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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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약사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203호┃2021. 2

필수노 동 자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1.2.9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덕분에’ 보다는 ‘노동존중’으로

예전에도 중요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해진 이들이 있습니다.

대규모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의료 인력과 돌봄 종사자들, 비대면 사회를 가능하게 한 택배 기사와 환경미화원, 운수노동자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처럼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사회의 기능을 유지

하기 위해 지속할 필요가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필수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 사회의 제반기능은 마비되다시피 했는데도 우리 가 최소한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필수노동자 덕분입니다.

하지만 필수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간호사의 장시간 노동과 태

움, 요양보호서비스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로로 작년에 무려 16명

이나 사망한 택배노동자,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청소노동자가 그렇 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이들의 노동을 조금 더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해고에 반대하며 작년 12월부터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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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 일상 속 재난을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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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지금 지역에서는

14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관련 경기도 노동국과의 면담 열려

알아보자, LAW동건강

여성노동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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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발칙 건강한 책방

연구리포트 19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50

약사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실태

23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이러쿵저러쿵

52

돌과 흙보다 서로를 깊이 간직할 수 있을까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현장의 목소리

직장 내 괴롭힘 → 업무상재해 인정 → 사업장 복귀까지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30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이백 세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특집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코로나19 사회 지탱하는 필수노동자들

소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망, 배달 노동자 사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고사망, 돌봄노동자의 감염, 콜센터 노동자들의

메르스에 이어 2019년 겨울 등장한 코로나 바

고위험 노출과 감염 등의 문제로 드러나기 시

이러스는 두 번의 겨울을 거치면서도 전 세계

작했다. 초기에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던 서구

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

에서는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보험의 문제가 사

속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모범적인 방역국가

회적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유지를 위

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도 K-방역을 치적으로

해 위험을 감수하고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

삼기에 여념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자

의 현실과 그들이 수행하는 노동이 통상의 이

못 삭막한 방역 구호와 더불어서 펼쳐지는 방

동이 멈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역 행정에 지쳐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대체

돌아보는 기사와 논문, 여러 가지 보호와 지원

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노동의 덕분이며 누구

대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의 덕인가? 매일 수만 명에 대한 검사를 통해

는 ‘K-방역’을 해치는 빌런들을 성토하는 데 쓰

쏟아져 나오는 수백 명의 확진자들 속에서 아

는 열의에 비해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논

슬아슬하게 의료시스템을 지탱해 온 이들이 가

의의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그런 와중 작년 9

장 먼저 조명 받았다. 그들만이 아니다. 바이러

월 방역 성과로 반등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지

스 창궐 속에 눈보라와 혹한이 몰아쳐도 필요

지가 다시 내려앉던 정치적 상황에서 서울 성

한 것들은 여전히 문 앞까지 도달하며, 배달 음

동구 의회에서 바람직하면서도 일면 느닷없는

식은 식기 전에 식탁에 오른다. 휴일이나 명절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등장

에도 연로한 부모나 아픈 가족을 찾아가는 것

했다.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자 노동

조차 행정명령 위반의 죄가 될까 두렵지만 그

부는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들의 곁은 돌봄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코로

내놓았고, 필수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나 19의 시대에 필수 노동자들이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성동구를 필두로 2021년 1월까지 행정안전부 자치법규

필수 노동자들의 현실은 의료인의 과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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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정보시스템에서는 23개의 광역 및 기초지자체


▲ 출처 : gettyimages

에서 필수노동자 보호나 지원과 관련된 조례가

비스 등 구체적인 지원내용이나 필수노동자협

확인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작년 11월

회 등 당사자 조직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

부터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관련된 4건의

형배 의원안을 제외한 3개의 안은 필수노동자

법안(민형배, 김영배, 송옥주, 이해식 의원발의

를 근기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종사자’로

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는 작년 12월 14

확장해두고 있다. 현재 소관위에 접수되어 있

일 관계부처합동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는 법률안들이 당장 필수노동자들에게 실효적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팬데

인 보호와 지원을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러나 많

믹 시대에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 대책의 대

은 사회적 논의가 입법이라는 형태로 귀결되는

유행이다.

상황에서 필수노동자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들 어오도록 해야 한다.

논의를 촉발한 지자체 조례들은 코로나 19 대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필수노동자들을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안전과 건강’ 대책

위해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

필수노동에서 수반되는 위험들에 대해서

는 수준이다. ‘필수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국가와 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가 각각

의 근로자로 두고 있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필

수행을 분담하고 협조해야할 사항을 큰 틀의

수노동에 종사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

국가재난안전관리계획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는 노동자들이 가장 문제적임에도 대상에서 제

기획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필수노동과

외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대

필수 노동의 경계는 모호하여 어떤 재난인지에

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 노동과 필수

따라, 감염병이라도 유행 수준에 따라 유지해

노동자들에 대한 포괄적 정의, 국가와 지자체

야 할 사회기능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지는 달

의 책무, 구체적인 필수 업종을 지정하고 기본

라질 수 있다. 필수노동과 필수노동자에 대한

계획/실태조사/시행계획 등을 수립할 위원회

규정과 정의를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조직구성을 담고 있고, 일부 법안에서는 추가

대한 문제를 결정해야 하며, 재난 상황에 따라

수당 지급, 예방접종, 필수노동자 가족 돌봄서

재원 마련, 지원 우선순위 결정, 집행은 누가 언 일터 5


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제시해야

으로 마스크를 38억 원어치 지원하는 등 국가

한다.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방역과 안전대책은

(공공)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더

국가재난안전계획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

불어 한시적 조치를 넘어서서 일상적인 안전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가 낮게 매겨져 있던 그

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

림자 노동과 그것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현실

지 살펴야 한다. ‘방역조치 지도·점검 강화’라

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계기로서 입

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나

법과정이 아닌 ‘필수노동자 지원’이라는 정치

택배/배달노동자의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구

적으로 매우 그럴싸해 보이는 문구에만 매달리

지급 및 보호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누

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재난 시기뿐 아니라 일

가 책임져야하는 것인지, 어떤 법과 규정에 따

상의 시기에도 지속가능한 ‘안전과 건강’ 대책

르라고 지도하고 감독할 것인지 정하고 감독해

은 건너뛰고, 위험을 감수하거나 강제하게 만

야한다. 당장 2배 넘게 증가하는 택배물량으로

들 경제적 금전적 지원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작년에만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하고 새벽

도 경계해야 한다.

출근과 심야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에 게 직종별 특화 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작년 12월 관계부처합동으로 내놓은 ‘코로

대책은 핵심을 빗겨나간다. 작년 12월 노동부

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

스스로 성수기 택배노동자들은 주6일 이상 근

(이하 필수노동자 대책)’은 추진목표를 필수노

무가 97.3%(일주일 내내 근무 12.4%), 10시간

동자 보호 및 중단 없는 필수업무 수행으로 두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92.9%(14시간 이상 근

고 정책방향으로 코로나 19로 가중된 위험에 대해서는 필수인력 확충, 감염·산재에서 보호 하고 취약한 근로여건에 대해서는 종사자 처우 개선, 사회안전망 등 제도개편으로 잡았다. 전 체적 정책방향에 동의할 수 있으나 구체적 추 진전략으로 제시된 총괄대책과 분야별 ‘맞춤 형’ 지원방안은 기존 고용노동부의 사업계획을 이리저리 나열해 놓고 지도와 감독을 중심으 로 하는 방역대책을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지 울 수 없다. ‘맞춤형’이라는 표현은 전체 제도의 조망 속에서 적절한 부분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기보다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 정책을 교란하 는 방식을 일컫는 것 같기만 하다. 진행형인 코 로나 시기에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누구이며, 위험 노출의 결과로 나타난 노동자 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실증적으 로 살펴야만 한다. 분명한 책임 주체 선정과 뚜렷한 행정조치 실행을 정부대책인 2021년에 필수노동자를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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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 [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 책 추진목표 및 전략. 2020년 12월 14일 관계부처 합동


무 41.6%)라는 조사를 발표했음에도 이런 살

지고 결국 권리나 보호 수준에 차별이 발생한

인적인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

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입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9월부터 연이어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고 사

근기법 외부의 노동자도 포섭하는 법제로

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도 기업의 이해관계를

그런 의미에서 정부대책에 포함된 소득기

좀처럼 넘어서지 못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반 제도 전환을 염두에 둔 전국민 고용보험과

각종 시설과 영업장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는 전국민 산재보험 적용

령 등 단호한 방역 대책이 내려지고 있다. 코로

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특고’

나로 인한 국내 50세미만 전체 사망자수와 같

라는 기괴한 범주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한계

은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했는데 택배물

가 분명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필수노동자,

량을 기준으로 적정 인력을 제시하여 분류 작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는 돌봄 노동자, 배달/

업을 분리하고 배치를 강제하는 행정력 동원은

택배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등 근로기

왜 가능하지 않은가?

준법의 외부에 있는 노동자들을 살펴야 한다. 21세기에는 노동관계나 고용계약의 관행도 변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대책에 포

화하고 있다. 근로자성의 기준을 포함하여 근

함된 노동자의 안전보건 방침과 처우개선, 사

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

회안전망의 확대에 대한 기존의 계획을 코로나

법, 고용보험법 등 법제도 개정을 통해서 사회

19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적극 호소

적 안전망에 포섭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제도

하고 실현되도록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

내로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현

러나 대책 전반에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권리를

재 사회적 권리에서 배제되어 발생하는 필수노

신장하고 옹호하도록 법제도를 구성해야한다

동자들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을 도모하는

는 관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것이 장기적으로 핵심적이다. ‘필수노동자 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복원력(resilience) 확

원 법’은 그 사이 당장에는 노동자의 기본권과

보는 필수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과 그

건강권 관련 법제로 보호받기 어려운 필수 노

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동자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긴급방역 및 안전보

사회안전망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실제 사회적

건조치, 감염 가능성이나 감염으로 인해 더 이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필수노동이 어떻

상 ‘필수노동’을 수행할 수 없을 때의 대책을

게 정당한 대접을 받도록 할 것인가, 필수노동

강구할 근거를 마련하는 보완책이 될 수 있을

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것이다. 정부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생활물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유행의 시

류법’, ‘사회서비스원법’, ‘가사근로자법’ 등 보

기 이후에 필수노동은 다시 그림자 노동, 불안

완적인 법안의 제·개정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정 노동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좀 더 나아가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

면 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해야만 하는 과정’

과정을 밟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비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보호 및 지원’을 넘어서 필수 노동자들이

국가는 사회가 함께 나눌 책임을 살펴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일상성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감

현행 법제도에서는 고용된 사업장의 규모, 고

수할지언정 이윤을 위해 위험을 강제 받지 않

용계약의 형태나 관행에 따라 같은 일을 하는

도록, 긴박한 시기의 위험수당으로서가 아니라

‘필수노동자’ 사이에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

일상의 시기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는

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여부가 달라

권리로 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일터 7


특집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일상 속 재난을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

코로나19 재난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상

대면노동의 불가피성이 있다. 먼저, 국내 사례

유지를 위해 보이지 않고 있는 곳에서 끊임없

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차원의 필수노

이 움직이고 있던 노동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동자에 대한 연구 결과(해당 지자체의 필수노

고요 속에서만 저음의 파동이 들리듯, 많은 이

동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돌봄노동

들이 일상에서 ‘멈춤’을 경험하자 멈추지 못하

자 중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는 노동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연구)를 보면, 돌봄노동자는 코로나19 이전에

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그 노동이 사

도 ‘높은 노동강도 및 휴식권의 제한’, ‘업무 스

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저평

트레스와 감정노동’, ‘높은 고용 및 소득 불안정

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이 필수적 속

성’을 경험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조

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특히 재난은 우리사회

건 및 노동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화된 형

의 유지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

태로 나타났다. 또한, 일터에서 실직, 소득감소

적인 노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주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여도 사회안전망으로도

로 저임금 또는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경험하

적절하게 보호받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방문

는 필수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돌봄종사자의 모호한 종사상 지위, 거리두기

목소리를 내어보았지만, 사회에서는 그다지 귀

조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어 비자발적으로 경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험한 실직이나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

필수노동에 대해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로 일을 줄이게 된 경우도 현재의 실업급여 제

여기에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와 공동

도와는 부정합한 측면이 나타났다. 또한, 재난

체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수노동자의 보호가 필

상황에서 지급되었던 한시지원금의 엄격한 소

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의 관심이

득기준 때문에 가계를 책임지기 위한 소득활동

급격히 확대된 맥락이 있다.

으로 필수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자격기준을 상 회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에도 불구하

국내외에서 필수노동자의 특징으로 언급

고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계도 나타났다.

되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관계, 저임금 및

이와 같은 필수노동자의 불안정성과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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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의 필요에 대응하여, 국내에서는 성동구 등 지

의료 산업에 종사하고 자격과 무관하게 보건의

자체에서 선도적으로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해

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로 정의하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도입이 이루어지기 시작

고,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는 “코로나

하였다. 그리고 2020년 12월에 정부는 필수노

19 감염병 시기동안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동자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구체성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는 대중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

교통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 공공 서비스 분야

요하며, 해외사례 또한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

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식료품점, 배

인다.

달 서비스업 종사자 등과 같이 코로나19 감염 병 상황에서 영업이 허용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코로나19

사람들 또한 포함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

이전부터 식품가공업, 배달업, 보건의료업과

(EU)는 봉쇄 조치를 시행한 EU의 3개 국가(스

같이 ’경제활동‘의 유지에 핵심적이지만 당연

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세부 업종별 봉쇄 조

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산업들은 감염병 국면

치 적용 여부를 통해 각 산업의 필수적인 정도

에서 ‘필수적인(essential) 산업’으로 정의되

를 구분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국가에서 필수

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적이지 않은 산업과 완전히 필수적인 산업이라

가 ‘필수노동자(key workers)’라고 설명한다.

는 양극단을 구성하는 업종은 유사하여, 필수

한편 원격 및 비대면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필수

적이지 않은 업종에는 관광업, 숙박업, 외식업

적인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최전방노동자

이 있고, 완전히 필수적인 업종에는 식품 및 제

(frontline worker)’는 전체 노동인구도 여기에

약 생산업, 수도전기 등의 공익적 업종, 운송업,

포함되는데, 보건의료 종사자, 점원, 식품가공

의료업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종사자, 건물 관리인, 농업 종사자, 트럭 기사 등을 필수노동자 범위에 포함시켰다. 다음으로

정리하자면, 각 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국제노동기구(ILO)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인

이 공유하는 핵심적 속성은 ‘노동 현장에 물리

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일

적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노동자’, 혹은 ‘사회, 가

하는 노동자들이 감염 국면의 최전방에 있다

구 및 개인의 기초적인 삶이 유지되는 데 있어

고 언급하며, 이러한 정의에 해당하는 경제 부

기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생산품을 제공하

문을 제시하는 형태로 필수노동자를 정의한다.

는 노동자’로 수렴된다. 한편, 해당 용어를 사용

해당 경제 부문은 간호사, 의사, 시설 관련 업

하는 기구나 국가가 필수노동자의 어떤 속성에

무(human health related work), 사회복지 관

보다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다른 용어가 사용된

련 업무(social work), 청소 관련 업무(support

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수노동자 용어는

work)로 요약된다. 이들은 감염병과 직접적으

국가의 경제·사회·공공 핵심 업무를 강조하는

로 싸우며 대면 노동을 지속한다는 특징을 갖

개념인 반면, 최전방노동자 용어는 대면업무의

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1억 3천만 명

불가피성을 보다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의 노동자가 해당 부문의 노동자인 것으로 추 산되며, 다른 주요한 특징으로 이 부문의 노동

다음으로, 해외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

자는 약 70%가 여성인 노동자로 이루어져 있

의 사례를 중심으로 필수노동자 정의 및 지

다고 설명하였다.

원 정책과 관련하여 진행된 논의에 대해 검

한편,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토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국토안보부 산하

는 ‘보건의료 노동자(health worker)’를 “보건

의 CISA(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일터 9


▲출처: ILO

Security Agency)에서 발표한 ‘필수 산업 분

리 조치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긴

류’에 따르면, 필수노동자는 보건의료, 통신, 정

급임금보조정책, 기업 대상 긴급대출제도 등

보기술, 국방, 식품 및 농경, 운수, 에너지, 공공

이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캐나다 중앙정부 차

행정 등과 같이 ‘주요한 인프라의 지속을 위해

원에서 필수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 중

필수적인 운영 및 서비스를 수행하는’ 광범위

EWSP(Essential Worker Support Program)

한 집단을 의미한다. 연방 지원정책의 경우, 펜

를 살펴보면,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돌봄노

실베이니아, 버몬트, 루이지애나 등 3개 주는

동, 청소, 교통 및 물류, 환경미화 등의 업종을

연방 CARE act 기금을 활용하여 민간 및 공공

대상으로 필수노동자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이

부문 근로자를 포함한 필수노동자에 대한 위

들 중 저임금인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형

험 부담금을 지급했다. 다른 몇몇 주에서는 연

태로 지원을 제공하였다. 여기에서 필수노동자

방 구호 기금을 사용하여 긴급구조원, 보건 관

는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에서 세부적인 자격

련 간병인과 같은 더 좁은 범위의 최전방 필수

요건을 결정하고 지원범위를 설정하였다. 재원

근로자에게 위험 급여를 제공했다. 미국의 주

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각 주정부가 25% 보

정부별 및 연방정부별 필수노동자 관련 정책은

조하는 형태로 지원이 제공된다.

대부분 임금보조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경우 1회성 지급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 을 갖는다.

필수노동자는 필수적인 서비스와 핵심 공 공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감염병 국면에서도 밀 접 노동을 하고 있어, 해외 주요국과 국제기구

캐나다의 경우 국세청(CRA, Canada

등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극적으로 논

Revenue Agency)을 통해 코로나19 판데믹

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노동

상황에 대응하여 새로운 지원정책을 추가함

은 감염병 국면 이전에도 저임금 상태와 더불

과 동시에 기존의 제도(고용보험)에도 관련 조

어, 비공식노동인 ‘그림자 노동’상태로 지속되

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구체적

어 왔다. 위험을 감수하는 그림자 노동 없이는

으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

현재의 비대면 소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

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 돌봄

할 때, 이들 ‘필수’노동자 지원체계에 대한 논의

노동자 대상 정책,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

와 적극적인 정책확대가 필요하다.

10

노동자가 만드는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특집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전국민이 코로나19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

로 불안과 두려움을 겪어야 했다. 전염병은 당

시기 버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묻

연하게 여기던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다. 학생

고,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책에 반드시 담

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의 초유의 상황이

겨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

벌어지기도 했고 많은 일터가 재택근무로 업무

스본부의 정홍근 본부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멈춘다는 것에 우리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는 곳도, 그런

버스 업종은 지자체로부터 임금 등 지원을

노동자도 많다.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받으면서도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

노동자들이 그렇다. 과연 이들의 시간은 어떠

아 채용 비리, 횡령 등의 문제를 오랫동안 풀지

했을까?

못한 채 안고 있다. 정 본부장은 버스가 이윤 창 출이 아니라 공공사업으로 변화해야 함을 피력

서울시 성동구를 시작으로 필수노동자 보

하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를

호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정부와 여당이 필

제시해왔다. 이미 임금 등 상당액의 지원금을

수노동자 지원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성을 분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는 전국적으로

명히 할 때 시민들에게 필요한 곳으로, 시민들

제정되고 있다. 보건·의료, 돌봄, 교통 등의 노

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정해질

동자들은 시민들이 비대면으로 활동하는 시기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

에도 대면 노동을 하고 있고, 건강을 위협받을

책 역시 공공성이 그 핵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

수 있어 점검과 보호가 필수적이다. 버스노동

장했다.

자들 중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뉴 스 기사를 통해 알려지고 간혹 마스크 쓰기를

완충제 없는 버스노동자의

거부하는 승객을 통제하는 중에 폭행을 당했다

코로나19 시기 노동

는 뉴스가 나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버스노동자들은 업무 중에 많은 승객들을

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평소 안고 있던

대한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예측

일터 11


불가능성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따를 수밖

이 확산되는 시기 내내 정부가 전국민에게 제

에 없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승객이 마스

시했던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권고가 이들에

크를 쓰지 않아 써 달라고 요구하다가 버스기

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

사가 폭행당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기

장 기본적인 사항이면서도 실행하기 어렵다는

존에도 버스노동자들의 폭행 피해는 있었던 일

모순이 버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전부터 있었

이지만 폭행당하는 이유가 추가된 것이다. 이

다. 아플 때 휴가를 내 쉬는 일은 한국의 노동자

렇게 감염병은 평소 있던 위험이 더 증폭되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 사람이 자

원인이 되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뉴스를 보

리를 비우면 누군가가 대신 채워야 하는 상황

며 안타까움을 표하겠지만 그 일을 겪은 버스

에서, 버스 회사들은 ‘쉴 권리’를 보장하기보단

노동자는 어떨까?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만 넘어가기를 기대하며

도가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에게 노동을 권한다.

“코로나가 워낙 확산세라서 처음보다는 인

“법으로 연차휴가가 보장되지만, 연차를 내

식이 바뀌고 완화되었죠. 힘없는 사람들의

라고 하는 회사는 전국적으로 100개 중 10

한이랄까요. 시민들이 언론을 보면 폭행당한

개도 안 될 겁니다. 대부분 수당으로 줘 버려

버스기사 보면서 안타까워하지만 우리는 하

요. 누군가 쉬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

소연 할 데가 없어요. 회사에서는 어느 회사

는데 회사입장에선 비용이 더 드는 일인거

에서 벌어졌다는 거 자체가 지자체 평가 대

죠. 회사에서 용인 안 해줍니다. 대신 돈으로

상이 되는 이유다 보니까 쉬쉬하고 그래도

주죠. 노사가 합의를 하면 법적 강제력이 없

일하라면서 달래고 끝내는 식이에요. 우리

는 거예요. 근로기준법에 무조건 쉬라고 하

도 ‘내가 왜 맞아야 돼’ 하는 분노는 있지만 어

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법으론 연차휴가를

떻게 보면 어머니 같고 형제 같아서, 고발하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가

고 조사받는 거 생각하면 복잡하니까 거의

연차를 돈으로 받겠다고 합의된 것을 무효

‘내가 운전하는 게 죄지’ 하고 포기하죠. 코로

화할 강제력은 없어요.”

나 관련해서 위험을 줄이려면 일하는 시간 을 줄여야 해요. 물론 회사에서는 주5일근무

버스 업종은 장시간 노동으로 오랫동안 악

제를 요구해도 6일, 7일 다 시키고 싶어하죠.

명을 떨쳐 왔다. 새벽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신규채용하면 그만큼 기본금, 상여금이 다

일이 다반사인 업종이다. 장시간 노동은 버스노

뛰니까요. 그래서 주5일 근무제로 가야한다

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 대응도 어렵

는 것이 우리가 주장해온 것이에요. 버스업

게 만든다. 게다가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한 번

계는 오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다행

운행을 시작하면 종점까지 가야하니 원할 때 화

히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주52시간제가 시

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방

행됐어요. 그런데 이번엔 탄력근로제로 업무

광염은 흔히들 앓는 질환이다. 허리 질환과 사

시간을 늘려버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고도 두렵다. 또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쉽게

노동시간이 통제되겠습니까.”

잊혀지는 어려움이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다. 아 침에 담뱃갑에 십계명을 적고 마음을 다스리며

‘아프면 쉬라’는 공허한 외침

출근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

필수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대면노동을 하는

면 마음 다스리기는 요원해진다.

버스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감염병

12

노동자가 만드는


감염 위험에 고용 불안까지 덮치다

필수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지원·보호 대책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대면 노동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버

을 하는 노동자들이 적어도 덜 위험하게 일을

스 격일제, 복격일제를 하루 2교대제로 변경하

하려면 마스크나 손소독제 같은 보호구는 안정

고 준공영제 등 운영체계 다각화 계획을 밝혔

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특히 그 자리를 떠날

다. 이에 대해 민주버스본부는 하루 2교대제를

수 없는 버스노동자에게는 더 그렇다. 그런데

환영하면서도 ‘완전공영제’로 나아가야한다고

이런 충격이 올 때 쿠션 역할을 하는 곳이 보이

입장을 냈다. 버스노동자들이 필수노동자로 그

지 않는다.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회사는 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상황에서

지 않고 노동자가 고스란히 겪어내야만 한다.

건강과 임금, 고용 역시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버스노동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겪은 즉각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정부 및 여당의 필수노동

적인 어려움에 대해 방역 등 회사의 안전조치,

자 보호 및 지원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감염 위험에 대한 보상, 유급휴가같은 보호 및 지원이 있었을까?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제

“필수노동자 지원·보호 대책 취지에는 공감

공해야 하는 보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합니다. 그런데 강제사항이 없다는 점이 아

런 완충 조치는 일어나지 않고 노동자들을 사

쉬워요. 조례 만들고 대책 세우는 것은 좋은

지로 몰고 있다.

데, 이게 사업주들의 협조 없이는 못 한다는 것이 문제죠. 지자체장이 계획을 세운다고

“초기에 우리도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이 안

한다면 ‘재난수준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이 제

된다는 말이 많이 공유됐습니다. 하나를 주

출하면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장은 따라야

고 며칠 쓰라는 곳도 있고요. 심지어 회사에

한다’ 고 단정지어야 하는데, ‘협조를 요청할

마스크를 요구했더니 지자체에서 안 나와

수 있다’고 하고 있어요. 운행이 감축하더라

서 못 준다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고 노동자

도 임금을 우선 지급하라는 조항을 줘야 합

들 개인이 사는 경우도 많았어요. 버스노동

니다. 그래야 조례에 대한 정의가 살아나는

자 폭행도, 그렇게 노동자들이 폭행당하고

거죠. 버스노동자는 감염병에 취약하니까 민

언론에 나올 정도면, 경영자들이 버스노동자

간 기업에서의 대책보다는 지자체가 더 적

들 폭행한 승객에 처벌을 더 강화하라고 하

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지자체가

는 것이 맞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요.

공공 영역의 버스노동자들의 휴식과 임금에

코로나 때문에 생긴 변화라면 근무를 못 한

대한 불안함을 없애려면 조례에 대해서도

다는 거죠. 운행이 감축되었으니까요. 재난

강제성을 두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

시기라서 지급된 것이 고용유지지원금인데

느 사회든지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요. 고용유지지원금이 운행감축으로 인해서

굴러갑니다. 필수라는 건 어쩔 수 없이 하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국가에서 임금의

거잖아요? 파업해도 필수인력 남겨놓고 하

70%를 주고 유급휴가를 쓰라고 하는 거잖

듯이요. 그렇다면 노동자 권리를 충분히 보

아요. 그리고 30%는 일단 회사가 지급한 뒤

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자체에 신청하면, 다시 돌려받아요. 근데 이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지원을 하는데도 전국적으로 경영을 제대로 못 해서 노선 폐지하고 폐업하는 버스회사 들이 수두룩합니다.”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관련 경기도 노동국과의 면담 열려 푸우씨 상임활동가

▲ 농촌 이주노동자가 한겨울 한파 속에 비닐하우스 안에서 취침 중 사망하는 절망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에 한국노동안전 보건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이주단체, 노동, 사회단체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 다. 출처: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

경기도 일대에 한파경보가 내려진 작년 12

해 발견됐다.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

월 20일 경기도 포천 일동에 위치한 한 농장의

난 故 속헹 씨는 2016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

입국하여 줄곧 농업에 종사해왔다. 그녀의 죽

여성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녀의 싸늘한 주검은

음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한 것

함께 방을 사용했던 동료 여성이주노동자에 의

은, 고인의 침실에서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

14

노동자가 만드는


은 귀국 비행기 티켓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센터,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등이 참여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속헹 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경기 북부지역의 이주민인권단체와 민주노총, 이주

한편, 전국의 지자체 중 이례적으로 경기도

노조 등을 중심으로 70여개의 단체가 참여하는

는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보다 하루 앞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이

선 1월 5일 이재명 도시자가 직접 나서 [농어촌

하 ‘대책위’)가 결성되었다. 대책위는 ▲ 철저한

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이하

조사와 사망 원인 규명, ▲ 유족에게 사과 및 보

경기도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

상, ▲ 사업주에 대한 고용허가 취소 및 동료 노

했다. 경기도의 시·군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도

동자의 사업장 변경 보장, ▲ 임시가옥 거주 이

내 농어촌지역 이주노동자 숙소를 대상으로 전

주노동자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

수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구하고 있다. 이에 경기남부 이주관련 대응을 하는 주요 故 속헹 씨의 산재사망 사건을 계기로 너무

단체를 중심으로 경기도 노동국과 1월 29일 경

나 열악하고 심각한 이주노동자 숙소환경에 대

기도 실태조사에 대한 면담이 진행됐다. 경기

한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고용노동부는 2021년

도 노동국은 고용노동부와 도내 시·군의 협력

1월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합동으로 보도자료

을 바탕으로 전수조사 대상 2,161 곳 중 99.1%

를 배포했다. “21년 1월 1일부터 고용허가 신청

에 이르는 2,142 곳에 대한 점검을 마친 상황이

(신규,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 재고용 등) 시

라고 현재까지의 진척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

대해, 면담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한다”

비롯한 경기남부의 대응 단체들은 ▲ 경기도

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농어업 분야의 이주노

실태조사 주요 표준점검표·기준 공개, ▲ 농어

동자 고용허가에 필요한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업 이외의 제조업, 건설업 등 전반으로의 확대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고

조사 실시, ▲ 조사 이후 실질대책 마련 과정에

용노동부가 제출한 이 지침은 비닐하우스만 아

서 이주노조 등 당사자 참여 보장, ▲ 고용노동

니라면, 컨테이너와 조립식 패널 등 주거시설

부의 기숙사 숙소비 징수지침 폐기에 대한 입

로 합당하지 않은 숙소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장 발표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않겠다는 것이므로 또한 한계적이다. (자세한 내용은 현장의 목소리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 찬 대표] 인터뷰 참조)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발 빠르게 경기도가 이 주노동자의 기숙사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 서고 있지만, 당사자인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고용노동부의 ‘농어

외면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촌 이주노동자 주거시설 기준 지침’에 항의하

있다. 또한 형식적인 서류 검토 수준의 실태조

며, 전국 각지에서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다

사로는 기숙사 등 주거시설로 인한 이주노동자

시 한번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피켓 연

의 죽음이 또 다시 반복될 것이 뻔하다. 한 차례

대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열악한 이주노동자

의 면담만으로는 모든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것

기숙사 주거 환경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

이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하는 1인 시위는 경기남부에서도 민주노총 경 기도본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다산인권

일터 15


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조영훈 회원, 노무사

1.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

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고시

대표적인 유연근무제 중 하나가 근로기준

(제2017-117호)에 따르면 만성과로의 경우 발

법 제51조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이다. 탄력적 근

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4시간을

로시간제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사

넘거나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용자의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활용하여 일정 기

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강하다

간 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맞추

고 보고,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노동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한

자가 아닌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노동자의 근

다. 단기과로의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

로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고 줄이는 제도이다.

무량이나 시간이 12주 간의 1주 평균보다 30%

1)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2020. 12. 9.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단위기간이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인 탄력근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 한다.3)

로제 신설”한다고 밝혔다.2) 이 제도는 근로기준 법 제51조의2에 반영되었다.

그런데 기존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1 주 근로시간이 2021. 7. 1. 이전에는 최대 80시

2.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간까지 가능하다. 근로시간에 관한 2018. 3. 20.

기존의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

개정 근로기준법(15513호)이 5인 이상 사업장

시간제 역시 노동계에서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에도 적용되는 2021. 7. 1. 이후에도 최대 64시

비판의 요지는 크게 건강권과 재산권의 측면에

간까지도 근로시킬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

있다. 먼저 이 제도가 노동자의 생체리듬을 깨

제로 특정주에 현재는 80시간까지, 2021. 7. 1.

고 특정 주에 장시간 노동을 하게 하여 뇌심혈

이후에도 64시간까지의 장시간 노동을 용인하

관계질병, 정신질병 등의 과로성 질병을 일으

고, 특정주의 근로시간이 30% 이상 증가하는

1) 현행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가 있고, 2021. 4. 6.부터 근 로기준법 개정으로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단위가 추가 시 행될 예정이다. 2)고용노동부,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10개 개정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0.12.9.), 6면. 16

노동자가 만드는

3) 편 위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에서 사용하는 “업무시간” 이라는 개념은 근로시간보다 넓은 개념이다. 근로복지공 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 침」(지침번호2018-2호)에 따르면 ““업무시간”은 근로계 약상의 “근로시간”과는 다른 개념으로 업무를 위한 준비 및 정리 시간을 포함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표.1> 뇌심혈관질병 인정 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것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가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 산업재해를 사실상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나. 영 별표 3 제1호 가목 2)에서 “업무의 양·시 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더욱이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의해 6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

월을 단위기간으로 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 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란 발병 전 1주일 이

적용한 사업장의 경우, 12주 동안 52시간 근로 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뇌심혈관질병 인정 기

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117호)에서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정한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

보는 경우에 해당한다.

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 를 말한다.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단기간 동 안 업무상 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 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

다음으로 2주 또는 3개월 이내 기간에서 평 균 주40시간을 넘지 않으면, 연장근로가산수

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바, 실질임금이 저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

하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여 판단한다.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다. 영 별표 3 제1호 가목 3)에서 “업무의 양·시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

에는 일일 근로시간이 법정시간인 8시간을 초

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

과하는 경우 신체에 무리가 따르므로 그에 대

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해 가중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법취지가 담겨있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 우”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

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

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

에서는 특정주의 연장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

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에서 정한 연장근로가산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해당 근로자의 업무

문제이다. 또한 근로시간을 줄인 특정주에 대

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

해서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이 지

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급되어야 할 것이나, 이 역시 탄력적 근로시간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 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

제 하에서는 지급되지 않아도 된다.

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 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과 작업 조건에

3.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따른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에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는 다음 사항을 고려한다.

가 시행되면 위의 문제점에 더하여 추가적인

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3개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도입

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 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2)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

요건이 완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 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 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설 탄력적

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

근로시간제는 기간이 장기간임을 고려하여 기

는 것으로 평가한다.

존의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것

일터 17


1주 최장 근로시간 구분

주 52시간 적용 시기

주 52시간 적용 이전

주 52시간 적용 이후

2주 이내

76시간 (48+12+16(휴일2))

60시간 (48+12)

3개월 이내

80시간 (52+12+16(휴일2))

64시간 (52+12)

18.3

18.7

19.7

20.1

21.7

300인 이상 50~299인

5~49인

<표.2>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의 1주 최장 근로시간(*)

에서‘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것으로

금보전’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지 않

기준이 완화되었다. 또 기존의 제도가 사전 확

았다면 받게 되는 연장근로수당 전체인지 혹

정한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변경하려면 다시 근

은 일부인지가 분명치 않다. 극단적인 예로 탄

로자대표와의‘합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반

력적 근로시간제로 손실된 임금이 100만원인

해, 신설 제도는 근로자대표와의‘협의’만으로

데 이 중 사용자가 1원만 보전하는 방안을 마

변경이 가능하게 되어 사용자 입장에서 운신의

련하여 신고해도 임금보전 방안 신고를 준수

폭이 넓어졌다. 근로일별 근로시간은 2주 전에

한 것으로 고용노동부가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

만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이에 기

다. 이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

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비해 신설 탄력적

의 구체적 기준이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한편

근로시간제는 도입요건이 완화되어 탄력적 근

임금보전방안도 근로기준법 제51조의2 제5항

로시간제의 도입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단서에 의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면 고용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다음으로 임금보전방안과 관련한 문제이

역시 걱정되는 점이다.

다. 기존 제도에서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4항 의 임금보전방안의 강구가 어떠한 벌칙 규정도

한편 신설제도에서는 근로일간 11시간 휴식

없어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아온 점을

시간 보장 조치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

고려하여, 신설 제도에서는 동법 제51조의2 제

호하는 장치를 마련하였다고 하는데, 근로일간

5항에서 임금보전 방안 신고를 의무화하였다.

11시간 휴식이라면 전날 22시에 퇴근하고 다음

신설 제도에서는 임금보전방안 신고를 하지 않

날 9시에 출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과연

은 경우 사용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충분한 휴식권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부과받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형사처벌 조항

의문이다. 게다가 이조차도 근로기준법 제51조

은 아니다.

의2 제2항 단서에 의해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와

임금보전 방안이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 입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서면합의하면 이에 따를 수 있다. 역시 걱정스 러운 지점이다.

있었던 노동자의 연장근로수당 규모를 보전하 는 방안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임 (*) 고용노동부,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2018.6.), 18면; ‘주52시간제’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 1항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해당 가이드에 적힌 문구 그대로를 인용한다.

18

노동자가 만드는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실태 연구팀 김영선, 이유민, 정지윤, 류한소, 김지안, 최민, 장순원, 박경환

1. 들어가며

자살 사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의 비율

<사무금융 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을 시기별로 보면, 90년대 22건의 자살 가운

대응 연구>는 증권, 여수신, 보험 등 사무금융

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9건(40.9%)이었다. 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로

부분 은행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었다. 2000년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금융업 전

대 32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12

체의 정신질환 상태를 다층적으로 파악하기 위

건(37.5%)으로 증권 노동자의 자살이 많은 수

해 기사분석, 설문분석, 면접분석을 활용했다.

를 차지했다. 2010년대 55건의 자살 가운데 업

이는 정신질환의 추세, 실태, 의미를 다면적으

무관련성 자살은 26건(47.3%)이었다. 업무관

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련성 자살 사건이 경향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업무관련성 요인으로는 실적 압박과 연관된 내

기사분석은 30여 년 간 미디어화된 금융노 동자 자살 사건(109건)을 대상으로 자살의 분 포와 추세를 파악했다. 설문분석은 조합원 1181 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양상을 기술하고 집단 별 차이를 구체화했다. 면접분석은 조합원 16 명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질환의 독특한 분포가 조직의 구조적 요인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2. 기사분석: 추세 금융노동자의 자살 추세를 보면, 전체적으 로 가파른 증가세(90년대 22건에서 2000년 대 32건, 2010년대 55건)를 보였다. 특히 20102013년(6건, 7건, 7건, 14건)과 2004-2005년 (10건, 6건)의 시기가 유독 높았다. 지점 통폐합 이나 인력 감축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크게 작용한 바다.

용들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 어서면서 그리고 증권 노동자의 자살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금융노동자의 자살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유달리 불법적 관행과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 다. 차명계좌, 지인계약 같이 업무 관행, 불법적 요소, 실적 압박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뒤엉키 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불법이 방조된 채 실 적을 채워야 하는 업계 관행이 꽤 빈번했던 것 으로 보인다. 불법적 관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기사에서 불법적 관행이 재현될 때 많은 경우 실적 쥐어짜기 시스템이 유발한 자살 ‘맥락’은 누락되고 만다. 이렇게 위법적 요소가 미디어화 될수록 자살은 개인 문제로 귀착되고 위법적 관 행을 방조하는 실적 쥐어짜기는 재생산되는 효 일터 19


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유발하는

정신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빨간불인 가

맥락으로서의 실적 중심주의 조직문화나 경영

운데, 업종별·직무별 위험의 정도는 달랐다. 첫

방식을 면밀하게 문제화해야 하는 이유다.

째, 업종별로는 ‘여수신’의 경우 성과 압박에 대 해 가장 높은 부담을 보였고, 특히 여성의 불안,

3. 설문분석: 실태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무금융 노동자의 정신건강 지표는 ‘빨간

‘보험’의 경우 감정노동의 측면에서는 직장 내

불’이다. 고위험음주 및 업무 후 정신적 지침

지지체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

을 호소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고, 직무스트레

았고,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이 모든 업종에서

특히 남성의 경우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

50% 이상이었으며, 감정노동 관련해서는 조직

시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증권’의

의 보호체계를 통해 지지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경우 불법적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올리고 싶

90% 이상이었고, 감정부조화를 겪는 비율은

은 성과 압박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80%에 달했다. 또한, 대부분 직장 내 성적·정 신적 폭력영역,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에 노

둘째, 직무별로는 ‘본사 관리 및 지원’에서

출되어 있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5개

여성의 우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점현장 관

예시에 대해 90.4%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

리 및 지원’은 정신적 지침이 가장 많은 직무

이상은 경험했다.

였으며, 관계갈등 및 직무불안정에서 가장 높 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남성의 불안, 우울,

둘째, ‘성과 압박’은 사무금융 노동자의 특 징적인 위험 요소로 확인됐다. 노동강도를 강 화시키는 요인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것 은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었고, ‘업무 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느낀 다’는 항목에서 80% 이상,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는가’라는 항목에는 26.4%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성 과 압박과 자살 간의 상관분석을 통해 성과 압 박이 자살이라는 위험도 높은 상태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자살 생각·계획·시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 지했다. ‘본사 영업’의 경우 성과 압박을 95% 가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폭력에서 직장 내 정 신적·성적 폭력도 높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신 체적 폭력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었고, 감정노 동에서는 ‘직장 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 이 100%였다. 한편, 여성의 경우에는 자살 생 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무였다. ‘지 점 현장 영업 및 보상’의 경우에는 ‘성과 압박 을 느낀다’는 응답이 95%를 차지했고, ‘불법적 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응답이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 95% CI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음

N

OR

OR

95% CI

자살 생각(yes or no)

847

1.630

1.070

2.485

1.609

1.164

2.225

자살 계획(yes or no)

847

1.435

0.833

2.474

1.758

1.186

2.606

자살 시도(yes or no)

847

2.226

0.674

7.354

2.453

1.255

4.794

▲성과압박에 따른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관성 20

노동자가 만드는


출처: pixabay

43.7%로 매우 높았다. 그리고 감정노동 측면에

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으로 볼 수 있

서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다. 증권업의 경우, 노동자들의 자살은 증권업

여성의 경우에는 불안 및 자살 시도가 높은 비

자체의 ‘리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감수하는 구

율을 보였다. ‘콜센터’의 경우에는 업무의 어려

조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위험에

움 정도를 추정하는 보그지수에서 14.2점으로

대한 불안 정도가 높고, 24시간 계속되는 전지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정신적 지침에서도

구적인 금융시스템 아래에서 증권 노동자들은

90.3%나 되는 응답자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장시간 노동과 불면에 자주 시달린다. 보험업

한 직무스트레스 항목 중 직무불안정과 직무요

의 경우, 귀책사유 없이 금감원에 접수되는 소

구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폭력 측면에

비자들의 ‘억지 민원’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공

서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의 경험이 93.1%

황장애를 호소했다. 한편, 성과 압박 체제는 저

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전

성과자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뀐 채로 지속되는

산 IT’에서는 직장 내 성적·정신적 폭력에 대해

모양새였고, 여성들에게 각오나 포기를 요구하

70%나 응답했고, 여성의 경우에는 다른 직무

는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꽤 친화적이었다.

에 비해 자살 생각이 50%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 키워드 ‘욕 먹는 값’. 보험 보상 노 4. 면접 분석: 의미

동자들은 죄송함을 달고 살고 있었고, 증권 노

첫 번째 키워드 ‘성과 압박’. 사무금융 노동

동자들은 고객 손실까지 사비로 보전하며, 지

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성과 압박이

점 관리 및 지원직 노동자들은 지점에서 큰 소

었다. 2000년대 초반 성과급제 도입 이후 20

리가 나지 않도록 사과해야 하는 등 저자세를

년이 지난 지금 발견되는 노동자들의 정신질환

취해야 했다. 이들의 친절과 사과는 성과 압박

은 성과를 위한 ‘자기 착취’를 노동자들이 내면

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감정노동자 보

일터 21


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은 미미

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계 수립을

한 대응으로 일관한 탓에 보호장치가 부재한

위해 우선 정신질환 문제가 조직 차원의 문제라

형국이었다.

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업종별, 직무별, 성별 다양한 원인 차이가 발견되는데,

세 번째 키워드 ‘괴물을 키우는 구조’. 상사

이를 위한 실태 조사, 대안 토론 조직, 조합원 교

의 괴롭힘은 관리자의 개인적 속성이 아니라

육 등의 후속 조치도 요구된다. 서울교통공사의

성과 압박이라는 체제와 연관된 결과라고 보는

‘힐링센터’를 모델 삼은 ‘사업장 기반 정신건강

것이 적절할 것이다. 과중한 업무부여, 승진 누

전담 기구’ 설치도 유효하리라 본다. 마지막으

락, 실적 몰아주기 등 조직 차원의 ‘합리적’ 방

로, 포괄적인 체계 마련과 동시에 고위험군(남

식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미시적인 관계

성 자살 시도 3.6%, 여성 자살 시도 5.5%)에 대

폭력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한 예방 프로그램도 절실한 상황이다.

넷째, 기술 변화 차원. 지점 관리 및 지원

둘째, 실적주의에 기대지 않은 금융노동 모

직 노동자들은 지점 축소 및 통폐합으로 극심

색. 성과 압박과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

한 노동강도를 호소했다. 신기술 변화의 이면

관성이 높았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적주

에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의 체계가 핵심 스트레스 요인이었음이 다시

강조한다.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한번 확인됐다. 성과평가와 분배원칙을 개선할

당장 느끼지 않은 직종이라 하더라도 불안감에

필요가 있다. 노동자가 생각하는 공정한 성과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금융’ 상품 개

평가 기준 마련, 평가위원회 구성, 사업장별 평

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잖게 발견됐다.

가방식에 대한 공개토론 등을 통해 가능할 것 이다. 또한 조직 차원의 영업 방식을 개선할 필

마지막으로, 대응과 지지의 언어들. 직무스

요가 있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 개발이나 공격

트레스에 대한 대응이나 지지가 조직적이라기

적인 영업 방식 대신에 안정적인 운용 방식을

보다는 취미 등의 개별적인 전략으로 해결하려

통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

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낙인에 대한 우려로 정

품 개발이나 영업 방식에 대한 노동자 관점의

신질환의 치료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다.

평가 또한 필요하다.

EAP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홍보 부족, 실질 적인 접근의 어려움, 회사에 알려질 것에 대한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전략 및 정책 수립

우려를 지적했다. EAP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의

과 관련해 노조 간부 대상의 교육이 우선 실시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를 위해 회사가 제공할

되어야 한다. 일종의 정신건강 관련한 공감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지 최대한의 조치는

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또한 업종 전체

아닌 것이다.

의 ‘평균치’를 높이기 위해 법제도를 실질화해 야 한다. 산별노조로서의 역할로 금융노동자들

5. 개선 방안

의 ‘공통적인 고통’을 매개로 이를 제어할 수

첫째, 회사별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체계 수

있는 법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

립. 정신건강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하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작업

개별화된 대응이 빈도 높게 발견됐다. 정신건강

중지·대피’를 삽입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문제의 원인 찾기, 필요한 자원 제공하기, 정신

‘위험성평가’를 금융업에 적합하도록 개발하는

질환 앓고 있는 구성원의 적응 돕기 등 관련 체

사업을 우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22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

이 방송제작현장이다. “잠을 안 재워요” “찜질

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

방이 아닌 여관이라도 잡아주면 좋겠어요” “밥

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

좀 주세요” “지금 촬영 24시간 넘어가고 있어

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요” 이한빛 피디의 뜻을 잇고자 2018년 설립된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

한빛센터 활동 초기에 들어온 상담 내용들이

려웠어요.”

다. 한빛센터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 노동조

- 故 이한빛 피디 유서 중

합의 활동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방송산업에서 가장 중요

2016년 10월 26일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의 조연출 이한빛 PD가 드라마 종영 다음 날

한 것은 시청률, 제작비일뿐, 노동자들의 안전 과 건강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아주 오 랜 시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송제작환경

‘방송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20시간

방송현장에서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했던

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 위험한 촬영 현장, 폭언

이유는 첫째, 방송 제작의 특수성이라는 명목

과 모욕이 떠나지 않는 군대식의 위계적인 상

으로 야간 노동, 밤샘 노동이 전혀 문제 되지 않

하 관계, 다층적인 하청 관계. 위로가 되는 드라

는 문화가 지속되어 왔고, 둘째, 법제도적으로

마를 만들고 싶었던 한 젊은 PD의 죽음은 두껍

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만한 장치가 없었기

고 단단한 방송산업의 문제들을 세상에 드러나

때문이다. 방송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라

게 했다.

는 이유로 오랜 시간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영 역이었다. 노동시간 규제 없는 촬영, 야간 촬영

방송의 부품으로 여겨지는 노동자들

이 빈번하니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어제와

OECD 평균보다 400~500시간이나 긴 시

오늘의 경계라 불분명한 ‘디졸브’ 노동을 하게

간을 더 일하는 한국에서, 방송제작현장의 초

된다. tvn드라마 <화유기>의 미술팀 스태프 추

장시간 노동은 더욱 악명이 높다. ‘방송 펑크 낼

락사고, TV조선 <미스트롯>의 프리랜서 카메

거야?’ 한 마디면 뭐든 감내해야 하는 곳, 밤샘

라 감독 추락사고, 넥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촬영은 기본이고 적정업무시간이 존재하지 않

<킹덤>에서의 교통사고, 최근 sbs 드라마 <펜

는 곳, 한밤중에 촬영이 끝나면 다음 날 촬영을

트하우스>의 세트장 붕괴와 화재 사건과 같은

위해 찜질방·사우나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곳

사고들은 모두 밤새노동, 장시간 촬영과정에

일터 23


준법 개정으로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고, ‘주52시간 상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2021년부터는 방송현장도 더이상 52시간 상한 제를 우회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촬 영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 사 제작사들은 여전히도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JTBC와 같이 근로자 대표와의 서명 합의도 없 이 자의적 ‘3개월 624시간’ 탄력근로제를 시행 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3개월 ▼출처: googleimages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일일 최대 노동시간 은 12시간, 주간 최대 노동시간 52시간을 넘을 수 없지만, 그것은 지키지 않은 채 장시간 노동 을 위한 편법으로만 근로기준법을 악용하고 있 는 것이다. 서 생긴 일이다. 늘 쫓기듯 바쁘게 촬영이 진행 되다 보니 급하게 움직이다가 발생한 크고 작 은 사고들, 안전장치를 준비할 시간보다 일단

“12ON 12OFF” 제도 도입으로, 수면·휴식 시간 확보해야

찍는 게 중요하니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진행되

한빛센터는 영화현장에 정착되어 있는

는 차량씬, 절벽씬, 수중씬들, 졸음으로 인한 빈

‘12ON 12OFF’가 방송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한

번한 교통사고들. 방송을 위해서라면 초장시간

다고 주장한다. 방송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

노동도, 각종 위험한 상황도 무릅쓰고 촬영을

라도, 12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12시간은 꼭 쉬

강행해야 하는 현재 노동조건에는, 이러한 사

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청주방송에서 14

고들을 당할 가능성이 늘 턱밑까지 차 있다.

년간 일했지만 동료들의 급여인상을 요구했다 는 이유로 청주방송의 조직적 괴롭힘에 시달리

예측불가능한 노동과 삶 노동시간이 길뿐 아니라 불규칙하고 예측 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노동자들이 자신 의 일상과 삶을 계획하며 살지 못하고 늘 촬영 일정에 맞춰 대기중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수 면시간, 휴식시간, 일상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 고 일하면서도 비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을 강 요받으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 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게 대다수 방송노 동자의 현실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 한 육체적 고통, 부당한 상황에서도 문제제기 하기 어려운 법적 현실적 지위, 그로 인한 정신 적 스트레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 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2018년 근로기 24

노동자가 만드는

다 생을 마감한 이재학 피디, 집에 가는 날보다 사무실에서 밤샘노동하다 잠드는 날이 더 많았 던 그의 별명은 라꾸라꾸(간이침대)였다. 남아 프리카 공화국에서 부족한 제작비로 촬영와 운 전을 겸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환성 김광일 피디, 그리고 방송현장에서 일하다 버려지고 스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 더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방송 제작·편성 환경을 만들어야 한 다. 방송사, 제작사 마음대로 원칙과 기준도 없 이 주먹구구식으로 촬영 일정과 시간이 결정 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카메라 뒤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한 빛센터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추모 및 진상규명, 근본대책 촉구 기자회견. 출처: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일터>에서는 돌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그램, 일상생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

돌아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등 다양

인 대상 사회복지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

한 직종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는 사람들이죠.

않던, 작년 연말에 청와대 앞에서 집단해고 철회 와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또 다른

생활지원사들은 작년 2020년 1월 보건복

돌봄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생활지원사다. 초고

지부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하는

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거노인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2000

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생활지원사의 노

년대 초중반 시행되었던 기존의 노인돌봄 서비

동을 들여다보고자 생활지원사 J님과 이들의 노

스들은 ①노인돌봄기본서비스, ②노인돌봄종

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시는 공공연대노동조

합서비스, ③단기가사서비스, ④독거노인 사회

합 최순미 조직국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관계활성화, ⑤초기독거노인 자립지원, ⑥지역 사회자원연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를 노인돌

독거노인의 생활을 받치는 사람들

봄사업 간 장벽을 없애고, 수혜자 요구에 기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활을 지원한다’라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통

는 말이 참 모호하게 다가왔다. 독거노인의 ‘어

합·개편한 것이 바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다.

떤’ 생활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원한다는 것인지, 지원이라 함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인지

J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의 생활지원사가 있

궁금했다.

습니다(20년 7월 말 기준, 2만5천470명). 이 들이 독거 노인 45만명을 돌보고 있다고 봐

26

J 생활지원사는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

도 되어요. 하루에 5시간씩, 평균 16명의 노

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중

인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독거·조손가구처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이용자들은 일반군과 중점군(신체·정신적

들에게 안부확인, 생활교육, 사회참여 프로

인 기능제한으로 일상생활 지원 필요가 큰

노동자가 만드는


대상)으로 나뉘어요.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전

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의 고용

이용자(16명)들에게 일정대로 안부전화를

불안, 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과 직무스트레스,

하며 말벗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방문

성폭력 위험 등의 안전과 건강상에 유해한 노

을 합니다. 병원, 관공서, 은행 등 필수적인

동환경과 긴밀히 연관된다.

외출에 동행하기도 하고요. 중점군의 경우 에는 일주일에 2번 각각 2시간씩 가사지원

최순미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서비스를 합니다.

필수적인 영역이 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점 차 시장화되는 돌봄노동의 대부분을 담당

필수적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

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

정부의 사업안이나 교육에서는 특정 업무

지 못하고 있어요. 마치 과거 집에서 가사노

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요양

동을 하는 것을 무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

보호사나 가사관리사처럼 이용자의 거동과 가

했던 것처럼 말이죠. 최저임금을 받으며, 마

사노동 전반을 챙기게 된다. 정부는 이용자들

치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받지 못하는 가사

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

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취급받고 있어요. 여

지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에겐

성이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업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라는 사회적 평가 속에서 급여 등 노동조건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약한

이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어 버리는 거죠.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노동권 보장에는 손 놓은 정부 J 생활지원사의 전신은 생활관리사에요. 하

생활지원사들은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며

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실제로 오

방문해야 한다. 이동은 업무의 일부분이다. 하

랫동안 이 서비스를 받고 계신 이용자들도

지만 이동에 드는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

‘집에 왔다가는 아줌마’, ‘전화해 주는 사

다. 이동시간 또한 근무시간으로 산정되지 않

람’, ‘일하러 오는 아줌마나 어딘가에서 오

기도 한다. 더욱이 생활지원사들을 관리하겠다

는 복지사’라고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시거

면서,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광장앱’은 각종 논

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본

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이 때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해도, 이용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제대로

최순미 맞춤형 광장앱은 기본적인 노무관리

안 해주다보면,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라고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생활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업무 만족

원사들은 종일 맞춤형 광장앱을 켜놓고 실

도도 낮아지고, 심지어 일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보고해야 해요.

부당한 걸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3분마다 위치를 추적하죠. 사생활 침해 논 란이 불거지는 것은 기본이죠. 더구나 최저

작년 통합·개편되면서 ‘노인맞춤돌봄서비

임금을 주면서 이동경비뿐만 아니라 광장

스’로 묶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노인돌봄종합

앱 사용에 따른 데이터 비용까지 자비 부담

서비스·단기가사서비스 등은 2007년부터 10

이에요.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때론 앱 사용

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

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기기변경까지 해야

사업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

하는데, 그 비용도 마찬가지죠.

히 열악하기만 하고, 사회적 인정조차 제대로

일터 27


더욱이 광장앱은 노인생활지원사의 업무

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기 센터의 이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

용자를 늘리기 위해 생활지원사들에게 재고용

되고 있다.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만 일하

을 조건으로 압박하며, 1명당 4~5명의 이용자

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유

를 데려오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담당 지역

동적으로 일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걸 부당하

의 독거 노인 리스트를 나눠주면서 직접 방문

게 근무시간 미준수 또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하여 서비스 제공을 권유하거나, 기존 이용자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방

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등의 일

문시간이 짧을 경우 집 앞이나 주변을 서성이

을 시킨 것이다.

면서 시간을 채워야 하고, 식료품 등의 물품을 전달해야 할 때 이용자가 집에 부재할 경우에

최순미 보건복지부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

는 선 전달 후 앱상 방문체크를 위해 해당 가정

하는 사업들이잖아요. 그런데 민간위탁을

에 재방문하는 일도 빈번하다. 서비스 제공의

줬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

효율은 증대되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노동강

는 것 같아요. 민간위탁 사업방식을 취한 사

도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

회복지 영역 대부분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러니 앱만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

있어요. 1년 단기계약 해놓고 해고시킨다든

에 적합한지, 잘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할 점은

가,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센터나 담당

없는지 등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

자별로 (재)채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버린

는 요구가 강하다. 하지만 다른 복지서비스들

다든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지침을 내리

처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대부분 민간에 위

지만, 법률 수준이 아니니까 지키지 않아도

탁되다 보니, 앱 관리는커녕 노동권조차 보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이 빈번해요. 현장에

하지 않고 있다.

선 정부 지침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어요.

J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을 가족에게서 시장

생활지원사가 마주하는 위험

으로 이관시켜 왔어요. 그렇게 사회복지 영

생활지원사들은 노인들의 일상을 챙기기

역에서 시장화가 확대되었죠. 국가는 이용

위해, 전화할 뿐만 아니라 직접 각 가정을 방

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이용자들이 기

문한다. 제공할 서비스가 규정되어 있지만, 한

관과 종사자를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 형

사람의 삶을 살피다 보면, 부득이하게 또는 자

태가 기본적인데, 이때 해당 기관들에선 이

발적으로 업무를 넘어선 일들을 나서서 하게

용자들을 많이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해

될 때가 많다. 더욱이 청소·정리 등이 거의 되

요. 그래서 기관들은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지 않거나,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들

최대한 잡음 없이,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려

이 많은데,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

고 해요. 처우 개선도 안 하려고 하고, 이용

시간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하기에, 직접 청소

자들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죠. 노동자들은

는 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문제

어려움이 있어도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는 이런 업무 외 노동, 매뉴얼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들이 많다는 것에서 생활지원사의 위험이

보건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노동자들이 가장

개편하면서 서비스 대상자를 35만명(19년)에서

많이 겪는 폭언, 폭력, 성폭력 등의 위험에도 늘

45만명(20년)으로 10만 명 확대하기로 했다.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조치

그런데 민간위탁 기관들에서는 전체 이용자 증

나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은 부재한 상황이다.

28

노동자가 만드는


▲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색색의 작업용 잉크와 그가 좋아하는 그림 액자가 걸려있는 김 지회장의 스튜디오 모습. 출처: 한노보연 ▲ 출처: 공공연대노동조합

J 그 외에,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

문제해결의 시작,

어요. 생활지원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

사회적 인정과 공공성 강화로부터

스, 고통이에요. 대표적으로 노인분들이 응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실현되기 위해선,

급상황에 처하는 걸 목격하는 일이 잦아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과정 등 전반을

우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시면 긴장되고

국가가 책임지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

불안해요. 뭔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죠. 물론

요하다. 나아가 J님은 해당 노동에 대한 사회적

밤중에 술에 취한 채로 전화하거나 수시로

가치를 인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전화를 거는 일도 부담이 되지만요. 방문했 는데, 갑자기 쓰러져 계신다든가 하면, 긴급

J 노인 돌봄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더 중

히 대응해야 하잖아요. 저도 최근에 한 분이

요해질 거예요. 노인생활지원사의 노동은

돌아가실 뻔 한 사례를 겪었는데, 3~4시간을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에요. 가족이 무너지

119 불러서 후송하고 챙기고 그랬어요. 그때

면서, 사회관계로부터 단절되는 노인들이

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요.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초고령 사회로 접어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구나 싶어요.

들 때,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삶을 돌볼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정부는 민간기관과 노

최순미 하지만 정부나 기관들에선 생활지원

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이용

사들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트라우마 치유

자들의 편의와 취업통계 상 고용률만 고려

도 해주지 않아요. 긴급상황에 대한 대응매

하다보니, 정작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

뉴얼도 없고 교육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도

경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지금보다 더 안

않죠. 결국, 개인 몫으로 남겨질 뿐이죠.

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 리 생활지원사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당 면한 문제를 조직된 힘으로 바꿔나가길 바 랍니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영하 18도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20일

까 이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고 살아가

경기도 포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의

는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공간이면서

‘속헹’ 씨는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삶 자체가 유한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자다가 숨졌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

이 흘러가는 여행을 하다 잠시 머물면서 모

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김이찬

여서 놀고 얘기 나누는 가벼운 느낌의 ‘정류

대표를 만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주거환경으

장’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로 인한 문제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지난 1월 14 일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았다.

“1~2년쯤 여러 국적의 노동자들과 함께 비 디오도 만들었는데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지구인이 머물 정류장의 시작

‘선생님, 미나리꽝에서 일하다가 허리 아프

이주노동자들의 영상 만들기 모임으로

고 추워 죽겠는데 사업장 바꾸는 거 신경 써

2009년 시작한 <지구인의 정류장>은 2016년

주면 안 돼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에

말에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영상을

비디오를 만들고 주중에는 임금체불 등 상

발표하기도 하였다. <지구인의 정류장>에 대한

담을 했죠. 2012년인가 강원도 양구에서 농

소개를 먼저 부탁드렸다.

업노동자 15~17명이 왔어요. 산골 낯선 추 운 환경에서 제한 없는 노동시간으로 힘들

30

“사람들의 삶의 권리가 중요했고, 누가 모여

어서 왔어요. 교육실과 상담실로 쓰던 방들

서 놀 것인가 생각했을 때 국민, 시민을 붙

이 침실이 되어버렸죠. 대부분 캄보디아 노

이면 경계가 생겨요. 안에 포함되는 사람과

동자였는데, 월세를 모아서 낼 테니 쉼터(속

밖에 있는 사람들.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지

소)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구에 사는 사람 즉, ‘지구인’으로 했어요. 안

협의 끝에 우리가 숙소를 마련하기로 하고

산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월세와 식재료비 등 운영비 부담은 자치적

노동자가 만드는


으로 하기를 권유했어요. 이를 계기로 90명

기했어요. 그런데도 사업주는 난방장치에

정도가 모인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크메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요. 대사관에서는

노동권 협회’가 2013년에 만들어졌어요. 그

국가 간 외교적 관계를 핑계 삼아 관행에 따

무렵부터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

라 빨리 수습해서 보낸 것 같고, 아직 산재

해에 대응하기 위해 캄보디아어를 배우게

유족급여 신청이 안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

되었어요. 지금도 상담의 90% 이상은 캄보

고 있어요.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디아 노동자예요. 그 사람들은 제가 캄보디

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아 말을 잘한다고 착각해요(웃음).” 식도정맥류를 파열시킨 혈압상승의 직접 산재은폐의 공모자들

원인이 강추위 속 고장 난 난방시설이라는 추

최근 언론에서 속헹 님의 부검 결과, 간경화

론이 충분히 가능한데, 고용노동부와 캄보디아

와 식도정맥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입국 시 건

대사관은 환경 관련성 조사를 애써 피하며 일

강했던 속헹 님이 간경화가 발생하게 된 경위

종의 산재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

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이유, 결정적으로 영

주뿐만 아니라, 이들 정부기관들의 태도를 들

하 18도 속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식도정맥류가

여다보면, 결국 우리는 고용허가제라는 근저에

파열된 직접적 이유가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

자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같은데, 어떻게 진행 중인지 물었다.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수소문해서 함께 일한 노동자랑 어렵게 통

사업주에 종속시키는 제도예요. 나랑 같은

화가 됐어요. 속헹 씨 숙소의 누전차단기가

처지에 있는 동료가 죽은 상황이잖아요. 현

계속 떨어졌다는 거예요. 누전차단기 스위

장을 목격했고 유가족이 자초지종도 물었

치가 오래 떨어져 있다가 잠깐 올리면 10분

을 거 아니에요. 심신이 매우 지치고 트라우

쯤 있다가 또 떨어지고. 금요일 밤에는 5명

마 위험도 있는데,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중 3명이 춥다고 먼저 나가고, 나머지 2명

있어요. 항의를 했더니 고용주는 동료들과

이 남아 잤는데 밤새도록 거의 눕지를 못했

의 접촉을 막고 있어요. 고용노동부가 가서

대요.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면 떨

한 일은 한글로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

어져서 또 한 사람이 나갔다 돌아오고. ‘전기

습니다.’라는 서명을 받은 거였어요.”

를 너무 많이 쓸까봐 냉장고 세탁기 다른 전 기장치를 다 뺐단 말이죠. 그래도 안 올라갔

박탈당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어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타살이나

2017년 이주노동자 숙소와 대기실 컨테이

코로나 감염만 고려하고 이런 내용은 조사

너 화재로 인한 사건들, 2020년 여름 홍수 시

를 안 했어요. 밤새도록 차단기 올리다가 토

이재민의 80%가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이주

요일 저녁엔 동료가 인근 친구 집에 가면서

노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촌이주노동

속헹 씨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괜찮아 여

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기 있을게’ 했대요. 동료노동자가 오후 4시

비정상적인 주거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경에 돌아왔는데, 객혈 흔적이 있었고 주검

궁금했다.

은 동료가 혼자 쓰는 다른 방에서 발견됐대 요. 주검이 발견된 방이 차단기가 잘 안 떨

“주거 문제를 주거권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어지고 우풍도 적어서 좀 더 따뜻했다고 얘

그런 거 같아요. 이주노동자를 먼 나라에서

일터 31


불러왔으면, 살 곳에 대한 설계나 준비를 해

등 12개 기준을 마련해 2016년부터 2020년까

야 할 거 아니에요. 해마다 6만 명씩 합법적

지 기숙사 시설개선 명령을 11,000곳에서 받았

으로 들어오고, 또 그만큼씩 돌려보내는 상

지만, 조치에 나선 비율은 0.3%에 불과했다는

황이거든요. 고용허가제는 국가가 독점적

보고가 있었다. 시정지시에도 개선이 안 되는

으로 인력을 알선하여 노동자가 다른 데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동하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시스템이거든 요. 정책목표가 너무 노골적이고 부끄러운

“관련한 처벌규정이 있다기보다는 근로기

데, 원칙적으로 한국의 노동자가 가지 않는

준법 위반이 아닌 농지법 위반으로 보고 원

열악한 곳에 일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란 말

상복구명령을 하는 정도예요. 처벌을 한다

이죠.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업장에서 벗어

고 해도, 과태료 30만 원 정도라고 들었어

나지 못하게 막고 만일 벗어나면 미등록 체

요. 더욱이 근로감독관에게 사법경찰권이

류자로 만드는 시스템이죠. 그렇다면 그곳

있지만 노동부 소관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에서라도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서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고, 경찰은 주거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여건은

문제와 관련해 속헹 씨가 살았던 농막이 6

갖춰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전혀

평 이상이라는 사실에 관해서만 조사할 뿐

없죠.”

그 이상은 문제삼지 않아요. 지자체에서 미 등록 건물 관리를 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어

“2017년에 생긴 ‘숙식비 징수 지침’이라는

요. 이 사안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는 형

게 있거든요. 전에는 집값이 50만원, 월급

국이에요.”

이 110만원인데, 집값이 50만원인 경우도 많았어요. 더구나 농수로 위에 컨테이너를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고용허가제 노동

숙소로 쓰라고 하면서요. 임금에서 숙소비

자 25만명 중 70%는 컨테이너든 샌드위치

를 떼면 안 된다고 노동부에 진정했는데, 고

패널이든 임시가설숙소에서 살고 있어요.

용감독관의 답변은 ‘이건 근로기준법 관련

2017년에 고용노동부는 말 그대로 ‘비닐

사항이 아니어서 조사 못 한다’였어요. 숙소

하우스’만 막았어요. 그건 전체 숙소의 1%

문제는 노동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에 불과해요. 속헹 씨의 숙소는 숙소 종류의

면서요. 계속 문제제기를 하니, 2017년에

30%에 해당하는 것, 즉 안에는 샌드위치패

노동부가 내놓은 게 <외국인 근로자 숙식제

널 조립물이 있고 그 바깥을 까맣게 덮은 비

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이에요. 이후

닐하우스거든요. 올해 1월 노동부는 개선안

에는 근로기준법 제10장에 ‘기숙사에 관한

이랍시고 ‘비닐하우스가 없는 임시가설 숙

규정’을 개정했고요. 그런데 기숙사인지 여

소는 된다’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달리 말

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등 위

하면, 비닐하우스만 벗기면 샌드위치패널

지침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지금도

과 컨테이너는 상관없다고 하는 것이죠. 정

고용주에게 시정 지시를 내리는 거 말고는

부, 특히 노동부는 주거권을 보장할 의무가

별 대책이 없어요. 지침도 그대로고요.”

있잖아요. 이주노동자가 낯선 나라에서 어 떻게 살아갈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은 정부의 의무

20살 이주노동자가 한국 젊은이들도 경험

이주노동자단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해보지 않은 농지나 임야에서 집이라고 할

고용법을 개정해 면적, 냉난방시설, 소방시설

수 없는 곳에서 어떻게 자고 먹고 씻고 하는

32

노동자가 만드는


▲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출처: 지구인의정류장

지, 그런 곳에서 문화생활이 불가능한 게 아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시간과 같은 열

닌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건

악한 노동조건도 더 드러내고 바꿔나가야

무엇인지 준비하고 안내할 의무 말이에요.”

해요. 근로계약서에는 하루에 8시간 일한다 고 되어 있지만, 10시간은 기본이고 심지어

지구인이 머물 안온한 사회를 위해

한 달에 이틀만 쉬는 일이 다반사에요. 대책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은 국가의 이주노동자

위는 속헹 씨 사망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어

정책과 관련한 기관 모두에 책임있는 게 아닐

가면서, 고용허가제의 부당성을 짚어내고

까? 무엇보다 고용허가제를 바꿔내는 일이 중

농촌이주노동자 주거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요하다. 이게 가능하려면, 노동부, 사업주 등 관

제대로 책임지고 조치할 수 있게 정책감시

련 당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

와 압박을 계속 진행해야겠죠.”

는 게 선결과제일 것이다. 사회운동진영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하면서 주거권 문제를 사회

김이찬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일터>

화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대책위의 향후계획

독자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아무리 힘들더라

에 대해 들었다.

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함 께 목소리를 모으고, 혼자 얘기할 수 없는 문제는

“속헹 씨의 유가족들이 현 제도에서 받을 수

연대를 통해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모두

있는 보상을 최대한 받도록 하고, 향후 정부

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적어도 노동자들

가 이주노동자 주거권에 대한 정책을 개선

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2시간 가까이

하도록 요구해야죠. 70%에 해당하는 임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온 농촌이주노동자의 적

가설숙소문제에 대해서 지자체와 노동부가

나라한 이야기들을 지면상 모두 담지 못해 아쉬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실태를 점검하고

움이 남는다. 못다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께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더 이상 이주노동자

는 다큐멘터리 영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의 생명권이 위협받지 않게 해야죠. 나아가

(2018)>를 보시길 권한다.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노안위원장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눈빛은 속이기 어렵다, 고 생각한다. 언젠가 양선희 동지가 노안 활동에 뛰어든 계기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용도 내 용이지만 오래 남았던 건 양선희 동지의 눈빛이 었다. 나의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일, 나의 많은 힘을 기꺼이 할애하고 싶은 일을 이야 기할 때의 눈. 그런 눈은 다른 빛을 낸다. 이번 일 터 2월호에서는 그 빛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 누고자 한다. 원래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노조 활동을 ▲출처 : 김다연

시작하게 되셨나요? 양선희 저는 급식일을 2003년부터 시작했 어요. 조리실무사로요. 처음엔 너무 행복했 어요. 내가 해 주는 밥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

34

고 가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어요. 그런

로 갔죠. 어쩔 수 없이 발바닥 살을 떼어서

데 언젠가부터 사고가 잦아졌어요. 2009년

손가락에 붙였어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겨

에는 큰 화상을 입었고요. 당시 사용하던 야

울이면 항상 그 부위가 시려요. 그렇게 당한

채 절단기는 잘못하면 손가락도 절단될 수

두 번의 사고와 이른 출근시간대, 감당해야

있을 정도로 아주 위험했는데, 사용하다가

하는 엄청난 양의 급식을 생각하니 고등학

손가락 살점 일부가 잘려나갔어요. 잘못된

교에서 더 일하는 게 어렵겠더라고요. 2010

가이드를 받아 절단된 살을 버리고 병원으

년 중학교 조리사로 이직을 했죠.

노동자가 만드는


2013년쯤부터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양 팔

애 동지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노안활동

이 아팠어요. 급식실에선 일단 작업복 착용하면

을 해야 한다고요. 경험이 있다 보니 그 말이

나도 모르게 몸 아픈 건 잊고 기계처럼 일을 해

더 와닿았죠. 노안활동을 2015년부터 했어

요. 2~3개월 참다 병원에 가니 양팔에 테니스엘

요. 지회에서 누군가 아프다고 문의를 해 오

보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 이

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님들의 도

정도면 급식 일을 좀 쉬거나 그만뒀으면 좋겠다

움을 받아 산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고 말했어요.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병

로 시작했죠. 조합원들과 산재교육을 진행

의 수술 예후가 좋지 않고 그 이후 삶은 어떻게

하면서 우리의 병은 산재승인 받을 수 있다

할 거냐고 하면서요. 전 10년 넘게 급식 일을 했

고 홍보도 했고요. 처음에 지회 조합원 6-70

고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명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현재 500명 이상까지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그분이 제 병은 산재라고 얘기하 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산재신청을 하려고

교육공무직에 포함되는 직종에서 주로 문

했죠. 그런데 학교에서 산재가 아니라고 해요.

제가 되는 질병은 어떤 건가요?

일단 유급/무급 병가와 방학기간을 사용해서 3~4개월 정도 치료받고 많이 회복했어요. 복직

양선희 일단 교육공무직에는 조리사, 조리

하러 가니까 학교에서 동의서를 내밀더라고요.

실무사, 영양사, 사서 등 수십 개가 넘는 직

뭔지 읽어보려 하니 언제부터 이런 거 읽어보고

종이 있어요. 직종마다 질병도 다양하죠. 일

사인했냐면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일단 급하게

단 제가 경험했던 급식실 쪽을 이야기하자

사인했죠. 알고 보니 조리사에서 조리실무사로

면, 근골질환은 기본적으로 있고요. 급식실

변경하는 건에 대한 동의서였어요. 교육청에서

은 공기순환이 잘 안돼서 폐암도 많아요. 후

기존 조리사에 대한 학교의 임의적인 직위변경

드는 있어도 공조기는(후드에 연결되어, 후

을 금지했는데도요. 복직하고도 힘든 일들이 많

드로부터 올라오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밖으

았어요. 그러다 노조 소개를 받았죠. 갖가지 문

로 배출하고 새 공기를 넣어주는 기구) 없는

제들에 대한 이의제기를 노조와 함께하고, 그

학교가 많거든요. 조리할 때 음식에서 나오

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는 연기가 폐에 아주 안 좋아요. 급식실에 그 연기가 자욱해요. 특히 겨울에는 후드를 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당

고 일하면 너무 추우니까 끄는 경우가 많아

시 어떤 활동들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요. 옷 이물질이 들어갈까 봐 두껍게 껴입지 도 못하니 더 춥거든요.

양선희 제가 다치기도 했고, 몸도 아프잖아 요.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문의를 해 오면 더

또 갑상샘암도 많아요. 한 사업장에 2-3명씩

관심이 가는 거예요. 임금도 중요하지만 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직업성

단 몸이 안 아파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당

암인지 조사해야 해요. 얼마전엔 락스 중독

시 안양지회장이셨던 김영애 동지(전국교육

사고도 있었죠. 아주 독한 오븐 크리너 3종

공무직본부 부본부장)가 양어깨 회전근개파

은 2~3년 전에 없어지고 세척력이 좀 약한 1

열로 수술도 하고 산재승인을 받으셨어요.

종으로 바뀌었죠. 그런데도 중독사고가 났

저는 비슷한 시기에 아팠어도 노조도 노안

어요.

활동도 몰라 산재신청도 못했지만요. 김영

일터 35


미화선생님들도 근골질환이 많아요. 아파도

말 만큼은 안 하고 싶더라고요. 동료가 아프

참고 일하고 마치면 치료받고. 작년 2월에

다고 하면. 조리사 되고 나서는 아프면 쉬라

한 분이 테니스엘보로 수술하면서 산재 신

고 하고, 거기에 대해선 토를 못 달게 했어

청을 하셨고 승인을 받으셨어요. 그걸 계기

요. 쉬어야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잖아요.

로 다른 선생님들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

그런 날은 진짜 내가 뛰어다니면서 일을 했

요. 청소가 힘들잖아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

어요. 대체인력 쓰는 건 지금도 잘 안 돼요.

이 많으시고요. 6시간 안에 그 큰 학교를 다

그 시절부터 일하시던 분들은 지금까지도

청소해야 하니 굉장히 바쁘고 몸에 무리가

그게 머리에 박혀서 하루도 제대로 못 쉬어

많이 가죠.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화장실을

요. 그런 분들이 밖으로 자기 이야기를 어떻

깨끗하게 못 써서 일이 더 많다고 하시더라

게 하나요.

구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은 직종 중에서 행정실무사 선생님들은 테니스

올해 8월 말이 정년이신 분이 계세요. 목 디

엘보나 손목터널증후군, 회전근개파열이 많

스크, 허리디스크, 양팔 테니스엘보, 회전근

아요. 컴퓨터를 많이 쓰니까요. 목도 안 좋은

개파열이 왔대요. 오래 서 있을 수도 누워있

경우가 많고요. 또 특수건강검진 대상이 되

을 수도 앉을 수도 없어요. 학교는 출근 안

기도 한 과학 선생님들은 각종 화학물질들

한다고 난리가 났고요. 제가 무조건 쉬라고

을 관리하시다 보니,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

했어요. 자기 곧 정년인데 뭐 아쉬울 게 있

험에 노출되어 있죠.

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나는 그분한테 '선생 님이 여기서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생

작년 여름부터 연구소와 '굴뚝속으로 들어

님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다음 사람을 위해

간 의사들(이하 굴뚝책) 책 읽기 강좌'를 진

서라도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

행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

어요. 그리고 4개 질병에 대해 한 번에 산재

지 궁금합니다.

신청을 했어요. 보통 이 정도로 아프면 학교 에서도 규정 들이대지 않고 질병 휴직하게

양선희 저희 지부 박정호 국장님이 지회마

끔 해줘요. 그런데 그 학교는 이 선생님을 자

다 노안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가

르고 싶은 거예요. 그 분이 유급/무급병가를

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

다 썼고, 취업규칙상 질병 휴직 쓰려면 8주

수성을 기르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말

진단서 필요한데 없으니 안 된다는 거예요.

을 하셨어요. 노안활동은 저 혼자 할 수 없어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에 말 했어요. 어느 의

요. 지회마다 노안활동가들이 있어야 하죠.

사가 4주 이상 진단서 떼 주냐고요. 그러던

특히 자기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위

차에 그 선생님 어깨도 너무 망가져서 수술

치에 계신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

을 하게 되셨고 그 때문에 8주 진단을 받아

어요. 너무 아픈데 말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질병휴직 들어가기는 했어요.

제가 조리실무사로 있을 때, 하루는 몸이 막

36

떨릴 정도로 아팠어요. 출근 못한다고 전화

얼마 전에 그분과 통화를 했어요. ‘네가 아

했죠. 그랬더니 저한테 '야 너 때문에 난리났

니면 이런 용기도 못 냈지만, 20년 넘게 급

어, 기어서라도 빨리 출근해' 라고 하더라고

식실에서 몸 생각 안 하고 죽기 살기로 일

요. 하루 종일 이를 악물고 일을 했어요. 식

한 게 억울하다고. 어느누구도 알아주지 않

은땀 뻘뻘 흘리면서. 내가 조리사가 되면 그

는데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했을까’ 그 생

노동자가 만드는


각만 든대요. 산재 진행하는 동안 학교 때문

기도 해요. 학교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가족

에 너무 비참했대요. 저는 그 분께 정년퇴임

들이 바라는 거기도 하고요. 24시간 노조 혹

하셔도 이 활동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

은 노안 활동이 항상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

어요.

어요. 근데 제 주변에서 '네가 있어서, 네가 이렇게 해 주니까 우리가 이만큼 학교에 내

현장은요, 근골격계 문제에 앞서서 이미 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

음에 병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노조 활동을

장 뿌듯하고 내가 이 일을 참 잘하고 있구나

하면서 느낀 게, 난 진짜 교육을 잘못 받았구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은 '광명은 언니

나. 저는 학교 다닐 때 부모, 선생님께 순종

가 있으니까 누구도 걱정 안 해'라고 하더라

해야한다고 배웠어요. 안 그러면 큰일 난다

고요. 그렇게 주변에서 인정해 주시는 게 감

고요. 나라에 충성해야한다는 교육은 당연

사하죠.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히 받았죠. 내가 왜 그 말을 잘 들었지? 억울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해요.

해요. 양선희동지의 말을 통해 산재를 신청하고 이런 분들의 의견을 모아서 말해줄 수 있는

승인받는 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산재인정이 되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노보연과 함

면, 회복을 위한 시간/금전상 보상을 받는다. 이

께 굴뚝책 읽기 교육을 진행하게 됐죠. 처음

는 동시에 나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처럼 스물 몇 명씩 나오지는 않지만 지금까

응답과 인정을 받는 일이기도 했다. 노동에서 비

지 나오시는 선생님들은 진짜 열심히 하세

롯된 몸과 마음의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것 혹

요. 빨려드는 교육이에요. 다들 의견도 적극

은 말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 내 몸과 마음

적으로 내시고. 진행하길 아주 잘 했다고 생

이, 곧 나라는 사람이 부당하게 고통받지 않아야

각해요.

할 뿐만 아니라, 세심히 보살펴야 할 가치가 있 는 존재임을 무시당하는 경험이다. 나의 인격을

또 작년엔 '나도 강사다' 교육도 해보려고 했

존중받지 못하고, 생명 없는 노동력의 한 단위로

어요. 코로나 때문에 못 했지만요. 계속 설

취급받는 고통. 몸의 병 이전에 이미 마음의 병

득해서 올해 6월 교육 참석자분들이 들으실

이 있다는 양선희 동지의 말은 바로 그것들의 응

수 있게끔 할 거예요. 물론 그 교육 한 번 받

어리를 일컫는 것일테다. 노안활동은 그렇게 단

고 바로 강사로 뛰기는 어렵죠. 근데 한 번

단히 뭉친 아픔을 한 겹, 두 겹씩 풀어내는 일이

받고 또 받고. 용기를 내시면 돼요. 나 같은

아닐까. 고통의 부름에 응하면서, 그들의 ‘말하

사람도 하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이 노안활

기’를 지지해주면서.

동가로 성장하실 수 있게끔 해야 해요. 가장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해야 교감하는 교 육이 돼요. 그게 현장에서 현장을 바꿀 수 있 는 길이예요. 노안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게끔 하는 이유 는 무엇일까요? 양선희 사실 때로는 제 부담감을 떨치고 싶

일터 37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윤성호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도 저축도 없어 거부당하고 기술경력도 자격도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낙심하 며 길을 걷다가 ‘호스티스 구함’이라는 손으로 문화로 읽는 노동

쓴 전단지를 보고 매기는 구멍이 뚫린 벽에 들 어온 남성의 성기를 자위시켜주는 윤락업소에 서 자발적으로 성노동자가 된다. 매춘 혹은 성노동은 늘 사회적 빈곤의 서사 와 함께한다. 가용할 자원이라곤 육체밖에 없 는 사람들이 이르게 되는 막다른 곳에서 수행 된다. 아마도 수많은 노동 중 유일하게 이 노동 만이 매우 강력한 도덕적 잣대로 평가받는 게 아닐까 싶다. 더럽고 추하고 부끄러운 노동, 능 력 없고 게으른 자들의 노동 말이다. 다른 한편 에선 성노동을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여성 착취로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것으로 바 ▲ 영화 <이리나 팜(2007)> 한국 포스터. 영화 제목은 '이리나의 손 바닥'이라는 뜻이다.

라본다. 이 관점에서 성산업 종사자는 남성과 사회구조의 폭력과 착취의 피해자로 인식된다. 이러한 두 시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성산업에

난치병에 걸린 손자, 병원에서 희소식을

대한 인식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둘 다 성노동

알려준다. 호주의 병원에서 치료해주겠다는

이 생존을 위한 ‘노동’이라는 관점을 놓치고 있

것. 그러나 영국에서 호주까지 항공권, 숙박,

으며, 이 노동에 대한 경멸적 낙인이 가져오는

입원비 등의 경비가 없다. 이미 손자의 병원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비를 위해 집도 팔고 많은 부채에 아들과 며 느리도 변변찮은 수입으로 벅차다. 집도 수입 38

노동자가 만드는

영화 <이리나 팜>은 가족과 주변 사람의 인


식속에서 성노동자가 된 주인공 매기의 불안과

수 있다. 영화와 관련해서도 주인공 매기의

갈등을 다룬다. 윤락 업소가 등장한다고 해서

자기인식의 변화와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

영화의 내용이 더럽거나 추하거나 부끄럽진 않

을 준다.

다. 손자를 살리기 위한 소명이나 휴머니즘으 로 성노동을 덧칠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인

매춘 혹은 성노동을 소재로 다룬 이른바

공 매기의 자기인식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영

상 좀 받았다 하는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을

화는 우회적으로 성노동에 겨누어진 도덕적 잣

모순적인 거대한 사회의 희생양으로 다루는

대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경향이 있다. <부르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 상구>가 트랄랄라를 내세워 1950년대 한국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라는 문제

전쟁과 파업으로 인한 미국사회의 하층민의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삶을 그려냈다면 <노는 계집 창>은 영은을

‘성노동’이란 단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넘

통해 7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이르는 왜곡된

어가야 할 것 같다. 성노동은 페미니즘 진영에

한국의 성산업을 보여준 바 있다. 이와 같은

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쟁점이다. 하나는

영화들은 남성중심의 불평등한 사회가 여성

매춘과 같은 성산업이 여성을 성적, 사회경제

에 행사하는 부당한 폭력성을 드러낸다는 측

적으로 종속하고 있기에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면에서 근절주의의 입장에서의 접근이 용이

는 근절주의의 입장이다. 박혜정은 성노동 운

하다.

동을 성착취 근절 운동이 확산되자, 위기를 느 낀 남성지배체제가 종속시스템을 유지하기 위

그러나 <이리나 팜>은 많은 성노동 관련

해 발동시킨 것, 즉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동

영화에서 자주 차용하는 가난과 빈곤의 배경

이라고 주장한다.1) 다른 하나는 자발성을 중심

이 등장하긴 하지만, 암울한 사회상을 영화의

에 두고서 매춘을 성노동으로 개념화하고 성노

중심에 배치하진 않는다. 돈이 필요해 애나

동권과 노동조합운동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박

가 성산업에 종사하기로 결단한 이후 주변 사

이은실은 성거래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

람과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통해,

으로만 보는 전통적 성별억압구조에서 벗어나,

성산업의 폭력성이 아닌 성노동에 대한 도덕

성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스스로 노동

적 잣대,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엿볼 수 있다.

환경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을 강조한

장소와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몇몇 노출 장

다.2)

면이 등장하지만, 인신매매나 강간 등의 폭력 성을 배제하고서, 영화는 인물들 간의 관계에

근절주의의 경우, 성산업이 가진 폭력성과

주목한다.

착취의 문제를 제기해 페미니즘의 문제를 확대 해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불안과 공포, 경멸과 조롱을

럼에도 성노동으로 개념화하는 입장이 섹슈얼

불러내는 낙인찍기

리티의 위계를 고려하고 여러 성적 소수자 운

성산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회와

동과의 연대를 지향하는 데 있어, 현재 성노동

타인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피할 수 없

운동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할

다. 이는 영화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한 축을

1) 박혜정(2020),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열다, p.111 2) 박이은실(2007), 「섹슈얼리티의 위계와 낙인의 문제」, 『성노동』, 여이연, p. 88

이룬다. 일하게 되면서 애나는 주변의 지인들 과의 모임에 소홀해지게 되고, 우연히 지하철 승강장에서 어디 가느냐고 묻는 지인을 무시

일터 39


하고 서둘러 지하철에 오른다. 손자의 치료비

은 매기에게 창녀라 비난하며 모든 돈을 돌려주

마련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이지만,

고 하던 짓을 씻을 수 있게 하겠다고 소리친다.

성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가족과 주변 사람이

집에서 나온 매기는 친목 모임을 함께하는 지인

알게 될까봐 매기는 늘 불안해한다.

들과 만나게 되고 지인의 집에 차를 마시며 자 신의 직업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집을 나가는

근절주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점에서

매기를 따라온 한 여성이 조롱하며 묻는다. “당

몸을 파는 사람은 피해자로 보호해야 하지만,

신의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이야기하지 않았겠

사는 사람과 알선하는 사람은 범죄자로 취급

지?” 이후 상점에서 마주친 매기에게 “너의 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낙인은 성노동이

직업을 고려할 때, 나는 더 적절한 친구를 원해”

아니라 구매하고 알선하는 범죄자에게 내려

라며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려 한다. 이러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접근은 왜

한 장면은 정상가족으로 표상되는 이성애 중심

성노동에 대한 강력한 낙인찍기가 일어나는

의 가부장사회가 축조한 비정상성, 부도덕성이

지 설명하지 못하며, 낙인으로부터 비롯되는

라는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드러낸다.

3)

불안과 공포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문화로 읽는 노동

사회적 낙인을 해체하는 것은 가능할까? 박이은실은 이러한 낙인찍기를 섹슈얼리

창녀, 성매매 종사자라는 아들의 비난에 매

티의 위계로 설명한다. 성노동자에게 가해지

기는 자신은 창녀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는 사회적 낙인은 이성애 남성중심적 질서에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며 다시는 그렇게

의해 위계화된 구조 안에서 발생하며, 성노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회적 낙인은 성산업

동자 여성은 이성애 이외의 다양한 성정체성

내의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함에도, 성산업 노동

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위계의 하부에 위치하

자들을 모두 창녀로 호명한다. 이러한 호명에서

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위계의 상부는 남성

매기 역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하

과 ‘처’로서의 여성이 위치하는데, ‘처’의 위

지만 매기가 집에서 가져간 그림과 작은 꽃으

치가 보장되고 사회적 자원을 분배받을 수 있

로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장식하는 장면은 자기

는 이유는 처의 ‘성’을 남편만이 독점함으로

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써 생식과 관련되어 높은 위계 속에서 보호받

이 인식의 전환은 친구의 조롱과 멸시에 당당히

고 통제받음으로써 가부장제를 유지 할 수 있

맞서는 힘으로 드러난다.

4)

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이성 애와 결혼제도 안의 성만을 가부장적 자본주

그렇다면, 창녀, 매춘부, 갈보에서 성노동자

의 체제가 공식적으로 용인하면서 성적 소수

라는 인식 전환, 이른바 새로운 호명은 사회적

자나 성노동자는 금지 또는 범죄의 영역으로

낙인을 무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몰린다. 바로 여기서 낙인이 작동하는 것이

가부장적 위계 속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되었던

다. 애나가 죽어가는 손자를 살리기 위한 노

자신들을 ‘노동자성’을 통해 새롭게 호명하고,

동을 꽁꽁 숨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

그럼으로써 범죄와 부도덕이라는 낙인으로부

문이다.

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성산업에 내 재한 착취구조를 스스로의 힘으로 무너뜨리는

영화에서 어머니의 직업을 알게 된 아들

미래에 대한 상상도 실현가능한 것이 되지 않 을까?

3) 박혜정(2020), 위의 글, p. 142 4) 박이은실(2007), 위의 글, p. 69

40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부당한 해고 이후 사망한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1주기를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일터 41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이진우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와 자문단이 각 팀에 방 문하여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의견 수렴을 통해 각 팀의 건강관리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 고, 현실성을 높일 수 있었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가사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근본 지점에는 가사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 잠깐 앉아 쉬면 CCTV 감시로 확인되어 불만 전화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가사노동 중에는 식사가 어려워 간식을 들고 다니면서 놀 이터에서 끼니를 때우게 된다고 한다. 최근 활 ▲ 출처: pixabay

지난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 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서울대 학교 연구팀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플랫 폼 노동자와 직역별 전문가(산업보건, 보건정 책/형평성, 지역사회, 법률/노무)가 직접 참 여하여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 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열린 방식의 포럼이 다. 이 포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과 휴식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했던 내 용을 이 코너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각 팀이 준비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 팀 은 거점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과 휴식 시간 확보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발표

42

노동자가 만드는

발해진 플랫폼 기반 가사노동의 이용약관에 노 동자들의 휴식시간이나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 도 필요하고, 가사노동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 객에 대한 캠페인도 중요할 것이다. 가사노동을 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중장년 층 여성이고,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에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 리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관련된 질병 을 가족과 상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50대 여성 건강 교육 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가사 노 동자들은 본인이 일하는 반경에 이동노동자쉼 터가 없다면 이동 중간에 이용하기 어려운 상 황이다. 또한, 현재의 노동자 쉼터가 대리운전 노동자나 배달노동자 중심, 남성 중심으로 운 영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 가사노동자의 이 용률이 높지 않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


램을 진행한다면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

터와 시청과 구청 등의 시민이용공간을 활용하

이 나왔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높은 편이라 이

여,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

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하자는 것이다. 주차별로 건강관리 운영프로그

들었다.

램을 기획했다. 1주는 건강진단 및 심리상담, 2 주는 건강교육, 3주는 건강/심리 상담 및 운동

대리운전 노동자와도 미팅이 진행되었다.

치료, 4주는 법률지원로 구성한다. 직종별 맞춤

현재 이동노동자쉼터 모델은 대리운전 노동자

형 프로그램을 주1회 운영하되, 배달노동자는

의 휴식공간으로 마련된 측면이 크다. 앞으로

3~4시, 대리운전노동자는 4~5시, 가사노동자

는 휴식 공간으로의 활용을 넘어, 정기적인 건

는 5~6시로 정했다. 지원기관은 경기도 우리회

강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건강주치의 사업을 하는 노동자건강증진센

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서초의 이동노동자 쉼

터 및 근로자건강센터이다. 이용자가 참여하는

터에서는 근로자건강센터와 연계해 월 1회 6~8

쉼터 운영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 및 전체 운

시에 운동관리사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된 바가

영방안을 개선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플랫폼

있었고, 상당히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카카오

노동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를 형성하고자 했

대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다. 쉼터의 위치 정보와 운영 중인 프로그램 정

은 직무교육, 기초소양교육, 자동차기능, 안전

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자가진단 도구를 통해

보건 관련 교육들을 온라인을 기본으로 오프라

상담과 연계를 도모한다. 휴식시간 보장 방안

인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대면

을 위해서 가사노동자의 경우에는 이용약관 명

교육이나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의

시 및 대시민 캠페인을 제시했다. 배달노동자

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건강관리

는 작업건수에 비례해 휴식수당을 보장하는 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쉼터와 연계기관을 더욱

식을 제안했다. 1건에 200원의 휴식수당을 도

확대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채널도 필요

입해 1일 20건 정도 배달 시 4천원 정도가 적립

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되고, 배달노동자가 휴식권을 사용하면 20분간 콜을 받지 않고 4천원을 수입으로 제공받는다.

배달노동자는 쉼터의 존재는 알지만 워낙 개수가 부족해서 이용이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

또한, 노동자가 고객을 평가하는 상호 평가 시 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 휴식 을 취할 수 있는 시간에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다른 팀들은 플랫폼 노동자 전용 온라인 마

배치하는 방안에 미팅에 참여한 노동자는 긍정

당으로 소통과 교육, 안전, 보건 서비스를 제공

적인 답을 선뜻하지 않았다. 이동거리가 너무

하는 방안, 플랫 노동자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길다는 것이다. 바우처 등을 통해 개별 배달노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방안, 개방형(Open-API)

동자가 근골격계 치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하

플랫폼 종사자 보호 앱을 기반으로 온라인 교

는 방식이 현실성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

육, 정보 전달체계구축, 과로방지(휴식계산 및

에게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

알림), 차량 정비알림, 온라인 상담체계 구축, 플

건강관리 측면을 넘어서, 플랫폼으로 분절화된

랫폼 사업주 및 종사자 인센티브 방안 등 다양

노동을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

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포럼 결과물들은 연구 진들의 추가 연구에 디딤돌이 될 예정이다. 플

우리팀은 찾아가는 플랫폼노동자 건강상담 소 운영을 최종안으로 발표했다. 이동노동자쉼

랫폼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건강관리방안이 확산되고 실질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터 43


직장 내 괴롭힘 → 업무상재해 인정 → 사업장 복귀까지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출처: pixabay

적심리적 상태를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사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용자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 과정에서 경험하였 던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지만 2017년 당 시에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 동관계 법령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신적 스트 레스 등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었던 상황이 었다. 근무성적 불량의 경고장을 받은 후 주변 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조직에 제대로 적 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치부되었고, 조직관 계에서 발생한 정신질병에 대해 개인적 소인 에 따른 질병으로 몰아갔다. 조직의 문제를 개 인의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해자 는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어렵사리 지난 1년 6개월 동안 무거운 짐짝처럼 내

입사한 회사이기에 버티고 버텨보았지만 상병

어깨를 짓누르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재해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몇 차례 병가를 신청

자가 겪었던 인생의 무게만큼은 아닐지라도

하여 간헐적으로 요양을 하였지만 병가의 사유

심적 부담이 컸던 사건이다. 재해자는 2015

는 ‘업무 외 질병’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년 1월 입사하였다. 그리고 1년 뒤 2016년 2

2019년 6월경 더 이상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판

월말~3월초 사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질

단 하에 휴직을 신청하였다. 당시 「근로기준법」

병을 진단받았다. 부당한 부서이동 과정에서

등 노동관계법령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상사의 폭언, 욕설을 경험하였고, 선배와 동

시행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었

료들은 ‘내가 아니면 된다’는 방식으로 재해

다. 지난 3년 동안의 인생의 무게를 혼자 짊어

자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였

질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풀어야겠다고 굳게

다. 부서이동 1년 후 재해자에게 날아온 ‘근

마음먹었다. 2019년 7월 초 정신질병에 대하여

무성적불량’에 따른 경고장은 재해자의 정서

요양신청서를 접수하였다.

44

노동자가 만드는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업무

잊혀진 지난 4년을 되찾자고 하였다. 물론 복

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재해자의 상병에 대하

직 후 어떤 부서로 인사발령이 될지 사용자

여 질병판정위원회는 “건강보험요양급내역 상

의 몫이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재해자에게 용

상병을 진단받기 전에는 정신건강의학과적 질

기를 주는 것이 현장에서 맞서는 것이 치유의

병으로 진료를 받은 이력이 없는 점, ○○○○

시작이며, 마지막이라는 다짐에 다짐을 하며

○로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비자발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다른 부서로 강제발령이 시행된 점, 발령과정 에서 상사로부터의 폭언 등이 있었고, 이동된

앞으로는 현장 복귀를 앞둔 재해자가 혼

부서의 업무강도가 높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자 견디지 않길 바란다. 조직 관계에서 발생

가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인사발령이 난 후

한 문제는 조직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발현되고 진단된 점을 고려하면, 우리

직업성 정신질병이 발병한 이후 현장으로 복

위원회에서 변경한 ‘적응장애’는 업무로 인한

귀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재해자는 혼자가 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

니어야 한다. 현장의 동료와 선배들로부터 지

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 된다”고 판

지와 연대, 그리고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한

단하여 재해자의 상병과 업무관련성을 인정하

상황이다. 2월 현장 복귀를 앞두고 최대한 현

였다.

장의 선배들과 노동조합과 논의해서 지난 4 년을 되찾을 방도를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조

사건 접수 후 사업장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언을 해주었다. 재해자가 지금 가장 필요한

인해 조사가 지연되었고, 지사에서 질병판정위

것은 개인적인 마음다짐도 있겠지만 대리인

원회로 심의를 의뢰하는데 1년 2개월이 걸렸다.

의 지지와 연대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지

그리고 4개월 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지와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질병판정위원회 구술 심의 과정에서 재해자의 상병과 업무관련성에 대한 설명 보다는 “왜?

개인적으로 정신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

재해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신청을 하게 되

하지만 이렇게 맞서는 것이 재해자가 현장으

었는지”를 주되게 강조하였고, 2021년 2월 복

로 돌아가는 것이 치유의 마무리 과정으로 나

직을 앞둔 상황에 대해 설명하였다. 지금 재해

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신청 후속 조

자는 인생에서 잊고 싶은 기억으로 자리 잡은

치를 위해 재해자와 통화를 하면 나도 기분이

지난 4년을 뒤로한 채 현장으로 복귀할 마음을

좋아진다. 하루가 다르게 목소리가 밝아지고

다져가고 있다.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안

힘이 느껴진다. 지난 4년 동안 재해자의 맷

부 전화를 하거나 증폭된 관심에 낯설기도 하

집이 커진 만큼 현장에서 잘 버텨내고, 자리

지만 이런 관심과 미안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를 잡아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

있기에 재해자는 용기를 내고 있다. 그리고 힘

힘 가해자에게 어떤 한 방식이든 응당한 처분

을 내어 “현재는 취업이 가능함”이라는 의학적

을 통해 자기반성과 성찰의 과정이 이루어지

소견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였다. 사건을

길 바란다. 덧붙여 이 사건을 계기로 그 회사

처음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재해자를 원직으

의 조직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로 복귀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였다. 원직

현장에서 솟구쳐 오르기를 바란다.

복귀를 통해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 자에 대한 처분도 요청하고, 지지와 연대를 보 내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해소하고,

일터 45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여성노동 건강 상식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처 : pixabay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중장년 여성의 이

열었다. 요양보호사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

미지가 떠오르는 만큼 전체 요양보호사의

사를 한 결과, 42.4%가 업무 중 성희롱/성폭력

85% 이상이 5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고령자

을 경험했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서울시 전

노동에 대하여,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방문요

체 요양보호사 중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 아닐

양을 통해 제공하는 1대1의 고립된 노동과 성

것이므로, 사실 전국 44만 명 요양보호사에게

폭력의 위험에 대해서는 지난 <일터>에서도

이 비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

여러 차례 조망한 적이 있다. 다만, 위 설문조사 결과 중 필자가 주목하는 2020년 말인 11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

숫자는 성희롱/성폭력 유경험자 중에서 이것이

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서울시 장기요양

단 1회로 끝났다고 보고한 사람이 28.3%에 그

현장 성희롱 피해 근절 대책 마련 토론회>를

쳤고,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도 17.0%에 이른

46

노동자가 만드는


다는 응답이었다. 또한, 기관운영자에게 보고하

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금도

거나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는 17.3%에 불과했

이에 따라 들쑥날쑥이라는 점에서 노동자들

다는 응답이었다. 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희

에게 압박이 되기도 한다.

롱/성폭력을 겪어도 그 즉시 제지하지 못하는 지, 6개월째 그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또

요양보호사도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 즉

는 관리자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시정을 요구하

직장 내 성희롱 규정들을 적용받게 된다. 대

지 못하는지. 우린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부분의 성희롱/성폭력이 이용자 노인에 의 해 자행된다는 점으로 볼 때, ‘고객에 의한 성

가로막힌 성폭력 피해의 목소리들

희롱에 대하여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규정한’

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할 수 있

저하된 노인에 밀착해서 돌보는 일을 한다. 요

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성폭력이 있었다고

양서비스의 대부분이 재가 요양(가정에 방문하

해서 그 노인의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여 요양서비스를 제공) 형태이다 보니, 집이라

다음 노인 이용자와 매칭이 될 때까지 요양

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과

보호사는 사실상 수입이 없다. 가해자에 대한

제공하는 사람이 1대1로 마주하게 된다. 이런

아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오히려 요양보

환경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보다 쉽게 벌어질

호사의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수 있으며, 증인과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피

이다.

해자가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은 요 또한, 고령 여성들이 담당하는 노동은 저임

양기관이 요양보호사를 전일제로 고용할 수

금일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노동으로 인정되

있는 방식으로 수가를 책정하지 않기 때문이

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돌봄이 전문적

다. 정확히는 요양보호사가 이용자 노인의 가

인 노동이 아닌 허드렛일처럼, 누구나 손쉽게

정을 방문하여 집안에 부착되어 있는 코드를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이는 자연

찍은 그 순간부터 다시 그 코드를 찍고 나올

히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때까지의 시간만큼만 수가로 인정한다. 그것

작용한다.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도 최저임금을 줄 정도의 수가만으로. 그러니

돌보는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함

성희롱/성폭력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녀

에도, 제대로 된 노동조건을 보장받기는 커녕

고용평등법에 명시된 유급휴가를 신청하는

온갖 비인격적인 대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것은 언감생심이다.

다. 나아가 여성 노동자들의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

게다가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노인

하는 요양보호사의 의견을 쉬이 묵살하게 만드

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양보호사가 노

는 분위기로 조장한다.

인을 학대하는 경우는 상정하지만, 반대로 노 인 이용자나 가족이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침

요양보호사의 안전을 지켜줄 장치가 없다 방문요양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하루에 몇 시간씩 일주일에 몇 번, 2~3명 이용자의 집 을 방문하여 요양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동한 다. 그러다보니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라는 특성

해하는 경우는 상상하지 않는 채로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아무리 많은 성희롱·성폭력, 심 지어 폭언·폭행 등의 가해행위가 발생하더라 도, 이를 이유로 노인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를 요양보호사가 중단할 방법이 없다.

일터 47


성폭력 예방을 위한 3가지 방향

의 경우, 이용자와 고객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

반성폭력 운동은 크게 3갈래로 나뉜다고

렇기에 제대로 조사를 하고 예방조치를 명확히

한다. 첫째는 성폭력특별법을 만들고 해바라

취하기 어렵다. 이용자들의 민원을 피하고 이

기(성폭력/가정폭력ONESTOP지원)센터를

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려서 평가가 낮아지는

만드는 것과 같은 법제도를 만드는 운동이다.

걸 막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희롱·성

둘째는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지하고 지원하

폭력 문제에 잘 대처한 요양기관에는 대해서는

는 운동이다. 셋째는 피해자가 더이상 약한

특별한 지원을 하는 등의 지원대책도 고려할

피해자의 위치에 고립되지 있지 않을 수 있도

수 있다.

록, 자기방어를 통해 좀 더 강건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생존을 도모하는 운동이

가장 중요한 일은 돌보는 이들이 돌봄에 대

다. 물론 이 운동들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

한 적절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달리 말해, 요

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순환되는 운동이다.

양보호사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

여성노동 건강 상식

받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법제 요양보호사의 성희롱/성폭력 위험과 관

도적으로 이들의 권리가 표명되고 보장되어야

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상상해보면 어떨까. 성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돌봄노동에 대한 우

희롱 등 가해를 한 이용자의 가정은 당연하

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돌봄의 사회

고, 요양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든 일터에 2인

적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돌봄노동이 필수

1조 혹은 이용인과 동성(性)인 요양보호사를

적이고 전문적인 노동으로 자리매김할수록, 요

투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

양보호사 직종에 대한 사회적인 존중감과 요양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보호사들 스스로의 사명감이 커질 수 있다.

여러 요양기관이나 요양보호사로부터 동일 한 문제를 지적받은 가해 이용자에 대해서는

이에 더해,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장기요양 수급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도 상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필자가

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인

일하고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지기능의 저하가 있는 노인들은 별도의 조치

는 돌보는 이들을 위한 자원활동가 교육 안에

가 필요할 것이기에, 이용자의 유형과 상황에

‘자기방어훈련’ 프로그램을 넣었다. ‘집안’이라

따라 보호 조치를 다양하게 취하는 게 필요하

는 밀폐된 공간, ‘돌봄’이라는 육체적으로나 정

다) 그래야 이용자나 이용자의 가족이 경각

신적으로나 대단히 밀착된 노동을 수행하는 과

심을 가지고, 장기요양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정에서, 적절한 자기방어와 거리 유지가 가능

될 것이다.

해야, 돌보는 이들도 자기 자신을, 나아가 어르 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

다음으로 돌봄 현장에서의 성폭력/성희

양보호사 스스로도 성폭력/성희롱을 경험하고

롱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사건 현장에서

나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에휴, 노인이라 어

요양보호사가 벗어날 수 있도록 분리조치를

쩔 수 없다, 몸이 불편하니 내가 이해해야지’,

취해야 한다. 요양보호사에게 유급휴가를 보

‘치매인데 어쩌겠어’라는 것이라 한다. 일면 그

장해주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어쩌면 오랫동안 반

식과 필요한 경우 심리지원이 동반되어야 한

복적인 폭력에 노출된 이들의 체화된 무기력을

다. 나아가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

닮아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진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다. 개별 요양기관들

48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시민사회단체 LG 불매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 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일터 49


약사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대한민국 동네 약국 사용 설명서」. 2020. 늘픔약국. 생각비행 조윤미 회원, 향남약국 약사

이 책은 6명의 약사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겪은 체험과 공익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실천의 결과물, 올바른 약 사용법, 그리고 약국을 잘 이

발칙 건강한 책방

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깨알같이 적어두었다. 나만 모르는 약국 관련 제도 이 책은 약국과 관련된 의료정책과 제도들 을 소개하며 처방약을 받으면서 알아야 할 상 식들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처방받은 약이 왜 구비되어 있지 않은지를 설명하면서, 대체조제의 중요성을 말한다. 보험이 되는 약과 안 되는 약의 차이, 야간과 휴일에 약값이 올라 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같은 처방도 종합병원 에서는 환자부담 약값이 10~20% 더 나올 수 있 는 것은 가벼운 질환자가 2, 3차 의료기관으로 ▲ 출처: 알라딘

밀려드는 처방을 조제하고, 손님을 빨리 내보내는 것이 최고의 임무였던 근무약사 시 절, 환자도 나도 존중 받지 못하는 일터에서의 하루는 늘 허무했다. 그러던 중 지역주민과 노 동자의 건강 지킴이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 으로 약국을 개국한지 5년이 넘어가면서 관성 에 젖으려는 지금, 환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했 던 초심을 다시금 일깨워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50

노동자가 만드는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 때문이라며 약값 을 줄이는 약국 이용법을 소개한다. 또한 당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지원을 통해 인슐린 주사바 늘이나 당뇨체크지 등을 10% 환자 부담으로 구 입할 수 있는 제도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용한 제도들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고 공익적 활동으로 상생하는 약국 이 책의 약사들은 월급을 제외한 약국의 수


익을 지역 공동체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쓴다.

등 특정질환에 대한 혐오에서 자유로울 것 등

또한, 금연캠페인, 자살방지 게이트키퍼활동, 치

약국뿐 아니라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인권감

매안심센터 안내 등의 공익적 활동도 실천하고

수성을 일깨워준다.

있다. 저자가 15년째 매달 두 번씩 창신동 쪽방 의 의약품 지원과 건강상담 활동을 통해 빈곤을

만성질환, 완치 아닌 관리로 건강한 삶을

사회문제로 이해하게 되고, 건강을 더 깊이 들

하루에도 몇 분의 환자들이 “난 혈압도 정

여다보게 되었다는 글이 무척 와 닿았다. 필자

상이고, 당뇨 수치도 좋은데 계속 약을 먹어야

도 이주민 무료 조제와 이주노동자 약제비 할인

하느냐?”고 물어보신다. 하지만 약사입장에서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는 “약을 드시니까 정상으로 수치가 내려가는

이주민 중에서도 미등록 여성과 아동처럼 가장

겁니다. 당장 끊으시면 큰일 날 수 있어요“라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

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저자도 말하듯이 고혈

고, 네트워크를 구성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는, 완치가

었다.

아니라 더 심각한 합병증의 예방을 위한 관리 가 약복용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싼 약값, 빠른 조제보다 환자를 중심에 두는 약국

당장 아프면 약국을 찾게 마련이다. 이 책

저자는 어떤 약국이 좋은 약국일까라는 질

은 그럴 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어떨 때

문을 던지면서 환자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는지를 여성, 아이, 성

약국인지, 나의 건강을 중심에 두고 소통하는

인과 노인으로 나누어 자세히 알려준다. 생리

약국인지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올바른 약 복

통, 피임, 질염 등 여성의 삶에서 민감한 문제

용을 위해 일반의약품에도 복용법과 주의 사항

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임신 중 먹을

을 스티커로 붙여주고, 약을 잊는 분들을 위해

수 있는 약도 요목조목 짚어준다. 아이에게 스

약포지에 복용할 날짜를 인쇄하고, 글을 읽기

테로이드와 항생제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

어려운 분들을 위해 복용법을 그림으로 표시하

라며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려준다. 노인의

고, 어르신들을 위해선 큰 글씨로 인쇄하고, 흡

경우 수분이 적고 체지방이 많으며 위장관과

입기 동영상을 보내주는 등, 중요하지만 지나치

간, 신장의 기능이 약하다보니 몸속에서 약이

기 쉬운 환자중심의 복약지도를 실천하고 있다.

머무는 시간이 길고 부작용도 많다. 이에 따라 주의해야 하는 수면제, 소염진통제, 제산제 등

환자와 직원이 모두 안전한 약국 만들기

도 따로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환자, 직원 모두를 보호하는 안전한 약국을 위해 첫째,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몸에 좋은 영양제, 먹는다고 다 건강해질까?

을 원칙으로 하고, 둘째,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먹기만 하면 당장 건강해질 것만 같이 광

약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하고, 셋

고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간에서 대사되

째, 환자응대업무 용 감정노동매뉴얼을 스스로

고, 신장에서 배설된다. 영양제를 너무 많이

만들고 실천하는 등, 환자의 욕설, 폭력으로부터

드시는 환자에겐 제일 필요한 약부터 몇 개월

직원을 보호하는 장치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드시고, 좋아지면 다른 영양제를 번갈아 드시

그리고 환자의 병력이 노출되지 않도록 개

길 권유한다. 저자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며,

인정보를 보호할 것, 장애인과 거동 불편자 누

먹고 있는 약과 영양제를 들고 동네약국에 가

구라도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들 것, 성소수자

서 상담할 것을 권한다. 동네약국을 바꾸는 시

에 대한 젠더 감수성을 가질 것, 에이즈나 결핵

작이 될 수 있다. 일터 51


돌과 흙보다 서로를 깊이 간직할 수 있을까

김그루 회원,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서부산지회

장 하부단위는 ‘사업장’이고 사업장 단위로 지 회를 꾸리는데 서부산지회는 지역 단위입니다.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자는 것과 대기업, 정 규직, 남성, 정주민 중심의 노동조합에서 벗어 이러쿵 저러쿵

나 영세한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여성, 이주민 등 소수자들과 함께하자는 의미입니다. 서부산 지회는 아직 정식 지회는 아니고 준비위 단계 입니다. 흔히들 공단노동자 조직사업은 맨땅에 헤딩이고 조바심내선 안 된다고들 합니다. 저 도 이 사업, 저 사업, 그 사업 등등 해봤지만 당 최 조합원도 안생기고 딱히 성과랄 것도 없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2019년 봄. 민주노총 서부산상담소에서 몇 년 전 해고로 상담 받았던 두 사람이 다시 상담 ▲출처: 김그루

소를 찾았습니다. 이분들은 3년 전 녹산공단 사 업장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했고 법적다툼 끝에

안녕하세요, 신입(같은)회원 김그루입니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

다. 회원가입한지 1년 좀 넘었기에 신입이라

만 회사는 두 사람을 복직시키면서도 대학가

하긴 뭣하지만 한노보연 회원활동을 제대로

스터디 카페에서 직무교육을 했습니다. 이들을

하지 못해서인지 아직은 낯설고 부족해 뇌피

고립시키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싸워보겠

셜 신입입니다.

다고 결의를 다지며 금속노조 서부산지회의 첫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전 직원 380명 중에 2명.

저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서부산지회 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개 노동조합의 가

52

노동자가 만드는

지역노조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이분들은 금속 조합원이 되지 못 했을 것입니다.


공단 선전전하면서 만나는 노동자들은 “회

을 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후 이분은

사가 너무 영세해서 노조 못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허리부담이 좀 적은 일로 바꿀 수 있

사업주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입니

게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정년까지는 근무

다. 서부산지회에 가입한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할 계획이십니다. 10대에 취업한 봉제공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던 사업주의 녹취에는

첫 노동이었고 후에 재단사까지 되어 일했다

“노조는 현대자동차같은 회사가 하는거야. 우

던 아직은 비공개인 우리조합원의 이야기를

리같이 작은 회사는 안 돼”라는 말이 있었습니

구술로 정리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다. 과거 노동조합의 조직상담은 “동료들을 더 모아오세요”가 전형이었습니다. 서부산지회는

훈훈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지

“한명이라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

요. 열다섯 명의 조합원이 한꺼번에 생겨 어

니다”라고 홍보합니다. 지금 소개할 분이 그 한

리둥절한 때가 있었습니다. 악질 사장을 내쫓

분입니다.

기 위해 사무직 포함 열다섯 명의 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했더랬습니다. 당시 서부산

지난해 봄 공단소식지를 도금단지에 뿌렸

지회로 들어와야 한다는 말에 반발도 있었습

더니 상담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남성 노동자

니다. 사업장단위 지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세 분이 찾아왔는데 같은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었지요. 결국 서부산지회로 가입했지만 우여

근무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잔업이 워낙 많다보

곡절 끝에 사장을 내쫓고 나서는 모두 금속노

니 회사가 기준으로 삼은 통상임금이 맞는지

조를 탈퇴하는 씁쓸한 경험도 했습니다.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서로 가깝고 친근해보 이던 세분이 주섬주섬 각자의 임금명세서를 꺼

지난해 여름에는 방글라데시 조합원이 세

냈습니다. 그러더니 “니는 왜 월급이 많노, 니

명, 가을에는 미얀마 조합원이 여섯 명 생겼

이거는 무슨 수당이고?, 와 회사에 잘 보였는갑

습니다. 사업장 내 문제 때문에 상담을 시작

네” 등등 진심과 농담이 오갔습니다. 절친해 보

했는데 재직 중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

이는 이분들, 서로의 임금조건은 이때 처음 알

습니다. 이런저런 위기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았던 것입니다.

어찌어찌 잘 해결되었습니다. 미얀마조합원 교섭단의 12차례 사측과 교섭 끝에 의견일치

그 중 한분은 허리 통증을 앓고 계셔서 직업

를 보았고 조인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부산

환경의학과 진료를 받았는데 정년이 얼마 남지

지회의 첫 단체협약은 이주노동자 조합원들

않은 상태에 디스크 상태도 산재인정이 어려

이 테이프를 끊게 되네요. 다만, 사업장단위

울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한노보연에

노동조건 개선 중심이 아니라 공단, 지역단위

도 찾아가봤습니다. 한노보연 이숙견 활동가를

로 노동조건을 끌어올리겠다는 우리의 지향

찾아가 가능성과 최악의 수까지 이야기를 듣고

과 목표를 잃지 않아야하는 과제가 놓여 있습

난 뒤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금속노조 가입

니다.

해서 일단 작업을 바꾸고 산재신청 준비도 해 보면 어떨까요” 라고요. 그런데, 아 글쎄 “가입

끝으로, 작년 하반기 녹산공단 도금사업

할게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예상 답변은

장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했고 현재 분석작업

아니었습니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공

중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리되면 한노보

단 노동자들에게 매월 내는 조합비는 적지 않

연에서 함께 내용 검토를 같이 해 주셨으면

은 돈입니다. 게다가 당장 교섭해서 임금인상

합니다.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2021.01.25., 고용노동부] 「2021년근로감독」은

이 높은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선정하여 실시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또한 올해는 정기감독은 코로나19에 따른 산업현 장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사전예방에 초점을 두고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1월 25일(월) "2021년

"선(先) 자율개선 → 후(後) 현장점검" 원칙으로 실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근로감독 종합계

시한다. 특히, 자율개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

획은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의 근로감독관들이

장 점검 1개월 전에 점검 대상의 3배수에 해당하

실시하는 근로감독의 기본적인 방향과 내용을 정

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율개선을 지도하여 사업

한 것으로, 2월부터 전국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본

장 스스로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자율개선 대상

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중 감독 대상 사업장을 선별하여 현장 점검을 실시

종합계획에 따르면, ‘21년 근로감독은 코로나19

하고 법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에는 시정토록 할

장기화로 노동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점을

계획이다. 다만, 노동자 권리구제를 위해 신속하게

감안하여 영세, 소규모 사업주들에게는 사전 예방

위법 사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분야는 자율개선

과 지도를 확대하면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에 대해

절차 없이 바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서는 보호를 강화하는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 여 집중적으로 감독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주요

2. [수시감독]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 최소화 및 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복·상습체불 근절에 주력 → 수시감독 : 정기감독 외에 노동환경이 취약한

1. [정기감독] 취약계층 고용사업장 대상으로 선

업종•분야 중심으로 실시하는 근로감독

(先) 자율개선→후(後) 현장점검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환경이 취약해진 업종·분

→ 정기감독 : 매년 초 수립하는 근로감독 계획에

야에 집중하여 근로감독을 기획, 실시한다. 예를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근로감독

들어, 필수노동자로서 휴게시간 미부여 등 노동환

우선 필수노동자, 비정규직, 외국인, 공공부문 용

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콜센터, 노동환경이 열악

역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법 위반 예방에

한 연예기획사, 방송 제작현장 등이 우선 검토될

목표를 두고 실시한다. 농·어업 분야에서 외국인을

예정이다.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예방점검을 실시하며, 장시간 근로 예방을 위해서

이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임금

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기감독을 실

체불이 늘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신고사건이 다수

시한다. 또한, 공공부문의 경우 청소·경비·시설물

접수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실시한

관리 등 용역노동자 다수 고용 사업장 등을 대상으

다. 즉, 최근 1년 이내에 3회 이상 임금체불을 한 사

로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별로 코로나19로

업장으로서, 재산은닉 등 위반사유가 고의적이거

취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신고사

나, 체불액이 1억원 이상이 되는 등 위반정도가 중

건과 근로감독 데이터를 분석하여 법 위반 가능성

대한 경우를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54

노동자가 만드는


3. [특별감독] 예외 없이 특별감독, 동종·유사업종

[2021.02.01.,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에 개선효과 확산

법」 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 특별감독 : 중대한 법 위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 대상으로 실시하는 근로감독

2021년 2월 1일부터 산재근로자의 직업훈련 신청

노동자에 대한 폭행, 상습적 폭언, 직장 내 괴롭힘,

기간을 장해판정일로부터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성희롱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

업무상질병 판정 절차를 개선한다. 고용노동부(장

해서는 예외 없이 특별감독을 확행할 방침이다. 폭

관 이재갑)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

행·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월 1일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건 수사와 함께 조직문화 개

(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선도 병행한다. ① 산재근로자 직업훈련 신청기간 확대 (1년→3년) 4. [노무관리지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소규모 사 업장 맞춤형 예방지도 강화

② 업무상질병 판정의 신속•공정성 강화하기 위해

→ 노무관리지도 : 노무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제외 질병 확대 및 소

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관이 맞춤형 예방지도 실시

위원회 설치・운영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중소기업을

특별진찰 또는 역학조사 결과 업무 관련성이 높게

지원하기 위해 노무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나온 경우에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

에 대해서는 노무관리지도를 확대해서 실시한다.

치게 되어 있어, 불필요하게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기 전에 사업장 스스

가 있었다. 이에 특별진찰 결과 ‘업무관련성 매우

로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

높음’ 소견이거나 역학조사 결과 ‘업무관련성 높음’

다. 노무관리지도를 실시한 후에 개선 권고를 받았

판단인 경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대상에

으나 개선하지 않는 경우에는 추가로 근로감독 대

서 제외하여 업무상질병 판정이 신속히 이루어지

상이 된다.

도록 했다.

5. [온라인 익명신고센터] 휴업.휴직.휴가 익명신 고센터 연장 운영 이외에도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일자리 형태에 대해서는 시장의 공정한 질서 마련과 보호를 강화 하기 위해 실태조사 등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가 최 소화되도록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21년 1월 30일 한노보연 제18차 총회 개최 지난 30일 연구소 총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 19로 회원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 했지만 온라인 회의에서 안건을 다루고 통과시켰습니다. 사전 프로그램으로는 줌의 소회의실을 활용해 조별로 질문과 답을 나누며 서로 알아가 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회의에서는 집중사업으로 조직구조 변화를 제시하여 연구소가 열린조직으로 가는 시기 에 맞춰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를 분리해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연구소는 연구 소 20년을 앞두고 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운동과 더불어 전체 노동안전보건운동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토론해보 고자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노동자건강권 의제를 집중사업으로 선정해 여성노동 의제를 사회화하고 더욱 확장하는 한해로 만들기로 결의했습니다. 연구소 20년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한노보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가 한동안 기승을 부리겠지만, 올해도 안전한 일터 만들 기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힘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플랫폼 노동자 건강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노동시간센터에서 <플랫폼 노동자 건강문제 해결 을 위한 <참여형 접근>을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엽니 다. 팬데믹 시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서비스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들의 물량, 시간 압박 증가에, 사고 위험 증가, 휴식시간 보장도 어렵습니 다. 폭언 등에 노출되는 문제도 늘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와 증 진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그때 다룬 플랫폼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 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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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1년 1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병직

김경헌

김소연

김태규

박상정

변승규

안진수

윤소윤

이세영

이현옥

정병욱

주민영

홍진성

김병철

김경호

김승환

김태석

박선재

변준수

안형석

윤여일

이소은

이현중

정성욱

주석재

황선태

김정신

김경희

김영기

김태훈

박선희

서동현

안형숙

윤영대

이숙견

이혜은

정승균

주형민

황선호

김진철

김계호

김영만

김필수

박성남

서승욱

양문영

윤재설

이순녀

이혜인

정승민

지우진

황의현

강경희

김광락

김영선

김한빛

박성래

서은실

양미순

윤현배

이영애

이활연

정여진

진선우

황주신

강동묵

김광조

김영수

김한울

박성진

서인원

양민재

윤희현

이영일

이효상

정연

정병권

황지영

강명원

김교현

김영원

김현준

박성천

서진경

양병훈

은상준

이영철

임경채

정영민

조종완

황진철

강모열

김규연

김영철

김현호

박수희

성상민

양선배

이경미

이우상

임윤완

정우주

지영훈

황진희

강문식

김그루

김영호

김형렬

박숙란

성지민

양선희

이경자

이원태

임자운

정윤경

차현주

강민혁

김기돈

김옥헌

김혜선

박승권

손근호

양장훈

이경재

이유민

임형렬

정윤희

채수용

강성훈

김기동

김용성

김희정

박신안

손덕헌

양정석

이경호

이윤덕희

임혜인

정인성

채종석

강수진

김기헌

김우태

김희찬

박엄선

손만기

양진권

이경훈

이윤수

안태은

정재현

천지선

강영우

김낙일

김위정

나영수

박영일

손상기

양향연

이기만

이율우

오병창

정지윤

천호선

강정주

김다연

김윤지

남원철

박용철

손상기

양희만

이기태

이은수

오현정

정찬무

최동녘

강진욱

김대견

김은경

노상철

박유호

손석기

엄기한

이기훈

이의용

이승주

정하나

최민

강찬구

김대철

김인아

노성철

박윤경

손성배

엄연섭

이나래

이이령

이정엽

정해선

최병륜

강충원

김대호

김재광

노현

박정효

손윤환

엄정흠

이남주

이익진

임재우

정현일

최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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