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산재보상보험 전면 적용, 어디부터 어떻게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 “기후위기 즉각 대응해~~”
통권 189호 / 2019.1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정한 시대정신
전 세계적으로 건강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건강 지표가 지역, 소득, 교육에 따라 다 르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를 이어 소득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의 개인의 노동환경과 조건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의 사회‧경제적 수준 에 따른 건강 불평등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사람은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수명 이 6.6년 짧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11.3년 짧습니다. 또한 소득의 하위 20%와 상위 20% 집 단 간 건강수명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은 그 차이가 무려 21.2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라는 말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문제구만” 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체념 섞인 반응과 “그래서 어쩔 건 데”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건강 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구조적이기 때문에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간단한 문제가 아 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인 『한 세대 격차 줄이기(Closing the gap in a generation)』에 서는 건강 불평등의 해결방안으로 일상생활여건의 개선과 권력, 돈, 자원의 불공평한 분배 개 선, 그리고 문제점 이해 및 행동지침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권력, 돈, 자원’이 불공 평한 분배를 개선한다는 말은 가히 혁명적으로 들리기까지하지만, 건강 불평등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시대정신일 것입니다.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01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떤 문제의 목소 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집단의 문제제기이며, 그것의 원인과 방법 또한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 문제 역시 심각합니다. 죽음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납니다. 지난해 산재로 숨진 전체 노동자는 804명이었고, 그 중 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38.8%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와 파견,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뒷전입니다.
경희, 승종, 영우, 종호, 나래, 지나, 채은, 경미,
무엇에 주목해야 우리는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짚고, 해소해 나
지안, 기형
갈 수 있을까요. 불평등을 넘어 ‘평등’을 논할 수 있는 바람을 담아 <일터>를 전
만평 박원종
합니다.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11.11 전화 부산 051-816-8633
특집
팩스
평등해야 건강하다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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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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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과 노동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 참여로 바꿔내기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부산퀴어 총궐기 참가기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상보험 전면 적용, 어디부터 어떻게 : 산재보험 적용 확대 3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블라인드 채용 – 성차별
19 연구리포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45 노동자 건강 상식 역류성 식도염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48 문화읽기
노동자는 없고 그의 속도만 존재하는 공간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 “기후위기 즉각 대응해~~”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50 발칙 건강한 책방 생존을 위해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사회
30 현장의 목소리 과거의 노출이 현재의 피해를, 현재의 노출은 미래의 피해로
52 이러쿵저러쿵 세심하면서 강인한 노안활동에 함께 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다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 들풀
출처: 전국교육공무직본부노조
‘미국 공장’의 노동자들은 어쩌다 ‘교체’됐을까
차례
03
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건강 불평등과 노동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 건강 불평등
수 있는 건 국가 간의 건강 격차이다. 저개발 국 가와 이미 산업화된 국가를 비교하면 수명이 수
“크게 본다면, 사회 부정의(不正義)는 살인이
십 년의 차이를 보인다. 또, 한 국가 내에서도 어떤
다. Social injustice is killing on a grand scale.”
지역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존재
(WHO, CSDH, 2008)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대도시이더라도 서울 시민 의 건강 수준이 부산 시민의 건강 수준보다 더 좋
건강 불평등이란 건강 상태가 사회 집단 간에
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산 시민의 평균 수
평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용어는 사
명이 서울 시민의 평균 수명보다 2년 더 짧다고 한
실 각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이 평등해야 한다는
다. 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 안에서 좀 더 작은 구
지향을 내포한다. 그런데 만약 건강 불평등이 지
단위나 동 단위로 건강 수준을 살펴봤을 때 격차
향하고 있는 이 의미를 제거한다면 건강 불평등
가 확인된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서울의 경우
은 사회 집단 간에는 건강 격차가 존재한다는 단
강남 3구의 건강수준이 강북 지역의 건강 수준보
순한 말이 될 것이다. 국제 학회에서는 윤리적이
다 더 좋고, 부산의 경우에도 수영구나 남구의 건
고 도덕적 의미를 내포하는 ‘건강 형평성 (health
강 수준이 서구나 사하구의 건강수준 보다 좋다.
equity)’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국제 건강
즉, 같은 지역 사회 내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
형평성학회에서는 건강 형평성을 ‘사회적, 경제
건에 따라 건강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적, 인구학적 또는 지리적으로 정의된 인구집단
그리고 대체로 높은 사회적 지위의 사람들이 낮은
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측면에서 건강상의 잠재
사회적 지위의 사람들보다 건강하다. 교육을 많
적으로 개선 가능한 체계적 차이의 부재’로 정의
이 받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자산을 많이 가지
한다.
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건강 불평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 는데,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건강 격차를 확인할
04 2019년 11월호
더 건강하다.
건강 형평성이라는 단어가 격차의 양상과 격차
식습관, 흡연, 음주, 운동과 신체 활동 등의 생활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건강 불평등을 보다
습관 역시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이는 동료집단
비판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격차가 존
의 문화에 영향을 받으며, 사회에서의 지위에 따
재하는 원인과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드러
라서도 생활습관이 다르다. 문제는 생활습관이 개
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 이들은 집단 간의 건강 격
인의 선택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은 개인의
차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닌 강제된 상황에
구조로 기인한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건강 불평등
서의 비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각자가 처한
이 정의롭지 않은 사회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
노동환경, 노동조건, 작업장 문화 등에 따라 건강
각하며, 건강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건강한 사회
에 유해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교대제, 장시간
를 추구하는 일을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설정한
노동, 야간노동, 휴게시설 및 휴게시간 부족, 연차
다. 이러한 비판적인 의미에서의 건강 불평등 개
사용 제한, 건강검진 미보장 등이 노동자 개인이
념에 비추어볼 때, 건강격차는 정의롭지 않고 불
자신의 건강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
평등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렇기
을 무시해선 안 된다.
에 건강상의 평등은 사회적 구조,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킬 때에만 실현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보다 자세히 말해, 건강 불평등은 단순히 국가 간, 지역 간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소득
발간한 보고서(“한 세대 안에 격차 줄이기”)에는
과 학력 등의 사회적 지표와 건강 수준의 지표 간
공정하지 않은, 정의롭지 않은 ‘권력, 돈, 자원’의
의 연관을 고려할 때, 우리는 노동자의 건강 불평
분배에서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개선
등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노
하는 것이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근본적인 원칙이
동자의 건강 불평등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요인은
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바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이다. 사람들은 노동 시
볼 때, 건강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일은
장에 참여함으로써 소득을 얻고 자아 정체성을 형
질병이 생겼을 경우 공평한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성한다. 사회에 만연한 소득 불평등은 건강을 유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그것을 넘어서
지할 수 있는 자원 배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데,
는 공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걸 요구한다.
여기서 핵심은 생활 임금 이하의 저임금 문제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원인의 원인’을 제대로 보자
유지 및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의 부족을 겪을 가능 성이 크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건강 불평등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에 따라 사업장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자. 우선적으로 건강을 유지
간 건강 불평등도 심각하다. 어떤 사업장들에선
하려면, 충분한 먹을거리와 의복 그리고 안정적인
안전설비와 보호장비가 잘 마련되어 있고, 안전점
주거환경이 필수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검과 보건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물질적 자원
다른 사업장들의 경우엔 기계설비에 압착되거나
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은 건강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
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원의 불평등
는 등의 각종 사고위험이 상존하며 뇌심혈관계질
을 야기할 수 있다.
환이나 근골격계질환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평등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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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높고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망사고는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소들이 고
이러한 사업장 안전보건 수준은 대기업과 중소기
착화되어 노동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업 등의 사업장 규모별 또는 직종별·산업별로 상
건강 불평등의 고리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조사가 통
이러한 부정의한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
계나 자료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
회불평등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그것
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안전보
들을 개혁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 상의 문제를 건강 불평등의 차원에서 재규정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의 연장선에서 사회적 지위에 따라 느
건강은 누구나 다 누려야할 가치이며 권리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서 누구나 그 같은
끼는 직무 스트레스의 정도와 같은 사회 심리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제 역시 건강 불평등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재차 강조하자면, 건강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으로 낮은 지위의 노동자들은 직무에 대한 낮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한다. 노동자간의 임금 격
통제력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노력에 비해 보상
차를 줄여하고 그러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생활의
이 부족할 수 있다고 느낄 가능성 역시 크기 때문
최저선이 아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다
이다. 요약하면, 이 같은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는
양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
기저의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이라 할 수 있다, 그
터를 바꿔 나갈 수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
런 면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원인의 원인”이라고
안전보건 권리인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
한다.
리를 적극 보장하는 것 역시 노동자들의 건강 불 평등을 줄여 나가는데 중요한 열쇠다.
건강한 삶, 차별 없이 누려야 할 모두의 권리
또 안전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다 안전하고 건강 에 해롭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비
현재 단편적인 뉴스로만 보도되고 있지만 산재
정규직,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뿐
사망을 비롯한 중대한 산업재해는 소규모 영세업
만 아니라 여성, 이주, 청소년, 고령, 장애, 성소수
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
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 역시 배
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는
제 되거나 차별 당하지 않고 충분히 안전한 노동
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권한과 자원이
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
부족한 불안정·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에게 떠넘
06
물론 건강 불평등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겨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이를 ‘위험
지만, 앞으로도 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사회
의 외주화’라고 정의하여 문제제기하고 있다.
적 노력이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에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
선 이미 각종 법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작
동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
동시켜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을 오래전부터 충분
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히 줄여왔다는 점이다. 우리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산재 사망사건은 정의롭지 않은 사회적 환경에서
갖고서 안전보건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및 실효
발생한 것, 이른바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할 수 있
성 있게 집행한다면 노동자의 건강불평등을 해소
다. 우리 사회에서 빈발한 중대재해, 각종 산재사
해나갈 수 있다.
2019년 11월호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 근로자건강센터 -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것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속한 공간이 어디
안전보건체제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 지원 사업의 중요성
냐는 것이다. 지역 간 보건의료 서비스 격차, 시스템 부재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근건센은 안전보건 관련 법 제도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공간상의 위계가 건강 격차를 낳는
놓인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지원
것은 또 다른 지점이 있다.
하기 위해 제도화되었다.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안
바로 일하는 곳에 따라 건강 진단 및 관리를 받는
전보건법 제3조 안전보건관리 체제 규정에서 면제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일하는
됨에 따라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관리할 담당
작업장·사업장의 노동환경·조건이 어떠한가가 나의
자가 부재하다. 그래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증
건강 수준에 많은 영향을 끼침에도, 건강불평등 해
진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현
소를 논의할 때는 일하는 공간에서의 건강관리 서
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재정 상황에 비춰볼 때,
비스 및 시스템을 개선 및 강화하려는 노력은 부족
민간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
한 것이 현실이다.
다. 따라서 근건센은 소규모사업장 노동자의 건강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
은 아니다. 노동자들 간의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
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단에서 안전보건관리를
한 대표적인 제도로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
위한 비용 및 물품이나 의료적 지원을 해왔다.
를 10여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자들 의 건강 불평등 개선에 있어 근건센의 역할에 대해
“서울 근건센에서 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개로 나눠
지난 10월 28일 서울 근건센의 정최경희 센터장을
집니다. 사업장에 나가서 하는 이동업무와 노동자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들이 센터에 내방했을 때 하는 업무입니다. 주요
평등해야 건강하다
07
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사업으로는 뇌심혈관계 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예
의무 또는 유인의 부재:
방관리, 고혈압·당뇨·과로 등 직업병 관련 상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
및 건강검진, 직무스트레스 평가 및 감정노동자 상담·치유, 작업장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 정보
근건센 사업의 핵심적인 문제는 지원 서비스를 주
제공 및 상담 등이 있어요. 예컨대, 만성질환의 경
고받는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규
우 진단을 하고, 노동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모 사업장을 제도적으로 포괄하기 위해선 지원 프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계획을 함께 세우는 걸 돕
로그램에 노동자들이 각자 알아서 찾아오는 방식이
는 식이죠.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콜센
아닌 소규모 사업장 단위인 ‘집단’으로 접근할 수 있
터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되어 일하는 콜센터
어야 한다. 예컨대, 근건센과 소규모 사업장이 MOU
직원들에게 근건센을 통해 집단으로 상담 및 관리
등 협약을 체결해 집단 수준에서 진단 및 관리를 받
를 요청해오기도 했어요. 이 경우엔 직무스트레스
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조사나 감정노동 관련 상담을 진행했었죠. 일터괴 롭힘이나 직장갑질에 대해서도 상담을 했었고요.
이러한 집단적 관리방식의 일환으로 ‘사업장 건강 주치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지만,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근건센의 지원 서비스를 받는 이들
다른 한편, 산업위생기사도 센터에 상주하고 있어
에게 참여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
서, 소규모 사업장에 직접 나가서 작업환경을 점
의 사업주는 안전보건 관련 문제를 책임지고 관리
검하고 향후 개선 및 관리에 대해 컨설팅도 해드
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한다.
리고 있어요. 현재 서울 근건센에서 새롭게 준비
노동자들이 근건센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
하고 있는 사업은 개인 보호구 착용 관련 교육 프
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협조가 중요한데, 시간과 비
로그램입니다. 사업장 단위별로 작업환경 개선을
용을 들여 할 정도의 관심과 열의가 있는 사업주가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비 개선 등은 비용
아닌 이상, 일정 정도 이윤손실을 감수하면서 노동
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들이 건강검진과 상담을 받도록 해주는 사업주는
는 컨설팅을 해드려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가 어
거의 없다. 노동자가 필요하거나 방문하고 싶어도
려운 경우가 많아요.
찾아갈 시간을 내지 못하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노동자들 또한 근건센의 효용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그럴 경우에는 차선책으로라도 보호구를 잘 착용
사업장 내 안전보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아서 근
하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보호구 착용은 안전보
건센을 이용하려는 욕구 또한 적다.
건 조치에서 최후의 수단이죠. 그렇지만 가장 효 과적인 수단이기도 하잖아요. 더구나 노동자들에
“그나마 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업주가
게 보호구가 잘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보호
있는 사업장이라면 모를까, 집단으로 노동자들
구가 있더라도 어떻게 착용해야 할지, 착용한 채
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
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을 걱정해서 상담받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나아가 어떤 보호구가 더 좋은지 정보도 없으시고
보다가 혼자 찾아오는 경우도 꽤 됩니다. 서울 근
요.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보호구를 잘
건센의 경우 아파트형 공장으로 되어 있어서, 근
활용하고, 자신과 작업장 환경에 맞는 적합한 보
건센이 있는 빌딩과 그 주변에서 근무하시는 분
호구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해요. 다른
들이 알음알음 찾아오세요. 여전히 근건센이 있
근건센에서 하고 있기도 해서, 이를 도입해서 시
다는 것, 근건센을 통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도해보려 합니다.”
08
2019년 11월호
는 것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죠. 그래서 근
년 운영 10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근건센의
건센의 활동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더 많
운영을 기획 및 조정하는 중앙 근로자건강센터가
이 알려야 해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근건센 프
없다. 정부가 시행 중인 다른 센터 사업의 경우엔 광
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거에요. 센터가
역 단위 이상의 규모를 갖춘 경우에 중앙관리조직
있는 빌딩의 환경미화원분들이 오셔서 집단 프로
을 두고, 시군구 규모를 가진 경우엔 광역관리조직
그램을 받고 계신데, 처음에는 잘 모르셨다가 프
을 두고 있다. 다양한 사업들을 평가 및 조정, 근건
로그램을 받고는 건강이 개선된 분들이 많으세요.
센 관련 데이터를 취합 및 생산, 기존 사업 개선 및
만족도가 높으신 거죠. 그런데도 문제는 이분들조
신규 사업 기획을 중앙부처 관료나 공단 직원 몇 명
차 센터에 시간 내서 오시는 게 힘들다는 거예요.
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근건센 운영의 효율성
정말 센터가 있는 지역 인근에서 오시는 것이죠.
을 저해하는 일이며, 그들에게도 과중한 업무를 부
그나마도 짧은 점심시간 활용해서 오세요. 오전
과하는 일이다. 만약 안전보건시스템 구축 차원에
오후 업무 시간에 내방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사업
서 근건센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고 장기적인 로
장의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곳에서 일하시
드맵을 갖추려 한다면, 중앙관리조직을 두는 게 필
는 분들이에요. 일반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서는
수적이다.
거의 오지 못하세요.” “근건센 모델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그때 제가 떠 개인이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만, 집단 서비
올리는 건 보건소예요. 노동자들의 보건소가 근건
스 제공을 위해 센터에서 직접 대상 사업장들에 연
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공보건 영역에서 시
락도 돌린다. 하지만 사업장에서는 민간 회사들의
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그들
판촉이라 여겨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경우도 다
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죠. 정부의 손발 역할을
반사다. 만약 특수건강검진 사후관리를 하라고 안
하는 곳이란 말이죠. 근건센도 노동안전보건 영역
전보건공단에서 명단이 내려와 대상 사업장에 공문
에서 손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을 보내고 연락하면, 그나마 성공률이 20% 정도다.
두뇌와 심장도 있어야 하겠죠. 그게 중앙관리조직
그때야 비로소 사업장에 방문해서 현장에서 직접
일 테죠. 하지만 중앙관리조직을 갖추는 것만큼
건강진단 및 상담 등을 진행할 수가 있다. 어렵사리
중요한 게 손발이 제대로 역할을 할 만큼 충분한
사업장에 가더라도, 일하다 나온 노동자들에게 충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해요.
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고 노동자 입장
보건소와 근건센의 인력 및 예산을 비교해보면 명
에서도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밖
확히 드러나죠. 더구나 21개 센터와 21개 분소
에 없다. 결국 소규모 사업장에도 안전보건 관리 의
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 숫자
무를 부과하거나 노동자 건강관리에 따른 각종 유
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센터의 양
인을 제공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유급으로 시간
적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 간 배치 또한 적절하게
을 보장해줘서 근건센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노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 위치한 지
동환경 또한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의 특성에 적합하게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갖춰 야겠죠. 장기적으론 보건소처럼, 아니 모세혈관과
운영시스템 체계의 필요성과 남은 과제들
같이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촘촘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전국에 21개 센터, 21개 분소가 있고 2020
평등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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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근로자건강센터 홈페이지
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이를 위해 센터 운영의 체계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인력의 질적 역량도 높아져야 하지만, 민간위탁 방
많은 건, 우리 사회에서 근건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
식의 센터 운영은 고용 안정성을 저해하여 인력 확
문이라고 생각해요.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불평등 해
보를 어렵게 한다. 우선 운영기관이 위탁사업을 지
소라는 지향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노동안전보건
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발생할 경우 재지정에서 탈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규모 영세 사
락할 수 있어, 안정적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위탁
업장의 노동자들,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자신들의
운영 기관이 적으며, 근건센을 제대로 운영할 만큼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는 이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
의 전문성을 갖춘 위탁운영 기관 또한 한정되어 있
는 창구로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근건센이
다. 더구나 수년째 예산 증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
설립되면서 내세웠던 목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서 임금상승이 정체되고 있어서 인력 유출이 쉽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
고 유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장기적 고용의 필요성
대고 고민하는 만큼, 근건센이 우리 사회의 건강 불평
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민간위탁 방식의 시범사업
등, 건강 격차 해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거로 생
형태에서 벗어나, 고용 책임성 및 사업 전문성을 확
각합니다.”
보하고 소규모 사업장 대상의 안전보건 사업을 양 적으로 확장하고 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조직화, 즉 공단 직영 형태로 점차 전환하고 장기적 으로는 독립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 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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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건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날카로운 문제 제기가
2019년 11월호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 참여로 바꿔내기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유령에서 인간으로!’라는 울림 넘치는 구호를
전보건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약 1년 반 동안 해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학교 비정규직 노
온 활동들을 돌이켜 보면 폭풍 같은 시간이기도
동자들이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 그들을 ‘유령’으
했지만, 하루하루 쉽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되새
로 만들었고,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할 수밖에 없
겼다.
는 조건을 만들었을까? 또 차별과 불평등이 노동 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불평등을 양산하는 학교
를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서 인터뷰를 기획했다.
전국에 약 40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10월 31일 노조 회의실에서 유청희 노동안
이 있다.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기 전까
전보건부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지 학교엔 비정규직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이날은 노동개악과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민주
왜냐면 학교라는 곳은 당연히(?) ‘평등’이라는 가
노총 결의대회가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치를 가르치고 직접 실현하는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어느 공공기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조 활동을 시작
관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
하기 전 회사에 다니며 이주노동자 한국어 자원
었다.
봉사도 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
“언뜻 생각하면 학교를 떠올렸을 때 교사만 생각
히 이주노동자 자원 활동은 그에게 차별, 불평등
하기 쉽지만 사실 직종이 매우 많다. 최소 잡아도
에 대해 곱씹어볼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경험이기
20~30개 정도다. 세부적으로 나눠 잡으면 100
도 했다. 현재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노동안
개 이상으로 잡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직종
평등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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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평등해야 건강하다
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거기에 지역마다 명칭이
여전히 더디다. 방학 중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나 처우도 각기 다르다 보니 100개 이상까지 나온
싶어도 학교장에게 ‘겸직’ 허락을 얻어야 하는 데
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성은 이 처럼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올해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2009년 ‘우리는 유령이
”임금과 처우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정규
아니다’를 외치며 학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
직 임금의 60%를 받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80%
을 드러냈고, 그동안 부당함을 이야기하지 못했
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는 바로 호칭이다. 선
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조직으로 뭉친 것이
생님, 실장님 다양한 호칭이 있지만 학교 급식 노
다. ‘모든 학교비정규직을 교육공무직으로! 노동
동자에게 아무도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아
존중 평등학교,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평등하
줌마로 부른다. 교무·행정 실무사의 경우에는 차
고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 아프지 않고 일할 권 리,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은 이라는 표어들은 노조 창립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핵심적 요구 이며 동시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심부름 문제가 한창 논란이 됐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흔히 경험한 사례들이다. 그런 데도 노동조합의 싸움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실 정규직의 80% 임금을 요구하는 것도 고민이 든다. 최근 공정성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노동을
“사실 정규직 임금의 80%를 요구하는 것도 고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그
이 든다. 최근 공정성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노동
렇다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은 정규직
의 기치는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달라
의 60%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시
진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규직 노
험이 공평함의 기준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
동자의 60% 수준이라면, 이들의 노동 가치 역시
시험이 공평한지 되물어야 한다. 사실 노동자들끼
그러한가? 사람들은 시험이 공평함을 담보한다고
리 공평함, 고정성을 두고 싸울 일이 아니라고 생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 시험이 공평한지 되물어야
각한다. 직업과 노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한다. 사실 노동자들끼리 공평함, 공정성을 두고
공정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정교하게 논의를 하는
싸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업과 노동에 대한
식으로 구조를 제대로 만들고 설계해 나가야 한다.”
이해가 있어야 하고 공정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정교하게 논의하여 사회구
아프다고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용기’
조를 제대로 만들고 설계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가장 앞장서서 바꾸고 있는 것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최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방 학 중 근무가 없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학교 비 정규직 노동자는 급식실 조리사와 조리원, 특수 교육 실무사, 교무 실무사, 전산 실무사 등 10개 직종 안팎에 이른다. 전체 학교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임에도 이들의 처우 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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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임금과 처우 문제 말고도 바로 노동안전보건 문 제가 있다. 문제가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아프 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에도 일 때문에 아프다 는 것을 증명하기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쌓인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이 너무나 높다. 한 연 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고혈 압 유병률이 정규직 여성 노동자보다 1.4배 높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 고용 불안정 등의
며 드디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가동하기 시작
이유로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한 것이다. 그전까진 법의 적용 대상조차 아니었
분석이다.
다. 노조가 생기고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이 얼마 나 건강에 유해한지를 밝히는 활동을 통해 어렵
“조합원들이 아프다는 말을 잘못 한다고 생각할
게 만들어낸 성과다. 현재 17개 각 지역 교육청
때가 있다. 노조 교육을 하러 가면 산재 신청 실무
들이 시간 끌기를 해온 바람에 이제야 몇 개 지역
교육이 인기가 굉장히 높다. 질문이 정말 많다. 가
에서 회의를 1~2차례 진행했다. 그런데도 ‘노동
려는 강사를 붙잡고 세세하게 물어본다. 하지만 진 정한 문제는 이들이 아프다고 말하기 위해선 ‘용 기’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질병과 사고가 업무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게 비정규
자 참여’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징검다리란 것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최근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성의 몸이 어떻
“참여라는 것은 노조 활동의 기본이다. 제가 자
게 차별받아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인
주 하는 얘기가 있다. 급식실에 높이 조절되는 조
상적이었던 내용은 심장의 경우에도 여성이 더 아
리대 같은 게 들어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고 말
프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파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자율주행차가 다니
잘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밤에 굉장히 아파도 119
고, AI가 바둑을 두는 시대다. 그런데 학교 급식실
부르는 걸 폐 끼치는 거로 생각해서 참고, 다음 날
이나 여성들이 일하는 곳, 비정규직이 일하는 곳
아침에 응급실에도 안 가고 외래에 가서 치료를 받
을 보면 놀라우리만큼 발전이 안 되어 있다. 사실
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성들은 살아왔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게 아니고 ‘하지 않는 것’이
자기가 필요한 걸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다.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고 직 장에 다니더라도 여러 기회를 박탈당한다. 학교
그런데 우리 노조의 경우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다.
급식실의 경우도 경력단절 된 분들이 많이 가는
산재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입사할 때 교
데 이들이 일하는 곳은 시설 개선이란 게 없다. 노
육을 받은 적도 없다. 학교에 얘기하기보다 노조에
동자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얘기하는 것을 더 친숙하게 여길 거다. 그만큼 학
지점이다. 일하는 사람이 직접 자기 일터를 돌아
교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 평등한 공간
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때
이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평등, 학교에서 유령
바로 변화가 일어난다.”
취급당하고 학교에서 아줌마로 불리는 분들이 이 런 식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경험해오지 않았나 싶다.”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동자의 건강 불 평등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실천해나갈 중
노동자의 참여가 건강 불평등 해결의 열쇠
요한 단위가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이 들이 외친 구호는 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유효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
할 것이다. ‘평등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몸
내오며 쌓아온 결실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
소 보여주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
다. 2017년 학교 비정규직 중 급식 노동자를 대
직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연대의 손길을 내
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으
밀 것인지 그 고민부터 함께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평등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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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출처 : 조애진
부산퀴어 총궐기 참가기
지난 9월 21일 토요일,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부산은 온종일 비가 내 렸고, 특히 해운대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날씨 마저 도와주지 않았던 그 날, 부산 해운대 ‘구남로’에서는 ‘제2회 퀴어총 궐기’ 가 강행되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 같은 장소에 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올해도 제3회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될 것 으로 모두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축제가 아니라 ‘궐기’라는 이름의 집회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운대구청 관할에는 거의 부산 최대 규모라 할 만한 교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교회의 등록 교인 수는 정확지 않으나 7만~8만 명에 이른다 고 합니다. 해운대구의 지방선거 유권자 수가 30만 명 정도임을 고려한 다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유권자가 그 교회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회 세력의 눈치를 보는 해운대구청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 가지로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의 도로점용 허가신청을 불허했습니다. 구 청은 축제의 성격이 공공성을 띄지 않는다거나 시민의 안전이 우려된다 는 이유로 도로점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입니다.
1~2회 축제 때,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구청의 도로점용 불허에도 불 조애진 회원
구하고 ‘구남로’에 다양한 무지개 부스를 설치했었습니다. 그리고 기획단 의 대표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습니다. 부과받은 과태료는 연대단체 의 지원으로 해결 할 수 있었지만, 구청으로부터 기획단 대표가 형사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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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도로법 위반죄) 당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매년 누가 과태료 처분을 받고, 거기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받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은 기획단 모두에게 고통과 상처가 되었습니다.
결국, 기획단은 또 다른 희생자 만들기를 거부하고,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를 열지 않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대신, 해운대구청을 비롯한 혐오사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축제가 아닌 집회를 한다는데도 불구하고 혐오세력들은 집회에 대응하는 ‘레알러브 시민행진’을 같은 시간대에 진행할 예정이라 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폭력, 불법촬영, 물리적 마찰 등 인권침해 가 예상됐습니다. 경찰의 보호를 통해서는 인권침해 행위를 모두 막아낼 수 없었으므로 기획단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등 많은 연대단체에 인권침해지킴이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필자가 속한 민변 부산지부는 지난 퀴어문화축제 때 법률지원 부스를 운영하면서 축제를 함께 즐 겼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연 대를 결의했고, 8명의 변호사가 인권침해 지킴이로 나섰습니다.
혐오 세력은 어김없이 확성기를 틀고 집회장소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동성애는 병이니 치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와라’, ‘우리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드는 학생인권조례 반대 한다’ 따위의 고정 레퍼토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고, 혐오세력이 들고 있는 피켓에도 성소수 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의 언어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혐오와 증오의 목소리는 여러 해 겪 어왔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이성으로 무시해 보려 하지만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깁니다. 집회 대오는 해운대구청까지 행진을 했고, 해운대 구청 앞에서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장 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정보과 형사에게 사찰까지 당해왔던 그는 “우리 같은 성소수자들은 이 땅 에서 살아남는 게 인권운동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발언이라기보다 절규에 더 가까운 그 말을 듣고서 모두가 숙연해졌고, 저 멀리서 정보과 형사가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이 날 집회에서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점용 불허가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인권침해지킴이 변호사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 는 이후에도 ‘구남로’에서 축제를 열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행정소송을 통해서든 헌법소원을 통해 서든 이 상황을 끝내야만하기에 다시 기획단과 머리를 맞대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돌파구를 찾 는 과정에 한노보연 회원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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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상보험 전면 적용, 어디부터 어떻게 : 산재보험 적용 확대 3
최민 상임활동가
지난 두 번의 기사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 적
제안한 바 있다. 첫째,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업
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1인 자
종부터, 둘째, 산재 보험 적용확대로 실질적 보호
영업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일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집단부터, 셋째 이미 산재
는 사람 누구나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치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노동자와의 형평성, 넷째,
료받을 수 있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한국보다 더 넓은 적용범위를 가진 외국 산재보
것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혹시라
험의 적용 범주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다치거나 사
따라 제안하는 적용 확대는 현 적용제외 노동자
망한 경우에도 충분한 보상이 따르고, 사회는 이
를 먼저 적용 확대하고, 그다음 농민 및 위험작업
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믿
종사 자영업자와 특수고용관계 종사자, 마지막으
음은 노동에 기초한 사회가 운영되기 위한 기반
로 일반 자영업자의 순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다. 그런 점에서 산재보험 전면 적용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산재보험 적용 범위는 조금씩 확대되
산재보험 적용 확대, 기준과 원칙은?
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가 된 특정 직종, 업 종을 기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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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는 이제, 산재보험 적용을 어떤 기준으로,
인 적용 확대를 목표로, 일정한 우선순위 원칙에
어떤 순서로, 어떤 속도로 확대해나갈 것인가이
따라 확대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징수
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찬임은 2천 년대 초반부
체계의 개편 등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모색되
터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의 원칙을 몇 가지로
어야 한다.
2019년 11월호
적용제외 노동자 전면 적용부터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편적 접근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적
그나마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최근 적용 확대
용되지 않는 적용제외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논의의 중심이 되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전면 적용하는 문제다.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
좀 더 보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7일
업의 법인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중소사업주 산
노동자, 가구 내 가사서비스 노동자 등이다. 농
재보험 적용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업, 어업, 임업은 모두 산업재해율이나 사망만인
는 스스로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사업주
율이 높은 업종이다. 특히 임업은 2018년 기준
다수가 산재보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내놓
사망만인율이 1.11로 전체 산업 평균 0.51명의 2
은 개선안이다. 내년 7월부터, 방문판매원, 방문
배가 넘는 위험한 업종이다. 위험한 업종의 소규
교사,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
화물차주 등 약 27만 4천 명의 특수고용노동자
유로 사회보험을 똑같이 보장하지 않는 것은 형
가 추가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다.
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하며 발생하는 사 고나 재해 위험을 사회적으로 나누어 책임진다는
기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산재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국가 간 협약에
47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변화
따라 입국해 일하는 농·임어업의 이주노동자 중
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여전하다. 특수
산재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고용직 규모는 정부 추산으로 150만 명에서 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적용 제외 문제에서
대 221만 명에 이르고,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
‘노동자’임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노동
이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확대된 대상을 모두 포
자들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한다.
함해도 75만 명도 되지 않는다. 규모도 문제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 재해보상법, 선원법, 사립학교교직원연
전체를 산재보험 대상으로 하겠다는 계획 없이,
금법 등 타법으로 업무상재해를 보상받는 노동자
일부 직종 그것도 문제가 제기되는 직종에 대해
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보완이 필요하
서만 땜질식으로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 보상을 사회보험 대신 특수한 법으로 따로 규 율할 때는, 이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직종이 포함되더라도 전속성 등 까다로운 조건
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지속
때문에 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도
적인 관심과 사회적 감시, 투쟁으로 개선되어가
많다. 특례 대상인 대리운전 노동자는 전국적으
는 사이 이들 분야에서는 개선이 없거나 행정적
로 2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주로 한 사업장
수준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에 소속되어야 한다’라는 규정 때문에, 가입 대상
일례로 과로에 의한 뇌심혈관질환 인정 기준을
이 2019년 기준 12명, 가입된 사람은 8명에 불과
먼저 주 52시간으로 채택했던 공무원재해보상법
하다.
하에서 뇌심혈관질환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는 것이 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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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애물을 모두 통과해 당연 적용 대상이
부화가 벌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도
되었는데도, 여전히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도
급인이 산업안전의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법이
록 하는 점도 큰 문제다. 임의 가입이 가능한 자
진전되어 온 것처럼, 안전과 관련된 비용인 산재
영업자와 달리 해당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보험에 대해서도 원청, 바로 진짜 사용자가 책임
당연 적용 대상이라고 하지만, “적용제외 신청”
을 지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가능해 사실상 임의 가입과 다를 바 없다. 지
또, 고용 관계에만 기초한 산재보험은 여러 일
난 기사에서 살펴본 대로, 계약 당시 사업주가 보
자리를 이동하거나,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오늘
험에 가입하지 않기를 설득하거나, 제대로 된 설
날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기
명 없이 “적용제외 신청서”를 받아 가는 경우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일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
많다. 이러니 기존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아 온 9
는 ‘사고성 재해’에 대해서는 그나마 보상을 적용
개 직종 가입률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3.7%에
할 수 있어도, 누적된 손상이나 직업력에 의해 발
불과하다.
생하는 암이나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접근되기 위 해서는 전속성 폐지 등 개념 규정을 정비하고, 적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상을 청구하기도 어 렵게 된다.
용제외 신청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더불어 필요
‘업무상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를 취업자
한 경우 산재보험 징수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이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동관
미 민간 보험들은 배달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건
계를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기존의 보험
별 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변화된 환경에 발
체계 자체를 의심하고 바꾸어가야 할 시점이다.
빠르게 대응하며, 산재보험 사각지대에서 이윤을
산재보험료를 사업장 매출에 따라 부과하고 보험
얻어가고 있다. 이윤이 목적이 아닌 사회보험의
적용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견지에서, 이렇게 변화된 노동환경에서 적절한
방안, 전 국민이 강제 가입되는 건강보험에 상병
보험료 부과와 징수 방편이 무엇일지 진지한 논
수당을 도입해, 업무상 재해 여부와 무관하게 일
의가 필요하다.
정한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과 적극 연계한 새로 운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 제안되어 온) 고민이
일하는 사람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보험료 부과와 징수 체계 개편 논의는 특수고용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플 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일 하는 방송, 영화, 건설 등의 불안정한 노동자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누가 정확한 고용주인 지 알기 어려운 복잡한 고용 관계가 늘어나면서 특수고용뿐 아니라 다양한 고용관계와 비용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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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본격화되어야 한다.
연구리포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 2017.05 ~ 2019.06 언론보도 내용 분석 결과
정경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연구위원 / 선전위원회 편집
문제제기 지난 7월 18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인격 보호와 쾌적한 근로환경 제공”을 위해 「사업장 세면·목욕 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청소 노동자와 건 설현장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세면·목욕시설, 화장실 문제와 백화점·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화장실 문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후 36년 이상 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주된 대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2007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화장실·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였 으나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직업 에 속하는 매장 판매직의 노동안전과 건강문제가 여전히 법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 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1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9년 6월 현재 54.4%로 경제 활동인구는 12,307,000명에 이르고 있다. 건설업 여성 노동자,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판매직 노동자, 학교급식 노동자, 병원 간호사 등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슈화되어 각 사업장의 노동환경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여성 고용 확대는 정부의 주요 노동 정책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은 임신·출산의 당사자로서 저출산 정책 대상이기도 하며 저출산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 리기도 한다. ‘정부의 여성 고용 확대 촉진-여성 노동 안전 문제-저출산 위기’의 연결고리에서 가지는 정부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2019-05, www.nodong.org
연구리포트
19
정책의 문제에 관한 질문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그렇기에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초점을 두고 산 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그리고 어떤 노
산업별 여성노동자 분포 현황을 살펴볼 때, 전
동환경과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본 후 개선을 위한
체 산업 중에서 여성 노동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기
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4.2%)>‘제조
존의 사안별로 각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접
업’(18.7%)>‘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
근하던 것을 넘어 성인지적 접근으로 문제를 제기함
업’(11.7%)>‘도매 및 소매업’(10.6%)>‘전문, 과학
으로써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및 기술서비스업’(5.9%)>‘교육서비스업’(5.7%)>‘숙
것이라 기대한다.
박 및 음식점업’(4.6%)>‘금융 및 보험업’(4.5%)>‘출
[그림1] 2018년 직종 대분류별 여성 노동자와 비정규직 비율(단위 %)
노
[그림2] 2017년 산업별 여성노동자·여성상용노동자·여성임시일용노동자 비율(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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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2%)>‘협회
된 여성노동자 건강 문제와 관련된 기사들을 분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2.8%) 순이다.
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첫 번째,
2018년과 10년 전인 2008년을 비교할 때, 여성
총 16개 사례 중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통신업이 포함된
개)이 가장 많았고 건설업, 제조업에 속한 경우를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97.7%)이
제외하고 거의 서비스직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서
고, 20년 전인 1998년을 비교할 때 여성노동자 증
비스직 노동자 비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보건업및사회복지 서비스 업’(625.3%)이다. 1998년, 2008년, 2018년 기준 여성노동자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을 살펴보면, 1998 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67.0%), 200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73.5%)와 ‘숙박 및 음식 점업’(54.6%), 201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 스업’(81.6%), ‘숙박 및 음식점업’(58.7%), ‘사업시 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53.7%), ‘교육서비스 업’(52.0%)으로 나타난다. 20년 전에 비해 여성이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
노동은 법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서비스 산업·직종에서 나타나는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관련 법률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되어 있다. 두 번째, 일반적으로 고객을 대 하는 직종의 경우 감정노동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 고 있고, 혼성 직종과 남성 집중 직종의 경우 성희 롱 문제가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직무, 직급, 고용관계 등 이 성차별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중삼중의 차 별이 여성에게 집중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는 산업은 1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주로 서비스업에
「대한민국헌법」의 여성노동의 특별한 보호(제32
해당된다. 특히 여성노동자 58% 이상 분포를 여성
조)와 모성의 보호(제36조)에도 불구하고 임신·출
집약형 산업이라 구분할 때,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
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을 뿐
비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은 대표적인 여성 집약
만 아니라 그 결과로 인한 불임, 유산, 선천성 장
형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애아 출산에 대한 고통을 노동자 개인 문제로 치 부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노동자의 유산비율 현황
이와 같은 특징은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 순위별
을 통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로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 현황을 보더라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01에서 여성의 고용 확대 정책
알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전체적으로 여성 비
이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으나, 임신·출산과 관련
율이 높을수록 상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도 높지
하여 여성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보호조치 정책은
만,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산업의 여성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비율이 높 은 직업일수록 비정규직이 집중되고 임금수준이 낮아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정책에 대해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안전과 건
언론 보도 분석결과와 노동안전보건 관련
강 역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법제도 상의 문제
왔다.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201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언론에 보도
01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 2018.12.
연구리포트
21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환경
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
에 놓이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안전과 건강에 다르
며, 서비스직의 경우 고객에 의한 감정노동과 성
게 작용한다.
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도시가스점검원의
그러나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는 「산업안전
경우 고객 방문 서비스 작업을 할 때 고객의 집에
보건법」과 「근로기준법」으로, 현행법에서 작업장
서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
에서의 여성노동안전 규정은 대부분 임신 중인 여
러한 요소들은 업무와 관련된 위험에 포함되어 있
성을 대상으로 할 뿐, 일반적으로 여성이기 때문
지 않다. 더구나 임신·출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에 겪게 되는 작업장에서의 위험은 고려되지 않고
대한 안전기준이 없어 재생산권과 관련한 생식 건
있다.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신·출산과
강을 위한 안전기준도 취약하다.
관련한 모성보호에만 집중하여 특정 산업·직종의 제한, 근로시간 제한, 휴가제도를 두고 있고, 산업
정책적 시사점
안전보건법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특수성 을 고려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와 같은 문제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가
장에서의 낮은 지위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되어있는 위험 작업에 중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성별 차이를 고려한 작업장
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성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
안전 지침02을 이미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제시
는 노동안전보건 정책은 업무 관련 위험으로부터
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 확대와 저출산에 대
발생하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사고, 부상, 질병
한 정부 대책에서 여성의 노동안전과 건강에 관
의 차이를 무시하게 되고, 심하게는 여성이 수행
련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 노동안
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적어 안전하다
전보건의 문제 해결 없이 저출산 문제는 개선되기
고 인식하게 하여 여성들이 작업장에서 당하는 사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여성
고, 부상, 질병들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별
결국엔 젠더 간 건강과 안전상의 불평등, 즉 젠더
차이를 고려한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이 필요
격차를 강화할 것이다.
하다. 헌법의 성평등 이념에 따라 「양성평등기본
산업재해 현황에서 성별에 따른 재해자수 비율
법」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을 보더라도 2008~2017년 10년간 여성 재해자
양성평등 실현 목적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수는 평균 19.6%에만 머물러 산업재해 보상제도
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성 주류화 조치”, “성
에 성편향과 성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 통계”, “성인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
지 교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안전보건 정책
중되어있는 제조·중화학·건설업 중심으로 안전기
에서 이러한 기본시책들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준과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비전통적인
여성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직종에서의 노동안전 기준과 위험성 평가가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으로 초점을 바꿔야 하
취약한 상황이다.
며, 이상의 기본시책들을 시행하는 것이 그 첫걸
예를 들어 많은 여성들이 직무분리, 하위직급, 비정규직 등에 따른 직장 내 권력관계에 따라 직
22
여성의 열악한 노동안전과 건강 문제는 노동시
2019년 11월호
음이 될 것이다. 02 ILO, “10 Keys for Gender Sensitive OSH PracticeGuidenlines for Gender Mainstreaming in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2013.
노동자는 없고 그의 속도만 존재하는 공간 [인터뷰] 쿠팡 이천 덕평 물류센터 피커(Picker) K 님 지안 상임활동가
쿠팡은 지난 2018년, 기존에 12개였던 물류센터를 24개로 확장했다. 쿠팡의 대표적 인 서비스인 ‘로켓배송’ 시스템의 수요 증가를 충당하기 위함이다. 2014년 처음 시행된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주문 시 고객에게 상품이 익일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의 확장판인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 전 7시 전까지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준다.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적용되는 상품의 개수는 약 500만 종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상품 중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들은 어떻게 취합되어 바로 다음날에 집 앞으로 도착하는 것일까? 물류센터에 대한 흔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주문한 상품이 집까지 배송되는 모든 경로 가 주로 남성들의 노동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상품 전달이라는 마지막 단계인 배송 업무 비중을 남성이 높게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물류센터를 주로 힘을 많 이 사용하는 상하차 작업으로만 제한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차 작업은 물류 센터의 여러 업무 중 한 파트일 뿐이고, 성별을 살펴봤을 때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약 500만 개의 다종다양한 상품 중에서 내가 고른 물건이 우리 집까지 도착하는 데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일터>를 통해 물 류센터 출고파트의 한 가지 업무인 집품을 담당하는 피커(Picker) 노동자의 노동을 살 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24일 평택에서 진행됐다.
물류센터 작업들과 ‘피커’의 노동
쿠팡은 24개 물류센터의 면적이 총 37만 평이라고 발표했는데, 개당 1.5만 평에 달하는 크기인 셈이다. 물류센터 업무는 크게 입고(IB), 출고(OB), 허브(HUB)로 나뉜다. 각 업무파트 안에서도 세세하게 작업들이 나뉘어있지만, 먼저 허브파트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하차 작업을 담당한다. 입고파트의 경우에는 크게 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3
열, 재고 확인 등의 역할을 하며 출고파트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기
는 이렇게 진열된 상품 중에서 고객이 주
업인 아마존의 물류창고 운영방식으로 잘
문한 상품을 찾아서 담는 피킹 작업과 피
알려져 있다.
킹해온 상품들을 각 주문별로 포장하는 업 무(패킹)가 주된 역할이다. 여기서 이 노동
“피커들은 PDA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이 주
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문한 상품을 찾아요. PDA는 자신의 현재
데, 각 노동자가 배정된 구역은 나뉘어있
위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품의 위
더라도 이 모든 업무가 수행되는 공간은 1 만 평이 훌쩍 넘는 거대한 공간이다. 이렇 게 큰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물 건을 진열하고, 물건을 찾아서 담고, 포장
치를 알려줘요. 그걸 보고 피커들이 물건들 을 찾는 거죠. 피커들은 카트를 끌고 다니면 서 토트박스라고 하는 플라스틱 박스에 물 건을 담아요. 물건들이 카트에 어느 정도 차 면 포장라인으로 가는 레일에 물건을 올립
(과 그에 수반되는 보조적인 작업)하는 모
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계속 반복되는 거
든 노동과정은 매우 고되고 체력소모가 심
죠.”
하다. 인터뷰이가 주로 일해온 이천 덕평 물
1명의 피커가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건
류센터는 총 4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있
을 담는데, 시간당 물건 담기를 40~50개
다. 각 층에는 높이 2~3미터 되는 진열대
정도 하는 사람부터 60~70개까지 하는 사
가 쭉 늘어서 있는데, 먼저 물건이 물류센
람까지 처리 개수는 저마다 다르다. 주문
터에 들어오면 입고파트에서 진열을 담당
된 물건의 무게가 다르고 물건이 놓인 위
하는 사원들이 진열대에 물건을 무작위로
치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1
쭉 진열한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 안에서
인당 처리해야 할 할당량이 정해진 것이
각 물건의 분류에 따라 구역과 위치가 설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빠르게 많은 물건을
정되어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쿠
처리하도록 하는 관리 시스템 속에서 노동
팡 물류 시스템은 랜덤 스토우(Random
강도를 향상할 것을 요구받는다.
Stow) 방식으로, 모든 상품을 진열대에 무 작위로 진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에
37만 평을 채우는 ‘당일 알바’들
피커 노동자에게 PDA를 통해서 본인 위 치에서 가장 가까운 상품 위치를 안내하여
24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일자리 중개
최적의 동선을 알려준다. 광범위한 공간에
사이트를 들어가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서는 각 물건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것
물류센터 구인 공고가 올라온다. 하루나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짜는
일주일 단위로 일할 사람을 끊임없이 구하
2019년 11월호
기 때문이다. 이 일자리는 하루 혹은 원하
교대 근무를 해야 해요. 그래서 직업으로 이
는 기간만큼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는
일을 하더라도 일부러 일용직으로 일하고
점이나 임금이 익일 지급 혹은 주급으로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지급된다는 점 때문에 선호된다. 또 매일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아 많 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일자리이 기도 하다. 이렇게 당일 알바, 즉 일용직으로 근무하 는 사람들이 있지만 3개월, 6개월, 9개월 등의 단위로 계약을 하는 계약직 사원들이 있다. 물류센터 안에 근무하는 노동자들 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으 로 총 3가지이다. 그러나 고용형태의 비율 은 각 물류센터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떤 센터는 대다수가 일용직, 소위 당일 알바 자리를 찾아서 온 사람들로 채워지고 어떤 센터는 주로 계약직 사원들의 교대근무를 통해 운영된다. 대개 오픈 한 지 얼마 안된 신생 물류센터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자리를 계약 직 사원들이 채운다.
인터뷰이가 일한 쿠팡의 이천 덕평 물류 센터는 3개 조가 교대로 근무를 한다. 중 간에 식사 시간이 1시간 주어지기 때문에 총 노동시간은 8시간이다. 한 물류센터에 서 하루 동안 근무하는 총인원은 약 1천 명 이상으로, 센터별로 상이하다. 그 인원 중 다수를 여러 가지 이유로 1일, 또는 단 기 알바를 하는 사람들과 매일 출근하지만 고용 형태는 일용직인 당일 알바 아닌 ‘당 일 알바’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드는 의문은, 이렇게 단 기적으로 고용되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안 전 문제와 건강이 어떻게 담보되고 있을지 에 대한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권이 라는 측면에서, ‘당일 알바’들이 채우는 총 노동량을 관리하는 장치가 어떤 식으로 각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올리고, 감시하고 있 을지의 문제도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
“그냥 잠깐 알바하거나 급전이 필요해서 오
다.
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피킹 작업을 직업 으로 하는 전문 ‘피커’들이 많아요. 당일 알
UPH를 통한 노동강도 압박과 노동 감시
바의 임금은 딱 최저시급인 8,350원에 맞 춰져 있는데요. 사실 계약직과 임금 차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는 상호 연관된
는 거의 없어요. 최저시급보다 80원쯤 많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노동강도에 대한 압
은 9,030원 정도를 받습니다. 근데 당일이 나 주급으로 일을 하면 자기 스케줄에 맞춰 서 시간대와 요일을 조정할 수 있는데, 계약 직으로 근무하면 회사가 정한 스케줄대로
박 속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주요 한 문제다. 물류센터가 그날마다 처리해야 하는 총 물량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 이 물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량은 ‘로켓배송’ 서비스 등 매우 촘촘하게
실로 오라는 방송을 합니다. 관리자는 정규
짜인 시간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이때
직 사원이거나 층마다 있는 ‘반장’이기도 해
이 일들을 실행하는 인력은 매일 매일 바
요. 사무실로 가면 언성을 높이거나 소리를
뀌기 때문에 기업에 노동강도의 유지는 매 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여기서 물류센터라는 공간성 역시 중요
지르기도 하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모욕 을 주기도 해요. 그래서 피커 일을 하는 사 람들은 UPH라는 소리만 들어도 다들 싫어 하죠.”
한 특징이다. 드넓은 물류센터를 활보하 며 물건을 담는 피커들의 작업 속도를 관
UPH가 떨어지는 일용직 사원들은 쿠팡
리자가 일일이 걸어서 체크할 수 없기 때
에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다
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PDA를 이용해 노
음에 일할 기회가 박탈된다. 계약직 사원
동자들이 시간당 카트에 물건을 담는 개수
의 경우에는 계약을 3, 6, 9개월 단위로 하
를 측정한다. 이 개수를 UPH라고 하는데,
기 때문에 UPH가 떨어지면 재계약에 문제
각 노동자의 UPH를 철저하게 유지함으로
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UPH 상승
써 노동강도를 관리한다. UPH가 떨어지
을 위해 노력한다. 물류센터에는 끊임없이
면 전체 방송으로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UPH를 올리라는 방송이 울려 퍼지고, 이
피커들에게 UPH 유지 및 향상은 가장 중
작업속도의 지표만 있을 뿐 안전하고 건강
요한 일이다. 물론 이 압박 및 관리의 방식
할 권리가 있는 한 사람으로써 노동자는 없
도 개별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인력업체의
는 것이다.
매뉴얼에 따라서 각기 다르다.
“피커 일은 계속 걷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들어오는 주문을 현장에서는 ‘할당’이라
힘들어요. 물건을 찾으러 넓은 곳을 돌아다
고 부르는데요. 이 할당을 시간당 처리하
니니 나중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걷기 힘
는 개수를 UPH라고 불러요. 평균 UPH는
들 정도예요. 근데 이렇게 개인 면담을 하자
물류센터마다 다르게 지정되지만, 예를 들
는 방송이 나오면 조바심이 많이 나요. 그래
어 UPH가 60이라고 하면, 무조건 그만큼
서 사람들이 카트를 끌고 빠른 속도로 뛰다
은 채워야 해요. 만약에 그만큼을 못 채우
가 카트끼리 부딪히거나 카트로 사람을 들
면 방송이 나와요. ‘OOO 사원님, UPH 향
이박는 경우도 있어요. 또 사다리를 타고 진
상 안 시키면 강제 퇴근 시키겠습니다’ 이렇
열대를 올라가 물건을 꺼내는데 이 사다리
게요. 그렇게 큰 공간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
개수가 부족하고, UPH 압박은 심하고 하니
이 다 듣고 있는 곳에서 방송을 틀어대면 정
까 사람들이 사다리 없이 진열대를 타다가
말 모욕감이 느껴져요. 방송이 몇 번 나와
떨어져서 크게 다치기도 하고요.”
도 UPH가 늘어나지 않으면 관리자가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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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물류센터의 노동환경과 노동시간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집에서 셔틀 버스 탑승 지점까지 이동해, 여기서부터만
앞서 말했듯이 피커의 주된 업무는 여기
왕복 3시간과 총 9시간의 근무시간을 보내
저기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찾아 카트에 담
는 셈이다. 지급되는 노동시간은 식사 시간
고 포장 라인으로 옮기는 것이다. 끊임없이
을 제외한 8시간이지만, 최소한으로 잡아
걷고 물건을 꺼내야 하므로 다리 부종이나
도 하루에 반 이상이 노동에 소비되는 시간
통증, 각종 근골격계질환은 흔한 일이다.
이다.
또한 물류센터별로 식품을 다루는 곳은 저 온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업복
갈수록 각종 배송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
을 입더라도 추위에 떨면서 일하고, 폭염에
는 사회에서, 그 배송을 담당하는 노동자들
는 냉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탈수
의 안전할 권리와 쉴 권리, 노동시간 문제
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작업의 중간
를 제기해야 한다. 특히 이 노동자들의 다
중간 휴식은 보장되는지, 휴게공간은 갖춰
수가 일용직 노동자이며, 계약직 노동자라
져 있는지 물었다.
고 하더라도 3, 6, 9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 약으로 고용계약이 이루어진다. 일용직 노
“무급이긴 하지만 점심시간이자 휴식 시간
동자들의 경우에는 자유롭게 근무 스케줄
이 1시간 주어져요. 그런데 물류센터가 대
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피커 일을 선택하
규모 인원이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식당 규모도 매우 커요. 규모는 크지만, 배식 줄 자체가 워낙 길어서 20분을 줄만 선적도 있 어요. 그래서 사실상 쉴 수 있는 시간은 거
곤 한다. 하지만 쿠팡 셔틀버스를 탄 시점 부터 하루에 12시간 가까이를 보내는 상황 에서 노동의 자율성이란 과연 어떤 걸까?
의 없다고 봐야죠. 근무 중에는 UPH 때문
다양한 물건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
에 짬 없이 일해야 하고요.”
들은 UPH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 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지만, 이 빠른 속도
한편,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해당 지역의 외곽에 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사당, 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는 축소되고 있 다.
량진, 안산, 오산, 부평, 평택 등지에서 해 당 물류센터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물 류센터에 도착하기까지 셔틀버스 운행 지 점에서부터만 짧게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까지 걸리기 때문에 왕복 3시간이라는 이 동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즉, 쿠팡 물류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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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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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제17회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가 ‘기업살인 이제 그만, No More Victims’ 슬로건을 내걸고 첫 한국행사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아시아 18개, 서구 5개 국가를 포함해 총 23개국에서 참가하는 규 모로 아시아의 여러 산재피해자, 활동가, 전문가가 모여 경험을 나누고 피해대책과 재발방지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기 위 해 모였습니다. 상황과 조건은 각기 다르지만 한편에선 깊은 공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로 채워졌습니다. 국제연 대 멀게만 느껴졌던 감동이 대회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글·사진 선전위원회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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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과거의 노출이 현재의 피해를, 현재의 노출은 미래의 피해로 후루야 수기오 (동경, 일본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BANJAN 사무국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아시아직업및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이하 안로에브) 서울대회 둘째 날 인 10월 29일 늦은 오후 바쁜 일정 중 겨우 인터뷰 시간을 할애 받았다. 먼저 이번 서울대회는 안로에브 20주년, 아시아석 면추방네트워크(ABAN, 이하 에반) 10주년으로 뜻깊은 해인데, 조직위원이기도 한 후루야 수기오 활동 가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통역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스즈 키 아키라 님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에반 회의는 설립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입
를 하였습니다. 에반은 10주년을 맞이하여
니다. 실은 여섯 번째 회의를 2015년 베트남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10년 전과 지금 어디
하노이에서 열었는데, 200명이 모였습니다.
까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 위치를
사람 수가 너무 많아서 아시아 전체가 모여서
확인하기 위해서 10년 활동을 정리하는 계기
이야기하기보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아
가 되었습니다.
시아로 구분하여 소지역 회의를 하는 것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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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려 논의가 잘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
일본에서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BANJAN,
노이 지역별 회의에서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하 반잔)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에
이후 소지역 회의를 몇 차례 진행해왔습니다.
서 에반 활동을 하면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지역별회의를 여는 취지는 이번 안로아브
(BANKO, 이하 반코)에도 영향을 준 그가 의사
참가자 중 절반 가까이가 에반에도 참석하는
소통, 물리적 거리 등 힘든 요소가 많은 국제연
분들이라서 안로아브 회의에 앞서 에반 회의
대활동에 특히 노력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2019년 11월호
▲지난 10월 28일, 29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장에서 후루야 수기오(우측에서 두번째) 활동가가 아시아의 여러 활동가들과 ‘기업살인 이제 그만’이란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 후루야 수기오
일본에서 1987년 반잔이 설립되었고, 2004
학생들의 노동보건 현장 활동과 유사한 프로그
년 석면이 금지되었지만 그 사이 일본의 석면
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추방운동도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계기가 된 것은 프랑스에서 1997년 석면사용을 금지 하였고, 석면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세계대회 가 열린 2000년 브라질에서의 세계석면추방 대회에 참가였습니다. 프랑스가 석면을 금지하고 나서 유럽 여러 나 라가 석면 금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 꼈습니다. 일본은 가만히 있으면 석면추방과 점점 멀어져서 그대로 상황을 답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초조해졌습니다. 그래서 2004년 도쿄에서 석면추방세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해 세계의 흐름의 격려와 자극 을 받아서 일본도 석면 금지가 됐는데, 저희가 세계적 흐름에서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아직 석면 금지가 되지 않은 나라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후루야 수기오 사무국장에게 이렇게 석면추방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나 과정이 무엇이었 는지 물었는데, 한국에서도 진행하는 보건의료
일본 학생운동의 마지막 세대라고도 할 수 있 고, 사회 변혁에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 던 중 가나가와 산재직업병센터가 그 시기 의 대생들이 너무나 노동현장을 모른다는 문제의 식으로 ‘노동현장(field work)’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의대생은 아니었 지만, 그 노동현장(field work)에 참여하게 되 면서 이러한 직장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생각 을 하게 된 것이지요. 대학 졸업 후 도쿄 옆 가나가와 현의 산재직업 병센터 상근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는 산재직업병 관련 활동을 하였고, 1989년 전국안전센터를 만들게 되면서 도쿄로 상근활 동 파견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잔 활동도 같이 하게 된 것이지요. 반잔 설립 초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중 심이었으나 현재는 석면피해자단체가 이끌고 있 다는 사실을 익히 들은바 있기 때문에 중심축이
현장의 목소리
31
변화한 과정,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역시
린 거잖아요. 그래서 지역주민들이 나도 나도
아픔이 큰 사건이자 계기였다.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거죠. 두 번째는 쿠보타 회사와 공해피해자가 직접
반잔 설립 초기에는 피해자를 만날 기회가 별 로 없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직업 병센터가 전화 상담을 하면서 피해자를 발굴 하기도 했지만, 환자 만나는 것이 어려웠죠. 2002년 중피종01 피해유가족 2명이 만나는 자 리를 만들었고, 2004년에 처음으로 석면피해 유가족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반 잔이 지원해가면서 그런 모임을 만들었는데, 중심이 되는 피해유가족모임이 지금은 반잔을 끌고 나가는 위치에 있습니다. 2005년 일본 아마나사키시 소재 석면 수도관 을 만들었던 쿠보타 회사 주변의 지역주민 중 에서 중피종이 발견되면서 쿠보타 쇼크02를 겪
교섭해서 구제한 보상제도를 만든 거예요. 일 부에서는 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소송은 대법원까지 10년 이 상의 긴 시간이 걸려요. 소송이라는 것은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소송 없 이 해결하면 더 바람직한 거잖아요. 쿠보타 쇼 크로 자율교섭으로 보상이 이루어져 언론화되 면서 많은 피해자가 나타나고, 그 환경피해자 를 구제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석면피해구제법 이 제정되었어요. 이러한 해결방식은 앞으로 화학물질이나 환경피해에 있어서 직접 교섭을 통해 해결방안을 만드는 하나의 모델이 됐다 고 생각해요.
었습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획기적 인 의미가 있어요. 첫째, 그때까지만 해도 공
이쯤에서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된 일본과 한
장 안 노동자와 공장 밖 지역주민과는 연대가
국, 두 나라 제도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물
없었어요. 그런데 석면환자 가족으로 구성된
었는데, 한국 산재보상제도의 문제점까지 짚어
석면피해가족모임이 쿠보타 주변 지역주민 피
내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해자가 연대하면서 공장 안팎의 분절을 뛰어 넘는, 일본 현대사에서도 괄목할만한 사건이 었어요. 그 자체가 언론을 통해 중피종이 석면 과 연관 있다고 보도되면서 이미 존재했던 지 역의 환자들이 각성하게 된 거죠. 중피종을 석 면 공장노동자의 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본 인이 석면을 다루지도 않았는데 중피종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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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닮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공통적인 문제 는 두 나라 모두 산재보상에 비하면 아직 보상 내용이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다른 점은 석 면피해 정책의 문제이기도 한데, 한국은 석면 피해구제법에 의한 구제 건수에 비하면 산재 보상법에 의한 산재인정건수가 아주 적은 거
01 악성 중피종은(Malignant mesothelioma) 흉부 외벽에 붙 어있는 흉막이나 복부를 둘러싼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표 면을 덮는 중피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 석면가루가 흉 막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으로 잠복기가 30년에 이르고 발병 후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예요. 일본을 예로 들면, 구제법으로 보상받은
02 2005년 6월 29일 일본의 대표적인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쿠보타(Kubota)회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퇴직자를 포함한 현직 근무자에게 석면관련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쿠보타 회사 의 발표에 의하면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석면질환으로 사망 한 노동자는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위치한 칸자키 공장의 근무 자 75명과 하청업체로 근무했던 4명으로 총 79명이었다. 또한 1954년부터 1978년까지 칸자키 공장에서 석면을 이용한 하수 배관 생산에 적어도 1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552 명에 이르며, 퇴직 후 석면 관련 질환으로 요양 중인 환자도 18명 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정 건수가 1/10도 안 돼요. 저는 석면피해자
2019년 11월호
건수와 산재보상법에 의한 인정 건수가 거의 비슷해요. 그런데 한국은 구제법보다 산재인 의 70~80%는 산재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 각해요. 중피종을 예로 들자면, 진단만 있으면 구제법 은 무조건 인정돼 산재 인정받는 것보다 쉬워
요. 아시다시피 업무관련성을 증명해야 되기
에도 산재신청을 할 수 있어서 퇴직자 노동
때문에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조합과의 협약으로 퇴직 후 요양기간동안도
산재신청까지 안 가는 거죠. 어쨌든 한국의 석
100%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쿠
면피해 산재인정 건수가 적다는 것은 문제라
보다 사건을 계기로 다른 노조에서도 협약으
고 생각합니다.
로 맺고 있죠.
산재인정건수와 구제법에 의한 구제 건수가 비
더불어 석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대체 물질
슷한 일본의 노동자 조직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
을 사용하는 것일 텐데 어느 정도 어떻게 진행되
금해 연관질문을 했는데, 한국에서도 시도해볼
고 있는지 물었다.
만한 ‘퇴직자노조’라는 개념을 접할 수 있었다.
2004년 석면금지가 되기 전, 사업주들이 대 석면피해가 재직 중보다 퇴직 후에 나타나기
체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용하게 해달라
때문에 노동조합이 석면피해를 적극적으로 다
고 정부에 요청해왔던 거예요. 한국도 마찬가
루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쿠보타 사건 이후
지겠지만 로켓의 가스켓이나 잠수함의 일부
석면피해를 다루는 노조도 생겼지만, 노조가
부품의 경우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었거든요.
석면피해를 다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사
2012년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된 것으로 아
회단체와 같이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본은 조
는 데 예외까지 포함해서 완전금지가 됐어요.
선소에서 일하고 퇴직한 경우 노조 조합원으
그것은 대체가 끝났다고도 볼 수 있는데 하나
로 남아있어요. 퇴직자회가 있는 날이면 모임
는 석면 형성판이라는 게 있어서 튼튼했던 것
있는 곳에 검진 차량으로 검진을 하고, 이런
이 대체품을 사용하면 약해져요. 그래서 강화
활동의 성과로 ‘퇴직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
플라스틱을 쓰게 되는 것처럼 대체품이 아니
어요.
라 사용하는 물질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어요.
퇴직자가 전 사업주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거예요. 중앙노동위원회와 대법원까지 간 결
끝으로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나 석면피해
과, ‘전 사용자는 건강문제에 있어서는 교섭에
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다.
응해야한다.’라는 판례를 얻었어요. 퇴직자 노 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법적으로 인정한 거 죠. 아스베스트유니온이라는 석면노조는 퇴직 자 노동조합으로 큰 조직은 아니에요. 교섭권 에서 법적으로는 아직 퇴직 노동자 당사자만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유가족은 가입할 수 없어요. 석면에 의한 보상은 산재보험이 적용되면 일 본은 평균임금의 80%를 휴업급여로 받아요. 모자라는 20%는 노사협약으로 보전 받는데, 석면은 보통 퇴직 후에 나타나잖아요. 퇴직 후
한국도, 일본도 석면사용 금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석면문제가 끝났다고 착각하면 안 됩 니다. 피해는 지금부터 늘어납니다. 지금 나타 나고 있는 석면피해는 과거의 노출 때문에 나 타나는 것이고, 현재의 새로운 노출은 미래에 피해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석면추 방운동은 환경 분야 활동가들의 몫뿐만 아니 라 노동조합활동의 역할도 크다는 것을 알고 분발했으면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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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8월 <일터>에서 충남플랜트노조의 노안활동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사고 가 계기였는데, 그때는 석유화학공장의 건설·정비 등에 관여하는 플랜트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주 목했었다. 이번 11월 <일터>에서는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 즉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담당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의 대응 과정을 돌이 켜보며 석유화학단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상적으로 노 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지켜낼 수 있을지 등을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을 지난 10월 17일 서산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중대재해 대응, 기본에 충실히! 규정대로 제대로!
순 발생했던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 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환경부와 고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
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지난 7월 26일 사측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윤수라고 합니다. 한화토탈에서 1996년 10월에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SM 폭
입사한 후 지금까지 2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한화토탈 노동조합은 2014년 11월 28일에 발족을 했습니다. 현재 현장에는 852명 의 조합원이 있고, 상집과 대의원을 포함해서 총
주반응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공정안전관리 절 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SM이 다량함유 된 내용 물을 전사유(殘渣油) 탱크로 이송한 한화토탈의
55명이 간부로 있습니다. 제가 한화토탈에서 맡
과실과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 맞
은 업무는 생산부 중 벤젠·톨루엔, 파라자일렌을
물려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
만드는 일로 조정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대재해 대응의 기 본적인 사항들만 지켰어도 피해가 이렇게 크지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지역본부로 옮기기 전 한 화토탈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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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공
야 한다. 화학사고의 경우 15분 이내 에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 도 지난 5월 17일에는 사측에서 늑장 출처 :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신고를 했으며, 근무자 대피방송 및 경 보가 1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이뤄졌 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 오는 대목이다. 초동 대처에서 생산부 직원들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 만 반대로 생산부 직원들이야말로, 사 고 위험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직접 노 출된다. 생산부 직원들은 신속한 사고 대응 및 보호조치를 위해 안전 교육을 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응해야 하는 기본
받는다.
수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근무 3년 차까지 소방훈련을 받아요. 그리고 사 “석유화학공장 내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 생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첫째, 사 고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즉각 생산부와 안전팀 에 대피신고를 해야 하고, 생산부와 안전팀은 공 장 내 모든 노동자에게 사고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피방송을 해야 합니다. 사내 방송이든, 문자나 카톡이든 모든 채널을 통해 알려야 합니다. 이것 이 가장 먼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입 니다. 둘째, 생산부 직원들이 사고공정에 투입되 어 사고 범위 및 정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운전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생산부의 각 조장을 긴급호출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사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며, 사고가 확인된 공정에서는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공정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취해 야 합니다. 셋째,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 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화학물질은 공장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인근 지 역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에, 사람들
내에 기동소방대라는 것도 운영합니다. 5개 조로 교대근무를 하고, 방연복 등 보호장비도 지급받습 니다. 생산공정별로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 육을 받아요. 설비별로 유증기 유출이나 폭발 등 긴급상황 대처 시나리오가 있어요. 조정실에서 작 성하고 생산부에서 보관하죠. 생산부에서는 이에 근거해서 각 공정에 해당하는 현장과 조정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훈련해요. 한화토탈의 경우 공장 마다 1달에 한 번씩 합니다. 공정별로는 1년에 한 번씩 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 대응 과정에서 소 방서에서도 출동하지만, 해당 공정에서 어떤 화학 물질이 유출되는지, 그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생산부 직원이 제일 잘 알죠. 만약 소방관이 그런 정보 없이 함부로 물을 쏘다가 사고가 더 커질 수 도 있어요. 그렇기에 생산부 직원들의 안전보건교 육 및 사고대응교육이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예 방 및 대응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 록 해야 해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잘 만들어진 대응 시나리 오가 있음에도 사고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그것
의 대피와 화학물질 확산방지가 신속히 이뤄져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
는 것이에요. 과거 삼성이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
다. 이미 갖춰진 규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데,
고 있던 시절부터 합동현장점검은 있었지만, 사측
화학공장의 흐름 공정이 갖는 특성상 설비가동
이 안내하면 노동자들이 따라다니는 형태로 형식
을 멈추게 되면 이윤손실이 나므로 이를 피하고 이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무리하 게 설비가동을 하다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 이다. 그렇기에 사고예방 및 대응이 실질적으로
적인 수준에 그쳤었거든요.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 요하고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해요. 저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감)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총괄 공장장 및 부사장과 함께 공장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안전관리절차 및 사고대응
을 하나씩 돌았어요. 이때 공장 순회 전에 저 나름
시나리오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대로 준비를 해갔죠. 만약 1월에 A공장 점검이라
강조했다.
면, 12월에 미리 가서 조합원들에게 해당 공장에 서의 애로사항이나 설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합니
현장점검과 산보위 활동, 끈기로 오기로 해나가기
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취합해서 개선 조치 및 개선시기 등이 담긴 안을 작성합니다. 이
그렇다면,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 강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일상 활동이 이뤄지고
후 1월에 사측과 함께 점검하면서 해당 안을 가 지고 지적 및 요구를 하는 거죠. 이때 노조 측 인 사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사측 인원이에요. 환경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석유화학단지에서 벌어
안전팀 임원,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생
진 중대재해, 예컨대 불산누출이나 sm누출 등의
산부 임원과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등 총
사고는 위험 범위와 정도가 물론 크지만, 자주 일
10~12명하고 함께 가는 거죠. 아무래도 노조 측
어나는 일은 아니다. 평소에 설비점검 및 안전조
참여인원이 적으니 불리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치를 잘한다면, 중대재해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미리 조합원의 의견과 주요 사항들을 파악하는 게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러한 일상적인 노동안전 보건 활동이 갖는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 적했다. 특히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
중요한 거죠. 이렇게 순회하면서 위반사항, 개선 사항을 지적하고 추후 지적된 게 반영 안 되면 노 동부에 신고해 개선하라고 압박하죠. 이를 위해서 조사 자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요. 안전 및
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면, 안전보건 의제에 참
보건 조치를 취하는 시기도 딱 정해두고 요구해
여할 수 있는 창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야 해요. 그래야 압박하든 협상하든 우리가 주도
산보위)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할 수 있죠. 만약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어려운 사 항이면, 산보위로 의제화시키죠. 산보위에서 이런
“한화토탈에서도 산보위를 하고 있어요. 제가 지
의제를 정기적으로 다루면서 일상적인 예방활동
역본부로 오기 전에는 노동안전부원을 맡은 부장
을 하는 거예요.”
과 차장 2명에다 저까지 포함해 총 5명이었죠. 산 보위에서 다룰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 각 부서별 로 담당 구역을 조사해 안전보건 관련해 사업장
공정을 통해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테스
내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활동을 계속했어요.
트 하는, 샘플 작업의 개선조치를 언급했다. 샘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장순회 점검을 하든
작업을 할 때, 벤젠이나 sm 등 화학물질과 공간
산보위를 하든 형식적이지 않게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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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2019년 11월호
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근거리에서 증기 등에
노출된 채 샘플을 빼왔던 오픈 시스템의 문제점
환경측정 사업 등)도 공유합니다. 민주노총 세종
이 조합원들과의 면담에서 드러났다. 이를 개선
충남지역본부, 새움터,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
하기 위해 화학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은 상
들 등이 함께하고 있어요. 지역의 여러 단위들과
태로 추출할 수 있게 하는 클로즈 시스템으로 변 경하도록 했다.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이 때 발굴된 의제를 산보위를 통해 협의함으로써
함께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하고자 논의 중입니다. 나아가 지역명감 제도를 활용해보려고 시도 중입 니다.
사업장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설비 개선에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에 대해 노조가 사측과
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더 많이
면밀히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보위는 안전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눠야죠. 노안활동가 대
보건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필수적인 제도다.
회와 같은 자리도 소중하죠. 만나서 고민도 토로 하고,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각자의 노안활동 역
공장과 공단을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노안활동 만들기
량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함께 노안활동의 수준 이 높아져야죠. 그래야 누군가 열심히 하다 소진 되는 반면 노안활동의 토대는 갖춰지지 않는 악순 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했듯이, 석유화학단지의 사고가 빈번 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규모가 크고 시민안
지난 9월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공장 외부벽
전도 위협받기 때문에, 지역차원의 대응 및 예방
면과 지붕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
활동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시민단체
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윤수 노
들과 노동조합이 뭉쳐서 서산화학물질감시학교
안위원장은 이를 떠올리며, 지역공동대응체계
를 만들었다. 시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종
마련을 위한 노력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의 의
료와 위험성, 화학물질 유출 신고 절차, 사고 발
무 주체인 사업주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생 시 지역 차원 공동대응 등을 교육하려 한다.
책임을 묻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
시민들이 화학물질의 관리 및 사고 예방에 직접
다. 처벌 수준은 미미하며, 안전 및 보건 조치마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
저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원청이 의무를 지
이는 것이다.
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사업장의 안전을 위협하 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사업장 간 공동 대응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산 에선 한국노총이 있는 현대오일뱅크, 민주노총 화 학섬유연맹이 있는 KCC 대죽공장, 롯데케미칼 등 에서 노안담당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있 어요. 한 해 계획을 세워서, 안전보건 관련 교육을 하고 공단 내 안전보건 의제(사안 별 탄원서 제출 등)에 대해 회의도 하고, 각 사업장 내 활동(산재 처리, 안전점검 활동, 공정안전보고서 검토, 작업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지역 차원에서 위 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의제를 지역 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인식하고 지 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노안활동가들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겠 죠. 모두 함께 나란히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싸워갈 수 있도록 노안활동가들이 앞서고 뒤서며 노안활동을 지역의 중요 의제로 만들어 갑시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 사람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 사람
‘미국 공장’의 노동자들은 어쩌다 ‘교체’됐을까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American Factory)>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자신이 회사를 사겠노라고 약속한다. 아아, 당신 의 이름은 착한 자본가. 그런데 이 사장님, 취임 일성에 난데없이 ‘주 6 일제’ 복원을 외친다. 아침마다 1시간씩 일찍 ‘집 합’해서 단결을 위한 조례를 갖자고도 한다. 아이 고,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태연하 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함께 일해 온 동료들도 동 요하는 게 느껴진다. “미친 거 아냐? 시대가 어느 땐데.”
제3세계의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면
사람에겐 국경이 있지만 자본에겐 국경이 없는 시대에 이런 일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런 일은 주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높고 임금수준이 높은 나라의 자본이 ‘사람 값’이 싼 나라로 생산 공장을 이런 가정을 해보자. 당신이 10년간 잘 다니던 회사가 있다. 야근도 별로 없고 나름대로 노동문 화가 잘 잡힌 모범 직장이다. 하지만 어느 날 지속 적인 경영악화로 사장이 홀라당 도망가고, 회사는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한 귀인이 나타나
옮기면서 일어난다. 어떤 나라의 임금수준이 낮다 는 것은 대체로 노동자의 힘이 약하다는 뜻이고, 밀려드는 자본의 공세에 속수무책이기 쉽다. 그리 고 자본은 ‘그래도 되는’ 곳에선 필연 ‘그렇게’한 다. 자국에선 그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동남아시 아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끔찍한 노동착취
38
2019년 11월호
를 자행해 왔다는 이야기는 비밀 축에도 못 낀다.
자본주의가 진작 고도로 발달한 까닭에 노동조
그런데 세계 최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총 집산
합이 일찍 성장한, 그래서 ‘상식적’이라고 부를 만
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
큼은 노동문화가 안착된 미국의 조건 속에서 그
까. 오바마 부부가 제작해 화제가 된 넷플릭스 다
같은 시도들은 크게 논란이 됐다. 하지만 차오 더
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American Factory)>
왕 회장은 최선(?)을 다해 중국식 경영을 미국 공
는 바로 이 드문 사례를 근접거리에서 생생하게
장에 이식하려 들고 노동자들은 강력 반발하기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원래는 GM이 자동
이른다. GM이 있을 적 노동조합의 힘을 경험한
차를 만들다가 2008년에 버리고 떠난 미국 오하
고참 노동자들로서는 퍼뜩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이오 주 데이턴 시의 빈 공장을 중국계 차량용 유
밖에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리제작 기업인 푸야오(FUYAO)가 6년 만인 2014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노동자들은 노조 조
년 인수하면서 2년 반 동안 생긴 일들을 보여준다.
직에 나선다. 차오 더왕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
다큐멘터리는 희망적으로 시작한다. 가장 큰 일
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는 듯 노조파괴 컨설
자리를 잃고 도시가 황폐화되던 와중에 글로벌 기
팅을 고용하거나, 임금을 올려준다며 회유책을 뿌
업이 공장을 인수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하니,
리거나, 노동조합 생기면 공장 버리고 떠나겠다며
지역에서도 큰 희망을 품을 수밖에. 물론 홍보를
협박을 해대는 식으로 노조 조직을 방해한다. 결
위한 멘트일 테지만 푸야오도 자기들이 상당한 일
과는 어떨까. 반대 800여 표, 찬성 400여 표, 부
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희망을
결. 이후 노조 조직을 주도한 노동자 몇몇은 ‘교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 말을 실천해서 데
체’(경영진은 ‘해고’를 이렇게 표현했다)된다. “노
이턴 시의 주민들을 적극 고용한다.
동조합의 필요를 못 느낀 젊은 노동자들이 많이 반대한 것 같아요.” 교체되어 나가는 노동자의 마
중국식 경영과 노동자들의 패배
지막 말이다. 다큐멘터리는 노조 조직 실패 이후의 이야기도
갈등은 푸야오 회장이 본격적으로 ‘중국식 경
보여준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푸야오 경영진
영’을 도입하면서 시작된다. 장시간 노동. 중국 본
은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다. 쉽게 말
사는 12시간 2교대제를 운용하고, 주말도 잘 보
해 ‘기계팔’로 대체할 수 있는 공정은 모두 기계팔
장되지 않는다. 어용 노조. 중국 본사의 노동자 대
로 대체해서, 노동자 2~3명이 일해야 할 곳에 1명
표 기구를 책임지는 것은 푸야오 차오 더왕 회장
만 일하게 하거나 아무도 일하지 않아도 되게 만
의 사위다. 군대식 문화. 중국 본사의 중간 관리자
들자는 얘기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었다면, 그래서
들은 아침마다 노동자들을 집합시켜 회사를 찬양
노동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이런 계
하는 구호를 외치게 한다. 위험한 노동. 유리를 자
획을 감히 언급이나 할 수 있었을까.
르고 나르는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할 안전장 비들도 비용을 이유로 지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주5일제에서 주52시간제까지
중국 본사 노동자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여긴다. (‘중국식’이라기엔 좀 낯익은 경영법이긴 하다.)
<아메리칸 팩토리>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과 중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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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노동문화 성장 차이에 따른 갈등이지만, 한
일 국무회의 대통령 들머리발언)”면서 탄력근로
편으로 이러한 갈등은 한 국가 안에서도 종종 발
제 도입을 의제화하고 나선 것이다. 새로운 제도
생한다. 주 5일을 출근하고 주말 이틀은 쉬는 ‘문
가 정착되도록 독려하며 인내심을 요청해야 할 정
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젊은 독자는 이렇게 물을
부는 이번 결정으로 시곗바늘을 한참 뒤로 돌리고
수도 있겠다. 그게 무슨 문화씩이나 되냐고, 당연
있다.
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주5일제는 시행된 지 불
중국 공장의 전근대적 풍경을 마주한 미국 노동
과 15년밖에 되지 않은 제도다. 게다가 시행 초기
자의 표정을 기억한다. “주5일제를 주6일제로 바
에 논란도 많았다. 경영계가 특히 우는 소리를 많
꾸겠다”는 말을 누군가 한다면 우리의 표정도 과
이 냈다. “지금 주 5일 근무제로 들어가기에는 대
연 그러할 터다. 문화란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단히 빠르다(한국경총)”고 했던가.
우선 법으로 제도화되고, 당장은 잡음들이 일어날
그들 중 누구도 이제는 주5일제에 대해 이런 얘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자연히 사회가
기를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어느
제도에 맞춰 재구성되고, 마침내는 모두가 ‘당연
정도 상식적인 회사라면, 토요일에 출근하라는 말
한 문화’로 인식하게 된다. 주52시간제에 대해 지
을 당연하게 하지는 않는다. 이제 주6일 출근은
금 필요한 것도 시간일 뿐이다.
비상식적이거나 예외적인 편에 속하게 됐다. 물론
노동조합 결성에 실패하고 해고되어 나가는 미
여전히 주6일 출근을 강요하는 직장들이 제법 많
국 노동자들의 뒷모습도 기억한다. 미국에서 당연
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적어도 정치권이든
한 것이 푸야오 공장에서만은 당연하지 않게 된
경영계든 ‘주6일제로 법제도를 복원하자’는 식의
것은 노동조합을 저지한 자본이 ‘이곳은 그래도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없다는 시대라는 사실 역시
되는 곳’이라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미국 노
분명하다.
동자들은 푸야오의 문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
오늘날 갈등의 대상이 된 것이 있다면 바로 주
었지만, 결국 노동자들은 힘을 잃음으로써 이런
52시간제다. 하지만 주5일제가 그랬듯, 최저임금
파국을 맞았다. 이곳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추
인상이 그렇게 되어가듯, 시간이 흐르면서 주52
진한 정책을 스스로 뒤집은 것도 그래서일 게다.
시간제 역시 점차 ‘당연한 것’이 되어 우리 사회에
자본 앞에선 그럴 수 없지만, 노동 앞에선 그래도
착근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의 징징거림은
되니까.
일종의 상수라는 얘기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고, 그들의 말은 대체로 틀려왔다.
어떤 제도도 그 자체로 불가역적일 수 없으며, 다만 그것을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을 뿐이 다. 무한 야근의 시대에서 주52시간의 시대로, 그
불가역적 제도를 만들려면
리고 적당히 합의된 노동시간이 아닌 노동자 스스 로가 그리는 노동시간의 시대로 가는 길을 보장하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의 입장이 이상하다. 주52
는 것은 ‘착한 정부’나 ‘착한 자본가’가 아니라 오
시간 시행 1년 조금 지난 지금 “노동시간 단축에
직 강한 노동조합이다. <아메리칸 팩토리>의 씁
대해서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
쓸한 결말이 보여주는 사실들이다.
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10월 8
40 2019년 11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 아픔을 탓하지 않으려면
“허리랑 어깨랑 목이랑 다 아파요. 발이랑 종아
‘야간작업’이 유해인자로 알려져 있는 병원 직
리랑 퉁퉁 붓구요, 압박스타킹 하고 일해도 어쩔
원들과 특수건강진단 문진실에서 나누게 되는 대
수 없어요. 애기들(소아과 환자) 키에 맞춰서 맨
화이다. 야간작업으로 발생하는 수면장애, 위장
날 허리 굽히고, 쪼그리고 일하다 허리 좀 펴려고
장애에 대해서 호소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외 일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아요.”
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충이 진료실을 메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을 때가 근무 중에 두
다. 문진표에 제시된 여러 증상 중에 ‘심하다’라
세 번씩 있어요. 애플워치 차고 일하는데 심박수
고 표시한 항목만 대화를 나누어도 시간은 모자
가 110가까이 체크될 때가 근무 중에 수 십 번 있
란다. 그나마 잘 알고 있는 업무 공간인 병원에서
구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응급실에는 계속
도 어떤 의학적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 자
사람이 오는데 너무 긴장되어, 저도 제 맥박소리
주 찾아오고는 한다. ‘스트레칭 자주 하시고 규칙
가 들려요”
적으로 운동하셔야 합니다, 보습 잘해주세요, 물
“손을 자주 씻다 보니까 손에 습진이 생겨요. 이
많이 드세요, 증상이 심해지면 해당과 진료 보세
미 습진이 생겨서 손 씻을 때 쓰린데, 그렇다고
요’ 등 기운 없는 조언들을 늘어놓고 문진실을 나
안 씻을 수도 없죠. 처치할 때마다 손세정제 쓰는
오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내가 아는
데 보습한다고 핸드크림 챙겨 바를 수도 없구요.”
직종에서 몰랐던 업무부담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교육 받는 게 너무 어려워요. 잘 안 가르쳐 주
배우고, 그 상황에서 그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
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냥 제가 멍청하고 잘 못 배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구내염 때문에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요. 일 할
음을 공감하게 된다. 문진실을 나오면 거치는 나만의 절차가 있는 데, 문진 과정에서 했던 말들이 ‘당신이 관리를
때 물을 거의 한 번도 못 마셔요. 입이 바짝 마르
제대로 못 해서, 혹은 당신이 유별나서 그런 불편
니까 더 염증이 자주 나는 것 같아요.”
이 발생했다’고 하는 뉘앙스가 있었는지 복기하
“은박 포장지에 들어있는 약들을 계속 까 넣다
는 것이다. 문진실 밖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은
보니까 양쪽 엄지 관절이 항상 쑤시고 아파요. 자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의 업무 관련성을 밝히기
다가도 아파서 깹니다.”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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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다. 그리고 서류에서 만나는 사측의 입장은 한결 같다. ‘건강검진도 시기에 맞춰 잘 해주고, 작업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프다. 아픔이 장
환경측정도 잘 되고 있으며 사업장 보건관리자도
기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으로 나
있는 이 좋은 시스템 안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건
타나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일을 쉬면 나아
당신이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혹은 당신이 유별
지는 통증이건, 그 무게는 다를지라도 결국 매
나서 그런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며 당신과 같이
일의 삶을 파고드는 어려움으로 작동한다. 나는
일하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서다’.
그런 어려움이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그러나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세상에 없
대화에 등장하기를 바란다. 현재 가용한 대답들
다. 가려진 위험, 그리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로는 해법이 되지 않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지점이 있음을 파악하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파악하고 남겨두는 일, 그리고 대답을 찾아가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한
일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문진실에서
걸음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직업환경의학과 의
기운 없는 조언들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문 밖
사로서 내가 만나는 일하는 사람들, 일했던 사람
에서 더 바쁘게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들의 일터에는 다양한 이유로 신체적·정신적 위 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 자신의 일터에서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들은 자 신의 불편한 신체에 개연성 있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감지하는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보호조치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 다. 왜냐하면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자 자신의 정지윤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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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블라인드 채용 – 성차별
2019. 10. 23. JTBC뉴스룸 [비하인드 뉴스]에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였고 국가 공
서 “블라인드의 재해석”이라는 보도를 하였다.
공기관, 지방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담당 기자는 “블라인드 면접을 일컫는 얘기인데
있다. 2014. 1월부터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
요. 한 도의원이 블라인드 면접을 좀 다르게 해석
한 법률(채용절차법, 상시 30인 이상적용)」이 제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주도의 도의원이 제
정되어 시행되고 있었지만 채용 비리를 막는 데
주문화예술재단 채용 과정에서, 그러니까 심사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원이 제자를 면접을 봐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이에 대해 따지던 중에 일어났던 얘기입니다. 잠
채용절차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채용비리 방지
깐 영상을 보겠습니다.” [자료화면] “(도의원) 면
뿐 아니라 구직자의 불안정한 사회적 신분을 악
접위원하고 그 다음 수험생하고 (네) 일대일로 보
용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구인자
면서 하는 거예요? 소위 블라인드 면접이 아니
는 채용을 가장하여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
고? 이렇게 보면서 하는 거예요? 눈을 마주치고?
장을 홍보하기 위한 거짓광고 금지, 정당한 사유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정보 주나 마나 마찬가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
지 아니에요”라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아마도 제
경하거나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
주도의원은 블라인드 면접이 아예 서로 얼굴도
하게 변경해서는 아니 되며, 채용에 관한 부당한
안 보고 면접을 진행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는 행위, 금전, 물품, 향
보인다.
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2019. 3월부터는 법 개정을 통
채용 과정에서 출신지·학력·성별 등 불합리한
해 기초심사자료(구직자의 응시원서, 이력서, 자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직
기소개서)에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조건, 출신지
무 능력을 평가하여 채용하는 방식을 ‘블라인드
역·혼인여부·재산, 구직자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
채용’이라고 일컫는다. 특히 가족관계, 부모의 직
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 개인정보 요구를 금지
업 등을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 기재하는 것이
하였다. 때문에 면접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로 구
채용 비리로 이어졌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정부
직자를 평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는 2017. 7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위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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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간혹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
이에 따라 합격이 가능했던 여성 응시자 4명이 탈
데 구직자들에게 하나의 팁을 준다면 면접관들은
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메트로 측은 여성 응시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한다. 그런데 구직자들은
자를 탈락 시킨 이유로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말부터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불합
야간근무 때 여성용 숙소가 마련되지 않은 등 현장
격이다. 먼저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등의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다소 불명확
변명을 하였다. 또 면접위원들은 사용자측의 의견
결과를 말하더라도 허황되거나 거짓된 결론을 내
을 반영하여 사유서에 50점 미만의 점수를 준 이
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면접 과정에서
유로 “조직과 업무에 적응이 어려워 보임”, “배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골라내면 그렇지 않은 사
심 부족”, “협동력 부족”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밝
람이 합격되고 결과는 대부분 공정하다고 평가받
혀진 것이다. 법률이 없더라도 당연히 해서는 안
는다. 채용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은 이런 부분에
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워낙 세상의 이목이 한쪽
서 확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 집중된 시기였지만 명백히 밝혀진 공공기관의 채용 시 성차별 문제에 대해 그다지 언론에서는 관
작년부터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문
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제를 자유한국당에서 제기하여 서울시가 감사원 에 감사청구를 하는 사례가 있었다. 1년 가까이
지난 정권에서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공정 사
지나 감사원은 친인척 190여명이 채용되었다고
회’라는 가치를 표방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공
발표하였고, 서울시는 친인척이 채용된 것이 채
정하다는 것은 결국 과정과 결과에 대해 대중의 수
용 비리는 아니라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야당은
용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
채용 비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감사원 보고
시 기준과 판단 근거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할 수
서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친인척 채용비리 보다
있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든 채용절차법
채용 과정에서 노골적인 “여성 차별‘이 있었다는
이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여러 수단과 방법을 사
사실이다. 채용절차법이 있고 블라인드 채용 등
용하더라도 실제 적용자들의 시각이 편협하다면
어떠한 채용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결과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위 사례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준이 과
에서 보여 지듯이 채용 시 명백한 성차별이 있었음
연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확인된 사례라는 것
에도 면접관들은 사용자 측의 부당한 의견을 수용
이다.
하고, 성차별이 확인되었지만 사회적으로 대수롭 지 않게 여긴다는 현재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사였던 서울메트로
이라 생각한다. 표어만 내거는 ‘성평등’이 아니라
(현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공개채용 당시 철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하나
도장비 운전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이 공정 사회로 나아가는 중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일괄 조정해 모두 탈
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사건에서 남
락시켰다. 면접위원장이 첫날 면접 실시 후 다른
성이 차별을 받았다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졌을
면접위원들에게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불합격 커
까? 되묻고 싶다.
트라인인 50점 미만으로 수정하도록 권고했고,
44 2019년 11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역류성 식도염
위식도 역류성 질환 즉, ‘역류성 식도염’은 최근 5년간 환자 수가 약 70% 늘면서 현격 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 2009~2013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진료 인원이 2009년 256만 8천 명에서 2013년 351만 9천 명으로 4년 동안 37%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늘어나는 것은 고열량식과 고지방식과 같이 서구화된 식 단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포함해 비만, 음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하부식
▲ 위식도 역류질환의 발생, 사진출처: 질병관리본부
도조임근이라는 근육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 우 이 근육에 의해 위식도 경계 부위가 닫혀 있 어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지만, 이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 혀 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 통증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런 역류 과정이 반복되면 식도 점막에 손상이 일어나고 염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역류성 식 도염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한번 약해진 괄약근은 치료를 받아도 관 리를 잘못하면 계속 위 내용물이 역류하게 돼 식 도에 손상을 줘 재발이 잦다는데 있습니다. 역류 성 식도염 이외에도 식도염에는 여러 원인이 있 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제일 흔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속 쓰림과 신 물이 올라오는 위산 역류 증상입니다. 대개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흉
노동자 건강 상식
45
골 뒤쪽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을 말하며, 환자
식도염을 진단할 수 있는 확률은 약 40~50%로
는 대개 ‘가슴이 쓰리다, 화끈거린다, 따갑다’ 등
전체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반 정도입니다. 나머
으로 표현합니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흉통
지 절반은 전형적인 역류증상은 있으나 내시경에
을 호소하기 때문에 협심증을 의심하여 심장내과
서 식도 점막의 육안적인 손상이 없는 경우로 비
에서 진료 및 검사를 해도 이상 없다는 소견을 듣
미란성 역류질환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역류성
기도 합니다. 협심증은 운동과 연관하여 흉통이
식도염은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 위내시경 검사
발생하는데 역류성 식도염은 운동과 연관이 없
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임상적으로 약물을 우선
으며 과식했을 때나 식후 누웠을 때 자주 발생한
투여하여 증상의 호전여부를 확인합니다. 증상이
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외 역류성 식도염은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기에는 비전형적이거나
기침,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내시경에서도 역류성 식도염이 확인이 되지 않을
실제로도 만성 기침 환자 중 역류성 식도염이 기
때, 흉통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필요한 경우 식도
침의 원인인 경우가 5~7%라고 합니다.
산도(pH)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식도 산도 검사 는 식도 아래쪽에 작은 기계를 삽입한 후 24시간
심한 역류성 식도염은 증상이 자주 재발해 만성 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류성 식
동안 식도 내 산도를 측정해 위산이 역류하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도염은 궤양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식도염이 장기간 반복되면 식도 협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하진 않지만 식도 협착이 심해져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에는 내시경 적 식도 확장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에 의해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가 발생할 수 있는데, 바렛 식도는 위 산이 식도로 역류해서 오랜 기간 식도벽에 자극 을 주면서 세포의 변형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바 렛 식도로 진단되면 식도암 위험도 함께 높아지
정상식도
역류로 인한 미란성 식도염
▲ 정상식도와 역류로 인해 발적소견이 보이는 미란성 식도염의 내시경 소견, 사진출처: 질병관리본부
역류성 식도염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의
교정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위산 펌프 억제제
식도암은 편평세포암으로 바렛 식도에 의해 발생
(Proton pump inhibitor(PPI)라는 약물을 처방받
하는 ‘선암’은 10% 미만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게 되는데 이 약물은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제로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바렛 식도는 정기적인 추
써 중증의 식도염을 치료하는데 사용됩니다. 8주
적관찰을 한다면 식도암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을
간 투여하면 중증 식도염 환자 약 80%의 식도염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이 치료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발이 잦은 환자에게는 장기간의 투약이 필요합니다. 재발을
역류성 식도염은 보통 위내시경 검사로 진단한 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시경으로 역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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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줄이려면 생활습관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선 과식을 피하고 소량씩 여러 번 나눠 섭취하
고, 적어도 식후 3시간 정도 눕지 않으며, 밤참이 나 야식을 피해서 최소 취침 2~3시간 전에는 금 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 추는 기름진 음식, 술,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박 하, 초콜릿과 식도점막을 직접 자극하는 음식인 신 과일주스, 토마토,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 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비만인 경우에는 체중 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되며 흡연 또한 역류성 식 도염의 악화요인입니다.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요즘 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 만 일터의 노동자들이 개선 방안을 당장 지키기 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을 수 있도록 장시간 노동, 직무 스트레스 등 노동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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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 “기후위기 즉각 대응해~~” 내가 사는 집에, 아니면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
부채에 “기후위기, 이대로면 모두 멸종위기”, “기
혹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에 불이 났다고 생각
후위기 비상사태 선언하라”라는 글자와 그림을 그
해 보면 우리는 당장 뭐부터 했을까? 119에 신고
려 피켓을 만들어 갔다. 집회 장소였던 혜화역 도
하고 소화기를 찾아서 불을 끄고, 대피를 하는 등
로로 나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온 피
화재 진압을 위해 부단히 애쓸 것이다. 1분, 1초가
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부분 종이 박스를
그냥 흘러가지 않도록 재빠르게 행동하게 될 것이
재활용한, 세상에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피켓이었
다.
다. 그 장면에서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대용량으
좀 더 넓게 생각해 보면 당장 내 집은 아닐 수 있
로 2~3개의 같은 문구를 넣은 피켓을 제작해 집회
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가 불타고 있고,
때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물에 잠기고 있다. 아마존 화재가 연일 지속 되며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꺼지지 않고 있고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이야기를 담은 피켓을 흔드는 모습이 그렇게 멋질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을 그저 보고만 있어도
수가 없었다. 피켓만 보아도 한 명, 한 명의 지구에
되는 것일까?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을 안고 있던
대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집회를 마친 자리에
찰나에,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행진으로 이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과
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감동이었다.
우려를 넘어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우린 이 지구에 너무나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지
시작해 여러 변화를 만들어 낸 그녀를 보고 ‘아, 이
않은가?)
거다’ 싶었다. 그녀가 혼자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 교 파업’이 전 세계적인 물결을 타고, 수많은 청소
“전 세계 탄소 배출량 7위, 한국은 정말 막대한
년을 움직였고 기후위기 집회를 열게 했다. 그런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기사를 보니 나도 함께하고 싶어 가슴이 뛰었다.
많이 만들고, 많이 사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고 있
그러다 9월 21일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아니 전 세
습니다.” “더 늦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계적으로 열리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웹자보
데 다 같이 동참해야 합니다.” “생각하고 논의할 단
를 보게 되었고 가장 크게 집회가 열릴 서울로 올
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야만의
라갔다.
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
이날 집회에는 준비물이 있었는데 바로 각자가 만든 피켓이었다. 나는 집에서 여름내 사용했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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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말들로 발언이 이어졌다.
도로 위에서 펼쳐졌던 ‘다이-인 퍼포먼스’~~ 아
청소년 기후 활동가, 과학교사, 농민, 충남노후석
스팔트 열기 위에 몇 백, 몇 천 명의 사람이 누웠다.
탄화력발전소대책위 주민,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
기후위기로 지구 위 모든 생명체가 생존 위협을 받
이 나와 인류가 만들어 낸 기후위기 문제를 이야기
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삭막했던 도심에
하며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등 이 사회가
새소리가 음향으로나마 나오고, 사람들은 하늘을
변화해야 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
바라보고 누웠다. 나에게도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상 미룰 시간이 없고 자본주의가 진행되면서 무지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길 위에 쓰러져
막지하게 사용된 화석 연료로 인해 온실가스는 엄
죽어가기 전에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청 배출이 되었으며 이렇게 지구를 사용해서는 지 구 3개가 필요하다고. 지구는 점점 황폐해져만 가
“석유를 안 쓰고 어떻게 살아? 핵 발전 안 돌리
는데 이제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그래서
면 대용량 전기 어떻게 만들어? 일회용품 안 쓰면
이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그 자리에 모인 많은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라는 질문도 있다. 아니,
사람들과 함께 외쳤다.
이런 질문을 하도록 이 사회가 만들어 왔을지도 모 르겠다. 그동안 저런 것들이 당연한 삶으로 여겨지
모든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행진이 아닐까 싶다.
도록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저런 것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도로 위 흐름을 멈추게 하고
은 당연하지 않다. 이 사회를 인간 중심으로, 돈 중
그 위를 걸으며 우리의 이야기를 공간에 퍼지게 하
심으로 돌아가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불편한 산물
는 시간은 참 생동감을 준다. 이날은 더욱 그러했
이다. 몇 천 년 동안 생물체가 땅으로 돌아가고, 지
다. 혜화에서 시작해 보신각까지 이어진 행진이 길
각이 변하여 만들어진 석유를 인간은 단 몇 년 동
기도 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행진하는 시간
안 어마어마한 양을 사용해 버리지 않았는가? 그
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날 행진에서 공장 축
렇게 사용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 인류가 이 지
산을 반대하며 지구를 살리는 채식을 이야기하는
구에 행하고 있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 ‘기후 침묵’
많은 비건(채식주의자)을 볼 수 있었다. 초보 비건
을 깨고, 지금의 ‘기후 위기’를 더 많이 얘기해야겠
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이렇게 많은 비건인들
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 정부와 기업이 더 이상
을 만날 수 있어 더 가슴 벅찼다. 축산업이 얼마나
미루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얼마나 많은 숲을 없
(※ 성서공동체FM 라디오에서 1달에 1번 <하·지·
애고 있는지, 이에 지구를 생각하며 많은 이들이
예 - ‘하나뿐인 지구에 대한 예의>라는 환경방송을 진
채식을 지향해 가길 바라며 함께 행진을 이어갔다.
행하고 있습니다. 팟빵에서 성서공동체FM을 검색하
행진에 구호가 빠질 수 없는데 이 날은 흥겨운 랩
시면 하지예 방송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청취
구호로 함께 했다. 아직도 그 랩 구호가 귀에 맴돌
부탁드려요^^)
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기후위기, 이제 그만 / 기후 변화, 이제 그만 / 온실 가스, 이제 그만 / 화력발전, 이제 그만 / 핵발전소, 이제 그만 / 석탄투자, 이제 그만 / 공장 축산, 이제 그만 / 경 유차량, 이제 그만 / 일회용품, 이제 그만 / 차별 없이, 지금 대응해 / 기후위기, 진실을 맞이해 / 기후위기, 즉
들풀
각 대응해♪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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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생존을 위해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사회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은이. 2019. 21세기북스.
가난, 너무 많이 얘기되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게 죄악이 되어버린 이야기.
01
농성장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별안간 복지카드를 꺼내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오랜 세월 덤프트럭을 몰았다. 공사현장은 ‘여러 잡소리가 많다.’ 소음에
청와대 앞 도로에 농성장을 세웠다. 대통령의 대
찌들던 어느 날 소리가 ‘사악 멀어졌다.’ 청각장애
선 공약이었으나 이행이 지지부진한 부양의무자
판정을 받았다. 조금 나오는 장애수당은 ‘없어도 똑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답변
같’았다. 수급신청을 했지만, 왕래가 끊긴 딸 부부
을 한시라도 빨리 듣기 위해 잡은 자리지만 사람들
의 소득 탓에 번번이 탈락했다. 답답한 마음에 구청
의 시선이 닿기에 썩 좋은 위치는 아니다. 이따금
을 드나들었다. 온갖 서류와 증명을 요구받았다. 그
외국인 관광객이 탄 씨티투어 버스가 천막 옆을 지
과정 중 ‘페이스북 하시냐.’는 직원의 질문에 아차
나친다. 농성장을 지키던 우리는 그 눈길이라도 붙
싶었다. 뜻이 맞는 몇몇 시민사회단체와 뉴스 기사
잡고 싶었다. 영어로 뭔가 써 붙일까 고민하다 일단
에 ‘좋아요’를 눌렀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접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
중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관련 글도 있었다.
를 찾을 수 없는 이 조항을 대체 무슨 말로 번역해
설마 그것까지 책이 잡힐까 싶었지만, 가족의 금융
야 할지 찾지 못해서다.
정보까지 샅샅이 조회하는 수급 신청 과정에 기가 조금 꺾인 그였다. “페이스북은 하지만 글은 안 남
01 어떤 이야기가 그것이 너무 많이 이야기된 것이므로 거의 일종의 죄악이라면 그것은 어떤 시대인가? <나무 없는 나뭇잎 하나 -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위하여>, 파울 첼란
50 2019년 11월호
깁니다.” 직원은 남은 서류를 처리했다. 아마 직원 의 질문은 부양의무자인 딸과 관계가 단절된 게 맞 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을 테지만 밀려드는 서류
와 복잡한 용어에 정신없던 그는 미처 질문의 의도
각자 너무 다른 세계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던 사람
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다만 무엇이 문제
들의 마주침이 책 곳곳에서 반짝인다. ‘무임승차’,
가 될지 모르니 그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겠다 다짐
‘의존’ 혹은 ‘자활’, ‘자립’ 등 빈곤을 감춰왔던 언어
했다.
의 장막을 걷어내고, 그 아래에서 우리가 함께 가져 가야 할 가치를 건져 올린다. 가난한 자들의 권리가
가난한 이들은 끊임없이 가난을 증명하길 요구받
담긴 언어로 그 위치를 옮긴다.
는 한편, 일상 속의 작은 이야기에는 입을 닫아 스 스로를 숨겨야 했다. 비극적인 뉴스로 세상에 알려
복지카드로 자신을 소개했던 그 남성은 부양의무
지는 가난들은 그 원인과 삶은 생략된 채 각각의 단
자 기준 탓에 생계급여에서 탈락했다. 일단 기다려
일한 사건이 된다.
보란 답변만을 받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농성장 소 식을 꼼꼼히 읽기만 하다’ 용기 내어 농성장을 찾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우리들의 기지개
았다고 말했다. ‘내 몸뚱이는 하나지만 모이면 힘 이 되지 않냐’고 했다. 농성장은 여전히 이 자리에,
책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는 연 세대학교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출발한다. 빈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함께 싸우려는 사람들이 부러 찾아오곤 한다.
이란 아프리카 아동 후원 광고로, 해외봉사로, 혹은 일상이 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온 ’마음 의 빈곤‘으로 접했던 학생들이 모였다.
개인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다. 그 만 남 속에서 혹여 사명감을 머리에 이고 달려들어 일
빈곤을 ‘우리’의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된 배경을 곱
을 그르치진 않을지, 또는 섣부르게 고개를 끄덕이
씹으며, 학생 저자들은 ‘노력’을 공정함의 기준으로
며 나의 경험을 덧씌워 버리면 어쩌나 우려스러운
삼아버린 청년들이 ‘의존하는 인간’에 대한 혐오를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구체적인 생각도 감각도
증폭시킨 게 아닌지 되물었다. 노동력 상품으로 인
경험도 너무나도 다른 이들과 마주할 때 오는 서먹
정받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붓는 과정에서 노
함이 있다. 그러나 그 서먹함을 비집고 나온 말들이
력은 윤리와 신념에 가까운 것이 돼버렸다. 노력하
조금씩 단단한 연결고리가 된다. 함께 할 수 있는
지 않는 자에 대한 비난은 마치 인간성에 대한 심문
말들을 고민한다.
처럼 되어버렸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 속에서도 연대 온 이들과 나 ‘나’의 빈곤과 ‘저들의’ 빈곤에 대한 상을 가지고
눠 마실 차를 끓일 때만큼은 천막 속이 온기로 가득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40인의 공동 저자는 열 명
하다. 흩어지던 목소리들은 농성장에 모여 또렷해
의 반빈곤활동가를 만난다. 복지수급자, 홈리스, 철
지는데 이 목소리가 향한 곳은 여전히 침묵에 잠겼
거민, 장애인, 영세상인, 노점상, 쪽방촌과 저소득
다. 얼마나 더 많은 추위를 견뎌야 할까.
층 밀집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반빈곤활동가를 통해 가난한 삶의 자리를 찾아, 듣고, 글을 쓴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발칙 건강한 책방
51
이러쿵 저러쿵
세심하면서 강인한 노안활동에 함께 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다
▲ 민주노총 서부산상담소 거리상담 활동 중인 김기돈 회원의 모습
안녕하세요. 지난 8월 한노보연에 가입한 새
은 후 서울출입국에 도착하니 이주노조 활동가
내기 회원 김기돈입니다. 참관한 회원 모임까지
와 낯선 활동가가 먼저 도착해있었습니다. 제대
헤아리면 딱 2번 회원 모임도 참석했습니다. 아
로 된 통성명을 할 겨를도 없이 출입국조사과장
직 가야할 길이 먼 회원입니다.
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회원으로 가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 노보연 활동가와 현장에서 만났던 일은 꽤 오
를 열악한 서울출입국보호소에 수감시킨 행태
래전 일이었습니다. 2006년경으로 기억하는데
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장시간 비행이 산모와 태
요. 저는 당시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활동가로
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된 노
일을 하던 중이었고 이주노조의 긴박한 요청으
동자는 이유를 따지지 않고 보호소에서 나가도
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 향하게 되었습니
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다. 임신 7개월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서울출
그러나 조사과장은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내
입국에 단속되어 강제추방 될 상황이라는 것이
면 보호일시해제(보호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일
었습니다.
시적으로 해제하여 자진 출국 기간을 부여하는
서울출입국의 조사과장과 항의면담 약속을 잡
52
조사과장과의 면담에서 임신 7개월의 임산부
2019년 11월호
제도)를 하려고 했는데 당사자가 거부하였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당사자가 강제 출국에 동의했
체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미진하나마 회원 활동
으니 며칠 내로 강제 출국을 시키겠다고 버텼습
도 하게 되었고요.
니다. 사실 해당 이주 노동자는 당장 출입국에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낼 돈도 없었고, 보호소에
이야기가 멀리 돌아갔다가 왔습니다. 지난 4
수감되어 있던 중이라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
월 민주노총부산본부에서 열렸던 한노보연의
도 어려운 사정이었던 것입니다.
산안법 기획강좌에 갔다가 이숙견 상임활동가
그때, 동행했던 활동가가 나섰습니다. 그 활동
와 유선경 회원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뒤풀이
가는 조사과장에게 임신 7개월 이상의 산모가
자리에서 한노보연 활동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무엇인지 설명하고, 만약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
10년이 넘도록 노동자 상담을 하면서 노동안
면 강제 출국 결정을 내린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전보건 문제가 기본이고, 기본이기 때문에 가장
무엇하나 책임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모르는 것 투성이
바로 그가 한노보연의 공유정옥 활동가였습니
였습니다. 그래서 방송대에서 환경보건학을 공
다.
부하고 있었지만 혼자 앉아 글로 보는 공부로는
이 말을 듣고 뜨끔했던 조사과장과 출입국은 그래도 몽니를 부리며 끝까지 항공사에 관련 규 정을 확인해보겠다고 버텼지만 결국 당일 오후
알 수가 없는 것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숙견 상임활동가와 유선경 회원의 이야기와
에 500만 원의 보증금도 받지 않고 노동자를 구
설명을 들으면서 한노보연에서 회원 활동이 이
금상태에서 해제했습니다. 노동자는 보호소에
런 고민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
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7월 회원 모임에 참관
저는 솔직히 그렇게 쉽게 출입국이 노동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 모임에서 노동안전보건
집으로 돌려보낼 줄은 몰랐습니다. 내부지침이
문제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의 노동문제와 관련
다 뭐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라
된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깊은
예상했었는데 너무 쉽게 일이 마무리가 된 것이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회원으로서 여러
었습니다. 10년이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
동지들과 함께 많은 일을 겪고, 배우고 싶다는
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의 일이 인상이 매우 강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회원으로
렬했던 것 같습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무지
받아 주셔서 회원 활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
했던 저는 이 운동의 세심하지만 강한 힘을 처
다.
음으로 접했습니다. 알고 느껴야지 싸울 수 있
부산에서는 11월부터 회원 역량강화모임이
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기도 했습니
시작됩니다. 내년 2월까지 매주 한 번씩 모여
다.
공부를 하는 알차고 빡센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날의 경험은 이후 활동에도 영향을 주었습
매주 회원들과 얼굴을 마주하게 될 날이 얼마
니다. 그 후 지역으로 돌아와 인천의 노안단체
남지 않아 매우 설렙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았
인 ‘건강한노동세상’과도 가까워졌습니다. 지역
지만, 회원이 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
의 이주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산재 이주
다.
노동자 문제에 공동대응하기도 했습니다. 그 단 김기돈 회원, 노무사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19.10.30, 행정안전부] 남성공무
임신한 여성공무원이 임신기간
여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원도 유·사산 특별휴가, 정부, 일·가
동안 부여받을 수 있는 여성보건
[19.10.31, 고용노동부] 겨울철을
정 양립 위한 복무제도 개선
휴가도 ‘임신검진 휴가’로 명칭을
앞두고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
-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국가공무
변경하고, 총 10일 범위에서 산모
실시
원 복무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및 태아의 상태 등을 고려해서 임 신기간 동안에 자율적으로 사용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겨울
유산이나 사산한 배우자를 둔 남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현행 규
철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성공무원의 경우 부부가 함께 정
정에서는 임신기간(약 10개월)동
2019년 11월 4일부터 12월 6일
신적·신체적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안 매월 1일씩만 사용할 수 있어
까지 전국 건설 현장 700여 곳에
3일간의 특별휴가를 받게 된다.
임신 초기나 출산이 임박한 시기
대하여 불시 감독을 한다고 밝혔
임신 기간(약 10개월) 동안 매월
에 원활한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
다.
1일씩 쓸 수 있던 여성보건휴가는
이 있었다.
이번 감독은 콘크리트를 부어 굳 히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갈탄 및
임신기간 동안 총 10일의 범위 내 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출산 심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방동제(콘크리트 동결 방지용 혼
개선된다.
자녀돌봄 휴가시 적용하는 다자
합제)로 인한 질식·중독사고와 난
녀 가산 기준이 3자녀에서 2자녀
방을 위한 화기·전열 기구 취급
행정안전부(장관 진영)와 인사혁
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두 자녀
및 용접·용단 작업으로 인한 화
신처(처장 황서종)는 이 같은 내
이상을 둔 공무원은 1일을 가산한
재·폭발 등 대형사고 예방 조치
용을 담은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연간 총 3일을 자녀의 학교행사,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
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
학부모 상담, 병원진료 등에 활용
획이다. 특히 건설 현장의 추락
을 10월 31일 입법예고한다고 지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두 자녀를
사고가 건설업 전체 사망 사고의
난 10월 30일 밝혔다. 개정안에
둔 경우 2일만 자녀돌봄 휴가를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 난간,
따르면 임신 초기 유·사산한 여
쓸 수 있었다.
덮개 등 추락 방지 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작업하는지 들여다볼 방
성공무원의 정신적·신체적 회복 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11주 이
한편, 아내가 출산한 경우 30일
침이다.
내 유·사산한 경우 부여되는 특별
이내에 사용해야 했던 배우자 출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에 앞서
휴가일수를 5일에서 10일로 확대
산휴가도 민간부문과 동일하게
계도 기간(11. 4. ~ 11. 15.)을 주
했다. 기존에는 임신 12주가 넘는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사용
어 원·하청이 합동으로 자체 점검
경우 10일 이상의 특별휴가일수
할 수 있도록 하여 여성의 출산
을 실시하도록 안내하고 현장 책
를 부여했다. 또한, 부부가 함께
휴가 기간 내 필요한 시기에 함께
임자를 대상으로 겨울철 사고 사
심리치료를 받거나 회복 지원 등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연속해서
례 및 예방 조치 등에 대해서도
을 할 수 있도록 유산·사산한 배
10일이 부여되던 것도 산모의 출
미리 교육한다. 또한 현장에서 겨
우자를 둔 남성공무원도 3일의 특
산과 산후조리를 효과적으로 지
울철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교육
별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원할 수 있도록 90일 안에 분할하
및 자율 점검에 활용할 수 있도록
54 2019년 11월호
“겨울철 건설 현장 안전 보건 길잡
중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시한 주요 해결책으로 무료 심리
이” 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누리집
맞이하여 건설업 종사자의 정신
상담과 유연근무가 39%로 각각
에도 게시한다.
건강을 위한 세미나가 병행으로
가장 높았으며, 직장 내 심리상담
이번 감독은 화재.질식 등 대형사
열림 (매년 10월 10일은 세계보
자 지정(35%), 현장에서 안정을
고 우려가 높거나 지반 굴착 공사
건기구)에서 정의한 정신건강의
취할 수 있는 공간 마련(27%), 그
로 붕괴 위험이 있는 현장, 고층
날로 정신건강에 대한 전 세계의
리고 심리 상담 전화(32%) 순으로
공사로 추락 위험이 많은 현장뿐
관심을 높이고, 정신건강 관련 문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만 아니라 안전 시설이 불량한 현
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고무하고
응답자들이 정신질환 극복을 위해
장 등을 대상으로 불시에 시행한
자 제정함)
50%가 주로 대화를 하였다라고
다.
세미나 주관사인 영국건설주간
답하였듯이, ‘대화’는 정신질환 예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UK Construction Week)의 조
방 및 해결에 가장 좋은 해결책으
사법 처리 및 과태료 처분, 작업
사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 중 10
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중지 등 엄중하게 조치하고 공사
명 중 6명 (58%)이 정신질환을 경
시간에 서로가 대화할 수 있는 분
감독자(발주자, 감리자)에게 감독
험한다고 답하였고, 주요 원인으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결과를 통보하여 현장의 위험 요
로는 금전적 문제(45%), 긴 노동
도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인에 대한 안전 조치를 철저히 관
시간(41%) 신체적 한계(41%) 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국
리하도록 지도한다고 밝혔다.
타났다.
건설현장에서 떨어짐으로 발생한
응답자 1/3 이상(37%)은 정신질
사상자보다 자살한 노동자가 더
건설 노동자들의 사고소식은 계절
환으로 인해 휴가를 썼다고 응답
많은 만큼 정신질환 역시 일반 적
을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일터의
하였고, 이에 대한 문제를 타인
인 산업재해와 동등하게 중요하다
위험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
에게 이야기했다고 하는 사람은
고 인지하여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을 의미한다. 감독이 제대로 효과
64%이었다. 특히 18~34세로부
필요하다.
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방을 위한
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
한국은 산재사망 사고 절반이 건
활동에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힘
타났다.
설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정신건강
써야 할 것이다.
건설업 특성상 다른 산업 대비 불
의 관심은 요원한 상태이다. 그러
규칙한 생활 패턴, 스트레스, 긴
나 영국의 연구 사례에서 확인할
[국제안전보건동향 466호] 영국, 건
업무 시간, 타지근무가 주원인으
수 있듯이 건설업 노동자들도 정
설업종사자 10명 중 6명 정신질환
로 나타났다. 또한, 건설업에는
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겪어
남성 분포가 많으며, ‘강한 남성’
다양한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되어
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감정
있다. 건강 개념 자체가 신체적인
영국 건설업 박람회가 영국 버밍
표현을 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
것에 제한되지 않는 다는 점, 노동
햄에서 지난 10월 8일부터 10일
되면서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원
자의 정신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까지 개최되어 많은 건설업체가
인이 된다.
미치는 노동환경을 앞으로 어떻게
참가했다고 한다. 특히 행사기간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이 제
개선해 나갈지에 따라 건설노동자 의 정신건강이 달려있다.
안전보건동향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김용균이라는 빛> 북콘서트 in 부산 19년 11월 28일 목요일 저녁7시, 부산시민회 관 소강당에서 김용균 투쟁 백서, <김용균이 라는 빛> 북콘서트가 열립니다. 투쟁 백서에 는 고 김용균 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더 불어 ‘죽음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 기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투쟁 기록을 지역에서 함께 공유하고, 고 김용 균 님의 죽음과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 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26일 출범한 김 용균재단의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는 시작을 함 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북콘서트 이야기 손님으로는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이자 김용 균재단 이사 김미숙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 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자 고 김용균 시민대 책위 활동을 함께 했던 안재범님, 금속노조 부 산양산지부 녹산조직사업부장 김그루님이 함 께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평등한 지역사회를 위한 준비운동 <평등한 지역운동을 위한 약속문> 발표 2018년 수원지역운동포럼 기획단의 후속 활 동으로 ‘경기 수원지역 활동가 네트워크’(이 하 경수네)가 꾸려졌습니다. 경수네는 2017 년 진행되었던 활동가 워크숍부터 지역운동 포럼까지 이어진 ‘평등한 조직문화’, ‘성평 등’ 등의 고민을 이어받아 <평등한 지역운동 을 위한 약속문>을 만들었습니다. 약 8개월 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약속문을 지역사회 에 제안하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 니다. 11월15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 청년 바람지대 가지가지홀에서 발표합니다. 평등 한 지역운동과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활동가 및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열 린 토론의 장입니다. 경기 수원지역의 다양한 운동단체의 평등에 대한 감각을 함께 기르고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평등한 지역사 회를 위한 준비운동’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56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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