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76호 / 2018.10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안내 ○
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습니다. 연장‧ 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 노동시간특례 업종 축소, 18세 미만 연소노동자 최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름 이 무색하게 이번 개정은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당연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18년 7월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어 아직 시행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노동시간센터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전반적 상황을 조망하고, 노동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 리를 듣는 연속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일정 1. 제조업 간담회 일시 10월 17일 (수) 19시 발제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토론 김영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시간센터회원 2. 우편업 간담회 일시 10월 24일 (수) 19시 발제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 토론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 집배노조 조합원 3.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일시 11월 14일 (수) 19시 발제 공공운수노조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4. 유통업 간담회 일시 11월 21일 (수) 19시 발제 및 토론 추후 공지 5. 사무직 간담회 일시 12월 5일 (수) 19시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간담회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사전 신청을 해주세요. 02-324-8633 / laborr@jinbo.net
노동자 정신건강 이제 그들이 나서야 합니다
10월 10일은 정신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이 1992년에 제정한 정신건강의 날이라고 합니다. 한국 역시 매년 10월이면 정부와 기업 등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하거나 상담,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 화를 위한 캠페인 등도 진행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 실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는 점에서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정부와 기업 등은 사회구성원을 늘 수동적으로 보호 받고,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할 대상으로 한정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내버려 두고 결과에 대한 대응은 임시방편 이상을 넘을 수 없습니다. 또,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등은 사회 구성원들이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업무량, 스트레스, 고용 불안정, 조직 문화, 동료, 선후배 간의 관계, 노동 조합 활동 방해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심리 상담, 치료 지원, 산재 신청 및 인정 등 수준으로 관리하는데 이 역시 결국은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비 용을 내는 것입니다. 기업은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무조건 비용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그 요구에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한편, 세상에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고 투쟁하는 주체들이 있습니다. 노조파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동료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행복 하게 살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걷는 치유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독자에게
01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10.8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8년 10월호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04 10 14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18 지금 지역에서는
42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사망사고 반복하는 삼성을 뜯어고쳐 보자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20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44 노동자 건강 상식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프랑스의 시도
독감예방접종 이야기
22 연구리포트
46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28 안전과 건강 칼럼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똑바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
48 발칙 건강한 책방 ‘오빠’가 읽은 ‘오빠는 필요없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36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40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50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52 이러쿵 저러쿵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차례
03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노동
2017년 취업자 수가 2.700만 정도가 된다는 점
자들이 어디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실
을 감안하면 건강한 노동자들만이 취업을 한다고
시한 정신건강실태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64
하더라도 매우 많은 수의 노동자가 치료가 필요
세의 생산가능 인구에서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
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용 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13.2%였다. 즉 15세에서 64세의 국민을 사망할
자살도 규모가 작지 않다. OECD 가입 국가 중
때까지 관찰하면 백 명 중 약 13명이 사망할 때
에 1~2위를 하고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 2016년
까지 한 번은 정신장애를 앓는다는 것이다.
전체 자살자 13,092명 중에 약 44%인 5,709명 은 직업이 있었다. 이 중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하고 평생
종사자가 1,38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단순노무종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주요우울장애로 5%
사자가 824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677명,
였으며 다음으로 특정 공포증이 5.6%였다. 외상
농림어업숙련종사자 677명, 관리자가 414명 순
후 스트레스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5%였다.01
으로 많았다. 경찰청의 변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의 36.2%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로
01 2016 정신질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2018년10월호 10월호 04 2018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11월 까지)
승인/신청 (승인율:%)
승인/신청 (승인율:%)
승인/신청 (승인율:%)
승인/신청 (승인율:%)
승인/신청 (승인율:%)
정신질환 전체
53/137 (38.7%)
47/137 (34.3%)
63/165 (38.2%)
85/183 (46.4%)
112/194 (57.7%)
외상후스트레스장애 (F43.1)
9/11 (81.8%)
7/11 (63.6%)
13/16 (81.3%)
25/31 (80.6%)
12/18 (66.7%)
급성스트레스장애 (F43.0)
12/16 (75.0%)
3/6 (50.0%)
7/9 (77.8%)
6/9 (66.7%)
3/3 (100%)
적응장애 (F43.2)
5/15 (33.3%)
8/17 (47.1%)
11/16 (68.8%)
20/33 (60.6%)
27/31 (87.1%)
우울장애 (F32~F33)
3/23 (13.0%)
13/31 (41.9%)
7/32 (21.9%)
9/19 (47.4%)
17/30 (56.7%)
불안장애 (F40~F41, F06.4, F93.1, F932)
1/6 (16.7%)
6/21 (28.6%)
0/15 (0%)
3/15 (20.0%)
4/12 (33.3%)
수면장애 (G47)
2/2 (100%)
1/6 (16.7%)
0/0
0/1 (0%)
0/1 (0%)
기타
21/64 (32.8%)
9/45 (20.0%)
25/77 (32.5%)
22/75 (29.3%)
49/99 (49.5)
자살을 하였고 23.4%는 경제생활문제로 자살을
할 것이라는 점은 몇 가지 자료로 추정할 수 있
하였다.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경우
다. 경찰청에서 2016년 자살 사망자를 분류한 바
는 514명으로 3.9%에 해당하였다. 주된 자살의
에 따르면 88명이 공무원이었고 이중 약 25%인
원인이 되는 정신과적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역
22명은 직장내 문제로 자살을 하였고 26명은 정
시 직장에서의 고용불안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
신과적 질병문제로 자살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
03
02
적으로든 아니면 간접적으로든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 자살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에는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 자료를 통해 그 일부나마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규모에 비하면 업무와의 관
그러나 그 신청 건이 매년 200여건 정도로 전체
련성이 인정된 정신질환과 자살을 확인하는 것은
규모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근로복지
쉽지 않다.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사립학교교직원
공단이 이용득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2017년 1월에서 11월까지 194건이 정신질환과
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에서 정신질환이
자살로 산재신청을 하였으며, 이중 112건이 승
나 자살로 업무관련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그 빈
인이 되어 약 57.7%의 승인률을 보였다.
도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그 규모가 상당 02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03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05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승인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적응장애, 급성스트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를 목
레스장애/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으며 우울장애
격했던 노동자 7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업
의 승인률이 56.7%였고, 불안장애는 상대적으
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산재 인정을 받기
로 낮은 승인률을 보였다. 이 표에서 기타로 분
는 했지만 그런 전형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노동
류된 99건의 거의 대부분은 자살일 것으로 판단
자들에 대해서 응급처치와 같은 심리적 응급 지
되는데, 기타로 분류된 정신질환 중 49건이 승인
원(Psychological First Aid, PFA)을 하고 조기 개
이 인정이 되어 승인률이 49.5%였다는 점을 감
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
안하면, 자살의 승인률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기가 되기도 했다.
04
2017년 판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
적응장애는 외상후스트레스와 함께 ‘외상 및
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정이 이루어진
스트레스 관련 장애’로 분류되어 있는 질환이다.
63건의 자살 사례 중에 23건이 업무관련성이 인
즉,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외상후 스트레
정이 되어 승인률은 36.5%였다. 자살과 정신질
스의 전형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고 불안
환에 대한 승인률은 매년 증가를 하고 있는 추
이나 우울이 나타나는 경우에 붙이는 진단명이
이를 보이고 있으며, 2018년에는 1월에서 8월
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적응장애의 승인률이 80%
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승인률은 더욱 증가하여
로 가장 높다. 전형적인 심리적 외상 사건이 아니
75.7%에 이르고 있다. 즉,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
더라도 폭언·폭행·성희롱이나 경영위기, 민원인
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청 건수와 양
과의 갈등, 업무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갈등, 원
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치 않는 일방적인 전환배치, 회사와의 갈등이나 업무 부적응, 괴롭힘 등이 노동자들에게서 나타
정신질환의 원인은 진단명에 따라 다양하다고
나는 적응장애의 주요 원인이었다. 노동자와 사
볼 수 있다. 급성스트레스장애와 외상후스트레
업주의 진술이 다르거나 노동자들의 진술이 달라
스장애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는 하
이 원인이 되어 발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심리
전통적으로 말하는 트라우마는 직접 죽음을 목
적으로 힘들거라고 예상되는 사건들이 그 원인이
격하거나 본인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정도의
된다.
충격을 말하는데, 동료가 산재로 사망하는 현장 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경우들이 대표
우울증의 경우에는 직업적 요인과 관련한 연구
적이다. 일례로 2017년 노동절에 발생한 비극적
도 비교적 많이 되어 있고, 외국에서도 업무상 질
참사였던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 당시 많은
병 포함 여부와 관련해서 이슈가 집중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2018년 4월말
질병이기도 하다. 외국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
04 정신질환 질병별 산재 승인데 대한 연도별 추이. 『정신질환 요양 자료분석. 자살·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노동안전보 건연구소, 이용득 의원실. 2018년 10월』에서 재인용
2018년10월호 10월호 06 2018년
르면, 심리적인 요구도, 낮은 사회적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불공정성, 위협, 폭력 및 괴롭힘, 남
성에서의 직업 불안정성 등이 우울증의 주요 위
하기 보다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
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유병률이 높
낌을 준다. ‘자살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라는
은 만큼 국내 정신질환 신청 사례 중에서도 가장
느낌이라고 할까? 무언가 스트레스가 될 만한 큰
많은 건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신청 사례들
사건을 겪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또는 이로 발생
도 주로 과도한 업무량,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
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좌절
고 있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정, 직장 상
과 불안,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할 수
사나 동료·후배와의 갈등, 성추행이나 성폭행, 노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
사 갈등, 부당 전보나 부당한 업무지시, 법적 송사
일한 것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이라는 생각
나 감사에 연루가 되는 등의 사건이 많았다. 노동
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자들의 우울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된 스 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외상성 사건이 촉발요인
이런 일들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하며 심각한 우
으로 작용하여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하는 경우가
울증상을 보이던 노동자들이 병가를 가고, 병가
많다.
에서 복귀하여 다시 극복해보려 하지만 다시 절 망감에 빠지게 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사직서를
자살의 경우도 우울증과 유사하다. 자살에 이르
내게 된다. 보통 이러한 노동자들은 완벽주의적
게 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가장 흔한 사례 중에
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업무 성과도
하나가 상사와의 갈등이나 괴롭힘이며 일방적인
굉장히 좋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상사는 이들의
배치전환 역시 주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팀의 인
사직서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치할 사람
원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을 구할 수 없다’던가 ‘당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해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량이 변화하게 되거나, 마
결할 사람이 없다’면서 사직서를 반려하게 되고,
감이 몰리거나 클레임 등이 생기면서 업무의 속
마지막 희망이던 사직까지 좌절이 되면서 노동
도나 활동이 변화하게 되는 등의 사건이 많다. ‘비
자는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
참한 사고나 화재의 체험, 목격’, ‘신규사업의 담
게 보게 된다.
당이 되거나, 회사 재건의 담당이 된 경우’, ‘고객 이나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을 당한 경우’, ‘근무형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해서 스스로 분신을 하
태의 변화’, ‘퇴직의 강요’, ‘심한 괴롭힘이나 따돌
는 노동자,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가 크게 싸
림’, ‘승진에서 뒤처지는 경우’, ‘성희롱을 당한 경
우고 바로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린 경비원, 정
우’, ‘상사와의 갈등이 있는 경우’ 등이 주요 사건
리해고와 노조탄압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을
으로 이야기 되는 것들이다.
맨 노동자, 지속된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 리다 퇴근 후 집에서 목을 맨 노동자, 새로운 업
그런데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이러한
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과 교수의 폭
사건 자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언에 시달리면서 친구에게 농담조로 우울증 약
을 알게 된다. 자살은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 발생
을 달라고 하다가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07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투여한 전공의, 외국 지사에서 발생한 제품 불량
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
문제 해결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타지의 호텔에서 목숨을 끊은 노동자까지, 정말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
다양한 죽음이 도처에 있다. 이러한 죽음을 살펴
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
보다보면 자살 시도 자체가 가장 위험한 정신과
야 한다.
적 중상으로 산재인정의 기준이 되는 ‘정신적 이 상 상태’05에 해당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죽음 말고는 선택할 수 있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
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컸다. ‘그 정도
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
로 힘들면 그만 둘 수 있잖아’라고 쉽게 이야기하
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
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는 판단과
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실행을 못하는 상태가 자살 직전의 정신적 이상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
상태’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다.
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이런 상황이 반영되어, 최근의 대법원 판례들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은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나 정신병적 증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
상을 자살 산재인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보지 않
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는다. 이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해석과도 관련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있다. 실제로 최근의 대법원의 판례들의 경우 다수가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같은 정신질환이나 자살
기인하여 발생한 노동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과 관련한 사례들을 보다보면 이러한 스트레스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
05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살과 자해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을 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하는 법률과 시행령은 다음과 같다. △ 산재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②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 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 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 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법 제37조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 행위를 한 경우 -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 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2018년10월호 10월호 08 2018년
게 된다. 이러한 질환들이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건강과 불건 강한 상태라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감 안하면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 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건강에 좋 을 때도 있고 상대적으로 좀 기분이 가라앉거나 심리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선후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개인적 문제와 업무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을 수 있는데,
그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회복력이 있
에서 사업장으로 가면 노동자이고, 퇴근하면 지
거나 그 상태를 헤아리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
역주민이라고 나누어서 정책적으로 개입을 하는
는 조직적 지원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틀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질환에 걸리거나 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 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정신질환과 자살의 문제 는 지금까지의 직업안전보건에 있어서의 엄격 한 ‘의학적 인과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해결 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게 된다. 원인과 결 과라는 일대일의 대응 관계를 벗어나 또는 개인 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 나 노동자들의 인격권이라는 것이 근로계약 속 에서도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 실에 공감하고 이를 명시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 게 지금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노동의 형태와 근로계약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노동
출처 : 세상을 바꾸는 꿈 ‘바꿈’ 카드뉴스
자성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커 가고 있는 상황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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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본인의 일, 직업에서 자부심이나 즐거움을 느 끼고 있습니까?” “혹시 로또에 당첨되어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 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게 되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정신질병 예방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 고, 매년 500명~600명이 일과 관련된 이유로 자
이렇게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노동자
살하는 한국에서 얼마나 되는 노동자가 이 질문
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
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2017년 프랑스 민
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폭넓게 정의하려
주노조총연맹이 프랑스 노동자 19만 명을 대상
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
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4%는 ‘자신의
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과 같은 중한 정신 질병이
일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70.5%
나 자살을 떠올리게 된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는 ‘일을 하면서 가끔 웃는다’고 답했고, 일에서
보호 활동으로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 직업
즐거움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 이상, 자부심
병 인정 등이 제안된다. 직장 내 스트레스나 업무
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이 넘었다. 39%는 로
와 관련해 발생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 사건에 대
또에 당첨되더라도 지금의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한 산업재해 승인과 보상 역시 갈 길이 멀다. 하
응답했다.
지만,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논의는 업
01
무 관련 정신질환이나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 01 황재훈, 프랑스의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시도, 국제노동브리 프 2018.9,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재인용
10
2018년10월호 10월호 2018년
에 대한 토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되었다고 한다.02 보상에서의 확장뿐 아니라, 직 종별, 세대별로 질병 이전의 이런 실태에 대한 조
한 마디로,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직무
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개선을 위한 정부,
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과
기업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토론돼야 한
제로 인식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라고 하면 막
다.
연하게 느껴지지만,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여 러 모델을 활용하여 ▲업무의 양과 요구가 적당
노동자 정신건강 보호를 사업주의 법적 책임으로
할 것 ▲업무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가능한 보 장할 것 ▲고용 불안정을 가능한 낮출 것 ▲직장
이를 위해,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것
내 조직 체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할 것 ▲업무
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적 수준에서 명
환경이 심리적 안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할 것 ▲
확해질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을 제기할 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
있는 체계를 만들 것 ▲평등한 조직 문화를 구축
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
할 것 등의 과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를 위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규정
이렇게 보면 전사회적으로 높아지는 고용 불안
하고 있는 ‘보건조치’ 조항에는 물리적 요인, 화
정이나,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학적 요인, 인간공학적 요인에 대한 조치는 담겨
업무 요구, 노사갈등이나 노조 탄압에 업무를 활
있지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다. 노
용하는 행태 등은 모두 노동자 정신건강을 저해
동자 건강과 관련된 사업주의 의무를 가장 포괄
하는 요인들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노동자
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보건조치
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
조항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조치 의무를
제기가 더 높아져야 한다.
담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 질병에 대한 관심 역시 질병에 도달하기 전 상태인 소진 증후군, 병가 사용 증가, 업무 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 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족도 감소, 이직 의도 상승 등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의학적 진단명이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
아닌 ‘소진 증후군’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명되
(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면,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노동자가 산업재해와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
관련된 각종 보상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2011년
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스웨덴에서 총 451건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 병이 산업재해 승인 신청됐고, 이 중 70건이 인정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 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02 위의 글과 같은 재인용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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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
계획 시행, 시행 이후 평가와 새로운 목표 설정 등이 모두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사업주 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할 일이 된다.
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
앞서 강조한 대로, 이런 활동이 사업장 산업안
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전보건 체계 내에 통합되어 진행돼야 한다. 직무
<추가 제안>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 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예방 활동이 산업안전보건 위원회나 노사협의회의 중요한 안건이 되고, 법 적 의무로 실시되는 안전보건교육의 일부로 직무 스트레스 교육을 진행되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
물론 사업주에게 법적 의무가 부여된다고 현실
관리나 술·담배 의존 관리가 노동자 뇌심혈관질
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
환 예방 활동과 통합되고, 근골격계질환에 따른
강 문제를 전체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영역 내로
통증 관리가 다시 정신건강 증진 활동과 통합되
포함하여 규율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럽 기
는 사업장 보건관리도 모색돼야 한다.
업체조사를 기반으로, 유럽 나라들의 직장 내 심 리적 위험요인 관리를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
또, 노동자들에게 주요 스트레스가 될 문제들
르면, 유럽 내에서도 나라에 따라 심리적 위험을
에 대해 미리 회사 차원의 규정을 수립해두는 것
관리하는 정책, 수단의 차이가 크고, 일반적인 산
도 중요한 예방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내에 일
업안전보건관리가 잘 되는 나라가 심리적 위험
터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규
관리도 잘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노동자, 경
정은 일터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처리를 신속히
영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계획과 주도
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일터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03
괴롭힘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인식을 높여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일가정양립과 관련한 정책,
개별 사업장의 과제
업무 평가 등 조직 체계상의 정의를 확보하기 위 한 정책이 미리 노사 합의로 수립되어 공표되는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이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노사 간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사업장마다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다양
정부 정책과 법 개정에서 출발하자
하다. 직무스트레스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교육 활동,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정신건강 상태에 대 한 조사·연구, 조사 결과에 기반한 스트레스 저감
사실 노동은 많은 경우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 급여와 복지 등 기본적 토대를 제공하고, 불안하 거나 우울한 노동자에게도 규칙적인 일상을 부
03 https://osha.europa.eu/en/tools-and-publications/ publications/management-psychosocial-risks-europeanworkplaces-evidenc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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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호 10월호 2018년
여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
러나 이제 많은 일터는 살아갈 힘을 제공하기
지금은 정부와 법적 차원에서 먼저 일터에서의
는커녕,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파탄내고, 죽음
정신건강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전향
을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예전
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노동과 자살이, 지금의 불안정한 노동 조건 아래에서는 지극히 가까워졌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노동자가 무한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혼자라 고 느끼며 폭력과 모욕에 노출되다 자살을 선 택하게 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 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결국 은 생산성과 이윤 대신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 선시하는 사회가 될 때, 혹은 최소한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 장하고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에야 가능
출처 : 일과건강
하다고 냉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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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 노동자 정신건강 관련해서 현장에서 함께 했던 활동,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1일 충남아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진 행하였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다치거나, 자살하는 경우를 해마다 보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저는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죽지 않게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는데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유성기업에서 한광호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일
두리공감은 충남도, 아산시, 금속노조, 공동으
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로 활동하는 현장, 개별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
했어요. 그러다가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 한다
고 있어요. 첫 활동은 지역에 있는 유성기업의
는 생각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위기 지원 활동을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문제로 조합원
했어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
들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면서였어요.”
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활동으로 사 람이 살아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노동자 개인
허윤제 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적 원인이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현장에서 노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사
동자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건 노동조건의
람을 살릴 것인가인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것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거든요. 회사가 노동자
같다고 말했다.
에게 가하는 괴롭힘, 업무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가 나아지 지 않는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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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호 10월호 2018년
실낱같았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난 시간
에서 분임조를 운영할 때라 분임조장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조합원들 상황을 같이 점검해보고,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에 5년 동안 꾸준
몇 달간 집단 상담 등을 해왔어요.”
히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어요. 개인, 집단 상담은 물론이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통
유성기업의 경우 노동자들이 차량에 자살 도
해 노동자들이 마음을 열고 힘들고 어려운 점을
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베란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중
다나 옥상에 있었다는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동조합이 노동자 정신건
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결국 노동조합은 지속해
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 안고 주체적으
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조합원에 대한 산
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
재 인정을 촉구하고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서 사업단을 구성하게 하고 늘 공동으로 진행하
임시건강진단 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기까지
고자 했어요. 그러다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
나서는 일단 현장에서 상주하자는 생각으로 1
서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주일에 2~3일 정도 내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이다.
때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서 낯선
이 과정 역시 두리공감 활동가들이 함께해왔다.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오 랫동안 현장에서 함께 있으니까 경계심도 풀고
모두가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문제
마음을 열고 각자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갑 “개별 기업이나 자본, 정부, 지자체, 국회, 전
출처 : 참세상
을오토텍 역시 직장폐쇄 이후였는데 투쟁 과정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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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시각인 것 같아
꺼리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
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
면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거
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게 굉장
든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으
히 어려운 문제인 게 만약 노동자가 일하다 현
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다쳤다, 그러면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질병처럼 노동자
허윤제 님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신건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
강은 노동조건이나 업무스트레스 등이 주요한
이라서 업무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
원인이라는 점에 대한 연구나 사례들을 전문가
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가 많이 발견해서 개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되었다고 하면 정신건강의 원인이 현장에서의
기업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는 바람
상황 때문인지 개별적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을 전했다.
어렵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개별 기업은 노동 자의 스트레스가 개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거
노동조합에서도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문제
든요. 그런데 어떻게 개별의 문제라고만 단정 할 수 있겠어요.”
“유성기업 문제 이후로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어렵거나 뭔가 돌파구가 없을 때 정신건강 문
허윤제 님은 일부 개별 기업에서 EAP 제도라
제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
는 것을 만들어 현장 내 자체적인 상담실을 마
것 같아요. 물론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
련해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러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인데, 문제를 드
대응하는데, 이 역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러내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계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 각해요. 이걸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노동자 개인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효율성
않더라고요. 실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신건강을 돌봐서 생산율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
을 높이겠다는 의도예요. 회사 복지 차원으로
지 않거든요. 어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저희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노동
가 현장과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거부
더 고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해요. 상담 과정에서 개인 정보도 많이 요구하 고 나한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
허윤제 님은 이런 사례들은 노동자 정신건강
면 인사고과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 불리할 수
문제를 일상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거나, 고민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
기 어려운 점이라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모든 이야기를 다 하겠어요. 심지어 저희 두리공감에도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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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호 10월호 2018년
“생각해보면 노동자 정신건강문제를 있는 그
대로 드러내고 해결하려면 현장에서 일상적으
힘들고, 고용이 늘 불안하고, 장시간 노동이 건
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
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담당자도 세우고 이 문
인식이 기업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산다고 생각하
제를 적극 고민이 가능하도록요. 그런데 아직은
잖아요.”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고민을 주도적 으로 하는 주체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두리공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
감에선 이제부터라도 현장 주체를 발굴해보자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시작으로 상담, 치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라는 게 집단의 문제,
활동에 대한 양성과정과 매뉴얼 등을 고민하고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요. 상당히 고무적인 게 유성기업에서 오랫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별 기업이나 자본
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현장에서 우리가
이 우리를 탄압해서 힘들어도, 노동자들이 마음
직접 해 보겠다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에요. 처
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투쟁해서 이기면 괜찮아
음에는 투쟁할 시간도 없는데 뭘 이런 거까지
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공
해야 하느냐 이야기도 있고, 주요 투쟁 일정에
동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노동자 정신건
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강 문제를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
된 거예요.”
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동료들에 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된 것도 중요
허윤제 님은 갑을오토텍의 경우 투쟁 백서를
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들고자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 으면서 또 다른 상담, 치유 활동을 만들어가면
치유활동가의 의미
서 주체 발굴 활동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나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 니고 그렇다고 전문상담사라거나 전문가는 아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가장 큰 원인
니거든요. 그래서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는 활동이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
“현장에 가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실태
해주고, 그들에게 현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사 등을 해보면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노동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해주는 코디
자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
네이터 역할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
는 것 같아요.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적으로 알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노동에 대한
는 사람이 치유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여러 논문을 검토해보고 현장에 가서 봤 을 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생계가 너무
노동자 건강문제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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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지난 9월 4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또다시 두 명의 노동자가 죽 임을 당했고, 한 명은 아직 중태이다. 2014년과 같게 화재진압용 이
사망사고 반복하는 삼성을 뜯어고쳐 보자
산화탄소 유출로 인한 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피해를 당하였다. 이젠 안타까움을 넘어, 삼성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필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모였다. 그 리고 사고 발생 이튿날 여러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삼성 이산화탄소 누출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를 구성하고, 사망사고를 반복하는 삼 성 규탄 기자회견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자체 소방대는 사고축소나 은폐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김병욱 의원실에서 공개한 CCTV를 보면, 보호 장구 하나 없이, 긴 급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자체 소방대 출동장면과 엘리베이터에 서 시신을 질질 끌고 나오는 모습은 시청자를 공분케 했다. 그뿐만 아 니라 자체소방대 응급구조사가 작성한 출동 및 처치 기록지에 따르면 동탄성심병원으로 이송개시 시작시각인 14시 32분 이미 사망으로 표 기한 상태였다. 삼성이 밝힌 최초사망시간은 15시 43분으로 1시간 10분 차이가 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 산업재해 발생 보고 ③항 사업주는 중대 재해, 즉 1인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관할 기관에 신고하게 되어 있는 규정을 위반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는 사고이지 않았겠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삼성 자체 소방 대의 모든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체 소방대 존재 이유를 분명 히 하여 그에 맞는 활동을 하고, 상황에 대해 지역 소방대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
삼성 자본의 저비용을 고려한 노동부 명령, 4년 후 노동자 목숨으로 대가 치러 정경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2013년 불산유출사고 이후 삼성은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제 조라인 전체배관(가스·케미컬)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 상반기 내 전문 가를 채용해 배관 관리 전문조직 구성,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을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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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수시·정기점검을 하겠다던 안전보건개선계획을 약속하였다. 또, 협력사의 전문성 향상과 가스·케미컬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앙통제실에서 작업 상황 등을 직접 통 제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간담회에서 이러한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확인 결과 서류상으로 검토 했을 뿐 직접 점검, 관리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2014년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이후 노동 부는 사고가 났던 수원사업장에 화재진압을 목적으로 청정소화약제로의 교체를 명령하였 다. 그런데 4년 후, 바로 옆 기흥공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모든 삼성 사업장 이산화탄소에 대해 전면교체만 명했어도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삼성의 부 족한 안전의식에 발맞춘 미진한 노동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18년 이산화탄소 유출사고로 고용노동부는 또다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한 다. 삼성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시정명령으로 지난 잘못을 씻어내고, 시정명령 의 이행 점검과 관리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노동부 본연의 의무 를 다하길 바란다.
산소결핍 질식사이므로 화학사고 아니라는 환경부 각성해야
환경부에서는 지자체에서 화학사고 지역체계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화학물질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화학물질관리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삼성과 SK하 이닉스 인근 지역에는 지역협의회도 구성돼 있다. 노동자를 두 명이나 죽음에 이르게 한 고 농도의 이산화탄소는 독성물질에 버금가는 유해물질임에도 환경부는 시종일관 이번 사고 를 방관하고 있다. 삼성에서 통제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독성물질 유출을 막 고자 한다면 환경부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 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시민사회를 포함 확대하여 TFT를 꾸렸다. 제한적 정보공개 등 불투명한 운영으로 불신을 받는 경기도 화학물질관리위원회와 지역협의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개혁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또한 사후 대책으로 이번 사고에 국한하지 않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자체의 노동, 안전에 관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책위에는 수원, 화성, 용인지역의 시민단체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한국노동안전보 건연구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등 전국조직이 함 께 모여 있다. 다시는 단발적 해결에 목축이지 않고, 삼성이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제대로 해갈할 때까지 지속해서 감시하고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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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탈진 증후군, 일명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노출된 노동자의 문제가 프랑스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탈진 증후군이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프랑스의 시도
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 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때로는 ‘자살’로 이어지 기도 한다.
2017년 르 파리지앵(le Parisien)지는 르노(Renault)사의 노동자 자살에 관해 깊이 있는 기사를 낸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르노사에 서 약 4년간 10여 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고 한다. 이후 르 파리지 앵지는 제조업의 자살과 관련된 조사를 추가로 시행해, 자살 시도 10건 중 6건의 원인이 근로환경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이것 이 제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프랑스는 주목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민주노조총연맹에서 2017년 실시한 ‘일을 말해봅시다’ 조 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는 직장생활 중 한 번 이상 탈진 증후군 을 경험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실업 상태인 응답자의 54% 가 직장생활 중 탈진증후군을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탈 진 증후군과 실업의 위험 사이에 적지 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암시한 다. 즉 일단 탈진 증후군을 겪은 사람은 쉽사리 업무에 복귀할 수 없 음을 보여준다. 탈진 증후군의 문턱에 서 있는 노동자의 비율은 더 욱 높다. 전체 응답자 중 51%는 자신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고 있다고 밝혔고, 58%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할 충분한 시간을 할당받 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8년 1월, 좌파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의 프랑수아 뤼팽(Francois Ruffin) 의원은 번아웃 증후 군과 관련이 깊은 몇몇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법안을 제안했 다. 그의 제안은 매우 파격적인 동시에 매우 이상적이어서, 프랑스 언론과 정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해당 제안에서 유통업체에 서 일하는 자신의 친구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고자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했다. 그의 친구는 업무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목록에 ‘직업상 탈진 증후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산업재해에 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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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저널리스트 출신인 프랑수아 뤼팽 의원은 이 주제에 관해 이제는 감히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제안을 위해 50여 차례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의사, 공중보건 전 문가, 변호사 및 노동자들을 만나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뤼팽 의원이 제안한 법안은 2019년부터 과다한 업무로부터 발생하는 우울증, 불안증 후군 및 심리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 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번아웃과 관련된 질병을 겪는 노동자는 자동으로 치료 비 전액을 보조받을 수 있으며, 역으로 회사는 산업재해 및 질병 관련 보조금을 더 지급 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노동자는 지역 위원회에 산재 신청을 한 후 개별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노동자는 해당 위원회에서 우선 업무의 과도함과 질 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고 또한, 자신의 업무능력이 25% 이상 영구적으로 상실되었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즉 인과관계뿐 아니라 질병의 중대성 역시 증명해야 한 다. 하지만 육체적 질병과 달리 정신적 질병으로 업무능력 저하를 인정받는 것은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다. 극도의 무기력함을 겪고 있는 환자가 지루하고 불확실한 절차 를 한없이 기다리고 열정적으로 헤쳐 나아갈 수 있겠는가.
뤼팽 의원의 법안은 2018년 2월 1일 하원에서 발의되며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끌었 다. 그는 해당 증후군과 관련된 일련의 질병에 관해 산업재해를 인정함으로써 예방적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측에, 그에 따라 발생 하는 비용을 종국적으로 귀속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법안은 반대 86 표, 찬성 34표로 통과되지 못했다.
출처 : ‘프랑스의 번아웃증후군 예방을 위한 시도‘,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2018년 9월호 *원문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싣습니다.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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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 반월시화공단 현장실습생 실태조사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6학년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는 전국 593개교 60,016명이 참여했으며 참여 기업은 31,404개 에 이른다. 2017년 제주도의 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기계에 깔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 이전에도 많은 죽음이 있었다. 2017년 12월 1일 정부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발표한 개선안에서 ‘산업체 채용 약정형 현장실습’을 제시하고 있어 조기 취업형 현 장실습을 여전히 살려놓고 있다. 이 글은 반월시화공단에서 현장실습을 한 19명, 그리고 도제학교 학생 4 명의 면접 조사를 토대로 한 실태조사 결과이며,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의 문제점과 이후 직업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25만 명이 일하는 큰 공단이지만, 한 업체당 20명 미만이 일하는 소규모 제조업체 중 심 공단이다. 2015년 9월 민주노총의 ‘2015년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에서 반월시화공단 사 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은 92%였고 최저임금 위반은 40%를 넘었다. 2016년 3월 <반월시화공단 인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빈도수는 55.74%에 달한다. 이런 현장이 결코 좋은 ‘실습장’이 될 수는 없다. 현장실습생들의 첫 번째 일터,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일하게 되는 현장은 노동에 대한 불안과 혐오를 심고, 자신의 미래를 고통스럽게 인식하도록 만들 뿐이다.
22 2018년 10월호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반월
학생들은 재학 중에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시화공단으로 현장실습을 하러 온다. 경기도 지
자격증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취업에 유리
역이 특히 많은데, 안산에 있는 한 공고의 경우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시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반월공단 내 모두 213
을 보내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자격증을 인
개 업체에 모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정하거나 대우해주지도 않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 외에 안산과 시흥지역의 공업고등학교들이 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많이 내보냈다.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대부분 ‘노동
전공과 관련이 없는 제조업 생산직이다. 그 외에
인권 교육’이 무엇인지 묻거나, 뭔가 배우기는 한
경기권 공업고등학교의 경우 반월시화공단 생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산업안
직으로 현장실습을 내보내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전과 근로관계법”에 대해 의무적으로 15차시 교
않다. 학생들도 현장실습을 ‘취업’이라고 인식하
육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교육의 효과성이 의문
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도 현장실습을
이다. 대강당에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외부 강사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받는 통로’로 인식한다. 직
가 대규모로 교육하거나,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기
업계고 학생들은 이름만 ‘현장실습’일 뿐 실질적
때문이다. 현장실습에 필요하지 않은 자격증만 갖
으로는 ‘조기 취업’을 하러 반월시화공단으로 가
춘 상태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준비 없이 현장실습
는 것이다.
에 나간다.
1. 현장실습에 대한 학교의 준비와 대응
면접자들은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한 다. 한 손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목에 사원증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택한 이유는 주로 ‘내신
을 매는 일자리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단
성적’이었다. 면접 참여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진
으로 출근한 이들은 바로 현실을 알게 된다. 실망
학을 결정할 때 직업계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어디가든 똑같다’고
적성과 진로 계획에 따라 선택하기보다 성적, 친
말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 상대적으로 노동조건
구, 취업률을 앞세운 학교 홍보물에 영향을 받았
이 좋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확률도 높은 곳은 ‘성
다고 답했다. 또, 공부로는 뒤처지기 때문에 기술
적 좋은 애들만 뽑아서 보내’는 곳이다. 성적이 안
을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한 이들
되면 기계과를 나왔지만 리조트에 가고, 설계를
도 있었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공업, 상업, 농업,
하고 싶지만 도면은 구경조차 할 수 없으며, 기능
해양, 보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과를 개설하여
장을 만들어준다 말했지만, 청소의 달인이 된다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와 학과
말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돌아간 학생들에
특성이나 향후 진로와의 연관성 등에 대한 정보가
게 학교는 ‘청소’나 ‘껌 떼기‘를 시키고, 깜지를 쓰
부족해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상태로 직업계고에
는 등 징계를 하기도 했다.
들어오게 된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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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이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
임금이 약 157만 원임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응
은 현장실습을 나간다. 3학년 2학기 수업은 파행
답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
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
다. 아니 51.4시간에 이르는 주당 노동시간을 고
은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학교를 벗어나
려한다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
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
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열악
상되면서 기업들이 현장실습을 했던 이들을 대상
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를 알게 된다. ‘억압
으로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하는 등 편법으로 임금
받고 무서운 느낌을 일찍 알게 되어 취업을 망설
체계를 바꾸기도 했다.
이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다시 취업하지 않고 알 바를 하거나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다. 그
무책임한 기숙사 공간도 이들에게는 매우 충격
런데 대학을 가더라도 현실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
이었다. 지방에서 온 학생의 경우 기숙사 한 방에
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업’을 유예하는 것이다.
16명이 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회사는 공장 사장실 옆방을 기숙사로 만들어서 밤
2. 실습 현장의 실태
에도 호출하여 일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면접자 들이 경험한 일터는 노동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들
학교는 ‘현장실습’을 조기 취업으로 인식하기
이 매우 미흡하고 위험한 환경이었다. 이에 한 면
때문에 ‘학교-기업’의 연결망을 형성하려고 한다.
접 참여자는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취업률 지표로 나타나고 학교의 실적
결국 대다수는 현장을 떠난다. 그리고 현장을
과 연결되고, 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받고자
떠나지 않는 이들도 자신의 미래를 이곳에서 찾지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현장실습을 나온 경
않는다. 모든 면접자 중에 이곳에서 일을 계속하
우 학생들은 이곳을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
일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에서 돈을 벌어서 자영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
현장실습을 마친 후 일터에 대해 ‘무서운 느낌’을
하여 공부를 더 하거나, 혹은 다른 기술을 배워서
갖고 졸업과 동시에 그만두거나, 대학진학을 모색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민을 준비하는
한다. 대부분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이도 있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 이
선생님이 소개해주는 곳에 ‘조기 취업’을 했기 때
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다
문에 쉽게 실망하게 된다.
지 높지 않다. 현장실습을 왔다가 중도 포기한 경 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대학을 가더라도 더
게다가 실습지의 노동조건도 형편없다. 면접 조
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부유하는 노동자:
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검토
시흥시 정왕동 1인 가구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
해보니 2018년 현재 월 임금 총액은 평균 169만
세계,”(『산업노동연구』 22권 1호))에 의하면 결국
원, 주당 노동시간은 무려 51.4시간에 달한다. 주
2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제조업 공단으로 찾아오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계산한 2018년 월 최저
는 경우도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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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졸업 후에도 현장에 남는 학생들은 왜?
군 복무 대신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토록 하는 병 역대체 복무제도로서, 중소기업 인력난을 덜고 고
일부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현장에 남는
교졸업생의 취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2011년부
다. 이들의 현장실습지였던 반월시화공단이 결코
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도 친구들이 떠나간 일자리
다. 2016년의 경우 특성화고 등의 배정율이 무려
에 계속 남아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 출
85.7%에 달했다. 그런데 일자리를 옮길 경우 노
신의 경우 서울 근교에 온다는, 수도권에 진입한
동자가 직접 다른 특례업체를 찾아야 해서 쉽게
다는 생각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현장실습에 나서
옮기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노동자들에
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단 지방을 떠나오면 다
게 일방적인 헌신과 차별을 강요한다. 대부분의
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하려고 하게 되는
산업기능요원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고, 노동법
것이다. 면접자들은 그래도 집이 좋다고 생각하지
위반 사실을 알아도 제보를 하기 어려워했다. 졸
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업 이후에도 3년간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도록
알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월시화공단에서 일자
하는 굴레이다.
리를 구하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집에서 독립한 다는 것도 매우 큰 기대감이다.
최근에는 일·학습병행제가 노동자들을 열악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만든다. 일·학습병행
또 하나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군대 가기
제는 ‘기업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학습근로
전에 자신의 전망을 뚜렷하게 세우지 못하기 때문
자로 채용해 현장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전문대
에 군대 가기 전까지 일하는 ‘임시직’ 일자리라고
등에서 이론 교육을 받게 하는 교육 훈련 제도’이
생각하며 다니기도 한다. 졸업 이후에도 반월시화
다. 이 제도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6개월 ~ 4년간
공단에서 일하는 면접 참여자들의 경우 ‘뭘 할지
직장에 다니면서 학교 교육을 받는다. 회사와 학
는 군대 다녀와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거나 ‘군
교 간 협약을 통해 운영되며 비용은 고용보험 기
대 가기 전에 돈을 벌어서 군대 다녀온 이후에는
금에서 지출된다. 다른 회사로의 전직은 원천적으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
로 불가능하다. ‘대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동
금 자신이 하는 일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
자들은 산재를 당하고 불이익을 당해도 이 회사에
기 이전의 임시적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
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처럼 전직
동조건이 형편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구하기
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노동자를 저임금의 열
보다는 현장실습을 한 곳에서 그대로 돈을 버는
악한 노동환경에 묶어둔다.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반월시화공단에 계속 남아서 일을 하는 이들은
인식을 심어주고 대부분은 현장실습 이후 현장을
‘산업기능요원’인 경우도 많다. 산업기능요원제
떠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 구인란 해소, 고졸 취
도란 기술 자격이나 기술 면허를 가진 청년들을
업 장려를 명목으로 만드는 일·학습병행제나 산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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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기능요원제도가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아서
정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
이 열악한 일자리에 3년 ~ 4년간을 버티도록 만
고, 대부분 한 회사에 1명 내지는 2명 정도가 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을 버틴 노동자들은 이
장실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뿔뿔이 흩어져있기
일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이곳을
때문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설령
탈출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노
산재를 당해도 회사에서 공상 처리하라고 하면 그
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고,
래야 하는 줄 안다.
중소 공단의 일자리 질을 높이지 않고, 열악한 일 자리에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제도를 만드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노동조합’을
만으로는 젊은 노동자들이 이 현장에서 미래를 꿈
상상하지도 못한다. 이번 조사에서 놀란 것은 ‘노
꾸지 않는다.
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조 사에 참여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에 대
4. 왜 대안적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가
한 질문 자체를 어려워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
힘들고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
문이다. 언론을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아니고, 사회
험하면서도 현장실습을 하거나 혹은 현장실습 이
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의 경우, 학
후에도 반월시화공단에 남아있는 이들은 이에 대
교에서 배우거나 경험이 있지 않는 이상 ‘노동조
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자신에게 강요되는 상
합’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황에 맞서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있으며, 친구나 동료를 만나서 자조 섞인 한탄을 하거나 혹은 장
5.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기적으로 이곳을 떠나는 것을 꿈꾸며 버틸 뿐이 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장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하고 새
실습제도가 불만이 있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로운 직업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어렵기 때문이며, 졸업 이후에는 산업기능요원제
2018년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도나 일·학습 병행제도에 묶여 현장을 떠나기 어
분명하게 하고, 학생의 선택을 보장하도록 관련법
려운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을 정비했지만, 현장실습의 여러 유형 중 ‘산업체 채용 약정형’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여 학교
현장실습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
현장과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지수다. 포장지
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노동인권교육에서는 근
만 ‘학습 중심’이고 실제로는 조기 취업이기 때문
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은 가르치지만, 노동조합
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도
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구로, 산업체 입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을 받는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
통로 정도로 여기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중단
다. 학교는 문제가 생길 경우 ‘참으라’고 할 뿐, 나
해야 한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과 특성에 따라
서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한 회사에 16명
다양한 유형의 현장실습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재
26 2018년 10월호
의 직업교육을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노
맞춤형 진로 및 취업상담을 해야 한다.
동권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청년노동자들이 유입되려면 공단이 좋은 일자 현행의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
리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
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산
대로 둔 채, 병역특례나 일·학습병행 제도 등 공단
업기능요원’, 일·학습병행제도의 ‘학습 근로자’라
에 유입할 수 있는 외부적 유인만 강화한다. 중소
는 특수신분의 폐해가 심각하다. 일반노동자와 구
기업이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유인이 생긴다. 최
분되는 특수한 신분으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은 자
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나 청년노동자들이 주로
신의 회사에 상당 기간 동안 묶여있을 수밖에 없
취업하는 중소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노
다.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개
동조건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노후화된 공단을
선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학습과 특정기업근무를
청년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재생’하는 것,
분리하는 방향으로의 일·학습병행제도를 개선해
예를 들어 주거환경 개선이나 노동자들의 교육 훈
야 하고, 산업기능요원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조건
련 기관의 확대 등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에서 남은 병역기간을 다른 형식으로 대체복무할
이 되는 개선이 필요하다.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를 활용하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치고 자신의 권리를
려는 기업의 기준을 강화하고 별도로 특별 근로감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
독을 해야 하고, 전담 상담창구도 마련되어야 한
조를 경험하게 하는 것, 노조가 있다는 것을 인식
다.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 이 전교조 직업계 담당 교사들과 연계하여 노동권
고졸 청년 진로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시도를 할 필요가
다. 취업담당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감당하기는
있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현수
어렵다. 고용지원센터와 학교가 연계하여 전문 직
막, 공중파 광고 등 최선을 다해서 노조를 알리는
업상담원을 배치하고, 학생들을 위한 진로 선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조합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
는 공단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
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
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가입할
과정에서는 담당 교사와 전문 직업상담원과 함께
수 있는 형태로 노동조합의 형식을 바꾸어 노조의
취업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학 교와 고용지원센터를 연계하는 직업상담원을 적 극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취업 을 ‘현장실습’, 혹은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사무보 조’ 등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연구리포트
27
안전과 건강 칼럼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아프지 않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았다. 허
든 요통이 찾아오면 두려움에 휩싸인다. 아파서
리가 끊어질 듯해도 등허리에 둘러붙인 파스 몇
일을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자신과 가족의
장에 의지하고 나선 날도 셀 수 없었다. 하루 이
생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전문병원을 찾
틀 일하고 그만두는 친구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
고 수십 만원하는 MRI 사진을 찍고 디스크라거
며 요즘 젊은 것들의 끈기 없음을 탓할 수도 없
나 힘줄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비용부담
었다. 그 역시도 생계를 유지할 다른 방법만 있
이 만만찮은 비급여도 마다하기 어렵다. 증상이
었다면 벌써 몇 번이고 뛰쳐나갔을 것이기 때문
조금만 나아지면 일을 해야 한다. 근력과 신체기
이다.
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더라도 늘어나는 의 료비를 감당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시
매일 냉동탑차로 입고되는 냉동수입축산물 상자는 1천 박스가 족히 넘었고, 그것들을 지게
일을 하다 보니 재발하고 결국 악화되는 골병의 악순환인 것이다.
차로 부려서 내릴 수 있도록 팰릿 위에 쌓고, 상 자들이 실려 나가도록 지게차가 부려 놓은 팰릿
아파도 일해야 했고, 병가나 산재보상 신청은
에서 탑차로 실어 쌓는 것이 그의 일이다. 10킬
생각지도 못하고 출근을 못하면 사직서를 써야
로그램에서 20킬로그램까지 차갑고 묵직한 상
만 하는 줄 알았던 노동자들은 골병이 들어 도무
자를 하루에 2천여개, 25톤을 넘게 나르는 일이
지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산재보상
다. 250킬로그램도 아닌 2만5천킬로그램을 오
을 신청하는 것이다. 용하게 산재가 승인되더라
로지 자신의 근력으로 들어 나르는 일이다! 사무
도 적절하고 충분한 재활복귀가 동반하지 않은
직으로 일하다가 이러저런 사연으로 나이 사십
산재 요양 후 다시 일해야만 한다면 골병은 더
이 넘어 시작한 일을 18년간 환갑을 바라볼 때
심한 상태로 노동자의 몸을 잠식할 수 있다. 건
까지 하고 있게 될 줄도 짐작하지 못했다.
강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일거리는 더 불안정하거나 질이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제
오로지 자신의 몸만이 생계의 유일한 수단인
는 골병과 가난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파스 몇 장, 진통제 몇 알, 침 한두 방, 통증 주사 등에 의지하며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팔이 올라가지 않거나 몸을 굽히기도 힘
28 2018년 10월호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개입해야 할 지 점은 너무도 많다. 산재 진입장벽도 낮춰야 하
고, 산재 인정절차는 간소화하되 전문성과 신뢰
있어야 한다. 업무관련성평가 특진은 전문성과
성은 높여야 한다. 예방·보상·재활·직장복귀가
신뢰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당연인정기준을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 한꺼
확대하고 조정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
번에 성취될 일도 아니며 하나씩 풀어 나갈 일이
을 것이다.
다. 그런 점에서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을 중심 으로 진행되고 있는 직업재활 및 직장복귀 시범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이자 접근이다.
물론 특정기간 이상 일을 한 노동자들에게 발 생한 근골격계질환을 당연히 산재로 인정해 줘 야 할 만큼 위험한 일터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
업무관련성평가 특진은 업무상질병으로 산재
다. 일터의 조건을 개선하고 개입하는 것이 필요
보상을 신청한 노동자들의 재해조사를 직업환
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장 현장방문을 통
경의학전문의와 산업위생전문가가 초기부터 개
한 직무분석을 시행하고, 직장복귀에 필요한 현
입해 조사하고, 임상 각과들과 다학제적 협진을
장 평가와 개선방안 제시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
수행해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이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준비하
다. 향후 표준화와 사후 검정을 통해서 신뢰성을
고 있으니 이 역시 반가운 시도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한 문제는 절 차의 간소화다. 업무관련성평가 특진을 통해 앞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을 중심으로 정형외
서 오십대 노동자 사연을 듣게 된 것은 산재보상
과·신경외과 등 임상 각과에서 적정하고도 유익
신청을 한 지 두 달이 지나서였다. 제도가 원활
한 근골격계 치료의 본보기를 보이고, 그동안 재
하게 운영되기에는 아직 공공의 인력과 자원이
활의학과를 중심으로 일군 직업재활치료 분야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특히 직업환경의학과 의
의 성취를 더하고, 거기에 새로운 시도들을 유기
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어쨌든 생계
적으로 결합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병원 진료실
문제에 직면한 산재노동자들에게는 행정처리
에서부터 노동의 현장까지, 산재 진입 전 단계부
기간의 단축과 간소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
터 치료와 재활복귀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전
문성과 신뢰성이 높다 하더라도 최대한 신속하
달체계가 공공의 영역에서 자리 잡기를 희망해
게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본다. 더불어 새로운 시도의 기획에서부터 제도 가 안착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지
현재 근골격계질환을 중심으로 산재 인정절
않는 곳에서 애쓰는 이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전문 정책연구가 진행 중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가 노동자들의 골병
이다. 산재판정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업무나 직
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가 되기를 빈다. 바로 그
종에서 직업력과 일정한 신체부담 기준을 충족
공공의 영역에서 함께 하고 있는 필자의 쑥스러
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사 과정을 생
운 자기 응원이기도 하다.
략하고 승인하는 당연인정기준을 설정하자는
* 이 기사는 매일노동뉴스에 9월 20일 연재한 글입니다.
것이다.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기준에 합 의를 이루고, 산재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여 줄 수
류현철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안전과 건강 칼럼2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다시 의자에 앉았습니다. 10여 년 전 노동자들이 앉아서 일할 권리를 외치자. 정부가 제도를 통해 사업주는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고 강제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앉기는커녕 화장실, 휴게실조차 갈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다시 의자에 앉았습니다. 건강하게 일하고 쉴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함께 연대해야겠습니다. 사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글 선전위원회
30 2018년 10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31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 이길섭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 종합예술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일하는 노동 자를 지난 9월 20일에 만났다.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시민들이 세계적 수준의 공연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밤낮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고의 작품과 달 리 이길섭 님이 일하는 업무 환경은 최악이었다.
한국 최고의 종합예술기관 시설관리 노동자로 살아가기
“저는 2003년 9월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15년 동안 시설관리 업무를 하고 있어 요. 시설관리 분야는 기계, 전기, 방재, 제어, 통신, 영선실로 크게 나누는데 저는 기계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업무는 서예관, 오페라극장, 한가람미술관, 디자인 미술관, 음악당까지 예술의전당 전체 건물 시설을 관리해요.”
우리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나 작품을 관람할 때 필요한 전기, 조명 등은 물론 냉난방, 환기 등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것은 바로 이길섭 님 같은 분들의 노력 덕 분이었다.
“기계 분야는 주로 시설물과 기계 등을 유지보수하고, 전기 분야는 전체 조명 등 을 유지보수해요. 방재는 화재 예방을 위한 스프링쿨러 등 유지보수하고, 제어 분 야는 고객 민원에 따라 전체를 컨트롤 하는 업무를 해요. 통신은 전체 통신, 전화 선 등을 유지보수하고, 영선실은 계단, 소파 등 고객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유지보수업무를 하고 있어요.”
무늬만 정규직 전환
“올해 7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예전에는 경비, 미화, 시설 관리 등 행정직이 아닌 이상 용역업체 소속이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 규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한테도 그 영향이 미쳤어요. 문제는 전환하면서 이 전 근속연수도 보장하지 않고 연차나 휴가, 처우 문제 역시 신규채용 형태가 되었
32 2018년 10월호
어요. 동료 대부분이 여기서 10년 이상 근
및 점검할 일이 많다고 했다.
무했는데 결과적으로 임금은 똑같고, 이 전에 있던 연차가 더 줄었고, 하계휴가는
“각종 모터 베어링, 벨트, 펜, 펌프 점검
아예 없어졌어요.”
하거나 교체하고 필터 청소하거나 교체하 는 일을 주로 해요. 매주 수요일은 안전점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
검의 날이라 전체 기계를 가동하고 상황
정규직 정규직화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에 따라 점검해요. 월별, 분기별로 정기 점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모든 공공기관은
검하는 경우도 있고요. 일이 제일 바쁠 때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한정되어있는 예산
는 아무래도 주간에 공연이 잘 없으니까
과 인력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을
그때 점검하는 일을 제일 많이 해요. 유명
발표했다. 그 결과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는 점검이나 교
노동자처럼 지난 경력, 복지 및 처우 등에
체보다 냉난방, 로비 조명 등 정비를 많이
있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규직으
하고요.”
로 전환되었다. 4일에 한 번은 밤새며 일해 고객의 편의를 맞추기 위한 노력 “제가 있는 기계 분야는 12명이 2인 1조 “9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업무 회의
로 일해서 총 6개의 조가 있어요. 교대는
를 해요. 조회 같은 거죠. 조회에서 오늘
주간 → 주간 → 숙직 → 비번 이런 순서로
어디 기계가 고장 났으니 고치라든가 정
돌아요. 주간은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
기점검을 하라든지 업무 지시를 받아요.
근하고 숙직은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다음
그러면 서예관에서 각종 공구를 챙겨서
날 아침 9시에 퇴근해요. 이때 퇴근하면
현장에 나가서 일해요. 오전 업무가 11시
하루 비번이 생겨요.”
반에 끝나는데 이때까지 일을 마치면 오 후에 다른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밥
이길섭 님은 통상 다른 시설 관리 업무에
먹고 지속해서 그 업무를 마쳐요. 중간에
서 맞교대나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보다
고객한테 민원을 받거나, 비상이다, 그러
지금이 훨씬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면 그쪽 일에 투입돼요.” “일하는 조건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이길섭 님은 예술의전당 시설이 30년이
아무래도 숙직 근무할 때는 여러 가지로
되다 보니 기계 고장은 물론 냉방으로 인
힘든 거 같아요. 저녁 6시에 다들 퇴근했
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각종 고장
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남아서 벌어지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33
일을 다 해야 하고 대기시기간도 긴장을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회사와의 싸움
풀기 위해서 담배나 커피를 평소보다 더 하는 것 같아요.”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 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
숙직 근무 시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는 규
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정상 쪽잠을 자는데 휴게 시설을 갖추지
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않아 탈의실 바닥에서 쉰다.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 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
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기계를 만지는 게 일이라 늘 위험에 노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
출돼요. 특히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추락 사
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
고가 잦아요. 올해 초에도 동료가 기계 점
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검하려고 사다리를 높이 타고 일하다 추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락해 뼈가 다쳐 산재 요양을 나갔었어요.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계가 바닥에 있어서 넘어질 위험도 있 고 감전 위험도 많아요.”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 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
그렇다면 일하다 다쳤을 때 신속하고 적
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
절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궁금했다.
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 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
“일하다 다치면 사무실에 있는 구급함에
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
서 간단히 조치하는 게 다예요. 뼈라도 부
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
러져야 산재처리를 해요. 그때도 비급여
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법 적으로 산재처리 했으니 다른 책임은 없
또,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
다고 아예 모른척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
희가 올해 동료 산재 요양 기간 중에 비급
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
여 치료비도 지원해달라고 3일간 투쟁을
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
해서 지원을 받았어요. 사다리도 조금 더
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안전한 거로 바꾸고요.”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
34 2018년 10월호
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한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다면 어떤 점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 물었다.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
“전체적인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할 것 같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아요. 인력도 충원하고 처우도 개선하고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
요. 경영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들은 내가
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고용한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무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조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
이 있어야죠.”
는 것 같은데 그런 점도 바뀌어야죠.”
늘어나는 업무량과 어려움
현장직도 당당한 노동자
“2003년에 입사했을 때랑 비교해보면 관
“아주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사고를 감
리해야 할 카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수하면서 작업해야 할 때 힘들어요. 힘든
많아지면서 전기나 냉난방, 통신 등 관리
과정이지만 고장 난 기계를 고치면 그때
해야 할 일 역시 늘어났어요. 게다가 전체
보람이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기
적으로 노후화되서 손봐야 할 것도 많은
계 고치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까지도
데 전체 인력은 줄었어요. 처음에는 이 정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즐거워요. 그리고
도로 타이트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한국 예술을 대표하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
업무량이 늘고 빠듯해요.”
부심도 있고요.”
이길섭 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 쉽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 사회가 사무직하고 현장직에 대한 차별이 있잖아요.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고 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땀 흘려 가면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 았으면 해요.” ▲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고 싶다는 이길섭 님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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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현장의 목소리
- 마포구 청소위탁업체 노동자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 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 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 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 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대경환경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 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
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
해서였다.
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 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
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예 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
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
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
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
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
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
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
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
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
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
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 양도 어마
36 2018년 10월호
어마하다. 뉴스타파에 의하면 마포구에서 일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
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
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마친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 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 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 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 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 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 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 출처 : 배성훈
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 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하지만 마포구청은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해야 한다고 답할 뿐이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
지 단절된다.
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 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
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현장의 목소리
37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적 건강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
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
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
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
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
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들면 해고할 수 있는
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
이유가 되기도 해요“
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
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
어 두는 게 많아요.”
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
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다.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 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
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
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
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
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
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
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
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
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
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
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
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
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
기도 하다.
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38 2018년 10월호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
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
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
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
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
훨씬 안전해요.”
들을 죽여가면서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위험한
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
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일이 공공을
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는 마포구청도 외면하고 있다.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 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
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 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
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
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
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
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
좋겠어요.”
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 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 분들 현실적으 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 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 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현장의 목소리
3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낮 주인공 다카시는 약간 실성한 듯 기뻐하며
을 ‘쿨(cool)’하게 대변한다.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의 사람들 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마
이미 관용어가 된 ‘워라밸(Work and Life
치 운동복을 입은 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고,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당장 가능하지 않아
자유롭다. 그는 방금 사표를 쓰고 회사에서 탈출했
도,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듯하다. 일
다. 반인권적 괴롭힘과 출근과 퇴근 그리고 평일,
에 종속된 피폐한 삶이 워낙 비일비재한지라, 지극
휴일이 구분이 없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것이다.
히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휴가나 휴일
다카시를 바라보는 관객은 다카시와 같은 자유로
을 제대로 누려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방향에 대
움과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잠깐만
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로 탈주의 욕망
자면 밤낮없이 일하고, 자살까지 감행한 <잠깐만
40 2018년 10월호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다카시의 고뇌에 찬 결단
이다.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일
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찜찜
은 주체적 삶에서 분리되어 방치되기는 마찬가지
하다. 고뇌에 찬 결단이 분명 결단이 맞는데 말이
이다.
다. 다카시는 맨 처음 자기 일과 삶을 일치시키려 했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마주 본다. 일은 삶
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일
의 일부도 아니고 분명한 대칭이다. ‘워라밸’의 목
은 자기 삶의 일부 조차 될 수가 없었다. 일은 자신
표는 일에 포식된 삶을 일로부터 분리하여 삶의 독
의 것이 아니라, 부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것이었
자적인 것을 구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다. 다카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은 삶 속에서 방
이다. 이러한 설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물론 모르
치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다카시는 괴로워는 했
는 바는 아니나, 노파심인지 몰라도 이러한 설정은
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엄두도, 시도도 하지 않는
일이 삶에서 분리되어 노동자에게 비주체적 영역
다. 종국에는 사표를 쓰고, 일을 삶 속에서 드디어
이 되고, 일을 제외한 그 외의 삶만이 노동자의 주
주체적으로 단절시켰다. 다카시를 응원 했던 것은
체적 영역으로 분리되는 기인한 이데올로기가 성
사표를 쓴 것이 아니라, 주체적 삶속에서 배치되는
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분리 사고는 일은 사용
일을 다시 용기 있게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자에 처분에 맡겨진 비주체적 영역으로, 삶의 방치
카시의 선택을 모두가 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영역으로 고립될 수 있다. 어떠한 자에게 일은 대
않다.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어떤 자에게는 작은 부 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크건 작건 간에 일은 삶
방치가 당연시되고, 탈주가 마냥 칭송된다면 도
의 일부이고, 모두 주체적 영역이 되어야 하며, 일
대체 정작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일은 짧은
관된 자기 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만 하는 것이 답이고, 휴일과 휴가를 가능한 많이 향유하면 되는 것인가? 일과 삶은 분리된 것
노동자의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현실을 인
이고,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과 직장은 그
정한 한편의 개량적 모색이기도 하고, 아예 현실을
저 호구지책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호구지책 이
은폐하고 현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상의 일은 특정하게 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서의 노동을 포함한 삶은 사용자의 것이고,
어차피 노동은 소외되는 것이므로, 노동력에 대한
직장을 벗어나서야 온전한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
가격에 대한 흥정이나, 그 외의 부수적 처우에 대
맞는 것인가? 그 삶은 실제 온전히 자신의 삶일까?
해 논할 수 있지만, 노동소외 자체를 극복할 수 없
노동시간이 짧건 길건, 여유롭건 고되건 간에 그
으므로, 일(노동)을 삶의 영역에서 분리하여 가능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 되고자 하
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모두 다카시와 같이 먼
다. 후자는 아예 노동의 소외를 언급할 근거도 없
이국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과 삶을 가질 수
이 판매된 노동력에 대한 독점적 처분권을 자본(사
없기에 묻고 또 묻게 된다.
용자)이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만을 주체적으로 처 분 가능한 삶으로 규정하여 판매된 노동에 대한 노 동자 스스로의 개입을 원천적 차단하고자 하는 것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의대생들에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주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가 그것
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환경의
을 배운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직업을 다 이해하
학과라는 정식 수업 이외에 의학 공부에 집중된
거나 그 일이 병의 원인이나 치료, 이후 재활과
의대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양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환자가 되었을 때 자기 일이 나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이나 자신이 의심 가
그때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업무
노동자를 진료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와 관련된 것인지 의사와 상담할 시간을 충분히
물어보면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부분 고개를 갸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둘 다
우뚱한다. 학생들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보는 환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덧붙여 이야 기하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환자분들은 일을
그런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당신은 무슨
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을 했거나 앞으로 일을 해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상 우
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을 상기시켜 주곤 한
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그것도 쉽
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의학지식보다 어려운 것
게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앞서와 비슷한
이 직업을 묻는 일 인 것 같다.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노동과 의료, 건강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건강하게
환자들에게 “무슨 일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
일하기”를 위해서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전문 과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흐
목까지 생겼음에도, 여전히 현실은 이윤을 표방
르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동하지만, 의사들에
하는 기업 논리 앞에 노동자의 건강권은 한없이
게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
작아지고 만다.
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은 직업을 물어보지 않는다.
이렇게 직업, 노동과 괴리된 의료, 건강에 대한 인식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직업을 물어보
그것은 직업을 아는 것이 치료에 큰 영향을 주
고 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
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직업을 물어보는
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2018년10월호 10월호 42 2018년
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병원에서도 시간은 돈이
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공단이 부담하
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못 버는 과는 공간과 시
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 건
간이 축소되거나 폐과되고, 돈이 안 되는 행위들
강을 보호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서울시에서는
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사실 돈이 안
지자체 예산으로 근골격계 다발 위험업종이나 아
되는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상 늘 존재증명을 해
파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던 노동자들을
야 하는 과이다.
위해 유급 병가제도를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이 70%가 흡연이라고
그동안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업무상 질병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에 시간을 많이 쓰
인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기 주저했던 많은 분
지 않는 것이나, 질병에 대한 직업의 기여도가
들, 그리고 그 가치가 저평가 되었던 많은 직업환
2-10%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직업에 관심을 가
경의학과 의사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아
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몇 가지 구조적이고 현
무리 좋은 제도라도 반대 세력이 있고, 좋은 무기
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는
를 가졌더라도 잘 연마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노동자와 직업환경의학과
한번 더 고민할 이유가 몇가지 생겼다.
의사들이 “직업을 물어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여” 변화하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내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보건관리대행이나
관계가 되길 바란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도 노
근로자건강진단 시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같은 곳
산재신청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로 한
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서로가 잊지 않는다면 앞
것이다. 또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으로의 만남이, 직업을 물어보는 일들이 조금 더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연 인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정기준에 해당하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재로 인정받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 선하고 있다. 또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근 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중 고위험 직 종이나 업종에서 근무하는 경우 산재 특진 과정
강충원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회장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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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 상식
독감예방접종 이야기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한 가을입니
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국내에
다. 이때가 되면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할 게 있습
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2000여 명에
니다. 바로 독감예방 주사입니다. 병원이나 의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환
도 10월부터는 독감예방접종 하느라 분주합니
자들이 독감으로 사망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
다. 지난 겨울에는 전 세계적으로 독감환자수가
한 1918~1920년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인플
급증하여 우리나라도 독감주의보가 발령된 바 있
루엔자A형 - H1N1)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5000
습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라고 불리는데 ‘독한
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습니다. 반면 감기는 코
감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독감과 감기는 원인
로나 혹은 리노 같은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바이러스도 다르고 증상도 다릅니다. 독감은 인
기침, 콧물 같은 주로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일으
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코를 통해 기관지
킵니다. 독감예방접종을 하면 감기 또한 예방 할
폐로 깊숙이 침투해 고열, 기침, 근육통 등 심한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플루엔자
증상뿐 아니라 폐렴 같은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백신 즉 독감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감기를 예방
독감은 독감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는 감염된 작은 물방울을 들이마심으로써 사람 에게서 사람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또한, 독감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에 걸릴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에서 70∼90%의 예방
따뜻한 물과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10~30%는 독감의
나 코를 비비지 말아야 합니다.
예방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인이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백신의 효과가 건강한 성인보
독감, 오해와 사실
다 더 떨어집니다. 하지만 접종을 하게 되면 하지 않은 사람보다 독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독감에 걸린 건장한 성인의 경우 대부분 며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감과 그 합병증
동안 앓고 지나가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등
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고위험군이 독감에 걸릴 경우 기존에 앓고 있던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 환자들은 독감예방접종
만성질환이 급속히 악화되거나 합병증을 유발
이 필요합니다. 질병관리본부예방접종 권고안에
2018년10월호 9월호 44 2018년
서는 50세 이상, 영아와 어린이, 면역저하자와 만
그리고 요즘은 기존의 독감백신 보다 가격이
성질환자, 의료인, 의료시설에 수용된 사람, 임산
좀 더 비싼 4가 백신도 있는데요. 이를 이해하기
부, 영아를 돌보는 사람 등이 독감예방접종의 대
위해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자면 독감 바이러
상이 된다고 합니다. 젊고 건강한 성인에서는 독
스는 유전자의 구조나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크
감예방접종의 필요성은 떨어지지만, 상황에 따라
게 A형과 B형, C형 3가지로 나뉩니다. 이 가운
서 접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데 사람에게 감염되는 건 A형과 B형입니다. A, B형 중 A형이 더 위협적입니다. 스페인독감, 홍
잘 알고 맞으면 더 좋은 독감 백신
콩독감 모두 A형이었습니다. A형은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데이즈(N)
다른 백신은 평생 한두 번만 접종하면 예방효
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로 분류됩니다. 3가 백신
과가 있지만, 독감백신은 매년 접종합니다. 이는
은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한 종류 이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년 변
렇게 3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이를 일으켜 유행하는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지기
있습니다. 4가 독감백신은 A형 두 종류, B형 두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세계 각
종류를 예방할 수 있어 더 예방효과가 좋다고 할
지역의 바이러스 유행정보를 종합하여 그해 가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4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해 발
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B형의 경우는 감기처
표합니다. 백신 제조회사들은 이러한 정보를 토
럼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병관
대로 독감백신을 제조합니다. 따라서 독감백신은
리본부는 건강한 성인은 3가만으로도 예방효과
다른 백신과는 달리 매년 접종하는 것입니다.
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대부분 10월이나 11월 맞
작년 겨울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이 빗나가 B
게 되는데요. 이 또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 독감 바이러스 백신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유
독감 유행시기가 11월 말에 1차 유행, 그리고 4
행할 독감바이러스의 예측이 쉽지 않으며 또한
월 무렵에는 2차 유행 이렇게 6개월에 걸쳐 두 차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은 걸릴 수 있기 때문
례가 유행하고 또 백신 효과가 약 6개월 정도 지
에 예방접종을 맹신하면 안 됩니다. 백신 접종과
속되기 때문입니다. 또 백신은 접종하고 효과가
함께 독감 유행 시기에는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나타날 때까지 2주 정도 걸리는 것도 고려해야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손 씻기 등 청결한 생활을
하는데요. 즉, 1, 2차 유행시기와 접종 효과 지속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시간을 고려해서 10월 중순 정도부터 11월 초 정 도까지 접종받으면 1, 2차 유행시기를 모두 대비 할 수 있습니다.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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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똑바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
지난 9월 중순경 글씨를 선물 받았다. ‘오로지
고 행정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던 사건
맑고 곧은 신념을 학처럼 나래 펴게 하소서’라
이다. 그 당시 회사 측에서는 영업 기밀을 이유로
는 글귀가 적힌 화선지를 받아들고 한동안 상념
사업장 출·퇴근 기록 외에 아무런 협조를 받지 못
에 잠겼다. 정말 내가 맑고 곧은 신념으로 살아왔
했다. 노동조합을 통해 일부 업무 관련 자료를 받
던가? 앞으로도 줄곧 맑고 곧은 신념으로 살아갈
았지만, 재해 발생 전 고인의 건강상태, 심리상태
수 있을 것인가? 뿌듯함과 흐뭇함의 뒤로 마음
변화 등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육체적· 정신
한편에 무거운 책임이 느껴졌다. 간단히 말해 너
적 이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파악하는데 동
무 과분한 선물을 받고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료들의 진술이 절대적인 사건이었다. 진술서 중 입사 1년 차 노동자의 진술서를 기억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업무상 과로 사건을 진행했고,
누구보다 본인이 보고, 들었던 사실에 대해 세세
고인의 재해 발생 전 업무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서면 작성 시 많은 도
각종 자료를 1달 가까이 뒤졌던 사건이었다. 공
움을 받았던 진술서 중 하나였다.
을 들일수록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던 만큼 호 기심도 발동하여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하였고 결
그 진술서를 작성하였던 노동자를 수련회에서
국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고인의 사망에 영
만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4년이 지나 노동조합
향을 끼쳤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건의 결과가 좋
의 교육위원이 되어 수련회에 참여한 것이다. 자
으면 과정에 대한 보람은 더욱 크다. 게다가 과분
신의 일생에 전혀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 얽히고
한 선물까지 받고 나니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설킨 인연이 되어 한자리에 모여 노동조합의 교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육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에 함께 있게 된 것 이다. 이런 인연의 중심에는 한 노동자의 사망 사
그리고 얼마 뒤 어느 노동조합의 교육위원회
건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련회에 1박 2일 일정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4 년 전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였던 자살 사건을 진 행한 적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되었
2018년10월호 10월호 46 2018년
그 노동자는 힘겨운 입사 관문을 뚫고 누구나 부러워할 대기업에 입사하여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선배 노동자는 과중한 업무를 맡고 업무
아마도 그 노동자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대기업
지연 등 책임에 허덕이다 자살을 선택하였다. 그
에 입사한 후 자신의 삶의 자세와 태도가 이렇게
과정을 목격하며 하루하루가 충격 속에 살았다고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
한다. 그리고 조직은 뒤집혔다. 동료들은 묵과할
다. 동료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의
수 없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조직 개편을
인생이 바뀐 상황에 대해 이제는 넉넉한 마음으로
요구하며 싸웠다. 서서히 사건에 대한 조직적 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배 노동자의
격이 사그라질 무렵 회사 측은 사건에 대해 적극
사건을 직접 담당한 노무사를 만났고, 앞으로 더욱
적으로 대응했던 노동자에 대해 눈에 보일 정도
정진하라는 계기로 삼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수련회에서 만난
는 말을 하였다. 그 노동자의 두 손을 포근히 감싸
노동자는 이미 대리로 진급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고 옅은 미소로 답했다.
아직 사원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 때 그 시절의 사람들을 언제 어떤 공간에서 그 때 그 사건의 후폭풍이라는 것을 의심 할 여
다시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 정신 똑바로 차
지가 없다.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였고 나중에 법
리고 제대로 살아보자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뿌
원에서 증인으로 서겠다고 약속하였던 사람은 증
듯함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까지 느껴졌다. 왕왕 사
인을 거부하고 승진하여 다른 부서로 가고, 그 사
건이나 교육을 통해 다양한 인연의 끈을 확인하게
건 당시 책임자로 책임을 물어야 했던 사람은 잠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같은 경험은 없었던 것
시 자리를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와 노동자들을
같다. 그 노동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앞으로 나의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마도 일제 강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무
점기를 거치고 도망갔던 순사들이 해방 후 경찰
겁지만 그래서 더 큰 자긍심으로 나의 삶에 채찍
을 다시 장악한 것처럼 악순환의 역사는 곳곳에
질을 하게 될 것이다. ‘맑고 곧은 신념’으로 산다는
서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다짐했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다.
다고 한다. 회사를 떠날 생각도 했지만 도리어 비 겁한 행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후 노동조합 활 동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다며 다짐을 밝혔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47
출처 : 이매진
발칙 건강한 책방
‘오빠’가 읽은 ‘오빠는 필요없다’ 『오빠는 필요없다』, 전희경, 2008
‘오빠는 필요 없다’는 1990년대, 2000년대
심지어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를 겪으며 진보 진영의 내부에서 여성 운동을
있어도 조직의 보위, 운동의 대의를 앞세우며
고민했던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엮어낸 책이
이를 묵살해버리거나 가해자 처벌 없이 적당히
다. 당시의 ‘운동권’은 겉으로 진보를 표방하고
넘어가버리기도 했다. 진보의 거대 담론 안에
있었지만, 내부적인 가부장제적 문화를 그대로
서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는 것이 분열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는 여성들에게 그
을 획책하고 분위기를 망치는 것으로 치부되어
자체로 차별의 기제가 되었고 여성 활동가들은
버린 것이다. 물론 당시의 모든 활동가, 조직이
능력이 있어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
‘여성’의 역할을 요구받았다. 게다가 ‘독재정
오는 90학번부터 04학번을 아우르는 공감대
권’이라는 적에 맞서 싸우던 민족 민주 운동의
가 형성될 정도이니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역사 속에서 진보 진영의 모습은 가부장제뿐만
자유로웠다고는 절대 할 수 없겠다.
아니라 군사 문화까지 내포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여성은 남성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할 대상,
스스로 도덕적임을 내세우고 약자의 편이 되
혹은 적에게 빼앗긴 어머니와 누이로 형상화되
어 세상의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하는 가치를
기까지 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분명
공유하는 진보 조직임에도, 실제로는 기존의
다른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위기는 인
여성 억압에 무관심하고 이를 부수적인 문제
터뷰에 참여한 90학번부터 04학번까지 모든
로 취급하는 이중적 행태를 가지고 있다면 당
여성을 관통하는 비슷한 고민거리였다.
연히 이에 분노하고 이를 철폐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동 사회 안에서 여성 운
48 2018년 10월호
동의 담론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것은 중요하
동이 시작되었으며 이렇게 급진적인 단절이 하
다. 진보 운동 스스로가 가진 가치를 지속해서
나의 운동 지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절’을
검증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하나의 지평이
분명히 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여성주
바로 여성 운동이기 때문이다.
의 의제, 운동 방식,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절은 하나
이를 다시 생각하면 진보 운동이 여성 운동
의 과정으로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가부장
을 등한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
제, 권위주의, 군사문화 등 뿌리 깊게 존재했던
는 것이고 그 진정성을 의심받아야 함이 마땅
남성 중심의 문화들은 여성에게도 심각한 상처
하다. 과거 학생 운동에서 배출한 걸출한 변절
를 주었지만 그로 인해 고통받아야 했던 남성
자들과 같은 존재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그
도 분명 존재했다. 불합리하더라도 ‘문화’로 자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기 검열을 하지 못하거나
리 잡은 것들이 변하기란 쉽지 않기에 그만큼
이에 대한 인식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 수 있다.
경종을 울려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필요없다’는 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
소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다. ‘오빠는 필요없다’
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라고 정의했다.
는 ‘오빠에게도 필요없다’라고나 할까. ‘오빠’
이러한 정의를 활용해 보면 잘못된 성차별 문
로 표현된 부분이 일부 가부장제, 군사문화, 전
화를 바꿔나가는 데는 남성 대 여성이 아닌 그
체주의의 운동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문화를 통해 착취와 억압을 하는 자와 당하는
다고 하더라도 남성을 배제하는 뉘앙스를 제목
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부터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내용을 끝까
여성 운동은 ‘단절’을 택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지 읽었을 때도 남성으로서 노력해야 할 부분
하나의 과정으로 넘겨야 할 부분이다. 더 이상
을 유추해내기란 어려웠다. 단지 ‘오빠는 필요
의 단절은 과거 거대 담론을 통해 여성 운동을
없다’를 외칠 만큼 진보 운동 내부에서 여성주
억누르려고만 했던 남성 중심 주의와 다를 바
의가 독립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없다. ‘오빠는 필요없다’가 아닌 성차별로 인해
것이 일정 부분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할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이 모두, 그러니까 ‘오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괜찮은 것일까?
들도 단결하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 까.
이 책 중반에는 맑스주의가 그 자체로 남성 중심적이고 반여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기에 여성 운동의 담론을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 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과거의 담론으로 부터 철저히 단절되는 것으로 또 다른 여성 운 권종호 선전위원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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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오해의 과학> 1부 3회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 스티븐 제이 굴드
이현석 노동시간센터 회원
우리의 싸움에서 과학은 분명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
연구를 남긴 과학자들조차 두개계측과 지능을 통해
나 과학은 언제나 인류의 진보에 기여했을까요? 물론
인간의 불평등성을 강조하려는 분야에만 접근하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
왜곡되고 편한 길을 찾으려고 하는가에 주목하는 것
이 인간을 오해하게 했다면 어떨까요? 어떤 불평등과 부조리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초래되었다면요? 앞 으로 힘닿는 한, 몇 권의 책을 가지고 함께 오랜 오해의 역사에 대해서 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같이
이죠. 편견이 과학에 침습하고, 다시 과학이 편견을 재생산하는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굴드는 과학을 이 해할 때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읽을 책은 이 방면의 고전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
자신의 지론을 강화합니다. 90페이지에 달하는 후
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입니다.
반부의 별첨 에세이를 제외해도 500 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으로 자세히 논증하고 있는 예시를 모두
굴드는 본문 전반을 통틀어 ‘물화의 유혹’이라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과학을 사회적 편견의
요약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구로 재생산한 생물학적 결정론의 대표적인 예를 크게 두 가지만 들고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
폴 브로카(Paul Pierre Broca, 1824 ~ 1880)는 의
어있다’는 경구처럼 가장 세밀한 부분을 파고 들면
학, 인지과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은 듣고 싶
전체 판의 오류를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
지 않아도 각인될 수 밖에 없는 이름입니다. 브로카
하기 때문이죠. 굴드가 예로 드는 한 가지는 인간의
는 뇌나 두개골의 특정 부분에 일정한 지위를 부여
외형을 통해 인간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두개계측학
하는 연구를 지속해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의 역사이며, 다른 하나는 지능측정을 통해 인간을
을 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1861년 실어증 환자가
서열화 할 수 있다는 미국에서 오용된 IQ의 역사입
왼쪽 아래 부분의 전두엽 뇌회(frontal gyrus), 즉 오
니다.
늘날 브로카 중추(Broca’s convolution)라고 불리는 영역에 손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이곳이 언
굴드가 유사과학이라고 단언하는 ‘당대의 실증과
어 중추 중 한 곳임을 밝히고 나아가 뇌의 기능적 영
학’의 주역들은 브로카, 롬브로소, 스피어맨과 같이
역이 대뇌피질에 국한된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과학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이들입니 다. 그러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세심하고 합리적인
50 2018년 10월호
하지만 브로카는 두개계측을 통해 뇌의 용적이나
뇌량(Corpus callosum)의 크기를 토대로 인종간
신의 선호에 의지하면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
에 명확한 지능적 서열이 있음을 끊임없이 주장하
다.” (p.37~p.39)
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정당함을 설파하면 서 같은 세기에 살던 몇 안되는 평등주의 과학자들
자신의 선호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견
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들이 ‘윤리적 희
해가 자연법칙에 의거한 것이며 전적으로 중립적
망이나 정치적 꿈에 의해 자신들의 판단을 흐리고
이라는 ‘신앙’이야말로 유사과학의 유혹에 빠지기
객관적 진리를 왜곡함으로써 과학자라는 소명의
쉬운 배지가 된다는 뜻입니다. 브로카 전후로 수많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크기가 그룹마다 차이가
직접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있다는 것에 비정상적으로 관심을 집중해왔습니 다. 하지만 그들이 답을 얻지 못한 것은 해답이 존
“정치적-사회적 동기가 개입하는 것은 인류학에 종
재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적 요소가 개입하는 것만큼이나 유해하다” (p.16 재인용)
편협한 기준에 의거해서는 답을 얻기가 지극히 힘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선험적인 신념이 너무도 분
흔히 우리는 학자, 특히 과학자라면 정치적으로
명하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중립을 지켜야 하고 사회적 동기가 배제되어야 한
까 브로카를 위시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굴드는 이런
과학자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그들이 아니었습니다.
통념을 부정하며 학자 개인의 정치적-사회적 선호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종, 성별, 성차, 지능 등의 물
를 명확히 하는 것이 객관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
화된 척도로 인류 문명의 지체에 본의 아니게 기여
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를 하게 된 것이죠. 굴드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 현
부분인데요, 굴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
재의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요인을 강
니다.
조해야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도출합니다.
“학자는 냉정한 공평무사함과 엄정하고 감정에 좌우
“두개계측학의 지도자들은 정치적 의식을 가진 이데
되지 않는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
올로그는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수數의 종복이
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고정관념이 내가 속한 직업
자 객관성의 사도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군에 널리 퍼져 있는 가장 잘못되고, 심지어는 유해하
은 백인남성들이 공유하는 안락한 편견을 -흑인, 여
기까지 한 편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객관성이
성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연의 가혹한 명령에 의
란 선호의 부재가 아니라 자료의 공정한 처리를 통해
해 종속적인 지위를 걸머지고 있다는- 확인해주었다.
정의되어야 한다. 나아가 선호의 영향력을 알기 위해
... 브로카는 전형적인 과학자로, 그만큼 세심한 주의
서는 불가피한 자신의 선호를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
를 기울여 정밀한 측정을 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가 있다. 그럼으로써 자료와 주장을 공정하게 다룰 수
이다. 그렇다면 무슨 권리로 그의 선입관을 우리의 편
있다. … 우리는 선호가 자신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
견과 다른 것으로 구별하고 오늘날의 과학이 문화나
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의 선호를 확인해야 한다.
계급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할 수
그러나 어떤 주제를 추구할 것인지 결정할 때에는 자
있는가?” (p.148~p.149)
문화 읽기
51
이러쿵 저러쿵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과로사’의 탄생국, 일본
스트레스로 연일 동료의 부고 소식을 들어야 하 는 집배 노동자 등 과로로 얼룩진 노동자들의 모
폭염이 물러난 8월 28일 화요일, 일본 도쿄로
습입니다.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바로 과로사 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이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과 과제
해 실제 어떻게 노력하고 있으며, 정책적 실효성 은 어떠한지 저를 포함한 5명의 연구진이 함께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숙소가 있던 시나가와역에서부터 놀라움을 금 치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용산역, 서울역 과 비슷한 느낌인 곳이지만 거기에 비할 수 없는,
일본은 과로사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 ‘가로
출·퇴근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인파를 보
시’(かろうし)를 영어 발음대로 적은 ‘karoshi’가
며 현기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방문 기관으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장시간 노동 문
로 이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역에서 전철을 탈 수
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2014년에는
밖에 없었는데, 이동하는 내내 한국의 여느 직장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하 과로사 방지
인들과 다르지 않은 고단한 얼굴을 한 일본의 노
법)을 시행해 과로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동자들에 익숙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조사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총 3일 ‘과로사’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오
동안 진행됐습니다. 첫날은 후생노동성 노동기준
히려 ‘과로사’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
국과 중노동특별대책실과 노동기준감독서, 둘째
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주 40
날은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과로사 연구센터
시간 법제화가 시행된 지 이미 14년이 흘렀습니
와 검진기관협의체, 마지막 날은 전 일본 건설운
다. 하지만 2018년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신음합
수연대 노동조합과 산업의과대학 및 산업의 지원
니다. 하루 18시간 근무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은
단체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통역이라
버스운전 노동자, 평일·주말할 것 없이 밤낮으로
는 조건상 한계로 인해 자유롭게 서로 이야기를
뛰어다니는 택배 노동자, 화려한 조명과 무대 뒤
적극적으로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연구, 책, 언론
에서 쓰러져 간 방송 스텝 노동자, 장시간 노동과
등을 통해 알려진 일본의 과로사 예방 정책 활동
52 2018년 10월호
을 이끌고, 실행하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는 점에
죽도록 일하는 사회는 필요 없다
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 32개 국가 지면의 관계상 모든 내용을 상세히 담을 수 없
중 1인당 노동시간 부문에서 2,069시간으로 2위
지만,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은 노동시
를 차지했습니다. OECD 평균 1인당 노동시간이
간 규제 대상을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하
1,764시간인 것에 비해 한국의 노동자는 1.7개
여 노동시간에 대한 포괄범위가 한국보다 넓다는
월 더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한국의 노동
점이었습니다. 한국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
자들이 1.7개월-305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한 시
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노동시간 관련해서
간으로 되찾는다면 어떨까요?
는 업종 일부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무제한 연 장노동을 가능케 하는 근로기준법 59조가 존재
마지막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합니다. 노동시간 규제 대상부터 모든 노동자로
는 길에 본 시나가와역 근처 빌딩 불빛이 지금도
확대하지 않으면 제대로 과로사를 예방할 수 없
선명합니다. 어둠이 내리깔린 길거리와 이질적으
을 것입니다. 또 주요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노동
로 빛나던 하얀 조명의 유리창 건물. 구로의 등대
조합 활동가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에게 과로사
라 불린 한국의 게임업체에서 과로사/자살이 발
방지법이 과로사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한 소식을 접한 이후 저에게 빌딩의 불빛은 마
보는지 물었습니다. 조사연구, 계몽, 지원 등 과
치 노동자들이 살려달라고, 여기서 벗어나게 해
로사 예방 정책 방향을 제시해주는 과로사 방지
달라고 외치는 무언의 구조 요청 같았습니다. 한
법이 없을 때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국과 일본 노동자들의 구조 요청에 우리 사회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단축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저에게 고민을 한아름
할 수 있는 법은 오히려 개악된 상황임을 얘기하
안겨준 일본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이 고
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노동자·노동조합 입장에
민을 우리 연구소가 잘 품어나가길 바랍니다.
서 법의 효과 체감이 낮다는 것은 주목할 지점입 니다. 관계 담당자를 만나 문제를 제기해도 고개 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는 경험담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래 상임활동가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대기업 공장서 사고 터졌다?
면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나
장사를 하는 법인들 문제에
… 무조건 태평양에 SOS하죠
정부의 책임이 있는 경우도
대해 정부가 개입하려는 방안
(20180911 한국경제)
상당하다”고 말했다.
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
- 로펌업계 유일한 전담 조직 대기업 산 재 자문 80% 차지 사건 대응·노하우 독 보적
철강, 조선, 석유화학, 기계 등 대형 설비를 운용하는 기 업들이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 다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법 무법인 태평이라는 소식이다. 국내 대형법률회사(로펌) 가 운데 유일하게 산업안전팀을 운영하는 태평양은 산업재해 관련 법률자문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의 경우 대형 사고를 일으 킨 대기업 A 사가 산업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경찰의 압수수색과 검찰의 구 속영장 청구가 예상되자 태평 양에 SOS 연락을 했다는 사례 가 확인되었다. 이후 태평양 법인은 대형 사 고 이후, 마치 정부가 긴급 대 응을 하듯 자신들의 본사에 상황실을 운영하고 현장으로 변호사 4~5명을 파견해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한 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태평양 에서 산업안전팀을 이끄는 이 상철 태평양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때가 있다”며 “치 밀하게 사고 원인을 분석해보
54 2018년 10월호
다. 결국 이러한 태평양의 작업 은 대기업 A 사에게 큰 성과
2018 노동자가 평가한 일.생
를 안겼다. 대기업 A사에 대
활 균형(워라밸) 우수기업 발표
한 검찰의 영장청구 5중 4건
(20180912 고용노동부)
이 기각된 것이다. 이후 검찰 이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그
고용노동부와 잡플래닛이 공
때마다 태평양의 철벽 방어막
동으로 일.생활 균형(‘이하 워
에 가로막혔다.
라밸’)이 우수한 중소기업 10 개 기업을 선정, 발표하였다.
이 한국경제 기사는 이러한
이중 노동자의 적극적인 권리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를 보장함으로써 우수기업에
보다 사실상 기업이 태평양에
선정된 곳이 눈길을 끌었다.
연락하라는 광고를 했다. 심 지어 상세하게 태평양이 산업
이번 선정은 조직문화, 복지
재해 발생 시 상황실과 현장
후생, 경영 리더십 등 일.생활
팀을 운용하고, 경찰 및 검찰
균형 관련 제도가 갖추어져
의 수사에 대한 법률 자문, 고
있고, 동시에 직원의 만족도
용부의 특별근로감독, 작업중
가 높은 기업이 선정되었다고
지 명령에 대한 대응, 유족과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게임
의 합의 관련 쟁점에 대한 법
개발 공급업체인 에이스프로
률자문, 사후적 산업안전 마
젝트(서울 소재, 60명, 워라밸
스터플랜 제안 등을 종합적으
점수 8.9/10점)가 언급되었
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
있다. 게임 개발 공급업체 에이스 태평양뿐만 아니라 최근 산
프로로젝트는 업계에서 자주
업재해 문제를 사회적으로 중
발생하는 ‘크런치 상황’을 예
요한 문제로 다루자 로펌업계
방하기 위해, ‘스크럼 마스터
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
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자가
고 있다고 한다. 산업재해 문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 마감기
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
한을 연장할 수 있는 ‘스케줄
책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이나
거부권’을 부여하도록 했다고
이런 기업과 결탁해 돈벌이
강조했다.
들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
저 재량으로 익일 지연 출근
보장하는 사례들이 더욱 확장
식입니다. 안전보건공단 이번
이나 대체휴가를 부여하고,
되어야 하겠다.
업무협약 체결의 취지에 대해
또, 야간 연장 근로 시 매니
최근 예비산업인력 사망사고
프로젝트 완료 후 기여도에 따라 구성원에게 유급휴가를
안전보건공단, 인권경영헌장 선
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예비
지급하거나 ‘프로젝트 휴가’
포 (20180910 안전보건공단)
산업인력 보호의 중요성이 높
제도를 운영하는 등 노동자의
- 인권경영을 통한 차별없고 공정한
아져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자 노
산재예방서비스 실천 결의
폴리텍대학 재학생을 대상으 로 체계적인 안전보건교육을
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한편, 노동시간 규제 이후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9월 10
지원하기 위해 체결했다고 합
많은 기업에서 선호하는 유연
일 인권경영헌장을 선포하고
근무제를 도입하여 육아, 자
인권 경영을 통한 누구나 차
기 개발 등 다양한 사유로 활
별 없는 공정한 산재 예방서
용토록 해 노동자들의 일.생
비스 실천을 결의했다는 반가
방을 위해 폴리텍대학 재학
활 균형을 지원하고 있다고
운 소식입니다. 안전보건공단
생이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
한다. (전체 노동자의 약 20%
은 인권경영헌장에 노동자의
을 할 수 있도록 △작업별 위
이상 활용).
안전에 대한 권리 보장과 산
험성과 작업 순서 △작업개시
업안전을 위한 노력 등 9가지
전 점검방법 △물질안전보건
실천 사항을 담았습니다. 안
자료 △산업안전보건법 등 전
는 사항은 단연 스케쥴 거부
전보건공단은 이번 인권경영
공별 맞춤형 내용을 지원한다
권 행사라는 생각이다. 실제
헌장을 임직원이 지켜야 할
는 계획입니다.
현장에서 스케쥴 거부권이 어
행동규범과 가치판단의 기준
떻게 행사 되고 있는지, 해당
으로 삼는다고도 합니다.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
번 인권경영헌장을 계기로 안
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을 수는 없기에 정확한 실태
전보건공단이 어떻게 변화하
는 안전보건공단과 한국폴리
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크런
는지 이후가 주목됩니다. 자
텍대학의 고민은 꼭 필요하
치 모드로 인해 게임 개발 노
세한 인권경영헌장은 안전보
나, 과연 6시간 교육으로 충분
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
건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
할지, 맞춤형 교육을 넘어 노
적인 영향을 생각했을 때, 이
실 수 있습니다.
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
러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으로
산재 보상을 넘어 예방을 위
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 안전보건공단-한국폴리텍대학,
론이고 다른 업계에서 부당한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재해 예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려는 방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게임 개발 업계는 물
니다.
입니다.
예비산업인력 산업재해 예방 힘 모은다(20180914)
업무 지시나 건강을 위협하는 업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자
지난 9월 13일 안전보건공단 이 한국폴리텍대학과 예비산 업인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 안전보건동향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병원 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방안 국회 토론회 열려 지난 9월 17일 월요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정의당 이정미, 윤소하 의원실과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공동주최로 병원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7.18 정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대책이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여전히 남는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현장 노동자, 전문가, 정부 부처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삼성반도체 전신성경화증 피해자 산 재 인정 받아 지난 9월 20일 ‘삼성반도체 전신성 경화증 피해자 故 이혜정 님의 산재가 인정되었습니다. 지난해 추석에 하늘 나라로 떠나신 삼성반도체 전신 성경 화증 피해자 故이혜정 님의 유족(남편 최○○ 님)과 반올림은 올해 5월 근로 복지공단에 산재를 재신청 했었습니 다. 사건을 판정한 경인질병판정위는 「과거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유기용제 노출이 있었고, 정황상 열악한 환경적인 요인이 발병에 영 향을 미쳤거 나 최소한 이를 촉진시킨 것으로 판단되며, 직업적 유기용제 노출이 전신성경화증의 발병위험을 증가 시킨다는 보 고가 있고, 결정형 실리카분진, 유기용제 등이 신청 상병의 발병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 다는 점을 종 합하여 볼 때 신청 상병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 다수의 의견」이라며 업무 상 질병으로 판정하였습니다.
자살·정신질환 산재 판정의 문제점 관련 국회토론회 열려 지난 10월 1일 월요일 오후 1시에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 공 동 주최로 ‘자살·정신질환 산재 판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당일 토론회 자료 집은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kilsh.tistory.com/1718
56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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