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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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호 179

통권 179호 / 2019.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A H C NGE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변화를 맞이한, 2019년 노동안전보건행정 보석세공 노동자들의 삶도 보석처럼 빛나길 돌봄노동자 마리아의 ‘어머니 되기’ 외주화의 종말, 노동자의 생명, 안전 위협


(부산)


&lt;일터&gt; 독자 여러분에게 2019년의 새해 인사 드립니다 매 해가 시작되는 첫 날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시작, 준비, 새로움, 설렘, 벅차 오름 등 마음을 간질이는 단어도 생각나지만 동시에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하는 단어, 장면도 떠오릅니다.

바로 故 김용균 님과 그의 어머니 김미숙 님입니다. 제가 그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SNS에 올 라온 사진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 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자신의 손글씨로 써내려간 손팻말 을 든 사진이었습니다. 손팻말을 든 그는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모와 마스크는 그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의 얼굴, 그의 가슴 아픈 소식이 2018년 마지막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습니 다. 2018년 거리를 밝혔던 촛불이 해를 넘어 다시 타오르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중단, 노 동자의 실제 작업중지권 행사, 비정규직 없는 일터,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등 다양한 요구가 외쳐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으로 일단락 지으려고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마 음에 품은 우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진정 일하는 모든 사 람을 위한 법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함께 바뀌어야 할까요.

2019년에는 그러한 고민을 함께 모색해볼 수 있는 특집으로 구성했습니다. 법제도가 바뀌지 만 정작 일하는 사람은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더불 어 사랑이 가능한 세상,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라며 다시 ‘시작’이란 글자를 마음 에 새겨봅니다.

독자에게

01


일하는 사람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에 있어서 2019년은 중요한 해입니 다. 고 김용균 님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거리에서 외쳐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뤄졌으며, 산재보상 제도, 노동시간, 최저임금 등도 큰 변 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그동안 사고사망이 빈번했던 건설업에서 안전예 발행인

방 및 보상 분야의 많은 부분이 변경됩니다.

최민

바뀐 제도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일하는 사람의 관점과

발행기관

조건에서 살펴보고 제대로 현장에 안착하고, 바꿀 것은 바꾸게 하는 것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 우리의 올해 과제일 것입니다.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1.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특집 변화를 맞이한, 2019년 노동안전보건행정

04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만들자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9년 1월호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06 08 10

산재 보상 제도의 변화와 과제 도돌이표만 반복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2019년 건설현장 달라지는 것과 달라져야 할 것들


12 지금 지역에서는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을 위한 현장치유활동가 기획강좌를 마치며

보석세공 노동자들의 삶도 보석처럼 빛나길

14 국제안전건강뉴스 2017년, 미국 내 일터에서 5천여 명이 사망했다 16 국제안전보건비교기준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 안에 주는 메시지 ③

18 연구리포트

3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돌봄노동자 마리아의 ‘어머니 되기’

42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44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외주화의 종말, 노동자의 생명, 안전 위협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46 노동자 건강 상식

-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건강검진 이야기(2)

22 안전과 건강 칼럼

48 문화읽기

어떤 경영자 눈으로 본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위험의 외주화

50 발칙 건강한 책방 24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로, 함께 산다

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 를 만나다

52 이러쿵저러쿵 한노보연 활동을 시작하며 여는 글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30 현장의 목소리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갑니다”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차례

03


특집 2019년 달라지는 것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만들자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2018년 12월

둘째, 도급인(원청) 책임 강화다. 종전에는 도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급인 사업장에서 화재·폭발·붕괴 위험이 있는

3월에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한다. 불

22곳만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책임지도록

과 개정안 통과 한 달 전만 해도 국회에서 이 법

했다. 즉 삼성반도체 불산누출 사망사고나 태안

안을 통과시키려 나서는 국회의원을 찾기 힘들

화력발전소 사고처럼 22개 위험장소가 아닌 곳

정도였는데, 극적으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도급인에게 책임을

그 주요한 동인에는 지난 12월 11일 태안화력

물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도급인

발전소(한국서부발전)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

책임 범위를 ‘도급인 사업장 전체’와 사업장 밖

베이어벨트를 혼자 점검하다 기계에 끼어 목숨

이더라도 ‘도급인이 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

을 거둔 하청노동자 故 김용균 님의 죽음과 슬픔

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확대했다. 다만

을 뒤로하고 또 다른 아들들을 살려달라며 거리

도급인이 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장소가

에 나선 유족, 시민대책위, 노동자 시민의 촛불

어디인지는 시행령에서 정한다. 하위법령에 위

그리고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낸 언론이 있었다.

임된 만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데 노동부는

이렇게 28년 만에 극적인 통과를 거친 산안법 전

기존 22개 위험장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

부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는 방침이다. 따라서 시행령을 개정할 때 축소되 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첫째, 매년 6백 명 가량 죽어 나가는 건설 현장 의 발주처 안전책임과 타워 크레인 등 건설기계

셋째, 개정안에는 그동안 사업주에게만 맡겨

원청책임이 강화된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배달

져 왔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노동부에

노동자, 프랜차이즈 지점 노동자에 대한 안전 및

제출하도록 하였다. 또한 사업주의 영업비밀 주

보건 조치가 일부 도입된다.

장 남용에 제한을 두는 조항이 생겼다. 즉 화학

04 2019년 1월호


물질을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는 그간 물질안

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

전보건자료에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명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안전·

칭과 함유량을 자의적으로 기재하지 않아 왔었

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

는데, 개정안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

처벌수준과 같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

아 그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을 대체할 수

하 벌금이 부과된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있는 자료를 적도록 하였다. 삼성 옴부즈만위원

를 안 해서 노동자가 죽는 사고가 5년 내 2번 이

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삼성반도

상 발생할 경우 형(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

체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907종의 화

하)의 2분의 1을 가중한다. 법인에 대한 벌금도

학제품 중 영업비밀이 포함된 화학제품 수는 무

현행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올랐다. 그간

려 407종으로 절반에 달한다. 이번 개정안을 통

산재사망에 대해 평균 5백만 원 이내의 솜방망

해 기업들이 제멋대로 영업비밀이라며 유해 화

이 벌금보다 처벌조항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학물질 정보를 감추어 노동자들의 생명건강권이

산재사망 예방효과를 보기위한 처벌강화로 보기

훼손되는 일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국

에는 미흡하다. 애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회 심의 과정에서 원안에 있던 MSDS 일부 내용

안 원안에는 처벌 하한형(징역1년 이상)이 있었

을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국민

으나 경총 등과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에 밀려 삭

의 알권리 확대를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제되었다.

넷째, 일부 유해위험작업 즉 도금작업, 수은·

이상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은 원안보

납·카드뮴 관련 작업 등 12개 화학물질을 다루

다 상당히 후퇴하였고, 노동자의 안전보건조치

는 작업에 도급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 시 10억

를 충분히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 처벌강화, 도

원 이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방사선 작

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

업, 철도와 지하철의 선로 및 스크린도어 수리

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원청

보수, 화력발전 및 화학물질 설비 수리 보수업무

에 대한 책임 범위가 확대되고, 많은 국민들이

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외치

산업안전보건법의 존재를 인식하고 위험의 외주

며 산업안전보건법 통과를 위해 싸웠지만 고 김

화와 산재사망 처벌강화에 대한 커다란 공감대

용균 씨의 죽음을 초래한 태안 화력발전소는 위

가 형성된 측면에서 의미도 적지 않다.

험작업을 하청에 계속 떠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산재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던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토대로 만든 ‘중

다섯째,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별도의 조항으

대재해 기업처벌법’도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에 대한 실효

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나아진 내용은

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던 노동자 대표 등

현장에 적용하는 살아있는 법으로 활용해야 하

의 작업중지권은 명시되지 않았다.

고, 부족한 부분은 바꿔나가도록 더욱 힘을 모아 야 한다.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

마지막으로, 처벌조항이 강화되었다. 도급인

다.

2019년 달라지는 것들

05


특집 2019년 달라지는 것들

산재 보상 제도의 변화와 과제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작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⑦대출모집인 ⑧신

이 28년 만에 개정되었다. 2월 입법 예고된 이후

용카드회원 모집인 ⑨대리운전기사)에 한해 산재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꾸준히 대응을 해왔

보험이 특례적용 되고 있었다. 건설기계 1인 사

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업주의 경우, 전체 27개 건설기계 중 ‘콘크리트

계기로 유족들의 완강한 법 개정 요구와 노동안

믹서 트럭(레미콘)’ 1개 직종만 특수형태고용으

전보건 단체와 전문가들의 투쟁이 확산 강화되

로 적용(26개 직종은 임의가입 대상)되고 있었는

면서 본회의까지 통과된 것이다.

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체를 특수형태근로종 사자로 보고 산재보험에 당연히 가입할 수 있게

산재보상 제도도 오랜 출퇴근 산재, 산재신청

되었다. 건설기계 종사 특수형태고용 약 11만 명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소규모 건설공사 적용, 뇌

에게 적용확대가 되리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

심혈관질환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 등 최근에

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외에도 노동현장에서 꼭 점검하고 적용해 나가는 실천이 중요한 내용도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 가능 업종도 확

많다. 2019년에 주목해야 할 산재 보상 제도의

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여객운송업자, △화물

변화와 과제를 살펴보자.

운송업자, △건설기계업자, △퀵서비스업자, △ 대리운전업자, △예술인 등 6개 직종에 대해서만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

06

적용되었다. 2018년 7월부터는 △자동차 정비업

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건설기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 △전

계업종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 서

자부품·컴퓨터·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

비스업종 1인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

의료·정밀·광학기기 및 시계 제조업 △전기장비

졌다.

제조업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귀금속 및

기존에는 특수고용노동자 9개 직종(①보험설

장신용품 제조업 등 8개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자

계사 ②골프장캐디 ③학습지교사 ④레미콘기사

영업자 5만6천여 명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

2019년 1월호


게 되었다. 이에 더해 2019년 1월 1일부터는 △

시 일부터 업무상 재해 결정 일까지 치료비용을

음식점업, △소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기

공단이 부담하게 된다.

타 개인서비스업 등 4개 서비스업종이 추가되어,

직업성 암과 원인적 연관성이 밝혀진 ‘석면, 벤

약 65만 여명에게 산재보험 가입자격이 열릴 것

젠’의 노출기준이 개선되었고 ‘도장작업’의 인정

으로 보인다.

업무 범위를 늘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진행 되어, 직업성 암 산재 인정기준 확대되었다.

그 외에 주목해야 할 제도 변화는 다음과 같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노동자 보호에 관 한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에 상응하여 직장 내 괴

우선, 산업재해 은폐와 미보고에 대한 처벌 강화

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는 2017년에 개정이 되었지만, 아직 현장에 널리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에 대한 인정도 가능해

알려지지 않아 꼭 점검이 필요하다.

질 예정이다.

노조 전임활동 중 발생한 재해의 산재인정 기준 이 정리되었다. 전임자의 노동자성과 전임활동의

산재보상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하

업무를 인정하여, 사업장 노무관리업무와 관련된

지만, 한국은 산재보상 관련 과제들이 산적해 있

노조 전임자의 전임활동(행사 포함) 중에 발생한

다. 이번에 개선된 내용마저도 그렇다. 특수형태

사고·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 것으

고용의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

로 되었다(단, 사용자 사업과 무관, 쟁의단계 이후

씩 부담해야 할 것에 더해, 적용제외 신청허용이

활동은 현행과 같이 불인정).

가능한 상황이라 사업주가 이를 악용하여 강요

점심시간 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에 대해 점

와 협박으로 대상 노동자의 9%만이 적용되고 있

심 식사도 출퇴근과 같이 사회 통념상 본래 업무

다. 적용제외 신청허용제도 폐지 개정안이 19대

와 밀접한 행위이므로 그 취지에 맞게, 구내식당

국회에 정부 입법으로 발의되었으나 삼성생명을

유무 등과 관계없이 통상 이동시간 편도 10분 이

필두로 하는 보험 사업주 단체의 반대와 로비로

내(도보, 차량 무관) 인근 식당에서의 식사를 위

법사위를 통과 못 하고 폐기된 바 있다. 산재 입

해 왕복 도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

증 책임 전환이 필요하다. 산재 입증책임이 노동

(점심식사 목적이 아닌 사적 행위의 경우는 불인

자에게 있지만, 업무 관련성을 증명할 정보는 사

정)하는 것으로 개선되었다.

측이 보존하지 않거나 영업비밀로 감추고 있어

산재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특별진찰 기간

문제가 많다. 산재 치료가 건강보험 기준에 준용

중 증상이 위독하거나 증상 악화 방지가 필요한

되어, 비급여가 많은 것도 여전한 문제이다. 산재

경우에는 치료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

처리 절차가 어려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

으나, 그동안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제

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국선 산재노무사 제도

로는 치료비용이 지급된 사례가 없었다. 이제는

의 도입도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산안법 전면개

뇌·심혈관질환 또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재해

정안이 보호 범위를 ‘근로자’에서 ‘노무 제공자’

(질병) 여부 판단을 위해 업무관련성 전문조사(특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별진찰) 기간 중 치료비용을 인정하고, 추가로 산

배제되는 업종이 많은 산재법은 적용 범위 더욱

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특별진찰 실

확대될 필요가 있다.

2019년 달라지는 것들

07


특집 2019년 달라지는 것들

도돌이표만 반복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조은혜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

지난해 7월 1일부터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이런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이 발표되자 뉴스 등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

언론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될 수 있을

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연장근로와 휴일근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들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

로를 별도로 봤다. 따라 그동안 1주일에 휴일을

런데 그런 희망이 너무 섣불렀던 걸까? 시행일인

2일로 지정하여 주 52시간(연장근로 포함) 외에

7월 1일을 열흘가량 앞두고 정부는 6개월의 계

휴일근로를 별도로 노동자에게 지시해왔던 사업

도기간을 건의한 경총의 요구를 수용하여 지난해

장의 경우,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연말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따라 무조건 1주 52시간(휴일, 연장 포함)의 노동

시행하였고, 시정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

시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로 확대하였다.

또, 근로기준법 제59조의 특례업종들도 이번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근로기준법에 있

개정안에서 대거 제외되었다. 그래서 휴식시간

지만 주목받지 않았던 유연근로시간제에 대한 매

과 노동시간을 자의적으로 운영했던 과거와 달리

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기 시작했다. 마치 주 52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시간제도가 시행되지만, 이 방식을 활용하면 예

2019년 7월부터는 1주 52시간의 노동시간을 준

전과 같이 노동을 시킬 수 있다고 안내해주는 듯

수해야 한다. 최근 유명드라마들이 장시간 근로

했다.

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 또한 방송업이 특례업종 에서 제외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준수해

08

유연근로시간제에서도 현재 가장 논쟁거리가

야 할 의무가 발생하면서 더욱 불거지기 시작한

되고 있는 것은 탄력근로제이다. 탄력근로제는

것이다.

일정 단위 기간 내에 그 평균 시간은 법정 시간

2019년 1월호


한도 내로 맞추되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

어야 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도보다 820원

리고, 일이 적은 주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이 올랐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은 중소 영세 상인

제도이다. 업종, 업무 특성상 일정 기간에 업무가

을 망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몰려야 했다. 그러

가중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고 나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

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운수업, 전기·가스 등 물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개악이 이루어졌다. 또 내

량이나 소비량의 변동으로 일정 기간에 근무량이

달 중으로 최저임금의 결정구조에 대한 개편이

많아지는 경우라면 2주 또는 3개월 단위 내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이 개편이 어떤 풍파를 가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

져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있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 혹은 1년으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

로 기간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요하다고 생각되는 최저수준의 금액을 정하는 제

것이다. 현행 탄력근로제에서도 3개월 단위로 하

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이 곧

는 경우 연속 6주 동안 주 64시간의 노동이 허용

노동자의 임금수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

된다. 그러나 이를 6개월 단위로 확대하게 되면 1

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감소하게

주 64시간의 노동을 연속 13주 동안 할 수 있고,

되는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서라도

1년으로 하면 연속 26주 동안 할 수 있게 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단위 기간 확대는 사실상 주 52시간제 시행의 의

법 개정을 통해 그 인상속도를 저지하고 있는 현

미가 상실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이다.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에서 벗어나 조 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노동시간 단축과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계도기간으로 정한 6개

최저임금 인상은 함께 연계해서 이루어져야 한

월이 지나는 시점인 작년 연말에 다시 올해 3월

다. 특히 최저임금은 생활임금 수준까지 끌어올

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였다. 현재 국회는 2월

려야 한다.

안에 탄력근로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견 해를 밝히고 있어 사실상 탄력근로제 관련 입법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정부는 지

을 염두에 두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

난해 그 발걸음을 힘차게 시작하는 듯했으나 얼

다. 하지만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합법

마 가지 않아 다시 도돌이표를 하고 있다. 이번

적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장시간 노

기회에 돌파하지 않으면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

동을 연속적으로 더 길게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의 문제를 개선할 기회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것으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의미를 무시하는

모른다.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해 더 지

개악에 불과하다.

체하지 말고 완전한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노동시간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 향을 미치는 최저임금도 지난해 많은 진통을 겪

2019년 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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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9년 달라지는 것들

2019년 건설현장 달라지는 것과 달라져야 할 것들 이승현 건설노조 정책국장

2019년 건설업은 안전예방 및 보상 분야에서 많

그동안 건설사들은 은폐할 수 없는 사망사고를

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무엇보다도 정책적으로 그

제외한, 일반 산업재해의 경우, 노동부에 산재 보고

동안 현장에서 만연했던 ‘공상’(산재사고에 대한

를 하지 않고, 피해 노동자와의 개별합의를 통해 이

개별합의)을 억제하고,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을 받

를 처리하였다. 산재 은폐가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

는 방향으로 정책이 개편되었다.

이다.

이를 위해, 건설업 산재 은폐의 주요 원인으로 지

추락에 의한 골절 등 일반 사고의 경우에도 산재

목되었던 여러 제도가 변경되었다. 산업안전보건

처리를 하기 힘들었으니,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병

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건설업체의 입찰참가자격

의 경우에는 말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현장

사전심사(PQ)에 반영하는 산업재해지표를 사망사

에서 30년 넘게 일한 목수가 추간판탈출(허리디스

고로 개편하였다. 이에 따라, 19. 1. 1.부터 ‘산업재

크)로 수술을 하면서 산재신청을 하기 위해 결국

해발생율’ 산정기준을 부상재해자(환산재해율)를

현장을 퇴사하는 등의 일 등이 비일비재했다.

제외한 사고사망자(사고사망 만인율)로 개편되었 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보험료 인상, 관급공사 입찰 불이익, 노동부 감독 등의 핑계를 대며, 산재 은폐

개별실적요율제도 개선이 되었다. 보험수지율에

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제도변경으

따라 산재보험료율을 증감해주는 개별실적요율제

로 더 건설사들은 산재 은폐의 핑계를 댈 수 없게

도 적용대상이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조정되고, 보

되었다. 이제는 정말 산재를 드러내야 한다. 있는

험료 수지율 증감 폭도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

그대로의 현실을 까발릴 때만이 실효성 있는 예방

20%로 개선되었다. 아울러 개별실적요율 적용을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한 보험수지율 산정 시 사업주 예방 노력과 연관 성이 낮은 모든 업무상 질병을 제외하여 보험료 인 상에 따른 산재 은폐요인도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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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또한 2019. 1. 1.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 령·시행규칙 개정으로 건설기계 노동자(1인 차주)


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27개

건설업 발주처 책임 신설 등이 포함되어, 건설업 산

직종의 건설기계 노동자 전체가 특수고용노동자로

업재해를 예방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재보험이 적용되게 되었다. 다만, 건설기계 사고 원청책임은 타워크레인을 건설기계 노동자는 산재 발생 위험이 높아 보호

제외한 나머지 건설기계는 시행령으로 위임이 되

의 필요성이 컸음에도, 그간 산재보험의 혜택에서

어있다. 건설기계에 의한 중대 재해가 갈수록 증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 건

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건설기계 27개 기종의

물 붕괴로 사망한 굴착기 노동자가 어디로부터도

사고 모두가 원청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보상을 받지 못하고, 남아있는 가족은 고인을 잃은 슬픔과 함께 극심한 생활고에 빠지는 등, 그동안 건

특수고용직의 산안법 적용도 구체적 내용은 시행

설기계 노동자들은 예방과 보상 정책 모두로부터

령에 위임되어 있다. 안전교육 등 극히 일부만 적용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현실을 모르는 주 장이다. 어차피, 원청은 ‘건설 현장’이라는 장소를

원청의 관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대

전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건설기계 장비 운전

부분임에도,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막대한 차량 수

사의 법적지위를 확인하여, 장비 소유주는 안전보

리비와 함께 병원비, 입원 기간의 생계비 등을 모두

건 대책에서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 건설 현장의 위험을 건설기

도 않다. 무엇보다도 건설현장’이라는 장소에서 발

계 노동자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에도, 그 책임

생하는 위험에 대한 이익과 책임을 모두 가지고 있

을 온전히 사회적 약자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는 원청이 책임을 지는 것이 산안법 개정 취지에도

전가하는 방식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맞다.

크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하여 다수의 건설기계 노 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발주처 책임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대상이 시행 령에 위임되어 있다. 이번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보듯이, 전력산업에서 일하

제도 운영과정에서 원청의 산재보험 가입의무(원

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발주처가 책

청 산재보험료 일괄징수)를 명확히 한 것도 의미가

임을 져야 한다. 발전업무뿐만이 아니라, 배전업무

있다. 추가로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임금으

도 마찬가지이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건설공

로 인하여 보상액이 충분하지 못한 문제, 통상근로

사’에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공사’가 반드시

계수 적용문제, 구상권 문제 등 후속적인 제도개선

포함되어, 배전 활선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한국전

이 연이어 진행되어야 한다.

력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무엇

2019년은 건설업 사망사고 및 중대재 해를 줄이

보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되었

고, 산업재해를 드러내고, 발생한 산업재해를 누구

다.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건설업 별도의 절 신설,

든지 충분히 보상을 받는 해로 만들기 위한 투쟁이

건설기계 원청책임, 특수고용직 산안법 일부 적용,

필요하다.

2019년 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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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지난 8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을 위한 현장치유활동가 기획강좌를 마치며

노동자 심리치유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한지 8년이 흘렀습니다. 공교롭게도 악질사업장은 다 모였는지 심신의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은 이 곳 충남에 너무도 많았습니다. 연단위로 계산하면 1천 회가 훌쩍 넘는 개인 심리상담부터 가족상담, 자녀상담, 집단상담, 치유여행 등을 정신 없이 진행했습니다.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이라는 이름은 걸고 있지만, 활동가 중에 심리치유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삼만리를 다니지는 않았지 만 도와줄 전문가들을 찾아 여기저기 호소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현 장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폭력이나 탄압이 없었던 사업 장에서도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수준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 야 했습니다. 실사구시의 자세로 하나하나의 자료들을 검토하고 분석했 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8년 활동에서 힘들어 했던 것, 도무지 해석되지 않았던 것들을 현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 다.

‘현장치유활동가’를 위한 시작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강좌를 기획했습니다. 노동현장의 환경과 구 조, 시스템들이 노동자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현장노동자들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 스스로 자기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매일같이 발생하는 현안문제에 밀려 한켠으 로 밀려나버린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야 했습니 다. 몇몇 전문단체나 개인이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노동현장으로부터 형성되는 하나의 흐름,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 이 ‘현장치유활동가’라는 이름을 붙인 기획 강좌의 목표였습니다. 한노보 연에 가입한 이후 많은 아이디어와 조언, 그것을 넘어 함께 고민해 주는 지역의 회원동지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시작은 어설퍼도 뭔가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지가 확인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주제들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 유사업단 두리공감 활동가, 한노보연 회원

강의의 시작은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자 정신건강’이었습니다. 자본주 의 세상의 구조와 시스템, 그 시스템이 만들어낸 노동현장이 정신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흔히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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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을 수 있는 정신질환들도 살펴보았습니다. 업무상 정신질환 산재 승인 사례 강의는 앞 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노동현 장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위기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처를 다뤘습니다. 현장에서 참가하 신 동지들은 노동현장 실태를 이야기할 때는 “음~~”하다가도, 정신건강, 우울, 업무상 정신질환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귀기 울이기도 했습니다. 주요 정신질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내 친구가 어떻고, 누구 선배가 그렇다며,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줄은 알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는 대목에서는 흔들리는 눈동자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아쉽지만, 방향을 찾은 계기 기획 강좌를 시작하자마자 태안화력 고 김용균님의 산재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연이어 세 군데의 사업장에서 폭발, 협착 등으로 노동자들이 사망하셨습니다. 강좌 기 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강좌를 접을까 몇 번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일단 끝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지난 연말 마무리했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8강으로 기 획했던 내용을 4강에 함축적으로 하려다보니 마음이 급하기도 했습니다. 강좌에 참여 하는 동지들과 간단한 프로그램도 하려했지만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이야기 들을 다음 기회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자 정신건강을 위한 활동이 어떠 해야 하는지, 현장의 동지들과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 찾을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2019년에는 좀 더 알차고, 보다 현장에 가까운 내용들을 준비해 볼까 합니다. 어쩌면 충청권에서 ‘행동하는 한노보연 노동자정신건강 정책연구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 는 조심스런 기대도 해봅니다.

▲ 지난 12월 20일 &#39;업무상 정신질환 사례분석&#39;이란 주제로 최민 상임활동가 교육이 진행됐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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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건강뉴스

지난달 18일, 미국 노동통계청은 2017년 치명적 직업성 손상 통계를

2017년, 미국 내 일터에서 5천여 명이 사망했다

발표했다. 이 통계는 1992년부터 연방정부의 직업 안전보건청(OSHA) 보고서의 데이터를 이용해 매년 미국 내 작업장 사망자 수를 보여주고 있 다.

2017년 한 해 동안 총 5,147명의 치명적 직업성 손상이 보고되었다. 이 는 2016년의 5,190명에 비해 가볍게 감소한 수치이다. 2017년 치명적 손상률(fatal injury rate)은 전일 노동자(full-time worker) 10만 명 당 3.5 였다(2016년 3.6). 이는 미국에서 하루 평균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 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 업종은 어업과 벌목업이었다. 2017년 추락으로 인한 사망한 경우는 887명으로 전체의 17%에 해당 하며, 이 통계가 보고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17년 토지 유지보수 노동자들은 244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6년 247명에 비해 경미하게 감소한 결과이며, 200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았 다. 나무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경우가 36건, 떨어지는 나무나 가지에 부 딪혀 사망한 경우가 35건이었다.

교통사고는 가장 빈번한 작업장 사망의 원인으로 전체의 40%인 2077 명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은 업종은 운송, 물류, 건설, 추 출/채굴 부문으로 2017년 전체 작업장 사망자의 47%를 차지한다. 2016 년에도 이 직군에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운송업 중에서도 배 달운전노동자와 트럭, 대형트럭 및 견인 트레일러 운전자들이 사망한 경 우가 840명으로 가장 많았다. 2003년 이후로 대형트럭 및 견인 트레일 러 운전자 사망자 수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의 15%는 65세 이상이었다. 이 보고가 시 작된 1992년, 이 연령대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8%였으나, 2017년 65세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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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이상인 노동자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10.3명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2016년 10만 명당 9.6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1992년 이후로 민간 제조 및 도매업에서 사망률은 가장 낮았다. 이것은 지난 25년간 이루 어진 많은 해고와 공장 및 창고 폐업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서비스업 전체에서는 2016년 2,702명, 2017년 2,707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 타났다. 2017년 소매업에서 287명, 운송 및 창고업에서 882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물류 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물류 및 창고 업 회사 중 두 곳인 UPS와 아마존이 여기에 포함된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보고된 작업장 사망자 수는 미미하게 줄었지만, 2013년, 2014년 및 2015년에 비하면 여전히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작업장 사망 은 2009~2016년 사이에 꾸준히 증가했다.

미국 노동부 감찰실에 의해 2018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작업장 사망과 손상이 축소 보 고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감찰실은 OSHA의 자료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 고,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사망이나 손상의 원인이 되는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조처를 하 도록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감찰실에서는 OSHA에 여러 가지 시정 조치를 내렸는데, 일부에 대해서는 OSHA가 동의했으나 일부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 죽지 않을 수 있었던 많은 노동자 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폐단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의 생명은 월스 트리트 CEO, 헤지펀드 매니저, 투자은행가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에 포진해있는 기업엘리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도 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가장 최근에는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의 비용 절 감을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OSHA 및 사무직 노동자 안전보건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축소해왔다.

출처 : 5,147 workers died at work in the United States in 2017, 2018.12.31. https://www.wsws.org/en/articles/2018/12/31/osha-d31.html

국제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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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lt;머리말&gt;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③

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

-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보장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는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배를 산으

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를 다룬다.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을 보다 보면 파리를 침략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 라가던 바이킹이 적군의 병력에 막혀 난관을 겪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로 끌어올려 예상치 못한 경로를 찾아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렇게 배를 들 고 산에 오르는 전술은 적군을 당황하게 만들고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도 한다. 1453년에도 오스만제국군이 동로마제국의 지원군과 보급로를 차단 하기 위해 배를 끌고 언덕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동로마제국군은 언 덕을 넘는 군함을 보고 크게 사기가 꺾였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목적을 위 해서라면 배를 산으로 올리는 것조차 매우 효과적이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문제에서 노동자 참여도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 다. 2018년 10월 완공된 충남 서산의 엘지(LG)화학 탱크 건설현장에서는 노 동조합이 노동자로부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제보 받아 회사 쪽과 함께 현장 을 돌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안전관리를 실시했다. 시공사 건설사업부 책임은 “옛날 사고를 가진 사람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끌려 다닌다고 오해하겠지만, 직접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가 못 보는 위험을 본다”며 “작업자들의 요청으로 전에는 비용 등 문제로 꺼렸던 낙하 방지망을 이중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의 노동안전국장은 “회사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구석구석 알 기 어렵고 인력도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살피기 시작 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금방 잡아 낸다”고 했다. 이렇게 노조의 참여를 보장 하고 권한을 나눠준 결과 실제 지난 여름 폭염으로 작업 속도가 늦어져 납기 를 놓칠 수도 있었지만, 중대 재해가 한 건도 없어 품질·공사비·기한을 모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 현장의 현실은 전혀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다. 심지어 눈 앞의 사망 재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작년 말 김용균 군의 사망 재해가 발생했던 서부발전은 김용균 군 사고 이전

권종호 선전위원

인 2017년 11월 사망사고 직후에도 ▲공정별 협력기업의 안전컨설팅팀 운 영 ▲현장위험성 발굴을 위한 안전패트롤 활동 강화 ▲발주처, 협력기업간 위 험성 공유를 위한 안전회의 강화 ▲협력기업 안전담당자 실무 워크숍 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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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일용직 종합관리대책 강화 및 현장 안전교육 확대 등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균 군이 사망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정작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점검 작업시 2인1조 운영’이 시행되 었다면 함께 점검하던 동료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노동자 참여, 어떻게 다른가 먼저 독일은 「사업조직법」에 노동자 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상시 노동자 5인 이상 의 사업장은 전체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6개월 이상 근무한 피선거권 노동자 중 한 명 이상을 노동자 평의회(노 동자대표위원회, Betriebsrat) 대표 위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 사업장 노동자 수에 따라 상시 노동자 9,000명까 지는 사업장에 35명의 대표 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 이상은 매 3,000명당 2명씩 증가하는 규모로 노동자 평의회가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노동자 평의회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한 감독권/ 감독 을 위한 정보(사업장 설계, 기계 설비, 작업 공정, 전문가 의견 등) 요청권/ 모든 점검 및 사고조사 입회권/ 위험 성 평가, 위험방지 대책 및 그 효과점검, 노동자 요구에 대한 인간공학적 처방,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 선임 등에 있어 공동 결정권을 가진다. (실제 노동자 평의회의 권한은 더 방대한데,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이나 예산 운용 등에 대한 정보 공유부터 노동시간, 휴가, 급여 정산 방식, 인사이동, 채용, 승진, 전출 등과 관련한 공동결 정권까지 막대한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그리고 그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와 9명 이내의 당해 사업장 노동자가 독일의 노동자 평의회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100인 이하 사업장 은 설치할 의무조차 없으며, 노동자 평의회가 가진 중요 권한들(감독권, 모든 정보 요청권, 전문가 선임 등에서 공동 결정권)은 법령에 언급조차 없다. 또한 노동자 대표나 9명 이내의 위원회 참여 노동자 선출 방식도 불분명 해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측에 우호적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30인 이 상의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의를 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경 우 노동자 대표의 선출 방식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만 가능하고 ‘의 결’권조차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간다. 배를 들고 산을 넘어야 한다면 사공이 많을수록 좋다. 독일의 노동자 참여 는 산재 사망률을 한국의 1/10 수준으로 유지하게 해주고 산재보험료율도 20% 이상 낮게 유지해 주었다. (한 국의 산재 은폐, 누락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장의 위험을 직접 확인하는 노동자이기에, 그 현장에 가장 많이 다녀 본, 가장 많이 투입된 전문가이기에 산업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용균 군 사망 이전의 그 어떤 대책도, 위험성 평가도 서부화력 노동자의 요구 사항보다 중요 하지 않았다.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법’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보건에 대한 결정권 을 가지고 건강한 노동을 할 때 진정한 ‘김용균법’이 완성될 것이다. [참고 자료] 한겨례, 「“노동조합과 함께 살피니, 안전 사각지대 금방 잡아내더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2596.html 민중의 소리,「8년간 12명 사망 ‘죽음의 서부발전’, 약속한 재발방지책만 지켰더라면...」 http://www.vop.co.kr/A00001361957.html 한국노동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과 근로자 참여 : 한국과 독일 비교」, 윤조덕, 김영문, 한충현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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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현장 방문 조사 중 연구진이 하나에 18kg쯤 나가는 유로폼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동하는 노동자에게, “유로폼 무게가 얼마나 나갈 것 같으세요?” 물었습니다. “이거? 한 5kg 나가려나?” 말끝을 흐리는 노동 자에게 실은 하나당 20kg 가까이 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본인이 깜짝 놀랍니다. 쌀 한 가마니가 얼마나 무거운데, 내가 지금 그걸 두 개 들고 있는 거냐고 되묻습니다. 본인들이 하는 일의 강도에 대한 건설 노동자들의 인식이,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건설 노동자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이미 잘 알려진 것 같지만, 본인들조차 그 ‘힘듦’이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수십 년을 일해도 되는지 잘 모릅니다. 사실 건설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경험하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드러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건설노동자 중 먼저 형틀목수 노동강 도 평가 사업을 했습니다. 2년에 걸쳐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심장박동수 측정 등의 생체지표 측 정 조사를 현장 중심으로 실시하여,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를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나아 가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근본적 원인을 밝혀, 이후 적정 노동강도 쟁취를 위한 노동조합의 기준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중요한 연구 목표였습니다.

건설현장 노동강도는 “생애 최고”

두 차례 심층 면접 조사를 실시했는데, 면접 참여자 모두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최고”라고 답 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적정 공사비를 왜곡시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불법 하도급이 지 적됐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건설노조 조합원은 하도급으로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점심시간 1시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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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오전 오후 참시간 각 30분을 잘 챙기려고 노력하

자들보다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 본

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비조합원 노동자들

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별로 의식하지 못

은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 때문에, 쉬는 시간도 지

한 채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키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죠. 건설 현장

물론 높은 노동강도를 짐작케 하는 설문 응답

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고, 함께 ‘시간을

도 많았습니다. 설문 참여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지켜’, ‘적절하게’ 일할 수 있다면 건설현장 산업

53.2세, 60세 이상이 28%가 넘었습니다. 어떤

재해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일을 하던 나이 때문에라도 일이 힘들다고 할 법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빠른 작업속도

도 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와 강도는 근골격계질환과 사고 위험을 함께 높이

계속 서 있거나 반복적 손과 팔 사용, 중량물 취

게 됩니다. 게다가 발판이나 안전대가 제대로 돼

급, 불편한 자세 등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한랭과

있지 않고, 바닥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하는

고열, 소음, 진동 등 물리적 요인, 각종 분진과 2차

일은 그 자체로도 위험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피

흡연 등 화학적 유해요인에 일반 노동자 집단보다

곤한 체력을 회복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휴게실,

2~10배 많이 노출되는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

화장실이 부족한 문제나 식당의 음식 질이 낮은

하고 있었습니다.

것처럼 기본적인 위생시설이 열악한 것은 신체적

하지만, 어느 한 부위 이상 근골격계질환 증상

으로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긍

을 호소한 비율은 62.2%. 이런 비율은 제조업 노

심을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동자나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비

이런 상황에서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정부정책

율도 아닙니다. 한 분씩 만난 면접에서는 다른 어

을 실효성 없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제대

떤 직업보다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동시에 ‘이 정

로 이해하지 못하는 안전관리자, 노후에 대한 불

도는 참고 일해야지, 이 정도 아픈 것은 아픈 것도

안을 가중시키는 퇴직공제부금 문제 등 정부를 신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보다

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는 나아졌다’, ‘도급팀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아프

형틀목수 노동자를 둘러싼 부정적 환경과 조건

거나 피곤하다는 평가에 인색하도록 만드는지도

은 부실공사로까지 이어집니다. 건설노동자의 적

모릅니다. 일이 많이 힘든 분들은 이미 건설 현장

정 노동강도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은 비단 형틀

을 떠났고,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노동자들만 형

목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틀목수로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신기하게도 근골격계질환 증상 호소율은 50~60대보다 오히려 30~40대에서 더 높게 나타

30~40대 건설노동자가 50~60대보다 더 아프다?

났습니다. 형틀목수라면 유사한 업무를 하고, 오 히려 경력이 오래된 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하는

그런데, 막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결과가

경우도 많아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의 차이로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노

이 결과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건설현장의 높은

동강도 체감 정도는 제조업 등 다른 생산직 노동

노동강도에 적응한, 오랜 경력의 노동자들은 근골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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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계 통증도 덜 호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

스트레스 역시 건설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

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힘들지 않

이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고 아프지 않아서인지,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평가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강도는 직접 신

를 꺼리기 때문인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

체활동량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

다. 면접 과정에서, 몸이 재산인 건설 노동자는 아

니다.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시간 한 시간당 칼

픈 경우에도 스스로 나쁜 건강 상태를 숨길 수밖

로리 소모량은 평균 약 115.2kcal였습니다. 아파

에 없다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

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

는 동료들 역시 아픈 노동자에게 안타까움을 느끼

이 높아 아파트 본층의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것

지만, 같이 일하기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

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층에는 건설노조 조합원들

다.

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들이 하도급 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

형틀목수 현장평가,

만, 주로 조합원들이 일하는 아파트 지하팀의 칼

제조업 노동자의 2.33배 노동강도

로리 소모량도 사무직 노동자보다 4.6배,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보다 2.33배 높았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가서 들여다보니, ‘괜찮다’던 설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

문 조사 결과는 더욱 믿기 어려웠습니다. 현장 평

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

가 결과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하루 작업 대부분이

니다. 심장박동수가 잘 측정된 11명 중 10명이 과

거의 모든 부위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

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박동수를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사용해서 계산한 최대적정노동시간은 평균 5시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 하므로 발생하

간으로, 현재의 노동강도로는 하루 5시간 정도 일

는 중량물 작업, 불편한 자세 등은 물론이고 빠르

하는 게 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노동자의

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

경우 현재 작업량의 절반 이하로까지 작업을 줄이

들,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작업 등 안전

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평균

하지 못한 작업은 그 자체로 높은 노동강도의 작

과로지수는 1.97로 절반 정도로 노동시간 혹은

업이 되었습니다.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며, 유난히 과로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소음, 분진, 화학

지수가 컸던 2명의 노동자를 제외한 경우에도 과

물질, 직사광선과 고온 등의 유해요인 역시 형틀

로지수 1.76으로 현재 작업보다 43% 가량 노동

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이유가 됩니다.

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일을 할 때, 더 열악한 물리적 환경에서 일하 는 노동자, 더 많은 직무스트레스를 받는 노동자

우리의 노동이 할 만한 일이 되려면

는 더 쉽게 피로를 느끼고, 더 많은 근골격계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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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전히 낮은 사회적 인식과

이런 결과를 보면,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평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고용 불안정 등 직무

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 모

2019년 1월호


든 활동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가 먼저 자세히

니다. 지금은 누구나 건설 노동이 힘든 일이라고

들여다보는 것이 건설 노동을 ‘할만한 일’로 만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건설 일이니까 어쩔 수 없

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다’, ‘원래 이 정도는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버리

이번 노동강도 평가를 바탕으로, 건설노조에서

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 대신 우리의 일이 얼마나

는 조합원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확대와 예방활

힘든지, 왜 힘든지, 어떻게 힘들지 않고, 안전하고

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가기로 했습니다. 건설노 동이 위험한 일일 뿐 아니라 ‘힘 든’ 일이라는 것을 알리자는 뜻 도 모았습니다. 허리나 어깨가 아픈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치료받도록 하는 활동 에서 시작해서, 예방을 위한 활 동까지 나아가는 것이 과제입니 다. 이것은 건설노동자에게만 해당 하는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다 른 일터와 노동현장, 직장에서도 여러 노동자가 각각 본인이 현재 하는 일이 적절한 노동강도로 이 루어지고 있는지 곱씹어보고 평 가해보기를 기대합니다. 일을 마 친 후에도 지치지 않을 만큼, 적 당히 일하고 있나요? 아니, ‘지 치지 않을 만큼’은 제대로 된 기 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친 후, 가족과 즐거운 시 간을 보내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 큼의 적당한 일을 하고 있나요? 한번 같이 평가해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할 수 있을지 함 께 궁리해보실래요?

▲ 1개에 20kg에 달하는 자재를 형틀목수 노동자는 하루에도 수십개를 나른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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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건강 칼럼

어떤 경영자 눈으로 본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위험의 외주화 올 한 해 노동계 최고 관심사는 최저임금 인상,

의료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매우 민감한 집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그리고 최근 고 김용

중 하나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주축이라 할 1차

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시 점화된 위험의 외

의료기관(소위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화 방지일 것이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최소

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간호조무사다. 지금까

한의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과로로 쓰러지

지 일부 고참급을 제외한 상당수의 간호조무사

지 않기 위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최근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또한 이것들은 최저임

2년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고 동네의원

금제도 도입 이후 이미 상당수 노동자들에게 최

들에서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정작 최저임금 인

저임금이 ‘표준임금’이 돼 버린 현실을, 그동안

상 때문에 망했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휴일 16시간의 초과노동을 주당 근무시간에 포

들어본 적이 없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랐다

함시키지 않았던 고용노동부의 꼼수를, 신자유

고는 하나 이전에 워낙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주의 광풍 속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간 위험의 외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주화를 바로잡기 위한, 즉 “비정상을 정상화”하

않은 것이다. 우리 의원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

기 위한 조치들이다.

여를 받는 직원들이 있었고 최저임금이 오를 때 마다 그 수준에 맞춰 급여를 인상했는데, 그것이

하지만 보수야당과 경영계 반발이 만만치 않

전체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상한제 정착으 로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이 줄도산할 것이고,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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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동네의원은 시기별 매출 차이가 상

험의 외주화 방지 대책(생명·안전업무 직접고

당하다. 감기환자와 건강검진환자들이 한꺼번

용, 안전보건에 관한 원청 책임성 강화 등)으로

에 몰리는 연말에는 북새통을 이뤘다가 검진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경쟁력

즌이 끝나고 감기가 잠잠해지는 연초가 되면 한

이 떨어질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과연 그럴까?

산해진다. 얼마 전 탄력근로제가 논란됐을 때 우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필자는 현재 ㈔공감직업

리도 탄력근로제를 시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

환경의학센터 부설 향남공감의원 원장으로 재

각을 한번 해 봤다. 약간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직 중이다. 필자는 향남공감의원에서 환자 진료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와 함께 경영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저임

기업들이 그렇듯이) 평상시 충분한 여유인력이

금, 탄력근로제, 위험의 외주화는 우리와도 직간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그다지 크지

접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는 않을 듯했다. 또한 그렇게 할 경우 보통 연초

2019년 1월호


한산한 시기에 이뤄지는 직원들 연차휴가와 교

없다.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육·훈련, 의료기관 평가 준비 등 진료 외적인 업

법적으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무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최근 노동부

사정이 이런데 보수야당과 경영계는 왜 이렇

가 발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실태조사 결

게 크게 반발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노동부

과’에서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이 3.2%, 단

실태조사 결과에서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

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5%

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사항으로 꼽은 것

에 불과했다는 것은 탄력근로제가 경영 측면에

은 ‘단위기간 확대’가 아니라 ‘제도의 경직성 완

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

화’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다.

인상, 주 52시간제 정착, 위험의 외주화 방지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경영활

대부분 생산 과정이 그렇듯이 의료서비스를

동 경직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하는 과정에도 위험하고 정신적·육체적으

경영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일부

로 부담스러운 업무가 존재한다. 우리 의원에서

규제들은 일정 수준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업무 중 하나는 내시경 보조와

위험의 외주화 방지 등 안전 분야에서는 확실한

세척업무다. 내시경을 하는 동안 수면상태에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규제를 강화하고

몸부림치는 환자를 붙잡다가 손가락이 꺾이고,

어떤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이것을 조율하고

침대에 누운 환자를 이송하다가 허리를 삐끗하

조정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이 역할을 얼마나

고, 내시경 세척을 하다가 손목과 팔꿈치가 나가

잘 수행하느냐가 정부 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

기도 한다. 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근골격계

가 될 것이다.

유해요인조사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인 데, 논의 과정에서 내시경 세척업무 전담 파트타

마지막으로 많은 논란과 저항이 있지만 최저

임을 일상적으로 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경영하

임금 인상, 주 52시간 상한제 정착, 위험의 외주

는 입장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골치 아픈 업

화 방지 자체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건강하게

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큰 유혹이다. 설비 개선에

일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 촛불 민심

소요되는 각종 비용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을 등에 업은 정부의 성과다. 노동계는 개혁의

해당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향과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보수야당과 경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상당하다.

영계 눈치를 보는 정부·여당을 적극적으로 견인

내시경 세척업무는 내시경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나인 감염관리를 위해서 중요하다. 소홀히 했 다가는 자칫 감염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영자 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 는 비용을 줄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 2018년 12월 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안전과 건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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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를 만나다 - 놀이치료사 박선영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놀이로 ‘치료’를 한다는 사실, 많이 낯설다. 치료 행위는 보통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이해 된다. 병을 낫기 위해선 필요한 치료이지만, 만약 아동의 마음이 아프다면? 방법은 달라진다. 놀 이를 매개로 마음이 아픈 아동과 가족, 더 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놀이치료사다. 지난 1월 2일 박선영(가명) 님을 만나 놀이치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선영 님은 30대 초반으로 2012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 2017년 출산과 함께 1년 6개월 가량 육아휴직을 한 뒤 다시 복귀해 놀이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곧 경력단절로 이어져 불안함이 크기도 하지만, 다행히 당시 일했던 기관에서 4대 보험을 들어줘 출산 및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아 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주변의 놀이치료사의 부러움을 샀던 경험도 동시 에 떠올렸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47%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어요. 사회복지학과 에 입학했는데 공부하면서 뭔가 나랑 잘 안 맞는 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고요. 저는 일 대 다수가 힘들어요. 일 대 일, 일 대 소수는 편한데 말이죠. 그래서 제 꿈을 찾으려고 이 런저런 워크숍에 참여해봤어요. 마침 대구에서 재활심리학회 워크숍이 열려 참여했어 요. 그 중 3시간짜리 한 과목이 놀이치료였죠. 놀이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 이 확 끌리더라고요. 그때부터 놀이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알아봤어요. 저 에게 터닝포인트였죠.”

프리랜서로 감춰진 놀이치료사의 노동조건

놀이치료사의 하루는 오후에 시작된다.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마치고 치료 를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주로 만나는 아동의 연령은 아주 어린 경우는 15개월부터 초 등학교 고학년까지다. 치료 40분, 부모상담 10분 총 50분 동안 일을 마치면 10분의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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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식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제대로 쉬진 못

역할을 해요. 최적의 발달을 할 수 있도록 도

한다. 치료 기록을 남겨야 하고, 장난감 정리,

와주는 거죠. 놀이치료가 끌렸던 이유는 바

다음 상담 준비도 연이어 해야 하기 때문이

로 스스로 힘을 갖게 한다는 점이었어요. 치

다. 1시간 마다 상담 하나를 하는 셈이다. 보

료사는 조력자인거죠. 제가 강제로 아동을

통 하루 4~5건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이끄는 것이 아니라 놀이치료 안에서 스스로

새 하루가 간다.

성장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거예요. 그게 굉 장히 매력이 있고, 지금도 좋아하는 점이예

전문적 지식과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

요.”

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일을 하 는 동안에도 필요한 자격증 취득, 세미나 참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 그

가 등 밀도 높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

렇다면 놀이가 어떻게 치료로 작용하는 걸

러나 직무에 대한 높은 요구에 비해 안정적

까? 인터뷰 전 사진을 통해 본 놀이실의 색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놀이치료

은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색부터 강렬한 빨

사는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간색 장난감까지 색이 다채로웠다. 다채로운

대다수다. 만약 본인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길

공간에 발을 디딘 아동과 놀이치료사 간의

원해도 애초에 파트타임, 프리랜서 등 형태

치료 과정을 물었다.

의 구인만 한다. 그렇다 보니 임금은 상담 건 당 보수를 책정하고, 4대 보험엔 가입되지 않 는다. 심지어 지역마다 치료비용도 다르다.

“처음에 아동이 오면 놀이실을 설명해줘요. 여기서는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놀 이를 하는 곳이고 소중한 곳이 라고도요. 참

“저희는 정해진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고로 발달치료와 심리치료는 방식이 달라요.

임금인상도 거의 없죠. 5백 원 올리기도 힘들

심리치료의 경우 아동 주도적으로 아동이 선

어요. 자격증 하나 더 따면 본인이 요구해요.

택하는 놀이를 읽어주고 반영해주고, 촉진시

안받아주면 나와요. 개인이 협상하는 거에

켜줘요. 놀이실 안에서 아동이 존중 받는다

요. 게다가 지역마다 책정 비용도 달라요. 서

는 느낌을 갖게 하죠. 거의 아동이 선택한 놀

울은 1건당 3~4만원, 경기도의 한 지역은 센

이를 하고, 그 흐름을 끌고 가는 식이에요. 반

터장들끼리 맞춰 2만2천원으로 정해졌어요.

면 자폐, 지적장애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발달

강원도의 경우 2만5천원~3만원까지 준다고

놀이치료의 경우 치료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하더라고요. 차이가 많이 나죠. 심지어 1건당

놀이를 제안하고, 아동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1만5천원 받는 분도 봤어요.”

요. 두 치료 방식이 다르죠. 아동의 상태가 다 르니까요. 그래서 예민한 치료사는 심리치료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의 매력

와 발달치료를 중간에 섞어서 하지 않아요. 왜냐면 본인의 치료 태도가 흐트러진다고 생

“저는 놀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아동이 지니

각해서요.

고 있는 발달적·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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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요. 그래서 양육팁을 알려주기도 해요. 치료

만약 아동이 나무를 꺼내요. 그럼 제가 ‘어?

방향도 사실 부모가 어느 정도 정하는 것이

나무 장난감을 꺼냈네.’라고 하면서 그 놀이

거든요.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어요.

를 그대로 읽어줘요.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부모 상담 때 숙제처

듯요. 그러면서 아동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럼 부모에게 어떤 것들을 해달라고 내줄 때

하고, 의미가 없는 것은 의미를 부여해주는

가 많아요. 이번 주는 이런 것들을 해보면 어

거죠. 놀이 중에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죠.

충분히 좌절감을 느꼈지만, 다시 할 수 있다 는 것을 알려줘요. 사실 부모와 지낼 때 그런

당연히 성실히 하는 부모가 치료 결과도 좋

것들을 놓칠 때가 많거든요. 놀이치료사는

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

그런 것들을 다 들여다봐주죠. 아동에게 수

데, ‘놀이치료 시작할 때 어머님이 함께 해야

용해주는 느낌을 주는 거예요.”

하고, 본인은 1주일에 40분을 만나지만 어머 니는 그 외 시간을 엄청 많이 보내고 있기 때

아동의 상태와 양육자의 노력, 환경에 따라

문에 어머님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

케이스 마다 다르긴 하지만 짧으면 6개월에

면 치료는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얘

서 길면 2~3년 동안 치료를 한다. 심리치료

기해요.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죠.”

의 경우 아동이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 들을 빠르게 빨아드리고, 자기를 드러내는

성대 결절에 걸리는 치료사들

친구들의 경우 치료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 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친구들의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치

경우 더 기다려준다. 발달 놀이치료의 경우

료실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치료사

길게 5년 동안 치료를 한 아동도 있다고 했

입장에서 치료를 할 때, 사람을 항상 마주해

다.

야 하는 일의 어려움이 있진 않은지 궁금했 다.

박선영 님은 무엇보다 놀이치료는 치료를 받는 아동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역할도 굉장

“아직도 치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다는

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8년 동안 많은

점이 가장 힘들어요. 본인 아이 치료하는 걸

아동과 부모를 만나면서 경험한 사실이다.

비밀로 해달라고 하기도 하죠. 저는 처음에 병원에서 일을 배웠는데, 거기서는 한 아동

26

2019년 1월호

“부모가 엄청 중요해요. 저는 일단 어머니

이 여러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발달

에게 어떤 점이 아이를 키우는데 힘든지 들

장애 아동의 경우 많이 그래요. 그런데 사설

어봐요. 사실 기술이 부족해서 자녀와의 관

센터에 와보니 협업하는 과정이 없더라고요.

계가 저해되는 것도 있거든요. 만약 그런 양

세 명의 치료사가 한 아동을 치료하는데 서

육팁을 알면 ‘그래서 그랬구나’가 되는 거예

로 지원하고, 소통하지 않는 거죠. 각자 하는


거죠. 물론 치료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같이

에 나이 더 들어서 무릎 아프겠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향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체계

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직업적으로 말을 많

가 없는게 아쉬운 점이에요. 아동들이다 보

이 하기 때문에 목이 정말 아파요. 특히 언어

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

치료사의 경우 성대 결절을 많이 겪어요. 그

가는데 그런 곳들과 연계되면 치료에도 훨씬

래서 저도 목이 안다치게 하려고 노력해요.

좋을 텐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않아

직업적으로 말을 크게 하고, 또박또박 하려

요. 만약 어린이집에 연락해 아동 생활이 궁

는 직업적 습관이 모두 있죠.”

금하다고 물어보면 반응이 반반이에요. 어떤 선생님은 받아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완전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

싫어하고 정보를 줄 수없다고 해요. 업무 외

해요”

일로 취급하기 때문이죠. 사실 맞기도 하고 요. 하지만 아쉽죠. 조력자가 필요하고 같이 하는 회의나 과정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박선영 님이 그동안 일 해오며 최근 두드러 지는 문제 사례는 바로 아동의 영상물 중독 이다. 자녀와 놀아주기 힘들고, 어려운 부모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의 조건에서 아동의 영상물 노출은 하지 않

보니 어려움이 있긴 해요. 그래서 주변 놀이

기 어렵다. 부모의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심

치료사들과 교류를 통해서 많이 풀어요. 동

야노동은 바로 부모와 아동이 보내는 절대적

시에 노력도 하죠. 치료를 해주기도 하지만

시간을 줄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과 부모

자기 문제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의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하고, 접근하는 것

것들이 치료에 엮이면 안되기 때문에 주의하

이 아니라 노동 측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기 위해 자기 분석이란 걸 받기도 해요. 일종

강조했다.

의 상담이죠.” “환경적 요인이 바뀌어야 해요. 상담하면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보람에 찼던 경우도

보통 어머님들이 많이 오세요. 아버님들이

많다고 했다. 치료를 마치고 종결할 때 뿌듯

오는 경우는 굉장히 적죠. 어머님만 아이를

한데 바로,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라고 했다.

보는 경우 주 양육자의 스트레스도 증가해

처음 만났을 때 소통이 잘 안됐는데 종결할

요. 만약 아버지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때 최소한의 사회 규칙을 알게 되는 등의 변

양육에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양육

화를 함께 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의 질은 높아질 거예요.”

기쁘고 보람찬 경험, 어렵고 힘든 점을 이 야기 하면서 놀이치료사가 많이 겪게 되는 신체적 건강의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놀이치료 사가 치료사로서 신념을 제대로 지킬 수 있 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어요”라는 자신의

“우스갯소리로 항상 앉았다 일어나기 때문

다짐을 전했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2019년 1월호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그 어느때보다 격렬하고,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하는 마음이 모아지기 도 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지 6개월 밖에 안된 만 26세 새내기 간호사 고 박선욱 님,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 노 동자였던 고 김용균 님. 연이어 벌어지는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에 슬퍼할수만은 없습니다.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사진 원양선·백승호 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진으로 보는 세상 29


현장의 목소리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갑니다” 서울봉제노동조합 이정기 지회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작년 11월 봉제노조 창립총회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봉제노조 이정기 지회장을 보문동 일터에서 성탄 일에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이정기 지회장은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출근했다. 인터뷰 중에도 이정기 지회장의 재봉틀은 계속 돌아갔다.

“봉제 일하는데 노동환경은 어떻습니까?”

서 소규모로 부부가 같이 일하거나 몇 명이서 일합니다. 이러니 사장이라고 해도 일을 하

저희는 일이 있을 때 일을 하고 없을 때는 놉니다. 객공이라고도 합니다. 좋은 말로 프

임금 같은 건 다른 나라 이야기예요. 4대 보

리랜서로고도 하겠네요. 재단사, 미싱사의 직

험 같은 사회보장이 없어요. 일이 많을 때는

종마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일감이 들쑥날쑥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일감이 없을 때는 일을

합니다. 일이 몰릴 때는 햇볕한번 보지 못하

구하기 힘들어요. 이러니 월급제로 일하는 노

고 하루 16시간씩 일하기도 해요. 일이 없을

동자들이 많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래도 일감

때는 아예 놉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부업을

이 꾸준하게 있어서 요즘은 일감이 없어서 더

하는 경우도 있고요. 봉제업하는 사업주이자

문제긴 하고요.

노동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아

30

지 않을 수 없지요. 주 52시간 노동시간, 최저

저는 18살 때부터 30년 미싱 일을 했어요.

내랑 둘이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규모

그런데 제가 막내뻘이에요. 더 이상 젊은 친

로 옷 만드는 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해

구들은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죠. 일이 규칙

2019년 1월호


적이지 않으니 임금은 낫고, 4대보험도 안되

가도, 옷감을 가위질로 자르다가도 눈에 보이

는데 좁은 데서 계속 앉아 있는 등 작업환경

지 않는 옷 먼지가 많이 생겨요. 여기 책상도

은 열악하니깐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손가락으로 한 번 문지르면 옷 먼지가 손가락

간혹 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에 까맣게 묻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예요.

제 주변에는 비염이 많아요. 목이 칼칼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30년 전에는 좁은 공간에 소

“여기서는 어떤 옷들을 만드나요?”

설에 나오는 다락을 만들어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고 거기서 잠도 자고 했는데 요즘은 다락

저는 주로 남자 상의를 만들지만 일감이 없

에서 일하는 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는 경우에는 바지나 다른 옷도 만들어요. 미 싱사는 여자가 많은데 남자 옷 만드는 남자

“노동조합을 만드신 이유는요?”

미싱사들도 있어요. 요즘 양복은 기성복 많이 입지만 예전에는 대부분이 남자들이 양복을

작업환경이 안 좋다보니 예전부터 개선해야

재단도 하고 미싱도 했어요. 여기서 옷을 만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자기 목소리를

들어 동대문에 납품합니다.

내는 단체가 많잖아요. 근데 저희는 아직까 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우

“일하다 보면 건강에 좋지 않으신지요?”

리 봉제노동자들은 제조업처럼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서울에 뿔뿔이 흩어져 조직하기 힘

예전에는 재단사들이 옷감을 자르다가 손

들었던 점이 있고 노동자도 있고 노동을 하는

가락, 손가락 사이가 잘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업주도 있으니깐 노조가 안 만들어졌던 거

이런 사고는 별로 없고요. 미싱하는 사람들은

요. 상황이 이러니 노조를 만든다고 해서 다

바늘에 가끔 찔리기도 하는데, 큰 사고는 아

른 노조처럼 노동시간이나 임금협상을 이야

니니깐요. 대신 한 자세로 오래 일하다보니

기할 수도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허리, 어깨의 관절통을 호소해

그런데 요즘 소상공인 이야기 많이 하잖아

요. 예전처럼 일감이 꾸준하게 있었을 때는

요. 우리도 소상공인인데 우리를 대변하는 단

일정하게 수입이 보전이 되었어요. 그때는 누

체가 없었고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 않

가 시켜야 일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일감이

았어요. 정치하는 사람들도 우리를 도와주겠

있으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어

다고 했지만 선거 때 잠시 이야기할 뿐이라서

요. 미싱하는 사람들도 일감이 있을 때는 누

현장에서 바뀐 건 없어요. 근데 봉제노동자들

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일해요. 저

은 정말 많아요. 서울의 지하에 있는 공장은

또한 20년 전 보다 지금 일을 더 많이 하는 거

봉제공장이라고 보면 되요. 창신동, 신당동,

같네요.

보문동, 길음동, 중곡동, 면목동 등 봉제 공장

그리고 여기 옷 먼지가 많아요, 옷 운반하다

현장의 목소리

31


이 상상보다 많아요. 시에서 낸 통계를 보면

우 싸워서 쟁취하기 보다는 ‘내가 좀 더 일하

봉제 노동자가 93,000명이나 되요. 물론 80

면 되지’라는 생각하는 편이예요.

년대는 27만 명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았지만

노조에 대해서 좋지 않게 인식하는 분들이

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아요. 지난번에 공제 관련하여 시급한 서비

우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깐 사회적인 관심

스를 논의하려고 설문지를 돌렸어요. 필요성

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

을 느끼고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기 위해 노조를 만들게 된 거예요. 사람들을

사업주들은 크게 손해 보는 게 없는데도 불구

모으면 뭔가 할 수 있는게 생길 거 같기도 하

하고 예전에 청계노조에 대한 반감, 노조하면

고요.

시위나 폭력 같은 선입견이 있어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이건 시간이 지나면 해

“노동조합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결될 거라고 생각되는데 다들 나이가 있다 보 니 설득이 쉬울 것 같진 않아요. 노조홍보를

우선은 노조를 통해 복지나 처우를 향상시

겸해서 일일이 방문해서 설문지를 돌렸는데

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공제회를 만들어

아직까지도 설문지 작성하는 것도 겁먹고 불

퇴직금을 조성하고 비영리의료기관과 협약

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을 맺어 의료적인 필요가 있을 때 쉽게 이용

한편으로는 노조 만들어서 할 수 있는 게 뭐

할 수 있게 하고 기금을 마련해서 급전이 필

냐고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어요. 저희는 노조

요한 경우 이 기금을 통해 대출 받는 것 같은

를 만들어 임금을 교섭하고 노동시간을 줄이

사업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더 나아가 당장

려는 걸 하는 건 아니니깐요. 하지만 소외되

은 해결방안이 없어 보이는 일감문제도 해결

고 관심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분들한테 사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우리끼

한 것들이지만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단체가

리 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하고 우리가 하

있고 이 단체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면 좋겠어

고 우리가 못하는 건 관청이나 서울시에 이야

요. 이분들이 생각이 잘 안 바뀌어 그렇지 우

기 해보려고 해요.

리들의 진실성을 알아준다면 노조를 끝까지 믿어줄 거 같아요.

“봉제일 하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회장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요?” 봉제 일을 오래한 분들은 비록 학력은 초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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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중졸로 짧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채로 살

저는 과거에 청계피복노조활동을 했어요.

아왔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의 도움

하지만 생계에 바쁘다 보니 이런 쪽 일은 잊

도 받지 않고 30년 이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고 살았어요. 그래서 지회장을 생각해 본적은

자부심이나 자존심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대

없어요. 우리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노

체적으로 순응하는 편이라 수입이 줄어들 경

조가 만들어지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은 했

2019년 1월호


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보니 지회장을 하

적으로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게 된 점도 있고, 제가 미싱사다 보니 상황도

알려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많은 분들 같이

잘 알아 노조일 하는 것이 일하는 분들한테

하고 우리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으로도 관심

설득력도 있는 거 같아 하게 됐습니다.

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하시자면요”

어떤 분들은 옷감을 기계에 찍으면 옷이 바 로 만들어지는 줄 알아요. 하지만 옷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노동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힘든 환경 에서 봉제 일에 종사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습니까? 소상인들도 임대료나 인건비 때문 에 힘들고 저희 소공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리고 힘든 사업주에게 임금 받는 노동자들도 더 힘들 거예요. 우리 노조는 노동자와 사업 자와 함께 살길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사업자 와 노동자를 분리하여 갈등을 일으키자는 목

현장의 목소리 33


보석세공 노동자들의 삶도 보석처럼 빛나길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종로주얼리분회 김정봉 분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회

이번 &lt;일터&gt;는 많은 사람이 소중한 사람과 기쁘고 행복한 날을 축하하고, 기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각종 주얼리를 만드는 노동자이자 노동조합의 분회장인 김정봉 님을 만났다. 김정봉 님은 우연히 보게 된 전태일 평전에서 만난 그때와 자신이 일하는 현장이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다른 삶을 위해 노 동조합을 선택했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월 28일 영하 16도의 강추위를 뚫고 종로 주얼리타운 근 처에 있는 카페에서 진행하였다.

일터를 바꾸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

“복잡한데요.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분야로 나눌 때 주물과 왁스 작업을 시작으로 해서 주

“안녕하세요. 저는 종로에서 반지, 팔지, 목걸

물 마친 물건을 다듬는 캐스팅, 광택, 조각, 세

이, 귀걸이 등을 만드는 보석세공 노동자면서

척, 출고, 디자인, 캐드까지가 있는데, 이렇게

금속노조 조합원이에요. 노동조합을 만들게 이

각각 일하는 사람들이 보석세공사라고 보면 돼

유는 현장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에요.”

요.”

김정봉 분회장은 2018년 4월, 같은 회사에 서 일하는 동료 6명과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야기를 하기에 앞서 세상 사람 모두에게 이전

결심했다.

의 인식을 꼭 깨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대 노동환경에 머물러 있는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서울지방노동청에

보석세공 노동자의 조건

34

김정봉 분회장은 보석세공 노동자들의 이

2019년 1월호

도 계속했던 이야기인데요. 흔히 종로 보석세공


업체들은 영세사업장 아니냐. 그래서 현장이 열

름, 겨울 한 달씩만 비수기이고 나머지는 일도

악한 건 어쩔 수 없고, 노동조합 만들면 사업주

많고 정말 바빠요.”

가 망하는 거 아니냐고요.” 김정봉 분회장은 현재 정확한 통계는 없지 1980년대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

만 종로 전체 보석세공업계 규모가 업체 500

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보석

여 개, 매장 700여 개, 종사자 1만 명 정도 된

세공업체는 규모가 커지고 발전했지만, 그 일

다고 말했다.

을 하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나이 마흔에 경력 20년차, 퇴직을 앞둔 노동자들은 불안해

“예전에는 보석세공사 1명이 다양한 분야의 일 “우연히 고등학교 때 금속공예를 전공해서 일

히 수공업적이고 생산력이 떨어졌어요. 결국 업

을 시작했어요. 현장이 워낙 열악하니까 젊은

체들이 업무 자체를 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거로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하니 친구 한 명 데려

바뀌었고 생산성과 매출이 올라가니까, 이제는

오면 사장님이 10만 원씩 주고 그랬거든요. 저

한 업체당 최소 10명 이상 보석세공사 노동자

도 소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 게 이

를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게다가 이쪽은

거니까 친구 소개로 입사했고 그때 받은 10만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더운 여

원으로 고기 사 먹었어요.”

출처 : 금속노동자

을 혼자 다 했거든요. 그런데 이 시스템은 굉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김정봉 분회장은 어느덧 19년 차 보석세공 노동자가 되었다. 이쪽 업계에서 버티고 일한

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 했다.

사람들은 나이 마흔이면 대부분 20년 차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과 해고가 가장 두려워요”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요. 특히 대학에서 공예

“일하면서 제일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

를 전공한 사람들은 좋은 스펙이 있어서 다른

래도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각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고등학교

종 화학물질 증기에 노출되고 다 마시면서 일하

친구들도 꽤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5명 남아있

는 게 제일 문제 같아요. 저도 노동조합을 만들

는 것 같아요.”

고 활동하기 전에는 솔직히 안전불감증이라고 하나요, 그랬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제 눈앞에

청년인 김정봉 분회장이 벌써 20년 가까이

서 황산, 유산, 양잿물, 공업용 과산화수소, 세

일했다고 하니, 보석세공 노동자들은 보통 언

척제를 사용하고 동료들은 청산가리로 작업하

제까지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정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일은 오래 할 수 있고 60세 넘어서도 일하는 형님들이 있는 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경력이 30년 넘어가면

고요. 가끔 일하다 입술에 혀가 닿을 때가 있는 데 그때는 철 맛도 나더라고요.”

김정봉 분회장은 화학물질 위험 못지않게 안전사고 역시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해고되는 것 같아요. 보석세공사들이 초보자 생활이 긴데 이때 엄청나게 고생하거든

“지금이 1980년대도 아니고 2018년인데 아

요. 그래서 이직이 잦아요. 다른 업체에서는 경

직도 광택 작업하는 분들은 그라인더로 일하는

력자 대우해준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옮기다가

데, 거기에 손이 말려서 절단 사고가 나는 경우

업체들이 잠깐 비수기 때 일 없다고 나이 많고

도 있었죠.”

제일 돈 나갈 때 많은 50대부터 잘라요. 문제는 이분들이 다시 취업하기도 어렵고 4대 보험에

김정봉 분회장에게 만일 보석세공 노동자

가입한 것도 아니고 따로 노후 대책이 있지도

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업체에서 어

않다는 거예요.”

떠한 조치를 하는지 여쭤보았다.

김정봉 분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서울

“제가 아는 한 누가 산재를 한 적 없어요. 업체

노동청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최근 3년간

에서 병원비는 내주는데, 다시 출근하면 나가라

보석세공노동자의 퇴직금과 관련한 진정만

고 한다고 해요. 일하다 다치면 해고에요.”

800여건이었다고 했다. 업체들이 비수기에 는 보석세공 노동자들에게 퇴직금 일부를 지 급하면서 해고하고, 성수기가 되면 다시 고용

36

2019년 1월호

이런 와중에 김정봉 분회장의 한마디로 마 음은 더 무거워졌다.


“며칠 전에 처음으로 특수건강검진을 받았어

진정해서 그동안 못 받았던 퇴직금 50%를 바

요.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유쾌하지는 않더라고

로 다음날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결과들을

요. 진료받는 내내 혈압이 높다, 난청이 있다,

만들어가고 싶어요.”

심장이 빨리 뛴다, 폐의 40%가 기능을 못 한다 고 말씀하셨는데, 의사 선생님이 상담하면서 작

처음 써본 근로계약서, 처음 즐겨본 연차휴가

업 환경 때문은 아닐 것 같고, 담배 피우는 걸 줄이라는 거예요.”

처음 건강 검진을 통해 몸에 이상을 확인하 고 놀랐을 김정봉 분회장에게 왜 이러한 증상 이 있는지,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시 업 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지 물어본 사람이

노동조합을 낯설어할 수 있는 보석세공 노 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어떻게 알 려나가는 활동을 했는지 궁금했다.

“종로에서 같은 업계 노동자, 업체 사장들에게 며칠 남지 않은 이번 노동절에는 꼭 쉬자는 캠

아무도 없었다. 김정봉 분회장은 이러한 현실

페인을 했어요. 이후에는 업체들이 근로계약서

을 마주하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속해서 조

는 쓰고 일 시켜야 한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합원들과 노동법 교육,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있으니까 산안법을 지켜라 이런 기본권에 대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했

캠페인을 했어요.”

다. 김정봉 분회장은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이 김정봉 분회장은 짧은 활동이지만 조금씩

후 목표가 대단히 아이러니 하게도 법을 지키

현장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변화하고

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업체들이 법을 지키

있다고 말했다.

지 않으니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법을 지키도 록 하고, 노동자들은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처음에 종로에 노동조합이 등장했을 때 보석

요구한다는 것이다.

세공업체들이 다 영세업체인데 노동조합을 어 떻게 하냐 이런 이야기가 팽배했어요. 저희가

“우리 노동조합의 목표는 간단해요. 종로에 있

노동조합을 만들고 매일 캠페인을 했는데 그때

는 보석세공업체는 모두 법을 지키도록 하는 거

도 첫 달에는 신기하게 선전물을 받더니 두 달

예요. 이번에 제가 일하는 업체와 노동조합이

째는 사업주가 눈치를 줘서 안 받더라고요. 그

단체협약을 맺었는데요. 내용이 근로계약서 써

러다 세 번째 달에는 노동자들이 수고하라고 응

라, 연차는 줘라, 출산 휴가 보장해라, 부당해고

원해주더니 네 번째 달에는 노동조합이 주는 선

금지하라는 거에요. 다 법에서 보장하는 것들이

전물은 받아야지라고 인식하더라고요. 앞으로

고 다른 업체들도 모두 이 정도는 지켜줘야 한

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더니 뭐가 바뀌더라 이

다고 봐요.”

런 생각을 하도록 성과를 만들고 싶어요. 며칠 전에 2년 전에 해고 된 노동자가 서울노동청에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생기고 일터에는 어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변화가 일어났을까?

분회장은 눈을 반짝이며, 힘주어 말했다.

“뭐 특별히 바뀐 건 없는데요. 일하고 처음으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고요. 권리를 보

로 근로계약서를 써봤고 연차를 써봤어요. 성희

장하라는 주장이 너무나 정당한데 이걸 얻으려

롱 예방교육, 안전교육을 받아봤고요. 회사에서

면 요구해야 한다는 것도 명확해진 것 같아요.

화학물질정보(MSDS)를 준비해서 비치하더라

보석세공업계에서 노동조합이 처음 만들어지기

고요. 작업환경측정은 지금 하고 있어요.”

도 하고 워낙 인식 자체가 없어서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

김정봉 분회장이 아닌 인간 김정봉, 남편이 자 아버지 김정봉으로서 변화는 없는지 여쭤 보았다.

“처음 연차 썼을 때가 생각나네요. 아내는 출 근해야 해서 6살 딸이랑 저랑 둘이 에버랜드를 갔거든요. 그때 아이가 저랑 눈만 마주쳐도 아 빠 사랑해라고 하는데 정말 울컥하고 기쁘더라 고요.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아내랑 연차 맞춰서 데이트를 해요. 뭐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닌데 둘 이 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러면서 서로 더 아껴주고 존중해주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 는 아내가 선전전 할 때 춥다고 롱패딩을 사주 면서 당신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건강해 보인다고 앞으로도 잘하라고 응원해주 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김정봉 이란 사람의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글쎄요. 이상적인 걸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한 꿈은 없는데요. 이제는 4대 보험에 가입해서 나 중에 아내랑 국민연금이랑 퇴직금으로 노후를 대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김정봉

38

2019년 1월호

합과 함께 하고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돌봄노동자 마리아의 ‘어머니 되기’ 영화 &lt;사운드 오브 뮤직&gt;, 1965

출처 : 갈무리

신희주 노동시간센터 회원, 가톨릭대 사회학과

영화 &lt;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gt;은

해지는 감동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제작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

의 주제곡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 듣곤 했던 시절

들에게 사랑받는 영화이다. 많은 이들은 아마 이

로부터 30년 훌쩍 지난 지금 내게 이 영화는 또

영화를 주인공 마리아가 7명의 아이와 함께 잘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견습 수녀이자 가정교사

부르크의 광활한 자연과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

마리아가 한 가족에게 행한 ‘돌봄’에 대한 문제로

로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같이 음악을 통해 전

말이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우리가 가족이라는 일차적 사회집단 속에 태어

매 노인과의 인연으로 노인의 손자와 결혼까지 하

나고 성장하면서 늘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인

게 되고, 결혼 후 치매노인에 대한 돌봄을 둘러싸

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돌봄이라는 것이 인간사

고 끊임없이 가족들과 갈등하다가, 결국은 치매

회의 가장 본원적인 가치 중 하나라는 점이다. 모

노인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

든 인간은 삶의 첫 순간부터 돌봄이 필요한 의존

게 된다. ‘착한’ 심성을 가진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을 경험하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형성시킨 돌봄

은 약자가 불공정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의 가치를 기억한다. 아동, 노인, 장애를 가진 사

있는지에 대한 수세적 처세술을 보여줄 뿐만 아니

회구성원과 같은 취약한 의존인의 돌봄은 매우 절

라,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가족관계를 침묵과 인내

박한 도덕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로 감내하는 ‘이타적’ 가치를 구현한다. 여기서 상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마리아의 돌봄 노동은 다섯 살의 막내 그레틀부터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호 의존적, 시혜적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러한 전통적 미덕

열여섯 살 첫째 리즐까지 일곱 아이가 살아가는

윤리에서 일정 정도 거리를 둔다. 돌봄 윤리는 윤

위기의 가족 내에서 이루어진다. 마리아는 엄격한

리의 문제를 이기적 개인의 자기 이해와 보편적

규율과 통제 속에서 가족 이외의 타인들과 관계

도덕률이라는 두 극단 간 갈등보다는 그사이의 영

맺는데 서툰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마

역에 주목한다. 좋은 돌봄 관계는 그 관계 자체를

음을 여는 법을 가르치며, 노래와 웃음을 찾아주

건강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그 관계 속의 사람들

고,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돌봄 의 윤리는 일차적 관계성을 넘어 그 영역을 넓히

돌봄은 한 개인의 태도, 동기 혹은 심성의 미덕

며 대안적 사회윤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영화가

으로 설명될 수 없다. 「모성적 사유」의 저자 새라

제작된 시대를 고려하면 감독이 의도하든 의도하

러딕에 의하면 돌봄은 노동이지만 노동 그 이상이

지 않았든 영화 속에 돌봄의 가치와 돌봄의 윤리

기도 하고, 동시에 본질적으로 관계적인 것이다.

가 서툴게나마 구현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

다른 사람의 필요를 이해하고 그 필요에 어떻게

다.

응답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동감 (同感)과 감정적 개입이 꼭 필요하다. 돌봄 노동을

그러나 영화는 돌봄 노동에 관한 젠더적 편향을

주고받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 그리고 사람

피해가지는 못한다. 마리아가 떠난 후 트랩 대령

사이의 관계가 교류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타인

은 자녀들에게 약혼자인 슈레이더 부인과의 결혼

을 돌보는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의

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한다. “다른 가정교사는 더

존적 존재였거나 그런 존재가 될 것이며, 내가 돌

이상 오지 않아. 너희들에게 새엄마가 생길 것이

보지 못한 나에 대한 돌봄도 타인에 의해 제공된

거든.” 하지만 대령은 아이들을 돌보는데 서툴고

다.

로맨틱한 사랑의 욕구를 가진 슈레이더 부인 대신

이러한 돌봄이 단지 미덕의 측면에서 평가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최근 같은 시간

에, 돌봄에 익숙한 가정교사 마리아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결국 마리아가 아이들의 새엄마가 된다.

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주말드라마를 잠깐 살펴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의 여성의 경험이

보자.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은 부유한 치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로 환원되고, 특정인의 경험

40 2019년 1월호


들이 여성의 보편적 속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

화, 상업화시키는 시장의 논리는 가장 왜곡된 방

이다. 출산과 수유로 대표되는, 피할 수 없는 경험

식으로 돌봄을 평가하는 것이다.

으로서 돌봄이라는 행위는 여성 전체 삶에서 극히 일부분이거나 실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돌봄

영화 속 마리아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은 어떠한

은 어차피 여성의 영역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자

물질적 대가로 이루어진 것인지 영화는 말하지 않

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는다. 단지, 우리가 보는 마리아의 돌봄 가치는 효 용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판단할 수 없다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은 그 제공자가 누

는 점만은 명확하다. 어머니의 지위를 얻음으로써

구인가와 관계없이 중요하고 본질적이라는 점을

마리아의 돌봄이 완성된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못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물론 많은 경우 그 제공자

내 아쉽긴 하지만, 시장의 변덕과 왜곡에 마리아

는 대개 여성, 특히 어머니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의 돌봄이 내던져지지 않아 그래도 다행이라는 것

그러나 사적 영역을 벗어나면 돌봄은 전혀 다른

은 나만이 느끼는 안도일까.

현실에 놓여있다. 이 영화에서 나타난 돌봄의 여 성화는 사실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노동 문제로 나타난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전통적 돌봄의 영역은 가족과 친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담당하게 되었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인에 대 한 돌봄은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돌봄 대상의 범 위가 친밀한 관계를 벗어나 전 사회로 확대된 것 이다. 돌봄 노동의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듯, 최근 한국에서는 아이돌보미,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의 다양한 직업이 공공 서비스의 영역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때로 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많은 경우 사 회 보호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돌봄 활동 은 저평가되고, 그 본질적 가치가 폄훼된다. 전형 적인 여성노동으로 인식되어 온 돌봄 노동은 세계 화된 세계에서 점차 직업의 성차 논리까지 넘어서 인종, 계급적 속성까지 드러낸다. 요양병원의 간 병노동이 더 저임금 여성 이주노동자에 의해 이루 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 서비스로서의 돌봄 노동 에 대한 권력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돌봄은 그 자 체가 사회적이고 공공의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하 는 가치이자 윤리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상품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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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근 경색을 앓은 후 직장에

동 자체를 아예 금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복귀하지 못했다. 노동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길

그래도 심초음파 결과는 좌심실 구혈률(심실이

이 없었던 그는 주치의에게 가서 일을 다시 할 수

수축하며 피를 짜내는 정도)이 정상의 반 정도로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심초음파

떨어져 있었기에 그냥 일하게 내버려 두어도 불

결과를 본 심장 내과 의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한 상황이었다. 이 씨에게 제대로 &lt;업무 적합

단호하게 말했다. “일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절

성 평가&gt;를 하려면 철저히 객관적인 자료들이 바

대 일하지 마세요.”

탕이 되어야 했다. 3차 병원에서의 운동부하 검 사, 주치의의 소견서, 진단서, 처방전을 토대로

다니엘은 심한 심부전 상태였기에 의사는 업무

환자의 현재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고자

부적합 소견을 철회하지 않았다. 월세도 못 내고

했다. 또 하루 날을 잡아 그와 인터뷰를 하고 현

전기세도 밀린 다니엘은 실업자 연금을 받으려고

장도 돌았다. 이 씨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의 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다 전기도 끊기고 월

전반에 속해 있었다. 특정 라인에 배정되어 있는

셋집에서 쫓겨나기 바로 전 연금 혜택을 결정하

게 아니라 대기하고 있다가 고장 난 기계를 고치

는 자리에 간신히 인터뷰를 따냈다. 죽느냐 사느

거나 필요한 부품들을 만들어내는 등의 불규칙적

냐의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를 앞두고 다니엘은

이고 일정치 않은 업무들이었다. 현장을 돌며 심

화장실에서 쓰러져 죽는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살폈고, 그 시간 내내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이다. 영국의 유명 좌파

나는 사측과 노측에 “의사로서 중립을 지킬 것이

감독 켄 로치의 영화 &lt;나, 다니엘 블레이크&gt;의 내

며, 모든 잣대는 ‘노동자의 건강’ 하나만으로 삼

용이다.

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결과는 일정 조건 하 업무 적합으로 나갔다. 그러나 내가

내가 만난 노동자 이 씨는 다니엘 블레이크와

단 조건들은 현장 동료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유사한 상황이었다. 나는 심근 경색을 앓은 그의 작업 복귀에 대한 업무적합성 평가를 해야 했는 데 다니엘과 차이가 있다면 그의 심장 상태는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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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그런 작업 조건을 걸면 이 씨한테 시킬 일이 거 의 없다는 것이 반발의 요지였다. 이 씨는 급작


스러운 상황을 대비하여 혼자 일해서도 안 됐고,

린 자세로 검사를 하는 작업이 더 힘들었다고 했

20kg 이상의 심한 하중의 일에서 배제되어야 했

다.

으며 그 외에도 페인트나 신너 등 유기용제를 사 용하는 작업에서도 배제되어야 했다. (이 모두는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적절

심장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필수적인 조건들이었

히 현장에서 배려만 해준다면 업무에 적합한 노

다) 노조가 강한 곳이었고, 비교적 노동자들의 관

동자였다. 하지만 사측도 노측도 아파서 죽다 살

계도 강한 노조 덕에 팍팍하지는 않은 사업장이

아난 환자를 위해 깍듯한 배려를 지속할 수 없었

었다. 그러나 매번 아픈 그를 위해 더 힘들고 더

다. 그러기엔 우리나라 노동 환경이 너무나 척박

유해한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준다는 것은 무리였

하다. 노동자는 격무에 시달리고 회사는 산재 하

을 것이다. 결국 회사는 그에게 갑작스러운 작업

나 일어날까 벌벌 떤다. ‘노동자의 건강’ 역시 조

변경 발령을 내렸다. 나는 다시 사업장에 가서 그

금 더 전인적(全人的) 관점으로 살펴져야 할 것이

가 일할 수 있는 공정들을 살피고 그중 가장 심장

다. 나는 이번 사례로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주

에 하중이 안 가는 좌식 업무인 부품 검사직을 권

는 것 중 객관적 의학검사 수치 외에도 너무나 다

했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플랜 A가 현실에 적용

양한 사회·심리·경제적 요인들이 작동한다는 것

되지 못했지만 플랜 B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

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업무 적합성 평가는 일

다. 이제 제대로 업무 적합성 평가를 하고, 노동

할 수 있는 사람을 일하게 하는 데에 쓰여야 한

자의 건강에 가장 적합한 공정으로 작업 변경을

다. 누군가를 더 낙인찍히거나 어우러져 작업하

시켰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기 어렵게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 적용은 절대 녹록치 않다. 이 과정에 더 많은 현

그러나 한 달 뒤 이 씨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충 격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급여가

실적/철학적 고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 다.

적었다. 비록 좌식 업무였으나 20년 넘게 해온 기 존 업무를 그만두고 새 업무를 배운다는 부담감 이 있었다. 검사 작업의 노동 강도는 약했지만,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 2018년 12월 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시 출동해서 힘 한 번 쓰고 오는 예전 업무보다, 종일 좌식으로 앉아서 쭈그

송윤희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회원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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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외주화의 종말, 노동자의 생명, 안전 위협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

‘노동 유연성의 확보’라는 미명하에 경제를 살리

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

는 길이라며 혈안이 되어 모든 업종이 외주화에

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열을 올렸다.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사회적 신분’이

이 무렵부터 고용 형태가 세분화 되었다. 정규

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

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서 사업장 내에서

라는 용어가 회자되었다. 직접 고용, 간접 고용,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서 회피

파견, 용역, 도급, 업무위탁 등 다양한 고용 형태

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를 가리킨다고 보고 있다.

가 발생하였고, 특수고용직이라는 노동법의 사각

계약직과 같은 고용 형태나 근로 형태가 사회적

지대도 증가하였다. 단지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직업뿐 아니

동자, 기간의 정함이 있는 노동자의 구분을 뛰어

라 사업장 내의 직종, 직위, 직급도 상당한 기간

넘어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점하는 지위로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용 형태가 생겨났다. 그 사이 모든 업종에서 외

있다.

주화를 가장하여 불법 파견, 위장도급이 만연하 게 되었다. 이러한 외주화는 노동 과정에서 필연

20년 전인 1998년 2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법률」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7월 1일부터

적으로 노동자의 안전보건, 생명을 위협하였고 산업재해의 위험을 가중시켰다.

시행되었다. 이 법이 제정될 무렵 사회적으로 아 웃소싱(자체 인력·설비·부품 등을 이용해서 하던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만 보더라도

일을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외부

2013년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망 사건, 2015

용역이나 부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

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질소 누출 사망 사

졌다. 외주화 증가의 원인은 ‘생산비용의 절감’과

건,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

44 2019년 1월호


어 사망 사건, 2017년 제주 특성화고 현장 실습

무엇보다 고용 형태의 다변화와 특수고용직 등

생 사망 사건,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구조물

비정형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상 확대, 원청 사업

추락 사망 사건,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주 책임 강화(일부 위험장소에서 사업주가 지배하

컨베이어벨트 사망 사건 등 연이어 외주하청 노

는 사업장 전체로 확대), 반복적 산재 사망에 대한

동자들의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평균

징벌적 처벌 강화, 유해·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

2000명이 넘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고, 병들

수입하는 자가 위험을 책임지도록 하는 등 비용을

고, 목숨을 잃는다. 한국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

이유로 위험을 외주화하였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

률은 10만 명당 7.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항

려 위험에 대하여 ‘진짜 사장’이 책임질 수 있도록

상 1, 2위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국

법률적 강제가 요구된다. 또한 노동자가 안전보건

회에서 잠자고 있는지 몇 개월째이다. 그러는 사

상의 위험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도록 온전한 의미

이 태안화력발전소 故김용균님의 사망으로 원청

에서 ‘작업 중지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없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의 필요성에

록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안법

대해 다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되었다.

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노동 현장에서 산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주화 중심의 산업 구

안법이 제대로 적용되고 강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에 변화가 없다면 산안법 이 개정되었다고 하

하나하나의 산안법 위반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인

더라도 산재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

태도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 건을 더 이상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현 재 논의 중인 산안법에 대한 개정은 반드시 필요 하다. 그나마 2018. 12. 27. 산안법 개정안이 국 회를 통과하였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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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 상식

건강검진 이야기 (2) 저번 달에 이어 이번에도 건강검진에 대한 이야

종 치료를 받으며 평균 10년을 살고, 같은 사람이

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언급하는 건강검진은 국

증상이 생긴 뒤에 진료를 받아 55세에 암을 발견

가 건강검진과 이와 별도로 따로 시행하는 검진

한 뒤 5년을 사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국가검진은 2년에 한 번

두 사람 모두 동일하게 50세에 암이 생겼고 60

시행하며 기본적인 혈액검사, 혈압, 흉부 X선, 5

세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검진으로 암

대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검

을 발견한 환자는 암이 발견된 후 5년 더 살았고

사 등을 포함합니다. 국가 검진 항목은 항목이 많

증상이 생겨서 암으로 진단된 경우는 진단 후 5

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 검진센터에서는 검진

년을 살았습니다. 이 경우 검진을 했으니 더 오래

패키지 상품으로 여러 검사를 조합하여 질병을

살았고 검진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는 생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여

각은 착각입니다. 이를 기간차이 편향(lead-time

기에는 머리 MRI, 전립선 초음파, 갑상선초음파,

bias)이라고 합니다. 검진이 도움이 되려면 단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등 다양할 것입

질병 발견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

니다.

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검진의 효과가 궁금하다

또 다른 경우는 검진에서 발견되는 암은 서 서히 자라는 암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length

그렇다면 이런 검사들은 효과적일까요? 효과

bias(적당한 번역이 없지만 굳이 번역하자면 길

적인 검사는 증상이 발생하기 이전에 질병을 발

이 편향)이라고 합니다. 서서히 자라는 암은 증상

견하여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감소, 즉 생명 연장

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검진으로 발견

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진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빨리 자라는 암은 무증상

에서의 검사의 유용성을 평가하기에는 몇 가지

기간도 짧기 때문에 증상 발생 이후 병원에 가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소 이론적인 내용

되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서서히 자

이 되겠습니다.

라는 암의 경우 치료 효과가 좋은 경우가 많아 검 진을 통해 이러한 종류의 암만 발견한다면 검진

우선 검진을 통해서 암을 발견했을 때 암 진단 시기를 앞당기게 되고 이는 곧 생존 시간이 길어

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일 수 있는 것입 니다.

지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상이 없을 때 검진으로 50세에 암을 발견한 환자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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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그리고 검진에 관심이 있고 자발적으로 검진


을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건강에

입니다. 1회 X 레이 촬영의 방사선 노출량이

신경을 많이 씁니다. 검진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

0.1mSv이니깐 PET-CT 1번 검사로 엑스레이

해서는 두 집단 사이에 음주, 흡연, 식이 등의 생

100번에서 200번 촬영하는 정도의 방사선에

활습관이 차이가 있어 이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도 연령 이 낮거나 흡연을 하지 않는 등 암 위험인자가

암 검진의 목적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없을 경우 PET-CT 촬영으로 얻는 이득보다 위

하여, 완치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

험이 커진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입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대장암, 유방암, 위

등은 연령을 떠나 무증상의 환자에게는 이익보

암 등에서는 조기 검진 후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다 위해가 크다며 PET-CT 촬영을 권고하지 않

여러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조

고 있습니다. 흉부나 복부 CT도 방사선 노출이

기 검진을 권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진목적으로 행하는

가 암 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

것에는 주의를 해야 합니다. 흡연자의 폐암 검

만 갑상선암의 경우, 적극적으로 조기 검진과 치

진에서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한 저선량 CT가

료를 해온 한국에서 미세 갑상선암의 진단이 급

있는데 이 경우 기존의 흉부 X선 촬영 군을 비교

격히 증가하면서 수술 받은 환자의 완치율은 개

해 누적 흡연량이 많은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흉

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갑상선암으로 사망한 국

부 CT가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20% 줄인다는

민의 수는 2000년 266명에서 2010년 356명으

결과를 보고한 바 있어 흡연자의 폐암 검진에서

로 호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

저선량 CT는 도움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즉 개

상 2012년 한국인 갑상샘암의 연령 표준화 사망

개인의 위험인자와 증상 여부에 따라 CT 검사

률은 10만 명당 0.5명으로 미국(0.3명), 일본(0.4

여부는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명)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최근 갑상선암의 진단 과 수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

우리나라가 한해 건강검진 관련 의료비용으

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질병의 양상에 따라서

로 최소 8조 원에서 최대 18조5천억 원을 쓴다

검진이 도움이 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기 때문

고 합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쓴 연

에 내 몸 안에 있는 병을 다 찾아내겠다는 목적으

간 총 의료비가 130조로 약 10%에 해당하는 비

로 행하는 검진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

용을 검진에 지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용

습니다.

과 규모에 비해 효과적인지는 의문입니다. 병· 의원에서의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검사 위주의

또한 병원에서 검진 패키지 형태로 행해지고

검진보다는 개별적인 건강 관련 위험인자를 확

있는 머리 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인하여 이에 대한 맞춤형 교정이 더 필요하다고

등도 앞에서 언급된 ‘효과적’이라고 하기에는 부

생각합니다.

족합니다. 특히 검진 기관에서 프리미엄 검진이 나 VIP 검진으로 많이 홍보하고 있는 PET-CT 는 1회 촬영으로 방사선 노출량이 약 10~25mSv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lt;오해의 과학&gt; 2부 2회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 스티븐 제이 굴드

지능을 물화한 실체로 보는 조류는 전쟁 이후 시

“(국가별 이민자 수 할당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자

대적 배경과 맞물리면서 큰 비극을 낳게 됩니다.

신의 자료가 발표되고 이민 제 한법이 시행된 지 6년

바로 이민 제한법의 등장인데요, 이 시기 생물학적

후에 자신의 자료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 브리

결정론자들의 주장은 이민자 중 열성분자들을 색 출해 이민을 제한하자는 극단적인 논리까지 뻗게 됩니다. 1924년 통과된 이민 제한법은 과학자와

검은 자신의 개인적 부채를 변제할 수 있었지만, 이 미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테스트가 낳은 결과는 어찌할 수 없었다. 이민 쿼터 는 여전히 유지되었고, 남유럽과 동유럽의 이민자 수

우생학자들의 로비와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는 줄어들었다. 1930년대에 유대 난민들은 대량학살

된 육군 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것인데요, 이어지는

을 겁내 미국에 이주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

인용문들을 통해 비극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지

다. 법으로 지정된 쿼터와 계속된 우생학자들의 선전

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선동에 의해 북부와 서부 유럽 여러 나라에 대해 확 대된 할당 인원수가 다 차지 않은 해에조차도 유대

“터먼, 고더드, 여크스 등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의 선 입관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지 못할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터먼은 훌륭한 고아원이 원아들의 IQ 를 하락시킬 수 있는 모든 환경적 원인을 제거했다고 진지하게 주장했다. 고더드는 삼등선실에서 힘든 뱃 여행을 막 끝낸 겁먹고 혼란스러운 이민자들을 대상 으로 테스트를 하고는 자신이 선천적 지능을 측정했 다고 믿었다. 여크스는 신병들에게 질문을 퍼부어 괴

인은 내쫓겼다. 체이스는 1924년부터 제2차 세계대 전이 발발한 시점까지 600만 명의 남부, 중부, 그리 고 동부 유럽인들이 쿼터에 의해 입국 금지되었을 것 으로 추정했다. 우리는 외국으로 떠나고 싶지만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다. 파괴에 이르는 길은 종종 간접적이지 만, 사상은 총이나 폭탄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382p.

롭히고, 혼란과 불안의 증거인 수많은 0점자들을 속 출시키며 인종과 민족집단의 선천적 능력에 관한 자 료를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결론을 불가사의한 ‘시

죽지 않았습니다. 현대 통계학에서 큰 흐름을 차

대적 분위기’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왜냐

지하는 ‘요인분석(factor analysis)’에까지 영향을

하면 동시대의 비판자들도 그 결론이 터무니없다는

미치게 되는데요, 이야기는 요인 분석의 아버지로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기준으로도 미

불리길 원한 런던대학 교수였던 시릴 버트 경(Sir

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은 교조주의자들이었다. 그

Cyril Burt, 1883~1971)에게까지 이릅니다. 그는

러나 그들의 도그마가 유리한 시대적 조류에 편승해 서 일반적으로 수용되었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 다.” - 364p.

48

하지만 참상을 낳았던 생물학적 결정론은 절대

2019년 1월호

일란성 쌍둥이 중 우연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의 자료를 미증유의 양으로 모아 발표를 하면


서 큰 화제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는 빛은 많은 이들의 눈을 멀게 합니다. 당대 버트

당대의 ‘황우석 스캔들’을 저질렀다는 것이 나중에

의 주장에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나 의심스러운 구

밝혀집니다. 자료를 ‘ctrl C + ctrl V’하면서 변형한

석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도 많은 학자들이 지능에

것이죠.

대한 버트의 주장을 믿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 하게 합니다. 굴드는 이에 대해 ‘객관성이라는 가

그러나 자료조작 이전에 버트가 가지고 있는 논 리에서부터 결함이 있었습니다. 이는 상관관계와

면을 쓴 공유된 도그마에 대해 무언가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닐까?(446p.)”라며 반문합니다.

인과관계를 완벽히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 데요, 이러한 일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흥미롭게도 버트 자신이 바로 이런 물화된 실체

수 있는 일입니다. 여기에 대한 굴드의 설명을 한

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주문한 학자였다는

번 들어볼까요?

것입니다. 굴드가 ‘날카롭고 훌륭한 통찰’을 보여 준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버트가 쓴 다음

“내 나이와 지난 10년 간의 휘발유값의 관계를 예로

의 글을 읽어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이 책을 읽으며

들어보자. 둘 사이의 상관은 완전에 가깝다. 그러나

내내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고 있

그 원인은 아무도 지적할 수 없다. 상관은 원인에 대

음을 알게 됩니다.

해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강한 상관이 약한 상 관보다 그 원인을 잘 나타낸다는 생각조차 사실이 아 니다. (...) 따라서 원인에 대한 추론은 단순한 상관관 계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대

“일반적인 사람들은 패턴을 원자와 같은 단일 한 존재로 환원하기를 좋아한다. 기억력을 골상학

부분의 상관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상관이 인과적일

에서 이야기하는 기관에 내재하는 기본적 능력으

때에도, 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상관의

로 다루고, 모든 의식을 뇌의 송과선으로 압축시키

세기가 원인의 본질을 밝혀주는 경우는 드물다.” -

고, 십여 가지나 되는 고통을 모두 류머티즘이라고

395p. ~ 397p.

부르며 그 원인이 특정 미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지 력이 모발이나 혈액 속에 있다고 말하고, 아름다움

이런 버트 역시 다른 분야에서 지적 능력을 발휘

을 광택제처럼 덧칠할 수 있는 기본적 성질로 간주

했을 때는 매우 예리했습니다. 굴드조차 “그는 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의 전체적인 경향은 단순

카롭고 훌륭한 통찰력으로 추론했다(445p.)”고 평

하고 단일한 원인이 아니라 체계나 구조적 패턴 속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능의 선천성’에 대해서

에서 통일적 원리를 찾는 것이다 (...) 간단히 말해

이야기할 때면 뭐에 씌인 듯이 생물학적 결정론(협

서 ‘요인’이란 편의적인 수학적 추상물로 간주되어

소하게 이야기하면 ‘유전적 결정론’)의 도그마 앞

야 하며, 뇌의 개별 ‘기관’에 내재하는 구체적인 지

에서 증발해버렸습니다.

적 ‘능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1940 p.237, 1937, p.459) - 460p.

버트에게는 생물학적 결정론 도그마가 바로 그 자신이었습니다. 생물학적 결정론의 도그마가 그 에게 명성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죠. 명성으로 발하 이현석 노동시간센터 회원

문화읽기

49


발칙 건강한 책방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로, 함께 산다 서중원, 정택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오월의봄, 2018

글을 시작하며 6년 전을 회상한다. 나에겐 6

로 장애인수용시설에 살다 시설 밖 지역사회로

년째 만나는 언니 A가 있다. 언니를 처음 만난

나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날은 봄으로 넘어가는 겨울 볕이 따사로운 날

‘탈시설’한 사람들은 ‘탈시설 운동’의 주체이자

씨였다. 언니가 살던 요양병원 앞에는 운치 있

뜨거운 원동력이다. 그동안 이 사회에서 없는

는 호수가 잔잔히 흘렀다. 근사한 풍경에 마음

존재로 치부되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있는

의 긴장감이 채 녹기도 전에 병원 안에 있는 언

그대로 살아내며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니를 만났다. 그 안에는 침대가 빼곡했다. 사람

다. “왜 그동안 우리는 함께 살 수 없었나요?”

들은 침대 아래로는 단 한 발도 허락되지 않은 채 모두 묶여있었다. 40여 년간의 시설 생활을

탈시설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야기는

뒤로하고 최근 세상으로 나온 언니는 아직도

‘좋은 시설’이다. 수용형 시설은 당연히 나쁘

그 병원 밖에 어떤 풍경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지만 좋은 시설은 괜찮지 않냐는 것이다. 김범

다.

순 님은 말한다. “시설에서도 뭐 어려울 건 없 었어. (중략) 그런데 막상 나와 보니 그렇게 좋

&lt;나, 함께 산다&gt;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

50 2019년 1월호

을 수가 없는 거야.” 아무리 좋은 시설일지라


도 바깥세상만 한 자유는 없다. 시설에 자주 안

의 자립전도사다. ‘동산 모퉁이에 던져진 돌멩

부 전화를 묻는 남수진 님의 말은 좋은 시설 통

이 하나’로 아는 것을 나누고 실천해간다. 가족

념에 홈런을 날린다. “근데 언제까지 거기서 살

이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홍

순 없잖아. 그래서 자립 결심했어.” 그래, 아무

윤주 님은 오늘도 아이들과 과자로 씨름 중일

리 좋은 시설이라도 왜 그곳에서 장애인이 평

테다. “장애인이 죽었는데, 덥고 차 다니는 불

생 살아야 한단 말인가.

편 정도가, 뭐가 고생이에요?”라는 신경수 님 은 오늘도 ‘시나모(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의 모

최소 30인부터 많게는 수백 명이 수용된 시 설에서는 개개인이 ‘나’로 오롯이 살기란 어렵

임)’ 깃발을 들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집회 현장을 누빈다.

다. 그들은 시설에서 관리해야 하는 몸 하나로 취급된다. 자신을 ‘히피’라고 표현한 신경수 님

여전히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설에 있

은 시설에서 ‘씻김 당했다’고 표현했다. 최영은

다. 그리고 올해는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선도

님은 그런 생활에 별수 없이 ‘차라리 체념’해야

사업으로 최초의 탈시설 사업이 시도되는 해이

했다. 그랬던 이들의 입말에서 ‘나’, ‘내가’, ‘나

다. 한편에선 장애인과 함께 살기 위한 준비가

는’이 반갑다. “저는 민들레야학에 오고 나서야

미숙한 사회에서 지금의 탈시설은 섣부르다고

먹고 싶은 거 먹게 되었고, 그제야 어떤 음식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우리는

먹으면 탈이 나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시설 밖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

으로 나와 비로소 만나는 개별의 색깔이 참 뚜 렷하고 곱다.

‘자유 없고,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어디 나가 면 허락받아야 나갈 수 있는’ 시설에 누군가를

한 사람이 시설 밖 사회로 나오는 건 끝이 아

계속 둘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니라 시작이다. 평생 시설에서 살아오다 어느

사회로 기꺼이 나아갈 것인가! 이상분 님의 질

날 갑자기 사회 안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진통

문에 우린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은 만만치 않다. 비시설 거주인은 사회에서 살 아오면서 여러 경험을 하며 자연스레 체득한

“약한 사람이 살(수 있으)면 (그 사회는 누구

사회적 습관과 제도를 한꺼번에 흡수하길 요구

나) 다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왜 없어지라고 그러

받는다. 시설에선 신지 않았던 신발, 고민하지

지?”

않았던 골목길, 내 권한 밖이었던 문을 열고 닫 는 것…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 재인 ‘나’로 기꺼이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다린다. 이종강 님은 그야말로 시설 안에서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발칙 건강한 책방

51


이러쿵 저러쿵

한노보연 활동을 시작하며 여는 글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왜 일을 하다 아프고 죽어가야 하나? 내가 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건 부끄럽지만 얼마 안 된 일

-누나…, 아 나 일 하는 거 드럽네.

이다. 4년 전에는 그저 단순히 노동과 관련된 일

-왜?

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 전부터 꿈꿔오던

-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안 바꿔주고 다

‘노동법을 잘 하는 변호사’는 어찌 보면 속은 텅

음 달까지 참고 운행하래.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내가 맡은 차가 브레이크가 완전 고장 나

빈 꿈이었다. 반올림 활동에 결합하게 되면서 알게 된 ‘노동 보건’이라는 단어의 연장선에서 만난 여러 단체

서 멈추질 않거든. 엔진브레이크라는 걸 이용해

가 있었고,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들의 활동을 곁

서 마찰로 멈춰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

눈질로 보면서(사실은 너무나 자신이 없어서 곧

당장 못 바꿔 준다고 다음 달까지는 그걸로 배달

은 시선으로 오롯이 볼 수 없었다) 조금씩 배워나

하래….

갔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는 ‘이들과 좀 더 깊 게 고민하고 결합하고 싶은데 그럴 순 없을까’하

내 동생은 택배노동자이다. 그리고 저 대화는

는 고민이 가득했었다. 막상 뛰어들려고 생각하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한

니 나의 부족한 실력이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이

참을 멍하게 있었다. 책으로 보고 신문 기사로만

발목을 잡았고, 또 그 길이 쉽게 열리지도 않았

봤던 일들이 내 앞에 막상 벌어지니 떨리거나 슬

다. 답답한 마음은 커져만 가고 한편으론 조급해

프거나 분노의 감정보다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

지기도 했다. 게다가 정돈되지 않은 개인사들로

었다’.

인해 뭐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까지 겹

자세히 물어보니, 택배 배달차량을 바꾸려면 큰 돈이 든다고 했다. 회사에서 지출 할 수 없는 큰

쳤으니,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돈은 내 동생 목숨의 가치보다 소중한 돈이었겠

그런데 다행인걸까. 시간이 지나고 전반적으로

지. 그리고 떠오르는 너무나 슬픈 질문. ‘왜 일을

안정된 시기가 오면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하면서 죽음에 내몰려야하나.’

에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후원회원이 아 닌, ‘활동회원’으로 전환할 기회가 온 것이다.

52

2019년 1월호


비용을 줄이는 것이 노동자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던 사업주들의 행태도 그대로 였다. 우리는 그 때와 같은 모습으로 모였 고 여전히 같은 목소리를 반복하고 있었 고…. 다만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제는 ‘내 가족’의 문제와도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명분을 하나 더 얻었다. 단순히 마 음으로 공감하는 것보다 이제 내 살갗으 로 다가온 일이기에 더 진중하게 접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 연구소’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곳 한노보연, 여기서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려고 한다. 2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싸워온 결 당연히 아무도 못 봤겠지만, 집에서 ‘앗싸 오케

과이다. 물론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한 발자

바리!’를 외쳤다. 외치고 나니 또 시작되는 두려

국 뗀 것에 의의를 두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누더

움과 고민들. ‘과연 열심히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기로 개정된 이 법을 조금 더 다듬고 바꿔 나가는

알기나 하나?’라는 생각이 시작되었으나, 이젠

게 우리가 해야 할 여러 일 중 하나이다. 노동자

혼자가 아니고 함께 도와가며 걸어갈 연구소 동

들이 직접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지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안심이 되면

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일어난 사업장은 더 많은

서 힘이 났다.

금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와 현장을 만들기 위

요즘도 여전히 노동 현실은 변하지 않은 것 같 다. 일터에서는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기

해 우리는 좀 더 괴로워야 할 것이고 싸워서 이겨 내야 할 것이다.

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동지를 또 잃었다. 세상을 바꿔보고자 소

같이 갑시다! 고마워요! 한노보연!

리를 내던 그 분의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먹먹함 보다 답답함이 앞섰다. 몇 년 전 구의역 죽음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똑같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이었고, 안전에 대한

채은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18.12.23, 연합뉴스] 올해 이

국외국인청 앞에서 단속을 피

해 심의한 후 한국 정부가 인

주민 10대 뉴스…이주노동자 추

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린 이

종차별 철폐협약을 제대로 이

락사·이란중학생 난민

주노동자가 중상을 입기도 했

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

습니다.

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국

외국인 이주·노동협의회(외

내법에 인종차별의 정의를 포

노협)가 이주민 인권에 큰 영

◇ 예멘 난민 제주도 유입...난

함하고 인종차별 철폐협약 제

향을 미친 사안을 추려 최근

민·이주민에 대한 혐오

1조에 포함된 모든 차별금지

발표한 ‘2018 이주민 10대 뉴 스’를 보면 한국 사회 이주민

사유를 포괄하는 법을 제정해 지난 6월 제주도를 통해 우

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한국의

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고

리나라에 입국한 예멘 국적자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

밝혔습니다.

가 561명 가운데 549명이 난

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민 신청을 했습니다. 이례적인

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외조협이 선정한 10대 뉴스 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민 유입에 반난민 집회가 서 울, 제주 등 전국에서 열렸으

이 외에도 ▲인천 다문화가

며 이에 맞서 이주인권단체들

정 중학생, 동급생들로부터 폭

◇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

은 난민 인권 보장 촉구 집회

행당한 후 투신 ▲한국 출생

에서 발생한 폭력·추락사

를 열었습니다. 난민을 둘러싼

미등록청소년, 강제퇴거취소

논쟁이 계속 되자 인터넷에서

청구 소송에서 승소 ▲“저유소

지난 7월 우즈베시크산 유학

는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가

화재사고 피의자는 스리랑카

생이 경남 함안의 한 건설업체

짜뉴스, 혐오 발언이 크게 퍼

노동자” 발표와 반대 여론 ▲

에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출

졌습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국가인권위원회 “‘불법 체류’

입국단속반원들로부터 폭행을

난민과 범죄자를 동일시함으

용어 쓰지 말라” 권고 ▲이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로써 대중에게 공포와 혐오를

중학생, 친구들의 국민청원으

폭행 후 강제로 끌려간 이 학

조장하고, 실제 난민 신청자의

로 난민 인정 ▲외국인노동자

생은 구금됐다가 닷새 후 풀려

현실을 왜곡하는 내용이었습

고용사업장의 심각한 법 위반

났습니다.

니다.

▲이주에 관한 새로운 국제협 약, ‘이주에 관한 글로벌 콤팩

지난 8월 김포의 한 건설 현 장에서는 인천출입국·외국인 청이 벌인 단속 과정에서 미얀

◇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6

트’ 채택까지 총 10대 뉴스가

년 만에 한국 심의

선정됐습니다.

지난 5일 유엔 인종차별철폐

마 이주노동자가 추락해 사망

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올해는 5만6천명의 이주노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

열린 제97차 회기에서 한국의

동자가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울러 지난 10월에는 수원출입

인종차별 철폐협약 이행에 관

들어온다고 합니다. 신규입국

54 2019년 1월호


자는 올해보다 2천명 줄어든

업종별로 ‘건설업’이 784곳

4만3천명이고, 재입국자는 올

으로 56.0%를 차지해 가장 많

현재 재난·안전관리 지표에

해보다 2천명 늘어난 1만3천

았습니다. ‘비금속 광물 제품

사업의 원청인 지방공기업은

명입니다. 이들이 더 이상 차

및 금속 제품 제조업 또는 금

물론 하청 등 외주업체의 안전

별, 폭력, 혐오, 착취 속에 놓

속 가공업’이 75곳으로 뒤를

사고 예방 노력 및 재해 발생

여지지 않도록 투쟁과 연대가

이었습니다. 규모별로는 100

현황까지 포함하여 평가합니

필요할 것입니다.

인 미만이 1210곳(86.4%)으

다. 경영평가단 구성에 있어서

로 가장 많고, 100~299인이

도 안전·환경 분야 전문가 참

[18.12.28, 경향] 노동자 숨지

103곳(7.4%), 300~499인 27

여를 확대해 보다 내실 있는

고 다친 ‘불량 사업장’ 지난해

곳(1.9%) 순이었습니다. 소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1400곳...건설업이 절반

모 업체일수록 산재에 취약했

계획입니다.

위험의 외주화 예방을 위해,

던 셈입니다. 지난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각종 산업재해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산업재해가 발생한 ‘불량 사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

‘불량 사업장’이 1400곳에 달

업장’ 명단은 고용노동부 홈

점검을 올해 1월 중으로 실시

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페이지(www.moel.go.kr)의

합니다. 지방공공기관 시설물

‘뉴스·소식 - 공지사항’에서

안전점검은 지방자치단체 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 모든 공공기관이 대상으로,

고용노동부는 중대 산업재해 와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공

한 기업을 포함한 ‘산재 불량

[19.01.01, 중부일보] 행안부,

공기관에서는 안전관리 강화

사업장’이 1400곳으로 지난해

지방공공기관 시설물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

보다 2배 늘었다고 지난 12월

강화

체에서는 그 이행실적을 지속

28일 밝혔습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해마

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1일 산업재해 무엇보다 안전관리 강화 계

다 불량 사업자 명단을 공개합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방

니다. 올해는 공표 대상 기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물

획에 노동자의 참여가 적극 이

을 ‘연간 사망재해자가 2명 이

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뤄지는 방안 모색도 필요할 것

상 발생한 사업장’과 ‘노동자

고 밝혔습니다. 행안부는 지방

입니다.

1만명 당 사망자 수의 비율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안전 관

평균 이상인 사업장’으로 나누

련 중대한 사고 발생 시 경영

고, 산재은폐 사업장도 포함하

평가 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등

면서 명단에 들어간 사업장이

의 강화조치를 시행합니다.

크게 늘었습니다.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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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2019년에도 일하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 삶을 위해! 2018년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김용균 님의 죽음부터 헤아릴 수 없는 노 동자들이 다치고, 아프고,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세상 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2019 년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금까지 쭉 걸어온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lt;일터&gt;를 구독해주시는 여 러분께서도 마음 모아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 동자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lt;사수&gt; 경기 상영회 진행해 8년의 노조파괴를 끝내기 위한 유성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 그 와중 벌어진 폭력 사건을 부풀린 보수언론의 공격과 노동자 구속까지. 그 리고 또 한 명의 소중한 동 료를 떠나 보내기까지. 이 모든 게 2018년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벌어진 일입 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노조파괴에 맞선 마음 아프지만, 벅차오르기도 하는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다 큐멘터리 &lt;사수&gt;를 경기지역에서 수원지역 제 노동조합과 정당의 공동주최로 지난 12월 27일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연말인데다 한파였는데도 90여 명의 관객이 자리를 꽉 채워주었습니다. 연구소 상임활동가 푸우씨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됐습니다. 1월에도 여러 지역에서 상영회가 있으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다큐 &lt;사수&gt;를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페북 주소] https://www.facebook.com/sasufordearlife/

노노모-한노보연 공동주최로 질판위원 워크숍 열려 지난 1월 5일 용산철도회관에서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와 한노보연이 공동주최로 질판위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애초 신청자보다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워크숍 이 끝난 후 전체 토론하는 시간에 질판위원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개선 과제들이 제시됐습니다. 재해조사의 질, 질판위원 배정, 신청인의 권리 증진 등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활동으로 앞으로 기획이 필요함이 확인됐습니 다. 워크숍 논의가 실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한노보연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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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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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호 17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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