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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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충청남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사업이 시작되다 경쟁, 실적 - 장애인 청년노동자의 죽음 요양보호사도 아프다

통권 191호 / 2020.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인 1989년에 ‘2020 원더키디’라는 공상과학 만 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10살 정도였던 제가 느끼기에 30년 후는 너무나 먼 미래였지만, 올해로 그 2020년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만화에서 그려진 2020년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파괴된 세상과 발달된 인공지능이 인간을 노예 처럼 부리고 괴롭히는 암울한 미래였습니다. 2020년인 지금 만화에서 전망했던 것들이 현실에 서 얼마나, 어떻게 구현됐는가를 뒤돌아보면 기대한 만큼의 과학기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 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세상이 확실히 달라진 게 있다면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입니다. 그런데 IT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을 촘촘히 통제하는데 이용되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 어진 IT기술로 노동시간도 줄이고 위험한 일도 덜 하는데 이용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역설적 입니다. 결국 사람과 자본이 문제인거 같습니다.

2020년이라 어릴 적 만화가 생각이 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 에는 흰쥐의 기운으로 일터 독자님들의 성취와 지혜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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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기획추진단, 국민참여조사위원회, 특별노동 발행인

안전조사위원회, 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이름이 붙은 4개의 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권고안 발표 이후 1년이 지나도 변화된 점은 찾기 힘듭니다.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나래, 지나, 채은, 경미, 지안, 기형

도대체 무엇을 위한 조사일까요? 조사활동은 무엇보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함이며,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이미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 또한 말이지요.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2020년의 시작을 여는 <일터>는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 활동의 의미를 살펴보았 습니다.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1.14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팩스

특집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부산 051-816-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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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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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 무엇을 어덯게 조사할 것인가? 직업병 집단 조사(혹은 역학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제들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서의 조사를 바라며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충청남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사업이 시작되다!

노동자 건강의 현실세계(real world)와 실시간(real time) 확인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2020년 달라지는 주요 노동관계법

19 연구리포트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열정페이’ 담론이 던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

45 노동자 건강 상식 폐렴

48 문화읽기 2019 <보고 싶은 얼굴>전을 보고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50 발칙 건강한 책방 요양보호사도 아프다

30 현장의 목소리 경쟁, 실적 -장애인 청년노동자의 죽음

52 이러쿵저러쿵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 간절함으로 만들고 싶어요

54 안전보건동향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일을 위한 시간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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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사고조사, 무엇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사고는 어떻게 지워지는가? 없을 법한 사고들을 모아 거대한 아카이빙을 통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는 경향신문의 기사 (2019.11.21.)의 제목은 노동자 사망사고를 둘 러싼 상반된 의미를 불러낸다. 우선 ‘한해 2,400 여명의 노동자들이 죽는다. 그런데 왜 김용균 죽 음만 가지고 그러나?’라는 불만 섞인 의구심이 있다. 실제 발전사의 한 안전관리자는 ‘발전소에 서 사망사고가 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왜 유독 이번 사건을 이렇게 조사하느냐?’고 인터뷰 도중 말하기도 했다. 실제 언론이나 사회에서 김 용균 사고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다. 매일 김용 균이 있었지만, 매일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이,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이 보도된 후 잊혀지거 나, 아예 잊혀질 기회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의 또 다 른 의미는 사라진, 가라앉은 죽음들을 다시 길어 올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무명씨의 죽음에 의미 를 부여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 아무 관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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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죽음의 구조를 가시화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향신문이 기사화한 1,355명 의 죽음에 대한 전수조사가 놀라운 이유는 그 숫 자가 아니다. 숫자로 환원된 죽음은 추상적이다. 1,355명과 1,356명의 차이는 소수점 이하의 재 해사망율로만 표시된다. 이것은 죽음의 구체성 을 지우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 서 1,355명의 기록은 2,400이라는 숫자로 수렴 되는 연간 산재사망자수에 저항한다. 그 구체적 죽음을 다시 기록하는 것, 그 짧은 정보의 단신들 을 연결해 거대한 사고의 원인을 되묻는 작업이 다. 그래서 경향신문이 제작한 거대한 죽음의 아 카이빙은 지난 죽음에 대한 뒤늦은 추모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더 큰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이 죽음의 구조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


희대의 살인마, 안전펜스?

본적인 원인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 책임의 문제 는 사라지고 기술공학적 접근을 통해 마치 위험

그러니까 매일의 김용균이 있었는데, 왜 사고조

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는 김용균처럼 이뤄지지 않았을까? 중대재해

이러한 접근은 사회적으로 사람의 죽음을 숫자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

대체하는 것과 연결된다. 즉 죽음의 구체성 대신

독을 실시하고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김

기계장치의 결함이나 안전장치의 강화로 문제를

용균 사망 당시 고용노동부가 행한 특별근로감독

가둔다.

결과보고서는 1,029건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을

다른 하나는 사고의 원인을 손쉽게 구조의 문제

적발했다. 이 결과로 5개 발전회사의 모든 컨베

로 환원하는 경향이다. 이 경향이 극단화되면 자

이어벨트에 안전펜스가 쳐지기 시작했다. 발전

본주의 체제가 노동자 죽음의 구조적 원인으로

소뿐만 아니라 끼임, 협착 같은 사고에는 늘 안전

지목된다. 물론 정치적인 주장은 그렇게 전개될

펜스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전펜스야

수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로 희대의 살인마인 셈이다. 안전펜스가 제 발

죽음의 구체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왜 하필 김용

로 도망가거나 책임을 방기했다면 말이다.

균은 컨베이어벨트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지, 그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이

작업방식은 어떤 결정과 구조 하에 이뤄졌는지,

유는 사고의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사고만 드러

그 연결고리들을 추적하는 것이 사고조사의 과정

나는데 있다.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있어? 그

이다. 그리고 그 복잡한 시스템의 가장 끝에 무엇

러니 사고가 일어나는 거지’ 식의 일반화의 오류

이, 혹은 누가 있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사고조사

는 사고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

과정에서 죽음의 구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의

는 체념의 인식구조를 만든다. 안전펜스의 탓으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로 돌리는 사고조사는 위험의 구조적 원인으로

동료 노동자들의 경험과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다가가려는 노력을 봉쇄하고 기술적이고 기계적 인 접근으로 우리의 사고를 한정한다. 때문에 사고조사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나

매뉴얼과 현실 작업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뉴얼은 법에 따른 구체적 시행방안을 포함한다. 또한, 기업 고

아가야한다. 왜 안전펜스가 쳐지지 않았는지에

유의 작업방식의 노하우를 담는다. 그러나 매뉴

대한 연결고리를 찾아 추상적이고 베일에 싸인

얼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노동자와 사용자사이의

근본적 원인의 가장 끝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다

권력관계이다. 이러한 권력관계가 구체적으로

면 사고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동하는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관행이다. 따라서 조사의 출발점은 매뉴얼이 지

사고조사는 수사가 아니다

시하는 권력관계가 현장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 그 긴장과 간극을 조사하는 것이다.

사고를 바라보는 두 가지 편향이 존재한다. 하

즉 사고조사의 과정은 기계와 기술 그리고 구조

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고의 원인에 대한

와 제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권력관계가 어떻게

기계적, 기술적 접근이다. 이는 사고에 대한 근

작동하는가를 세밀화로 그려내는 작업이다. 때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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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문에 조사는 범죄 여부를 파악하는 수사(搜査)도

사고를 조사할 때 사용자를 포함한 발전회사가

아니고, 죽음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규정하는 정

‘조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치적 수사(修辭, rhetoric)에 그쳐서도 안 된다.

측 관료들도 조사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의 법, 행정적 시스템 역시 조사대상이기 때문이

사고조사는 누가 하는가?

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는데, 처음부

: 재해자과실론에 대한 비판

터 사용자 측이나 정부 측이 조사위원이 되어야 한다고 누구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특별근로감독으로

그런데 막상 기업 내 사고에 대한 조사는 ‘사용

이뤄지는 사고조사 외에 기업 내에서 자체적으

자’가 ‘조사주체’가 된다. 따라서 구의역 김군이

로 수행하는 사고조사가 있다. 이는 통상 안전관

나 김용균, 조선업 등과 같은 사용자를 배제한 별

리자와 기업에서 선임하는 안전전문가들이 수행

도의 조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사측의 사고조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사고는 안전

사와는 독립적인 사고조사권을 확보해야하며,

관리상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안전관리

이러한 한에서 사측과 공동의 사고조사를 수행

의 책임을 갖는 당사자가 사고조사의 주체가 된

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사고조사 활동을 벌일

다는 점에서 사고조사의 객관성이 애초에 실종된

필요가 있다.

다. 때문에 재해 당사자와 그의 동료들은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 조사의 대상이 된다. ‘재해자 과실

없다. 아차사고에 그쳤더라도 심각한 산재사고

론’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이뤄진다.

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 사망까지 이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신이나 동료가 당한 사

지지는 않더라도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반복된

고조사가 어떤 결론을 맺는지 알지 못한다. 발전

사고가 끊이지 않은 사고 등도 사고조사권을 요

하청노동자들도 중대재해 사고조사서를 원청이

구해야 한다.

작성해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중대재해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고조사는 결

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주는 사고조사서를 작

코 사고가 난 후의 사후적인 과정이 아니다. 예방

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 안에는 사

적 조치는 안전수칙을 강화하는 식이 아니라, 오

고의 원인, 사고의 구체 경위와 더불어 재발방지

히려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 필요

대책들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재발

하다. 현재 형식적인 체크리스트로 형해화되어

방지 대책 이전에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의 원인

있는 위험성 평가를 비롯한 일상적인 안전보건

을 둘러싼 현장노동자의 의견을 봉쇄함으로써 원

활동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만큼이나, 현장노

인은 재해자의 과실로 돌아가게 된다.

동자들이 체감하는 위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

김용균 특조위는 사용자를 배제하고 정부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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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고조사를 중대재해에 국한할 필요는

한 사고들을 조사하여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시민대책위 측 추천위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

것 또한 효과적인 예방적 조치가 될 것이다. 나아

고 하청노동자들을 자문위원으로 두었다. 객관

가 이러한 다양한 층위에서의 사고조사가 일상

성과 공정성을 가한다는 명분으로 사용자, 노동

의 안전보건활동 증진과 강화에 밑거름이 될 것

자, 정부, 전문가를 동수로 구성하지 않았다. 즉

이다.

2020년 1월호


사고조사의 목적은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원인은 우리 사회의 매우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예방하는 것

있다. 그래서 보고서가 규명한 사고의 구조적 원인 과 이것이 갖는 의미는 반드시 공장의 담벼락을 넘

사고조사의 목적은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를 남기지 않

어선다. 이러한 사회화는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사 측의 지배력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는 사고조사 활동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

마지막으로 사고조사 보고서는 앞으로 더 많이

은 5.18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실질적인 발포

쓰이고 쓰여야 한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명령자가 누군지 밝혀낼 결정적 증거를 수집했음

이어질 뻔한 사고들에 대한 조사활동을 통해 그 원

에도 공식적인 보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것과 같

인들이 축적될 수 있다면, 낡았지만 여전히 현실에

다.

서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해자 과실론’은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사고조사 보고서

현실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를 작성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그 과정은 지속적인 갈등과 투쟁의 과정이기 때문에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 성한다는 것은 사고의 구조적 원인들을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갖는다. 김용균 특조위 당시 백도명 자문위원은 보고서 집필을 앞둔 특조위원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5번 하면 구조적 원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그에 따라 김용균 보고서는 전력산업의 민 영화라는 거시적인 구조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김 용균은 왜 컨베이어벨트 안으로 몸을 숙여서 작업 했는가?’라는 구체적 질문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 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체계적인 연구논문 을 작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구체적인 조사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김혜진 자문위원의 조언 역시 같 은 맥락이다.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사 고, 죽음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그 배후에 가려진 구조적 원인에 도달하기 위한 인과관계의 사슬망 을 드러나는 작업이다. 그러한 과정으로 쓰여진 사 고조사 보고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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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직업병 집단 조사 (혹은 역학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제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직업병 집단 조사의 시작, 문제제기 단계

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 조사가 진행되려 면 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수이거나 (위

반도체 직업병, 집배원 과로사 이슈는 최근

험의 크기),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이거나 (심

2~3년 내에 역학조사 혹은 실태조사가 진행 또

각성), 사회에서 주목 받고 있는 사안이거나 (공적

는 발표되었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

관심), 예방의 지점이 명확히 확인될 가능성이 있

뿐 아니라 30여 년 전 원진레이온 사건, 10여 년

는 사안인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제대로 된 조사

전 반도체 백혈병 이슈와 함께 우리 사회의 중심

가 이루어지려면 이를 수행할 전문가, 예산, 자료

사건이었던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질병 발병

에 대한 접근 권한, 조사 대상자들에 대한 동의 획

조사도 있었다.

득 등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수동적인 태도는

직업병 조사 활동(혹은 역학조사)은 문제제기 단 계에서 시작한다. 문제제기는 피해를 입은 노동자 혹은 유족들에 의해 시작되고 여러 사회단체에 의 해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를 밟는다.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국내에서 확인하 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문 제제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제기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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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문제제기를 넘어 본격적인 조사 수행을 어렵게 하 는 이유다. 이 단계에서 짚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기업 혹은 국가기관의 자발적인 문제제기 와 이를 근거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구성원들의 건강변 화와 결과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질병 발생의 원인을 추적하는데 소극적이다. 1년


에 10만 건에 육박하는 산재 신청 자료를 가지고

을 수행하느라 개입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를 놓

있고, 200만 명에 가까운 특수건강진단 자료를

치는 경우도 많다. 몇 달이면 기본적인 조사를 끝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에서 논란이 되는 질병에

내고 대안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인데도 아직 조사

대해 선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흔하게

범위와 방법을 둘러싼 논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있는 사례는 아니다.

역학조사와 집단조사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동의

둘째,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평가하여 본격적인

할 수 있는 방법이거나 합의가 가능한 내용임에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결정하는 힘은 전적

도 전문가들의 불필요한 고집, 의도적 지연 등이

으로 “요구하는 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피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

해자들의 긴 투쟁과 요구,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

관적인 조사 전문가가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현

회단체의 정치활동이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

실에선 추천되는 전문가가 회사 측과 노동계에서

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구하지 않으면,

다른 경우가 많다. 조사된 결과를 숨기거나 결과

투쟁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조사 단계에 이르지도

를 조작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조사 작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의 결과는 열심히 찾아서 보려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논쟁하되 빠르고

본격적인 조사, ‘누가’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사를 이끄는 힘이 필요하 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조사 과정에 ‘당사자의

기나긴 투쟁을 통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게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다. 공식적인 회의 참여를

되도 조사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선정하는 작업에

통해 조사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과정까지 참여할

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업과 노동계 혹은 피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 단체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다른 경우가 많 아, 서로 추천하는 전문가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

뚜렷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은 조사결과,

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보건공

결국 해석의 문제

단과 같은 국가기관에서 조사가 이루어질 때도 자문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힘이 존재할 수

기나긴 시간을 거쳐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만,

있다. 조사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한정

원인과 해결방안이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경우는

된 시간과 예산, 인력 등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

많지 않다. 최근 제기되는 문제들은 중독과 같은

라도 모든 내용,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전통적인 직업병과 달리, 일반인구 집단에서도

것이 능사는 아니다. 중복된 조사는 피하고, 기존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암, 심장질환, 정신질환

자료를 활용하는 등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

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업적 원인

인 방식의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범위

을 찾는 과정에서 오히려 비직업적인 원인 또한

를 정하고, 필요하면 조사 이후 단계에서 진행해

드러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조

야 할 주제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과정에서 우리가 직업병이라 주장하는 근거만

조사 주체를 정하고, 조사 범위를 정하는 작업

큼이나 직업병이 아니라는 근거도 만들어 낼 수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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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있는 것이다.

했지만 경쟁하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여서 뚜렷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병은 이미 100% 직업적

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만

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보다는 ①직업적 원

약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조사가 정말 예방을

인이 일정한 기여를 하거나, ②직업적인 요인이

위한 것이라면, 관점이나 방향이 없는 조사결과

일반적인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촉

발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명확한’ 원인이 아니

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③일반적인 요인

더라도 ‘유력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다. 이러한

과 직업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당 질병

유력한 원인들이 드러났다면, 예방을 위해 보편

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인 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요인들을 제거

직업적 원인을 희석시키고 업무관련의 불확실

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예방 대책을 제시

성을 키움으로써 산업재해의 책임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이거나 명확한 원인이

려는 자본과 기업의 전략이 손쉽게 실행될 수 있

없다고 해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거나 아무

는 것이다.

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조사의 목적에 어긋

이 지점에서 조사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나는 것이며, 형식적인 조사문건 하나를 더하는

매우 중요해진다. 통계적 방법을 통해 도출된 양

것에 그칠 뿐이다. 이렇게 조사결과의 한계를 인

적인 결과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직업병이라

정하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예방조치

는 복잡다단한 현상을 설명해 내기 어렵다. 산업

를 취하는 것 외에 추가조사를 여러 방향에서 제

변화에 따라 직업병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안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직업병의 발병 양상도 복잡다단해졌다. 각 상황 마다 위험 물질 노출 양상이 균질적이지 않으며,

조사를 통해 제안된 권고 내용은

여러 위험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잘 지켜지고 있나?

과연 전통적인 역학연구 방법론만으로 이러한 현 상을 제대로 분석해낼 수 있을지 되돌아볼 필요

수백,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는 꼼

가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질적 방법론을 적극 조

꼼한 결과와 해석, 권고안이 담겨져 있다. 그동안

사과정에 반영하고, 당사자들의 상황과 업무 그

수행했던 역학조사와 직업병 실태 조사 보고서는

리고 발병까지의 맥락을 이해하는 섬세한 해석과

조사자들의 노력과 피해자들의 피땀이 실린 결

예방과 연계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과물이다. 그럼에도 보고서에 담긴 수많은 권고 안들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모든 조사 보고서에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하기

는 권고안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점검하고, 상황 변화가 발생할 경우, 수정된 대안을 제시하고, 변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면, 적합한 대안을

화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이행

제시할 수 있고, 그러한 대책은 공감을 얻고 설득

점검단이 제안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

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의 크기만을 확인

는 것은 또 다른 단계를 예비하기 위함이다. 조사

하고 원인을 찾지 못했거나, 유력한 원인을 확인

는 끝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시작임을 잊지 말아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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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서의 조사를 바라며 - 반올림 상임활동가 조승규, 이상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위험에 관한 과학적 조사는 어디서나 환경과 진보

재해의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는 사안의 경우에

와 문화의 전망에서 산업체계에 대해 가하는 사회비

는 구체적인 요구를 담은 권고안을 제시할 수 있

판의 뒤를 절름거리며 따라간다.”

다. 하지만 조사를 하더라도, 직접적인 인과관계

- 울리히 벡, 『위험사회』 중

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 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전자산업, 반도체 제

최근에 ‘휴지조각이 된 조사보고서’라는 제목

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그 대

의 토론회가 열렸다. 거기서는 주로 조사보고서

표적인 예이다. 이에 맞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에서 원인이 드러났음에도 예방을 위한 권고안

반올림 활동가들을 2019년 12월 23일에 만나

이행이 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권고안 이행

‘예방’을 위한 조사,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서

의 문제는 이행을 둘러싼 정치적 투쟁의 중요성

의 조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을 드러냄과 동시에, 조사활동이 보고서라는 문 서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사활동

조승규 반올림에 산재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

의 목적이 결국 예방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

조사를 해도 직접적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분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방을 위한 조사란 도대체

이 많아요. 반도체 직업병이라고 할 때, 온갖 종류

무엇일까? 권고안 이행 이전에 그렇게 권고안을 만들어내는 작업 단계에서부터 예방을 염두에 둔 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의 암과 희귀질환이 다 들어가 있어요. 반도체 사 업장에서 일했던 분들이 걸린 질병이 워낙 많기 도 하고, 질병 하나하나 뜯어봐도 질병 자체의 기 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대다수예요. 더 구나 해당 작업장에서 어떤 공정으로 어떤 물질을

조사활동을 통해 사고나 직업병을 비롯한 산업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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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사용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는 상황이죠. 자신들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의 직무정보를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구요. 협력업

정말 부당한 일이죠. 거칠게 말해, 과학적, 의학적

체에 소속된 분들은 더욱 알기 힘들고요. 그러다

조사에 한계가 있는 것을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전

보니 산재승인을 위한 업무관련성 입증이 상당히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어려워요. 오랫동안 싸운 덕에 최근에야 산재인정 을 받는 질병들도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죠.

조승규 산재보험의 측면에서 볼 때, 반도체 사업장 에서 보고되는 희귀질환들의 기제-메커니즘이 충

이상수 최근에 정부 주도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재승인을 하지

에서 반도체 제조업 현장을 대상으로 직업성 질환

않고 적절한 보상과 적합한 재활·치료를 제공하지

역학조사를 했잖아요. 그때 10여 년 간의 코호트

않는 것이 과연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으로서의 성

추적조사와 위험군을 대상으로 집단조사나 일반

격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인구집단과의 비교를 해서 백혈병이나 비호지킨

만약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 엄격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의 발생 및 사망 위험비가 높

한 입증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더욱

은 것이 확인이 되었죠.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

이 산재승인에 어떤 법리를 적용할 것인가도 쟁점

어요. 얼마나 현장 자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이지만, 판단근거로 활용될 각종 조사결과들이 얼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기 때문이에요. 작업환

마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뤄지는지 모르겠어요.

경측정 등 기존자료들이 갖는 한계나 사업장 환경 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할 점이 있어요.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이 갖는 취지를 살 리는 방식으로 업무관련성 판단을 하는 것이 중

그럼 질병판정위원회에서 반도체 직업병과 관 련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근 업무관련성의 판단기준과 판 정을 위한 조사과정에 대해서 반올림에서도 고민 중인 지점에 관해 물었다.

요하다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관련 성을 판단하는 것은 보상과 재활·치료의 제공과 연관되는 것이긴 하지만, 유해위험요인 자체를 제거 및 개선하는 등의 예방활동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사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상수 반도체 제조업 현장이 위험하다는 건 반올 림 투쟁이나 앞선 산재 승인 건들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요. 충분히 반도체 사업장이 위험하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여지가 있 다는 게 확인된 것이죠. 2019년 5월에 발표된 역 학조사 결과도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고요. 이렇게 반도체 사업장이 유해물질을 취급하고 있어서 노 동자에게 위험하다는 것에 사회적 문제의식이 형 성되고 있는데도, 반도체 노동자들이 앓고 있는 각 종 암과 희귀질환이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각종 물 질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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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이상수 우선 파킨슨병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어떨 까 싶어요. 파킨슨병은 이미 일정한 기제와 기전이 밝혀졌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오히려 반도체 사 업장에서 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유전을 비롯한 다 른 요인 때문에 걸린 것이라는 식으로 산재승인을 거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전자산 업업계, 반도체 제조업 현장에서의 유해위험요인 노출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 일 반적인 사업장이나 일상생활환경과는 노출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조승규 노출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로 개별역학

흔히 안전보건과 관련한 조사활동은 전문가의

조사가 수행되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적용한 조사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은 공학적 차원의 문

방법이 해당 사업장에 타당한지, 데이터 측정 과정

제고 보건은 의학적 차원의 문제이기에, 전문가

중에 과소/과대하게 나올 가능성은 없었는지 등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반도체 사업장의 개별역학조사나 작업환경측정에 서 그게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되고 반영되었을지

의 역량이 필수적이라 여긴다. 이러한 인식은 일 면 타당하다. 분명히 사업장에서 유해위험요인 을 파악하고 작업환경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

의문입니다. MSDS와 같은 기본 자료 제공도 영

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

업비밀, 기술유출이라는 식으로 규제하는 상황이

지만 정말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니 물리적 한계도 분명하고요. 반도체 노동자의 삶

를 만드는 일은 전문지식 없이는 불가능하고 전

을 위한 조사가 이뤄지고자 한다면, 더 수준 높거

문가만이 담당할 수 있는가? 그렇진 않다. 반올

나 많은 양의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더 세련

림 투쟁이 보여주듯이, 일터에서의 위험에 대처

된 조사방법을 쓰는 식의 기술적인 문제도 아니고 요. 전자산업업계의 노출특성과 노동자 경험을 반 영하려는 태도, 즉 조사에 임하는 목적과 문제를 이해하는 관점이 어떠한가의 문제죠. 나아가 조사

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보의 수준과 양만으로 좌우

자체도 금전적 보상을 해주어야 하느냐 마냐는 식

되지 않는다. 반대로 현장노동자의 경험 또한 귀

의 판단을 위한 과정에 국한하지 말아야 해요. 보

중한 지식, 합리적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상 이후 사후조사로 전환하고서, 예방을 목표로 삼 아 다양한 노출경로, 확인되지 않은 위험물질 등의

무엇보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라는 말에서 확

가능성을 열어두고서 이 모두를 검토하는 방향이

인할 수 있듯이, 일터에서의 안전보건문제는 ‘노

면 어떨까 싶어요. 재해조사경위서에서 나온 다양 한 사항들도 적극 반영해보고요. 이상수 만약 예방을 위한 조사 자체를 지향한다면,

동자의 삶과 자본의 이윤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 가’를 두고 투쟁의 장 속에 있다. 일터에서의 위 험을 측정하고 판단하는 일을 단지 전문가의 몫

그 출발점으로 개별사건을 넘어서는 산업 전반 파

이나 기술적인 문제로 한정해버려서는 안 된다.

악하는 집단역학조사나 산업 전체 점검을 시도해

조사과정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진행한다고 하

볼 수 있겠죠. 그렇게 다른 산업재해에도, 산업 전

면서, 기술적인 측정 외에 어떠한 가치 판단도 할

반에 적용 가능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서의 조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삶

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중심에 놓는 조사, 조사자의 눈앞에 언제나 노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예방’을 위한 조 사, ‘활동’으로서의 조사가 무엇인지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우리가 조사를 ‘활동’으로서

동자의 삶이 자리한 조사야말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서의 조사가 아닐까. 그 구체적인 상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이해하고, ‘예방’을 위해 조사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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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이게 회사여? 본관 문을 닫아걸고 뭘 하겠다고?”

충청남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사업이 시작되다!

“나 본관 들어 온 지 10년은 된 것 같아” “뭐하는 거래요? 뭐가 좀 다른 건가?”

충청남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돌봄 사업이 시작된 첫날 금속노 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주로 했던 말들이다. 2017년 국 가인권위원회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수준이 매우 악화돼 있 다는 것에 주목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었다. 그 결과는 2018년 연말이 돼서야 공개되었는데 핵심은 “노동자들 전반적으 로 정신건강 수준이 매우 좋지 않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제 기관의 노력과 지방자치단체의 치유(치료)지원이 필 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충청남도는 그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여 마음 건강 돌봄 사업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하였고, 2019년 11월 본격 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적어도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소속 노동자 들에게는 일탈로 간주되며 사회적 배제를 경험해야 했던 지난 10년 가까 운 시간 안에서 처음 맛보는 사회적 배려의 순간일 수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 ‘꼬일 대로 꼬이는’ 돌봄사업

충청남도 유성 노동자 돌봄 사업은 단계별 계획을 하고 있다. 우선 전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위험 수준을 파악하고 분류하기 위한 면접 평가 과 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위험군을 분류하면 병원이나 전문기관 등과 연 계한 치료지원이 이뤄진다. 동시에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치유프 로그램,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치유 프로그램,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재무상담과 가족상담 등도 병행될 예정이 다. 단계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면접 평가였다. 2018년 초 금 속노조 소속 세 명의 노동자가 뇌심혈관 질환으로 연이어 쓰러졌다. 그중 한 분은 지금도 병상에 계신다. 얼마전에는 42세의 젊은 노동자가 돌연 사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는 자 장경희 회원,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살을 계획한 적이 있다는 노동자가 20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 런 이유로 면접 평가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진단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오로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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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10년 가까이 심리 치유사업을 지원해 왔던 사람으로서 누가 또 잘못될까 노심초사했던 불안과 불 면의 시간을 이제 조금이라도 내려놓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의 기대가 너무 컸고, 10년 켜켜이 쌓인 불신의 벽은 높았으며, 회사는 회사가 신뢰하는 곳이 필요했다. 결국 전체 노동자들 에 대한 종합적인 면접 평가는 당사자별로 나뉘어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기관들이 진행하게 되었 다. 물론 동일한 기준을 갖는 평가지로 이뤄졌지만, 처음의 의미는 퇴색됐다.

더욱 커져가는 고민,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까?

다른 기관이 진행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만을 6일에 걸쳐 만났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본관에 들어오는 것조차 낯설어하며, 본관 기둥만 봐도 분노가 치 밀어 오른다는 그들에게 과연 이 과정이 이대로 진행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갈등하고 고민했 다. 처음으로 시간 할애를 받아 상담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는 공 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공인된 무언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금속노 조 소속 노동자들에게 의미 있는 전부가 아닐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에겐 회사의 태도 변화가, 일상을 침해하지 않는 존중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고 절실한 것일 수 있다. 마치 지난 10년이 없었던 시간처럼, 몸과 마음의 생채기를 내고, 거기서 나온 피가 고름이 되도록 방치한 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듯, 한 치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환경은 더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충청남도의 돌봄 사업은 아직 많은 단계들이 남았다. 그렇지만 그 단계들을 거치며 또 어떤 문제 나 고비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 가지의 원칙들이 확실히 지켜지길 바라고 그 것을 놓치지 않고 임할 예정이다. 첫째로는 이 과정은 회사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치유 기관들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몸·마음 건강을 돌보고, 그들에게 닥친 고통에 귀 기 울이며 스스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목적이다. 두 번째, 위와 같은 이유로 노동 자들이 중심이어야 하며, 그들이 이 과정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나 지자체, 각 기관은 이에 조력하고 지원하며 존중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원 인을 밝히고 개선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누가 잘못했어’라는 딱지를 붙이기 위한 게 아니라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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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천지선 회원,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적음에 따라 보험료율이 증감되는 방식이다. 재 해가 많을수록 보험료율이 높아지는 이 방식은 일견 공평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으로 보인 다. 하지만 실제 개별실적요율제의 운영과 결과 를 살펴보면 과연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 인지 의문이 생긴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왜곡, 위험부담 분산기능 약화

우선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과 연 공평한가 하는 의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회가 분산하 ▲ 산재보험료 산정 및 부과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보험의 취지를 좌우하는 정치적 문제다. 출처 : pixabay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개별실적요율제에 대한 평가

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개별실적요율제도 적 용에 의해 감소된 보험료 수입은 전체 업종의 일 반 산업재해보험요율에 추가적으로 분산하여 부

대한민국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율은 업 종별 요율과 개별실적요율을 채택하고 있다. 이 중 개별실적요율제도란 해당 사업의 재해의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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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담시킨다. 결과적으로 보험료율 인하 혜택을 받 은 사업장이 냈어야 할 보험료를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이 부담하는 셈이다.


이 의문은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상과 실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업재해를 은폐시킨다, 위

제 감면 대기업 비중을 보면 더욱 강해진다. 현재

험의 외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있

산업재해보상보험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

어 왔다.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의

상은 건설업 이외는 상시노동자수 30인 이상, 건

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여 산재보험료를 감면받

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60억 원 이상 사업이다.

을 수 있다면, 산재 은폐는 당연한 것이다. 위험

2019년 11월 29일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

의 외주화도 그 일환이다. 위험작업 등에 대한 사

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상위

내하도급이 확산되고 있지만, 사내하청업체에서

30대 기업 개별실적요율 산재보험료 감면액 현

발생한 산재는 원청의 개별실적요율 수지율에는

황’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30대 대기업이 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하

면받은 산재보험료는 1472억원, 전체 대비 상

청노동자 4명 포함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위 30대 대기업의 산재보험료 감면금액 비중은

현대제철은 5년 간 105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

34.5%, 감면금액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자

를, 지난해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진 포스코 역

동차, 3위 SK 등이었다. 2015년 개별실적요율을

시 올 해 상반기에만 94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

적용받는 사업장은 전체의 4.45%였고 이 대부

면받았다.

분인 89.9%는 보험요율 할인 혜택을 적용받았 다.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소수 기업이 감면받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만큼 그 외 기업들이 부담하는 구조를 만든다. 개

정치적 문제로서의 산재보험료 산정·부과

별실적요율제도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왜곡 시키고, 위험부담 분산 기능을 약화시킨다.

다행히도 개별실적요율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보험요율 할인을 위한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부터 적용

산업재해 은폐 및 위험의 외주화

대상·범위를 축소하고, 증감비율을 변경하고(이 전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별로 최대 할인·할

다음으로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업재해 예방에

증폭 차등10~29인(±20%), 30~149인(±30%),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개별실적요율을 적

150~999인(±40%), 1,000인 이상(±50%)이었

용받는 대부분(2015년 기준 89.9%)의 사업장은

으나 개편한 후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30

보험요율 할인을 받고 있다. 별다른 재해예방노

인 이상(±20%)), 업무상 질병은 반영하지 않도

력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업장은 보험요율 할

록 했다.

인혜택을 받게 되어 산재예방 유인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업주의 예방 노력과 상관

현재 국회에서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 산업재해

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재해는 재해예방 효과를

에 원청, 사용업체에 책임이 있을 경우 이를 원청,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대할 수 있는 적정

사용업체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는 법안이 계류

규모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이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선 반드시 개선

산재보험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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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뉴시스. 2019.09.29.

되어야 할 사항이다. 보험료 산정과 부과는 언뜻 기술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 이 사회보험으로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기업들의 보험료 감면 이라는 혜택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과 연계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개 별실적요율제를 비롯한 산재보험료의 산정과 부 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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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연구리포트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선전위원회 편집

지자체와 교육청은 그 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 야 하며, 더불어서 관내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지역안전 의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지방 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고 노 동안전보건과 지역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내오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 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행정 실태조사 결과 : 기구·조직, 조례 등

현재 지자체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서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기와 경남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지 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직제가 편성된 곳도 서울과 경기에 불과하다. 경기의 경우 에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어 형식과 내용적으로 가장 진 전된 지자체이다. 서울은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반면, 전담부서와 산업노동안전 외 부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지자체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해가고 있다. 경남은 조례가 제정되 어 있으며, 전담부서는 아니지만 일자리 경제국 노동정책과에서 산재 예방 업무의 일정 부분을 주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2019년 12월에 발간한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와 시사점 : ‘노동존중 시대’ 지방정부 노 동정책 실태 비교』 중 제4장 「주요 정책 평가」에 수록된 원고의 요약본이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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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전담부

우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할 수

서는 없으나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를

있도록 하고 있다.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아

광역지자체별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한 조례

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

의 이행수준에 편차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 광주,

을 위한 조례에 따라 설립된 노동권익위원회에서

경기는 조례에서 규정한 감정노동자 종합계획을

관련 주제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고 노동안전보건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서울, 경남, 부산을

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역할과 정책 기능

합계획 수립, 감정노동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시

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할 수

행,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개소

있다.

등 이행수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역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정책 현황

성계획’ 수립, ‘경기도 감정노동자권리보장 위원 회’ 개최, 여성 감정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운영, 감

감정노동과 관련해 조례의 적용대상은 사용자

정노동자 권리보호 및 치유 전문 인력 양성 워크

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울, 광주,

숍을 개최하였다. 광주는 ‘광주시 감정노동자의

전북, 전남은 사용자와 더불어서 ‘도와 공사, 용

권리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

역 기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

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는 법인 및 개인’을 ‘계약 사용자’로 정의하고 조

배포, ‘광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위원회’ 개최, 공

례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과 광주

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힐링 교육 등 지

시는 지자체장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개

자체 차원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수

선계획, 실태조사, 권리보장교육, 실태조사 결과

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의 감정노동자 보

필요시 경영평가 반영, 가이드라인과 모범 매뉴

호를 위한 지자체의 구체적 활동은 매우 저조한

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지자체의 조례

상황이다.

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의 대표적인 내용 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의 지자체는 다소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관련 조례

차이는 있으나 보호 계획의 수립 이외의 사항에

제정 현황

대해서는 대부분 의무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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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권능의 부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별로 화학물질 안전과 지역사회 알권리

적극적인 정책 실현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서

와 관련된 조례는 2019년 8월31일을 기준으로

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경남의 조례는 감정노

광역 12개, 기초 35개 총 47개 지자체 (군/구 조

동자를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위원회와 사업을 수

례 7개 포함)에서 제정되어 있다. 조례에서 규정

행할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강원

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의 실제적인 수립 현

과 전남은 지원센터, 전북은 위원회에 대해서 설

황과 내용적 검토,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의

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전의 경

구성 및 실제적 운영여부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

2020년 1월호


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군데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노동 안전보건 및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성과 역할을 분

· 광역 : 경기, 충북, 인천, 전북, 부산, 광주, 전남,

명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

울산, 경남, 충남, 강원, 대전

에서는 서울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제정하

· 기초 : 군산, 양산, 광주광산구, 수원, 전남해남군,

지 않은 상태이나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

여수, 평택, 영주, 청주, 나주, 포함, 울산남구, 성남,

한 직제를 설치하고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에 대

파주, 구미, 의정부, 동두천, 익산, 창원, 경기도연 천군, 김포, 서산, 아산, 충남태안군, 천안, 김해, 안산, 인천서구, 안양, 양주, 울산동구, 화성, 하남, 전주, 군포

해서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자의 보 호에 있어서도 조례의 구성이나 이행수준도 높았 다. 경기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 하고 노동안전보건 행정 전담 조직을 설치하였으 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통

지자체의 사업주로서의 의무 준수 현황

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관리 사각지대 노동자들 의 직업건강 및 보건관리에 산하 의료원이나 관련

지자체장이 가지는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 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경남

수 여부에 있어서는 서울과 강원, 충남을 제외하

의 경우 최근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

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안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과 내용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

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은 충분

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하지 않았으며 특히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 부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산안법

이 미진하였다.

상 법적용 대상 인원과 안전보건관리체제, 산보위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비교적 일목요연

결론 및 제언

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의 경우에 는 일부 산하기관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문기관

현행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은 기본적

에 위탁하고 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으로 조례 제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가사

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에 산

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에서는

안법 적용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혹은 법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방법, 사업 수행에 필

규정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안법

요한 재원 등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으면서

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 수준이 매우 미흡한

국가, 지자체, 공기업, 사업주 및 근로자 등에 대하

것으로 나타났다.

여 해당 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

노동안전보건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노동안

도록 할 뿐, 조례로 이와 달리 정하거나 조례로 구

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지자체 행정조직

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

내에 존재하고 조례에 따른 안전보건과 관련한 위

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며,

원회와 지원센터를 운영 지원하는 자기 완결적인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산재 위험이 가장 큰 소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지자체는 한

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안법상의 규제는 느슨하고,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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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공단을 통한 지원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

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황이다. 더구나 고용구조 왜곡이 심화되면서 특수

된다. 산안법 적용대상별 노동자들의 현황이 파악

고용,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동 노동, 방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전보건체제와 안전보건

문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

교육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태는 기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개별

개정 산안법은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의 책임도

사업주 차원에서의 예방 의무만으론 한계가 있다

전면 강제되고 이 조항은 당연히 지자체에도 적용

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된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도 공사계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

획, 설계, 시공하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위한 조치가 반영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또 폐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

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환경미화 노동자에 대한 안

원하고 산안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

전조치 의무도 지자체에 부여된다. 이러한 의무를

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자임하는

이행하기 위해선 법에 한정되어있는 적용대상을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

더욱 확대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조

는 지역 내 자원들을 활용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

치와 사업이 진행되도록 조례를 제·개정함으로써

에서 가용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지자체가

실제적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시민의 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

전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과 밀착되어 있는 화

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제

학물질 사고 등과 관련된 지역 안전은 노동부와

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관점으로 지자

산안법으로만 해결되기 어렵다. 책임소재, 관할이

체의 정책을 풀어가는 전담부서가 마련해야 한다.

누구인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도, 재발방지도 방

지자체 스스로 사용자이며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치해 왔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노동자와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에는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가장

하여 지자체가 직접 고용, 위탁 도급 고용을 한 노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조례제정으로 제도화해

동자,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의 노동자들이 있다.

야 한다. 특히,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에 직접 권한

지자체가 건설공사 및 각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하

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고 있고 지자체의 의회는 교육청 예산에도 관여하 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산안법을 준수해야 할

과 관련한 조례의 제·개정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

수행한 지자체 내의 직제 구성, 조례에 기반한 위

년부터 시행되는 산안법은 사용자로서 안전조치,

원회와 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

보건조치는 물론이고 지자체 현업 노동자에 대해

요한 상황이다. 더불어서 기존의 노동안전보건 분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보위 구성을

야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과를 이뤄낸 의미 있는

법적으로 강제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사례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

이 필요하다.

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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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2020년 1월호


‘열정페이’ 담론이 던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 [인터뷰] 의류디자이너 A씨, 패션디자인 전공자 김다은 씨 지안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의 많은 노동자들이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으로 인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의 업무 지시 속에 있더라도 노동자 로 인정받지 못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적용이 되어야 하고 노동자로써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재 법상으로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플랫폼 노동자의 특수고용이라는 지위를 언급했지만, 사실 플랫폼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곳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노동이 아닌 것들, 노동이 되지 못하는 것들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턴/실습 노동에 관한 인터뷰 연재를 통해 실습/인턴 형태의 노동과 정과 문제점을 다루려고 한다. 실습, 인턴이라고 하면, 수련의의 병원 실습이나 특성화 고 현장실습생, 또는 전문직 계열의 인턴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미용, 패 션, 출판 산업부터 대학생 산학협력 인턴,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인턴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실습이나 인턴 일자리를 통해서 실제 직무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참여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러한 목적이 실현되려면 인턴/실습 프로그램이 충분히 교육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운영 되어야 하고, 임금뿐만 아니라 안전,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권리들이 얼마나 보 장되는 환경 속에서 실습, 인턴 과정이 수행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즉 일하는 과정에서의 인턴/실습생의 권리가 보장되면서 교육적 목적이 실현되어야 이 과정이 유의미한 일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인턴/실습이 어떤 방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게 되었다.

패션업계에서 의류디자이너로 6~7년간 일해 온 A씨와, 패션디자인 전공자로 의류회 사에서 인턴 실습을 한 뒤 현재는 업계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김다은 씨를 2019년 12월27일, 청량리 인근에서 만났다. 두 분은 패션디자인과 재학 당시 학교에서 의무적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3


으로 시행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

제적인 지점은, 일 경험과 일을 통한 경력

기 중 1~2달 간 실습을 한 경험이 있다. 인터

의 인증이 노동과정에서 임금 및 다양한

뷰를 통해 대학생 현장실습 경험과 더불어 A

권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교환되는 것처

씨의 의류디자이너로써의 노동경험을 들을

럼 이 문제를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수 있었다.

특히 예술계열의 경우에는 실무 교육이 여 전히 도제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거나 혹

열정‘페이’가 남긴 질문들

은 그렇다고 상상하는 믿음 속에서 노동자 에게 보장되어야 할 임금과 노동권 대신 ‘

지난 2014년 유명 디자이너가 인턴들을 무임으로 채용하면서 ‘열정’을 운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특수한 것이 아 니라 패션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져 온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열정’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방식 의 노동착취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말이, 2010년 대 초반 유행했던 ‘열정페이’라는 유행어였던 것이다. 이렇게 당시 유행했던 열정페이라는 말이, 임금 대신 열정(경력) 을 실현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비판했다

‘열정페이’라는 언어가 이러한 현상을 단

면, 4~5년이 지난 지금의 패션업계의 노동

적으로 드러내주었다. 이때 열정‘페이’라

문제는 어떨까?

는 말은 인턴 채용 과정에서 임금을 지급 하지 않거나 굉장히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패션 ‘성수기’ 기간의 노동시간 문제

대신에 기업은 경력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에 대항하는 언어였다.

열정페이가 문제가 되었을 당시 야간근

하지만 ‘인턴’, ‘실습생’ 등의 형태로 노

무, 장시간 노동이 너무 일상적인 패션산

동하고 있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빼앗긴

업의 노동 문화 역시 문제시 되었다. 그래

것이 임금만은 아니다. 인턴, 실습생 신분

서 우선 패션업계의 일반적인 노동조건이

이더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마주할

어떠한지를 물었다. 4~5년 정도 지난 지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안전, 건강 문제가 있

패션업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어떨까?

지만, 고용형태에서 비롯되는 각종 노동권 의 부재는 노동자로써 ‘인턴’, ‘실습생’들 을 보호하지 못할 뿐더러 스스로도 자신에 게 필요한 권리들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가 로막는다. 특히 실습/인턴 형태의 노동이 가장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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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A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이 없다 는 것이 가장 정확한 말인 것 같아요. 정해 진 퇴근 시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업 무가 많아서 퇴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요. 요새 패션회사 노동시간 줄이자고 기업 차원에서 사무실 불끄기를 시행하면, 디자


이너들이 퇴근시간 기다렸다가 스탠드, 손

의 증가이지만, 노동환경이 이 변화를 쫓

전등 켜고 일한다는 말이 있어요. 의류디자

아 개선되지 않기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

이너들의 업무의 과중한 부담이 사실 가장

는 상황이다.

문제인 것 같아요. 여전히 야근도 만연하지 만, 야근에 대한 야근수당도 업계에 거의 전

의류디자이너의 노동

무하다는 점이 문제예요. 의류디자이너의 노동은 업무 내용이 광 일상적으로 야근이 빈번하다는 점도 문 제이지만, 가장 큰 부담은 패션 업계가 시 즌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패션산업은 SS(봄, 여름)/FW(가을, 겨울) 시즌으로 나 뉘어 돌아가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진열된 옷이 바뀌는 시기, 그 성수기 기간 동안은 더욱 바빠지는 것이다. 또 이렇게 무조건 옷이 준비되어 나가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옷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A 옷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에 대해서 ‘품 평’하는 과정이 있어요. 예전에 일했던 기업

범위하다. 한 가지 옷이 디자인과 샘플 제 작, 생산 과정, 영업을 거쳐 시중에 나오기 까지 매우 다양한 작업과 노동을 거치기 때문이다. 의류디자이너들은 이 전 과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디 자이너의 역할은 소속 기업에 따라서 매우 다르다. 브랜드가 디자인을 하면 그걸 가 지고 하청업체에서 옷을 생산하는 방식이 기 때문이다. 즉 옷의 디자인은 브랜드 본 사에서 진행을 하더라도, 디자인 시안을 가지고 실제 옷을 생산하기 까지 필요한 여러 과정들을 뒷받침 하는 업무는 보통

에서는 이 품평기간에 해당하는 3개월 동안

하청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번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보다 문제적인 부분은 이 하청구조

주말에 나오는 것도 당연했고요.

에 있다. 브랜드는 의도한 디자인대로 옷 이 잘 생산되었는지 ‘검품’ 업무를 맡은 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생산 리드 타임이

주업체를 통해 하청업체의 작업물을 검사

굉장히 짧아져 시즌 중간 중간에 기획 상

한 후 최종 점검인 ‘납기’를 진행한다. 이

품으로 나가야 하는 옷들이 있다. 즉 예전

과정에서 문제없이 옷의 생산을 승인 받기

에는 정확히 시즌제로만 패션산업이 움직

위해 하청업체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소속

였다면, 이제는 한 스타일의 옷이 유행하

디자이너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두어야

는 수명도 짧아진데다 그로 인해 유행하

하고, 그에 따른 감정적 부담도 상당하다.

는 옷들이 바로바로 제작되어 나가야하는

하지만 납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

트렌드의 변화가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우에, 옷의 단가가 깎이거나 하는 등의 방

실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업무량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식으로 하청업체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시간 운전으로 인해 척추나 허리가 안 좋기

도 있다. 그런 경우에 하청업체가 그 일을

도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도 걸려오는 전화

담당한 소속 디자이너에게 책임을 묻는 일

를 계속 받아야 하고, 잡지를 봐야 해요. 그

도 왕왕 생긴다.

김다은 실제로 인턴 과정에서 만났던 상사 에게 패딩의 제작 과정에서 원단 문제가 발 생하자 그 제작을 담당했던 디자이너가 직 접 전국의 백화점, 아울렛, 쇼핑센터에 전화 를 돌려서 프로모션을 돌리고 하여 제품을 다 팔고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럴 때 정말 불안하고 불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죠. 또 의류를 만들다 보면 생산 과정에서 의류먼지, 분진 같은 것이 많이 날리는데, 노출시간은 직접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보다 는 짧겠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공장들을 방 문해서 미팅을 하는 만큼 호흡기질환에 취 약한 환경이에요. 옷의 염색과정에서 쓰이 는 화학물질들도 그렇고요.

있어요. 사실 옷을 만드는 데 발생할 수 있 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요. 옷을 기계로

패션회사 인턴과 대학생 현장실습 문제

찍어낸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재, 치 수와 관련해서 굉장히 다양한 변수들이 작 용할 수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그걸 일한

사실 임금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 물론 모든

과정에서 인턴/실습생이 마주하게 되는 문

기업에서 그렇지는 않더라도, 황당한 일이

제들은 다양하다. 사업장 내 위계에서는

죠. 일하는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요. 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업무 부담은 어 떤 것들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 과정에서 의류디자이너들의 안전, 건강 문제에 대해 서도 들을 수 있었다.

A 프로모션(브랜드 본사의 하청업체를 프 로모션 업체라고 한다) 디자이너 같은 경우 는 브랜드 본사 직원들부터, 50~60대 공장 사장님들, 상사 직원 등 사람을 많이 상대해 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감정적 부하가 심 해요. 또 하루에 이동 업무가 95%이상이라 고 보면 되요. 계속 옷이 생산되는 공장을 돌고 외근 업무를 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장

26

2020년 1월호

앞서 열정페이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가장 낮으면서, 최소한 노동자로써 가져야 할 각종 권리들도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인턴/실습생’이라는 신분을 통해 이 권리의 부재가 자연스럽게 은폐된다는 점 이런 모든 것들이 인턴/실습 과정에 있 어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구조적인 배 경이다.

A 사실 패션업계에는 ‘막내역할’이라고 하 는 공공연한 직함이 있어요. 인턴이 있는 경 우에는 인턴이 막내역할을 하는 것이고, 인 턴이 없다면 가장 늦게 들어온 사원이 이 역 할을 하게 되는 거예요. 패션회사가 요새는 거의 없는 도제 시스템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처우가 굉장히 안 좋 아요. 사실 일을 하다보면 큰 규모의 자재들,


무거운 원단들을 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보통

습생이란 존재가 사실 꼭 필요한 인력이 아

막내들이 담당하죠. 이런 식으로 일에 필요

니라는 것이다. 숙련된 인력이 아니기에 기

한 가장 안 좋고 힘든 일들이 떠넘겨지는 거 예요. 그래서 실제로 막내가 야근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게 되는 구조예요. 두 인터뷰이의 재학 중 현장실습 경험에 대해서도 물었다.

업 차원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다. 이런 인식은 사실 인턴, 실습생의 무임 금,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이들의 노동이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온전하지 못한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은 인턴, 실습생을 계속

김다은 현장실습을 하게 되면, 그 실습을 연

채용하고 선발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

결시켜준 교수의 재량에 따라서 무급일수도

연스럽게 생긴다. 이번 인터뷰의 주제인 패

있고 일정 정도 금액을 받고 일을 하게 될 수

션업계의 경우 일상적으로도 만연하고, 성

도 있어요. 그런데 현장실습을 하러 가면 아

수기 시즌 동안에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

무도 우리를 학생, 실습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 회사에 들어온 똑같은 사원, 막내라고만 생각하는 거죠. 아침부터 밤, 때 로는 새벽까지 그 회사 직원들처럼 똑같이

나는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노 동조건이 열악하고, 이것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로 이어진다. 업계 대부분의 디자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임금을 하나도 못

이너들이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이 이렇게

받은 학생들은 실습 나가는 지역에 따라서

인력의 들고남이 빈번하다는 것을 보여준

오히려 생활비, 주거비가 더 들기도 했고요.

다. 그래서 인력이 항상 필요하니, 인력의 공급 또한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

A 학교에 헤드헌터가 교수로 온 적이 있어 요. 그때 OO대기업에 인턴으로 보내주겠 다고 엄청나게 보낸 적이 있어요. 막상 갔더 니 OO대기업의 브랜드 매장에서 매장사원, 매장 알바처럼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처음에

다. 특히 중소기업, 소규모 패션기업의 경 우에는 전공자들의 대학생 현장실습이 인 력 공급의 핵심적인 수단인 것이다. 이번 인터뷰가 패션업계 종사자와 몇 년

는 임금 자체가 없었는데, 학생들이 문제제

전 재학 중 현장실습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

기를 하자 학교에서 장학금 형식으로 소액

된 것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인턴/실습이 단

을 지급했어요. 그것도 학교를 거쳐 학생에

순히 짧은 기간 동안의 문제이거나 교육,

게 들어오는 구조였고요. 그 과정에서 임금

체험 목적의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이들

이 어떻게 책정되고 들어오는 것인지 당시

의 노동환경이 배제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학생인 저로서는 알 수 없었어요. 인턴 및 실습생의 노동조건이 문제화 되 면, 기업에서는 꼭 하는 말이 있다. 인턴, 실

보여준다. 어떤 방식으로 인턴/실습 노동 자의 권리들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 문은 차후의 과제로 남긴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2020년 1월호


기수와 말이 일정한 구간을 달려 순위를 겨루는 스포츠인 경마. 순위 싸움, 경쟁 논리가 지배적인 영역에서 지난해 11월29 일 부산경마공원의 기수 문중원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인은 유서에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 등 비리 문제 를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문중원 씨의 죽음이 처음이 아닙니다. 부산경마공원에서만 2004년 개장 이후 기수 4명, 말 관리사 3명 모두 7명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사 홈페이지엔 안전경영을 하겠다며 장황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마사회는 사진처럼, 과천 렛츠런 파크에 ‘근조 마사회’를 걸어둔 자리에 새해인사 현수막으로 가려둔 것처럼 노동자자살 문제를 지우고, 가리우고 있습 니다. 한국마사회는 당장 공식사과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제도 개선 등 재발방지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글 선전위원회 사진 공공운수노조, 한노보연

사진으로 보는 세상

29


현장의 목소리

경쟁, 실적 -장애인 청년노동자의 죽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함에도 배제당하고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취급되는 이 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삶을 조명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몸 상태가 장애를 만 드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장애를 만드는 것인가. 어떤 이들은 과거보다 장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나 나아진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회는 이들을 온전히 품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된 25살의 장애인 청년노동자 설요한 씨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를 ‘거부’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 대학로에 위치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일터 ‘들다방’에서 조 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정책실장을 만나 도대체 무엇이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밀 어부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3년 전이었던 2017년, 전장연 등 장애인단

취업지원 사업’을 내놓았다. 사업은 동료 상

체는 중증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제

담, 자조모임 등 ‘동료지원활동’을 통해 비경

외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 공공일자리 1

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 장애인의

만개 확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개혁하라

취업의욕을 높여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는 요구를 하며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목적으로 한다. 동료지원가의 자격은 장애인

점거했었다. 끈질긴 투쟁의 성과로 2018년

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에 따른 중증장애인이

에 고용노동부와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공

자 고용보험미가입자다. 본인 역시 중증장애

공부문 일자리 1만 개 도입 ▲최저임금 적용

인이면서 취업의사가 있는 중증장애인을 만

제외 제도 개편 민관협의회체를 구성했다.

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의미 있는 노동을

2019년에는 중증 장애인 노동권 보장과 관

한다.

련해 고용노동부가 ‘중증 장애인 지역맞춤형

30

2020년 1월호


“2017년 11월부터 85 일간 점거 농성을 했을 때 3가지 요구를 했습 니다. 3가지 요구가 서 로 다른 정책적 요구 같 지만 사실 긴밀하게 연 결되어있죠. 근본적 배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은 1991년 장애인고 용촉진법 제정이었습니 다. 사실상 의무고용제 이외에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고용 외 책임이 전무했죠. 정 하지만 현장에서는 설요한 씨의 죽음이 우

책 자체도 실패했지만 경 증장애인 중심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

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반응이 터져 나

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경제활동 인구로 구

왔다. 고인은 지난 12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분이 되고, 특히나 발달장애인 중심으로 성인

끊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여수장애인자

기에 가서 전공과로 가는 것까지 힘들지만 직

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을 시작했

업재활시설에 들어가는 것조차 바늘구멍 찾기

다. 11월말 까지 여수지역의 중증장애인 40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투쟁은 ‘보호’라는 미명

명을 발굴하고 개별상담을 하며, 장애인의 자 조모임을 결성하여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12월

하에 중증장애인 노동 문제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던 근본적 문제제기부터 출발했습니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지자체와 지역장애인공단에서 중간 실사를

공공부문이 담당해야할 영역, 노동이 우리 사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그동안 진행했던 실적

회의 기여라는 측면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채우지 못하

고 한다면 차라리 공공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면 기관에서 임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많은 압

중증장애인이 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

박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주변 동료와 가

습니다. 동료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족에 의해 확인됐다. 그는 생의 마지막 날 동 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지막 문자를 남기 고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아들의 죽음은 업무 중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있는 동료지원활동, 지금은 취업연계라는 딱 지가 붙어있지만요. 지역사회를 바꿔나가는 권익옹호활동, 인권활동이나 문화예술 활동까 지 그동안 제안했죠. 더불어 공공일자리를 만들 어야 최저임금 폐지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조현수 실장은 농성 투쟁 당시 주요하게 요

현장의 목소리

31


구했던 사항 중 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문제

만9천650원의 임금, 월 4명의 참여자 발굴,

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이는 장애

동료지원활동 참여자 1명을 월 5회 만나 취

인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요

업의욕 고취 및 직업연계 해야 한다는 부담감

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90년 1월 장

게다가 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기관에서 임

애인고용촉진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그

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

해 9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설립됐다.

들어낸 것이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

신뿐만 아니라 기관에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록 지원하고, 사업주의 장애인고용을 전문적

생각에 아마 설요한 씨 스스로 무척 괴로웠을

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워졌다. 공단은 장애인

것이다. 분명 동료지원가 혼자 감당할 수 있

전체 고용률 40%, 고용의무사업체 의무고용

는 일이 아님에도 이들을 위한 지원은 턱없이

이행률 60%, 전체 인구대비 평균임금 수준

부족하다. 게다가 사람을 대면하는 일을 하다

77%라는 ‘숫자’ 중심의 ‘경영 목표’를 지향

보니 감정노동도 수반된다. ‘내가 이런걸 한

한다.

다고 해서 취업이 되겠냐’는 질책 아닌 질책 을 정부 대신 이들이 듣는다. 이 때문에 동료

“농성 끝나고 공공일자리 관련 민관협의체 구

지원가들은 보람도 느끼지만 한편에선 자괴

성을 했을 때 고용노동부도 방향과 취지에 대

감도 느낀다.

해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성과 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 양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 실적으로 정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큰 쟁점이었죠. 우리가 얘 기한 질적인 변화와 가치가 부처 입장에서 봤 을 때 어떻게 계측이 가능하냐는 식이었어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취업연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죠. 고용노동부의 가 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증 장애인이 취업 의욕을 갖는게 중요한 과제였 어요. 그것들이 교묘하게 결합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정부부처도 공단도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중증장애인 공용문제를 동료지 원가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큰 착각 입니다.”

“장애 유형은 다양합니다. 다 같은 장애가 아 닌 거죠. 제게 교육 받았던 한 분은 전맹(빛을 전혀 지각하지 못할 정도로 시각 장애가 있는 상태)의 시각장애인 여성이었는데 그 분이 그 러시더라구요. 본인이 중도장애를 입은 중년 의 남성에게 가서 어떤 동료지원을 할 수 있을 까라고요. 시각장애인이라면 몰라도 지체장 애라는 엄연히 경험 자체가 다른 분에게 ‘우리 는 장애인이니까 동료에요.’라고 하면서 지원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난해한거죠. 다른 장애 유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참여자분들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분들은 거의 없지만, 취업 연결을 생각 안 할 수 없어 요. 장애인의 현실이 취업을 하면 수급권이 박 탈되니까요. 동료지원가 발굴할 때도 마찬가지

결국 양적 중심의, 숫자 중심의 기준은 동료 지원가 사업 목적과 실제 운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월 60시간의 노동 시간과 65

32

2020년 1월호

문제가 발생해요. 참여자 발굴 자체가 어렵죠.”


조현수 실장은 이 사업이 개선할 지점이 상

했을 때 자신에게 맞는 보조기나 환경이 마련

당히 많지만,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대의 계기

되지 않아 힘을 과도하게 쓰게 되고, 이로 인

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 관절염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적어

그 중에서 가장 시급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실 적, 경쟁 중심의 운영 원칙이라 지적했다.

“기존 동료지원가는 재활 중심이면서 비장애 인 기준이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권리 중심 이고 중증장애인 기준입니다. 누군가는 그 정 도 서식, 일지 작성하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 황이 고려되어지는 정책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조현수 실장은 2017년 농성 당 시 한 분의 발달장애인이 한 이야기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고 했다. 바로 ‘민주노총 조

하겠지만 중증장애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죠.

합원’이 되고 싶다고 한 것이다. 누군가에겐

아무리 근로지원인이 있다고 해도 수행하기 어

어렵지 않은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간절히

려울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에

바라는 소원이 되기도 한다. 이런 바람을 현

게 맞춰진 서식이라던지 작성법이 필요하죠.

실로 만들기 위해선 노동의 범주, 정의를 다 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 조현

중증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고민하면 결국 협 업을 고민 안 할 수 없어요. 모든 노동이라는 게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동 문제라고 하면

수 실장. 그는 이 문제가 절대 장애계만의 싸 움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함께 고민하고 연대 해줄 것을 그리고 장애인 청년노동자였던 설

개인의 노동능력, 건강의 문제로만 작동되죠.

요한 씨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전장연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

지난 1월1일~2일 1박2일 동안 서울고용노동

는 구조에 대한 성찰, 고민으로 폭 넓게 이어

청 점거투쟁을 벌였다. 고용노동부장관 사과

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의 가치를

촉구, 중증장애인기준-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생각할 때, 중증장애인 노동을 이야기할 때 협

요구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설날 전까지 답변

업을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 많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그런 고민을 안고 있죠. 기 관에 부여되는 것은 성과와 실적이다 보니 협 업에 대한 노력보다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것

을 주기로 한 상태다.

여성학자 수전 웬델은 ‘장애는 구경거리가

으로 되어 버려요. 그런 구도에서 중증장애인

아닌 모든 사람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삶의

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형태로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설요한 씨의 살아생전 경험을 살펴봤을 때 우리 사회가 얼

노동환경이 모두 장애인을 고려해서 만들어

마나 그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 수

지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장애를 배제하지

있다. 몰이해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우

않는, 장애인 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다못해 뇌병 변 장애인들이 사무직 노동을 장시간 한다고

리는 얼마나 그동안 많은 ‘설요한’을 놓쳐왔 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

33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 간절함으로 만들고 싶어요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일터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안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터의 문제는 지역사회와 긴밀하 게 연결되어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중앙 정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과 위험요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펼쳐야 한다. 고민의 시작은 바로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약 10년 동안 노동자 33명이 사망한 사업장. 바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이다. 이 공장이 위치한 곳은 충 남이다. 그리고 충남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이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한지 2년 반 가량이 되어 가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의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을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무실에서 저녁 에 만나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는 어떤 고민과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나누어보았다.

이정호 부장은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활동을

으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그리고 중대재해가 발생

시작하기 전까진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집중적으

했을 때 대응하고 있고, 충청권 노동안전보건 활

로 다뤄보거나 고민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지

동가대회도 준비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관련된 활동 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의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상 활동을 이어나가며 중 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 활동을 하는 등 바 쁘게 지내고 있다.

일상의 긴 호흡을 이어가며 중대재해 사고나 긴급하게 발생하는 사건대응에도 힘쓰고 있는 이정호 부장은 노동안전보건 운동, 활동이란 것 은 특정한 직업과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만 이 문 제를 다루거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특별한 걸 하고 있는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산

점을 강조했다.

재 신청 요청이 들어오면 함께 하고 있어요. 교육

34

을 제가 다 직접 하진 않지만 사업장 상황에 필요

“모든 운동에는 전문적 역량이 있죠. 노동조합을

한 교육을 기획하고 함께 준비하구요. 20년부터

조직하고 만들때도 그 부분에 깊숙이 들어가면 근

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을 지역에서 본격적

로기준법이라던가 내용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게

2020년 1월호


“노동안전보건 특히 중 대재해를 접했을 때 그래 서 그런지 몰라도 물러날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구 요. 이건 흑백이 있어요. 명확해요. 목숨이나 건강 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 문에 사람이 최소한 지켜 야 할 것들이 있는거죠.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라 는 지켜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부정될 순 없죠. ▲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이 길거리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출처 : 호나라

작년 서울에서 열린 김용 균 북콘서트에 갔었는데

있어요. 전문가 영역이라고 하는 건 역으로 특수 한 몇몇 사람만의 문제, 산재와 현장개선 문제는

그때 토크 참여자였던 안재범 당시 민주노총 세

전반적인 문제임에도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 그런

있죠. 이런 태도가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어렵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간절함’이란게 생긴다구요.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운동이 대중적으로

그 마음이 이해가 가요. ‘제발’이란 생각이 들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표현이

요. 어떻게든 이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는게 생긴

아닐까요.”

거죠. 거기서 방향타가 분명해져요. 가다가 못갈 지언정 안갈 순 없는거에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최근 몇 년 동안 언론 기사를 통해 노동자의 산 재사고, 사망 문제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긍정적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이전보다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

저에게 계속 무엇인가 하라고 계속 얘기해요. 지 역에서 산재 사건이 발생하잖아요. 그럼 저는 밑 도 끝도 없이 장례식장에 가봐요. 안가면 마음이 불편해요. 가서 산재 신청하는 방법이라도 말씀 드리고 나와요.”

했고,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투쟁을 통해 28

‘간절함’과 ‘제발’이라는 사이 속에서 이정호

년만에 전부개정되기도 했고, <닥터탐정>이라는

부장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

노동자의 산재 문제를 다룬 드라마도 등장했다.

이고 자기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노동

이정호 부장 역시 이러한 변화들, 사회적으로 올

조합에 가입을 한 사람이든, 가입을 하지 않거나

라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속도의 차이는

못한 사람이든 사람의 목숨과 삶이라는 가장 중

있겠지만 앞으로 점차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

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죽음

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이어나

과 다치는 문제를 겪고, 다루다 보면 때론 지치기

갔다. 본인 역시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하

도 한다. 그에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겪

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아무래도 무겁죠. 스트레스도 받고요. 덜 받는

더니 중간에 조사가 완전히 잘못 된 게 확인이 돼

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도 어려움은 있어요. 그런

서 해고가 무효가 됐어요. 그런데 결국 그 분은 일

데 어쩔 수 없죠. 하다가 안되는 일을 겪기도 하고

을 그만뒀어요. 복직을 할 수 있긴 했지만, 직장내

그러니까요. 가장 큰 어려움은 그런거에요. 한 발

괴롭힘이 있었기 때문에 복귀한다는게 쉽지 않으

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싶을 때요. 한 발이라도 나

셨던거죠.

아가지 못한 게 아니라 많이 어려워졌구나란 생각 이 들어요. 현장을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게

이분은 조합원이 아니셨어요. 이렇게 개별 상담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고, 같이 만들어야 하

받아서 산재 승인 받은게 30건이 넘어요. 그런데

는데 꽤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제일

한 번도 직장 복귀를 한 분은 없어요. 노동자들이

어렵더라구요.”

상담 받으러 올 때는 회사를 다닐 마음조차 없을 때 오시는거에요. 관계를 끊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아프고, 다치고, 죽는 사람과 사건을 대면하고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인거죠.”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활동해 나가는 이정호 부 장은 그래도 이 운동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하는 중 재해를 당하거나 질 병에 걸린 산재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비 율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긍정적인 보도

“산재 신청해서 승인될 때가 좋아요. 제가 승인을

자료를 냈다. 19년 6월 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

한 건 아니지만요. (웃음) 일을 해서 현장이 약간

이 65.03%로 18년 동월 61.58%보다

이라도 개선되는 것도 기쁘고요. 할 수 있는 사람

3.45%P(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

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좋아요. 모든 게 다 실패는

역에서 겪는 문제들을 접한 이정호 부장은 이런

아니잖아요? 사람이든 뭐든 구체적으로 보이고

수치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전히 노동자

만들어 나가는 것도 즐거워요. 그런 게 좋아요. 운 동이라는 게 끝이 없지만 그럼에도 마무리는 시점 이 존재하고 명확하죠. 뭔가 대응하고 결과가 있 고요.

들에게 산재 신청은 높은 문턱인 것이다. 게다가 건강을 악화시킨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직장 으로 다시 돌아간 다는 것은 다시 아플 것을 각오 하고 가야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개선이 이뤄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직장내괴롭힘으로 정

지 않은 채 돌아가는 것은 노동자에겐 견디기 힘

신질환이 생긱, 해고까지 당한 분의 사례에요. 산

든 상황이다.

재 신청을 했는데 불승인이 됐어요. 그런데 불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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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났다고 해고가 정당하다는 결과가 나온거에

“근로복지공단도 공단이지만 사실 병원도 어려워

요.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하니 해고의 정당성 여부

요. 여러 번의 일을 겪으면서 의사 분들이 노동자

를 갖고 산재를 판단하지 않고, 그 역도 맞지 않는

건강권과 산업재해에 대한 이해를 높이셔야 하지

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해고와 산재 문제는 법리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산재신청을 위해 함께 병

자체가 다른 문제잖아요?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

원에 동행을 했어요. 그런데 담당 의사가 퇴행성

가 이걸 근거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거죠.

이기 때문에 산재라고 보기 힘들다는거에요. 대전

그래서 다시 재조사를 요청했고, 실제 조사를 했

지역 질병판정위원회 지침으로 퇴행성이라고 불

2020년 1월호


출처 : 호나라

승인을 못내게 되어 있어요. 업무상 악화이기 때

치지 않고 집요하게 받고 들면서 말이죠. 그래야

문에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하죠. 그런데 병원에선

바뀔 것 같아요.”

퇴행성이라고 소견서를 안써주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제로 여러 번 어려움이 있었죠. 병원에서 산재 노동자는 을이에요.”

이정호 부장은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기울 여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아픈 노동자의 문제를 함께 겪으며 깊어지는 고민도 있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동이다. 이정호 부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며

건강할 수 있는 것, 내가 재벌이 아니어도 돈을 많

지역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벌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죠. 앞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은 지금으로 가면

더 높아질 거라고 봐요.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실제 처벌받는

싶어 하잖아요. 권리로서 우리가 더 이야기를 많

기업이 없거든요. 법제도 변화는 현실변화가 있

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야 가능한데, 아무 기업도 처벌을 안 받고 있죠. 처벌 받는 기업이 생겨야 법제정도 된다고 봐요. 운동과 법 제정이 만나야 해요. 실제 그런 싸움부 터 하고 바꿔나가야죠. 사업주에게 안전과 보건에 관한 책임이 있어요. 이걸 실제 하도록 해야 해요. 실제 어떤 해당 사업장에 문제가 있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충분히 안 하면 정말 처벌 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요. 지역에서 놓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 사람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 사람

내일을 위한 시간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2014

천주희 문화사회연구소

병가 후 복직을 앞둔 어느 날, 회 사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사 장이 직원들에게 1,000유로의 보 너스와 자신의 복직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투표로 결정했다는 통보였다. 투표 결과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너스를 택했다. 복직도 전에 해고라니! 이 전화를 받은 당 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은 이렇게 황당한 상황으로 시작한다. 복직을 앞둔 주 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갑 작스러운 해고 소식에 절망한다. 동 료에 의한 해고라는 말에 더 충격을 받는다. 산드라 남편은 요리사지만 네 식구 생활비를 마련하기에 수입 이 부족하다. 이대로 산드라가 일자

38

2020년 1월호


리를 잃으면, 가족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다시

지만 그만큼 추가 수당을 받아서 좋다는 말까지

임대 아파트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듣는다.

망연자실한 산드라에게 친구는 전화를 걸어 아

물론 모두가 산드라 대신 보너스를 원하는 건

직 결정된 것이 없으니 사장에게 함께 찾아가자

아니었다. 산드라의 복직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고 제안한다. 그렇게 사장을 만난다. 산드라가 일

계약직인 상태에서 재계약을 위해서 반장의 지시

하던 곳은 태양열판을 만드는 제조업체. 사장은

에 따랐고, 남편 요구에 못 이겨 보너스를 택했다

아시아와 경쟁이 치열해서 회사가 위기 상황이라

가 산드라를 지지하겠다고 마음을 돌렸다. 또 보

고 한다. 그는 완고했다.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

너스를 선택한 후에 후회했다며 사과한 사람도

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 단, 보너스와 복직

있었다.

은 양립할 수 없는 것.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산드라에게 동료를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은 쉽

산드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사장을 설득해서 월

지 않았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만 있으면 좋

요일에 다시 재투표 할 기회를 얻는다. 이제 주어

겠지만, 거절하는 동료를 만날 때마다 안정제를

진 시간은 주말 뿐. 영화 원제처럼 ‘두 번의 낮과

먹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웠다. 일자리를 구걸하

한 번의 밤’ 사이에 그녀는 16명의 동료를 만나서

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불안감은 커지고,

설득해야한다. 보너스 대신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동료를 괴롭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럴 때마다 남편과 동료들은 산드라가 다른 동료

보너스를 선택할 것인가? 동료의 복직을 선택할 것인가?

를 만나 설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시간 설정 이다.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약 당신이 산드라 직장 동료라고 가정해보자.

담아내는 것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주말’이라

보너스를 선택했고, 주말에 산드라가 찾아왔다.

는 휴일에 직장 동료를 만난다. 또 아직 복직하지

산드라와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영화를 보는

않은 상태, 즉 일터 현장에 완전히 포함되지도 않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한 이유는 동료들이 제각각

고 그렇다고 외부인도 아닌 상태에서 동료를 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다. 이러한 경계적 성격의 시간성은 오히려 일

저마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다양했다. 자녀 학비,

터 내에서 다루지 못한 동료들의 상황과 마음을

생활비, 가전제품 구입비 등등. 어느 한 사람 여유

잘 드러낸다. 일터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규율에

로운 사람이 없었다.

서 보다 한 발자국 벗어나 있고, 대부분의 장소가

동료들은 그녀에게 “네가 해고되는 건 싫지만 돈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거나, 집에 없는 척한다거나, “너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보너스를

각자의 집이라는 점에서 동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내내 동료에게 보너스를 선택할 것인지,

택한 것”뿐이라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또, 아팠

동료를 선택할 것인지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

기 때문에 예전처럼 일하지 못할 거라는 말도 한

객 또한 그 선택지에 말려들어 갈 필요는 없다. 오

다. 회사는 이미, 산드라 없이도 16명으로 충분한

히려 산드라가 동료에게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설

상황이었다. 주당 3시간 씩 추가 근무를 해야 하

득하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관객은 두 가지 선택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보다 더 큰 맥락을 보게 된다. 동료 사이의 관계,

정도로 기운도 없고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였다.

그들의 역사, 그들의 가족, 생활 등. 일터를 배경

그럴 때 남편과 친구들이 그녀가 어떤 길로 가야

으로 삼았다면 잘 드러나지 않았을 개인사들이

하는지 안내하고 이끌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산드라의 방문을 통해 조명되는 것이다.

무렵 그녀는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있었다. 사장 의 제안이 다른 동료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명

‘내일을 위한 시간’을 살아가는 힘

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이 부 당한 것임을 ‘거절’을 통해 표현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진행됐다. 결과

이 영화는 애초에 보너스를 선택할 것인지, 산

는 찬성 8표, 반대 8표. 찬성이 과반수를 넘지 못

드라를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게 아니었다. 한 사

했기 때문에 산드라는 복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람이 자신의 일과 미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만

사장은 주말 동안 다른 직원을 설득한 산드라의

들어 가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며 해결하는지

모습을 보고 복직과 보너스 모두 제공하겠다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도

한다. 단, 당장 복직하는 것은 어렵고 계약직 직원

모른다. 그러면서 산드라는 이전과 다른 존재가

이 나간 후에 복직할 수 있다고 했다.

된다. 동료도, 관객도.

산드라는 복직을 간절하게 바랐지만, “남을 해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가는 산드라의 발걸

고시키고 복직할 수 없어요.”라고 단번에 거절한

음은 가벼웠다. 이틀 사이에 그녀는 그 다음을 살

다. 사장은 어차피 계약직이기 때문에 재계약을

아 갈 힘이 생긴 것이다. 산드라는 회사를 나서면

안 하는 것뿐, 해고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산드라

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우리 잘 싸웠

에게 재계약을 안 하는 것이나 복직을 못하는 것은

지? 난 행복해”라고.

누군가 직장을 잃는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었다. 영화 초반에 산드라는 상황을 판단할 수 없을

40 2020년 1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노동자 건강의 현실세계(real world)와 실시간(real time) 확인 - 과학기술이 노동자 건강에 기여하도록

몇 년 전부터 노동자 건강검진을 하다보면 고혈

10년 넘게 특수건강검진을 하면서 만난 노동자

압이나 콜레스테롤 기준을 적으면서 설명해준 문

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었던 말은 “고혈압 기준은

진표 자체를 사진으로 찍어가는 노동자들이 일

140/90”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다음은 “이

년에 꼭 한 두 명은 있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

물질은 몸의 어디에 영향을 주어서 이런 검사를

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을 때 무슨 내용인지 잘

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수건강검진을 하

몰라서 건강검진과 관련된 내용이면 일단은 찍어

면서도 고혈압 기준에 대한 설명을 가장 많이 해

간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사진 기술이 고맙다기

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실시간으로 결과를 알 수

보다 카메라를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그 분들이

있고,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면 혈압 측정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들보다 검진 결과

의 올바른 방법이라든지 체중을 조절하는 방법이

를 집으로 보내주느냐, 회사로 보내주느냐를 거

나 금연하는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관리 방법도

듭 물어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데 작년에 검진 결

설명해 줄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결

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

국 일반건강검진이든 특수건강검진이든 검진의

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는 작년에 했던 건강

목적은 검진 자체의 시행이 아니라 검진 결과에

검진의 결과를 알지 못하고 검진결과표를 어디에

따른 관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두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건강검진은 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적절한

작년에 IT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비록 낮은 버

건강관리를 통해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전이지만 노동자 일반건강검진 결과 및 사후관리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건강검진 결과

용 챗봇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본인의

에 대해서 진료를 보러 가야 하는지 아닌지만을

동의하에 개인의 건강검진 결과 및 건강 상태에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정도이다. 건강검진

따른 구체적인 관리 방법을 스마트폰에 있는 메

의 목적이나 배경이 어찌 되었든 이런 모습이 현

세징앱(카카오톡)을 통해 본인이 확인 할 수 있는

재 노동자 건강검진의 현실이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사용자 편리성이 조금만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1


더 좋아지면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싶을

작업환경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할 방법이 개발되

때나 필요할 때 확인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

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만 지금의 노동자 건강검진의 현실은 지금 당 장 맛집을 찾을 수 있고 최단 경로를 확인 할 수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의존하는 일회

아찔함을 느끼는 반면 생활에 유용하거나 편리한

용일 뿐인 것 같다.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 고 있다. 모든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과 존엄

최근에 한 워크숍에서 ‘유해물질 복합노출의 건

을 지켜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노동자 건강권의

강 영향 추정을 위한 통계분석 방법’이라는 강의

한 축인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의 영역에

를 들은 적이 있다. 노출 기준치 이하의 복합물질

서 기술의 발전이 현실세계(real world)를 더 잘

에 노출된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유의한 건강 영

반영하고 현실을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희

향이 있었다는 과거 연구들이 이번 연구를 하게

망한다.

된 배경이었는데 통계분석 방법의 생소함이나 어 려움을 떠나서 ‘real world’라는 단어가 눈에 먼 저 들어왔다. 현재는 특수건강검진이나 물질안 전보건자료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의 유해물질 에 의한 건강 영향을 확인하고 있지만 ‘유해물질 의 복합노출’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마주치고 있는 ‘real world’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 안전모 또는 이름 표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에서 감지하는 유해물 질의 농도를 본인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보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있었다. 처음에는 안 전사고에 대비해서 노동자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계획했던 아이디어가 과학기술이 결합하면서 유 해물질의 실시간 농도를 측정하고 알람 신호를 주는 프로젝트가 추가되었다. 그 프로젝트에 참 여했던 한 연구진은 많은 유해물질의 실시간 측 정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개발이 되어 있다고 알 려주었다. 비록 과학 기술의 한계로 모든 유해물 질의 농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건 가능하지는 않 을 수 있지만 조금 먼 미래에는 현재와 같이 6개 월이나 1년마다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방법보다

42

2020년 1월호

예병진 후원회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2020년 달라지는 주요 노동관계법

2018. 3. 20. 개정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

2020. 1. 1.부터 법정유급휴일인 주휴일, 노

관련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이 규모에 따라 ‘50

동절 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상시

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300명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시행

2019. 12. 11. 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완대책을

된다. 2021. 1. 1.부터 30명 이상 300명 미만 사

마련하여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토록 하였다. 노

업장에 적용된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취

동시간 관련 개정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이지만 1

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공휴일을 유급휴일

년 동안 장시간 근로감독 등 대상에서 제외하고

로 보장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기준법 제

시정 기간 내 자율개선 시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62조 유급휴가의 대체 조항을 활용하여 연차휴

것이다. 문제는 특별연장근로 인사 사유 확대에

가를 유급휴일에 갈음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

있다. ① 인명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히 많은 실정임을 감안할 때 유급휴일 확대 조항

경우, ② 시설·설비의 갑작스러운 장애·고장 등

의 실질적인 효과는 2021년 이후에 발생한다고

돌발적 상황에 긴급 대처가 필요한 경우, ③ 통상

볼 수 있다.

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발생하고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

다른 제도에 비해 모성보호, 육아 관련 조항의

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④ 노동부장관이

보장 범위는 확대되는 추세이다. 2019. 10. 1.부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터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10일로 확대하고 그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으로 사유를 확

휴가기간 전체를 유급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출산

대하는 데 있다. 노동부는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

한 날로부터 90일 이내 신청 가능하며 1회 분할

하여 불가피한 최소한의 기간에 대해 인가하고

사용도 할 수 있다. 육아휴직과 별도로 육아기 근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지도조치를 취하도록

로시간 단축을 1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육아휴

하겠다고 하였으나 2019년 노동시간 단축 법안

직을 미사용한 경우 최대 2년 동안 육아기 근로

의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 개정 취지와 목적은 이

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

미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1년 + 근로시간 단축 1년, 육아휴직 6개월 + 근 로시간 단축 1년 6개월, 육아휴직 미사용 + 근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3


시간 단축 2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축 후 근

건 중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요건이 삭제되

로시간을 주 15~35시간으로 변경하여 1일 1시

었다. 의학적 기준보다는 업무 관련성에 따라 판

간씩 단축도 가능하다.

단하도록 한 것이다. 2020. 7. 1.부터 방문판매원, 대여제품방문점검원, 방문강사, 가전제품 설치 기

또한, 가족 돌봄 휴가를 신설하였고 가족 돌봄

사 및 화물차주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를

휴직 범위가 확대되었다. 2020. 1. 1.부터 300명

확대하여 산재법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2020. 1.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서 시행되며

16.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범위, 도급금지·도

2021. 1. 1.부터 3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급승인 등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작업 중지 등

에 적용된다. 노동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개정 법률이 시행된다. 개정된 노동관계법 중 사

또는 자녀의 양육으로 인하여 긴급하게 그 가족

업장 규모, 작업특성에 따라 적용 여부를 달리한

을 돌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일의 범위에서

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노동 제도를 적극적으로 보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가족 돌봄 휴직은 기존

장받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에 부모, 배우자, 자녀 또는 배우자의 부모였으나 조부모 및 손자녀를 추가하여 연간 최장 90일 사 용할 수 있다. 다만, 본인 외에도 조부모의 직계 비속 또는 손자녀의 직계존속이 있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2019. 9월 발표된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37.1%였다. 2015년 41.8%, 2016년 40.6%, 2017년 38.7%에서 2018년 37.1%로 조금씩 줄 어드는 상황이지만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 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대상(공공기관, 500인 이상 사업장) 사업주 에게 직종별·직급별 남녀 노동자 현황을 제출하 도록 하여 고용개선조치를 취하였는데 2019. 7. 16.부터 남녀 노동자 임금 현황도 추가로 제출토 록 개정하였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 등 고용차 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자해행위(자살 등)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중 ‘그 밖에 업무상 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 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요

44 2020년 1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폐렴

겨울철 한파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위에 올라섰습니다. 가벼운 폐렴은 적절한 항생

감기 환자들이 증가합니다. 감기 환자 중에서는

제로 치료하면 큰 고생 없이 완치되지만, 심한 폐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렴은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폐렴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발병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급속하

폐는 심장을 가운데에 두고 좌측과 우측에 하나

게 증상이 나빠지고,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노

씩, 총 두 개가 있으며 우리 몸 속에서 산소와 이

년층에서는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

산화탄소가 교환되는 장소입니다. 폐렴이란 이러

다. 실제 2018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한 폐 실질조직에 염증이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2017년까지 4위에 머물렀던 폐렴이 뇌혈관질환 을 제치고 암, 심장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원인 3

폐렴의 원인으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가장

노동자 건강 상식

45


흔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세균이 원인인 경우는

습니다. 노인은 폐렴에 걸리면 건강한 성인과 달

심한 감기, 독감(인플루엔자) 이후에 발생할 수

리 악화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됩니

있습니다. 또한 면역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에

다. 실제 국내 폐렴 사망자의 98%가 60세 이상

서는 드물게 곰팡이에 의한 감염이 있는 경우가

입니다. 노인은 대부분 폐 기능과 면역력이 크게

있습니다.

떨어져 있어 폐렴에 걸리면 병을 잘 이기지 못하 기 때문입니다.

폐렴의 감염경로는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으 로 호흡기 점막이 약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졌

폐렴은 대부분 처음에 감기인 줄 알았다가 약

을 때, 코나 입에 있는 균이 알게 모르게 폐로 들

을 먹다 감기가 안 나아서 검사해보면 폐렴으로

어가 폐렴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기 중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처음에는 감

의 균이 전파 또는 전염되어 폐렴이 생기는 것이

기와 기침, 가래의 증상은 유사합니다. 하지만 감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들어온

기는 상기도 감염으로 코, 인두 등에서 시작하며

비말은 많은 경우 우리 폐에 있는 대식 세포 등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저절

면역 세포에 의해 제거되어 실제 폐렴으로 이어

로 호전됩니다.

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폐렴이 발생하게 되 면 폐에 염증이 생기게 되고, 폐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 기 침, 가래, 호흡곤란 등이 나 타나게 됩니다. 가래는 끈적 하고 고름과 같은 모양으로 나올 수 있고, 피가 묻어 나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에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 까지 염증이 침범하게 되면, 숨 쉴 때 통증을 느낄 수 있 고, 위에서 언급한 증상 이외 에도 구역질, 설사 등의 증상 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폐렴 환자의 흉부 엑스선 영상 : 좌측 폐(화살표)에 폐렴에 의한 침윤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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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령의 환자는 미열이 있거나 기침이 날

또 기침, 가래가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

때 단순 감기라고 여기고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

확인해야 할 질환은 결핵입니다. 결핵은 전염될

습니다. 노인에게 폐렴은 ‘암’만큼 위험할 수 있

수 있으며 적절하게 결핵약을 복용해야 완치되

2020년 1월호


기 때문에 기침을 2주 이상 하는 경우 꼭 결핵을

폐렴에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폐렴구

의심해야 합니다.

균 감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회 접종을 하

병원의료진은 발열, 기침 등 증상을 통해 폐렴

더라도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독감이 악화

을 의심할 수 있고, 흉부 엑스선 촬영을 통해 진

되어 폐렴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매

단할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균을 찾기 위해서

년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폐렴으로부터 우리

가래를 받아 검사하거나, 혈액배양검사나 소변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항원검사, 흉막액 배양검사 등을 하지만 원인균 이 확인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 폐렴인 경우 흉부 CT검사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엑스선에 서 폐렴의 진단이 불분명할 때, 결핵 등의 다른 폐 질환인지 확인이 필요할 때 검사할 수 있습니다.

폐렴은 항생제 치료가 근간입니다. 환자의 임상 증상과 과거력에 맞추어 항생제 치료를 시행합니 다. 배양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항생제를 선택하 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배양검사 특성상 결과 확인까지 수 일이 걸리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배 양검사를 하더라도 원인균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생제는 경구 항생제나 주사 항생제 를 선택할 수 있고, 보통은 7~10일 동안 투여합 니다. 항생제의 종류와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 에 따라 의료진이 결정하게 됩니다. 폐렴으로 인 한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 기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폐렴의 가장 흔한 균은 폐렴구균입니다. 이 폐 렴구균은 예방접종 백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 재의 폐렴 백신은 폐렴의 가장 대표적인 균에 대 한 폐렴구균 중 일부에 대한 예방만 가능합니다. 실제 폐렴은 폐렴구균 외에 다양한 원인균이 있 을 수 있기 때문에 폐렴 예방 주사는 폐렴의 발병 률은 줄일 수는 있어도 폐렴에 전혀 걸리지 않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폐렴 백신을 맞더라도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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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2019 <보고 싶은 얼굴>전을 보고 - 시대를 뛰어넘어 또 다른 전태일로 태어난 이한빛!

노동운동을 하다가 산화한 여섯 분의 노동열사를 여섯 분의 작가가 그린 전시회입니다. 태안화력발 전소 김용균의 죽음, 3년 전 구의역 청년의 안타 까운 죽음 등 아직도 우리 사회는 꽃다운 청년들 의 수많은 죽음, 또 다른 이한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전시회를 보는 내내 마 음이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전시된 작품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 회의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 해 치열하게 노동운동을 하다 산화하신 여섯 분 을,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실천적인 삶을 작품으로 창작하는 최고의 작가들이 손수 창작해주셨습니 다. 첫 번째는 1960년대에 노동운동의 초석을 다 졌던 영등포산업선교회 조지송 목사를 독립영화 계의 떠오르는 별 부산의 오민욱 감독이 영상으로 그렸습니다. 두 번째 인물은 1970년대 후반 학교 에 다닐 수 없었던 노동자들을 위한 들불야학 박 기순 열사를 윤정미 사진작가가 박기순이 활동했 던 광주에서 그 흔적을 찾아 촬영했습니다.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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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식구

순 열사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주역 윤상원 열사

들이 아주 특별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이한열

와 영혼결혼식을 할 때 추모곡으로 부른 ‘임을 위

기념관에서 특별 기획전으로 매년 열리는 ‘2019

한 행진곡’은 민중의 노래가 되었던 주인공이었습

다섯 번째 <보고 싶은 얼굴>(2019년 9월 26일~12

니다. 세 번째는 1970년대 여성노동운동의 효시

월 31일)’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온몸으로

로 출발한 원풍모방에서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맹

2020년 1월호


몸으로 외치며 세상을 떠났다면, 이한빛 PD는 주 120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환경과 최소한의 노 동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노 동착취’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를 강 요받아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노동현실은 40여 년간 변한 것이 없었다. 전태일과 이한빛 PD, 여기 에 ‘구의역’과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까지,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반복이며 ‘한국노동사라는 드라마’의 슬픈 장면”이라고 말하면서 이한빛 PD 를 ‘전태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아들 이한빛이 전태일 열사에 비유된 ‘얼굴 전’ 을 보면서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으며, 한빛이가 떠난 후 살아온 지난 3년간의 삶이 서럽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 ▲ 고 이한빛PD가 살아생전 전태일 열사 조각상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빛이가 떠나간 후 한빛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

렬하게 활동한 이옥순 여성 노동자를 그립니다. 이

주기 위해 우리 가족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옥순님은 부산의 페미니스트 작가 문지영이 그렸

를 설립하고 활동하는 데 온 힘을 다해 달려왔습니

습니다. 네 번째는 1980년대 전교조를 창립하여

다. 간농양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갈 정도로

참교육 운동에 애쓰시다가 돌아가신 해직교사 배

내 몸을 돌볼 겨를이 없이 3년이 지나갔습니다.

주영을 판화 작가이신 이윤엽 작가가 판화로 표현 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이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노

협력업체 노동자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최종범은

동자의 노동인권을 개선하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으며, 방송미디어산업과 방송사들이 밀집한 DMC

최종범은 박미화 작가가 조각, 그림, 자수 작품으

에 방송노동자들의 든든한 노동인권 지킴이로 자

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빛이에게 조금은 빚을 갚게 되어 덜 미안한 즈음에, <보고 싶은 얼굴> 전에서

마지막으로 2016년 ‘카메라 뒤에도 사람이 있

이한빛 PD를 전태일에 비유해 주신 이우광 작가의

다’고 외치며 쓰러진 방송노동자 이한빛 PD를 사

예술 창작 능력과 혜안 덕분에 ‘아름다운 청년’ 이

진작가 이우광님이 사진으로 그렸습니다. 이한

한빛이 더욱 큰 빛으로 빛나게 되어 눈물이 나도록

빛 PD는 tvN <혼술남녀> 드라마의 새내기 조연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로 방송 스태프들에 대한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항 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던졌습니다. 이우광 작가는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온

이용관 故 이한빛PD 아버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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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요양보호사도 아프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이은주 저, 헤르츠나인, 2019

요양보호사는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지

이 돌보던 사람들의 죽음이 함께 하는구나, 하는 생

워지는 의식을 가진, 죽음에 가장 가까운 시간을 보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는 저자에게 ‘그렇게 울

내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몸과 마음을 의지하는

면 이 일 못한다’거나 ‘거리를 두어야 한다’거나 하

사람이자, 그들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사람

는 선배 요양보호사들의 말은 이러한 심리적 충격

이었다. 책의 요양보호사는 환자들이 죽기 전까지

에 대한 말일 것이다. 그러니 이를 두고 요양보호사

그들을 먹이고 씻기고,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메모

가 ‘전문가답지 못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

하고 챙기며, 어두운 복도를 같이 걸어주는 사람이

다. 오히려 요양보호사는 인력 확대, 처우 개선뿐만

었다.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들이 모두 이렇게 보살

아니라 심리치료와 같은 정서적 지원에 대한 제도

핌을 받는다면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가는

가 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연구01에

‘아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정신적으로 주관적 소진과

없을 것 같다.

탈진 수준이 높게 나타나고 특히 소진의 하위 속성 (정서적 탈진, 비인격화, 성취감 감소) 중에서는 일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늘 자신이 돌보던 이의 죽

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인 정서적 탈진이 가

음의 과정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 심한 상태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시는 조례

읽는 내 마음이 힘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것

를 통해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감정노

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와 감정을 교류하고, 특

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

히 애정(보살핌)을 쏟은 대상의 죽음을 지속적이

센터’를 설립, 치유프로그램 등을 시행한 바 있지

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 아닐

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이마저도 운영하지

까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삶 가운데에는 늘 자신

50 2020년 1월호

01 ‘요양보호사의 건강위험과 이에 대한 개입’, 김재원, 김창엽, 송은솔, 보건사회연구, 2016


않는 지자체도 많다. 일정 기간 근무한 요양보호사

정제되어 있으나,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원 평가

들에게는 특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의 당

에 대한 내용인 ‘꿀 사건’이나, 2인1조로 움직인다

사자가 아니라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도 감정의 누

고 해도 (요양보호사에 비해 환자의 수가 많아) 식

수가 많을 것이다.

사, 목욕 등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중요한 업무’를 적절한 수준으로 하지 못한다는 내용, 컴퓨터 업무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저자와 같은지는 알 수

에 대한 내용 등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볼 수 있었

없다. 저자가 보여주는 태도는 사명감과 공감력이

다. 요양보호사 업무에 대한 몰이해, 예컨대 국장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다수를 보살피

에게 보내는 메시지, ‘3시간을 다 일하는 건 아니지

면서 그 수준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예컨대

않냐’는 사회복지사의 말에서 요양보호사의 업무

‘뮤즈’와 ‘제우스’02의 돌발행동에 대처하면서 스스

에 대해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로 화를 내자, ‘그러면 안 된다’는 듯이 마음을 다잡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 및 처우가 적정수준보다

는 저자의 모습이 요양보호사와 성직자(?)의 경계

낮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요양보호사의 업무

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자의 마음이 위태롭게

는 질적인 부분이 많으므로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교대근무와 인력부족으로

어렵고, 노동강도가 높다. 잘 알려진 근골격계 뿐만

적절한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자와 같

아니라 교대제, 베임, 폭행, 뇌심, 감염을 포함해 정

은 마음을 ‘당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신적·육체적으로 다양한 건강문제가 수반된다.

들었다. 책에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연대’ 동시에 교대근무와 인력부족으로 적절한 업무수

라는 구절이 있다. 노인 인구와 1인가구가 급증하

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자와 같은 마음을 ‘당연

고 있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전통적인 가족의 형

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노

태는 줄고 있다. 노화하고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을

동상담을 했던 요양보호사 중에는 재가요양 방문

함께할 가족이 없거나, 함께 하기 힘든 사람들이 늘

시 환자 및 보호자들의 성희롱, 그 가족들의 부당한

어난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돌봄에 대한 문제는

가사노동 요구, 연장근무 등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로만 해결할 수 없는

있었고, 시설 요양시에는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케

사회적인 문제다. 책에서 언급된 ‘요양보호 시설

어 대상자 증가, 근로시간 미준수 및 저임금, 시설

증가’든 ‘노인 공동체’든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더

관계자의 하대 등으로 힘들어했다. 저자가 경계하

욱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요양보호사의 구조적인

려고 했던 내용이지만, 그들이 환자의 폭력에 반사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사고를 막기 위해 환자의 행 동을 교정시키려 하는 것을 사명감이 부족하다거 나 요양보호사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 치유프로그램 이름처럼03 그 들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02 ‘뮤즈’와 ‘제우스’는 저자가 보살핌의 대상에 붙여준 애칭이다. 03 서울시 돌봄노동자 심리치유 프로그램 ‘우리에게도 돌봄이 필요하 다’(2019.12.11.~13)

김지나 후원회원,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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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 출처 : 일과건강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어질 거라 여겼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년

삶은 늘 녹록치 않았지만 대개의 경우 나의 노력

전 새해가 막 시작된 어느 날, 동생이 갑작스럽게

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나

세상을 떠났다.

는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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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여태까지 늘 그랬듯이 가끔 어려움은 있겠지

나는 동생이 죽은 이유를 꼭 알아야만 했다. 그

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이 앞으로도 이

래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생의 장례 빈소

2020년 1월호


에서 급하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원

글을 쓰는 지금 올해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

회가 꾸려졌고 당사자로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

다. 날이 밝으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이 된다. 새해

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대책위를 통해

첫날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각자 저마다 미래에

처음 알게 되었다. 과로자살 유가족으로 간간히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기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과로문제와 관련한 활동현장에 나가다가 한 달 전

하지만 동생의 기일을 앞둔 이 시기가 내게는 한

즈음 활동 회원의 제안을 받고 덜컥 참여하게 되

해 중 가장 어둡고 우울한 시기이다. 솔직히 고백

었다. 과로죽음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많은 사람

하자면 이 글을 쓰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도무지

들에게 알리고, 나아가 과로죽음 문제를 막기 위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컴퓨터 화면만 멍하니 보고

한 대책과 방안을 함께 찾고 싶었다.

있다가 겨우 생각해 낸 글귀는 온통 우울한 감정 만 쏟아내는 것들뿐이어서 며칠째 썼다 지우기를

2018년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 받은 뇌심혈관질

반복했다. 동생이 떠난 후 미래의 계획이나 소망

환 사망자는-대부분 과로사로 추정되는- 약 700

은 모두 의미 없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미래

명에 달한다. 경찰청 조사를 기반으로 한 자살 현

의 소망 대신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황 정보에 따르면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자살

을 생각하기로 했다. 과로 문제와 관련해 지금 같

하는 사람의 수는 한해 약 500명에 달한다. 대충

이 참여해서 준비하고 있는 일들을 내년에 잘 진

어림잡아도 한해 약 1,2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일

행해서 부디 유의미한 결과가 있기를 바래본다.

때문에 과로죽음에 이른다. 과로가 신체 및 정신

그리고 새해에도 부디 몸과 마음 모두 다 같이 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연

강하시길 바란다.

구를 통해 입증이 되었지만 과로문제는 사회와 일 터 곳곳에 여전히 만연해 있고, 많은 사람이 문제 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과 로죽음의 원인을 나약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유 가족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 로죽음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그것을 야기하 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모순은 은폐되고 있다.

왜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동생의 일이 있기 전에 나는 이런 현실에 무지했 고 무관심했지만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게 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가족은 물론 가까 웠던 친구와 직장동료의 삶까지도 함께 무너뜨린 다. 그렇게 한 가정이 무너지고 일터가 무너지면 결국 사회도 위태로워진다. 이제 그만 비극의 폭 탄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 장향미 회원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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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근로복지공단, 20.01.06] 산재 치료

고려해, 장해 4~9급 산재노동자

직장복귀지원금은 관할 근로복지

후 복귀하시면 매달 80만원 지급

가 고용촉진장려금 수준의 지원

공단 지사(☏1588-0075)에서 신

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상한금액

청할 수 있으며, 방문, 우편 또는

을 현실화하게 되었다.

온라인 토탈서비스(http://total.

올해 1월 1일부터 산재노동자 직

kcomwel.or.kr)로도 신청·접수

장복귀 시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가 가능하다.

직장복귀지원금이 최대 월 80만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와 근로복

원까지 인상된다. 이에 따라 장해

지공단에서는 산재서포터즈의 사

1~3급 산재노동자 복귀 시 80만

업장 컨설팅을 통한 지원제도 안

[고용노동부, 20.01.07] 발달장애

원, 4~9급 산재노동자는 60만원,

내, 사업주와 산재노동자와의 갈

인의‘직장 안전’쉬운 책으로 담았다

10~12급 산재노동자는 매달 45

등 해소 노력 등을 통한 맞춤형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람씨의 안

만원을 최대 1년까지 지원받게 된

원직복귀 컨설팅에도 힘쓰고 있

전한 직장생활-기초편’ 책자 발간

다. 고용노동부는 위와 같은 내용

다. 직장복귀지원금은 ’19년

의 ’직업재활급여 상한금액‘ 개정

1,500여명의 산재근로자를 원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안을 1.1.(수) 고시하였다.

장에 복귀시킨 사업장에 48억원

(원장 이정주, 이하 공단)은 산업

이 지원되었으며, 산재서포터즈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

직장복귀지원금은 장해 1~12급

의 사업장 컨설팅은 7,364건에

하여 직장 내 안전사고 예방에 도

산재노동자를 직장에 복귀시켜 6

이른다.

움을 주고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책 『보람씨의 안전한

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 에게 임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산재

직장생활』을 발간했다.

산재노동자의 원활한 직장복귀와

근로자의 가장 이상적인 직업복

발달장애인의 직장 내 안전사고

사업주의 부담 최소화를 위해 ’03

귀는 원직장에 복귀하는 것”이라

위험은 늘 있으나 현장에서 이를

년 도입되었으나, ’06년 지원금

며, “직장복귀지원금 인상뿐 아니

예방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쉬운

인상 후 현재까지 지원수준이 유

라 향후 직업재활급여 대상 확대,

글로 된(발달장애인용) 산업안전

지되어, 사업주의 체감 혜택이 낮

맞춤형 직장복귀 지원 등을 통해

보건 교육자료가 마땅치 않았던

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해 나가

것이 현실이다.

라, 유사 지원제도와의 형평성을

겠다”고 밝혔다.

54 2020년 1월호


이 책은 행복회사에 취업한 보람

기대한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동료지원가’ 업무를 맡았다. ‘중

씨의 일과를 중심으로 보람씨와

눈높이를 고려한 다양한 콘텐츠를

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사업’은

직장동료들이 직장에서 겪을 수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실업

있는 위험과 안전하게 일하는 방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찾아

법을 알려주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단은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성

상담 등을 통해 취업의식을 고취

는 산업안전보건 교육자료로서 발

향상을 위해 “알기 쉬운 노동법” ,

시키는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한

달장애인 노동자는 물론 이들을

“보람씨의 행복한 직장생활” , “빵

달에 4명씩 연간 48명, 한 명당 5

교육하고 관리하는 사업체 담당자

빵! 꿈을 실은 job버스(직업정보

회의 만남을 필수로 해야 하는 조

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서)” 을 발간한 바 있다. “보람씨의

건과 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며

기대된다고 밝혔다.

안전한 직장생활” 을 비롯한 모든

수당을 다시 반납해야 한다. 이러

책들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며,

한 이유로 설요한 씨를 비롯한 동

이 책은 발달장애인 노동자와 사

고용개발원(직업영역개발팀)으로

료지원가들은 어려움을 진작 호소

업체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현

요청하면 우편으로 책자를 받아볼

해왔지만 제도는 수정되지 않았

장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구

수 있다. 또한, 공단 홈페이지

다.

성하였고, 그림을 넣어 이해도를

(http://www.kead.or.kr) 직업

높이고자 했으며, 발달장애인 노

영역개발 자료실에서 파일을 내려

실제 중증장애인들의 노동권과 건

동자와 훈련생이 직접 감수하여

받을 수도 있어 모바일 보기로도

강권을 보장하고자 한다면 매뉴얼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시각

볼 수 있다.

작업에서 그치지 말고 실제 발생

장애와 마비증상이 있는 미긍(美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肯:아름다운 긍정이라는 뜻으로

장애인 노동자와 같이 정보 접근

펴야한다. 무엇보다 실적 중심의

작가가 직접 붙인 별칭) 주혜 작가

에 취약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

논리를 벗어나 권리 중심의 장애

가 삽화 제작에 참여하였다.

료 발간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인 일자리 사업이 무엇인지 성찰

지난해 12월 5일, 뇌병변 장애인

이 필요할 때이다.

공단 최종철 고용개발실장은 “발

이었던 설요한 씨가 스스로 목숨

달장애인이 이 책을 보고 안전하

을 끊었다. 그는 ‘중증장애인지역

게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중 하나인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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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직업환경의사가 알아야 할 법률’ 강좌 서울에서 진행 돼 지난 1월 11일 토요일 10~17시까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세미나실에서 ‘직업환경의사가 알아야할 법률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약 30여 명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로 진행된 강의가 앞으 로 노동자 건강을 다루는 직업환경의사 분들에 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노보연 부산 기획강좌 ‘직업환경의사가 알아야 할 법률’ 올해 2월 22일 토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5 시까지 사회복지연대 교육관(부산시 부산진 구 전포대로 242, 405호)에서 ‘직업환경의사 가 알아야 할 법률’ 한노보연 부산 기획강좌 가 개최됩니다. 노동자의 일터와 건강,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직업환경의사들이 놓치지 말고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다룹니다. 많은 관심 과 참여 바랍니다. 강좌 신청 (010-2566-0295, zuzu1970@hanmail.net)

2020년에도 한노보연과 함께 해주세요 지난해 ‘모두에게 산안법을’, ‘위험한 일터 당장 멈춰’ 스트랩을 제작하여 노동자가 더 이상 죽 지 않는, 아프지 않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 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올해 ‘장시간노동 이제그 만’, ‘위험한 일터 당장멈춰’ 문구를 넣어 새로운 스트랩을 제작하였습니다. 판매용이 아닌 올해 연구소 후원회원 가입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전 달할 예정입니다. 올해도 연구소와 함께 해주셔 서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2020년도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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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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