사 안에 음악자료실 역시 음악 전문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들 이 중앙도서관 외 몇몇 학문 과목을 특화해 해당 단과 대학 안에 전문도서관을 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로펌이나 의료기관, 미술관 혹은 기업들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 라 자료를 모으고 검색 할 수 있게 전문도서관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을 채우기 위해 사서가 하는 일 “대부분의 도서관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수서, 정리, 봉사 이렇게요. 첫째 수

21

12월호_업로드용.indd 21

2015-12-08 오후 3:24:43


서(收書) 업무는 어떤 도서나 자료를 갖출 것인지 기준을 가지고 선별하는 일입니다. 사서 업 무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도서관의 성격은 수서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거든요. 신간 도서나 자료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도서관 에 이미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도 잘 알아야 하겠지요. 그래야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 지 않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고루고루 갖출 수 있게 되니까요.” 이 수서 업무는 팀장급 되는 사람이 주로 맡는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직접 수서를 하기 도 하지만, 이용객들에게 부정기적으로 신청도서를 받아 책을 고르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전문도서관으로서 보유도서를 잘 선별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법학 도서 외에도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전문자료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수서를 잘해서 들어온 책들을 이용자들이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게끔, 잘 분류하고 종류별로 ‘정리’하는 업무가 있어요. 청구기호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 책등에 라벨 링이 되어 있잖아요. 바로 그 청구기호를 부여하고 전산 목록화 하는 일도 바로 정리업무이 지요. 자료가 단행본인지, 시청각자료인지, 정기간행물인지 등 자료 성격에 따라 별치기호를 달아주고, 한국 십진 분류표(KDC) 혹은 듀이 십진 분류법(DDC, 국제공인 기준)을 기준에 따라서 자료의 주제에 맞게 분류번호를 주는 것이죠. DDC를 예를 들면 사회과학은 300번대 인데, 그중에서 법학은 340번대이지요. 주제에 잘 맞게 이 분류를 잘해서 정리해 주는 게 아 주 중요해요. 그래야 전산 검색어를 넣어 문헌을 찾을 때도 이용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거든 요. DDC 분류기준을 따르는 대학도서관의 책인데 KDC를 따라서 정리/분류를 했다든지, 미 국의 계약법을 다룬 책인데, 민법 안에 계약법이 속해 있는 한국의 법체계에 맞춰 분류기호 를 틀리게 넣는다든지 하면 안 돼요.” 인희 씨는 수서나 정리 업무보다는 데스크에 앉아 주로 도서관 이용자들을 직접 응대하는 봉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 장서 중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절차에 따라 대출해 주 고 반납 확인 하는 것, 도서관의 전반적 이용안내를 해주는 것도 물론 담당한다. 이 외, 전 문도서관의 주제 사서로서 ‘참고’ 봉사 업무도 한다. 이용자에게 각 주제에 관한 자료 조사를 도와주는 것이다. “대출/반납이나 서가 정리 같은 일들은 사서 아닌 단기계약직 분들이 주로 많이 하세요. 제 가 하는 일 중 참고 봉사 업무는 저희 도서관의 주 이용객인 연구자들이 연구주제에 맞춰 요청하는 자료를 찾아주는 일이에요. 한 달 평균 50~60건 정도 요청이 있는데 법학 주제사 서인 만큼 제가 무엇보다 신경 써서 잘해야 하는 일이지요. 예를 들어 이민법 자료를 달라 고 하시는 선생님이 있으세요. 그럼, 저는 한 번 더 질문해요. ‘혹시 연구전공이 어떻게 되나

22

12월호_업로드용.indd 22

2015-12-08 오후 3:24:43


요?’ 여쭤보면 ‘헌법 중 행복추구권 쪽으로 논문 쓰려고 합니다.’ 등의 대답이 나오거 든요. 그럼 그 주제에 맞춰서 키워드 세부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리스트랑 파일을 직 접 전달해 드리는 것이지요.” 책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서 일하면서 고객 응대를 하는 서비스 업무가 주는 피로도 왜 없겠느냐만은, ‘더 친절하게 이용자 를 대하라’라고 하는 상사의 말이 인희 씨에게는 그렇게 부대끼는 업무지시는 아니라 고 했다. 현장업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힘듦보다는 자료보존에 최적화되어 있 는 공간의 특성이 주는 불편함이 오히려 거슬린다. “도서관들이 대부분 밤늦게 까지 열긴 하지만 몸에 무리가 오는 교대근무나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 도서관은 주간 조는 9시~17시, 야간 조가 14~21시 이렇게 되어 있는데, 저는 주간 조 전담으로 일해요. 근데, 도서관 내부 온도습도 같 은 게 사람이 아니라 책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여름에 너무 춥거나 겨울에 너무 건조하거나 이런 게 좀 불편하지요. 그리고 손목이 좀 나가는 경향이 있죠. 책 중에 서도 법전이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걸 자주 드니까 아무래도 좀 그런 게 생기죠.”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법학 자료 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인희 씨는 전반적으로 사서 일을 즐기고 있었다. 더욱이, 특정 자료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적절한 연구자료들을 잘 찾아서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그녀의 기쁨이자 보람라니 더욱 그래보인다. 인희 씨는 앞으로 소장자료 를 선별/선정하는 수서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 다음과 같은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일하는 곳이 법학 전문도서관인 만큼, 연구에 필요한 희귀한 자료를 잘 찾아내고 갖 춰 단골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연구재료를 제공하고 싶어요. 또, 다른 곳에서도 우리 도서관에 자료공유를 요청하기도 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그게 바로 전문도 서관의 주제 사서가 할 일 인 거 같아요.”

23

12월호_업로드용.indd 23

2015-12-08 오후 3:24:43


연구 리포트

더 이상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지 말라!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2011년 5월 18일,

도 ‘재산권 행사’라며 노동자들을 막아섰다. 많게는

그들의 삶은 그 날, 그곳에 멈춰있다!

30여 년을 근무하던 직장에서 쫓겨나 자존을 지키 려는 그 작은 소망하나로 모기와 파리가 넘쳐나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은 대한민국 민주노

습하디 습한 비닐하우스에서 100일을 견뎌냈다. 그

조운동의 한 역사였다. 중소사업장이지만, 엄혹하

러나 자본의 탄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던 시기 어용노조를 민주화했고, 눈 뜨고 코 베어가 려는 자본의 의도를 간파했으며, 지역연대투쟁의 모

‘유성기업 노동자를 살리자!’

범을 만들었다. 당시 부천지역(현재 유성기업은 충

하나로 시작된 정신건강실태조사와 치유활동

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소재하고 있다)의 수많은 사업장과 활동가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지원과

현장에 복귀해서도 징계·해고, 감시, 협박, 통제, 나

연대로 투쟁할 수 있었으며, 살 수 있었다. 90년대

아가 인간의 본성까지 찢어 놓고야 말겠다는 자본

초반 파업투쟁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97년 IMF로

의 의도는 계속됐다. 그즈음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의 한파가 밀려왔어도 그들은 당당했고 민

살려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완강한

주노조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투쟁으로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섰으나 남은 건 사

민주노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유성 자본의 탄

회적 고립이었고 그중 일부는 세상을 저버리고야

압은 거셌다. 대통령은 주례연설에서 ‘1,000원짜리

말았던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처럼 만들어선 안 된

부품이 완성차 라인을 끊었다.’며 사실을 호도했고,

다는 외침이었다. 적어도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노

용역 깡패들은 차량을 동원해 노동자들 13명에게

동자에겐 한없이 부조리하기만 한 탄압과 현실에

중부상을 입혔으며, 소화기와 도끼로 무장했다. 공

저항했던 이들을 절대로 고립시킬 수 없었다. 그런

권력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포스런 폭력을 목격하고

두려움으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실

24

12월호_업로드용.indd 24

2015-12-08 오후 3:24:43


태조사는 시작됐다. 충남노동인권센터의 ‘노동자 마

위 그림은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2012년 아산지

음치유 사업단 두리공감’의 시작이기도 했다.

회, 2013년~ 2015년은 아산·영동지회 통합결과)의

정신건강실태조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4

우울증 고위험군 연도별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매

년간 진행됐다. 동일한 진단지로 매년 노동자들의

년 우울증 고위험군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상태를 점검해 왔다. 그 4년 동안 유성기

비단 우울증만이 아니라 불안증세에서는 전년도에

업 노동자들의 삶은 많이 변했다. 임금은 2011년 5

비해 13.5%p가 증가했으며, 사회심리스트레스는 무

월 18일 이전보다도 내려갔으며, 일상이 돼버린 감

려 22.9%p나 증가하여 약 64.5%의 노동자들이 고

시와 통제로 얼굴빛은 검게 변했다. 정상적으로 노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유

동력을 제공하고도 회사가 주는 밥을 넘기지 못하

성기업 금속노조원들 상당수는 삶이 가치 있다고

는 이들이 넘쳐난다. 회사가 유성기업 금속노조 소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으며, 매우 우울하고 불

속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고소장이 1,000건이 넘는

안감 속에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외

다. 징계는 매일같이 이뤄진다. 최근엔 회사경영난

상후 스트레스의 경우 이전년도에 비해 12.4%p 증

을 주장하며 강제 순환휴직까지 시키고 있으며 민

가한 53.6%의 노동자들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

주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자본의 이 같은 행태를 거

는데 이는 2014년 모 국회의원이 전국소방공무원들

부한 금속노조원들에겐 기계와 유리창을 닦게 하고

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 11.4%에 비해 4가 넘는 수

청소를 시키고 있다. 극심한 탄압, 막무가내의 폭력

준이다.

을 경험했던 2011년과 현재,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

실태조사의 맹점이 한 가지 있다면, 이 결과가 구체

이 당해야 하는 고통은 여전하다.

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노동자는 회사 측 주요인사를 만날 수 있는 유

2015년 정신건강, ‘위기상태’로 확인

일한 장소라 할 수 있는 사내 식당에서 상상한다. ‘내가 칼을 들고 몇 발자국을 가면...’ 이 참을 수 없

정신건강실태조사는 총 6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우

는 고통을 주는 저 가해자를 없앨 수도 있다는 상

울장애, 사회심리스트레스, 불안 증상, 알코올 사용

상. 또 어떤 노동자는 말한다. ‘정신 차려 보니 아파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직무스트레스 등이다. 이

트 옥상난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가 잘

모든 지표에서 2015년 결과는 가장 좋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닌데 나는 내 목숨을 끊으려 나도 모르 는 사이 그곳에 올라갔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고통

42.1%

44.8%

41.1%

43.3%

을 안겨줄 수 없어,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대부분의 유 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상상하고 말하는 현실이다.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에게 남은 건, ‘악화된 환경’뿐

2012(아산)

2013(통합)

우울 고위험군 연도별 변화

2014(통합)

2015(통합)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은 지역 내 많은 사업장

25

12월호_업로드용.indd 25

2015-12-08 오후 3:24:43


에서 정신건강실태조사를 벌여왔다. 그중 2014년에

업 금속노조원들이 지금껏 해 오고 있는 일들이다.

는 논산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자결사건을 계기로

그렇게 햇수로는 5년, 만 4년에 걸쳐 ‘사람’이고자 저

지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

항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금 남아 있는 건

스를 조사한 바 있다. 이를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

사무치는 ‘고립감’이다.

의 직무스트레스 진단결과와 비교해 보면, 그 결과 역시 참담한 수준에 있다.

주변의 관계변화

개선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이나 결과, 그것을 해결하는 주 체는 고용주다. 노동자에게 능력 이상의 업무나 작

악화 58%

49.9% 50.1%

50.2% 49.8%

업이 강요되고 있는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시스

42%

템을 갖추고 있는지, 업무(작업)수행에 필요한 자원 들은 제때,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수행결과에 대 한 지지와 격려 또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지 등 을 보는 것이 직무스트레스 항목이다. 두리공감이 실시했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보다 유성기업 금속

부모관계

배우자관계

자녀관계

노조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게 나왔다. 직 64.7%

무요구항목을 제외한, 직무자율, 관계갈등, 직무불안

60.8%

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등의 항목에서 모두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음이 확인되었

39.2%

58% 42% 35.3%

다. 특정항목에서는 두 배 이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탄압만이 아니라 유성기업 회 사 측은 작업과정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게 강력한 스트레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는 원래 그랬던 것

친지관계

이웃관계

동료관계

이 아니라 매우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들에 의해 변화된

위 그림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회사 측의 탄압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그에 대한 투쟁과정에서 주변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

증언하듯이 공장문을 들어서는 순간 심장박동이

는지에 대한 답변 결과다. 부모와 배우자의 관계는

빨라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큰 변화가 없이 아주 약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례

심리·정신건강 관련한 많은 책들서는 계속된 가해

적으로 자녀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는데, 그 이유에

행위가 두 가지의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하나

대해 한 노동자는 “아이들이 불쌍하잖아요.”라고 답

는 그 가해행위를 일상으로 인식하며 당연한 것으

했다. 4년간 삶은 나아지지 않은 채 어려워져만 가

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빼앗기

고, 정신적인 고통은 가중되며, 이제 그 고통이 몸

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맞선다는 것이다. 유성

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본이 원하는 것은 전자일 터이고, 후자는 유성기

아이들을 걱정한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26

12월호_업로드용.indd 26

2015-12-08 오후 3:24:43


반면, 주변 관계를 보면 친지관계, 이웃관계, 동료관

한다. 그러는 사이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은 고립감

계에서 모두 악화하였다고 응답하고 있음을 알 수

을 느끼며, 심신이 병들어가면서도 저항하며 투쟁하

있다. 비약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 같은 결과는

고 있다. 소위 ‘정상’이 ‘비정상’이라며 자신들의 상태

‘고립’을 의미한다. ‘사람’이고자, ‘자존’을 지키고자,

를 위로하며 전선에 서 있다. 유성기업 금속노동자

나아가 삶과 가족을 지키고자 당당히 맞선 결과가

들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이제 사회적 문제

그들에게는 고립감으로 남아 있다.

이며, 사회적 해결 없이는 불가능한 지형에 놓여 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나 내담자에게 의사와 상담

다. 이제, “유성 투쟁 승리”를 넘어 “유성기업 금속노

사들은 햇빛을 많이 보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다양

동자 살리기”를 위해 모여지고 보태져야 한다.

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권유한다. 가해

유성기업 금속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심리치유를

를 통해 상처를 안겨 준 것이 사람이지만, 치유 역시

위한 활동이 만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치

사람과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

유를 위한 환경 역시 열악한 게 현실이다. 신경정신

다. 그러나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은 지금, 외롭다.

과 전문의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의사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눈치를 보곤 한다. 노동

너무 늦지 않기를

현장이나 분쟁사업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담사들 은 엉뚱한 해답을 내놓기도 하기에 찾고 또 찾아서

엄청난 탄압과 폭력 상황에 노출돼 있어도 유성기

현장이해도가 높은 상담사를 배치해 왔다. 그러나

업 금속노조원들은 한 번도 흔들림 없이 투쟁해 왔

그분들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 한

다. 한때는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철폐의 상징

달이면 자살기도와 같은 몇 건의 응급상황이 발생

으로 사회적 지지를 받으며 투쟁할 때도 있었다. 그

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래선 안 되지만 하늘의 운에

러나 지금 다양한 이유로 잊히고 있다. ‘더 어려운

맡긴 적도 있다.

사업장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는 그래도 조합원이라

유성기업 금속노동자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민주노조

도 있지’, ‘지금까지 지원했는데 더는 뭘 할 수 있을

사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전선을 만들고 힘을

까?’, ‘이젠 좀 적당히 갈 때도 됐잖아?’

보태며,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궁극적인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장기투쟁사업장이란 이름표가

치유가 될 테지만, 지금 당장 고통받는 그들을 위한

붙으면, 으레 ‘한 번쯤 가봐 주는 곳’이라 여겨지기도

치유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그만큼 중요해 보인다.

27

12월호_업로드용.indd 27

2015-12-08 오후 3:24:44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12월호_업로드용.indd 28

2015-12-08 오후 3:24:44


글/사진 쌀집아재

복면시위는 IS?! 코메디다. 누구에게나 집회결사의 자유는 있고, 집회복장도 여기에 해당 된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많은 노동자 민중은 복면시위왕이 되었다.

29

12월호_업로드용.indd 29

2015-12-08 오후 3:24:45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선전위원회

9월 13일 노사정 대타협 혹은 ‘야합’이 타결되자마자, 새누리당은 9월 16일 근로 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일시에 제출했다. ‘합의’의 모양새는 갖추었으므로, 일사천리로 입법 등의 절차를 올 해 안에 마무리 짓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완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한 걸음이었 다.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사업주들이 법 보다도 훨씬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정할 계획이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의 단호함만큼이나, 노동자들 역시 이 시도가 가져올 결과의 처참함을 예감하고 있으므로 추운 겨울 물대포 앞에 설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 대열에 끼 지도 못하고 이 흐름을 수상쩍게, 의심스럽게, 우려하며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마 음은 더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정책,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노동개악이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이 되리라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지옥문이 새로 열리는 게 아니라, 이미 지옥만큼이나 감내하고 있는 고통 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연대하고 힘을 모을 시간이다.

30

12월호_업로드용.indd 30

2015-12-08 오후 3:24:47


쉬운 해고 사용자의 자의적인 성과 평가에 따라 노동자 해고가 가능 해진다. 정부는 일반해고라고 하지만, 많은 언론은 이미 ‘쉬운 해고’라고 부르고 있다. 일반해고의 정수는, 법적으 로 규제가 많은 정리해고 대신 ‘사용자가 원할 때’, ‘사용자 의 평가에 따라’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노조활동을 핑계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일터 괴 롭힘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쉬운 해고는 노동자에게 어 떤 영향을 미칠까?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 확대 이번 노동개악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확대는 크게 두 가지로 기간제 비정규직의 계약 기한을 최장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현재 32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 업종을 55세 이상 노동자와 전문직에 대해서 전면 허용하 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계약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도 그 이후가 정규직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고용의 불안정성이 완 화될 리가 없다. 불안정 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영혼을 갉 아먹는다.

산재법, 고용보험법은 선물? 정부는 노동개악안을 내놓으면서 선심 쓰듯 산재법 개정 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단체, 전문가들 이 오래 전부터 주장했던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 나 업무상 정신질환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산재법 특례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다. 고용보험법도 개정하여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 출처_민주노총

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도 30일 확 대한다고 한다. 이들 법 개정안은 정말 정부의 선물일까?

31

12월호_업로드용.indd 31

2015-12-08 오후 3:24:47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김형렬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계약과 계약해지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많은 비

저성과자로 찍힐 사람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 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

“저성과자”라는 기준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

일 수 있다. 이미 해고가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일

히,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노동자, 질병을 앓고 있

반해고의 도입은 그나마 헌법과 근로기준법과 같

는 노동자 등은 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다. 현재 우

은 법률로 보장받고 있던 정규직마저 쉬운 해고를

리나라의 법은 해고는 비교적 쉽지 않도록 보호 받

하겠다는 시도이다.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

는데 반하여, 저성과자를 만들 수 있는 사업주의

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재량은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미 사직을 유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깨뜨리겠다

도하기 위해 벌이는 전직, 각종 형태의 괴롭힘이 인

는 것이다. 퇴출이란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힘

사관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의 전문

을 가진 자의 권한이자 명령이다. 가진 자(자본)의

성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잦은 업무전환, 불합리

명령은 당연한 권리가 되고, 노동자는 그 힘과 명

하고 일관성 없는 인사고과를 통한 통제를 통해 얼

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정

마든지 저성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

당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논리다.

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것 은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 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일터 괴롭힘을

32

12월호_업로드용.indd 32

2015-12-08 오후 3:24:49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터 괴롭

이용이 어려워지고, 건강행태의 악화, 자존감의 상

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악

실 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정신과 신체에 다양한

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또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한 해고 역시 자유로워

심지어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실

질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한 노동

업을 당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

자에게, 또한 개인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도 이를

서 그 건강영향이 더 심각하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극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

연구가 다수 있어서, 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이 이를 비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설사 실업상태에 놓였다

용으로 인식하여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해고를 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때 까지 인

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물론 사회의 안정성은 더

간다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인 지

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 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쉬운 해고의 도입은 고용

실업은 트라우마

불안이 더욱 확대되고, 실업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 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고용불안이 가져오는 노동

를 완충할만한 사회보장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노

자 건강의 악화를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

동자들의 건강은 끝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면 고용불안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것이다.

같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와 흡연과 같은 건강행태 의 악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

Kim IH, Muntaner C, Khang YH, Paek D, Cho SI. The relationship between nonstandard working and mental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health in a representative sample of the South Korean

불안에 의한 노동자 건강의 악화는 전세계적인 현상

population. Soc Sci Med. 2006 Aug;63(3):566-74.

이며, 전세계 연구자들이 그 관련성을 밝히고 있는

Kim IH, Khang YH, Muntaner C, Chun H, Cho SI. Gender,

주제이다. 다만, 한국에서 고용불안에 의한 건강영 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불안이 심리

precarious work, and chronic diseases in South Korea. Am J Ind Med. 2008 Oct;51(10):748-57 Jung Y, Oh J, Huh S, Kawachi I. The effects of employment

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와 사회보장으로부터

conditions on smoking status and smoking intensity:

배제되는 등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

the analysis of Korean labor & income panel 8(th)-10(th)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 노동자들의 고

wave. PLoS One. 2013;8(2):e57109. doi: 10.1371/journal.

용불안은 그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저임금, 실업급 여를 비롯한 사회보장으로부터의 배제를 그 특징으

pone.0057109. Bahk J, Han YJ, Kim SS. Health inequity among waged workers by employment status. J Prev Med Public Health.

로 하고 있어, 고용불안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더욱

2007 Sep;40(5):388-96.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Kim IH, Muntaner C, Vahid Shahidi F, Vives A, Vanroelen C,

쉬운 해고는 흔하고 잦은 실업 경험을 만들어 낼 것

Benach J. Welfare states, flexible employment, and health:

이다. 실업의 경험은 말 그대로 트라우마다. 실업을 당하면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의료

a critical review. Health Policy. 2012 Feb;104(2):99-127. 이원철, 하재혁. 비정규직과 자살생각의 관련성: 제 1-4기 국민 건강영양조사 토대.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 23; 89-97 33

12월호_업로드용.indd 33

2015-12-08 오후 3:24:49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비정규직 늘리는 힘, 노동자를 불건강하게 만드는 힘 최민 선전위원장

이번 노동개악의 중요 내용 중 하나는 비정규직

Medicine, 2006;63(3):566

확대다. 기간제법을 처음 도입할 때, 2년간 비정규

로 생각하는 건강상태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뚜

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법안이라고

렷하게 나빴다.

약속했던 정부는 이제와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이 나쁜 이유는 매우 다양

심화되고 있다’고 밝히며 기간제 연장을 대책이랍

하다. 비정규직의 낮은 소득과 고용 불안정은 비

시고 내놓았다.

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주관적으

손신영, 한국산업간호학회지, 2011;20(3), 346

중요한 원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상적으 불건강한 비정규직 노동자

로 노출되어 있는 고용상의 불안 때문에 위험과 불건강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해야 하는 경우가

비정규직 확대는 그 자체로 노동자 건강에 적신호

많고,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인 저임금 노

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건강

동 때문에 위험 수당 등 경제적 유인 때문에 위험

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수많은 연구에서 이미 드러

한 노동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저임금 노동은

난 바다. 국내 연구만 봐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장시간 노동의 강력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시간

는 정규직 여성 노동자보다 우울증 위험과 자살

노동과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인 노동시간 역시 건

생각 위험이 각각 1.6배 가량 높다. 남성의 경우,

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은 더 많지 않았지만 자살 생각 위험은 비

업무 재량권은 낮고,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어 직무

Kim IH et al., Social Science and

스트레스가 높다. 그 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1.3배 정도 높았다.

34

12월호_업로드용.indd 34

2015-12-08 오후 3:24:51


정치적 영향력 시장 노동조합, 기업, 기관 정부

정규직 고용 비공식 경제활동 노동시장 노동규제, 노동안전보건입법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

불안정 노동

유해작업환경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인간공학적, 사회심리적 건강과 삶의 질 물질적 박탈

정당들 복지상태 사회

사회정책,보건정책, 연금,소비

사회운동, 사회단체 지역사회

자 및 환경 보호정책, 형평성

지불되지 않는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 사회관계 및 가족관계

수입, 부, 거주환경 등

불안정 노동과 건강 및 삶의 질 J. Benach et al., Annu. Rev. Public Health 2014. 35:229-53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전반적인 물리, 화학, 생물학

은 아닌가 하는 것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이다.

적 작업 환경이 열악해 소음, 유해광선, 감염 위험 등 다양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 고용?

폭넓은 그림

이번에 기간제 법을 개정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는 정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 문

규직을 고용하겠다고 선심쓰듯 선언했다. 그러면서,

제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

선박, 철도, 항공기, 자동차를 이용하여 여객을 운

다.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사회는 이와 함께 노동자

송하는 사업 중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

의 정치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노동시장 정책 전반

에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제한한다고 한다.

이 노동안전 문제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친자본

그러나 하루 15만명을 수송하는 KTX 승무원도 비

적인 경제정책을 취하게 된다. 복지는 하향되는 경

정규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안전업무를 하고 있

향이 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 비정규직 노동

지 않다, 안전업무는 철도공사 정직원인 팀장만 할

자, 불안정 노동자가 증가하며 이 노동자들은 실업

뿐’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철도공사와, 결국 이런 어

과 비공식 경제활동의 경계에 존재하게 된다. 이런

깃장에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승무원

취약 노동자들은 모든 측면에서 더 유해한 작업 환

들에게 생명 안전에 관련된 사항을 가르치기는 커

경에 노출되고, 수입이나 부, 거주 환경 등 물질적인

녕,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하던 안전 교

측면에서의 박탈을 경험하게 되어 건강과 삶의 질

육마저 미루고 숨기는 버젓한 공기업이 존재하는 상

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황에서, 현실 뒤꽁무니도 좇아가지 못 하는 생색내

한국사회에서도 비정규직 증가라는 현상 뿐 아니라,

기에 불과해 보인다.

이번 노사정 야합과 노동개악 드라이브를 가능하게

끼워팔기로 내놓은 선심성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어

하는 정치적, 사회적, 정책적 힘의 변화 방향이 불

보이고, 고용 불안 증대와 노동자의 물질적 박탈은

안정 노동을 증가시키고, 전체적인 노동자들의 건강

확실해 보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서 노동자 건

과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강의 지옥문을 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35

12월호_업로드용.indd 35

2015-12-08 오후 3:24:51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김혜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법률원(준) 노무사

요즘 정부의 노동개혁(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혀지

지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는…….)에 대한 노동계의 평가는 거의 일관되게 비

말이다.

판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정 합의(?) 이후 충분

그래서 우리는 산재법 개정안을 면밀히 살펴볼 필

한 노사정 의견을 들어 법안 상정을 하기로 한 합의

요가 있다. 산재법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몇 일만에 정부와 기업의

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다. 이는 그간

입맛에 맞는 각종 개정안을 발의하였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법

개정안 중에 가장 문제라고 이야기되는 것은 바로

원에서 조금씩 근로자의 출퇴근재해에 대하여 예외

근로기준법 상 ‘쉬운 해고’와 파견법, 기간제법 상

적으로나마 산업재해로 인정해오던 것을 법문화한

‘비정규직 늘리기’이다. 반면, 개정안 중 산재법에 대

것으로 진일보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

한 부분은 크게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

안에서 인정하고 있는 출퇴근재해는 ‘근로자의 중과

인다.

실’이 있는 출퇴근재해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제한

그러나 노동자라면 안전하게 노동을 할 수 있는 권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무과실책임’ 원

리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을 하다가 다쳤을

칙을 적용하는 산재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큰

때 보상받을 권리를 정한 산재보상보험법은 노동자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출퇴근 재해의 범

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되는 법으로 결코 중요도 측

위에 ‘한 취업 장소에서 다른 취업 장소로의 이동’을

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일터’를 구독하는 동

포함하고 있어 이미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던

36

12월호_업로드용.indd 36

2015-12-08 오후 3:24:54


‘출장 시 재해’마저 ‘출퇴근 재해’로 오해하여 법을

신질환(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적응장애 등)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적용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사실, 첨단장비로 지속적인 감시를 받던 노동자들이 받은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

한편,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산재보

인정을 받은 사례(종국 결과는 패소함), KT의 노조탄압으로 인하여 KT노동자들에 발

상보험법 특례 적용대상인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생한 정신질환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인용 등에서도 일부 확인 됨.

확대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다

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

양하므로 이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적응장애와

이 포함되었다. 물론,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 범

우울병 에피소드만을 특정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

위와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적극 환

정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타 정신질환에 대한

영할 일이다.

산재인정 여부에 대하여 논쟁거리를 남겨놓는 것으

하지만 그 적용대상의 범위확대가 노동자로서 당연

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겠다. 현행법상 ‘감정노동’

히 보장받아야하는 산재보상이 아니라, 개개인이 일

이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도 문제이지만

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

섣불리 ‘감정노동자’와 아닌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한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특례’의 형태가 되

사고 역시 매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는 것은 현 사회의 업무분화속도와 새로운 직업의

산재보상보험법을 제정한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발생속도를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음을 그리고 노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동자 전반에 대한 보장의 확대가 아닌 특수한 예외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조항의 확대로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

또한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장애,

산재법 개정안은 부분적으로 확대된 측면을 부정

우울병 에피소드’가 뒤늦게나마 업무상 질병으로

할 수는 없으나 ‘무과실 책임’이라는 산재법 기본원

포함된 것은 다행이나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

칙에 대한 훼손, 기존에 인정되던 업무상 재해의 축

는 ‘감정노동자’에 한하여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인

소, 전체노동자에 대한 법 적용의 확대가 아닌 일부

것처럼 선전되고 특정 질병명에 한하여 산업재해로

노동자에 대한 제한적 적용 등의 내용을 볼 때 산재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보상보험법 목적에 맞는 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객응대업무 등 감정노동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원인으

모든 법 개정이 책상에 앉은 국회의원의 펜대에서

로 하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

일방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

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 산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제안이유 중 발췌.

는, 그리고 적용을 받아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

노동자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사용자와의 관계, 직

와 요구를 받아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법 개악

장동료와의 관계, 업무상 마주하는 제3자와의 관계

이 아닌 진정한 법 개정의 출발이라 할 것이다.

또 정신적

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乙(을)’이고 따라서 노동자는 누구나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11년

금속노조 제조업사업장인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노조파과 과정에서 얻은 정

37

12월호_업로드용.indd 37

2015-12-08 오후 3:24:54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공안 탄압까지 지속

노동개악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노동자 건강

되고 있고, 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한 상태다. 현

측면에서도 큰 위협이다. 어떤 문제에 가장 주목

재 민주노총 투쟁 계획은?

하고 있나?

이미 1년 내내 준비해온 투쟁이다. 12월 임시국회

일반해고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건강 영향을 얘

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5대 법안을 논의하거나

기하기에 앞서, 아주 직접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

가이드라인 발표가 가시화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

다. 하나는 감정노동 예방법, 산재사망처벌 및 원

다고 이미 결의해왔다.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

청책임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화학물질 알

12월 2차 민중총궐기와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에

권리법 등 실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매진하고 있다. 11월 14일에 정말 오랜만에 상당히

위해 준비해온 입법 과정은 노동개악 관련 입법

많은 인원이 모여서 끝까지 싸웠다는 점에 큰 의

이후로 마구 미뤄지고 있다.

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분노가 실제로 매

또 하나는 실내용도 없는 노동안전보건 의제 일부

우 높다는 증거다. 이 분노를 실제 총파업으로 조

가 당근책처럼 제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직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안이 상정되어 국회

실업급여액이 증가하고, 노년층 실업급여 적용이

일정으로 넘어갈 경우 국회 전면 대응을 위한 준

확대됐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많은 저임금 노동자

비도 함께 하고 있다.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이후,

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업급여 하한

공안탄압 대응 활동도 벌여 나가고 있다.

액은 더 내려가고 실업급여 받는 요건이 대폭 강

38

12월호_업로드용.indd 38

2015-12-08 오후 3:24:56


화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불안정한 일자리의

동자들에게 더 몰리고 있다. 그런데 파견을 확대하

저임금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 단기 고용 노동자

고,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건강 영향

들이 실업급여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출퇴

은 차별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근 산재도 마찬가지다. 과실에 따른 차등 보상과

입을 것이다.

더불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 은 산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여 건설 일용, 택

내년 중점 사업이나 활동은

배 기사, 화물 운송, 외근을 주로하게 되는 영업 판

어떤 것으로 계획하고 있나?

매직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이 오히려 보상 대 상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내용을 당근책이

비정규 노안활동을 조직 내 현실로 만드는 게 과제

라고 선전하고 있어, 이것도 큰 문제다.

인 것 같다. 그 동안 민주노총에서 어떤 노안 활동 을 하더라도, 하청 산재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런 직접적인 문제 이외에, 일반해고 시대의 일터

건강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결과 등이 반드시 구호

괴롭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등도 노동자들의

에 들어가는데도 지금까지는 정책만 있고 실제 손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발까지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내려가고 있 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물론이다. 지금도 일터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다. 대

이제 민주노총 산하에 비정규직노동조합도 꽤 있는

신증권 등 기업들이 인력관리 컨설팅을 맡기면서,

데, 이런 단위 노동조합의 실제 활동으로 비정규 노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시달리고, 무수한

안 문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낙인이 찍히고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같은 경우, 급식 노동자들

런 노동자들이 정신이 피폐해지고 불안감이 증대되

중심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근골격계 증상

고,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보고가 나날이 늘어

조사가 이미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다 이루어졌다.

나고 있다. 그런데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쉬운

그러나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성과나 진전이 뚜렷

해고가 가능해지면, 당연히 이런 상황이 악화되고

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본격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위해 비정규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 그리고 각 산

특별연장근로 체제로 장시간 노동도 확대될 것으로

별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안 활동을 담당할 활동가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건강

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금씩 노안 담당

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지금도 장

자가 선임되어가는 추세인데, 각자 특성에 맞는 지

시간 노동이 관리나 보상이 안 되고 있다. 전사회적

원을 못 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

으로도 우리 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는 것이

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노동조합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

나 활동가들이 처음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해서, 이

는 셈인 법안을 내놓고 이걸 개선이라고 한다.

런 활동가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 꼭 필요한 매뉴얼

게다가 이런 건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등을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더 가혹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도 장시간 노

게 필요하다.

동, 높은 노동강도, 위험업무 등이 모두 비정규직 노

39

12월호_업로드용.indd 39

2015-12-08 오후 3:24:57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런 건강검진을 왜 하는 거예요?”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검진

그는 항공사 직원으로 공항 관제소에서 일하는 모 양이다(사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 다). 밤을 새우는 것은 아니지만, 교대근무를 하고 야간에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작년부터 야 간근무로 특수건강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건강검진이 불만인가보다. “근로자건강진단이고 특수건강진단이고 근로자를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호해주지도 못하 는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하나 싶네요. 제조업 근로자

곽경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는 보호해줄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같은 사무직 은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나는 속으로 ‘생산직 노동자도 보호하지 못해요.’라 말했지만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였다. 그냥 딱히 어 떤 말을 해야 하나 몰라서 듣고만 있다가 화제가 다 른 쪽으로 바뀌어서 그 이상 그 이야기를 더 하지

아내의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한 남편과 같이

는 않았지만 내가 하는 건강검진 업무에 대해 생각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남편 되시는 분은 결혼하기

을 해보게 되었다.

전에도 몇 번 같이 본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었다.

우리 과가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생소한지라 주변에

집에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

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는 무슨 일을 하느냐 자주

친구의 남편이 얼마 전에 받은 직장건강검진에 대한

나에게 물어본다. 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 업무 관

이야기를 꺼냈다.

련성 평가를 하고, 노동자의 업무 적합성 평가를 하 며 사업장 건강관리를 해주는 일을 한다고 이야기

“아 글쎄 작년부터 교대근무 때문에 특수건강진단

를 하지만, 실제 교수님들이 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이란 걸 받아야 한다나. 특수라고 해서 얼마나 특

참여하는 것을 제외하고 과 내 업무 대부분은 건강

수하나 싶더니 그냥 써야 하는 것만 많더라고요.

검진이다.

수면에 대한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제가 그 기간에

수검자가 가지고 온 차트를 빠르게 넘겨보며, 작성

잠을 좀 못 자서 피곤했나 봐요. 그래서 ‘심하다’에

해 온 문진표를 보면서 몇 가지 정해진 문진을 한

몇 개 체크를 좀 했더니 재검을 받으라고 하네요.

다. 대부분의 수검자도 별다른 기대 없는 표정으로

근데 재검이라고 갔더니 문진표 몇 장 더 쓰고, 의

나에게 차트를 주고 내가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에

사랑 몇 마디하고는 그냥 나보고 ‘정상’ 이래요. 이

대충 대답을 한다. 간혹 문진이 길어지면 담당 간

40

12월호_업로드용.indd 40

2015-12-08 오후 3:24:57


호사가 대기자가 많으니 빨리해달라는 신호를 보내

률이 높지 않으면, 검사의 정확도와 상관없이 위양

고, 난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를 끊고 다음 수검자에

성이 높을 수 있다. 소음성난청 유병률이 1% 정도

게 들어오라고 한다. 이렇게 오전 3시간 동안 80명

인 것을 고려한다면 건강진단에서 기준보다 약간

의 수검자를 문진하였다. 작년부터 야간작업자들도

높은 결과로 유소견(D1)이 나왔을 때, (순음 청력검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해서 건강검진이 많이 늘었

사의 검사 민감도를 70%, 특이도를 90%로 가정한

다. 교대 근무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수면장애의 경

다면) 위양성률이 90%가 넘는다(역학 공부를 해보

우 이런 짧은 문진 시간을 가지고 정확한 진단이 어

신 분은 직접 한번 계산을 해보라. 93.4%가 나올

려우니, 수검자들이 작성한 문진표를 보고 불면증

것이다). 유소견자가 나왔을 때, 회사에서 퇴사하는

점수를 계산하고 이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

경우도 있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업무가 바뀌

게 정확한 진단도 어렵지만, 사후관리 역시 별다르

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검진의 위양성으로 인해

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유소견 혹은 요관찰자로 판정되는 경우 피해를 볼

사실 현행 특수건강진단은 능동적 직업병 감시체계

수도 있다. 건강검진이 노동자를 보호는 하지 못할

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직업병 조기 발

망정 엄하게 위해를 줄 수 있는 수도 있는 셈이다.

견도 소음성난청, 진폐를 제외하면 거의 되지 않는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검

다. 하지만 진폐의 경우 진단이 되었을 경우 합병증

진업무를 하면서 보람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오

이 발생하지 않는 한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의학적인

히려 검진할수록 현행 특수건강진단이 가지는 한계

조치가 없으며, 소음성 난청의 경우도 소음 노출을

를 더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특수건강진단이

줄이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미 진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

단이 된 사람은 더는 유해인자에 노출되지 않게 하

을까... 대안을 제시하기엔 아직 학식과 연륜이 부

는 방법밖에 없고, 그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족한 것 같으니 좀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겠다.

예방하기 위해 작업환경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 요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그러한 작업환경개선을 요 구할 방법은 없다. 또한, 건강진단이 가지는 위양성(질병이 없는데 검 사결과가 양성)과 위음성(질병이 있는데 검사결과 가 음성)이라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상이 있는 것을 이상이 있다고 발견해내는 것이나, 이상이 없는 것을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주는 것은 해당 검사의 정해진 특징이다. 이를 각각 민감도와 특이도라 한다. 그 검사가 얼마나 정밀한지 말해주 는 지표이다. 그러나 위양성과 위음성은 해당 질병 의 유병률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해당 질병의 유병

41

12월호_업로드용.indd 41

2015-12-08 오후 3:24:57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어졌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높은 데서 내려와 서 작업대에 안착하면 그 뒤에 작업을 하는 구조다.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홍진성 대의원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여기에 안전장치를 꽤 많이 해 놓는다. 늘 하는 일이 지만,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 는 굉장히 큰 고리가 7-8개 정도 걸려 있다. 엔진이 안착되면 이고리가 풀리고, 이송기구가 다시 올라가 야 하는데, 이 고리 중 하나가 덜 제거되어, 엔진이 고리 하나에 덜렁덜렁 매달린 채로 다시 올라간 거 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고리 하나에 걸려서 올 라가고 있으니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 실 이런 상황이면, 중간에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상 승이 멈췄어야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작동을 안했 다. 그래서 반대쪽에서 작업하던 대의원이랑 같이 안전사고로 판단하고, 작업중지를 했다. 작업 중지 후 대책 회의를 요구했다. 사실 어차피 라인이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한 설 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도 있는데, 회사는 완강하게 안전사고가 아니라면서 대책 회의를 할 수 없다고 나왔다. 결국 라인이 꽤 오래, 6시간 40분 정도 섰다.

당장멈춰팀은 2014년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 조사

여전히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안전사고 아니라

연구에도 함께 했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한 대의원

는 논리가 회사와의 쟁점이 되는 건가?

이 올해 다시 작업을 중지했다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 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사

홍진성 그렇다. 작년에 있었던 작업중지 건으로 법

에서 계속 고소 고발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무

정 재판 중인데,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회사 자체적

엇인지,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발동

으로 정한 안전사고에 대한 규정 및 처리 경과가 있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듣기위해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람이 다치

홍진성 대의원과 이재선 노안실장을 만났다.

는 경우를 포함해서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만 안전사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노사 합의된

최근 화성지회에서 있었던 작업중지 사례와 회사

규정이 아니다. 회사 스스로도 노사합의가 아니고

의 대응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회사 자체 규정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노사 합의 아 닌 사항을 적용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회사의 그런

홍진성 지난 8월 24일 제가 속한 엔진공장에서 벌

프레임, 그런 시도를 깨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한

42

12월호_업로드용.indd 42

2015-12-08 오후 3:24:57


번에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안전사고를 매개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이다.

로 한 투쟁이 계속 시도돼야 할 것이다. 예전에 기아차 화성 공장의 판례를 보면, 안전사 이재선 회사가 생각하는 작업중지 기준은 사람이

고가 발생한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관례로

다친 이후, 심지어 사람이 다치더라도 생산에 영향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서 노동자 편에 유리한

을 최소한으로 줘야 한다는 기조가 확실히 서 있다.

판결이 나곤 했는데, 관례가 바뀌는 것 같다. 관례

중대재해나 돼야 라인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를 깨기 위해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러니 부상 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

보인다.

기가 나온다. 예전에 다른 작업중지 관련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회사 관리자에게 판사가 물었다. ‘만

홍진성 안전사고냐 아니냐 따지는 것이나, 법적 문

약에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팔이 잘렸다. 그러

구 해석도 결국은 힘의 관계에 따라 달라져 왔다.

면 라인이 서냐, 안 서냐, 서야 되냐 안 서야 되냐’

그 동안 작업중지의 관례를 지킬 정도로 노동조합

물었더니 ‘그 때도 안 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게

이 힘이 있었다면, 근래 노동조합 힘이 대응하기 어

회사 관리자들 생각이고 태도다. 사고가 날 뻔한 경

려울 정도로 약해지다보니 예전에는 안전사고라고

우에는 사고가 날 뻔 했다고 안 된다고 하지만, 사고

이름 붙었던 것도 아니라고 하고, 예전에도 안전사

가 발생하더라도 안 세울 수 있으면 최대한 안 세우

고가 아니라고 했던 것은 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는 것, 생산에는 차질이 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말 그대로 회사가 밀어붙이는 것이다.

43

12월호_업로드용.indd 43

2015-12-08 오후 3:24:57


이재선 회사도 화재 발생처럼 명백해 보이는 문제에

앞으로도 이런 회사의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나?

대해서는 실력행사를 해도 개입을 하지 않는다. 대 신 조립 라인에서 작업 중지를 한 경우, 노동조합에

이재선 현장, 노동조합, 산안위원 힘이 세지지 않으

불리한 면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

면 회사의 이런 태도는 계속될 것이다. 사실 최근

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례라는 것이, 예

몇 년 동안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힘을

전에는 사고가 발생해서 작업자가 피해를 입으면,

행사한 적이 별로 없었다. 현장에서 조합원이나 대

작업자를 병원으로 보내고 현장에 작업중지 등의

의원이 안전 문제에 대해서 제기를 하고 일을 벌이

조치를 취한다. 그 뒤 주변에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

면, 이후 진행을 일정 정도는 조합이 함께 책임져줄

공청회를 열어, 현재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설명하

줄 알았는데, 그 역할이 잘 안 됐던 거다. 예를 들

고, 이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으로 회의

어, 작업중지에서도 안전 사고를 발견하고 작업을 멈

를 열어야 할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갖는다. 이 결

추는 주체의 역할은 현장에서 하고, 조합원들과 함

과에 따라 사측과 대책회의를 해 왔다. 이게 관례인

께 현장에서 회의를 열면, 이후 이를 회의록으로 남

것인데, 이제 그게 안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단호하

기고 개선 결과물을 남기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조

게 나오니 현장에서도 공청회나 대책회의를 열면 라

직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과 지원이

인 중단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면 회사의 고소고발

잘 안 됐던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집행부로 노안실을

위험이 높아지니, 작업자 병원 후송 등 최소한의 조

꾸린지 한 달이 안됐는데, 우리는 그 역할을 잘 하려

치만 하는 것으로 현장 반응이 축소되는 것이다.

고 한다. 그 동안 노동조합의 이런 역할이 왜 잘 안 됐다고 생각하나? 홍진성 노동조합 간부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

가 내가 조합원이나 대의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원을 같이 싸우 는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양을 인도 하는 목동처럼, 조합원들을 ‘보호해줄게, 인도해줄게’ 하는 꼴이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문제를 만드는 것 을 싫어하고, 문제가 생기면 중재하는 것이 자기 역 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써보지 않은 권력이나 권한이 주어지자,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엉뚱하게 ‘가 만 있어봐, 내가 해결해줄게’ 하는 태도다. 고소고발도 여러 차례 당하는 등 위축될 수도 있 는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작업중지권을 44

12월호_업로드용.indd 44

2015-12-08 오후 3:24:57


실천하는 이유는?

법정 투쟁 과정을 금속노조 등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과정에서 다른 사업장에도 사례가

홍진성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어떻게 처리

더 알려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는데.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라인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조합원들에

홍진성 재판 투쟁 자체 혹은 판결은 신경쓰지 않는다.

게 보여주는 것이다. ‘라인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라

재판에서 이기는 것, 혹은 법안 내용이 개정되는 것은

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세워지면, 노동조합 힘

결과라고 생각한다. 라인 잡는 투쟁이 확산되고 더 많

도 더 약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안전사고가 발

아지고, 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사

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

고 난 후 대응하는 것을 넘어 예방 차원의 투쟁이 더

이나 교육을 하면, 조합원들이 훨씬 교육을 잘 듣고,

많아지고. 그러면 그 결과로 재판도 이기고, 법 개정으

굉장히 흡수가 잘 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런 힘이 나뿐만 아니라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 힘으로 조합원들을 조직해 나가면 좋겠다.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계속해서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어

이전에 작업중지권을 잘 사용해왔던, 현대, 기아차

려움은 없나?

등 완성차 사업장에서 최근 작업중지권에 대해 회 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완성차 노동

홍진성 그렇게 물으면 오히려 부끄럽다. 현대나 기아

조합 사이 혹은 금속노조나 외부 단체와의 공동

차는 노동조합도 있고, 선배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놓

투쟁이나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은 안전장치가 많다. 개인적인 불이익이 생긴다 하더라 도 치명적이지 않다. 반면에 안전장치가 없는 노동조합

홍진성 연대 필요성은 공감한다. 작년에 안전사고 투

에서 혹은 노동조합도 없는 곳에서 안전을 지키려고

쟁 이후에 당장멈춰 팀과 인터뷰 하고 나서, 토론회에

노력하는 활동가들에 비해서 내가 당당하냐고 물으면

도 참여하고, 경향 신문에 기사도 실리게 됐다. 이후에

할 말이 없다. 현장에서 ‘우리가 라인을 잡을 수 있다’

공장에도 많이 알려져서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시 다른

는 걸 보여주는 투쟁이 더 적극적으로, 여기저기서 벌

사업장에서 비슷하게 투쟁하는 분들을 만난 게 저에게

어졌으면 좋겠다.

도 힘이 되고, 우리 투쟁이 밖으로 알려지니 조합원들 도 좋아했다. 사실 이런 투쟁은 많이 알려질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라인 잡고 싸우는 건 하겠 는데, 이걸 외부로 알리고 연대를 조직하는 것은 어떻 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일단 현장에 있 는 나로서는 계속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잡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45

12월호_업로드용.indd 45

2015-12-08 오후 3:24:57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수 있는 돈이다. 결국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 의 노동을 보충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노동시간을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늘리고 거기에 심야 근무까지 하는 것이 한국의 현 실이다. 그런데 주당 7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 은 법에 맞는 내용일까? ILO에 의하면 한국은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실제 로는 이러한 법적 기준이 잘 준수되지 않아서 노동 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 해 당한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노 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수 없는 형식적인 법조차도 없는 나라들보다는 낫지만, 현실에서는 이 같은 법이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상태인 것이다.

조성식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지만 한 해에만 산업재해와 업 무상 질병으로 한 해에 2,0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 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동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실 정을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50조와 53조가 노동시 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이고 59조는 예의 조 항이다. 이 법 조항들을 보면 한국의 정규 노동시간 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근로자 대표와 서면

직장 근처 인력 파견 업체의 네온사인에 이렇게 쓰

합의를 할 경우에는 52시간까지 연장 노동을 할 수

여 있다. “40세 미만, 주야 맞교대 근무 월 250만 원

있다. 59조는 예외가 되는 조항이다. 앞에서 언급하

이상 지급.” 이 인력 파견업체에서 광고하는 곳에서

였던 인력사무소에서 광고하는 주야 맞교대 월 250

일하게 되면 250만 원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일주일

만 원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조장하고 광고하는 셈

에 몇 시간을 일 해야 될까? 확실히 법정 노동시간

인 것이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도록 조

인 40시간을 일해서 250만 원이 월급이 노동자들

장하고 선동하고 있는 인력업체를 방치하고 있는 것

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250만 원의 월급을 받으

이다.

려면 주 6일 하루 12시간의 노동을 해야만 받을 수

한편, 평소에 노동부에서 정기적으로 사업장에서 노

있는 돈이다. 일주일은 주간에 12시간 일해야 하고

동시간에 대한 근로감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지,

다른 일주일은 밤에 12시간을 일해야 250만 원의

특례 업종이 아닌 산업에서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결국의 250만원의

과한 경우 처벌을 하는지, 만약 처벌을 한다면 어떠

돈은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에, 연장 노동에

한 처벌을 하는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로 언론

대한 가산, 야간 노동에 대한 가산을 해야만 받을

기사나 노동자들의 경험을 살펴본다면, 노동 시간에

46

12월호_업로드용.indd 46

2015-12-08 오후 3:24:57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살려야 한다. 경제민주화!”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 학생,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아마도 없을 것이다. 또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장시간

구분

점검 대상 위반 사업장 (개소)

(비율)

노동을 시켜서 어떤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위반 노동자 비율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또 몇 퍼센트 정도의 사업장

지동차제조업

40

39 (97.5)

38.5

이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는지에

식료품제조업

29

27 (93.1)

38.2

대해서도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차금속제조업

23

22 (95.7)

9.2

고무제품, 플라스틱 제조업

15

9 (60.0)

50.8

기타기계장비 제조업

25

20 (80.0)

16.5

금속가공 제조업

8

7 (87.5)

48.5

140

124 (100)

31.2

어렵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노동부에서 2012년에 발표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표는 2012년도 일 부 사업장에 대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수시감독 을 한 결과이다. 140개 사업장 중에서 124개의 사업 장에서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

총계

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80%가 넘는 사업장이

<업종별 근로기준법 53조 위반 사업장 비율>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2012년 수시감독 결과)

서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 장들은 대부분 가벼운 벌금조차도 부과되지 않은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의 이유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근로기준법상

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노동시간 관련한 내용은 그 선명한 법조항에도 불

서 가장 심각한 것이 저임금 체계라고 본다. 2012년

구하고, 다른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법 조항이 있

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전

으나 마나 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무시되

일제 노동자 중위임금 3분의 2 이하) 비율은 25.1%

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

OECD 평균은 16.3%인 훨씬 높은 비율이고 이는

47

12월호_업로드용.indd 47

2015-12-08 오후 3:24:57


OECD 국가에서 2위에 해당한다. 또 최저 임금도

단이 든다. 6년간의 물가 상승률이 10%라면, 건강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만일 2015년도의 최저임금인

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한 가족의 월 275만 원 정도

5,580원으로 주 40시간 일하고, 하루의 유급 휴일

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을 받는다고 가정해서 주 6일의 임금을 받는다고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보장하려면 최저 임금 수

계산하면 월 107만 원 정도의 매우 낮은 소득을 가

준을 받고서라고 표준 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이상

지고 살아야 한다. 만일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고 하

일했을 때 ‘건강 최저 소득’ 이상의 소득을 받을 수

더라도 215만원 내외의 낮은 소득으로 생활을 해야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

한다. 또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

을 것이다.

금을 받는 상황에서 연장근무 추가 50% 가산, 야

2013년 멕시코에 빼앗긴 OECD 국가 중 평균 노동

간노동 50% 가산은 매우 노동자들에게 큰 유혹이

시간 1위를 2014년에 멕시코를 다시 제치고 되찾

될 수밖에 없다. 물질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표

았다는 반갑지 않은 기사를 보았다. 또 한편 유럽

준노동 시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72시간의 주야

의 여러 국가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체

맞교대 노동을 감내해야만 하는 현실이 한국사회

계적으로 고찰 및 통합하여 발표한 논문에는 주당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극이다. 그러면서 장시간/야간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졸중이 증가하며, 주당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은 지속적으로 손상당하고

노동시간이 55시간이 넘을 경우 뇌졸중의 위협이

있다.

30%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된 연구가 발표되었

건강하려면 적절한 소득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다.(이 연구는 한국 사회와는 좀 맥락이 다른 면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을 섭취해

존재한다.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의 노동자들이 주

야 하고, 적절한 주거 공간에서 거주해야 하며, 계절

된 연구 집단인데 서유럽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

에 따른 여러 종류의 의복도 필요하고, 적당한 강도

람들은 저임금 노동자보다는 전문직이나 고위직의

의 운동도 해야 하고 적절하게 여가를 보내야 하고,

사람들이 성과를 높이고자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

경조사를 비롯한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하여야 하기

우가 더 많고, 근로 감독의 수준도 한국보다는 양호

때문인데, 이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필

한 편이다.) 또 근로기준법을 강화해서 장시간 노동

요하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사회

을 금지하면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한국노

가 최저 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동사회 연구소에서 보고서도 발간되었다.

같은 개념을 건강 최저소득이라고 하는데, ‘건강 최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 체계 그리고 있

저 소득’을 개념을 주장한 학자는 영국의 의사이자

으나 마나 한 근로감독 시스템과 맞물려 노동자들

보건학자인 ‘제리 모리스’이다. 한국에서도 이 개념

의 건강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에 따라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 생계비가 계산된 바

지키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체계, 있으나

있다. 계산된 금액은 2009년을 기준으로, 건강한 생

마나 한 근로감독 체계가 맞물린 문제들을 동시에

활을 유지하려면 한 가구에 최소 약 250만 원의 돈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

이 필요하다고 조사되었다. 2009년에 조사된 결과

금 체계, 허술한 근로감독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

이므로 그간의 물가를 상승을 반영하면 2015년 현

동자들과 대중들의 정치·사회적 요구와 투쟁이 시

재에 있어서는 조금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

급하다.

48

12월호_업로드용.indd 48

2015-12-08 오후 3:24:58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과 관련한 조항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 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②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제52조제2호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 위에서 제5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③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고용노동부장관 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제3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연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그 후 연장시간에 상당하는 휴게시간이나 휴일을 줄 것을 명할 수 있다.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를 한 경우에는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週)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 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49

12월호_업로드용.indd 49

2015-12-08 오후 3:24:58


문화읽기

용하게 해달라는 농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받아들 여 ‘계절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패션, 광고모델 비자로 배추를 절이는 이주노동자들

법무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본격적인 시 행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현 재 시범사업에서는 지차체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신 청하면 심사를 거쳐 통과한 이주노동자들이 단기 취업 비자 C4 (90일 이상 체류 금지, 단기간 취업활 동을 하는 패션·광고모델이 취득하는 비자)를 받고 일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현재 충북 괴산군이 김장 철을 맞아 절인 배추 작업에 필요한 계절 이주노동 자 30여 명을 들여왔다. 농번기에 부족한 농촌의 인 력 문제는 중대한 사항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없고 인건비가 저렴한

재현 선전위원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으로 때우겠다는 정부의 발상 은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 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 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이 283.7시간에 달했던 반면 월 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했다. 그럼 돈이라도 많 이 벌었나? 월평균 임금은 고작 127만 원이었다. 이

우리네 풍습엔 초겨울로 들어서기 전 긴 겨울을 나

마저도 못 받아서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가

기 위해 김장을 하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

71.1%였다. 현재 농업은 근로기준법 63조 ‘휴게 및

가 있다. 우리 집도 매년 11월 말이 되면 김장을 위

휴일 조항’ 예외 업종으로 분류되어있다. 초과 근로

해 외가가 있는 충남 홍성으로 8남매 집안 식구가

수당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비용에 부담이 없는 농

총출동한다. 대식구가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가야

장 주인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마음껏 취했

하다 보니 들어가는 배추며 고춧가루 등 각종 재료

다.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만 열악한 게 아니다.

또한 엄청나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 언 손을 녹여 가며 배추를 절이는 일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 렇다 보니 요즘에는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는 집도 많아졌다. 그 이야기인 즉, 배추를 절이는 작 업만 전담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졌는 뜻이다. 충북 괴산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처럼 말이다. 지난 10월 14일 법무부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농번 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

50

12월호_업로드용.indd 50

2015-12-08 오후 3:24:58


대규모화되어가는 농업, 일손을 찾기 힘든 농촌. 그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들. 2012년 말 농업 이주노동자는 16,484명, 제조업에 이어 2위 (출처_엠네스티)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

표에 따르면 한번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은

10명 중 6명이 컨테이너, 판넬로 만든 가건물에 거

다음 농번기에도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겠

주했다. 욕실과 방에 잠금장치조차 없는 경우 또한

다고 한다. 이러면 이주 노동자들은 경제적 부담으

허다하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3명이

로 인해 강제추방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등록으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로 한국에 체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해야 집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근로

에 돌아갈 차비와 고향에 있을 가족에게 보낼 생계

감독 또한 소홀하기 짝이 없는데 노동부도 아닌 법

비가 남는다. 정부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무부 소관의 계절 이주노동자들이 법적 권리를 보

현재 이주운동진영에선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 도입

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

을 막기 위해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물론, 국

럼에도 법무부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도입하면

회 토론회를 통해 법무부, 노동부 관계자를 불러 제

해마다 늘어나는 미등록 체류 이주노동자를 막을

도 도입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재 충북 괴산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실태

않다. 이번에 충북 괴산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대

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한 겨울 따뜻한

부분은 한족 노동자들로 이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방바닥에 앉아 노랗게 익은 고구마와 김장 김치를

위해 지불한 뱃삯만 해도 1달 월급에 준한다. 일을

곁들여 먹을 때 마음이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어라 해도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월

계절 이주노동자 도입을 막기 위한 싸움에 힘을 보

급 때문에 일해도 남는 게 없다. 게다가 법무부 발

탤 생각이다.

51

12월호_업로드용.indd 51

2015-12-08 오후 3:24:58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아무런 얘 기가 없었다”고 한다. 혈압이 저 정도 수치가 나왔 다면 혈압약을 먹거나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하는 상

검진뿐인 건강검진은 소용없다

황인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 다. 검진결과가 이상한 것인지? 재해자가 이상한 것 인지? 검진을 담당한 의사가 이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상담을 하다보면 노동자들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담배도 평상시보 다 많이 피웠다고 말한다. 주장은 주장일 뿐, 과음 이나 흡연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를 인정받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때로는 평상시 건강했 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경 우도 있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보면 평상시 건강에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이상이 있었을 텐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기존질환이 있 었던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면 그 때서야 기존 질환에 대해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해도 소용 없고, 안 해도 소용 없는 검진?

재해자는 일을 하다가 동료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계단을 내려왔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제

업무상 재해에 대한 판단 시 평상시 건강상태를 조

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바로 옆에

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반대로 건강검진 결과에 따

있던 동료가 긴급 연락을 취하여 곧바로 병원으로

라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업무상 재

후송되었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상담을 원했다. 사

해를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무실로 오시기 전에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 결

사건이다. 65년 동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과, 요양급여내역을 받아오라고 하였다. 재해자의

남성 노동자가 뇌경색 발병 후 사망했다. 유족은 평

평상시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재해자

상시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고, 너무나 건강해서 병

나 가족이 말하는 것보다 서류를 보는 것이 확실하

원에 간 적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 건강검진도 안

기 때문이다. 재해자의 건강검진 결과는 놀라웠다.

받았고, 감기 외에는 병원에 간 기록도 없다. 그런

이미 4~5년 전 부터 혈압, 혈당 등 관리하라는 주의

데 이 노동자가 수십 년 만에 병원을 찾았을 때 이

뿐만 아니라 2차 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이 계속 기

미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뒤늦게 사건

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2차 검진을 받은 적도 없다.

을 전해들은 전문가는 아마도 평상시 심장 계통에

혈압이 160~180 이상 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의사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검진을 받았다

52

12월호_업로드용.indd 52

2015-12-08 오후 3:24:58


출처_ www.dainhospital.com

면 교대제 근무는 하지 않도록 조치를 하였든지 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

른 조치를 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안타까워

상태를 악화시켰던 것이다.

했다. 40대 초반의 사무직 노동자는 건강검진에서 콜레스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검진은 이제 그만

테롤에 이상이 있고, 고지혈증 등 문제가 있으니 술 을 마시지 말라고 의사에게 권고받았다. 아마도 속

일부 병원에서는 건강검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

으로 “일하는데 어떻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거야?

길 수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건강검진때문에 일할

의사면 다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사자는 아무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형식적

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매일 시간외 근무를 반

으로 건강검진만 하는 검진은 의미가 없다. 검진을

복하였다. 가족과 밥을 언제 먹었는지 잊은 지 오래

받는 당사자는 검진에 따른 조치를 신뢰하고, 검진

였다. 8시 출근해서 밤 23시에 돌아오는 생활의 연

을 한 의사는 결과에 따라 처방을 하고, 회사는 적

속이었다. 당사자는 역시 한밤 중 퇴근 후, 다음 날

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때 건강

아침 침대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장시간 노동

검진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검

외에 질병과 관련된 업무 요인은 별로 없었다. 부검

진을 받았다면, 건강검진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결과 이미 오래전부터 동맥경과에 의한 심장질환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시간과

앓고 있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검진결과를 조금이라

돈만 낭비하는 건강검진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도 신뢰하고, 휴직을 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했으면

53

12월호_업로드용.indd 53

2015-12-08 오후 3:24:58


일터 다시보기

더 늦기 전에 석면 피해 구제해야!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통권 142호

통권 142호 2015년 11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11월호 특집으로 게재된 ‘더 이상 석면 피해 없어야 한다’는 제호의 3가지 기사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는 우리나라 석면 피해의 경과와 전망 그리고 국가 간 석면공해산업의 이동에 관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정리한 기사였다. 석면이 과거 산업, 건축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된 폐해가 오랜 잠복기를 거쳐 취급 사업장의 노동자나 인근에 거주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5・ 11

작업중지권 판결 사례와 과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해서 골병을 함께 꼭 잡자!

더 이상 석면피해 없어야한다

indd 1

한 주민에게 노출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측면에서 석면 피해는 분명히 진행형이 다. 특히 환경성 피해자나 직업성 피해자 모두 불치의 질병으로 불안과 고통에 시달 리는 처지에 비해 제도적 구제와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석면 피

2015-11-02 오후 11:23:38

해 문제가 일본으로부터 기인했고, 석면공해산업이 다시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으로 전이되는 것은 사회적 살인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으로 연대와 협력으로 그 고리를 끊는 것이 환경정의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필자가 특집 기사에서 정리된 내용을 보충하거나 언급되지 않은 부 분을 추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석면 피해자의 구제와 보상에 관한 것이다. 2007년 전국 최초로 부산 석면 방직공장 주변 주민의 석면 피해가 역학조사로 밝혀 지면서 촉발된 우리나라 석면 피해의 문제는 비교적 빠르게 공론과정을 거치면서 제 도화되었다. 하지만 2010년 제정돼 2011년부터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은 불치의 병 을 앓는 환경성 석면 피해자가 고통과 상처를 보상받고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 한 수준이다. 직업성 피해자가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받는 보상에 비해 약 20% 수 준에 불과하다. 석면 피해자는 공적 구제와 보상을 받는 것과 함께 사적 구제를 받 기 위해 자신들의 석면 피해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 지난 2007년 12월 대구지방법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석면 피해 사망자의 유족이 제기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가해적 책임을 인정해 보상을 결정했다. 이 를 계기로 부산에서는 직업성 피해자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이보다 앞서 2008년 11월 전국 최초로 환경성 피해자의 소송이 제기됐다. 2012년 5월 마침내 부산지방법 원은 환경성 피해자에 대해서도 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해 보상을 결정했다. 특히 환경성 피해자 소송과 집단소송에서 가해적 책임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석면의 위험

54

12월호_업로드용.indd 54

2015-12-08 오후 3:24:58


성을 알고도 기술을 이전한 일본 기업과 이를 내버려둔 국가에도 공동 책임을 요구 하였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증언은 석면 위 험을 인지한 일본 기술자의 보호장비 착용에 대해 일관됐음에도 법원의 보수적 판 결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본의 석면공해산업 수출기업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보 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환경성 피해자 소송은 항소심 판결까지 진행 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환경성 피해자는 직업성 피해자에 비해 가해 기업의 보상 책임이 낮아서 피해자가 청구한 금액의 60%만 인정받고 있다. 직업성 피해자 가 90%를 인정받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본인의 신체적 특징이나 다른 건강 영향 원 인을 지나치게 높게 인정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이중적 고통을 주고 있다. 지금도 하 루하루 생존의 위협과 불안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는 석면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보살피고 치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약자인 원고를 적 극적으로 보상하는 법원의 판결로 불치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경성 피해자를 위로 하고 존중하는 사법 정의의 실현이 요청된다. 아울러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한 피해자 보상을 상향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석면을 사용한 기업의 부담을 늘려 기금을 확충 하는 한편 행정기관의 더욱 적극적인 피해자 발굴도 필요하다. 석면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보상이 과거를 치유하는 것이라면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 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석면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1년 제정돼 2012년 시행된 석면안전관리법은 과거에 사용된 석면을 안전하게 관 리, 제거함으로써 미래의 석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특집 기사에서 도 다루었듯이 대규모 재개발 사업장에서의 불법 석면 해체로 인한 노출 피해가 여전 히 숨바꼭질을 반복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관리 감독은 불특정 시민의 석면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민간의 감시와 비판이 불법의 사각을 보완하는 일 임은 자명하다. 특히 현행 석면안전관리법상 석면 해체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닌 소규 모 건축물(50㎡ 미만)의 철거도 문제다. 건물주가 슬레이트 지붕을 포함해 석면 해체 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석면 조사를 무시하거나 석면 해체 신고를 빠뜨릴 경우, 석면이 흩날려 노출 피해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의 생활공간 주변 곳곳에서 일어 나는 소규모 건축물의 철거는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담당 구청에 석면 건축물 여부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무단 해체는 발견 즉시 담당 구청에 신고해서 추가적인 작업으로 인한 석면 흩날림과 피해를 막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석면 안전관리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불법 석면관리에 대한 행정기관의 철저한 감독이나 예방적 조치가 미흡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석면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행 정기관의 책임 있는 법 집행을 강력히 요구하는 동시에 민간차원의 감시활동 병행도 불가피하다. 과거의 석면사용으로 인한 마지막 피해자가 조기에 발굴되고, 더는 석면 피해자가 추가되지 않도록 석면 피해 예방활동의 눈을 더 부릅떠야 한다.

55

12월호_업로드용.indd 55

2015-12-08 오후 3:24:58


이러쿵저러쿵

변화, 그리고 오버로딩

조이혜연 회원

서울 모 대학병원 전공의 2년차, 여섯 살 딸내미의 워킹맘, 개원의의 부인, 우리 부모님의 손 많이 가는 딸... 나의 위치를 규정하는 말은 참 많기도 하다. 문제는 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저 모두가 나의 이름이고 역할이라는 데 있다. 지난 몇 달간, 병원에서 는 논문을 시작했고, 남편은 개원했으며 우리는 친정 근처로 이사했고 딸의 주 양육 자가 할머니에서 외할머니로 바뀌었다. 하나씩 차근차근히 일어난 변화였어도 적응 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이 모든 변화는 거의 같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또 유기적 으로 일어났고 우리 식구는 모두 험난한 적응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아니, 여전히 거치고 있다. 내년의 시작과 동시에 나는 마산에 파견근무를 한 달간 가야 하고, 봄 이면 딸은 유치원을 옮기게 된다. 아이의 주 양육자가 바뀌는 것이 이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자 유기적인 변화의 중심 인데,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일이었기에 나는 내게 갑자기 쏟아진 많은 기대와 역 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흔히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잊고 살게 되 는데, 주 양육자이자 가정의 주부 역할을 하던 시어머니의 부재는 내게 가사노동의 가치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주 양육자의 역할은 친정엄마가 한다 치더라도 친 정엄마와 같은 공간에 사는 것이 아니니 ‘우리 집’이라는 공간의 가사노동은 누군가 의 몫이 되어야만 했다. 쉽게 말하자면 지난 몇 년간 집에서 손끝 하나 까딱 안 하던 내가 지금 집안일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유부녀에서 주부로 진 화했다(이것이 과연 진화인가, 퇴보는 아닐까 여러 번 생각해 보았는데 진화라고 하 는 편이 내 정신건강에 좀 더 나은 관계로 진화라고 하기로 했다). 사실 가정에서의 몫이 늘어나면서 직장에서는 당연히 좀 더 정신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욕심껏 모두 잘하려고 하니 점점 나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56

12월호_업로드용.indd 56

2015-12-08 오후 3:24:59


바닥, 그리고 깨달음 어느 순간 나는 그 많은 역할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모두 잘하지 못하 는 나를 구석에 몰아세우고 있었다. 하루는 24시간뿐이고 나는 잠을 못 자면 그 기 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내 역할 수행이 부족하다 느끼는 모든 주위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주말 당직 동안 졸릴까 봐 밥도 거른 채 밤새 논문 데이터를 정리하고 퇴근해서 논문 작업을 마무리하고자 빨리 아이를 재 워야 한다는 조급함에 쫓기던 나는 아이를 대신 재워준다던 남편을 뒤로 하고 아이 방에서 나왔고 논문 작업을 마무리했다.........가 아니라 그대로 잠들어서 다음 날 아 침 지각을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았고 엄청난 스 트레스와 함께 출근했는데,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내가 늦었다 고 비난하지 않았고 실제로 일에 문제가 있을 만큼 늦지도 않았으며 논문은 하루쯤 밀려도 되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 순간 전날 밤 아이를 빨리 재우려고 재촉하던 나 의 모습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늦었다고 욕을 뱉던 나의 모습, 그리고 운전하고 출 근하는 내내 온갖 걱정에 사로잡혔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치는데 이 게 다 뭔가 싶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걱정했지만 아무 일도 일 어나지 않았다. 인간이란 이렇게 미련하고도 단순한 존재일까. 깨달음이란 이렇게나 단순한 것일까. 지금도 수술이 끝나지 않아 퇴근을 못 하고 기다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주 같았으면 5분에 한 번 시계를 쳐다보며 끝나지 않는 수술을 원망하며 집에 갈 생각에 사로잡혀 그저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지옥 같았을 텐데, 이제는 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가 속된 말로 ‘똥줄이 타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수술은 끝나고 나는 퇴근 을 할 것이다. 어차피 눈이 많이 와서 길도 막힐 것이고 일찍 가기는 이미 글러 먹었 는데 그걸 미리 걱정하며 동동거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점점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리가 없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즐겁게 살아도 모자랄 시간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간단한 이치를 왜 이제야 깨닫고 있을까? 이만큼 내 려놓기까지 두 달 정도는 귀신처럼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이 마음의 평화가 과연 얼 마나 갈 지 알 수 없지만 다시 ‘똥줄이 타면’ 의식적으로 내려놓고자 하는 나의 다짐 을 일터에도 공유하고자 한다. 또 쫓기면 좀 어때, 다시 내려놓으면 되지!

57

12월호_업로드용.indd 57

2015-12-08 오후 3:24:59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1.

7.

6. 2.

5. 3. 4.

가로열쇠

세로열쇠

2. 보건의료노조 ○○○ 의료원지부는 직접 고객, 환자, 보 호자를 만나는 업무 비중이 높은 간호사와 원무팀 직원들

1. ○○○○는 흔하고 잦은 실업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경우 실업의 경험은 노동자에게 트라우마가 되고, 경

의 감정노동이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위험 문제

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의료이용이 어려워지고, 자존감

를 해결하기 위해 예방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상실 등으로 나타나 정신과 신체에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p.10

될 수 있다. p.31

4.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이 성사된다면 지금 에 와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최소한 법적 요건을 갖출 시 노

3.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 자에 비해 우울증 위험과 자살 생각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

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했던 ○○○○○는 필요

라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건강상태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

도 없을 것이다. p.29

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무재량권은 낮고 노력이 비

5. 롯데호텔에서 ○○○ 계약직 노동자로 84번의 근로계약 서를 쓰게 하면서 일을 시켰던 것도 모자라 전화통화로 하

해 보상이 적고 고용에 대한 불안 때문에 직무 스트레스가

루아침에 부당해고를 지시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5. 저성과자에 대한 ○○○○를 도입하겠다는 박근혜 정권 의 의도는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동자 가령 노동조합

p.14

6. 민주노총 최명선 ○○○○○○ 실장은 박근혜 정권이 노동 개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실내용도 없는 노년층 실업급여 적용, 출퇴근 산재인정 등 의제를 당근책처럼 제시하는 점 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p.36

지난호 정답자 중 상품 당첨자는 이*구님입니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32

활동을 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을 언제든 해고하 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일터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 리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p.30

7. SK하이닉스 ○○○○○○○○○는 지난 11월 25일 기자회 견을 열고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경 우라면 원인과 상관없이 보상을 받도록 하는 ‘포괄적 지원 보상체계’를 (SK하이닉스)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p.5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연구소 메일 laborr@jinbo.net, 문자 010-3782-1871

58

12월호_업로드용.indd 58

2015-12-08 오후 3:24:59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의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1년 구독료 40,000원 권당 가격 3,500원 구독 신청 031-247-8633, laborr@jinbo.net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후원 신청 www.kilsh.or.kr, laborr@jinbo.net 669702-04-026894, 국민은행 김정수 (한노보연)

1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강정주 강찬구 곽민수 곽진 권기한 권기한 김경민 김경희 김규연 김기수 김기헌 김부욱 김선미 김선수 김설민 김성균 김수현 김순 진 김승 섭 김영수 김옥헌 김정신 김정원 김정원 김지원 김진철 김태오 남원철 류현석 문제혁 박상우 박태옥 방현 배정란 백남운 변영철 변은영 변진경 삼식이 선종현 소메이준쪼 손석기 송영석 안태은 양호철 양화 진 예병진 오병창 오진석 오진환 왕택상 우지영 유상철 유준 윤성용 은상준 이나래 이명준 이선웅 ㅍ이세영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호 이인규 이자호 이재중 이한진 이희영 이희영 임재우 정규 전 정라영 정병권 정영민 정종혁 정현섭 정홍조 조명심 조현기 지영훈 진선우 채수용 최무덕 최원영 최정옥 최종호 최주호 추승현 한규권 한윤종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43호 2015년 12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민, 성호, 승종, 연아, 영우, 이령, 재천, 재현, 종배, 하나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5년 12월 8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59

12월호_업로드용.indd 59

2015-12-08 오후 3:24:59


60

12월호_업로드용.indd 60

2015-12-08 오후 3:25:00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