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업무상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96호┃2020. 06
권 동 노
에 대 지 색 회
다 서 맞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06.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labor.or.kr
독자에게
노동권의 틈새를 메우기
주말 집 앞 새로 개업한 치킨집을 지인과 함께 들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배달업체 조
끼를 입은 라이더들이 휴대폰을 보며 분주하게 배달할 치킨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중
국집이던 치킨집이던 예전에는 직접고용했는데 지금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외주화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비용절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불하는 치 킨 값이 무척이나 올랐다는 건,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역설적입니다.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 대세로 자리 잡은 배달시장은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달시장의 과부하로 지난 3월 쿠팡맨의 사망사고와 최근
쿠팡 부천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사건도 있었습니다. 과중한 노동, 기본적인 감 염예방수칙도 따를 수 없었던 취약한 노동환경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응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비대면, 비접촉(언택트) 방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려면, 노동자들이 그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 틈새를 메우려는 노동이 뒤에서 조용히
이윤만 챙기고 책임을 방기하려는 이들에게서 착취되지 않고 보호받도록 만드는 것이 향후 언택트사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가지런히 놓인 계단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평면에 선들이 그어진 모습이다. 선은 경계가 되고, 경계는 높이를 갖는다. 때로 그 선은 흐릿해지면서, 높이를 감춘다. 노동권은 마치 계단처럼 구 획지어져 있다. 그렇게 노동권의 회색지대가 만들어진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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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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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노동자 건강권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지금 지역에서는 15 여전히 반복되는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17
연구 리포트
직업성 정신질환 승인 후 업무 복귀 시 사업주 조치의 중요성
노동자 건강 상식
업무상 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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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감염병과 백신 개발
20
발칙 건강한 책방
50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이러쿵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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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벗, 산업안전보건법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세미나를 돌아보며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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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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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56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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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안질환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작업용 고글’이 전무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백아흔여섯번째 3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
특집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오늘날 “평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평등한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
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사회적 규범과 법제
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도의 경계를 문제 삼으면서, 경계를 무너뜨리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
고 확장시킨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
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진 취
제를 다룰 때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등장한
지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다. 현재의 평등과 차별의 경계를 인정하고 방 치하거나, 때로는 조장하고 강화하는 법 제도 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종속관계만 을 대상으로 해온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노동법 제와 정책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
근기법과 산안법의 경계를 문제 삼다
수고용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여러 이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
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근로기준법의 경
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
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위 ‘특고’의 본격적인
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등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시기로 거슬러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올라간다. 국가부도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면
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
서, 정부는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노동 도입 등
여 근로기준법의 위임을 받아 ‘산업 안전 및 보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로 인해 전
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통적인 고용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특수한 형태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
의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예컨대, 건설회사는
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고용하고 있던 대형트럭 기사들을 해고하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겠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트럭을 구매하여 회사
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
와 일대일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
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화물트럭기
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
사나 택배기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근로계
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약을 가진 노동자에서 위·수탁계약을 하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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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립 자영업자로 노동시장 내 지위가 변했다. 이
이후로 등장한 공장형태의 공동 작업공간에 기
렇게 시작된 한국의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
반하지 않고, 노동(혹은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
사, 방문판매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
으로 확대되어 왔다(정흥준, 특수형태고용종사자
고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의 현황과 실태, 2019).
는 작은 직무로 세분화된 초단기 일자리라는 특징도 가지게 된다. 이 속에서 전통적인 노사
노동자성 은폐로 만들어진 회색지대
관계의 붕괴, 노동자와 사용자 간 경계의 모호
성신여대 법학과 권오성 교수는 이러한 과
성, 집과 일터 간 경계의 모호성 등이 발생한다.
정을 기업이 근로자(employee)개념에 대한 정
그로 인해 노동과정에서의 건강위험은 상존하
교한 조작을 통해 노동법을 회피하는 데 성공
지만, 그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는
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어려워진다. 플랫폼 노동은 기술변화에 따라서
할 비용들을 사회에 전가해왔던 과정이었다고
생산·소비 방식이 딜라지고, 고용과 노동을 매
규정한다. 특히 기업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
개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점에선 새롭다. 그러
닌 존재로 은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노동자
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안
를 자영인으로 오분류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정한 노동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전략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적 보호가 박탈되고
라는 측면에서는 특고의 등장 이래로 전혀 새
말았다(권오성, 플랫폼 유니온 출범의 기회와 도전,
롭지 않다.
2020). 택배노동자였으며 동시에 만화작가였던
이종철은 자신의 책 『까대기』(2019, 보리출판
안전보건의 관점에서도 유해·위험요인의
사)에서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
노출 결과로 나타난 손상이나 질환 등의 건강
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문제에 대한 치료기법이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죠.”이라는 대사를 통해
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권의 회색지대를 지적했다. 하는 일이 똑
노동에서 마주치는 건강상의 유해인자들을 어
같아도 종이 문서 한 장만으로 특고는 회색지
떻게 관리하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두어야 사
대에 놓이게 된다. 그리하여 실은 강요이지만
고와 질환을 예방할 것인가에 있으며, 또한 건
자신의 선택이라는 포장된 채, 일과 관련한 모
강문제에 뒤따르게 되는 치료·보상·재활·생계
든 걸 자기 책임을 넘겨받는다. 그 대가로 근로
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은 어떻게 할
기준법상의 부여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잃
것인가에 있다. 또한 노출되는 유해요인 자체
어버리고 만다.
의 고유한 위험성을 넘어서, 건강의 사회적인 결정요인에 대해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
이는 플랫폼 노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
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생활임금이 유지가능하
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과정과 거기에 결부
지 않다면 개인은 노동시간이나 노동밀도를 높
되는 노동의 투입과 매개의 방식이 다변화되고
이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며, 파편화된 노동
있다. 사회는 이것을 소위 4차산업혁명, 혁신이
에서 발생하는 건강상의 위험은 관리하기 어렵
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과 사용
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윤을 취하는 이들은
자들은 오로지 책임회피의 측면에서만 창의적
어떤 책임도 나누지 않고 숨어있게 된다.
이고 희한한 고용계약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 다. 이 점에서 특고의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 다. 플랫폼 노동은 장소라는 측면에서 산업화
일터 5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전장
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이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부재한 상황에서,
갖춘 자 가운데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근로자성을 다투는 일이 격렬한 양상으로 나타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제한적으로 부르는 이름
나기도 했다. 특고에 대해 국가는 산재보험제
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박은정, 특수형태고용
도로의 반쪽 편입이라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
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 2019).
를 취했다. 2008년 산업재해보상법에서 “계약 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008년 산업재해보
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
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최초로 규정된 보험설계
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
사나 모집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는 자”로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
교사, 골프장 캐디에서출발해서 현재는 택배원,
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특수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
형태근로종사자라고 규정하여 최초로 법률상
사, 방문판매원, 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
에 특고가 등장하게 된다. 기형적인 고용관행
치 수리원, 컨테이너 운전기사, 화물자동차 운
은 ‘특수형태’가 되고, 차마 근로자로 호명하지
전사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직업군은 근로
못하여 ‘근로종사자’가 된 모양새였다. “계약의
기준법이 아닌 보험업법, 건설기계관리법, 체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
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 여
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
신전문금융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등
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의 법률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특고’
자” 가운데에서도 법정 요건(주로 하나의 사업
의 규모는 정의에 따라서 매우 편차가 커서 50
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
만에서 230만까지 다양한 추정을 하고 있으며,
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그리고 노무를 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특수
▲ 그림. 특고 종사자의 규모 결과. 출처: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장희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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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고용)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차별에 다름아니
는 166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정흥준·장희
다.
은, 2018).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규모의
추정이 매우 어려우나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여 향상하
의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기 위
보고서에서는 무작위 추출 표본조사 방식으로
한다는 법의 예외는 그 목적(법익)에 충실히 부
최소 47만에서 최대 5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
합하는 한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은 기존 법률의 ‘근로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며, 그 어
자’의 개념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
쩔 수 없는 이유라는 게 누구의 이해에 맞닿아
많은 노동자를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게 만들
있는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
고 있다.
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
적용 제외를 ‘제외’하라
어야 한다. ‘플랫폼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말
이름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권리에서도 배
이나 ‘특고’라는 족보 없는 단어 사용을 지속하
제된다. 노동자가 분명함에도 사업장의 규모에
면서, 새로운 고용 관계들에 대한 적극적 해석
따라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에
을 방기하거나 법제도 내로 포괄하려는 노력이
서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
결여된다면, 권리의 사각지대는 자꾸만 넓어질
보험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용특례업종, 영
뿐이다.
세업종(업주) 보호, 공익필수직종, 특수형태근 로종사자, 위험작업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설명
사업의 규모나 사업주의 여건을 고려한 적
을 곁들여 이들 법의 적용범위에 ‘차이’를 두
용 제외조항이 남아있는 한 고용 관행의 왜곡
고 있고,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일터의 안전
은 지속될 것이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
과 건강문제에 있어서 ‘차별’을 낳는다. 사용자
이다. 그로 인해 법률상 권리도 조직력도 없는
와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 적용에 있어서 예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법의 규제
외(특례)는 결국 불평등을 낳고, 이것은 법적으
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된 기묘한 편법들을
로 보장된 권리의 수준이 낮아 열악한 조건에
방치하게 되면, 법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권리의 박탈과 건강
못한 채,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과 안전상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여러 번 주장하거니와 모든 노동자들에게 안전 하고 건강한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용제
변화하고 있는 존재나 관계를 새롭게 해석
외 조항을 제외하여야 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하지 않고 법을 통해 포괄하고자 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필연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낳게 된다. 합리적
전면 적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법 보장, 중대
이유나 설명 없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
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대표되
는 예외규정을 손봐야 한다. 단지 사업장의 규
는 ‘전태일 3법’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이
모가 작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제약
유이다.
이 따르고,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작업환 경이나 업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이 고 합리적인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 업주의 경제적 여건이나 기형적인 계약 관행에
일터 7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
특집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지안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의 위기 상황은 한국사회를
고용불안과 차별에 노출되어있었지만, 코로나
지탱해온 열악한 노동들의 불안정성을 드러냈
19는 위험의 비대칭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다. 현재 법 상으로 노동을 하고 있으나 ‘노동
동일한 위기 상황이 고용형태에 따라 달라지
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
며, 불안정 노동자들의 심각한 소득감소와 무
하다. 단시간 일자리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급휴가,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
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이나 용역
업과 노동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특수
계약 형태라서, 일감과 노동자 사이를 중개만
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 ‘자영업
한 것이기 때문에 등등. 이런 갖가지 이유들로
자’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
인해 그동안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의 사각지대
보험에서 배제되어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따
에서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
라서 ‘노동자’의 법적 정의를 ‘모든 일하는 사람
받지 못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들’로 확대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따르면 그렇게 양산된 ‘임금노동자’도 ‘자영업
있다.
자’도 아닌 노동자의 규모는 221만명에 달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5월 31일, 특수고용
1)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위기 상황에는 쉽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전국보험설계
게 해고하는 자본과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
사노조 오세중 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
준 법이 불안정 노동자의 층을 지속적으로 양
대 이대근 대외협력 국장을 만났다. 전국보험
산한 것이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도
설계사노조는 노동자성 인정 문제 때문에 아직 정식 노조로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한
1) 여기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⑴ 이전까 지 정확히 통계화 되지 않았고 ⑵ 기존의 특고의 범위를 너 무 좁게 설정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체 노동자에서 ‘임 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디 지털 특고’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 55만 명은 기존 정의 된 특고보다 종속성은 더 약하지만, 임금근로자와 자영업 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따라서 이 글에는 양 집단을 합 산한 221만명을 기술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 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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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편 화물연대는 얼마 전 노동부 지침에 의거한 집단산재신청을 통해 화물노동자, 그리고 산재 보험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환 기시키고 있다. 이번 고용보험 개정에 대한 비 판부터 코로나19 이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 전보건 문제를 들어보았다.
▲ 출처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회보험, ‘시혜가 아닌 권리’2)로 보장하라
종만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반복될
지난 5월 11일, 환노위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가능성이 크다.
의결했다. 정부에 의해 ‘전국민고용보험제’가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
이에 대한 시급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는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위기 속
먼저 환노위 고용소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특
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노동자들
고가 이번 개정 논의에서 제외된 까닭을 범위
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드러났고, 이에
가 크기 때문에 쟁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
대한 응답으로써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꺼내
했다. 우선 범위가 크다는 것 자체는 단순히 법
두고 실제로는 특고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5만
개념의 적용범위가 크거나 불분명하다는 문제
명) ‘예술인’ 직종만을 특례 조항을 통해 포함
가 아니다. 수많은 실제의 삶이 최소한의 보호
시킨 것이다.
도 받지 못하는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 속에 있 다는 말이다.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고용보
놀랍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개정에 특 고가 빠진 것이 ‘아쉽다’고 표명했으며, 연이어 이재갑 노동부장관은 연내로 특고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 표했다. 환노위 역시 21대 국회에서 특고에 대 한 적용 논의를 다루겠다고 하였으나 그 시점 은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 불분명한 상황이 다. 더구나 이번 개정에서 ‘예술인’이 특례로 규
험 체계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대체 언제까지 평등을 유보해야 하는가? 나아가 화물연대가 성명서를 통해 비판했듯이 이미 개정안에는 적 용대상3)이 명확하게 서술되어있었고, 2018년 한정애 의원의 최초 안에서도 특고 노동자들에 게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어떤 방식으 로 적용시킬지를 규정하는 제도적 설계가 포함 되어있었다.
정된 것처럼, 다시 고용보험이 개정되더라도 특고 안에서도 ‘전속성’을 기준으로 몇 개의 직 2) 2020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 성명서 중.
3)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 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 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 람’
일터 9
▼ 출처: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오세중 “특고를 고용보험에 포함시키면 실
을 다루는 화물차의 노동자만 포함이 되었
업급여 등 부정수급이나 악용사례가 있을
고, 두 번째로 과반소득을 얻는 사업장이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요. 18년 논의된 합
있어야 적용이 됩니다. 비록 산재보험의 예
의안에서는 기존 실업급여 납입일 기준인
시를 들었지만, 이렇게 몇몇 직종들만 추가
180일에서 특고의 경우 12개월로 설정되어
되는 식으로 법이 개정되면 특고 노동자가
있었어요. 악용을 막을 장치를 보수적으로
광범위 하게 포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
마련해 둔거죠. 그러니 이런 비판은 근본적
에서 전속성의 정도를 따지고 결국 사용자
으로 고용관계에 대한 사업주 책임성과 고
가 누구냐는 이야기로 전도됩니다.”
용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비가시화 하는 핑 계입니다.”
코로나19와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
또한 이 포함의 형식 자체에 대해 비판할
가장 열악한 노동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필요가 있다. 의결 이후 5/12 문화예술노동연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대는 노동권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써 주어져
드러낸 통계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프리랜
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개정안을 비판했
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감소가 정규직 대비
다. 당초 예술인, 특고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하
30%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4) 노동시장 취약
고 싸워 마련한 결과로써 한정애 의원안은 “근
계층에게 위기의영향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이
이러한 논의 과정이 묵살 당한 채 ‘특례조항’
후의 상황은 어떨까. 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
의 형태로 예술인만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
면, 소득감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르고
존 법체계를 바꾸지 않고, 특정 직종만 예외적
있다. 첫째는 고객을 대면해 보험 상품을 설명
으로 적용되는 것은 평등한 노동자의 권리로써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의 노동 특성상
노동법 적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실제 보험 계약 건수가 낮아졌다. 이는 대부분 100% 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는 보험설계사들
이대근 “올해 7/1부터 화물노동자 중 일부 직종도 산재보험에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물노동자 중에서 극히 일부 품목
10
노동자가 만드는
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4) <코로나19 비정규노동의 현실과 고용안정 방안>, 황선 웅, 직장인 1천명 코로나19 설문결과와 건강·일자리 긴급 토론회, 2020.5.12.
두 번째는 소득감소를 노동시간의 증가를 통해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임금을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 신청의 의의는 무엇인지 물었다.
받기 위해 이전에는 8시간의 노동을 했다면, 다 수의 설계사들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증가시킴
이대근 “상하차 작업은 화물노동자의 업무
으로써 성과(임금)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때
가 아니에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면 인
특고 대상 정부 지원정책이 ‘소득감소’를 기준
력부족으로 스스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
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노동자들은 지원에서
가 발생하죠. 그러다 낙상사고 또는 물체
배제된다. 장시간 노동 자체도 문제지만, 이렇
에 의해 깔리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해요.
게 노동시간이 증가할 경우 대면노동자에게 더
7/1부터 시행되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전
욱 취약한 감염병 위험 역시 문제다. 유급휴가
체 화물노동자 중에 극히 일부이지만, 일
없는 노동자들이 생계 뿐 아니라 건강을 훼손
을 하다가 업무 외 작업 때문에 다치는 사
하지 않도록 산재보험이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
고에 대해서는 전 직종 화물노동자에게 보
고, 나아가 상병수당 도입을 통해 아픈 노동자
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동부 지침이 신설되
가 생계보전과 고용을 걱정하지 않도록 만들어
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업무 지시가
야 한다. 한편 보험설계사는 산재보험에서 규
없었다고 발뺌하거나, 화물운송법에 차주
정하는 9개 직종 중 하나지만, 의무가입이 아닌
의 의무로 명시되어있는 적재물 낙하 방지
상황이다.
조치, 복포작업, 밴딩작업을 가지고 차주의 업무라고 해석해버리는 것이 우려됩니다.
오세중 “현재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 입률은 10% 밖에 되지 않아요. 의무가입이
차주의 업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현장
아니기에 노동자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
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 지시들을 폭넓게
도 있지만, 가입을 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승인해야 실질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안
막는 경우가 많아요.”
전하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집단 산재신 청을 통해 그런 의미를 알리고 싶고, 현장
한편 3~4월 감소분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에도 잘 안착되길 바랍니다.”
정책의 시기도 중요하다. 화물연대 이대근 국 장은 물류산업의 특성 상, 코로나19 이후 전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물량이 줄었더라도 항구 컨테이너에 집적된 분
산업이 다변화하고, 점차 사업주를 가리는
이 있기에 실제 화물노동자에게 소득감소 타격
것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일의 형태가 달라
이 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다
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전속성이 사회보험 가입
는 것이다. 또한 화물노동자의 경우 97년 합법
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전속성을 규명하는
화된 지입제의 도입 이후로 등록은 운송사 명
사이 전속성이 불분명한 노동이 벌어들인 이
의이더라도 화물 운송에 필요한 차량을 직접
윤은 같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
구매한다. 화물운송차량이 1억~2억은 쉽게 호가
서는 고용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하기 때문에 대부분 캐피탈사를 끼고 할부금과
은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등한시 될 것이다. 위
이자를 갚아 나간다. 물량 감소로 인한 생계비
기를 통해 근본적인 법체계를 변화시키고 배제
도 문제지만, 소득이 없어도 한 달에 200~300
없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만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을 갚아야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일터 11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
특집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박기형 상임활동가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일하는 사람
서비스연맹에서도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들에게 당면한 물음이 있다. 우리는 ‘노동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왔는
서의 법적 지위와 그에 걸맞은 권리를 누리고
데, 그때마다 부딪혔던 문제가 바로 노동조합
있는가? 특수고용 노동자(이하 특고)나 플랫폼
을 만드는 일, 특히 설립 필증을 받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겪는 안전보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근본적인 쟁점으로 거론
제10조(설립의 신고)에 따르면, 설립신고서를
되는 것은 ‘노동자성’ 문제다. 노동자성이 인정
접수하면 행정관청에서 3일 이내에 신고증을
되지 않음에 따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노동법
교부하게 되어 있다. 물론 법에 규정된 사항에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한 제도 내
따라 행정관청에서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
더욱이 노동자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논의조
이 신고필증을 기간 내에 교부해주지 않는 경
차 되기 어렵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가 종종 발생한다.
중요하지만 함께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 조차 쉽지 않다.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그
박정환 정책국장은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동안 노동운동에서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
의 사례를 들며,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법적 인
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태일 3법 제정’
정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연맹 산하의 전국
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는 무엇일지, 지난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
5월 19일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을 연맹
부는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는 데 무려 103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일이나 걸렸다. 회사와 노동부를 상대로 한 투 쟁 끝에 지난 5월 13일 노동조합 필증을 발부받
노동권 사각지대의 핵심 쟁점, 노동자성 인정
았다. 그리하여 가전제품 방문판매서비스 노동
박정환 정책국장은 노동자성 인정과 관련
자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집단
해 마주했던 난관 중 하나가 바로 노동조합의
적으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발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을 마련했다.
12
노동자가 만드는
“그동안 행정관청에서는 노동자성에 대해
을 결성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되면, 더 확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인정해주려는 태도를 보
실한 자주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지 않았어요. 노조법에서는 신고제로 규정하
자신들의 조건에 맞게 요구를 만들고 관철시켜
고 있지만, 실제 행정에서는 허가제처럼 운용
나갈 수 있다.
되고 있었죠. 최근 노동부 또한 노조설립에 대 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지만, 여전히 특수고용
물론 노조를 결성하고 단결권을 보장받는다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노동권 사각지대
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
에 놓인 이들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죠. 노조
비스업처럼 고용구조가 복잡한 경우, 교섭을 진
법 제2조를 개정하는 것은 이러한 노조설립 절
행하면서 드러내고 대응해야 할 쟁점이 많다.
차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합법노조와 불법노조,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성
법외노조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을 드러내고 복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각각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을
책임을 구체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박정환 정책
수 있죠.”
국장은 면세점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태일 3법 중 한 축은 바로 노조법 제2조
“산업구조와 고용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노
를 전면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 제2조 제
동권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서비
1항은 노동 3권을 보장받는 근로자를 임금으로
스업이 대표적이죠. 면세점의 서비스노동자
생활하는 자로 한정한다. 같은 법 제2조 제2항
는 면세점의 여러 가게 중에서도 특정 브랜드
은 사용자를 해당 사업의 사업주 등으로만 규
의 매장에서 일하고 있죠. 그런데 면세점이나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1항을 개정해 ‘특수고용
해당 입점 업체가 아닌 면세점 판매위탁법인
노동자의 단결권’을 쟁취하고, 제2항을 개정해
에 고용되어 있어요. 면세점-입점 업체-판매위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탁법인 3자 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인력을
변화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공급받는 것이죠.”
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면세점 서비스노동자가 일 단결권 보장, 자주적 노동운동의 기초
하는 장소가 면세점과 해당 매장이라는 점이에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
요. 예컨대 화장실 개선, 의자 비치 등 노동환경
는 일터의 노동환경을 노동자 스스로 바꿀 수
개선 요구를 하려면, 면세점과 매장과 협의가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권 사각
필요한 거예요.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은 단결권이 법적으로 보
감정노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죠. 결
장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단체교섭을 하더라
국은 지시·관리·감독 등의 실질적 사항, 즉 공
도 사업주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노
동사용자성을 문제 삼아야 하죠. 면세점 위탁
조로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법인과 협상 후 업체와 면세점에 요구를 전달
안전보건 문제를 논의하거나 작업환경을 바꿔
하는 이중 교섭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실
나가는 일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마련하거나 발
효성 있는 조처를 하게 하고 실질적인 종속관
휘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사업장 바깥에
계를 드러내기 위해선 이들 모두와 교섭할 수
서 정부와 법원의 조치가 이를 대신하면서, 제
있어야 해요. 노조법 제2조 개정이 그 발판이
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했다. 특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일터 13
플랫폼 산업,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단결권 보장을 넘어선 노동운동의 과제
플랫폼 산업 또한 서비스업과 유사한 구조
그럼에도 남는 문제는, 단결권이 법적으로
를 지니며, 그에 따라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투
보장된다고 해도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
쟁의 연장선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플랫
등이 노동을 매개하는 새로운 창구로 등장하게
폼 노동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되면서, 복잡한 노동관계의 또 다른 유형이 등
할당받는다. 그러니 다른 노동자들을 한정된
장했다. 동네 배달대행사와의 위탁계약이나 인
일감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임
력관리업체와의 아웃소싱 계약 등을 맺음으로
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고용 형태
써,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를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법이 규정한 사용자와
에 따라 노동자들 간의 연대가 쉽지 않을 수 있
노동자의 지위는 현실에 대입할 때마다 불명확
다. 특고의 경우 고용 기간이 짧은데, 이는 노동
해진다.
조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자 가 이직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직을 통해
그럴 때,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어떻 게 판단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한편 에서는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산업이라 불 리는 것들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며, ‘새로운
자기 가치를 올려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하 거나 잠시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게 필요하기 때 문이다.
노무관리’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기 에 기존의 노동자 개념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
이렇듯 특고의 경우에도, 고용유지 및 소득
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법규정을 넓혀야 한다고
안정 등의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 이때 돌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파구를 만들기 위해, 산재보험을 비롯한 4대 보
것은 없다지만, 특수고용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험 문제 등 안전보건, 복지 의제와 관련해서, 노
온전히 전통적인 노동자성 개념만으로는 해결
동자성 인정의 중요성 및 연대의 필요성 등을
되지 않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알려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박정환 정책국장
예컨대, 자영업자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또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안전보건과
수 있는지, 복수의 사용자가 있을 때 어떻게 판
복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노조 활동을
단할 것인지, 사업장 변경이 잦은 노동자들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안전보
게 충분한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지 등의
건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 의제를 함께 고민하
문제가 남는다.
고 투쟁하기 위한 집단으로서의 단위, 노동조 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태일 3법 제정
박정환 정책국장은 이러한 논쟁 가운데 중 요한 것은 해당 산업과 노동시장 내에서 질서 와 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 구까지 사용자와 노동자로 볼 것인지, 그때 말 하는 사용자와 노동자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주적 노동 운동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전태일 3법 입법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 는 것일 테다. 14
노동자가 만드는
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나아가 플랫폼 노동자 전반 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를 바 란다.
지금 지역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손진우 상임활동가
▲ 출처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산재사망 대책회의
“우리 아들은 몇만 원짜리 안전장치만 있었
강기 제조업자에게는 벌금 300만 원, 원청 시공
어도 죽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 같은 제2, 제3의
사인 은하종합건설에는 벌금 1,000만 원을 구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꼭 처벌해주세요.”
형했다.
한 어머니의 눈물 섞인 호소가 고요한 재판
고 김태규씨와 수원 고색동의 공사 현장에
장을 메아리쳤다. 그 순간, 검찰의 구형을 지켜
서 같이 일했던 현장소장과 현장차장은 사고 현
보기 위해 재판장에 함께 출석한 모든 이들은
장 승강기 안전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등 업무상
숙연해졌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물 어린 호소는
주의 의무가 있는데도,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검찰 구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운행했다. 승강기 제조업자는 승강기 설치 검사 를 받지 않은 상태임에도, 현장소장의 부탁에
지난 5월 15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작년 4
따라 승강기를 불법 운행하도록 방치했다. 또
월 10일 수원 고색동 건설현장에서 추락 사망한
현장소장과 시공사 법인은 추락 위험이 있는 장
고 김태규 청년 건설 노동자의 산재사망 책임자
소에서 안전망, 안전대 등 추락방지 시설을 설
들에 대한 1심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치하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필수적인 안전교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승강기
육도 안전화·안전모·안전벨트 등 최소한의 보
안전관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한 시공사의 현장
호구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렇듯 한 청년 노동
소장과 현장 차장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
자가 ‘예방’이 들어설 틈이 없는 건설 현장에서
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기소된 승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일터 15
이날 재판에 출석한 고 김태규씨 어머니와
그리고 결국 기소된 이들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
누나는 눈물로 엄중 처벌을 거듭 촉구했다. 고
실치사의 일반 양형규정과 비교할 때, 턱없이
김태규씨의 어머니는 “아이가 죽고 나서 발 한
낮은 구형을 했다.
번 뻗지 못하고 잠 한번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귀한 아들 죽게 한 사람들은 대로를 활보하고
이번 재판은 지난 4월 10일 고 김태규씨의
멀쩡하게 다니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산재사망 1주기를 맞아 경기지역에서 진행된 시
1여 년의 시간을 눈물로 보내며, 동생의 산재사
민사회의 추모인증샷 릴레이, 엄정 처벌 촉구
망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동분서주
기자회견 등이 개최된 이후 진행된 것으로 많은
하던 고 김태규씨의 누나도 호소했다.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경기지역의 시민과 건설 현장의 노동자 120명의 자필 탄원을 포함
“현장소장과 직원들은 태규가 추락하자 심
해 264명이 엄중 처벌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제
폐소생술까지 하면서 동생을 살리기 위해 노력
출했다. 그렇기에 검찰의 구형 소식을 전해 듣
했다는 데 거짓말이었습니다. CCTV를 확인해
게 된 시민사회의 분노는 한층 커졌다.
보니 주머니에 손 넣고 침 뱉으면서 동생에게 걸어가더군요. 피의자 진술에 진정성은 없어요. 엄중하게 처벌해주세요”
한편, 검찰의 시공사 대표, 발주처 대표 등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대 책회의는 지난 3월 9일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
그러나 검찰은 산재사망 책임자에 대한 솜
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그 불기
방이 처벌의 관행을 이번 구형에서도 반복했다.
소처분의 당부를 법원에 가려 달라고 직접 신청
검찰은 “유가족과 합의하지 않았고, 사고의 주
하는 제도이다. 건설 현장의 특성상 다단계 하
원인을 제공했다, 피해자 과실이 없었던 부분을
도급의 구조에서 가장 아래 단계에서 일하고 있
고려해 선고해달라”면서도 위와 같이 구형했다.
는 건설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은 공사 와 관계된 모두에게 있는데, 특히 가장 큰 권한
그동안 고 김태규씨의 산재사망에 대한 재
과 책임이 있는 발주처가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수사와 책임자 기소에 있어, 검찰의 행태는 계
의 예외가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재정신
속해서 문제시되었다. 작년 4월 고 김태규씨의
청과 관련해서도 염태영 수원시장의 탄원서를
사망 이후 5월부터 경기지역에서 민주노총 경
포함한 1,500여 건의 탄원서를 수원지방법원에
기도본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를 비롯한
제출하는 등 시민사회가 함께 뜻을 모았다. 그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청년 건설노동
러나 검사의 구형에 뒤이어, 5월 22일 재정신청
자 고 김태규 산재사망 대책회의’(이하 대책회
에 대해 법원은 기각 처분을 통보했다. 이에 재
의)가 구성되어 진상규명을 위한 재수사와 책임
정신청에 불복하는 재항고를 대법원에 제출하
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지속해왔다(수
기로 한 상황이다.
원서부경찰서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는 작년 하반기부터 수원지검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하다가 사람이 죽어도 마땅히 책임을 묻
이에 여론을 의식한 경찰은 재수사를 실시해 시
지 못하고, ‘법’이라는 형식적 제한으로 인해 솜
공사 대표 등 6명에 대한 기소 의견을 검찰에
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는 현실에 마땅히 제동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발주처와 시공사 대표
걸어야 한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더욱
를 ‘혐의없음’으로 모조리 불기소 처분하는 등
중요한 이유이다!
경찰의 기소 의견조차 묵살하는 행태를 보였다.
1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업무상 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최민 상임활동가
과로사는 임상 진단명이 아니다. 이미 발생
산재로 승인되는 정신질병
한 뇌심혈관질환 사망에, ‘과로’가 원인이 되었
정신질환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위
는지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붙이는 사회적이
와 같은 절차를 밟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 제도적인 이름이다. ‘업무상 정신질환’도 마
제37조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찬가지다. 진단을 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
진단된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요인이
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
발생의 원인인지, 또는 악화 요인으로 상당한
병을 따로 명시하고 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한 뒤에 사후적으로 붙
험법 시행령 별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는 이름이다. 일하는 도중에 일과 관련하여 발
인 인정 기준」에서도 신경정신계 질병을 규정
생하는 ‘업무상 사고’와는 달리, 업무상 질병은
하고 있는데, 물질의 급성 중독에 따른 질병 외
업무 중 뿐만 아니라 집에서 쉬다가, 혹은 퇴직
에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한 이후에 발병할 수도 있고, 업무의 어떤 요인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
이 어떻게 질병을 일으켰는지가 겉으로 드러나
애’,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
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업무상 사고와 업무
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상 질병은 다른 판정 과정을 거친다.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 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규정
근로복지공단은 지역본부별로 ‘업무상질병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기에 제한되지
판정위원회’를 운영한다. 해당 질병과 관련된
않고, 공황장애 등과 같은 불안장애, 수면장애,
임상의사, 직업환경의학 의사, 인간공학자나 변
주요우울장애 등이 모두 업무상질병으로 인정
호사, 노무사, 산재보험전문가 등 전문가들로
된 바 있다. 고객과 관련하지 않은 업무상 스트
질병판정위원을 구성하고, 이들 중 5~7명으로
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나 우울병 에피소드 역
판정회의를 열어 재해자의 신청서, 근로복지공
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진단명에 제한
단 지사에서 실시한 조사 내용 등을 기초로 업
되지 않고, 어떤 정신질환이라도 업무상 부담
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이 질병의 악화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산재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검토한 건이 1만 건
상이 승인되는 편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활용
이 약간 넘었는데, 한번 회의에 10건 정도씩 검
하고 있는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에
토하다보니,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많
서 제시하는 정신질병의 종류와 업무관련 위험
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요인은 다음과 같다.
지적되고 있다. 일터 17
업무관련 위험요인 우울에피소드 (주요우울장애)
높은 직무요구도, 낮은 사회적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직무불안정성, 위협 및 폭력, 불공정성 - 장시간근로, 해고의 경험 등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짐.
불안장애
높은 직무요구도 또는 직무변경이나 책임의 변화 - 공황장애의 경우 급성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음
적응장애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사건으로서 급격한 직무 변경과 책임의 변화 등이 포함됨.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급성 스트레스반응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심리적인 외상성 사건 - 외상성 사건의 심각도, 생명위협 정도, 개인적 부상 유무, 대인관계적 폭력, 가해 여부, 잔혹행위의 목격 등 - 외상성 사건 경험 후의 부정적 평가, 부적절한 대처기술,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발전 등이 동반되는 경우, 반복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 발생 위험이 높아짐 - 외상성 사건 이후 부정적인 생활사건이 동반되거나, 경제적 손실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그 위험이 높아짐
자해행위, 자살
사건 발생 이전의 정신적 이상상태를 기준으로 위험요인을 판단함. ▲ 정신질병의 종류와 업무관련 위혐요인. 출처 : 근로복지공단,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의 관계
에서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와 재해
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를 업무상
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
재해로 본다. 이때 ‘상당인과관계’가 중요하나
다.’고 한다. 하지만 시행령은 ▲업무상 정신질
뚜렷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은데, 보통은 ‘사
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
회상규 상 일반적인 지식이나 경험에 비추어
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정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
신질환이 아니더라도)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고 인정되는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정립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되어 있는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 인과관계란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그밖에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는 아니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고, 노동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
는 경우에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도 인
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업무상 유해
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에 따라
요인과 질병 사이의 관계가 확실해 질병판정위
한 해에 30~50여건의 자살 사건이 업무상 재
원회를 거치지도 않아도 되는 진폐증이나 소음
해로 승인되고 있다. 이때 업무상의 사유로 인
성 난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병에서 업무상
한 ‘정신적 이상 상태’라는 것이 반드시 정신질
요인이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갖는
환을 진단받는다든지,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
다는 것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뇌심혈관질
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살’을 선택했다는
환, 근골격계질환, 정신질환 등 흔히 거론되는
것 자체를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여러 업무상 질병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생하기 때문이다.
18
노동자가 만드는
정신질환의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 뿐 아니
는데, 갑자기 전혀 다른 도시로 전보가 났다. 믿
라, 경제적 문제나 가족관계 등 개인적 스트레
어왔던 본부장이 자신을 내친 것이라는 생각이
스 상황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체적 질병
들었다. 딱히 직위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강
에 따라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도 있을
등 혹은 좌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
수 있고, 질병의 특성상 외부 요인보다는 내적
족이 다 함께 사는 곳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
인 요인(신경계 발달이나 유전 등)이 훨씬 중요
아 결국 낯선 도시로 혼자 이사했다. 새로운 도
하다고 알려진 질병도 있다. 그래서 업무상 질
시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한 달 뒤 A 씨는 ‘미안
병 여부 판정 과정은 쉽지 않고, ‘의학적, 과학
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적’ 인과관계에만 기대서 판단할 수도 없다. 현
이는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 모임에 참여
재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하는 한 가족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A씨
서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업무 이외의 스트레스
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승인받지 못했다. A씨의
요인, 질병에 대해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업
업무 변화와 관련된 스트레스와 새로운 도시에
무상 스트레스가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서 부닥친 직장 문제의 구체적 증거가 부족했
주었다’는 것이 인정되는지를 ‘노사정에 의해
기 때문이다.
추천된 전문가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고 있 는 셈이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재해 당사자 혹은 자 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관련한 ‘충분한’ 증
판정 과정의 개선 과제
거를 수집하여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업무상 질병
사 지침」에서 조사하도록 정해놓은 ‘주요 업무
입증 과정이 다 어렵지만, 정신질환 특히 자살
상 스트레스 요인’에는 업무상 사고, 폭언· 폭
에 대해서는 재해당사자 측의 입증책임을 덜
력· 성희롱, 업무의 양과 질 변화, 업무의 실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폭력이나 폭언,
책임, 민원· 고객과의 갈등, 회사와의 갈등, 배
징계 등과 같은 뚜렷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
치전환, 직장내갈등, 업무부적응, 괴롭힘· 차별
비해, 장기간에 걸친 과로처럼 저강도의 만성
등이 포함된다. 지침은 해당 요인 자체의 심각
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악화된
성 뿐 아니라, 노동자의 주관적 충격 정도를 감
정신질환의 경우 판정위원을 설득하기 어렵다
안하고, 사건 발생 이후 처리과정에서의 적절
는 문제도 있다. 일본은 여러 가지 업무스트레
한 지원과 지지, 근로자 보호가 가능한 체계였
스를 강, 중, 약으로 평가하도록 구체적인 사례
는지를 감안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과정 등
를 들어놓았다. 그리고 ‘중에 해당하는 스트레
을 고려하여 주요 스트레스 요인의 심각도를
스 요인이 2개 이상이면 승인’ 등 매우 구체적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조
인 승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승인 지침 자체
사 과정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가 편향될 수 있고, 판정위원들의 자율적인 판
이에 대한 평가와 판정은 아직은 각 사례마다
단 여지를 좁히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업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스트레스 요인을 세분하여 평가하도록 해 판정 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한 사례를 보자면, 50대 초반의 남성 A 씨 는 공공기관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평
자살뿐 아니라 정신질환 판정과 관련된 체계성 을 좀 더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은 아니었다. 그는 고 향에서 취업하여 오랫동안 한 도시에서 살아왔
일터 19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이혜은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연구 배경
도(36건), 우울장애(32건)에 이어 세 번째로 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이미 널리 알려
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직업 스트
진 문제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급
레스는 전체 자살자의 68%가 겪은 문제였으며
증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몇 년간 잠시 주춤하
28%에게는 최우선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을 알
는 듯했지만 2011년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각의 자살 사건들
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
에서 과로 혹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
후 서서히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
그렇다면, 개별 사례가 아닌 전체 노동자 집단
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정신적 문제부터 경
에서도 과로와 자살은 관련이 있을까? 기존 연
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
구에서는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 미만인 노동
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자에 비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들의 ‘자살 생
서도 과로와 관련된 자살은 한국 사회에 알려
각’ 위험이 약 40%높았다고 말하고 있다3). 뿐
진 노동자의 건강 문제 중 비교적 최근의 이슈
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우울증상에도 역시
이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4-2018
영향을 미친다4)는 점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
의 5년 동안 336명의 노동자 자살에 대한 산재
과 자살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신청이 있었고 이 중 176명이 업무상 과로 및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살로 승인되었다1).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자살사망 위험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자
과로와 자살의 연관성은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서 발표한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자살사망자 103명의 자료를 분석 하여 발표한 보고서2)에 의하면, 자살 경로에 기 여하는 위험요인 중 업무부담(30건)은 자살시 1)김지현. “직장 적응에 부담”… 업무상 정신질환 산재 신 청자 35% ‘극단적 선택’. 한국일보. 2019. 10. 21 2)중앙심리부검센터. 2018 중앙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 서. 2019.
20
노동자가 만드는
하였다. 3) Yoon J-H, Jung PK, Roh J, Seok H, Won JU (2015). Relationship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Suicidal Thoughts: Nationwide Data from the 4th and 5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PLoS ONE 10(6): e0129142. doi:10.1371/ journal.pone.0129142 4) Kim I, Kim H, Lim S, Lee M, Bahk J, June KJ, Kim S, Chang WJ (2013). 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atology among full-time employees: Results from the four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07–2009). Scand J Work Environ Health. 39(5):515–520. doi:10.5271/ sjweh.3356
▲ 그림 1. 연구대상자 특성에 따른 자살률 (사망자 수/10만명)
2. 연구 방법
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10만명당
본 연구의 대상자는 2007-2015년의 국민건
자살률은 32.5였다.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와 단
강영양조사의 참여자 중 주당 노동시간 15시간
순노무직인 경우 자살률이 확연히 높아 사회경
이상의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14,484명이다.
제적 상태가 낮은 노동자에서 자살률이 높았음
이들의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자료가 연결
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
되어 2016년까지의 사망여부, 사망일, 사망원
보다 4배 이상 높았다(그림 1).
인이 확인되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35시간 미만, 35-44시간, 45-52시간, 52시간 초과의 네
주당 노동시간의 경우 35-44시간의 자살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통해 성별, 나이, 가
률은 10만명당 12.0명이었던 것에 비해 45-52
구소득, 직업분류, 주당노동시간에 따른 자살률
시간의 경우 51.2명, 52시간 초과시 52.8명으로
을 계산하였고 장시간 노동의 자살 위험을 평
4배 이상 높았다(그림 1). 여기에 성별, 연령, 가
가하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
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한 자
을 기준으로 자살률을 비교하여 위험비(hazard
살에 대한 위험비는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
ratio)를 산출하였다. 이 때 혼란변수의 영향을
인 집단 대비 45-52시간의 경우 3.89배, 52시간
통제하기 위해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초과인 경우 3.74배로 높게 나타났다(그림 2).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하였다. 4. 토의 및 결론 3. 연구 결과
본 연구 결과 주당노동시간이 35-44시간인
평균 5.2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14,484명 중
노동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 경우 향후 자살
27명이 자살로 사망하였고 국민건강영양조사
로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을 확
일터 21
인하였다. 다만, 분석에 이용된 자살 사망자는
동시간은 현실에서 고용안정성, 급여 등 다른
27명에 불과하여 연구결과는 다소 불안정할 수
여러 노동조건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인이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본 연구데이터
다. 그렇기에 다른 요인에 대한 고려 없는 단순
에서 확인된 자살 사망자가 5명에 불과하여 결
한 노동시간 단축은 정책방향이 될 수 없다. 본
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구의 데이터에서도 가구소득 최하 4사분위
본 연구는 면접조사를 통해 해당 노동자의 노
층은 전체 대상자 평균의 3배 이상 높은 자살률
동시간이 조사된 후 최소 1년부터 최대 9년간
을 보였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급여의 하
추적하여 자살 여부를 확인한 종단적 연구이자
락이 아닌 사회경제적 상태 개선과 함께 이루
한국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대
어질 때 유의미한 자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표성 있는 노동인구집단에서 장시간 노동과 자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시간 노동의 자살 영향
살의 관련성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우
에 대한 본 연구 결과의 의미를 더 확장한다면
리는 장시간 노동의 자살에 대한 악영향이 주
결국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업무부담이 자살과
당 노동시간 60시간 이상과 같은 과도한 장시
관련될 수 있다는 인식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간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
있을 것이다.
간을 벗어난 모든 장시간 노동에 해당될 수 있 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
* 본 연구결과는 노르딕 직업안전보건협회 (Nordic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장시간
Association of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
노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간 수준
발행하는 <스칸디나비안 일, 환경, 건강 저널>에 발표되
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노
었다(Lee H-E, Kim I, Kim H-R, Kawachi I. Association
동자 자살의 업무관련성 평가 역시 표준시간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이상의 노동은 전부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
mortality in Korea. Scand J Work Environ Health –
능성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노
online first. doi:10.5271/sjweh.3890).
▲ 그림 2 주당노동시간(35-44시간 기준)에 따른 자살 위험비 및 95% 신뢰구간 (연령, 성별,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 보정)
22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재난 때마다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한다. K-
다. 전례 없는 사태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
방역모델이 국제표준으로 추진될 만큼 주목을
론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따
에 드러낸다. 무대 뒤편에 감춰졌던 그 사회의
른 비상상황으로 주말에도 출근해야했던 전주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다. 그 계
시 공무원(43세)과 성주군 공무원(47세)이 2
기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보
월 말 3월 초에 연이어 과로사했다. 비상근무로
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전선, 초토화, 쑥대
20여 일간 하루도 쉬지 못하면서 쓰러졌다 다
밭, 대란, 대공포, 창궐, 초유의 사태, 전시 상황,
시 현장으로 복귀하기도 한 포항시 북구보건소
군사작전, 포화 속, 총동원, 코로나 전사, 최전선
감염관리팀장(53세)의 사례 또한 과로사 위험
영웅 등으로 묘사되는 이런 재난적 상황에서는
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4월 말 코로나19
권리의 원칙들이 쉽게 유예되거나 무력화되기
관련 업무를 관리하던 합천군 공무원(56세)도
일쑤다. 무권리 상태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과로로 사망했다. 재난 대응 시 휴게시간이나 쉴 공간 또는 숙 되짚어 보면,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
소 등을 포함한 편의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난 시기에도 사망사건이 발생했고 이제는 매년
방호복을 착용하는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평
발생하다시피 하는 동물 전염병 때에도 방역
상시보다 더 쌓인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한
공무원의 과로사가 반복됐다. 지난 3월 말 파주
겨울이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할 정도
시에서 수의사로 일하던 주무관(52세) 또한 아
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을
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하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며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중에 과로사했다. 일
못하다. 언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할지, 그 규정
련의 사건들은 재난 시기 비상근무에 따른 과
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주말근
로위험에 공무원들이 어떻게 노출되어 있는지
무가 연속되지만 대체휴무도 기대하기 어렵다
를 말해주고 있다.
는 하소연도 다반사다. 재난은 그런 권리들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노동인권은 재난과 양립할 수 없는가? 재난은 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재난의 영
복무규정과 봉사자 이데올로기
어 단어인 disaster의 어원은 행성이 궤도에서
과로사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장치들을 보
벗어난 탓에 발생하는 미지의 사태들을 가리킨
자. 하나. 공무원은 복무규정 탓에 과로위험 일터 23
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긴급 상황
공무원 수는 OECD 국가와 비교해 최저 수준
에의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복무규정’(비상근
이다. 이는 인력의 과소 상태를 반증하는 대표
무와 근무시간의 변경 조항 등)으로 근무시간
지표다. 평상시 초과근무만 월평균 150시간에
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수시로 변경되기도
달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과로 상태가 만성화
한다. 비상근무의 종류, 발령일시, 발령사유 등
되어 있음을 가늠케 한다. 지자체 현업 공무원
의 기준은 꽤 구체적으로 명시된데 반해 그 사
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공무원 과로사는 재
용 제한에 대한 내용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주
난 상황의 예외적인 사건에만 그치는 것이 아
말에도 출근 (대체휴무 없음)’ 식의 비상근무
니란 얘기다. 누적되어 있던 과로위험이 재난
를 방기하는 복무규정은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시기에 격발되어 표출된 시스템 상의 고질적인
양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초과근무만 월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
평균 150~200시간에 달할 정도다. 비상근무를
은 ‘신종’이라 이름을 갈아가며 반복 발생한다.
‘여는’ 조치와 함께 ‘닫는’ 조치를 병기해야할
빈도도 높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 종류도
것이다.
많아지고 있다. 재난의 반복성만큼이나 공무원 과로사도 예감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둘. 공무원에 부여된 헌신, 봉사, 수호, 사명 감, 책임감 등 봉사자 이데올로기도 장시간의
노동인권에 기초한 대응 원칙 세워야
비상근무를 정당화한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비상근무에 따른 공무원 과로사, 되풀이 될
재난 상황일수록 과로위험에 대한 사회적 발
문제인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인권에
언을 어렵게 만든다. 재난 상황의 공무원도 안
기초한 원칙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전
전권, 건강권, 시간권리가 전제되어야 하는 노
권, 건강권, 시간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포함
동자임에도 말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한 대응 원칙말이다. ‘긴급 상황’이란 이유로 과
사명감을 갖추는 일과 별개로 휴게시간, 최소
로를 조장하는 방식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한의 휴식시간, 대체휴무, 초과근로 제한 등의
유발한다. OOO전사나 영웅으로 호명하거나
시간권리를 차폐화하는 방식의 비상근무는 제
직업정신을 앞세워 희생을 동원하는 방식의 대
한되어야 한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
응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뿐, 재난 대
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되곤 한다. 재난
응으로는 부적절하다. 노동자 인권을 명시하는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
것이 재난 대응의 첫 걸음이자 모두의 안전을
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담보하는 최선의 방역이다.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 데 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는 은폐되는 효과가 발휘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 는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양산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예외적 사례라고? 공무원 과로사를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상근무 의 탓도 탓이지만 이러한 관점은 그간에 켜켜 이 누적된 과로위험을 간과하게 한다. 한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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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민주노총 14층에 차려진 한익스프레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공간. 일터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무수한 무명의 죽음들을 언제까지 추모만 일터 25 할 것인지. 출처: 박기형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사회복지사 실습생 소나기님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뭔데?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처음부터 다
“봉사활동 중에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알았나? 환자 앞에서 우릴 그렇게 무안 주면, 지
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사회복지사
가 올라가는가보지?” 실습일과를 마친 후 동기
의 꿈을 키우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 장애
들과 수다가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젊은 시
아동 방과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활동
절이 좋았어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빛바랜 시
을 했었는데요. 가끔이었지만 공원에 산책을
간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사회복지학과 실습
나갈 때면 먼저 와있던 부모들은 장애아동을
을 마치고 지금은 휴학 중인 소나기님을 5월 13
보고 같이 못 놀게 하거나 비장애아동을 데
일 안양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그녀가 겪은 생생
리고 공원을 나가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역
한 실습이야기를 들었다.
사회에서 장애아동들이 받는 편견과 차별들 이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 실습은 보통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때 많이 하는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필요한 160시간, 4주를 기본으로 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고, 실습을 통해 장애인 복지 분 야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다. 대략 3~4월에 실습하고 싶은 곳을 3~4군데 정해두고 자기소개서와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복지관의 직원 출근시간은 8시 50분부터
그 후엔 4월부터 6월 사이에 사회복지 실습이
오후 6시까지이고, 실습생은 8시 40분부터
인정되는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습생 모집
오후 6시까지였어요. 그런데 오후 5시 50분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한다. 소나기님은 장애인
경 팀장님과 마무리 모임하면, 정시에 마치
복지관에서 실습을 하였다고 한다. 사회복지사
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저녁 7~8시까지도
가 되려는 이유와 장애인복지관을 실습장소로
있었던 것 같아요. 일과의 시작과 마무리는
선택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팀장님 조회에요. 팀장님께서 실습생이 다 왔는지 확인 후 오늘, 내일의 업무를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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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주십니다. 그다음엔 사회복지 사무실로 올
이게 남자는 카라티, 여자는 블라우스를 입
라가 한가운데 일자로 쭉 서서 매일 다른 멘
으라며, 옷차림에 대해 한 명씩 일일이 지적
트로 아침저녁 인사를 해요. 예를 들면, ‘안
하는 것을 보고 두 번째 지진을 느꼈어요. 그
녕하십니까. 000실습생 인사드리겠습니다.’
리고 자기소개서를 보시더니 갑자기 제 이
구호를 외친 후 ‘활기찬 0요일 되십시오.’라
름을 부르셨어요. 000! 학생회 했네! 콕 집
하고, 끝날 때는 아침과 똑같이 구호를 외치
어 질문 없냐고 해서 복장규제와 캠프참여
고 ‘오늘도 열심히 배웠습니다.’라고 합니다.
를 정함에 남녀차별에 대해 질문했고, 무거
매일 다른 멘트를 생각해야 했고, 얼마나 창
운 것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고정된 성역
의적이고도 인상적인 인사를 하는지 항상
할을 이해시키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고요.
팀장님이 확인하셨기 때문에 실습생의 중요
말이 길어져서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
한 업무 중 하나였어요. 인사 시간만 다가오
는데, 마지막에 학생회를 했다는 이유만으
면 다들 불만이 많았지만, 전통이었기에 따
로 제가 이런 질문 할 것을 예상했고, 이해시
를 수밖에 없었어요. 실습 2주 동안은 방과
키기 위해 일부러 지목했다 하시더군요. ‘실
후 프로그램을 돕는 역할을 했어요. 프로그
습 그만두겠는데?’라고도 하셨어요. 제 마음
램 특성상 점심보조를 했는데, 그동안 점심
에는 세 번째로 지진이 일었어요.“
을 빨리 먹어야 해서 먹는 둥 마는 둥 할 수 밖에 없었죠.”
시작 전부터 받은 충격으로 실습을 꼭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실
보통 4주간 실습 중 첫 주는 대부분 교육, 2 주차부터는 기관마다 다른데 실습 간 복지관
제 진행한 실습내용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는 지 물었다.
에서는 해마다 방학프로그램 부담임으로 배치 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주는 관장, 팀장 면담이 나 1주차 교육을 계속 이어갔단다. 실습프로그 램을 마치고 어떠했는지 소회를 물었는데 시작 전부터 수퍼바이저의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세 번의 심리적 지진을 느꼈다고 한다.
“실습기간 동안 이용인에게 다가가는 방법, 사회복지관의 역할 등 정말 많은 사회복지 지식들을 배웠어요. 하지만 협력이 이루어 질 수 있는 팀별 과제라든가, 프로그램을 만 들어 진행해보는 과정들이 없었고, 실습생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업무를 어깨너
“실습 일주일 전 실습기관의 담당 수퍼바이
머 봐야 했어요. 이미 짜여진 프로그램에 실
저와 만나서, 실습 일정이나 필요한 과정에
습생이 투입돼서 보조하는 역할이었기에 배
대해 설명을 듣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어
웠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한 느낌이었어요.”
요. 실습생 10명 중 여자가 7명 나머지는 남 자였어요. 실습 일정에는 1박 2일의 대규모 캠프가 있었는데, 실습생 2명은 복지관에 남 아야 하고, 남자는 무조건 캠프를 가야 한다 고 했어요. 선택권 없이 여자 실습생만 남을 수 있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러나 첫 만남이라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었죠. 반팔 티셔츠는 되도록 입지 말고 전문직처럼 보
일반적으로 실습비를 개인이 실습기관에 8~10만원을 직접 지불하지만, 실습기관에 따 라 예외적으로 실습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당 시 실습비의 대부분은 식사비나 회식비로 사용 하고 나머지는 기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기 관에선 실습생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 했다고 한다. 한편, 실습 평가점수는 실습기관
일터 27
의 수퍼바이저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래
서빙도 해야 했어요. 같은 차를 타고 왔던 이
서 수퍼바이저의 권력은 실습생들에게 절대적
용인이 불판을 바꾸고 자리를 안내하는 저
일 수밖에 없다.
를 보곤 실습생이 이런 것도 하냐고 묻기도 하셨어요. 저녁 프로그램이 끝난 후엔 평가
“수퍼바이저가 실습생들의 개인 평가점수를 학교에 제출하게 돼 있어요. 실습 도중에 실
회의 겸 회식을 한다고 해서 완전 긴장을 했 어요.”
수했거나 OT에서 했던 질문 같은 것으로 밉 보이면 수퍼바이저는 맘대로 점수를 깎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실습생에게는 ‘이 점
육체적 힘듦보다 회식에서 겪은 바가 훨씬 굴욕적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가 취업까지 연결된다’, ‘지금 네가 하는 행 동은 미래에 네게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강 해요. 그래서 실습생은 항상 수퍼바이저의 손바닥 위에 있어야만 했어요. 굴욕적인 일 을 겪어도 참아야 했고, 회식자리는 실습의 연장이 돼서 항상 필수로 참석해야 했어요.”
“평가회의가 끝난 후 회식을 이어가던 도중 에 국장님께서 갑자기 ‘너희를 우리기관에 붙여 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여기 들어오기 힘들다. 아예 너희의 희망을 자르는 거다’ 하 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갑자기 ‘첫 잔은 원샷 을 해야 된다’며 건배 제의를 했어요. 저는
이어서 들려준 1박2일 캠프에서 이야기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편이라 무
‘실습생을 부려먹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척 당황했죠. 그때 누군가 ‘국장님께서 하시
것 같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진행, 고깃집에
면 저희도 할게요’라고 용기 있게 말했고, 국
서 서빙, 수영장 안전요원, 늦은 시간까지 회식
장님은 보란 듯이 술잔을 비워버리셨어요.
이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하는 실습의 과정으로
저는 원샷이 힘들어 반만 마셨는데, 옆에 있
보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던 친구들은 눈이 빨개지면서까지 다 마시 는 거예요. ‘술을 이렇게 열심히 마셔야 하는
“매년 캠프를 가지만 이번에는 자원봉사자 인원이 부족했어요. 호텔 전체를 빌려 행사 를 진행했는데, 각 부서 팀장님들과 실습생 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만 했어요. 가기 전 에 각각의 프로그램에 실습생을 미리 한 명 씩 배치했는데, 실습생은 프로그램 준비 과 정을 모르다 보니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 었어요. 사전 정보도 없이 시작된 터라 다들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식 말미에 국장님께서 ‘술잔을 비우라고 한 것은 사회 생활에 필요한 대처나 적응능력을 본거다.’ 라고 하셨어요. 캠프와서 실습시간 160시간 을 초과했는데,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겪어 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복지관 에 취직시켜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왕좌왕했어요. 낮에 체험프로그램을 진행 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설명해야 했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실습을 나
남자실습생은 워터슬라이드 안전요원을 하
갔는데, 실망스러웠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실질
다가 다치기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녁 식
적인 실습이 되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
사 시간에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수영장 옆
지 물었다.
에서 진행하다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식당으로 가야 했어요. 식사 준비를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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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복지기관들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예를
무래도 재원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업무범
들어, 탈색모거나 밝은 염색을 한 사회복지
위도 넓어지고 업무수행도 좀 더 안정적이
사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오니 가급적이면
에요.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후원금 납부나
실습생도 검정색의 단정한 머리를 해야 하
종교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있기도 해요. 사
더라고요. 주변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실 사회복지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복지관에서 실습한 사례가 있는데, 팀장, 부
낮다 보니 많은 분이 이직합니다. 이 진로에
장님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도 치고, 저희처
큰 목표를 가지고 왔지만, 사회복지관의 비
럼 이미 기획된 캠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
리나 사회복지 현실을 접하고 나니 여러 생
활동 하는 게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함께 캠
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를 하면서 부당함
프를 기획하여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는
을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당함을 헤쳐나가
경험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복지관의 조직
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체계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더라고요. 말단
이루어야 할지 막연해져서 고민도 많이 되
실습생의 경험으로는 ‘모든 게 내가 맞다’라
더라고요.”
고 생각한 것부터가 수직적 조직문화의 시 작이 아닐까 해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 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수평적 조직문화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복지서비 스를 제공만 하지 받지는 못하고 있어요. 관 장, 국장처럼 높은 직급과 달리, 입사 초년생 은 고용조차 불안정하잖아요. 주변에 졸업하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사회에서 사회복
고 취직한 지 1~2년 된 선배님들의 퇴직 사
지기관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
례를 종종 들어요.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어
거나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생긴 문제로 그
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재정이 취약
만두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상
할수록 일선 근무자의 근무조건·환경이 불안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가 대
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무의 특성상 감
중들에겐 ‘착함’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잖
정노동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이 많을 텐데
아요. 그러다니 감정 소모가 있어도 무시되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들어보았다.
는 거 같아요. 이를 관리해줄 제도도 없고요. 사회복지사들도 다른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사회복지관 프로그램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진행하는데요. 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많이
없는데, ‘왜 착해야만 하고, 봉사나 희생을 강 요당해야 하지?’ 의문이 들어요.”
나간다고는 하지만, 후원금을 따와야 하기 에 앉아서 서류 작성이 더 많더라고요. 보통
소나기님은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서 뭘 할
계획안, 보고서, 결과서를 작성하는데, 규모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평
가 작고 재원이 적은 복지관의 경우는 더욱
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노동환경, 사회복지환경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해서 서류도 많이 필요
을 만들어보고자 장기적인 진로를 계획하고 있
해요. 유니세프,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
다고 한다. 졸업 후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경
단처럼 위탁재단이나 법인이 클수록 후원금
험을 쌓고 재단이나 법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 많아죠. 그래서 임금을 받을 때 재단에서
포부를 밝혔다. 소나기님이 바라는 사회복지공
특별수당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아
동체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집단 안질환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작업용 고글’이 전무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 노동조합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연구소 상임활동을 하면서 여러 현장의 식
집단적 안질환 발생이 되기까지
당을 가 본 경험이 많았다. 주로 부산울산경남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22개의 식당이 운
역의 현장이었는데, 그 중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영되고 있으며 5개의 섹터로 관리되고 있다. 회
의 식당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맛이 좋았다.
사는 주)현대그린푸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
하지만 당시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함께
열사이다. 이번 안질환이 발생한 식당은 52공
했던 노동강도 평가 사업이나 간부 교육 등으로
장 식당으로 지난 2월부터 3월에 걸쳐서 14명
울산공장을 방문하였기에, 매일 3만 명이 넘는
의 작업자가 각막 손상, 그로 인한 안구 건조증,
노동자(많게는 4~5만 명 이상)의 아침, 점심, 저
눈물 흘림, 비비면 멍이 드는 안질환으로 년. 월
녁을 책임져야 하는 식당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차를 내고 자비로 안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이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진 못하였다.
러한 사실을 인지한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제보 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52공장 식당에서 집단
2020년 4월 22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
안질환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지, 기자회견
그린푸드울산지회는 14명의 노동자에게 집단
이후 노동부의 원인 규명 조사는 어떠했는지
으로 발생한 안질환의 원인 규명과 노동조건 개
물었다.
선 요구와 함께 회사의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 견을 개최하였다. 무엇이 14명의 노동자에게 집
“현대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식판은 폴리카
단적인 안질환을 발생시켰는지, 한 달이 지난 현
보네이트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재는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지난
식판이기에 깨끗하게 씻어도 식단의 종류
5월 26일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를
에 따라 식판에 음식 얼룩이 남는 경우가 있
방문하였다. 마침 노동조합 상집간부 회의로 지
어요. 실제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여 사용하
회장님과 다른 간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지 못하지만, 52공장 식당은 식판 침지세척 과정에서 락스를 세제와 함께 사용하였고 식탁 청소 시에도 락스를 사용한 것으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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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 소속 지회장과 간부들. 출처: 이숙견
보되었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로
여 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현대그린푸드 울산지
인하여 집단 안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보여
회는 2018년 8월 26일 창립하였고, 대부분 조
요.”
합원은 정규직 조리원이다. 이번 안질환의 피 해자는 대부분 비조합원으로 노동조합이 이번
“노동조합에서는 14명이 집단발병하였기
사건에 대하여 대응을 하자 회사에서는 탄압과
에 중대재해로 보고, 특별근로감독을 요청
입막음이 엄청났다. 노동조합이 제보를 받고
하였으나,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1명을
현장조사를 하자 회사는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
파견하여 단독으로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지, 안질환 피해자 14명은 산재 신청을 했는지
형식적인 현장 조사를 했어요. 실제 현장 조
물었다.
사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연락을 받지 못해 서 참여조차 하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안질
“회사는 노동조합이 이 사건에 대하여 문제
환이 발생했던 당시 작업조건-환기 시설,
를 제기하자마자 ‘노동조합에 이야기해서
작업장 온도, 락스의 비율 등-이 제대로 반
일을 크게 만드냐?’며 제보자 색출에 들어갔
영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노동부의 1차 조
고, ‘누가 물어보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마스
사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크를 써서 그렇다’라는 답변 강요와 함께, 조
노동조합은 노동부를 방문하여 항의 면담
합원을 1:1로 면담하여 근태복원과 치료비
을 하였고, 노동부는 어쩔 수 없이 6월에 2
를 회사가 부담하겠다며 회유와 협박을 했
차 역학조사를 하기로 한 상황이이예요.”
어요. 그리고 현대자동차 환경보건팀이 득 달같이 52공장을 방문하여 식판 등 잔류물
울산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약
조사를 자체적으로 하여 잔류물이 없었다
830여 명이다. 8시간을 일하는 정규직 조리원
는 결과와 함께, 락스 희석노동 적절, 배기
이 340명이고, 단기 작업(4시간~6시간)자인 조
닥터 정상작동, 에어컨 바람이 세서 환기가
리 보조원이 약 340명, 관리자인 조리사가 120
안 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노동부 울
일터 31
산지청에 보고했지요. 결국, 노동부의 1차
시했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마스크를 착
현장조사는 회사의 급박한 조치가 이루어
용하는 것도 힘겨운데 고글까지 착용하기
진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때문에 더욱 작업자들이 힘들게 작업을 해 야 해요. 모두가 다 뜨거운 불 앞이고, 조식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대부분 비조합원
1,000명, 중식 2,200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기에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회사
과정에서 마스크도 해야 하고, 앞치마도 입
의 1:1 면담, 관리자의 압박은 개별 노동자
어야 하며, 여기에 고글까지 끼면 엄청나게
와 조합원에겐 큰 부담이었어요. 치료를 받
습기가 차요. 특히 식당은 고열작업이 많고
았지만, 개인 근태로 처리하거나 자비로 부
세척과정에서도 더운물을 많이 사용하기에
담하였기에 조합 차원에서 피해자의 협조
고글착용 시 김이 서려서 앞이 보이지 않게
가 없으면 근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죠.
되요. 이 때문에 사고 발생의 위험을 더욱
결국, 현재 산재 신청을 한 사람은 한 명도
높이는 조치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이러한
없습니다.”
일방적인 조치는 작업자의 고충이나 노동 조합의 요구를 전면 무시한 행위인 거죠.”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회사에 5가 지의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중대재
“급식노동 자체의 작업환경으로 회상, 피부
해자 14명 전원의 산업재해처리와 인정, 두 번
질환, 호흡기질환 등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
째는 식당에 사용 중인 저가형 세제 사용 중단
다. 그리고 반복 작업, 중량물 작업도 많기
과 식당 노동자와 현대차 조합원의 건강권을
에 근골격계질환자도 많아요. 3만 명 이상
고려한 친환경 세제 전면교체 및 애벌 세척기
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배식을 하기에
도입, 세 번째는 식판 심지 세척과 식탁 청소 시
감정노동에도 많이 노출됩니다. 특히 주간
락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에탄올 대체 요구,
연속 2교대제에 맞춰서 음식을 제공하기 때
넷째는 환경호르몬의 논란이 되는 플라스틱 식
문에 교대작업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스트
판을 스테인리스 식판(STSS304)으로 교체, 마
레스가 심각해요. 오전반은 4시에 출근하기
지막으로 그동안 장시간에 걸쳐 유독가스에 노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
출된 작업자들에게 특수건강검진 실시와 노조
야 합니다. 지속적인 교대근무로 오전반 근
가 추천한 전문위원이 포함된 공동조사와 긴급
무가 되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
노사협의회 개최이다. 기자회견 이후 현장은
우가 많아요. 실제 뇌심혈관계 질환도 많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번 안질환 이외의 노동
발생하고요.”
자 건강권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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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의 1차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15년 이상이며, 대부분 조합원의 평균 근속연
회사의 문제점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기에
수는 20년이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눈에 보이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락스 비율
2018년에 최저임금이 10.8% 인상되면서 임금
정도를 고려하거나 환기 시설을 개선한 정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회사는 아
도이며, 실제 노동조합이 요구한 내용은 대
무런 설명 없이 임금피크제와 격월 지급이던
부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예전
상여금 600%를 매달 지급으로 바꾸는 내용에
보다 더 힘든 상황이 회사가 작업자의 눈을
대한 개별 동의서를 받았다. 결국, 상여금은 최
보호한다며 ‘작업용 고글’을 착용하라고 지
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어 임금은 동결되었
노동자가 만드는
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겉으로는 노동
양한 식품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대표
시간이 단축되었으나 실제 작업량과 인원은 그
적인 식품회사이다. 그렇기에 2019년 연간 매
대로였기에 현장의 노동강도는 엄청나게 높아
출액은 3조 1,243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899억
지게 되었다. 결국, 2018년 8월 현대그린푸드
원, 당기순이익은 639억 원으로, 연말 기준 자
울산지회가 창립하였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
산총계 2조 9,666억 원 규모(출처 : DAUM 백
게 되면서 현장의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앞으
과)의 회사다. 하지만 회사가 이렇게 확장하기
로의 노동조합의 계획은 뭔지 물었다.
까지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의 노력과 희생에 대 한 인정과 보상은 찾을 수 없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파도 산 재로 나가지 못했어요. 회사 때문에 눈치도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하지 않기 위
많이 보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부담이 될
해서 갖은 꼼수를 부렸고, 이러한 과정에서 참
까 봐 참고 일했죠.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
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자 전환배치, 괴롭
니깐 산재로 나가는 것이 조금 수월해졌어
힘 등으로 탄압을 하였다. 심지어 집단 안질환
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노조를
이 발생으로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자 개별
통해서 산재 인정과정에서 도움도 받을 수
작업자를 압박하여 노동조합의 요구를 배제하
있어요. 하지만 산재로 나가면 비는 인원에
고 있다. 여기에 노동부는 회사의 입장만을 반
대하여 4시간 임시 가사보조원이 충원되는
영한 채 현장 조사를 하였으며, 노동조합의 집
데 4시간만 보조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많
단 항의 면담을 진행하자 겨우 2차 현장 조사를
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여전히 동료들의 힘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현대그린푸드
들까 봐 부담이 되죠.”
울산지회만의 문제일까?
“6월에 있을 2차 현장 조사에 최선을 다해
“우리는 임직원의 보람과 행복을 중시한다.
서 임하고 싶어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여,
우리는 모든 임직원을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
노동조합이 요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산으로 여기고,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
중하며 각자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공평한 기
합원의 작업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
회를 제공하고 정당한 평가를 통해 보상받을
진 실시와 안정적인 산보위 운영, 작업장내
수 있는 조직문화의 조성을 통해 개인의 꿈과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개선 노력도 필
미래가 보장되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도록 노
요합니다. 특히, 대부분 조합원은 여성노동
력한다.”(출처: 주식회사 현대그린푸드 홈페이
자이고, 22개 식당 관리자는 남성 조리사로
지)라고 명시한 임직원은 과연 누구인지 되묻
구성되어있기에 오랫동안 위계적인 구조로
지 않을 수 없다.
인한 비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지속하여 왔 어요. 최근에 회사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
1년 동안 식사 제공 수 2억 끼, 운영영업장
기 위해서 1기 노조 간부 모두를 전환배치
수 570개, 직원 9,700명을 거느린 주식회사 현
하는 등 일터괴롭힘도 심한 상황이에요.”
대그린푸드는 국내 식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답게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과 안전하고 건강
주식회사 현대그린푸드는 푸드서비스사업
한 노동환경을 유지 증진하고 노동자의 인간적
(급식사업)뿐 아니라 외식사업, 리테일사업, 식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제
자재유통사업, 해외사업, 건강식 사업 등의 다
대로 해야 한다.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한창운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한창운 국장은 메르스 때는 노동조합 전임
것이 1월 20일. 5월 31일까지 133일, 벌써 4달
활동가가 아니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메르스가
이 넘는 시간이다. 2015년 메르스 때 첫 확진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1월에 코
발생부터 신환자가 0명이 될 때까지 44일 걸렸
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던 것에 비하면 정말 긴 시간이다. 그나마 한국은
않게 생각했다. 노동조합이나 교통공사 모두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매우 안정
마찬가지였다. 2월에 감염병 예방 단계가 ‘경
적으로 이 새로운 감염병을 견뎌내고 있다.
계’로 상승하면서, 공사에서 먼저 대책팀을 꾸
K-방역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사회구성원이
리고 노조와도 협의를 시작했다.
직접 접촉을 덜 할 수 있도록 대신해주는 많은 노 동자, 우리가 만나고 생활하는 곳곳을 과도하다
“서울교통공사가 빨리 대처했고, 잘했다고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소독하는 노동자들 덕에
국제적으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메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르스 때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
그렇게 ‘대신’ 해주던 콜센터노동자, 택배 노동자
지고 있었고, 거기에 준해서 준비를 할 수
들이 과로사로, 연쇄 감염으로 건강을 잃은 뒤에
있었거든요. 기존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빠
야 이런 논의에 등장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
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거죠. 노조에서도
이다.
2018년 말경부터 법정 감염병과 관련된 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책을 세우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A형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간염 등 법정 감염병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있다. 서울
공간 사용이나 치료비 등을 회사에서 보장
교통공사노동조합 한창운 노안국장을 만나 코로
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나 시기 노동조합의 대응을 들었다.
공사에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서 의결 하지는 못하고, 2019년에 의논만 좀 하다가 잊혔는데, 1년 뒤에 코로나가 터진 거죠.”
3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서울교통공사노조
“코로나 관련해서 첫 번째 대응이 코로나 관
한 경우는 유급 공가를 보장했다. 3월 말 이후,
련 위험 국가로 지정된 7개 아시아 국가 방
국내 확진자가 감소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문자에 대해서는 유급 공가를 준다는 대책
인구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유학생 등 해외 거주
이었습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는, 악용하는
자녀가 들어온 경우, 무조건 유급 공가를 보장
사람이 나오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악용
해줬다. 이를 통해 조합원 중 확진자가 없었다
사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는 점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대구·경북에 다
는 걸 노사가 공감하게 된 거죠. 공가는 병가
녀오기만 한 사람도 공가를 주면서, 아프면 쉬
와는 달리 ‘공적인 이유로 사용하게 되는 휴
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된 것이, 코로
가’예요. 확진되고 나면 병가를 쓰면 되죠. 그
나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다만,
런데 이건 확진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사람
이런 대응이 개별 단위사업장만으로 적용된 것
은 일터에 안 나오게 해서 질병 전파를 막자
은 아쉽다.
는 것이니, 따로 유급으로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 바르다고 봤어요. 한두 건 악용했을 수
“대응이 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졌어야 하지
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확진자가 없었다
않나 싶어요. 의심자 혹은 감염이 걱정되는
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
사람에게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라고 정부가
에서 확진자 나와서 사업장 폐쇄하면 어떻
똑똑히 말해줬어야죠. 나라에서 지정한 감
게 되겠어요? 조합원들 자신도 많이 조심했
염병이니까, 국가에서 보장해야죠. 고용노
죠. 심각 단계에서는 부고 소식 알리면서도,
동부의 처음 대응 지침에서도 공가 사용은
장례식장 오지 말라 공지하기도 하고요.”
‘확진자’만 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확진되 기 전에, 걱정되거나 의심될 때부터 마음 놓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고 안 나올 수 있어야죠. 무급이었으면 나오
보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진행 단계에 따라 유
는 사람들 분명 있었을 거예요. 기침을 뭐
연하게 적용되었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
여덟 시간 내내 하는 건 아니니까, 참을 수
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대구·
있다면서 나올 거고, 쉬라고 해도, 들어가라
경북 지역 다녀온 사람이나 그 지역민과 접촉
고 해도 버틸 사람들이 있죠. 월급이 깎여버
일터 35
리면요. 처음에 지하철 중에서도 이런 공가
역은 교통공사 노동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
지급 원칙이 어디는 적용되고, 어디는 적용
기 때문에, 교통공사 노동조합에서 직접 챙기
이 안 됐다가 이제 보편적으로 적용되게 되
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었습니다. 노동조합들끼리 하는 궤도 노동 안전위원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우리가 시
“청소나 방역은 자회사에서 하거든요. 방
작한 공가 사용지침을 공유하면서, 부산지
역 강화하면서 일이 2~3배는 늘었을 겁니
하철, 철도 등 다른 데 들도 적용하게 되었
다. 보호구라도 더 주라고 공사에 여러 차
습니다.”
례 말은 했어요. 언론에 비치는 건 세계적으 로 대단한 K-방역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노
“우리 공사만 보면 ‘아프면 쉬어라’ 이게 화두
동자들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염 노출, 보호
입니다. 우리는 병가 사용이 그렇게 빡빡한
구 적기 지급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있
곳이 아니었는데도, ‘감기 걸려서 쉰다.’ 하
었죠. 회사에 이런 것들을 제기했습니다. 회
면, ‘야, 그런 거 가지고 안 나오냐’ 하는 분위
사에서는 자회사라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열
안 된다는 핑계를 대지요. 자회사 담당자 만
이 나도, 기침 조금만 해도 쉬어야 한다는 분
나서 얘기를 해보기도 하고, 교통공사와 하
위기가 됐죠. 출근해도 소속장이 바로 들여
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자리를 통해서도
보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사회가 변하는 큰
청소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당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에는 ‘아
부를 했습니다.”
프면 쉬는 것’이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 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소독 등에 독성물질 포함될 수 있으니, 이
인식은 확실히 자리 잡힐 거로 생각해요.”
점 유의해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된 보호구 지급 등이었어요. 보안경도 줘야 하고, 마스
교통공사에서 선제적으로 예방 차원의 공
크도 보건용 마스크를 주고, 방진복도 필요
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감염
하면 지급해야 하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봐
예방이 곧바로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
도 덴탈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이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
라텍스 장갑도 안 쓰시기도 하더라고요. 보
증하던 2월 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안경은 정말 쓴 사람을 못 본 것 같고요. 역
‘경계’ 단계로 격상되자,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한참 마스크
방역 소독을 크게 강화했다. 원래 주 1회 실시
품귀일 때도 이틀에 한 번씩은 마스크를 지
하던 지하철 역사 내부 방역을 주 2회로, 화장
급받았거든요. 공사에서도 마스크 확보에
실 방역은 일 1회에서 2회로, 일회용 교통카드
공을 들였고요. 코로나 사태에서도 정규직
세척은 5일 1회에서 1일 1회로 늘렸다. 전동차
과 비정규직이 보호를 다르게 받고 있다는
내 방역소독을 회차 때마다 매번 실시하고, 주
것이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
2회 실시하던 의자 옆 안전봉과 객실 내 분무
호를 덜 받고 있죠.”
소독도 회차 때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늘렸다. 시민들은 안전해졌지만, 노동 강도는 높아진다.
2018년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이어진 산업
노동자들에게 보호구와 보호복은 제대로 지급
안전보건법 개정 이후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되는지, 늘어난 방역과 관련된 위험은 잘 예방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에서 제대
되고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청소와 방 36
노동자가 만드는
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부
마스크를 보장받지 못해서, 식약처에 가서
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통해,
따지고 투쟁했다고 하더라고요.”
원청과 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안전 근로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는 심의, 의결권도 없어 심도 있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의 시설물과 역사를 방역 하는 것인데도 예산을 직접 추가 지급하는 것 을 공사는 꺼리게 된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고용상의 책임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 이다.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가 가능 하게 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이런 것들 포함해서, 포괄적인 감염병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기관은 기 본이고, 다양한 공공기관의 대응도 체계적 인 정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의료 노동자에 대해서 이제야 정비한다고 하는데 청소 노 동자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서울교통공사만 보면, 지하철 이용 하면서 전파가 없고, 종사자 중 확진자가 없 는 제일 큰 공은 청소노동자인데, 실질적으
“안전근로협의체 준비할 때 공사 담당자에
로 보호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또
게 청소 노동자 보호구 등 문제를 제기하니,
이번 과정에서 철도, 지하철 수입이 많이 줄
우리 예산을 줄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변명
었거든요. 적자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 하더
하더라고요. 결국은 예산 문제로 귀결되는
라도, 그것이 안전예산이 줄어들거나 그런
데, 현재는 예산 전용 등 여러 문제가 남게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
됩니다. 안전근로협의체가 법적 구속력이
다. 이런 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청에서 모든
야 할 문제죠.”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게 만들어야죠. 개정 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원청의 책임이 강조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념적, 형식적으 로만 선포됐을 뿐이라고 봐요. 실질적으로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큰 원칙 으로 삼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 청 노동조합인데도 ‘자회사에 잘하라고 권
“코로나19에 약간은 과도하게 대하고 있기
고하라’는 정도의 얘기밖에 못 한다는 게 답
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예방적인 거
답하죠.”
죠. 예방은 약간 과한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 었어요. 그동안 우리가 말로는 항상 예방을
이런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공 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을 만드는 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과하게 하자고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았 거든요. 그게 감염병에 관해서는 지켜졌던 거죠. 예방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 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수급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우리 사 업장에서도 보호구가 여전히 문제이긴 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코로나19에 대응
거든요. 식약처에서 마스크 물량을 의료, 방
하면서 배운, 아프면 쉬는 게 기본적인 권리라
역, 안전, 국방, 교육, 안전 등 정책적 목적으
는 사실, 예방은 과도하게 하는 게 맞는다는 경
로 배치하고 있는데, 여기에 철도나 도시철
험,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르게 보호
도 사업이 빠져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버스
받고 있다는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노동안전
등 대중교통 단위를 포함해야죠. 우체국도
보건활동을 이어가기를 응원한다.
일터 37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문화로 읽는 노동
김대호 회원,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연구위원
▲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인기코너였던 예능 「영자의 전성시대」. 출처 : SBS
30~40대의 경우 제목은 들어봤지만, 못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20대의 경우 제목
이 프로그램의 기원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 「영 자의 전성시대」이다.
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혹여 제목을 들어본 사람은 1990년대 SBS에서 방송했던
「영자의 전성시대」에서는 그 시대를 상징하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개그맨 이영자
는 대표적인 청춘남녀가 주인공이다. 동생들의
와 홍진경이 버스 안내양으로 나와 그 시절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골에서
잘 나간다는 연예인들을 버스 승객(게스트)로
상경하여 청계천 철공소 사장의 집에서 가사도
맞아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우미로 일을 하는 영자(배우 염복순)와 청계천
38
노동자가 만드는
매달린 채로 달리다가 떨어져 오른팔이 잘리 는 산재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성 재해라 산재승인 절차가 간단했 는지 산재보상금 30만원을 받는데, 미장원 을 차리자는 룸메이트 언니의 이야기를 뿌리 치고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로 30만 원 전액을 엄마에게 보낸다. 더 이상의 희망 이 없다고 느끼면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마지 막으로 영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성매매였고, 오른쪽 팔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할 수 도 없어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게 된다. 군 복무를 하던 중 영자와의 연락이 끊겨 진 상태로 제대를 하였던 창수는 목욕탕 보일 는데, 영자가 성매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포스터. 출처 : google 이미지
영자를 찾아간다. 양복점을 차리는 게 꿈이었 던 창수는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영자
철공소에서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한 창수(배우
를 도와주게 되고, 영자의 몸에 꼭 맞는 의수
송재호)가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이야기는 시작
까지 만들어준다. 성매매 일을 힘들어하던 영
된다. 철공소 사장의 심부름으로 사장의 부인
자를 설득하여 일을 그만두게 하고 목욕탕 보
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집에 들르게 되
일러실에서 같이 살아가다가 배우 최불암이
는데, 거기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영자를 처
배역을 맡았던 꼰대 목욕탕 보일러공의 쓸데
음 만나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없는 간섭에 낙심하여 영자는 다시 창수 곁을 떠난다.
제목은 「영자의 전성시대」지만, 첫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제목과는 반대
몇 년이 흘러 창수는 양복점이 아닌 세탁
로 ‘영자의 수난시대’가 시작된다. 교제를 시작
소를 운영하면서 살다가 영자를 봤다는 친
하자마자 창수는 군에 입대하고, 홀로 남은 영
구 말에 영자를 찾아가는데, 영자는 어느 도
자는 철공소 사장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시 변두리에서 불편한 다리로 오토바이로 짐
만, 오히려 영자는 사장 부인이 준 얇은 돈 봉투
을 나르던 남편(배우 이순재)과 함께 아이를
를 받고 쫓겨난다. 그 뒤로 영자는 여인숙에서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창수는 그런
살면서 봉제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데, 적
모습을 보고 영자를 다시 떠난다.
은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감당이 되지 않아 룸 메이트 언니의 추천으로 술집에서 접대 일을
여기까지 「영자의 전성시대」의 줄거리인
시작한다. 접대 일 역시 쉽게 적응되지 않아 당
데, 영화의 결말은 영자의 남편과 전 남친이
시 ‘버스 안내양’으로 불렀던 버스 차장 일을
었던 창수가 넓은 도로에서 같이 오토바이를
시작하지만, 많은 승객을 태운 버스 출입문에
타고 달리는 희망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원
일터 39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러실을 거처로 삼아 목욕탕 세신사로 일을 하
문화로 읽는 노동
▲ 알쓸신잡2에서 소개된 「영자의 전성시대」. 출처 : Tvn
작 소설에서는 영자가 성매매를 하였던 곳에
「영자의 전성시대」는 영자와 창수의 이야
서 화재가 발생하고, 시체로 발견되는 영자를
기가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보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고 한다. 원작
노동보건을 전공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그 당
소설은 그 시절 배우지 못했던 여성 노동자의
시 철공소의 작업환경과 창수가 살았던 목욕
가장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탕 보일러실의 노동환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흥 미로웠고,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우
「영자의 전성시대」는 1975년 개봉 당시
최불암과 이순재의 40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서울에서만 36만 명이 관람하였던 최고의 흥
도 쏠쏠한 재미다. 물론 몇 가지 불편한 장면들
행영화였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본격적
도 있다. 창수가 영자를 처음 봤을 때 폭력적으
으로 산업화를 진행하던 시기로 지방의 많은
로 들이대는 장면, 영자에게 꼰대처럼 훈계하
젊은이가 서울로 상경하여 노동자로 살아가
는 장면, 성매매를 하던 영자를 때리는 장면, 성
는데, 자본주의적 모순 역시 급격하게 나타
폭행 가해자인 철공소 사장과 영자가 성폭행
났던 시기이다. 특히 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사건 이후 교제하는 장면 등은 꽤 불편하다. 하
많았던 남성 노동자인 창수에 비해, 여성이었
지만 「영자의 전성시대」는 자본주의 발전 단계
던 영자는 가사도우미, 봉제공장 노동자, 버
에서 여성 노동자가 어떻게 희생되는지 그 과
스 차장 이외에 더 이상의 기회가 없었다. 이
정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러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폭력이, 그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리고 남성 노동자들의 폭력이 영자의 삶을 어
취약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떻게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있었는지 영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특히 소설 「영
화는 리얼하게 보여준다. 45년 전의 영화이
자의 전성시대」 결말은 주인공 딸의 비극적인
고,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결말로 끝을 맺는 박경리의 소설인 「김약국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딸들」 못지않게 리얼하다는 점에서 명작의 반
않는 폭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
열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영자의 전
는 영화다.
성시대」는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에서 무 료로 공개하고 있다.
40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산재사망사고 시민분향소에서 발언 중이신 김용균 재단의 김미숙님. 출처: 호나라
일터 41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노동자 건강권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박승권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사업장 환경안전 담당자에게 작업환경이
며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나 작업 조건에 대한 건강상 위험을 조언할
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동자
때면 ‘걔네 받는 돈이 얼만데요~’ 식의 답변
의 건강권’에 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
을 듣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는 ‘나름 풍족한
가 되고 국가의 보호 의무가 인정되는 기본권
급여’ 혹은 ‘추가적 급여’로 대우받는 노동자
이라고 판시했다(2016헌바77). 많은 법학자들
의 건강권에 대하여는 더 관대하게 대해도 괜
은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 103
찮다는 것, 느슨하게 보호하는 게 타당하다는
조(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의 법률행위는 무효
것처럼 들리곤 한다. 그런데 일반인이나 심지
로 한다)의 적용을 받는다고 본다.
어 노동자 본인마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 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건강권은 급여 혹은 기타 가치와 교환 가능할까?
정리하자면, 약정한 노동조건을 통해 헌법 상의 권리로 인정되는 이른바 ‘노동자의 건강 권’을 침해할 정도가 사회질서를 위배할 수 있
건강을 교환할 수 있는가?
는 수준일 때 그 법률행위는 ‘무효’가 되는 것
‘교환이 가능할 수 있다’ 생각이 드는 것
이다.
은 우리나라 민법이 계약자유의 원칙을 기초 로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민법 제103조의 ‘무
흔히 사인 간의 관계에서 ‘당사자 간 좋으면
효의 예’를 다소 극단적으로 상정해보면, 드라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에 빠지기 쉽다. 아울
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체 포기각서’를 쓰
러 위험, 생명 수당이라거나 최근 이슈가 되
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엄연히 사
었던 폭염, 혹한 수당 등이 급여를 구성하는
회의 올바를 풍속을 해치는 행위로서 사회질서
항목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얘기가 더더욱
에 반하기 때문에 ‘무효’(처음부터 효력을 인정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소
하지 않기에 취소와 다른)인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사후 건강권, 쉽게 말해, 업무에 기인한 건강 문 제가 발생한 후에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사전
헌법에 모든 국민은 노동의 권리를 가지 42
노동자가 만드는
고용계약으로 배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 출처 : pixabay
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
이에 대한 설명은 더 간단하다. 근로기준법
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에 따르면 노동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데 이에는 건강한 작업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걸릴 경우 사용자가 요양비나 휴업급여 등을
권리도 포함한다. 또한 그 권리는 급여나 직
부담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은 강행법규라서
급은 물론, 사업장의 규모, 업종 등에 상관없
당사자 합의로 적용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
이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
다. 즉, 사적자치를 기본권 보호를 위해 어느 정
리이므로 그 수준에 차등을 둘 수 없다.
도 배제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퇴직금을 월급 에 포함하거나 받지 않기로 맺은 약정이 무효 인 이유와 비슷한 성격이다.
위험수당 등은 노동을 수행함에 있어 조 건 자체가 일반적인 때보다 특수하다고 인정 되어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한 종류
산재보험 목적 또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흔히 산재보험의 목적을 노동력 훼손에 따른
일 뿐이다. 이러한 성격의 수당이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손실 보상을 실현하는 것만으로 생각하기 쉽지 만, 산재보험은 잘못을 따지지 않고 보장하는
‘팍타 순트 쎄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사회보험이다. 더군다나, 적용 대상 노동자 모
라는 매우 유명한 로마법 법언은 ‘맺은 약속
두가 당연 가입되며 이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은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확보하기 위한 생활 보장적 성격이 점차 강해
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약
지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므로 약정에 의해 배
속’은 서면이건, 구두건, 묵시적 합의건 그 절
제하는 것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차를 불문하고 애초에 약속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으므로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일할 환경에 대한 권리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헌법상 노동의 권
일터 43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노동자 건강권
산재보험의 목적
직업성 정신질환 승인 후 업무 복귀 시 사업주 조치의 중요성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객관적으로 증가한 점, ②센터장이 평소 신청
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인을 ‘업무 부적격자’라고 칭하며 왕복 220㎞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거리의 ○○공장으로의 발령 등 인사상 불이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
익 조치를 경고하며 신청인을 압박한 점, ③이
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러한 상황 속에서 동료로부터 신청인이 특정일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
자(2018. 10. 1.)에 ○○공장으로 발령이 난다는
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소문을 들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수행과정에
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2.
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상병이 유발되었
업무상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
고 볼 수 있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
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생한 질병” 관련 조항은 2019. 7. 16.부터 시
하였다. 물론 센터장이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되었다.
에 해당되는지, 재해자의 적응장애가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인지 명확하게
A노동자는 1996년 입사하여 B센터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적응장애의 발병과 업무와의
근무하였다. 2017년 신규 부임한 센터장과 여
관련성이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직장 내
러차례 업무상 갈등과 마찰을 경험하던 중
괴롭힘 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하
2018. 9. 업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실신하여
지만 A노동자의 사건은 접수부터 승인까지 거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
의 1년이 소요되었다. 6개월간 휴직신청을 하
다. 2018. 12. 요양신청을 하였고, 2019. 11. 업
였던 상황이라 사건이 진행되던 2019. 3. 복귀
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업무상질병판정위
신청을 하였다. A노동자 입장에서는 센터장을
원회는 “새로 부임한 센터장과 신청인의 업
다른 곳으로 발령내고 본인이 B센터로 복귀하
무적인 성향이 맞지 않아 평소 사이가 좋지
기를 원했지만, 사건이 진행되던 상황이라 A노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①일시적이라 할지라
동자를 본사로 복귀시키는 인사발령을 하였다.
도 센터장이 부임한 이후 신청인의 업무량이
A노동자 입장에서 마뜩잖은 인사발령이었지
4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gettyimages
데, 센터장과 장소적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지
었다. 그리고 2019. 11.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
않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상황에 대한 걱
었고 2020. 01.까지 요양기간으로 인정되었다.
정, 두려움,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실무적으로 휴업급여 대체지급 신청 등 행정적 처리를 진행하는 과정 중 사업주는 센터장의
A노동자 사업주가 센터 폐쇄 상황에서 인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사발령을 하면서 A노동자를 전혀 배려하지
여부를 조사하는 등 나름 후속조치를 취하는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센터
것처럼 보여졌다. 최종적으로 센터장의 행위에
장을 다른 지역으로 인사발령하는 것이 A노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그에 합당
동자가 가장 원하는 일이지만, 사업주의 인사
한 징계 조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A노동자
권 행사를 가로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에게 발병한 적응장애는 업무와 관련성을 인정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상황으로 인사
할 수 있지만, 센터장의 행위가 「근로기준법」상
발령이 될 경우, A노동자의 직업성 정신질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
이 재발 내지 악화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장
해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려와 걱정으로 불 안에 떨며 본인을 괴롭히지 말고 상황에 맞닥
문제는 2020. 6. B센터가 경영상 이유로 폐
뜨려 보자고 하였다. 물론 나도 걱정과 우려
쇄될 예정이다. A노동자 입장에서는 센터장을
가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피하거나 패배
당연히 다른 곳으로 발령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했다고 생각하면, 결국 조직에서 떠나게 되는
사업주 입장에서 센터장을 본사로 인사발령할
사람은 A노동자가 될 수 있기에 힘을 내자고,
계획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만약 센터장을
그리고 A노동자의 심적 부담이 더 크겠지만
본사로 발령낼 경우 A노동자의 상위 직급자가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도 치유의 방
될 상황을 고려하여, A노동자가 담당하는 업무
법이라고 마무리하였다. 사업주의 조치가 부
는 본부장 직할로 조직을 구분하는 인사발령을
당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알려왔다. 업무수행 과정
과연 최선이었을까 여전히 의문이 든다. 내
에서 장소적으로 완전히 분리가 어렵다는 점에
마음도 센터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내는 것을
서 A노동자와 센터장이 마주칠 일이 발생할 우
원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부디 요양
려가 크다. A노동자는 직업성 정신질환을 경험
신청을 다시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며 지난 2년 가량 수많은 고통을 경험하였는 일터 45
직업성 정신질환 승인 후 업무 복귀 시 사업주 조치의 중요성
만, 사업주의 인사발령을 거부할 상황은 아니
감염병과 백신 개발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코로나를 종식시키기 위한 궁극의 방편은 백신(vaccine)개발일 것입니다. 이번호에서 는 그간 백신개발의 역사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에 대해 소개합니다. 백신 개발의 역사 노동자 건강 상식
18세기 말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소에게 서 발병하는 천연두와 비슷한 질병)에 걸린 여성의 체액을 접종한 아이에게서 천연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습니 다. 이후 유명한 파스퇴르는 약해진 병원균을 이용해 닭 콜레라와 탄저병, 광견병을 예방하 는 방법을 알아냈고, 이를 백신(vaccine)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제너와 파스퇴르 이후, 인 류는 약해진 병원체를 주입하여 그에 대한 항 체를 생성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게 하는 백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
▲ 최초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밀 아돌프 폰 베링. 출처: 위키피디아
습니다. 혈액응고 물질을 제거한 것으로 다양한 항체가 최초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폰 베링
함유되어 있습니다.
박사는 디프테리아에 걸렸다가 완치된 토끼 의 혈액에서 혈청만 분리한 후 그 혈청을 디
베링은 디프테리아에 한 번 걸린 동물의 혈
프테리아균과 함께 다른 토끼에 투여했습니
청 속에 존재하는 면역 물질을 ‘항독소’라 명명
다. 예상대로 그 토끼들은 디프테리아에 감염
하고, 관련한 연구 내용을 1890년 12월에 논문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프테리아에 걸리
으로 발표했습니다. 베링이 선택한 방법은 제
지 않은 토끼의 혈청을 디프테리아균과 함께
너와 파스퇴르가 확립한 ‘능동면역’과 구분해
투여한 토끼들의 경우 모두 디프테리아에 감
‘수동면역’이라 불립니다. 즉, 항체를 스스로 만
염됐습니다. 혈청은 혈액 속에서 세포성분과
들어내는 능동면역과 달리 이미 타인의 몸에서
46
노동자가 만드는
만들어진 항체를 제3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인
해당합니다. 생백신과 사백신은 전통적인 백
것입니다. 백신은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소아
신으로 독성을 약화시킨 병원체를 체내에 주
마비, 파상풍, 홍역, 풍진, 대상포진, 독감, 간염,
입하여 항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자궁경부암 등 2~30여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렇게 항체가 형성되면 실제 독성을 지닌 병원
되었습니다.
체가 침입하였을 때 신속하게 격퇴할 수 있게 됩니다.
백신의 종류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서 전통적으로
코로나19와 백신 개발 지난 5월 미국의 ‘모더나’라는 신약개발
attenuated vaccine)과 사백신(inactivated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후보 1상 임상시험에
vaccine)입니다. 약독화 생백신은 병원체를 실
서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항
험실에서 반복 배양하여 인위적으로 독성을 약
체가 생겼으며 최소 8명에서는 바이러스를
화한 것으로 체내에서 증식하지만, 질병을 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습
으키지 못하고 면역체계만 자극해서 능동면역
니다. 이 백신은 새로운 개념의 백신인 RNA
을 유도합니다. 약독화 생백신은 실제 질병에
백신입니다. 기존의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
걸렸을 때 얻는 능동면역과 유사한 면역반응
러스를 통째로 인체에 주입하여 면역반응을
을 보이며, 소량으로도 면역유도가 가능하다는
유도했는데, 이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물질인
장점이 있으나, 열이나 빛 등에 노출되어 백신
RNA를 통해서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 감염
에 포함된 병원체가 손상되거나, 인체 내에 항
에 예방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백신을 접종
체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증식이 방해되어 충분
하면 RNA가 인체 세포내로 들어가고, RNA
한 면역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완전
를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과정
히 죽은 백신은 아니기 때문에 드물게 백신이
에 관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조각을 생
독성을 회복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기
산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을 인식한
때문에 면역저하환자들에게 약독화 생백신 예
인체가 방어용 항체를 만들게 해 면역 기능을
방접종은 유의해야 합니다. 홍역백신, 풍진백
활성화시키는 게 RNA 백신의 원리입니다. 하
신, 대상포진 백신 등이 약독화 생백신에 해당
지만 아직 RNA 백신이 그간 검증 과정을 통
합니다.
해 출시된 적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 다. RNA를 세포 내에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불활성화 사백신은 병원체를 배양시킨 후
관건일 거 같습니다.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불활성화시킨, 즉 병원 성을 죽여버린 백신입니다. 불활성화 사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면역을 얻기 위해서는 생백신에 비해서 많은
RNA는 DNA와는 달리, 한 가닥으로 되어 있
양의 항원이 필요하고 여러 번 접종하여야 하
어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는 반면, 생백신과 같이 독성을 회복하거나 질
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전정보를 한 번 복제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인체 내 항체의 영향을
할 때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1000배 이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백신에 비해서 면역
상 높은 까닭에 효과적으로 항체를 만들기 어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접종이
렵습니다. 그래서 백신 개발도 어렵습니다.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B형간염백신, 독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이
감백신, 폐렴구균백신, 파상풍 백신이 사백신에
즈(AIDS)를 일으키는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일터 47
감염병과 백신개발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약독화 생백신(live-
▲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내로 침투하는 과정,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인체의 ACE-2 수용체가 서로 잘 맞아서 세포 내로 침 투한다. 출처: www.mdpi.com
(HIV),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중증급성호흡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실시합
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C형간
니다. 그런 다음 수천 명의 사람에게 백신을 접
염 등이 RNA바이러스입니다.
종하고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통계적으로 검 증해 백신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는 임상 3
인플루엔자는 1940년대 첫 백신 등장 이
상을 거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허가를
후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백신 개발까지 무려
받고 시판을 시작한 이후 장시간이 지난 뒤 나
70년 걸렸습니다. 현재로서도 매년 백신을
타나는 부작용을 확인해 백신의 안전성을 재확
맞아야 하고 예방효과가 제일 높아도 70%
립하는 임상 4상까지 거쳐야 합니다.
노동자 건강 상식
수준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에이즈는 30년간 개발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고, C형간
백신은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
염 역시 백신이 없습니다. 이렇듯 RNA 바이
으로 접종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큰 관건입니
러스는 백신개발이 어렵습니다.
다. 1976년 치사율 높은 독감이 나돌자 미국 정부는 급하게 백신을 내놨는데 접종받은 많은
2013년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사람에게서 하반신부터 마비가 오는 ‘길랑-바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후보 백신이 비
레 증후군’이란 중증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임상시험 단계부터 출시까지 과정을 완료하
백신 접종은 중단됐고, 약 1억 명분의 백신이
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7년이고, 성공
폐기된 바 있습니다.
률은 6%로 집계된 바 있어 개발이 쉽지가 않 습니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초탐색
이렇듯 백신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검증의
과정을 거쳐 백신 후보물질을 찾아낸 다음 백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코로나라는 초유의
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사태로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진행하게 됩니다.
그 시간이 단축될지도 모르지만 수개월 내에 개발되리라는 기대는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험은 크게 비임상과 임상으로 구분 됩니다. 비임상시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약리· 물리화학시험과 독성시험 등을 하는 단계입 니다. 비임상시험이 끝나면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하는데 소수의 사 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 1상을 한 다음 백신 접종 대상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다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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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아파트 건축현장 본층 작업 중 알폼을 해체하고 나르는 모습.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터 49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장애학의 도전』. 2019. 김도현. 오월의봄.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회에 관한 연구), ‘학제적’(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 ‘실천지향적’(공동의 작업으로 함께하는 연구), ‘해방적’(결과물이 장애 해방 발칙 건강한 책방
에 되움이 되는 연구)일 수밖에 없다. 글쓴이가 20여 년 다른 세계를 상상해 온 과정을 나누기 에 짧은 지면이 아쉽지만, 청소년노동인권 활 동 과정에서 고민했던 점과 만나 곱씹어 보게 했던 세 가지를 나누고 싶다. 첫 번째는 관계다. “손상은 손상일 뿐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 만 손상은 장애가 된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손상은 장애가 된 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버스를 탈 수 없음’ 은 몸에 존재하는 손상 때문이 아니다. 저상버 ▲ 출처: 알라딘
스의 도입 등 이동의 자유를 위한 조건이 마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청각에 손
‘보는 지점(관점), point of view’뿐 아니 라 ‘보는 자리(시좌), position of view’를 달 리하는 것. 글쓴이는 변방/경계에 장애학의 시좌를 설정하는 것이 장애학의 출발점이라 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새롭게 보고 바꾸고 자 하는 장애학은 ‘사회적’(장애를 만드는 사
상이 있는 농인이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할 수 없음’은 국제회의에서 통역서비스가 제공되 는 것처럼 일상에서 수어 통역서비스가 제공된 다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손상이 있다는 사실 은 변함이 없지만 어떨 때는 ‘장애’가 되고 어 떨 때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장애를 차별하는 사회에서 손상은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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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청소년노동자가 ’미성숙하고 할 줄 아는 것
“노동연계복지라는 우파적 맥락에서 ‘자활’
이 없는 존재‘가 되는 경우 역시 특정한 관계
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에서다. 나이라는 위계가 작동할 때, 사장과 근
정책을 좌파적 관점에서 리뉴얼해보면 어떨까
로감독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부릴 때, 동료
싶다.”
로 환대하지 않을 때. 제아무리 노동법을 꿰차 고 있어도, 논리정연한 말솜씨로 상대를 홀릴
코로나19로 멈춘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밀
수 있다 해도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관계에
려나거나 밀려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들
선 무력할 수밖에 없다. 차별받기 때문에 무언
을 떠올려보면 ‘불인정노동자로서의 장애인’
가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왜 제대로 못 하느냐
이 있다. 노동할 수 없는 몸으로 낙인 찍힌 중
고 비난하는 것은 그래서 부당하다.
증장애인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인정 투쟁 을 벌일 수 있을까? 글쓴이는 노동시장을 넘
두 번째는 자기결정권이다.
어 공공시민노동 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다. ‘노동’은 ‘시민’의 권리이므로 ‘공공’영역 에서 보장되어야 하고, 그 노동의 가치는 상
권리는 능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보장’될 때에만
품 가치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물질적·정
온전히 권리일 수 있다. (중략) 자기결정능력이
신적·정서적 삶에 대한 기여로 봐야 한다고.
낮다고 해서 자기결정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삶을 위한 공통자원으로서 ‘노동’을 재구성한다면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 ‘선물’
“이성적 판단에 장애가 있다고 간주 되는
이 된다. 공공시민노동 체제에서 중증장애인
이들의 자기결정권”은 쉽게 무시 된다. 발달장
의 생존 활동, 학생의 학습노동과 자원봉사활
애인 혹은 아동·청소년이 혼자 결정한 대로 내
동,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 활동가의 활동 등
버려 둘 수 없다는 이유로 소통과 조율의 과정
은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자체를 생략하는 것, 그 과정이 힘들다는 이유 로 배제하는 것, 그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
능력에 따라 일하고(필요한 만큼이 아
는 일이다. 이렇게 자기결정의 과정을 경험할
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
기회가 사라진다면 자기결정능력은 더 낮아질
‘노동을 위한 삶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
수밖에 없다.
한 노동’을 고민하는 여정에서 귀기울이게 하 는 솔깃한 주장이다.
자기결정권은 혼자서 결정한 대로 할 수 있 는 권리가 아니다. “일정한 결정을 내릴 때 어
장애학이 장애인의 몸이 문제가 아니라
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관련 당사자의 의견과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판단을 소통하고, 존중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것처럼, 청소년노동인권 활동은 청소년노동
보장”되는 것이다. 해결사를 자처하는 것이 아
자가 취약한 문제가 아니라 더 취약한 처지로
니라 자기결정능력이 낮다 해도, 함께 어울려
내모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모든 차
서기 위해 모든 결정의 과정에 충분한 소통과
별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를 성찰하고 새로운
존중, 경청을 보장하는 것이다.
관계를 맺기 위한 장애학의 도전은 내가 자리 한 곳이 어디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
마지막으로 공공시민노동 체제다.
곳이 변방인지 한복판인지.
일터 51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능력과 권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노동자의벗,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를 돌아보며 박다이 후원회원, 노무사
어느 법인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 제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28기 노동자의벗(이하 ‘노벗’) 활 이러쿵 저러쿵
동 중에서 한노보연과 함께하는 산업안전보 건법(이하 ‘산안법’) 세미나에 유독 관심이 생 겼습니다. 사실 수험생활을 시작했던 시점인 2018년 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했던 비정 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 기 때문입니다. 원하청 구조 속에 사용자는 노 ▲ 출처: 박다이
동자가 숨져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난리를 치는데, 그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산안법 세미나 참여계기
최선을 다해 일했을 노동자를 생각하니 너무
노무사 집체교육이 시작된 2020년 1월,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서 ‘김용균법’으로 불리
제게는 어쩌면 수험생시절보다 더 고민이 많
는 산안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세미나에 참
았던 시기였습니다. 치열한 수험생활을 거치
여하게 되었습니다.
며 합격만 한다면 정말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 는데, 정작 노무사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계속되는 죽음, 그리고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
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집체
산안법의 역사부터 시작한 세미나에서는
교육장에는 다양한 연사들이 찾아와 저와 같
수많은 산재사건과 구체적인 산안법 규정 및
은 신입 노무사에게 컨설팅, 사건, 급여관리
한계점을 배우고 토론하였습니다. 산업재해와
등 노무사 업무를 소개하며 “커리어를 잘 쌓
노동재해의 차이점부터, 산안법의 개정 과정까
아야 한다”, “본인에게 잘 맞는 업무를 선택
지 많은 부분이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
해야한다”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어
과임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는 재
떤 업무가 내게 잘 맞을지 모르는데, 도대체
미를 느끼니 목요일 세미나가 기다려지기도 했
52
노동자가 만드는
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일하는 곳이라 믿기
작업환경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에
힘든 환경에서 일하다가 아프거나 숨진 우리
영업비밀을 이유로 삼성의 손을 들어준 법원
사회의 수많은 김용균을 마주하니 무척 괴롭
을 보더라도, 아직까지 산안법을 포함한 대다
고,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특히 1988년, 15
수 법과 제도들은 노동자를 보호하기에는 한
세 문송면군의 수은중독사건을 보며 너무도 충
참이나 뒤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격적이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영문을 몰라 굿까지 할 정도였다니, 불과 30여
그래서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안전 매뉴
년 전에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정당한 권리가
얼은 시행되었는지, 법과 제도를 위반하였는
얼마나 헌신짝처럼 버려진 신세였을지. 너무
지 등을 조사하면서, 정작 책임과 처벌에 관
기가 차고 화가 났습니다.
한 얘기는 전무한 조사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 기했던 전주희님의 강연이 떠오릅니다. 사고 에 대해 ‘기계적’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구
대전화 부품을 만들다가 메탄올로 인해 실명
조적’ 접근을 해야 하며, 어떤 구조 속에서 사
사고가 발생한 건 불과 4년 전 일입니다. 우리
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사하여야
나라 산재율이 이렇게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
한다는 내용인데, 산재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
면서, 산안법 세미나가 끝난 이후에도 산재 사
는 분명히 비정규직이라는 ‘구조’ 자체에 대
건만 있으면 눈에 불을 켜고 기사와 인터뷰를
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
꼼꼼히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산재
게 되었습니다.
가 많아도 많아도 도대체 이렇게 많을 수가 있 는지…. 이천의 물류창고 현장에서 숨진 수십
노동자들의 든든한 친구
명의 노동자들, 돌연 과로사한 쿠팡맨, 특별감
최근 극도로 유연한 경제를 일컬어 ‘긱 이
독기간 직후 사망한 현대중공업 노동자 등등
코노미(Gig Economy)’라고 말합니다. 이는
산재는 원래 많았지만 알고 나니 더 많게 느껴
회사가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
지는 건지, 충분히 살 수 있는 노동자들이 왜 억
다 계약직, 임시직 등으로 유연하게 인력을
울하게 죽어야하는지, 비정규직이라서 그런 것
운영하고, 노동자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지, 비정규직은 단순히 돈만 적게 받는 것이
신개념 경제를 의미한다는데, 사실은 유연함
아니라 쉽게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인 건지. 세미
을 핑계 삼아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더욱 보장
나 시간에 “위험은 아래로 흘러서 하청에 고인
되기 어렵고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되지 않을
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비판했었는데, 유독
까 걱정이 앞섭니다.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한노보연과 함께하는 산안법 세미나를 통 물론 산안법 안에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
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다시금 제가 무엇
전을 보호 하는 여러 규정이 있습니다. 작업환
을 지향하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얄
경측정, 건강진단, 위험성평가, 산업안전보건위
팍한 지식만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사
원회 설치,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등등 모두
회의 노동자들이 더욱 인간다운 환경에서 마
세미나를 통해 처음 배운 내용들입니다. 나름
음껏 일하고 기쁨을 느끼는 데 작은 거름이라
대로 제각기 의미를 가진 규정들입니다만, 실
도 될 수 있도록,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무
제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충분히 보호할만한 대
사로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최근
일터 53
노동자의벗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를 돌아보며
사실, 지금이라고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휴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2020.05.19. 국도교통부] 건설기술진흥법 일부
[2020.5.21. 고용노동부] 예술노동자를 포괄하는
개정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지난 이천 한익스프레스 대형화재 참사 이후 정부
정부가 금년 말 까지 전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을
에서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후 국회 국도교통위원회는 건설기술진
사회적 대화를 거쳐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단계적
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56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월 20일 저소득 층 구직자에게 인당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구
그간 건설노동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휴무 없이 작업을 요구해왔지만, 앞으로 일요일에는 공공건 설공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사고 위험이 있는 공사 종류가 포함된 소규모 건설공사는 착공 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발주청이나 인·허가기
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근 거법안 통과에 대해서도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던 취업 취약계층에 대해 직업훈련, 취업지원 등 적극 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휴일 추 가근무는 노동자의 피로 누적은 물론 안전관리책 임자의 부재와 안전관리 미흡으로 건설노동현장 의 안전관리가 취약했다. 또한 일부 소규모 건설현 장은 사고 발생위험이 다분한 공사 종류가 포함되 어 있어도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으로 중층적 고 용안전망이 구축되면 앞으로는 1차 안전망인 고용 보험 실업급여를 통해 약 140만 명, 2차 안전망인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약 60만 명 등 연간 200만 명 이상이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은 발주처의
고용보험 전면 개정에 따라 프리랜서가 70% 이상
사전 승인을 받은 긴급 보수·보강 공사 등은 공공
인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다만 특수
건설공사를 허용한다.
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개정안에서 빠진 것은 이번 개정의 한계로 보인다.
법 개정안은 이외에도 1980년 건설기술자 교육제 도가 도입된 지 40여년 만에 건설기술인 교육·훈련
[20.05.25. 노동건강연대] 2020 산재노동자 생계
대행에 대한 유효기간 및 갱신제도를 도입했다. 대
비 지원사업
행이 취소된 교육·훈련기관은 3년 이내에는 교육·
노동건강연대에서 5월 25일부터 7월 24일까지 산
훈련을 대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노동자 생계비 지원사업을 신청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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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지원대상은 2019년 이후 일을 하다 다친 노동자
[20.05.25.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동
로, ① 상시 노동자 10명 미만의 제조업 노동자, ②
의(청원)운동
상시 노동자 5명 미만의 요식업 노동자 및 사업주 를 지원한다. 노동건강연대는 산재보험에 신청한 후 결과를 기다리거나 신청 예정인 노동자 및 종결 예정인 자 중 치료 및 재활이 불충분한 자는 우선 지원한다고 전했다. 지원내용은 1회 50만원이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심 사의원회를 통해 심사한다. 심사기준에는 취약성
민주노총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중대재 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노조법 2조 개정과 근로기 준법 확대적용을 위한 ‘전태일 3법’ 입법행동에 나 선다. 입법행동에는 국회 법률개정 만이 아니라 기 존 제도 보완 및 관계법령(고용보험, 산재보험 포 함) 및 제도 법 위반 실태와 고발조치 등을 분류한 매뉴얼 작성 등의 활동도 병행된다.
(고용형태, 소득 등), 적절성(산재보험 연계 가능성 및 제도 개선 사례로 적절한지 여부 등), 긴급성 등 지원 우선순위에 따라 선정된다.
민주노총 노안보위에서는 전태일 3법 제정을 요구 하기 위해 5월 25일부터 개원일 까지 국회 앞 농성 투쟁을 진행했다. 입법 발의자는 구의역 참사를 기 억하기 위해 5280명을 목표로 한다. 민주노총에서 는 앞으로 전태일법 강사단을 마련해 “아는 법(권 리)도 두드려보자”등 조합원을 대상으로 집중 교육 하고, 선전홍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동법 실태 증언대회 - 문재인정부 3년 살이 증 언대회>또한 예정되어 있다. 증언대회에서는 노동 존중을 표방했던 정부가 후퇴시킨 고용-임금-노 동시간 정책의 후과와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고발 한다. 이후 8월부터 입법 발의 투쟁이 진행될 예정 이다.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전망하다 노동시간센터에서 <코로나 이후, 자본축적구조와 노동 과정의 변화전망>을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엽니다. 판 데믹을 마주한 우리는 이전과 이후를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사회 구조 전반을 돌아보는 계 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을 하게 했 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이때 우리는 코로나 이후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떤 변화 를 요구해야 할까요? 앞으로 자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함께 해주세요.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부산강좌>가 열립니다. 6월 마지막주부터 부산에서 법률가를 위한 노동보건 강좌가 열립니다! 지난 겨울 <직환의가 알아야 할 법 률강좌>에 많은 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법률가를 대상으로 한 안전보건 강좌가 열립니다. 총 4강에 걸쳐, 다양한 안전보건의 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웹자보를 참고 해주세요.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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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5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경희 강동묵 강명원 강모열 강문식 강문식 강민혁 강성훈 강영우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강한수 강호민 강화연 고상백 고옥경 공정옥 곽경민 구자연 국승종 권경영 권기한 권동희 권오성 권윤영 권정희 권종호 권중혁 김경도 김경민 김경수 김경연 김경한 김경희 김계호 김광락
김광조 김교현 김규연 김그루 김기돈 김기동 김기헌 김낙일 김대견 김대철 김대호 김동근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명수 김미영 김민옥 김민정 김민호 김병직 김봉수 김봉철 김상귀 김상호 김석원 김선미 김선수 김설민 김성훈 김세규 김세영 김세은 김소연 김승환 김영기 김영만
김영선 김영수 김영철 김영호 김옥헌 김용성 김우태 김윤지 김은경 김재광 김재천 김재훈 김정곤 김정수 김정신 김정열 김정원 김정원 김정훈 김종남 김종은 김종은 김종하 김준우 김준의 김지나 김지민 김지안 김지영 김지영 김지원 김지정 김지홍 김진경 김진철 김찬기 김창헌 김태규
김태석 김태훈 김필수 김한빛 김현준 김현호 김형렬 김혜선 김희찬 남원철 노상철 노성철 노현 류용림 류한소 류현석 류현철 문병모 문승필 문시윤 문은영 문제혁 문현제 민병두 민지영 박경득 박경현 박경환 박기형 박대선 박민정 박병선 박봉철 박상정 박선재 박선희 박성남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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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양장훈 양정석 양진권 양향연 양희만 엄기한 엄연섭 엄정흠 예병진 오동영 오병창 오승희 오진석 오진환 오현정 오희정 우수영 우지영 원종만 유기훈 유상철 유선경 유승준 유영진 유장식 유준 유지현 유지훈 유청희 유형섭 육지후 윤성용 윤성호 윤여일 윤영대 윤희현 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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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이현중 이혜은 이혜인 이활연 이효상 이훈구 이희영 임경채 임윤완 임자운 임재우 임혜인 장경희 장범식 장선영 장소현 장영순 장영우 장영철 장원자 장은철 장진영 장태원 장향미 전상희 전성규 전은주 전주희 정경희 정나위 정두인 정문식 정미경 정민준 정병관 정병권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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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신 황지영 황진철 황진희 노무법인 삶 민주노총법률원 법무법인민심 한국지엠 노동조합지부 현대자동차 남양위원회 향남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