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8.12

Page 1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노동시간제로 읽는다 반올림 11년의 싸움 일단락 짓다 부자 동네는 장내 세균도 다르다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 노동 찾기

통권 178호 / 2018.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돌아보기

안녕하세요. 일터 독자 여러분. 오늘은 <독자에게>를 통해 지난 3년간 편집장으로 활동을 마치며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일터는 제 활동과 삶에 있어서 시계와도 같았습니다. 저의 업무 시계가 매달 초에 기획, 편집, 청탁하고 중순에는 기고문을 쓰고 말에는 마감하고 교정하고 구 독료를 관리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반올림에서 1,023일 농성을 하고 틈틈 이 휴가를 다녀와도 마감이라는 시간은 어김없이 저를 괴롭히고 채찍질해서 기어코 결과를 내 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편집장 3년을 거치고 나니 20대 청춘은 다 지나갔고 아저씨라는 말을 받아들여야 할 30대가 되었습니다.

또, 제게 일터는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가르쳐주는 교과서와도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주 목하거나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건강권 이슈를 고민하고 현장성, 전문성, 계급성 을 견지해서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왔던 작업 하나하나가 공부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면서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운 곳에 서 듣고 독자 여러분께 전달했던 작업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 다.

마지막으로 일터를 만들면서 사람과 협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 작업 인지를 배웠습니다. 또, 저라는 사람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의 일 터는 글 쓰는 사람, 편집하는 사람, 만평 그리는 사람, 인쇄하는 사람, 잡지를 배달하는 사람,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의 노동과 애씀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합니다. 이점을 볼 때 과정 에서의 의미보다 능력과 결과와 이윤이 만능인 세상이나, 어떤 점에서는 세상의 기준과 잣대 로 활동가를 평가하는 운동 사회가 모든 결과는 사람과의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이 노동 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있는지, 깨닫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고민이 들게 합니 다. 저 역시 능력과 결과와 이윤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사회를 부정하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잣대와 기준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재단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니 결국 일터를 만드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누군가와 사랑하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과의 관계만큼 어렵고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을 깨닫습 니다. 늦게나마 제게 이런 깨달음과 고민을 안겨준 일터가 고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노동 자 건강권에 대한 고민이던 삶과 활동에 대한 고민이던 깨달음과 영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일 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독자에게

01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12.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8년 12월호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04 07 09 12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14 지금 지역에서는 부산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 개최

16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 정안에 주는 메시지 ②

18 안전과 건강 칼럼

38 직업환경 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케이블TV 설치 기사의 손목 부위 근골격계 질환

42 노동자 건강 상식 건강검진 이야기 (1)

이상기후로 인한 노동자 건강장해예방 종합대책 필요하다

44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24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고공의 노동자, 타워크레인 기사를 아십니까

46 발칙 건강한 책방 부자 동네는 장내 세균도 다르다

20 사진으로 보는 세상 2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4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 노동 찾기

고공의 노동자, 타워크레인 기사를 아십니까

51 이러쿵 저러쿵 28 현장의 목소리

보이지 않는 간호사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54 안전보건동향 32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반올림 11년의 싸움 일단락 짓다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차례

03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 보수 언론은 노동시간 단축과 탄력근로제를 어떻게 다루나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IMF 위기, 자본의 위기인가 노동의 위기인가

순한 사실을 뒤집어놓는다. IMF로부터 야기된 위 기인지, IMF로 극복된 위기인지가 분명하지 않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IMF 위

다. 하지만 때로는 모호한 의미가 복잡한 사건을,

기’로 회자하는 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

엉킨 실타래를 표현하기도 한다. 나에게 ‘IMF 위

를 보고 나온 젊은 남성들, 그러니까 ‘IMF 키드’

기’라는 말은 내내 그렇게 이해되었다.

로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물론 단어 혹은 개념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어 간의 관계이다. IMF 라는 단어, 그리고

“역시 종잣돈이 있어야 위기 때 과감하게 투자

위기라는 단어가 맺는 관계. 이 관계는 위기의 해

를 할 수 있어. 우리한테 인생 역전은 이럴 때 가

소가 아니라 위기의 자리 이동 혹은 한 국면에서

진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거거든.”

다른 국면으로 위기의 전화를 의미한다.

“그래. 곧 또 닥칠 텐데, 알바해서 참 많이도 모 아봐라. 쯧쯧”

이 위기는 무엇일까? 통상 ‘경제위기’로 회자하 는 말은 이 위기의 자리바꿈을 온전하게 표현하

자신들도 어이가 없는지 낄낄거리며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쓸모가 있다. 문제는 누구에게 유효한가이다. 영화 <국 가부도의 날>에서 내가 본 것은 위기의 층위다.

‘IMF 위기’라는 말, 따지고 보면 이상한 말이다.

자본의 위기가 곧 노동자의 위기로 전화되는 국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위기가 있었고, 이 위기를

면, 그리하여 자본이 위기에서 극복했을 때 노동

타개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단

자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04 2018년 12월호


장면으로 펼쳐지는 그 순간 말이다. 지금 우리에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소득까지 포

게 필요한 것은 ‘어떤’ 위기인가이다. 우리가 ‘유

함한 자본소득을 의미하고, 이는 중소영세사업장

연화’라고 부르는 노동의 위기를 자본이 어떻게

의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문재

지난 20년 간 부를 축적해오는데 활용했는지, 그

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론상으로는 대기

리고 그것은 삶의 위기를 어떻게 재료로 삼아왔

업과 상위 1% 혹은 상위 10%의 부의 집중이 사

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상 대다수 노동자 대중들의 소득을 약탈한 결 과이며, 이러한 부정의한 분배를 다시 바꾸겠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은 왜 흔들렸는가?

는 것의 부분적 인정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 저임금 인상과 같은 조치와 함께 무엇보다 대기

한때는 영광의 표현으로, 지금은 비난의 표현이 된 ‘촛불 정부’.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논란과 반

업과 중소기업 간의 약탈적 거래, 건물주들의 약 탈적 지대 수취의 문제 해결이 우선해야 한다.

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을 감 행했다. 그리고 이제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 고 있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중소영세 사 업장의 ‘약한 지불능력’의 원인이 중소기업의 부 실함이나,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자영업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맞서 보수 언

자들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

론이 내건 대응은 ‘자영업자의 눈물’과 ‘중소 자

은 원인이 아니라 지난 20년간의 결과이다. 다시

본의 한숨’이었다.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말해 부실한 중소기업이나 준비 안 된 자영업자

한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이른바 ‘지불능력’이 없

들의 취약함은 지난 20년간 구조화된 거대자본

는 중소영세 사업장들의 문제를 현장의 목소리를

과 중소자본 간의 생산력의 차이의 결과다. 그 결

인용해 앞다투어 보도했다. 물론 최저임금 산입

과 대기업은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부분과 중소

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의 가시적 인상을 무력화하

기업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나뉘었

고, 법정 노동시간은 일일 8시간, 주 40시간을 사

다.(홍장표 2014)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 역시

실상 주 52시간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지게된

기업 규모 뿐만 아니라 업종과 고용 형태에 따라

기묘한 상황이 펼쳐졌음에도 말이다.

분할되었다.

이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야

탄력근로제 확대가 지시하는 태세전환

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IMF 위기 이후 20년간 진행된 위기의 새로운 국면, 곧

그러기에 최근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는 탄력근

자본의 위기가 곧 노동자 대중의 삶의 위기로 전

로제 확대 추진은 매우 중요한 전환처럼 보인다.

가되었다는 것에 대한 부분적 인정이었다.

이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의 연 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소득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소득’은 노동자들의 임금

주도 성장론의 폐기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년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05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간 진행된 IMF 위기를 노동자 대중의 ‘삶의 위기’

따위는 관심이 없기 마련이기에, 국가는 기업의

로 정정하려는 시도의 발빠른 포기이기도 하다.

무정부적인 경쟁을 제어하며 교육이나 의료 등 의 ‘획일적인’ 조치를 취하며 노동력을 재생산해

이러한 포기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의 입을

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이러한 보편성(그들이

통해 극적으로 표명되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

“획일적”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로 끌어내리고 있

진,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제주 영리병원 허

는)의 계급적, 사회적 의미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용 등과 관련된 입장은 그가 여전히 ‘후보’임에도

그런데 경제부총리 장관 후보와 여·야 모두는 지

불구하고 현실적인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종

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에 이어 탄력근로제

적으로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속도 조절을

확대에 이르러 이러한 법의 보편성을 공격하고

이야기하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사실

있다.

상 폐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보수 언론의 초점은 ‘중소기업 살리기’라 는 프레임으로 정당화된다.

이것은 지난 IMF 위기 이후 20년간 시장 권력 이 국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권력 기반 을 갖추었으며, 이제 그 시장 권력이 국가의 정책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탄력근로

과 제정된 법을 얼마나 마음껏 휴짓조각으로 만

제 확대를 둘러싼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일반의

드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자본

논조는 그 차이가 식별 불가능하다. 지난 12월 3

의 반격이 한 두 해의 일이 아님을, 단지 올해의

일 바른미래당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게

노동정책을 둘러싼 문제만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임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한 <ITC분야, 52시간 근

있지만, 그래도 새삼스러운 것은 단지 ‘촛불 정

무, 정답인가?>라는 정책토론회의 부제는 아이

부’의 실망만은 아닐 터이다.

러니하게도 ‘저녁 있는 삶과 선택근로제를 중심 으로’이다. 여기에서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

IMF 위기 이후, 20년 동안 이 위기는 과연 어떤

축” 혹은 “과도한 노동 규제”를 한목소리로 비판

위기였는지, 누구의 위기였으며, 누군가는 이 위

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의 정당성을 획일적

기가 엄청난 기회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

인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

해야 하지 않을까? 엉킨 실타래를 붙잡고, 성급

서는 IT 산업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게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자르지 않고 한올 한올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또 다른

풀어내는 시도를 우리는 매번 반복했지만, 또 다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법에 대한 것이다.

시 반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보수언론이 매 순간 꺼내 드는 ‘경제위기’에 움츠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이 획일적인 법, 제도가 반드시 자본주의의 재생 산에 필요한 계기들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가령 기업은 노동력의 사용을 위해 노동력의 재생산

06

2018년 12월호

러들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보수 언론들과 자본은 지속해서 최저임금 인

힘든 상황으로 만든다. 육아 문제를 포함한 생활

상,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우려하는 여론을 만들

문제에서는 보다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사

어 가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노리는 더 큰 속마

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현실

음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당 노동밀도

에서는 추가적인 경제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

증가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담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서구의

듯하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문제는 양보(?)

나라들을 예로 들어 탄력적 근로시간을 확대해야

했으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꼭 도입하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 먹혀들어 가는 듯하다. 탄

우리 상황은 너무 다르다.

력근로시간제가 확대되더라도 노사합의를 전제 하므로 확대의 영향은 영세 사업장, 미조직 노동

적어도 탄력근로 시간제가 노동자들의 삶과 건

자들에게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강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전제가 뒷

를 막아내기 위한 민주노총의 파업을 이기주의

받침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자발

로 몰아가는 여론은 관성과 타성의 정도가 지나

적으로 해서 생활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저임금

치다.

구조가 아니어야 하고, 일을 많이 하는 시기에도 하루 노동시간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 탄력적 근

바쁠 때 일을 좀 더 하고, 일이 없을 때 노동시

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노동

간을 좀 적게 하자는 것이 나쁜 것이냐? 자본의

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으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노동자

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문제를 기업과 사회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과 노동시간을 예측하기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임금수준이 생활임금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07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에 훨씬 미치지 못해 연장근무를 통해 생활임금

고하기도 하였다.02 미국 자료를 이용하여 연장근

을 유지하려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노동시간을 하

무를 하는 것이 61%의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

면서도 이를 연장근무로 인정받지 못 하는 일이

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03 독일에서는 하루 노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에 정해진 노동시간

동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사고의 위험

이 없어 수면 부족을 초래할 정도의 노동시간으

이 급격히 증가함을 보여주었다.04

로 심혈관계질환을 촉발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 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연장근무의 확대로 아이

제4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시

돌봄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사용해야 하거나 생

간센터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월 9일을 초과

활의 불규칙성 증가로 사회 활동의 위축이 발생

하여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들에서

할 수 있다.

‘근무시간이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질문에 2.4배, ‘귀하의 건강상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탄력근로시간제

태는 전반적으로 어떠합니까?’ 질문의 경우 1.5

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

배, ‘내가 하는 일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되고 있다. 탄력근로 시간제가 확대되면 노동자

친다’는 1.5배, ‘지난 12개월 동안 우울 또는 불

들의 삶과 건강이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탄

안장애’를 겪은 비율은 2.4배, ‘지난 12개월 동안

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전신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은 비율은 1.3배,

정책과도 충돌한다.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최대

‘지난 12개월 동안 불명증 또는 수면장애’를 겪

64시간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미 올해부터 시행

은 비율은 2.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루

되는 과로사의 인정기준은 주당 52시간을 넘어서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

는 경우 특정 직무스트레스를 하나만 가지고 있

할 경우 모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더라도 발생한 심혈관계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을 보여주었다.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

장시간 노동, 그리고 이를 더 극단적인 상황으

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로 만들고 있는 탄력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정

노동자가 심혈관계질환 발생의 위험이 1.85배 증

책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가하고, 주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4.23배 위험이

고 있다.

증가함을 보고하였다.

01

심혈관계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을 준다. 국내연구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

08

02 Kim I et al.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atology among full-time employees: Results from the four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Scand J Work Environ Health. 2013

는 노동자에서 우울 증상이 1.62배 증가함을 보

03 Dembe et al. The impact of overtime and long work hours on occupational injuries and illnesses: new evidence from the United States. OEM 2005

01 Jeong IC et al. Working Hours and Cardiovascular Disease in Korean Workers: A Case-control Stud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2013

04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 케 하는 ‘고무줄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이슈페이퍼 2018

2018년 12월호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 하루 8시간 노동시간 단축운동 역사를 통해 본 탄력근로제

나래 노동시간센터

본 글은 11월 13일에 발행한 이슈페이퍼 「제한 없

전장 중앙에 놓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일·주에

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주물 노동시간제’ 탄력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며,

근로제 –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초과 노동시간 가산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

이 필요하다」를 재구성하였습니다. - 글쓴이 말

는 제도이다.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 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 평균 노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하는 ‘탄력근로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자본 과 노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제한 노동 을 허용했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업종 축 소, 연장근로 12시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주 52시간제, 최근엔 초과 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 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유연 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는 대상 제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 부는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에 탄력근로제 적 합 직무를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 · 비수기 등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으로 설명하 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입할 수 있 기 때문에, 업종 · 직무별 특성을 벗어나 사업주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09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의 필요에 의하면 얼마든지 사업장에 도입될 수

고 있다. 현행법으로 정해진 최장 3개월 단위 기

있다.

간 조차 짧다며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단위 기간 확대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

또한,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

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간제의 의의를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업무 생산성

있다.

향상 및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일 · 생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

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

제도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

이 있다. 그만큼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

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 대립은 오래된 첨예한 사안이다. ‘시간’을 누 구의 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노동자에겐 곧 목

한편, 자본은 탄력근로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

숨과 삶이었고 자본에겐 이윤 창출이다. 그렇기

의 시간을 구속해 자율성을 침해한다. 어떻게 노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요구

동하느냐, 어떤 노동시간과 휴게 · 휴식 시간을

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쟁취 대상이었다.

보내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 사회 전체 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피의 역사다. 1884년 미

주간 고정 노동자와 12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자

국 방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 실

의 생활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현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 간 일해 주급 7~8달러 임금을 받으며 월 10~15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필요, 욕구, 선택을 기

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준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의사와

파업을 결의했고,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

판단, 필요와 무관하게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

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인

하는 시간 동안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미 탄력근

제1회 메이데이(노동절)가 열렸다. 우리나라도

로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자

1920년대부터 메이데이 행사를 치르며 노동시

기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심야교대,

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외쳤다.

주말교대, 파트타임 등 다양한 교대제가 대표적 예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

1953년 도입된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1일

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자본의 생산 향상을 위

8시간, 주 48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잘 지켜

한 시간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지지 않았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 시간 단축 요구가 퍼졌고 1989년이 되어서야 주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

10

2018년 12월호

44시간제로 개정됐다. 법정 근로시간 1주 4시간


을 단축하는 데 36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

상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페이퍼를 계

숙한 주 40시간제가 입법화된 것은 2003년이다.

기로 조사한 노동시간 상한선이 없는 특례 업종

사업장 규모별 적용 제한을 두어 5인 이상 사업

의 경우 운수업에서 35%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장에 주 40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된 것은 불과 7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 달 10일 이상하고 있다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특수고용 운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장

지난 노동시간 단축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53

시간 노동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년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8시간, 1989

운수 노동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근로기

년 주 44시간, 2004년 1주 40시간으로 이어진

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혹은 근로

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 단

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시간 제한 대상이

위 기준으로 요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루를 기

되지 못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준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총 노동시간 (주, 달)을 단축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영향을 미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삶에

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느냐

시간 제한이 없다.

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루 노동시 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그것이 노동시간

주 40시간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노 동시간 단축 논의는 하루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단축 투쟁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이자, 나아가 야 할 방향이다.

연장근로 12시간을 제한하는 주 52시간제로 전 환됐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명백한 장시 간 노동의 고착화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 하루 노동시간 제한으로 이뤄져야

일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 는데, 정작 내 삶은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제도 는 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우린 이 미 오랫동안 길게 일해 왔다.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오랫동안 기록 해왔으며, 이전에 묻혀 있던 노동자들의 장시간 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과로사’라 명명되어 세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11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 공공운수노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영화 제작에 함께하는 스태프이 모여있는 노동조합

태프들은 계약서는커녕 개별로 용역 계약을 맺 고 영화 촬영이 다 끝나도 월급을 못 받는 경우도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감독 밑에 촬영, 조명, 제

비일비재했거든요. 또,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을

작, 미술, 분장팀 스태프이 있거든요. 이분들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안전

보통 조수 스태프이라고 하는데 우리 노동조합

교육 등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은 스태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어요. 앞으 로도 영화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

가장 큰 변화였던 노동시간 특례 폐지

께하려고 하고요.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올해 특례 업종에서

주요한 노동조합 활동

제외된 거에요. 올해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59조를 바꿔서 영화 스태프 노동자들이 최대 주

12

노동조합이 투자사, 제작사, 정부와 함께 논의

52시간만 일하게 된 거죠. 물론 아직 몇 달 안 돼

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

서 현장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

서를 쓰고 일하도록 했어요. 무조건 강제할 수 없

울 수 있는데요. 그래도 시스템이 조금씩 바뀌고

기는 한데 이제는 대부분 투자가, 제작사들이 영

있어요. 가령 영화 제작사들이 촬영 스케줄을 정

화를 만들 때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소한 법

할 때 스태프들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 4회차

은 지키면서 하려고 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

로 맞추고 있어요. 예전에는 새 영화 촬영 들어가

2018년 12월호


면 스태프들은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거든

않고 인력을 충원하거나 그러지도 않고 무조건

요. 앞으로 6개월 아니 길게는 1년 정도 연락을

안 된다고 하니까 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아예 못하고 사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영화 촬영

사람들은 영화라는 작업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렇

을 하면서도 퇴근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집

게 노동시간을 정해버리면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에 가서 저녁 먹고 여가도 즐기게 되었죠. 지금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데 동의하기 힘든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 영화는 스태프들이 아침 8

것 같아요.

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한다고 공무원처 럼 찍는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어요.

모두에게 같지 못한 변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탄력근로제

전 사회적으로 탄력근로제 논의가 되고 있으니 까 제작사들도 스태프들하고 근로계약을 할 때

촬영, 조명, 녹음 쪽 스태프들은 A팀 B팀 두 조

이거 도입할 거니까 알아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로 나눠서 촬영하면 되니까 주 52시간을 지킬 수

말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조합원들

있는데요. 영화 촬영할 때 분장하고 소품 정리하

이랑 전체 스태프들에게 혹시 탄력근로제를 언급

고 하는 스태프들은 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있어

하는 근로계약서나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

요. 가령 전투장면을 촬영한다고 하면 분장팀은

는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이야기하라고 안내하고

수많은 보조출연자들 분장해야 하고 소품 팀은

있어요.

장비 챙겨서 준비해야 시간이 있거든요. 촬영을 마치면 분장 지우고, 장비 다시 챙기고 하는 시간

뒷짐지고 구경하는 정부

이 걸리고요. 미술팀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하루도 못 쉬고 400시간을 일할 때도 있으니까 주 52시 간은 너무나 먼 이야기에요.

정부도 그래요. 영화 스태프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건강에도 문제가 되고 그러니까 특례업종 에서 제외해서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한지 얼마나

앞뒤가 안맞는 탄력근로제

되었다고 이제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나 탄력 근로제 도입을 논의해서 제작사들이 스태프들을

제작사들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인력을 더 늘

주당 80시간까지 일을 시키도록 권장하는지 이

리거나 촬영 기간, 회차를 늘리는 것 보다 탄력근

해가 안 돼요. 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생

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만약에 정말

각해요.

이지 제작사들이 주 52시간으로 쭉 해봤는데, 이 런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던가 영화 제작의 완성 도가 떨어진다거나 흥행에 실패해서 탄력근로제 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한번 이야기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주 52시간으로 해보지도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13


지금 지역에서는 근로복지공단 내 업무상질병판정을 위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 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부산지역에서도 질판위 구성 10년을 맞아

부산지역 ‘업무상질병판정 위원회 10년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 개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지난 11월 26일 국가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개최하였다.

7개 공동주최 단체가 함께하다 10월 26일 워크숍 개최를 위한 준비모임에서 부산지역의 7개 단체-사)노 동인권연대, 민주노총부산본부, 부산지방변호사회노동인권소위원회, 부산지 하철노동조합, 부산지역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 한국공인노무사회부울경 지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모여서 부산 질판위 워크숍 공동주최로 함 께 할 것으로 결정하였고, 단위별 준비와 발제자 선정 등을 논의하였다.

질판위 워크숍은 전체 4개의 꼭지로 발제를 준비하고, 전체 토론을 통하여 그동안 부산질판위 10년 평가와 향후 과제를 모색해보기로 하였다.

많은 참석자들이 모여 함께 토론하고 모색하다 첫 번째 발제는 부산질판위 판정위원으로 참석중인 지문조 노무사가 ‘판정 위 도입 후 인정률 변화에 대한 고찰’에 관한 주제로 10년 동안 부산 질판위 인정률 변화과정을 살펴보았다. 2016년부터 조금씩 높아지는 인정률 변화의 원인으로 뇌심혈관계질환 인정기준 변화,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 개선 노 력, 회당 심의건수 축소(30건에서 13건으로 축소) 등을 짚었으며, 하지만 여 전히 부족한 재해당사자의 의견 반영의 문제, 다른 지역에 비해 제일 낮은 뇌 심혈관계질환 승인률(부산질판위 승인률 23.3%), 산재 심사 및 재심사에서 제일 높은 취소율(13.3%)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두 번째 발제로 부산질판위 정충식 위원장은 ‘부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현황 및 향후 계획’을 통하여 질판위 향후 과제로 특히 근골격계 질환의 당연인정기준 도입의 필요성, 2019년부터 4개 권역 질판위로 이관되는 정신 과 질환 심의 준비, 주요직종 작업공정 등 유해요인 DB(데이터베이스)화 구

이숙견 상임활동가

축, 신속성 및 공정성 강화를 위한 행정적 프로세스 구축의 필요성과 준비과 정을 이야기하였다.

세 번째 발제자인 조애진 변호사는 질판위에서 불승인되어 소송을 진행했

14

2018년 12월호


던 사례를 통해서 ‘사 실인정 측면에서의 질 판위 운영의 문제점’ 을 짚어보았다. 일방 적으로 사업주가 제출 한 자료를 중심으로 택시 노동자의 뇌심혈 관계질환을 불승인한 사례, 노사 대립이 극 심한 상황에서 사측의 진술과 제출 자료를 기반으로 기관사 자살 사건을 불승인한 사례, 발암물질 취급 등 사업장 작업환경과 중량물 작업 등 근골 부담작업 등 다양한 작업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작업자의 작업시간과 기존질환을 이유로 뇌심혈관계질환을 불승인한 사 례를 살펴보면서, 여전히 질판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의 부족함을 지적하였고 재해자의 주장 반영, 다양한 작업조건 고려 등의 중요함을 제기하였다.

네 번째 부산 질판위 위원으로 참석중인 예병진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질판위 향후 발 전적 방향 모색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질판위가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심의세분화, 질병 발생의 원 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업무와 작업에 대한 인과관계의 전문성 강화, 과학적 의학적 근 거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의 법에 대한 전문성 강조를 하였고, 그러기 위하여 질 판위원들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여내는 다양한 방식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 기하였다.

발제를 마무리한 후 질의응답과 전체토론을 진행하면서, 질판위가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 려면 워크숍 과정에서 제기된 질판위 운영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하여, 문제해 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노동자의 업무상질병이 제대로 인 정받기 위해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뿐만 아니라 재해조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지사의 객관성과 전문성 구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작업환경측정, 근골유해요인조사, 물질안 전보건자료(MSDS) 공개, 위험성평가 등-의 정착이 중요함을 또한 확인하였다.

향후 10년은 현재의 산재보험 운영의 한계를 넘어선 제도개선으로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 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10년이길 기대해본다.

지금 지역에서는

15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머릿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 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② -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 보장, 어떻게 할 까?

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글로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 문제를 다 룬다.

일터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특수건강진단이라는 제도가 도입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정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본인이 사용하는 물질과 관련 하여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의사로부터 건강진 단을 받아야 한다. 이를 일반건강진단과 다른 특수건강진단이라고 한다. 이 특수건강진단에 종사하는 책임의사 148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 사에서, 한 가지 이상 윤리적 이슈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3.1%나 됐 다. 의사들이 마주한 윤리적 이슈는 검진비용 덤핑 등 부당유인행위를 목 격하거나(55.4%),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42.0%), 검진판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경험(33.1%)하는 것이었다01.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적절한 정보와 건강 관리 방안을 제시 하고, 직업병 발생을 감시하기 위한 특수건강진단이 덤핑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미끼가 되거나 심지어 검진 판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경험한 의사도 세 명 중 한 명이나 되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의사 그것도 전문의 라면 자기 직업 영역에서는 전문가로서의 독립성을 존중받고, 또 그에 대 해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데, 특수건강진단 영역에서는 별로 그렇 지 않은 것 같다.

사업주가 고용하는 전문가, 독립성은 어떻게? 현실이 이렇다 보니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살펴볼 때, 연구팀에 있 는 직업환경의학의사들이 크게 주목했던 점이 ‘산업보건의사와 산업안 전 전문인력의 독립성’에 대한 강조와 보장이다. 독일은 한국과 법체계가 달라,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인력에 관한 법률’이 따로 있는데, 이 법 4절 통칙 중 제8조는 아예 제목이 ‘전문지식의 적용에 있어서의 독립 최민 상임활동가

성’이다. 01 김정민 등, 특수건강진단 책임의사의 윤리적 이슈 경험 및 업무만족도 실태와 자가평가 업무수행능 력과의 관련성, 2017년도 제58차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봄학술대회 포스터 발표

16

2018년 12월호


독일 법은 “산업보건의와 산업안전전문인력은 노동의학적, 안전공학적 전문지식의 적용에 이어서 지시를 받지 않아야 하며, 부여받은 업무의 수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보건의 역시 의사로서 ‘의사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의료상의 비밀유지 의무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도 분명 히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의료법 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고, 법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 조항 임에도 굳이 법에 이런 전문가로서의 독립성을 명시해 둔 것은, 아마도 한국의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이 마 주하고 있는 현실처럼, 산업보건의나 산업안전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당사자가 사업주라는 데서 오는 윤리 적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법에서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산업보건의나 산업안전 전문인력이 참여하게 되어 있지만, 이들은 사용자 위원도 아니고 노동자 대표위원도 아닌 독립적인 지위로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보장받는다.

전문가의 독립성, 법적 보장과 노동자의 견제로 물론 독일에서도 산업보건의를 채용하거나, 직접 채용하지 않고 계약을 맺어 산업보건 관련 업무를 맡기 는 경우, 채용이나 계약의 주체는 사업주다. 그렇다면 이런 법적 조치들은 미사여구에 불과한 게 아닐까? 법적 조항이 전문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면, 전문인력에 대한 사업주의 전횡을 제어 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바로 노동자의 참여다.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인력에 관한 법률 9조는 아 예 이들의 ‘노동자대표위원회와의 협력’이 자세히 열거돼 있다. 산업보건의와 산업안전전문인력은 임명이 나 면직이 모두 ‘노동자대표위원회’의 공동 결정 사항이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전문가의 고용에 대해 사업 주뿐 아니라 노동자도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 혹은 계약을 빌미로 한 사업주의 부당한 관여를 방지할 수 있다. 또 만일, 산업보건의 또는 산업안전전문인력이 노동의학적 또는 안전공학적 조치를 제안했는데, 그것을 회사의 안전보건담당자가 거부할 경우, 이 전문가에게는 사업주에게 직접 의견을 제안할 권리가 보장된다. 사업주가 그 제안을 거부할 때는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이를 ‘노동자대표위원회’에도 알려야 한다. 즉,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전문가 의견이 회사의 입맛에 따라 거부되거나 사장되는 것을 막아주는 조 치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의 독립적 역할과 지위, 권한을 법으로 보장하고, 노동자 참여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곳에서 산업 보건의사를 포함해 산업안전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없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의 가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연구

17


안전과 건강 칼럼

이상기후로 인한 노동자 건강장해예방 종합대책 필요하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여름

16.7%) 등에서 발생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

무더위와 싸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채 가

은 최근 겨울철 한파로 인해 노동자들에게 발생

시지 않았는데 벌써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폭염

할 수 있는 ‘한랭질환 예방가이드’를 제작해 보

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수십 명의 생명을 앗

급했다. 지난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제작·

아 갔던 것처럼 한파가 저체온증·동상 등 한랭

보급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가이드’

질환으로 많은 이들의 건강을 또 해치지는 않을

의 겨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으

지 걱정이다.

로 과연 노동자들의 한랭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까?

최근 몇 년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파가 더 심 해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가이드는 한랭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수칙으

초에 이미 한랭질환 환자수가 480명을 넘어섰

로 따뜻한 옷(방한장구), 따뜻한 물, 따뜻한 장소

고 사망자도 10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그 전해

(휴식)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휴식에 대해서

같은 기간보다 환자수로만 봐도 43% 이상 급증

“한파특보 발령시 적절하게 휴식하고 특보 종류

한 것이다.

(주의보·경보), 풍속 등에 따라 휴식시간을 조정 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전부다. 열사병 이행가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과 마찬가지로 당뇨·고

매 시간당 15분씩, 폭염경보(35도) 발령시에는

혈압 만성질환자와 고령자들이다. 실제로 지난

매 시간당 30분씩 휴식하라”고 구체적으로 권

겨울 전체 한랭질환자 3분의 1 이상이 65세 이

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적절하게 휴

상 고령자들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 또한 예

식”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휴식하는 것인가?

외가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

“휴식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조

간 산업현장에서 한파(저온)에 따른 한랭질환

정하라는 것인가? 가이드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재해자는 24명으로 주로 옥외에서 작업이 이뤄

않을 수 없다.

지는 청소업종(5명, 20.8%)과 건설업종(4명,

18

이드에서 “폭염주의보(섭씨 33도) 발령시에는

2018년 12월호


뿐만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이행가이

된다. 더욱이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장해 역시 폭

드를 지난해 12월 이미 개정해 현장에 배포했

염이나 한파처럼 옥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

다. 올해 6월3일에는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보

에게 집중된다.

호를 위해 열사병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 장 등을 대상으로 6월4일부터 9월30일까지 감

폭염에 한파, 미세먼지까지. 지구 온난화로 인

독·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노동부의 감독·

한 이상기후 현상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이미 직

점검이 얼마나 이뤄졌을까? 폭염이 절정에 달

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이

한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건설현장 등에서 열

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영향은 청소·

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노

건설업종 등 옥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현지에 긴급 파견해 조사

집중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업종에 종사하

에 나서고 가이드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즉시

는 노동자들은 대개 폭염·한파·미세먼지 등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뒷

취약한 고령자인데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

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현

우가 많다. 여름철 폭염대책, 겨울철 한파대책처

실 속에서 한랭질환 예방가이드 또한 실제 작업

럼 일회성 단기 대책으로는 더 이상 이런 현상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을 수 없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장해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같은 보다 지속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 삼한사미

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 마련에

(三寒四微, 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짙은 현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감독·점검을 통해

상)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겨울철 미세먼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지가 심해졌다. 미세먼지는 단기간 노출에도 뇌 심혈관계질환·호흡기계질환 악화로 사망에 이 를 수 있고,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 가능성도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 <안전과 건강> 칼럼에 연재한 기사입니다. (2018. 11.29)

있다. 특히 폭염이나 한파로 인한 건강장해가 일 시적인 데 비해 미세먼지 위협은 1년 내내 지속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안전과 건강 칼럼

19


사진으로 보는 세상

20

2018년 12월호


금속노조 대한이연 지회에선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위험성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업자들은 노사가 공동으로 현장 의 유해위험요인을 찾고 개선한다는 위험성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장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또, 올해는 2017년 위 험성평가 이후 개선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점검하고, 개선이 안 되었다면 왜 그랬는지를 점검하고 토론하는 것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위험성평가를 앞둔 현장이 있다면 금속노조 대한이연 지회의 활동을 주목해보면 어떨까요? 글·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진으로 보는 세상

21


고공의 노동자, 타워크레인 기사를 아십니까 -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기사 김주호, 윤원경, 김영호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세상의 모든 건축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 ‘꽃’이라 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 노 동자들을 만났다. 건설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 고,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일하면서 여성이라고, 노가다 꾼이라고 차별받고 있다. 인터뷰 는 지난 11월 14일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지부 사무실에서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김주호 님, 경기도 안성 아파트 건설 현장 윤원경 님,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근처 아파트 건설 현장 김영호 님과 진행하였다.

김영호

윤원경

김주호

김주호 “‘타워크레인이라는 장비는 아파트를 예로 들면 아파트 주거 건물, 상가, 주차장 등 전체 건설 현장 작업에 필요한 장비, 자재를 작업자와 작업 공간에 운반 하는 기계에요. 저희는 그 장비를 운전하는 기사고요. 건설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일 자체가 안 돌아간다고 봐야 해요. 한 현장에서 몇 개의 타워크레인이 필 요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요, 하나의 타워크레인이 보통 반경 50m~70m를 담 당해요. 아파트로 따지면 한 동 정도가 되고요. 건설 현장 규모가 크면 더 많은 타 워크레인이 필요하고요.”

22

2018년 12월호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일상

대기실에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종 종 도저히 시간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래

김주호 “제가 지금 일하는 현장은 집에

서 대부분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최대

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이게 타워

한 물을 마시지 않으려고 해요. 어떨 때는

크레인 기사 치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

하루에 종이컵만큼도 물을 마시지 않을 때

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따져

가 있어요. 그런데도 여성 타워크레인 기

보면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출근 준비하고,

사들은 방광염으로 고생해요.”

5시 반에 집에서 나와요. 운전해서 6시에 현장 도착하면 아침 식사하고 6시 반에 대

반복되는 실업과 취업 속에서 불안정한 삶

기실에 가요. 기기서 작업복 갈아입고 차 한 잔 마시면 7시죠. 아침 조회 갔다가 7시

김영호 “저희는 대부분 건설회사에 직접

20분 정도에 작업해야 하는 타워크레인으

고용되어 있지 않고 원청에 파견돼서 일해

로 올라가요. 올라가면 7시반 정도고 그때

요. 건설회사가 공사할 때 타워크레인 임

부터 점심 먹기 전까지 쭉 작업해요. 보통

대사랑 장비 대수, 임대료, 인건비가 얼마

점심은 11시 반부터고 13시까지 밥 먹고

인지 계약하거든요. 계약을 마치면 임대사

쉬어요. 13시부터는 오후 4시 반까지 쭉

에서 원청 건설 현장으로 저희를 보내서

작업하고요. 4시 반부터는 대기실에 와서

일하는 거죠.”

씻고 옷 갈아입고 5시에 퇴근해요. 퇴근하 고 저는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헬스장으로

윤원경 “이런 타워크레인 임대회사 100

가거나 밖에서 런닝 하다가 집에 들어가

여 개 정도 있는데요. 너무 많아서 노동조

요. 술 약속이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합에서는 개별 임대회사와 일일이 협의할

밤 10시 전에는 자려고 해요. 출근할 때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임대회사도 협의회를

특별 할 것 없이 매번 똑같이 반복해요.“

만들고 거기 대표가 노동조합과 교섭을 해 서 전반적인 타워크레인 기사 임금이나 복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근로계약서상으로

지 등 처우를 상의하고 결정해요.”

나 실제 현장에서나 점심 식사 외에 공식 적인 휴식 시간이 있거나 마땅한 휴게 공

이렇다 보니 민주노총 조합원은 단체협

간이 없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생리 현상

약으로 정한 표준 임금이 있어서 어떤 현

을 해결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장에서 일하던지, 경력이 어떠한지 관계없 이 같은 급여를 받는다. 반대로 노동조합

윤원경 “화장실 가는거 만큼은 최대한

이 없는 개별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1:1 노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3


사 계약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

던가, 신호수와 소통이 안 돼서 사고가 날

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

수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정말 머리카락이

다.

쭈뼛쭈뼛서요.”

김영호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여름휴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이미 건설현장은

가도 같이 정하거든요. 그게 8월 둘째주

작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조심조심 일해서

월요일이에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쉬면 건설 현장은 다 같이 멈춘다고 한다. 공사에 필요한 장

김영호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면 아래

비를 운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국

쪽에 시야 확보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신

의 건설 현장은 8월 둘째 주에 다 멈춘다.

호수 사인하고 무전기로 말하는 내용을 따 라서 일해야 하는 데 그때 어려움이 있어

윤원경 “임금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요. 무전기는 현장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게 있는데요. 주변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용하다 보니까 자주 혼선이 오거든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고액의 임금을 받는

그러다 보면 신호수 말이 안 들릴 때가 있

다고 말씀하셔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

어요. 그리고 요즘엔 건설회사에서 비용을

거든요. 저희가 주 52시간으로 한 달 일해

줄인다는 이유로 아주 기본적인 한국말이

받는 기본급이 전체 월급에서 50%에요.

가능하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신호수 업무

거기에 평일에 연장 노동하고 주말에 일하

를 시키는데, 그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고 연휴에 일하고 상여금을 받는 게 나머

전혀 못 알아들을 때가 있어요.”

지 50%에요. 그런데 왜 너희는 월급도 많 이 받는데 맨날 투쟁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속상해요.”

윤원경 “지금 상황은 타워크레인 기사나 신호수가 자기가 알아서 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현장은 무조건 최소 비

효율 만능주의에 위협받는 타워크레인 기사

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만 관심이 있 으니까 두 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전

김주호 “아무래도 안전 문제죠. 작업자, 신호수 모두 안 다치는 게 중요한데 일하

문적인 일은 비전문가가 하면서 결국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다 보면 장비로 작업자를 친다던가, 크레 인에 자재 결속이 안 돼서 떨어질 것 같다

24

2018년 12월호

높아지는 건물만큼이나 올라가는 노동강도


윤원경 “다들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예전

“제가 하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보다 일이 더 많아지고 바빠지지 않았나 요? 예전에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하는 일

김영호 “가끔 아내랑 아이랑 현장에 와서

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20

제가 일하는 것도 보고 끝나고 같이 밥도

개월 하던 공사를 12개월에 다 끝내야 하

먹고 그래요. 며칠 전에도 아들이 그러더

니까 하루에 해야 할 업무량도 많아지고

라고요. 친구들한테 자기 아빠가 타워크레

속도도 빨라졌어요.”

인 탄다고 하니까 어떻게 그렇게 높은 데 서 일하냐고 너무 멋있고 부럽다고 했다고

김영호 “맞아요.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역할이 90% 정도 되는 것

요. 아무래도 그런 얘기 들을 때 자부심도 느끼고 좋아요.”

같아요. 예전에는 작업자 인력으로 했던 일들도 이제는 전부 타워크레인에 의지해 서 하거든요.”

김주호 “저는 밖에 나가서 일해서 번 돈 으로 아내랑 딸이 한 달 먹고 살고 조금 남 으면 저축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

그래도 노동조합이 있기에 소중한 변화 들이 일어났다.

각은 하는데, 자부심은 글쎄요. 대한민국 중년 남자들이 다들 그렇지 않나요?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그럴 분이 몇 명

윤원경 “저희가 몇 년 전만해도 일요일

이나 있겠어요.”

에 쉬는 건 꿈도 못 꿨거든요. 매번 출근했 어요. 게다가 돈도 안 받고요. 지금 생각해

윤원경 “제가 사회에 나왔을 때 대부분

보면 대체 그걸 왜 했는지 모르겠는데요.

여성이 은행원이나 회사 경리로 일하다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처음 이야기가 나왔

결혼하면 그만두거나 못했거든요. 그래서

을 때 제일 큰 요구가 일요일은 쉬자였어

저는 결혼하고도 할 수 있는 일하려고 타

요. 결국 노동조합을 만들고 일요일에 쉬

워크레인 기사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후회

는데 ‘아! 이게 정말 작은 행복이구나’라는

하지는 않아요. 다만 사회적으로 건설 일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노동조합의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

중요성을 깨닫고 작업자들이 요구하는 안

다는 생각은 해요. 세상에 모든 건축물은

전문제, 노동조건 문제 이런 것을 바꾸려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들었는데 왜 그걸 만

고 싸우게 된 것 같아요.”

든 노동자들은 노가다라고 비하하고 무시 하는지 모르겠어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출처 : pixabay

타워크레인 기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권리

날씨 상황에 따라 타워크레인 기사는 물 론 동료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작업을 중지하고 싶어도 전혀 그럴 수 없는 상황

김영호 “며칠 전에 비가 많이 왔는데 계속

이라고 한다.

일을 시키는 거예요. 제가 지금 사용하는 타

26

워크레인은 모터가 중심인 기계라서 열을

윤원경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이

식혀주는 펜이 있는데 거기에 물방울이 들

런 악천후 때는 정말 작업하기 어렵거든

어가면 고장 나거든요. 그래서 현장 관리자

요. 그런데 아직도 매뉴얼 상 작업을 중단

한테 지금 작업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까 현장

어떻게 멈추냐고 하더라고요. 지금 작업 중

에서 관리자와 작업자 판단이 다 달라요.

지하면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주고 일은 일

현장 관리자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꼬

대로 못하니까 강행하겠다는 거죠. 이럴 때

장 부려서 작업 못 하게 한다고 뒷돈 달라

정말 답답해요.”

고 일부러 그러냐고 매도하고 우리는 현장

2018년 12월호


관리자들이 노동자 안전이나 건강에 대해

어나니까 안전하게 일하는 게 최선이 아닐

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요.”

까 생각해요.”

여전히 여성 노동자 앞에 놓인 장벽

김주호 “저는 동료들이나 후배들이 고지 혈증, 혈압, 당뇨 이런 약 먹는 경우가 많으

윤원경 “예전과 많이 바꼈다 해도 여전 히 여성 노동자들이 고용에 있어서 피해

니까 운동 많이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다 같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를 보는 문제는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원 청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를 채용해야 하는 데 똑같은 경력이나 기술이라도 여성이면 아무래도 한 번 더 고려하더라고요. 노동 조합에서 여성 노동자 권리를 위해서 같이 싸우고는 있는데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장벽을 매일 실감해요.”

효율성과 바꿀 수 없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건강과 안전

윤원경 “저는 건설회사, 임대사, 작업자 모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최소한의 효율만큼 작업자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해 요. 또,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혼자 일하는 작업 특성 때문인지 서로 잘 몰라요. 그래 서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고민도 모르고 서 로 안부 묻고 교류하고 그런 게 부족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서로 어울리면서 그렇게 지냈으면 해요.” 김영호 “중장비를 운전하기 때문에 위험 한 업무를 하고 있고 실제 사고도 자주 일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7


현장의 목소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지난 11월 30일 한국잡월드가 노사정 교섭으로 합의안을 만들었다. 29일 16시간에 이르는 교섭 끝에 합의한 것이다. 집단단식 농성 10일 차, 청와대 농성 38일 차, 경기지청 농성 36일 차만의 일이다. 직 접고용을 쟁취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나, 조합원 전원을 자회사로 전환 채용하되 상생발전협의회 를 구성하여 2020년까지 고용 및 처우개선 등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문제를 드러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노고에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 기자 말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 어린이, 청소년

명이 비정규직이고, 275명의 직업체험 강사

시절에 이 질문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 용역)이다. 용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상상하면서 공책에

역업체만 7개다. 반면 정규직은 단 50명에 불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렸던 지난날이 자연스

과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다양한 직업,

레 떠오른다.

노동을 체험시키며 꿈이 아닌 현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정작

노동과 직업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체험을

당사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잡월드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임에도 비용을 줄이기

(Korea Job World)이다. 2012년에 개관한

위한 목적으로 비정규직이란 나쁜 일자리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는

양산했단 점에서 공공기관 정규직화 문제를

종합직업체험관이다.

돌아보게 한다.

한국잡월드에는 약 380명의 직원 중 330

28

2018년 12월호

모든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니어야 한다


고,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직접고용

은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비정규

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지난 10월 19일 무기

직 노동자들이 힘이 없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왜 파업에 나설 수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 해 지난 11월 19일 농성 장소인 한국잡월드

이주용 “처음에는 직원들이 5000원씩 모아서

로비에서 이주용 부분회장, 정민지 총무부장,

노무사 자문을 구했어요. 노·사·전협의체가 꾸

김현아 조합원을 만났다.

려져서 들어가긴 했는데 우리가 주장하는게 맞 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노무

“저도 이런 일 하고 싶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얻는 힘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

사 배석을 요청했는데도 거부당했어요. 노무사 님도 도대체 회사가 이렇게까지 자회사를 강행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되면 노동 조합의 힘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시

이주용 부분회장은 청소년체험관에서 군

더라고요. 사실 이전부터 노동조합 얘기는 나왔

훈련 담당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가 강사

는데 1년 단위 계약직인 처지다 보니깐 노동조

로 전환되어 3년째 한국잡월드에서 일하고

합 결성에 대한 부담이 컸죠. 그러다 지금 분회

있다. 정민지 총무부장은 전통공예 담당으로

장님이랑 몇 명이 회사 때려치울 각오하고 노동

6년째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며, 김현아 조합 원은 현재 고성능차디자인센터 담당으로 일 한지 2년 반 가까이 됐다. 담당하고 있는 프 로그램은 모두 다르지만, 직업체험 강사라는 직업에 쏟는 애정은 모두 컸다.

김현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다음에 ‘또 올 게요’, ‘저도 이런 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내가 한 이야기에 질문할 때 하루가 뿌듯해요.

조합 가입서를 돌렸는데 당일 50명이나 가입을 했어요.”

무늬만 정규직 ‘자회사’ 밀어붙인 한국잡월드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발 표하자 작년 8부터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열 었다. 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 중 가장 큰 비 중을 차지하는 강사 직군을 처음부터 협의체

그리고 전국에서 이곳으로 모든 아이가 오는데,

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전환 대상자

내 교육을 받고 간다는 자부심도 크죠.”

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후 협의체에 참여 하게 됐는데,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1년 단위 계약직, 월급이 160만 원이 갓 넘

기 시작했다. 온전한 정규직화가 아닌, 자회

는 열악한 조건임에도 하는 업무에 자부심을

사 전환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자회사 전

가지며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회사

환을 반대했던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는 이들의 열정을 착취하면서 정규직 전환이

4월 3일 자회사를 결정했다.

아닌 자회사로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노동조 합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이주용 부분회장

이주용 “지금 자회사로 간 분들은 실망감, 배신

현장의 목소리

29


감이 엄청나세요. 회사 말만 믿고 자회사 전환

욕적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매너리즘에

을 한건데 달라진 게 없데요. 임금도 안 주던 식

빠지고, 열정도 안 생기고, 그냥 시간 때우다가

대 주던 거 말곤 달라진 게 없고요. 오히려 관리

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돼요. 직무교육도 없기

자가 하는 말이 일단 다녀보고 임금이 적으면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 가이드, 대본 시나리오만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 말하더라고요.”

받아서 하는 상황이에요. 담당하는 직업 프로그 램도 돌아가면서 하는데, 사실 저희 모두가 전

자회사로 전환된 동료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회사 전환은 이름만 다른 고용불안 을 일으켰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일손을 놓으면서까지 자회사 강행을 막기로했다. 전 면파업, 청와대 노숙농성, 고용노동부 경기지 청 농성,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단식까지 이어 가고 있지만, 정부와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조합원들은 곡기까지 끊었다. 11월 21 일 41명의 조합원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 입했다.

공자는 아니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직업 내 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강사부터가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지원을 해주지 않아요.”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한국잡월드는 노 동자의 건강·안전 문제에도 소홀하다. 실제 강사들이 담당하는 체험에 따라 강사들 역시 그 직업에서 얻는 직업병 문제를 겪는다.

김현아 “일하다 쉬는 공간이 없어서 쉴 자리를 만들려고 창고를 정리하다가 어깨가 다쳤어요. 그래서 한 달가량 입원했어요. 청소년체험관으

“좋은 직업체험 강사가 되고 싶어요”

로 와서 레스토랑 프로그램에 배치됐는데 관리

바람과 다른 노동환경

자에게 어깨가 아파서 일할 때 고려해달라고 요 청했어요. 그런데 후라이팬이 무겁잖아요. 그걸

단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만 문제가 아 니었다. 매일 출근했던 중앙 로비를 바라보 며, 이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그간 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회사는 강사들이 애 정을 갖고 일하게끔 지지나 지원을 해주지 않

하는 것도 어깨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프라이팬 바꿔 달라고 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거절 당했어 요. 결국 치료받은 어깨가 다시 아파서 지금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요. 다친 첫 진료비만 서 울랜드에서 주고, 그 이후는 아무것도 없었어

았다고 했다. 한국잡월드는 미션으로 ‘고객

요. 저뿐만 아니고 다른 분의 경우엔 허리 디스

가치’와 ‘전문역량’을 걸어 놓고 있지만, 정작

크가 있는데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을 하시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강사들의 역량을 키워

다 다쳤는데, 무급휴가라도 달라고 했더니 퇴직

주지 않고 있다.

처리하고 재입사로 들어온 경우도 있어요.”

김현아 “프로그램을 잘할 수 있게 필요한 것들

매일 수많은 체험객을 만나는 강사들은 감

을 얘기하면 재정이 없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

정노동과 성희롱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

해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돈 없다고 하면서 문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10명

제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의

30

계속 사용하고, 프라이팬이 좋지 않아서 설거지

2018년 12월호


중 3명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위험 수준의 과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고 말장난하는 기

부하·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면

분이에요. 자회사로 전환돼도 우리가 겪은 상

응대 비율이 높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의 위

황, 처우, 부당함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름만

험 수준이 더 높았다. 하지만 회사는 반복되 는 문제임에도 적극적으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주용 “청소년체험관은 초·중등학생이 많이 와요. 그런데 간혹 남학생 중 여자 강사에게 난 감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례로 뉴스

비정규직이 아니게 되는 건데 말만 ‘정규직’이 라고 하는 거죠.”

인터뷰에 참여한 세 명 모두 입을 모아 현 장의 의견이 반영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어느새 또 다른 나쁜 일자리 양산인

제작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학생이 바지를 벗으

자회사 전환으로 가는 문제를 한국잡월드 노

려고 해서 제가 바로 가서 말린 적이 있었죠. 그

동자들은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런 일을 겪으면 강사가 충격을 크게 받고, 일을 다시 하는데 힘들죠.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인

모두가 바라는 한국잡월드는 어떤 곳일까?

대응 매뉴얼만 얘기하고, 관리자들은 즉각적으 로 대응을 해주지 않아요. 책임을 회피하는 거 죠.”

김현아 “한국잡월드는 교육 시설이에요. 그런 데 회사는 교육 측면보다 사업을 부각해요. 말 그대로 직업 체험이 우선될 수 있도록 큰 노력

안전교육도 노동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이 필요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고 한 기관에서

맞춰 진행되지 않고 있다. 회사 관리자가 교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성실히 해나가고 있기 때문

육 자료를 넘기며 ‘이건 우리랑 맞지 않는 상

에 회사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황인데, 알아만 두세요~’라고 말할 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 차별이 아닌 각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자의 역할에 대한 차이만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 직업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민지 “바뀐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죠. 예전

비정규 없는 세상, 그게 진짜 한국잡월드가

에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잘 몰랐어요. 그런데

그려야 하는 현실이다.

현장의 목소리

31


반올림 11년의 싸움 일단락 짓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11월 2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사회적 합의/중재라는 방식으로 길고 길었던 싸움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협약식 이후 많은 언론에서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를 보도했습니다. 길게는 11년간 반올 림 운동을 함께 해왔고, 짧게는 5년 10개월 동안 반올림 교섭단 간사로 활동한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 가를 만나 이번 사회적 합의에 대한 소회와 이후 계획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 터뷰는 지난 12월 4일 반올림 사무실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보상

“크게 보면 사과, 보상, 예방 대책에 대한 보 완, 사회 공헌 이렇게 4개로 나눌 수 있어요. 각각 보면 보상은 개별 보상액은 낮아도 보상 대상은 넓다고 볼 수 있어요. 보상 대상자는 198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DS(디바이스솔 루션)에서 일했던 분들이고요. 보상 기간은 향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후 10년 뒤인 2028년까지 발생 할 수 있는 피

32

2018년 12월호

해자들을 보상하도록 했어요. 여기에 사내하청 업체 전/현직 노동자, 생산직은 아니지만, 현장 에 상시 출입하는 업무를 했던 노동자들도 보상 을 받도록 했어요.”


공유정옥 활동가는 보상 대상을 확보하면 서, 보상 질병 범위도 넓혔다고 한다.

“사회공헌의 경우 삼성전자가 공공기관인 안전 공단에 500억을 기탁해서 전자산업안전보건센 터를 설치하고 전체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질병의 경우 기존에 삼성전자 자체보상위원

건강을 예방하도록 했어요.”

회가 했던 것보다 범위를 넓혀서 희귀 질환, 자 녀에게 나타난 질환에 대해서도 보상하도록 했

꼭 해야 할 재발방지와 사회공헌 활동

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질병으로 보면 백혈병, 비호지킨

지난번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1차 조정안에서는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이

삼성전자가 1천억 원을 출연해서 직업병 피해

다. 자녀에게 나타난 질환의 경우 유산, 사산,

자에 대한 보상과 예방 활동을 하는 독립법인을

소아암 등이 포함되었다.

만들라고 한 건데요. 결국 삼성전자가 못하겠다 고 하니까 이번 2차 조정에서는 형식을 바꾼 것

재발방지와 사회공헌도 진행

같아요. 저는 이제 규모가 있는 반도체 전자산 업 기업은 피해가 드러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

“사과는 삼성전자 대표 이사가 공식 석상에서

고 있으니 개별 보상을 넘어서 사외협력업체 노

사과하는 것으로 했어요. 반올림과 함께해왔던

동자를 비롯해 전체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피해자들에게는 개별로 사과문을 발송하도록

위험이 외주화 되고 있는 것들을 안전공단이 긴

했고요. 재발방지대책은 2016년에 삼성전자와

시간을 들여서 연구하고 해결 방안을 꾸준히 찾

합의했던 사항이 있는데 거기에 내용을 보완했

아나가게 하는 걸 꼭 해야겠어요.”

어요. 구체적으로 보면 이전에 합의했던 재발방 지대책이 삼성전자 내부에 이런 시스템을 마련 하고 그걸 감시하는 옴부즈만 위원회를 만드는

공유정옥 활동가는 두 가지 집중해야 할 의 제를 제안했다.

거였다면,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타 반도체 전자 산업 기업, 공공기관과 협의해서 반도체 전자산

“첫째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

정보를 삼성전자도 노동자도 잘 모르거든요. 그

한 지침을 만들라는 거예요. 일종의 업계 차원

렇다면 삼성전자가 고객으로써 화학물질을 공

의 매뉴얼을 만들라는 거죠.”

급하는 업체가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해요. 둘째는 사외 협력 업체 노동

또, 이번 사회적 합의로 삼성전자가 사회공 헌을 하도록 내용을 마련하였다.

자들 문제인데요. 이분들은 마치 건설 현장 플 랜트 노동자들처럼 반도체 전자산업 현장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일하다 병에 걸리는데, 기업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3


다들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서요. 이 사회 협력

“2012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업체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예방하기 위

요. 당시에 반올림과 함께하는 피해자, 유가족

해서는 단위 사업장 문제를 넘어서 고민하는 게

들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하

필요하고 결국 그걸 할 수 있는 건 공공기관인

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삼성전자가 행정소송

안전공단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고 5명에게 개별로 보상을 하고 싶다 연락이 왔고요. 저희는 삼성전자가 보상하고 싶으면 5

보상액이 아닌 과정을 주목

명만 하지 말고 직업병 피해자 전체에게 보상하 라고 요구했고. 삼성전자로부터 답이 왔죠.”

“많은분들이 보상액이 충분하지 못한 것 아니 냐고 속상해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이 본인이 책

2028년에 보상 제도가 중단되면 답답해지는

임지고 총괄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

점도 있을거고요. 무엇보다 이걸 보상금이라고

것이다. 반올림,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은 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피해자들의 젊음과

의 끝에 삼성전자 반도체 DS피해자들의 보

삶과 목숨을 어떻게 보상금과 비교 할 수 있겠

상을 위한 대화에 응하기로 하였다.

어요.” “그때까지 반올림에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공유정옥 활동가는 보상액 못지않게 보상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에 직업병 피해자들의 제보가 일부 있었지만 소수였고 반올림과 산재신청을 한다 던지, 싸우 는 투쟁하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결국

“아마도 이번 중재 합의로 보상지원위원회가

삼선전자 반도체DS 부문 피해자에 대한 보상

본격적으로 보상을 하게 되면 11년간 반올림이

과 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대화에 응하

알고 있거나 제보하는 사례보다 더 많은 피해자

기로 했어요.”

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자체 가 2028년까지 10년의 연구라는 생각이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만 가능하다고

요. 앞으로 드러나는 직업병 피해 사례들은 반

하니, 이 순간을 몇 년간 기다려왔던 반올림

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건강을 예방하는데 있

의 반도체DS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

어서 소중한 자료가 모이는 거니까요. 과거 피

른 부문까지 포괄하고 기다리기는 현실적으

해자의 아픔을 기록해서 10년간 모인 이 정보

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 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반올림 활동가들이나 다른 피해자, 유가족들 도 모두 마찬가지인데요. 다른 계열사에서 일

반도체DS 계열 노동자들만 보상을 받는 이유

34

2018년 12월호

했던 직업병 피해 노동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


는 부분은 정말 아쉽고 꼭 바뀌어야 한다고 생

거 같은데요. 삼성전자 김기남 이사가 ‘과거 화

각해요. 이번 중재안 협약식에서 황상기 아버님

학물질 관리가 충분하거나 완벽하지 못했다’라

이 삼성전자가 하루 빨리 다른 계열사 노동자에

는 말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말

게도 보상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고요.

을 두고도 누구는 빈말한 거라고 치부 할 수도

조정위원회 역시 중재안 권고 사항으로도 삼성

있겠지만 저는 그런 빈말이라도 말이 나오게 하

전자가 다른 계열사 노동자를 보상하라는 요구

는데 11년이 걸렸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것도 이런 맥락이고요.”

그리고 이게 빈말이 아니려면, 우리가 삼성전자 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잘못했는지 묻고, 사과의

국제 사회의 평가

의미가 어떻게 살아 숨쉬게 할 건지 결국 우리 에게 달려 있는 문제 같아요.”

“활동가들이나 전문가들 반응은 일단 삼성전 자가 화학물질 노출과 직업병 간 원인이나 노

또, 공유정옥 활동가는 이번 삼성전자의 사

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보상한다는 것에 대해서

과는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23일간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나갔는 데 그 힘이 이러한 성과로 귀결된 것에 대해서

“이번 사과로 피해자들 당신이 몸이 약해서,

뭐랄까 영감을 준다, 힘이 된다, 정말 하면 되는

잘못해서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잘 못해서 병에

구나, 삼성이라는 기업에게 이런 약속을 받아

걸릴 수도 있었다는 말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명

낼 수 있구나라는 얘기들을 많이 해줬어요.”

예회복이 일부라도 되었기를 바라고요. 삼성전 자가 했던 사과를 우리가 어떻게 진정성 있는

공유정옥 활동가는 해외 활동가, 전문가,

결과로 만들어 낼지, 어떻게 피해자들의 명예를

언론 등에서 이번 중재 합의서와 조정권고안

회복시키도록 만들지 적극 해석했으면 좋겠어

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해오고 있어서, 이 의

요.”

미를 정확하기 전달하기 위한 번역 작업도 진 행 할 거라고 했다.

주목해야 할 조정권고문

이번 사과의 의미

“1차와 2차 조정에서 조정위원회가 삼성전자 가 노동인권선언을 하도록 권고했는데요. 개인

“삼성전자가 한 사과가 충분했냐는 이야기가

적으로는 꼭 노동인권선언을 만들었으면 하는

있던데요. 우리가 충분했냐 아니냐를 결론 낼

데 현실적으로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 없는 것 같고요. 주목해야 하는 건 앞으로 우

우선 삼성전자가 2011년에 이 문제에 대해 사

리가 붙들고 갈 사과 표현이 있느냐가 중요할

과했는데 여기에 더해 권고 사항까지 이행하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는 건 어려울 것 같고요. 운동 진영 안으로 보

뒷짐지고 있던 정부의 책임

면 지금 삼성전자가 노동인권선언을 발표하도 록 해서 사회적으로 면죄부 받을 기회를 주는

“사실 지금 오늘이 오기까지 정부의 책임이 있

게 아니라 기업이나 경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어요. 그래서 앞으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거

을 요구해야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거

부터 하나 하나 해나갔으면 해요. 일단 수십 건

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언도 선언인데, 이 선

의 판례가 있으니 이걸 토대로 직업병을 폭 넓

언이 현장에서 살아 숨 쉬려면, 현장노동자들과

게 인정해야 하고 인정 기준 역시 낮추는 게 필

이런 약속을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11

요해요. 이것을 앞으로 일관되게 집행하는 체계

년을 싸웠는데 아직도 이 주체들이 없고 안보잖

를 만들어야 하고요. 이런 작업은 정부가 관심

아요. 노동인권선언을 하는데 정작 현장 노동자

과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

는 없고 공장 밖 노동자들과 사회만 있는 상황

요. 국회는 현재 미비한 법 제도를 보완하기 위

인거죠.”

한 연구와 입법적 개선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유정옥 활동가는 여러 상황이 있지만 그 럼에도 삼성전자 스스로 충분하지 않고 완벽

이제는 현장 노동자들과 만나고 손잡아야 할 때

하지 않았다던 현장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개 선 방향과 노동자의 단결권을 비롯해 노동인

“이 부분과 관련해서 얼마전에 여성신문에 기

권의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로 노동인권선언

고한 글이 하나 있는데.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

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 [최근 어느 방송에서, 반올림 최초의 산재신 청자이자 삼성과 정부에 맞서 11년 동안 투쟁

이번 사회적 합의/중재의 의미

의 구심에 서왔던 황상기 씨는 이렇게 말했다. 딸 유미와 했던 약속을 지켰으나 정작 유미의

“이번 사회적 합의/중재의 가장 큰 의미는 삼

목숨은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많은 이들이

성전자가 직업병 피해자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

그 인터뷰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필자도 도리

인지, 어떠한 유해화학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

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만 스물 세 살을 채우지

는지 따지지 않고 보상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

못하고 숨진 유미 씨를 비롯하여 젊은 나이에

요한 것 같아요. 그것도 첨단산업에 상징이라는

세상을 떠난 이들과, 생명은 유지하였으나 평생

삼성전자가 그 공장이 생긴 이래로 현장을 완벽

통증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안타

하고 충분하게 안전관리를 하지 못해서 발생한

까와서 울었다. 이들의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

문제에 대해서 보상하고 책임지겠다고 사과한

도 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깊이 울

거니까요.”

었다. 보상도 회복도 불가능한 고통이기에, 그 아픔을 예방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이제는

36

2018년 12월호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

업병 피해자들이 기업의 보상이 아니라 공적으

키기 위해 싸우는 아버지만이 아니라, 목숨을 지

로 산재를 인정받아야 해요. 또, 이번 삼성전자

키기 위해 싸우는 딸들과 만나고 싶다. [꽃다운

와 중재 과정에서 정말 많은 피해자분들이 전화

나이에] 가엾게 희생된 반도체 소녀의 영정이 아

를 주셨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상에서 배제

니라, 자신의 일터를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

되어 있는 다른 계열사분들이나 진단명이 없어

기 위해 한걸음 나서는 여성 노동자들을 마주하

서 보상을 못 받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괴로운

고 싶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여동생이 아니

데, 앞으로 이분들과 산재신청도 하고 개별 기

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는 멋

업 보상을 희망하는 분들은 같이 싸우고 그러

진 그녀들을 만나고 싶다. 병상에 누운 차가운 손

면 좋겠어요. 산재보험 개혁을 위해서 할 게 있

이 아니라, 뜨겁고 힘이 가득한 그 손을 잡고 싶

어요. 지금 소송전을 하는 작업현경측정결과 보

다.] 지난 11년의 활동을 돌아보면 반올림이 산

고서나 기업의 영업비밀 남용 문제 등에 대해서

재 피해자이자 유가족 당사자들과 싸우면서 작은

싸워야 해요. 반올림 내부로 보면 긴 농성으로

불씨를 만들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다음에 더 큰

조직 구조와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어서 그

횃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

걸 안정화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고요.”

를 만나야 하는데 지금까지 못 만나왔어요. 현장 에서 여성 오퍼레이터들은 성별, 직무, 임금, 전

반올림은 이번 삼성전자와 사회적 합의/중

문성 등 모든 위계에서 제일 밑에 있는 노동자들

재로 11년의 싸움을 일단락 한다. 그러나 일

이잖아요.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현장의 문제를

단락이라는 말처럼 이번 결과는 쉼표이지 마

알고 투덜대고 참여해서 바꿀 수 있느냐가 노동

침표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들과

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현장인지 아닌지 알 수 있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 더는 피해자가

는 리트머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 리트머

나오지 않도록 현장의 안전보건 예방을 강화

스 종이를 언제 확인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

하는 활동, 이를 위한 법제도 마련, 현장 노동

네요.“

자의 조직화 등을 위해 다음 싸움을 펼칠 것 이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반도체 소녀의 목숨은 누 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그녀들, 노동자들 스스 로 지킬 때 가능할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놓인 과제

“많은분들이 이제 반올림은 일단락 하고 정리하 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수많은 직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얼마 전 출장 검진에서 양손에 손목터널 증후군

만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 산재 보험금 산정에 있

수술을 한 노동자를 만났다. 아직 수술 자국이 조

어서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기

금 빨갛게 남아있어 나는 그분의 검진 항목인 이

도 하다.

소프로필 알코올보다 수술 이야기를 먼저 꺼냈 다. 올해 초에 정형외과에서 양 손목을 한꺼번에

개별실적요율제란 간단히 말해 산재 보험금

수술하셨다는데 무릎까지 한꺼번에 해서 조금 싸

사용액 비율에 따라 개별 사업장의 보험료를 할

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손 저림은 현재 공장에

인해주거나 할증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납입

서 일 시작하면서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해 올해

한 산재 보험료의 5% 미만을 사용한 사업장은

딱 10년째인데 더 참을 수 없어 수술했고 그동안

보험료를 50%까지도 감면해주게 된다. 물론 반

해온 작업이 물건을 집어 돌려보며 불량 확인하

대의 경우 50% 할증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 할증

고 이물질 닦아내고 하는 일이라 손을 많이 쓰는

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개별실적요율

상황이었다. 일 때문에 생긴 질환인데 산재 신청

제 해당 사업장 중 89.8%)의 사업장은 할인을 받

은 안 하신 거냐고 묻자 도리어 일하다 아프면 치

고 있다. 원래 취지는 산재 보험금 사용을 줄이기

료받으라고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

위해 안전 설비에 더욱 투자하고 실제 산재가 줄

차피 산재라고 해도 본인은 신청 방법도 모르고

어 할인받는 선순환을 의도한 것일지 모르나 결

복잡할 거고 회사에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해서

과는 산재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산재 신청에

그냥 수술받은 거에 만족한다고 했다.

비협조적이거나 공상 처리를 종용하는 행태로 나 타나게 되었다.

매년 회사는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산재 발생 에 대비해서 내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38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별실적요율제는 매

대한 보험료를 회사가 열심히 내고 있으니 이를

우 불평등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개별실적요율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가 앞장설 수

를 적용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노동자 10인 이상,

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회사는 마치 우리

3년 이상 산재 보험 가입한 사업장으로 한정하

가 자동차 보험금 올라갈 것을 걱정해서 함부로

고 있는데 이는 2015년 통계로 보면 전체 사업장

쓰지 못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산재나 직업병이

의 4.4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업장 전체 보

많을수록 관리 감독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

험료의 29.6%(1조 4,037억 원)를 감소시키고 있

2018년 12월호


고 규모별로 할인율에 차등(30인 미만 사업장 ±

업주 확인제도 폐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한

20% ~ 1000인 이상 사업장 ±50%)을 따로 두

다.

어 대기업일수록 더 높은 할인을 받게 만들어 놓 았다. 그 결과 2017년 산재보험료 감면자료(개별

대기업 위주의 산재 보험료 할인 특혜, 불필요

실적요율 적용현황)에 따르면, 최다 감면 기업은

한 사업주 확인제도 등 이제 겨우 몇 가지 문제가

1위 삼성 (1031억 원)이었고 뒤를 이어 현대자

개선되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노동자의 생

동차 (836억2300만 원), LG (423억1200만 원),

각처럼 여전히 산재 신청의 과정은 복잡하고 껄

SK (347억5400만 원) 순이었다. 이렇게 할인된

끄럽고 어떤 제도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금액은 결국 개별실적요율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할인받기 위해 보험료를

할인 폭이 적은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으로 돌아

내고도 최대한 안 쓰려는 제도로서의 산재 보험

가게 된다.

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할인을 없애고 보험료를 낸 만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산재나 흔하

다행히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산재보상보

게 발생하는 직업병에 대한 산재 신청 시 불이익

험법 등의 개정 내용에서는 개별실적요율 할인

을 없애고 보건관리자나 사업주에게 신청을 장려

수준을 규모와 관계없이 20%로 통일하였다. 노

하여야 한다. 또한, 신청과정을 간소화하고 적극

동부 보고서인 「개별실적요율제의 산업재해 예

적으로 홍보해 이를 통해 은폐된 산재를 양성화

방에 대한 효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하는 것이 산재 예방 관련 지표 조작보다 훨씬 중

이로 인한 보험료 징수 증가분은 7,136억 원 정

요하고 시급한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도로 예상되었다. 적용 시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 겠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고무 적이다. 또한 같은 시기 제도 개선을 통해 출퇴근 산재 인정, 산재 신청 시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등이 이루어졌고 올해 6월 말 기준 산재신청 건 수가 전년 대비 19.4%(1만 618건) 증가했다고 한다. 그중 출퇴근 재해와 인정기준 완화로 재신 청된 건수를 제외한 13.2% (7,240건) 정도는 사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39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케이블TV 설치 기사의 손목 부위 근골격계 질환

2018년 1월 1일 케이블TV 설치 회사에 입사

하게 된다. 재해자의 경우 우측 손잡이로 케이블

해 2018년 1월 23일 “(S6359)우측 손목충돌증

TV 설치 과정에서 우측 손목에 무리한 힘이 가해

후군(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의 상병을 진단

지는 반복 작업(우측 척축 회전 동작, 회전의 마

받았다. 2018년 2월부터 회사에서 잠시 손목을

지막 시점에 강한 힘이 작용하는 동작, 손목을 비

쓰지 않아도 되는 업무에 근무하도록 업무 협조

트는 동작 등)을 수행하면서 손목 부위에 누적된

를 받으며 치료를 받았으나 손목의 통증은 나아

손상이 발생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2018년 1월

지지 않았다. 1개월이 지나 다시 케이블TV 설치

중순경 업무 수행 과정에서 무거운 물건(브라운

업무를 하게 되면서 손목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

관 TV)를 운반한 후 손목에 통증이 심해졌고, 결

다. 결국 2018년 4월 4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국 2018년 1월 23일 위 상병 명을 진단받고 2월

신청을 하게 되었고 2018년 10월 업무상 재해로

23일 수술을 시행한 상태였다.

인정되었다. 재해자는 최초 상담 과정에서 무거운 물건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업무

나르던 중 손목에 통증이 심해지면서 힘이 빠졌

에 종사하는 기간과 시간, 업무의 양과 강도, 업

고 그때 사고에 의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

무수행 자세와 속도, 업무수행 장소의 구조 등이

하였다. 그러나 이미 재해자는 오랜 기간 같은 업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업무(신체부담업무)로

무를 수행하면서 손목이 누적되어 손상된 상태

서 1) 반복적인 동작이 많은 경우 2) 무리한 힘을

에 있던 중 1월 중순경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악

가해야 하는 업무 3)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화된 상태로 보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다. 사고 성

업무 4) 진동업무 5)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되는

재해라기보다는 질병성 재해로 판단해서 접근하

업무에 해당되어야한다.

는 것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데 보다 유리하 다고 판단하였다.

케이블TV 설치를 하다 보면 노후된 케이블 단 자에서 케이블 선을 분리하고 새로 교체하거나 가정 내 TV와 연결하기 위하여 손목을 많이 사용

40 2018년 12월호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일 정한 기간 동안 업무에 종사(노출)하면서 특정 신


체 부위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수행한 경우 업무

동자가 1명도 없고 2) 재해자의 근무내역과 사용

상 재해로 인정된다. 재해자의 경우 최초 입사일

자가 파악한 실제 근무 내역의 차이를 주장하였

이 2018년 1월 1일이었기 때문에 당해 사업장에

다. 1)의 경우 노동조합에는 손목 부위 통증을 호

서 근무한 기간은 불과 22일에 불과한 상황이었

소하였지만 사업주에게 통보하지 않은 다수 사례

다.

가 있었고 2)의 경우 사업장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 고 재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업무를 수행하는

재해자의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가

경우 등 실제 노동 현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반박

입 이력을 확인하면 직업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을 하였다. 사용자와 재해자의 주장에 현격한 차이

수 있다. 케이블TV 설치 업체의 경우 원청으로부

가 있는 경우 구체적인 반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터 일정한 기간 위탁(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중요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업무상 질병 판

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해자가 2010년 2월 처음

정위원회 등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져 집중

으로 케이블TV 설치 업무를 시작할 때의 업체와

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2018년 2월 1일 새로이 입사한 업체는 업체명과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업무관련성이 비교

사업자명이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을 뿐 같은 지

적 명확한 사건의 경우 요양 신청사건 처리 기간을

역과 구역에 대한 케이블TV 설치 업무를 수행하

단축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였던 상황이었다. 재해자의 직업능력을 판단할 때 표면적인 상황뿐 아니라 실질적인 상황을 고 려하여 업무수행 내역, 작업 자세 등 변화 과정을 상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요양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이 폐지된 후 보험가입자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되었다. 이 사건 사용자는 보험가입자 의견을 통해 업무 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를 1) 600여 명 중 손목 부위 통증을 호소하거나 질병이 발병한 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41


노동자 건강 상식

건강검진 이야기 (1)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루어왔던 검진을 하느라

해 다수에게 이득이 있어야 하며, 조기발견에 따

병원 검진실은 이맘때 분주합니다. 2016년 건강

른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고, 생명과 주요 기능

검진 통계 연보에 의하면, 일반검진의 대상 인원

에 문제없는 조기진단 검사법이 있어야 하고, 검

1천 700만 명이며 이중 약 78%인 1천 370만 명

진방법의 정확도가 높으면서 저렴하고 안전해 일

이 검진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병·의원에서는

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합

앞 다투어 검진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검진센터를

니다.

운영하고 있으며 직장에서는 복지 차원에서 가족 을 포함한 직장검진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예를 들어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 무증상의

에게 어느 순간 일상이 되어버린 건강검진, 과연

기간이 존재하는데 이 기간에 내시경이라는 일

효과가 있는지, 어느 정도 범위까지 검사를 해야

반적인 검사방법을 통해서 암의 진단이 가능하며

하는지에 대해서 이번 달과 다음 달에 걸쳐 이야

수술이라는 치료법 또한 확립되어 있습니다. 반

기해 보고자 합니다.

대로 췌장암의 경우 위암이나 대장암에 비해 발 생률이 적고 조기에 발견되더라도 치료의 이익이

건강검진, 얼마나 아시나요?

매우 적어 비용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없는 상태 입니다.

건강검진(periodic health examination)은 외견 상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에 대해 의사가 정기적

현재 췌장암에 대해서는 딱히 효과적인 검진방

으로 의학적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건

법은 없는 상태입니다. 췌장암이 걸리는 게 너무

강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발견 및 질병 위험

두렵다고 생각되면 복부 초음파를 하거나 복부

군 발견을 통한 질병 예방과 합병증을 예방하기

CT를 검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복부 초음파는 췌

위함입니다. 우리나라도 암과 같은 만성질환의

장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작은 췌장암은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에

발견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복부 CT는 방사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출과 조영제주입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문 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검진에서의 검사(선별검사)는 다 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질병이 비교적 흔

42

2018년 12월호

다른 예로 폐암을 들어 보겠습니다. 폐암의 경


우 방사선 노출량이 적은 흉부 CT로 진단을 합니

에서 비싼 검사의 순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 몇 년 전만 해도 폐암에서 검진 항목에 흉부

그래서 초기 검사(선별검사)로는 그 진단에 한

CT가 없었습니다. 작은 폐암 결절을 발견하는데

계가 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검진

흉부 X선보다 CT가 우월하지만, 방사선 피폭이

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다른 추가 검사를 하

나 위양성(암이 아닌데도 암이 의심된다고 판독

려다 검사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

되는 경우)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여러 연구

습니다. 예를 들면 조직검사 하려다가 출혈이 발

끝에 흡연을 많이 한 고위험군(담배 하루 1갑을

생한다던가 CT 검사하다가 조영제에 의해 신부

30년 이상 피운 경우)에 한해 방사선 노출이 적

전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은 저선량 흉부 CT를 매년 검사하는 것을 한국인 표준 검진 권고안에서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행해지는 검진, 특히 자비 또는 직장검진 의 경우 검진의 의학적 근거가 국가검진보다 떨

또한, 검진하는 경우 검사의 한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검진해서 병이 의심된다고 하여 추가 검

어지는 경우가 많아 무분별하게 검사가 진행되 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를 했는데 실제로는 병이 없는 경우(위양성)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암이 의심되어 추가검사

검진하려면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질병 위험요

가 필요하다’라는 소견을 듣는 경우 검사받은 사

인을 파악하고 이에 근거하여 맞춤형 검진을 해

람은 ‘암이 아니다’라는 소견을 들을 때까지 불안

야 하지만 전체 집단이 똑같은 검진 항목으로 일

에 떨어야 하며 추가검사에 대한 비용이 발생합

괄적으로 검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패키

니다. 반대의 경우 검진에서 의사의 실수이든 검

지 검진을 통해서 검진자가 검사항목을 택할 수

사방법의 한계로 인해 병을 놓칠 수 있는데 환자

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통한

는 검진을 받았으니 이젠 안심이라고 생각하고

목적이 무엇인지, 위에서 언급한 검사의 위양성

건강상의 진짜 문제를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나 위음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검진자

것입니다(위음성). 실제로 암 병동에서 가보면 얼

가 검사항목을 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

마 전에 검진을 받았는데 왜 암이 진단되었냐고

다.

뭐가 잘못된 거냐고 원망을 듣는 경우도 많습니 다.

검진을 받게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을 다 샅샅이 뒤져 찾아내기를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자기에게 필요한 검진은 받아야

검사나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정기 건강검진은 무조건 위험하고 불필요한 것

한 번의 검사로 바로 질병이 확진된다면 좋겠

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되겠지만, 건강검진의 항

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검사는 일반적

목을 정할 때 모든 검사를 다 받을 수도 없고 그

으로 간단한 검사에서 복잡한 검사로, 안전한 검

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야 합니

사에서 덜 안전한 검사로, 비용이 적게 드는 검사

다.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3


문화 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오해의 과학> 2부 1회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 스티븐 제이 굴드

우리의 싸움에서 과학은 분명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인류의 진보에 기여했을까

게 됩니다. 굴드가 프랑스의 발명품인 ‘IQ’를 미국 의 발명품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요? 물론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인간을 오해하게 했다면 어떨까

애초 IQ를 고안한 프랑스의 의사 알프레드 비네

요? 어떤 불평등과 부조리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

(Alfred Binet)는 후일 IQ 검사가 될 비네 척도를 통

로 초래되었다면요? 앞으로 힘닿는 한, 몇 권의 책

해 산출하는 ‘지능’이 단일 수치로 포착되기에는

을 가지고 함께 오랜 오해의 역사에 대해서 같이

너무 복잡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애초 비네가 이 수

살펴보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같이 읽을 책은 이

치를 고안할 때는 매우 한정된 실용적인 목적을 위

방면의 고전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해 고안된 개략적이고 경험적인 지침에 지나지 않

오해(The Mismeasure of Man)』 입니다.

았지요. 즉, 경미한 지체아들이나 경미한 학습불 능아를 조금이라도 자세히 식별하여 교육에 도움

이제 배경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갑니다. 동

을 주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비네는 처음부터 IQ를

시에 두개계측과 같은 외형측정의 이야기에서 벗

선천적인 지능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IQ

어나 이제 ‘지능’이라는 물화된 척도가 비판의 표

를 정신적 가치에 따라 학생을 서열화하는 일반적

적으로 등장합니다. 흔히 우리가 ‘IQ’라고 부르는

인 장치로 사용하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260p. ~

것. 굴드는 프랑스에서 발명된 그 척도가 미국에서

261p.) 비네는 아예 다음과 같이 IQ 테스트에 대한

어떻게 변질되어 사용되었나를 추적하면서 이것

역시 인간을 서열화하기 위한 유사과학적 특성 개념의 오남용, 정확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조 작된 연구 결과 등 - 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발견하

44 2018년 12월호

반 지침을 두어 물화된 실체로 오용되는 것을 미 리 방지하려고 했지요. (266p.)


1. 수치는 실용적인 고안물이며, 어떠한 지능이 론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2. 이 척도는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미한 지체아들이나 학습불능아들을 식별하기 위한 조잡 하고 경험적인 지침이다. 3. 도움이 필요하다고 확인된 아이들이 겪는 어

“지능 테스트의 위험성은 대규모 교육체계에서 충분 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선입관에 빠진 사람들이 학 생의 등급을 나누는 데 몰두해 자신의 의무가 교육이 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지체 원인과 싸우는 대신 지체아들을 여러 등급으로 나눌 것이다. 왜냐하면 지능 테스트를 토대로 한 선전선 동의 전반적인 경향은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들을 선

려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특별한 훈련을 통해 개선

천적 열등자, 희망 없는 낙오자로 간주하려는 것이기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때문이다.” - 302p.

하지만 이 세 가지 원칙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학계의 논쟁거리였던 지능 테스트가 대중적으

깡그리 무시되는데요, 굴드는 IQ 테스트가 물화되

로 광풍을 일으키게 된 계기는 바로 ‘전쟁’이었습

는 데 가장 크게 기여 한 세 명의 학자로 터먼, 고

니다. 터먼의 학풍을 이어받은 여크스는 제1차 세

더드, 여크스, 브리검 등을 지목합니다. 원조는 터

계대전을 계기로 과학사에 길이 남을 초대형 심리

먼이었습니다. 그는 지능 장애를 백치(idiot), 치우

연구를 시행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바로 지능

(imbecile), 노둔(moron)으로 나누어 단선적 척도

검사를 신병전원에게 실시하여 군병력 배치에 활

를 확립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의 터먼의 전문용어

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통계에서 n수는 깡패에 해

가 지금은 모두 영어에서 ‘멍청이’를 뜻하는 비속

당되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여크스는 전쟁

어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75만 명의 데이터 획득하게 되고, 이 결과 하지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적응도가 고려되지 않

이런 단선적 척도는 이 책에서 계속해서 언급되

고 검사환경이 전혀 불균일한 오류투성이의 결과

는 ‘생물학적 결정론’의 공통적 오류를 모두 내포

- 를 통해 모든 사람을 서열화하고, 능력별로 편성

하고 있습니다. 1) ‘지능’을 단일하고 측정 가능한

하는 계기를 만듭니다. 바야흐로 대중 테스트의

실체로 물화하려는 것, 2) 일반 지능의 보편적 척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죠. 다음 문장은 조금 섬찟

도화(universal saciling of general intelligence)로

해지실걸요?

까지 확장되는 가설은 헤켈의 예에서 보았던 ‘단선 적 진보’라는 유사과학의 신념(273p.)인 것이죠.

“여크스의 제자 중 한 사람인 C. C. 브리검은 후일

물론 당대에 터먼의 시도에 대해 비판자가 없었던

대학입학시험위훤회의 위원장이 되었고, 육군 테스

것은 아닙니다. 터먼 대 리프맨 논쟁의 촉발자인

트를 모형으로 삼아 대학진학적성시험(Scholastic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만은 분노에 찬 말투로 이렇 게 이야기합니다.

Aptitude Test, SAT)를 개발했다.” - 332p.

정글 노동시간센터 회원

문화읽기

45


출처 : 시민건강연구소

발칙 건강한 책방

부자 동네는 장내 세균도 다르다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 시민건강연구소 씀

여러 사업장을 방문하며 느낀 점은 가는 곳마

글을 <프레시안>의 ‘서리풀 연구통’ 코너에 연

다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건강 상태가 확연히

재하고 있는데 최근 이 글들을 한데 묶어 책으

다르다는 것이었다. 가령 A 회사에는 비만한

로 발간하였다.

사람도 많지 않고 대부분 스스로 관리를 열심 히 하는 반면, B 공장에는 하루 한 갑의 흡연은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본이고 널뛰는 혈압과 혈당 수치를 알려주어

“동네, 학교, 일터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에서

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단순

는 우리를 둘러싼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들’

한 개인의 생활 습관 너머에 건강을 결정하는

중 일상의 생활 조건들을, 2장 “차별, 부패, 불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평등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에서는 좀 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건강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3장 “제도, 기술,

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정치가 우리를 보호하지 않을 때” 에서는 건강 과 안전을 중심에 둔 사회 정책이 중요하다는

당신도 나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점을 일깨워 주며 마지막인 4장 “건강 불평등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 <몸은 사회를 기록한

사회를 함께 헤쳐나가려면” 에서는 앞에서 나

다>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펴낸 시민

타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 대응

건강연구소는 매주 건강과 관련한 연구를 소개

을 다루고 있다.

하며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46

2018년 12월호


백수보다 해로운 직장 생활

취업은 실업보다 반드시 좋은 것일까? 이 책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환경피해도 평등하지 않다

에서 소개하는 한 논문은 나쁜 일자리로 취업 하는 것이 오히려 실업 상태로 남아 있는 것보

흔히 미세먼지, 폭염 등 환경적 요인은 모든

다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사람에게 비슷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기 쉽

가 어렵다고 나쁜 일자리라도 감지덕지하며 일

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대기오염에

하도록 강요하는 고용주나 정부의 태도가 과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효율적인 제품을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구매하여 자신을 보호한다는 중국의 온라인 쇼 핑 분석 결과나, 서울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

동성애 혐오, 당신의 수명이 단축된다

이 저학력 계층과 박탈 수준이 심한 지역에서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동성애 반대 집회나 이 주노동자의 탄압 사건 등을 바라보노라면 차별

한 피해 또한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보 여준다.

받는 이들의 건강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그런 데, 차별에 의한 건강 영향은 과연 차별받는 이

최근 들어 근거 없이 양산되는 가짜 뉴스의

들만의 몫일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높은 사

무분별한 확산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

람일수록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

터넷이 발달하며 정보의 접근성은 높아졌으나

다는 한 논문의 결과는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

한편으로는 많은 지식들이 세부화, 전문화되어

이다. 이처럼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행이 피

바쁜 현대인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건강에 부정적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안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객관적인 연구에 근거

겨준다.

한 전문 지식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반가운 책이다. 또한

부자 동네는 장내 세균도 다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회적 현상을 건강의 관 점으로도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동네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주민들의

줄 것이다.

장내 미생물 분포마저 다르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지역에 따라 가공식품의 섭취량, 오 염 물질이나 독성 요인 노출 등에서 차이가 있 는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동네의 사회 경제 적 환경이 우리 대장 점막, 대변 속 세균에게까 지 영향을 준다니 한편으로는 섬뜩한 느낌이 이정엽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발칙 건강한 책방

47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 노동 찾기

출처 : 나무위키

박상빈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내년에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나온

보편 언어가 상실된 마블 시리즈

다고 한다. 과연 그 마지막 편으로 마블 시네마 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사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마블 영화를 보는 일이

MCU) 가 끝이 날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미

퍽 피곤한 일처럼 느껴졌다. MCU의 어떤 특징 때

국 군수재벌의 이중생활이나 2차 세계대전 참

문이다. 마블 영화는 자꾸 영화 바깥에 있는 정보

01

전군인의 세계 구원기로 시작한 이 영화의 우주 (MCU)는 가히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스타일이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억 달러 의 수입을 벌어들였고,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영 화배급사로 성장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또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시리즈 영화의 스타일을 제 시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01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히어로 시리즈

48

2018년 12월호

를 관객에게 미리 공부하고 오라고 부추긴다. 관 객이 영화로 보지 않은 곳에서도 영화 속 인물들 은 지속해서 살아있고, 활동하고 있다. MCU의 새 영화가 나오면 그곳에는 MCU에 속한 다른 영화 들에 대한 언급이 당연하게 펼쳐지고, 그걸 이해 하는 건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전가된다.


그게 몇 명이 되었건, 수천만 명이건, 수십억 명

랜드)는 이전의 소니 픽쳐스 버전의 피터 파커(토

이건 간에, 같은 가격의 입장권만 사면 같은 이야

비 맥과이어)와는 달리 노동하지 않는 이로 그려

기가 전달되고 따라서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진다. 피자를 배달해 생계를 해결하고 지역신문사

것. 그것은 20세기 영화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21

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투고해 사회적 지위 상승

세기의 영화는 조금 달라졌다. 같은 가격을 지불

을 이루려 했던 피터 파커는 이제 군수 재벌 토니

하고 들어간 영화관에서 누군가는 사건의 전개를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후원 아래 들어

따라가기에 급급한 반면, 다른 누군가는 전작에

가 노동의 강제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인다. 혹

서 펼쳐진 인물 관계도를 상기하면서 화면 속에서

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사례처럼 《가오갤》

펼쳐지는 행위들의 온갖 숨은 의미까지 찾아내며

시리즈는 무수히 많은 익명의 노동자(군인)를 우

영화를 즐긴다. 영화의 ‘보편 언어’가 사라진 것이

주전쟁에 배치하곤 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보다,

다. 그런데 MCU는 적어도 그런 형태의 이상적인

거대한 우주함선 안에서 선원 개개인의 두드러진

언어를 추구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MCU

개성을 부각하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방식에 더

는 자신을 한 편의 영화로 국한하지 않음으로써

가깝다. 《가오갤》의 등장인물은 《스타트렉》보다

이전의 MCU 영화들을 섭렵하는 노동을 한 관객

한층 더 진일보하여 모두가 복제 불가능한 각자의

들에게만 자신의 즐거움을 허락한다. 마치 은행이

독특한 개성을 지녀 서로 다른 자신만의 목적으로

ATM 기기를 도입하면서 은행 출납계 직원의 노

움직이기에 타인의 지시를 따른다는 일은 상상할

동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것처럼.

수 없다. MCU에서 유일하게 타인의 지시에 복종 하며, 타인을 위해 노동하는 존재는 토니 스타크

바꿔 말하자면 MCU 영화 한 편의 가격은 단순

의 AI 비서 자비스 뿐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인피니

히 1만 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새로 출시되는

티 스톤의 힘으로 자신만의 신체가 생기고 토니로

MCU 영화 한 편의 온전한 재미를 느끼려면 최소

부터 독립한다.

한 MCU의 다른 모든 영화를 한 번은 보아야 하므 로 영화의 편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실질적 인 가격은 상승한다고까지 할 수 있다.

노동자이기보다는 전문가이기를,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경영자이기를 촉구하는 것이 신자유주 의의 노동 이데올로기라는 점은 이제 익숙해졌다.

마블 히어로와 배달 대행 노동자들의 교차점

어떤 것이든 너무 많이 말해지다 보면 그 본래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MCU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요한 특징은 그 우

법이다. MCU가 보여주는, 자신을 경영하는 캐릭

주 안에서 노동(자)의 재현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터 역시 그렇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토니 스타크의 비서 버지니

보여주는 유토피아적 삶, 그러니까 자신의 가치를

아 펩퍼 포츠(기네스 펠트로)의 지위가 노동자의

끌어올려 지위 상승을 이루어내는 삶을 어느 정도

신분에서 최고 경영자로 급상승한 것은 두말할 것

성취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그러나 그 성취는

도 없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톰 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자금력과 미국의 패권 질서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49


에 지배를 받는 한에서의 성취다. 혹은 MCU의 거

노동체제의 노동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노동이

대한 우주 전쟁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을 배신했을 때 겪는 감정이 아닐까? 아무리

도구로서 존재하는 한에서의 성취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 수준은 나아지지 않을 때, 자 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시간이 오히려 자신의 건

가령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강을 해칠 때, 그럴 때 느끼는 우리들의 감정이 아

건당 3,500원의 배달대행료로 표상한다. 그들이

닐까? MCU가 구축한 완벽한 세계는 우리들의 세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더 많이, 더 빠르게 배

계를 정말인지 완벽하게도 대체/연장하고 있는 것

달을 치는 것을 통해서이다. 그러는 와중에 요식

같다.

업의 유통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사회 전체의 가 치 실현 속도가 증대해 연간 GDP의 일정한 상승 에 기여한다. 그들은 그 누구도 타인을 위해 일한 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라는 개인들의 완벽한 타자는 그들을 자신의 가치를 증대시키게끔 기계 처럼 작동하는 한에서만 그 개인들을 자신의 구성 원으로 가진다. 사회 내에서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노동은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절감시키는 노동으 로 나타나며, 자본가들의 잉여가치 수취분은 그들 이 의식하지 않은 이 과정에 의해 증대하게 된다. 이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오롯한 자기 자신을 위한 노동은 토니 스타크를 위해서만 노동하는 자비스 의 이전의 삶과 거울 이미지를 이룬다. 정확히 같 지만 정확히 정반대인 그런 이미지로서 말이다.

비전이 우울감에 빠지는 순간은 그 우주에서 타 인을 위한 노동을 완벽하게 제거한 순간이다. 우 울이라는 감정은 이전에 애착을 가졌던 대상을 상 실했을 때 발생한다. 비전의 대상은 명백하다. 그 는 자비스이던 시절을 상실했다. 완벽하게 타인을 위해 일하던 자기 자신을. 그는 자기 자신의 목적 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 도달했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다.

거울 이미지로서 비전의 우울감은 아마도 유연

50 2018년 12월호


이러쿵 저러쿵

보이지 않는 간호사들 - 캐런 메싱 강연회를 다녀와서

“아 XX, 진짜 X같네. 저 XXXX 당장 XX버려야 지….”

캐런 메싱의 언어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어려 운 학술용어가 하나도 없어서 내용이 귀에 쏙쏙 박히다 못해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녀는 여성들

조폭영화 대사가 아니다. 종합병원 수술실에서

이 주로 하는 일에 대하여 “위험이 덜 가시적이

간호사로 일하며 늘 달고 살았던 게 욕이다. 웅얼

고, 빈틈없이 통제 당하며, 빠른 속도로 작업해야

웅얼 염불처럼 외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크게 외

하고, 고객과 고용주 사이에서 고통 받는다”고 한

치곤 했다. 수술실에선 나 말고도 많은 동료 간호

다. 특히 간호사는 스케줄 변동이 심하고 환자에

사들이 고통스럽게 무언가 참아가며 일했다. 수

대한 정보공유가 어려운데, 이때 보이지 않는 무

술 도중에 울기도 하고, 끝나자마자 탈의실이나

급노동이 요구된다.

화장실로 숨기도 하고, 다음 날 무단으로 결근하 기도 한다. 화를 표출할 수 없으니 욕이라도 해야

사람들은 간호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위험하

지. 약자는 화를 낼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분

게 일하는지 전혀 모른다. 수술실에서 나는 비현

노할 시간과 기운’이 없다.

실적인 속도로 일했다. 더 빨리, 더 완벽하게, 실 수 없이. 일은 아무리 ‘미리’ 해치워도 끝나지 않

나처럼 병원을 그만둔 친구를 꼬드겨 캐런 메

았고, 하면 할수록 점점 늘어났다. 수술실 간호사

싱 강연회 <공감 격차 줄이기>에 데려갔다. 사놓

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사람은 주로 수술을 함

고 읽지도 않은 그녀의 책 <보이지 않는 고통>을

께 하는 외과 의사다. 흐름에 따라 필요한 기구를

영업하니 바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강

정확하게 주는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빠르게

연 내내 슬며시 웃으며 속닥거렸다.

대처하는지, 그러면서도 집도의의 기분을 살피며 재치 있는 말로 즐겁게 해주는지(이 능력에 특히

“대박, 완전 우리 얘기잖아.”

가산점이 크게 붙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러쿵 저러쿵

51


실제 인사고과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투명 능

수술 기록지를 띄워 어지간한 기록을 ‘미리’ 입력

력’이다. 애초에 간호사는 ‘보이지 않는 인력’이

하고(원칙적으로는 수술 중에 입력하는 게 맞지

기 때문이다. 머릿수는 병원에서 가장 많지만, 우

만 수술이 시작되면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 태

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이므로), 수술상을 전속력으로 차린다. 어시스 트와 집도의가 들어오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하

출근하면 수술방에 있는 기구를 카운트count

기 때문이다. 수술이 끝나 가면 마취과에서는 다

하는데, 한 방에 있는 기구의 수는 대략 100개에

음 환자를 ‘미리’ 콜한다. 그리고 마취에서 깬 수

서 300개 사이다(병원 또는 과에 따라 더 적을 수

술환자의 침대를 밀고 나가며 이렇게 말한다. “다

도, 많을 수도 있다). 단순히 개수만 헤아리면 안

음 환자 마취해도 되죠?”

되고, 어딘가 부서지거나 위치가 잘못 놓이진 않 았는지, 다른 기구와 구성품이 뒤바뀌지는 않았

첫 번째 환자가 이제 막 나가고 정리도 안 했는

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한다. 긴급하게 해당 기구

데 다음 환자 들어온다는 의미다. ‘아니요 기다려

를 쓰려고 ‘수술상’에 풀었는데 잘못 들어있거나

주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마취과 의사가

망가져 있으면 큰일이니까. 처음에 신입 간호사

“왜? 마취하는 동안 준비하면 되잖아”라고 하는

가 카운트를 하려면 세 시간도 넘게 걸린다. 직접

말을 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아까운 시간이 또

사용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모든 기구가 제자리

흐르기 때문에 그냥 오케이 하는 편이 낫다. 애초

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쁘게 일하다보면 여기

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저기 흩어져 세척 중이거나 사용 중이거나 소독

다.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뒷정리를 하는 동안

중이거나 때론 수리 중이다. 업무 중에는 가르칠

다음 환자가 들어오고, 또 쫓기면서 준비하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일과가 끝나고 교육이 이루

그 와중에 폭언과 성희롱은 센스 있게 ‘때찌!‘ 정

어진다. 이 또한 연장근무로 절대 인정되지 않는

도로 받아쳐야 한다. (왜냐고? 지금 XX 바쁘니까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병원이 강제로 시키지는

질문하지 말아줄래?)

않았지만 당장 내일을 위해 모두가 이렇게 한다. 아니지, 가르칠 시간이 없는데 가르치라고 하는 게 강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당직 날짜를 조정하고 싶으면 알아서 바꿔줄 사람을 찾아 조율한 후에 수간호사에게 보고하면 된다. 캐런 메싱의 연구

52

첫 환자를 ‘땡!’ 하고 부르는 순간부터는 본격

에 따르면 12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여성 30명이

적으로 속도전이다. 보통 첫 번째 수술환자는 전

일하는 어느 사업장에선, 2주 동안 근무 교환 시

날 밤 병동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기

도가 156번이나 일어났다고 한다. 수술실 역시

때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한 시간에 맞춰 칼

‘듀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구멍이 ‘간호사들의

같이 도착한다. 수술포를 펼쳐 멸균구역을 만들

연대’로 땜질이 되는데, 그래서 모든 간호사가 고

고, 필요한 기구들을 오염시키지 않은 채로 세팅

도로 촘촘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내 일만 해서

(업계용어로는 ‘수술상을 차린다’고 한다)하고,

는 결코 내 일을 잘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그

2018년 12월호


로 인해 딸려오는 죄책감과 갈등까지 고스란히

는 거지. 그걸 뛰면서, 심지어 여러 일을 동시에

간호사의 몫이다. 그런데 나는 병원을 사직하고

하면서 해야 된다고!”

종종 남자들로부터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 가슴을 치며 공감했다. 수술실에선 서로에게 “수술실에서 편하게 일하다가 밖에 나오니까 완 전 전쟁터죠?” “수술실 간호사 그냥 기구만 주면 되는 거 아닌 가?” “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조심해’인데, 남의 몸뿐 만 아니라 내 몸 다칠 일이 널렸기 때문이다. 메 스 말고도 날카롭고 위험한 기구 천지다. 한 번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 기구를 잘못 핸들링 하는 바 람에 드릴에 글러브가 빨려 들어간 적이 있다. 급 박하게 기구를 주고받다가 손을 베이는 경우도

내가 ‘남자’였어도 면전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많고, 집도의가 수술상에 가위 등을 던지는 경우

까? 심지어 노동운동인지 공부인지 뭐시기를 하

도 있다. 감염 환자를 수술할 땐 특히 더 조심해

는 나름 진보적인 남성은 내게 ‘수술’에 대한 이

야 하는데 문제는 ‘너어어무 너무’ 바쁘다는 거

야길 하다가 내가 알아듣자 이렇게 되물었다. “그

다. 나중엔 조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버거워서

걸 어떻게 알아요?”

조심하지 않게 된다. ‘뭐 별 일 있겠어?’ ‘당장 내 허리가 나갈 것 같은데 무거운 납가운 입어서 뭐

나도 묻고 싶다. 내가 ‘외과 의사’였어도 그리

하나’ ‘바빠 죽겠는데 내 안전은 생략하자…’하고

놀랐을지. (그랬다면 애초에 설명조로 말하지 않

말아버리는 것이다. 환자가 숨 가쁘게 들고나는

았겠지. 참고로 그는 내가 수술실 간호사라는 걸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는 점점 더 빨라지고, 간

뻔히 아는 사람이었다) 하여간 남성은 본인의 일

호사는 사라져간다.

을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노고를 알아주지만, 여성은 무얼 하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아도 끝내 이해받지 못한다. 그 지긋지긋하고도 답답한 고 통이, 캐런 메싱의 강연 덕분에 조금은 해소되었 다.

응급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언니가 이 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간호사의 일을 대체 어떻게 설명하면 사람들 이 이해할까? 내 손가락에 실이 달려 있는데, 그 실에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거야. 그 손가락 으로 타자를 치는데 오타가 날 때마다 사람이 죽

엄지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직장생활 만족도 이후에도 △

았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토론회 파리바게뜨 자회사 1년,

휴게시간 및 노동시간 단축

그 어느때보다 연말연초에 바

무엇이 변했나?

△공식적 퇴근 후 무료노동

쁜 제빵기사 노동자들의 건강

[20181121, 일과건강] 정책

현상 △인력부족 및 노동강도

을 위해서 SPC기업이 책임 있

지난 11월 21일 수요일 오

강화 △점주·관리자 눈치 △

는 역할에 나서야 합니다.

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

점주의 사적인 업무 지시 △

담회실에서 ‘정책토론회-파리

매장 재배치 △성·연령·외모

[20181129, 연합뉴스] 감정

바께뜨 자회사 1년, 무엇이 변

로 차별 △매장 손실에 대한

노동자는 몸도 아프다…2명중 1

했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기사 변제 △CCTV로 일터 감

명 근골격계 통증

번 정책토론회는 파리바게뜨

시 및 통제 등의 어려움에 처

제빵기사들이 노동조합을 만

해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 며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사

들고 투쟁 끝에 SPC그룹의 자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람의 절반 이상이 목, 어깨 등

직 노동자로 편입된 이후 노

역시 “제빵기사가 고온, 환기,

근골격계 통증에 시달리고 있

동조건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다습, 분진, 유해 세척제 등에

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를 평가하는 의미가 있었습니

노출돼 있다”며 “특히 세척제

인제대학교 백병원에 의하면

다.

와 같은 화학물질은 현행법상

류지영 해운대백병원 직업환

노동자에게 MSDS(물질안전

경의학과 교수팀이 2011년 6

보건자료)를 제공해서 노동자

월 1일부터 2011년 11월 30

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43

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일까지 한국 산업안전보건연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

하는데 MSDS가 제대로 보급

구원이 수행한 제3차 근로환

행한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

경조사(KWCS) 자료를 분석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현장

니다. 또, 여성 제빵기사, 카

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노동자들의 자회사 직장생활

페기사의 70%가 여성인데 자

29일 밝혔습니다.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으

연유산, 방광염 등 문제도 크

로 5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게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밝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종

혀졌습니다.

회사인 PB파트너스 소속 정규

정책토론회를 위해 지난 8

스 분야 임금노동자 중 업무 에서 근골격계 증상에 영향을

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 장은 “인력부족과 연동된 노

연구팀은 사무, 판매, 서비

발제에 따르면 SPC기업이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자세나

동강도(48점), 노동시간(51.7

끝까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손과 팔의 반복적인 동작, 소

점)은 상대적으로 직장생활

의 직고용을 거부하고 자회

음이나 진동 노출 같은 위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

로 고용하면서 고용의 질부터

요인이 없는 노동자를 대상으

고, 임금수준(49.8점)도 평균

시작해 업무 조건 개선, 노동

로 추려 평가했습니다.

이하 반응이었다”고 설명했습

자 차별의 문제, 일상적인 감

니다.

시 및 통제 등 전반적으로 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54 2018년 12월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 1만

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2천186명 중 ‘나는 감정을 숨

사업자로써 의무를 다하지 않

기고 일을 해야 한다’는 문항


[20181201, 한겨레] “노동조

께 현장을 돌며 해결책을 모

부분 그렇다”고 대답한 노

합과 함께 살피니, 안전 사각지

색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

동자는 30.6%(3천730명)로

대 금방 잡아내더라”

정을 바탕으로 회사는 작업자

에 대해 “항상 그렇다”와 “대

가 요구하는 안전설비 설치에

집계됐습니다. 이러한 노동 자 중 남성은 50.4%, 여성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적극 나서게 되었다고 합니

56.5%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

현장을 다녀보면 개별 기업은

다. 또, 회사는 그동안 무심했

소했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던 하청업체의 안전설비에도

은 노동자의 근골격계 증상

필요한 업무를 비용으로만 인

관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호소 비율은 남성 37.9%, 여

식하고 소홀하는 경우를 자

성 45.2%로 감정을 숨겨야 한

주 봅니다. 법 제도 역시 기업

노동조합은 이번 사례에 대

다는 노동자에 비교해 크게

주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 회사 안전관리자가 현장을

낮았습니다. 또, 감정을 숨기

지키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

구석구석 알기 어렵고 인력도

는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

만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

부족한 상황인데 노동조합이

동자보다 근골격계 증상 위험

서는 안전관리에 비용을 지불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살피기

도 최대 1.48배 높아졌습니

하는 것 보다 법 위반에 대한

시작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다.

과태료만 납부하는 게 이득이

금방 잡아냈고 말하며, 노동

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

러나 이러한 현실과 달리 기

을 나눠준 것이 효과가 있었

정을 숨기며 일하는 것은 스

업들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이

을 위해 합리적으로 투자 할

러한 스트레스는 근육의 긴장

때 위험에 대한 비용뿐만 아

을 높여 근육과 관절의 퇴행

니라 작업시간 손실률을 낮추

현장에서 제대로 노동자의 건

성 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므로 비용면에서도 이득이라

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분석했습니다. 또 “감정을 숨

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서는 기업주의 인식과 의지

연구팀 류지영 교수는 “감

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노동

기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 적 감정과 같은 심리적인 상

해당 노동조합의 평가처럼

실제 지난 10월 완공된 충

조합·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

태는 통증의 인지에도 영향

남 서산의 엘지화학 탱크 건

여, 그 일을 하는 작업자들이

을 미쳐, 자극에 과민하게 반

설현장은 안전관리에 노사가

요구하는 개선안을 반영하는

응해 지속적인 통증을 유발할

적극 협력해서 상생을 꾀했다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확인 시켜줍니다. 앞으로도

이곳 공사를 맡은 시공사 ‘서

이런 사례가 더 많이 사회적

브원’이 지난해 3월 착공 뒤

으로 알려져야겠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얼마 전 제정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매달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

이 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부와 노사 공동 안전점검을

하는지, 예방하기 위해 노력

한것입니다. 또, 노동조합이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다

조합원에게 작업장의 위험요

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를 제보 받아 회사 쪽과 함

안전보건동향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시간센터 개정 근기법 관 련 현장 연속 간담회 마쳐 주 52시간제로 논란이 됐던 개정 근로기준법을 현장 노 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 보기 위해 지난 10월 17일 제 조업을 시작으로 총 5차례 현 장 연속 간담회를 진행했습 니다. 10월 24일 우편업, 11 월 14일 노선버스운송업, 11 월 21일 유통업, 그리고 가장 최근 12월 5일 사무직 간담회 를 마지막으로 약 2달 동안 이어져온 간담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산업별, 직무별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 지만 명확히 확인 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라 일컬어지는 지금의 변화가 노동자의 입장과 생활에서 얘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향후 노동시간센터에서는 현장 간담회 결과를 모아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시간 단 축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강조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노동자 마음건강 돌봄을 위해 발로 뛰기 위한 준비, 충남 현 장치유 활동가 정신건강 교육 시작해 최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터 괴롭힘을 비롯해 일하는 사람 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다양 한 사회 문제들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충남에서 노동자 마음건강 돌봄을 위해 고민하 고, 실천하고자 하는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습 니다. 12월 6일 <왜 우리는 노동자 정신건강을 말하는가?> 교육을 시작으로, 12월 13일 <주요 정신질환에 대 한 이해>, 12월 20일 <업무상 정신질환 사례분석>, 12월 27일 <노동현장의 심리적 위기와 대처>까지 총 4강 에 걸쳐 노동자 마음건강을 살펴보기 위한 풍성한 교육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시간은 매주 18시, 장소는 충남아 산비정규직센터입니다. 교육 참석을 원하는 분들은 두리공감 허윤제 팀장(010-4477-2125)에 연락하시면 됩 니다.

고 박선욱 공대위 올해 활동 일단락 짓는 집회 개최하다 12월 27일(목) 16시 서울아산병원 동관 후문에서 <응답하라! 서울아산병원> 집회를 할 예정입니다. 이번 집회 는 2018년을 마무리하며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서울아산병원이 하루 빨리 고인의 죽 음에 대해 사과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56

2018년 12월호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1년 구독료

40,000원

권당 가격

4,000원

구독신청

02-324-8633 laborr@jinbo.net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한노보연

11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명원 강모열 강민혁 강영우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강호민 구자연 권기한 김경한 김경희 김광락 김교현 김기동 김대광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미선 김민옥 김민호 김봉철 김부욱 김선미 김선배 김설민 김성훈 김성희 김소연 김승환 김영수 김영철 김옥헌 김우태 김윤지 김은경 김재민 김재훈 김정신 김정열 김정원 김정원 김종은 김종하 김준우 김지나 김지홍 김진철 김필수 김현호 김혜선 김희수 남원철 노상철 노현 류한소 류현석 명준표 문승호 문제혁 문진영 민병두 민주노총법률원 박경환 박민정 박상정 박선재 박성천 박승권 박신안 박유호 박윤경 박일원 박제한 박종국 박종우 박주옥 박채원 박해정 배정란 백남순 백세연 법무법인민심 변승규 변은영 변준수 삼식이 서동현 서문기 선종현 손근호 손상기 손석기 손익찬 송기훈 송영석 신경석 신경화 신웅섭 신유록 신정범 신준영 신진섭 신희주 안기옥 안대엽 안성민 안재억 안준호 안태은 양문영 양진권 양희만 엄연섭 오병창 오진환 오현정 오희정 우지영 유상철 유영진 유장식 유준 유지훈 윤성용 은상준 이고은 이기태 이기훈 이대용 이동윤 이동훈 이명숙 이명준 이민경 이병근 이상언 이상재 이서영 이선웅 이세미 이세영 이순녀 이승운 이승주 이영호 이우상 이원태 이율우 이은주 이인규 이재범 이재중 이정규 이정렬 이정미 이정엽 이준선 이지혜 이진아 이창후 이현석 이활연 이효상 이희영 임경채 임재우 장영철 장태원 장현석 전미혜 전주희 정규전 정두인 정문식 정미경 정병권 정성욱 정승민 정여진 정영민 정윤경 정윤희 정지윤 정하나 정해선 정현섭 조광옥 조명심 조민제 조성재 조애진 조연선 조영호 조인정 조종완 조창묵 주갑진 주석재 주형민 지영훈 진선우 차은우 채수용 채종석 천지선 최병륜 최순재 최영주 최영철 최재근 최향미 최혜인 추상효 추승현 코리안리재보험노동조합 하기철 한규권 한진구 함승호 허경 현자남양위원회 홍정연 홍진성 황선태 황선호 황진철 황진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함께해주세요. 후원신청 www.klish.or.kr, laborr@jinbo.net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