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 ‘다음 생일까지 살아있을 수 없다’는 말 경비노동자의 수면시간은 업무시간일까?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202호┃20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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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시 장 로제 근 력 탄
포괄임금
노동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1.1.12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근하신년입니다.
2021년 신년이 밝았습니다. 작년 새벽 낑낑대며 ‘독자에게’로 신년인사를 썼던 기
억이 벌써 일 년 전이라니... 코로나로 다사다난했던 일 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며칠 전 국회 앞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단식하던 여러분
들을 진료차 만났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반쪽짜리’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통과될 것이 우려됩니다.
새해부터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확대적용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시간 노
동이 만연한 현실에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십여 년 전 주5일제가 시행되면 원가와 인 건비가 상승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로 재계의 반대가 거셌지만, 지금 우
리는 주5일 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적인, 세계 적인 흐름입니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은 ‘흰 소’ 의 해입니다. 소는 성실과 신뢰의 상징으로 여
겨지며, 특히 흰 소는 상서로운 동물로 꼽힙니다. 어려웠던 작년을 뒤로 하고 ‘일터’ 독자 여러분의 새해 소망과 꿈, 희망찬 신축년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 김미숙 님, 고 이한빛 님의 아버지 이용관 님,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정의당 원내대표 강은미 의원이 30일 넘게 단식농성을 이어갔던 국회 본관 앞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 출처: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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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삼진토>가 그리는 90년대 여성노동자들
■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지금 지역에서는
경비노동자의 수면시간은 업무시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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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이 건강한 일터를 위해
아파트 관리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판례
발칙 건강한 책방
연구리포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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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기록이 아니길 바라던, ‘또록’의 질문꾸러미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 건강검진대상 누락문제 해결방안 연구
이러쿵저러쿵 23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다음 생일까지 살아있을 수 없다’는 말
여성노동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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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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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돌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알아보자, LAW동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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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또 다른 나, ‘우리’를 지키는 일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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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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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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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민영화가 양산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한 투쟁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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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밀리면 현장이 무너진다
이백 두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특집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박기형 상임활동가
반갑지만은 않은 주52시간제 시행 본격화
축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문재인 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52시간 상한제
부와 민주당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그들에게 부
가 드디어 본격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여한 소명을 쉽사리 내팽겨쳤다. 오히려 노동
2020년 12월 50~299명 사업장에 대한 주52시
시간을 늘리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을
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계도기간을
벌이고 있다.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
연말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주52시간 이상
지만, 장시간 노동 타파를 위한 여정은 더디기
노동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개
만 하고, 심지어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정사항을 내년부터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다. 그간 노동부는 중소규모 사업장 등에 주52
노동존중 약속은 저버린 지 오래
시간제 도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노동존중 사회’
다면서, 계도기간을 설정해 정기감독에서 주52
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이명박, 박근
시간제 관련 내용을 점검하지 않고 수시감독·
혜 정부에서 진행된 노동개악을 되돌려, 노동
특별감독을 할 때만 점검하는 등 적용을 위한
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준비 시간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이제 충분한
부응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었다. 문재인
기간을 줬으니, 2021년부터 정상적으로 적용하
정부는 공약으로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
겠다고 나섰다. 당장 1월부터 50~299명 사업
한 법제도를 마련할 것이며, 이를 위해 노동 관
장에 적용되고, 7월부터 5~49명 사업장에 대한
련 법령을 개정하고 행정지침을 시행하겠다고
자율적 개선지원 사업도 시행된다.
하였다.
2021년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니,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자신
드디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할 길이 열렸다고
들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가워해야 할까?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기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기본권 보장을
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히려 정작 장시간 노
요구하는 ‘전태일3법’,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의
동 타파는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노동시간 단
안전과 건강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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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제정하라는 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2020
지난 2019년 8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일본의
년 12월 국회에서는 근기법 개악이 이뤄졌다.
수출규제에 대응하겠다며, 장시간 노동을 조장
장시간 노동으로 지탱되는 현 한국사회의 구조
하는 조치들을 시행하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를 유지해 자본과 기업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자연재해와 재난 또는 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력’은 주52시간 상
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계속 확인되었다. 그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본다며, 관련
들은 언제나 주변 상황 악화를 노동시간 규제
사업장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였다. 기존
완화의 핑곗거리로 내걸었다. 자신들이 만든
법제도에서는 노동시간 규제의 취지에서 ‘재
법에 예외를 계속 둘 뿐만 아니라, 미약하게나
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
마 보장된 노동기본권조차 후퇴시켰다.
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 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재난 등의 발생
대표적인 국면들을 돌이켜보자. 먼저 2018
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년 3월 정부와 국회는 근기법을 개정해 노동
필요한 경우’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도록 하
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그 1주
고 있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 조항을 재
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하였다.
계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주었다. 이를 근거삼아
2018년 7월 1일부터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기업들은 노동부 장관 승인만 받으면 노동자들
사업장에서 주52시간 상한제를 먼저 시행하였
에게 무한 연장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되었고, 결
다. 하지만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을 놓고 재계
국 해당 조항의 취지는 퇴색되고 말았다. 나아
의 반발이 일자, 제대로 대응하지도 않은 채 그
가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대상업무를 확대
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
하는 고시와 함께 탄력근로제 활용도를 높이
간 확대를 시도했다. 또한 주 52시간 상한제 적
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법정 연장근
용에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을 몇 차례
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실제 얼마를 더 일하
연장하였다.
든지 노사가 서면합의한 시간만을 일한 것으로 일터 5
간주하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용하면서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 총노 동시간을 규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탄력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여기서 멈
근로 등 변형근로 도입 시 추가적 총노동시간
추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1월
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없었고, 최장 주 64시간까
31일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규정한 근기법 시행규칙 9조를 개정했다. 2019
인한 건강권 침해 우려가 있는 걸 고려해, 11시
년 8월에는 기존 법제의 해석을 유리하게 해
간 연속휴식시간제도도 담고 있으나, 그에 대
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를 넘어 법제 자체
한 해석이 1일(24시간) 단위가 아니기에 건강
를 유리하게 바꾸어주었다. 인명보호·안전확
권 보호조치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보, 돌발적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있다. 그마저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사항
연구개발까지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인
으로 뒀다.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
가 사유를 확대했다.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
대표를 임명하는 등 근로자대표제를 악용해온
또한 지난 조치에서 제한한 1년 내 90일이라는
그간의 관행을 고려할 때, 법적용 제외의 길을
한도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터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때가 코로나19 발생 전
또한 양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이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 15일에 이르러서
해준 것에 더해, 불규칙노동까지 확대될 위험
는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삼기 시작했다. 국
이 커졌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기존 3개월 탄
가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긴
력근로제는 ‘일별’ 노동시간을 합의해야 했다.
급한 특별조치로 포장했다. 특별연장근로 활
하지만 신설된 3개월 초과 사항에 대해선 ‘주
용 가능 기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했다. 결국, 코
별’ 노동시간만 정하면 된다. 더욱이 이를 노동
로나19 사태는 단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
자에게 2주 전까지만 알려주면 되며, 그마저도
대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업무량 급증 등 사유가 있으면 근로개시 전까
지난 국면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주52시간
지만 알려주면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는 장시
상한제 시행을 제대로 실행하겠다는 정부의 의
간 노동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시
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언제나 불가피한 외부
간을 예측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노동자들
상황, 조건을 내세우며, 자본과 기업의 반발에
은 자기 노동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밖에
밀려 무력하게 뒷걸음질쳤다. 아니, 되려 장시
없다. 이제 자본과 기업의 이윤 창출의 압박에
간 노동을 확대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
노동자들은 더욱 옥죄이게 될 것이다.
는 정책시행과 법률개악이 이어졌다. 여전히 강고한 포괄임금제 근기법 개악으로 열린,
장시간 노동 문제에서는 노동시간 자체를
장시간 불규칙 노동으로의 길
규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임금 제도를 통해 장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대치가 격
시간 노동 관행을 유지, 운영하는 문제를 해결
화되던 2020년 12월,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도는
위기간 6개월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
사무직군, IT·게임 업계 등에서 장시간 노동을
개월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현
통과시켰다. 선진국이라 부르며 그토록 따르고
행법상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싶어하는 유럽과 일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운
경우로 한정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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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
입증할 책임이 노동자에게 부과되어 있는데,
게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
근무시간 기록의무를 져야 할 주체를 사업주로
하다고 인정될 때에 유효한 것으로 본다. 그러
규정하여 실노동시간 입증의 어려움이 노동자
나 법조항은 형식적일 뿐이며, 실제로 포괄임
의 산재신청을 막는 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
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도
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또한 포괄임금제 규제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를 위한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단 속조차 안 하고 방관하는 현재의 태도에서 벗
포괄임금제는 무엇보다 노동자 건강 측면
어나, 제대로 된 행정 집행을 해야 한다.
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
장시간 노동 근절,
서 지시하는 연장근로를 거부하기 힘들어진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전제조건
이로 인해 야간근로, 주말근로가 당연한 것으
우리는 묻는다.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취지
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포괄임금제는 장
를 문재인 정부는 잊었는가. 노동존중 사회 실
시간 노동시간 관행을 조장하고 유지하는 요인
현이라는 소명을 부여받았음을 잊었는가. 지난
이다. 포괄임금제로 약정된 시간 외에 더 일하
발전국가 시기부터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
는 경우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그런 일
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21세기에도 그 악명은
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추가수당 지급을 회피
여전하기만 하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
하고자 고의로 근로시간을 산정하지 않는 일이
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평균 노동시간
빈번하다. 때론 이를 출퇴근 규제를 없애 노동
인 1천 700시간보다 400~500시간 이상 길다.
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
최근 조사된 바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임금
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출퇴근 기
노동자 연간 근로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록을 거짓으로 적도록 하는 일도 있다.
국가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길다.
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
주40시간 노동이 노동법에서 규정한 원칙
회 실현의 과제 중 하나로 초과수당 제대로 안
이자 노동기본권 실현의 핵심임에도, 여전히
주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눈치야근 잡는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한 발짝도 벗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을 제정
어나지 못했다. 주52시간 상한제를 둘러싼 싸
하고,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을 마련
움에서조차 자본과 기업의 반발에 밀려, 그리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이 약속 또한
고 말로만 노동존중을 외치며 정작 저들을 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임
변하는 정권에 속아 뒷걸음질치고 있다. 노동
금체불은 막대히 쌓여만 가고, 노동자들은 과
자·시민의 안녕을 위한,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
로에 지쳐 쓰러져 죽어간다.
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여 정을 새롭게 재조직해야 할 때이다.
최근 정의당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오랜 기간 불 법과 편법에 기대 강고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근본적으로는 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 한 현재는 과로사 산재신청 시 실노동시간을
일터 7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특집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임혜인 선전위원, 노무사
노동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포괄임금제의 개념
그 1주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근거 없이 판
한 개정 근로기준법(법률 제15513호, 2018.
례에 따라 용인된 임금 지급 방식으로 ① 기본
3. 20.)이 시행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급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 외 근로 등에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
가·지방자치단체 등을 선두로 개정 근로기준법
당 금액으로 정하거나(‘정액급제’), ② 매월 일
이 시행되었고, 2021년 7월 1일부터는 모든 5
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정액 수당제’)하기로
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하는 임금지급계약1)을 말한다.
이 된다. 노동시간 단축을 기조로 한 현 정부의 입법
임금은 노동자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만큼 [예시]
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보인다. 하
① 정액급제
지만 정작 노동시간단축 기조에 배치되는 일련
- 1 주 52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월 급여를
의 노동개악도 진행 중이다. 주52시제를 정착 시키겠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
200만원으로 책정 - 1일 10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일당을 10만
는 등 표면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듯 보
원으로 책정
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도
② 정액 수당제
록 해주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기본급의 20%로 책정
탄력근로제 도입 등 노동개악이 장시간 노 동을 심화할 수 있는 맥락의 근저에는 포괄임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매월 25 만원으로 책정
금제라는 오래된 제도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 다. 이런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주 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포괄임금제의 금지 또는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재점화되고 있다. 8
노동자가 만드는
1) 대법원 1997.4.25. 선고 95다4056판결, 대법원 1998.3.24. 선고 96다24699 판결, 대법원 19995.28. 선 고 99다2881 판결 등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노
행을 하는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원4), 매일 기상
동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시간(특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염전회사 직
히, 장시간 노동)을 가정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원5) 등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판단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된 바 있다.
2018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둘째, 노동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존재해야 한다. 포괄된 제 수당을 사용자가 임의로 구성 하는 등 노동자의 의사결정권이 제한되어서는
구체적인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 사
안 된다는 의미이다.
무직’ (94.7%), ‘영업직’ (63.7%), ‘연구개발직’ (61.1%), ‘비서직’ (35.4%), ‘운전직’ (29.2%),
셋째, 포괄임금제 약정이 노동자에게 불이
‘시설관리직’ (23.0%), ‘생산직’ (13.3%), ‘경
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해야한다.
비직’ (8.0%), 기타 (4.4%) 순으로, 포괄임금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단체협약
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
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임금 지급 기준에 비
(95.6%), ‘휴일근로 수당’ (44.2%), ‘야간근로
추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제반
수당’ (32.7%),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8%),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는 것은 포괄임금계약
‘퇴직금’ (0.9%), ‘기타’ (1.8%)의 순으로 나타
체결 경위, 동종 업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났다.2)
고려하여 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유효 요건 포괄임금제의 성립 여부는 노동자와 사용 자 사이에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 합의가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부 분의 판례는 묵시적 합의만으로도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3)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 이 적법하게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
이와 같은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한 포괄임 금제 약정은 무효가 되며, 사용자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산정한 후, 포괄임 금에 포함하여 지급한 법정수당과의 차액을 노 동자에게 지급해야한다. 포괄임금제의 문제점 근로시간 관점에서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 게 미치는 악영향은 다음과 같다.
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판례가 제시한 다음의 유효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첫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박탈한다. 다시 근로기준법으로 돌아가면, 노동
첫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야 한다. 이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 있는 시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사업장 밖에서 장거리 운 2)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 중 70.8%,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 지에 반대, 한국경제연구원, 2019.02.11. 3)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050 판결,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245 판결 등
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 과 할 수 없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취 지는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규율함으로써 노동 자의 근로시간 안과 밖의 삶을 보장하는데 있 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 4)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120 판결 5)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5939 판결
일터 9
▲사무직군과 게임업계에서는 장시간 노동, 야간주말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근로기준법 준수의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ST 유니타스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활동 당시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던 모습. 출처: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한 연장근로·휴일근로 등을 사전에 예정하여
라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 신청 시 상당한 불
이를 임금 구성에 포함시키는 것이므로 노동자
이익으로 작용한다.
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방해 한다.
포괄임금제가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관행 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 새로운 산업의 출
둘째,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고착시
현으로 업무 형태가 다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킨다.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
오히려 포괄임금제를 새로운 임금 산정 방식으
이 원칙이므로 법정근로시간을 한도로 실 근로
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의도 존재한다. 그러
시간만큼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가장
나 적정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연
측면에서 포괄임금제는 “임금산정의 자유는 아
장·야간·휴일근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주 넓게 발휘된 것인 반면에, 경제적 압력을 통
것을 전제로, 임금 지급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한 근로시간의 제한은 거의 또는 상당한 수준
기형적 제도이므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고
으로 무력화 될 수 있는 제도6)”다. 노동시간 자
착시키는 폐단을 만들고 있다.
체에 대한 규제가 유연화되고, 장시간 노동이 습속처럼 배어있는 상황에서 임금 산정의 측면
셋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
에서조차 노동시간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
측정을 어렵게 한다.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
도록 하는 것은 상황을 지속해서 악화시킬 뿐
업장에서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모든 수
이다. 그러므로 노동시간단축을 위해선 포괄임
당을 포괄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여기므
금제 활용에 대한 제재가 중요하다. 1주 40시
로, 추가적인 임금 계산을 위한 근로시간을 기
간 준수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장시간 노동을
록하는 등의 노력을 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조장하는 포괄임금제의 규율을 위한 입법과 행
이다. 이러한 사업장의 행정력 부재는 향후 노
정적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동자가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할 때 뿐 만아니 6) 강성태, “포괄임금제의 노동법적 검토”, 『노동법연구』 제26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08, 269쪽. 10
노동자가 만드는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특집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성상민 후원회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
온갖 말도 탈도 많았지만 어찌되었든 ‘주
는 이유로 근기법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방
52시간제’, 엄밀하게는 ‘주 40시간 노동시간
송업은 오랜 시간 속해 있었고, 방송사와 외주
상한제’가 지난 2018년 공공기관과 공기업,
제작사들은 이를 이유로 정규직·비정규직·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올해 2021년 7
리랜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방송 노동자들을
월부터는 5인 이상의 사업장에 모두 적용된다.
마음껏 밤을 새게 하며 일을 시킬 수가 있었다.
물론 여전히 반발도 적지 않다. 2019년까지는
어차피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도 방송업의 야근
‘장기 불황’을 이유로, 2020년부터는 한국을
과 과로를 사실상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에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퍼져 여전히 종식될 기미
서, 노동자들이 대응할 여지도 마땅치 않았기
를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때문이다.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계속 주 52시간제를 유 예하거나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끊이지가 않았
그러나 2018년 근기법이 개정되며 시대착
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소식 등을 집중
오적이었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기존 26개
적으로 보도하고 전달하는 언론을 비롯한 방송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이와
제작 현장 전체가 노동시간의 문제에서 자유롭
함께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제작 및
지 않다.
배급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오랜 시간 적용을 받지 않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기준
애당초 방송 제작 현장은 ‘주 68시간제’이 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건 별로 상관이 없
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상 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던 영역이었다. 2019년 7월 전까지는 근로기 준법(이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방송사과 외주 제작사는 이러한 ‘비상 상황’
에 지정된 26개 업종에 ‘방송업’과 ‘영상·오디
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오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방송 프로그램 제작
누군가는 개정된 근기법을 세세하게 검토한 끝
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산업’의
에 또 다른 ‘꼼수’를 창안하게 되었다. 근기법
특성상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할 수 없다
상에 있는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일터 11
나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
하는 드라마들은 모두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고
이다. 최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문제를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동시에 다른 방송사들
제기한 JTBC의 꼼수가 바로 이 ‘탄력적 근로시
은 자신들과 같은 주 52시간제도 시행하고 있
간제’의 악용이다. 방송 노동자들을 불러 모을
지 않다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
때는 ‘주 52시간제를 지켜서 촬영에 나서겠다’
는 주장도 함께 답변에 실었다.
고 말한다. 그러나 계약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쓰지 않는다. 방송 제작 현장은 오랜 시간 ‘프
그러나 JTBC의 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
로그램 촬영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명목
은 것과는 별개로, JTBC의 주장을 마냥 변명이
으로 방송 촬영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하고 나
라며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
서야 계약서를 쓰는 악습이 만연해 있기 때문
이다. JTBC의 말대로 다른 방송사들이 제작하
이다. 그렇게 계약서를 쓰게 되면 방송 노동자
는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들은 이상한 구석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그
주 52시간제에 대한 이야기나 약속도 하지 않
렇게 철썩같이 믿었던 ‘주 52시간제’는 사실 주
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JTBC와 똑같이 방송
52시간을 3개월(12주)로 환산해 ‘3개월 624시
스태프들 대부분을 직접 고용한 노동자처럼 취
간’으로 명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였으며, 이
급하며 일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을
를 제외하면 일일 노동시간은 물론 주간 노동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는 대신 명목상 ‘개인
시간 제한도 없다. 이동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
사업자’로 취급하는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만
함되지 않는다. 오로지 3개월 노동을 마치고
을 계속 체결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노동시간
624시간을 넘겼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는
에 대한 명문화된 조항도 없다. JTBC가 근기법
조항이 전부이다.
을 악용한 꼼수로 노동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면, 다른 방송사들은 주 52시간제의 전면 시행
이는 명백히 근기법을 위반하는 움직임이
이나 방송업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조치는
다. 근기법은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이전과 똑
를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근로자
같은 야간·장시간 노동을 그대로 계속 이어나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며 설사 시행하더
가고 있다.
라도 일일 12시간, 주간 52시간을 넘길 수 없 다. 허나 JTBC는 이러한 조항을 제시하고도 정
물론 ‘일단’ 지상파 방송사는 계속 노력 중
작 계약서 자체는 이전처럼 근로계약서가 아닌
에 있다. 2019년 6월부터 KBS·MBC·SBS 지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로 작성해서 노동자를
상파 방송사 3사는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의 연
속이고 제대로 된 법적 조치도 회피하려는 이
합체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2018년 최
중의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초로 결성된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조합인 ‘희 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그리고 전국언론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서 많은 방송 노동자
노동조합과 함께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과
들이 2020년 많은 제보들을 한빛미디어노동
표준임금기준 마련, 근기법상의 노동시간 준수
인권센터에 보내왔다. 방송사의 ‘주 52시간제’
등을 골자로 한 4자 협의체에 참여 중이기 때
약속을 혹시나 하고서 믿었다가 속았다는 것에
문이다. 그러나 본래대로라면 2019년 하반기
대한 분노와 함께, 사실상 JTBC는 한빛미디어
에 시행이 되었어야 할 표준근로계약서를 비롯
노동인권센터에 공문을 보내 2020년부터 자사
한 각종 사항은 협의체가 결성된 지 1년 반 가
를 통해 방송하거나, 자사가 제작에 직접 참여
량이 지나도록, 2020년이 끝나가도록 여전히
12
노동자가 만드는
합의가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방송사
감독급/팀장급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
와 외주 제작사들은 아직 합의가 진행 중임을
지 않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미 고용노동부는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주 52시간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드라마 제작 현장
의 전격적인 시행을 계속 거부하는 상황이다.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방송 스태프 다수의 노동
앞서 언급했던대로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
자성을 인정한바 있다. 2000년대부터 계속 이
상 모든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전면적으
뤄진 방송 노동자 개개인의 근로자지위확인소
로 시행되지만, 과연 올해 7월까지 4자 협의체
송들에서도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전
의 합의가 끝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계속
례가 다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여
자신들이 ‘공영방송’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
전히 방송사나 외주 제작사는 요지부동이다.
지고 있는 KBS와 MBC가 정작 자신들이 제작
소송을 건 당사자만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
있는 상황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뒤 사측의 재
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변
판 방해로 부당하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화를 위해서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은 방송 노
패소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난 CJB
동이 놓인 현실을 매우 극명하게 보여준다.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 도 생기고 있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적이는 가운 데 JTBC는 편법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주
많이 늦었지만 2020년 12월, 방송통신위원
52시간제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유혹하고 있
회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요건에 ‘비정규직
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2020년에도 여전히
처우개선’을 조건으로 삽입하며, 처음으로 방
열악한 방송 노동의 상황이 방송에만 머무는
송사를 평가·관할하는 기준에 방송 노동자들의
것이 아니라 다른 영상 영역에도 점차 번져나
노동 조건에 대한 요소를 삽입한 바 있다. 노동
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TV나 유튜브 등을
시간 문제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
통해 공개되는 웹드라마들은 이미 오래 전부
을까. 이를 위해서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터 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심지어
나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같은 시민
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방송
사회단체나 노동조합의 활발한 움직임과 꾸준
되는 작품들도 노동 조건에 있어서는 전혀 ‘글
한 감시, 현장 노동 문화의 개선도 동반되어야
로벌 스탠다드’를 지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선 방송 영역에 막중한 공권력을 행
마치 최규석의 만화 <송곳>이 지금은 철수한
사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신에게 주어
프랑스계 할인마트 기업 ‘한국까르푸’의 사례
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동시
를 소재로 삼으며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노동
에 고용노동부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
법을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이 정작 한국에서는
진흥원과 같은 방송 노동과 유관한 부처들 간
상대적으로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
의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방송 노동 대책을 입
가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악용하는 모습을 그
안하기 위해 야간·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해묵
렸듯, 똑같은 일이 방송 노동에서 벌어지고 있
은 방송 노동의 문제가 지니는 심각성을 반드
는 것이다.
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 이 있어야 노동계가 오랜 시간 투쟁을 하여 쟁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방송사들이 ‘무늬만 프리랜서’를 악용하여 노동자를 혹사로 밀어넣
취한 ‘주 52시간제’가 비로소 방송 영역에서도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는 만행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한 사람을 돌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최진일 운영집행위원, 충남 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상정을 위한 투 쟁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중대재해기업처
외주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보건관리 부실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벌법제정 세종충남운동본부 회의에서는 당면 한 투쟁계획들과 더불어 색다른 성격의 안건이
사건 이후 경찰은 급성심근경색이라는 부
제출되었다.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 사
검결과만을 근거로 A씨의 사망이 화학물질과
망사고 대응 및 피해자 가족 지원방안’에 대한
관련이 없다며 쿠팡의 과실에 대한 수사를 종
논의였다. 운동본부가 법제정운동의 확산에만
결하려 했고, 고용노동부 역시 간단한 시료체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중
취와 관련자 몇 명에 대한 면접조사만 진행했
대재해에 대한 대응과 연대를 도모함으로써 지
을 뿐 정밀한 사고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차원의 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처
이에 세종충남운동본부는 산재신청을 진행하
음부터 가져왔던 문제의식이었지만, 이번 논의
는 동시에 쿠팡의 산안법 위반사항들에 대해
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에 더해 피해자
고발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을 상대로 면
가족에 대한 지원에까지 지역의 역량을 모아보
담을 진행하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동종업계에
자는 시도였다.
서의 재발방지책 수립을 촉구했다. 고인의 사 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20년 6월 1일 쿠
후 강화된 소독방식에 따라 사용된 화학물질의
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여성노
양, 혼합방식, 사용방식 등의 사항뿐만 아니라,
동자 A씨가 청소와 소독을 하던 중 쓰러져 결
일반적인 뇌심혈관계질환의 원인파악에 필수
국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당시는 쿠
적인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포함한 종합적인
팡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 고인의 사인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구내식당에서 사용하는 소독
또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종 시설관리, 청
제의 독성이 원인으로 주목받았다. 한편 고인
소, 식당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의 지시로 평소보
이 일했던 쿠팡의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은 동
다 과도하게 소독제와 세정제를 사용하며 중독
원홈푸드라는 회사에 위탁운영되고 있었지만,
증상을 보이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
고인은 동원홈푸드도 아닌 아람인테크라는 파
기에, 관련 사업장에 화학물질 관련 예방조치를
견회사 소속으로 일했던 것이 알려지며 다단계
실시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한 것이다.
14
노동자가 만드는
하지만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쿠팡은 고인
세종충남운동본부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의 사망에 쿠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노골
진상규명에 있어 화학물질은 물론 코로나19 확
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진상규명에 철저한
산 이후 물류센터 인원의 급증과 그에 따른 노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고용노
동강도의 문제, 직무상의 스트레스 등 종합적
동부에 요구한 근로감독은 차일피일 미루어졌
인 검토가 포함된 근로감독과 재해조사를 촉구
고, 사고가 발생한 구내식당의 위탁운영업체와
하는 한편, 조속한 산재인정을 위한 다양한 활
파견업체는 모두 변경되었으며, 조리실은 운영
동도 결의했다. 아울러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
하지 않은 채 도시락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
한 기금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
관련단체들의 지원제도를 활용해 A씨 배우자
에 다가갈 방법은 사라져간다.
와 자녀들에 대한 심리치유를 도와왔지만 별도 의 비용이 발생하는 아이들의 심리치유에는 예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남겨진 유족들의 고통
산소진 이후의 대책이 필요하며, 배우자의 경
이었다. 버스기사로 일하는 고인의 남편은 하
우에는 본인의 건강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루아침에 혼자서 초등학생 아이 셋을 양육해야
라 생계를 위한 후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는 상황에 처했다. 줄어든 수입으로 인한 생 활고는 물론이고, 갑자기 아내와 엄마를 잃은
이번 기금모금이 한 가족의 삶을 지키는데
본인과 아이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감당하기 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국가
려운 일이다. 산재보상이 유족의 최소한의 삶
와 제도가 산재피해자 지원에 있어 ‘산재인정
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이는 고인의 죽음이 산
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
재로 인정을 받았을 경우로 한정된 일이다. 더
하는 한, 모금과 지원이 결코 대안이 될 수는 없
구나 A씨와 같은 뇌심혈관질환이나 직업성 암,
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족을 돕기 위해 온 마
희귀질환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고인의 죽음이
을이 나서는 경험을 지역운동사회가 공유하는
산재인지를 다투는 데에만 수년이 걸리기도 하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법률가와 산재전
는데, 그 기간 동안 유족의 삶을 보듬을 수 있는
문가들은 사고조사와 입증을 지원하고, 상담기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그 다툼의 과정
관은 유가족의 마음을 돌보며, 노동단체는 치
은 유족에게 얼마나 가혹한가?
유비용을 마련하고, 인권단체는 사실을 알리는 등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투쟁이 필요할 때는
기본적으로 산재입증의 책임을 재해자에
함께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의 운동본부가
게 부과하는 현재의 산재심사제도 하에서 A씨
만들어가야 할 중대재해대응체계의 초석이 될
의 유족과 같은 이들이 홀로 산재심사 절차에
것이기 때문이다.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A씨의 유가족은 다양한 동지들이 산재심사과정을 함 께 지원하고 있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오랜 조사와 심사 기간을 견뎌야하는 고통과 그 과정에서 당사자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사측 관계자들과 경찰과, 고용노동부와 같은 관계기관의 태도에서 겪는 상처와 고통은 고스란히 유족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일터 15
알아보자, LAW동건강
아파트 관리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판례(*) 박경환 회원, 노무사
* 이번호부터 연구소 노무사 회원들이 노동 판례 리뷰, 현안 비평, 법제도 연구 등 노동안전보건 이슈를 다루는 코너를 시작합 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들어가며
단은 망인이 개인적, 경제적 문제, 정신적 취약
2020년 12월, 연구소 선전위로부터 <알아
성 등 개인적 소인으로 자살한 것이라고 판단
보자, LAW동건강> 코너에 필자로 함께 하면
하여 망인의 자살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는 나 혼자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공단의 처분에 불복
만 필자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노무사 세 분
하여 고용노동부 산재보험보상재심사위원회
과 함께 쓰는 것이라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
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기각 당하였고, 이
하여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작성
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하려다 보니, 주제 선정부터 난관이었다. 이 코
을 제기하였다.
너의 첫 기고자이기도 해서 부담도 되었다. 고 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9~20년 업
3. 사실관계
무상 정신질환 연구모임에 함께 하며 정신질환
가. 망인의 업무 : 망인은 2011년 5월부터 아
산업재해에 대해 조금 들여다본 인연을 바탕으
파트 위탁관리업체에 입사하여 LH 국민임대아
로,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자살과 관련한 판
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해온 자로, 아파트의
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LH 대응 및 입주민 민원처리를 총괄하였다. 주 로 지자체 또는 LH의 지시사항 처리, 민원 해
2. 사건의 경위
결 등 관리소장이 직접 담당하는 업무를 처리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직하던
하였다.
망인이 특정 입주민의 민원에 시달리다 2017.7. 사업주에게 사직 의사를 밝힌 이틀 뒤 자살한
나.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사건이다. 이후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
① 이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는 망인이 입
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하였으나, 공
사하기 전부터 국민임대아파트 전환 과정에서 LH와 입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으며, 이후
* 입주민의 지속·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 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은 업무상 재 해에 해당한다는 사례(서울행정법원 2020.9.18. 선고 2019구합 62826 사건)
16
노동자가 만드는
에도 아파트 내 가건물 철거, 노인정 난방비 공 동부담, 동대표 선출 과정 등의 문제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출처: CBS 유튜브 채널 nocutV 영상 캡쳐
② 특정 입주민 A의 지속적인 민원제기가
라. 망인의 개인적 스트레스 요인 : 2017년
있었다. A는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하거나
초 망인이 투자하고 있던 부동산에서 세입자와
전화하여 층간소음이나 CCTV 관련 민원을 수
의 문제로 법원 이야기가 오가는 등 법적 문제
차례 제기하였다. A는 LH에도 직접 층간소음
가 있었다는 동료 직원 진술이 있다.
민원을 제기하여, LH에서 최상층 끝집으로 이 사를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A는 거절한 바 있
마.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역 : 망인
고, 이후 LH는 망인에게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은 2017.7.11. 및 2017.7.19. B정신건강의학과에
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특히, 망인의 사망 이틀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혼합형 불안 및 우울
전인 2017.7.20., 망인과 A는 1시간가량 대화하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였는데, 당시 A는 망인과 관련없는 LH 직원으 로부터 안내를 잘못 받은 부분에 대해 망인에
4. 법원의 판단
게 삿대질하고 윽박지르며 질책한 것으로 확
법원은 공단과 달리, 망인은 입주민의 지속
인되었다. 망인은 머리를 긁으면서 조아리듯이
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 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
다. 사건 발생 직전 상황 : 망인은 2017.7.20.
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
A의 질책 이후 회사 대표에게 전화하여 사직
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황에서 자살에
의사를 밝혔으나 대표는 만류하였다. 그러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여, 유족의 손을 들어주
망인은 직원에게 책상서랍열쇠와 인장 등을 인
었다.
계하고 일찍 퇴근하였으며 다음 날인 7.21. 결 근한 뒤, 7.22. 새벽 자택 부근 산책로에서 나무 에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
특히, A의 잦은 민원과 이 과정에서의 A의 언행으로 망인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
일터 17
을 것을 인정하면서, 2017.7.20. 사직 의사 표
니다.1)”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건 또한
시 이후 다음 날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도 식사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망인의 자살과 업무와
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불안감
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을 호소하다 사망에 이른 점에서 2017.7.20. A 의 민원이 자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
이 사건에서 공단과 법원의 판단이 상반되
용하였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망인의 정신건강
는 지점은 망인의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관
의학과 상담기록에서 부동산 문제가 있기는 하
점이다. 공단은 망인의 상담기록에서 주로 부
나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이 외에도 업
동산 문제가 언급되고 동료 직원이 2017년 초
무와 관련한 상담 내용도 있던 점을 고려하였
망인이 부동산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진
을 때, 2017.7.20.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
술한 점을 토대로 부동산 문제로 인해 우울증
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
세가 발현되어 자살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
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인다.
5. 이 판결의 의미
그러나 이러한 공단의 판단은 개인적 취
2017년 이후 대법원은 자살의 산재인정 여
약성이 있더라도 규범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부와 관련해,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례의 입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
장과 다르게, 개인적 취약성을 산재 불승인에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대한 적극적인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 사건 공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
단의 불승인 처분 및 고용노동부의 재심사 청
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
구 기각이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
2017.5.로부터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
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진 점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개인적 취약성에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있다.
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 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 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 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 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 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 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 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이 사건은 다행히 법원에서 원처분이 취소 되었으나, 취소되기까지 약 2년이라는 긴 시간 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다른 유족이나 재해자 도 똑같이 이 기간을 감내할 수 있을까. 산재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공단 에서 산재 인정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신속· 공정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산재보험의 취 지일 것이다. 법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산재 신 청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업무와 재해 간 상당인 과관계가 추단된다면 개인적 취약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 1) 대법원 2017.5.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참조
18
노동자가 만드는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 건강검진대상 누락문제 해결방안 연구 (*) 이선웅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1. 영화스태프들의 지속된 건강검진 누락과 노동 상태
상의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 대상여부에 속하 는 인원은 83명(44.9%)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제작에 참여 하는 스태프는 한 작품 당 평균 4.7개월간 고용
2. 영화스태프의 건강위험 요인과 건강 상태
되는 단속적 근무형태를 띤다고 한다. 2019년
영화스태프의 직무스트레스는 남성 노동자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러
의 경우 “직무 요구”, “직무 불안정”, “물리환
한 단속적 근무형태의 영향으로 영화스태프의
경”의 영역에서 참고치보다 높은 스트레스 수
33%만이 최근 2년 이내 1번 이상 건강검진을
치를 보였으며, 여성 노동자의 경우 “직무 요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구”,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물리 환경” 영
는 영화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영화산업종사자
역에서 참고치보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였
들의 낮은 건강검진 수검율의 원인을 찾아 그
다. 높은 노동시간에서 나타나듯 남녀 모두 “직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고, 더불어 이
무 요구”가 높았으며, 단속적 계약이 특징인 상
들의 건강 상태와 정확한 건강검진 수검현황을
황이 높은 “직무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설문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폭염과 한랭 노출 등의 유해한 업무환경이 높 은 “물리 환경”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영화 스태프의 총인원은
또한 직장 내 부정적 행동경험 설문지(NAQ-R)
204명이었으며, 평균 나이는 33.7세였다. 설문
을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해당자는 34명
대상자의 최근 3개월의 잔업을 포함한 하루 평
(16.8%)이었다. 이는 국내의 연구에서 일반적
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이었고, 최근 3개월의
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조직 내 위험요인으로
잔업을 포함한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0.2시
간주되는 간호사 직군과 대등한 수준이다.
간이었다. 최근 3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한 횟 수는 월 1주 이하가 26.7%, 월 2~3주가 18.4%,
AUDIT-K 13점 이상의 고위험 음주자는 52
매주가 11.3% 이었으며,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명(27.8%)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일반 인구집
1주일 이상 주 52시간을 초과한 인원이 전체의
단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높은 니
과반수를 넘었다(56.5%).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코틴 의존정도는 남성 34.5%, 여성 9.5%로 남
(*) <연속적 노동자의 건강검진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 2020, 전국영화산업노조 본 보고서 원문은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터 19
성 노동자군에서 높은 니코틴 의존자의 비율이
대기업 1,534명 근로자들의 11.4%에 비해서도
2013년 일반 인구집단 남성 흡연자(27.6%)에 비
전체 불면 증상율이 높게 나타났다.
해 높게 나타났다. GAD-7 5점 이상의 불안증상 자는 86명(42.2%)였다. 2014년 지역사회 심리조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문진 기준의 소화
사결과 가장 높았던 안산지역의 수치(23.9%)와
불량증은 전체 설문대상자 중 28명(15.1%)에
비교해도 18% 가까이 더 높았으며, 전 지역의 불
달했다. 이들 가운데 특수검진 야간작업 해당
안 증상자율에 비해서도 명백히 높았다.
자는 17명(20.5%)였으며, 특수검진 야간작업 비 해당자는 11명(10.8%)였다. 이는 2017년 야
CES-D 21점 이상의 우울증상자는 38명
간작업 특수건강검진 대상자의 동일 문진 결과
(18.6%)이었다. 이는 2014년 지역사회 심리
인 0.3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조사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의 지역사회 특
신체 한 부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
성이 반영되어 가장 높게 측정된 안산지역의
증상자(NIOSH 기준4)는 55명(26.9%)이었다.
우울 증상율 수치(11.8%)보다도 높다. ISI 15
이는 2019년 금속노조 경남 근골격계 유해요
점 이상의 불면 증상자는 25명(15.1%) 이었는
인 지역조사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질
데, 지역사회 일반 인구집단 연구 결과 수치가
환 고위험 업종으로 알려진 모 자동차부품업체
6.9%~11.8%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더 높았으
(21.4%), 모 전자조립업체(18.3%) 및 모 조선업
며, 특히 평균연령 33.7세의 젊은 나이대를 고
체(15.4%) 보다도 높은 수치다.
려하면 그 정도는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또 60%가량에서 4조 3교대 교대 작업을 하는 모
<표 1. 영화업무 중 건강검진 횟수>
20
노동자가 만드는
3. 영화스태프의 건강검진 수검상태와 검진 누락의 원인
화스태프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선결조건 이다.
대상자들은 평균적으로 8.6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 연간 검진횟수는 1인당 0.12회 로, 백분율 수검율로 변환하면 건강검진 수검
4.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 건강 검진 정상화를 위한 제언
율이 연간 12%정도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표
근로감독관은 직장건강진단 시행 여부를
1). 2018년 국가 일반건강검진 수검율인 76.9%
알아보기 위해서 일반적으로는 사업장의 검진
에 비교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대상자 안내유무를 확인한다. 하지만 반복적 단기계약이 지속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공단 송
공단 직장건강검진과 특수 건강검진에 대
부 검진대상자와 현 근로자가 일치하지 않으므
해 제작사로부터 안내나 정보를 받은 적이 있
로 제작사에서 공지할 필요도 없으며, 공지 의
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공단 직장검진에서는
무도 무의미하게 된다.
82.4%, 특수건강검진에서는 95.4%가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건강검진 미 수검의
(1)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유로는 국가 직장건강검진(공단 직장건강검
는 단속적 근로 업종에 대한 보건관리 제도를
진 및 노동부 특수건강검진)과 공단 지역 건강
정비해야 한다. 신규입사자를 반드시 현재 건강
검진 모두 ‘직장에서 안내해주지 않아서’가 가
검진 운영세칙에 있는 검진대상자로 추가신청
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할 것을 사업자의 의무로 삼고, 이를 산업안전 보건법 제175조의 건강검진 미실시 여부 판단
영화스태프의 건강검진 수검율이 낮은 이
시 점검항목으로 하여 단속적 근로자들이 정상
유로는, 대부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적으로 실제 근무사업장의 직장건강검진 대상
1년에 2회 정도의 단기간 계약이 지속되다 보
자로 등록 추가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니 사업장에서 직장검진 자체를 시행하지 않 아 왔다는 점이 크다. 더불어 직장검진 대상자
제작사에서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괄
로 고지받지 못하는 상황 역시 영향을 주고 있
적으로 신규 계약자들을 검진대상자로 변경 및
었다.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의 당해년도 지역
추가신청을 하고 이를 공지하면, 기본적인 사
또는 직장검진 대상자 등록을 위한 시간 기준
업장건강검진의 사업주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에 포함되지 않는 반복적인 보험가입 변동이
판단하도록 하며, 이후 개별적 또는 사업장단
있어, 이들은 제도적으로도 검진대상자 등록의
위로 검진이 진행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상자
다. 현재는 건강검진운영세칙의 검진대상자 변
의 45%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야간작업 특수
경 미신청에 대한 법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
건강검진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사업장과 관련
기에, 단속적 업종 근로자의 건강검진 미실시
부처에서 정하는 특수검진 대상에서 빠져있다.
와 미공지에 대한 사업주 의무 위반 판단은 법
이러한 영화 스태프의 낮은 건강검진 수검율은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영
건강보험 가입자로서의 건강권의 형평성 문제
화 스태프의 경우 설문결과와 같이 야간작업이
와 더불어, 본 연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건강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에 대한 관리나
위험 상황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
야간작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건강 보
단된다. 그러므로 건강보험 가입자로서의 기본
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권리인 건강검진 수검을 정상화하는 것이, 영
일터 21
따라서 영화스태프의 야간작업에 대한 특
산업안전과 재해보상 조치> 조항 중 영화제작
수건강검진을 정상화하고, 제도적 지원을 해야
노동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건강진단 실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에 따르면, 정부
시 및 안내 의무 조항을 넣어, 영화업자들이 본
는 작업환경측정과 근로자 건강진단에 대해서
인들의 의무를 인지하도록 하고, 영화제작 노
비용지원을 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 고시에 건
동자들의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침해되지
강진단 지원 대상 역시 명시되어있다. 특수건
않도록 할 수 있다.
강진단 지원은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 동자들과, 일용직으로 단속적 계약이 지속되어
(4)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건강검진과
검진수검이 어려우나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
관련된 지원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건강진단
에 노출이 심한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제도 자체와 그 의의에 대한 설명 및 홍보가 필
영화산업 노동자도 대표적인 단속적 계약 노동
요하다. 초반에 건강진단 제도가 자리 잡을 때
자로 건강검진 수검율이 매우 낮고 본 연구에
까지 검진대상자 변경신청을 안내하고 지원하
서 볼 수 있듯 다양한 건강위험 상태에 있다. 게
는 업무를 시행하거나, 2차 검진 비용지원, 건
다가 과반수에 가까운 인력이 산업안전보건법
강진단 실시율이 높은 영화업자에 대해 우대
상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해당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은 취약집단의 특수건강 진단 지원 조건에 적합하니, 산업안전보건공단
(5) 마지막으로, 영화노동자들뿐 아니라 상
의 ‘건강디딤돌 사업’ 추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
당수의 단기간, 프로젝트 기반의 고용계약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맺는 노동자들이 건강진단과 그에 따른 사후 관리에서 누락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
(2)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스 부문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되고, 서비스 부
의 보완 역시 필요하다. 법률 제3조의6에 ‘안
문 일자리가 주로 저 숙련, 비정규직 위주로 확
전사고로부터의 보호’가 규정되어 있고, 영화
장되면서, 전통적 산업사회와는 전혀 다른 고
진흥위원회는 이 법률에 근거하여 영화촬영현
용 형태 및 일의 형태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화
장에 응급차와 구조인력을 제공하는 ‘영화현장
산업에서 노동자 건강보험 가입이 전면화 된
응급의료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 5년이 넘도록 여전히 5명 중 1명도 건강진단
그러나 해당 법률은 이번 연구 주제인 건강진
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사업장’과
단과 같이 직업병 예방이나 건강 증진을 위한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직장
기본적인 활동에 관한 영화업자의 책임이나 국
가입 자체의 문제를 대변하는 장면이다. 코로
가의 지원은 적절하게 부여하지 못한다. 따라
나 이후 전 국민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체제 전
서 해당 조문을 개정하여, 영화업자에게 안전
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가장
사고뿐 아니라 질병 등 폭넓은 업무상재해 예
가입율이 높고 규모가 큰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방 활동 의무를 부여하고, 나아가 건강증진 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활발하지 않다. 주로 논
동의 의무까지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되고 있는 보장률 향상도 중요한 과제이지 만, 이제는 모호해진 고용관계 때문에 국가검
(3) 더불어 영화산업근로표준계약서도 개정
진대상에서 누락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
해야 한다. 영화산업근로표준계약서는 2010년
실을 직시하고, 사업장 기반의 직장 가입 체제
시작하여 현재 영화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
를 넘어서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는 표준적인 근로계약서이다. 계약서 <제12조
22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 번역: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일본정부가 과로사 및 과로를 방지하기 위
사 산재 인정 판단 기준인 1개월 내 초과 근로
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최초의 법, ‘과로
시간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로 인한 사망 및 상해 방지 조치 추진 법령’이
휴일에도 출근하면서 A씨는 가족에게 ‘나는 과
2014년에 통과되었다. 최신판 과로사 백서에
로야. 이 회사는 비정상적이야. 무슨 일이 있으
따르면, 2019년 정부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
면 고소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 사망자 86명을 산업재해자로 승인했다. 또 한 정부는 88건의 자살 또는 자살미수(과로자
하지만 사측은, 조사를 담당한 노동기준사
살)가 업무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고
무소에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뇌출혈
인정했다.
은 고혈압 및 나이와 같은 고인의 기저 상태에 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업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직금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의 보상은
50만엔을 지급했을 뿐,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상실한 미래소득의 일부만을 보전할 뿐이며,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마키(Hanamaki) 노
피해자 가족이 산재 보상을 받더라도 전 고용
동기준사무소는 회사가 보관한 고인의 작업일
주는 사건이 법원에 제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
정표와 일일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인이 사망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할 법적
전 2개월 동안 과중한 업무부하와 스트레스를
의무가 없다. 게다가 제소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받고 있었기에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간주되
법원은 종종 여러 이유를 들어 전 고용주에게
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무죄를 선고한다. 이후 유가족은 과로사 피해자 가족을 돕는 2011년, 산세이(Sansei/역자주–일본 이와
도쿄의 노동 NGO인 POSSE의 지원 하에 회사
테현 오슈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 회사) 에
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약 6천 500만엔의 손해
서 일하던 노동자A씨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포함된
사망했다. 영업 기술부서의 관리자로 출장이나
이유는 회사가 이미 2012년에 해산 신청을 하
팀원 평가 등 업무에 쫓기던 A씨는 사망 전 1개
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
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85시간 48분, 2개월내
상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초과 근로시간이 111시간 9분으로, 국가의 과로 (*) 이 글은 Posse의 대표 하루키 콘노(Haruki Konno)가 일본어로 쓴 기사의 영어 요약/번역본을 다시 한역한 것입니다.
일터 23
른 직원들에게 고인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했 고,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고인의 업무 를 보다 효율화 노력했으며”, “초과근무시간 을 사망 2개월 전 111시간 9분에서 사망 1개월 전 85시간 48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사회 구 성원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기각했다. 판사 는 회사가 고인의 작업량을 과로사 기준 이하 로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시도했다고 주장한 조치가 무엇 이든 실제로 구현된 것은 없다. 고용주의 의무 가 단지 과로를 줄이려는 시도뿐이라면, 고용 주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일을 시킨 뒤 나중 ▲출처: pixabay
에 실제로 실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조치를 열거하며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얼마
법정에서 회사는 고인이 고혈압과 “건강에
든지 주장할 수 있다.
해로운 식사”와 같은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사 망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설사 과로가 있
뿐만 아니라, 법원은 설령 유가족이 회사로
었더라도, 다른 직원이 고인이 맡았던 업무를
부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수행하게 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고려함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액의 70%를
으로써,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로사가 발
장했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이사회 구성원은
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 역할
고인의 과로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책임을
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준다. 사법 제도가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 는지 살펴보면 몹시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가 제출한 작업일정표에, 고인이 실제로 과로사 기준보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과로사 사건은 법정
더 오래 일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있어 이사
에 제소조차 되지 않는다. 2019년 사업장 산업
회가 고인의 과로를 이미 인지하고(혹은 인지
재해 보상 신청 건수는 936건이었지만, 정부
할 가능성이)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
가 업무 관련성을 승인한 건 216건(사망 86건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은 공장 관리자로서 고인
포함)에 불과했다(승인률 23%). 피해자 가족이
이 일했던 곳의 바로 옆방에서 일을 했고, 때로
과로나 괴롭힘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하지 못
는 같은 업무를 하기도 했다.
하거나,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이 드러나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 법원은 회사는 사망
지 못하고 묻힌다. 과로사 피해자 가족이 정의
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그로
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과로를 강요
부터 제외된다고 판정내렸다. 이는 회사가 이
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더 엄격한 조
미 해산되었으므로 유가족은 보상을 받지 못한
치가 필요하다.
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원은 공장 관리자가 “다
24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담장 너머로 높다란 국회 본관 입구에 자리한 농성장 천막이 보인다. 차디찬 바닥을 견디고 날카로운 한겨울 바람에 맞서 며, 사람을 살리기 위한 투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냈다. 출처: 호나라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타투나 문신 하면, 힙합 뮤지션들이 TV에 나
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과 국회 법안 발의가 있
와 랩 경연을 할 때 그들의 몸 곳곳에 있는 모자
었지만 아직까지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
이크 처리된 문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청자
다. 일본의 경우 작년 9월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
들은 방송에서 가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가 문신 행위를 해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
있는데도, 굳이 방송은 몸에 그려진 그 많은 그
나 무죄 선고를 받아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
림을 가리려 한다. 그럼에도 문신을 하는 소비자
로 일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제 한국은 문
는 생각보다 많은데, 타투를 경험한 한국 국민은
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타투라는 예술 행위 타투이스트들은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린다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타투라는 행위
는 행위가 직업의 특성이지만 이들이 떨쳐낼 수
를 업으로 삼는다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없는 또 하나가 바로 법을 위반하는 노동이라는
타투가 예술행위인지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분
것이다. 보이지만 가리려 하는 것, 타투를 업으
분한 의견들, 평생 몸에 남을 그림을 그린다는
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타투
것의 무게, 법이 인정하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을 지난 12월 22일,
요소다. 김 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이
경복궁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만나보았다.
스트가 내리는 결정에도 변화가 있다고 한다.
의료법 제 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
“저는 원래 디자인 일을 하다가 타투이스트
의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다. 1992년 대법원은
가 되기로 결정하고서 한동안 다른 일도 같
문신을 “의료행위” 판단했고, 갈수록 타투를 편
이 했어요. 그러다 자리를 잡았을 때 전업으
안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여전
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법이 허용하지 않
히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문신작업은 법에 저
는 일이니까요.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촉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문신업을 법
고민을 덜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이고 보
26
노동자가 만드는
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
해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잘못된 곳에 힘
죠. 타투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말
을 주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이 안 되는 것인지 인지하고 있어요. 염두에 두긴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것 같아요. 많이
바늘 같은 경우, 타투유니온지회에서 녹색
알아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결론 내리고
병원과 건강실태조사를 했어요. 바늘에 얼
결정하는 것 같아요.
마나 많이 찔리는지 물었더니 심한 사람은 1년에 25번 찔린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사
처음에 타투를 배울 때는 잘 하는 사람에게
람의 살을 뚫고 들어갔던 바늘이 내 피부에
가서 작업을 받으면서 배우기도 하는데요.
찔리면 위험할 수 있죠. 그건 습관과 교육을
인조 피부에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피
통해서 스스로 방지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부에 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사람 살에
실제로 바늘 때문에 감염 확진 받은 사례는
얼마나 많이 해보는가가 중요한 거라서, 친
없지만, 그래도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서 더
구들한테 해보기도 합니다. 타투가 예술인
조심해야 하는 거죠. 지회에서 바늘에 찔렸
가 아닌가 말들 하지만, 예술인지는 보는 사
을 때는 꼭 병원에 가도록 하는 내용을 교육
람이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술
과정에도 넣었습니다.”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타투를 배우고 작업했을 때 매체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무엇이든 감정노동
가 달라진 것이지 새로운 행위를 하는 건 아
을 동반한다. 특히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일
니라고 느꼈어요. 또 타투이스트에게는 직
이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때
업 윤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긍정적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고, 특히
이지 않은 인식을 만드는 데 이 업종에 종사
경력이 짧은 타투이스트들에게 고객의 고발은
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영향을 끼친 면도 있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에게 는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직업 윤리가 있어
“감정노동은 모든 서비스 업종에 벗어날 수
요. 그런 높은 기준은 작업을 하면서 갖게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저는 타투이스트
됩니다.”
14년째인데 감정노동 벗어나려고 계속 노 력했어요.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문신은 전신을 써서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
행복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
리는 작업이다. 손, 손가락, 손목, 목, 허리를 많
지만 그런 일을 겪는 타투이스트도 많죠. 타
이 써서 오는 근골격계질환과, 잉크와 바늘을
투유니온지회 만든 이후에, 고객과의 분쟁
써서 일하며 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나 법률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 중재하고 법률 상담하는 업무가 초반부터 가을까지
“저희는 계속 몸을 숙여 작업하기 때문에
지회 업무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많
등, 목, 척추 질환이 많아요. 손목터널증후
았어요. 물론 쌍방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
군이나 손가락 염좌는 누구나 겪는 질환이
희가 법제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 크게
고요. 또 아무리 오래 해도 떠나지 않는 게
데미지를 입는거죠.”
긴장감이에요. 누군가의 몸에 평생 가는 그 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작
“예를 들어서, 그림 작업 서비스가 맘에 들
업을 하면 예상하지 못 한 곳, 타투 작업을 3
지 않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유독
시간 하고났는데 무릎에 문제가 생기기도
타투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 일터 27
객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갑자
자영업자와 노동조합을 바로 연결하는 것이 쉽
기 형사고소로 협박을 해요. 손님이 협박하
지는 않은데, 타투이스트들의 법적 지위를 바
고 갈취한 거지만 저희가 전과자가 되어버
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한 이유는
리는 거예요. 그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
무엇이었을까.
한 소비자랑 협상을 하려고 해요.” “헌법상 타투이스트가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법에 있지만 반투명한 존재 ‘타투이스트’
높은 지위가 노동자입니다. 가장 강한 조직
현재 한국에서 산업 분류에는 문신업이 존
들과 연대해서 싸울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
재하고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도 가능하다.
이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노동조합이라면
하지만 그럴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활동에 필요한 지혜와 노하우를 모을 수 있
모순이 있을까 싶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로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섬노조에 있는 저
지금까지 타투이스트는 반투명한 존재로 남게
희 타투유니온, 시민사회단체 등 총 55개
되었다.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공 대위 활동 하면서 문체위, 산자위, 보건복지
“저희는 직업 코드가 있어요.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유망 직업이라고 선정하기 도 했고요. 문신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 다. 저희를 정의하는 행정부터 법률 등 열 가지 혹은 스무 가지 사회적 인식까지 다 놓 고 보면, 저희를 범죄화시키는 것은 92년 판례 하나밖에 안 남아있습니다. 만일 문신 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 신고를 하 면, 불법행위로 잡힐 수 있습니다. 영리 목 적의 불법 의료행위는, 보건범죄 단속에 대 한 특별법에 의거하면 최저 2년 징역형에 처해요. 지금 법이 뒤죽박죽 꼬여서 92년 판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돌아가는데도, 그 판례를 이용해서 누군가가 신고할 수 있는 거예요.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 금을 올바로 낼 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타투유니온 만들자마자 내세운 것이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예요. 거기 동의하는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거고요. 빨리 제 도권 안으로 넣어서 납세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 ‘노동자’라는 지위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 사업이나 사업장에 고용되기보다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더 많다. 28
노동자가 만드는
위 국회의원들을 만나 대담을 할 수 있게 되 었어요. 이게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타투유니온지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노동법률단체로 구성된 ‘타투 할 자유 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타투이스트 들이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의사들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 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표현·예술의 자 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11월 초에 두 가지를 냈습니다. 하나는 ‘헌 마’, 또 하나는 ‘헌바’로요. ‘헌마’는 법적인 문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사람, 개인의 기본권을 구속한다는 내용이에요. 자격요건은 이 일 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람이라서, 노조 에서 1년 미만인 8명이 자원해서 헌법소원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헌바’ 소송이 고 지금 준비 중인데요. 이 소송은 이 판례 나 법조항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받고 있다 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9월 이 재판에서 이기면서 타투가 비범죄화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마침 제가 전태일 열사 사 망 50주기 행사 때 전태일 평전 낭독했다는 기사가 많이 났고, 그 후 신고 당해서 제가
▲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색색의 작업용 잉크와 그가 좋아하는 그림 액자가 걸려있는 김 지회장의 스튜디오 모습. 출처: 한노보연
당사자가 되었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주지 않는 길을 타투이스트들 스스로 만들어가 는 것이다.
지금까지 타투인협회 등 타투이스트들이 문신업을 인정받기 위해 법제화를 시도한 적이
“해외에서는 일반직업화 되어도 해결하기
여러 번 있었다. 최근 일본에서도 타투이스트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고요. 자영업자인지
들이 ‘무죄’ 선고로 인정받게 되면서 한국에도
예술가인지 등은 세금 문제와 연관되어 있
법제화의 시기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
습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야 할 것들은
다.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기대가
더 많아질 거예요. 예술인 고용보험을 통해
된다.
보장받으려면 예술인 지위를 받아야 하는 데, 모이지 않으면 잘 이뤄지기 어렵죠. 이
타투가 예술로 인정받는 미래
런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많이 해결
타투유니온지회에서는 위생 및 감염관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직업화를 이루
이드를 제작해 조합원들에게 배포 중이다. 이
기 전에 많이 해놓을 겁니다. 고용보험, 표
들에게 먼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감염, 위생
준계약서같은 부분에서 노동 문제가 계속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지회에서 직접 건강검
발생할거거든요. 세무교육, 위생교육, 법무
진을 실시한다. 무리 지었으니 서로 돌보는 일
교육, 노동교육까지 진행하고 있고요. 그 뒤
을 하려한다는 것이 김 지회장의 말이다. 거기
에는 일반직업화가가 과제로 남을텐데, 정
에 더해 조합원들에게 노동시간을 산정하는 법
말 어려운 일이예요.”
도 안내하고 있다.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노 동시간에 대해, 지회에서 지침을 제시하는 것
직업, 노동에는 이미 많은 이슈와 어려움이
이다. 이 일은 타투이스트가 일반 직업인이 되
따르는데 거기에 더해 일 때문에 단속될 수 있
었을 때도 과도한 노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필
다면 누구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 타투이스트
수적인 일이다. 이런 이유로 표준계약서를 미
들이 시도한 여러 번의 두드림이 곧 결과를 낼
리 만들고 있다고 한다. 법이라는 그림이 보여
것 같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 르겠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철도산업 민영화가 양산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한 투쟁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이진호 대의원, 구명완 조사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서울역 매표소 한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가는 셔틀버스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같은 일을
약속을 지켜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곳
하면서도 소속에 따라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가
은 코레일 용역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지부의
다르다. 임금이 절반 이상 차이난다. ‘동일노동
비정규직 농성장이다. 작년 11월 11일에 시작한
동일임금’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파업은 벌써 두 달을 넘겼고, 농성장을 차린지
더구나 2018년 공공기관 정규직 임금의 80%
도 한 달이 넘었다(1월 11일 기준). 1월 9일부터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약속, 2019년 시중노임단
는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시작되었다. 코로나19
가 100%를 적용한다는 노사합의가 있었음에도
시국에도 공공장소에 농성장을 차릴 수밖에 없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었던 이유를 알아보고, 파업 장기화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12월 21일 오전 코레일네트웍
이진호 현재 광역철도 131개, 여객철도 11개
스지부 이진호 대의원과 구명완 조사부장을 만
역을 철도공사에서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
나 들어보았다.
어요.
지켜지지 않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구명완 여객철도(승차권 발권업무)의 경우
2013년 7월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골자로 한
수도권 역은 거의 코레일네트웍스가 하고
박근혜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발표된 후,
있습니다. 여객철도로 예를 들면 천안역 매
민간위탁과 함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코레
표는 코레일네트웍스가 하지만 그 위 평택
일관광개발, 코레일테크, 코레일유통, 코레일로
역은 모회사인 철도공사가 하고 있습니다.
지스가 만들어졌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역무(여
광역철도 같은 경우는 의정부역은 철도공사
객철도, 광역철도), 철도고객센터, 역 내 주차관
가 맡고 있는데, 그 옆 가능역은 코레일네트
리, 열차를 이용한 특송, 광명역 도심공항터미
웍스가 같은 업무를 하고 있죠.
널(체크인, 공항리무진), 광명역과 사당역을 오
30
노동자가 만드는
이진호 이렇게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코레일네트웍스 1인 근무 역사, 22곳이나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직원(정규직)의 임금
2017년,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하철 역사 안
은 철도공사 직원 평균임금의 60%가 조금
전감찰 결과, 현장조치행동지침에 적힌 것보다
넘고, 현장 직원(무기계약직 등)은 철도공
실제로는 적은 인력이 일하고 있어 사고 발생
사 직원 평균임금 45% 수준입니다. 철도공
시 현장대응 인력을 부족 지적한 바 있다. 그래
사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1인당 3백만
도 철도공사의 경우는, 인원이 평균 15~20명은
원이 훨씬 넘는 1,800여 명의 비용을 사업
된다.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의 담당 역 중에서
비로 받습니다. 엄청난 금액으로 코레일네
는 무려 22곳이 1인 근무체제다. 이 역들은 노동
트웍스를 운영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저
자, 고객 모두에게 더 위험하다. 이처럼 불평등
희가 받는 임금은 1인당 170여 만 원으로 최
은 임금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나타난다며 이진
저임금이거든요. 각 역사의 기본적인 시설
호 대의원은 말을 이었다.
관리는 철도공사에서 하기 때문에 큰 금액 이 들어가지 않고, 본사 월세는 6천만 원, 관 리비는 몇 백만 원 정도 들어갈 거예요. 본사 운영비와 몇몇 고위 직급의 인건비 지출이 많은 걸로 알아요. 구명완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1,800여 명 중 본사직원 120여 명만 정규직이고, 나머 지는 무기계약직·기간제·촉탁직으로 본사 와 현장 간에도 임금차이가 많이 나요. 파업 하는 이유 중 두 가지는 생활임금과 근속급 제 도입이거든요. 2018년 노사정협의체에서 철도공사 직원 임금의 80%까지 약속했고, 2019년 파업을 통해 시중노임단가의 100% 를 쟁취했어요. 그런데 시중노임단가 100% 를 모두 인건비로 반영하려고 하니 코레일 네트웍스가 기타공공기관에 속하기 때문에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공기업 임금인상률 최대 4.3%로 제한)에 따라서 임금인상률이 4.3%(2020년 기준)를 넘으면 안 된다고 안 주는 거예요. 이진호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 4.3%는 연 봉을 6~7천만 원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일 반 국민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해진 요 율 이상으로는 임금 인상을 하지 말라는 지 침이거든요. 우리처럼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두고 정한 게 아니고요.
이 진호 원청으로부터의 부당한 업무지시 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줄 이기 위해, 원래 철도공사의 직원은 코레일 네트웍스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없 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본사에 있는 통합관 리역에서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들이 근무하 는 역을 관리해야 하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는 코레일네트웍스 담당 역의 역무원 수는 적은데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 점검해야할 건 많으니, 철도공사 직원이 근무하는 공덕 역과 용산역의 관리 및 지시까지 받습니다. 심지어 직원 중 한 명이 연·병가를 사용하게 되면 대체 근무자가 들어오는데 그 대체 근 무자의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이 넘으면 안 되니, 나머지 직원이 하루 3~4시간은 혼자 근무를 해요. 안전을 위한다면 충원을 해 줘 야 하는데, 1인 역사도 많아요. 그런데도 안 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현장 직원이 져 요. 위에서는 이것이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아닙니다. 구명완 2018년 중앙선에 원덕역이라고 있는 데 1인 역사에요. 거기서 저희 조합원 한 분 이 근무하시다가 쓰러지셨어요. 동료가 있 었다면 즉시 조치하여 골든타임에 조치를 했을 텐데 혼자 근무하다보니 안타까운 사 고를 당하셨죠. 결국 지나가던 고객이 발견
일터 31
해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 운명을
며, 직원이 업무 중에 심신이 얼마나 다쳤느
달리하셨어요. 그런데도 안전인력을 충원하
냐가 아니라 분란을 일으켰느냐가 먼저인
지 않고 있어요. 올해에도 수인선 3단계가 개
거예요.
통을 했는데 그곳에도 1인 역사가 있거든요. 구명완 이런 일도 있었어요. 녹천역에서는 또한, 인원이 부족하니 아파도 병가를 못 쓰
신원미상의 남자가 철길에 들어와 전동열차
고, 연가도 쓸 수 없습니다. 연·병가를 쓰려
에 치었던 사상사고가 있었어요. 시신을 플
면 대체근무를 해달라고 직접 다른 동료한
랫폼으로 끌어올리니 승강장에 피가 흥건
테 부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인력이 위
히 묻어있었죠. 청소노동자가 출근 전이어
탁계약에 반영되어있지 않습니다.
서 저희 조합원이 처음부터 다 목격하고 피 도 치웠습니다. 병원 가서 약은 처방받았지
100% 대민업무,
만 야간근무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못했어
업무상 스트레스로 부터의 보호의무는 방기
요. 약을 먹고 자면 첫차시간에 못 일어날까
인력부족 이외에 본사 직원을 제외한 현장
봐 못 먹었던 거예요. 회사는 그거에 대해서
직원 모두가 대민업무라고 하셨는데 고객을 상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그냥 모르쇠로
대할 때 겪게 되는 감정노동이나 직무스트레스
일관했어요.
에 대한 대응매뉴얼이나 지원은 있을까? 민영화가 야기한 비정규직, 구명완 2018년 10월 산안법이 개정되면서
철폐투쟁으로 사회불평등 해결해야
고용노동부령에 따라 매뉴얼 보완 등 여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
가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2019년 조합
계가 격상되면서 대면 자체가 어려워 파업투쟁
이 주체가 되어서 진행했어요. 악성고객이
을 이어가는 데 있어 어려울 것 같았다. 파업이
오면 회피하고 피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조합원의 호응이나 조직
작 기존에 회사가 만든 매뉴얼로는 그러지
력은 어떤지,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
못했거든요. 회사에는 자문을 받을 노무법
쭤봤다.
인, 법무법인이 있지만 저희가 요구하기 전 에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 먼저 알아서 처
구 명완 저희 회사 현업 종사자가 1,700
리하는 경우가 없어요.
여 명 있고, 이중 조합원은 코레일네트웍 스지부 1,000여명, 철도고객센터지부가
올해 9월 6일 일요일 아침 구일역에 화재사
170~180여명으로 대략 1,200여 명이에요.
고가 났거든요. 그것을 진화했던 조합원이
작년 파업으로 우리가 얻어왔던 성과물을
계셨고, 연기를 흡입하신 분이 총 다섯 분 계
올해 임금에 전부 반영하지 못하니까 조합
셨어요. 철도공사에서는 서부본부장과 안전
원 모두 다 같이 분노하고 있고 많은 부분에
처에서 바로 나와 확인하는데, 우리 본사는
서 공감하고, 아직까지 복귀자는 거의 없어
일이 다 끝나고 그곳을 방문했다고 하네요.
요. 작년 파업 때도 같이 동참했던 분들이거 든요.
이진호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고객과 문제
32
가 발생하면 도끼눈을 하고 내려왔어요. 왜
이진호 결국 기승전 비정규직이에요. 하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만드냐
고 하면 되게 할 이유도 많을 거라고 보거
노동자가 만드는
▲ 인터뷰 당시 사진. 왼쪽부터 정경희 선전위원, 이진호 대의원, 구명완 조사부장
든요. 생활임금 요구는 살자고 하는 것인데,
직원(정규직)만 감염병으로부터 먼저 보호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얘기
하겠다는 발상이 참 답답하죠.
를 몇 번 들었어요. 그게 가장 마음 아파요. 1100만의 비정규직을 만들고 파생되는 문제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기본 권
는 모두 외면하고 출산장려, 청년지원, 기본
리잖아요. 기재부 지침으로 안전근로협의체
소득 등의 정책을 펼치려는 이중성. 하지만
를 2019년 3분기부터 하고 있는데, 너무 형
1,100만 비정규직이 뭉치면 바꿀 수 있겠다
식적이고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모회사 산
는 느낌이 들어요. 파업의 결론이 어떻게 나
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야만 문
든지 비정규직의 투쟁은 계속 돼야 근본적
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고 노동자, 고객의
인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안전이 지켜지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비정규직이라고 차별 말고,
엊그제 조합밴드에 어떤 조합원이 그런 글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되어야
을 올리셨어요. “우리는 거대한 바위에 드디
구명완 최근 본사 건물에 있는 보험사 고객
어 계란을 던졌다고.” 그 말씀이 너무 가슴
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에 와 닿더라고요.
있었어요. 역학조사관이 나와 조사하기 전 까지 본사 직원(정규직)은 모두 출근하지 않
이들의 당면한 과제는 최저임금을 벗어난
기로 했대요. 그런데 본사 안쪽에 주차관제
생활임금 및 근속급제 쟁취, 고용보장 합의이
실이 있는데 여기서 일하는 분(무기계약직,
행, 안전인력충원이다. 문제의 출발은 철도민영
기간제)들에 대해서는 재택근무 결정이 늦
화로 양산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1,100만명
는 거예요. 그 분들도 똑같이 출근 안 할 것
의 함성이 보다 안정되고 평등한 세상으로 변화
을 밤 9시까지 항의해서 결정되었어요. 본사
시킬 수 있으리라. 앞으로 비정규노동자 투쟁에 연대와 관심을 더욱 공고히 가져가길 바란다.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가 밀리면 현장이 무너진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오동영 부지회장 인터뷰
다연 상임활동가
“우리가 밀리면 현장이 무너진다”, 이 말을 마음에 꾹 눌러담고 고군분투하는 민주노총 금 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이하 ’한타지회‘)의 오동 영 동지를 만났다. 오동영 동지의 현재 메신저 사진에서도 앞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 밑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자‘라 는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밀리면 현장이 무너 진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현장이 무너지지 않게, 그래서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죽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지지 않으 려고 먹어야 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로 단단해야 하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이, 도리어 이들 이 매번 마음을 다잡고 또 잡아야 하는 순간들을 얼마나 많이 맞이할 수 밖에 없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한타지회의 노안활동가들은 현장 노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의 시간과 돈 과 몸과 마음, 삶을 노안활동과 투쟁에 쓴다. 서 글서글한 웃음 아래 깊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오동영 동지는 그러한 현장 노안활동가이자, 조 합의 부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다.
34
노동자가 만드는
▲ 2020년 12월 22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중 대재해 특별근로감독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 당시 발언 중인 오동 영 부지회장 출처: 한국타이어지회
소수노조 설립과 함께 시작한
던 그는 12월 5일에 사망했다. 하지만 산업안전
노동안전보건 활동
보건법에 따르면, 이 사고는 ‘중대재해’가 아니
5,000여명의 노동자 대부분이 한국노총인
었다. 72시간 내에 사망한 경우가 아니어서. 하
1노조에 속해 있는 공장에서, 치열한 과정을 거
지만, 한타지회에서는 노동부가 사실상 그 사
쳐 30명 남짓의 조합원이 한타지회를 설립해냈
고를 중대재해에 준하는 대형사고로 인정하고,
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오동영 동지는 지회를 확
특별근로감독(이하 ‘특감’)을 실시하게 만들
장해나가기 위해서는 노동안전분야에서의 활
어‘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이 중요하니, 이를 맡아달라는 지회의 권유 로 노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7년도에도 금산공장에서(한국타이어 공장은 금산과 대전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
“처음에 노안 활동이 지회에서 중요하게 부
망사고가 일어났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현
각된 이유는, 지회가 바꿀 수 있는 여러 현
장의 노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변화시키기
장의 사안들 중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가장
위한 노사정 TFT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분야이기 때문
하지만 너무 형식적이었어요. 노사정 TFT
이었습니다. 소수 노조라도, 현장 노동환경
를 하는데도 산재는 계속 증가했고요. 이렇
을 변화시키도록 사측에 강제할 수 있는 힘
게 산재가 많이 발생하니 노동부에서 특별
을 법에 근거하여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
히 한타를 집중 관리하기 위해 정기 감독까
게 시작했는데, 노안 교육을 받으며 노안 활
지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
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
18일 사고가 바로 그 정기 감독 중에 난거
다. 한타지회 설립 이전에는, 다들 산재라
예요. 그래서 대전노동청장에게 항의를 했
는 건 모르고 일했어요. 그전에는 현장 노동
어요. 2017년 사망사고 이후 제대로 현장개
자들이 다치면 본인이 부주의한 탓으로 여
선이 안 된 상황에서 노동부가 작업중지를
겼으니까요. 다친 이가 오히려 죄인이 되고,
해제했고, 그 이후 진행한 내실없는 노사정
산재를 신청해보려는 시도는 외면당했습니
TFT와 정기 감독이 이 사고를 예방하지 못
다. 그래서 저희는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노
한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동자들의 산재처리를 진행하고, 제대로 치
이미 그 전부터, 일상적으로 현장의 산안법
료받고 복귀할 수 있게끔 하는 일들로 노안
위반 사항에 대해 고소고발과 진정을 많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산
해서 노동부도 한국타이어의 실상들을 많
재를 신청할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 알고 있는 상태였고요.”
점을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면 서 지회 인지도를 높여갔죠. 그러면서 점차
이런 대응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
노동자들의 몸에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 환
은 현장 노동자가 당면한 위험 요소들이 무엇
경들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고, 안전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에 관 한 노동자의 의견이 개선대책에 반영되게끔 하
중대재해 발생 현장에서의 변화 그렇게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왔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다. 작년 11월 18일, 안전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노동자가 기계에 협착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식불명의 상태였
는 일이다. 한타지회에서도 그 역할을 적극적 으로 하고자 했지만, 그 과정은 역시 순탄치 않 았다. 한타지회는 6개(시스템, 보건, 현장 4개 파트) 감독팀에 조합원을 각 1명씩 배정하여 노 동자가 감독 과정 전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
일터 35
장했다. 하지만 각 노조에서 최소 인원만(2명)
질문과 답변, 보고와 회의가 이루어졌다. 격려
감독에 참여시키려는 1노조의 시도 및 노동부
와 응원도 함께. 오동영 동지는 역량의 결합을
의 노동자 감독참여 분야 제한이 있었고, 논쟁
통해, 지회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이야
끝에 4개 현장감독에만 참여하는 것으로 조율
기했다.
됐다. 감독에 근로자대표 참여만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현행법 때문에, 감독방식에 관한 소
소수노조이지만 노동부, 사측과 함께 ‘공식
수노조의 의견은 제대로 충분히 반영이 안되는
적으로’ 현장의 안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노
문제가 한타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정TFT, 노사합동점검, 특감이라는 자리를 만
런 상황에서도 한타지회에서는 뚜렷한 소기의
들어 온 한타지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지난
성과들을 이뤄냈다.
하고 지난한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왔기에 가 능했다. 2017년 일어난 사망사고 때만 해도 상
“저희 마음에 완전하게 충족되는 만큼은 아
황이 달랐다. 당시에는 재해조사가 3일간 이루
니었지만, 현장의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어졌지만 한타 지회는 마지막 날, 그것도 조사
들춰내 노동부가 많은 설비에 사용중지를
가 아니라 유족 앞에서 사고를 재현하는 자리
내리게끔 했습니다. 이번 특감은 사측이 현
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사실상 한타 지회는 사
장 안전에 두는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게 된
고조사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이다. 과거의
계기이기도 했어요. 사측은 현장 안전에 더
한타지회와 현재의 한타지회의 사이에 놓인 이
많은 관심을 두고 안전운영팀을 증원시키
중대한 질적 성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겠다고 약속했고요. 사측에서 제안했으면 서도 차일피일 미뤄왔던 노사합동점검도
“지회에서 노안활동 하는 동지들이 지치지
특감 이후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저
않고 열심히, 끝까지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희는 그동안 축적되어 온 산재 자료를 바탕
투쟁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산재자들을 직
으로, 각 공정에 특화된 안전교육을 진행하
접 발굴해 이들이 거의 다 산재 승인을 받
라고 요구도 해 놓은 상황입니다. 사측 역
게 했고, 산안법에 기반해 현장의 위험·유해
시 그간 부실했던 안전교육을 바꾸어나가
요인들을 찾아 사측에 시정을 요구하고, 그
겠다고 했고요. 물론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
래도 바뀌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소·고
는, 앞으로 지속적인 사측과의 논의가 필요
발하며 소수노조인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
하겠지만요. 노동부로부터도 노사정 TFT에
서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지회의 동지들
쏟는 시간을 늘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에게 고마운 게, 저희는 이 노안활동을 위한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시간을 사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보장받고 있지 않아요. 다들 교대근무는 고스란히 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 뒤에는, 지회에 지역의
하면서 연차와 개인 시간을 들여 활동을 하
다양한 단위가 결합한 ‘특감대응팀’이 있었다.
고 있죠. 또한 한노보연, 금속노조 대전충북
이 팀에는 지회의 노안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지부의 노안부장인 이태진동지(연구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북/ 세종충남/대
회원이기도 하다) 등 지회 바깥에서도 적극
전 3개 운동본부가 결합한 충청운동본부와, 연
적으로 결합해주면서 저희가 꾸준히 노안
구소가 함께했다. 이렇게 지역 차원에서 구성
활동을 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된 특감대응팀 내에서는, 트라우마 대응을 포 함하여 특감 전체 과정에 관련하여 실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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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더 강력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 무너지면 현장이 다 무너진다.” 정말 실
그렇다면 이제 한타지회는 어떤 모습으로
제로 현장을 보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
변모해갈까. 오동영 동지는 이제 노안활동이
이 듭니다. 노안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몇몇 노안 간부들을 넘어, 지회 조합원들 전체
현장의 작업환경 개선은 전혀 없을테니 계
의 일이 되는 것이 앞으로 지회가 가야 할 방향
속해서 일하다 아프거나 죽는 사람이 생길
이라고 이야기했다.
거고, 산재 신청 시 사측이 어떻게 부당하게 대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산재신
“소수의 노안 간부들이 현장 문제점을 다 점
청도 못 하겠죠. 그러니 노동안전 부분이 버
검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티고 서야 합니다. 그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이번 특감 때 조합원들에게 자신이 경험하
있고,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노동자들은 마
고 있는 작업 환경의 문제점을 온라인 소통
음 놓고 그에 전념할 수 있어요.”
채널에 올려달라고 했지만, 많이 공유되지 는 않았어요. 앞으로는 지회차원에서 노동
“저는 더 나아가, 여건만 되면 지회 외부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조합원들도 자신의
다른 현장에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대한
노동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바꿔나갈 수 있
민국의 자본들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라
게끔 하고자 합니다. 그런 교육들이 바탕이
면 노동자의 목숨쯤은 너무 가볍게 생각합
된다면 안전보건진단이나 노사합동점검,
니다. 현장의 작업들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
노사정 TFT 등에서도 조합원들이 직접 참
주는 게 없어요. 이에 분노를 느낍니다. 하루
여할 수 있게 될 거고요. 이 사업은 단발성
빨리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
사업이 아니라 지회의 일상이 되어야 합니
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다. 한국타이어와 같이 많은 문제들이 해결 되어야 할 사업장에서는, 노안활동이 지회
오동영 동지로부터 그와 한타지회의 이야
의 다양한 사업들 중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
기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은 접속사
지하니까요.”
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바꿔내고 있는 사
많은 갈등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노
람과 사람들. 이 추진력을 부당한 현실에 대
안활동. 편안하기만 할 수 있는 삶의 방식들을
한 분노와, 현장의 노안활동이 무너지지 않도
제쳐두고, 이 자리를 계속해서 지켜내는 용기
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에서 받고 있다면, 그 분
는 어디서 나올까.
노와 책임감 아래에는 ‘나와 나(로 대표되는 가 족)’를 넘어, 수많은 ‘나는 아니지만 나와 같은
“지금도 한국타이어의 노동자들은 위험한
이들’로까지 확장된 세계를 품은 마음이 있다.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현장에서의 노안활동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
까지 사망사고도 많이 일어났고요. 그런데
받고 그 권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도 사측이나 1노조는 전혀 현장에 대해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의 삶을 지켜내기 위
신경을 안 씁니다. 이러한 현실을 그냥 두고
한 일이다. 모두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제게 깊이 자리 잡고
이 떼어 쓰는 사람들이 있는 한타지회를 응원
있어요. 또한 현장을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
한다.
다는 책임감도 있죠. 금속노조에서 노안교 육 받을 때, 그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노안
일터 37
<삼진토>가 그리는 90년대 여성노동자들 -삼진그룹영어토익반(2020)
문화로 읽는 노동
지안 상임활동가
2020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영
다룬다는 점에서 ‘여성 서사’로써 주목을 받았
어토익반>(이하 <삼진토>)는 삼진그룹이라
다. 그러나 영화는 이 서사 자체보다는 두 가지
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말단사원”인 여성 노
장치들을 통해서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
동자들을 다룬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이지
다. 첫 번째는 90년대 중반이라는 시대적 배경,
영은 생산3부 소속인데, 공장 점검을 나갔다
두 번째는 이 영웅서사의 주인공이 대기업의
가 소각 처리되지 않은 페놀이 주변 강에 그
분리직군제 속의 고졸사원으로 일하는 여성노
대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
동자들이라는 점이다.
단사원”인 이지영은 직입 시기로는 후배지만 고졸과 대졸의 분리직군제 내에서 먼저 대리
<삼진토>가 그리는 90년대의 얼굴들
가 된 최대리의 입을 빌려 이 사실을 부장에
영화의 주요 소재인 페놀 유출사건은 실제
게 보고한다. 하지만 삼진그룹은 페놀이 유출
있었던 1991년 두산그룹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
된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조작된 수질 검사
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사건을
기록을 통해 합의서를 받아 이 일을 무마한
소재로 활용할 뿐 그것을 고증하는 영화가 아
다. 그러나 검사 결과에 의구심을 가진 이지
니라는 점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연대와 집단적
영은 동료 “말단사원”들과 함께 우여곡절 끝
힘에 대한 서사를 쓰기 위해 왜 90년대를 빌려
에 페놀을 유출한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의 은
왔을까? 특히 감독이 주인공 이지영의 캐릭터
폐가 대표이사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를 2017년 노조 결성을 주도한 파리바게트지회
을 알리는데 성공한다.
임종린 지회장을 모델로 구성했다고 밝힌 인터 뷰를 보며 이 시대적 배경이라는 장치에 대한
요약하자면, 회사 내에서 가장 낮은 위치
호기심이 생겼다.
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뭉쳐 좌충우돌 끝 에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데 성공하는 과정 을 그린 영화다. <삼진토>는 그동안 주로 미 디어가 재현하지 않았던 90년대의 여성, 상 업고등학교 출신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38
노동자가 만드는
영화는 최근 다시 부흥하는 ‘추억소환’ 류의 90년대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극 중에서 고졸사원들이 모여 담당 부서원들의
▲ 사진 설명: 영화 속 주인공 3명이 출근시간에 맞춰 담당 부서 안 인물들의 믹스커피 비율 취향에 맞춰 커피를 타가는 모습이다.
취향에 맞춰 믹스커피를 타는 장면에서, 한국
권한과 행동양식,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사회가 줄곧 강제해온 전통적인 여성상에 국한
대우의 방식을 일반인과는 다르게 만든다. 영
되지 않는 인물이자 주류적인 시각에 도전적인
화에서 “고졸사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들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정유나
은, “일반사원”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붉은 투
(이솜)에게, 주인공 지영은 “x세대다, x세대”라
피스 유니폼을 입는다. 업무내용 역시, 주요
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서 커피를 젓고 있던 보
한 업무를 하는 이들을 보조하는 데 그친다.
람은, “대학 안가도 x세대 할 수 있어?”라고 반
오전 사무실 청소·담배 심부름·커피 타기 등
문한다. 이 반문은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라고
업무라기에는 애매한 성격의 일들을 수행하
불리는 90년대에, 문화 콘텐츠의 소비를 주도
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학력을 매개로 한 직
하던 x세대가 과연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었으
급은 회사 내의 뿌리 깊은 위계를 구성하는
며, 그것을 대표하는 얼굴은 누구인가? 라는 질
데, 극중에서 지영에게 끝없이 업무적 도움을
문을 던진다.
받는 최대리는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지 영을 불렀다는 이유로 부장에게 큰소리를 듣
보이지 않는 차별과 낙인
는다. 위아래가 있어야 한다며, 고졸사원인
‘일반’의 편에 속하는 이들은 ‘가시화되지
선배 이지영을 아랫사람으로 대할 것을 직접
않을 특권’을 누린다. 언제나 ‘이름’이 붙여지
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고 ‘특정한 방식으로 가시화 되는 건 소수자의 쪽이다. 법은 아니지만 법만큼이나, 혹은 법보
이렇게 회사 안에서의 직접적인 차별과
다 더 강력하게 우리 삶에 무엇을 허용하고/금
배제,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일정 안정된 고
기할지 결정할 힘을 가진 문화와 관습속에서
용 환경은 영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특징들이
그러한 소수자에게만 집중되는 조명은, 그들의
다. “전교 1~2등씩 했던” 상고 출신의 능력 있 일터 39
문화로 읽는 노동
는 젊은 여성노동자들은 이 구조 속에서 한
한편 이지영의 캐릭터는 휴일이면 삐삐로
계와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런 점
쉴 새 없이 업무 연락이 오고, 스스로 회사의 비
에서 극 초반부에는 ‘토익 점수’를 통해서 ‘사
리를 파헤친다. 이는 마케팅 기획 능력이 탁월
원’ 이상으로 승급할 수 없는 고졸사원들도
한 정유나(이솜)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리’까지는 진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중요
도, 발언권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원에게 아이
한 설정이 있는데, 이로 인해 출근 전 새벽시
디어를 뺏기는 장면이나, “룸살롱 영수증 메꾸
간에 이들 고졸사원들은 회사에 나와 다 같이
는” 일을 하는 보람이 사실은 “전국 올림피아
토익 수업을 듣게 된다. 차별적 구조에서 살
드 출신 수학천재”라는 점을 통해서도 드러난
아남기 위한 일종의 (집단적) 자기계발 전략
다. 오히려 직책만 있고 능력은 없는 인물로 그
인 셈이다.
려지는 것은 이들의 상사인 일반사원들이다.
‘고졸’에 대한 낙인,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영화는 내내 이 차이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노동의 위계는 90년대라는 영화적
세 주인공의 능력을 드러낸다. 어찌 보면 회사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점이다. <삼진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토>의 주인공들을 2020년인 현재 우리는 어
학력이 실제 업무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들이 수행하던 업
일면 통쾌하게 사회가 기준으로 삼는 조건들
무는 IMF를 기점으로 노동시장의 재편을 통
의 허구성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세 인
해 대부분 회사 밖으로 외주화된 노동이 되거
물을 능력을 강조하는 장면, 그리고 ‘토익 공부’
나 계약을 통해 매번 서로 다른 사람들이 채
를 통해 결국 이들이 대리 진급에 성공하고 유
우는 노동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니폼을 벗어던지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들이
싫어하던 회사 소속의 유니폼 역시 더 이상
차별적 구조 자체에 맞서기보다는 ‘토익 공부’
입지 않는다. 대신에 변화한 구조 안에서 정
로 학력에 가려진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
규직과 계약직, 또는 파견직 사이의 불평등한
해 구조에 성공적으로 적응해가는 방식으로 문
관계는 더욱 보이지 않게 된다. 단순히 고용
제를 봉합한다.
구조만의 일은 아니다. 외주화라는 형식의 고 용구조 속에서는 일 자체도 파편화된다. 그리
영화는 이렇게 90년대, 그리고 x세대라는
고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교류와 집단적인
문화적 흐름의 대표성에서 배제된 고졸, 여성,
힘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을 불러오면서 90년대에 새로운 얼굴 을 덧씌우는 한편, 다시 능력주의 서사를 불러
능력주의는 어떻게 되돌아오는가 그러나 영화는 이들을 보조적인 인력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인상적인 장면들은 회 사에서 어떤 사건이 터질 때, 상무에서 과장 으로, 과장에서 부장으로, 부장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말단사원”으로 이어지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영화는 이 시선의 방향을 통해서 일에 대한 책임의 구조가 어떻게 권한이나 직 책과 정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드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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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온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국회 정문 앞에서도 비정규직이제그만의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단식농성을 하였다. 이와 함께 한 해 2,400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회를 멈추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농성장을 찾는 이들이 매일 2,400배 를 다같이 올렸다. 출처: 호나라
일터 41
‘다음 생일까지 살아있을 수 없다’는 말
김규연 회원, 직업환경의학전공의
“어우, 며칠 전부터 그렇게 숨이 차고, 힘
생한다. 환자분께 여쭤봤다. “최근에 어디 다치
들어요. 그리고 왼쪽 가슴이 너무 아파요.” 진
시거나, 넘어지신 적 있으세요?”, “없어요. 그냥
폐 진단을 받고, 우리 병원 외래로 2-3개월에
요즘 들어 너무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한번씩 와서 X-ray 검사를 하고, 약을 타가시
했어요.”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는 분이었다. 굉장히 마른 몸을 가지신 분으 로, 늘 볼이 움푹 파여져 있었다. 언젠가 한 번
진폐증 환자에게서 다음으로 의심할 수 있
은 ‘식사는 제때 챙겨서 하세요?’하고 여쭤본
는 건 폐암이나 중피종이다. 마음이 싸해졌다.
적이 있었는데, 영 입맛도 없고 해서 하루에
내일 오전쯤, 모든 검사의 결과가 나왔을 때 난
밥 한 공기를 드실까 말까 한다고 하셨다.
이 분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어야 할까. 뽑은 흉수로 세포병리 검사를 나가고, CT를 찍었다.
X-ray를 찍어보자고 했다. 잠시 후 컴퓨터
진단명은 ‘악성 중피종’이었다.
모니터에 한쪽 폐에 액체가 가득하게 찬 사진 이 떴다. 6개월 전에 외래 방문하셨을 때 흉
흉수는 정말 부지런히 차올랐다. 검사 결과
수 같은 건 전혀 없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흉
를 기다리는 고작 하루 동안 전날 뽑은 흉수만
강 의 절반이 넘는 공간에 흉수가 찼던 거였
큼 새로운 흉수가 또 찼다. 통증이 다시 시작되
다. 환자분을 입원시키고 그날 오후, 바로 흉
었다. 이게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수 천자 를 시도했다. 일단 흉통이 너무 심해
흉수 천자를 다시 하기로 했다. 일정량을 뽑고
서 잠을 자거나 누워있을 수도 없는 정도였기
나면 진단명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환
에, 물리적으로 액체를 제거해 통증을 완화해
자분께 전달할 내용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렇
야만 했다. 나는 흉강으로 바늘을 넣었고, 액
게 다시 옷을 걷고, 시술 부위를 소독하고, 국
체가 졸졸 흘러나왔다. 진한 붉은 색이었다.
소마취를 하고 있는데 환자분 휴대폰이 울렸
혈성 흉수의 가장 흔한 원인은 외상이다. 흉
다. 병실이 워낙 조용해서 통화 내용이 휴대폰
강 내의 동맥이 파열되었거나 하는 경우에 발
너머로 들렸다. 어린아이 목소리였다. ‘할아버
1)
2)
3)
지! 생일 축하해! 언제 집에 와?’ 환자분이 씁쓸 1) 흉막강(흉벽과 폐 사이 공간) 내 고인 액체로 정상적 으로도 소량의 흉수는 존재하지만, 세균성 폐렴, 결핵, 악성 종양, 심부전, 신부전, 간경변증에 의해 그 양이 병 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
하게 웃으며 “응, 할아버지가 좀 아파.”라고 하
2) 인간 및 포유류의 가슴 안 공간으로, 심장, 대혈관, 폐, 식도 등의 장기가 위치하는 곳
환자분 생일이었던 것이다. 흉강에 바늘 넣고
3) 예리한 의료기구로 신체를 찔러 체액 또는 세포조직 을 체취하는 것. 검사 또는 치료 목적으로 시행한다.
42
노동자가 만드는
자,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 빨리 나아서 내년엔 나랑 할아버지 생일날 놀러 가자.’ 하필 그날이 있던 손에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악성 중피종은 흉막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분께 조심스럽게 질병과 앞으로의 예후에 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진단되는 시점
해 설명드렸고, 그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예전
에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5년
에 작업하실 때 석면에 노출되었던 것이 아닐
생존율이라는 것이 크게 의미 있는 숫자로 기
까 의심된다고 말씀드렸다. 환자분이 물으셨다.
록되지도 못할 정도이고, 최초 진단부터 사망
“저 그럼 반년은 살아요?” 무어라 대답을 드릴
까지 평균 1년 정도의 생존 기간을 보인다. 이
수가 없었다.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석면
말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거기서 생길 수 있 는 질병이 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죽음에 이르
“예전에, 철거 일 하신 적 있다고 하셨던가
게 할 수 있는지도 들어본 적이 없다. “석면이
요?”, “건설현장에서 하스리(할석割石) 가 제
라고 들어는 봤죠. 근데 그건 지하철역인가에
일이긴 했는데, 뭐, 손 모자라고 하면 철거도 같
뭐 있다고 뉴스 나올 때나 들어봤지. 그거 말해
이 하고, 저짝에서 사람 없다고 하면 같이 도와
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요.”
4)
야죠. 그리고 (보수)공사한다고 천장 떼고 거기 에 또 세멘(시멘트) 바르고 그거 갈아내고 하면 어휴, 1메다(1m) 앞도 안 보여요.”
1980년대에 이미 석면을 금지한 유럽의 국 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970년대 성장한 석면사업이 1990년대에 최고기를 맞았다. 우
환자분 말에 따르면, 현장에서 일하던 그 당
리나라에서 석면 사용이 금지된 것은 2009년
시에는 보호구에 대한 개념도 희박해서 노동자
으로, 이제 고작 10년이 지났다. 석면으로 인한
들도 보호구를 딱히 요구하지 않았고, 간혹 마
중피종의 잠복기간이 30년이니, 우리나라 악성
스크가 지급된다 해도 일하기에 너무 불편하고
중피종 발생율은 2040~2045년 무렵에 최고치
숨이 답답해져서 멀리 던져놓기 일쑤였다. 그
를 보일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본인이 위험에
렇게 몇 주 동안 하루종일 뿌연 공기 속에서 일
노출됐던 적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다가 어느날
하고 나면 며칠씩 까맣거나 붉은빛이 도는 가
갑자기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는 사람들이 계
래가 나왔다. 가래가 검게 나오고 유독 목이 칼
속 늘어날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빨리 돌아가
칼한 날엔, 동료들과 ‘기름칠 좀 하자.’며 돼지
세요?’라는 질문을 하는 보호자분들도 계속 만
껍데기를 사먹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다음 날
나게 될 것 같다.
또 같은 현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일했다. 지난 노출력을 바꿀 방법은 없지만, 최소한 어디서 얼마나 근무하셨던 건지 파악을 전
분진에 노출된 바 있었던 노동자 스스로가 어
부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석면에 노출되셨
떤 질병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어
던 것 같았다. 악성 중피종의 가장 큰 위험인자
떤 부분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는 석면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악성 중피종 사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노출력이나 근무력이
례의 80%는 석면 노출력이 있을 정도로 큰 상
명확하게 증명하지 않더라도 석면 노출이 의심
관성을 보인다. 하루라도 기다렸다가 말씀드려
된다면, 정기적으로 스크리닝 받을 수 있는 별
야 하나 고민했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분
도의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의학적으로 예
께 그것 또한 잘못된 일인 것 같아서 바로 환자
방이 가능한 병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고, 어느 날 갑
4) 돌 조각을 다루는 일, 하스리는 削る의 동명사형으로 깎 거나 쪼갠다는 뜻. 보통 시공하고자 한 설계보다 돌이나 콘 크리트가 더 노출되어 있거나, 표면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 이를 깎아내는 일을 뜻함.
자기 준비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었으 면 좋겠다.
일터 43
경비노동자의 수면시간은 업무시간일까?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18년 1월 1일.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
시간은 업무시간에 산입, 독립된 장소에서의
관계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을 변경하였다. 뇌
수면이라 하더라도 순찰업무 등의 업무가 있는
심혈관계질병 심의를 진행할 때 업무시간이
경우에는 업무시간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였
강조됨에 따라 업무시간 산정 근거 및 자료를
다. 또한 “경비직 등 감시·단속 업무이거나 이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중
와 유사한 업무인 경우에서 야간근무시간에 대
요한 잣대가 된다. 다른 직종에 비해, 경비노
한 가중없음”이라고 규정하여 경비업무는 감시
동자의 경우 대부분 24시간 격일제 근무형태
적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를 띤다. 이 때문에 24시간 중 업무·휴게·수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동안 경비실에 상주하
면시간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경비
며 지켜보는 것만이 아니라 순찰, 분리수거, 환
노동자의 과로성 사망 사건에 대한 분석을 진
경정비, 택배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행하고 있다. 비교적 착실하게 조사된 사건이
데, 과연 경비노동자의 업무가 감시적 노동이
있는 반면, ‘휴게시간’, ‘수면시간’에 대한 조
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 근거를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재해조사자와 심의위원 모두 경비노
근로복지공단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동자의 실질적인 업무내역, 업무시간을 제대
이 아니라, ‘업무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로 확인하기 이전에, 이미 “경비노동자=감시
“업무를 준비 및 정리시간을 포함하여 사용자
적 노동자”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
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고 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 정(2019.9.1.시행」을 통해 ‘감시·단속적 근로
근로복지공단 지침에서 경비노동자의 경
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적용제외’ 신청이 접수
우, “근무초소 이외에 독립된 장소(업무 장소
되면, “▲사업주의 지배 하에 있는 1일 근로시
와는 별개로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수면방해
간이 12시간 이내인 경우 또는 다음 각 목의 어
를 받지 않을 정도로 소음과 빛은 물론 외부
느 하나에 해당하는 격일제(24시간 교대) 근무
의 간섭이 차단되어야 함)에서 수면시간이 연
의 경우 가. 수면시간 또는 근로자가 자유로이
속 5시간 이상이 제공된 경우가 아니면, 수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이 8시간 이상 확보되
44
노동자가 만드는
어 있는 경우, 나. 가목의 요건에 해당되지 아니 하더라도 공동주택 경비원에 있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고 다음날 24시간의 휴무가 보장되 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이 마련되 어 있는 경우, ▲근로자가 감시적 근로자로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제 외된다는 것을 알고 있도록 근로계약서, 확인 서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적용제외 승 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현 지출장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토록 하고 ▼ 출처: 민중의 소리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시간급 최저임금액 이 감시적 노동자에게도 100% 적용되면서, 24 시간 중 휴게시간을 늘려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 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저감시키는 방식, 근로시간 등 적용제외 승인의 요건을 충족시키 기 위해 실질적인 휴게시간과 달리 표면적으로
가 달라진다. 만약 온전히 휴게시간과 수면시
내세우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현장에 만
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경우에 따라 이러한
연하다. 때문에 당사자간 합의로 다음날 24시간
만성과로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 결국, 업무
휴무가 보장되는 24시간 격일제를 적합한 근무
시간 산정과 휴게시설, 수면시설은 밀접한 관
형태라고 오인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계가 있다. 몇몇 사건을 분석했을 때, 이런 쟁 점을 충분히 고려한 조사였다고 보기 어려웠
근로복지공단의 지침과 노동부의 집무규
다.
정 모두 중요한 기준으로 ‘휴게시설(수면시설)’ 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경비
조심스럽지만, 원칙적으로 경비노동자의
노동자의 온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휴게시
24시간 격일제 근무형태를 바꿀 수는 없을까
설(수면시설)의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
라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중 22:00~다음
를 들어, 재해발생일이 8월인 사건을 가정해보
날 06:00 사이에 짧게는 2시간부터 많게는 8
자. 경비실에는 냉방시설이 있고, 휴게시설에는
시간까지 수면시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
냉방시설이 없다. 재해자는 경비실에서 침대
는데, 과연 그동안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있
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상태로 다음날 교
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대자에게 발견되었다. 결국 휴게시설이 별도로
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경비업무
있다고 하더라도 경비실에서 휴게 및 수면을
의 24시간 격일제를 바꾸는 데는 꽤 시간이
취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비실에서 중·석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경
식 시간인 휴게시간과 야간의 수면시간을 온전
비노동자에게 온전한 휴게시간과 수면시간을
히 보장받았을지 의문이 든다. 24시간 교대제
보장하기 위해 노동관계법령이나 지침, 고시,
의 경우, 1일 업무시간이 15시간에 미달하느냐,
훈련 그 어느 곳에서든, 24시간 격일제 경비
초과하느냐 따라 만성과로 기준의 충족 여부
노동자의 휴게시설, 수면시설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터 45
갱년기 여성이 건강한 일터를 위해
여성노동 건강 상식
조이 회원, 산부인과 전문의
▲출처 : google images
어느 흔한 날 어느 오전, 진료실에서 마주한 50세의 여
생, 심지어 수험생이고 남편은 바쁘게 일하지만
성환자는 안면 홍조, 불면증, 감정기복, 우울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의 수험생 뒷바라지
감, 전신 관절통을 호소했다. 그녀의 나이는
를 위해 용돈벌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50세. 앞으로도 30여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러나 오랜 경력 단절로 쉽게 일을 구할 수 없었
이러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는 하루 하루가 힘
다는 그녀는 집 근처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
들어 차라리 죽을생각도 해봤다는 그녀는, 이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겪고 있는 그녀의 신체
야기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
적, 감정적 변화는 그 귀한 파트타임 업무조차
았다. 아직 아이는 엄마의 손이 필요한 고등학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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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될 것 같아 그 내용에
로는 비뇨생식계의 위축에 따른 증상으로 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 환자의 이야기는 산부
이 건조해지고 부부관계시 통증이 심해지며,
인과 의사로 일하며 하루에도 여러 명 만나게
생식기 면역저하로 인해 질염, 방광염, 요실금
되는 40대 후반 ~ 50대 초반 환자들의 이야기
등의 증상도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및 관
를 엮은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이 서러워
절계에 변화가 오는데 골다공증의 진행이 빨
쉽게 눈물까지 보이는 그녀들의 진단은 폐경 및
라지는 한편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부 탄력이
갱년기 증후군이다.
감소하며, 근골격계의 통증 등을 느낄 수 있 다. 또한 폐경 여성은 심혈관계 질환 및 치매
폐경이란
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적인 면에서 여
폐경이란 여성의 생식기관인 난소의 기능이
성 호르몬의 부족은 대뇌 정서조절부위의 수
소실되어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상태를
용체에 교란을 일으켜 불안감, 감정기복, 우울
뜻한다. 대부분의 폐경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
감, 불면증 등의 증상을 야기한다. 이러한 일
의 하나로 평균 50세 경에 발생한다. 의학지식
련의 증상들이 바로 폐경을 겪는 여성을 더욱
및 기술의 향상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세
힘들게 하는 ‘갱년기 증후군’이다. 이러한 증
를 훌쩍 넘기게 되어 일생의 1/3을 폐경 상태로
상들은 폐경 1~2년전부터 시작되어 폐경 후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의 관리는
3~10년간 지속될 수 있다.
그 중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폐경이 아닌 완경? 많은 여성들이 월경이 끝나면 그때부터 갱 년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갱년기란 가임기 이후 폐경이행기를 거쳐 폐경이 이르는 기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난소의 노화에 의해 배란 및 난소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생리 후 1년까지의 기간을 ‘폐 경 이행기’ 라고 하며, 무월경이 1년 이상 지속 되는 경우 ‘폐경’으로 진단한다. 보통 폐경 이행 기에는 생리가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난소의 노화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결핍을 가져오고 배란 촉진을 멈추게 한다. 여 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지칭 하는 말로, 2차 성징을 발현 시키고 월경을 시작 하게 하며 심혈관계 및 근골격계에 작용하여 신 체 보호작용을 하고 있다. 폐경으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결핍되면 이에 따른 여러 신체적, 정 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급성증상으로 안면홍조 및 발한 등의 혈관운동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 타나며 심한 경우 불안감, 감정기복, 우울감, 기 억력 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아급성 증상으
영어로 폐경을 뜻하는 menopause의 어 원은 ‘Meno +Pause’ 로 이는 달의 주기가 멈 추었음을 뜻한다. 우리말로 ‘폐경’이라는 단어 에 쓰인 ‘폐(閉)’ 자는 닫다, 막히다, 그치다, 마 치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이다. 즉, 버리다, 폐 하다의 뜻을 가진 ‘폐(廢)’ 자와는 다른 한자 인 것이다. 그러나 한글로 발음하여 읽을 때의 ‘폐경’은 끝났다는 의미를 강조하거나 버리다 는 뜻으로 오인되어 여성의 정체성의 종말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고, 마치 여성은 재생산이 가능할 때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것 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에 ‘폐경’이 아닌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10여년 전부터 있어왔다. ‘완경’이라는 단어는 끝났다는 부정적인 의미 가 아니라 한 과정을 잘 완성하고 마무리했다 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옳 고 그름을 떠나서 이는 폐경을 대하는 우리 사 회의 시각을 대변해주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일터 47
변화 및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한 사회적 배
다를 뿐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려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과정으로 갱년기 여성의 건강 관리는 공중보건 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것이 당연하겠다. 여성의
갱년기 여성의 노동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공적인 사안이며 이를
2019년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여성의 평
인정하지 않고 슬며시 감추거나 여성 개인에게
균 고용율은 51.6%이며 (남성의 고용률은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닌 것이
70.7%)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후반에
다. 갱년기 여성의 보건의료적 접근성은 필요한
서 71.1%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50대 초반
사람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병원을 방문하
(68.0%), 40대 후반(67.4%) 순으로 높게 나타
여 필요한 검사와 호르몬제 복용에 대한 상담을
났다. 결혼과 육아를 하는 30대 초반과 30대
하고 적절한 식이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
후반에 경력이 단절되며 고용률이 감소했다
하다.
가 40대 이후 다시 증가하는 M자 형태의 곡 선을 보이는것이다.
갱년기 여성 인구의 2/3는 임금 노동자이기 에 그들의 노동 환경 개선 역시 중요한 부분이
경력단절 여성인구의 비율은 전체 기혼여 성의 19.2%로 최근 5년간 3% 정도 감소했으 나 비슷한 추세이다. 고용률의 연령대별 변화
여성노동 건강 상식
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해 보자면, 고학력 및 미혼 또는 출산하지 않은 경우는 M자형 곡 선을 보이는 전체 여성 평균과 다르게 30대의 고용률이 감소하지 않는 ㄱ자 형태의 곡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직종의 분포를 살펴보면 45~65 세 여성의 직종 분포는 타 연령대에 비해 도소 매음식숙박업(마트노동자 및 청소노동자 포 함), 광공업(제조업 노동자 포함) 및 기타 가구 내 고용활동(청소도우미, 육아도우미 포함)에 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통계 결과들은 40대 이후의 여성 노동이 상대적으로 저학력, 저소득층의 경제 적 필요에 의해 발생하며 그들의 노동 형태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이며 고용불 안정성을 띌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갱년기의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갱년기는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의 경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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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다. 45~60세 여성노동 인구는 시대를 거치며 크 게 늘어났으며 이는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수반하는 갱년기 증상을 견디며 일하는 노동자 의 수도 클 것임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들은 앞 서 안급했듯, 오히려 비정규직, 저임금, 높은 신 체 노동강도 등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임신한 노동자에게 초과근무 를 제한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해주며, 태아 검 진 시간을 허용하고 유산 및 출산 시 휴가가 보 장되는 것처럼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노동자에게도 탄력적인 근 무시간 조정, 융통성 있는 작업 환경, 조용하고 쾌적한 휴게공간과 휴식 시간의 보장, 폐경기휴 가제, 적절한 관리자 교육 등의 제도적 개선 장 치 마련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의 어려움이 개인의 질병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배려의 제 도적 장치의 테두리에서 보호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의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한 노동이 보장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지난 1월 8일 금요일, 수십년만의 혹한 속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직후 단식자들과 연대하 는 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법제정 이후에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출처: 호나라
일터 49
뻔한 기록이 아니길 바라던, ‘또록’의 질문꾸러미 「회사가 사라졌다: 폐업ㆍ해고에 맞선 여성노동」. 2020.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 파시클출판사 림보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 청소년노동인권 활동가
을 정하고 나서, ‘우리는 뭘 하고 싶은가.’ 서로 에게 물었다. 언론은 물론이고, 어찌 보면 노동 조합도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중년, 여성, 발칙 건강한 책방
중소업체, 제조업, 노동자’의 이야기. 이런 이야 기는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기록을 해 야 하지 않겠느냐고 누군가 말했다. 50~60대 여성 노동자의 삶을 ‘아줌마, 어머니, 여사님’이 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는 기록을 할 수 있는 건 지 내가 물었다. 또 누군가는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이 사회의 어디쯤에 제각각 서 있는지 탐색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갈망하던 기회이 기도 했고, (우리에게는 기록노동자 희정이 있 으니) 기록을 ‘제대로’ 배워볼 계기이기도 했다. 우리의 이유, 욕심, 기대는 단순하지 않았다. ▲ 출처: 알라딘
또록은 노동자의 생활공간이자 싸움의 현 장인 농성장에 찾아가 오래 머물러 본 적도 없
2019년 초, 제조업 사업장 세 군데(성진
을 만큼 노동조합을 몰랐던 내게, 싸우는 노동
씨에스,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의 여
조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을 갖게
성 노동자들이 따로, 또 같이 싸우고 있었다.
했다. ‘노동조합이 정말 다른 차원의 사회를 만
대부분 중장년 여성 노동자라는 얘기에 이 싸
드는 공동체로써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질문
움을 기록해보자고 했다. 하는 일, 사는 곳, 나
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었다.
이, 삶의 조건이 모두 다른 네 사람이 모였다. 그러나 욕심만 있다고 되는 일은 없는 법.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이라고 이름 50
노동자가 만드는
개인적 어려움이 몰렸던 시기라 또록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활동
토론을 하게 했다. 그런 질문이 시간을 잡아
도 대폭 줄이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던 때라,
먹는 건 아닌지, 내가 던지는 질문이 책으로
다른 구성원보다 집회나 농성장 등 현장을 좇
낼만 한 것인지, 종이만 낭비하게 될까 미안
아갈 여력도 없었다. 조합원 간담회나 개별 인
해하며 걱정했을 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터뷰도 은근히 어렵고 힘겨웠다. 내가 짐이 되
사람과 그 질문을 같이 고민할 사람이 만나
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조바심이 날 지경에
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이 모든 게 다 기획 의
이르렀다. 다행히 같이 가자고 손 내밀어준 동
도였다고 말해준 이 프로젝트 기록팀의 기획
료들 덕에 끝을 낼 수 있었다.
자 희정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노동 조합에 대해 길고 긴 토론을 시야가 거침없이
기록 작업은 돈이 많이 든다. 인터뷰를 하
글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노동조합
면, 녹취를 풀어야 원고에 활용할 자료가 된다.
에 대한 진한 믿음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을
인터뷰에서 원고까지 노동이 필요하고, 최저임
테다. 그리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글을 쓰는
금 수준이나마 보상을 해야 했다. 그래서, 번듯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었던 하은의 원고를 읽
한 기획안도 없는 주제에도 대담하게 소셜펀치
을 때마다 늘 즐거웠다. 사실은 늘 시샘하는
를 열었다. 무모한 우리 도전에 무모하게 응답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해준 100여 명의 후원자 덕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책 선물도 못 하며 말로 때우는 인사는 늘 면목이 없다.
또록의 다음 계획을 묻는 말에, 농담처럼 2쇄를 찍으면 그때 후속작업을 고민해 보겠 다고 대답한다. 생각해보면, 폐업과 해고에
농성장과 집회에 가고 인터뷰가 쌓일수록
맞선 여성 노동자를 다룬 이 책은 원래 민주
궁금한 게 많아졌다. 농성장에서 밥을 하는 건
노조 폐업 투쟁의 역사를 아우르는 대하기획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까? 분회장님이 협상 테
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아직 책
이블에 못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그 궁
이 나오지 못했을 게 뻔하다. 방대한 이야기
금증을 만들어내는 장면이나 이 여성 노동자들
욕심을 축소해오면서, 폐업으로 인한 노동자
의 경험이 내가 겪은 어느 순간을 떠오르게 한
의 고통은 단지 코로나 시국의 전유물은 아니
다는 게 흥미로웠다. 세상과 내가 갈등하며 마
라는 걸 새삼 확인했다.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주했던 문제를 그들도 비슷하게 겪는다는 말일
노동자들의 싸움은 늘 폐업이라는 벽에 부딪
까. 그들과 함께 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면, 나
혀 좌절하기도 하고 이기기도 해왔다.
도 좀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그러면서 나를 향하는 질문도 하나 더
1년 반 넘도록 의견 충돌 없이, 싸움 한 번
늘어났다. 너는 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 이
없이 무난하게 작업을 하는 경험을 해온 우리
여성 노동자들의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
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작업을 인생에 서 두 번이나 경험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
의문이 생기는 장면도, 이해하기 어려운 순
닌가 하며 두 번째 계획은 없을 거라고 살며시
간도, 소화될 때까지 진득하게 얘기를 나눴다.
마음을 접는 중이다.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을
사장이 젊어서 노동자들이 더 화가 난 것처럼
너무 드러내고 싶지는 않은 나의 소심함 때문
보여 불편했다는 내 질문은 나이 위계에 대한
일 테다. 우리는 또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겠
얘기부터, 사장이나 관리자의 인성이 상급자로
지만, 2쇄를 찍는다면? 미래는 알 수 없다.
인정하는 데 중요한 문제인가에 이르기까지 긴
일터 51
나와 또 다른 나, ‘우리’를 지키는 일
성지민 회원, 부산 노동사목센터 활동가
회원가입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건... 우연이 확 실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회원이 되자마자 연구소 활동들에 많이 참 여할 수 있게 되어 바쁜 2020년 하반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뜬금없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 시작은 신입회원모임에서 부터 시작된 현장활동가를 위한 노동안전강좌 였습니다. 신입회원 모임까지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참석해서 연구소 이 야기도 듣고 다른 회원분들도 만나고 각자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야기를 ▲출처: 성지민
들으면서 연구소에 대한 이해와 함께 부담감 (?)이 커졌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지민이라고 합니다. 연구소를 알게 된
회원이 되기 전에는 주로 청소년노동인권
지는 오래되었는데요. 어느 날 부산회원들과
활동을 연구소와 많이 했습니다. 특히 ‘청소년
이야기 중에 저도 모르게 스르륵 회원가입서
노동안전보건 길잡이’ 책자 발간 활동에 참여
를 적고 있던 저를 발견한 지는 1년 정도 되
하면서 노동안전보건에 대해 알아가고 배우면
었습니다. 작년 8월까지 가톨릭노동상담소에
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내용
서 정주민·이주민 활동을 하다가 9월부터는
이고 활동이지만 무척이나 공부할 것이 많고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노동안전분야를 담당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많이 느낀 활동 중 하나
하고 있습니다. 뭔가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였습니다.
52
노동자가 만드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 활동에 부산회원분들
다. 이주노동자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물었
이 많이 참여하고 계셔서 회원모임이나 다른
던 질문이 ‘사진 있어요?’라는 말이었습니다.
활동들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활동회원이라
한국말이 서툰 경우에는 뭐든지 찍어 놓는 일
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이후에도 노동안전
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권익센터에서도 ‘녹음
강좌에서 회원들이 직접 준비하고 강좌를 진행
한 거 있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
하는 것은 현장을 더 잘 드러내 보이는 활동이
차이로 결과가 많이 바뀌는 것을 당연하게 알
라 강좌 시 호응이나 이해도가 높은 것이 눈에
고 있는 경우는 슬프게도 아직 반반인 것 같
보이는 것 같습니다.
습니다. 노동자 개인이 스스로 알고 준비하는 것, 곁에서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건사고 소식을 듣고 대응활동을 하면 할
것의 중요도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챙기지
수록 노동안전보건활동이 일상생활과 떨어질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사업장 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하늘을
노안활동이나 산재사고 결과, 뿐만 아니라 최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공사현장이나 크레인
근 권익센터에 오는 상담을 보았을 때, 노동
밑을 지나갈 때면 눈을 뗄 수 없게 되더라고요.
조합의 힘에 대해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습니
고소작업을 하는 현장이나 이게 맞는 건가? 라
다. 뜻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건 두 개의
고 생각되는 것들을 사진 찍는 일도 더불어서
보호막이 생기는 거나 다름이 없더라고요.
요. 하지만 사진을 찍거나 하늘을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아
그리고 다른 ‘나’는 바로 저입니다. 사건
주 잠깐(!)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사고를 접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활동들에 함
이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진을
께 아파하고 바꾸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찍던 그 순간에 내가 아는 것이 있었더라면, 그
도, ‘내가 활동이고 활동이 나’인 선배 활동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면
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
서 말입니다. 그 덕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
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떤 방식이 저에게
는 건가 고민이 많은 요즘이기도 합니다.
맞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일터를 옮기면서 맡은 업무를 제외하고 내 삶의 부분
7년이면 긴 시간일까요? 주변인들의 도움
에서는 나를 가장 먼저 챙기자고 다짐했습니
으로 여차저차 잘 유지하며 활동을 해왔다고
다.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릅니다만, 지금까
생각합니다만, 노동안전이라는 분야를 집중해
진 하던 일들이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덜 여
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상 눈앞이 캄캄했
유롭게 지냈습니다. 2021년에는 좀 더 게을러
습니다. 어마무시한 법들부터 각 분야별 현장
(?)져볼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좋은 팁이나
에 대한 지식들까지, 다들 처음 활동 시작은 어
먼저 했던 고민이라 답이 있다! 하시면 알려
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요 근래 노안담당
주세요!)
자들을 만나 뵐 때마다 뭐부터 하면 되나요? 저 좀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답니
마무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아리송
다.) 신입의 마음으로 하나씩 차근차근해야 한
합니다만,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만나서 이야
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 뉴스를 볼 때면 마음
기하고 웃고 떠드는 순간이 하루빨리 왔으면
이 조급해지는 건 다들 마찬가지이실까요?
좋겠습니다!
최근 저의 관심사는 ‘나를 지키는 일’입니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안전보건공단, 20.12.16]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에 연구원은 이와 같은 내용의 새로운 MSDS 시
MSDS 제도, 어렵지 않아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행제도를 안내하는 동영상(2종) 및 리플릿을 제작
MSDS 제도 안내 동영상·리플릿 배포
했으며, 공단 화학물질정보 홈페이지(http://msds. kosha.or.kr)와 공식 유튜브 채널(채널명: 안전보건
유해·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의 알권리
공단 안젤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고용노
를 충족하고, 정부가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유발
동부와 공단은 제출된 MSDS를 기반으로 화학제품
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산업안전
데이터를 구축·분석하여 추후 화학물질 관리 정책
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어 물질안전보건자료(이하
수립 등 산업 재해 예방에 활용할 방침이다.
MSDS) 작성 주체 및 항목 등이 변경되고, 제출 의 무 및 비공개 승인 조항 등이 신설되어 2021년 1
[고용노동부, 21.01.04] 사업장당 10억원까지
월 16일 시행됨에 따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원, 총 3,228억원 지원.
건연구원(원장 고재철)은 사업주 및 노동자의 이해
21.01.04(월) 접수 시작
를 돕고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하여 MSDS 제도 안 내 동영상 및 리플릿을 제작·배포했다. (※ 물질안
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은 사업장의 안전·보
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s):
건시설 개선을 통한 산업재해 예방효과 제고를 위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설명서로서, 화학
해 2021년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원사업의 예산
물질의 유해성과 위험성 정보, 응급조치요령, 취급
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
방법 등 16가지 항목으로 구성됨.)
원사업”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유해·위험 기계·기구나 방호조치 등 산재예방시설 설치비를
산안법 개정으로 ▲ MSDS 대상물질을 제조·수입
장기·저리 조건으로 융자 지원하는 사업으로, 300
하려는 자는 제조·수입 전에 유해·위험한 화학물
인 미만 사업장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300인 미만
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담은 MSDS를 작성하여 공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10대 위험설비* 작업으로
단에 제출해야 하고, ▲ 영업비밀을 사유로 화학물
연간 약 115명(56.7%)이 업무상 산재 사고로 사망
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MSDS에 기재하지 않으려는
했다. (* 컨베이어, 크레인, 지게차, 승강기, 로봇, 혼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승인을 받아 대체명칭
합기, 분쇄기, 사출기, 프레스, 공작기계)
및 대체함유량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는 대상화학물질을 양도·제공받는 자에게만 MSDS를
이에 공단은 ‘21년도 융자금 재원을 전년보다 2천
제공하고, MSDS의 구성성분 항목에 화학물질 명
억원 증액한 3,228억원으로 확대 편성했으며, 지
칭 등을 사업장에서 자의적으로 영업비밀로 판단
원 접수도 약 20일을 앞당겨 4일부터 시작한다. 지
하여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원대상은 근로자를 고용한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
때문에 노동자의 알권리가 제약되고, 정부가 유통
(300인 미만 우선지원) 및 산재예방을 목적으로 설
되는 화학물질 현황을 파악하여 직업병을 예방하
립된 법인 또는 민간기관(고용노동부 승인)이다.
고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 지원제외 대상 : 융자신청 이후 산재보험료 체
54
노동자가 만드는
납 사업장, 융자신청 직전년도까지 최근 3년 간 정
[한겨레, 21.01.05] 경기도, 농어촌 이주노동자 숙
부지원 정책자금 지원합계 100억원 초과 사업장,
소 전수조사
당해연도 보조금을 지원 받은 사업장) 경기도는 최근 포천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거 지원금액은 사업장당 10억 원 한도로, 시설비용
주하던 이주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농어촌지
100%(공단판단금액)를 연리 1.5%, 3년 거치 7년
역 이주노동자 숙소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지원한다. 주요 지원품목은 다
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음과 같다.
경기도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농어촌지역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해, 인권사
1. 유해 또는 위험 기계·기구 신규 설치 및 교
각지대를 해소하고 이주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한
체 (※ 주요설비명 : CNC 머시닝센터, 프레
곳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실
스, 크레인, 사출성형기, 산업용 로봇 등)
태조사는 시군과의 협력으로 15일까지 2주간 도
2. 유해 또는 위험 기계·기구에 설치해야 할
내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숙소를 대상으로 진
방호조치
행된다.
3. 안전 또는 보건상의 조치 이행을 위한 산업 재해 예방 시설 및 장비 4. 안전인증대상 방호장치 및 보호구 제조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 등 5.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공단) 인정하는 설비
조사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경기도 차 원의 표준 점검표를 마련해 주거 형태, 설치 장소, 침실·화장실·세면 및 목욕시설·냉난방시설·채광 및 환기시설·소방시설 설치 여부 및 관리 상태, 전 기 안전진단 이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경기도는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발굴해 도 차
지원신청은 산재예방시설자금 융자지원 신청서 류* 일체를 작성하여 해당 지역 관할 안전보건공 단 일선기관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지원 가능하 며, 자세한 사항은 ☎ 1544-3088으로 문의하면
원의 ‘외국인노동자 거주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하 고, 필요하면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 다. 또 조사 때 발견된 불법 사항이나 화재·동사 등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즉시 개선하거나 안전한 임 시주거시설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런
된다. (*신청서류 다운로드 방법: 홈페이지(clean.
가운데 경기도 포천시는 4일 비닐하우스 숙소에
kosha.or.kr)>알림마당>서식모음 및 자료실) 한편
폐쇄, 철거 명령을 내렸다.
공단은 `20년도에는 총 840개소 사업장에 1,028 억원을 지원했다.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2021 제2회 청소년노동안전보건콘텐츠 공모전 안내] 청소년, 노동안전을 말하다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알권리'를 통해 묻고 말하다 청소년 노동자의 안전, 건강과 '알권리'를 주제로한 작품을 기다립니다! 많은 청소년 노동자가 배달업체, 웨딩홀, 식당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고, 제조업공장, 외식업체, 콜센터 등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임금, 차별, 일터괴롭힘 등 문제를 겪으며 다치거나, 아프거나 임금을 떼먹히기도 합니다. 한노보연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청소년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선언하고 청소년 스스로 노동문제를 제 기하는 목소리를 모아내보고자 합니다. 중고등학생 및 만 19세 이하 청소년으로 구성된 팀(단체, 동아리, 모임) 또 는 개인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한노보연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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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12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경희
김광조
김영호
김희찬
박성진
성명애
양진권
이경훈
이익진
이승운
정윤경
차현주
노무법인 삶
강동묵
김교현
김옥헌
김경도
박성천
성상민
양향연
이기만
이인규
이영애
정윤희
채수용
노무법인사람과산재
강명원
김그루
김용성
김병직
박수희
성지민
양희만
이기태
이재명
오현정
정인성
채종석
민주노총법률원
강모열
김기돈
김우태
김지원
박숙란
손근호
엄기한
이기훈
이재범
이정엽
정재현
천지선
법무법인민심
강문식
김기동
김위정
김선미
박승권
손덕헌
엄연섭
이긍정
이재익
이희영
정지윤
천호선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강민혁
김기헌
김윤지
김진철
박신안
손만기
엄정흠
이나래
이정규
안태은
정진우
최동녘
향남약국
강성훈
김낙일
김은경
김정신
박엄선
손석기
오동영
이남주
이정렬
임재우
정찬무
최민
현대차남양위
강수진
김다연
김재광
김경민
박영일
손성배
오진석
이대용
이정미
오병창
정하나
최병륜
강영우
김대견
김재천
나영수
박용철
손윤환
오진환
이도연
이정호
예병진
정해선
최병운
강정주
김대철
김재훈
남원철
박윤경
손익찬
오현아
이동윤
이정희
장경희
정현일
최순재
강진욱
김대호
김정곤
노상철
박정효
손재현
오희정
이동훈
이제혁
장범식
정호연
최영주
강찬구
김규연
김정수
노성철
박정훈
손진우
우수영
이명숙
이종란
장선영
정흥준
최영철
강충원
김동근
김정열
노현
박제한
송기훈
우지영
이명준
이종성
장소현
정희현
최영준
강태선
김동춘
김정원
류영필
박종국
송윤정
원종만
이명호
이주연
장순원
조광옥
최원영
강한수
김두현
김정훈
류용림
박종근
송윤희
유기훈
이민경
이주한
장영순
조동철
최재근
강호민
김만원
김종남
류한소
박종우
송지훈
유상철
이민화
이준선
장영우
조명심
최종연
강화연
김명성
김종은
류현석
박주옥
송홍석
유선경
이병근
이준수
장영철
조민제
최지수
고옥경
김명수
김종진
류현철
박준우
신경석
유승준
이상수
이지연
장원자
조성식
최진일
공유정옥
김미영
김종하
문병모
박지영
신경화
유영진
이상언
이지영
장은철
조성재
최한나
곽경민
김민옥
김종현
문승필
박채은
신웅섭
유장식
이상재
이지혜
장진영
조성진
최향미
곽진경
김민정
김준우
문시윤
박채원
신유록
유준
이상진
이진아
장태원
조성철
최혜란
구자연
김민호
김준의
문은영
박해정
신준영
유지현
이서영
이진우
장향미
조승규
하기철
국승종
김봉수
김지나
문제혁
배규정
신진섭
유지훈
이선웅
이창후
장형창
조애진
한규권
권경영
김봉철
김지민
문진영
배성민
신희주
유청희
이선이
이태성
전상희
조영호
한영선
권기한
김부욱
김지정
문현제
배수진
삼식이
유형섭
이성민
이태진
전은주
조영훈
한진구
권동희
김상귀
김지홍
민병두
배정란
선종현
육지후
이세미
이현석
전주희
조윤미
함승호
권미정
김상호
김진경
박경득
백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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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정경희
조윤진
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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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위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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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김창헌
박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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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혜
윤성호
이숙견
이혜은
정두인
조은석
현순복
권정희
김성훈
김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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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규
안재범
윤소윤
이순녀
이혜인
정문식
조은혜
호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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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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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이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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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연
권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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