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나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로봇이 간병을 한다면?! 꿀잠 이야기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99호┃2020. 09
산 재 치료 후
정 지 할
것 인
가
직 장 으 로
연결할것인가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가을길,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09.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산재노동자에게 삶의 회복을
여느 해보다 긴 장마로 지친 와중에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던 건 언제 나 그렇듯이 가장 자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경우 수많은 노동자 나 자영업자가 생계 위협과 건강 위험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의사(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더 혼란스럽습니다. 전문가집단의 독점
적인 면허를 통한 완강한 저항과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20년 만에 목도하면서 근 본적인 공공의료 확충이나 보건의료개혁, 건강불평등의 개선이 어떻게 가능할지 다 시금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9월 일터 특집은 산재환자들의 사회복귀에 관해 다루어 보았습니다. 산재보
험은 1964년 처음 시행된 뒤 지속해서 그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치 료를 포함하여 신체상태 복귀와 직업복귀를 통해 노동자가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과연 지금의 산재보험은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을까요? 그를 위한 자
원과 능력, 그리고 의지는 충분한가요? 온전한 삶의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을 함께 나누고 답을 모색해나가길 바랍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어릴 적 고무줄 놀이를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금새 제자리로 돌아오는 고무줄이 신기했죠. 이처럼 우리 삶도 제자리를 찾으려 는 탄성이 있습니다. 회복이라고도 불리는 제자리 찾기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도 절실합니다.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 위해, 제대로 된 재활과 직업 복귀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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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
로봇이 간병을 한다면?!
■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허공에 손 젓기’, 산재 트라우마 재활기 ■삶의 회복을 위한 산재보상제도를 만들어가자!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지금 지역에서는
업무상 재해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단체협약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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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에 함께 해주십시오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꿀잠 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여성노동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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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의 건강, 스스로 그리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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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지침/사례
연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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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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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의 문제에서 바라본 직장 내 성희롱
19
이러쿵저러쿵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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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나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한노보연에서 뭐 할거야?”
안전보건동향 26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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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구 동지를 추모하며 56
유예된 권리, 인턴의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현장의 목소리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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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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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전망을 찾다
백아흔아홉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특집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 출처: 근로복지공단 블로그
노동자들의 산재, 직업병 관련 주제를 네 가
하지만 산재가 인정되더라도, 요양(치료)의
지로 나누어 보자면, 1) 산재인정, 2) 요양 과정,
과정은 부실했고 산재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
3) 예방, 4) 재활 및 직업복귀 영역으로 구분할
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
수 있다. 그동안 산재인정을 둘러싼 쟁점이 가
록 예방하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산
장 많았다. 소규모 사업장, 하청 노동자들의 산
재보상과 예방은 분리된 채 똑같은 산재가 반
재는 사망 사고를 제외하고는 신청조차 힘든
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직장을 관둘 각오로 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직업병은 인
재신청을 하는 산재 노동자에게 재활과 직장복
정되기 어려웠다. 직업병인정의 입증책임을 둘
귀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직장복귀를 고려한
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포괄적인 재활은 아직 소수의 산재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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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건강보험에서 환자 치료의 목표는 질병상
련하여 대체인력지원금, 직장복귀지원금 제도
태의 극복, 신체 상태의 회복에 있지만, 산재보
가 있고, 직장적응훈련비, 재활운동비, 직장지
험에서 환자 치료의 목표는 노동력의 회복에
원프로그램, 직업재활급여 등이 마련되어 있다.
있다. 훨씬 더 적극적인 치료와 직장복귀를 고
직업훈련제도, 재취업 지원제도 등도 있고, 산
려한 재활 치료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네 가
재노동자 직장 복귀를 돕기 위해 직장동료화합
지 영역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산재인정이 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인천, 안산 근로복
대로 되어야 재활과 직업복귀가 잘 될 수 있고,
지공단병원 등에서 산재노동자 직업 복귀를 위
요양과정의 부실은 재활과 직업복귀를 어렵게
한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산재노동자
한다. 작업장 환경개선을 통해 산재발생을 줄
업무 특성을 고려한 재활과 직장 복귀와 관련
여야 하고, 이를 통해 작업장 복귀를 쉽게 해야
한 맞춤형 사례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 고, 이들 프로그램의 적용되는 비율이 어느 정
이 글에서는 서로 연관된 네 가지 영역 중
도인지, 이들 프로그램이 작동되기 어려운 조
에 재활, 직업복귀에 관해 집중해서 논의하고
건이 무엇인지 함께 제시되고 있지 않다. 이정
자 하고, 국내 재활, 작업장 복귀 현황과 문제
화 (2017) 의 연구에 의하면, 2016년 산재 노동
점, 재활, 작업장 복귀의 개선 방향에 관해 이야
자의 원직장 복귀율은 41.4%였다. 이러한 원직
기하고자 한다.
장 복귀율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53.5%,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0.8%였다. 상용직은
재활 및 복귀 현황과 문제점
62.8%, 임시직은 33.2%, 일용직은 12.7% 원직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에서 보도자료를 통
장 복귀율을 보였다.1)
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산재노동자의 직업복귀율이 2019년 68.5%라고 하였다. 이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일
에 대해 선진국 수준인 70% 진입을 눈앞에 두
수록 원직장복귀율은 현저히 낮다. 산재보험
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이러한 직업복귀
사업연보에 의하면, 2017년도 원직장복귀율은
율 상승의 원인은 개인별 맞춤형 재활서비스
41.6%, 2018년도에는 42.5% 로 나타나, 원직
제공, 재활인증병원 도입, 산재관리의사제도 도
장 복귀율은 지금까지도 큰 차이가 없다. 직업
입, 재활지원팀을 통해 취업지원 등의 결과라
복귀를 돕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
고 하였다. 원직장 복귀율이 어느 정도인지, 사
의 수혜율은 여전히 낮고, 작업복귀에 영향을
업장 규모별, 장해 정도별 복귀율을 구분하여
주는 여러 인적특성, 사업장 특성, 업종 특성,
설명해야 하고, 직업복귀율 상승의 원인으로 제
장해 특성 등을 고려한 정책 제시는 확인되지
시하고 있는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
않는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 어떤 기전에 의해 직업복귀율 상승으로 이
맞춤형 직장복귀 사례관리 프로그램은 현 제
어지고 있는지 함께 설명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
도의 한계 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사업
는 통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산재노동자 중에 이 프
재활, 직업복 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노
로그램의 수혜율이 낮고, 주로 근골격계질환에
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진전이라 할 수 있다.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직장복귀와 관련하여 현재 시도되고 있는 제도들을 나열해 보면, 원직장 복귀 지원과 관
1) 이정화. ‘괜찮은 직업복귀(Decent Return-To-Work)’: 개인, 분절된 노동시장, 제도 차원의 접근. 보건사회연구 37(2), 2017, 389-422
일터 5
재활과 직업 복귀 증진은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산재발생 시점에서는
산재 인정 개선에서 출발해
환자라는 정체성이 99%,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산재가 발생해
1% 수준이라면, 산재 요양 기간이 종결되는 상
도 자비로 혹은 공상으로 처리하는 노동자에
황에서는 반대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환자
게 제도를 통해 재활이나 직장 복귀 지원이 이
라는 정체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연속적으로
루어지기 어렵다.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변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재 신청은 고용유지를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고, 고용유지를 위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려
산재요양 기간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재활,
하지만, 그런 직장에서는 언제든 건강의 문제
직업 복귀에 대한 개입이 시작된다면 이미 늦
로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질 좋은 재활과 직업 복귀는 멀어지게 된다. 현재 일부 시행되고 있는 요양 과정에서 재활,
국내 산재 발생율(재해율)은 2019년 0.58%
직업 복귀의 요소를 포함하는 시도는 더 확대
이다. 독일, 캐나다 등의 재해율이 3% 전후인
될 필요가 있고, 산재 요양 시기별 개입 프로그
것을 비교할 때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인다. 거
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기에 비해, 산재사망 만인율은 1.08로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재은폐가
포괄적 재활이란 무엇인가?
어려운 사망율은 가장 높은 수준인데 반해, 일
산재노동자들이 재활이라는 이름으로 제
반 산재의 재해율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산재은
공받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치
폐가 상당한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료 영역에서 받고 있는 물리치료, 그것도 열치 료 수준의 핫팩 치료를 가장 많이 이야기할 가
최근 조선소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인
능성이 크다. 또한 재활의학은 실제 재활의 협
원은 2배 많은데 산재발생은 원청 노동자가 2
소한 부분만을 담당할 뿐이다. 한 마디로. 산재
배 더 많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노동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재활은 여러 영역의
산재은폐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실제 산재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
신청 노동자, 하청 사업장에 불이익이 주어진 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었다.2) 산재가 사회적으
산재환자의 재활은 의료재활, 사회심리재활,
로 은폐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게 되는데, 실
직업재활, 산재복지사업 등으로 분류된다. 의료
제 발생 규모를 왜곡하여, 왜곡된 예방대책을
재활은 신체 상태 회복을 지원하는 것으로 넓은
만들 가능성이 크고, 산재 노동자들의 적절한
의미로는 치료의 개념을 포함하고, 정신적 측
치료와 재활, 복귀, 예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
면, 직업적 측면의 회복까지 포함한다. 현재 근
다.
로복지공단병원의 재활전문센터, 101개 재활인 증의료기관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재활과 직장 복귀 개입,
다. 사회심리재활은 산재환자들의 심리지원, 사
산재 발생부터 시작해야
회적응프로그램,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다.
산재 요양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재활,
직업재활은 산재노동자의 직업복귀를 목적으로
직업복귀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재활과 직
대체인력지원사업, 직장복귀지원사업, 직업훈
업복귀는 산재 발생 시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련지원사업, 창업지원사업 등의 지원 프로그램 이다. 산재복지사업은 산재노동자와 그 유족의
2) "산재 신청하면 블랙리스트"…대우조선 하청 산재은폐 의혹, JTBC(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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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 등
▲ 출처: "산재환자 원직장복귀의 최신 지견과 우리의 역할" 노동시간센터 발표자료(김은경, 2019)
을 말한다. 산재노동자에게 이러한 재활 프로그
위해서는 산재은폐를 막아, 실제 발생의 규모
램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제로 작동될 수
와 원인이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도 내로
있어야 하고, 수혜율을 높여야 한다.
들어와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해 재활, 복귀 지 원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보상, 치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까지
료, 재활, 사회복귀, 예방이 상호 연관되어 기능
나아가 직업재활의 개념을 사회재활의 개
할 수 있어야 하고, 재활과 직업복귀는 산재요
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개념은 독일
양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개입할 수 있어야 한
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협소한 직업재
다. 셋째, 포괄적인 재활의 개념이 확립되어야
활 개념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
하고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의 개념까지 확
다. 독일의 사회재활급여에는 재해노동자의 이
장될 필요가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다
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에 대한 보충급여’,
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러한 프
산재로 장애를 갖게 된 재해노동자가 치료시설
로그램이 실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
이용을 위해 주거지를 개축·수리하거나 이사를
들 제도의 수혜율을 높이고, 접근성을 떨어뜨
하는 등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주
리는 장애요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
거지에 대한 보충급여’, 재해노동자가 가계를
하다.
이끌어나가기 불가능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가계보조 및 어린이 돌봄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재활의 서비스는 기존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고 실제적인 직업 복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산재 노동자가 제대로 회복할 수 있으려면? 앞서 기술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재활복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기 일터 7
특집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
‘허공에 손 젓기’, 산재 트라우마 재활기 -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산재 트라우마 피해자 김영환씨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노동 현장에서 업무상 사고나 질병에 의한
고 있는 김영환씨를 만났다. 지금까지 트라우
산업재해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업무상 정신
마 산업재해로 치료를 받은 과정을 묻고, 재취
질환이나 직업적 트라우마는 일반인들에게 익
업을 위해 어떻게 지원받고 있는지를 물어 현
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인식의 문제는 고
재 정부의 정신질환 산재의 재활과 직장 복귀
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트라우마 산재 피해자에게 치료와 지원을 위 한 제도가 부재한 상태이고, 그 피해와 상처는
산재신청은 누가 알려주나요?
산재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한국에서
사고를 겪고 10일만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것은 오래되
간 김영환씨에게 직장의 그 누구도 트라우마에
었지만, 업무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본격적으로
대해 얘기해주거나 치료에 대해 안내해준 사
다루고 체계화하게 된 것은 2017년 삼성중공업
람은 없었다. 사고 장면이 떠오르고 밤에 잠들
크레인 사고 이후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노동
지 못 하는 날들이 계속 됐지만 어떤 도움을 누
부에서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시범
구에게 청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후 가족에
운영하기 시작해 올해 5월부터는 8개소에서 운
게까지 폭력적으로 대하는 그에게 정신과 치료
영을 시작했다.
를 권한 것은 동생이었다. 그때서야 김영환씨 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 2017년 9월부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에서 800톤 대
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영
형 크레인과 32톤 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
환씨에게 업무상 재해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
인 지지대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삼성
고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회사도, 노
중공업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
동부도 해주지 않았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
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 후 트
연합(‘마창거제산추련’)가 유일했다.
라우마에 시달린 노동자들 중 7명에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산업재해가 인정되었다. 이 사
“7월경에 거제시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어
고 목격자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 치료를 받
요. 시 아니면 노동부에서 결정해서 한 것
8
노동자가 만드는
같았어요. 다음에 일을 하루 빠지고 다시 가
고요. 기분 나빠가지고 “그만둘 수 없다. 며
서 정신과 의사와 만났는데, 외상후 스트레
칠 전에 집사람이랑 싸웠는데 집사람 뺨을
스 장애니까 자신의 병원에서 치료받으라
때렸다”고 하니 그냥 웃고는, “알겠다”고 하
고 했어요. 비용 부담은 누가 하는지 물으니
면서 연장 신청서 작성은 해주더라고요. 대
개인 부담일 거라고,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구에 있기 싫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 병원이
공무원한테 누가 병원비 내는지, 또 근무하
었어요.”
지 못한 것 급여 보상은 어떻게 하는지 물으 니까 모른다고 해요. 병원에 계속 다닐 수
“산재 승인 후 대구에서 진료받다가 이후에
없어서 중단했습니다.”
인천으로 옮겼는데, 인천에서는 주치의는 괜 찮은데 공무원이 힘들게 했어요. 2018년 3
“산재 신청은 마창거제산추련에서 추진해
월에 연장 신청을 했는데 공무원이 그만하라
주셨어요. 10~11월 경으로 기억나네요. 그
는 말을 계속하는 거예요. 결국 주치의 선생
전까지는 산재 신청해보라는 사람 없었고
님이 연장 신청을 했죠. 또 근로복지공단 인
요. 오히려 하면 큰일난다고 했죠. 팀장이
천지사에서 (산재 승인 후 1년이 되는) 5월
‘산재 신청하면 못 돌아온다’고 하고요. 그래
이후에는 종결된다고 하더라고요. 매일노동
도 진행했습니다. 같은 사고 겪은 친구는 안
뉴스 기자님이랑 얘기를 했어요. 근로복지공
했어요. 삼성중공업에 돌아올 수도 있으니
단에 전화해서 기자님이 외상후스트레스장
산재 신청 포기하겠다고요. 아무튼 산추련
애 산재 치료 기간이 1년이면 끝나는 거냐고
외에는 산재 신청 해보라고 한 사람은 없었
물으니까 절대 아니라고 했대요, 다 나은 후
어요.”
에 종결 짓는 거라고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지사에 공문을 다 보냈다고 했습니다.”
‘산 넘어 산’ 트라우마 치료기 산재 승인 후 새로운 병원에 다니게 된 김영
김영환씨는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환씨에게 가장 의지하게 되는 주치의로부터도
에서 받은 상담에서 가장 큰 위안을 받았다고
상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여전히 고통스러
말 한다.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이곳에
워하는 중에 주치의로부터 치료 종결하라는 말
서 상담을 병행했다. 센터는 2018년 5월 대구
을 들은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옮긴 뒤에는 담
에서 시범운영 되다가 2020년 5월 전국에 8개
당 공무원이 김영환씨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소로 확대했다. 아이러니지만, 삼성중공업 크
트라우마 산재 노동자가 이해받지 못하고 지지
레인 사고, 그 후 트라우마 산재에 대한 사회적
받지 못한다는 기억만 남게 했다.
관심과 대책 요구로 인해 직업적 트라우마 전 문상담센터가 이렇게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
“9월에 최초로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산
데, 그 시기동안 김영환씨는 정부와 사회의 정
재 승인된 후에는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받
신질환 산재 피해자를 향한 이해 부족, 시행착
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진료에
오를 겪어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많았어요. “잠은 잘 자요?” “아니오” “요즘 어때요?” “힘들어요” “그래요” 이렇게
“어떤 주치의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성장 과
하고 진료가 끝이 납니다. 7~8개월 진료받
정을 말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성장할 때 우
고 나니까 의사 선생님이 산재 종결 얘기를
울감이나 여러 문제점... 외상후 스트레스의
자꾸 하시는 거에요, 그만할 때 되지 않았냐
원인을 성장 과정에서 찾는 식으로 했었고
일터 9
요. 다른 병원에서는 제가 충분히 이야기할
해요. 위험한 곳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수 있게 배려해주신 곳도 있었어요. 대구 근
말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그만두라고
로자건강센터에서는 한 시간 정도 상담하
할 것 같아요. 일을 해야 돈을 벌 텐데, 내가
면서 제가 욕을 하든 소리를 지르든 얘기를
어느 정도 선에서 스스로 합의를 볼 것인지
계속 들어주셨고요. 속에 있는 화를 분출하
넘어갈 것인지 생각하면 힘들어요.”
도록 도와주시더라고요. 대구 트라우마센 터에서 근로자건강센터 내부에 헬스 시설
“사회적으로 취업 프로그램을 강화해서, 사
이 있었는데, 간단한 헬스 운동을 병행하니
람마다 다 다른 취업 프로그램 참여하게 하
까 좋아졌어요.”
고, 혁신적으로 개선해서, 사고 당한 사람 마다 어떤 일에 잘 어울릴지 매칭해서 취업
“산재 진행하면서 문제는 시민단체인 산추
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사람이 여기
련에서 모든 걸 해줬다는 거예요, 정부 기관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연결
에서 한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는 언론에서
시켰으면 좋겠어요. 몇 명 취업시켰다는 식
나오다 보니 하는 거죠. 또 문제는 너무 늦
으로 성과를 말하지 말고 취업 프로그램 질
게 개입한 거예요. 사고 난 후에 바로 개입
을 올려야 합니다.”
해서 대구 근로자건강센터에서 받은 서비 스를 받았더라면 많이 심각해지지는 않았 겠죠.”
2019년 2월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 맞춤재활로 직장복귀율 최초 65%”라는 내용으 로 보도자료를 내, “원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산
손 닿는 곳에 없는 재취업 프로그램
재노동자에게는 구직등록, 취업설명회, 취업박
김영환씨는 현재 산재가 종결된 상태로 장
람회 등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발
해 14급 판정을 받고 장해급여를 받은 상태다.
표했다. 그런데 김영환씨가 겪은 산재 치료는
구직이 절실한 김영환씨에게 정부의 재취업 지
직업성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
원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근로복
과 공무원, 민간단체 안내 이외 접근성 부족, 충
지공단에서 ‘산재치료자 재취업 설명회’ 연락
분한 치료 계획 안내 없음, 요양 기간에 대한 불
을 받아 내용을 물었지만 이력서 쓰는 방법 교
안 때문에 상처받은 기억으로 가득하다. 재취
육이 전부라는 말을 듣고 실망한 적이 있다고
업 프로그램 역시 참가가 어려운 사업 뿐이었
한다. 주치의에 따르면 김영환씨는 취업이 가
다. 김영환씨 바람대로 취업 성공자 수나 성공
능하지만 약을 복약해야 하는 상태인데, 담당
률 등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질을 올려서
공무원은 약을 완전히 끊어야 취업성공 패키지
산재노동자가 치료를 잘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
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 답답한 상황이다. 앞으
게 해야 한다.
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긴 한가를 생각하면 막막하 기만 하다. “산재 겪으면서 부조리함을 많이 봤고, 세상 이 내 편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작업 지시 받을 때 ‘안전한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 들죠.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도
10
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
삶의 회복을 위한 산재보상제도를 만들어가자! -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김은경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산업재해보상제도의 취지를 돌이켜보면, 산
“근로복지공단병원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재 노동자들에게 단지 금전적 보상만을 제공하
재활의학과 중심으로 작업능력강화훈련을
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삶 자체를 회복
진행해왔습니다. 쉽게 말해, 스포츠 선수들
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역량을 되찾아주고자 하
이 손상 후 복귀를 위해 치료뿐만 아니라 적
는 사회적 책임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절한 신체기능 강화를 하는 것을 산재 환자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재활과 직장복
들에게도 적용한 것인데요, 의학적 치료뿐
귀다. 한국 사회에서 온전한 재활과 직장복귀가
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
아직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일선에서 산
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긴 요양 기간 후
재 노동자들의 회복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에 막상 복귀하려고 하면 사업주와의 관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한 사람을 만
단절이나 원직무 수행이 불가하여 복귀하
났다. 지난 8월 31일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
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서 근무 중인 김은경 님을 만나, 재활 강화 및 직
부터는 작업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사업주
장복귀 증진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들어보았다.
와의 관계 지속을 위한 연계 업무, 작업환경 등의 개선, 업무 적합성 평가 등에 대해서도
작업능력강화 훈련과 산재관리의사 제도
함께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위
김은경 님은 2009년부터 근로복지공단 소
해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시범 수가를 운영
속으로 산업보건사업을 위주로 하다가, 2017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
초부터 산재환자의 직장복귀, 업무 관련성 조
료를 받은 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복귀
사를 위한 특진 업무를 하고 있다. 2020년 3월
율 또한 높다는 것은 연구보고서를 통해서
부터는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 업무도 맡게
도 나온 바가 있습니다.”
되었다. 그는 예방과 보상 그리고 재활까지 이 어지는 일련의 산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의
“다만, 한 해 10만여 명의 산재 환자가 유입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활 강
되고 그 중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요양하
화를 위해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얘기를
는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산재 환자 대다수
나눠보았다. 일터 11
가 아직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 의학적 치료
요하다. 이후 제도 보완을 위해선, 어떤 것들이
의 종결 후에 산재 종결이 되고 복귀를 하기
필요할까?
에는 힘든 상태로 실업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단의 지사에 잡코디네이터가
“애초 기획을 했던 고용노동부의 시도대로
있어서 원직장 복귀가 어려운 분들에 대한
산재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하기 위
타직장복귀 지원, 원직장 복귀를 위한 심리
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수가의 개선, 의료
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산
시설의 개선, 무엇보다도 의사들과 환자, 사
재환자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체감하기는
업주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듭니다. 예를 들어,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
말부터는 고용노동부에서 산재관리의사를
등의 치료를 한 후 기본적인 열전기 치료 등
양성하여 산재환자의 의료전달체계를 구축
만 할 것이 아니라, 아급성기에 적절한 재
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리
활을 위해 재활인증병원이나 근로복지공단
를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것이고요. 전원 후 에는 사업장과의 연계를 위해 재빨리 직업
이렇게 산재 진입 과정부터 종결, 그리고 직
환경의학과와 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장 복귀까지 세심한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산재 노동자 각자에게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인센티브로 산재관리의사가 산재환자를 대
제공하기 위한 제도와 인력이 갖춰져야 할 것
상으로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산재관리의사제도의 실
서는 추가적인 수가가 산정되고 있지만, 수
효적 도입을 제안했다.
고로움이 동반되는 업무이고 홍보 또한 충 분치 않은 터라 참여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
“산재관리의사제도는 고용노동부에서 독
습니다.”
일의 산재전문의사(DA)제도에서 아이디어 를 얻어 시작한 제도입니다. 의사 중에서 산
직장복귀 증진을 위한 방안
재 제도와 산재 노동자의 특성을 좀 더 이해
김은경 님은 산재 노동자의 직장복귀와 관
하고, 적절한 치료 및 적시 전원을 유도하기
련한 교육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 있다고
위해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정형외과,
한다. “당신이 불의의 산재 사고를 당한다면 원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의
직장에 복귀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파트
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조건을 만족하
너가 불의의 산재 사고를 당해 치료 후 직장에
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소정의 교육을 받으
복귀한다면 그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겠습니
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산재 환자의
까?” 다시 말해, 산재 노동자의 회복에는 직장
직장복귀를 위해서는 재해 초기부터 적절
과 사회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 사업주나 직
한 설명과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산재
장 동료 등이 시간적, 물질적 측면에서 복귀자
관리의사가 100명 넘게 배출이 되기는 했
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으나, 역할을 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
이러한 지원을 불필요한 비용이나 손해로 받아
되지 않는 등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산재 제도로의 유입 증진 과 적시 개입 등을 위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중 12
노동자가 만드는
“우리나라처럼 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노동
력을 1명이 아닌 1명 이상으로 요구하는 때
현재 그가 속해있는 안산병원에서는 본원
엔 복귀한 사람 입장에서도 죄책감이나 동
에 유입되는 모든 산재환자를 직장복귀지원 대
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어
상자로 선정하여 조기에 상담을 진행하고, 사
요. 요양 중 해고는 불법에 해당하지만, 종
업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직장복귀를 독려하고
결 후 견딜 수 없어 노동자가 직접 사직서를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한다. 나아가 직무분석이
내는 일이 종종 벌어져요. 하지만 이를 막
나 사업장 개선 사항을 점검하고 지원한다. 이
을 수 있는 현실적인 법은 없죠. 산재환자의
와 같은 일련의 프로그램을 공공영역에서 안착
80% 가량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사
시키는 것과 동시에, 민간영역에서도 확산시킬
업장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원직무 외에
필요가 있다.
전환 가능한 직무가 없는 경우가 많고요, 요 양 중에 이미 대체인력을 뽑아 일하고 있는
“안타깝게도, 민간병원의 의료진들에게 산
경우 돌아갈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환자는 대하기 까다로운 대상에 해당합 니다.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서 차지하는 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보편적인 차
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걸려 있으니
원에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텐 데요. 독일
치료를 종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한편 어
의 사례를 보면, 원직장이 있는 산재환자의
떤 식으로든 치료를 지속하면 보상이 나올
원직장복귀율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수 있으니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도
거기에 전문가가 개입하게 되면 그 비율은
있습니다. 따라서 산재관리의사 제도의 기
95%까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독일은 산
획 의도에 맞게 적정치료, 적기 전원, 적절
재환자의 원직장복귀가 사업주의 의무라서
한 종결을 하면 치료를 한 의료진에게도 보
그렇게 높은 비율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
상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더욱 제도 보완이
이 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원직장복귀를 사
되어야 할 것이고요, 사업주에게도 산재환
업주의 의무로 하는 법안이 국회의 벽을 통
자의 직장복귀에 대한 의무를 강화할 뿐만
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우
아니라 직장복귀를 시킨 경우, 산재요율, 근
선은 제도적으로 사업주의 의무를 조금 더
로감독 등에 대한 혜택, 인증 부여 등 혜택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산재환자
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에 대해서는 직장복귀에 대한 개입이 산재 초기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산재보상이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회보험의 틀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래에 상병급여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산재환자가 산재를 종결하고 직장 에 복귀하여 일하다 다시 아프더라도 산재 의 재요양 또는 상병급여 등을 통해 원활하 게 생계지원을 받게 되면 산재환자들을 대 상으로 독버섯처럼 활동하면서 그들의 삶 을 좀먹는 산재 브로커들의 활동도 줄어들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온전한 신체·정신적 회복을 위해 “환자의 유입, 치료, 복귀의 과정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 력, 현장의 의료진들, 사업주들, 특히 산재 노동자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노력을 기울 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직장복귀와 재활의 좋은 사례들을 발굴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산재 제도의 선순환 프로세스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에 함께 해주십시오
선전위원회
지난 5월 27일 매년 2,400명의 산재사망,
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9월 25일까지 1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시민
월 동안 10만 명이 동의하면 노동자, 시민이 직
재난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중대재해기업
접 만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직접 국회에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뜻을 함께 하는 사
입법발의하게 됩니다. 이미 동의서명에 참여해
람들이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
주신 노동자 시민이 2만 명을 넘어 3만 명을 향
본부>를 발족했습니다.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
전국 6개 지역의 지역운동본부를 포함하여
하는 수많은 익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각
248개 단체가 참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종 사회적 참사로 고통받은 시민들이 있습니
제정 운동본부는 10만 국민 직접 입법발의 운
다. 노동자와 시민의 죽음과 고통이 더이상 반
동을 힘차게 시작합니다. 하루에 7명의 노동자
복되지 않기 위해선,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
가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 해마다 시
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민과 노동자
민의 대형참사가 반복되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들은 끊임없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
않는 현실. 이 현실을 넘고자 이제 노동자, 시민
구해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법 제
이 직접 법 제정에 나섭시다. 10만의 국민동의
정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청원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실질적인 입법 쟁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산재사망과 재난참사
취까지 나아갑시다. 여러분, 이 운동에 함께 해
피해자인 당사자와 일반 시민까지 ‘기업의 책
주십시오.
임자 형사처벌이 재발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정부와 21대 국 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야말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홈페이지 주소 : http://nomoredeath.kctu.org
지난 8월 26일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님 김 미숙님을 청원인으로 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
●국민동의청원 참가링크
법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제
: bit.ly/0925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운동본부는 지난 9월 1일부터 노동자 시민이 직접 입법발의를 조직하는 <국민동의청원> 운 1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15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직장내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지침/사례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직장내 자살
있지만4)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영국에
국내 통계청 자료1)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서 6,507명이 자살로 보고되었는데, 인구 10만
자살 사망자수는 12,463명이다. 이중 15세~64
명당 자살인구 11.2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
세 생산인구 연령대의 자살사망자수는 9,053
대비 11.8%가 증가하였고 2002년 이래 최고치
명이며, 이들 중 직업이 있는 자살사망자수는
를 기록하였다.5)
4,231명으로 약 47%를 차지한다. 한국은 직장 내 자살을 다룬 공식 통계수치가 아직 없다. 다
개개인의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소중
만 전체 자살 사망자의 73%가 생산인구이며
한 생명의 손실일 뿐만 아니라 커다란 사회적
이들 중 약 절반 가까이 직업을 가지고 있음을
손실이며 이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나
보여주는 통계 수치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
설 필요가 있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모두에게
나로 직장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미루어 짐
비극이다. 본인 자신과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
작하게 한다.
들에게, 그들의 동료들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 에. 자살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직장내 자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 는 아니다. 올해 초 발표한 미국 노동국 통계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을 위한 조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직장내 자살 사망자수
영국 정부는 우선적인 자살예방을 위해 정
는 304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하였으며 지
신건강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2020/21년까지
난 26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자살
자살률을 10%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이
은 미국의 사망 원인 중 10번째 요인이다.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건 전문가들뿐만 아니
한 영국에서는 아직까지 정부차원에서 공식적
라 전체사회의 광범위하고 조직화 된 노력이
인 직장내 자살통계수치는 집계 관리되지 않고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연장
2)
3)
선 위에 직장내 자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지 1) 출처: 국가통계 포털 사망원인 통계(통계청의 자료갱신 일 2018.9.19, 2018.10 자료 추출) 2) More Americans are killing themselves at work, The Washington Post, 2020.01.10 3) Employee Suicide is the next big workplace safety crisis, workpforce.com, 2019.7.24
침을 마련하고 전파하였다.6) 4) Suicidal work:work-related suicides are uncounted, Hazards magazine, 2017.3 5) Suicides rates in UK increase to highest level since 2002, The Guardian, 2019.9.3 6) Reducing the risk of suicide : a toolkit for employers,
16
노동자가 만드는
해당 지침서에서는 ‘직장내 자살’을 직장 안 팎에서 일어난 자살을 모두 포괄하여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직원 혹은 하청업자, 직원이나 하청업자의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또한 주요 고객 혹은 공급업자 혹은 노조대표와 같은 조직내 주요인사도 포함될 수 있다. 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주는 자살예방에 결 정적인 역할을 한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 생의 삼분의 일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동 료와 직속상사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그에 기반하여 중요한 사회적 감정적 지지 연결망을 제공할 수 있다. 직장내에서 사업주는 직원들 이 웰빙과 정신 건강의 중요성, 안전준수에 대 한 지식과 안 좋은 징후를 포착하는 법을 이해 하도록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기 때문 이다. 또한 지침서에서는 직장내 자살예방을 위 한 가장 좋은 토대는 직원들이 건강에 대한 중 요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민과 불안을 공개적 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제적인 접
불안 같은 문제에 대해 지원이 필요한 직원들을 도울 수 있는 명확한 정책, 프로세스, 실제적인 가이드 마련 - 직장내 직원 지원 프로그램 혹은 인사 직원을 위 한 전문적인 자살 이해와 예방 훈련 실시 - 가정폭력상담소, 정신건강상담소와 같은 국가 지원기관 연락망을 사내에 비치 - 자살시도 혹은 사망에 대한 대응 계획 마련
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또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지침으로 첫째,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건 강 문제를 낙인찍지 않는 것. 둘째, 업무 스트레 스를 낮추는 것. 셋째,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 예 방 및 대응조치. 넷째,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 확 대. 다섯째, 관리자와 주요 직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들고 있다. 이 중 일과 관련된 정신적 스 트레스 요인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으로 다음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일과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 검증 문항> - 직원들이 지시사항 및 그들의 업무량을 수정할 수 있는가? -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질병, 사망, 위협과 같은
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침서에서 제시한
감정적인 상황에 직면하는가?
직장내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할 핵
- 교대근무나 야간근무가 있는가?
2017, Business in the community
- 업무시간을 쉽게 스케쥴링할 수 있는가?
<직장내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할 핵심
- 시간압박이 큰가? - 정기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는가?
요소> - 직원과 그들의 가족들을 가치있게 여기는 업무 환경 구축 - 상호존중, 오픈된 의사소통, 소속감, 정서적인 웰
또한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과 관련하 여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회색지대로써 다음 내용을 언급하였다.
빙 장려 -필 요할 때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청하고 지지하 도록 장려하는 것 - 모든 직원, 특히 직속상사를 대상으로 자살 이해 를 포함한 정신 건강에 대한 교육과 훈련 실시 - 직원 모두가 이용 가능한 자원과 지원에 대해 인 지할 수 있도록 내부 의사소통 및 소개 프로그램 진행 - 정신건강을 포함해, 장기간 건강, 가정폭력, 재정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회색지대에 대한 예시> - 악성루머 퍼뜨리거나 특히 동료 앞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 -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잘못하게 만들고 희롱하 거나 욕설하는 것 - 업무에서 배제시키거나 혹은 희생시키는 것 - 상대방을 협박하기 위해 근거없는 위협을 하거
일터 17
나 인사관련 발언을 하는 것 - 유능한 직원에게 업무량을 과도하게 주면서 의
율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
도적으로 퍼포먼스를 약화시키고, 지속해서 비
짓는 기존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판하는 것
문제인식으로 접근하여 다각적인 부분에서 본
- 의도적으로 승진을 막거나 교육 기회를 박탈하 면서 개인의 발전을 막는 것 - 원치않는 성적 관심, 신체 외형 혹은 행동에 대 해 가벼운 말을 하는 것
해당 지침서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직장내 자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으로 사람 중 심의 근무환경 마련과 이를 통한 직원들의 정 신건강 증진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에 도 도움이 된다고 보았는데, 결국 기업의 성과 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과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직장내 자살 위험 을 높인다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노조단체에서도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과 관련한 노조 대표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질적인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 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의 직장내 자살 위험 예 방 지침은 눈여겨 참고할 부분이 많다. 오늘도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악몽 같은 일터로 출근을 할 것이다. 직장내 자 살이 발생하면,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 나지 않으며 함께 일을 했던 직장동료들과 회 사조직에도 오랫동안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예방 가능 한 문제이다. 물론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고 당 사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명확하게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직장내 자살을 야기할 수 있 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나 가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최소한 직장내 문제 로 인한 자살 위험은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노조 대표를 위한 체크리스트> - 사업주가 자살 문제와 직장내 문제로써 자살 예 방에 대해 알고 있고 적절한 조언과 지원을 얻 을 수 있는지 확인할 것 - 스트레스 관리, 괴롭힘/성희롱, 정신건강, 직원 지원, 징계 프로세스 정직에 대한 기존 정책을 함께 살펴볼 것 - 관련 기관 혹은 노조로부터 정신 건강 문제에 대응하는 훈련을 요청할 것 - 사업장에 건강 혹은 웰빙 이벤트를 조직할 수 있는 관련기관이 초청되는지 확인할 것 - 징계 프로세스 동안 정직처분된 직원과 계속 연 락을 유지하여 필요한 지원을 확인할 것 - 업무 도중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있으면 와서 말 을 하도록 독려할 것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해 지금까지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을 위한 영 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OECD 국가 중 자살 18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pixabay
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최민 노동시간센터, 상임활동가
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
래 다니던 어린이들도 재원율이 3월에는 30%
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6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
월쯤 되어 대부분 출석하게 됐지만, 8월 초 다
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
시 유행이 증가하게 된 거다. 원래 한 번 하던
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소독을 두 번 하고, 놀잇감 세척은 매일 소독기
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돌리는 것과 별도로 일주일에 두 번은 물로 씻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 추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 전체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방역을 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 조금 더 늘어난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
정도라고 느낀다. 더 큰 변화는 어린이 돌봄 그
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자체다.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 등 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신지선(보육교사) “낯가림이 한참 심한 아 이들도 있는데, 그 어린이도 너무 힘든 거다. 선 생님들이 다 마스크 하고 있으니, 매일 낯설어
올해 1월부터 스스로 안식년을 맞이해 ‘주
하고, 낯가림이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아침마
부’ 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프리랜서 기록활동
다 울면, 마스크 내려서 얼굴 보여주면서 웃어
가 림보,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
야 겨우 따라 웃는다. 3~4세만 돼도 모두 테이
하 활동지원사노조)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국
블 하나당 한 명씩 떨어져 앉고, 각자 자기 놀
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지선(가명) 씨를 만
잇감 가지고 놀고 있다. 소꿉놀이도 금지다. 혼
났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직접 돌보는 일을
자 할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집이 그저 아이를
하는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영향이 커
맡겨놓는 것만은 아니고, 사회성 발달도 기대
진 것에 비례해 노동의 내용과 구성이 상당히
하는 건데,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
달라졌다.
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 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부모도 불안해
돌봄노동의 변화 양상
하는 시기이다. 그런 영향에다, 9명 정도 나와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서 같이 놀던 어린이집에 혼자 혹은 둘이 나와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들의 등원 자체가 줄었
서 각자 앉아 있으니 어린이집에 나와 있는데
기 때문이다. 신입은 5월 이후에야 받았고, 원
도 고립감을 느끼는 거다.” 일터 19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경우도 난감한 경우
어린이에게 쏟는 감정노동이나 노력도 훨씬 강
가 많다고 한다. 꼭 이용자나 활동지원사가 직
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그래서 나는 적어도
접적으로 감염되거나 하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
밤 10시부터 2~3시간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라 하더라도, 원래 이용하던 복지관, 운동 강습
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또, 약속이나 세
이나 수업 등의 사회활동이 모두 중단되니 활
미나 때문에 나가던 일정도 크게 줄이지는 않
동지원사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다.
았다. 가사도 남편이 있을 때는 혼자 하지는 않 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기도 하는데, 그런 걸
고미숙(활동지원사노조) “복지관을 못 다니 게 되어도, 좁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다 직접 챙기는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에 나가 서,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신지선(보육교사)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런데 정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으니, 공원으
다시 얘기된다고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조
로 산으로 하천으로 돌아다니느라 힘들다는 조
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돌봄
합원들 소식이 많다. 멋쟁이였던 한 조합원은,
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
요즘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고 우스갯소리 할
기’를 해야 한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믿을 것
정도다. 심지어 보통 복지관에서 활동하면, 거
은 가족뿐이고, 돌봄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
기서 점심도 해결했었는데, 복지관에서 식당
는 생각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벌써 여성 일자
운영을 안 하니, 어떤 경우는 활동지원사가 도
리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 같고, 여성이 가정에
시락을 두 개 싸서 자기랑 이용자가 같이 먹으
서 돌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
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한다. 당연히 도시락까
는 것 같다. 우리 어린이집 원아 어머니 중에도
지 싸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용자가 이용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퇴직 당했거나, 출산
을 중단하면 언제든 고용이 중단되는 활동지원
후 구직 준비 중이었는데 구직 포기한 경우가
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하게 되는 역할이다.”
벌써 나타나고 있다.”
다시 호명되는 가족,
전덕규(활동지원사노조) “장애인 중에는 가
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담
족조차 돌봄을 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육아
이런 부담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소환되고
영역보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
않다. 애초 활동지원은 ‘재가’ 서비스였기 때문
은 모두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에 어린이집처럼 이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 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부담이 생기면 가
림보(기록활동가)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
족, 그것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은 확실하다.
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을 붙어 지내게
진주에 있는 한 이용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2주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
간 이용 중단을 요구하고, 누나가 와서 그이를
기도 어려워지다 보니, 키즈 카페를 운영하는
돌보게 되었다. 이용자와 지원사가 모두 자가
집 자녀인 친구랑 그 키즈 카페 가서 노는 것
격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결국 이용
말고는 어린이가 종일 집에 있게 됐다. 그런데
자의 언니가 와서 2주간 돕게 되었다.”
사실 가정주부에게는 집이 ‘일터’다. 그런데 여 기에 갑자기 하루 종일 누군가가 같이 있게 되
위기마다 등장하는 ‘가족’이 다시 사회적 부
는 거다. 당연히 이러저러한 갈등도 많아졌고,
담의 구원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림보
20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고용노동부
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 자체가 가족을 사
전 사회에 미칠 계급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
회의 바깥으로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했다.
림보(기록활동가)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신지선(보육교사) “어린이들과 어린이집에
가족은 사회의 바깥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전제
있으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니, 서로 보
한 것이다. 공적 영역인 사회와 가정을 구분하
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
고, 가정을 ‘사적 공간’으로 여긴다. 공적인 공
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밥 먹을 때도 일렬
간에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가족끼리 이전보다
로 앉아, 대화를 안 하니 식사 지도도 안 된다.
훨씬 오랜 시간 붙어 지내든 말든 전혀 고려하
아이들 양치 지도도 교사는 마스크를 화장실에
지 않는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본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양치질을 씻긴다. 그
다. 코로나 이후,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가정 내
런데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인 이 어린이
여성폭력이 하도 늘어서 SOS를 요청하는 비밀
들은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아~ 해보세요.’
신호도 나왔다고 하더라. 가족 역시 권력관계
하면 입을 벌리는 것을 못 하더라. 아직은 ‘아’
가 존재하며,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라는 언어적 단서만으로 안 되고, 선생님이 입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
을 벌린 것을 시각적으로 보고, 동시에 선생님
다. 몇 년 전에 유행한 ‘저녁이 있는 삶’이 실은
이 턱을 눌러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따
전업주부의 희생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리는 환
라 해야 하는데, 선생님 입 모양이 안 보이니,
상이었다. 언제든 ‘가족’이 사회적 돌봄을 메꿀
‘아’하라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전업주부든, 임노동을 하는 여성이든, 가족 내에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이런 시기에 공적 육 아, 사회적 돌봄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 지경이 다. 사적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마스크를
돌봄노동 변화의 계급적 효과
하지 않고 보살핌 받은 어린이와 어린이집에서
특히, 돌봄과 관련된 역할을 최전선에서 맡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
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가 돌봄에 미친 영향이
밖에 없다. 그런데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들은,
일터 21
부모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할머니 등 조력
사람을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 민낯이
을 구할 수도 없는 경우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면, 그 영향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한다.” 상황은 이런데,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어 보 림보(기록활동가) “아주 어린 이들의 돌봄
인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스크는 보
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육교사도,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따로 지급받지
생각한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계속 밀어붙이
못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노조 전덕규 활동가는
는 것은,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챙겨줄
“인터뷰 때마다 마스크 물어보는데, 지자체에서
사람이 있거나, 선행학습으로 이미 학교 교과
5장 받은 게 전부”라고 손사래를 쳤다. 공적 마
공부가 어렵지 않은 학생들, 50분의 온라인 수
스크 공급할 때, 보육교사는 감염 위험이 커질
업을 알아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
수 있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평일에 출근한 뒤
는 학생들을 중심에 놓은 구상이다. 우리 집 어
나갔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주말에만 사도록
린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수업을 집중
압력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자기
해서 들어야 새로 익힐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온
마스크도 사고, 서비스 이용자 마스크도 구하느
라인 수업은 집중을 어려워한다. 3학년이라서
라 바빴다.
처음 영어를 배우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 가 알파벳 좀 챙겨주세요.’하는데, 내가 영어까
긴급 돌봄을 보낼 수 있는 학부모 규정이 정
지 가르쳐야 하나, 그게 당연한 건가 하는 생각
확하지가 않아, 어린이집 교사들과 학부모 사
이 들었다.”
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온라인 교육 시대에도, 배추흰나비를 키워야 한다고 해
“리코더를 열 곡 연습하라는데, 앞에 한두
서, 애벌레가 담긴 통을 집에 들고 왔지만, 애벌
곡은 알겠는데, 뒤쪽 어려운 노래들은 나도 모
레를 어떻게 운반하고 다뤄야 하는지 정보는 제
르겠더라. 학교에서 같이 배운다면, ‘나만 어려
대로 알려주지 않아, 하루 만에 애벌레가 죽은
운 거 아니구나, 쟤도 어려워하는구나, 어? 저
집이 여럿이라고 한다.
친구는 잘하네, 나도 해볼까’ 뭐 이런 다양한 반 응과 생각을 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수업에 참
코로나가 던진, ‘누구를 위한, 어떤 공교육
여할 텐데, 혼자 앉아서 재미도 없고 어려운 공
인가’, ‘공적인 돌봄의 모양과 구성이 어때야 하
부를 하고 있으니, 학업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는가’, ‘자본주의는 위기 시에 가족을 어떻게 소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 장애인 어린이나 특
환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
별히 학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어린이라면,
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돌봄 노동을 좀 더 자세
그 영향이 더 클테다.
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옆에서 챙기기 어려운 집, 학교 수업도 겨 우 따라가는 많은 학생을 중심으로 고민했다 면, 아예 1년 휴업을 선언하거나 온라인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학습 목표량을 조정했어 야 했다. 저절로 격차가 나게 해 놓고, 1년 뒤에 너는 이제 4학년이니 4학년 수업을 하자고 할 건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사실상 누구를, 어떤
22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배달의 나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은 유명한 ‘배달의 나라’이다. 한국의
사 사례 5건은 모두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
택배시장은 이미 2018년 5조 6,600억원, 2019
다. 그래서 공식 자료와 대책위가 파악한 내용
년 6조 1,400억 원 규모였다. 게다가 코로나
을 합쳐,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2명의 택배노
19 이후, 외출이 줄어들고 비대면·비접촉 판매
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가 선호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음식 배 달 서비스나 전통적인 ‘택배’ 시장 모두 급격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택
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 대한통운과 롯데
배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주
택배, 한진택배 등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택배
40시간, 연장을 포함하여 52시간)을 적용받지
회사들의 2020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
못한다.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도 보장
두 크게 증가했다. 택배 회사 호황의 그늘에는
받지 못한다. 배달한 물량만큼 받는 수수료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가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십수년째 동결이어서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
2020년 상반기 동안 최소 12명이 과로사한 것
동을 선택하게 된다. 2018년 한 연구에서는 택
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의 ‘택배업 산업
배노동자들이 하루평균 12.7시간, 월평균 25.6
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업무상 사망
일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한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
과로에 시달리던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결성한 이후, 계속해서 모두 함께 쉬는 날을 요 구해 왔다. 택배노동자들의 계속된 투쟁과 최
그런데 정부 공식 통계는 택배노동자의 과
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코로나19
로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올해 5월 기준
유행으로 더욱 격화된 택배노동자 과로 등이
택배업 등록종사자 1만 8,792명 중 1만 1,348명
배경이 되어, 한국에서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택
2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8월 14일이 ‘택배 없
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의 노동자가 아니라
는 날’이 되었다. 이어진 주말과 연휴로, 많은
서 산재보험에 당연가입 대상이 아니다. 특수
택배노동자가 사흘간 휴가를 가질 수 있었다.
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산재보험 에 가입할 수 있지만, 비용을 사용자와 노동자
8월 14일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이번 ‘휴
가 절반씩 부담하고,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어,
가’ 덕에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간다,
실제로 산재보험 가입율이 이렇게 낮다. 8월 11
이번 기회에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힌 과로 일터 23
다녀오겠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을 데려가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겠다는 등 다양한 택배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평소 택배노동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 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장면이다. ‘택배 없는 날’ 과 같은 이벤트만으로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 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기도 하다. 이에 정부도 나서는 듯 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주요 택배사와 함께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사항’
▲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로 8월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지 정되었다. 출처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매년 8월 14일을 “택 배 쉬는 날”로 정하고, 택배노동자의 충분한 휴
노동조합은 택배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 역
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시간까지 배송을
시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택배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택배
노동자가 필요할 때 쉬기 위해서는 직영기사를
노동자가 질병. 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확충하거나, 대리점 간 연합형태로 상시적으
에는 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앞으로 택배
로 대체기사를 운용하는 등 실질적인 대체 인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언에서 택배사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들은 이런 구체적인 쉴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답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드는 낮은 수수료 역시
답함과 분노를 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마찬가지다. 택배 박스당 평균 단가는 2000년
은 8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강력하게
3,500원에서 2018년 2,229원까지 꾸준히 낮아
비판했다. 사실상 이 합의문에는 재벌택배사들
졌다. 택배업체간 경쟁 심화 때문에 운송 단가
이 부담을 느끼거나, 재정을 투입해야 할 조항
가 낮아지면서,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도 낮아졌
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배노
다. 급여 대신 수수료로 수입을 얻는 대다수 택
동자들은 과로를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 인력
배노동자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점점 더 많
투입’을 주장해왔다. 현재 택배노동자 대부분
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은 아침 일찍 출근해 3~4시간 동안 당일 배달
밖에 없다. 적정 수수료 보장이 과로를 방지하
할 물건을 직접 분류한 뒤, 배송 업무를 시작한
기 위해 꼭 필요한 이유다.
다. 이 분류 작업은 사실상 무료 노동이다. 이를 전담할 분류 담당 노동자가 있으면, 택배노동
정부나 택배업계의 생색내기식 선언만으로
자의 노동시간을 매일 2~3시간은 줄일 수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은 선언에 전혀
지난 8월 16일에도 혼자 물류 터미널에서 청소
담기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단기적으로 코로나
하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택배 산업이 더
19 확산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분류작업을 담
이상 택배노동자의 희생을 거름 삼아 성장하지
당할 인력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어져 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4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 우리는 사회적 변화를 쟁취할 동력을 갖췄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변화 는 저들이 아닌, 우리들의 손에 달렸음을 새삼 느낍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견고한 차별의 벽을 함께 부숴내야 합니다. 출처: 호나라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예된 권리, 인턴의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인턴 노동자 A씨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인턴/실습 노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양자 모두 기업은 고
러한 형태의 일자리가 저임금·불안정 형태의 열
용에 따른 비용과 자원을 줄일 수 있으나, 부담
악한 노동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은 노동자의 몫이 되는 형태다.
일자리는 ‘교육’과 ‘경험’이라는 명목 아래 특수한 것으로 정당화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채용에
인턴/실습 노동자의 인터뷰를 담기 위해 영
대한 기대감과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감
화 전공을 했던 2010년대 초반부터, 대학 졸업
을 가지고 인턴 일자리에 지원하는 노동자들은
을 한 최근까지 여러 기업의 인턴으로 근무한 A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일터를 경험하게 된다. 이
씨를 만났다.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7개월
렇게 인턴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터란 어떤 공
가량에 달하는 이력들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간일까?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노동력을
‘스펙’이란 명목하에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감당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을 어떤 식으로 비판
해온 시간들이다. 지난 8월 31일, 숭실대입구역
해야 할까.
근처에서 A씨를 만나 인턴 노동 당시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지난 3월호 <다양한 노동이야기>에서는 기 업이 정식 채용 이전에 ‘인턴’ 기간을 두는 동기
인턴 노동의 양산,
를 들어보았다. 기업은 고용의 부담을 줄이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신입 직원을 ‘교육’의 명목으로 테스트하지만, 노
여러 인턴 일자리를 경험하셨는데, 주로 어
동자에게 그 기간은 채용 확정이 걸린 대단한 압
떤 업무를 담당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박감이 된다. 반대로, 다른 경우에 인턴 일자리 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
최근 졸업하기까지 언론사, 영화 투자배급
으로써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는 한 기제가 되기
사, 엔터테인먼트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짧
도 한다. 이런 경우 ‘인턴’으로 고용되었으나 장
게는 2~3달 길게는 7달 정도를 인턴으로
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에 시달리는 인턴 노동
일해왔어요. 기업마다 담당한 업무는 달랐
26
노동자가 만드는
는데, 주로 언론사에서는 제보 접수, 사실관
인턴 노동이 흔히 ‘열정페이’ ‘무급노동’으
계 확인, 보도자료 취합 등을 통해 초벌 기
로 이어지는 한 가지 이유는 교육이나 경험,
사를 작성해 담당 기자에게 넘기는 일을 했
경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이
어요. 다른 업계에서도 유사한 형태였는데
있어요.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
정직원들이 기획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나요?
작업이나 자료조사, 아이디어 기획 등을 했 어요. 예를 들어 최근 신간 소설을 읽고 요
노동이라는 개념이 아주 이상하게 잡혀있
약 분석을 해 자료를 넘기는 식이죠.
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어떤 결과물을 계속 내고 있어야만 ‘노동’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근데 설명하신 업무들을 보면 상당히 중요
업무를 기획하거나 구상하는 단계, 사전조
성이 있는 구체적인 업무들이네요.
사하는 단계도 충분히 노동하는 시간이라 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필요한 시간이나 출
맞아요. 그런데 반대의 경우들도 있어요. 특
근해서 책상 앞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도 마
별히 인턴을 채용해서 어떤 업무나 교육하
찬가지예요. 경중을 따졌을 때 부차적인 ‘잡
겠다는 계획 없이 막연하게 정부 지원금이
일’로 여겨지는 업무도 그렇고요. 인턴을 하
나 기업 이미지를 목적으로 인턴 공고를 내
러 가면, 첫 출근 날 책상 하나가 있어요. 그
는 기업이 많아요. 그러면 출근해서도 의미
럼 앉아서 종일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있는 업무를 하며 경험을 쌓는 게 아니라 무
아무도 저를 찾지는 않지만, 누군가 인턴이
작정 대기하면서 업무를 기다리고 있어야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하는 거죠.
으로 내내 긴장이 돼요. 8시간을 꼬박 그런 상태로 있다가 집에 오면 퇴근을 하자마자
인턴이라고 하더라도, 비용이나 인적 자원
곯아떨어질 정도로 긴장이 심했어요. 이렇
이 투여되는 일인데, 이런 식의 일자리를 기
게 업무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을 노동이 아
업에서 왜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턴은 어차피 6개월 정도 출근하는 거고,
그럼 실무 경험이나 업에 대한 이해나 역량
해당 기간 동안 유투브나 SNS 관리 등 정직
이 향상될만한 교육을 회사 차원에서 진행
원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인턴에게
한 것이 있나요? 혹은 인턴들을 담당하는
시킬 수 있는 명목이 생기는 거죠. 한 인턴
직원이 따로 있다든지요.
이 일하다가 나가면, 다음 기수에 다른 인턴 이 들어와요. 기업에서는 정규직 채용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무교육이라도 진행해야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의미
최소한 인턴 기간은 교육/경험의 기간이니
있는 점수는 아니에요. 심지어 어떤 대기업
임금이 낮거나 없어도 된다는 논리가 설득
에서는 인턴 월급을 회사 포인트로 지급했
력이라도 있을 거예요. 제 경험상 인턴에게
어요. 그 회사 인턴 채용 공고에는 애초부터
교육이라고 할 만한 시간이 10%는 될까요?
임금이 아닌 ‘소정의 활동료’를 지급한다고
하루 대부분은 눈치 익히기, 심기를 거스르
게재되어 있었어요. 인턴을 한 명의 노동자
지 않으면서 대기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로 생각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겠죠.
요. 반대로 실무에 곧바로 투입하는 경우들 은, 그 일에 필요한 체계적인 실무교육을 사
일터 27
전에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
신체 부담도 크고 탈모도 생겨서 결국 일을
면 일을 주고 인턴 혼자 아이디어 구상해오
그만두었어요.
고 알아서 해오라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유예된 노동, 유예된 권리 대부분의 일자리는 정규 노동시간 동안 진
기업이 계속 사람을 바꿔가면서 ‘인턴’ 형태
행된 거죠? 초과노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
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다. 만약 새로
었는지 궁금합니다.
운 노동자를 고용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한 교 육이 필요하다면 그건 신입 노동자를 고용한
대부분 10시에서 7시까지가 정해진 업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다. 그 대신에 기업
시간이었어요. 업계마다 차이가 있는데, 엄
은 교육 기간을 명목으로 ‘인턴’ 기간을 두거나,
격한 마감 기한이 있는 언론사 같은 경우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인턴을
일이 못 끝나면 초과수당이나 이런 게 따로
뽑아 저임금/불안정 노동력을 활용한다. 그런
없더라도 집에 가긴 어렵죠. 만약 주에 금요
과정에서 실제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정신적 압
일이 마감일이라고 치면 최소한 2~3일 정
박감, 사회적 관계에서의 낮은 대우는 평등한
도는 야근했던 것 같아요. 또 특이하게 언론
일터로 나아가는데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
사는 인턴 일자리가 24시간 운영되었어요.
칠까?
방송국 스케쥴 그대로 맞춰서요. 처음에는 낮시간에 일하다가 경력이 차고 나서는 심
말씀하신 내용 중에 ‘눈치 보였다’ ‘심기’ 같
야 시간으로 옮겼어요. 야간에는 당직기자
은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일터 내
들 뿐이라 훨씬 심적 부담이 덜하거든요.
에서 인턴의 위치라는 게 불안정하고, 또 관 계 내에서 취약하다 보니 주변의 눈치가 많
노동강도의 측면에서 인턴 일자리는 어떤
이 보였나봐요.
가요. 인턴 일자리가 채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튜브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던 선배가 있
는 기대감 속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어요. 지금은 과로로 너무 부담이 커 그만두
나 압박감이 있죠. 무슨 업무가 들어오면 빨
었는데, 당시에 정식 채용 후에 3개월 인턴
리 잘 해내야겠다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
생활을 거쳐 시험을 보고 정규직 전환이 되
고요. 설사 당장 처리하는 업무가 없더라도
는 상황이었어요. 인턴하는 동안 너무 극심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덜덜 떨고 있는 거예
한 노동강도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3명이
요. 점심시간이나 퇴근도 옆에서 말을 해줘
한 주에 영상 2개를 업로드 해야 하는데, 그
야 움직일 수 있고요. 막막하고 초조한 시간
럼 촬영/편집 및 그래픽/미팅 작업이 각각
이었죠.
주에 2번씩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너무 작업량이 많다 보니 매일 밤 12시에
여러 명을 인턴으로 뽑고 있는데, 정규직 전
퇴근해서 오전 6시에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
환과 관련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든지 이런
고 해요. 일하는 방식도 편집을 해가면 자막
문제는 없었나요?
색깔, 배열 하나하나 지적을 당했는데 일을
28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로봇처럼 입력을 받
저 같은 경우는 1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1팀
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과로로
에 저 혼자 인턴으로 일한 경우였어요. 그래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Pixabay
서 경쟁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혼
원천징수세만 떼요. 그리고 만약에 일을 하
자서 압박감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분위기
거나 출퇴근 시 다치는 일이 생기더라도, 보
속에 있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인 중
험의 유무를 떠나서 회사에 말하기는 거의
에 대기업 인턴으로 취직한 경우가 있었는
어려운 구조예요. 저 역시 직접적인 경험은
데, 몇 천 명이 지원해서 인적성 검사, 1차
없지만 만약에 다치거나 아픈 곳이 있어도
시험, 면접을 거쳐 최종 2명을 뽑았어요. 그
알아서 처리했을 것 같아요.
리고 그 두 인턴은 6주 동안 인턴 생활을 거 쳐 정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죠.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인턴 노동
상관들도 “너네들 둘 중 한 명만 될 거야. 둘
자가 ‘노동’과 ‘노동이 아닌 것’의 경계 속에서
다 안될 수도 있어. 그러니 제대로 잘 해야
일터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돼”라고 했다고 해요. 저라면 정말 하루하루
있었다. 특히 이 시간을 상당한 정신적 압박감
숨이 막혔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해에
속에서 보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주제였다.
정규직 채용은 하지 않았어요.
한편 인턴 일자리를 계속해서 채우는 노동력과 그것을 악용하는 기업은 노동을 노동이 아닌
인턴의 경우에는 일하다 다치거나 건강 문
것으로 만듦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를 유예시키
제가 생겨도 사회보험을 통해 보상받고 치
고 있다. 이 유예된 권리의 경험은 이후의 일경
료받기도 어려운데요.
험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지점이 단기 적인 일자리에서도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
인턴은 대부분 4대 보험 가입은 되지 않고
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여성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 웹소설 작가 A씨, 전 여행업 인솔자 B씨
지안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 노동의 위기는 비정규직, 그
대한 한시적 정부지원금으로 버티다 현재는 전
중에서도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더욱 집중됐
혀 다른 분야로 이직한 상황이었다. 한편 웹소
다. 서비스·돌봄·여행업 등 대면이 필수적인 특
설 작가인 A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
정 업종의 일자리들이 사라졌고, 그런 일자리들
인으로 수업을 받는 두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
을 지탱하고 있던 ‘프리랜서’들은 ‘해고’도 아닌
한 시간이 급증했다. 결국, 일과 가사를 병행하
방식으로 실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며 총 노동시간이 증가했고, 그만큼 정신적 스
런 업종에서는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
트레스와 더딘 작업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우
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여성 노동’의 맥락으
려하는 상황이다. 여성의 노동, 또는 여성의 노
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업종들에 주
동시간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로 여성이 고용되어 있었으며, 이들이 고용된 형태는 불안정했을까. 전 사회가 코로나19를 경
‘프리랜서’ 자유로운 일의 형태?
험하면서, 사회보험 체계에서 배제된 노동자에
먼저 두 분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A씨
게 사회적 재난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집중되는
같은 경우는 전여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
지 목도하고 있는 시점이다. 즉 이런 일자리에
지회’ 소속 조합원이기도 한데요. 가입 계기
대해 질문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도 궁금합니다.
이번 호를 통해서 꾸준히 일해왔으나 ‘노동
A(웹소설 작가) 저는 5년차 웹소설 작가입
자’가 아닌 사람들, 프리랜서 노동자의 인터뷰
니다. 처음으로 도전한 소설이 정식 출간으로
를 담았다. 한 축으로는 두 프리랜서 노동자가
이어진 후로 웹소설 작가를 업으로 삼게 됐어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도 주요
요. 노조에 가입하게 된 배경은, 웹진/웹소설
하게 물었다. 여행업 종사자였던 B씨의 경우에
플랫폼 기업인 레진코믹스에서 일방적으로 몇
는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무급휴직에 들어
몇 웹소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레진규탄연
갔고, 그동안 저축한 자금과 특수고용노동자에
대’ 활동을 시작했고, 그것이 노조 결성과 가입,
30
노동자가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졌어요.
감이었는데, 1만 4천 자 정도의 분량이었어요. 일주일에 5일을 작업한다고 치면 하루에 무조
B(전 여행업 인솔자) 저는 코로나19 이전까
건 5천 자 분량의 완성도 있는 글을 써내야 하
지 여행 인솔자로, 2년간 일했습니다. 많은 분
는 거죠. 마감일 최소 2일 전에는 항상 밤샜던
들이 ‘가이드’라는 직업은 익숙할 것 같아요. 인
것 같아요. 저는 당시 미취학 자녀가 있었는데,
솔자는 패키지 상품 형태의 여행에 동행해서
거의 주말에 함께 있어주질 못했죠.
‘가이드’가 담당하는 업무 외 고객들의 각종 요 구사항이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
상당히 장시간을 일하시는 것 같아요. 거기
요. 저는 주로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을 담당
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에는 마감 기간, 인솔
했어요.
자의 경우에는 여행 일정이라는 기간 내에 상당히 긴 노동시간을 소화해야 할 것 같은
‘프리랜서’ 노동을 보통 시간 운용이 자유로
데요. 관련해서 경험하신 건강 문제들도 있
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노동의 측면
었나요?
에서는 노동시간이 불규칙하다는 특성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측면에서 어떻게 일해 오셨는지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B씨 남유럽 국가들이 보통, 스페인을 예로 들자면 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고, 경유지를 거칠 경우에는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 총 18시
B씨 인솔자가 담당하는 역할은 출국 전부터
간이 걸려요. 한 달에 평균 2번 비행을 나간다
시작됩니다. 함께 동행할 고객들에게 주의사항
고 치면, 편도로 4번을 비행하는 셈이죠. 비행
과 안내 연락을 돌리죠. 출발 당일 공항에서 첫
기에서 문득 자다 일어나면 여기가 한국행인지
미팅을 가진 후 탑승부터 시작해 전 스케줄을
스페인행인지 헷갈린다고 하는 인솔자들이 많
동행하고 귀국 후 공항에서 헤어지는 일정이
을 정도였어요. 뿐만 아니라 여행 기간 동안은
죠. 물론 경우에 따라서 여행이 끝나고 나서 발
전용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하루 대부
생하는 민원을 담당해 대응하기도 해요. 제 근
분이에요. 허리 등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특히
무 스케줄을 놓고 보면 한 달에 9박 10일 정도
취약할 수밖에 없죠.
의 비행을 2번 정도 나가고, 일정 사이에 3~4 일 정도의 휴식기간이 있어요. 쉬는 날도 많다
A씨 작가들의 경우에는 모이면 가장 많이
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일하는 기간 동안에
하는 이야기가 어느 병원이 좋냐는 거예요. (웃
는 비행 중에도, 자다가도 민원이 발생하면 해
음) 대부분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는 웹소설의 1
결해야 하죠. 보통 오전 7시 정도부터 오후 9시
회 분량이 5천 자 정도예요. 또 보통 일주일에
까지 여행 스케쥴이 이어지는데요. 9시 이후는
3번에서 많은 경우 5번까지 웹소설이 업로드되
각자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어떤 이
길 원하죠. 작업량이 너무 많아요. 하루 종일 앉
슈가 생기면 바로 대응해야 해요. 한번은 고객
아서 타자를 치고 있으니 손목이나 손가락 관
이 새로운 객실을 달라고 해서 제 숙소를 사용
절, 허리디스크는 정말 흔한 질환이예요.
하라 하고 로비에서 잔적도 있어요. 여행 일정 동안은 사실상 퇴근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
이렇게 장시간을 일하는데 고용형태가 매
네요.
우 불안정하다는 점은 흔히 ‘프리랜서’라고 하는 용역계약 형태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
A씨 저 같은 경우는 작품이 매주 월요일 마
도 한데요.
일터 31
▲ 출처 :
으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A씨 보다 근본적으로는 레진코믹스가 일방 적으로 연재중단 결정을 통보했던 사건처럼 하
불안정한 고용뿐 아니라 회사와의 관계, 또
루아침에 일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아무
는 회사 내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불평등을
런 고지 없이 작가들이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
경험하신다는 거군요.
막해진 상황이 발생했던 거죠. 저는 개인적으 로 플랫폼의 ‘사과’ 한마디만을 원했는데 끝까
B씨 맞아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
지 사과는 없었어요. 노동청이나 국회의원실을
지고요. 고객에 의한 민원이 3회 이상 접수되면
찾아가도 노동자가 아니라 해결하기 어렵다는
차후 계약에 지장이 있는 조항이 있어요. 그래
답변이 오더군요.
서 많은 인솔자가 혹시라도 다음 일감을 못 받 을까봐 고객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성
B씨 가장 우선적으로는 한 달에 9박 10일 에 달하는 일정을 평균 2번씩 진행하는데, 이걸
희롱을 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도 꾹 참 을 수밖에 없죠.
마냥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프리랜 서로 일하는 인솔자들은 여행사 소속 인솔자로
A씨 플랫폼과 작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일하는 경우와 급여가 거의 2배 차이가 나요.
플랫폼이 홍보나 노출 지면 등 일방적인 권한
임금뿐 아니라 일하다 보면 부당 대우도 워낙
을 가지고 있기에 매출에 대한 수수료 비율뿐
많이 겪고요. 본사 소속 가이드에게 현지에서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죠. 레
성희롱을 당하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회
진코믹스에서 문제가 되었던 ‘지각비’ 같은 경
사에 이야기하면 그냥 해당 가이드를 다른 팀
우가 대표적이죠. 출판사 역시 책을 출간할 때
32
노동자가 만드는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를 붙여 줄 테니 표지 작
다쳤더라도 회사에 얘기하지 못할 거예요. 오
업비를 일정 부담하라고 작가들에게 요구하는
히려 일감이 끊길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고객
일도 있고요.
들 같은 경우에는 1만 5천 원 정도 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만, 인솔자들은 그마저도 없어
코로나19와 불안정 노동
요. 회사에서 따로 비용이 나오지 않는 부분도
특히 코로나19 이후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있지만, 보험사에서도 인솔자는 여행객이 아니
불안정 노동이 조명되고 있어요. 두 분은 이
라고 보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아요. 무보험으
시기를 어떻게 겪고 있으신가요.
로 한달에 대부분을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거 죠. 인솔자들은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최
B씨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사무실에서 계
대한 스스로 조심하려고 하죠. 이번 코로나19
속 재근무를 한다고 문자가 왔어요. 그래서 금
의 경우에도 제가 저축해둔 여유자금이 없었다
방 상황이 종결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장
면 몇 달 버티기도 어려웠을 거예요. 특히 부양
기화될 거라곤 생각 못 했죠. 모아둔 여유자금
가족이 있는 경우는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고
으로 몇 달을 생활하다 급하게 이직을 했어요.
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A씨 웹소설이라는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
A씨 최근 고용보험 개정안에 특례로 포함
이 없을 수 있겠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입장에
된 ‘예술인’에 웹소설 작가는 해당 안 된다고
서 코로나19 이후에 정말 돌봄 시간이 많이 증
해요. 고용보험의 보편적인 적용이 필요해요.
가했어요. 그만큼 작업이 늦어지고, 늦어지니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예술인들이 생계 위협
인세가 안 들어오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는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
것 뿐입니다.
합니다.
여행업 인솔자 같은 경우는 워낙 이동이 많 아서 안전사고도 잦을 것 같은데, ‘프리랜서’ 들은 사회보험 체계에서 배제되어있어요. 그 건 웹소설 작가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고용보 험이 있었다면 B씨처럼 일감이 끊긴 노동자 들이나, 레진코믹스 사태에서 짤린 작가들이 일단 실업급여라도 신청할 수 있었을 거예 요. 말씀하신 건강 문제들의 경우도 산재보 험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고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를 두 명의 여 성 노동자가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들어보았 다. 꾸준히 일해왔으나 ‘프리랜서’라는 노동의 형태로 인해 단번에 실직했다는 B씨의 경험은 왜 모든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의 권리가 주어져 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A씨의 경우는 재 택근무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증가된 노동시 간, 임금 노동을 하는 시간 외에도 육아·돌봄· 가사와 같은 것들이 포함된 ‘총 노동시간’을 사 회적으로 고민해야할 필요성을 던진다.
B씨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이동 중 교통사고 를 당한 인솔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여행 기간 중 다치거나 몸이 아픈 경우에는 일정에서 빠 져서 알아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물론 숙소나 비용은 자부담해야죠. 일하다 사 고를 당하신 분도 자비로 타지에서 치료를 받 아야 했고요. 현재로써는 해외에서 일하다가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에서 전망을 찾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재현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지난 7여 년 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적도 없었죠.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선배로
서 활동해오던 정재현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부터 반올림 자원 활동을 제안 받았어요. 두
지난 2월 돌연 상임을 해지하고 민주노총 노동
달간 반올림 상근활동가와 일정을 같이하
안전보건실로 거취를 옮겼다. 그리고 6개월이
며 피해자 가족도 만나고 활동도 알게 되면
흘렀다.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으로 감염학회
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활동이고, 여
에서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를 실시하라는 성명
성노동자의 문제이기도해서 반올림 활동을
서를 발표한 8월 24일 오후 프란치스코회관 산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시다시피 한노보
타미아노라 카페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또
연과 반올림이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잖아
다른 전환기를 맞고 있는 그를 만났다.
요. 그래서 연구소 활동가들도 자주 보게 되 고 자연스럽게 연구소 활동도 접하게 되었 어요. 그동안 익숙한 노조와 같이 하는 활동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시작한 계기
이 인상 깊었고, 현장에서 꼭 임금만이 아니
못 본 사이 얼굴이 더 작아졌다했더니 예전
라 안전보건활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노안
보다 일은 줄었다며 반갑게 웃는다. 수다는 뒤
부가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면서 관심 있
로하고 인터뷰를 먼저 시작했다. 노안활동 8년
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장 활동 중에서도
차를 맞은 그가 대학 전공과 무관한 노동자건
또 다른 영역이나 의제가 있는 운동이어서
강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34
소위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 노
부정은 긍정보다 강렬하다. 관심 있어 시작
안활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학
했고, 의미 있어 보람된 활동이더라도 어디서
생 때는 대부분 파업하고 투쟁하는 노동자
든 무슨 일이든 곤혹스러울 때는 있기 마련이
를 만나는데 노안현장 활동하고, 싸우는지
다. 그동안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면서 어려웠
도 몰랐고, 안전보건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노동자가 만드는
한노보연에서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이 있
요. 연구소에서 전문성을 갖도록 이끌어주
잖아요. 전문성이 제게는 화두였고 늘 마음
고,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던 것
의 짐처럼 있었던 것 같아요. 안전보건을 전
도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공한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알았던 게 아니 니 연구소나 안전보건활동을 오래하신 분
활동에 대한 고민과 변화
들은 현장성이 있거나 전문직인 경우와는
지난 3월, 돌연 7년째 함께했던 한노보연에
다르게 전혀 기본지식이 없이 현장에서 부
서 민주노총으로 활동을 옮겼다. 단체에서는
딪히며 배워야 했어요. 현장 가서는 조합원
충족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노동조합의 최고의
들한테 ‘현장안전점검 최고 전문가가 누구
사결정기구인 민주노총 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
냐,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여러분들이다.
었을까? 당시 솔직한 고민지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여러분들 이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위축되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면 연
고 자신감도 부족했죠. 일례로 현장에 안전
구소에서 소진된 게 있죠. 앞서 말씀드린 전
보건교육 갔을 때 사측 안전관리자들이 나
문성이라는 부분, 또 하나는 현장의 안전보
이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디 대학 출신이
건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인 것 같아요.
냐, 전공은 뭐였냐 질문을 받을 때 할 말이
상근을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최근 사회적
없는 거예요. 스스로 자신이 없어 지금도 잘
관심과 인식이 많이 높아졌고, 언론에서 중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방
대재해를 다루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운동
통대 환경보건학과에 편입해서 공부를 시
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데 계
작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하게 되더
속 반복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중대재해가
라고요.
벌어지고 그걸 대응하는 활동, 사고가 나면 대책을 세우고, 현장에서 일상적인 노동안
전문성은 기술 지식적 방법론에 지나는 것
전보건활동이 잘 점검되지 않은 것 같았어
아닐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급성이라 표
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노동운동의 흐
현하는 일하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겠냐는 질문
름 속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연
에 연구소 상임활동가의 경험이 묻어나는 답변
구소 활동의 축도 현장과 같이하는 활동이
을 주었다.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연구소 선배들이 현장과 같이 연구하고 투
현장노동자에게 공감 받는 연구를 책임 있
쟁으로 만들어왔던 경험이 저 때는 많지 않
게 해야 하고, 또 한 축으로는 노동조합과
았거든요.
사측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연구 활동을 해야 하니 무겁고 어려운 것이죠. 그렇지만 전문
가령 연구소 신입회원을 보더라도 현장활
성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동가보다는 전문가이면서 활동하고자 고민
연구소 선배들을 보면 다 전문가잖아요. 자
하는 분들의 가입이 많은 추세잖아요. 회원
격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노동자적 관점으
이 늘어 좋긴 한데 현장회원 가입률이 저조
로 현장을 볼 수 있어야죠. 현장활동가들도
한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잘 안 되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산재나 노안활동 전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까,
가가 되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할 수 있겠
연구소 활동의 장점을 살려 현장과 더 잘 만
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
나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일터 35
▲ 출처: 정재현
지금도 그건 고민이에요. 연구소에서 받은
보다 많이 만나면서 이것만은 내가 지키겠다고
걸 잘 살려서 현장노안활동을 활성화하고,
생각하는 노안활동가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것이 연구소가 추구하는 현장노안활동을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여쭤봤다.
만들어갈 수 있으니 연구소 회원들도 제 선 택을 존중해줬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현장에서 일하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조합원은 노조에 알리고, 노조간부들은
이렇게 진지한 얘기를 나누다가, 분위기를 전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를 만
환하고자 조직체계나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
드는 것 이것이 일단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
같은데 적응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물었다.
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그것에 대해 조직이 같이 고민하고 책임지고 모두 해결
일단 여기는 100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곳
하지 못하더라도 산재승인여부를 떠나서
이고 오랜 시간 동안 체계와 관행이 있어 제
그런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사실은
가 익숙해지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뭘 하
현장조합원 300명 있는데 한두 명 전임한
나 하더라도 공문이나 결재를 받거나 그런
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노
것들이요. 그리고 예전에는 저를 보는 분들
안부장 혹은 노안활동가에게 전가하는 현
이 재현 동지 이렇게 불러주셨는데 여기에
장분위기는 아니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서는 노안부장 이렇게 불러주시니까 호칭
같이 고민하고 같이 집행하는 구조가 되잖
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요. 적어도 우리현장에서 누가 죽거나 다
부를 때도 호칭을 잘 못 부른다든가 그럴 때
치면 안 된다는 것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고
민망할 때가 있었죠.
그렇게 하기 위한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바쁜 일정으로 정신없겠지만 현장을 그 전 36
노동자가 만드는
3~4년 정도면 공부나 활동을 통해 조금씩
알아 가는데 그 때 집행부가 바뀌잖아요. 그
논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10만 명을
래서 노안활동은 적어도 10년은 해야 한다
모으는 게 쉽지 않지만, 국민적 여론이 있지
는 긴 호흡으로 갈 수 있고, 조합도 그렇게
않으면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목
길게 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
도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이런 방식을 선택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더 안 되고 있는
하게 됐어요.
데 적어도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안전보건 교육은 꼭 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사항 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짧은 인터뷰시간을 안타까워하며, 시민사회 단체, 현장, 각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는 노안활 동가에게 동지로서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했다.
향후 목표와 포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활동을
현장을 많이 가보자. 특별한 것을 하지 않
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19
아도 현장을 보는 것 자체가 배우는 게 많아
로 인해 어려움이 많으실 거라 짐작되었다. 중
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강권활동에 대
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현장이나 지역사회
해 현장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현
에서 필요성에 의해 준비하는 것을 아는데, 실
장상황은 어떤지를 볼 수가 있어요. 건강권
제 현장의 요구는 어떠하고, 어떻게 조직하고
현장 활동은 엄청난 정치적 문제잖아요. 자
있는지 물었다.
본 입장에서 안전보건활동은 규제고 귀찮 은 것들이라 여기기 때문에 대립해야 하고,
기업살인법으로 시작해서 오랜 시간 요구
현장에서 이런 것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
해왔던 의제잖아요. 현장에서는 당연히 관
지를 읽을 수가 있고, 결국 안전보건활동이
심 있고, 건설노조의 경우 전태일3법 중 중
라는 것이 현장노동자적 관점에서 시작하
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는 것이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받아 앉아 가자고 투쟁하고 있어요. 방식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확
온라인 청원방식이잖아요. 건설노조는 9월
인할 수 있어서 현장에 가는 경험이 도움되
한 달간 모든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하고, 이
고 역량이 많이 쌓일 수 있어요.
것을 진행한다고 하고 있어요. 21일대 국회 개원하면서 5~6월 농성투쟁도 했고, 민주
처음에 무섭죠. 조합원은 연구소 활동가라
노총은 제정 원년으로 선포하고 코로나19
고 하면 다 알 것 같고, 질문을 하면 답을 바
로 어렵긴 하지만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를
로 줄 거라는 눈빞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
가지고 전 조직이 가동되고 하반기 싸움을
요. 금속사업장은 연구소에서 경험이 많으
준비하고 있어요.
니 조금만 노력을 기하면 답을 드릴 수가 있 어요. 이전 사례들도 있고. 다른 업종의 경
전태일3법을 20만 명 조직해서 청원하는
우 현장이 어려우니 경험이나 자료가 부족
것이 목표예요. 민주노총은 전태일3법 성공
한데, 그런 현장과 활동을 너무나 하고 싶
을 위해 실천단을 조직하고, 이들이 현장에
고, 막상 가면 제도적 한계가 있고 이분들은
서 20만 명을 조직하는 교육이나 총회, 집
기대하는 경우는 어렵지만, 현장보고 조합
회를 통해서 입법청원을 한다고 결의하고
원들과 대화하다보면 이 활동하길 잘했다,
선전활동을 하고 있어요. 19대, 20대 국회
같이 바꾸고 싶다고 느끼면서 중요성을 인
에서 모두 발의를 했는데 국회 상임위에서
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터 37
로봇이 간병을 한다면?! -시네마틱드라마 <간호중>이 던지는 돌봄 노동의 미래 이미지
문화로 읽는 노동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 출처: MBC 시네마틱드라마 SF8 - 간호중 스틸컷
근미래의 대한민국. 오늘날 누구나 예상
하고 MBC를 통해 방영되기도 한 <에스에프
하고 있는 것처럼 그곳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에잇>(SF8, 2020)의 첫 번째 이야기, <간호중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도 돌봄 노동을
>도 바로 이런 맥락을 담고 있다. 이 시네마틱
말이다. 로봇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돌봄 노
드라마의 기저에 깔린 질문은 매우 극단적이고
동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논
그런 점에서 또한 급진적이다. 식물인간 환자
쟁적이긴 하지만, 1999년작 <바이센테니얼
의 보호자가 생활고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하
맨>으로부터 시작해서 원제 <Her>로 더 잘
려 할 때 돌봄 로봇은 선택의 기로 위에 놓인다.
알려진 최근의 <그녀>(2013)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살릴 것인가, 보호자를 살릴 것인가. 이
로봇이 인간의 신체를 어르고 감정을 매만질
질문을 짧게 번역하자면 이런 것이다. 생명의
수 있다는 상상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존엄을 지킬 것인가, 차안의 고통으로부터 해
영상 콘텐츠 플랫폼 웨이브에서 스트리밍
38
노동자가 만드는
방할 것인가.
돌봄노동의 디스토피아
만, 이런 선택은 부득불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돌봄이라는 사회적 행위는 우리 인간을 끝
없다. 누군가는 요양 보호에 대한 자신의 전
없이 시험 들게 한다. 사실 돌봄이 노동이 됐다
문성 부족에 가슴 아플 것이고, 누군가는 다
는 것은 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가사 및 육
른 삶에 대한 기회를 버리고 있는 것에 아파
아와 더불어 친밀성의 행위가 임금노동이 된다
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환자와의 소통불가능
는 것은 보기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기 때
성 때문에 지쳐 감정 조절조차 불가능한 상황
문이다. 실제로 자본주의적 관계 바깥에 있을
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가 맞이할 디스토피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가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
아는 이와 같은 불행들이 켜켜이 쌓인 풍경과
품인 노동으로 변환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처럼
다를 바 없다.
보이기도 한다(또 하나의 상투어가 되고 있는 ‘예술 노동’이란 말에서도 마찬가지의 흔적을
외주화되는 돌봄노동
찾을 수 있다).
간병을 비롯한 돌봄 노동이 외주화되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정상적 삶을 유지하
하지만 돌봄과 노동의 연결을 마냥 거부하
기 위한 거의 유일한 출구일 수밖에 없다. 가
기도 어렵다. 돌봄의 수행은 오랫동안 불평등
족을 돌보는 것과 나의 삶을 유지하는 것 그
의 지표로 자리를 잡아왔었다. 특히나 누군가
리고 어쩌면은 상해의 충동에 빠지지 않는
는 공적 세계에서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
것. 이런저런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우리
받으며 자아실현과 임금노동의 아슬아슬한 평
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은 지극히 제
형감각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있는 동안, 다른
한적이기 마련이다. 돌봄의 외주화. 그런데
누군가는 현모와 양처라는 상징적 보상 외에는
이렇게 하면 환자가 느낄 불안감과 고립감은
아무런 대가 없이 돌봄의 독박을 쓰면서 자기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물론 기술이 발전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한다면 내가 아닌 남이 가족을 돌보더라도 가
성차에 관계없이 누구나가 평등한 개인이라는
족적 친밀성의 유지 강화는 보충될 수 있을지
이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통용되는 세상
모른다. <간호중>은 간병 로봇이 보호자 얼
에서, 현대인의 적정한 사회적 삶의 유지를 위
굴의 외피를 씀으로써 보호자로부터 버림받
해 돌봄이라는 행위는 개인 또는 가족의 구매
을 수 있다는 환자의 공포, 나아가서는 환자
력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외주화가 가능한 세
가족에 대한 보호자의 도덕적 죄책감이 유예
상이 되기도 했다.
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제시한다.
<간호중>은 돌봄 노동에 대한 미래 이미지
하지만 이런 문제해결 방식을 극단으로
를 구현하는 것임과 동시에 현재적 상황에 대
밀어붙인다 한들 끝내 회피할 수 없는 문제가
한 철저한 은유이기까지 하다. 도시 곳곳에 요
다가오게 된다. 간병노동자를 통해서든 또는
양 병원이 줄 서 있는 풍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완벽한 로봇을 통해서든 돌봄의 외주화
사회적 상태에 대한 초점화인 셈이다. 우리는
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래를 보는 구슬로부터 현재와 맞닥뜨
<간호중>은 어쩌면 가장 우울한 시나리오를
린다. 이미 우리는 노부모에 대한 가족 간병이
제시하는 셈인데, 근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어
사실상 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가. 효
떤 보호자들은 뛰어나고 사려깊은 ‘고급형’
심이라는 오랜 가치를 통해 어떻게든 버티며
로봇을 구매할 수 있지만 다른 보호자들은 어
스스로를 돌봄의 주체로 갈아넣을 수도 있지
쩔 수 없이 기본 기능만 갖춘 ‘보급형’ 로봇밖
일터 39
에는 구매할 수가 없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기도 하다. 물론 그것이 패륜일지 아니면 합리
보호자의 금전 능력이 그 차이를 가져올 뿐이
적 선택일지는 불분명하다. 수녀에게 결박되어
다. 우리는 환자 가족이 느낄, 또는 보호자 당
포효하는 간호중의 외침은 어떤 식의 판단도 최
사자가 느낄 서비스 편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선일 수 없다는 현재의 상황을 떠올리게끔 하기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때문이다. 간호중은 내지른다. “위선자, 알량한 자기 양심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 도움을 거부
증발된 돌봄 노동의 온기
해?”
문화로 읽는 노동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리 그럴 듯하게 돌봄을 외주화하더라도 보호자 자신은 사회
돌봄노동의 미래가 제기하는 질문
적으로 요구되는 효심은 물론이거니와 가족
여느 로봇물처럼 이 작품 역시 ‘인간성’이란
적 우애를 성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환자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관계되어 있다. 흔한
가장 밀접한 이는 어차피 간병 로봇이 아니겠
말처럼 우리는 인간은 가축화되고 동물이나 사
는가. 혈연 가족에 관한 신화가 유지되는 한
물은 인간처럼 취급되는 세상, 나아가 인간이
돌봄을 독박 쓰거나 외주화함으로써 얻을 수
야말로 비인간적이고 로봇이 오히려 인간적일
있는 이상적 가족 상황이라는 것은 궁극적으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인간
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
다운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서 주인공 연정인처럼 생활고까지 겹쳐 더 이
구한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다
상 고급형 로봇을 사용할 수 없고 봉양의 의
만 확실한 것은 <간호중>이 이와 같은 내면적
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면? 답은 뻔
갈등에 대한 형상적 외화이자, 우리가 현재 직
하다. 우리 인간은 더 이상 온전한 의미에서
면하는 곤란들에 대한 일종의 은유적 시도라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가 없다.
점이다.
여기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연정인
이렇게 불행이 다가오는 순간들에 맞서, 우
을 보면서 간병 로봇 ‘간호중’은 또 다른 고민
리들 중 대다수는 “알량한” 자기기만으로 내면
에 빠지게 된다. ‘사실 살려야 하는 존재는 환
의 목소리 중 몇몇을 억압하면서 위태위태하게
자가 아니라 보호자가 아닐까’라고 말이다. 이
현재와 미래를 버텨나갈지도 모른다. 물론 콘
지점에 이르게 되면 <간호중>은 단순한 SF를
텐츠 바깥의 실제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선택
넘어 한편의 사이코 드라마로 읽히기까지 한
지가 있을 수도 있긴 하다(가령 사회적으로 여
다. 실제로 감독 민규영이 로봇 ‘간호중’과 보
전히 논의가 부족한 돌봄의 사회화 같은 것들).
호자 ‘연정인’을 배우 이유영의 1인 2역으로
그렇지만 작품은 돌봄 노동의 독박과 외주화라
연출한 것도 바로 이런 측면을 내포한다. 극단
는 양자택일적 선택지를 통해 이야기의 산만함
적 선택과 합리적 선택이라는 두 가지 내적 고
을 줄이고 인간적 삶의 아이러니를 조명하는
민이 일종의 거울 이미지처럼 외화되어 나타
데 집중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나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른다. 어떤 선택의 정당성도 부정하는 <간호 중>은 진정으로 취해야 할 선택은 선택지 바깥
여기에 더해 수녀 ‘사비나’가 생명 존엄성 에 위협이 되는 간호중을 처단하고자 할 때 면 마치 초자아가 작동해서 패륜에 가까워가 는 우리의 행위를 차단하고 심판하려는 것 같
40
노동자가 만드는
에 있다는 점을 역설하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 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전태일3법 중 두 가지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노 동자로서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는 사회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출처: 호나라
일터 41
꿀잠 이야기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이불 밖은 위험해
특수건강진단을 하며 만나는 야간 작업 노동자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처럼 7살 딸과 5살
들의 잠 이야기는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훨씬
아들이 자기들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둘이
넘어서는 힘든 이야기이다.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떨다가 몇 번 주의를 받 고서야 잠이 들곤 하는 게 일상이라 그날도
정상 수면 패턴과 수면 유지 장애
그러려니 하고 아이들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
야간 작업 노동자들의 수면 상담을 진행하
는데 갑자기 5살 아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면서 자주 활용하는 그래프이다. 정상 수면 상
들려왔다. “누나~~ 누나 때문에 나 꿀잠 못 자
태에서 깊은 잠 얕은 잠이 수 차례 반복되는 것
잖아~~”
을 잘 보여주는 그래프인데 이게 정상 수면이 라고 하면 많이들 놀란다. 보통 깊은 잠 한 번
적당히 주의를 주고 잠들게 하려던 나와
으로 잠이 끝나는 줄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본
아내는 5살 인생의 뜬금없는 꿀잠 욕심에 키
인도 모르게 잠에서 깨거나 꿈을 꾸거나 하는
득거리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키득거림과는 달리 동생의 꿀잠을 위한 누나의 진지한 배려 가 있었던 것인지 아이들 방은 이내 조용해졌 고 누나 동생 모두 행복한 꿀잠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도, 이불 밖 세상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바로 옆에 있는 우리 아 파트 경비실부터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편의 점, PC방을 거쳐, 소방서, 경찰서, 병원을 넘 어 밤새 돌아가는 공장들, 물류센터들, 이 많 은 곳들을 사이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배달 노 동자까지... 밤에는 꿀잠을 자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에게는 생경한 세상일 것이다. 실제로 42
노동자가 만드는
얕은 잠과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의 깊은 잠
정 야간 근무를 하며 낮밤을 바꿔 생활하더라
을 반복하며 신체적 정신적 휴식을 번갈아 취
도 수면의 질이 더 나빠질 뿐 적응되지 않는다
하고 한 번의 수면이 끝난다.
는 연구들도 있고,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만나 는 야간 작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
이러한 수면의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한 번
지 않다. 낮잠을 잘 수 밖에 없는 야간 근무 주
의 꿀잠을 잔 것처럼 수면이 이루어지지만 그
간은 힘들어도 그냥 버티는 거지 편안한 잠을
렇지 않고 과정 중 나타나는 얕은 잠이나 꿈수
기대할 수는 없다.
면 중에 자주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게 되면 수 면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흔히들 불면증
‘낮잠은 길어야 네시간, 아무리 깜깜하게 해
이라고 하면 잠들기 어려운 형태(입면 장애)만
놓고 귀마개를 해도 저절로 깨요’, ‘야간 출근 전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잠이 들었다가 너무
에 한번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안와요’, ‘심장이
자주 깨거나 다시 잠들지 못하고 아침까지 뜬
요동을 치며 한번 깨버리면 다시 잘 수 없어요’,
눈으로 지새는 형태(수면 유지 장애)의 불면증
‘야간 있는 주는 주중에 겨우 버티다 주말에 몰
이 두 배 가량 더 많고 심한 불면증의 경우 이
아서 자요’, ‘낮잠으론 제대로 못 자니 여기저기
둘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프고 그러니 더 못자고 악순환이에요’
수면 유지 장애는 일반적으로도 흔하게 경
늘어가는 야간 노동,
험한다. 기분 나쁜 꿈 때문에 새벽에 깨거나 어
잃어버린 꿀잠의 가치는?
렴풋이 깨는 느낌이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3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외국인은
시이거나, 잠깐 화장실 가느라 깬 잠이 이런저
몇 년간의 한국 생활이 그립다고 했다. 돌아간
런 스트레스 때문에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
고국에서는 저녁만 되어도 문 여는 가게가 없
고, 코골이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으로 자주 깨
다며 새벽에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밤새 PC
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중간에 깨는 듯한 느
방과 노래방에서 놀 수 있는 한국은 최고의 나
낌이 들더라도 몇 시인지 확인하려 시계를 보
라라고 했다. 불과 1~2년 사이에 이제는 저녁에
거나 굳이 눈을 뜨지 말 것, 실제 불면증이 아니
인터넷 주문을 하면 새벽 배송까지 해주는 나
라 원래 정상적인 수면의 한 과정으로 얕은 잠
라가 되었으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
이 반복되는 것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안 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할 것, 높은 온도, 밝은 조명, 소음, TV, 핸드폰 같은 수면에 방해되는 요인들을 최소화할 것 등을 권고하기도 한다. 낮잠은 밤잠이 될 수 없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낮잠은 마지못해 잠들 뿐 밤잠만큼 편할 수 없다. 늘어난 야간 노 동의 양만큼, 우리가 누리는 편리만큼 누군가 의 꿀잠은 사라졌다. 그런데 밤 시간을 활용하 는 외연의 확장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성을
야간 작업 노동자의 수면 장애에서도 이러
높여준 만큼, 잃어버린 건강한 수면의 가치도
한 정상 수면 과정에서의 얕은 잠 패턴을 잘 알
평가되었을까? 그만큼 야간 작업 노동자는 보
고 넘어가거나 일반적인 수면 환경을 개선하는
호받고 있을까? 한국의 밤이 활기찬 것은 그만
것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낮 시
큼 야간 노동을 쉽게 생각해서는 아닐까? 늘어
간의 생체 리듬은 깊은 잠을 유지할 수 없도록
난 야간 노동만큼 이제는 더욱 중요해진 꿀잠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낮잠은 근본적으로
의 가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편안한 잠이 될 수 없다. 실제로 10년 이상 고
절실하다. 일터 43
업무상 재해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단체협약은 유효하다 (*)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코로나19로 침체된 기분이 지속되고 있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없을까? 우울 감마저
손해배상금 지급과 함께 A씨의 자녀를 채용하 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드는 요즘이다. 2020. 8. 27. 대법원 전원합의 체에서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유효하
그러나 A씨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었던
다”는 판결을 하였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
2013년 전·후로 정부의 주도하에 해괴망측한
결을 접한 상황인데 체증이 가라앉는 것처럼
노동탄압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속이 시원했다.
공기업 방만 경영 정상화계획이라며 업무상 부 상·질병으로 인한 퇴직 또는 순직 시 「산업재
이 사건 A씨는 1985. 2. 기아자동차에 입
해보상보험법」 외 위로금, 퇴직가산금 지급 금
사하여 근무하다가 2008. 2. 현대자동차로 전
지, 공상퇴직 및 순직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적하여 근무하던 중 2008. 8. 급성골수성 백
장학금 예산 지원 금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
혈병을 진단받았고, 2010. 7. 사망하였다. 근
망 시 특별채용 일체 금지 등의 지침을 내렸다.
로복지공단은 2013. 10. “최소 15년 정도 벤
더불어 노동부는 “위법한 단체협약” 내용의 대
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 질병과 벤젠의 인과
표적인 사례로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문제 삼
관계가 분명하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
았다. 공정한 취업기회가 박탈되고, 사용자의
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은 “회사는 조합원이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덧붙였고, 언론은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 장해로 퇴직
‘고용세습’, ‘현대판 음세제도’라며 물어뜯는 기
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
사를 연일 쏟아냈던 시기였다.
격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 기아자동차 단체협약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청년실업이
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
문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유족의 채용을 확정
족 1인에 대하여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
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
로부터 6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고 규
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귀족
정하였다. 이에 유족은 안전의무 위반에 따른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
* 2020. 8. 27. 대법원 2016다248998 판결
다"면서 "사용자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
4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대법원
한 경우 생계보상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원칙에 부합한다."며 일부 손해배상 청구는 받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아들였으나 자녀 채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다. ▲
았다.
헌법 제32조 제6항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한 국가유공자 등 특정한 범위
2심 재판부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근로
의 사람에게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떤 요건도 요구하지
기회를 제공하는 법질서의 취지와 정신을 기
않은 채 곧바로 채용의무를 부과해 과도한 혜
업단위에서 자치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볼 수
택을 부연한다."며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
있다. ▲ 사용자에게 전면적, 일률적, 무조건
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적으로 특별채용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
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을 통해 예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1심을
볼 수도 없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
유지했다. 대법원은 판결 전 2020. 6. 17. 공개
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변론을 하였다. 이 시기는 소위, ‘부모찬스’라는
▲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으로 인하여 피고
표현이 회자 되었던 상황에서 사건의 초점은
들이 다른 근로자를 채용할 자유가 크게 제한
‘공개경쟁채용’이 아닌 부모의 특혜를 받는 ‘특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직희망자들의 현
별채용’이라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도 하였
실적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
다. 이 사건이 시작된 과정을 살펴보면, 1990
유로 단체협약의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
년대 중반부터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힘겨운 단
을 인정하였다(대법관 2명은 반대의견).
체교섭을 통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을 명시하게 되었던
유족 특별채용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너
배경과 이유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처럼 보
무도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였다.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단체협약은 노사 자율에 의한 협약자치의 원칙으로 체결되는
하지만 대법원은 ▲ 이 사건 산재 유족 특
것이다. 지난 시기 정부가 법률적 근거와 논
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리가 아닌 사용자 편향적 해석을 통해 과도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무엇보다 소
게 노동탄압을 자행하였는지 다시 한번 확인
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시켜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터 45
여성노동자의 건강, 스스로 그리고 함께
여성노동 건강 상식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출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나는 동네의 작은 의원에서 일하는 의사
아니다. 페미니스트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료에
이다. 내가 일하는 동네 의원은 좀 독특한
대한 필요가 하나둘 늘어났고, 그 필요에 따라
데, 지역 주민들과 페미니스트들이 같이 돈과
우리가 같이 모은 돈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
힘을 모아 만든 곳으로, 8년 전에 20평도 되
다. 새 의료기관을 만들 자본금을, 의료기관을
지 않은 정말 작은 의원으로 시작해서, 지금
이용할 환자들과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이 같이
은 치과와 운동(영양)센터를 같이 운영하고
모았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살
있고, 올해 내로 돌봄사업소(장기요양기관)도
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만들 예정이다.
동네 작은 의원의 노무관리 전략?!
이 의원이 이렇게 부쩍 성장한 것은 의원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의원 바로 근처에
이 내는 매출이 높아서거나 잉여가 많아서가
산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딱 십분이다. 이
46
노동자가 만드는
런 근무 조건은 쉽게 찾기 힘든데, 어찌된 일인
마감해야 한다. 대기하는 환자가 이미 10명이
지 우리 직원들과는 출근길을 걸어가다가 종종
라면 오후 6시까지를 진료시간이라고 공표했
만난다. 나 말고도 다들 운이 좋은 건가. 직원들
어도 오후 5시에 진료 접수를 마감하기도 해
입장에서야 아침 댓바람부터 직장 상사인 원장
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5~6시 사이에 진료를
을 만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일일 수도 있을
받으러 오는 환자분들이 허탕을 칠 수도 있
런가 싶지만, 아무려면, 어차피 곧 마주칠 사이
다. 그들도 직장을 마치고 진료를 보러 부랴
니까, 다들 반가운 얼굴로 인사한다. 반가운 얼
부랴 돌아온 노동자들, 오후 4시에 마치는 어
굴로 인사하면, 그보다 더 작은 얼굴의 꼬마 친
린이집에서 아이를 찾아서 바삐 데리고 온 보
구가 작은 손으로 엄마를 꼭 붙들고 옆에 서 있
호자들에 다름 아니니, 이 문제가 절대 만만
다. 우리 직원들의 귀여운 자녀들.
치 않은 것이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어떤 직원들
또 예를 들어, 전직원 회식이나 워크샵이
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러 가고 있거나 이
라도 갈라치면, 아이를 두고 올 수 없는 직원
미 맡기고 출근하는 중이다. 출근을 그렇게 했
들을 위해 아이돌봄을 해줄 자원활동가를 찾
으니, 퇴근길에도 아이를 찾으러 갈 터였다. 여
거나 돌봄선생님을 1박 2일이라도 고용해야
느 보건의료기관이 그런 것처럼 내가 일하는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식이고 워크샵이고
직장도 여성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
나발이고 참여할 수 없는 직원 엄마들이 있
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하면 사실 전 직원
다. 대체 아빠들은 왜 회사 출장이나 워크샵
이 여성들이다. 여성만 고용하려고 한 것은 아
에 가면서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가 하는 의문
니었지만, 사실 보건의료 쪽이 워낙 여성노동
을 증폭시켜, ‘아이는 아빠가 돌보라, 이 몸은
자 비율이 높기도 하고, 또 여성주의/페미니즘
회사 일이 바빠서’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의 운영원칙에 동의하는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잠시라도 직원들이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도
고용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록 돕는 것이 더 나을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육아 노동을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이렇게 여성노동자들이 많으니, 게다가 원
있도록 자원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나을지, 매
래도 페미니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으
번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정답이
니, 보건의료기관의 운영상, 그러니까 일종
없는 이런 문제에, 그나마 내가 원칙을 세운
의 ‘경영 전략’이자 ‘인사노무 관리의 한 방편’
것이 있다면 우리, 여성노동자들 스스로가 좀
으로도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조건’을
더 강해지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가야 한다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우수한 직원을 걸어
는 것이다.
다닐 수 있는 거리 내에서 구할 수 있고, 그래야
조합 의료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다.
내 몸을 이해하기 살림 같은 동네 의원에도 산전관리를 위
아이 돌봄에 대한 고민
해 찾아오는 여성들이 있다. 산전관리라면 당
이 문제는 짐짓 당연한 듯 보이지만, 상당한
연히 분만 전문 산부인과를 찾아갈 것 같지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칼
만, 꾸준히 주치의 진료를 받아온 이들은 ‘나
퇴근을 보장하려면 (직원들이 어린이집에 아이
를 잘 알고 있는 의원’에서 이것저것 상담
를 데리러 가는 데 문제가 없게 하려면), 대기
을 받고자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녀들
하는 환자 숫자에 따라 조금 앞서 진료접수를
은 진짜로 임신 전부터 상담을 신청하곤 하는
일터 47
데, 임신을 하기 위해 어떤 몸을 만들어야 하
이 질환은 여자들에게 잘 생긴다. 좀 더 정
냐는 것이 제일의 궁금증이다. 뭘 먹어야 하
확하게 표현하자면, 팔 근육은 약한데 아이를
는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당연히 맞아
주로 돌볼 수밖에 없는 여자들에게 특히 잘 생
야 할 예방접종도 있고, 검사해 봐야 할 항목
긴다. 그러니까 독박육아도 이 병의 원인이라
들도 있지만,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근력
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이다! 드퀘르벵씨병을 낫게 하려면, 당연히 육아 의 짐을 더는 것이 필요하다. 독박육아에서 벗 어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지! 그런데 또 하 나, 여자들이 지금보다 좀 더 강인해지는 것 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팔 근육이 약하 고, 힘 쓰는 방법을 잘 모르니 손목을 꺾어서 아 이의 무게를 지탱하는 이들이, 삼각근과 대흉 근, 광배근을 써서 아이를 감당하는 법을 배우 는 것, 겨우 하완의 가느다란 근육을 쥐어짜지 말고, 몸통 근육의 굵직한 힘을 팔을 통해 손까 ▲ 출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지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내 안에 거대한
노동자 건강 상식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걸 제대로 쓰는 법을 “네? 근력운동이요?” “네! 근력운동이요, 웨이트요! 자, 생각해
배우는 것. 몸에 대한 권리
보세요. 아기는 태어날 때 3.3kg, 1년만 지나
이것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엄마가 강해
도 10kg이예요. 걔를 들었다 내렸다 안았다
져야 한다는 것과는 절대 다르다. (순간만 아
업었다, 하루에 몇 번일 것 같아요? 아기를 역
차해도 심하게 구려진다고!) 아이를 위해서, 임
기다 생각하고 최대한 올바른 자세로 들어올
신을 위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
리지 않으면, 허리 손목 어깨 무릎 다 나갑니
다. 굳이 표현하자면, 강하고 아름다운 에너지
다. 그야말로 뼛골 빠지는 거죠. 그러니 임신
가 흘러넘치면 주변을 적시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 해야 할 건 근육을 쓰는 자세를 배우는 거
고 할까. 자부심에 가득 찬 직원들은 퇴근이 다
예요.”
가오는 시간에도 아파서 찾아온 환자들을 위한 연민을 가슴에 품게 된다. 강인해진 환자들은
신생아를 돌보는 여성들이 잘 걸리는 드 퀘르벵씨병이라는 것이 있다. 이 어려운 프랑
아픈 와중에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권리를 생 각할 줄 알게 된다.
스 이름 질병의 정체는 손목건초염인데, 아기 를 들어 올리면서 손목을 자주 꺾다 보니 손
더 강해져야 우리 안의 혼재된 정체성을 바
목의 근육과 건초 사이에서 마찰이 생겨 염증
탕으로 연대하고 협동할 여유를 갖게 된다. 한
으로 이어진 것이다. 드퀘르벵씨병에 걸린 아
편으로는 독박을 걷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기 엄마들은 손목이 조금만 꺾여도 찌릿한 통
강해지는 것. 스스로 그리고 함께. 이것이 내가
증을 심하게 느껴, 손을 잘 쓰지 못하게 된다.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할 때 항상 떠올리 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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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지난 9월 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0만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9월 26일까지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입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참여해주시길 바랍니다. 출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일터 49
노동권의 문제에서 바라본 직장 내 성희롱 『산업재해로서의 직장 내 성희롱』. 2019. 최윤정. 푸른사상. 정지윤 회원, 여성노동건강권팀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이 산업재해로 인정 된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희롱 피해를 산업재해로 신청한 최초 사례는 2000 발칙 건강한 책방
년 부산 새마을금고 사건이었다. 피해자가 전 치 3주의 부상을 입은 사실에 초점을 두고 업 무관련성 피해를 인정,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 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에 대해 산재승인을 받은 최초의 사례는 2011 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성희롱 사 건이다. 이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산업재 해 신청/승인 건은 매우 드물지만 나오고 있고 2016년 8건, 2017년 10건 정도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피해는 왜 반복되는 것일까? ▲ 출처: 알라딘
성희롱 피해자들이 그들의 경험을 폭로하 는 미투 운동이 국내 전반에서 이어졌고 후속
저자 최윤정은 자신의 석사 논문(『‘산업재
조치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강화
해’로서의 직장내 성희롱에 관한 연구』, 이화
된 직장 내 성희롱 대응 매뉴얼이 준비되었고
여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3)을 보강하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었다. 그러나 피해는 왜
여 이 책을 펴냈다. 1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
반복되는 것일까?
만 직장 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 다는 의견은 여전히 소수의견으로 남아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 ‘직장 내’에서 발생함에도 불 구하고 다른 피해보다 더 드러나지 않는(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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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드러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특정 여성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부된다. 이에 대해 저자
피해자에게 피해를 가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는 ‘드러나지 않는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식
노동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피해라고 인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판단 기준을 비판적으
식되지 않기 때문이다(p.32)”
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피해에 관한 의학적 연구와 함께 인터뷰나 질적 연구방법
직장 내 성희롱을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노
등을 활용해 실제 존재하는 문제에 접근하며
동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며 남녀 간
실제 노동자의 피해를 위주로 판단할 것을 요
의 문제로 치부하는 통념은 여전하다. 피해를
청한다.
제기할 경우에 직장 내 부당한 처우나 고용상 의 차별을 당하기 쉬운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나아가 저자는 작업환경과 위험요인에 대
피해는 지속되고 있으며 가해는 더욱 더 교묘
한 접근에서도 개념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지
하게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
적한다. 성차별을 비롯한 성희롱, 성폭력은
피해를 공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실제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요인이라
서는 이를 ‘노동권의 문제이자 건강권의 침해’
는 점에서 성별화된 작업환경의 위험요인이
로 인식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저자는 본 책을
다. 그럼에도 여성노동자의 성폭력, 성희롱은
통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지
요인으로서 고려되지 않고 ‘산업안전’의 테두
적하고 전통적인 ‘산업재해’ 개념의 확장을 요
리에서 제외되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청한다.
의 사업주의 의무 조항에 ‘정신적 스트레스 예방’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가 노동자 개인의
적절한 조치 및 관리 내용은 부재하여 예방의
문제임과 동시에 그것이 한 개인의 노동의 수행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노동재 해, 즉 업무와 관련된 피해라고 보고, 이를 산업
이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함을 느끼는 것은
재해라고 인식하여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떠한 효
이미 매체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몇몇 피
과가 있을까?”(p.34)
해자들의 사례들이 스쳐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노동구조에서 성차별적 관행은 뿌리
직장 내 성희롱이 산업재해가 되려면 산재보상 여부에서 업무와 상병의 인과관 계를 따질 때는 의료진에 의한 의학적 공증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직장 내 성희롱은 과 학적 입증이 어렵고, 그래서 피해를 입증하기 도 어렵다. 피해를 의학적으로 객관화하려는 시도는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과 같은 정신질환에서부터 목통증, 두통, 복통과 같은 신체로 전이된 비특 이적 증상까지, 성희롱과 피해자의 신체적 온
깊다. 직장 내 차별이 성희롱으로, 괴롭힘, 폭 력으로 이어져 여성노동자가 피해를 입는 사 실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익숙함 속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드러내기 위 한 조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직장 내 성희롱이 노동재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 면 할수록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 상의 문제로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예방이 가능한 영역에 놓여있음을 선 명하게 한다.
전성에 대한 침해가 연구되었다. 그럼에도 질 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경우, 이와 같은 침해는
일터 51
“한노보연에서 뭐 할거야?”
유청희 상임활동가
안전보건 활동에 대해 아는 게 그야말로 ‘1’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세미나 하면서 못 알아듣는 말이 많긴 했어도 산안법의 a, b, c는 뗄 수 있 게 되었습니다. 그후에 노동조합에서 2년간 활 이러쿵 저러쿵
동을 했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넓고 깊게 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노보연에 지원해 이 렇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한 곳으로 마 침내 돌아왔네요. 2019년부터는 한노보연 회원이 되어 몇 가 지 연구소 행사에 참여도 했습니다. 회원 대상 교육도 들으러 다니면서,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쓰듯 산업안전보건법 중에서도 평소 잘 ▲ 출처: 한노보연
반갑습니다. 7월부터 서울에서 상임 활동 을 시작한 유청희입니다. 한노보연과의 인연 은 제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야겠다고 다 짐한 2017년 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건강 문 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추천 받은 책을 몇 권 읽다가, 노동자 건강권 문제로 관심이 옮겨 갔습니다. 그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한노보연에 서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를 한다는 걸 알게 되어 참가 신청을 했지요. 그때는 정말 노동
52
노동자가 만드는
접하지 않던 내용이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회 원들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열었던 모임에서는 회원이 직접 하는 교육에서 작업중지에 대해 배우기도 했는데, 그때 좀 충 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조합원들도 만만치 않 은 작업 강도로 일 하는데, 작업중지 한 번도 생 각 못해봤네. 저렇게 빡세게 할 수도 있구나, 대 단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영어홈페이지 팀 활동을 시작해 대만, 일본과 함께 하는 과로사통신이나 연구 보고서 요약 본, 일터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연구소와 함께 할 수 있어 참 뿌
듯했답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상임활동가로
데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네요. 어떤 질문은
참여하게 되었고요.
단순한데 답하기 참 어렵기도 하죠. ‘일터에 글을 쓰고 만들겠지, 외부 활동으로 노동안전
7월부터 상임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물
보건 대책위에도 들어가겠지, 노동조합과 사
주기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부산, 서울, 경기, 충
업도 하겠지’ 정도 생각은 했지만 한노보연에
청 여러 곳에 다니며 여러 회원들로부터 교육
서 나는 뭘 할 것인지를 묻자 갑자기 말문이
을 받았습니다. 지역 회원모임에 같이 참여하
막혔습니다. 그러면서 내 활동 방향을 묻고
고 또 회원들의 사업장에도 직접 가보며 소중
또 어떤 활동가가 될 것인지도 묻는 단순하지
하고 알찬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산재보상
않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노동자 정신건강, 반 올림 활동,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시
그래도 최근 몇 가지 생각을 해보긴 했는
는 회원분들에게 직접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데요.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알아가야
그야말로 물을 쑥쑥 받았답니다. 교육 부탁드
할 것 같습니다. 산재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
릴 때 기꺼이 시간 내주시는 회원분들을 보며
보건법 공부도 해야겠고, 이 법을 노동자들이
연구소를 향한 애정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겠습니
니다. 한노보연에서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을
다. 연구소에 온 후 지금까지 과로에 대해 너
때부터 물주기 프로그램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무 쉽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
모릅니다. 두 달간 이렇게 온전히 배우는 시간
동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하
을 갖는 것이 어디에서 일을 하건 쉽지 않은 경
고 또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라는 것도 생각하
험이겠고,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잘 스며들
게 되었고요. 대만, 일본과 함께 하는 과로사
수 있게 도와줄테니까요. 물주기 프로그램 때
감시, 연구소 노동시간센터의 활동과 연구물
문에 감동 많이 받았습니다.
을 보면서 많이 고민하고 배워가야겠다는 생 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누구도 소외받지 않
회원모임에서는 지역별로 회원들을 직접
고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활동 역시 중
만나 회원들이 노동안전보건 활동에서 돌파구
요하겠죠. 노동 현장에서도 여성, 소수자, 장
를 찾아보려 고민하는 모습, 또 연구소와 함께
애인, 이주민 등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
하는 활동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참가하는 모
들의 건강이 더 나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습을 보면서 자랑스럽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
하는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
다. 또, 초기부터 연구소 활동을 해오신 선배 회
노동자들이 현장을 통제해 건강하고 안전하
원들을 만나서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노동
게 일 하게 만드는 것이 한노보연의 설립 취
안전보건 활동을 해왔는지, 또 연구소를 시작
지와도 연결되는 것이겠지요. 이런 고민들을
했는지 듣고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가져가다보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연구소가 활동을 유지해오는 데 위기도 많았지
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답이 좀 나오지
만 그 시간을 힘들어하면서도 극복하고 견뎌내
않을까요? 이 고민 놓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
셨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가겠습니다.
지난달, “한노보연에서 뭐 할거야?”라는 질 문을 누군가에게 받았습니다. 누구였는지 기억 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한 질문이었는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20.08.12, 경향신문] 택배 기사 과로사, 올 상반기
않았다. 김태완 대책위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에만 12명
“(공단 자료와 대책위가 파악한 내용을) 합치면 올 해 상반기에만 12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
산안공단 “7명”…대책위 “정부 통계 부정확, 5명
한 것”이라며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포함하면
더 있어”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7명 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통계에 포함되지
올해 5월 기준 택배업 등록종사자 1만8792명 중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최소 12명이 과로사한 것
1만1348명은 ‘적용 제외’로 분류돼 산재보험을 보
으로 추정된다. 택배산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급
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장했지만 정작 택배노동자들은 ‘호황’의 그늘 위 로 쓰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위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영향에 추석 연휴가 더해져 오는 9~11월 역대 최대 규모의 택배 물량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한국산업안전보
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
건공단에서 제출받은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을 보
대면 거래가 급증하며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
면 올해 1~6월 업무상 사망한 택배노동자 9명 중
배업체의 영업실적은 4~9% 증가가 예상된다. 그
7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러나 택배 물량 폭증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와 산재
2012년 택배노동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산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노동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
시급해 보인다.
은 숫자다. 정부 공식 통계상 많은 과로사망자가 발생한 경우가 4명(2017년), 3명(2015년) 수준이
용 의원은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
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과거 사망자 수를 넘어
하고 비용을 사용자가 전액 부담케 하는 제도개혁
섰다.
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정부 공식 통계가 실제로 일하다 사망하
[20.08.26, 뉴스핌] 상반기 산재사고 사망자 470
거나 다친 택배노동자를 정확히 집계하지 못한다
명…근로감독 부실로 되레 늘어
고 강조했다. 정부의 산재사망 감축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 지난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
반기 산재사고사망자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
힌 과로사 사례 5건은 모두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산재사망(질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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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고)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에서 사고사망
자가 다소 줄었다. 질병과 사고를 포함한 건설업
자가 크게 늘면서 정부의 산재사망 감축노력이 무
전체 산재사망자는 311명(28.2%)으로 지난해 같
색해진 상황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코
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국 확산에 따라 기존 근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산재사망 감축 노력을 벌이
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 상당수가 코로나19 관
고 있음에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꾸지람이 새
련 업무에 배치되면서 현장감독에 소홀했다는 평
어 나온다.
가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6월말 산업재
장 근로감독 인원이 부족해져 상반기 관리감독에
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재사고사망자
일부 차질을 빚긴했지만 하반기 역량을 더 집중해
는 47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명(1.1%) 늘었다. 이
산재 사망자를 최소화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 절반 이상인 254명(54.0%)이 건설업에서 발생 했다. 특히 건설업 산재사고사망자는 지난해 상반
한편 올해 상반기 전체 재해자수는 5만1797명으
기(229명)에 비해 25명이 늘면서 10% 이상 폭증
로 전년동기(4만4331명) 대비 138명(0.3%) 늘었
했다. 이외 광업, 제조업, 임업, 기타의 사업은 전년
다. 이 중 사고 재해자수는 4만3752명으로 전년대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전기가스수도업, 운수창고
비 579명(-1.3%) 줄어든 반면, 질병 재해자수는
통신업 등은 증가했다.
8045명으로 같은 기간 717명(9.8%) 늘었다. 질병 재해자수에는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진행하다 확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206명, 43.8%)이 절
진판정을 받은 일부 간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
반 가까이 차지했다. 소규모 사업장일 수록 산재
려졌다. 또한 올해 상반기 재해율은 0.28%로 지난
사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
해 같은 기간과 같았다. 재해율은 근로자 100명당
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근로자(188명, 40.0%)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을 말한다. 사망만인율은
가 다수를 차지했다. 재해유형으로는 떨어짐(178
0.59‰로 전년(0.60‰)대비 소폭 하락했다. 사망만
명, 37.9%)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끼임(53명,
인율은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
11.3%), 화재·폭발·파열(46명, 9.8%) 부딪힘(45
을 말한다.
명, 9.6%), 교통사고(36명, 7.7%) 순이다. 특히 이 천 물류창고 화재 여파로 화재·폭발·파열 사망자 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명이나 늘었다. 그나 마 다행인 점은 질병재해를 포함한 전체 산재사망
일터 55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활동해온 우리의 벗, 고 이훈구 동지를 추모하며
평생을 노동운동과 노동안전보건운동에 헌신하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였던 이훈구 동지께서 지난 2020년 9월 5일 밤 운명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온 곳을 다니며 연대했던 이훈구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거지발싸개처럼 살았던 삶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라는 말씀을 새기며 이훈구 동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눈이 시리게 맑은 날 당신을 떠나보낼 수 있어서 눈이 부시게 많은 날을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해서 좋았던 벗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거지 발싸개처럼 소중하고 유의미하게 지내려고 애써왔지만,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빌어먹을 수 있도록 빌어준 벗들과의 인연과 고락 그리고 관심과 응원을 잊지 않 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어도, 매일 하루하루 매순간 다른 세상을 꿈꾸며 가슴에 품고 작아보이는 일이라고 소중히 하려고 애써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도 그러합니다......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늘 평안하시길......" - 2020년 1월 6일 이훈구 동지 유언장 <남기는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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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운동가 고 이훈구 동지 장례식과 추모식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훈구 동지가 떠나는 길에 많은 동지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염려하고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훈구 동지의 장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훈구 동지가 떠나는 길에 함께 해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추모의 인사를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훈구 동지를 기억하며, 이훈구 동지의 격려를 마음에 담고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장례위원장 김재광,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드림
┃추모홈페이지 leehungu-memorial.net
일터 57
이훈구 동지의 활동 모습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추모인사
형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제 삶에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모릅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공유정옥 형, 이제 편히 잠드세요. 아직도 형의 목소리와 표정, 웃음이 들리고 보여요. 많이 미안해요. 그곳은 형 이 꿈꾸는 노동해방세상이길 바래요. 그곳에서 평안히 행복하시길 바래요. 송홍석 아이구 동지께서 꿈꾸셨던 세상, 추구했던 가치 바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평안히 쉬십시 요. 아이구 동지 사랑합니다. 정경희 퇴임식 때 남긴 말씀들 잘 새기겠습니다. 훈구동지~ 반올림 초행길 열어주시고 위기때마다 너른 혜안 으로 살펴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일찍 떠나셔서 많은 이들이 그리워할것 같네요. 훈구동지 잘 쉬세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이종란 온 땅을 누비며 온 맘으로 실천했던 훈구형. 평안히 가셔요. 고마웠습니다. 최도은 거지발싸개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 동지의 뜻 늘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천식 저에겐 언제나 닮고 싶은 동지이자 선배였습니다.. 제가 10년 뒤에, 20년 뒤에 아이구 동지처럼 묵묵 히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를 종종 떠올렸습니다. 많이 슬프고 아프네요. 미루고 미루다 인사 한 번 나 누러 가지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정말 편히 쉬세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강문식 58
노동자가 만드는
호탕한 웃음. 명쾌한 토론, 못말리는 열정, 재치있는 아이디어… 하이텍 투쟁에서 만났던 훈구형을 떠올립 니다. 훈구형과 많은 활동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활동의 어려운 순간에는 그때의 그 모습을 떠올리 며 고민하며 살고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것 같습니다. 이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경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노동조합이 아니라 현장조직이 처음으로 집단 근골격계 산재신청하고 몇 사람 구속 된 끝에 산재인정 받아냈던 게 기억 납니다. 몇십년 반복된 주야 맞교대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면의 양과 질을 조사하고 심혈관계 변화까지 추적했던 한노보연의 현대차 주야맞교대 연구도 생각납니다. 자본의 기준으로 노동강도와 생산량, 속도를 정하는 데 맞서 노동의 기준으로 노동강도 문제 를 파고들었던 작업도 함께했었죠. 훈구 형. 고맙습니다. 편히 가세요. 이종호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한 운동에 처음 발을 내딛고 활동을 해나가면서 연대의 공간에서 참 많은 것 을 배웠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 뒤에 굳건하고 강직하게 활동해 나가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 니다. 가슴아프게도 이리 갑자기 우리는 이별해야하네요… 힘들었던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부디 평안하소 서… 박순남
노안활동 관심으로 배우고자 할때 알게되어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느즈막히 서산에서 싹을 틔워 보려고 하셨는데 병마가 찾아와 조금 더 활동 못하고 가신게 아쉽습니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 신 이훈구 동지이자 이끌어준 스승으로 감사했으며, 기억하겠습니다. 이윤수 온양온천이 피부에 좋다고 허름한 온천장을 잡고 술잔 기울이며 충남지역의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해 이 야기 나누던 오래전 그날 생각이 나네요. 환한 미소와 여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푸근함… 이훈구 동지 편히 쉬세요. 명복을 빕니다. 김민호 잘 보내드리고 왔는데도 알 수 없는 이 마음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스승, 믿고 의지하는 동지, 그 리고 죽이 참 잘 맞는 친구를 한꺼번에 잃으면 이런 기분이 되는 걸까요? 거기서는 아프지 마시길… 그리 고 거기엔 아픈 사람, 다친 사람, 죽는 사람 없을테니 애 그만 쓰시고 평안하게, 편안하게 지내세요. 야속할 만큼 서둘러 가신 인생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저한테 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최진일
일터 59
한노보연 이모저모
<일터> 200호 발간 및 굿즈 제작 안내 오는 10월, 국내 유일 노동안전보건 잡지,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가 200호를 맞이합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 구소와 함께 하는 회원, 후원회원 그리고 <일터>에 애정을 갖고 지켜와주신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습니다. 200호는 <일터>가 그동안 다뤘던 노동안전보건 운동과 관련 의제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향후 노동안전보건 운 동이 마주해야 할 의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특집 기사들로 여러분을 찾아뵙고자 합니다. 또한 200호에 이르기까지 <일터>가 걸어온 역사와 그 길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보고자 합니 다. 이에 200호는 20년 10월, 11월호 합본호로 진행하여, 11월에는 발간하지 않습니다. 12월부터 201호를 다 시 보내드리고, 구독자 분들의 경우, 구독기간을 1개월씩 연장해드리고자 하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와 함께, <일터> 1호부터 200호까지 PDF 파일을 취합한 USB 굿즈를 제작 후 판매할 예정입니다. 노동안전보 건운동의 역사와 함께 한 <일터>의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자료인 만큼,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 다. 해당 굿즈 홍보는 별도 문자나 메일 등으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터> 200호 발간 기념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터> 200호 발간을 맞아, 2020년 10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 홍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 JU 동 교동 지하 1층 다리소극장에서 <일터> 200호 발간 기념행사를 엽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후원회원 그리고 <일터> 독자들을 모시고, 축하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해당 기념행사에서는 <일터>를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들이 만나, 제작 후기와 구독 후기 등도 나누고, 향후 노 동안전보건 운동과 관련해 <일터>가 나아갈 모습을 함께 그려나가고자 합니다. 더불어 <일터>가 만들어지는 과 정을 담은 영상과 <일터>의 주요 순간을 담은 영상, 그리고 축하무대 등 다채롭게 꾸밀 예정입니다. 부디 귀중한 시간을 내시어, 이 소중한 행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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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8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경민
김경연
김세영
김찬기
박민정
변준수
임재우
유준
이상재
이지영
정문식
조은혜
한진구
김병직
김경한
김세은
김창헌
박병선
삼식이
안규백
유지현
이상진
이지혜
정미경
조인정
함승호
김병철
김경헌
김소연
김태규
박봉철
선종현
안기옥
유지훈
이서영
이진아
정민준
조창묵
향남약국
김설민
김경호
김승환
김태석
박상정
서동현
안대엽
유청희
이선웅
이진우
정병관
조형래
허경
김정신
김경희
김영기
김태훈
박선재
서승욱
안성혜
유형섭
이선이
이창후
정병욱
주민영
허윤제
김진철
김계호
김영만
김필수
박선희
서은실
안재범
육지후
이성민
이태성
정성욱
주석재
현순복
강경희
김광락
김영선
김한빛
박성남
서인원
안준호
윤경옥
이세미
이태진
정승균
주형민
호영진
강동묵
김광조
김영수
김한울
박성래
서진경
안진수
윤성용
이세영
이한진
정승민
지우진
홍정연
강명원
김교현
김영철
김현준
박성진
성상민
안형석
윤성호
이소은
이현석
정여진
진선우
홍정익
강모열
김규연
김영호
김현호
박성천
성지민
안형숙
윤여일
이숙견
이현옥
정연
정병권
홍진성
강문식
김그루
김옥헌
김형렬
박수희
손근호
양문영
윤영대
이순녀
이현중
정영민
조종완
황선태
강민혁
김기돈
김용성
김혜선
박숙란
손덕헌
양미순
윤재설
이영일
이혜은
정윤경
지영훈
황선호
강성훈
김기동
김우태
김희정
박승권
손만기
양민재
윤희현
이영철
이혜인
정윤희
최영철
황의현
강영우
김기헌
김윤지
김희찬
박신안
손상기
양병훈
은상준
이우상
이활연
정인성
차현주
황지영
강정주
김낙일
김은경
남원철
박엄선
손상기
양선희
이경미
이원태
이효상
정재현
차현주
황진철
강진욱
김다연
김재광
노상철
박영일
손석기
양장훈
이경자
이영애
임경채
정지윤
채수용
황진희
강찬구
김대견
김재천
노성철
박용철
손성배
양정석
이경재
이유민
임윤완
정진우
채종석
황주신
강충원
김대철
김재훈
노현
박윤경
손윤환
양진권
이기태
이윤덕희
임자운
정찬무
천지선
노무법인 삶
강태선
김대호
김정곤
류영필
박정훈
손익찬
양향연
이경호
이윤수
임형렬
정하나
천호선
민주노총법률원
강한수
김동근
김정수
류용림
박제한
손진우
양희만
이경훈
이율우
임혜인
정해선
최동녘
법무법인민심
강호민
김동춘
김정열
류한소
박종국
손재현
엄기한
이기만
이은수
장경희
정현일
최민
강화연
김두현
김정원
류현석
박종근
송기훈
엄연섭
이기훈
이의용
장범식
정현일
최병륜
한국지엠 노동조합지부
고옥경
김만원
김정원
류현철
박종우
송윤희
엄정흠
이나래
이이령
장선영
정호연
최병운
공정옥
김명성
김정훈
문병모
박종우
송지훈
예병진
이나연
이이령
장소현
정흥준
최병운
곽경민
김명수
김종남
문승필
박주옥
송홍석
오동영
이대용
이익진
장영순
정희현
최순재
곽진경
김미영
김종은
문시윤
박준우
신경석
오승희
이도연
이인규
장영우
조이
최영주
구자연
김민옥
김종하
문은영
박채원
신경화
오진석
이동윤
이재명
장영철
조광옥
최영준
국승종
김민정
김종현
문제혁
박해정
신웅섭
오진환
이동훈
이재범
장원자
조동철
최원영
권경영
김민호
김준우
문진영
배규정
신유록
오현아
이명숙
이정규
장은철
조명심
최재근
권기한
김봉수
김준의
문진영
배성민
신준영
오희정
이명준
이정렬
장진영
조민제
최재근
권동희
김봉철
김지나
문현제
배영희
신진섭
우수영
이명호
이정미
장태원
조성식
최종연
권오성
김부욱
김지민
민병두
배정란
신희주
우지영
이민경
이정호
장향미
조성재
최진일
권윤영
김상귀
김지안
박경득
백남순
안태은
원종만
이민화
이정희
전상희
조성진
최한나
권정희
김상호
김지영
박경현
백남운
오병창
유기훈
이병국
이제혁
전성규
조승규
최향미
권종호
김석원
김지영
박경환
백세연
오현정
유상철
이병근
이종란
전은주
조애진
최혜란
권중혁
김선미
김지원
박기형
백승호
이승운
유선경
이병근
이주한
전주희
조영호
추상효
김가을길
김선수
김지정
박다이
범혜민
이승주
유승준
이상수
이준선
정경희
조윤미
하기철
김경도
김성훈
김지홍
박대선
변승규
이정엽
유영진
이상언
이준수
정나위
조윤진
한규권
김경수
김세규
김진경
박민영
변은영
이희영
유장식
이상재
이지연
정두인
조윤희
한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