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4호 2016년 1월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절염은 나이 때문이라고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버스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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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무겁지만, 함께
2015년 연말에 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 기획한 책 제 목이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고, 온라인 서점의 주목도 받으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견디고’ 살고 있 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전망이 밝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청년’을 주제로 한 신문 특집 기사는 우울하기 이를 데 없는데, 노동개악
제 때 안 한다고 정부는 계속 호통 치고 있습니다. 역사 의 수호자라도 된 것처럼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다더니, 100억 원도 안 되는 돈에 역사를 팔아 치우고 박수쳐달
라고 하네요. 내년에 총선이 있다지만, 저들의 ‘진흙 밭 개싸움’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일터>에서는 연말연시에 보통 새해를 전망하는 특집
보다는, 한 해를 정리하는 특집을 내왔습니다. 이번에는
2015년을 돌아보는 기사 대신, 2016을 내다보는 기사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막막하더라도, 답답하더라도 우리
의 행동과 싸움은 계속될 테니까요. 정세를 전망하는 기
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과제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무기력과 복종을 강요하는 노동개악에 저항하 고, 기억과 연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우
리가 투쟁으로 얻어낸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를 제대로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해 현장을 바꾸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어느 당에서 내건
...(중략)...
간 문제를 가지고 연대를 조직할 것입니다. 부품으로 사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구호처럼 <과로와 빈곤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노동시 용되다 죽는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에 책임 을 묻고, 우리의 힘을 길러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시 하나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새해 무겁지만, 함께 시작합시다.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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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2016년 노동안전보건활동 의 주요 과제를 꼽아보았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행 동,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재구성, 노동자들 의 정신건강이라는 네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28
중대재해 낮추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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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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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제대로 해서 골병을 잡자!! 좋은 노동시간 만들기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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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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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노조파괴에 고교 현장실습생을 이용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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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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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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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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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활동 참고서
1 2 4 8
차례
지금 지역에서는
눈감고 아웅하는 학교와 교육청
보건관리대행 의사 강충원 인터뷰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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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반쪽짜리 편집자 윤정기 씨의 고군분투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만나다 22
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작업중지권, 다른 나라에서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의용군의 노래가
국가(國歌)가 되기까지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노동 인권 보호와 노동자 존중은 소중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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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최첨단을 달리는,
관절염은 나이 때문이라고요?
일터 다시 보기
한국 사회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54
이러쿵저러쿵
유신시대의 재림인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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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병원 야간근무 중 심장마비 사망, 업무상재해 인정해야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병원에서
분회는 그의 죽음이 업무상재해라는 입장이다. 박경득 분
을 요구했다.
하면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비흡연자로 특별한
격일 야간근무를 하다 숨진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
분회는 12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은 야간근무 중 사
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서울대병원은 재발방지 대 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배 모(사망 당시 37세)씨는
2004년 10월 서울대병원에 입사해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일했다. 2012년 3월부터는 고정 야간근무만을 담당했다. 격일로 오후 6시에 출근해 12시간 근무를 했다. 임상병리
사로서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등 검체를 검사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업무다.
고인은 2015년 2월 16일 여느 때와 같이 오후 6시에 출 근해 체액검사를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저녁 10시25분께 동료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응급실로 옮겨진 고인
은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다음날 오후 4시께 결국 사망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원인을 '급성심장사'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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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격일 12시간 근무를 했고 때로는 연장근무까지 위험인자를 가지지 않았던 고인은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 에 의한 업무상질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인이 사망 3개월 전 실시한 특수건강검진 결과 혈압수 치가 정상이었고, 그 밖의 건강상 위험요인도 발견되지 않
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간근 무는 주간근무에 비해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
시키고 고인은 환자 생명과 직결된 진단검사업무를 맡아 상당한 정신적 긴장을 받아 왔다”며 “근로복지공단은 고
인의 죽음을 업무상재해로 승인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병원 내 근무 중 사망한 최초의 사건에 대해 업무연관성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아버지 등 유가족도 참석했다. 고인은 슬하에 7살, 5살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다.
김해 ‘크레인 사고 2명 사망’ 공사장 특별근로감독
12월 3일 오후 2시 46분께 김해 율하동 장유복합문화센
앞서 지난 10월 3일 오전 9시 49분께 김해시 무계동 한
워 크레인이 넘어졌다. 넘어진 크레인은 공연장 무대 철골
자 2명이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
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높이 52m, 무게 100t급 이동식 타 구조물(높이 28m)과 공연장 기계실을 덮치면서 당시 현
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크레인에 깔려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목격자인 공사 관계자 A씨는 공
연장 무대 철골 구조물이 넘어지면서 구조물 윗부분과 벨 트로 연결돼 있는 크레인이 연달아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자세한 사 고 경위를 조사 중인 한편 공사현장에서 안전 지침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도 파악 중이다.
또한 양산노동청은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위해 12월 7일 부터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7명을 투입해
공사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을 하고, 이후 안전보건 진단명
령도 내릴 계획이다. 사고조사와 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보 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를 포함한 공사 관계자
를 엄중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사고와 유사한 작업이 있는 김해지역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지도·점검
을 벌여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작업중지 명령 등을 내릴 방침이다.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로 근로
했다. 당시 출동한 119구조대는 인부 2명을 태운 리프트 가 4층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해지역은 지역조합아파트 분양과열로 신축 중이거나 조합인허가를 준비 중인 업체가 18곳에 이른다. 여기에다 급격한 인구유입으로 인한 관급공사(복지시설 등)도 증가
하고 있다. 이들 두고 일각에선 안전사고 대책도 함께 마
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아파트 시 공사들이 시행사나 지역주택조합과 체결하는 공사기간
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계약서에 명기된 공 사기간을 어길 시 시공사가 입주자와 시행사 측에 지급해
야 할 지체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
는 “사고는 자연재해 등 환경적 요인도 있겠지만 문제는 갑과 을의 계약서가 대형사고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지체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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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안전불감증 심각… 르노삼성ㆍ삼성물산 등 대기업도 산재 다수
2014년 르노삼성ㆍ삼성물산ㆍ현대건설ㆍ대우건설 등 대기
사망사고가 2명 이상인 사업장은 19곳이었다. 현대삼호
풍생, 한수실업 등 10곳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이 5%를 넘
(하청: 정원인코트), 태영특수금속, SK건설(하청: 삼정),
업이 대거 산재다발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유성기업, 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가 많았던 사업장에는 현 대삼호중공업, 세아베스틸, SK건설의 하청업체 등이 꼽
혔다. 동부제철, 일진전기 반월공장, 호성건설 등 45곳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산업재해율이 높거나 사망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사업장 등 총 275곳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공표한다고 15일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 면 산업재해율이 높은 사업장은 204곳으로 집계됐다. 업 종별로는 건설업(89곳, 43.6%)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
로는 제조업(64곳, 31.4%), 기타 산업(31곳, 15.2%) 등의 순이었다.
2013년 기준 전체 산업의 평균 재해율인 0.53%를 10배 이상 초과한 사업장은 10여 곳이었다. 재해율 10% 이상
인 사업장은 유성기업(15.53%)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율이 5~10%인 사업장은 풍생, 한수실업, 한국내화, 상지건설, 서희건설, 동원금속 아산공장 등 9곳이다.
중공업(하청: 일주기업, 대국ENG, 주영산업), 세아베스틸 영창토건 등 5곳에서는 사망자 3명이 발생했다. 산업재해 로 2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업장은 성광상사 삼원페인트, 대명산전, 흥창케미칼, 극동건설 등 14곳이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은 45곳에 달했다. 동부제철이
17회로 가장 많았으며, 일진전기 반월공장(13회), 호성건 설(10회) 등도 10회 이상 위반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
렸다. 또 위험물질 누출, 화재·폭발 등 중대산업사고가 발
생한 사업장은 LG화학 ABS/EP공장(하청:국토건설) 등 7 곳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명단이 밝혀진 사업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2년간 기업은 물론 임원들까지 정부 포상을 제한 하고 내년도 산업안전보건 감독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 다. 안경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산재가 동종 업종의 다른 사업장에 비해 많이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나
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감독, 작업중지 등 강력한 제재
가 불가피하다”며 “이번 공표를 통해 사업주들이 더욱 경 각심을 갖고 산재예방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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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30대 노동자 또 사망, 발병 원인 조사 촉구
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부는 박 씨 사망 원인에 대한 업무 연관성 조사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역학조사
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국타이어에서 노 동자들이 계속 숨지는데도 현재까지 제대로 된 역학조사
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혈액암을 앓다
가 숨졌다. 12월 16일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이날 오
전 3시40분께 박 모(38)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 의 화물차용 타이어 생산라인(LTR Sub) 가류(성형) 공정
에서 14년간 근무해온 박 씨는 지난 10월 혈액암 진단을
받고 11월부터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박씨가 발암 물질에 노출돼 혈 액암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가류 공정은 고무로 만들어진 타이어 형태인 그린케이
스를 압력과 고열로 쪄 타이어를 만드는 공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
에 대한 업무 연관성 등 실태를 조사하고 작업환경 개선 대책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2007~2008년 암·심장질환으로
노동자 8명이 숨져 당시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했으
며 1,394건의 위법 사안이 적발됐다. 한국타이어 유기용 제 의문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2008년 국회 법제사법위원
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1996~2007년 사이 한국타이어에 서 각종 암과 심장질환으로 40여명 등 모두 93명의 노동
자가 숨졌다고 공개했다. 게다가 지난 10월에는 한국타이 어가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당 노동자에 대해 통보
없이 근무지를 바꾸고 인사 고과를 나쁘게 줘 호봉을 깎 는 등의 방법으로 산재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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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노조파괴에 고교 현장실습생을 이용한 회사, 눈감고 아웅하는 학교와 교육청 푸들리 상임활동가
부산 기장군에 있는 독일기업인 말레베어공조(주)
화고등학교 3곳에 현장실습생을 의뢰하였고, 9월에
는 임금삭감과 회사의 전근대적인 현장노무관리에
10명, 10월 5명의 현장실습생을 받았다. 그리고 10
맞서 2015년 5월 26일 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단
월에 7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여 파업에 참가하는
체교섭을 통하여 ▲임금인상 ▲상여금 원상회복 ▲
조합원의 작업공정에 현장실습생과 신규채용인력
금속노조 인정 ▲기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여
을 투입하거나, 조합원의 작업공정에 투입된 비조합
러 차례 교섭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실체도
원의 빈자리에 투입하여 파업으로 인한 생산물량에
없는 기업노조를 설립(7월 말 2명의 발기인으로 행
전혀 문제가 없게끔 대체근로를 시켰다. 이에 노조
정관청에 신고)하고 단체교섭에서도 회사 안을 제
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위반으로
출하지 않는 등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여 결국 노
노동부에 진정하여 현재 계류 중이다.
조는 10월 8일부터 다양한 파업전술(전면, 부분, 순환파업 등)을 진행 중이다.
노조인정, 성실교섭은커녕
갈수록 가관, 현장실습표준협약 및
근로기준법 위반, 기업노조 가입 강요
현장실습생과 신규인력을 대체근로로 이용??
현재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현장실습생을 사업체에
단체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시기인 8월 26일
가 없는 사업장인지 확인한 후에 실습생을 파견하
회사는 오히려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특성
며, 파견 전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작성(만 1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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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할 경우 학교에서 미리 현장방문을 하여 문제
이상의 경우 근로계약서도 함께 작성)하도록 되어있
실습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학교와
다. 하지만 어떠한 협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현장
교육청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할망정
실습을 했고, 심지어 이러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하
노사분쟁이 있는 현장에 실습생을 파견하고 그것도
여 학교와 사측이 12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서명을
모자라 회사의 노조파괴행위에 이용당하는 실습생
받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현장실습생은 하
을 그대로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12월 9
루 8시간만 작업을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고정 잔
일 지역의 많은 노동단체와 노동조합이 부산교육청
업(17:30~19:30)에 투입되어 일을 해왔으며 한 실
앞에서 ‘말레베어공조(주) 고교실습생 노동인권 유
습생은 고정 잔업을 제외한 특근도 20시간이나 한
린, 불법 대체근로 이용, 현장실습 규정위반에 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것도 모자라 11월 18일에는
부산교육청과 해당 학교 책임자 감사실시 및 엄중
회사의 현장관리자가 실습생들을 데리고 나가 회식
문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기자회견
을 시키면서 기업노조에 가입을 강요하는 등 노골적
이후 다행히 현장실습생은 학교로 복귀하였지만 이
인 노조파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학교와 부산교육청에서는
무책임한 현장실습, 학교와 교육청을 규탄한다!
책임자 감사실시나 엄중 문책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말레베어공조(주) 사업장의 문제 또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실습생을 사업체에 파견할 때 적정한 업체를 선 정하고, 파견 이후에도 사업장 점검을 통하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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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도움 받을 보건관리자가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보건관리대행 의사 강충원 인터뷰
선전위원회
원래는 회사에서 전담자가 맡아서 행해야 할 보건
곳도 많았다. S 전자 서비스 노동자, 자동차 회사
관리 업무를 전문 업체에서 대신해주는 것이 보건
의 정비 사업소,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 노조가 있었
관리대행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중소규모 사업장
다. 그런데도 대부분 노동조합은 보건관리대행까지
에서 보건관리를 사실상 대행기관이 전담하고 있는
신경 쓰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노동조합 활동
셈이다. 노동조합에서 보건관리대행을 노동안전보
가들은 너무 바쁘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한다고
건활동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주변에 물어봤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서 혈압 재는 것’
지만, 대답이 부정적이었다. 결국, 보건관리대행 업
정도로 생각하며, 대행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무를 해 온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강충원 후원회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서 혈압 재는 것’이 전부인 대
보건관리대행을 해본 곳 중에서 노동조합이 있는
용해야 할까?
경우도 있었나?
행도 많다. 노동자들이 대행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
제일 먼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보건관리자가 있
경기 북부 지역에서 했던 제조업 사업장은 없는 경
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가 대부분이긴 했다. 서울 지역에서는 서비스 노
사실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자는 산안위에서
동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도 회사 측 참가자로 돼 있고, 기본적으로 업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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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자에게 조언하는 역할이다. 그렇다보니 노 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보건대행을 오는 의사나 간호 사 모두 사측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노동자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대행 제도를 가장 잘 활 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
의 관심과 견제가 없으면, 대행업체의 가장 중요한
간호사, 산업위생기사, 의사가 방문하게 돼 있는데
역할이 사업장마다 노동부 심사에 대비한 서류 챙
그중 특히 의사의 경우 교육에 잘 활용하는 것이 가
겨주는 것에 머물기도 한다.
장 기본일 것 같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3개월 혹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참여해야 대행기관이나 대행
은 6개월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의사의 역할을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
꾸준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다. 하지
다. 대행기관을 자기편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회
만 다른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내용, 우리 회사
사 담당자 중에는 현장 한 번 못 가보게 하는 경우
질병 상태, 산업 재해와 직업병, 우리 회사의 유해
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다르게 생각했으면 좋
환경 등 알아야 할 내용이 얼마나 많은가. 배우고
겠다. 궁금하면 간호사나 위생기사, 의사를 직접 데
알아야, 그다음에 요구할 것도 질문거리도 생긴다.
리고 가서 ‘이 물질 봐 달라, 이게 궁금하다’ 보여
일부 사업장에서는 조합원 교육에 배치하기도 하
주고 물어보고, 대책도 논의하는 대상으로 활용해
고, 신입사원 교육 때 대행이 있으니 활용하라는 얘
달라는 것이다. 직업병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정말
기를 교육한 적도 있다. 상당히 질 관리가 되는 전
산재인지 상담할 수도 있다.
문 인력들이니, 회사 담당자나 관리자가 하는 교육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등도 대행기관이 간단히 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보다 훨씬 질 좋은 교육을 요구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보건관리대행이 있다는 것,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을 노동자들이 알게 되는 것이 기 본이 되는 것 같다.
보건관리를 대행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근골격계유
다른 하나는 불만이나 걱정을 자꾸 표현하는 통로
해요인조사나 직무스트레스 평가도 맡아서 진행한
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개별
다. 이런 경우 노동자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으
노동자들이 회사와 협상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운
니, 평가를 위한 평가로 끝나고 만다. 노동자에게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대행 의사나 간호사와의 상
결과도 설명하지 않고, 개선으로도 이어지지도 않
담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이 내용이 기록에 남고, 회
는다. 2016년이 유해요인조사가 많은 해인데, 잘
사에 전달되기도 한다. 실제 변화가 있던 작은 사례
활용하면 좋겠다. 증상 설문지에서 유소견자는 대
로, 노동자들 불만을 바탕으로 휴게실 환경을 개선
행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게 하고, 이 중 필요한
하도록 회사에 요구하거나, 손가락을 많이 쓰는 사
경우 추가 치료나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업체에서 증상 완화를 위한 물리치료 기기를 비치
작업 환경 개선과 관련한 교육이나 토론을 할 수 있
하도록 한 적도 있다. 이런 게 다 제도를 활용하는
다면, 보건관리 대행 내에서 유해요인 조사의 의의
방식이 될 것이다.
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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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기 보건 관리 대행제도
선전위원회
* 이번 노동안전보건참고서는 강충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도움 주셨습니다.
보건관리대행을 하는 사업장의 노동조합 활동가들 조차 보건관리대행 제도가 무엇인지, 누가 언제 방 문해서, 무엇을 하고 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안전보건관리책임
이걸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관리자들만 주
자를 두고 산재 예방, 안전보건교육, 작업환경 점검
로 보는 게시판에 하루 이틀 전에 공지하거나, 건강
및 개선 등 안전․ 보건 관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
검진 유소견자만 몇 명 따로 불러내지 않도록 한다.
다. 그리고 이 중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을 도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교대조에 따라 적절한
울 수 있도록 간호사, 의사, 산업위생기사 등 전문
방문 시기나 일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사전에 충분
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보건관리자를 두어
히 공지하면, 의료인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야 한다. 대부분 업종에서 50인 이상 사업장은 보
의문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미리 계획
건관리자를 1명 이상 두어야 하는데, 이 중 300인
해서 사업장 순회와 노동자, 노동조합 면담을 하거
미만 사업장은 이 업무를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
나, 안전보건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보건관리대행이라 한다.
이 모든 일을 기획할 수 있으려면, 일단 누가, 언제
중소규모 사업장의 보건 관리를 대부분 책임지고
와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있는 보건관리대행을 안타깝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제부터라도 노동자 건강을 관 리하기 위한 파트너로 만들어보자.
누가, 언제 와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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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관리자 역할을 요구하자 보건관리대행은 보건관리자 역할을 대신 하는 전문 가들이다. 보건관리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참여, 보호구 구입, 물질안전보건자료,
위험성 평가나 보건교육, 설비 점검과 개선, 사업장
대행기관이 하는 평가 사업이 있다면 결과를 노동
순회, 산재 통계 및 예방 등 사업장의 모든 보건 관
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사후 조치에
련 문제에 대한 조언과 지도이다. 이 역할을 할 수
대해서 협의한다. 건강 상담도 담당자와 친한 사람
있도록 노동조합이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나 노동조
들이 억지로 받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 결과 설명
합이 불만이 있는 안전∙보건 사안을 대행 전문가들
등의 의미 있는 자리로 활용한다.
이 알게 하고, 이에 대한 조언과 지도를 요구해야 한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활동의
다. 보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무 안전보건교
동기가 생긴다. 대행업체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행
육 운영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 중 최소한 몇 차
제도에서 그런 의미를 찾기 어려워서 더 그럴 수 있
례는 대행 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다. 이들 활동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노동자
이런 기본 사업과 역할 외에도 사업장 주치의, 근골
건강관리나 작업 환경 개선의 파트너로 대할 때 노
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와 예방 관리, 뇌·심혈
동자/노동조합 편이 될 수 있다.
관계 질환 발병위험도 평가, 직무스트레스 평가, 청 력보존 프로그램 등 우리 사업장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요청하거나, 함께 기획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편으로 만들자
노동자의 권리인 일차 의료의 하나다 의료인 자체를 만나기 힘든 곳도 많다. 교대제 때 문에 병원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고, 외지로 떨어진 사업장의 경우 근처에 병·의원이 없기도 하다. 이주 노동자의 경우 언어나 문화, 법적 지위 등 다양한
대행기관은 사업주나 노동자의 편이기에 앞서, ‘하
문제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던 대로’ 하는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주나 노
런 곳에서는 말 그대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동조합이 요구하지 않으면 대행기관은 먼저 변하지
제도라고 생각하고 활용하면 좋겠다. 물론, 현재 체
않는다. 요구가 있어야 노동자들을 충족시킨다. 그
계에서는 대행 의사에게 처방권한은 없지만, 문진
런데 노동조합이 신경을 안 쓰거나 못 쓰는 경우가
과 신체 검진은 할 수 있고, 필요한 추가 검사나 치
많다. 그러는 사이에 위험성 평가나 근골격계 유해
료를 알려줄 수 있다. 꼭 필요한 일반의약품은 사
요인조사, 작업환경측정 등을 대행업체에서 노동자
용할 수 있으니, 필요한 곳은 상비약을 챙길 수 있
참여 없이, 현장에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하거나
도록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의무실 찾아가듯이
회사 측에 유리하게 진행했을 수 있다.
대행 전문가와의 상담을 활용하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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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반쪽짜리 편집자 윤정기 씨의 고군분투기
부당전보와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윤정기 조합원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회
이번에 <일터>가 만난 윤정기 씨는 2014년 5월 평소
고 강병철 사장이 저를 포함해서 적극적으로 반대
좋아하는 인문학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직원 3명을 부르더라고요.”
출판인의 길을 선택한 편집자다. 그런데 윤정기 씨 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 이유는 2014년 9 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입사원이 의견을 피력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 을 것 같은데요.
성추행 방지 위해 CCTV 설치?
“신입사원으로서도 참고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많
“CCTV 얘기를 처음 언급한건 전자책(e-book)팀에
미로 설치하려고 했는데 너희가 반대하니 달지 않
있던 김 차장님이었어요.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하
겠다’라더니, 대신 본인 책상을 저희가 일하는 (편
는데 보안 문제와 함께 당시 쌤앤파커스 출판사에
집부) 사무실로 옮겨서 일을 잘하는지 지켜보겠다
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CCTV를 설치하
고 했어요. 어이가 없었죠. 어쨌든 결국엔 CCTV
자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더라고요. 대부분 직
설치도, 사장의 책상 이동도 중단됐어요.”
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면담에서 사장은 ‘좋은 의
원들은 반대했죠. 저도 직원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으니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꼭 거쳐야 한다고 의
CCTV 사건이 이렇게 넘어가는 듯했지만 윤정기 씨
견을 말했죠.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는 교정만 하는 반쪽짜리 편집자가 되어야만 했다.
CCTV를 설치하겠다는 공지를 띄운 거예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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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기획회의를 했는데 사장이 제 기획안에 대해
화면을 캡처하고 그동안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만했
서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같은 기획을 발표해도 제
던 증거들을 모았다.
가 하면 통과를 안 시켜주더라고요. 12월부터는 교 정교열팀에 배정돼서 정상적인 편집 업무는 못 하고 교정교열만 했어요. 처음 입사했을 때보다 권한도 줄고 업무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그리고 결국 올해 3월 일이 터진 거군요.
파주 생활은 순탄했나요? “처음에 갈 때는 재고관리 업무만 할 거라고 했는 데, 현장에 가보니 재고 파악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아는 분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저는 박스 포장하고 책 배송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일도 일이지만 출퇴
“네. 올해 3월에 조직개편이 있었어요. 이때 정은영
근이 가장 힘들었어요. 집이 일산이라 파주까지 그
편집주간이 저를 부르더니 각 팀장들이 저를 까칠
나마 가깝기는 했는데, 일하는 곳이 대중교통으로
하고 비판적인 직원으로 생각해서 아무도 팀원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파주 롯데아웃렛에서 자전거로
받으려 하지 않으니 권고사직을 하는 게 어떻겠냐
20분씩 이동해야 했어요. 게다가 지각하면 시말서
고 묻더라고요. 저는 말도 안 되는 이유라며 거부했
를 써야 했거든요. 잠자는 시간 쪼개서 회사와 법적
죠. 편집주간도 일단 알겠다고 다시 얘기해보자고
인 싸움도 준비해야 하고 출퇴근도 해야 하니까 그
했는데 다음 날 바로 파주에 있는 물류창고로 인사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발령이 나더라고요.”
윤정기 씨는 처음 권고사직 얘기를 듣고, 이를 거부 했을 때 다른 게 돌아오겠다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본격적인 싸움을 결심하면서
노동조합과 언론사 문을 두드리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 날 물류창고로
“부당전보 공지가 있던 날, 저와 2월까지 같이 일하
부당전보를 당한 이후 싸워야겠다고 결심한 윤정기
다 퇴사한 선배 A와 어떻게 할지 상의했어요. 결국
씨는 회사 짐을 정리하면서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
언론사와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에 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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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포함해서 그동안 자음과모음에서 있었던 문제를
고요. 이튿날엔 손배소 고소장을 받았어요. 회사
제보하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출판지부 부지부
와 책을 내려고 했던 저자들이 저의 사건으로 작업
장과 면담하면서 노동조합에도 가입했죠.”
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손 배 소송을 제기한 거죠. 그때는 정말 화가 많이 나
제보 이후 한겨레,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지를 통해
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에 피해를 주는 건
자음과모음의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자음과
피해야겠다, 하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악의적으로
모음은 제보자들과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
구니까 이젠 정말 확실히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표한 출판지부와 윤정기/퇴사자 A씨를 상대로 형사
들었어요.”
고소하고, 한국일보를 상대로는 언론중재위 신청으 로 맞대응했다. 뿐만 아니라 자음과모음에서 책을 출판한 저자들에게 윤정기 씨가 평소 행실이 바르 지 않은 직원이었다는 인신공격성 메일을 보내며 기
다행히 지금 현재는 회사가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고 들었습니다.
사의 본질을 흐리는데 애썼다. 각종 소송에도 위축
“최근 정은영 편집주간이 (주)자음과모음의 새 대표
되지 않고 싸움으로 이어간 윤정기 씨는 2015년 7
이사로 선출됐어요. 사옥도 새로운 건물로 이사하
월 말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는
고요. 그러면서 모든 소송(형사, 민사)을 취하하고
윤정기 씨에게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
언론에 이 사실을 흘리면서 사태를 마무리 짓는 분
는 폭탄을 던졌다.
위기를 만들더라고요. 출판지부와 출판노동자들이 계속 피케팅하고 집회도 하고 사태가 커지니까 회사
“복귀는 했지만 업무는 여전히 교정교열이었어요.
가 정리를 한 거죠. 출판사와 관계 맺고 있는 저자
강병철 사장과 정은영 편집주간은 사과 한 마디 없
들, 일부 출판관계자들이 중재하려고 노력했던 것
이 그저 분란 일으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 한몫했고요.”
제가 분란이 뭐냐, 하고 물어봤죠. 사무실 분위기 가 험악해지자 편집주간이 저보고 나가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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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
“소송을 취하하긴 했지만 노동조합에서 줄곧 교섭
갑자기 제가 (주)자음과모음이 아니라 더이룸출판
을 요구했어요. 요구안은 강병철 사장과 정은영 현
사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형식적 소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속이 그럴 뿐이지 저는 지금껏 자음과모음이라는
는 거예요. 교섭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사장
출판사에서 일한 겁니다. 다만 월급을 더이룸출판
이 제게 개별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
사(구 이룸) 명의로 받았는데, 이 때문에 회사에서
니라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점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거죠. 지노위에서도 제가 자음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발 방지 대책은 회사에
모음이라는 하나의 출판사 직원이기 때문에 (부당
조합원이 저밖에 없다보니 단체협약은 어렵더라도
전직이 아닌) 부당전보를 인정한 건데 말이에요.”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다 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제하려고 해요.
강병철 사장과 정은영 편집주간은 그간 주요 일간지
다행히도 회사가 줄곧 교섭을 거부해오다 최근 처음
와 인터뷰를 통해, 윤정기 씨의 계열사 근로계약서
으로 교섭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어요. 지금
작성 문제는 2014년 11월 노동부에서 감사가 나왔
은 교섭 날짜와 시간 등을 조율하고 있고, 2016년
을 때 경영지원팀에서 형식적으로 계열사 근로계약
1월 첫 교섭이 열릴 것 같아요.”
서를 제출한 실수였고 이것으로 인해 불이익은 전혀
현재 회사에서 윤정기 씨가 (주)자음과모음이 직원
없다고 말해왔다.
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대체 무슨 상황
지난 1년,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는데 그럼에도 포
“소속 문제는 복잡하지만, 본질적인 발단은 입사 당
“출판지부 조합원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못 했을
시 소속을 근로자인 제게 통보도 없이 마음대로 계
거예요. 아내도 워낙 힘든 상황인걸 아니까 많이 이
열사로 정했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근로계약서를
해해줬고요. 또 저보다 훨씬 힘들게 노동하고, 싸우
작성하지 않았으니 저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죠. 저
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분들이 저를
는 현재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계열사인 ‘더이룸출
지지해주고 함께 연대해주셨던 게 가장 큰 동력이
판사(구 이룸)’ 소속 직원으로 되어 있어요(현재 대
되었던 것 같아요.”
인가요?
기하지 않았네요.
부분의 직원들은 (주)자음과모음 소속). 최근에 대 표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제 법적 사용자는 여전
윤정기 씨는 이번 싸움이 좋은 선례로 남아서 출판
히 강병철 사장입니다. 더이룸출판사에는 4명의 노
노동자들이 다시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된
동자가 소속되어 있지만 하는 일은 물류, 교정 등
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각각이에요. 업무에 의한 소속의 구분이 전혀 아
2016년엔 반드시 승리해서 ‘책’ 만큼이나 ‘책을 만
니라는 거죠. 단순히 5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기준
드는 노동자’들의 가치가 존중받고, 반쪽짜리 편집자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니까 이점을 회사가 노리고
가 아니라 인문학 편집자 윤정기 씨의 책을 읽고 많
있는 겁니다. 최근 교섭에 응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은 독자들이 감동을 받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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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최첨단을 달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만나다 10년 내공 프로그래머 재호씨(가명)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IT 노동자들의 혹독한 장시간 노동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휴일과 밤낮없이, 사무실과 집의 분간 없이 일하는 IT산업 프로그래머들의 일상은 이제 웹툰 소재가 될 정도다. ‘게임회사 여 직원들’이라는 웹툰에서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게임기획자, 그래픽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IT 노동자들의 직장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이 왜 그렇게 일하는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장 동향과 이에 맞춰 정해지는 제품 마감일, 빠듯한 예산 등이 IT 노동자들의 업무와 일상을 어떻게 조직하는지 말이다. 이렇듯, 최근 나오는 여러 자료나 증언을 통해 실제 그들의 노동조건을 들여다보면, 현대사 회 최첨단 직종인 IT산업 종사자의 노동도 하루에 10~12시간 방직기를 돌리던 19세기의 노 동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휴대전화에서부터 각종 생활 기기, 업무용 서비스, 유흥(오락게임) 등 어디서나 사용되는 각종 IT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들을 만드는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스마트한 TV를 만드는 프로그래머 윤재호(가명) 씨는 10년 경력의 프로그래머이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그래머라 는 말이 듣기에 많이 익숙해졌고 더는 생소한 직업군이 아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 면서 남녀노소 거의 모든 이가 IT기계와 그 속의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하 면서도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재호 씨 노동의 과정 을 이해하기란, 일반인(아니 컴맹)으로서 참 어려운 일이었다. 까만 모니터 화면에 쓰이는, 영어는 영어인데 영 뜻을 알기 어려운 암호 같은 알파벳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게임캐릭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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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뭐든지 검색하면 나오는 포털사이트도 되고 그러는지 영 알 수가 없다.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일을 한 단어로 말하면, ‘실체화’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이 진법으로 명령들을 수치화하고 그것을 잘 계산해서 실물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지요. 그게 참 매력적인 거죠. 일련의 명령어 조합들을 잘 만들고 구조화해서, 보이고 듣고 사용할 수 있는 어떤 실체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일의 장점이지요. 일의 결과물을 바로바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취감도 굉장히 크고요.”
재호 씨는 케이블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로 업계에 처음 진입했고, 이후 중소업체에서 게임개발자로 일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몇 년씩 경력을 쌓았고, 그러다가 지금은 모 대기업 스마트TV를 만드는 쪽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 TV에는 여러 기능이 탑재되어 있잖아요. 각종 방영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볼 수도 있고, 스마트폰처럼 검색도 되고, 그리고 유튜브나 게임도 즐길 수 있고요. 저희는 이 스마 트TV에서 여러 게임이 구동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는 부서에요. 사실 TV의 기능이 시청에 집중되어 있어 수요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에 요. 집에서 TV 보실 때 게임해보신 적 있으세요? 리모컨 누르다보면 제일 하단부 쪽에 게임 메뉴가 있긴 한데…….”
실제 게임을 개발해서 텔레비전 안에 탑재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도 있으나, 재호 씨의 일은 그것과는 다르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깔 수 있도록 게임에 특화된 오디오, 비디오, 입력, 요 금 부과 관련한 기능을 개발하는 곳이다.
“오디오, 비디오 등 기능이 텔레비전에 이미 다 있어야 하는 기능인 것은 맞아요. 근데, ‘게 임’을 위해서는 좀 더 특별한, 혹은 특화된 기능이 있어야 해요. 유저(이용자)가 게임에 잘 몰입할 수 있으려면 일단 소리나 동작을 처리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야 해요. 그리고 게 임을 할 때에는 리모컨이나 조이스틱 같은 것을 사용하잖아요. 이런 기계들이 주는 명령대 로 게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입력/처리 기능 프로그램도 필요하죠.”
이 시기에 바쁘면 그것도 큰일 야근이 많다는 IT 노동자인데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만날 수 있었던 재호 씨. 대기 업이라 그런지 야근/장시간 노동은 하청 중소업체만큼 심하지 않으신 거 같다고 질문했더니 “솔직히 요즘(연말)에 바쁘면 그건 큰일 난 거예요”라고 답했다. 회사 근무시간은 아침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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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에서 5시 퇴근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전자제품 제조업 분야와 맞닿아 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제품 개발/생산 시기에 따라 재호 씨의 업무시간이 달라진다고 했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TV는 내년에 출시할 제품을 올해 내내 개발하고 테스팅 하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한 5월부터 8월까지는 집중적으로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 하는 시기이고, 그때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밤 10~11시 퇴근이 기본이고 관리자급 들은 휴가 못 쓰고 출근하고 그럴 때가 많지요. 심지어 부장님들은 공식적으로는 휴가처리 되 어 있는 기간인데 나와서 일하시고 그런 경우도 종종 봤어요. 회사에서 휴가는 소진하라고 계 속 공지하는데, 일은 일대로 남아있고 본인이 책임자이니 휴가를 사실상 반납하시는 거죠.”
개발에 집중하는 시기가 지나고, 11~12월은 조금 한가해진다. 개발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테스트 하면서 오류수정하고, 보통 다음 연도 2~3월까지는 막바지 테스트를 하면서 제품 개발을 완료해 나가는, 그런 흐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는 정시퇴근할 수도 있지만, 또다시 새 제품 개발이 들어가는 시기에 돌입하면 높은 업무 강도와 장시간노 동 때문에, 일 외에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재호 씨는 답했다.
“저는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하고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이를테면 동호회 활동 같은 것도 좋아해서 예전에는 꾸준히 다녔는데, 지금 회사로 옮기고 나서는 이전과 다른 분 야 개발이기도 하고 대기업 일과 분위기에 적응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최근 몇 년은 개인 시 간 갖기가 거의 힘들었던 것 같아요”
10년 동안 IT 개발자로 계속 일했던 그는 또한, 몸의 변화도 느낀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운 동하는 것을 좋아해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운동을 위한 여가 시간을 마련하는 그이 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다.
“잔병치레가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인데도 확실히 느껴요. 예전보다 감기도 잘 걸리고 말이지요. 왜 몇 년 전부터 산재인정을 위해 싸우고 계신 IT 노동자 한 분 계시잖아요. 언론이나 국회토론회 같은 데에도 자주 나오시는 분인데, 아마 농협인가에 보 안프로그램 개발자였을 거예요. 원래 보안프로그램 개발 쪽이 좀 빡세거든요. 그분이 그래 서 거의 초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폐렴이 걸렸는데 면역력이 워낙 약해진 상태라 약이 잘 안 들고 증세가 심해져 결국 폐 절제까지 하신 분이에요. 그런 얘기 들으면 이젠 정말 남 얘기 같지 않고. 그렇죠, 뭐.”
10년 후, 20년 후에도 개발자이고 싶은데... 22
10년 간 프로그래머로서 한 우물을 계속 파면서, 이제는 큰 기업에서 경력자로서 일 을 하고 있는 재호 씨이지만, 요즘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언제까지 프 로그래머를 할 수 있을지, 개발자로서 나의 전문 분야 혹은 주특기는 무엇으로 삼을 수 있을지 등등 여러 고민과 구상을 하고 있다.
“게임이 아주 좋아서 게임 쪽 프로그래머를 한다거나, 보안 프로그램 개발에 자신이 있다거나, 이런 식으로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자기 분야를 확실히 하고 싶은데 저는 아직 그런 게 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전에 TV 셋톱박스 경력과 게임개발 경력 의 토대를 기반으로 지금은 그 두 가지가 통합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TV 게 임 프로그램 쪽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걸 제 특기(? )로 삼기에는 좀 그래요. 가뜩 이나 TV를 포함한 한국 전자산업이 점점 하향세를 그리고 있어 저희 부서같이 TV 의 핵심기능(시청)을 다루지 않는 곳의 전망은 더 나쁜 것도 있고요.”
늘 다채롭게 변화하는 IT산업의 추세와 기술도 습득하고, 앞으로 개발자로서의 전 망을 찾기 위해, 그는 주말에도 알뜰히 시간을 사용한다. 앞으로 유망한 분야인 자 동주행(무인주행)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기술 쪽에도 관심이 많아 틈틈이 책도 보 고 연습도 한다고 했다.
“솔직히 가족에게는 많이 미안해요.지금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이후에 더 여가를 위한 시 간도 없어졌는데 거기에 주말에도 업무 관련한 공부 한다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없어지 는 거 같아서 말이지요. 하지만 저희 쪽은 이렇게 꾸준히 공부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재호 씨는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40 대 중반을 넘어서는 개발자는 거의 없는데, 이는 아래로부터 젊은 인력들이 많이 공 급되고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경력이 많이 쌓인 개발자의 경우 기획/관리자로 IT 산업의 피라미드 위쪽으로 이동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개발자 일을 하지 못하고 완전 히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호 씨는 기획/관리자의 일을 하는 것보다 현재처럼 개발자로서의 노동을 좀 더 깊게,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하고 싶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한국 개발자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미국처럼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도 잘 해주 고, 경력도 인정받고, 그리고 일 외에 다른 여가도 조금 더 보장받고 그랬으면 좋겠어 요. 그래서 저 역시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개발자로서 일하면서 먹고 살고 싶어요.”
23
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이이령 회원,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시민의 발인 버스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사
적인 공공 영역이다. 버스 운전은 승객의 안전한 이
회건강연구소, 가톨릭대학교는 올해 3개 지역(서울
동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4개 업종(시내, 시
집중력이 필요한 노동이다. 따라서 장시간 운전이
외, 광역, 고속)의 버스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연
나, 연속 운전은 버스 운전노동자의 피로감과 집중
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버스 운전의
력 저하를 유발하여 사고의 위험을 높여 시민의 안
지역과 업종에 따라 노동시간 및 운전시간, 노동조
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버스
건의 차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피로
운전의 하루 최대 노동시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도, 건강영향을 다양한 생체지표를 활용해 평가하
제한함으로써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승객의 안전을
고, 면접을 하여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였
도모하고 있다.
다. 나아가 버스 운전노동자의 적정 근무시간 및 운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고, 심지어 노동시
전노동시간을 제안함으로써,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간의 특례규정을 지정해 운수업은 주당 노동시간을 지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키지 않아도 되는 업종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 결
① 설문조사 : 서울 시내, 경기 시내, 경기 광역, 시외,
과 우리나라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하루 18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주당 80시간을 운전하는 경우도 발생하 고 있다. 이는 버스 운전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건강권 침해이자, 시민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연구 목적과 방법
24
고속, 광주 시내에서 1개 회사를 대표로 선별하여 해 당 회사의 전체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총 1,061명의
설문을 진행하였다. 단,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는 단일회사를 모두 조사하
기에는 시간 및 공간적 제약이 있어, 충분한 설문 참여 인원 확보를 위해 여러 회사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다.
② 생체지표 조사 : 생체지표 조사는 24시간 혈압측
정, 신체활동도 평가, 집중도 검사(PVT), 타액 코티솔
검사, 생활일지 등을 실시하였다. 지역과 업종, 근무형
양상을 보였다.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버스 노동자
행했다.
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실제 하루 15시간 이상씩 3
태에 따라 2~4인을 선정해 총 21인에 대해 조사를 진 서울 시내 2인(1일 2교대), 경기 시내 4인(격일제 2인, 격일제지만 3일 연
속 근무하는 2인), 경기 광역 4인(격일제 2인, 격일제지만 3일 연속 근무하는 2인),
광주 시내 4인(정규직-1일 2교대 2인, 비정규직-격일제 2인), 시외 2인(복격일제), 고 속 4인(복격일제-장거리노선 2인, 단거리노선 2인), 비교를 위한 지하철 기관사 1인
③ 면접조사 : 면접조사는 생체지표 조사를 한 21인 중 3인을(광주 시내버스 4인 중 2인, 지하철 기관사 1 인) 제외한 18명을 대상자로 하였다.
들은 격일제 운전이 기본이나 한 차량당 2명의 기사
일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본임금이 적 어, 적정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런 장시 간 노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연구결과 2.
장시간 운전으로 61배 졸리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연구결과 1.
하루 18시간 운전 등 극도의 장시간 운전
장시간 운전으로 오후에 최대 61배 졸림
운전시간 설문조사에서 1일 2교대제와 준공영제를
설문조사 결과 특히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 버스노동
수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자들은 출근 직후와 오전 근무 때는 서울 시내 운전
하루 12시간 이내 운전 (86.9%), 주 56시간 이내
자와 유사한 졸림 정도를 보였으나, 오후 운전 시에
운전 (97.1%)을 수행하고 있었다.
는 많이 졸린다는 운전자가 훨씬 늘었다. 서울 시내
그러나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
운전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오후 운전 시에 많이 졸
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나 차지하였다.
린다는 사람의 비율이 경기 시내는 36배, 경기 광역
또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주당 운전시간은 56
은 61배까지 높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장시간 운전
시간 이상이 76.3%였고, 72시간 이상도 4.9%나 됐
의 효과가 특히 오후 운전에 두드러지게 반영된 것으
다. 경기 광역버스도 장시간 운전에서 이와 유사한
로, 안전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 운전시간
서울시내 (N=141)
경기시내 (N=245)
경기광역 (N=147)
장시간 운전은 집중력의 저하와 졸음으로 이어졌다.
광주정규 (N=161)
광주비정규 (N=46)
6-9시간
86 (63.2%)
0 (0.0%)
0 (0.0%)
30 (19.2%)
0 (0.0%)
9-12시간
50 (36.8%)
0 (0.0%)
5 (3.4%)
114 (73.1%)
12 (27.3%)
12-15시간 15-18시간 18-21시간
0 (0.0%)
0 (0.0%)
0 (0.0%)
10 (4.3%)
124 (53.7%)
97 (42.0%)
39 (26.5%)
81 (55.1%)
22 (15.0%)
10 (6.4%)
1 (0.6%)
1 (0.6%)
29 (65.9%)
3 (6.8%)
0 (0.0%)
표 1. 버스운전사 일 운전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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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서울시내, 경기시내, 경기광역 운행상황별 졸림 정도의 로지스틱 회귀분석
식사 직후 운행
약간 졸림 많이 졸림
서울시내
경기시내
경기광역
비차비
기준
2.25*
2.50*
비차비
기준
9.16*
8.38*
오후운행
약간 졸림 많이 졸림
비차비
기준
2.77*
3.24*
비차비
기준
36.24*
61.46*
퇴근전 마지막 운행
약간 졸림 많이 졸림
비차비
기준
1.36
1.76
비차비
기준
9.95*
19.14*
* 졸림의 정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음을 의미함. (p<0.05)
- 61.46은 경기광역이 오후운행시 많이졸린 노동자의 비율이 서울시내보다 61배 높음을 의미함. - 약간졸림 : KSS score 4-6, 많이졸림 : KSS score 7-9
- 나이, BMI, 흡연, 음주, 운동, 가구총수입, 학력을 보정한 결과임.
400 350
MeanRT MedianRT
300
R T= r e s p o n s e t i m e ,
250
반응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반응속도가 감소함, 즉 집중 도가 감소함을 의미
200
msec
6:50
10:26
14:11
17:58
21:33
0:35
그림1. 경기 시내버스 (격일제, 3일 연속근무) 집중도 (PVT)검사 결과 시간대별 반응 시간
운전 시작 10시간 이후 집중도의 급격한 저하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사고위험이 1.8배나 높다
운전 시작 9~10시간 정도 후(오후 3시 이후) 반응
로·위험지수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그림 2에 나타
시간이 급격히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응시간이
난 바와 같이 격일제 운전 노동자(경기 시내, 경기
집중도 검사(PVT)결과 경기 시내 운전노동자에서
길어진다는 것은 반응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집중 도가 급격히 저하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해외 여러 국가에서 하루 최대 운전 가능 시간을 정해놓은 이
생활일지를 토대로 HSE (영국산업환경보건청) 피
광역)는 기준 일정HSE 피로·위험지수 : 영국 보건안전청(HSE)에서 대중
의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업무 피로로 인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 됨. 기준일정 :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에 종료되는 주간근무 이틀, 오후 8시부터 다
음날 오전 8시에 종료되는 야간근무 이틀, 이후 4일의 휴무가 반복되는 일정(주간근
유를 정확히 반영하는 결과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무 – 주간근무 – 야간근무 – 야간근무 – 4일 휴무)
규정을 두지 않아 장시간 운전 중 운전자의 집중도
위험이 1.8배나 높았다. 그림에 나와 있지 않지만,
가 저하되고 이것이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버스 운행 중 졸음의 위험도
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림1) 26
보다 사고가 발생할
50%를 상회하였다. 복격일 근무(시외, 고속)는 피
2.00
1.80
1.60
1.40 1.20
1.00
0.80 0.60
1일 2교대 격일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1 22
그림2. 버스 근무형태에 따른 위험지수
복격일(1) 복격일(2)
로지수와 위험지수가 격일근무보다는 낮았으나,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2교대제보다 위험지수가 높아 운행 중 사고의
그러나 저임금 체계에서 생활임금을 보존하고자 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격일제,
전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운전을 선택하는 현재의
복격일제 노동자들이 추가 운전을 하는 것은 극도
급여 체계에서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로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는 쉽지 않다. ‘실질적인 임금 축소 없는 운전시간
임금축소 없는 운전시간 제한과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필요
의 단축’이 정확한 대안일 것이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서울 시내버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각 지자체에서 적 극적으로 공영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를 현실화할 수
ILO(국제노동기구), EU(유럽연합), 일본, 호주, 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시내와 유사한 방식
국, 영국, 스웨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버스 운전
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나 하루 15~18시간 연속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루 운전시간의 경우 대
운전하는 극도의 장시간 운전을 수행하고 있는 경
부분 9~1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고, 주당 운전시간
기 시내 및 경기 광역버스의 경우는 이런 변화가 더
의 경우 ILO는 48시간, 일본은 40시간(4주간 평
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노동자와 시민들
균)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
규제가 없고, 오히려 운수업은 노동시간 제한 예외 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장시간 운전을 해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 연구의 결과 및 ILO를 비롯한 여러 국제 기준에 근거하여, 하루 9시간 이내, 주 48시간 이내로 운 전시간 제한을 두어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 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운수업은 시민의 안전 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가 더욱 필요한 업종임에도, 오히려 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게 명시된 근로기준법 제59조 등 특례제도는 시급히
* 본 글은 한국노총의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 준연구」 보고서의 주요 연구결과 및 제언을 담고 있다.
지면의 제약 상 본 글에는 담지 못했으나 감정노동에 의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건강영향, 교통사고 처리 비용의 자기 부담, 광주 시내버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시외버스
와 고속버스 문제 등의 연구결과가 담겨있고, 면접조사 등 을 반영한 중간 휴식시간보장, 최소연속 휴식시간 보장, 보
건관리자 선임 등 건강보호 방안 법률적 조치의 필요, 고속 버스의 사회적 휴일 확보 등의 제언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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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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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쌀집아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우리들의 역사다. 2015년 12월28일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발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운다. 어느 피해자 할머니의 말씀. “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회복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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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중대재해 낮추기 위해,
기업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최민 선전위원장
2016년 노동안전보건활동의 주요 과제를 꼽아보았
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지만,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재구성, 노동 자들의 정신건강이라는 네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재 예방은 기본적으로 사측에게는 ‘비용’이다. 사 측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 력한 집행 체계가 동원되거나, 노동자의 견제와 참 여, 힘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보건 주체별로 책임을 강화한다 며, 안전보건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다. 우리 사회처럼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고, 노사 간 권력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개별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방
2015년 정부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
기하겠다는 뜻이다.
한 종합계획>이라며 ‘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반면 여전히 노동자는 노동안전보건 실행의 주체가
(2015~2019)’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 혁신안의 목
아니라 계도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정책의
표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일터 구현’이라며, 이를
기본 방향이 아직도 ‘교육 강화와 인식 제고로 안전
위해 사고사망 만인율과 중상해 재해율(휴업 90일
보건문화 정착’이며, 안전수칙을 위반한 노동자도
이상)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처벌하겠다는 것이 대책으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결과지표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산
정부가 정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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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을 버리고 다음 두 가지를 정책 방향으로
에서 스스로 ‘근로자 참여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
세워야 한다.
며, 작업중지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
몸통을 제대로 처벌하라
해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 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어 노동자가 사업주에 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이에 불응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과 그 실질 책임자에 대한
경우, 노동자가 지방노동관서에 위험 상황을 직접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7명이 사망한 노량진 지하철공사장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적 실효가 거의 없다는 비판
수몰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하청소장이 징역 2년, 원
이 제기된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충
청인 서울시 상수도 관리본부공사 책임자는 무죄를
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신고하는 것은 상식
선고받았다. 호우로 인해 급격히 물이 불어 사고 위
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노동자들에게 제대
52조에서 노동자가 이 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신고
로 알리지 않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인재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
였는데도, 처벌은 이 정도 수준이다.
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
2008년 40명이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
고의 책임자로 지목된 원청회사는 벌금 2,000만원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
형을 선고 받았다. 원청 대표는 무혐의 처분되었다.
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
예방을 위해 쓰는 돈보다 사고가 난 뒤에 져야 할 책
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임이 크지 않은 경우, 산재 예방 활동에 투자할 동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기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산재 문제를 제대로 책
모두 그 다음 문제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
임지게 하기 위해, 실제 책임자(경영 책임자와 기업
된 ‘작업 중지 요청권’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과 안
자체, 원청기업)가 책임지고, 처벌 수위도 높은 ‘기
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다.
업 살인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2015년에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로부터
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결성되어 활동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로서 작업중지권
중이다. 제정연대가 제안한 법률안에는 세월호 참사
이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사업장에
의 교훈을 따라,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서 각자 벌어지고 있는 작업중지권과 관련된 회사와
‘태만’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규정되어 있다. 총
의 다툼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지고, 안전과 건강을
선 이후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기업에 제대로 책임
도외시하는 자본에 대한 공분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
을 물을 수 있는 ‘기업처벌법’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다. 서비스업이나 감정노동자의 작업 거부 등 다양한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과 행동, 압력이 필요하다.
형태의 작업중지권 실천이 홍보∙장려돼야 한다.
효과적인 사고 예방책, 작업중지권 정부도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일터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나서서 작업중지권 활용을 독려해 야 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실 천으로 지키고 확대시켜 나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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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2016년은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
제대로 해서 골병을 잡자!! 푸들리 상임활동가
기억하시나요? 2003년에 제정된 ‘사업주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의 무’와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가 어떻게 법제 화 되었는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 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의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자본
쟁이 될 수 있었고, 유해요인조사 법제화 또한 가능 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의 현장통제력이 강화되었고, ‘고용안정’에 밀려 숨
현장에서 그리고 여러분에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
죽이며 강화된 노동을 감내해야했던 노동자들은 하
사는 어떠한 활동, 사업입니까? 2015년에 진행한
나 둘씩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으로 몸과
‘금속노조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파악
마음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2002년
과 대안마련 조사결과’를 보면, 당시의 활력과 긴장
근골격계직업병 집단요양투쟁으로 절박한 노동 현
은 사라진 채, 대부분의 현장에서 담당자 중심의 3
실을 드러내며, 더 이상 몸과 마음을 훼손당하지 않
년마다 돌아오는 관성화된 사업으로 전락되어 치료
고 골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문제, 개별적 작
받을 권리는 물론이고 보호예방이라는 법적 취지조
업환경문제를 넘어서 집단적인 작업환경 개선, 노동
차 무색하게 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강도저하, 노동자의 현장통제력 강화가 필요함을 제
런 분위기를 틈타 유해요인조사를 폐기하자는 경총
기하고 요구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을 뒤흔든 투
의 뻔뻔스러운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32
출처_ 일과 건강
다시 시작해봅시다!!
권리 보장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
2016년에 진행하는 유해요인조사는 제대로 해서 골
세 번째, 그동안 조사에만 매몰되었던 유해요인조사
병을 잡아봅시다. 여전히 골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를 넘어서 느리더라도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조합원
노동자의 건강권쟁취와 골병을 제대로 잡아내기 위한
이 함께 경험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일상 활동이 되어
유해요인조사가 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해봅니다.
야합니다. 3년마다 하는 유해요인조사가 아니라 3년
먼저, 담당자 중심이 아닌 전체 노동조합의 활동으
동안 개선하는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로 상정되고 준비되어야 합니다. 근골격계 유해요
마지막으로, 기간 진행된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평
인조사는 조합원의 건강권 쟁취, 현장 조직력과 통
가를 시작으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해야 할 목
제력 강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찾기, 노동조건개
표를 설정하고, 유해요인조사 사업의 시작부터 마
선 등 현장문제 전체를 포괄할 수 있고, 포괄해야
무리까지의 구체적인 활동 평가를 통하여 성과를
만 제대로 골병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목표설정부
축적해 내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해 나가는 활동이
터 사업기획과정까지 노동조합 전체의 고민과 준비,
되어야합니다.
활동이 필요합니다.
2016년 안팎으로 녹록하지 않는 한 해이지만 이번
두 번째, 조사와 개선, 평가를 하는 모든 과정이 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관성화 되고 있는 사업에
합원의 요구와 참여를 모아내고 실현하는 과정이어
활력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공상이 아닌 제대로
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되려면 실제 조사에 함께
치료받을 권리 쟁취로, 인간공학적 개선만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조합원을 조직하고 일상적으로 활동이
노동강도를 포함한 근본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가능할 수 있는 체계(예를 들어 근골격계 실행위원
자본의 이윤보다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우선’인 현
구성, 부서별 개선위원회 구성 등)를 마련해야합니
장과 세상 만들기로 거듭날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
다. 만약 전문가에게 의뢰를 한다거나 사측주도로
기를 기대하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이러한
유해요인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알
활동에 한 주체로서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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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노동시간 만들기 이혜은 노동시간센터장
2015년 연말 즈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 시간센터에서는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
역시 노동시간 단축
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삶을 소진시키는 노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 혹은 ‘야합’ 이후 정부와
동시간의 문제를 건강, 가족, 청소년, 시간제 노동,
새누리당이 개악안을 밀어붙이면서 양보했다는 듯
심야노동과 같은 다양한 매개로 풀어냈다. 여러 언
이 생색을 내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노동시간 단
론에서도 추천할 책으로 비중 있게 소개해주고 양
축’이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1주간의 근로
대 인터넷 서점의 메인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을 받
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나 ‘당사자 간의
았는데 이는 사실 저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
합의에 의해’ 1주간에 12시간 한도 내에 연장근로
다.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 문제나 시간 주권을 찾
를 할 수 있다. 마치 일주일의 최대 노동시간은 52
고자하는 외침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여
시간인 것처럼 보이나 휴일 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
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는
되지 않는다는 기괴한 행정해석 덕택에 토, 일요일
지금,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투쟁 과제에서 노동시
각각 8시간을 근무할 경우 1주 최대 노동시간이 68
간 문제를 놓을 수 없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
시간에 달하고 이 관행이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왔
리는 더 이상 이런 시간을 견디지 않기 위해 무언가
다. 이번 개정안은 대단한 개선이 아니라 상식적인
해야만 한다.
해석대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최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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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간을 진짜로 52시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빠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부품사의 경우 주간
건 그냥 당연한 바로잡음이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연속 2교대제 도입 이전부터 이미 노동 강도가 높은
생색내기에 한 술 더 떠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정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였다. 게다가 일부의 경우
법률안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1주 8
에는 물량보전을 위한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 문
시간의 범위 안에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특별
제 등 의도치 않았던 쟁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직
연장근로’를 허용하자고 한다. 그동안 애매한 해석
은 견딜만해서 노동 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응답
에 기대어 장시간 근로를 강행시키던 것을 이젠 법적
했던 노동자도 이제 마지막 ‘1시간 단축’의 싸움은
으로 보장받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
OECD에서 밝힌 국가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노동
도 안 된다. "물량보전=임금보전"의 공식을 버리고
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로 길고,
필요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한 월급제 도입, 적정
2013년 연 2079시간에서 2014년 2124시간으로 더
노동 강도와 적정 인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 책
늘어났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각
정,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표준적 노동시간을 요
종 정책을 펴고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주간연속 2
구해야 할 때이다.
교대제도 도입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랑하듯이 풀타임보다 짧은 노동시간의 ‘시간제 일자리’는 늘 어났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오히려 평균 연 노동
‘좋은 노동시간’을 위해
시간이 늘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여전히 누
노동시간 싸움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
군가는 어쩌면 꽤 많은 노동자들이 더 심하게 늘어
다. 모두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하고 같이 퇴근하
난 노동시간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 노동조합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더 쉬운 출발
‘노동시간 단축’은 그래서 2016년에도 여전히 유효
이다. 한국사회는 고용의 유연화 뿐 아니라 노동시
한 구호일 수밖에 없다.
간의 유연화도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가 선
그리고 ‘질 좋은’ 노동시간 단축
호하는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 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노동을 배치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시간제 일자리나 손님
2016년은 완성차 사업장에서 2013년에 도입된 주
이 뜸한 시간에 일을 못하게 하고 임금을 주지 않
간연속 2교대제(8/8+1)의 노동시간을 1시간 더 단
는 알바생들의 ‘꺾기’ 사례를 보라. 이메일과 스마
축하여 8/8 노동시간제를 시행하기로 한 해이다.
트폰으로 어디서나 업무 대기 중이면 계약된 노동시
2015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
간은 의미를 잃게 된다. 심지어 배달 앱 알바나 대
서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과 함께 ‘자동차 부품사
리운전기사처럼 노동자로 인정받기 조차 어려운 특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에 의한
수고용노동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단순
영향’ 연구를 수행했다. 이 조사에서 많은 자동차
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이들의 좋은 노동시간을
부품사들이 완성차를 따라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이를 위해 가장
입하고 야간노동과 노동시간을 줄여 대부분의 노동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은 결국 경계를 허무는 단결과
자들이 만족은 하였으나, 노동시간의 질은 더욱 나
요구를 조직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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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김인아 한양대학교 직업환경의학교실
거의 매일 스스로 ‘살아남기’를 멈추는 사람들의 소
와 가정문제(8.0%)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살 원인
식이 들린다.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이다.경찰청. 경찰통계연보 제58호. 2014. 실로 제 정신을 차리고
일하던 청사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공무원의 소
사는 게 버겁고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급격
식도 들린다. 새해 벽두 배달된 신문에서는 살아간
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다는 것이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한 청년들의 주된
그 성장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내쳐진
정서가 ‘무기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사http://
인간에게 ‘백세 시대’라는 말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4392.html?_fr=st1
하다. 도대체 백 살까지 뭘 해서 먹고 살란 말인가.
있고, ‘행복’을 주요한 국가지표로 삼아 정책 방향
노동자들은 서비스업의 급격한 성장과 서로가 서로
http://www.hani.co.kr/arti/economy/
에게 ‘갑’이 되고자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의
가
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 economy_general/724349.html
감정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일을 계획할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다시
수 없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고용불안
는 되돌릴 수 없는 ‘멈춤’ 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
정에 떨어야하고, 고용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윗
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과 멈춤에는 ‘경제생활문제
분들에게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감정을 관
(21.1%)’와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4.0%)’가 있
리하며 살아야 한다. 성실하고, 착하며, 능력이 있
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28.6%)
는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남에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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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행
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복하고 편안한 정서를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더 이상
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증상의 발현을 줄이
한 일이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러
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개선과 지지적 조
지 말아야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억지로 활기찬
직 문화 확립도 필요하다.
상태로 만들어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는 그 진폭에
또한 이 사회 전체 인구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
다. 이러한 상태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
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 대
도 필요하다. 2년마다 해고되던 노동자가 4년마다
한 관리에 실패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살을 하기도
해고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의 불안정성이 없어지는
하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장애가 생기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또는 다른 만성 질
기도 한다.
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이제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산재보험법 시
저성과자가 되어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행령 별표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면 당장의 벌이가 걱정이
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되고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
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이 의료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입법예고를 발
비를 보전해 줄 뿐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을 보전
표하였고,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스트레스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정년퇴직을 하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고도 이삼십년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영세자
아주 작은 걸음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영업자가 되어 최저임금에 알바를 고용하며, 그 동
문제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고민한다는 점은 높게
안 쌓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하는 것도 여전하다.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 예방과 관
노후의 삶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의
리는 원인에 대한 접근, 중재요인에 대한 접근, 질병
노동자들은 날품이라도 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체의 조기진단과 관리, 질병이 있는 사람의 사회
것도 여전하다.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대비되는 헬조
적응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복합적 접
선의 새로운 계급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며 무기력
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전하다.
‘감정노동’을 화두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는 비단
스트레스는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노동’ 문제로 묶인
다. 그것이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
일련의 사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객을 만나면
면 삶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평생 노동을 하며 살
서 받는 스트레스, 계약을 연장하고 매출을 높이기
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생을 계획하고 실
위한 매출압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쟁적 상
천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과 자신의 삶과 노동을 조
황, 불안정한 노동에서의 기본적 삶의 안전망 파괴
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등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즉, 원인적 측
직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면에서 보자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 고용불안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정의 완화, 경쟁적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그리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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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선전위원회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3주기. 대구 지
하철 1호선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열
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크지 않았고, 승
객들도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은편에 멈춰 선 열차에 불이 옮아 붙
고, 기관사와 소방본부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 한 사이에 희생
자가 크게 늘어 결국 192명이 사망했 습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결국 기관사만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 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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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고(故) 황유미 9주기. 질병과 죽음으로,
이제 4월은 이전의 4월이 아니라는 노
고(故) 황유미 님의 기일입니다. 반올
밖에 없는 한 달입니다. 한국 사회에 국
삼성반도체의 직업병 문제를 드러냈던 림과 노동단체들은 매년 3월 초, 반도 체 산업 직업병 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열어 왔습니다. 조금씩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고, 조금씩 더 많은 연대가 형성
되고, 조금씩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모제이지만 슬프지 만은 않았습니다. 긴 농성 뒤인 내년 추
모제는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 니다.
래 가사처럼, 2016년 4월도 특별할 수
가의 역할, 안전의 의미, 피해자의 권리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 2 주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
이나 결과도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에 맞추어 열리던, 살인기업 선정식이 나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도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5월 1일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노동절. 노동절의 시작도 노동자들의 집회에 경찰
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해 평화시장 의류
이 발포해서 사람들이 죽고, 그에 대한 항의 집회에 서는 노동자들이 경찰을 공격했다는 조작으로 노
동운동가들을 사형시키는 공안 탄압에서 비롯되었 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내건 노동자들의 행진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6
년 상반기는 노동개악과 관련된 싸움이 계속 될 것
1970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 노동자들의 참혹한 일터를 고발하였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20세에 이미 6년 전후의 경력자로, 하루 14시간 7일 내내 일하고 있었습니다. 눈병, 신경성 위 장병, 호흡기장애, 폐결핵에 대한 호소도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결국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전태 일을 기리며 매년 11월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입니다.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을 열어버리는 노 동개악.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하는 투쟁 으로, 우리 삶을 지켜냅시다.
7월 2일
12월 30일
고(故) 문송면 기일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보건조치 도입. 2002년
산업안전보건의 날
노동자 88명이 집단요양신청을 하였고, 이 중 74명
7월 4일
7월 2일은 1988년 당시 열다섯 살이던 고(故) 문송
면 님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날입니다. 수은 증기
가 뿌옇던 작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폭로되고, 나이 어린 노동자의 직업병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노동 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고, 산재 추방을 위해 서로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단체들
은 매년 이 즈음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를 엽 니다. 정부는 매년 7월 첫 번째 월요일을 산업안전
보건의 날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박제화하는 장애
인의 날처럼, 지금 산업안전보건의 날에도 노동자 는 빠져 있습니다. 그런 산업안전보건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3월 5일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이 집단 산재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는 근골격계 집 단요양 투쟁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 투쟁은 집
단적으로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IMF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 고, 이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실로 2002년 12월 30일 사업주 의무에 ‘단순반
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
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 건강을 보호’ 할 것을 포 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의 시작입니다. 국 가가 주도하는 근골격계 예방프로그램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다는 평 가도 많습니다. 2016년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가 2002~2003년처럼 현장의 활력을 만드는 사업 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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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관절염은 나이 때문 이라고요?
50대 후반의 조선소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위해 찾 아왔다. 손을 보니 누가 보더라도 엄지손가락이 이 상하다고 눈에 띌 정도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니 쇠를 녹여 제품을 만드 는 주조작업을 약 37년간 수행하면서 크레인 리모 컨과 콘트롤박스의 버튼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누르는 작업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 백 번씩 힘을 주어 버튼을 누르다 보니 엄지손가락 이 정상적인 위치를 벗어나서 탈골되고 또한 심한 관절염이 있는 상태였다. 이 환자는 엄지관절염으 로 산재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고 요양 중이다.
백리마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관절염은 많은 사람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 하는 것 같다. 관절 중에서 관절염이 가장 많이 생 기는 부위는 무릎관절로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은 확실히 나이 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 그리고 비만할수록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나 직업적으로도 충분히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 다. 특히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중량물을 많이 취
양측 엄지의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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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선 사진에서 엄지의 탈골이 관찰된다.
급하는 경우에는 무릎 관절염이 조기에 발생할 수
도 않은데 40대 혹은 50대 같이 조기에 관절염이
있다. 대개 무릎의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을 하는 시
발생하는 경우 직업병임을 의심할 수 있다. 앞서 기
기가 60대 후반, 70대가 일반적인데 노동자들의 경
술한 것처럼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앉았다 일어서
우 50대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관절
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 계단을 반복적으로 오르내
염도 직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는 작업,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작업의
한편 무릎을 제외한 관절에 류머티스 관절염이 아
경우 직업적으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킬
닌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였다면 그 관절염은 직업
위험이 증가한다.
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표적으로 어깨, 팔꿈
따라서 관절염은 직업병이 아니다 혹은 산재 신청해
치, 손목, 손가락 등이다. 2014년과 2015년에 모
도 승인이 안 된다는 식으로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
조선소에서 팔꿈치 관절염이 있는 작업자 7~8명이
다.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을 하는 경우 일정 시간이
산재신청을 한 결과 전원 승인을 받은 바도 있다.
지나면 인공관절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
특히 팔꿈치에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문에 산재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인공관절 재수술
경우로서 이런 부위에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
비용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산재승인 여부는 매우
큼 팔꿈치의 사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
중요하다. 이런 관절염은 팔다리 같은 부위뿐만 아
서 상지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경우 직업병을 의
니라 척추관절의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협착증 같은
심하고 일단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업무 관련성을
퇴행성 척추질환에도 적용된다. 다만 근로복지공단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무릎의 경우에는 직업병인지
에서는 척추 관련 질환의 경우 퇴행성이란 글자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릎관
붙으면 승인을 잘 안 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신청 전
절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면서, 체중이 비만하지
에 전문가와 긴밀한 상의를 할 필요가 있다.
작업내용
41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이번 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행한 국제노동 브리프 2015년 7월호의 "기획특집: 작업중지권"과
작업중지권, 다른 나라에서는?
정진우 저, 산업안전보건법론(2014, 한국학술정 보), 당장멈춰팀이 2015년 3월 금속노동자 신문에 게재했던 ‘해외의 작업중지권 사례 비교’를 바탕으 로 작성했다.
프랑스, 작업 중지했던 사고가 다시 발생하면? 프랑스는 1982년부터 법적으로 노동자에게 “자신 의 생명 또는 건강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험을 초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래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작업 상황으 로부터 철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 에서 말하는 “심각한 위험”은 해당 상황이 관련 노 동자의 사망 또는 영구적이거나 장기적인 장해를 초 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나 질병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이런 위험은 기계, 생산 공정,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업무 환경 뿐 아니 라, 산업보건당국이 정한 안전보건 규칙에 위배되 는 작업장 등과 같이 노동자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 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중대재해와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
이 법이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이 몇 가지 있
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 활
는데 첫 번째, 사용자는 노동자가 위험작업을 중지
동가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을 실천하
하기 전에 공식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여 작업중
는데 있어 어려움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를
지권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작업중지권을 전
정리하고자 했다. 그 뒤 현장 활동가들과 워크숍을
반적으로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정할 수 없다고 따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의 필
로 못 박고 있다.
요성과 상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또한, 산업안전
두 번째, 작업이 중지되면 사용자는 상황 개선을
보건법과 관련 판례를 검토하면서 법적 개선 방향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하는데, 만일 작업중지
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2016년은 이제 구체적인 현
가 보고된 후에도 사용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장에서, 조직/미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혹은 법
않았는데 나중에 이 위험과 관련하여 사고가 다시
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
발생한다면 사용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가
다. 이중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법적 측면에서 배울
령 작업중지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
만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차 발생한 모든 사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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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xcusable accident)’로 간주되어 피해 노동자에
기구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
게 더 높은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세 번
는 위험을 최소화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이런 의
째, 위험작업 수행을 거부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
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종속적 노
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처벌할 수 없고,
동 제공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업장 환경이 충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 이유가 되는 위험이 시정되
분히 안전하고 위험이 최소화되지 않으면, 돈을 받
기 전에는 작업을 재개할 의무가 없다.
았더라도 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를 규정한 독일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은 무엇인가? 산업안전법 등의 안전관련 규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래서 사업장 에서 안전에 관한 노동보호법인 산업안전법 등이 위
독일 산업안전법도 한국과 유사하게 사업장에서 산
반됐을 경우 노동자가 노동 급부를 거절할 수 있는
업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예방 및 사후적 조치를 계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획적, 조직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원칙적으 로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장에 존 재하는 위험요소에 대해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캐나다, 작업중지권의 절차를 법에
행사하기에 앞서 사용자에게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
캐나다에서도 법률상 ‘상황이 개선되거나 활동이
를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현
변화되기 전에 노출되었을 경우 개인의 생명이나 건
재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작업중지
강에 즉각적이거나 심각한 위협을 야기할 것으로
요청과 유사하다. 특수한 위험상황, 즉 ‘직접적이고
타당하게 예상되는 모든 피하기 힘든 위험, 상황 또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경우에만 노동자가 사용자
는 행위가 있는 경우, 위험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에게 해당 위험을 통지하고 지시받기에 앞서 노동자
보장하고 있다.
스스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캐나다의 법 규정이 특별한 점은 작업중지권 적용을
있도록 규정하는데, 여기에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
정당화할 수 있는 조건과 작업중지권 행사 이후 사
하고 작업장을 즉시 이탈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행
업주의 의무, 사업주와 노동자가 위험에 대해 다르
위도 포함한다.
게 판단할 때 분쟁에 접근하는 원칙을 법에 명시하
그런데 독일 법체계에서는 산업안전법 외에 민법상
고 있다는 점이다.
으로, 근로계약의 경우 ‘임금의 지급’과 ‘종속적 노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동자는 고용주에
동 제공’이 계약 당사자의 주된 상호 주고받을 의무
게 위험 상황을 즉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
지만, 이 상호간의 의무 이행을 위해 필요한 사용자
자의 작업중지 결정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동의
측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를 규정하고
할 때에만 번복할 수 있다. 즉, 노동자는 위험하다
있다. 이 안전배려의무는 공법인 산업안전법과 별도
고 생각해 작업을 중지했는데, 사용자는 위험하지
로 사법(私法) 상의 노동보호에 대한 근거규정으로
않다고 윽박지르거나, 안전사고가 아니라 ‘설비 트
서 기능하고 있다.
러블’이었을 뿐이라며 작업 재개를 강요할 수 없다
민법상의 안전배려의무를 통해 사용자는 근로 제공
는 것이다.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방적
이 이루어지는 장소 및 이를 위해 사용되는 장비나
인 사업주 판단에 따른 작업 재개와 이후 징계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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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안전생산법 52조는 노동자가 ‘신체안전에 직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접 위험을 미치는 긴급 상황을 발견한 경우에는 작
사용자는 즉시 노동자의 입회하에 상황을 조사해
업을 정지하거나 가능한 응급조치를 취한 후 작업
야 한다. 조사 결과 사용자도 위험이 존재한다고 동
장소를 이탈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하면 고용주는 노동자를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 조항과 유사하
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위원회 또는 대표에게
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안전생산법 51조는 노동자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통보해야 한다.
가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을 강제적으
그런데, 만일 사용자가 조사를 한 결과가 노동자의
로 명령하는 경우에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따로
판단과 다르거나, 사용주의 조치 결정에 노동자가
규정해두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동의할 수 없다면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
작업장소를 이탈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는 일반적인 작업중지권 보장이 실은 대피권에 불
이렇게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지속하겠다고 통보하
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면, 위원회 또는 대표는 즉시 해당 노동자의 입회하
그럼에도 최소한 중국의 법체계는 여기서 한발 더
에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위원회는 위원들 중 노동
나아가,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으로까
자 대표 1인과 고용주 대표 1인을 지명하여 조사를
지 작업 거부 권리를 확장하고, 규칙에 맞는 지휘와
해야 한다. 이 조사 결과에도 노동자가 동의할 수
안전한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없다면,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하고 이번
노동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에는 노동부에서 개입하여 조사한다. 노동부의 조 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대신, 이 때 사업주가 다른 노동자
우리에게 시사점은?
에게 중지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단, 그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기준으
노동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으
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
로, 계속적인 작업중지와 그 이유를 통보받아야 하
겠지만, 제도적으로 법적 개선을 통해 현장에서 작
고,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업중지권 활용이 쉬워지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 또한
대피권과 거부권이 따로 있는 중국
중요하다. 현 정부가 산업안전보건 대책의 핵심 목 표로 잡고 있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 동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써 작업중지권을
중국의 경우 법체계는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하지
적극 보장해야한다.
만, 실제 현장에서 노동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사례에서처럼 대피권과 구분
라는 보고가 많기에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되는 거부권을 보장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 해
날이 증가하는 서비스, 사무직 노동자들은 ‘산업재
당하는 중국 안전생산법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는 위험을
있는 경우의 대피권과 작업거부권을 따로 구분하고
맞닥뜨리기보다는 주로 낮은 강도의 지속적인 위험
있다.
에 노출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를 들어,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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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있는 정유회사. "안전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일을 멈추시오" 출처_richmondstandard.com
근무 후 곧바로 회사 단합대회로 야간 산행을 하다
는 구체적인 수단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
사망한 노동자 사례나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판매
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간 이견이 발생했
노동자의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피권만으로
을 때를 포함하여 작업중지권 실행 이후 조사 및 대
는 이런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응 과정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정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법안처럼 대피권과 중지권을 분리하여
세월호 참사 이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처럼 중대
보장하고, 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따로 명
재해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게 책임을 더 제대로
시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기업이 사고 발생에 대
그러나 당장은 산재 발생 위험을 인지한 노동자들
해 책임을 지게하고, 이것이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
의 대피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프랑스의 사례는
산재 발생 위험이 있었느냐를 두고 법적 분쟁이 잦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업중지가 있었던 사업장에
다는 점, 이로 인해 작업중지권 사용이 위축되고 있
서 향후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
다는 점을 볼 때, 캐나다처럼 사용자와 노동자 간
거나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을
이견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 편에서 접근할 수 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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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곽경민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열정의 시대를 살다
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는 내가 팔
누구나 꿈을 꾼다. 어렸을 때 막연한 장래희망부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나이가 들어서는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다거나, 가
‘좋아요’를 눌러놓아 내 타임라인에 뜬다. 그야말로
정을 꾸린다거나, 혹은 본인이 일하는 분야에서 성
우리는 지금 열정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공한다거나... 사회는 우리에게 꿈을 꾸라고 한다. 꿈꾸지 않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그리고 꿈을 이 루기 위해 열정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열정이 없
로우하는 친구가 ‘열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세바시
꼴찌가 어디서 노나
는 인생은 죽은 인생 취급하며 자꾸 열정을 가지라
야구덕후라 야구 이야기를 좀 하겠다. 올해 국내
고 이야기 한다. 취업을 할 때 이제는 스펙도 인플
프로야구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이 되는 팀은 ‘한화
레이션이 되어 상향평준화되었고, 지원자들이 대동
이글스’이고, 인물은 ‘김성근’ 감독일 것이다. 최근
소이하니 면접에서 누가 더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 콘
6년 동안 5번이나 꼴찌를 했던 최약체 한화 이글스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회사에서는 수동적으로 일
팬이라 ‘보살’ 소리를 듣던 나는 ‘김성근’ 감독의
하지 말고 내 회사다 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라고
부임을 누구보다 환영했다. 과거 태평양, 쌍방울 등
한다. TV에서는 꿈을 향한 열정의 경연 무대처럼
만년 꼴찌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SK 왕조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행한다. 서점 베스트 셀러 코
를 만든 사람이라 우리 팀도 분명 바꿀 것으로 생
너의 자기계발 서적에는 열정이란 말을 포함하는 책
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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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열정" 분야에서 둘째가면 서러운 사람이
계가 찾아왔다.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으니 불펜투
다. 그는 야구계에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대부분
수에 많이 의존하였는데 투수는 특정 선수들이 연
의 말은 ‘열정’이란 말로 귀결된다. 선수들에게 열
투를 계속하여 시즌 내내 혹사논란에 시달렸다. 후
정을 강조하며 ‘지옥훈련’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훈
반기 들어 힘이 떨어져 성적은 계속 추락하여 결국
련량을 자랑한다. 감독 취임 후 라디오 프로그램
최종 순위 6위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하였다. 시
에 나와서 ‘꼴찌가 어디서 노나? 휴일을 하나도 안
즌 후반이 갈수록 선수들이 퍼지는 게 보이고 성적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어떻
이 떨어지니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언론들도 돌아서
게 사람이 하루도 안 쉴 수 있나. 이런 악독한 감독’
서 연일 김성근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으며(심지
이라는 생각보다는 ‘역시 감독님만이 우리 팀을 바
어 정치사회 컬럼을 쓰는 서민 교수도 김성근을 까
꿀 수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과히 한화 이글스의
는 칼럼을 썼다), 상당수의 팬들마저 돌아섰다.
훈련 캠프는 쌍팔년도 지옥훈련을 연상하게 했고, SNS와 뉴스에는 계속되는 펑고(수비 연습용 타구) 훈련에 흙범벅이 된 선수들 사진이 올라왔다. 시즌
워크홀릭.. 열정으로 포장된 혹사
중에도 경기에 졌을 경우에는 숙소에 바로 가지 않
시즌이 끝나고도 김 감독의 야구를 비판하는 기사
고, 자정까지 특타 훈련이 계속되었다. 이런 훈련의
들은 계속되었고, 야당의 홍보위원장이 이러한 기
효과 덕분인가, 김 감독의 지도력 덕분인가 3년연
사에 반박하며 김성근 감독을 존경하고, 한화팀을
속 꼴찌를 차지했던 만년 꼴찌팀은 시즌 초반 달라
맡아줘서 감사하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노동시
진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순위표에서도 중상위권에
간 단축’을 주장하고,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한 당
위치하였다. 언론과 팬은 ‘김성근’을 연호하며 홈경
의 홍보위원장이 어떻게 저런 사람을 존경할 수 있
기장인 대전구장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매
느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런 반응에 그는 ‘김 감
경기가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운영으로 한화야구는
독의 열정에 공감하고 존경한다’고 말하며, 본인 또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야구라며 ‘마리한화’라는
한 워크홀릭이며 평생 주 60시간 이상 일 해왔고,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름이 되고 이내 한
지금도 자기 밑에 있는 직원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비단 이 사람만 그렇겠는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 고 워크홀릭인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아랫사람들 에게 그 열정을 강요하며 혹사를 일삼는 이들이 어 디 한둘인가. 아마 한국 관리자들의 상당수는 이런 사람이 아닐까. 아니 관리자뿐 아니라 누구나 저런 말을 들으면 거부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묘하게 끌 리는 것 같다. 그러니 옆 나라 돈 많은 사람이 ‘당 신이 가난한 것은 야망이 없어서야’라 얘기한 포스 팅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 아닌가. 나 역시 여기에
아.. 즐겁다. 야근
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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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게임회사 사장은 모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열 정을 강조하며, 야근을 하지 않고서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다고 답하였다. 뒤이어 당당하게 자신은 직원들에게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밝히며 금전 적 수당 보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더 의미 있는 보상이라는 말을 했다. 천재 개발자라 불리며, 그가 만든 게임들은 엄청난 히트를 쳤다. 그 밑에 있 는 개발자들은 열정을 강요당하며 그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묵묵히 야근을 견딜 것이다. 이 회사뿐 아니라 대다수의 IT업계에서 더 좋은 게임, 프로그 램을 만들기 위한 열정을 얘기하면서 콜라와 피자로 직원들을 달래며 야근을 종용한다(게임회사에 근무 하는 개발자들은 대체로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열정노동이 잘 먹힌 영화를 보지 않아 내용은 모른다. 그냥 제목에 꽂혔을 뿐. 열정이 노동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제는 말하자.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 다른 직종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열정과 자 기계발으로 포장된 채 반(半)자발적인 야근을 야근 수당도 받지 못하면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열정페이를 넘어 열정노동
이제는 말하자. 열정같은 소리하네
열정페이. 2015년을 달구었던 대표적인 신조어 중
사실 난 열정이란 말을 좋아한다. 얼마나 좋고 멋진
하나이다. 저임금으로 취업준비생 또는 사회초년생
말인가. 나 역시 내가 일하는 분야가 즐겁고, 공부
들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인
하는 것이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고, 자기계발을
데, 넓은 의미에서 이제는 청년에게만 국한하는 말
위해 더 노력하려 한다. 열정이 없다면 내가 왜 그러
이 아닐 것이다. 이미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열정
겠는가. 세상에는 열정이 없다면 하지 못할 일들을
을 강요당하며,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열정은 개인이 살아가는
다.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야근이 일반화되고 있으
데, 그리고 사회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이다.
며, 칼퇴근하는 사람은 눈치 없는 사람, 열정이 없
문제는 열정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러한 열
는 사람, 회사에 애정이 없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
정을 자신들이 원하는 입맛대로 이용하는 사람들
취급을 당하고 있다. 열정이 노동인 사회, 우리는
이다. 우리 확실한 감별이 필요하다. 내 스스로 느
모두 열정노동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
끼는 열정인지, 아니면 그렇게 느끼도록 누군가에게
회에서 노동시간의 증가를 단순히 사회구조 및 제도
강요되고, 집단최면에 걸린 것은 아닌지. 그리고 열
적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정을 강요하고, 강요된 열정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
누구나 아는 온라인 게임을 만든 게임 개발자이자
에게 말하자.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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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나 하는,
당신이 다니는 회사는 블랙기업 아닙니까? ‘블랙기업’ 이란? 일본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원래는 야쿠자와 관련된 회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었다.
법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한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곧 노동 착취가 일상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 (<블랙기업> 곤노하루키, 2013)
청년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하여 일상적 착취와 비합리적 노동조건을 강제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유무형의 폭력을 가함으로써 청년의 삶과 국가의 잠재력을 먹 어 치우는 기업.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이 분석한 한국형 블랙기업의 유형 고용 불안정
1. 정규직 희망고문
2. 인턴, 실습, 수습채용의 무제한 남용
3. 근로 계약 자체의 무질서함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5. 시간되 수당 미지급, 과소 지급
8. 실적 관리를 위한 비난과 압박 (경영전략)
4. 야근, 주말근무 등 초과근무 강요(과도한 업무) 6. 휴식, 휴가제도 사용의 제한
7. 비인격적 대우, 폭언 (인격권 침해)
9.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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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의용군의 노래가 국가(國歌)가 되기까지
김재광 회원
가자 조국의 아들들아
지난해 프랑스 테러가 발생했을 때 파리의 시민들이
영광이 날이 왔다 !
다 같이 이 노래를 부르며 스타디움을 침착하게 빠
압제에 맞서
져나왔다. 우리나라 여당의 대표는 국가를 부르며
피묻은 깃발을 들었다
행동하는 그들의 성숙함을 칭찬하기도 하였다. 아마
들판에서도 들리는가
도 애국주의 코드가 반가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저 포악한 병사들의 외침이
프랑스 국가의 가사나 정신을 제대로 알고나 있었던
그들이 여기까지 닥쳐와
것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정하는 그들이 이
당신의 자식과 아내를 죽이려 한다
‘불온한’ 가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전체 7절로 이루어진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예
- 후렴 -
즈’는 1789년 프랑스혁명 3년 뒤인 1792년에 프랑 스혁명을 분쇄하기 위해 쳐들어오는 적국에 맞선 프
무장하라, 시민들이여
랑스 공병대의 장교가 만들었다. 이후 특히 마르세
무리를 지어라
이유의 혁명 의용군들이 즐겨 부르게 되어 그 이름
행진하자, 행진하자 !
을 얻게 되었다. 1795년 프랑스의 공식 국가가 되
불순한 피가
었는데, 그 운명이 순탄하지 않았다. 프랑스혁명은
우리의 밭을 적실 때까지 !
1789년 봉기부터 혁명과 반혁명, 크고 작은 봉기 등 등을 거쳐 1872년 제3 공화정 수립 시 까지 100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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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영화 <레 미제라블> 중에서
년에 이르는 시기를 거치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았다. 그런데 파리 테러로 인해서 문득 ‘라 마르세
‘레미제라블’의 배경은 이 과정에 발생한 1832년의
이예즈’의 역사를 되새겨보니 그리 쉽게 허탈해하
실패한 봉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라 마르세이예즈’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1799
무려 100년의 세월 동안 혁명과 반혁명, 크고 작은
년 쿠데타에 의한 반혁명으로 금지곡이 되었고,
봉기와 희생 속에서 프랑스의 시민은 무엇을 느끼
1830년 7월 혁명으로 잠시 공식화 되었다가, 1879
고, 절망하고, 희망했을까? 세상의 진보가 ‘불가
년 제3 공화정에 의하여 공식 국가로 제정되었다.
역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과정과 포기하지
실로 근 100년 가까이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나라
않는 현재의 투쟁이, 발버둥이 필요하다는 정말 당
의 노래가 된 것이다. 제3 공화정이 ‘라 마르세이예
연한 진리를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지금 겪고 있
즈’를 공식적으로 채택한 의미는 1789년 혁명의 정
는 분노와 두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며, 오히려
신, 즉 ‘자유, 평등, 박애’를 국가의 이념으로 하고
더 끔찍해 질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공화주의를 정치체제의 근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런 두려움과 허탈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노래 가사의 과격성(? ) 때문에 일부 개사를 하자는
것이다. 오로지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은 과
의견도 있었으나, ‘붉디붉은’ 가사는 그대로 이어지
거에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고 있다.
그것을 지금도 잘 하려고 애쓰고 있는가의 문제임
새해 벽두부터 난데없이 남의 나라 노래가 눈과 귀
을 다시금 자각하게 된다. 역사를 일탈하는 경솔한
에 들어온 이유는 언제부턴가 가슴을 짓누르는 허
허탈을 압도하는, 역사에 충실한 낙관적 용기가 필
탈함과 분노를 내 스스로 다스리기 위함이다. 무슨
요하다.
말인고 하니,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세태에
2016년 초입에서, 투쟁과 저항의 노래가 보편적 노
너무도 화가 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
래가 되기까지 반드시 겪어내야 할 세월이 필요함을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노력이 헛되이 되는 것 아닌
상기한다. 그 여정의 깊이와 기간을 누구도 확정할
가 하는 두려움과 허탈함에 한동안 체증을 달고 살
수는 없으나, 우회로는 없다는 것 역시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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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노동 인권 보호와 노동자 존중은 소중한 가치이다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
노동부가 2013년 12월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 2014년 12월 비정규직 정책 발표에 이어 2015년 12월에도 특별 이벤트를 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 5법 개정안이 국회 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12월 30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과 취업규칙 관 련 전문가 논의자료>를 배포하였다. 표지에, 절대로 “가이드북 및 취업규칙 지침” 발 표를 위한 정부안이 아니라, “전문가 논의를 위한 검토자료”라고 강조에 강조를 거 듭하였다. 이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인정해도 되는데 정부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저성과자 해고, 일반해고제 등으로 통용되다가 갑자기 직무능력과 성 과 중심의 인력운영으로 둔갑하였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보장법, 파견법은 중 장년 일자리 창출법으로 둔갑한 상황이니 뭔들 못하겠는가! 지난 9월 13일 노사정 합의문이 발표되고 9월 16일 새누리당이 노동5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은 사실상 노동법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지난 2008년의 일이다. 보험사에서 희망퇴직 을 거부하자 대리점 특별영업팀을 신설하여 전보 조치한 후 퇴직을 압박당하던 노동자 들의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회피노력도 아니고, 인사적체 해소 를 위한 인사정책도 아니고,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아니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적 인사조치, 그들을 고립시키고 자괴감과 무능함에 좌절시키기 위한 괴롭힘이었다. 심문회의 때 일이다. 지금도 노동위원회에서 일하는 공익위원이 나 를 다그쳤다. 회사는 끝까지 부인하였으나 난 희망퇴직 당시 퇴출 인력 리스트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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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것을 내부적으로 확인한 상황이었다. 대리점 특별영업팀으로 인사 발령된 사람 중 희망퇴직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뒤늦게 희망퇴직으로 퇴사한 사람도 생겼다. 끈질긴 압박에 버텨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4명이 함께 사건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들은 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2008년 이전부터 희망퇴직, 명예퇴직으로 둔갑한 사직 강요는 인사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배치전환, 순 환전보 등 인사이동만으로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차츰 진화하여 직무재교육이라는 것과 맞물려 시행되었다. 이러한 인사정책의 핵심은 노동자의 자존 감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도태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리고 개인은 실패 자로 낙인찍힌다.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졌다. 최근 웹툰,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던 <송곳>이 있다. 등장인물 중 구고신은 여러 사람 의 결합체이다. 그중 한 캐릭터가 나와 함께 일하는 김재광 노무사이다. 그가 오마 이뉴스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법이 아니에요. 사회적 으로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사회적으로 사용자에게 대드는 거 자체 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사회적으로 법과 행정부가 나한테 도움된다고 생각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런 정서만 조금 올려줘도, 그런 자존감과 사회적 지원이라 는 것만 조금만 올려줘도 사람들이 달라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어렵거 나 감정에 호소할 때 늘 가족, 사람을 운운한다. 하지만 노동분쟁이 발생한 경우 노 동자를 사람으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치 사탄을 대하는 듯하다. 노동자를 존 중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존중받지 못한다. 사회 전반에서 노동에 대한 존중을 찾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하는 이들이 사람이기 때문에 노동 인권은 보호해 야 하는 가치이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동자는 존중받아야 한다. 이것이 노동 법의 존재 이유이다. 노동 인권의 보호가 중요한 가치가 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노동 법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려는 것에서 더 나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 권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인턴을 빙자하여 기간제로 뽑는다. 인턴을 잘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한 경우 다시 기간제로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면 평가, 교육훈 련, 배치전환 등 인사권을 악용해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정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임금피크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채용에서 퇴직 시까지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근면·성실하게 일하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해고할 테니 가만히 있도록 억압하고 통제할 권한을 정부가 부여한 것이다. 법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다.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법률적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18세기 말, 19세기 초 노동법이 태동하였던 존재 이유부터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하는 세상이 되 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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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보기
한국 사회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박근혜 정권이 대대적인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1997~8년의 IMF 사태가 떠오 른다. 당시 상황을 좀 살펴보자. 1997년 날치기로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려던 김영 삼 정권에서는, 날치기라는 절차적 하자와 새롭게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민주 노총의 투쟁으로 노동법의 개악이 어느 정도 저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고, 수십 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던 김대중 정권 에서 IMF 사태를 계기로 노동법 개악이 전면화된다. 정리해고제도의 도입과 파견법 등 노동개악으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되었고, 김대중 정권 내내 불안정 노동이 점점 더 확장되었다. 이 같은 불안정 노동의 확장은 참여정부라 하는 노무현 정권에서 더욱더 심화되었고, 불안정/저임금 노동은 한국사회의 일상이 되었 다. 더욱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권 들어서는 87년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성립한 절 차적인 민주주의 제도조차 위협받고 있는 수준이다. 또 한편 노동자의 희망이었던 민주노총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었 고, 반면에 노동조합이라 노동자들의 권리가 없었던 비조직 노동자들은 권리를 지 킬 수 없어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를 이중 적 노동시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을 ‘귀족 노 동자’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현재의 이중 노동시장은 민주노총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 같은 이중적 노동시장을 만든 주범은 정리해고제와 파견법과 같은 노동법 개악 을 밀어붙인 자본과 정부였다. 민주노총은 단지 조직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지 킨 것뿐이다. IMF 사태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은 떨어졌고, 그만큼의 비율만큼 재 벌과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늘어간 것이다. (일부 대공장 노동자들도 상당한 수준 의 임금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IMF 사태 이후로는 노동 조직 률을 거의 증가시키지 못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잘 싸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은 노동자들의 2015년 12월 일터에서 충분히 언급하였듯이 노동 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요소이다. 일은 성인 시기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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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일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소득의 원천이며, 자아 실현과 같은 자기 정체성을 나타낸 과정이고, 또 한편으로는 인적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저임금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위협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 은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 또 실업의 위협은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운 일을 감내하도록 한다. 또 해고나 실업은 노동자들의 건강에 최악의 영향을 미친다. OECD 1위에 해당하는 높은 자살률은 저임금/불안정 노동 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문제는 한국사회의 매우 낮 은 수준의 사회복지 체계와 맞물려 더욱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또다시 대규모의 노동법 개악을 위해, 박근혜 정권은 국회의 장에게 압박을 넣어서 직권상정을 통해 날치기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해고제 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늘리며, 근로기준법 상을 고쳐 실질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노동법 개악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독약 처방이 될 것이 분명한데, 이 같은 독약 처방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위원장을 구속하고 탄압하고 있다. 게다 가 집회를 개최하였다고 소요죄를 적용하겠다는 황당한 발상까지 하고 있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정국과 IMF 금융위기 시기,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싸웠는 데, 그때는 좀 더 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노동자들 비롯한 많은 대중이 지금처럼 불안정한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 줄을 몰랐다. 선거를 통 해 정권교체를 하였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불안정 노동을 심화시켰고, 이 명박/박근혜 정권은 그나마 있었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훼손시켰고, 또 지금의 노 동법 개악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존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졸업 후 군대를 마치고 전공의 수련, 대학원 진학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공부하고 수련을 받다 보니 건강과 관련한 지식의 양이 늘었고, 경험이 늘었지만, 한국 사회는 어느새 ‘헬조선’이 되어 사회구성원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 다. 한국 사회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같은 대규모이지만 비정규/불안정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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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유신시대의 재림인가?
송홍석 소장
2015년은 역시 박근혜 집권 한가운데에 있었다. 자본에 힘 팍팍 실어 주느라 노동 자, 민중들의 삶은 어려웠고, 참기도 힘들었다. 분출되는 우리들의 분노를 힘으로 억압해, 탄원서도 참 많이도 썼다.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하느라 전셋값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 는 인재를 양성하도록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모습 에서 그의 아버지가 생각나고, 단체 미팅을 주선한다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서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본과 권력이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2015년 민주주의 시계는 아 버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안전 사회에 대한 민중의 요구와 열망은 뭉개지고, 행 복한 노동자로 살아갈 권리는 더 후퇴하였다. 창조 경제를 통해 하고 싶었던 정치 는 단시간, 저임금, 지속가능한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었으며, 자본이 정하 는 통제와 규칙에 순응하고 사장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순종하는 노동자로 살아가 길 강제하는 것이었다. 노동 개악은 90%의 미조직 노동자를 더 단단히 옭아매고, 10%의 조직노동자도 자본에 길들이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찍소리 말고 열심히 일만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일인 다역을 하는 와중에 쉴 수 없게 만드니, 놀 시간도 많지 않고, 놀아도 노는 게 아니었다. 담뱃값은 올랐어도 끊 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2015년에도 연구소 회원들은 연구소나 또 다른 자신 의 현장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것이다.
연구소 활동으로 보면, 2015년에도 자본에 대항한 노동의 힘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지속되었다
금속노조 산하 전국 100여 개 자동차 부품사업장에 대한 주간연속2교대제 실태 조 사를 8명의 연구진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고, 2016년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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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벼르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했다. 금속 경기와 대 충지역, 충남지역 지부·지회의 안전보건활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 어졌다. 현장의 여러 상황으로 인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실물화해내지는 못했지 만, 노동자 안전을 위한 기본권임을 공장 밖으로 지역 밖으로 울려 퍼뜨렸다. 4·16연 대에 참여하여, 인권으로서 안전 사회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인권 선언을 제정하고 사회 운동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의 하나 로 작업중지권이 거침없이 실현되어야 함을 제기하였다. 또, 2010년 연구소 전망의 하나로 고민하기 시작한 의원 개설이 5년 만에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 원>이란 이름으로 간판을 달게 되었다. 부딪혀야 하는 현실과 지역에서 맨땅에 헤딩 하듯 하나하나 일구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지만, 연구소 운동의 힘과 함께 뚫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5년은 연구소 13년 역사에서 감히 ‘출판과 매체 르네상스의 해’라 해도 누가 뭐 라 할 사람이 없을 듯싶다. 2007년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 책 발간 이후 개정판이 8년 만에 <좋은 교대제는 없다>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또, 내용 과 형식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일터>를 오마이뉴스에 기사 제휴했고, 그 인연으로 노동시간센터의 대중서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출간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 책은 출판 이후 사회적 센세이션을 몰고 올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 서울과 부산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 활동, 부산지역 석면 대응 활동, 서울남부지역에서 노동자건강권학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잔잔한 지 역 활동들과 각종 내부 회원 사업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를 힘들고 귀 찮게 만든 건 역시 삼성이었다.
2016년, 밝을 게 없는 병신년이지만, 마주쳐야 할 현실이 다시 왔다
우리 연구소와 나는 무엇으로 자본에 저항하고 희망과 전망을 만들어 나갈 것인 가? 자본과 정권이 대놓고 겁주고 있는 고용불안과 성과에 따른 차별을 대놓고 이 야기하고, 성과 중심과 노동강도 강화가 가져오는 사람살이의 힘듦을 조직하는데 이 바지해봤으면 좋겠다. 2014년 지역사회건강통계 결과, 화성지역 주민들이 건강을 유 지하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41.6%, ‘규칙적 인 체육 활동’이 29.1%, ‘규칙적인 식사 및 영양보충’이 22.9%의 순이었다. 다수의 심야노동에 처해 있는 향남지역의 노동자, 주민들과 사람살이가 무엇 때문에 힘든 건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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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2.
4.
1.
5.
6.
3.
가로열쇠
세로열쇠
합계획>을 발표하며 2019년까지 사고사망 만인율과 중상
법상으로 노동자에 대한 ○○○○○○를 규정하고 있다.
1. 2015년 정부는 <산업현장의 ○○○○○○을 위한 종 재해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전보건의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발상 을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방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p.28
3. 한노보연은 2007년 <교대제, ○○○○을 위한 프로젝
트> 책 발간 이후 8년 만에 개정판인 <좋은 교대제는 없다> 책을 출판했다. p.55
5. 2016년 한노보연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관성적인
사업이 아닌, 현장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이윤보다
‘○○○의 몸과 삶이 우선’하는 현장과 세상 만들기의 주체 로서 함께 하고자한다. p.31
1. 독일의 법체계에서는 사용자에게 산업안전법 외에 민 p.41
2. ILO, EU을 비롯해 일본, 미국, 스웨덴 등 대부분의 나라 에서 ○○○○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p.25
4. 전체 7절로 이루어진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예즈’는
1789년 ○○○○○ 3년 뒤인 1792년에 프랑스혁명을 분 쇄하기 위해 쳐들어오는 적국에 맞선 프랑스 공병대의 장교 가 만들었다. p.48
5. 2014년 OECD가 발표한 국가별 ○○○○ 통계에 의하
면 한국의 ○○○○은 연간 2,124시간으로 멕시코에 이 어 2위를 차지했다. p.33
6. 2014년 사내 CCTV 설치를 반대한 신입사원 편집자를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도 모자라 부당전보 조치를 하는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출판사는?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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