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55호 2016년 12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역사상 최장기 철도 파업, 정부가 왜 손 놓고 지켜보는가? 외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1) 내가 들고 있는 촛불, 그리고 연대
안전 수칙에 어긋나는 작업은 하지 않을 권리, 위험을 느꼈을 때 회피할 권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의 최후 보루, 작업중지권 언제 쓰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펴냄
-작업중지권이란?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현장에서의 대응 이렇게 해보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 어떻게 할까
연구소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aborr@jinbo.net, 카카오톡ID_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02-324-8633
독자에게
촛불의 힘을, 일터에도! 온 나라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촛불로 물들어가고 있지만,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로는 아직 힘이 미 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 대형마트에선 계산원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작업복 조끼에, “하야하라” 는 뱃지를 달고 일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배관 안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는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습 니다. 심정지 상태에서 뇌가 손상된 이 노동자는 지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중 입니다. 이 노동자는 용접 작을 마치고 남은 스펀지를 빼기 위해 지름 70cm 파이프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곤 가스에 의해 질식했습니다. 밀폐 작업을 할 때 사전 위험성 확인도 해야 하고, 휴대용 산소측 정기 등 안전장비를 지급받아야 했지만 이 하청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청 인 삼성이 무리하게 3개월 공기단축을 요구하면서, 이 하청 노동자는 주말 연휴도 과로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노동자는 용접 작업 중 가스 누출로 인해 손에 3도 화상을 입고, 신경이 썩어가 고 있습니다. 손으로 일하며 먹고 사는 노동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회 사 사장은 병문안은커녕 “산재는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인천에선 한 노동자가 현장직 대체 인력으로 출근해서 지게차를 몰다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이 노 동자는 사망 전 관리자에게 "너무 피곤해 출근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대체 인력이 부족하니 출근해 야 한다”는 답장을 듣고 일하다 이렇게 삶을 마쳐야 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아직 일터 앞에선 멈춰있는 촛불이 박근혜 퇴진으로 꺼지지 않기를 바랍니 다. 이 촛불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이 체제를 바꾸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일터 >는 세상이 조명하지 않는, 저 후미진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사람을 비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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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2016년은 그 어느 해보다 노동자들의 산재 사 망이 많은 이들의 분노와 눈물을 자아낸 한 해 였다. 그만큼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많은 과제 를 남겨준 한 해이기도 하다. 박근혜가 대통령 인 세상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 어야 하는가. 함께 짚어보자.
표지 사진_이기화 *지난 12월 3일 청와대로 행진하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전명선 대표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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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은 어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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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삶과 미래를 빼앗는 ‘위험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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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화학사고 이후, 지역주민 알 권리 조례를 제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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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30 산재은폐 확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시도, 노동자의 투쟁에 부딪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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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구 수은중독사건 그리고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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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남 근골 유해요인 지역 조사단 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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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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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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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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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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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올 한해 인권의 기록들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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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내가 들고 있는 촛불, 그리고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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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통신 설치 노동자의 절실한 작업중지권 실현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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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꿈 같은 휴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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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형식만 남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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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학교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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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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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역사상 최장기 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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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연구소 리포트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직접 고용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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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구조에 헌신했던 결과가 이건가
느긋하게 다니는 버스를 꿈꾸며 20
발칙X건강한 책방 게임의 法칙
정부가 왜 손 놓고 지켜보는가? 16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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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공공행정 기관 현업 노동자들에게도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1)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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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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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하루 14시간 근무’ 숨진 병원 직원, 법원 산재인정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하루에 14시간이 넘게 7년 반 동안 야간 근무
가 장기간 철야 교대 근무를 했고 휴식시간이
를 하다 숨진 병원 행정 직원에 대해 법원이 업
나 휴게장소도 없었으며, 환자들과의 갈등 등
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
으로 육체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해 사망한 것”
부 (부장판사 호제훈)는 숨진 유모 씨(당시 33
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같은 해 7월 장
세)의 유족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 달
의비 및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
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
지공단은 “과로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판결했다.
인정되지 않고, 기존에 앓고 있던 고혈압 · 당 뇨 · 고지혈증 등이 사망 원인이 된 것”이라며
유씨는 2007년 7월부터 해당 병원의 원무과에
거절하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서 야간 행정업무 담당자로 야간근무를 했는 데, 근무시간은 격일로 오후 5시 30분부터 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유 씨의 나이는 만 33세
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였다. 출퇴근 업무인계
였고, 질병이 있었으나 근무 중 정기적인 통원
시간이 오후 5시, 오전 9시여서 실제 근무 시간
진료와 투약을 통해 관리하고 있었다.”며 “업
은 14시간을 넘었다. 유 씨가 맡은 업무는 야간
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응급실 접수 · 수납 업무를 비롯해 응급실 난동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환자 관리, 입원 환자 외출 및 외박 관리, 미수
또, “유 씨가 근무한 병원에는 술에 취한 환자,
금 환자 독촉 등이었다. 한편, 유 씨는 병원과 1
폭언 · 폭행 환자, 진료비 수납 거부 환자 등이
년 단위로 근로 계약을 연장해야하는 비정규직
자주 내원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 씨가 야
노동자였다.
간에 혼자 환자관리 등 업무를 수행했고, 매년 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할 처지에 있었으므로
지난해 1월 유 씨는 야간근무 지하에 차트를 찾
상당한 육체적 · 정신적 부담을 받았을 것으로
기 위해 내려가서 지하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
보인다.”고 덧붙였다.
됐다가 1시간도 되지 않아 사망하였는데, 사인 은 심인성 급사로 추정되었다. 유족들은 “유 씨 6
대학원생 산재보험 사각지대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산업재해보험 혜택을 받
화학연구원에서 올해 3월 화합물 폭발로 인해
지 못해 연구 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치료를 자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학생연구원 역시 산업
비로 감당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대학
재해보험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
전반에서 연구자로 활동하며 근무시간, 연구실
났다.
적, 업무 환경 등 고용노동부가 정한 노동자 조 건 10개 항목에 부합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치권에서는 관계법
있지만, 일부 대학은 학생 신분을 우선으로 내
령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8월 오세정 국민의당
세우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은 이공계 대학원생들도 산업재해보상보
이로 인해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인 혜택도 받지
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이 포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된 ‘산업재해보상보험 일부 개정 법률안’과 ‘고 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산업재해보험 혜택인데 노
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사고가 발
어 9월에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정부출연
생해도 대학으로부터 일부 보상적 치료비만 지
연구기관에서 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학생연구
원받을 뿐, 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미래창조
원이 산업재해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
과학부 통계에 의하면 연구실 안전사고는 2013
연구원 산재보상법’을 발의했다.
년 112건, 2014년 176건, 2015년 205건으로 꾸 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세정 의원은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참가해 연 구역량을 키워나가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지난 2013년 1월 지방의 K대 대학원생이 압축
대학원생들이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
기에 오른손이 끼어 절단된 사고, 같은 해 4월
하는 것은 모순된 상황이다.”며 “이들이 적절한
G대 실험실에서 오른손 검지가 절단된 사고의
보상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의
피해자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 혜택을 받지 못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 7
지금 지역에서는
올 한해 인권의 기록들을 모으다 2016 인권 10대 뉴스 <그날들> 프로젝트 선전위원회
프로젝트 <그날들>은 2013년부터 시작된, 인권의
또한, 200만 촛불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기록들을 모으는 프로젝트다. 올해 역시 2016년 다
지금 여러 인권의 기록들을 통해 한국 사회가 단절해
양한 인권의 기록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박근혜가 퇴진해도 이후 우리
기획단은 인권의 기록을 바탕으로 12월 1일부로 대
가 만들어가야 할 박근혜 없는 다른 세상은 무엇이어
중들이 생각하는 올 한해 인권 10대 뉴스를 직접 뽑
야 할지 인권의 시선으로 함께 짚어보는 투표가 되기
는 캠페인에 돌입한다. 연구소의 경우 작년엔 인권의
를 바라고 있다.
기록을 제출하였고, 올해는 기획단부터 참여하여 함 께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 <그날들> 10대 뉴스의 25개 후보들 가운 데, 노동안전보건 뉴스들이 눈길을 끈다. 20대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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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과정에서 인권, 노동 등 사회단체들이 110여 개
노동자 메탄올 중독, 반올림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
의 인권의 기록들을 모아주었다. 이후 인권 활동가들
한 노숙농성 1년, 자본의 노조파괴 공작과 일터 괴롭
의 사전 투표를 통해 올해의 인권 10대 뉴스 후보 25
힘,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사망, 지진 위험
개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지만, 그래서 더 궁
에도 대피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했던 노동자,
금하고 의미를 다시 조명해보고 싶은 숨겨진 인권 뉴
학생, 장애인들까지. 일터와 삶터에서 우리 인권의
스 후보 12개를 선정하였다.
현실을 다시금 짚어볼 수 있었다.
<그날들> 프로젝트는 대중 온라인 투표 캠페인으로,
투표는 12월 1일 시작으로 11일 마친다. 일터가 여러
10대 뉴스를 뽑는 것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올
분들 곁으로 도착할 즈음엔 투표는 종료된다. 그러나
해의 10대 뉴스를 통해 한국 인권의 현실을 잘 보여
올해의 인권 10대 뉴스와 110여 개 인권의 기록들이
주는, 우리의 존엄을 의심케 했던 사건을 짚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읽어봐 주시기를 부탁드
자 한다. 숨겨진 인권 뉴스를 통해서 인권이 우리 사
린다. <그날들> 프로젝트는 끝나지만, 인권으로 살
회가 더욱 주목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헤아려볼 수
펴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있기를 바라며 준비하였다.
이다.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hrmeet.wixsite.com/hr2016
2016 인권 10대 뉴스 <그날들> 후보 - 성소수자 혐오 카르텔에 맞서 평등을 노래하라 - 와장창 무너지는 삶들, 도시에 머무를 권리를 허하라 - 강남역 10번 출구의 포스트잇, 여성혐오에 경종을 울리다 - 세월호 특조위 무너뜨린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선포, 함께 행동하자 - 장애인을 가두는 사회는 인권도 가둔다 - 박근혜는 퇴진하라! 거리를 메운 주권자의 함성 - 사드 한국 배치? 우리의 소원은 평화! -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이제 삼성이 답하라! - 유성-갑을 자본의 노조파괴, 노동자의 생명과 생존권을 위협하다 - 20대 파견노동자, 메탄올 중독으로 시각을 잃다 - 지진이 일어나도 가만히 있으라, 여전히 모든 사람의 안전할 권리 대체 어느새 -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위험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리다 -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고용노동부의 노동개악 이어져 - 박근혜 정권 하 집회. 시위 자유 권리의 수난사 - 민중총궐기 주도한 죄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 백남기 농민의 죽음, 국가폭력 끝장내야 - 국정원의 숙원 사업, 테러방지법 통과 -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수단체에 집회를 사주한 청와대 -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10년, 다시 길 위에서 -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 -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시민의 알권리 보장 대책 시급 - 병역거부,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 - 깔창 생리대'를 강요한 사회, 변화 없는 정부 -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옷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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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형식만 남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 선전위원회
올해는 2003년 법제화 이후 4번째로 맞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근골유해요인조사)의 해다. 과 거 금속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과, 유해요인조사는 작업자들의 관심도나, 노동자들의 현장 통제 력을 키우는데 굉장히 유효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나 길 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노보연은 지난 12월 3일 회원 토론을 진행 하며, 지금의 근골 유해요인조사 실태를 어떻게 바꿔 낼 것인지 지혜를 모아보고자 했다. 당일 나누 었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종합해보도록 하겠다.
본래 의미를 잃어가는 근골 유해요인조사 투쟁 초기와 달리 현장에서 근골 유해요인조사는 ‘조사’를 위한 ‘조사’로 굳어졌다. 예전엔 골병을 잡는 유해요인조사라고 했는데, 이젠 그저 골병과 함께하는 유해요인조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 년 금속노조와 전국의 노동안전보건단체가 함께한 근골TFT에서 확인한 결과 역시, 대부분의 노동 조합이 근골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목표와 기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집단요양 투쟁을 통해 조합원의 치료 받을 권리는 어느 정도 쟁취했었다. 그러나 근골 유해요 인 조사를 통해 하려 했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현장 투쟁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후 조치가 아닌 보호예방의 취지인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또한, 현재 각 현장의 노동조합은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취지, 방법, 도구 등을 사측과 합의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상태다. 노동조합은 말로는 자본이 문제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래도 자본이 있 어야지, 좋은 게 좋은 거지 부담스럽게 사측과 싸워서 뭐하냐는 생각이 팽배하다. 10
전문가가 대행하고, 전체 노동자 포괄 못 하는 근골 유해요인조사 어느 순간부터 근골 유해요인조사에서 전문가 대행구도가 확대되고 굳어졌다. 현장은 그저 산업안 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하는 관행만 남아있다. 힘이 있다는 노동조합 역시 이른바 노동자 친화적 인 기관선정까지만 제 역할로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에는 조사 자체의 어려움이 한몫하고 있어, 쉽 고 간단한 조사 기법 마련이 필요하다. 근골 유해요인조사에서 금속노동자만이 아니라 공공, 건설, 서비스 등 전 산별을 포괄하는 활동 역 시 미흡했다. 산별 범주를 넓히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없는 절대 다수 노동자에게 영향력 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은 근골 유해요인조사라는 권리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노동부는 고용노동부 부담 작업 11가지 고시를 근거로 들며, 근골 유해요인조사 해당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또 RULA(룰라), REBA(레바) 등 인간공학적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동강도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금속, 제조업 중심으로 갇혀 있는 고용노동부 11가지 부담 작업 고시를 폐기하기 위한 싸움이 필요 하겠다. 특히 고용노동부 고시는 금속 외 노동자들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근골질환의 원인을 노동 강도, 직무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확장하지 않고 인간공학적 측면에 가둬둔다.
조사에 있어서는 어느 현장이라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매뉴얼 제작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이 없는 절대 다수 노동자에게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권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다.
또, 조사의 의무는 있지만 개선의 의무는 없는 근골 유해요인조사 관련 법을 개정하여, 사업주의 개 선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조사해도 현장이 바뀌지 않다 보니 근골 유해요인조사에 대해 기대감이 없고, 조사를 위한 조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초기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목적이었던 노동강도 완화, 현장 통제력 강화라는 본질을 잊 지 않기 위한 인식 개선을 비롯해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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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1) - 기획 및 준비과정을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위험성 평가를 현장에서 제대로 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평가사업 전 과 정을 1. 기획 및 준비 과정 2. 실제 조사 및 정리과정 3. 실태 파악과 요구안 정리 및 개선 제언 등의 순으로 3 차례에 걸쳐 정리합니다. 더 안전하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위험성 평가를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길 기대합니다.
현장을, 노동자를, 안전보건활동을 바꿀 위험성 평가 고용노동부가 위험성 평가를 주도적으로 제도화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일터 곳곳에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 해하는 수없이 많은 유해하고 위험한 요인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발생한 산 재에 대한 처리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사후처리보다는 사고나 업무상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제대로 방지하 고자 만든 제도입니다. 위험성 평가는 일터의 모든 유해 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하고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국금속노조도 2015년 중앙교섭에서 위험성 평가를 노사동수로 구성해서 현장의 유해 위험요인을 제대로 찾아 개선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위험성 평가는 활동 아니 운동입니다. 사측 주도 혹은 안전보건 담당자 중심으로 진행했던 현장 노동안전보 건 활동을 바꿀 수 있는 사업입니다. 실효성 없이 관행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되어왔던 노동안전보건 활동 을 바꿀 수 있는 사업입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모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사업입니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과 동료들의 노동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살피고 개선해서, 더 편하고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게 일할 현장을 만들기 위한 근거를 찾고 개선해 나가는 또 다른 경험을 만드는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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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하느냐 사업의 목표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야 준비과정에서 노·사간 쟁점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 200명 규모의 A 사업장 경우 위험성 평가를 위한 기획안에 대한 사전논의를 2개월가량 진행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선 기본적인 위험성 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토론 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야 노동조합 스스로 사업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고, 회사와 위험성 평가 사업 관 련 합의의 근거를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개월 가량 기획안을 만들어 수정 보완 논의를 거듭하면서, 한편으로는 회사와 실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A 사업장에서 노사가 평가사업의 목표, 평가도구, 조사 방법 등에 합의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법적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 있는 위험성 평가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비용문제, 활동시간 할애 문 제, 조사 도구와 기준에 대한 문제, 현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문제 등에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 해 노동조합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실무교섭과정에서 고용노동부 고시(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 제 2014-48호)에 규정한 법적 기준과 전국금속노조 중앙 산별교섭 합의 내용을 근거로 실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실무교섭 시 원칙으로 삼은 것은 첫째,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조사한다. 둘째, 조사과정에서 전문기관을 노사 가 추천하여 결정하되, 현장노동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셋째,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 요인을 제대 로 조사하여 이후 개선사업을 지속해 나갈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에서 제안한 조사방법과 시트를 활용 한다. 넷째, 구체적인 사업목표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노사합의하에 시행하고, 현장의 사고 위험, 유해화학물질, 소음 등을 제대로 조사하여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추 후엔 주요하게 노사가 합의 해야 할 근무형태개선 사업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하자는 목표 아래, 지속 적인 논의를 거쳐 노사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를 통해 주요하게 합의한 내용은 기관선정을 노동조합이 추천한 기관으로 하고 기 관에서 제안한 위험성 평가 시트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전임인 노안 부장과 임단협 시기 활동시간 확보가 가능한 부지회장 2명 등 3명 이외에 추가로 3명의 현장조사 위원들이 1인당 80시간씩 현장조사에 필요한 활 동시간을 보장하며, 조합원 교육으로 위험성 평가에 대한 이해와 평가 사업에 대한 교육, 평가 주요 내용에 대한 중간보고 형식의 교육, 최종보고서 중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한 교육 등 3차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실무교섭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최종 합의하는 과정 동안 동시에 현장에서 실시했던 노동안전보건관 련 활동자료를 모아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했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보고서, 이전 작업환 경측정자료,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자료, 사고 및 업무상 재해 통계 자료, 노동시간과 작업량 자 료, 근무형태개선을 위한 조사보고서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후 조사과정과 개선과제 정리 시 참조했습 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활력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이제 노동조합 과 연구진들이 논의를 통해 세운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와 일터를 위험하게 하는 유해위험요인 을 제대로 찾아 개선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시작합니다. 13
현장의 목소리
역사상 최장기 철도파업, 정부가 왜 손 놓고 지켜보는가? “신자유주의 정권의 신의 한수 ‘필수유지업무제도’ 철도노조에게 큰 과제 남겨” “노동자들의 파업은 언제나 정당한데, ”합법/착한 파업“으로 순치하는 건 옳지 않아”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이철의 교육국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힘들고 지치는 와중에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
그러나 파업인데 열차 운행률은 81.4%(12.1기준)
다. 무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건가.
이다. 시민들은 “불편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철
지금의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노동자들이 주도
도 파업해요?”라고 되묻는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해왔는데, 그중에 우리가 일부라는 자부심이 있다.
조합원들의 피로는 높아만 가는데, 언제 마무리
나도 조합원들에게 지금의 200만 촛불을 만든 건
될지 기약이 없다. 1977년 부기관사로 입사해 노
이 불씨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말하
동조합 활동에 함께했던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고 있다. 지금도 철도 조합원들은 매일 저녁에 파이
이철의 교육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
낸스센터 앞 집회에 참여한다. 아마 우리 조합원들
았다.
이 70~80%는 될 거다.
장기간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데 조합원들 상황은
이철의 교육국장은 철도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행
어떠한가?
동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힘이 빠졌
조합원들 집회에서 보면 표정이 안 좋다. 얘기해보
을 텐데 우리 행동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 우
면, 월급 안 나오니까 힘들다고 한다. 대출을 많이
리가 이런 정국을 만들어온 자긍심이 긴 파업을
받은 조합원들은 특히 더 그렇다. 필수유지업무제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로 인해 일하는 조합원들이 기본급 10%씩 모아 서 파업에 나와 있는 조합원들에게 주기로는 했지 만, 부족하다. 조합원 중에 밤에 대리운전 뛰는 조합 원들도 있다. 14
이번 파업을 돌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성과연봉제
인상 승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이러한
다. 철도가 어떻게 밀어붙였나.
흐름은 DJ정권부터 쭉 이어졌기 때문에 박근혜가
사실 성과연봉제는 MB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거다.
퇴진한다고 중단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이라 해서 모든 공기업 에서 복지제도 공격을 받았다. 퇴직금 누진제를 폐
만일 성과연봉제가 현장에 들어온다면 어떠한 변화
지하거나, 계산제 자체를 바꾸거나, 단체협약이 민
들이 있을 거라고 보나.
간보다 지나치게 노동조합에 유리하면 뜯어고치도
회사가 철도 취업규칙을 바꾼 걸 보면 노동조합 눈
록 강요했다. 철도는 구조조정 공격도 있었다. 그리
치를 보면서 많은 물타기가 있었다. 성과로 실적을
고 박근혜 정권은 MB가 세운 계획을 그대로 관철하
평가 할 때 개인평가가 아닌 사업소별 평가를 하게
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정상화라고 부르는 이유다.
했다. 연봉제 삭감 폭도 정부 지침보다 작은 3% 내
박근혜 정권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로 결정했다.
밀어붙였다. 그렇다 보니 철도는 형식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 한편, 철도는 우선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다.
하는 것이고, 불이익받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
강성 노동조합의 반발을 고려해 우선 성과연봉제
다. 연봉 삭감도 기본급을 손대는 방식이 아니고,
만 도입해도 내부에 균열이 생길 것이고 이점을
임금 외 부분에서 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성
이용해 퇴출제를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철
과제가 들어온 관리자들만 보더라도 경력이 꽤
도 경영진 의지가 정권과 같지 않았다는 점도 있
있는 조합원이 연 300만 원 손해 보는 정도다.
었다. 그러나 2015년 6월 상황이 바뀌게 된다. 대 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녀와서 공공기관장들에게
그래서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성과연봉제가 사람
경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철도를 포함한 대부분
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있는 구로승무사업
공공기관이 5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노동조합 동
소만 해도 관리자들이 우리 사업소가 꼴찌 하면 안
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성과연
된다는 부담을 갖는다. 게다가 우리가 하는 일이 아
봉제-퇴출제를 밀어붙였다.
무리 잘해도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면, 그간 모든 노력이 무산되지 않나? 내 실수로 300여 명의 사업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철
소 식구들이 연봉 300만 원 깎인다고 생각해봐라
도 구조조정, 노동개악 이런 게 꼭 대통령의 의지라
개인평가보다 더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또, 지금 이
고만 볼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신자유주의자들이 한
사회가 성과연봉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
국의 노동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토교통부, 기획
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우리가 이
재정부가 장기간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는 거다.
길 거라 확신하지 못하지 않는가.
강제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빨리 도입하면 경영 평 가에서 이익을 주고, 늦게 하면 불이익 주거나, 임금 15
상식적으로 법에선 임금이나 중요한 노동조건 관
리보다 더 욕을 먹어도 파업을 하니까 문제가 해결
련 사항은 노동조합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야
되지 않나. 얼마 전 화물연대 동지들이 파업했는데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이 상식적
거긴 노동조합도 아니다. 그 자체로 불법이고, 도로
으로 판단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를 봉쇄해서 불법 파업을 했다. 그래도 결국 끝내지 않나. 파업의 본질이 뭔가? 생산을 멈추고, 일을 멈
처음 도입이 어렵지 아무리 무늬만 연봉제라 해도
추고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 아닌가?
일단 들어오면 개악되는 건 시간문제고, 법적으로 가면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자
사회적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파업이 지지받지
를 개별화시키는 성과연봉제는 아예 들어오면 안
못하다 보니 불편해도 괜찮아 같은 프레임이 만들
된다, 이거 들어오면 노동조합이 깨진다는 생각으
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 지금껏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시민들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것 물론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의미
철도공사는 파업 시작부터 지금껏 노동자들의 파업 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조합원들이 위축거나 그러지는 않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합법 파업이냐 불법 파업이냐 따 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파 업은 늘 정당한 거 아닌가?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파 업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합법, 착한 파업이라는 말로 노동조합 투쟁을 자꾸만 순 치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엄밀히 말하면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이 왜 길어지나. 우리가 잘 버티는 것도 있지만 부분 파업이라 위력이 없는 거다. 전면파업이었다 면 1주일 안에 결판난다. 정권이 무리하게 탄압해서 노조를 깨던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거나. 역사상 가 장 긴 파업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문제가 심각하다.
가 있나. 한국은 시민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자 체가 서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한테 불편이 없으면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는 거고, 자기한테 불편을 주 면 욕한다.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좋은데 본 질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다. 이번 파업이 철도노조에 상당히 많은 숙제를 안겨 준 것인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노무현 정권의 신의 한 수였다 고 본다. 지금 현재 480여 명 대체 인력으로 수도 권 전철 85%, KTX 70%, 무궁화, 새마을이 60% 정 도 운행률을 맞추고 있다. 파업 때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KTX, 수도권 전철 운행에 차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회사가 파업에 대비해서 기관사 출 신 관리자도 많이 세웠고, 군인, 퇴직 기관사 합치면 파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기관사 5,000여 명이 필수업무유지제도를 무시하고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대체인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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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문제가 확인되고 있는 건가
래서 우리에겐 2가지 문제가 남는 것 같다. 위력이
회사나 정부에서 손 놓고 가만히 쳐다보는 파업은
없는 부분 파업같은 파업을 할 것이냐? 아니면 전면
문제 있는 파업이다. 현대차를 봐라. 사회적으로 우
파업을 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는가? 이점을 심 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출처_노동자연대
이번 파업은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안 보이는 상황
오랜 노동조합 활동, 해고자 생활 등 이른바 철도 민
인가.
주화 1세대 활동가고,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철도 내에서도 이 문제해결에 대한 견해가 조금씩
이번 파업은 어떤 의미로,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사장이 꼴통이라 그렇다
노무현 정권 때도 2번인가 파업을 했지만 이명박근
고 하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 여전히 정부 관료 기
혜 정권 들어서 하는 파업과는 다르다. 우리가 쟁취
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청와
하는 투쟁이라기보다 밀려서 지켜야 하는 투쟁이었
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3곳이 합의를 해야 하
다. 게다가 최근 계속된 파업으로 조합원들도 노동
는데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고. 철도 사장은 자기들
조합도 지쳐있는 것 같다. 우리도 쉬어야 할 때가 있
만 성과연봉제 철회하면 내년에 옷 벗어야 하는데
는 거다. 그래서 이번 파업 잘 싸우고, 마무리하면
어떻게 합의하겠는가.
재정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철도가 대표적인 대기업 노조 중 하나라 자기중심주의가 강하다. 연
이번 파업에서 궤도와 22년 만의 공동파업에 의미
대도 잘 못해왔다. 그런데 이번 파업은 다른 때와는
를 부여하는 시가도 있던데 어떻게 평가하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파업의 직접적 요구를 떠나
글쎄, 철도를 뺀 나머지 노동조합은 2004년에 공
박근혜 퇴진, 전경련 규탄 투쟁도 벌이고, 교육도 많
동파업을 했었는데 이제 와서 철도를 끼워 22년만
이 받으면서 의식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에 파업이라는 것은 억지로 의미를 붙였다고 생각
것 같다.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 큰 힘이 될
한다. 다만 우리가 올해 처음으로 산별답게 공공운
것 같다.
수노조 파업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노조 가 방침을 내고 공동으로 무기한 파업을 처음 결의 해 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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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아홉 번째 이야기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느긋하게 다니는 버스를 꿈꾸며 시내버스 운전사 엄도영님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버스가 왜 이렇게 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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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 자동차 노동
이다. 버스를 타면 여러 풍경도 보고, 상념에도
조합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이 노조에 배차시간을
잠기고, 가끔 졸아도 되는 여유를 누린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근무환경을 고려해서 조정하라는 요
직접 운전하시는 분은 어떠실지. 주유소 일을 하
구를 누누이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는 전혀
시다 2009년도부터 평택에서 7년째 시내버스를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사고가 나서 그만두는 동
운전하시는 엄도영 님을 만났다.
료들을 계속 봐왔다고 한다.
“입사해서 1년 정도 일을 하는 동안 ‘버스가 왜 이렇
“사망 사고가 3년에 2건 정도 있었어요. 이렇게 하
게 다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전을 해보니
다가는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애들도
까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빨리 달려야 하더라고
학생이고 가족들도 버스를 타는데 이런 운전은 아
요. 노선을 혼자 운행하는 게 아니어서 배차 간격도
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배들이 복수노
고려해야 하거든요. 배차 시간도 맞추고 너무 짧게
조 만들자고 제안해 왔어요. 그래서 ‘신호위반 하기
보장된 휴식시간을 늘리기 위해 그렇게 운전하는
싫어서 노조를 탈퇴한다.’하고 민주노조에 가입했
거죠. 그런데 이렇게 달리는게 저한테는 힘들더라
어요. 당시 선배들은 과속, 신호위반, 임금 때문만은
고요.”
아니었고 18년 동안 해온 조합장을 바꿔보자는 생 각도 있었죠.”
강경한 민주노조 조합원은 일당백
까 아무래도 활동영역이 좀 좁아졌죠. 다행히 얼마
회사를 그만둘 때 조합원들이 월급에서 20만 원
전 10년 전에 잃어버렸던 친구를 찾은 듯한 사람을
씩 모아서 주는 전별금을 포기하면서 236명 중 13
만났어요. 기뻐서 어제는 잠이 잘 오더라고요.”
명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만만치 않았을 민주 노조 설립 무용담을 잠깐 들었다.
줄어드는 회사수입을 휴식시간을 줄여서 만회?
“처음에 너무 힘들었죠.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사고
매년 자가용 신규 등록 대수가 늘어나면 승객은
나면 무마되는데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았
줄어드니까 버스회사는 수입이 줄지만, 시청에
죠. 제 운전 습관대로 교통법규를 지키며 다녔더니
운행 신고한 6회전을 운행해야 시에서 보조금을
한 달 반 정도는 아침만 먹고 점심 저녁을 못 먹으며
받으니 배차시간을 무리하게 짜고 이것은 짧은
일했어요. 저쪽 노조에서 회유해서 한 명을 빼 갔어
휴식시간으로 운전기사들이 고스란히 감내한다
요. 그래서 12명이 1년 7개월 정도 버텼죠. 한국노총
고 한다.
노조 위원장 선거가 있었고 우리 측과 연대한 후보 가 당선되었죠. 그런데 그쪽에서 우리 조합원 중 사
“1회전을 갔다 와서 대기실에서 쉬고 있으면 사무실
고로 해고된 분이 계셨는데 복직시켜 줄 테니 민주
배차하는 사람이 와서 앞 차 나갔으니 나가라고 해
노조 없애라 하더라고요. 민주노조 안에는 사측에
요. 그러면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나가요. 저
보고하는 불량 조합원도 있었지만, 어처구니가 없
희는 안 나갔죠. 한 노선을 1회 운행하면 시간이 2시
었죠. 내부논의를 한 끝에 두 명이 남고 나머지는 한
간 50분에서 3시간 걸리는데 최소 15분은 쉬어야
국노총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어요. 결국, 해고
하지 않냐고. 시청에도 요구하고 시민단체에도 알
자 복직은 안 시켜줬죠.”
리고 해서 많이 바뀌었죠. 지금은 운행시간이 3시간 10분으로, 휴식시간은 30~40분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 마지막 남은 둘 중 한 분이 지난 5월에 회 사를 사직하셔서 지금은 홀로 민주노조를 지키고
휴게실은 식당과 연결된 장소에 고작 짧은 평상
계신다고 한다. 머지않아 의기투합하실 분 만나
이 있었고 식당에는 쥐가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실 것 같다고 한다. 그때까지 잘 이겨내시리라 믿
민주노조에서 지적하고 요구하니 많이 개선되었
습니다.
다고 한다.
“강경한 민주노조의 힘은 일당백이에요. 두 명이 있
“컨테이너 박스 한군데 금연실은 누워서 쉴 수 있게
어도 꿀릴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힘들어요.
대형 TV를 만들었고, 다른 곳은 탁자에 깔끔하게 유
활동시간도 보장 못 받고, 쉬는 시간에 조합비로 다
리도 깔아놨어요. 영업소 식당에서 한 분이 식중독
니죠. 둘이 있을 때는 같이 나눌 수 있었는데 혼자니
에 걸린 적이 있었죠. 시청 식당 위생 분야에 고발했 19
더니 일주일 뒤에 바닥 새로 다 깔아주고 페인트 작
에요. 방지 턱을 넘어갈 때 허리가 전기 통한 듯 찡
업 해주고 주기적으로 점검도 하겠다는 약속을 받
한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디스크 걸리지
았죠.”
않을까 걱정돼요. 그런데 대부분 산재 신청하면 찍 히고 리스트에 올라가니까 조용히 다닌다는 생각이
문제를 덮으려다 늘어나는 안전사고
죠. 산재 신청은 최근에 그만둔 동지가 교통사고 나
차에 이상이 발생하면 정비사가 부족해서 바로
서 했었어요. 저도 목 디스크 초기로 산재신청 때문
정비 안 되기가 일수라고 한다. 이럴 경우 예비 차
에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
를 운전해야 하는데 상태가 워낙 불량해서 상태
서 결국은 산재 신청 못 했죠. 대부분 개인적으로 치
안 좋은 예비 차를 가지고 나가나 문제가 있는 자
료하고 있죠.”
기 차를 가지고 나가나, 둘 중 하나는 사고의 위험 을 두고 운전하게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위장병, 치질, 기관지염 등 여러 질환으 로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한다.
“운행 중 시장에서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그 전전날 타이어 마모가 심해서 교체해달
“새벽 5시부터 아침 식사를 주는데 이른 순번에 나
라고 했는데 타이어가 없다고 안 바꿔줬어요. 알고
온 기사들이 먹어요. 점심은 9시 반부터 1시나 2시
보니 회사에서 결제를 안 해줬다더군요. 이 사고로
까지, 저녁은 5시부터 8시까지고. 아침 6시에 아침
뒷바퀴 올라오는 부분에 앉았던 여성승객이 다리
을 먹은 사람이 한 번 돌고 오면 9시예요. 그때 점심
를 다쳤고, 철판이 뚫리면서 서 있던 승객들에게 파
을 먹지 않고 한 번 더 돌고 나면 점심을 놓치게 되
편이 튀어서 네 명이 병원에 실려 갔어요. 이 사건을
니 아침 먹은 지 3시간 만에 점심을 먹어야 해요. 식
계기로 민주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지금은 타
사를 불규칙하게 먹으니 위장병도 심한 편이죠. 치
이어는 잘 교환을 해 주고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
질도 심해요. 버스 의자가 비닐로 돼 있어 추울 때는
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면 너만 조용히 하면 된다
얼음판이죠. 시트에 보통 열선이 들어가 있는데 돈
는 식이니 사고예방이 더 안 되는 거죠.”
을 아끼려고 옵션에서 그걸 빼요. 환풍기가 고장 난 상태에서 많이 다녀요. 특히 여름에 에어컨 많이 켜
아파도 찍히고 리스트 올라가니 참아
는데 겉에만 청소를 하고 필터는 청소를 안 해줘요.
1회전 운전하는데 보통 3시간 정도 긴장된 상태
타이어에서 나오는 먼지나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
로 앉아계셔야 하니 근골격계 질환이 많으실 것
크를 쓰고 다니기도 하죠. 밤에는 자동차 브레이크
같다. 아프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궁금했다.
등이 요즘 LED로 나와서 눈이 너무 부셔요. 그래서 시각적으로 많이 피곤하죠.”
“가장 힘든 건 무릎, 허리, 어깨, 목 아픈 사람이 많 아요. 에어쿠션이 중요한데 10대 중 6대는 불량이 20
서로 존중하며 존대어를 썼으면 일하다 보면 승객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본인 실수로 넘어져도 버스 안에서 다치면 인사사고로 처리한다니 취객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진상 승객들에게 겪은 에피 소드 하나 소개할까 한다.
“춥고 더운 날씨에 연세 드신 분들 오래 기다리시면 출처_도로교통부 힘든 것 알아요. 그런데 타실 때 버스요금 동전을 던 져요. 그럼 튀어서 요금함에 다 안 들어가도 그냥 들 어가시라고 했는데 자리에 앉으셨어도 계속 투덜대 고 거기에다 옆에 계신 분들도 거들면서 버스가 늦 게 왔다고 운전기사에게 막말했을 때 좀 서운하더 라고요.”
버스 완전공영제로 시민 안전과 버스노동자 안전 함께 만들어 가요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이후 교대근무도 하고, 근무시간이나 급여가 타 지역에 비해 개선된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중요 한 역할에 비해 근무조건이나 처우는 어떤지 또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 들었다.
러면 그 운전기사가 제정신으로 도로를 다닐 수 있 겠어요? 꼭 돈벌이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버스 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좀 더 느긋하게 다 니는 버스,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같은 공간에서 많 이 만나고 그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 나 름대로 긍지가 있죠."
소신 있게 일하시는 분들이 자기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무환경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엄도영 님의 바람처럼 좀 더 느긋하게 다니는 안전한 버 스는 버스를 운영하는 주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고 이것은 버스 완전공영제로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은 준공영제로 저희랑 월급이 3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 달에 13개 만근 을 했을 경우 세금 떼고 213만 원정도예요. 1년이 지 나면 근속수당 만원이 더 붙는 것 말고는 없어요. 월 급이 적으니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니 에요. 하루 근무시간이 16~18시간이고 다음 날 자 기 쉬어야 하는데 특근을 하면 다음 날은 자기 순번 이니 또 근무하면 3일을 연속으로 일하는 거죠. 그 21
연구소 리포트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 (1)
김재광 회원, 노무사
지난 2015년 11월 경부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 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그 리고 우리 연구소는 함께 일터괴롭힘에 대하여 노동법적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 한 공동 연구팀을 구성하였고, 올해 11월 이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 법제도 방안에 대한 보고 서를 내놓게 되었다. 우리 연구소는 일터괴롭힘 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 재해보상보험법을 검토하고 방안을 제시하였 는데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괴롭힘이 기업의 체계 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 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일 또는 지위 와 연관하여 ‘일’과 ‘터’를 기반으로 하여 그 논 의를 확장하고자 함이다. 고용관계의 복잡화와 다변화에 따라 동일 장소에서 일함에도 불구하 고 형식적인 기업의 분리가 존재(간접고용, 외 주 하청 등)하기도 하는 등, 기업의 기존 틀을 넘어서서 일터의 관계들이 형성되고 있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와 같이 기존 노동관계법상 노 동자성이 부정되고 있는 경우 노동법상의 규율 에서 배제되고 있으나 이들 상당수는 대면서비
‘일터괴롭힘’이라 하는 이유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직장 내 괴롭 힘’을 ‘일터괴롭힘’으로 명명하였다. ‘일터괴롭 힘’이라 명명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22
스를 노동의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터괴롭힘’ 에 쉽게 노출되는 직종이다. 이렇게 일과 일터 에 기반하여 발생하고 확장되는 노동관계 및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에 ‘직장 내’라는
지난 11월 6일은 존엄이 보장되는 일터를 위한 대한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토론회가 있었다.
용어보다는 ‘일터’라는 용어로 보다 넓은 영역
때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 뿐 아니라, 안전배려
을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 보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의무가 주요한 의무인
서에서는 ‘일터괴롭힘’이라 명명하고자 하였다.
지, 아니면 부수적이지만 필수적인 의무인지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의무가 있다는 것은 이
이를 전제로 일터괴롭힘을 “(사용자・근로자・고
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안전배려의
객 등) 직장내외의 자(者)가 직장에서의 지위에
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채
기반하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권
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불법행위에 근
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 · 정신적 · 정
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그
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행위”로 정의하였다.
간의 우리나라 학설과 판례가 중심으로 논의한 것이다. 그러나 배상청구권은 사후적인 것이며,
괴롭힘을 받을 때
그 법률적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필요한 안전보건 보호조치
이 소용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권리보장이라 볼
사용자와 노동자는 상호 주요한 권리의무관계
수 없다. 이에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
를 맺고 있다. 노동자는 노동력제공의무를 사
동자의 기본적 권리 즉 작업 중지, 거부, 거절,
용자는 임금제공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이
회피권이 필요하고 보장되어야 한다. 23
작업 중지, 거부, 거절, 회피는 사용자가 충분한 의무(안전배려의무)를 행사하지 않은데 대해 이에 대한 급부(노동력 제공)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사전예방조치이며, 안전조 치를 청구할 이행청구권인 동시에 노무급부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작업 거부권은 현재 출처_일과건강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가 규정하는 ‘급박한 위 험’으로부터의 회피할 수 있는 소극적 반응 또 는 권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
이건 간에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
것이 곧바로 법리상 민사상 거부할 권리로 성
음으로써 예측되는 위험과 불건강한 환경 속에
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또
서 노동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적극적인 권리 요
한, 현행 산안법의 규정은 ‘급박한 위험’에 대한
구이다.
대피 및 거부를 규정하는 것으로써 거꾸로 ‘급 박하지 않은 위험’ 의 부정적 논란을 만들고, 서
일터괴롭힘은 사용자의 충분한 의무가 결여된
비스업(공공이건 민간이건) 등에서는 제3자인
인사노무관리의 구조적 결함이다. 앞서 밝힌 바
고객에 의한 침해,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 작업
와 같이 개인이 조정할 수 없는 노동환경이다.
강제로 인한 침해, 제조업에서는 경미하지만 지
따라서 신체, 정신, 관계의 악화를 유발하는 일
속적인 안전과 보건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
터괴롭힘의 행위 및 환경으로부터 우선 벗어날
대해서 작업을 거부 또는 거절하기 어렵게 하
수 있어야 하며, 이 역시 작업의 거부(중지, 거
였다. 결국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절, 회피)권의 범위에 포함되어야한다.
않고 오히려 침해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터괴롭힘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 등]은
행위 및 환경에 대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제
위험이 인지된 상황 또는 위험이 발생한 상황
26조를 적용하는 것은 더욱 더 어울리지 않는
(불안전)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 및 대피를 명
다. 따라서 현행 법률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적
문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법상의 규정으로 ‘급
극적인 작업의 거부, 중지의 권리 구성이 요청
박한 위험’이 있을 때 대피 및 중지하도록 하고,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하여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24
이에 아래와 같이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개정> 현행 제24조(보건조치)는 제23조(안전조치)와 함께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있어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규정한 핵심 규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 역시 상대적으로 무겁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의 이하의 벌금) 한편, 제23조 와 제24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토대가 되어 구체적인 사업주의 행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제24 조(보건조치)에서는 노동자의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를 규정하고 하고 있지 않아, 법 제5조(사업주의 의무) 중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 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을 제대로 강제하지 못하는 바, 이를 개정하여 법 취지와 사업주의 의무를 달성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시킬 수 있다.
현행
개정
제24조(보건조치) ① 사 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 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 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 치를 하여야 한다.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 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 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 다. 1. ~6. (좌동)
1.원재료·가스·증기· 분진·흄(fume)·미스트 (mist)·산소결핍·병원 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방사선·유해광선·고 온·저온·초음파·소음 ·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비고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 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7호 추가 의한 건강장해 업무 및 업무환경에 의 한 피로 및 스트레스를 포괄적으로 예방할 의 무를 규정한다.
4.계측감시(計測監視), 컴 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 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 장해 5.단순반복작업 또는 인 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환기·채광·조명·보 온·방습·청결 등의 적 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 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26
12월 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재벌 범죄 엑스포가 열렸 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공범, 재벌을 처벌하라!!
글/사진 선전위원회 27
특집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권종호 선전위원
출처_민중의소리
2016년,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은 어떠했나? 구의역, 메탄올, 노조파괴, 일터 괴롭힘, 화학물질 알 권리, 산안법 개악, 화학 공장 폭발 사고, 삼성반도체 직 업병, 삼성 에어컨 설치기사 추락사, 현대중공업 노동자 산재 사망. 그리고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어갔을 노동자들. 노동자들의 일상이 된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노동자의 존 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올 한해 전국에서 고군분투했던 이들에게 2016년은 어떠했을까? 28
노동자의 삶과 미래를 빼앗는 ‘위험의 외주화’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내가 생각하는 2016년 노동안전보건의 이슈는 <위험의
구의역 참사 시민대책위 활동을 함께 하면서, 무엇보다
외주화>이다. 메탄올 중독사고로 청년 노동자 7명이 중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독되고, 6명이 실명 위기에 빠졌다. 5월에는 구의역에서
서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구의역 고 김 군은 민주노총
19살 청년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삼성,
여성연맹 조합원이었고, 서울 메트로에는 서울지하철
LG 등 재벌 대기업이 2차, 3차 하청을 주고, 공기업인
노조가 있었다. 여성연맹 조합원들의 현장 실태에 대한
서울 메트로에서 남발한 외주화로 노동자들이 삶과 미
고발과 서울지하철 노조, 도시철도공사 노조의 지하철
래를 빼앗기고 있다.
안전시스템과 승강장 안전문의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 인 증언이 없었다면, 이 문제는 그 이전의 사고처럼 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016년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인과실로 정리되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고로 끝났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노동자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지하철은 수많은 위
와 분노의 물결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다. 구의역 참사
험업무를 외주화하고 있으며, 전국의 지하철, 철도 역시
는 시민 대책위 구성과 진상조사단 활동까지 이어졌고,
마찬가지다.
7개 안전 업무직은 무기 계약직의 제한성은 있으나, 직
구의역 참사 때 뻔질나게 사진을 찍어대던 국회의원들
접 고용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메탄올 중독사고 피해
과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겠다며 줄줄이 발의했던 입
자는 삼성과 LG의 책임회피로 제대로 된 보상조차도 어
법안들은 지금은 완전한 찬밥 신세다. 여전히 노동자
려운 실정이다.
들의 투쟁만이 답이라는 분노와 또 다른 다짐을 하는 2016년이었다.
-김영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산재부장 같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간부에게 전화가 왔다. 지
거기서 일하는 분들 가운데, 중국분에서 일하는 분도 많
인분이 눈 시력이 저하되서 앞아 안보이는데, 산재승인
이 있었다고 한다. 이분들 중 어떤분들은 시력저하 문제
을 받을 수 있냐는 문의였다. 대략적인 내용을 듣고 노
로 일을 할 수 없어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대체 얼
동조합 자문 노무사님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까지도 메
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드러나지 않은 것인가.
탄올 산재 노동자인지 생각도 못했다. 지인은 메탄올 산
메탄올이 에탄올 보다 싸다는 이유로 사용하고, 메탄올
재 노동자 당사자의 가족이었다. 언론을 통해 이슈화가
이 이렇게 심각한 화학물질인지 몰랐다는 사업주들을
많이 되었음에도 메탄올로 인해 노동자들이 산재승인
보며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
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 상황을 보면
어야 한다는 인식과 이러한 사업주들을 강제할 수 있는
서 대체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나 반성이 됐다.
노동자들의 힘, 법과 제도가 절실하다는걸 느낀다. 29
특집 :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수원시 화학사고 이후, 지역주민 알 권리 조례를 제정하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14년 10월 31일 수원 삼성전자 옆 우수토구에서 물고
알 권리 조례는 화학물질의 정보와 사고 시 대응, 지역
기 1만여 마리가 떼죽음 당한 사건이 있었다. 물고기가
주민에게 이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주요 내용
떼죽음 당한 물에는 다량의 화학성분이 검출되었다. 이
으로 담고 있다. 알 권리 조례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화
사고로 수원시가 결코 화학 사고에 안전한 도시가 아님
학물질 취급 업체들과 시민단체, 수원시가 함께 화학
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은 사
사고 관리위원회를 만들고 그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람도 마찬가지로 살아 숨 쉴 수 없다.
2014년 사고 이후 2년에 걸쳐 민/관/산이 합심하여 조 례를 만들고,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이를 계기로 수원시와 지역의 시민단체는 수원시 화학
고민 중이다.
사고 대응과 지역주민 알 권리 조례(이하 알 권리 조례) 를 2016년 3월 제정하게 되었다. 알 권리 조례는 한국에
물고기 집단 폐사는 단지 환경오염 없는 도시를 만들자
서 지역주민 알 권리를 명시한 최초의 조례다. 화학 사
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전한 지역사회, 지역 주
고를 환경오염 문제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안전한 권리,
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새로운 지역 의제를 만들어내
알 권리로 연결하게 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고자 한다. 앞으로 알 권리 조례는 지역사회 내에서 더 살아 숨 쉴 수 있고, 뿌리 내릴 방안을 고민 중이다.
30
출처_아수나로
출처_유성범대위
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송홍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2016년 3월 17일, 대표적인 노조파괴 사업장인 유성기
그리고 2016년 5월 7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업에서 마흔두 살 한광호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
외식업체 토다이에 조기 취업했던 열아홉 살 청년노동
다. 유성기업은 2011년 직장 폐쇄 이후 깡패를 동원한
자가 일터에서 뛰쳐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는 일
폭력과 무차별적인 고소 고발과 징계로 조합원들을 경
이 욕 먹기’라며 심한 욕설과 폭행에 괴롭힘당하고, 42
제적, 정신적으로 탄압하며 삶을 파괴해왔다. 그렇기에
번의 오마(오픈과 마감) 벌칙으로 2시간 조기출근에 밤
고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11시 넘어서까지 초장시간 노동에 수면 부족을 호소하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11차례 고소를 당했고, 2
며 체중이 10kg이 빠졌다. 2도 화상을 입었음에도 병원
건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3번째의 징계를 위한
에 갈 수 없었던 청년노동자는 이런 괴롭힘이 힘들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근무를 강요당했 다. 그리고 그는 5월 7일 토다이 물류창고 근처에서 작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자본은 검/경을 비롯해 국가권
업복을 입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
력의 비호 아래, 2011년 이후 조합원 1인당 많게는 50여
고 나서야 괴롭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건, 보통의 경우 수십 건에 이르는 고소 고발로 조합원 들은 수시로 경찰 조사와 재판에 시달리고 경제적, 사회
죽음에까지 이르렀던 가학적 노무관리와 일터 괴롭힘은
적으로 끊임없는 고통을 가했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
살인적인 자본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터 곳곳에
들이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정신질
서 노동자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뭉개고 자본의 힘에 굴
환 고위험 군으로 노동부는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리
복시키려는 행위들, 노동자 간 갈등과 경쟁을 부추기는
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 유성자본은 이
조직 환경들은 노동자의 힘을 약화해 파편화하려는 ‘일
미 산재 승인된 5건의 정신질환에 대해서 산재 승인을
터 괴롭힘’의 양태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고 저항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저질렀
하여,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갔
다. 실로 노동자 죽이는 ‘살인 기업’, ‘살인 자본’이라 부
으면 좋겠다.
르지 않을 수 없다. 31
특집 :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산재은폐 확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시도, 노동자의 투쟁에 부딪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 산재 발생보고 의무와 관련한
노동부의 개정안은 즉시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입법을 예고했
딪혔다. 민주노총은 전국 동시다발 노동부 항의투쟁, 언
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산재 사망으로 죽고, 어느 해보
론 릴레이 기고, 노동부 입법예고 반대 의견서를 집단으
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는 시점에
로 조직하며 대응하였다. 8월 16일엔 세종시 노동부 청
서 노동부는 산재 은폐를 확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
사 앞 농성투쟁에 돌입하였고, 그 결과 노동부는 50인
악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상 사업장과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선임대상 사업장, 3억 이상 건설공사 사업장, 산재 은폐 의도가 있는 사업
개악 안의 주된 골자는 현행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장을 시정조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산재발생 보고
즉시 과태료 부과를 노동부가 산재 발생 인지 후 사업장
기준을 현행 휴업 3일로 유지하기로 하였다.
에 산재 보고 시정조치를 명한 뒤, 15일 이내 산재 보고 시 과태료 부과를 면제해준다는 것이었다. 또, 산재 발생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시도는 노동자들의 투쟁
보고 기준인 휴업 3일을 휴업 4일로 완화해준다고 하였
으로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제
다. 이미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만인율 1위에 비해 매
기해 온 산재 보고 기준을 휴업 3일이 아니라 요양일 기
우 비정상적인 재해율과 다양한 현장 사례를 통해 한국
준으로 변경하고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벌금
의 산재 은폐 심각성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형으로 강화할 것,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가중처벌을
사실상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통해 산재 은폐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는 것은 이후 과제로 남게 되었다.
출처_민주노총
32
남영전구 수은중독사건 그리고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송한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못해 실업상태로 지낸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
지났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환
험하더라도 그런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철거과
경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수은 노출 위험 철거작업에 대
정은 많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내포하지만, 안전한 철거
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광주지방검찰청은 남영전구
를 위한 비용은 법과 제도로 강력하게 강제되지 않는다.
광주공장 관계자 2명과 공사현장 책임자 1명을 구속했
위험작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위험작업
다. 생산설비 철거작업에 참여했던 21명 중 12명은 산재
을 방치하는 사회적 조건이 있는 것이다.
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이 사건은 과거가 되었다. 군산에서 배를 만드는 목수였던 박영복 씨는 새만금 사 그러나 수은중독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업으로 포구가 없어지면서 철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아직도 10명은 불면증, 피로, 불안, 감각이상, 통증과 같
가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설비철거를 하던 중 수은에
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중 3
중독되었다. 그는 수은중독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
명만이 겨우 직업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체력이 급격
만 근로복지공단은 보상을 병원을 방문한 날로 제한하
하게 떨어져, 일하고 나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면증과
였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피로는 그들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경북 칠곡군
그는 무리하게 일하러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
구미국가산업단지 스타케미칼 공장의 폭발사고로 한 분
박영복 씨의 동생을 외래에서 만났다. 짐작되는 바가 있
이 사망하였다는 뉴스보도를 들었다. 다음날 외래에 오
어, 동생분에게 폭발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
기로 했던 박영복(가명) 씨는 오지 않았고, 또 다른 수은
다.
중독 피해자로부터 스타케미칼 폭발사고로 박영복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명씩 2개 조가 일했었대요. 2명이 아래, 2명이 위에서
이 사건은 우연히 발생했을까? 화학 공장의 설비를 철
일했는데, 아래쪽에 사람이 필요해서 1명을 불렀대요.
거하는 업무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좀 더 많
그런데 형이 위에 남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내려갔다 다
은 임금을 받는다. 대부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1년 중
시 올라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대요.”
평균 8개월 정도 근무하고, 4개월 정도는 일을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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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어쩔 수 없어. 늘 그랬어’에 ‘아닐 수도 있어’라는 자극제 되기 - 2016년 경남 근골 유해요인 지역 조사단 활동기 이은주 마창거제 산추련
34
관행과 형식만 남아버린 근골 유해요인조사
업장 수, 참여자들의 열기만큼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은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
형식적인 조사가 아닌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조정으로 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현장통제를 강
취지가 아직은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다.
화하려던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이었다. 하지만
올해도 경남지역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근골 유해요인조사가 법제화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대
신규 지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보자는 경남지부의 제
부분 사업장에서 초기 노동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이
안이 있었지만,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하지 못하
흐려지면서 운동적 의미 역시 퇴색되어 관행과 형식만
였다. 결국, 예전부터 지역조사단이 해오던 3개 지회
남았다. 2015년 금속노조와 전국의 노동안전보건단체
만 함께하였다. 지역조사단에 참여하는 사업장의 현장
가 TFT를 꾸려 확인한 근골 유해요인조사 실태 결과에
조사단(주로 대의원으로 구성), 지회별 시간 할애가 가
서도 설문에 참여한 79개 지회 가운데 절반 정도만 근
능한 노안 부장 또는 근골위원으로 구성되었다. 나의
골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현장이 아닌 타 사업장의 현장조사를 통해 새로운 것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현장조직력 강화’라는 뚜렷한
을 터득하는 과정이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의 정기 유해요인조사를 넘어서
만 보는 만큼 알게 되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타 사
기 위한 시도를 하는 곳은 소수였다. 반면 절반 정도의
업장의 작업복을 입고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활동가들
지회는 자체적인 기획이나 목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
은, 사측에게는 껄끄러운 존재이고 현장 조합원들은
다.
노동자의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근근히 유지된 경남 근골 유해요인 지역 조사단
변하지 않는 현장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현실에서 2016년 근골 유해요인조사의 해를
요즘 같은 시기에 근골 이야기할 수가 있나요? 벌써
맞이했다. 2004년부터 경남지역은 노동자들이 직접
10년이 넘었는데 해도 개선이 안 되는데 또 하나? 이
조사의 주체가 되고 지역연대를 통해 조사를 이어가는
런 질문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현장에 가서 만
지역조사단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초기의 참여 사
나는 노동자들과 무엇을 나누어야 할지 고민은 깊어져
가고 현실은 팍팍하다. 그나마 3년 만에 현장 곳곳에
“매일 매일 일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 하고 지냈어요”
서 얼굴을 보고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 초롱초롱한 눈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봤어요” 라며 노
빛으로 조사에 참여하는 새내기 대의원들과 함께한다
동자들에게 “아닐 수도 있어” “이렇게 할 수도 있지”라
는 것에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여기에 의미를 두고
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극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다는 것이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맘속에 돌덩이로
으로 시작된 현장 대안 토론이었다. 내 작업을 설명하
남아있었다. 해마다 진행된 조사에도 바뀌지 않는 사
는 노동자들은 목소리는 생생하고 그전에 개선을 요구
업장, 현장개선은 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에 맞추어
한 적이 있지만 안 되었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져 있다 보니 무언가 바뀌고는 있는데 노동자의 근골
때는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동료들과 방안 논의를 할
증상은 심각해지는 사업장들이다.
때는 주저 없이 자신의 소견을 밝힌다. 바로 해결이 필
“조사하는 분들이 개선도 같이하면 안 되냐”는 볼멘소
요한 건 그렇게 하자고 정리도 된다. 이런 살아있는 토
리를 하신다. 조사 이후 사측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론이 일상이 되는 현장이 되는 것, 바로 근골 유해요인
않으니 당신들은 3년마다 와서 개선되지 않은 문제만
조사 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의미일 것이다.
확인하고 간다는 소리일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개선 과정에도 참여하면 좋겠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할
일상에서 호흡하고 바꾸어가기
주체는 바로 현장이 아니던가. 오죽 답답한 심정에 저
보고서도 현장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리하고자 했다.
이야기까지 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부서
보고서가 책장의 보관품으로 전락하는 현실도 누누이
나 반 단위의 노동자들의 권리 쟁취를 위해 ‘으쌰으쌰’
보아 왔기 때문이다. 보기 쉽게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
하며 노동자들의 ‘토론과 도모’가 사라진 현장을 보며
능 하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했다. 한 사업장에서
마음의 돌덩이는 더욱 커진다. 단위 사업장, 지회의 투
현장 노동자들이 제안한 개선방안도 200여 가지를 넘
쟁을 모아 지역연대의 요구로 모아 함께 한 경험도 무
어선다. 이렇게 진행된 토론 내용을 부서 반 단위 공정
용담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
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으로 정리되어 보고서로 제출되
까? 조사도 개선 요구와 과정도 직접 참여 직접 행동이
었다. 보고서 교정 작업 현장 동지들과 함께 진행하였
아닌 대행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는데, 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서와 반의 문 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쩔 수 없어. 늘 그랬어’에
이제 아픈 노동자들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해갈 것인
‘아닐 수도 있어’라는 자극제 되기
지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간이다. 또다시 3년 뒤
조사과정의 두 번째 현장 대안 토론이 진행되었다. 올
가 아니라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해 진행된 토론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온몸이 골
함께 모색해야 한다. 예전의 근골 투쟁의 무용담에 그
병든 노동자 그림으로 스티커를 제작하여 반별 토론에
치지 않기 위해 지부에서, 지역에서, 노조 차원에서 일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자기가 일하는 공간에 가서 문제
상 활동이 지속하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직접 참여와
가 되는 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어오게 하였
직접 행동이 가능하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호흡해가
다. 스티커를 붙이러 현장을 돌면서 화기애애해진다.
는 것이 절실하다.
찍어온 사진은 토론 진행자인 대의원에게 카톡으로 보 내어지고 화면에 띄워졌다. 35
특집 :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최민 집행위원장
얼마 전, 한 신문 칼럼에서 여성주의자이자 평화학
지켜지지 못했다. 안전을 통제하는 관제실에 닿으
연구자인 정희진 선생은 ‘나에게 올해의 인물은 구
려면 7단계를 거쳐야 하는 외주화의 끄트머리, 밥
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 군(19)’이라
먹을 시간도 부족해 컵라면을 들고 다녀야 하는 비
고 고백했다. 매년, 계속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
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불안정 노동자가 어떻게
터에서 일하다 숨지고 있지만, 올해만큼 ‘위험한 일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에
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때는 오랜만
게는 밥 먹을 시간이나 2명이 작업할 수 있는 조건
인 것 같다.
을 요구할 힘, 자신의 안전을 요구할 힘이 없었다. 구의역 사고뿐 아니라, 올해 초 발생했던 파견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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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 노동의 시대, 노동자의 몸과 생명
자 집단 메탄올 실명 사건 역시 우리 사회 노동안전
똑같은 사고가 있었고,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기 위
문제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바로 보여주었
한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외주화와 인력 감축이라
다. 불안정 노동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지금의 현
는 비정한 논리 앞에서 젊은 청년 노동자의 목숨은
실이 ‘과거의’ 직업병을 어떻게 현실로 소환하는지
똑똑히 보게 된 것이다. ‘60년대에나 볼 수 있을 법
우리 삶을 지배하는
한 사고’가 났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말 두려운
노동의 시간과 공간 주인 되기
것은 일반화된 불안정 노동이 사실상 우리 사회 노
노동자들이 몸과 건강, 생명과 안전의 문제로부터
동 환경과 노동자들의 힘을 그 시절 수준으로 돌려
스스로 조직할 수 있으려면 노동인권 감수성, 노동
놓았다는 것,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런 사고를 자주
자 건강 감수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고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다.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너무 길어서 삶을 좀 먹는 노 동 시간에 대한 불편한 감각도 생기고, 사장 편하도
청소년으로부터 노동자 건강 감수성을
록 이리 저리 잘리고 붙는 노동 시간이 옳지 않다는
이런 상황에서 건강하게 일할 조건을 만들기 위해,
마음도 생길 것이다. 자본이 ‘괜찮다’고 말하는 위험
노동자들이 서로, 스스로 조직하는 것이 급선무다.
에도 작업을 중단하며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작
그런데 불안정 노동이 일반화된 우리 현실은 이런
업중지권에 대한 감각도,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하
조직화 자체를 가로막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일터 괴롭힘에 맞설 수 있는
연구소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모임, 네트워크
힘도 기르게 될 것이다.
와 직접 함께 하는 활동 외에도,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런 변화를 위한 씨앗을 뿌려 보기로 했다. 유치원
결국 이런 활동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지만, 우리가
때부터 ‘싫어요, 안 돼요, 만지지 마세요.’를 가르치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 하고 있는 노동 시간과 노동
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하기 싫어요, 대책 없이 일
공간에 대한 일하는 사람의 통제력을 키워 가자는
시키지 마세요.’라는 주장이 당연하다는 마음을 갖
것이 연구소의 계속되는 희망이다. 2016년에도 이
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를 위해 노동시간센터에서,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 한 당장멈춰 팀에서, 일터 선전위원회에서 이런저
최근 늘어난 청소년 노동인권 증진 활동들에 힘을
런 방법과 시도들로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왔다. 말
보태고 도움을 받아가며, 그동안 말 잘 듣는 근로자
걸기가 얼마나 잘 됐는지, 우리는 다른 이들의 말이
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던 학교의 사회, 도덕, 직
나 외침을 얼마나 잘 듣고 화답해왔는지는 당장 평
업 교육을 넘어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 감수성을
가하기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최소한, 메
높이기 위한 직접 교육에도 함께 했다. 노동 인권 교
탄올 사건, 구의역 사고부터 박근혜 게이트까지,
육을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들과 함께 노동자 건
2016년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아픈
강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특성화고 실습실 실태
시간이었지만, 그런 만큼 과제와 할 일을 뚜렷이 보
나 현장실습 실태를 드러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여준 시간이기도 했다. 그게 드러나야 희망도 시작 될 것이다. 100만이 넘는 광화문의 촛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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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내가 들고 있는 촛불, 그리고 연대
양민재 회원, 내과 전문의
저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진료 조교수로 근무하
있을 때는 밤에도 집에 못 가셨던 환갑이 넘으신 스승
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은 담도 결석, 췌장염, 담도/췌
님에 대한 의리와, 이미 이 일을 해 온 시간들에 대한
장암이고 이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췌담도
미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
내시경을 하는 것이 저의 주된 일입니다. 저는 환자를
록 조금씩 자신을 더 믿을 수 있게 되고, 만나는 환자들
책임지는 주치의임과 동시에 은퇴를 앞두신 스승님께
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어려서부터 배우고
아직 시술 노하우를 더 배워야 하는 미생의 신분이고
외쳐왔던 이상적 가치들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전임 교수가 되기 위해 학문적 업적도 내야하고 재계
하는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좀 더 구
약을 위해 진료 실적도 쌓아야 하는 자기 만족도가 높
체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주치의로 입원
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전공인 췌담도
환자를 받은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환자 이야
치료 내시경은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시술 관련된 합
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병증이 많아서 항상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처한 현실이 이렇다 보니 아내와
60대 후반 환자였고 10년 전 딸이 한국으로 시집을 오
자식들에게도 좋은 가장은 못되고, 연구소에서는 불러
게 되면서 함께 들어온 조선족 여성이었습니다. 오산
도 대답 없는 불량 회원인지 오래입니다.
에 살면서 주로 식당 보조를 하며 생계를 꾸렸는데, 수 개월전부터 허리가 아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파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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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시
붙이며 통증을 참고 지내다, 눈이 노래지고 소변이 짙
술을 통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
어지는 황달 증상이 동반하면서 저희 병원에 내원하
는 보람과, 제게 어려운 일이 생길까 봐 제가 시술하고
였습니다. 영상 검사 상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이 진
단되었습니다. 일차적으로 암으로 막힌 담도에 철망을
때까지 굶지 않고 영양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내실 수
삽입하여 황달을 해결하고자 췌담도 내시경을 시행하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저에게 다시 입원을 하
였는데, 제 시술 구력이 부족하여 한 시간 동안 시술을
셨는데, 대학병원 입장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임
성공하지 못했고 스승님의 도움을 얻어서 어렵게 시술
종이 임박한 환자들은 근처 호스피스 병원이나 요양
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전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족한 저 를 만나 위기의 상황들을 겪어 왔던 환자에 대한 애틋
환자는 시술 이후 황달과 통증이 호전되면서 저를 은
한 마음, 그렇게 저를 좋아하신 분이었는데 저를 보아
인으로 생각하며 의지하셨고, 이후 종양 내과에서 항
도 말조차 잘 못하는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차
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저를 만나러 오실 때면 항
마 전원을 하지 못했고 사유서를 몇 차례 쓰면서 한 달
상 곱게 화장을 하시고 음료수 박스를 들고 오셨습니
을 지낸 후, 환자를 하늘로 보내드렸습니다. 환자를 처
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는 심한 구토와 탈수 증상으로
음 만난 지 15개월만이었습니다.
응급실을 내원하였고 CT상 췌장암의 크기가 증가하면
환자와 함께한 세월 동안 제가 하고 있는 일의 무게를
서 십이지장을 침범하여 십이지장이 막힌 소견을 보였
참 많이 느꼈고, 부담스럽지만 극복하는 방법도 배웠
습니다. 십이지장을 뚫기 위한 철망을 추가로 삽입하
으며 정서적인 공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
여 식사를 할 수 있게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시
었습니다.
술은 스승님을 보조해서는 많이 시행했지만 제가 시
제 나이는 37세이고 현장, 운동, 변혁, 투쟁, 연대라는
술자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황이었고, 제 스승님
말들을 처음 들은 지 17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매우
은 해외 학회를 가신 상황이었습니다. 저를 너무나 믿
광범위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고 일정 부분 정치적인
고 있는 환자에게 닥친 위기의 상황에서 도저히 자신
용어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 없다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고 저를 믿으시라고
이 단어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개개인이 스스로 정의를
당부를 하고 시술을 들어갔습니다. 교회는 안 다니지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아직
만 하느님께 기도를 하고 시술을 시작하였고, 스승님
미완의 과제이지만, 저는 제가 살아가는 이 공간이 죽
과 함께했던 시술들을 기억하면서 한 시간 동안 종양
음과 고통이 일상인 치열한 현장이라고 생각되고, 이
과 싸운 끝에 운이 좋게도 십이지장을 뚫고 철망을 삽
를 극복하기 위한 시술자로서 연구자로서 주치의로서
입하여 환자의 증상을 호전 시킬 수 있었습니다.
부단한 저의 노력이 세상을 향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 다. 그리고 환자들과 가족들의 삶을 공감하고 굳건히
환자는 이후에 담도 철망이 막히고, 십이지장 철망이
지켜주는 것이 훌륭한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다시 막혀서, 재 시술을 한 차례씩 더 하였고 이후로는
렇게 살고 있습니다. 항상 한노보연 회원, 후원회원, 일
체력이 좋지 않아 항암치료는 할 수 없었지만 잘 기능
터 독자 여러분들의 삶이 평안하시길 빌겠습니다. 감
하는 담도 철망과 십이지장 철망의 역할로 돌아가실
사합니다. 39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후인 9월 말, 의정부에서 통신 장비를 설치하던 기 사가 전신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11월 23일 언론에는 ‘인터넷 설치기사
통신 설치 노동자의 절실한 작업중지권 실현은 어떻게
추락사망에 SK 브로드밴드 두 달째 묵묵부답’이라 는 기사가 실렸다. 사망 사고 이후 현장은 어떻게 달 라졌는지, 사망사고에 대응활동을 해 온 희망연대
- 희망연대노조 신희철 조직국장 인터뷰
노조 신희철 조직국장을 만났다.
설치 기사 추락 사망 2달, 원청은 묵묵부답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9월 27일 전신주에서 추락했던 의정부 센터 SK브 로드밴드 설치 기사의 경우, 조합원도 아니었고, 개 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도급 형태로 되어 있던 분이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죽어가고, 그 죽음 중 어
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의정부 경찰서에서조
느 하나 안타까운 사연이 없겠느냐만, 2016년에는
차 해당 하청 업체에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의무가
유난히 보는 사람을 먹먹하게 하는 죽음이 많았다.
있었다고 봤다. 노동자로 본 것이다. 실질적으로 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19살
체적인 노동의 내용과 방법, 도구, 수수료 등을 모두
노동자의 죽음이 그랬고, 실시간 처리 압박에 시달
결정하는 게 회사니까 당연하다. 게다가 그 센터에
리고 하루 평균 14시간씩 에어컨을 수리하던 엔지
서 그 전 6개월 사이에도 유사한 사고가 여러 차례
니어(AS기사)의 추락사가 그랬다. 두 사람의 남겨진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체의 죄질이 나쁘다고도 판단
가방에는 컵라면과 먹지 못 한 도시락이 담겨 있어
했다.
그들이 긴 시간 노동했을 뿐 아니라, 그 긴 시간 내
그런데도 원청에서는 이를 자신들의 문제로 보지
내 시간에 쫓기며 일했으리라는 것을 넉넉히 짐작
않고 개별 센터로의 문제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두 차례나 회사 측에 면담을 통해 재발 방지
엔지니어의 죽음으로 우리는 이런 상황이 사고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유명을 달리한 그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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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됐다. 전자제품 설치 및 수리 기사들, 통신 설비
그의 말 그대로였다. 6월에 삼성서비스 노동자 사망
설치 및 수리 기사들이 다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
사고가 있었고, 9월에 의정부에서 SK브로드밴드 설
었다. 그이들은 대부분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절반
치 기사 사망 사건이 있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위험
~100%에 해당하는 급여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심
의 외주화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았고, 그나마 노
지어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 하
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고 있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회사 측의 대응은
실제로 삼성전자 A/S 센터 노동자의 추락사 3개월
달라진 게 없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뒤, 10월 5일 태풍 ‘차바’가 왔을 때 회사의 대응을 보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 시, 울산은 ‘71년만의 10월 물폭탄’을 맞았다. 시간당 최대 139mm 폭우에 2명이 사망• 실종되는 등 ‘도심 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도, 당시 폭우 속에서 작업에 위협을 느낀 조합원들이 작업 중지를 요구했지만, SK브로드밴드 울산 홈고객센터는 2~3시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간당 139mm 폭우, 작업중지 요청에 ‘법으로 너무 그러지 맙시다’
“당시 조합원들이 캡쳐해 둔 업무용 그룹채팅 방을 보면, 도로가 침수되어 이동이 불가능하다, 재난이다, 바 람 불고 시계가 엉망이라 이러다간 일 나겠다는 조합원들의 아우성에도 ‘우리도 확인 중이다, 센터도 물난 리가 나서 정신없다’며 작업을 중단하라는 확인을 해 주지 않았다. 한 조합원이 ‘이 정도까지 상황전파했는데 센터에서 답을 안 주는 것은 차후 사고나 문제 생기는 것에 대해 센터에서 전부 책임지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단협 제29조와 산안법에 의거하여 작업중지를 요청한다’고 강하게 압박하자 관리자는 오히려 적반하장, ‘○○ 기사님 법으로 너무 그러지 맙시다’는 문자를 보냈을 정 도다.“
출처_희망연대노조
10월 5일 태풍 차바 당시, 조합원이 작업중지를 요청했지만 관리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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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청인 SK는 노동
만, 사측에서 ‘치료 잘 받으라’는 말 외에 아무 대응
조합과의 대화는 거부했지만, 일부 변화의 행보를
이 없어 자비로 치료한 사례도 있었고, 사다리나 전
보이기도 했다.
신주에서 낙상해 큰 부상을 입었지만 공상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주택가 외부 통신 선을 철거하다 손
“그 뒤에 원청이 업무 프로세스를 일부 변경하긴 했 다. 비나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는 기사가 정 해진 작업 시간을 연기해서 작업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작업 평가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지 않게 해 주 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공단에서 펴낸 ‘통신케이블 설치 근로자의 안전작업에 관한 기술지 침’을 참고하라고 했다. 노사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요구에 는 응답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내놓은 안이기도
을 베어 5일 입원했고, 회사가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공상처리’하였지만, 입원일수만큼 연차를 차감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조합원들이나 설치 기사/ 엔지니어들이 위험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요 청하기 어려운 것, 사고 발생 후 산재 처리를 요구하 기 어려운 것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구조다. 일단 기본적으로 각 서비스센터들은 원청의 하청 업체들이다. 이 하
했고, 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한계가 많다. 꼭 비나
청 업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 비정규직 노
눈이 와야만 위험한 작업이 아니다. 통신 설치, 수리
동자가 있고,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해서 ‘개인
작업은 고소 작업이 많다. 지하나 좁은 공간에서 작
도급’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건설회사
업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작업 시간도 일하
다단계 하도급처럼 소사장제를 두어, 소사장이 몇
기 좋은 시간이 아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처
명의 기사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법인 신고를 내고
리해야 하다 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작업하는
하도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경우도 많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다가 다치는 경 우도 많다. 이런 일상적인 위험에 대한 내용은 전혀
2014년부터 노동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여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아예 없던 때보다는 낫다고 하지
희망연대노조 다양한 지부들이 포함된다), 소사장
만,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재하도급은 2015년 내 근절하고, 점진적으로 정규 직 채용을 지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는데도 개인사
고객 애완견에 물린 노동자에 “치료 잘 받으세요”하는 회사 꼭 큰 사고만이 아니다. 자잘한 사고는 엔지니어들 이 달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9월 추락 사고와 10 월 태풍 사건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그 동안 조합원 들이 겪었던 안전 사고를 조사했다. 그가 내민 안전 사고 및 처리 사례 표에는 고객의 애완견에 물렸지 42
업자를 남발하고 있다. 올해에도 개인사업자로 등 록돼 있던 분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노동자로 고용관계를 변화시키기로 합의해 변화를 만드는 중 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리 조합원이라 해도, 실적급이 전체 급여의 70% 가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로 도급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 기본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노 동자들 스스로가 실적과 지표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심지어 관리자들의 압박도 조합원보다 이들 비조합
둘 수는 없다. 다른 한편, 작업중지권을 실효 있게
원들에게 더 심하다. 개인사업자들과의 업무 채팅
만드는 것 역시, 동시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
방에서 ‘직원들도 이 정도 실적을 내는데, 여러분은
제다. 실제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활동하면서
더 해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기도 한다. 이
많은 조합원들은 노동안전, 노동시간 문제에 공명
하청업체 내에서도 2등 구성원인 것이다. 이러니 원
한다고 한다.
청에서 악천후에 업무가 지연되는 것으로 불리한 점수를 안 매긴다고 했지만, 당장 이 분들은 불안감
“조합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많
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높아졌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가족과 함께 시간 을 보낼 권리,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등
노동조합은 이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와 평가 제도
에 대해서 그렇다. 일하다 떨어져 사망한 동료에 대
를 고치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
해, ‘사고가 날 때 나더라도, 안전장구는 차고 있었
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처럼 둔갑시키
던 것처럼 보이도록 하라’고 말하는 관리자를 보고,
는 위장 도급, 정보통신공사업법 상 정보통신공 사
동료의 죽음을 저렇게 취급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업자들만 가능한 업무를 그렇지 않은 일반 개인사
없어 노동조합 하게 됐다는 얘기들을 하신다.
업자로 등록된 노동자들에게 부여하는 불법적인 도
지금까지 사실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잘 고민하지
급 관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은
못 해왔다. 작업중지권을 단체협약에서 어떻게 잘
아니다. 원청에서 참고하라고 한 안전보건공단의
다룰 수 있을지, 조합원 안전보건교육에서 이런 멈
지침을 사실상 지킬 수 없는 현재 하청 업체의 안전
출 권리, 알 권리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연구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해봐야겠다.“
동료의 죽음을 보며 만든 노동조합 “노동조합의 요구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폐지 및 고정급으로 전환, 그리고 실적을 기본으로 하는 평 가 지표, 그리고 이를 통한 압박을 중단하는 것이다. 사망 사고 후에도 업체들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또, 하청업체에 고소작업차(사다리차)를 지급하는 등 하청 업체 안전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한 작업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이런 모 든 조건이 좋아진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미뤄 43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꿈 같은 휴가’의 꿈
권종호 선전위원
2011년 독일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던 크리스티
짧게 쓴 휴가에 대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꺼낼
나 슈뢰더는 휴가를 짧게 썼다는 이유로 여론
수 있을까? 오히려 ‘바람직한 공직자’, ‘자기희
의 질타를 받았다. 법에서 보장하는 14주의 출
생’, ‘근면성의 표상’… 이런 말들을 꺼내기가
산 휴가를 채우지 않고 10주 만에 조기 출근한
쉬울 것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휴가에 인색
것이 문제가 되었다. 여성 단체에서는 ‘여성가
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는 1년 이상 근속
족부 장관으로서 저출산 시대에 바람직한 가족
시 최소 15일, 근속 2년마다 1일씩 추가하게 되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 있지만, 이를 모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
또, 한 방송인은 ‘엄마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국에서는 휴가를 쓰는 것이 동료에게 부담을
못하면 아이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없
주거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며 공개서한을 보내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결국,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쓰는데도 동료와
정치인들은 ‘아이를 낳고도 업무를 포기하지
상사의 눈치를 보고, 휴가는 남게 된다.
않은 것은 야망이 너무 큰 것’이라고까지 이야 기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2013년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실태‘ 결과를 보면 근로자는 평균 연차휴
44
보장된 휴가도 못쓰는 노동자들
가일(14.2일) 가운데 8.6일을 평균적으로 쓰고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바람직한 가족 모델’,
5.6일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 ‘지나친 야망’…
인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가 전 세계 주요 28
출처_익스피디아 트래블 블로그 https://travelblog.expedia.co.kr/9720
그래프1
개국 직장인 9,4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도 침해받지 않는 독일의 법정 휴가를 1년에 최
에 따르면 한국의 실제 사용 휴가는 8일로 6년
소 20일로 보장해주었다. 또한, 법에서는 이에
연속 전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더해 근무일 10일을 연속해서 휴가로 사용하는
이렇게 보장된 휴가임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
것을 권장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자가 주말까지
황에서 휴가 보상금이라는 기형적인 형태가 생
사용하면 한 번에 14일을 휴가로 보낼 수 있다.
겨났다. 사용하지 못한 휴가만큼 금전적인 보상
하물며 이것은 최소한으로 보장된 휴가이며 독
이라도 받겠다는 것인데, 현재 한국에서는 어찌
일 회사들의 통상적인 휴가 수준은 연 30일이
보면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다. 그렇다면 앞
다.
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 독일도 이러한 휴가 보상금이 있을까? 휴가를 못 가면 금전적 보상
한국이라면 이렇게 휴가를 많이 보장하면 일은
이 당연하니 있을 법도 하지만 독일이나 대다
누가 하나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인력을 채용
수의 유럽 국가들에는 휴가 보상금이 없다.
하고 업무를 맡기는 데 있어서 법정 휴가는 크 게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 휴가는 일이
꿈만 같은 다른 나라 이야기
많아지면 자연스레 반납할 수도 있는 것, 남은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는 노동자에게 휴식과 행
휴가는 금전으로라도 보상받으면 되는 것으로
복을 충족시킬 기회이고 정당한 노동에 대한
의례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의
대체할 수 없는 보상이다. 이러한 법적 강제와
법정 휴가는 불가침의 영역이기 때문에 인력
휴가에 대한 배타적인 정의는 무슨 일이 있어
규모를 정하고 업무량을 정하는 데 있어서 45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출처_고용노동부
46
필수적인 고려 사항이다. 직원들의 휴가가 업무
담을 낮추는 데 있는 것’이었다.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그만큼 충분한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사측은 지속해서 노동
인력을 배치하고 적절한 업무분담과 효율적인
자에게 연차 사용을 장려해야 하고 그런데도
인수인계 방법을 만들어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불구하고 노동자가 7월 20일까지도 모든 연차
이렇게 보면 전 세계 휴양지에 넘쳐나는 독일
일수에 대한 사용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
인을 비롯한 유럽인들과 그들이 휴가를 즐기는
측이 임의로 정해서라도 연차를 준다는 것이다.
여유로운 모습은 경제 수준의 차이라기보다 보
2003년부터 이런 제도가 시행 중이었다는데
장된 휴가 수준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해
아직도 노동자들의 실사용 휴가는 60% 수준에
보인다.
불과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노동자에게 휴가를 장려한다고 하지만
이 제도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 사측이 제도에
한국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없
맞춰 시행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시행하
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
지 않으면 종전대로 휴가 보상금으로 대체하면
에는 연차휴가 사용촉진 조치가 명시되어 있다.
된다. 현재 연차사용 촉진제 실시율은 33.3%
제정 당시 이 제도의 취지는 ‘그릇된 연차휴가
정도로 조사되고 있다. 강제성이 없어서이기도
이용 관행을 바로잡아 연차휴가를 이용한 근로
하지만 차라리 휴가 보상금으로 받는 것이 낫
자의 건강과 문화적 생활을 확보하고 다른 한
다는 노조측의 생각이 반영되어서 그렇기도 하
편, 연차휴가 금전보상에 따른 사용자의 경비부
다. 실제로 연차사용 촉진제는 매우 악의적인
제도이다. 경총이 나서서 제도를 시행하라고 촉
히려 악용될 소지가 많은 제도가 시급히 폐기
구할 정도이니 얼마나 악의적인 것일지 짐작이
되어야 한다. 그 대신 연차가 휴가 보상금과 같
간다.
은 형태로 대체될 수 없는, 노동자의 휴식과 건 강, 행복 추구를 위한 불가침의 권리로 보장되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
는 강력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휴가 보상
게 겨울 휴가 계획을 물었다. 친구는 겨울엔 바
금을 통한 노동자의 수입 증가는 사라지겠지만
빠서 휴가를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럼 휴가 보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지 않아도 되고 보장된
상금이라도 받느냐고 물었더니 몇 년 전부터는
휴식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
그것도 못 받게 되었다고 했다. 회사에서 연차
다.
일수에 해당하는 휴가 계획서를 일단 다 받아 가는데, 일이 바빠서 결국 그 일정에 못 쓰게 되
일이 바빠서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은 인
더라도 회사에서는 연차 사용을 권했으나 본인
력 충원, 업무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해결
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명을 강요한다
될 수 없다. 하지만 사측에서 휴가 사용을 위해
는 것이다. 절대적 약자인 노동자는 상사의 눈
자발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진 않을
치, 인사상 불이익, 업무 차질 등을 모두 감수하
것이다. 휴가가 먼저 강력하게 보장되어야 이로
면서 연차를 편하게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회사
인한 업무 차질을 걱정해 사측에서는 인력 충
가 일정을 정해주는데도 못 쓰고 결국 본인 의
원과 적절한 업무 분담을 할 것이다. 한국에서
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서명까지 하는 상황이
꿈같은 휴가를 죄책감 없이 확실하게 보장받는
었다. 연차사용 촉진제도는 이렇게 회사가 연차
것, 노동자가 휴가를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사용을 촉구한 근거가 있는 경우 휴가 보상금
누릴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더는 꿈이 아닌 꿈
을 주지 않도록 해주어 연차를 반납하고도 휴
같은 휴가의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가 보상금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마음껏 휴가를 누리는 꿈을 현실로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 이름만 그럴 싸한 연차사용 촉진제도는 현실적으로 연차 사 용을 전혀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휴 가를 갈 테면 가보라는 식의 강요 후에 사측의 휴가 보상금 지급을 면제해주는 용도로 악용되 고 있다. 노동자의 연차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서는 연차사용 촉진제도처럼 강제성도 없고 오 47
문화읽기
민주주의의 학교
콜라비 선전위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
는 장구를 치면서 여기에 동참한다는 것이 매우 신나
다. 지난달 12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광화문 일대의
는 일임을 새삼 느꼈다. 종로1가쯤 이르렀을 때, 이미
인파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때
광화문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민풍물단은 더는
설마 했다. 주최 측의 희망 사항이 투영된 숫자가 아닐
광화문으로 행진하지 못하고, 길놀이를 마무리했다.
까, 하고 생각했다. 난 그저 십수 년 만에 거리에서 악 기를 칠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악기를 내려놓고 거대한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광화 문은 물론이고 시청 주변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48
‘시민풍물단’이라는 이름 아래 악기를 들고 모인 다른
렇게 많은 사람을 한 곳에서 직접 본 것은 평생 처음이
많은 사람과 함께 대학로부터 광화문을 향해 길놀이
었다. 원하는 곳으로 걸어가기조차 쉽지 않아 길을 돌
를 했다. 사실 풍물패도 그렇게 많이 모일 것으로 생
아가거나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시청 부근의 무대를
각하지 못했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어림잡아
지날 때, 민중총궐기 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
도 100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었다. 종로를 거쳐 광화
위의 몇 명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형식과 분위기, 결기
문으로 행진하면서 수많은 시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
가득한 어투. 전형적인 투쟁 결의문이었다. 필자는 그
고, 풍물단을 향한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도 보았다.
런 결의문이 낯설지 않은 이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피켓이나 촛불을 들고 참여하는 것 외에 내가 좋아하
무대 주변에는 여러 단체뿐만이 아니라 개인으로 친
구나 가족, 연인과 또는 혼자 광장에 나온 많은 사람이
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일반 시민들이 만든 엉뚱하고
있었다. 그중엔 생애 처음으로 거리에 나온 이들이 꽤
기발한 깃발들이 주말마다 쏟아져나온다. 독거총각결
될 텐데, 저 결의문을 들으며 어떤 느낌이 들까, 하고
혼추진회, 범야옹연대, 전국집순이집돌이연합, 콜드플
생각했다. 조금 다르게 할 수는 없을까.
레이 예매 성공자 연합, 망굴모(망원동 굴찜집에서 모 인 사람들)…. 셀 수 없을 정도다. 청와대에서 고산병
저녁 시간, 광화문의 주 무대에서는 참가자들의 발언
치료를 명목으로 비아그라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자
과 여러 가수의 공연 등 문화제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
고산병 연구회 깃발이 등장하기도 했다. 필자가 최근
됐다. 하지만 광화문 주 무대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가입한 페이스북 공개그룹 '동아시아 면류학회‘(면 요
사람들의 수는 한정적일 것이다. 아무리 음향시설을
리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룹) 깃발도 5차 집회 때 처음
빵빵하게 설치한들 무대 한 곳에서 100만 명을 아우
거리에 나왔다.
를 수는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집회는 어떤 형식으로 하면 좋을까? 무대를 꼭 만들어야 하나? 한
거리로 모여드는 모두가 ‘권력의 주인은 나, 우리 모
국 사회는 87년 이후 30년간 이런 경험이 없었다. 게
두’라는 마음이라면, 주 무대가 어떠한가는 어쩌면 그
다가 지금은 1987년이 아니라 2016년이다. 집으로 돌
렇게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폭력을 쓰지 않는 평화
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집회를 고수해야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다양한 의견
후 갈수록 더 놀라운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이 오간다. 100만, 200만이 모이는 집회의 행사는 어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전국의 각 도시를 촛불로 밝히
떻게 기획해야 할지, 무대에서 발언하는 다양한 사람
고 있다. 처음에는 과연 100만 명이 모일 수 있을까 갸
들이 약자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우뚱했었는데, 매주 그 기록을 경신해왔다. 12월 3일
어떻게 설득해나갈지…. 여러 가지 갈등이 있고, 다양
6차 집회 때는 전국에서 230만 명이 대통령의 즉각
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100만, 200만 명이 모이는데
퇴진, 구속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헌정 사상 최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인
인원이라고 한다. 여러 번의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 속에 방향을 찾아
나의 우려(?)와는 달리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
가는 것,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 분
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을 접했다.
명 현 시국은 큰 위기지만, 이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복 잡다단한 과정은 분명 한국 사회와 시민들에게는 반가
여느 때보다 많은 방송에서 시국을 풍자하고, 시민들
운(?) 기회요, 좋은 학교일 거다.
은 거리에 나오건 그렇지 않건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 에 항의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 하는 리드머(rhythmer)들이 모여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자유분방한 문구가 쓰인 손팻말들을 보는 재미 도 쏠쏠하다. 또, 집회 현장의 깃발은 ‘운동권의 전유 49
발칙 건강한 책방
출처_후마니타스
‘게임의 法칙’
– 대한민국 99%를 위한 시민 법교육
곽경민 회원
우리는 “법대로 해”라는 말을 자주 듣거나 혹은 자주 쓰고 산다. 법치주의 국가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우 리 사회에서 이 말은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보다 강자가 추구하는 무엇인가 를 위해 법의 힘을 빌릴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법이라는 것은 가진 자들의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라는 말처럼 법은 복잡하고, 직관에 어 긋나는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에게 잘 와 닿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정령 법이란 어렵기만 하고, 있는 자들만 보호해주는 도구일 뿐인가…….
아내의 지인이 쓴 책이라 우연히 읽어본 ‘게임의 法칙’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예를 통하여 법을 가깝 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크게 법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작동하면서 사회적 힘을 가지고, 어떤 허점을 가졌는지 세 부분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다.
법의 탄생 원시인류는 끊임없이 자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고,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살았다. 그러한 ‘두려 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 현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설명해내는 작업을 하였다. 이것이 ‘신화’다. 이런 신화는 반복되는 현상의 규칙성을 파악해 미래를 예측하는 단계로 이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지식을 다시 한 번 신화의 형태로 다음 세대에 전승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화’는 ‘종교’로,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법’으로 변화했다. 저자는 함무라비 법전과 고대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신화를 예로 들면서 이 과 정을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50
모든 것이 신의 아래 있고, 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법을 적용했으니 현대인들이 봤을 때 우스운 동물 재판도 중세에는 성행했다.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들을 고소해서 법정에서 서게 하여 교수형에 처하고, 아기 돼지 를 잡아먹은 암퇘지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일은 인간의 법이 동물에까지 지배력을 발휘하는 지독할 만큼 오 만한 인간 중심주의가 있어서 가능했다. 나무들이 소송 주체가 되어 환경단체를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재판 에서 승소하여 무분별한 개발이 저지되었다는 현대의 뉴스를 접하면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법의 힘 저자는 스포츠팬이 아니지만, 법의 강제력을 스포츠의 예를 많이 들어 설명하고 있다. 법의 형식의 중요성 을 야구의 ‘낫아웃’을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낫아웃’은 과거 점수제로 진행되었을 때는 무한정 경기가 길어 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규칙이었다. 이닝제로 바뀐 현대 야구에서도 깔끔한 플레이를 완성해야 한다는 심 리적 이유로 그대로 그 규칙이 유효하다. 이처럼 형식이 본질을 구성하고, 본질이 형식을 구성하며, 법의 실 효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법적 권위를 만들어 내는데 일정 역할을 하는 법의 형식이 법의 본질을 구성하는 일부이다.
축구에 배니싱 스프레이(프리킥할 때 상대 선수들은 9.15m 떨어져 있어야 함. 더는 앞으로 오지 말라고 심판 이 금세 사라지는 흰 선을 긋는 스프레이)를 도입한 후 규정보다 앞으로 나오는 선수가 거의 없고, 경기 시간 도 단축되었다. 단순히 흰색 선 하나를 그었을 뿐인데 말이다. 법은 그렇게 구체성과 명확성을 통해 사회를 통제한다. 하지만 축구에서 관중들이 집중해서 보고 있어서 선을 넘지 않는 것처럼, 법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중요성을 가지고 타당성을 따져야만 ‘실효성’을 갖는다.
법의 빈틈 어떤 법 위반은 용인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 야구의 벤치클리어링이나 아이스하키에서 상대선수 끼리의 싸 움에 심판들의 잘 개입하지 않고 용인된다. 오히려 팬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라 생각하고 팬들이나 미디어에 서도 이러한 폭력을 인정해준다. 여기에는 ‘옳음’과 ‘좋음’이라는 가치가 충돌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라는 공리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좋음’만 찾다가 ‘옳음’에 대해서는 너무 뒷전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완벽한 규칙은 없다. 법도 빈틈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빈틈은 사회적 ‘상식’으로 채워야 한다. 법치 사 회는 단순히 좋은 법을 만들거나 좋은 법 ‘적용자’를 선발하는 것으로 완성할 수 없다. 법 밑에는 올바른 상식 과 법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야 법치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올바른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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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法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직접 고용이 해법이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수많은 노동자가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물론 한여 름 폭염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어졌다. 이러한 투쟁 중 유독 세간의 시선을 끄는 것이 청소노동자들의 투 쟁이다. 사회적으로 청소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환경이 인식된 점도 있겠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고령의 여 성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관심이 집중되는 듯하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싸움에 나서다 2016년에도 여지없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졌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2016년 3월 공공비정규직 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를 조직하고 8개월 동안 투쟁을 거쳐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장시간 저 임금 노동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더불어 용역회사 간부의 성추행과 폭언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계기가 되었 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청소업무를 외주화하였고, 용역업체의 간부를 채용하면서 한국공항 공사 출신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정감사에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소환하기도 하였다. 한편, 임 금·단체협약은 체결했지만, 회사는 파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1억 원대 소송을 제기하였고, 노조 지회장 등 4명을 업무 방해로 고소한 상태이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들은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회장을 상대 로 고소를 제기한 상태로 형사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자를 대하는 국가 기관의 민낯 지난 11월 28일 경향신문에 “성범죄, 공개된 사무실서 대질조사(진정인·피진정인)한 노동부”라는 제목의 기사 가 실렸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성범죄 피해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같은 공간에서 ‘대질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다른 직원들과 진정인 등도 함께 있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조사가 이뤄져 성범죄 피해자 의 수치심을 가중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대질조사는 노동지청에서 요청한 것이다. 52
당시 수치심을 느낀 진정인 손 씨가 ‘회의실 같은 곳으로 장소를 옮길 수 없겠느냐’고 요청하자 근로감독관은 ‘회의실은 컴퓨터가 없어 진술조사를 받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처리지침’ 을 보면 ‘사안에 따라 전담 근로감독관이나 동일한 성(性)의 근로감독관이 상담 및 조사를 진행하되 가능하면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조사하는 등 조사자와 피조사자 간 상호신뢰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지침에는 대질조사 관련 항목은 없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별도의 컴퓨터나 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내 자 리에서 조사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담당 근로감독관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대하는 국가의 노 동 행정을 실태를 낱낱이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역업체의 간부가 여성노동자에게 노래방에서 술을 따 르고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접대’를 지시하고 평소 노동자들에게 성희롱과 협박을 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사건 이다. 사실상 관리자들이 청소현장 운영·감독의 전권을 갖고 인사평가를 할 수 있어서 성희롱에 저항하기 어려 웠다는 것이 여성노동자의 주장이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기관이 모범 보여야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더불어 관리자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외주화에 따른 기간제 노동 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민간기업의 외주화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겠지만 적어도 지하철, 철도, 공항, 병원, 법원, 정부청사 등 공공기관은 직접고용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서울지하철,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자회사 설립, 광주지하철, 인천지하철의 경우 직접 고용 등 청소업무를 직접 고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 이는 경우도 있다. 청소업무의 경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재활용품 선별, 건물 내·외부 청소, 화장실 청소 등 상시·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청소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앞 장서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 고용이 해결의 실마리 2016년 6월. 모든 환경미화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환경미화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이 제출하기도 하였다. 물론 직접 고용이 이루어 졌다고 해서 성희롱 등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관리자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만 연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 고용이 이루어진다면 사용자들이 비상식적으로 지휘·감독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주화 에 따른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직접 고용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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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구조에 헌신했던 결과가 이건가 재현 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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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촛불
월호 민간 잠수사에 대한 국가의 보상은 문제투성이였다.
을 든 민중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은 대
민간 잠수사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2015년 3월 28일
체 뭘 했는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
까지 수난구호법(현 수상구조법)에 따라 치료비를 지원받
계자들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해명들만 늘어놓고, 대통령
았다. 그러나 이후부터 작년 12월 31일까지는 ‘4·16세월호
은 일관되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한편, 이러한 와중에 정부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치료비 항목
가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했던
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되었다. 그러다 올해 1월 1일부터 다
세월호 민간 잠수사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
시 구조 활동 중 발생한 병에 대한 치료비와 약제비, 간병
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비 등에 대한 지원을 재개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 기만하는 정부
내가 이러려고 세월호 참사 현장을 갔나,
지난 11월 30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이하 해
자괴감이 들어
경) 민간 잠수사 27명에 대한 8억 6천만 원 규모의 보상
해경의 민간 잠수사 보상안 주장은 사실과 너무나 다르므
금 지급이 결정되면서 치료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해경
로 민간 잠수사들은 치료비 중단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은 향후 발생할 치료비 개념까지 포함해 보상금을 지급하
보상금 액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치료비 지원까지 중단
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비는 중단되는 것이 맞고, 수상구조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한 잠수사는 세월호
법에 따라 진행한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보상금액이 민간
참사 구조 이후 양쪽 어깨 골괴사(뼈세포나 뼈조직이 죽는
잠수사의 치료와 생활을 영위하는데 턱없이 부족할 뿐만
것) 판정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참사 이후 80일 동안
아니라, 보상금을 못 받은 민간 잠수사의 치료비 지원마저
200여 구의 주검을 마주하고, 이 가운데 28구를 구조하
중단할 것으로 알려져 법 위반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
면서 참사 현장이 계속 떠오르고, 우울증 등 정신적 외상
다. 세월호 진상 규명 목소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세
도 심각하게 입었다. 결국, 생업을 중단하게 된 이 잠수사
출처_민중의소리
고 김관홍 잠수사 는 어깨 수술을 받고 회복까지 최소 2년이 걸리는 상황이
국가의 책임을 물으며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헌신적으
다. 따라서 연봉 5,000만 원을 받았던 이 잠수사의 생계
로 활동했다. 김관홍 잠수사를 비롯해 여러 민간 잠수사들
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그런데 보상금은 고작 4,058만 원
은 참사 당시 국가도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왔다. 그런데
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준으로 골괴사 판정은 최소
그 결과는 여러 부상과 정신적 후유증, 생활고였다. 게다
2억 원은 받는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가 오히려 정부는 2014년 5월 실종자 수색 중 민간 잠수
금액이다. (머니투데이 2016.11.30. [단독]해경, 세월호 민
사 한 분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동료 선임 민간 잠수사를
간잠수사들 '치료비' 끊는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등 국가의 직무유기로 벌어진 사고에 대한 책임마저 민간 잠수사에게 떠넘기고
치료비를 끊느니, 차라리 보상을 해주지 마라
있다. 다행히 1, 2심 재판 모두 민간 잠수사가 무죄임을 선
해경은 민간 잠수사 보상금이 최저 1,100만 원에서 최고
고했으나,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
4,058만 원까지라고 밝혔다. 한 달 투석에 들어가는 비용
다. 대체 이게 나라가 맞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만 30만 원 씩 들어가는 민간 잠수사에게는 턱없이 부족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관련 구조, 수습 활동으로 사망 또
한 금액으로, 이런 분들은 현재, 아픈 몸을 이끌고 대리운
는 부상을 당한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세월호 참사 피해지
전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민간 잠
원 특별법 개정안 일명 ‘김관홍잠수사법’을 발의했지만, 국
수사들은 차라리 보상은 안 해줘도 되니까 치료라도 정부
회에선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에서 계속 해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보상이 끝 나면서 보상금을 받지 못한 민간 잠수사 치료비 지원까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울어진 배에서 정부의 구조만을 애타
중단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수상구조법 29조에 따르면
게 기다렸던 세월호 단원고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
보상금을 안 받은 경우 국가나 지자체에서 치료를 해야 한
으로 달려간 김관홍 잠수사. 다시는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적 근거마저 무시하는 상
부르지 말라며, 우리 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말이 떠
황인 것이다.
오른다. 국가와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했던 민간 잠수 사들의 헌신과 노력이 상처와 아픔의 역사로 기록되지 않
고 김관홍 잠수사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도록, 세월호 민간 잠수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고인은 2014년 6월 17일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싸
실종자 구조 수색에 나섰다. 구조 이후에도 구조 과정에서
우는 우리들 역시 민간 잠수사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도 더욱더 함께 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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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공공행정 기관 현업 노동자들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조명심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사법률국장
지난 9월부터 제가 속한 노동조합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8차에 걸쳐 ‘비정규 노동안전활동가 양성학교’를 진 행하였습니다. 저희 노동조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위탁 청 소용역업체, 학교 시설관리, 톨게이트 수납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처음 시작할 때는 환경미화원들이 주축이었는데, 근로조건이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습니다. 휴일 없 이 365일 내내 근무하고 명절에도 쉬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명절에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적은 피 켓을 들고 투쟁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인 작업 도구도 지급하지 않아서 자비로 장갑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 습니다. 노조 가입 후 교섭으로 피복비를 확보하면서 이런 사정은 나아졌지만 지금도 위탁업체는 피복을 제 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행업체의 대행료에는 피복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위탁업체 가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 노조에서 ‘환경미화원 씻을 권리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환경미화원의 사정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환경미화원은 씻을 곳이 제대로 없어 공중화장실에서 씻고 퇴근해야 했습니다. 냄새 때문에 대중교통도 이 용하지 못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작업하면서 공중화장실보다 더 많은 세균감염에 노출되어있습니다. 이 캠페 인 덕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도급사업주가 수급인에게 위생시설 설치 장소를 제공하거나 원청 위생시설을 이용하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도 환경미화원들에게 탈 의시설, 목욕시설, 세탁시설 및 건조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자치단체 현업 노동자들은 산업안전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산업안전위원회도 설치하지 않 고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몇 년 전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중요한 부분의 적용이 공공행정 분야에서 제외된다 는 것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공행정은 산업안전교육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이 아 니었습니다. 자치단체들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매우 무지해서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 56
습니다. 노조 내부에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출처_오늘보다
이번 활동가 교육을 받으면서 국립병원이나 우체국의 경우처럼 현업기관인 경우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부 행정해석도 같은 기관이라도 장소를 달리하여 성격 이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공행정기관도 일반행정 기관과 현업기관을 분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치단체 소속이라도 현업에 종사하 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 적용해야 합니다. 이제는 공공행정기관이라도 현업부서라면 산업안전 보건법 적용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볼까 합니다. 다만, 노동부 행정해석이 주로 장소를 달리하느냐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 같아 우려되기는 합니다. 자꾸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 다. 노조에서 노동안전은 다른 급한 요구로 인해 우선순위에 밀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산재가 발생하면 처리해 주는 것 이상은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이번 활동가 교육을 받으면서 현재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었습니 다.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뭘 내버려 두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치단체 소속 노 동자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작업환경측정이 가능한데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외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 다 노동조합 차원의 노동안전 전담 부서를 만들고 담당자를 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당연하게 필요성을 느 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추진할지 실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자치단체 현업 노동자들에게 산재가 얼 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활동가 교육으로 간부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산재 보상 문제로만 접근했었는데, 이제는 노동안전 문제에 나름의 입장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무얼 해야 하는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은 산재 보상에서 산재 예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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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있었습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엔 무려 100만 명의 노동자 민중이 함께 모여 박근혜 즉각 퇴 진/하야를 외쳤습니다. 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정권의 피 해자 흉내 내는 재벌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었는데요. 반올림 역시 이날 직업병 피해자는 500만 원 주면서 미르, K스포츠 재단엔 약 200억 원의 기금을 출현하고, 최순실이 설립한 독 일 법인에 35억을 송금한 삼성을 처벌하고, 이재용을 구속하 라고 외쳤습니다. 또한, 국민연금 6천억 원 손실을 보면서까 지 삼성 이재용의 3대 세습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었습니다. 박근 혜-최순실 게이트 최대 수혜자 삼성 이재용을 구속하라! 국정농단의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새 누리당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나라도 살고 보자며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기회주의적 인 모습에 분노한 수원 시민들이,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며 지난 11월 21일 긴급 오찬 회동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경기도 당 앞에 모인 수원시민들은 짜증 나는 시국에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결의를 다졌고, 만일 새누리당이 해체하지 않을 시 다 시 모일 것을 약속했습니다. 분노하는 수원시민들은 새누리 당이 해체되는 그 날까지 오찬 회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출처_전국집배노동조합 얼마 전 부산강서우체국장이 소속 집배원을 부산지방우정청 보 통징계위원회에 징계혐의자로 넘겨진 일이 있었습니다. 징계혐 의자로 회부된 이 집배원은 지난 10월 5일 민원인과 통화에서 1 년 전 등기를 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폭언을 들었야했습니다. 이 집배원은 민원인에게 폭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나, 멈추지 않아 그 과정에서 폭언으로 맞대응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넘어 갔습니다. 이후 집배원은 스트레스로 인해 잠도 못 자고, 부산 근 로자건강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1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화과정에서 1 년 전 일을 민원으로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위를 회부하는 것은 집배원 업무상 어려움과 감정노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 며 우정사업본부의 행태를 규탄했다. 전국의 노동안전보건단체 들 역시 지난 11월 29일 ‘감정노동자 보호가 시작된 지금, 시류에 역행하는 부산강서우체국장은 감정노동자 보호에 나서라’는 입 장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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