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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나의 그녀들에게 문제는 노동이야

통권 148호 2016년 5월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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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우리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 5년의 악몽 같은 세월을 보내면서 한 광호 열사도 떠나보냈지만, 열사의 죽음이 내 옆의 동료들과 민주노조를 함께 지키고 행복 하게 살자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옥시레킷벤키저 자본의 탐욕과 소위 전문가라는 자들의 청부 과학, 정부의 무관심으로 죽 어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과 피해 당사자들 역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결과 조금 씩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의 축구 경기장에선 입장권 없이, 술에 취한 관중들이 한꺼번에 들

어오는 바람에 경기 시작 6분 만에 압사로 96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진 ‘힐스보로 참사’. 이 참사 또한 진실을 밝히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가족들의 싸움으로 27년 만에 관

중에 의한 단순 사고가 아니라 당시 무능한 사고 대응으로 41명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고, 사고 원인을 무질서 한 관중 탓으로 돌렸던 경찰에게 책임이 있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지난 4월 16일 광화문 광장에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 는 그 날까지 함께하겠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유성기업 얘기로 돌아와서 현대차 자본을 등에 업고 이들의 손아귀에 있는 정부와

검찰의 비호에 맞서 노조파괴를 끝장내고 민주노조를 지키는 일은 분명 쉽지는 않을 것입 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의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에 맞서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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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유성기업 고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통해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일터 괴롭힘과 가학적 노무관리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대안이 무엇인지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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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한광호 열사는 죽음으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노동자 괴롭혀온 법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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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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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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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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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메탄올 중독 사태로 본 파견 노동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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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위험성평가란 무엇인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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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X건강한 책방

시멘트만큼이나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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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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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 보기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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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차례

지금 지역에서는 포커스

알기 쉬운 위험성평가 현장의 목소리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연구소 리포트

사진으로 보는 세상

나의 그녀들에게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2) 문제는 노동이야

뻥튀기 문화

트라우마 쟁취하기

5678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9번째 자살 사건 한솔케미칼 백혈병 피해 노동자 산재신청 주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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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올해 5명 숨진 현대중공업, 작업 중단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현대중공업이 일주일 사이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4월 20일 하루 전면 작업을 중단하고 전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노사분규에 따른 파업이나 직장폐쇄 조치

등을 제외하고 산재사고와 관련해 전면 작업을 중단한 것 은 1972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들어 근로자 5명이 작업 중 발생

출처 민중의 소리

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20일 해양사업부 소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조치에 대해 산업안전 전문가들과

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철제 구조물) 구조물에 깔려 사망

이 제재 위주로만 짜였다”며 “산재 발생 시 성과평가 하

속 조모씨(31)가 4t 규모의 리프팅 러그(해양 플랜트 모듈 한 것을 시작으로 3월 18일과 지난 11일, 18일, 19일 사 망사고가 났다.

현대중공업은 담화문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

고 밝히며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 평가 를 1등급 하향하고 담당임원에게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 겠다.”며 “CEO와 사업 대표는 물론 설계와 지원부서 등 비생산부서 임원과 부서장의 현장 안전활동도 더욱 확대 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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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발표된 안전대책 향, 징벌 등은 사전 예방책이 아니라 사후 대책일 뿐”이라

고 비판했다. 하창민 지회장은 “생산설비와 공정을 모두 원청이 통제하고 하청업체는 사실상 인력만 공급하는 구

조인데, 중대재해가 발생한 하청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하 는 등의 제재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덧

붙였다. 법률사무소 ‘새날’의 권동희 노무사는 “제재 위주

의 대책은 산재 발생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하는 임직원이 산재를 은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인 미만 제조업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의무

앞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한편,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나 3일 이상 휴업이 필

청업체가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

표를 지방노동관서에 제출했으나, 앞으로는 '4일 이상 휴

를 둬야 한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악천후 등의 이유로 하 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4월 21일 입법예고했다.

이는 지난 1월27일 공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후속조치 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둬야 할 사업 장은 상시 노동자수 20명 이상 50명 미만의 제조업, 임업, 하수폐기물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 등이다. 선임된

담당자는 안전보건교육, 건강진단 등 노동자의 안전·보건 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며, 다른 업무와 겸직이 가능하

다. 사업자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30명 이상 50명 미만 사 업장은 내년 1월1일부터, 20명 이상 30명 미만 사업장은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요한 부상·질병자가 발생하면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 업이 필요한 부상·질병자'로 제출대상이 바뀐다. 산업재해 발생 보고대상 기준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안은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 예

방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신설·보완한 것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

다. 그러나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동부 가 신설 혹은 소규모 사업체라고 제한을 뒀지만 현대중공

업 같은 대형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소규모

하청업체 소속이고 건설현장도 다르지 않다”며 “산재조 사표 제출 의무는 기업들의 산재은폐를 막기 위한 조치인

데 처벌조항을 완화하면 은폐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

다. 양대 노총은 각각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반대의견서 를 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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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2016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케미칼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4월 27일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노

경비노동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동건강연대 / 매일노동뉴스 / 민주노총 / 한국노총)

당시 저장조 내부에 인화성이 강한 화학물질 있었

과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으나 중화시키는 작업 없이 고열처리 작업을 진행

제정연대가 주최한 2016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

했고, 하청 노동자들은 한화케미칼이 10분 가량의

서 한화케미칼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형식적인 가스 안전 점검 이후 발급해준 작업허가

정부가 인정한 녹색기업 한화케미칼?

서를 들고 작업을 시작하다 집단으로 사망했다. 작 업환경에 관해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발주처 한화 케미칼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살인기업 선정은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한화케미칼이 하청을 준

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

업체는 무자격 업체였고, 한화케미칼은 1996년 <

중대재해보고>를 자료를 근거로 진행했다. 자료에

녹색기업>으로 지정받아 지난 19년 동안 정부의 관

따르면 한화케미칼에선 6명의 산재사망 사고가 있

리감독을 면제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8

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7월 한화케미칼 울

조가 넘는 매출과 1,80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

산 공장에서 폐수 집수조 보수공사를 하다 폭발사

는 재벌 기업이므로 현장 안전을 위해 투자하거나,

로로 인해 20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비롯해

각종 환경안전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써 충분히 위

하청 노동자까지 총 6명이 사망하고, 인근에 있던

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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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위험한 업무는 하청 회사에 외주화하고 법을 위반한 결과 결국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 다. 이는 명백히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트러블메이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특별상 수상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도입이 시급하다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케미칼과 특별상 을 수여한 전경련은 한국 사회에서 대재벌기업이 며, 힘과 자본이 있는 기업들의 연합이다. 재벌 대 기업 사내 유보금이 1,000조를 넘어가고 있는 지금 이들은 현장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충분히 시스

요즘 언론을 통해 정부와 자본의 사주를 받아 어버

템과 인력을 투여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직접

이연합에게 자금을 지원한 일로 시끄러운 전경련은

적이고 때론 노골적으로 각종 현장의 안전 규제를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특별상을 수여했다. 수상의

완화하면서 노동자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한다.

근거로는 지난 10년간 (2005~2014년) 산재사망

살인기업 선정식을 보면서 여러 대안이 필요하겠지

50대 기업 중 전경련 소속 사업장인 39개의 산새사

만 우선 산재사망으로 노동자가 죽어도 1명당 약

망 현황과 2015년 전경련 회원사 523개 중 (명예회

250만원의 솜방망이 처벌 받는 문제를 지적하지

원 4, 단체회원 92개 제외) 59개 기업에서 산재로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 산재사망 사고를

104명의 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을 받

예방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산재사망에 대해 온당

았다.

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경련 회원사들은 산재사망

입이 시급하다.

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의 개별실적요율 인하 조치 로 인해 보험료를 감면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9


포커스

메탄올 중독 사태로 본 파견 노동의 실태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1월과 2월 메탄올 중독사고로 시각손상 피해

사업주들에게 안전보건조치는 비용이고 사치이다.

를 입은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 파견 노동자들이었

자본력도 없다는 주장하는데 언제 일어날 지도 모

다. 자본이 위험을 외주화면서 산업재해 발생이 중

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것도 언제 바뀔지 모

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문제를 지

르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안전보건조치 시스템을 마

적하기는 했지만, 이번 메탄올 중독사고는 사업장

련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의 규모 문제를 넘어 불법, 파견 도급 노동자들이

결국, 파견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

늘 산재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질, 설비 등 각종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해서 알거

일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나 특수건강검진 등 각종 예방활동 대상에서 배제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파견 노동자 현재 법에선 직접생산 제조업 공정의 경우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메탄올 중독사고 노동자들

되거나 기록 자체가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

인권 침해도 무방비상태인 파견 노동자

모두 파견 노동자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파

2012년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견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이들에게

2,000여개 파견회사 중 312개가 있을 정도로 반월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파견업체

시화공단에 파견 노동자가 많다. 노동자권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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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노동부가 불법 파견 관리 감독을 나간 사업장 약 1,000여개 업체 중 77%인 771개 업체가 1,769 건 법을 위반 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메탄올 중독 사고 발생 이후 3,1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 전감독을 실시 할 때 민주노총은 불법 파견 감독 또 한 동시 진행할 수 있도록 공식 요구했으나 진행하 지 않았다.

파견 노동 OUT! 파견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연계해서 파견 업무 를 금지하는 유해위험 업무가 있다. 가령 산업안전 보건법 28조에 따라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일 때, 산업안전보건법 44조에 따른 건강관리 수첩 교부 대상 업무일 때 등이 그렇다. 유해위험 업무에 대 해 파견 노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파견 노동은 안전 보건관리를 안정적으로 하기 힘든 고용형태이기 때 출처사회진보연대

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법 조항들은 힘을 발 휘하지 못한다. 파견 노동자에게 법은 주먹보다 멀 리있다.

모임인 월담과 인권운동사랑방이 조사한 안산반월

한편, 박근혜 정부는 4.13 총선에서 민심이 정부의

시화공단 노동자 인권침해 조사 결과에서도 노동자

국정능력을 심판했으나 아랑곳 하지 않고 노동시

들이 일터에서 감시, 통제 당하거나 각종 폭언 및

장 구조개악, 파견법 확대 등 개악안 통과에 신념

폭행, 노동법을 비롯한 법 위반, 성적 괴롭힘 등으

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

로 인해 다양한 양상으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

는 개악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노동자 10명 중 3명

다는 점이 드러났다. 자본이 인권침해를 통해 노동

이 (500만 명) 불법 파견 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장을 통제하고 노동환경을 악화하는데 활용하고

게다가 뿌리 산업 파견까지 허용될 경우 현재 약 2

있는 것이다.

만6천 여 개에 달하는 뿌리 기업에서 일하는 42만

이런 파견 노동자를 외면하는 정부

명의 노동자들이 파견 대상이 된다. 정부는 이렇게만 되면 중소영세 기업이 인력난을 해 소 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

사업주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한국산업단지공단,

로 우리는 노동자의 몸과 삶을 위협하는 파견 노동

지자체 등 책임 기관들은 이러한 파견 노동의 실태

을 중단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를 외면하거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2015년 상반 11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란 무엇인가 ① 법적 의미와 주요 개념 선전위원회

위험성평가란 사고성 재해, 유해화학물질, 근골격

만 활용하면 현장안전보건 활동에 있어서 종합선물

계 질환, 소음, 직무스트레스 등 현장의 모든 위험

세트와도 같은 위험성평가 제도가 대체 무엇인지,

요인의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하여 위

각 현장과 지역에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위험

험성을 결정하고, 관련해서 감소 대책을 수립하거

성평가의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올 한해 독

나 예방 조치를 세우는 일련의 평가 시스템을 말한

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다. 한국은 2013년에 위험성평가가 산업안전보건법 에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한편, 노동 조합에서 위험성평가에 대한 이해도도 낮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준비를 못하고 있을 때 자본은 4M, KOSHA 18001 등 방식으로 노동자(조합)를 배제 한 채 자신들 임의대로 위험성평가를 진행했다. 박 근혜 정부는 올해 3월 산안법 개정을 통해 매년 하 게 되어 있는 위험성 평가를 3년에 1번 시행으로 바 꾸려는 개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위험성평가를 실

법에서 말하는 위험성평가란? 제41조의2 (위험성평가)

①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 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 는 유해ㆍ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 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하여

야 하며,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 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험성평가는 업무에 기인하는 모든 유해·위험요인

위해 힘을 쏟기로 하였다. 연구소 또한 노동자의 몸

을 찾아내서 위험성을 결정하고 법에 따른 조치를

과 삶을 기준으로 하는 위험성평가를 만들기 위해

취해야 한다. 위험성평가 결과는 3년간 보존하게 되

함께 애쓰고 있다. 그래서 <일터>는 우리가 제대로

어 있으며 만일 이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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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위험성평가 관련 주요 용어를 알아두자 1. 유해·위험요인(hazard)

4. 위험성 추정

유해위험에 대한 가능성과 중대성을 수치화, 정량 화 하고 이를 덧셈, 곱셈 등으로 산출하는 것이 위 험성 추정이다. 가령 메탄올을 쓰고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작업한다고 하자. 위험성 추정은 곱하기 방

유해·위험요인이란 노동강도, 노동시간, 작업량, 기

식으로 정했다. 그럼 메탄올의 중대성 신경계 중독

계기구 설비, 직무스트레스 등 노동과정에서 노동

혹은 유독성으로 4점, 가능성은 5점이라고 볼 수

자의 부상 또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위험

있다. 그럼 이 작업자의 위험성은 중대성 4점 * 가

성)이 있는 모든 요인을 말한다. 가령 담배를 예를

능성 5점 = 위험성이 20점이 된다.

들어보자. 담배는 수천가지 발암물질이 있어 각종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이다.

2. 위험성(risk)

유해위험요인으로 인해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중대성이 조합된 크기가 위험성이 다. 가령 유해위험요인인 담배를 하루에 반 갑을 피

중대성

가능성

2. 자극성 화학물질

2. 월 2~3회

1. 안전한 물질

3. 유해, 특정장기 손상

4. 유독, 호흡기계 자극 혹은 중독 5. 발암물질

1. 연 2~3회

3. 주 2~3회

4. 하루 4시간 이하

5. 하루 4시간 이상

우는지, 하루에 한 갑 이상을 피우는지, 아니면 담 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지 그 빈도를 조합한 크기가 위험성이다. 필자처럼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

5. 위험성 결정

람은 담배가 아무리 유해위험요인이라고 해도 담배

위험성 추정을 통해 산출된 값과, 위험성평가 사전

를 피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담배에 대한 위험성

에 노·사가 결정한 값을 비교하여 허용 가능한 위험

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성 정도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만일 위험성평가

3. 가능성과 중대성

결과 허용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다면 근본적으로 위험요인을 없애거나 개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메탄올을 쓰는 노동자가 있다. 메탄올은 작업자가

가령 위험성이 20점 이상이면 즉시 개선 15점 이상

중독되면 시신경에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중대한 유

이면 빠른 시일 내 개선 10점 이상이면 연내에 개선

해 물질이다. 이때 메탄올을 하루에 얼마나 사용하

등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는지, 메탄올 작업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하는지에

한편, 위험성평가의 핵심은 작업자들이 아주 손쉽

따라 메탄올에 노출 될 가능성이 다를 수 있다. 이

게 활용할 수 있는 조사방법을 개발하고 직접 참여

때 메탄올이 일으킬 수 있는 시신경 손상과 같은 건

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사와 평가를 넘어 실제 현장

강장해의 정도, 치료 기간 등 피해 크기를 중대성이

개선으로 이어지는 위험성평가가 되어야 한다.

라 하고 작업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메탄올에 노출 되는 수준이나 빈도를 그 가능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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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시멘트만큼이나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간다!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동양시멘트 노동조합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4년 5월 강원도 삼척에 있는 동양시멘트 사내하 청업체 <동일>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각자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동양시멘트 회

이인용(사진 가운데) 저는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

사의 위장 도급 문제와 관련해서 진정서를 제출했

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이인용입니다.

다. 2015년 2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

저희 노동조합은 아직 산별이 없는 민주노총 직가입

사내하청업체 <동일> 노동자들은 입사 때부터 동양

사업장입니다.

시멘트 노동자들로 인정하여 위장 도급 판정을 내렸 다. 한편,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 판정서 잉크가

최창수(사진 왼쪽) 저는 동양시멘트에서 20년 가까

마르기도 전에 <동일>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일하다 해고된 최장수라고 합니다.

법을 지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노동부의 판정으로 인해 101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거리를 쫓겨나

김세진(사진 오른쪽) 저는 조합에서 막내인 김세진

게 된 것이다. 이후 동양시멘트가 삼표시멘트로 매각

이라고 합니다. 원청이랑 비교했을 때 40%정도 임

되면서 노동조합은 삼표시멘트 본사가 있는 서울로

금 받고, 장시간 일해도 참고 살다가 불만들이 터

상경, 200일 넘도록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뻔

져 나와서 노동조합 만들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

뻔하기 이를 데 없는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조합

습니다.

원들을 만나 자세한 투쟁 상황을 들어보기로 했다. 14


시멘트 사업장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께

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위장도급 관련

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판정 이후에 현장에 변화가

동양시멘트는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

이인용 동양시멘트는 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

해서 진정을 넣었고,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어 있었는지 자세하게 듣고 싶다.

힌다. 현장엔 20여개 협력업체가 있는데 이중 대표

이인용 노동부가 기한을 넘기면서 발표를 미루는

적인 협력업체가 동일, 두성이다. 지금 노동조합에

바람에 2015년 2월 5일 노동조합이 항의 면담을

가입한 조합원은 모두 동일 소속 노동자들인데 110

갖았습니다. 그 결과 13일 위장 도급 판정이 내려

여명이 일했다.

졌다. 그런데 회사가 노동부 판정을 이행하는 게 아니라 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해고하겠다고 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작업장을 45광구, 46광구,

사무실에 찾아가서 항의도 했는데 결국 설 명절 전

49광구, 55광구 이렇게 부르는데 조합원들은 주로

날 문자로 2월 28일부로 해고하겠다는 통지를 받

46광구에서 일했다.

았다.

이인용 저희는 시멘트 회사에서 가장 기초적인 업

최창수 그 당시엔 정말 멘붕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무인 광산에서 석회석 원석을 채취하는 일을 했다.

조금 지나니까 억울하더라. 내가 뭘 잘못해서 해고

차감 (발파 전 돌에 구멍 뚫는 작업)부터 발파한

가 됐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죄가 있다면 딱 하

석회석을 중장비인 덤프, 굴삭기로 싣고 돌 파쇄기

나 회사를 싫어하고 민주노총 노동조합을 만든 거

에 부으면 작업이 끝난다.

밖에 없는데 서럽기도 하고 악이 받쳤다.

최창수 저희 일은 쉽게 말해서 탄광이랑 비슷하다

막내 조합원분의 경우 아직 나이도 젊고 다른 일자

고 보면 된다. 탄광과 다른 건 거기는 밀폐된 갱에 서 작업을 하는 거고, 우리는 갱이 실외에 있는 것 그 차이가 있다. 차감해서 발파하고 운반하는 것도 같다.

노동조합은 어떤 이유로 만들게 되었나?

리를 찾으면 그만이지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어떻 게 싸움을 결심하게 되었나?

김세진 5년만 더 젊었으면 때려치지 않았을까. 농

담이고, 다른데 갈 생각은 안했다. 싸우면 될 것 같았다. 법에서도 우리를 원청노동자로 인정하니까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인용 회사가 곧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매각한다는

노동조합은 회사에 고용노동부 판정 이행과 관련해

얘기가 돌면서 고용보장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이전

서 줄곧 교섭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부터 관리자에게 차별적으로 대우 받고 저임금에 장

노동조합은 동일 회사 사무실이 있는 49광구 정문

시간 노동해도 참고 일했는데 더는 그럴 수 없었다.

앞에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각종 법적 투쟁 도 함께 전개했다.

15


3월9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소장 접수 3월10일

동양시멘트 및 하청업체 대표이사 파견법 위반, 직업안정 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고발장 접수 3월18일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천막농성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계속된 물리적 충돌로 인해 올해 1월 13 일 조합원 7명이 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법정구속되 었다. (현재는 4월1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한편, 노동조합을 탈퇴한 사람들은 같은 집 행유예를 받거나 벌금형만 선고 받았다.

투쟁 거점을 삼척에서 서울로 옮기게 된 건 동양시멘트 매각과 관련이 있는건가?

이인용 작년 9월 삼표가 잔금을 다 치르면서 회사

이인용 회사에서 조합원 20여명이 회유당해서 현

가 완전히 넘어갔다. 삼표 본사 앞 농성은 매각설이

장으로 출근한 사건이 있었다. 공장이 멈춰야 회사

본격화 되었던 작년 8월 19일부터 시작했다. 당시

가 압박을 받을텐데, 조합원들이 힘들어서 투쟁을

조합원 7명이 비닐 하나 덮으면서 자리를 잡았다.

포기할 수는 있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회유한 조합원들이 출근할 수 있게 철저하게 보호했고, 우

현안에 대해 삼표시멘트의 입장은 뭔가?

리는 그걸 저지하느라 몸싸움이 있었다. 또 한번은

이인용 처음엔 동양시멘트에서 있었던 일이니 동양

회사가 삼표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실사단이 삼척으

하고 해결보라는 입장이었는데 농성이 계속되자 삼

로 내려온 적이 있는데 이때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

표 사장이 서로 대화로 풀면서 상생하자고 해서 10

구하는 공문을 들고 차 앞을 막아섰는데 업무방해

여 차례 교섭이 있었다.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

라고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고 노동부에서 위장 도급이라고 하니 그것을 이행

16


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정규직은 어렵다는 입장

이인용 삼척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보니 처음

만 반복했다.

서울로 상경 투쟁을 왔을 때, ‘연대’라는 글자가 우

그러나 위장 도급 관련해서 중노위 판정을 앞두고

리 것만 하기 바쁜데 왜 해야 하나 마음이 앞섰던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삼표시멘트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연대 투쟁하면서 재정적으

자회사를 만들테니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근로자

로나 심정적으로 서로 상황을 알고 힘든 걸 같이 겪

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면 받아주겠다는 안을 던졌

으면서 조합원이 떠나간 자리 이상을 채워주고 있

다. 회사는 불법적인 안을 중노위 중재안으로도 던

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또 우리 노동조합이 삼척에

지는 뻔뻔함을 보였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그 안을

서는 물론 동양시멘트 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노동

받지 않았다. 이후 11월 17일 중노위는 부당해고

조합이다. 그래서 우리가 꺾이면 이후에도 동양시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고, 삼표시멘트는 지

멘트 노동자들, 삼척에 사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금까지도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을 만들기 더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 감을 갖고 열심히 투쟁할거다.

어느덧 서울 농성 투쟁만 250일을 넘기면서 생계가 어 려워서 투쟁을 포기하거나, 삼표시멘트 회유에 넘어

최창수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까지 싸워왔던 것처럼

간 사람들 제외하고 현재 23명의 조합원들이 남아있

손잡고 끝가지 힘내서 웃는 모습으로 현장으로 돌

다. 이분들 중에서도 몇몇은 생계투쟁으로, 7명은 수

아가서 일하고 싶다.

감생활을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이 면회 투쟁도 해야 했고, 서울/삼척 두 곳에서 투쟁을 전개했다.

마지막으로 같이 싸우는 동료들에게, 연대해주시는 동지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김세진 연대하는 동지들에게 도움 받았다, 고맙다

말씀드리면 같이 싸우는 거니까 고맙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고맙다. 그리고 갚는다는 말 이 웃기지만 연대하면서 열심히 함께 싸우겠다.

17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흔 두번째 이야기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요즘은 독서실도 프리미엄 시대이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가 다니던, 더는 그런 독서 실이 아니다. 호텔 비즈니스 코너 같기도 하고, 가로수길 카페 느낌도 난다. 하지만 예나 지 금이나 독서실엔 모름지기 총무가 있기 마련. 프리미엄 독서실 총무는 프리미엄급 노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상근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서실 총무로 일하게 된 지 5개월이 된 영 씨는 다른 독서실 알 바들과 사정이 비슷하다. 준비하는 시험,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그간 풀타임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비교적 시간 선용을 하기 수월할 거 같은 ‘독서실 알바’를 알아보았다고 한 다.

“공부하시는 분 환영”의 함정 “독서실 알바는 주로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취업 자격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자리에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세요. 알바 구인 사이트들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며 선전해요. 다른 독서실은 안내데스크 있는 창구 뒤편을 총무들이 쓰는 방으로 하고, 별일이 없으면 거기서 접수도 받고 공부도 할 수 있게 하지요. 제가 일하는 독서실 같 은 경우는 안에 있는 좌석을 하나 따로 줘요.”

그렇다. 독서실 알바를 택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일터에서 일도 하 고 공부도 할 수 있기에 이 일을 택한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이것저것 독서실 공간 정리하 고, 민원 처리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 외 근무시간 중의 ‘대기시간’이 독서실 총 18


무들에게는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용공고 때부터 공식화된 근무조건이다. 영 씨가 일하는 독서실은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거 같이, 남녀 실로 구분되어 쭉 칸막 이 책상이 붙어있는, 그런 전통적인 독서실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다. 프리미엄 독서실을 표 방하고 있는 만큼, 방도 여러 가지 타입(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스형으로 만들어져 사 방이 막혀있고 좌석마다 문이 달려있는 1인용 좌석, 칸막이 책상에 사물함이 달린 지정좌 석, 별도 예약 없이 이용하는 자율좌석 이렇게 3종류가 있다. 이 독서실에서는 총무들에게 1인용 책상 칸 하나를 제공해 준다.

“독서실 총무알바가 하는 일이 거의 비슷비슷할 거예요. 회원 오면 등록받고 좌석 지정해 주 는 일, 오픈이나 마감 때 청소하거나 문고리나 프린터기, 전등 수리 등 자잘한 시설 관리를 하지요. 독서실 알바들이 시급 2-3천 원도 못 받고 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 이유가 일 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가 공부할 공간을 받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근데, 조금 이상한 거 같아 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최소한 이만큼은 꼭 줘야’ 한다 고 법으로 정해놓은 거잖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최임보다 조금 더 주고 있는데요, 이 일 찾 을 때 검색해 보니까 아파트 상가 같은 데에 딸려 있는 독서실 같은 데에서는 정말, 최임 절 반이나 1/3만 주고 일 시키더라고요. 노동법 관리 감독이 안 되는 사각지대인 것 같아요.”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가까운 독서실도 있었지만, 버스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을 다니는 이유는 이 독서실이 최저임금보다 약 250원 정도 더 시급을 쳐주기 때문이었다. 이 곳이 프랜차이즈 법인에서 운영하는 체인점 독서실이라서 법적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서실도 야간노동의 현장. 교대제로 돌아간다. 최저임금과 공부준비 외에 영 씨가 이 알바 자리를 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서실 관리 일도 교대제로 근무 스케쥴이 돌아가는 곳이라, 때로는 오전 시간을, 때로는 오후 시간을 돌아가면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저희는 3교대로 돌아가요. 오픈 조는 8시 반에서 14시까지, 미들은 14시부터 19시 반까지, 그리고 마감 조가 19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예요. 오픈-미들-마감 이렇게 돌고, 하루 쉬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죠. 마감일 때는 사람들이 다 퇴실하고 청소하고 가야 하니, 한 2시쯤 나 오게 되지요. 저랑 교대로 일하는 총무들이 3명 더 있는데, 다른 분들은 택시를 타고 들어 가지만 저는 심야버스가 있어서 그거 타고 집에 가요. 물론 좀 피곤하긴 하지만... 다음날 쉬 니까요. 예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서 10시간, 12시간씩 있었던 거에 비 19


해서는 지금이 나은 거 같아요. 요즘처럼 날씨가 따듯하고 좋은 계절이면, 해가 떠 있을 때 뭔가 나가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막상 일하다 하루가 다 가고, 주말에는 힘들어서 뻗어있고. 물론 지금 하는 일은 임시직 알바이고, 내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온전히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교대제나 심야노동이라고 하면 밤새도록 돌아가는 주야 맞교대의 제조업 공장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교대제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24 시간 편의점은 물론이고, 밤 11~12시까지 열려있는 대형마트/슈퍼마켓도 2개 조 이상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도 심야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리 를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 씨가 일하 는 곳은 오픈-미들-마감의 3개 시간대로 분할되어 일하는 3교대의 순환형(정해진 근무시 간대를 순차로 근무하는 형태) 교대제를 택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은 아니고 새벽 1시 반 에 폐문하긴 하지만, 3일에 한 번 마감 조 교대가 돌아오는 날은 교대제로 인한 심야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끄럽다’는 컴플레인, 조용히 시켜야 하는 업무 독서실은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한 곳이니 소음을 관리하는 게 총무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 다. 하지만 결국 그 소음을 발생시키는 사람도 독서실 소비자이고 장기 이용권을 끊은 회원 이다 보니, 알바 영 씨의 입장에서는 시끄럽게 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눈치가 보이는 어려운 일이다. 연필을 사각거린다든지, 책장을 좀 힘차게 넘긴다든지 사소한 행동이 아무 20


래도 독서실에서는, 그리고 독서실 알바에게는 큰일이 되는 것이다.

“최임주는 곳 중에서는 육체노동 부하가 있거나, 고객 대면 감정노동 많이 해야 하 는 서비스업 쪽 일이 많은데, 여긴 일종의 서비스업이지만 그렇다고 고객 응대 업무 나 감정노동을 막 빡세게 해야 하는 건 아니긴 해요. 다른 곳보다 가격이 좀 비싸다 보니 성인 이용객이 많아요. 그게 무슨 시험이든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지요. 청소년 들보다 소음에 굉장히 민감해서 시끄럽다는 컴플레인이 많은 편이에요. 이걸 처리하 는 게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한번 가서 말씀드리고 바로 수정되면 좋은데, 안 그러 면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저는 가서 똑같은 말하기 눈치 보이고... 저한테 말하다가 정 안 되면 메모를 써 붙이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다 감정 상해서 싸운 분들도 계셔 요. 난감하죠.”

영 씨가 어려워하는 일 중 또 하나는 화장실 청소였다. 건물 2개 층을 쓰고, 좌석 수가 125개 정도가 되다 보니, 가정에서 보다 훨씬 자주 청소해야 한다. 그 일 자체 가 힘들다기보다, 혹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더러워서라기 보다, 공공장소를 너무 나 아무렇지도 않게 더럽게 사용하는 이용객들에 화가 나서 그 일이 어렵다.

“누군가가 치운다는 생각을 왜 안 할까요? 그렇게 더럽게 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 잘못된 거 같아요.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관리할 책임 역시 모두에게 있는 것이죠. 책임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긴 해도 말이지요. 돈 받고 고용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게 맞는 걸까, 누군가 내가 다 못하는 부분까지 대신해 이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해주고 있구나가 아니라, 돈 받고 일하는 거면서 ‘왜 안해?’ 이렇게들 생각하나,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불쾌해지는 거죠.”

최저임금 알바 노동자이자, 미래를 준비하며 일하는 청년 노동자 영 씨. 학자금 대 출만 없다면 다음 진로를 준비하는 지금, 굳이 알바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자금 대출 없는 세상, 알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그녀는 이 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최저임금 받는 일자리 중에서 그래도 독서실 총무 알바는 노동조건이 나은 축이라 고 생각해요. 아 물론 최저임금 안 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요. 우리 독서실은 근태 보 너스라고 하면서 출퇴근 시간 정확히 지켜서 근무한 시간이 20~25시간 정도 채워지 면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 것도 있으니까요. 사실 주휴수당을 사장님이 이상하게 왜 곡해서 주는 거 같긴 한데, 그냥 참고 있어요. (웃음)” 21


연구 리포트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OECD(Ora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한국은 29번째인 1996년 12월 OECD 회원국이 되

and Development)는 경제협력개발 기구의 약자로

었다. 가입 시 노동법의 수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1948년 마샬 플랜의 지원을 받은 유럽경제 협력기

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대다수의 회원국이 선진자

구에서 시작하여 1961년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하면

본주의 국가여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서 만들어졌다. OECD의 목적은 홈페이지에 따르면

는 자부심을 가지려는 찰나 한국은 OECD 가입 직

정책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녕을 향상시키

후 IMF 금융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외국 언론으로

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OECD는 경제협의체로서

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비아냥을 듣

협의사항에 강제성은 없지만 경제뿐 아니라 정치,

기도 하였다.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는 경제성장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

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지만 노동과 사회복지의 측

구하고 논의를 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OECD 회

면에서는 퇴보하거나 정체된 상태로 있는 것이 현실

원국 간의 비교가 가능한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본

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한국은 구매력

글 또한 홈페이지에서 직접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준 1인당 소득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

작성하였다.

였다. 하지만 아래에서 살펴볼 자료들은 한국이 노 동자의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현 주소를 보여준다.

22


1. 노동시간

2.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아래의 그림은 국가별 평균 노동시간 순위이다. 한

아래의 그림은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순위를

국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수십년간 지속되어 왔다.

나타내는 그림이다. 한국의 최저 임금은 2016년 기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노동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으로 6,030원이다. 달러 기준으로 약 5달러 정도일

상황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도 장

것이다. 아직 대중교통 등의 물가가 낮아서 구매력 기

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

준으로 환산했을 때는 약간 올라가겠지만, 한국의

실이다. 최근에는 멕시코와 연간 노동시간을 두고

최저임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수준이

1-2위를 다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

다. 과거 동유럽 국가와 일부 남유럽 국가 남미 국가

는 노동 생산성이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낮은 임금

들만이 한국보다 낮은 최저 임금을 가지고 있다.

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고임금 노동자들도 퇴사 이후의 불안정한 예 상 소득과 노후를 위해 벌 수 있을 때 벌자하는 심 정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가 이런 현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표1 국가별 평균 노동시간

표2 구매력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

23


3.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 비율)

4. 산재사망률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한국사회는 안전에 매우 취약한 사회이다. 한해

한국사회의 낮은 노조 조직률은 형편없는 사회복지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산업재해와 직업성 질환

제도와 노동자들의 대표성이 사라진 정치제도와 관

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매해 5,000여 명의 사람이

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매우 안타까운 점은 산업재

가는 대부분 매우 높은 노조조직률을 보이며 이들

해와 교통사고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

국가들의 잘 조직된 사회 복지제도와 강력한 사회민

전과 관련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규제를 위반

주주의 정당의 존재가 이러한 높은 노동조합 조직

하면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률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한국 사회에서도 대기

위한 시스템과 운전자들의 안전의식도 더 높아져야

업의 노동조합 이외에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

한다. 아래의 그림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다.

조합을 만들고 가입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한다면 사회운동과 진보정 당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표3 노동조합 조직률

표4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

24


5. 남녀 임금 격차

6. 자살률

수년째 한국이 지속적으로 1위를 하는 분야가 있

남녀임금 격차와 더불어 OECD 회원국 중에서 계속

다. 남녀의 임금격차이다. 한국 사회 성차별은 매우

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자살률이다. 어쩌면

심각하며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설명하기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모습이 이

조차 곤란한 수준이다. 결혼한 여성노동자가 출산

높은 자살률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한해 산업

과 육아를 지원받기는커녕 권고사직이나 당하고 있

재해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

는 현실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는 난망인 것 같다.

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빈곤률을 줄이고

남녀 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은 반드시 개선되어

(특히 노인 빈곤)을 줄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

야 할 점이다.

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마치며 한국사회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대체로 좋지 않 은 부문의 통계를 살펴보았다. 한국사회는 최근 급 격한 산업화로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러 가지 사회지표는 OECD 회원국에 어울리지 않는 모 표5 남녀 임금 격차

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지표 의 개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노동조 합과 사회운동 단체와 같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조 직화된 요구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 문제로 쉽게 환원되지 않는 성차별과 같은 문제도 존재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역 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표6 자살률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4월28일 세계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죽음의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26


사진 정병혁 글 김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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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그를 딛고 살기 위해 다시 싸웁니다

정하나 선전위원

“어머니는 ‘나는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회사 출근하

던 시기에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공장장과 소속

다며 눈물 흘리셨습니다. 저 역시 유성 해고자이기에

하기도 하였습니다. 2013년 7월부터 12월 사이, 단

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리잖아, 빨리 나가’라고만 했

‘형은 더 힘들테니까’ 하는 맘에, 형인 저한테도 광호 는 힘들다는 얘기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나 봅니다. 유성 영동지회 조합원이자 한광호 열사 (이복)형 국석호

장, 어용 기업노조 간부로부터 11차례나 고소를 당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측으로부터 고 소 때문에 경찰조사를 8차례나 받았고,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2건의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두 번의 사내 징계를 받았었고, 2016년 3월 14일에는 ‘3차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통

한광호 열사는 1995년 12월 10일 유성기업 영동공

보’를 받았습니다. “형, 노동조합에 부담을 줘서 미

장에 입사하여 약 10년 간 일했습니다. 노동조합 조

안해요.” 사측이 남발한 징계에 대처하고자 노동조

합원으로서, 2012년부터 2014년 대의원으로 활동

합과 상의하던 한광호 열사가 꺼낸 말입니다. 노동자

했습니다. 유성기업 사측의 폭력적인 직장폐쇄 이

한광호는 그리고는 집을 나가, 며칠 후 차가운 주검

후, 복수노조를 활용한 민주노조 압박 등이 극심하

으로 ‘열사’가 되어 동료들 앞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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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가 공모한 노조파괴 문건 기

"광호야, 네가 쓰러진 후, 너를 딛고 우리가 투쟁한다.

내용과 일치합니다.”

들의 연대로 반드시 승리 할 거야. 지켜보는 네가 부

록에 나와 있는 ‘징계를 통한 어용가입 확대전략’의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

이 투쟁의 승리는 너로부터 다시 시작해서, 많은 사람

끄럽지 않게 싸울게,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다음에 너를 더 알게 된 지금. 내가 더 미안하고 사랑한다. ” 유성 영동지회 지회장 김성민

참고

유성지회 조합원 291명, 2011년 10월~2016년 3월 조사 결과 징계받지 않은 조합원 총 10명(3.4%)에 불과

고소고발 받은 조합원 총 79명(27.1%)이나 됨 29


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한광호 열사는 죽음으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지회장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5년 동안 우리의 꿈을 모조

리 다 뺏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슬프게도 한광호 동지

리가 광호를 죽였노라고, 현대차 자본이 개입한 불 법 노조파괴 공작을 끝장내야 한다고 말이다.

의 죽음 이후, 우리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민

2011년 이후 사측의 탄압에 맞서 영동과 아산 공장

바로 함께 나와 함께 행복을 나눌 사람이라는, 바로

련하여 법원 앞 농성도 해오던 걸로 알고 있다. 한광

주노조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고, 내 앞의 동지가 그 꿈입니다.”

4월23일 유성 연대한마당 문화제에서

故 한광호 열사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같은 노

에서의 현장투쟁과 부당해고나 경영진 구속처벌 관

호 열사 이후에는 서울광장 앞에서 분향소를 차리 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전화되었는데, 요즘 현장분 위기는 어떤가?

동조합에서 활동하던 김성민 지회장, 유성기업 영동

광호가 자결한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다. 나 같은

지회의 지회장인 그는, 동료 한광호의 죽음 후 일주

노동조합 간부 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도 모두

일에 서너번은 충북 영동에서 서울을 오간다. 상복

쉴 틈 없이 투쟁에 임하고 있다. 양재동 현대사옥

을 입고 상주가 되어, 자신 보다 젊은 나이에 고인

앞에 1인 시위하러 4명씩 조 짜서 상경하고 있고,

이 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께에 들고 서울의 거

유성과 아산 각 공장에서 8명씩 돌아가면서 현장분

리와 광장에서 외친다. 유성 자본의 가학적 노무관

향소를 지킨다. 현장순회도 매일 하면서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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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는지 둘러도 보고, 지난 4월14일 기업노 조 설립 무효판결이 있은 후 부터는 기업노조 게시 판을 다 떼어 내는 등 물품 퇴거도 하고 있다.

5년간 쉬지 않고 투쟁해온 지회 조합원들이 누구보 다 힘드실 거 같다. 가장 힘든 점은?

많은 노동자들, 시민사회에서 이 투쟁을 지지하고 연 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계획을 말씀해 달라.

예전에 유성 조합원들도 쌍차, 콜텍, 하이닉스매 그나칩 투쟁들에 자주 연대했었는데, 우리가 한 것보다 10배는 받은 것 같다. 힘 모아 투쟁하여 반드시 이 노조파괴, 가학적 노무관리의 뿌리를

위에 설명한 투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조합

뽑아낼 것이다. 열사 정국 이후에는 회사도 궁지

원들이 하루 전면파업을 하거나, 최소한 1시간 이

에 몰려 버티고 있는 상황이리라 본다. 그럼에도

상 부분파업을 해야 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 영

유가족하고만 합의하겠다, 임금만 교섭하자, 상

동지회 조합원 220명 중, 절반이상이 월급 100만

복 입지 마라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가

원도 못받아 간다고 확인됐다. 40-50만원 받아가

저지른 가학적 노무관리 행태, 노조탄압의 악행

는 조합원들도 꽤 된다. 사실 조합원들이 (일부러)

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을 안해서 나도 이 정도인줄은 잘 몰랐는데, 사

우리의 이 싸움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죽이는 것

측이 뿌리는 전단지를 보니 그렇게 써 있더라. 동료

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우리 한광호 동지

가 죽은 충격과 슬픔도 크고, 이런 상황에도 변화

는 유성과 현대 자본이 가한 가학적 노무관리의

없고 뻔뻔한 사측태도를 보며 피로도도 쌓여있다.

희생자이다. 반드시 책임자가 처벌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되니... 지회장으로서

이것이 역사에 남아야 한다. 더불어, 복수노조법

는 조합원들 보면 애잔하고 미안해 얼굴도 잘 쳐다

이 시행된지 5년인데 이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

보지 못하겠더라. 제일 힘든 것은, 다름 아니라 동

다.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등의 극심한 노동탄압

지가 떠나갈 때 일 것이다. 마치 심장 근육이 도려

에 피해가 유성뿐 만 아니다. 복수노조법 5년을

내지는 것 같이 아팠다. 아시다시피 기업노조로 넘

제대로 평가하고, 이후 법 제개정 운동으로 발전

어간 조합원들이 많다. 그중에는 20년지기 친구도

시켜야 할 것이다.

있었다. 장기화 되는 투쟁 중, 그들에게 전망을 잘 그려주지 못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자책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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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노동자 괴롭혀온 법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법률사무소 ‘새날’ 김차곤 변호사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년 넘게 계속된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는 점점 심해지고 있고, 마침내 한 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열사는 노동조합

첫째, 법원은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 단행된 해고 가 무효라고 확인하여야 한다.

활동을 이유로 11번 고소를 당했고, 8번 경찰조사

유성기업은 2013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100명이 넘

를 받았으며, 두 번의 징계를 당하였고, 2건의 형사

는 조합원을 징계하였다. 조합원들은 그 이전에 이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유성기업이 한광호 열사에

미 수백 명이 징계를 당한 상태였다. 유성기업이 무

게 세 번째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를 위해 2016. 3.

차별적으로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데에는, 정당한

14.에 출석하라고 명했다. 열사는 결근하고 사전조

쟁의기간 중에 징계를 가능하게 한 법원의 판결이

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열사

자리잡고 있다. 유성기업이 2013. 10. 23일자 조합

의 죽음의 배경에는 사법체계를 이용한 ‘노동자 괴

원 이정훈 등 11명에게 부여한 해고처분에 대하여

롭히기’가 있었다. 법원과 검찰은 유성기업의 가학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제1민사부, 재판장 심준보)

적 노무관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이

은 정당한 쟁의기간에 일체의 해고 등 징계를 할 수

라도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를 중단시키기 위

없도록 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규정의 규범력을 부정

해서 법원과 검찰은 최소한 아래와 같은 조치를 신

한 부당한 판결이자, 동일한 단체협약 규정에 대하

속히 취해야 한다.

여 규범력을 인정하여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단행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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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등 징계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 도 배치되는 부당한 판결이다.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15나11661)은 천안지원의 부당한 판결을 바로 잡 아야 한다.

둘째, 검찰, 경찰, 노동부는 편파적인 공권력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한 수사·기소를 중단하고, 가학적 노무관리와 각종 부

당노동행위의 주범인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시영 등 을 신속히 수사·기소해야 한다.

셋째,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가학적 노무관리의 주

범인 유시영 등에게 실형을 선고하여 엄중히 처벌해 야 한다.

조합원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하며 수사, 재판을 받 고 있지만 부당노동행위, 가학적 노무관리의 책임 자인 유성기업의 유시영 등은 아직까지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재정신청사건에서의 공소제 기명령에 따라 기소된 유시영 등 8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현재 대 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2013고단1867(2015고단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에 대하여 고소·고발을 남발하

507, 2015고단768 병합)호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

고 있다. 조합원 1인당 많게는 50여건, 보통의 경

다. 이들은 불법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아무런 반성

우 수십 건에 이른다. 조합원들은 경찰서, 검찰청,

을 하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와 가학적 노무관

법원을 수시로 오가며 고통을 받고 있다. 조합원들

리의 양태, 이로 인하여 과거 받았고 현재 받고 있

이 고소를 당하는 경우 수사와 기소는 신속하게 진

는 조합원들의 고통의 정도를 고려할 때 대전지방법

행되었다. 반면 조합원이 유성기업 측을 고소하는

원 천안지원은 반드시 유시영 등 8인에게 실형을 선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은 늑장수사, 소극적 수사·

고해야 할 것이다. 가벼운 처벌은 면죄부를 의미할

불기소로 일관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동시킨

뿐이다.

유시영 등 주범들을 검찰은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

만약 법원이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단행된 징계가

고는 무협의 처분을 하였다(이후 재정신청사건에서

무효라고 판결하였더라면, 검찰, 경찰, 노동부가 편

대전고등법원의 공소제기결정에 의하여 검찰은 기

파적인 공권력행사를 중단하고 유성기업의 고소·고

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로 발견된 증거

발 남용에 제동을 걸고 부당노동행위와 가학적 노

에 근거하여 유성기업의 유시영과 현대자동차의 정

무관리 주범들을 엄정히 수사하여 신속히 기소하였

몽구 등을 고소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기소는커녕

더라면, 유성기업의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무차별적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

인 징계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한광호

의 고소·고발 남발과 무차별적인 부당노동행위, 노

열사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원이 정

동자 괴롭히기에 검찰 등 수사기관의 편파적인 공권

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 단행된 해고가 무효라고 확

력행사가 그 토대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검찰,

인하는 판결을 하고, 검찰 등 수사기관이 편파적인

경찰, 노동부의 불공정한 공권력행사는 조합원들에

공권력행사를 중단하고, 법원이 부당노동행위와 가

게 분노를 자아냈고, 공권력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학적 노무관리 주범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고립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가학적 노무관리가 중단되고 제2, 제3의 죽음을 막

이었다.

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33


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이종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분노와 답답함, 이를 표현할 언어의 부재

루어지고 언론 보도, 재판 사례 등으로 관심이 대

지난 겨울, 인권연구소 창과 함께 ‘Daum 스토리펀

침해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큰 위해를 초래하는

딩’에서 ‘일터괴롭힘’에 대해 연재했다. 각자의 일

행위로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 캐나다,

터에서 겪어 왔던 괴롭힘을 토로하는 댓글이 많이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제도

달렸다. 비정규직에게 갑질하는 학교, 성과를 쥐어

를 만들어 왔고, 법률이 아니더라도 지침, 행정감독

짜는 조직, 투명인간 취급하며 따돌리는 동료들 등

등을 통해 반(反) 괴롭힘 정책을 표방해 온 국가들

등.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공감, 분노, 답답함의

이 많이 생겼다.

감정이 느껴졌다. 그동안 일터에서 겪었던 고통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었던 것 같았다. 해외에서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존엄 침해, ‘일터 괴롭힘’에 대해 다루는 언어가 있을까? 법제

두되면서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을

프랑스 법에 규정된 ‘정신적 괴롭힘’ , 노동자의 ‘정신’건강도 고려

도적으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일터에서의 괴

일터 괴롭힘에 관한 법제도로 한국에 비교적 많

롭힘(Workplace harassment 또는 bullying)에 대

이 알려진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한 문제제기는 1980년대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

인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정신적 괴

로 시작되었다. 실증 연구, 심리학적 연구 등이 이

롭힘, 무자비한 폭력(Le harcélement moral,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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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심리학자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발간한 책,『정신적 괴 롭힘, 무자비한 폭력(Le harcèlement moral, la 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

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라는 책을 발간하

을 두고 있으며, 사용자에게 정신적 괴롭힘을 예방

고, 이 책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프랑스 사회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괴롭힘

내에서 일터에서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하면, 그 행

이루어졌다.

위가 괴롭힘과 관계없는 정당한 행위라는 것에 대

법적으로는, 2002년 ‘정신적 괴롭힘’(harcélement

하여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등 구제를 실

moral)의 개념을 노동법전과 형법전에 도입하여 일

질화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터에서의 괴롭힘을 규율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법

프랑스 사회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입법을 시

전에서는 “어떠한 노동자도 자신의 권리들과 존엄을

도할 때, 호의적인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신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직업

적 괴롭힘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법률

적 전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의 훼손

적으로 개념화하기 어렵고 그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

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

될 우려가 있다거나, 기존의 법제에서도 정신적 괴

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

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

라며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를 설명한다. 노동자의

되었다. 그러나 현재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판례가

존엄 침해를 중심으로 둔 점이나, 건강에 관해 정신

많이 축적됨으로써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와 판단기

과 신체를 통합적으로 다룬 것이 정신적 괴롭힘의

준이 구체화되었고,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

규정에서 두드러지는 요소이다.

았던 정신적 괴롭힘을 가시화함으로써 예방과 구제

노동법전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정신적 괴롭힘

의 실효성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정신적 괴롭힘을 겪

하급심에서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행위자

다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경우 이를 무효로 보는 규정

가 괴롭힘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괴롭힘의 결과를 35


가져오는 행위도 규율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최 고법원에서 확고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방 식이라는 이유가 정신적 괴롭힘의 혐의를 벗어날 수

사용자의 괴롭힘 방치 촉진하는 미국의 ‘건강일터 법안’ 운동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프랑스 법원

미국은 반차별 법리가 발달했지만, 일터 괴롭힘을

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은 괴롭힘 사건이라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률조항을 별도로 가지

사용자가 예방조치를 다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결

고 있지 않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차별적

과적 안전의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함

속성이 없는 경우라면 괴롭힘을 받더라도 그에 대한

으로써 괴롭힘을 직업상의 위험의 하나로 보고 그에

적절한 구제 수단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로 인해 차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확대시켰다.

별사유와 결합되지 않은 괴롭힘에 대한 보호의 필요

안전보건 상 위험을 초래하는 괴롭힘 행위에 중단 명령내릴 수 있는 호주

성이 대두되면서, 사용자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촉 진하는 ‘건강일터법안(Healty Workplace Bill)’ 입 법운동이 진행되게 되었다. 2016년 5월 현재 30개 주와 2개 자치령에서 건강일터법안이 발의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는 주(州) 정부 차원에서

건강일터법안은 노동자가 가학적 근무환경에 처해

직업안전 관련법에 일터 괴롭힘에 관한 조항을 넣는

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그에 관한 소송을 통

방식으로 입법적 해결을 모색하거나, 일터 괴롭힘에

한 구제를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책임에 관해서

관한 비교적 상세한 지침을 채택하여 인식 개선과

는 기존에 성적 괴롭힘(성희롱)에 관해 형성된 법리

절차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 온 국가들이다.

를 법안에 그대로 들여왔다. 관리자의 괴롭힘이 해

오스트레일리아는 2013년 공정노동법(Fair Work

고, 징계 등 사용자의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 사용

Act 2009)의 개정으로 연방 차원에서도 일터 괴롭

자는 그에 관해 반드시 책임이 있고, 사용자의 처분

힘(Bullying)에 관한 조항이 들어왔다. 이 법에서

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사용자가 합리적 주의

는 “개인 또는 집단이 노동자 또는 이 노동자가 포

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면책될 수 있도록 규

함된 노동자 집단에 반복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행

정하여 사용자책임 법리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위하며, 이 행동이 안전과 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때” 괴롭힘을 겪는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괴롭힘을 겪을 때 공정노동위원회(the Fair Work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Commission)에 괴롭힘 중단 명령을 요청할 수 있

한국에서는 일터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도록 규정하여, 괴롭힘을 겪고 있는 당시에 신속

부족할뿐더러 일터괴롭힘을 직접 다루는 법령이나

한 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기할 점

지침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전혀 법제도가 없는

은 이 규정이 연방의 노동건강안전법(Work Health

것은 아니다. 유성기업에서의 노조파괴 사례는 부

and Safety Act 2011)의 적용범위와 동일하게 직접

당노동행위제도를 통해 규율할 수 있는 것임에도

고용된 노동자뿐만 하청, 외주, 교육생, 자원봉사

그 불법성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는 사

자 등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단지 법이 없기 때문에 괴롭힘이 방치되고 있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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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학적인 노무 관리에 맞서 적극적 대응의 수단 중의 하나로서 노 동자의 존엄을 선언하고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존엄 침해에 대한 책임을 원 칙적으로 지우게 하는 법제도를 추진해볼 수 있다. 괴롭힘에 관한 해외의 법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 는 행위로 보고 사용자에게 방지의무가 있는 행위

참고문헌

- David Yamada, "Workplace Bullying and the Law: A

Report from the United States", 2013 JILPT Seminar on Workplace Bulling and Harassment.

- 조임영, 「직장 내 괴롭힘과 프랑스 노동법」 , 『노동법논 총』 제25권, 2012.

- Ellen Pinkos Cobb. (2013). Bullying, Violence,

Harassment, Discrimination and Stress: Emerging

Workplace Health and Safety Issues, The Isosceles Group, 2013.

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참고해 볼 수 있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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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나의 그녀들에게 지만, 지난 몇 년 간 대학병원에서 지내며 마음속 에 오랜 고민으로 남은 그녀들은 따로 있습니다. A씨는 50대의 난소암 환자였습니다. 그녀에게는 지극정성으로 병수발을 들어주는 남편이 있었습니 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지내던 중 암이 재 발하였을 때 담당 교수는 그녀에게 경제적 여유가 조이 회원, 산부인과 전공의

되는지를 확인했고 돈이 얼마가 들던 뭐든 할 수 있 다는 그녀의 남편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표적치 료제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전 외래에서 만 난 그녀는 조금 야위었지만 성공적인 두 번째 항암 을 마쳤고 여전히 남편과 함께였습니다. 언젠가 암 이 재발할 수 있겠지만 그녀 곁에는 늘 최고의 지 원자가 있을 것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지하는 가족 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

B씨는 60대의 자궁경부암 환자였습니다. 그녀가

공의입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수술을 위해 입원했을 당시 보호자라고는 사촌언

것은 여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생명탄생의 순간

니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차트에는 그녀가 기혼이

에 대한 경외심이 대부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

고 아들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가족들을 만

러나 산부인과 의사로 산다는 것은 생명 탄생을 돕

나볼 수 없었습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

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수많은 사연의 그녀들을

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그녀는 퇴원 이후 다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산부인과 주치의로 첫 산모

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1년 후,

의 출산을 지켜보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

그녀는 암이 재발하여 복수 때문에 부른 배를 부여

38


잡고 온 얼굴에 멍이 든 상태였습니다. 상담을 진

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경제적

행하며 그녀로부터 폭력적인 남편이 있었고 항암치

인 뒷받침이 중요합니다. 진단 당시의 경제적 상태,

료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가 그 몸으로 일

치료 과정 중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지

을 계속 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달

에 따라 환자는 의료진이 권하는 최선의 방법을 선

간의 치료가 끝나고 그녀는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택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는 내용의 소견서를 요구했습니다. 그럴 상태가 아

그녀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한 질병의 파도앞에

니라고 일을 쉬어야 한다고 소견서를 써줄 수 없다

서도 경제적 상황과 타협합니다. 시스템앞에서 개

고 하자 그녀는 일을 하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다

개인일 뿐인 의사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고 이미 치료를 위해 빚을 졌고 그걸 갚아야 한다

않습니다.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에

며 울었습니다. 그녀는 재발 가능성이 커서 꾸준히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도 누구나 똑같이 최

외래에 다녀야 했지만 그때 이후 그녀를 볼 수 없었

선의 치료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

습니다.

다. 매일매일 그러한 현실 속의 그녀들을 마주하며

사실 A씨를 보면서 많은 고민이 드는 것은 아닙니

그녀의 질병을 규정하는 것은 의학적인 상태만이

다. 그녀는 치료도 성공적인 편이고 든든한 가족의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주위환경과 그녀의 조건들이

지원이 있어 암환자들 중에서 운이 좋은 편에 속합

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니다. A씨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B씨와 같은 환자

앞으로 그녀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과연

를 마주할 때 입니다. B씨가 A씨와 같은 상황이었

어떤 의사로 살 것인지 고민해봅니다. 일에 치어 바

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B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

쁘게 사느라 잠시 내려놓았던 고민들을 다시 일깨

고 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생각하게 됩니다.

워주는 나의 그녀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고민을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 아닙니다. 의사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볼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가 최선의 치료를 권할 수는 있지만 결국 치료를 선

고민을 확장해가는 지점에서 연구소 회원들을 만

택하는 것은 환자의 몫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의지

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39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2

조합원의 역할 Step 1. 즉각 작업중지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다면 무조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 재해자 수습을 위해서도 작업중지는 필요하 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동일 재해의 반복을 막 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된 상태 에서 작업이 재개되도록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로 한정해 즉각적인 작업중지 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재해의 경중을 떠나 예방대책 마련은 필수이다. 따라서 사고 등 재해가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발생했다면, 일단 작업을 중지하자! Step 2. 재해를 즉각 알리고, 재해자 수습에 동참한다.

재해를 즉각 알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해의 은폐를 막고, 반복되는 사고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 다. 사고가 모두에게 알려져야만, 수습과정이나 이 후 과정도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해결될 수 있다.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조사와 토론을

따라서 사고나 재해발생 사실을 즉각 회사 측과 노

함께 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

동조합에 알리도록 하자.

지권을 써야 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 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그 주요 내용을 세 차 례에 걸쳐 싣는다.

사고 등 재해 발생 후 작업중지 모든 산업재해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예방조치가 미흡하거나, 발생한 재해가 철저히 은폐되어 재발방 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

Step 3. 사고현장에 대한 기록 남기기

사고 현장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 중 요하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재해 현장과 상황 을 기록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도 록 하자. Step 4. 사고현장 보존에 조력하기

해가 반복된다. 안타깝게도 재해가 발생했다면 어

안타깝게도 다수의 현장에서 사측은 사고 등 재해

떻게 작업중지를 해야 할까?

가 발생하면 재해자 수습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40


이 재해 현장을 수습하고, 작업을 재개하도록 종용

사고원인에 대한 노사공동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하고 있다. 노사 공동의 재해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사측이 작업재개를 위해 시도하는 일체의 사고현장

이 마련될 때까지, 사고현장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함

수습 등을 막아야 한다. 또한 사고발생 당시의 상

께 힘을 모아야 한다.

황에 대해 동료 작업자로부터 정황을 파악하고, 만

Step 5.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안 논의 동참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노조의 대책안을 마련하는데

일에 대비한 목격자를 확보해야 한다. step 4. 전 공장으로 사고를 알리고 전파한다.

조합원이 적극 동참하여 현장의 전문가로서 의견을

사고 전파 과정에서 교대근무 등으로 인해 상황을

제기하도록 하자.

전달받지 않은 인원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모 두가 알고 있어야, 함께 대응할 수 있다.

대의원이나 노조간부의 역할

step 5. 사측의 산재발생 사고 신고 강제하기

재해발생시 작업중지와 관련한 대의원이나 노조간

고용노동부는 ‘14년 7월부터 3일 이상의 휴업이 필

부의 역할은 위험상황 인지 했을때 작업중지 절차와

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사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재해자 수습 등의 과정이

업장’은 1개월 이내에 산재발생 보고를 하도록 하고

필요하다.

있다. 이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사측을 강제하고,

step 1. 재해자 응급조치

사측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산안법 위반으로 고발 해야 한다. 산안법 위반 신고는 회사의 산재은폐를 막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과 정부의 관

재해의 경중을 떠나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리감독의 소홀, 관련 책임을 묻는 중요한 근거가 될

재해자에 대한 응급조치와 치료이다.

수 있다.

step 2. 사고발생의 근본적인 문제가 사측에게 있음

step 6. 노사공동의 사고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을 주지시킨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

안전사고 등 발생한 재해는 작업자의 과실을 떠나

산업재해조사는 발생한 사고의 시시비비만 가리고

관리감독이나 보호와 예방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마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향후 비슷

사측의 안전보건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사고 예방’이 목적이

분명히 주지시키도록 하자.

다."라고 밝히고 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재해의

step 3. 사고현장 보존 및 목격자 찾기

속성을 막고, 이를 분석 검토하는 것은 동종재해와 유사재해의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 고조사팀에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관련 대책 41


출처 일과건강

을 철저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앞서

록 강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위험상황 신

도 밝혀듯이 이 과정에서 자칫 재해자 개인의 과실

고전화를 활용할 수 있다.

로 덧씌우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를 철저히 차단해

그러나 주지해야 할 것은, 고용노동부의 개입과 강

야 한다.

제를 통한 문제해결은 현장 대응에 있어 하나의 방

Step 7. 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 및 안전보건 교육

법이 될 수 있으나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즉각적인 조치와 판단이 필요한 작업중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기민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없는 한

대책 마련 논의가 마무리 됐다면, 결과를 조합원과

계가 있다. 게다가 현장 작업자가 해당 작업의 가장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해당 사안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 상황에 대한 판

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중대재해

단을 현장 바깥의 정부기관에 의탁하는 것이기 때

에 대해서는 전 공장 작업자에게 실시될 수 있도록

문에 한계적이다.

한다.

1588-3088 위험상황 신고전화 등 고용노동부 활용

작업중지가 어려울 때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용노동부는전국46개지방노동관서에연결되는사업

위험상황을 인식하여 작업중지가 필요한데도, 노조

고 있다. 24시간 열려있어 위험상황 신고전화가 접

가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수되면, 담당감독관이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을 확

까? 혹은 노조가 있더라도 작업중지를 둘러싸고

인하고, 위험이 급박한 경우에는 작업 중지를 하는

노사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조치를 취한다.

이럴 경우에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항에 개입하도 42

장‘위험신고상황실’(대표번호1588-3088)을 운영하


사례1. A 자동차 부품사

사례2. B 제철소

a노안부장은 현장에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일하는데 현

사내하청지회 b노안부장은 제철소 고로(철광석으로부터

작업중에 현장 출입통로 표시를 위해 라인을 새로 칠하고

가스를 이송하는 내경 2m정도의 배관 안에 들어가서 진

장에서 페인트 냄새가 많이 난다’는 작업자의 호소였다.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음날 해외본사 고위 관계자

가 온다는 이유로 페인트칠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조합 원들은 냄새 등의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 a노안부장은 1588-3088 위험상황신고전화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작업을 중지시켜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

은 담당감독관은 본인들이 와봐야 알겠다면서, 현장 도착 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그 시간

동안 현장이 방치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직접 중 지를 시키겠다 하자 담당감독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 다. 결국 감독관의 현장 방문을 요청하고, 현장 페인트 칠 담당자, 현장 부소장을 찾아 작업자들이 냄새가 나서 일

을 못하겠다는 요구를 전달하며 작업중지의 필요성을 제 기했다. 노동부에서 조금 있으면 올 거라고 얘기하자, 페

인트칠이 중단됐다. 결국 한시간 반 정도 지나서 노동부

선철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노)작업 중에 고로에서 발생한

행하는 용접작업에 투입됐다. 당시는 잔류가스 배기가 제 대로 안된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b

노안부장은 주변에서 같이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나오라 고 하고 작업 투입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당시 이 문제 로 작업투입에 대한 갈등이 발생했다. 작업자들의 판단에

는 잔류가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용접에 투입되는 위험

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잔류가스 측정기기를 작업자 들이 직접 휴대할 수 없으니, 가스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다행히 B제철소에는 연이어 발생한 산재사망의 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던 중이라, 근로감독관이 상주하고 있었다. 곧바로, b노안부장은 상주하던 근로감

독관을 불러 사측과 함께 이 문제를 확인했다. 근로감독 관은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방문했고, 문제를 살펴본 후 담당관

은 국소배기장치를 할 수 없다면 환기를 충분히 하고, 창

문 다 열고 작업자들이 없는 쪽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43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문제는 노동이야 경제민주화와 최저임금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회원, 수유너머N

여소야대 총선이후, 첫 번째 선물이 도착하다

다른 한편, 총선 전으로 돌아가 지난 4월 6일 민주

‘새누리당 참패’로 귀결된 총선 직후 야권에서는 총

포식을 가졌다. 매년 이뤄진 ‘노동계’만의 최저임금

선 내내 제기해온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부실기업

투쟁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되면

구조조정’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 야권이 아니

서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그

총선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세부안은 다르지만 모

랬다. 그는 총선 내내 ‘문제는 경제’라며 배신의 경

든 정당이 9천 원~1만 원 가량의 인상안을 제시했

제를 이번 총선에서 심판할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

고, 정의당과 더민주당 등은 노동계와 함께 기존에

소했다. 그리고 선거 후 그는 ‘불쑥’ 구조조정 문제

주장해왔던 최저임금 1만원 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를 들고 나왔다.

상황에서 지난 4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중심으로 제기된 ‘선제적

을 늘리는 파견법 등의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박근

구조조정’은 본격적 구조조정에 앞서 실업대책 등

혜 대통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일자

사회안전망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IMF 위기 이후 진

리를 잃는 근로자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그에

행되어왔던 구조조정과는 다른 구조조정을 제시하

대한 대책으로 파견법이 포함된 ‘노동개혁 4법’의

는 듯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은수미 전 의원은 ‘어

국회 처리를 또 한번 힘을 주어 말했다.

제는 경제민주화, 오늘은 구조조정’이라며 비판하

최저임금과 ‘노동개혁 4법’, 더불어민주당의 구조조

고 나섰다. 총선 시기의 ‘배신의 경제’ 심판론과 총

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조조정이 총선 이후 국민

선 후의 구조조정의 중심에는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

들에게 각기 다른 포장을 하고 국민들 앞에 도착했

인 비대위 대표가 있다. 그에게 구조조정과 경제민

다. 어느 선물 포장지를 풀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주화는 총선 민심에 대한 배신인가, 아니면 김종인

가장 허망한 것은 어느 포장지를 풀어도 모두 같은

표 경제의 동전의 양면인가?

내용물이 나오게 되는 경우이다.

44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2017년 최저임금 투쟁 선


지난 5월1일 노동절, 알바데이 집회에서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가 봉투를 쓴 채 발언 하고 있다.

지금 어떠한 경제민주화인가

여다보면 재벌개혁이 중심이 되었던 경제민주화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행 헌법 119조 2항

보다는 시장의 효율성 제고에 있었다. 시장의 흐름

에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을 넣었다고 해서 ‘경제

에 방해가 되는 독점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제한

민주화의 아버지’로 대접받는 인물이다. 법제정 이

했고, 시장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노동이 유연화되

전에 법을 가능케 했던 것은 87년 민주항쟁이었다.

었으며, 강경한 노동조합이 후진적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은 경제 영역에서도 시장

철퇴 되었다.

혹은 자본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의 요구로 나아

자본에 대한 규제의 효과가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갔다.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는 시장원

돌아가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는 신한국, 세계화,

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 반면 민족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몫을 체계적으

경제론의 입장에서는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국가

로 강탈해갔다. 배신의 경제에 대한 심판은 박근혜

권력의 민중화였고, 정경유착과 매판적 독점자본의

대통령뿐 아니라, 87년 당시 경제민주화의 요구를

거부는 사회주의를 전망한 것이었다. 법제정 이전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관철시킨 김종인에게도 해당된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인 의미화가 서로 각축을 벌

다. 김종인 대표가 2012년 출판한 제목이기도 한

였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대중적인 의미화의 과정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는 다시 물어져야 한다.

자체가 헌법 119조 2항의 표면을 구성했다.

지금 어떠한 경제민주화인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87년 이후 민주화 10년은

그런 의미에서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구조조

IMF 협약으로 매듭지어졌고, 그 뒤 10년은 사회 양

정은 선거 이전과 이후의 말 바꿈의 처세가 아니다.

극화로 귀결되었다.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민중들은

그에게는 87년 이후 일관된 하나의 이념에 대한 두

일자리를 요구하는 불안정노동자가 되었거나, 대출

표현이다. 지난 4월 25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김종

을 끼고서라도 집을 사야 안심이 되는 불안정소유자

인 대표는 그동안 지녀온 경제민주화 이념과 현실의

가 되었다.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경제민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경제민주화의 실제 내용을 들

주화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룰을 만들자는 게 핵심”

방향은 자본에 대한 규제와 노동의 권리 실현이라기

45


이라며 “재벌개혁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 번

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교섭력의 대등성으로 정의되

도 재벌개혁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도 하였다. 그중 “공정성은 공정경쟁”이라는 의미

국가는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질서를 침

가 있다. 노동과 자본 간의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려

해해서는 안 되고, 시장의 룰이 잘 지켜지도록 관리

면 자본 간의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논

하는 ‘정원사’의 역할을 가질 뿐이라는 주장은 정

리다. 즉 자본 간의 경쟁 격화와 불공정한 경쟁의

확하게 신자유주의의 이념이다. 김종인 대표가 젊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으로 귀

은 시절, 독일로 건너가 배워온 것은 신자유주의의

결될 뿐만 아니라 대자본의 횡포는 시장의 불균형

조상 격인 독일 질서자유주의의 이념이었다.

을 초래해 경제성장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더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어려운 중소기

불어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건강

업 보호라는 온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과 삶의 유지의 비용은 자본이 사회적으로 전가시킨

틀을 다시 짜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의 룰을 다시

것-노동손실의 사회화!-이므로 이에 대해 사회가

짜는 것, 곧 구조조정의 다름 아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노동이야”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정한 룰’의 의미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당, 국민의 당은 구조조정의 선결 전제로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의 보완을 들 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본의 손실을 국민의 책임으 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복지정책의 전면적

시장의 공정한 룰을 다시 구성하기 위해서 문제가

인 확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비용을

되는 것은 87년 이래 체계적으로 배제된 노동의 몫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다. 경제적인 몫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몫을 둘러

주사위를 던져도 이길 수밖에 없는 자본불패의 불

싼 싸움, 그것은 권리를 둘러싼 정치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때문에 공정한 시장의 룰을

최저임금을 둘러싼 싸움은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구조조정

있다. 9천 원이냐 1만 원이냐 흥정의 문제가 아니

에서 자본의 경영과 주주들의 부당한 이익을 사회

고, 2020년까지냐 2019년까지냐 조정할 문제가 아

적으로 환수하고 법적 처벌을 하는 것이 먼저 전제

니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정치적 목소리를

는 구조조정이 또다시 노동자들의 정치적 배제와 경

배제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제적 희생으로 점철되는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룰

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김종인표 구조조정에 여전히

을 재구성하기 위한 노동의 권리가 이제야말로 경제

노동의 자리는 없다. 배신의 경제는 다시 각색되어

민주화의 전면에 등장할 것인지는 지금, 경제민주화

재상영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

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동의 권리로 재구성되는 경제민주화는 총선 이후 지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에 상응하는 법으로 미국에는

금의 문제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고

공정근로기준법이 있다. 미국 사회는 ‘공정함’이 어

용보장을 둘러싼 노동의 정치는 구조조정 시기에 공

떤 의미인지 오랜 시간 사회적 논쟁을 벌여왔으며,

세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그 의미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공정

당이 공세적 구조조정을 선포했듯이.

함의 의미가 생활임금으로 정의되기도 하고 자본과 46


최고의, 최대치의 임금이 되어 버린

최저임금의 비애 헌법 32조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

첫 도입 1988년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232만 6천 명

전체 근로자 1천 879만 9천 명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또! 1위!!

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 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사용자가 그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하여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 고자 처음 도입

는 232만 6천명으로 12.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 2015년 3월 기준, 자료출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2015)>

OECD <고용 전망 2015>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을 수령하는 한 국 노동자 비율은 2013년을 기준으로 할 때 14.7%로 집계됐다. 이는 OECD의 조사대상 회원국 20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개 국 평균은 5.5%였다.

딱! 2개국

OECD 가입국 2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저임금이나 그 이하의

무려 44.7배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52개 그룹 상장 계열사 241곳의 사업보고서

돈을 받은 노동자 비율이 10%를 넘은 나라는 우리나라(14.7%)와 라트비아(14.2%)뿐이었다.

를 조사한 결과, 등기임원 1인당 보수(연봉) 평균은 6억 2,600만 원(월 5,216 만원)이다. 2015년 기준 최저임금 연봉액 연 1,399만 원(월 117만원)의 44.7배, 전체 임금노동자 1,900만 명의 평균 연 봉액 2,760만원(월 230만원)의 22.7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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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뻥튀기 문화

송윤희 회원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커다란 뻥튀기. 맛

뻥! 튀기고 본 것이다.

있다. 그런데 먹지 않고 뻥! 튀겨 일단 부풀려 놓

국비가 소요되는 주요 프로젝트의 수요예측? 뻥 튀

은 다음 뒷감당은 나 몰라라 하는 우리의 <뻥튀기

겨라! 일단 예산 따고 지어라, 만들어라! 이게 우

문화>는 참 맛없다.

리나라 고위 관료, 대기업, 정권을 쥔 이들의 공통

무슨 이야기냐면, 예를 든다면 이런 거다. 대구 지

된 생각인 듯하다. 그래서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하

하철 3호선이 만들어진 지 1년째란다. 물론 관광

에는 일시적인 버블도 환영받는다. 이후 허황된 것

코스 더 생겨나고 역세권 부동산 올려주고 상권 살

으로 드러날지언정,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겉보기에

려주는 등 당연한 순 효과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돈 도는 속도를 높인다면 일단 지르고 본다. 경제를

건 당초 예측했던 승객 수요가 반도 안 되는 것으로

잘 모르는 필자도 30년 넘게 살아보니 널리 이 나

나왔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5만 명을 예측했으

라에 통용되어 온 수법들이 눈에 보인다. 건국 이래

나 막상 뚜껑 열어보니 하루 평균 7만 명이 안 된단

꾸준했던 부동산 투기,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다. 손익분기점이 13만 명인데... 그럼 적자는? 별

어쨌거나 틈만 나면 돈 끌어서 부흥을 조장하려는

수 있나. 대구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지. 그

토목, 90년 이래 IT 벤처, 그리고 최근에는 블루오

럼 누구만 좋고 만 것일까? 당연히 건설·토목업자

션으로 주목되고 있는 보건의료산업까지!! 정권이

들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전 정권에서는 4

바뀌면 무엇을 먹거리로 해서 임기 내에 큰 경제 성

대강사업으로 국비 22조원을 쏟았다. 그 때도 일단

장을 이루었느니, 혹은 경제 위기를 모면했느니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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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삼을 산업 분야에 제목 붙이고, 숟가락 갖

데, 그 중 네 개가 우리나라 것이다. 마구마구 허가

다 대느라 정신없는 것 같다. 그 유명한 <창조경제>

하고 있다.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의 허술함

도 바로 이 제목 붙이기 꼼수 아닌가.

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에서도 수많은 뻥튀기가 일어나

원격 의료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대기업들이 눈

고 있다. 제약과 바이오산업은 핫(hot)하게 튀겨지

독들여온 분야다. IT 업체들이 주도해서 먹거리로

고 있다. 한미약품의 장밋빛 청사진, 한번 쯤 들어

보고 그들이 뻥튀긴 수요를 토대로 기획재정부, 산

봤을 것이다. 신약 기술 특허로 사노피, 얀센 등 공

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의 협업으로

룡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한미약품이 약 8조

수많은 시범사업들이 진행되어 왔다. 효과와 비용

규모의 기술 수출을 한 것이 작년의 큰 이슈였다.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이 분야를 무작정 신 성

그러나 이것도 좀 많이 튀겨진 거다. 임상시험 초기

장동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10년 원격의료 허

단계를 한 후 외국 큰 자본에 기술을 이전하여 후반

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격

임상 시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술 수출의 수익

의료 이용 국민 수를 추계했을 때에도 전체 국민의

은 그 시험들이 다 성공해야만 들어오는 것이다. 어

10%에 육박하는 446만 명이 이용할 것임을 정부

쨌건 그 뻥튀기 보도자료 결과 한미 주식만 수백 배

는 주장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보건소

치솟았다. 경제 부흥 효과는 돈독히 본 것이다.

방문간호사업 대상 200만 명과 보건진료소 이용자

또 다른 뻥튀기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엔 재생의학

전원인 80명을 그대로 대상으로 넣어놓은 것을 볼

이라고 포장되고 있는 줄기세포 산업이다. 과학적

수 있다. 뻥튀기다.

한계가 명확한 이 분야에 식약처부터 앞장서서 빨

더 자세히 생각하면 화도 나고 미간에 인상이 써진

리 개발하고 빨리 신약 승인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다. 필자나 일반인들이 어쩔 도리 없는 저들의 정책

여기에도 국비가 2015년부터 3년간 400억 원 지원

과 예산 따기에 결국 세금은 흘러갈 것이고, 그건

되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 기관의 공식

고스란히 또 기업들이 가져간다. 뻥튀기의 폐해는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관련치료제는 총 일곱 개인

물론 우리들,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49


발칙×건강한 책방

‘트라우마’쟁취하기 <<트라우마의 제국-트라우마는 어떻게 우리시대 고통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는가>>

유기훈 보건의료학생 매듭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잊지 못할 고통을 ‘트라우마’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홀로코스트 - ‘환자’에서 ‘피해자’로

적의 아픔부터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세월호 참사의

저자들은 기존에 ‘꾀병’, ‘개인적 나약함’으로 말해

생존자들과 유족의 슬픔까지, 사회의 다양한 아픔

지던 특정 사건 후의 정신적 고통이 트라우마로 전

은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설명되고 ‘납득’되기에

환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홀로코스트’라는 거대

이르렀다.

한 비인간적 공간으로부터 살아나온 생존자들이었

과거 슬픔이나 한(恨)과 같은 개인의 감정 문제가

다고 지적한다. 비인간적인 홀로코스트를 견뎌내며

측정할 수 있고 증명될 수 있는 객관적 과학의 언어

얻게 된 생존자들의 정신질환은 기존의 인식으로는

로 변화하면서, 인간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결코 설명될 수도 없고, 설명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

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트

었다. 비인간적 구조 속에서 인간성을 지켜내며 얻

라우마의 제국(바다출판사, 2016)』의 저자들은 사

게 된 정신질환은 오히려 보다 ‘인간적’인 것이었다.

회의 이질적 고통을 ‘표준화’, 나아가 ‘공식화’ 시

이처럼 “홀로코스트를 겪고도 정신이 정상인 것이

키는 과정 속에서 벌어진 정치적 맥락과 투쟁을 추

비정상”이라는 보편적 인식이 확대되며, 생존자들

적해가며 이 질문에 답해 나간다.

의 병리 현상은 트라우마 특유의 ‘환자=피해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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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념틀이 형성되게 된다.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력을 획득하게 된다. 결국 홀로코스트 뜨거운 도덕

정신의학적 진단의 한계와 맞물리며 과거의 기억으

성은 어느새 과학의 차가움 뒤로 사라졌다.

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위치를 ‘환자’에서 ‘피해자’ 로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비어있는 ‘트라우마’ 쟁취하기

이질적 집합체, 트라우마

‘개인의 기억’과 ‘의미’가 사라진 트라우마는 그 의

- ‘개인적 슬픔’에서 ‘과학적 진단’으로

미를 자신의 것으로 전유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장에 서게 된다.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사건

이렇게 고통이 재정의 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전

인 ‘9·11’에서 부시정부의 발 빠른 트라우마 대처가

후의 이질적 집단들이 각기의 목적을 가지고 트라우

그 대표적 예이다. 9·11에서 부시정부는 생존자 및

마 개념을 형성하는 투쟁의 장에 뛰어들게 된다. 미

목격자를 치료함과 동시에 집단적 트라우마라는 수

국 베트남전쟁 참전군인들을 ‘공식 기억’ 속으로 포

사를 통해 이른바 ‘악의 축’과의 전쟁을 도덕의 계

섭하길 바라는 미국정부, 자신들을 피해자로 재정

보 내에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트라우마는 피해

의하려는 미국 참전군인단체, 정신의학의 입지를 넓

와 도덕성을 연결시키는 논리적 연결고리를 수행하

히려는 전문가집단, 성폭력 여성피해자들의 후유증

며 전쟁의 담론으로 활용되고 만다.

을 진단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페미니즘 운동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모두가 트

측의 입장은 절묘하게 맞물리며 1980년 DSM-3로

라우마와 치유를 말하며 트라우마는 완전한 일상

공식화된 ‘PTSD’ 개념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의 언어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그들의 아픔이 과학적이고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그

에서 생존자들과 유족들이 말하는 ‘트라우마’와 정

속의 ‘개인’은 사라져야만 했다. 이질적 가치를 지

부가 제기한 ‘트라우마’는 결코 동일하지 않았다.

닌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트라우마란 개념은 결국 모든 것을 말하지만 아무

모두가 과학적 진단을 통해 본인의 아픔에 대한 정

것도 말하지 않으며, 그 ‘비어있는 의미’을 둘러싸

당성을 획득하기를 원했다는 점에 있었다. 모든 참

고 벌어지는 기억투쟁의 치열한 산물로서 의미를 획

여주체는 자신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정신의

득해야 한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슬픔도,

학적 언어를 필요로 했고, 그들의 아픔이 과학적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슬픔도, 자살공화국 한국의

고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의 개인은 사라져야만

수많은 슬픔들도 결국 ‘트라우마’라는 단어 뒤에

했다. 4부 <입증의 정치>에서 지적되듯, 트라우마

잊혀져가는 ‘그들의 개인적 기억’을 함께 외침으로

가 과학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트라

써 현현한다. 트라우마가 진정한 시대의 아픔을 대

우마 획득 과정보다 증상이 뚜렷한지 여부가가 더

변하기 위해서는, 진단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되찾

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이처럼 개인의 아픔 속

아오려는 투쟁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는 끝이 아니

‘개인’이 제거된 트라우마가 비로소 과학이라는 권

라 시작이다. 51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5678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9번째 자살 사건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

2016년 4월 8일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에게 전화가 왔다. 낮은 음성으로 “오랜만에 연락드렸죠?”라는 순간 직감적으로 불길한 소식이라는 것 을 느꼈다. “설마 또?”라는 짧은 대답에 “일이 또 발생했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03년 이후 9번째 기관사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였다. 직접 사건을 맡았던 2012년 3월 이후 5번째 이다. 그는 1996년 입사하여 20년가량 기관사로 근무하였다. 사장 표창도 받고 우수 직원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노동조합 지부 간부를 할 정도로 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 “C등급”으로 분류된 후 진급에서 누락되고 특별한 관리대상이 되었다. 2008년 이후 5678서비스 단, 직무재교육 등 관리대상에 대한 혹독한 인사처분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언제든지 자신이 통제적 노 무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2015년 11월 또 다시 진급에 누 락된 이후 재해자의 정서적 불안 정도는 극도로 심해졌다. 2016년 1월사용 가능한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며 정신과 치료를 수차례 받았다. 놀라운 것은 2005년부터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의 증상으로 지속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었 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꼭꼭 숨겨왔다. 2016년 3월 전 직까지 고민하면서 업무 재배치를 요청하였지만 힐링센터 프로그램이나 업무복귀 프 로그램이 실질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생각을 한 재해자는 3월말 업무 재배치 요 청을 스스로 취소하였다. 그리고 4월 초 기본적인 사항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못하 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벌컥 화를 내는 등 이상증세가 심해졌다. 재해 자는 다시 운영기관사 배치를 요구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요구했다 취소하는 등 정신 적 판단 능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4. 8.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2


2003~2006년 사이 4명의 기관사, 2012~2015년 사이 5명의 기관사가 자살을 하였다. 도 대체 5678호선 기관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2012년 이후 자살한 기관사들의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서적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 이유를 확인해 보면 2005~2011 년 사이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2005~2011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 가? 이 시기 찾아온 심리적 불안감과 마음의 상처는 계속 곪아갔고 결국 치유 불능 상태 에서 자살로 이어졌던 것이다. 주변의 지인들이나 관리자,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정신과 적 치료를 받는 상태를 숨기고 살아왔던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해 주변에 알렸다.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도움의 손길을 원했지만 공사도 노동조합도 이들에게 해법을 찾아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2012년 이 후 기관사에 대한 힐링센터, 업무복귀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청을 통해 전직 을 하였던 사람들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 모두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데 문제 가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얘기한 것이 이미 4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정신적 이상상태를 숨기고 있는 기관사가 많았다는 것이고 아마 지금도 상당수 기관사들이 유사 한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고 본다. 기관사들이 정신적으로 치유되지 못하고 곪고 곪아서 육체와 정신에 엄청난 상처를 그대 로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이러한 상처가 아물지 못하다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적 요인에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정도로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인 무엇 때문인가? 2007년과 2013년 임시건강검진을 통해 기관사들의 직무스트 레스 정도, 정신과적 질환의 유병률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지만 여전히 정신적, 정서적 불안상태를 숨기고 있는 기관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연이어 발생한 자살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호소한다면 안정적인 치유와 회복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예측 못 한 또 다른 고통이 회오리처럼 몰아닥칠 것이라는 불안감과 불신으로 인해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1인 승무제의 문제, 지하터널의 작업환경 등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은 대안을 찾으면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신뢰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이 든 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로서 불안증세, 우울증세로 힘겨워 한다면 공사든 노조든 지 인이든 누군가에서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사실을 털어놓는 순간 보복적 조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과 치유가 가 능하다는 믿음을 조직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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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보기

한솔케미칼 백혈병 피해 노동자 산재신청 청이 회원

노동자가 만드는

지난 특집을 통해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시민의 안전문

통권 147호 2016년 3월

제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내가 활동하는 지역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8일,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 앞에서 완주 한솔케미칼 공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 안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젊은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진행했다. 또한, 전북 시민 사회단체, 반올림 등 여러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이 조속히 산재 승인할 것 을 촉구했다.

노조파괴가 또 사람을 죽였다 직업에 따른 사망의 불평등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1

피해 노동자 이창호(가명)님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LCD 생산 과정에 쓰이는 방습 절연제, 세정제 등을 주로 제조했다. 피해 노동자가 만든 제품은 주로 삼성전자로 납 품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증설되면 그에 따른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이창 호 님은 월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에 시달렸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으로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퀀텀닷 제품의 핵심 원료도 한솔케미칼에서 생 산된다. 이창호님은 2015년부터 퀀텀닷 관련 제품을 생산했으며, 이 제품은 미래나노 텍으로 납품되고 그곳에서 필름 형태로 가공되어 삼성전자로 들어갔다. 이창호 님이 삼성전자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해온 것이다. 실제로 한솔케미칼의 주가 는 그 기업의 재무제표보다 삼성전자의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전자의 공 장 증설 계획이 알려지면 납품 물량 증가 기대감에 한솔케미칼의 주가가 상승했다. 이 분이 일한 현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이 증언한 현장과 별반 다르 지 않았다. 자신이 사용한 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제품에서 발생하는 역한 냄새는 환기구를 가동해도 없어지지 않았 다. 마스크, 장갑 등 안전장구를 지급받긴 하지만 빠른 작업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제대로 착용하고 일할 수 없다. 안전교육은 형식적으로 싸인만 하고 지나가는 게 다 반사다. 그리고 이창호 님은 해당 작업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노동자이다. 50대 재벌 그룹에 꼽히는 기업에서 불과 4년 근속이 최장기 근속이라는 사실은 쉽사리 이해하 기 힘들다. 젊은 노동자들이 수시로 교체된 사실은 그만큼 해당 공정이 위험하고 힘 들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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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공정의 안정성 문제는 비단 삼성 관련 업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자 산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자산업에서 다양한 원료가 쓰이고 있고 이들의 안정성은 검증되어 있지 않다. 한솔케미칼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반도체 제작에 쓰이 는 과산화수소가 주력 생산품이었지만, 방습절연제에 이어 최근에는 퀀텀닷 관련 신 제품을 생산하는 등 계속 새로운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안전성을 검증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기자회견 이후 한솔홀딩스는 각 언론사에 해명자료를 보내, 한솔케미칼에서 생산된 제품은 삼성전자 국내 공장으로 납품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국내 LCD 사 업부에서 발병한 희귀병은 2012년 이전에 발병한 것으로 한솔케미칼과는 무관하다 는 말도 덧붙였다. 자사 공정에 대한 해명보다는 삼성전자를 변호하는데 급급한 것처 럼 느껴졌다면 너무 과한 걸까?

한솔케미칼 사측의 입장

이창호 님은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이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에 보낸 편지글에서 “딸아이를 안기에도 나도 모르게 힘에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타 들어만 간”다는 심정을 밝히며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공 단은 질병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게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존 재해야 하는 기관이다. 공단은 백혈병의 발병 요인이 무엇인지 따지고 들기 전에, 오 히려 밤샘 야간 노동을 포함해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된 환경이 질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부터 증명해 보여야하는 것이다. 공단은 직업병 피해 자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속히 산재를 승인해야 한다. 그리고 전자산업에 만 연한 직업병 실태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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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주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국승종 선전위원

2016년 1월부터 20년 동안 근무하던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근무지를 옮겼다. 지금 까지 우리는 단체협약으로 부서 간 전환배치가 금지되어 왔다. 사용자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계절별 업무량에 따라 임의로 부서별 전환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잠금장치였다. 단 고충처리라는 사유로 각 부서에서 1대1 트레이드형식으로 가능하 다. 전 근무부서에서는 토목과 관련된 도로 유지관리를 하다가 지금은 녹지에서 꽃 도 심고 나무도 심고 하천관리도 하는 전혀 다른 업무다.

“이건 뭐지” ○○구청에서 20년 근무했던 부서에서 정년을 몇 년 남기고 나름 조경에 대한 막연 한 생각,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는 직업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옮겨 간 푸른도시 과 조경계.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픈 환경과 작업형태, 기능직공무원 1명(감독이라 불림) 3개월 단위로 계약기간을 3회(총 9개월)갱신하는 기간제 노동자 22여명과 하 루에 6시간근무 계약기간 3개월 단위 2회(총 6개월) 지역공동체라고 불리는 노동자 6명 총 28명과 같이 근무를 한다. 그 노동자들의 나이가 40대 한명, 50대 2명을 제 외하면 60세부터 74세까지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의 고령노동자들 이건 거의 직장이 아닌 경로당 수준이다. 공무직(상용직) 노동자이지만 작업반장으로 비정규직 고령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 시하고 관리하는 중간관리자를 맡게 되어 고민이 됐다. 처음에는 이분들에게 작업 지시를 어떻게 해야 라지, 호칭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했다. “혹시 호칭을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물어보니 그 분들 말씀이 나이가 많으면 형님, 나이가 어리면 동생으로 부르라 하는데 아버님뻘 되시는 분들께 형님이라……. 하여 튼 먼저 근무하던 사람과 그렇게 지냈다하니 어쨌거나 호칭정리는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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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이곳의 작업 환경은 고령노동자가 작업하기에는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계 절에 따라 꽃도 심고 나무도 심는다. 하지만 꽃과 나무를 관리하는 게 만만치 않은 노동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천의 풀을 자를 때는 예초기, 녹지대 전지작업 시에는 정전기라는 기계톱을 하루3~4시간씩 메고 들고 작업을 한다. 그 외에도 녹지대청 소, 공원 내 녹지관리, 가로수로 인하여 간판이 안 보인다고 가지를 잘라달라는 민 원, 하천주변 녹지관리 등등 작업을 마치면 마스크를 착용해도 코 밑이 까매지도록 각종 먼지와 매연이 발생된다. 작업을 마칠 때면 여기저기서 아이고~ 아이고~ 소리 가 절로 나오곤 한다.

주변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그런 고령노동자들이 계약을 연장하고 이 직장을 다니기 위하여 현장관리자의 눈 밖 에 나지 않기 위하여 적응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무조건 열심히 시키는 일들을 하신 다. 9시에 출근하는 사람은 없고 8시 전에 거의 다 나와 계시다가 9시 전에 작업차 량 실내와 화물적재함에까지(인원은 많고 차량이 두 대라) 모두 올라가 작업 나갈 준비를 하고 내가 차에 올라와서 운전하기만 기다리신다. 내가 작업차량 운전도 하 니, 이렇게 작업을 나가다 문득 차량에 있는 시계를 보면 9시가 안된 날도 있었다. 오후 근무도 마찬가지 차 한 잔 할 여유조차 없는데도 이분들 참 순-하시다. 조금만 더 신경 써드리고, 힘드실 때 음료수 하나라도 사 드리면 고마워하고 좋아하신다. 이 부서로 옮겨온 지 4개월. 어르신들 모시고 작업을 하다 보니 안전사고도 신경 쓰 이고, 작업차량 운전도 해야 하고, 민원인들에게도 시달리고, 햇빛에 돌아다니다보 니 얼굴도 까매지고 퇴근 후 집에 가면 녹초가 된다. 꽃과 나무를 가꾸다가 정년을 하겠다는 희망은 깨진지 오래. 나와 트레이드 되어 간 동료는 옮겨간 부서에서 좋아 하고, 같이 근무하는 기간제 고령노동자들도 같이 일하게 돼서 좋다고 하시고, 주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고령화정책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점점 고령화되는 대한민국. 고령노동자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일자리라도 계 속 다니기 위하여 일 마치면 병원으로 약국으로 가시면서도, 아들 뻘 되는 중간 관 리자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용케도 나오신다.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야 할 고 령자들에 대한 고령화정책은 이러한 일자를 만드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일까! 57


일 독 터 자 모 임

국내 유일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에서 독 자 모임을 진행합니다. 일터 독자 및 연구소 후원회원 모두에게 열려있는 자리입니다. 앞으로 보다 더 좋은 잡지가 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사이다’ 같은 조언과 응원 을 부탁드리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일시 및 장소 2016년 6월 중 평일 저녁, 사당동 연구소 사무실 지원 방법

연구소 이메일 (laborr@jinbo.net) 문자 메시지 접수 (010.3782.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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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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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헌 남원철 류현석 박병선 박상우 박채원 박태옥 방복현

배정란 백남운 변영철 변진경 삼식이 선종현 소메이준쬬 손석기 송영석 안성민 안태은 양호철 양화진 예병진 오병창

오진석 오진환 유기훈 유상철 유준 윤정식 은상준 이나래

이명준 이백윤 이선웅 이세영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 이영호 이윤덕희 이은주 이인규 이자호 이재중 이한진

이현석 이희영 임재우 장동준 정규전 정라영 정병권 정성욱 정영민 정윤경 정종혁 정현섭 정홍조 조명심 조종완 지영훈

진선우 채수용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윤종 함승호 허경 현대차남양 황진철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48호 2016년 5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재천, 종호, 하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 연구소 발행일 2016년 5월 9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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