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39호 2015년 8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1
8월호_업로드용.indd 1
2015. 8. 31. 오전 11:12
노동시간센터(준) 월례 포럼
타임푸어시대의 시간과 주체 일시 및 장소 : 8/28(금) 19-22시 / 홍대입구 가톨릭청년회관 문의 : laborr@jinbo.net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에 노동을 한다고? 발제 재현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토론 홍서정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청소년 보호팀장 시간을 강탈하는 부채 발제 전주희 수유너머N 연구원 토론 심성보 킹콩북 대표, <<금융자본주의의 폭력>> 역자 디지털 모바일 시대의 노동 발제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준) 회원, <<과로사회>> 저자 토론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저자
회원 역량강화 프로그램
골병을 함께 꼭 잡자 2016년 금속노조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동지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일시 및 장소 2015년 8월 29일(토), 한양대학교 문의 laborr@jinbo.net
시간
주제
10:00~10:50
근골격계 질환 이해
11:00~12:00
근골 재해 조사 시트 의미
12:00~13:00
점심식사
13:00~13:50
근골유해요인조사의 법 제도적 근거
14:00~14:50
금속노조 지회 설문과 면접 주요결과
15:00~16:00
지역조사단 사례발표
16:10~18:00
전체토론
18:00~
힘 다지기
2
8월호_업로드용.indd 2
2015. 8. 31. 오전 11:12
독자에게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터
오랜 기간 주야 맞교대로 노동해오던 노동자들 사이에서 2008년부터 산재 사고가 증가 하고,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갑작스런 사망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노동조합은 심야노동 철폐,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목표로 2009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합의를 이뤘습니다. 조합은 합의를 토대로 2011년 주간연속 2교대 및 월급제 실행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 했지만, 회사 측은 교섭을 회피했고,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 자 직장 폐쇄로 응답했습니다. 투쟁 도중 파업 노동자들에게 끔찍한 폭력이 가해져 이 슈가 되기도 했지만, 회사는 결국 법원이 중재할 때까지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를 막고 버텼고, 현장에 복귀한 후에도 노동자들은 징계와 감시, 차별에 시달렸습니다. 복귀하 지 못한 노동자들은 그 후에도 긴 투쟁을 지속해야 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7천만 원이 넘는 연봉 받는”다고 비난했던 이 노동자들이 당시 주간 근무만 하면 받을 수 있 던 급여는 월 120~13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주장했던 유성기업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 투쟁 얘기입니다. 유성지회 투쟁을 자본과 정부가 결사적으로 막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방안을 논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명분으로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시간당 생산 대수 증가), 인력 전환배치 등을 얻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니 부품사 차원에서 주간연 속2교대제가 먼저 추진되어 현대차 노사 논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 던 겁니다. 결국 유성지회의 투쟁은 야만적으로 진압되었고, 현대자동차에서는 2013년부터 주간연 속 2교대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주야 맞교대 때 각 10시간씩 근무하던 것이, 조금 줄어 들어 현재 전반조는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후반조는 오후 3시 30분부 터 새벽 1시 30분까지 일하게 되어 심야노동 축소가 크지 않았습니다. 또 시간당 생산 대수를 증가시켜 생산량을 보전해주었고, 안전교육시간 등을 작업 시간 외부로 전환해 노동시간도 최대한 확보했습니다. 임금은 보전됐지만, 결국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생산 물량 보전과 교환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이런 현대자동차 주간연속 2교대제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진 행되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실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싣습니 다.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감소로 조합원들의 삶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나?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보전은 어떻게 했나? 임금 보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노동시간은 언제나 노동자와 자본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었습니다. 결과적으 로,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도 여전히 노동자와 자본가의 논리가 대립하는 전쟁터입니 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3
8월호_업로드용.indd 3
2015. 8. 31. 오전 11:12
차례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27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9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33
자동차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36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노동시간은 얼마나, 어떻게 줄어들었고 조합원 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노동시간 센터(준)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자동차 부품사 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현황을 조사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8월 28일 토론회를 통해 발 표할 예정이다.
4
8월호_업로드용.indd 4
2015. 8. 31. 오전 11:12
10
18
1
독자에게
2
차례
4
노동안전건강뉴스
38
군산 유해가스 누출사고, 노동자는 대피하지 못했다
10
40
12
14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44
시간의 재구성_노동시간 에세이 시간 빈곤의 세계, 영화『인타임』은 우리네 자화상
48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안전보건교육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이제 30%쯤 알게 된 것 같아요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지금 지역에서는 8
40
문화읽기
어린이집에 대한 재고 50
현장의 목소리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사라진 사법부의 권위, 이유는?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18
연구 리포트
일터 다시 보기
직장 내 괴롭힘, 공론화가 시급하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6만 명을 매일같이 안전하게 떠나 보내죠
22
52
54
이러쿵저러쿵
소중한 결실 그리고 첫걸음,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5
8월호_업로드용.indd 5
2015. 8. 31. 오전 11:12
노동안전건강뉴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청원입법운동 시작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서은실 회원
7월 22일, 416연대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
유 집행위원장은 "원인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지
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를 발족하고 '(가)중대
속적인 관리와 규제를 위해 기업처벌법은 반드시 필요하
재해 기업처벌법' 법안의 입법청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다"고 밝히며 "돈의 가치가 제일이고 피해는 국민과 노동
가졌다.
자에게 돌아오는 이 사회에서 기업이 돈 몇 푼으로 끝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통해 사업장에서나 다중이 이용
지 않고 응분의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는 시설이나 다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 등이 행해지는
이어 발언한 하창민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지회장은 "한
장소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에 실질적인 책임이
화케미컬 사고가 나고 사측이 '최선을 다해 수습하고 피
있는 개인사업주,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해자 보상을 책임지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무척이나 놀
법인(기업) 자체를 처벌해 이들로 하여금 사고를 미연에
랍고 기뻤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방지하고 향후 철저한 재발 방지 조치를 하려는 것이다.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작년에 9명, 올해만 2명의 산
이 기자회견 모두 발언으로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
재사망자가 나왔지만 기업의 처벌, 책임은 어디서도 볼
행위원장은 "단순하게 세월호 참사만 놓고 보아도 아무
수 없었다. 우리 지회에서 진행한 6차례의 산재 조사에
것도 된 게 없다. 국민의 염원으로 발족한 세월호특위는
서 무수히 많은 은폐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사측과 고
지금 식물화, 고립화되었다. 이번 주 예정된 재판으로 끝
용노동부는 오히려 한통속이 되어 1,000억 원이 넘는 산
나는 관련 재판에도 유가족들이 한없이 분노하고 있다"
재보험료를 감면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해경 경장 1명, 기업에서도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국회에서 질의응답을 가
선장에게 형이 선고되었을 뿐, 큰 책임이 있는 정부 공무
지고 832명의 목소리를 모은 입법청원서를 제출했다. 중
원들과 기업 당사자들은 계속 감형되고 있다"고 강하게
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현재 18명의 의원이 공
비판했다.
동발의를 준비 중이며 앞으로 입법청원운동과 서명운동, 각종 토론회를 추진하는 등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제정 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6
8월호_업로드용.indd 6
2015. 8. 31. 오전 11:12
노동부, 한화케미칼 특별근로감독서 280건 위반사항 적발, 원청관계자 구속영장 신청
지난 7월 3일 오전 9시 16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 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현대환경 소속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사고 수사본부를 설치한 울산 남부경찰서는 원청업체 한 화케미칼과 하청업체 현대환경산업 관계자 16명을 참고 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무리했다. 원청을 상대로는 작업 전 위험성 평가, 작업허가서 작성 절차와 적정성, 안전점검 체계, 결재 라인, 협력업체 안전
사진 출처_ 민중의 소리
보건교육 실시 여부 등을, 하청을 상대로는 폐수 저장조
노동청은 특별근로감독에서 적발한 280건 가운데 폐수
공사 수주 경위, 현장 안전점검과 관리 체계, 작업자 안
처리장 안전난간 부적정 설치와 천정 크레인 후크 해지
전교육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장치 설치 불량 등 184건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
작업허가서 발행이나 안전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현
반으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장의 안전 전반을 감독하는 ‘안전관찰자(하청업체 직원
또 안전 보건표지 미부착, 환기장치 점검 미이행 등 관리
중 선정)’ 역할도 형식적으로 수행한 정황을 확인했다.
감독관 직무 미수행 등 8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5600만
부산고용노동청은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과태료 대상 80건 가운데 71건에
숨진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대해서는 시정조치 명령도 함께 내렸다. 또 부분 작업중
한 결과 위반사항 280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 5건, 사용중지 11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특별근로감독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전체 에 대해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것이다. 조사 이후 경찰은, 8월 10일 한화 케미칼 울산 공장장을 포 함한 원청 관계자 5명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 총 6명에 대 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7
8월호_업로드용.indd 7
2015. 8. 31. 오전 11:12
노동안전건강뉴스
봉제공장 노동환경 악화일로
서울 동대문과 종로 등에서 수십 년째 운영되고 있는 봉
안타까운 점은 상당수 노동자들이 유해한 노동환경에
제공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건강 악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런 여건 속에서 이뤄지는 휴일
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영세한 공장에서
근무, 장시간 근무 등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환기시설도 없이 장시간 연속 근무를 하면서도, 적극적
것이다. 휴일 노동의 심각성을 묻는 설문에 ‘별로 심각하
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 않다’ 혹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이 70%나 됐
서울 노동권익센터는 7월 21일 ‘봉제 산업 노동자 건강
다. 장시간 노동의 심각성을 묻는 설문엔 이처럼 대수롭
안전 실태와 작업환경: 현황과 대안’ 실태조사를 통해
지 않게 여기는 응답이 41.4%였다. 임금체불의 심각성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과 같
에 대해서는 ‘다소 심각하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은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14.7%에 불과했다.
봉제 산업 집적지 5개 지역(종로, 중랑, 성북, 중구, 동대
유해 작업환경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심각하다고 여기지
문)의 봉제 산업 종사자 466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
않는 이 '불편한 진실'은 수십 년간 고착화된 관행과 체
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14년 봉제 일을 하면서 호흡
념문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 증상(숨막힘, 가래, 비염 등)으로 불편을 느낀 적이 있
해당 설문조사를 근로환경조사의 표본과 비교해보면, 피
는가’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63%에 달했다. 대부분
로, 불면증 등 구체적 건강 문제의 호소 비율이 월등히
봉제작업장은 창문을 통해 전체 환기를 하거나 작은 환
높은 데다 '객공제(일한 만큼 돈을 받아가는 시스템)’ 등
풍기만 보유하고 있어 호흡기 질환자가 많은 상황이었다.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만연해 있다. 또
응답자 중 방광염 병원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노동자들은 병에 걸리면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일을
다섯 명 중에 한 명 꼴인 21.2%였다. 염색약 등 피부에
그만두고 쉬다가 다시 복직하는 등 개인이 헤쳐나가는
독한 물질을 직접 손으로 만진 탓에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경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노동자도 22.3%로 집계됐다.
8
8월호_업로드용.indd 8
2015. 8. 31. 오전 11:12
울산지법,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로 산재예방? 처벌강화에도 줄지 않는 산재사고
울산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안전사고와 관련해 정
울산지법은 논의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여성, 노약자, 임
부차원에서 원청업체 대표이사에 대한 실형 선고 등 처
시일용직, 비전문가 근로자를 고용했다가 사고가 발생한
벌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대재해는 여전하다.
경우, 동종 사고가 반복되거나 최근 수년간 사고가 빈발
특히 울산지방검찰청이 작년 ‘산업안전 중점 검찰청’으로
한 경우, 사고를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하거나 산재 처리
지정되고, 고용노동부 역시 각종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를 회피하는 등 비도덕적 요소가 있는 경우도 양형을 엄
제재를 강화했음에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말 지역 검찰 최초로 산업안전 중점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양형심리를 강화하기 위
대응센터를 만들어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하는가 하면,
해 피해자 측과의 합의 여부나 피고인의 전과 등 전통적
올해 초 산업안전사고 수사의 거점 기능을 담당하는 ‘산
인 양형 자료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 해당 사업장의 수
업안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돼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년간 산재사고 현황, 산재처리 결과와 시정조치 현황 등
처벌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는 지난 3일 한
을 조사하거나 현장검증이나 산재 관련 기관에 대한 사
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실조회 등을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해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숨지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
이밖에 양형심리 시 인명피해 규모, 피해 확산 방지를 위
고 있다. 올해만 해도 중대재해는 상반기 25개사, 48건
한 노력 정도,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인지 여부, 대규모 인
에 이른다.
명피해와 직결된 중요 안전의무 위반 여부, 업무상 중과
이에 따라 울산지법은 20일 법관 양형토론회를 열고 산
실 해당 여부 등을 주요사항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업안전보건법위반 사건 양형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자 리에는 형사합의부 재판장과 배석판사, 형사단독 재판 장, 영장전담 법관 등 형사 법관 16명이 모두 참석했다.
9
8월호_업로드용.indd 9
2015. 8. 31. 오전 11:12
지금 지역에서는
군산 유해가스 누출사고, 노동자는 대피하지 못했다
청 회원,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선부장
6월 22일 오후 4시경, 군산 소룡동에 있는 군산
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군산시는 사고 소식을 접
OCI 폴리실리콘 공장에서 4염화규소(SiCl4) 62kg이
한 뒤 이를 지역주민들에게는 함구한 채, 군산 미군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가스 유출로 작업
기지에만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지역 주민들은 사
하던 노동자 한 명이 상처를 입고서 병원에 후송되
고 발생 2시간이 지나서야 언론보도를 통해 사고
었고, 15명의 주민이 입원했다. 당일 배포된 군산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의 보고 자료는 탱크에 부착된 배관에 원인 미상 크
당시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역한 냄새에 머리가
랙이 발생하였고, 크랙 발생 부분을 응급조치하던
어지러웠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OCI도, 행정기
중 배관 내 가스가 누출되었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
관도 누출을 가볍게 판단하며 대피는 아예 고려조
하고 있다. 현재는 새만금환경청에 사고대책본부가
차 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 이후 아무런 조치가
꾸려져 사고원인, 건강영향, 환경영향, 농작물 피해
없었던 탓에 십여 명의 주민들이 뒤늦게 병원으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후송되는 등 피해가 불어났다.
이번 사고에는 발생 원인부터, 사고 이후 대응까지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사고 전달
공장의 노동자들에게도 대책은 전혀 없었다. 정식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OCI 공장은 사고 발생
사고 보고서가 공개될 때까지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
후 7분이 지나서야 소방서에만 신고했고 지자체, 환
하기 어렵지만, 당시 크랙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는
경청 등에는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산
1명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
시는 시민제보를 통해 사고를 인지할 수 있었다.
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크랙이 발생해 유해가스
관계기관은 사고인지 후에도 노동자, 주민에게 어떠
노출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철저한 대비 없이
10
8월호_업로드용.indd 10
2015. 8. 31. 오전 11:12
1인 작업을 지시한 것 자체가 사고의 큰 원인이다.
아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어디에도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책임지는 부서가 없으니 사고예방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구미, 삼성 불산 누출사고 이후 화학물질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관리법이 개정 공포되었지만 정작 이 법은 지자체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
의 책임과 권한을 축소하고 있다. 전북 지자체는 이
이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를 강력히
법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 명
처벌해서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이에 더해 사고 예
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지자체에 할 수 있는 일이
방 및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고 예방을 위해 일상적으
화학물질 사고 발생 시 주민대피 등 초동대응 책임
로 화학물질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고 초기 대응
에 대해 군산시, 전라북도, 환경청 등에 질의했더니
매뉴얼을 갖추는 것은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다.
서로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전
사고 이후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 등
라북도는 상황 파악업무까지가 자신들 역할이라고
을 진행하며 지자체에 이런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정 지으며 주민대피는 군산시, 환경청 소관이라고
OCI 사고대책본부의 조사보고서가 조만간 발표될
주장한다. 환경청은 주민대피는 지자체 소관이니
예정이다. 민감한 내용들은 빼놓은 채 적당히 무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선을 긋는다. 군산
하는 부실한 보고서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시는 환경청 등 관계기관에서 명확한 근거를 제공
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
해야 대피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재차 사고
과 예방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외양간을 고치기 위
가 발생해도 이렇게 대응할 거냐고 따져도 소관이
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11
8월호_업로드용.indd 11
2015. 8. 31. 오전 11:12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0에서 시작해서 이제 30%쯤 알게 된 것 같아요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노동안전보건국장 김형진
최민 선전위원장
산업안전교육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서, 화상으로 교육하는데 길어야 20분에 불과하다.
의 권리다. 하지만 노안 교육은 회사도 조합원도 귀
그나마도 모여서 같이 자료를 보고 토론하는 지점
찮아하는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합 사업에
은 거의 없다. 연판장 돌려서 교육받았다고 서명하
노안 교육을 적극적으로 배치하며 조합원들에게 노
는 경우가 꽤 될 거다. 노안국장 활동을 시작하면
안 활동의 이해와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 금속노조
서 회사에 ‘노안 교육 제대로 해라’고 강하게 얘기했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김형진 노안 국장을 만
더니, 몇 군데에서 지점장이 2시간 동안 설명하고
났다.
동영상 틀고 교육을 했다. 그랬더니 조합원들 반발 이 굉장히 심했다. 회사는 노조가 하라고 해서 한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의무 산업안전 교육은 어떻
거라고 발뺌하고. 사실 말이 안 된다. 사업주의 법
게 진행하고 있나?
적 의무인데. 조합원들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 교육받는 것이 권
우리 지회는 6,800명 조합원이 전국 430개
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하려는 것을 질
지점에 쪼개져 있다 보니 교육이 어렵다. 게다가
타해서는 노동안전에 대한 우리 권리를 찾을 수 없
90%의 조합원들이 외부에서 영업해서, 사람들을
다. 조합원들이 이런 권리에 대한 감수성과 요구가
모으고 일정 시간을 확보해서 교육한다는 것 자체
높고 노동조합이 힘이 있으면 회사에 ‘교육 제대로
가 어려운 조건이다.
해. 조합원들이 원하는 이러저러한 내용으로 교육
산안법에 규정한 안전보건교육도 지금은 형식적으
진행해.’라고 압박할 텐데 지금은 그런 힘이 없는 것
로 진행 중이다. 회사가 매달 교육 내용을 송출해
이 현실이다.
12
8월호_업로드용.indd 12
2015. 8. 31. 오전 11:12
대를 형성했다. 직무스트레스 연구 사업 전후로 교육을 적극적으
사실 동영상을 만들 때는 섭외도 어려웠다. 얼굴 나
로 벌였다고 들었다. 어떤 취지로 진행했나?
오고 자기 얘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 뒤에 동영상도 나오고, 상반기 교육도 하고, 선전물도 발
조합 차원에서도 후생복지와 노동안전보건국
행하는 등 활동이 이어지면서 조합원들 인식 수준
이 이번 집행부에서 처음 분리됐다. 그만큼 노안에
이 달라졌다. 시작할 때 0이었다면, 지금은 30% 정
대한 이해나 관심도 낮았다. 법정 교육도 형식적이
도의 조합원이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있구나, 그래,
고, 조합원 집체 교육도 노안 사안이나 주제를 다룬
그게 중요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작년 직무스트레스 조사 사업을 시작할 때 전국적으로 지회를 돌면서 했던
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다
교육이 큰 의미가 있다.
고 생각하나?
2007년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를 다시 보여주면 서, ‘당시에 여러분 상황이 이랬다, 그럼 2014년 지금
조합원 나이가 많아지니, 조합에서 앞으로
은 어떨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문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더 중요해질 거다. 지금은 산
제의식을 잘 전달했다. 워낙 노안 사업 자체가 없던
재는커녕 조합원들이 병가 내는 것도 꺼리는 수준
터라, 설문조사에도 조합원들이 얼마나 응할까 걱정
이다. 고객들이 일요일에도 전화하면 그걸 받아주
했는데 교육에서 사업을 설명하고 소개, 선전하는
는 게 영업 노동이다 보니, 수술을 하거나 큰 병이
효과가 있었다.
라도 걸려서 장기로 입원하는 게 아니면 거의 병가
2014년 말에 연구를 마무리한 뒤에도 이 결과를 어
를 내지 않는다.
떻게 하면 잘 전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함
노안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낮은 것도 문제다.
께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동영상도 제작했다.
주로 돌아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이동하다가 다치거 나 사고 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야 이럴 때 어떻
동영상은 잘 활용되었나?
게 해야 하는지 조합에 물어보는 전화가 꽤 늘었다. 그냥 각자 해결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점차 수면 위
처음에 동영상 만들 때도 의견이 분분했다.
로 나오고 있다. 이런 게 조금씩 바뀌는 과정이고
너무 긴 거 아닌지, 조합원들이 잘 볼까 걱정도 했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교육은
다. 그래도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알려보자고 만
필수적이다. 앞으로 회사 주도의 법적 의무 교육도
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온종일 돌아다니고 힘든
제대로 해 나가는 것이 과제다.
영업 노동의 일상을 보여주니, 조합원들이 생각하 는 자신의 모습이 잘 나타났다. 또, 우리 조합원들 이 직접 나와서 인터뷰를 통해 대리점 문제나, 회사 의 미행∙감시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다 보니 그것만 으로도 문제가 잘 드러났다. 조합원들이 ‘불안하다’ 말하는 걸 육성으로 직접 전달하니 사람들이 공감 13
8월호_업로드용.indd 13
2015. 8. 31. 오전 11: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다
노동안전보건교육
선전위원회
이번 달에는 김형진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노안국장,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교육이 권리다
루어져야 한다.
UN은 인권교육에 관한 보고서에서, 인권에 대해 배
목표가 뚜렷한 교육 주제 정하기
우는 그 자체가 권리이며 인권에 대해 무지를 강요 하는 것이나 내버려두는 그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일상적으로 하는 교육이라면, 조합원 사이에서 최
지적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하는 것
근의 이슈, 현안과 관련한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이 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
효과적이다. 최근 조합원에게 발생한 병이나 사고
할 권리에 대해 배우는 그 자체가 권리다.
가 있다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다른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안전보건교육이 노동자의 의무
때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있다. 아니면 조합원들이
가 아니라 사업주의 의무라는 점이다. 사실 많은 경
흔하게 접하는 문제를 다루어보는 것도 좋다. 대신,
우, 안전보건교육을 노동자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처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처럼 일반적인 제목
럼 부여한다. 재미없거나 관심 없는 내용을, 중요하
과 내용보다, 그중에 특별히 어떤 측면에 초점을 둘
다며 억지로 듣게 해서는 안전보건교육의 취지에 완
것인지 명확하게 정해서 준비하는 것이 더 마음에
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와 닿는 교육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필요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재
교육을 기획할 때부터 교육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미있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은 교육의
기획자와 강사, 토론 진행자 등이 이번 교육의 배경
집중도와 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할 뿐 아니
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교육 목표가 분명하지 않
라, 안전보건교육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으면, 교육을 들은 조합원들도 시간 낭비했다는 느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조합원들이
낌을 들기 쉽다.
관심 있는 내용에 대해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을 진
조합원들이 관심 있는 주제로, 목표가 뚜렷한 교육
행하기 위한 노력은 사업주의 책임과 부담으로 이
을 준비할 수 있으려면, 일상적인 노안 활동이 뒷받
14
8월호_업로드용.indd 14
2015. 8. 31. 오전 11:12
침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조합원을 만나고 얘기
한 노력 중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가 교육
를 들어야, 조합원이 궁금해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도록 강제해야 하고, 참여
그 주제 중에서도 어떤 측면인지 잘 알 수 있다.
했던 노동자들이 교육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용과 진행 방법에서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제에 맞는 참여형 교육 사업이나 활동마다 교육을 배치 교육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 은, 교육받는 것 자체가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사업 따로 교육 따로, 조사 따로 교육 따로 이루어
것이며, 그 방법도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실현하는
져서는 안 된다. 근골유해요인 조사든 건강검진이
방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형이라고 해도
든 작업환경측정이든 직무스트레스 조사든, 조합원
그 형식은 매우 다양하고, 정답은 없다. 주제에 따
들이 참여하는 사업이 있다면 전체 사업 과정 중에
라, 사업장 상황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을 활용
반드시 교육을 포함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면 사업 전후에 모두 교육을 할 수도 있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산재에 대해 안전담당자가
다. 사업 전에 하는 교육에서 사업의 의의와 목적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주의하라’고 마무리하는 것보
분명히 설명하고,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
다, 조합원들이 직접 사례를 분석하도록 하고, 시설
지면 사업의 효과와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사업을
이나 노동 과정에서 보완할 점을 찾을 수도 있다.
마무리한 뒤에는 사업 결과를 조합원들과 공유하
근골유해요인조사를 시행하는 과정에 배치한 교육
고, 이후 과제를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라면, 공정별로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해 당 공정에서 현장 개선의 우선순위를 토론으로 결
스스로 교육 역량 키우기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안전 체험관 등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
조합 간부들, 대의원, 조합원 다수가 스스로 교육
에서 노동조합이나 전문가의 역할은 필요한 정보를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외
충분히 제공하고 토론을 돕는 것이다.
부 강사나 내부의 교육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실천 단이나 실행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위한 교육을
대규모 집단 교육은 이제 그만
한다. 그리고 실천단이나 실행위원들이 직접 조합원 을 교육하거나 조합원과 토론할 기회를 만든다. 교
대규모 집단 교육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
육용 자료도 직접 만들고, 여러 가지 참여형 프로그
이 절대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그만큼 효과
램을 기획해서 시도한다. 교육 이후엔 서로 평가를
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적절한 규모로 나누어서 시
통해 더 나은 교육을 기획한다. 교육을 진행하는
행해야 한다. 조합원 1만6천 명인 한 사업장은 100
역할에 많은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것 자체가 조
명 단위로 나눠서 교육한다. 100 명도 작다고 할 수
합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조합원이 참여하는 교육
없는 규모지만, 분기당 150회 이상 교육 시간을 열
을 만드는 방법이다.
어 최대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
15
8월호_업로드용.indd 15
2015. 8. 31. 오전 11:12
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하주희 변호사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메르스로 온 정국이 혼란에 빠졌던 지난 5월. 미국
처음 언론 보도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의 주요 언론을 통해 유타 주에 있는 미 국방부 산 하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4월 24일 살아 있는 탄저
“어이가 없었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미군
균을 각 산하 실험실에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부터 미군은 국내 미군기지
산하 실험실 가운데에는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고
에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생물무기와 관련된 실험
있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51비행단이 포함돼 있
을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혔습니다. 한국이 이러
었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살상력으로 생물학 테
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도 했고요. 그
러의 대명사로 알려진 탄저균이 활성화된 상태로
런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와 직결
민간물류배송업체인 페덱스(Fedex)를 통해 한국에
된 만큼 미군이 다시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
들어온 것이다. 이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일련의 과
록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을 한국 정부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사실관계 확인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이번 사
미군은 왜 치사율 90%에 달하는 탄저균을 국내에
태를 단순 ‘배달 사고’로 규정하면서 이 사안이 확산
들이려고 했나요?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한편, 시민사회는 6월 22 일 8,704명의 국민 고발인단 모집을 통해 주한미군
“미 국방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7월 24일 제출
관리자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 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균화된 생물학적 물질을 산
렌스 오쇼너시 주한 미7공군 사령관 2명을 검찰에
업계, 학계 및 기타 실험실 등에서 연구, 개발, 시험
고발했다. 이번 싸움에 주요 역할을 맡은 민주사회
평가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배달해왔다고 합니다.
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군 문제연구위원장 하주희
문제는 이 연구, 개발, 시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아는 게 없고 구체적으로 알 방법도 없다는 점이죠.”
16
8월호_업로드용.indd 16
2015. 8. 31. 오전 11:12
사진출처_민중의 소리
이번 보고서에 명확한 해명은 없지만, 그간 미군이
다는 의도에서 탄저균을 들여왔다. 실제 미군의 공
발표한 입장을 유추해보면 탄저균이 어떠한 이유
식문서를 통해 서울 용산기지와 오산기지 등에 분
와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미군
석 장비를 도입했고, 2015년 3분기에 오산기지에서
은 2011년 4개년 프로젝트로 주피터(JUPITR, 합동
주요 장비의 시연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주한미군포털 및 통합위협인식(Joint USFK Portal
있다. 2013년 4월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 프로그램을
이매뉴얼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생명과학부문장이
도입했다. 주피터 프로그램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했던 언론과 인터뷰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벌어질 수 있는 세균전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이전
피터 이매뉴얼 씨는 한국 정부가 주둔국에 호의적
보다 강력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탐지 능력을 확보
이며 생화학무기 실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
하는 것’인데 그 연장선에서 탄저균을 국내에 들여
우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군은 올해 3분기 이내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군은 한국을 첫 번째 실험
북한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했
장으로 시작해서 이후 전 세계 미군기지로 유사한
을 때 초기에 확인할 수 있는 최전방 감시소를 설치
탐지시설을 늘려갈 계획이었다.
하려고 계획했다. 이번 사태 역시 국내에서 생화학 무기로 인한 테러 등 위협이 벌어졌을 때 해당 물질
이번 사태 주요 원인으로 소파협정에 관한 문제를
이 무엇인지 국내 미군기지에서 분석을 마쳐 주한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미군 사령관이 직접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
문제인가요? 17
8월호_업로드용.indd 17
2015. 8. 31. 오전 11:12
언론을 통해 페덱스는 더 이상 고위험병원체 배송 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감염예방법과 시행령·규칙에 따르면 탄저균은 생물테러 등의 목적으로 사용돼 국민 건강에 심각 한 위험을 줄 수 있는 고위험 병원체로 분류돼 있어 국내 반입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SOFA 제26조(보건과 위생)에는 위험 물질 반입 시 사전통고나 허가 같은 내용을 포함하 “우선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한미 주둔
지 않고 있어 미군은 보고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
군지위협정(SOFA)상의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미
고 있다.
군기지에 어떤 물품들이 반입되는지, 미군이 어떤 작전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통제도 하지 않았다는
“미군은 26조를 들어서 보고 할 의무가 없다고 있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통관과 관세문제이긴 하지
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26조는 분기별로 질병이 발
만 SOFA 9조상의 미군 군사화물에 대해 통관절차
생하지 않았음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조항인데
를 전혀 거치지 않도록 한 조항이 회자되는 이유이
미군은 감염된 사람이 없으니까 없었다고 보고하
기도 합니다.”
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결과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들여왔는지를 말해야 하는
이 조항으로 인해 페덱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위험병원체의 반입과 목적을
탄저균이 들어있는 택배 물품과 일반 택배 물품과
통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뒤섞여서 일해야 했다. 만일 배달하는 과정에서 작
소파 협정 7조에는 접수국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은 실수라도 있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뿐만
있습니다. 직접적인 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국내법을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준수해야 합니다.”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공공운수노동 조합은 이러한 상황을 연출한 페덱스를 생화학무기
미 국방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는
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지난 7월 21일 서울서
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부지검에 고발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발표로는 이번 사태 “페덱스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사측이 보장해야
의 원인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책임자도 특정할 수
할 의무가 있는데 이점을 방치한 거라고 생각합니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처벌하지도 않았고요.”
다. 그런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스스로 법에 맞게 보장하고 있는지 묻고, 사측에게 이점을 강제
이번 보고를 통해 더그웨이 연구소로부터 지난 10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고소 고발이 의미 있다고 생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7개국 86개 시설에서
각합니다.” (이후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인지 8월 1일
저농도의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받은 사실이 확인
18
8월호_업로드용.indd 18
2015. 8. 31. 오전 11:12
됐다. 연구·개발용으로 쓰이는 탄저균은 특정한 경
한국 정부는 이번 미군의 보고서 결과를 기다리겠
우를 제외하고 완전히 비활성화된 상태로 배송하도
다면서 합동 조사단 운영 및 구성을 연기해왔다. 또
록 돼 있는데 그 규정를 지키지 않고 탄저균을 배
한 조사단의 업무 및 역할을 조사 그 자체에 제한시
달한 것은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
켰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따른 문제 해결도 한계가
나 살아있는 탄저균의 숫자가 적어 일반 대중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는 위험이 노출되지 않았고, 이번 사고의 경우 정확 한 원인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책임 주체도 특정
“한미정부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해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 어떤 행위든 정당화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 다. 한국정부와 미국이 동맹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한·미 합동 조사단이 이번 보고서를 기초로 조사
한국국민의 생명 안전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무엇부터 제대로 해야
는다면 동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죠. 참고로 미국
할까요?
이 일본이나 독일에는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도 표 했습니다.”
“지금은 명백한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미 군이 과연 무슨 목적으로 무슨 물질을 다른 나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에 보내왔는지, 특히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앞으 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대표로서 이번 사태의 진실을
한국에는 주피터 프로그램과 관련한 실험이 존재하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고 이것과 관련해서 주한 미군 사령관이 이후 한국
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
과 계속 협의하고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얘기하고
으니까 불가피하게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과 언론,
있잖아요. 사실 이렇게 위험한 프로그램을 지속하
시민사회단체, 저희 같은 법률가 단체 등 각자 할
겠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 안 된다고 생
수 있는 역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해야죠. 고
각합니다.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생각하고,
발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고발인 조사가 있을 예정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미군
인데 이후에 고발인도(피고발인도) 불러서 조사할
이 이번 보고서를 자체 내부 조사를 통해 발표했잖
지 의문이에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평화는 포기
아요. 거기에 기초해서 조사하겠다고 하는 얘기는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할
조사를 거기까지만 하겠다는 얘기라서 무척 우려스
예정입니다. 그리고 소파에 명시적으로 국내에서 반
럽습니다. 미국은 과거 소련이 군부대의 실험실에서
입금지물품을 반입할 때에는 한국정부의 승인을 받
탄저균 실험을 해서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위반했다
도록 규정하여야 합니다. 독일 소파에는 이미 규정
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에 제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 있거든요.”
래놓고 이제와서 자기는 해도 괜찮다는 건지. 그 이 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보고서에 기초한 조사로는 한국에서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9
8월호_업로드용.indd 19
2015. 8. 31. 오전 11:12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서른세 번째 이야기
6만 명을 매일같이 안전하게 떠나 보내죠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신용쾌 부장 인터뷰
푹푹 찌는 삼복더위, 그래도 휴가가 있어 다행이다. 7월 말 8월 초 피서철이 되면, 각지의 계 곡과 해변에 인산인해를 이룬 광경이 뉴스에 종종 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 휴가 기간에 마치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2014년 기준 1년 이용객이 4천5백만 명을 웃도는 인천공항은 명실상부 아시아 항공교통의 허브다. 하루 평균 6~7만 명이 드나들고, 요새 같은 휴가철 혹은 연휴 시즌이면 이용객이 2배 정도 증가한다. 신용쾌 부장은 이 많은 사람이 들고 나는 공항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공항을 이용하 는 승객들이 안전하게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한국의 ‘관문’, 즉 국경과 같은 이 곳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다. 해외 출국비행기가 주로 아침에 뜨는 탓에 공항은 오전이 더 붐빈다고 들었는데,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 많다는 나의 지적에, 용쾌 씨는 “어휴, 7,8월에 이 정도면 정말 한산한 거예요. 올해는 메르스 여파가 있어서 휴가 시즌답지 않게 정말 이용객이 적은 겁니다.”라고 답한다.
20
8월호_업로드용.indd 20
2015. 8. 31. 오전 11:12
청와대 빼고 다 있는 작은 도시, 국제공항에서 ‘보안’이란? “인천국제공항은 거의 하나의 도시나 마찬가지예요. 은행, 병원, 식당,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없는 게 없어요. 국세청부터 국토해양부, 법무부, 심지어 국정원까지 정부기관도 다 들어 와 있죠. 청와대만 빼고 말이에요. 일하는 사람만 해도 거의 4만 명이에요. 면세점이나 커피숍 같은 입점업체 직원들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저는 공항공사 공항보안처 내의 보안경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항에 오면 맨 처음 탑승 수속하고 짐 부치지요. 그다음에 하는 게 출국장 들어가면서 본인인지 확인받고, 짐에 뭐 위 험한 거 안 들어 있는지 검사받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저희 보안처 요원들이 하는 일입니다.” 보안요원은 두 종류로 나뉜다. 신용쾌 씨처럼 ‘보안경비’ 요원은 주로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문이나 VIP 전용 출입구 바로 앞에서 승객들이 본인인지 확인하는 일, 그리고 공항 상주직원 들의 출퇴근 시 신원 및 소지품을 체크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그 외 ‘보안검색’ 요원은 탑 승객의 신체와 기내수하물에 폭발물이나 무기 같은 위험한 물건이 들어있는지 검색하는 일 을 한다. 금속탐지기로 승객의 몸을 검색하는 것, X-ray 검색대에서 짐 가방을 검사하는 일 을 이 팀 요원들이 담당한다. “공항이라는 곳이 사실 그렇잖아요.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의 관문 같은 곳이지 않습니 까? 국경과 같은 느낌도 들지요. 게다가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들고. 그런 곳이다 보니 보안·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매 순간 주의를 듣습니다. ‘보안검색·보안경비가 뚫리면 공항 안전 이 다 뚫리는 거다’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보안팀 직원들에게 반경찰, 반군인에게 하 듯 엄밀함을 많이 요구하지요. 아이러니 한 건, 중요한 직무라며 엄청난 주의를 요구하면서 정작 신분이나 권한은 비정규직으로 내버려 둔다는 것입니다. 검색대에서 잡아내려고 하는 물건들이 ‘대테러 관련 유해 물품’이거든요. 승객들 보시는 안 내문에는 ‘기내 반입금지 물품’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런 물품들이 테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일단 잡아내는 것이지요. 그런데요, 솔직히 제일 잘 걸리는 건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시는 미용용 눈썹 칼이나 손톱깎이 같은 것이긴 해요. 아, 9.11테러 이후에는 기내 소 지할 수 있는 액체량도 엄격하게 제한하니 더 걸리는 게 많아졌지요. 만에 하나 이런 종류의 물건들이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나 폭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정 말 별거 아닌 것 같은 생활용품도 공항에서는 엄격하게 제한을 하는 것입니다.” ‘보안’ 업무라는 것은 일하는 곳, 지키려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일단은 매우 집중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공항의 경우 신용쾌 씨처럼 보안경비요원일 경우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승객들
21
8월호_업로드용.indd 21
2015. 8. 31. 오전 11:12
의 얼굴이 여권 사진의 그가 맞는지 잘 살펴야 하고, 티켓의 작은 글씨도 주의해서 봐야 한 다. 13년째 이 일을 해온 용쾌 씨 같은 경우라면 노하우가 생길 법도 한데도, 까딱하는 사이 에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출국장 앞에 줄지어 서있는 여행객들. 경비보 안요원은 몇몇씩 조를 이루어 각 출국장 문 앞 에서 티켓을 소지했는지, 그리고 여권 사진과 승객 얼굴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 여보낸다.
밤이고 낮이고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보안요원 “예를 들면 자매인 분들이 와서 자신들도 모르게 여권을 바꿔 들고 출국장 경비요원한테 검 사를 받아요. 여권이 바뀌었다 한들, 자매이다 보니 얼굴이 아주 비슷할 거 아닙니까? 사진 이랑 약간 달라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거죠. 본인으로 판단해 들여보냈는데, 출 입국심사대(법무부 소속)나 비행기 탑승 직전 티켓이랑 여권 이름 재확인할 때 걸리면 바로 보안처 실책으로 접수되어 버리는 거죠. 보안검색에서도 마찬가지예요. X-ray 통과할 때 앞뒤 손님들 짐 정리를 한다든지 잠시 고개 돌리는 사이에 가방에 있는 금지 물건을 못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다 탑승 후 어떻게 알려지 면 비행기가 떴다가 다시 돌아오는 상황도 있을 수 있죠.” 안 그래도 일하는 시간 내내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루 10시간 이상씩 장시간노동에 어 떨 땐 밤샘근무까지 해야 하니, 있던 집중력도 없어질 판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국제공항’이 기 때문에 24시간 운영한다. 그래서 보안부문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기본으로 하게 된다. “밤샘 교대는 정말. 10년 넘게 이 짓을 하고 있지만, 전혀 적응이 안 되고, 하면 할수록 더 힘 든 거 같습니다. 제가 있는 보안경비 팀은 24시간 공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3조2교대로 하 루는 주간(08:30~18:30), 하루는 야간(18:30~08:30), 그리고 비번 이렇게 돌아갑니다. 쉬는 날 요? 주로 잡니다! 정작 잠자리에 누우면 항상 잠이 잘 안 오고, 다음날 또 피곤하고. 시차 바 뀌는 거 때문에 아주 미칩니다. 제가 원래 혈압이 없었는데, 공항 근무 10년 넘게 하면서 혈 압 딱 30 올랐어요. 검색 쪽은 밤새는 날은 없습니다. 대신 올데이(all-day)근무라고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8시
22
8월호_업로드용.indd 22
2015. 8. 31. 오전 11:12
반까지 하루 14시간 꼬박 일하는 날 하루가 있어요. 보안검색 동료들, 올데이 뛰는 날은 얼굴이 아주 말이 아니지요. 그 다음 날엔 오전 6시 반 출근해서 13시까지, 셋 째 날에는 오후 출근(1시)해서 밤 10시까지 일하고 하루 쉬는 4조3교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보안검색 팀은 밤샘근무는 없지만 노동 강도가 경비 못지않아요. 검색 요원 들은 기내 가지고 들어가는 짐들도 계속 들었다 놨다 해야 하고, 근무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나 식사시간도 잘 보장이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에요. 승객들 없는 한산한 시간에 눈치껏 구석 소파 몇 개 놓여있는 데에서 쪽잠 자고 다리 잠시 뻗고 그게 다 인 거죠.“ 이처럼 긴 시간 서서 일하면서 휴식도 잘 못 취하고,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 가 많다 보니 보안요원 몇 년이면 만성 위장병, 손목이나 어깨 등의 관절질환, 발바닥 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족저근막염 따위는 달고 산다고 한다. 안전 업무를 충실히 하다 보면 이런 만성 신체질환과 더불어, 보안요원들이 일상적으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 당하다고 했다. 사람이 특별히 많은 방학, 연휴 기간에도 물론이지만, 국제행사가 잡혀 보안등급이 올라가는 경우에 출국장의 줄이 길어지고 검색을 보다 꼼꼼하고 오랫동안 하게 되면 탑승객들의 불만이 바로 앞에 있는 보안요원들에게 쏟아지는 까닭이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인원보충이 꼭 되어야 해요. 아니 평상시, 장시간/주야 교대하며 일하는 것도 힘든데 보안등급까지 올라가서 손님들 많아지고, 검색시간 길어지면 정 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닙니다. 하기야 오랫동안 서서 짐 들고 기다리다 보면 저 같아도 짜증 날 텐데, 거기에 짐 다 뜯어보면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안 된다 고 하면 승객들이 폭발하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어요? 보안단계라는 것이 4단계로 되어 있는데요, 아무 특별 상황이 없는 경우가 ‘평시’, 최 근 메르스 사태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특수 사안이 있는 경우가 ‘관심’, 한국에서 국 제행사가 개최된 경우가 ‘주의’, 그리고 9.11 때처럼 테러가 발생한 매우 위험한 단계 가 ‘심각’이에요. 각 보안등급에 따라 손 검색이나 가방을 열어보는 개장 검색, 그리 고 승객 아무나 찍어서 검색하는 랜덤(random) 검색의 빈도가 확연히 늘어나거든 요. 그럼 기다리는 시간이 확 늘어나는 거죠.” 아무리 ‘평시’인들 매일 몇만 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돌아봐야 하는 이 일이 쉬울 리 없다. 부디 이 여름, 즐거운 바캉스의 안전한 출발을 위해 애쓰는 인천공항 보안요원 노동자들에게도 유쾌하고 안락한 휴가가 꼭 허락되길 기원한다.
23
8월호_업로드용.indd 23
2015. 8. 31. 오전 11:12
연구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이은주 마창거제 산재추방연합 상임활동가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월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구조조정의 영향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마창거제산재추방운
으로 하청노동자 인력 또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건실태연구팀
동연합, 경남노동건강연구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을 구성하
2013년 9대 조선소 기능직 사내하청 인력이 10만
여 전남 목포, 경남 울산, 거제, 통영, 창원지역 조선
명을 넘어섰다. 9대 조선소의 기능직대비 하청비율
업종 물량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
은 1990년 21.2%였지만 2013년엔 294.1%까지 높아
였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489명이
져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
었고, 면접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6명
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사업부
이었다.
기능직 하청 인력은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물량팀이라는 고용구조가 물량팀 노동
2013년 3대 조선소 해양사업부 기능직 대비 하청비
자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
율은 90.1%에 이른다.
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핵심 인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사내외협력업체에 서 조달한다는 고용방침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고
하청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조선 산업
용 유연화를 달성하려는 자본의 기본전략이다. 자 본은 조선 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따라 물량
조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구성 추이의 특징은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를 고용 유연화의 합리
하청 기능직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1990년 이
적인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급 격한 증가세를 보여 2002년 이후에는 하청기능직
비정규직의 하위 단위로 재탄생하는
노동자의 수가 직영기능직 노동자의 규모를 넘어서
물량팀의 보편화
게 되었다.
24
8월호_업로드용.indd 24
2015. 8. 31. 오전 11:12
특히 물량팀 증가가 뚜렷한데, 조선업종은 2005년경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분에서 그 원
부터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인이 제일 큰 거 같습니다. 정규직은 인건비가 많이
따른 시급한 인력 확보를 물량팀으로 하기 시작했
나가잖아요. 이쪽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가 항상 좋
다. 물량팀은 물량팀장이 사업주가 되고, 도급을 주
은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 많아지면 고정비가 많이
는 하청 업체는 고용사업주인 동시에 사용사업주가
들어가니까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는 거죠.”
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하나의 하청업체
(물량팀 노동자 )
내에 물량팀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고용구조, 1차 업 체의 시급제로 형식상 고용을 유지하고 수시로 물량
물량팀 노동자들이 한 개의 원청업체에 근무한 기
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까지 형성되고 있다.
간이 평균 2.1년으로 자본의 물량팀 고용은 상시화
물량팀의 일상화는 자본이 상시적인 고용의 유연성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량팀의 고용 기간은
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을 독
대체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재고용이 이루어
점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최하위 단위의 고용형태
지고 있고, 물량팀은 구체적인 근로계약을 하지 않
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더 위험하고 더 불
는 경우가 16.88%에 이르고, 구두로 통보받은 경우
안정한 지위를 갖는 물량팀이라는 고용형태는 조선
가 14.58% 이르는 등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심
업종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2010년경부
각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터 급격하게 확산기를 넘어 정착기에 이르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현대중공
“2013년 7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지금 저희 인원이
업, STX조선, 삼호중공업, 성동조선 등에서 물량팀
26명 정도 됩니다. 물량팀 인원만. 계약이 3개월 단
으로 일하는 노동자이었다. 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위로 연장이 돼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바뀝
곳은 조선업종의 전 직종에 분포되어 있었다. 나이
니다. 일 년 되면 거의 반 이상이 다 바뀐다고 보시
는 평균 42.2세였다.
면 됩니다. 지금 현재 저랑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 람들이 제가 왔을 때부터 근무하던 사람은 4명밖에
1. 상시화된 단기고용 방식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3개월에서 6개월 되면 다 바 뀝니다. 14반도 물량팀인데 인원은 20명 15반은 10
물량팀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부도로 인
명 정도 되며 우리가 있는 12반이 제일 많습니다."
한 퇴직, 업체 내부의 고용조정 등을 통해 실업상태
(물량팀 노동자 )
가 된 이후에 같은 기업 내부의 물량팀 모집에 응하 여 물량팀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신규 취업
2. 노동시간과 임금
자들도 물량팀 이외의 모집이 매우 적고, 하청업체 로의 신규취업은 심각한 저임금이어서 물량팀을 선
물량팀 노동자의 한 달 평균노동일수는 21일, 하루
택하게 되는 구조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하나의
노동시간은 9.4시간이었고, 연간 평균 60일 정도의
원청 기업 내에서 이직하며 끊임없이 물량팀 노동자
실업기간이 있어, 10개월 동안 받는 임금액으로 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간 소득을 얻어야 하므로 취업 시기에는 매우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시간에 노출되어야만 연간 소득 25
8월호_업로드용.indd 25
2015. 8. 31. 오전 11:12
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구조는 일당
“노동조합 가입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제일 먼저
제가 60%였고 직시급제 등이었다. 연봉은 조선업종
쓴다. 노동조합 가입 했을 시 퇴사 처리 한다는 내
정규직 노동자 연평균급여 평균의 55%정도 였다.
용. 예. 그건 무조건 쓴다. 들어가자마자. 임금 얼마 사인하고 근로계약서는 대충 회사마다 좀 다른데
3. 고용 불안정
물량팀에 맞게끔 맞춰 놓은 근로계약서. 절대 노동 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랑 지장 찍고 가
복잡한 다단계 고용구조에서 부당함은 일상이 되
입했을 시 회사 퇴사 처리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무
고,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의 상태에 노출
런 법적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것까지 다 받아
된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
낸다...”(물량팀 노동자)
안이다. 물량의 변동에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은 반자발 반강제적인 내부이
1) 일상이 되어버린 임금체불
동을 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아, 또는 더 나은 일당이 보장되는 쪽으로 하청업체, 나아가
물량팀 노동자들의 37.95%가 임금체불의 경험을 가
원청 사업체를 옮겨 다니게 된다.
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체불은 소속된 하청업체 의 폐업이나 기성금 부족 등이 대부분의 원인이고, 3
“기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냐면 위에 물량
회 이상의 체불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55.93%에 이
을 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일하기 불편하고 힘들
르러 “체불임금을 받는 노력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
다면 물량팀에 던져 버리고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서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이 낫다”는 자조적인 푸념까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먹이사슬이다. 위에
지 생겨났다. 임금체불에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서 시키면 제일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20.87%에 이르고 있어, 임금체불이 일상화되어 있음
물량팀이다.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다.” (물량팀
을 실감케 하고, 그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노동자) “다 뭐, 노동부 일단 고발. 초창기에 고소고발하고 4. 노동기본권의 배제
그다음에 사람들 모아가지고 탄원서 써서 검찰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해봤는데, 결국에는 그때 당시
물량팀 고용구조의 전면적 확산은 물량팀이 조선업
합의 본 게 한 30프로 정도, 체불액의 30프로 정도.
종에 전면화되면서, 더 불안정한 고용구조, 더 심한
한번은 또 팀장이 또 돈 갖고 잠적을 해버렸는데,
노동 강도, 더 많은 산업재해, 더 많은 임금체불로
그것도 고소고발하고 재산내역을 뽑아보니까 그 사
이어지고 있었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비
람 앞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가지고 그것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동
도 결국에는 고소 고발한 상황에서 끝나버렸죠. 사
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임금체불이 발생하
실은 재판가고 이리 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라
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불이 발생했다 해도 법적
그러면 시간 끌어야 되고 하니까...”(물량팀 노동자)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 4대 보험 미가입 26
8월호_업로드용.indd 26
2015. 8. 31. 오전 11:12
43.74
18.46 14.95 8.13
7.03 3.96
2.2
1.54
불안정한 일자리
임금체불
열악한 작업환경
법적보호 부재
산재 직업병
일이 힘들다
주거와 가족
기타
물량팀 노동자의 어려움
물량팀 노동자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이 61.9%에 불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과하여 4대 보험의 운영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
근무 중 사고나 질병 경험이 34.39%에 이르고 있는
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건에 대한 만족도
반면에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5.73%에 불과
를 조사한 결과 산재 위험 55.51%, 복리후생 빈약
했다. 산재 미처리 사유 중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
53.61%, 노동 강도 52.65%, 저임금 52.51% 등의 불
가 38.39%나 되어, 원청 사업주가 물량팀 노동자를
만족을 드러내고 있다.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 속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5. 위험의 아웃소싱, 건강권 파괴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건강권파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불법적인 노동
물량의 아웃소싱은 위험의 아웃소싱을 동반한다.
통제와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도 숙명처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빨리 수행해야 하
럼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는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진
물량팀 노동자들은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 공기를 앞당기는 것을 우선하는 노동현장에서
일시적 형태가 아닌 상시적 고용구조로 자리하고
안전한 작업은 꿈꿀 수 없다.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있는 물량팀이라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사라져야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단기계약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노동조합을 통한 노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관리하고 보호
동자 단결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었다.
27
8월호_업로드용.indd 27
2015. 8. 31. 오전 11:12
사진으로 보는 세상
연일 36.37도를 오르내리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가운데에서도 도로 위에서 열기를 받고 보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글, 사진 쌀집아재
28
8월호_업로드용.indd 28
2015. 8. 31. 오전 11:12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확대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 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 행하고 있다. 주야 맞교대를 시행하던 20여 년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 노동 시간과 야 간 노동의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회에서 수행한 조사에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 았고, 일상의 삶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 간이 늘어나고, 취미 활동을 기획하고, 자녀 돌봄이나 가 사 노동에 대한 분담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주간연속 2 교대 실시와 함께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단축의 문 * 자세한 연구결과는 8월 28일 토론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제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된 점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29
8월호_업로드용.indd 29
2015. 8. 31. 오전 11:12
그러나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
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
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
그리고 이미 교대근무의 변화를 경험했거나, 변화를 준
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
비하고 있는 단위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
삶의 변화를 조사하고, 노동 시간과 생활의 변화로 인해
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
노동조합 활동의 변화가 없는지, 있다면 구체적인 변화의
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
연구 방법
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 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38개 지회 51명의 조합 간부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야간 노동 철폐
및 조합원들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의 주요 내
를 만들어 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
용은 교대제 변화 전후의 작업환경, 임금, 노동시간, 조
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합 활동에 대한 내용과 교대제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 조 합원과의 소통, 사측과의 합의 과정 등이었다. 사업장 단
교대제 전환의 흥정과 협상
위의 설문조사도 수행하였는데, 45개 사업장에 대해 교 대제 이행 상황, 교대제 변화의 주요 내용, 작업환경의 변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
화, 교대제 전환의 주요 동력, 조합의 대응과 조합원 소통
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
등에 대해 설문하였다. 또한 7개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
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으로 교대제 이행 전후 건강과 삶의 변화, 특히 수면건강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및 건강행태, 취미 생활 등에 대해 물었고, 교대제 변경에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
따른 노동시간, 임금, 노동 강도 변화에 대해 설문하였다.
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
진행했던 연구 결과 중에 부품사의 교대제 이행과정에
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
서의 특징, 외주화 경향, 통상임금의 문제를 둘러싼 쟁점
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
등에 대해 주요 내용을 싣는다.
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문제를 짚어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
내고 논쟁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의 철폐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
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
통해, 향후 주간연속 2교대 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
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동 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
30
8월호_업로드용.indd 30
2015. 8. 31. 오전 11:12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전주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자들이 있고, 노동자들은 자본의 위계에 따라 또
길고 지루하고 소소한 싸움
다시 분할된다. 완성차 정규직-완성차 비정규직-협 력사 정규직-협력사 비정규직. 여기에 다른 나라에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하면 흔히 현대, 기
서 한국의 자동차를 만드는 검은 피부와 하얀 피부
아, 쌍용 등을 떠올리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갑을
의 노동자들이 줄 세워진다.
오토텍, 동희오토, 한라공조 등의 생소한 이름을 가
현대자동차, GM대우, 쌍차, 기아, 르노삼성의 이름
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이다. 자동차 한
에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각기 구조조정과 정리
대가 완성되기 위해 들어가는 2-3만개의 부품을 만
해고의 상처와 투쟁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노동
드는 기업을 자동차 부품사라고 한다. 이 부품사들
자들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동료들을 보내야
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작동하지만 이
했고,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으로 동료들의 일자리를
기업들 사이에는 지배와 위계가 존재한다. 기계를
내주어야 했다.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생산성 질
완성하는 기업,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사이에 불공
주를 시작했고, 스스로 초국적 자본이 되었거나 초
정 거래와 자본의 추가적 수탈이 가능한 것은 자본
국적 자본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
그 자체의 힘이다. 그 위계들의 아래에는 언제나 노
31
8월호_업로드용.indd 31
2015. 8. 31. 오전 11:12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
하는데 골몰했으므로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동
안은 극에 달했다. ‘나도 언젠가는 짤릴 수 있다’는
자들의 목소리는 국가와 자본이 한 목소리로 내는
불안감을 왼쪽 가슴에 지니고 일해야 했고 그 불안
경영합리화에 묻힌 소음에 불과했다.
감은 어느 때보다 잔업과 특근을 열망하게 만들었
2002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되어 언론은 ‘열심히 일
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대공장 노동자
한 당신 떠나라’ 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장시간노동을 이끌고 있다.
축하했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줄어든 법정 시간만
IMF 위기가 각인시킨 불안의 흔적이 장시간 노동으
큼 더 많은 초과노동을 해야 했다. 고용불안을 떨치
로 남아 ‘연봉 1억 원 현대차 귀족노동자의 신화’를
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초과노동을 온
완성한다.
몸으로 흡수했다.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늘리
완성차 노동자들이 이럴진대 완성차 기업에서 물량
기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 더 많은 노동
오더를 받고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실상이야 더
자들이 일하도록 해야 하지만, 자동차 자본은 불공
말할 것도 없다. 부품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정하고 불평등한 거래로 이뤄진 다단계 하도급 체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장시간 노동, 심야
계를 구축하면서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
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수십 년 일해 왔
사이의 임금격차를 벌렸다.
다는 것이다.
2006년 이후에도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요구는 이어졌다. 커다란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자
“왜 여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싸움을 시도
동차 노동자들은 참으로 길게, 지루하리만치 요구했
조차 못한 거죠?”
다. 이 때 현장 노동자들 일부는 여전히 특근과 잔
“인식을 못했거나 아니면 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업을 하게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같아요 저희들이. ... 그러니까 심야노동에 대해서
급기야 2012년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
잘 모르기도 했고. 사실은 저희들이 교육을 받기 전
제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완성차 노동자
에는 심야노동, 오히려 야간을 뛰면 낮에 볼일도 볼
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 변했
수 있고 더 좋은 거 같은데. 이렇게 심야노동이 우
을까? 보통 새벽1시부터 5시까지는 공장에 불이 꺼
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런 것들을 몰랐던 거죠.
진다. 주야맞교대로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이 그 나
또 야간 들어가야 돈이 되니까. 야간 들어가고 안
마 몇 시간이라도 멈추게 되었다.
들어가고 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또 장시간 노
그리고 노동자들의 잔업이 줄었다. 무조건 8시간 노
동? 장시간의 기준을 저희가 몰랐고 스스로도 이렇
동하고 2시간 잔업 하던 것이 이제는 잔업 할 틈 없
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각이나 이런 게 없었고. 그
이 교대를 해야 하니 강제로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
래서.……. 예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일 했거든요.”
다 심야노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2조는 새벽1시에 근무가 끝나고 1조는 6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여전
1998년 정리해고 도입이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히 야간노동과 새벽노동은 있지만 그래도 ‘노동자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
모두가 잠든 시간’은 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음 겪는
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자
사건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동료들이 모두 잠을
본은 보다 본격적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도입
자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들 중 절반은 늘
32
8월호_업로드용.indd 32
2015. 8. 31. 오전 11:12
깨어 있었다. 이들의 신체는 누군가 나 대신 일하는
자동차 노동자들이 밤을 ‘심야노동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이기 때문에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수당이 붙는 쏠쏠한 노동시간’으로 인식했던 것은,
1998년부터 시작된 길고 지루한 싸움은 완성차에
왜곡된 임금구조와 낮은 임금 때문이다. 화폐가 부
서 부품사로 번지고 있다. 모두가 잠자는 시간은 자
르는 밤의 노래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굳은살은 노
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노동자들의 신체와
동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급기야 “견딜만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이 변화의 방향을 둘러
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화폐가
싸고 자본과 노동의 두 번째 싸움, 결코 호락호락하
덧씌운 느낌,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을 제거한 통
지 않은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증 없는 상태에 불과하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유성지회의 싸움은 장시간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 일깨우기
노동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목소리였다.
2012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유성기업이 밤에는 잠 좀 자자, 우리는 올빼미가 아
국가 중 2위다. 같은 해 OECD 평균 노동시간은
니다 라는 타이틀을 걸고 싸울 때 우리도 집회에
1,765시간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이 예전에 비해
참여했어요. 이렇게 싸우다보니 조합간부와 임원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느낀 거죠. 아~ 밤에 왜 일을 해야 하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아니란다. 그러나 같은 해 금속노조가 조사한 자동차 부품
주간연속 2교대제를 경험하고 있는 자동차 노동자
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2,856시간이었다. 이들
들은 이제 다시는 심야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
은 한국노동자들 평균 노동시간보다 800시간을,
을 모은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이미 장시간
OECD 노동시간보다는 1,000시간을 더 일했다. 자
노동이라는 통각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잠
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한국사회의 노동시
자는 밤 시간’ 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간 단축을 저지하고 있는 형세다.
우리들이 만든, 싸워서 다시 찾은 공통의 시간이기
부품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왔던 이유는
때문이다.
자신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1년에 1,00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했기 때문” 이었고, 다
생산성과 노동시간 단축의 교전-제2라운드
른 나라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하지 않 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잠을 자는 시간은 이제 자본이 멈춘 시간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려면 동료들의 장시간 노동이
되었다. 자본 측이 이를 그냥 두고 볼 리는 만무하
보이지 않고, 내가 장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는 인식
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고, 이윤이란
을 망각하는 상태여야 한다. 인간의 신체는 분명 고
시간당 생산성의 증대다. ‘시간이 줄었으니 생산성
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자본의 속도에 맞추는 인간
을 더 올려라.’
의 신체는 급격하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의
다른 한편 잠을 자는 시간은 노동자에게는 심야수
시간을 신체가 기꺼이 흡수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
당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자들은 밤 시
는 무엇일까?
간을 두고 갈등했다. ‘밤에는 잠을 자야지’와 ‘죽으 33
8월호_업로드용.indd 33
2015. 8. 31. 오전 11:12
면 원 없이 잘 텐데, 임금이 줄면 안 된다’ 사이의
된 현장에 있다. IMF 위기를 겪은 지금의 노동자들,
간극은 1,000시간의 초과노동을 수 십 년 일한 만
그 위기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자본의 생산성
큼이나 깊다. 이러한 갈등을 파고들어 자본은 생산
증가 요구를 노동강도 강화로 흡수했다. 고정급이나
성과 임금을 연결하고자 했다.
기본급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인 요구보다는 잔업과 특근에 따른 보상적 임금을 요구했다. 연쇄적인 구
“임금보전 수준은 생산량 보존 수준과 연계하는 것
조조정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우리의 일터’ 라는 집
이 회사의 기조다”(Q사 관리자)
단적 공간성에 균열이 심화되었고, 그 틈으로 생산 성 이데올로기가 초과수당이라는 개별적 성과주의
완성차와 부품사 지회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휴게시
로 채워졌다.
간을 없애고, 노조교육시간을 근무시간 밖으로 내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기
면서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것도 모자
조는 “물량 수평이동” “임금 수평이동” 이라는 이데
라 “숨어있는 여유율”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강도를
올로기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임금은 보전되었지만
높였다. 노동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UPH(시
몸이 흡수하는 시간당 물량은 더욱 늘어났다. 임금
간당 생산대수)를 10~15% 올렸다는데, 이 정도는 현
은 하락하지 않고 고정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물
장 노동자들에겐 “더는 못 올리는” 수준이다.
량이란 몸이 견디는 한 더욱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
완성차를 필두로 부품사들의 합의 과정에서 잡음이
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작한 싸움이 생산성을 둘
나 소란은 없었다.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
러싼 교전으로 역전되었다.
을 단축하자는 싸움치고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표
우리가 임금을 보전 받으려면 사측이 요구하는 생
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완성차가 그렇게 매
산성도 보전해주어야 한다는 기묘한 평등주의가 자
듭지었다. 생산성의 증대와 임금보전, 노동시간 단
동차 공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
축이라는 요구를 적절하게 조정했다. 완성차의 합의
제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조와 2조 시간을 각
안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 부품사 자본과
각 8시간, 9시간으로 도입했지만 2016년 이후부터 8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시간, 8시간으로 더 낮춰야한다. 지금의 기묘한 평
두 번째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선도적으로 전개하
등주의 논리 하에서, 1시간 더 줄인 만큼 1시간 분
고 본격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했던 유성기업 노
의 노동강도를 더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동자들의 패배다. 현대차 자본이 개입하고 공권력
그러니 노동강도로 흡수하지 않은 단 1시간을 확보
이 실행한 폭력은 주간연속 2교대제의 가이드라인
하는 싸움은 이 평등주의를 깨야만 가능하다.
을 넘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가 되었다. 인터
개별화된 임금을 전체의 보편적인 임금구조로 바꾸
뷰에 응한 50명이 넘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유성기
는 것, 시간급제가 아니라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바
업의 투쟁에 대해 기묘하리만치 함구했다. 완성차
꾸어야만 한다. 생산성의 이데올로기를 깰 수 있는 지
지부의 타결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타격
루하고 소소하고 지속적인 잡음을 지금부터라도 만
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은 주간연
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임금과일터 생산성의 고리
속 2교대제를 도입하게 된다.
를 끊어낸 ‘단 1시간’ 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성의 이데올로기에 잠식
주간연속 2교대제의 2라운드를 고민할 시간이다.
34
8월호_업로드용.indd 34
2015. 8. 31. 오전 11:12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자동차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김보성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1.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사내하도급/
물론 사내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경우 부품사는
비정규직 관련 쟁점들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속적인 기업간 구조 속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와 사내하도급 문제를 다
에서 완성차에 의한 강제적인 납품단가 인하 압력
루기 위해서 먼저 자동차 부품사의 상황을 이해 할
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온 부품사는 이러한 요구를
필요가 있다.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여 위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종속적
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는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기업간 관계를 고려할 때, 물량조절은 주간연속 2교
충원과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을 꺼리게 된다. 노조
대로의 전환 시 부품 업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
역시 이러한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채 제
가 될 수 없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지
한적인 설비투자 및 인원충원을 받아들이거나 업체
못하면 부품업체는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당할 수
가 제시하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에 타협하게 된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업체 노사는 물량보전
결국 부품사 노사는 노동강도를 조정하여 물량을
방안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소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게 된다. 이것은 현대자동 차 노사가 취한 해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일한 방
35
8월호_업로드용.indd 35
2015. 8. 31. 오전 11:12
식이 부품업체에는 보다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키
특히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채용 비용에 대한 부담
게 된다. 완성차에 비해 부품업체들의 노동강도가
을 원청사에 비해 훨씬 많이 느끼며 편성효율과 설
더 높기 때문이다. 즉 편성효율이 더 높고 설비가
비의 작동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부품사들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 역시 최대치에 보다 가깝
의 경우, 외주화와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유인을 훨
게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 노동조
씬 많이 느낄 수 있다. 즉, 주간연속 2교대제가 수직
합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물
계열화 되어 있는 원청과 1-2-3차 밴더의 기업간 구
량보전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조가 보다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거나 물량의 일 부를 보다 낮은 가격에 하도급업체에 넘겨주는 외
2. 주간연속 2교대제를 계기로 한 작업장 구조조
주화를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 산업 부품업체
정과 도입 부담의 외부 전가
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외주화의 가능성, 비정 규직 노동력 활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이전부터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한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자동차 산업
임금-물량 보전 양상은 <표 1>과 같이 나타났다. 대
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표적인 양상을 살펴보면, 1) 사내하도급 인력을 통
수 있다는 것이다.
해 비용 절감 및 노동강도 완화(R사). 2) 원청과의
표1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상황 *
R
D
J
L
납품방식
직서열
직서열
직서열
직서열
생산방식
관리 + 현장작업
노조유무
금속노조
금속노조
금속노조
무노조
근무형태
8/8+1
8/8+1
8/8+1
8/8+1
임금, 물량
보전
보전
보전
보전
15% uph 상승
7.48% uph 상승
근무형태 변경 전 uph 상승 uph 상승
추가작업시간 확보
추가작업시간 미확인
추가작업시간 확보
물량보전 방식 전환배치 + 사내하도급 인력충원
관리자만 정규직 현장작업은 하내하도급업체
일부(24시간)공정 계약 제외 + 제외 공정 인력 전환배치 로 인력충원
관리 + 현장작업
(전환배치/전환배치로 인력충원 여부는 미확인)
관리자만 정규직 현장작업은 하내하도급업체
추가작업시간 확보
인원충원 없음
- 계약 제외 공정은 원청이 비정규직
- 전환배치로 불파해결
동일공장 내 무노조 사내하 - 전환배치로 불파해결
사내하도급 관련 - 주간연속2교대제 미적용 도급업체와 계약
- 주간연속2교대제 적용
-
- 주간연속2교대제 미적용 * 사업장 L 사례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발굴된 사례로, 여기서는 다른 유노조 사업장들과 비교를 위하여 발췌하여 다루기로 한다(배규식 외, 2013).
36
8월호_업로드용.indd 36
2015. 8. 31. 오전 11:12
도급계약 변경을 통해 24시간 공정의 외부화 및 내
그러나 부품업체들은 이러한 맞교환에 있어 완성차
부 노동강도 완화(D사). 3) 그 외 주간연속 2교대제
에 비해 보다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를 도입하기 전에 이미 노동강도를 강화시켜놓고 협
자동차산업 기업사슬에서의 위치상 부품업체들은
상에서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임금보전을 대가로
완성차에 비해 재정적 여력이 빈약하고 노동강도가
다른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사례도 발견되었다(J
이미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보전
사). 이들은 모두 유노조(금속노조) 직서열 부품업
과 물량보전을 맞교환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부품업
체들로, 물량보전을 위해 UPH를 향상하고 추가 작
체들의 경우, 상황에 따라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
업시간을 확보하는 것 외에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
을 활용하여 문제를 우회하고자 유인을 보다 크게
급을 활용하여 노동강도와 교대제 전환비용을 조정
받을 수 있다.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물론 비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은 임
이에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무노조
금 부담을 낮추고 노조와의 갈등을 우회하고자 할
업체 L 사업장의 경우, 사내하도급 업체와의 도급 계
때 기업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지들 가운데
약에서 임금보전을 전제로 인력충원 없는 UPH 상
하나이다. 따라서 반드시 직서열 부품업체에서만 비
승을 관철시켰다. 재정적 여력이 작은 중소부품업
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이 나타나는
체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른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완
은 상황을 활용하여 인력충원 없이 극심한 노동강
성차나 여타 제조업 분야에서도 유사한 목적을 가
도의 강화가 예견된 교대제 전환을 관철시킨 것이
진 고용유연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다. 네 사업장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유노조 사업
그러나 많은 직서열 부품업체들이 주간연속 2교대
장에서는 임금보전과 더불어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제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비했던 상황에서
위한 조치가 노사간의 쟁점이 되었으나, 무노조 사
완성차의 합의안을 그대로 모방하며 교대제 전환을
업장에서는 임금보전을 대가로 기계적인 UPH 상승
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의
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활용이 전환 비용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다 유력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이 크게 쟁점
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된 것으로 확인되는 사업장이 모두 직서열 업체였
이러한 조사 결과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완성차-1
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서열 업체들은 대
차-2차 밴더 간의, 유노조사업장-무노조사업장 간
부분 치밀한 준비와 내부조직화 없이 현대차의 근무
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작업조건에 대한 격차가
형태 변경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였다. 현대차가 교대제를 전환했으므로 당연히 따라
이러한 노동 내부의 분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주간연
준비된 교대제의 전환, 전환 시 최소한의 원칙에 대
속 2교대제의 도입은 내부적인 큰 고민 없이 현대차
한 확인은 중요하다.
모델을 동형화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직서열 사업장에서 8/8+1의 근무형태가 도입되 었고 임금보전은 물량보전과 맞교환 되었다.
37
8월호_업로드용.indd 37
2015. 8. 31. 오전 11:12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자본이 호들갑을 떠는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90년대 이후 그간 통상임금의 범위는 계속적으로
문제가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장시간 노동을 압
확대되어 왔다. 그 가운데 2012년, 2013년의 대법원
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상임금은 한국
판결은 통상임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자동차
사회의 왜곡된 저임금 체계와 이를 매개로 한 기형
의 주간연속 2교대라는 교대제 개편 논의와 맞물리
적인 장시간 노동체제의 모순을 집약하는 지점이
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저임금 구
그래서인지 자본은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에 따른
조에 기반을 둔 총자본의 착취 체계에 정면으로 맞
총노동 비용이 ‘38조원’ 에 달한다는 위기론을 조성
설 수 있고 맞서야 하는 투쟁인 것이다.
한다. ‘날벼락 같은 임금폭탄’, ‘기업 간 임금격차 더
통상임금을 기업에 대한 비용부담 전략으로 활용해
욱 벌어져’,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인상률이 높다’,
주간연속 2교대를 보다 주체적으로 이행한 한 사업
‘노조의 무리한 떼쓰기’, ‘통상임금으로 고용률 1%
장의 경우,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를 저임금-장시간
줄어’, ‘한국GM은 철수할 수 있어’ 등 통상임금의 범
노동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통
위 확대에 따른 ‘위기’ 를 확대 재생산하고 그 원인
상임금을 매개로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을 구체
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로 몰아세웠다.
화하는데 있어 보다 공세적일 수 있었으며 실천적
자본이 이렇게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통상임금
으로도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임금 안정성
38
8월호_업로드용.indd 38
2015. 8. 31. 오전 11:12
을 동시에 구축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수 없다는 제한적 상황에서 이뤄진 ‘차악’ 의 선택
그러나 통상임금 논쟁이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
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에 긍정적인 지렛대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향후 8/8로의 이행과정은 기존의 이행과정보다 더
경우 부품사들은 ‘특정한 가이드라인’ 에 매인 채
욱 불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의 <물량보전-임
대응하였다. 부품사의 위치적 한계 즉 자본 위계와
금보전> 프레임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성과 연동형
생산 서열에 종속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
임금체계 개편 같은 정부와 자본의 전 방위적인 유
목이다. 통상임금 합의 현황을 보면, 특히 계열사의
연화 기획들은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고, 그 가운
경우, “자동차의 교섭결과에 따라 추후 특별교섭을
데 업체들은 편법으로 취업규칙을 바꾸고 있는 상
통해 재논의 한다.” 는 전제를 달고 있다. 부품사들
황에서, 노동의 ‘심야노동 철폐’ 구호가 이전 만큼의
은 교대제 개편안을 ‘일종의 가인드라인과 같은 자
효과를 발휘할 지 미지수고 결과적으로 통상임금
동차의 합의안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 에 맞춰야 했
카드를 ‘설비 투자’ 나 ‘일자리 창출’ 및 ‘월급제 시행’
다. 그 원인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규명해야겠
등과 같이 보다 공세적인 대안들과 연결하기 쉽지
지만 일차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기업 간 구조가 종
않은 현실이다.
속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서 다시, 보다 주체적인 주간연속 2교대 등 근
부품사들의 제도 선택은 ‘강제적 동형화’ 의 결과라
무형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언어, 다시 말
고 볼 수 있다.
해 오래되고 낡아서 쓸모없어져 버린 것 같지만, 노
또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이 노동시간 단축의 방향
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담지하는 생명력을 불어
으로 전개됐다기 보다는 노동 강도를 감수한 채 어
넣을 수 있는 요구를 새롭게 제기하는 투쟁이 필요
느 정도 생산성 향상에 동의하면서 총액임금을 보
하다. 그것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임금
전하는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테
구조 개선> 이다. 단순히 시급제에서 월급제로의 전
면, 한 사업장의 ‘선(先) 통상임금 (단계별) 적용’ 은
환이라는 지불 형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
‘자금 사정이 열악해 신규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
다. 통상임금을 매개로한 교대제 개편의 방향은 저
원이 곤란하다’ 는 이유로 사측에 유예를 주고 2교
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자본의 착취 시스템에 정면
대로의 이행 속도를 늦추는 상황을 낳기도 했다.
으로 맞서는 주요 투쟁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
물론 임금 보전에의 매몰을 특정한 부품사만의 한
다. 중장기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생활임금
계로 언급하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과정
쟁취라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은 물
에서 나타났던 근본적인 문제를 축소하는 오류를
론 고착화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고리를 끊고 노
범하는 것이다. 물량을 절대화하고 노동의 필요를
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필요는 물론이고 총 노동의
제대로 담지 못하는 ‘생산량 만회를 전제로 한 임금
지향을 자신의 것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보전’ 프레임은 완성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 논의가
편법과 꼼수로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사측의 시도들
시작될 때부터 등장했고 2000년대 중반 구체화됐
을 저지하는 동시에 총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임금체
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품사 지회들의 임금 보전에
계 개편 시도의 본질과 정치적 의도를 꿰뚫고 조합
의 매몰을 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
원들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투쟁과제로 만들어나가
로 해석하기 보다는 어쩌면 ‘가이드라인’ 을 넘어설
야 한다. 39
8월호_업로드용.indd 39
2015. 8. 31. 오전 11:12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다. 그나마도 공장 안 작업장보다는 따뜻한 곳이라 니 감사히 생각할 수밖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건강 상태도 제대로 모 르고 일에 치여 살던 분들에게 혈압·혈당 등 건강 체크도 해드리고 건강 문제와 관련해 상담해드릴 수 있는 점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가질 수 있는 큰 보람이다. 대부분은 혈압·혈당 등 간단한 검사 에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간혹 심각한 수준의 고혈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압이나 당뇨병 의심 상태를 보이는 분도 있었다. 비 만·흡연·음주 관련 상담도 중요하지만, 고혈압·당 뇨병 등 질환이 있는 경우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 하기에 그런 분들에게 왜 치료가 필요한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꼭 병원에 가 보시라고 권해드렸다. 보건관리 대행 사업이 상당히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서 는 서면으로 전달되는 건강검진 결과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몇 달 뒤 같은 사업장들을 돌면서,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을 다시 만나야 했 다. 이런저런 설명 끝에 꼭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했
전공의 4년 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건관리
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가보셨단다. 시간이 없다는
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보건관리 대행은 병원과 계
건 핑계다, 요즘 병원들 평일에도 저녁 7시, 8시까지
약된 사업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건강 상
하고 주말에도 여는데 거길 못 가보신다는 게 말이
태를 점검하고 특별한 이상은 없는지, 작업과 관련
되느냐 했더니 평일에도 10시에 끝나는 날이 부지
된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상담과 관리
기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데 일 끝나면 쉬고만 싶
를 하는 업무이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사업장을 전
다고 하신다. 할 말이 없었다. 병원이 아무리 늦게
담해서 매달 다니시지만, 의사는 분기별 혹은 상하
까지 열어도 갈 시간이 없고, 갈 힘이 없으면 가고
반기로 나눠서 방문한다.
싶어도 못 가는 것이다.
처음 보건관리 대행을 다니면서 날씨가 덜 풀린 탓
‘미충족 의료’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당장 아
에 추위에 고생을 많이 했다. 유난히 경기 북부에
프거나 지속해서 병원에 다녀야 하는 질환이 있음
대행사업장이 많은 우리 병원의 특성상 가는 곳마
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국가
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고 출장용 소형 차량은
별로 비교해 보면 보건 복지 정책의 수준을 확인해
그 칼바람을 이겨내기엔 상당히 버거웠다. 간혹 난
볼 수 있다. 즉 미충족 의료 비율이 높을수록 보건
방도 잘 안 되는 창고 같은 공간에서 상담하기도 했
복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보
40
8월호_업로드용.indd 40
2015. 8. 31. 오전 11:12
인지된 건강상태 대비 미충족 의료수준(unmet needs) (2005년, 2010년)
(자료 출처 : 김혜련, 여지영. ‘우리나라 건강수준과 보건의료성과의 OECD 국가들과의 비교 (2013)
건 복지 포럼에서 2013년 발표된 ‘우리나라 건강수
많은 병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시간과 돈이
준과 보건의료성과의 OECD 국가들과의 비교’라는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
자료에서 발췌한 표이다.
부에서는 노인·장애인·도서벽지 주민의 물리적 접
한눈에 보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미충족 의료의 비
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이유로 원격 진료부터 시행
율이 높다. 또한, 인지된 건강 상태도 낮게 나타나,
해야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안 좋은데 병원에는 잘 가
첨단 장비와 우수한 인력을 마련해 두고 환자가 오
지 못하는 상태 혹은 병원에 잘 못 가서 건강 상태
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병원이 곳곳에 있음에도
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갈 시간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현실. 경
는 2010년에 더욱 악화하여 다른 OECD 국가들보
제 성장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챙기지 못한 노동자
다 현저히 동떨어진 수준을 보여준다. 사실 자료를
의 건강권이 처한 현실이다. 그나마 노동자의 건강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을 챙기기 위해 만든 특수 건강 검진, 보건관리 대
이와 관련하여 2014년 정책보고서인 ‘한국 의료패
행도 노동자에게 병원에 가고 치료받을 시간과 정
널로 살펴본 우리나라 보건의료’라는 자료를 보면
신적 여유를 주지 않는 이상 빛 좋은 개살구에 불
이러한 미충족 의료의 원인은 65세 미만의 경우 시
과하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여유롭게 내
간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65세 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날, 그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상의 경우 경제적 이유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사회가 될 때까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해야 할
의학 기술로는 의료 선진국이고 공공 의료 보험 제
일들이 참 많아 보인다.
도를 갖춘 나라, 병원을 개원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
41
8월호_업로드용.indd 41
2015. 8. 31. 오전 11:12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2014년 초 단체협약 체결 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권이 없었나?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 인터뷰
이전 집행부에서도 단체협약상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상,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작업중지를 하게 돼 있었다. 그렇게 쓰는 작업중지는 사실 예방 효과 가 없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앞 집행부가 12 년 동안 이것조차 거의 활용을 못 했다. 2013년 단체협약 협의가 늦어지면서, 2014년 초에 체결되었다. 단체협약에는 산업안전보건관계법상의 안전시설 미비시 필요한 시설 보완 조치를 조합이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조합은 작업을 중지시키고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는 안전보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단체협약 만들 때 대우조선 등 이미 다른 사업장에 서 시행되는 협약안을 참고했는데, 안전상의 조치가 안 돼 있는 것을 발견하면 곧바로 우리가 작업중지 스티커를 발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한계 로 남아있다. 일단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회사에 시정을 요청하고, 이 조치가 안 되면 작업중지권이
2015년 1월, 현대중공업 단체협약에 노동조합의 작
발동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매뉴얼에 따라 원인
업중지권을 처음 규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있
분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후에 작업중지를 해
었다. 중대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업장에서,
제하게 되어 있다.
오랜만에 들어선 민주 집행부가 노동안전문제를 적 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체결한 단체협약이라 기대도 컸다. 2015년 4월 단체협약의 매뉴얼을 확정하고 노 조간부 52명이 작업중지권을 부여받았다. 2015년 5 월에는 단체협약에 근거해서 처음으로 작업중지권 을 발동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서 작업중지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발동한 작업중지 스티커 42
8월호_업로드용.indd 42
2015. 8. 31. 오전 11:12
어떤 상항에서 해제할 수 있는지 잘 정해두는 것
중지가 내려지면, 그 뒤에 원인 분석, 재발방지 대책
이 중요할 것 같다.
세워서 우리에게 제출해야 하고 하니 바로 시정조치 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진다. 그러
이 단체협약의 보완책으로 작업중지 매뉴얼을 2015
니 회사 측에서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년 1/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 안전부랑
이전에는 문제의식을 느낀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노안실이 같이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작업중지 범위
해당 부서나 안전담당자에게 시정을 요구해도, 일이
는 해당 장비나 작업구역으로 정했고, 노동조합 집
바쁘다면서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
행부에 작업중지 권한을 부여했다. 중요한 내용이
한 조합원들이 눈으로 발견해서 지적하는 위험요소
작업중지 후 업무 재개에 대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를 얘기하면 개선이 되니까 진전이다.
개선을 요청하거나 작업중지를 한 경우에는 회사가 노사합의로 정해놓은 양식의 개선대책을 작성하여
실제로 작업중지까지 가기 전에 시정조치를 요구
노동조합에 제출하고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
해서, 개선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달라.
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어떤 조선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단순한 개선대책
안전난간대가 설치 안 됐다는 제보가 와서, 일단 그
이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부서장
구역 작업을 잠깐 쉬고 안전난간대를 설치한 후 작
각서까지 받고 있다. 우리는 현재 그 정도는 아니고,
업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보건상의 문제로는 안에
생산과장 선에서 대책 세워오면 노조에서 받지 않고
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거나, 용접을 해서 흄이 많이
부서장 수준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발생하는데 주변에 일반작업자가 작업을 동시에 하
정도다.
는 혼재 작업이 있는 경우, 작업을 분리하게 해서 혼
해당 부서에서 대책을 내면, 내용도 평가하고, 실제
재 작업이 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 적도 있었다.
가서 조합원 대상의 교육을 했는지, 내용은 제대로
꼭 혼재 작업이 아니어도 그라인더 작업을 할 때, 환
됐는지 확인하고 스티커 붙인 걸 떼고 있다.
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작업 공간 공기가 탁해진 걸 제보해서 환기시설을 갖추고 나서 작업을
작업중지권이 노동조합에 보장된 후 어떤 점에서
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가장 큰 변화를 느끼나? 조합원들 반응은 어떤가? 직접 작업중지권을 작동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그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나?
에 앞서 시정조치가 바로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는
설비 개선 요구도 그렇고, 산재 신청도 그렇고 제보가
안전난간대가 없다든지 발판이 정리가 안 됐다든지
많이 들어온다. 전화 받고 상담하는 게 노안실의 가
하는 안전 문제들, 혹은 혼재 작업을 해서 보건상에
장 주된 업무 중 하나다. 이렇게 요구가 많아지고, 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지금은 관리
극적으로 제보하는 것 자체가 나아진 점이긴 하다.
자나 안전요원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시정조치를 안
그렇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숙제는 조합원들이
하면 작업중지를 하게 되니 바로바로 조치한다. 작업
제보하는 것을 넘어,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고 문제
43
8월호_업로드용.indd 43
2015. 8. 31. 오전 11:12
를 해결해나갈 힘을 갖게 하는 거다. 아직도 산재가
얼마 전 족장 작업(비계 설치)을 하시는 분이, 2m
났는데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해서 스스로가 산재
정도 높이에서 작업하다 떨어져서 팔이 골절되는 부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안전 설비가 미비한 점
상을 입었다. 하청업체 노동자였는데, 120명 정도 되
을 지적하고도, 자기가 지적한 게 알려져서 손해를
는 업체로 여러 구역에 작업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볼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은 조합원이 스스로
사고가 발생한 블록에는 5명이 작업 중이었다. 평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아야 하는 건데, 스스로 권
같았으면 이 5명만 작업을 중단하고 교육하고 재발
리를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교육이든, 다
방지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업체 작업자
른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조합원들이 지금보다 더
들 전체를 작업 중지시켰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회사에 요구하
최근 산재 은폐를 위해 회사들이 활용하는 게 119에
도록 하는 게 과제다.
연락하지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기록에서 누락 시키는 것이다. 원칙은 사고가 발생했으니 사내 119
작업중지권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에 연락하고, 회사 앰뷸런스를 타고 이송하게 돼 있 는데, 이걸 이용하면 기록이 남고 산재로 처리해야
상하반기에 각각 4시간씩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하니, 환자가 발생하면 오토바이로 공장 밖으로 데려
하반기 교육 중인데, 3개 강의로 나누어 교육하고
가거나, 포터에 싣고 나갔다는 얘기까지 있는 거다.
있다. 그중에 작업중지권 내용도 들어있다. 독립적으
그날도 사고 발생 후에 해당 업체에서 곧바로 119를
로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재해 예방 과제와 함
부르지 않고, 미적대면서 개인 차에 태우고 나가려는
께 교육 내용에 넣었다.
정황을 파악했다. 보다 못한 그 업체 노동자가 노동
2014년 상반기부터 지금 4번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조합에 연락해서 가보니, 벌써 15~20분 동안 다친 사
노동자뉴스제작단에 의뢰해 교육 영상을 꾸준히 만
람을 붙들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
들어서 계속 활용해왔다. 매번 교육 때마다 10분 정
을 바로잡고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당 업
도의 동영상 2~3개를 만들어 교육 도중에 강의 보
체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작업 중지를 하게 했다.
조로 사용했다. 동영상이 있으면 집중도가 훨씬 낫
그 회사 자체적으로도 교육하게 하고, 노동조합도
다. 말만 하고 강의형식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가서 교육하고, 원인 분석하고 대책 마련해서 제출
것 같다. 작업중지권 동영상은 작업중지권 소개, 타
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전체 일하는
업종에서의 사례, 현대중공업 단협 내용, 앞으로 조
사람 수가 120명 정도 되니까 손실이 클 거다. 이런
합원의 역할 등이 담겨 있다.
압박이 있으면 업체에서는 일단 말을 잘 듣는다. 지 금까지는 지적하면 바로 시정이 잘 돼 왔다.
작업중지권이 활용되는 조선사업장의 경우에도
문제는 물량팀이다. 이번 경우에도 하청업체 직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게
은 작업이 중지돼도 임금이 보전되니까 문제가 없었
문제가 되고 있다.
겠지만, 물량팀은 아직도 안전에 관해서는 관심이 벗 어나 있다. 물량팀은 구조상, 일을 일찍 끝내고 돈을
현재 현대중공업에서의 작업중지권은 직영과 하청
받아야 하니까 안전 문제 때문에 작업이 지연되는
노동자 구분 없이 적용은 다 되고 있다.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44
8월호_업로드용.indd 44
2015. 8. 31. 오전 11:12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교육용 동영상에서 발췌한 사진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의미있
현재 법이 잘못돼 있다. 큰 틀에서 긴박한 위험이 있
게 사용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을 때 대피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래서 긴박했냐 아니냐, 위험이냐 아니냐 가지고 회사들이 손해배상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려면 조합원들의 안전 의
도 청구하고 그런 거 아닌가. 이런 법을 제대로 만드
식과 안전을 보는 눈, 권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사
는 게 현장 외부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실 우리 조합원들은 같은 일을 20~30년 해왔다. 같 은 회사 다니면서, 쳇바퀴 돌듯이 늘 똑같은 일을 하
마지막으로, 작업중지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다 보면, 안전에 대한 것은 머리에 안 들어오기 쉽다.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를 들어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족장 과 족장 간격이 3cm 이상 벌어지지 않게 돼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거다. 작업중지권이라고 말하면
그런데 실제로는 보통 5~10cm 벌어져 있다. 발만 빠
작업을 못 하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만,
지지 않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정도
사실 그 내용에서 핵심은 위험 작업으로부터 노동
수준도 지키지 못해, 위험하게 만들어져 있는 경우
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회사가 보면 작업 중지는 작
도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몇몇 간부가 모두 찾아
업을 안 하는 것, 자기들이 돈을 못 버는 거라는 생
내고 확인할 수가 없다. 현장 조합원들이 보는 눈을
각만 하겠지만, 우리 노동자 입장에서는 작업 중지
가지고 이런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
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몸을 보호
하고, 필요하면 조합에 제보하고 시정조치를 할 수
하는 게 중요한 거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들이 안
있어야 한다.
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자기가 자기 안전을 책임질 수
제도적으로는 일단 법이 제대로 되는 게 필요하다.
있게 하는 최소한의 요구다.
45
8월호_업로드용.indd 45
2015. 8. 31. 오전 11:12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대사도 거의 없고 존재감이 미미한 배역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평점도 높지 않
시간 빈곤의 세계, 영화『인타임』은 우리네 자화상
았고 관객도 많지 않았다. 다른 건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영화에서 우주의 모든 행성은 여러 왕족이 지배하 고 있다. 그 가운데 아브라삭스 왕족의 권력이 가장 막강하다. 지구 또한 아브라삭스 왕족이 지배하는 농장 가운데 하나다. 지구의 인간들은 농장의 수확 물(harvest)로 그려진다. 아브라삭스 왕족은 우주 행성들을 지배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을 에너 지 삼아 영원을 구가한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인데 시간 에너지는 수확물인 인간 생체에서 추출한 것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이다. 아브라삭스 왕족은 인간 100명의 목숨이 담 겨 있는 2리터 들이 유리병에 담긴 시간 에너지로 몇 번이고 세포를 교체하면서 10만 년을 산다. <매 트릭스>에서 인체를 기계에 필요한 ‘배터리’에 비유 했던 장면과 닮았다. 영화 말미까지도 흐름이 다소 산만하고 늘어지기 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외계 왕족의 인간 수탈이라는 이야기를 자본의 노동 착
우리들은 자주 “시간이 없다”고 되뇌곤 한다. 시간
취라는 관점에서 읽는다면 메시지는 더욱 명쾌해진
빈곤, 시간 기근, 시간 박탈, 시간 소외, 시간 강박
다. 왕족은 자본을, 아브라삭스 왕족은 독점자본을,
등 그것을 무엇이라 표현하든 핵심은 절대적인 시
행성은 공장을, 왕족들의 행성 쟁탈전은 자본들의
간 부족에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시간이 부족할
경쟁을, 지구의 인간은 노동자를, 수확된 인체는 잉
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텐데, 이번엔
여와 축적을, 유리병에 담긴 인체 에너지는 착취의
영화에서 설명을 찾아보자. 영화를 보면 가끔은 정
결과물을 상징한다. 우리의 시간 빈곤의 이유가 이
말 그런 거 아니냐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속 가상세
런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섬뜩할 정도다.
계가 우리의 현실을 진짜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주
시간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꽤 많다. 대부분은
는 것 같다. 영화의 초현실이 꼭 비현실적인 것만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다룬다. 기억에 선명한 <백 투
아니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영화를 보자.
더 퓨쳐> 부터 최근 <어바웃 타임>이나 <타임 패러
<매트릭스>를 만들었던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주
독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까지! 그런 걸 보면 시
피터 어센딩>은 상당히 섬뜩한 영화였다. 세계적인
간 여행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바꾸고 싶은 욕망은
감독의 작품에 배두나가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보편적인가 보다. 이외에 산업화의 문제점을 누구보
다며 한국에서는 그녀의 출연분을 대대적으로 홍보
다 재치있게 그려낸 <모던타임즈>나 나이를 역행하
46
8월호_업로드용.indd 46
2015. 8. 31. 오전 11:12
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연대기적인 구성으로 그려
이다. 이 시간-생명은 전자화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또한 많은
모든 비용은 자신의 시간-생명으로 차감된다. 마이
사람에게 회자되는 시간에 관한 영화일 것이다. 상
너스는 없다. 시간-생명의 13자리가 0이 되는 순간
상력 넘치는 여러 영화 가운데 <인타임>은 시간 그
그 즉시 사망한다. 시간을 다 쓴다는 것은 생명이
자체가 생명인 가상 세계를 그리고 있는 그야말로
다함을 의미한다. 영화는 이렇게 모든 비용이 시간
획기적인 영화다. 여러 면에서 다시 볼만하다.
으로 계산되는 가상의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한 장면을 보자. 주인공의 엄마 역 올리비아 와일
모든 비용을 시간으로 차감하는 세계
드는 은행에서 버스요금(1시간)과 약간의 여유 시간 을 남겨 두고 밀린 이틀 치의 대출금을 갚는다. 집으
<인타임>의 핵심 역시 ‘시간’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
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려는데 버스 기사는 버스
면 소재는 시간이고 시간에 대한 착취, 불평등한 시
요금이 올라서 2시간을 내야 탈 수 있다고 한다. 1
간의 분배가 핵심이다.
시간 30분밖에 없었던 그녀는 ‘30분이 부족해’ 버스
시나리오상 사람들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를 탈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2시간 거리를 필사적
왼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을 제공
으로 뛰어야 했다. 그래야 일당을 받은 아들 저스틴
받는다. 팔뚝에는 년, 주, 일, 시, 분, 초 단위로 남은
팀버레이크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
시간이 표시된다. 이 시간으로 음식을 사고, 버스를
이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아들을 몇 미터 앞에
타고, 집세를 낸다. 이를테면, 커피 1잔은 4분, 버스
두고 시간을 다 써버린 그녀는 생을 마감하고 만다.
요금은 2시간,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 1대는 59년
시간이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시간 낭비란 있을 수
47
8월호_업로드용.indd 47
2015. 8. 31. 오전 11:12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매일매일 노동을 해도 시간
이다. 시간이 넘쳐나는 뉴 그리니치 사람들에게 바
이 빠듯하게 주어지니 항상 시간 부족인 사람들은
쁨과 서두름이란 굉장히 낯선 것이었다.
부산스럽고 걸음걸이는 빠르기 그지없다. 시간v이
쉼과 여유 부리기가 불가능한 데이톤 사람들! 그것
생명인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인타임>은 자본주의
은 영화 속 가상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장시간 노
사회에서 시간 낭비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치
동에 휩싸인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
있게 그린다.
다. 지하철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걷는 사람 들, 뛰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가장 빠른 환승칸을 찾
데이톤 사람들은 우리네 자화상
는 사람들, “지난 세 달 중 한번 쉰 게 고작”이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 느릿느릿 가는 자동차를 보면
<인타임>은 시간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양상을 극
숨 막혀 하는 사람들, 신호대기에서 조금이라도 늦
명하게 보여준다. ‘데이톤’이라 불리는 구역의 사람
게 출발이라도 하면 크락션을 울려대는 사람들, 그
들은 고작해야 하루 이틀 치의 시간-생명을 가지고
모습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살아간다. 일종의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다. 시간 박탈, 시간 빈곤,
표상한다. 남자 주인공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시간 기근, 시간 압박, 시간 강박 등 어떠한 것으로
데이톤 출신이다. 이에 반해 ‘뉴 그리니치’라 불리는
표현해도 핵심은 여유 시간의 부족에 있다.
구역의 사람들은 몇 백 년 몇 천 년에 해당하는 시 간-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일종의 시간을 독점한
타임푸어의 세계에서 시간의 권리란
사람들이다. 여자 주인공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여기 출신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데이톤의 일상 풍
시간이 빈곤한 세계에서 주체적인 시간을 어떻게
경과 뉴그리니치의 그것은 많이 다르다.
확보할까? 이를 위한 시간 권리란 가능한 것일까?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을 시간-생명으로 해결해
정말 가능한 문제설정일까? <주피터 어센딩>이나
야 하는 상황에서 데이톤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
<인타임>은 이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문제설정이
해 매일매일의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벌어도 벌어
라고 말한다. 영화가 보여주듯 시간 빈곤의 세계에
도 시간부족에 허덕인다. 데이톤 사람들에게 매일
서 자유시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든 것들은 허
매일의 고된 노동은 생명 연장을 위한 최후의 수단
구에 불과하다. 자유시간이 가능한 세계, 그것은 비
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이들에게 쉼과
현실이다. 아브라삭스 가문이 지배하는 착취 시스
여유 부리기란 고려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
템을 해체하지 못하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데이톤 출신인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뉴 그리니치 지
두 영화의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인타
역으로 넘어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임>의 팀버레이크는 ‘시간은행’을 폭파해 그곳에 꼭
나온다. 팀버레이크가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식사
꼭 쌓아 둔 수억 년의 시간-생명을 데이톤 사람들에
하는 내내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은 팀버레이크를
게 노동을 했느냐와는 별개로 나눴다. <주피터 어
힐끗힐끗 쳐다본다. 그가 잘 생겼기 때문도 아니고
센딩>의 주인공은 시간 착취의 근원인 아브라삭스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쳐다보는 것도 아니다. 걷
가문을 처단한다. 물론 두 영화의 초현실적인 결말
는 속도나 먹는 속도가 이상하리만치 빨랐기 때문
은 작금의 현실과는 판이하다.
48
8월호_업로드용.indd 48
2015. 8. 31. 오전 11:12
시간빈곤 TIME POOR 빈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시간 빈곤
일 때문에 먹고 자고 하는 최소한의 필수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함
920만 명
시간빈곤 상태의 인구. 결국 먹고자는 필수시간을 줄여서 살아감
510만 명
시간빈곤 인구의 56%가 여성.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기에 나타나는 결과
1주일 168시간 중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 주당 근로 시간보다 적을 경우를 '시간 빈곤'이라 정의
100 90 80 70 여
60 50
전체
40 30
남
20 10 0 시간부족을 겪는 개인비중 (%)
20시간 이하
21-35시간
36-50
51-60
61시간 이상 주간노동시간
자료 출처_ 소득과 시간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방안 2014년 한국 고용 정보원, 미국 레비 경제 연구소
남녀를 불문하고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시간부족도 늘어난다
49
8월호_업로드용.indd 49
2015. 8. 31. 오전 11:12
문화읽기
장(?)하게 무대에 등장해볼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되어 있었다. 무대 위로는 수십 개의 풍선이 아치
어린이집에 대한 재고
모양으로 이어져 있었고 아치 위에는 손으로 만든 <동요대회> 글씨들이 붙어 있었다. 30명 좀 안 되는 아이들의 노래하는 모습은 그 주 내에 어린이집 인 터넷 카페에 동영상과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불과 30명도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원장님과 선생님들 이 쏟은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런 이벤트는 한
송윤희 회원
번이 아니다. 영화 관람의 날, 요리대회, 물놀이 대 회, 달팽이 관찰의 날 등 매주 새로운 것들을 선생 님들은 선사해주었다. 올해 2월, 나는 이 칼럼에 <무서운 어린이집>이라 는 글을 썼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한 달 전 쯤 불거진 인천 어린이집의 폭행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행여나 같은 일이 내 아이에게 벌어질까 두려워 CCTV 의무화에 소극적으로 찬성했다. 6개 월 만에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만 가득해졌 다. 이 고마움은 수많은 전국의 어린이집 선생님들 까지 일반화되었다. 어린이집을 직접 경험하고 나자 오히려 그 당시 사건으로 너무나 많은 좋은 선생님
얼마 전 세 살배기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개최
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겠구나 싶었다.
한 <동요대회>에 참여했다. 아직 말도 서툴고 소심
어린이집에 대한 고마운 마음 한편에는 미안한 마
한 성격인지라 뭘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었는데,
음도 있다. 내가 고마운 마음이 들수록, 보육 노동
며칠 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동영상을 클릭해 보
자인 선생님들은 힘겨웠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집
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만 잡고 2분간 가만히 서
에서는 엄두도 못 낼 색다른 경험을 할수록, 투자된
있는 것으로 생애 첫 무대를 치렀다. 아무것도 안
선생님들의 시간과 노동은 실로 어마어마했을 것이
했지만, 원장님은 우리 아이에게 <가수왕> 종이 금
다. 아이의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알림장이 있다.
메달을 목에 걸어주었고, <나는 가수다> 상장을 만
우리 부부는 알림장으로 아이가 잘 먹었는지, 무슨
들어 주었다. 메달과 상장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놀이를 했는지 볼 수가 있어 좋다. 하지만 빼곡하게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고, 심지어 메달 뒤에는 빼곡
아이의 행동과 먹거리를 손글씨로 기록한 그 노고
하게 비타민C 사탕도 붙여 놓았다.
의 흔적에 미안하기도 했다. 이 알림장에 나는 매번
아이가 선 무대 역시 선생님들의 정성과 노동이 느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간단히 답을 하지만, 사실
껴졌다. 1m 높이의 하얀 쿠션 무대는 아이들이 비
“고맙고 미안합니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50
8월호_업로드용.indd 50
2015. 8. 31. 오전 11:12
첫째, 현재 어린이집에 법적으로 지정된 보육교사 1 인당 아동 수를 줄였으면 한다. 세 살 반 아이들을 맡은 선생님은 다섯 명이 아니라 네 명을 보는 것이 다. 어린이집 교사라고 슈퍼우먼이 아니다. 슈퍼맨 송일국도 삼둥이를 보는 걸 버거워한다. 그런데 다 섯 명이라니. 그들은 전문가고 일이 손에 익으니 할 수 있다는 말은 무지와 무관심의 소산이다. 힘들다. 인간인 이상 세 살배기 아이 다섯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힘들다. 그러니까 줄여 달라. 둘째, 그렇게 해도 어린이집의 경영이 원활하도록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이번에 보 건복지부가 교사 처우개선비 406억 원과 CCTV 설 치비용 272억을 추경 예산으로 기재부에 올렸지만 처우개선비는 삭감됐다. 실망스럽다. 나는 내 아이 의 보육 교사가 감시를 더 많이 받기보다는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급여를 많이 받았으면 한다. “저번 주에는 아이들 무대를 만드느라 야근을 하셨
셋째, 보육 교사의 이직률이 유난히 높은 어린이집
겠어요.”
에 대해서는 운영비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정책을
“다섯 명 밥 먹이느라 식사 시간에 제대로 식사 못
고려하길 요구한다. 이렇게 하면, 무한 을에 속하는
할 때가 많지요.”
보육 교사들이 무한 갑인 원장들에게 어느 정도의
“오랜만에 쉬는 토요일, 부모님 특별 교육하느라 또
힘이 생길 것이다.
출근하셨지요.”
마지막은 의견이 아니라 바람이다. 보육노조가 활성 화되었으면 한다. 보육노조가 스스로 불량 어린이집
미안함의 근원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무리 애를
을 감별해내는 자정 능력을 획득해냈으면 한다. 불
써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현실이 박혀
량 어린이집이란 애 때리는 보육교사들이 있는 곳
있다. 올해 청주시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간 어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운영비와 인건비
린이집 교사들의 기본급은 120만 원이 안 됐다. 힘
를 모두 받고는 인건비를 지나치게 적게 책정해서
든 노동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정부에
지급하는 원장들이 있는 곳도 의미한다.
서 발표한 보육교사의 평균 1일 노동시간은 9시간
보육은 소중하다.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면
28분. 그나마 점심시간을 제외한 것인데, 사실 점심
서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 아닌 인간관계를 경험한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 육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 동요대회나 수많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워나
육아 노동 중 제일 힘든 게 애들 먹이는 것 아닌가.
간다. 우리 아이의 환경을 담당하는 우리 보육 교
아이를 둔 부모로서 우리 보육 교사들의 처우 개선
사들도 역시 소중하다. 나는 이들이 제대로 지불받
을 위해 다음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한다.
고 제대로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기를 바란다.
51
8월호_업로드용.indd 51
2015. 8. 31. 오전 11:1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실한다. 여권이 막강한 지역이라는 특성상 야권은 상 징적인 후보를 내기로하고 해복투 위원장에게 보궐선 거 출마를 권유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회사는 농
사라진 사법부의 권위, 이유는?
성장 전기를 끊고, 행정대집행 계고를 하는 등 거센 탄압을 가한다. 야권의 들러리가 되어 후보로 나간들 선거 후 해복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봉 착한 해고노동자들은 고뇌한다. 그러던 중 출마를 권 유받은 위원장은 조직부장을 맡았던 주인공에게 위 원장을 넘기고 대신 출마를 하라고 한다. 주인공이 고민하던 중 여권 사무총장이 주인공을 찾아와 여권 의 전략공천을 수락하라고 한다. 그러면 회사 측과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합의도 주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잠시 자 리를 비운 사이 공권력까지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졌 다. 주인공은 사무총장의 주선으로 회사 측과 비밀리 에 합의하고, 여권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는 얘기다. 1~2회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앞으로 전 개될 이야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투쟁을 경험했던 이 들은 순간적으로 모멸감이나 불쾌감, 배신감에 휩싸 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드라마는 투쟁하는 이들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행태를 비꼬는 것으로 생
어제 TV를 돌리다 무심코 ‘어셈블리’라는 드라마를
각했지만 불쾌함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보았다. 한국 수리조선소에서 정리해고되어 1,200일
드라마 소개가 좀 길었다.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
가까이 투쟁하는 해고노동자들이 있다. 회사 옆에 천
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많은 내용 중에 머릿속
막을 치고 복직투쟁을 이어가던 중 정리해고에 대한
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주문과 이유를 읽어 내려
대법원 판결을 맞이한다.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판
가는 대법관의 오만함과 권위적인 모습이다. 법관은
결을 하면서 고법으로 파기환송하겠다고 선고한다.
양심에 따라 사회적 합리성과 타당성을 판단한다. 그
재판관을 향해 한 노동자가 소리친다. “우리에게 사과
런데 사회적으로 수긍하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하라!” 지법에서 패소, 고법에서 승소 후 대법원 판결
판결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리도 오만함이
을 기다렸는데, 겨울철 회사 앞 어묵 집에서 파는 호
하늘을 찌르는지 토악질이 날 정도이다. 현실에서는
떡도 두 번은 안 뒤집는데, 왜 이 나라의 사법부는 아
쌍용차가 그랬고, KTX 승무원 대법원 판결이 그랬다.
무런 미안함도 없이 자기들 멋대로 판결을 마구잡이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
로 뒤집느냐는 것이다. 복직투쟁을 이어왔던 해고노
지는 사건이 있다. 10년 전 2005년 4월 24일 이주노동
동자들은 당연히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때마
자들은 창립총회를 열고 서울 경인이주노동조합을 설
침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비리혐의로 의원직을 상
립하였다.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하였으나 “불법취업
52
8월호_업로드용.indd 52
2015. 8. 31. 오전 11:12
사진 출처_ 민중의 소리
외국인은 노동3권 행사의 주체로 볼 수 없다”는 이유
가제 반대, 연수제도 폐지’ 등 활동 목적에 있어 노조
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였다.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
법 제2조 제4호 마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려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07년 고등법원에서 승
다. 이런 ××, 10년 전에 얘기하던지? 화투판을 막무가
소하였다. 그리고 8년이 흘러 2015년 6월 25일 대법원
내로 뒤집어버린 상황이다. 이런 비열한 짓을 할 수
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돼
있는 용기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야 하고, 불법체류자라도 노동3권이 인정된다”는 취지
법원의 판결이 모두 합리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
로 승소 판결을 하였다. 이주노조 합법화를 인정받는
만 적어도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누구나 쉽사리 수긍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이 땅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할 때 신뢰가 생길 수 있기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으면 8년
때문이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법원이라는 권위가
씩이나 걸렸을까? 2003년~2004년 사이 명동성당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에 꽃을 꽂고
함께 투쟁했던 이들은 대부분 쫓겨나 국내에 없는 상
널뛰듯 뒤죽박죽 판결이 죽 끓듯이 하는데 누가 법원
황이다. 비록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극히 상식적
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런 사법부를 정부는
인 판결이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는 점에서 함
좋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부가 이주노조에
께 했던 모든 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해 또다시 보완 요구를 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
그런데 이건 뭐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으니 서
이다. 또 다시 소송으로 이어지면 10년을 벌 수 있다
울지방노동청은 설립신고서를 발급해야 한다. 노동부
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투쟁하는 이들은 무엇을 믿
는 뜬금없이 설립신고서 보완요구를 했다. 보완요구
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법부가, 노동부가 투쟁하는
사항 4개 가운데 규약상 미비사항이나 조항 간 충돌
이들의 눈치를 보며 설설 기어 다니는 상황을 만드는
되는 부분을 보완하라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는 규
것 외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스럽다.
약상 ‘단속추방반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 고용허
53
8월호_업로드용.indd 53
2015. 8. 31. 오전 11:12
일터 다시보기
직장 내 괴롭힘, 공론화가 시급하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통권 138호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38호 2015년 7월
이번 특집인 ‘학대당하는 노동자’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우선 작년부터 내가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활동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했고 올해 는 사무금융노동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둘째 자결하신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학대받는 노동자들
고(故)양우권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의 사례가 실렸기 때문이다. 사내하청노동자들
2015・ 7
이 포스코 앞에서 상경투쟁을 할 때 1인 시위를 했는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잔혹 성에 눈도 돌리지 않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고 이곳이야말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 만들고 싶어요 열사병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나는 소망한다, 잘 먹고 잘 살기를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대해, 타인이 겪은 괴롭힘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때는 언제 일까?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흔히들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때 더 공감하고 관 심을 기울인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 했을 만한 일이다. 다만 그 경험을 무어라 표현하지 못하고, 부당함을 어디에 어떻게 항의해야 할지 모르기에 그저 감내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 이라는 틀-언어가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이 환영했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위계적인 장소인 직장에서 괴롭힘은 쉽게 일어난다. 작년 KT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괴롭힘의 수단은 협박,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 무시 등의 정신적 공격과 잦은 근무지 변경과 직무 변경 등을 통한 동료들과의 격리, 분리 등이 있다. 또 업무상 불필요한 업무를 지시하거 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기(과도 요구), 능력 혹은 경험과 동떨어진 일 시키기(과소 요구) 등이 있었다. 고(故)양우권 님의 괴롭힘 사례와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KT에는 돌연사도 자살률도 높다. 특히 KT 사례에서 보이듯 괴롭힘은 일회적인 노동자의 권 리 침해로 존재하지 않았다. 회사는 경영상의 목표인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관철할 목적으로 명퇴 거부자들과 회사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괴롭혔다. 괴롭힘은 진공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괴롭힘의 원인과 관련한 분류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에서 괴롭힘의 원인과 관련한 분류는 1)해고대상자
54
8월호_업로드용.indd 54
2015. 8. 31. 오전 11:12
에 대한 구조조정형, 2) 고용형태의 차이에서 생기는 노무관리형(정규직과 비정규직), 3)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따른 성과관리형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인권자 문위원회는 정신적 괴롭힘을 그 원인이나 목적에 따라 1) 전체 종업원에 대한 경영전 략의 성질을 띠는 제도적 괴롭힘(harcėlement institutionnel), 2) 법정 해고절차의 회피를 목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정된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획 되는 직업적 괴롭힘(harcėlement professionnel), 3) 아무런 동기 없이 오로지 타인 을 파괴하거나 자신의 권력을 크게 보이려고 하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개인적 괴롭힘 (harcėlement individuel)으로 나누었다. KT 괴롭힘 조사연구팀은 한국사회에서 노 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현실에서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괴 롭힘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이를 별도 분류하였다. 가) 노동조합 활동 으로 인한 괴롭힘 나) 구조조정의 맥락에서 벌어진 괴롭힘 다) 고용형태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정규직과 비정규직-협력업체-중규직), 라)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따른 괴롭힘이다. 이러한 분류는 다른 사례에 꼭 맞지는 않을 것이다. KT 사례를 보며 어떤 이들은 KT 처럼 심하게 해야 괴롭힘이냐고 하기도 했고, 고 (故) 양우권 님의 사례를 보며 괴롭힘은 너무 약하다며 학대-폭력이라는 용어가 맞 지 않으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외국에서는 괴롭힘-harassment에 대해 심각하 게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은 괴롭힘을 폭력보다 정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 이 있기에 어떤 용어가 적당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제 직장 내 괴롭 힘은 KT나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내 많은 직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기에 실태조사 등을 통한 공론화가 중요하다. 그에 기초해서 규 제하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용어를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공론화를 통해 이 루어지길 바란다. 2013년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하 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최근 이자 스민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규정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변경하는 안이다. 둘 다 실태조사와 공론화를 덜 거쳐 아쉽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에서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 침(안)에 대한 공청회도 있었다. 시민사회와 소통과 공론화는 부족한 채 법만 성급히 만들어서 실효성이 없는 제도화가 될까 우려스럽다. 그런 시기라 일터의 기획은 반 가웠다.
55
8월호_업로드용.indd 55
2015. 8. 31. 오전 11:12
이러쿵저러쿵
소중한 결실 그리고 첫걸음,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어제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사단법인 설립 허가가 나서 허가서를 우편으로 발송했 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설립 허가가 떨어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얘기를 들 으니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연구소 전망 논의를 시작한 지 거의 5년 만에 얻은 소중 한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연구소 전망 논의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었습니다. 당시 연구소는 다소 정체 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창립 초기부터 우리의 주요 활동 주제였던 근골격계 투쟁, 노 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의 분위기는 침체된 상태였고,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철폐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별로 진척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활동 역량도 초 창기보다 그다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 을 점검하고 전망을 모색해보자는 의견들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 있는 회원들 몇몇이 모여 가볍게 의견을 나누다가 2011년 총회를 거치면서 공식적으 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연구소 소장을 맡게 된 저는 자연스럽게 전망 모임을 이끌게 되었습니 다. 처음에는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기관이나 활동 사례 는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전망 모임에서 어떤 주제 를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갔습니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지는 않았지 만, 우리에게 왜 전망이 필요한지, 우리에게 필요한 전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견 을 모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12년 총회 사전프로그램은 회원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전망과 연구소의 전망을 나 누는 자리였습니다.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회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아 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 그래~ 우리가 그런 꿈을 꿀 수도 있겠구나~!!’ 그런 회원들의 꿈을 모아 전망 모임은 (가칭) 노동안전보건센터, (가칭) 노동시간센터, 국제 사업(국제노동안전보건활동)을 연구소의 구체적인 전망으로 제시하고 논의를 이어갔 습니다. (가칭) 노동안전보건센터는 꿈에서 현실로 점점 무르익어갔고, (가칭) 노동시
56
8월호_업로드용.indd 56
2015. 8. 31. 오전 11:12
간센터는 그해 운영위에서 채택되어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연구소 10주년 기념행사는 저에게 - 아마 다른 많은 연구소 회원들에게도 평생 잊기 어려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망을 대외적으로 널 리 공표하고, 그 꿈을 꼭 달성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거위의 꿈’을 함께 부르던 그때 의 감동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2013년부터는 전망 모임이 노동안전보건센터(준)과 노동시간센터(준), 국제연대 활동 팀으로 분화되어 각각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안전보건센터(준)은 그때부터 의 료기관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2014년에는 좀 더 진척되어 비영 리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센터 설립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을 우선 설립지역으로 결정하였습니다. 2014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의 료기관 설립을 위한 입지를 모색하다가 마침 올해 3월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였습니 다. 5월 말에는 사단법인의 공식 명칭을 공감직업환경의학 센터로 확정하고 발기인 총회를 거쳐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사단법인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센터의 토대입니다. 토대를 쌓았다고 해서 건물이 곧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 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사단법인 설립을 위한 실무적인 과정에서 제가 주 도적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연구소 회원들의 역량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지 않았더 라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실무 준비 과정에서 연구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도움과 역할이 무척 소중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전망 모임을 이끌고 센터를 준비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지만, 무척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연구소가 전망 모색을 시작하던 그 시기가 마침 저도 개 인적으로 전망을 모색하던(혹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와 일치했고, 전망 모임 에서 논의한 전망이 제가 찾고자 했던 것과 일치했습니다. 이런 행운을 준 연구소와 연구소 회원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9월에 예정 대로 개원이 가능할 듯합니다.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목표했던 바대로 9월에 개 원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긴 하지만 이제 막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의 길이 훨씬 더 험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두렵지 않습니 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연구소 회원들이 함께할 거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 니다.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가 우리나라 노동안전보건 역사에 한 획을 그 을 수 있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57
8월호_업로드용.indd 57
2015. 8. 31. 오전 11:12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1
3
2
5
4 6 8 7
가로열쇠
세로열쇠
2.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위해 경기 도 화성시 향남읍에 설립한 사단법인의 이름은? p.55
1. 지난 7월 21일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봉제 산업 노동자 건강안전 실태와 작업환경: 현황과 대안’ 실태조사를 통해
4. 지난 5월 민간물류배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51비행단에 치사율 90%에 달하는 살상력으
상당수의 ○○○○ 노동자들이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질환’
로 ○○○ 테러의 대명사로 알려진 탄저균이 활성화된 상태
3.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월 ○○○○ ○○팀 노동조건실태 연구팀을 구성하여 전남 목포, 경남 울산, 거제, 통영, 창원
로 들어왔다는 점이 알려졌다. p.14
7.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 ○○○○를 시행한 이 후 부품 사들이 연속적으로 ○○○ 변경을 진행하면서 주 야 맞○○를 시행하던 20여 년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 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 노동 시간과 야간 노동의 단축이라 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p.27
과 같은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p.6
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 ○○팀이라는 고용구조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p.22
5. 당장 아프거나 지속해서 병원에 다녀야 하는 질환이 있 음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말. p.38 6. 노동자가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대해 배우는 그 자체가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의 의무가 아니라 ○○○의 의무다. p.12
8. 7월 22일 416연대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 는 '○○○○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를 발족하고 '(가)○○○○ 기업처벌법' 법안의 입법청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p.4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연구소 메일 laborr@jinbo.net, 문자 010-3782-1871 지난호 정답자 중 상품 담청자는 선*정님입니다
58
8월호_업로드용.indd 58
2015. 8. 31. 오전 11:12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의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1년 구독료 40,000원 권당 가격 3,500원 구독 신청 031-247-8633, laborr@jinbo.net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7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강권동 강정주 강충원 곽민수 곽진 권기한 김경민 김경희 김규연
후원 신청 www.kilsh.or.kr, laborr@jinbo.net
김중희 김지원 김진철 김태오 나래 남원철 문제혁 박상우 박세민
669702-04-026894, 국민은행 김정수 (한노보연)
방복현 배정란 백남운 변영철 변진경 복진수 삼식이 선종현
김기수 김기헌 김대광 김동춘 김부욱 김선미 김선수 김선중 김설민 김성균 김수현 김순진 김승섭 김영선 김옥헌 김정신 김정원
소메이준쪼 손석기 송영석 안태은 양호철 양화진 예병진 오병창 오진환 왕택상 우지영 유기훈 유상철 유준 윤성용 윤정식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세영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호 이윤덕희 이인규 이한진 이희영 임재우 정규전 정병권 정영민 정종혁 정현섭 조명심 조종완 조현기 지영훈 진선우 최무덕 최원영 최정옥 최종호 최주호 추승현 한규권 한노보연 한윤종 황진철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39호 2015년 8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민, 성호, 승종, 연아, 영우, 이령, 재천, 재현, 종배, 하나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5년 8월 11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59
8월호_업로드용.indd 59
2015. 8. 31. 오전 11:12
통권 135호 2015년 4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