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업로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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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9호 2016년 6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파킹도 파견으로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 만큼 벌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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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독 터자 모 임

21 국내 유일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에서 독자 모임을 진행합니다. 일터 독자 및 연구소 후원 회원 모두에게 열려있는 자리입니다. 앞으로 보 다 더 좋은 잡지가 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 의 ‘사이다’ 같은 조언과 응원을 부탁드리는 자 리로 마련했습니다.

일시 및 장소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19시 사당동 연구소 사무실 지원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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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이메일 (laborr@jinbo.net) 문자 메시지 접수 (010.3782.1871)


독자에게

꿈의 페달을 밟고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의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지난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지 금으로부터 12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에 있던 친

구네 반 급훈이 떠올랐습니다. 급훈이 뭐였나고요? ‘2호선

타고 대학 가자’였습니다. 지하철 2호선이 서울에서 잘 나 6개월 구독료 20,000원 간다?는 대학이 몰려있는 노선이다 보니 예전에 ‘대학가서 1년 구독료 40,000원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돌릴래’ 수준의 노골적이면서 저 권당 가격 4,000원

031-247-8633, laborr@jinbo.net 구독 급한신청 급훈이 2004년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했습니다.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지하철 2호선 이용객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 년, 1만20명 면접조사) 이용객의 절반인 50.7%가 20,30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71.1%) 혹은 각종 모임과 만남 (11.8%) 등을 위해서 2호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 선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행복할까요? 어떤 꿈을 꾸 대라고 합니다. 대부분 학교와 회사에 출퇴근을 위해서

고 있을까요? 꿈을 꿀 시간과 여유는 있을까요?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호선 구의역의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고치기 위해 현장에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홀로 투입되었던 19세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꿈은 뭐였

후원 신청 www.kilsh.or.kr, laborr@jinbo.net

을까요? 고인은 집안에 보탬이 되기(한노보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 669702-04-026894, 국민은행 김정수 하고 공고에 가서 빨리 취업하는 길을 선택한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도 곧 잘 하는 마음 따뜻한 아들이기도 했고요. 한 달에 고작

144만원 월급이지만 이중 100만원을 꼬박 5번 저축하면 서 먼 훗날 행복한 나날을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일입니까? 그것도 생일을 하루 앞둔 날 말입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어머니가 늘 말씀해왔듯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일을 하다 죽어야 했던 것입니까. 서울도시철

도 5~8호선과 달리 서울지하철 1~4호선은 위험한 정비 업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49호 2016년 6월 무를 모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 외주화했습니다. 2인

접수 후 1시간 내 출동을 완료해야 한다는 내부 조항으로

고인을 쫓기듯 5분 내로 작업을 마치고 을지로 3가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정부와 자본은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은 곳에 노동자들이 안 전하게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은 곧 ‘비용’이고 경제성장을 발목 잡는 암 덩어리 규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좀 천천이 여유있게 일하지” “조심해서 일하지” “매뉴얼대로 작업 안한 것 아니야”라며

노동자에게 뒤짚어 씌웁니다. 자본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있

는 힘껏 뒷바라지를 하는 정부가 있어 이 끔직한 세상은 가 능합니다.

이렇다보니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참사를 지나 이

땅에 살아있는 자체가 기적이고 안도감마저 드는 세상입니 다. 그래서 걱정도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만 아니면 되지,

5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꾸는 것조차 포기하게 될까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많

나 혼자 아등바등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나 체념하고 ‘꿈’을 은 강정주 사람들이 고인의 죽음에 아파하며 구의역으로 강찬구 강충원 곽진 곽진 권기한 권기한 발걸음을 권동희 권동희 권영국 김대광컵라면 김부욱포스트잇 김선미 옮겼습니다. 9-2 김경도 스크린김경민 도어엔김규연 국화꽃과 김선수 김설민 김성균 김수현 김순진 김승섭 김영수 김정신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슬픔과 애도를 넘 김정원 김지원 김진철 김창헌 류현석 박상우 박태옥 배정란

선종현 소메이준조 손석기묻 어 백남운 고인을 변영철 죽게 한변진경 정부와삼식이 자본에 책임을 사회적 책임을 손석기 송영석 안태은 양호철 예병진 오병창 오진석 오진환

는 사람들이 행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기훈 유상철 유상철 유준 윤정식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 이승복 마음들이 모여 서울시는 안전 생명과 외주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직결된 이영호업무의 이윤덕희

이자호 이재중 이한진 이희영 통해 이희영재발방지대책을 임재우 정규전 정라영 화를 직영화하고 진상조사를 마련하 정병권 정성욱 정영민 정영민 정종혁 정현섭 정홍조 조명심

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론 실제 이행여부와 일방적인 조종완 지영훈 진선우 채수용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함승호

진상조사위원 현대차남양위선임은 황진철사회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회가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CMS를 만드는 과정에서 4월 후원회비가 5월에 이체된 분들은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 중복으로 입력하였습니다.

라 어떤 이유에서도 침해 할 수 없는 권리라는 것을 알고 있 습니다. 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그런 사회를 꿈꾸고 싸워 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일터도 지금껏 그래왔던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재천, 종호, 하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 2016년 6월한다는 8일 주소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서울) 02-324-8633 연구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것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전화 힘있게 페달을 밟아 보겠 1조로발행일 투입해서 일해야 메뉴얼은 종이에 쓰여있는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글씨에 불과했습니다. 혼자 일하는 것도 모자라 고장 신고

습니다. 그 길에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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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안전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안일 한 안전 대책이 이윤에 눈이 먼 자본 을 비호하고 그것도 모자라 법, 언론, 학계 등 소위 전문가 집단과 함께 참 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 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이번 일터 는 지난 5년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경과를 짚어보고, 다시는 제2의 가습 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사건이 발생 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 제는 무엇인지 모색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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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 지난 5년의 기록 변호사 A를 위한 변명

양심을 저버린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부 너희는 대체 뭘 한거야?

화학물질 참사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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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6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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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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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謹弔 기관사들이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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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산재은폐 조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

48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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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50

발칙X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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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5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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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 보기

20

연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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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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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1 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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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지금 지역에서는 포커스

시행규칙 개정안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② 알바 노동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파킹도 파견으로

2015년 산업재해 통계 다시보기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제 그 기억을 놓아주세요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 만큼 벌수 있을까

도시농부가 되다

역학과 철학의 이유있는 만남

사회 통념상 합리적은 것은 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나는 유성기업을 끝까지 지킬꺼야!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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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제주의료원 출산간호사 산재 패소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선천성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해로 봐야 한다. 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업무 때문에 태

적용 관련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2009년 당시 제주의료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업무에 내재한 위험으로부

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중 15명이 임신을 했다. 이중 5명 이 유산을 했다. 이듬해에는 간호사 12명이 임신을 했으

나 33%인 4명의 간호사가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나머지 8명은 출산을 했지만 변 씨 등 4명의 간호사는 선천성 심

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계속되는 유산에 간호사들 은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업무상 사유로 다치 거나 질병에 걸린 본인이어야 한다. 며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

다. 또, “태아의 건강 손상을 모체의 질병으로 봐 업무상 재해로 보는 입장은 태아와 모체가 단일체라는 이유에 따 른 논리”라며 “출산으로 모체와 아이가 나뉘므로 출산아 의 질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2014년 1심 판결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당 시 서울행정법원은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

로 임신 중 업무로 태아에 발생한 건강 손상은 업무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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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게 발생한 건강 손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면,

터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난 5월 12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전국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본부가 규탄 성 명을 발표했다. 노동조합은 16일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고법이 1심의 판결을 뒤집

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며 “선천성심장질환아를 출

산한 간호사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은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다. 임신 중 업무로 태아의 건강 이 손상됐다면, 엄마와 아이 모두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조합은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하지만, 이번 고법의 판결은 원인만 있고, 결과가 없는 것”이라며 “야간노동 등 열악한 환경에

서 근무한 병원노동자들을 산재 사고에 노출된 상태로 일 하라고 떠미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지공장서 탱크 청소하던 2명 질식사

과 황화수소가 3ppm 이상 검출되었다. 황화수소는

유기물이 썩는 과정에 발생하는 치명적 독성가스로, 0.3ppm 이상에서는 후각을 마비시켜 사람이 느낄 수 없어 매우 위험하다.

이번 사고는 사업주가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

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평가(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 한 규칙 제619조 밀폐 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 출처 안전보단공단

머나먼 이국땅을 찾아 돈을 벌려던 네팔 국적의 한 청년 과 부양가족을 먹여 살리던 한 노동자가 좁디좁은 공장

내부 원료배합탱크 안에서 가스발생으로 추정되는 질식 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6월 1일 오전 10시17분쯤 경북 고령군 개진면의 한 제지 공장에서 네팔인 타파(24) 씨가 가로 6m, 세로 6m, 높 이 2m인 제지 원료 배합탱크 안에 종이 찌꺼기를 청소

하러 들어갔다가 쓰러졌다. 원료 배합 탱크는 밀폐된 공

간이다. 이를 지켜본 58살 송 모 씨와 53살 강 모 씨가 타파 씨를 구하기 위해 원료탱크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

들도 모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결국 타파 씨와 송 씨 가 숨지고 강 씨는 중태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4시간 후 원료탱크 내부의 가스를 검사한 결

행 등)해야 하지만 어떤 절차도 없었던 탓이다. 결국 마 스크도 없이 들어간 노동자는 가스에 질식되었고 먼저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연거푸 들어간 2명도 질식 되었다. 한편,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은 “확인결과 이들

은 탱크 안에서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업체에서 사용하는 약품에는 유해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 로 미뤄 탱크 내부의 찌꺼기 등이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가 발생, 이로 인한 질식 사고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노동지청은 이 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작업 공 정과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 등을 가릴 방침이다. 이 업체는 백상지와 크

라프트원지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20여명의 직원이 근 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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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謹弔 기관사들이 위험합니다

푸들리 상임활동가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레스를 받았다. 끊임없이 지하로 운행하는 지하 환 경의 문제와 불규칙한 운전시간(교번제)으로 식사

근속연수 22년차인 그는 기관사 업무의 중압감과

도, 잠도 제대로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고 열차를

가중되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50년

운행해야 했다. 한 번 운행 시 2~3시간 동안을 몇

동안 이어온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9명의 기관사가

천 명의 승객을 태우고 온전히 혼자서 모든 것을 감

자살한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이어 부산지하철에서도

내해야 하는 중압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을 병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들게 하고, 위험으로 내몰았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부산교통공사의 현장탄압이 기름을 부었다!!

1999년 이후 2인 승무에서 1인 승무로 전환한 부

“1인 승무에 대한 부담감, 차량노후화로 인한 잦은

산지하철은 현재까지 1인 승무를 시행 중이다. 기

고장발생, 그리고 사고발생시 징계위주의 경영방식

관사들은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기 전까지 사상사고

이 기관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열차진입 시 선로로 뛰어내리는 승객사고)의 위험 에 노출되었고,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이후에도 사 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역사에 진입할 때마다 스트 8


출처_민중의 소리

“지속적인 지하 환경에서 운전, 1인 승무의 두려움, 혼자서 짊어져야하는 책임과 부담이 큽니다. 하지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책임은 다하라!!

만 사고발생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는커녕 오직

지난 4월 20일부터 부산 시청역 역사에는 고인을

기관사의 책임만을 따지는 공사의 태도는 기관사들

추모하는 분향소와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힘든 노

을 더욱 힘들게 해왔습니다.”

동조건과 부산교통공사의 탄압을 알리고, 이번 사 건에 대한 공사와 부산시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

부산교통공사는 2015년부터 승무 노동자에 대한

하는 철야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가 건강하

징계를 남발(2014년 2명 → 2015년 8명)하기 시작

게 일할 수 있어야 시민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

했고 작은 실수, 민원 등에도 징계위원회를 개최하

다. 개인적인 문제라고 외면하고 있는 부산시와 부

거나 열차 지연율을 낮춘다며 열차 운행이 3분 이

산교통공사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

상 지연되면 경위서를 강요하는 등 현장탄압 강도

과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더불어

를 높였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

더 이상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재

크제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면서 지속적으로

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일으켰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장애를 앓고 있던 고인에 게 부산교통공사와 정권의 현장탄압은 더욱 큰 스 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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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산재은폐 조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 최민 집행위원장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검사, 약이나 보조기, 처치나 수술 등 치료, 재활

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지했다. 5월 31일까지 국

치료나 입원, 간호와 간병, 이송 등을 말한다. 원칙

민의견을 수렴하여, 이후 개정을 확정한다는 것이

적으로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돈을 따로 지급하는

다. 그런데 이 중 특히 산재발생 보고대상 기준 및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의료기관에서 요양 즉 치료

보고 방식 변경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를 받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부득

심지어 직업환경의학회, 한국산업보건학회, 한국

이한 경우 요양비를 지급하게 돼 있다. ‘휴업’은 이

직업건강간호학회도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자세한

와 달리 업무상 사유의 부상이나 질병 때문에 취업

내용을 알아보자.

하지 못한 기간, 출근하지 못한 기간을 뜻하는 것

요양일? 휴업일?

이다. 그래서 요양과 휴업은 다르다. 당시의 개정으로, 이미 사업주의 산재 은폐가 증가 됐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업

산재발생 보고대상 기준에 대한 개정은 2014년에도

무상사고로 재해를 입고 응급차로 실려 가서 3주

있었다. 사망 혹은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경우 노

이상 진단을 받은 노동자 사례조차 산재로 보고되

동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던 산재 보고 대상 기준이

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2일만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2014년 3월 12일부터 휴업 3일 이상인 경우 노동부

하고, 공상처리로 회사에 나와서 실제 근무를 하지

에 보고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않아도 근무로 인정해 주게 되면 3일 이상 휴업치료

‘요양’은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진찰 및

가 아니기에 산재발생 보고의무가 생기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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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심지어 치료 기간 사이에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휴무일이 들어 있어도, 휴업일에서 하루가 줄

산재 보고 의무에 시정 조치?

어들어 보고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례까지 등

뿐만 아니라, 이번 개정안은 이런 산재 보고 의무

장했다. 사업주는 노동부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교

에 시정 조치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제도는 산업재

묘하게 합법적으로 산재를 은폐할 수 있게 된 것이

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

다. 매일노동뉴스, 20160525, 주객이 전도된 노동부의 직무유기

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

산업재해 발생 보고 대상 기준, 휴업 3일에서 4일로 변경

다. 그러데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에 단서를 달아 보고기한인 1개월이 지났다 하더라도 사업주가 해 당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지한 날부터 15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하여

이렇게 이미 요양일을 휴업일로 바꿈으로서 산재은

제출하도록 하는 시정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폐 확대의 여지가 많아진 상황에서 휴업 3일을 4일

이미 1개월이라는 충분한 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

로 완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내용으로, 당연히

고, 보고 기간을 유예시켜 주는 것은, 사업주가 ‘몰

산재은폐 확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랐다’고 발뺌하면 면죄부를 주게 되어, 산재 은폐를

이미 산재 은폐에 대한 감독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

조장하는 조치로 활용될 것이다.

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산업재해가 제대로 신고되

미국 직업환경위생국(OSHA)에서는 2015년 1년 동

지 않고 있는지 정확한 규모도 나와 있지 않다는 점

안, 업무상 신체 절단사고, 입원이 필요한 부상·질

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직업성 손상에만 국한해도,

병 또는 안구손실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반드시

최대 90%의 손상이 건강보험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24시간 이내에 이를 OSHA에 보고하도록 하는 프

추정, 연구도 있다.(일터 2015.10 특집 참고)

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중대재해 등의 보고는

산재 보고제도는 예방을 위한 제도

체계적인 조사로 이어졌으며, 산재 발생 현황에 대 해 OSHA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산 재 은폐 시도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자의 산재신청과 별도로 사업주가 노동부에 산

(안전보건공단 국제산업안전보건동향 2016/4/29)

재 발생신고를 하게 하는 것은 산재 은폐 시도와 기

이런 사례를 통해 본다면, 오히려 한국에서도 산재

회를 줄일 뿐 아니라 산재 발생을 노동부가 빠르게

발생 신고 기한을 더 짧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인지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사업장 재발방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이 외에도

지 대책 수립하기 위한 조치이다. 결과적으로 산업

건설업 산업재해 발생률 산정기준에 업무상 질병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제외하는 등, 총체적으로 산재 예방에 역행하는 내

하루라도 요양이 필요한 경우 모두 산업재해로 신고

용을 담고 있다. 산재은폐 조장하고, 노동안전 가로

하도록 하자는 제안과 산재 은폐에 대한 감독을 강

막는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결국

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 지 오래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런 노력 없이 보고 기준만을 완화하는 것은, 문서 상의 산재 보고율을 높이기 위한 잔꾀에 불과하다. 11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② 사전준비단계 선전위원회

지난 첫 번째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에선 위험성 평 가란 무엇이고, 법적 근거, 관련 주요 용어들을 살 펴보았다. 이번에는 위험성 평가가 어떤 과정과 단 계별로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다. 위험성 평가 사업 흐름도

1단계 사전준비 1) 위험성 평가 실시계획서 작성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이 생각하는 현장의 위험성을 있는 그대로 조사하고 평가하고 개선안을 만드는 이상적인 위험성 평가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 단계에서 ‘위험성 평가 실시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위험성 평가 실시계획서는 반드시 해당 연도 위험성 평가를 하기 이전에 작성해야 한 다. 다음은 위험성 평가 실시계획서에 반영해야 할 내용이다. - 위험성 평가 실시규정의 작성

- 위험성 평가 실시규정의 내용

- 안전보건방침 및 추진목표 설정 - 위험성 평가 실시 조직의 구성

- 위험성 평가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

- 위험성 평가 평가대상, 실시시기, 방법 및 추진절차 - 위험성 평가 실시상의 유의사항 - 위험성 평가 기록 12


2) 위험성 평가 교육

4) 위험성 평가 대상 작업별 분류

사전 준비 단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바로 위험

그림에 있듯이 작업 공정 흐름도에 따라 평가 대상

성 평가에 관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에

을 작업별로 분류한다.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평가를 진행하 는 것은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므 로 현장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위험 성 평가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평가를 통해 우리 가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진 행하는 지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3) 위험성 평가 대상 선정 지난 호 일터를 통해 배웠듯이 위험성 평가는 작업

5) 안전보건정보 사전 조사

자가 생각하는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평가할

현장에 위험성이 큰 것보다 우선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 있다. 그래서 주로 작업 현장을 대상으로 하지만

유해·위험요인 파악단계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

필요하다면 현장의 설비나 건설물 등도 포함할 수

다. 이를 위해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자료를

있다. 또,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주요하다.

일이 발생한 작업 등 유해·위험요인으로 인해 작업

이때 각종 법령, 지침, 관련 업종 사내규정 등을 파

자가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

악하는 동시에 각종 재해 통계, 안전보건관리 기

는 작업은 모두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록, 안전보건 활동 기록 등에 관한 정보도 확인하 는 것이 필요하다.

ex) 작업표준서, 물질안전보건자료 (MSDS), 작업환경측정 결과, 노동자 건강진단결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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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3년에 출범한 알바노조는 당시만 해도 “야 거기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조 대변인 최기원입니다.

알바!”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며 권리를 보

대변인이 있는 노동조합이 드문데 언론이나 정치적

장받지 못했던 알바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

인 역할을 중요시 하는 노동조합이다 보니 대변인이

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싸움을 만들어온 노동조합

있고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다. 알바노조가 꾸준히 싸워온 덕분에 “그게 가 능해?”라고 했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대중조

저 또한 이전엔 알바는 그냥 용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직을 비롯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공약으로

사회 경험을 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내걸 정도로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렇 게 되기까지 지난 시기 알바노조가 현장에서 그리

그래서 저희가 제일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얘기했

고 세상에서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리고 오는 6월

던 것이 사회적으로 더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 노

2017년 최저임금이 결정을 앞둔 지금, 어떠한 투쟁

동자로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알바 노동자가 용돈

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알바

을 벌기 위해서든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어떤

노조 최기원 대변인을 만났다.

이유로든 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지 않는가, 그럼 그에 따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본인소개를 부탁드린다

리고 이전과 달리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하는 노동자 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권리는 늘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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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알바 노동자

는 사례는 맥도날드 45초 햄버거와 17분 30초 배달

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다 생각했

제다. 지금 맥도날드는 햄버거 주문을 받으면 45초

고 처음엔 알바연대를 만들고 이후 노동조합 창립

이내에 만들어서 내보내야 한다. 배달 주문의 경우

까지 이어졌다.

접수부터 배달까지 17분 30초 안에 마쳐야 한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이 촉박하게 일을 하니까 라

아무래도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조합원들이 하는 일

이더(배달 노동자)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전부

이나 업종이 굉장히 다양할 것 같다.

노동자 과실이라고 한다. 햄버거를 빨리 만들다 보 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는데 팔토시나 장갑 등을

저희 조합원들은 주로 알바를 채용하는 요식업이나

지급하지 않는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요 즘엔 워낙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서 콜센터, 건설

알바 노동자들 사이에서 맥도날드는 그나마 시급을

일용직,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에도 조합원들

잘 지켜서 주는 곳이라 “돈 벌려면 맥도날드 가라”

이 일하고 있다.

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 프렌차 이즈 기업마저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도

알바노조가 다른 노동조합과 또 하나 다른 특징이

록 방치하는 상황이다 보니 알바 노동자들은 안전

있다면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업종

하게 마음 편히 일할 수가 없다.

이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바 노조엔 지금 당장은 알바 노동자가 아니어도 알바

알바노조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최저임금 1만원인 것

경험이 있거나 알바를 할 기회도 많이 있는 대학생

같다. 어떻게 1만원 요구가 만들어진 것인가?

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당시 엉뚱하면서도 굉장히 도전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겪는 부당한 사례들은

적인 의제였다. 처음에 1만원을 제기했을 당시에 시

어떤 것들이 있나

급이 4,860원이었는데 적어도 2배는 인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1만원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여러 사례가 있는데 최근 알바노조가 주목하고 있

연구결과나 자료들을 검토해보니 OECD 가입 국가

출처_민중의 소리 15


들 최저임금이 평균 1만원 가량 되었다. 최근 미국

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보고는 없다.

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이 8.5달러인데 주마다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곳이 있어서 조례를 통해 15달러

그래서일까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로 인상한 곳이 있다. 여기는 ‘Fight for 15 dollar’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라고 해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대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중운동의 성과로 인상되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알바노조에서 볼 때 어떤 지점

볼 때 한국의 국가 경제 규모나 1인당 GDP 등 조건

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나.

을 봤을 때 지금의 최저임금은 굉장히 낮고 1만원은 가능하다고 봤다.

지금 현재는 노동자측, 사용자측, 공익위원 각각 9 명씩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서 내년 최저임금을

지금은 워낙 사회화가 되었지만 처음 1만원을 제기

결정하는 구조다. 이때 사용자측은 매번 동결을 주

했을 당시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장하고 노동자 측은 1만원을 요구하면서 대화가 잘 안 되고 끝에 가선 매번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높아지는 부분을 어떻할

공익위원이 중재하면서 안을 던지고 대체로 그 선에

거냐, 알바들 다 짤린다, 이런 반론들이 있었다. 알

서 최저임금이 관철된다. 결국, 이 공익위원들이 최

바 노동자 당사자들도 사장님과 나라 경제를 걱정

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는 꼴인데 이분들은 고용노동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영세 자영자가 힘

부가 추천하는 인사들이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노

든 이유는 인건비가 아니라 높은 임대료, 프렌차이

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분들이

즈업체 본사에 납부하는 수수료 등이 더 큰 문제라

다수다. 전체 노동자 중 1/5이 최저임금을 적용받

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

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데 대표성도 없는 고용노동

금의 경제 환경을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한

부 추천 인사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비민주

다. 일각에선 고용률이 떨어질 거라고도 하는데 해

적이고 파행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바노조는

외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지금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해고가 늘어나거나 고용률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

삶의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저임금 자체가 자본과

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노동자의 생계

노동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역학관계가 반영되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는 만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최저임

만 아니라 한 사회의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

금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최종 결정은 대표성을 갖는

고 생각한다.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선 (시급

알바노조는 조합원의 권리문제를 넘어서 사회 현안

1만300원, 8.5유로) 이른바 저임금 나쁜 일자리가

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200,800개 줄어든 반면 사회보험 적용도 받는 좋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렇게

은 일자리는 713,000개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또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조합원들 내에서 거

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지만 그로 인해 노동자

부감이나 이견은 없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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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는 정치 활동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운 구 조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사업주에게 강제력이 없 어서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기대서 활동하기 어렵 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와 자본이 알바 노 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점을 캠페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그래서 알바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안정 노 동자들의 싸움에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우리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개 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불안 정한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연대해서 문제를 해 결해야 결국은 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그래서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자리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싸 우는 노동조합이 되고 싶다. 근데 이건 굉장히 모순

이제 6월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

적이다. 불안정 일자리는 사라져야 한다. 그 과정

고, 알바노조에게는 한해 중 가장 바쁜 시기일 것

까지 싸울 것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로는 맥도날드

같은데 올해 어떤 투쟁들을 계획하고 있나?

나 SPC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에 전국적인 알 바노조 지부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적인 과제로는

총선 때 야당이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했는데,

최저임금 1만원과 알바 노동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자

법, 불안정한 노동과 삶을 완화 시킬 수 있는 기본

문해봤을 때 야당이 과연 20대 국회가 열리는 6월

소득을 꿈꾸고 있다.

에 최저임금을 인상할까 생각해보니 아닐 것 같았 다. 더민주가 2020년, 정의당은 2019년 최저임금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 모든 알바 노동자들과 일터

1만원을 실현한다고 했는데 야당 계획대로라면 올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해 적어도 15%는 인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2017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알바 노동자들은 당당한 노동자로써 근로기준법상

향후 최저임금 1만원이 가능할지 판가름난다고 보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고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 경총과 전경련을 압박하

런데 그 권리는 앉아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는 만원 버스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투쟁할 수밖에 없으니 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가장 앞서서 투쟁하는 알바노조와 함께 싸우자고 말씀드

6월 투쟁을 넘어 향후 알바노조의 목표, 꿈이 있다

리고 싶다. 일터 독자분들께는 최저임금은 한국의

면 무엇인가?

불안정/비정규직 노동자 900만 명의 삶을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올해 최저임금 투쟁에 함께 해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불안정 노동자가 안전한 일

주시면 감사하겠다. 17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흔 세번째 이야기

파킹도 파견으로 발렛파킹 하는 알바 노동자, 지훈 씨 (가명)

정하나 선전위원

20대 지훈(가명) 씨는 안 해 본 알바가 없는 ‘알바통’이다. 주차요원, 택배 상하차, 편의점 등 등 다양한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 비를 하면서 알바를 하고 있다. 요즘에 그가 선택한 알바는 발렛파킹, 주차 대리 알바이다. 주중에는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지훈 씨는 주말에만 일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동네는 강남, 서울 안에서도 강남 도심은 주차난이 심한 곳이라 발렛파 킹이 아주 흔하다. 지금 지훈 씨는 자동차 판매점이 들어가 있는 빌딩의 주차장에서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큰 호텔도 발렛파킹은 외주 “한국이, 아니 서울이라고 해야겠죠? 서울이 주차공간이 아주 부족하잖아요. 요즘에는 외 제차도 많아져서 차의 크기도 커졌고, 차량도 엄청 많지요.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주차대행 해 주는 일도 많아진 거 같아요. 강남은 발렛파킹 안 이용하면 주차 거의 꿈도 못 꾼다고 보 시는 게 맞아요.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주차 대신 해주는거 많이 보셨죠? 그 가게에서 주차 알바로 직원을 한명 뽑아서 그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이것도 다 하청이고 파견이에 요. 주차대행 업체에서 호텔이나 병원, 큰 음식점 같은 사업장이랑 계약을 맺는 거에요. 저 희는 주차대행업체에 속해있긴 하지만,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노동자들처럼 개인사업자로 계약이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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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씨는 주차 일을 꽤 일찌감치 대학생일 때부터 시작했다. 운전에만 자신 있는 사람이라 면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고, 당시 시급 7~8천원 정도로 최저시급보다 훨씬 많이 주는 일이라서 좋았다. 그가 처음 들어가 약 3년간 일했던 곳은 서울시내 특급호텔로 유명한 ○○ 호텔이었다. 호텔 안에 필요한 여러 업무가 그렇듯, 주차장 발렛파킹 일도 외주화 되어 있었 다. 주차장에서 호텔손님들의 차를 받던 지훈 씨는 그 호텔의 보안경비, 환경미화, 로비 접객 (벨보이) 업무를 외주계약으로 맡았던 업체에 소속되어 일했다.

“그 호텔에는 하루에 적어도 (차량) 1,500대가 드나드는데, 호텔 건물 안에 있는 주차장에는 300대만 수용할 수 있었거든요. 대략 500대 정도는 다른 주차장을 써야 했어요. 그래서 근 처에 다른 큰 건물이나 대학교 등의 주차장을 쓸 수 있게 호텔이 계약을 맺어놓지요. 발렛파 킹하는 사람들은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 이동해야 했죠. 근데 만약 그러다가 사고 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다 주차일 하던 사람이 물어내야 해요. 그나마 호텔은 주차 장 안에서 사고가 나면 업체(혹은 호텔)랑 사고 낸 (주차)운전자랑 같이 부담하게 되어 있어 요. 우리가 부담하는 게 한 30만원 정도? 재해보험이 들어있어서 그렇다나 봐요. 그치만 건 물 밖의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하다가 도로에서 사고 나면 전부 운전자가 책임지는 시스템이었 어요. 주차장 안에서 보장되는 보험만 해도 큰 데에서 일하니까 들어 있었던 거지, 예전에 어 떤 병원 쪽에 파견 나가 일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파킹 파견해주는 업체가 영세하면 보험을 하나도 안 들어 놓기 때문에, 사고 나면 운전한 알바가 다 독박 쓰게 되는 거죠.”

시간에 쫓기는 주차 대행 노동자 차는 많고, 주차공간은 적은 서울의 도로사정으로 인해, 주차 알바는 시간에 매우 쫓기는 편이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1시간 동안 20-30대 씩 차가 들어오기도 한단다. 빠르게 주차를 하고 다음 차를 맡으려 하다보면, 도로 이동시 과속하지 않고는 손님들 편의 를 맞추기 힘들다. 하물며 식시시간 같은 건 제때 챙기기 어렵다.

“남들 밥 먹는 시간이 제일 바쁠 때가 많았죠. 지금 일하는 곳 바로 전에가 갈비집이었어요. 거기는 정말 딱!식사시간 때가 제일 바쁜 곳이잖아요. 아침9시에 출근해서 점심 먹을 때가 한 3시, 저녁은 8시 이후에나 가능했어요. 거기서 일할 때 저는 일부러 저녁은 걸렀어요. 허 겁지겁 밥을 먹고 금방 또 뛰어다니고 그러면 속이 부대껴서 다음날 까지 힘들어서 말이죠. 휴게시간은 따로 있지는 않고 손님들 없는 시간에 짬짬히 알아서 쉬는 거죠. 일하는 12시간 내내 바쁜 건 아니니까요. 지금 일하는 자동차회사 건물 주차장은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 19


들끼리 식사시간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에요. 그러고 보니 지금 일하는 데가 임금체불도 안되 고, 분위기도 좋고... 여러모로 나은 점이 많네요.”

지훈 씨는 호텔 주차장 일을 관두고 2년 정도 쉬다가, 갈비집에서 다시 올해부터 주차대행 알바를 시작했다. 돈이 급해 시작한 알바였건만, 너무 영세한 업체였던 탓인지 임금체불이 몇 번 씩 있었다. 이 갈비집은 전용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도로변에 손님들 차를 세워놨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주차대행 노동자들이 차를 차곡차곡 주차장으로 옮겨놓는 방식이었다. 주 차부지는 좁은데 손님은 넘쳐나는 식당이었건만, 주차대행 업체는 너무 영세해서 사람을 넉 넉하게 댈 수 없었다.

“강남일대에 비상등 켜놓고 승용차들이 쭉 세워져 있는 거 보셨나요? 이게 백이면 백, 주차 장 없어서 발렛파킹 하는 사람들이 도로가에 임시로 세워둔 차들이에요. 제가 일했던 갈비 집도 손님들 차가 넘치니 도로에 세워뒀었죠.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니 식당 손님의 차량을 빨리 빨리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손님 차에 주차위반 딱지가 붙으면 이걸 주차 대행 업체에서 다 물어주게 되어있거든요. 식당은 예를 들면 한 달 에 주차업체에 2천만 원을 통으로 주고, 거기서 인건비나 과태료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 데, 이 식당은 손님들 주차위반 딱지 값만 한 달에 400만원 어치가 되다보니... 사장이 자기 쓸 거 빼고 주차일하는 직원 3명들 월급주기도 빠듯했던 거죠. 나중엔 사장이 자기가 더 적 게 가져간다고 투덜대기도 할 정도였는데, 결국 월급이 밀려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지훈 씨가 예전에 일했던 호텔 같은 경우는 큰 보안회사에서 주차 업무도 맡기 때문에 임금 체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은 주차 대행 업체들이 영세하고, 편법적으로 노동자와 계약 을 맺거나 일의 대우를 부당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비오는 날 비 맞고, 눈오는 날 눈 맞고 주차 대행 일을 하면서 가장 불편하고 힘든 일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공기를 마셔야 하는 게 아닌지 싶었다. 대부분의 건물 주차장이 지하에 있고, 지상에 발렛파킹 노동자들을 위해 따 로 휴게/대기공간을 만들어 놓는 곳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도 많이 마셔야 하는 곳이니 더욱 그러리라 예상됐다. “지하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계속 맡으며 일하는 것도 안 좋고요, 그리고 담배냄새도 정말 많 이 맡게 돼요. 일 끝나고 코풀면 정말 시커~~~멓게... 나오고 그래요. 기관지가 늘 안 좋은 20


편이고요. 미세먼지도 장난 아니잖아요. 자동차 외관에 있는 먼지나 기름때도 그렇 고. 하루에 몇십 대씩 자동차 문을 열고 닿고 하면 손도 어느새 새카맣게 더러워져 있 다니까요. 자동차 자체가 매연덩어리이니까... 어쩔 수 없죠 뭐. 처음에 일했을 때는 피부에 두드러기도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몸도 좀 익숙해졌나봐요.”

또한, 지훈 씨의 표현대로 “비오는 날 비 다 맞고, 눈 오는 날 눈 다 맞는” 일 환경이 다. 차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타고 내려야 하고 많은 차량을 옮겨 다녀야 하니 우산을 쓰기 힘들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예민한 손님들은 몸이 젖은 채로 자기 운전석에 앉아 시트가 지저분해 지는 것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한다.

“서비스 쪽은 왜, 이러저러한 고객들이 있다 보니 항의를 받고... 이게 가장 피곤한 일이잖아요. 주차 일도 마찬가지에요. 비오는 날 시트 젖는다고 뭐라고 하는 손님, 마음대로 운전석 조정했다고 뭐라고 하는 손님, 차 안에 있는 블랙박스 영상 확인하 고 왜 주차하러 갈 때 과속한 거 아니냐고 따지는 손님들... 다양해요. 아 제가 당한 좀 악질적인 사례인데요, 어떤 손님이 예전에 자기가 긁혀온 자국을 저보고 했다고 덤태기 씌우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블랙박스 다 확인해서 제가 한 일이 아니라 는 걸 다 밝혔지만 기분 나쁘죠. 저희는 이런 억지 쓰는 경우를 미연에 피하려고, 차 타기 전에 차량 외관을 한번 씩 체크해요. 긁힌 자국 있거나 찌그러진 부분 있으면 미리 찍어놓고 타지요. 나중에 괜한 문제 생기지 않도록.”

젊은 사람들은 흔히 손 댈 수 없는 외제차를 보는 맛에 이 일을 취미삼아 ‘알바’로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대부분의 발렛파킹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나 은퇴 후 제2의 생업으로 택한 고연령자나 다른 곳에서 쉬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전과자들이 많다. 강남 주변에는 고가의 외제 승용차도 많아 항의나 사고가 생기면, 대부분의 주차대 행 노동자들에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터. 다행히 지훈 씨는 지금까지 몇 년간 발렛파킹 일을 하면서 사고가 난적은 한 번도 없다.

“제가 지금 일하는 건물에 자주 오시는 단골 손님이 있으세요. 그분이 몰고 다니는 차가 6억 짜리인데요. 워낙에 운전이 미숙한 분이라, 다른 건물 가는데도 일부러 저 희 일하는 주차장까지 찾아와 차 맡기시는 손님이죠. 사실 고가차량 차주들은 사고 나면 서로 부담스러우니까 왠만하면 발렛 안 맡기거든요. 그만큼 이분이 아주 특이 한 케이스이죠.” 21


연구 리포트

2015년 산업재해 발생 통계 다시보기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2015년도 산업재해 발생 현

90,129명으로 전년 대비 780명 감소하였다. 사망

황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재해율은 0.50%

만인율도 1.01%00로 전년 대비 0.07%00p 감소하였

로 전년 대비 0.03%p 감소하였고, 재해자 수는

고, 사망자 수는 1,810명으로 전년 대비 40명 감소

연도별 사망재해 추이

그래프 1. 고용노동부 - 2014년 산업재해현황분석 中 22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재해 통계 산출 이래 가

율의 급격한 감소는 실제 사망자 수의 감소가 아닌

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산업재해

2009년 이후 1,700만 명까지 급격히 증가한 노동자

통계는 매우 부끄럽고 비열한 통계이며 현실을 파악

수의 영향이 큰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자가

하여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재를 은

증가).

폐한 결과의 통계다.

이렇게 통계상의 희석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왼쪽 그래프는 다음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사

의 산재사망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부끄러

망재해 발생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자세히

운 수준이다. 다음은 2014년 한겨레 신문에 실

보자. 사망 만인율은 2.06에서 1.08로 절반 가까

린 기사의 일부로 국제노동기구(ILO) 통계 페이지

이 줄었다. 2015년 통계 자료까지 포함하면 2015년

Occupational Injuries 항목의 자료를 재구성한 표

사망 만인율은 1.01로 더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이다.

있다. 하지만 실제 산재사망자 수는 2009년 이후

2008년 통계 자료와 비교한 결과로 왼쪽 그래프에

1,900명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즉, 사망 만인

서 한국은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18명으로 산재사

유럽연합 30개국과 우리나라 산재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의 비율의 비교(2013) 그래프2. 한겨레 기사 - “한국 산재사망자 10만 명당 18명으로 세계 최고” 中>

23


유럽연합 30개국과 우리나라 산재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의 비율의 비교(2013)

그래프 3. 정책연구 관리시스템 보고서 - 산업재해 예방 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中

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산재사망

위의 내용은 ‘산업재해 예방-보상제도간 합리적인

만인율은 1.01, 즉 10만 명당 산재사망자가 10.1

연계방안’ 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자료로 산재

명으로 전 세계 산재사망률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의 비율을 산출한 것이다.

하더라도 3위권 내에 드는 수준이다. 다행히 오른

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은폐하기 힘든 산재사망 사

쪽 표에 나타난 산재 부상자는 10만 명당 692.2

례를 기준으로 은폐된 산업재해의 수준을 국가 간

명으로 중위권 수준이고 2015년 통계 결과 산재율

에 비교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인데 유럽연합(EU)

0.50% 즉, 10만 명 당 500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28개국의 산재사망자수에 대한 재해자수의 비율을

괜찮은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산출한 결과 평균 737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통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는 오히려 한국 산재 통계의

계를 통해 산출한 비율 84와 비교할 때, 약 8.8배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다. 오른쪽 산재 부상자 그

나 높은 것이다. 즉, 선진국일수록 산재를 은폐하기

래프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자. 스페인, 오스트리

보다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아, 독일, 이탈리아 등 산재사망자가 적었던 나라

논리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거의 모든

들이 오히려 산재 부상자로는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

재해가 산재보상 보험 자료에 포함되서 그 국가와

다. 심지어 산재사망자가 가장 적었던 스위스가 산

사회가 산업재해 현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뜻

재 부상자로는 6위로 올라왔다. 이와 같은 역전 현

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사망자수 대비 재해

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 수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자. 여기에 2015년 산재 통계 자료를 근거로 위의 지표

다음 표를 보자.

기준인 산재 사고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계 산해보면 82210/955 = 86으로 구해볼 수 있다.

24


관련 안내사항]를 통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의 국가가 이미 산재 보고를 휴업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영국은 휴업 7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함) 한국도 “산재발생 보고 대상을 선 진 외국과 같이 요양기준에서 휴업기준으로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같은 산재 보고 기준에 관한 연구인 산업안전공단의 [2015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 국제 비교에 관한 연구]에 재해자수와 사고사망자 비율 변화추이 <표1. 정책연구 관리시스템 보고서 -

산업재해 예방 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中>

따르면 위의 국가 모두 결근뿐만 아니라 출근을 하 더라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는 모든 형태를 산업 재해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 상 한국의 휴업 일이 아닌 요양일 기준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즉, 2015년까지도 전체적인 산재사망률, 재해율의

휴업일, 요양일, 3일, 7일의 모든 문제를 떠나서 고

미미한 감소만 있을 뿐 산재 은폐를 전혀 파악하지

용 노동부가 제시한 ‘선진 외국’인 영국, 독일의 산

못하는 산재 통계와 지켜지지 않는 산재 보상의 문

재 사고 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한번 살펴보

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 앞서 제시한 그래프3.에서 영국은 909, 독일은

이렇게 산재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산재 보

1,594이다. 2015년 통계까지도 한국은 그 비율이

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산재 통계마저 허수

86에 불과할 정도로 산재 은폐가 심한데 무작정 휴

에 불과한 현실에서 최근 고용노동부는 또 다른 산

업일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선진 외국과 같은 합

재 은폐의 꼼수를 두고 있다. 바로 산재은폐를 확

리화’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대하는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을 또 다시 입법예고

고용노동부는 올해 또, 시행규칙 입법을 예고했다.

한 것인데 이미 이러한 과정은 2014년부터 진행되고

2014년 변경된 휴업 3일 기준마저도 4일로 늘리고

있었다.

산재 발생 1개월 이내 미보고시 즉시 처벌에서 ‘노동

2014년 고용노동부는 산재 보고 기준을 요양 4일

부가 산재발생을 인지하고 시정 지시 후 15일 이내

이상에서 휴업 3일 이상으로 변경하였다. 4일에서 3

제출하면 처벌하지 않도록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

일로 줄었으니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 이러한 산재 통계라면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요양 4일은 안정, 휴식, 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진

결국 그나마 믿을만한 통계는 산재사망자 통계 뿐이

단서 상의 모든 기간에 해당하는 반면 휴업 3일은

다. 정부는 노동자의 죽음으로만 현실의 문제가 드

반차, 조퇴 등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결근 3일, 그

러나는 이러한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것도 연속 3일만을 이야기한다. 즉, 한 달 동안 통

정부는 산재 통계가 더 이상 현실을 은폐하는데 활

원 치료가 필요한 재해라고 하더라도 연속 3일 결근

용되지 않도록 이번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부터 막아

만 아니면 사업주는 보고할 필요가 없어진다.

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 적에 대한 변명으로 [산업재해 발생 보고기준 변경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26


성수역, 강남역 그릭 구의역까지...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의 직접고용과 노동시간단축으로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

27 사진/글 쌀집아재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지난 5년의 기록 선전위원회

매일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

'유공 (현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최초개발 판매 시작’

www.mk.co.kr/ 보건복지부님이 질병관리본부님과 함께했습니다.

2011년 8월 31일

저희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는 가습기 안에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막고 물때가 생기지 않도록 물에 섞어 사용하는 화

학제품인데, 이 제품에서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위험이 추정되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 한 환자의 경우 폐 손상 발생 위험도가 다른 환

자들에 비해 47.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 문에 보건당국은 최종 인과관계를 확인할 때

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제품 출시 자제를 권고하겠습니다.

28

김○○

2002년 6월 ○일

5살 제 자식이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제보자 중 첫 사망자 사례)


환경보건시민센터

2011년 9월 20일

오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를 처음으로 발

표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영유아 사망 5건, 환

자 1건, 산모 사망 1건, 피해 1건 등 총 8건입니

다. 정부는 하루속히 가습기 살균제품과 유사 제품명을 공개하고 제품 전체를 회수 조치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2012년 5월 21일

오늘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광화문 1인 시위에 돌입합니

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님이 질병관리본부님과 함께했습니다.

2011년 1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광화문 1인 시위는 2013년 7월 29일부로 마

무리합니다. 지금까지 총 205회 1인시위에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보건복지부 1차 동물실험 결과 6종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롯데마트PB 와이즐렉, 홈플

러스 가습기 청정제, 세퓨, 아토오가닉, 가습기 클린업 등) 위험성이 확인되어 수거 명령을 발

동했습니다. 그 외 다른 제품들도 사용 및 판매 를 중단할 것을 권고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사용 및 판매 중단만이 아니라 제조사에 소 송을 제기하라!

@김황식 국무총리

1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을 지시하였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정거래위원회

2012년 7월 24일

저희 공정거래위원회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

는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PHMG, PGH를 성 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용기에 “인체에 해 가 없다”는 표시를 붙여 판매한 4개 업체 (옥시

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버터플라이펙트, 아토 오가닉) 업체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습 니다. 또한, 이들 4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 고, 총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최악의 환경사건에 솜방망이 과장광고 과징 금, 살인자 처벌하고, 피해 대책 수립하라!

29


특집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새누리당

2013년 9월 24일

정부와 여당은 기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정부는 피해자·유

환경보건시민센터님이 가습기 살균제

키로 했습니다.

2014년 9월 26일

족 지원을 위해 108억 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법 제정 없이 의료비에 국한된 예산 지원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 · 세정제에 함유된 독성물질로

심각한 폐 손상이 일어나 사망한 영·유아, 임 신부가 지난 2년 동안 127명에 이릅니다. 정 부와 여당은 이번 결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옥시레킷벤키저님이 홈플러스님과 함께했습니다.

2013년 11월 1일

오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국

피해자 모임과 함께했습니다.

저희는 오늘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살인죄

로 고소합니다. 이번 소송에는 옥시레킷벤키저 같이 2012년 피해자들이 고소한 기업들 외에 도 애경·이마트 등 피해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기업 모두를 포함했습니다. 고소인단은 20명의 유족을 포함한 109명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백승목

이번 소송 대표인 백승목입니다. 이번 소송은

검찰에 기소가 되냐 안 되냐가 중요한 게 아 닙니다. 정부가 이미 유해하다고 발표한 내용

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검찰 수사를 촉구하려는 것입니다.

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자사 제품이 해당 폐 손상을 초래한 것이 사 실인지 그 여부를 알지 못합니다. 현재 법률적 절차가 진행 중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모든 피해자 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재판과 별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저희 회사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내기 로 결정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수백 명을 죽고 다치게 한 살인기업이 이제 와서 ‘인도적 지원’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힌다. 옥시 대표랑 국내 제조사 대표들은 피해자와 유족 앞에 정식으로 사과 하고 분명하게 책임져라! 30

서울지방법원

2015년 1월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 터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1심에서 패소하였 음을 알려드립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대

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해 그 판매를 중시시킬 의무 또한 있었다 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님이 서울 연

건동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있습니다 2015년 5월 6일

저희는 오는 19일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 해자를 유발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합니다. 항의 방문에는 피해자모임

공동대표 등 피해자 4명과 활동가 등이 함께합

니다. 지금까지 제보된 피해자 530명 중 80%, 사망자 140명 중 77%가 옥시레킷벤키저가 만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 싹싹’을 사용했습니다.

저희는 영국에서 국회의원과 면담도 하고 옥시

레킷벤키저 제품 불매 운동과 항의서한 보내기 등 캠페인을 계속 벌여나갈 것입니다.

산재 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님이 4.16

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 정연대님과 함께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6년 4월 13일

[단독]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업체 주문대로’

h t t p ://n e w s . k h a n .co. k r/k h _ n e w s /

khan_art_view.html?code=940601&art id=201604130600005

“2011년 이후 4년 가까이 방치되다 최근 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한 정부 연구 용역을 반박하기 위해 연 구용역을 했던 서울대와 호서대의 두 연구

팀 실험이 왜곡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하면 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없다던 옥시 의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 됐다.”

2016년 4월 15일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가습기 살균 제 제조사들이 특별상을 수여하였습니다. @롯데마트

죄송합니다. 공식 사과하고 보상하겠습니다. @홈플러스

죄송합니다.

사단법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2016년 5월 22일

아타울라시드 사프달님이 서울 콘래드 호텔에 있습니다.

2016년 5월 2일

옥시 한국 법인 대표 아타울라시드 사프달입니 다. 여러분들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

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 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발표한 인

도적 기금 100억 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을 받은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임의단체로 활동해온 저희는 오늘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사회적 활동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였습

이 수사를 시작하니까 면피용 사과를 합니다.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구제와 재발방지를 위한

니다. 그리고 저희 사건이 알려진 5주년을 기념 해 8월 31일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할 계획입 니다. 이때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십시오.

옥시가 지난 5년간 만나주지도 않다가 검찰 옥시는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결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31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변호사 A를 위한 변명

임자운 변호사, 반올림 상임활동가

다들 아는 얘기일지 모른다. A는 세칭(世稱) 일등

위 ‘전관’ 변호사다. 이 바닥에서 ‘먹어주는’ 경력

외고와 일등 법대를 나왔다.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을 갖추었다. 회사 안에서 꽤 무게감 있는 구성원이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최상위 성적을 받았

기도 하다. 당장은 B의 인정을 받는 것과 이 회사의

다. 그 모든 것을 스스로의 실력과 노력으로 당당

‘원만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

히 얻어냈다고, A는 생각했다.

니 어쩌면 그게 전부라고, A는 또 생각했다.

연수원 졸업 후, A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무엇이건

A가 할 일은 B가 던져주는 기록을 읽고 법원에 제

될 수 있었다. 법원은 따분할 것 같았고 검찰은 조

출할 서면을 쓰는 일이었다. 법정에 나가 변론도 해

직문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

야 했다. 사건의 수임여부와 변론의 방향은 A가 고

도 있었다. 마침 세칭 일등 로펌으로 부터 만나자는

민할 문제가 아니다.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

연락이 왔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연락이 아니었기

정은 B가 한다. 가끔은 소소한 의견 제시도 외람된

에 기꺼이 나갔다. 세칭 일등 변호사들과 함께 식사

일이 되어 버린다.

를 하며, 그들 중 하나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

일등 펌은 수임료도 일등이다. 그 정도 대가를 지불

했다. 어색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것이 자연스런 수

할 수 있어야 일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 정도

순이라고, A는 또 생각했다.

대가를 감수하면서 까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일

그래서 A는 세칭 일등 펌(firm)의 변호사가 되었

중에는 불법 혹은 탈법적인 일들이 많기 마련이다.

다. 도제식 교육이 시작되었다. A의 스승은 B. 소

A는 그저 의뢰인에게 가장 유익한 결과를 뽑아내기

32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회적 지위, 명망에 해를 끼쳐

운 일이라고, A는 생각했다.

서는 안 된다. 당장 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

A도 그런 상황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가끔은

서는 안 된다. 그것 또한 규범이고 윤리다, 라고 A

이런 일하려고 그 고생을 했나, 라는 회의감도 들었

는 생각했다.

다. A에게도 정의감이라는 게 없지 않았다. 뉴스에

무엇보다 A는 지금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 중요했

등장하는 성폭력, 아동 학대에는 누구보다 분개하

다. 과거에는 이곳에 오는 것이 성공이었지만, 지금

는 A였다. 변호사법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변

은 이곳에 머무는 것이 성공이다. 물론 이곳에서 경

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변호사법 제1조가

력을 쌓고 독립할 수 있는 경험과 관계를 만들고 나

명시한 변호사의 사명(“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

면, 그 때는 스스로 나갈 수 있다. 그 때가 언제쯤

회 정의를 실현함”)을, A도 모를 리 없었다.

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가는 것은

하지만 그러저러한 원칙들은 어느 직종에나 있었

낙오하는 것이고, 낙오는 곧 실패다. 실패자로 낙인

다. 의사, 기자, 선생, 공무원 등등이 각각 어떠해

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다, 고 A는 또 생각했다.

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뻔한 말들이 여기저기 있었

따지고 보면 A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

다. 그들이 다 그러한 원칙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왜

한 사람이다. 세칭 최고로 꼽히는 직업, 자리에 있

이 모양 인가. 이미 이렇게 된 세상에서 나는 어떻

는 사람들 중 그저 그 자리에 ‘머물고자’, 그 안에

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직업윤리가 다

서 ‘원만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제대로 지켜진다면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며 먹고

가. A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살 수 있겠는가. 적당한 불법과 탈법은 도리어 사회

비극은 평범하고 원만한 사람들이 곳곳에 너무 많

를 원만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하지 않는가, 라고 A

다는데 있을지 모른다.

는 또 생각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로 시민단체가 김앤장 사

그리고 나쁜 사람 혹은 나쁜 기업의 변호사로서 그

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A

들의 불법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것, 나아가 그

를 떠올렸다. A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지는 않겠지

들의 불법이 적법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 불법인

만, 설령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

가. 어차피 변호사도 서비스직 아닌가. 나쁜 사람이

고 생각했다.

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젊은 검사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라고 A는 또 생각했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또한, 그런 추상적인 규범들을 일일이 따질 여유가

한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그만둔다고 하면 영원히

없을 만큼 A는 바빴다. A가 대리하고 있는 사건들

실패자로 낙인찍혀 살아야 겠지. 탈출구는 어디에

각각이 사회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치건, A에게는

있을까"라는 말이 적혀 있다. 세상이 만든 성공과

쌓여있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A의 머

실패의 도식, 어느 조직에서건 원만한 것이 최고 미

릿속에는 변호사의 사명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추상

덕이 되는 문화. 그것이 사회와 개인 모두를 병들게

적인 규범들 보다 훨씬 중요하고 구체적이며 A의 처

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에 훨씬 더 가까운, 그래서 더욱 중요한, 규범들 이 있었다. 당장 B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되고, 33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양심을 저버린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장영우 선전위원

거액의 연구비를 대가로 발주를 받아 기업이 하고

연구 승인을 취소한 바 있다.

싶은 말을 과학자의 언어와 권위를 이용해 객관적인

2013년 12월 건강정책 학회에선 지금은 고인이 된

듯 포장하는 것이 청부과학이다. 객관성과 중립성,

박상표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이 ‘담배회사 내부 문

공정성을 추구하는 과학이 그 본연의 사명과 임무

건 속 한국인 과학자 분석’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

를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1년 일본 국립암연구소의

대표적인 청부과학으로 꼽히는 담배유해성 연구

히라야마 다케시 박사가 간접흡연의 위험에 관한 역 학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다국적 담배 기업들은 과학자들을 고용하여 간접흡연에 위험성에 대응하

담배회사의 연구를 진행했던 사례가 국내 외 청부

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직접 흡연이야 담

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7년 7월

배의 위험성을 알고 피웠으니 이로 인해 건강이 악

서울대, 전남대, 가톨릭대 병원 임상시험센터가 세

화하는 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간

계 1위 담배인 필립모리스로부터 10억을 받아 흡연

접흡연으로 인해 비흡연자가 담배로 인해 질병이 발

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해 큰 파문이 있었다.

생했다면 기업에 더 책임을 물을 여지가 생기는 것

당시 각 대학은 ‘담배의 유해성 평가를 위한 임상

이다. 이에 필립모리스사는 히라야마의 연구결과를

시험’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학계와 시민단체에게 많

흠집 내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은 비난을 받으면서 서울대병원 윤리심의위원회는 34


박상표 연구위원은 고려대, 한양대를 비롯한 국내

려져 있다. 21세기 들어와 정부나 기업은 정책을 합

유수 의과대학의 교수와 연구진들의 실명을 공개했

리화하거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학의 힘

고, 이들에게 다국적 담배회사가 접근한 방식부터

에 의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는 과학의 방법,

연구후원을 받은 논문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조직한

결과를 왜곡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외

과정, 구체적인 보수 수준까지 낱낱이 밝혀내었다.

국의 경우 1960-70년대에 환경, 보건, 노동 문제가

박 연구위원은 “이 논문이 담배회사 내부문건에 근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 고용 과학이 체계적으로

거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모두 규명하기에는 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계가 있지만, 신원이 밝혀진 한국 과학자들을 대상

'과학'이 객관적이고 공정함을 버리고 연구비를 준 단

으로 이들의 논문 내용에 대한 학술적 검토가 필요

체나 정부의 이익에 부합하여 포장한다면 이미 '과학'

하다”고 제안한 바 있었다.

이라고 할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도 보듯이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관한 모

기업의 이윤에 편승한 연구 결과는 고스란히 불특정다

든 연구를 문제 삼았다. 역학자와 통계학자를 동원

수의 생명체 그중에서도 인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인

해서 연구방법과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며 끊임없이

간의 안녕이 아닌 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해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논란'을 일으켰다.

과학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 중에 하나다.

2014년 대법원은 흡연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 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하고 원고들의 상고 를 기각했다. 1999년 흡연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지 15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었다. 몇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흡연과 폐암에서는 폐암의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병될 수 있는 비특 이성 질환이라고 판단했다. 즉 담배는 암 발생에 영 향을 줄 수 있지만, 직접 암을 유발한다고 볼 수 없 다는 것이다.

과학은 정말 객관적인가? 흔히들 과학은 객관적이라고 하고 또 그렇게 믿는 다. 그러나 과학이 자본과 결합할 경우 종종 그렇 지 않을 수 있음은 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 정책과 영합하거나 자본과 영합하는 과학은 객관적일 수 없음은 잘 알 35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정부 너희는 대체 뭘 한거야? 재현 선전위원장

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부터 2011년까지 지난 17년 간 20개 제품, 연간 60

모두 유독 물질 아니다 판정한 정부

만개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피해를 입

1994년 당시 유공 (현재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은 이들은 최소 29만 명에서 최대 227만 명으로 추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했다. 이 제품

산되는데, 지금까지 피해 사례를 제보한 이는 1%

은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

인 1,528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99%의 사람들

이소티아졸리논)를 주성분으로 하는데 정부는 이

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성분이 1991년 제정된 유해화학물 관리법 시행 이

자 가족들은 2011년부터 정부에게 이번 사태에 대

전에 제조 되었다는 이유로 이 성분에 대한 유해성

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철저히 외

심사를 20년간 면제했다. 그러나 2014년 두 성분으

면했다. 최근 들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다시 사회

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다수 나타나자

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최대 피해자를 발생한 옥

유독물로 지정되었다.

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회사에 대한 분노가 높아

국내 가습기 살균제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

지면서 전국적인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

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의 '옥시싹싹

나 사실 지난 경과를 돌아보면 옥시만 죄악시 할게

New 가습기 당번'에 사용된 PHMG(폴리헥사메틸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 할 수 있었던 한국 정

렌구아니딘)은 1996년 환경부가 유해성 심사에서

부의 무능함과 안일함에도 주목해야 한다.

유독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다. 결

36


국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었던 2011년까

렵다며 기소를 중지하고 팔짱만 꼈다. 그러다 올해

지 이 성분은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2012년이 되

1월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특별수사팀을 구

서야 유독물로 지정되었다.

성, 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옥시가 자사의

버터플라이펙트가 만든 ‘세퓨’의 주성분인 PHG(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서울대, 호

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역시 2003년 정부의 유해

서대 연구팀에 돈을 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실험 결

성 심사에서 유독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로 등

과를 발표하게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록되었지만 이후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가습기 살균제 문제

정부는 이제라도 헛발질을 멈춰야 환경부는 지난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가 지원

유독성 심사만 허술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가습

대책을 발표하면서 산재보험의 폐 기능 장해 등급

기 살균제는 1994년 출시되었을 때부터 2011년 의

에 따라 지원하는 보험금을 기준으로 저소득층 가

약외품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자율안전확인대상 공

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

산품으로 분류되면서 인체독성실험 없이 시중에 판

표했다. 그러나 극빈층만을 대상으로 해서 지원받

매 할 수 있었다. 물질에 대한 관리도 산업통상자

을 가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이후 가습

원부가 관리하도록 했다. 안전 인증 대상 공산품을

기 살균제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염두에

관리하는 기관인 기술표준원은 세정제, 방향제, 탈

둔 대책이기 때문에 국면 전환을 위한 생색내기에

취제 등만을 안전 인증 대상 공산품으로 정했을 뿐

불과하다.

가습기 살균제는 제외시켰다.

정부는 이제라도 헛발질을 멈춰야 한다. 지금 해야

애초에 살균제는 바이러스와 세균만 죽이는 것이

할 것은 생색내기용 피해자 지원이 아니라 헌법에도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더

명시되어 있듯 국민들을 재해로부터 예방하고 그 위

군다나 가습기 살균제는 물과 섞여서 수증기를 내

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

기 때문에 사람이 흡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흡입

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책임이 있는 곳

독성실험을 해야 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는 세균

으로 거론되는 정부부처들 -산업통상자원부(국가

을 죽이거나 번식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난 화학

기술표준원),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보건복지부

성분이지만, 사람의 피부, 호흡기, 구강 등을 통해

(질병관리본부) 등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인체에 들어올 경우 그 농도에 따라 신체에 해를 끼

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방조하고 방관해왔던 책

칠 수 있고,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게

임자에 대한 엄중하고 신속한 조사를 통해 죄가 있

학계에 정설이었다.

는 자들은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제2,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끔찍한 비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난 17년간 가습기 살균제

막는 길일 것이다.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검찰은 피해 자 가족들이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업체를 고발하 고 수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인과관계 확인이 어 37


특집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화학물질로 인한 참사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 정경희 선전위원

옥시 판매율이 절반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은 옥시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이전 독일 전문가

불매운동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관심과 동참이 얼

로부터 흡입독성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받고도 무

마나 뜨거운지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심은 옥시뿐

시한 체 제품을 출시한 것 검찰조사 과정에서 나타

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관심

났다.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급급했던 옥시 전 사

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각종 생활

장 거라브 제인은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용품에 대해서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

2006~2008년 옥시의 뉴가습기 당번의 마케팅을

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총괄했고, 2010~2012년엔 한국지사 대표로 서울

참사를 예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보다 사회적이

대 교수를 매수하고 대형로펌 갬앤장을 고용해 제

고 구조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이것은 노동자 민중의

품의 위해성을 은폐한 중범죄자이다.

관심과 요구로 만들어지고 지켜졌을 때 제대로 자리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가 266명으로

매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과제가 있

밝혀졌다. 기업이 만들어 파는 물건이 불특정 다수

을까?

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홀히 한 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확립은 가습기 살균제 책임자 처벌로! 38

는 어떠한 변호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보 여주어야 한다. 또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해서 기업 이 져야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다할 수 있는 계기 를 만들어야 한다.


출처 민중의 소리

가해기업 (롯데마트, 홈플러스, 애경과 SK케미칼

을 개정해야 한다.

등)의 실험결과를 조작해서 살인기업을 비호한 지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14년 보고서에

인들, 이들을 종용하며 살인기업을 변호해 준 법률

서 기존 화평법의 여러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가들, 5년간의 피해자의 호소를 눈감고 귀 막고 있

먼저 소독제ㆍ방충제ㆍ방부제를 살생물 제품 3종으

었던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 단

로 규정하고 있어 관리하는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

죄해야 한다.

다. 또 살생물질은 소량으로도 제품 대량생산이 가

‘옥시 피해 구제법 제정’과 ‘옥시 처벌법(징벌적 손

능한데 연간 취급량 1톤 미만인 화학물질에 대해서

해배상, 집단 소송법 등) 제정’으로 피해자 보호와

는 규제를 할 수 없다. 여러 살생물질의 총량이 인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서 기

체에 미치는 누적효과에 대해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업인, 지식인, 공무원이 각자의 위치에 임하는 궁

없어 위해성 평가 체계도 미흡하다.

극적 목적이 기업의 이윤추구가 아닌 존엄한 인간의

제도적으로 갖춰야할 점도 많지만 법제화만이 능사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는 아니다. 현재 국내에 통용되는 화학물질은 어림

야하지 않겠나.

잡아 4만3천여 종인데 이 중 정부가 등록 대상으로

재발방지는 옥시 예방법 제정과

화학물질에 관한 알권리 보장으로!

지정해 위해성 여부를 평가하는 물질은 전체 화학 물질 중 5%에 불과한 510종이다. 앞으로도 정체불 명의 수많은 화학물질이 만들어질 것인데 이때 노동 자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화학물질이 건강에

가습기 살균제 중 문제가 된 PHMG(폴리헥사메틸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고 그 권리가 사회

렌구아니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옥시가 한국에

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서만 판매한 이유는 유럽의 경우 화학물질을 제품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유는 생명에 치

에 사용하려면 사전에 안전승인을 받아야하지만 한

명적인 손상을 줄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 정부, 학

국은 그와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또다시 유럽

자들이 은폐했기 때문이다. 생산 현장만이 아니라

에서는 제도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을 한국에

생활에서도 쉽게 접하는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판매

서 무방비 상태로 허용하지 않으려면 옥시 예방법으

하는 자들에게도 알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부

로 불리는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 화학물질의 등록

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삶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 공산품법 등

을 살아가지 않겠나! 39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1년 반쯤 되었나 봅니다. 처음 그 일이 벌어진 것 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제 그 기억을 놓아주세요 칠순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는 차분했지만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공장에 취업했다. 8명이 일하는 조그마한 단조 공장에서 그는 고무공 장에 납품하는 가위를 만들었다. 10시간이든 11시 간이든 열심히 일했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아니면 운이 좋아서 일하던 공장을 인수했다.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작은 공장이었지 만,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삶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넘어설 재주는 없었다. 공

류현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회원

장은 폐업했고, 다들 퇴직한다는 55세에 임금 노동 자가 되었다. 피혁 공장에서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3년 만에 폐업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러다 10년 전부터 그는 주물공장에서 일했다. 시 끄럽고, 덥고, 주물사와 로(爐)에 날리는 분진과 흄에 뒤덤벅이 되더라도 환갑을 지난 그에게 허락되 는 일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머뭇머뭇 지인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 문을 들어선

주물공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그가 하던 일

칠순의 노동자. 단정한 옷매무새와 차분한 말투, 오

은 중자(심지, core)를 만드는 일이었다. 주물 제품

랜 시간을 두고 일터에서 그을려 온 특유의 구릿빛

을 만들기 위해서는 쇳물을 부어서 모양을 만드는

얼굴과 미간을 가로지르는 세월의 주름, 거기에 더

외부 주형과 만들어질 제품의 내부의 공간을 확보하

하여 뭔가 짐작하기 어려운 무거움과 어둠이 더해

기 위해 미리 주형 안에 만들어 넣어두는 중자가 필

진 낯빛을 한 내 아버지 세대의 노동자와 마주한다.

요하다. 1년 6개월 전 그날의 일이 벌어진 것은 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노동을 시작했을 그가 아들

공장에서 일한 지 2년 정도 되었던 어느 겨울이었

뻘의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를 찾아온 사연은 무엇일

다. 일요일이었지만 늘 그랬듯이 일을 했다. 점심식

까?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던 시선이 조금씩 내 시

사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직 어색했지만,

사고가 났다. 그가 만든 중자가 주형과 합체되어 쇳

언뜻 엷은 미소가 깊은 주름으로 굳어진 미간을 부

물을 부을 틀을 완성하기 위해 크레인으로 들어 옮

드럽게 풀어주니 진즉부터 가지고 계셨을 듯한 순박

겨지다가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이상하게 그 공장

하고 인자한 표정이 비친다.

은 크레인이 높이 달려서 불안 했는데 기어코 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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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났다. 떨어진 중자 아래로 동료 노동자가 깔려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사망했고, 그는 처참해진 동료의 시신을 수습했다.

stress disorder)는 신체나 정서상의 심각한 손상

나이가 많이 어려서 그와 자주 어울리지는 않았지

(외상, 트라우마)을 입은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

만 알고 지냈다는 사망 노동자는 61세였다. 처참한

하고 그것에 대한 공포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

광경은 잊히지 않았고 꿈에 계속 나타나서 그를 괴

고통스럽게 회상되고, 재경험 되고, 유사한 상황과

롭혔다. 사고 현장에 가면 가슴이 떨려 일을 할 수

조건을 회피하고 때로는 지나친 각성상태나 반대로

없었다. 며칠을 쉬다가 업무가 바쁘다고 해서 다시

지나친 위축이 계속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업무와

출근했지만,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회사

관련하여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하여

를 그만두었지만, 그날 일은 그를 계속 괴롭혔다.

산재로 인정할 것을 명문화한 바 있다. 자신의 경험

하릴없는 심정을 달래려 기도하러 다니던 절에 부탁

과 증상이 무엇에 연후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하여 자비를 들여서 사망한 동료의 천도재를 지냈

산재요양 대상이 되는지도 몰랐으나 세상일에 밝은

다. 이렇게라도 하면, 극락왕생을 빌어주면 이 심경

또 다른 친구의 권유로 나를 찾았다. 이후 정신건강

이 나아질까 싶어서였다.

의학과 상담을 받고 산재 요양신청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자리에 누우면 처참한 광경이 떠올라 잠을

그는 아들 뻘의 의사에게 연신 고맙다 인사했지만

잘 수 없었고 무기력했고,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

나는 미안함이 더할 뿐이다.

다. 10개월 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참혹한 전장에서 돌아온

시 일을 시작해야 했다. 10년 전 주물 일을 처음 시

군인들의 사회 심리적 병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자

작할 때 알게 되어 동갑내기라 친하게 지내던 친구

리 잡은 질환이다. 그런데 매년 9만 명이 넘는 노동

가 일자리를 알아봐 주었다.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

자가 병들고 다치고 2천 명이 죽어가는 오늘 우리

한 지 1개월이 지난겨울 어느 날 갑자기 현장이 소

사회의 일터는 참혹한 전장과 다름없다. 노동자들

란스러웠다. 지게차 사고가 난 것이다. 그를 일터

은 또 쓰러지고 죽어간다. 화가 난다. 다들 그렇게

로 다시 불러준 조형 반에서 일하던 친구가 쓰러졌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다치고 스러져 갔다. 더는 죽

다. 운행하던 지게차에 찍혀 흐르기 시작한 피는 멈

게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최근 지하철 스크린도

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식도 있었고, 그렇게 갈

어를 수리하다 어이없는 산재사고로 세상을 등지게

줄은 몰랐지요. 내게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것

된 19살 노동자에게 수많은 시민이 애도와 공감을

일까요?” 지게차 사고로 쓰러졌던 칠순의 동갑내

남기고 있다. 이제 애도와 공감을 넘어서야 한다.

기 친구이자 동료 노동자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

작금의 어이없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악의 면면을 보

했고, 1년 간 일터에서 두 번의 죽음을 경험한 그는

라! 죽음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시스템을 멈추는

더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칠순을 넘긴 나이, 세상

행동이 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나도 이런 메

사 웬만한 풍파는 겪고 넘어온 그에게도 지난 2년

모 한 장이라도 전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동안 두 번이나 겪어야 했던 끔찍한 경험은 뇌리에 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 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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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중지권’의 하나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전 지부장이고 지금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통화거절권 도입 그 후, 다산콜센터 김영아 전 노동조합 지부장 인터뷰

은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인 김영아 님을 만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해 물었 다. 김영아 님은 지금도 다산콜센터에서 구정콜 담 당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다산콜센터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당시에 크 게 이슈가 됐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삼진아웃 제 도가 있었다. 2014년 초 실태조사 당시 인권위원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이 성희롱처럼 위법적인 행위를 세 번이나 그냥 두 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제기해서, 원스트라이크 아 웃 제도가 도입됐다. 성희롱, 협박, 하소연, 업무방 해 이 네 가지에 대해서는 전화를 끊겠다는 안내 멘 트 후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 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모든 건이 다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민원콜을 처리하는 콜센터다.

이후 법적 대응한 사례에 대한 보도도 많았고, 악성

2012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콜센터 노동자들

민원이 줄었다는 보도들도 많은데, 실제 일하는 노

의 열악한 노동환경, 감정노동과 언어폭력・성폭력

동자로서 변화를 느끼나?

피해 사례, 간접고용과 이로 인한 극심한 이직률, 전자 감시를 통한 인권 침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

법적 대응이 시작된 초기에는 오히려 반발 심리로,

고 이로부터 변화를 이끌어왔다.

‘네가 나를 신고한다고? 어디 한번 신고 해보라’

이런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다산콜센터에서는

하면서 더 고성을 지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장기적

2014년 2월 콜센터 상담사들의 인권실태조사 이후

으로 봤을 때 악성 콜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성희롱 등의

처음 이런 제도가 도입됐을 때, 어떻게 끊어야 할지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상담사들이 안내 후 전화를

를 몰랐다. 전화를 먼저 끊어본 적이 없으니. (웃

끊을 수 있게 하고, 바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음) 그 전까지는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한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감정 노동 종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였다. 제도 도입 이후,

사자에 대한 보호라는 측면이 주로 부각되긴 했지

매뉴얼에 이런 악성 콜에 대한 응대 멘트가 정해졌

만, 콜센터 노동자의 통화거절권은 대표적인 ‘작업

는데, 너무 황당한 얘기를 듣거나 하면 이 멘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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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조합원들 제보로 노조가 서울시에 항의하 는 방식으로 민간위탁 회사가 따르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회사들도 이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그 건 그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 실 악성 콜, 진상 콜이라는 게 대부분 장콜, 통화시 간이 오래 걸리는 콜이다. 그런데 지금 이 업체들은 서울시와 계약을 콜수에 따라 금액을 지불받는 것 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콜도 특별한 성과도 없는 진상·악성 장콜을 끊고 억제하는 것이 업체로서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악성 콜로 장 시간 통화하고 나면 상담사들이 받는 영향도 크다. 그 통화 생각에 다음 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상담사들이 잠깐씩 쉬기도 하니, 회사로서도 손해 인 거다. 회사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양쪽 다 좋으니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한 것 같다. 바로 생각이 나지 않거나, 놀라고 정신없어서 입으 로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 원

이런 변화가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변화 외에, 노동

스트라이크아웃에 해당하는 악성 콜이면 버튼 하나

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자율권이나 재량권이 늘어

만 누르면 바로 ARS 안내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요

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나?

구하기도 했다. ARS 시스템은 결국 도입은 안 됐지 만, 지금은 상담사들도 전보다 확실히 다들 잘 끊

여전히 콜센터는 전자 감시도 심각하고 자율권이나

고 멘트도 잘 하는 것 같다.

재량권이 거의 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변화한 측면 도 있다. 콜센터 일이라는 게, 노조 생기기 전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게 됐을 때, 회사

휴게시간이라는 개념도 없던 곳이다. 지금은 시간

그러니까, 서울시의 외주를 받아 콜센터를 운영하는

당 5분씩 최소한 20분은 쉬게 되어 있는데, 그 전

콜센터 업체들의 반응은 어땠나?

에는 그런 시간도 없이 화장실 다녀오고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전화를 받고, 제 자리에 앉아

당시 서울시와 업체의 태도가 달랐다. 서울시는 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악성 콜만 해당 하

론보도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업체는 2차

지만, ‘우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심한 전화를

민원 발생 우려, 전담 민원반 업무 부담(민원성 콜로

받으면 쉴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 생긴 거다.

등록된 번호로 오는 이후 민원을 전담하는 반) 등의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로 미온적이었다. 상담사가 등록한 악성콜을 일 반콜로 돌려놓기도 하고, 악성콜 등록한 상담사들

이런 악성 콜을 받고 난 상담사가 적정 시간 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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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확보한다든지,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으면 누구 한 명이 치고 나가서 혼자 콜 잔뜩 받

있나?

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역시 조합원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

그게 남은 문제다. 치유를 위한 지원은 전혀 안 되

다. 실제로 많은 조합원들이 이 투쟁을 함께 해 줬

고 있다. 심하게 폭력적인 콜을 받은 경우, 한, 두시

다. 한, 두 명 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예전에 S등

간 쉬게 해준다든지 며칠 휴가를 준다든지 하는 것

급 맞던 사람들이 D등급 받으면서도 이 규칙을 지

이 단협에는 있긴 한데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

켜줬다.

다. 상담 지원 등도 전혀 없다.

이 투쟁 과정에서 예상 밖의 깨달음이 있었다. 쉴

이런 상황에서 콜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상담사가

틈 없이 통화하는 우리 몸에 밴 노동과정이 우리 몸

자기가 먼저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콜

을 혹사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상

수에 따라 성과급으로 계약하는 것은 서울시와 업

담사들 중 성대나 청력에 문제 있는 사람도 많고,

체 사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개별 상담사에게도 완

계속 앉아서 작업해야 하니 어깨나 손가락 근골격

전히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니 쉴 수는 있는데, 그

계 질환도 많다. 그런데, 통화량을 우리가 조절해

만큼 급여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니 왠만해서는 자

서 해 보니, 다들 편하다고 하더라.

기가 참고 하게 한다.

파업 투쟁 이후에도, 이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은 이

노조가 생기고 감시가 덜 해지긴 했다. 예전에는 상

전처럼 일하지 않는다. 일하다가 힘들면 좀 더 오래

담사마다 이석시간과 콜수를 시간마다 통계를 내

쉬기도 하고, 콜도 좀 더 천천히 받기도 한다. 실제

서, 시간대마다 그래프로, 파일로 만들어서 돌리

로 이 경험 이후 일인당 콜 수가 떨어진 것 같다는

곤 했다. 노조가 생긴 후 이런 방식의 감시와 통제

생각도 든다. 상담사가 상담을 하면 모두 기록을 하

는 줄어들었지만 콜수에 따른 성과급 체계는 그대

게 돼 있는데, 심할 때는 기록하는 시간이 아까워

로다. 자기가 자기를 감시하게 된다. 예전에는 근본

서 통화하면서, 안내를 위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동

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시에 이전 콜 내용을 기록하던 조합원들이었는데 말이다.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곧 통화거

사실 생각해보면 다같이 적정 수준의 콜을 받으면

절권을 보장하거나 노동자의 자율권을 신장시키는

등급도 유지된다. 다같이 100콜 받을 때는 120콜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받아야 S등급이지만, 다같이 70콜 받으면 80콜 받 아서 S등급 된다는 거다. 그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물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경험이 있다. 노

거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

조 설립 이후 두 번째 파업에서, 콜 상담을 전면적

다. 누가 며칠만 와서 ‘열심히 하자, 고객들이 콜 대

으로 거부하는 투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기 시간이 긴데 우리가 조금 더 힘내자’ 이렇게 독

그 때 전술 고민 끝에 다른 사업장으로 치면 준법투

려하는 분위기만 돼도 금방 무너질 수 있다.

쟁 비슷한 것을 했다. 다같이, 적정한 수의 콜을 받 자는 것이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물론 걱정도 많

급여 체계와 고용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존엄에

았다. 성과급이다보니, 남들이 70콜로 전화를 받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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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런 점은 콜의 품질, 고객의 편의와도 밀

으로 하기로 해서, 현재 중앙부처와 논의 중으로 결

접하게 관련된다. 자주 드는 사례인데, ‘출생신고

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요구했던 바이고, 직

어떻게 하나요?’라는 콜을 받으면 가장 기본은 아

고용이 정말 된다면 요즘처럼 공공기관 인원을 감축

기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생년월일이 어떤지 등을

하는 시기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묻고 기본적인 구비 서류 목록과 담당 기관을 가르 쳐 준다. 그런데 사실은 출산이나 육아 장려금, 산

콜센터 외 판매노동자 등 다른 서비스 노동자에게도

모 도우미 등 새로 아기를 낳은 사람이라면 알면 좋

‘판매 중지권, 응대 중지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은, 알아야 할, 알려주고 싶은 정보들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감정노동자들도 이런 변화를 가

데 고객이 묻기 전에 ‘출산장려금 신청하셨어요?

져오려면 어떤 점에 주목하고 노력하면 좋을지 조언

산모 도우미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않게 된다. 묻

을 부탁드린다.

고 이거까지 설명하면 장콜이 되니까. 빨리 끊고 그 시간에 다른 통화를 하면 2건이 되는데, 아무리 여

여러 기업에 공통된 문제 중 하나는 블랙컨슈머를

러 가지를 설명해줘도, 한 콜은 한 콜로 기록되니,

키우는 기업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직급의 노

먼저 묻고 안내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객이

동자들은 해 줄 수 없는 일인데, 고객이 와서 소리

출생신고에 필요한 정보만 알고 끊은 뒤, 다음에 산

치고 진상 부리며 높은 사람 만나면 들어주는 행태

후도우미에 대해 다시 문의 전화를 하면 콜수가 2건

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하위 직급 노동자의 스

이 되는 거니까, 업체도 상담사도 자꾸 빨리 끊으려

트레스는 심해지고, 진상고객은 더 늘어난다. 이런

고 하게 된다. 상담사들은 전화를 받으면 통화 내용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한 업무인데, 심지어 이런 장콜은 기록 시간까지 오래 걸리니 여러 모로 피하 고 싶은 것이다.

이런 현재의 민간위탁, 간접고용 방식 자체가 노동 자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인권침해 상황을 악화시킨 다는 주장이 인권위원회 조사와 권고에도 있었다. 그래서 2015년부터 고용구조 개선 TF가 꾸려졌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4년 12월 인권 실태조사와 인권위 권고안 발표에 따라 서울시가 상담사를 직고용하겠다고 이미 밝혔 다. 어떤 방식, 어떤 형식으로 고용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겠다 했었는데, 이게 늦어져서 올해 초에야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적으로 서 울시가 출자한 재단을 만들어 거기서 고용하는 형식 45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 만큼 벌 수 있을까?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회원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가장 좋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 역시 국제적 수준에서 국

은 것, 최고선이다. 최고선은 다른 것을 위한 것이

가의 경제력이 행복지수와 상관관계를 가지지 못하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물론

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말한 ‘행복’은 현대 우리 일상에서 상용하는

그러나 국내적 수준에서는 일정한 경제적량 즉 소

행복과는 다른 개념이기는 하다. 그래도 말 자체에

득 수준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러 연구

별다른 이견을 달고픈 생각은 없다. 세상에서 딱 두

나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경제력

종류의 사람만을 구분한다면 ‘죽지 못해 사는 사

규모가 큰 국가라 하더라도 국내의 소득 분배 구조

람’과 ‘안 죽으니까 사는 사람’일 것이다.

와 사회적 지원의 정도가 취약할 경우 경제적 규모

전자는 비참한 삶이 분명하고, 후자라고 해도 마냥

와 행복지수간의 간극을 발생시키는 것임을 추정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후자인 경우 죽지 못해

수 있다.

사는 것은 아니므로 나름의 목적 또는 삶의 방향이

아무튼, 행복한 삶의 기준과 요건에 있어 절대적 기

있을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건 간에 ‘행복한

준이 있을 수 없고, 각자의 주관적 요소를 무시할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불행하기 위

수 없다 하여도 행복한 삶의 전제 조건 중 경제적

해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건의 중요성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임은 분명하

한국은 세계 GDP순위 11위로 경제대국 이지만 사

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이장의 ‘영도력’의

회통합실태조사(2014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

시작은 “잘 멕이는”것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복도’는 10점 만점에 5.7점으로 낮은 수준이며, OECD의 ‘2015년 삶’에서 5.8점으로 35개국 중 28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UN의 ‘세계행복보고서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미칠까

(2015)’에서는 5.98점으로 158개국 중 47위로 경

미국 과학학술원지(PNAS)의 논문에 따르면 소득

제규모에 비하면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높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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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행복감은 연봉 7만5000달러(약 9,000만 원)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구결과와 달리 400만

에서 더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소득이

원이 넘어가면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

9,000만 원 까지는 연봉이 높아지면 행복감도 높아

수해야 할 희생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지다가 연봉이 9,000만 원이 넘어 1억 원이 돼도 더

행복도가 떨어졌다고 하니 업무강도 강화나 노동의

이상 행복감이 증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급으

시간 증가가 영향을 준 것이라 추측된다. 업무강도

로 따지면 약 700만 원 정도다.

의 부가나 노동시간의 부가가 없다면 더 상승된 임

이 연구 결과는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자

금이 측정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앞의 두 조사를

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득은 행복에 영향을 준

고려하면 한국인에게 월 400만 원, 일 년에 4,800

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참 많

만 원 정도가 행복을 전제하는 최소 또는 한계 소

이 벌어야 한다. 한편 이 연구에 대한 추가 해석이

득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있다. 행복도는 멈추지만 만족도는 줄어들지 않아 일정 정도 소득 이상이면 소득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는 것이지, 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라는

얼마나 일해야 행복의 전제를 마련할 수 있나

것이다.

소득과 행복의 중요한 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것을

한국에서는 어떨까? 매경이코노미 조사(2009)에

통해 행복한 삶을 위한 노동시간의 문제를 추론해

의하면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소득은 노

문과 관련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응답은 단연 ‘경제

동시간의 길이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2016년 3

적 안정’이다. 36%가 1순위로 경제적 안정을 꼽았

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통계청)에

다. 다음이 개인의 신체적 건강과 가족의 화목이다.

의하면 정규직의 경우 283만 원, 비정규직은 151만

23%와 19%다. 이는 1순위로 답한 응답만 고려했

원이었다.

을 때 결과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소득이 적은

201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통계청)에 의하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문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

면 200만 원 월급 미만인 노동자가 50%(47.4%)가

는지를 물었다(‘0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10

까이 되었다. 2014년도 ‘소득분위별 근로자 임금

점: 매우 동의한다’ 까지의 구간). 무려 65%가 6

분석’(전경련)에 의하면 임금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점부터 10점으로 대답했다. 더 많은 소득이 행복에

3,240만 원. 중간순위는 2,465만원 이었다. 9분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최

(상위 20%)의 최저연봉이 4,586만 원이었다.

소한 어느 정도 소득이 있으면 될까?’라는 질문에

이 같은 통계수치를 보면 한국인이 행복을 위한 최

는 ‘4인 가족 기준 월 401만원에서 500만원이 최소

소 또는 한계 소득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월 400

한 필요한 소득’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8%로 제일

만 원에 딱 절반인 200만 원조차 벌지 못하는 임금

많았다. 다음으로는 301만원에서 400만원(25%),

노동자가 절반 가까이 되고, 월 400만원에 미치지

501만원에서 600만원(22%) 순이었다.

못하는 임금근로자가 전체의 80%이상이 된다.

‘서울시민 행복도 조사’(2010년)에서 소득이 증가

2015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가

할수록 행복도도 증가하지만 400만 원이 넘어가면

조사한 경기지역 중소제조업 사업장의 평균 1일 노

서부터는 소득이 늘어도 행복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동시간은 10.4시간이며, 평균 임금은 236.4만원이 47


었다.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았다면 평균 200미만

복할 만큼 벌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다시

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다른 통계와 크게 다르지

말해 적정한 노동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현

않다. 거칠게 보면, 300명 미만 사업장이 98% 이

재의 대답은 ‘도저히 적정한 노동시간을 가늠할 수

상이고, 고용인원 역시 80%이니, 대부분의 한국

없다. 가능하지 않다’이다. 노동시간을 늘리기에는

노동자는 경제 외적인 다른 행복의 전제들을 갖추

달력의 날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어거지로 늘려본

고 있어도, 긍정적 마음을 아무리 다져 먹어도 행복

들 건강과 관계가 파괴되니 행복할 리가 없다. 반대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궁핍하다.

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대부분 노동자는 생활을 영

적정 노동시간과 임금, 그리고 적정한 사회적 지 원

위하기 위한 필요소득이 줄어든다. 시급을 받는 대 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임금의 상승이 적정한 노동시간을 가늠하는 출발이다. 양극화된 소득구조의 해소가 행복을 위한 적정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의 노동시간은 길다. 전체

노동시간을 보장한다. 교육, 주거, 노후의 사회적 지

취업자 1인 평균 노동시간이 2,124시간(2014년)이

원이 적정한 노동시간을 보장한다. 아무리 노동시간

다. 이를 단순히 계산해도 월 177시간으로, 법정노

을 줄이자고 해도 이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노동시간

동시간인 주 40시간에 17시간 넘기는 것인데, 연차

은 인간적이고 적정할 수 없으며, 노동자는 빈곤이

휴가 등 법정휴가와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그 이상

도사리는 노동시간의 덫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의 추가 노동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의 통계에서 근거한 월평균 임금은 270만 원 으로, 월 4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평균 노동시 간을 기준으로 약 월 85시간을 더 일해 일해야 하 여 월 262시간을, 연단위로는 1,020시간을 더하여 3,144시간을 일해야 하는 것이다. 일 10시간으로 일한다 치면 한 달에 27일 가까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 400만 원을 번다한들 살인적인 노동시 간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사회생활이 파괴되어 행 복한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주 40시간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라면, 월 507시간을 일해 야 가능하고, 하루 10시간을 일한다 해도 한 달 51 일 가까이 일해야 하므로 불가능한 것이다. 법정 노 동시간을 준수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의 노동자가 행 복을 전제할 경제적 조건을 형성하기에 버거운 것이 다. 세계경제 11대 대국, 한국은 상위 10%가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얼마나 일해야 행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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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도시농부가 되다

콜라비 운영집행위원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고 곧장 베란다

키운 채소를 적은 양이나마 수확하는 일이다. 아직

로 향한다. 우리집 베란다에 살고 있는 크고 작은

로메인상추는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미 꽤 무성

식물들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라벤더, 바질트리,

해진 바질은 잎을 뜯어다 바질페스토를 만들었고,

테이블야쟈, 로즈제라늄.. 물론 거실에 있는 고무

로즈마리 몇 줄기를 신중하게 골라 잘라 넣은 연어

나무에 새잎이 또 났는지, 카랑코에 꽃이 피었는지

요리는 풍미가 훌륭했다. 그 재미에, 최근에는 파프

도 본다. 잠이 덜 깬 얼굴로 베란다에서 화분 하나

리카 모종도 들여왔다.

하나 흙을 만져보고 말라 있으면 물을 준다. 흐리고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놀고 있는 걸 보지 못하고 거

습한 날에는 물을 줄지 말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기에 상추나 고추 같은 걸 어떻게든 심는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 아이들

있다. 도시에 살면서 변두리나 교외의 주말농장에

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하루 사이 키가 자라있거나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다. 주위에서 그런 사람

잎이 넓어져 있다. 당연한 건데 어찌나 신기하고 기

들을 보거나 얘기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특한지. 힐링 되는 느낌이랄까, 기분이 좋아진다.

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신중하게 씨앗을 뿌리

(식물이 이 정도인데 동물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고, 싹이 나고 키가 크면서 넓은 잎이 초록으로 물

다. 특히, 사람.) 매일 아침 베란다에서 보내는 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

간은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같은 게 되었다.

지 나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볕이 잘 드는 곳

식물을 돌보는 즐거움 중 단연 최고는, 베란다에서

인지, 물이나 양분이 모자라지는 않는지, 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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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생긴 건 아닌지 늘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마음을 다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고작 베란다의 화분 몇 개에 뿌려놓은 씨앗이라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결국 시들어 죽는다. 작은 화 분조차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려면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데, 넓은 땅에서 쌀농사를 짓고 과일나무를 키우는 분들은 어떨까. 대학에 다니는 동안 너 덧 번 정도 농활을 다녀왔다. 농활에 얽힌 즐겁거나 우 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 아있어서인지, 당시에는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 니었음에도 기회 될 때 더 많이 다녀올 걸 하고 살 짝 후회스러울 정도다. 종일 쭈그리고 앉아 밭을 매 거나, 고추를 땄던 기억이 난다. 나무그늘에서 새참 을 먹는 것도 즐거웠던 일. 막걸리는 필수였다. 그 렇게 함께 일하면서 농민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일과 후 저녁에는 마을 어른들이나 농민회 회원분들을 만나 농업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 었다.

판에 각종 농산물이 커다란 더미를 이루었다.

스무 살 이래 형성된 내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일정

그로부터 멀찍이 도로변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

부분은 농활의 경험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거로 생

고 있었는데, 사과, 배 등 동그란 과일 수십 개가

각한다. 그걸 확실히 느꼈던 건, 어느 해인가 농민

도로 위에 넓게 퍼지면서 내가 있던 곳으로도 떼굴

대회에 나갔을 때였다. 당시 주요 요구사항이 무엇

떼굴 굴러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정말

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대한 사안이었고

아들 딸만큼 공들여 농사지으신 것들이라는 걸 아

정부가 추진하는 그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농업에,

는데, 자기 ‘자식들’을 추운 겨울 도로 한복판에 사

농민들의 삶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그 무엇

정없이 내동댕이치는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이었다. 그래서 여느 해보다도 많은 농민이 농민대

까. 살기 위해, 농민으로 사는 삶을 지키기 위해 그

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셨던 거로 기억한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것. 그냥 이해가 됐다.

다. 경찰 측에서 진압하려는 모습을 보였던가, 도로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눈물을

행진을 막아 나섰던가. 집회 참가자들은 단순히 구

훔치기가 왠지 부끄러워 대오에서 잠시 빠져 눈물을

호를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점차 화가 나서 과격한

닦았던 기억이 난다.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어떻게 그런 걸 다 가

베란다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요즘, 그때 생각이

지고 오셨는지 각자 농사지은 쌀이며 채소, 과일을

종종 난다. 살갑게 맞아주시던 마을 형님들은 잘

도로 한복판에 내동댕이치기 시작했다. 도로 한복

계시려나. 51


발칙×건강한 책방

역학과 철학의 이유있는 만남 <<역학의 철학 - 과학철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문제작>>을 읽고

곽경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역학이란?

해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학(疫學, epidemiology)’은 일반인에게는 생소

역학과 철학의 만남

한 학문이다. 많은 이들은 주술, 사주를 의미하 는 ‘역학(易學)’을 떠올릴 것이며— 실제로 내가 소

이 책은 역학의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직

개하려는 ‘역학의 철학’은 모 인터넷 서점에서 역

업환경의학 의사이고, 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하

술서로 분류하고 있다—, 공대생들은 ‘역학(力學,

고 있어,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자 하였

dynamics)’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역학’은 ‘인구

다. 하지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철학적 개념들이

집단에서 질병의 분포 양상과 이 분포양상을 결정

내 진을 빼게 하였다. 첫 장에서 철학적, 역학적 기

하는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일반인들에게 생

본적인 사항들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인과 해석 문

소하다는 인식과 달리 우리 삶에 깊숙이, 그리고 많

제에 대한 기존의 철학적 접근방법인 확률론적 접근

은 곳에 존재한다. ‘~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 ‘△

과 반사실론적 접근법의 한계를 언급하였다. 그 뒤

△ 음식을 섭취하면 OO질환을 예방한다’는 식으로

로 인과의 추론, 예측 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

뉴스에 소개되는 건강 정보들이 역학적 연구를 통

고 있다. 단순하게 역학적 개념들을 수학적인 수식,

52


도표, 그림으로 이해하던 나에게 역학적 개념들에

다’는 태도이다. 직업환경의학 전공의로서 연수강좌

대한 철학적 접근과 해석, 설명 방식은 익숙하지 않

등에서 인과관계 판단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려

았다. 다행히 책의 후반부는 기여도, 위험 상대주

면 기여위험도가 50% 초과, 즉 상대위험도(relative

의, 다요인주의, 역학의 법률적 활용에 대한 내용이

risk)가 2보다 커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

담겨져 있는데, 각각의 장들은 독립적 주제로 한결

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상대위험도가 1보다 크

읽기가 나았다.

더라도 충분히 크지 않으면(2보다 작으면), 인과관

역학과 법률

계가 낮다 혹은 거의 없다고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개별 인과를 입증하려면 상대 위험도가 반드시 2보다 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 원인분율(질병에 걸린 사람

사건을 비롯하여,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담배 소

가운데 문제의 원인의 작용으로 질병에 걸린, 노출

송, 원전주변 지역 주민 갑상선암 집단 소송 등 각

된 환자의 분율)은 초과분율(기여분율이라 이해하

종 직업병과 환경문제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서 역학

면 될 듯하다.)보다 클 수도 있다. 기존의 인과 확

적 증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학적

률 등식을 인과 확률 부등식(PC ≥ 1-1/RR)으로

증거를 법률적 판단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

대체해야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부등식

지 태도가 있는데, 이 책에서 이를 세 가지로 정리

에 따르면 설령 2 보다 작은 상대위험도를 가진 노

하였다. 첫째가 ‘역학적 증거는 개별 인과를 입증하

출이라 하더라도, 초과분율이 0보다 크기만 하다면

는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많은 판례에서 이러한

(상대위험도가 1보다 크기만 한다면), 원인분율은

태도를 우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담배가 폐암의

100% 이하의 어떤 값이든 지닐 수 있으며, 따라서

원인이라는 것은 오래전에 밝혀진 역학적 증거이지

노출 인구집단에 속한 환자의 절반 이상에 대해 인

만, 수차례의 담배 소송에서 개인적 인과성은 인정

과적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되지 않았으며,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 소송 역시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 책에서는 인구집단은 개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때문에 개인에 대해 내려진 어떤 결론은 최소한 일

사실 너무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을 선 듯 추

부분은 그 개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인구집단의 특

천하기는 망설여진다. 하지만, 역학적 증거의 법률

징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태도는 옳지

적 활용에 대한 부분은 업무상 질병, 환경성 질환의

않다고 하고 있다.

인과성 판단에 훌륭한 지침으로 활용하기 좋을 것

둘째로 ‘역학적 증거는 인과 관계 법리를 완화시키

으로 생각한다. 직업병을 판정하고, 이로 인해 법정

는 계기가 된다’는 태도가 있다. 어떤 행위자가 원고

에서 소송을 할 때, 많은 전문가와 법조인들은 일반

에 대한 손실의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역학적

적이고, 통계적인 이유에만 집착하여 역학적 증거를

증거를 통해 보일 수 있고, 또 이는 소송에서 이기는

무시하고 기각하고 있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

데 충분한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상대

러한 태도는 성급하고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위험도가 2보다 크면 역학적 증거는 인과를 입증한 53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것은 무엇인가?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

요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공공부문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 는 6월 초 공공기관장 합동 워크숍을 개최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실적을 확인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공기업은 6월 말까지, 준정부기관은 12월 말까지 성 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추진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5월 26일 기획재정부는 120개 공 공기관 중 60%에 해당하는 72개 기관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이행을 위한 노사합 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공공기관도 6월 초 공공기관장 합동 워크숍이 개최되기 전까지 완료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1년 차 방만 경영 해소, 2년 차 임금 피크제 도입, 3년 차 성과연봉제 하위직 확대, 저성과자 퇴출제도 도입 및 지방공기 업 통폐합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대부분 과 장급 이상 도입되어 있었다. 지금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는 적용 대상자를 하위직까지 확대하고, 성과급 차등률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금체계 변경은 필 연적으로 기존 임금체계와 비교하면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되는 노동자가 발생한다. 이 럴 때 근로기준법 94조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 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의의 주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자 과반 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이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사용자가 임의대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마구잡이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근로기준법은 일정한 절차와 불이익 변경 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은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분명히 있는데 부서장이 노동자들을 개별 54


또는 소규모로 불러 연서 방식으로 서명하도록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 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동의서를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줄지어 세워 놓고 흐느끼며 고개 숙인 노동자들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이다. 이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니 까 이번엔 이사회 결의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공공기관장들을 불 러 “일단 법은 무시해도 좋으니 실적을 가져오라”고 압박을 가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을 정부 고위 관료들이 앞장서 위반하도록 조장하고, 공공기 관에서 지속해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데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태도는 혐오 스러울 정도이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선도해야 하 고, 노조가 협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노조 동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 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 써 공공기관의 위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부채질 하는 형국이다. 노조가 왜 반대하는지 들 어볼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노조가 거부하는 것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노동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1월 22일 노동부가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사용자는 불이익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들에게 변경의 필요성과 내용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하며. 과반 수의 동의를 받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교섭 경위나 근로자 측의 대응에 대 한 고려 없이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만으로 무조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인정 하기 어려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지침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 우”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 누구든지 보았을 때 충분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동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정부 가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앞·뒤 모두 잘라버리고 “내 말이 맞다”고 억지를 부리는 형국 이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상식이나 정의의 기준에서 허 용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에 해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경우 전체 의사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의견 또는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현 정부의 태도는 다수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소수가 무슨 생각을 하든 지 관심 없다. 오로지 정부의 말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사회 통념상 합 리적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이 반대하는 경우에도 오로지 자신만의 의견을 강압적으 로 강요하는 것, 그리고 맞다고 우기는 것, 반드시 따르게 하는 것 이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일국의 대통령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니 정부 고위 관료들은 덩달아 시 대적 요구에 편승하는 형국이다.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 하는 것이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55


일터 다시보기

누가 뭐래도 나는 유성기업을 끝까지 지킬꺼야! 김창헌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 후원회원

통권 148호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8호 2016년 5월

요즘 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유성기업은 아직도 그러고 있냐"

"유성기업은 너무 앞서나가서 그렇게 되었다"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6 · 05

"잘나갈때 지회장 꺼낼려고 회사 압박했다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나의 그녀들에게 문제는 노동이야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유성기업은 다들 전선이라서 그렇다"

가학적 노무관리

2016. 5. 9. 오후 7:02

이렇게들 말을 쉽게 한다. 처음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유성 기업을 직접가보고 그것도 안 되면 집회에 가서 휴대폰만 보지 말고 유성 기업 동지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고, 천안법원에 1인시위도 찾아 가보라고 권한다. 5월 21일 현대차-유성기업 정몽구 유시영 처벌과 한광호 열사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 민대회에 다녀왔다. 투쟁현장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새벽잠을 이루 지 못했다. 이날 우리는 기세 좋게 결의대회를 하고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길 위의 분향 소를 찾기 위해 행진을 하고 결의를 다지며 갔다. 반면 울분에 찬 유성 기업 노동자 들과 일부 노동자들 빼곤 모두가 구경꾼이었다. 길 위의 분향소가 부서지고 유가족이 연행되고 그걸 지키려 앞장섰던 동지들이 연행되었건만 3,000명이 넘는 우리는 지켜 보기만 하고 무기력했다. 우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된 자본과 경찰에게 에게 완전히 졌다. 노조파 괴 최전선에서 5년을 악으로 깡으로 지켜오다 열사가 된 한광호 동지가 두 번 세 번 죽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내가 예전에 이렇게 투쟁했다고 열과 성을 다하던 선배 노 동자들의 현실을 지켜봐야 했고, 캡사이신에 물러선 내 비겁함을 체험해야 했다. 투쟁의 선봉이라는 금속노조는 그날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막고자 하는 경찰 보다 우리 금속노조는 더 절실하지 못했다. 자본의 가학적 노무관리로 죽어간 한광 호 열사는 죽어서도 편히 누울 자리가 없다. 금속노조 최선봉에서 힘겹게 투쟁하다 죽어간 한광호 열사의 투쟁이 시작된 지 2달 56


이 넘었는데 매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참가하는 각 조직 수장들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시청분향소 조차 찾아가지 않는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마저 외면해 버 리는 이들이 있는 한 이 열사의 투쟁의 길은 멀고도 멀게만 느껴진다. 투쟁하는 동지들을 뒤로하고 집에 온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맘이 아프다고 아내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더니 자기 일도 아니면서 왜 그리 투쟁현장을 다니 냐며 주말에 애들이랑 놀아주면 안 되냐며 되려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자본의 탄압을 받으며 힘겹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없으면 자본의 그 칼날이 우리를 향할 것이고, 준비되어있지 않은 우리는 유성기업 동지들 처럼 지 켜내지 못하리란 걸.

"누가 뭐래도 나는 유성기업을 끝까지 지킬꺼야" 큰소리 치던 양희열 동지의 말이 가 슴속을 파고든다.

57


논 무 평 엇 을 위 한 기 업 건 강 증 진 활 동 평 가 인 가

안전보건공단은 5월 초 사업장의 건강증진 활동수준과 취약분야를 쉽게 알 수 있는 ‘기업 건강증진지

수’를 개발·보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공단에 따르면, 기업 건강증진지수는 사업장 스스로 건강 수준을 파악하고, 취약부분을 보완해 효율적인 건강증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됐다. 근 로특성, 건강실태, 건강증진 활동현황 등 3가지 분야에서 총 20개 평가항목을 입력하면 해당 사업장의

종합적인 건강수준이 100점 만점 기준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제출된 ‘기업건강증진지수’ 평가 기준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협소한 ‘건강증진’ 개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평가가 건강증진 개념을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 증진(Health Promotion)을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

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최근에는 개인행동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환경적 중재로 초

점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안전보건공단의 기업증진지수는 뇌심혈관질환, 근골 격계질환, 감정노동 중심의 직무스트레스, 생활습관 문제만을 건강증진의 과제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직무유해요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작업환경 개선과 건강증진 활동이 분리된 것처럼 보 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여전히 OECD 최고의 산재사망률을 보이고, 한 해에 2천여명의 노동자가 일 하다 죽는 한국사회에서 지금의 기업건강지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건강증진은 자기 건강에 대한 권리를 키우는 과정

또한,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하는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에 대한 평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올해 초 발생한 파견 노동자 메탄올 중독 사태에서 보듯, 불안정한 고용과 이로 인한 건강에 대한 알권 리와 관련 결정에 참여할 권리, 위험할 때 중지할 권리의 침해는 직접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

다. 이에 대한 평가가 없는 ‘건강 증진’ 개념은, 여전히 노동자를 건강 정책의 대상으로, 행동을 변화, 계 도시킬 대상으로 제한하며, 자연스럽게 개별 노동자의 신체적 건강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부적절한 평가 항목들

게다가 현재 구성돼 있는 구체적인 평가 항목들도 부적절하다. 뇌심혈관질환에 대한 잠재위험도 평가 항목인 장시간 노동은 주당노동시간이 무려 60시간 이상인 노동자 비율이 기준이다. 주당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가 50%가 넘는 ‘불법적’인 사업장 노동자만이 이 최고 점수의 위험도를 갖는다.

직무스트레스는 한국형직무스트레스평가도구의 항목들조차 다 반영하지 않고, 고객응대/ 장시간 노 동/ 교대근무만 반영하고 있다. 업무요구도나 재량권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물론 고용불안, 직

장문화 등 한국사회에서 특징적인 스트레스요인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근골질환자, 뇌심질환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업무상질병’ 승인을 받은 경우로 공상 비율이 높고, 산재 승인율이 낮은 현실을 반영 하지 못하며, 그 범위가 산재 인정자로 제한되므로 건강 증진과 예방이라는 취지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강증진의 주체는 빠져 있는 평가도구

우리는 안전보건공단의 이런 헛발질이 현장의 노동자, 실제 건강증진의 주체가 될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도구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평가지표를 가지고 산재 다발

사업장, 직무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사업장,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에서 평가를 해보라. 그리고 그 점수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수긍하는지 확인해보라. 노동자들이 평가를 인정할 수 없다면 왜 그 런지, 어떻게 그 필요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무엇보다, 그 이전에, 기업들이 정말로 실효 있는 노동자 건강증진에 나서게 하려면 안전공단과 노동부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조용히 자문해보 라. 그러면, 현재의 평가지표가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지 스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2016.5.3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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