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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50호 2016년 7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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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안녕한 삶을 ‘최저임금’에 가둘 수 없습니다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름

여러분은 만일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나의 하루가 어

가끔 밤새 내린 비 덕분에 축축한 옷을 걸쳐 입을 일은 줄

노총이 웹사이트를 통해 ‘내 하루를 바꾸는 행복한 만원’

이 되면 바꿔 입을 옷이 없어 밤마다 씻고 말리고 그러다 어들 것입니다.”

“아픈데 돈 없다고 참지 않고 병원에 갈거에요” “저는 운동을 할거에요! 알바를 하다보면 몸은 피곤해지

고 시간은 없고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자꾸 먹게 되서 몸 에 지방이 너무 많아졌어요. 놀이터에서 국민체조 하는 거 말고 트레이너한테 운동법 배워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간다면, 더 이상 알바를 투잡 뛸 필요 없겠죠! 그럼 내 삶을 괴롭히던 만성피로로 인한 체중증가, 성인아토피, 강박증도 나아질테구요.”

“책을 사서 마음껏 밑줄 치면서 읽고 싶다. 도서관 책은 메모를 못해서 ㅠㅠ”

떻게 달라질 것 같나요? 위에 이야기들은 지난 5월 민주 200자 백일장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은 아파도 병원 에 가지 못하고 고통을 참아야 합니다.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건강과 잔업, 특근, 투잡 등을 맞바꾸고 있

습니다.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하거나 영화관에 가는 것은 큰 결심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저

임금 1만원 쟁취는 노동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소득이고, 권리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일터>는 노동자가 살아가는데 ‘최소

한’을 바탕에 둔 최저임금 1만원을 넘어 노동자가 건강하 고 문화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를 바탕으로 한 건

강 소득으로 나아가자는 고민을 담았습니다. 세계보건기

구가 건강을 “모든 사람은 질병이나 손상이 없을 뿐만 아 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 고 정의하는 것처럼, 우리는 안녕한 삶의 기준을 ‘최저’에 가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만원이 되면 조금 덜 일할 수 있겠죠. 햇빛이

비추는 창가 자리의 카페에 가서 친구와 조금 더 이야기 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영화관에도 조금 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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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최저임금이 얼마 로 정해지는지가 쟁점이 된다. 지금 현재 한국 사회 절대 다수의 노동자 들은 저임금에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노 동자들의 삶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 을 미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 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을 넘어 노동자 들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 녕하게 살기 위해, 노동자들의 필요 에 기반 한 건강 소득의 필요성을 고 민해보았다.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26 28 32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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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무엇을 위한 최저인가?

우리의 한 시간은 6,030보다 귀하다 노동자가 쓰고 싶은 희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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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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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노동안전건강뉴스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구의역 참사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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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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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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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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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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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X건강한 책방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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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비리로 점철된 사학 재단에 맞서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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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다시 보기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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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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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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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공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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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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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막기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서울시, 지하철 기관사 2인 승무제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현장의 목소리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수리기사 이야기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연구 (1)

시간의 두 결 : 시간 적대에 대하여

포스트잇 만장(輓章)을 기리며 우리는 인류의 변곡점에 서 있는가?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저 남의 일이었을까? 일터 독자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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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전남대병원 수술실 간호사 직무스트레스로 자살해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노조는 지난 21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현관 앞에서 기 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초 수술실 팀장은 5명의 간호사에 게 일방적인 배치전환을 통보했다. 무슨 과로 배치될지 모

르는 상황에서 업무 인계 지시를 받은 이 간호사는 '힘들

다'고 토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남대병원에서는 2005 출처_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학교병원지부는 최근 발생한 병원 간호사의 자살이 일방적 부서 이동 통보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재해'라고 주장하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21일 지역 의료계 및 경찰에 따르면 전남대병 원 구강외과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A(47·여)간호사가 지난 19일 오후 1시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간호사는 2012년 의료기관평가를 받을 때부터 우울증 이 있었고, 최근 병원 측의 배치전환(근무 부서 변경) 추진 에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3년 업무상 스트레스로 진단 받았던 우울 증이 더 심해져 병가를 내고 지난 17일 복귀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긴 채 이틀 뒤인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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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11월부터 6개월 사이 4명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 었고, 모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며 "이 때문에 특별

근로감독을 받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병원 직원들의 인

권이나 근무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 다. 이어 "2005년과 2012년에도 백혈병과 유방암으로 수

술실 간호사 2명이 숨졌다."며 "간호사들은 언제 질병에 걸릴지 모르는 위험하고 힘든 환경뿐만 아니라 폐쇄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폭언·폭행·성희롱의 위험에 노

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폭언·폭행·성희롱과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병원장과 관리자 때문" 이라며 "전남대병원은 이 간호사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 고, 간호부장·수술실 팀장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인명사고 9년 뒤 자살, 법원 산재인정

철도기관사가 사람을 치는 사고를 경험한 뒤 외상 후 스

박 씨는 이후 지하철 기관사로 전보돼 1인 승무를 하면

건에서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터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았

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 9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 정신질환을 앓다 자살을 시도한 철도기관사에 대해 근

로복지공단의 처분을 뒤집고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는 “지난 6월 17일 근로복지공단 이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고 박 모 씨(사망 당시 48세)의 유족에 대해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 소한다.”고 밝혔다.

옛 철도청에 입사해 기관사로 일하던 박씨는 2003년 1

월 열차 운행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선로 내로 들 어오던 배모씨(당시 43세)를 치어 숨지게 했다. 그는 심 지어 시신을 직접 수습한 뒤 운전을 재개했다. 사망사고 는 아니지만 그는 2001년에도 사상 사고를 한 차례 경험

했다. 박 씨는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사망한 배씨의 모 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서 고객항의 등 스트레스에 노출되었고 2009년 3월부 다. 그는 2012년 6월 유서를 남기고 남영역에서 선로에

투신해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근로복

지공단에 산재 신청했으나 불승인됐고 이후 재심사 청구 도 기각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2번의 사상사고 경험과 업무 부적응 등으로 인해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유발,

악화됐고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져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 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새날의 최종연 변호사는

“2번의 사상 사고를 겪은 평범함 가장이 9년간 아무런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생명을 마감한 것은 안타까운 일” 이라며 “사상 사고를 겪은 기관사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 한 전향적 보호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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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죽음을 막기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선전위원회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이후 50여 개의 노동/시민

유지·보수 업무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단체로 구성된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

상시적인 업무는 ‘온전한’ 정규직화와 인력 충원이

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이하 시민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대책위원회)에서 이번 참사 이후 재발 방지와 안전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6월 16일 ‘지하철 안전업무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방침’발표에서 시민대책위

민주노총, 민변, 여성연맹, 한노보연 등 50여개 단

원회를 비롯해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소홀히 여기

체가 함께하는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27일 11

는 세상을 바꿔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시 구의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명운동 계획 발

반영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안전업무직’

표와 함께 서울시에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인력

채용 계획의 경우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을 신

충원 ▲지하철 상시업무, 안전업무 노동자의 정규

설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지자체로써 행정자치

직화 ▲노후 설비 교체 및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부의 공기업 정원 제한 지침으로 인해 인력충원이

비용과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쉽지는 않지만, 이번 구의역 참사의 중대성과 열악

이러한 요구안을 제출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한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

서울시에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이후 자신들의

다면 이번 생색내기식 대책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임은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기로 약속

따라서 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시가 진정으로 이용

했다. 시민대책위원회 또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하는 사람은 물론 지하철 정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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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기 위 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로 이번 재발방 지대책에 나설 것을 촉구하게 되었다. 앞으로 시민대책위원회는 7월 26일까지 매주 화요 일 저녁, 참사 현장인 구의역은 물론 강남역, 광화 문역 등 서울 지하철 주요역에서 서명운동에 돌입 하므로써 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시민대책위원 회 요구안을 알려내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 음과 힘을 모아 낼 예정이다.

구의역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시민 서명 온라인에서도 참여 가능합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0m0IJQGrHvf0deFW EeD1L5H2pxxHsepQzV_jNTjVlBI/viewform

이 서명운동이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 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이 확보되어 이 사회가 비용보 다 안전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로 바뀌는 데 조금의 힘이라도 기여하길 바래본다. *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현장이었던 9-4 승강장과 스크린 도어 에 붙여있던 포스트잇은 서울시청과 협의하여 시청 내부에 마련 될 별도의 추모 공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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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서울시, 지하철 기관사 2인 승무제 도입 서둘러야 장영우 선전위원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 수색 승

그 결과 2003년 이후 서울도시철도(5~8호선)에서

무사업소(6호선 운행)에서 근무하던 기관사 김모씨

일하던 노동자 9명이 자살했다. 서울도시철도보다

(51)가 지난 4월 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여년 먼저 개통된 서울메트로(1~4호선)는 일일

채 발견됐다. 김모씨는 2005년부터 공황장애, 우

수송량이 서울도시철도보다 많은 423만 명이고 일

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고 올해 1~2월

일 운행횟수도 서울도시철도보다 1,000회 가량 많

에 이미 사용할 수 있는 휴가를 다 썼고, 전환배치

은 2,420회에 이른다. 그렇지만 기관사 자살은 지

를 요구했으나 행정상의 이유로 지연된 바 있다.

금까지 2명(2014년, 2015년)이다. 2인 승무제인 서

지하공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과 폐쇄감, 날마다

울메트로와 달리 100% 지하터널 구간인 서울도시

출근 시간이 달라지는 불규칙한 근무 패턴, 돌발적

철도는 1인 승무제로 운영하고 있어 기관사들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강박적 긴장감, 정시운행에 대한

높은 긴장도가 요구되고 많은 자살자가 발생한 것

스트레스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기관사

이다.

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지하철 기관사는 전 국민 남

기관사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그간 개선의 요구가

성 평균에 비해 정신질환 유병률이 매우 높게 평가

있었으며 2012년 3월, 도철 이모 기관사의 자살사

된다. 우울증은 2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4배,

고 발생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지하철최적근무위원

공황장애는 7배 이상 높다.

회'(이하 최적위)를 구성했다. 노사정이 각각 추천 한 외부인사들이 참여했다. 최적위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서울시에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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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레디앙

했다. 개선사항으로 5개의 분야에 걸쳐 7개의 권고

관사들을 분 단위로 근무하는 방식)에 시범적으로

안을 채택했다. 단기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개선 사

실시하고 추가로 필요한 예산과 인력규모를 확인해

항으로 정신보건 단계별 프로그램 도입, 2인 승무

서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것이었다. 단계적 시행에

시범실시, 근무평가 및 승진기준 TF의 구성, 원칙

대한 고려 없이 1,000억이라는 비용책정은 서울도

에 입각한 교대제의 실시(4조 2교대제 포함), 작업

시철도가 인건비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

환경 개선이 있었다. 중장기 개선사항으로 사무소

다.

추가배치, 안전보건관리 프로그램, 상급자 조직문

또한, 서울시는 최적근무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화 개선 프로그램 도입이 있었다.

4월 3개월간 지하철 7호선에서 2인 승무제를 시범

하지만 4년이 지난 2016년에도 권고안의 단기개선

실시한 결과 기관사들의 만족도가 10% 수준으로

사항 마저도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5,7호선

매우 낮게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당

승무사업소 신설과 정신건강캠페인, 심리상담사 상

시 2인 승무제 시범실시에는 3개월 기간제로 채용

주 등만 이루어졌을 뿐 2인 승무, 운전실 환경개선

한 신규 직원이 투입됐다.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다

등의 핵심내용은 여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2

보니 기존 기관사들에겐 오히려 부담이 돼 만족도

인 승무제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자살예방

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산타령과 2인

책이지만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는 비용을 이유로

승무제 시범사업 졸속시행으로 2인 승무제에 대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는 기관사인력이

서울시의 소극적 시행의지를 알 수 있다.

현재 인원의 2배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1,000억이

매년 1명씩 지속적으로 기관사가 자살을 하는 현재

더 소요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적위권고안은 2인

의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가 1인 승무제

승무제를 당장 전면 실시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혼

를 고집하는 것은 기관자의 자살을 방조하는 것에

잡도가 가장 높은 7호선의 승무사무소를 대상으로

다름 아니다. 최적위의 권고사항, 특히 2인 승무제

일부교번(분단위로 출발하는 열차 시간에 맞춰 기

에 대한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11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③ 유해위험요인 파악 선전위원회

위험성 평가 시작에 앞서 현장에 유해위험요인을 미

위원 등이 현장 작업자 개별 면담을 비롯해 부서별/

리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악하는 방법엔 정답

라인별 작업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

이 없다. 각 사업장 상황과 조건에 맞게 진행하면 되

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기계·

는데 이때 아래에 제시하는 방법을 참고하도록 하자.

기구나 설비, 화학물질 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1. 현장 작업자 의견 수렴 현장에서 실제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실천단, 실행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조사표를 사전에 작성하여 확인해야 할 점은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특정 작업자를 한정하지 않고 조사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민감할 수 있는 작업자의 개인정보를 보 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작업자 개별 면담 혹은 부 서별/라인별로 소그룹 간담회가 어렵다면 정기안전 교육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작업자들의 의견을 수렴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2. 사업장 점검 매달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현장 안점점검을 할 때 위험성 평가에 해당하는 유해위험을 점검하는 방법 이 있다. 만일 현장에서 일상적인 안전점검을 내실 12


현장에서 발암물질 조사 중인 금속노조 조합원들 (사진출처 금속노동자)

있게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 더욱이 위험성 평가를 실시 할 때 별도로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공정별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준비해서 확인해 야 하며 현장 점검 시 측정이 필요한 경우 계측기 등 또한 사전에 준비하면 좋다. 이전에 산재나 안전사 고가 발생했던 공정이 있다면 해당 내용과 작업자 질병 기록 등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설비나 해당 공정의 특이사항들은 어떤 점들이 있 는지 확인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나서 조사자들이 점검

이때 참고해야 할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 기존 재해 발생 보고서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자료 및 결과 - 작업환경측정 결과

- 기존 건강진단 자료

-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발암물질 실태조사 결과 등

4. 안전보건 체크리스트

회의를 통해 당일 점검 사항을 함께 정리하고 평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보건 체크리스트를 그대

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 활용하여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한다. 이

3. 기존 안전보건자료 검토

때 안전사고나 질병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작업에 대해선 특별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안전보건 관련해서 기존에 있는 자료들을 검토 및 참고하여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13


현장의 목소리

비리로 점철된 사학 재단에 맞서 싸우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수원여자대학교지부 노동조합 권순봉 지부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사학 재단 설립자 가족인 이사장을 비

연봉제였는데 이게 찍기 연봉제라고, 연봉 책정에

롯해 그 주변 인물들의 비리와 부당노동행위에 문제

기준이 없었어요. 이모씨 마음에 드는 직원이 있으

를 제기하다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수원여자대

면 딱 찍어서 연봉 올려주고, 마음에 안 들면 깎는

학교 노동조합을 만났다. 지금껏 500일 넘게 투쟁

거죠. 다음 2010년 3월엔 학교가 업무개선팀을 만

을 이어가고 있는 권순봉 지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

들었는데 5명의 직원을 해고할 생각으로 이 부서로

야기를 들어보았다.

발령을 냈어요. 그러니 직원들은 부당해도 혹시 잘

문제의 설립자 장남 이모씨

리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 었죠.”

“사학재단들을 보면 설립자나 이사장의 비리도 문

그러다 2012년 4월 수원지검에서 이모씨를 긴급체

제가 있지만, 설립자 자녀들과 친척들이 학교에 들

포하게 된다. 학교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건축

어와서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가 딱 그

업자한테 2억5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정황이 밝혀

런 상황이에요. 설립자 장남이자 당시 기획조정 실

진 것이다. 결국, 업무상 횡령으로 벌금 3천만 원을

장이었던 이모씨가 모든 문제의 핵심인데, 이분이

받았다. 이때 권순봉 지부장을 비롯해 몇몇 직원들

직원들한테 반말은 기본이고 상습적으로 욕설하고

이 그동안 부당해도 차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

비인간적으로 대했죠. 게다가 저희는 2004년부터

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32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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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였다.

학교는 끝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서에 있는 조합원들은 감시당하고 탄압을 받았 죠. 가령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학교 문 제를 사회적으로 알려서 기사화 되면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면서 징계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뿐만 아

“노동조합 만들고 단체협약을 맺자고 했는데 절대

니라 이번 인사 때 대학 규정을 다 무시하면서 낙하

안 맺으려고 하고 시간을 끌더라고요. 그리고 노동

산 인사도 했어요. 하루아침에 계약직 직원이 정규

조합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으로 저를 경기도 화성에

직으로 채용되고, 심지어 팀장도 맡았거든요.”

있는 2캠퍼스로 발령을 내더라고요. 단협도 결렬돼 서 저희는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이후엔 전면 파업

이후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한 끝에 교육부는 총

까지 투쟁을 이어갔죠. 학교는 용역을 써서 노동조

장을 제외하고 이사진 8명에 대한 임원 선임은 취소

합에 맞섰어요. 이들 시켜서 농성장 강제철거하고

했다. 이후 끝까지 버티려고 했던 이모씨 총장은 교

학교는 직장폐쇄해서 우리 쫓겨내고 난리가 났죠.”

육부의 감사 처분에 대한 압박과 노동조합 탄압하 는 데 들어간 용역비와 법률 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

학교 측은 노동조합이 용역들과 몸싸움을 계속하도

비에서 사용한 것에 대해 고발되어 수사가 진행되

록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선 용역을 시켜 조합원

자, 해임되었다. 이후 학교 법인은 교육부 관료 출

전원을 폭행 혐의로 형사고발을 하고 학교는 직장폐

신인 총장을 외부 공모로 선출했고, 이후 2014년

쇄 이후 주거침입, 퇴거불응, 명예훼손, 업무방해죄

10월까지 노사 양측은 큰 충돌 없이 지나갔다.

로 조합원을 고발했다.

노동조합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면서 다시 탄압이 시작되다 “2014년 11월인데 총장이 갑자기 학교로 출근을 안

“그해 7월에 학교에 비리도 많고 하니까 교육부 (당

하더라고요. 확인해보니 법인 이사회랑 마찰이 생겨

시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1인 시위, 집회, 기자회

서 사직서를 던지고 나갔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대

견 심지어 노숙 투쟁을 하면서 감사를 요구했고, 실

학 출신인 현재의 엄 총장이 취임했어요. 이분이 오

제 조사로 이어졌어요. 결과가 11월에 발표됐는데

자마자 12월에 조합원들을 징계하겠다며 인사위원

이때 교육부에서 총장 해임, 이사장 및 이사 8명 전

회를 개최했어요. 또다시 노동조합 탄압이 시작된

원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받았어요. 그런데 학교 법인은 어디까지나 교육부 결정은 권고 사항이지 강 제사항이 아니라면서 배 째라는 태도였어요. 그리 고 2013년 들어서자마자 부당한 인사 발령을 냈어 요. 조직에 꼭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옆에 행 동대장이 있잖아요. 산학협력처장이 그런 사람이었 는데 사람을 산학협력처, 행정총괄본부, 법인 사무 국 이들 부서 책임자로 임명하더라고요. 이러니 각 15


거죠. 상황을 돌이켜보니까 이모씨가 학교 바깥에

면서 해고자들의 약한 고리를 이용하여 기만했다.

있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서 총장을 바꾸는데 압력을 넣고 엄 총장이 온 거였어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간부들만 그런 것도 아니고 조합원 절반 이상이 해고자가 되니까 어떻게든 대량

결국, 2015년 2월 2일 조합원 26명중 14명의 조합

해고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오죽하

원이 파면 3명, 해임 11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면 교도소에 있는 이모씨를 위한 탄원서를 해고자 직원 이름으로 제출했겠습니까? 그랬더니 그다음엔

“어느 정상적인 경영자가 평균 근속이 12년이 넘는

교도소 직접 가서 설립자 장남에게 용서를 구하라

직원들을 한 번에 자르겠어요. 아무리 노동조합을

는 거예요. 학교 측은 특별 면회 신청을 요구하면 자

혐오한다고 해도 업무 공백을 생각하면 그렇게 판

기들이 절차를 밟아주겠다고요. 근데 아무리 상황

단할 수 없는 거죠. 간부나 대표자들만 해고하는

이 절박해도 도저히 그것까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것도 아니고 비상식적인 경영진에 의해서 결국 노동 자들과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거죠.”

지노위, 중노위 모두 노동조합 손 들어줘

막막했던 조합원들의 상황을 끝까지 이용한 학교

“지난해 5월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어요.

“저희가 아침에 출근하면 대개 업무전산망인 그룹

인정받았고요. 근데 학교는 여전히 인정을 안 하고

웨어에 로그인해요. 근데 해고된 날은 10시쯤 됐나,

오히려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전산망이 안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로그아웃을

구제 심판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걸었

했다 다시 접속을 시도하는데 아이디, 패스워드가

어요. 이것과 관련해선 조만간 서울행정법원에서 최

없다고 뜨더라고요. 그때 ‘이건 뭔가 일이 있구나’라

종 변론이 있고 7월엔 선고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고 느꼈죠. 그리고 징계처분 받고 짐 정리하는데 당

데 지금까지 학교가 했던 걸 보면 선고가 어떻게 되

일엔 하루 종일 정리할 게 많아서 정신이 없었는데

던 학교는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것 같아

다음날 노동조합 사무실로 다 모이고 보니까 이제

요. 지노위, 중노위 때도 그랬으니까요. 아니 노동

어떻게 해야 당황스럽고 막막하더라고요. 징계 재심

조합 만들고 단협을 미루는 것만 봐도 우리를 인정

신청도 하고 지노위 중노위 이런데도 가고 그런 행정

하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노동조합을 와

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해고됐

해시키려고만 했죠.”

9월 중노위에선 부당해고랑 부당노동행위 전체를

을 땐 그게 막상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당장 거처를 잃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우리 조합원들

중노위 판정이 있고 노동조합은 이사장이 사는 아

은 어떡할지 상황 자체가 무겁고 힘들었어요.”

파트 앞에서 판정을 이해하라는 요구를 걸며 지난 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후 징계 재심을 요청하는 해고자들에게 학교는 어 떤 식으로든 지난 행동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

“제가 해고되고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 중 하나가

주면 법인 이사회에 선처를 구해보겠다는 제안을 하

법도 경영자의 인사권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거예

16


요. 10여 년 넘게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을 하루아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혼자 저항하

침에 집단으로 해고하면서 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려

면 뭇매를 맞지만, 모두 저항하면 때리던 자가 몰매

고 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는 최소한의 소양도

를 맞는다. 그러나 저항하지 않으면 맞는 게 습관

갖추지 못한 경영자의 인사권을 정부도, 교육부도,

이 된다. 이게 딱 우리 학교 상황이에요. 학교의 문

법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 참 답답한 거죠. 꼭 해

제를 바꾸기 위해 저항했던 노동조합은 혼자 뭇매

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생각하고요. 사립대학의 비

를 맞고 비조합원들은 맞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어

리 문제는 수원여대만이 아니라 굉장히 비일비재하

요. 저희와 같이 저항해주었던 교수협의회 회장 교

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 싸움은 단순히 노사문제

수님도 파면이 됐어요. 저희처럼 뭇매를 맞은 거죠.

혹은 수원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교육의 문제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건 저희가 소송 준비를 하거

라고 생각해요. 이 상황이 장기화 될수록 결국 피해

나 노동조합 사무실에 가려고 학교에 가면 누가 볼

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거거든요.”

새라 슬쩍 저희한테 와서 학교가 진짜 절망적이다. 희망은 노동조합에 있다고 말해요. 학교 안에 있는

수원여대는 매년 대학이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

분들이 함께 힘을 내주셔야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

을 2014년 제외하고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 액수

갈 수 있을 텐데, 밖에 있는 저희가 희망이라고 하

만 해마다 30~40억가량 된다. 결국, 재정적 지원

니 답답한 상황인데 뭐 어쩌겠어요. 안에 있는 사

을 받지 못한 학교는 학생들 학업을 지원하는 것은

람들이나 저희나 학교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커녕 학교 운영비 부담을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

필요한 거죠. 지금은 비록 힘들어도 조합원들이 계

했다.

속 모이고 서로 보고 있는 거 그 자체가 힘인 것 같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아요. 학교는 늘 우리가 와해되길 기다리니까 우리 는 끝까지 버텨서 다시 일상을 되찾아야죠.” 17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흔 네번째 이야기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수리기사 이야기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정희섭 씨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예년보다 여름이 빨리 찾아온 올해, 이미 6월부터 더위가 기승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사람 이 견디기 힘들 때, 요즘처럼 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추운 시기가 전자제품 A/S 기사들이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성수기이다. 오늘 만난 정희섭 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에서 만 5년 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냉장고, TV, 에어컨 등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가전제 품은 모두 맡아서 수리한다. 센터 내근직도 있지만, 희섭 씨 같은 경우는 온종일 A/S를 요 청하는 고객들을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일하는 외근직이다.

이곳 서비스센터가 첫 직장이신가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네. 여기가 제 첫 직장이에요. 인천에 모 전문대 전자과를 다니다 졸업할 때쯤, 학교에서 여기 가라고 막 홍보를 하더라고요. 당시 삼성전자 정규직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인기가 좋 았겠어요!그래서 경쟁률도 엄청났었는데... 알고 보니 ‘청년 인턴제’라는 정부 청년 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정부 지원금(인건비) 받아 사람을 뽑는 그런 자리였었고, 정규직이라고 했 지만, 원청 삼성전자 소속이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의 직원이 되는 그런 자리였지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인턴’으로 시작한 것이고, 햇수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지금도 갑(삼성전 자)-을(삼성전자서비스)-병(각 지역 서비스센터)을 지나 ‘정’의 위치로 고용이 되어 있는 거 죠. 학교도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인데... 전문대학들이 취업률 85% 이상 실적을 채우 려고 난리인데 우리 학교도 그랬던 거 같아요.”

첫 번째 정식 사회생활이었는데, 일은 어떠셨나요? 18


“와... 정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몸 힘든 거는 둘째 치고, 저희는 고객방문 하는 서비스 기사잖아요. 그러다 보니 감정노동이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하더라고요. 고객들에 게 친절하게 대하는 그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회사가 매뉴얼을 가지고 감정노동을 엄격하게 아니 혹독하게 관리하는데 그게 너무 이상하고 지금도 사실 불편해요. 저만의 생각은 아닌 게, 저랑 같이 입사한 동기가 50명이었는데 지금 저 하나 남았거든요.”

감정노동에 대한 회사 노무관리가 엄격하다 하셨는데,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수리를 위해 방문하고 나서 2~3일 정도 지나면 고객한테 전화를 해요. 아마 삼성 제품 사용하시는 분들은 받아본 적 있으실 거에요. A/S 받은 이후 불편한 점이 다시 발생하 지는 않았는지 물어본다고 하지만, 실은 수리기사의 ‘품행’에 대한 질문을 하고 1점에서 10 점까지 점수를 책정하는 거죠. 평가점수가 10점이 안 나오면 바로 회사로부터 크고 작은 조 치를 받아요. 매일 서비스 평가 점수 수치화해서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저희도 기본적 으로 9시에 업무 시작해서 저녁 6시가 퇴근인데요, 매일 아침 8시 30분 조회를 해요. 그때 10점이 아닌 사람들은, 그러니까 9점만 받아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성문 쓰고 여러 사람 앞에서 왜 그 점수를 받았는지 상황 설명하고, 롤플레잉(고객-기사 역을 연기하면서 서비스 매뉴얼 학습)도 하고 그랬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서비스 점수 높이기 위한 대책 회의 같은 것 도 하고 말이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반성문 쓰는 거 등 비인격적이고 너무 가학적인 조치 는 없어지긴 했는데 아직도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센터에서는 악행을 고수하고 있을지도 모 르는 일이에요. 아, 개인별 서비스평가 공개하는 건 아직도 매일 합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저평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물건이 고장 나면 기분이 안 좋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물건을 산 지 얼마 안 되셨는데 고장이 나서 A/S를 부르신 분들. 제가 그랬어도 기분은 많이 안 좋았을 거예요. 그럴 땐 저희 기사들이 아무리 고객 응대 매뉴얼대로 해도 좋은 점수를 주진 않더라 고요. 기분이 안 좋으니 그렇겠죠. 저희도 고객마다 다 기준이 다른 것이니 10점을 안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평가 자체보다, 이것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비인격적으로 관리하려고 하 는 회사 정책이 더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가끔... 진상고객들도 좀 있긴 해요. 저도 어리버 리하고 과잉친절 하던 입사 초기에는 좀 이상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가 좀 쉽게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물건 던지고 폭력적인 언사 하는 분들은 정말 자주 만나고요, 한번 은 감금을 당해서 경찰에 신고해서 나온 적도 있었어요. 아마 마음이 아프셨던 분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많이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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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설치 등 고소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스카이차’ (사진출처: 인터넷)

일 하시면서 힘든 때도 많으셨을 테지만, 기억에 남는 기분 좋았던 일, 보람되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흠.... 글쎄요. 일이라는 게 그렇게 즐겁고 재밌고.. 그렇진 않잖아요?!아 한번 그런 적은 있어요. 가끔 원청(삼성전자) 직원들이 나와서 수리를 하는 물건이 있는데, 그분들도 못하는 걸 저희가 고치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 현장 경험이 많아서 가능한 거 같네요. 좀 뿌듯하더 라고요. 그 외에는 딱히.... 저희 일이라는 게 너무 건당 요금, 건당 시간에 메여있어서... 항 상 조급하게 힘들게 일해서 더 좋은 경험이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A/S 건수 당 수리 시간도 정해져 있나요? 하루에 몇 건 정도 처리 하시나요?

“가전제품 수리는 하절기에는 정말 일이 많이 들어오죠. 예전(노조 설립 전)에는 7~8월 두 달 중 딱 하루 쉬고 밤 12시까지 꼬박 일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살인적으로는 일 배분 못 하게 했어요.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 최대 12~13건 정도 처리합니다. 그런데 수리 한 건 당 50분 안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어요. 말이 50분이지 사실 앞뒤 이동시간 빼면 한건 당 20~30분밖에 안 남죠. 이 시간 동안 제품도 제대로 고쳐야 하고, 서비스 매뉴얼에 있는 데 로 고객에게 설명도 자세히 친절하게 해야 해요.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해서 다음 수리 건이 있는 장소에 몇 분이라도 늦게 되면 계속 센터에서 문자 오고, 시간 왜 못 지키냐고 하고 난 리가 난답니다. 저희가 수리하기 위한 공구를 여러 개 들고 다녀요. 기본적인 공구박스, 용 접기계, 요즘같이 에어컨 수리가 많을 때는 냉매 가스랑 측정하는 기계 등등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한 30kg씩 이고 지고 방문해야 하는데, 무거워도 저는 무조건 한 번에 다 들고 가 요. 왔다 갔다 하면 시간 뺐기니까요. 대부분 수리기사들이 이렇게 일하다 보니 손목 나가 고 무릎 아프고, 디스크 수술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요.” 20


최근, 에어컨 수리하시다가 추락해서 돌아가신 노동자 분 이야기가 기사화 된 것 을 보니 시간이 없어서 안전장비도 제대로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맞아요. 최신 아파트들은 에어컨 공간이 내부에 따로 있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 고 대부분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잖아요.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스카이차라 는 걸 불러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작업 할 수 있는데, 수리할 때는 따로 요 청해야지만 쓸 수 있어요. 평소에는 안전모랑 안전로프 같은 걸 착용하고 하게 되어 있는데, 시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 쪽에 보면 이 안전로프를 걸 수 있 는 공간/고리 같은 게 있는 곳이 거의 없어요. 이동시간 제외한 20~30분 안에 안전 장비 잘 착용하고, 로프 걸 데 찾아서 걸고 수리 시작하는 게 기사들 입장에서는 아 주 쫄리는 일이지요. 하지만 워낙 사망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태한 지경이니 저 나 조합원들은 위험한 공간에서의 작업은 고객에게 사정을 말하고 일단 고소작업용 스카이 차가 오고 나서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성수기에는 스케쥴 맞추기가 어 렵긴 하지만 그래도 스카이차 오는 시간으로 일정 조정해서 작업 합니다.”

일한 지 5년이 지나, 이제 수리 일 자체는 손에 익었으나, 쉴 때 쉬고 건강하게 일하 고 싶다는 희섭 씨. 기본급이 전혀 없고 건당 수수료만으로 임금을 채웠을 때는 동 료들이 마치 신들린 것처럼 위험해도, 힘들어도 모두 무릅쓰고 일하는 걸 보면서 “이 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기본급이 생겨서 이제 생명을 걸고, 신들린 듯 일하지 않 아도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희섭 씨는, “건 당 수수료이니, 건 당 수리시간이니 하는 ‘건당’ 땡땡땡, 이거 완전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이 죽고, 무리하게 일하고, 안전장비 하나 착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 ‘건 당 시 스템’ 때문이라고, 서비스품질 1위를 위시하며 노동자를 비인격적으로 다루는 회사 의 가학적인 노무관리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이 지켜야 하는 서비스 매뉴얼. 이에 따 라 1~10점의 점수를 받는다. 사진 출처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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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보고서 (1) “군인같은” 한국지엠 노동강도, 이제 바꾸자

한국지엠 노강평가 연구진

“우리나라에서는 최고다. 저는 자신있게 말하는

공론화하여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게, 우리 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회사 중

그리하여 이번 노동강도 평가 사업은 한국지엠에서

에 최고의 노동강도가 센 데가 한국지엠.”

노동강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강화되어왔는지

“국내 최고? 도요타와 맞먹는? 현대기아가 선두

밝히고,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 문제를

권에 있는데 거기랑 비교해도 저희가 월등히 높고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한국지엠의 생

급여는 짜고 이런 거.”

산과 조합원의 노동 시간을 규율하는, RSTS를 기

“한국지엠의 노동강도는 뭐라고 해야 할까? 군인

반으로 한 GMS를 제대로 보고 맞설 노동자의 기준

이다?”

을 찾아보고, 앞으로 회사와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M/H위원회 활동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번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면접 과정에서 만난 조

공장 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부평 1담당 조합원을

합원들의 이야기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노동안

중심으로 조사했으며, 가능하면 현장 조합원이 직접

전보건실 특별사업으로 연구소와 함께 ‘노동강도 평

조사에 참여하여 노동강도 저하와 현장을 개선하는

가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지엠

데 조합원들이 함께 움직여보는 경험을 만들어 보고

노동자들은 국내 완성차 사업장 중 어디에 내놓아

자 애썼다.

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노동강도를 온 몸으로 느끼 고 있었지만, 이 노동강도가 얼마나 세다고 말해야 할지, 적정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적당한 노동 강도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22

노동강도 평가 연구, 이렇게 진행했다


연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책임연구자 : 최민, 직업

4명 중 3명은 근골격계 증상자

로 구성.

근골격계질환 실태도 심각했다. 지난 1년간 신체 어

환경의학전문의)와 노동안전보건실(노안실장, 건강부장) 설문조사 주관적 피로도, 근골격계증상, 손상 경험, 노동 강도 강화 원인 등의 내용으로, 부평 1담당과 엔진생산, TA 생산, 프레스 부서 총 1,115 명의 설문 응답 분석.

심층면접 부서와 연령을 고려하여 총 13명 조합원 실시.

생체지표 측정 총 29명 조합원의 2주간 신체활동량과 작

업 시 심장박동수 측정. 총 8171 시간의 정보를 모아 분 석.

보건자료 추세 분석 2010~2015년 병가 자료 및 2006 ~2015년 사망 자료 분석하여 병가 및 사망의 주요 원인 분석,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 분석.

표준작업서 실사 실행위원 10명과 연구진 2명, 노안실 2

디든 한군데 이상, 근골격계 증상을 경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조사자의 72.9%로 4명 중 3명이 증상 을 경험한 셈이다. 부위별로는, 어깨 증상이 56.2% 로 가장 많고, 등과 허리 증상이 54.5%, 손과 손 목 증상 경험자가 50.7%로 나타났다. 특히, 세 명 중 한 명(29.7%)은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 속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심한” 통증 에 시달리고 있어, 어떤 형태든 치료가 필요한 것으 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조립부 샤시부서에서는 심한 통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명으로 실사단 구성. 총 529개 공정의 표준작업서와 이 에 대한 현장 작업자 평가.

국내 평균보다 높은 피로도 ‘군인같다’고 느끼는 높은 노동강도의 직접적인 결 과는 먼저, 높은 피로도와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으 로 나타났다. 9문항짜리 피로도 설문(FSS)을 통 해 본 한국지엠 조합원들의 평균 피로 점수는 3.47 점으로, 건강한 성인 평균 2.19 점보다 월등히 높 았다.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교대 근무를 하는 국 내 중년 남성 생산직 노동자 평균 점수 3,42 점보다 도 높은 점수였다. 다섯 명 중 한 명(22.9%)은 만성 질환 환자들과 비슷한 ‘고도피로군’에 속해 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육체적으 로 지치는 것이 종종 있거나, 항상 그렇다는 응답이 45%에 달했고,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이 종종 있거 나 항상 그렇다는 응답도 36%에 달해 피로도가 심 각함을 보여주었다.

23


(56.1%) 3년에 한 번씩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를 하 고,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평균 연령이 더 높은 금속노조 타 사업장보다 환자로 의심되는 조합 원의 비율이 더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절반에 해 당하는 조합원(44%)들이 근골격계질환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전반적인 작업강 도 줄이기’를 꼽았다. ‘현장 개선을 위한 조합의 노

표1. 사망원인별 분률

사망원인비율

일반인구

GM인구

사고(자살포함)

37.0

30.1

12.4

18.3

(2010)

사망분율 (%)

25.3

소화기

8.7

순환기

사망분율 (%)

41.9 7.5

력’(37%)이나 ‘사내 치료 시설 증강’(10%)보다 훨 씬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높은 노동강도가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을 조합원들이 인식하 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은, 암과 뇌심혈관질환 지난 10여년간의 사망 자료와 2010년부터 2015년까 지 6년간 총 1,519건의 병가자료도 분석해보았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사망건수는 연간 8-14건 정도

GM 암사망률

일반인구 40세 암사망률 일반인구 45세 암사망률

로 발생하였다. 사망률과 암사망률을 계산하여, 비 슷한 연령대의 한국 남성의 사망률, 암사망률과 비 교했다. 일반인구집단과 마찬가지로 사고(자살포

병가 대부분은 근골격계질환

함), 암, 순환기질환에 의한 사망이 높았으나, 한국 지엠 노동자는 암으로 인한 사망이 사고로 인한 사

지난 6년간 병가 신청의 63.9%는 근골격계질환이

망보다 높았다. 일반 인구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

었다. 사고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차 공장에

망과 순환기질환에 의한 사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서 일하는 노동자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은 대

높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의 비중이 높은 것은, 발

부분 직업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직업

생률이 아니라 사망률이라는 점에서 건강검진 효과

관련성이 있는 근골격계질환이 주로 산재처리되지 않

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한국지엠 조합원의 사망률

고, 병가 처리되면서 노동자 개인의 부담이 증가되고

과 암사망률은 일반인구집단 전체와 비교할 때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연도별 산재

낮았다. 다만 최근 추세를 볼 때, 그 격차가 좁혀지

발생 건수를 확인해보면, 2011년 31건, 2012년 38

고 있다. 특히 암사망률은 일반인구집단에서는 감소

건, 2013년 41건, 2014년 48건, 2015년 53건이다.

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지엠 조합원에서는 증가하는

병가로 신청한 대부분의 근골격계질환이 업무관련성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필요하다.

이 있는 질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많은 노동 자들이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 있는 상태에서도 산 재신청 대신 병가 신청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24


숨겨지는 산재?

가 50여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매우 크

산재로 처리되지 않는 것은 근골격계질환 뿐이 아니

다. 질병 뿐 아니라 상당수의 손상도 산재보고에서

다. 설문 조사에서 손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총

누락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나마 근골격계질환으

분석 대상자의 27%에 달해, 4명 중 1명이 지난 1

로 병가 신청을 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산

년 동안 일하다 한 군데 이상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

재승인되는 건수는 증가추세로 확인되는 점은 긍정

로 나타났다. 손상 경험자의 70% 가량이 4일 이상

적인 면이다. 향후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제대로 된

의 기간 동안 치료받았다고 응답해, 경미하지 않은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일터에서

부상도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는 한 해 평

발생하는 사고와 질병에 대해 산재보고와 처리가 정

균 부평 공장에서 손상으로 산재 보상을 받는 건수

확히 되도록 관리, 감시할 필요가 있다.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국회 앞,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26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27 사진/글 쌀집아재


특집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재현 선전위원장

밥 한 끼도 못 사먹는 최저임금

로 조사한 직장인 평균 점심 값 조사 결과에 따르

2016년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법

금의 최저임금 시급으론 밥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

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한다고

다.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되면 그 부작용

했을 때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126만270원이 된

으로 △ 고용이 감소하고 △ 실업이 증가하며 △ 중

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 정도의 소득으로 인간

소자영업자가 몰락하고 △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은

답게 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인 소득불평등 개선효과가 없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2,319명을 대상으

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면 한 끼 점심값이 6,56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

있다.민주노총 이슈페이퍼 ‘소득불평등 개선,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으로 희망을 말한다.’

지난 6월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비정 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가 264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13.7%) 집계되 출처 Slow walk 블로그 28

었다. 2001년 8월 59만 명 (전체 노동자 중 4.4%) 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또, 올해 3월 기준으로 법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

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

자가 185만 명 (전체 노동자 중 9.6%)이라고 하니

원 연구진이 학술지인 '보건경제학'에 발표한 자료에

500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거나 이 조차도

따르면 1999년 영국에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임금이 향상된 노동자들에게서 우울증이 감소했다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임

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금노동자의 48.3%가 한 달 200만원 미만을 받고

울제'와 같아

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한국 전체 임금 노동자

단에서 추출하여 1991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기

중 절반인 약 900만 명이 저임금 빈곤 상태에 있다

간 전국 약 5500만 가구와 개인 1만 명 표본을 추

해도 무방하다.

출하여 통상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평가할 때 사용

이렇다보니 최저임금 결정에 따라 소득에 영향을 받

하는 ‘일반건강설문’(GHQ)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는 노동자 비중 또한 2001년 2.1%에 불과했던 것이

하고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연구

2016년엔 18.6%로 높아졌다. 민주노총의 경우 최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데이비드 스터클러 옥스퍼

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약 600만 명에 달

드대 교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한다고 추정하고 있고, 함께 살고 있는 가족 구성

금전적 여유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증세가 완화되어

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최저임금은 몇몇 소수

그들에게 정신건강에 항우울제를 처방한 것과 같은

의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도의 강력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회 전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문

말인 즉, 노동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임금

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저임금을 결

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불안감과 우울 증세가 심각

정하는 기준은 미혼 독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근거

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로 산출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경향신문. 최저임금은 '항우

영국 정부의 가구 패널 조사 대상인 인구집

장시간 노동 문제도 해결하는데 기여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

해외 연구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해야 할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건강연구협

있다. 지금 현재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은 생활에 필

회(Health Research Associates)에선 1996년부터

요한 소득을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잔업과 특근

2007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의 최저 임금 수준 변화

을 맞바꾼다.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 노동자

가 저임금 근로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어떤 영

들의 경우 잔업과 특근이 많은 직장을 찾아 옮겨 다

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니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은 결국 노동자들을 안전

결과 최저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적 부담 때문

사고와 각종 직업병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

에 의사 진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감소하여

로 내몬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빈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향상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임금을 맞바꾸고 잔업과

되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최저임금 올리니 몸도 튼튼?

또, 지난 4월 영국 오스퍼트대학, 리버풀대학, 네

특근에 목을 메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중요 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9


특집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최저임금, 무엇을 위한 최저인가?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얼마면 되는걸까? 그게 최저임금이나 화폐의 형태

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최저임금이 만원은 되

든 현물의 형태든 간에 도대체 인간이 살기 위해 필

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

요한 최소한이란 무엇일까?얼마전 있었던 국회 환

반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시급이 아니라

경노동위의 국정감사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주급을 기준으로 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 “3인 가족이 한달 생활하려면 상식적으로 얼마

최근에는 임금의 상대적 차이와 격차를 줄이기 위

나 벌어야하는지 장관 개인견해를 듣고 싶다”는 정

한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 임

의당 이정미 의원의 질문에 ‘400만원’이라고 답했

직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

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이정미 의원의 ‘상

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 이상의 임금을

식’과 장관의 ‘상식’은 3인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위 ‘최고

가는 것을 그리면서 만들어진 것일까 궁금했다.

임금법’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무엇을 위한 최저임금인가?

매년 쟁점은 몇 퍼센트를 인상하느냐로 모아진다. 뭐, 사실 너무나도 적은 임금이고 사실 이 조차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다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기 시

만 얼마만큼의 인상이라도 실제 작동이 가능한 임

작할 때, 그리고 총선 등의 주요 선거 공약을 만들

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인

때 마다 현재 최저임금인 시간당 임금이 얼마가 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소비력이 삶의 질을 결정할

30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급 얼

있다. 또한, 빈곤선을 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최저생

마’로 결정되는 노동자의 삶이란 참으로 얄팍해보

계비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만을 충족시키

이는 것도 사실이다.

는‘절대’빈곤의 개념으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나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것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

머지 시민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지 않을

가 산정하는 ‘미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로 2015

상대적 빈곤개념으로 규정할 것인지가 커다란 쟁점

년 실태조사 결과인 1백67만3,803원이 최저임금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위소득의 도입은 현재 한

원회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가

국 사회에서의 상대 빈곤을 정책적 개념에 도입했

구 소득의 전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노동

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문

자들을 감안할 때 이 기준점이 비현실적이라는 비

화적인 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는 부족한

판이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상황이다. 실제, 2016년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

법’에서 제시하고 있던 최저생계비의 4인 가구 소득

구 1,624,831원, 2인 가구 2,766,603원, 3인 가구

(2015년 1,668,329원) 에 비해서도 적은 최저 임

3,579,019원, 4인 가구 4,391,434원이다. 현재 최

금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했다.

저임금으로 주 40시간 근무한다고 할 경우 월급은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6년 1월부터 최저생계비라 는 용어를 없애고 상대빈곤 측정의 기준인 ‘중위소

126만원 정도가 되는데 이는 2인 가구만 되어도 상 대적 빈곤층에 속하게 되는 임금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한 소득 : 영국의 예

득’을 각종 사회복지 사업의 기준으로 사용하기로

1차적으로 드러나는 금액의 차이 이외에 근본적으

했다. 즉 발표되는 중위소득의 50%미만인 경우를

로 고민이 필요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

빈곤층으로 정의하는 국제적 기준을 사용하기로 한

의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이라는 기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이다. 이러한‘기준’에 대한 고민은 한국 사회만의 문

50~150%에 해당하는 경우를 중산층 150%를 초

제는 아니다. 이러한 개념 중 하날 2000년 영국의

과하면 상류층으로 구분을 할 수 있다.

모리스(Morris)가 제안한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소

기존의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6항

득(Minimum Income for Healthy Living)이 있다.

에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

이는 영국사회에서 바람직한 최소 소득에 대한 논

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를 촉발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보건의료에 있어

국민의 소득, 지출 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 실태,

필요(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득수준에 대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2000

근거자료가 없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최저생계비를 발표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국가적인 주요 관

할 때마다 최저생계비의 정의, 계측방법, 수준에

심 대상인 싱글 남성을 대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하기 위한 소득을 산정하려고 하였다. 많은 연구

이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

에서 성인 건강을 위한 영양, 신체활동, 사회관계

활이 무엇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가

등에 관한 찾아낸 근거들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 31


는 개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본사항 을 이용하여 공공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저의 소득을 추정하였다. 이 연구는 먼저 영국에 거주하는 18세에서 30세 사

보였다. 자세한 항목별 비용은 위의 표 1과 같다.

건강생활을 위한 소득 : 한국의 예

이의 건강하고 싱글인 남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

한국에서도 2009년 일부 연구자들이 이러한 개념

소한의 비용을 산정하였다. 식품은 서베이 조사 (측

을 도입하여 1인 가구의 건강생활 최저생계비를 계

정조사)를 직접 사용하였고, 운동비용 등은 비싸지

산한 바 있다 (김명희 외, 2009). 조세와 사회보

않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된 설문지를 이

장 분담금의 비소비 지출에 적용하는 총소득액의

용하였다. 주거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른 항목들은

차이를 감안하여 1안과 2안으로 제시를 한 결과

국가 Family Expenditure Survey (가족 경비 지출

2,026,880원∼2,591,664원이었으며, 이를 기준으

조사)를 이용하였다.

로 추정한 최저 임금은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표. 영국에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주일 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단위 : £)

항목

식품/영양 신체활동

보건위생비, 건강행위비와 사회 참여비를 포함하였

기본수준

최대값

1.54

3.15

8.14

료이용비용을 포함하며, 보건위생비에는 안경, 생

33.70

34.08

깍기, 면도기, 목욕비 등의 개인 위생 관련 비용이

131.86

163.58

25.47

29.03

40.92

52.21

사회적 통합

12.93

13.78

종합

이 연구에서는 건강을 위한 비용으로 보건의료비,

최소값

주거

다른 비용

시급 9,698원~12,400원 이었다.

25.61

106.47

32.58

다. 보건의료비는 구강보건, 건강검진 부담금과 의

71.35

리대 등의 보건의료용품 비용과 비누, 샴푸, 손톱

17.43

포함되었다. 건강 행위에는 흡연과 음주를 제외한 운동 비용을 포함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회참여비인데, 여기에는 경조비, 교제비,

연구 결과 일주일을 기준으로 하여 건강한 생활을

각종회비, 친지방문비, 자녀용돈, 부모님 용돈, 손

위해 필요한 최소비용은 £131.86파운드로 나왔

님 접대 비용 등을 포함하였다. 기본적인 사회 생활

다(1999년 영국 4월 기준, 약 20만 원). 전체 비용

을 건강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본 것이다.

중에 주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 정도 되었

한편, 이 연구의 연구진은 이러한 양적인 평가 이외

고, 따라서 거주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가정이 달

에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으로 ‘건강하고 문

라졌다. 예를 들어, 웨일즈(Wales)에 거주하는 젊

화적인 생활’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을 대상

은 남성은 값싼 슈퍼마켓에 접근 할 수 있지만 운

으로 한 질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 보고

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

서에서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

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주일에 약

한 '최소한의 생활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106.47파운드 (약 16만 원)이 필요한 반면, 런던

질문에 여섯 응답자는 공통적으로 기본적인 의식

에 거주하는 남성은 더 많은 헬스장에 접근할 수 있

주 충족을 넘어서 적당한 문화생활과 사회적 관계

고 더 자주 외부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163

를 지적하였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

파운드 (약 24만원) 이하로 소비하는 것은 힘들어

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거나, 노후를 준비하거나, 혹

32


은 다음 세대에게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동

‘필요(need)’에 기반한 최저임금 논의로의 변화

물적 '생존'을 위한 비용과 인간적 '생활'을 위한 비

사실, 상대빈곤선에 준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용이 함께 고려되어 야 하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정하고 있고 이 조차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

자가 많은 한국에서, 물적 조건을 넘어서‘필요’를 구

다.”라고 강조하였다.

성하는 방식과 틀을 고민하자는 제안은 너무 이상

또한, 실제로 다양한 건강 자원과 사회적 기회가 경

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시도조차 되지

제적 능력에 따라 역진적인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장기적 비전을 마련하는

적하였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중식이 제공되는 중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강하고 문화적인’생

산층 가구는 점심 식사를 위한 식비도 더 적게 쓸

활을 하기 위해, 또는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라

수 있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를 활용해

‘도달 가능한 최고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기 위해’필

할인카드로 영화를 감상 할 수 있는데 비해 빈곤층

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은 이런 편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편, 연구진은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소득에는 이미 사회 참여라는

건강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도 중요하지만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육체적 건강이외에도 정신적·

노동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산

사회적 안녕이 ‘건강의 정의’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층의 운동 실천율이 높은 것은 지역 사회에서 자원

을 고려한 ‘필요’의 재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의 가용성과 노동시간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판

특히 이러한 ‘필요’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

단한 것이다. 즉, 화폐로 대표되는 물적 조건 이외

의를 위한 당사자 의견 청취와 구체적인 실태에 대

에도 괜찮은 일자리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편익, 지

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비물질적 자원의 활용 가

역사회 자원에의 접근도, 건강 생활이 가능한 노동

능성과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서의 필요를 감안

시간 등 다양한 사회적 자원의 분포가 더욱 중요한

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존이 아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이 가능한 권리를 위한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 33


특집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우리의 한 시간은 6,030 보다 귀하다 이수호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고위험을 감내하고 달

는 단순히 6,030원이라는 금액과 수치에 갇힐 수

리는 배달원, 수십 종의 담배 종류를 숙지하고 손

없을 만큼 귀한 것이며, 그러한 가치 있는 삶을 보

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 건네는 편의점 아르

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선이 바로 최저임금인 것이

바이트생, 십여 장의 접시를 실수 없이 나르는 서

다.

빙 아르바이트생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서비

이에 청년유니온은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

스와 상품은 각자의 부단한 노력과 자부심으로 빚

노동은 모두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기조 아래 ‘우

어내는 가치 있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리의 1시간은 6,030원 보다 귀하다.’는 슬로건으로

그 편의와 편리함은 또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우리

최저임금 운동을 준비하였다.

에게 전해지고 우리는 노동에 대한 대가로 받는 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사전

금으로 그 편의와 편리를 취한다. 결국 노동은 또

준비 격으로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주요 일정

다른 노동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중에는 당사자 현장방문이 있다. 최저임금 해당 사

2016년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준비하며 우리가 가

업장에서 당사자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현장방

장 주목한 것은 그렇게 모두를 연결하는 노동의 가

문은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우리의 삶과 노동의 가

치였다. 누군가의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노동, 노

치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동을 통해 대가를 받고 그 임금으로 또 다른 노동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현장방문은 제한된 일정

을 의미 있게 만드는 삶은 모두 가치 있다. 그 가치

과 여건으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현장 당사자의

34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였다.

기 ‘청년최저임금위원’ 어깨띠를 메는 것조차 어색

특히나 현장방문 과정 중 ‘아르바이트생들은 에어

해하던 조합원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한 사람, 한

컨 바람을 쏘이며 편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 ‘PC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눈 맞추며 최저임금을

방 아르바이트생들은 게임하면서 편하게 돈 버는 것

통해 나 자신을 넘어 나와 같은 처지의 또 다른 내

아니냐’는 어느 관계자의 현실과 괴리된 발언들은

가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노동으로 연결되

제대로 된 현장방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다.

어 있음을 확인해갔다.

그리하여 2016 청년유니온 최저임금 사업단이 구성

그렇게 준비하여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

되어 시작한 활동은 청년유니온의 자체 현장방문이

격적인 협상을 맞이한 6월. 청년유니온은 6월 9일

었다. 전국 18개 지역 100여명의 조합원이 5월 한

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자리에서 최저임금

달 최저임금 사업단의 일원으로 각자의 생활과 생

사업단이 모은 청년 당사자 942명의 메시지가 담긴

업 사이 틈틈이 커피전문점, PC방, 편의점 등 최저

엽서를 최저임금 위원회에 전달하였다.

임금 당사자들이 종사하는 사업장 284개를 방문하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결정은 법정시한을 넘기

여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음을 알리고, 그

고 말았다. 경영계는 우리가 건넨 현장의 목소리에

들의 노동을 응원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현장의 이

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서슴없이 우리의 노동을 용

야기를 전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내는 메시

돈벌이로 폄하하고, 귀천을 나누어 또 다른 차별과

지를 엽서에 받아 모았다.

불평등을 만드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동결

엽서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들은 “창문이 있는 고시

을 주장하여 최저임금 사업단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원 방에서 여름을 보내고 싶어요.”, “학자금 대출받

분노했다.

았는데 그 금액을 최저시급만으로 갚기 힘들어요.”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지,

와 같은 사연으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중요하게

나이가 많고 적은지, 노동의 목적이 생계수단인지

반영되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삶과 생활이라고

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

말하고 있었다.

든 노동은 평등하고 아름다우며, 우리의 1시간은

이러한 사연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활동 초

6,030원 보다 귀하다는 것이다. 35


특집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노동자가 쓰고 싶은 희망일기 정경희 선전위원

* 최저임금 인상이 됐을 때 상상을 일기로 구성한 것임을 알려드 립니다

# 2

예전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 일 때는 하루 8시 간을 꼬박 일해도 먹고 살기 빠듯했다. 그래서 하

# 1

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이들도 참으며 살았다. 그러다 최저임금이 1

“안녕하십니까. 일터 9시 뉴스입니다. 최저임금 1

만원으로 오르니까 숨통이 좀 트이는 건 사실이다.

만원이 시행된 지 어느 덧 6개월입니다. 그런데 아

사실 처음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투쟁

직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이 많아 고용노동

을 한다고 하고 캠페인도 하고 서명해달라고 했을

부에 체불임금 진정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었는데 이제

밝혀졌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오는 7

현실이 됐다.

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의 사업 자 등록을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입니다. 자세한 소식을 사회부 김평등 기자가 전합 니다.”

# 3

나는 직원이 5명 밖에 없는 안산시화반월 공단에 있는 조그마한 공장에 다닌다. 공단에 있는 사업

36


장들 임금 수준은 다 비슷해서 잔업과 특근이 많은 곳을 찾다보니 여기를 다니게 되었다. 어느날인가

# 6

점심시간에 사장님이 전 직원을 불렀다. 이제 곧 시

올 가을엔 큰 조카가 장가를 간단다. 5살에 처음

급이 1만원이 되니까 잔업이나 특근이 없을 거라고

봤는데 어느 덧 자라서 여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8시간 내 기존에 빼던 물량을 다 빼

들은 지 몇 해 되었다.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웬일인

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안 그래도 바쁜데 더 바

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길래, 요즘 젊은이들은 혼

빠지겠구나 걱정도 되고 찜찜하지만, 그래도 이제 8

자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했다. 그런

시간만 일해도 월급이 많아진다니 마음은 편하다.

데 얼마 전 형님과 통화해보니 월에 250만 원은 넘 게 받아야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며 살림

# 4

을 꾸릴 수 있는데 큰 조카 월급이 그보다 훨씬 못 미치니, 여자 친구와 집안에서 결혼을 꺼렸던 모양

해가 바뀌고 분기에 1번 씩 모이는 고교 동창모임에

이다. 그런데 이제 최소한에 생활비 정도는 되니까

참석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 친

맞벌이 할 계획으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왠지

구에게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시간도 없었을

짠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다행이다. 알

뿐더러 다달이 들어가는 회비에, 오가는 차비를 포

콩달콩 잘 살라고 축하해주러 가야겠다.

함해 하루에 5~6만원이 들어가는데 부담스러워 애 써 참았다. 하지만 월급이 오르고 나서 제일 먼저 결심했다.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 7

오늘 저녁은 아이들과 오랜만에 외식으로 ○○○ 피자를 먹으로 갈 생각이다. 배달 알바 노동자들

# 5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배달 음식 가격이 그 전보다

지난 금요일 저녁엔 취직이 어렵다는 국문과를 졸업

하니 기분도 낼 겸 직접 찾아가서 사먹는 사람들이

하고 3년 째 구직활동 중이던 첫째 아이가 아르바이

전보다 늘고 있다. 나 또한 돈도 돈이지만 일하는

트하다가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 일터 출판사에 행사

시간이 줄어들어서 가능한 일이다.

20~30% 올랐다. 매장에서 직접 사먹는 것이 저렴

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학자

에서 이전에 교정 알바를 했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

# 8

니까 정규직과 임금 차이도 크지 않은데다 출판사

통장을 만들 생각이다.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서 저축

입장에서 안정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은 꿈도 못 꿨는데 이젠 수입의 20%는 앞날을 위해 아

정식으로 입사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사원 증을 목

껴두려고 한다. 시급 1만원!어떤 이에게는 하찮은 돈일

에 걸고 당당하게 출근하는 모습이 대견해서 눈물

지 모르지만, 나처럼 최저임금 받으며 현재를 견뎌내는

이 나 혼났다.

사람에게는 삶이 바뀌고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게 한다.

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용돈도 벌어야 해서 알바를 쉴 수 없었던 아이에게 늘 미안했었다. 일터 출판사

조만간 점심시간에 가까운 은행에 가서 노후보장 적금

37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뉴스에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했으면 짤렸겠지.”라 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냉소는 옳다.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했다면, 동료들의

구의역 참사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개정하자!

눈총을 받고 괴롭힘의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개 인이 해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도급 업체가 아예 계 약이 해지되는 등 불리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법과 제도,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자가 안전 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일을 멈출 권리를 제대 로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냉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참사 이후 다양한 과제 중 작업중지권 얘기는 왜 충분히 되지 않는지, 왜 우리는 위험을 피하고 거부하는 당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는지, 누가 어떻게 권리 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 얘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제로 지워진 위험을 무릅 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도피할 권리, 위험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킬 권리를 누리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 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연이은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 사고를 보면 서, 위험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안전매뉴얼에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개정하자

대로 두 명이 짝을 지어 출동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그래서, 먼저 한계가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권 조항 개정을 제안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

탄식하게 된다. 둘이 일해야 하는 위험 업무를 혼

조 작업중지권은 1990년 도입 당시 ‘사업주의 지시

자 하다 젊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겨우 1년 전

가 있어야만’ 대피할 수 있었으므로 노동자들의 실

에 있었고, 그에 따라 2인 1조로 일한다는 매뉴얼

질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 이후 운동 진영과

을 확인하고, 메트로와 서울시가 재발 방지를 약속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2항과 3항이 차례로 신

한 터였다. 승강장 바깥 쪽 센서를 고치는 업무를

설됐다. 2항은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작업을 중지할

혼자 하는 것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고, 3항은 작업 중지로

있으니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

인해 회사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를

기할 수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그러나 법은 여전히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 중 하나로 작업중지권을 강조한 카드

조건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38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즉, 노동

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근로자 대표에게

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작업 중지를 실시했다 하

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불균형 문제가 있다. 현재

더라도, 이후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판명나면 회

의 규정은 위험에 처한 노동자 개인이 ‘피할’ 수 있

사가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민형사상 손해배상

게 돼 있고, 그 외에는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도록

을 청구하는 형국이다.

돼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등하기 어려운 성격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외형

을 내포하고 있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개

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중 일부

인으로서 작업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

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제 현장에서는 근로자 개인이 징계 등을 두려워하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

여 본인에게 닥치고 있는 재해를 피하지 못하는 상

에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

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어렵게 ‘작업중지권’을

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노동

이용하였더라도 ‘합리적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가 제시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

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는 사례도 나타난

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받을 수 있기 때

다는 것이 개정안 제안의 요지다.

문에 사실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개선해온 작

이를 개선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자

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노동

격을 갖는 노동자대표에게 위험을 피하게 할 수 있

조합에서는 단체협약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활용

는 권리를 부여하며,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대

해 제26조의 한계와 법률상 맹점들을 메워내기 위

신, ‘판단한 근로자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면’

한 요구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모호한 법이 사업주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

편에 서고,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제하

도록 했다. 또, 이렇게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

불리한 처우를 행한 자에 대해 벌칙 조항을 신설하

는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는 내용도 들어 있다.

현실에서 위험을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의 힘과 권 리의 문제를, 법적 의미에서의 작업중지권으로 축소 할 수 없는 것은 공유하는 전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집단적/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을 때는 모두 작업 중지를!

조직적 힘이 약한 불안정 노동자들일수록 더 위험

여기에 몇 가지 더 고려할 문제들이 있다. 작업중지

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작업장 수준에서

를 할 수 있는 조건을 현재의 ‘산업재해 발생의 급

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작업장 정치를 거들어

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줄 수 있는 법적 개선은 필수적이다.

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

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을!

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로 수 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와 제24조 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와 이를 구체적으로 정해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서 올 6월에 제출한

둔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모두 작업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도 ‘작업중지권’ 개정안

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의 범위를 39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또, 작업을 중지한 뒤, 다시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위험이 있어 대 피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작업 중지 시간이 과도하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

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캐나다 노동법에서는 현 상황이 작업을 중단할 만 큼 위험한지에 대해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3번까지 중재 절차를 규정해두고, 이 절 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사업주가 보기에 위험하 지 않다 하더라도’ 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안전과 보건의 위

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

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 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

개정

제26조(작업중지 등) ① 사

제26조(작업중지 등) ① 사업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

위험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

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

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

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

여야 한다.

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 시 시작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② 근로자는 안전과 보건에 위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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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에는

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 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 다.

<해설> 안전과 보건의 위험은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 건의 예방조치에 관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에 관 한 규칙에 의한 것이다.

④ 근로자 대표는 안전과 보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 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 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며

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 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

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현행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

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

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

다음과 같다.

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

③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야 한다.

않을 수 있다’는 항목이 명시되는 것이 좋겠다.

당장멈춰 팀이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다며 업무방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 기 때문이다.

발생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

험이 있을 경우이거나, 이에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 할 것을 요구하여야 된다.

<해설> 근로자대표의 중지권 및 적정조치 요구를 의무화하 였다.

⑤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

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 같은 이유로 근로 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설> 개별근로자의 복귀 전제를 규정하였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

아니라,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자체에 대한

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가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

책 수립을 위하여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

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 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

은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참여를 확대하여 ⑥ 좌동 ⑦ 좌동

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 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 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작업중지권 조항의 개선은, 한 조항의 문제일 뿐만

노동안전보건을 달성하려 하기보다, 노동자를 계도 의 대상으로 여기고 주로 기술적인 접근으로 안전과 보건을 달성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 조항은 없고, 노동자의 의무(제6조 근로자의 의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지켜야 하며, 사업 주 또는 근로감독관, 공단 등 관계자가 실시하는 산 업재해 방지에 관한 조치에 따라야 한다)만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로서 노동자에게 적극적인 힘을 부여하는 작업중지권 조항 개정의 의의가 있다.

[권역별 토론회 알림]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 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

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활동의 성과를 모

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 을 준비했습니다. 현장의 고민과 실제 필요를 담아내는 책 자가 되고, 매뉴얼을 계기로 곳곳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순 간에 직접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뉴얼 출

간 전,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활동가 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권역별 간담회를 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일시 및 장소

7월 5일 저녁 7시 경기지역,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7월 19일 16시반 인천지역, 한국지엠지부 7월 26일 18시, 울산지역, 울산 산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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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시간의 두 결: 시간 적대에 대하여 강수돌 노동시간센터 회원,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공평한 시간이다. 오늘날 우리는 평균 80년 산다. 물론 최근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노동자나 공고 실습생처럼 10대에 억울하게 죽어가는 이도 많고, 90~100세를 넘기며 장수하는 노인도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 하루 24시간은 동일하다.

“시간이 돈임을 명심하라. 하루 종일 일해서 10실링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일 그가 한 나절 동안 밖 에서 놀거나 그냥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하자. 그러면 서 설사 그가 6펜스만 썼다 하더라도 그는 그것만이 비용

의 전부라 생각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그는 그 외도 5실 링을 낭비하거나 포기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시간이 다 같은가? 다르다. 시간의 결이 다르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

이 이야기는 1848년에 끌로드 F. 바스티아의 에

에는 크게 두 가지 결이 있다. 하나는 ‘돈의 시간’이

세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다 발전

고 다른 하나는 삶의 시간이다.

되었고, 마침내 1914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

‘시간은 돈’이라는 규율

리드리히 폰 뷔저(von Wieser)에 의해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개념으로 각인되었다. 시간 이 돈이므로, 돈 버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고 ‘엉뚱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 벤자민 프랭클

한’ 일만 하면 그 엉뚱한 일을 하느라 든 직접비용

린(1706~1790)의 말이다. 그는 1776년 미국 독립

(explicit costs)만이 아니라 원래 그 시간에 벌어야

선언문을 작성한 이다. 그는 정치가이자 발명가이기

할 돈까지 벌지 못한 간접비용(implicit costs)이니,

도 했으며 사상가였다. 프랭클린의 사상은 미국 건

이중의 손해(기회비용)를 본 셈이다. 이런 논리다.

국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실용주의

어디,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그렇다. 오늘날 수

적으로 살아가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어느 젊은

많은 우리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인에게 주는 충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명언 을 남겼다. 42


‘돈의 시간’이 아닌 ‘삶의 시간’으로 그러나 또 다른 시간의 결도 있다. 돈의 시간이 아 니라 삶의 시간이다. 이것을 잘 표현하는 소설이 있 는데, 독일 작가 미햐엘 엔데가 1973년에 쓴 <모모 >다. “꼬마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

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그게 무슨 특별한 재주람. 남의 말을 듣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도 많으리라. 하지만 그 생

각은 틀린 것이다.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 을 들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아무 드물다. 더욱이 모모만큼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 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고 있고, 한 순간의 찰나 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

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 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모모>에 나오는 다른 등장인물을 이야기를 들어 보자. 모모의 이웃인 청소하는 노인 ‘베포’는 천천 히, 한 호흡씩 즐기며 나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남의 말을 잘 들어 줄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모모는 어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

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

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

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

를 들었을 뿐이다. (…)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말에 귀 를 기울였다. 개, 고양이, 귀뚜라미, 두꺼비, 심지어는 빗 줄기와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귀를 기

울였다. 그러면 그들은 각각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모모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

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지. 그러 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 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

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

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 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주인공 모모는 시간을 돈으로 보지 않았다. 사람 이나 자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생명의 흐

이 모든 구절은 모모의 말, 베포의 말이기도 하지

름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간은 생명의 흐름,

만, 바로 작가 M. 엔데이 현대인들에게 들려주고픈

한마디로 삶이다. 현재 우리는 여기서 존재하며 살

말일 것이다. 그는 아무리 긴 시간, 많은 일이 쌓여

고(삶) 있다.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가? 과거와 현

있어도, 한 걸음씩 한 호흡씩 즐기면서 천천히 해나

재, 그리고 미래라는, 연속적인 시간 속에 생명의

가면 어느 새 모두 할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의 흐름

에너지로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느끼고 생각하고

속에서도 특히 현재에 집중해 즐기는 것이다. 여기

관계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에너지의 흐름 속에 존

서는 효율이 아니라 호흡이 중요하다. 효율이 돈이

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적 존재가 되고 의미 있

라면 호흡은 삶이다. 효율이 죽음이라면 호흡은 생

는 존재가 된다.

명인 것이다. 43


도 쓸데없는 앵무새는 내다 버리세요! 다리아 양을 만나

야 한다면 두 주에 한 번만 찾아가세요! 15분 간의 저녁

명상은 집어 치우세요. 무엇보다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소위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

요.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충고하는데, 잘 맞는 커다

란 시계를 하나 이발소에 걸어 놓으세요. 견습생이 일을 잘 하고 있나 감시할 수 있게 말이지요.”

이 모든 충고는 다시 18세기 B. 프랭클린의 말로 돌아간 다. “시간은 바로 돈이니, 시간 낭비는 죄악이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그리하여, 무노동 무임금. 같은 맥락에서 파업 시 임금 지불은 불법이다. 이제, 일하는 시 간, 돈 버는 시간만이 바르게 사용된 시간이다. 일하지 않 는 시간, 공부하지 않은 시간, 돈 벌지 못하는 시간은 인생 낭비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교실에 이런 급훈이 나왔겠는 가? “네가 잠든 사이 경쟁자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 지 않는가? ”, “강남엔 내 집 마련, 주차장엔 페라리.” 이런 식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미래의 돈(성공)을 위해 현재의 영어판 <모모>의 책 표지

삶(행복)을 포기하게 만든다.

<모모>에서도 효율과 이윤의 시간을 따르는 이가

‘돈의 시간’에 되어 있지 않은가?

등장한다. 바로 시간저축 은행에서 일하는 회색신 사들이 그렇다. 그들은 죽음을 뜻하는 효율이 생명

오늘날 우리 삶은 이 두 결의 시간이 대립한다. 시

을 뜻하는 호흡을 망가뜨리는 장면의 극치를 보여

간 적대다. 생명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가 대립한다.

준다.

물론, 생명의 논리가 자본의 논리에 저항을 하기도

“시간을 어떻게 아끼셔야 하는지는 잘 아시잖습니까! 예 컨대 일을 더 빨리 하시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

세요. 지금까지 손님 한 명당 30분이 걸렸다면 이제 15분

으로 줄이세요. 시간 낭비를 가져오는 잡담은 피하세요. 나이 드신 어머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어머니를, 좋지만 값이 싼

양로원에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어머니를 돌볼 필요가 없으니까 고스란히 한 시간을 아낄 수 있지요. 아무 짝에 44

하지만 자본의 논리는 권력의 힘을 업고 생명의 논 리를 무참히 박살내려 한다. 이제, 계급 적대는 시 간 적대로 현상한다. 자본은 시간을 압축하고 밀도를 높여 이윤율을 높 이려 발버둥 친다. 하지만 자본은 자기도 모르는 사 이에 자기 무덤을 파고있다. 세계시장이 급속도로 포화 상태로 치달았고, 원료나 에너지도 급속히 고 갈된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대량 생산하면서 구 매력을 급속히 떨어뜨렸다. 은행 이자가 제로로 치


닫고 재벌들이 수백 조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배경이다. 효율(축적)의 논리가 자가당착이 되어 호

생명의 시간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흡(흐름)을 방해한다. 하지만 자본은 자성하지 않

이제 우리는 우리의 공허한 내면을 삶의 시간으로,

고, 오히려 허튼 소리만 무한 반복한다. “조금만 더

생명의 시간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내면의 느낌과

일하면 선진국 된다. 조금만 더 …!” 이제 우리에게

필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남은 것은 무덤 앞에 선 좀비 시스템을 구덩이 속으

존중하고 경청하고 신뢰하면 된다. ‘자기 해방’이

로 살짝 떠미는 일이다.

다. 그러나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의 오래된

비록 생명의 논리가 자본의 논리를 압도적으로 굴

‘마음의 습관’이 큰 장벽이 된다.

복시킬 힘은 없지만, 생명의 논리가 자본의 논리에

일단 뒤틀린 현재의 모습을 직시하고 스스로 자유

‘자발적 복종’을 하지 않고 스스로 꿈틀거리며 더불

로워지는 것(자기 해방)이 출발점이요, 그 다음은

어 어깨를 거는 한, 좀비가 되어버린 시스템을 구덩

생명의 시간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부터 먼저 생명

이로 떠밀어 넣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생

의 시간을 온전히 음미하고 향유하는 연습을 함께

명의 시간이 빛을 발할 때가 다가온다. 우리 자신이

해나가야 한다(상호연대). 나아가, 그렇게 삶의 시

생명의 철학, 삶의 철학으로 무장하는 만큼 가까워

간을 알차게 누리는 실천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 구

지는 법!

성원 누구나 삶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끔 사

최근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이 미국 사람 1,226

회 구조를 바꿔내야 한다(사회 해방). 사회적 실천

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여가 없이 돈을 벌

과 운동, 이것이 절실하다. 구체적으로, 노동시간

것인가, 아니면 돈을 포기하고 여가를 선택할 것인

단축과 여가시간 증대, 삶의 시간 계획과 신바람

가?” 이것이 문제였다. 그 중 60.9%는 돈을 선택

나는 프로그램 만들기 등을 가능케 할 노동 및 경

했고 30.1%는 시간을 선택했다. 이들의 삶의 만족

제 시스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도를 분석한 결과, 돈을 선택한 이들보다 시간을 선

있게 하는 복지 시스템, 점수 따기 식 공부가 아닌

택한 이들이 행복했다. 돈을 선택한 이들이 많이 버

꿈과 개성을 살리는 공부를 돕는 교육 시스템 등을

는 것에 집중한다면, 시간을 선택한 이들은 어떻게

패키지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운동이 성

쓸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런데, 돈이 충분히 있어

장하는 만큼 자본의 시간도 쉬이 사라질 것이고 좀

도 쉬지 못하고 놀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설명할

비 같은 시스템을 땅 속에 파묻는 일도 쉬이 가능

것인가? 결론은, ‘중독’이 문제다. 돈 중독, 일중

할 것이다. 자기 해방에서 상호 연대로, 또 사회 해

독, 출세중독, 권력중독이 그것이다. ‘충분함’을 모

방으로 진전해야 한다. 바로 그 길 위에서, 시간은

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독은 왜 생기는가? 내면

더 이상 돈이 아니라 삶이 될 것이다.

의 공허함 때문이다. 속이 허하니 외부로부터 뭔가 채우려는 것이 모든 중독의 핵심이다. 내면의 ‘느낌’ 으로 표현되는 인간적 ‘필요’나 ‘욕구’, 즉 진심으 로 원하는 것을 모르거나 억압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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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포스트잇 만장輓章을 기리며

김재광 회원

책상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트잇이 있다.

비스 신드롬’ 이라 불리고, ‘방관자 효과’로 심리학

대부분 상업광고나 선전물에 딸려서 온 것이다. 기

사례로 손꼽히는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이다.

억하기로 이것을 돈을 주고 제값에 산적이 없다. 입

이 사건을 계기로 후속하는 여러 연구가 있었는데,

수 경로가 어찌 되었든 종종 사용한다. 접착력이

대부분의 결론은 사람들은 비합리적 사건을 목격하

어중간해서 손쉽게 붙이고 뗄 수가 있어 유용한데,

거나 겪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있을때 오히

이것이 개발자가 실수로 발명(? )한 것이라니 그 태

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더 신경 쓰고, 동조하는 한

생이 재미있다. 이 재미난 것이 마음을 울릴지 몰

편 책임감은 분산되어 결국 모순적이고, 어처구니

랐다.

없는 상황을 방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

1964년 3월 13일, 하필이면 금요일, 새벽 3시 15

선다면 나도’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

분경 한 여인은 귀가 도중 강도에 습격을 받는다.

도 똑같이 다른 이의 눈치를 보고 주저하는 하는

여인은 고통과 공포의 비명을 질렀고 도움을 구했

것이다. 현실에서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

다. 주택가에서 이를 목격한 38명은 별다른 조치나

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러한 방관자가 너도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누군가 한차례 소리를

도 구분 없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른 것이 전부였다. 강도는 35분간 무려 세 차례

생각건대, 가장 극단적인 제노비스 신드롬은 독일

를 오가며 여인을 난자하였고, 그렇게 그녀는 사망

나치 집권 과정일 것이다. 나치는 자신들이 독일 의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키티 제노비스, 이후 ‘제노

회 과반이 될 때까지 1년 동안 무려 3번의 총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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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부쳤는데, 이성적 차원에서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지 도무지 납득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 나 니묄러의 시가 보여주듯 나치가 공산주의자들 을 잡아갔을 때 침묵하고,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 었을 때 침묵하고,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침묵 하고, 유대인들 잡아 가둘 때 침묵하고, 결국 나치 가 남은 모두에게 위해를 가할 때 아무도 남아 있 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한동안 비겁한 동조와 방관에 관한 생 각에 몹시 괴로웠다. ‘헬조선’이라고 키보드를 쳐대 지만 그런 자들이 부정의와 불합리한 것을 모른척 한다고 확증적 의심을 하였다. 연대와 단결 그리고 호혜가 특정 그룹에게만 존재하고, 또는 그들에게 만 요구되는 것만 같았다. “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 라는 패배적 자인이 마치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처 럼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우리 주위에 제 노비스는 늘 있을 거라 체념하기도 하고, 나치가 집 권한 들 무엇이 이상할지, 이 사회를 불신하기도 하 였다. 냉소적 마음을 누르려 무던히 애써 봐도 가문 땅에 잡초번지 듯 그렇게 번지고 있었다. 그런데 포스트잇 이것이 신통방통하게 그런 부정적

망을 극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마 그 중간 어딘

이고 냉소적 마음에 실금을 내버렸다. 아니 정확히

가쯤 아닐까?

말하자면 포스트잇으로 방관을 날려버린 사람들이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을 늘 다짐하지만, 소인배

그랬다. 강남역에 나붙기 시작한 조그마한 포스트

인지라 그렇지가 못하다. 특히 조그만 희망의 실마

잇 만장은 선명하고 큰 그 어떤 주장과 선전물보다

리가 보이면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하여 그 중간

희망을 싹이 되었다. 연이어 구의역에 붙은 포스트

어딘가 쯤 이어도 어떠냐 싶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잇 만장은 연대와 호혜라는 것이 여전히 세상의 동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가 부끄러워지는데 이것이 이

력임을 환기시켜 주었다. 사건은 슬프고 처참하지

상하게도 행복하다. 이것으로 족하다.

만 적어도 누적되는 방관은 없었다. 포스트잇 만장 은 분명 변화의 첫걸음이다. 포스트잇은 스티커도 아니고 그냥 종이 메모지도 아닌지라 유용한지는 몰라도 그 정체성은 모호하 다. 마찬가지로 강남역, 구의역에 붙은 마음은 희 망의 실마리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회의 방관과 절 47


발칙×건강한 책방

우리는 인류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가? <제2의 기계시대>를 읽고

이재중 후원회원, 한양대 의과대학생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한국은 하

류는 생물학적 근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는 시기를

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지금, 디지털 기술의

있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이 컴퓨터에 패배한

발달로 생물학적 지능의 한계를 넘어서, 기계가 인

이후에도 바둑만큼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거

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는 제2의 기계시대에 들어

라고 다들 생각했지만, 전설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은 알파고에 1:4로 대패했다. 그러나 이 사뭇 인류

이전까지의 기계는, 계산에 강한 대신 패턴 인식이

의 미래가 달린 듯 엄숙한 대결이 우리에게 무슨 의

나 추론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기계가 개와 고양이

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다시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를 구분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물며

밀린 서류를 마감하거나 감자를 튀기거나 계산대에

바둑과 같이 경우의 수가 많은 게임에서 모든 선택

서 바코드를 열심히 찍고 있을 텐데 말이다.

지를 다 계산하는 것은 컴퓨터에도 힘들기 때문에,

‘제2의 기계시대’는 이 질문에 답한다. 왜 ‘제2의

인간처럼 경험에 기반을 두고 최적의 수를 추론하

기계시대’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인간

고 결과를 예측해나가는 전략에 이길 수 없었다. 여

을 진보시킨 18세기 산업혁명 시대를 저자는 ‘제1

기까지가 기계 지능의 한계였으며, 인간은 이 기계

의 기계시대’로 이야기한다. 증기기관의 발달로 인

지능이 할 수 없는 모든 지적 노동을 해왔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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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계학습과 뇌 신경 망을 모사한 병렬적 추론 방

진전된 개념인 ‘역소득세’를 소개한다.

식을 적용한 알파고는 인간 같은 직관과 컴퓨터 같

정말로 제2의 기계시대는 도래할까? 이 책에서 주

은 수읽기로 인간에게 참패를 안겨주었다. 인간만

장하는 제2의 기계시대의 주요 원동력인 무어의 법

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진 지적 영역의 한계에 도전했

칙이 과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

음을 선언하는 순간이다.

직 물음표가 남아 있으며(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

그러나 이런 시대에서,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

도 있다), 역소득세 도입 등이 과연 양극화 현상을

는 단순 육체/지식 노동자들은 대부분 실직하게 될

완화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것이며, 디지털 시대의 재생산 비용은 제로에 수렴

존재한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여러 논쟁이 있을 만

하기 때문에 가장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한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은

스타가 모든 것을 독식할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미 디지털

북보다 편의성이 떨어지는 SNS 기업 100개의 총 수

화의 영향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스마

익을 합쳐도 페이스북 하나의 총수익을 따라가지

트폰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있는가? 벌써 컴퓨터

못함은 자명하다. 이는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진 자의

는 암을 거의 오차 없이 진단하고, 뉴스 기사를 쓰

격차를 크게 벌릴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하

고, 주식 시장을 분석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

는 풍요가 이런 격차를 상쇄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성숙한 논의를 시작해야

이 격차가 풍요보다 더욱 거대할 것으로 예측하며

할 때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미래

그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기술적 실업(기술 혁신에

에 대한 주인이어야 한다. 기본소득세 논의와 더불

따라 생기는 실업이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속도보다

어 교육제도 혁신 등을 단순한 SF로 받아들여서는

빨라서 생기는 실업)을 든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안 된다. 제1의 기계시대 인간만을 만들어왔던 지

저자는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찾도록 격려

금까지의 한국의 구조를 넘어서야 러다이트 운동과

하고, 충분한 교육 기회, 기업가 정신 강화, 기초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 지원 등을 주장한다. 이를 넘어 기본소득세의 더 49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한다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

얼마 전 최저임금 위반 사건을 마무리 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권리구제 지원 사 업으로 진행한 사건이다. 70대 노동자는 2008. 4.부터 빌딩 경비 업무를 수행하 였다. 1일 2교대(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다가 2013. 9.부터 24시간 맞교대 근무 를 하였다. 임금은 2008. 4.~2013. 8.까지 1,100,000원, 2013.9.~2016. 6.까지 1,200,000원을 받았다. 해당 빌딩에는 관리소장, 경비, 미화까지 5명의 노동자가 근 무를 하였다. 70대 경비 노동자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았 다. 최저임금을 몰랐을 뿐 아니라 본인의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상당한 만족을 하였 던 상황이다. 그러나 관리소장이 바뀐 후 인격적 모독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 관 리소장은 자신과 마주친 경우 선 자세로 경례를 하도록 지시하였고, 휴대폰으로 수 시로 CCTV를 감시하다가 빌딩 안 1층에 자리 잡은 근무지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전 화를 걸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를 하였다. 관리소장과 몇 차례 언쟁을 하였으 나 이러한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경비 업무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노동자는 수소문 끝에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찾았다. 근로조건에 비해 턱없 이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덧없 이 인생을 살았음에 뒤늦은 후회를 하였다. 안타깝지만 현행법 체계에서 관리소장의 인격모독 행위에 대한 뾰족한 대처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3년간 지급받지 못 했던 최저임금, 연차휴가수당, 야간근로수당에 대한 임금체불 사건을 진행하기로 마 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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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 출근 후 06:30~17:30 조식, 12:00~13:00 중식, 19:00~20:00 석식, 01:30~05:00 취침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시간은 경비초소 정위치 근무 또는 순찰 업무를 수행하였다. 경비일지를 토대로 1일 17.5시간을 근무, 4.5시간 야간근로를 하였다. 그나마 임금채권 소 멸시효를 고려하여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건물 주가 빌딩을 매도한 직후 사건을 제기하였던 관계로 어렵지 않게 체불 금품을 받을 수 있 었다. 체불금품을 받는 그 순간까지 건물주는 “그동안 미안했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1 인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업종 구분 없이 무조건 1시간에 최저임금으로 결정된 시간급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현실화 이전에 현행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다.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6월 28일 법정 시한을 넘겨 확정되지 않은 상 황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공약으로 4년 안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8,000~9,000 원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 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이 모두 최저임금을 현행 6,030원에서 9,000~1만원 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던 만큼 최저임금 협상 파행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은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최저임금은 사실상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임금교섭에 해당한다.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 고,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서 결 정되는 최저임금은 전체 국민에게 적용되는 임금 인상률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 닌다. 올해에도 여지없이 경총은 “동결”을 사용자측 요구안으로 제시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동 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였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7월 초 최저임금 심의위 원회에 공익 안을 제시하여 표결을 붙인다는 입장이다. 대략 6,500원 안팎의 인상액을 고 려한 것으로 예측되는 분위기이다. 실제 얼마로 결정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생활안정 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최저 수준의 임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듯하다. 노동계는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1개월 209시간에 해당하는 월 209만원을 최저임금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물가수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수준은 턱없이 낮다는 점에 대부분 동감을 한다. 가뜩이나 노동자들 상당수가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에 생활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실정이다. 이 러한 과제가 맞물려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경영계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총선 때 낚시질 하듯이 공약(空約)을 던지지 말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51


일터 다시보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저 남의 일이었을까? 홍코알라

통권 149호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9호 2016년 6월

내가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썼던 이유는 이렇다.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때인데 겨울에 태어나 유달리 바람을 싫어하고 조금만 찬바람을 쐬어도 기침이 끊이 지 않고, 모세기관지염으로 진행되는 녀석의 병간호를 자주 하다 보니 가습기를 쓸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일이 많아졌다.

2016 · 06

아마 그즈음 아기가 있는 집은 거의 가습기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좋은 것은 공기청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 기능에 뜨거운 물 살균기능까지 있었건만 우리 집에 있는 것은 미니형으로 물 담

파킹도 파견으로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 만큼 벌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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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9. 오전 6:52

는 통 한쪽이 둥근 모양의 가습기였다. 그 모양이 매일매일 씻어서 잘 말리기에는 씻 기도 어렵고 잘 마르지도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좀 불편하다 싶었던 차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가습기 살균제가 내 눈에 쏙 들어왔다. 병뚜껑만큼만 넣어주면 구석구석 유해 세균을 없애서 가습기를 깨끗하 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내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는 제품이란 말 인가. 서둘러 1+1이 붙어있는 살균제를 냉큼 집어 들고 집에 오자마자 당장 한 뚜껑 씩 넣어 가습기를 틀었다. 지금은 손 세정제에 99.9% 세균을 없애준다는 광고가 끔찍하게 들리지만 그때는 왜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었던가. 아기를,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자 했던 엄마들은 건조한 한겨울이 되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중요시 했다.아기의 건 강과 최상의 면역성 유지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각종 영유아용 지침서나 인 터넷 카페에서 보아왔고, 또 그것에 동참하여 현명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 그룹 에 함께 있고 싶었다. 아마도 뜨거운 물을 끓여대는 비싼 신형 가습기보다는 나와 같 이 가습기 살균제를 몇 번씩은 써보았던 엄마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가 나처럼 빨래를 너는 것으로 습도를 조절하기로 했건, 귀찮아 더는 살균제를 넣지 않았건 혹은 따로 살균제를 구입하여 넣는 것이 경제적으 로 부담스러워 그만두었건 독성화학물질에 덜 노출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어쩌다 보 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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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거르지 않고 습도를 맞추고 더욱 깨끗한 환경을 아기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조 금 더 부지런하고 애틋했던 부모들은 바램과 달리 자신과 아기들을 죽음으로 몰아넣 었다는 죄책감에 늘 시달리고 있다. 아기를 낳아본 것도 처음이고 우는 것도 살펴주 는 방법도 낯설었던 어설픈 부모들이 기댈 곳이란 그저 인터넷에 망령처럼 떠도는 지 침서뿐이었다. 기저귀는 어디 제품이 보송보송해 발진이 나지 않으며 아기의 요는 순면으로 된 어디 제품이 좋은 것이며, 힘들지만 강요되는 모유 수유를 거르지 말아야 했다. 차선책으 로 분유를 먹일 경우엔 어는 회사의 제품 이상은 먹여야 했고 젖병을 씻는 세정제도 특정 아기 전용 세제를 써야 했다. 아기를 잘 키운다는 것은 모두가 좋다는 소비행렬 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도 그저 그 소비옵션의 하나였을 뿐이다. 반면, 그것을 개발하고, 팔고, 실험하고, 관리하고, 재판했던 그들은, 그 전 과정에 서 한 번이라도 극단적인 상황 앞에 선 부모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떠올려 보기는 했 던 것일까? 자신 행동의 결과를 이제야 마주 보며 무너질 청천벽력과 같은 자괴감과 절망을 십분 생각이나 해봤던 것일까? 도대체 소, 돼지, 망아지에게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이나 하고 있었던 것일 까? 이렇게 유독물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심지어 괜찮다 허가를 내주고 관리도 하지 못했으면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믿을 수도 없는 조사결과 뒤에 뒷짐 지고 있는 그들 에게 변명의 기회를 줄 이유가 있을 것인가? 아직 옥시 제품이 상품진열대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졌다는 것 외에 어떤 기사에서도 그 모든 과정에 있었던 책임자를 처벌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다시는 끔찍한 일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안심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아픈 아이 들이 나아지지도,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도, 죽지 못해 지옥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가 아물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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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일터 독자 모임 후기 이민기 독자

개인적으로 자존감이 무척 낮아질 무렵, 한노보연 한 회원님의 소개로 <일터>를 구독 하게 되었습니다. <일터>는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현재 노동 문제를 다루는 살아있는 글들이 실려 있어서 제게는 매우 자극이 되었고 흥미로웠습니다. 글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데 도움을 주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 스스 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타인의 마 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분로를 일으키기도 하고, 기쁠 때도 있습니다. <일터>를 읽으면서 저는 격려를 받기도 하고 화가 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문 득 궁금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일터>를 만들고 있을까? 마침 <일터> 149호 표지 뒷면에 6월에 독자모임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한 명의 지인을 만난다는 핑계로 용기를 내어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모임 1시간 전 [제페토, GEPPETTO] 커피숍에서 권종호님이 사주신 맛있는 차를 마 시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춘식 동태탕 회냉면]에서 본격적인 모임을 가졌는데, 모임에 앞서 선전위원장님이 한노보연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저는 이곳이 IMF 이후 제기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에 함께하면서 2003년 출범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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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노보연의 목표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고, 노동자 스스로 자 신의 건강과 삶을 기준으로 노동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노보연 사무실이 서울 외에도 수원, 부산에 있다 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각 저는 제가 그곳에서 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독자로서 <일터>를 만들고 한노보연을 이끌어가는 그들과 같이 먹고 마시고 숨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막힌 숨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터>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여러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 는데 마치 격렬한 노동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터>를 일부러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 받습니다. <일터>에서 회자되었던 기사 들은 SNS 3번째 페이지에 노출시키려는 교활한 짓도 합니다. <일터>를 밖에서 읽고 는 테이블에 무심코 두고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밉지만은 않습니 다. 내 스스로를 아무리 부정해도 우리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 이니까요. 이런 <일터>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고맙고, 제가 일터의 독 자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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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장

삼 성 전 자 옴 부 즈 만 위 원 회 출 범 에 대 한 반 올 림 의 입 장

옴부즈만 위원회는 합의문이 명시한 “독립성ㆍ객관성ㆍ공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삼성은 합의문의 모든 내용을 철저히 이행하여야 한다.

6월 8일 삼성전자 안전보건에 대한 옴부즈만 위원회가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옴부즈

만 위원장인 이철수 서울대 교수는 임현술 동국대 교수와 김현욱 가톨릭대 교수를 옴부

즈만 위원회의 두 위원으로 지명하고, 열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섯 개의 소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2007년부터 삼성전자 안전보건관리의 투명성을 요구해온 우리는, 2016년 1월 12일 반 올림과 삼성전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옴부즈만 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재해예방대책>

에 합의한 이래, 다섯 달 동안 옴부즈만 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기를 기다려왔다. 위원 회 구성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더욱 내실있는 활동을 펼쳐주길

바란다. 특히 교섭의 세 주체가 합의한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문의 원칙을 존 중하고 그 실천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재해예방대책> 합의의 목표는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 내부 체계의 완성에 있다(제1

조 기본원칙). 이를 위해 ‘사업장 내부 조직 문화의 개선책을 찾아내고 향후 재해예방을

위한 대책에 필요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기 위하여 만든 독립성을 갖춘 공익적 성격의 외부 기구’가 바로 옴부즈만 위원회이다. 한마디로 옴부즈만 위원회의 사 명은 삼성전자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완성’ 해가도록 이끄는 데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로부터의 독립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 한번, 단 한명의 문제로 도 옴부즈만 위원회 전체의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

원회를 이끌었던 장재연 교수는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원회 활동이 신뢰를 받으려면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라며 ‘노동계도 신뢰할 수 있 는 분들’이자 ‘회사가 부담돼서 수용못할 정도의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히고

‘회사가 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부당한 개입을 하려고 한다면

다수의 민간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 였다. 삼성전자 옴부즈만 위원회도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철저하길 바란다.

한편, 삼성으로부터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은 회사의 개입이나 압력을 막아내는 일과

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발표에서 이철수 위원장은 “객관성, 전문성, 공정성”을 강조하면 서 “과학적인 진단과 객관적인 평가”를 강조하였는데, 실제로 옴부즈만 위원회가 삼성

전자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객관성과 공정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객 관성ㆍ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삼성전자와 다른 입장에 선 사람들의 경 험, 자료,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뿐이다. 옴부즈만 위원회가 삼성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실제 경험,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진지한 의견 등을 얼마나 성실하게 듣고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56


또한 <재해예방대책>합의문은 옴부즈만 위원회를 ‘독립성을 갖춘 공익적 성격의 외부 기 구’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특히 ‘공익성’의 중요성을 명심하기 바란다. 독립성이나 객관성이 옴부즈만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라면, 공익성은 옴부즈만 위원회가 만들

어진 이유이자 존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가 발암물질을

사용한 증거가 있는가?’ 혹은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보아야 하는가?’ 수준의 질문에 대답 하라고 만든 기구가 결코 아니다. 삼성전자의 안전보건관리를 개선하고 또 개선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수많은 노

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직업병 참사의 재발을 막을 뿐 아니라, 2013 년 불산누출 사고와 2016년 메탄올 중독 사건에서처럼 화학물질 관리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사내ㆍ외 하청 업체의 안전보건 문제도 개선되고, 사람의 생명ㆍ건강에 관한 문제에서

조차 극도의 비밀주의를 고수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키워온 삼성의 조직 문화도 개선되는 그러한 공익성을, 옴부즈만 위원회가 꼭 달성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2007년부터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제기해왔고, 온갖 어려움 끝에 9년 만에 옴 부즈만 위원회를 골자로 하는 재해예방대책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앞으로도 이 위원회

가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ㆍ객관성을 유지하고 공익성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또한 ‘재해예방대책’과 함께 조정의 또 다른 의제였던 ‘사과’ 및 ‘보상’ 문제는, 삼성전자

의 일방적 “보류” 선언으로 2015년 8월부터 현재까지 10개월째 논의 중단 상태에 있다. 대화의 재개를 요구해 온 반올림의 노숙농성도 250일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재해예방 대책 합의의 이행이 앞으로의 안전보건 관리를 직업병 피해 당사자 및 전ㆍ현직 노동자,

시민사회와 함께 완성해 가는 미래지향적 활동이라면, 남은 사과ㆍ보상의 문제를 약속 한 대로 반올림과의 대화를 통해 마무리 하는 것은 과거의 안전보건 관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두 가지 모두에 성실하게 임하여 올바른 기업으로 거 듭나기를 바란다.

한편, 지금껏 이 문제에 관해 삼성의 입장을 받아쓰기에만 급급하였던 언론들은 이번에 도 옴부즈만 위원회 구성 소식을 전하며 이로써 직업병 문제가 “일단락”, “마무리”되었

다고 썼다. 여전히 삼성의 바람에 잘 끼워 맞추어진 보도를 일삼고 있다. 민주언론시민 연합은 지난 9일 그러한 보도에 앞장선 동아, 조선, 중앙 일보를 오늘의 나쁜 신문보도

로 선정했다. 민언련이 지적했다시피 이번 위원회 구성은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옴

부즈만 위원회도 본인의 입장이 삼성의 필터를 거쳐 알려지지 않도록, 이후 활동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사회적 소통 노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2016년 6월 13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57


2 0 1 6 년 한 국 노 동 안 전 보 건 연 구 소 연 구 공 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약칭 한노보연)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소외 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한노보연에서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독자연구적립 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에 꼭 필요한 연구에 활용하기 위

한 목적입니다. 그동안 연구 공모 사업을 통해 청소년 노동 및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산재환자 복귀 연구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노보연 자체적으로 주간연속2교대 변화의 영향, 작업중지권 실태조 사 등의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연구 공모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아래 각 1건)

<노동자 건강권> 교양도서 발간 문헌조사,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주제로 한 대중용 단행본 책자로 발행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산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과 노동세계 진입 특성화고 학생 패널을 구성하여 실습 이전부터 졸업 이후까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시기별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여 추적관찰 지원 자격 |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인 및 단체

접수 시기 | 2016. 6. 29 ~ 2016. 7. 20 공모 심사 및 채택 통보

심사 2016. 7. 11 ~ 2016. 7. 22, 자체 심사 통보 2016. 7. 25

* 심사 과정에서 연구자와 협의하여 연구계획이 수정 또는 보완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연구 기간 | 6개월 - 1년 제출된 연구계획서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연구비 지원액 | 각 1건 당 500만 원 내외로 심사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지원비 지급 시기는 연구 계획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 제출 | 연구가 종료된 후 2주 이내에 연구보고서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서면 및

pdf파일로 제출하고, 최종 결산서도 함께 제출합니다.

연구 과정 공유 | 연구 진행시 연구과정에 대한 진행 및 회계지출에 대한 경과를 공유하여야 하며

1회의 중간보고서 제출을 합니다. 연구결과 공유

연구결과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부토론회 또는 공식연구발표를 통해 공유되고 보고서 pdf 파일은 한노보연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연구보고서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 지원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공모 방법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이메일로 접수

* 서류접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공식창구로 접수되지 않은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갖추어야 할 서류 | 소정의 서식에 따른 연구 공모 지원서, 연구계획서, 예산 계획서 등 필요한 사항 * 구비 서류는 www.kilsh.or.kr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서류접수는 laborr@jinbo.net 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 공모 채택 뒤 연구 협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제반 협약 사항을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시 위반한 측에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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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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