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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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80호 / 2019.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부산 산안법·산재법 강좌 후기 특성화고 실습실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조사 및 분석 연구 드라마 <SKY캐슬>, 조선생의 월급은 얼마인가?

변화를 맞이한, 2019년 노동안전보건행정 보석세공 노동자들의 삶도 보석처럼 빛나길 돌봄노동자 마리아의 ‘어머니 되기’ 외주화의 종말, 노동자의 생명, 안전 위협


노동시간센터 2019년 월례토론 안내 3월 주제: 유연근무제와 페미니즘 발제: 국미애 (성평등 정책 연구자) 일시: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저녁7시

4월 주제: 『과로자살』(가와히토 히로시 저) 북토크 (근간) 발제: 김명희 (역자,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일시: 2019년 4월 18일 목요일 저녁7시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신청접수 및 문의 laborr@jinbo.net, 02-324-8633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독자에게 얼마 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았습니다. 외환위기를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사 회에 요구한 조건들은 가혹했습니다. 특히 노동유연화로 ‘나쁜’ 일자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20 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 확산, 사회 양극화 문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술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의 규모를 확대하기보다는 다양해지는 직무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임시‧비정규직을 더더욱 양산하 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에도 언급되지만, 선진적 IT기술과 가장 최하층의 노동이 도급 관계를 만드는 것이 플랫폼 노동입니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시대적 흐름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2020년을 기 준으로 발생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력이 모두 높은 미래 이슈로 플랫폼 노동 증가로 특수고용 종사자 확산을 선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은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청 년들에게 노동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나쁜 일자리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사 업자인지, 사원인지 모호한 고용 형태로는 사회보장제도의 수혜로부터 배제됩니다. 대리기사 와 배달대행 기사의 경우 산업재해보험법상 특수고용직으로 인정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산재보험 가입률은 저조합니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적인 보호 제도를 확대해야 하겠습니다.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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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님의 장례식이 얼마 전에 치뤄졌습니다. 자신 이 일하던 곳의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지 62일 만이었습니다. 김용 균 님의 죽음을 계기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고, 산안법 개정이 우여곡 발행인

절 끝에 통과되었습니다.

최민

김용균 님이 ‘청년’으로 호명되었을 때,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 안타까움이 얘기됐을 때 들었던 고민과 우리가 반아안고 더 나아가

선전위원

야 할 지점에 대해 이번 특집에 담았습니다. 보호의 대상을 넘어, 권리의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주체로 모든 노동자가 일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시작해보

종호, 나래, 지나, 재현, 채은, 경미, 지안, 기형

면 좋겠습니다.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2.15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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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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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계급은 왜 청년의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미완성의 존재로 여겨지는 청년 노동자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존재, 청년 노동자를 말하다


16 지금 지역에서는

40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부산 개정 노동안전보건제도 강연회 후기

조선생의 월급은 얼마인가?

18 국제안전건강뉴스

42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미 우편국, 노동자 사망 이후 벌금 15만 달러에 이의를 제기하다

20 국제안전보건비교기준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현장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44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인간의 존엄성을 묻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④

22 연구리포트

46 노동자 건강 상식 부정맥

특성화고 실습실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조사 및 분석 연구(2018.12)

48 문화읽기

다큐멘터리 <사수> 후기

26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즐겁게 음악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50 발칙 건강한 책방 우리는 모두 아픈 존재다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현장의 목소리

52 이러쿵저러쿵 2019년, 새롭게 열린 조직으로 나아갑시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해요”

54 안전보건동향

36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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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최민 상임활동가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

운영팀 60명의 팀 전체 평균 나이는 39.1세다.

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의

40대 이상이 43%다. 구의역 ‘김 군’이 일하던

장례가 사망 62일 만인 2019년 2월 9일 치러졌

은성 PSD에도 특성화고 현장 실습으로 취업한

다. 출근을 앞두고 새로 산 양복을 입어보고 쑥

10대, 20대가 많았지만, 73%는 30대 이상이었

스러워하던 젊은이가 결국 헤드랜턴 하나 받지

다. 청년의 사고, 청년의 노동재해가 사회적으로

못해 위험하게 일하다 비명에 갈 수밖에 없었던

주목을 받는 것이지, 산재 사고의 주요 위험군이

사연은 한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었다.

청년은 아니다.

그의 삶과 죽음은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

2017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

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 군’을 떠올리게

로 인한 사망자 총 964명 중 34세 미만은 74명

했다. 그들에게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일

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7.68%에 불과하다. 업

자리와 컵라면이 있었지만, 위험한 작업을 거부

무상 사고 사망자 중 35%는 60세 이상의 고령

할 힘이 없었고,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는 회사

노동자다. 전체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80%가

가 없었다.

45세 이상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고령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이 논평한대로 최근 주

노동자 비율도 높아져 사고 발생 건수도 늘어난

요 사고와 노동재해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를

다. 뿐만 아니라 고령 노동자가 건설일용직, 재

‘청년’의 죽음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활용 사업 등 재해율이 높은 업종에 분포하고 있

김용균이 일했던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연료

어 고령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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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하다고도 볼 수 있다.

유해요인 등 최근 새롭게 문제로 제기되는 위험

연령별 전체 사망자 중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을을 생각해보면 ‘산업재해’와 ‘일터의 위험’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사실상 우리 노동세계 곳곳에 오히려 가까이 와

25~29세 사망자의 2.24%, 30~34세 사망자의

있다고 볼 수 있다.

1.62%가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다른 연령대 에 비해 약간 높지만 젊은 나이에 외인성 사망

불안정한 노동은 안전을 위협한다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띌 정도는 아 니다.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은 제외했다.)

21세기 내내 지속한 불안정한 일자리, 비정규 직의 증가는 전반적인 직장의 위험을 높이는 요

청년 일자리가 아니라, 모두의 일자리가 위험해지

인 중 하나다. 故 김용균의 사고 이후 왜 비정규

고 있다

직이 더 위험한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 더 위험하고, 꺼려지는 일을 비정규직, 외주의

청년 노동자의 사망에 애통한 마음에 공감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일하 다 죽는 것은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있기에 더욱

형태로 내려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일 을 해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위험하다. 같은 일을 해도, 직무 스트레스가 높으면 사고

더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것이 ‘열악한 일자

위험이 증가한다. 심리적, 물리적 업무 부담이

리에 내몰린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

많고, 지원과 보상은 적어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실히 해 두어야 한다. 청년들이 위험한 일자리에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업무상 사

내몰린다기보다, 우리의 일터 자체가 위험해지

고, 재해 발생 비율이 높다. 비정규직이 겪는 차

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별과 스트레스는 재해 발생률을 높인다.

2018년 7월 열린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

잘 알려진 것처럼,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이내

및 노동안전보건과제 대토론회’에서 서울대 보

에 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2017년 업무상

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

사고 사망의 64%인 615건이 6개월 미만의 근

다. 산재 사망률이 1988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

속 기간에 발생했다.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는 건설업에서 근속기간이 특히 짧아서 더욱 그

이다.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자살을 제외한) 사

렇지만, 건설업 사망자를 제외한 사고 사망자

고성 사망률이 산재 사망률보다 더 빠르게 낮아

458명 중 43%인 196명이 6개월 미만의 근속

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의 사고 사

기간에 사망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

망률이 낮아지는 만큼 산재 사망률을 낮추지 못

어나면서 근속기간이 짧아지고, 불안정 노동자

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터가 위험해지고 있다

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

는 얘기다.

다.

게다가 이는 사고사망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산

이렇게 채용과 퇴사, 이직이 빈번한 과정에서

업재해를 중심으로 한 분석이다. 일터 괴롭힘,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과 정보제공을 받기 어

감정노동, 성과 압박과 같은 일터에서의 정신적

렵다. CJ대한통운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청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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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년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한 뒤, 하청업체 사장

제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이런 위험이 ‘젊고

은 경찰 조사에서 ‘안전관리, 안전교육이 미흡했

앳된’ 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다’고 진술했다. 매일 채용이 이루어지는 상하차

노동시장 전체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

현장에서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

다.

무하다. 근속 기간이 짧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이런

불안과 위험에 내몰린 불안정 노동자의 연대만이

명시적 지식을 제대로 전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 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체험을 통해

물론, 노동자에게 적대적이고, 계층에 따라 깊

습득해야 할 암묵적인 지식도 얻기 어려워진다.

이 분절된 신자유주의 말기 상황에 본격적으로

이런 지식은 주로 장인 도제 관계나 일터의 선후

임금노동에 뛰어들게 된 세대들이 갖는 어려움

배 관계처럼 지식을 보유한 사람과의 접촉을 통

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이라고 불

해 얻게 된다. 매뉴얼로 작성돼 있지 않아도 선

리우는 사람들이, 죽음의 일터 상황을 목격하면

배가 하는 작업 위치와 형태를 보며, 좀 더 안전

서 자기 직장의 위험이 다른 일터와 연결되어 있

하고 수월한 작업 방식을 익히게 되는 게 대표적

음을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다. 모두가 단기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 김용균에게는 ‘노동

자의 세계에서 이런 암묵적 지식의 전달은 불가

조합’과 동료들이 있어서, 한해에 2천여 명에게

능하다. 파견 노동자로 이루어졌던 반도체 하청

발생하는 다른 산업재해 사망과 달리 뉴스 단신

업체에서 몇 년에 걸쳐 여러 명의 노동자가 실명

으로 처리되지 않고 한국 사회에 울림을 만들어

에 이르도록 높은 농도의 메탄올에 중독됐던 사

낼 수 있었다.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느끼는

건은,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통이 없을

사람들은, ‘청년 노동자를 더는 죽음의 일터로

때 위험이 어떻게 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몰지 말자, 청년노동자를 보호하자’고 외치는

무엇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아래로 내려오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는 노동자

되지 않도록 만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를 기대한

를 취약하게 한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

다. ‘불안하고 위험에 내몰린 청년’ 이미지 속에

권실태조사 보고서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스스

담겨 있는, 모든 불안정 노동자들이 서로의 처지

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청) 노동자는

와 상황을 읽어내고, 세대와 관계없이 동료로,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다

조직된 노동자로 함께 싸울 때야, 청년 노동자의

하더라도 원청의 결정과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죽음이 보여주는 우리의 현재가 달라지지 않을

현장 상황에 직접 대응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

까?

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3%에 불과해 집단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도 어 렵다. 이런 모든 조건이 상호작용하여 불안정노동자 를 위험하게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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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먼저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 죽음의 일터가

2019년 2월호


계급은 왜 청년의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청년, 계급의 표상 혹은 계급의 무화?

근대화 시기인 80~90년대에는 제조업 노동자가 산업역군으로서 계급으로 표상되었다면, 오늘날

청년만큼 문제가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단순

청년은 하나의 세대이자 계급의 이름이 되었다.

히 생애의 특정 시기를 의미했던 이 단어는 이제

이러한 명명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지

세대와 노동, 그리고 젠더를 둘러싼 갈등, 민주주

않는 매우 다른 입장들이 제출되고 경합을 벌이

의와 정치를 가로지르는 논쟁적인 개념이 되었

고 있다. 청년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다.

신자유주의에서 계급의 문제를 불안정한 삶의 문

‘88만 원 세대’라는 개념의 등장은 청년세대 담 론을 새로운 문화집단의 출현에서 경제적 약자 를 상징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대략 2010년 이후

제로 다룰 때 청년은 특정 연령대로 한정되지 않 은 정세적이고 상황적인 구성물이 되었다. 청년세대 담론은 생물학적 연령대를 일컫는 청

‘청년’은 불안정 노동과 위태로운 삶을 표상한다.

년층에 제한되지 않는다. 김선기 연구자가 지적

청년 문제를 다루는 김선기 연구자에 따르면, 이

하듯이 오히려 청년세대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하

시기의 청년세대 담론은 ‘세대가 곧 계급’이라는

는 사회적 여론의 형성, 그리고 자신이 청년이라

식의 논의를 통해 계급 담론을 세대화시켜 표현

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청년세대라는 기

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88만 원 세대, 삼포

호에 담긴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대중적인 집단이

세대 등이 그런 예이다.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청년세대’라는 담론은 특

계급은 매우 까다로운 개념이지만, 분명한 것은 계급은 계급 그 자체로 등장한 적이 없다. 압축적

정 대상을 넘어서 사회적 개념이 되었다. 논쟁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계급이 세대화 된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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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표현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이를 뒤집으면 계

on)하고자 했던 계급의 이름이었다면, ‘골리앗

급은 곧 세대가 아니라는 점, 구조적 문제를 세대

전사’로 상징화되었던 제조업 노동자들은 맑스

프레임으로 가두어 세대전쟁으로 왜곡시킨다는

주의 이론에서 등장하는 ‘종이 위의 계급’의 현실

점이 곧잘 지적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

화한 표현물이었다. 이러한 계급의 얼굴은 특정

은 타당하다. 오늘날 청년들은 그 어느 시대의 청

한 젠더와 특정한 국적을 포함하며 여성 노동, 이

년들보다 힘들다. 하지만 청년들만 힘든 것이 아

주 노동은 주변부화 되어 차별받거나 배제된다.

니다. 불안정성은 신자유주의 시대, 삶의 일반적

이는 진보적인 운동진영이 이러한 차별과 배제

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세대는 하나로

를 자신의 전망 하에 감추어두었다는 것을 고발

묶을 수 있는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청년세대

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정 시기의 계급의 얼굴은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이는 전체적인

특정 정세에서의 계급투쟁의 잠정적 표현물이라

계급의 양극화와 궤를 같이 한다. 즉 구조적이고

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런 한에서 집단화된 존재

계급적인 모순의 부분으로서 청년문제가 자리한

로서 계급을 대면할 수 있다.

다는 반박이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불안정한 삶과 노동의 문제는

‘청년’이라는 계급이 전망하는 것, 나누는 것

청년의 얼굴로 가시화된다. 현장 실습생들의 자 살과 죽음,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죽음, 구의역 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풀네임은 ‘태안화력 비

크린도어 수리공의 죽음, 그리고 발전소 하청노

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

동자의 죽음은 무엇보다 ‘청년’의 죽음으로 사건

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다. 김용균

화 된다. 청년들의 곁에 무수한 노동자들의 사고

은 24살이고, 첫 직장이었다. 김용균의 동료 중

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우선 ‘청년’의 죽

에는 김용균처럼 첫 직장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

음을 분노한다.

분 위험을 위험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일 해왔다.

이러한 죽음들이 ‘청년세대’ 담론의 효과로서

위험하고 힘들어도 잦은 이직은 커리어에 불리

등장하는 것이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하지만 분

하게 작용하는 것을 잘 알기에 참아왔다고 이야

명 오늘날 계급은 청년의 얼굴로 나타난다. 젊음

기한다. ‘힘들어도 견뎌보라’는 부모님의 독려(?)

의 상징이 아니라 불확실함, 불안정함, 불안전함

도 있었다. 앳된 얼굴들 옆에 잔주름이 금이 간

의 얼굴로 말이다.

유리창처럼 얼굴을 덮고 있는 나이든 동료들도 꽤 있다. 이들은 이전에 일했던 제조업 공장보다

문제는 이러한 청년이라는 계급적 표상이 무엇 을 전망하고 무엇을 나누는가이다. 계급은 소득

역시 발전소를 떠나지 않았다. 나이 먹었기 때문

분포의 아래로 실체 하거나 계급의식으로 의식적

에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으로 집단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늘 지역, 국적,

이들을 발전소로 몰아넣고, 위험을 감수하게 만

젠더, 나이 등과 같은 요소들을 둘러싸고 지배적

드는 사회적 압력은 다양하고 중층적이다.

인 권력과 대중들 사이의 갈등과 투쟁 속에서 떠 오르고 존속한다. ‘산업역군’이 개발독재 세력이 명명(nomin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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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2019년 2월호

세대 부채감. 50대 나이든 노동자는 자기의 나 이어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용균의 죽음에 대해 서부발전이 자신들은 책임


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동료들은 모두 자신

자신을 곧 20대에 머무는 청년으로 동일화하기

을 탓했다. 거기에 덧붙여 나이든 노동자는 세대

때문이다. 20대 여성이 자신들보다는 더 나은 삶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운 나이에 때 이른

을 사는 것 같다는 착시는 청년이 생물학적 연령

죽음’을 언론이 보도하면 할수록 세대부채감은

대의 문제로 뒤집어지는 순간 예고된 것이다.

더 커졌을 것이었다.

1998년 IMF 위기 시, 김대중 정부와 보수 언

‘청년’이라는 기호가 갖는 의미, 불확실성, 불안

론은 노동의 위기를 가장의 위기로 전환했다. 당

정성, 불안전성은 이렇듯 그 의미에 동의하는 주

시 민주노총이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아

체들을 가른다.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모두 비탄

빠 힘내세요!’는 곧 계급의 구호이기도 했다. 20

의 정서를 공유하지만, 청년의 비참은 좀처럼 불

년이 지난 지금, 취약한 계급으로 등장한 청년

안정한 삶 모두의 비참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불

은 가장의 자리를 대체했다. 가족의 위기는 가장

안정한 삶을 상징하는 청년 세대가 생물학적인

의 위기에서 아들의 위기로 자리바꿈 되었다. 한

연령의 문제로 미끄러지는 이유다.

국사회의 가족주의는 지난 20년간 심화한 가족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의 위기 시에 더욱 강렬하게 작동한다. 그 사이에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청년은 20대 남성의

4~50대 여성 노동자들은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얼굴을 갖는다.

타겟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시기 시간제 일자리 의 증가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일자리가 늘었

최근 가장 고용상황이 악화한 집단은 20대 남성

다. 오늘날 청년 여성들의 문제는 젊은 여성들의

이다. 20대 남성 고용률은 66.2%에서 2018년

문제로 곧잘 치환된다. 그것이 성차별이든, 불안

56.1%로 떨어졌다. 성·연령별로 봤을 때 고용률

정한 일자리에서 따라 나오는 불안정함이든 말

이 가장 매우 감소한 집단이 20대 남성이다. 20

이다.

대 여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54.9%에서 59.6%

청년의 비참이 신자유주의적 세계의 복잡하고

로 올랐다. ‘된장녀’란 조어가 나왔던 2005년 20

상이한 비참들과 경쟁하는 한 청년을 매개로한

대 남녀 고용률이 역전됐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

정치적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

은 30대부터 급감한다. 지난해 30대 여성 고용률

다고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고 말

은 60.7%로 30대 남성(89.7%)을 크게 밑돈다.

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계급의 문제는 이

소득주도성장특위 특별위원인 신현호 경제평론가

러한 청년을 둘러싼 문제를 우회하고서는 사유

는 “20대 고용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지만 30대

할 수도,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수도 없다.

이후 여성이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컨설팅 등 연봉이 높은 고급 일자리 분야에선 여성 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 전했다. 현재 20대 남녀 간 극심한 젠더 갈등 의 원인 중 하나로 이 같은 고용 현실이 꼽힌다. 2~30대 남성이 <82년 김지영>에 공감하면서 도 92년 김지영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이유는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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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미완성의 존재로 여겨지는 청년 노동자 20대 청년 여성 김지안 씨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봄의 시작인 ‘입춘’이 얼마 전에 지났다. 겨울

보니 일이 많고, 바쁜 곳을 주로 가게 됐어요. 그

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절기가 시작된 것

다음엔 카페, 호프집도 갔어요. 이후엔 서울시 뉴

이다. 하지만 청년의 계절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딜 일자리 사업으로 한 비영리단체에서 1년 동안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를 풀어내겠다며 나서고

일을 했고, 거길 그만두고 나선 출장 뷔페처럼 단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기 인력 뽑아서 하루 일 하는 곳에 많이 갔죠. 그

다.

중 기억에 남는 곳은 합정에 있는 이자카야인데,

청년 노동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지

거긴 아르바이트를 하루씩 고용하더라고요. 정말

난 1월 30일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20대 청년

이상한 시스템이었어요. 예를 들어 일하는 사람

여성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청년 일자리

이 8명이면 2명만 원래 일하던 사람이고, 나머지

사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두 차례 있는 김지안

는 매일 뽑아서 쓰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손님도

씨를 만났다. 최근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

정신없고, 일하는 사람도 처음 와서 정신없고. 대

직 예정 중이라 잠시 숨을 돌리는 중이라 했다.

충대충 날림으로 하게 되죠.”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단기 일자리,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일자리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문제

“중학교 때 생애 최초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전 단요. 짬짬이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

일 수도 있고, 주로 일하는 청년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요.

속버스터미널 틈새라면에서 일했어요. 터미널이 라 엄청 바빴죠. 그때 저의 아르바이트 선택 기준 은 최저임금보다 높이 주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위험해요. 출장 뷔페 경험을 떠올리자면, 거긴 음식이 새벽에 만들어지면 그 음식을 직접 벤에 싣고 같이 이동해요. 거기서 서빙 하는 거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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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일이 끝나면 잔반통을 갖고 가서 설거지까지 해

그리고 주어지는 일도 문제예요. 들어가면 할

요. 중간에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서 설거지까지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전문성을 갖고 해야

하면 돈을 더 줘요. 몇 백 인분을 만드는 주방은

하는 일이기도 하고, 거기에 맞는 직무교육이 있

엄청 위험해요. 그런데 일하러 가면 바로 투입이

어야죠. 그런데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아요. 한 예

에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미끄러진 적도 있

로 다른 일을 주지 않고 계속 회의록만 쓰기도 하

어요. 주변에 큰 냄비, 큰불, 칼 이런 게 막 널려

고요.”

있는데 말이죠. 거기를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위험인데 아무런 설명도 안 해주고, 가면 바로 일

그런 어려움을 서울시가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을 하는 게 위험 그 자체죠.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요. 문제나 어려움을 토로하고 피드백하는 자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자세한 교육도 없죠.”

없었나요?

민간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서울시 청년 혁

“마지막에 설문 조사도 하고 연 1~2회 정도 모

신 일자리 사업으로도 일하신 경험이 있죠. 두 번

니터링도 해요. 사업장 대표, 활동가도 직접 만나

일자리 경험을 했는데 실제 청년고용 문제에 도움

요. 서울시에서 따로 현장 방문도 해요. 그런데

이 되는 정책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서울시에서 피드백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 한 회의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우리

“지금 시스템은 한계가 많아요. 2015년에 청

가 보낸 서류만 남는 거죠.

년 혁신 일자리 사업으로 비영리단체에서 일했 을 때 딱 최저임금을 받았어요. 일당제라서 만약

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 성과 지표로 여긴다는

연휴가 길거나 하면 그만큼 임금을 못 받았죠. 너

거예요. 서울시가 취업률 중간 체크를 계속해요.

무 힘들었어요. 그나마 생활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일자리 사업을 그만두고 중간에 이직하면 그걸

최저임금보단 높게 받아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

성과로 측정해요. 서울시 입장에서 이 사업은 중

가 발생해요. 모든 곳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업장

간단계, 연습 과정으로 보는 것 같아요. 계약 기

의 대표자나 기존 직원이 봤을 때 소위 경력도 없

간이 정상적으로 종료되고 계속 전화가 와요. 취

는 애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더라고

직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보는 거죠. 심지어 활동

요. 그렇다고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에요. 190만 원

가가 적응하고 있는 중에도 필요한 취업 교육 있

후반대 정도를 받는셈이니까요. 표면적으로 보면

으면 지원하겠다고 연락을 해요. 당사자들은 당

생활임금제니깐 열악한 곳보다 많이 받는 것처럼

황스럽죠. 자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취직에

여겨지죠. 적어도 ‘23개월’ 동안은요. 전적인 보

필요한 교육을 받으라고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

장은 아니어도 임시로 해결됐다고 여기는 거예

는 거죠. 그때 제가 담당자로 있어서 그 문제를

요. 그러니 표면적으로 성과가 있어 보이죠. 문제

제기했는데, 얼마 전에 제가 일 그만두고 나서 전

는 내부에서 당사자가 위치상 겪는 감정, 고용에

화를 했더라고요. 당시 서울시 관점과 태도에 정

서 오는 불안정성이에요.

말 화가 났어요. 청년활동가들은 지금 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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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동이고, 이제 적응해 가면서 자기 영역

청년을 피해자화 하고 있어요. 여러 측면에서

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전화해서 사

요. 특히 노동문제의 경우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뭔가 완성된 노동이 아닌

계속 피해자화 하는 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것처럼 여기는 태도에 화가 났던 거죠.”

없게 하는데 말이죠.”

그 이전에도 그렇고, 최근에도 청년 노동자의 사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 잣대가 있죠. 젊고

고, 사망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고 김

생기 있고, 신선하고, 열정적이라고 할 때도 있지

용균 님도 그렇고, 현장 실습생 문제도 그렇고요.

만 한 편에선 반대로 소비 지향적이고, 무책임하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 공감되는 점이 있으셨나

다는 인식이요. 그런 이중 잣대를 몸소 경험할 텐

요?

데 어떤가요?

“당일 아르바이트 가면 아무런 교육을 받지도

“이중 잣대가 항상 그렇듯 연결되어 있어요. 일

못하고 바로 투입됐던 상황이 떠올랐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 아이디어도 많고

큰 문제예요. 필요한 교육을 못 받는 건 기본적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고, 활력을 주는 청년을 소

문제이고, 파견이 아니라 직고용이었다면 문제

비하고 싶어 해요. 거기서 벗어나면 게으르고 열

제기를 훨씬 쉽게 할 수 있겠죠. 실제 해결이 되

심히 안 하고, 쉽게 그만두는 청년의 이미지를 만

느냐, 안 되느냐는 나중 문제라 해도요. 파견의

들죠. 아르바이트를 하든, 활동하든, 회사에 가건

경우엔 너무 혼란스럽죠. 내가 어디에 말을 해야

똑같아요. 친구들과 그런 경험을 많이 나누기도

한다고 얘기조차 해주지 않거든요. 당사자가 주

해요.”

체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 템이에요. 거기서 안전문제도 당연히 생기고, 감

마지막 질문인데요. 청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정적 소모도 심각하죠. 내가 여기서 동등한 구성

위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원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나만 배제된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돼 요. 그런 상황과 조건이 공감됐죠.

“최저임금이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요구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이제 1만 원은 높은 액수도 아니죠. 임금이 너무 낮아요. 이 문제를

청년 노동자들의 사고 소식을 다루는 언론을 보 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파견 같은 비정규 직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고요.

게 돼요. 공감, 연민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더 나 아가면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청년 노동자 당사 자에게 자기를 지킬 힘과 권리를 주는 것, 당당하

미숙한 존재로 취급하는데 그게 청년으로까지

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이

이어져요. 그런 시선도 같이 바뀌어야 하겠죠.”

야기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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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변화도 중요해요.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2019년 2월호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존재, 청년 노동자를 말하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준비위원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배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배달대행은 가게와 기

달노동자이다. 언론은 큰 사고가 날 때만 그들을

사만 있으면 되거든요. 운영 프로그램은 따서 쓰

주목하고 호명한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존재해

면 되고요. 그러다 보니 영세한 사람도 많고, 이

왔다. 단지 우리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

업 자체에서 지지고 볶는 특징이 있죠.

지 않았을 뿐. 가리어진 존재의 목소리를 모아내 기 위해 만들어진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준비

그리고 배달노동자는 개별화되어 있어요. 프랜

위원장을 지난 1월 3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

차이즈 라이더를 한 사업장으로 생각할 수 있지

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

만, 모두 출퇴근 시간이 달라서 모이기가 불가능

어봤다.

해요. 그래서 플랫폼노조로서 온라인을 기반으 로 해요. 그러다 보니 가끔 정기로 모이듯이 조합

라이더유니온이 궁금한데요. 조합원의 구성이나

원들이 모여요.

특징, 조합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 대여섯 가지 조합의 요구 중 보험료 문제가 가 “프랜차이즈, 배달대행사, 우버이츠 기사들로

장 큽니다.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가 제 나이대

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돈 못 버는 영세

인 30대 정도에 1년에 300만 원이에요. 20대는

배달대행 지사장들도 조합원으로 받을 생각인

500만 원이구요. 심각하죠. 그래서 대부분 배달

데, 아직 세부 기준은 정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용 보험을 안 들고 출퇴근보험을 들어요. 이렇게

등에 칼 꽂는다고들 말하는데 일하다가 자기가

일하다 사고 나면 보험 적용이 안 돼서 문제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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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기고, 부담이 크니 산재보험 가입도 꺼려요. 산재

가족들에게 얘기를 잘 못 하세요. 자녀 학교가 있

보험 가입률이 높아지려면, 배달용 오토바이 보

는 동네이거나 지인이 주문하거나 하면 다른 사

험료를 해결해야 해요.

람에게 일을 넘기기도 해요. 당당하기 힘든 거 죠.”

추가로 기후변화에 따른 보호 대책, 최소배달 료, 플랫폼세를 통한 고용보험, 산재보험 기금 마

지금 하는 맥도날드 배달 일을 포함해 여러 노동

련 등을 요구하고 있어요. 지사장에게 책임을 묻

을 경험하셨을 때 우리 사회가 청년 노동자에 대

는 방식인 두 당으로 하지 말고 일정 매출 이상의

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고, 어떤 노동조건에 내몬

플랫폼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보험료를 내라

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는 거죠. 개인 사업자의 경우에 유급휴일 보장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험을 바꾸고 싶어요. 개인사업자도 유급휴일을 주는 거죠. 예 로 들면 여름휴가 간만큼 일하지 못한 부분을 고 용보험 재정에서 조달하는 거죠. 그러면 라이더 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생기겠죠. 또 악 천후로 일을 못할 경우에는 산재보험기금으로 휴 업급여를 지급하고요. ‘근로자’ 신분이 아니란 현 실과 괴리되는 이유로 말이죠. 물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여겨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노조가 싸 워 만들어나가야겠죠.”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요. 청년이라고 했을 때 청년 내 계급, 계층의 문제가 다 삭제되어 있어 요. IMF 이후 청년실업이라는 말, 단 한 번도 해 결되지 않은 이 문제에서 주인공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이들이죠. 뉴스 인터뷰 보면 그래요. 문제는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 문이 가려진 거예요. 수능성적으로 1~2등급. 나 머지 80%의 사람들은 주인공이 아니죠. 그런 사 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열심 히 하지라는 댓글이 달리는 거죠. 더 문제는 최저 임금, 위험한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 람이 지금의 노동시장을 다 공급하고 있는 거죠.

연령대 특징도 있을 텐데요. 노조에 10~20대 청 년이 많은 편인가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청년 문제 담론 주인공이 된 적은 없어요. 당연히 공부 못했으니까 그런 환경 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공론화되고

“아뇨. 30~50대가 많아요. 10~20대는 눈에 띄

주인공이 되어야 해요.”

어서 과잉대표된 거죠. 배달 노동에 대한 편견이 에요. 소위 젊은 놈이 오토바이 함부로 몰고 다닌

우리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이란 말이 인상

다고 생각하는 거죠. 언론에서 주로 다루는 배달

적이에요. 그런 주인공 중 하나가 배달노동자라고

노동자 사고가 10대이기도 해요. 어리면 어리다 고, 50대까지 라이더 일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그 거대로 욕먹죠. 20~30대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치 고요. 나머지는 실패, 혐오의 상징이에요.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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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생각하시나요? “대표적이죠.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마찬가지고 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선진적 기술혁신산업과 가장 최하층의 노동이 만난다는 점이에요. 아르


바이트 시장, 플랫폼 시장은 실업자의 노동이자

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잉여시간의 노동을 조직해요. 20대 청년들도 실 업인 상태에서 취준생으로 자기 생존을 위해 일

그렇다면 청년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안

하고 있죠. 플랫폼 노동은 나머지 시간조차 자본

전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 조

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투자하라고 강요

건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고 있어요. 자본이 모든 시간을 장악하는 거예 요. 시간 장악, 이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곧 위험한 노동이자, 과로 노동이기 때문이에요.”

최근 고 김용균 님 사건부터 산업체 파견형 현장 실습문제까지 소위 젊은 노동자들의 문제가 이슈 인데요. 계속 잇따르는 청년 노동자의 사고를 볼 때 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나요.

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 해요. “핵심은 노동과정에서의 권한이에요. 그걸 쟁 취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죠. 작업중지권 조차도 소극적이라고 봐요. 노동과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작업중지권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죠. 예 를 들어 빙판길이 얼었다고 하면 위험을 겪을 수 있는 노동자들 모두 일하지 않는 것. 배달에 적합

“한국 노동시장 자체가 왜곡되어 있어요. 사람

한 오토바이 기종이 있다면 교체하는 것. 배달 시

이 매일 죽어 나가는 구조를 계속 유지하죠. 그

간이 너무 촉박하면 안전하게 바꾸는 것. 자본이

문제를 청년 문제로만 접근하면 답이 없어요. 청

정한 30분 배달제가 대표적이죠. 지금까지는 임

년이 문화적, 지식 권력에서 약자이기도 하지만,

금을 많이 받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여왔다면, 이

원래 노동시장 자체가 최악인 게 근본적 원인이

제는 노동과정을 조직하는 권리를 쟁취해야 해

죠.

요.

그걸 바꾸기 위해서 저는 일자리를 거부할 수

지금까지 배달노동자는 100원이라도 더 받는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든

곳으로 이동했어요. 그분들에게 이런 말을 꼭 전

담론이 일자리를 달라는 거죠. 사실 이게 우리의

하고 싶어요. 이동하지 말고 모든 일자리를 좋은

구호가 되어야 하나 싶어요. 핵심은 사회안전망

일자리로 만들자고요. 라이더유니온으로 오시면

이죠. 여기서 계급 문제가 발생해요. 노동자들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 5월 1일 노동절에 국회에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생계비가 필

서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할 예정이에요.

요하죠. 고시 공부, 해외 유학, 대학원까지 약 10

트럭을 한 대 불러 공연도 하고 그 뒤를 오토바이

년간의 취업 기간을 견딜 수 있는 노동 상품과 당

가 따라가는 거예요. 그 행진에도 꼭 함께 해주시

장 최저임금 일자리라도 가야 하는 노동 상품은

길 바랄게요.”

거부권이 완전히 다르죠. 지금까진 가족들이 그 부담을 졌어요. 하지만 이제 사회가 해야죠. 고용 으로만 풀려는 것은 답이 없어요. 임금만을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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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최근 부산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2019년 바뀐 노동안전보건 제도에 관 한 강좌가 열렸습니다. 1월 23일에는 이숙견 상임활동가가 ‘개정 산업안

부산 산안법·산재법 강좌 후기

전보건법 이해와 과제‘를 주제로, 1월 30일에는 조애진 회원이 ‘개정 산 재보험 제도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애초 우려와는 달리 민주노총 부산본부 대회의실에는 많은 분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고,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으며 현 장에서의 과제와 고민에 관한 이야기들도 쏟아졌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주제와 관련하여 이숙견 강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재 개정 역사와 내용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 후에, 종래 산업안전보건법은 유명무실한 처벌조항과 적용 탓으로 노동자의 생명, 몸, 마음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였기에, 지속적인 개정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였습 니다. 이에 개정법은 적용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 공하는 자’로 변경하여 보호 대상을 확대, 도금 등 유해 위험작업의 도급 금지를 비롯한 도급 금지사업의 확대, 도급인과 발주자의 책임성 강화, 건설업에서의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에 대한 등록제 도입 등 건설업 특례 규정 마련, 작업중지권 조항의 개정,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에 관한 알권리 강화 및 사업주의 영업 비밀 남발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 마련, 감정노동· 일터괴롭힘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규정 신설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 다고 설명한 후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내실 있게 다루었습니다.

한편, 전면개정에도 불구하고 철도와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보수, 화력 발전 및 화학물질 설비 수리 보수 업무는 여전히 도급이 가능한 점, 노동 자대표에게는 작업중지권이 부여되지 않은 점 등 아직 많은 한계가 있음 을 명확히 하였고, 이번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하였는 지를 기억하자고 하면서, 앞으로 있을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위임입법 작 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길 당부하였습니다.

이어서 이루어진 산재보험제도 강의에서 조애진 강사는 종래 ‘개별실 조애진 회원,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적요율제’의 폐단으로 위험이 외주화 되고, 조직적 산재 은폐가 이루어져 결국 재벌 대기업이 노동자들의 질병·부상과 죽음을 대가로 벌어들인 수 익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한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어야 할 많은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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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들이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면서 결국 모두에게 불이익이 전가되는 현실에 대해 살펴보 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어 중소기업 사업주·특수형태근로종사자·소규모 건설공사 등 산재보험 적용대상 및 범위의 확대, 출퇴근 재해의 새로운 인정기준, 일용 건설노동자의 평균임금 계산방법 현실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과 관련한 추정의 원칙 도입과 재해자 입증책임의 완화, 요양 중 사고 인정기준 확대, 요양급여 신청시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등 신청 절차의 간소화, 뇌·심혈관계 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정비 및 직종별 인정기준 구체화 등 2018~2019년 개정된 법령지침 내용을 집중적으로 설 명하면서, 현장의 노동자가 법령지침을 잘 숙지하여 처분기관이 제대로 재해조사를 하 였는지 감시할 수 있어야만 불법·부당한 처분을 막아낼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였습니 다.

강의 끝에는 참가자들이 많은 질문을 하여, 현장의 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 다. 산안법과 산재법 개정의 긍정적 측면이 무색할 만큼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업주의 위법하고 몰지각한 행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 함께 절망하기도 하 였지만, 그 속에서 서로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음에 희망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오는 2월 18일~19일에는 서울에서도 개정된 산안법과 산재법을 공부하는 강좌가 열 립니다. 서울에서도 열띤 강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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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건강뉴스

미국 우편국(U.S. Postal Service)이 우드랜드 힐스 지역의 소속 노동자

미 우편국, 노동자 사망 이후 벌금 15만 달러에 이의를 제기하다

가 폭염으로 사망한 후 직업안전보건청(이하 OSHA)으로부터 부과 받은 약 15만 달러(한화 약 1억6천8백만 원)의 과징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 고 있다.

우편국 소속 배달부 페기 프랭크(63세)는 기온이 117도(섭씨 42.2도)에 육박하던 지난해 7월 6일, 에어컨이 없는 우편배달 트럭에서 사망한 상 태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외부로부터 받은 열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체 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이 올라가는 고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지난 1월 2일, OSHA는 고열 환경에서 일하는 우편국 노동자들에 대한 프로그램 및 절차와 관련해 ‘반복된’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 또한 노동자 들의 질병과 손상에 대한 기록 보존이 부적절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편국 대변인 에블리나 라미레즈는 이번 사례가 독립적인 직업안전보 건평가위원회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회는 노동부와 고 용주 사이에서 작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기구이다. 라미레즈는 결과가 평가위원회를 통해 발표될 것이므로 우편국 차원에서 특별히 언 급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고, 돈은 피보다 강력합니 다.” 우편국에서 이번 적발 사항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프 랭크 씨의 아들인 커크 케슬러 씨가 말했다. 케슬러 씨는 어머니가 발목 골절로 약 3개월간 병가를 냈다가 이제 막 복귀한 참이었다고 했다. 작업 조건에 다시 순응할 수 있도록 우드랜드 힐스 우체국 사무실에서 일했어 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일은 피할 수 있었어요.”

OSHA는 이번 사망 건에 대해 우편국에 총 149,664달러의 벌금을 부과 했다.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프랭크 씨가 사망한 다음 날, 우드랜드 힐스 지역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노동자가 열사병을 앓았으나 OSHA 로그에 기록되지 않았다. 같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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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도 지난해 9월에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이 역시 기록에 남지 않았 다. 이전의 OSHA 조사에 따르면 미주리주 인디펜던스 지역의 우편국 노동자는 2012년 7월 에 100도(섭씨 37.8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OSHA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5주간 결근 후 일터로 복귀한 한 집배원은 더위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배달 중 쓰러져 숨졌다. 사망 전날, 그는 극심한 더위로 인한 증상을 알리며 조 기 퇴근을 요청했으나 일을 계속할 것을 지시받았다. OSHA는 이 건에 대해 7만 달러(한화 약 7천9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건과 관련해 2014년에 이의가 제기되었으나 그대로 유지되었다.

평가위원회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OSHA의 적발 사항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면 OSHA 평가 위원회는 워싱턴 D.C.의 행정법 판사나 애틀랜타와 덴버의 지역 사무소에 해당 사건을 배정 한다. 판사는 해당 사항에 대해 확정, 수정, 또는 무효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결정은 당사자 중 에서 재검토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30일 내로 최종 결과로 확정되고, 재검토 요청이 있으면 세 명의 위원이 사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

프랭크 씨가 사망하고 7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그녀의 아들 케슬러 씨는 가족들이 여전히 답 이 없는 문제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거에요.” 그가 말했다.

출처 :U.S. Postal Service contests $150,000 in OSHA penalties after Woodland Hills mail carrier’s death, Los Angeles Daily News, 2019.1.30.

국제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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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 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④ - 화학물질관리, 뿔뿔이 흩어져도 괜찮을까

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화학물질 관리 문제를 다룬다. <머리말>

화학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에 노 출되고, 이렇게 생산된 다양한 제품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다양한 소비 자들 역시 밀접한 노출 대상이 된다. 산업 현장의 화학 사고로 인해 노동 자들은 물론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 화학물질과 관련된 큰 이 슈를 경험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과 인식도 높아졌다.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와 관련된 주요 법령은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 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화관법은 전체 화학물질을 포괄해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고, 화평법 은 일정량 이상 수입, 생산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국내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 는 것이 핵심적인 취지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환경부 소관으로, 화관법은 보편적인 국민 건강 및 환경을 보호 하기 위한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다01. 국가적 차원의 화학물질 관리 측면 에서 꼭 필요한 법이지만, 살펴보면 화학물질을 가장 직접 다루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 보호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많다. ‘국민의 건강’이라면 당연 히 노동자들도 포함될 텐데 이런 부분은 쏙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역할 을 해오던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법 조항을 구성 하는 과정에서 중복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용제외는 최소한인 독일의 화학물질관리법 이와 달리 독일의 화학물질관리법(Chemikaliengesetz)은 화학물질 관 리체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법령으로 화학물질관리의 일원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적용 대상이다. 관

김세은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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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화학물질관리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危害)를 예 방하고 화학물질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한편, 화학물질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에 신속히 대응함으 로써 화학물질로부터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또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행일 2018.11.29)


련된 수십 개의 시행령 중 가장 핵심적인 ‘유해물질관리 시행령’을 보면, 적용 제외 대상은 생물학적 작업물질, 그 리고 화학물질을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두 경우뿐이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학생 및 기타 연구기관 종사 자도 취업자로 간주하여 역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02. 반면, 한국의 화관법에서는 화장품법, 약사법, 식품위 생법 등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십여 가지의 경우가 적용 제외 대상이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종사자는 ‘연 구실안전법03’ 적용 대상이다. ‘화학물질관리’라고는 하지만 실질적 관리는 분야에 따라 법령도, 소관 부처도 제 각각인 상황이다.

한국의 화관법은 노동자 보호 규정 찾아볼 수 없는 반면, 독일은 세세하게 보장해 산업 공정에서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화학물질과 일반 국민들이 접하는 화학물질은 전혀 다른 것인가. 생산·제 조 현장에서 다뤄지는 화학물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는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그뿐이겠는가. 거꾸로 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바 로 그 생산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한국의 화관법에는 노동자 보호 관련 규정이 거의 없다. ‘제14조 취급자의 개인보호장구 착용’ 조항이 눈에 띄 는 정도다. 정부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관련한 사업주의 의무, 화학사고 발생 시 대책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위 시행령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반면 독일의 유해물질관리 시행령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해물질취급 업 무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필요한 안전조치가 강구된 이후에 재개해야 한다(제7조 사업주의 기본의무)’, ‘사업 주는 작업복과 평상복을 별도로 구분해 보존하도록 조치하고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해야 한다(제9조 추가적인 보 호조치)’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항목은 노출 기록에 관한 것이다. 발암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또 는 생식독성 유해물질 취급 업무에 대해 사업주는 노동자가 노출된 기간과 강도를 포함한 기록을 업데이트한 상 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을 노출 종료 후 40년간 보존해야 하며, 고용 관계 종료 시에는 노동자가 종사했던 업 무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인도해야한다(제14조 취업자에 대한 교육 및 지도). 이런 내용은 국내 화관법은 물론 산 안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산안법과의 중복을 고려하더라도, 화관법에서 노동자 보호에 있어 원칙적인 내용이 라도 화관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화관법 역시 독일의 화관법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REACH04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명시된 목적 대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것에 충실해 보일 뿐, 국민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제각각 흩 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 틈새는 잘 메워져 있는 것일까.

02 독일의 연구실 종사자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기도 하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03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04 유럽연합(EU)의 유럽화학물질관리규정(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 Restriction of Chemicals, REACH)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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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특성화고 실습실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조사 및 분석 연구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연구 배경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제 학벌도 계급과 계층에 따라 결정된다 고 하지만, 한국 사회 누구도 대학 서열, 학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특성화고 학생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참 관심이 적은 편이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 전공과 관련 없는 생 수 업체에서 특성화고 이민호 씨가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것을 계기로, 교육부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제도 변경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사실상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부활시키겠다는 ‘제도 보완책’이 나왔다. 2017년 한 해에만 2명의 고등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했고, 이 때문에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은 다들 잊은 듯하다. 농담처럼 ‘교육계와 우리 사회의 관심은 인문계 고 등학교>초등학교>중학교>특성화고등학교 순’이라고 자조하기도 하는데, 이래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 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실습실 환경을 보면 이런 자조가 농담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특성화고 학생들 은 실습실에서 상당 시간 교육을 받고, 전문교과 교사들은 가르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특성화고 실습실은 ‘일반적인’ 학습 환경으로서 학교보건법에서도, 교사가 일하는 일터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 전혀 관리받지 않고 있다. 2016년 한 기계과 교사의 제보로 처음 특성화고 교내 실습실의 환경에 문제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소에서는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성모병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 내 2개 특성화고의 실습실 환경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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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사업장 노동자들

상으로 이런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조차

이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유해물질에 교사

거의 없었다. 학교 환경 측정 시에도 실습실은 제

와 학생이 모두 노출되고 있었다. 기계과 용접 실

외하고 조사를 하기도 한다.

습의 경우 소음은 TWA로 79.8~87.1 dB(A), 용접 흄 및 분진은 1.56~5.86 mg/㎥이었다. 자동차과

특성화고 실습실 작업환경측정은, 청소년이 함

의 경우 소음은 72.1~86.4 dB(A), 용접 흄 및 분

께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적정한 노출 기준을

진은 0.92~2.72 mg/㎥이었다. 이는 조선소 용접

마련해서 진행해야 한다. 전문교과 교사들의 건강

작업자나 자동차 정비사업소 작업환경측정 사례

을 위해서 특수건강진단 적용 의무 여부를 확인하

와 유사한 수준이다. 중금속 및 유기용제 노출 수

고, 적절한 수준에서 실시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

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노출 수준은 산업안

교육서비스업에서 실시 의무가 없는 안전보건교

전보건법상의 노출 기준보다는 낮지만, 통계적으

육, 보건관리자 선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로 보면 노출 기준을 초과할 때도 있으며, 당장 노

등도 교육청 단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성화

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노출 수준을 웃

고 학생에 대해서는 안전교육에 산업안전보건교

도는 수준이다.

육을 포함하여 강화할 뿐 아니라, 교사들도 노동 자로서 필요한 안전보건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

2016년 이 연구 결과를 서울시교육청에 알리기

도록 보장해야 한다. 현행 학교보건법에서 규정하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 2018년에 서울시교

고 있는 학교 보건위원회에 노동안전보건 담당자

육청이 ‘특성화고 실습실 작업환경 실태 조사’ 연

가 들어가 역할을 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구 용역을 내게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더 다양한 특성화고와 실습실의 실태를 드러내고, 특성화고

연구 결과 2 : 실습실 환경 개선과 교육 강화, 전

의 특성에 맞는 교사와 학생의 안전보건 관리 체

문인력 선임 필요

계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은 실습실 방문 조사였

연구 결과 1 : 학교 실습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다. 2개 산업정보학교, 5개 공업고등학교를 방문 학교로 선정하였다. 대표적인 학과들은 모두 한

전문교과 교사들이 상당한 수준의 유해물질에

군데 이상 학교에서 방문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실습실은

방문 시 해당 학과에 속한 실습실을 가능하면 모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산업안전

두 관찰하도록 했다. 한 개 학교를 제외하고는 모

보건법상 교육서비스업은 시행을 유보하거나 제

두 2인의 연구진이 방문하여, 짧은 시간 현장을

외 조항으로 되어 있는 영역이 많다. 그래도 가장

돌아보는 대신 놓치지 않고 문제를 발견할 수 있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 중 하나인 작업환경측정,

도록 노력했다.

특수건강진단 등은 적용 제외가 아니다. 물론 지 금까지 특성화고 내 실습실과 전문교과 교사를 대

방문 전 연구진 회의를 통해 ‘특성화고 실습실 현장평가용 위험성 평가 도구’를 만들었다. 안전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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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체계, 피난 수단 및 안전 장 비, 개인보호장 비, 위험정보전 달, 환기장치 등 총 9개 영역에 대 해 각각 2~5개 문 항으로 구성했다. 조사 이후 학교에 서도 실습실 환경

▲보호구 없이 용접하는 학생

▲경고 표지 라벨이 없는 중간 용기

관리를 위해 활용되기 를 바랐다.

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실습실이나 학교 신축 과정에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보건을

학교 방문 결과,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

중요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안시설,

아졌으나, 산업안전, 산업보건으로까지 확대되지

조도나 채광, 적절한 면적, 국소배기장치, 내장 안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

전 설비 등은 애초 설계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고

전교육은 증가했으나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부족

려돼야 할 것이다.

하고, 안전보건규정이나 화재안전설비는 갖춰져 있지만 산업안전보건 관련 설비는 미비했다.

그나마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부족한 관심마저 도 특정 부분에 집중돼 있었다. 예를 들어, 화학

이를 개선하려면, 실습실 환경 개선과 안전보건

물질 관리의 기본이 되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

증진 활동을 위해 실습 안전과 보건을 목적으로

한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유기용제뿐 아니라, 용

하는 예산을 따로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

접봉, 납땜 실 등도 모두 화학물질로 다뤄져야 하

았다. 이 비용 중 일부는 과목별로 필수적인 보호

고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을 갖춰야 하는데, 교사

구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

나 학생 모두 거의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화학

교에 따라 예산 규모와 환경 수준의 차이가 컸는

물질 격리, 밀봉, 문서관리 등도 잘되지 않고 있었

데, 학교에 따라서는 간단한 호흡기 보호구 구입

다. 인간공학적 유해요인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

마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안전보건과 관련된

았다.

비용에 대해서는 프로젝트나 성과 중심의 접근 대신 보편적인 예산 배분이 필요하다.

더불어 과별, 학교별 유해요인 노출 및 실습실 환경에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

학교 실습실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보건 관 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실습실에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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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다. 개선 과정에서 유해요인 노출이 많은 과, 고독 성 물질 노출이 많은 과 실습실을 우선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실습실 개선을 개

특성화고 교사의 노동건강권, 특성화고 학생들의

별 학교에 맡기는 방식보다, 교육청에서 가이드라

건강권 전체의 과제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할 일

인을 제시하고, 가능하다면 교육청이 계획을 수립

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개선

학교 실습실 안전보건을 증진하고 교사와 학생의

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일부 학교에서 돈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어

시간을 들여 개선 활동을 했지만, 안전보건 측면

야 한다.

에서 부적절하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방식을 채택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 전문가가

당장 산업안전보건법 이행을 위한 과제들이 있

아닌 각 학교 교사들이 개선 활동을 책임지는 방

다. 표본 학교를 대상으로 실습 중 유해물질 노출

식 대신, 교육청이 나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수준을 실제로 측정해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실습실 유해환경 평가모델을 만들어,

실습실 환경만 개선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보호

작업환경측정처럼 정기적인 관리와 감독을 해나

구 착용, 안전작업 등 작업 관행과 문화를 바꿔나

가야 한다. 대표성 있는 표본 학교의 교사를 대상

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하고 특수건강진단 시

방편 중 하나로, 기능 및 자격 시험 평가 항목 점

행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수 구성에서 안전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할

기계과, 전기과, 자동차과, 미용과 등 주요 전문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

과별 실습실 표준모델을 개발하여 각 실습실의 설

보건 교육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하며, 학교 위험

계, 건축, 장비 설치, 환기설비, 유지 보수와 관련

성 평가에 실습실을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 교

한 표준을 선정하고, 이를 근거로 학교별로 실습

육청 차원에서 실습실 안전보건 총괄하고 관리/지

실에 개선과제를 적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선임하여 이와 같은 과 제를 추진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할 것을 제안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다. 이런 전문인력 선임은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특성화고 유해환경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

뿐 아니라, 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의 안

구에서 제안했던 것처럼 교육청 차원에서 개선 활

전 보건 문제 해결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동을 직접 진두지휘하지 않고 개별 학교의 개선

신호가 될 것이고, 현장에서의 변화를 추동하는

활동이 된 점은 아쉽고, 제안된 다양한 후속 연구

힘이 될 것이다.

와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구 결과가 서울시교

후속 과제

육청에 특성화고 실습실 상황까지 고려한 산업안 전보건 체계 수립의 근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향

이번 연구는 특성화고 실습실 환경 조사에서도

후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포괄적인 산업안전보건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실측도 없었고, 문제

체계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데에 본보기가 된다면

의 실마리를 드러낸 정도였다. 범위를 더 넓혀서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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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음악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 양주 시립 합창단 김민정과 이명연님 합창단원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양주시립합창단원을 인터뷰하였다. 2018년 12월 18일 양주시는 합창단과 교향악 단의 예산을 삭감하고 예술단원 전원에게 일방적으로 해촉을 통보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단원들 은 현재 1인 시위를 통해서 합창단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합창단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의 지회장인 김민정 님과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지만 2018년 8월 그만 둔 이명연님을 지난 1월 26일 양주의 커피점에서 합창단원으로서의 일과 해촉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한 시간가량 인터뷰하였다.

양주시립합창단, 사진 출처 : 양주시청

합창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양주 시립합창단은 양주 교향악단과 같이 양주시에 소속되어 있어요. 합창단은 2003년, 교향악단은 2009년 설립되었어요. 합창단은 25명, 교향악단은 36명 이었습니다. 시의 규모에 따라 합창단원 수는 다른데요, 서울시립합창단은 40 명 정도 됩니다. 저는 2004년(이명연), 저는 2011년(김민정)에 합창단에 들어왔어요.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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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의 합창단이 자격 조건이 성악전공자이

해요. 비상임도 상임보다는 덜하지만 경

기 때문에 단원은 모두 음대를 졸업한 사

쟁이 치열해요. 양주시립합창단 소프라

람들이고요, 외국 유학 갔다 온 분들도 있

노의 경우 1명 뽑는데 60명이 지원했을

어요. 저(김민정) 같은 경우 노래를 좋아

정도니깐요.

해서 성악을 전공하고 어린이 특기·적성

정기공연으로 정기연주회, 송년, 신년

음악 선생님으로 몇 년 일하다가 여기 채

음악회, 그 외 찾아가는 음악회 등 일 년

용공고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시청 홈

에 10번 이상 하는 거 같네요. 찾아가는

페이지나 ‘합창으로 하나 되는 세상(합하

음악회는 소그룹으로 공원 같은 데에 찾

세)’라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아가서 시민들 앞에서 야외공연을 하기

인터넷카페가 있는데 여기 구직란을 통

도 합니다.

해서 채용공고를 확인해요. 합창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합창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크게 4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보통 소 프라노가 곡의 소리를 이끌어가니깐 다

합창은 독창할 때랑은 달라야 한다고

수를 차지하고요. 나이가 들어 소리가 흔

생각해요. 창법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들리거나 두꺼워지면 소프라노에서 알토

요. 합창할 때는 다른 단원들의 소리와 잘

로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블렌딩’이 되어야 깨끗하게 소리가 나와

양주 시립합창단은 비상임 합창단이예

요. 그래서 연습을 통해서 내 소리를 줄이

요. 비정규직과 비슷해요. 서울시립합창

고 다들 사람들과 목소리를 맞추어야 해

단은 합창단원이 상임이예요. 인천, 수원,

요. 합창단 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단원이

성남도 상임이고요. 양주나 남양주, 시흥

합창단에서 평소 독창하듯이 소리를 내

등 몇 군데는 비상임 합창단입니다. 상임

면 튀고 전체 공연에 피해를 주지요. 이럴

은 매일 출근하는데 저희는 비상임이라

경우 지휘자나 파트장이 조율해주어야

일주일에 2번 공식적으로 출근합니다.

해요.

음대를 나와서 전공을 살리며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가지는 게 무척 어려

평소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운 게 현실이예요. 음대 졸업자에 비해 일 자리가 부족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어느

성악 하는 사람들은 목소리가 악기잖

지방이나 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합창단

아요. 성대가 중요하니깐 몸이 조금 안 좋

은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상임합창단원

다는 느낌이 들면 병원을 바로바로 가요.

의 경우 1명 뽑는데 200~300명씩 지원

가습기를 자주 틀어놓고요. 중요한 연주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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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으면 잠을 충분히 자고 심리적인 스

나 결석 한 번 안 했고요. 저는 이 양주시

트레스도 피하라고 노력해요. 조수미 씨

립합창단이 좋았어요.

는 음식도 함부로 먹지 않는다고 하니깐 요.

하지만 지휘자의 갑질이 너무 심했어 요. 자기 아들이 악기연주를 하는데 반주

합창단에 들어왔다고 해서 배움의 끝

하라고 교향악단을 부른 적도 있고 양주

이 아니예요. 노래 부를 때 기존의 해왔던

시와 상관없는 대구행사에 단원들을 동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고쳐지지 않는 점

원한 적도 있어요. 지휘자가 그냥 연습 빠

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흔들리기

진 적도 많고요. 연습을 빠지고도 월급

도 해요. 그래서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어

은 꼬박 꼬박 받아갔어요. 게다가 지휘자

주고 피드백을 주면 좋죠. 노력하는 단원

는 반말은 기본이고 폭언이 심했어요. 임

은 사비를 들여서 선생님들한테 레슨을

신한 단원한테 출근을 강요하기도 하고

받기도 해요. 물론 저희가 학생을 가르치

요. 이러니 점점 출근하기가 싫었고 지휘

는 레슨도 하지만요.

자가 단원들에 대한 인심도 잃었죠. 정신 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가 잘 안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요?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하려고 했어요.

양주합창단이 다른 합창단에 비해 열 악한 환경이었어요. 임금도 50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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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그리고 단무장(합창단의 기획, 스케줄

뿐이었어요. 주위 남양주합창단이나 의

관리, 사무 등 행정업무를 담당)도 문제

정부합창단도 임금이 적다고 하지만 양

였어요. 그래서 사실 연주회를 제대로 하

주합창단이 더 적어요. 공연을 하면 별도

려면 연간 공연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제

의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많은 액수는 아

대로 스케줄관리를 안 하고 주먹구구로

니고요. 4대 보험 적용도 못 받아요. 당연

운영했어요. 지휘자는 이를 용인했고요.

히 이 돈으로 생계가 안 되니 아르바이트

그래서 우리는 이런 무책임한 지휘자

로 레슨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합창단 일

에 대해 시에 해결해 달라고 요청해달라

이 우선이었어요. 일주일 전 갑자기 공연

고 탄원서를 냈어요. 하지만 시에서는 해

한다 그러면 레슨 스케줄 다 취소하고 공

결해주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어

연에 매진했으니깐요.

요. 도저히 우리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 작

공연할 때 입는 드레스도 일 년 내내 두

년 9월 노조를 만들게 된 것이예요. 사실

벌로 번갈아 입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군

저희도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노조에 대

말 없이 일했어요. 저(김민정)도 지각이

해 좋지 않은 선입관이 있었어요. 음악이


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관

평소 자기 연습을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

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하는 목적이예요. 이미 공개 오디션을 통

제발 노조까지는 가지 말자는 의견이 많

해서 뽑힌 단원이라 실력은 검증이 되었

았어요. 또 양주시의원들이 합창단, 교향

다고 보기 때문에 평정으로 자를 수는 없

악단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전부터 있었

지만 경고를 줄 수는 있어요. 외부심사위

는데 노조가 생기고 시끄러워지면 양주

원들이 평가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지휘

시에서는 합창단이나 교향악단을 없애버

자가 점수를 낮게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릴 거 같아서 작년 이전에는 노조가 없었

충분히 낮게 줄 수 있어요.

어요.

저(김민정) 같은 경우는 탄원서를 낸

하지만 양주시는 노조가 설립되니 작

사람 중 하나로 지목되어 지휘자가 독단

년 12월 아예 합창단과 교향악단을 다 없

으로 2개월 동안 연습을 못 하게 했어요.

애버렸어요. 그래서 현재 1인시위를 하 고 있어요. 저희의 요구는 합창단의 정상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화예요. 해촉된 이 상황이 좋진 않지만 지 휘자를 보지 않는 건 좋네요.

저(김민정)는 박봉이었지만 이 직장이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요즘 갑질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데도

수 있었으니깐요. 원래 집은 서울이었는

지휘자는 왜 그랬어요?

데 작년에 결혼했고 합창단에 계속 일할 생각으로 신혼집도 양주에 구했으니깐

지휘자는 서울대를 나와서 음악계에

요.

인맥으로 여기 지휘자가 되었어요. 합창

개인적으로 음악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단원의 출신학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뮤지컬이

었어요. 또 시립합창단원이 들어오기 힘

나 케이팝에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

드니깐 함부로 대해도 나가지 않을 거라

이 편중되어 있어요.

생각한 거 같아요. 지휘자가 합창단에 들

클래식이나 합창이 대중적으로 친숙해

어온 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시간

져서 음악하는 후배들이 즐겁게 음악할

이 지나니깐 점점 자기 맘대로 하더라구

수 있는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 그리고 지휘자는 단원에 대한 평가의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권한이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평정’이라 고 단원에 대한 실기시험을 해요. 원래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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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매일, 매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오늘만큼은 낯설게 보기를 시도합니다. 항상 네모 반듯하게 쌓여있는 분리수거장은 누 구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거리의 청결은 누구의 어려움으로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합니다. 익숙하게 보던 것들을 낯설게 보 는 것, 그것이 일 하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 아닐까요. 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글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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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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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해요” 건설노조 전기분과 김인호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만약 전기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상상을 하고 싶지만 도저히 잘 생각 나지 않는다. 그 만큼 우리는 전기를 필요로 하는 물건의 사용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고,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렇다 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전기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일 하는 전기원 노동자를 얼마나 떠 올려 봤을까. 전기원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월 11일 노동조합 근처에서 건설노조 전기분과 김인호 부위원장을 만 났다. 본인 역시 72년부터 전기원으로 일해왔다며 소개를 했다.

전기를 공급하고, 문제가 없도록 관리·보수

간은 따로 없습니다. 한전에서도 한 낮엔 더

하는 노동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과거보

우니 점심시간 포함해서 2시간 쉬라고 지침

다 노동조합이 생겨 출퇴근 시간, 주말에 변

은 내리는데, 회사가 잘 지키지 않아요. 일 능

화가 생겼다고 반가운 이야기가 나왔다.

률이 떨어지니까 그런거죠. 그러다보니 여름 에도 차라리 쉬지 않고 5시 정도 일찍 퇴근하

“노동조합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전과 달 려졌습니다. 지금은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

나와서 별 보고, 별 보면서 퇴근했어요. 하루

해서 8시에 현장에 나가요. 그리고 저녁 6시

12시간, 14시간 가까이 일했죠. 그런데 노동

까지 근무하고요. 우리 업무는 배전설비를 설

조합 생기고 나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거에

치하는 업무와 설치된 배전설비를 유지, 관

요. 지금은 주말에 쉬고, 주 5일제로 맞추고

리, 보수하는 업무로 설명할 수 있어요. 점심

있죠. 조합원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인데, 휴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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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상황입니다. 사실 노동조합 없을땐 새벽에

2019년 2월호


휴게 공간도 문제입니다. 너무 더울땐 소장

우리나라 전기소비량은 2017년 기준 세계

이 10~20분 정도 그늘에서 쉬고 오라고 해

7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연평균

요. 그러면 그늘에 잠깐 앉아 쉬는 정도죠. 겨

전력 소비 증가율은 4.3%로 경제협력개발기

울엔 쉴 수 있는 공간 자체도 없어요. 거리에

구(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렇

서 일을 하니깐요. 앉아있으면 너무 추우니깐

게 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산업용 사용비중이

그냥 안쉬고 일해요.“

높기 때문이다. 전력 용도별 사용비중(판매 량)은 산업용 56.3%, 일반용(상업용) 21.9%,

휴게공간은 여전히 거리의 노동자들에겐 문

주택용 13.5%이다. 매년 여름이면 에어컨 사

제다. 전기원 역시 주로 거리에서 일을 하고

용 급증에 의한 전기요금 문제로 언론이 시끄

휴식을 취해야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휴게공

럽지만 정작 전기원의 노동환경과 어떤 문제

간은 절실하지만 마땅하지 않다. 너무 추워

를 겪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차라리 일을 해 추위를 이긴다는 상황이 전기 원의 노동환경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인호 위원장은 산업규모 거대화, 전기소 비량 증가에 따른 노동자들의 위험이 중요하

전신주에 올라가고, 활선차량에 올라 고공

다고 말문을 열었다. 직접활선공법은 가정용

에서 배전보수업을 하는 전기원이 겪는 가장

220볼트의 백배인 2만2900볼트 전력이 그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2만2900볼

대로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교체를 손으로 직

트 고압전류를 만지다 다치거나 사망한다는

접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현장에선 죽음의

아픈 뉴스를 접했던 터라 그게 가장 첫 번째

공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로 나오는 대답일거라 생각했지만 달랐다. 그 앞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2만2900볼트인데, 전기 소비 량도 많아서 그렇지만 이미 포화상태라 선로

“어렵고 힘든건 정신적으로요. 항상 조심을

구성을 할만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암페어가

많이 해야 하잖아요. 감전되서 다치면 저희는

높아지고, 강해지는거죠. 살아있는 전기는 활

장애를 입어요. 아니면 죽는거죠. 그러다보니

선차 타는 분들이 주로 작업해요. 저압을 만

최고로 시달리는게 정신적 스트레스에요. 그

질땐 주로 배선공들이하고요. 지금 현장은 직

다음으로 노동강도죠. 안전띠 하나 의지에서

접활선작업이라 활선업무가 많죠. 그런데 인

몸 전체를 사용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안

력이 충분치 않아요. 회사가 보유한 활선차가

전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

2~4대 정도거든요. 한전 업무 처리 기준에는

거든요. 그리고 전자파에 노출되다 보니 신경

활선전공 4명, 배선전공 7~8명 수준으로 되

이 그만큼 사람들이 예민해져요. 동료의 죽음

어 있어요. 그런데 활선차가 충분치 않다보니

을 목격하는 것도 힘들고요.”

깐 작업이 힘들죠. 작업을 할만한 시간도 충

현장의 목소리

33


분치 않고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안타까운 마음에 김용균 님 분향소 앞에

직접 해보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배

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울 시간도 두지 않아요. 그만큼 일이 더뎌진

18일에 한전 나주본사 앞에서 총파업도 했

다고 생각하는거죠. 사람이 감전되고 다치고

죠. 한전은 지금 예산삭감하고, 인원을 분기

나서야, 새로운 사람이 일을 배워요. 아주 안

별로 줄이겠다고 한 상황입니다. 공사 계약

좋죠.

금액이란게 있는데 그걸 100% 시행 안하고, 70~80% 정도로 줄이겠다는 거에요. 그러다

직접활선공법은 이런 상황에서 매우 위험해

보니 회사는 회사대로,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요. 그래서 한전도 이 공법을 2021년까지 폐

걱정이 크죠.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거 아니

지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런데 그게 제대로

냐, 이런 말도 나와요. 예산을 삭감한다는건

안되고 있죠. 대안 중 하나로 정전 작업을 할

곧 인원을 축소한다는거에요. 아이엠에프 시

수도 있어요. 전체는 못죽여도 작업하는 구간

절에 엄청난 금액을 삭감한 경험이 있어요.

만큼은요. 하지만 한전에서는 하기 싫어하죠.

그런데 그때 노동자들은 죽어났지만, 회사는

민원이 빗발치거든요. 하지만 정전을 하는게

돈을 벌었죠. 회사에 이용당한 거에요.”

가장 안전하다고 봐요. 호주도 전체는 못 죽 여도 자기들 일할 구간은 죽이는 걸로 알고

향후 이를 두고 큰 싸움이 예상되는데, 조합

있어요. 기업들이 굉장히 민감하죠. 생산에

원들이 어떤 요구들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타격을 받기 때문에요. 그런데 안했던 공법이 아니에요. 과거에 했던 공법입니다.”

“만약 노동조합 요구안을 안들어주면 조합 원들은 며칠이고 현장 멈추는 투쟁을 하자고

지난 1월 15일 노동조합은 고 김용균 님 분

얘기하고 있어요.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이제

향소 앞에서 ‘한전 협력업체 비정규직 전기

는 행동으로 보여주자는거죠. 그런 기획을 노

노동자 다 죽는다, 전기 노동자 안전할 권리

동조합이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일을 제대

쟁취! 생존권 사수!’ 충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로 해야하는데, 목숨을 담보로 하는게 전기원

을 열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

노동자들이 감당하는게 맞냐고 집회에서 발

규직 노동자를 추모하는 장소에서 기자회견

언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합원들

을 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이 모두 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했다. 그러자 김인호 위원장은 같은 비정규 직으로서 당연했고, 안타깝게 소중한 목숨을

실제 일하는 사람들, 고생이 큽니다. 사고가

보냈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말했

하루에 많이 나거든요. 심지어 보수를 안해서

다. 더불어 한전에서 예산삭감과 인원 축소까

폭삭 주저 앉은 사고도 나요. 차가 부딪혀서

지 할 계획을 내놓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전신주 사고가 나기도 하고요. 전선이 노화되 서 전기 사고가 나기도 하고요. 사고가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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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적이에요. 그렇게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

사실 근골격계질환도 심각해요. 목, 어깨,

를 우리 전기원 노동자들이 다 맡아서 합니

무릎, 허리 성한데가 없죠. 스마트싁공법을

다. 돌발대기자가 있는데, 그 분들은 주말에

개발한다 어쩐다 하는데, 실제 현장에선 실효

쉬다가도 나가야 해요. 그러니 돌발대기자로

성이 없어요. 일 하는데 길이나 간격이 적합

걸리면 마음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한전에는

하지 않거든요. 일 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렇

정작 이 업무를 할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이

게 작업하다가 더 다치는거에요. 우리는 오히

관리하는 사람들이죠.”

려 병을 악화시키는거라고 봅니다.”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전기원, 그렇다면 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

제 일하다 겪는 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를 만들기 위한 전기원 노동자들의 싸움이 다

건설노조가 조사한 결과 2016년부터 2018

시 시작됐다. 김인호 위원장은 전기원 노동자

년 5월까지 사망사고 10건, 감전화상 18건,

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

추락재해 2건, 신체절단 재해 5건, 기타 중대

다.

재해는 2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만 감정 화상 사고가 13건, 신체절단 재해는 4건이 몰

“전기원 노동자들이 언제나 안전을 먼저 걱

렸다. 매해 14명 이상이 중대재해를 입었고,

정하고, 가족들을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그 중 매해 2~3명이 목숨을 잃는 실정이다.

조건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설노조 분과위원

노동조합은 실제 이 조사결과보다 피해가 더

장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노동

클 것으로 예상한다.

조합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 거란걸 알아주 셨으면 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산재를 하는 추세에요. 그래 도 여전히 공상처리가 많죠. 한전 자체도 자

그리고 시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기

기 지사에서 사고가 나면 성과금에 영향을 받

원들은 일하러 나올 때 오늘 하루 무사히 집

거든요. 그래서 쉬쉬하고 공상을 하는거에요.

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일 한다는걸

산재처리는 사실 사고가 바로 난 직후에 하질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전기원 노동자들이 그

못해요. 눈치가 보이는거죠.

만큼 원활히 전기 공급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는 것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합원의 백혈병 산재 인정은 의미가 큽니다.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

마지막으로 정부와 한전은 우리 전기원 노

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된것이니까요.

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습니

최근 광주전남에서도 1~2명의 피해 노동자

다.”

가 나왔어요. 그래서 산재 신청을 한 상황입 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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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전국금속노조 경지지부 김성학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경희 선전위원

먹을거리를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작년 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으로 일정 이 빠듯하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실에서 지난 1월 30일에 뵙게 되었다.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금속노조의 활력

그만 노조조차도 비정규직이 많고, 지금은 전체 지부 인원 중 1/3 가까운 인원이 비정규직입니

먼저 지난해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사업은 어 떤 것이 있는지 들어봤다.

다. 굉장히 젊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 로 사업이 좀 활기차졌다고 할까요. 훨씬 많은 동지가 사업에 결합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지난해 노동조합이 꽤 많이 건설되었어요. 경기 지역만 해도 1,200명 정도가 조직되었거든요.

는 좋은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는 노동보건 일상 활동

현장의 노동자가 이제는 편하게 노조 만들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일정하게 형성되는 것 같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투

서 반갑기도 하고, 희망에 찬 기대를 하고 있는

쟁이 진행 중인데 보다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

상태입니다. 작년에 10여 개 노조를 만들고 있

직 조합원이 늘었다면 노동안전보건 과제도

는데 대부분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천여 명 정

많아질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했다.

도 조직되었어요. 모○스화성, 모○스평택, 현대○아노조 등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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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정규직도 집행부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노동 안전보건활동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


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조도 규모가 큰 곳은

있고, 일부는 기아 소하리공장 안에도 있어요.

600명 정도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적게 2

초기에는 노조를 만들고 나서 임금을 인상하는

개, 많게는 7~8개 업체로 나누어져 라인별로,

것,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초점이었죠.

교대제별로 세분된 구조예요. 하나의 노조로 조 직했지만, 여전히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관심은 있으나 어떻게 할

융화하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할 수 있을지

지 잘 몰라 고민하다가 지부에서 신규노조 교육

고민입니다. 그래서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서

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위원회 꾸

교육이나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활동가를 키워

리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현장에서 의자

내거나 현장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는 빈 지점

를 배치하려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자는 움직

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임이 있었어요. 회사 하청업체는 원청, 예산, 시 간 핑계 대고 안 하려 하고, 노조는 해야 되겠다

일례로, 매년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고 간부에

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이 조직적

게 교육하지만, 이 동지들이 현장에 가면 혼자

으로 결의하고 행동하는 차원에서 일부 라인부

할 수 없어서 부담스러워 하거나 사용자가 하도

터 시범적으로 해보기로 한 거죠. 지회에서 예

록 내버려 두게 돼요. 그동안 노동안전보건부

산을 들여 의자를 구입해서 일부라인을 쭉 깔

를 하면서부터 계속 위원회를 꾸려나갔어요. 팀

았어요. 한 달 정도 사용하고 배치했던 라인의

을 만들어 혼자 하지 말고 여럿이 같이하자, 근

조합원들이 좋아하고 필요하다는 평가를 말하

무별, 공정별, 업체별로 쭉 모으고, 이 동지들이

며 회사에서 해야 한다고 산보위에서 들이댄 거

실제로 뭘 해야 할지 아주 소소한 산보위 준비

죠. 명분도 만들고, 조합원의 호응도 받는 과정

부터 운영까지 어떤 규정을 만들어야 할지, 현

을 보면서 작은 것 한 가지라도 해보면 자신감

장안전점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일상 활동을 잘 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 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서 얻은 자신감은 큰 투쟁 벌일 자산

지난 활동 중 조합원의 생각이나 요구를 반 영하여 진행한 좋은 사례가 궁금했다.

“업체별, 노조별로 성향이나 하는 일이 다르 조 지도부와 노동안전보건부가 의지가 있어 뭔 가를 해보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거기도 업체 가 3~4개 나누어져 있는 데다 일부는 안산에

출처 : 김성학

죠. 최근 신생노조 중 현대○아 안산의 경우 노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을 가지고 좀 더 큰 것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요. 일단, 법에 있으니 의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무적으로 1년에 한 번 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만, 중요성 인식이나 주체의 준비상태에 대

또 하나는 현대모○스 화성이 산보위 구성에 관

해 사업장별로 편차가 커요. 부족하지만 스스로

한 교육과 상담 중 지금은 업체가 두 개로 통합

해보자는 결의를 세워보려 해요. 작년에도 몇

됐는데 당시는 8개 업체였어요. 모두 50~100

군데 실습했던 곳은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

명 미만이니 산보위를 안 해도 된다는 법 규정

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여전히 뭐부터 해야 할지

을 악용해서 안 하려 한 거죠. 그러자 노조가 역

모르고 회사가 하면 동행하는 수준에서 한 발

으로 통합 산보위로 통째로 묶어서 하자고 사측

더 나가는 방향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에 제안하고, 원청에도 안전보건에 관한 것은

있어요.”

책임이니 산보위에 나오라고 했는데 원청은 안 나오고 하청업체 사장들은 나온 거죠. 그래서

12년의 시간동안 3명을 30명이 모이는

통합 산보위에서 논의하고, 구체적인 것은 실무

노동안전보건부회의로 만들기까지

에서 의논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투쟁이 있었어요. 활동을 위한 투쟁을 하려니 사측에서 징계나 시말서 쓰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전 조 합원이 결의해서 ‘나도 징계하라.’고 대자보를 써서 회사벽에 쭉 붙이고 같이 견뎌주면서 잘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니 노동안전보건활동 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 다.

넘어갔고, 실무 논의과정에서 활동가들 활동시 간 확보, 보다 안정적인 산보위 개최의 성과를

“안산지역 현장에서 일하다가 해고, 구속 등 과

얻게 되었습니다.”

정을 거치면서 98년부터 금속연맹 구성 시기 상근하기 시작했어요. 연맹 시절에는 노동안

올해는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해보자

전보건사업 개념이 없었고 산안부장 직책 정도 가 있었지요. 금속노조 건설 이후 조직을 챙기

김성학 부장은 매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 나, 혹은 비슷한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기존 사업 중 안 되는 것을 잘 만들어볼 계획이라

2006년경 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을 맡으면서 도 주 업무는 교섭이었고, 부수적으로 노동안전 보건활동을 했어요. 지부나 노조에서 중요성을

고 한다. 또 신규노조가 잘 자리 잡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라 막상 노동안전보건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지역

무를 하려다보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산안부장

단위로 묶어서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라고

이든 노안부장이든 직책을 가진 사람조차도 손

한다. 올해 계획을 잠깐 들어보았다.

에 꼽힐 정도였거든요.

“노조가 위험성평가 관련 공을 들이는 것에 비 해 성과가 잘 안 나요. 지역에서 들여다보면 냉

38

는 과정이 너무 많아서 상근역량도 적었어요.

2019년 2월호

몇 명이 모이든 어떤 일이 있어도 매월 1회 회 의를 3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회


장이나 간부에게 인원을 배정해달라고도 하고,

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지부 사업계획을 좀 더 늘이면서 3년 정도 공을

또 하나는 다른 지부에 다르게 저희는 지역에서

들이니, 노조에서 교선부장, 조직부장, 노안부

공동으로 노안사업을 제안·논의해서 다른 지부

장은 선임을 하더라고요. 2009~2010년 정도

집단교섭과는 다르게 노안사업에 대한 합의서

되니 15명 내외 인원이 회의에 오기 시작했어

가 꽤 많아요. 예를 들어, 지역의 공동지정병원

요. 지부도 노안부장 혼자 하지 않고 파견 나온

의 경우 개별 단사에서 해결하던 것을 훨씬 좋

임원이 노안위원장을 하고, 실무도 역할을 하게

은 조건에 노조가 일정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했어요.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해서 노·사·병 3자 진료 협약을 통해 조합원의 요구를 전달하거나 시정

처음에는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노조나 총연맹

을 요구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죠.

사업을 수임하는 것과 지역 현안에 적극 연대하 고 1년에 2회 수련회 가기, 가급적 회의는 현장

마지막으로, 활동시간의 경우 각 지회 부서장들

을 돌아가면서 하고, 각 사업장 얘기도 듣고 순

이 지부에 매월 낮에 회의를 해요. 노안회의는

회도 하고 오자고 한 것이 쭉 흘러왔고, 지금도

현장안전점검이나 순찰, 산보위를 할 수 있도록

그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요. 2년 전까지 회의

최소한 월 32~34시간 활동할 수 있거든요. 큰

때 20~25명 정도 모이다가 최근에는 30명 이

사업장이야 이보다 더 긴 활동 시간도 보장받지

상은 회의에 오시는 것 같아요.”

만, 힘든 사업장의 경우 함께 따내는 성과가 있 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기도 하거든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느끼는 힘듦, 보람, 바람

“아무래도 노동안전보건사업을 중심에 두지 않 은 지도부와는 많이 다투게 됩니다. 무게 중심

요.”

마지막으로 후배 노동보건 활동가에게 전하 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다른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그에 따른 예산과 사람이

“다른 노조 활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안활동은

필요하잖아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지

안 하려면 많은 핑곗거리를 취할 수 있고, 하려

도부가 있으면 곤혹스럽고 회의를 느낄 때가 있

고 노력하면 주변 동료, 전문가, 상급조직에 찾

죠.”

아가든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같이 상

활동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물었다.

의할 동료, 지역단체, 선배노동자 등 주변 동지 들이 많아요. 내가 편하게 활동하는 만큼 조합

“하나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젊은 동지들

원이 힘들게 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이 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굉장히 좋은

활동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가 이 일을 안 하게 되더 라도 이어서 함께할 동지들이 있고, 지금이 틀 이 잡혀있어서 누가 하더라도 이 이상을 할 것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조선생의 월급은 얼마인가? 드라마 <SKY캐슬> 최혜란 노동시간센터 회원

<SKY캐슬>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얼마 전 종영

아니라 김주영 선생의 사적인 지시사항까지도 모

했다. 드라마는 입시를 통해서 아버지들이 가진

두 수행하는 그야말로 ‘수행비서’이다. 보통 수행

대학교수라는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교수의 아

비서는 운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내 및 자식들의 분투를 다양하게 그려내며 많은

동행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조선생은 운전만 하

호응을 받았다. 마지막 회에서 황급히 해피엔딩으

는 수행비서가 아니다. 김주영이 하는 일에 다양

로 갈등을 봉합하고자 한 것에 대해서도 원성이

하게 관여하고 폭넓게 지시를 받는다. 먼저, 학생

자자할 만큼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극의

의 입시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맡아서 한

중심에는 자신이 맡은 학생을 100% 서울 의대에

다. 김주영과 학생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며, 학생

합격시킨다는 입시 코디 ‘김주영’이 있었다. 오늘

을 지도할 과외 선생을 물색하고, 그들의 프로필

은 그 김주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비서 ‘조

을 정리해 보고하며, 선생님들과 학생을 어떻게

선생’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드라마의 인기와

지도할지 회의를 주관한다. 그뿐 아니라 학생의

비례해 주연뿐 아니라 조연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

봉사활동과 교내·외 수상실적을 위해 대회 등에

아졌는데, 비서인 조선생에 대해 ‘극한직업이다’,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며 학생의

‘대체 월급이 얼마냐’는 재미있는 반응이 나오기

스트레스 관리까지 맡는다. 총 20회차에서 조선

시작했다. 그래서 1화부터 20화까지 조선생이 등

생은 34번 등장하는데 그중 김주영이 퇴근 후 자

장한 장면을 분석해 업무내용과 업무 시간을 추정

신의 집에서 전화로 조선생에게 지시하는 장면은

해보았다.

2회 나오고 10번가량은 통상적인 퇴근 시간 이후 인 밤중에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김

김주영을 위한 24시간 대기조

주영의 장애인 딸을 돌보는 역할까지 한다. 이렇 게 조선생의 업무 시간은 길고, 그 내용 역시 다양

먼저 조선생은 학생의 입시와 직접 관련된 일뿐

40 2019년 2월호

하다.


일방적인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 질문하면 혼나요

하고 감옥 신세를 받아들인다. 사실 시청자로서 조선생의 서사가 다소 엉뚱하

극 중 조선생은 대부분 김주영에게 지시를 받는

게 흘러가서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범죄 사실만

다. 34번의 등장 중 조선생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

제외하고 조선생의 직업을 고찰해보면 장시간 노

거나 김주영에게 질문하는 것은 총 7번이다. 그때

동뿐 아니라 그 사람이 놓여있는 업무 환경에도

마다 조선생은 김주영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김주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조선생

영은 조선생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고(“이수

과 같은 사무직의 노동조건을 평가할 때 물리적인

임 뒷조사해”, “혜나를 밀착 감시해”, “예서 명상

환경보다는 노동시간과 업무스트레스의 원인이

실로 데려와”), 질문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몰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굳이

라서 물어?”, “왜 두 번씩 말하게 만들지?”, “내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경험

그 정도 계산도 없이 행동했을 것 같아?”라는 식

할 수 있기에 시청자들은 조선생에게 주목했고,

이다. 할 말이 있다가도 쏙 들어갈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압박이 있는 직업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월급이 얼마냐’라는 궁금증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생이 계속 일을 하는 이유

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동안 업무상 과로와 스트 레스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에 대한 논의와

조선생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사 밑에서 장시간

연구가 축적되었고 작년에는 업무상 뇌심혈관계

노동을 감내하며 계속 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

질환을 평가하는 고용노동부 고시도 개정되기에

까? 직무 스트레스를 판단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이르렀다.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노력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어느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에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있다.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서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

이를 다시 얘기하는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질 정도

고 계속 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8

다. 정부에서도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다양

화에서 조선생은 시험지 유출 사건을 무마시키기

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정책의 한계를 지적

위해 살인을 사주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한다.

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김주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여러 가지 이야

는 사실을 털어놓자 김주영은 거액의 아파트를 선

기들이 오간다. 그러나 조선생의 사례는 직장에서

물이라며 건넨다. 이로써 조선생의 보너스가 수십

‘얼마나’ 시간을 보내느냐 뿐 아니라 그 직장에서

억 원에 달했고 노력-보상의 균형이 있었기 때문

보내는 시간의 ‘질(quality)’이 어떠한가에 대한

에 극한직업을 견디고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하

관심도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노동 시

게 된다. 조선생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 살인을 교

간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느냐(직장 내의 관계,

사한 죄가 발각되어 감옥 신세를 진다. 상사가 지

보상의 적절함,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 개발의

시하였으나 명백히 범죄에 가담했고, 거기에는 자

기회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더 건강

신의 의지도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겠다.

조선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순순히 인정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현장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보건관리전문기관에서 중소규모 사업

선과 국소 배기 설치도 권고했으나 현장 상황상

장의 산업보건의를 맡고 있다. 산업보건의는 직

국소 배기 설치는 힘들 것 같다고 하였다. 얼마

업성 질환의 예방과 조치에 대한 업무를 하여야

후 노동자분의 증상은 보안경 착용과 특히 본인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22

이 작업 시 주의하여 증상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조 산업보건의의 직무 등에 개괄적으로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자의 직업성

하지만 얼마 후 간호사를 통해 심각한 얘기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듣게 되었는데, 타 지역 계열사의 동일 공정 노동

할 때는, 사업장에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며 또 어

자 한 분이 동일 기계의 정비 작업 중 바로 그 도

떻게 설득을 이루어 낼지 난감하게 된다.

료가 눈에 튀어 심한 시력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 이었다. 현재 담당 노동자의 증상은 심하지 않지

어느 날 노동자 한 분이 상담 중 자외선을 바르

만, 전체 작업은 언제든 위험요인이 있는 작업이

는 작업을 하면 눈이 따갑다는 표현을 하셨다. 현

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개선 조치가 반드시 필

장을 방문해 보니 새로 설치된 자외선 경화도장

요하다고 보였다. 현장의 문제 중 교반기 개선과

공정의 문제였다. 특수 도료의 하나인 자외선 경

응급 세안시설 설치를 우선적으로 요구했고, 부

화도료를 교반기에 넣은 후 컨베이어에서 자동

장님과 만나 위험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 후 몇

도포되면 자외선을 이용해 속성으로 경화시키는

달째 현장의 변동은 없으며, 사업장은 수도라인

공정이었다. 노동자분은 도료를 교반기에 투입할

설치의 힘듦 등을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꼭 필요

때 바로 그 증상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도

한 개선조치일지라도 산업보건의의 개선 지도사

료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확인하였고, 도료내의

항 이행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사업장 입장에서

성분 중 각막 자극이 강한 물질(2-hydroxypropyl

는 발견하기 힘든 것이 일차적 원인일 것이다. 만

acrylate)이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이 물질은 자

일 발생 할 산재신청과 그로 인한 노동부 점검 시

외선 경화 도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성분이었고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의 불안감을 이용해서, 사

공정상 도료의 변경은 힘든 것으로 보였다. 노동

업장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으로 현장 개선을 유

자분의 증상이 간헐적이라 일단 보안경과 방독마

도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현실인 것이다.

스크의 보호구 착용을 필수로 하였고, 교반기 개

42

2019년 2월호


두 번째 사례는 건축자재용 샌드위치 판넬 생

산업 보건 전문가가 현장의 위험에 대해 사전

산 사업장으로, 천식 유발 물질로 매우 잘 알려진

예방 개선안을 내고 그것을 현장에서 현실화시키

메틸렌 디이소시아네이트(MDI)가 주성분인 접

는 일은 산업보건사업의 핵심이지만, 우리의 현

착제가 연속 자동 투하되고 있는 공장이었다. 현

실에서는 실현되기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꼭

장 확인을 하면 직업성 천식의 위험을 느끼게 된

필요한 개선조치에 대해서조차 사업주와 독립적

다. 두 개의 라인에서 월 8톤의 접착제가 지속적

인 사회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사업장 내

으로 투하되고 있는데, 투하 위치 근접하여 접착

부 상황에 의존한 개인의 노력과 방법에 의존해

제의 경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풍기가 상시 가동

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의 사업장 보

되고 있었으며, 국소 배기는 없었고 공정은 협소

건관리의 작동방식으로는 아무도 그 일을 시키지

하며 전체 환기는 미흡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않았으며, 아무도 그 결과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는 정상이었지만 라인 수리/세척 또는 점검과 같

것이 체감되는 현실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적

이 접착제 투하 위치에 근접할 수 있는 업무 상황

인 현장 개선에 중점을 둔 사업장 보건관리의 방

에 따라 노출 수준은 충분히 높을 수 있을 것으

향성은 결코 모호해져서는 안 될 것이며, 2015년

로 보였다. 그 공정의 천식 발생이 걱정되는 상황

국제산업보건위원회에서 제안된 “직업건강 전문

이었고, 환기시설 강화를 지시하였으나 역시 질

가를 위한 국제 윤리강령”에서는 개선조치에 대

환 예방에 대한 현장 개선 지도는 사업장에 적용

한 추적조사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현장 개선

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접착공정 노동자

에 중점을 둔 산업보건의의 의무와 그와 동반된

두 명이 천식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

사회적 권위 그리고 업무 평가방법에 대해 앞으

고, 이들에 대한 수시 건강진단을 의뢰하게 되었

로 관심과 논의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 따라서, 그 결과에 따라 행정기관의 의무적인 현장 개선이 시행될 수 있게끔 된 것이다. 일종의 불행 중 다행으로, 직업병 또는 증상 발생을 통해 서야 동료 노동자를 위한 예방조치와 개선이 가 능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선웅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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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인간의 존엄성을 묻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노동자 A씨는 한 사업장에서 20년가량 근무를

탓하였다. 어느 순간 A씨는 센터장에 의해 사업

하였다. 업무 때문에 징계를 받은 적도 없었고 쾌

소 내에서 업무 부진자로 낙인이 찍혔고, 지방으

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센터장이 새롭

로 인사발령을 내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1년

게 바뀌었다. 신규 부임한 센터장은 기존 업무프

가량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던 중 회의를 마친 A

로세스는 물론 근태관리, 소모품 사용에 이르기

씨는 복도를 거닐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실신

까지 전 분야에 대한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시행

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지만 별다른 이유를 찾지

토록 하였다. A씨는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

못하였고, 며칠 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적응장애

를 수행하였는데 유독 다른 노동자에 비해 A씨에

의 진단을 받았다.

대한 지적 사항이 많아졌다. 차츰차츰 업무량도 늘어났다.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노

2018. 7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직장 등

동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

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발표하였다. 직장

는 반면, A씨에게는 시말서 제출을 요구하였다.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시말서를 제출하면 몇 가지 추가 사안을 언급하

건강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며 다시 작성토록 하였다. 호칭은 ‘○○님’이라고

라고 설명하고 있다. 크게는 신체적·괴롭힘과 정

하였으나 말투는 고성의 강한 명령조였다. a씨의

신적 괴롭힘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 신체적 괴

업무상 실수에 대하여 지적하거나 질책할 수 있

롭힘(신체적 폭력 및 위협, 위험성 있는 업무수행

는 권한은 센터장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 주의사항 및 안전장비 미전달 등), ▲ 신분적

사소한 업무상 실수에 대해서도 유독 강한 질책

괴롭힘(정당한 이유 없는 고용상의 불이익, 고용

을 받았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서

형태 및 고용불안 조성, 부서 이동(좌천) 및 퇴사

도 마치 시빗거리를 찾듯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강요 등), ▲ 업무적 괴롭힘(CCTV 등 지나친 업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개별 면담이나 공식적

무 감시, 성과 차별, 불공정 업무 배정, 업무정보

인 회의 자리를 가리지 않고 대화 내용 중 가족에

의 고의적인 누락, 성과 가로채기, 휴가 제한 등),

대한 폄하, 개인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 이어졌다.

▲ 언어적 괴롭힘(욕설 및 고성, 강압적·공격적·

A씨는 고민하였다. 과연 어디서부터 뭐가 잘 못

위협적인 언어사용, 비하적·굴욕적인 언어사용

된 것인가?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라며 자신을

등), ▲ 개인적 괴롭힘(근거 없는 비방·소문·누명,

44 2019년 2월호


대화 및 친목 모임 제외(왕따), 회식·음주·흡연 강

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상호 존중과 배

요, 외모·가정생활 등 지나친 간섭 등), ▲기타(유

려보다는 경쟁, 실적에 혈안이 되어 치열하게 살도

사한 행위로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록 요구받았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면서 부여된

행위)를 말한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 시하였다. 결국 노동과정에서 사람은 보지 않고 살

지난 연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배

괴롭힘을 금지 하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이

웠고, 그렇게 가르쳤다. 현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있다는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신고

입장 차이는 인권 감수성의 정도 차이도 있지만,

가 접수된 경우 사용자는 조사를 해야 하며, 피해

일정하게 세대 간 갈등의 양상도 나타나는 추세이

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근무지 변경, 유급

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간, 쓸개 다 빼놓고, 영혼까

휴가 명령 등)를 취해야 하며, 괴롭힘 사실이 확

지 저당 잡혀 살아야 한다고 강요받았고, 이에 대

인되면 피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

해 저항하거나 권리 행사를 요구하면 탄압하는 것

자에게 징계, 근무지 변경 등 조치를 취하고, 신

은 당연하게 여겼다. 누군가는 장난이라 말하고,

고자나 피해자에 대하여 불이익 처우를 하지 못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황이 누군가에는 신체적·

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

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이 없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며 노동을 하는 과정에

명시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에서는 직

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불편부당함이 발생하지 않

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고 일하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포함하였다.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01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직장 갑질, Me Too 운 동, 직장 내 괴롭힘의 공통점은 모두 권력관계에

01 「근로기준법」 제72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 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 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시행일 : 2019. 07. 16.)

의지와 이해에 기반하여 사회가 변화되도록 소중 한 실천이 필요하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5


노동자 건강 상식

부정맥

오늘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드문

진 않지만, 뇌경색이 잘 발생하여 주의를 요합니

병도 아닌 부정맥에 대한 상식을 넓혀보고자 합

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심실세동은 심정지를 일

니다.

으켜 급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정 맥이라는 질환이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혹

심장은 외부로부터 혈액을 받아들여 다시 짜주

시 부정맥으로 본인 진단명을 알고 있는 분들은

는 일을 합니다. 심방은 혈액을 심장으로 받아들

정확히 본인의 병명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여 심실로 전달해 주는 기능을 하며, 심실은 펌프

도움이 되겠습니다. 물론 의료현장에서는 통칭하

역할을 담당해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내보내는 기

여 부정맥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능을 합니다. 정상 심장박동은 심장의 동결절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한테 처음 듣는 진단명이

라는 특수한 부위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신호에 의

생소하고 병이 왜 걸리는지를 알려면 심장의 구

해 시작됩니다. 즉 수 천 분의 1볼트의 전기적인

조와 전기적인 전달 등 질환 이해에 필요한 배경

자극이 발생하고 전기회로를 통해서 심장근육 세

지식이 많아 뭉뚱그려 부정맥이라고 하는 경우가

포에 순차적으로 자극을 주어 심장이 뛰는 것입

많기 때문입니다.

니다. 이 전기적 자극에 의한 박동이 제대로 이루 어지지 않고 맥박이 고르지 않은 상태를 통칭하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

여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심장의 대표적인 질환

다. 맥박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리 뛰는 빈맥

인 협심증은 심장의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지

성 부정맥인 경우 갑자기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

만,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발생과 전기전달계통

두근거림, 답답함,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납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거나, 운동하거나, 긴장하거 나, 몸에 감염이 생겨 열이 나도 심장이 빨리 뛸

부정맥의 구제척인 진단명에 따라 부정맥의 위 험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간혹 중간에 맥박이

맥은 아닙니다. 또한 맥박이 분당 50회 미만으로

한 번씩 뛰지 않는 심실기외수축인 경우 대부분

느리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의 경우 갑자기 어지

아무런 해가 없어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과 심하면 실신하는

않습니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대표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 부정맥인 심방세동인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

46

수 있는데도 이는 정상적인 신체 반응으로 부정

2019년 2월호


부정맥을 진단하려면 심장의 전기적인 신호를

의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족력도 있습니다.

검사할 수 있는 심전도 검사를 합니다. 그런데 부

할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든지

정맥은 항상 나타날 수도 있지만 간헐적으로 나

친척 중에 그런 사례가 있으면 자신도 같은 전철

타났다가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간헐적으로

을 밟을 확률이 있기 때문에 부정맥에 대한 확인

부정맥이 나타날 때는 24시간 심전도(홀터)를 할

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심장에 혈관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작은 심전도 기계를 부

질환이나 심부전, 판막질환이 있는 경우 부정맥

착하고 일상생활하며 심전도에서 부정맥이 기록

이 더 생기며 더 위험합니다. 또한 노화에 의해

되지 않는지 보는 검사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부정맥이 발생하기로 하는데 주로 서맥성 부정

24시간 안에 부정맥이 발생해야 진단이 된다는

맥이 노화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계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경우는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인데 가까

원인과 증상도 다양하고 각기 진단명이 다르

운 병원이 없을 수도 있고 병원에 가다가 부정맥

기 때문에 치료 또한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정맥의 검사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으며 약물치료가 효

는 간단한 경우도 있지만 까다롭고 진단이 제대

과 없거나 완치의 목적으로 시술을 하는 경우도

로 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생기는 심리

많습니다. 심장 안에 부정맥의 발생 위치를 찾아

적인 요인이라 생각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

고주파 전기로 지져버리는 시술로 완치하는 경

우도 있습니다.

우도 있고 서맥성 부정맥의 경우 심박동기를 삽 입합니다. 부정맥이 다시 발생하면 급사의 가능

부정맥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선천적으로 심장

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몸 안에 작은 전

에 이상이 있어 부정맥이 생기기도 하고 갑상선

기충격기를 삽입하여 향후 부정맥이 발생하면

질환으로 인해 부정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알

이를 감지하여 부정맥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습

코올·카페인 섭취와 강한 스트레스는 부정맥의

니다.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부정맥 증상의 발현에 기 여합니다. 즉, 부정맥 환자이거나 부정맥이 될 요 인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인이나 음주를 하면 부 정맥이 더 잘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주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동자 이야기 영화 <사수> 관람후기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지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한광호 열사의 죽음 은 노조파괴범 ‘창조컨설팅’과 현대자동차 대자본

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해서 24시간 뺑뺑이로 돌

의 주도하에, 보수언론 및 친 기업 정권의 적극적

아가는 기계에 맞추어 인간의 생체리듬 을 거스르

인 협력이 만들어낸 노조파괴 합작품의 결과였다.

01

며 야간노동과 함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내해 온 노동자들이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라 ‘인간’이

“하지만 노조파괴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가 있다.”

다”를 선언하였다. 하지만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노동시간을 단 축하고 야간노동을 그만하겠다는 외침은, 무제한

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힘겹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적인 이윤을 뽑아야할 자본에게는 심각한 걸림돌

이러한 치졸하고 그악한 노조파괴 행위는 노동자

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기에 그 싹을 밟고자 노조파

를 절대로 물러설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

괴를 시작한다.

다.

5년 뒤 회사가 고용한 용역깡패의 일상적인 폭력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카메라

과 어용노조의 배신과 차별, 금속노조에게만 가해

를 들었던 우리는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그

지는 징계, 고소고발, 정직, 해고가 일상이 된 숨 막

들이 감내해온 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들

히는 일터에서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다보며 노조파괴에도 파괴되지 않는 인간이고자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파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고 싶었다.”는

가 노동자를 얼마나 극단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는

감독의 이야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음을 그리고 ‘사

01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밤낮의 주기가 바뀐 상태에서 일을 함에 따라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암, 뇌 심혈관계 질환, 수면장애 및 교대부적응증후군, 소화기계 질환, 내분기계 질환(대표적으로 당뇨병)을 앓게 되거나, 종국에는 이 모든 질환들이 총 체적으로 작용하여 수명 단축(최소 7년 이상)으로 이르게 한다.

48

자본의 그악스러운 노조파괴 행위는 유성기업 노

2019년 2월호

수’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전달하고 싶었는지를 담 담히 보여주었다.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노동과 건강한 삶을 살고자

는 의미를 서로 이해하고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기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려 투쟁하였고, 이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노동자

과정에서 자본의 살인적인 노조파괴행위를 꿋꿋이

민중은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견뎌내고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에

투쟁중이다. 이 모든 투쟁에서 ‘사수’를 위해서는

게는 힘들지만 같이 싸우는 동료들이 함께했기에,

분열과 패배, 굴종을 선택하기 바라는 저들의 바람

그리고 ‘괴물 같은 자본에게 패배할 수 없다’는 인

을 거부하고, 어렵지만 함께 맞서 싸우고 함께 견

간으로서 존엄성이 있었기에 긴 세월동안의 노조

뎌내는 힘이 필요하다.

탄압에도 굴하지 않았다.

다시금 ‘사수’를 생각한다

현재가 힘들고 어렵지만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 겠다는, 그리고 지금은 어용노조로 돌아선 그들이 지만 함께하고 싶다는 홍종인 전 지회장의 이야기 는 노조탄압에도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유성지회의 힘을 보여주었다.

전국에서 50회 이상의 공동체 상영회가 개최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유성지회 투쟁이 전달하고자 하

이숙견 상임활동가

문화읽기

49


발칙 건강한 책방

우리는 모두 아픈 존재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 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효정, 박희정, 유해정 외 2명 저, 온다프레스, 2018.11

이 책의 원고를 처음 받았던 작년 어느 봄날 이 기억난다. 볕 좋은 날 정오쯤부터 글을 읽기

험자들의 첫 번째 육성 고백인 셈이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

시작해서 오후 늦게 어슴푸레해지는 바깥 공

으로 사는가』는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일곱 사

기를 느낄 즈음까지 쭉 읽어나갔다. 그 뒤로 이

람이 사고 당시의 기억, 치료 과정, 그리고 그

책을 만드는 와중 내내 작업을 밀고 나아갈 수

뒤의 일상을 돌아본 인터뷰집이다. 세월호참사

있는 힘을 그때 얻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등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재난을 기록해온 작

당시에는 아직 이 책에 등장하는 화상 경험자

가 다섯 명이 근 10개월간 병원과 집, 거리에

들을 뵙지 못한 때였고 그들이 어디를 얼마나

서 그들을 만났다.01 여기까지만 읽고 화상치료

다쳤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기 전이었다. 원고

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에 대한 르포

를 읽고는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짐작해보

르타주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그보

았다. 하지만 일상에서 화상 경험자들을 만나 는 일이 극히 적었기에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 다. 이는 곧 그들이 문 바깥으로 나서지 않는다 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화상 경

50 2019년 2월호

01 “화재를 당했을 때 이들은 초등학생·배달식당 운영자·전기기 술자·대학원생·봉제공장 노동자·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집·가게· 사무실·전봇대·해저터널 등에서 화상을 입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화상 진료를 받는 사람은 50만 5,278 명. 소방청은 2017년에만 1,290명의 화상환자가 발생했다고 밝 히고 있다.” 『한겨레』 2018년 11월 16일자.”내 얼굴을 내 몸을 보 라, 있는 그대로”


다는 고통 앞에 선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의 자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너무 낯선 사람이지

존감을 찾아가는지, 그 여정을 함께 걷는 하나

만, 저란 말이에요. 제가 웃으면 따라 웃고 제

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가 찡그리면 같이 찡그리고… 이건 뭐, 그냥 한 마디로, 저예요. ‘그래, 이 친구랑 친해져야겠

“화장실 갈 때만 겨우 움직였는데 그때도 거울 쪽은 안 보고 슥 지나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후원을 받아서 수술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 조 건이 TV 프로그램을 찍는 거였어요. (…) 어쩌 다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어요. 그냥… 울었던 것 같아요.”(이 책 68면)

다. 내가 먼저 이 친구를 사랑해줘야겠다. 그렇 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늘 되새겼 어요. (…) 그때가 몇 살이었냐고요? 열두 살이 요.”(이 책 282면)

이 책을 만들 때 중점을 두었던 것은 바로 ‘시 선’의 문제였다. 그들의 상처를 어떻게 바라봐

그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씩 중환자

야 하는가. 이 같은 ‘시선’의 문제는 언뜻 상식

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그 뒤로 ‘지

적으로는 국가의 의료보건정책이 책임질 수 있

옥’ 같은 치료를 마치고 오랜만에 걸음을 떼었

는 범위를 넘어선 문제로 인식되곤 한다. 정작

을 때, 우연히 마주친 자기 자신에게서는 ‘이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천문학적 치료비에 대한

전의 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절망하고

지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래의 「작가

또 절망했다. 책 속에서 그들은 그저 담담하게

의 말」에서처럼 우리는 이제 ‘사회적 몸’에 대

본인의 현재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 대

해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

목에서 우리는 한 인간의 절망이 어디까지 이

다는 그 생각이 우리를 하나의 몸으로 만든다.

를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

우리는 모두 아픈 존재라는 생각이 필요한 때

렇다면, 복원해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과연

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 지 않고 사는, 이와 같은 숙제를 그들은 천천히 하나둘씩 풀어갔다. 그러곤 문밖으로 나와 사 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자 노 력하는 장면들은 실로 눈물겹다.

“위험 속에 산다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죠. 살아 있는 존재는 언제든 사고 를 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사고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죠. 그 위험 을 공동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일어날 사고에 대한 대비와 일어난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회적 몸’을 이루고

“거울 앞에서 제가 했던 일이 뭔지 아세요? 저

함께 살아가는 이유일 거예요.” (이 책 326면)

랑 친해지는 거… 그때만 해도 좀 절망적이었 어요. ‘아, 이렇게 치료만 받으며 살아가야 하 는구나.’ (…) ‘내가 뭘 해야 하지?’ ‘어떻게 살 아가지?’ 그때 생각해낸 것이 저랑 친해지는 거였어요. 박대우 온다프레스

발칙 건강한 책방

51


이러쿵 저러쿵

2019년, 새롭게 열린 조직으로 나아갑시다

촛불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정권을 교체한지 2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년이 지났다. 기대했던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대한 위협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

보장성의 확대, 소득주도 성장, 사회보험 사각지

데 그간 연구소가 지켜온 노동안전보건 의제들이

대 해소 등의 대통령의 공약은 지체되고 있다. 공

가지는 운동적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오랜 기

정경제나 재벌개혁은 왜곡된 경제논리에 밀려나

간 동안 경제위기의 프레임에 갇혀 정체된 노동

더뎌지고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여전하며

운동의 흐름 중 시민사회와 대중들의 공감 속에

산업정책이 불분명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규제완

작동하고 물리적 동력을 얻는 의제들은 빠짐없이

화를 향해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구호아래

안전과 건강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단행된 최저임금 인상은 재빠른 회피 장치의 도 입으로 무력해지고 탄력근로제 개악을 포함한 노

2019년 현재적 상황에서 세계적 자본의 흐름과

동시간 유연화 공세와 더불어 고용불안정성, 임

동향, 국내외 정치 정세의 변화와 노사정의 역관

금과 노동조건의 저하, 소득 불평등은 미조직 비

계, 경제와 산업구조의 역동을 분석하는 것은 중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

요한 일이다. 그러나 연구소의 16년 역사가 자랑

다. 흐름을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노동자들

스러운 것은 정세에 유연하게 부응한 결과라기보

의 삶의 질 저하와 불건강으로 귀결될 것이다.

다는 변함없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가치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자 한다.

52

한편, 이러한 정세 속에서도 안전과 건강이라는

그간 연구소의 활동은 노동안전보건 운동, 노동

주제에 있어서는 전향적인 국면이 열리고 있기도

자 건강권 운동의 핵심적 가치들을 놓치지 않고

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통과과정에

지켜왔다. 그 성과로 근골격계질환, 야간노동, 일

서 확인했듯이 정치의 영역은 언제나 반동할 준

터 괴롭힘, 노동시간, 작업 중지/거부권은 사회화

비가 되어 있지만 사회는 조금씩 생명권과 건강

하여 일상의 언어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권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으며, 제도의 변화를

가장 정치적인 의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연구

강제하고 있다. 그간의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며,

소가 해야 할 역할도, 할 수 있는 역할도 더 넓고

사회적 참사나 산업재해로 인한 손상과 죽음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의

공동의 경험으로 각성되어 시민 사회와 사회구성

실현여부와 무관하게 대다수 회원의 적극적인 참

원들의 인식과 공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

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소 조직 활동과 전망을

도 하다. 자본과 기득권의 각축 속에서 노동자들,

시대에 조응시켜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 2월호


상품,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지식과 기술 심지어

역할의 변화로 인해 일상을 쪼개어 참여 하기가

연대의식조차 고전적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생

힘들어진 기존 회원들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

산되고 얽히는 시대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

서는 각자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생계를 유

으로 생산과 유통, 노동의 실현과정이 변화하는

지하는 사람들이, 연구소의 활동과 접점을 마련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과제도 다

하면서 자발적으로 가입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또한 그것을 실현하기 위

기술과 지식을 나누거나 확장하기도 한다. 한편

한 참여의 방식, 주체들이 단련되고 조직화되는

조직적 진화를 위해 회원들에게 참여 가능한 여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

지와 계기를 제공하여 ‘활동하는 회원조직’을 이

소의 운영과 활동 방식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모

루는데 필수적인 존재가 상임활동가들이다. 상임

색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동의된 바 있

활동가들이 개인으로서의 일상과 상임활동가로

다. 지난 16차 총회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서의 일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소진되지 않고

소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응하는 노동시간센

지속가능한 운동으로 자신의 역량을 투입할 수

터, 주체의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노동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

건강권 사업, 대안적 법제도 연구모임의 확대 수

다. 더불어 열린 조직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성

렴, 노동자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현장 활동 의제

평등 교육, 반성폭력 규약 마련 등 성인지적 태도

발굴, 연단의 확장과 연단으로서의 연구소”라는

를 견지할 수 있는 조직적 기풍을 마련하도록 해

2019년 연구소 활동의 핵심과제를 통과시켰다.

야 한다. 회원들은 생계를 위한 직장생활, 사회참 여활동, 오롯한 개인으로서 일상의 조화가 가능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서 “열린 조직으로 진화”

한 수준에 대하여 연구소를 중심에 두고 성찰적

를 지향하고자 한다. 그간의 계급성, 현장성, 전

인 태도로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도모하는 데 필

문성을 가치로 고도의 소속감과 사회 참여의식을

요한 토론을 조직 내 외에서 마련하고, 여타의 시

기반 동력으로 성장해온 연구소의 기풍은 당연히

스템을 참고하여 시험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16년의 세월과 더불어

아야 한다. 새롭게 열린 조직으로의 진화를 준비

당연히도 기존 회원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이 변

하자!

화하거나 회원 구성 자체가 변화하였으며, 활동 의 참여수준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회적 지위 및

류현철 신임소장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2019.02.01., 양평시민의소리]

치해 노동자 건강관리 지원의

에도 공장은 작업을 멈추지 않

‘경기도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 입

거점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시·

고 계속 가동된 것으로 전해져

법 예고

군 보건소 44개소와 고용노동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

부 근로자건강센터 5개소 등 관

다.

경기도는 ‘우리회사 건강주치

계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의 사업’의 전국 최초 시행을 위

노동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경

밝혔습니다.

SBS는 11일 오전 11시쯤 여 주에 있는 KCC 유리공장에서 변모(58)씨가 유리판에 깔려 숨

기도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안’ 도내 50인 미만 사업장에 근

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이날

무하는 노동자, 자영업자, 특수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고용직 노동자, 소상공인 등을

변씨는 가로 3.6m, 세로 2.7m

대상으로 ▲건강검진(일반 및

의 대형 유리판을 적재 장소에

치의 사업 시행’을 위해 필요한

특수) ▲검진결과를 활용한 사

세워두는 작업을 하던 중 유리

▲노동자 건강증진 기본계획 수

후관리 ▲개인 집중사례 관리

판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립 ▲노동자 건강증진센터 설치

▲건강 관련 사업장 위해도 평

변을 당했습니다.

운영 ▲건강관리지원단 및 위원

가 ▲작업장 환경 개선 컨설팅

회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

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을 지난달 24일 입법 예고했습 니다. 이 조례안은 ‘우리회사 건강주

변씨를 덮친 유리판은 10장이 한 묶음으로, 한 묶음의 무게는

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현

2.5t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

행 산업안전보건법 상 보건관리

다. 구급대원들은 변씨를 급히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어 필요

병원으로 옮겨 치료했지만 끝내

뒤 3월 경기도의회에 조례안을

한 조치,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

숨졌다. 목격자들은 공장 측이

제출하는 한편, 도의회 및 관련

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사고 이후에도 가동을 멈추지

기관과 추경 예산 편성 등 세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추진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보건조치가 실효성 있게 담보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도는 오는 13일까지 조례안에

이근택 민주노총 관계자는 SBS에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2019.02.12., 국민일보] “사고

작업이 진행되고 유리가 뽑혀

건강관리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현장 옆에서 계속 작업하더라”

나오고 있더라”며 “사고 난 현

건강권 보장을 위한 사업으로

KCC 여주공장 참변이 더 끔찍한

장 바로 지척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 중심 경기도’ 조성을 위한

이유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은

민선7기 대표적인 핵심 공약사 항 중 하나입니다. 도는 경기도의료원 내에 ‘경기 도 노동자 건강증진센터’를 설

54 2019년 2월호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KCC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8월에

유리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도 운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5t 유리판에 깔려 숨지는 사

유리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고가 발생했습니다. 참변 이후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년 사이 비슷한 사고로 2명이

단을 진행하고 여기서 150 여개

없었던 기업 경영 시스템의 문제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경찰과

의 시정명령을 내렸다는데, 사고

를 밝혀내고, 그 실질적 책임자를

소방당국은 공장 관계자들을 상

는 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처벌해야 한다. 또, 지난 사망 사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 사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노동자가 사망을 했는데도 작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8월

고와 시정명령 이후 노동부는 어

사고는 지게차에서 유리를 운반작

떤 관리 감독을 하고 있었기에 사

업 중 안전벨트가 풀어지면서 유

고가 재발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리가 넘어진 것으로 (이번 사고와)

한다. 그래야 1년도 안 되는 기간

업을 중지하지 않고 계속 가동

사고유형은 다르다”고 밝혔다. 회

동안 동료를 둘이나 잃어야 했던

됐다는 사실, 작년 8월에도 운

사의 이런 태도가 반복되는 사망

KCC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다시

반 작업을 했던 노동자가 비슷

사고의 한 원인이다. 안전벨트가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고로 숨진 사실을 볼 때 현

풀어진 사고에서는 안전벨트만 챙

장 개선이 얼마나 뒷전이었는지

기고, 추락 사고에서는 추락 지점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에만 안전책을 세우는 식으로는

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기업

노동자의 죽음을 부여잡고 기업

반복되는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없

이 안전관리· 보건조치의무를 위

이 운영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다. 우리는 이런 죽음의 공장을 제

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책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도

철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설 현장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실질적

록 산재사망의 책임자인 기업은

에서 수도 없이 보고 있다.

으로 관할하는 경영자가 책임지도

제대로 처벌받고 노동자는 안전 한 일터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더불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

록 하는 법이다. 태안화력 고 김용 반복되는 사망 사고는 전체 경영

균 노동자 사망으로 모인 재난· 참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사 (유)가족 모임에서도 ‘중대재해

후순위로 제쳐 두는 기업 시스템

일으킨 회사는 문 닫을 정도’로 강

[공동성명]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자체가 원인이다. 산업안전보건

력히 처벌하는 법의 필요성을 주

살인이다

규정을 무시하는 사내 정책이 ‘경

장했다. 더 이상 생산성과 이윤을

KCC 산재 사망사고 사업주를 엄

영’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고, 현

앞세운 경영에 노동자가 희생되지

중처벌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장 안전 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개

않도록, 현장에서는 철저한 진상

제정하라

선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사

규명으로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지

고가 발생하면 이런 기업 조직 문

고,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

2월 11일 KCC 여주 공장에서

화의 책임자는 빠져나가고 사고에

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할 것이다.

대형 판유리를 적재하던 노동자가

직접 관련된 말단 노동자만 처벌

유리판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받는 기업에서 죽음은 반복된다.

합니다.

건강한노동세상/ 공공교통시민사회

발생했다. 2018년 3월과 8월에도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 공장이

2019년 2월 13일

그래서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

노동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마창거

다. 8월 사고는 이번 사고와 마찬

는 살인이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

가지로 유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자는 기업의 최고 경

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생명안전시

사망사고다. 사고 후 노동부는 이

영자이며, 기업 자체이다. 철저한

민넷/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

회사를 대상으로 종합안전보건진

진상조사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한 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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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현장실습 제도 개악을 막기 위해 현장실습 희생자 유가족들 나서 지난 1월 30일 오전11시, 현장실습 희생자 유가족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직업 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악안 중단 촉구 기자 회견’이 청와대 앞에서 열렸습니다. 반복된 사고와 죽음으로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교육부가 산업체의 현장실습 참여 기피 등을 이유로 이전의 조 기 취업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역행하고 있 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자식을 떠나 보낸 뒤 혼자서만 세상과 맞서는 게 힘들었 다. 유가족들이 한데 모인다면 청소년·청년들을 ‘죽음의 일자리’로 내모는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입 을 모았습니다. 더 이상 학생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악용되게 나둬서는 안될 것 입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 1주기-故 서지윤 간호사 추모 집회 <사람을 연료로 태우는 병원,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말라> 집회 열려 간호인력을 부족하게 배치하여 간호사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얻는 병원, 태움과 일터괴롭힘이 드러나 도 방조하거나 은폐하는 병원을 바꾸기 위해 두 분의 간 호사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연구소도 참여하여 더 이상 노동자가 반복되는 죽음에 놓이지 않 도록 만드는 행동에 함께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2019년에도 <일터>는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매월 노동자가 만드는 잡지 <일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노보연 선전위원입니다. 매달 1회씩 정 기 회의를 기본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며 여러분에게 진정성 있는 내용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달에도 새 로 선전위에 함께 하기로 한 신임상임활동가와 회원이 모여 열띤 회의를 했습니다. 2019년에 도 <일터>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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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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